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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보름 후> 여전히 겨울. 연기를 뿜어내는 화산을 등지고 서있는 거대한 장원. 수많은 굴뚝이 연기를 뿜어내고 있어서 마치 공업지대 분위기다. <투천환일> <마고천장>등 다른 작품에 나온 신장궁의 모습을 그대로 차용

<-신장궁(神匠宮)> 위 장원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잘 가꿔진 정원에 둘러싸인 건물. 정원은 두터운 눈에 덮여있고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아 깨끗하다.

건물의 열려진 창문을 통해 휠체어에 앉아있는 진상파의 모습이 보인다. 이때 나이는 청풍과 같은 16세. 병약한 모습이지만 절세미녀. 두꺼운 털옷을 입고 있다.

눈 덮인 정원을 보는 진상파

진상파; (눈...) 한숨

<지금은 저토록 눈부시고 언제까지라도 남아있을 것같이 보이지만...> 눈 덮인 정원 배경으로 진상파의 생각 나레이션

진상파; (계절이 바뀌어 봄기운이 돌면 흔적도 없이 녹아 없어지겠지.) 한숨

진상파; (마치 끝이 보이는 나 진상파(陳詳波)의 삶을 보는 것같구나.) 쓸쓸한 미소를 짓고. 그때

<아가씨! 궁주님께서 오셨사옵니다.> 문 밖에서 들리는 음성. 흠칫! 하는 진상파

진상파; [안으로 모셔라.] 스륵! 휠체어를 제자리에서 부드럽게 뒤로 돌리며 말하고. 이 휠체어는 기계장치가 되어 있어서 작은 조작으로도 부드럽게 움직인다. 진상파의 방안은 화려하지 않고 대신 사방이 모두 책장이다. 마치 도서관같은 분위기

[예!] 드륵! 대답과 함께 문이 열리고.

진무륜; [아비가 네 감상을 방해 한 것이냐?] 시녀 한 명이 열어주는 문을 통해서 들어서는 진무륜. <마고천장>에 나온 칠지무제 캐릭터. 물론 여기서는 손가락이 불구는 아니다. 고집 있어 보이는 인상. 손에는 작은 상자를 들고 있다. 진무륜 뒤쪽의 열린 문 밖에는 문을 열어준 시녀와 함께 위진천이 서있다. 위진천의 이때 나이는 17세

진상파; [아니에요 아버지.] 고개 조금 숙이고.

진상파; [강남쪽으로 가셨던 일은 잘 해결되셨는지요?] 스르르 휠체어를 움직여서 탁자로 가고. 휠체어에는 기계장치가 되어 있어서 자동으로 움직일 수 있다.

진무륜; [해결되고 말고 할 게 뭐 있겠느냐?] 탁자 앞에 놓인 의자에 앉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신장궁 궁주 귀수신장(鬼手神匠) 진무륜(陳無淪)>

진무륜; [무황성에서 우리 신장궁을 길들이려고 괜한 강짜를 부린 것뿐이다.] 상자를 탁자에 내려놓고

진무륜; [이미 납품한 물건에 몇 가지 더 얹어준다고 제안했더니 그 인간들 입이 귀에 걸리더구나.]

진상파; [원만하게 해결되었다니 다행이에요.] 말하며 문쪽을 보고. 위진천이 문 밖에 서있고. 능글능글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진상파를 보고 있다.

진무륜; [들어와라.] 위진천에게

위진천; [예 사부님!] 고개 숙이며 들어오고

진상파; (사부님?) 다가오는 위진천을 보며 생각할 때

진무륜; [인사해라. 이번 출행(出行)에서 아비가 새로 맞아들인 제자다.] 위진천을 진상파에게 소개하고

위진천; [대륙상단(大陸商團)의 위진천(威振天)입니다.] 진상파에게 포권하며

위진천; [사부님의 장중주(掌中珠)가 경국지색이라는 소문은 전부터 들어왔습니다.] 능글맞게 웃고

진상파; [진상파예요.] 고개 숙이고

진무륜; [진천이는 황금전장(黃金錢莊)과 함께 중원의 상계(商界)를 양분하고 있는 대륙상단의 후계자다.]

진무륜; [아비의 오랜 지인이기도 한 대륙상단의 위태무(威太武) 단주께서 늦으막히 얻은 외아들을 제자로 삼아달라는 부탁을 하시더구나.]

진상파; [뛰어난 인재를 제자를 들이신 것을 경하드리옵니다.] 진무륜에게 고개를 좀 숙이며 축하하고

진무륜; [진천이가 너보다 한 살 많으니 사형으로 불러라.]

진상파; [아버지의 하나뿐인 자식인 제가 이런 모습이랍니다.] 위진천에게

진상파; [아무쪼록 무능한 저 대신 아버지를 잘 보필해주시길 바라겠어요.]

위진천; [군사부일체라 하지 않습니까?] 포권하고

위진천; [기왕에 신장궁의 제자가 되었으니 사부님을 아버님인 듯 모시겠습니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하고

진상파; [말씀만으로도 고마워요.] + (아버님인 듯이라...) 한숨

진무륜; [수인사는 이 정도로 하고...] [먼 길 오느라 피곤할 테니 가서 쉬도록 해라.] 위진천에게 말하고

위진천; [예 사부님!] 고개 숙이고

나가는 위진천

시녀; [거처로 모시겠사옵니다.] 앞장서서 안내하고

위진천; [고맙다.] 따라가고

그런 위진천의 뒷모습을 말없이 보는 진상파. 진무륜은 그런 딸의 안색을 살피고

위진천; (시선이 바늘로 찌르는 것같군.) 곁눈질로 뒤쪽의 진상파를 훔쳐보며 웃고

위진천; (단명(短命)의 상이지만 절세미녀임에는 틀림없다.) 히죽

위진천; (뇌(雷)사백의 종적을 쫓아 신장궁에 들어온 것인데... 즐거움이 하나 더 늘었구나.) 사악한 표정

위진천; (병든 미녀만큼 각별한 맛을 지닌 계집도 또 없으니..) 혀로 입술 핥는 음험하고 사악한 얼굴 크로즈 업

 

[...] 멀어지는 위진천의 뒷모습을 보며 무언가 생각하는 진상파

진무륜; [상파 네가 보기에 어떠냐?] 슥! 손을 문쪽으로 젓고

드륵! 저절로 닫히는 문

진상파; [보기 드문 인재로군요.] 탁! 닫히는 문을 보며 한숨 쉬고

진무륜; [인재인 건 분명하지.] 끄덕

진무륜;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인간들은 황금전장의 소장주 벽세황(壁世皇)과 진천이를 신주쌍영(神州雙英)이라고도 부른다.] 말하며 딸의 눈치를 살피고

무언가 생각하는 표정인 진상파

진무륜; [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진천이를 제자로 받아들인 일은 없던 걸로 하마.] 그런 진상파의 눈치를 살피며

진상파; [그리하시면 아버님의 평판에 누가 되옵니다.] 한숨 쉬며 고개 젓고

진상파; [게다가 대륙상단은 우리 신장궁의 가장 큰 거래처이기도 하고...] [소녀는 아버지가 위공자를 제자로 들이신 일에 딱히 불만 없사옵니다.]

진무륜; [걱정마라. 제자를 들였어도 네가 우리 신장궁의 유일한 후계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 안도하며 말하고

말없이 웃는 진상파

진무륜; [이걸 받아라.] 슥! 들고 와서 탁자에 올려놓은 작은 상자를 진상파 쪽으로 조금 밀고

진상파; [무엇이온지요?]

진무륜; [대륙상단의 단주 위태무가 자기 아들을 제자로 거둬준 게 고맙다며 준 것이다.] 좀 흥분된 표정으로

상자에서 흘러나오는 어떤 냄새

진상파; [약이로군요.] 그 냄새가 말하는 진상파의 코로 흘러들어가고

진무륜; [약도 보통 약이 아니다.] 달칵! 두 손으로 직접 상자를 열어보며

진무륜; [지금은 제조법이 끊어졌다는 소림사의 대환단(大丸丹)이다.] 진무륜이 열어 보이는 상자 안에는 작은 계란만한 알약이 은박지에 싸여있다.

진상파; [소림사의 대환단...] [지나치게 과한 선물이로군요.] 한숨

진무륜; [좀 과하긴 하지.]

진무륜; [이걸 먹으면 환골탈태해서 몸이 금강불괴에 가까워질 뿐 아니라 단번에 일갑자(一甲子) 수준의 공력까지 얻을 수 있다고 전해지니...]

진상파; [대륙상단은 확실히 대단하군요. 소림사에도 이제 남아있지 않다는 대환단을 갖고 있기도 하고...] 한숨

진무륜; [부담되는 선물이었지만 위태무가 강권(强勸)하는 바람에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왔다.] 딸의 눈치를 살피고

진무륜; [혹시 네 병을 고쳐줄 수도 있을지 모르니 날을 잡아서 복용하도록 해라.]

진상파; [분부 따르겠사옵니다.] 고개 숙이고.

진무륜; [아비 때문에 피곤해졌겠구나.] 일어나고

진상파; [아니옵니다.]

진무륜; [이만 가보마. 쉬도록 해라.] 문쪽으로 가고

진상파; [예...] 고개 숙이고

문을 다시 여는 진무륜

나가서

탁! 다시 문을 닫는다. 이제 방에는 진상파 혼자 남고. 진상파는 뚜껑이 열린 작은 상자를 본다.

진상파; (소림사의 대환단...) 상자 안의 환약을 보고

진상파; (모자란 것은 채워주고 잘못 된 것은 바로 잡아주는 영약 중의 영약이다.)

진상파; (하지만 나와는 인연이 없는 영약이다.) 한숨

진상파; (아버지가 절망하실까봐 말씀 못 드렸지만 내 몸이 약한 건 병약해서가 아니라 체질 때문이다.)

진상파; (태음절맥(太陰絶脈)...) (난 음기(陰氣)가 지나치게 강해서 스무 살을 넘기기 힘든 천형(天刑)을 타고 태어났다.)

진상파; (음양의 이치로 같은 시기에 어디에선가 태어났을 태양절맥(太陽絶脈)을 만나기 전에는 어떤 방법으로도 목숨을 연장하긴 어렵다.)

진상파; (더 늦기 전에 배필을 만나 신장궁의 대를 이을 자식을 낳는 것이 내가 아버지에게 해드릴 수 있는 유일한 효도인데...)

위진천을 떠올리고

진상파; (아마 아버지도 은근히 그런 기대를 품고 위진천을 제자로 받아들이셨을 것이다.) (하지만...) 찡그리고

진상파; (위진천에게는 짙은 어둠이 깃들어 있다.) 좀 소름이 돋는 표정이 되고

진상파; (주변 사람들을 기필코 불행하게 만드는 운명의 소유자인 게 분명하고...) 소리없이 한숨 쉬고

진상파; (설령 불효를 저지르더라도 그런 위진천과 맺어질 수는 없다.)

진상파; (하늘이 자비롭다면 그저 더 늦기 전에 내 소원을 들어줄 사람을 보내주길 바랄 뿐이다.) 창밖을 보며 얼굴 살짝 붉힌 채 한숨. 바로 그때

<제발...> 누군가의 애원이 진상파의 머리에 떠오르고

약간 찡그리는 진상파

<손녀... 이 아이는 늙은이의 하나뿐인 핏줄입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다시 누군가의 애원이 들리고

진상파; (필사적이고 간절한 누군가의 마음이 전해진다.) + [실명(失名) 아저씨...] 달칵! 대환단이 든 상자의 뚜껑을 닫으며 누군가를 부르고. 그러자

<찾으셨소이까 아가씨?> 스스스! 말과 함께 창 밖으로 누군가 나타난다

실명자; [노복(奴僕;사내 종) 대령했습니다. 하명하시지요.]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 등이 구부정하지만 체격이 보디빌더같은 인물인데 왼쪽 얼굴을 <팬텀 오브 오페라>의 팬텀이 쓰는 것같은 반쪽 가면을 가리고 있다. 얼굴 한쪽에 심한 화상을 입어서 가면으로 가리고 있는 것. 드러난 피부도 화상으로 쭈글쭈글하고. 가슴 속에는 책 크기 정도의 네모 반듯한 상자가 들어있는 형상이 드러나보이고. 이 괴인은 뇌공량이다. 가슴에 품고 있는 상자에는 삼성록중 인황경이 들어있다. 하지만 반쪽 가면을 쓰고 있을 때는 실명자로 표기. 배경으로 나레이션. <-신장궁의 식객(食客) 실명자(失明子)>

진상파; [저를 대청 쪽으로 데려가주세요.] 상자를 소매 속에 넣고

실명자; [알겠소이다.] 슥! 열린 창문을 통해 유령처럼 방안으로 들어오고

진상파; [아저씨는 저희 집안의 종복도 아니시니 말씀을 놓으세요. 듣는 제가 불편하군요.] 한숨 쉬고

실명자; [영친께서는 죽어가던 나의 목숨을 구해주셨을 뿐 아니라 기억을 잃어 갈 곳이 없는 날 거둬주기까지 했소.] 휠체어의 뒤쪽으로 가고

실명자; [평생 종노릇을 해도 갚지 못할 막중한 은혜를 입은 몸이니 아가씨께서도 편하게 대해주시오.] 휠체어의 뒤쪽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진상파; [아저씨의 마음은 알겠지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랍니다.] 스윽! 한숨 쉬는 진상파가 앉아있는 휠체어가 허공으로 떠오른다. 뒤에서 휠체어를 잡고 있는 실명자의 몸도 떠오르고

실명자; [기억을 되찾을 때까지만 머물 테니 그동안은 불편해도 좀 참아주시오.] 스윽! 휠체어를 밀면서 둥실 떠서 창 밖으로 날아나간다

진상파; (볼수록 신비한 분이다. 무공도 경이적이고...) 휠체어에 앉은 채 허공을 날아가며 생각하고

 

<오년전, 아버지는 장강 근처를 지나다가 이분을 구하셨다고 한다.> 강가의 길을 지나가던 마차에서 밖을 내다보며 놀라는 진무륜. 마차는 네필의 말이 끄는 화려한 말로 말 앞 뒤로는 무사들이 네명씩 걸어가고 있다가 함께 강쪽을 본다. 강쪽에 누가 쓰러져 있다. 하체를 물에 담근 채 하늘 보는 자세로 쓰러져 있는데 두 손으로 책 정도 크기의 상자를 꼭 끌어안고 있다. 물론 뇌공량인데 강한 열기에 노출된 듯 옷은 대 부분 타버렸고 얼굴도 반쯤 녹아 원래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다.

<당시 이분은 아주 강한 화기(火氣)에 노출되었거나 강산(强酸)을 뒤집어쓴 듯 몸의 절반쯤이 피부가 녹아내리는 중상을 입은 상태였었다.> 몸을 숙인 채 실명자의 상태를 살피는 진무륜

<아버지가 지니고 다니시던 구급약을 쓴 덕분에 목숨은 건졌지만 원래 모습을 잃었을 뿐 아니라 기억도 상실해버렸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실명자라는 별호를 지어 붙였었다.> 위 장면의 연속. 수하들이 상체를 일으킨 실명자의 입에 약병의 물약을 흘려넣어주는 진무륜

 

진상파; (비록 기억은 잃었지만 실명아저씨는 막강하기 이를 데 없는 내공을 지니고 있다.) (족히 오갑자(五甲子)가 넘는 공력을 지닌 것같은데...) 실명자와 함께 둥둥 떠가며 생각하고. 지나가던 하인과 하녀들이 놀라긴 하지만 늘 보던 일인 듯 소동을 피우진 않는다

진상파; (과연 이분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하구나.) 담장을 넘어 넓은 길에 이르는 휠체어와 실명자. 주변 사람들이 오가다가 허리 숙여 인사하고

진상파; (분명한 것은 이분이 선한 심성의 소유자라는 사실이다.) 드르르! 여기서부터는 휠체어를 밀면서 걸어가는 실명자

<강호의 유력한 세력들에게 시달리는 우리 신장궁에 큰 힘이 되어주실 것이다.> 진상파의 생각 배경으로 앞쪽의 큰 건물을 향해 가는 휠체어. 그 건물이 대청이고 옆 모습이 보이는 방향이다.

 

#19>

대청 앞.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사람이 끌고 다니는 인력거가 한 대 놓여있고. 인력거에는 담요로 몸을 덮은 소녀가 힘없이 누워있다. 미이라같이 삐쩍 마른 소녀. 환설이다. 나중의 환설 모습을 연상하기 힘들 정도로 마르고 빈약하다. 그 인력거 앞에 무릎 꿇고 있는 노인. 바로 신녀문에 나타났던 노인이다. 몇 권의 책을 품에 안고 있던 그 노인. 노인과 환설 주변을 신장궁 사람들이 빙 둘러 서서 보고 있고. 노인 앞에는 꼬장꼬장 인상의 노인이 서서 오만상을 쓰고 있다. 이 꼬장꼬장항 인상의 노인은 황보신. <마고천장>에 나온 신장궁의 집사 캐릭터다. 이 작품에서는 신장궁의 총관이고

노인; [제발...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손녀를 살려만 주신다면 이 늙은이, 목숨이라도 바치겠습니다.] 황보신 앞에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하고

황보신; [이보시오 노인장!] [손녀딸을 살릴 생각이라면 잘못 찾아와도 한참 잘못 찾아왔소.] 한숨. 배경으로 나레이션. <-신장궁 총관 황보신(皇甫信)>

황보신; [우리 신장궁은 물건을 만드는 곳이지 사람을 치료하는 곳이 아니오.]

황보신; [손녀딸을 살리고 싶으면 여기서 이러지 말고 의가(醫家)를 찾아가시오.] 단호하게 말하지만

노인; [압니다! 이 늙은이가 어찌 신장궁이 어떤 곳인지 모르겠습니까?]

노인; [하지만... 하지만 천안신녀께서 분명 말씀하셨습니다.] [손녀딸을 신장궁에 데려가면 살릴 수 있다고...]

황보신; [천안신녀가 그런 말을?] 놀라고

[천안신녀라면 신녀문의 문주 아닌가?] [예언을 하면 백발백중으로 들어맞는다는...] 주변 사람들 웅성거리고

노인; [예! 믿기 어려우시면 사람을 신녀문에 보내 확인해보십시오.]

황보신; [이거 참...] 난감

황보신; [천안신녀가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신장궁은 병자를 치료하는 것과는 인연이 없는 곳이오.]

황보신; [사정은 딱하지만 그만 돌아가 주셔야겠소.] [이 노인을 궁 밖으로 모셔라.] 주변의 무사들에게 말하고

[예 총관님!] 무사들이 대답하며 노인에게 다가오고

노인; [안됩니다! 절대 못 나갑니다.] 비명 지르며 무사들에게서 피하려 하지만

[이러지 마시오 노인장!] [민폐도 적당히 부리시오.] [험한 꼴 당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기시오.] 무사들이 노인의 팔을 잡아 일으키고

노인; [놔... 놔라! 난 갈 수 없다. 차라리 날 죽여라 이놈들아.] 몸부림치고.

무사들이 그런 노인을 끌고 가려하고. 바로 그때

[멈추세요.] 누군가의 말이 들려 모두 돌아본다. 무사들도

진상파; [그 분 노야를 풀어주세요.] 실명자가 미는 휠체어를 타고 오며 말하는 진상파. 사람들 급히 길을 터주고 고개 숙여 예를 갖추고

[아가씨!] [소궁주님을 뵙습니다.] 사람들 인사하고. 황보신도 고개 숙이고

노인; [소... 소저가 신장궁의 소궁주님이시오?] 무사들에게 풀려나며 희망에 찬 표정이 되어 진상파를 보고

진상파; [오는 동안 사정 얘기는 들었어요.] 말하며 인력거에 누워있는 환설 쪽을 보고

진상파; [손녀분의 상태를 제가 봐도 될까요?] 인력거로 다가가며 말하고

노인; [물론... 물론입지요.] 눈물 닦으며 급히 인력거로 가고

노인; [이 아이는 늙은이의 유일한 핏줄로 이름이 설(雪)입니다.] [성은 환(煥)입지요.] 상체를 덮은 담요를 걷어 보이며 말하고. 환설은 털옷을 입었지만 삐쩍 말랐고 눈은 뜨고 있지만 말할 기운도 없다.

진상파; [환설... 아름다운 이름이로군요.] 말하며 환설의 수수깡같은 손목을 잡고

<아가씨께서 직접 진맥을?> <아가씨는 비록 병약하지만 지혜롭기로는 천하에서 으뜸인 분이야.> <의술에도 해박하시고...> 사람들 그것 보며 수군대고. 황보신도 가까이 다가와서 보고 있고. 노인도 초조하게 보고

[...] 슥! 무언가 생각하며 손을 떼는 진상파

노인; [어... 어떻습니까요? 살... 살릴 수 있겠는지요?]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진상파를 보고

진상파; (이 여자는 음기가 넘치는 나와는 정 반대로 몸 안의 기운이 거의 다 말라버렸다.) + [손녀분은...] 환설을 보면서

진상파; (보기 드문 체질인 갈근허신체(渴根虛身體)일 것이다.) + [매우 위중한 상태로군요.] 한숨 쉬며

노인; [그... 그럼...] 절망적인 표정

진상파; [아마 며칠만 더 지체했다면 대라신선(大羅神仙)이라 해도 손녀분을 살리진 못했을 거예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노인; [그... 그 말씀이신 즉... 소저께서 설이를 살리실 수 있다는...] 흥분

진상파; [총관님!] 황보신에게

[예 아가씨!] 대답하는 황보신.

진상파; [이 소저를 객사(客舍)로 옮기세요.]

황보신; [분부 받들겠습니다.] 대답하며 무사들에게 손짓하고

그러자 무사들이 서둘러 달려와서 인력거에 달라붙고.

인력거를 번쩍 들어 옮기는 무사들. 황보신이 앞장서서 걸어가고

노인; [설아! 아이고 우리 설아...] 울면서 인력거에 매달려 따라가고

노인; [이제 살았어!] [역시 천안신녀 말씀대로 신장궁의 소궁주님께서 널 살려주실 모양이다.] 울며 가고.

그 뒤를 실명자가 미는 휠체어를 타고 따라가는 진상파

진상파; (대환단이 내 손에 들어오는 것에 맞춰서 천안신녀가 보낸 위중한 환자가 도착했다.) 소매에 손을 넣어 대환단이 든 상자를 만지고

진상파; (천안신녀는 정말 앞날을 내다보는 능력이 있는 것일까?)

진상파; (분명한 것은 대환단이 제대로 주인을 만났다는 사실이다.) 상자를 만지고

진상파; (어차피 내게는 하등의 쓸모도 없는 영약이었으니...) 멀어지고. 헌데

 

대청의 기둥 뒤에서 그걸 보는 위진천

휠체어를 밀고 가는 실명자의 뒷모습

위진천; (저 작자가 오년전부터 신장궁을 지켜온 정체불명의 고수 실명자...) 눈 번뜩이고

위진천; (실명자가 신장궁의 식객이 된 시기와 아버지가 뇌(雷)씨 성의 그 인간을 찾기 시작한 때는 거의 일치한다.)

 

<아비가 찾는 그자는 등에 번개 모양의 흉터가 있다.> 그렇게 말하는 위극겸의 실루엣을 떠올리는 위진천

<그자를 찾아내서 그자가 지닌 인황경(人皇經)을 반드시 손에 넣어야만 한다.> 이어지는 위극겸의 말을 떠올리며 실명자의 뒷모습을 보는 위진천

 

위진천; (실명자가 바로 아버지가 찾는 자라는 걸 확인하려면 옷을 벗겨서 등짝을 봐야만 하는데...)

위진천; (문제는 실명자가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무공을 지닌 고수라는 점이다.) 찡그리고

위진천; (타초경사의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치밀한 준비를 한 후에 시도를 해야만 한다.) 눈 번득이고

위진천; (아버지 말씀대로라면 인황경만 손에 넣으면 우리 위씨일족은 절대무적의 힘을 얻게 된다.)

위진천; (기필코 실명자의 정체를 확인해야만 하는 이유다.) 음산하게 웃고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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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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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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