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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五 章

 

      영원한 사랑의 맹세

 

 

 

[호호호……그래서 취풍녀가 지금 널 하늘에서 내려온 줄 알고있다는 거야?]

[그럼, 보기보단 영 멍청하더라구. 믿는 듯 하기에 풍을 더 쳤더니 영락없이 넘어가더라……]

주소아가 소일초의 몸위에 엎드려 있다.

[그러면 취풍녀를 좀더 이용해야 겠어. 네가 취풍녀를 구워삼아서 그들의 본거지로 가자고 해.]

[싫다. 이제 동선장으로 돌아가자. 응! 시키는 데로 다 해줬잖아. 등마제에도 참가했고 위에도 올려줬잖아.]

주소아가 눈을 흘겼다.

[모든 수고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싶어? 어쩌면 이들의 우두머리가 삼수(三手)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안들어?]

[삼수면 어때, 그들이 평생 신분을 감추고 산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그때 쳐부수면 되지.]

[아이구 이 태평, 고모부하고 고모는 생각지도 않지?]

소일초는 여전히 별 걱정 하는 눈치가 아니다.

[아무도 우리 백인장을 넘보진 못해, 다들 스스로 어딘가에 숨었을 거야.]

[…………]

[아버지가 병상에 계셨다 해도 원로들이 있는 한 백인장은 난공불락이야.]

주소아는 답답했다.

소일초가 고집을 부리고 취풍녀에게 접근하지 않겠다면 이 집단의 깊은 비밀을 알아내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소일초의 귀에대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소일초의 눈이 갑자기 크게 뜨이고 입이 쩍 벌어졌다.

[정말이야?]

주소아는 얼굴을 붉히고 고개만 끄덕인다.

[두 말없기다.]

[그래! 약속은 지킬 테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나 해.]

[알았어. 뭐든지 시키기만 해. 대교주이건 소교주이건 몽땅 잡아 바치라해도 할께.]

 

× × ×

 

달빛이 은가루처럼 떨어져 내리는 밤이었다.

이 어둠 속에서 인류의 역사가 그렇듯이 밤의 거래는 이루어 지고 있었다.

사내와 여인 사이에……

침실이었다.

은은히 타오르는 황촉불을 뒤로 하고 침상에 걸터앉아 마주보는 두 사람이 있다.

[정말 부인을 만나고 오셨어요?]

[나는 거짓말 하지 않아.]

(불필요할 때는……)

[당신 정말 하늘에서 내려왔어요?]

[다 잊어 버렸어. 하지만 십칠팔 년 쯤 전에는 분명히 하늘에 있었어.]

소일초의 진짜같은 거짓말이 또 시작된다.

하기사 십칠팔 년 전에는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으니 말은 된다.

[당신 나이는 그럼 얼마예요?]

[내가 형씨라고 불렀던 사람이 지금은 백 수십살이야.]

취풍녀는 더욱 더 자극적으로 소일초의 몸에 자신의 몸을 밀착시킨다.

소일초는 가만히 묵인하고 있다.

이윽고 취풍녀는 자신의 옷을 다 벗고 면사만을 쓴 채 소일초의 옷을 벗겼다.

그리고,

그녀가 소일초의 몸을 쓰다듬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소일초의 손이 취풍녀의 손을 거부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나는 너를 사랑까지는 몰라도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대하고 있었다.…한데……]

[?]

[지금……나는 너에게 아주 싫증이 나는 중이다.]

[당신 무슨 그렇게 섭섭한 말을……제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은 것이 있나요?]

취풍녀가 소일초의 손을 끌면서 말했다.

[말은 잘들어. 하지만 너무 많이 숨기고 있어……이러다가 어느 날 아침 또 불쑥 날 죽이겠다고 찾아오는 놈들이 있고 너는 옆에서 구경만 하게 될 거야.]

[이제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맹세할께요.]

그녀는 면사속의 커다란 눈망울로 간절히 소일초를 보았다.

[그런게 두려운 것은 아니지만 무척 기분 나쁘거든.]

소일초는 다시 그의 손을 취풍녀에게서 빼오면서 말했다.

[지난 오일 동안…… 넌 오직 나의 몸을 가지고 놀았을 뿐……나에 대해서도 그다지 알려고 하지 않았고 너에 대해서도 거의 모든 것을 철저하게 숨기고 있었어……오늘아침에 와서는 그런 수모를 주었지……]

소일초의 말에 취풍녀은 할 말을 잃은 듯 침묵을 지킨다.

그러다, 그녀는 슬그머니 자신의 몸을 일으켜 침상에 비스듬히 누워버린 소일초를 보았다.

그런 그녀의 눈빛은 간절하게 소일초에게 뭔가 호소하는 듯 했다.

소일초는 그녀의 눈빛을 보며 생각했다.

(어째서 이 여자는 상당히 남자를 밝히면서도 순진해 빠진 것 같을까? 연극같지도 않은데……)

대체 이 여인의 정신구조를 파악해 낼 수 없었다.

(소아에게 물어보면 대충 알겠지……)

문득, 취풍녀은 자신의 면사를 슬며시 걷어올린다.

그리고, 그녀는 독백하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좋아요……당신이 원한다면 저의 모든 것을 보여 주겠어요……]

소일초는 그녀가 이런 행동을 돌연하게 보일 줄은 몰랐다.

그러면서도 주소아의 쪽집게 같은 예측에 감탄하고 있었다.

취풍녀는 자기 앞에서 한번도 벗지 않았던 그 면사를 벗어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이제 완벽한 알몸이 된 것이다.

나이는 이십 육칠 세 정도, 보면 볼수록 얼굴에 어떤 요사스런 기운이 어려 있는 듯 사람을 잡아 끌어당기며 점점 아름답게 보였다.

이런 여인이야 말로 한 번 관계하게 되면 남자가 평생 버릴 수 없는 그런 여인인 것이다.

처음 보았을 때보다 두 번째가, 두 번째 보다는 세 번째가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취풍녀……

그녀가 말했다.

[모든 것을 바치겠어요. 영혼까지 다 가지셔요.]

소일초는 찔끔하면서 힐끗 눈을 들어 천정을 보았다.

[그대신 당신도 저에게 완전한 사랑을 주세요.]

완전한 사랑……

그러자면 정신과 육체 다로 하는 남녀간의 사랑을 하자는 말,

무슨 뜻인지 알아챈 소일초가 잘라말했다.

[그건 안돼, 깊이 관계를 맺어 버리면 다시는 하늘로 돌아갈 수 없어.]

그가 말하는 하늘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주소아를 말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자기도 모를 것이다. 거짓말이니까.

[믿기는 어렵지만, 정말 그렇다면 그것까지 바라진 않겠어요. 대신 다른 때와 같이만 해줘요.]

 

소일초는 취풍녀의 몸 위에서 자신의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자꾸만 뒤통수가 건질 거리는 것을 느끼며……

취풍녀의 몸 구석구석을 색귀에게 배웠던 이론과 주소아와의 무수한 장난(?)을 통해 익힌 실재 기술로서 비벼대고 있는 것이다.

취풍녀는 황홀한 열락 속에서 무엇인가를 쉴 새없이 내뱉고 있다.

[아아……저는……등천삼교주 중 세번 째로……아…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새삼 다시 말하고 있는 취풍녀……

그녀의 무색깔 요기스린 얼굴은 이때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얼굴을 가린 채 할 때와는 또 다른 걸……)

소일초는 시간이 흐를 수록 여러가지 방법으로 절묘하게 그녀를 다루고 있었으며,

취풍녀은 신음을 섞어가며 무엇인가를 열심히 중얼거렸다.

[헉헉……제 역할은 등마제를 통하여……아아……무림의 고수들을 끌어들이는 것……우리는…헉…등천마세의 세 주인……]

그녀를 절정에 달한 손놀림과 몸놀림으로 다루고 있던 소일초의 눈에 반짝 기광이 일었다.

등천삼교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미 등천마세와 관련이 있을 줄은 알았다.

그러나, 그녀가 바로 그 세력의 삼인자라니 놀라운 사실이었다.

등천마세……

이 조직은 정천보과 함께 현세의 무림을 양분한 거대 세력이 아닌가?

취풍녀의 나신은 활처럼 휘어지며 신음과 같은 중얼거림을 계속 흘려내고 있었다.

[헉헉……등천마세의 실질적인 주인은 바로 대교주이고……그는 무림을 제패하려는 원대한 야망을 지니고 무림에……헉헉……]

소일초는 그녀가 하는 말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의무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따가운 뒤통수를 의식하고 있었다.

취풍녀의 말을 귀담아 들을 사람들은 여럿 일 것이기 때문이다.

취풍녀는 이런 순간에도 심신이 흐트러지지 않고 자신의 할 말만은 다 하고 있었다.

그녀의 말은 계속되고 있었다.

[대교주……헉헉……바로 나의 첫남자이며, 대사형……아흑…… 천하에서 가장 무서운 인물……]

취풍녀……

그녀는 등천마세에 관한 그녀가 아는 모든 사실을 지금 이야기 한다.

 

등천대교주 그는 또한 이 땅에서 가장 완벽하며 무서운 지혜를 지닌 인물이다.

그러므로 당금의 고수들 어느 누구도 그를 상대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교주 역시 무서운 야망을 지닌인물이다.

그러나, 대교주와 이교주 그들은 제각기 야망을 지니고 있기에 등천마세의 힘은 분산되어 정천보를 누르지 못하고 있다.

취풍녀 그녀는 대교주 오공천(吳恭天)에게 일찌기 무공을 익히다 몸을 빼앗긴 후 그의 수족이 되어 움직여 왔다.

오공천은 그녀의 몸을 필요할 때 마다 요구했으나 그녀를 아내로 맞을 생각은 없었다.

그녀의 얼굴에 서린 천생적인 요기로 인해 그녀는 향상 두 사형과 심지어 사부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았으며,

오공천에게 몸을 빼앗긴 후에는 이사형인 마금석(馬金錫) 역시 몸을 요구해 왔었고 사부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그녀보다 무공이 고강했기 때문에 반항해도 소용이 없었다.

한번 무너진 그녀는 그들이 요구할 때마다 몸을 제공하는 여인이 되어버렸으며,

때때로 무림에 나와서 자신이 남자를 요구할 때도 있게 변해버렸다.

꿈은 사라지고 사내들에게 짓밟히고 자신이 더럽힌 육체만 남았다.

등천마세는 등천마교의 후신이다.

기적적으로 혈기대종사의 겁을 피한 인물들이 남몰래 등천마교의 옛터에서 흩어진 비급들을 발굴하여 새로이 만들어진 단체이다.

그러나, 그들은 전대의 인물들에 비하여 월등히 뛰어난 기재들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짧은 시간에 다시 엄청난 위세로 부활할 수 있었다.

그들은 지금 자기들의 가장 큰 원수로 삼수를 꼽고 있다.

삼수가 등천마교의 무공, 그러니까 정통마교에서 가지고 나왔던 마교칠십이절기 중 상당수를 장강 변에 있던 등천마교 본단에서 찾아내어 차지해 버렸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혈기자가 일으킨 혈겁의 주역들이 아닌가?

그러한 사실은 소일초와 주소아의 예측을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다.

그들은 등천마세가 삼수가 만든 세력일 것이라고 내심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등천마세를 건설한 주역들은 제이대 등천구마존들이었다.

제일대 등천구마존의 뒤를 잇기 위해 절지에 보내져 무공을 익히던 중이었기에 그들만 살아남았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가장 좋아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소일초도 주소아도 아닌 한천이기인 원천기와 한천녀,

그들은 자신들이 기획했다고도 할 수 있는 등천마교의 후신을 찾았으니 아마도 다시 손에 넣고 그들의 천지파멸인가 뭔가에 사용하려 할 것이다.

소일초는 취풍녀의 입에서 끊임없이 말이 흘러나오도록 하면서 연방 천정으로 신경을 모았었다.

조그마한 잘못이라도 꼬투리 잡을 지 모르는 감시자를 의식하며……

그러나,

이제는 아마도 잘 했으니 상을 받게 될 것이다.

 

 

× × ×

 

[다시는 너에게 그런 일을 시키지 않겠어.]

주소아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지금 그녀는 막 취풍녀에게서 돌아온 소일초를 씻기고 있는 중이었다.

[아까는 눈물이 다 나왔어, 내가 시키고도 얼마나 후회했는데……]

그녀는 소일초의 몸을 한곳도 빠뜨리지 않고 씻고 또 씻었다.

얼마후,

그들은 나란히 침상에 누워 꼭 껴안은 채 도란도란 속삭이고 있었다.

[이제부턴 절대로 떨어지지 말자.]

[그래 우리도 살아선 연리지가 되고 죽어선 비익조가 되자.]

주소아가 백낙천의 장한가의 한 구절로 답한다.

몇 년을 함께하며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인지 깊이 깨닫고 있는 그들……

그들은 사랑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아침……

소일초와 취풍녀는 화려한 마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마차 안에는 소일초가 품에 다섯 여섯 살 정도로 보이는 여아(女兒)를 안고 있었다.

귀엽고 앙증맞으며 깨물어 터뜨리고 싶을 정도의 여아였다.

취풍녀는 소일초가 아침에 어디서 데려왔는지 어린 계집애를 데리고 와서 함께 가야한다고 할때 어리둥절했었다.

영문을 물어보고 누구냐고 물어봐도 얼버무려 버리고 무조건 자기가 데리고 있어야 할 아이라고 했다.

심지어는 그 여아가 옆에 없으면 자기는 죽고 말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취풍녀도 예쁜 아이가 싫지 않아서 그들은 지금 함께 가고 있었다.

한데,

곳 취풍녀는 행동의 제약을 그 여아로 인해 받아야만 했다.

도무지 소일초의 옆에 다가가지도 못하게 여아가 방해하는 것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사라져 가는 마차를 주시하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안개 속에서 우뚝 서 있는 그들은 바로 한천이기였다.

한천이기……

그들은 언제나 이렇듯 소일초의 그림자처럼 그의 주위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천지파멸의 뜻이 이제보터 본격적으로 이 땅에 펼쳐지는 것이다.]

원천기의 말이었다.

그러자, 한천녀가 무감정하게 그의 말을 받았다.

[이제 그들은 진정한 정통마교주가 될 것이다……우리가 등천마세를 거둠으로 인해서 그는 진정한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수족이 되는 것이다……군림보다는 복종하는 정통마교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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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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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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