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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산(華山)> 깊은 산중.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심마니들 셋이 험한 바위산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청년들이다. 앞장선 청년은 곱추다

심마니1; [용(龍)이 절벽을 뚫고 세상으로 나왔다는 소문이 정말 사실일까?] 중간쯤 가는 심마니가 앞서가는 곱추 심마니에게 묻고

심마니2; [진가촌(陳家村)의 심마니 진교백(陳敎百)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잖아.] 앞서 가면서 대꾸하고. 꼽추지만 덩치가 크고 좀 빠릿빠릿한 인상을 지녔다. 다른 작품의 <타노> 캐릭터. 일단 여기서는 심마니2로 표기

심마니2; [지진이 난 듯 땅이 흔들리더니 창천애(蒼天崖)가 무너졌는데 그 뒤에 숨겨져 있던 동굴에서 흰색의 긴 물체가 빠져나와 허공으로 사라졌다는 거야.]

심마니1; [뭔가 헛것을 본 게 아닐까?] [요즘 세상에 용이 있다는 게 말이 돼?] 여전히 미심 쩍은 표정

심마니2; [진교백이 본 게 진짜 용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한 가지 있어.] 헐떡이며 앞서가고

심마니2; [지진이 일어난 것도 아닌 데 멀쩡하던 창천애가 무너졌으며 그곳에서 무언가가 빠져나왔다는 사실이야.]

심마니3; [우리같은 심마니들에게는 다시없을 기회지.] 맨 뒤에서 따라오며 말하고. 돌아보는 심마니1

심마니3; [창천애가 무너진 잔해에서 혹시 신기한 것을 얻기라도 하면 팔자를 고칠 수도 있으니 말이야.]

심마니1; [하지만 창천애가 붕괴된 건 벌써 한 달 전 일이잖은가?] [이미 다른 인간들 손을 탔을 수도 있어.] 여전히 의심하고

심마니2; [그렇진 않을 거야.] 고개 젓고

심마니2; [창천애는 험하기로 유명한 화산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 확신에 찬 표정

심마니2; [게다가 창천애의 존재를 알고 있는 건 우리같은 심마니들뿐인데 지금까지 거길 다녀왔다고 떠벌리는 인간은 없었잖아.]

심마니1; [그렇긴 하네만...] 미심쩍은 표정

심마니2; [다 왔어!] 높은 곳에 올라서고

심마니2; [그만 궁시렁거리고 저기나 봐!] 지팡이로 앞을 가리키고. 심마니1과 심마니3도 올라서며 앞을 보고

쿵! 앞쪽은 깊은 계곡. 그 계곡 끝에 하늘까지 치솟은 것같은 바위 봉우리가 있다. 헌데 그 바위 봉우리의 앞면이 무너져 그 잔해가 계곡을 절반쯤 덮고 있다

심마니1; [창천애!] [창천애가 정말 무너졌구만.] 흥분하고. 심마니3도 놀란 표정으로 앞을 보고.

심마니2; [무너진 형태를 보니 확실히 안쪽에서 무언가 절벽을 뚫고 나온 것 같군.] 손을 이마에 대고 살피며

심마니3; [중간쯤에 동굴이 있네.] 흥분해서 손짓하고

창천애를 크로즈 업. 절벽 중간에 커다란 동굴이 있는데 그냥 동굴이 아니라 사람 손이 닿아서 모서리와 천장이 매끈하게 깎여있다.

동굴 크로즈 업. 동굴 안쪽에 종이처럼 찢어진 아주 두꺼운 철문이 있다.

심마니1; [평... 평범한 동굴이 아니야.] 손을 이마에 대고 멀리를 보면서

심마니1; [사람 손길이 닿은 흔적이 있고 안쪽에 부서진 철문 같은 게 보여.] 흥분하며 고개를 빼며 말하고. 손은 이마에 붙인 채

심마니3; [어쩌면 방사(方士;신선이 되기 위한 술법을 닦는 사람)들이 수련하던 동천(洞天)일지도 모르겠군.] 역시 흥분하고

심마니1; [그렇다면 저기에 뭔가 귀한 게 남아있을 수도 있네.] [빨리 가보세.] 앞장서서 절벽을 내려가려 하고. 심마니3도 따라가려 하고. 바로 그때

심마니2; [!] 오싹! 무언가 소름이 돋아 눈 치뜨고

심마니2; [모두 숨어!] 팟! 앞서가던 심마니3의 뒷덜미를 낚아채며 급히 근처 바위 뒤로 엎드리고

심마니3; [억!] 뒤로 넘어질 듯 하며 역시 바위 뒤로 숨고

심마니1; [왜 그래?] 돌아보는데

심마니2; [빨리!] [빨리 아무데나 숨어라!] 심마니3과 함께 바위 뒤에 숨으며 심마니1에게 손짓하고. 겁에 질려서

심마니1; [뭔데 그래?] 긴장하며 역시 근처 바위 뒤에 급히 숨고

심마니2; [내 감 믿지?] 겁에 질려 속삭이고

심마니1; [타노(駝奴) 자네 육감이 뛰어난 건 화산 일대의 심마니들 중 모르는 사람이 없긴 하지.] 침 꼴깍 삼키며 고개 끄덕

심마니3; [호랑이가 나타난다 하면 호랑이가 반드시 나타나고 뱀이 있다고 하면 근처에서 꼭 뱀이 발견되곤 했으니까!]

심마니2; [온...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 [한밤중에 호랑이를 만났을 때도 이렇지는 않았네.] 찌릿! 찌릿! 몸에 전기가 오르는 모습으로 속삭이고

심마니3; [근처에 무서운 뭔가가 있다는 말인가?] 겁에 질려 속삭이는데

심마니2; [쉿!] 급히 몸을 숙이고

십마니2; [가까이 왔어! 참을 수 있을 때까지 숨도 참어.] 머리 처박으며 말하고

심마니1; (대체 뭐가 나타난다고 저 호들갑이지?) 고개 조금 들어 하늘을 보고. 직후

[!] 눈을 찢어져라 치뜨는 심마니1

쿵! 계곡 상공에 떠있는 세 사람. 이남일녀인데 모두 두건이 달린 망토를 쓰고 있다. 두건을 쓰고 있어서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눈빛이 아주 강렬하고. 여자는 날씬, 남자1은 평균 체형, 남자2는 키가 2미터 가깝고 보디빌더같은 체형. 이들은 바로 삼성동 동주 번뇌신존의 제자들인 포숙정, 위극겸, 뇌공량이다. 지상에서 30미터쯤 허공에 떠있다. 무너진 창천애를 보고 있고. 이때 이들의 나이는 30대다. 3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으로 세 사람 모두 다른 작품에 나온 포숙정, 뇌공량, 위극겸 캐릭터로 묘사

뇌공량; [소문대로 창천애가 무너졌군.] [물론 사부가 세상으로 뛰쳐나오면서 남기신 흔적일 테고...] 덩치가 가장 큰 뇌공량이 무너진 절벽쪽을 보며 말하고

포숙정;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군요.]

포숙정; [삼대극독(三大劇毒)에 내장이 몽땅 녹고 끊긴 몸으로 삼년 넘게 살아있었다니...] 입술 깨물며

위극겸; [우리들의 사부 번뇌신존(煩惱神尊)께서는 삼성동(三聖洞) 사상 최고의 기재라 불리던 분 아닌가?] 포숙정에게

위극겸; [숨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은 상태로 갇혔으니 뭔가 소생할 방도를 찾아냈을 게야.] 이를 갈며 말하고

뇌공량; [내장이 썩고 녹아내렸을 텐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 [나 뇌공량(雷空量)으로서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할 경지야.] 고개 젓고

위극겸; [내가 안에 들어가서 둘러보고 오겠소.] 휘익! 뇌공량에게 말하며 동굴쪽으로 날아가고

휘릭! 동굴 입구에 내려서는 위극겸. 그 앞쪽에 종이짝같이 찢어진 두꺼운 철문이 있는데 그 철문 안쪽에 다시 철문들이 있다. 모두 종이짝처럼 찢겨졌고

뇌공량; [포(浦)사매는 이런 상황을 예상했었는가?] 위극겸이 극도로 긴장하며 철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포숙정; [지난 천여년간 무림을 좌지우지해온 사비세(四秘勢)의 으뜸인 삼성동의 동주를 누가 죽일 수 있겠어요?] 차가운 표정으로 말하고. 역시 시선은 동굴 쪽으로 향한 채

포숙정; [삼년 전 우리 세 사람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지만 사부를 완전히 영면(永眠)시키지는 못했었잖아요.]

뇌공량; [그때 이후로 단 한시도 떠나지 않던 불안의 원인은 역시 사부의 부활 가능성이었어!] 침통하게 끄덕이고. 그때

[뇌사형!] [포사매!] 휘익! 외침과 함께 새처럼 날아 나오는 위극겸. 손에 철판을 하나 들고 있는데 공포에 질려 덜덜 떨고 있다

뇌공량; [어찌... 어찌 되었는가?] 자기 앞으로 날아오르는 위극겸에게 묻고

위극겸; [삼성동 내부에 형체를 갖추고 있는 것은 오직 이것뿐이었소.] 덜덜 떨며 들고 온 철판을 내밀고. 두툼한 철판 위에 몇자가 적혀있다.

<我必尋汝> 네 글자다

<아... 아필심여(我必尋汝)!> <반드시 너희들을 찾아내겠다!> 그걸 보며 경악과 공포에 휩싸이는 포숙정과 뇌공량

위극겸; [사부... 역시 사부가 살아서 삼성동을 빠져나왔던 거요.]

포숙정; [사부가 반드시 찾아낸다고 했으니 우리들의 운명은 정해졌다고 봐야겠군요.] 처연하게 웃고

뇌공량; [지레 포기하지 마라 사매!] [천하는 넓고 숨을 곳은 많다.] 징! 들고 있던 철판에 힘을 주고. 그러자

주르르! 그대로 녹아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철판

심마니2; (철... 철판인 것같은데 얼음처럼 녹여버리다니...) 경악

뇌공량; [서로를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세상에 남긴 흔적은 모두 지우고 잠적하도록 하자.] 철판을 완전히 녹여서 아래로 떨어트리며 말하고

위극겸; [지난 삼년간 들인 공이 아깝지만 그래야겠소.] 끄덕이고

뇌공량; [철저하게 흔적을 없애야만 한다. 한명이 사부에게 잡히면 나머지 둘도 잡히는 건 시간문제이니...] 손을 털고

위극겸; [사형의 말이 옳소이다만...] 고개 돌려 포숙정을 보고

위극겸; [사내들인 우리들이야 숨는 게 비교적 쉬어도 어린 아들이 딸린 사매가 걱정이로군.]

포숙정;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쌀쌀 맞게

포숙정; [창천애에 변고가 생겼다는 보고를 받은 직후 이미 그 애를 맡길 곳을 수배해뒀으니까요.]

뇌공량; [우리 사형제들 중 모든 면에서 사매가 으뜸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 끄덕이고. 위극겸은 좀 찡그리며 동의하지 못하고

포숙정; [소매 포숙정(浦淑貞), 이승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드리겠어요.]

포숙정; [사부가 돌아가신 것이 확인되기까지 우리 셋이 다시 만날 일은 없을 테니까요.] 고개 숙이고

뇌공량; [아무쪼록 보신(保身)하거라.] [더 해줄 말은 없구나.] 마주 포권하고

위극겸;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말게.] 역시 포권하고

포숙정; [사형들의 후의(厚意) 잊지 않겠어요. 그럼...] 고개 숙이고

스스스! 몸이 안개처럼 흩어지고

위극겸; (이형환위(移形換位)가 극에 달했군.) 눈 번득이고

뇌공량; [나도 이만 가보겠네.] 우우웅! 몸이 진동하고

뇌공량; [떠나기 전에 버러지들을 박멸하는 것을 잊지 말게나.] 투쾅! 폭발하듯 단번에 까마득히 사라지며 말하고

위극겸; [살펴가시오 사형.] 아득히 멀어지는 뇌공량에게 포권하고

반짝! 빛을 발하며 사라지는 뇌공량

위극겸; [확실히 문제는 문제로군.] 포권했던 손을 내리고

위극겸; [괴물같은 이무외(李無畏)에 이어 사부까지 제거하여 천하가 나 위극겸(威極兼)의 손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생각했거늘...]

위극겸; [하지만 뇌사형이나 포사매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이 모든 게 내 계산에 들어있었다는 사실을...] 흐흐흐 웃고

위극겸; [결국 천하는 내 손에 의해 이리 될 것이다.] 슥! 손을 내렸다가 쳐들고. 심마니들이 숨어있던 곳을 향해서. 그러자

콰득! 콰드득! 심마니들이 숨어있던 곳의 집채만한 바위가 뽑혀 허공으로 떠오르면서 심마니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모두 사색이 되었고

심마니2; [들... 들켰다!] 벌떡! 일어나고. 사색이 되어

심마니2; [달... 달아나자!] 외치며 먼저 뛰어가려 하고. 심마니지1과 심마니 2도 사색이 되어 급히 일어나 달아나려 하지만

슥! 손을 다시 내리는 위극겸. 그러자

쾅! 콰직! 그대로 다시 내려 꽂혀 심마니들을 뭉개버리는 집채만한 바위들

드드드! 흔들리는 바위와 지면.

그 바위 아래로 심마니들의 팔, 다리가 삐져나와 있고 피가 흘러 나온다

위극겸; [사부건 누구건 나 위극겸의 앞길을 막는 자는 모두 저리 될 것이다.] 으하하하! 화악! 마귀처럼 웃으며 날아오르는 위극겸

으하하하! 위극겸의 웃음이 멀어진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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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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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三 章

 

        廣通渠에서의 感情 整理

 

 

 

-----등천마세의 새주인 탄생했다.

 

이 소문은 무리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급속도로 번져갔다.

등천마세가 사파의 하늘이었기에 소문은 보다 확실히 중원인들의 가슴을 파고 던 것이었다.

등천마세의 새주인,

그는 무적검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적검……

그리고 그에 대해 무림에 알려진 바는 전무(全無)하다.

전무하기에 더욱 무서운 느낌을 중원인들의 가슴에 심어 주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중원은 특히 정파무림인들은 등천마세의 새로운 주인이 탄생했다는 사실에 전율과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 동안 등천마세의 움직임이 지극히 잔잔했기에……

정파무림은 공존했고 폭풍전야 같은 정적을 잠시만이라도 유지할 수 있었지 않았던가?

비록 등마제가 무림에 소란을 일으키기는 했으나 일부에 국한 된 사실일 뿐이었다.

한데 등천마세의 힘을 일통한 인물이 등장했다는 사실에 무림인들은 새로운 전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등천마세의 잠재력은 이 새로운 주인의 등장과 함께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중원의 처처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필연처럼 혈겁이 발생했다.

무림은 바야흐로 풍운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무림인들은 온 신경을 무적검이라는 인물에게 쏟기 시작했으며……

그에 대해 구구한 억측이 무림을 횡행하기 시작했다.

 

-------무적검……

그는 마도 사상 최고의 기재이다.

그는 마교의 교주라고도 한다.

그의 등장은 정도무림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필연처럼 정은 땅에 떨어지고 마는 충천하는 상황으로 돌변하게 될 것이다.

정천보가 등천마세를 멸하고 이 땅에 정의 뿌리를 내리려면 시간을 지체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정천보는 지금 등천마세를 쳐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곧 천하는 등천마세에 먹히고 말 것이다.

 

이것은 뜻있는 강호인들의 애절한 충고였다.

그리고……

또 하나의 소문이 무림을 강타했다.

 

------정천보는 이미 움직였다.

정천보의 실질적인 핵심부 인물인 탕마사십사객들은 벌써부터 움직이고 있었다.

탕마사십사객들은 정천보가 탄생시킨 최고의 살수(殺手)들로서……

그들은 각자가 한 시대를 패주할 수 있으리만큼 가공할 무공을 지니고 있다.

지금 그들은 무적검을 척살하기 위해 움직였다.

 

탕마사십사객……

그들은 정파무림의 최후의 희망이었다.

그들의 최후 목적이 바로 정파무림의 운명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정파무림인들의 시선은 그들의 움직임에 집중이 된 것이다.

정천수호군주 왕혜려……

그녀는 등마제의 참담한 패배에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탕마사십사객의 일원이 되었다.

그리고,

무림은 풍운대격변에 휩싸인다.

 

× × ×

 

황하에서 장강까지 이어지는 수(隋)나라 때 만든 광통거(廣通渠)라는 운하(運河)가 지금까지 존재한다.

운하를 도도히 흐르는 강물이 천 년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채 흐른다.

돌고 도는 역사의 영고성쇠를 침묵으로 지켜온 이 천년의 운하에,

언제까지나 그래왔을 황혼(黃昏)은 다시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천지는 노을에 잠기고……

만화백초(萬花百草)가 강변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지금……

한쌍의 아름다운 남녀가 흐르는 물을 보고 앉아 있었다.

소일초와 주소아……

그들은는 다름아닌 소일초와 주소아였다.

천천히 한 잔의 술이 그의 입술을 적시고……

다른 잔이 주소아의 입술로 흘러든다.

부드러운 미소가 서로의 눈에서 눈으로 전해지고,

감미로운 사랑은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 사방을 포근히 감싼다.

이미 여러 순배의 술이 돌았는 듯,

주소아의 얼굴은 발그레하다.

입가에 묻은 술을 소매로 훔쳐내며 병을 들어 소일초의 빈잔을 채워준다.

세상에서 가장 술을 좋아하는 한 쌍이라면 바로 이들일 것이다.

술기운이 도는 듯 조금식 흔들리는 주소아의 머리는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게 했는데……

그녀는 자리를 살그머니 옮겨서 소일초의 옆에 와 기댄다.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면서 황혼에 붉어진 물결을 쳐다보며 손을 들어 소일초의 목뒤로 보낸다.

황홀한 사랑의 감정이 두 사람을 행복으로 이끌고, 가벼운 입마춤은 그들의 영원한 사랑의 맹세였다.

소일초의 손은 비스듬히 기대고 누운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내리고……

주소아는 그의 품에 얼굴을 뭍은 채 나지막히 얘기한다.

[어머니 보고 싶지 않아?]

[별로……언제나 나는 작은 어머니가 돌봐 왔는 걸……]

[너는 좋겠다……나한테는 한 분도 안 계신 어머니가 둘이나 있으니……]

[우리 어머니가 네 어머니도 되잖아. 부러워할게 뭐있어?]

[내가 부모도 없이 자랐다고 좋아하지 않으시면 어떡하지?]

주소아는 머지않아서 만나게 될 소선풍과 이주용에 대해서 상당히 민감하다.

그녀로서도 어른들의 반응이 두려운 것이다.

소일초의 사랑은 오직 자기뿐이지만 어른들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특히 소일초의 친어머니 이주용은 성미가 보통이 아니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게 그렇게 걱정돼? 너에겐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배경이 있는데……]

[할아버지? 어디 계신 지도 모르는 걸……]

[어쩌면 아버지는 알고 계실 지도 몰라. 그리고 이제 세상에 정식으로 이름을 알려야겠어.]

[할아버지께서 나를 찾아오시게?]

[그래……! 그리고 나는 그분의 독문표기를 알아.]

주소아가 머리를 들면서 물었다.

[뭔데? 바로 네 개의 혈기(血旗)야. 작은 어머니께서 전에 일러주신 적이 있어. 우리가 혈기를 사용한다는 소문이 퍼지면 직접 찾아오시겠지.]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흐르고 서로가 껴안고 갈대에 몸을 뉘였다.

[그런데 소아, 등천마세의 힘이 생각보다 더 가공한 것같지?]

[그래, 하지만 우리가 충성수를 다 해독해버리면 한천이기는 통제력을 잃어버리게 될 테니까 등천마세는 간단히 해체할 수 있어.]

그렇다.

그들이 얼마동안 등천마세에 있으면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실질적인 등천마세의 힘은 엄청난 것이었다.

등마제가 바로 한천녀의 손에 죽어버린 등천마세의 대교주 오공천이 주도한 것이었다.

오공천(吳恭天)……

그는 등천마세의 안으로 잠재된 내분을 억제하기 위해 그 욕망의 분출과 새로운 고수들의 영입을 위해 등마제를 만든 것이다.

그리하여……

지난 세월 동안 등마제로 인해 등천마세의 힘은 확장에 확장을 거듭한 것이었다.

[한천이기는 서로 부부가 되었으니 모든 것은 원천기가 주도할 거야. 그는 진정한 야심가거든……]

소일초가 붉게 물든 하늘을 보면서 말했다.

그의 팔을 베고 누운 주소아는 한 손을 그의 가슴에 얹고 쓰다듬었다.

[원천기는 천지파멸보다는 아무래도 요즘 무림에 뜻을 더 두고 있는 것 같지?]

[그들은 우리를 영원히 수족처럼 부리고 싶어 안달하지. 이미 등천마세에서 권력의 맛을 본 그들이야. 야망은 이제 그들의 모든 것이 되었을 거야.]

소일초는 잠시 말을 끊었다.

[강한 무공, 냉철하고 뛰어난 머리, 충분히 천하를 넘볼 만 하겠지……]

[그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주소아의 말에 몸을 일으키며 옆의 갈대를 꺽었다.

[이렇게!]

그는 지금이야말로 자신과 한천이기가 중대한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음을 느끼고 있다.

등천마세의 힘……

그것을 그들의 뜻대로 천지파멸에 사용하거나 무림을 피로 씻는 야망에 사용하게 할 수는 없다.

그는 호정수신(護正修身)을 외치는 백인장의 차대 장주인 것이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그와 한천이기는 서로의 뜻을 지속시키기 위해서 혈투를 벌여야 한다.

하나,

소일초와 주소아는 한천이기와 어떻든 한 동안 생사고락을 함께 해왔다.

그들도 그다지 밉지만은 아닌 인간들인데 혈투를 벌여야 한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 못된다.

때문에,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들의 처리 문제로 고심해온 것이다.

소일초가 주소아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다음 순간,

그는 어두워 오는 하늘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한천이기……이제 그만 나오너라……]

소일초와 주소아는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허공에서 환상같은 그림자가 소일초와 주소아의 앞으로 떨어져 내린다.

눈처럼 흰 백발을 표표히 날리고 있는 두 사람……

하나 그들의 얼굴은 아직 이십 대,

바로 한천이기, 칠십이기재들 중 최후로 살아남은 인물들인 것이었다.

그들은 고요하며, 죽음같은 회색으로 빛나는 눈빛으로 소일초를 한 동안이나 주시했다.

[소일초……당신은 갈등해서는 아니되오……]

원천기의 말이었다.

그리고 한천녀의 말이 뒤를 이었다.

[우리는 이 땅에……이 하늘에……천지파멸의 뜻을 칠십이기재들을 대신하여 펼칠 것! 그것이 이 땅과 하늘에 만개할 때까지 당신은 우리와 뜻을 함께 해야합니다.]

소일초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것은 너희들의 뜻이지……나의 뜻은 아니다. 나는 너희들처럼 한(恨)도 깊지 않고 세상을 저주할 생각도 없다.]

[당신의 뜻이기도 합니다……당신이 정통마교주이기에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고만 것입니다.]

한천녀의 말은 어떤 강력한 힘을 함축하고 있었다.

[정통마교주는 너희들이 붙인 말에 불과하지 않느냐? 한천녀, 너희들이 정통마교를 멸망시키고도 뻔뻔스럽게 그렇게 말하다니 후안무치(厚顔無恥)란 너희들을 일컫는 말일 것이다.

주소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역시 우리가 만든 마교칠십이절기를 익힌 사람, 당신도 우리의 뜻을 따라야 하오.]

한천기는 강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며 말했다.

소일초는 눈빛을 조용히 가라앉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아는 사람은 안다.

[나는 물론 소아도 너희들을 거부한다. 이제 어떻게 하겠는가?]

순간,

한천이기의 전신에 가는 경련이 일어났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야 만 것이다.

그들이 만들고자 했든 정통마교주는 결코 소일초와 주소아 같은 자들이 아니었다.

그렇다, 그들은 철저하게 천지파멸을 위한 앞잡이 정통마교주를 만드는데 실패한 것이다.

정통마교주라면……

그들이 만든 정통마교주라면 완전히 인간의 이성을 상실한 악마의 화신이 되어있어야 했다.

그리하여 오직 그들 한천이기의 뜻에 따르는 살아있는 도구가 되어있어야 하는 것이다.

한데,

한천이기가 처음 깨어났을 때 부터 사건은 잘못 진행되고 있었다.

뜻 밖에도 두 사람의 남녀가 마장탑에 들어 마교칠십이절기를 익혀버린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완벽하게 인간의 이성을 지니고 있다.

어떻게 해서 마장탑에 서려있는 마공들의 마기와 칠십이기재들의 몸에서 발산되는 마기들에 의하여 마성(魔性)에 물들지 않았는지는 자다가 깨도 모를 일이었다.

마성이 잠재해 있으리라고 까지 자위하면서 그들을 지켜봐 왔는데……

한천이기는 탄식을 터뜨렸다.

그리고 원천기가 타이르듯 말했다.

[소일초……너는 충성수의 힘을 감당할 수 없다. 지금 까지 우리의 뜻대로 등천마세를 장악한 이상……계속 우리의 뜻대로 움직여 주기 바란다. 허용되는 한도에서 너희들에게도 원하는 모든 것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

[충성수 따위 약물을 너무 믿는구나 원천기……]

소일초와 주소아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원천기는 입을 다물었다.

한천이기의 얼굴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그렇다면……소일초 당신은 죽을 수밖에 없지……]

원천기의 말은 무겁게 떨어졌다.

[이제야 오랫만에 의견일치를 보는 군, 나는 마장탑에서 부터 내 비위를 건드리는 너를 죽이고 싶은 걸 참아왔다.]

소일초가 주소아를 뒤로 보내며 한 걸음 나섰다.

그의 눈빛은 오랫만에 대하는 적수로 인하여 강렬하게 타올랐다.

한천녀가 한숨을 쉬었다.

[당신은 정말 두려움을 모르는군, 충성수도 충성수지만 우리는 마교칠십이절기를 완벽하게 익혔을 뿐만 아니라, 정통마교주를 제압할 수 있는 극성무공(極性武功)인 등천마룡을 지니고 있는데……]

주소아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소일초의 무공에 대해 철저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죽는 것은 너희들이야. 직접 싸워보면 너희들이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였던가를 알 수 있을 거야.]

[등천마룡을 능가할 수 있는 무공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

원천기가 냉소를 지었다.

[저 사람은 칠 세 때 이미 무림 십이 대 고수의 하나로 꼽혔어. 마장탑에서도 마교칠십이절기 정도는 안중에도 없었지. 너희들이 무적이니 어쩌니 떠들던 그 수법들도 저 사람에게는 조금도 통하지 않았어.]

주소아의 말에 한천이기가 눈이 소일초를 향했다.

그들의 눈은 사실인가를 묻는 듯 했다.

주소아가 잘라말했다.

[너희들의 무공이 당금 무림에서 십위 안에는 들겠지. 하지만 저 사람은 삼위는 차지하고도 남아!]

[나는 천하무적이다.]

원천기가 강경한 어조로 주소아의 말을 부정했다.

[무림에 상당히 어둡군, 바른대로 말하면 너희 정도의 무공을 지닌 자는 헤아릴 수 도 없이 많아. 당금 무림에는 고금제일인이라고 불리웠던 분이 계신데 어떻게 너희 따위가 고수로 자처할 수 있을까?]

[고금제일인? 혈기자 말이냐?]

[그렇다. 그분의 무공은 추측할 수가 없다. 이미 신선이 되셔서 불사의 생명을 얻으셨다. 그리고……]

한천이기는 주소아의 말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무공이 아무리 고강하기로서니 신선이 되어 불사의 생명을 얻다니……

[그분 다음으로 고강하신 분은 백인장의 장주이신 도왕 소선풍 대협이시다. 그분은 무적의 도법을 연성하셨고 내공의 깊이는 측량할 수조차 없다. 수 백 년동안 최강의 세력으로 불리워진 백인장을 이끄시는 분으로 혈기대종사 외에는 아무도 대적할 수 없는 분이시다.]

[…………]

[등천마교를 없애버린 고수들인 삼수마저도 그 분을 협공하고서야 겨우 동패구상을 당했을 정도였으니, 그분은 혼자서도 등천마교의 모든 힘보다 더 강하셨다고 할 수 있다.]

주소아의 말은 상당히 일리가 있었다.

비록 그녀가 자기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들 만을 거론할 지라도,

한천이기는 그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다음이 바로 저 사람이다. 먼저 말한 두 분 이외에는 어느 누구도 저 사람의 상대가 될 수 없다. 직접 싸워보면 실감하게 되겠지.]

[…………]

[사위부터는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는 많은 고수들이 존재한다. 천하를 세세히 들여다보면, 너희들 정도 되는 고수들은 백 명도 더 될 것이다. 백인장에만 해도 백인도객 중 적어도 이십 명 이상은 너희들과 겨룰 수 있는 실력이 있을 거야.]

한천이기가 정말로 무림에서 백위 정도의 고수 일 리는 없다.

그리고 백인도객 중에서도 한천이기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고수가 이십 명 이상이 있을 리도 없다.

몇 명이라면 혹시 모를까?

단지 주소아가 그들을 위축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말한 것일 뿐이다.

믿든 말든 백위에 거론 된 후에 삼위에 거론 된 자와 싸운다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일 수밖에 없다.

주소아는 자기의 조부를 당연히 제일로 꼽았고 다음으로 소선풍을 꼽았다.

그리고는 대뜸 자기의 사랑하는 사람인 소일초를 꼽은 것인데,

소일초가 진짜 삼위에 해당될지 안될지는 그녀도 모를 일이었다.

[한천이기 시작해 보자! 공부는 그만하면 됐다.]

소일초가 주소아의 말이 대충 끝난 것 같자 나섰다.

그때,

[한천이기 나는 가만히 있을 테니 잘해보라구……진정한 고수가 어떤 것인지 잘 봐두어야지 서열 백위 고수들……]

주소아가 한천이기의 기를 마지막으로 꺽는 말을 했다.

한천이기는 아무말 하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소일초가 판 함정에 걸려든 기분이었다.

소일초의 행동을 통제하겠다고 따라나선 것이 잘못된 것이었다는 것을 느끼는 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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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다시 청풍이 지존에게 공격당하고 있는 산길. 한쪽에는 호요희가 죽은 듯 쓰러져 있고. 청풍은 가슴을 움켜쥔 채 비틀거린다. 그 앞에서 오른손에 멸신창을 든 지존이 웅크린 왼손으로 청풍을 겨눈 채 웃고 있다.

지존; [어떠냐? 심장이 금방이라도 펑 터질 것처럼 느껴지지?] 우두둑! 내민 왼손을 웅크리며 웃고

청풍; [끄윽...] 고통에 떨면서도 염왕아를 앞으로 내밀고.

드드드! 염왕아가 맹렬히 진동하더니

청풍; [가랏!] 투쾅! 고함과 함께 손을 펼치자

쩡! 미사일처럼 날아가는 염왕아. 하지만

팟! 지존의 가슴에 닿은 순간 염왕아는 공간이동 하듯 사라지고

지존; [경험에서 배우는 게 없는 놈이로군!] 피식 웃고. 직후

퍽! 다시 나타나 청풍의 가슴에 깊이 박히는 염왕아

청풍; [끄윽!] 가슴에 염왕아가 깊이 박힌 채 눈이 풀리며 비틀거리고

청풍; (심... 심장이 일부 갈라졌다.) 주르르 입에서 피가 흐르고

지존; [이제 그만 포기하고 운명을 받아들여라.] [네놈이 오늘 이곳에서 본좌의 손에 죽는 것은 네놈에게 정해진 운수였다.] 우두둑! 손을 더 강하게 조이고.

청풍; (정신이... 흐려진다!) 눈이 풀리며 비틀거리고

청풍; (이... 이대로 끝장인 건가?) 스륵! 절망하며 쓰러지려 하고. 바로 그때

크왕! 콰콰콰! 한쪽 숲이 박살나며 거대한 용이 현장으로 날아든다. 실제 용은 아니고 용의 형상을 한 반투명한 기운이다.

지존; [신룡번?] 눈 치뜨고

[!] 비틀거리던 청풍도 놀랄 때

콰앙! 그대로 지존을 휩쓰는 용. 마치 철도 기관차나 덤프트럭 치고 지나가는 듯. 휘청하는 지존. 옷이 터지고 가슴에 소용돌이 치는 용의 형상으로 상처가 난다. 하지만

[!] 눈 부릅뜨는 지존. 그러자

펑! 지존을 지나친 용은 사라지고. 그래도

텅! 조여들던 청풍의 심장이 풀린다

청풍; [허억!] 콰당탕! 막혔던 숨을 확 토하며 바닥에 나뒹굴고. 그래도 움직일 수는 없는 상태

펑! 숲의 다른 곳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사라진 용이 타노에게 날아간 것

지존; [꼽추! 역시 살아있었구나!] 비틀거리며 그쪽을 보면서 눈을 부릅뜨고. 그자의 가슴 부분의 옷이 터져나가면서 원형의 용이 새겨져 있다. 전에 새겨졌던 용의 형상은 흐릿하지만 남아있고

청풍; (꼽추라면 설마...) 놀랄 때

화악! 지존의 뒤쪽 숲에서 또 한 마리의 용이 튀어나와 지존을 뒤에서 덮친다

지존; (신룡번이 하나가 아니었다!) 팟! 경악하며 다급히 돌아서려 하고

쾅! 돌아서려던 지존의 등을 덮치는 용. 지존의 등에서 강렬한 충돌이 일어나고

지존; [컥!] 쿵 쿵! 이번에는 제법 충격을 받아 앞으로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피를 토하는 지존. 등쪽의 옷도 터지고 용 형상의 상처가 났다. 그 직후

화악! 허공에서 내리 덮치며 오른손을 높이 쳐드는 타노. 귀원참회법에 의해 되날아온 신룡번에 맞아서 가슴 부분의 옷과 살이 터졌고 갈비뼈까지 일부 몸 밖으로 나왔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다.

청풍; (아버지!) 일어나려 애쓰며 그걸 보고 경악할 때

쩍! 내리긋는 타노의 손에서 거대한 용의 발톱 같은 형상이 세 개 일어나 그대로 지존을 수직으로 쪼갠다.

지존; [큭!] 쾅! 몸을 웅크린 채 비틀하는 지존. 그 주변의 바닥에 세 가닥의 깊은 골이 생긴다.

타노; [아비가 왔다!] 휘익! 청풍과 지존 사이에 내려서며 청풍을 돌아보고

청풍; (아... 아버지가 저런 고수였다니...) 일어나려 애쓰며 놀라고. 그래도 몸을 움직이진 못한다.

타노; [움직일 수 있으면 여길 떠라! 어서!] 부악! 다시 양쪽 어깨에서 두 마리의 용을 뽑아내며 외치고. 지존을 돌아보면서. 하지만

지존; [이거 놀랍군! 지난번 겨뤘을 때보다 더 강해져서 나타나다니...] 입가의 피를 손등으로 닦으며 웃고

타노; [오늘은 결판을 보자!] 크왕! 부악! 어깨에서 빠져 나온 두 마리의 용이 동시에 지존을 덮쳐간다. 하지만

펑! 슈학! 두 마리의 용은 지존의 몸으로 스며들어가 버리고

쾅! 갑자기 타노의 가슴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컥!] 피를 왈칵 토하며 비틀하는 타노

청풍; [아... 아버지!] 비명

지존; [귀원참회법에는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몸으로 체득했던 게 아니었느냐?] 웃고

타노; [움직일 수 없는 상태냐?] 지존의 말은 씹고 청풍에게 외치고

청풍; [죄... 죄송합니다!] 사력을 다해 일어나려 하지만 고개만 드는 정도고

타노;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 펑! 펑! 두 주먹 불끈 쥐자 양쪽 소매가 그대로 터지고

쩡! 쩡! 드러난 타노의 양쪽 팔이 비늘로 덮이고 양손은 길고 단단하게 변해 마치 용의 발처럼 변한다.

지존; [허어! 신룡천자의 또다른 절기인 신룡조(神龍爪)까지 보게 되는군.] 그걸 보며 감탄할 때

타노; [뒤를 부탁하네 단주!] 화악! 누군가에게 외치며 양손을 내밀어 지존을 움켜쥐려는 자세로 덮쳐간다.

지존; [신룡번도 통하지 않았는데 그것보다 약한 신룡조가 먹힐 거라 생각하는 건가?] 냉소하며 피하지 않는데.

타노; [크와!] 콰득! 갑자기 타노는 그대로 두 팔로 지존을 강하게 끌어안는다

지존; [무슨 짓을...] 타노의 두 팔에 몸이 감겨 경악할 때

스악! 뒤에서 소리없이 나타나며 요도 마사무네로 지존의 등을 찌르는 소수마녀

지존; [방수(傍手;도와주는 자)가 있었구나!] 눈 부릅뜰 때

푹! 요도 마사무네가 지존의 등에 박힌다. 이번에는 피가 튀고. 하지만 아주 깊이 박힌 건 아니다.

지존; [컥!] 그래도 피를 토하며 비틀하고

타노; [끄아아!] 우두둑! 전력으로 지존을 조이고

소수마녀; [크왓!] 우두둑! 역시 사력을 다해 요도 마사무네를 지존의 등에 밀어넣고.

지존; [네년이 감히!] 크왓! 고함 지르고

부악! 징! 지존의 몸에서 강한 진동이 일어나고

투캉! 그 진동에 그대로 부러지는 요도 마사무네. 이어

소수마녀; [악!] 펑! 가슴에 강한 충격을 받고 뒤로 날아간다.

쾅! 타노의 가슴팍에서도 폭발이 일지만

타노; [크왓!] 우두둑! 피를 토하면서도 사력을 다해 지존을 끌어안고

휘익! 피를 토하며 낙엽처럼 날아가는 소수마녀. 충격이 심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날아간다. 부러진 요도 마사무네도 놓치고.그때

살영; [단주님!] 화악! 소수마녀가 날아가는 쪽에서 날아오르며 외치고

팟!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소수마녀의 팔을 잡는 살영.

타노; [떠나게! 내 아들을 데리고...] 살영의 부축을 받으며 내려서는 소수마녀에게 외치고. 직후

지존; [누구 맘대로?] 부악! 쾅! 다시 몸에서 강력한 진동에 이은 폭발이 일어나고

콰득! 콰직! 타노의 팔이 그 폭발에 그대로 부러지지만

타노; [어서...] 우둑! 콱! 양쪽 손목을 서로 붙잡아 지존을 놓지 않으면서 외치고.

청풍; [아버지!] 울부짖을 때

살접; [가요!] 휘익! 휙! 살패와 함께 청풍의 좌우로 날아 내리고.

콱! 콱! 양쪽에서 청풍의 팔을 하나씩 잡는 살접과 살패. 이어

휘익! 날아오르는 살접과 살패. 하지만 그 직후

스윽! 늘어트리고 있던 멸신창을 움직여 타노의 팔 하나를 잘라버리는 지존

타노의 팔이 하나 잘리면서 타노의 팔에서 풀려나는 지존.

청풍; [아버지!] 살접과 살패의 손에 이끌려 날아오르며 비명

펑! 지존의 몸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 타노의 몸이 뒤로 튕겨지고

2-30미터 밖으로 날아가는 청풍과 살패와 살접을 보는 지존. 타노는 옆으로 나뒹굴고

지존; [이청풍! 오늘 여기가 네놈의 죽을 자리라고 말했었다.] 스윽! 거리를 두고 멸신창을 수평으로 긋는 지존. 아무런 흔적도 없고. 하지만

[!] 눈 부릅 무언가 깨닫는 살패

살패; [먼저 가라!] 팽! 청풍의 몸을 뒤로 멀리 던진다. + 살접; [악!] 청풍의 팔을 잡고 있다가 청풍과 함께 멀리 날아가는 살접. 직후

쩍! 그대로 살패의 허리를 갈라버리는 섬광

살접; [오라버니!] 비명 지르면서도 청풍의 팔을 잡고 날아가고

소수마녀; [살패!] 지존의 뒤에서 지존을 보는 자세로 날아가다가 비명 지르고

퍼억! 털썩! 살패의 두 동강 난 시체가 나뒹굴고

살영; [이탈해야만 하오 단주!] 외치며 뒤를 돌아보고. 그때

투학! 멀어지는 청풍을 보면서 멸신창을 소수마녀에게 던지는 지존. 돌아보지 않고

[!] 살영의 눈이 부릅떠지고

살영; [가시오!] 팟! 양팔 벌리며 돌아서서 소수마녀의 앞을 막고. 직후

퍽! 그대로 살영의 가슴을 관통하는 멸신창

소수마녀; [악!] 살영의 뒤에서 비명 지를 때

살영의 몸을 관통한 멸신창이 소수마녀에게 날아가려 하고. 그때

살영; [크왓!] 콱! 콱! 두 손으로 사력을 다해 멸신창의 손잡이 끝을 잡는다. 손잡이가 막 살영의 몸을 관통하기 직전이었다.

소수마녀; [살영...] 휘익! 뒤로 날아가며 비명.

살영; [어서... 가시오 단주!] 비틀하며 내려서다가

퍼억! 뒤로 나뒹구는 살영

소수마녀; [두고 보자! 두고 보자!] 으아아아! 울부짖으며 멀어지고

지존; [시끄러운 계집이로군.] 냉소하며 손을 살영에게 뻗고. 시선은 멀어지는 살접을 보며

펑! 살영의 시체에 박혀있던 멸신창이 튀어나와

콱! 지존의 손에 잡히고

지존; [생각지도 않은 훼방꾼들이 끼어들어 마무리를 짓는 게 번거로워졌군.] 멸신창을 잡고 청풍이 간 쪽으로 걸어가려 하고. 그러다가

멈칫! 발길을 멈추는 지존.

스윽! 쿠오오 지존의 뒤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일어난다. 양쪽 어깨에서 용이 빠져나오는 모습으로.

지존; [쯧!] 돌아서고

타노; [아직이다!] 쿠오오! 크와아앙! 양쪽 어깨에서 용이 한 마리씩 빠져나오는 모습으로 일어서는 타노. 팔 하나가 잘렸지만 표정은 변함이 없고

타노; [내 아들을 해치기 전에 나를 먼저 상대해야할 것이다.]

지존; [확실히 신룡천자의 후계자는 다른 점이 있군.] 어쩔 수 없이 타노와 마주 서고

지존; [어쩔 수 없이 꼽추, 당신부터 상대해야겠군.] 징! 멸신창으로 타노를 겨누고

타노; (뒤를 부탁한다 아들아.) 쿠오오! 크왕! 양쪽 어깨로 용들을 뽑아내며

타노; (황금전장을 떠날 때 아비에게 들은 말을 잊지 말고...) 크왕! 카앙! 두 마리의 용이 지존을 덮쳐가고. 지존도 멸신창으로 맞상대하려는 자세

 

#301>

휘익! 청풍의 팔을 잡고 날아가는 살접. 가슴에 염왕아가 박힌 청풍은 정신을 잃고 툭 늘어졌다. 앞을 보는 자세로

살접; (오라버니...) 살패를 떠올리며 울면서 날아가고

살패가 자신들을 던진 후 몸이 동강 나던 장면 떠올리고

살접; (미안해요! 미안해요 오라버니!) 울면서 날아가고. 그때

콱! 다른 쪽의 청풍의 팔을 잡는 여자의 하얀 손. 깜짝 놀라 돌아보는 살접

소수마녀; [이공자의 상태는 어떠냐?] 휘익! 앞을 보며 날아간다. 눈가에 눈물 자국. 표정은 없다.

살접; [기식이 엄엄하지만... 당장 죽을 것같진 않아요.] 눈물 닦으며 함께 날아가고. 양쪽에서 청풍의 팔을 잡고

소수마녀; [그나마 다행이로구나.] 날아가고

살접; (살영오라버니도 변을 당했구나.) 깨닫고

소수마녀; [곧 지존회... 아니 신선부의 대대적인 추격이 있을 것이다.]

소수마녀; [들킬 가능성이 가장 적은 은신처로 피신해야만 한다.] 그때

청풍; [화산...] 청풍이 고개 떨군 채 중얼거리고

흠칫 돌아보는 소수마녀와 살접

청풍; [화산... 창천애로... 데려가 주시오.] 고개 떨군 채 말하고

살접; [화산 창천애...] [거기에 뭐가 있지요?] 묻지만

고개 떨군 채 대답을 못하는 청풍

살접; [공자!] 대답을 재촉하지만 + 소수마녀; [원하는 대로 해주자.] 휘익! 날아가며 살접의 말을 막고

살접; (지금으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겠네.) 한숨 쉬고

청풍; (아버지...) 소수마녀와 살접에게 이끌려 날아가며 타노를 떠올리고. 여전히 고개를 떨군 채

<반드시... 반드시 복수해드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멀어지는 세 사람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302>

[!] [!] 경악하는 우유라, 날수선자, 천약옥녀. 우유라는 왼팔로 제갈소소를 안고 있는데

쿵! 그녀들 앞에 펼쳐진 참상. 살패는 몸이 동강나서 죽어있고 살영은 가슴에 구멍이 나서 죽어있다. 주변의 숲이 박살 나있다. 타노와 지존이 싸운 흔적

우유라; [잠시 자거라.] 팟! 제갈소소의 등을 찍어 잠이 들게 하고.

[으음...] 기절하듯 잠이 드는 제갈소소

천약옥녀; [대체...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우유라; [이공자와 관련된 싸움이었던 게 분명하다.] [흩어져서 주변을 수색하자.] 왼팔로는 제갈소소를 안고 오른손에는 전궁창을 든 채 한쪽으로 가고.

날수선자; [예 언니.] + 천약옥녀; [전 이쪽을 맡을게요.] 갈라져서 수색하는 두 여자.

살영의 시체로 다가가는 우유라.

살영의 시체 크로즈 업. 소매 속에 몇가지 암기가 숨겨져 있는 게 보이고

우유라; (몸의 여기저기에 암기를 숨기고 있다.)

우유라; (자객이란 뜻인데... 아마 이자들은 살인상단 소속일 것이다.)

우유라; (살인상단이 청부를 받고 이공자를 노렸던 것일까?) 생각하다가 흠칫! 하며 한쪽을 보고

박살난 숲 안쪽. 바위에 기대 앉아있는 타노. 팔과 다리가 하나씩 잘렸는데. 심장 부분에 커다란 구멍이 나서 뒤쪽의 바위가 보인다.

우유라; (끔찍해라.) 찡그리며 다가가고

타노의 모습. 물론 죽었다.

우유라; (누군가 잔인하게도 이 인물의 심장을 도려냈다.) 창을 든 쪽 손등으로 입을 가리며 진저리를 치고

우유라 (게다가 이런 인물이 당금 무림에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타노의 시체를 보며 생각할 때

[우언니!] 한쪽에서 들리는 소리. 돌아보는 우유라

천약옥녀; [여기 생존자가 있어요.] 풀숲에 앉아서 돌아보고. 다른 쪽에서 날수선자도 천약옥녀에게 다가가고 있고

우유라; [생존자?] 다가가고

우유라; [누가 살아남은 것이냐?]

천약옥녀; [직접 보세요.] 다시 자기가 보고 있던 것을 보고. 그 뒤로 다가오다 놀라는 우유라와 날수선자.

<호요희!> 두 여자의 놀람 배경으로 풀숲에 누워있는 호요희의 모습

 

#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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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二 章

 

          百刃莊의 다섯 刀客

 

 

 

얼마 전부터 무림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수들이 천하의 각 세력들 사이를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무공의 깊이는 강호에서 흔히 볼 수 없을 정도 였으며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그들 중의 수 명은 이미 등천마세에도 잠입해 있었다.

어깨에는 비스듬히 걸린 도(刀)……

그들은 군중 속에 숨어서 등천마세의 주인이 바뀌는 대 역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오공천의 처참한 죽음도 목격했고 미쳐버린 마금석도 보았다.

그러다 한 흑의인이 분해되어 죽어가는 처참한 광경도 보았다.

그런데……

한천이기가 무적검이라고 알려진 젊은 고수를 향해서 무심코 불렀던 이름,

그 이름이 그들을 일제히 한 곳으로 모이게 했다.

그곳은 등천마세의 인적이 끊긴 곳, 바로 미쳐서 떠나버린 마금석의 전각이었다.

 

[틀림없이 소일초라고 불렀소. 그리고 무적검 역시 부인하지 않았소.]

여섯 명의 인물 중 한 명이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게 보기에는 우선 나이가 맞지 않지않습니까?]

다른 한 명이 말했다.

[이건,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오. 비록 장주께서 우리에게 많은 재량을 주셨지만, 일단 먼저 보고하도록 합시다. ]

[좋습니다. 그럼 대정(大鼎)형께서 보고 하십시오. 우리는 이곳에서 계속 그를 관찰하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그때는 무심히 흘려들었는데, 그 원천기란 청년이 주소아란 이름도 부른 것 같소. 바로 무적검의 부인을 가리키는 말인 것 같은데, 그것은 바로 작은 주모님의 사질녀(師姪女)분의 이름과 같은 거요. 이건 보통 이상한 문제가 아닌 것 같소.]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소일초라는 이름은 아주 이상해서 보통사람이 지을 이름이 아닙니다.]

숙의를 거듭한 그들 중 한 사람이 빛살처럼 빠르게 등천마세를 빠져나갔다.

나머지 다섯 사람은 일제히 각기 다른 방향으로해서 소일초의 전각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 × ×

 

[한천이기의 충성수를 어떻게 상대하시겠어요?]

취풍녀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소일초가 대답 않고 덥석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갑작스런 그의 태도에 취풍녀가 당황하며 주소아를 보았다.

주소아는 못본 척 가만히 있었다.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는데 잠자던 취풍녀의 욕구가 손 잡힌 것 하나에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

사마귀는 마금석이 미치는 것을 본 터라 소일초의 갑작스런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제기랄……! 정말이야, 너도 몸 속에 충성수를 가지고 있어.]

소일초가 투덜거렸다.

순간 취풍녀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얼마 전에 본 그 처참한 광경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던 것이다.

[그럼……어……어떻게……하죠?]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소일초는 다시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사마귀들의 손을 차례로 짚었다.

사마귀 역시 충성수를 마신 흔적이 있었다.

[이건 생각도 못했어. 그들은 우리와 가까이 있는 것을 잘 이용한 거야. 멋지게 당했어.]

주소아가 말했다.

사마귀와 취풍녀는 조심스럽게 주소아와 소일초를 바라보고 있었다.

소일초는 천천히 방안을 걸어 다니며 골몰히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로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소아! 등천마세의 모든 놈들이 죽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나 아니면 구해주어야 하나?]

사마귀와 취풍녀는 의아했다.

자기들이 중독되어 죽느냐 사느냐 하는 판인데 소일초는 등천마세 모든 사람들의 생사를 거론하는 것이다.

역시 주소아도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주소아는 그의 눈을 빤히 보았다.

두 사람의 눈이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려는 듯 한 번 깜짝이지도 않고 있었다.

[네 뜻이 그렇다면 살려주도록 하자……하지만 잘하는 지는 결정이 서지 않아……]

소일초는 주소아의 눈에서 그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눈은 죽이고 싶지 않다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고마워, 왠지 나는 자꾸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두려워 져. 네가 사람을 죽이는 것도 그다지 좋게 생각되지는 않아……무공은 좋지만 피와 죽음은 싫어.]

주소아는 눈에 눈물을 담고 있었다.

소일초가 고개를 저었다.

[소아 너도 많이 변했어……나 역시, 이렇게 사람을 살리는 문제로 고민할 우리가 아니었는데……]

[우린 많이 자랐잖아. 변하는 것이 당연한 거야……]

주소아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주소아……

그녀는 지금 가장 감상이 풍부할 나이에 이른 것이다.

비록 몸은 완전한 발육을 했지만, 한 조각 낙엽을 보고도 감상에 젖어들고 작은 일에도 울고 웃는 열여덟인 것이다.

이 점은 소일초 역시 마찬가지 였다.

생각이 많아지고 깊이 생각하는 일이 요즘 들어서는 부쩍 많아졌다.

동선장에서 그가 보던 책도 원대(元代)의 희곡인 고칙성의 비파기(琵琶記)였다.

그 비파기를 읽으면서 깊이 빠져 주인공의 행동과 처지 하나하나에 자신이 희비를 경험했던 것이다.

스스로 호걸로 자처하던 그 인지라 주소아에게 책을 보고 눈물을 흘렀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던 것이다.

[충성수를 해독할 수는 있는 건가?]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던 투귀가 참지 못하고 그들의 감상을 깨뜨렸다.

[네……간단히요. 세째 아저씨……]

주소아가 눈물을 지우며 방긋 웃었다.

와아-------!

사마귀와 추풍녀가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은 소일초가 원천기의 말을 잘 들을 것 같지는 않고, 게다가 등천마세의 모든 인물들의 생사를 거론하자 아예 다 죽이고 함께 죽으려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털석털석------

사마귀는 의자에서 내려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죽었구나 하다가 긴장이 다 풀린 것이다.

그때,

주소아의 말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그러자면 배를 가르고 오장을 뒤집어서 깨끗한 물로 씻어야 해요.]

그말에 취풍녀와 사마귀는 넋이 나가 버렸다.

오장을 뒤집어서 물로 씻는다니……

그냥 죽인다는 이야기 아닌가?

정말인가 싶어서 모두 소일초를 바라본다.

소일초의 입에는 미소가 걸려있다.

[언니! 우릴 속였군요.]

취풍녀가 자기보다 열살은 더 적은 주소아를 언니라고 부르며 달려들어 겨드랑이를 간질렀다.

사마귀는 긴박한 상황에서 깜찍스럽게 속이는 그녀가 기가 막히는지 어이없이 쳐다보았다.

[큰아저씨한테서 배웠을 뿐이에요.]

[하하하하……]

방안가득 웃음이 흘러넘치면서 침울하던 분위기는 완전히 가셔버렸다.

 

× × ×

 

다섯 명의 신비한 도객들은 갑작스럽게 안으로 부터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에 당황했다.

지금, 무적검의 처소는 그들의 생각대로라면 숨도 쉴 수 없을 정도의 긴장과 분노로 가득 차 있어야 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그들은 누구의 저지도 받지 않았다.

등천마세의 삼대금역이라고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

이미 이곳에 운집해 있던 고수들은 한천이기의 거처로 된 등룡각을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접 들어가서 부딪쳐 보자. 적의를 가지지 않은 이상 다른 변고는 없을 것이다.]

한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그들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왔군! 안으로 들어오시지……]

도귀가 웃음을 그치며 밖을 향해 소리쳤다.

다섯 도객들은 흠칫 놀라며 어깨에 걸린 도를 한 번 잡아본 후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무적검을 만나러 왔소.]

그들 중의 한 사람이 대표로 말했다.

소일초와 주소아 등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서로 담소하고 있었다.

단지 도귀만이 일어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무적검을 만나려는 사람이 상당히 많군, 앞서 만나고자 했던 사람이 모두 죽었다는 걸 알고 있을 지 모르겠군.]

[우리는 단지 무적검을 한 번 만나려는 뜻 밖에 다른 의도는 없소.]

순간,

소일초와 주소아의 눈이 마주치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일제히 소리쳤다.

[장충보(張充寶)!]

[장아저씨!]

도귀와 말하고 있던 도객은 망연히 그 두 사람을 보았다.

[조아저씨와 진아저씨,두 분 권아저씨도 오셨군요.]

주소아가 기뻐하며 달려가는 데 다섯 도객은 주춤주춤 물러서며 어깨의 도를 끌러들었다.

사마귀의 안색이 확 변했다.

[백인장(百刃莊)!]

대뜸 투귀는 도망부터 치려고 했다.

백인장의 도객들의 도(刀)는 여러 가지 였으나 그 도신(刀身)에 새겨진 문장만은 동일했다.

바로 그 도를 사용한 초대 백인도객의 초상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어린도를 포함하여 백인장에는 초상이 새겨진 백자루의 도(刀)가 있고,

그 도 하나하나 마다 고유의 전래 도법이 있었다.

백인장의 수 백 명의 사람들 중에서 백인도객은 오직 백 명 뿐,

백인도객은 백인장의 자랑이고 자부심이며 모든 것이었다.

초상이 새겨진 도는 원로들도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전에는 가졌겠지만 후손에게 물러주고 자기는 다른 도를 사용하는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백인도객들을 본 사마귀는 자신들의 무공이 높다고 하지만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망치려는 투귀의 덜미를 주귀가 잡아당겼다.

[우리는 백인장의 새로운 실력자를 믿으면 돼.]

그가 다른 세 사람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소아는 달려가다가 그들이 도를 뽑아 들자 딱 멈추어 섰다.

[우리는 당신들이 누군지를 정확하게 알고자 합니다. 가능하면 숨기지 말고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장충보가 도를 옆으로 비켜들고 신중하게 물었다.

그들은 지금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자신들의 추측이 사실로 나타나기를……

소일초가 그들의 앞으로 격동된 모습으로 다가갔다.

[장충보, 아니, 이제는 장도객이라고 불러야겠지? 오랫만이오. 신물을 보여드리겠소.]

그는 신중하게 말하며 품에서 청옥소도, 즉 패도구룡인을 꺼내어 높이 들었다.

청옥소도에서 맑은 푸른 빛이 어른 거리며 실내를 환하게 만들었다.

[오오……]

[오…………]

다섯 명의 백인도객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외쳤다.

[백인무적(百刃無敵) 수신호정(修身護正)!]

소일초가 청옥소도를 장충보의 앞에서 보였다.

[확인해 보시오.]

무릎을 꿇고 장충보가 두 손으로 받으며 말했다.

[관례에 따라 장충보가 확인합니다.]

그는 신중히 청옥소도를 살펴보았다.

과연, 아홉마리의 용이 휘감고 있는 청옥소도는 진품이었다.

정중히 두 손으로 받쳐서 소일초에게 돌려주었다.

무릎을 꿇은 채 긴장된 눈으로 장충보를 바라보던 네 도객이 일제히 외쳤다.

[조영후가 소장주님을 뵙습니다.]

[진관평이 소장주님의 무사하심을 ……]

…………

소일초는 청옥소도를 회수하여 품속에 넣었다.

그러자 다섯도객이 일어섰다.

[소장주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곳에서 만나다니 이게 꿈입니까 생시입니까?]

진관평이 일어나자마자 물었다.

[소아! 이제 인사하도록 해.]

[장아저씨, 진아저씨, 조아저씨……저는 주소아예요. 안녕하셨어요?]

다섯 명의 백인도객,

장충보, 진관평, 조영후, 그리고 권일화와 권일수 형제……

그들은 소일초와 주소아의 이야기를 듣고 기뻐마지 않았다.

그리고, 소일초와 주소아는 백인장이 파양호 밑으로 숨어 있다가 이제서야 다시 일부 선발대가 나왔다는 말을 들었다.

백인장을 찾을 수 없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소선풍 도 건강을 되찾은 지 오래로 무공은 그전 보다 훨씬 더 깊어졌다고 한다.

사마귀도 멋쩍게 다섯 도객들과 인사를 하고 거듭거듭 잘 부탁한다고 했다.

진관평이 색귀를 보고 입을 열었다.

[색……]

[그냥 색귀라 부르시오. 앞으로 함께 지내게 될 터인데 서로 편안하게 부르도록 하시오.]

소일초가 진관평에게 말했다. 그는 이제 백인장의 도객에게 함부로 말할 수 없어 어투를 조심스럽게 하고 있었다.

그 역시 백인장의 장주가 지켜야 할 율법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고 있는 터에,

이렇게 성장한 지금도 어린애처럼 막 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의 말에 사마귀도 고개를 끄덕였다.

[색귀! 그래 우리 나이도 비슷한 듯하니 모두 친구처럼 지내세. 그런데, 자네 아정(阿貞)을 기억하나?]

색귀의 얼굴이 확 변했다.

어떻게 그녀를 모를 수 있는가?

백인장에 잡혀가 갇혀 있었던 것도 모두 그녀와의 사건으로 말미암아서 인데……

[아직 잊지 않고 있는 모양이군, 그녀는 아직도 자네 부인이라면서 수절하고 있다네……]

색귀의 중후한 얼굴은 바닥을 향해 수그려졌다.

모두 조용히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색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둘째야! 이젠 너도 정착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 마침 그녀가 아직도 너를 기다리고 있다하니 정착을 하려무나……]

주귀는 술을 들이켰다.

이런 남녀간의 문제는 누구도 개입하기 힘든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은 단지 색귀가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진도객! 그녀가 나를 용서할 수 있겠소?]

색귀가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

[그럼! 용서하고 말고……자네같이 멋진 남자가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진관평이 그의 손을 잡았다.

주소아가 웃었다.

[이제는 멋지게 술이나 마셔요. 제가 솜씨를 부려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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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휘익! 울창한 숲 사이로 난 산길을 날 듯이 걸어가는 청풍. 자신의 품에 안긴 호요희를 내려다보며. 호요희는 입 주변이 피로 물든 채 눈을 감고 있다.

청풍; (급히 손을 쓴 덕분에 목숨은 부지했지만...) 창백한 안색으로 눈을 감고 있는 호요희를 내려다보며

청풍; (혀가 상당히 크게 잘렸다.) (앞으로 말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겠구나.) 눈 감고 있는 호요희의 얼굴

청풍; (호요희가 이리 된 것은 나 때문이다. 서시응향에 중독된 날 구해준 게 원인이었으니...)

청풍; (세상 사람들이 이 여자를 어떻게 욕하든 매도하든 신경 쓰지 않겠다.)

청풍; (나로 인해 벌어진 일이니 끝까지 책임을 지고...) + [!] 생각하다가 갑자기 눈을 부릅뜨고

지지직! 온몸에 전기가 돌고 소름이 끼치는 모습이 되는 청풍

청풍; (가공할 살기!) 휘익! 급정거하며 앞을 보고

쿵! 앞쪽에 뒷짐을 진 자세로 서있는 지존. 허리춤에는 50센티쯤의 강철봉, 멸신창을 꽂고 있고

청풍; (저자...) 눈 부릅

<상상을 초월하는 고수다!> 쿠오오! 지존의 몸에서 일어나는 가공할 기운

청풍; (저 정도의 압도적인 기세를 발휘할 수 있는 인간은 당금 무림에 단 한 명뿐이다.) + [지존!] 굳어진 얼굴로 입을 열고

지존; [어쭈...] 피식 웃고

청풍; [역시 오늘 심우장에서 벌어진 일은 귀하의 사주였군.]

지존; [좋다 좋아! 진심으로 감복했다 이청풍!] 짝짝 박수치고

지존; [본좌를 한 눈에 알아보았을 뿐 아니라 오늘 일의 전말까지 단박에 눈치 채기도 하고...]

지존; [역시 넌 살려두기엔 너무 뛰어난 놈이로구나.] 쿠오오! 몸에서 칙칙한 기운이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청풍; (저자의 몸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숨을 쉬기조차 어렵다.) 쩡! 쩡! 얼굴이 굳어지는 청풍의 몸에서 검 모양의 빛이 수없이 삐져나오고

지존; [약관도 안된 놈의 검벽신공이 검성 섭장천에 못지않군.] 그걸 보며 눈 번득이며 감탄하고

지존; [후환을 없이 하기 위해서라도 오늘 반드시 네놈을 염라전으로 보내야겠다.] 쿠오오!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일어나고

청풍; [할 수 있으면...] 부악! 검 형상의 빛들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청풍; [해보시오!] 투쾅! 쩍! 이미 지존을 관통하고 있는 여러 개의 검의 형상들

검의 형상들에 관통당하며 비틀하는 지존

청풍; (해치웠다!) 눈 치뜨고 흥분하지만. 직후

퍼억! 퍽! 청풍의 가슴을 뚫고 들어와 등으로 빠져나가는 검 형상들

청풍; [컥!] 안고 있던 호요희를 떨어트리며 뒤로 넘어가는 청풍

콰당탕! 퍼억! 호요희가 바닥에 나뒹굴고 청풍의 몸도 뒤로 나뒹군다. 가슴에서 피를 뿜어내며

청풍; [끄윽...] + (이게 무슨... 저자에게 날린 검벽신공이 되돌아와서 나를 공격하다니...) 벌벌 떨고. 입과 코로도 피가 흐르고

청풍; (요행히 심장은 빗겨갔지만 하마터면 즉사할 뻔 했다.) 일어나려 애쓰면서 헐떡이고. 입과 코로는 피가 줄줄

지존; [본좌는 반 년 전, 검성과의 일전에서 깊이 깨우친 바가 있었다.] 스스스! 몸에 박혔던 검의 형상이 사라지면서 웃고

지존; [그 덕분에 오랫동안 고민하던 난제를 풀 수 있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귀원참회법이다.] 자기 몸에서 사라지는 검의 형상들을 보고

청풍; [귀... 귀원참회법!] 사력을 다해 일어나고. 입과 코로 피를 줄줄 흘리며

지존; [본좌가 속한 문중의 술법인데...] [이름 그대로 적의 살기를 되돌려 보내 참회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청풍; (내가 만든 은원살법과 유사한 무공이다.) 창! 비틀거리면서 도룡보도를 뽑고

지존; [다만 지극히 난해해서 개파조사님 외에는 연마해낸 사람이 없다고 전해지는 술법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만만하게 설명하고

지존; [다행히 본좌는 검성과의 일전을 통해 얻은 심득으로 귀원참회법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청풍; (저자의 말은 결코 과장도 허언도 아니다.)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면서 지존을 노려보고

<방금 전 구사했던 검벽신공의 힘이 되돌아와 날 공격한 게 그 증거다.> 여기저기 구멍 난 가슴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청풍; (저자를 상대로 무공을 쓰는 건 자살행위!) 팟! 지면을 박차며 앞으로 쇄도하고. 지존은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청풍; (도룡보도의 날카로움을 빌어서 직접 공격해야한다.) 쩍! 벼락같이 도룡보도를 내질러 지존의 심장 부위를 찌른다.

푹! 도룡보도의 칼날이 지존의 심장 부위에 깊이 박힌다.

 

#297>

심우장. 정문이 열려있고. 그곳으로 나오는 우유라. 왼팔로는 제갈소소를 안고 있다. 오른손으로는 청풍이 준 전궁창을 들고 있고

우유라; (호천맹은 사실상 와해되었다.) 심우장 정문을 등지고 걸어오며 생각하고

우유라; (머잖아 지존회의 전면적인 공격이 시작될 게 분명...) (한시라도 빨리 세가로 돌아가 방비를 강화해야만 한다.) 생각하는데

[언니!] [같이 가요!]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돌아보는 우유라. 제갈소소도 우유라의 어깨 너머로 뒤를 보고

심우장 정문으로 달려 나오는 두 여자. 날수선자와 천약옥녀다.

제갈소소; [예쁜 언니들이 오고 있어요.] 눈 반짝

우유라; [그렇구나.] 멈춰 서서 두 여자를 기다리고

날수선자; [함께 가요 우언니!] + 천약옥녀; [저희들도 호천맹에는 정나미가 다 떨어졌어요.] 다가와 멈춰서며 말하고

우유라; [잘 생각했다.] 고개 끄덕이고

우유라; [여기서 시간 허비하기보다는 빨리 문중으로 돌아가 유사시를 준비하는 게 현명한 대처다.] 다시 돌아서서 걸어가며

천약옥녀; [유사시라면...] 깨닫고 눈 치뜨고

날수선자; [호천맹이 유명무실해진 틈을 타 지존회가 삼문육가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시도하겠군요.] 역시 깨닫고

우유라; [문중의 어른들을 설득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게다.] 걸어가며 말하고

우유라; [하지만 너희들이라도 나서서 만약의 사태에 준비를 해야 한다.] 말하며 큰 길을 벗어나 샛길로 들어선다. 청풍이 간 쪽이다

천약옥녀; [그래야할 것 같은데...] 말하다가 흠칫 하고

천약옥녀; [이 길... 이청풍공자가 간 쪽이로군요.] 깨닫고. 날수선자도 깨닫고

우유라; [가능성은 적지만... 혹시 이공자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니 이 길로 가봐야겠다.] 휘익! 말하며 몸을 날리고

천약옥녀; [그래야겠어요.] 휙! 역시 몸을 날리고. 날수선자도 몸을 날리고

날수선자; (다지관음 우유라...) 따라가며 앞서 날아가는 우유라의 뒷모습을 보고

<아무래도 저 여자 제갈량 역시 이공자에게 연모의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같네.> 얼굴에 좀 홍조를 띤 우유라의 얼굴. 그 뒤에서 천약옥녀와 함께 날아오며 유심히 보는 날수선자

 

#298>

다시 청풍과 지존이 싸우는 곳

쿵! 청풍이 내지른 도룡보도가 지존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칼날이 거의 절반쯤 지존의 몸으로 사라진 상태

청풍; (해치웠다!) 칼을 내지른 자세로 멈춰서며 눈 부릅. 하지만

지존; [쯧쯧...] 혀를 차고. 가면 속에서 눈이 웃고 있고

청풍; (웃어?) 경악할 때

툭! 지존의 가슴에 박힌 도룡보도의 날이 뚝 끊긴다. 다른 칼로 잘린 듯

청풍; (도룡보도의 칼날이 사라졌다!) 경악하며 급히 지존에게서 떨어질 때

푹! 청풍의 가슴에 박혀 끝이 등 뒤로 나오는 도룡보도의 칼날. 지존의 가슴에 박혔다가 잘려진 부분이 나타난 것

청풍; [컥!] 가슴에 부러진 칼날이 박힌 채 비틀거리며 물러서고.

지존; [미리 말해주지 않아 미안하군.] 슥! 웃으며 허리춤에서 멸신창을 뽑고

지존; [귀원참회법은 살기든 무기든 가리지 않고 발동된다.] 쩡! 멸신창에서 1미터가 넘는 칼날이 쭉 빠져나온다.

청풍; (그런 말도 안되는...) 비틀 뒤로 물러나고.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며. 가슴에는 도룡보도의 칼날이 박혀있고

지존; [알았으면 절망하면서 죽어라.] 쩍! 멸신창으로 청풍을 비스듬히 베고

청풍; [큭!] 칼날이 반쯤 부러져 사라진 도룡보도로 휘두르며 뒤로 물러서고. 하지만

서걱! 쩍! 멸신창의 날이 스치자 도룡보도의 칼날이 간단히 잘리고 그 안쪽의 청풍 가슴도 비스듬히 갈라진다. 그 일격으로 죽지는 않지만 뼈가 드러날 정도로 깊은 상처

푸학! 갈라진 가슴에서 피를 뿜어내며 뒤로 쓰러지려는 청풍. 이제 거의 손잡이만 남은 도룡보도를 떨구면서. 하지만

콱! 뒤로 내딛은 발로 지면을 밟아 쓰러지는 것을 겨우 면하는 청풍.

따당! 칼날이 거의 다 사라진 도룡보도가 청풍의 앞쪽 바닥에 떨어지고

지존; [대단한 의지력이다만...] 슥! 다시 멸신창을 휘두르려 하며 웃고

지존; [의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이 수다한 게 세상이다.] 스악! 다시 멸신창으로 청풍의 목을 비스듬히 베어오고

청풍; (지금 몸 상태로 피하는 건 불가능...) 슥! 목으로 날아드는 지존의 멸신창을 보며 급히 오른손을 왼쪽 소매에 넣고. 직후

캉! 청풍의 목에서 강한 불꽃이 튀고 소리가 난다

지존; [!] 멸신창을 휘두른 자세로 눈 부릅뜨는 지존

쿵! 청풍이 소매 속에서 검고 날이 짧은 비수를 꺼내 자기 목을 치려던 지존의 멸신창을 막았다. 칼날 길이가 한 뼘 정도인 비수인데 전체가 검은 색인 비수다. 검은 칼날에는 귀신 문양이 새겨져 있고 손잡이도 귀신 머리 형태를 하고 있고. 바로 염왕아. 염왕아의 모습은 #1> #79>에서 나왔었음.

청풍; (다행히 도룡보도와 달리 이 비수는 저자의 무기에도 잘리지 않았다.) 안도하며 비틀할 때

지존; [염왕아!] 경악하며 비명 지르고

청풍; [!] 비틀 뒤로 물러서며 놀라고

지존; [네놈이... 네놈이 어떻게 염왕아를 갖고 있는 것이냐?] 놀라서 청풍을 추격하는 것도 잊고 경악하고

청풍; (저자가 염왕아를 알아보았다! 그렇다는 건...) 비틀거리며 역시 놀라고.

그런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기억. #79>에서 위극겸이 남긴 유언

 

<염치없지만 그대에게 한 가지 간절한 부탁이 있다. 훗날 나의 등에 꽂혔던 비수 염왕아를 알아보는 자를 만나면 불문곡직 죽여 달라는 게 그것이다.> 이어지는 글의 내용 나레이션

 

청풍; (혼원동천 입구에 유언을 남긴 인물을 죽인 범인이 지존, 바로 저자였다!)

지존; [놈! 어서 말해라!] 멸신창으로 청풍을 겨누며 눈 부라리고

지존; [염왕아를 어디서 얻었...] + [!] 말하다가 눈 치뜨고

츠츠츠! 옷이 갈라진 틈으로 보이던 청풍의 가슴의 상처가 아물고 있다. 검벽신공의 날들이 박혔던 곳의 상처도 아물고 있고

지존; [상처가 생기자마자 재생되는 복원력...] [본문의 문주만이 수련할 수 있는 혼원불훼법(混元不毁法)까지 익혔구나.] 덜덜

청풍; (그러고 보니...) 콱! 자기 가슴에 박힌 도룡보도의 칼날을 잡고

청풍; (나는 부상을 입어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회복이 빨랐다.) 스윽! 오만상을 쓰며 칼날을 가슴에서 뽑아내고

청풍; (아마 염왕아에 죽은 인물이 이전해준 무공 덕분일 텐데...)

청풍; (그 무공의 이름이 혼원불훼법...) + [!] 생각하다가 눈 부릅뜨고. 도룡보도의 칼날을 거의 다 뽑아냈고

청풍; (맙소사!) + [혼원불훼법을 당신이 속한 문파의 문주만이 익힐 수 있다?] 팟! 도룡보도의 칼날을 완전히 뽑아내고. 상처에서 피가 튀고

지존; [!] 실수를 알아차리고 움찔! 하고

청풍; [그렇다는 건 당신이 문주를 암살했으며...] [당신이 속한 문파는 바로 신선부겠지!] 텅! 뽑은 칼날을 옆으로 던지고

지존; [흐흐흐! 머리가 정말 팽팽 돌아가는 놈이로군!]

청풍; (혹시나 해서 넘겨 짚어본 것인데... 내 추측이 사실이었다!) 전율하고

 

<혼원동천 앞에서 죽은 시신은 바로 신선부의 당대 신존(神尊) 위극겸이란 인물이었다! 선후의 남편이고 위상영소저의 아버지인...> 혼원동천 앞에서 무릎 꿇은 자세로 죽어있던 위극겸을 떠올리고

 

청풍; (그리고 선후의 말에 의하면 신존 위극겸은 오 년 전 중원에 들어갔다 온 후 성격이 일변했다고 했다.)

청풍; (그 말인 즉슨...) + [가짜...]

지존; [!] 움찔! 하고

청풍; [현재 신선부를 다스리고 있는 신존은 가짜였군.] [물론 지존 당신이 그 가짜일 테고...] 염왕아로 지존을 겨누고

지존; [흐흐흐! 정말 징그러운 놈이로다! 단번에 거기까지 유추해내고...]

지존; [네놈 말이 맞다!] [본좌가 바로 위극겸을 죽인 장본인이며 가짜 신존이기도 하다.] 왼손을 펼쳐서 청풍을 겨누고

청풍; (역시...) 긴장하며 뒷걸음질

지존; [하지만 그 사실은 네놈 외의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네놈은 오늘 여기서 확실하게 죽을 테니...] 징! 진동하는 손바닥을 청풍에게 겨누고

청풍; (또 다른 무공을 쓰려 한다.) 염왕아로 앞을 막는 자세로 뒷걸음질치고

지존; [혼원불훼법을 익힌 자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은 단 두 가지다.] [목을 치거나... 심장을 훼손하는 게 그것이다.] 지지징! 지존의 손이 점점 더 강한 진동을 일으키고

청풍; (되돌아온 검벽신공의 검기와 부러진 도룡보도의 칼날은 간발의 차이로 내 심장을 비켜갔었다.)

청풍; (내가 아직 죽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지존; [오 년 전 나는 독을 바른 염왕아로 위극겸의 심장을 찔렀고... 그 결과 위극겸은 심장이 녹아서 죽었을 것이다.]

청풍; (신선부의 부주 정도 되는 인물이 암살당한 게 이상하다 했더니 그런 내막이 있었구나!)

지존; [이제 네놈도 심장이 터져서 죽게 될 것이다.] 콰득! 넓게 펼쳤던 왼손을 웅크리고. 순간

콰득! 청풍의 심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움켜쥐어 오그라든다. 엑스레이 사진이나 해부사진처럼 보여주고

청풍; [컥!] 비틀! 가슴을 움켜쥐고 비틀거리고

지존; [흐흐흐! 신선부 십대절기중 하나인 착심탈혼법(搾心奪魂法)이란 것이다.] 콰드드! 왼손으로 강하게 무언가를 움켜쥐는 시늉하며 웃고

청풍; (심... 심장이 보이지 않는 힘에 조여져 터지려 한다.) 고통으로 이지러진 얼굴. 비틀거리고

지존; [본좌의 내공이 전개될 수 있는 최대치인 십장 안에서는 누구도 착심탈혼법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우두둑! 더 강하게 손을 웅크리고

콰드드! 청풍의 심장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오그라들고

청풍; [끄아아아!] 고통에 찬 비명

 

#299>

[!] [!] 날아오다가 놀라는 소수마녀와 살접과 살패와 살영. 소수마녀가 앞장 서고 그 뒤를 살접 등이 따라오던 중인데. 소수마녀는 요도 마사무네를 허리춤에 끼우고 있다

<끄아아아!> 멀리서 처절한 비명이 들리고. 순간

살접; [이... 이청풍!] 소수마녀의 뒤에서 비명

소수마녀가 흠칫! 할 때

살접; [이건 이청풍의 비명이에요. 틀림없어요!]

소수마녀;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로구나!) 쐐액! 폭발적으로 날아간다. 단번에 살접 일행과 거리가 멀어지고. 앞쪽은 험준한 봉우리들이 있고

살접; (제발...) 쐐액! 사력을 다해 소수마녀를 따라 날아가고

살접; (제발 무사하거라 이청풍!) 날아간다. 그 뒤를 살영과 살패가 따라가고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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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一 章

 

         吳恭天의 허무한 죽음

 

 

 

[오공천! 여기서 멈춰라.]

원천기가 고수들을 대동하고 오는 대교주 오공천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원천기와 한천녀는 백발을 휘날리며 수십 명의 정예고수들과 오공천을 냉냉하게 처다보았다.

오공천이 입도 열지 않고 좌우에 있는 그의 수하들을 돌아보았다.

[무엄한 놈!]

[감히 누구 앞에서……]

먼저 직속호위들이 몸을 날려 한천이기를 공격했다.

순간,

그들의 벌떼처럼 날아드는 몸을 보면서 한천이기는 콧웃을 쳤다.

[가소로운 것들……참된 주인을 몰라보다니……]

한천녀의 손에서 강렬한 부채살 처럼 수영들이 뻗어나오면서 그들을 뒤덮었다.

고오오오----------

[캑------캐액------]

순식간에 숨막히는 비명과 함께 한천이기를 향해 날아들든 오공천의 수하들은 몸이 짓이개 져서 죽어버렸다.

[마왕수!]

경악에 찬 오공천의 음성이 터져나왔다.

그렇다.

한천녀는 마교칠십이절기 중 하나인 마왕수를 전개한 것이었다.

소림의 칠십이절기 중 하나인 대자비수에 대적할 수 있는 잔인수(殘忍手)가 일초에 응축되어 만들어진 천하제일의 수공,

[오공천! 눈이 멀지는 않았구나. 그럼 이것도 한 번 구경해라!]

한천녀의 희고 가녀린 주먹이 앞으로 죽 뻗어나왔다.

한데,

그녀의 그 작고 가녀린 주먹은 그 순간 세상의 모든 파괴적인 힘을 모은 듯 잔인해 보였다.

살심을 절로 일으키는 한천녀의 주먹에 오공천을 위시한 모든 고수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순간 그녀의 주먹에서 폭발하듯 권영이 폭출되었다.

우우우웅-------

기이한 음향을 동반한 한천녀의 권영은 오공천을 위시한 그의 수하들에게로 몰려가고,

퍽퍽퍽퍼퍽--------

둔중한 음향과 함께 오공천의 수하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몸이 부서져 죽고 말았다.

오공천은 그녀 무공의 강함도 강함이지만 그녀가 쓰고 있는 무공이 자신의 것과 같은 것이라는 데 더욱 경악하고 있었다.

[당신들은 누구요? 어떻게 해서 마왕수와 아수라권을 알고 있소?]

[너의 주인이다.]

오공천은 그 말을 들으면서 오히려 점차 평온을 되찾고 있었다.

[삼수의 끄나풀이었군, 잘됐어.]

그는 마교칠십이절기의 부본을 가져갔던 삼수의 부하라고 한천이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삼수 따위가 어떻게 우리를 부릴 수 있겠나 오공천, 다시 말하지만 너의 주인이다.]

[으하하하하……두 가지의 무공을 가지고 그정도로 기고만장해 하는가? 애송이들……]

오공천은 극악한 기세를 일으키며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이때는 이교주 마금석도 변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달려왔다.

[못 믿는군,]

한천기가 차갑게 말했다.

[마장탑을 아는가?]

[말은 들은 적 있다. 정통마교가 만들었다는 것을……]

오공천이 자신있는 표정으로 당당히 말했다.

[우리들은 마장탑에서 나왔다.]

꽝-------

오공천과 마금석의 머리 속에서 화탄이 터지는 듯한 충격이 있었다.

[마장탑의 칠십이기재 중 가장 젊고 유능했던 우리가 살아서 나왔다.]

[그……그럴 리가……마장탑에서……왔다니……]

[증거를 보여주마.]

원천기의 두손이 모아지며 손바닥을 하늘로 보였다.

순간,

그의 손에서 선명한 묵룡이 동굴에서 빠져나오는 뱀인양 나와서 하늘로 올라갔다.

[등천마룡(登天魔龍)!]

오공천과 마금석이 경악을 터뜨렸다.

등천마룡(登天魔龍)……

이것은 등천마교의 상징이기도 했고 등천마세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한 칠십이기재가 만든 최후의 무공이기도 한 것이다.

마금석은 털석 무릎을 꿇었다.

하늘로 솟구친 묵룡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원천기가 물었다.

[믿겠느냐?]

[…………]

[너희는 등천마교의 후예! 우리는 등천마교를 만든 주역이다. 조천수와 등천구마존은 우리의 수족이었을 뿐……]

마금석은 무릎을 꿇고 있었으나 오공천은 경악하면서도 굴복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세상은 이미 변했소. 당신들이 만든 등천마교는 이미 멸망하고 없소.]

[그래서?]

[등천마세는 나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나의 세력이요. 나는 당신들에게 굴복하지 않겠소.]

그는 자신의 모든 공력을 모으고 있었다.

한천녀가 말했다.

[오공천, 마교칠십이절기의 몇 가지를 익혔다고 세상이 네 야심에 굴복될 것으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무공은 그게 그거요. 한 가지라도 충실하면 모든 무공을 다 상대할 수 있는 것이오. 마치 하나의 칼로 여러 마리의 짐승을 잡을 수 있는 것 처럼……]

오공천의 이 말은 근본적으로 검마 또는 소일초의 견해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말귀를 못 알아 듣는군, 오공천! 네 무공이 강하든 말든 우리가 신경 쓸 것은 없다. 우리는 너의 야망을 좋아하지 않기에 이미 너를 제거하기로 작정하고 있었다.]

한천녀가 차갑게 말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오공천은 위축되지 않고 그녀를 정면으로 마주보았다.

무공은 비록 칠십이기재인 그들에게서 나왔을 지라도 사용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그들이 자기보다 나으리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오공천과 한천녀 사이에 무서운 살기가 흘렀다.

그들에게서는 넘쳐나는 마기 같은 것은 볼 수 없었다.

오직 모든 힘이 내부에 결집되어 폭발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는 확실히 다른 고수들과는 다른 것이었다.

[등천마룡에 의해 죽는 최초의 인물로 만들어 주마!]

한천녀의 손이 허공을 향해 올라갔다.

순간,

쇄애애애----------!

오공천의 몸이 허공에서 뒤집히며 두개의 발이 풍차처럼 돌면서 한천녀의 목과 허리를 찍어왔다.

어떤 무공에도 없었던 그만의 독특한 무공이었다.

머리를 사용한 박치기 같은 것이 위력이 강한 만큼 위험도 많지만 그의 각법은 박치기보다 더 강력하고 변화가 많았으며 안전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두 발에서 발산되는 경력은 어떤 호신강기도 다 파괴해 버릴 것이다.

진정 기이한 괴초였고 묘초였다.

이러한 수법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천하에 몇 되기 어려울 것이다.

물러서서 피할 수도 없고 솟구쳐 피할 수 도 없으며 전후좌우상하가 완벽하게 공격권에 들어간 때문이다.

하나,

상대는 마교칠십이절기를 직접 만든 사람들 중의 일 인이며 또한 그 무공들은 물론 최후의 무공인 등천마룡을 익힌 인물이었다.

오공천의 발이 한천녀의 허리와 목에 가까이 접근한 순간에,

아주 엉뚱하게도 한천녀의 하늘을 향한 손에서 묵룡이 뛰쳐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등 뒤에서 나왔다.

묵룡은 그녀의 몸을 감고 돌아 나오며 오공천의 수평으로 뜬 몸을 휘감아버렸다.

 

으아악----

 

모골이 송연해 지는 비명과 함께 오공천의 몸은 묵룡에 의해 산산히 흩어져 사방으로 살점과 피가 뿌려졌다.

한천녀는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비록 아슬아슬하게 오공천을 해치웠지만 오공천의 경력에 의해 턱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이름 값은 하는 놈이었군!]

과연……

오공천은 이름 값을 한 것이었나?

가슴에 품은 야망을 다 펼쳐보지도 못한 채, 자신이 갈고 닦았던 절세의 무공을 다 드러내 보이지도 못한 채,

등천마교의 원래 주인이라고 자처하는 한천녀를 만나서 하늘을 원망하며 죽어버렸는데……

마금석은 넋이 빠진 듯 멍청히 있었다.

그는 자기가 지금 살았는지 죽었는지 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무릎을 꿇고 있다가 천천히 일어서더니 휘청휘청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의 눈은 신지를 잃어버리고 있었다.

원천기가 소리쳤다.

[마금석! 이리와라!]

마금석은 그 말을 듣지 못한 듯 그대로 걸어갔다.

원천기가 몸을 날려 마금석의 앞을 가로막았다.

[반항하려는 것이냐?]

마금석은 눈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다.

[당신은 누구요?]

순간, 원천기가 어리둥절했다.

그가 정상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원천기는 그에게 길을 내 주었다.

이 시대의 고수들 중의 한 사람이었던 마금석 마저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미쳐버린 것이다.

마금석은 천천히 햇살 속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때,

이십여 장 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일곱 명의 남녀들 중 한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취풍녀였다.

그녀의 사형이자 첫 남자였던 오공천은 한천녀의 가공할 무공에 그 재주를 다 부려보지도 못하고 처참하게 시체도 남기지 못한 채 죽어버렸다.

불과 얼마 전 등룡각 밀실에서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았던 그 눈도 어디 있는 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두 번째 사형이자 한 때는 잠시나마 정을 주고받기도 했던 마금석은 오공천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미쳐버렸다.

어찌 오공천의 죽음만이 그 원인이 됐으랴?

소일초의 처소를 넘보다 죽음같은 치욕을 느낀 것도 단단히 한 몫 했으리라……

이제 저 백발의 두 남녀는 자기들의 사부인 등천구마존 마저 없애버릴 것이다.

그녀의 몸을 번갈아가면서 유린했던 그 악마들을……

그리고 새로운 악마로 등천마세를 장악할 것이다.

아니 등천마세는 이미 그들의 손에 있었다.

[한천이기에게 마교칠십이절기 외에 다른 무공이 하나쯤은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오늘 보게 되었군.]

소일초가 주소아에게 하는 말이다.

[신체의 어느 부분에서 발출 될 수도 있는 묵룡은 큰아저씨의 술로 만든 청룡보다 훨씬 고명하군요.]

주소아가 주귀를 돌아보았다.

[그 묵룡은 진기가 아니야. 강기로 만들어진 것이었어. 어떤 것으로도 그처럼 거대한 강기무공을 격파할 순 없어.]

도귀가 주귀에게 말했다.

[오공천의 무공도 저 여자에게 어떤 충격을 가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 오공천의 무공은 확실히 우리보다는 위에 있었어. 나라면 그 수법을 피할 수 없었을 거야.]

주소아가 웃었다.

[호호호……큰아저씨도 청룡을 부려서 똑 같이 처치하면 되지 않았겠어요?]

주귀는 머리를 저었다.

[그 짧은 시간에 청룡을 만들 수도 없거니와 만들었다고 해도 오공천의 회오리치는 강기에 산산히 부서져 버렸을 거야.]

그가 말하는 사이에 소일초는 성큼성큼 걸어서 한천이기에게로 다가갔다.

한천이기도 소일초 등을 보는 중이었던 것이다.

[축하한다. 한천이기! 마침내 진짜 주인이 등천마세를 차지했구나.]

[우리는 나서지 않는다. 소일초! 네가 등천마세를 맡아줘야겠다.]

원천기가 말했다.

사방에서 한천이기가 끌어들인 수하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모두가 충성수(忠誠水)를 마시고 충성을 맹세했던 자들이지만 오늘 진정으로 한천이기의 능력을 보고 강렬히 끌려들고 있었다.

이것이 사파의 생리였다.

강한 자를 무조건 추종하고 따르는 것……

왜 강해야 하는 지 조차 따질 필요도 없고 왜 따르는지 도 생각지 않는다.

무조건 강한 것을 좋아하고 강해지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강하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

힘은 원초적인 무림에서 가장 강력한 법이다.

도덕도 의리도 모두 힘에 의해서 유지되는 것이 무림인 것이다.

[계속 너희들의 꼭두각시를 하라고? 너희들이 등천마세를 장악했으니 이젠 서로 찢어져야지.]

소일초가 원천기의 말을 거절했다.

원천기와 한천녀의 얼굴에 미소가 감돌았다.

[소일초, 그리고 주소아! 너희들은 영원히 우리의 수족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망각한 모양이구나.]

[이 년놈들이……! 또 기어올라? 수족인지 아닌지 한번 해보자.]

소일초가 화가 나서 기세 등등하게 원천기의 앞으로 다가갔다.

원천기와 한천녀는 슬쩍 뒤로 물러났다.

[소일초! 이미 너희들도 우리가 만든 충성수(忠誠水)를 마셨어. 그러니 곱게 말 듣는 게 서로를 위해서 좋은 거야.]

[충성수? 그게 뭔데?]

소일초가 걸음을 멈추면서 물어보았다.

[직접 보여주지……]

원천기는 아무래도 말로 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주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다.

손짓을 해서 가까이 있는 그의 추종자를 한 사람 불렀다.

[너는 충성수를 마셨느냐?]

불려온 흑의인이 충성으로 가득찬 음성으로 말했다.

[네! 저의 가슴은 주인님에 대한 충성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스스로도 멋지게 아첨했다고 생각했다.

[좋아, 너는 지금 죽어야 겠다.]

원천기는 잔혹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순간, 흑의인의 안색이 확 바뀌면서 주춤주춤 물러났다.

원천기가 가만히 있자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흑의인은 몸을 돌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원천기의 손에서 강맹한 흡입력이 생기면서 흑의인을 다시 끌어당겨 놓았다.

흑의인은 죽기도 전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원천기의 소리없는 일 장이 기척도 없이 그를 향해 뿌려졌다.

모든 사람들이 긴장된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원천기의 일장에 단번에 즉사하리라 생각했던 흑의인은 가만히 눈을 감고 서있었다.

원천기는 돌아서서 소일초에게 다가왔다.

[잘보고 결정하는게 좋을 거야. 어쩌면 네 운명이 될 수도 있는 장면이니까?]

순간,

사방에 둘러서 있던 사람들이 경악에 찬 외침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아앗……저……저럴 수가……]

[으으……어찌……]

원천기의 소리없는 일 장을 받았던 흑의인은 원천기가 가버리자 살았구나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작스런 사람들의 비명에 무슨 일인가 싶어서 둘래둘래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공포에찬 모습만 보일 뿐 별 다른 것이 없었다.

[무슨……악!]

말을 하면서 걸음을 옮기려던 그는 기절할 듯 놀랐다.

그의 바지 속으로 가득 흘러내린 것은 바로 그의 살이 아닌가?

그의 뼈가 허물을 벗고 있었다.

[으으으으……]

놀라움에 두려움에 비명을 지르는 그의 몸은 스스히 고통도 없이 살이 녹아내려 앙상하게 뼈만 남은 채 스러졌다.

역겨운 냄새를 풍기며 그의 해골은 가을 해를 내리쬐이고 있었다.

모골이 송연한 장면이었다.

고통도 없이 뼈에서 살이 분리되어 죽어가는 그 모습은 어떤 것보다 더 강한 두려움을 주었다.

주소아와 취풍녀는 얼굴을 돌렸다.

원천기가 득의 하면서 말했다.

[소일초, 우리 말을 듣는 것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겠지?]

[…………]

[충성수를 마신 사람은 원래는 삼개월 후에 발작하게 되지만 나의 징벌장(懲罰掌)을 만나게 되면 즉시로 발작하게 되지……]

소일초는 치를 떨며 분노했다.

[원천기! 너를 진작 죽여버렸어야 하는 건데……아무래도 너를 살려둔 것이 나의 최대의 실수가 아닌가 싶구나……하나 지금도 늦지는 않겠지……]

소일초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대적할 준비를 했다.

분노했던 마음은 순간적으로 평온을 되찾았으며 몸에서는 추측할 수 없는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소일초의 표정은 결연했다.

원천기는 어이없는 표정이었다.

[소일초, 너 역시 충성수를 마셨다. 나의 징벌장의 기운에 스치기만 해도 뼈가 분리되어 죽고 말 것이다. 잊은 것은 아니겠지?]

소일초의 결전에 임한 담담한 얼굴에는 비웃음이 담겨있었다.

[나는 그런 충……]

바로 그 순간이었다.

[더이상 말하지 마. 그의 요구대로 들어준다고 해.]

주소아의 빠른 전음이 그의 말을 끊었다.

소일초는 말을 멈추고 가만히 있었다.

주소아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음으로 말하는 경우란 거의 없는 그녀는 또다시 그의 살인을 저지한다.

금릉에서 은검삼형제를 죽일 때에도 그랬는데……

그가 가만히 있자 주소아가 나섰다.

[좋다, 너희들이 정 표면에 나서길 싫어한다면 우린 이름만 빌려주기로 하겠다. 대신, 우리의 행동을 간섭하지는 마라.]

원천기가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그래야지……그래야 그 아름다운 몸이 녹아내리지 않지……]

순간,

짝------!

원천기가 주춤주춤 세걸음이나 물러나며 눈에 혈광을 뛰웠다.

소일초가 그의 뺨을 때린 것이었다.

어떤 수법으로 자기의 뺨을 친 것인지 그는 보지도 못했다.

소일초의 무공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말까지 함부로 한다면 죽일 수밖에 없다. 너 따위 놈이 두려워서 양보하는 줄 알면 너는 모자라는 놈이다.]

[감히……감……]

[이미 너는 내 성미를 세번 건드렸다. 첫째는 우리가 처음 만났던 마장탑에서였고, 둘째는 우리 침실에서였다. 그리고 오늘 너는 나를 협박했을 뿐만 아니라 내 마누라마저 희롱하려 했다.]

그는 등을 돌리고 주소아에게로 걸어가 그녀의 손을 잡고 자기의 전각으로 걸었다.

[세 번의 양보는 끝났다. 마장탑에서의 신세도 끝났다. 다시는 양보하지 않는다.]

한천이기의 분노는 극에 달했으나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무공의 고하를 떠나서 소일초는 그들에게 아직까지는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소일초의 옆에는 사마귀와 취풍녀가 걱정스런 듯이 가고 있었다.

그렇든 말든,

등천마세는 그 주인이 바뀌었다.

실질적인 주인인 한천이기를 중심으로 등천마세의 힘은 결집되었으며, 표면적으로 이름만을 빌려준 무적검이 대외에 등천마세의 주인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한천이기가 원래의 천지파멸의 계획을 실현할 것인지 자신들의 새로운 야망을 실현할 것인 지는 소일초등 도 모를 일이다.

주소아는 왜 그들에게 계속 양보하려 하는가?

무림은 술렁이고 있다.

등천마세는 무림의 반(半)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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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

다시 심우장

모든 사람들 경악. 천약옥녀와 날수선자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고

우내사절과 삼문육가 가주들도 경악하고. 무애도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전율하고

끄륵! 입으로 피를 토하며 고개 떨구려는 호요희

[헉! 이 독한 년이...] [혀를 물었다!] 호요희의 팔을 잡고 있던 항마군영대들이 기겁할 때

청풍; [안돼!] 화악! 단상 아래를 덮쳐가는 청풍. 몸에서 폭발적으로 검의 형상들이 일어나고

[크악!] [컥!] 검의 형상에 궤뚫리며 비명 지르는 항마군영대. 호요희의 팔을 놓쳐서 호요희가 쓰러지고 있고

<검벽신공!> 단상의 사람들 놀라고. 위상영과 우유라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청풍; [호소저!] 화악! 단상 아래 내려서며 쓰러지려는 호요희를 끌어안고. 좌우에서는 가슴이 검의 형상에 관통당한 항마군영대가 쓰러진다.

청풍; [죽으면 안되오 소저!] 파팟! 호요희를 품에 안고 바닥에 주저앉으며 다급히 호요희의 혈도를 찍고. 호요희는 눈을 감은 채 입으로 피를 흘리고 있고

청풍; (혀가 끊어지긴 했어도 즉사하지는 않았다.) 이어 호요희의 목에 손을 대어 진맥하고

청풍; (하지만 너무 쇠약해진 상태에서 심적 타격이 커서 기식이 엄엄하다!) 징! 빛이 나는 손바닥으로 호요희의 가슴을 누르고

위진천; [저 요녀가 자결을 시도했으니 내가 대신 전말을 말하겠소.] 냉소하며 그걸 내려다보고

위진천; [이청풍! 저 추잡한 놈은 오래 전부터 쾌활림의 요녀와 붙어먹어왔소.] [그러고도 정인군자인 척 하며 여러분들을 농락한 것이오.]

[그런...] [탕마신협이 쾌활림의 요녀들과 놀아났다니...] [말 그대로 위선자가 아닌가?] [하마터면 저런 말종을 호천맹 맹주로 삼을 뻔 했다.] 사람들 분노와 혐오로 청풍을 보고. 날수선자와 천약옥녀를 중심으로. 두 여자도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전율.

위진천; [다른 계집도 아니고 호천맹의 적인 쾌활림의 요녀와 그렇고 그런 사이인 저자를 맹주로 용납하시겠소?] 단상 위의 사람들에게 외치고

독두신개; [영웅호색이라고 했네!] 우내사절중 유일하게 청풍을 옹호하고

위진천과 사람들 독두신개를 돌아보고

독두신개; [무슨 사정이 있어서 쾌활림의 요망한 년과 관계를 맺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상 아래에서 호요희를 안고 가슴에 손바닥을 붙이고 빛을 주입시키는 청풍을 보며 말하고

독두신개; [혈기왕성한 나이에 계집과 어울린 게 죽을 죄는 아니지 않은가?]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고. 그러자

무산신녀와 우유라, 몇 몇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러자

위진천; [좋습니다. 좋아요!] [역시 독두신개님은 풍류를 아시는 분이십니다.] 포권하며 비웃고. 이어

위진천; [그럼 이가놈이 호천맹의 맹주가 되면 안되는 마지막 결격사유를 공표하겠습니다.] 단상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하고. 이어

위진천; [벽공자! 앞으로 나오시오.] 누군가에게 외치고

청풍; (벽공자?) 불길한 예감에 고개를 들 때

사람들 사이에서 주춤거리며 나오는 벽세황. 겁에 질린 표정

청풍; (소장주!) 절망

위진천; [저분이 누군지 소개해드리겠소.] 벽세황을 가리키며

위진천; [벽세황 공자는 바로 천하제일의 전장으로 통하는 황금전장의 소장주요.]

[황금전장의 소장주!] [무림인도 아닌 저자가 왜 호천맹의 개파대전에...] 사람들 어리둥절할 때

위진천; [벽소장주!] [이청풍이라는 저자를 알고 있소?]

벽세황; [알... 알고 있소.] 청풍을 보며 갈등하고

위진천; [그럼 이제 저자가 누군지 벽소장주 입으로 밝혀주시오.] 야비하게 웃고

벽세황; [이... 이청풍은...] 갈등하며 청풍을 보고. 청풍은 체념하고 품에 안은 호요희만 내려다보고 있고.

그런 벽세황의 뇌리에 떠오르는 청풍과의 어린 시절. 함께 놀고 배우던 장면들. 앞에 나왔던 씬들을 모자이크로 묘사

위진천; (쉽게 결심을 못하겠다면 도와주어야겠지.) 벽세황의 망설이는 표정을 보며 냉소하고. 이어

위진천; <이 자리에서 이청풍이 누군지 증언만 해주면 혈부용은 영원히 벽소장주의 것이 되는 거요.> 벽세황에게 전음을 보내고. 그러자

움찔! 하는 벽세황

그런 벽세황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잠옷 차림인 혈부용이 자신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리던 장면이다. 그러자

벽세황; (미안하다 청풍아!) 입술을 깨물고

벽세황; (난 이미 혈부용이 없으면 사는 의미가 없게 되었으니...) + [이청풍은...] 결심하며 말을 꺼내고

모든 사람들 벽세황을 주시

벽세황; [우리 황금전장의 종이오.] 체념하며 내뱉고. 그러자

[황금전장의 종!] [맙소사! 탕마신협이 천한 종놈이었다니...] 사람들 경악. 날수선자와 천약옥녀도 경악하고

독두신개; [이런...] 탄식

온유향과 위상영도 찡그리며 주춤 물러서고. 우유라만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고

<종!> <하인!> <천출...> <짐승이나 다를 바 없는...> <종 주제에 우리의 영도자가 되려 했다고?> <죽일 놈!> <인간도 아닌 버러지가 감히...> 고개 떨구고 있는 청풍의 귀로 들리는 사람들의 속삭임

위진천; [여러분들도 이제 깨달으셨을 것이오.] [저자가 얼마나 간악하고 음험한 위선자인지를...] 청풍을 가리키며 사람들을 둘러보고

위진천; [종놈 주제에 명문가의 공자입네 하며 여러분들을 기만해왔으며...] [쾌활림의 요녀와 놀아난 것으로도 모자라 마침내 호천맹의 맹주가 되려고 했소.]

위진천; [저런 죽일 놈을 맹주로 섬길 생각이시오?] 그러자

남궁진; [절대 못하오!] 신나서 외치고

남궁진; [종놈을 맹주로 모실 바에야 혀를 물고 말겠소.]

[남궁공자의 말씀이 옳소!] [종놈 따위가 맹주가 되려고 했다니... 저 천한 놈을 쳐죽입시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는 자들의 선동. 그러자

[죽여라!] [저 위선자를 찢어죽이자!] [쾌활림의 요녀와 함께 불에 태워 죽입시다!] [종놈 따위가 감히 우리 삼문육가를 농락하다니...] 사람들 아우성치며 청풍에게 삿대질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벽세황은 당황하고. 그때

슥! 두 팔로 호요희를 안고 일어나는 청풍.

주변에서 아우성치던 사람들 움찔하며 물러서고

호요희를 안고 서서 단상을 올려다보는 청풍. 그러자

독두신개와 우유라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한다. 심지어 온유향과 우유라도

청풍; (그렇군.) 처연하게 웃고

<선후! 위소저! 당신들도 나같은 천출은 용납할 수가 없다는 거로군.> 고개 돌려 시선 피하는 선후와 위상영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이어

청풍; [좋소 좋아!] 으하하하! 고개 젖히며 비통하게 웃고

청풍; [한바탕 백일몽을 꾸었소.] [내가 있어선 안되는 자리였는데... 헛된 꿈에 취해 이런 수모를 당하게 되었던 거요.] 고개 젖히며 웃고

고개 떨군 채 입술 깨무는 위상영.

우유라; (이공자...) 한숨 쉬는 우유라

날수선자와 천약옥녀도 복잡한 표정

청풍; [부디 나란 인간은 잊어주시오.] [나 역시 여러분들과의 인연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겠소.] 슈우우! 제자리에 선 채 천천히 떠오르고

[헉! 저게 무슨...] [경신술을 펼치는 것도 아닌데 몸이 깃털처럼 떠오른다.] [우... 우화등선인가?] 사람들 경악하고

우유라; <군사!> 다급히 위상영에게 전음을 보내고

우유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어서 이공자를 잡아요!> 전음을 보내지만

[...] 여전히 고개만 떨구고 있는 위상영

슈우우! 그 사이에 청풍은 까마득히 치솟고. 이어

[으하하하하!] 휘익! 웃으며 미사일처럼 까마득히 멀어지는 청풍

우유라; (틀렸다!) 탄식하며 그걸 보고

<이공자를 잡아둘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군사였는데... 군사는 이공자가 천출이라는 걸 아는 순간 마음을 닫아버렸다.> 고개 떨구고 있는 위상영의 모습 배경으로 우유라의 생각 나레이션. 으하하하! 멀어지는 청풍의 비통한 웃음소리가 들리고

 

#294>

심우장이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 위. 지존이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 심우장쪽을 보고 있다. 멸신창으로 어깨를 톡톡 치면서. 혈부용은 그 뒤에 무릎을 꿇고 있다. 그러다가

[!] 흠칫 하는 혈부용

[으하하하!] 웃음소리와 함께 심우장에서 한줄기 그림자가 북쪽으로 날아간다. 거리가 2키로 이상이라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물론 호요희를 두 팔로 안은 청풍이다.

혈부용; (이청풍...) 눈 번뜩일 때

[으하하하!] 북쪽으로 까마득히 멀어지는 청풍

지존; [진천이가 공들여 추진한 공작이 소기의 목적을 거둔 것 같군.] 슥! 웃으며 바위에서 일어나고

지존; [그럼 본좌가 마무리를 지어야겠지?] 스스스! 지존의 모습이 흐려지더니

팟! 사라지는 지존

혈부용; (마치 꺼지듯 사라지셨다.) 일어나며 놀라고

혈부용; (회주님의 무공이 인간의 경지를 벗어나셨다는 증거인데...)

혈주용; (저런 회주님을 상대해야하는 이청풍이 가엾게 느껴지는구나.) 한숨

 

#295>

다시 심우장. 단상과 단상 아래 사람들 모두 청풍이 사라진 곳을 보며 웅성거리고 있다.

우유라; (비록 천출이라 해도 이공자는 절대검성의 후계자다.) 한숨 쉬며 역시 청풍이 사라진 곳을 보고

우유라; (그런 이공자를 내쳤으니 호천맹의 앞날은 결코 밝지가 않겠구나.) 한숨을 쉬고. 반면

히죽 웃으며 위상영을 보고 있는 위진천. 위상영은 상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다.

위진천; (그 마음 이해한다 위상영!) 웃고

위진천; (네년은 인간들 중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들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있는 신선부 출신...)

위진천; (아무리 이청풍에게 반했다 해도 종놈과는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겠지.)

위진천; (결국 네년은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운명인 것이다.) 생각할 때

[누가 온다!] [저자들은 또 누군가?] 사람들의 외침에 흠칫 하며 돌아보는 위진천

쐐액! 심우장 입구쪽으로 날아오는 담길을 태운 가마. 청풍은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서 마주치지 못했고.

위진천; (저자들은...) 놀라고

<황실의 환관들이다!> 담길을 태운 가마를 맨 환관들과 가마 앞 뒤로 날아오는 환관1, 2의 모습 배경으로 위진천의 놀람

벽세황; (맙소사!) 급히 사람들 사이에 숨고

벽세황; (앞서 오는 자는 황금전장에도 찾아왔던 동창 소속의 환관이다.)

벽세황; (그렇다면 저 가마에 탄 인물은 혹시...) 겁에 질려 사람들 사이에 숨고

독두신개; [불길하군. 동창의 인간들이 느닷없이 찾아오다니...] 역시 알아보고 말하고. 다른 우내사절들과 위상영, 온유향들도 흠칫 하며 보고. 그때

환관1; [예의를 갖추시오!] 가마 앞에서 날아오며 외치고

환관1; [동창 제독께서 도착하셨소!] 외치고. 그러자

[동창의 제독태감!] [맙소사!] [황실의 으뜸가는 권세가가 무슨 일로 호천맹의 개파대전에...] [불... 불길하구만.] 사람들 모두 경악

벽세황; (역... 역시...) 공포에 질려 숨고. 그때

휘익! 휙! 환관1, 2와 담길을 태운 가마들이 단상에 내려서고. 단상 위의 사람들 모두 긴장하며 보고. 그때

거구의 환관들이 한쪽 무릎 꿇고 앉으며 가마를 조심스럽게 단상에 내려놓고. 이어

환관1; [도착했습니다 제독님!] 휘장 안에 대고 말하고. 그러자

슥! 깡마른 손이 휘장을 젖히더니

가마에서 밖으로 나오는 담길

벽세황; (역... 역시 동창 제독태감 담길이었다!) 공포에 질리고

독두신개; <모두 언행에 조심하시오. 정말로 동창의 영수가 방문했소.>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할 때

담길; [이곳의 주재(主宰)는 누구신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말하고

온유향; [이 계집이 호천맹의 맹주 노릇을 하고 있사옵니다.] 앞으로 나서며 말하고

담실; [여러 말 할 것 없고...] 힐끔 온유향을 보고

담길; [이청풍공자가 여기 있다는 보고를 받았소.] [그를 본직에게 데려오시오.] 그러자

<동창의 수령이 왜 이청풍을...> 단장 위의 사람들 모두 긴장하고

온유향; [이청풍은 방금 전 떠났사옵니다.]

담길; [떠났다?] 눈살 찌푸리고

담실; [그대들은 오늘 이청풍공자를 신임 맹주로 옹립할 계획이 아니었소?] 온유향을 노려보고

온유향; [그것이...] 난감. 그때

위진천; [이가놈은 출신이 종이라는 게 들통 나서 쫓겨났소.] 끼어들고

담길; [뭐라고?] 경악. 분노. 위진천을 홱 돌아보고. 환관들도 분노하며 위진천을 일제히 돌아보고

담길; [네놈들 설마... 이청풍 공자를 종이라 모욕주고 쫓아냈다는 것이냐?] 불같이 화를 내며 단상 위의 사람들 둘러보고.

위진천; (저 환관놈이 왜 저렇게 분노하지?) + [그렇소!] 불쾌

위진천; [이가놈은 감히 종놈 주제에 호천맹의 맹주가 되려고 했소.]

위진천; [죽이지 않고 살려 보낸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 담길; [닥쳐라!] 버럭 고함. 그러자

드드드! 단상 전체가 무너질 듯 뒤흔들리고. 단상 위의 사람들 몸이 흔들려 기겁하고

<가공할 내공...> <동창의 환관들이 하나같이 고수라더니...> <우내사절에 필적하거나 능가하는 내공을 지녔다!> 단상 위의 사람들 경악. 특히 우내사절들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지고

담길; [이 어리석은 인간들!] 불같이 화를 내며 단상의 사람들 둘러보고.

슥! 무산신녀가 급히 온유향 앞을 막아서고

담길; [네놈들은 이청풍 공자가 누군지 알고...] 이를 갈 때 + 환관1; [제독님!] 급히 말을 해서 끼어들고. 그러자

멈칫! 하며 입을 다무는 담길

<뭐지?> <동창의 수령이 왜 이청풍을 중시하는 건가?> 단상 위의 사람들 불길한 표정을 지을 때

담길; [좋다 좋아!] [아직은 그분의 신분이 세상에 알려지면 안되겠지!] 심호흡으로 화를 죽이고. 그러자

<그분!> 경악하는 단상 위의 사람들

담길 [하지만 책임질 자리에 있는 너희들은 알아둘 필요가 있으니 귀에 담아 두거라.] [이청풍 공자는 바로...] 말을 끊었다가

담길; <황상폐하의 셋째 아들... 즉 삼황자전하시다!> 입을 다물고 전음으로 말하고. 그러자

꽝!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는 단상 위의 사람들

담길; <강호의 천한 나부랭이들이 감히 용맥(龍脈)을 이으신 분을 모욕하고 쫓아내?> 이를 부득 갈며 단상 위의 사람들을 노려보고. 위진천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 공황 상태에 빠져있고

담길; <만에 하나 삼황자전하의 신변에 불측한 변고가 생긴다면...> 슥! 몸을 돌려 가마로 가고

담길; <본직이 쓸 수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하여 무림을 기필코 세상에서 없이 하고 말 것이다.> + [가자!] 슥! 가마로 들어가고

화악! 가마를 메고 날아가는 거구의 환관들. 앞 뒤로 환관1과 환관2가 따라가고

멀어지는 담길의 가마. 그걸 넋이 나가 보는 단상 위의 사람들. 단상 아래의 사람들은 왜 저러나 하며 보고 있고. 그때

독두신개; [허허허! 헛살았도다! 헛살았어!] 처음으로 입을 열며 탄식하고

독두신개; [사람의 근본도 못 알아보고 허울과 모함을 믿어버리다니...] 다른 사람들도 부끄러워하고. 그때

퍼뜩! 정신 차리는 위진천

위진천; (안돼!) 파앗! 날아오르고

위진천; (이청풍의 신세내력을 모르는 아버지는 오늘 반드시 이청풍을 죽일 작정을 하셨다.) 쐐액! 청풍이 날아간 쪽으로 날아가고

위진천; (아무리 우리 신선부의 힘이 강력하다 해도 황실을 적으로 돌려서는 무사하지 못한다.)

위진천; (더 늦기 전에 아버지를 따라붙어야한다.) 심우장을 등지고 멀리 날아가고. 그때

우유라; (놀래라.) 손으로 가슴을 누르고. 얼굴이 좀 발개졌고

우유라; (이공자가 남다르다고는 느꼈지만 황제의 아들이었다니...) 미소

우유라; (아무래도 선후와 군사가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것같구나.) 망연자실하여 서있는 온유향과 위상영 모녀를 보고. 그때

비틀! 위상영의 몸이 흔들리고

온유향; [상영아!] 돌아볼 때

털썩! 바닥에 주저앉는 위상영. 다른 사람들이 돌아보고

온유향; [괜... 괜잖은 것이냐?] 다가와 살피고

위상영; (그래서...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 그토록 강대한 수호령(守護靈)이 이공자에게서 느껴졌었구나.) 고개를 떨군 채 망연자실하는 위상영. 그런 그년 뇌리에 떠오르는 #63>의 장면. 처음 강가에서 청풍을 만났을 때 청풍의 뒤로 거대한 유령같은 기운이 느껴지던 장면이다.

위상영; (그 정도 수호령은 천자의 것일 수밖에 없었는데...) 주르르 눈물 흘리고

위상영; (위진천의 모함에 휘말려들어 다른 사람들처럼 이공자를 외면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눈물 흘리는 위상영의 모습 배경으로 위상영의 생각 나레이션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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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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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 章

 

            朱小阿의 脅迫術

 

 

 

등천마세의 삼대금역 중의 한 곳,

 

등룡각(登龍閣),

 

바로 등천대교주 오공천(吳恭天)의 처소이다.

주변에는 보이지 않는 살기가 맴돌고 있는데 등룡각 안의 지하밀실에는 적지않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등룡각에 이처럼 많은 고수가 결집한 예는 등천마세가 창립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등천마세 전체가 이로 말미암아 술렁이고 있었다.

등룡각에서의 살기와 긴장은 등천마세 전체로 번져나가 등천마세는 살기와 긴장이 충천하고 있덨다.

등룡각에 모인 사람들……

그들의 사안(事案)은 오직 한가지였다.

무적검을 이제는 공동대항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대교주 오공천에게 고수들을 소집할 것을 요구했고, 오공천은 그들의 말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등천마세의 칠할을 잠식해 버린 것은 소일초가 아닌 한천이기라는 사실을 그들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낯선 자에게 등천마세를 통채로 내주기 전에 대교주를 중심으로 뭉치려는 지금의 행동은 그들의 위기감이 얼마나 고조되었는가를 말해주고 있다.

등천구마존과 이교주 마금석, 그리고 삼교주인 취풍녀도 있었다.

바로 금포의 삼십대 사나이 앞에……

오공천이다.

등천구마존의 제자이면서도 일찌기 스승들의 경지를 훨씬 초월해 버린 기재,

등천마세는 그가 있었기에 창설될 수 있었고,

그가 있었기에 무림을 양분하는 거대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

사부인 등천구마존마저 두려워 마지않는 대효웅,

이교주 마금석도 삼교주 추풍녀도 두려워하는 인물,

그는 묵묵히 사람들을 소집해 놓고 가만히 있었다.

지금 등룡각 밖에는 오공천을 추종하는 모든 세력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밖으로는 소일초에게 몰려있는 고수들이 있다.

오공천은 활동력이 왕성한 사람이 아니다.

야망은 헤아릴 수 없이 강하다.

그러나 행동의 거의 없는 사람인 것이다.

지금까지 대외적인 일은 거의 모두 취풍녀가 해왔다.

그녀는 오공천의 철저한 수족이었고 종이었다.

그만큼 오공천은 무림에 드러나지 않은 신비인이었다.

그러나……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등천마세는 존재할 수 있었으니……

그는 오늘 등천구마존과 그의 두 사제인 마금석과 취풍녀, 그리고 사은자(四隱者)에게 소집을 요구했으나 사은자는 불참이다.

취풍녀는 따로 떨어져 앉아 있었다.

그녀는 명령에 의해 참석하기는 했으나 소일초의 사람으로 자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타도 무적검의 기치는 밀실 안에서 부터 더 높아가는데……

드디어 오공천의 입이 열렸다.

[나는 오공천! 두려워 마라. 그를 만나겠다.]

오공천은 말을 끝내고 일어서 밀실을 나갔다.

(대사형! 당신의 마지막 날도 멀지 않았어요. 내 일생을 파괴한 사람……)

취풍녀는 그의 뒷모습을 강렬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오늘 이곳에 올때 죽음을 각오했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소리높여 성토할 것이고,

그녀는 오공천에게 저주를 퍼푸으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공천이 직접 나서겠다고 말한 이상 어느 누구도 더이상 가타부타하지 않았다.

오공천은 오공천이기 때문이다.

그의 능력은 추측할 수 없을 정도였기에……

밀실에는 한 사람 두 사람 오공천의 뒤를 따라 사라지고, 야명주만이 밝게 내리 비치고 있었다.

 

× × ×

 

그들이 긴장을 하건 해장을 하건,

지금 소일초는 자신의 전각에서 술을 퍼고 있었다.

그들은 어느 쪽도 자기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사마귀와 주소아도 함께 있었다.

[기가 막힌 재주야! 제자야 나에게도 제발 좀 가르쳐다오!]

주귀가 소일초에게 무엇인지 조르고 있다.

[아 글쎄, 주귀는 가르쳐 줘도 안된다니까 그러네……]

소일초는 주귀에게 막 대놓고 반말이다.

사마귀와 자기와의 사이는 거래에 의해서 성립된 관계라는 것을 철석같이 강조하는 소일초 였다.

또한 사마귀는 어쨌던 무공을 가르쳐 준 바 있으니 사부라고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소일초는 따로 사부를 모셨으니 사마귀가 사부가 된 것은 물러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사마귀가 오히려 펄쩍 뛰었다.

먼저 사부가 된 사람이 우선권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지금은 서로가 제 좋은대로 부르고 있는데……

아무튼,

주귀는 소일초가 물로써 술을 만드는 것을 보고 가르쳐 달라고 조르는 중이다.

[좋다, 은혜를 모르는 박정한 놈아, 애야 그럼 네가 그르쳐 주지 않겠니?]

주소아에게 간절한 어조로 부탁한다.

주소아는 깔깔 웃었다.

[아저씨! 정말 아저씨는 배울 수 없어요.]

[너와 저 무정한 놈만 되고 왜 나는 되지 않는단 말이냐?]

주귀는 반드시 알고야 말겠다는 신념에 차있다.

주소아는 사마귀가 어쨌던 소일초와 깊은 관계가 있으니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친절하게 대하고 있었다.

투귀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세째 아저씨께 부탁해서 훔쳐달라고 하셔요.]

투귀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죽고싶지 않아. 그리고 내 신조도 어기고 싶지 않고……저녀석에게 뭘 훔치려 했다간 맞아 죽고 말거야. 그리고 훔치지 못하면 사람이라도 죽여야 하는 데 자신이 서지않아.]

탁자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제자야! 너는 참으로 복도 많구나. 나는 평생 이천 명이 넘는 여자들을 만났지만 네 마누라같이 아름다운 여자는 처음이다.]

색귀가 연방 주소아를 쳐다 보면서 하는 말이다.

소일초가 술잔을 놓고 색귀를 쳐다보았다.

[색귀! 난 네가 제일 맘에 걸려, 우라질 다른 놈이 그렇게 소아를 쳐다보기만 했어도 내 손에 작살났다구……]

[휴……나도 일찍 저런 여자를 만났으면 진작 정착했을 텐데……]

색귀는 혼자말 처럼 중얼거린다.

[큰아저씨, 궂이 되지도 않은 재주를 배우려고 애써지 않아도 돼요. 항상 우리와 함께 다니면 언제든지 제가 술을 드릴께요.]

[옳다! 그래야 겠다.]

주귀는 주소아의 말에 무릎을 치다가 안색이 확바뀌었다.

[안돼! 절대 안돼……]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들을 대동하고 움직일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함께 가는 것이 불가하다고 하니 놀라서 쳐다 보았다.

[왜? 왜 안된다는 거야?]

[빌어먹을 둘째 녀석과 세째 녀석 때문이야.]

주귀는 색귀와 투귀를 향해 눈을 부라리면서 말했다.

색귀와 투귀는 머쓱해져서 고개를 숙이고 아무말도 못했다.

[무슨 일인데? 내가 도와주면 되잖아?]

소일초가 연거푸 물었다.

[그놈들한테 직접 물어봐! 무슨 소리가 나오나……]

[색귀! 무슨 일이야?]

색귀는 사방에서 눈총을 받고는 마지못해 입을 연다.

[한 이십 년은 됐을 거야. 소년협객 한 분이 여종을 데리고 강호에 초행을 하는 것이었어.]

[그땐 여종을 데리고 다니는 무림인도 있었어?]

소일초의 물음에 색귀는 여전히 멋적게 웃으면서 계속 말했다.

[그런데……그 여종이 보통 미색이 아니라서 내가 그만……]

[발동이 됐구나……]

색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소년협객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주귀가 퉁명스럽게 말을 받았다.

[어떻게 돼긴, 그 여자를 후리고 도망가려다가 소년협객에게 걸렸지……]

[그럼 그 사람은 죽었겠네? 색귀 습관이 그렇잖아?]

소일초의 말에 색귀의 그 중후하고 기품있는 얼굴이 벌개졌다.

[거꾸로 죽을 뻔하고 겨우 그 여자를 데리고 살겠다는 맹세를 하고서야 용서를 받았지……]

주귀가 또 대신 말했다.

[그 사람 무공이 아주 강했었구나, 색귀가 그렇게 당하다니……]

[색귀만이 아니야……우리 모두 죽을 뻔했지……]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주귀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그분은 정말 훌륭한 협객이었지. 여종에게 이제 색귀를 따라가서 부덕(婦德)을 다해 섬기라고 한 후에 가버렸지.]

주귀가 투귀를 보면서 또 분통을 터뜨렸다.

[그런데, 이 번엔 세째놈이 또 말썽을 피운 거야. 그분에게서 한 가지 물건을 슬쩍해버린 거야. 제 딴엔 복수한다고 한 짓인데 그분이 다시 화가 단단히 나서 돌아와 저놈의 멱살을 잡고 두 손목을 꺾어버렸지.]

투귀는 아무말도 못하고 머슥해져 고개를 숙이고 발끝만 바라보았다.

[그럼 투귀는 한동안 밥도 제 손으로 못 먹었겠네……]

[그분이 죽여버리려고 하다가 색귀 여편네가 된 그 여자를 보아서 한 번 더 용서해 주고 물건만 찾아서 떠나셨지……]

주소아가 궁금한듯 물었다.

[그 물건은 무엇이었어요?]

투귀가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청옥소도(靑玉小刀)!]

소일초와 주소아의 입이 딱 벌어졌다.

그 소년 협객이 누군지 단 번에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평생 그런 물건은 그때 처음 봤어. 대단한 보물이었지. 막내의 수정검우도 대단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나았어.]

투귀는 자기가 훔쳤던 최고의 보물에 대해서 감회에 젖어 자랑한다.

[투귀! 정말 간도 크구나. 우리 아버지한테서 패도구룡인을 훔치다니……그건 백인장 최고의 신물인데……죽지 않은 게 이상하군……]

주귀가 탄식했다.

[그때 용서해 줄때 우린 버릇을 고쳤어야 했어…. 한데 둘째 저놈이 그 여자를 몇 달 데리고 있다가 내쳐버렸거든, 그 여자는 울면서 백인장으로 돌아가서 그 사실을 소대협께 알렸지……]

[이 나쁜 사마귀 우리 백인장을 상대로 일을 저질렀다니 속이 뒤집힐 일이구나.]

그 소년 협객은 강호 초행이었던 소선풍이었고 사마귀는 소선풍을 건드렸던 것이다.

그러나 성품이 소일초와는 달리 중후한 소선풍은 백인장의 가족인 여종을 생각해서 두 번이나 그들을 용서해 주었는데 여종이 쫓겨오자 화가 날 대로 난 것이었다.

당장,

수혼도객과 무심군자를 보내 천하를 뒤지는 일이 있더라도 그들을 생포해 오라고 시켰고,

사마귀는 도망치다 도망치다 결국은 그들의 손에 포로가 되어 백인장으로 잡혀가고 말았던 것이다.

소선풍은 자신이 장주가 되고 난 후로 최초의 행동이 그들을 상대한 것이었는데 일이 그렇게 되자 대단히 화가 났던 것이다.

백인장에 잡혀온 그들을 보고 소선풍이 색귀에게 물었었다.

[다시 당신 부인을 데리고 살겠소?]

색귀는 고개를 저었다.

자기는 절대로 한 여자에게 매여서는 못사는 몸이니 차라리 죽겠다고 그랬다.

이야기가 여기에 이르자 주귀가 색귀를 때려죽일 듯 했다.

[저놈이 그때 그 여자를 다시 데리고 살겠다고만 했어도 소대협께선 다시 한번 용서해 주셨을 거야.]

결국 사마귀는 정뇌의 제일 깊은 곳에 갇혀서 소일초가 탈출의 비책을 가르쳐 줄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너희들과 함께 다니다간 다시 백인장에 냉큼 잡혀가고 말거야.]

[왜? 무공이 아주 강해진 것 같은데……]

소일초가 물었다.

주귀가 손을 저었다.

[우리는 예전에 있던 무공이 좀 발전하고 내공이 깊어진 것 일 뿐이야. 백인장의 그 늙은이들은 장담할 수 없어. 이긴다 하더라도 그들을 해친다면 우리를 지켰던 원로도객들이 쫓아올텐데 반드시 죽고 말거야……]

사마귀는 백인장에서 도망쳤을 때, 무림의 정보상인(情報商人)인 녹림맹의 황녹천을 찾아갔다.

황녹천은 구파일방과 모종의 관계에 있었고 어떤 정보라도 거래하는 숨겨진 장사꾼이었던 것이다.

또한 투귀는 원래 녹림에서 성장한 사람인지라 그들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황녹천에게서 천산에 가서 숨으면 백인장의 고수들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천산으로 갔다.

한데 뜻 밖에도 그들은 천산에서 기연을 만나 사백자(四百字)로 된 묘한 무공요결을 얻게 되었다.

그로 말미암아 정체되었던 그들의 무공은 급속하게 발전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주소아가 주귀에게 말했다.

[큰아저씨, 제가 절대로 백인장에 잡혀가지 않도록 해드리겠으니 그 사백자무공요결(四百字武功要訣)을 가르쳐 주셔요.]

[그럴까? 그게 나을까?]

주귀는 그의 아우들을 바라보았다.

투귀와 색귀, 그리고 도귀까지 어서 가르쳐 줘버리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백인장에 갇혀 있어보았기 때문에 백인장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수백 년을 최강으로 이어온 문파에 대적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것이다.

까짓 무공 줏어 배운 것 가르쳐 줘버려도 아까울 것 없었다.

백인장에 쫓기지 않게 된다면……

주소아가 머뭇거리는 주귀에게 다시 말했다.

[앞으로 백인장에서 제일 행세할 수 있는 사람이 저라는 걸 모르지는 않겠지요? 가르쳐 주신다면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백사인장(百四刃莊)으로 장을 고칠 수도 있어요.]

소일초가 그녀의 엉뚱한 말에 소리쳤다.

[소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백인장이 어떻게 백사인장이 될 수 있어?]

주소아는 손으로 그의 입을 틀어막으며 아무말 하지 못하게 하고는,

[그렇지 않으면 백인장의 모든 고수가 아저씨들을 쫓게 될 거예요. 이미 백인장의 고수들이 무림에 다시 나왔는지도 모르죠.]

그녀의 협박에 주귀는 어쩔 줄 모르고, 색귀와 투귀는 안달이 나는지 빨리 줘버리라고 연방 그에게 눈짓한다.

소일초가 참지 못해서 다시 말했다.

[주소아! 안그래도 무공이 강해져서 어쩔 줄 모르고 있으면서 어쩌자는 거야? 흥! 나는 아기 못 낳는 여자와 평생 살기는 싫어!]

[바보야! 어쩌면 무공도 강해지면서 아기도 낳을 수 있는 무공일지 어떻게 알아?]

그녀는 무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호기심때문에 스스로도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주 소리친다.

그때,

[술마시고 놀시간이 없어요. 빨리 대비해야 해요.]

갑자기 문을 열고 날아들어 오면서 취풍녀가 소리친다.

[무슨 일이야?]

주소아가 안그래도 화가 나있던 참이라 그녀를 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저……언니, 오공천이 직접 이리로 오고있어요.]

그녀는 얼마전 부터 자기보다 훨씬 어린 주소아를 꼬박꼬박 언니라고 부르고 있다.

주소아가 어떤 수단을 사용했는지 모를 일이다.

지금 그녀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오공천? 대교주 오공천? 잘됐다 화나는데 내가 상대해 버리겠어. 까짓 아기야 낳든 못 낳든 저 멍청이가 저러는데 더이상 상관하지 않겠어.]

주소아가 벌떡 일어서며 달려나가려 했다.

소일초는 기겁을 했다.

[안돼! 그러면 안돼!]

소리치며 주소아를 불끈 틀어앉아 자리에 앉혔다.

[이것 못놔?]

주소아는 길길이 뛰고……

사마귀와 취풍녀는 무슨 소린가 몰라서 어리둥절한다.

무공을 익히고 싸움을 하는 데 무슨 놈의 아기가 어떻단 말인가?

[사백자요결인지 오백자요결인지 다 익혀! 익히라구, 대신 아기는 낳을 수 있어야 돼! 알았지?]

소일초가 마침내 양보를 하고,

주소아가 배시시 웃으며 사마귀가 보든 말든 그의 목을 안았다.

[알았어……맹세할 수 있어.]

사마귀와 취풍녀는 주소아의 변덕이 얼이 빠질 지경이다.

그들에게는 소일초의 앞 날도 결코 평온할 것 만 같지는 않았다.

취풍녀가 초초하게 다시 말했다.

[오공천이 오고 있단 말예요.]

[걱정할 것 없어. 오공천을 잡을 사람은 따로 있어. 우린 구경이나 하러가면 돼.]

소일초는 느긋하게 취풍녀를 바라보며 말한다.

과연,

그의 말대로 오공천은 소일초의 전각으로 오다가 두 사람을 만나서 저지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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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애; (위진천...) 입술 깨물며 위진천을 노려보고. 무애는 위진천에게 강간당해서 첩자 노릇을 하고 있는 중이다.

청풍; (저자는 혹시...) 무언가 깨달은 표정이 되고. 그때

온유향; [위공자!] 청풍에게 건네려던 영패를 내리며 위진천을 돌아보고

[무당파 속가제자인 옥면신룡 위진천이다!] [구대문파가 키우고 있는 항마군영대의 통령이라지?] [저자가 왜 호천맹의 개파대전에 나타난 건가?] 광장의 무림인들 웅성

청풍; (역시...) 눈 번득이며 위진천을 보고

청풍; (저자가 위가장의 소장주이며 구대문파 후기지수들의 으뜸인 위진천...)

청풍; (헌데 분명 처음 보는 데도 어쩐지 눈에 익다.)

위상영; [...] 불길한 표정으로 위진천이 단상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때

온유향; [오랜만이에요 위공자.] 다가오는 위진천에게 말 걸고

온유향; [헌데 이청풍공자가 호천맹의 맹주가 될 자격이 없다는 건 무슨 뜻인가요?]

위진천; [올라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팟! 뛰어오르고

휘릭! 단상 끝에 내려서는 위진천.

위상영; (불길한 예감...)

위상영; (위공자가 무언가 안 좋은 일을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위진천을 보며 생각할 때

위진천; [저자, 이청풍에게는 호천맹을 영도하면 안되는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세 가지 있소이다.] 청풍을 손가락질하며 사람들에게 외치고

[결격사유가 세 가지씩이나?] [구대문파의 희망이라는 위공자가 없는 말을 지어내진 않을 텐데...] 사람들 웅성거리고

우유라; [지금 그 말씀은 흘려들을 수가 없군요.] 삼문육가의 가주들 중에서 우유라가 앞으로 나서며 말하고.

돌아보는 위진천

우유라; [단순히 분란을 일으킬 목적이 아니라면 그 결격사유라는 것을 이 자리에서 명쾌하게 밝히셔야할 거예요.] 노려보고

위진천; [물론입니다 우부인!] 히죽 웃으며 포권하고

위진천; [아무렴 위모가 증거도 없이 모함을 하겠습니까?] 포권을 풀고. 이어

위진천; [남궁형! 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실 텐데 이 자리에서 하시오.] 단상 아래의 남궁진을 보며 말하고.

사람들 일제히 남궁진을 볼 때

날수선자; (저 작자가 혹시...) 남궁진을 노려볼 때

남궁진; [위공자 말씀대로요.] 앞으로 나서며 외치고

남궁진; [저자 이청풍은 절대 호천맹의 맹주가 되면 아니 되오.] [왜냐하면 저자는 호천맹의 숙적들중 하나인 지옥갱의 소갱주 지옥군자를 비호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오.]

[탕마신협이 본맹의 적인 지옥갱의 인간을 비호했다고?] [그럴 수가...] 군웅들 경악하고

남궁진; [단순히 비호한 정도가 아니오.] [저자는 지옥군자를 구해주려고 나의 손목을 잘랐을 뿐 아니라...] 자신의 손목이 잘려진 오른팔을 쳐들고

남궁진; [악형의 눈도 하나 실명시키는 만행을 저질렀소.] 악철산을 가리키고. 악철산은 고개 끄덕이고

[그런 일이...] [적인 지옥군자를 구해주려고 본맹 소속의 인물들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그게 사실이라면 호천맹 맹주의 자격이 없지.] 사람들 웅성. 청풍을 노려보는 사람들도 있고. 그때

날수선자; [그 사안에는 이견이 있어요.] 손을 들며 앞으로 나서고

남궁진; (날수선자! 저 년이...) 노려볼 때

날수선자; [당시 지옥군자는 이공자에게 패해서 운신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어요.]

날수선자; [헌데 남궁소가주와 악소가주는 그 틈을 노려 학살을 자행하고 지옥군자에게 무자비한 고문을 가했어요.]

[그런 일이...] [허어...] 사람들 놀라고. 남궁진과 악철산은 얼굴이 이지러지고

날수선자; [남의 위기를 이용하여 잔인한 손속을 쓴다면 우리 호천맹이 사마외도의 무리들과 다를 게 뭐가 있겠어요?] 열변을 토하고

[하긴...] [정정당당하지 않은 승부였다면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 [아무렴 우리가 사마외도의 무리들과 같이 행동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들 웅성거리며 남궁진과 악철산을 흘겨보고. 두 사람에게서 물러서는 사람들도 있고. 낭패한 남궁진과 악철산

날수선자; [그 현장을 목격한 이공자가 두분 소가주에게 상처를 입혔던 거예요.]

[그런 일이 있었군.] [남궁소가주와 악소가주가 원인을 제공했구만.]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시비를 가리긴 힘든 사안이야.] 사람들 끄덕

청풍; (변명하기 구차했는데 당소저가 대신 나서주는군.) 날수선자를 보며 안도

청풍의 시선을 느낀 날수선자가 얼굴 살짝 붉히며 고개 조금 숙이고. 천약옥녀도 얼굴 발개져서 보고 있고. 그때

남궁진; [당소저! 직접 보지도 않고 우릴 모함하시려는데...] 날수선자를 노려보고 + 온유향; [남궁공자! 악공자!] 단상 위에서 말을 하고

움찔! 하며 돌아보는 남궁진과 악철산

온유향; [당소저의 말이 사실인가요?] 지긋이 노려보고. 그러자

남궁진; [그... 그건...] 당황하고

온유향; [악공자! 지옥군자를 공격할 때 그의 상태가 어떠했는가요?] 악철산에게

악철산; [사... 사실은...] 남궁진의 눈치를 보며 머뭇. 하지만

지긋이 보며 기다리는 온유향. 그러자

악철산; [당... 당소저 말대로... 당시 지옥군자 석헌중은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상태였습니다.] 고개 떨구며 말하고

[그런...] [죽어가는 자에게 고문을 가했다니...] 사람들 분노

남궁진; (저 간덩이 작은 놈이...) 악철산을 노려보고

온유향; [악공자의 진술을 모두 들으셨을 거예요.] 사람들 둘러보고

온유향; [불행한 일이긴 하지만 이청풍공자가 남궁공자와 악공자에게 상처를 입힌 일을 무작정 비난할 수만은 없군요.]

사람들 끄덕이고.

우유라; (다행히 잘 마무리가 되었네.) 안도. 하지만

위상영; (문제는 위공자가 세 가지의 결격사유를 거론했다는 점인데...) 위진천을 보고. 위진천은 이마를 찡그리고 있지만 그리 낙심한 표정은 아니고. 그때

온유향; [위공자!]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위진천을 돌아보고

위진천; [물론입니다 선후님!] 포권하고

위진천; [첫번째 사안은 무혐의 처분을 받은 듯하니 두 번째 안건으로 넘어가지요.] 사악하게 웃고

오싹! 소름이 돋는 위상영. 그때

위진천; [그년을 데려와라!] 장내를 돌아보며 외치고. 그러자

[존명!] [분분 받들겠소이다.] 휘익! 휙! 대답과 함께 사람들 뒤에서 두 명의 인물이 한 명의 여자를 양쪽에서 팔을 하나씩 잡고 날아오른다. 여자는 호요희인데 고개를 푹 떨구고 있다. 호요희의 팔을 잡고 있는 자들은 얼굴에 검은 가면을 쓴 항마군영대

[!] 눈 부릅 청풍

<호요희!> 항마군영대의 손에 팔이 잡힌 채 날아오는 호요희. 고개를 푹 떨구고 있는 호요희의 얼굴 배경으로 청풍의 놀람

[통령! 계집을 대령했습니다.] [하명을 기다립니다!] 휘익! 단상 아래 내려서며 외치는 항마군영대들

무애; (결국...) 호요희를 알아보고 한숨 쉬고

위상영; (저 계집은 일전 심우장을 공격했던...!) 역시 호요희를 알아보고 놀라고

독두신개; (흡정삼요의 둘째였던가?) 역시 알아보고 불길한 표정 짓고.

무산신녀와 냉혈마검작도 아는 표정. 하지만

온유향; [위공자! 저 소저는 누군가요?] 몰라서 묻고

위진천; [저 요녀가 누군지는 차기 맹주 되실 분에게 물어보시지요.] 청풍을 보며 비웃고. 그러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청풍에게 향하고

독천존; [이공자! 아는 계집인가?] 역시 호요희를 몰라서 다른 사람들을 대신해서 묻고

청풍; [그녀는...] 호요희를 보며 말하고

<그동안 무참한 고문에 시달렸구나!> 고개 떨구고 있는 호요희의 애처로운 모습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청풍; (내가 모른다고 하면 또 어떤 짓을 당할지 모를 일이다.) + [구미호리의 제자중 한명인 호요희입니다.] 체념하며 말하고

[구미호리의 제자!] [저 요녀가 왜 본맹의 개파대전에 끌려온 것인가?] 사람들 놀라고. 날수선자와 천약옥녀를 중심으로. 두 여자도 놀라고

우유라; (설... 설마 이공자는 저 계집과...!) 전율하고

온유향; [위공자! 구미호리의 제자를 왜 데려온 것인가요?] 미간 모으며 묻고

위진천; [그 대답은 저 요녀에게 직접 들으시지요.] [깨워라!] 항마군영대에게

[예 통령!] [존명!] 파팟! 팟! 좌우에서 호요희의 팔을 잡고 있던 항마군영대들이 비어있는 손으로 호요희의 어깨와 가슴을 강하게 찌른다. 그러자

호요희; [하악!] 비명 지르며 퍼득이고. 정신을 차린다. 그러다가

[!] 눈 치뜨는 호요희

단상 위에 다른 사람들과 서서 내려다보고 있는 청풍의 모습

호요희; (이... 이공자!) 애절한 표정

위진천; [호요희! 네년이 오늘 이곳에 끌려온 이유는 잘 알 것이다.]

위진천; [더러운 목숨이나마 부지하고 싶으면 네년과 이청풍이 무슨 관계인지 실토해라!] 냉혹한 표정으로

[이청풍과의 관계?] [설마 이청풍이 저 요녀와 놀아나기라도 했단 말인가?] 날수선자와 천약옥녀 주변 사람들 경악하고. 천약옥녀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호요희; [나는... 나는...] 애절한 표정으로 청풍을 올려다보며 말을 잇지 못하고

위진천; [아직 쓴 맛을 덜 본 모양이로군!] [지져라!] 냉혹하게 말하고

[존명!] 빠지직! 대답하며 호요희의 양팔에 벼락을 주입하는 항마군영대

호요희; [아아아악!] 처절한 비명

팽혼; [보지 마라 소소야!] 급히 두 손으로 제갈소소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주고

청풍; [멈춰라!] 팟! 고함지르며 덮쳐가려 하지만

위진천; [계집이 죽길 바란다면 경거망동해봐라.] 냉소하고

멈칫! 단상 끝에 이르러 급히 정지하는 청풍.

호요희; [아아악!] 그 사이에도 감전당하며 비명 지르는 호요희. 그러다가

위진천; [그만!] 손을 들고. 그러자

지지지! 손에서 일으키던 벼락을 소멸시키는 항마군영대

호요희; [흐윽!] 털썩! 다시 고개를 떨구며 할딱이고

위진천; [잘 생각해라 호요희!] [방금 것은 맛보기에 불과했다.] 음산하게 웃고

위진천; [끝내 자백하지 않는다면 네년의 내장을 익혀버릴 것이다.]

우유라; [그런 잔인한 짓을...] 분노하며 나서려 하지만

슥! 냉혈마검작이 손을 뻗어 막고

우유라를 저지하면서 굳어진 표정으로 청풍을 보는 냉혈마검작

우유라; (좋지 않아!)

<어느덧 이공자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경외감에서 혐오감으로 변하고 있어!> 냉혈마검작, 독천존등이 청풍을 노려보는 것을 배경으로 우유라의 생각 나레이션

무애만이 비참한 표정으로 고개 떨구고 있고

위진천; [마지막 기회다.] 냉혹하게

위진천; [이번에도 이청풍과의 관계를 실초하지 않으면 내장을 익혀서 죽이고 말 것이다.] 잔인한 표정.

호요희; [나... 나는...] 갈등. 애절한 표정으로 청풍을 올려다보고

청풍; [난 괜잖습니다.] 미소 짓고

호요희; [공자!] 애절한 표정

청풍; [괜한 고통당하지 말고 우리 관계를 말하십시오.] 한숨 쉬며 끄덕이지만

호요희; [고마워요 공자님!] 애절하게 웃고

호요희; [저같은 더러운 계집을 진심으로 걱정해주시는 것을 확인했으니 여한은 없어요.]

청풍; (설마!) 경악할 때

위상영; [자결하려고 해요! 막아요!] 다급히 외치지만

콱! 이미 강하게 혀를 물어서 혀가 끊어지고 입에서 피가 튀는 호요희

[!] 경악하는 청풍의 얼굴

 

#292>

북망산 산록. 멀리 산봉우리들이 보이는 곳. 강과 멀지 않고.

휘익! 그곳을 날아가는 가마 한 대. 기둥과 천장이 있고 천이 둘러쳐진 가마로 네명의 건장한 환관들이 짊어지고 날아간다. 가마의 앞 뒤로는 담길의 심복들인 젊은 환관1, 2가 날아가고 있고.

비단 커튼이 쳐진 가마에 앉아있는 것은 물론 담길이다.

담실; [풍롱! 심우장까진 얼마나 남았느냐?] 앞서서 날아가는 환관1에게

환관1; [심우장은 북망산의 가장 깊고 험한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환관1; [하지만 서두르면 일각(一刻) 조금 더 걸려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담길; [서둘러라.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강해지고 있다.]

환관1; [존명!] 쐐액! 속도를 내서 날아가고. 담길이 앉은 가마가 그 뒤를 따라가고

담길; (삼황자전하!) 청풍을 떠올리고

<부디 노신이 도착할 때까지 보중하시오.> 북망산의 산봉우리들을 향해 날아가는 가마를 배경으로 담길의 생각 나레이션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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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九 章

 

           원로원의 사마귀

 

 

 

등천마세에는 세 개의 금역이 존재한다.

첫째는 대교주인 오공천의 전각이고, 둘째는 등천마세의 원로이자 삼교주의 사부들이 머무르는 등천원로각이며,

마지막 세번째는 최근에 생긴 것으로 바로 무적검이라고 불리는 소일초의 전각이다.

이곳들은 각기 외인들의 출입이 일체 금지되는 곳으로 그곳에 함부로 접근한다는 것은 죽음을 부르는 것이 된다.

바로 얼마 전에 이교주 마금석이 세번째 금역인 소일초의 전각에 접근하다가 죽을 뻔 했었다.

그 사건으로 금역들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한데 이 밤,

두 번째의 금역으로 알려진 등천원로각에 네 사람의 흑의인이 접근하고 있다.

그들은 도둑 고양이 처럼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지도 않고 보무도 당당히 등천원로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등천원로각에 소속된 무사들이 그들을 발견하고 저지하려고 했지만 어느 틈에 소리도 없이 쓰러지고 만다.

삼십여 장을 걸어서 등천원로각의 문에 들어설 때까지 그들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일정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구층으로 된 등천원로각의 문이 열렸다.

여전히 그들은 보무도 당당히 들어섰다.

넓은 공간,

사방 벽에는 등불이 밝혀져 있어 대낯처럼 환했다.

[등천구마존을 만나러 왔다.]

네 사람의 흑의인들 중 한 사람이 말했다.

그의 허리에는 큼직한 호로병이 뚜껑없이 매달려 있었다.

[간이 부었군, 여기가 어디라고……]

희끗희끗한 머리의 초로 노인이 일층에 있다가 쳐다보지도 않고 느릿하게 말한다.

[천지인음양오행마존이 그렇게 대단한가? 우리가 만나볼 수 도 없을 정도로……]

다시 호로병을 찬 흑의인이 말했다.

[우리를 알고 있는 자가 있다니 놀라운 일이군……]

초로의 노인이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사마귀(四魔鬼)!]

[그렇다. 우릴 잊지는 않았군, 토마존(土魔尊)!]

네 사람의 흑의인……

그들은 바로 사마귀였다.

제일 좌측에 있는 호로병을 찬 사람이 주귀(酒鬼)로 언제나 바른말을 하지 않는다는 자였다.

그의 주전신공의 뛰어남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

그리고, 불그스레하고 중후한 얼굴의 미남자는 색귀(色鬼)로 대자비수의 명인이며,

시원시원한 풍모의 깔끔한 사람은 바로 세상에서 가장 도둑질에 뛰어나다는 투귀이고,

가장 우측에 있는 무심한 얼굴의 사람이 철저한 도박사인 도귀(賭鬼)이다.

실질적으로 사마귀중 가장 뛰어난 무공을 소유했다고 알려진 자……

그리고 전설적인 무적검객 검마의 후손……

토마존은 갑작스런 그들의 출현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때였다.

[사마귀가 무슨 일로 야심한 밤에 우릴 찾아왔는가?]

위층에서 여덟 명의 노인이 내려오고 있었다.

주귀가 호로를 집어들며 말했다.

[천마존! 오랫만이다. 같은 곳에 있으면서도 얼굴보기가 힘 드는군.]

[무슨 일인가 주귀! 이곳은 네가 함부로 올 곳이 못되는데.]

이때 도귀가 불숙 나섰다.

[그럼 먼저 한 판 벌여서 올 곳인가 못 올 것인가를 결정할까? 이곳이 올 곳이라는데 걸겠다.]

지마존을 얼굴을 찌푸렸다.

[도귀! 함부로 말하지 마라. 지난 정리를 보아 참고 있지만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지마존 너야 말로 함부로 나서지 마라. 내 아우의 말이 지당하다.]

주귀가 입에 술을 가득 물고 말했다.

[우리는 오늘 너희 구마존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 왔다.]

[좋다. 무엇을 묻고 싶은지는 모르지만 오늘 살려서 돌려보내지는 않겠다.]

천마존이 살기를 일으키며 말했다.

으하하하하------

갑자기 사마귀가 일제히 웃었다.

그러더니 뚝 그치고 주귀가 말했다.

[구마존! 우리에게 패해서 다시는 무림에 얼굴도 내놓지 않겠다든 너희들이 제자 잘 키워 지금 행세하려는 것이냐?]

일순 구마존의 몸이 부르르 떨었다.

그들은 제일대 등천구마존의 뒤를 잇기 위해 이곳 서천목산에서 무공을 익히고 있던 도중 모두가 사마귀에게 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때는 사마귀도 백인장의 정뇌로 잡혀가기 전이었고 등천마교도 멸망하기 전이었다.

주색투 삼마귀의 무공은 그들로서도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었지만 도귀(賭鬼)의 수정검우(水晶劍羽)만은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어 힘도 쓰지 못하고 순식간에 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것은 그들에게 최고의 치욕이었던 것인데, 오늘 다시 그 일을 떠올리게 하자 결코 사마귀를 살려둘 수 없다고 생각하는 구마존이었다.

이미 그들의 마공은 그때와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고 천하의 강자로 자부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때도 수정검우만 아니었어도 패하진 않았을 것이다.

구마존은 일제히 몸을 날려 사마귀를 포위했다.

투귀가 차갑게 말했다.

[구마존, 너희들의 무공은 많이 발전했다. 아마 이전의 우리라면 아주 쉽게 이길 수도 있겠지……하지만,]

[…………!]

[우리 역시 예전의 사마귀가 아니야. 한 번 싸워보면 쉽게 알 수 있겠지.]

색귀가 그의 일대 정마(情魔)로서 떨쳤던 부드럽고 중후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는 우리가 듣고 싶었던 말 만 들으면 조용히 가겠다.]

천마존이 침음성을 흘리며 물었다.

[대체 무슨 말이 듣고 싶은가?]

[삼수(三手)가 숨은 곳!]

도귀가 짧게 대답했다.

천마존은 일순어이가 없는 듯 했다.

[삼수가 어디 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안단 말이냐?]

[천마존, 바른대로 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는 너희들이 삼수가 있는 곳을 알아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찾아온 것이다.]

주귀는 입 가득히 술을 머금고 있었다.

그 술은 어떤 조화를 부릴 지 예측할 수 없다.

[어떤 정보를 입수했다는 것인가?]

구마존은 서서히 포위를 압축시키며 물었다.

[너희들의 등천마교는 삼수에게 멸망했다지? 그리고 나중에는 삼수가 본단에 있는 비급까지 찾아서 가 버렸다고 들었다.]

[그 말은 사실이다. 우리는 그들과 철천지한이 있다.]

[우리 역시 삼수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

천마존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너희 사마귀는 백인장에 원한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천만에, 백인장에는 우리가 잘못해서 잡혀간 것, 백인장에는 원한이 없다. 하나……]

[……?]

[삼수는 우리 제자를 죽였다. 이 원한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

도귀(賭鬼)의 자르듯 차가운 말에 구마존이 일제히 웃었다.

[도귀, 네 무공이 아주 독보적이라는 것은 우리도 인정한다. 하지만 삼수는 공포의 고수다. 누구도 대적하지 못하는 천하제일인 혈기자의 제자들이고 게다가 등천마교의 절대마공들을 익혔다.]

도귀는 코웃음을 쳤다.

[삼수는 셋, 사마귀는 넷이다. 그리고 아무리 그들이 강하다고 해도 제자의 복수를 포기하고서는 사부의 자격이 없다.]

[아주 좋은 사부인데, 제자는 어땠는지 모르겠군.]

[우리 제자를 함부로 말하지 마라. 그의 무공은 오히려 우리보다 강했다. 그리고 무림인이라면 어느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신분을 지니고 있었다.]

주귀가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그가 누구였는가?]

천마존이 몹시 궁금한 듯 물었다.

스승보다 강한 제자는 드문 것이다.

더우기 사마귀는 대단한 고수인데, 그들보다 강하다면 필시 무림에 이름 있는 고수였으리라 생각한 때문이다.

[먼저 삼수가 어디에 있는지 부터 말해라.]

[좋다, 우리도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수하들의 소식에 의하면 삼수는 뜻밖에도 정천보에 잠입해 있는 것 같다. 자세한 소식은 전하지 못한 채 모든 수하들이 죽고 말았다.]

천마존은 사마귀 역시 삼수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동질감이 느껴져서 순순히 알려 준것이다.

[음……정천보. 좋아, 우리 제자는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신행마동이다.]

주귀의 자랑스런 말에 구마존은 깜짝 놀랐다.

신행마동,

무림의 골치덩어리 말썽꾼이면서도 누구도 손댈 수 없었던 존재가 아닌가?

최강의 세력이라고 알려져 온 백인장의 귀공자,

뛰어난 무공으로 삼수와 맞섰다가 목숨을 잃은 신행마동이 사마귀의 제자였을 줄이야……

사마귀가 제자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원수를 갚으려고 발버둥치는 것도 익히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천마존, 고마웠다. 그럼 다음에 보자.]

사마귀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했다.

[잠깐!]

천마존이 소리쳐 불렀다.

[그냥은 못 간다. 오랫동안 묶은 감정의 빛을 갚겠다.]

사마귀가 느긋하게 웃었다.

[얼마든지……]

구마존이 사마귀를 둘러싸고 천천히 원을 그렸다.

그들의 몸이 점차 가지각색의 안개로 뒤덮히기 시작했다.

마공을 일으킨 것이다.

치직-----

칙치익----

안개가 퍼져 나가면서 닿는 것은 무엇이거나 녹아내렸다.

사마귀는 긴장된 표정으로 다가오는 안개를 바라보았다.

도귀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주귀가 그를 저지시켰다.

[막내는 최후의 순간에 나서라 이 것은 내가 막겠다.]

순간 그의 입에서 뭉게뭉게 구름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언젠가 소일초가 선보인바 있는 바로 그 주정이었다.

주귀는 술이 부족한 듯 급히 더 들이키고 주정을 피워올렸다.

그의 입이 다물어지는 순간 주정은 거대한 청룡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색빛깔의 마기에 휩싸여 있던 구마존이 흠칫했다.

거대한 청룡은 주귀의 손끝을 따라서 사마귀를 에워싸고 돌았다.

순간,

치이이익-------

청룡과 오색의 마기가 부딪치면서 강한 마찰음이 일었다.

구마존은 경악했다.

옛날 주귀의 무공은 자기들 개개인과 비슷했는데 지금은 그들 모두를 동시에 상대해 내지 않는가?

주귀의 얼굴이 붉게 변한 것이 힘든 모양이었으나,

몰려오는 마기를 청룡이 몰아치며 막아내고 있었다.

구마존은 일제히 포위를 압출하며 들어왔다.

청룡은 감옥에 갇힌 듯 몸부림치며 돌았다.

그러나 구마존의 압력을 감당할 수 없는 듯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구마존은 점점 다가서고 청룡은 줄어들어 겨우 사마귀를 보호할 수 있을 뿐 공격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마존도 함부로 더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사마귀중 남은 세마귀는 아직도 손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주귀의 얼굴은 벌겋게 되어 굵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순간, 색귀의 손이 번쩍 치켜 올라갔다.

[수강(手罡)!]

고오오오-------

구마존이 경악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색귀의 손에서 장력도 수영(手影)도 아닌 검기처럼 예리한 강기가 폭출된 것이다.

구마존은 그 상태에서 맞받을 수가 없어 마기를 수축시키며 일제히 손을 뻗어 수강을 맞이했다.

카카캉------

섬짓한 소리가 들리며 구마존과 색귀가 동시에 비틀거렸다.

[……어떻게 소림의 대자비수에서 수강이 나올 수가?]

지마존이 믿을 수 없는 듯 말했다.

[이 정도가 되지 않고 서야 삼수를 찾아갈 생각이나 했겠나?]

주귀가 청룡을 회수하고 있었다.

이제 서로의 탐색전은 끝나고 본격적이 대결이 시작되려는 것이다.

그들의 용쟁호투는 구름을 부르고 바람을 일으켰다.

도귀를 제외한 삼마귀와 구마존의 접전은 팽팽하게 치닫고 있었으며……

사마귀 중 가장 강한 도귀가 버티고 있으니 구마존은 심리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사마귀의 무공은 과연 놀라웠다.

무림에 알려져 있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물론 그들이 사용하는 수법들은 더욱 능숙하고 보완되었을 뿐 그다지 다를 것이 없었다.

주귀의 주전신공과 색귀의 대자비수, 그리고 투귀의 매화지……

그러나, 그들의 수법은 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원이 높아져 있었다.

어떤 계기로 인하여 그들의 무공이 일제히 높아 졌음에 틀림없다.

갑자기 주귀가 소리쳤다.

[잠깐!]

그 소리에 구마존과 색귀, 투귀가 손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냐?]

천마존이 붉은 안개 속에서 물었다.

주귀는 도귀를 돌아보며 말했다.

[막내야. 이제 네가 상대해보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도귀는 대답하고 앞으로 나섰다.

색귀와 투귀는 물러서서 그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구마존은 아연 긴장했다.

드디어 가장 염려했던 놈이 나선 것이다.

예전에도 도귀의 무공은 월등했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더욱 고강해진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구마존은 이미 자신들이 패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상대방은 자기들을 단지 무공을 실험해 보기 위한 상대 정도로 밖에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때,

[사마귀! 여기 숨어있었구나.]

갑자기 등천원로각의 문을 부수듯 열면서 날아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육척에 달한 훤칠한 키,

영준한 얼굴, 백의를 입은 소일초였다.

사마귀는 물론 구마존도 어리둥절했다.

퍽------

소일초는 구마존이 일으키고 있는 오색의 마기를 그대로 뚫고서 사마귀의 앞에 내려섰다.

구마존은 그 충격에 비틀거리며 믿을 수 없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마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관통해 버리는 사람이 있다니……

사마귀도 그에게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힘을 느끼면서 공력을 최고로 끌어올렸다.

[사마귀! 볼 때마다 어디 갇혀 있다니, 꼴좋구나.]

소일초는 신나게 떠들었다.

사마귀는 어리둥절했다.

도무지 만난 적도 없는 것 같은 청년이 눈앞에 나타나 친근감을 보이며 아는 척 하는 것이 아닌가?

[제기랄……내가 얼마나 찾았다구. 등천마세에 있다면서 이제서야 얼굴을 드러내?]

주귀가 도저히 알수 없다는 듯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나? 나를 몰라? 정말 기가 막히는데……]

소일초는 자신이 변한 것은 생각도 못하고 사마귀를 갉는다.

그때,

[무적검!]

천마존이 경악하며 대답했다.

그는 수하들을 통해서 소일초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마귀도 눈이 번쩍 뛰였다.

그들 역시 등천마세에 있으면서 무적검의 소문을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귀가 소일초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만나서 반갑소. 언젠가 한 번 만나고 싶었소.]

[도귀! 무슨 어울리지 않는 말이야. 그리고 전보다 더 강해진 것같은데……그리고 보니 주귀 색귀 투귀다 몰라볼 정도로 강해졌는걸……]

사마귀는 입을 딱 벌렸다.

자기들을 정확하게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이 무적검이란 청년을 그들은 도무지 본 적도 없는데……

그때,

[이 멍청이! 내 이럴 줄 알았어. 저래서야 뭘 믿고 시킬 수가 있어야지……]

얼굴에 면사를 가린 늘씬한 몸매의 여인이 들어오며 넋이 빠질 듯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한다.

갑작스런 젊은이들의 잇따른 등장에 구마존과 사마귀가 정신을 못 차리는데,

그녀는 사마귀를 보고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당신들이 사마귀죠?]

[그렇소? 낭자는?]

어느 틈에 색귀가 얼굴을 돌리고 말한다.

그의 독문수법이 나온 것이다.

[호호호……]

소녀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리는데 무적검이란 청년이 색귀의 귀를 확 잡아당겼다.

[저 여자는 안돼!]

색귀가 그의 손을 의식하고 피하려 했지만 마음뿐 꼼짝없이 잡혀서 얼굴이 돌려졌다.

다른 삼마귀는 그 빠른 손놀림에 멍청해져 손쓸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여러분들은 저와 함께 가도록 해요. 제가 반가운 사람을 만나게 해드리죠.]

면사로 얼굴을 가린 주소아가 상냥하게 사마귀를 향해서 말했다.

구마존은 어떻게 할 지를 정하지 못한 듯 멈칫멈칫했다.

소일초는 주소아가 이미 온지라 자신의 할 일은 길을 여는 것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구마존을 향해 몸을 돌렸다.

[당신들이 구마존이라고?]

[그렇다.]

[잘됐어. 이미 당신들 주인이 이곳 어딘가에 와 있을 거야. 그가 나에게 소식을 알려 주어 이렇게 왔으니까?]

구마존은 무슨 소린 지 몰랐다.

[뭘해? 빨리 나와서 길이나 열어주지 않고?]

소일초가 소리쳤지만 사방은 조용하고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당신들 주인이 나오기 싫은 모양인데……]

[……?]

[하는 수 없지 그럼, 당신들이 죽든 살든 보살피지 않는 주인을 원망하라구……]

천마존이 분노했다.

[미친 놈!]

소일초가 그를 바로 쳐다보았다.

[길을 열지 않으면 내가 저승길을 보여주겠다.]

순간, 주귀가 술을 들이키며 말했다.

[그 말 한 번 좋구나.]

구마존의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며 오색 마기가 더욱 짙어졌다.

[뭘 해! 빨리 가자.]

주소아가 독촉했다.

그러자, 소일초의 오른손이 앞으로 숙 뻗어졌다.

그의 몸 어디에도 보이지 않던 둔중한 마황검이 어느새 그의 손에 쥐어져있었다.

붉은 빛이 빛살처럼 퍼저나가며 마황검이 일 만개로 분리되는 듯 했다.

쇄애애액--------

[흐으윽……]

구마존의 몸에서 흘러나와 구름띠처럼 사마귀와 소일초를 애워싸고 있던 오색마기가 가닥가닥 잘리면서 흩어져 버렸다.

[사마귀 가자.]

하고 소리치며 구마존의 사이를 성큼 걸어나가는 소일초의 손에는 벌써 마황검이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사마귀는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며 그를 따라 갔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군……]

구마존은 지나가는 그들을 보기만 할 뿐 더이상 손을 쓰지 못했다.

자기들을 발가락 사이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 소일초의 엄청난 무공에 완전히 질려버린 것이다.

천마존이 탄식을 했다.

[내일은 오공천에게 가봐야겠군……]

그것은 그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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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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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북망산> 북망산의 모습. 낮. 비둘기들이 날아가고

비둘기들이 날아가는 앞쪽에 장원이 보인다. 물론 심우장이다.

<-심우장> 그 장원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비둘기들이 심우장으로 날아들어가고 있고. 개방의 거지들이 심우장 안팍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정문은 열려있고 일반 무림인들이 드나들고 있다

심우장 내의 대청 건물. 색목쌍교가 경비를 서고

 

독두신개; [맹주 자리를 내놓으시겠다는 말씀이시오?] 술을 마시다가 놀라는 표정.

대청 안에는 독두신개, 냉혈마검작, 독천존, 위상영등이 탁자를 사이에 두고 둘씩 앉아있다. 위상영은 문쪽에 가까운 자리에 앉아있고. 상좌에는 온유향이 앉아있다. 냉혈마검작의 딸 무애가 시중을 들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위상영과 냉혈마검작의 찻잔에 차를 따라주는 모습. 독두신개와 독천존은 술을 마시고 있고 냉혈마검작과 위상영은 차를 마신다. 온유향도 차를 마시고 있고

온유향; [저는 여자의 몸인 데다가 무공을 쓸 수 없어서 맹도들을 현장에서 지휘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어요.] 찻잔을 두 손으로 든 채 우아한 자태로 앉아서 말하고.

온유향; [역시 호천맹의 맹주는 직접 신선부를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 맡아야한다고 생각해요.]

독두신개; [일리가 아주 없는 말씀은 아니지만...] 난감.

독천존과 냉혈마검작도 난감한 표정을 짓고

독두신개; [지난 몇 년 간 선후께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신 덕분에 호천맹이 결성될 수 있었소이다.]

독수신개; [헌데 선후께서 맹주 자리에서 물러나신다고 하면 적잖은 반발과 파장이 있을 텐데...] 우려하고

냉혈마검작; [선후께서 마음에 두고 계신 맹주 후보가 있으십니까?] 독두신개의 말을 자르고

온유향; [저는...]

모두 온유향을 보고

온유향; [이청풍공자가 호천맹을 영도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 위상영의 찻잔에 차를 따라주던 무애가 움찔 놀라고. 이년도 위진천과 내통하고 있다.

독두신개; [이청풍이라...] 끄덕. 청풍을 알기에 긍정적

독천존; [호천맹을 영도하기에는 너무 어린 게 아닌지...] 우려의 표정. 독두신개와 달리 청풍을 잘 모르므로

냉혈마검작; [...] 무표정.

온유향; [물론 이공자는 어리지요. 아직 채 약관도 안되었을 정도로...]

온유향; [하지만 지난 몇 달간 이공자가 보여준 활약상이 놀라운 수준이었음은 호법님들께서도 인정하실 거예요.]

독두신개; [그 말씀에는 이견이 없소이다.] 끄덕

독두신개; [게다가 이청풍은 최근에는 구대문파를 휩쓸고 다니던 쌍도마녀까지 간단히 제압하기도 했소이다.]

낼형마검작과 독천존도 끄덕

온유향; [신선부의 야심을 저지하려면 이공자같은 패기와 열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끄덕이고

냉혈마검작; [노부는 선후의 뜻에 동의하겠소.]

온유향; [고마워요 냉호법.] 고개를 조금 숙이고

독두신개; [생각해보면 젊은 피가 활약 해줘야할 시기인 것 같소.] [노화자도 찬성하겠소.]

독천존; [신개와 검작이 동의했으니 노부도 이견이 없소.]

온유향; [그럼 결정되었군요.] 미소

온유향; [무산신녀께서는 사전에 동의하셨으니...] [한 달 후에 있을 호천맹의 개파대전(開派大典)에서 이청풍 공자를 맹주로 추대하는 것으로 하겠어요.]

고개 끄덕이는 노인들. 반면

위상영; (이청풍 공자가 호천맹을 영도하는 게 최선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청풍을 떠올리고

위상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 것은 어째서일까?) 가슴을 손으로 누르며 소리없이 한숨 쉬고. 온유향과 노인들은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머잖아 거대한 풍파가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구나.> 실내의 모습 배경으로 위상영의 생각 나레이션

[...] 무언가 생각하는 무애. 이년은 위진천의 첩자 노릇을 하고 있다.

 

#284>

어느 도시. #281>에 나온 도시. 위진천의 비밀 소굴이 있는. 다만 때는 낮

위진천이 머물고 있는 장원. 음침한 인상의 무사들이 경지를 서고 있고

장원 내의 어느 화려한 건물.

 

위진천; [이가놈에게 호천맹 맹주 자리를 양보하겠다?] 탁자를 앞에 두고 앉아서 술을 마시다가 놀라고. 그 앞에 혈부용이 서있다.

혈부용; [소회주님께서 회유하여 호천맹에 침투시켜놓은 간세의 보고이옵니다.] 편지를 들고 서서 읽으며

혈부용; [선후는 호천맹 개파대전에서 이청풍을 맹주로 옹립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편지에서 시선을 떼고

술을 마시며 말없이 듣고 있는 위진천

혈부용; [우내사절도 전원 동의한 사안인지라 삼문육가의 일부가 반대한다 해도 이청풍의 맹주 취임을 막지는 못할 것이옵니다.] 편지를 내리고

위진천; [잘 되었군. 잘 되었어!] 히죽 웃고

혈부용; (의외의 반응이네.) + [계획이 있으신지요?]

위진천; [독수리를 잡으려면 가장 높이 날아올랐을 때 쏴야하는 법!]

위진천; [이가놈의 욱일승천하는 기세에 대응이 난감했었는데 선후가 알아서 판을 깔아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사악하게 웃고

혈부용; [하오면...] 눈 반짝

위진천; [벽세황이란 놈은 잘 구워삶고 있겠지?]

혈부용; [제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는 정도가 되었사옵니다.] 얼굴 조금 발개지고. 벽세황의 품에 안겨 아양을 떨던 장면 떠올린다. 혈부용을 품에 안고 좋아 죽으려는 벽세황의 표정

위진천; [잘했다. 그 철부지 도련님에게 이가놈에 대한 증언을 준비시키고...]

위진천; [남궁진에게도 연락을 보내라.] [드디어 복수의 때가 왔다고...] 사악하게 웃는 위진천의 얼굴 크로즈 업

 

#285>

<-만리장성 근처의 음산(陰山)> 험준한 산맥. 나무가 거의 나지 않아 황량하다. 날씨도 우중충하고. #82>에 나온 장면.

음산의 어느 계곡. 좌우로 깎아지른 절벽.

그 절벽 끝에 철문이 달린 동굴이 있다. 동굴 입구에는 <降魔洞天>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100>에 나온 항마동천이다. 두 명의 노인이 철문 앞에 서있다. 똑같이 생긴 쌍둥이. 무기는 검. 이자들은 다른 작품에 나온 동심쌍로. 위진천의 심복들이다. 헌데

한쪽 절벽 위. 바위틈에 누워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청년. 바로 철검유협 막운비. 칼을 한 자루 허리에 차고 있다.

막운비; (저 동굴이 구대문파가 항마군영대를 기르기 위해 만든 항마동천...) 항마동천 입구를 보고

막운비; (저 안에서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막운비; (문제는 입구를 지키고 있든 저 늙은이들의 눈을 피해 잠입할 방도가 없다는 점이다.) 동심쌍로를 보고

<한눈에 봐도 백살파의 백일자객들에 못지 않은 고수들이니...> 동심쌍로의 모습 배경으로 막운비의 생각 나레이션

막운비;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자.) 편하게 눕고

막운비; (저 노괴들도 인간인 이상 빈틈을 보일 테고... 그 틈에 항마동천 안으로 잠입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하는데

무언가를 들었는지 철문을 돌아보는 동심쌍로.

이어 철문을 좌우에서 잡고 열기 시작하는 동심쌍로

막운비; (저 노괴들이 철문을 연다!) 눈 번득이며 고개 들고.

막운비; (무슨 일인가 벌어지려 한다.) 고개를 들고 철문쪽을 보고. 그때

그그긍! 그긍! 이윽고 철문이 활짝 열리더니

쿠오오! 쿠오오! 철문 안쪽에서 칙칙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막운비; (뭐... 뭐지?) 소름이 오싹 끼치고

막운비; (항마동천 안에서 불길하고도 숨이 막히게 만드는 살기가 폭발적으로 흘러나온다.) 아연 긴장. 그때

번쩍! 번쩍! 철문 안쪽에서 강렬한 눈빛들이 번뜩이더니

쿵! 철문 안에서 두 줄로 걸어 나오는 인물들. 몸에는 검은 옷과 검은 망토를 둘렀고 얼굴에도 검은색의 철가면을 쓰고 있다. 위진천이 지존회 소회주일 때 쓰는 귀신 가면과 비슷하지만 얼굴 전체를 가리면서 투박하고 또 색이 검다. 눈과 코 부분에만 구멍이 나있고. 눈 부위 구멍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이자들이 항마군영대. 이하 항마군영대로 표기

막운비; (항... 항마군영대?) 경악하며 몸을 웅크리고.

막운비; (분... 분명 사마외도들을 격멸하기 위해 구대문파가 기른 고수들인데... 저토록 불길하고 흉포한 기운을 뿜어내다니...) 전율할 때

<백일자객들에 필적하는 두 늙은이조차 공포에 질린 표정이다.> 줄줄이 철문 안쪽에서 나오는 항마군영대. 여자들도 열명이 두셋 정도 끼어있다. 철문을 열어준 동심쌍로들도 긴장한 표정으로 보고 있고. 그러다가

팟! 선두에 선 두 명의 항마군영대원이 날아오르고. 그러자

휘익! 휙! 일사분란하게 그 뒤를 따라 날아오르는 항마군영대

삽시에 계곡 밖으로 날아나가는 백여명의 항마군영대

막운비; (확... 확실히 뭔가 잘못되었다.) 전율

막운비; (어떻게 봐도 항마군영대는 정상이 아니다.) (저토록 지독한 살기를 뿜어내는 자들을 어떻게 정바팩도의 후기지수들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멀어지는 항마군영대를 숨어서 보며 생각하고.

이윽고 멀리 사라지는 항마군영대. 그러자

동심쌍로; [드디어 저 마귀새끼들이 세상으로 나가는군.] [에정보다 몇 달 빠른 강호출이긴 하지.] 멀러지는 항마군영대를 보며 대화하고

동심쌍로; [어쨌든 길고 지루했던 우리들의 임무도 드디어 끝이 났구만.] [더는 저 마귀새끼들 뒷바라지로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겠지.] 열린 철문으로 들어가고

동심쌍로; [오랜만에 마음 편히 한잔 할 수 있겠어.] [오늘은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보세.] 안으로 들어간다. 문을 닫지 않고.

막운비; (기회...) 조심스럽게 일어나고.

막운비; (저 늙은이들이 방심한 틈을 타서 항마동천으로 들어가보자!) 휘익! 동굴 입구로 날아내려가고. 이어

휘익! 동굴 입구에 내려서고

안쪽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고.

철문 안쪽은 음산한 동굴. 멀리 동심쌍로가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는 게 보인다

곧 한 구비 돌아 사라지는 동심쌍로.

막운비; (되었다!)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는 막운비

막운비; (부디 사매가 아까 그 마귀들 틈에 끼어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조심스럽게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고

 

#286>

<-북경>

<-자금성>

<-동창> #36> #208>등에 나온 동창의 모습

 

담길; [이청풍이 호천맹의 맹주로 추대된다?] 책상 앞에 앉아서 서류를 보다가 놀라 고개를 들고

환관1; [최근 삼문육가에 그리 통보되었다고 합니다.] 책상 건너편에 서서 보고하는 담길의 심복 환관1

담길; [언제?]

환관1; [열흘 후 북망산 심우장에서 호천맹이 정식으로 무림에 등장하는 개파대전이 있을 예정입니다.]

환관1; [그 자리에서 현 맹주인 선후가 이청풍에게 맹주 자리를 이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담길; [좋지 않군! 좋지 않아.] 심각

환관1; [죄인 이청풍이 호천맹의 맹주가 되면 황법으로도 건드리기가 껄끄러워질 것입니다.]

담길; [그게 아니야.] 고개 젓고

담길; [현재의 전력으로 지존회와 호천맹이 격돌하면 어떤 결말이 날 것 같으냐?]

환관1; [혈세사패만이라면 호천맹이 어찌 어찌 상대할 수 있겠지만...]

환관1; [신선부 출신인 것으로 추측되는 지존회 회주가 나설 경우 호천맹이 필패(必敗)할 것입니다.]

담길; [당연히 호천맹의 맹주도 무사하지 못하겠지.]

환관1; [죄인 이청풍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겠습니다.]

담길; [죄인이라...] 생각하다가

담길; [풍롱(馮籠)!] [지금부터 들은 말은 누구에게도 옮기면 안된다.]

환관1; [명심하겠습니다.] + (무슨 말을 하시려고...)

담길; [이청풍은 사실 백현비(白賢妃)님 소생이다.] 목소리를 좀 낮추고

환관1; [그런...] 경악하다가

급히 입을 손으로 가리며 주변 둘러보는 환관1

담길; [만귀비마마의 서슬이 퍼래서 황상께도 아직 고하지 않은 사실이다만...]

담길; [혹여 황태자전하께 변고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이청풍... 삼황자전하의 안전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확보해야만 한다.] 강렬한 표정

환관1; (그래서 황금전장이 이청풍을 암살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그토록 화를 내셨구나.) 깨닫고

담길; [내가 직접 북망산까지 가봐야겠다.] [출행 준비를 해라.]

환관1; [존명!] 포권하고

서둘러 나가는 환관1

담길; (삼황자전하...) 의자에 몸을 기대며

담길; (노신이 느끼는 이 불길한 기분이 그저 노파심이길 바라겠소이다.)

 

#287>

<-금릉의 환락가 진회하(秦淮河)> #254>. #261>등에 나온 진회하의 모습. 운하를 끼고 이어진 환락가. 수많은 기루들이 줄지어 서있고. 이제 해가 져서 기루마다 요란한 등들이 내걸렸다. 오가는 사내들 제법 많고. 화려하고 야한 복장의 여자들이 호객을 한다. 가게 앞에서 손님들과 수작하는 여자들도 있고 기루로 들어가는 마차들도 많고

<-쾌활림(快活林) 남경분타> 유독 크고 화려한 기루. 기루 입구에는 <萬花樓>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만화루 내의 외진 곳에 자리한 건물. 건물 주변은 잘 가꿔진 정원. 이곳은 만화루의 다른 곳과 달리 조용하고

창문이 열려있는 창가에 앉아서 정원을 보고 있는 호요희. 옷이 야하지 않다. 기녀에 어울리지 않는 평범한 옷을 입었다.

멍한 표정으로 창밖을 보는 호요희

스스스! 창밖의 돌이 변하더니

쿵! 청풍의 얼굴로 변한다

고개 젓는 호요희

다시 보니 돌이다. 하지만

스스스! 돌 근처의 잘 가꿔진 정원수가 또 변하더니

쿵! 이번에는 정원수가 뒷짐 짚고 선 청풍으로 변한다.

호요희; (중증이로구나.) 한숨 쉬며 고개 젓고

호요희; (탕마신협... 그 사람의 모습이 한시도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아 다른 생각은 할 수도 없다.) 한숨

호요희; (철들자마자 몸 팔며 살아온 창녀 주제에 이 무슨 열병인지...) 쓴웃음

호요희; (아무래도 내가 죽을 병에 걸린 것만 같다. 상사병이라는 불치의 죽을 병...) 한숨 쉴 때

달칵! 뒤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는 호요희

표요희; [한숨 소리에 땅 꺼지겠다.] 문 열고 들어오고

호요희; [어서 오세요 언니.] 돌아앉고

호요희; [이 시간에 무슨 일로 절 보러 오신 건가요?]

표요희; [네 소원을 들어주려고 왔다.] 다가오고

호요희; [제 소원이라니요?] 의아해할 때

파팟! 재빨리 호요희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몇 군데 찍는 표요희. 방심하다가 기습을 당해 혈도가 찍히는 호요희. 눈 부릅뜨고

호요희; [흑!] 콰당탕! 바닥에 야한 자세로 쓰러지는 호요희

표요희; [호호호! 간단하네. 역시 방심은 가장 치명적인 실수야.] 웃고

호요희; (연마혈(軟痲穴;몸이 마비되는 혈도)이 찍혔다!) + [왜... 왜 이러는 거예요 언니?] 헐떡이며 올려다보고

표요희; [별 거 아니다 여우야.] 호요희의 앞에 한쪽 무릎 꿇으며 몸을 숙이고

표요희; [네년이 꿈에도 그리워하는 낭군님과 만나게 해주려는 것뿐이니...] 손으로 호요희의 뺨을 만지며 사악하게 웃고

호요희; [낭군이라니 무슨 소리를...] + 표요희; [발뺌하려고 해도 소용없다.]

표요희; [서시응향에 중독된 이청풍을 네년이 몸으로 해독해준 걸 알고 있으니...] 사악하게 웃고

호요희; (안... 안돼!) 절망하고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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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八 章

 

       憂愁를 깨뜨리는 毒蟲

 

 

 

등천마세,

가을을 맞은 등천마세는 이미 지난 여름의 등천마세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시기적(時期的)으로는 소일초가 주소아를 안고 취풍녀와 함께 들어왔을 때부터이며,

내부적으로는 그들에게 몰래 묻어온 한천이기(恨天二奇)의 공작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변화는 취풍녀가 모든 것을 다 바치고 있는 소일초에게로 많은 고수들이 모여들어,

그는 등천마교 내의 가장 강한 세력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삼교주인 취풍녀가 복종하는 소일초, 속을 알 수 없는 등천마세의 인물들은 그를 전혀 진정으로 무서운 인물로 생각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대교주 마저 밀고 일어서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하여,

등천마세의 이교주 역시 나름대로 소일초를 요주의 인물로 지목한 채 그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어떤 움직임이란 그의 제거를 위한 움직임 일 것은 두 말 할 것도 없고……

소일초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소아와 더불어 술마시고 놀며 온 시간을 다 보내고 있는데 타인에 의해 그의 주변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다.

등천마세를 장악하는 것은 한천이기의 뜻이고,

등천마세를 이용하려는 것은 주소아의 뜻이다.

소일초의 뜻은 묵묵히 힘을 기르면서 모든 사실이 분명해질 때를 기다리고 싶은 것인데……

주변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어딘가에 쳐박혀 있을 사마귀는 아직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데……

 

× × ×

 

무적검(無敵劍),

이것이 현재의 소일초였다.

낙엽이 지는 정원의 나무 밑에서 침울한 시선으로 서천목산의 봉우리들을 올려보고 있다.

바람이 불때마다 낙엽의 그의 몸으로 떨어지며 날리는 데……

무딘 그의 감정은 자신도 모르게 우울해 지고 있었다.

어딘가에 계실 아버지와 작은 어머니가 부쩍 보고 싶어진 것이다.

주소아가 옆에 있으니 그가 신경쓰야 할 일은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취풍녀도 주소아에게 어떻게 혼이 났는지 소일초 앞에서는 전과는 달리 아주 몸을 사리고,

조심스럽게 대할 뿐 전과 같은 요구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일정한 거처도 없이 지내는 한천이기는 때때로 자신의 전각에서 머물고 가고,

버젓이 드러내 놓고 주소아와 소일초가 사용하는 침상에서 자고 가기도 한다.

그들도 아무튼 조금 사람같아지기는 했는데……

소일초는 갑갑함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의 그의 신분으로는 전처럼 아무에게나 시비걸고 장난친다는 것도 영 체면이 서지 않는 일 인 것이다.

도박을 하려가도 다른 놈들이 슬금슬금 피해버리고 상대를 해주지 않고,

술마시는 것만이 유일한 취미생활이었다.

주된 생활은 당연히 주소아와 더불은 그것이고……

소일초는 병이라도 날 것만 같다.

침울하게 일어서서 낙엽을 밟으며 자신의 전각으로 돌아온다.

그때,

윙윙윙--------

우웅웅--------

공기를 진동시키며 들려오는 소리에 주변의 나뭇가지들이 잘게 흔들리고 입들이 떨어졌다.

소일초의 검미가 보일 듯 말 듯 꿈틀거렸다.

(또 뭐야? 가만 있는 날 죽이려는 놈들이 왜 이리 많아……나쁜 년놈 한천이기……나쁜 놈들……날죽이려는 것들……)

심심하면 찾아오는 자객(刺客),

이제는 귀찮을 지경이다.

지금,

해는 뉘엇뉘엇 넘어가려고 하는데 까마득히 하늘의 한자락을 뒤덮으며 무엇인가가 그를 향해 구름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맙소사! 저게뭐야? 이젠 별 수단 다쓰는 구나.)

구름처럼 몰려오는 것, 그것은 바로 메뚜기 비슷하기도 하고 여치같기도 한 것들로 그가 남만에서 수도 없이 보았던 독충이 아닌가?

그에게 독은 통할 리 없지만 그것들은 눈앞을 가리고 무리를 지어 행동하기 때문에 얼마나 성가신 것인 줄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그것들에 이미 오래 전에 질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독충 떼는 몰려오고

소일초는 냅다 도망쳤다.

죽여도 끝을 보기 힘들고 냄새는 또 얼마나 역겨운가?

그저 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독충떼는 낙엽이고 나무가지고 스치는 순간에 앙상하게 만들어 버리고 미처 도망가지 못한 새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소일초를 알아보기라도 하듯 그것들은 소일초를 따라오는데……

소일초는 그의 전각을 향하여 날아가다가 딱 멈추어섰다.

(이렇게 되면 내 방이란 침대랑 모두 엉망이되고 말잖아. 저놈들은 어쩌면 전각까지 허물어 버릴지도 모르는데……)

멈추어 서는 바람에 독충들은 그에게 더욱 가까와 졌다.

더 생각 할 것도 없이 방향을 틀어 무작정 달렸다.

흰그림자를 그리면서 그의 몸은 무수한 전각들 사이로 달려갔다.

 

윙윙윙------

 

그의 뒤를 따라서 독충들이 날고……

등천마세는 발칵 뒤집혔다.

 

독충이다----

누군가 독충을 풀었다-----

 

비명과 함께 고함이 터져 나오고 소일초가 지나가는 전각마다 죽어자빠지는 사람, 도망치는 사람 가지각색이었다.

용감한 사람은 장력을 내치며 불로써 독충을 물리치려고 했고,

그 많은 독충떼에 질려서 대부분이 독충의 행로를 벗어나 도망치고 있었다.

문득,

소일초는 도망치면서 내심 속이 후련함을 느꼈다.

그동안 너무 지겨웠는데 신나게 달리면서 법석을 떠니까 힘이 펄펄 나는 것 같았다.

우울한 마음도 갑갑함도 바람처럼 날아가 버렸다.

그는 자기를 추종하는 무리나 대교주와 이교주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있는 곳을 가리지 않았다.

어차피 자기 수족이 아닌 그들인데 봐줄 것 없는 것이다.

(나쁜 놈들 잘 죽어봐라……날 죽이려다 등천마세 다 태울 것이다.낄낄낄……)

사방에서는 아우성이 터져나오고 그는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갑자기 그의 앞에 십여 명의 흑의인들이 나타났다.

[멈춰라! 이곳으로 오지마라.오……오……오지……]

소일초가 무시하고 달려들자 흑의인은 말을 하다말고 냅다 돌아서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새까맣게 몰려오는 독충들을 오지 말라는 말로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한 흑의인이 도망치자 나머지도 덩달아 도망쳤다.

소일초는 독충들을 조금 앞서서 이끌고 달리며 그들의 뒤를 쫓았다.

흑의인들은 미친 듯이 도망치지만 여전히 소일초는 자기들의 뒤를 쫓아오고 있다.

[흩어져라, 흩어져.]

한 사람이 외치자 그제서야 방향을 달리하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소일초는 소리친 흑의인의 뒤를 끊질기게 쫓았다.

도망치는 흑의인은 미칠 지경이었다.

[왜 나를 쫓아 오시오? 다른 사람들도 많은 데……]

아무 대답없이 그의 뒤를 쫓기만 하자 다시 소리친다.

[오해가 있는 가 본데, 독충은 내가 풀은 것이 아니오.]

[…………]

[정말이요. 오독교(五毒敎)의 오독존자(五毒尊者)가 풀었소.]

[남만의 오독교 말인가?]

[그렇소. 빨리 그에게 가보시오. 그는 외당(外堂)에 있을 것이오.]

흑의인은 그를 떨쳐버리기 위해 상세하게 가르쳐 주었다.

[너는 누구냐?]

[나는 대교주 휘하의 호위중의 하나요.]

[그럼 이 번에는 대교주의 수단이었군.]

소일초가 여전히 그를 바싹 쫓아가며 말하자,

[나는 말할 수 없소. 나는 그런 말 한 적은 없소.]

그는 말하면서 계속 달려갔다.

그러나 이미 소일초는 방향을 바꾸어 외당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오독존자 이놈 당장 나와라.]

그는 외당으로 뛰어 들면서 소리쳤다.

멀리서 외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그곳으로 간다. 피해라……]

다른 사람들이 소일초의 행로를 동료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외당에서 키가 자그마한 노인 하나가 뛰쳐나오더니 허둥지둥 도망가고 있었다.

소일초는 그가 오독존자라고 생각하고 고함을 쳤다.

[이놈! 내가 너를 건드리지 않았는데 네가 나를 건드려?]

대꾸도 하지 않고 도망가는 오독존자,

소일초는 순식간에 그의 뒤를 따라잡았다.

한데,

오독존자의 앞에 언제 왔는지 까맣게 독충들이 모여 있었다.

[으왓! 속았구나.]

오독존자는 원을 그리며 도망쳐 독충들의 꼬리부분에 당도한 것이다.

오독존자의 꾀임에 빠져 그는 앞뒤로 독충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으하하하하-------]

오독존자는 득의만만하게 웃으며 작은 깃발을 움직여 그를 완전히 포위해 버렸다.

비릿한 독충의 냄새가 소일초에게 밀려왔다.

그 뒤를 독충들이 새까맣게 그를 향해 몰려들었다.

순간,

소일초의 몸이 흐릿해지면서 독충들 사이를 뚫고 오독존자의 목을 움켜쥐었다.

[끅……]

단숨에 그의 목을 꺽어버리며 깃발을 빼앗고 독충들에게 던져 버렸다.

 

오독존자는 자기가 키운 독충들에 의해 뼈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정말 자기 한 몸 팔아서 독충 배 불린 것인데……

소일초는 깃발을 아무렇게나 휘둘러 독충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깃발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긴 하지만 어떻게 해야 수습할 수 있는지 몰랐다.

흔드는 것을 그만 두면 또다시 자기를 향해 달려 들테고……

마침내, 오독존자가 나왔던 전각 안으로 달려가 독충들을 들어오게 했다.

순식간에 전각안은 독충들로 꽉 차는 데……

소일초는 밖으로 빠져 나오면서 문을 닫고 전각에 불을 붙여버렸다.

더러 빠져 나오는 놈도 있었으나 몇 마리에 불과해서 힘을 쓰지 못하고 고스란히 메뚜기 꿉는 냄새를 내면서 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곤충들은 원래 불 가까이도 못가는 것이니 크지 않은 불과 연기에도 몽땅 죽어버린 것이다.

 

× × ×

 

소일초는 오래간만에 침상에 뒹굴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저녁 무릅에 신나게 달리고 소동피우고 거기에 불까지 질러 불구경했으니 속이 후련하고 통쾌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눈은 여럿 있었다.

바로 주소아와 한천이기 였다.

[당신이 저지른 일로 인해서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불만이 적지 않소. 왜 그들까지 괴롭혔소?]

원천기가 말했다.

[누가 나를 따른다는 건가? 나를 따르는 건 불과 두 사람 뿐일텐데……그리고 지금 자네가 나에게 따지는 것인가? 많이 컸다 원천기.]

[…………]

[전에는 그래도 정통마교주니 뭐니 꼬박꼬박 붙이더니 요즘은 아예 당신이라 부르며 따지기 까지 하는 구나.]

원천기와 한천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너무 핍박하지 마시오. 당신은 어차피 우리 칠십이기재들이 만든 안배에 따랐으니 우리의 뜻을 따라야 하오.]

원천기가 차갑게 말했다.

주소아가 소일초의 옆으로 다가서면서 그들에게 말했다.

[원천기! 뚝하면 칠십이기재들의 뜻 이니 천지파멸의 저주니 하는데, 솔직히 네 마음에는 오히려 무림에 대한 욕망이 들끓고 있지 않느냐?]

한천녀가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야망을 가지만 안된다는 말이냐?]

소일초가 얼굴을 굳히고 일어나 앉았다.

[너희들이 무엇을 하든 말든 나와는 상관이 없다. 하지만, 절대로 내위에 군림하려 하지 마라. 지금 내가 너희들의 뜻대로 여기에 있는 것은 나에게도 그럴 필요가 조금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너무 자신하는 군!]

원천기가 말했다.

그들의 사이에 살기가 감돌면서 긴장이 고조되었다.

그때 주소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한천이기! 한 번은 양보해 주마. 그렇지만 다음에 우리가 받을 것은 양보가 아닌 너희들의 목이다.]

한천이기는 어디론가 나가버렸고 소일초가 불만스러운 듯 주소아에게 말했다.

[왜 물러섰어? 그들이 대단하기는 해도 전력을 다한다면 나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할 텐데……]

[그냥……이 번 만은 그러고 싶었어. 그리고 아무래도 며칠 내에 등천마세에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아. 그들이 더욱 날뛰는 것으로 봐도 틀림없을 거야.]

[뭔 기미가 보여?]

[이미 전쟁이 시작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야. 취풍녀에게도 단단히 일러둬. 대교주와 대항할 때가 다 되었다고……]

소일초는 침상에 벌렁 누웠다.

[난 내키지 않아. 대교주보다 더 무서운 놈들에게 등천마세를 넘겨주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주소아가 그의 귀에 입을 대었다.

[다 계획이 있어. 조금만 기다려봐.]

 

× × ×

 

소일초의 전각을 멀리서 주시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일신에 백의를 걸치고 있었다.

등에는 한 자루의 장검이 걸려있고 몸에는 달인 인양 조용한 기도를 뿌리고 있다.

바로 등천마세의 이교주 마금석이었다.

이때 그는 허공을 보며 나직이 중얼거린다.

[사형이 오독존자를 동원하고도 대실패를 하고 말았다. 오히려 수많은 수하들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그는 가볍게 시선을 내리깔았다.

[어째서……그는 자기를 따르는 부하들까지도 그런 방법으로 죽거나 다치게 했을까? 불안하다. 대체 이 불안의 근원이 어디로부터 시작되었단 말인가? 무적검인가? 그가 나를 이렇게 불안하게 하고 있단 말인가?]

그의 안색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문득 낙엽을 밟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다.

그 낙엽에 소일초의 우울하던 모습이 진하게 떠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득,

그는 다시 독백하듯 중얼거린다.

[하나……이 불안이 어디에서 시작이 되든……그것은 상관이 없다. 이미 그의 세력은 강대하다. 그를 끌어들일 수 있다면 등천마세는 물론 천하도 장악할 수 있다.]

천하……

그렇다.

이 사나이 또한 그 무공 만큼이나 야망또한 강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등천마세의 이교주이므로……

[무적검……반드시 너를 내 아래에 두리라……비록 네가 강하다 해도 그것은 어쩔 수 없다.]

수수수……

낙엽은 어둠 속에서 짙붉은 빛을 뿌리며 떨어져 내리고……

마금석 눈 역시 야망으로 붉게 빛나고 있었다.

[너를 굴복시키는 것이……등천마세를 장악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면……어떤 수단이라도……]

순간,

그는 주위에 감도는 진한 살기를 느꼈다.

그것은 한 사람의 몸에서 뿜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었다.

최소한 열 사람의 몸에서 뿜어지는 가공한 살기……

그것은 마금석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 더욱 진해지고 있었다.

(음……엄청나다. 이 정도의 살기를 뿜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등천마세의 인물가운데서도 사십위 이내의 무공을 지닌 인물들……)

마금석의 눈빛이 어둡게 변했다.

(무적검……그가 벌써 이 정도의 인물을 포섭했단 말인가?)

소일초가 언제 고수를 포섭할 생각이나 했던가?

단지 한천이기가 보내온 인물들일 뿐이지……

하나 어쨌든, 그에게 살기를 뿜어내는 인물들은 단지 열 사람 뿐만이 아니었다.

시간이 갈 수록 잠시간에 그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상대들에 대해 새삼 경각심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분명히 등천마세의 인물들이다.

아니, 어쩌면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의 휘하에서 고개를 조아리던 인물일런지도 모른다.

살기는 점점 진해진다.

이대로 앞으로 나아가다가는 그들은 급기야는 자신을 공격할지도 모른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마금석의 얼굴에 경악과 분노가 넘치고 있었다.

언제 이런 경우를 당한 적이 있었던가?

몸에서 폭풍같은 신형검기를 일으켰다.

(이대로 걸음을 돌릴 수는 없다. 무적검, 그 자에게 나의 존재를 인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들을 베어야 한다.)

그렇다.

그가 이런 모욕을 받고도 참는다면 등천마교내에서 어떤 소문이 나돌게 될 지 알 수 없었다.

차라리 이곳에서 죽음을 건 도박을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는 어두운 하늘을 주시했다.

검을 펼치기 전에 기를 순수하게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었다.

순간,

[사형! 그냥 가세요.]

소리……

영혼을 촉촉히 적시는 여인의 음성이 있었다.

한때는 그가 수시로 몸을 탐하기도 했던 여인,

바로 그의 사매인 취풍녀의 음성이었다.

순간,

환상이었듯이 사라져 버리는 살기, 순식간에 마금석을 감싸고 있던 그 무서운 살기가 걷혀져 버린 것이다.

어둠의 한 편에서 취풍녀가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러자,

감도는 죽음보다 정막한 정적……

마금석의 눈에 진한 패배의 그늘이 드리워 졌다.

취풍녀는 손을 저어 어둠속에 있는 인물들을 흩어버렸다.

[사형! 내 행복을 깨려고 하지 말아요. 나는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내 사랑 내 행복을 지킬 준비가 되어있어요.]

마금석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취풍녀는 옛날의 취풍녀가 아니었고 등천마세는 옛날의 등천마세가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모든 것이 낯설어지고 두려워졌다.

야망은 아득히 멀어지고 영원히 잡을 수 없는 무지개처럼 소일초도 멀리있었다.

사형이 범하기 전에는 그도 진정으로 취풍녀를 사랑한 적이 있었는데……

마음은 몰라도 몸은 언제나 가까이 있다고 믿었던 그녀마저 꿈결처럼 날아가버렸다.

마금석은 어깨를 늘어뜨리고 자신의 거처로 돌아가고 있었다.

일순간에 그는 노인이 되어버린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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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깊은 밤. 산중의 어느 장원. 불은 모두 꺼져 있다.

어느 건물. 대청으로 축대 위에 세워져 있는데 역시 불은 꺼져 있다.

스스스! 그 대청 건물 앞으로 유령처럼 나타나는 여자. 양쪽 허리에 휘어진 칼을 한 자루씩 차고 있다. 바로 섭아연.

섭아연; (화산파 호북분타...) 건물 앞으로 다가가며 생각하고

섭아연; (눈에 보이는 인간은 없지만 호북분타 전체가 살기로 덮여있다.) 찌릿! 찌릿! 감전되는 느낌이 드는 섭아연

섭아연; (지금쯤이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반응이다.) + [나서라!] 멈춰서며 차갑게 외치고.

섭아연; [얼마든지 상대해주겠다.] 주변 둘러보며 말하고. 그러자

슥! 슥! 담장과 건물들의 그늘에서 나서는 무사들. 손에 손에 무기를 들고 있다.

섭아연; [화산파의 무공은 또 얼마나 대단한지 견식 해보자.] 창! 창! 양쪽 허리에 차고 있던 두 자루의 휘어진 칼을 반대쪽 손으로 뽑는다. 하지만

[...] [...] 무사들은 멀찍이에서 포위만 한 채 다가오진 않는다.

섭아연; (포위만 하고 접근은 하지 않는다.) 찡그리고

섭아연; (이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반응인데...) 생각할 때

덜컹! 가장 큰 건물의 문이 열린다. 돌아보는 섭아연

건물의 문이 열리며 앞장서서 나오는 철각개

섭아연; (개방의 거지...) 생각할 때

철각개; [바로 저 계집입니다 공자님.] 옆으로 물러서며 자기 뒤쪽의 누군가에게 말하고. 그러자

슥! 철각개가 물러선 자리로 나오는 청풍. 청풍의 뒤로는 몇 명의 중년인이 따라 나온다. 화산파의 중진들이지만 한번 나오고 말 캐릭터들

섭아연; (저 사내...) 아연 긴장

<나이는 내 또래로 보이지만 숨이 멎을 것같은 무시무시한 기운이 느껴진다.> 쿠오오! 건물에서 나오는 청풍의 몸에서 가공할 기운이 일어나는 걸 배경으로 섭아연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쌍도마녀... 쌍도마녀...] 중얼거리며 계단을 내려온다. 철각개와 화산파 중진들은 축대 위에 서서 보고 있고

청풍; [손속을 나누기 전에 진짜 이름이 뭔지 들어봅시다.] 포권하고

섭아연; [싫다면?] 노려보고

청풍; [그럼 어쩔 수 없지요.] 스릉! 차고 있던 도룡보도를 뽑으며 웃고

섭아연; (범상치 않은 칼...) 긴장

청풍; [말 대신 칼로 대화를 나눠야하는 상황이오만...] [칼에는 눈이 없으니 부디 조심하시오.] 도룡보도로 겨누며 다가가고

섭아연; [잘난 척 하는 그 아가리에서 곧 비명이 터질...] + [!] 말하다가 깨닫고

섭아연; [탕마신협! 네놈은 근래 혈세사패를 쓸고 다닌다는 탕마신협이로구나!] 이를 바득 갈고

청풍; [내가 바로 이청풍이오.] 웃고

청풍;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소저가 구대문파를 상대로 벌여온 살겁은 오늘로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오.]

섭아연; [과연 그럴지 보자!] 슈악! 두 자루 칼을 미친 듯이 휘두르며 청풍에게 쇄도한다. 수많은 팔이 생긴 것 같고 수많은 칼이 날아든다.

철각개; [조심하시오!] 자기도 모르게 외치고

슥! 슥! 캉! 카캉!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피하면서 도룡보도를 마주 휘두르는 청풍.

섭아연; [크아!] 마녀처럼 변해서 더 강하고 빠르게 양손의 칼을 휘두르는 섭아연. 그러자

가강! 슈학! 막는 청풍의 도룡보도를 따라 거슬러 올라오는 섭아연 칼들

청풍; [!] 캉! 카캉! 놀라며 칼을 빠르게 휘둘러 떨쳐내지만

서걱! 쩍! 청풍의 몸 여기저기가 갈라진다. 옷이 베어지고 피도 나고

[헉!] [저... 저런...] 철각개 뒤쪽의 중년인들도 경악하고

철각개; [걱정마시오. 저 계집의 도법 정도에 당할 이공자가 아니오.] 중년인들을 안심시키지만

철각개; (그렇지만 실로 무시무시한 도법이다!) 식은땀을 흘리며 보고

<백일살신을 상대로도 패하지 않았던 이공자의 몸에 상처가 나고 있다.> 수많은 칼을 만들어내 청풍을 공격하는 섭아연. 그 공격을 겨우겨우 피하는 청풍. 몸에 상처가 나고 피가 튄다

철각개; (저토록 가공할 도법을 구사하니 지금껏 쌍도마녀와 맞설 수 있는 사람이 없었지.) 침 꿀꺽 긴장하며 보고. 그때

청풍; [감탄했소!] [소저의 도법은 확실히 대단하고 위력적이오.] 캉! 캉! 웃으면서 섭아연의 공격을 막아내고

섭아연; (이 사내...) 슈학! 쩌정! 미친 듯이 칼을 휘두르며 굳어진 얼굴

청픙; [상대의 공력을 거슬러 올라가며 공격하는 이런 도법은 실로 전대미문이오만...] 캉! 캉! 섭아연의 공격을 막으며 웃고

청풍; [유감스럽게도 내게는 통하지가 않소.] 가가강! 가앙! 엄청난 속도로 도룡보도를 휘두르고

섭아연; (이게 무슨...) 캉! 카캉! 마주 양손의 칼을 휘둘러 상대하며 경악하고

섭아연; (나의 수라칠식과 흡사한 도법을 구사한다!) 캉! 카캉! 겨우 겨우 청풍의 공격을 막으며 경악하고

철각개; [그렇지!] 안심하며 환호하고

[허어!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군.] [탕마신협의 위명은 과장된 게 아니었소.] [쌍도마녀를 단번에 압도하는군!] 감탄하고 안도하는 철각대 뒤의 중년인들

섭아연; [!] 캉! 카캉! 청풍의 공격을 막다가 깨닫고 눈 부릅

섭아연; [수라칠식!] 겨우 막으며 경악하고

청풍; [수라칠식?] 도룡보도를 휘두르며 되묻고

철각개; (그러고 보니 저 마녀가 구사하는 도법은...) 경악. 중년인들도 놀라고

섭아연; [네놈, 어디서 천잔수라의 수라칠식을 훔쳐 배운 것이냐?] 부악! 쩍! 이를 갈며 쌍칼을 휘두르고

[역시 수라칠식이었군!] [파천검마와 호각으로 싸웠다는 천잔수라의 수라칠식이었구먼.] [그래서 누구도 저 마녀의 살수를 막을 수 없었던 게고...] 중년인들 놀랄 때

청풍; [훔쳐 배운 건 아니고... 방금 전 소저가 가르쳐주지 않으셨소?] 캉! 카카캉! 웃으며 도룡보도를 수없이 많이 만들어 공격하고

섭아연; [내가 가르쳐주었다니 무슨 개소리를...] + [!] 청풍의 공격을 막다가 경악하고

섭아연; [설마... 내가 펼친 수라칠식을 보고 흉내를 낸다는 거냐?] 경악과 불신

청풍; [바로 그렇소!] 스악! 웃으며 빠르게 도룡보도를 내리긋고. 비스듬히 섭아연을 두 조각 낼 기세로

섭아연; (위험!) 캉! 두 자루 칼을 교차해서 청풍의 도룡보도를 막지만

캉! 청풍의 도룡보도가 강력한 힘으로 내리쳐서 섭아연의 두 자루 칼을 아래로 밀어버린다. 칼이 잘린 건 아니고 힘에 밀려 두 팔이 내려진 자세로.

철각개; [그렇지!] 환호

[해치우시오 이공자!] [죽어라 마녀!] 중년인들 환호. 하지만

청풍; (혈도를 제압하는 정도로 끝내야겠지.) 스악! 내리그었던 칼을 홱 돌려서 위로 다시 쳐올리고. 섭아연은 두 팔이 내려진 상태라 막을 수 없다.

섭아연; [큭!] 팟! 몸을 뒤로 홱 젖혀서 청풍의 칼 끝을 피하려 하고.

스악! 쳐올린 칼 끝을 찔러서 혈도를 찌르려하는 청풍.

사력을 다해 뒤로 몸을 젖혀 피하려는 섭아연. 그 바람에

스악! 청풍의 칼끝은 섭아연의 혈도를 찍는 대신 저고리를 아래에서 위로 갈라버린다.

휘릭! 덤블링하며 뒤로 날아 피하는 섭아연

[저런...] [이공자의 공격을 벗어났다.] [확실히 보통 계집은 아니로구만.] [끝나는 줄 알았거늘...] 철각개와 중년인들 아까워하고

청풍; [허어! 용케 피하셨소.] 웃으며 더 추격하지는 않고

휘릭! 그런 청풍의 앞쪽 5미터쯤에 다시 내려서는 섭아연.

청풍; [하지만 두 번의 요행은 없을 테니...] + [!] 말하다가 눈 부릅

사각! 섭아연의 저고리가 좌우로 갈라지며 젖가슴이 드러난다. 허리춤에서 목 아래까지 저고리와 그 안의 속옷, 젖가리개가 함께 갈라진 모습. 헌데

쿵! 저고리와 속옷이 갈라지며 드러나는 섭아연의 젖가슴 골. 젖가슴이 드러난 건 아니고 젖가슴 사이의 골이 드러났는데 그곳에 나비 형상의 점이 있다.

[허어!] [이런...] 철각개와 중년인들 멋쩍어 하며 시선 돌리고

섭아연; [개소리는 작작하고...] 칼로 청풍을 겨누며 이를 갈다가 눈 치뜨고

청풍이 경악한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을 보고 있다. 그러자

[!] 그제서야 자신의 가슴 부위를 내려다보는 섭아연. 저고리와 속옷이 갈라지며 드러난 젖가슴 골 사이에 나비 형상의 점이 있고

섭아연; [흑!] 기겁하며 한 팔로 가슴 가리고. 그때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122>에서 섭장천이 죽기 전에 유언하던 장면이다.

 

섭장천; [노파심으로... 다시 한 번 부탁을 하마.] [노부의 손녀... 유일한 핏줄인... 아연이를 찾아내 보살펴다오.]

청풍; [명심하겠습니다.]

섭장천; [아연이... 그 가엾은 것은 지존의 마수에 떨어져 무슨 수난을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게 끝내 노부의 마음을 어지럽히는구나.] 탄식

청풍; [천지신명께 맹세컨대 아연소저는 반드시 찾아내 지켜드리겠습니다.]

섭장천; [고맙구나. 고마워.] 미소 짓고

섭장천; [아연이의 가슴 부분에... 나비 형상의 점이 있다는 걸 잊지 말거라.] 말할 때

회상 끝

 

청풍; [소저! 물어볼 게 있소.] 칼 내리며 다가오고

섭아연; [죽일...] 이를 갈며 청풍을 노려보고. 수치심으로 얼굴 붉어진 채 한손으로는 가슴을 가리고

청풍; [가슴의 그 점,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거요? 아니면 나중에 문신을 한 거요?] 흥분하며 묻지만

섭아연; [추잡한 색마!] 팟! 이를 갈며 날아오르고

청풍; [기다리시오 소저!] 급히 외치지만

섭아연; [오늘 당한 치욕은 반드시 갚고 말겠다!] 쐐액! 악을 쓰며 장원 밖으로 날아가고

청풍; [당주! 소생은 이만 작별을 고해야겠습니다.] 철각개등을 돌아보고

철각개; [편하실 대로 하십시오.] + 중년인들; [감사합니다 이공자!] [신세를 졌소이다.] 중년인들도 인사하고

청풍; [연락드리겠습니다.] 휘익! 질풍같이 날아오르고. 화산파 제자들 놀라서 보고

삽시에 멀리 사라지는 청풍

[허어... 신룡이 따로 없구만.] [난세에 저런 기린아가 정파백도에서 나온 건 기적이나 다름없소.] [덕분에 혈세사패가 일으킨 풍파도 머잖아 잦아들겠소.] 중년인들 멀어지는 청풍을 보며 감탄하고

철각개; (이공자가 보인 반응이 예사롭지 않았다.)

철각개; (쌍도마녀의 가슴에 있는 점을 보고 놀란 것 같았는데...)

철각개; (혹시 이공자가 쌍도마녀와 인연이 있는 사이가 아닌지 모르겠다.) 우려

 

#280>

여전히 밤. 산중

쐐액! 한손으로 가슴 가린 자세로 날아오는 섭아연

섭아연; (죽일 놈...) 청풍이 자신의 저고리를 도룡보도 끝으로 가르던 장면 떠올리며 이를 바득 갈고

섭아연; (감히 날 희롱해?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죽여 버리고 말 테다!) 이를 갈고. 하지만 그 직후

[!] 눈 부릅뜨는 섭아연.

휘익! 섭아연이 날아가는 앞쪽에 뚝 떨어지듯 나타나는 청풍. 도룡보도는 다시 칼집에 들어 가있다.

섭아연; [네놈이...] 급정거하고

청풍; [진정하시오 소저!] 무기를 들지 않은 양팔을 벌려 보이며 다가오고

청풍; [소저와 싸우려고 따라온 게 아니오. 부디 아까 했던 내 질문에 대답을 해주시오.]

섭아연; [닥쳐라!] 지지징! 양손의 칼로 진동을 일으키며 청풍과 싸울 준비를 하고. 이제 가슴을 가리는 건 포기했다.

섭아연; [오늘 네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 [!] 외치다가 눈 부릅

지지지! 청풍의 몸에서 수많은 검의 형상이 돋아나고 있다.

섭아연; [검... 겸벽신공!] 경악하며 비틀 물러서고

섭아연; [네가... 당신이 어떻게 조부님의 검벽신공을...] 충격에 휩싸이고

청풍; [조부...] 눈 번쩍

청풍; [역시 소저는 검성 섭노사의 손녀인 섭아연소저셨군요.] 끄덕

섭아연; [내가... 내가 누군지 안다는 건...] 충격으로 헉헉

청풍; [그렇소이다. 나는 인연이 닿아서 소저 조부님의 임종을 지킬 수 있었소이다.] 포권하며 침통하게 말하고

[!] 충격 받고 눈 치뜨는 섭아연

 

#281>

여전히 밤. 어느 도시. 밤이 깊어 불이 켜진 건물은 거의 없고

어느 장원. 음침한 인상의 사내들이 경비를 서고 있고

어느 건물

[흐윽!] 털썩! 땀이 범벅이 되어 침대에 천장 보며 널브러지는 여자. 표요희다. 거의 알몸이고

사내; [만족했소 표요희?] 슥! 옆에 누우며 표요희를 끌어안는 사내

표요희; [고마워요 공자님!] 사내의 품에 안기고

표요희; [연락도 없이 찾아온 저를 이렇게 환영해주셔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위진천; [내가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오. 나에 대한 소저의 마음이 변함없다는 걸 확인했으니...] 표요희의 머리 쓰다듬으며 음험하게 웃는 사내가 위진천임을 보여주고

위진천; [헌데 소저가 나와 내통하고 있다는 걸 들킬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온 데는 이유가 있겠소.]

표요희; [맞아요. 급히 공자님께 고할 일이 한 가지 생겼어요.] 고개 들어 위진천을 보며

위진천; [기대가 되는구려. 무슨 좋을 소식을 가져왔을지...]

표요희; [저의 사매 호요희에 관련된 일이랍니다.]

위진천; [호요희? 그 여우가 무슨 짓을 저질렀소?] 눈 번뜩

표요희; [글쎄 그년이 이청풍과 붙어먹었지 뭐예요?] 흥분해서 말하고

위진천; [호요희가 이가놈과 붙어먹었다?] 음산하게 웃으며 눈 번뜩이는 위진천의 얼굴 크로즈 업

 

#282>

<-복우산> #111>에 나온 복우산의 모습. 다만 때는 낮

<-독룡간> 역시 #111>에 나온 독룡간의 모습

 

독룡간의 바닥. 동굴 옆의 절벽 아래에 있는 검성 섭장천의 무덤. #123.에 나온 장면인데 무덤 앞에 섭아연이 무릎 꿇고 엎드려 울고 있다. 청풍이 그녀 뒤에 역시 무릎 꿇고 앉아서 보고 있고. 주변에는 용각신망을 비롯한 수많은 뱀들이 지켜보고 있다.

청풍; (반년 전 은일곡이 화를 입었을 때 섭소저는 무명공자(無名公子)라는 자에게 구조되었다고 한다.) 섭아연이 우는 걸 보며 위진천을 떠올리고

청풍; (그자는 은일곡을 공격한 것이 구대문파라고 했으며...) (이에 섭소저는 천잔수라의 수라칠식을 익혀 구대문파에 복수를 해온 것이다.)

청풍; (결국 무명공자라는 자가 섭소저를 이용해서 구대문파에게 타격을 입힌 셈인데...)

청풍; (아마도 그자는 지존회의 소회주일 것이다.) 창천애에서 자신이 소지존 모습의 위진천과 싸우던 장면 떠올리고.

청풍; (섭소저의 부모를 해친 것도 모자라 섭소저를 살인도구로 이용하기도 하고...)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인간들이다.)

청풍; (당분간 여기 머물며 섭소저에게 절대삼검을 가르쳐 주자.) 울고 있는 섭아연을 보며 생각하고

청풍; (절대삼검은 섭소저 가문의 가전절학일 뿐 아니라 섭소저가 복수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무공이기도 하니...)

<섭소저는 파천검마에 필적했다는 천잔수라의 수라칠식을 반년도 안되어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섭아연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그건 섭소조가 나에 못지않은 자질을 지녔다는 증거고...) (절대삼검도 어렵지 않게 연마해낼 수 있을 것이다.)

청풍; (섭노야!) 검성 섭장천을 떠올리고

<머잖아 손녀께서 직접 노야의 복수를 해줄 수 있을 것 같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장내의 광경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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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七 章

 

         忠誠水

 

 

 

파양호 물밑에 있는 어떤 섬,

위에는 잎이 상해버린 무수한 수목이 귀신처럼 흐물거리고 숲 안쪽에는 회색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거대한 석조건물이 있다.

수초들이 그 거대한 석조건물을 뒤덮고 있고,

물고기떼가 숲사이를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석조건물의 안에서도 헤엄치고 있었다.

누가 물밑에 이런 건물을 세워놓았나?

마치 고대의 유적지를 보는 듯한 이곳,

불과 몇 년 전까진 파양호위에 유유히 떠있던 섬이었다.

바로,

수백 년의 세월을 최강의 문파로 이어온 백인장의 고토,

사람은 보이지 않고 처량하게 물밑에 가라앉아 수초를 몸에 감고 있는 거대한 석조건물,

어이해 이곳에 가라앉아 버렸나?

한때 소선풍이 회복하기 위해서 몸을 눕혔던 곳도 이제는 물고기떼의 보금자리가 되어버렸는데……

가라앉은 부주(浮舟)의 석조건물 밑에는 또다른 공간이 있다.

거대한 광장이 있고 무수한 방들이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사라진 백인장의 모든 가족들, 그리고 청옥검궁의 핵심요인들이었다.

어느 화려한 방안,

십 수 명의 사람들이 모여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장주! 이제 우리의 힘은 예전에 못지않게 회복되었소. 하늘을 향해 도(刀)를 높이 치켜들고 소장주와 먼저간 원로들의 복수를 할 때가 왔소이다.]

소리 높여 말하는 이 사람,

절정의 도객답지 않게 지혜로 충만하여 고요로운 눈빛을 가졌던 제일원로 동평선생(東平先生)이다.

동료들의 죽음으로 성격마저 변해버렸는가?

그의 음성에는 조급함이 배어있었다.

[그렇습니다. 이제 무림에 나가 삼수(三手)의 흔적마저 없애버려야 합니다.]

이주용의 검에 찔려 죽을 뻔 했던 수혼도객 역시 이대봉공의 자격으로 재청하고 나온다.

그러나,

상석에 앉아 묵묵히 듣기만하고 있는 도왕 소선풍은 이 번에 그의 작은 부인인 조예진을 바라본다.

조예진은 다시 그녀의 옆에 앉아 있는 이주용을 보고 미소를 짓는다.

[제 의견은 간단해요. 우리가 모두 죽는다고 해도 원수는 갚아야 한다고요. 하지만, 시기에 대해서는 급하지 않아요. 모든 결정을 당신과 언니, 그리고 여러 원로들에게 맡기고 단지 따르기만 하겠어요.]

이주용이 소선풍의 눈을 바로 보면서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제히 나가도록 해요. 우리 태봉(소일초의 어릴때 이름)이 원수를 갚아야죠.]

표정을 굳히고 원로들을 쭉 돌아본다.

[원로들께서도 저와 생각을 같이 하시겠지요?]

그녀의 말은 강요에 가깝다.

백인장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있다면 전에는 소일초였고 지금은 화해하고 돌아와 있는 이주용이다.

이 모자(母子)는 사람괴롭히는 데는 도가 튼 사람들인 것이다.

백인장에서 큰 마님인 이주용에게 잘못보이면 편한 세월은 다간 것이라고 보아도 좋다.

잔소리 쟁이 원로들도 그녀 앞에서는 항상 찔끔한다.

무슨 수단으로 자기들을 괴롭혀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원로들 역시 대부분이 밖으로 나가자는 데 찬성이지만 이주용의 눈길을 받고 의견을 낼 것도 없이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당연히 그렇소이다.]

제일원로인 동평선생은 그들을 보면서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

(밤낮 눈총만 받으면 아첨부터 하고보는 못난 녀석들……)

그는 먼저 의견을 냈기 때문에 눈총받지 않아서 그럴 수 있는 지도 모른다.

그때, 소선풍이 중후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의 말은 강요지 어떻게 의견을 묻는 것이라 할 수 있소? 그만 두시오.]

[그럼 대체 당신 생각은 어떻단 말이에요? 삼수에게 한 번 당하고 나니까 겁이라도 생겼어요?]

그녀는 발끈하는 성미를 여전히 고치지 못하고 소선풍에게 달려든다.

원로들은 고개를 숙이고 모른 척하고……

동평선생은 다시 중얼거린다.

(저 못된 성미……그저 성질대로라면……저러니까 쫓겨나고 법썩을 떨었지……그저 작은 주모 반 만돼라……)

소선풍이 이주용을 진정시키면서 무심군자에게 말한다.

[좌봉공, 우리가 계획했던 것이 몇 년 이었소?]

[오 년 입니다.]

[지금은 몇 년이 되었소?]

[불과 삼 년이 지났을 뿐입니다.]

무심군자는 그의 의도를 짐작하고 있는 듯 차분하게 말해준다.

[좌봉공이 생각하기에 우리의 힘이 얼마나 강해졌다고 생각하시오?]

[먼저 장주께서 일어나셨으니 천하에 우리가 이기지 못할 세력은 없을 것이며 원로들께서 몇 분 남지 않으셨지만 원체 고강하신 분들이니 말할 것 없으며……]

무심군자의 차분한 말에 원로들이 미소를 지었다.

[주력인 백인도객 중에서도 절정에 도달한 인물들이 다수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의 활동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백 십여 명에 불과 하지만 천군만마를 상대할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주용이 다시 소리쳤다.

[그것 봐요. 지금도 얼마든지 된다잖아요.]

소선풍이 벌떡 일어섰다.

[그 정도의 힘은 언제든지 있어왔다.]

그의 큰 목소리에 모두가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었다.

[당신은 우리 백인장이 어떻게 해서 소수의 사람들로도 수 백년을 무림의 최강세력으로 존재해 올 수 있었는지를 모르고 있다.]

[…………!]

이주용은 입을 다물고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정말 그와 같은 일은 있기 어려운 것이었음에도 백인장은 신화를 이룩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백인장의 장주로서 수백 명의 식구들을 이끌어가는 가장(家長)이다. 백인장의 식구 어느 누구고 나에게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으며, 수백년을 함께 내려온 형제요 피붙이나 다름없다.]

[…………!]

[한데도 나는 삼 년 전, 내 아들을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저 사람의 청을 뿌리치지 못하여 치정에 따른 결정을 하고야 말았다.]

조예진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나는……원로십팔도객이 아무도 살아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눈물로서 그들을 보냈다. 그때 생명을 잃은 그들은 나의 어리석은 결정으로 인해 죽은 것이다.]

일곱명의 원로도객들이 일제히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장주, 당치않은 말씀이외다.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나선단 말입니까?]

소선풍은 머리를 저었다.

[다행히 열 한 분의 살신성인으로 인하여 나머지 분들이나마 생명을 보전할 수 있었음에 대해 나는 하늘에 감사했소이다.]

소선풍은 이주용을 바로 응시했다.

[당신에게 우리 백인장의 힘이 수백년 동안 조금도 위축되는 법이 없이 보전될 수 있었던 비결을 말해 주겠소.]

[…………!]

[백인장주는 절대로 백인장의 가족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소. 그들을 죽을 장소로 보내는 일은 없었소. 장주는 오히려 그들을 위험으로 부터 보호해 왔소.]

원로들과 봉공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장주는 자기를 위하여 그들을 부리지 않았소. 그것이 우리 백인장이 수 백 년을 최강의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요. 희생시키지 않기에 힘은 강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오. 강요하지 않기에 그들은 따르는 것이오.]

[…………!]

소선풍은 고개를 숙였다.

[한데……삼 년 전 그때 나는 수 백 년을 내려온 장주의 율법을 어기게 되었소.]

[장주……]

원로들이 일제히 외쳤다.

[그로 인해서 백인장의 세력은 크게 줄게 되었으며 나는 이렇듯 잠적을 감행하게 된 것이오.]

소선풍은 강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의 나는, 장담하건데 삼수(三手)가 아무리 강해졌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그들을 다 감당할 수 있소. 하나,]

[…………]

[그들의 세력으로 인해서 우리 백인장의 식구들 중에 적지 않은 사상자가 나올 것이오. 그들의 수하들은 삼 년 전에도 수 만을 헤아렸소. 우리 백 여 사람들 중에는 적지 않은 사상자가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오.]

[…………]

[나에게는 장주로서 그들을 죽이기보다는 한 사람의 가족이라도 더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소.]

그의 어조는 아주 단호했다.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며 머리에 관을 쓴 금포노인이 들어왔다.

[그렇다면 나라도 내보내 주게.]

그는 소선풍의 장인이자 청옥검궁의 궁주인 검왕 이극송이었다.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그를 맞았다.

[갑갑해서 더는 이 안에서 못 살겠네, 나는 죽을 날이 멀지 않았으니까 지금 나가서 죽어도 괜찮지 않겠는가?]

그의 말에 소선풍도 선뜻 결정을 못내리고 가만히 있었다.

그때 조예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우리가 직접 삼수와 부딪치지는 않더라도 강호로 나가서 활동해야 할 필요는 있지 않겠어요?]

그 말에 이극송이 껄껄웃었다.

[내 생각이 바로 그걸세, 자네는 잘 생각해야 하네,]

[…………]

[내 성미도 자네 큰 마누라처럼 급하고 못된 데가 있다네. 만약 나가지 못하게 하면 이 부주를 깨뜨려 버릴 지도 몰라.]

그의 말에는 소선풍이 입이 막혀버렸다.

이렇게 하여,

백인장의 숨어있던 고수들이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주력은 여전히 숨어있지만 일부나마 활동하게 된 것이다.

삼수의 흔적을 쫓아다니며……

 

× × ×

 

분주히 돌아다니며 공작을 하는 또 다른 사람들이 파양호에서 수 천리 떨어진 서천목산에 있었다.

바로 한천이기이다.

지금 그들은 한 명의 흑의노인과 한 명의 흑의청년을 보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은 지금 묘한 자세로 앉아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단검의 끝을 서로 맞대고는 다른 손은 뒤로 돌려 버린 다음에 한 손으로 단검을 밀고 있었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다.

조금이라도 상대방 단검의 끝에서 자기의 단검이 벗어날 경우 자기도 죽고 상대방도 죽는 것이다.

전력을 다해 밀고 있는 것이기에 검은 그대로 서로의 가슴을 꿰뚫어 버릴 것이다.

원천기가 그들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양팔을 벌려 두 사람의 뇌호혈에 올려놓았다.

[등천마세의 주인은 누구인가?]

[…………!]

[말하지 않으면……]

원천기는 두 사람의 몸을 흔들었다.

노인과 청년은 급히 검을 흔들리지 않게 조정하면서 땀을 흘렸다.

[등천마세의 주인은? 답하지 않으면 다시 흔들겠다.]

그가 다시 흔들려고 하자 노인이 소리를 질렀다.

[당연히 대교주인데 무슨 소리야!]

화가 나서 말을 내뱉는 순간 기가 흩어지면서 그의 단검이 뒤로 밀렸다.

원천기는 이 번에는 청년의 몸을 흔들면서 다시 물었다.

청년은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듯 했다.

[바로 당신이란 말인가?]

이번에는 그의 검이 뒤로 밀리고,

원천기는 자기의 이름을 말했다. 그리고 노인의 몸을 흔들면서 다시 물었다.

다급해진 노인은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그래 원천기다 원천기]

청년은 원천기가 자기의 몸을 흔들기도 전에 말했다.

[원천기, 원천기!]

원천기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당신들이 인정했으니 내가 어떻게 하든 내 말을 듣겠지? 그럼 당신들은 충성수(忠誠水)를 마시도록.]

그는 말을 하면서 그들의 뇌호혈에서 손을 떼고 품에서 작은 옥병을 꺼냈다.

순간,

청년과 노인의 눈이 반짝였다.

쉭----!

쇄액---!

서로를 겨누고 있던 두 자루의 단검이 옆에서 옥병을 꺼내는 원천기의 목과 가슴을 노리고 찔러들어갔다.

근접한 거리, 빠른 공격, 예상키 어려운 상황, 기습이었다.

그러나……

원천기의 왼손이 환상처럼 움직이며 두 개의 단검을 소매로 감아버렸다.

그리고 그의 발이 그들의 명치를 제각기 가격하자 그들의 입이 순간적으로 벌어지는데,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원천기가 우수에 들었던 옥병의 충성수를 부어넣었다.

[헉!]

[윽!]

놀라는 사이에 이미 비명과 함께 충성수는 그들의 목으로 넘어가 버렸다.

짝짝……

원천기는 손을 털었다.

충성수가 목으로 넘어간 이상 일은 다 끝난 것이다.

두 사람은 무조건 그의 명령에 따르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세 달 후에는 전신이 살점이 떨어져 내려 뼈만 남은 모습으로 죽게 될 것이다.

물론 해약을 먹으면 괜찮겠지만……

원천기는 그들에게 무적검에게 복종할 것을 지시했다.

그들은 등천마세에서 서열 이십위 내에 드는 고수들이었지만 원천기에게 꼼짝도 하지 못하고 당하고 말았다.

충성수……

이는 칠십이기재들이 만든 일종의 독약이다.

보통 물과 똑같이 보이고 맛도 같지만 삼 개월에 한 번씩 해약을 먹지 않으면 전신의 살이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것이다.

원천기와 한천녀는 이미 무수한 등천마교의 고수들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충성수를 마시게 했다.

그 만큼, 소일초의 밑으로 모여드는 사람의 수는 많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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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높은 바위 봉우리 위. 혈부용이 서서 봉우리 아래쪽 숲을 보고 있는데

부악! 갑자기 숲 가운데에서 거대한 반구형의 기운이 일어난다. <아키라>의 폭발 장면처럼. 지존과 타노의 공격이 격돌하며 일어나는 현상

혈부용; [회주께서 그 꼽추와 붙었다!] 흥분할 때

콰앙! 그대로 폭발하는 반구형의 섬광. 핵 폭탄이 터지듯 주변의 모든 걸 날려버리고

혈부용; [이크!] 휙! 급히 뒤로 뛰어내려 바위 뒤에 숨고

펑! 화악! 폭심에서 일어난 충격파가 혈부용이 있던 바위 봉우리까지 미친다. 강한 바람과 충격파가 바위 봉우리까지 휩쓰는 모습. 부서진 나무와 작은 돌들이 날아와 혈부용이 숨은 바위를 때린다.

드드드! 진동하는 바위 봉우리. 바위 뒤에 웅크린 채 숨을 죽이는 혈부용

드드드! 이윽고 진동이 갈아앉고

혈부용; (끝났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쿵! 드러나는 바위 봉우리 아래쪽 숲의 모습. 숲에 직경 100미터쯤의 공터가 생겼다. 그 공터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무와 바위들이 사방으로 날아갔고. 공터 주변의 나무들은 바깥쪽으로 쓰러져 있다. 그 공터 중앙에 누가 서있는 게 보인다.

공터 중앙에 서있는 인물 크로즈 업. 바로 지존이다.

혈부용; (격돌한 현장에 회주님만이 남아있다.) 팟! 날아오르고

혈부용; (당연한 결과겠지만 회주님께서 이긴 것 같다.) 휘익! 공터로 날아가고

혈부용; [회주님!] 휘익! 지존 앞에 날아내리고

혈부용; [그 꼽추는 어떻게 되었...] + [!] 묻다가 놀라고

지존의 모습. 가슴 부위의 옷이 터져나갔고 그곳에 용이 원형으로 웅크린 형상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주르르! 가면 아래로 피가 흘러내린다.

혈부용; [회주님! 다치셨는지요?]

지존; [호들갑 떨지 마라.] [그 꼽추의 신룡번이 예상했던 것보다 화후가 높아서 방심한 대가를 치른 것뿐이다.] 손등으로 가면 아래로 흐르는 피를 닦고

혈부용; (타노라는 그 꼽추, 진짜 실력을 숨기고 있었구나.) 침 꿀꺽 삼키고

지존; [본좌로 하여금 피를 보게 한 대가로 그 꼽추는 치명상에 가까운 중상을 입었다.] [멀리 달아나지 못했을 테니 추살(追殺)하라!]

혈부용; [분부 받들겠사옵니다.] 고개 숙이고. 이어

혈부용; [꼽추를 추살한다!] 휘익! 날아오르며 외치고. 그러자

휙! 휘익! 숲의 여기저기에서 하얀 옷에 복면을 쓴 자들이 날아오른다. 백살파의 자객들이다.

서너명씩 짝을 지어 사방으로 날아가는 백살파 자객들. 혈부용도 몇 명의 복면인들과 함께 날아가고

곧 주변에는 지존만 남고

지존; [역시 고금십대고수의 후손들은 얕볼 수가 없군.] 슥! 그때까지 쓰고 있던 복면을 벗고

위극존; [천하를 지배하려면 신룡천자를 비롯한 사극의 후손들은 반드시 제거해야만 한다.] 쿵! 복면을 완전히 벗으며 드러나는 얼굴. 바로 위극존인데 입과 코로 피가 흐르고 있다. 위극존의 캐릭터는 #1>에 나왔었음. 5년이 지났지만 거의 변하지 않은 모습. 이하 지존이 가면을 벗었을 때는 위극존으로 표기

위극존; [물론 검성 섭장천의 후손인 이청풍이란 놈도...] 흐흐흐! 음산하게 웃는 위극존의 얼굴

 

#278>

산중의 어느 계곡. 제법 물이 많이 흐르고 있고. 물가에는 노루와 토끼등이 물을 마시고 있다. 헌데

쐐액! 허공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노루와 토끼들이 흠칫! 할 때

펑! 무언가 하늘에서 계곡 물로 떨어져 물기둥이 치솟는다

기겁하며 달아나는 동물들

촤아! 요동치는 계곡 물에서 힘겹게 일어나는 인물. 타노다. 헌데

푸시시! 타노의 가슴에서 연기가 난다. 옷이 터졌고 드러난 타노의 가슴은 원형으로 뭉개져 있다. 또아리를 튼 용의 형상인데 지존의 가슴에 난 것과 같은 상처. 다만 타노 쪽의 상처가 더 심하다. 부러진 갈비뼈가 상처 주위로 마구 삐져나와 있다.

타노; [귀원참회법(歸元懺悔法)...] [자신에게 가해진 공격을 상대에게 그대로 돌려보내 참회하게 만든다는 신선부의 술법...] 첨벙! 첨벙! 입과 코로도 피를 줄줄 흘리며 비틀 비틀 물 가로 걸어온다.

타노; [귀원참회법을 쓰는 줄 모르고 최대치의 신룡번을 구사했고...] 물가로 나오고

타노; [그 결과 되돌아온 신룡번에 당해 이 지경이 되었다.] 뭉개진 자신의 가슴을 보며 허탈하고

타노; [공격을 아예 할 수 없게 만드는 술법이라니...] 털썩! 물가로 나오자마자 무릎 꿇으며 주저앉고

타노; [불공평해도 너무 불공평하구만.] 스륵! 웃으며 앞으로 넘어가고

털썩! 물가에 얼굴을 처박는 자세로 쓰러지는 타노.

<청풍이에게... 경고를 해야만... 하는데...> 눈 감으며 정신을 잃는 타노

타노가 엎어진 자세로 누워있는 장면. 직후

<찾았다!> <꼽추가 이쪽으로 달아났었다!> 휙! 휘익! 물가로 날아 내리는 네 명의 백살파 자객들. 칼과 검으로 무장하고 있는데 세 명은 복면에 숫자가 없다. 하지만 그 중 한명은 복면에 <三>자가 적혀 있다. 이하 삼살주로 표기. 삼살주의 무기는 일본도. 손잡이가 검다.

삼살주; [운이 좋았군. 이 꼽추의 목을 본좌의 손으로 베어갈 수 있게 되었으니...] 스릉! 일본도를 뽑고. 칼날도 검다. 섬뜩한 기운이 흐르는 것으로 묘사

삼살주; [극락왕생은 빌어주겠다 꼽추!] 슥! 일본도르 타노의 목을 치려하고. 바로 그때

피핑! 날아드는 십여 개의 암기들. 복면인들에게는 각기 두 개씩의 암기가 날아들고 삼살주에게는 세 개가 날아든다.

[헉!] [암습이다!] [조심하십쇼 삼살주(三煞主)님!] 휙! 휙! 급히 날아 피하며 외치는 세명의 복면인들. 그 중 한 놈은 암기에 맞아 휘청거린다.

캉! 캉! 타노의 목을 치려던 삼살주는 일본도를 휘돌려 세 개의 암기를 쳐낸다. 직후

휘익! 쐐액! 유령같이 날아들며 삼살주 일행을 공격하는 살영, 살접, 살패. 살영과 살접은 복면인들을 공격하고 살패는 삼살주를 공격한다. 살영의 무기는 갈쿠리, 살접은 끝에 마름모꼴의 추가 달린 채찍. 살패의 무기는 거대한 망치

[네놈들...] [살인상단의 백정들이로구나!] 차창! 창! 복면인들 다급히 칼과 검을 뽑아 살영과 살접을 상대하려하고

부악! 살패의 거대한 망치가 삼살주를 내리찍고

[크악!] [컥!] 세명의 복면인들 중 두명은 살영과 살접의 무기에 죽으며 비명 지르고. 살영의 갈쿠리가 몸통을 갈라버리고 살접의 채찍 끝이 스치며 얼굴을 날려버린다. 직후

쾅! 바닥을 강타한 살패의 망치. 삼살주는 이미 허공으로 날아올라 피했고

스악! 다시 날아 내리며 일본도를 휘두르는 삼살주

살패; [크왓!] 바닥을 찍었던 망치를 벼락같이 휘둘러 삼살주의 일본도를 막으려는 살패. 하지만

스악! 망치의 날을 피해 아래쪽의 손잡이를 긋는 삼살주의 일본도. 그러자

성둥! 일본도가 살패의 망치 손잡이를 베고

살패; [무쇠를 무 베 듯 하는 보도(寶刀)로구나!] 팟! 기겁하며 뒤로 피하고. 하지만

삼살주; [참 빨리도 알아본다.] 스악! 내리그었던 일본도를 홱 뒤집어 위로 그어 올리고. 그러자

푸학! 일본도 끝에서 내뻗힌 섬광에 가슴이 비스듬히 갈라져 피를 뿌리는 살패. 뒤로 물러나는 자세로

살영; [살패!] 쐐액! 외치며 날아오고

살접; [오라버니!] 복면인 한명의 목을 채찍으로 휘감아 날리며 돌아보고

쿵쿵! 가슴에서 피를 뿌리며 뒤로 물러나는 살패. 한 손에는 잘린 망치 손잡이를 들고 있고. 직후

스악! 삼살주에게 유령같이 쇄도하며 갈쿠리를 휘두르는 살영. 하지만

서걱! 삼살주가 돌아서며 대충 휘두른 일본도에 잘려나가는 갈쿠리

살영; [큿...] 팟! 다급히 방향을 틀어 피하려 하고

스악! 그런 살영을 향해 일본도를 긋는 삼살주. 그러자

푸학! 또 일본도에서 섬광이 내뻗치며 살영의 옆구리가 베어져 피가 뿜어진다.

살접; [안돼!] 팡! 채찍을 휘둘러 세 번째 복면인을 멀리 날려보내며 비명 지르고

살영; [지랄...] 쿵! 쿵! 옆구리를 움켜잡고 비틀거리며 물러서고

삼살주; [실망이로군. 살인상단 십대자객의 실력이 겨우 이 정도였다니...] 피를 흘리면서 비틀거리며 물러나는 살영과 살패를 비웃고. 살접도 겁을 먹고 비틀거리고

살영; [무기의 힘을 빌어서 이득을 본 게 자랑이냐?] 이를 갈고

삼살주; [무기든 뭐든 사람을 잘 죽이는 게 살수의 본분 아니냐?] 일본도를 들어 보이고

삼살주; [어쨌거나 전설 속의 요도(妖刀), 마사무네(正宗)에게 죽는 걸 영광으로 알아라.] 지잉! 일본도에서 다시 섬광이 길게 빠져나오고

살접; (요도 마사무네!) (살기로 뿜어내 적을 죽인다는 동영(東瀛;일본)에서 건너온 마물...) 공포에 질리고

살접; (저 빌어먹을 칼 앞에서는 어떤 호신강기로 소용없다던데...)

삼살주; [누가 먼저 죽을지 말해라. 마지막 소원으로 알고 들어줄 테니...] 일본도를 내민 채 웃고.

츠츠츠! 일본도에서 칙칙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공포에 질리는 살패와 살영과 살접. 그래도 달아나진 않고 물러서기만 하는데

삼살주; [스스로 정하지 못한다면 본좌가 직접 순번을 정해서...] + [!] 말하다가 오싹 소름이 돋는 표정이 되고

삼살주; (피... 피가 얼어붙는 듯한 살기...) (가공할 고수가 주변에 있다.) 식은땀을 흘리며 천천히 돌아보고

자박! 자박! 자갈을 밟는 꽃신을 신은 여자의 발. 이어

쿵! 다가오는 소수마녀. 긴 소매가 손을 거의 가리고 있고. 그 뒤로 독검사랑도 걸어온다.

삼살주; (저 계집은 혹시...) 눈 부릅뜰 때

살접; [단... 단주님!] 안도하며 급히 고개 숙이고. 살영과 살패도 물러서며 고개 숙이고

삼살주; (살인상단 단주인 소수마녀로구나!) 아연긴장할 때

소수마녀는 그자를 보지 않고 한쪽에 쓰러져 있는 타노를 본다. 이어

소수마녀; [다행히 늦지 않게 발견한 것 같긴 한데...] 타노를 보며

소수마녀; [어떤지 살펴보세요 부단주!] 말하며 삼살주에게 다가오고

독검사랑; [예...] 서둘러 타노에게 가고.

살접; (살았다!) 안도하며 이제 쓸 일이 없어진 채찍을 말기 시작하고. 살영과 살패도 상처 주변의 혈도를 손가락으로 찍고

소수마녀; [운이 없군요 삼살주!] 삼살주에게 다가오며 무표정하게 말하고. 그 뒤로 독검사랑이 타노의 옆에 이르러 몸을 숙이는 모습이 보이고

움찔! 정신을 차리는 삼살주

소수마녀; [우리가 이곳에 있었다는 사실은 당분간 비밀로 붙여야하니 협조해주셔야겠어요.] 슥! 말하며 왼손의 손가락으로 오른쪽 소매를 걷고. 독검사랑은 타노의 옆에 한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으로 바로 누이려 하고

삼살주; [살인멸구하겠다?] 일본도를 휘두르려 하고

삼살주; [할 수 있으면 해보시...] + [헉!] 말하다가 기겁하고

스으! 왼손 손가락으로 걷어 올린 소매 속에서 내밀어지는 소수마녀의 오른손. 팔뚝까지 새하얗고. 검은 옷을 배경으로 하얀 손의 윤곽만 보인다

삼살주; [소... 소수인(素手印)!] 쩍! 다급히 일본도를 휘둘러 소수마녀를 베고. 하지만

징! 캉! 소수마녀의 손이 하얗게 빛나며 일본도가 뿜어낸 섬광이 깨지듯 흩어진다.

삼살주; (요도 마사무네의 살기를 산란시켰다!) 경악하며 물러서려는데

징! 소수마녀의 하얀 손에서 손바닥 형상의 빛이 날아온다

삼살주; (위험!) + [크아!] 쩍! 다시 일본도를 휘둘러 그 손바닥 형상을 가르고. 하지만

스악! 마치 그림자처럼 삼살주의 일본도를 그냥 통과해서 날아드는 손바닥 형상

슈욱! 그대로 삼살주의 가슴으로 스며드는 하얀 손바닥 형상

퍼석! 심장이 손바닥 형상에 닿자 터지는 형상

삼살주; [끄윽!] 왼손으로 가슴을 움켜잡고 비틀하다가

삼살주; [젠... 장...] 따당! 일본도를 떨어트리고

퍼억! 이어 나뒹구는 삼살주. 죽었다

살접; (역시 단주의 소수인은 무섭네.) 안도하고 공포에 질리고. 채찍을 거의 다 말은 상태다

<우리들은 일방적으로 학살할 뻔한 백일자객의 서열삼위를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죽이다니...> 복면을 통해서 입과 코로 피를 토하며 죽은 게 보이는 삼살주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살접; (어쩌면 우리 살인상단이 고금십대고수중 사극에 드는 십절무제(十絶武帝)의 후손이라는 소문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타노쪽을 돌아보는 소수마녀를 보며 침 꼴깍. 독검사랑은 타노를 바위에 기대앉게 하는 자세로 만들고 있다. 등의 혹 때문에 바로 눕게 할 수는 없어서.

<소수인은 십절무제가 창안한 무공이라는 말도 있으니...> 바위에 등을 기대고 고개를 떨군 타노에게 걸어가는 소수마녀의 모습 배경으로 살접의 생각 나레이션.

소수마녀; [어떤가요?] 다가가 내려다보며.

독검사랑; [지존회의 회주가 무슨 수법을 썼는지 모르지만 하마터면 심장과 폐가 박살날 뻔한 중상을 입었습니다.] 타노 앞에 한쪽 무릎 꿇은 자세로 돌아보고

소수마녀; [살릴 수 있을 것 같은가요?]

독검사랑; [호신공부가 워낙 강력한 인물이라 중요한 심맥은 다치지 않았습니다.] [영약을 몇 가지 먹이면 곧 기력을 회복할 것 같습니다.] 타노의 상태 살피며

소수마녀; [그럼 살리도록 하세요.] [그나마 지존을 저지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인물이니...]

독검사랑; [분부받들겠습니다.] 일어나고

소수마녀; [요도 마사무네를 챙겨라.] 살접에게 말하며 돌아서고

살접; [예 단주님!] 대답하며 급히 삼살주의 시체로 다가가고

휘익! 날아가는 소수마녀

살패와 살영에게 손짓하는 독검사랑.

다가오는 살패와 살영. 살접은 일본도와 삼살주가 차고 있는 칼집을 양손으로 집어들고

독검사랑; [상처는 어떠냐?] 다가온 살패와 살영에게

살영; [견딜만 합니다.] 대답하고. 살패도 대답하고

독검사랑; [그럼 타노를 본단의 비밀거점으로 이송해라.] 물러서고

[예!] 대답하며 양쪽에서 타노의 팔을 잡는 살영과 살패. 한쪽에서는 살접은 일본도를 칼집에 넣고 있고. 이어

휘익! 날아가는 두 사람. 그 뒤를 따라 날아가는 독검사랑과 살접

살접; (타노를 구하는 것으로 단주는 지존회와 맞설 결의를 다진 것 같은데...) 날아가며 머릴 앞쪽에 날아가는 소수마녀를 보고

살접; (과연 단주의 선택이 현명한 것인지는 확신이 들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천하는 머잖아 지존회의 수중에 들어갈 것 같은데...) 한숨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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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六 章

 

         登天魔勢에 들어가다.

 

 

 

등천마세------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천하의 이대세력의 하나이다

그러나,

그 거대한 명성과 세력에도 불구하고 그 본거지가 알려지지 않은 신룡과 같은 단체,

이것은 뜻밖에도 절강성 서천목산(西天目山)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등천마세……

무림에 나타난 지 일년 만에 사마무림을 통일하고 천하를 양분한 초유의 잠재력을 지닌 그들……

지난 이년을 피로써 보낸 공포의 단체,그런 등천마세는 오늘 별난 손님을 맞고 있었다.

무적검이라는 이름을 지닌 덥수룩한 청년,

이 등천마세의 삼교주(三敎主)인 취풍녀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로 그의 정인이라 한다.

그리고,

그는 대교주의 친위처형대(親衛處刑隊)인 은검삼형제의 팔을 자른 인물로 등천마세에 새로운 강자의 한 사람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자신에게 처형을 명한 대교주에게 정면으로 도전하고 나섰다고 했다.

이는 등천마세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무림은 강자들의 땅, 특히 사마무림은 더욱 그러한 것……

등천마세 역시 강한 자가 쥐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등천마세의 많은 인물들이 오늘 찾아온 무적검이란 청년에게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 × ×

 

소일초,

그는 아주 천천히 청석 이루어진 길을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왼팔에는 귀여운 여아가 안겨져 있다.

이곳은 등천마세의 핵심부로 이르는 길……

그는 이미 취풍녀가 내준 한 채의 전각을 향해 가는 길이었다.

전각에 이르기 까지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

그들은 낯선 그에게 살기를 드러내기도 하고 강한 호기심을 보이기도 한다.

오늘 무적검이란 청년고수가 어린 여자아이를 안고 등천마세로 들어왔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무수한 전각들, 그리고 사람들, 등천마세는 과연 사마무림의 종주였다.

소일초가 대리고 있는 여아는 물론 역근천골공으로 몸을 줄여버린 주소아다.

주어진 전각에 들어가 탁자에 앉았다.

주소아가 맞은 편의 의자 앞으로 다가서더니 몸이 스르르 커졌다.

[엇, 옷 터져!]

소일초의 놀람에도 그녀는 생글거리며 그대로 역근천골공을 풀어버렸다.

그러나 소일초의 염려와는 달리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그녀의 몸에 걸치고 있던 작은 여아의 옷은 두겹으로 되어있었던 것이다.

몸이 커져버린 지금 두 겹의 옷은 한 겹의 크고 넓은 옷으로 변해 역시 그녀에게 꼭 맞았다.

소일초가 감탄을 발했다.

[감쪽같다. 아무도 조금전의 꼬마로 볼 수 없겠어.]

[이래야 아무데서고 몸을 바꿀 수 있지 않겠어? 그때 금릉에서 네가 잘 때 잠한 숨 안자고 내 옷을 줄이고 겹쳐서 만들었던 거야.]

주소아가 말했다.

[그들도 어딘가에 들어와 있겠지?]

[그렇겠지. 그들은 이곳이 자기들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소일초가 말한다.

[언제까지 그들이 하는 짓을 보고만 있어야 해?]

[아니, 그들이 이곳을 장악할 때 까지만, 그리고 이들 역시 삼수와는 철천지한이 있으니까 삼수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야.]

[모르겠다. 나는 그저 소아가 시키는 대로만 하지. 도무지 귀찮아.]

주소아가 찻주전자를 흔들어보이며 말한다.

[우리 술이나 마실까?]

[좋아, 등천마세에 입성한 기념이다.]

주소아가 찻주전자를 들고 찻잔에 차를 따랐다.

그러나, 부어지는 것은 향기로운 술이었다.

바로 백송균화의 신통력인 것이다.

이때,

취풍녀가 들어오면서 말했다.

[당신, 이곳이 마음에 들어요?]

[괜찮아.]

취풍녀는 소일초의 옆으로 다가와 의자에 앉았다.

[꼬마를 놓고 대작을 하다니 처량해 보이는 군요.]

[나에겐 가장 좋은 술상대야.]

소일초는 그녀에게 덤덤하게 말하며 주소아에게 술을 따라 준다.

취풍녀가 들어서는 순간에 다시 어린 여자아이로 변해버린 주소아는 취풍녀에게 눈살을 찌푸리고 술을 홀짝들이킨다.

[전에 마셔본 그 술이군요. 아주 좋아요.]

취풍녀는 술향기를 맡아보고 단번에 알아챈다.

그리고 주저않고 한 잔 마신 후 소일초에게 몽롱한 시선을 보내며 말한다.

[이곳에서 삼교주 다음의 힘을 가지고 있는 자가 누군지 아셔요?]

[……?]

[바로 사은자(四隱者)예요.]

취풍녀는 속삭이듯 말했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

[어차피 당신은 대교주에게 도전하지 않았어요? 어쩌면 당신은 이 등천마세를 털도 뽑지 않고 삼키려는 지도 모르죠.]

취풍녀는 예의 퇴폐적인 어투로 말했다.

[만약 제 말이 맞다면 사은자(四隱者)를 포섭하셔요. 그들은 강해요. 그리고 우리 삼교주 외에는 아무도 그 정체를 모르죠.]

소일초는 고개를 저었다.

[나에게 이곳을 차지하고 싶은 생각 같은 것은 없어. 그리고 이 등천마세의 진짜 주인을 알고 있다. 뺏어도 그에게서 뺏지, 대교주 따윈 허수아비에 불과하게 될 걸?]

[등천마세의 진짜 주인 이라니요? 우리 손으로 만든 것인데……]

취풍녀가 어리둥절한다.

[이미 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을 거야. 너도 살고 싶다면 그들의 말을 따르는게 좋아.]

[그런데 사은자는 누구지?]

주소아가 어리고 깜찍한 목소리로 물었다.

취풍녀는 그녀의 물음에 대답해야 마나를 결정하려는지 소일초를 보았다.

소일초의 눈 역시 궁금하게 바라보고 있자 그녀가 짧게 대답했다.

[사마귀……]

[사마귀!]

소일초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런 빌어먹을……그토록 수소문 했는데 이곳에 쳐박혀 있었다니……)

사마귀(四魔鬼)……

그들은 등마제를 통하여 이곳에 들어왔다.

그러나 과거와는 비교되지 않는 탁월한 무공으로 이곳에서 사은자를 자처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라있었던 것이다.

사마귀……

이들은 도대체 연관이 되지 않는 곳이 별로 없다.

백인장과도 소일초를 통해 어느 정도 연관이 있으며 녹림맹과는 끊을 수 없는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등천마세에 몸을 틀고 있다니……

[그들을 알고 있어요?]

[알지. 아주 잘. 그런데 그들의 무공이 그 정도로 강하지는 않을 텐데?]

소일초가 회의적으로 물었다.

[아니에요. 그들은 무림에 알려진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요. 더우기 그들은 함께 행동하므로 넷이 모이면 대교주도 상대하기 어려울 거라는 정도예요……]

[그럴리가……]

[정말이에요. 어쩌면 그들도 등천마세를 노리고 있을지 모르죠.]

등천마세 과연 사마의 인물을 끌어 모은 곳인지라 복잡다단했다.

강자가 여럿 존재하기에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는 아무래도 오합지졸과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을 중심으로 힘이 합쳐지기만 하면 어느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세력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순간,

고오오-----!

사방을 진공상태로 만들면서 정적을 찢어 버릴 듯한 무서운 소리가 들리며 전각의 창문을 뚫고 소일초를 향해 폭사되어 오는 것이었다.

주소아의 눈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가공할 검기……)

동시에 소일초의 몸에서 무서운 검기가 일어났다.

갑자기 천지를 꿰뚫어 버릴 듯 다가오던 소리가 창문 앞에서 딱 그쳤다.

세 사람의 시선이 창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소일초의 전각 밖 창문……

한 사람이 전각 안의 소일초와 일 장 간격을 둔 채 우뚝 서 있었다.

 

소일초와 대치한 채 창밖에 서있는 인물,

그는 일신에 희디흰 백의(白衣)를 걸친 중년인이었다.

머리에는 질끈 흰 띠를 매고 있었으며……

등에는 비스듬히 검을 메고 있었다.

[무적검, 들어가도 되는가?]

문득 취풍녀가 몸을 일으켰다.

[이사형(二師兄)……오랜만입니다. 들어오셔요.]

창밖의 백의 중년인은 몸을 돌려 문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는 빨아들일 듯이 소일초만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전신에 감도는 은은한 긴장의 빛……

소일초는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도 않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좋아……대단하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그는 취풍녀을 향해 싱긋 웃어보인다.

[사매……훌륭한 사내를 택했군, 축하한다.]

그런 다음,

[무적검……잘해보게……]

소일초에게 한 마디 던진 그는 어깨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의 신형은 원래부터 그곳에 없었던 것처럼 소리없이 꺼져버린다.

주소아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그녀는 자기의 흩어놓은 내공을 결집시키지 않으면 당해낼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소일초는 취풍녀를 주시하며 말했다.

[이교주 마금석이겠지?]

[맞아요……그가 등천마세의 이교주 마금석이지요……]

[음……]

소일초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 이교주 마금석……신형검기를 사용하고 있다. 구마존의 무공을 완벽히 보완하여 자신 만의 검공으로 만든 모양이군……그 정도면 칠십이기재의 한사람보다 처지지 않는 능력……)

신형검기(身形劍氣)……

이교주 마금석이라는 인물은 검장권지의 무공을 모두 넘어서 모든 것을 검으로 통일 해낸 것이다.

그가 장(掌)을 뻗어도 검이며 권(拳)을 뻗어도 검이다.

몸에서 발산되는 기도는 검기이며 전신이 완벽한 움직이는 검인 것이다.

그러나,

이교주 마금석은 오늘 상대를 잘못 만난 것이었다.

소일초는 마교칠십이절기에는 얼렁뚱땅했지만 자신의 일초검공은 끝없이 발전시켜온 것이다.

마교칠십이절기의 장점들 마저 흡수하여 일초검공을 거의 완벽하게 만들었으니……

스스로 어느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단 일초에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그가 몸으로 검기를 발산시키지는 않지만 바로 폭발치듯 일초검공을 펼쳐낼 수 있는 준비가 언제라도 되어 있는 것이다.

이교주 마금석은 조금이라도 더 다가갔다가는 폭발해버릴 것 같은 소일초 앞에서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이때, 취풍녀는 의기양양해 지고 있었다.

언제나 자기를 가볍게 보고 틈만 나면 덤벼들고 하던 마금석이 진땀을 흘리고 도망가 버린 것이다.

소일초가 옆에 있는 것 만으로도 그녀는 자신의 일어버린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이 분만 곁에 있으면 어느 누구도 나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어. 나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나의 삶을 찾는 거야.)

그녀는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주소아가 긴장을 풀면서 말했다.

[대단해……무림의 열 손가락 안에 들 고수야. 당년의 사진성과 맞먹을 수 있을 정도야……]

소일초가 고개를 저었다.

[사진성 보다는 약해,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취풍녀는 어린 주소아가 무공을 평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도무지 다섯 살짜리 꼬마의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은근히 그 어린 꼬마에게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알 수 없는 어떤 힘을 숨기고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 × ×

 

[빌어먹을 사마귀 자식들……이곳에 엎드려 있었다니……천산갔다더니……]

소일초는 화를 내고 있었다.

사마귀의 도움을 받았으면 사파에 관해서는 훤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더우기 그들의 특별한 능력과 무공이었으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는 저력이 있었다.

사진성에게 역으로 당했을 때도 사마귀가 그에게 도움을 주었다면 아예 그런 일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마귀는 정뇌(井牢)를 탈출할 때 소일초에게 무림에 나오기만 하면 자기들을 찾으라고 했던 것이다.

녹림맹에 가면 자기들을 찾을 수 있다고 일러주기 까지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중원제일의 신비인 이라는 황녹천을 찾아가 비밀을 까발리겠다고 허풍쳐서 그들을 찾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색귀는 그게 늘 서있다면서……]

주소아가 소일초의 귀에대고 묻는다.

[외간 남자 물건에 관심 갖는 건 정숙한 부인네가 할 짓이 아니야.]

[농담일 뿐이야. 그런데 사마귀가 이제 널 알아 볼 수도 없을 텐데 네말을 들으려 할까? 그리고 알아본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사부라고 큰 소리치면서 너를 부리려 할 지도 모르는데……]

소일초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한다.

[나에겐 비장의 수단이 있어, 그들은 결코 나를 거역하지 못해.]

[왜?]

[나는 백인장의 소장주(小莊主)야. 얼마든지 그들을 다시 잡아서 정뇌에 가두어 버릴 수 있어. 그들은 아버지에게 죄를 지은 게 있기 때문에 다시는 백인장 근처에 가려고도 하지 않아.]

주소아가 그의 몸위에 올라가며 말한다.

[그럼, 지금 한천이기에게 부탁해서 그들을 찾아달라고 할까?]

[나둬! 어차피 이곳은 한천이기의 손에 다 들어가게 돼, 이곳에 삼수가 없는 것을 알았으니까 빨리 다른 곳에 가볼 생각이나 해봐.]

 

× × ×

 

숭산 태실봉에 있는 정천보의 넓은 대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슬픔과 애도의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들은 무슨 이유로 이런 애도의 표정을 짓고 있단 말인가?

대전에 가득 모인 무림인들은 무더위에도 아무 불평없이 모여있다.

그렇다.

그들은 단지 슬픈 것이다.

중원의 정기를 수호하고자 등마제에 잠입했던 수많은 중원의 젊은 혼이 누구를 위해 죽어갔단 말인가?

그들의 죽음이 그토록 숭고한 것이었기에……

그들의 넋은 무림인들의 뜨거운 슬픔을 받아 당연한 것이었다.

오늘은 그들의 장례를 치르는 날,

각지에서 그들을 애도하기 위하여 무수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지금 누군가가 단상에 올라서 죽어간 정천수호군의 용사들을 애도하는 애사를 낭독하고 있다.

 

------ 피끓는 협혼(俠魂)들아……

한 줄기 정의라도 지키고자 목숨마져 바쳤던 의협(義俠)들이여,

그대들은 죽었으나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 남아 있으니……

그대 죽어 슬픔 대신 영광을 얻으라……

그대은 이제 영원하 중원의 혼이 되었도다.

중원의 정의를 중토에 영원히 뿌리내리고……

살아남은 우리들은 그대들을 본받아 이 땅에서 사마(邪魔)의 무리를 영원히 제명하는데 한 목숨 다 바치리라.

 

정천수호군,

정의로 무장했던 젊은 의인(義人)들이 모였던 것……

등마제주와의 결전에서 무참히 패배하고 칠백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삼백 명이 채 되지 않는 사람들만이 살아서 돌아왔다.

등마제의 위세는 오히려 높아만 졌고,

무림인들은 정천보의 힘에 회의를 품게 하는 계기가 되기까지 했다.

허나,

그들은 최선을 다한 것이다.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들은 죽어서도 무림인들에게 숭고한 분향(焚香)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

뜨거운 의혈(義血)을 가슴에 담은 중원의 정파인들은 아무말 없이 차례로 분향을 하고 있었다.

대전의 한쪽에 마련된 칠백여 개의 위패(位牌)……

그것은 정천수호단의 죽은 영웅들의 것이다.

대파산에서 회수해온 시신들은 그 신분을 알아볼 수 없으리 만큼 짓이겨진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관은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서로의 살점과 뼈가 뒤섞여 있는 것이다.

분향을 하는 무림인들의 표정은 허탈하고 침통한 것이었다.

한데 문득,

[소림사의 고승들께서 오셨습니다.]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과연, 서른 명 정도의 승려들이 가사차림으로 나직히 불호를 외우며 들어오고 있었다.

잠시동안 분향은 중단되고,

스님들이 정천수호군의 위패 앞에서 나직하게 그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불경을 외우고 있었다.

점점 그들의 합창 소리는 대전을 가득 매우고 분향객들의 마음을 엄숙하게 만들었다.

얼마 후 분향은 다시 시작되었고 분향한 사람들은 정천수호군의 장렬함과 등마제주의 악랄함을 말하고 있었다.

그때, 네 사람의 영기발랄한 청년들이 단상으로 올라서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본 정천보의 위대하신 보주(堡主)님께서 잠시 후에 중대한 말씀이 계실 것입니다. 여러 분향객들께선 정숙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전안은 갑자기 조용해 졌다.

신비에 싸여있는 정천보주가 중인(衆人)들을 상대로 이야기 한 적은 지난 이 년 동안 한번 도 없었던 일이다.

일순 어디선가 잔잔한 음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득히 멀리서 들려오는 가 싶더니, 다음 말은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듯 하고 다시 사방에서 들리기도 하는 신비로운 음성이었다.

[본좌의 불찰로 말미암아 원통하게 죽어간 젊은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오신 무림의 영웅들께 감사드리오.]

물같이 잔잔한 음성, 세상을 달관한 듯한 어조……

대전의 모든 무림인들로 하여금 경복하게 하고 있었다.

[다시는 무림에 억울한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여러분 앞에 다짐하면서 본좌는 오늘 탕마사십사객(蕩魔四十四客)을 무림에 내보내겠소이다.]

그 음성은 듣는 이의 영혼을 맑게 씻어내리는 무한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음성만 계속 들리는데……

[탕마사십사객은 오로지 피로써 악인들을 처단하게 될 것이외다.]

탕마사십사객……

대전에 있는 중인들 중 어느 누구도 그들이 누군지를 모른다.

생소한 말이었다.

그러나, 신비하게 들려오는 정천보주의 음성으로 보아 그들은 일천 명의 정천수호군 보다 더 가공할 것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탕마사사객(蕩魔四四客)은 지금 당장 무림으로 떠나라. 마(魔)를 척결하고 이 땅의 정을 수호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라……]

더이상 정천보주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분향객들은 새롭게 들려오는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명을 받듭니다.]

천지사방에서 크지도 않은 목소리가 합창하듯이 들려왔다.

탕마사사객이 출발한 것이리라……

 

정천보주……

그는 주소아의 새로운 표적이 되고 있는 인물인데……

그리고,

파양호의 깊은 호수속에서는 하나의 섬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곳에는 주소아 그녀가 그토록 찾고자 하는 것들 중 하나가 있는데……

그녀는 알까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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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강 무협소설

 

 

 

 

        天魔舞 -천마무

 

 

 

<작품이력>

 

1983년 10월 전6권 박스본으로 출간한 무협지입니다.

무림군웅보, 천세무림기보, 마종천황보, 천룡파황보에 이은 다섯 번째 작품입니다.

다만 와룡강 필명이 아니라 <검궁인> 필명으로 출간되었었습니다.

제가 스토리를 쓰고 검궁인 선생의 부인 <옥마님>께서 가필(加筆;글을 더하거나 고침. 무협지 집필에서는 스토리에 살을 붙여 완성하는 작업.)을 했었습니다.

와룡강 최초의 스토리 집필 작품이지요.

그런 사연으로 검궁인 선생 필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무려 37년 전의 고루한 작품이지만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사족;

원고를 정리하다보니 앞부분의 제 3-4장이 누락되어 찾을 수가 없군요.

기억을 되살려 복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 박스본 무협지를 복원한다는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습니다.

부득이 제 3-4장은 빠진 채로 연재를 하니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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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아침. 이제 해가 떴다.

그 강변을 걸어오는 호요희. 옷은 다시 입었고

호요희; (그런 게 가능한 사내가 있을 줄은 몰랐다.) 한순 쉬며 청풍이 자신의 아랫배에 손을 대고 있던 장면을 떠올리고

호요희; (지금까지 내가 겪은 사내들은 기회만 주어지면 짐승으로 변해 날뛰곤 했었는데...)

호요희; (만일 이청풍 같은 사내도 존재한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내 인생도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텐데...)

호요희; (누구 말대로 현모양처가 여자들의 궁극적인 꿈이라고도 하니...) 생각하다가 흠칫! 하고

휘익! 강변을 따라 날아오는 몇 명의 여자. 분타주와 젊은 기녀들이다

분타주; [루주님! 정말 루주님이시군요!] 휘익! 날아오면서 감격하고

호요희; [분타주!] 마주 다가가고

[루주님!] [호요희님!] 분타주를 따라오던 젊은 기녀들도 감격하고

호요희; [밤새 나를 찾아다니느라 고생했겠구나.] 미소 지으며 마주 다가가고

분타주; [아아! 정말 다행이에요! 무사하셨군요.] + 젊은 기녀들; [이런 경사가...] [천지신명이 도우셨군요.] 멈춰서며 허리 숙여 인사하며 울고

호요희; [미안하다. 걱정을 끼쳤다.] 분타주를 다독이며 눈시울이 붉어지고

분타주; [루주님께서 무사하시니 다행이긴 한데...] [현재 저희 만화루의 자매들은 모두 탕마신협의 수색이 나섰답니다.] 소매로 눈물 닦으며

호요희; [모든 자매들이 탕마신협의 수색에 나섰다고?]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분타주; [믿기지 않지만 탕마신협은 환마루주와 림주님의 협공을 받고도 오히려 우위를 점했다고 하옵니다.]

호요희; [분타주 말대로 정말 믿기지가 않는구나.] 놀라는 척 하면서도. + (그럴 수도 있겠네.) 속으로는 다른 생각하고

분타주; [위급한 순간 림주께서 서시응향을 토해내어 탕마신협을 중독시켰다고 하옵니다.] 흥분해서 말하고. 하지만

호요희; (맙소사!) 경악

 

#271>

오전. 깊은 산중.

휘익! 다급히 날아가는 호요희

호요희; (틀림없다!)

호요희; (사부님의 서시응향에 중독된 이공자는 그곳으로 도피했을 것이다.)

호요희; (금릉 일대에서 그 사람이 유일하게 안심하고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이니...) 휘익! 생각하며 어느 계곡으로 날아 들어간다.

계곡 끝으로 날아가는 호요희. 바로 청풍이 호요희를 치료하기 위해 진법을 펼쳐놓은 동굴이 있는 곳이다. 절벽 끝은 그냥 절벽으로 보인다. 하지만

휘익! 절벽을 향해 돌진하는 호요희. 그러자

슈욱! 그대로 절벽으로 스며들어가는 호요희. 물론 진짜 절벽으로 스며들어가는 게 아니라 진법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것

 

#272>

슈욱! 반투명한 막을 통과하는 호요희. 진법으로 만들어진 막이다.

[!] 반투명한 막을 통과한 직후 눈 치뜨는 호요희

[이공자!] 호요희의 비명 배경으로 청풍이 동굴 안쪽 마른 풀 위에 누워있는 게 보인다. 헌데 청풍은 옷을 풀어헤친 채 벌벌 떨고 있는데 온몸이 달아올라서 열리 펄펄 나고 있다. 눈을 까뒤집고 꺽꺽 거리며

호요희; [이공자님! 절 알아보시겠어요?] 급히 청풍의 옆에 무릎을 꿇고. 하지만

[끄윽! 끅...] 눈을 까뒤집고 벌벌 떨기만 하는 청풍

호요희; (서시응향이 골수에 미쳐 혼수상태에 빠져들었다.) 펄펄 끓는 청풍의 이마 만지며 당혹

호요희; (이대로 방치하면 반나절이 안되어 온몸의 혈맥이 터져 죽음에 이를 텐데...) 갈등하고. 그러다가

[끄윽! 끅! 제발... 끄윽!] 정신을 잃은 채 신음하는 청풍

호요희; (이 상황에서 뭘 망설이는 것이냐 호요희야!) 입술 깨물고

호요희; (이 사람에게 목숨 빚을 진 몸 아니냐? 이제 그 빚을 갚을 때가 된 것이다.) 청풍의 뺨을 쓰다듬고.

호요희; [걱정하지 마세요 이공자! 제가 곧 편하게 해드릴 테니...] 청풍의 입술에 키스 하려 하고

<설령 백일몽(白日夢)에 불과할지라도 잠깐이나마 수줍은 꿈을 꾸어보는 것도 좋겠지. 다시 없을 기회이기도 하니...> 키스하는 두 사람의 실루엣 배경으로 호요희의 생각 나레이션

 

#273>

역시 오전. 산중의 장원. 헌데

장원 정문은 열려있고 장원 안팍에 시체와 부상자들이 널려있다. 모두 날카로운 무기에 베어져 죽거나 다쳤다. 팔 다리가 잘린 모습. 거지들이 시체를 살피거나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물론 거지들은 개방의 제자들이다.

<-무당파(武當派) 하북(河北)분타> 위 장원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장원의 가장 큰 건물. 입구가 열려있고. 철각개가 입구에 서서 안을 보고 있다.

건물 안에서 개방 거지들이 몇 명의 인물들을 치료하고 있다. 모두 팔 다리가 잘리거나 몸에 깊은 자상이 난 중상자들인데 나이가 있어 보인다. 무당파 하북분타의 요인들이다.

한명의 거지가 그중 한 노인에게 누군가의 초상화를 보여준다. 다른 거지들이 노인의 상처를 붕대로 감싸주고 있고

고개를 끄덕이는 노인

입구로 오는 거지. 손에 초상화를 들고 있고

거지1; [확인했습니다 당주님.]

거지1; [이곳 무당파 하북분타에서 살겁을 저지른 것도 역시 이 계집이었습니다.] 초상화를 두 손으로 내밀고

받아서 보는 철각개

쿵! 초상화에 그려진 것은 섭아연의 모습이다. 살벌한 표정이고. 그림 아래에는 <雙刀魔女>라는 글도 적혀있다.

철각개; [쌍도마녀(雙刀魔女)...] [이 계집이 왜 구대문파만 공격하고 다니는지에 대한 단서는 없느냐?] 초상화를 보면서

거지1; [죄송합니다.]

거지1; [이번에도 그 마녀는 불문곡직 살수를 썼다고 합니다.] 눈치 보며

초상화를 보면서 이마 찡그리며 생각에 잠기는 철각개

거지1; [지금까지 쌍도마녀에게 유린당한 구대문파의 분타들은 열 곳이 넘지만...] 철각개의 눈치를 보며 말 잇고

거지1; [그 마녀가 매번 한 말은 오직 <혈채(血債)를 받으러 왔다.> 뿐이라고 합니다.]

철각개; [구대문파에 뭔가 원한이 있는 계집이 분명하군.] 초상화를 다시 내밀고

거지1; [본방의 제자들도 서른 명 넘게 화를 입었습니다.] 두 손으로 초상화를 받으면서 대답하고

거지1; [이 마녀는 본방의 제자들은 보는 족족 살수를 쓰고 있으며...] [그 중에는 두 명의 호법님들도 끼어있습니다.] 돌려받은 초상화를 보면서

철각개; [호법님들까지 당할 정도라면 그 계집의 무공은 혈세사패의 패주들에 비해도 그리 아래가 아니라고 봐야겠군.]

거지1; [최소한 구대문파 장문인급이 아닌가 싶습니다.] 초상화를 접으면서

철각개; [지급으로 그 마녀의 행적을 추적하되 직접적인 접촉은 피하라 지시하라.]

거지1; [봉명!] 포권하고

다른 곳으로 서둘러 가는 거지1

철각개; (우리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상대...) (어쩔 수 없이 탕마신협 이공자에게 또 짐을 지워야겠군.) 청풍을 떠올리고

 

#274>

오후. 강변의 높은 절벽. 그곳에 걸터앉아있는 여자. 호요희. 지친 모습이지만 얼굴이 발그레하다

호요희; (탕마신협...) 자신이 청풍의 몸에 걸터앉아 몸부림치던 장면 떠올리며 얼굴 발개진다. 청풍도 두 손으로 호요희의 허리를 잡고 있고. 둘 다 상의는 입고 아랫도리만 벗은 채 관계하는 장면

호요희; (그 사람과 나는 결코 맺어질 수 없는 사이다.) 한숨

호요희; (아침나절 그 사람과 보낸 시간이 이번 생에서의 우리들의 마지막 관계였을 것이다.) 쓸쓸한 미소

호요희; (하지만 후회는 없다.) 심호흡

호요희; (나를 천박한 요녀라 경멸하지도 않고 음욕의 대상으로도 보지 않은 사내를 구한 것이었으니...) 미소 짓고. 그때

표요희; [여기 있었구나 호사매!] 휘익! 호요희 뒤 쪽 5미터쯤에 날아 내리는 여자. 표요희다

호요희; [표언니...] 슥! 돌아보며 일어나고

표요희; [여기서 무얼 하고 있었던 것이냐? 너도 탕마신협의 종적을 수색하러 갔다는 보고를 받았었는데...] 의심의 표정으로 다가오고

호요희; [백살파의 년놈들에게 하마터면 죽을 뻔해서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에요.] [그래서 잠시 쉬고 있었던 참이에요.]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털며 말하고

표요희; [하여간 무사했다니 다행이다.] 호요희의 2미터쯤 앞으로 다가오고

표요희; [사부님이 탕마신협을 찾아내라고 엄명을 내리셨으니 힘들더라도...] + [!] 말하다가 눈 부릅

표요희의 코로 흘러드는 어떤 냄새

표요희; (이 냄새...) 코를 벌름

표요희; (탕마신협의 체취가 저년의 몸에 강하게 남아있다. 서시응향과 함께...) (그렇다는 건...) 엉덩이에 묻은 흙을 터는 호요희를 노려보고

<호요희! 이년이 서시응향에 중독된 탕마신협을 제 몸으로 구해주었구나!> 발그래해진 호요희의 얼굴 크로즈 업 배경으로 나레이션

 

#275>

오후. 어느 작은 마을

마을 중앙으로 관통하는 큰길가의 주점.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고

주점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는 청풍. 몇 가지 음식을 시켜놓고 젓가락으로 먹고 있는 중이다.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269>에서 구미호리가 서시응향을 뿌린 후 웃던 장면.

 

구미호리; [호호호! 서시응향의 맛이 어떠냐 애송이야?] 깔깔 웃으며 청풍을 보고

구미호리; [네놈이 중독된 것은 백팔종의 미약(媚藥)을 수십 년 동안 장복해서 농축시킨 서시응향이라는 것이다.] 표요희의 부축을 받으며 서서 웃고

구미호리; [사내가 그것에 중독되면 양기가 폭발해서 미치광이가 되고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 비틀거리는 청풍을 보며 요녀처럼 웃고

회상 끝

 

청풍; (구미호리... 그 요부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한숨

청풍; (하마터면 나는 욕화가 폭발하여 죽거나 불구가 될 뻔했었다.) 위 장면에서 괴로워하던 자신의 모습 떠올리고

 

<헌데 사경을 헤매던 나를 어떤 여자가 구해주었다.> 얼굴이 모호한 어떤 여자가 자신의 아랫도리에 걸터앉아 내려다보던 장면을 떠올리고

 

청풍; (이윽고 정신이 돌아왔을 때 동굴 안에는 나 혼자 누워있었다.)

청풍; (하지만 날 구해준 여자가 누군지는 의심의 여지도 없다.) (내가 그 계곡에 진법을 설치해둔 걸 알고 있는 여자는 단 한 명뿐이니...)

 

<바로 구미호리의 제자인 호요희가 그 여자다.> 위의 회상 씬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던 여자 얼굴이 뚜렷해진다. 얼굴이 달아오른 채 애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호요희의 얼굴. 청풍의 가슴을 두 손으로 누른 채 방아를 찧는 자세

 

청풍; (얄궂은 인연이다. 혐오하던 쾌활림의 요녀 덕분에 죽을 위기를 모면했으니...) 쓴웃음을 지으며 음식을 먹고

청풍; (전후 사정이야 어떻든 쾌활림 소속인 그 요녀에게 목숨 빚을 졌다.) (이제 쾌활림에는 독하게 손을 쓰기 어려워졌다.) 한숨. 그때

[적선해주십쇼 공자님!] 슥! 청풍의 앞에 내밀어지는 바가지.

청풍이 고개 들어 보니 어린 거지가 서서 바가지를 내밀고 있다. 헌데

바가지 안에 접힌 종이가 하나 들어있다.

청풍; [옜다.] 달칵! 동전 몇 개를 바가지에 넣어주는 청풍.

거지; [감사합니다요. 복 받으실 겝니다.] 굽신거리는 거지. 이어

희희낙락하며 입구로 간다.

그 배경으로 바가지에 넣었던 손을 보는 청풍. 손바닥에 접은 종이가 붙어있다.

그 종이를 펴서 읽어보는 청풍. 종이에는 글이 가득

청풍; [...] 종이에 적힌 그 글을 읽으며 뭔가 생각하는 청풍. 이어

청풍; (쌍도마녀라...) 푸스스! 종이가 그대로 먼지가 되어 흩어지고. 태우는 게 아니라 고운 먼지로 만들어버리는 것

청풍; (세상이 어지러우니 별 요상한 계집까지 설치는구나.)

청풍; (혈세사패의 예봉은 얼추 꺾어놨으니 쌍도마녀라는 계집을 만나봐야겠다. 더 이상 무고한 희생자가 생기지 않도록...) 손에 붙은 먼지를 터는 청풍.

 

#276>

숲으로 난 길. 인적이 없다.

그 길을 걸어가는 타노. 생각에 잠겼고

타노; (청풍이는 중원을 서에서 동으로 가로지르며 혈세사패의 세력을 궤멸시키고 있다.)

타노; (무슨 기연을 만났는지는 모르지만 단 시간 안에 절세고수가 된 모양인데...) 표정이 심각하고

타노; (하지만 세상의 이목을 끌면 하등 좋을 게 없다.) 한숨

타노; (특히 만귀비가 청풍이의 정체를 알아차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심각한 상황이 야기될 수도 있다.)

타노; (자칫 중원에서는 발을 붙일 곳이 없게 될 수도...) + [!] 생각하다가 무언가를 느끼며 고개를 들고

앞쪽. 어떤 인물이 길가에 놓여있는 돌에 걸터앉아서 타노를 보고 있다. 얼굴에 뿔 달린 가면을 쓴 인물. 물론 지존이다.

타노; [...!] 무언가 생각하며 지존에게 다가가고

가만히 앉아서 타노가 다가오는 걸 보고 있는 지존.

지존과 5미터쯤에서 멈춰서는 타노

[...] [...] 말없이 서로를 보는 두 사람.

지지직! 지직! 두 사람 사이에 벼락이 일어나고

퍼석! 펑! 두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벼락이 주변의 풀을 태우고 나무를 터트린다.

콰쾅! 펑! 터진 나무들이 이리저리 쓰러지고. 그래도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보는 지존과 타노. 그러다가

지존; [영차!] 앉아있던 바위에서 엉덩이를 떼며 일어나고

타노; [개를 때리면 주인이 나선다더니...] 입을 열고

타노; [역시 옛말은 하나 틀린 게 없군.] [안 그렇소 회주?] 지긋이 보며 말하고

지존; [본좌가 누군지 한눈에 알아보고... 과연 신룡천자의 후계자는 달라도 뭔가 다르군.] 웃으며 포권하고

지존; [그렇소. 본좌가 바로 지존회의 회주, 지존이요.]

타노; [내 목숨을 원하는군.] 대풍 마주 포권하고

지존; [신룡천자의 후계자라면 본좌가 애써 만든 지존회가 천하를 지배하려할 때 으뜸가는 장애물 아니겠소?] 포권 풀고

타노; [불구자인 나를 그리 중시해주니 영광이긴 한데...] 역시 포권 풀고

타노; [어떤 문파가 귀하같은 괴물을 배출했는지 짐작이 가질 않...] + [!] 말하다가 입을 다물고

지존; [이제는 짐작이 가시는 것 같소.] 가면 속에서 웃고

타노; [삼성과 사극의 문중이라 해도 귀하 정도의 고수를 기를 수는 없고...]

타노; [결국 귀하는 신선부 출신이겠소.] [마귀동은 오래 전에 유명무실해졌으니...]

지존; [대단하오! 대단해!] 짝짝! 박수치고

지존; [한번 본 것만으로도 본좌의 출신내력을 알아차리고... 진심으로 감탄했소이다.] 짝짝 박수치며 웃고

타노; [신선부는 불관세속(不關世俗)이 전통인 것으로 알고 있거늘...] [귀하는 어찌하여 세상에 욕심을 내게 된 거요?]

지존; [세월이 인심을 바꾼다는 말로 변명을 대신하겠소.] 지지지! 박수치던 손을 내리는 지존의 몸이 벼락에 휘감기고

타노; [우문현답(愚問賢答)...] [내가 쓸데없는 말로 시간을 끌었소이다.] 화악! 크와앙! 타노의 한쪽 어깨에서 거대한 용이 치솟는다.

지존; [신룡번!] [전설로만 전해지던 신룡천자의 성명절학을 직접 보게 되어 영광이오.] 쩡! 눈에서 강한 빛이 뿜어지고. 이어

지존; [과연 신룡번이 전해지는 대로 절세무적일지 한번 견식 해봅시다.] 화악! 지존의 몸이 산처럼 커진다. 실제로 커지는 게 아니고 지존의 뒤로 거인의 형상이 생겨나는 것. 위진천을 상대할 때보다 더 크고 더 짙어졌다.

타노; [사양하지 않겠소!] 크왕! 눈 부릅뜨는 타노의 어깨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용이 지존을 덮쳐간다. 지존도 거인처럼 변해있고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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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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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五 章

 

      영원한 사랑의 맹세

 

 

 

[호호호……그래서 취풍녀가 지금 널 하늘에서 내려온 줄 알고있다는 거야?]

[그럼, 보기보단 영 멍청하더라구. 믿는 듯 하기에 풍을 더 쳤더니 영락없이 넘어가더라……]

주소아가 소일초의 몸위에 엎드려 있다.

[그러면 취풍녀를 좀더 이용해야 겠어. 네가 취풍녀를 구워삼아서 그들의 본거지로 가자고 해.]

[싫다. 이제 동선장으로 돌아가자. 응! 시키는 데로 다 해줬잖아. 등마제에도 참가했고 위에도 올려줬잖아.]

주소아가 눈을 흘겼다.

[모든 수고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싶어? 어쩌면 이들의 우두머리가 삼수(三手)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들어?]

[삼수면 어때, 그들이 평생 신분을 감추고 산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그때 쳐부수면 되지.]

[아이구 이 태평, 고모부하고 고모는 생각지도 않지?]

소일초는 여전히 별 걱정 하는 눈치가 아니다.

[아무도 우리 백인장을 넘보진 못해, 다들 스스로 어딘가에 숨었을 거야.]

[…………]

[아버지가 병상에 계셨다 해도 원로들이 있는 한 백인장은 난공불락이야.]

주소아는 답답했다.

소일초가 고집을 부리고 취풍녀에게 접근하지 않겠다면 이 집단의 깊은 비밀을 알아내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소일초의 귀에대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소일초의 눈이 갑자기 크게 뜨이고 입이 쩍 벌어졌다.

[정말이야?]

주소아는 얼굴을 붉히고 고개만 끄덕인다.

[두 말없기다.]

[그래! 약속은 지킬 테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나 해.]

[알았어. 뭐든지 시키기만 해. 대교주이건 소교주이건 몽땅 잡아 바치라해도 할께.]

 

× × ×

 

달빛이 은가루처럼 떨어져 내리는 밤이었다.

이 어둠 속에서 인류의 역사가 그렇듯이 밤의 거래는 이루어 지고 있었다.

사내와 여인 사이에……

침실이었다.

은은히 타오르는 황촉불을 뒤로 하고 침상에 걸터앉아 마주보는 두 사람이 있다.

[정말 부인을 만나고 오셨어요?]

[나는 거짓말 하지 않아.]

(불필요할 때는……)

[당신 정말 하늘에서 내려왔어요?]

[다 잊어 버렸어. 하지만 십칠팔 년 쯤 전에는 분명히 하늘에 있었어.]

소일초의 진짜같은 거짓말이 또 시작된다.

하기사 십칠팔 년 전에는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으니 말은 된다.

[당신 나이는 그럼 얼마예요?]

[내가 형씨라고 불렀던 사람이 지금은 백 수십살이야.]

취풍녀는 더욱 더 자극적으로 소일초의 몸에 자신의 몸을 밀착시킨다.

소일초는 가만히 묵인하고 있다.

이윽고 취풍녀는 자신의 옷을 다 벗고 면사만을 쓴 채 소일초의 옷을 벗겼다.

그리고,

그녀가 소일초의 몸을 쓰다듬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소일초의 손이 취풍녀의 손을 거부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나는 너를 사랑까지는 몰라도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대하고 있었다.…한데……]

[?]

[지금……나는 너에게 아주 싫증이 나는 중이다.]

[당신 무슨 그렇게 섭섭한 말을……제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은 것이 있나요?]

취풍녀가 소일초의 손을 끌면서 말했다.

[말은 잘들어. 하지만 너무 많이 숨기고 있어……이러다가 어느 날 아침 또 불쑥 날 죽이겠다고 찾아오는 놈들이 있고 너는 옆에서 구경만 하게 될 거야.]

[이제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맹세할께요.]

그녀는 면사속의 커다란 눈망울로 간절히 소일초를 보았다.

[그런게 두려운 것은 아니지만 무척 기분 나쁘거든.]

소일초는 다시 그의 손을 취풍녀에게서 빼오면서 말했다.

[지난 오일 동안…… 넌 오직 나의 몸을 가지고 놀았을 뿐……나에 대해서도 그다지 알려고 하지 않았고 너에 대해서도 거의 모든 것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었어……오늘아침에 와서는 그런 수모를 주었지……]

소일초의 말에 취풍녀은 할 말을 잃은 듯 침묵을 지킨다.

그러다, 그녀는 슬그머니 자신의 몸을 일으켜 침상에 비스듬히 누워버린 소일초를 보았다.

그런 그녀의 눈빛은 간절하게 소일초에게 뭔가 호소하는 듯 했다.

소일초는 그녀의 눈빛을 보며 생각했다.

(어째서 이 여자는 상당히 남자를 밝히면서도 순진해 빠진 것 같을까? 연극같지도 않은데……)

대체 이 여인의 정신구조를 파악해 낼 수 없었다.

(소아에게 물어보면 대충 알겠지……)

문득, 취풍녀은 자신의 면사를 슬며시 걷어올린다.

그리고, 그녀는 독백하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좋아요……당신이 원한다면 저의 모든 것을 보여 주겠어요……]

소일초는 그녀가 이런 행동을 돌연하게 보일 줄은 몰랐다.

그러면서도 주소아의 쪽집게 같은 예측에 감탄하고 있었다.

취풍녀는 자기 앞에서 한번도 벗지 않았던 그 면사를 벗어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이제 완벽한 알몸이 된 것이다.

나이는 이십 육칠 세 정도, 보면 볼수록 얼굴에 어떤 요사스런 기운이 어려 있는 듯 사람을 잡아 끌어당기며 점점 아름답게 보였다.

이런 여인이야 말로 한 번 관계하게 되면 남자가 평생 버릴 수 없는 그런 여인인 것이다.

처음 보았을 때보다 두 번째가, 두 번째 보다는 세 번째가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취풍녀……

그녀가 말했다.

[모든 것을 바치겠어요. 영혼까지 다 가지셔요.]

소일초는 찔끔하면서 힐끗 눈을 들어 천정을 보았다.

[그대신 당신도 저에게 완전한 사랑을 주세요.]

완전한 사랑……

그러자면 정신과 육체 다로 하는 남녀간의 사랑을 하자는 말,

무슨 뜻인지 알아챈 소일초가 잘라말했다.

[그건 안돼, 깊이 관계를 맺어 버리면 다시는 하늘로 돌아갈 수 없어.]

그가 말하는 하늘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주소아를 말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자기도 모를 것이다. 거짓말이니까.

[믿기는 어렵지만, 정말 그렇다면 그것까지 바라진 않겠어요. 대신 다른 때와 같이만 해줘요.]

 

소일초는 취풍녀의 몸 위에서 자신의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자꾸만 뒤통수가 건질 거리는 것을 느끼며……

취풍녀의 몸 구석구석을 색귀에게 배웠던 이론과 주소아와의 무수한 장난(?)을 통해 익힌 실재 기술로서 비벼대고 있는 것이다.

취풍녀는 황홀한 열락 속에서 무엇인가를 쉴 새없이 내뱉고 있다.

[아아……저는……등천삼교주 중 세번 째로……아…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새삼 다시 말하고 있는 취풍녀……

그녀의 무색깔 요기스린 얼굴은 이때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얼굴을 가린 채 할 때와는 또 다른 걸……)

소일초는 시간이 흐를 수록 여러가지 방법으로 절묘하게 그녀를 다루고 있었으며,

취풍녀은 신음을 섞어가며 무엇인가를 열심히 중얼거렸다.

[헉헉……제 역할은 등마제를 통하여……아아……무림의 고수들을 끌어들이는 것……우리는…헉…등천마세의 세 주인……]

그녀를 절정에 달한 손놀림과 몸놀림으로 다루고 있던 소일초의 눈에 반짝 기광이 일었다.

등천삼교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미 등천마세와 관련이 있을 줄은 알았다.

그러나, 그녀가 바로 그 세력의 삼인자라니 놀라운 사실이었다.

등천마세……

이 조직은 정천보과 함께 현세의 무림을 양분한 거대 세력이 아닌가?

취풍녀의 나신은 활처럼 휘어지며 신음과 같은 중얼거림을 계속 흘려내고 있었다.

[헉헉……등천마세의 실질적인 주인은 바로 대교주이고……그는 무림을 제패하려는 원대한 야망을 지니고 무림에……헉헉……]

소일초는 그녀가 하는 말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의무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따가운 뒤통수를 의식하고 있었다.

취풍녀의 말을 귀담아 들을 사람들은 여럿 일 것이기 때문이다.

취풍녀는 이런 순간에도 심신이 흐트러지지 않고 자신의 할 말만은 다 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은 계속되고 있었다.

[대교주……헉헉……바로 나의 첫남자이며, 대사형……아흑…… 천하에서 가장 무서운 인물……]

취풍녀……

그녀는 등천마세에 관한 그녀가 아는 모든 사실을 지금 이야기 한다.

 

등천대교주 그는 또한 이 땅에서 가장 완벽하며 무서운 지혜를 지닌 인물이다.

그러므로 당금의 고수들 어느 누구도 그를 상대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교주 역시 무서운 야망을 지닌인물이다.

그러나, 대교주와 이교주 그들은 제각기 야망을 지니고 있기에 등천마세의 힘은 분산되어 정천보를 누르지 못하고 있다.

취풍녀 그녀는 대교주 오공천(吳恭天)에게 일찌기 무공을 익히다 몸을 빼앗긴 후 그의 수족이 되어 움직여 왔다.

오공천은 그녀의 몸을 필요할 때 마다 요구했으나 그녀를 아내로 맞을 생각은 없었다.

그녀의 얼굴에 서린 천생적인 요기로 인해 그녀는 향상 두 사형과 심지어 사부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았으며,

오공천에게 몸을 빼앗긴 후에는 이사형인 마금석(馬金錫) 역시 몸을 요구해 왔었고 사부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그녀보다 무공이 고강했기 때문에 반항해도 소용이 없었다.

한번 무너진 그녀는 그들이 요구할 때마다 몸을 제공하는 여인이 되어버렸으며,

때때로 무림에 나와서 자신이 남자를 요구할 때도 있게 변해버렸다.

꿈은 사라지고 사내들에게 짓밟히고 자신이 더럽힌 육체만 남았다.

등천마세는 등천마교의 후신이다.

기적적으로 혈기대종사의 겁을 피한 인물들이 남몰래 등천마교의 옛터에서 흩어진 비급들을 발굴하여 새로이 만들어진 단체이다.

그러나, 그들은 전대의 인물들에 비하여 월등히 뛰어난 기재들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짧은 시간에 다시 엄청난 위세로 부활할 수 있었다.

그들은 지금 자기들의 가장 큰 원수로 삼수를 꼽고 있다.

삼수가 등천마교의 무공, 그러니까 정통마교에서 가지고 나왔던 마교칠십이절기 중 상당수를 장강 변에 있던 등천마교 본단에서 찾아내어 차지해 버렸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혈기자가 일으킨 혈겁의 주역들이 아닌가?

그러한 사실은 소일초와 주소아의 예측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다.

그들은 등천마세가 삼수가 만든 세력일 것이라고 내심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등천마세를 건설한 주역들은 제이대 등천구마존들이었다.

제일대 등천구마존의 뒤를 잇기 위해 절지에 보내져 무공을 익히던 중이었기에 그들만 살아남았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가장 좋아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소일초도 주소아도 아닌 한천이기인 원천기와 한천녀,

그들은 자신들이 기획했다고도 할 수 있는 등천마교의 후신을 찾았으니 아마도 다시 손에 넣고 그들의 천지파멸인가 뭔가에 사용하려 할 것이다.

소일초는 취풍녀의 입에서 끊임없이 말이 흘러나오도록 하면서 연방 천정으로 신경을 모았었다.

조그마한 잘못이라도 꼬투리 잡을 지 모르는 감시자를 의식하며……

그러나,

이제는 아마도 잘 했으니 상을 받게 될 것이다.

 

 

× × ×

 

[다시는 너에게 그런 일을 시키지 않겠어.]

주소아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지금 그녀는 막 취풍녀에게서 돌아온 소일초를 씻기고 있는 중이었다.

[아까는 눈물이 다 나왔어, 내가 시키고도 얼마나 후회했는데……]

그녀는 소일초의 몸을 한곳도 빠뜨리지 않고 씻고 또 씻었다.

얼마후,

그들은 나란히 침상에 누워 꼭 껴안은 채 도란도란 속삭이고 있었다.

[이제부턴 절대로 떨어지지 말자.]

[그래 우리도 살아선 연리지가 되고 죽어선 비익조가 되자.]

주소아가 백낙천의 장한가의 한 구절로 답한다.

몇 년을 함께하며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 깊이 깨닫고 있는 그들……

그들은 사랑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아침……

소일초와 취풍녀는 화려한 마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마차 안에는 소일초가 품에 다섯 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여아(女兒)를 안고 있었다.

귀엽고 앙증맞으며 깨물어 터뜨리고 싶을 정도의 여아였다.

취풍녀는 소일초가 아침에 어디서 데려왔는지 어린 계집애를 데리고 와서 함께 가야한다고 할때 어리둥절했었다.

영문을 물어보고 누구냐고 물어봐도 얼버무려 버리고 무조건 자기가 데리고 있어야 할 아이라고 했다.

심지어는 그 여아가 옆에 없으면 자기는 죽고 말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취풍녀도 예쁜 아이가 싫지 않아서 그들은 지금 함께 가고 있었다.

한데,

곳 취풍녀는 행동의 제약을 그 여아로 인해 받아야만 했다.

도무지 소일초의 옆에 다가가지도 못하게 여아가 방해하는 것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사라져 가는 마차를 주시하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안개 속에서 우뚝 서 있는 그들은 바로 한천이기였다.

한천이기……

그들은 언제나 이렇듯 소일초의 그림자처럼 그의 주위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천지파멸의 뜻이 이제보터 본격적으로 이 땅에 펼쳐지는 것이다.]

원천기의 말이었다.

그러자, 한천녀가 무감정하게 그의 말을 받았다.

[이제 그들은 진정한 정통마교주가 될 것이다……우리가 등천마세를 거둠으로 인해서 그는 진정한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수족이 되는 것이다……군림보다는 복종하는 정통마교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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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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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진회하> 새벽 무렵. 대부분의 기루들은 어둠에 잠겨 있지만 단 한곳만 불이 대낮같이 환다. 물론 만화루다.

만화루 주변을 무기를 든 기녀와 하녀들이 지키고 있고. 모두 심각한 표정

어느 건물. 유난히 삼엄한 경계

 

구미호리; [둘째가 납치를 당했다?] 손잡이가 달린 화려한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미간을 모으고. 옆에는 표요희가 서있다. 장소는 화려한 실내다.

분타주; [죽여주시옵소서.] 구미호리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 분타주 뒤로 네명의 나이 든 기녀들이 역시 무릎을 꿇고 있고

분타주; [그것들이 감쪽같이 손님으로 위장하고 접근해서 방비를 못했사옵니다.]

[무능한 속하들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림주님!] 분타주 뒤의 여자들도 바닥에 이마를 박으며 외치고

구미호리; [시끄럽다 이년들아!] 탕! 손으로 의자 팔걸이를 치며 고함.

깜짝 놀라며 사색이 되는 분타주와 나이 든 기녀들

파삭! 손잡이가 고운 가루가 되어 날아가고

표요희; (의자에서 손잡이만 고운 가루가 되어 흩어지네.) 곁눈질로 그걸 보며 겁에 질리고.

구미호리; [네년들을 죽여서 무슨 이득이 있느냐?] [이미 벌어진 일이 없던 일이 되기라도 한단 말이냐?] 눈을 치뜨며 분타주등을 노려보고

삭 죽어 대답하지 못하는 분타주와 나이 든 여자들

구미호리; [괜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둘째가 어디로 끌려 갔는지나 탐문해봐!] 나가라고 손짓하고

[분부 받들겠사옵니다.] [죄... 죄송합니다.] 서둘러 일어나는 분타주와 여자들

이어 허둥대며 달려 나가고. 실내에는 구미호리와 표요희만 남고

분타주; [열개 조로 나뉘어 모든 방위를 수색해라.] [작은 단서라도 놓치면 안된다.] 달려가며 외치고.

[예 분타주님!] [가자!] 다른 나이 든 여자들이 대답하며 뿔뿔이 흩어지고

구미호리; [모지리들 같으니...] 혀를 차며 거실 밖에서 벌어지는 소동 보고. 이어

구미호리; [범인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표요희에게 묻고. 밖을 보며

표요희; [제자가 알기로 육혼삭은 백살파로 흘러들어갔사옵니다.]

구미호리; [둘째가 심우장에서 백일자객들을 죽인 일과 관련이 있겠구나.] 끄덕

표요희; [남장했다는 계집은 아마 백일살신의 외동딸 백산산일 것이옵니다.]

구미호리; [백일살신의 딸년이 내 사랑하는 제자를 해코지 했다 이거지?] 눈빛이 차가워지고

구미호리; [아무래도 백살파와는 예정보다 일찍 결말을 봐야겠구나.] 슥! 일어나고

구미호리; [둘째가 수련한 소혼미향이 아직 완전히 흩어지지 않고 남아있겠지?]

표요희; (거짓말을 했다가는 후환이 있을 테니 사실대로 고해야겠지.) + [예!]

구미호리; [사부는 서시응향의 향이 너무 강해서 둘째의 체향을 맡을 수 없다.] [네가 앞장서서 사부를 둘째에게 안내해라.]

표요희; [모시겠사옵니다.] 건물에서 나가고

밖으로 나와 코를 허공에 대고 킁킁대는 표요희. 건물 주변에는 이제 사람이 없다. 모두 수객에 동원되어서. 그러다가

어떤 냄새가 표요희의 코로 흘러들고

표요희; [이쪽이옵니다.] 팟! 날아오르고

그 뒤를 구미호리도 구름처럼 날아올라 따라가고

기루들의 지붕 위를 날아가는 표요희와 구미호리. 만화루의 기녀들과 다른 기루의 기녀들이 놀라서 손가락질하고

구미호리; (부디 사부가 갈 때까지 무사하거라 둘째야.) 표요희를 따라가며 생각하고

구미호리; (딸처럼 기른 네가 변을 당했다면 이 사부는 가슴이 미어져 미쳐버릴지도 모르니...) 날아가고

 

#268>

깊은 계곡.

계곡 막다른 곳도 절벽. 헌데

스으! 절벽 하단에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게 있고

그 아지랑이 건너편에 동굴이 하나 있다. 동굴 주위에 상당히 큰 돌들이 이리저리 놓여있다. 진법이 펼쳐진 것.

 

깊지 않은 동굴 안쪽. 마른 풀이 깔려있고. 그 위에 호요희가 누워있다. 겉옷이 벗겨져서 란제리같은 속옷만 입은 야한 모습. 겉옷은 호요희의 몸 아래 깔려있다. 청풍이 그런 호요희의 배꼽 아래의 사타구니 위쪽 아랫배에 손을 하나 붙인 채 눈을 감고 있다.

징! 청풍의 손바닥이 진동하고.

퍼덕! 경련을 일으키는 호요희의 몸.

청풍; (드디어 끝났다.) 슥! 호요희의 아랫배에서 손을 떼고

청풍; (뒤틀렸던 심맥은 모두 원상회복되었고 진기의 흐름도 원활해졌다.)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고.

청풍; (깨어나면 운신하는데 문제가 없겠지.) 슥! 일어나려 하고. 그때

호요희; [그냥 가시려구요?] 눈 감은 채 말하고

청풍; (깨어났군.) + [무슨 뜻이냐?] 돌아서려다가 내려다보고

호요희; [신세를 졌으니 보상을 요구하시면 기꺼이 응해드리겠어요.] 슥! 자기 란제리 자락을 위로 조금 끌어올리며 말하고. 그 바람에 허벅지와 사타구니 일부까지 드러나고. 도발적인 장면. 하지만

청풍; [그만해라.] 오만상

청풍; [세상 모든 사내가 그 짓에 미쳐있다고 생각한다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홱! 돌아서고

호요희; (이건 생각해보지도 못한 반응이네.) 눈 감은 채 놀라고

청풍;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는 모르겠다만...] 동굴 입구로 걸어가고

청풍; [자신을 좀 더 소중히 여겨라.]

호요희; (나... 나를 소중히 여기라고?) 충격 받는 표정. 눈 감은 채

청풍; [동굴 입구에 진법을 설치해놔서 남의 눈에 띠지 않을 것이다.] [충분히 쉬고 떠나도록 해라.] 동굴을 완전히 나가고

호요희; (나이도 어린 게 건방진 소리를 다하네.) 눈가로 눈물이 배어나오고

호요희; (그런데 그 건방진 소리가 가슴을 미어지게 만드는 건 어째서인가?) 주르르! 눈꼬리를 따라 눈물이 흐르고

호요희; (분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호요희; (나란 계집은 확실히 잘못 살아왔다.) (매사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치열한 노력도 없이 어려움이 닥치면 몸으로 해결하려 들었고...)

<저 인간 때문에 난생 처음 사무치는 회한이 뭔지 깨닫게 되는구나.> 동굴을 등지고 걸어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호요희의 생각 나레이션

 

#269>

새벽. 경치 좋은 강가. 물안개가 자욱

물안개를 뚫고 강가에 나타나는 청풍.

청풍; (여긴 아마 진회하의 상류일 것이다.) 주변 둘러보고. 하지만 물안개가 너무 짙어서 건너편이 안 보인다.

청풍;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면 진회하 변에 만화루에 이를 수 있을 텐데...) (밤새 내 입장이 좀 난처해졌다.)

청풍; (죽어가던 호요희를 살려준 처지에 새삼 만화루로 쳐들어가서 난장을 치기도 그렇고...) 쓴웃음

청풍; (위소저와 한 약속을 지키려면 앞으로도 쾌활림의 요녀들은 보는 족족 쓰러트려야하는데...) 강가에 쭈그리고 앉고

청풍; (땀이나 닦으면서 천천히 마음을 정리해보자.) 촤아! 두 손으로 물을 떠올리고. 세수하려. 헌데

[!] 눈 부릅뜨며 손으로 뜬 물을 들여다보는 청풍.

쿵! 그 물 속에 사람 얼굴 형상이 두 개가 떠오른다. 앞쪽의 청풍 얼굴과 그 뒤로 누군가 들여다보는 모습. 뒤에서 들여다보는 사람의 얼굴은 모호하고 다만 강렬한 눈만 보인다. 이자는 환마루주다.

청풍; (위험!) 펑! 한쪽 발로 지면을 밀어 옆으로 홱 날아가고. 직후

스악! 쩍! 청풍이 앉아있던 강가를 두 줄기 섬광이 스치며 돌들을 간단히 쪼개버린다.

청풍; [누구냐?] 휘익! 옆으로 날아갔던 몸을 바로 세우며 칠성보도를 뽑으려 하고

스으! 청풍이 있던 강가의 안개 속에 사람 형상이 서있다. 윤곽만 보이고 눈만 강렬하다. 물론 환마루주다. 주변에 안개가 자욱해서 더욱 신비하고 모호한 분위기다.

청풍; (은신술이나 환술을 쓰는 자가 저곳에 있다.) 지지징! 환마루주를 겨누는 칠성보도가 진동하다가

투쾅! 청풍이 손을 놓자 폭발 적인 속도로 날아가서 환마루주를 뚫고 지나간다.

청풍; (해치웠나?) 노려보지만

[...] 손가락 하나를 세워 까닥이며 소용없다는 시늉하는 환마루주.

청풍; (살아있다! 분명 칠성보도가 뚫고 지나갔는데...) 놀라면서도

손바닥을 자신 쪽으로 해서 오라는 시늉하고. 그러자

번쩍! 안개 속에서 섬광이 빛나고

투학! 다시 환마루주를 뚫고 돌아오는 칠성보도.

휘릭! 한 바퀴 돌며 청풍에게 날아오는 칠성보도. 손잡이가 청풍에게 향하게

팟! 날아온 칠성보도 손잡이를 잡으며 환마루주를 보고. 그때

스으! 사라지는 환마루주. 눈빛은 여전히 강렬하고

청풍; (사라진다.) 눈 부릅

스팟! 사라지는 환마루주

청풍; (칠성보도에 피나 기름기가 묻어있지 않다.) 날아온 칠성보도의 칼날을 살피고

청풍; (그렇다는 건 허공을 거푸 통과했다는 뜻!)

청풍; (아마 방금 전 내가 공격한 건 실체가 아니라 그림자나 환각이었을 것이다.) 생각하다가 + [!] 무언가 깨닫고

스팟! 옆으로 급히 날아가는 청풍. 슈욱! 피아노 줄 같은 것이 간발의 차이로 청풍의 옆을 스치고 바닥을 훑는다.

쩍! 가는 실이 훑은 바닥은 돌과 흙이 두부처럼 잘리고

안개 속에서 사람 형상이 손을 움직여 그 실을 회수하는 게 보인다. 실은 그 인물의 열 손가락에 모두 끼고 있는 반지에서 빠져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형태다.

청풍; (일종의 실인데 너무 가늘고 빨라서 은원살법이 발동될 틈도 없다.) 스악! 생각하며 칠성보도를 수평으로 길게 그어 긴 섬광으로 모든 방위를 단번에 긋는다. 그러자

서걱! 무언가 베어지는 소리가 한쪽 안개 속에서 들리고

청풍; (이쪽이다!) 투쾅! 다시 칠성보도를 소리가 들린 쪽으로 날리고

스팟! 안개 속으로 사라졌던 칠성보도가

청풍; (돌아와라!) 안개 속으로 손을 까닥하고. 그러자

스팟! 다시 안개 속에서 날아오는 칠성보도

휘릭! 청풍의 앞에서 한 바퀴 돌아 손잡이를 내미는 칠성보도

그걸 받아서 살피는 청풍.

이번에는 칼날에 약간의 피가 묻어있다.

청풍; (이번에는 약간 상처를 입혔구나.) 생각하다가

청풍; (정황상 그자가 나타난 것 같다.) 심호흡 하다가

청풍; [크아!] 쾅! 발을 강하게 구르며 기합을 넣는다. 그러자

펑! 청풍의 주변 모든 안개가 확 터져서 흩어지고

화악! 직경 100미터쯤의 안개가 모두 사라지며 모호하던 광경이 드러난다. 청풍은 강을 등지고 있는데

쿵! 청풍의 앞쪽, 흩어지는 안개 속에 복면을 쓴 인물이 유령같이 서있다. 물론 그자는 환마루주다.

환마루주의 소매가 조금 잘려있고., 팔뚝에 베어진 상처가 있어서 피가 흐른다. 손가락마다 반지를 하나씩 끼고 있는 것이 보이고. 또한

스스스! 환마루주의 몸에서 아지랑이같은 기운이 일어나 주변을 뒤덮고 있고

청풍; (백일살신에 못지않은 위압감을 지닌 인물이다.)

청풍; (그렇다는 것은...) + [아마도 귀하는 환마루주겠소이다.]

환마루주; [놀랍군.] 복면 속에서 눈 번뜩

환마루주; [네놈이 백일살신과 호각으로 싸웠다는 보고를 받고도 믿지 않았었거늘...]

환마루주; [직접 보니 우리들 혈세사패에 조금도 못하지 않은 실력을 지녔구나.] 슥! 상처가 난 자신의 팔을 들어 보이고,. 손가락에 반지를 하나씩 끼고 있는 것 보여주고

청풍; [과찬이오 환마루주!] 웃으며 고개 좀 숙이고

청풍; [헌데 환마루의 지존께서 나같은 후배를 직접 손 봐주러 오실 줄은 몰랐소이다.]

환마루주; [네놈을 방치할 경우 머잖아 우리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거물이 될 거라는 어떤 분의 우려를 들은 때문이지.] 말하며 청풍의 뒤를 보고. 그러자

오싹! 청풍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고

청풍; (뒷쪽에 누가 있다.) 고개 조금 돌려 뒤를 보고. 뒤는 강인데

여전히 물안개를 피워 올리는 강물 위에 어떤 여자가 서있다. 하늘거리는 옷을 입고 강물 위에 유령같이 서있는 여인. 물론 구미호리다.

청풍; [구미호리?]

구미호리; [그래. 바로 본녀란다.] 휘이! 천천히 강을 걸어 청풍 쪽으로 오고

청풍; (환마루주에 이어 구미호리까지..) (이건 좀 벅찬 싸움이 되겠는 걸.) 칠성보도를 늘어트린 채 생각하고

구미호리; [이제 네놈은 본녀의 질문 한 가지에 대답을 해야만 한다.] 슥! 강변으로 올라서고

구미호리; [죽어도 편히 죽고 싶다면 정직하게 대답해야만 한다.] 눈이 백열되고

청풍; [과연 림주께서 날 죽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무슨 질문인지 들어나 봅시다.] 차갑게 웃고

구미호리; [첫째야! 이자가 틀림없느냐?] 옆을 향해 묻고. 그러자

[틀림없사옵니다.] 스으! 흩어지지 않은 강병의 안개 속에서 나오는 여자. 표요희다.

청풍; (저 여자...) 눈 번뜩

표요희; [그자의 몸에서 둘째의 소혼미향이 강하게 감지되고 있사옵니다.] 멈춰서고

청풍; (호요희를 둘째라 부르는 걸 보면 구미호리의 세 제자중 첫째인 표요희겠구나.)

구미호리; [내 제자의 말을 들었으면 내가 무슨 질문을 하려는지도 알았을 것이다.] 청풍을 보며

청풍; [내 몸에서 림주의 둘째 제자 호요희의 체취가 느껴지는 모양이오만...] 소매를 코에 대고 냄새 맡고

청풍; [본의 아니게 호요희를 백살파의 자객들 손에서 구하는 과정에서 묻은 것일 거요.] + (온몸을 주무르는 추궁과혈까지 해준 사실은 말하지 않는 게 좋겠지. 호요희를 위해서라도...)

표요희; [거짓말!] 노려보고

표요희; [네놈의 몸에서 느껴지는 둘째의 체취는 잠깐 접촉한 정도로 묻은 게 아니다.] 이를 바득 갈고

표요희; [네놈 설마 둘째를 유린한 것이냐?]

청풍; [그런 일 없소.] 짜증

표요희; [그 말을 믿기에는 둘째의 체취가...] 노려보고 + 구미호리; [그만해라 첫째야.] 말을 막고

표요희; [예 사부님!] 물러서고

구미호리; [저놈이 둘째에게 무슨 짓을 했든 상관없다. 결국 오늘 이 자리에서 죽게 될 테니...] 화악! 옷과 머리카락이 바람을 맞은 듯 부풀어 오르고

청풍; (가공...) 찌릿 찌릭! 전기가 오르는 표정.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흩날리고

[!] 환마루주도 무언가 느끼고

구미호리; [오늘 기필코 네놈을 섭장천 곁으로 보내주겠다!] 지지지! 화악! 몸에서 폭발적인 기움이 뿜어지는 모습. 퍼펑! 펑! 바닥의 돌들이 튀어나가고

표요희; [흑!] 급히 물러서고

청풍; (내공이 최하 오갑자(五甲子)를 상회한다.) 지지지! 몸을 방어막으로 덮고

청풍; (저 여자는 내공만으로는 천하제일이겠구나.) 생각할 때

구미호리; [죽어라!] 기합 지르자.

펑! <드래곤 볼>의 원기옥 같은 것이 구미호리의 몸에 튀어나와 청풍에게 날아간다. 크기는 사람만하고

청풍; [크왓!] 펑! 마주 장풍을 날리지만

꽝!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고 그 폭발에 휘말려 날아가는 청풍

청풍; (내공으로는 아예 상대가 안되는군.) 컥! 후두둑! 피를 토하며 날아가는데

스악! 여러 명의 환마루주들이 나타나 양손 열 손가락에 낀 반지에서 가는 실을 뽑아내 휘두른다. 사람이 여럿으로 변해서 실도 수십 가닥이 된다

청풍; (이건 영 안좋은 구도인데...) 바웅! 몸을 호신강기로 뒤덮으며 내려서고

서걱! 텅! 일부 실은 호신강기에 부딪혀 튕겨지지만

일부는 호신강기를 가르고 들어와 청풍의 옷과 살을 베고 지나간다

청풍; [큭!] 몸의 여기저기에서 피를 뿌리며 비틀

구미호리; [죽어라!] 퍼퍼펑! 날아들며 연달아 원기옥 같은 기운을 뿜어내고

환마루주; [이게 왜 탈명신사(奪命神絲)라 불리는지 알게 해주마!] 스악! 쩌쩍! 여러 명의 환마루주도 수많은 실을 칼날처럼 휘둘러 청풍을 공격하고

청풍: (검벽신공을 믿어보는 수 밖에...!) 투쾅! 쩡! 온모을 검의 형상으로 덮으며 몸을 웅크리고

투쾅!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 모든 걸 덮어버리고

표요희; [흑!] 비틀하며 물러서고

표요희; (어... 어떻게 되었지?) 손으로 머리 위를 가리며 앞을 보고

쿠오오! 돌풍과 먼지가 사라지고 그 안에서 세 사람의 형상이 흔들리며 나타난다.

쿵! 드러나는 장면. 청풍이 중앙에 우뚝 서있는데 온몸이 검의 형상으로 덮여있다. 다만 청풍의 몸에 수많은 자상이 나있고 옷이 갈라졌다. 환마루주의 실에 베인 모습이고. 입과 코로도 피가 줄줄 흘러나오고. 하지만 환마루주와 구미호리의 모습보다는 양호하다. 환마루주와 구미호리의 몸에는 각기 여러 개의 검의 형상을 한 빛이 박혀있거나 관통하고 있다. 얼굴과 가슴을 가리는 자세로 비틀거리는 두 사람

표요희; [흑!] 경악과 공포. 뒤로 주춤

[컥!] [큭!] 피를 토하며 쓰러지려는 구미호리와 환마루주

털썩! 쿵! 구미호리는 주저앉고 환마루주는 한쪽 무릎을 꿇는다. 여전히 검 형상의 빛이 몸에 박히거나 관통당한 모습이고

표요희; (말... 말도 안돼! 혈세사패의 패주 두 사람이 협공을 했는데도 패하다니...) 사색이 되고. 그때

푸시시! 스스스! 구미호리와 환마루주의 몸에 박혔던 빛의 칼날들이 흩어지고

푸학! 추힉! [악!] [큭!] 빛의 검이 사라진 상처에서 피가 분수처럼 치솟고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두 사람

환마루주; [검벽신공!] [절대삼검중 검벽신공을 이미 완벽하게 익혔구나!] 파팟! 상처 주변의 혈도를 찍어 지혈하고

구미호리; [무슨 이런 괴물이...] 파팟! 역시 공포에 질리며 상처 주변을 찌르고

청풍; (나 역시 상처가 가볍지 않다.) 피를 꿀꺽 삼키고

청풍; (구미호리의 막강한 공력에 심맥 대부분이 타격을 받았고 환마루주의 무기인 탈명신사라는 것에 베인 상처도 가볍지가 않다.) 츠츠츠! 주르르! 온몸의 갈라진 상처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청풍; (저자들이 힘을 회복하기 전에 치명타를 가해야한다.) 스윽! 환마루주를 노리고 칠성보도를 천천히 쳐드는데

쩡! 칠성보도에서 긴 섬광이 일어난다. 길이가 5미터 이상

환마루주; (이건 위험하구만.) (아직 몸을 운신할 수 있을 정도로 내공이 회복되지 않았는데...) 눈 부릅뜨며 정말하고. 바로 그때

구미호리; [죽이려면...] 사력을 다해 일어나며 악을 쓰고.

흠칫! 돌아보는 청풍.

구미호리; [본녀부터 죽여 봐라!] 팟! 몸을 날려 육박전을 하려는 듯 청풍을 덮친다.

표요후; [안돼요 사부님!] 비명 지르고. 반면

환마루주; (저 여우는 혹시...) 깨닫고 눈 치뜰 때

청풍; [소원이라면...] 스윽! 환마루주를 겨눴던 칠성보도를 구미호리쪽으로 휘돌리려 하고. 헌데 바로 그때

구미호리; [호호호!] 촤악! 청풍에게 돌진하며 양손으로 저고리를 확 찢는다. 그 바람에 젖가슴이 털렁 드러나고

청풍; [무슨 추태를...] 기겁하며 고개를 돌리고. 구미호리를 베려던 칠성보도도 멈칫한다. 직후

구미호리; [크와!] 청풍에게 달려들며 입으로 연기를 확 뿜어내고. 거리는 2미터쯤으로 좁혀졌다.

청풍; (독?) 연기를 얼굴에 덮어쓰며 눈 부릅뜨는 청풍. 그러면서도

청풍; [크아!] 쾅! 칠성보도를 들지 않은 왼손으로 구미호리의 가슴을 친다.

구미호리; [악!] 펑! 가슴을 청풍의 손바닥에 강하게 맞아 뒤로 홱 날아가고

표요희; [사부님!] 화악! 비명 지르며 날아오고

턱! 간발의 차이로 구미호리가 바닥에 나뒹굴기 전에 두 팔로 받아안는 표요희.

표요희의 품에 안긴 구미호리의 가슴에 시뻘건 손바닥 자국. 하지만

구미호리; [호호호! 서시응향의 맛이 어떠냐 애송이야?] 깔깔 웃으며 청풍을 보고

표요희; (서시응향!) 놀라며 구미호리를 바닥에 내려주고

표요희; (사부님은 이가놈을 서시응향에 중독 시키기 위해 위험한 도박을 걸었구나.) 청풍을 보고. 그때

청풍; [끄윽!] 술 취한 듯 비틀거리는 청풍. 헌데

화악! 청풍의 피부가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온몸에서 강한 열기가 확 뿜어지고 있다.

구미호리; [네놈이 중독된 것은 백팔종의 미약(媚藥)을 수십 년 동안 장복해서 농축시킨 서시응향이라는 것이다.] 표요희의 부축을 받으며 서서 웃고

구미호리; [사내가 그것에 중독되면 양기가 폭발해서 미치광이가 되고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 비틀거리는 청풍을 보며 요녀처럼 웃고

환마루주; (그래서 강호의 모든 사내들은 구미호리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고 하지.) 힘겹게 일어나고

구미호리; [물론 살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혀로 입술 핥고

구미호리; [본녀의 노예가 되겠다고 맹세하면 살려줄 뿐 아니라 평생 귀여워해주겠다.] 술 취한 듯 비틀거리는 청풍을 보며 웃고

구미호리; [늦기 전에 결정해라! 온몸의 혈관이 터져 죽을 것인지 본녀의 종이 되어 연명할 것인지!] 웃을 때

스윽! 청풍이 칠성보도를 다시 쳐든다. 그러자

표요희; [흑!] 겁을 먹고 물러서고

징! 슈욱! 환마루주는 긴장해서 다시 실들을 반지 속에서 내보내고

구미호리; [발악 한 번 해보고 죽겠다는 거냐?] 바웅! 긴장하면서도 몸을 방어막으로 뒤덮고. 헌데

징징! 허공으로 쳐든 청풍의 칠성보도가 진동하고. 마치 발사 직전의 미사일처럼

환마루주; (저놈 혹시...) 눈 치뜰 때

펑! 칠성보도가 허공으로 치솟으며 청풍의 몸도 딸려 올라간다

환마루주; [어검비행(御劍飛行)이로구나!] 스악! 실들을 길게 휘두르고.

표요희; [아!]

구미호리; [아차!] 뒤늦게 깨닫고. 하지만

환마루주의 실들은 허무하게 허공을 가르고

투학! 이미 청풍은 까마득히 높이 날아가고 있다.

구미호리; [저놈은 우릴 공격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어검술을 응용해서 어검비행을 펼쳤던 거예요.] 까마득히 멀어지는 청풍을 보며 이를 갈고

환마루주; [이가놈은 어검비행을 펼치느라 남아있던 모든 힘을 썼을 거요.] 추륵! 지잉! 실들을 반지로 끌어들이며 청풍이 멀어진 곳을 보고

환마루주; [오늘 놈을 잡아 죽이지 못하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소.] 돌아서고

환마루주; [환마루와 쾌활림의 모든 전력을 동원해서 이가놈을 제거해야만 하오.] 휘익! 날아가고

구미호리; [환마루주의 말이 맞다.] 청풍이 사라진 곳을 보며 말하고. 이어

구미호리; [만화루로 달려가 둘째 뿐 아니라 탕마신협의 행방도 찾으라고 전해라.] 표요희에게

표요희; [예 사부님!] 고개 숙이고

휘익! 강변을 따라 날아간다.

구미호리; [약관도 안된 어린놈이 벌써 검성 섭장천에 필적하는 고수가 되어있다니...] 청풍이 멀어진 곳을 보며 독백

구미호리; [아무래도 우리 구대천마의 후손들이 세상의 주인이 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겠구나.] [저런 말도 안되는 괴물들이 수시로 나타나니...] 한숨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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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四 章

 

         엉뚱한 곳에서의 相逢

 

 

 

연화정(蓮花亭),

이곳은 조그마한 연못안에 세워진 정자였다.

잔잔한 아침 여명에 반조되고 있는 호수의 수면은 신비경을 연출해 내고 있었다.

지금, 이 연화정에는 세사람의 남자와 한 여자가 있었다.

한 여자는 면사로 얼굴을 가린 취풍녀이며……

세 사람의 남자는 비슷한 또래의 중년인들이었다.

나이는 사십대 전반으로 보였으며 점잖은 사람들이었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형제들인지 그 모습이 그 모습 서로를 분간하기 힘들 만큼 닮았다.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머물고 있었으며 전신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잔잔하고 아늑하였다.

그들은 말없이 호수의 수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표정임에도 불구하고 그들 사이에 무엇인가 풀리지 않은 난제가 있는 듯 고심하는 것 처럼보였다.

문득,

취풍녀이 침묵을 깨며 입을 열었다.

[대교주(大敎主)의 뜻이 그러하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

그녀의 눈빛은 어두웠다.

[언제나 그렇게 해왔으니……내 말을 들어줄 리가 없겠지……기대했던 내가 잘못이지……]

[…………!]

[…………!]

또다시 네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이때,

유삼중년인 중의 제일 우측에 앉은 사람이 신선을 더욱 깊숙이 내리깔며 입을 열었다.

[한가지만 묻겠습니다. 삼교주(三敎主)……]

[무엇인가?]

[삼교주께서 말씀하신 그가 그토록 뛰어난 인물입니까?]

그의 말은 부드러웠다.

마치 연인에게 속삭이는 밀어처럼 달콤했다.

취풍녀은 멀리 떠도는 구름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는……내가 본 가장 완벽한 인간이다.……무공을 드러낸 적은 없지만 그정도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그는 요술장이처럼 신비한 사람이다.]

순간,

언뜻 세 사람의 눈에 놀라는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 정도로……]

가운데의 중년인이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무엇이 그토록 뛰어나단 말입니까? 그의 얼굴입니까? 아니면 신분을 밝히지 않아서 신비하다는 것입니까?]

한기가 풀풀 날리는 음성을 뱉어내는 그의 안색은 여전히 부드러워 모순처럼 보였다.

제일 좌측에 앉은 중년인이 취풍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했다.

[진정 그가 뛰어난 인물이라면 그 배후에 대해 왜 조사하지 않았습니까?]

그 역시 부드러운 얼굴이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갈라져서 듣기에도 역겨웠다.

취풍녀가 대답했다.

[물론 조사해 보았다.……하나……알아낸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그에게는 어떻게 하는 지 모르지만 만지는 것만으로도 어떤 물건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 버리는 능력이 있다.]

[어떻게 그럴 수가……]

[그는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인간같이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다.]

[직접 보신 적이 있습니까?]

[너희들은 물을 술로 술을 물로 만지기만 하여 바꾸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손으로 만져서 익지않은 포도를 영글게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

[그것은 무공과는 다른 힘이었다. 그런 그의 배후를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유삼중년인들의 입에서 동시에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결국……대교주께서는 그 일로 거부를 하신 것이로군요……]

우측의 중년인이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말을 이었다.

[그의 신분이 조금 더 확실하다면 대교주께서도 그의 신비한 능력을 고려하여서라도 허락하셨을 텐데……]

[…………!]

[아무튼 대교주의 결정은 내려졌으니……이제 더이상 그에 대해 거론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지요.]

좌측의 갈라지는 목소리의 중년인이 말했다.

대교주의 결정……

취풍녀는 무엇을 대교주에게 부탁했기에 기에 그렇게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단 말인가?

문득,

[그가 오고 있군……]

취풍녀은 연못에 걸쳐진 교각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곳에는 한 사람의 텁텁한 분위기의 사내 소일초와 그 뒤를 따라서 시비 국향이 오고있었다.

그를 주시하는 유삼중년인들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흘러갔다.

소일초는 도무지 자신을 돌보지 않는 사람같은데

취풍녀가 그렇게 극찬을 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없던 것이다.

게다가 고수에게서 느낄 수 있는 기도라고는 보이지도 않는 술주정뱅이 같았기 때문이다.

세 사람의 의혹이 점차 심화되어 갈 때,

소일초는 연화정의 가까이에 이르렀고 국향은 연못가에 기다리고 서 있었다.

순간,

소일초는 불규칙한 걸음으로 연화정으로 들어와 취풍녀의 곁에 주저없이 앉았다.

거동 하나하나가 도무지 교양있는 사람의 것이 아니다.

[으음……]

[음……]

네 사람은 소일초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굳어져 버린다.

(얼굴하나로 삼교주를 침상에서 휘어잡은 모양이로군……쯧쯧 ……삼교주가 그저 행동이 방정치 못해서……)

(대체 이자의 어디에 신비가 있단 말인가? 철부지 같은 삼교주……)

문득, 그들의 얼굴에 은은히 살기가 떠오른다.

소일초는 그 살기를 느낀 것인지 아니면 못 느낀 것인지 그들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기까지 한다.

[객이 있는 줄 몰랐는데 무슨 일로 불렀나?]

대뜸 하대로 취풍녀에게 묻는 말에 중년인들의 살기가 더욱 짙게 떠오른다.

하나, 취풍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에게 공대한다.

[당신이 만나야 할 사람들이에요.]

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나는 별로 내키지 않는데……]

취풍녀은 눈짓으로 세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세 분을 소개하지요……]

[나는 무적검이다.]

세 중년인의 눈가에 비웃음이 스치고 지나갔다.

별볼일 없을 것 같은 작자가 이름은 거창하게 쓰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무림의 삼류잡배였군……)

우측의 중년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들을 소개했다.

[반갑소, 우리는 은검삼형제요……]

그는 소일초를 별볼일 없는 인물이라 생각했기에 간단히 자기들의 밝혔다.

소일초는 시선을 취풍녀에게 돌렸다.

[한데……무슨 일이야?]

[은검삼형제는 당신을 죽일 거예요…]

취풍녀은 우울하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겨우 이들이?]

그는 어이없다는 듯이 은검삼형제를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가소롭기 그지없다는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

[진짜? 나를 죽인다고?]

그러자,

은검삼형제가 일제히 분노하며 소리쳤다.

[그렇다! 대교주의 지엄하신 명이다.]

[무슨 거지발싸개같은 소리야? 대교주는 무슨 놈의 대교주……]

도무지 아무것도 안중에 두지 않고 하는 말에 은검삼형제는 어이가 없었다.

허풍도 경계가 없이 큰 것같았기 때문이다.

[…………!]

[내가 왜 죽어야 하는 지나 빨리 말해……]

소일초는 시선을 취풍녀의 돌린 뒷머리에 고정시키며 말했다.

[평생같이 살자고? 미친년! 하는 대로 나뒀더니 술 뺏고 몸 뺏고 이제 목숨까지 뺏으려고 해?]

소일초는 진짜 화가 나있었다.

주소아곁을 떠나 있는 것으로만도 괴로워 미칠 지경인데 잘해줘도 있을까 말까한 판에 죽이겠다니……

소일초의 물음에 취풍녀는 어쩔 줄 모르면서 대답했다.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 당신과의 혼인을 승락해달라고 대교주에게 간청한 저예요.……한데……]

호수의 수면은 이때 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한데……대교주는 당신의 정체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허락할 수 없다고……이렇게 처형대를 보냈어요.]

[혼인은 무슨 혼인, 내 마누라가 알면 가만있을 줄 알고? 누구 맘대로 혼인이야 혼인이……]

그녀의 말을 듣고 소일초는 더욱 길길이 뛰었다.

혹시라도 주소아가 들을까 겁날 말이었다.

취풍녀는 그의 매정한 말에 망연한 눈초리로 보며 가슴이 터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그랬던가요? 우리 사이에 사랑이나 애정 그런 것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었군요……당신은 나를 조금도 생각지 않았어요……내 몸이 이미 더럽혀져 있었기 때문인가요? 그래서 한 번도 범하려 하지 않았던가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소일초에 대한 깊은 정이 배어있었다.

그녀는 난간을 잡으며 허공으로 시선을 돌린다.

아침 여명을 타고 흐르는 구름이 눈이 시리도록 하얗게 보였다.

소일초는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호수의 연꽃을 보며 화를 삭이고 있었다.

그녀가 그런 정을 품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의 마음이 그녀에게 기울리 도 없었다.

그런 그를 보며 취풍녀은 돌아보며 나직이 한숨을 토한다.

[대교주의 결정은 저로서도 어쩔 수 없어요……]

소일초는 단호히 그녀의 말을 끊었다.

[네 정도 그 정도에 불과 했어, 내 마누라라면 결코 그렇진 않을 거야. 차라리 함께 죽길 원했을 거라고.]

빙글……

그의 몸이 은검삼형제를 향해 돌려진다.

그러고 허공을 향해서 큰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나도 어쩔 수 없게 된 거야. 보고 있었으니 잘 알고 있겠지? 이제 네 부탁은 끝난 거야.]

은검삼형제와 눈물을 훔치던 취풍녀가 어리둥절했다.

[누구에게 한 말이오?]

은검삼형제 중 부드러운 목소리의 맏이가 살기를 억누르면서 물었다.

[하늘! 나는 하늘에서 왔거든.]

소일초는 고개를 내려서 그를 보며 짧게 대답했다.

순간,

[정말 하늘에서 내려왔나요? 아……아마 그럴 거예요. 당신의 모습, 당신의 신비한 능력……인간의 것이 아니었어요.]

취풍녀가 환상에 빠진 듯이 그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취풍녀는 오랫동안 살인을 저지르며 무림에 횡행했었다.

그녀의 무공은 고강했고 아무렇지도 않게 사내에게 안기고 했지만 마음은 동심이 있었다.

소일초의 신비한 능력, 물론 백송균화에서 얻은 충만한 생명의 기운이었지만,

그리고 그의 천상의 선인 같은 용모에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하대하는 그 자연스런 태도로 말미암아 진짜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녀의 눈은 꿈꾸는 것 같았다.

몸에 서려있던 고독도 퇴폐적인 분위기도 일시에 걷히는 것 같았다.

[하늘……그곳은 이 무림과는 다르겠지요?]

은검삼형제는 어이가 없었다.

[다르지, 다르고말고. 당신같은 사람은 결코 없는 곳이지……]

소일초는 나오는 대로 내뱉었다.

[그렇겠죠……저 같은 죄많은 사람이 어떻게 그곳으로 갈 수 있겠어요?]

취풍녀는 주르르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많은 비애와 고독을 가슴에 품었기에 그녀가 이런 모습을 보인단 말인가?

[말도 아닌 소리! 삼교주, 진정하시오. 이 자의 기만에 넘어가지 마시오.]

은검삼형제의 세째가 역겨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래 우리는 해야할 일이 있지. 너희들은 나를 죽이고 나는 너희들을 죽이는……]

말을 하면서,

소일초가 몸을 곧게 세우고 그들을 노려본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고 어떤 기도로 풍기지 않으며 단지 그들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다.

[허풍장이! 대교주의 명은 곧 하늘의 명이다. 삼교주를 기만한 죄까지 물어서 죽여주마.]

은검삼형제의 둘째인 차가운 목소리가 자르듯이 내뱉었다.

 

창---촤창-----창-----!

 

그들의 어깨에서 은검이 뽑혀져 삼면에서 그를 노리고 공격해 왔다.

그들의 몸은 은검에서 발산되는 검기로 완전히 뒤덮혔으며 가까이 있던 소일초의 몸을 은막으로 뒤집어 씌웠다.

파아아아--------!

소일초의 검미가 꿈틀했다.

(은마환상검(銀魔幻想劍), 역시……)

그순간,

[죽이면 안돼……]

어디선가 들려온 전음,

아아……

그토록 보고싶었던 주소아의 음성이아닌가?

은검은 자기를 덮어씌우고 있는데 그의 얼굴이 환해졌다.

은검이 그의 전신을 할퀴듯이 꿰뚫고 지나갔다.

[악!]

취풍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은검삼형제는 경악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검이 안개를 벤듯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소일초의 몸은 그자리에서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당신은 정말 하늘에서 왔군요……내 그럴 줄 알았어요.]

취풍녀가 기쁘하며 소일초의 가슴으로 달려 들었다.

그러나 소일초의 몸은 미끄러지듯 슬쩍 그녀를 피했다.

은검삼형제는 멍청히 검을 든 채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정말 삼교주의 말대로 하늘에서 오기라도 한 천인(天人)이란 말인가?

그들은 강하게 고개를 저었다.

소일초의 눈은 연못가에 여전히 서있는 국향을 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어려 있었다.

국향은 생긋 웃어보이더니 나무들 사이로 들어가 버렸다.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기쁜 표정으로 소일초는 취풍녀와 은검삼형제를 둘러보았다.

그들은 소일초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살수를 펼쳤는데 기쁘하며 웃고 있다니……

소일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를 죽였으니 이젠 내가 죽일 차롄데……]

그의 미소에 오히려 은검삼형제는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허깨비처럼 검에 걸리지 않는 인간……

[…………!]

[운이 좋았어. 목숨은 살려주라는 부탁을 받았거든……우리 마누라한테서……]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손에 둔중한 검이 들려있었다.

붉은 색으로 은은히 빛나는 검은 어디에서 나와 그의 손에 쥐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마치 원래부터 그의 손에 있었던 것처럼……

은검삼형제와 취풍녀는 그 하나에 대경실색했다.

순간,

은은한 붉은 빛을 띄고 있는 소일초의 마황검은 순간적으로 일만개로 분리되어 은검삼형제를 향해 폭사되었다.

으악-----!

윽---윽--!

완연히 구분되는 세 마디의 비명과 함께 은검삼형제의 팔이 하나 씩 잘라져 연못에 떨어졌다.

소일초의 손 어디에도 다시 마황검은 보이지 않았다.

은검삼형제는 잘려진 팔을 지혈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넋이 빠져 있었다.

[으……대체 그런 무공이……정말 천인이란 말인가?]

[패배를……패배를 몰랐는데……]

그들은 아직도 소일초의 믿을 수 없는 경이의 무공에 불신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편, 취풍녀는 소일초를 완전히 천인으로 믿어버렸다.

천하의 십이대 고수 중 하나로 알려진 그녀로서도 그런 무공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눈이 밝은 희망으로 가득 찼다.

(어쩌면 이 분이야말로 나의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주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분 일지도 몰라……나를 이 세상에서 구제해 주시기 위해……)

취풍녀의 잃어버린 행복……

이순간 그녀는 소일초를 천신과 같이 마음에 깊이 새기고 있었다.

그때,

소일초가 은검삼형제를 주시하며 여태까지와는 달리 고르고 잔잔한 음성으로 말한다.

[전하라……대교주라는 자에게……]

…………

[내가 직접 찾아가서 따지겠다고.]

은검삼형제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복수니 뭐니 하는 것이 이 인간같지 않은 인간에게는 말짱 헛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소일초는 기분이 유쾌해져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하하------

그런 그의 모습은 황홀하리만큼 아름다웠고

네 사람은 그런 그의 모습에서 범할 수 없는 무한한 힘을 느끼고 있었으니……

마침내 그들 은검삼형제는 취풍녀에게 공손히 허리를 굽힌 후 몸을 날려 아득히 사라져 갔다.

소일초는 휘적휘적 정자 밖으로 걸어나갔다.

틀리없이 어딘가에서 주소아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절로 몸에서 신바람이 나는 듯 유쾌하고 즐거웠다.

그는 취풍녀가 자기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렸다.

자기가 보는 것은 어디선가 한천이기도 다 볼 것이다.

궁금한 것이 있어도 그들이 해결할 것이고 생각할 것이 있어도 그들이 해결할 것이다.

그는 그냥 행동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문득,

취풍녀가 교각을 지나가는 그를 뒤에서 안았다.

그녀의 봉긋한 젖가슴이 소일초의 등에 와 닿았고……

그녀 특유의 향기를 담은 입김이 소일초의 귓전에 전해진다.

[당신을……진정으로 사랑해요. 이 한 몸 바쳐서 사랑할 수 있어요.]

[놔! 지금 나는 가봐야 돼……귀찮게 하지마.]

[그렇게 말하지 마셔요. 우리는 이미 몸을……그리고 마음을 주고 받은 사이인데……]

[나는 그런 적없어 빨리 가봐야 돼……]

소일초는 달라붙는 그녀에게 짜증을 내었다.

어딘가에 주소아가 기다리고 있을 텐데……

[안돼요. 그렇다 해도 안돼요. 나는 당신을 놓칠 수 없어요. 당신은 내게 남은 마지막 희망이에요.]

소일초는 급한 마음에 그대로 걸음을 옮기고 취풍녀는 아예 질질 끌려간다.

그녀가 뭐라고 하든 그의 귀에 들어오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가다가는 어디까지 그녀를 달고 갈지 알 수 없었다.

소일초가 걸음을 멈추고 다급하게 말했다.

[그래, 희망이 돼 줄테니까 빨리 손이나 풀어.]

[떠나버리게요?]

[이러면 정말로 달아나버릴 거야. 빨리 풀어.]

취풍녀는 그가 진짜로 가려고 한다면 자기쯤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내키지 않지만 그를 감았던 팔을 풀면서 신신당부한다.

[금방 오셔야 해요. 꼭……당신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죠?]

[그래 알았어.]

소일초의 몸은 벌써 앞으로로 쭉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한데 어딜 그렇게 급히 가는 거예요?]

[우리 마누라한테……]

소일초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헌데 소일초가 달려가는 곳은 뜻밖에도 취풍녀의 침실이었다.

소일초를 익히 아는 사람들이라 아무도 그를 저지하지 않았다.

취풍녀의 침전에 있는 시비들의 방 앞에 그가 찾던 국향이 서있었다.

다짜고짜 소일초는 그녀를 덥썩 안았다.

[보고 싶어 죽을 뻔 했어.]

갑작스럽게 소일초의 품에 꽉 안겨버린 국향은 얼굴을 붉히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밤마다 주인인 취풍녀가 데리고 자는 영준하기 이를 데 없는 남자가 미친 듯이 사랑을 고백하며 달려든 것이다.

그녀는 황홀한 느낌에 정신이 아득해지며 소일초에게 말했다.

[저도 당신을 생각했어요……]

순간,

소일초가 그녀를 품에서 떼면서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아니, 너는 너잖아!]

그녀를 확 밀치고 다시 자기의 침전으로 달려갔다.

국향은 황당해져 있었다.

갑자기 달려와 사랑을 고백하던 왕자가 밀쳐버리고 떠나가 버린 것이다.

[쳇! 내 무슨 일인가 싶었어. 헛물만 들이켰잖아.]

소일초는 그의 침전 문을 꽝 소리가 나도록 밀어젖히며 안으로 들어갔다.

과연,

자기가 마시다가 두고 간 술독 앞에서 등을 보이며 잔을 기울이는 또 한 명의 국향이 있었다.

이번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몸을 날려 그녀를 뒤에서 안았다.

[가만있어. 술 엎질러.]

그러나 소일초는 무시하고 그녀를 번쩍 들어서 침상에 던졌다.

그리고 떨어지기 무섭게 달려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보고 싶어 죽을 뻔 했어. 어떻게 왔어? 언제 왔어? 왜 온 거야?]

대답을 들을 생각은 아예 없는 듯 질문하기에 바빴다.

[바보! 내가 어떻게 너 혼자만 보낼 수 있었겠어?]

소일초는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래, 너 없이는 도무지 못살겠어. 밥도 넘어가지 않더라구……]

국향, 아니 주소아는 역근천골공을 풀었다.

환하게 주변을 밝힐 듯한 아름다운 얼굴이 소일초의 얼굴 밑에 있었다.

주소아는 소일초를 먼저 보낸 후 멀리서 그를 따라왔다.

소일초가 하는 행동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습을 수십가지로 바꿔가며 그의 근처에서 지켜보았는데,

멍청한 소일초는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소일초가 취풍녀에게 옷을 벗기우고 깔렸을 땐 화가 나서 당장에 그녀를 죽여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대세를 생각하여 꾹 참았었다.

그러면서도 소일초가 어떻게 나오나 궁금해 하며 숨어서 지켜보았었다.

만약 소일초가 정말로 취풍녀와 늘 자기에게 원하던 깊은 관계를 맺어 버린다면 다시는 소일초를 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일초가 기특하게도 자신이 늘 사용하곤 하던 방법을 써서 취풍녀의 마수를 피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는 재미도 있었지만 기뻐 죽을 지경이었다.

그녀도 때로는 소일초가 저돌적으로 침입하고 할 때는 역근천골공으로 문을 좁히거나 아예 폐쇄해 버리곤 했던 것이다.

그런 방법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밤마다 같이 보내면서 마지막 처녀를 지킬 수 있었겠는가?

소일초는 이곳에 와서도 취풍녀에게 넘어가지 않고 계속 자기의 몸을 지켜왔다.

며칠 동안 지켜본 그녀는 그 색마가 그처럼 자기를 생각하여 행동을 자제하는 것이 기쁘고도 자랑스러워 상이라도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드디어 다시 정통마교의 무공을 사용하는 자들과 대교주, 그리고 취풍녀가 삼교주라는 것을 알아내게 되자 자기의 존재를 알렸던 것이다.

[취풍녀가 너에게 보통 빠진 것이 아니던데……]

[그런말 마. 나는 아무여자도 필요없어 너만 있으면 돼. 이젠 다른 여자는 보기도 싫어.]

[그럼 정천수호군주 왕혜려에게 했던 말은 뭐야?]

[그건……정말 장난이었어. 진짜야……]

소일초는 가슴이 뜨끔하면서 급히 변명했다.

왕혜려에게 묘한 암시를 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주소아는 귀신같이 그것도 놓치지 않고 들었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잘한 것이 훨씬 많으니까 아무말 않겠어. 하지만 다음에 다시 그런 수작을 다른 여자한테 한다면 각오해야해.]

[맹세할게……]

 

아침부터 두 사람은 알몸이 되어 침상에 들어가 있었다.

[취풍녀하고 음……기분이 어땠어?]

[아무 생각 없었어. 나도 고역이었다구. 도무지 네가 머리를 꽉 채우는 데 취풍녀에게 무슨 감흥이 나겠어? 고기 먹던 사자(獅子)는 아무리 맛있는 풀이라도 고개도 돌리지 않는 거라구……]

[정말?]

[그럼!]

소일초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 그만 우리 술이나 마시자.]

[안돼! 좀더 있어야 해. 그동안 얼마나 쌓인 게 많은데……]

주소아가 픽 웃으며 말한다.

[네가 쌓일 게 어디 있니? 늘 장난뿐인데, 그저 주워들은 말은 있어가지고……]

[아무튼 안돼, 좀 더 있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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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깊은 산중. 여전히 밤

산중에 자리한 음침한 사당. 입구에는 <山神廟>라는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 있다.

퍼억! 사당 바닥에 나뒹구는 호요희. 먼지가 풀썩 일어나고. 전형적인 사당. 한쪽에 신단이 있고 신단에는 산신령이 호랑이를 타고 있는 조각상이 놓여있다.

호요희; [끄윽...] 일어나려 애쓰지만

퍼펏! 그년의 등에 찍히는 섬광들

호요희; [컥!] 몸을 퍼덕이며 비명 지르고

백산산; [수고롭게 일어날 거 없다.] 지풍을 날린 자세로 보고 있는 백산산. 지지지! 호요희를 겨눈 백산산의 손가락을 자잘한 벼락이 휘감고 있다.

백산산; [네년은 두 번 다시 두 발로 땅을 딛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호요희; [끄윽! 끅!] 우둑! 우두둑! 몸에서 소리가 나며 뼈가 뒤틀리고 근육이 벌떡거리는 모습이 된다.

막강과 우철은 사당 구석에서 각기 청룡도와 수레바퀴만한 비륜이 들어있는 틀을 집어들고 있다.

호요희; [분근착골(分筋搾骨)이 어떤 것인지 네년 몸으로 직접 경험해봐라.] 티팅! 팅! 다시 손가락을 튕기고

퍼퍽! 퍽! 송곳같은 기운이 호요희의 몸으로 파고 들고

호요희; [끄아아악!] 몸을 뇌성마비 환자처럼 뒤틀며 비명을 지르고

백산산; [호호호! 이름 그대로 근육이 뼈에서 분리되고 뼈는 쥐어 짜여서 골수가 빠져나오는 게 분근착골이다.] 마녀처럼 웃고

백산산; [죽여 달라고 애원해도 소용없으니 고통을 즐기도록 해봐라.] 마녀처럼 웃고

호요희; [왜...] 끄윽! 악을 쓰고

호요희; [대체... 내게 왜 이러는지나 알자!] 이를 갈며 백산산을 노려보고. 두둑! 우두둑! 그 사이에도 팔 다리가 마구 비틀어지고 있다.

백산산; [네가 왜 이런 꼴을 당하는지 저걸 보면 알 텐데?] 냉소하며 마강과 우철을 돌아보고.

호요희; [!] 눈 치뜨고

쿵! 마강과 우철이 복면을 쓰고 있다. 헌데

마강의 복면 이마에는 <八>자가 적혀 있고

우철의 복면 이마에는 <九>자가 적혀있다.

이하 두 사람은 팔살주와 구살주로 표기

호요희; [백... 백일자객!] 절망하고

백산산; [부연설명을 하자면 장지가람은 우리 손에 사로잡혔다.] 냉소

호요희; (내... 내가 장역삼흉을 부려서 심우장에서 백일자객들을 죽인 게 들통 났구나.) 절망하고. 우둑! 우두둑! 그 사이에도 호요희의 팔 다리가 비틀어지고. 얼굴에도 핏줄이 툭툭 불거진다

백산산; [죽어야하는 이유를 납득한 것 같아 마음이 가볍네.] 냉소하고

호요희; (끝... 끝장이다!) 절망

백산산; [임종을 지켜줄 테니 천천히 죽어라.] 표독하게 웃고. 바로 그때

[차마 묵과할 수가 없군.] 누군가 사당 입구에서 말하고

백산산; [웬놈이냐?] 홱 돌아보고

<나타나는 줄 몰랐다!> <절세고수다!> 마강과 우철도 경악하며 홱 돌아보고

[!] 고통에 떨던 호요희의 눈이 치떠지고

쿵! 사당 문 밖에 서있는 인물. 물론 청풍이다.

백산산; [네놈 누군데 개수작을...] + 호요희; [탕... 탕마신협!] 비명. 그러자

백산산; [탕마신협?] 눈 부릅

<그러고 보니!> <용모파기로 본 적이 있는 놈이다.> 마강과 우철도 청풍을 알아보고 눈이 부릅떠지고

청풍; [환마루와 백살파 사이의 은원에 끼어들 생각은 없다.] [둘 다 내 손으로 없앨 대상이니 공멸하든 말든 관심도 없고...] 문 밖에 서서 말하고

청풍; [하지만 잔인하게 고문을 하는 건 눈에 거슬린다.] [죽이려면 고문하지 말고 깨끗하게 죽이고 끝내라.] 말하는데

백산산; [호호호!] 갑자기 마녀처럼 고개 젓히며 웃고. 그 배경으로 팔살주는 청룡도를 겨누고 구살주는 등에 짊어진 틀에서 두 개의 톱니를 꺼내 양손으로 나눠 쥔다.

청풍; [어째 괜히 오지랖을 넓혔다는 생각이 드는군.] 한숨 쉴 때

백산산; [네놈이 우리 백살파에 지은 죄는 저 갈보년의 죄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마녀같은 표정으로 이를 갈고

백산산; [반드시 잡아 죽일 본파의 첫 번째 원수 놈이 제 발로 나타나 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죽여요.] 팔살주와 구살주에게 악을 쓰고

가앙! 그 즉시 구살주가 날린 톱니바퀴가 이미 청풍에게 날아들고 있고. 팔살주의 청룡도가 그 뒤에서 비스듬히 휘둘러지는 중이다.

호요희; [흑!] 그걸 보며 자신도 모르게 비명. 하지만

부웅! 청풍의 몸 앞에 투명한 막이 생기고. 그 막에 닿은 톱니바퀴는 막 안으로 푹 들어오긴 하지만 찢지는 못하고. 반면

펑! 톱니바퀴가 날아든 힘을 빌어 뒤로 홱 날아가는 청풍.

콰쾅! 청풍이 서있던 자리를 청룡도가 내뿜은 힘이 깊이 갈라버린다. 물론 청풍을 이미 뒤로 훌쩍 밀려났고

백산산; [조심해요. 공격하는 힘을 타고 날아가는 경신술을 쓰고 있어요.] 외치고. 펑! 쾅! 그 앞에서 팔살주와 구살주가 입구 주변의 벽을 박살내며 날아나가고 있다.

사당 앞 공터에 내려서는 청풍.

가가강! 두 개의 톱니바퀴가 빠르게 청풍의 앞으로 날아들고

사당의 벽을 부수며 날아 나온 구살주가 톱니바퀴를 던진 후 다시 등에 짊어진 틀에서 톱니바퀴들을 뽑고 있고. 팔살주는 높이 도약해서 청풍을 향해 날아온다.

슥! 몸을 바람처럼 움직여 톱니바퀴들을 피하는 청풍.

쩍! 팔살주의 청룡도가 긴 섬광을 뽑아내 청풍을 쪼개온다.

스릉! 피하지 않고 칠성보도를 뽑는 청풍

스악! 쩍! 칠성보도를 휘둘러 청룡도의 섬광을 옆으로 흘려보내는 청풍. 이어

이미 팔살주의 앞에 나타나 베고 있는 청풍

팔살주; (어느 틈에...) 다급히 청룡도를 쳐들어 막으려는 팔살주. 하지만

카앙! 스륵! 청룡도에 막힌 청풍의 칠성보도가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푹! 팔살주의 가슴을 궤뚫고 있는 칠성보도. 눈 치뜨는 팔살주. 가슴을 관통 당했지만 즉사는 하지 않았다.

백산산; [안돼!] 사당을 나서다가 비명

구살주; [크아!] 부악! 쩍! 날아오며 모든 톱니바퀴를 날린다. 양손으로 모든 톱니바퀴를 뽑아들고 던지는 모습

팔살주; [이건 너무 불공평한 재주...] 팟! 피를 토하는 팔살주의 가슴에서 칠성보도를 뽑는 청풍. 둘 다 허공에 뜬 상태고

퍼억! 바닥에 처박히는 팔살주. 가슴에서 피를 뿌리며. 그때

가가강! 가앙! 사방에서 허공에 뜬 청풍에게 날아드는 톱니바퀴들.

백산산; [죽어라!] 팟! 소매 속에서 반투명한 띠를 뽑아내며 날아오르고. 하지만

스악! 청풍이 칠성보도를 한 바퀴 돌리자

가앙! 강! 날아들던 톱니바퀴들이 도로 구살주에게 날아간다

[!] 달려오다가 눈 부릅뜨는 구살주

백산산; [조심해요!] 외치며 날아오고

파파팟! 손을 현란하게 움직여 톱니바퀴들을 받는 구살주.

차차찾! 받은 톱니바퀴들을 던지는 구살주. 그것들은 그대로 등에 짊어진 틀에 들어가고. 하지만

슥! 청풍은 칠성보도를 구살주를 향해 흔들며 바닥에 내려서고

캉! 구살주에게 가장 늦게 날아들던 두 개의 톱니바퀴가 갑자기 충돌한다

[!] 눈 부릅뜨는 구살주. 바로 앞에서 톱니바퀴들이 충돌하며 궤적을 바꾼다

팟! 하나는 다시 받는 구살주. 하지만

퍼억! 나머지 하나는 그대로 구살주의 가슴에 박힌다.

구살주; [지랄...] 스륵! 가슴에 톱니바퀴가 깊이 박힌 채 뒤로 넘어가고. 역시 즉사한 건 아니고.

백산산; [으아아!] 날아오고. 반투명한 띠를 휘두르는 자세로. 콰당탕! 그 앞에서 가슴에 톱니바퀴가 박힌 구살주가 바닥에 쓰러지고 있다

호요희; (백일자객들의 서열십위 안에 드는 자들은 별격의 존재로 알려져 있는데 저렇게 간단히 쓰러트리다니...) 사당 바닥에 쓰러져 벌벌 떨며 밖을 보면서 놀라고. 그때

백산산; [죽인다!] 투학! 날아들며 반투명한 띠를 휘두른다

호요희; [조심...] 다급히 외치지만

청풍; (채대(彩帶;허리띠)인가? 노끈인가?) 슥! 몸을 뒤로 날라 피하려 하고. 하지만

슈욱! 날아들던 반투명한 띠가 쭉 늘어난다

청풍; (내가 물러나는 만큼 띠도 늘어난다.) 스악! 경악하며 칠성보도를 휘둘러 베려 하지만

팽! 이미 단번에 청풍의 두 팔과 몸통을 함께 묶어버리는 반투명한 띠 육혼삭

호요희; [아..] 절망

우두둑! 강하게 청풍의 두 팔과 몸을 조이는 육혼삭. 청풍은 육혼삭에 묶인 채 비틀거리며 바닥에 내려섰고

청풍; (약... 약해보이는 띠인데 엄청난 힘으로 조인다.) 우우둑! 몸에서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나면서 비틀거리고

백산산; [용서할 수 없다!] 휘익! 육혼삭을 쥔 채 청풍의 앞에 내려서고

백산산; [잘도 우리 백살파의 형제들을 죽였겠다?] 이를 갈고

백산산; [육혼삭으로 네놈의 혼백까지 도륙해버리겠다!] 지지지! 움켜쥔 띠에 힘을 주고. 그러자

콰드드! 엄청난 힘으로 청풍을 조이는 육혼삭

청풍; [육... 육혼삭! 환우십보중 하나인...] 고통으로 얼굴이 이지러지며 신음

백산산; [바로 그 육혼삭이다.] 마녀같이 웃고

백산산; [일단 육혼삭에 묶이면 절대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것쯤은 알 것이다.]

백산산; [온몸의 뼈가 으스러져 죽으면서 백일자객들을 죽인 죄를 떠올려라!] 콰드드! 육혼삭으로 청풍을 더 강하게 조이며 악을 쓰고

청풍; (위험...) 우두두둑! 고통으로 이지러진 청풍의 몸에서 연신 뼈가 어긋나는 소리가 나고

청풍; (호신강기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고... 빨리 육혼삭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치명상을 입게 된다.) 급히 주변을 돌아보고. 그러다가

멀지 않은 곳에 놓인 바위가 있고. 길쭉한 데 크기가 대충 청풍의 몸 정도 된다.

청풍; (저 바위가 적당하겠군.) 그 바위를 보며 눈이 백열되고

백산산;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만...] + [헉!] 비웃다가 놀라고

스으! 육혼삭에 묶인 청풍의 몸이 흐려지고. 다음 순간

콰득! 육혼삭에 감긴 것은 청풍의 몸이 아니라 청풍이 보던 바위다.

백산산; (이가놈이 사라지고 바위가...) 경악할 때

구살주; [옆이다!] 바닥에 쓰러진 채 외치고.

홱 돌아보는 백산산

퍽! 바위가 있던 곳에 나타나 나뒹구는 청풍.

호요희; [아!] 놀라고

백산산; [이게 무슨...] 파쾅! 육혼삭으로 바위를 박살내며 돌아보고

호요희; (술법!) 놀라고.

청풍; (위소저에게서 받은 치환천위의 술법의 도움을 또 받게 되었다.) 비틀거리며 일어나며 위상영을 떠올리고

백산산; [이번에는 모가지를 부러트려주마!] 스악! 팡! 육혼삭을 휘둘러 다시 청풍을 휘감으려 하고.

팟! 칠성보도를 던지는 청풍.

콰득! 우두둑! 다시 청풍의 목을 단번에 휘감는 육혼삭.

호요희; [흑!] 비명. 하지만

푹! 칠성보도가 이미 백산산의 가슴에 박혀있다. 깊이 박힌 건 아니고

팔살주; [안... 안돼!] 기어오며 비명

구살주; [소파주!] 역시 비명 지르며 사력을 다해 일어나고

호요희; [아!] 안도

백산산; [지랄...] 스륵! 피를 입으로 흘리며 뒤로 넘어간다

퍼억! 나뒹구는 백산산. 그와 함께

스륵! 청풍의 목을 휘감고 있던 육혼삭도 힘을 잃고 흘러내린다.

청풍; (위기일발이었다.) 슥! 몸을 감고 있던 육혼삭을 목에서 떼어내고

청풍; (어검술로 칠성보도를 던지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내 목이 부러질 뻔 했다.) 목을 만지며 백산산에게 가고. 그러다가

[!] 놀라는 청풍

쿵! 칠성보도가 가슴 중앙에 박힌 채 눈을 까뒤집고 있는 백산산. 헌데 가슴에서 흘러나온 피가 옷을 적시면서 젖가슴의 윤곽이 드러난다.

청풍; (계집?) 놀라고

[끄윽...]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며 벌벌 떠는 백산산

청풍; (어쩐지 목소리가 앙칼지고 높다 했더니 남장 계집이었구나.) 슥! 쓴웃음 지으며 칠성보도 손잡이를 잡고. 그때

[제발...] [소파주를 죽이지 마라!] 기어오던 팔살주와 일어나 앉은 구살주가 애원한다.

청풍; (몸뚱이들이 정말 단단하군. 보통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었을 중상을 입고도 숨이 붙어있다니...) + [소파주라면...] 두 사람을 돌아보고

팔살주; [그렇다!] [소파주는 백일자객의 서열십위이긴 하지만... 백일살신님의 하나뿐인 따님이시다.] 역시 무릎 꿇으며 말하고

청풍; (이 계집이 백일살신의 딸...) 백일살신을 떠올리며 백산산을 내려다보고

팔살주; [소파주가 죽으면... 구대천마중 백면살조(白面煞祖)님의 핏줄이 끊어지게 되는 것이다.]

구살주; [소파주를 살려주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 [원한다면 우리 목숨을 내놓으마!] 애원하고

청풍; [그만합시다. 나도 계집을 죽이는 건 내키지 않으니...] 팟! 칠성보도를 백산산의 가슴에서 뽑고

팔살주; [고맙다! 오늘 베푼 자비, 잊지 않겠다!] 비틀거리며 다가오고. 구살주도 자기 가슴에 박힌 톱니바퀴를 뽑아 던지며 일어나고

청풍; [급히 손을 쓰는 바람에 심장을 비껴 찔렸소. 잘 치료하면 목숨에는 지장이 없을 거요.] 스릉! 칠성보도를 칼집에 넣으며 물러서고. 팔살주가 어느덧 가까이 왔다.

팔살주; [미안하네 소파주! 우리들이 무능해서 이 지경이 되었어.] 백산산 옆에 무릎을 끓고. 이어

팔살주; [역시 강호는 여자의 몸인 소파주에게는 어울리지 않은 곳이네.] 비틀! 두 팔로 백산산을 안고 힘겹게 일어서는 팔살주. 구살주는 팔살주의 청룡도를 집어들고 지팡이처럼 짚고 있고

스륵! 백산산의 소매에서 육혼삭의 손잡이가 흘러내리지만 아무도 주시하지 않고

팔살주; [약속하겠네.] [설령 파주님의 명령이 있더라도 우리 둘은 자네에게 대적하지 않겠네.] 두 팔로 백산산을 안은 채 청풍에게 고개 숙이고

구살주도 고개 숙이고

청풍; [살펴가시오.] 포권하고

곧 떠나는 팔살주와 구살주. 팔살주가 두 팔로 백산산을 안고. 그 뒤를 구살주가 청룡도를 지팡이 삼아 짚으며 따라간다. 그걸 말없이 서서 보고 있는 청풍

청풍; (충신들이다.)

청풍; (저렇게 충성스러운 수하들이 있으니 백살파는 쉽게 무너지지 않겠구나.) 생각하다가.

흠칫! 바닥을 보고,

바닥에 널려있는 반투명한 띠. 육혼삭. 길이는 3미터 정도다.

청풍; (육혼삭은 수습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작은 주인만 데려갔군.) 육혼삭을 집어들지만

이미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는 팔사주와 구살주. 작게 보인다.

청풍; (따라가서 전해줘야겠다.) 몸을 날리려는데

<나... 나 좀 살려줘요.> 누군가의 신음이 들려 멈칫! 하는 청풍

사당 돌아보는 청풍

사당 안에서 벌벌 떨고 있는 호요희. 몸이 뒤틀려서 사색이 죽기 직전이다.

청풍; (따라가서 육혼삭을 전해줄 여유가 없다.) (그랬다가는 저 여우의 목숨이 끊어질지도 모르니..) 휘익! 사당으로 날아가고.

휘릭! 사당 안으로 내려서며 육혼삭은 소매 속에 넣고. 호요희를 본다

호요희; [끄윽...] 몸이 뒤틀린 처참한 모습으로 눈을 까뒤집고 있고.

청풍; (분근착골에 당했구나.) 파팟! 몸을 숙이며 호요희의 몸 여기저기를 손가락으로 찌르고. 그러자

호요희; [으으으...] 우둑! 우둑! 신음하는 호요희의 몸이 다시 돌아가더니

뒤틀렸던 몸과 팔 다리가 원래대로 돌아간다.

청풍; (다행히 분근착골을 일으키던 힘은 해소되었다.) 지켜보고

호요희; [고... 고마워요.] 비지땀을 흘리며 헉헉 청풍을 올려다보고

호요희; [덕... 덕분에... 끔찍한 몰골로 죽는 건 면... 했네요.] 다시 눈을 감고

툭! 고개 옆으로 떨구는 호요희

호요희의 목을 만져보는 청풍.

청풍; (뒤틀리던 몸은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후유증으로 도처의 심맥이 끊어지거나 근육이 제 자리를 이탈한 상태다.)

청풍; (그 때문에 기절한 것인데... 치료를 해주려면 온몸을 추궁과혈(追宮過穴) 해줘야만 한다.) 고민하다가

청풍; (원래 죽이거나 무공을 없애버리려던 요녀다. 굳이 내상을 치료해줘야 할까?) 갈등하고. 그러다가

[으으으] 신음하며 괴로워하는 호요희. 그러자

청풍; [쯧!] 혀를 차고

청풍; (나도 마음이 모질지 못해서 큰일을 하긴 틀렸다.) 한숨 쉬며 두 손으로 호요희를 부축하고

청풍; (기왕 도와줬으니 마무리를 지어야겠지.) 슥! 두 팔로 호요희를 안아들고 일어선다. 축 늘어진 채 들리는 호요희

청풍; (방해받지 않을 만한 장소를 찾아서 치료하자. 시간이 제법 걸릴 것 같으니...) 스스스! 사당에서 사라지는 청풍

<이래 저래 바쁘기만 하고 실속은 없는 인생이로구나.> 청풍의 모습이 사라진 사당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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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三 章

 

       吹風女가 主祭했다.

 

 

 

삘리리리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리소리,

그것은 천상에서 들려오는 듯 아름다왔다.

그러나,

소일초는 그 아름다운 소리에 내포되어 있는 무서운 마력을 느끼고 있었다.

인간의 영혼을 잡아끄는 마력을 가진 피리소린 사람들을 엄청난 욕정의 바다로 인도하고 있었다.

이것은 그가 마장탑에서 본 바있는 다섯 번째 석실의 아홉 음공중의 하나와 비슷했다.

무엇인가 빠져 있는 듯 위력은 그곳의 오욕음(五慾音)보다 뒤쳐지는 것 같지만 틀림없이 같은 운율이었다.

 

오욕음,

마교칠십이절기의 하나인 오욕음은 인간에 존재하는 다섯가지 욕망을 극대화시키는 음공이다.

지금 피리로 연주되는 음은 오욕 중의 색욕을 증폭시키는 색욕음이었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성을 잃어버리고 미친 듯한 색의 도구로 만들어 버리는 무공,

그리하여 마침내는 스스로 욕정에 몸부림치다가 정기의 고갈로 죽고마는……

 

그 소리에 접하자 소일초 조차도 욕념으로 가득 차오른다.

하나,

(저 등마제주가 속한 집단은 어떤 형태로 정통마교의 배반자들과 연관이 있을까? 마교칠십이절기의 부본으로 저 오욕음을 익혔겠지……)

이 생각은 어떤 확신이었다.

동선장의 침입자들 역시 이들과 같은 집단에 속해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이 먼저 한천이기의 존재를 알고 동선장으로 선공을 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소일초는 지금 새롭게 발견한 사실에 신선한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이었군, 칠십이기재의 두 사람인 한천이기가 굳이 등마제에 나를 참석하라했던 이유가?)

그의 생각은 일단 이곳에서 멎어야 했다.

등마제주……

그가 소일초를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일초는 그 눈망울에서 극사한 아름다움을 느끼며 등마제주라는 인물을 마주 바라보았다.

주위에서는 비명과 뜨거운 열락의 신음이 터지고……

어디선가 피리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든다.

이곳은 인간의 세상이 아니었다.

인간의 욕정이 해일처럼 폭발하고 있는 신의 환락지(歡樂地)였다.

눈빛……

그 욕의 환락지 사이에서 마주하고 있는 두 쌍의 눈망울……

하나는 극사의 아름다움을 차갑게 풍기고 있었고……

하나는 무덤덤하고 광채마저 느껴지지 않는 졸리운 듯 한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등마들은 소일초를 스쳐가기는 해도 그를 덮쳐들지는 않는데……

문득, 등마제주의 면사에 가린 얼굴이 끄덕여 졌다.

순간,

스스스……

등마제주의 손이 천천히 들려져 소일초를 가리켰다.

그러자,

사방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던 흑의복면인들의 얼굴에 언뜻 경악의 번져 흐르는 것이었다.

그들은 등마제주의 행동이 의외라는 듯 등마제주과 소일초를 번갈아 주시했다.

소일초는 자신을 가리키는 그의 손을 무심히 본 후 천천히 머리를 돌렸다.

그때였다.

[나를 따르시오……]

소일초의 영혼을 울리는 소리가 있었다.

더없이 아름다운 음성이나 그것이 여인의 음성인지 사내의 음성인지는 구분하기가 힘든 것이었다.

하나, 소일초는 그 음성의 주인이 바로 등마제주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이때,

등마제주는 허공을 밟으며 천천히 우측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나를 알고 있는 자로군……)

소일초는 그의 말을 음미하며 천천히 그를 따르기 시작한다.

걷는 그의 눈으로 왕혜려가 들어왔다.

그녀와 정천수호군들은 완전히 악마화 표기를 한 악인들에게 포위되어 있었다.

그녀의 용모가 중원에서 다시 찾아볼 수 없으리만큼 뛰어난 절색이었기에……

그녀는 많은 인물들로부터 선호의 대상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그녀의 눈으로 스쳐가는 갈등……

그녀는 정천수호군의 군주, 정천수호군이 이곳에 온 목적은 바로 이 등마제를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한데,

등마제주라는 인물에게 자신들은 노출 되어버렸고, 때문에 그녀는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예정대로 감행할 것인가 철수할 것인가?

철수하기에는 참혹하게 죽어갈 무림의 젊은 남녀들이 안타깝고,

예정대로 감행하자니 노출된 지금 자기들마저 몰살당할 지도 모른다.

왕혜려는 갈등하고 북궁헌은 감행할 것을 계속 주장한다.

이때, 소일초의 전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녀에게 들려왔다.

 

-----함께 다 죽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너만이라도 살겠는가……너는 이미 등마제주에게 졌다……깨끗이 물러나서 예쁜 얼굴이나 잘 다듬어라……

 

소일초의 전음을 들은 왕혜려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들의 눈에 굳은 빛이 떠올랐다.

그것이 어떤 의미의 것인지는 소일초도 알 수 없는 것이지만……

순간,

추우우------!

파란 불꽃이 그녀의 손에서 달을 향해 치솟아 올랐다.

그때였다.

사방에서 갑자기 참혹한 비명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정천수호군은 철수하고 있었다.

소일초는 걸음을 옮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쁘면서도 말잘 듣는 여자야.)

아무도 소일초 만은 제지하지 않았고 그는 유유히 등마제주를 따라서 숲으로 갔다.

계속하여 사방에서 비명은 들려오고 있었고……

소일초는 잠시 후,

사망림의 한 황량한 잡초림에 이르렀다.

등마제주……

그는 잡초위에 앉아 달을 쳐다보고 있었다.

피리소리는 끊임없이 비명소리를 뚫고 이곳까지 울려오고 있었다.

지금, 소일초는 등마제주의 전신에서 진한 고독과 우수, 그리고 퇴폐를 느낄 수가 있었다.

[너에게도 이런 감상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소일초의 이해할 수 없는 말에도,

여전히 등마제주의 침묵을 지킨 채 달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소일초는 앉아있는 그를 보고 등마제주는 달을 보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긴 침묵의 강이 한동안 흐른다.

등마제주는 사방에서 울려오는 비명과 소란을 이미 짐작이라도 했다는 듯이 태연하다.

어떤 동요의 빛도 그에게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문득, 그의 시선이 소일초에게 돌려졌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 음성이 흘러나온 것은 한참이 지난 뒤였다.

[그대를 이곳에 부른 진정한 뜻을 아는가?]

소일초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어떻게 네 마음까지 알겠는가]

순간,

등마제주의 눈에 언뜻 묘한 기광이 떠올랐다가 이내 사라진다.

[그대가 무슨 이유로 이곳에 올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아주 중대한 일이 있기는 하겠지만……]

[중대한 일이 있지……한 시라도 급하지……]

[… 그 목적은 저 정천보의 인물과는 다른 것이겠지…?]

등마제주의 말은 어딘지 모르게 은근한 듯 했다.

소일초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스스스스……

한 줄기 야풍에 잡초림은 파도처럼 출렁인다.

소일초가 입을 열었다.

[취풍녀! 네가 등마제주라는 사실이 의외라면 의외지……]

갑작스런 소일초의 말,

취풍녀라니……

한데, 등마제주의 말투역시 갑자기 아주 부드러운 여인의 것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확실히 비범하군요. 맞아요. 언제 부터 알고 있었죠?]

[등마제가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등마제주, 아니 취풍녀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녀는 양양의 객점에서부터 소일초에게 관심이 있어서 접근했었다.

십이 인의 절세고수 중 일녀(一女)로서 자리하고 있는 그녀……

소일초는 그녀가 맞은편에 앉는 그 순간 이미 그녀의 몸에서 아주 미약하나마 낮은 소리가 나는 것을 알아차렸었다.

몸에서 휘파람 소리를 내는 여자,

주소아 아니면 취풍녀다.

주소아는 이미 소리가 완전히 없어져 버릴 정도로 무공이 깊어져 일부러가 아니면 소리를 내지 않았다.

취풍녀, 극마지경에 이른 그녀……

주소아와 어떤 형태로든 관련이 있을 거라고 조예진이 말했었다.

그리하여, 만사를 재쳐두고 취풍녀가 주는 미혼분을 넣은 술을 받아먹고 잠에 취해 주었던 것이다.

취풍녀는 소일초가 일부러 속아주던 진짜로 속아주던 개의치 않았다.

스스로 무적검 승취풍 이라고 부르는 그에게 강렬한 매력을 느낀 것이었다.

자기를 타겠다는 그의 말은 그녀의 의도와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던 것인데…

당연히 그로 인하여 등마제가 시작되어도 어느 누구도 소일초에게 손을 뻗치지 않았던 것이다.

취풍녀가 고개를 들며 말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알고 싶나요?]

[당연히 알게 되겠지……]

[당신이 일부러 응해 주었던 어쨌던 나는 당신을 이곳에 데려 왔어요.]

소일초의 힘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서……나를 재물로 다루길 원하나……]

취풍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그것이 이 등마제주로서의 제 뜻이죠……]

소일초는 얼굴가득 미소를 지었다.

[상당히 위험할 수 도 있을 텐데……]

취풍녀의 면사가 희미하게 날린다.

그녀는 웃고 있는 것이다.

[정천수호군의 소란도 무관심한 저예요……한데……당신 하나를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등마제주로서 애초부터 이곳에 나타나지도 않았겠죠……]

말을 한 후 그녀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소일초를 주시한다.

[아주 준수한 얼굴이군요……]

독백처럼 중얼거린 그녀는 천천히 소일초에게 다가온다.

소일초는 피식 웃는다.

[준수하다니……취풍녀……네 눈은 껍질 속의 알을 볼 수 있는 재주가 있기라도 한 모양이군………]

[호호호호……그래요. 나의 눈은 정상인데 당신 얼굴이 비정상이지요……]

[그리고 우리 둘 다 비정상인 것이 있지……]

[그게 뭐죠?]

취풍녀가 의아하게 물어온다.

[생각! 너나 나나 생각하는 것이 아주 삐뚤어져 있지.]

[맞아요, 내 마음은 삐뚤어져 있어요. 하지만 당신 역시 그렇다니 기뻐요.]

[내 마누라가 너의 그런 말을 좋아하지 않을 걸?]

[제가 당신의 부인이 아니었던 가요?]

취풍녀의 말은 은근하다.

[취풍녀는 세상에 너 혼자가 아니야!]

소일초는 단호하게 내뱉었다.

일순, 취풍녀의 몸이 흠칫했다.

[세상에 또 다른 취풍녀가 나타났는가요?]

[오래전에……]

말끝을 흐리면서 소일초는 역근천골공을 풀었다.

강한 매력으로 먼저 상대방의 관심을 모은 이후에 절세적인 용모를 보여준다…

이것이야 말로 여인을 사로잡는 색귀(色鬼)의 대표적인 수법이 아닌가?

소일초 그는 취풍녀를 상대로 지금까지 그 수법을 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스……

조용한 침묵 속에 서서히 변해가는 소일초의 모습……

시간이 흐르면서 등마제주의 면사는 가볍게 떨리기 시작한다.

달빛 아래……

새로운 소일초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본래의 소일초의 용모가 그곳에 있었던 것이다.

천지간에서 가장 굴강한 표정과 신비롭고 수려하며 보는 것만으로도 여인의 방심을 흔들리게 하는 아름다운 얼굴……

순간,

[음……]

무엇인가를 물으려던 취풍녀의 입에서 신음인지 찬탄성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그녀의 몸이 가볍게 떨기까지 한다.

마치 어둠 속에서 한 줄기의 빛을 발견한 듯……

그의 보석처럼 빛나는 눈망울은 희열의 빛마저 내포한 침묵으로 뿌리고 있었다.

[좋아요……아주 아름답군요……]

무슨 말인지……

그녀는 똑같은 말을 한동안 되뇌이고 있었다.

그런 다음……

그녀는 더이상 소일초를 보기가 두렵다는 듯 시선을 허공으로 돌렸다.

[당신을 제물로 생각한 오늘의 등마제주는 어쩌면 이 땅에서 가장 큰 행운을 잡은 것 같군요……]

소일초는 자신의 역근천골공이 풀어지는 순간……

취풍녀의 몸에서 풍겨지는 기이한 향기를 맡을 수가 있었으니……

그것은 여인의 몸에서 발해질 수 있는 강렬한 체향과 지분냄새였다.

취풍녀가 동요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완벽하게 감추고 있던 그 여인의 향기를 드러내게 되었던 것이리라.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는 허무와 퇴폐가 깊이 내재된 욕정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소일초는 느낄 수 있었다.

주소아에게서와는 아주 다른 느낌,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강렬한 그것은 오히려 때때로 한천녀에게서 나 보여지는 것 같던 그 느낌이 소일초에게 묘한 자극으로 전해져 왔다.

이때,

취풍녀는 드디어 몸을 일으켜 바짝 소일초에게 다가왔다.

[지금 이 시간은 육욕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시간……당신과 함께 이 축제를 만끽하고 싶어요.]

[내가 결국 제물이 되는건가? 너의 짝짓기 제물이……,이렇게 해서 몇 명의 사내와 관계를 가진 후 죽였나?]

[다른 곳에서는 몰라도 등마제에서는 세 사람 뿐이었어요……]

취풍녀는 숨을 몰아쉬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소일초의 말에 대답한다.

(나쁜 년 그게 적어?)

[그럼 이제 네 사람이 되는 건가?]

[하지만 당신은 달라요. 영원히 곁에 두고 싶어요.]

[끔찍하게 들리는군……]

[당신은 내키지 않은가요?]

소일초는 등마제주을 뚜렷히 직시했다.

[나는 항상 여자의 신비에 감탄하고 있지. 여체에서 느껴지는 그 흥분을 즐기는 편이지……]

순간,

취풍녀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호호호호……]

그러다,

[나도 그런 점은 마찬가지였어요……늘 나에게도 이런 우발적으로 사내를 받아들이고 싶은 욕망이 있었어요……이편이 아는 사람보다는 더 짜릿하죠.]

그녀는 소일초에대해 깊은 동질감을 느끼는 듯 했다.

달빛과 야풍 속에서……

그녀의 손은 은밀하게 소일초의 몸을 더듬고 있었다.

[오늘 밤……오늘 밤 나는 등마제주이고 당신은 내 짝이에요……그것이 우리가 만난 의미의 모든 것이죠.]

소일초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오늘 밤은 내가 거꾸로 여자의 장난감이 되는구나, 어디 소아의 흉내나 한번 내 보자.)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몸을 완전히 취풍녀에게 내맡기고 있었다.

소일초의 음모 속으로 그녀가 빨려드는 것인가?

아니면 그녀가 미끼만 따먹고 도망치는 물고기가 될 것인가?

멀리서 아직도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는데……

취풍녀는 자신의 옷을 벗고 있었다.

 

× × ×

 

만월이 스러지고……

등마제는 마침내 그 막을 내렸다.

사망림에 내려진 그 저주가 그 잔인이 끝을 맺은 것이다.

여명은 찾아들고……

이 죽음의 땅은 인간들의 죽음으로 뒤덮혀 있었다.

오오……저 지천에 나뒹구는 수많은 시신들……

그들은 등마제에 제물로 바쳐진 인물들과 이 참혹한 악의 축제를 없애겠다는 원대한 뜻을 품고 들어왔던 두꺼비들,

정천수호군 역시 칠백 여 명이나 죽어 있었다.

탈출에 성공한 사람들은 불과 삼백 정도, 그나마도 가까스로 빠져나갈 수 있었으니 등마제주의 힘은 가공할 수 밖에 없었다.

정천수호단의 출동으로 사라지리라 믿었던 등마제가 더 큰 공포의 실체로 무림에 부각된 것이다.

등마제……언제까지 십오야에 피를 뿌릴 것인가?

 

× × ×

 

금릉,

이 고도에 자리잡은 한 은밀한 무림세력이 있다.

소은(小隱)은 산에 숨고 대은(大隱)은 시장에 숨는다는 장주(壯周)의 말을 따랐기 때문인가?

이 집단은 금릉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전혀 무림에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한데,

한 대의 사두마차가 소리없이 그 집단이 존재하는 장소로 은밀히 들어갔다.

 

× × ×

 

한 거대한 대전(大殿)이었다.

대전의 내부는 단아하였고 정갈했다.

몇 점의 고서화가 사면 벽에 장식이 되어 있었으며 중앙에는 하나의 태사의가 놓여 있었고……

그 태사의의 앞에는 하나의 차탁이 있었으며 그 위에는 술 독이 올려져 있었다.

아침의 여명이 창문을 통해 스며들고 있었으며……

대전내부가 그 황금빛에 신비하게 물들어 있었다.

[술은 만들어 먹는 것보다 담아서 먹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 기분이 영 나질 않거든……]

중얼거림과 함께 큰 잔으로 술을 들이키는 사람이 있다.

눈처럼 희고 고운 손……

그 손은 여인의 것처럼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리고 흩어진 머리칼……수더분해 보이는데

백의 청년의 용모는 이 땅에서 다시 찾아볼 수 없으리만큼 아름다운 것이었다.

바로 소일초였다.

[취풍녀를 족치면 될 것도 같은데, 나쁜 년놈들……하고 싶으면 자기가 하지 나한테 곤욕을 치루게 해? 어쨌든 이번 일이 끝나고 나면 끝장을 봐버려야지……]

나쁜 년놈들,

바로 한천이기인 원천기와 한천녀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들은 어느 구석에 숨어서 끝없이 그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취풍녀를 족쳐서 알아낼 것 알아내고 빨리 돌아가고 싶은 그에게 한천이기는 이 집단의 핵심부까지 직접 파헤쳐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주소아가 신신당부를 했었기 때문에 그들의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없었다.

[완전히 코가 꿰였어……주소아 그 여우한테 난 잡아먹혀 버린 거야……천하의 소일초가 이따우 짓이나 하고 숨죽이고 있자니 속이 터져 버릴 것 같아……]

그의 눈앞에 선하게 떠오르는 주소아의 얼굴,

사라져 버린 백인장의 작은 어머니와 아버지보다 더 보고 싶은 것이 주소아다.

헤어진 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렇게 보고 싶은 것인지……

이렇게 술로서 지내고 있는 걸 주소아는 알기나 하려는지……

그리고, 백인장의 식구들……

대체 그들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생각하면 골치만 아프다. 이런 것은 다 주소아가 알아서 해줄 일이다.

지금도 한천이기는 눈썹이 빠져라 어디론가 쫓아다니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의 사주를 받던 정통마교의 배신자 조천수가 만든 등천마교의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을 지도 모르는 잔당들 일 수도 있는 이 신비집단을 파악하기 위해 바쁜 것이다.

문득,

치미는 울화를 술로서 달래는 소일초의 앞으로 한 소녀가 다가왔다.

일신에 청의를 걸친 시비 차림의 소녀였다.

그녀는 소일초의 면전에 이르러 공손히 고개를 조아린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무적검 대협!]

[…………]

소일초는 눈도 돌리지 않고 술을 퍼부으면서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나타난 소녀가 취풍녀의 네 명의 시비 중 하나인 국향(菊香)임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한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자기에게 눈도 돌리지 않는 소일초를 보며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었다.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주인? 취풍녀?]

[그렇사옵니다……그분은 연화정(蓮花亭)에 계십니다.]

소일초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곳은 금릉의 중심가에 자리잡은 예의 그 신비집단의 내부였다.

그는 취풍녀과 함께 이곳에 온 후 오일을 보냈다.

이곳은 등마제를 주최하는 비밀세력의 근거지 중의 하나였다.

금릉의 중심가에 자리잡은 이곳은 그 세력의 수뇌들 중 취풍녀의 거처였으며,

이곳의 인물들이 자신들의 신분을 숨긴 채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등마제에 참석한 인물들은 모두 피리소리에 심신을 제압당하여 어디론지 가버렸다.

아마도 그들은 다시 등마제를 주도하는 세력의 손발이 되어 나타날 것이다.

 

그 지난 보름,

대파산 사망림에서 취풍녀는 소일초에게 황당해져 버렸다.

그녀는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도 소일초와 결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의 몸은 한없이 달아올랐는데……

결정적인 일을 하려고 하면 소일초의 남성이 사그라져 꼬마들 새끼손가락만큼 해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허전함에 다시 보면 그것은 다시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것이었고……

취풍녀 그녀는 객점에서 소일초가 술로서 부렸던 요술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왜 그래요? 그렇게 내가 싫어요?]

취풍녀가 절박하게 소리쳤을 때,

[나는 거기까지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어……오늘도 예외일 수 없고……]

처근덕스럽게 소일초가 말했다.

[당신은 아내가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글쎄, 우리 마누라가 그걸 원하지 않아. 이 정도에서 싫증나면 멈추곤 하지……]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소일초의 몸은 여전히 그녀에게 강한 욕구를 일으키게 하는데,

빌어먹을 작자가 주겠다는 떡도 먹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럼 한 번도 한 적이 없단 말이에요?]

[뭘? 늘 이렇게 했는데……]

그렇게 하여 그녀는 소일초를 끌어안고 몸부림치다가 결국 식고 말았다.

죽이고 싶도록 미웠지만 도무지 그럴 수는 없었다.

그렇든 말든 이 귀엽고 능청스러우며 우람한 사나이를 포기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속상한 마음으로 소일초를 데리고 이곳으로 온 것이다.

그녀의 몸은 아름답다. 면사속의 얼굴도 아름다울 것이다.

그러나,주소아의 몸에 익숙해져 있는 소일초로서는 도무지 아무 감흥이 일어나지 않았었다.

그토록 많았던 호기심이고 뭐고간에 주소아를 떠나고 난 후에는 몽땅 없어져 버렸는지 여자에게 눈도 돌아가지 않았던 것이다.

취풍녀는 이곳에 와서도 밤마다 소일초를 불렀지만 소일초는 여전히 그 묘한 요술을 부려 그녀를 안타깝게 했을 뿐이다.

그러는 중에 그녀는 어느새 그런 식으로 길들여지고 있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소일초의 깎아 만든 듯한 육체미에 깊이 빠지고 그의 마음대로 줄었다 늘었다 커졌다 작았다 하는 물건에 빠져가는 것이었다.

해내든 못해내든 그녀는 밤마다 그걸 보지 않고는 잠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엉뚱한 놈을 만나 이상한 중독에 걸려버린 것이다.

중증이었다.

한데,

취풍녀가 낮에 그를 부른 적은 없었다.

그녀는 바쁜 듯 했었고 소일초에겐 충분한 자유의 시간이었다.

그런 그녀가 아침 시간에 소일초를 부른 것이다.

(그 얼빠진 여자가 아침부터 발작인가……)

소일초는 연못에 있는 연화정으로 아침공기를 마시며 걷기 시작했고……

국향은 그의 뒤를 따라 가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주 제법이야. 좋았어. 점점 더 마음에 들고 있어……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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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만화루 내의 호요희의 거처

호요희; [아직도 이청풍이 움직이려는 기미가 안보인단 말이지?] 북망산에 나타났을 때처럼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짜증난 표정. 분타주인 포주가 그 앞에 긴장된 표정으로 서있다.

분타주; [드나드는 모든 손님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으며...] [모든 제자들이 만전의 태세로 경비에 임하고 있사옵니다만...] 눈치 보며

분타주; [아직까지는 이청풍으로 위장한 자는 물론이고 그자가 잠입한 흔적도 발견되지 않고 있사옵니다.]

호요희; [이래 저래 짜증나게 만드는 인간이네.] [아마 근처 어딘가에 숨어서 적절한 때를 노리고 있는 모양인데...] 짜증난 표정

호요희; [자칫하다가는 기다리다 지쳐서 잠이 들지도 모르겠어.] 하품하고

분타주; [이청풍과는 다른 사안이옵니다만...] 눈치 보며

호요희; [무슨 일 있어?]

분타주; [호요희님... 루주님을 뵙기를 청하는 손님이 있습니다.] 눈치 보며

호요희; [나를?] [어떤 간 큰 놈이?] 흥미를 보이며 일어나려 하고

분타주; [진짜인지 확인은 안되었지만... 자칭 황실 종친이라는 자가 호위들을 대동하고 방문했사온데...]

분타주; [그자가 금릉제일의 미기(美妓)로 소문난 호요희님을 꼭 뵙고 싶다고 떼를 쓰는 중이옵니다.]

호요희; [황실 종친이라...] 일어나 앉고

분타주; [어딘가의 왕부(王府) 주인이라고도 하는군요.]

호요희; [나의 다른 신분이 진회하 밤꽃들의 여왕인 화귀비(花貴妃)라 종종 흥미를 보이는 자들이 있었지.] 배시시

분타주; [화귀비님은 만화루의 주인이라 직접 손님을 받지는 않는다고 해도 꼭 보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군요.]

호요희; [무료한데 마침 잘 되었네.] 침대에서 내려서고

호요희; [진짜 종친인지 왕부의 주인인지 확인을 해봐야겠다.]

호요희; [황실의 인간이 맞는다면 여러모로 쓸모가 있으니...] 입구로 나가고. 분타주가 따라 나간다.

 

#264>

만화루 내의 다른 건물. 화려하고. 하녀들이 연신 술과 음식을 들고 들어간다

넓은 방에서 벌어지는 춤판. 야한 차림의 기녀들 세 명이 춤을 추고 있고. 그걸 상좌에 앉아 보고 있는 백산산. 부채를 부치고 있는 백산산 좌우에는 야한 차림의 기녀 둘이 달라붙어 시중을 들고 있고. 마강과 우철은 문간에 장승처럼 서있다.

한쪽 구석에서는 악사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고.

기녀들의 야한 춤사위. 하지만

하품하는 백산산. 부채로 입을 가리면서

기녀들; (지루해하네.) (황족이라 이 정도 연회는 늘상 있는 일이라는 걸까?) 백산산 좌우의 기녀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백산산의 눈치를 살피고

기녀들; (이래서는 진회하 제일기루라는 우리 만화루의 명성에 먹칠을 하게 되는 건데...) (뭔가 특별한 한방이 필요해.) 기녀들 초조하게 서로를 보고. 그때

짝! 짝! 박수치는 소리.

모든 사람들 돌아보고

호요희; [수고했다. 모두 물러가라.] 박수치며 들어서는 호요희. 열린 문 밖에는 분타주가 서있고. 문 안쪽에 서있다가 돌아보는 마강과 우철

[루주님!] [분부 받드옵니다.] + (살았다.) 안도하며 급히 일어나는 백산산 좌우의 기녀들. 이어

그 기녀들과 춤추던 기녀들. 악사들이 모두 기방에서 나간다.

그 사이에 호요희는 사뿐 사뿐 걸어서 백산산에게 다가가고

<저 계집이...> <구미호리의 세 제자중 둘째인 호요희...> 마강과 우철의 눈 번뜩이며 백산산 앞으로 가는 호요희 뒷모습을 보고

백산산; [오오! 드디어 본공자가 소원 성취한 것인가?] 반색하며 보고

밖에서 문을 닫는 분타주

호요희; [천비(賤婢)가 왕야에게 인사 올리옵니다.] 백산산 앞에 야한 자세로 절을 하고. 여자 식의 절. 한쪽 무릎을 세운

백산산; [과례(過禮)야 과례!] [어서 고개를 들게나 루주!] 부채 부치며 과장되게 웃고. 헌데

부채가 일으키는 바람을 따라 어떤 냄새가 호요희 쪽으로 흐르고

절하는 호요희의 코에 그 냄새가 흘러들어오고

<암컷의 살내음...?> 배시시 웃는 호요희

백산산; [진회하의 여왕이라는 화귀비를 직접 보게 되었으니 먼 길 달려온 보람이 있어.] 남자처럼 웃고

호요희; [어여삐 보아주시니 감읍할 따름이옵니다만...] 배시시 웃으며 고개 들고

호요희; [세상이 어수선하다보니 요즘은 계집들도 남장을 하고 기루를 드나드는 게 유행인 모양이로군요.] 웃으며 일어나고

백산산; [어라! 내 정체 들통 난 거야?] 놀라는 시늉

[눈치 챘구나!] [요망한 것!] 화악! 부악! 폭발적으로 호요희를 덮쳐오는 마강과 우철. 우악스러운 손으로 움켜쥐려. 하지만

호요희; [냄새나는 사내놈들은 무공이 아무리 높아도 내 상대가 못돼!] 휘익! 화악! 춤 추듯 몸을 돌리며 손을 젓고. 그러자

화악! 휘리링! 호요희의 양손에서 가루 같은 것이 뿌려져 마강과 우철의 얼굴을 덮어씌우고. 이어

띵! 띵! 덮쳐 오다가 현기증을 느끼고 눈 치뜨는 마강과 우철

[큭!] [이런...] 콰당탕! 퍼억! 몸에 힘이 풀려 나뒹구는 마강과 우철

백산산; [오오! 역시 대단해!] 짝짝! 박수치고

[젠... 젠장...] [방비할 틈도 없었다.] 벌벌 떨며 일어나려 애쓰고

호요희; [우리 쾌활림을 뭘로 보는 거야?] 비웃고

호요희; [사부님의 서시응향만은 못해도 내 소혼미향(消魂迷香)을 견딜 수 있는 사내는 없어.] + (물론 예외인 놈도 있었지만...) 청풍이 자기 목을 움켜쥐던 장면 떠올리며 마강과 우철을 비웃고. 그때

[루주님!] [무슨 일인가요?] 쾅! 파창! 문과 창문이 부서지며 분타주와 기녀들이 뛰어든다. 모두 십여 명. 그러다가

일어나려 애쓰는 마강과 우철을 보고 깜짝 놀라는 분타주와 기녀들

[네놈들...] [감히 루주님을 노린 것이냐?] [살아서 나갈 생각은 마라!] 창! 창! 사랑! 숨겨두었던 비수, 머리에 꽂았던 비녀, 허리띠에 숨겨준 얇은 검을 뽑으며 마강과 우철, 백산산을 겨누는 분타주와 기녀들

호요희; [조용!] 손을 들고

멈칫! 마강과 우철을 공격하려던 기녀들 일제히 멈춰서고 입을 다물고

호요희; [어차피 독안에 든 쥐새끼들이다.] [소란을 키워서 다른 손님들을 놀라게 하면 안된다.]

[예 루주님!] [존명!] 대답하면서도 무기로는 여전히 마강과 우철을 겨누고

호요희; (기다리던 이청풍은 안 오고 엉뚱한 놈이 난입했네.) + [자 이제, 정체를 밝혀주실까?]

호요희; [공자님, 아니 아가씨...] 백산산을 보며 웃고. 백산산은 여전히 태연하게 부채를 부치고 있고

백산산; [마강(馬鋼)! 우철(牛鐵)!] [견딜만한가요?] 호요희의 질문은 무시하고 마강과 우철을 보며 말하고. 마강과 우철은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현기증이 느껴지는지 고개를 흔들면서

호요희; (강한 말과 쇠로 된 소?)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인데...) 마강과 우철을 보며 생각할 때

마강; [젠장... 쾌활림 계집들은 숨결조차 사내에게 치명적이라더니만...] + 우철; [현기증이 심하긴 해도 견딜만은 하네.] 화악! 푸시시! 비틀거리는 마강과 우철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호요희; (내 소혼미향을 내공을 태워버린다?) 조금 놀라고

백산산; [그럼 됐어요.] 슥! 자리에서 일어나고

백산산; [사냥감을 포획해서 여길 뜨도록 해요.] 왼손을 호요희에게 내밀고

호요희; [누굴 포획해?] 눈썹 불끈 치솟고

호요희; [아직도 상황 판단이 안되는...] + [!] 말하다가 경악하고

화악! 백산산의 소매 속에서 반투명한 끈 같은 것이 뱀처럼 튀어나온다.

호요희; [육혼삭?] 팟! 경악하며 뒤로 날아가려 하지만

화악! 콰드득! 이미 그년의 몸을 여러 번 홱 휘감고 있는 반투명한 띠

[아아악!] 콰드득! 우두둑1 두 팔과 몸통이 한꺼번에 휘감겨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면서 비명 지르는 호요희. 허공에 뜬 채

[루주님!] [안돼!] [호요희님을 구해라!] 휘익! 쐐액! 분타주와 기녀들 기겁하며 호요희에게 날아가고. 모두 고수들이다. 하지만

[네년들은 우리 몫이다.] [방해하지 마라!] 화악! 부악! 좌우에서 몸으로 막아서는 마강과 우철

카캉! 캉! 기녀들의 무기들은 마강과 우철의 몸을 찌르자 부러지거나 튕겨지고

퍼억! 바닥에 나뒹구는 호요희

[몸뚱이가 강철 같은 자들이다!] [무기가 통하지 않는다.] [눈을 노려!] 쐐액! 쩍! 마강과 우철의 눈을 노리고 무기를 찔려가는 기녀들. 하지만

[꺼지라고 했다.] [귀찮다 이 년들아!] 쾅! 쾅! 주먹과 손바닥을 단번에 여러 차례 휘둘러서 기녀들과 분타주들을 때려 날려 보내는 마강과 우철

[악!] [큭!] 퍽! 콰당탕! 쿵쿵! 비명 지르며 나뒹굴거나 밀려나는 기녀들과 분타주

분타주; [무공이나 무기는 통하지 않는 자들이다.] 쓰러지지는 않고 비틀거리며 소매 속에 손을 넣고

분타주; [화통(火筒)과 독탄(毒彈)을 써라!] 소매 속에서 금속제 원통을 꺼내고. 길이는 한자쯤 된다. 굵기는 손아귀에 들어갈 정도

기녀들도 급히 구슬이나 원통형 무기를 꺼내는데

백산산; [저년들이 더러운 수작을 쓰려고 해요. 그만 여길 벗어나요.] 팟! 천장으로 날아오르며 외치고. 왼손으로 쥔 반투명한 끈에 묶인 호요희를 매달고

마강과 우철도 몸을 날린다

 

#265>

[!] 놀라는 청풍. 만화루가 보이는 건물 그늘에 앉아 있다가 몸을 세우고

펑! 펑! 만화루 깊은 곳의 어느 건물. 그 건물 지붕을 뚫고 미사일처럼 높이 치솟는 세 사람이 보인다. 중앙에서 가장 높이 치솟는 건 백산산이다. 왼손에 잡은 반투명한 끈에는 두 팔과 몸뚱이가 함께 묶인 호요희가 딸려 올라오고 있고. 좌우에서는 거구의 마강과 우철이 역시 치솟고 있다.

청풍; (저자들이 결국 일을 벌였구나!) 놀라고. 그러다가

[!] 다시 놀라는 청풍

<호요희!> 높이 치솟는 백산산의 왼손에 쥐어진 반투명한 끈에 묶인 채 딸려 올라가는 호요희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놀람. 그때

휘익! 휙! 근처의 이층 건물 지붕 위로 날아 내리는 백산산. 호요희는 허공에 떠있는 상태고

퍼억! 와장창! 백산산 앞의 지붕에 떨어지며 기와를 깨트리는 호요희의 몸뚱이

호요희; [끄윽!] 고통에 찬 신음을 토하고

휘익! 휙! 백산산의 좌우로 내려서는 마강과 우철. 아직도 현기증이 남아있는지 약간 비틀거리면서. 그때

[놓치면 안된다!] [루주님을 구하라!] [못 간다 죽일 놈들아!] 휘익! 휙! 사방에서 수많은 여자들이 치솟고

휙! 휘릭! 백산산 일행이 내려선 2층 건물을 포위하는 수많은 여자들. 주변 건물과 담장에 빼곡이 내려선 여자들. 기녀와 하녀들이 뒤섞여있고 사내들도 일부 보이고. 석궁과 활, 심지어 조총으로 무장한 여자들도 있다. 구슬이나 금속제 원통형 무기를 든 여자들도 많다. 분타주도 원통형 무기를 들고 있고

분타주; [투항해라! 네놈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없다.] 원통형 무기를 겨누고

분타주; [수백 개의 화통과 독탄, 독화살과 석궁들이 너희들을 노리고 있다.] 백산산 일행에게 이를 갈고

분타주; [일단 공격이 시작되면 대라신선이라고 해도 살아남지 못한다.]

분타주; [살고 싶으면 순순히 루주님을 풀어주고...] + 백산산; [이년 말이지?] 휘릭! 팽! 반투명한 띠를 쳐들자 그것에 묶인 호요희의 몸이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분 부릅뜨는 분타주.

[루... 루주님!] [호요희님!] 다른 여자들은 사색

백산산; [우릴 공격하려면 공격해라.] [그럼 이년도 함께 죽을 테지.] 허공에서 깃발처럼 흐느적거리는 호요희

분타주; [루주님도 치욕을 당하시느니 죽기를 원하실 것이다.] + (기세에서 밀리면 안된다.) 악을 쓰고

백산산; [정말 그럴까?] 웃는데

호요희; [공... 공격해라!] 악을 쓰고

모두 호요희를 보고

호요희; [명령이다! 당장 이 년놈들을 죽여라! 난 상관하지 말고...] 이를 갈며 외치는데

분타주; [루주님...] 막상 호요희가 명령하자 당황하는데

호요희; [빨리 공격해!] 악을 쓰는데

백산산; [그렇게 죽기를 원한다면 수하들 손이 아니라 내 손에 죽게 해주지.] 지징! 허공으로 쳐든 띠가 진동하고. 그러자

콰드득! 콰득! 더 강하게 호요희의 몸을 조이는 반투명한 띠

호요희; [아아악!] 자기도 모르게 처절한 비명을 지르는 호요희

[루주님!] [안... 안돼!] [멈춰라!] 분타주와 기녀들 비명. 그러자

백산산; [이제야 분위기 파악들이 되는 모양이네.] 웃고

백산산; [우린 이제 떠난다.] [만일 우리 뒤를 밟는 년이 있으면...] 주변 둘러보며 살벌하게 웃고

긴장하는 여자들

백산산; [한 년이 눈에 뜨일 때마다 이년의 팔 다리를 하나씩 뽑아버리겠다.] 우두둑! [끄윽!] 허공에 떠있는 호요희를 올려다보며

[으으으!] [루주님...] 분타주와 기녀들 사색이 되고

백산산; [말 귀를 알아들은 것 같으니 이만 떠나겠다.] 팟! 날아오르고

휙! 휘익! 마강과 우철도 날아오르고

백산산; [이 여우년을 병신으로 만들고 싶으면 따라와도 좋다.] 호호호! 휘익! 마녀처럼 웃으면서 멀리 날아가고. 마강과 우철이 뒤따라가고

[이... 이런 변이...] [탕마신협을 노리고 함정을 파뒀었는데 엉뚱한 것들이 난입해서 루주님을 잡아갔다.] [어쩌다가 이런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분타주와 기녀들 발 동동 구르면서도 백산산 일행을 따라가지는 못하고. 헌데

 

휘익! 만화루와 좀 떨어진 곳에서 몸을 날리는 청풍

청풍의 멀리 앞쪽에 백산산 일행이 날아가고 있고

청풍;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군.) 백산산 일행을 추격하고

청풍; (쾌활림 남경분타를 치러 왔는데 나보다 먼저 손을 쓴 자들이 있고...)

청풍; (대체 어떤 자들이기에 호요희에게 억하심정이 있는지 확인해보자.)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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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二 章

 

       正統魔敎의 武功을 익힌 登魔祭主

 

 

 

검은 사두마차의 벽에 비스듬히 기댄 채 잠을 자는 소일초……

그 얼굴은 오직 술에 절은 평범한 얼굴일 뿐이다.

하나, 그 얼굴을 주시하는 왕혜려는 내심 알 수 없는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보면 볼수록 그 얼굴이 이끌려 가고 있었던 것이다.

(알 수 없는 일이다. 대체 저자의 어디에 이렇게 마음이 끌리는 것일까? 무례하기 짝이 없는 사람인데……)

자신에게 묘한 회의감을 느끼기까지 하는 왕혜려……

과거 수 많은 무림의 청년을 보아 온 그녀가 아닌가?

그 중에는 북궁헌 같은 미남자도 상당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 미남자들을 죽 보아오면서 아직까지 이런 묘한 기분에 사로잡힌 채 마음이 끌리는 것을 느껴 본 적이 없는 그녀였다.

밤……

그녀의 마음은 이 어두움 속에서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처음 만난 남자에게 정신없이 끌려들면서……

한데, 그녀의 생각을 홀연히 깨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스스스……

마차의 바닥에서 소리없이 꿈틀대며 일어나는 그림자가 있었으니……

흰 머리(白髮),

회색의 눈동자,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칙칙한 죽음의 기운……

절세미남자가 바로 소일초의 면전으로 솟아오르고 있지 않은가?

모든 사람의 시선을 집중한 가운데……

문득,

소일초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눈은 천천히 그 백발의 절세미남자의 아름다운 손으로 향하고 곧 고개를 끄덕이며 그 손이 내미는 한 장의 서찰을 받아들었다.

순간,

그 절세미남자는 마치 원래부터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소리없이 스물스물 사라져 버리지 않는가?

한편,

그 백발의 미남자가 나타나자 정천수호군의 인물들은 그 에게서 풍겨지는 소름끼치는 사기에 몸서리를 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같은 가공할 사기는 그들이 일찌기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인간의 몸에서 저런 엄청난 사기가 뿌려질 수 도 있다니……대체 그는 누구인가? 저 무적검이란 자의 손에 들린 서찰은 또 무엇인지?)

그들은 의혹과 경악의 표정으로 소일초를 주시했다.

이때, 소일초는 그 신비의 서찰을 천천히 읽어 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천이기 중 원천기가 전한 것이었던 것이다.

 

<서략(序略)……등마제주에 대해 알아본 바에 의하면……그는 등마제를 주재하는 인물로 어떤 단체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소이다. 그 단체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소이다……>

 

(등마제주……)

소일초는 그 이름을 나직이 되뇌이며 계속 글을 읽어 내려갔다.

이때, 그는 나직이 소리를 내어 읽고 있었으므로 주위의 인물들도 모두 서찰의 내용을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는 신비하고 또한 엄청난 잠재력이 있소이다.……그리고……회주께서 타신 검은 사두마차는 등마제주를 제외한 삼십 육 명의 흑의복면인이 사방을 완전히 차단하고 따르고 있으며……그들의 무공은 일파의 종주와 비견될 만큼 가공할 경지에 올라 있습니다……한데 놀랍게도 이 마차 외에도 수많은 마차들이 검은 포장을 한 채 대파산을 향해 질주하고 있소이다……>

 

(모두가 제물을 실은 마차겠지……)

소일초의 얼굴에 가볍게 놀라움의 빛이 떠올랐다가 나타날 때보다 빠르게 사라져갔다.

 

<그 마차들은 대파산의 중심으로 사방에서 사망림(死亡林)으로 향하고 있으며……그들을 포위한 채 정천보의 정천수호군이 따르고 있습니다.>

 

소일초는 손아귀속에 서찰을 움켜쥐었다.

파지직------

연기를 내면서 서찰은 사라져 버렸다.

더이상 아무 할 일이 그에겐 없다는 듯이……

소일초는 다시 스르르 눈을 감고 졸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정천수호군의 인물들은 그의 진실한 정체에 온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으니……

무적검……

이것이 그들이 소일초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의 전부였지만,

이 서찰을 전한 조금 전의 신비인 하나만 보더라도 그의 존재가 자신들의 짐작보다 엄청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지 않는가?

신비인……

그는 등마제주와 삼십 육 인의 호위들의 포위망을 교묘히 뚫고 들어 올 수 있으리만큼 대단한 무공을 소유했다.

그 정도의 인물을 수하로 거느린 소일초……

그의 존재에 대해 그들은 새삼 다시 인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데 그때였다.

파아아아……!

돌연 마차의 천정을 뚫고 떨어지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것은 한 마리의 금빛 전서구(傳書鳩)였다.

그 전서구는 곧장 왕혜려의 손으로 날아들었다.

[이제야 연락이 왔군……]

왕혜려를 비롯한 정천수호군의 인물과의 긴밀한 연락용이었던 것이다.

그 전서구의 발에는 죽통이 매달려 있었고 한 장의 서찰이 들어 있었다.

정천수호군의 군주인 왕혜려는 그 서찰을 빠르게 읽어 나간다.

소일초는 눈을 감은 채 생각한다.

(정천보의 정천수호군의 능력도 보통이 아니군……전서구를 이곳으로 전할 수가 있다니……대단한데……)

소일초 역시 정천수호군의 잠재력을 인식하지않을 수가 없었다.

한데,

그의 뇌리에는 엉뚱한 생각도 있었으니……

(등마제주……그가 등마제를 주관하는 인물들 중 한 사람이라면……그는 이미 이 모든 것을 잘 알고 있겠지……그럼에도 불구하고……그가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그에게 자신있다는 말인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이 치밀하며 어떤 계획적인 신경전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정천수호군……

등마제주……

그리고 자신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 치의 빈틈도 찾아 볼 수 없는 계획 속에 움직이고 있음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한편,

서찰을 읽고 난 다음 북궁헌과 왕혜려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받은 서찰의 내용이 소일초가 받은 서찰의 내용과 완벽하리만큼 일치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마차는 더욱 더 빠르게 질주하고 있었으며……

대파산은 가까워지고 있었다.

 

× × ×

 

사망림(死亡林),

이곳은 죽음의 숲이다.

하늘이 외면하고 인간마저 외면한 죽음의 오지(奧地),

그 버려진 땅은 광대하다.

방원 백여 리가 안개의 밭이요……

무성한 잡초만이 늘어진 황량한 광야이다.

황폐한 땅, 오직 가시덤불과 잡초들만 뒤덮혀 있다.

그리고,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고사목들……

독충들이 우글거리며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고 있었기에 언젠가 부터 버림 받은 땅……

그 위에도 십오야의 만월(滿月)은 떴다.

한데,

그 만월아래……

모여드는 이 일단의 무리들……그리고 검은 마차……

모여드는 무리들의 소매에 붉은 악마화가 그려져있고, 사망림은 마두들로 물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붉은 악마화을 그려넣고 사망림에 모여들고 있는 인물들……

오늘은 보름달이 뜬 날이다.

 

-등마제(登魔祭).

 

바로 이것이다.

이것이 이 죽음의 땅에 인간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붉은 악마화를 그려넣고 나타난 인물들은 바로 이 등마제에 초대받은 악인들이고,

그들은 흥분하고 있었다.

잠재된 온갖 악을 행할 수 있으리라는 강렬한 기대에 사로잡히면서……

그들의 수효는 어림잡아도 이 천여 명……

그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사망림으로……사망림으로……

마차들도 사망림으로 다가들고,

그 가운데 한 대, 바로 소일초가 타고 있는 검은 사두마차 역시 이때 사망림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소일초는 느끼고 있었다.

사망림의 전체를 뒤덮고 있는 엄청난 마의 기운을……

그 기운은 광적으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마의 폭발이요, 욕망의 분출이었다.

(등마제주……등마제……과연 여기서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까? 취풍녀가 관련이 있다는 외에는……)

소일초의 마음은 의욕보다는 회의가 더 많았다.

주소아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어 참석한 등마제,

하지만 일단 부딪쳤으니 닥치는 대로 일은 해보고 볼 일이다.

이때,

정천수호군주 왕혜려를 비롯한 정천수호군의 인물들은 짐짓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애써 긴장을 감추려 하는 태도가 역력하게 소일초의 눈에 들어왔다.

[긴장하고 있는가 흥분하고 있는가? 궂이 숨길 필요야 있나 다 사람마음에 있는 것인데.]

소일초의 말은 장난처럼 흘러나왔다.

그러나 정천수호군의 인물들은 눈빛을 빛내며 잠잠히 있었다.

밖에 있는 적들도 무섭지만, 마차 안에 있는 괴상한 청년 무적검도 종잡을 수 없어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소일초는 마차 밖의 상황을 훤히 알고 있었다.

그는 검은 사두마차가 사망림의 깊숙한 지점으로 진입하고 있음도 알고 있다.

한천이기가 계속하여 그에게 전음으로 앞 뒤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망림……

이곳으로 얼마나 들어갔을까?

돌연, 검은 사두마차가 그 움직임을 멈춘다.

잡초가 파도처럼 출렁이는 소리가 을씨년스럽게 들리는 곳이었다.

소일초는 눈을 떴다.

그러자 왕혜려의 시선을 강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그녀의 해맑은 동공이 가득 그를 담고 있었으며 그 어떤 기이한 감정을 풀어놓고 있지 않은가?

그런 왕혜려를 보며 소일초는 빙긋 웃음 지어 보였다.

그런 후 말했다.

[너무 늦었어……이미 임자있는 몸이야……]

순간, 왕혜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며 고개를 돌렸다.

마음을 들킨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그의 매정한 말에 화가 나기도 했던 것이다.

소일초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드디어 구렁이 뱃속이야. 두꺼비 친구들 잘해봐……]

왕혜려 역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어떻든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라겠어요……]

그녀의 말투에는 감출 수 없는 정이 깃들어 있었다.

소일초는 그런 그녀가 바라보며 말했다.

[좋은 곳에서 만나게 되길……기왕이면 친구도 적도 아닌 사이로……]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한데,

그 말이 막 끝나자마자,

쿠르르르------!

마차의 철문이 둔중한 소리를 내며 열린다.

그리고, 한 사람이 모습을 나타낸다.

그는 한 명의 흑의복면인이었다.

눈빛이 회색빛을 띠고 있는 그 흑의복면인은 잠시 마차 안을 살핀 후 감정없는 억양으로 말했다.

[먼길을 오느라 수고들 했다……이제 그대들은 이곳에서 가장 안락한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행운이요……다시 맛볼 수 없는 축복이 될 것이다.]

죽음을 행운이라고 말하는 이 흑의복면인,

[내려와라. 한 사람도 빠짐없이……]

흑의복면인의 말은 죽음의 기운을 강하게 담고 있었다.

사망림에 소용돌이치는 죽음의 기운 만큼이나 진하게……

정천수호군의 인물들은 아무 말없이 마차에서 내렸다.

이어,

소일초 역시 검은 사두마차에서 천천히 내려갔다.

안개의 소용돌이가 무섭게 사위를 휘감고 있었다.

달빛에 물든 푸른 안개……

그것은 마치 지옥을 방불케 할 만큼 사망림을 음사하게 침잠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 검은 사두마차를 중심으로 어둠 속 여기저기에 보이는 저 수 많은 붉은 악마화……

그것은 악마의 혓바닥처럼 사이하게 어둠 속에서 그 푸른 빛을 뿌리고 있었다.

(음……대단하군. 어떻게 되던 빨리 신나게 한판 붙어라, 어떻게 좀 정리가 되야 뭘 알아 내기도 쉽겠지……이 어르신은 어부지리를 취해주마……)

소일초의 마음은 야릇한 기대감에 차있었다.

이런 기분은 아마 마장탑에서 나온 뒤 처음으로 느껴본 것이리라.

스스스……

이 악마의 땅 위로 죽음의 기운을 뿌리며 스쳐 지나가는 일진 음풍……

소일초는 표표히 옷자락을 나부끼며 사방을 살폈다.

우선, 수십 대의 또 다른 마차 즉 검은 사두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그 검은 사두마차 역시 이 죽음의 제전에 쓰일 제물을 싣고 온 것이리라.

인간 제물들……

그들은 대부분이 청년들과 소녀들이었다.

용모가 준수한……

그래서 그들 대부분이 무림의 기재기녀(奇才奇女)들임을 느끼게 하는……

한데, 이때 그들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들은 곧 전개될 이 죽음의 제전에 대해 엄청난 전율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의 공포는 무엇으로도 가다듬을 수 없는 것이다.

일단,

그들이 사망림에 들어 온 이상 그들은 체념 이외에 달리 어떤 행동을 취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그들 중에는 정천수호군의 인물들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소일초는 다시 시선을 돌려 방금 그들이 타고 온 검은 사두마차를 바라보았다.

붉은 악마화이 걸려 있는 검은 사두마차,

그 주위로는 정확히 삼십 육 명의 흑의인들이 마치 흔들리는 안개의 일부분인 양 희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즉,

그들은 검은 사두마차의 사방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일초는 생각했다.

(한천이기의 말대로 저들의 무공은 일파종사의 경지에 올라있다. 놀라운 일이로군……등마제의 일개 주구들인 저들의 무공이 저정도라니…정천수호군은 버겁겠는데……)

한데 이때,

정천수호군의 인물들의 표정은 완전히 경악에 질려 잇는 것이 아닌가?

그들의 시선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바로 방금 그들이 타고 온 검은 사두마차의 지붕에……

한 마리의 독수리가 나래를 접은 채 고요히 앉아 있지 않은가?

한데 그 독수리의 날카로운 두 발 사이에 끼어있는 몇 마리의 날짐승,

그것은 바로 정천보의 인물 사이에 연락용으로 쓰이던 바로 그 금색 전서구들이었다.

그것은 그 동안 정천보의 모든 기밀이 등마제주라는 인물에게 완전히 간파당하고 있었다는 결론을 말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본 정천수호군주 왕혜려와 나머지 정천보의 정천수호군 소속 인물들이 경악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리라.

소일초는 혀를 찼다.

[그 정도는 짐작했어야지……등마제주도 합바지는 아닌데……머리나빠 고생들이 많겠어.]

그리고,소일초는 계속하여 등마제주라는 인물을 살폈다.

등마제주,

그는 쉽게 발견할 수가 없었다.

하나 안광이 극도로 높은 경지에 올라 있는 인물이라면 그를 발견할 수가 있으리라.

그는 마차의 전면에 있는 붉은 악마화 앞에 앉아있었다.

악마화와 동화가 된듯 자연스럽게 어우려져 유심히 보지 않으면 그의 존재를 느낄 수도 없었다.

달빛은 다시 혈응의 핏빛 깃털에 반사되어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데……

신비롭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그야말로 극사한 것이었는데 발견하기는 어려워도 보는 이들에겐 강렬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노을처럼 환상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그 인물이 바로 등마제주이라는 사실은 주지의 일이었다.

그는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면사의 사이로 드러난 눈망울은 유리알처럼 맑고 깨끗하였다.

그런 그의 눈망울을 보며 소일초는 느낄 수가 있었다.

(흔적을 다시 발견했군……한천이기가 좋아하고 있겠지……정통마교의 무공을 익힌 자……)

그렇다.

극마의 경지에 이른 인물만이 지닐 수 있는 눈빛을 등마제주는 완벽하게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벌써 부터 소득이 있으니 빨리 동선장으로 돌아갈 수 있겠군, 등마제주의 배후 집단 만 알아내면……하지만, 그 세력을 경시해서는 안되겠는데……어쩌면……등마제주가 그들의 우두머리가 아닐 텐데……극마의 경지에 다다른 고수가 많이 있다면 옛날의 정통마교보다 오히려 더 강하다는 말……)

정통마교에서는 오직 구마존 중에 천마존 만이 극마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그런데,

등마제주 역시 극마의 경지에 이른 인물인 것이다.

소일초의 생각은 이즈음에 이르러 있었고……

다시 그의 생각이 이어질 즈음,

문득, 등마제주가 입을 열었다.

[시작하라!]

단 네 마디의 음성이었다.

어떤 인간의 감정도 찾아볼 수 없는 무심무정한 음성이었다.

한데 그 음성이 막 떨어지는 그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리소리……

삐리리리……삐리리리……

사람의 감정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그 소리……

어쩌면 이 피리소리는 등마제주의 음성과 동일한 시간에 터졌는지도 모른다.

한데,

그 피리소리에 이끌린듯 사방의 붉은 악마화들이 움직인다.

아니, 붉은 악마화를 새긴 마인들이 등마제에 바쳐진 제물들을 향해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이때,

소일초는 정천수호군주 왕혜려를 비롯한 정천보의 인물들을 쳐다보았다.

(왜 아직 움직이지 않는가? 시작하려면 지금 해야지……멍청하게 이미 들통난 판에 더 기다려서 전멸할 작정인가……)

기습과 암습은 철저히 비(秘)로 시작되고 비(秘)로 끝나야 하는 것이다.

한데, 바로 정천보의 이번 거사는 보안의 부족으로 완전히 실패로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등마제주는 그것에 관해 한 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그가 정천보의 비밀을 파악했다는 말에 대해서……

하나……독수리의 발가락 사이에 죽어있는 그 몇 마디의 전서구는 그가 이미 정천보의 모든 것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무언으로 보여 주는 것……

아무리 천하의 기재인 정천수호군주 왕혜려라 해도 이때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비명이 들린다.

붉은 악마화를 든 수백여 명의 인물들이 제물들을 덮쳐 들면서 일어난 비명이었다.

어둠 속에서 터져 오르는 신음……

그것은 욕정의 폭발이요, 광란이었다.

소용돌이 치는 안개……

뜨거운 신음과 공포에 질린 비명이 병행하여 들리고……

마침내 등마제의 제전 중 육욕(育慾)의 제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소일초를 향해 다가오는 그림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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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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