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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一 章

 

         馬車는 달린다.

 

 

 

휘장이 드리워진 객점의 한 방,

소일초가 정신없이 침상에 골아떨어져 있다.

그리고……

침상 옆에서 그를 지켜보는 홍의면사녀,

취풍녀였다.

[정말 신비한 사람이야……마치 요술장이 같아……]

그녀는 손뼉을 딱딱 쳤다.

그러자,

그 방의 한쪽 귀퉁이에서 검은 복면인이 나타났다.

[여기에 있다가 시간이 되면 이 사람을 데리고 합류해라.]

말을 마친 후 취풍녀는 창 밖으로 튀어나가 버렸다.

흑의인은 해가 저물 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

 

밤(夜),

달빛도 별빛도 없는 칠흑의 밤을 가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일신에 흑의를 걸친 무심냉막한 눈빛의 복면인이었다.

한데,

그의 옷 소매을 보라!

하나의 붉은 꽃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지 않은가?

여섯 개의 꽃잎을 가진 섬찟한 혈화(血花),

그것의 심에는 끔찍하게도 작은 해골이 그려져 있었는데 어둠 속에서도 붉은 꽃잎 속에서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오오……그것은 악마화(惡魔花)……

바로 악마화가 아닌가?

등마제의 신물과 같은 그것은 등마제에 참석하는 인물들만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지금 그 악마화는 복면인 검은 소매에 새긴듯 그려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복면인의 어깨에는 한 명의 청년이 축 늘어진 채 매어져 있었다.

바로 소일초였다.

이때,

소일초는 정신을 잃지 않고 있었다.

객점에서 나온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는 줄곧 복면인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었다.

(이 자가 악마화의 표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등마제를 관장하는 무리와 연관이 있음이 분명하다.)

한데 복면인의 신법은 놀라우리만큼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발 끝이 지면에서 한 자 이상 뜬 채 허공을 부유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절정의 내가고수가 아니면 전개할 수 없는 절정허보(絶頂虛步)였던 것이다.

(취풍녀……이자가 취풍녀의 일개 하수인이라면 등마제를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인물들은 취풍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말인데……)

한편,

복면인은 막 한 절곡에 이르고 있었다.

사방이 울창한 송림에 휩싸인 절곡이었다.

한데 그곳의 중앙,

한 대의 사두마차가 어둠 속에서 우뚝 세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마차 동체가 검은 빛인 마차,

그것은 얼마 전 양양의 한 대로상을 스쳐갔던 바로 그 마차였던 것이다.

(악마의 사두마차……)

소일초는 한천이기의 전음을 생각하며 복면인이 느끼지 못하게 마차를 살폈다.

이때 복면인은 마차에 바짝 접근한 후 공손히 부복했다.

[등마제주(登魔祭主)를 배알하옵니다.]

순간,

고오오------

천지사방이 일시에 멈추는 듯한 적막과 함께 어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어둠의 움직임은 바로 검은 사두마차로부터 시작이되고 있었으며……

어둠의 폭풍은 소일초를 휘감더니 곧장 마차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실로 놀라운 변화였다.

그리고,

처음에는 송림을 울리고 차츰 어둠을 울리고 들려오는 음성이 있었으니……

[수고했다.]

이 소리는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인의 음성인지 사내의 음성인지조차도 구별이 안간다.

[이제 그대는 돌아가도 좋다.]

이 말이 떨어지자……

스스스……

하나의 핏빛이 사위에 진하게 뿌려지고……

어둠을 해치며 들려오던 그 신비한 음성은 이 마차의 전면에 그려진 악마화 속의 푸른 해골에서 부터 흘러나오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 흑의복면인은 더욱 공손히 고개를 조아리더니 이내 몸을 날려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러자,

사두마차는 절곡을 빠져 나와 무서운 속도로 어디론가 질주하기 시작했다.

어둠의 폭풍을 날리며……

 

× × ×

 

마차 안,

사두마차의 안은 넓었다.

사방은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철창으로 완전히 막혀 있었으며……

그것은 사방이 완전히 외부와 차단된 하나의 뇌옥을 연상하리만큼 음침했고 칙칙했다.

어둠의 공간은 질주하는 마차의 흔들림에 따라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간에 떠있는 열 쌍의 눈동자가 있었으니……

그 눈빛은 모두 어둠속에서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단 한 쌍의 눈동자를 제외하고는……

소일초의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 거무럭 거리고 있었다.

어둠을 대낯처럼 환하게 볼 수 있는 소일초……

그는 광채없는 눈으로도 마차의 내부를 선명하게 살필 수가 있었다.

마차 안에는 그를 포함하여 정확히 열 명의 남녀가 이리저리 쓰러져 있거나 눕혀져 있었다.

그들 중에는 양양의 대로상에서 납치당한 소녀도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무심하고 초연한 표정을 짓고 반짝이는 눈동자를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인물들의 나이는 불과 약관 전후로 보였는데 그들의 용모는 천하에 짝을 찾아볼 수 없으리만큼 수려한 것이었다.

남자가 넷, 그리고 여인이 넷……

소일초를 포함하여 열 명의 남녀들은 어둠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살피느라 애쓰고 있는 표정이 역력했다.

두두두-----

마차는 어디론가 질풍처럼 질주하고 있었고,

마차의 유리문을 통해서 흐릿한 달빛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소일초는 생각했다.

이들 모두가 납치당한 인물들이며 일견하여 서생과 여염집 규수들인 것처럼 보이는 것 같지만 실로 절정의 고수들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일이군……저들에게는 제각기 가공할 무공이 있는 것 같은데……스스로의 무공을 애써 감추려 하고이다……아마도 다들 일부러 잡혔겠지……)

짧은 순간,

마차 내부의 인물들에 대해 어느 정도를 살핀 소일초는 이곳의 대부분의 인물들이 어쩌면 자신과 같이 어떤 목적을 두고 계획적인 납치를 당한 것이라 짐작했다.

문득,

그는 마차 안에 감돌고 있는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모두가 구렁이 입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두꺼비들 이었군, 같은데 몸을 두고 있으니 통성명이나 하지……]

그의 음성은 술이 들 깬 듯 일정한 높낮이를 갖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눈동자가 흠칫하면서 그를 주시했다.

하나,

그의 물음과는 상관없이 없다는 듯 마차 안은 여전히 눈을 빛내는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음……구렁이가 혹시 먹지 않을까 두려운 모양인데……]

그는 더욱 더 마차 안의 인물들에 대해서 호기심을 느꼈다.

(정천보 인가 뭔가 하는 데서 파견한 놈들이겠지?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 말도 못하는 겁장이들……)

이때,

그는 다시 불쾌한 듯 물었다.

[어차피 우리는 한 배를 탄 신세가 아니가? 사람이 통성명을 청했으면 무슨 말이라도 있어야 되지 않나?]

문득 소일초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그대는 이곳이 어디인지나 알고 그 따위 소리를 지껄이는 것인가?]

전음이었다.

소일초는 대로상에서 납치당한 소녀를 쳐다보았다.

그로서는 대로에서 납치를 당한 소녀인지 침실에서 납치당한 소녀인지 알 수가 없지만……

그는 빙그레 웃었다.

[물론 알고 지껄이지……여기가 사두마차의 안이라는 걸 왜 모르겠나……우리를 편안히 목적지 까지 데려다 주려고 하는 마차를……]

이 말에 마차 안의 인물들은 침음성을 토했다.

은은히 그들의 얼굴에 놀라움의 빛이 떠오른다.

소녀의 음성이 다시 무게를 담고 이어졌다.

[역시 이 마차가 등마제로 가는 것을 알고 있었군, 그런 것을 알면서도 통성명을 하자는 것은……어떤 의도인가?]

그녀의 전음은 서릿발처럼 차가왔다.

그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역시 겁장이들이야……큰 일하긴 힘들겠어, 너무 작아……]

순간,

마차 안의 인물들의 얼굴에 일제히 차가운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

[말을 함부로 하는군……그대의 진정한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나……목숨이 아깝다고 생각한다면 그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

역시 전음으로 들려오는 이 말,

그것은 한 청년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이때 청년의 눈빛은 하늘을 닮고 있었으며 일파종사의 위엄을 담고 있었다.

소일초는 다분히 놀라며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쓸만한 내공이군……단지 저 눈빛 하나만으로도 정천보에서 지위가 높은 인물이라는 걸 느끼겠는데……)

소일초는 시종일관 불규칙한 높낮이로 주사(酒邪)처럼 말했다.

[과연 정천보의 인물다운 면모가 있어 ……겁이 많은 것이 흠이지만……]

순간,

[죽으려고 환장했군……]

차가운 냉소와 함께……

파아아아------!

좌측 맨 끝에 있던 한 명의 청년이 한 손을 쭉 뻗어 소일초의 목을 노리고 덮쳐왔다.

아니,

그렇게 생각할 즈음 이미 청년의 투명한 손은 소일초의 목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감히 정천보라는 이름을 함부로 들먹이다니 죽어 마땅하다.]

검미를 찌푸린 채 냉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청년의 눈빛은 물처럼 고요하다.

소일초……

자신의 목을 잡아오는 상대방의 손힘에서 그는 가공할 내공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는 내심은 가소로웠다.

순간,

그의 비웃음이 터지기도 전에 소일초의 목을 잡으려던 청년의 손이 딱 멈추어지고,

[으으……이럴 수가……]

그 청년의 얼굴 위로 식은 땀이 맺힌다.

그 식은 땀은 하얗게 질린 그의 얼굴을 타고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손……

소일초의 힘없이 늘어져 있던 손에 언제 뽑혀져 있었는지 둔중해 보이는 붉은 검이 그 청년의 가슴에 대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황검(魔皇劍)이었다.

소일초 그의 몸 어디에도 검이 보이지 않았음에도 이 순간 그는 둔중해 보이는 붉은 마황검을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검에서 뻗어 나오는 미증유의 살기……

그것은 청년의 사지백해를 타고 흘러들며 무서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준다.

[으아악-----!]

비명이 그의 목젖을 울리며 참혹하게 터져 나왔다.

그러자,

마차 안의 나머지 인물들은 그만 경악하고 만다.

그들은 청년의 무공이 얼마나 가공한 것인가를 이미 알고 있었기에……

아무 기척도 흔적도 없이 검을 손에든 소일초의 무서운 쾌검에 그만 질려 버리고 있는 것이다.

소일초는 빙그레 웃었다.

[더 크게……등마제주에게는 아직 들리지 않은 모양이야…… 등마제주라는 인물이 아직까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으니……]

역시 높낮이가 불규칙한 말을 하자,

청년의 비명은 더욱 크게 터져 나왔다.

청년은 아예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의 두 눈은 경악과 불신을 가득 담고 있었으며……

이런 고통 속에서도 자신이 어떤 항거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그는 생애 최초의 회의를 뼈저리게 맛보아야 했다.

그때였다.

어둠의 신분처럼 앉아 있거나 누워있던 나머지 인물들이 만면가득 살기를 담고 소일초를 향해 밀려드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에 마차 안은 진한 살기에 휩싸이고……

그 속에서 소일초의 음성이 살기를 억누르며 터져 나왔다.

[이제 보니……나쁜 놈들이군, 동료가 나를 죽이려 할 때는 방관하더니 내가 고통을 줬을 뿐이데 나를 죽이려 하다니…… 정천보도 확실히 썩은 곳이야……]

몰려드는 인물들은 단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그를 향해 다가설 뿐이었다.

소일초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누군지 물어보지도 않고 살수를 쓰려하다니……좋아……한 발작만 더 다가온다면……아마도 이 마차 안은 아홉 개의 머리가 뒹굴게 될 거야……]

순간,

소일초의 말에 자극을 받은 듯 그들의 동작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멈추었다.

소일초의 마황검이 일렁거렸다 싶은 순간 그들의 소매자락이 일제히 베어져 나갔다.

세상에 이처럼 빠른 검이 있을 수 있는가 싶어 경악하며 그들은 꼼작도 못하고 있었다.

[좋아……그렇게 가만히 있어……그래야 겁장이 정천보의 인물들이라 실감할 수 있지……]

소일초의 말은 결코 전음이 아니었다.

그의 말은 조용한 것이었으나 마차 밖에서도 들을 수 있으리만큼 큰 소리였다.

한데,

마차 밖은 고요하다.

마차 안의 동태가 어떻게 되어가는 지는 전혀 모르는 듯 다만 질주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은 기이한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등마제주라는 인물이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

이 의혹은 정천보의 인물들 역시 크게 의아해 하고 있었다.

문득,

이 의문에 답변이라도 하듯 소일초가 말했다.

[이곳은 외부와 차단이 돼 있어. 흡음판이 설치돼있어 비명소리하나 빠져 나가지 못하게 만들어진 곳이야.]

그랬던가?

그래서 아직까지 등마제주라는 인물이 마차 안에서 일어나는 소요를 짐작하지 못한 것이란 말인가?

[이제 조용히 이름이나 밝혀 보시지……]

 

두두두------

마차는 어둠을 가르며 거침없이 달리고……

마차 안에서는 이제 통성명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강요에 의한 통성명……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이름과 무림의 위치를 밝혔고……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자신을 밝혔다.

그녀 바로 대로상에서 계획적으로 납치당한 소녀와 일파 종주와 같은 기도를 풍기던 청년이었다.

먼저 청년이 입을 열었다.

[본인은 정천수호군에 소속되어 있으며……북궁헌(北穹憲)이라 하오.]

소녀의 입을 열었다.

[역시 정천수호군에 소속이 되어 있으며……왕혜려(王慧黎)라 한다.]

북궁헌과 왕혜려……

비로소 그들의 이름 석자와 소속이 밝혀졌다.

그리고 나머지 인물들의 소속 또한 정천수호군이라는 것도 드러났다.

소일초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북궁헌과 왕혜려……지위는?]

순간,

두 사람의 얼굴에 동시에 떠오른 것은 망설임……

하나,

그들은 소일초의 검에 가슴을 갖다대고 고통에 떨고 있는 청년을 바라보며 나직이 탄식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그대는 많은 것을 알려 하는군……대체 그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훗날……그것이 죽음을 재촉하는 것일지라도 후회하지 않겠는가?]

싸늘한 왕혜려의 말이었다.

그녀의 수정처럼 맑은 눈망울에 떠오른 분노의 빛은 어둠을 부르르 떨게 하고 있었다.

소일초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런 그의 평범한 얼굴에 사이한 아름다움이 햇살처럼 영롱하게 피어오른다.

[너무 정중한 협박이야……그러나 죽음은 나를 피해가지. 그러니 그런 걱정은 접어두고……신분이나 확실하게 밝혀.]

순간 그는 더 이상 청년을 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듯이 한쪽 벽으로 밀어붙였다.

어둠……

그리고 그 가운데의 소일초……

평범가운데 비범을 보이고 있는 소일초의 신색에 정천수호군의 인물들은 알 수 없는 경외감을 느꼈다.

특히,

여인이면서 만인지상의 권좌에 올라있는 왕혜려의 마음은 이 낯선 사내에게 어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충격을 느끼고 있었으니……

(언제 내가 이런 홀대를 당한 적이 있었던가……이 자는 추측할 수 없을 정도의 신비한 사람이다. 또한 고수……무림에 이같은 인물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진정한 정체가 무엇이기에……)

그녀는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추스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나는……정천수호군의 ……군주(軍主)다. 이만하면 됐는가?]

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왔다.

순간,

소일초는 의외라는 듯한 기색이 떠올랐다.

[군주? 당신이?]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정천수호군의 군주-----

무림에 알려진 바 없는 인물이 아닌가?

그 정체가 처음으로 소일초에 의해서 드러나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경이로운 일이었던 것이다.

정천수호군이 어떤 곳이던가?

정천보의 최고의 중추세력 중 하나가 아니던가?

한데,

불과 약관의 그녀가 그 신비의 정천수호군의 군주라는 엄청난 직위에 올라있는 것이니……

더이상 그녀의 뛰어남에 대해 가타부타 논할 필요가 없으리라……

 

북궁헌 또한 정천수호군의 부군주(副軍主)였다.

소일초는 새삼 두 사람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대단한 인물들이로군……이런 곳에서 정천보의 최고 인물들 중 두 사람을 대하게 될 줄이야……그다지 나쁘지 않군.]

그는 비스듬히 마차 벽에 기대며 계속 입을 열었다.

[이젠 됐어……그 정도면 어느 정도의 통성명은 이루어진 것 같으니……무슨 짓을 하든지 상관은 하지 않겠어……]

그는 할 말을 다했다는 듯이 입을 다물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때였다.

부군주 북궁헌이 검미를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통성명을 했다는 말은 어딘지 모순이 있는 것 같군……그대는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러자,

소일초는 조용히 눈을 떴다.

[나?]

그는 기이하게 웃으며 주위의 인물들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나는……유명하지 않은 인물이야……말한다 해도 모를거야……]

[…………]

[하지만 그대라는 말이 듣기 싫어서라도 말해야 겠지……나는……]

중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집중된다.

[……무적검(無敵劍)이라 부르지……]

그리고는 눈을 감았다.

자신의 성명 삼 자는 함구한 채……

한편,

소일초의 말을 듣고난 인물들의 표정에 진한 의혹의 빛이 흘렀다.

(무적검?)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 아닌가?)

그들의 의혹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뛰어난 쾌검으로 볼 때 적당한 이름 같기도 했다.

무적검(無敵劍)……

오직 이 이름을 알고 있는 인물은 그를 제외하고는 두 사람 뿐이다.

바로 주소아와 취풍녀……

아무튼,

이들의 만남은 우연한 것이었고……

한 배를 탄 듯한 마차를 타고 있는 이들의 목적은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있었지만……

마차는 달린다.

두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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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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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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