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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九 章

 

           원로원의 사마귀

 

 

 

등천마세에는 세 개의 금역이 존재한다.

첫째는 대교주인 오공천의 전각이고, 둘째는 등천마세의 원로이자 삼교주의 사부들이 머무르는 등천원로각이며,

마지막 세번째는 최근에 생긴 것으로 바로 무적검이라고 불리는 소일초의 전각이다.

이곳들은 각기 외인들의 출입이 일체 금지되는 곳으로 그곳에 함부로 접근한다는 것은 죽음을 부르는 것이 된다.

바로 얼마 전에 이교주 마금석이 세번째 금역인 소일초의 전각에 접근하다가 죽을 뻔 했었다.

그 사건으로 금역들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한데 이 밤,

두 번째의 금역으로 알려진 등천원로각에 네 사람의 흑의인이 접근하고 있다.

그들은 도둑 고양이 처럼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지도 않고 보무도 당당히 등천원로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등천원로각에 소속된 무사들이 그들을 발견하고 저지하려고 했지만 어느 틈에 소리도 없이 쓰러지고 만다.

삼십여 장을 걸어서 등천원로각의 문에 들어설 때까지 그들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일정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구층으로 된 등천원로각의 문이 열렸다.

여전히 그들은 보무도 당당히 들어섰다.

넓은 공간,

사방 벽에는 등불이 밝혀져 있어 대낯처럼 환했다.

[등천구마존을 만나러 왔다.]

네 사람의 흑의인들 중 한 사람이 말했다.

그의 허리에는 큼직한 호로병이 뚜껑없이 매달려 있었다.

[간이 부었군, 여기가 어디라고……]

희끗희끗한 머리의 초로 노인이 일층에 있다가 쳐다보지도 않고 느릿하게 말한다.

[천지인음양오행마존이 그렇게 대단한가? 우리가 만나볼 수 도 없을 정도로……]

다시 호로병을 찬 흑의인이 말했다.

[우리를 알고 있는 자가 있다니 놀라운 일이군……]

초로의 노인이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발견하고 소리쳤다.

[사마귀(四魔鬼)!]

[그렇다. 우릴 잊지는 않았군, 토마존(土魔尊)!]

네 사람의 흑의인……

그들은 바로 사마귀였다.

제일 좌측에 있는 호로병을 찬 사람이 주귀(酒鬼)로 언제나 바른말을 하지 않는다는 자였다.

그의 주전신공의 뛰어남은 익히 알려진 바이다.

그리고, 불그스레하고 중후한 얼굴의 미남자는 색귀(色鬼)로 대자비수의 명인이며,

시원시원한 풍모의 깔끔한 사람은 바로 세상에서 가장 도둑질에 뛰어나다는 투귀이고,

가장 우측에 있는 무심한 얼굴의 사람이 철저한 도박사인 도귀(賭鬼)이다.

실질적으로 사마귀중 가장 뛰어난 무공을 소유했다고 알려진 자……

그리고 전설적인 무적검객 검마의 후손……

토마존은 갑작스런 그들의 출현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때였다.

[사마귀가 무슨 일로 야심한 밤에 우릴 찾아왔는가?]

위층에서 여덟 명의 노인이 내려오고 있었다.

주귀가 호로를 집어들며 말했다.

[천마존! 오랫만이다. 같은 곳에 있으면서도 얼굴보기가 힘 드는군.]

[무슨 일인가 주귀! 이곳은 네가 함부로 올 곳이 못되는데.]

이때 도귀가 불숙 나섰다.

[그럼 먼저 한 판 벌여서 올 곳인가 못 올 것인가를 결정할까? 이곳이 올 곳이라는데 걸겠다.]

지마존을 얼굴을 찌푸렸다.

[도귀! 함부로 말하지 마라. 지난 정리를 보아 참고 있지만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지마존 너야 말로 함부로 나서지 마라. 내 아우의 말이 지당하다.]

주귀가 입에 술을 가득 물고 말했다.

[우리는 오늘 너희 구마존에게 물어볼 것이 있어서 왔다.]

[좋다. 무엇을 묻고 싶은지는 모르지만 오늘 살려서 돌려보내지는 않겠다.]

천마존이 살기를 일으키며 말했다.

으하하하하------

갑자기 사마귀가 일제히 웃었다.

그러더니 뚝 그치고 주귀가 말했다.

[구마존! 우리에게 패해서 다시는 무림에 얼굴도 내놓지 않겠다든 너희들이 제자 잘 키워 지금 행세하려는 것이냐?]

일순 구마존의 몸이 부르르 떨었다.

그들은 제일대 등천구마존의 뒤를 잇기 위해 이곳 서천목산에서 무공을 익히고 있던 도중 모두가 사마귀에게 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때는 사마귀도 백인장의 정뇌로 잡혀가기 전이었고 등천마교도 멸망하기 전이었다.

주색투 삼마귀의 무공은 그들로서도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었지만 도귀(賭鬼)의 수정검우(水晶劍羽)만은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 없어 힘도 쓰지 못하고 순식간에 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것은 그들에게 최고의 치욕이었던 것인데, 오늘 다시 그 일을 떠올리게 하자 결코 사마귀를 살려둘 수 없다고 생각하는 구마존이었다.

이미 그들의 마공은 그때와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고 천하의 강자로 자부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때도 수정검우만 아니었어도 패하진 않았을 것이다.

구마존은 일제히 몸을 날려 사마귀를 포위했다.

투귀가 차갑게 말했다.

[구마존, 너희들의 무공은 많이 발전했다. 아마 이전의 우리라면 아주 쉽게 이길 수도 있겠지……하지만,]

[…………!]

[우리 역시 예전의 사마귀가 아니야. 한 번 싸워보면 쉽게 알 수 있겠지.]

색귀가 그의 일대 정마(情魔)로서 떨쳤던 부드럽고 중후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는 우리가 듣고 싶었던 말 만 들으면 조용히 가겠다.]

천마존이 침음성을 흘리며 물었다.

[대체 무슨 말이 듣고 싶은가?]

[삼수(三手)가 숨은 곳!]

도귀가 짧게 대답했다.

천마존은 일순어이가 없는 듯 했다.

[삼수가 어디 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안단 말이냐?]

[천마존, 바른대로 말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는 너희들이 삼수가 있는 곳을 알아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찾아온 것이다.]

주귀는 입 가득히 술을 머금고 있었다.

그 술은 어떤 조화를 부릴 지 예측할 수 없다.

[어떤 정보를 입수했다는 것인가?]

구마존은 서서히 포위를 압축시키며 물었다.

[너희들의 등천마교는 삼수에게 멸망했다지? 그리고 나중에는 삼수가 본단에 있는 비급까지 찾아서 가 버렸다고 들었다.]

[그 말은 사실이다. 우리는 그들과 철천지한이 있다.]

[우리 역시 삼수에게 깊은 원한이 있다.]

천마존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너희 사마귀는 백인장에 원한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천만에, 백인장에는 우리가 잘못해서 잡혀간 것, 백인장에는 원한이 없다. 하나……]

[……?]

[삼수는 우리 제자를 죽였다. 이 원한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

도귀(賭鬼)의 자르듯 차가운 말에 구마존이 일제히 웃었다.

[도귀, 네 무공이 아주 독보적이라는 것은 우리도 인정한다. 하지만 삼수는 공포의 고수다. 누구도 대적하지 못하는 천하제일인 혈기자의 제자들이고 게다가 등천마교의 절대마공들을 익혔다.]

도귀는 코웃음을 쳤다.

[삼수는 셋, 사마귀는 넷이다. 그리고 아무리 그들이 강하다고 해도 제자의 복수를 포기하고서는 사부의 자격이 없다.]

[아주 좋은 사부인데, 제자는 어땠는지 모르겠군.]

[우리 제자를 함부로 말하지 마라. 그의 무공은 오히려 우리보다 강했다. 그리고 무림인이라면 어느 누구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신분을 지니고 있었다.]

주귀가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그가 누구였는가?]

천마존이 몹시 궁금한 듯 물었다.

스승보다 강한 제자는 드문 것이다.

더우기 사마귀는 대단한 고수인데, 그들보다 강하다면 필시 무림에 이름 있는 고수였으리라 생각한 때문이다.

[먼저 삼수가 어디에 있는지 부터 말해라.]

[좋다, 우리도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수하들의 소식에 의하면 삼수는 뜻밖에도 정천보에 잠입해 있는 것 같다. 자세한 소식은 전하지 못한 채 모든 수하들이 죽고 말았다.]

천마존은 사마귀 역시 삼수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동질감이 느껴져서 순순히 알려 준것이다.

[음……정천보. 좋아, 우리 제자는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신행마동이다.]

주귀의 자랑스런 말에 구마존은 깜짝 놀랐다.

신행마동,

무림의 골치덩어리 말썽꾼이면서도 누구도 손댈 수 없었던 존재가 아닌가?

최강의 세력이라고 알려져 온 백인장의 귀공자,

뛰어난 무공으로 삼수와 맞섰다가 목숨을 잃은 신행마동이 사마귀의 제자였을 줄이야……

사마귀가 제자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원수를 갚으려고 발버둥치는 것도 익히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천마존, 고마웠다. 그럼 다음에 보자.]

사마귀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했다.

[잠깐!]

천마존이 소리쳐 불렀다.

[그냥은 못 간다. 오랫동안 묶은 감정의 빛을 갚겠다.]

사마귀가 느긋하게 웃었다.

[얼마든지……]

구마존이 사마귀를 둘러싸고 천천히 원을 그렸다.

그들의 몸이 점차 가지각색의 안개로 뒤덮히기 시작했다.

마공을 일으킨 것이다.

치직-----

칙치익----

안개가 퍼져 나가면서 닿는 것은 무엇이거나 녹아내렸다.

사마귀는 긴장된 표정으로 다가오는 안개를 바라보았다.

도귀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려는 순간 주귀가 그를 저지시켰다.

[막내는 최후의 순간에 나서라 이 것은 내가 막겠다.]

순간 그의 입에서 뭉게뭉게 구름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언젠가 소일초가 선보인바 있는 바로 그 주정이었다.

주귀는 술이 부족한 듯 급히 더 들이키고 주정을 피워올렸다.

그의 입이 다물어지는 순간 주정은 거대한 청룡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오색빛깔의 마기에 휩싸여 있던 구마존이 흠칫했다.

거대한 청룡은 주귀의 손끝을 따라서 사마귀를 에워싸고 돌았다.

순간,

치이이익-------

청룡과 오색의 마기가 부딪치면서 강한 마찰음이 일었다.

구마존은 경악했다.

옛날 주귀의 무공은 자기들 개개인과 비슷했는데 지금은 그들 모두를 동시에 상대해 내지 않는가?

주귀의 얼굴이 붉게 변한 것이 힘든 모양이었으나,

몰려오는 마기를 청룡이 몰아치며 막아내고 있었다.

구마존은 일제히 포위를 압출하며 들어왔다.

청룡은 감옥에 갇힌 듯 몸부림치며 돌았다.

그러나 구마존의 압력을 감당할 수 없는 듯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구마존은 점점 다가서고 청룡은 줄어들어 겨우 사마귀를 보호할 수 있을 뿐 공격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마존도 함부로 더 다가서지 못하고 있었다.

사마귀중 남은 세마귀는 아직도 손을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주귀의 얼굴은 벌겋게 되어 굵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순간, 색귀의 손이 번쩍 치켜 올라갔다.

[수강(手罡)!]

고오오오-------

구마존이 경악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색귀의 손에서 장력도 수영(手影)도 아닌 검기처럼 예리한 강기가 폭출된 것이다.

구마존은 그 상태에서 맞받을 수가 없어 마기를 수축시키며 일제히 손을 뻗어 수강을 맞이했다.

카카캉------

섬짓한 소리가 들리며 구마존과 색귀가 동시에 비틀거렸다.

[……어떻게 소림의 대자비수에서 수강이 나올 수가?]

지마존이 믿을 수 없는 듯 말했다.

[이 정도가 되지 않고 서야 삼수를 찾아갈 생각이나 했겠나?]

주귀가 청룡을 회수하고 있었다.

이제 서로의 탐색전은 끝나고 본격적이 대결이 시작되려는 것이다.

그들의 용쟁호투는 구름을 부르고 바람을 일으켰다.

도귀를 제외한 삼마귀와 구마존의 접전은 팽팽하게 치닫고 있었으며……

사마귀 중 가장 강한 도귀가 버티고 있으니 구마존은 심리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사마귀의 무공은 과연 놀라웠다.

무림에 알려져 있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물론 그들이 사용하는 수법들은 더욱 능숙하고 보완되었을 뿐 그다지 다를 것이 없었다.

주귀의 주전신공과 색귀의 대자비수, 그리고 투귀의 매화지……

그러나, 그들의 수법은 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원이 높아져 있었다.

어떤 계기로 인하여 그들의 무공이 일제히 높아 졌음에 틀림없다.

갑자기 주귀가 소리쳤다.

[잠깐!]

그 소리에 구마존과 색귀, 투귀가 손을 멈추었다

[무슨 일이냐?]

천마존이 붉은 안개 속에서 물었다.

주귀는 도귀를 돌아보며 말했다.

[막내야. 이제 네가 상대해보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도귀는 대답하고 앞으로 나섰다.

색귀와 투귀는 물러서서 그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구마존은 아연 긴장했다.

드디어 가장 염려했던 놈이 나선 것이다.

예전에도 도귀의 무공은 월등했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더욱 고강해진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구마존은 이미 자신들이 패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상대방은 자기들을 단지 무공을 실험해 보기 위한 상대 정도로 밖에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때,

[사마귀! 여기 숨어있었구나.]

갑자기 등천원로각의 문을 부수듯 열면서 날아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육척에 달한 훤칠한 키,

영준한 얼굴, 백의를 입은 소일초였다.

사마귀는 물론 구마존도 어리둥절했다.

퍽------

소일초는 구마존이 일으키고 있는 오색의 마기를 그대로 뚫고서 사마귀의 앞에 내려섰다.

구마존은 그 충격에 비틀거리며 믿을 수 없는 사실에 경악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마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관통해 버리는 사람이 있다니……

사마귀도 그에게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힘을 느끼면서 공력을 최고로 끌어올렸다.

[사마귀! 볼 때마다 어디 갇혀 있다니, 꼴좋구나.]

소일초는 신나게 떠들었다.

사마귀는 어리둥절했다.

도무지 만난 적도 없는 것 같은 청년이 눈앞에 나타나 친근감을 보이며 아는 척 하는 것이 아닌가?

[제기랄……내가 얼마나 찾았다구. 등천마세에 있다면서 이제서야 얼굴을 드러내?]

주귀가 도저히 알수 없다는 듯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나? 나를 몰라? 정말 기가 막히는데……]

소일초는 자신이 변한 것은 생각도 못하고 사마귀를 갉는다.

그때,

[무적검!]

천마존이 경악하며 대답했다.

그는 수하들을 통해서 소일초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마귀도 눈이 번쩍 뛰였다.

그들 역시 등천마세에 있으면서 무적검의 소문을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귀가 소일초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만나서 반갑소. 언젠가 한 번 만나고 싶었소.]

[도귀! 무슨 어울리지 않는 말이야. 그리고 전보다 더 강해진 것같은데……그리고 보니 주귀 색귀 투귀다 몰라볼 정도로 강해졌는걸……]

사마귀는 입을 딱 벌렸다.

자기들을 정확하게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이 무적검이란 청년을 그들은 도무지 본 적도 없는데……

그때,

[이 멍청이! 내 이럴 줄 알았어. 저래서야 뭘 믿고 시킬 수가 있어야지……]

얼굴에 면사를 가린 늘씬한 몸매의 여인이 들어오며 넋이 빠질 듯 아름다운 목소리로 말한다.

갑작스런 젊은이들의 잇따른 등장에 구마존과 사마귀가 정신을 못 차리는데,

그녀는 사마귀를 보고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당신들이 사마귀죠?]

[그렇소? 낭자는?]

어느 틈에 색귀가 얼굴을 돌리고 말한다.

그의 독문수법이 나온 것이다.

[호호호……]

소녀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리는데 무적검이란 청년이 색귀의 귀를 확 잡아당겼다.

[저 여자는 안돼!]

색귀가 그의 손을 의식하고 피하려 했지만 마음뿐 꼼짝없이 잡혀서 얼굴이 돌려졌다.

다른 삼마귀는 그 빠른 손놀림에 멍청해져 손쓸 생각도 하지 못했다.

[여러분들은 저와 함께 가도록 해요. 제가 반가운 사람을 만나게 해드리죠.]

면사로 얼굴을 가린 주소아가 상냥하게 사마귀를 향해서 말했다.

구마존은 어떻게 할 지를 정하지 못한 듯 멈칫멈칫했다.

소일초는 주소아가 이미 온지라 자신의 할 일은 길을 여는 것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구마존을 향해 몸을 돌렸다.

[당신들이 구마존이라고?]

[그렇다.]

[잘됐어. 이미 당신들 주인이 이곳 어딘가에 와 있을 거야. 그가 나에게 소식을 알려 주어 이렇게 왔으니까?]

구마존은 무슨 소린 지 몰랐다.

[뭘해? 빨리 나와서 길이나 열어주지 않고?]

소일초가 소리쳤지만 사방은 조용하고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당신들 주인이 나오기 싫은 모양인데……]

[……?]

[하는 수 없지 그럼, 당신들이 죽든 살든 보살피지 않는 주인을 원망하라구……]

천마존이 분노했다.

[미친 놈!]

소일초가 그를 바로 쳐다보았다.

[길을 열지 않으면 내가 저승길을 보여주겠다.]

순간, 주귀가 술을 들이키며 말했다.

[그 말 한 번 좋구나.]

구마존의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며 오색 마기가 더욱 짙어졌다.

[뭘 해! 빨리 가자.]

주소아가 독촉했다.

그러자, 소일초의 오른손이 앞으로 숙 뻗어졌다.

그의 몸 어디에도 보이지 않던 둔중한 마황검이 어느새 그의 손에 쥐어져있었다.

붉은 빛이 빛살처럼 퍼저나가며 마황검이 일 만개로 분리되는 듯 했다.

쇄애애액--------

[흐으윽……]

구마존의 몸에서 흘러나와 구름띠처럼 사마귀와 소일초를 애워싸고 있던 오색마기가 가닥가닥 잘리면서 흩어져 버렸다.

[사마귀 가자.]

하고 소리치며 구마존의 사이를 성큼 걸어나가는 소일초의 손에는 벌써 마황검이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사마귀는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며 그를 따라 갔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군……]

구마존은 지나가는 그들을 보기만 할 뿐 더이상 손을 쓰지 못했다.

자기들을 발가락 사이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는 소일초의 엄청난 무공에 완전히 질려버린 것이다.

천마존이 탄식을 했다.

[내일은 오공천에게 가봐야겠군……]

그것은 그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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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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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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