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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六 章

 

         登天魔勢에 들어가다.

 

 

 

등천마세------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천하의 이대세력의 하나이다

그러나,

그 거대한 명성과 세력에도 불구하고 그 본거지가 알려지지 않은 신룡과 같은 단체,

이것은 뜻밖에도 절강성 서천목산(西天目山)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등천마세……

무림에 나타난 지 일년 만에 사마무림을 통일하고 천하를 양분한 초유의 잠재력을 지닌 그들……

지난 이년을 피로써 보낸 공포의 단체,그런 등천마세는 오늘 별난 손님을 맞고 있었다.

무적검이라는 이름을 지닌 덥수룩한 청년,

이 등천마세의 삼교주(三敎主)인 취풍녀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로 그의 정인이라 한다.

그리고,

그는 대교주의 친위처형대(親衛處刑隊)인 은검삼형제의 팔을 자른 인물로 등천마세에 새로운 강자의 한 사람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자신에게 처형을 명한 대교주에게 정면으로 도전하고 나섰다고 했다.

이는 등천마세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무림은 강자들의 땅, 특히 사마무림은 더욱 그러한 것……

등천마세 역시 강한 자가 쥐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등천마세의 많은 인물들이 오늘 찾아온 무적검이란 청년에게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 × ×

 

소일초,

그는 아주 천천히 청석 이루어진 길을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왼팔에는 귀여운 여아가 안겨져 있다.

이곳은 등천마세의 핵심부로 이르는 길……

그는 이미 취풍녀가 내준 한 채의 전각을 향해 가는 길이었다.

전각에 이르기 까지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

그들은 낯선 그에게 살기를 드러내기도 하고 강한 호기심을 보이기도 한다.

오늘 무적검이란 청년고수가 어린 여자아이를 안고 등천마세로 들어왔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무수한 전각들, 그리고 사람들, 등천마세는 과연 사마무림의 종주였다.

소일초가 대리고 있는 여아는 물론 역근천골공으로 몸을 줄여버린 주소아다.

주어진 전각에 들어가 탁자에 앉았다.

주소아가 맞은 편의 의자 앞으로 다가서더니 몸이 스르르 커졌다.

[엇, 옷 터져!]

소일초의 놀람에도 그녀는 생글거리며 그대로 역근천골공을 풀어버렸다.

그러나 소일초의 염려와는 달리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그녀의 몸에 걸치고 있던 작은 여아의 옷은 두겹으로 되어있었던 것이다.

몸이 커져버린 지금 두 겹의 옷은 한 겹의 크고 넓은 옷으로 변해 역시 그녀에게 꼭 맞았다.

소일초가 감탄을 발했다.

[감쪽같다. 아무도 조금전의 꼬마로 볼 수 없겠어.]

[이래야 아무데서고 몸을 바꿀 수 있지 않겠어? 그때 금릉에서 네가 잘 때 잠한 숨 안자고 내 옷을 줄이고 겹쳐서 만들었던 거야.]

주소아가 말했다.

[그들도 어딘가에 들어와 있겠지?]

[그렇겠지. 그들은 이곳이 자기들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소일초가 말한다.

[언제까지 그들이 하는 짓을 보고만 있어야 해?]

[아니, 그들이 이곳을 장악할 때 까지만, 그리고 이들 역시 삼수와는 철천지한이 있으니까 삼수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야.]

[모르겠다. 나는 그저 소아가 시키는 대로만 하지. 도무지 귀찮아.]

주소아가 찻주전자를 흔들어보이며 말한다.

[우리 술이나 마실까?]

[좋아, 등천마세에 입성한 기념이다.]

주소아가 찻주전자를 들고 찻잔에 차를 따랐다.

그러나, 부어지는 것은 향기로운 술이었다.

바로 백송균화의 신통력인 것이다.

이때,

취풍녀가 들어오면서 말했다.

[당신, 이곳이 마음에 들어요?]

[괜찮아.]

취풍녀는 소일초의 옆으로 다가와 의자에 앉았다.

[꼬마를 놓고 대작을 하다니 처량해 보이는 군요.]

[나에겐 가장 좋은 술상대야.]

소일초는 그녀에게 덤덤하게 말하며 주소아에게 술을 따라 준다.

취풍녀가 들어서는 순간에 다시 어린 여자아이로 변해버린 주소아는 취풍녀에게 눈살을 찌푸리고 술을 홀짝들이킨다.

[전에 마셔본 그 술이군요. 아주 좋아요.]

취풍녀는 술향기를 맡아보고 단번에 알아챈다.

그리고 주저않고 한 잔 마신 후 소일초에게 몽롱한 시선을 보내며 말한다.

[이곳에서 삼교주 다음의 힘을 가지고 있는 자가 누군지 아셔요?]

[……?]

[바로 사은자(四隱者)예요.]

취풍녀는 속삭이듯 말했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

[어차피 당신은 대교주에게 도전하지 않았어요? 어쩌면 당신은 이 등천마세를 털도 뽑지 않고 삼키려는 지도 모르죠.]

취풍녀는 예의 퇴폐적인 어투로 말했다.

[만약 제 말이 맞다면 사은자(四隱者)를 포섭하셔요. 그들은 강해요. 그리고 우리 삼교주 외에는 아무도 그 정체를 모르죠.]

소일초는 고개를 저었다.

[나에게 이곳을 차지하고 싶은 생각 같은 것은 없어. 그리고 이 등천마세의 진짜 주인을 알고 있다. 뺏어도 그에게서 뺏지, 대교주 따윈 허수아비에 불과하게 될 걸?]

[등천마세의 진짜 주인 이라니요? 우리 손으로 만든 것인데……]

취풍녀가 어리둥절한다.

[이미 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을 거야. 너도 살고 싶다면 그들의 말을 따르는게 좋아.]

[그런데 사은자는 누구지?]

주소아가 어리고 깜찍한 목소리로 물었다.

취풍녀는 그녀의 물음에 대답해야 마나를 결정하려는지 소일초를 보았다.

소일초의 눈 역시 궁금하게 바라보고 있자 그녀가 짧게 대답했다.

[사마귀……]

[사마귀!]

소일초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런 빌어먹을……그토록 수소문 했는데 이곳에 쳐박혀 있었다니……)

사마귀(四魔鬼)……

그들은 등마제를 통하여 이곳에 들어왔다.

그러나 과거와는 비교되지 않는 탁월한 무공으로 이곳에서 사은자를 자처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라있었던 것이다.

사마귀……

이들은 도대체 연관이 되지 않는 곳이 별로 없다.

백인장과도 소일초를 통해 어느 정도 연관이 있으며 녹림맹과는 끊을 수 없는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등천마세에 몸을 틀고 있다니……

[그들을 알고 있어요?]

[알지. 아주 잘. 그런데 그들의 무공이 그 정도로 강하지는 않을 텐데?]

소일초가 회의적으로 물었다.

[아니에요. 그들은 무림에 알려진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요. 더우기 그들은 함께 행동하므로 넷이 모이면 대교주도 상대하기 어려울 거라는 정도예요……]

[그럴리가……]

[정말이에요. 어쩌면 그들도 등천마세를 노리고 있을지 모르죠.]

등천마세 과연 사마의 인물을 끌어 모은 곳인지라 복잡다단했다.

강자가 여럿 존재하기에 완전히 정리될 때까지는 아무래도 오합지졸과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을 중심으로 힘이 합쳐지기만 하면 어느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세력으로 변하고 말 것이다.

순간,

고오오-----!

사방을 진공상태로 만들면서 정적을 찢어 버릴 듯한 무서운 소리가 들리며 전각의 창문을 뚫고 소일초를 향해 폭사되어 오는 것이었다.

주소아의 눈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가공할 검기……)

동시에 소일초의 몸에서 무서운 검기가 일어났다.

갑자기 천지를 꿰뚫어 버릴 듯 다가오던 소리가 창문 앞에서 딱 그쳤다.

세 사람의 시선이 창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소일초의 전각 밖 창문……

한 사람이 전각 안의 소일초와 일 장 간격을 둔 채 우뚝 서 있었다.

 

소일초와 대치한 채 창밖에 서있는 인물,

그는 일신에 희디흰 백의(白衣)를 걸친 중년인이었다.

머리에는 질끈 흰 띠를 매고 있었으며……

등에는 비스듬히 검을 메고 있었다.

[무적검, 들어가도 되는가?]

문득 취풍녀가 몸을 일으켰다.

[이사형(二師兄)……오랜만입니다. 들어오셔요.]

창밖의 백의 중년인은 몸을 돌려 문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는 빨아들일 듯이 소일초만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의 전신에 감도는 은은한 긴장의 빛……

소일초는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도 않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좋아……대단하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그는 취풍녀을 향해 싱긋 웃어보인다.

[사매……훌륭한 사내를 택했군, 축하한다.]

그런 다음,

[무적검……잘해보게……]

소일초에게 한 마디 던진 그는 어깨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의 신형은 원래부터 그곳에 없었던 것처럼 소리없이 꺼져버린다.

주소아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그녀는 자기의 흩어놓은 내공을 결집시키지 않으면 당해낼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소일초는 취풍녀를 주시하며 말했다.

[이교주 마금석이겠지?]

[맞아요……그가 등천마세의 이교주 마금석이지요……]

[음……]

소일초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 이교주 마금석……신형검기를 사용하고 있다. 구마존의 무공을 완벽히 보완하여 자신 만의 검공으로 만든 모양이군……그 정도면 칠십이기재의 한사람보다 처지지 않는 능력……)

신형검기(身形劍氣)……

이교주 마금석이라는 인물은 검장권지의 무공을 모두 넘어서 모든 것을 검으로 통일 해낸 것이다.

그가 장(掌)을 뻗어도 검이며 권(拳)을 뻗어도 검이다.

몸에서 발산되는 기도는 검기이며 전신이 완벽한 움직이는 검인 것이다.

그러나,

이교주 마금석은 오늘 상대를 잘못 만난 것이었다.

소일초는 마교칠십이절기에는 얼렁뚱땅했지만 자신의 일초검공은 끝없이 발전시켜온 것이다.

마교칠십이절기의 장점들 마저 흡수하여 일초검공을 거의 완벽하게 만들었으니……

스스로 어느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단 일초에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그가 몸으로 검기를 발산시키지는 않지만 바로 폭발치듯 일초검공을 펼쳐낼 수 있는 준비가 언제라도 되어 있는 것이다.

이교주 마금석은 조금이라도 더 다가갔다가는 폭발해버릴 것 같은 소일초 앞에서 두려움을 느꼈던 것이다.

이때, 취풍녀는 의기양양해 지고 있었다.

언제나 자기를 가볍게 보고 틈만 나면 덤벼들고 하던 마금석이 진땀을 흘리고 도망가 버린 것이다.

소일초가 옆에 있는 것 만으로도 그녀는 자신의 일어버린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이 분만 곁에 있으면 어느 누구도 나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어. 나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나의 삶을 찾는 거야.)

그녀는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주소아가 긴장을 풀면서 말했다.

[대단해……무림의 열 손가락 안에 들 고수야. 당년의 사진성과 맞먹을 수 있을 정도야……]

소일초가 고개를 저었다.

[사진성 보다는 약해,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취풍녀는 어린 주소아가 무공을 평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도무지 다섯 살짜리 꼬마의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은근히 그 어린 꼬마에게도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알 수 없는 어떤 힘을 숨기고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 × ×

 

[빌어먹을 사마귀 자식들……이곳에 엎드려 있었다니……천산갔다더니……]

소일초는 화를 내고 있었다.

사마귀의 도움을 받았으면 사파에 관해서는 훤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더우기 그들의 특별한 능력과 무공이었으면 어떤 일도 해낼 수 있는 저력이 있었다.

사진성에게 역으로 당했을 때도 사마귀가 그에게 도움을 주었다면 아예 그런 일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마귀는 정뇌(井牢)를 탈출할 때 소일초에게 무림에 나오기만 하면 자기들을 찾으라고 했던 것이다.

녹림맹에 가면 자기들을 찾을 수 있다고 일러주기 까지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중원제일의 신비인 이라는 황녹천을 찾아가 비밀을 까발리겠다고 허풍쳐서 그들을 찾으려고 했던 것이었다.

[색귀는 그게 늘 서있다면서……]

주소아가 소일초의 귀에대고 묻는다.

[외간 남자 물건에 관심 갖는 건 정숙한 부인네가 할 짓이 아니야.]

[농담일 뿐이야. 그런데 사마귀가 이제 널 알아 볼 수도 없을 텐데 네말을 들으려 할까? 그리고 알아본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사부라고 큰 소리치면서 너를 부리려 할 지도 모르는데……]

소일초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한다.

[나에겐 비장의 수단이 있어, 그들은 결코 나를 거역하지 못해.]

[왜?]

[나는 백인장의 소장주(小莊主)야. 얼마든지 그들을 다시 잡아서 정뇌에 가두어 버릴 수 있어. 그들은 아버지에게 죄를 지은 게 있기 때문에 다시는 백인장 근처에 가려고도 하지 않아.]

주소아가 그의 몸위에 올라가며 말한다.

[그럼, 지금 한천이기에게 부탁해서 그들을 찾아달라고 할까?]

[나둬! 어차피 이곳은 한천이기의 손에 다 들어가게 돼, 이곳에 삼수가 없는 것을 알았으니까 빨리 다른 곳에 가볼 생각이나 해봐.]

 

× × ×

 

숭산 태실봉에 있는 정천보의 넓은 대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슬픔과 애도의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들은 무슨 이유로 이런 애도의 표정을 짓고 있단 말인가?

대전에 가득 모인 무림인들은 무더위에도 아무 불평없이 모여있다.

그렇다.

그들은 단지 슬픈 것이다.

중원의 정기를 수호하고자 등마제에 잠입했던 수많은 중원의 젊은 혼이 누구를 위해 죽어갔단 말인가?

그들의 죽음이 그토록 숭고한 것이었기에……

그들의 넋은 무림인들의 뜨거운 슬픔을 받아 당연한 것이었다.

오늘은 그들의 장례를 치르는 날,

각지에서 그들을 애도하기 위하여 무수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지금 누군가가 단상에 올라서 죽어간 정천수호군의 용사들을 애도하는 애사를 낭독하고 있다.

 

------ 피끓는 협혼(俠魂)들아……

한 줄기 정의라도 지키고자 목숨마져 바쳤던 의협(義俠)들이여,

그대들은 죽었으나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 남아 있으니……

그대 죽어 슬픔 대신 영광을 얻으라……

그대은 이제 영원하 중원의 혼이 되었도다.

중원의 정의를 중토에 영원히 뿌리내리고……

살아남은 우리들은 그대들을 본받아 이 땅에서 사마(邪魔)의 무리를 영원히 제명하는데 한 목숨 다 바치리라.

 

정천수호군,

정의로 무장했던 젊은 의인(義人)들이 모였던 것……

등마제주와의 결전에서 무참히 패배하고 칠백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삼백 명이 채 되지 않는 사람들만이 살아서 돌아왔다.

등마제의 위세는 오히려 높아만 졌고,

무림인들은 정천보의 힘에 회의를 품게 하는 계기가 되기까지 했다.

허나,

그들은 최선을 다한 것이다.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들은 죽어서도 무림인들에게 숭고한 분향(焚香)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

뜨거운 의혈(義血)을 가슴에 담은 중원의 정파인들은 아무말 없이 차례로 분향을 하고 있었다.

대전의 한쪽에 마련된 칠백여 개의 위패(位牌)……

그것은 정천수호단의 죽은 영웅들의 것이다.

대파산에서 회수해온 시신들은 그 신분을 알아볼 수 없으리 만큼 짓이겨진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관은 그다지 의미가 없었다.

서로의 살점과 뼈가 뒤섞여 있는 것이다.

분향을 하는 무림인들의 표정은 허탈하고 침통한 것이었다.

한데 문득,

[소림사의 고승들께서 오셨습니다.]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쳤다.

과연, 서른 명 정도의 승려들이 가사차림으로 나직히 불호를 외우며 들어오고 있었다.

잠시동안 분향은 중단되고,

스님들이 정천수호군의 위패 앞에서 나직하게 그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불경을 외우고 있었다.

점점 그들의 합창 소리는 대전을 가득 매우고 분향객들의 마음을 엄숙하게 만들었다.

얼마 후 분향은 다시 시작되었고 분향한 사람들은 정천수호군의 장렬함과 등마제주의 악랄함을 말하고 있었다.

그때, 네 사람의 영기발랄한 청년들이 단상으로 올라서 낭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본 정천보의 위대하신 보주(堡主)님께서 잠시 후에 중대한 말씀이 계실 것입니다. 여러 분향객들께선 정숙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전안은 갑자기 조용해 졌다.

신비에 싸여있는 정천보주가 중인(衆人)들을 상대로 이야기 한 적은 지난 이 년 동안 한번 도 없었던 일이다.

일순 어디선가 잔잔한 음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득히 멀리서 들려오는 가 싶더니, 다음 말은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듯 하고 다시 사방에서 들리기도 하는 신비로운 음성이었다.

[본좌의 불찰로 말미암아 원통하게 죽어간 젊은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오신 무림의 영웅들께 감사드리오.]

물같이 잔잔한 음성, 세상을 달관한 듯한 어조……

대전의 모든 무림인들로 하여금 경복하게 하고 있었다.

[다시는 무림에 억울한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할 것을 여러분 앞에 다짐하면서 본좌는 오늘 탕마사십사객(蕩魔四十四客)을 무림에 내보내겠소이다.]

그 음성은 듣는 이의 영혼을 맑게 씻어내리는 무한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음성만 계속 들리는데……

[탕마사십사객은 오로지 피로써 악인들을 처단하게 될 것이외다.]

탕마사십사객……

대전에 있는 중인들 중 어느 누구도 그들이 누군지를 모른다.

생소한 말이었다.

그러나, 신비하게 들려오는 정천보주의 음성으로 보아 그들은 일천 명의 정천수호군 보다 더 가공할 것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탕마사사객(蕩魔四四客)은 지금 당장 무림으로 떠나라. 마(魔)를 척결하고 이 땅의 정을 수호하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라……]

더이상 정천보주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분향객들은 새롭게 들려오는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명을 받듭니다.]

천지사방에서 크지도 않은 목소리가 합창하듯이 들려왔다.

탕마사사객이 출발한 것이리라……

 

정천보주……

그는 주소아의 새로운 표적이 되고 있는 인물인데……

그리고,

파양호의 깊은 호수속에서는 하나의 섬이 가라앉아 있었다.

그곳에는 주소아 그녀가 그토록 찾고자 하는 것들 중 하나가 있는데……

그녀는 알까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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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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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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