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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십삼년후(十三年後)> 높은 산을 등지고 넓은 강을 앞에 둔 곳에 세워진 웅장한 성채. 성채로 통하는 길로는 수많은 마차와 사람들이 오가고. 넓은 강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오가고 있다.

선착장에서는 사람과 짐들이 부려지고 있고

사람들과 마차들이 드나드는 웅장한 성문. 성문에는 <神女門>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무사들이 지키고 있지만 드나드는 사람들을 간섭하진 않는다.

<-신녀문(神女門)> 성문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상인1; [신녀문은 나날이 번창하는구만.] 동료와 함께 짐을 지고 신녀문 정문으로 다가오며 말하고

상인2; [문주이신 천안신녀(天眼神女)님의 신통력 덕분이지.]

상인2; [흘낏 보기만 해도 그 사람의 과거와 미래를 여지없이 맞춘다잖아.]

상인1; [하긴 그 때문에 우리같은 상인들도 큰 거래를 하기 전에는 어떻게든 천안신녀님을 알현하려고 애를 쓰게 됐지.]

상인2;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이면서 신녀문은 저절로 천하에서 가장 거대한 세력이 되었어.]

상인2; [구대문파는 비교 대상조차 못되고 오직 강남(江南)의 무황성(武皇城)만이 신녀문에 맞설 수 있다는 게 강호의 통설이야.]

상인1; [천안신녀의 신통력이 사라지지 않는 한 신녀문의 욱일승천하는 기세는 멈추지 않겠지.] 대화하며 성 안으로 들어가는 상인들

 

#3>

신녀문 끝. 높은 절벽을 등지고 세워진 고색창연한 건물. 단층이지만 아주 높고 옆으로도 길다. 일종의 도서관. 건물 주변은 공터이고 공터 외곽은 높은 담장으로 쳐져 있다. 그 건물 주변에는 신녀문의 다른 곳과 달리 사람이 전혀 없다

건물 처마에 걸려있는 현판. <天魔藏經閣>

천마장경각 앞에 두 명의 여자가 서있다. 한명은 나이가 든 차가운 인상의 중년여인이고 다른 한명은 16-7세쯤의 활달하고 예쁜 소녀다. 소녀는 두 손에 쟁반을 들고 있다. 이 소녀의 이름은 당숙분. 다른 작품의 <분이> 캐릭터. 분이로 명칭

내총관; [다시 한 번 주의사항을 말해봐라.]

분이; [예 내(內)총관님!] 공손히 고개를 숙인다. 쟁반에는 차와 다과가 얹혀져 있다

분이; [소문주님께 먼저 말을 걸면 안되고 질문을 하시더라도 대답 외의 말은 하면 안된다.]

분이; [또 소문주님의 허락 없이는 몸에 손을 대면 안된다! 라고도 하셨사옵니다.] 단숨에 주워 삼키고

내총관; [잘 기억하고 있구나.] 끄덕

내총관; [소문주님은 몸이 약하여 쉽게 병에 걸리신다.] [그래서 가급적 사람들과의 접촉을 제한해야한다.]

내총관; [신녀문의 다른 곳과 달리 이곳 천마장경각(天魔藏經閣) 근처에 인적이 드문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내총관; [분(粉)이 네가 소문주님의 전속시녀로 발탁된 건 누구보다 몸이 깨끗할 뿐 아니라 건강한 체질 덕분이다.]

분이; [천한 계집에게 막중한 소임을 맡겨주셔서 감사드리옵니다.]

내총관; [그만 들어가 봐라. 소문주님께서 요기를 하실 시간이 되었다.]

분이; [예...] 고개 숙이고

이어 긴장한 표정으로 조신하게 천마장경각 안으로 들어가는 분이

내총관; (가엾은 것...)

내총관; (이번에는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한숨 쉬며 돌아서고

그러다가 흠칫! 하는 내총관. 담장 너머를 올려다본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웅장한 오층탑. 중국식의 탐으로 내부는 넓은 방이다. 천마장경각과는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지만 워낙 높아서 천마장경각에서도 보인다.

그 오층탑 꼭대기의 창가에 누가 서있다.

크로즈 업. 바로 냉상영이다. 이때의 나이는 30대 중반. 아주 차갑고 아름다운 모습인데 야한 잠옷 차림이다. 냉상영은 다른 작품의 냉상영, 위상영과 동일 캐릭터

내총관; (역시 문주님께서 지켜보고 계셨구나.) 겁을 먹은 표정으로 고개를 조아리고

고개를 조금 까닥이는 냉상영

내총관; (하루하루가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다.) 고개 숙인 채 천마장경각을 둘러싼 담장에 나있는 문쪽으로 가고

내총관; (문주님 눈 밖에 나면 누구라도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으니...) 겁에 질려 식은땀을 흘리는 내총관의 얼굴

 

#4>

[...] 차가운 표정으로 천마장경각 쪽을 보고 있는 냉상영. 그 배경으로 나레이션. <-신녀문 문주 천안신녀(天眼神女) 냉상영(冷霜英)>

냉상영; (청풍이를 데려온 후로 어느덧 십삼 년...)

냉상영; (시간이 갈수록 제 아비를 연상케 해서 심란해진다.) 꽉! 콰득! 창틀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그 바람에 쇠로 만든 창틀이 우그러지고. 그때

[마음의 동요가 느껴지는군.] 누군가의 말이 들리고. 고개 조금 돌려 돌아보는 냉상영

철신장; [아들에 대한 걱정인가?] [아니면 아들 주변의 계집들 때문인가?] 대 여섯명이 누울 수 있는 아주 넓은 침대에 상체를 벌거벗은 채 쿠션은 등에 댄 채 비스듬히 누워서 보고 있는 거인. 피부가 거뭇하고 강철처럼 번들거린다. 머리는 대머리고. 온몸이 강철로 이루어진 듯한 인상. 이자는 신녀문의 최고 고수들인 사신장중 철신장. <마면기정 자료집 제15페이지>의 <포철두> 캐릭터

철신장; [아니면 내 사랑이 부족했던 것인가?] 음산하게 웃는 철신장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신녀문 사신장(四神將)의 일인 철신장(鐵神將)>

냉상영; [다 틀렸어요.] 돌아서고

냉상영; [내 마음에는 동요라는 게 아예 일어나지 않으니까요.] 야한 걸음걸이로 침대로 걸어가고

철신장; [아무리 천안(天眼)을 지녔다 해도 본좌를 너무 얕보지는 마라.] 음산한 표정으로 웃고

철신장; [비록 영락(零落;몰락)해서 신녀문의 문지기 노릇을 하고 있긴 해도 나 방철산(方鐵山)은 마교(魔敎)의 적통!] 자부심에 찬 표정

철신장; [사람의 마음 정도 못 읽을 정도의 무지렁이는 아니다.]

냉상영; [누가 당신을 무지렁이라 여기겠어요?] [뭐라 해도 당신은 사비세(四秘勢)중 하나로 꼽히는 마교의 후손이신데...] 슥! 침대로 올라가는 냉상영

냉상영; [비록 내가 당신의 아내는 아니지만 여자의 도리는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 일체의 의심도 의혹도 품지 않도록 하세요.] 철신장의 아랫도리 위에 걸터앉으며

냉상영; [나 냉상영은 당신과 해로동혈(偕老同穴)하게 될 테니까요.] 잠옷 치마를 위로 걷어올리고

철신장; [해로동혈이라...]

철신장; [그것도 당신이 지닌 선견천안(善見天眼)으로 본 미래인가?] 냉상영에게 몸을 맡긴 채로 지긋이 올려다보며

냉상영; [좋을 대로 생각하세요.] 몸을 숙여 키스하고.

마주 끌어안으며 키스하는 철신장

냉상영; (마음에 동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물론 거짓말이다.) 철신장과 키스하며 생각하고

<청풍이를 떠올릴 때마다 날 버린 무정한 그 인간, 이무외에 대한 애증이 들끓어 오르니...> 정사하는 두 사람 모습 배경으로 냉상영의 생각

 

#5>

천마장경각.

어둑한 내부를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분이. 천마장경각 내부는 거대한 도서관. 천장까지 닿는 높은 책장들이 미로를 이루고 있고 그 사이로 길이 나있다. 책장 여기저기에는 사다리도 기대어 놓여있고

분이; (말... 말로는 들었지만 정말 대단한 곳이야.) 두리번. 흥분

분이; (천마장경각은 고금제일인으로 불리던 천마(天魔) 방각(方角)의 장서 수십만 권이 보관되어 있는 서고야.)

분이; (하지만 천마 방각이 제자와 친인들에게 배신당해 비참하게 죽은 후 천마장경각은 방치되어 왔다고 해.)

분이;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천마장경각에는 무공과 관련된 서책은 단 한권도 없어서 무림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게 첫 번째고...)

분이; (천마장경각에 천마의 원혼이 떠돈다는 소문이 두 번째 이유야.) 오싹! 소름이 돋는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고

분이; (실제로 천마장경각 안을 배회하는 유령같은 존재를 목격한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해.) 쟁반을 든 손이 좀 떨리고

분이; (그러다가 십 몇 년 전 천안신녀께서 천마장경각 근처에 거처를 만드시면서 다시 사람들이 드나들기 시작했어.)

분이; (그렇긴 해도 워낙 무섭고 음침해서 인적이 드문 곳인데...)

분이; (이런 천마장경각에 상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어.) 앞을 보고. 높은 책장들 사이에 불빛이 비치고

<그것도 겨우 내 또래의 나이에 불과한 어린 분이...> 분이의 생각 배경으로 책장 사이의 모습. 원형의 공터가 있고. 그 공터에 커다란 책상이 놓여있다. 책상 옆에는 침대도 있고 식탁으로 쓰는 낮은 탁자도 있다. 책상에는 수많은 책들이 쌓여있고. 의자에 앉은 청풍이 책상에 쌓인 책들을 뒤적이며 무언가 종이에 쓰고 있다. 이때 나이는 16세. 병약한 인상에 얼굴이 창백하다. 책상에는 빛을 발하는 구슬이 달린 기둥이 네 개 세워져 있다. 구슬에는 갓이 씌워져 있어서 빛이 탁자 책상 중앙에만 비친다.

분이; (우리 신녀문의 소문주이신 이청풍(李淸風) 공자님...) 얼굴 좀 발개지고

분이; (몸은 약하지만 지혜롭기는 천하에서 으뜸간다던가?) 조심스럽게 청풍이 앉아있는 책상쪽으로 다가가고

분이; (저 나이에 벌써 천마장경각의 책을 대부분 읽으셨다는 소문도 있어.) 책상 바로 옆에 다가서고. 그러자

청풍; [수고했어. 거기 두고 가.] 고개도 들지 않고 책을 읽으면서 말하고

분이; [예...] 달칵! 조심스럽게 책상 한쪽에 쟁반을 내려놓고

분이; [근처에 있겠사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불러주시옵소서.] 공손히 말하지만

귀찮다는 듯 고개도 안 들고 가보라고 손짓하는데. 그 직후

툭! 책에 떨어지는 핏방울

[!] 돌아서려다가 깜짝 놀라는 분이

주르르! 청풍의 코에서 피가 흘러

후두둑! 책을 적시고

청풍; [이런...] 띵! 현기증을 느끼고 휘청하고

분이; [소문주님!] 와락! 급히 청풍에게 달려들어서

분이; [고개를... 고개를 뒤로 젖히세요.] 청풍을 몸을 뒤를 젖히게 하며 소매로 청풍의 코를 쥐어 막고

청풍; [호들갑 떨 거 없어.] [코피 흘리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니...] 고개를 젖힌 채 코맹맹이 소리로 말하는데

분이; [대수롭게 생각하시면 안돼요. 몸에 심각한 이상이 있어서일 수도 있으니까요.] 청풍의 코피를 닦아주며 걱정스럽게 말하고

청풍; [내가 약골이라는 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데 뭔...] + [!] 말하다가 눈을 좀 치뜨며 분이를 보고. 비로소 분이가 처음 보는 얼굴이라는 걸 알아봤다.

청풍; (못 보던 얼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코피를 닦아주는 분이를 보고

분이; [침대로 모시겠어요.] 한손으로는 청풍의 코를 잡고 한손으로는 청풍의 몸을 부축해서 일으키는데

청풍; [괜잖데도 그런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일어나고

분이의 부축을 받아 옆의 침대로 가는 청풍

분이; [오늘은 책 그만 읽으시고 쉬도록 하세요.] 청풍을 침대에 누이고

분이; [좋아하는 책을 오래 오래 읽으시기 위해서라도 몸 관리를 잘 하셔야만 해요.] 소매로 청풍의 코 주변의 피를 닦아주고. 그런 분이를 빤히 보는 청풍

청풍; [우리 오늘 처음 보는 사이지?]

분이; [예... 어제까지 소문주님 시중을 들던 매화언니는 시녀 일을 그만 두었다고 해요.]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고

청풍; [그렇게 되었군.] 한숨. 뭔가 짐작한 표정이고

청풍; [자긴 이름이 뭐야?]

분이; [당숙분(唐淑粉)이라고 해요.] 청풍의 얼굴을 손수건으로 잘 닦아주며

분이; [아는 사람은 분이라 부르니까 소문주님도 절 분이라 불러주세요.]

청풍; [숙분...] [고운 피부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로군.]

분이; [고마워요 소문주님.] 얼굴 살짝 붉히고

청풍; [나이는?]

분이; [아마 제가 소문주님보다 한 살 많을 거예요.]

청풍; [그럼 분이누나라고 불러야겠군.]

분이; [그... 그러지 마세요.] 기겁

분이; [소문주님께서 저같이 천한 계집을 누나라고 부르는 걸 문주님이 아시면 불벼락이 떨어질 거예요.] 주변 눈치 보며

청풍; [알았어. 분이라고 부를 테니까 자주 들러서 내 이야기 상대가 되어줘.] 고개 끄덕이며 웃고

청풍; [천마장경각에만 갇혀 지내다 보니 바깥세상 이야기도 궁금하거든.]

분이; [갇혀 지내신다니 무슨 말씀이신가요?] 놀라고

청풍; [뭐 좀 복잡한 사연이 있어.] 한숨

말없이 청풍의 얼굴을 닦아주는 분이. 그러자

청풍; [궁금해서 못 참겠다는 표정이니 말해줘야겠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

청풍; [분이도 알고 있겠지만 난 아버지가 누군지 몰라.] 우울한 표정

청풍; [철이 들어서 그걸 궁금해 하자 어머니는 천마장경각에 숨겨져 있는 뭔가를 찾아내면 아버지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하셨어.]

분이; [문주님은 여기서 뭘 찾으라고 하신 건가요?] 어리둥절

청풍; [마교의 마지막 교주였던 천마 방각의 최후 절기!]

분이; [천... 천마 방각의 절기가 이곳에 숨겨져 있다구요?] 놀라고

분이; [제가 알기로 천마장경각에는 무공과 관련된 책은 단 한권도 없다던데...] 고개 갸웃하며

청풍; [고금제일인으로까지 불리는 천마 방각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고 있지?]

분이; [예... 천마는 마교와 함께 사비세로 꼽히는 삼성동과 천신부(千神府) 문주들의 협공을 받고 중상을 입었는데...]

분이;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겨우 생환한 천마를 마교의 수뇌부가 암살했다고 들었어요.] 끄덕이고

청풍; [천마 방각의 오만하고 무자비한 성격이 초래한 비극적인 결말이었는데...]

 

<제자들과 친인들에게 온몸이 찢겨서 죽어가며 천마는 이렇게 외쳤다는군. [천마장경각에 내가 남긴 저주가 있다!]> 쇠사슬에 묶여 만신창이가 된 마왕같은 노인이 울부짖는 모습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주변에는 십여명의 남녀가 서있고

 

분이; [천마가 남긴 저주라면 혹시...] 놀라 눈 치뜨고

청풍; [누구나 그게 천마의 최후 절기라 생각했지.] 끄덕

 

<하지만 그 직후 들이닥친 삼성동과 천신부의 고수들에게 마교의 수뇌부는 궤멸 당해버렸다고 해.> 고문실 문을 박살내며 들이닥쳐 천마의 제자들과 친인들을 죽이는 두 명의 노인. 당시 삼성동과 천신부의 문주들이다. 벽에는 천마가 만신창이가 되어 창자를 줄를 줄리며 매달려 있는 모습이 보이고

 

청풍; [그 때문에 천마장경각에 얽힌 비밀은 세상에 널리 퍼지지 않았어.]

청풍; [다만 삼성동과 천신부는 죽어가는 마교 수뇌부를 고문해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분이; [저... 저같이 천한 계집이 알면 안되는 비밀을 안 것같아요.] 겁에 질리고

청풍; [입 밖으로 내지만 않으면 돼.] [어차피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비밀이니까.] 태연하게 웃고

분이; [천마장경각이 삼백년 넘게 훼손되지 않은 게 그 비밀 때문이겠어요.] 눈 반짝이며 말하고

청풍; [예리한 안목이야!] [천마가 남긴 저주에서 그것까지 유추해내고...] 엄지손가락 세워 보이며 웃고

분이; [민... 민망해요.] 얼굴 붉히고

청풍; [전설이 사실이라면 고금제일인인 천마의 최후 절기를 찾을 수 있는 단서가 이 안 어딘가에 있어.] 둘러보고

청풍; [그래서 피아를 막론하고 천마장경각의 물건은 그게 무엇이든 훼손해서도 안되고 밖으로 유출시켜도 안된다는 묵계가 이루어졌지.]

청풍; [덕분에 천마장경각은 천마 방각이 죽을 때와 똑같은 형태와 장서를 유지하고 있는 거야.] 둘러보면서

분이; [하지만 문주님도 참 너무 하세요.]

분이; [몸도 약하신 소문주님께 천마의 절기를 찾아내라는 분부를 하시기나 하고...] 입술 삐죽거리고

청풍; [어머니도 오죽 답답했으면 그러셨겠어?]

청풍; [게다가 어머니는 그냥 막연히 천마의 절기를 찾아내라는 요구를 하신 건 아니야.] 쓴웃음

분이; [어떤 단서라도 제공하신 건가요?] 눈 반짝

청풍; [역시 분이는 내가 아는 신녀문의 그 누구보다 영민해.] 웃고

분이; [과... 과찬이 지나치세요.] 얼굴 붉히고

청풍; [책상위에 양피지가 몇 장 있을 거야. 가져와봐.] 책상을 보고

분이; [예...] 일어나고

책상으로 가는 분이

책상 위의 모습. 수십 권의 책이 쌓여있고. 글이 적힌 여러 장의 종이들도 어지럽게 널려 있는데.

그 종이들 사이에 두께가 두꺼운 종이가 몇장이 있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양피지들이다.

분이; (이걸 말씀하시는 거겠지?) 사락! 챙겨들고

다시 침대로 돌아와서

분이; [여기...] 두 손으로 양피지를 내밀고

청풍; [한번 읽어봐.] 받지 않고 말하고

분이; [예..] 종이를 얼굴 높이로 들고

분이; [전즉이행고(全卽以行告) 마한삼인루(馬韓森人婁) 강고이래우(强固移來宇) 나이차서련(挪移車西聯)..] 읽으면서 갸웃하고

분이; [이게 뭐죠?] [전혀 뜻이 연결되지 않는 글자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사락! 양피지를 바꿔 보면서 찡그리고

청풍; [글자 수가 대략 일천자라 천자비결(千字秘訣)이라는 거야.]

청풍; [어머니 말씀으로는 천자비결은 천마장경각에서 천마 방각의 절기를 찾아냈던 어떤 인물이 남긴 거라고 했어.]

분이; [천마의 최후 절기를 찾아낸 사람이 있었다는 말씀인가요?] 놀라고

청풍; [어머니 말씀으로는 그래.]

분이; [그럼 이 천자비결이 바로...] 흥분하며 다시 양피지를 보고

청풍; [천마의 최후 절기를 찾아낼 수 있는 단서야.] [어쩌면 천자비결이 바로 천마가 남긴 무공일 수도 있고...]

분이; [어떤... 어떤 분이 천마장경각의 비밀을 푼 것일까요?]

청풍; [천자비결이 적혀 있는 양피지를 보고 느껴지는 거 없어?]

분이; [양피지 자체는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인데...] 빠닥! 빠닥! 딱딱하게 굳어진 양피지를 만져보고

분이; [낡은 양피지에 비해 글자가 지나치게 선명하네요.] 코를 양피지에 대고

분이; [흐릿하지만 먹물 냄새까지 나는 걸 보면 천자비결이 양피지에 적혀진 건 그리 오래 전이 아니에요.]

청풍; [얼마 전쯤이라고 생각해?]

분이; [먹물 냄새가 남아있으려면 이십년은 넘기지 않을 거예요.]

청풍; [그리고 내 나이는 올해 열여섯 살이야.] 의미심장하게

분이; [혹시 천자비결을 남긴 분이...] 놀라 청풍을 보고

청풍; [누굴 거 같애?]

분이; [소문주님의 아버지?] 흥분

청풍; [당첨!] 딱! 손가락을 튕기며 웃고

청풍; [나도 천자비결을 그 양피지에 적어놓은 분이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분이; [삼백년 넘게 누구도 알아내지 못한 천마장경각의 비밀을 찾아내셨다면 소문주님의 부친은 절대 평범한 분이 아니시겠어요.] 흥분하고

청풍; [그분이 누군지 나도 정말 궁금해.] 침대에서 일어나고

청풍; [그래서 천자비결을 바탕으로 천마장경각 내의 책들을 조사해오고 있었어.]

분이; (소문주님이 스스로를 천마장경각에 묶어두신 이유는 천마의 절기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가 누군지 알기 위해서였구나.) 깨닫고

청풍;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머니는 아버지와 헤어지셨을 거야.] 침대에서 내려서려 하고. 급히 팔을 잡아 부축하는 분이. 한손으로는 양피지를 잡고

청풍; [천자비결은 아버지가 떠나면서 남기신 것일 테고...] 분이의 부축을 받아 책상으로 가고

분이; [문주님은 영친을 닮은 소문주님이라면 천자비결의 비밀을 풀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셨겠어요.] 의자에 앉는 청풍을 보며

청풍; [뭐 그게 아주 틀린 기대도 아니었지.] 의자에 몸을 기대며 웃고

분이; [그럼 소문주님께서...] 흥분

청풍; [십년 가까이 고생한 끝에 드디어 실마리를 잡았어.] 뿌듯한 표정

청풍; [영리한 분이가 도와주면 아마 몇 달 내로 천마의 절기를 찾아낼 수 있을 거야.] 강렬한 표정

[!] 침 꼴깍 삼키는 분이의 얼굴 크로즈 업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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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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