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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6.12 [천신폭풍탑] 제 19장 마음을 가두는 기이한 성형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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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九 章

 

                  마음을 가두는 奇異星形陣 1

 

 

 

두 남녀가 망부석처럼 우뚝 서서 대치하는 동안 묵령신조는 계곡안의 좁은 골짜기로 날고 있었다.

휘이이이! 휘이이잉!

밑에서 불어오는 역풍이 석두공과 여인의 옷자락을 거꾸로 말아올렸다.

콰아아아!

이윽고 묵령신조는 거대한 날개를 접으며 절벽의 중간에 나있는 하나의 동굴 앞에 내려섰다.

동굴 주위의 작은 바위들이 날개바람에 휩쓸려 날아갔다.

그러나 석두공과 여인은 마주보고만 있었다.

그때 묵령신조가 귀잖다는 듯이 등을 털어버리는 바람에 두 남녀는 풍선처럼 땅으로 내려섰다.

하지만 묵령신조는 더이상 석두공에 대해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다.

먹이를 찾기 위해서인지 묵령신조는 계곡 아래로 날아가 버렸다.

문득 석두공은 마주 선 그녀가 너무나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어스름 저녁무렵이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어둠속에 사르르 사라질 듯한 그녀의 모습이 그에겐 어떤 환상처럼 느껴졌다.

석두공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더 싸워야 겠소?]

[! 아주 제법이더군. 하나, 다음엔 쉽지 않을 것이다.]

여인이 싸늘한 콧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하지만 사람이 가슴으로 파고들어 속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묘한 음성이었다.

석두공은 빙그레 웃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땅위에 내려선 순간에 이미 소저는 졌소. 다음에 나를 이기기 위해서라면 아마 하늘에 장소를 잡아야 할 거요.]

[호호호호! 죽지 않은 자는 항상 입으로 살았다는 걸 표시하려 하지.]

[후후후! 서로의 실력을 파악한 후에 입싸움이라... 뭔가 순서가 바뀐 것같지 않소?]

[본녀를 자극하려 하지마라. 더이상 네놈과 싸우고 싶은 생각이 없다.]

여인은 차갑게 말한 후 절벽 쪽에 나있는 동굴을 향해서 걸어갔다.

이 동굴 입구에는 아무런 표식도 없었으나 인공(人工)이 가미된 흔적이 있었다.

석두공이 넌지시 물었다.

[이곳이 소저의 거처요?]

여인은 말하지 않았지만 석두공은 느낌으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에게도 이곳은 생소한 곳이었던 것이다.

(묵령신조가 왜 이리로 와버렸을까?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실제로 그녀도 눈살을 찌푸리며 묵령신조의 이해못할 행동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묵령신조가 지금은 먹이를 찾기 위해 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묵령신조가 돌아오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녀는 동굴 속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던 것이다.

한데 그녀가 막 동굴 속으로 들어갈 때였다.

[조심하시오!]

석두공이 뒤에서 소리쳤다.

퍼엉!

하지만 그 순간엔 이미 그녀도 안으로 쌍장을 쳐내면서 뒤로 번개처럼 날아 나오고 있었다.

쿠쾅!

갑자기 굉음이 울리며 거대한 구슬같은 것이 동굴안에서 굴러나와 동굴을 막아버렸다.

아마도 그녀가 들어가면서 어떤 기관을 무의식 중에 움직였던 모양이었다.

여인이 튕겨지듯 날아 나오는 그 순간에 석두공은 반대로 그곳으로 날아갔었다.

두사람의 위치가 뒤바뀌어진 형세가 되었다.

석두공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거대한 석구에 음각된 글씨를 볼 수 있었다.

 

<마중천(魔重天)>

 

마중천-!

놀랍게도 석구에는 오백년전에 세상에서 사라졌던 마의 하늘이라는 마중천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한때는 천하를 독패하다 시피했었던 마중천이...

스스슷!

여인은 환상처럼 날아와 석구(石球)앞에 섰다.

바로 옆에 석두공이 서있었지만 어떤 경계심도 품지 않은 듯했다.

그녀도 석두공도 석구에 온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녀가 타고 다니는 묵령신조가 바로 마중천의 전설적인 영물이 아니던가?

석구엔 마중천이라는 큰 글자 아래로 작은 글씨들이 적혀있었다.

 

<마중천은 불멸이다.

누가 있어 마중천을 멸할 수 있으랴?

그렇게 자부했었건만 마중천을 붕괴할 수 있는 힘은 있었다.

외부에 적이 없으면 그때부터는 자기 자신이 적이 된다는 사실을 조금만 일찍 알았어도 마중천이 이처럼 자중지란으로 멸망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하나 마중천의 모든 것은 힘,

힘이야말로 마중천의 모든 것,

힘은 여전히 존재하도다.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사용되는 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마중천의 힘이 천하를 질타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뿐이다.

야망이 있는자,

용기가 있는자,

또한 지혜가 있는자는 마중천으로 들라.

그대에게 천하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주리라.>

 

서명도 없었다.

언제 썼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오직 그 글자들만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석두공은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마치 선동하는 듯한 문구들이로군.]

여인은 그런 석두공을 한번 노려보고는 석구에 손을 댔다.

아마도 밀어버리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석구의 무게는 적게 잡아도 이십만 근은 나갈 것같았다.

간단히 밀어버릴 수 잇는 것이 아니다.

석두공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여인을 바라보았다.

두두두두...

여인은 공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에 따라서 주변의 땅이 약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여인이 석구를 밀었지만 밀리지 않았기에 그 충격이 다른 곳으로 전해진 때문이었다.

[기관이 설치됐군.]

여인은 손을 떼면서 중얼거렸다.

석구가 이십만 근이라고는 하지만 그녀의 공력으로 움직이지 못할 무게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내가 한번 해보겠소.]

석두공이 나서며 말했다.

여인은 그를 힐끗 보고는 옆으로 비껴섰다.

그녀의 눈빛은 내가 못했는데 네까짓게 별 수 있을라고? 하는 듯했다.

그러나 석두공은 나름대로의 확신을 가지고 달려들고 있었다.

그는 석구를 비스듬히 밀면서 조금씩 돌렸다.

그그그긍!

거대한 석구가 제자리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석두공은 더욱 힘을 가해서 석구를 돌렸다.

그그그긍!

석구에 새겨졌던 글자는 완전히 옆으로 말려 들어가 버렸다.

한데 그 순간에 다른 쪽에서 작은 틈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커졌다.

그것은 석구에 뚫어져 있는 작은 동굴이었다.

문을 막은 석구에 또 다른 입구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입구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크기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높이와 넓이였다.

여인의 눈에 반짝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석두공이 말했다.

[먼저 들어가시오.]

여인은 가볍게 콧웃음을 치고는 입구 옆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입구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마치 허깨비처럼 석구를 직접 스며들면서 파고 들어갔다.

스스스슷!

그녀가 지나가는 곳에 고운 모래로 변해버린 석구의 잔해가 남았다.

그녀의 형상을 닮은 구멍이 석구에 만들어졌다.

석두공의 안색이 미미하게 변했다.

그같은 무공이 무엇인지 그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천신폭풍보를 사용하지 않았듯이 그녀도 사용하지 않은 무공이 있었군. 엄청난 무공이다. 저런 정도라면 어떤 공격에도 견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파고 들어 상대를 가루로 만들 수도 있겠구나.)

그녀의 무공은 정말 석두공이 경시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어느새 그녀는 사라졌는지 보이지도 않고 석두공은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는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 × ×

 

휘익!

푸드득!

한마리의 전서구가 방안까지 들어와 날개짓을 쳤다.

만박노조는 바둑판에서 눈을 떼지 않고 왼손만을 가볍게 움직여서 구리통을 떼어냈다.

장강의 대혈전에서 회심의 승리를 장담한 후에 처절하게 패한 그는 그날 이후로 웃음을 잃어버렸었다.

한데 무관심한 듯 전서를 펼쳐든 그는 갑자기 실소하기 시작했다.

[허허허허! 으허허허허!]

검성은 그의 웃음소리가 끝나기를 기다려 물었다.

[무슨 일이오?]

직접 한번 보시게나.]

만박이 전서를 내밀었다.

한번 쓰윽 훑어보던 검성, 그도 갑자기 웃음을 흘렸다.

[허허허허... ]

허탈한 듯,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의 웃음은 공허하게 메아리쳤다.

만박노조가 말했다.

[무림에 실로 늙은 영웅이 탄생했네. 그려.]

검성은 잠시 실소하기는 했으나 만박의 조롱하는 듯한 말에는 맞장구를 치지 않았다. 그는 단지 미소만 지었다.

만박노조가 말을 이었다.

[적룡혈운도의 대 선단을 단 일인이 깨뜨려버렸다는 사실을 과연 믿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

[더구나 그 장본인이 우유부단하고 무능하기조차한 해남검파의 진우백이라니...]

[전서구가 잘못 되었을리야 있겠소? 진우백의 본신 무공을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오.]

검성이 온화한 음성으로 말했다.

[어쨌든 적룡혈운도가 큰 타격을 입었다니 우리로서는 다행이잖소.]

[그렇긴 하네만 이건 뭔가 이상하네. 어떤 흑막이 있을 것만 같은 데 분명히 잡히지 않는군.]

만박노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검성이 말했다.

[만약 이 전서가 사실이라면 우리에게 큰 힘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지 않소?]

[결코 그렇진 않을 걸세.]

만박노조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의아하게 바라보는 검성에게 말했다.

[진우백은 아우같은 충의지사(忠義志士)가 아닐세. 한마디로 소인배에 가까운 인물이지. 함께 일을 도모할 만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네.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이 우형이 직접 그의 관상을 본 일이 있으니 틀림없을 것일세.]

검성이 침중하게 말했다.

[소문이 모두 옳은 것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것도 없소이다. 진우백이 어떤 이유로든 무공이 강하다는 것은 사실일 것같소.]

[아마도 해남검파의 창시에 관한 전설을 풀었겠지. 해남검파에서는 그 이외에 숨겨진 무공이나 보물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

만박은 옆에서 지켜보기라도 한 듯이 정확하게 추측하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어림짐작하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여러가지 정보를 종합한 가장 타당성 있는 결론인 것이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진우백은 이번 일을 기화로 삼아 곧 중원으로 들어올 것일세. 혼란의 와중에서 자신의 기틀을 닦으려 하겠지.]

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파의 종사라면 그런 야심도 가질 만하지요.]

[한데 그 인물이 문제지. 원래 바보가 욕심은 많은 법이라네.]

만박노조는 뚱하게 말했다.

!

그리고는 좌변의 사삼(四三)에 흰돌을 놓으며 말을 더했다.

[뒤통수를 맞지 않으려면 그자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만 할거네.]

[이런! 뒤통수는 만박형이 치는구료.]

검성은 한웅큼의 흑석을 바둑돌 위에 얹었다. 만박노조가 놓았던 곳은 그가 생각도 못했던 곳이었던 것이다.

 

× × ×

 

묵령신조,

이 전설상의 거조는 대파산을 벗어나 어디론지 날아갔다.

묵령신조는 그 주인의 짐작과는 달리 먹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를 향해서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경(二更) 무렵,

섬서성의 남쪽에 있는 태백산(太白山)의 상공에 묵령신조가 나타났다.

고오오오...

그것은 태백산의 중턱에 있는 침엽수림 속으로 내려갔다.

침엽수림 속에는 돌로 지어진 한채의 석옥(石屋)이 있었다.

푸드드득!

묵령신조는 마치 자신의 집을 찾아들기라도 하듯이 그 석옥의 지붕위에 내려앉았다.

집보다 커보이는 묵령신조가 내려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석옥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석옥에서 사람이 나왔다.

붉은 얼굴에 배꼽어림까지 늘어뜨린 검은 수염은 그를 미염공(美髥公)이라 칭할수 있을 만큼 기품있어보이는 노인이었다.

꾸꾸!

묵령신조가 그에게 부리를 가져갔다.

[오오! 묵아! 네가 돌아왔구나. 이제 때가 되었구나.]

노인은 격정어린 목소리로 말하며 묵령신조의 부리를 쓰다듬었다.

꾸꾸!

묵령신조가 기쁜 듯이 소리를 냈다.

잠시 후, 노인은 묵령신조의 부리를 두드리며 온화한 음성으로 말했다.

[내 말을 잊지 않고 소식을 전해줘서 고맙구나. 그럼 이만 돌아가도록해라. 우리가 다시 만날 날도 멀지 않았느니라. ]

꾸에!

묵령신조는 한바탕의 긴 울음소리를 남기고 암천으로 날아올랐다.

묵령신조를 바라보는 노인의 눈가에 물기가 번져나왔다.

[자봉(紫鳳)! 불쌍한 녀석... 이제야 기억을 되찾겠구나. 이 할아비를 원망해라.]

노인은 왜소해진 것같은 등을 뒤로 하고 석문을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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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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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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