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강'에 해당되는 글 186건

  1. 2020.07.25 [신선부] 제 44장 비구니의 신위
  2. 2020.07.25 [환락영웅] 제 19장 백인장의 곡성
  3. 2020.07.24 [신선부] 제 43장 구천금마궁의 전설
  4. 2020.07.24 [환락영웅] 제 18장 변신
  5. 2020.07.23 [신선부] 제 42장 신비한 장원
  6. 2020.07.23 [환락영웅] 제 17장 기억의 단서를 잡다.
  7. 2020.07.22 [신선부] 제 41장 귀여운 남장소녀
  8. 2020.07.22 [환락영웅] 제 16장 불타는 푸른 숲, 무너지는 계곡
  9. 2020.07.21 [신선부] 제 40장 매혹당한 여자들
  10. 2020.07.21 [환락영웅] 제 15장 건방진 구파일방
  11. 2020.07.20 [신선부] 제 39장 신위를 떨치다
  12. 2020.07.20 [환락영웅] 제 14장 술 마시는 소녀
  13. 2020.07.19 [신선부] 제 38장 북망산의 풍운
  14. 2020.07.18 [환락영웅] 제 13장 아도래영, 내가 왔다! 맞이 하라!
  15. 2020.07.18 [천신폭풍탑] 제 35장 고검장의 봄 (완결)
  16. 2020.07.18 [신선부] 제 37장 위기일발
  17. 2020.07.17 [천룡파황보(天龍破荒譜)] 연재합니다.
  18. 2020.07.17 [환락영웅] 제 12장 고찰에서의 밀고 당기기
  19. 2020.07.17 [천신폭풍탑] 제 34장 뱀의 뱃속으로 들어간 두꺼비 2
  20. 2020.07.16 [신선부] 제 36장 뻗혀온 마수
  21. 2020.07.16 [환락영웅] 제 11장 꼬마의 포로가 된 두 미녀
  22. 2020.07.16 [천신폭풍탑] 제 34장 뱀의 뱃속으로 들어간 두꺼비 1
  23. 2020.07.15 [신선부] 제 35장 노려진 소녀
  24. 2020.07.14 [환락영웅] 제 10장 신나는 무림출도
  25. 2020.07.14 [천신폭풍탑] 제 33장 출세! 은세정검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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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무애가 서있는 대청 건물

휘익! 그 뒤로 날아내리는 청풍.

고개 들어 지붕을 보는 청풍. 무애가 등을 보이고 서있고.

청풍; (온 신경이 앞쪽을 향하고 있어서 내가 접근한 건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이다.) 스윽! 대청 건물의 그늘로 스며들어가는 청풍.

건물 끝으로 가서 그늘에 숨어 앞쪽을 본다.

정문에서 대청까지 100미터의 거리. 그 사이를 얇은 석판을 깐 길이 있고. 좌우로는 잘 가꿔진 정원이 있다. 헌데 대문 주변의 담장 안쪽에는 이미 수십 구의 시체가 널려있다. 담장 위에 걸쳐진 시체도 있고

시체들 크로즈 업

청풍; (예상했던 대로 정문 주변을 집중적으로 돌파하려 시도하고 있구나.) 생각할 때

휘익! 휙! 다시 정문 주변 담장 위로 치솟는 그림자 십여개. 동시에

피핑! 스팟! 담장에서 화살들이 치솟고

[헉!] [크악!] 몇 놈은 그 화살에 맞고 비명 지르며 휘청하지만

[차핫!] [같은 수법에는 안 당한다!] 팟! 쩍! 캉! 무기를 휘둘러 화살을 쳐내거나 몸을 움직여 화살들을 피하는 그림자들.

휙! 휘익! 담장의 화살들을 피한 자들이 담장 안쪽으로 뛰어내린다. 하지만

쩍! 스악! 정원의 바위와 나무들에서 가는 침들이 튀어나오거나 끈이 달린 톱니바퀴들이 아주 빠르게 튀어 나온다

[크악!] [케엑!] 대부분의 그림자들은 그 공격에 맞아 비명 지르며 죽고

[크왓!] [찻!] 그래도 서너 명은 호신강기로 쳐내거나 무기로 쳐내서 암기와 톱니바퀴들을 막아낸다. 하지만

[흥!] 차갑게 웃는 무애. 그 직후

휘청! 콰당탕! 갑자기 나뒹구는 자들

[이게 무슨...] [안... 안돼!] 술 취한 듯이 비틀거리거나 미친 듯이 무기를 휘두르는 자들. 바닥을 기거나 구르는 자들도 있고

청풍; (진법에 빠져 환각에 휘말려 들어갔군.) 눈 번뜩일 때

[저... 저리 가라!] [비켜라!] [죽인다!] [히익!] 술 취한 듯 비틀거리거나 무기를 휘두르며 발광하는 자들

청풍; (다지관음 우부인이 설치한 진법에 빠졌을 때의 내 모습도 저런 우스운 꼴이었겠지.) 쓴웃음. 그때

철컥! 철컥! 발광하는 자들 주변의 바위나 나무에서 다시 석궁과 암기 쏘는 장치들이 나타나고

피핑! 핑! 강하게 쏘아지는 화살과 암기들

[크악!] [컥!] 그 암기와 화살들에 맞아 죽는 진법에 빠진 자들

조용해지는 정문 주변

청풍; (참혹한 결과다.) 널려있는 시체들을 보며 찡그리고

청풍; (헌데 저자들은 대체 무얼 노리고 악착같이 심우장으로 진입하려는 것인가?) 생각할 때

쾅! 갑자기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심우장의 정문이 박살난다. 불길과 연기도 확 일어나고

청풍; (정문이 폭발했다.) 놀랄 때

[!] 무애도 놀라 눈빛이 날카로워지고. 그때

휙! 휘익! 정문이 폭발하며 치솟는 연기와 불길과 파편 속에서 연달아 검은 구슬들이 정문 안쪽 중앙대로로 날아든다. 1-20미터 쯤의 일정 간격을 두고 날아드는데 떨어지는 곳은 정문에서 대청 건물까지 이어진 중앙대로다

청풍; (저 구슬...!) 놀라고. 직후

쾅! 정문 가장 안쪽으로 떨어진 구슬이 폭발하며 연기와 불길이 치솟는다. 중앙대로에 깔렸던 석판들과 함께 기관장치를 이루던 금속 부품들도 튀어 오른다

청풍; (벽력탄!) (화룡이가 요녀에게 빼앗겼던 벽력탄이다.) 놀라고

무애; [결국...] 찡그리며 노려보고. 그때

쾅! 쾅! 연달아 중앙대로 안쪽에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 폭발을 일으키는 구슬들

드드드! 콰쾅! 대청 가까운 곳에도 구슬이 떨어져 폭발하며 대청 건물이 오련하게 뒤흔들린다. 그 위에 선 무애의 몸도 흔들리고

청풍; (그 요녀에게 벽력탄을 빼앗긴 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구나.) 호요희를 떠올리며 이를 부득 갈고. 그때

[안전한 통로가 열렸다!] [돌입하자!] [앞을 비켜라! 내가 먼저다!] 휘익! 쐐액! 부서진 정문을 통해서 무림인들이 새처럼 날아든다. 아직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지만 상관하지 않고 날아 들어온다.

거침없이 대청 건물을 향해 날아오는 무림인들, 군대 군데 구덩이가 생긴 중앙대로에서는 기관장치나 함정이 발동하지 않고. 대신

[서둘러라!] [이길이 빠르다!] [구천금마궁의 장보도를 찾아라!] 급한 마음에 파괴된 중앙대로에서 벗어나 좌우의 정원으로 내달리는 무림인들. 하지만

피핑! 핑! 쏴아! 화살과 암기들이 정원 도처의 나무와 돌틈에서 날아 나오고

스플링 쿨러처럼 튀어나온 수도꼭지에서 검은색 물이 분사된다

[크악!] [케엑!] [아악!] 화살과 암기에 맞아 죽고

[살... 살려줘!] [아악!] 검은 물줄기에 맞은 자들은 몸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으며 비명을 지른다.

[정... 정원은 위험하다.] [역시 안전하게 개척된 것은 중앙의 길 뿐이다.] [길에서 벗어나지 마라!] 살아난 자들은 기겁하며 중앙의 길로만 달려온다. 그 때문에 중앙대로가 러시아워의 차가 정체되듯 사람들로 꽉 차고. 그때

팟! 지붕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무애

휘익! 대청 앞의 중앙대로로 내려서는 무애. 달려오다가 깜짝 놀라는 무림인들

청풍; (침입자들이 좌우의 정원으로 들어갈 엄두를 못 내니 중앙대로만 막으면 되겠지.) 눈 번득이며 무애의 뒷모습을 보고.

스릉! 허리에 찬 일본도를 뽑으며 길 중앙에 멈춰서는 무애

청풍; (그럼 어디 솜씨를 좀 볼까?) 눈 번뜩일 때

[비켜라 암중!] [계집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쳐라!] [발라버려!] 쐐액! 쩍! 무림인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산사태 나듯이 무애에게 쇄도하고

무애; [극락왕생!] 스윽! 두 손으로 일본도를 잡아 비스듬히 쳐들고

쩍! 쐐액! 무림인들의 무기가 그녀의 몸으로 쇄도하고. 하지만

쩍! 몸을 비틀며 강력하게 휘두르는 무애의 일본도에서 긴 섬광이 내뻗치며 수십명을 한번에 잘라버린다.

[!] 눈 부릅뜨며 놀라는 청풍.

[크악!] [케엑!] 몸이 토막 난 수십 명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죽는다

퍼퍽! 퍽! [히익!] [헉!] [아악!] 뒷 열의 무림인들 기겁. 죽진 않았지만 베어진 자들도 있어서 비명을 지르고

퍼퍽! 무애가 휘두른 일본도에서 내뻗친 검기가 스친 곳에 반원형으로 사람들이 잘라져 나뒹순다. 무애의 검기는 마치 풀을 베듯 중앙대로로 밀고 들어온 자들을 모두 베었다. 산 자들은 기겁하며 물러서고

청풍; (가공하구나!) 침 꿀꺽 삼키고

<무애스님이 발휘한 검기가 미치는 범위 안에 있는 자들은 단 한명도 예외없이 몸이 잘렸다.> 휘둘렀던 일본도를 거두며 다시 자세를 바로 하는 무애를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무래 앞쪽에서는 죽지 않은 무림인들이 공포에 질려 주춤거리고 있고

청풍; (저 정도 검기라면 무림을 통틀어도 열 손가락 안에는 들 것같은데...)

청풍; (대체 어떤 인물이 무애스님같은 고수를 길러냈을까?) 생각할 때

[겁쟁이들은 비켜라!] [저 암중을 죽이자.] [쳐라!] 휘익! 휙! 멈춰선 무림인들 너머에서 날아오르는 자들 십여명. 모두 고수들로 보인다.

[크아!] [비켜라!] [살고 싶으면 가랑이를 벌려라 이년아!] 무기를 휘두르며 무애를 공격하는 자들. 그자들이 휘두르는 무기에서는 섬관이 내뻗친다. 하지만

스윽! 늘어트려졌던 무애의 일본도가 다시 움직이고

쩍! 이번에도 길게 휘둘러 반원형의 섬광을 허공으로 그리는 무애. 그 섬광에 스치는 침임자들

[크악!] [컥!] 비명이 일제히 터지고

퍼억! 퍽! 공포에 질리는 무림인들 앞쪽으로 추락하는 토막난 시체들

청풍; (검기가 강렬할 뿐 아니라 냉정하고도 침착하다.) 무애의 뒷모습 보며 감탄

청풍; (말 그래도 일당 백!) (저렇게 무서운 여살성이 길목을 지키고 있으니 쉽사리 침입을 허용하진 않겠구나.)

 

#186>

부서진 심우장의 정문이 보이는 곳. 바위가 하나 있고. 그 바위에 요염한 자태로 앉아있는 호요희. 허리띠에는 뇌화룡에게서 빼앗은 가죽 주머니를 차고 있다.

호요희의 시점 부서진 심우장 정면으로 몰려 들어가는 무림인들의 모습이 보이고. [크악!] [커억!] 심우장 안쪽에서는 연신 비명이 터지고 있고

호요희; [개나 사내들이나 똑같아.] 웃고

호요희; [놀잇감 하나 던져주면 자기들끼리 신나게 노는 걸 보면...] 웃고

호요희; [벽력세가의 귀염둥이에게서 빼앗은 벽력탄으로 길을 열어준 걸로 내 역할은 거의 끝났어.]

호요희; [이제 느긋하게 구경만 하다가 적당한 때에 들어가서 마무리만 하면 돼.]

호요희; [그러니까 몸이 근질거려도 잠시만 참아주세요.] [곧 마음껏 즐기고 날뛸 수 있게 해드릴 테니까요.] 뒤를 보며 말하고

쿵! 호요희 뒤에 세 명의 라마승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다. 머리 빡빡 깎았고 알몸에는 천만 대충 둘렀는데 각기 뚱보, 꺽다리. 동자승의 모습이다. 피부가 가무잡잡하다. 이자들은 장역삼흉이라는 라마승들. 백일자객 상위권에 필적하는 상당한 고수들이다. 이름은 장평가람, 장천가람 장지가람이다. 세놈 중 장평가람과 장천가람은 곧 죽을 놈들이지만 그래도 막강한 고수인 것처럼 묘사

장평가람; [아미타불! 나 장평가람(長平伽藍)은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맛난 것을 먹을 수만 있다면...] 퉁 퉁! 한손에는 커다란 술 호로를 든 미륵불 같이 생긴 뚱보가 다른 손으로 자기 배를 두드리고

장천가람; [본 활불 장천가람(長天伽藍)은 계집을 원하노라.] 앉은키가 보통 사람 선 키만한 꺽다리 라마승이 눈을 벌겋게 빛내며 호요희를 쓸어보고

장지가람; [장지가람(長地伽藍)은 갖고 놀 인두(人頭)만 얻으면 돼.] [가급적 예쁘고 잘 빠진 걸로...] 두 개의 세 개의 해골로 저글링하며 해맑게 웃고

호요희; [기대해도 좋아요.] [심우장에는 세분 활불께서 즐기실 게 무궁무진하게 많을 테니까요.] 사악하게 웃고.

[일각이 여삼추로다.] [본 활불을 너무 기다리게 하지 말라.] [빨리 새로운 해골이 필요한데...] 궁시렁 대는 라마승들

호요희; (서장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은 마두들 장역삼흉...) 곁눈질로 그자들을 보고

호요희; (유가술(踰跏術)을 익혀 도검이 불침하는 저자들을 상대할 수 있는 고수는 천하는 통틀어도 몇 안될 거야.)

호요희; (다행히 본능의 욕구만 충족시켜주면 충실한 종 노릇을 해줘서 써먹기 편하지 뭐야?)

호요희; (물론 혼자서 셋을 상대하느라 힘이 들긴 했지만...) 장역삼흉에게 눈을 흘기고

호요희; (저 괴물들이 도와주는 덕분에 나는 장차 쾌활림의 주인이 될 것이다.) 사악하게 웃고

 

#187>

산봉우리 위에서 심우장을 보고 있는 독검사랑 일행.

독검사랑의 시점. 심우장 정면 주변과 그 안쪽 중앙대로로 연기와 불길이 넘실거리고 부서진 정문을 통해 무림인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어가는 게 보인다. 물론 사람들의 물결은 대청 앞에 버티고 선 무애에 막혀 저지되고 있다.

무애가 연신 일본도를 그어 사람들을 베고 있는 게 보이고

살패; [놀랍소. 일개 암중이 저런 신위를 발휘하다니...] 독검사랑의 뒤에 한 무릎 꿇는 자세로 심우장 쪽을 보며 눈 번뜩이고

살접; [혼자서 오늘밤 심우장을 쳐들어온 자들을 막고 있네요.] 살패의 반대쪽 독검사랑 뒤에 한 무릎 꿇고 앉아서 보며

살영; [하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게다.] 독검사랑 앞쪽 경사진 곳에 있는 바위에 앉아서 보며

살영; [지금 개죽음 당하고 있는 것들은 별 볼일 없는 하수들에 불과해.] [진짜 실력자들이 나설 경우 지금처럼 거침없이 베어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살접; [그렇긴 하네요.]

독검사랑; [단정참백검(斷情斬魄劍)...] 중얼

살접; [예?] 흠칫! 하고 살패와 살영도 흠칫 하며 돌아보고

독검사랑; [저 중년이 구사하는 검법은 냉혈마검작의 단정참백검이다.] 눈 번뜩이고

살접; [냉... 냉혈마검작은 독두신개와 함께 우내사절에 드는 검귀잖아요.]

살접; [팔십 평생을 오로지 효과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검법만 연구해온 그 늙은이의 제자인 건가요? 저 비구니가?]

독검사랑; [제자인지 자식인지는 모르지만 저 중년이 구사하는 검법은 단정참백검이 틀림없다.] [나 역시 검법에 매진해온 터라 단정참백검의 특징을 잘 알고 있다.]

<검기를 구사하며 살인에 가장 효과적인 검로(劍路)를 찾는 검법이 단정참백검이다.> 무애가 일본도를 휘둘러 무림인들을 토막치는 배경으로 독검사랑의 말

살영; [냉혈마검작의 검법을 쓰는 계집이 심우장을 지키고 있다면 상황이 엄중합니다.] 심각한 표정

살패; [냉혈마검작 본인도 심우장에 있을 가능성이 있소.] 끄덕이고

살접; [선후라는 여자의 정체가 대체 뭔데 냉혈마검작 정도 되는 괴짜를 우군으로 삼을 수 있었을까요?]

독검사랑; [그래서 선후의 정체를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만...]

독검사랑; [모두 명심해라.] 돌아보고

독검사랑; [심우장에 돌입했을 때 눈에 초점이 없는 늙은이를 만나면 무조건 십장 이상의 거리를 두고 피해야만 한다.]

살접; (그 늙은이가 냉혈마검작이라는...) 침 꿀꺽

 

#188>

다시 심우장 내부. 대청 앞의 중앙대로 끝. 무애가 칼춤을 추고 있고

퍼퍽! 퍽! 다시 토막 나서 쓰러지는 무림인들 몇 명. 이제 무애의 앞쪽에는 수십구의 시체로 반원형의 장벽이 생겼다.

[젠장...] [저 암중... 너무 강하잖아.] [무엇으로도 저년의 검기를 막을 수가 없다.] 시체의 장벽 너머에서 무림인들이 겁을 먹고 주춤거리고 있다. 이제 누구도 먼저 시체의 장벽을 넘어 무애에게 덤빌 생각을 못하고 있는데

슥! 일본도를 내리며 눈을 반개하는 무애. 호흡이 평온하다

대청건물 그늘에 숨듯이 서서 그런 무애를 보고 있는 청풍

청풍; (손속에 전혀 무리가 없고 검기는 베지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날카롭다.) 감탄하며 끄덕이고

청풍; (여자의 몸으로 저 정도 경지에 이르기는 쉽지 않은데...)

청풍; (하지만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 시작일 것이다.)

청풍; (진짜 고수들이 슬슬 모습을 드러낼 때가 되었으니...) 생각할 때

[으악!] [컥!] [뭐... 뭐냐?] 퍼퍽! 퍽! 중앙대로를 막고 있던 무림인들의 몸뚱이가 공처럼 튀어 오르고 비명이 난무한다. 누군가 입구쪽에서부터 무림인들을 튕겨버리며 돌진해오고 있다.

청풍;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눈 번뜩

퍼퍽! 털썩! 튕겨져 나가 중앙대로 좌우의 정원에 나뒹구는 무림인들.

치칭! 쏴아! 쐐액! 그 즉시 스프링클러에서 검은 물이 뿌려지고 여기저기서 화살과 암기, 톱니바퀴가 튀어나온다

[크악!] [케엑!] 정원에 떨어졌던 자들은 암기와 독수에 죽으며 비명을 지른다

콰드드! 퍼퍽! [아... 안돼!] [정원으로 밀려가면 안된다!] [으악!] [케엑!] 그 사이에도 사람들이 공처럼 튕겨지며 길이 둘로 갈라진다,. 이어

쿵! 쿵! 무림인들을 가르며 나타나는 인물. 머리가 봉두난발에 소매 없는 가죽 옷을 입은 거인이다. 턱수염이 무성하고 양손에 커다란 도끼를 들었다. 도끼 손자잡이는 1.5미터 정도고 도끼 날은 책 두 개 정도. 입술 밖으로 송곳니도 드러나 있고. 캐릭터는 663

청풍; (저자다!) 눈 번뜩

[!] 무애도 긴장

[녹... 녹혈패왕이다!] [녹림 산적들의 대왕인 녹혈패왕이 나타났다.] 무림인들 공포에 질려 물러서고.

청풍; (녹혈패왕!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다.) 눈 번뜩이고

청풍; (거칠고 막장인 인생들인 녹림산적들을 제압하여 녹림맹을 결성한 걸물이라던가?) 무애에게 다가오는 녹혈패왕을 보고

<타고난 신력에다가 어렸을 때 영천(靈泉)에 목욕을 해서 도검이 불침하는 몸을 지녔다고 한다.>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히죽 웃는 녹혈패왕의 앞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검의 빠르기와 날카로움을 장기로 삼는 무애스님이 상대하기에는 가장 까다로운 적인데... 괜잖을지 모르겠다.) 생각할 때

퍽! 좌우의 도끼를 휘둘러 가로 막는 시체 더미들을 좌우로 날려버리는 녹혈패왕. 그리고는

녹혈패왕; [암중! 선택을 해라.] 시체의 장벽을 지나 무애에게 다가오고

녹혈패왕; [본 패왕의 도끼에 쪼개질 것인지 본 패왕의 이거에 궤뚫릴 것인지...] 도끼 쥔 한손으로 자기 사타구니를 만지며 흉악하게 웃고. 순간

츳! 무애의 눈이 살벌하게 빛나고

쩍! 이미 녹혈패왕의 눈을 찔러가는 무애의 일본도. 하지만

녹혈패왕; [이크!] 캉! 웃으며 도끼를 휘둘러 칼을 쳐내고

스악! 쳐내진 칼을 도로 휘둘러 녹혈패왕의 몸뚱이를 비스듬하게 가르는 무애의 일본도. 하지만

푸학! 서걱! 옷이 베어지고 안쪽의 살갗이 베이지만 깊은 상처는 못 내는 무애의 일본도. 그래도 얕게 갈라진 상처에서 피는 튄다

청풍; (무애스님의 칼이 처음으로 대상을 완전히 베지 못했다.) 눈 치뜰 때

쩍! 녹혈패왕의 도끼가 번개같이 무애를 내리찍고

스악! 무애는 흐르듯 옆으로 움직이며 도끼를 피하고. 쾅! 도끼는 바닥을 찍고

쩍! 춤추듯 움직이며 일본도로 몸을 숙인 녹혈패왕의 목을 내리치는 무애. 하지만

서걱! 이번에도 상처는 나지만 치명상은 못 입히고

녹혈패왕; [크왁!] 양손의 도끼를 휘두르고

무애는 피하면서 칼을 휘두르고

[꼴 좋구나 암중아!] [역시 저 암중의 검도 녹혈패왕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뒤에서 보던 사람들 환호하고

청풍; (무애스님의 칼이 상처를 내긴 하지만 치명상은 입히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녹혈패왕의 몸뚱이가 단단하다는 건데...)

쾅! 쾅! 부악! 쩍! 빗발치듯 찍고 휘두르는 녹림패왕의 쌍 도끼를 날렵하게 피하는 무애

청풍; (그래도 신법이 워낙 정교해서 위험한 상황에는 처하지 않겠구나.) 안도

청풍; (옅은 상처라도 꾸준히 입히다 보면 치명상을 가할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고...) + [!] 생각하다가 무언가 깨닫고

팟! 무림인들 뒤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폭발적으로 도약한다.

청풍; (또 한명의 고수가 나타났다.) 눈 번뜩일 때

[헉 저자는...] [흑혈마야(黑血魔爺)다!] [흑혈마야도 나타났다!] 무림인들 자신들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검은 그림자를 보며 외치고

청풍; (흑혈마야!) 슥! 눈 번득이며 뒷걸음질 쳐서 건물 그늘로 스며들고

<혈세사패의 발호 이전에 녹림맹, 배교와 함께 사파무림을 삼분하여 지배하던 흑혈마련(黑血魔聯)의 련주!> 쏴아! 양팔 벌리고 새처럼 날아서 무애와 녹혈패왕의 머리 위를 날아 지나려는 노인. 검은 옷 검은 모자를 쓰고 있다. 캐릭터는 665. 그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흑혈마야; [고맙네 녹혈패왕! 대신 귀찮은 계집을 붙잡아주어서...] 쏴아! 무애와 녹혈패왕의 머리 위를 지나며 내려다보고. 웃는다

[!] [노마!] 싸우면서 올려다보는 무애와 녹혈패왕

녹혈패왕; [거기 서라 노괴야!] 부악! 부웅! 흑혈마야가 사라진 쪽을 보며 악을 쓰면서도 쌍도끼를 신나게 휘두르고

무애: (역시 나 혼자로는 역부족인가?) 스악! 쩍! 녹혈패왕의 도끼를 피하면서 일본도를 휘둘러 그자의 여기저기에 상처를 내는 무애

녹혈패왕; [죽일 년이...] 더 신나게 도끼를 휘두르고

<물론 내 저지선을 뚫고 들어간다 해도 무사하진 못할 테지만...> 녹혈패왕의 도끼를 피하면서 일본도를 휘두르는 무애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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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九 章

 

         百刃莊의 哭聲

 

 

 

손(手),

떨리는 손이다.

더할 나위없이 희고 아름다왔으며……

고결해 보이기까지 한 이 손에는 짤막한 서찰(書札)이 들려있는데……

이 손의 임자는 조예진였다.

굵은 황촉불이 사방을 밝히는 이곳은,

백인장 중에도 좀더 정확히 말하면 도왕 소선풍의 침실이다.

그녀의 앞에는,

영문을 모르고 그녀의 얼굴을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는 도왕 소선풍이 침상에 누워있다.

한 순간,

서찰을 바라보던 조예진의 동공에,

애써 참으려하던 고통스러운 눈물이 솟아났다.

그리고 뚝뚝……

두 방울의 눈물이 서찰에 떨어졌다.

[여보……무슨 일이오?]

아내의 눈물을 보고 불길함을 느낀 소선풍이 고개만을 움직이며 그녀에게 물었다.

서찰,

서찰을 보낸 사람은 주소아였다.

그리고,

그 서찰의 내용은 바로 소일초가 삼성무림청의 수뇌부인 삼수에게 도전장을 냈다는 것에 관한 것이었다.

눈……

조예진의 그 아름다운 두 눈은 솟은 눈물을 감추려하지 않는다.

[소아가 보낸 것이에요.]

그리고,

그 눈물로 가득한 시선으로 서찰을 소선풍에게 읽어 주었다.

 

<고모부!

이제는 말씀도 잘 하신다고요? 고모도 잘 계시겠지요?

일초와 나도 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일초가 삼수에게 직접 도전을 했답니다.

일초는 자신있으니까 아무 염려 마시라고 하는 군요.

제가 말렸지만 들으려고 하지 않아요.

자기 말로는 검마의 제자는 일초무적이라나요?

빨리 나으셔요.

주소아 올림 >

 

조예진의 두 눈에 동글동글 솟아 오는 눈물은 닦을 틈도 없이 두 볼을 타고 흐르고……

소선풍은 아무말 없이 묵묵히 있다.

조예진이 그의 가슴에 얼굴을 뭍고 터뜨리는 오열은 더욱 짙어지고,

손가락도 움직이지 못하는 그의 시선이 바닥에 떨어진 서찰의 위를 힘겹게 움직인다.

그리고,

깊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조예진을 부른다.

[여보……삼수의 무공이 가공할 것이기는 하지만 일초역시 그다지 뒤질 것은 없지 않소? 일초가 검마의 진전을 완전히 이었다면 승산도 점칠 수 있고……]

[흑흑……우리 일초는 아직 어린 말썽꾸러기 라구요.흑…… 어떻게 진짜로 사형들 같은 고수들과 싸울수 있겠어요?흑흑……]

흐느끼면서 조예진이 말했다.

[어쨌든, 백인장을 나가 삼성무림청을 상대한 다고 할 때부터 예정되어진 일이 아니겠소?]

[누가……흑…… 직접 그들과 싸우랬나요? 단지……삼성무림청이 정말 사형들이 만든 것인가만 ……흑흑……확인해 주길 바랐죠……]

조예진의 말이 모순됨을 그녀도 알고 있다.

소일초가 무림에서 승승장구할 때는 아무 걱정도 없다가 갑자기 진짜 고수인 그녀의 사형들과 결투하기로 했다니까 걱정이 되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 그녀였다.

그녀의 가슴은 부풀어 터질 것처럼 안타까운 연민에 가슴이 아렸다.

이 백인장에 오직 소선풍만 바라보고 들어와서……

그의 전처였던 이주용이 낳은 두 살 박이 괴물같은 아기……

온갖 저질을 다 해대는 그 천하의 말썽꾸러기 때문에 얼마나 속상했던가?

아기를 가질 수 없는 그녀였기에 온갖 정성을 다해서 길렀는데……

이제는 자기가 낳은 아기나 조금도 다름없는 일초인데,

그 아들이 수 천리 타향에서 아버지의 복수를 직접 계획하고 있다.

그의 적이 얼마나 고강한 고수인지도 모르면서 겁없이 직접 겨루려 하고 있는 것이다.

 

사위가 모두 잠든 것 같은 깊은 밤,

소선풍은 시선을 천정에 두고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데,

도대체

조예진은 지금까지 주소아의 서찰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서른 번……

적어도 서른 번은 읽었으리라.

그리고 그녀가 터뜨린 눈물과 오열은 또 얼마나 했던가?

그러나 지금도……

그녀는 또다시 서찰을 읽기 시작했고,

새롭게 솟구치는 눈물로 오열한다.

(안돼……일초는 내 아들이야……! 비록 다른 사람의 몸에서 났지만 분명히 내 아들이야. 일초도 자기 생모보다는 나를 훨씬 더 좋아 할 거야. 내가 결코 이대로 있을 수 없어……)

돌연,

서찰을 읽다 말고 조예진은 전신을 부르르 떨면서 와락 서찰을 가슴에 끌어안았다.

마치 그 서찰이 소일초이기라도 하듯이……

그리고,

침상에 누워있는 남편 소선풍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어,

절규처럼 터지는 처절한 음성,

[제가 가겠어요……차라리 제가 사형들과 싸우겠어요……]

하나,

[당신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은 당신 사형들의 상대가 될 수 없어……삼년 전에 그들은 두 사람이 합공을 해서야 나를 이길 수 있었지……당시에 어린도만 손에 있었어도 내가 그들을 제압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럼 저 보고 어쩌란 말이에요? 이대로 일초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보고만 있으란 말이에요?]

그녀는 이제까지 한 번도 없었던 태도로 소선풍에게 반박했다.

[원로십팔도객을 모두 동원해. 정뇌(井牢) 따위는 팽개쳐 버리라구. 당신 사형들의 무공은 그때 새로운 길로 접어들고 있었어. 지금은 얼마나 강해졌을 지 짐작할 수 도 없어.]

소선풍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보……고마와요. 그리고 미안해요……당신한테 화를 내서……]

조예진이 소선풍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내 아들인걸……오히려 내가 고맙지……두 달, 두 달 만 더있어도 내가 일어날 수 있을 텐데……]

그의 목소리에는 진한 안타까움이 배어있었다.

(원로십팔도객 중 아무도 살아서 돌아오지는 못하겠지……)

 

× × ×

 

이튿날 아침,

백인장은 발칵 뒤집혀 버렸다.

날이 채 밝지도 않았는데 미친 듯이 소리쳐 소선풍을 부르면서 백영이 날아들었던 것이다.

[소선풍! 소선풍……이 미친 작자……정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놈아……]

어슴푸레한 가운 백영이 소리치며 백인장을 날아들자,

파수보던 젊은 도객이 깜짝 놀라며 가로막았으나 일검에 튕겨 나가 떨어지고…

잇따라 연무장에서 새벽 연무를 하던 도객들이 고함치면서 백영을 막았으나,

이 검을 받아내지 못하고 쓰러졌다.

[적이다!]

[적이다!]

휘이익------휘이익-------

길고 날카로운 휘파람 경보와 아우성으로 백인장은 떠들썩해졌다.

[소선풍! 이 나쁜 놈……어디 있느냐……당장 기나와라……]

마구 욕을 해대며 검을 떨쳐내는 그 백영은 얼마나 빠른지 모습을 분간할 수도 없었다.

그때,

[모두 손을 멈춰라!]

우렁찬 고함이 울려퍼지며 두 노인이 연무장에 내려섰다.

[좌우봉공이 주모(主母)님을 뵙습니다.]

[흥, 수혼도객, 무심군자! 나를 알아보기는 하는 구나. 잔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소선풍을 나오라해라.]

백영이 멈추어 서자 그때서야 다른 도객들도 백영을 알아보았다.

바로,

소선풍의 전처인 이주용(李珠蓉)이었던 것이다.

[주모를 뵙습니다.]

일제히 우렁찬 소리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시끄럽다. 당장 소선풍, 그 파름치한 놈이나 나오라고 해라.]

[주군께서는 나오실 수 없습니다. 자중하십시오 주모……]

수혼도객은 음성이 침중하게 흘렀다.

[뭐라고? 자식은 죽도록 밖에 내보내 놓고 아직도 여우같은 계집이나 끼고 누웠단 말이냐?]

이주용이 서릿발처럼 얼굴을 굳히며 거친 음성을 칼날처럼 내뱉었다.

[주모!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수혼도객이 고개를 바로 들면서 소선풍을 욕하는 이주용을 쳐다보았다.

[수혼도객! 네가 감히 나에게 대들다니……간덩이가 부었구나. 에잇!]

이주용의 검이 수혼도객의 가슴을 그대로 관통했다.

[윽!]

그러나 수혼도객은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의 입으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무심군자와 다른 도객들의 안색이 홱 변했다.

이주용이 검을 뽑자 수혼도객의 오른쪽 가슴에서 피가 샘솟듯이 쏟아지며 그의 몸이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좋다. 소선풍이 나오지 않겠다면 내가 직접 들어가겠다. 비켜라……]

[못들어가십니다. 주모.]

무심군자가 다시 그녀의 앞을 막았고,

다른 도객들도 일제히 도를 뽑아들고 그녀를 포위했다.

그들의 눈에서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어려있었다.

[이것들이 죽고싶어서 환장했구나. 좋다! 그럼 어디 한번 해보자.]

[…………]

[네 놈들을 몽땅 죽이면 설마 소선풍이 기나오지 않고는 못배기겠지……]

[…………]

[오늘 무슨 수가 있어도 소선풍과 사생결단을 내야겠다.]

이주용,

그녀는 강북의 제일 세력인 청옥검궁의 공주(公主)다.

그녀의 검 역시 적수를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하다.

 

이야압------!

 

날카로운 기합을 지르면서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무심군자를 찔러갔다.

무심군자의 소매속에서 파란 도가 튀어나오며 그녀의 검을 가로막는 순간,

이주용은 벌써 몸을 돌려 그 옆의 젊은 도객을 찌르고 있었다.

으악------!

젊은 도객이 그녀의 빠른 공격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어깨에 검을 맞으며 쓰러졌다.

무심군자가 재빨리 이주용을 공격해 갔으나 그녀는 그와 마주치지 않고 다른 도객을 공격하면서 양떼속의 이리처럼 날뛰었다.

여기저기서 젊은 도객들의 비명이 터져나오고……

무심군자는 초조해서 어쩔 줄 모른 채 이주용을 쫓아다녔다.

이주용은 백인장의 도법들의 대부분 초식들에 대해서 훤히 알고 있다.

그야말로 백인장 도객들의 천적이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자신들의 주모인지라 마음대로 공격도 펴지 못하는 백인장의 도객들은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그때,

[멈춰라!]

나지막 하면서도 깊은 공력이 깃든 목소리가 연무장을 가득 메아리쳤다.

조예진이었다.

[언니께서 오신 줄은 몰랐습니다. 들어오시지요.]

말을 하면서 연무장에 쓰러져 나뒹구는 도객들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흥, 소선풍. 그 매정한 놈은 어디있는가?]

[꼭……만나보시겠습니까?]

조예진이 손짓을 하여 도객들을 물러가게 하면서 주저하듯이 말했다.

[나는 오늘 그 작자와 사생결단을 내려왔다.]

조예진은 그녀를 판히 쳐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정 그렇다면 따라오십시오.]

이주용은 검을 공중으로 휙 집어던졌다.

그리고 조예진을 따라 걸음을 옮겼는데 그녀의 표정에는 결연한 빛이 어려 있었다.

철컥-----!

검은 아슬아슬하게 검집속으로 미끌어져 들어가고……

연무장은 부상자들을 메고 가는 도객들로 부산해졌다.

 

× × ×

 

소선풍의 침실 앞에서,

[여보! 이(李)언니께서 오셨어요.]

조예진이 안으로 전갈했다.

[비키게. 바로 들어가겠네……]

차갑게 말하며 이주용이 문을 밀쳤다.

창-------!

그녀의 청강검은 어느새 손에 쥐어졌고,

[소선풍! 나와 사생결단을 내자.]

흉악하게 소리치며 침실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녀가 찾은 소선풍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흥, 상당히 게을러 졌군. 아직도 일어나지 않다니……]

쏴악-----!

침상의 휘장이 그녀의 일검에 베어져 나갔다.

이주용의 청강검이 누워있는 소선풍의 목을 겨누었다.

[소선풍! 일어나라. 나 따위는 누워서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이냐?]

[부인, 오랬만이요.]

소선풍의 목소리는 추호의 동요도 없이 부드럽게 울려나왔다.

[닥쳐라! 누가 네 부인이란 말이냐? 당장 일어나지 않으면 그대로 찌르겠다.]

서릿발 처럼 차가운 눈빛을 쏘아내며 이주용이 소리쳤다.

[나는……나는…… 나흘 밤낯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네놈을 죽이겠다는 심정하나로……어떻게……어떻게! 하나뿐인 어린 자식을 사지로 내몰고 편안히 누워있을 수 있단 말이냐?]

그녀의 눈에서는 주루루 눈물이 쉬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다른 것은 다 용서할 수 있다. 네가 열 처(妻)를 거느리든 백 첩(妾)을 거느리든 상관하지 않겠다.……그러나, 어떻게 하나 뿐인 아들을 죽도록 내버려 둘 수 있단 말이냐? 그러고도 네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느냐? 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

누가 삼성무림청의 수뇌가 수 만명을 쳐죽였던 사수(四手)라는 걸 모를 줄아느냐? 이놈아……]

그녀의 마지막 말은 차라리 절규였다.

소선풍은 입을 굳게 다물고 천정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인한 그의 두 눈에도 눈물이 어리고 있었다.

[할 말을 다했는데……네놈이 일어나지 않으니 그대로 죽여주마.]

이주용은 실성한 듯이 낮게 중얼거리며 검을 높이 쳐들었다.

그때,

[언니! 그분은 삼 년 전부터 일어날 수 없었어요.]

조예진 역시 쌍장을 치켜올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빠르게 말했다.

순간,

[뭐? 뭐라고?]

[그분은 침상에서 일어날 수 없는 몸이라구요.]

그녀는 참을 수 없는 듯 울먹이는 목소리는 겨우 말했다.

소선풍의 두 눈에도 마침내 구슬같은 눈물이 뚜르르 굴러내리고……

이주용은 넋을 잃고 바닥에 검을 떨어뜨렸다.

[천하에……누가……누가……이 사람을……이길 수……있단 말인가? 그토록 강한 사람을?]

목소리가 덜덜떨려 나왔다.

이주용의 눈이 누워있는 소선풍을 바라보았다.

[정말……인가요?정말……어떻게 그럴 수가?]

누구도 대답이 없다.

[아니라고……아니라고 말해요. 벌떡 일어나 보란 말이에요. 벌떡 일어나서 옛날처럼 못된 계집이라고 뺨이라도 쳐보란 말이에요!]

그녀는 소선풍의 목을 끌어안고 소리쳤다.

한순간,

어린 마음에 다른 여자를 맞이하겠다는데 화가나서 집을 나간 그녀였지만,

어찌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지 않았겠는가?

야속하고 무정하여 원망한 날이 더 많았던 지난 세월이지만,

한 시도 잊을 수 없었던 남편이고 아들이었다.

너무도 강하여 절대로 누구에게도 패하지 않으리라 믿었던 남편이 전신불구가 되어 병상이나 지키고 있을 줄 어찌 알았으랴?

지금,

소선풍의 침실 안팎에는 때아닌 울음소리는 가득찼다.

소선풍을 염려하여 원로십팔도객들과 백인장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백인도객이 일제히 연락을 받는 즉시 몰려와 있었던 것이다.

주군의 비참한 신세가, 울부짖는 주모들……

울지 않을 수 없는 정경이었던 것이다.

그들 중에는 아예 목을 놓아 큰 소리로 엉엉 우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백인장의 모든 식구들이 이 소리를 듣고 소선풍이 사망하기라도 한 줄 알고 일제히 땅을 치고 통곡하여 백인장은,

울부짖는 곡성으로 아무 말도 주고 받을 수 없을 지경이 되어버렸다.

떠났던 큰 주모가 왔다는 소식이 들리자 마자 곡성이 터졌으니 틀림없이 소선풍이 죽었다고 단정지은 것인데……

한 두 사람, 앞에 왔던 사람들로 부터 사실을 전해 듣고 다른 사람에게 입에서 입으로 사실이 모두 전해지자,

천지를 진동시킬 것 같던 곡성은 스르르 잦아지고……

괜한 호들갑을 떨었다 싶어 숙스러워 하면서 슬금슬금 자기들 처소로 돌아가고 말았다.

 

[동생! 동생이 말해보게. 대체 누가 이사람을 이렇게 만들 수 있었단 말인가?]

눈물을 씻어내며 이주용이 차분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훌쩍! 다 저 때문이랍니다. 제가 박복해서…… 훌쩍…… 그분을 다치게 한 것입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린가?]

그때,

[누구 탓도 아니야. 내 몸을 부수어 놓은 것은 바로 자네가 말한 삼수고…… 다 내 무공이 모자란 때문이지……]

속이 후련하다는 듯이 소선풍의 말이 흘러나왔다.

 

× × ×

 

백인장에서 피가 튀고 눈물이 쏟아지고 급기야 응어리졌던 한(恨)이 풀리고 있는 이 아침,

그 커다란 말썽의 원인이었던 소일초와 주소아는 서안(西安)에서 객점을 찾고 있었다.

하늘 아래 그 어떤 사람보다 멋진 용모와 훤칠한 키의 무적검으로 변신한 소일초,

그리고, 소일초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얼굴에 면사를 쓰게 됐으나,

그 몸 맵시만으로도 천하 사내들의 넋을 빼버릴 것같은 미녀인 주소아,

지난밤에도 몇 번이고 다듬고 다듬어 창출한 그녀의 최고 걸작이 지금의 몸매였다.

 

<풍운루(風雲樓)>

 

서안의 대로변에 자리한 거대한 객점(客店),

바로 이 객점의 문을 밀치고 막 그들이 들어서는 순간,

시선!

수십 쌍의 시선이 일제히 소일초의 얼굴에 꽂혔다.

[오……!]

[아름다운 젊은이……]

[천상(天上)의 선인(仙人)같지 않은가?]

객점에서 술이나 음식을 들고 있던 객손들은 아예 두 눈이 부신 듯 치켜뜬 눈을 도대체 거둘 줄 몰랐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이 다시 경악으로 부풀고 또 다른 탄성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아……!]

[저 여인의 자태……]

[넋……넋이 빨려드는군……!]

[오오……저런……!]

한데 이때였다.

돌연,

비틀비틀……

경악으로 굳은 객손들의 사이를 뚫고 갈지자걸음을 바람처럼 옮기는 사람이 있었다.

아니, 움직였다 싶을 순간 주소아의 곁에 이르러 있더니……

[이리와……빌어먹을……아무리 둔갑해도 너희들인 줄 알고 있다고……이 무슨 꼴인가……제기랄……]

확!

술기운을 풍겨내며 소일초와 주소아를 이끌고 가는 사람,

홍건개……

개방 일천 년 사상 가장 뛰어난 기재(奇才)인 바로 그였다.

소일초와 주소아는 변신한 자기들의 모습을 아무도 알아보리라 생각지 못했다.

한데,

홍건개가 대뜸 알아차리자 내심 크게 놀랐다.

벌컥벌컥……

이어,

비틀비틀……

객석을 누비던 홍건개는 소일초와 주소아를 하나의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턱!

[자……한 잔 받아……]

순간,

[엇……저런……!]

[저 거지는 누구야……!]

객석의 손님들은 이 광경이 흥미진진한 듯 숨소리마저 죽이며 이들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한데?

이것은 또 무슨 기변인가?

무어라 화를 낼 줄 알았던 저 젊은 부부처럼 보이는 남녀는 아무 말 않고 주는 술을 받아서 단숨에 마셔 버리는 것이 아닌가?

(별일……)

(별……희안한 일도 다 있군……!)

[그 잔은 본 홍건개가 타인(他人)에게 주는 최초의 술……제기랄……운도 좋군……!]

홍건개,

이 개방 천 년의 기재는 오늘 무슨 일로 두 사람 앞에 모습을 나타내고 술을 권하는가?

[…………!]

[술이란 말이야……마시면 마실수록 느는 거라구……그러니 앞으로 영웅행세를 하자면 남 부끄럽지 않게 술 실력을 키워야 한다구……]

[…………!]

[어이 친구………빌어먹을 무슨 표정이 그래……아름다운 부인을 얻었으면 기뻐해야 할 게 아냐……우라질……]

소일초의 표정은 더욱 어이없게 변했다.

술잔을 손에 쥐자 주소아가 한 잔 가득 부어주었다.

[아무튼 좋아, 이 홍건개가 염려해서 하는 말인데……화산 옥녀봉의 약속은 취소해 버려……]

[…………]

[어린 네가……빌어먹을 ……그를 상대한다는 것은 너무도 무모한 일……]

이때,

어이없는 표정이로 술을 들이키던 소일초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천천히 피어올랐다.

이어, 술잔 가득히 술을 부어 주소아에게 건네주며,

[너는 남의 일에 무조건 간섭하는 악취미가 있군……]

순간, 홍건개의 두 눈이 파릇한 경련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벌컥벌컥……

[끄윽……빌어먹을……저놈의 고집……제기랄……제기랄……]

[그리고……우리를 어떻게 알아 보았는지는 묻지 않게다.그러나……]

벌컥벌컥……

[우라질……빌어먹을……]

[나의 일에 이번에도 귀찮게 간섭하고 나선 다면, 먼저 네놈의 목을 베겠다.]

벌떡,

소일초는 몸을 일으켰다.

[…가자……!]

순간, 주소아는 손에든 잔을 재빨리 비우고 소일초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벌컥벌컥……

[바보……끄윽……멍청……이 같은 자식……!]

소일초의 귀에 꽂히는 홍건개의 음성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은 자비감(自卑感)이 느껴졌다.

[미친 놈!]

순간, 홍건개의 몸이 격렬한 진동을 일으켰다.

그리고 안타깝게 터지는 전음,

[충고한다……화산에 가게 되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내가 건방진 애송이 네가 좋아서 이런 줄 아느냐? 다 네 녀석의 약혼녀라는 주소저의 행복을 위해서이다.]

순간, 주소아와 함께 객점을 나서던 소일초의 얼굴에 무서운 기색이 피어났다.

그의 손이 어느새 백의장삼 속의 철검을 거머잡는데,

주소아가 눈치를 채고 그의 소매를 잡아서 저지시킨다.

[마지막 경고다……다시는 우리들 앞에 보이기만 해도 죽여버리겠다.]

차가운 음성이 전음으로 홍건개의 귓속을 파고들고……

홍건개는 목에서 흘러내리는 선혈을 닦아내고 있었다.

귀신도 곡할 솜씨로 소일초가 수정검우를 발출하여 그의 목에 상처만 낸 것이었다.

객점에서 멀어지는 소일초와 주소아를 보면서 홍건개는 몸을 떨었다.

(죽이려는 마음만 있었으면……죽고도 남았다. 저 꼬마의 무공은 이미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경지를 넘어섰다……)

홍건개는 주소아의 아름다운 모습이 꿈결처럼 멀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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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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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

청풍이 들어간 방안. 청풍이 침대에 뇌화룡을 누이고 있다. 덮는 이불은 안쪽으로 젖혀져 있고

신고 있던 신은 침대 아래 놓여있다

뇌화룡; [으음...] 침대에 눕혀지며 깨어나려 하고. 손에는 여전히 화승총을 들고 있고.

뇌화룡; [여... 여기 어디...?] 눈을 조금 뜨며 묻고. 잠에 취해서 게슴츠레

청풍; [북망산중에 있는 마음 좋은 분의 집이다.] 뇌화룡의 손에서 그때까지 들고 있던 화승총을 뽑아내고

청풍; [안전한 곳이니 한숨 푹 자거라.] 달칵! 뽑아낸 화승총을 침대 옆의 작은 탁자에 올려놓고

뇌화룡; [예...] 다시 눈을 감으려 하고

청풍; [나는 거실에서 잘 테니 필요한 게 있으면 불러라.] 안쪽으로 젖혀놓았던 이불을 끌어서 가슴까지 덮어주며 말하고.

뇌화룡; [응...] 잠결에 대답하고

밖으로 나오며 문을 닫으려하는 청풍. 그때

뇌화룡; [오빠...] 눈을 감은 채 말하고

청풍; [그래.] 묻을 닫으려다가 돌아보고

뇌화룡; [문... 문 닫지 말아줘요.]

청풍; [그렇게 하마.] 닫으려던 문을 원래대로 놓고

돌아보며 거실로 나오는 청풍.

침실이 보이는 방향의 의자에 앉는 청풍

침실 안의 뇌화룡도 청풍을 보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자고 있고

청풍; (오늘 처음 만난, 그야말로 생면부지인 아이다.) 곤히 잠이 든 뇌화룡을 보며 생각하고

청풍;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으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청풍; (아마도 저 아이가 기녀의 몸에서 난 비천한 출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숨

청풍; (나 역시 가축이나 다름없는 종의 자식...) (그래서 나도 모르게 동병상련의 심정이 되었을 테지.) 쓴 웃음

청풍;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내 힘이 닿는 한 저 아이를 보살펴주어야 한다.) 눈을 감으며 결심하고

 

#181>

심우장. 깊은 밤이라 불은 이제 완전히 꺼졌고. 달도 서쪽으로 기울고 있고. 헌데

심우장 밖의 숲과 바위와 나무 위등에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게 보인다

몸을 숨기고 있는 사람들. 그늘에 몸을 숨기고 있어서 구체적인 얼굴은 안보이고 눈만 바짝인다.

심우장의 담장을 노려보는 무림인들. 하지만 누구도 움직일 생각은 못한다

 

#182>

심우장에서 일 킬로쯤 떨어진 산봉우리. 심우장이 멀리 내려다보이는 그 산봉우리의 바위에 걸터앉아서 심우장 쪽을 보는 인물이 있다.

크로즈 업. 살인상단의 부단주 독검사랑이다.

[...] 심우장 쪽을 보며 뭔가 생각하는 독검사랑

독검사랑 뒤에는 살패와 살접이 몸을 숨기는 자세로 앉아있다. 살패는 몸을 웅크린 채 심우장을 보고 있고 살접은 바위에 등을 기댄 모습.

살접; (달이 밝네.) 바위에 등을 기댄 채 하늘의 달을 보고. 그러다가

달에 떠오르는 청풍

살접; (요상도 해라.) 한숨

살접; (지금까지 백 명 이상을 내 손으로 죽였는데 얼굴이 잊혀 지지 않는 건 이청풍, 그 자뿐이니...)

이어 떠오르는 장면. #108>의 장면

 

청풍; [정정... 네년도 한 통속이었구나.] 독에 중독당해서 흐리게 보이는 살접을 노려보며 이를 갈고

회상 끝

 

살접; (사람 죽이는 기술을 배울 때 교관이 가장 먼저 강조한 건 절대 표적의 눈을 보지 말라는 것이었다.)

살접; (공포, 분노, 절망등 온갖 감정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그 눈을 보게 되면 머릿속에 (火印)으로 새겨지게 되고...)

살접; (그럼 냉정하게 살인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살접; (헌데 나는 교관의 그 말을 잊고 이청풍의 눈을 봐버렸다.) 한숨

살접; (이청풍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래서일 테지.)

살접; (일종의 심마인데...) (어쩌면 나는 이청풍에 대한 죄책감이 올무가 되어 비참하게 죽을지도 모른다.) 처연한 웃음

살접; (자객에게 망설임과 번뇌는 죽음의 늪이나 마찬가지이니...) 한숨

살패; (살접 저것이 복우산 독룡간에서의 그일 이후로 마음을 못 잡고 있군.) 곁눈질로 그런 살접을 보고

살패; (저렇게 생각이 많으면 임무에 실패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살패; (기회를 봐서 부단주님께 저년을 당분간 사업에서 배제하자고 건의를 해야겠다.) 생각할 때

<다녀왔습니다 부단주님!> 스스스! 독검사랑 앞에 사람 형상이 생기고

모습을 드러내는 살영

살접; (심우장이란 곳을 살피러 갔던 살영오라버니가 돌아왔네.) 슥! 바위에 기댔던 등을 떼며 바로 앉고

독검사랑; [정찰 결과를 보고해라.]

살영; [심우장 주변에 속속 무림인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독검사랑 앞쪽의 바위에 앉으며 말하고.

살영; [얼추 오백 명 이상이며 사마외도의 인간들 뿐 아니라 정파입네 하는 자들도 다수 섞여 있습니다.]

독검사랑; [혈세사패도 목격되었겠지?]

살영; [지옥갱과 백살파의 마귀들도 보였고...] [환마루나 쾌활림의 인간들도 왔겠지만 위장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독검사랑; [지옥갱과 백살파가 움직였으면 환마루와 쾌활림도 왔다고 봐야한다.] 고개 끄덕이고

살영; [심우장을 포위하는 자들의 숫자는 시시각각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용기를 내어 심우장으로 돌입하려고 나서는 자는 없습니다.]

독검사랑; [강호에서 어느 정도 굴러먹은 자라면 알아보겠지.] [심우장의 경비가 허술해보여도 무시무시한 살기로 덮여있다는 사실을...] 끄덕

살접; [그런데 무림의 인간들이 왜 정사를 불문하고 심우장이란 저 장원으로 몰려든 건가요?] 독검사랑에게 묻고

살영; [얼마 전부터 무림에 은밀히 소문이 퍼지고 있다.] 살영을 돌아보며 독검사랑 대신 대답하고

살영; [심우장에 구천금마궁(九天禁魔宮)의 장보도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눈 번뜩이며 목소리를 좀 낮추고

살접; [구천금마궁이라면...] 놀라고

살영; [구대천마가 갇혀서 죽었다는 전설 속의 미궁(迷宮)이다.] 끄덕이고

 

<-구천금마궁! 그것을 세운 인물은 마귀동의 사실상 마지막 동주인 혈해봉황(血海鳳凰)이라는 여인이었다.> 도도하고 살벌한 인상의 서른살쯤 된 미녀가 해골이 달린 큰 지팡이를 잡고 봉황이 그려진 망토를 두른 채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 이 여자가 사극의 일인인 혈해봉황. 혈해봉황 뒤에 어떤 풍채 좋은 노인이 서있지만 혈해봉황 모습을 크로즈 업 해서 보여주고

<오백여 년 전, 당시 마귀동의 동주에게는 핏줄이 딸 하나뿐이었다. 이에 마귀동의 동주는 오직 사내만이 동주 자리를 이을 수 있다는 전통을 무시하고 외동딸을 자신의 후계자로 삼았으니 그 여자가 바로 혈해봉황이었다.> 위 화면을 확대. 혈해봉황 뒤에 풍채 좋은 노인이 뒷짐 짚고 서서 웃고 있다. 그 노인이 혈해봉황의 아버지

<혈해봉황은 비록 여자의 몸이었지만 절세의 기재였고 마귀동 전체 역사를 통틀어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고수였다. 하지만 여자의 몸이었기에 필연적으로 마귀동의 제자들로부터는 경원당하는 처지에 몰렸다.> 의자에서 일어나 지팡이를 내밀며 화를 내는 혈해봉황. 그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서서 눈을 부릅뜨고 있다.

<결정적으로 혈해봉황이 마귀동의 제자들과 척을 지게 된 것은 정파백도의 전설적인 문파 신룡문(神龍門)의 문주와 사랑에 빠진 사건 때문이었다.> 곤룡포를 입은 잘 생긴 중년인의 품에 안겨 행복해하는 혈해봉황. 곤룡포를 입은 그 인물이 고금십대고수의 일인이며 사극에 속하는 신룡천자다.

<신룡천자! 고금십대고수의 일인이며 사극에 속하는 신룡천자가 혈해봉황의 연인이었던 것이다.> 신룡천자의 모습 크로즈 업. 잘 생긴 신룡천자를 올려다보며 행복해하는 혈해봉황

<마귀동 제자들은 혈해봉황이 자신들 중에서 배필을 구할 것으로 생각하고 여러 가지 불만을 참아왔었다. 그러다가 혈해봉황이 마귀동과 대적하는 신룡문의 문주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되자 결국 반란을 일으켰다.> 침실에 함께 누워있다가 놀라 일어나는 잠옥 차림의 신룡천자와 혈해봉황. 사방의 문과 벽이 무너지며 마귀같은 형상들이 들이닥친다. 마귀동의 무사들이

<하지만 반란은 실패했다!> 마녀같이 변해 피로 물든 채 악을 쓰는 혈해봉황. 그년의 몸에서 봉황 같은 기운이 일어나 사람들을 토막 치고 있고. 그 뒤에서 신룡천자가 가슴에 창이 박힌 채 주저앉아 피를 토하고 있다. 신룡천자의 가슴에 박힌 창이 멸신창이다.

<신룡천자가 자신을 지키려다가 중상을 입자 혈해봉황은 마성을 극단적으로 폭발시켜 마귀동의 거의 모든 제자들을 학살해버렸던 것이다.> 무너진 서양식의 석조 건물들. 그 주변에 수많은 시체들이 널려있고 그 시체들 사이에서 마녀처럼 울부짖는 혈해봉황. 혈해봉황의 몸에서 봉황의 날개같은 형상의 기운이 뿜어진다.

<혈해봉황의 원래 별호는 봉황마희(鳳凰魔姬)였다. 하지만 가공할 학살을 벌이는 과정에서 피로 물든 공포스러운 형상으로 인해 혈해봉황이라 불리게 되었다.> 위 장면의 피로 물든 마녀같은 모습의 혈해봉황 배경으로 나레이션

<반란은 진압했지만 혈해봉황은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다. 마성을 주체하지 못하는 그녀의 끔찍한 모습에 충격을 받은 신룡천자가 떠나버린 것이다.> 가슴에 뚫린 구멍을 누르며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신룡천자. 신룡천자의 가슴에 박혔던 멸신창을 들고 신룡천자를 따라가며 애원하는 혈해봉황. 주변에는 시체가 널려있고

<상심한 혈해봉황은 마귀동의 가장 중요한 보물 다섯 가지를 들고 세상에서 사라졌다. 마귀동이 급격하게 세력이 약해진 것은 마귀오보(魔鬼五寶)라 불리는 그 보물들이 사라진 때문이다.> 폐허가 된 석조건물들 사이에서 나오는 생존자들. 대부분 여자나 어린 아이들이다. 두려움에 떨고 있고

<그후 혈해봉황이 어딘가에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미궁을 짓고 그곳에 마귀오보를 숨겨둔 후 죽었다는 소문이 강호에 퍼졌다.> 비밀 사원 같은 지하의 구조물. 그곳에 놓인 돌 의자에 홀로 외롭게 앉아있는 피칠갑을 한 혈해봉황

<전설적인 여마 혈해봉황이 만들었다는 그 미궁에는 사실 이름이 없었다. 그러다가 구천금마궁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은 다름 아닌 구대천마들 때문이었다.> 의자에 앉은 피칠갑을 한 혈해봉황의 모습 크로즈 업

<삼백여 년 전, 구대천마는 오랜 노력 끝에 혈해봉황이 세운 미궁을 발견했었다. 그 직후 그들은 신선부가 파견한 흑백신귀에게 패했으며 추격을 두려워하여 그 미궁으로 숨어들어갔다고 한다.> 파천검마를 제외한 여덟 명의 구대천마가 어느 계곡으로 날아 들어가는 모습. 계곡 끝에는 동굴이 하나 있다.

<그같은 전설 때문에 혈해봉황의 미궁은 구대천마가 갇힌 미궁, 즉 구천금마궁이라 불리게 되었다.> 오남삼녀인 팔대천마가 동굴도 들어가는 모습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동굴 입구를 올려다보는 자도 있고

 

살접; [혈해봉황도 사극의 일인이지요?]

살영; [신선부의 시조 신선낭낭과 함께 고금제일의 여자고수를 다투는 절세고수이기도 하지.] 끄덕

살영; [그 혈해봉황의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곳이 구천금마궁이다.] [그 때문에 오랜 세월 무림인들은 구천금마궁의 소재를 찾아 헤매었다.]

살접; [구천금마궁만 발굴한다면 천하의 주인이 될 수도 있겠지요.] 침 꼴깍

살영; [바로 그 구천금마궁의 장보도가 심우장에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살접; [부단주님께서는 그 소문이 사실이라고 생각하세요?] 독검사랑에게 묻고

독검사랑; [헛소문일 가능성이 높다.] 고개 조금 젓고

살접; [그리 단정하시는 데는 이유가 있으시겠어요.]

독검사랑; [별호가 선후인 심우장의 주인은 마귀동이나 혈해봉황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기 때문이다.]

독검사랑; [뿐만 아니라 우리 살인상단의 첩보망에 포착된 바에 의하면 내일 심우장에서 호천맹의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살접; [그럼 혈세사패가...] 깨닫고

독검사랑; [호천맹의 집회를 방해하기 위해 퍼트린 소문이기 쉽다.] 고개 끄덕이고

살접; [그렇겠어요.] [호천맹은 자신들이 혈세사패의 발호로부터 무림을 구할 목적으로 결성되었고 공언해왔으니까요.] 납득

독검사랑; [그렇긴 해도 심우장을 한번 탐색해볼 필요는 있다.]

살영; [본단의 사업을 위해서라도 선후의 정체를 알아내야겠지요.]

독검사랑; [심우장 주변으로 모여든 자들 중 주목할만한 고수가 있느냐?] 고개 돌려 살영에게 묻고

살영; [제가 본 자들 중 가장 거물은 백살파의 파주 백일살신이었습니다.]

독검사랑; [백일살신...] [그자가 심우장을 공격할 혈세사패들의 우두머리겠군.] 두 눈을 번뜩이고

살영; [그 외에 녹림맹의 맹주 녹혈패왕(綠血覇王), 마도의 거물 흑혈마야(黑血魔爺), 배교(拜敎)의 교주 화의사신(華衣邪神)등이 목격되었습니다.]

독검사랑; [당금 무림을 좌지우지하는 거물들이 총 출동했군.]

살영; [심우장의 방비도 방비지만 그자들과의 충돌에도 주의를 기울여야할 것입니다.] 끄덕이고

독검사랑; [우린 일단 이곳에서 대기한다.]

독검사랑; [그러다가 상황이 얼추 정리되면 그때 심우장에 잠입해서 염탐하도록 하자.] 심우장을 보며

살영; [봉명!] 고개 숙이고. 살접과 살패도 고개 숙이고

살접; (부단주의 판단이 전적으로 합리적이긴 한데...) 고개 들어 심우장을 보고

살접; (심우장을 볼 때마다 심장의 박동이 높아진다.)

<날 흥분시키는 무엇인가가 심우장에 있기라도 한 듯이...> 심우장의 모습 배경으로 살접의 생각 나레이션

 

#183>

심우장

심우장 내부. 청풍이 뇌화룡과 함께 자고 있는 그 건물. 밤이 깊어 거실에 켜져 있던 등불도 꺼져 어둠 속에 묻혀있다.

어둑한 건물 내부. 청풍이 침실 문이 보이는 방향으로 놓인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운기조식 중이다. 허리춤에는 용봉철적을 꽂고 있고

<크아악!> 갑자기 들리는 비명. 움찔! 하는 청풍.

청풍; (비명소리...) 눈 번쩍 뜨고.

이어 열린 문을 통해 침실을 보고

어둑한 침실에 뇌화룡이 누워 잠이 든 게 보이고

청풍; (상당히 먼 거리에서 터진 비명이라 화룡이는 듣지 못한 것 같다.) 안도할 때

<크아아악!> <컥!> 이어지는 비명소리들. 그러자

움찔! 깨려는 뇌화룡

청풍; (비명소리가 급격히 늘어난다. 화룡이가 깨지 않도록 수혈을 짚어야겠다.) 팅! 손가락을 튕기고. 튕기는 손가락 끝에서 레이져같은 빛이 날아가고

푹! 이불을 뚫고 들어가 뇌화룡의 몸에 꽂히는 섬광. 움찔 하는 뇌화룡. 그러다가

[음...] 다시 잠이 드는 뇌화룡

청풍; (오늘 밤에 무슨 일이 있을 것 같더니만...) 창문을 보고

<크악! 커억!> <안... 안돼! 끄악!> 이어지는 비명

청풍; (어떤 자들이 무단으로 심우장에 침입하려다가 기관함정에 의해 살해당하고 있는 모양이다.) 생각하고.

이어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177>에서 휘장 뒤의 선후가 말하던 장면

 

목소리; [오늘 밤 주무실 때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오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눈 반짝

회상 끝

 

청풍; (선후라는 분은 그렇게 경고하셨지만...) 슥! 일어나고

<크악!> <케엑!> 건물 밖에서 연달아 들리는 비명소리들

청풍; (잠자리 신세도 진 처지에 모른 척 할 수는 없다.) 덜컹! 문을 열고 나가고

청풍; (여차하면 심우장의 식솔들을 도와야겠다.) 밖으로 나서고

 

#184>

건물을 밖에서 본 모습. 문을 닫고 나오는 청풍. 두리번

<크악!> <컥!> <아악!> 비명이 한쪽에서 들리고

청풍; (정문 근처에서 집중적으로 비명소리가 들린다.) 비명이 들리는 곳을 보고. 그곳에는 높은 담장이 있고

청풍; (아무래도 사람의 통행이 많은 곳이라 방어시설이 상대적으로 허술할 테고...) 팟! 몸을 날리고

청풍; (침입자들도 그걸 노리고 정문쪽으로 진입을 시도하는 중일 것이다.) 월동문이 있는 그 담장 위로 내려서고. 직후

청풍; [!] 눈 치뜨고

멀리 앞쪽 심우장에서 가장 큰 건물인 대청건물 지붕 위에 누가 서있는 게 작게 보인다. 청풍에게 등을 보이는 자세

크로즈 업. 비구니 무애인데 허리춤에 일본도를 차고 있다.

청풍; (날 안내한 무애라는 이름의 비구니다.) 팟! 날아오르고

청풍; (무애스님이 심우장의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모양이다.)

청풍; (가까이 가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유사시에 도와주자.) 대청 건물을 향해 날아가고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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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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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八 章

 

         變身

 

 

 

무림(武林),

삼성무림청의 거대한 악(惡)의 발굽에 짓밟혀 가고 있던 무림엔……

희비(喜悲)……엄청난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정의 하늘엔 찬란한 영광이……

사(邪)의 하늘엔 검은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이다.

한 사람……

단 한 사람이 출현하므로 중원 정사(正邪)의 판도는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푸른 계곡의 처참한 대혈전(大血戰)으로부터 무림에 폭탄을 터뜨린 신행마동 소일초……

기가 막힌 열 세 살 짜리 꼬마가 그 돌풍의 주역이었다.

그는 처음의 공언대로 과연 삼성무림청의 멸망시키는 전초단계로 그 주력인 삼혈단을 몰살시켜버렸다.

그리고,

전력의 팔할에 해당하는 삼혈단을 잃어버린 삼성무림청은,

그들이 벌여놓은 싸움의 곳곳에서 패하고 있었다.

파죽지세(破竹之勢),

삼성무림청의 가공하던 힘과 세력은 여기저기서 피를 뿌리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신행마동 소일초,

천하는 그 동안 그에게 주었던 눈총을 거두고 찬사를 퍼붓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중원어디에서나 신행마동의 이름은 높아 갔고,

잠자는 사자들의 숲, 백인장을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백인장에는……

금족령을 당해서 밖으로 나올래야 나올 수 없는 속 터지는 도객들이 한둘이 아닌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신행마동의 이름과 함께 시간은 쉬임없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다.

 

* * *

 

파양호가 멀리 보이는 여산의 백인장(百刃莊)

내전 깊은 곳의 침상에 한 사람의 중년인이 누워있고,

그 앞에서는 절색의 미부가 의자에 앉아서 따뜻하게 익힌 낙화생을 까서 중년인의 입에 넣어주고 있다.

침상에 누워있는 중년인은 정기 늠름하여 도저히 누워있을 사람같지는 않은데,

부드러운 눈길을 미부에게 주면서 말했다.

[요즘처럼 편안하게 살았던 적이 여태 없었던 것 같소. 말썽꾸러기 아들 녀석은 무림에서 이름을 더날리고 있고, 아름다운 부인이 장내의 모든 일을 대신 처리해 주니……나는 다만 이렇게 누워서 음식만 받아먹으면 되는군……]

[그런 말씀만 마시고 당신도 빨리 일어나셔서 그 애를 도와주셔야죠……]

[하하하……그 녀석이 백인장의 모든 사람들의 발을 묶어 놨는데 나도 별 수 있소. 일어나 봤자 갑갑한 장원 안에서 칼질이나 하고 있겠지……]

눕고, 앉은 채 다정스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이 두 사람,

바로 백인장의 장주부부인 소선풍과 조예진이었다.

소선풍은 소일초가 보내준 불사환혼단을 복용한 후 신체의 회복이 급속도로 빨라져 이제는 말도 할 수 있고 음식을 받아먹을 수도 있었다.

그가 완전히 일어나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

[아무튼, 파양호 안의 옛 장원에 당신이 일초를 데리고 들어온 날은 볼만 했지……]

[…………]

[멀쩡한 아이더러 사부니 뭐니 하면서 법석을 떨어대니 천하의 일초 그 놈도 울고 말더군. 그때 나는 속이 답답해서 미칠 것만 같았지. 결과적으로 그게 복이 되기는 했지만……]

[대체 몇 번 이나 더 그 애길 해야 그만하겠어요. 쑥스럽게 자꾸 그때 이야기 하시면 더 이상 낙화생을 드리지 않겠어요.]

조예진이 은근히 먹는 것으로 남편을 협박한다.

[그때만 생각하면 항상 즐거운 걸……]

[그래도 절 위해 이제 그만 하셔요.]

소선풍이 먹는 것을 포기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묻는다.

[정말 일초녀석의 무공이 그렇게 높아졌나?]

[몇 번이나 말했어요. 전설적인 검객인 검마의 진전을 물려받았다고요.]

조예진이 혀를 쏙 내밀면서 말한다.

[아마 당신도 이제 못당할 걸요?]

[글쎄……내가 일어나기만 하면 나는 다시는 누구에게도 패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설사 어르신이라고 해도……]

[아이구라……누워서 허풍만 세졌어요? 어떻게 사부님을 이길 수 있단 말이예요?]

조예진은 남편의 호기가 살아나는 것을 반가와 하면서도 자기 사부도 이길 수 있다는 말에 살짝 빈정댄다.

[내가 누워있는 동안 깨달은 무공이 있거든……마도구식을 바탕으로 한 건데……단 이초식의 도법으로 집약이 되지……]

[그렇게 그게 대단해요? 그럼 사부와 겨뤄보기 전에 먼저 나와 한번 겨루어 봐요.]

소선풍이 벌떡 일어서는 그녀를 보고 눈이 둥그레 지는데,

조예진의 몸이 그를 덮쳐서 눌러버렸다.

[윽-----]

소선풍이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갈까봐 비명도 크게 못 지르는데 조예진의 팔은 그의 목을 휘감고 눈섭을 깜짝거려 소선풍의 귀를 간지럽혔다.

[나를 이길 수 있어요? 없어요? 빨리 대답해요. 안 그러면 더 잔인한 고문을 할 거예요.]

소선풍은 간지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아직 입만 살아있는 그가 어떻게 피할 도리도 없다.

[항복! 항복! 당신이 천하제일고수요.항복……하하하하하……]

참다참다 말하는 바람에 결국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조예진은 미소를 지으며 소선풍의 옆에 누웠다.

그리고 잔잔한 음성으로 말했다.

[여보……사부께서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실까요?]

[전번에 만났을 때 느낀 것이지만, 그 어르신께서는 인생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실 작정인 것 같았어.]

[…………]

[어쩌면 무림인이 아닌 아주 다른 모습으로 살고 계실 지도 모르지……]

[휴……저는 사부님을 뵙고도 몰라봤으니……]

[빨리 소아와 어르신께서 만날 수 있도록 해야겠는데……사형들이 그렇게 변했다니 믿어지지가 않아요.]

[그들은 사악한 무공을 섞어서 사용했어……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건 마교(魔敎)의 마공(魔功)들인 것 같아……]

[어디서 그런 마공들을 익혔을까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해. 그때 소아를 데리고 나오지 못했다면 아마 지금쯤 철저히 그들의 병기로 화해버렸겠지……그때도 이미 삼갑자의 내공을 주입한 상태였으니까……]

[여보……정말 소아의 무공에 대한 재질은 사부님을 그대로 닮았어요. 우리 일초보다 결코 재질에 있어서 뒤지지 않아요.]

[한데……일초와 소아가 잘지내고 있을까?]

[그야 모르죠. 애들이니까 싸우기도 하고 그렇게 지내겠죠……]

[내가 일어나기만 하면, 우리도 함께 무림에 나가 유람이나 합시다. 얼마나 통쾌하겠소.]

소선풍은 벌써 마음이 들뜨는 것 같았다.

[제발 빨리 일어나기나 해요. 생과부 삼 년에 당신 몸무게까지 잊어버렸어요.]

조예진의 투정에 소선풍은 고개를 돌려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그리고……

[요즘은 내가 당신 몸무게를 알고 있잖아……]

 

× × ×

 

섬,

차가운 서북풍이 매섭게 몰아치는 장강의 물결이 금방이라도 덮쳐버릴 듯한 조그만 섬,

갈대숲이 섬 전체를 뒤덮고 있는데……

무성한 갈대를 헤치고 걸어 나오며 차가운 장강을 바라보고 있는 어린 소년,

허리에는 이가 빠진 시커먼 철검,

소일초였다.

그 옆에는 주소아가 따르고 있었고……

…………

[틀렸어……이곳도 전혀 기억에 없어. 다른 곳으로 가보는 게 나을 것 같아.]

주소아가 낙담한 표정으로 내뱉는다.

이때,

살짝 주소아의 신비롭도록 아름다운 입술을 주시하던 소일초가 장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불과……한 달 도 지나지 않았어……]

[…………]

[성급하게 서두를 것은 없어…… 그리고 천천히 기다리면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 거야……]

[그래……잊어버린 샘 치면되지뭐……지금이 행복한데 까짓 옛날 생각나지 않으면 어때……]

그렇게 말하는 주소아의 표정에는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소일초는 녹림맹에서 이후로 주소아를 아주 존중해 주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주소아의 미모에 넋을 잃는 것을 보자 자기도 모르게 강한 질투심이 생겼던 것이다.

자연히 주소아를 더 잘 대해주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소아에 대한 장난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장난은 점점 도를 더해가서,

요즘에는 아예 잠잘 때에는 주소아를 알몸으로 만들어 놓기 일쑤였다.

아슬아슬했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소일초는 여체의 신비를 여기저기 엿보았고,

눈을 감고도 주소아의 몸을 훤히 상상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 짖궂은 장난만 아니라면 주소아는 소일초에게 최고대접을 받고있는 것이다.

지금,

그녀의 아름다운 동공은 소일초의 얼굴에 피어오른 미소를 넋 잃은 듯 바라보고 있으니……

자기보다 작은 소일초의 어깨를 손으로 감고 머리를 푹 수그렸다.

그리고 금시,

그 아름다운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살며시 소일초의 귀에 대고 이야기했다.

[이제……어떻게 따돌리지?]

[직접 부딪쳐 볼까?]

[상대방도 엄청난 고수야……일부러 자신의 존재를 우리에게 알리는 것 같아……혹시 정말 할아버지가 우릴 따라 다니시는게 아닐까?]

대체 이들은 또 전혀 그런 척 하지 않으면서 또 무슨 말을 주고 받는 것인가?

따돌린다니……

엄청난 고수라니……

[절대 아니야. 그 형씨……아니 네 할아버지는 아무런 기도가 없어. 그리고 나를 보셨으면 납작 잡아서 혼을 내려고 드실 걸?]

[왜?]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물어보는 주소아다.

[실은……내가 사기를 조금 친 적이 있거든……전에도 조금은 말했지……내가 배운 무공 중 일초검공 말고 다른 절기들은 다 젊은 할아버지한테 사기 쳐서 배운 거란 말이야……]

[그럼, 우리 다시 따돌려 보자. 그리고 우리가 역으로 한 번 정체를 파헤쳐 보는게 어때?]

[좋아, 오늘 밤에……]

소일초는 주소아의 손을 잡으며 안개속에 파묻혔다.

그리고,

안개가 흩어졌을 때 이미 그는 주소아와 손을 마주잡은 체 까마득히 장강을 가로질러 날아가고 있었다.

 

사르르르……

소일초와 주소아가 사라진 갈대숲에 백의를 단정히 차려입은 젊은 부인이 나타났다.

머리는 옥잠을 꽂고 어깨에는 고색창연한 장검이 걸려있었다.

아름다운 얼굴에는 어딘지 모르게 수심이 어려 있는데……

[태봉아……많이 자랐구나……]

오오……

태봉……

바로 소일초의 원래 이름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백의미부는?

[이 어미가 무정한 네 아버지는 잊을 수 있겠지만, 어찌 너를 잊을 수 있었겠느냐……]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여인,

바람에 갈대는 날리고, 바람에 검병(劍柄)의 수술도 날리고……

고독이 배어나는 목소리는 짙은 처량함이 감돈다.

[네가 보고 싶어서 남몰래 백인장을 찾아 갔던 적이 몇 번인지 모른다. 한데……그 여자는 정말 너와 네 아버지에게 너무 잘 해주더구나. 나는 부끄러워서 그때마다 도망치듯이 돌아오고 말았단다……너는 이 어미는 생각도 않고 자라는 것 같더구나……]

그녀의 눈에서 맑은 눈물이 넘쳐 두 볼을 타고 내렸다.

소일초의 생모(生母) 이주용(李珠蓉),

그녀는 소일초가 두 살 되던 해에 백인장을 떠나가 버렸다.

소선풍과 심한 말다툼을 한 후에……

[네 아버진 무정한 사람이었어. 몇 년 동안 백인장을 찾아가지 않았으니 그 사람도 많이 변했겠지……그러나, 무슨 이유로 어린 너를 혼자서 험한 강호에 내보냈는지 모르겠구나……]

 

***

 

이주용이 갈대 섬에서 깊은 감회에 빠져 있을 때,

소일초와 주소아는 주루(酒樓)를 들어서고 있었다.

별원에 방을 얻어 들어간 두 사람은 국수를 먹은 후 침상에 마주 앉아 술을 마셨다.

저녁 마다 있는 그들의 일과 중 하나였다.

[전에 색귀한테 들은 애긴데……여자는 억눌려 있을 때 오히려 더 좋아한다고 하더군……]

술단지를 놓고 마주 앉자 마자 흘러나오는 소일초의 막되먹은 소리였다.

[말도 안돼는 소리하지마……내가 겪어보니까 답답하기만 하더라……]

[색귀말이 틀렸을 리가 없어……네가 잘못됐으면 잘못됐지……]

고개를 내두르는 소일초다.

[그럼 네가 한 번 눌려볼래? 갑갑한가 아닌가?]

[싫어. 계집애한테 눌린다는 것은 꼭 지는 것 같아서 싫어.]

[나도 마찬가지야. 역지사지(易之思之)라는 말을 잊지마.]

[그래도 내가 위에 있을 땐 마치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던데……]

[그 기분도 없으면 힘들게 일해서 마누라 먹여 살릴 골빈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 다 상부상조하는 거지……]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소일초가 술을 들이키며 말했다.

[그럼, 나는 당연히 네 위에 올라갈 권한이 있는 거네. 네가 먹고 자는 모든 것이 내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니까……]

주소아가 코웃음을 친다.

[그런 소리마, 그렇게 따진다면 나에게 물이라도 한 잔 준 놈은 몽땅 다 한 번 씩 태워줘야 잖아. 그럼 네 기분이 좋겠어?]

[그건 절대 안되지. 절대로……만약 그런 꿈이라도 꾸는 놈이 있으면 껍질을 홀랑 벗겨서 죽여버릴 거야.]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기라도 하는 듯이 소일초가 흥분하면서 소리친다.

[거봐. 겨우 몇 푼 안되는 돈 좀 썼다고 내 몸을 아예 말등처럼 오르내릴 생각을 하면 안된다구. 요즘은 내가 너한테 지니까 할 수 없이 봐주는 거지만……]

[…………]

[다음에 내가 좀 더 강해지면 그땐 내가 올라가서 네 그 하늘을 나르는 것 같다는 기분을 좀 느껴봐야겠어……]

끝없이 술을 퍼부어면서 계속되는 대화이기에 어느새 그녀의 얼굴은 술이 올라 빨갛게 되었고,

입에서는 혀 꼬부라진 소리가 연방 나왔다.

소일초는 술단지를 내려놓았다.

[그만 자자……]

주소아가 휙 하니 술잔을 던져 탁자위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게 놓으며 뒤로 벌렁 누웠다.

[이리와……]

주소아의 말에 따라 소일초가 그녀의 몸에 자기의 몸을 얹었다.

그의 얼굴이 주소아의 얼굴을 마주 보는데,

[단번에 외워. 정말 취한 것 같다구……]

주소아가 낮은 소리로 말한다.

[이건 내가 역근천골공(易筋遷骨功)이라고 이름을 붙여봤는데……]

주소아……

그녀는 정말,

조부인 혈기자의 혈통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엄청난 무학의 기재였다.

생사보록의 무공을 깊이 터득했을 뿐만 아니라 거의 어떤 절학도 한 번 보기만 하면 그 근본 원리까지 파악해 내곤 했다.

그리하여, 벌써 몇 가지의 괴상한 무공을 만들어 냈는데……

역근천골공 역시 그 중의 하나였다.

근육을 마음대로 바꾸고 뼈마저 줄였다 늘였다 할 수 있는 괴상한 무공으로,

축골공이 있다는 말을 듣고 며칠을 생각해서 만든 것이다.

소일초는 가만히 그녀의 입을 주시하면서 한 자도 빠뜨리지 않고 머릿속에 담고 있었다.

[겨우 그거야? 아주 간단한 것 같은데?]

주소아의 말을 다 듣고서 그녀의 귀에다 대고 소일초가 소근거렸다.

[그건 네가 이미 무공의 큰 줄기를 꿰뚫고 있어서 그런 거야……이게 시시한 게 아니라구……]

[지금 한 번 해볼까?]

[응.]

소일초는 잠시 역근천골공을 운용하다가 뚝 멈추었다.

[큰일 날 뻔 했다.]

[왜?]

[옷이 다 찢어질 뻔 했잖아. 더 어둡기 전에 미리 큰 옷을 사다놓아야겠어.]

[안돼! 지금 밖으로 나가면 들통이 날 수도 있어. 점소이를 불러 시켜. 가장 좋고 예쁜 옷으로 두 벌 사오라고……]

그녀는 말을 다 끝 맺지 못하고 잠이 들고 말았다.

 

***

 

깊은 밤,

이상한 느낌에 주소아는 또 소일초의 장난이거니 하면서 눈을 부시시 떴다가 비명을 질렀다.

[끼악----!]

자기의 몸에는 여느 밤처럼 실오라기 하나 걸쳐져 있지 않은데……

굵직한 팔 하나는 자신의 머리를 받치고 있고,

다른 커다란 손 하나가 자신의 전신을 더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의 주인은 육척은 좋이 될 거한이 아닌가?

그것도 알몸으로……

그녀가 비명을 지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비명은 채 다나오기도 전에 커다란 손에 의해 막혀버렸다.

[쉿! 나야, 나.]

맑은 눈에 덩치는 크다랗지만 얼굴은 여전히 수염하나 없는 동안(童顔)이다.

바로 소일초인 것이다.

[휴……깜짝 놀랐네. 이 바보야! 미리 말이라도 해야지.]

손톱을 세워서 소일초의 가슴을 팍 긁어버렸다.

그러나,

날 때부터 금강체(金剛體)인 소일초의 몸이 그 정도로 손상이 갈 리가 없다.

[어때? 감쪽같지?]

[시꺼. 사람 간 떨어지게 해놓고……]

소일초의 몸을 슥 훑어보는 주소아가 눈을 크게 떴다.

[응……여기? 여기는 본래 그대로야. 아무리 해도 더 커지지 않던데……]

[아차……나한테는 그게 없어서 미처 그걸 크게 만드는 법문은 만들지 못했어……내건 다 되는 데……]

주소아가 실수했다는 듯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럼 네가 한 번 해봐!]

[그래, 잘 봐……]

정말 잘보고 배워놓으라는 듯이 눈길을 준 후 주소아는 소일초를 한쪽으로 밀쳐놓으며 누운 자세를 반듯이 했다.

젖빛으로 뽀얀 주소아의 알몸은 아직 완전히 발육하지는 않았지만,

약간 봉긋한 가슴 밑으로 펼쳐진 나신은 매일 보는 것이지만 소일초의 숨을 막히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일순간,

그녀의 조그마한 발이 다리와는 불균형을 이루면서 커졌다.

다리가 쭉 가늘게 늘어나더니 다시 살이 오르며 정상적으로 되어 가는데,

이번에는 잘록하던 허리가 스물스물 길어지며 상체가 한꺼번에 커지고 있었다.

목도 더 자라고 머리(頭)도 더 굵어졌으며 마지막으로 손과 팔이 늘어나고 커졌다.

[이건 얼마만큼 하면 좋을까?]

[크게……무조건 크게……]

조그마한 유방을 보면서 주소아가 하는 말에 소일초의 주문은 무조건 크게이다.

[바보야, 적당한 게 더 이뻐.]

직접 손으로 크기를 갸름하면서 유방의 크기를 조절했다.

어느새 그녀는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 되어버렸다.

침상에서 커다랗게 자라버린 소일초를 보면서 성숙하게 변해버린 주소아는 조금 부끄러움을 느끼는데……

[내 것도 크게 해줘……빨리……이건 불공평해.]

[안돼. 네 건 본래부터 나이에 맞지 않게 큰 거였어. 더 크면 여자가 견디지 못해.]

[그런 법이 어디 있어? 흥. 빨리 방법을 생각해 내지 않으면 아마 괴로울 걸?]

주소아……

그녀도 뭘 알기나 하고 하는 소린지……

 

아무튼,

아침에 주루를 나가는 한 쌍의 젊은 부부를 보고 점소이는 언제 저 손님들을 맞았을까 생각하며 어리둥절했다.

그는 그 부부가 맨발인 것을 보고 더 이상하게 생각했다.

 

***

 

소일초와 주소아는 여유만만하게 북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벌써 신을 사 신었다.

서로의 변한 모습에 킥킥대며 장난을 치면서 얼마를 걸었는지 모른다.

소일초의 그것도 과연 커졌을까?

안보니까 모르는 일이고……

 

[지금 쯤, 그 미행자는 사라진 우리를 찾느라고 허둥대고 있겠지?]

[히히……어쩌면 우리한테 와서 어린 꼬마 둘 못봤냐고 물어볼지도 모르지……]

소일초가 고소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 누가 우리 이름을 물어보면 뭐라고 할까? 그냥 주소아, 소일초 하고 대답할 수는 없잖아.]

[물론 그렇게 대답할 수는 없지. 소일초, 주소아라고 해야지……윽!]

주소아가 소일초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꽉 친 것이다.

[좀 진지해 질 수 없어? 덩치는 뭐 만해가지고……]

[좋아. 씨……그럼 나는 무적검(無敵劍)이다.]

[그럼 난 승무적(勝無敵)이야.]

[그럼 난 무적검 안해. 승소아(承小阿)라고 할 테다.]

다시 주소아의 주먹이 그의 옆구리를 쳤지만 허공인 듯 아무 감각이 없었다.

소일초가 이환공을 일으키고 미리 준비한 것이다.

[제길……무적검을 이기는 승무적이나 주소아를 밤마다 올라타는 승소아나 그게 그거지……]

[알았어, 무적검(無敵劍)해. 나는 불패도(不敗刀)할 테니까. 대신……]

[…………]

[내가 양보했으니까, 다시는 승소아니 뭐니 하는 소린 꺼내지도 마! 남이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주소아의 말투가 약간은 달래는 듯하다.

[그래도 사실인데……]

[그래도 안돼!]

주소아는 소리를 꽥 지르고 소일초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었다.

[삼성무림청을 뿌리 채 뒤흔들어 버릴 수 있는 일침!]

[무슨 계획인데?]

주소아의 음성도 들릴락 말락 낮아졌고,

[이번엔 직접 삼수(三手)를 상대하겠어.]

순간,

자기보다 커져 버린 소일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걷고 있던 주소아의 몸이 제자리에 딱 멈췄다.

[무……무슨 말을……]

하나,

오히려 어른의 얼굴 만큼 커진 얼굴에 빙긋이 미소를 짓는 소일초……

[그 정도로 놀라긴 뭘 놀래. 이제 삼수와 직접 붙어 볼 때도 됐지.]

우뚝!

석상처럼 한 곳에 멈춰버린 주소아,

[좋은 계획이라도 있는 거야?]

소일초의 눈을 염려스러운 듯이 빤히 쳐다보며 물어본다.

[없어. 그냥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무식하게 대결해 보는 거지.]

[말도…안돼……!]

주소아의 떨리는 외침이,

휘이이이……

차가운의 북서풍에 휩쓸려 사라졌다.

그리고,

한 곳에 굳은 주소아는 도대체 움직일 줄 모른다.

다만 별빛을 향한 그녀의 두 눈에,

반짝반짝……

눈물이 고여 넘친다.

그녀의 몸에서 겨우 들릴 정도로 낮은 휘파람소리마저 잠잠해 진 듯 한데,

(이렇게 하는 말은 장난이 아니야……정말로 싸우려고 하는 거야.)

소일초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나는 무적검이잖아……]

[바보야……내 생사보록 원래 주인이 누군지 알아? 바로 그들, 할아버지의 못된 제자들인 삼수(三手)란 말이야……고모부도 당해내지 못하고 부상을 입으셨단 말이야.]

[나는 검마의 진전을 이은 유일한 제자야. 일초무적이라구.]

이어,

그녀를 안은 채 걸음을 옮겨가는 그의 등에 희미한 겨울 햇빛이 내렸다.

 

***

 

그리고,

소문……

무림에 전례없던 소문의 바람이 몰아닥치기 시작했다.

 

------신행마동이 삼성무림청의 수뇌부에 도전장(挑戰章)을 냈다……

------일대일(一對一)의 결투를 원했다……누구도 참여할 수 없는……

------장소는 화산(華山)의 옥녀봉(玉女峰)이나 날짜와 시간은 알 수 없다……

 

소문,

이처럼 무림에 전례(前例)없던 열 세 살 짜리 꼬마와 한 문파의 수뇌와의 결투 소문이 나돌기 시작한 것이다.

중원천하의 모든 시선은 이들의 대결에 초점이 모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휘이이잉……

대지(大地)는 부는 차가운 북풍(北風) 도 일었다 자는데……

무림인의 사이에 분 이 소문의 바람은 자는 법도 없이 더욱 거세져 가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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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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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여전히 북망산. 반달은 이제 중천에 떴고. 그래서 그리 어둡지는 않다.

반달 아래 산길을 걸어가는 청풍. 물론 두 팔로는 뇌화룡을 안고

이하 청풍이 뇌화룡를 안고 걸어가며 둘이 나누는 대화

청풍; [이십 여 리쯤에 다른 삼문육가의 후계자들이 머물고 있다.]

뇌화룡; [그 사람들과 만나셨나요?] 복잡한 표정

청풍; [천약옥녀 전소저의 부탁을 받고 널 찾으러 왔었다.]

뇌화룡; [전삼낭 언니가...] [그랬군요.] 복잡한 표정

청풍; [그곳으로 데려가줄까?]

뇌화룡; [아니에요.] 고개 젓고

뇌화룡; [거긴 가기 싫어요. 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시는 낙양으로 데려가 주세요.] 입술을 깨물고

청풍; [다른 삼문육가 후계자들과 다퉜다고 들었다.]

뇌화룡; [다퉜다기보다는...] [남궁세가와 산동악가의 잘난 후계자분들께서 말을 좀 함부로 했어요.] 분한 표정

청풍; [그렇다고 들었다.]

뇌화룡; [알고 계실지 모르지만 제 아버지 벽력신장께서는 자식 복이 없으셨어요.] [여러 명의 처첩을 두었지만 후사를 얻지 못했고...]

뇌화룡; [그러다가 환갑이 다 된 나이에... 하룻밤 인연이었던 기녀에게서 절 얻으셨어요.] 비참한 표정

청풍; (어머니의 신분이 천했구나.) 깨닫고

뇌화룡; [그나마 태어난 게 아들이 아니라 딸이었는데...] [아버지는 당신의 핏줄로 후사를 잇고 싶은 욕심에 딸을 아들인 걸로 속여서 길러왔답니다.]

청풍; (이 아이가 남장을 하고 있었던 데는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뇌화룡; [그런데... 북망산을 올라오면서 남궁진과 악철산의 대화가 가문의 승계로 흘러갔고...] 분해하고

뇌화룡; [고의였는지 무신경이었는지 자신들 가문은 늘 본처 소생의 적자(嫡子)로 이어져 왔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하더군요.]

청풍; [저런...]

뇌화룡; [분명 내가 어떤 출신인줄 알면서 그런 대화를 쉬지 않고 이어갔어요.] [전언니와 당언니가 눈치를 줬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청풍; [그 친구들이 잘못했구만.] 혀를 차고

뇌화룡; [결국 전 듣다못해 화를 내고 일행에서 뛰쳐나왔는데...]

뇌화룡; [화가 나서 앞 뒤 안 살피고 달리다 보니 북망산을 내려간 게 아니라 더 깊은 곳으로 들어오게 되었어요.]

뇌화룡; [그러다가 백일자객이 포함된 백살파 자객들을 만나 시비가 붙었던 거예요.]

청풍; [네가 화를 낸 건 정당한 반응이었다.] [그러니 나중에 남궁진이나 악철산을 만나더라도 미안해하거나 껄끄러워할 필요 없다.]

뇌화룡;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고마워요.] 말하다가 눈을 감고

뇌화룡; [미안... 해요. 갑자기... 졸음이 몰려와서...] 말하다가

잠이 드는 뇌화룡

청풍; (감정의 격랑이 심했던 후유증으로 심신이 지쳤겠지.) 내려다보며 연민의 표정

청풍; (깊이 잠이 든 건 초면임에도 날 신뢰한다는 뜻이고...)

청풍; (빨리 이 가엾은 아이가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찾아야한다.) 두리번. 그러다가

청풍; [!] 눈 반짝

멀리 산봉우리 아래에서 약한 불빛이 비치고 있다. 상당히 큰 장원의 형상도 흐릿하게 보이고

청풍; (인가가 있다.)

청풍; (낙양까지 가려면 제법 시간이 걸리니 오늘밤은 저곳에서 신세를 져야겠다.) 슈욱! 바람처럼 날아가고. 물론 불빛을 향해서

 

#176>

심우장. 문이 여전히 굳게 닫혀있고

휘익! 심우장 앞으로 날아 내리는 청풍

뇌화룡을 안고 정문으로 다가가 현판을 본다

어둠속에 보이는 <尋牛莊>이라 적힌 현판

청풍; (심우장(尋牛莊)...) (소를 찾는 장원이라...)

청풍; (심우는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이 본성을 찾는 과정을 말하는데...)

청풍; (아니면 힘써 일할 소를 찾는다는 의미로 심우장이라 이름을 지은 것일까?)

청풍; (어느 쪽이든 하룻밤 신세를 질 수 있으면 좋겠다.) + [야심한 중에 실례하겠습니다.] 문 안쪽에 대고 말하고

청풍; [누이가 몸이 편치 않아서 신세를 졌으면 합니다.] 말하는데

문 안쪽에서 자박 자박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청풍; (누가 문쪽으로 다가온다.) 긴장. 직후

덜컹! 문의 한쪽이 열린다.

문을 연 사람은 비구니다. 눈이 가늘고 길며 표정이 없다. 일본 미녀같은 분위기. 말도 거의 없다. 나이는 서른 살 가량. 이 여자는 우내사절의 한명인 냉혈마검작의 딸이다. 이름은 무애.

청풍; (비구니...) + [스님!] 고개 숙이고

청풍; (심우장이란 이곳... 사실은 비구니들의 절이었나?) + [중생이 불문도량을 잘못 찾아온 것인지요?] 눈치 보고

무애; [아니에요.] 옆으로 물러서고

무애; [저희 심우장은 외진 곳에 있어서 찾아오는 손님은 거절하지 않는 것이 전통이랍니다.] [안으로 드세요.]

청풍; [감사합니다.] 안으로 들어가고

청풍; (분명 외모는 불제자인데...) 무애의 옆을 지나며 곁눈질.

<지금까지 만나본 누구보다 삼엄한 예기(銳氣)를 품고 있다.> 청풍의 뒤에서 문을 닫는 무애를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그렇다는 건 혹독하고 치열한 수련을 거친 고수라는 뜻인데...) 걸어가려 하고. 하지만 그 직후

멈칫! 발길을 멈추는 청풍.

청풍의 앞쪽. 좌우로 잘 가꿔진 정원이 있고 중앙에는 돌판이 깔린 넓은 길이 있다. 길 저편 100미터쯤에는 웅장한 대청 건물이 있고. 그 건물에서 불빛이 흘러나온다.

청풍; (살기...) 미간 약간 찡그리며 앞을 보고

<좌우의 정원 뿐 아니라 돌로 포장된 길에서도 지독한 살기가 느껴진다.> 츠츠츠! 칙칙한 안개 같은 것이 좌우의 정원과 돌 바닥에서 일어나는 모습. 그때

무애; [빈니가 디딘 곳만 밝으셔야 해요.] 앞장서서 걸어간다.

청풍; [명심하겠습니다.] 따라가고

무애가 딛는 돌판을 밟으며 따라가는 청풍

청풍; (살펴볼수록 가공하구나.) 경악하고

<좌우의 정원에는 나무와 바위로 기문진법이 설치되어 있다.> 나무와 돌로 이루어진 정원의 모습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뿐만 아니라 진법 사이사이에 치명적인 암기와 기관장치들이 설치 되어 있다.> 돌과 바위 속에서 반짝이는 침이나 화살, 창들

청풍; (이 길의 바닥에도 각가지 함정이 설치되어 있다.) 무애가 앞서 딛고 걸어가는 돌을 보며 생각하고

청풍; (만일 정해진 돌이 아닌 것을 밟으면 추측이 불가능한 함정과 기관장치가 발동할 것이다.)

청풍; (대체 누가 이토록 정교하고 치명적인 안배를 해놓은 것일까?)

청풍; (이 정도의 기문둔갑과 함정을 설치하는 것은 제갈세가나 전설 속의 귀곡문이나 가능할 텐데...)

청풍; (아무래도 내가 심상치 않은 곳을 찾아온 것 같다.) 생각할 때. 대청 건물 앞에 이르는 무애와 청풍

무애; [여기서부터는 안심하셔도 됩니다.] 축대에 한 계단을 올라가며 말하고

청풍; [예..] 따라서 올라가고

대청의 문 앞에 이르러 멈춰서는 무애. 청풍도 따라서 멈추고

두근 두근 심장 뛰는 소리가 청풍의 귀에 들리고

청풍; (심장 뛰는 소리가 셋...)

청풍; (건물 안에 세 명이 있는데 박동소리가 섬세한 것으로 보아 모두 여자다.) 생각할 때

무애; [선후(仙后)님!] [말씀하신 손님을 모셔왔사옵니다.] 안에 대고 정중하게 말하고

청풍; (선후...) (신선들의 여왕이란 뜻인가?) 생각할 때

<수고했다 무애(無哀), 손님을 안으로 모셔라.> 건물 안에서 들리는 음성

청풍; (여자의 음성... 나이는 마흔을 넘긴 정도...)

무애; [예...] 공손히 대답

무애; [본장의 주인께서 기다리십니다. 안으로 드세요.] 끼이!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가길 권하고

청풍; [감사합니다.] 안으로 들어가고. 무애는 밖에 있고

 

#177>

건물 안은 정갈한 대청. 등이 좌우에 걸려 어둡지 않다. 헌데 상좌 쪽에는 엷은 비단 휘장이 쳐져 있고. 휘장 뒤에 놓인 의자에 누군가 단정하게 앉아있는 게 보인다. 그래도 비단 휘장 때문에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는 않고 눈빛만 반짝이는 게 보인다. 머리 장식이 화려하고 우아하다. 황후 같은 분위기

휘장 앞쪽에는 의자와 탁자가 하나씩 놓여있다. 의자는 휘장을 보는 방향으로

청풍; (휘장 뒤에 앉아있는 여자의 목소리였다.) 들어가고

탁! 뒤에서 무애가 문을 닫아준다. 무애는 들어오지 않고

목소리; [어서 오세요. 오랜만의 손님이라 대접이 소홀한 점 이해해주세요.] 비단 휘장 뒤에서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청풍; [별 말씀을...] 의자 옆에 이르러 마주 고개 숙이고

청풍; [누이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부득이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목소리; [영매의 기허(氣虛) 증세가 가볍지 않군요.] [자리에 앉으세요.]

청풍; (제법 거리가 되는데도 뇌화룡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했다.) + [감사합니다.] 뇌화룡을 안은 채 의자에 앉고

목소리; [공자의 성함을 들을 수 있을지요?]

청풍; [이청풍이라고 합니다.] 고개 좀 숙이고

목소리; [화북(華北) 출신이시군요.]

청풍; (억양만으로 내 출신을 알아냈다.) + [그렇습니다. 북경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잠이 든 뇌화룡을 안은 채

목소리; [실례가 아니라면 사승(師承)을 말씀해주시겠어요?]

청풍; [일인전승인 혼원문 출신입니다.]

목소리; [혼원문!] 놀라는 기색

청풍; (이것 봐라!) 조금 놀라고

목소리; (내가 지어낸 혼원문이라는 문파의 이름에 예사롭지 않은 반응을 보인 첫 번째 인물을 만났다.)

청풍; (저 여인은 혹시 혼원동천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아닐까?)

목소리; [혼원... 혼원...] [천지(天地) 고금(古今)을 통틀어도 그보다 심오한 이름은 없겠지요.]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목소리; [그 혼원을 문호(門號)로 쓸 정도면 이공자의 사문이 얼마나 위대한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군요.]

청풍;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목소리; [오늘 이 박복한 계집이 생각지도 못한 귀빈을 맞게 되었군요.] [아무쪼록 편히 쉬어 가시기를 바라겠어요.]

청풍; [감사합니다.]

목소리; [파파(婆婆)!] [귀빈을 안채의 객사로 모셔주세요.] 누군가에게 말하고. 그러자

[예 선후님!] 달칵! 대답과 함께 휘장 앞쪽의 벽에 난 쪽문이 열리고.

그 쪽문으로 들어서는 허리가 구부정한 노파. 마귀할멈을 연상케 하는데 한손에 등을 들고 있다. 평소에는 노파지만 무공을 쓰면 절세미녀로 변한다. 별호는 무산신녀. 우내사절의 일인이며 무산 신녀문의 문주다. 노파일 때는 파파로 표기하고 원래의 미녀일 때는 무산신녀로 표기.

청풍; (나이를 알 수 없는 노파...) 일어나고.

청풍; (무공을 익힌 흔적은 느껴지지 않는다.) 생각할 때

파파; [공자! 이쪽으로 모시겠수.] 쪽문 옆에 서서 청풍에게

청풍; [신세를 지겠습니다 할머니.] 그쪽으로 가는데

목소리; [이공자에게 한 가지 당부를 드려야겠어요.] 휘장 속에서 다시 말하고

청풍; [하명하시지요.] 멈춰서며 휘장 쪽을 보고. 파파도 쪽문 옆에 서서 보고

목소리; [오늘 밤 주무실 때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오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눈 반짝

청풍; (오늘 밤 무슨 일이 생길 거라 예고하는 것 같군.) + [명심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이어

파파가 기다리고 있는 쪽문으로 뇌화룡을 안고 간다.

파파의 안내를 받아 쪽문으로 나가는 청풍.

탁! 청풍이 나가자 밖에서 쪽문을 닫는 파파

[...] 휘장 뒤에서 무언가 생각하는 여자. 그러다가

목소리; [네가 말한 소(牛)일 가능성이 큰 아이 맞느냐?] 그러자

목소리1; [예 어머니!] 슥! 의자에 앉은 여자 실루엣 뒤로 날씬한 여자 실루엣이 나타나고. 이 실루엣은 위상영이지만 이 씬에서는 목소리2로 표기. 역시 얼굴을 비단 휘장 때문에 잘 안보이고 눈매만 보인다.

목소리; [이청풍... 이청풍...] [상영이 네 말대로 인중용이고 기린아인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

목소리1; [마음에 걸리시는 것이 있으신지요?]

목소리; [무공... 저 아이의 무공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구나.]

목소리1; [소녀도 몹시 놀랐어요.]

목소리1; [처음 만난 게 한 달 전쯤이었는데...] [당시의 그의 무공은 음공을 제외하면 말 그대로 거론할 가치조차 없는 수준이었어요.]

목소리; [하지만 어미가 오늘 본 그는 무려 네 아버지보다 약간 약한 정도로구나.] 갸웃하는 분위기

목소리1; [불가해한 성취였어요.] [한 달 만에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도 있다니...] 역시 고개 끄덕이고

목소리; [사별삼일이면 괄목상대해야한다는 말이 저 아이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목소리1; [하오면 어머니의 의향은...]

목소리; [틀림없이 저 아이가 어미가 예지력으로 본 그 소인 것 같구나.]

목소리1; [소녀의 생각도 그렇사옵니다.] 안도하는 표정

목소리; [소를 확인했으니 코뚜레를 채우는 일만 남았는데...] 약간 웃고

목소리; [그 역할은 물론 네가 해주어야겠다.]

목소리1; [최선을 다하겠어요.] 한숨 쉬며 고개 숙이고.

이어 휘장 앞에서 멀어지는 목소리1

탁! 목소리 뒤에서 문 닫히는 소리가 나고. 이제 실내에는 목소리 주인인 여자만 남는다.

목소리; [하늘이 마냥 무심하지는 않아서 이 계집 대신 밭을 갈아줄 소가 제 발로 찾아와주었는데...]

목소리; [과연 저 소를 옴치고 뛰지 못하게 묶어둘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178>

어둑한 장원 내부. 월동문이 있는 높은 담장으로 구분된 정원. 불빛이 움직인다

월동문에서 정원 가운데로 가로지는 길을 따라 걸어가는 등을 든 파파. 그 뒤를 따라가는 청풍. 물론 청풍은 잠이 든 뇌화룡을 안고 있고

청풍; (이 정원...) 납작한 돌로 포장된 길을 걸어가며 곁눈질로 좌우의 정원을 보고.

<역시 각가지 기관장치와 함정이 도처에 설치되어 있다.> 잘 가꿔진 정원수와 바위들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청풍; (상주하는 인원은 얼마 안되지만 심우장이라는 이 장원 전체가 난공불락의 요새다.) 곁눈질하고

청풍; (과연 무슨 목적으로 이렇게 북망산 깊은 곳에 이토록 공을 들여 장원을 지어놓은 것일까?) 생각할 때

파파; [다 왔네.] 멈춰서고. 앞을 보는 청풍.

두 사람 앞에 아담한 건물이 있다. 불이 켜져 있고. 계단을 올라 건물의 문으로 가는 파파. 따라가는 청풍

파파; [누추하지만 오늘밤은 여기서 지내도록 하게나.] 덜컹! 한손으로 문을 열어주며 말하고.

드러나는 실내. 정갈하고 깔끔하다. 문 안쪽에는 의자 탁자등이 놓인 거실이 있고 거실 안쪽에 침실이 있는 형태. 침실 문은 열려 있다. 거실에는 등불이 켜져 있어 환하지만 침실은 어둑하다. 침실에 휘장이 쳐진 커다란 침대가 있는 것이 보인다.

청풍; (전혀 누추하지 않군.) 문으로 다가가 안을 살펴보는데

파파; [그럼 잘 자게나. 선후님 말씀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객사 밖으로 나오지는 말고...] 슥! 돌아서고

청풍; [신세를 졌습니다.] + [!] 말하며 파파를 돌아보려다가 놀라고

코로 흘러드는 냄새

청풍; (그윽한 꽃내음!) 놀라고

청풍; (나이도 지긋한 분이 젊은 여자들에게나 어울릴법한 향수를 쓰시다니...) + [!] 완전히 돌아보다가 눈 치뜨고

등을 들고 왔던 길을 걸어가는 파파의 뒷모습. 헌데

스윽! 파파의 뒷모습이 젊고 육감적인 여자 모습으로 변한다. 하늘거리는 옷을 입은 모습. 본래의 무산신녀의 모습이다.

청풍; (젊은 여자?) 놀랄 때

스으! 다시 원래의 구부정한 노파 모습이 되어 걸어가는 파파의 뒷모습

청풍; (이게 무슨... 저 노파가 순간적으로 젊고 육감적인 여자로 보였다.) 당혹할 때

월동문을 나가는 노파

청풍; (안력이 남다른 내가 잘못 봤을 리는 없고...)

청풍; (저 노파가 술법이라도 쓴 것일까? 남의 눈에 자신의 모습을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갸웃하며 돌아서고

곧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청풍.

탁! 닫히는 문. 밖에서 본 모습. 헌데

 

#179>

월동문을 나와 건물들 사이를 걸어가며 곁눈질로 월동문 안쪽을 보는 파파. 헌데

파파; [이런... 이런...] 입 꼬리가 약간 올라가며 웃고

파파; [노신이 저 녀석을 얕보고 방심했던 것 같구먼.] 슈우! 말하는 파파의 모습이 변한다. 굽어졌던 허리가 바르게 펴지며 젊어지더니

쿵! 완전히 절세미녀가 되는 파파. 이하 무산신녀로 표기

무산신녀; [술법은 기이해보여도 결국 눈속임에 불과하다.] [정신력이 강한 자에게는 술법이 통하지 않는 법인데...] 등을 놓으며 웃고

스으! 등은 혼자 저절로 둥실 둥실 떠간다.

무산신녀; [그래도 아직 약관이 안된 놈이 우리 신녀문(神女門)의 만환변용술(萬幻變容術)을 간파할 줄은 몰랐다.] 둥둥 떠가는 등불을 따라 도도하게 걸어가며 웃고

무산신녀; [좀 더 지켜보고 심성에도 문제가 없으면 우리 신녀문의 젊은 아이들의 배필로 초빙해야겠다.]

무산신녀; [아이들에게 남편을 만들어주는 것이 노신 무산신녀(巫山神女)에게 남겨진 가장 중요한 의무이니...] 걸어가며 웃고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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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七 章

 

          記憶의 端緖를 잡다.

 

 

 

정적(靜寂),

소름이 끼치는 정적의 소용돌이였다.

간간히 솟는 불길도 더하여 스러지고……

처절히 터지던 비명과 신음도 밤의 정적에 휩싸여 갔다.

푸른 숲의 계곡,

이곳에 몰아닥친 처절한 피의 혈전은 일단 그 끝을 맺은 셈이다.

바로 이 푸른 숲, 푸른 성의 녹왕전에,

천하에서 가장 아름다울 소년과 소녀……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조용히 서있는 검고 흰 날개달린 괴물들……

그렇다.

소일초와 주소아, 그리고 비성성들이 아니고 무엇이랴?

지금,

그들의 앞에는 녹림맹의 맹주인 황녹천을 비롯하여 삼혈단과 싸웠던 녹림인들이 희열이 감도는 낯빛으로 서있다.

피투성이의 처참한 이들 옆으로……

도봉과 홍건개가 처참했던 혈전에 치를 떨면서 서있었다.

시신(屍身)의 숲이되고……

피의 혈하(血河)가 불에타 말라버린 이 푸른 숲……

그 장엄한 푸른 숨은 화약과 축융화탄으로 말미암아 그 아름다웠던 흔적을 찾아볼 수 조차 없다.

그리고,

개방의 일천 인물들과 소림백팔나한 또한 벌써 철수시킨 듯,

그들의 존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짙은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이 정밀한 정적의 푸른 계곡……

휘이이잉---------!

잠시 고개를 숙이던 바람이 다시 힘을 더해 불고 있을 뿐이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시신의 숲으로 변한 처참한 푸른계곡을 주시하고 있는 이들의 귀에는 오직,

[휘이이 휘이……]

바람소리에 섞여 주소아의 몸에서 나는 휘파람소리가 흘러들었다.

그리고,

뜨거운 불덩이를 내뱉는 듯한 음성이 소일초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모두들 수고했다.]

[…………]

[…………]

[당신들의 투쟁으로 이제 장강의 삼성무림청은 지닌 힘의 팔할은 잃게 되었을 것이다.]

죽어간 자들의 처참한 운명에 가슴이 아파서인가? 아니면 부서진 푸른 계곡이 아까워서인가?

파르르르……

황녹천의 푸른 면사속의 눈이 무섭게 떨고 있었다.

그 이유가 어떤 것이든,

비록 대 승리를 거두기는 했으나 그의 심적인 고통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리라.

[신행마동께서 그와 같은 계책을 가지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소이다. 늦게나마 감사드리오……]

핏물이라도 쏟아내는 듯한 육합전승의 신비한 음성이 다시 정적을 깼을 때,

부르르르……

한 편에 서 있던 주소아의 아름다운 몸이 강풍에 나부끼는 낙엽처럼 떨었다.

그리고 말……

[이처럼 사방에서 회오리치듯 들리는 말……핏물이 떨어지는 듯한……차가운 어투……언젠가 들어본 것 같아……아아 머리야……!]

찰랑……찰랑……

그 어떤 여인보다 고결하고,

그 어떤 여인보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주소아의 두 눈에 괴로운 신음과 함께 맺혀오는 눈물……

[아아……생각이 안나……아무래도 생각이 안나………]

실로,

떨고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도리질 하는 는 주소아의 태도는 애처롭기 이를 데 없는 것이었다.

순간,

도봉과 홍건개의 얼굴에 경악에 찬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벌컥벌컥……

[끄윽……저 여자는……갑자기 세상이 거꾸로 보이기라도 한 것인가……젠장……갑자기 웬 발작은?]

홍건개는 단숨에 한 홉 가량의 술을 목구멍에 붓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들이 놀란 것은 소일초에서 부터였다.

[너……이제 막 기억을 찾기 시작했구나……황녹천의 말 때문이지……그렇지?]

[아…몰라……비슷한 소리를 언젠가 들은 것 같아……]

음성과 동시,

소일초의 몸이 번뜩이더니 어느새 황녹천의 맥문을 쥐고 있었다.

오오……

도대체 이것이 어찌된 일인가?

주소아가 삼 년 동안 잃었던 기억을 일부나마 희미하게 되살리려 하다니……

중인들은 갑작스런 두 사람의 태도에 당황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황녹천은 주소아가 원래 알고 있던 신분(身分)이었단 말인가?

주소아가 어떻게 황녹천의 육합전성에서 과거의 기억을 엿보았단 말인가?

어쨌거나,

갑자기 소일초에게 맥문을 잡혀 전신을 솜뭉치처럼 늘어트리는 황녹천,

이때 돌연,

슷……!

[맹주께 무례하지 말라!]

흰 빛 그림자를 빛살처럼 그려내며 소일초의 몸을 공격해 가는 녹림사존자와 녹림맹의 고수들……

[물러서!……난 지금 급해!]

소일초의 음성에는 다급함이 있었고, 그의 철검이 말과 함께 발출되었다.

순간,

그의 철검에서 기이한 기류가 흘러나와 덮쳐드는 녹림사존자와 다른 녹림인을 일제히 휘감아버렸다.

이가 빠져 검은 쇠몽둥이 같은 검이 빙글 돌면서 한 방향을 가리키자 검의 기류에 휘말려 있던 그들은 가랑잎처럼 그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다급한 가운데 소름이 끼치도록 싸늘한 신행마동 소일초 음성,

[누구든 더 이상의 접근은 용서치 않는다!]

그의 철검이 이 장 앞의 대리석 바닥에 긴 금을 그었다.

[…………!]

[그길 넘어오는 즉시 목이 땅에 떨어질 것이다……!]

순간,

소일초의 눈을 마주하고 황녹천의 전신이 싸늘하게 굳었다.

하나,

어쩔 수 없는 듯 무겁게 고개를 내젖던 황녹천이 입을 열었다.

[본 맹주가 대체 무슨 잘못을 또 저질렀다는 것이요?]

황녹천의 음성이 가늘게 떨리는 속에 퍼부어지자,

[그 소리 말고……아까 그 소리로……]

소일초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황녹천은 기가 막혀 몸을 떨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늦게나마 감사드리오……]

[아니야, 그게 아니야, 아까하고 똑 같이 해! 빨리……]

믿지 못하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홍건개와 도봉의 표정이었다.

하기야,

중원제일의 신비인이자 녹림맹주인 황녹천이 소일초의 단 일초를 피하지 못하고 제압당하여 그가 시키는 대로 앵무새처럼 말을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감사드리오……

……감사드리오……

……몰랐소이다 감사드리오……

 

소일초는 괴로움에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아름다운 주소아의 반응만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됐어……이제 그만해……더 이상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아……]

[…………]

[이제 반응이 있었으니까 곧 기억을 되찾게 되겠지……]

[정말 괜찮겠어?]

소일초가 염려스러운 듯이 물어본다.

[응……]

찰나,

황녹천의 섬약한 몸이 또 한 번 격렬히 떨고,

[비키시오……]

[…………]

[아직도 내가 더 필요하오?]

황녹천은 자신의 맥문을 쥐고 산악인 양 버티고 서 있는 자그마한 신행마동 소일초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마자,

[그래……고마왔어……손목이 부드럽군……]

마른나무가 타는 듯 메마른 음성으로 말하며 소일초가 휘적휘적 주소아의 옆으로 돌아가버렸다.

녹림맹의 상하가 모두 치욕에 몸을 떠는데……

갑자기,

짝------!

하는 맑은 소리가 울렸다.

[아이쿠……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주소아로 부터 뺨을 맞은 소일초가 소리쳤다.

[꼭 그렇게 떠들어서 내가 골빈 여자라는 걸 온데다 선전해야 해?]

[나는 다만 네가 걱정이 돼서……]

그리나,

[다시 한 번 이따위로 하기만 해보라……]

주소아는 씩씩거리며 분통을 터뜨렸다.

[…………]

홍건개와 도봉의 시선은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동시에,

그들의 눈에 피어나는 회의와 불신-------

[아미타불……아미타불……]

도봉은 연이어 불호를 터뜨리고……

[제기랄……이런 제기랄……]

홍건개는 개소리를 내뱉다가는 벌컥벌컥 호로병을 거꾸로 처박는다……

무림이 언제부터 이렇게 애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단 말인가?

주소아……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은 듯 숨을 씩씩대고 있는 소녀,

백옥처럼 하얀 얼굴에……

건강한 붉은 혈색이 감돌고 있고 별빛보다 더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지고 있으며……

그녀의 어디에선가 가늘고 맑은 휘파람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소일초로 말미암아 중인들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그 아름다움과 환상적인 분위기……

인간의 영혼을 빼앗는 극치의 아름다움이 환한 아침 창문의 햇살처럼 드리워져 있다.

[아미타불……아미타불……]

[우라질……여우일 테지……빌어먹을 ……정신은 말짱한데 헛것이 보이다니……제기랄……]

도봉과 홍건개의 시선은 더 이상 치켜떠질 수 없을 만큼 치켜떠져 주소아의 한 몸에 굳어 있었다.

아니, 그들의 몸조차 가늘게 떨고 있는 것이니……

이 순간……

[당신들은 부상자의 치료도 하지 않을 작정이야!]

중인들이 주소아를 바라보며 넋을 빼고 있자 영문을 모르는 화가 치밀어 오른 소일초가 빽 소리를 질렀다.

그의 고함에 도봉 등이 펏득 자신들의 실태를 깨닫기는 했으나 여전히 주소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주소아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어찌할 바를 몰라 소일초를 바라보았다.

아무튼,

약간의 놀라움과 당황을 섞어내던 주소아의 얼굴빛이 다시 침착하게 고요로 치장되었다.

그리고,

홍건개와 도봉을 향한 힘이 가득 실린 음성,

[이 따위 인물들이니까 황녹천 따위의 꼬리질에 죽을둥 살둥 정신없이 쫓아왔겠지……내 말이 틀렸어?]

원래의 음성으로 되돌아온 주소아의 말에도,

도봉이 얼이 빠진 표정으로 두 손을 합장하여 물었다.

[아미타불……소시주는 대체 누구시오?]

[…………]

[그리고 대체 조금 전에는 어찌된 일이시오?]

순간,

소일초가 불쾌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주소아에 대한 것은 나를 거쳐서 물어야 돼……!]

[아미타불………]

[우라질……중 놈이 별걸 다 알려고……제기랄……]

[아미타불……]

[이름은 주소아고 천하제일인의 손녀이시며 장차 내 마누라가 될 사람이라구…]

소일초는 화가 나서 생각도 않았던 말까지 해버렸다.

그러나,

그 말의 파장은 아주 컸다.

먼저 주소아의 얼굴이 발개져서

[너……너……]

소리를 연발했으며,

도봉과 홍건개, 그리고 황녹천을 비롯한 녹림인들은 천하제일인의 손녀란 말에 눈이 둥그레 질 정도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럼 혈기대종사의……]

술이 확 깨는지 홍건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 알았으면 이제 눈 돌려. 확 뽑아버리기 전에……]

주소아는 소일초의 행동에 기가 막히는지 아무소리도 않고 쳐다만 보았다.

[…………]

[…………]

[지금은 그분이 이 근처에 와 계실지도 몰라. 아마 이 꼴을 본다면 내일쯤 소림사에서 맨대가리는 하나도 볼 수 없게 될 지도 모르지……]

펏득,

홍건개와 도봉의 얼굴이 더욱 새파랗게 질렀다.

혈기자라면 그러고도 남는다.

바로 장강 변에 있던 무림사대 세력 중의 하나였던 등천마교가 그의 손에 의해 닭 한마리 남지 않고 몰살당한 일이 불과 얼마 전인가?

[아미타불……무슨 소리를 ……]

벌컥벌컥……

[우라질……눈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데 어쩌란 말인가……빌어먹을……]

이때,

소일초의 진짜같은 거짓말이 다시 흘러나왔다.

[백인장에 고수가 없어서 우리끼리만 내보낸 줄 알아?]

[……?]

[다 천하제일인이 암중에 지켜봐 주시니까 안심하고 내보낸 거지……어떤 부모가 애 혼자서 무림에 돌아다니게 하겠어.]

진짜, 진짜같은 거짓말이다.

혈기자는 소일초도 다시 마주칠까 싶어 겁나는 젊은 형씨다.

혈기자의 이야기를 듣고 사부인 검마도 얼마나 극찬을 했던가?

꼭 한 번 만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혈기자에게 감탄하지 않았던가?

단지 소일초가 그에게서 배운 몇 가지 무공만 보고서도……

천하의 소일초도 그 젊은 형씨한테는 도저히 자신이 생기지 않는 터였다.

그러나,

거짓말인줄 모르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조리가 있었다.

소일초가 도법을 쓰지도 않으면서 무공이 극강한 것과 주소아 또한 신비하기 짝이 없는 무공을 구사하는 것이 모두 혈기자에게 직접 배워서 인 것 같이 생각되었다.

혈기자와 관련 있다면 개미 한 마리도 건드리지 않는 것이 보신(保身)의 최고 술법이다.

[대종사께서는 아직도 정정하신지……]

[너보다 더 젊어지셨어. 너들 둘 특히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소일초가 도봉과 홍건개를 가리키면서 톡 쏘듯이 말하자 그들은 몸을 가늘게 떨었다.

[소아! 이제 가자. 제기랄……좋은 일 하고도 기분이 나빠서 이거 원……성질나는데 녹림맹이고 구파일방이고 확 엎어버릴까 보다.]

주소아의 손을 야무지게 쥐고서 뿌연 안개에 휩싸이며 어느덧 까마득히 사라지고 있었다.

음성,

소일초의 입에서 대는 대로 마구잡이로 흘러나왔던 음성,

사람은 가버렸지만 그 음성이 남긴 여운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울리고 있었다.

혈기자……

그의 이름을 들고 나오는 데야 모욕을 당했던 수치를 당했던 더 이상 따질 수 없다.

달마와 장삼풍에 비견되는 무학의 절대종사 혈기자,

홍건개와 도봉의 몸이 가늘게 떠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오오……아미타불……단지 백인장의 말썽꾸러기인 줄만 알았던 신행마동이……혈기자와 깊은 관련이 있다니……)

(빌어먹을……어리기는 하지만 용(龍)새끼가 아닌가……그것도……인간세상에서는 다시 찾아볼 수 없는 막강한 배경을 지닌……)

참담하게 꾸겨진 얼굴로 생각을 되씹는 그들이었다.

(으으……정말로 혈기자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니……고수가 암암리에 보호를 하리라 예상하기도 했었지만……전혀 발견할 수 없었는데……혈기자였다니……)

황녹천의 면사에 가려진 얼굴에서 식은땀이 팎팎 쏟아지고 있었다.

(우라질……어처구니없는 계획으로 그 어마어마한 삼성무림청의 삼혈단을 몰살시켜버린 놈……빌어먹을 왜 내 가슴이 이렇게 타는 듯하지? 왜 내 가슴이 이리도 뛰는 거지……제기랄……제기랄… 그 계집애가 너무 이뻤어…)

벌컥벌컥……

홍건개는 반은 입으로……

나머지 반은 온몸으로 마셔대면서 붉게 물든 동공을 주소아가 서있던 곳에 퍼부어 댔다.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꼬마 계집애가 아닌가……빌어먹을……그런데 왜 가슴이 두근거려…? 빌어먹을……)

어떤 대답도 없이……

그저 놀란 눈빛으로 바라만 보고 있던 도봉과 홍건개 두 사람,

돌연,

그들은 황녹천을 향해 신중한 낯빛으로 입을 열었다.

[이제 당신의 비밀 중 일부는 그들의 눈에 드러났소……우리도 만약을 대비하여 당신과의 거래를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을 것 같소…당신도 조심하시오…우리들은 영원히 당신을 모르는 것이오.]

[…………]

벌컥벌컥……

[젠장할……소림의 망나니……네놈도 나처럼 취해버리고 말았군……젠장할……]

[아미타불…… 당신을 믿고 떠나겠소……]

짙은 감정의 빛을 던지던 도봉이,

돌연, 선 그 자세로 길게 몸을 뽑아 올렸다.

수수수수……

멀리 서 터오는 여명에 섞이듯 순식간에 연대구품으로 날아가는 도봉……

순간,

홍건개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그 눈빛은 한동안 황녹천을 지켜보더니……

벌컥벌컥……

술을 미친 듯이 들이마셨다.

[빌어먹을……이 놈의 가슴……우라질……이 놈의 심장……끄윽……할 수 없지……할 수없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말을 내뱉고는……

슈슈슈슈--------!

그의 몸 역시 저 황혼구만리에 섞여 날았다.

순간,

[울컥……울컥……!]

황녹천이 입에서 핏덩이를 토해냈다.

[맹주! 맹주……]

녹림사존자와 녹림인들이 놀라 달려들 때,

황녹천은 이미 힘겨운 걸음으로 녹왕전 안으로 몸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섞여나는 선혈과 함께 흐르는 음성,

[괜찮아요……나는……]

[…………!]

그는 소일초에게서 받은 감당할 수 없는 수모로 인해 심맥의 손상을 입었던 것이다.

그런데다,

도봉과 홍건개의 매정한 태도에 더욱 충격을 받아 피를 토하고 만 것이다.

중원제일의 신비인,

대체 그와 구파일방의 젊은 기재들과는 어떤 거래가 있는 것일까?

모를 일이다.

 

<제1권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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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바위 봉우리 사이. 무덤으로 덮인 넓직한 골짜기. 화르르! 불길이 골짜기 중심부에 널려있는 무덤들과 무덤 주변의 잡초들을 태우고 있다

불길이 일어난 중앙. 폭탄이 터진 것 같은 구덩이가 있고. 구덩이 주변에는 몇 명의 백살파 자객들이 죽어있다. 그 중 한명은 이마에 <五十二>라는 숫자가 적힌 백일자객이었다. 그리고

휘익! 폭심 근처의 비석 위로 천천히 내려서는 사내. 사내라기보다는 소년. 깜찍한 인상인데 망토를 두르고 있다. 남장소녀다. 남장했던 벽옥령 보다는 나이가 많고. 캐릭터는 214. 왼쪽 허리에 단단한 가죽으로 만든 큼직한 가죽 주머니를 하나 차고 있으며 무기는 총신이 짧고 두 개인 화승총이다. <캐러비안 해적> 같은 영화에 나오는 화승총인데 총구가 두 개. 이 소년은 벽력세가의 소가주인 벽력혼 뇌화룡이다. 나이는 청풍과 같은 18세이지만 남장여자라 한두 살 어리게 보인다.

비석 위에 내려서며 폭심을 보는 뇌화룡.

널려있는 시체들. 몸이 터지거나 으깨졌다.

뇌화룡; [역... 역시 벽력탄(霹靂彈)의 위력은 끔찍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침을 꼴깍 삼키고. 이어

시체들 중 백일자객 크로즈 업

뇌화룡; [구대문파 장문인들도 죽일 수 있다는 백일자객조차 피하지 못하고 폭사(爆死) 했을 정도야.] 휙! 비석에서 뛰어내리고

뇌화룡; [날 원망하지 말아요. 당신들이 먼저 내게 시비를 건 대가이니...] 시체들을 향해서 고개를 숙여 보이고. 직후

뇌화룡의 코로 흘러드는 어떤 냄새

뇌화룡; (살이 타는 냄새 때문에 토할 것 같아! 빨리 여길 벗어나야해.) 급히 손으로 코를 막고

뇌화룡; (홧김에 다른 사람들과 헤어졌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어.) 돌아서고

뇌화룡; (그 바람에 북망산을 내려가긴 커녕 더 깊은 곳으로 들어온 것같애.) (서둘지 않으면 북망산에서 꼬박 밤을 샐 수도 있어.) 걸음 옮기려다가

[!] 눈 부릅뜨는 뇌화룡

호요희; [어머나!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치려고?] 근처의 사람 키보다 큰 비석 위에 걸터앉아서 꼰 다리를 까닥이는 호요희. 치마가 베트남 여자들의 치마 아오자이처럼 갈라져서 허벅지까지 드러나는 야한 차림. 발에는 굽이 있는 꽃신을 신었다. 저고리도 벌어져 젖가슴 골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고

뇌화룡; [흑!] 기겁하며 물러서고

호요희; [정말 못된 도련님이잖아.] 휙! 눈웃음치며 비석에서 뛰어내리고

뇌화룡; [당... 당신 누구야?] 화승총으로 호요희를 겨누며 뒷걸음질치고

호요희; [이 누나가 누군지 알고 싶어?] [그럼 알려주는 게 인지상정이겠지?] 야한 자세로 다가오고

호요희; [이 누나의 이름은 호요희! 쾌활림 최고의 미녀들인 흡정삼요(吸精三妖)의 둘째야.] 야한 포즈로 멈춰서고. 그러자

뇌화룡; [호... 호요희!]

뇌화룡; [이제 보니 쾌활림의 요녀였구나!] 겁에 질리면서도 화승총으로 겨누며 당찬 표정을 짓고

호요희; (요것 봐라!) + [요녀?] 눈 반짝

호요희; (아직 어린 때문인가? 날 보는 표정이 다른 사내들과는 사뭇 다르네.) + [어머나 서운해라. 초면인 여자에게 요녀라니...] 눈 흘기고

뇌화룡; [날... 날 속일 생각마!] [당신이 얼마나 음란하고 사악한 여자인지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으니까.] 철컥! 이를 갈며 화승총의 방아쇠를 당기려 하고

호요희; [그 화승총으로 누나를 쏘려고?] 눈을 흘기며 두 손으로 저고리 고름 좌우를 움켜잡고

호요희; [쏠 테면 쏴봐! 동생같이 귀여운 도련님 손에 죽는 게 소원이었으니까.] 사락! 말하며 양손으로 저고리를 젖힌다. 그러자 젖가슴이 털렁 드러나고

뇌화룡; [무... 무슨 짓이야?] 기겁하며 고개 돌리고

뇌화룡; [빨리 가리지 못해?] + [악!] 휘청하고. 고개 돌린 뇌화룡의 가슴에 레이져 빛 같은 섬광이 날아와 꽂힌다.

뇌화룡; (혈... 혈도가 짚였어!) 스륵! 쓰러지려 하며 절망하고

호요희; [좋은 거 구경시켜줬는데 눈을 돌리면 서운하잖아.] 징! 왼손으로는 다시 저고리 여미고 있는데 오른손을 튕긴 자세. 오른손 검지손가락이 벼락에 감싸여 있어서 그 손가락에서 빛이 쏘아졌음을 보여주고

털썩! 따당! 바닥에 나뒹굴며 화승총을 놓치는 뇌화룡

호요희; [벽력혼 뇌화룡!] [이 누나의 성의를 무시한 대가로 혼을 좀 내줘야겠어.] 요염한 자태로 뇌화룡에게 걸어오고

뇌화룡; [나... 나한테 무얼 하려고 그래요?] 몸이 마비된 채 쓰러져서 겁에 질려 호요희를 올려다보고

호요희; [겁낼 거 없어. 귀여운 동생을 죽이거나 하진 않을 테니까.] 슥! 뇌화룡의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으려 하며 요염하게 웃고. 그 바람에 한쪽 다리가 미차 속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호요희; [대신 동생이 갖고 있는 두 가지를 누나에게 줘야만 해.] 몸을 숙여 뇌화룡의 뺨을 쓰다듬고

뇌화룡; [뭐... 뭐든지 가져가도 좋아요.] 진저리를 치고

뇌화룡; [대신 내 혈도는 풀어줘요.] 애원

호요희; [그렇게 말하니 나도 마음 편하게 챙길 수 있겠네.] 달칵! 뇌화룡의 왼쪽 허리띠에 차고 있는 큼직한 가죽 가방을 떼어낸다.

호요희; [듣자하니 이 가방 안에 벽력당이 자랑하는 화기들이 가득 들어있다지?] 달칵! 가죽 가방을 열어본다.

가죽 가방은 두 칸으로 나눠져 있는데. 한쪽에는 둥근 구슬들이 일정 간격으로 들어있고 반대쪽에는 표창 같이 생긴 것들과 산탄통의 탄환같은 것들이 줄줄이 꽂혀있다.

호요희; [정말이네.] 흥분

호요희; [방금 전 백일자객까지 죽였던 벽력탄이 십여 알이나 들어있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화기들로 가득 차있네.] 안을 살피면서 흥분

호요희; [이 화기들을 얻은 것만으로도 북망산에 미리 온 보람이 있었어.]

뇌화룡; [화... 화기 말고 내게서 또 무얼 원하는 건가요?]

호요희; [그렇지. 두 번째 선물을 챙겨야겠지.] 달칵! 다시 가방의 뚜껑을 닫고

호요희; [동생이 이 누나에게 주었으면 하는 두 번째 선물이 뭐냐 하면...] 슥! 뇌화룡의 아랫배를 손으로 더듬으며 사타구니 쪽으로 이동시키고

뇌화룡; [당... 당신 설마...] 기겁

호요희; [맞아! 누나가 원하는 것은 귀여운 동생의 양기...] + [!] 말하다가 갑자기 눈을 치뜨고

호요희; (없다!) 뇌화룡의 사타구니를 더듬으며 경악하고

뇌화룡; [흐윽!] 수치심에 얼굴 새빨개지고

호요희; [너 설마...] 콱! 급히 뇌화룡의 저고리를 두 손으로 움켜잡고.

뇌화룡; [하... 하지마!] 비명 지르고. 하지만

촤악! 뇌화룡의 저고리를 좌우로 거칠게 벌리는 호요희

쿵! 드러나는 뇌화룡의 가슴. 천으로 꼭꼭 동여맨 게 보인다. 젖가슴을 숨기기 위해 가슴을 동여맨 것

호요희; [이런... 이런...] 어이없는 표정

수치심에 눈 질끈 감는 뇌화룡

호요희; [사내가 아니라 계집이었구나!] [벽력신장과 딸년이 감쪽같이 세상을 속여 왔던 거야!] 실소를 하고

뇌화룡; [알... 알았으면 혈도나 풀어주세요. 내게서 더 가져갈 것도 없잖아요.] 눈물 찔끔 흘리며 애원하고

호요희; [계집애로 태어나 사내로 길러진 인생이 가엾긴 하지만 그럴 수는 없어.] 고개를 젓고

뇌화룡; [왜... 왜죠?]

호요희; [벽력신장의 유일한 핏줄이 사실은 아들이 아닌 딸이라는 걸 이용하면 벽력당을 통째로 집어삼킬 수도 있기 때문이야.] 사악하게 웃고

뇌화룡; [그... 그런...] 경악

호요희; [네 숙부 규염화왕(虯髥火王)이 호시탐탐 벽력세가 가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 아니니?]

뇌화룡; (숙... 숙부에게 날 넘겨서 아버지를 가주 자리에서 끌어내리게 하겠다는...) 사색이 되고

호요희; [이래 저래 북망산에 온 보람이 있네.] [소회주의 마음에 쏙 들 큰 공을 세울 수단을 확보했으니...] 말하며 뇌화룡의 팔을 잡아 일으키려 하고. 그때

[소회주라는 게 물론 얼굴에 귀면을 뒤집어쓴 그 마귀새끼겠지?] 저벅! 저벅! 누군가 말하며 걸어온다. 기겁하는 호요희. 하지만

호요희; [갑자기 끼어드신 분은 또 누구실까?] 교태를 부리며 돌아보고. 뇌화룡도 돌아보고

청풍; [나야말로 운이 좋군. 지존회 소회주의 정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계집을 사로잡게 되었으니...] 쿵! 걸어오는 청풍. 순간

호요희; [이청풍?] 놀라며 벌떡 일어나고

뇌화룡; (이청풍?) 어리둥절

청풍; [나도 제법 유명인사가 된 모양이군. 생면부지의 계집이 한눈에 알아봐주기도 하고...] 차갑게 웃으며 다가온다. 그러자

호요희; [호호호! 당연히 이공자님은 유명인사랍니다.] 교태롭게 눈웃음을 흘리며 청풍과 마주 서고

호요희; [번번이 훼방을 당한 소회주가 모든 측근에게 이공자님의 용모파기를 돌렸으니까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이공자님 죽이라는 명령과 함께...] 교태로운 자태를 취하며 눈웃음을 치고

청풍; [소회주라는 작자가 내게 쌓인 게 많은 모양이군.] 피식! 웃고. 그러다가

청풍; [!] 눈 치뜨는 청풍.

고오오! 요염한 자태로 서서 웃는 호요희의 두 눈에서 갑자기 소용돌이 같은 빛이 번져나온다

청풍; [섭... 섭혼술(攝魂術)?] 눈빛이 몽롱해지며 신음하고

[!] 흠칫하는 뇌화룡

호요희; [맞았어요. 당신은 이미 내 섭혼술에 걸려들었답니다.] 요염한 미소 지으며 청풍에게 다가오고. 눈 주변에서는 여전히 소용돌이가 일고 있고

청풍; [...] 찡그리기만 하고

호요희; [내 섭혼술에 걸려든 이상 당신은 육체에 대한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했어요.] 청풍에게 다가와 손을 뻗고

뇌화룡; (안돼!) 그걸 보며 속으로 비명

호요희; [이제 당신은 무엇이든지 내가 하자는 대로 해야만 해요.] 청풍의 뺨을 쓰다듬고. 청풍은 목석같이 서있고.

호요희; [내 종이 된 대가로 천상의 환락을 맛보게 해줄...] + [!] 청풍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하다가 눈 부릅뜨고

지긋이 호요희를 내려다보고 있는 청풍의 얼굴. 눈빛이 강렬하다. 순간

호요희; (눈빛이 살아있다!) + [설마... 당신 섭혼술에 걸린 게 아닌 건가요?] 기겁하며 물러서려 하지만

짝! 호요희의 뺨을 후려치는 청풍의 손, 죽일 정도로 강하게 때린 건 아니다.

호요희; [악!] 고개가 홱 돌아가며 비명 지르고.

콰당탕! 혈도가 짚여있는 뇌화룡의 옆으로 나뒹구는 호요희. 근처에 호요희가 뇌화룡의 허리띠에서 끌러낸 가죽 주머니가 놓여있고

청풍; [섭혼술... 이런 못된 사술로 지금까지 몇 명의 사내를 망친 것이냐?] 살벌한 표정으로 보고

호요희; [흐윽!] 공포에 질리며 일어나 앉고

청풍; [앞으로 두 번 다시 못된 짓을 하지 못하게 해주마!] 우둑! 양쪽 주먹을 쥐어 소리 내며 다가오고

호요희; (소...소회주가 저자를 그렇게 중시한 이유가 있었어!) 뒤로 물러앉으며 공포에 질려 사색이 되고

호요희; (섭혼술도 전혀 통하지 않는 걸 보면 내가 어쩔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어.) 툭! 겁에 질려 물러앉는 호요희의 엉덩이에 가죽 주머니가 닿고

호요희; (찾았다. 이 위기를 벗어날 방법을...) 곁눈질로 가죽 주머니를 보고. + 뇌화룡; [!] 그걸 알아차리고 눈 치뜨고

청풍; [우선 네년의 내공을 없앤 후에...] 말하는데

뇌화룡; [피해요!] 다급히 비명

[!] 흠칫! 청풍

호요희가 가죽 주머니를 앞으로 안으며 그 안에 손을 집어넣고 있고. 이어

배시시 웃으며 다시 꺼낸 호요희의 손에는 검은 구슬이 하나 들려있다.

뇌화룡; [벽력탄에 맞으면 죽어요!] 비명 지르고

청풍; (벽력탄!) 바웅! 경악하며 급히 몸을 방어막으로 감싸고

호요희; [선물이니 사양하지 말아요!] 핑! 구슬을 청풍에게 던지며 벌떡 일어나고

콰직! 그 구슬이 청풍의 방어막에 닿으며 껍질이 갈라지고. 그 안쪽에서 눈 치뜨는 청풍. 그 직후

콰앙! 강력한 폭발이 일어난다.

뇌화룡; [악!] 눈 질끈. 그 앞에서 강한 빛이 일어난다.

펑! 좀 떨어진 곳에서 본 모습. 계곡 중앙에서 다시 강한 폭발이 일어나고 빛이 번진다

 

#172>

깊은 산중. 높은 담장으로 둘러쳐진 장원. 수십 채의 건물로 이루어졌고 안채와 바깥채로 구분되어 있다. 하지만 넓은 장원에 인적은 보이지 않고. 불빛도 거의 없다. 중앙의 큰 건물 하나에서만 불빛이 조금 흘러 나온다.

장원의 정문. <尋牛莊>이라는 현판이 정문 처마에 걸려있는 게 어둠 속에 보이고

[!] 담장 안쪽. 잘 가꿔진 정원. 달빛이 비치는 그 정원에 서있던 어떤 인물의 눈이 번쩍, 머리가 빡빡인 비구니인데 허리에 일본도를 끼우고 있다. 자세히 보여주지는 말고 실루엣으로 묘사

화악! 멀리 몇 개의 산봉우리 너머에서 밝은 빛이 번져 오르고. 이어

츠으! 다시 사라지는 빛

[...] 무언가 생각하는 비구니

 

#173>

다시 호요희가 벽력탄을 터트린 계곡. 휘잉! 번져 올랐던 빛이 소멸되고

퍼억! 후두둑! 부서진 관의 파편과 흙더미가 여기저기 떨어진다.

퍼퍽! 후두둑! 눈 질끈 감은 채 누워있는 뇌화룡의 몸 주위에도 흙과 부서진 관 파편들이 떨어지고

뇌화룡; (내... 내 잘못이야!) 입술 깨물며 눈물 흘리고

뇌화룡; (내가 방심하다가 벽력탄을 빼앗기는 바람에 애꿎은 희생자가 생겼어.) 주르르! 눈꼬리로 눈물이 흐르고. 그때

[다친 데는 없느냐?] 누군가의 말이 들려 감았던 눈 부릅뜨는 뇌화룡

청풍; [네가 폭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누워있어서 걱정했다.] 쿵! 스윽! 뇌화룡의 옆으로 내려서는 청풍. 머리와 옷이 좀 그을렸지만 다친 데는 없어 보이고

뇌화룡; [무... 무사하셨군요.] 흥분. 안도

청풍; [네가 제 때 경고를 해준 덕분에 피할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웃으며 말하고. 그러면서 폭발의 힘을 타고 날아오르던 자신의 모습 떠올리고

뇌화룡; [아아! 다행이에요. 정말 잘 되었어요.] 울고

청풍; (착한 아이로군.) + [어느 곳의 마혈을 찍혔느냐?]

뇌화룡; [가... 가슴...] 부끄러워하고

청풍; [!] 비로소 놀라고

<젖가슴을 천으로 동여매고 있다.> 저고리가 벌어진 사이로 천으로 감싼 뇌화룡의 가슴이 보이고

청풍; (오면서 얼핏 들은 대로 이 아이 사내가 아니라 남장한 계집애였구나.) + [잠시만 참아라.] 징! 손바닥으로 뇌화룡의 가슴을 겨누고. 그러자

징! 청풍의 손바닥에서 일어난 진동이 뇌화룡의 가슴 부분을 진동시키고. 그러자

뇌화룡; [학!] 퍼덕이고

뇌화룡; (혈도가 단번에 풀렸어.) + [고마워요.] 급히 저고리 여미며 일어나고, 하지만

띵! 현기증을 느끼는 뇌화룡.

뇌화룡; [흑!] 다시 쓰러지려 하고

청풍; [왜 그러느냐?] 급히 부축해서 안고

뇌화룡; [모... 모르겠어요. 오한이 느껴지고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요.] 할딱이며 눈이 풀리고

청풍; [몸에 다른 이상은 없는데...] [너무 놀라서 기가 빠져나간 모양이구나.] 한손으로 부축해서 안고 한손으로 이마를 만져보고

뇌화룡; [그... 그런 것같아요.] 애처롭게 웃고

청풍;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쉬도록 하자. 그럼 나아질 게다.] 두 팔로 뇌화룡를 안고 일어나고.

뇌화룡; [예...] 대답하며 고개 돌려 바닥에 떨어진 화승총을 보고

청풍; [저것도 가져가야겠지.] 고개 까닥. 그러자

스읏! 허공으로 떠오르는 화승총

뇌화룡; (놀... 놀라운 접인공력!) 자기 얼굴 위로 떠오르는 화승총을 보고 놀랄 때

스륵! 화승총은 뇌화룡의 품에 내려앉는다.

뇌화룡; [고마워요.]

청풍; [고맙긴...] 천천히 걸어가고

곧 계곡에서 사라지는 청풍. 헌데.

 

#174>

슥! 폭발이 일어난 곳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어느 무덤 뒤에서 일어나는 여자. 호요희다. 한손에는 벽력탄이 든 가죽 주머니를 들고 있다.

멀리 사라지고 있는 청풍의 뒷모습

호요희; (괴물...) 식은땀. 공포에 질린 표정.

호요희; (벽력탄을 던진 후 혹시나 해서 재빨리 몸을 숨긴 건 현명한 대처였다.) 멀어지는 청풍의 뒷 모습 보며 겁에 질리고

<지근거리에서 벽력탄이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기묘한 경신술을 써서 타격을 전혀 받지 않았다.> 폭발로 일어나는 불꽃과 연기와 충격파. 그걸 타고 허공으로 날아오르던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호요희의 생각 나레이션

호요희; (저런 괴물을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무덤 뒤에서 완전히 일어나고.

호요희; (공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목숨보다 소중한 건 없다. 두 번 다시 만나지 않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청풍이 간 반대쪽으로 살금살금 걸어가고

호요희; (어쨌든 벽력탄을 여러 개 손을 넣었으니 큰공을 세운 셈이다.) 자기가 들고 있는 가죽 주머니를 보고

호요희; (이 벽력탄이 호천집성연을 무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테니...) 요사하게 웃는 호요희의 얼굴 크로즈 업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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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六 章

 

           불타는 푸른 숲, 무너지는 계곡

 

 

 

소일초의 그 말에 득도한 고승같은 청년승 도봉의 얼굴마저 무참히 구겨졌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당금 무림의 십이대고수 중의 한 사람이고, 사문(師門)으로 따지자면 무림에서 가장 배분이 높은 사람이다.]

모든 사람들은 눈이 둥그레 졌다.

[너희들 중에 누가 내 사문과 스승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소일초의 목소리는 또 어른 흉내를 내고 있는데……

[우라질……네 사문이야 백인장이라는 걸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인데……끅……]

[젊은 거지! 백인장은 내 집이다. 모르면 아예 입 닥쳐라.]

소일초는 허리에 걸려있는 시꺼먼 철검을 손에 잡았다.

[백 육십년 전,이 철검을 사용하신 분께서 바로 나의 스승이시다. 그 분은 소림사의 기재라 불렸던 우광대사 보다도 배분이 높았으며 천하제일인이라는 혈기자 보다도 배분이 앞선다.]

[…………]

[누가 나보다 배분이 높은 사람이 있는가? 무림의 밥을 먹는 사람으로서 사승과 배분이 나이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땡초와 거지는 도무지 모른단 말이냐?]

그의 말은 준엄했다.

그른 말 한 마디 없었다.

짝짝짝-------!

[정말 훌륭한 일장연설(一場演說)이었어. 저 중 얼굴표정 좀 봐……]

주소아가 손뼉을 치면서 칭찬한다.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중인들의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인데……

도봉이 입을 열었다.

[대체 그 스승이라는 분이 누구시오? 우리 소림사와도 관련이 있소?]

[관련? 물론 있지. 자 여기 와서 공손히 받아가라구. 안 그래도 언젠가 소림사에 들르려고 생각했는데 잘됐군.]

소일초는 품에 손을 넣어 작은 주머니를 하나 꺼냈다.

[내 생각이지만, 이건 던져서 주고받는 물건이 아니야. 공손히 절하고 받으라구.]

도봉이 반신반의 하면서 두 발을 땅에 딛고 소일초의 앞에 가서 합장을 하면서 주머니를 건네 받았다.

물러서서 주머니를 열어본 도봉은 깜짝 놀랐다.

고승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선종의 본산 소림사에서 자란 그도 주머니 속에 있는 것 처럼 굵고 큰 사리(舍利)를 본 적이 없었다.

주머니 안에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사리들이 은은한 서기를 발하고 있었다.

[아미타불! 이 것은 어느 분의 사리입니까?]

도봉의 말투가 바뀌었다.

소일초는 빙그레 웃었다.

[우광대사, 전 소림사의 장경각주였던 분. 그분은 큰 깨닳음을 얻으신 후 남황에서 입적하셨지……내가 그분을 화장시켰고. 한데 그분이 깨닫도록 이끌어 주신 분이 바로 내 스승님이셨지……]

[그분도 불가에 몸을 담으신 분입니까?]

[장장 일백오십 년을 참선과 고행으로 지내신 분이지……]

사부의 처참했던 모습을 떠올리자 소일초의 눈에서 주루루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이내 표정을 싹 바꾸었다.

[그건 그렇고, 나는 황녹천이 어떤 재주가 있기에 소림사와 개방을 이처럼 떡 주무르듯 하는 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군.]

황녹천, 청년승 도봉, 그리고 홍건개의 안색이 확 변했다.

[당신들은 지난 삼 년동안 삼성무림청을 방관만 해 왔는데 어째서 내가 나서자마자 녹림맹을 도와 그들과 싸우겠다고 일제히 나섰을까?]

[그……그건……]

도봉이 말을 더듬으며 황녹천을 바라보았다.

[뻔한 걸 뭘 물어봐……]

주소아가 얼굴을 돌려 황녹천을 쳐다보았다.

[중원제일의 신비인 황녹천은 아무렇게 몸이나 굴리는 계집이야!]

꽝-------!

이 무슨 엄청난 말인가?

중원제일의 신비인 녹림맹주 황녹천이 아무렇게나 몸을 굴리는 계집이라니?

중인들은 가슴이 뻥 뚫린 듯 놀랐고,

황녹천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신분이 높은 젊은 중놈이나 거지가 아쉬운 게 뭐가 있겠어? 오직 하나밖에……]

도무지 어린계집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같지가 않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 사씨 자매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주소아의 신분을 모른다.

단지,

소일초와 동행하는 것으로 보아 대단한 신분일 거라는 정도로 짐작할 뿐이었다.

[설마 그럴리야 있겠어? 구파일방이 어떤 사람들이 모인 곳인데, 오직 자기들만 잘났다고 콧대 세우는 그들인데 여자때문에 움직이겠어?]

소일초의 반문이었다.

[가장 나쁜 자들은 원래부터 선한 자들의 탈을 쓰고 있지. 진정 정의로운 사람은 입으로 떠들지 않고 묵묵히 행동하는 고모부같은 사람이야!]

주소아는 말을 빙돌렸다.

[내 말이 완전히 옳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구파일방과 황녹천 사이에 남에게 밝히지 못하는 은밀한 거래가 있겠지……]

[다른 말은 몰라도 이번에는 네 말을 못 믿겠어. 너는 어제밤에 마신 술이 아직 덜 깬거야.]

소일초는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도봉 등을 쳐다보며 한마디 했다.

[어린애 말에 너무 신경쓰지 마. 하지만, 오늘 당신들도 더 이상 나를 번거롭게 하지 않도록 해. 어쩌면 다음 공격목표로 구파일방이 될 수 도 있어.]

소일초의 음성은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듣는 자들의 귀에는 더욱 우뢰와 같은 힘을 담고 들려오는 충격을 느낀다.

그런 소일초의 음성이 다시 이어졌다.

[나는 적지 않은 수고를 해서 일을 이만큼 꾸몄어. 한데 지금에 와서 당신들이 본인이 하는 일에 관여하려 든다면……또한 그것을 용납한다면, 그것은 곧 내 신념을 깨고 믿음을 깨는 일이 아니겠어?]

순간,

벌컥벌컥……

홍건개가 호로병의 술을 한꺼번에 쏟아넣듯 거칠게 들이켰다.

[제기랄……지금 이 자리에 화산(華山)의 그 놈 주둥아리가 왔어야 말 상대가 되는 것인데……]

벌컥벌컥……

[우라질……이 소화자 술만 먹지 않았어도 반박할 수 있는 말을 찾아낼 것인데……빌어먹을……에이 빌어먹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홍건개의 호로병을 감싸며,

어둠은 더욱 짙어지고 별빛은 더욱 영글고 있었다.

쿠르르르……

쿠쿠쿠쿠……

계곡으로 불어오는 싸늘한 가을 바람은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 치는데……

청년승 도봉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미타불……그 신념과 믿음은 신행마동께서만 지닌 것은 아니잖습니까?]

[그래서……그대들은 그대들의 믿음대로 해보겠다는 말인가? 그것이 본인의 산통을 다깨뜨리던지 말든지?]

[흥, 황녹천도 무엇으로 구파일방을 구워삼았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구파일방이 녹림맹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 같군.]

주소아가 쏘듯이 하는 말이다.

[아미타불……좀더 신중한 판단을 바라오……]

[에이……끄윽……제기랄……]

이 순간,

소일초의 묵직한 음성이 달빛을 뚫고 다시 흘러나왔다.

[우스운 일이야……]

[…………]

[근본적으로는 황녹천이 삼성무림청을 멸망시키겠다는 내 능력을 불신하고 있는 것이 문제겠지. 그래서 그들의 주력이 몰려오자 부랴부랴 최후의 수단으로 당신들을 불렀을 테고……]

정확한 추리였다.

[…………]

[그것이 어찌 우스운 일이 아니겠어?]

[아미타불………]

[끄윽……빌어먹을……]

소일초의 뼈가 맺힌 말에 청년승 도봉과 홍건개의 안면에 가는 분노가 서려났다.

하나 오히려 더욱 날카롭게 쏟아져 나오는 소일초의 음성,

[너희들은 우선 나의 일에 훼방을 놓았다. 나이 살 몇 더 있다고 감히 나 신행마동을 우습게 대했다.……기회다 싶어서 나를 핍박하려 했다.]

문득,

청년승 도봉의 깊은 동공에 파릇한 분노의 광망이 일었다.

[지금 억지를 부리고 있소.]

[억지라…… 언제나 곤란할 때는 모든 것을 억지라고 돌려버리는 것이 소림사의 신공인가?]

그리고 한 순간,

청년승 도봉이 단정짓듯이 음성을 흘려냈다.

[아미타불……분명히 말하겠소만 마동……]

[…………]

[아무 대책 없이 삼성무림청의 삼혈단을 끌어들인 처사는 명백한 잘못이었소.]

[…………]

[그리고 빈승과 홍시주는 오늘밤 구파일방의 힘으로 그들을 녹림맹에서 조용히 물러가도록 할 것이오.]

홍건개가 혀꼬부라진 소리로 탄식하듯,

[꺼억……끅……더군다나 오늘밤의 격전은 절대……없소……]

[…………!]

[우라질…… 이 승산도 없는 싸움에……꼭 피를 흘리겠다는 것이오……우라질……구파일방의 이름때문에 적들은 물러나게 될 것인데……]

순간, 소일초의 눈에서 파르르 불꽃이 분노로 일었다.

[구파일방의 온 건 바로 그 때문이었군.]

소일초는 격분하는 내심에 또 한 바탕 속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또한, 그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분노를 토하는 듯한 음성……

[그대들이 나에게 이토록 친절히 충고하는 것도 백인장주인 아버지의 체면을 보아서 인듯하군……]

소일초는 피가 맺혀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언제라도 발출 될 듯이 쥐어진 철검,

[좋아……더이상 본인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

터질 듯 긴장해 가던 분위기가 소일초의 양보로 다소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하나……]

[아미타불……무엇이오?]

[지금 이 자리에서 그대들은 꼼작도 하지 말아야 한다. 자시가 지난 다음에는 구파일방의 이름으로 협상을 하든 위엄을 보이든 마음대로 해라.]

음성은 낮고 들릴락 말락 했으나,

소일초의 그 음성엔 그 누구도 거역치 못할 굳강한 기세가 어려 있었다.

홍건개와 청년승 도봉은 어쩔 수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미타불……]

[우라질……어쩔 수 없군……좋소……좋아……제기랄……그때가지 기다려 주지……]

 

× × ×

 

 

어둠이 꺼꾸로 부침하는 심야,

드디어 자시였다.

휘이이잉!

밤바람이 미친듯이 푸른 숲의 계곡 사방 질타하고,

솨아아아아……

휘르르르릉……

숲은 성난 파도처럼 미친 듯이 울렁대기 시작했다.

바로 이 미친 듯한 자시의 야공(夜空)을 찢어발기며……

똑똑똑------!

마치 뇌성벽력과 같은 목탁소리가 천지를 질타했다.

동시에,

이 목탁음이 신호라도 되는 것인가?

번뻑……번쩍……

막막한 어둠 뿐이던 푸른 계곡의 호로병같은 골짜기 여기저기서 현란한 불꽃이 일어나더니……

꽝--------꽈꽝-------

쿠꽝---------

오오……

엄청난 폭발음이 하늘을 무너뜨릴 정도로 터져 나오고,

그 현란하던 불꽃은 조만간 엄청난 불길로 화해 푸른 계곡을 통째로 태워버릴 것처럼 엄청나게 치솟지 않는가?

그리고 그 속에 드러난 장엄한 광경을 보라!

혈의인(血衣人),

녹림맹 푸른 계곡을 까마득히 메우며 바람처럼 날아들어 오든 수백 수천 척의 혈의인들,

불의 방벽……

그 충천하여 터지는 화기(火氣),

일시에,

이 거대한 녹림맹은 이 엄청난 화광에 타고 메말라 한줌의 잿가루만 남아날 것 같았다.

한데 일순간,

슛슛슛______ !

혈의인들이 일제히 장력을 격출하여 화염의 완전포위를 뚫고서,

마치 화살이 꽂혀 오듯 녹림맹을 향해 질풍처럼 쇄도해 오는 것이었으니……

만일, 이대로 이 어마어마한 혈의인의 무리가 녹림맹의 본체인 푸른 성에 접근한다면……

이 녹림맹은 그대로 시산혈해로 가득차고 말리라.

그러나,

이런, 염려는 즉시에 사라졌다.

슈_____슛!

꽈꽈꽝_________!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녹림맹의 입구인 호리병 같은 계곡은 무너지기 시작했으니……

으아아악------

으아악--------

화르르륵……!

화아아확!

이 푸른 숲의 입구는 참혹한 비명과 무너져 내리는 바위절벽,

그리고 마른 장작에 기름을 부어놓은 것처럼 엄청난 화광을 내뿜고 타기 시작했다.

녹림맹을 향해 화살처럼 달려오던 혈의인들,

그리고 번지는 화광, 새까맣게 타서 재가 되어 흩어지는 시체들……

일시에 녹림맹은 염부의 불꽃지옥의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불길과……솟아오르는 검은 연기와……

화약냄새와 시신이 타는 노린내……

이 모든 것에 녹림맹의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안 쪽의 절벽위에서 이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소일초와 주소아의 아리따운 얼굴에,

씨익!

검은 빛 미소가 감돌았다.

그리고 말,

[됐어……본인은 이제 당신들 모두가 이곳에서 무얼하든지 상관하지 않겠어.]

순간,

흠칫!

그를 향한 수백 쌍의 눈빛이 가는 떨림을 일으켰다.

그러나,

황녹천을 비롯한 그 밖의 인물들은 이미 삼혈단의 몰락을 보고 있는지라 더 이상 입을 열 수 없음을 느꼈다.

동시에,

슈슈슛!

그들은 벼락같이 몸을 날려 미리 준비해 둔 연들을 이용하여 푸른 성으로 날아내렸다.

바로 이 순간,

쿠쿠쿵!

계곡이 통째로 뒤집히는 엄청난 진동을 겪는가 싶더니……

오오……

도저히 그 크기를 한눈에 담아낼 수 없는,

어마어마한 불꽃이 계곡의 입구에서 부터 계곡 절반을 장악하며 치솟지 않은가?

동시에,

우르르릉……

꽈꽝----쿵쿵쿵---------

계곡의 입구는 완전히 무너져 막히고 수 백 수 천의 혈의인들이 생매장을 당했다.

그들은 다름아닌 삼성무림청의 삼혈단들이었으니……

혈향단-!

붉디붉은 혈의에 흰색 복면을 하고 있는 자들이었으며……

복면에 그려진 한 송이 붉은 매화(梅花)는 섬뜩한 전율을 느끼게 했다.

더불어……

향기…… 매화의 향기가 가득히 피워오는 듯한 착각이 들고……

그 속에 소름이 끼치는 살기를 피워내는 인물들이었다.

혈살단-!

그들은 혈의에 검은 복면을 하고 있었다.

그들 또한 검은 복면에 그려진 아수라상(阿修羅像),

피와 검은 지옥의 음기와……

냉혹비정한 기운을 광휘처럼 피워올리는 자들이었다.

혈혼단-!

이들은 혈의에 얼굴 또한 혈의복면을 하고 있는 자들이었다.

혼(魂),

혼을 부르는 저주의 악령들인가?

피리리……피리리리리……

삐리리리……삐리리리리……

그들은 피리가 아닌 기이한 악기를 쉴 새 없이 불어대고 있었는데,

그 악기 소리를 듣는 순간 영혼이 한꺼번에 달아나는 듯한 엄청난 충격을 느낄 정도였다.

그들은 혈의복면에 소름이 끼치는 전율을 느끼게 하는 글자가 새겨져 있으니……

마(魔),

바로 이 한 자였다.

수수수수……

슷스스스……

소리없이 밀려들던 이 악령의 피그림자들……

그들은 하나같이 절정고수(絶頂高手)인 듯 몸놀림이 흐르는 바람처럼 날렵했다.

그러나……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는 화약으로 인해 엄청난 타격을 당한 후에,

연이어 떨어져 내린 축융화탄으로 말미암아 계곡의 앞부분이 무너지면서 거의 전멸 상태에 이르렀다.

폭발과, 화염……

그 와중에서도 삼혈단의 일부고수들은 살아서 악령처럼 녹림맹으로 돌진했으니……

파츠츠츠____츳츳_____ 츳츳!

쌔애애______액!

충천하는 화광 속에 난무하기 시작하는 검장도권(劍掌刀拳)의 소용돌이!

[크아아악!]

[크_____악!]

비명이 천지(天地)를 진동하기 시작했다.

후리리리_____릭!

시퍼런 살광(殺光)과……

검은 살기(殺氣)와……

핏빛 잔광(殘光)이 엄청나게 소용돌이 치는 속에,

간혹 천지번복의 굉음이 잇달아 터지고,

달빛아래 희미한 어둠은 부르르르 전율을 일으켰다.

거기에다,

하늘로 치솟아 난비(亂飛)하는 무수한 나무들과 불타는 숲……

콰아아아아……쾅……

바람도 불을 만나 더욱 미친듯이 불어대는……

이곳은 녹림맹이 아닌 아수라 광천귀역!

번________쩍!

콰콰콰______쾅!

천지가 갈가리 찢어지는 듯한 파공성을 타고,

[으아아아아_________악!]

[크아아아아_________악!]

참담한 비명은 끝없는 메아리를 만들어냈다.

마침내 폭음이 잦아들고 대신 허공에서 까마득히 몰려 내리는 구파일방과 녹림맹의 고수들……

조용하고 은밀한 계곡에 위치해 있던 아름다운 푸른 숲의 푸른 성(城),

이제 이것은 충천하는 화광과……

난비하는 검장도권의 소용돌이와……

그 속에 사비팔산(四飛八散)되어 나가 떨어지는 시신(屍身)들 만이……

어지럽게 움직이는 아수라 귀역으로 변했을 뿐이다.

한편,

이미 장강의 강변으로 피신한 황녹천과 그 수천 수하(수河),

그리고,

청년승 도봉과 홍건개가 이끄는 대소림의 인물들과 개방의 일천인물들……

그들은 하나같이 경악에 찬 시선으로 이 처참한 혈전(血戰)에 동참하고 있었다.

문득,

덮쳐드는 혈의인을 향해 일 장을 퍼부으며,

하늘처럼 맑은 시선에 침울한 기운을 피워올리던 청년승 도봉이 중얼거리듯 말을 흘려냈다.

[아미타불……어찌……이런 처참한 살겁을……]

[끄억……컥……일찍 죽으려면 무슨 짓을 못할 손가……우라질……!]

이 순간,

황녹천의 눈빛은 남다르다.

하기야 그가 얼마나 정성을 기울여 왔던……

그의손에 의해 더욱 키워지고 다듬어진 푸른 성인가?

그것이 황폐하게 파괴되는 것을 지켜보는 이 마당에 어찌 만감(萬感)이 교차하지 않으랴?

(아아……본인의 푸른 숲과 푸른 성이 이렇게 …!)

그러나,

황녹천의 참담한 기분이 어찌 죽어가는 수하들을 지켜보는 사은상의 심정에 비길손가?

사은상……

절벽위에서 소일초 등과 함께 이 참혹한 혈전을 지켜보는 그의 두 눈에는 쉬임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어느새 깨물었던가?

그녀의 파리한 입술에 선혈이 가득하다.

파츠츠……츳츳……츠츠……

[크아아아악!]

무모할 정도로 장렬히(?) 아니면 흉악히(?) 몸을 던진 혈의인하나가 형체도 없이 녹림인들의 손에 찢겨 날아간다.

[으아______악!]

그리고 또 한 사람이……

사은상의 몸이 부르르르 떠는가 싶더니,

[쿨룩……쿨룩……]

그녀는 한덩어리의 피를 쏟아냈다.

그리고, 입술에 저미는 선혈과,

안타까워서……

너무도 안타까워서 흘리는 저 눈물과……

문득, 그런 그녀의 시선이 한 곳에 꽂혔다.

후휘휘……

희디흰 백의를 바람에 표표히 날리고 있는 천상의 옥동옥녀 같은 두 사람,

소일초와 주소아,

오늘의 참극을 계획한 치가 떨릴 정도로 무서운 꼬마들이다.

이때 돌연,

참담함과 눈물로 젖어 있던 사은상의 동공에 뽀얀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회상(回想),

며칠 전, 사옥상과 함께 주소아의 손에 어처구니없이 잡히고, 다시 고찰에서 도망쳤다가 소일초의 저녁값으로 잡혀온 일들이 이 참혹한 순간에 회상의 수증기로 피어오른 것이다.

(그때 옥상이가 저 꼬마들에게 가까이 가지 않았어도 우리가 이 꼴이 되었을 까? ……아니 우리가 아니었더라도 저 꼬마들은 다른 수단으로 똑 같은 결론을 만들어 냈을 거야………)

지금,

타오르는 불꽃을 보면서,

소일초도 사부 구멍뚫린 시신을 화장하던 때를 회상하고 있었다.

소일초,

그의 남만 오지에서의 삼 년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비록 다시 돌아갈지 안돌아갈지 기약 할 수는 없지만,

때때로 그의 마음은 거목의 숲에 있는 검마의 동굴에 머물곤 할 것이다.

삼 년……

사부와 함께 보냈던 힘겨웠던 세월,

의미도 모르는 참선을 강요당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던 것이 몇 날이며 해도 해도 깨우쳐 지지 않는 검마의 독문 무공 일초검공을 반복하며 얼마나 많은 꾸지람과 구박을 맞았던가?

그리고,

그곳에서의 지리한 생활동안에 친구가 되어주었던 비성성들,

그들이 오늘 삼혈단을 초토화 시킨 주역들이다.

소일초의 두 눈에 굳은 기개가 구름처럼 피어났다.

그리고,

막 돌아와 그의 곁으로 내려서있는 그 비성성들을 주시했다.

한데,

문득, 소일초가 나직한 음성을 흘려냈다.

[모두 수고 많았다. 술과 고기를 실컷 먹게 해주마……]

순간,

십 수 마리의 비성성들이 끽끽 거리며 환성을 질렀다.

그들은 난생처음 보는 엄청난 불꽃, 폭음, 그리고 인간들의 잔인하기 짝이 없는 모습들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가늘게 떨고 있던 중이었던 것이다.

주소아가 소일초에게 술병을 건네 주었다.

[두려우면 멀리가서 놀다가 나중에 우릴 찾아와.]

동시에, 회색동공의 비성성들이 소리를 지르며 허공으로 날개를 펴고 올라갔다.

[이제 대충 끝난거지? 정말 무시무시한 싸움이야. 아마도 다시는 이런 처참한 장면을 볼 일이 없겠지……]

[어쩌면 지금이 시작일지도 모르지. 삼성무림청이 삼수가 만든 집단이라는 것이 분명해진 이상 뿌리를 뽑아버리겠어.]

소일초가 단호한 음성으로 말했다.

[난 약속이나 지켜야 겠어.]

주소아가 눈물과 자신이 흘린 피로 범벅이 되어있는 사은상과 사옥상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제 언니들은 가도 좋아요. 하지만, 오늘 보셨듯이 삼성무림청은 우리 손에 멸망하고 말거예요. 아마도 죽은 것 처럼 위장하고 깊이 숨어서 사는 것이 좋을 거예요. 이건 그 동안의 정리로 하는 말이니까 잘 생각해 보셔요.]

[…………]

[다음에 다시 우리가 적으로 만나게 된다면, 내가 먼저 언니들을 살려두지 않을 거예요.]

주소아는 손가락을 튕겨서 사은상과 사백상의 막힌 혈도를 풀어주었다.

그녀들은 잠시 앉아서 운기행공을 한 다음 원망의 눈초리를 소일초와 주소아에게 보낸 후 몸을 날려 떠나갔다.

[흥, 이제 심심해서 어떡할까? 천하의 색마께서……]

[낄낄낄……네가 밤새 내옆에 있을 텐데 뭐가 걱정이야……히히……]

소일초는 술을 들이키면서 요상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쳇, 오늘 밤에는 쥐덫을 설치하던가 해야지 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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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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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휘익! 굳은 표정으로 날아가는 석헌중. 그 주변으로 부상당한 동료들이나 시체를 부축하거나 안고 날아가는 지옥광전사들. 모두 분한 표정

석헌중; [이청풍... 그자의 얼굴은 기억해두었겠지?] 옆의 지옥광전사에게

[예 소갱주님!] 대답하는 그자

석헌중; [최대한 비슷하게 용모파기를 작성해서 본갱의 제자들에게 배포해라.] [이청풍과는 절대 시비를 붙지 말라고!]

[존명!] 대답하는 지옥광전사

석헌중; (이청풍...) 눈 번뜩이며 청풍을 떠올리고

석헌중; (어쩐지 향후의 무림을 좌우하는 것은 지존이 아니라 이청풍, 그 친구일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구나.)

 

#167>

다시 남궁진등이 공격을 받았던 계곡. 시간이 좀 지나 해가 서산으로 지려 한다.

절벽 위에 쓰러져 있던 백살파 자객들도 이제 모두 사라졌고

절벽 아래 쪽. 청풍이 동굴 안에 남궁진, 날수선자, 천약옥녀등과 마주 앉아있다. 악철산은 다른 부상자들과 함께 누워서 보고 있고

남궁진; [독두신개님과 아는 사이신 줄을 몰랐습니다.] 호들갑

청풍; [아는 사이라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 멋쩍고.

청풍; [그저 오가다 만났을 뿐이고...] [마침 서쪽으로 가던 길이라 그분 말씀대로 북망산을 경유하게 된 것입니다.]

날수선자; (독두신개께서는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저 사람을 북망산으로 오게 한 것일까?) 약간 홍조 띤 얼굴로 청풍을 보고

청풍; [헌데 삼문육가의 후기지수들께서 어쩐 일로 함께 북망산에 올라오신 것입니까?] 둘러보며

남궁진; [그건...] 난감한 표정이고

날수선자; (내일 있을 호천집성연 때문이라고 말해줘도 되나?)

천약옥녀; (큰 은혜를 입긴 했지만 저 사람은 호천맹 소속이 아닌데...) 역시 난감한 표정이 되고

청풍; (말 못할 사정이 있는 모양이로군.) + [제가 괜한 질문을 한 것 같습니다.] 웃으며 둘러보고

남궁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니 양해를 바랍니다.] 과장되게 고개를 깊이 숙이고

청풍; [별말씀을...] 고개 족 숙이고

청풍; [그나저나 다치신 분들이 많은데... 제가 더 도와드릴 일이 있을지요?] 악철산과 부상자들을 돌아보고

남궁진; [사실 난감하긴 합니다.]

남궁진; [도처에 혈세사패들이 출몰하고 있는 북망산을 부상자들과 함께 내려가는 건 너무 위험이 크고...]

남궁진; [그래도 조금만 더 버티면 저희 부모나 스승들께서 수색대를 보낼 것 같긴 합니다.]

청풍; (그때까지 함께 있어달라는 간곡한 표현이로군.) + [이렇게 하지요.]

청풍; [제가 이 주변에 진법을 하나 설치해놓겠습니다.] [그럼 혈세사패가 다시 몰려와도 여러 분을 곤란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입니다.]

천약옥녀; [이공자님은 기문둔갑에도 조예가 깊으신 모양이네요.] 놀라고. 날수선자, 남궁진, 악철산도 놀라고

청풍; [조예가 깊다고 할 정도는 못되고... 그저 흉내를 낼 수 있을 정도입니다.] 멋쩍게 말하고.

남궁진; [소생이 보기에는 이번에도 겸양을 하시는 것같습니다.] 웃고

청풍; [대단한 진법은 아니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슥! 앉아있던 바닥에서 일어나고

천약옥녀; [제가 도와드릴게요.] 따라서 일어나고. 남궁진과 날수선자도 일어나고

남궁진; [전소저의 약왕문은 기문둔갑으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으니 이형이 진법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웃고

청풍; [그러시다니 망신이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천약옥녀를 보며 웃고.

천약옥녀; [그... 그런 말씀 마세요.] 부끄러워하고

날수선자; (전삼낭... 저것이 먼저 꼬리를 치네.) 나가는 청풍을 따라가며 얼굴이 발개져서 청풍을 훔쳐보는 천약옥녀를 보며 생각하고

날수선자; (부러워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내게는 애초에 남에게 아양 떠는 재주 따위는 없으니...) 한숨.

야릇한 표정으로 그런 날수선자를 훔쳐보는 남궁진. 헌데

 

뽀로롱! 작은 새 한 마리가 절벽 위에 서있는 나무 위에 내려앉고. 신소심이 부리던 소홍조와 비슷하게 생겼다.

나무에 앉아 절벽 아래 동굴쪽을 보는 작은 새. 절벽 아래 동굴 입구에 청풍이 서서 방위를 살피고 있고. 천약옥녀, 날수선자, 남궁진도 동굴을 등진 채 보고 있다

그 모습이 새의 커다란 눈동자에 새겨지고. 특히

천약옥녀에게 뭐라 하며 바닥을 가리키는 청풍의 모습 크로즈 업. 이어

뽀로롱! 다시 날아오르는 새

날아간다.

 

#168>

어느 실내. 전형적인 여자의 방. 거실 겸 침실. 의자에 앉아 비파를 천천히 켜고 있는 위상영. 눈을 감고 있다.

위상영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바로 위 씬에서 새가 본 그 장면이다.

1> 절벽 아래 동굴 입구에 청풍이 서서 방위를 살피고 있고. 천약옥녀, 날수선자, 남궁진도 동굴을 등진 채 보고 있다

2> 천약옥녀에게 뭐라 하며 바닥을 가리키는 청풍의 모습 크로즈 업.

위상영; (드디어...) 얼굴이 약간 발개지고

위상영; (이공자를 조만간 다시 볼 수 있겠구나.) 억지로 웃음 참는 위상영의 얼굴 크로즈 업

 

#169>

여전히 북망산. 밤이 되었다. 하늘에는 반달이 떠있고. 그래서 그리 어둡지는 않다.

청풍이 남궁진 일행을 구한 계곡. 그곳에도 달빛이 비치고

계곡 끝의 동굴 앞. 청풍이 동굴 입구 주변 바닥에 직육면체로 다듬어진 긴 돌기둥을 박고 있다. 천약옥녀가 조금 떨어진 청풍의 뒤쪽에서 보고 있고. 수십 개의 기둥들이 이미 바닥에 박혀있다. 동굴을 중심으로 반원형으로

근처의 절벽이 채석장처럼 변했는데 수직으로 줄이 쭉 쭉 가있다. 그 절벽 아래에는 대충 다듬은 형태의 긴 돌기둥 몇 개와 바위 잔해들이 널려있다. 돌 중 하나에는 청풍이 지옥광전사에게 빼앗은 칼이 얹혀져 있고. 그 칼로 절벽을 잘라서 기둥으로 만든 것.

반원형으로 세워진 기둥들 안쪽에는 남궁진과 날수선자가 동굴 밖에 서서 보고 있다. 동굴 안에는 악철산과 부상자들이 누워서 역시 보고 있고

쾅! 돌기둥을 바닥에 세게 꽂는 청풍. 길이가 3미터가 넘는 기둥이지만 수수깡처럼 가볍게 들었다가 바닥에 박는다.

날수선자; (볼수록 대단한 인물이다.) 감탄

<칼질 몇 번으로 절벽을 내리 그어서 진법을 설치할 때 쓸 돌기둥을 만들더니...> 청풍이 절벽과 10미터쯤 떨어져서 칼을 내리긋는 시늉하고. 그 앞에서 절벽이 수직으로 여러 개로 갈라진다.

<하나하나가 수만 근이 나가는 돌기둥들을 수수깡처럼 다뤄 바닥에 박고 있다.> 두둑! 바닥에 박은 돌기둥을 깊이 들어가게 하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 [방위와 수직 여부를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돌기둥에서 옆으로 물러서며 천약옥녀에게

천약옥녀; [정확해요.] 손을 얼굴 가운데에 세워서 기둥이 똑바로 섰는지 확인하고

천약옥녀; [방위도 맞고 세워진 각도도 거의 완벽한 수직을 이루고 있어요.]

청풍; [잘 됐군요.] 말하며 바위를 쪼갠 절벽으로 손을 내밀고

들썩! 그곳의 돌기둥 하나가 들썩이며 떠오르더니

화악! 청풍에게 날아온다.

남궁진; (보고도 잘 믿기지가 않는 엄청난 공력이다.) 놀라고

콱! 한손으로 기둥을 받고.

청풍; [이게 마지막입니다.] 기둥을 들고 돌기둥 사이로 들어가고. 이어

청풍; [이곳에 돌기둥을 설치하면 금천열주진(禁天列柱陣)이 발동할 것입니다.] 두 손으로 돌기둥을 쥐어 쳐들고.

청풍; [방위는?] 천약옥녀에게

천약옥녀; [일치해요.] 손을 얼굴 앞에 세워 살피며 대답

청풍; [그럼 진법의 설치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두 손으로 돌기둥을 쳐들었다가

쾅! 내리꽂고. 돌기둥은 그대로 바닥에 쑥 들어간다. 그러자

지지지! 지직! 기둥과 기둥 사이로 벼락이 치달리더니

진법 안쪽의 남궁진과 날수선자등의 놀람

부악! 동굴 입구를 반구형으로 덮는 투명한 막

날수선자; (진법이 발동하네.) 그걸 올려다보고

진법에서 밖으로 나오는 청풍

천약옥녀; [수고하셨어요 공자님!]

청풍; [소저가 도와주신 덕분에 순조롭게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다가오며 웃고

천약옥녀; [제가 뭔 한 일 있다고...] 수줍

청풍; [겸양하실 것 없습니다. 그보다 마지막으로 시험을 해봐야지요?] 다시 절벽 무너진 곳으로 손을 뻗고

들썩! 기둥 하나가 또 움직이고

휘익! 청풍의 손으로 빨려 오는 기둥

턱! 기둥을 지나가게 하다가 중간을 한손으로 잡고. 손가락이 두부 움켜쥐듯 돌기둥으로 파고든다.

천약옥녀; (정말 대단한 공력이야. 적어고 삼갑자 이상은 되겠어.) 감탄. 놀랄 때

청풍; [이걸 던지겠습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진법 안쪽에 대고 말하고

손을 들어 알겠다는 시늉하는 남궁지

슉! 투창 던지듯 돌기둥을 강하게 던지는 청풍.

가앙! 남궁진과 날수선자 정면으로 날아오는 돌기둥

날수선자가 자기도 모르게 움찔하며 뒤로 물러설 때

쾅! 보이지 않는 벽에 강하게 부딪히는 돌기둥. 돌기둥 앞쪽이 부딪힌 허공에 파문이 생겨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걸 보여주고.

천약옥녀; [성공이에요!] 환호.

날수선자; [놀래라.] 가슴 쓸어내리고

남궁진; (실로 강력한 진법이다.) 놀라고. 그때

텅! 도로 튕겨지는 돌기둥

콰당탕! 바닥에 떨어지며 부러지는 돌기둥

천약옥녀; [대단해요. 이 정도로 강력한 진법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짝짝 박수치고

청풍; [금천열주진을 깨트릴 수 있는 사람은 천하를 통틀어도 몇 안될 테니 안전 할 것입니다.] 손을 털고

천약옥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청풍; [진법을 드나드는 방법은 숙지하셨지요.]

천약옥녀; [예...] 아쉽

청풍; [그럼 뒷일은 소저에게 맡기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포권하고

천약옥녀; [염치없지만 한 가지 부탁 드릴 게 있어요.] 급히

청풍; [말씀하시지요.] 포권 풀고

천약옥녀; [산을 내려가시면서 사람을 한명 찾아봐주셨으면 해요.]

청풍; [사람이라면...]

천약옥녀; [사실 오늘 낮에 북망산에 올라온 건 저희뿐만이 아니랍니다.] [도중에 헤어진 일행이 있어요.]

청풍; [어떤 분이십니까?]

천약옥녀; [벽력세가(霹靂勢家)의 소가주 벽력혼(霹靂魂) 뇌화룡(雷火龍)이에요.]

청풍; [벽력세가라면 벽력당(霹靂堂)이라고도 불리는 화기(火器)의 명가라고 알고 있습니다.]

천약옥녀; [벽력혼 뇌화룡은 그 벽력세가의 유일한 후손이에요.]

천약옥녀; [가주인 벽력신장(霹靂神將) 뇌가주는 자식 복이 없어서 외아들 뇌화룡만을 두었답니다.]

청풍; [후사를 보는 건 사람 뜻대로 되는 일이 아니지요.]

천약옥녀; [뇌화룡은 저희 삼문육가의 후계자들 중 나이가 가장 어려요.]

천약옥녀; [그 때문에 남궁공자와 악공자가 말을 편하게 했는데...] [그게 빈정이 상했는지 도중에 낙양으로 돌아간다고 산을 내려갔어요.]

청풍; [저런...] + (삼문육가 사이에도 알게 모르게 갈등이 있는 모양이다.)

천약옥녀; [무사히 낙양으로 돌아갔으면 다행인데...] [혈세사패가 도처에 출몰하고 있어서 걱정이 되는군요.]

청풍; [알겠습니다. 내려가는 길에 주의해서 살펴보겠습니다.] 포권하고

천약옥녀; [부탁드리겠어요.] 공손히 허리 숙이고

청풍; [다른 분들께도 인사 전해주십시오.] 동굴 쪽을 향해 포권하면서 천약옥녀에게 말하고

동굴 앞쪽에서도 남궁진이 포권하고 날수선자가 허리 숙여 인사한다.

청풍; [인연이 있으면 다시 뵐 수 있을 것입니다.] 스윽! 허공으로 둥실 떠오르며 천약옥녀에게 말하고

천약옥녀; [살펴가세요.] + [!] 말하다가 흠칫! 하고

슈우! 청풍의 몸이 구름이 바람을 타고 올라가듯 높게 올라가 있다.

삽시에 절벽 위 허공으로 치솟는 청풍.

동굴 앞의 남궁진과 날수선자도 놀라며 보고 있고

천약옥녀; (우화등선(羽化登仙)...) 놀라고

천약옥녀; (마치 옛날이야기 속의 신선같은 인물이다.) 절벽 너머로 사라지는 청풍을 보며 혼망 간 표정이 되고

천약옥녀; (과연 속세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공자와 다시 만날 날이 있을지 모르겠다.) 소리없이 한숨 쉬고

동굴 앞에서도 남궁진과 날수선자가 청풍이 사라진 곳을 보고 있고

남궁진; (이청풍... 이청풍...) 눈 번뜩

남궁진; (확실히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 자다.) 음산한 표정이 되는 남궁진

 

#170>

깊어진 밤. 반달 아래 기기묘묘한 북망산의 산봉우리들이 널려 있고

산책하듯 걸어가는 청풍. 하지만

청풍의 한 걸음은 계곡을 건너고 산봉우리를 넘는다. 일정한 높이로 허공을 걸어가는 모습

청풍; (오늘은 여러모로 기억이 될 만한 하루였다.) 큰 걸음으로 걸어가며 생각하고

청풍; (다음 세대의 무림을 이끌어갈 후기지수들을 무려 여섯 명이나 만났으니...)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사람들. 팽혼, 석헌중, 남궁진, 악철산, 천약옥녀, 날수선자등

청풍; (노회한 독두신개는 그들과 만나게 하려고 날 북망산으로 보낸 것일까?) 독두신개의 능글 맞은 얼굴을 떠올리고

청풍; (그렇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우연에 기댄 면이 있다.) 고개 젓고

청풍; (독두신개에게는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하다.)

청풍; (아직까지는 그게 무언지 모르겠지만...) + [!] 생각하다가 움찔. 콰앙! 멀리서 폭음이 일어난다.

청풍; (폭음...) 스윽! 산봉우리에 멈춰서며 폭음이 들린 곳을 돌아보고

화악! 몇 개의 산봉우리 너머에서 밝은 빛이 치솟고 있다.

청풍; (저곳에서 무언가 폭발했다.) 눈 번뜩이며 보고

츠으! 빛이 잦아들고 있고

청풍; (화약이 터지면서 일어난 폭발이었다.) (그렇다는 건...)

청풍; (저곳에서 벽력혼 뇌화룡이란 친구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휘익! 날아가고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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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五 章

 

         건방진(?) 九派一幇

 

 

 

콰아아아아아…………

달빛과 별빛과……

그리고,

불어닥치는 거센 늦가을 바람을 맞이하며 깊은 계곡 속의 거대한 푸른 성(城)은 우뚝 그 견고함을 자랑하며 서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호리병 같은 그 계곡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천상에서 내려온 옥동옥녀(玉童玉女)인양 어깨를 맞대고 서있는 소일초와 주소아……

그 들의 주변에는 비성성들이 날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 초조한 눈빛으로 서있는,

똑 같은 생김새의 아름다운 두 미녀 사은상과 사옥상,

맞부딪치는 쌀쌀한 가을바람에 그녀들은 표연한 자세로 서 있다.

지금,

그녀들의 앞에서……

소일초와 주소아는 비성성들에게서 끊임없이 끽꽥 되는 보고를 받고 있었다.

휘황한 달 빛에 멀리 장강이 은하수처럼 보이는데……

사은상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우리 삼성무림청의 삼혈단은 백인장이나 청옥검궁과도 비견될 정도로 막강하다고 사부가 말했다.……)

문득,

사은상의 수려한 검미가 살짝 찌푸려졌다.

(사부의 말에 의하면 백인장의 주력은 백인도객(百刃刀客)이고 최고수들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원로십팔도객들 이라고 했다.)

그녀는 멀리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사옥상을 힐끗 보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들은 전면적으로 무림에 활동한 적이 없는데도 은연중에 최강의 문파로 공인되어 있다고도 했다.)

이 순간,

생각을 헤아리고 있던 사은상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한데 오늘 우리측에서는 최정예인 삼혈단이 나섰다.그만큼……우리 삼성무림청도 백인장을 두려워하고 있다!)

사실, 삼성무림청의 삼혈단은 지금껏 무림에서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었다.

 

혈향단(血香團),

혈살단(血殺團),

혈혼단(血魂團),

 

물씬 피냄새를 느끼게 하는 이 삼성무림청의 삼혈단은,

그 존재만 알려져 왔을 뿐 완전한 비밀과 신비 속에서 따로 행동해 왔던 것이다.

사은상 그녀의 파리한 입술이 단호하게 깨물어졌다.

(한데……저 귀신같은 꼬마들은 어떻게 삼혈단을 상대하려는 것일까? 어떤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는 고수들도 저 괴물들 외에는 볼 수가 없었는데……아무튼 이번 격전에 승리만 할 수 있다면 녹림맹 마저 완전히 장악할 수 있겠지……참 그리고 보니 녹림맹에서 돕기는 하겠구나. 자신들의 사활이 걸렸으니.)

사은상,

그녀의 내심이 이번 결전에서는 삼성무림청의 승리가 확고하다고 굳혀지고 있을 때,

돌연,

[승리할 확신이있소?]

맑고 청아하며……

듣는 이로 하여금 무한한 위엄을 느끼게 하는 음성이 울려왔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이 음성은 육합전성으로 울려진 모호한 음성이었다는 것과,

때문에 이 음성의 주인은 황녹천의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

어느 새……

소일초와 주소아 옆에 소리없이 솟아난 한 사람……

청의면사인이었다.

모습도 헤아릴 수 없고 사내인지 여자인지도 구분할 수 없는 청의 면사인,

한데,

이 청의면사인이 지닌 수려한 몸매는 바람만 조금 세게 불어도 휘영청 꺽일 것처럼 심약해 보였다.

거기에다,

청의면사 사이로 드러난 푸른 벽옥색의 동공,

그 동공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신비감을 조성하고 있으니……

바로,

이 청의면사인의 뒤로 금의(錦衣)를 걸친 기도가 비범한 네 명의 노인이 정중히 시립하고 있었다.

금빛 수염에……

금빛 안광을 폭출시키며 사해를 떨어울리는 듯 한 이 네 노인,

이들은 다름 아닌 황녹천의 수족과 같은 녹림사존자(綠林四尊者)였다.

소일초와 주소아는 이미 청의면사인 황녹천이 나타남을 알고 있었는지 별 변화가 없었다.

이때, 소일초의 입에서는 어느 새 또다시 그 답지 않게 무량한 무게를 실은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마귀에게 연락은 되었소?]

[그들은 천산으로 갔다고 하오. 그래서 연락이 불가하외다.]

[천산? 연락불가? 그럼 당신은 벌써 내 조건 중에서 한 가지를 어겠군.]

소일초의 말은 단호했다.

그의 조건,

그것은 사마귀에게의 연락과 녹림맹의 임차가 아니었던가?

청의면사인은 벽옥색 동공을 살짝 빛내며 말했다

[우리도 최선을 다했소. 천산까지 가자면 그 기간만도 몇 달이 걸릴 것이오.]

[첫번째 조건에 기한은 없었어. 무조건 가장 빠른 시간내에 사마귀를 이곳으로 불러.]

소일초의 얼굴이 치켜들리면서 무서운 안광을 발하며 황녹천을 바라보았다.

[녹림을 지켜주는 댓가로는 비싸지 않은 조건이야. 만약……우리가 여기서 그만두고 물러나버린다면 녹림맹의 전멸은 불을 보듯이 빤한 일이지.]

황녹천과 녹림사존자의 몸이 부르르 떨었다.

[신행마동……맹세코……당신들이 삼성무림청의 주력인 삼혈단을 멸망시킬수 있소?]

[물론 당신이 한 가지 협조는 해야겠지……]

청의면사인의 섬연한 몸이 가는 진동을 일으켰다고 생각했다.

이어, 곧바로 되물어 오는 음성,

[……대체 그 한 가지 협조하는 게 무엇이오?]

소일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황 맹주(黃盟主)……이곳 녹림맹의 총인원은 얼마나 되오?]

[이곳에만 삼천(三千)!]

[음……삼천이라……]

[…………!]

무엇을 생각하는 것인가?

소일초의 음성은 한동안 끊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소일초의 음성이 다시 이어졌다.

[…오늘밤 자시를 기하여 그 인원들 모두에게 싸울 준비를 시키시오. 삼성무림청의 삼혈단을 쳐부셔야 하니까…… ]

[우리 녹림인들 만으로……!]

비명처럼 내뱉는 음성과 함께 황녹천의 섬연한 몸이 부르를 진동을 일으켰다.

그만큼 그의 벽옥색 아름다운 동공이 크게 흔들렸음은 말할 것도 없고……

하나 이때,

황녹천은 다소 싸늘하게 궅은 음성을 흘려냈다.

[신행마동, 당신은 본좌더러 이 녹림맹을 포기하고 도망치라는 것 같소.]

[반쯤은 맞았어.]

순간, 그림처럼 서 있기만 하던 녹림사존자의 몸에서 칼날 같은 분노가 터져 올랐다.

[무슨 소릴!]

[얼토당토하지 않는 말을!]

이때,

황녹천의 전신에서도 분노가 물보라처럼 피어올랐다.

[신행마동, 당신은 우리 녹림의 안위 따위는 아예 관심도 없었군.]

[…………!]

[본맹으로 적의 주력을 끌어들여 놓은 후에 우리끼리 싸우라고?]

[나는 당신 말이 반쯤 맞았다고 했어! 도망칠 필요는 없어. 단지 이 푸른 성을 포기할 각오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지.]

[그 말도 마찬가지요. 이곳은 우리 모든 형제들의 수 백 년 삶의 터전이오.]

[…………!]

[귀하가 바라는 것은 곧 우리더러 삶은 터전을 버리고 죽으라는 말이 아니오?]

준렬한 황녹천의 말,

어느 새 소일초의 낯빛은 푸른 청동빛으로 일그러졌고……

그의 이마엔 굵은 힘줄이 돋아났다.

분노가 극에 달했는지 그의 전신에서 폭풍과 같은 기도가 일어나고 있었다.

옆에서 주소아가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황녹천! 그대야 말로 우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는 약속대로 삼성무림청의 삼혈단을 멸망시킬 충분한 대비가 되어있다.]

[…………]

[그런데, 그대들 녹림에서 그 정도, 만약에 일어날 수도 있는 사태를 가지고 그렇게 짜게 나오는가? 우리가 어리다고 토닥거리기만해서 그야말로 녹림을 너무 쉽게 지키려 하는 속셈이 아니냐?]

신랄한 어조였다.

삼혈단이 오기도 전에 녹림맹과 일전이라도 불사할 듯이 보이는 소일초,

그리고 황녹천의 속셈을 간파하고 있는 듯한 주소아의 말,

사실,

황녹천은 설마 소일초등이 혼자서 움직이랴 싶었다.

어디선가 백인장의 고수들이 암암리에 보호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들의 힘을 이용해서 삼성무림청과 싸울 생각이 없지 않았기에 선뜻 안방까지 제공했던 것이다.

그의 얼굴에 감도는 씁쓸한 미소,

주소아의 몸에서 나는 낮은 휘파람소리를 뒤로 하고 폭풍같은 기도를 뿜어내는 조그마한 체구의 소일초에 압도당한 듯,

그는 꿋꿋이 서있기도 힘이드는 듯 천천히 녹림사존자에게로 몸을 기댄다.

연하여 흘려내는 음성,

[신행마동……이 점을 생각해 주기를 바라겠소.]

[……?]

[당신들은 떠나면 그만이겠지만……이 녹림맹은 수십만 녹림도의 터전이라는 것을……]

[…………!]

[만일 당신들이 그점을 생각해 준다면 우리도 기꺼이 당신의 요구를 수락해 주겠소……]

[너는 더이상 나에게 어떤 결정을 요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여전히 딱딱하게 무서운 눈빛을 발하는 소일초였다.

[이곳이 아니라도 삼성무림청을 쳐부술 장소는 얼마든지 있다. 다시 한번 내 성미를 건드린다면 그대로 철수해버리겠다.]

[…………]

[물론, 그전에 네 몸에 먼저 땅에 영원히 눕게 되겠지만……]

살기(殺氣)!

인간이 이처럼 무서운 살기를 발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모든 사람은 물론 소일초의 충천하는 살기에 주변을 날고있던 비성성마저 두려움에 날개를 접고 내려앉았다.

직접 그 살기를 마주대하고 있는 황녹천과 녹림사존자는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하고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소일초의 살기는 서서히 걷혀졌다.

(무서운……너무나 무서운 살기였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심맥이 파열되었을 것이다……)

황녹천과 녹림사존자는 그에 대한 두려움에 치를 떨었다.

이때 돌연,

[황녹천! 아직도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주소아의 싸늘하고 냉오한 음성이었다.

[…………]

[이 밤이 새기전에 당신은 믿지 않으려 해도 우리의 말을 믿게 될 것다.]

[이 밤이 새기전에?]

[그래.분명히……!]

약간 말끝을 흐리던 주소아가 더불어 말을 했다.

[하지만, 지금 이 마당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런 것이 아니다.]

[…………]

[당신의 목숨은 하나이지 결코 둘이 아니라는 것을 철저히 깨달아라.]

순간

[…………!]

황녹천의 섬약한 몸이 기이로운 떨림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몸만큼이나 파문을 이르키고 있는 눈빛!

황녹천은 자신의 내면에서 치미는 어떤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는 것 같았다.

하나, 그러면 그럴수록 그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동공은 더욱 큰 벽옥빛의 파장을 일으킨다.

(……나는 지금 저들의 말을 모두 따라야 하지 않는가?)

황녹천은 자신의 생각이 생각만 해도 무서운 듯,

쉴 새 없이 떨림의 전율을 일으키고 있었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즉시 부하들에게 자시(子時)까지 싸울 준비를 갖추게 하라.]

주소아의 음성이 소일초의 분노한 목소리 보다 부드러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냉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황녹천은 그 두사람을 주시하며 참열한 선택의 고통에 젖었다.

한데 돌연,

[아미타불……]

소리,

한 가닥 장중하고 청아하여,

세상의 모든 번뇌를 말끔히 씻어주는 듯한 불호성이 사위를 때리며 들려오지 않는가?

그런데 그 불호성은,

소일초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사방팔방에서 동시에 울려왔고……

그리고 녹림사존자의 바로 뒤에서 울려왔던 것이니……

오오……보라……!

스스스스……

부서지는 달빛인가?

아니면 내리는 별빛인가?

사방 백 여덟 방위에서 소리없이 솟아난 고월창송(孤月蒼松)한 풍모의 노승들을……

그들은 하나같이 황색가사(黃色袈裟)를 걸쳤고,

위엄이 충만하여 흐르는 고매함을 지닌 노승들이었다.

그리고,

교자의 바로 앞에 소리없이 솟아난 한 명의 젊은 승려,

십 팔구 세가 되었을까?

수려한 눈빛은 하늘을 닮았고……

그의 전체적인 얼굴은 온화함과 따사로움이 불존처럼 성스럽게 빛나기조차 하다.

거기에다,

귀족인양 고귀롭게 피어오르는 저 기질……

한데 보라!

연화(蓮花),

활짝 만개한 연화가 허공에 떠있고……

이 청년승은 바로 이 연화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게 아닌가?

바로 소림의 최상승 경공절기인 연대구품(蓮臺九品)이다.

칠십이종 절기의 하나인……

그런 청년승은 나타나서 지금껏 그 하늘 같은 시선을 소일초와 주소아에게 던지고 있었다.

마침내, 그들을 향하고만 있던 청년승의 입이 열렸다.

[아미타불……!]

[아미타불……!]

조금전 까지 분노를 터뜨렸던 소일초가 합장을 하면서 똑같이 청년승의 불호를 흉내냈다.

청년승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신행마동……소승은 소림의 도봉(渡峰)이외다.]

[소동(小童)은 백인장의 소일초외다.]

전혀 개의치 않고 자기의 할 말 만 하는 청년승 도봉이었다.

[소승이 이곳에 나타난 것은 녹림맹주의 청을 받아서 이외다. 녹림마저 삼성무림맹에 흡수된다면 무림의 전체 균형이 깨어지는 것이기에……]

시종 침묵,

청년승이 나타난 이후로 침묵으로만 일관하는 주소아의 눈빛이 그 말을 듣는 순간 서늘한 기운을 뿌려냈다.

녹림맹주인 황녹천은 어떤 수단으로 소림을 끓어들였단 말인가?

자신들과 황녹천등이 아웅다웅 다투느라고 그들이 다가선다는 비성성들의 보고 마저 받지 못했던 것이다.

바로 그때,

[끄윽……취한 세상……취한 눈으로 바라보니……크윽……끅……오락가락 할 수 밖에……]

확!

술트림의 역겨운 냄새를 싣고 어둠의 일편에서 취한 음성이 들려오는가 싶더니……

비틀비틀……

한 명의 거지소년이 갈지자로 걸어왔다.

봉두난발(蓬頭難髮)에 ……

헤어질대로 헤어진 악취 풍기는 의복(衣服)은 기우지 않은 곳이 더물었고……

얼마나 세수를 하지 않았음인가?

얼굴에 낀 때는 아예 새까만 빛이어서 소년의 얼굴을 헤아려 볼 수 조차 없다.

거기에다,

볼품사납게 산발한 머리에 아무렇게나 둘러진 붉은 머리띠,

그리고, 오른손에 치켜든 항아리 만한 호로병……

이쯤되면,

과히 이 소년거지의 형상이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비틀비틀……

[커억……끅……이놈의 술버러지……천하의 개방의 홍건(紅巾)개를 울리누나……울리누나……에이……오늘의 술버러지……]

벌컥벌컥……

혀 꼬부라진 소리와 함께 거대한 호로병을 거꾸로 처박는 소년거지,

아니,

스스로 홍건개라 했던가?

한데 오오……

개방의 신분(身分)을 나타내는 허리에 늘어진 여덟 개의 매듭이라니?

그렇다면 이 거지소년은 아홉매듭의 개방 방주(幇主)보다 겨우 한 배분 낮은 신분을 지니고 있다는 애기인데……

[꺼억……우라질 삼성무림청인지 뭔지……한 번 싸워보지……그러면 내가 죽던지 지가 죽던지 결단이 나겠지……꺼억……끅……뒤집힌 세상……]

혀꼬부라진 소리를 내며 히죽 웃기까지 하는 홍건개,

한데,

그의 두 눈만은 그 어떤 것보다 맑고 빛나며 지혜로움이 넘실거리지 않는가?

어쨌거나,

지금 이 자리에,

무림천년 뿌리인 전설의 구파일방 중 소림과 개방의 인물들이 나타난 것이니……

지금,

백팔 방위에서 빈틈없는 포위의 원진을 이루고 있는 황색가사의 노승들은 바로 소림의 백팔나한(百八羅漢)들이다.

한 번도 무림에 거취를 드러낸 적은 없으나……

거은 일백 오십 년 동안이나 소림의 신화를 창출하고 있는 소림 백팔나한……

이 미증유의 힘을 지닌 소림의 거력 뒤로,

홍건개로 미루어 보아 개방의 고수들도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는 듯 하니……

이때, 청년승 도봉과 홍건개가 번갈아 가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미타불……신행마동께선 큰 실수를 하셨소이다.]

[꺼억……큭……아무리 세상이 거꾸로 보였기로서니……삼성무림청의 주력을 아무 대책없이 녹림맹으로 유인해내다니……우라질……꼬마야 너는 구파일방 보다 오히려 더 강하다는 것이냐?아무리 세상이 미쳤기로……커억끅……]

소일초의 입이 열려지기도 전에 주소아의 말이 먼저 떨어졌다.

[술병을 들었기에 괜찮은 놈인가 싶었더니, 입으로는 개소리만 하는군,]

[뭐……빌어먹을……끄윽……계집애가……뭐라고?]

벌컥벌컥……

호로병을 거꾸로 처박으며 술을 들이키는 홍건개,

이때, 청년승 도봉이 심해처럼 맑은 눈빛을 굴리며 입을 열었다.

[신행마동……빈승은 구파일방과 천하정파인의 이름으로 녹림맹을 도와 삼성무림청과 싸우고자 하오……]

이때, 지금까지 그들의 떠드는 말을 들으며 이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기만 하던 소일초,

문득,

그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듯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더할 나위없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낮빛,

[그러니까 당신들은 내가 너무 녹림맹을 핍박하지 말아라고 이야기 하는 듯 한데……건방지기 짝이없는 자식들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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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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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수선자; (마침내 지옥군자와 십이살주가 나섰다.) 긴장하며 그걸 보고. 침을 놔주던 것도 중단하고. 천약옥녀도 돌아보고 있고

날수선자; (지옥군자로서도 더 이상 졸개들의 희생을 묵과할 수 없게 된 때문일 텐데...) 다가오는 석헌중을 보며 생각하고

<온전한 몸 상태가 아닌 남궁공자와 악공자가 과연 저 둘을 상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숨을 고르며 석헌중과 십이살주를 보는 남궁진과 악철산을 배경으로 날수선자의 생각 나레이션

천약옥녀; (지옥군자 석헌중...) 얼굴 약간 발개져서 석헌중을 보고. 이년은 석헌중을 좋아한다.

천약옥녀; (저런 진중한 인물이 어떻게 사마외도에서 나온 걸까?)

석헌중; [남궁형! 악형!] 5미터쯤 거리를 두고 멈춰서며 포권하고. 그 옆에 십이살주도 멈춰서고

석헌중; [비록 강호의 인심이 흉험하다고 하나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건 옳지 않는 게 나 석헌중의 생각이오.]

석헌중; [부디 두 분도 내 생각과 같길 바라겠소.]

남궁진; [쉽게 말해서 개죽음 당하지 말고 항복하라?] 피식 웃고

석헌중; [투항하면 정중하게 대해드릴 것을 약속하겠소.] 끄덕이며 포권을 했던 손을 풀면서 말하고

악철산; [개소리는 거기까지!] 콰득! 눈을 부라리며 강철 장갑을 낀 양손을 마주 쥐어 소리를 내고

모두 악철산을 보고

악철산; [석헌중! 우릴 뭘로 보는 거냐?] [목숨이 아까워서 자비를 구할 졸장부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를 부득 갈고

남궁진; (악형의 거친 성격이 퇴로를 불살라 버리는군.) 쓴웃음. 그때

십이살주; [말을 늘여봤자 입맛 아플 뿐이네.] 콰득! 쇠몽둥이를 움켜잡고 앞으로 나서고,. 눈을 부라리며

십이살주; [죽이든 살리든 저것들을 때려눕히고 보세.]

악철산; [어디 죽일 수 있으면 죽여 봐라!] 우둑! 강철 장갑을 낀 손을 마주 쥐어 소리 내며 십이살주에게 다가오고. 악철산보다 십이살주의 키가 더 크다

십이살주; [그 주둥이에서 곧 비명이 터져 나오게 만들어주마.] 흉악하게 웃으며 쇠몽둥이를 쳐들고

악철산; [누가 우는 소리를 할지 두고 보자.] 맞서 싸울 자세

십이살주; [크왓!] 부웅! 쇠몽둥이를 강력하게 휘두르고

악철산은 몸을 숙여 그 쇠몽둥이를 피하고

부악! 십이살주에게 파고 들어가며 주먹을 날리고, 주먹 끝에서 주먹 형상의 섬광이 날아아 나간다.

쾅! 쾅! 악철산의 주먹 형상이 십이살주의 복부를 치고.

하지만 십이살주는 꿈쩍도 않고. 대신

부악! 쇠몽둥이의 반대편 끝이 악철산을 아래에서 위로 쳐오고

몸을 젖혀 간발의 차이로 피하는 악철산.

이하 두 사람의 치열한 접전. 악철산은 십이살주의 쇠몽둥이에 접촉하지 않으려 애쓰며 주먹을 쓴다. 복싱하듯 움직이면서

남궁진; (십이살주, 저자가 쓰는 철곤(鐵棍)은 부딪히는 건 무엇이든 깨트리는 힘을 지녔다.) 십이살주가 쇠몽둥이를 바람개비처럼 휘둘러 악철산을 공격하는 걸 보며 생각하고. 악철산은 위빙 더빙 등의 복싱 동작으로 피하며 주먹을 날리고 있다.

남궁진; (한대라도 맞으면 치명상을 입게 될 텐데...) 생각할 때

석헌중; [우리도 손을 섞어봅시다.] 스릉! 칼을 뽑고

남궁진; [구대천마의 후예라는 지옥갱의 절기는 늘 한번 견식해보고 싶었소.] 검을 겨누며 맞서 싸울 준비를 하고

석헌중; [칼에는 눈이 없으니 조심하시오.] 화악! 칼을 겨누는 석헌중의 몸에서 폭발적인 살기가 뿜어지고

남궁진; (칼을 들자 분위기가 일변하는군.)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남궁진; (억눌러놨던 살기를 해방시킨 때문일 텐데... 살 떨리는구만.) 방어자세를 취하면서 긴장

쩍! 기합도 없이 칼을 휘두르는 석헌중. 칼질이 엄청 빨라서 칼의 형태는 보이지 않고 흰 섬광으로 보인다

남궁진; (스쳐도 사망이겠구만.) 캉! 검으로 춤을 추듯 검법을 펼쳐 맞서고. 직접 칼에 부딪히는 게 아니고 비스듬히 쳐올려 힘을 흘러가게 만든다

캉! 캉! 캉! 격렬하게 칼을 내리치고 베는 석헌중. 겨우겨우 막고 피하는 남궁진

 

날수선자; (우려했던 대로다.) 치료를 중단하고 동굴 밖을 보고. 천약옥녀도 부상자의 땀을 닦아주며 밖을 보고

부웅 부웅! 쇠몽둥이를 미친 듯이 휘둘러대는 십이살주. 겨우 겨우 피할 뿐 반격하지 못하는 악철산.

석헌중의 공격을 받는 남궁진도 수비에 급급하며 뒷걸음질 치고 있다.

날수선자; (남궁공자와 악공자는 지치기도 했지만 상대와의 상성까지 좋지 않다.) 표정이 심각

<악공자는 완력에서 십이살주에게 밀리고...> 악철산과 십이살주의 싸움을 배경으로 날수선자의 생각

<남궁공자의 경쾌한 검법은 지옥군자의 격렬하면서도 패도적인 도법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남궁진과 석헌중의 격돌

날수선자; (여차하면 암기를 날려서 도와줘야겠다.) 달칵! 허리에 찬 주머니중 하나의 뚜껑을 연다. 뚜껑이 열리는 그 주머니에는 표창등의 암기들이 가득 들어있다. 그리고 바로 그 직후

[컥!] 쾅! 비명과 폭음. 깜짝 놀라 돌아보는 날수선자와 천약옥녀

십이살주의 쇠몽둥이에 허리를 맞아 동굴 쪽으로 날아오는 악철산

날수선자; (결국...) 팟! 주머니에서 세 개의 표창을 뽑으며 벌떡 일어나고. 비수처럼 뾰족한 표창이다. + 천약옥녀; [악!] 역시 벌떡 일어나고.

[아... 안돼!] [소가주님!] 부상당한 청년들 비명

쾅! 동굴 옆의 벽에 충돌했다가 나뒹구는 악철산

남궁진; [악형!] 캉! 캉! 석헌중의 공격을 겨우 겨우 막으며 물러서면서 돌아보고

천약옥녀; [악공자!] 달려가고. 악철산은 피를 토하며 고개를 들고

십이살주; [몽둥이찜질 맛이 어떠냐?] 일어나려 애쓰는 악철산에게 다가오며 쇠몽둥이를 휘두르려 하고. 하지만

피핑! 핑! 바로 얼굴 앞으로 날아드는 세 대의 표창, 두 개는 눈을 노리고 한 개는 목으로 날아든다.

표창을 던진 자세인 날수선자

십이살주; [이크!] 팟! 고개 돌려 눈을 노린 두 대의 표창은 흘려보내고.

콱! 마지막 하나는 복면 속의 입을 벌렸다가 물어버린다,

천약옥녀; [아!] 악철산을 두 팔로 부축해 일으키다가 돌아보고

날수선자; (역시 암기로 어쩔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다시 주머니 속에서 암기들을 뽑는 날수선자. 이번 암기는 십자형의 표창이다.

날수선자; (그래도 저자가 악공자에게 결정타를 먹이려는 것은 저지했다.) 천약옥녀가 악철산을 끌고 동굴 쪽으로 뒷걸음질 치는 걸 곁눈질로 보며 표창을 십이살주에게 겨누고. 바로 그때

십이살주; [퉤!] 물고 있던 표창을 날수선자에게 뱉고

팽! 강하게 돌며 날수선자에게 날아오는 표창

날수선자; [!] 삭! 급히 피하지만 뺨을 스친 표창에 상처가 나고

천약옥녀; [당언니!] 악철산을 끌고 오다가 비명

탕! 동굴 벽에 부딪혔다가 떨어지는 표창

날수선자; (살짝 긁히는 상처라도 입히면 좋겠는데...)피핑! 뺨에서 피가 나는 상태로 십자 표창을 던지는 날수선자

<그럼 표창에 묻혀놓은 독에 중독될 테니...> 가가강! 기잉! 포물선을 그리며 십이살주에게 날아가는 표창들 배경으로 날수선자의 생각. 하지만

십이살주; [애들 장난감 같은 걸로 무얼 하자는 거냐?] 피식 웃으며 쇠몽둥이를 흔들고. 그러자

징! 쇠몽둥이가 진동하고

캉! 캉! 그대로 쇠몽둥이로 빨려가 달라붙는 표창들

날수선자; (저자의 철곤이 자력(磁力)을 일으켜 표창을 끌어들였다.) 굳어진 표정이 되며 다시 표창을 주머니에서 꺼내고. 그때

캉! 캉! 금속성을 내며 격돌하는 남궁진과 석헌중의 무기

쿵쿵!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남궁진. 하지만 석헌중은 남궁진을 추격하지 않고 칼을 내리고.

날수선자; (석헌중은 승기를 잡았는데도 손을 멈췄다.) 표창을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 

그 사이에 천약옥녀는 악철산을 두 팔로 끌고 동굴로 들어온다.

날수선자; (언제든지 남궁공자를 쓰러트릴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데...)

날수선자; (아무래도 더 이상의 저항은 무의미하겠구나.) 한숨. 그때

석헌중; [다시 한 번 권하겠소.] 칼을 내린 채 남궁진과 날수선자를 보고

석헌중; [투항하면 정중히 포로로 대접해드리겠소.]

악철산; [허... 허튼 소리 말고 끝장을 보자!] 악을 쓰며 억지로 일어나려 하고

천약옥녀; [늑골이 부러졌어요. 무리하게 움직이시면 안돼요.] 자제 시키고

십이살주; [소갱주! 좋은 말로 타이를 때는 지났네.] 석헌중에게 불만

십이살주; [말 안듣는 놈들에게는 몽둥이찜질이...] 말할 때. + [크악!] [컥!] 주변에서 갑자기 여러 마디의 비명이 동시에 터진다

일제히 절벽 위를 올려다보는 사람들.

쿵! 털썩! 그런 사람들 눈에 절벽 위에서 아래를 감시하던 백일자객들이 갑자기 짚단처럼 쓰러지고 있고

지옥광전사들; [무슨 일이냐?] [왜 그래?] 올려다보며 외치고

남궁진; (누군가 절벽 위에서 감시하던 백살파의 자객들을 일거에 거꾸러트렸다.) 눈 번쩍일 때

슥! 천천히 절벽 위에서 절벽 끝으로 걸어와 모습을 드러내는 청풍. 태평하게 뒷짐을 짚고 있다.

석헌중; (저자는...) 눈 치뜨고. 청풍을 한눈에 알아본다. 그 옆에서 십이살주도 눈을 부릅뜨고. 십이살주도 청풍을 알아본다

남궁진; (샌님처럼 생긴 저 친구가 백살파 자개들을 단번에 제압한 것인가?) 놀라고 눈 번뜩

날수선자; (고수다!) 눈 번뜩

천약옥녀; [아는 분인가요?] 악철산을 다시 바닥에 눕히면서 날수선자에게

날수선자; [처음 보는 얼굴이에요.] 고개 젓고

날수선자; [하지만 지옥군자와 십이살주는 저 인물이 누군지 알고 있는 것 같군요.] 석헌중과 십이살주를 보고. 두 사람은 긴장한 표정으로 청풍을 보고 있다.

절벽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청풍. 청풍 주변에는 백살파 자객들이 쓰러져서 벌벌 떨고 있다. 죽은 건 아니고.

그자들의 몸에 나뭇잎들이 하나씩 박혀있다.

청풍의 시점. 절벽 아래 상황. 석헌중과 십이살주가 굳은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고. 지옥광전사들은 청풍을 향해 뭐라 외치며 무기를 흔들고 있다

굳은 표정인 석헌중의 얼굴 크로즈 업

청풍; [낯익은 얼굴을 뜻밖의 장소에서 보게 되는군.] 슥! 웃으며 발을 절벽 끝으로 딛고. 이어

슥! 슥! 마치 계단을 내려오듯 허공을 밟으면서 내려오는 청풍

[맙소사!] [허... 허공을 계단처럼 밟으며 내려온다.] 지옥광전사들 경악하고

남궁진; [전설 속의 능공답보(能空踏步)로군.] 역시 놀라고.

날수선자; (우리보다 어려 보이는데 무공은 측량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른 인물이다.) 역시 놀라고. 천약옥녀도 놀라고. 그때

턱! 이윽고 청풍이 바닥에 발을 딛는다. 그러자

퍼득! 정신을 차리는 지옥광전사들

[쳐라!] [죽을 곳을 찾아왔다면 잘 왔다!] 일제히 청풍을 덮치려는 지옥광전사들

석헌중; [멈춰라!] 외치며 나서고

급정거하며 돌아보는 지옥광전사들.

석헌중; [너희들의 상대가 아니다. 헛된 피를 볼 필요 없다.] 비켜서는 지옥광전사들 사이로 걸어오며 말하는데

십이살주; [나는 예외다!] 파앗! 악을 쓰며 날아오른다.

십이살주; [십일살주의 원수를 갚겠다!] 부악! 청풍의 머리를 향해 전력을 다해 몽둥이를 내리친다. 두 손으로. 하지만 청풍은 피할 생각이 없고

석헌중은 찡그리지만 막지는 않고

날수선자; [조심...] 자기도 모르게 비명. + 천약옥녀; [악!] 역시 비명. 그 옆의 악철산도 눈 부릅

쾅! 엄청난 폭음이 일어나고 먼지가 확 터져 시야가 가려진다

<어... 어떻게 된 건가?> 사람들 눈 치뜨며 보고

화악! 먼지가 흩어지며 십이살주의 뒷모습이 드러난다. 십이살주는 쇠몽둥이를 내려친 자세로 서있고

쿵! 뒤이어 드러나는 장면. 청풍은 여전히 뒷짐 짚고 서있는데 청풍이 선 부분의 땅이 사발처럼 움푹 들어가 있다. 그리고 청풍의 머리 위 30센티쯤에 십이살주의 쇠몽둥이가 멈춰있다. 그리고 청풍의 몸은 보이지 않는 구형의 방어막에 덮여있다. 십이살주의 쇠몽둥이는 그 방어막을 내리쳐서 방어막 전체가 바닥으로 파고 들어가게 만든 것. 바닥이 사발처럼 들어간 것 그 때문이고.

지지지! 우두둑! 방어막으로 파고 들어간 몽둥이가 진동하고. 그걸 두 손으로 움켜쥔 십이살주의 두 팔이 툭 툭 튀어나온 핏줄로 덮여있다.

날수선자; [아!] 안도. 천약옥녀도 놀라면서 안도하고

남궁진; (십이살주가 전력을 기울여 내려친 철곤을 그냥 호신강기로 막아냈다.) 역시 놀라고. 반면

석헌중; [...] 무언가 생각하고

청풍; [백살파 백일자객의 서열12위...] 십이살주를 보며

움찔! 십이살주

청풍; [귀하라면 내게 복수를 할 자격이 있지. 백일자객중 네 명이 내 손에 죽었으니...] 뒷짐 짚은 채 웃고

날수선자; (맙소사!)

천약옥녀; (무림인들에게 사신으로 통하는 백일자객들이 저 사람 손에 네 명이나 죽었단 말인가?) 놀라고. 악철산도

청풍; [물론 자격이 있는 것과 복수를 할 수 있는 건 별개의 문제지만 말이오.] 눈 부릅뜨고. 그러자

펑! 청풍의 몸을 덮고 있는 방어막이 엄청난 탄력으로 쇠몽둥이를 튕겨낸다

십이살주; [억!] 펑! 튕겨지는 쇠몽둥이와 함께 뒤로 홱 날아간다

날수선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십이살주를 날려버렸다!) 놀라고. 그 뒤에서 천약옥녀와 악철산도 놀라고

쿵! 쿵! 바닥에 내려섰다가 술 취한 듯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십이살주

십이살주; [이 개잡종이...] 이를 갈며 다시 돌진하려 하고

석헌중; [십이살주! 소생에게도 기회를 주시오.] 손을 들어 막고. 그러자

다시 청풍에게 달려오려다가 멈칫하는 십이살주

청풍; (십이살주가 다시 덤비면 내 손에 죽을 걸 알고 저지했군.) 웃고

석헌중; [귀하는 내가 아는 그 인물이신가?] 청풍을 지긋이 보며

청풍; [석형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바로 나요.] 웃고

석헌중; [화산에서... 나를 농락한 것인가?] 분노. 살기가 치솟고

청풍;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고만 알아주시오.] 포권하고

날수선자; (역시 저 둘은 초면이 아니었네.)

석헌중; [무기가 있으면 꺼내게. 오늘은 반드시 솜씨를 보아야겠네.] 지지징! 청풍을 겨누는 칼이 진동하고

청풍; [딱히 무기를 쓰진 않지만...] 주변을 둘러보고.

지옥광전사중 한 놈 크로즈 업. 그자도 칼을 들고 있고

청풍; [맨손으로 상대하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잠깐 빌리겠다.] 지옥광전사에게 손을 내밀고. 그러자

펑! [억!] 그자의 손아귀에서 그대로 빠져나오는 칼. 기겁하며 물러서는 그자

청풍; [고맙다.] 콱! 날아온 칼의 손잡이를 잡으며 그 칼의 주인인 지옥광전사에게 웃으며 말하고

<말도 안되는 격공접인...> <나름 고수라고 알려진 지옥광전사가 간단히 칼을 빼앗겼다.> 사람들 경악하고

청풍; [화산에서 저지른 결례도 있고 하니 일초를 양보하겠소.] 칼을 흔들어 보이며 말하고. 그러자

날수선자; (공격을 양보 받는 건 무림인에게는 수치스러운 일인데...) 놀라며 청풍과 석헌중을 보고

천약옥녀; (지옥갱의 소갱주쯤 되는 인물에게 너무 무례하게 대하는 거 아닌가?) 여자들 그렇게 생각하지만

석헌중; [사양하지 않겠네.] 지잉! 두 손으로 쥔 칼을 더 진동시키며 청풍을 겨누고. 검도의 중단 겨누기 자세

<공격의 양보를 받아들였다!> <누구보다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지옥군자 석헌중이...> 사람들 경악할 때

남궁진; (그만큼 저 샌님같은 친구가 대단한 고수라는 건데...) 눈을 좀 가늘게 뜨며 청풍을 보고. 그때

쩡! 석헌중의 칼이 하얗게 백열된다.

[절연지옥참(絶緣地獄斬)이다!] [살기로 적을 죽이는 우리 지옥갱의 최강 도법을 소갱주께서 벌써 완성하셨구나!] 지옥광전사들 흥분하고

남궁진; (석헌중... 나와 싸울 때는 손에 사정을 두었었군.)

남궁진; (석헌중이 지금의 저 도법을 내게 썼으면 속수무책으로 죽을 수밖에 없었다.) 식은땀이 흐르고

십이살주; (살기로 적을 죽이는 도법!) 눈 번뜩

십이살주; (절연지옥참을 구사할 수 있을 정도라면 파주님과 싸워도 쉽게 지지 않을 것이다.)

십이살주; (석헌중, 저놈은 장차 우리 백살파가 천하무림의 주인이 되는 데 심각한 장애물이 되겠구나.) 석헌중의 뒷모습 노려보고.

청풍; (도강을 넘어선 도법...) 좀 놀란 표정

<절대삼검중 무상심검과 비슷한 이치로 구사하는 도법이다.> 칼 뿐만 아니라 온몸이 반딧불처럼 빛나는 석헌중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청풍; (물론 지나치게 살기에 집중한 탓에 깊이가 없고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이 약점이지만...) 생각 할 때

스윽! 백열된 석헌중의 칼이 천천히 위로 쳐들리고

청풍; (시작했군.) 칼을 쳐들어 머리 위를 수평으로 막는 시늉하고

남궁진; (살기로 구사하는 도법을 평범한 칼로 막겠다?) 어이없고

남궁진; (살기는 도검으로 막을 수 있는 게 아닌데...) 생각할 때

쩍! 한손으로 칼을 길게 내뻗으며 내리치는 석헌중. 칼 끝에서 십 미터 이상 길이의 섬광이 내뻗고

꽝! 펑! 청풍을 수직으로 가른 그 섬광이 지면을 둘로 쪼갠다.

날수선자; [아!]

천약옥녀; [흑!] 손으로 입을 가리고. 그 뒤의 악철산도 놀라고

남궁진; (역시 당한 것인가?) 눈을 좀 가늘게 뜨고

펑! 화악! 칼을 내리그은 자세인 석헌중의 앞쪽 지면이 10미터 이상의 길이로 갈라졌고. 그 갈라진 선상에 청풍이 칼을 들어 막은 자세로 서있다. 헌데

석헌중; [...] 눈 부릅뜨고 있고

십이살주; [이럴 수가...] 역시 눈 치뜨며 신음하고.

쿵! 드러나는 장면. 지면은 분명 일직선으로 갈라졌지만. 청풍이 서있는 앞뒤 1미터씩은 갈라지지 않았다. 청풍이 칼을 머리 위로 쳐들어 수평으로 막는 자세로 웃고 있고

[저... 저럴 수가!] [소갱주님의 절연지옥참이 저자 주변은 건너뛰었다.] 지옥광전사들 경악하고

날수선자; [대... 대단하네.] 안도

천약옥녀; [살기가 저분 근처에는 침범하지 못했군요.] 깨닫고. 악철산도 놀라고

남궁진; (이거야 원 놀라고 까무라칠 일 아닌가?) 눈이 더 가늘어지고

<혈세사패 패주들에 필적하는 경지에 오른 석헌중의 공격을 저렇게 간단히 무력화시키다니...> 칼을 내리는 청풍을 배경으로 남궁진의 놀람. 그때

청풍; [일초의 양보는 끝났소.] 웃지만

석헌중; [더 이상의 대결은 무의미하겠지.] 철컹! 칼을 칼집에 꽂고

석헌중;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가겠네.] 청풍에게 고개를 좀 숙이고

[소갱주님!] 억울한 표정인 지옥광전사들

석헌중; [물러간다. 동료들을 챙겨라.] 둘러보고. 그러자

[예!] [존명!] 어쩔 수 없이 대답하는 지옥광전사들. 이어

각기 한 명씩의 부상자를 부축하는 지옥광전사들. 시체도 집어들고. 이어

휙! 휘익! 계곡 입구쪽으로 날아가는 지옥광전사들. 그걸 지켜보는 석헌중

십이살주; [본좌도 먼저 실례하겠네.] 석헌중에게 고개를 좀 숙이고

석헌중; [오늘 고생하셨소이다.] 포권하고

십이살주; [이가야! 기억해둬라.] 청풍을 돌아보고

십이살주; [우리 백일자객들이 모두 죽던지 네가 죽어야만 결말이 날 것이다.] 팟! 날아오르고. 계곡 입구 쪽이 아니라 절벽을 날아오른다. 이어

[으아아아!] 악을 쓰며 절벽 너머로 날아가는 십이살주

청풍; [백일자객 전부나 내가 죽어야 결말이 난다라...] [돌고 도는 게 은원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하는군.] 으아아아! 악을 쓰며 멀어지는 십이살주를 보며 쓴웃음. 그때

석헌중; [나도 이만 작별을 고하겠네.] 청풍에게 고개 좀 숫이고

청풍; [살펴가시지요.] 칼을 든 채 포권하는 시늉하고

팟! 날아오르는 석헌중

계곡 쪽으로 멀어지고

청풍; (무림에 나온 이래 만난 인물들 중 가장 빼어난 영걸인데...) 멀어지는 석헌중의 뒷모습 보고

청풍; (가는 길이 달라서 깊은 교우를 맺기는 어렵겠구나.) 소리없이 한숨 쉴 때

남궁진; [큰 신세를 졌소이다.] 다가오며 포권하고. 검은 칼집에 넣었고.

돌아보는 청풍.

남궁진; [귀하에게 입은 은혜를 뼈에 새겨두고 반드시 갚겠소이다.] 웃는 얼굴로 포권하고. 그 뒤에서 날수선자와 천약옥녀가 동굴을 나온다

청풍; [별 말씀을...] 마주 포권하고. 그러면서

<언행이 과장되어 그리 호감은 가지 않는 인물이다.> 웃으며 날수선자와 천약옥녀를 소개하려는 남궁진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날수선자; (생각지도 않은 인물이 나타나서 위기를 모면했다.) 천약옥녀와 함께 동굴 입구에 서서 남궁진과 뭔가 얘기를 하는 청풍을 보며 생각하고

날수선자; (결국 요 계집의 점괘가 맞은 셈이네.) 천약옥녀를 곁눈질로 보고. 천약옥녀는 얼굴에 홍조를 띤 채 청풍을 보고 있다.

<<놀람은 있겠지만 큰 화는 없다.>라고 했던...> 현장을 내려다본 모습 배경으로 날수선자의 생각 나레이션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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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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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四 章

 

          술 마시는 朱小阿

 

 

 

주소아(朱小阿),

그녀는 백인장에 있을 땐 결코 이렇지 않았다.

얌전하고도 영리하며, 신비했기 때문에 누구나 좋아하던 소녀였다.

사람들을 대할 때도 어른을 꼭 알아보았고 행실이 발랐다.

그런데……

그런 주소아가 소일초와 함께 다니는 요 얼마동안 성격이 많이 변한 것이다.

마치 소일초를 닮아 가기나 하듯이 그녀의 심술도 늘고 무림인들을 아무렇게나 무시하고 했다.

어쩌면,

소일초와 맞서 싸우자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듯도 한데,

아직 그녀는 나이 말고는 소일초를 이길 만 한 것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고찰에서의 치욕적인 패배이후로 그를 정면으로 반박하기가 힘들었다.

또 싸우고 난 후에 무슨 짓을 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도 소일초의 행실이 미운 점이 있기는 했지만, 마냥 미운 것만은 아니었다.

소일초의 짖궂은 짓도 그렇게 싫지 많은 않았다.

더우기 전혀 장난을 받아 주지 않는다면 소일초는 또 사은상이나 사옥상에게 짖궂은 짓을 할 것이다.

그것은 정말 참을 수 없이 싫은 그녀다.

차라리 자기에게 하는 것이 낳지……

지금 주소아는 한 다발의 국화를 꺽어서 요생각 조생각 하면서 꽃들 사이를 거닐고 있었다.

이곳,

 

녹왕전(綠王殿),

 

사방 백여 장의 반경에 온갖 꽃들이 다투어 피어 있는 꽃의 천국(天國)……

바로 이 꽃의 바다에 날아갈 듯 서있는 한 채의 누각(樓閣)을 일컬음이다.

그리고,

전에는 녹림맹주 황녹천의 거처였으나,

지금에 이르러선 신행마동 소일초의 거처가 된 곳이기도 하다.

아니,

신행마동 소일초가 잠시 빌린 곳일 뿐 완전한 거의 거처는 아니다.

그러나,

그 어떤 자도 녹왕전의 이십 장 이내엔 접근이 불허되는,

절대금역(絶對禁域)이 되었다.

왜냐하면?

접근의 대가는 곧바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심지어는 죽음(死)으로 까지 지불되었으니까……

 

실내,

사방이 깨끗하게 정돈된 아담하고 고아하기 이를 데 없는 실내이다.

하나의 침상에……

자단피의 의자가 두 개 ……

바로 이 실내에서,

돌연,

 

낄낄낄------

 

듣기만 해도 고약한 악동의 웃음소리가 휘장을 진동시켰다.

그리고 부르르 온 몸을 떠는 탁자에 앉은 두 미녀,

장강 변에서 포로로 잡았던 바로 사은상,사옥상 자매였다.

또 소일초가 주소아가 없는 틈을 타서 무슨 장난을 한 것인가?

그 동안 얼마나 심하게 시달렸는지 사은상은 노을 빛 얼굴은 초췌하여 처음의 모습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핼슥했다.

고민따위는 모르는 사옥상은 단지 소일초의 웃음이 또 무슨 짓을 하기 전의 전주곡이라는 것을 느끼고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뿐,

먹기도 잘 먹어서 건강해 보였다.

이때,

덜컥-----

방문이 열리면서 주소아가 한 아름의 국화를 들고 들어왔다.

[얌전히 침상에가서 잠이나 더 자……]

그녀를 보고 두 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소일초는 두손을 등뒤에 감추었다.

[지금 숨긴게 뭐야? 빨리 꺼내놓지 못해?]

[헤헤헤……이거?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없어.]

두 손을 앞으로 숙 내밀었는데 아무것도 쥐어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주소아는 분명히 소일초의 손에 뭔가가 들려 있는 것을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보았었다.

물증을 잡지 못하자 사은상 자매를 홱 돌아보았다.

그러자,

사은장은 질끈 눈을 감을 버렸고,

사옥상이 자기의 가슴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내게서 이걸 가지고 갔어. 그리고 언니에게서는 이걸……]

사옥상의 한 손은 사은상의 하체를 가리켰다.

말로하지 않아도,

주소아는 소일초가 두 여자에게서 무엇을 훔쳤는 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당장 돌려줘……아무튼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해……어휴 골치야……!]

[벌써 돌려줬어, 발 옆에 다 놓여 있을 거야.]

소일초가 어느새 도둑질 솜씨를 발휘한 것이다.

[흑흑……]

이 세상에 존재하여,

미(美)란 이름의 굴레를 쓴 그 어떤 것에도 비유를 해낼 수 없는 노을 빛 피부를 가진 미녀,

바로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안타까운 흐느낌이었다.

분노와 수치로 죽고만 싶은 그녀였다.

주소아는 도끼눈을 뜨고서 소일초를 한 번 노려보았다.

이어,

사은상의 가슴에 그녀가 꺽어온 국화를 한 아름 안겨주면서 얼굴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주었다.

[미안해요. 이번 일 만 끝나면 풀어드릴께요. 이제 내가 한 시도 눈을 떼지 않고 저 말썽꾸러기를 지킬께요.]

본래,

심성이 고왔던 주소아다.

비록 요즘들어 많이 악랄해 지기는 했어도, 사은상의 눈물과 사옥상의 자신의 처지마저 깨닫지 못하는 천진함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도 순진한 감상적인 소녀였기에……

찰랑……찰랑……

세상의 온갖 비리(非理)와 추악함을 잊어 버린 동공에 눈물이 솟아났다.

여인의 감정이라고는 오직 색귀에게서 들었던 육체적 반응 외에는 모르는 소일초는 이러한 사정을 이해할 수 조차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것을 지켜보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또 한쌍의 눈빛이 있었다.

천진한 아기같은 심성의 사옥상, 바로 그녀가 아니고 누구겠는가?

 

× × ×

 

 

[내 말 잘들어. 오늘 낮에 백인장에서 고모가 편지를 보냈어.]

[나는 못 봤는데……]

휘장이 드리워진 침상에서 소일초와 주소아 마주보고 있었다.

[내가 치웠어. 고모부의 상세가 지난 번에 사옥상에게서 받은 약을 복용한 이후로 급속도로 나아지고 있데……]

[그럼 언제 쯤 다 나을 수 있는데?]

[그건 나도 잘 몰라. 하지만, 너는 아무래도 지금 행동을 좀 고쳐야 해.]

[또 잔소리……]

[고모부는 사옥상에게 받은 약으로 빨리 치료되고 있는데 너는 그들 남매를 괴롭히기만 한잖아. 그건 은혜를 원수로 갚는 거라고……]

소일초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내가 그것도 모르고 있는 줄 알아? 그 여자들은 녹림맹도들을 무수하게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틀림없이 삼성무림청의 요인들이야.]

[…………]

[아버지가 그렇게 다친 건 삼성무림청때문일 가능성이 십중 팔구고. 그렇다면 네가 인질로 잡혀있었다는 곳도 그곳이라는 이야기야.]

[…………]

[그런데도 그 여자들에게 관대해지라고? 흥, 더 잔인해 질 수 도 있어.]

[하지만, 그녀들이 고모부를 해친 것은 아니잖아? 또 더우기 여자로서 치욕을 주지는 않을 수도 있잖아?]

주소아도 마주 소리쳤다.

소일초는 잠시 입을 다물고 주소아를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럼, 더 이상 그 여자들을 건드리지 않겠어. 대신, 그들에게서 삼성무림청이 사수 중의 삼수(三手)와 관련이 있다는 자백을 책임지고 받아내.]

[알았어.]

 

침상에서의 두 어린 남녀의 어린 것 같지 않은,

장난기라고는 전혀 들어있지않은 어른스러운 대화,

그들은 어리지만 무섭도록 치밀한 계획하에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 × ×

 

소일초와 주소아가 같은 침상을 쓰는 방에서 멀지 않은 다른 방,

무공을 폐쇄당한 사은상 자매가 침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저녁이 오면,

그녀는 문에 빗장을 걸고 철저하게 문단속을 하지만,

소일초는 도둑고양이 처럼 스며들어와 두 자매를 만지고 쓰다듬고 짖궂은 장난을 하다가 가곤 했다.

사옥상은 그냥 두면서도 자기는 꼭 아혈(啞穴)을 집어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였다.

지금,

사은상은

한(韓)과 증오의 눈빛을 가닥가닥 실어내면서……

(천하의 사은상이……이런 초라한 몰골로 잡혀있어야 한다니……저……젖비린내 나는 꼬마에게……성(性)적인 수모까지 당해가면서……)

문득,

자조의 새파란 광망이 그녀의 두 눈에서 불을 뿜고,

그녀는 하얀 이가 바스러지도록 이빨을 가라붙였다.

(되돌려 준다……오늘의 이 수모에 천배 만배를 더하여 되돌려 준다……한데, 도대체 저 꼬마놈의 의도는 무엇일까?)

소일초를 생각하던 사은상의 눈빛이 파릇한 경련을 일으켰다.

사실,

그녀는 며칠 동안 소일초를 지켜보면서 한두 번 놀란 것은 결코 아니었다.

철부지 장난꾸러기라고하나 세상의 어떤 빙심(氷心)의 여인도 흔들리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귀여운 얼굴……

그얼굴의 아름다움을 타고 도도히 대하처럼 흐르는 신비한 기질은 타인으로 하여금 절로 적대감을 느낄 수 없게 한다.

거기에다,

그와 함께 있는 주소아라는 계집아이……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기품을 지녔으면서도 사악할 정도의 기괴한 무공을 구사하는 그녀……

천상의 선동들인 듯 한 두 어린 남녀의 의도는 아무래도 무림에 알려진 것 처럼

삼성무림청과 무림정벌이라는 것과는 다른 무엇이 있는 것같았다.

아무리 무공이 고강하기로서니,

절세고수로 알려진 백인장의 장주 소선풍이 있는데,

백인장에서 두 어린 아이가 밖에나와서 마음대로 날뛰게 하는 것도 이상했다.

들리는 바로는 여태까지 신행마동 소일초가 집에서 도망쳐 나왔을 때마다,

백인장의 여주인인 그의 어머니가 직접 무림에 나와서 잡아갔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나오기도 전에 정식으로 출두를 선언하고 나왔지 않은가?

사은상, 그녀는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자기들과 꾸준히 싸워오던 녹림맹의 맹주마저 소일초에게 그토록 쉽게 안방을 내주었는지도 이해할 수 없는 그녀였다.

이때,

[아직 자지 않으면 문좀 열어줘요.]

문이 덜컹거리며 주소아의 음성이 들려왔다.

사은상은 바짝 긴장했다가 문을 열어주었다.

주소아의 손에는 쟁반이 들려 있었고, 그기에는 탐스럽게 구워진 닭고기와 음식들이 놓여져 있었다.

한 순간,

사은상의 눈이 의아심에서 크졌다.

[이제 괜찬아요. 언니……!]

주소아가 빛이 날 정도로 흰 얼굴을 갖다대면서 말했다.

[이제 그 꼬마가 더이상 언니들을 괴롭히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주소아의 말투는 낮에 이후로 달라져 있었다.

그러나, 한이 골수에 사무친 사은상은 살살맞게 돌아서 사옥상이 누워있는 침상으로 걸어가 버렸다.

천천히 주소아는 사은상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어,

사은상의 앞에 준비된 음식을 한 숟갈 떠 사은상의 입에 들이 밀었다.

[먹어요……]

순간,

사은상의 그 차가운 눈빛에 강한 욕구가 배어났다.

들이 밀어진 음식을 삼키고 싶은 짐승 같은 욕구가……

그러나 끝내,

사은상은 찬바람이 들도록 싸늘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주소아는 숟갈은 내릴 생각도 하지 않고 부드러운 음성을 흘려냈다.

[언니! 언니는 바보야……]

[…………]

[언닌 벌써 나흘 째 굶었어……이대로 계속 굶는다면 무공도 폐쇄된 그몸으로는 죽게 돼……]

[…………]

[언닌 죽는 것이 억울하지도 않아……이렇게 초라하게 말이야? 그 꼬마에게 온갖 수모를 다 당하고……]

주소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언니, 아니 삼성무림청의 소공녀……어서 이 음식을 먹어요……그리고 사는 거야……!]

순간,

냉엄히 고개를 돌리고 있던 사은상의 입에서 싸늘한 음성이 튀어나왔다.

[치워!]

[…………]

[더 이상 추근대면 그 음식에 침을 뱉겠다.]

주소아는 얼굴에 핀 미소를 지우지 않고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사은상……나나 일초에 대한 저주가 크다면 왜 더이상 발악을 해보지 않는 거지?]

그녀의 어투는 다시 달라졌다.

[…………]

[삶을 체념하지 않았다면 먹는 거야……더구나 이곳은……]

[……?]

[녹림맹……!]

[…………!]

[나는 몰라도 그 꼬마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변하면 당장이라도 당신을 이 녹림맹의 사람들에게 넘겨 버릴 지도 몰라……]

[…………!]

[그럼, 녹림맹에서는 우리에게 크게 감사하겠지? 무수한 녹림인들을 살해한 당신들을 잡아주었다고……그들이 당신들을 어떻게 할지는 아마 쉽게 상상할 수 있겠지?]

사은상은 도무지 어린애 같지 않은 주소아의 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소일초 등은 자기들의 정체를 녹림맹에 알려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 당신들은 우리에게도 이용할 가치가 없는 몸이 되었어.]

찰나,

사은상은 싸늘히 소일초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 따위 꼬마들에게 죽을 이 사은상이라면?]

[사은상이라면?]

[이 땅에 애초에 태어나지도 않았다!]

문득,

그녀의 싸늘한 냉음에 주소아는 얼굴에 핀 미소를 거두어 들였다.

[말해 두겠는데……우리 아니 그 꼬마의 목적은 당신들을 이용하여 삼성무림청의 주력을 이곳에 끌어 들이는 것이었어.]

[…………]

[그리고 그 계획대로 오일 만에 삼성무림청의 정예고수들을 이곳으로 끌어 들이게 됐어.]

찰나, 사은상의 두 눈에서 파릇한 광망이 일어났다.

[그렇다면 너희들도 끝장이다.]

[왜?]

[삼성무림청의 정예인 삼혈단이 힘을 합치면 천하에 당해낼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사은상의 득의와 싸늘함이 풀려나는 음성에,

주소아는 지웠던 웃음을 피워올렸다.

[호호……그것은 두고 보면 알 일이지……더구나 내 일이 아니고 소일초가 처리할 일이니까. 허나 분명한 것은 당신들은 우리게 이미 이용가치가 없어졌다는 거야.]

[…………!]

[게다가 난 일초가 당신들을 집적거리는 것이 영 싫어……]

[…………]

[정 그렇게 버틴다면 아무 쓸모도 없는 당신들을 한 시라도 빨리 죽일 수 밖에 없는 일이지.]

순간,

사은상의 싸늘한 얼굴에 가는 놀람의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주……죽일지도……모른다……저 계집애의 아름다운 웃음 속에 무서운 살심이 숨어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 꼬마놈은 ……소름이 끼치는 괴물들을 끌고 다니는 무림에 악명이 자자했던 신행마동이 아닌가?)

그녀의 등줄기를 후벼파는 오싹한 전율이 온몸을 걷잡을 수 없이 치달렸다.

생명,

단 하나 뿐인 생명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엄청나다.

더구나 독기와 원한을 가슴에 품고 있는 자라면 어떤 방법으로든 생명을 얻고자 할 것이다.

사은상,

아무리 차가운 빙심의 그녀라 해도 역시 인간임에는 틀림없다.

일단,그녀는 생명의 애착이 가슴에 피어오르자,

그녀는 걷잡을 수 없는 불안과 공포가 자신의 팔만사천모공에 팽만하여 터지는 충격을 느꼈다.

이런 그녀의 가슴을 더욱 서늘하게 만드는 주소아의 미소,

어쩌면, 이 계집애도 그 꼬마 못지않은 독심의 소유자 일 것이다.

[자! 먹어…… 내 마음이 변하기 전에……]

일순 한기로 뭉쳐진 사은상의 얼굴에 단호한 결심의 빛이 흘렀다.

(그래 좋아……먹자……그리고 살자……그리하여……받은 것에 천만배를 되돌려 주자…… 이 악마같은 계집애……꼬마놈…… 애송이 꼬마놈…… 이 어린 마물들……!)

사은상은 그녀의 입에 들이밀어진 음식을 덥석 삼키기 시작했다.

주소아의 미소 띈 얼굴이 끄덕여지고,

또 한 숟갈의 음식을 떠 사은상의 입으로 가져가니……

이것은 마치 어미가 새끼에게 밥을 떠먹이는 광경이었다.

한 순간, 또 한 숟갈의 음식을 떠먹이던 주소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언니……저 사옥상 언니와는 쌍둥이야?]

사은상은 음식을 삼키며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삼성무림청의 주인이 언니 아버지야?]

[사부……]

(이 계집애가 나를 들었다 놨다 마음대로 하는 군, 또 말투를 바꿨어……)

[하면 어니의 사부는 삼수 중 세째인 사진성(史震聲)이겠네?]

단정짓듯 말하는 주소아의 음성에 사은상의 고개가 다시 무심코 끄덕여졌다.

동시에 주소아의 얼굴에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미소가 피어났다.

[언니,고마워!]

단 세 마디의 음성과 더불어 주소아가 몸을 일으키자,

돌연,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 사은상의 전신이 부르르 떨었다.

거기에다,

[우욱……!]

씹어 삼키던 음식까지 토해내는 것이니……

[아니다……나의 사부은 사진성이 아니다……!]

사은상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고개를 내저었다.

허나,

더이상 주소아는 그녀를 상대로 말을 하지 않았고,

사박사박 걸음을 옮겨 방을 나갔다.

[문단속 잘하고 자요. 혹시 모르니까……]

문밖에서 주소아의 음성이 들려왔다.

 

주소아는 소일초의 침실로 들어섰다.

소일초는 침상의 휘장을 걷어젖힌 채 술병을 들이키고 있었다.

[술맛 괜찮아?]

[녹림맹의 술은 기가 막히는 데가 있어. 차라리 도둑질 집어치우고 주루를 하면은 더 편히 살것 같은데……]

[나도 조금만 줘볼래?]

주소아가 침상에 걸터 앉으면서 말했다.

소일초가 두 말 않고 술병을 건네주었다.

꿀꺽꿀꺽-----

[커----- 혀가 착 감기는 것이 술도 괜찬은 물건이네……]

[정말 그렇지? 야……우리 더 잘 통할 수 있겠는데……]

소일초가 반색을 했다.

[조금만 기다려, 내가 금새 술을 더 갖고 올테니까……]

[어디가서?]

주소아가 사과처럼 발개진 얼굴로 의아해하며 물었다.

[어디긴 어디야. 술창고에 가서 슬쩍 해오면 되는 거지……배운 도둑질 이때 써먹어야지.]

주소아는 피식 웃었다.

과연,

신행마동이란 이름에 어울리게 소일초는 나가자마자 몸통 만큼이나 굵은 단지를 들고 들어왔다.

막고있던 소가죽을 벗기고 나자 향긋한 술냄새가 방안에 가득 퍼졌다.

침상 한가운데다 술독을 놓고 두 꼬마는 찻잔으로 떠마셨다.

[기가막히다……이렇게 신나게 술마신 적은 없었는데……]

[나도 술이 이렇게 좋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벌개진 얼굴로 연신 술을 떠마시며 주소아가 말했다.

[확실히 술은 여자를 곁에 두고 마셔야 한다더니……어른들 말이 그른 게 없군.]

[그 뜻을 알기나 하고 하는 말이야?]

[뭔데?]

[원래부터 주색(酒色)이라고 했잖아. 당연히 술 다음에는 여자를 찾는 거라구……]

주소아는 이미 취기가 돌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는 말을 잘 아는 척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난, 주색투도(酒色偸賭)에 모두 통달했어. 사마귀로부터 직접배웠거든.]

[까불지마. 주투도라면 몰라도……아직 꼬마가……난 이래도 이미 이 년 전에 초조(初潮)를 치른 여자란 말이야……]

[내가 재미나는 것을 한 가지 보여주지……]

그말을 마치자 마자 소일초의 입에서 뿌연 연기가 모락모락 나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고 풀린 눈동자로 주소아가 말했다.

[별 것아닌 것 같은데……]

그러나,

소일초의 입에서 나오는 연기는 전혀 흩어지지 않고 공중에서 공처럼 빙빙돌며 뭉쳐졌다.

그기에서 강렬한 주향이 풍겨나오고 있었다.

[주정(酒酊)이구나!]

주소아가 손뼉을 쳤다.

소일초는 입을 다물고 공중에 떠있는 주정을 향해 손을 뻗었다.

구름같은 주정은 점점 작아지면서 조그마한 구슬로 변해버렸다.

다시 소일초가 공중으로 던지자 구슬이 퍽 흩어지며 구름같은 주정이 용(龍)의 모습을 만들어 냈고 스르르 바뀌며 호랑이가 되기도 하고 사람모습으로 변하기도 했다.

주소아는 연신 재미있어하며 박수를 쳐댔다.

이 기술은 소일초가 주귀(酒鬼)에게 배운 주전신공(酒箭神功)을 응용한 것이었다.

소일초가 입을 벌리자 여인의 형상을 이루고 있던 주정은 후루룩 빨려들어가 버렸다.

소일초의 얼굴이 더욱 벌개졌다.

주정을 한꺼번에 흡입한 때문이었다.

한 동안 횡설수설하면서 술을 퍼마신 소일초와 주소아는 술독을 내려 놓은 후 벌렁 드러누워버렸다.

[어땠어?]

소일초의 말이다.

[예상대로 였어. 사진성의 제자래. 같은 성씨라서 딸인줄 알았는데……]

주소아는 완전히 취해서 혀 꼬부라진 소리를 냈다.

이 순간,

소일초는 곁에 퍼질러진 주소아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주소아의 빨간 얼굴이 희미한 황촉불에 비쳐 소일초를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다.그녀가 몸을 돌려 소일초의 몸에 다리를 걸쳤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고여 그녀의 뺨 위를 타고 흘러내릴 것 같다.

[왜……나는 삼 년 전에 일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을까?]

[…………]

[몇 달 만……몇 달 만 지나면……고모부 상처가 완쾌되겠지. 그럼 고모부는 내 기억을 돌려 주실 수 있을 지도 몰라……]

[내 말만 잘들으면 내가 기억을 치료해 줄께……]

[사기치지마……네가 무슨 수로……괜히 수작이나 걸어보려는 거지……]

[어떻게 알아. 나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엉뚱한 소리 그만하고 그들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나 말해.]

[말했잖아. 내 목탁이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목탁으로 펼치는 무공도 있어? 잘못되면 녹림맹이 폭삭 망하는 수도 있어……일부러 이곳의 위치까지 그쪽에 몰래 알렸는데……]

주소아의 혀 꼬부라진 소리에는 염려가 들어있었다.

[목탁 속에 축융화탄이 가득들었어.]

[뭐?]

호호호------

히히히------

두 가지의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웃음이 잦아지자 소일초의 음성이 다시 흘렀다.

[삼성무림청……그들이 언제쯤 이 녹림맹을 공격할까?]

[아마 다가오는 새벽이 아니면 내일 밤이겠지. 물론 새벽일 가능성이 더 많지만……]

[뭐? 그럼 얼마 남지 않았을텐데……]

놀라면서 벌떡 일어서려는 소일초의 목을 주소아가 천연덕스럽게 휘감았다.

[괜찮아. 비성성들이 교대로 하늘에서 지키고 있어. 때가 되면 와서 깨울거야……]

주소아는 그대로 스르르 잠이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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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한쪽이 절벽인 험한 강물.

휘익! 강병을 따라 날아오는 혈부용. 혈부용 뒤로는 지옥갱의 갱주인 지옥혈부가 따라온다. 등에 도끼를 짊어지고 있다. 무표정하다

혈부용; (분명 소회주님의 천리전음(千里傳音)이었다.) 날아가며 초조하고

혈부용; (용문 서쪽 절벽 위의 세 그루 노송 근처로 빨리 오라는 다급한 전음이었는데...) 위진천을 떠올리고

혈부용; (두 번 다시 천리전음이 이어지지 않은 걸 보면 소회주의 신상에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 날아가고. 그때

지옥혈부; [저거 아닌가?] 앞을 가리키고. 혈부용도 앞을 보고

멀리 앞쪽, 강쪽으로 튀어나온 절벽 위에 세 그루 늙은 소나무가 서있다.

혈부용; (절벽 위의 소나무 세 그루!) + [맞는 것 같아요!] 쐐액! 속도를 내며 날아가면서 말하고.

휘익! 휙! 곧 노송 근처에 이르는 혈부용과 지옥혈부. 하지만

노송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혈부용; [없어요! 분명 이곳이라고 했는데...] 주변 급히 둘러보고

혈부용; [심장 뛰는 소리도 안 들리고...] 귀에 손을 대며 안타까워할 때

코를 벌름 거리는 지옥혈부

지옥혈부의 코에 어떤 냄새가 흘러들어오고

지옥혈부; [이쪽이다.] 절벽으로 가고. 냄새를 맡으며. 돌아보는 혈부용

지옥혈부; [피 냄새가 절벽 아래에서 느껴진다.] 팟! 절벽을 뛰어내리고

혈부용; (지옥혈부!) (유혈로 날을 지새는 지옥갱의 갱주답게 피냄새에 민감하구나.) 팟! 역시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절벽 아래쪽은 바위와 자갈로 이루어진 좁은 강변이 있고. 먼저 뛰어내린 지옥혈부는 강을 등지고 절벽을 보고 있다

혈부용; [찾으셨나요?] 휘익! 혈부용도 지옥혈부 뒤로 내려서고. 직후

[!] 눈 부릅뜨는 혈부용

[소회주님!] 혈부용의 비명 배경으로 절벽 아래 움푹 들어간 곳에 쓰러져 있는 위진천. 얼굴 옆에는 귀신가면이 떨어져 있는데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며 눈을 감고 있다. 가슴과 양팔등 타노가 날린 투명한 용이 관통한 부분의 옷은 삭아서 없어졌는데. 양 팔뚝과 가슴에는 따리를 튼 용의 형상으로 상처가 나있다. 그 외에도 온몸에 상처가 나있다. 얼굴에도. 타노가 날린 섬광에 맞는 흔적이다.

혈부용; [정신 차리세요 소회주님!] 파팟! 옆에 무릎을 꿇으며 위진천의 가슴 상처 주변을 손가락으로 찍고

지옥혈부; (위가장의 소장주이며 항마군영대의 통령인 옥면신룡 위진천...) 눈 번뜩이며 혈부용이 위진천을 치료하는 걸 보고

지옥혈부; (저놈이 지존의 숨겨진 아들이었을 줄이야.)

지옥혈부; (구대문파에서 알면 기절초풍하겠군. 자신들이 공들여 키운 항마군영대의 항마통령이 지존회의 소회주니...) 생각할 때

위진천; [컥!] 피를 토하며 정신 차리는 위진천

혈부용; [소회주님! 정신이 드세요?] 징! 가슴의 상처를 빛이 나는 손으로 누르며

위진천; [혈... 혈부용!] 헉헉 대며 혈부용을 올려다보고

혈부용; [예! 저예요.] [제가 소회주님이 보낸 천리전음을 포착하고 달려왔어요.] 눈물 글썽이며 내려다보고

위진천; [천... 천만다행이로구나. 그 천리전음을 날린 것이 내게 마지막으로 남아있었던 내공이었는데...]

혈부용; [누가... 누가 소회주님을 이 지경으로 만든 건가요?] 이를 갈고

위진천; [빨리... 빨리 아버지께 나를 데려가라.] 눈이 다시 감기려 하고

위진천; [신룡천자(神龍天子)의 후계자가... 당금에 나타났으니...]

혈부용; [신룡천자!] 경악

지옥혈부; (신룡천자라면 일천(一天) 쌍존(雙尊) 삼성(三聖) 사극(四極)으로 불리는 고금십대고수중 사극에 속하는 인물 아닌가?) 놀라고

혈부용; [신룡천자! 정말 고금십대고수중 한명인 신룡천자의 후계자가 나타난 건가요?] 경악. 두려움

위진천; [틀... 틀림없다! 그자가 쓴 무공은 분명 신룡천자의 신룡번이었다.]

지옥혈부; (상대가 신룡천자의 후예라서 그렇게 잘난 척하던 소회주가 저 지경이 되었군.] 깨닫고

위진천; [신룡천자의 무공이 나타났으니... 아버지의... 군림대업에 차질이 생길 수도...] [어서 보고해서 대책을 마련하시게 해야...] 말하다가

툭! 다시 기절하는 위진천

혈부용; [소회주님!] 다급히 위진천의 목 옆을 만져보고

지옥혈부; [소회주의 상태는 어떤가?]

혈부용; [당... 당장 목숨이 위험한 정도는 아니지만 내상이 심각해요.] 손을 떼고

지옥혈부;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로군.]

혈부용; [소회주님을 빨리 회주님이 계신 곳으로 모셔가야만 해요.] 두 팔로 위진천을 조심스럽게 안고 일어나고

혈부용; [혹시 도중에 소회주에게 중상을 입힌 자와 조우할지도 몰라요.] [갱주께서 저희를 호위해주세요.] 강변으로 나오고

지옥혈부; [그럼 호천집성연을 방해하는 일은 포기하는 건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귀신가면을 집어들면서

혈부용; [호천집성연 건은 백일살신에게 맡기고 우린 소회주님을 회주님께 모시고 가도록 해요.] 휘익! 날아오르고

지옥혈부; (그럴 수밖에 없겠군.) 휘익! 역시 날아오르고

단번에 절벽 위로 날아오르는 두 사람

다시 날아가는 혈부용. 그 뒤를 따라 날아가는 지옥혈부

지옥혈부; (아쉽게 되었구나. 이번 기회에 우내사절에 속한 늙은이들의 실력을 가늠해볼까 했거늘...)

<특히 검절(劍絶)로 불리는 냉혈마검작(冷血魔劍爵)의 솜씨를 감상할 기회를 놓치는 건 아쉬운 일이다.> 멀어지는 두 사람 배경으로 나레이션

 

#164>

<-북망산(北邙山)> 해가 한 뼘 쯤 남은 오후. 기암절벽이 기기묘묘한 산. 하지만

산의 산록이나 계곡 여기저기 수많은 무덤들이 있다. 무너진 무덤에서는 관과 뼈가 드러나 있고

수많은 무덤들 중 어떤 무덤. 팟팟! 무덤을 파는 여우 두 마리. 그러다가

깜짝 놀라 한쪽을 보는 여우들

무덤들 사이로 난 길을 걸어오는 청풍. 뒷짐을 지었는데 허리춤에 용봉철적을 꽂고 있는 것 외에는 무기를 지니고 있지 않다.

캥! 캥! 여우들이 겁을 먹고 달아나고

청풍; (여기가 그 유명한 북망산...) 그러거나 말거나 주변을 둘러보고

<북망산은 원래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명산이었다.> 기기묘묘한 기암절벽들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청풍; (하지만 여러 왕조의 도읍이었던 낙양의 북쪽에 자리하고 있다는 이유로 언제부터인가 묘지로 쓰이게 되었다.)

청풍; (그 때문에 경치 좋은 명산이라는 평판 대신 사자(死者)들의 귀역(鬼域)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청풍; (북망산으로서는 억울할 노릇일 텐데...)

청풍; (그나저나 독두신개는 무슨 이유로 북망산에 들러보라 한 것일까?) 생각하는데

창! 차창! 멀리서 쇠붙이 부딪히는 소리가 청풍의 귀에 작게 들린다.

청풍; (쇠붙이들이 부딪히는 소리...) 눈 번뜩

청풍; (십여 리쯤 떨어진 곳에서 어떤 자들이 싸우고 있는데...) 귀에 한손을 대고 듣고. 창! 차창! 여전히 금속성이 들리고

청풍; (가보자! 독두신개가 나를 북망산으로 유인한 일과 관련이 있는 싸움인 것 같으니...) 휘익! 날아간다.

멀어지는 청풍.

 

#165>

북망산의 어떤 계곡. 막다른 계곡 끝은 삼면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막혀있고. 절벽 위에는 활과 석궁으로 무장한 백살파의 자객들 십여 명이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복면에 숫자가 새겨지지 않은 일반 자객들이다. 창! 차앙! 그자들이 내려다보는 절벽 아래에서 무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수십 미터 높이인 절벽 아래의 막다른 곳. 그리 넓지 않은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 절벽을 등진 두 명의 청년이 십여 명의 지옥광전사들과 싸우고 있다. 주로 칼을 쓰면서 미친 듯이 날뛰는 지옥광전사들. 캐릭터는 #68>에 나왔었음. 지옥광전사들은 싸울 때 눈이 하얗게 변하는 것으로 묘사. 미친 놈처럼 보이도록

지옥광전사들과 싸우는 두 명의 청년 중 한명은 늘 웃는 얼굴인 보통 체격의 검객이고 다른 한명은 양손에 팔뚝까지 감싸는 육중한 강철 장갑을 낀 보디빌더 같은 체격의 청년이다. 상체가 떡 벌어졌지만 키는 아주 큰 편이 아니라 곰처럼 보인다. 이 청년들은 삼문육가중 남궁세가와 산동악가의 후계자들이다. 남궁세가 소가주는 소면살검 남궁진. 캐릭터는 004. 산동악가 소가주는 팔비권웅 악철산. 캐릭터는 390

남궁진과 악철산이 등지고 있는 절벽 아래쪽에는 상당히 큰 동굴이 있다. 입구는 넓고 깊이는 그리 깊지 않은 동굴이고

그 동굴 안에는 십여 명의 청년들이 누워있다. 청년들은 세 가지 형태와 색상의 옷을 입고 있다. 검고 희고 문양이 있는 옷. 그 옷으로 청년들이 서로 다른 세 문파 출신임을 보여주는데 모두 중상을 입었고. 여자 두 명이 청년들을 치료하고 있다. 두 여자는 청년등에게 침을 놓거나 약을 먹이고 붕대로 상처를 싸매준다.

두 여자 중 한명은 가뭇한 피부에 웃는 얼굴이고 다른 한명은 마른 체형에 새침하고 차가운 인상이다. 이 여자들은 삼문육가중 약왕문의 소문주인 천약옥녀 전삼낭과 사천당문 출신인 날수선자 당비연이다. 웃는 얼굴인 천약옥녀 캐릭터는 066A. 새침한 인상인 날수선자 캐릭터는 082

[크아!] [카아!] [살고 싶으면 항복해라 애송이들아!] [네놈들이 빠져나갈 길은 없다.] 캉! 카캉! 십여 명의 지옥광전사들이 동굴 입구를 포위한 채 칼과 도끼를 휘두르며 남궁진과 악철산을 공격한다. 하지만 장소가 좁아서 일제히 공격은 못하고 각기 두 명씩 남궁진과 악철산을 공격한다. 남궁진은 검을 휘둘러 막고 있고 악철산은 양손에 낀 강철장갑으로 막고 공격한다. 호각의 싸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싸움을 지켜보는 두 사람. 지옥군자 석헌중과 백살파 백일자객. 백일자객은 덩치가 아주 큰데 쓰고 있는 복면에는 <十二>라는 숫자가 새겨져 있다. 무기는 자기키보다 큰 육각형의 쇠몽둥이다. 이하 십이살주로 표기. 석헌중은 허리에 보통 보다 긴 칼을 차고 있다.

두 사람 옆쪽에서는 검에 베이거나 주먹에 맞아 중상을 입은 지옥광전사 십여 명이 다른 지옥광전사들 세명으로부터 치료를 받고 있다.

십이살주; [그 새끼들 참 끈질기구만.] 동굴 앞에 버티고 서서 지옥광전사들과 싸우는 남궁진과 악철산을 보며 눈을 부라리고.

십이살주; [동행했던 졸개들은 전부 전투불능이 되었는데 저 두 놈은 여전히 투항할 생각이 없는 것 같네.] 남궁진과 악철산 뒤쪽의 동굴을 보며

석헌중; [명색이 삼문육가의 후계자들이오. 쉽게 굴복하진 않을 거요.] 고개 끄덕이고. 그 배경으로 나레이션. <-지옥갱 소갱주 지옥군자(地獄君子) 석헌중(石憲中)>

십이살주; [소갱주가 데려온 지옥광전사(地獄狂戰士)들도 이미 여럿 살상 당했어.] 치료 받고 있는 지옥광전사들을 보고. 이미 죽은 시체도 있고

십이살주; [생포를 고집하면 피해만 늘어날 뿐이야.]

석헌중; [삼문육가의 후계자 네 명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는 게 아니오.]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 젓고

석헌중; [그리고 저 친구들을 인질로 삼을 수 있으면 호천맹의 힘을 단번에 절반 가까이로 약화시킬 수 있소.]

십이살주; [물론 저 년놈들의 생포하면 삼문육가중 넷을 호천맹에서 탈퇴시킬 수도 있겠지.] 오만상

십이살주; [하지만 소갱주 말대로 저놈들은 명색이 삼문육가의 후계자들이야.]

십이살주; [생포를 하기 위해 치명적인 살수는 쓰지 않고도 쓰러트리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우리 혈세사패의 주인들께서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석헌중; [...] 대답하지 않고

십이살주; [게다가 시간을 끌면 삼문육가의 가주들이 눈치 채고 저놈들을 구하러 달려올지도 모르네.]

석헌중; [삼문육가 가주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환마루가 감시하고 있소.]

석헌중; [만일 삼문육가 가주들이 북망산에 들어서면 즉시 경보가 울릴 테니 좀 더 기다려봅시다.] 앞을 보며 말하고

십이살주; (똥고집하고는...) 석헌중을 흘겨보고

 

이어지는 동굴 앞의 싸움

[크아!] [차핫!] 두 명의 지옥광전사가 백정처럼 칼을 휘둘러 남궁진을 공격하고

남궁진; [이크!] 캉! 캉! 웃으면서 검을 휘둘러 두 명의 지옥광전사의 칼을 막으려 하고 그 배경으로 나레이션. <-남궁세가(南宮勢家) 소가주 소면살검(笑面殺劍) 남궁진(南宮眞)>

카캉! 쩍! 완전히 막지 못한 지옥광전사 한 놈의 칼이 남궁진의 검을 스치면서 허리춤으로 파고 들어 상처를 낸다.

남궁진; [어이쿠 당했구만!] 옆으로 몸을 돌리고. 상처를 입었지만 여전히 웃는 얼굴을 유지하고 있고

남궁진; [받았으면 당연히 돌려줘야겠지?] 쩍! 몸을 돌리면서 자기에게 상처 입힌 자의 허리로 파고 들어 검을 휘둘러서 상처를 내고. 하지만

[크아!] 그 지옥광전사는 통증도 못 느끼는 듯 그냥 또 칼을 내려친다

남궁진; [고통도 못 느낀다는 건가?] [이름에 광(狂)가 들어있는 대로 진짜 미친개들이로군!] 캉! 그자의 칼을 피하면서 다른 놈이 내려친 칼을 막는다.

악철산; [크와왓!] 쾅! 콰쾅! 양쪽 주먹을 빗발같이 내쳐서 두 명의 지옥광전사와 싸우는 악철산. 양쪽 손에 낀 팔뚝까지 오는 강철 장갑 덕분에 지옥광전사들이 휘두른 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마치 곰이 싸우는 것 같고. 그 배경으로 나레이션. <-산동악가(山東岳家) 소가주 팔비권웅(八臂拳熊) 악철산(岳鐵山)>

쾅! 쾅! 악철산의 주먹에서 날아간 권풍들이 지옥광전사들의 가슴과 허리를 쳐서 움푹 움푹 들어가게 만든다. 그러자

[컥!] [푸학!] 내상을 입고 피를 토하는 지옥광전사들. 하지만

부악! 쩍! 물러서지 않고 칼을 휘두르는 지옥광전사들

악철산; (지겨운 놈들! 마약을 먹었다는 소문대로 통증을 전혀 못 느끼는 듯한 반응이다.) 캉! 칼 하나는 팔뚝까지 오는 강철 장갑으로 막고 다른 하나는 몸을 숙여서 피하고

악철산; [누워라!] 쾅! 칼을 막은 놈의 옆구리에 강력한 훅을 꽂아 넣는 악철산

우둑! 주먹이 박힌 지옥광전사의 옆구리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고

펑! 피를 토하며 날아가는 그놈.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상대해주겠다!] 조금 떨어져서 기다리던 다른 놈이 칼을 휘두르며 참전하다. 그 뒤로 옆구리를 맞은 놈이 나뒹굴고

악철산; [얼마든지 와라!] 캉! 새로 가담한 놈의 칼을 또 강철장갑으로 막고

 

동굴 안에서 다친 청년들을 치료하다가 그걸 돌아보는 날수선자. 손에는 여러 개의 침이 든 침통을 들고 있다. 허리띠에는 몇 개의 사각형 가죽 주머니들이 달려있다. 주머니들에는 암기와 독약등이 들어있다.

날수선자; (심각한 상황이다.) 찡그리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사천당문 문주의 차녀 날수선자(辣手仙子) 당비연(唐飛燕)>

<광마환을 복용해서 말 그대로 미치광이가 된 지옥광전사들은 죽거나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중상을 입어야만 공격을 멈춘다.> 남궁진과 악철산을 공격하는 지옥광전사들을 배경으로 날수선자의 생각

<지금까지 이십여 명의 지옥광전사들 중 절반 넘게 쓰러트렸다.> 석헌중과 십이살주 옆에서 치료 받는 지옥광전사와 지옥광전사들의 시체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남궁공자와 악공자도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피투성이가 된 채 지옥광전사들을 상대하는 남궁진과 악철산의 모습 배경으로

날수선자; (두 사람이 저 상태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입술을 깨물며 다시 다친 청년의 몸에 침을 놔주고.

<하물며 지옥갱의 소갱주 석헌중과 백살파 백일자객의 상위서열인 십이살주(十二殺主)까지 대기하고 있다.> 관전하고 있는 석헌중과 십이살주를 배경으로 날수선자의 생각 나레이션

날수선자; (아무래도 오늘 우리들은 혈세사패의 포로가 될 가능성이 크겠구나.) 청년의 몸에 침을 꽂으면서 생각하고. 그때

천약옥녀;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다른 청년에게 약을 먹여주며 말하고. 웃는 얼굴로 태평한 표정이다.

흠칫! 하며 천약옥녀를 건너다보는 날수선자

천약옥녀; [북망산에 올라올 때 점괘를 뽑아봤는데 <놀람은 있겠지만 큰 화는 없다.>라고 나왔답니다.] 태연하게 환자에게 약을 먹이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약왕문(藥王門) 소문주 천약옥녀(千藥玉女) 전삼낭(田三娘)>

날수선자; (점괘를 믿으라니 별로 위안이 안되네.) + [그랬으면 좋겠어요.] 형식적으로 웃으며 다시 환자에게 침을 놔주고

날수선자; [하지만 애초에 우리끼리 북망산의 상황을 정탐하러 온 것 자체가 실수였어요.] 남궁진을 힐끔 보며 말하고. 사실 남궁진의 남궁세가는 지존과 내통하고 있다.

날수선자; [가주들께서는 당신들이 낙양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날수선자; [분부를 어기고 만용을 부린 대가로 혈세사패에게 포위공격을 받게 된 거예요.] 다시 부상자에게 침을 놓아주면서

천약옥녀; [혈세사패가 내일 있을 호천집성연을 방해하려 들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어요.] 부상자의 상태를 살피면서

천약옥녀; [그래서 그자들이 무슨 수작을 꾸미는지 살펴보자고 한 남궁공자의 제안은 충분히 의미가 있었어요.] 남궁진을 힐끔 보며 말한다. 자신들이 북망산에 올라온 게 남궁진의 제안임을 암시.

천약옥녀; [다만 좋은 의도가 늘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게 문제일 뿐이지요.] 웃으면서 부상당한 청년의 땀을 닦아주고

날수선자; (알긴 아네.) 새침

천약옥녀; [북망산에 들어오자마자 지옥갱과 백살파의 인간들과 마주쳐서 곤경에 처했지만...]

천약옥녀; [제 예감으로는 곧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듯...] 거기까지 말할 때 + [크악!] 비명이 들린다.

동굴 밖을 돌아보는 천약옥녀와 날수선자

후두둑! 남궁진이 상대하던 두 명의 지옥광전사중 한놈이 목이 반쯤 잘려 피를 뿌리며 쓰러지고 있다.

[크아!] 쩍! 다른 놈이 날뛰며 휘두르는 칼을 피하는 남궁진. 그 배경으로 나뒹구는 목이 잘린 놈

천약옥녀; [남궁공자가 지옥광전사를 또 한명 해치웠네요.] 웃으며 돌아볼 때

[내 차례다!] 크아! 팟! 뒷 열에서 대기하던 놈들 중 한 놈이 또 남궁진에게 쇄도하며 칼을 휘두르려 하고. 그때

[멈춰라!] 외치는 소리에 급정거하는 그놈.

이어 남궁진과 악철산을 상대하던 다른 세 놈도 칼을 거두며 물러선다. 뒤를 돌아보면서. 그리고

지옥광전사들이 좌우로 물러서는 사이로 석헌중과 십이살주가 동굴 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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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三 章

 

       아도래영(我到來迎), 내가 왔다! 맞이 하라!

 

 

 

성(城),

그것은 실로 거대하기 이를 데 없는 하나의 성이었다.

성 둘레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이십여 리도 넘을 것 같고,

황혼의 노을 아래서 보자니 물빛보다 더 새파란 녹빛이 마치 세외선경(世外仙 景)을 보는 듯 하다.

그러나,

진정으로 놀라운 것은 성의 크기라든가 아름다운 경관 때문이 아니었다.

성은 놀랍게도 깊은 산속 계곡 속에 있었다.

만경창파(萬頃蒼波)의 바다에 떠다니는 낙엽처럼 ,

푸른 숲의 바다 속에 하나의 섬처럼 자리하고 있는 성(城).

호리병 처럼 입구가 좁은 계곡의 깊은 곳에 위치하고,

오오……그렇다.

그 거대한 산속의 녹색 성(城)은 바로 수천만 개의 바위들로 이루어진 것이었으나……

그 위에는 수많은 고루거각과 전각은 물론이요,

인공호수도 있었고 울울창창한 과수림(果樹林)도 있으니……

이것은 성이 이토록 깊은 계곡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기상천외(奇想天外)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황혼 아래……

이는 바람으로 인해,

나무들의 만경창파를 유유히 헤치며 장엄히 떠다니는 듯한 녹색의 성,

 

<녹림맹(綠林盟)>

 

바로 이것이다.

장강 일대의 일천팔백대소 녹림채(綠林寨)를 관장해 왔으며……

십만 녹림도(綠林徒)들의 총 본산으로 우러러지는 푸른 숲의 제왕 녹림맹……

백인장과 청옥검궁, 삼성무림청이 땅의 지배자들이라면,

녹림맹은 숲을 지배하는 하늘 중의 하늘이다.

땅은 통일되어 있지 않았지만,

숲은 통일되어 있었다.

그런데……

무림에서 손을 뻗친 적이 거의 없었던 녹림을 잠식해 오기 시작한 세력이 있었으니,

삼성무림청,

바로 그 악명 높은 장강 일대의 삼성무림청이다.

땅에서는 몰라도, 숲에서는 언제나 하늘은 오직 하나였다.

그런 만큼……

이 두 세력은 서로 숲을 빼앗고 지키기 위해 이미 수없이 전쟁을 벌여온 상태였고,

아직도 그 피의 전쟁은 끝나지 않은 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여기서 하나 부언해 둘 것은……

녹림맹의 대맹주(大盟主)인 황녹천(黃綠天)은 그 이름만 전해지고 있을 뿐……

일체가 비밀에 쌓인 중원제일의 신비인(神秘人) 중의 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누굴까?

아무리 그 의혹을 해결하려 해도 여전히 신비로 가려져 있는 장막의 인물 황녹천……

 

× × ×

 

녹왕전(綠王殿),

녹림맹의 심장부(心臟部)요,

핵심인 곳이다.

헌데 돌연,

슛……

삼엄한 경비(警備)와 무수한 기관장치(機關裝置)로 엄중히 지켜지고 있는 녹왕전으로……

한 줄기 검은 그림자가 바람처럼 스며들었다.

그런데 이것은 또 무슨 일,

바람인 양 검은 그림자가 스쳐지나간 사이로,

스스스……

몸서리치는 푸른 빛이 소리도 없이 폭사되는 것이었고,

일시에 녹왕전은 그 푸른 빛으로 인하여 밝게 변해버린 듯했다.

뿐인가?

그가 스쳐 지나는 뒤로,

녹왕전의 곳곳에서 우수수 낙엽이 지듯이 떨어져 나뒹구는 경비고수(警備高手)들……

문득,

스________ 슷!

한 줄기 바람처럼 유령과 같은 흑영(黑影)은 녹왕전 가장 깊숙한 내전에 소리없이 스며들었다.

 

내전(內戰),

능라휘장,

상아빛 침상,

용봉촛대와 백옥탁자,

내전은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화려했고 넓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아찔아찔한 광택을 내고 있어 지고한 기운(氣運)과 귀풍이 물살처럼 쇄도하고 있었다.

바로 이 화려의 극(極)을 치달리는 내전의 한편에 드리워진 능라휘장,

소리없이 스며든 흑영은 그 능라휘장을 향해 불꽃 같은 시선을 쏟아내고 있는데……

오오……이런 일이라니?

슈슈슈슈……

그 흑영은 전신에 검은 기운을 가득 피워올린 채 자신의 한몸을 감추고 있는 게 아닌가?

동시에,

이 검은 인영(人影)의 몸에서 쏟아지는 기운이 너무도 가공해서인가?

돌연,

능라휘장 속에서 하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가 싶더니……

그림자의 호흡소리가 크게 부풀기 시작했다.

한 순간,

눈을 새파랗게 빛내며 휘장을 향해 바라보던 흑영이 아름다운 목소리를 흘려냈다.

[……황녹천……나와라!]

아름다운 목소리……

흑영은 여자였던가?

아무튼,

그가 부른 이름 황녹천!

황녹천이라니?

그렇다면 중원제일의 신비인인 황녹천이 저 휘장 속의 그림자란 말인가?

어쨌든,

휘장 속의 그림자은 일체의 대답도 해오지 않았다.

그러자,

더욱 가공할 검은 기운을 일으키며 흑영은 제삼 아름답기 그지없는 옥성(玉聲)을 소곤거리듯 내뱉었다.

[이곳을 비워라………이제부터 이 녹림맹은 잠시간 내 처소가 되어야 한다. 황녹천! 빨리 나와라.]

이때 돌연, 지금껏 침묵만을 고수하던 휘장 속의 그림자가 최초의 음성을 터뜨렸다.

[그대는 누구인가? 남자도 아닌 것 같고 나이가 많은 것 같지도 않군……]

소리,

더할 수 없이 청아하고 맑으나,

어디서도 느껴보기 힘든 위엄이 서린 음성이 최초로 터져나왔다.

그런데, 그 음성은 도저히 성별을 구별할 수 없는 것이었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오직 신비로움 그 자체일 뿐이었다.

사방에서 울려오는 듯한 목소리……아니 어쩌면 자신의 영혼에서 들려오는 듯하기도 한……

이때,

섬뜩한 검은 안개에 휩싸인 채,

형체를 분간할 수 없는,

아름다운 목소리의 침입자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면서 옥성을 흘려냈다.

[흥! 시시한 육합전성(六合傳聲)이군, 스스로 신비인을 자처하는 황녹천이 남의 이름을 묻다니 웃기는 노릇이군.]

[본좌는 당신의 신분을 물었다.]

[호호호……궁금하면 직접 한 번 맞추어 보지 그래……하나……]

[…………]

[황녹천……당신에게 그다지 해를 끼칠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미리 알려주도록 하지……]

순간, 청아하고 아름다우나 성별을 구분할 수 없는 음성이 신음인양 새어나왔다.

[그대의 몸에서 휘파람 소리가 끊이지 않는 군!]

[호호……맞았네……그렇다면 그대는 내가 누군지 알았나?]

[취풍녀…………]

[틀렸어……나는 취풍녀가 누군지도 몰라. 한 가지 더 알려 주지……우리 집은 여산에 있어……완전히 우리집이라고는 말하기 좀 뭣하지만……]

[백인장(百刃莊)!]

또다시 예의 그 맑고 청아한 음성이 비명처럼 튀어나왔다.

[맞았어……잘도 알고 있네 ……]

[…………]

[하지만……그렇다고 내가 누군지 알 수 있을까?]

[혹시……신행마동?]

[천만에……당신은 설마 내가 징그러운 남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

[신행마동은 남자애란 말이야!]

순간,

또다시 예의 그 음성이 비명과 신음을 섞어 터져나왔다.

[혹……조부인?]

[쯧쯔 틀렸어……중원제일의 신비인을 자처하는 자가 상당히 머리가 나쁘군 그래, 그분이 어떤 분이 신데 한 밤 중에 당신같은 자의 침전에 뛰어들겠어……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그렇지……]

[…………]

[백인장에 또 다른 절세고수가 한 사람 있다는 것은 모르고 있는 모양이지……]

[으음……]

[다시 말해 봐……]

[백인도객 중의 한 사람인가?]

[또 틀렸군……그 들은 분명 고수들이지만……호호호……나한테는 늘 한 수 양보하는 처지야……]

그 소리를 들은 황녹천은 더욱 혼란스러운 듯 했다.

세상에 그런 고수가 백인장에 있었나?

[우리 녹림맹은 백인장에 죄를 지은 적이 없는 것 같은 데……]

[나를 모른다는 것만으로도 죄가 될 수 있어.]

순간,

녹왕전의 일편에서 분노를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는……본 황녹천을 너무 무시하는 군……]

찰라,

검은 안개막을 치고 있던 인영의 몸이 세차게 요동쳤다.

[호호호호……그렇군……이제 보니……내가 당신을 너무 무시했어……중원제일의 신비인인 귀하를……호호호……]

맑고 아름다우며 건방지기 짝이 없는 듯한 어린 여자의 웃음소리가 묵빛 기류 속에서 한동안 터져 나왔다.

그 소리에 따라,

휘이이휘휘휘------

높은 음으로 울려퍼지는 휘파람 소리!

한데 바로 이때였다.

돌연,

[어쨌던 반갑소. 당신이 누구이든!]

지금껏 혼란속에서 흑영의 정체를 알기위해 커졌던 음성이 조용히 가라앉는가 싶더니……

급기야는 비웃는 듯한 음성을 흘러내는 게 아닌가?

[본좌보다 더 신비한 척하는 귀하와 조용한 해후는 잠시 후에 하도록 하겠소……]

[뭐…?]

흑영이 뾰족한 음성으로 반문을 화살처럼 퍼부을 때,

[흥분하지 말기 바라오. 귀하! 내가 마련한 곳에서 잠깐만 기다리면 될 게요.]

황녹천의 음성이 은근한 어조로 가라앉았다 싶을 순간!

쩍!

[헉!]

흑영이 밟고 있던 대리석 바닥이 지각할 수 없는 사이에 갈라지고,

흑영은 도저히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흡입력이 무섭도록 빨아들이고 있음을 느끼고 다급한 비명을 터뜨렸다.

그러나 곧바로,

[호호…… 황녹천 당신 따위가 감히 ……]

한 소리 간드러진 소성과 함께 흑영은 길게 몸을 뽑아올렸다.

하나 이것은 또 웬일인가?

[아악……!]

흑영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몸이 더욱 깊숙이 빨려든 것이니……

그녀는 웃음을 터뜨리는 대신에 다급한 비명을 내지른 것이다.

동시에,

꽝_____!

둔착한 소리와 함께 대리석 바닥은 다시 원위치를 회복해 버렸고……

이때,

휘장 속의 그림자가 다시 심하게 움직이는가 싶더니……

경악을 가라앉히는 찬 음성이 흘러나왔다.

[무서운 고수였다……백인장에서 무슨 일로 우리 녹림맹에 고수를 파견했을까? 그것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고수를……]

휘장이 다시 흔들렸다.

[또다시……누군가가 오고 있다.……한 둘이 아닌 것 같은데……이들이 정말 백인장의 고수들일까?]

곧바로,

끅끅-------!

끽---끅------!

한 소리 정체를 알 수 없는 섬뜩한 괴성과 함께,

스스슷……!

네 개의 흑영이 성광처럼 날아들었고……

푸스스스스……

휘장 속의 그림자가 형체도 없이 소멸된 것은 동시였다.

찰나간,

[캑!]

[끅……캐객……!]

두 흑영이 입에서 헛바람을 삼키는 듯한 비명이 터지나왔다.

동시에,

털썩털썩 짚단처럼 나뒹구는 네 흑영……

한데,

오오……

섬뜩하리만큼 검은 털이 전신에 돋아있고 겨드랑이에는 박쥐처럼 날개가 달려있는 인간을 닮은 괴물(怪物)들이아닌가?

이 순간,

스스스스……

흩어졌다 모이는 휘장 속의 그림자,

그리고 침통하게 터지는 경악성,

[믿을 수 없는 일……어떻게 남만에서 멸종했다고 전해지는 비성성(飛猩猩)들이 이곳에 나타났단 말인가……음……]

쓰러져 있는 비성성들은 털북숭이 손에 각기 한 장씩의 종이를 펼쳐든 채였다.

 

------아도래영(我到來迎)

 

[내가왔다 맞이해라?]

대체 누가 왔다는 말인가?

도대체……

믿을 수 없는 경악에 찬 음성이 내전에 울려퍼질 때,

돌연,

고오오오오……

기이한 영혼의 울림과 같은 소리가 사위를 진동하는가 싶더니……

스스스스으……

내전에 신비롭고 상서로운 광휘가 천신의 하강을 기다리는 것처럼 자욱히 피어오르지 않는가?

그리고,

어느 순간 어떻게 나타났는지 모를 희미한 광휘에 휩싸인 인영 하나,

그 뒤에는 두 마리의 하얀 비성성이 각기 아름다운 미녀를 한 사람 씩 지키고 있었다.

물빛옷의 미녀와 피처럼 붉은 노을빛 옷의 미녀……

물론 이 미녀들은 인질이 되어 잡힌 사은상과 사옥상이었다.

한데 놀라운 것은,

희미한 광휘가 감사인 인영은 뒤에있는 비성성들과는 달리,

허공을 땅처럼 밟고 있으니……

이때,

능라휘장 속의 그림자가 심하게 떨고 있음을 그곳에 있는 사람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바로 그 그림자를 향한 안개속에 휩싸인 인영의 음성,

[내가 왔다.]

음성,

더할 수 없이 장중하고 사람을 내리누르는 위엄이 깃든,

나직한 음성이었다.

[음……귀하는 누구시오?]

휘장 속의 그림자가 다소 경악한 음색으로 물었다.

[그대 황녹천의 녹림맹을 잠시 빌리고 싶어하는 사람!]

순간,

휘장 속의 그림자,

아니, 정확히 말해,

황녹천의 의혹 서린 음성이 다시 터지고 있었다.

[빌린다?]

[그래, 잠시……]

[후훗……대체 당신은 누구이길래, 그리고 무엇때문에 본좌가 당신에게 이곳을 빌려주겠소?]

황녹천의 물음에,

안개 속에서 만인을 압도하는 음성이 항거할 수 없는 힘을 담고 흘러나왔다.

[투귀(偸鬼)는 요즘 어디에 있는가?]

[투……투귀?]

투귀!

신행마동 소일초에게 백인장의 정뇌(井牢) 속에서 도둑질의 온갖 수법과 매화지를 가르쳤던 사마귀 중의 하나……

이 이름을 중원에 살고 죽는 사람이라면 그 누가 모를손가?

중원의 도둑들의 우상이며 신이고 절대자이며 모든 보물의 주인인 이 이름,

황녹천의 경악 서린 음성이 반문하듯 튀어나온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였다.

이때 안개 속에서 이어지는 음성,

[그대가 투귀와 관련이 있다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아무말 말고 본인에게 이곳을 빌려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게 바로 녹림맹을 살리는 길이기도 할 것……]

[…………]

[투귀는 백인장에서 탈출했다. 천하에 숨을 곳이 이곳이 아니고 어디겠는가? 나는 백인장의 전권을 지닌 사람, 사마귀를 죽이고 살리고는 오직 그대의 결정하나에 달려있다.]

[…………]

[빨리 사마귀에게 연락을 취하고 바로 이 곳을 잠시 동안만 넘겨라.]

[…………]

[그러면……]

[그러면…?]

[빌리는 기간은 단 열흘, 그 후에는……그대들의 녹림맹이 삼성무림청을 물리치고 영원히 녹림맹 단독으로 숲을 장악하도록 해 주겠다.]

안개속에서 말하고 있는 사람,

바로 천하의 말썽꾸러기 신행마동 소일초가 아니고 또 누구이겠는가?

하나 지금,

만인을 잡아끄는 위엄과 힘을 지니고 흘러나오는 음성,

그것은 절대 소일초의 음성이 아니었다.

과거의 어떤 자가,

신행마동 소일초의 음성을 들어보았던 자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그는 필경 저 안개 속의 음성이 죽었다 깨어나도 신행마동 소일초의 음성이 될수 없다고 단언하리라!

[…………!]

침묵,

황녹천은 이 엄청난 제안에 한 동안 침묵을 지켰다.

하나 이 순간,

그는 자신의 수하들과 취할 수 있는 모든 연락을 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허나,

그 정교한 기관장치에 의한 연락은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곧,

녹림맹의 모든 기능이 바로 저들에 의해 이미 장악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음……]

능라휘장 속의 황녹천의 입에서 침음성이 튀어나왔다.

바로 이때,

슈_____ 슛……!

오오……

안개속에서 번쩍이는 소일초의 한 손,

그리고 백색의 광채가 네 줄기……바로 화산파의 절기인 매화지(梅花指)가 아닌가?

아도래영이라 적혀진 종이를 한 장씩 들고 쓰러져 있는 네마리의 비성성의 몸에백색 매화지가 소리없이 가격되었다.

동시에,

혈이 타동된 듯 벌떡 몸을 일으킨 네 마리의 검은 비성성!

그들의 눈에 흉악한 광망이 폭출되었다 싶은 순간 소멸되고,

슬금슬금……

그들은 소일초의 안개에 가려진 몸 뒤로가서 조심스럽게 시립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

슈_______ 슛________!

안개속의 소일초의 손에서 어느새 맑은 빛이 반짝하며 폭출되어 대리석 바닥을 쩡쩡 때리고 있었다.

찰나,

쿠르르릉……!

흔적도 없이 닫혔던 대리석 바닥이 열리고,

[이 간교한 놈……가만 두지 않겠다……!]

한 마디 날카로운 음성과 함께,

숫______ !

하나의 인영이 치솟아 올랐다.

소녀(少女),

도저히 인간이라 여길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을 지닌 소녀였다.

그 몸을 가리고 있던 검은 안개는 어딘지 사라져 버리고 백의가 선명하게 드러난 주소아였다.

그녀 한 몸에서 서려나오는 살기는 일시에 휘장을 펄럭거리게 하며 황녹천을 조각내 버릴 것처럼 엄청났다.

이 순간,

그녀의 눈이 한 쪽에 서있는 소일초와 두 포로를 발견하고,

[응……왔어? 재수가 조금 없었어……]

이때,

안개가 스르르 사그라지면서 소일초의 모습이 나타났다.

[킥…! 허풍 잘 떨던데……나보다 먼저 무림에 나왔으면 신행마녀라는 호칭은 따고도 남았을 거야……]

본래의 장난꾸러기 목소리였다.

황녹천은 그 모습을 보고 얼떨떨 해 져 버렸다.

그는 백인장주인 도왕 소선풍이 아닌가 의심했었던 것이다.

주소아는 함정에 빠졌던 지라 자존심이 상당히 상해있었다.

[황녹천! 대체 어떻게 할 거야? 우리에게 녹림맹을 빌려주겠다는 거야 아니야?]

중원제일의 신비인 황녹천에게 고함을 치면서 분풀이를 했다.

[이런 꼬마들이었다니……기가막힐 노릇이군.]

황녹천이 중얼거렸다.

[이봐! 황녹천, 괜히 신비한 척 하지마. 나도 네 비밀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에 하나야. 설마 내 입으로 밝혀야만 믿는 것은 아니겠지?]

소일초가 친구에게 하듯이 말했다.

[어떻게 해서 사마귀를 잘 알고 있지?]

[하하하……한때 사마귀와 내가 서로 교류한 적이 있었지.]

[……?]

[사마귀는 나에게 자신들이 알고있는 모든 것을 가르쳐주고 나는 그들에게 정뇌를 탈출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지……]

[…………]

[한데, 나는 교환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나에게 사부라고 부르라고 하더군, 제기랄……가르쳐 주는 것은 똑같았는데……자기들이 가르친 것은 무공이라고……]

[…………]

[쯥, 그때는 따로 사부라고 부르는 사람도 없어서 불러줬지, 하지만 이제는 안돼, 물려야 되겠어, 그 후로 훌륭하신 분을 사부로 모시게 됬거든……]

사부를 무른다?

한 번 사부면 영원한 사부지 무르는 법이 세상에 어디있단 말인가?

황녹천은 어이가 없었다.

[자, 그럼 이제 사마귀에게도 연락을 좀 해주실까? 할 것이 있으면 빨리 하는 것이 좋은 습관이거든,]

[사마귀는 지금 이곳에 없다. 그러나 연락은 해 주지……]

이때,

주소아가 소리를 질렀다.

[사마귀진 당랑인지 엉뚱한 소린 그만 두고 당장 내 물음에 대한 답변부터 해!]

잠시의 긴장과 침묵이 흘렸고 이윽고 알 수 없는 탄식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도대체 성별조차 구별할 수 없는 황녹천의 음성이 떨렸다.

[좋소……대신 그 기간은 열흘 뿐이오.]

[흥, 그 대답이 당신을 살렸어, 그럼 빨리 다른 곳에가서 잠이나 마저 자라구……]

차갑게 흘러나오는 주소아의 음성,

휘장속의 황녹천의 몸이 분노로 부르르 떨렸다.

[너무 기분나빠 하지마. 사귀다 보면 그 여자도 좋은 여자야.]

소일초의 달래는 듯한 말이 나오자 황녹천은 더욱 어처구니 없어지고……

아뭏든 이 밤은 기이한 의미를 함축한 채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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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五 章

 

        古劒莊의 봄

 

 

 

 

 

무당산 고검장,

봄나비가 꽃을 찾아날아드는 어느날,

무형도객은 노인 한 사람을 데리고 고검장으로 찾아왔다.

“어서 오십시오 장인어른!”

석두공은 폐허가 된 고검장을 고치느라고 지붕에 올라가 있던 중에 그를 맞았다.

[이사람은 누굽니까?]

석두공은 조금 모잘라 보이는 노인을 바라보면서 무형도객에게 물었다.

무형도객이 웃으며 말했다.

[좀 모자란 것 같지가 않은가?]

[그렇게 보입니다.]

[몇 년 전의 자네같지 않은가?]

[하하하하...]

석두공은 낭랑한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좀 비슷한 데가 있군요. 하지만 저보다 중증인 것같습니다.]

[그럴 수 밖에, 자네와 같은 곳에서 생산됐으니까.]

무형도객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안에서 백란이 뛰어나오며 무형도객에게 인사했다.

[아버님!]

석두공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손뼉을 치고 웃었다.

[하하하! 독왕동의 갈영감님이 손을 거친 모양이군요. 대체 누굽니까? ]

[해천월일세.]

무형도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마디 던지고 딸을 따라 들어가버렸다.

석두공의 입이 딱 벌어졌다.

그의 앞에서 해천월이 입을 헤벌리고 웃고 있었다.

배가 남산만하게 부른 황자봉이 뒤뚱거리며 걸어나오다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신분이 아주 높은 하인을 부리게 되었군요.]

[나...난 부리지 않겠소. 조부님이나 사부님께 보내 버리시오.]

석두공은 질린다는 듯이 손을 저으며 뺑소니를 쳤다.

[이놈아! 내가 젊은 너를 두고 왜 늙은 하인을 부리겠느냐? 나도 하지 않겠다.]

고검문주 섭군천이 버럭 소리쳤다.

석두공은 달아나면서 말했다.

[그럼 사부님께서 하시던가!]

[난 아직 젊다.]

폭풍무존은 정원을 손질하다가 말했다.

[다들 이상하군요. 하인을 왜 마다하세요? 그럼 저 하인은 제것이니 아무도 손대지 말아요.]

장지연이 빨래감을 들고 나오다가 말했다.

그녀는 빨래통을 놓고 해천월을 불러 명령했다.

[이봐! 이것을 들고 저쪽 우물에 가서 빨아와! 늦으면 혼날 줄 알아!]

섭군천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집에서 용기있는 사람은 셋째 뿐인 모양이다.]

그때 무형도객을 모시고 안으로 들어갔던 백란의 앙칼진 음성이 터져 나왔다.

[뭐라구요? 아버진 하인이 생겼으면 제게 주실 일이지 다른 사람을 줘요? 딸을 조금도 중히 여기지 않는군요. 씩씩... 아버진 늙지도 않을 줄 아세요? 아들도 없으면서...]

섭군천은 입을 다물고 무너진 전각을 돌아가버렸다.

딸의 성깔에 당황한 무형도객의 귓전으로 폭풍무존의 음성이 들려왔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내가 딸보다 오래 사는 방법을 전해주겠네.]

[차라리 구박받다가 일찍 죽겠습니다.]

일파의 종주였던 하인이 고검장에 들어오면서 작은 소란이 있었다.

 

<大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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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다시 학살극이 벌어진 관도. 검을 칼집에 꽂으면서 둘러보는 벽옥령에게 강혜분이 다가온다. 역시 칼을 칼집에 꽂으면서

벽옥령; [언니는 어떻게 생각해?] 시체들을 보며 말하고

강혜분; [이자들의 정체 말인가요?] 시체들을 둘러보고

벽옥령; [그건 궁금하지 않아.] 고개 젓고

강혜분; [그럼...] 의아

벽옥령; [우리 무공이 강한 걸까? 아니면 이자들이 별 볼일 없는 버러지들이었을까?] 시체들 사이를 걸어가며. 원래 가던 방향으로 걸어간다

강혜분; (난 또...) + [아마 둘 다 일거예요.] 웃으며 함께 걸어가고

벽옥령; [둘 다라고?] 돌아보고

강혜분; [이자들이 그리 대단한 실력자들이 아닌 것도 맞고 우리 무공이 상당한 수준인 것도 사실이에요.] 시체 사이를 나란히 걸어가며

벽옥령; [그렇게도 볼 수 있겠네.] 납득. 끄덕

강혜분; [본장을 지키는 황금나찰들은 무림에 나오면 충분히 일류고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시체들을 등지고 걸어가면서

강혜분; [하지만 저는 실력과 자질이 모자라 황금나찰에는 선발되지 못했었답니다.] 한숨을 쉬고

벽옥령; [그거야 감독관이었던 총관과 귀견수가 보는 눈이 없어서였기 때문이야.] 강혜분의 눈치 보고

강혜분; [위로해주지 않으셔도 되어요.] [황금나찰 선발 때의 저의 무공은 확실히 그저 그런 수준이었으니까요.] 웃으면서 고개 젓고

벽옥령; [하지만 지금의 언니 무공은 황금나찰의 누구보다도 강할 걸?]

강혜분; [그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실력이 늘어난 건 사실이에요.] 미소 짓고

강혜분; [물론 청풍이가 가르쳐준 무공들 덕분이에요.] 말할 때

짝짝짝! 갑자기 박수치는 소리가 들려 눈 부릅뜨는 벽옥령과 강혜분

<청풍! 청풍!> <드디어 그 죽일 놈을 아는 년들을 만나게 되었군!> 짝짝! 두 여자 앞쪽 길 중앙에 박수치는 사람의 실루엣이 떠오르고. 그 배경으로 말소리가 들린다. 물론 그 실루엣은 귀신 가면을 쓴 위진천의 모습이다. 가면을 쓰고 있으므로 소지존으로 표기

강혜분; (은신술!) 아연 긴장. 왼손으로 왼쪽 허리에 찬 칼집을 잡으며

벽옥령; [웬놈이냐?] 창! 다시 검을 뽑고

소지존; [이런 놈이다!] 화악!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는 소지존

<고수다!> 벽옥령과 강혜분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지고. 강혜분은 칼을 뽑는 중이다. 벽옥령은 이미 검을 뽑아들었고

소지존; [살다보니 오늘처럼 횡재하는 날도 오는구나.] 음산하게 웃으며 다가오고

벽옥령; [당신 누구야?] 검을 겨누며 앙칼지게. 강혜분은 그 옆에서 굳어진 표정을 짓고 있고

강혜분; (숨 막히는 위압감! 아가씨나 내가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수준의 고수다.) 식은땀을 흘리고

소지존; [본좌가 누군지는 알 필요 없다.] 쿠오오! 지지징! 온몸에서 칼날 같은 것이 빠져나오고. 진짜 칼날은 아니고 칼의 형태를 한 투명한 빛들이다.

소지존; [네년들은 이청풍이란 놈의 정체만 불면 된다.]

벽옥령; [개소리 말고 덤벼봐. 상대해줄 테니...] 칼을 휘두르려 하고

강혜분; [안돼요 아가씨!] 콱! 벽옥령의 칼 든 손목을 잡고

벽옥령; [언니!] 돌아볼 때

강혜분; [제가 저자를 막을게요. 아가씨는 빨리 왔던 길로 달아나세요!] 벽옥령의 손목을 놓고 앞으로 나서서 벽옥령의 앞을 막는다.

소지존; [그년 나이를 헛먹지는 않았군. 눈치가 빠른 걸 보면...] 웃고

벽옥령; [무슨 소리야? 달아나라니...] 자존심 상한 표정으로 흘겨볼 때

강혜분; [빨리 가세요!] 쩍! 외치면서 폭발적으로 돌진하며 소지존에게 칼을 휘두른다. 하지만

소지존; [재롱을 봐줄 기분이 아니다.] 딱! 손가락을 튕기고. 그러자

핑! 소지존의 주변에 떠있던 칼 형상의 섬광 하나가 화살처럼 강혜분에게 날아간다

강혜분; (능파미보로 피한 후 위에서 공격하자!) 화악!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려 하고. 하지만 그 직후

소지존; [어림없는 수작!] 딱! 다시 손가락을 튕기고

펑! 날아드는 칼날 섬광이 강혜분의 몸 앞에 쳐진 투명한 벽에 충돌하고.

휘익! 그 힘을 타고 날아오르는 강혜분. 하지만 그 직후

파삭! 강혜분의 방어막에 부딪힌 섬광이 아주 가늘게 여러 개로 갈라진다

강혜분; (강기가 침보다 가늘게 갈라진다.) 뒤로 날아오르며 놀라고

퍽! 이미 그 중 하나가 강혜분의 가슴에 박힌다

강혜분; (너무 가늘어서 실린 힘도 미약한 탓에 능파미보가 반응하지 못했다.) 휘청! 추락하고

벽옥령; [언니!] 울부짖으며 앞으로 날아오고

털썩! 바닥에 등부터 처박히는 강혜분

소지존; [한 년은 해치웠고...] 웃고

벽옥령; [죽엇!] 검을 길게 찌르며 쇄도한다. 단번에 건너뛰기를 해서 소지존의 바로 앞에 이른 모습이다.

소지존; [안... 안돼요 아가씨!] 바닥에 쓰러진 채 자기 위로 지나가는 벽옥령을 보며 안타깝게 외칠 때

쩍! 이미 벽옥령의 검은 소지존의 목을 찌르려 한다.

벽옥령; (해치웠다!) 검을 내지르며 흥분. 하지만

소지존; [흡!] 눈 부릅뜨며 기합 지르고. 그러자

멈칫! 막 소지존의 목을 찌르려던 벽옥령의 검 끝이 보이지 않는 뭔가에 막혀서 멈추고. 이어

소지존; [네년도 누워라!] 크왁! 고함을 지르며. 그러자

빠직! 온몸에 벼락에 맞는 모습이 되는 벽옥령. 눈 치뜨고

벽옥령; [악!] 펑! 비명 지르며 뒤로 날아간다. 쓰고 있던 죽립도 날아가고

강혜분; [아가씨!] 비명. 그런 강혜분에게 날아오는 벽옥령

퍼억! 강혜분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역시 등부터 떨어지는 벽옥령. 이하의 모습은 죽립이 벗겨진 상태다

벽옥령; [쿨럭!] 고개 들며 피를 토하고

툭! 들고 있던 검을 떨군다.

강혜분; [정신 차리세요 아가씨!] 혈도가 찍혀 고개만 겨우 돌린 채 울부짖고

벽옥령; [끄윽...]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으려는 벽옥령

소지존; [준비는 끝났고...] 다가오고

돌아보며 절망하는 강혜분

소지존; [그럼 느긋하게 즐겨보도록 할까?] 두 여자의 발치에 서서 내려다보며 음흉하게 웃고

강혜분; [무... 무슨 짓을 하려고...] 사색

소지존; [본좌는 이청풍이란 놈에게서 받아낼 빛이 있다.] 허리띠를 풀려 하고

강혜분; (청풍이의 적이었구나!)

소지존; [보아하니 네년들은 그놈과 아는 사이인 듯하니 대신 빚을 갚아주어야겠다.] 허리띠를 풀고

강혜분; (아... 아가씨와 날 강간하겠다고...) 전율

소지존; [어느 쪽을 먼저 맛볼까?] 허리띠를 풀고

소지존; [농익은 년보다는 역시 상큼한 어린년을 먼저 맛보는 게 순서겠지?]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면서 벌벌 떨고 있는 벽옥령을 돌아보고

강혜분; [안... 안돼요!] 비명

강혜분; [아가씨에게 손대지 말아요.] 애원

소지존; [그럼 네년이 먼저 본좌의 수청을 들겠느냐?] 바지를 까 내리려는 자세로 강혜분을 돌아보고

강혜분; [그... 그런...] 사색이 되고

소지존; [그럴 생각이 없으면 본좌가 이년을 즐기는 걸 지켜보기나 해라.] 히죽 웃으며 벽옥령에게 다가가고

강혜분; (안... 안돼!) 절망.

소지존; [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기막힌 계집이로구만. 우물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어.] 벽옥령을 내려다보며 입맛을 다시고

소지존; [그럼 어디 풋풋한 과일부터...] + [!] 한손을 벽옥령의 가슴에 뻗으려다가 갑자기 눈 부릅뜨고

크왕! 갑자기 소지존의 얼굴 바로 앞으로 반투명한 검은 용이 아가리를 딱 벌리고 날아든다. 날카로운 이빨.

소지존; [헉!] 팟! 뒤로 홱 날아가며 몸을 젖혀서 용의 입을 피한다. 소지존이 있던 곳의 허공을 콱 깨무는 반투명한 용의 아가리

강혜분; (용!) 경악할 때

소지존; [웬놈이냐?] 휘릭! 멀찍이 물러서며 외치고. 그때

타노; [죽일 놈!] 화악! 극도로 분노한 표정으로 허공에서 날아 내리고. 그런 타노의 어깨에서 투명한 용이 한 마리 빠져나와 허공에서 꿈틀대고 있다. 용은 굵기가 한 아름에 길이는 5미터쯤 된다. 실제 용 같지만 몸통이 반투명하다.

강혜분; [타... 타노아저씨!] 환호하고

벽옥령; [타... 타노!] 비몽사몽간에 역시 타노를 알아보고 놀라고

타노; (아슬아슬 했군.) 강혜분과 벽옥령의 옆으로 내려서고

강혜분; [아... 아저씨가 어떻게 여기에...] 흥분. 안도

타노;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 아가씨를 돌봐라.] 팟! 손가락을 튕겨 레이져같은 빛을 강혜분의 가슴에 쏘고

퍼득! 그 빛에 가슴이 찍힌 강혜분의 몸이 퍼덕이고. 이어

강혜분; [아가씨!] 벌떡 일어나며 벽옥령에게 기어가려 하고

강혜분; [잠깐... 잠깐만 기다리세요. 내상약을 먹여드릴게요.] 벽옥령의 옆에 무릎을 꿇으면서 자기 품속을 뒤진다. 하지만 벽옥령은 강혜분을 보고 있지 않다. 소지존에게 다가가는 타노의 뒷모습을 보고

벽옥령; (타노...) 강혜분이 약병을 하나 꺼내는 배경으로 타노를 보고

<우리 황금전장의 일개 하인인 타노가 저렇게 대단한 인물이었나?> 한쪽 어깨에서 용이 빠져나와 꿈틀거리는 타노의 뒷모습. 마치 산처럼 크게 보이고. 그 앞쪽에서 당황하는 소지존이 작게 보인다.

소지존; (뭐지 저 꼽추?) 자기에게 다가오는 타노를 보며 아연긴장하고

<외모는 볼품없는데 아버지에게서나 느꼈던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풍기고 있다. 마치 산이 하나 다가오는 것 같고...> 타노의 거대한 앞모습.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지고 있고

<게다가 꼽추의 어깨에서 빠져나와 꿈틀거리는 저 용의 형상은 심상치가 않다.> 타노의 어깨에서 빠져나와 꿈틀거리는 반투명한 용의 형상 크로즈 업 배경으로 소지존의 생각. 그러다가

소지존; [!] 무언가 깨닫고 눈 부릅

소시존; (혹시 전설속의 그 인물이 남긴 무공 아닐까?) 긴장할 때

타노; [네놈이 누군지는 묻지 않겠다.] 쿠오오! 살벌한 기운을 뿜어내고

움찔! 하는 소지존

타노; [곧 죽을 놈이니 궁금할 것도 없으니...] 쩌엉! 두 눈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지고. 그러자

소지존; [꼽추 따위가...] 수치심에 이를 부득 갈고

소지존; [누구 앞에서 감히 개소리냐?] 쩡! 쩡! 몸에서 칼날 형태의 섬광들이 마구 빠져 나온다. 검벽신공과 비슷한데 검의 형상이 온몸을 덮는 검벽신공과 달리 칼날 형상이 하나하나 몸에서 빠져나와 허공에 뜨는 게 다르다.

뽁! 물약이 든 유리병의 마개를 따다가 돌아보는 강혜분. 벽옥령도 타노와 소지존이 대치하고 있는 쪽을 보고 있고

타노; [살기를 고형화 시키는 경지에 이르렀군.] 눈 번득

타노; [나이에 비하면 믿기지 않는 성취다만...] 멈춰서고

타노; [그래봤자 오늘 네놈이 살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죽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젖 먹던 힘까지 써봐라.] 쿠오오!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는 타노의 한쪽 어깨에서 빠져나온 용이 꿈틀거리고

소지존; [누가 죽을지 보자 꼽추야!] 크왓! 기합을 넣고

투쾅! 쩍! 수많은 칼의 형상이 타노에게 날아간다. 직선으로도 날아가지만 포물선을 그리며 타노의 옆과 위로 날아들기도 하고. 마치 유도미사일이 날아드는 것 같고. 그 때문에 피할 곳이 없다.

강혜분; [조심하세요.] 벽옥령의 상체를 일으켜 자기 무릎에 고개를 얹게 한 자세로 약을 먹이려다가 비명 지를 때

콰콰쾅! 쾅! 칼날 형상의 섬광들이 그대로 타노의 몸에 박힌다

강혜분; [악!] 자기도 모르게 비명. 벽옥령도 눈을 치뜨고

소지존; (해치웠다!) 흥분. 하지만 그 직후

스스스! 츠츠츠! 칼날 형상의 섬광들이 타노의 몸으로 스며 들어간다

소지존; (설... 설마 내 무영삭도(無影削刀)를 흡수한다는 건가?) 경악할 때

슥! 손을 앞으로 내미는 타노. 그러자

크왕! 엄청난 속도로 소지존에게 날아드는 용. 타노의 어깨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소지존; [헉!] 바웅! 기겁하며 몸을 강력한 방어막으로 덮는 소지존. 하지만

쾅! 방어막을 그대로 뚫고 들어오는 용의 아가리. 다만 반투명하던 원래 모습이 아니라 투명하여 형태만 있는 용의 모습이다. 방어막에 의해 힘이 약해진 모습

소지존; [안돼!] 비명 지르며 양팔을 교차시켜 막으려 하고

펑! 소지존의 팔과 가슴을 통과해서 등으로 빠져나가는 투명한 용의 형상

소지존; [끄아아악!] 펑! 퍼덕이며 허공으로 튀어 오르고. 투명한 용은 그자의 몸을 관통한 후 허공으로 치솟고 있다.

강혜분; [죽어라!] 환호하고

벽옥령; [아!] 눈 치뜨고.

퍼억! 등부터 바닥에 처박히는 소지존.

손을 내리고 그자에게 다가가는 타노. 허공에서는 투명해진 용이 꿈틀거리며 다시 타노에게 날아오고 있고

소지존; [끄윽!] 심장마비를 당한 것처럼 벌벌 떨며 신음하는데

푸시시! 용이 통과한 부분의 옷이 삭아서 흩어진다. 옷이 흩어진 안쪽에는 둥글게 따리를 튼 용 형상의 상처가 나있고

타노; (신룡번(神龍幡)에 관통 당하고도 즉사하지 않는 놈이 있을 줄을 몰랐군.) 소지존에게 다가가고. 슈우! 투명해진 용이 어깨로 스며들어간다. 이하 용은 타노의 몸으로 완전히 스며들어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츠츠! 츠츠! 걸어가는 타노의 몸에서 투명한 칼날들이 돋아난다. 바로 소지존이 날렸던 칼의 형상들이다

소지존; (마... 맙소사!) 경악

소지존; (몸속으로 파고들었던 무영삭도를 다시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사력을 다해 일어나며 경악하고

툭! 툭! 푸시시! 타노의 몸에서 빠져나온 투명한 칼날들이 허공에서 부서져 사라지고

소지존; [이청풍 말고도 괴... 괴물이 또 있었구나!] 무릎 꿇고 앉아서 두 손을 만세 하듯 쳐들며 이를 갈고

타노; [네놈, 청풍이와 은원이 있었느냐?] 눈 번뜩일 때

소지존; [바로 그렇다!] 쾅! 만세 하듯 높이 쳐들었던 두 손으로 바닥을 강하게 내려친다. 그러자

펑! 타노와 소지존 사이에 강한 흙먼지가 확 일어난다

강혜분; [도망치려 해요!] 놀랄 때

타노; [허튼 수작이다!] 손을 확 젓고. 그러자

투쾅! 쾅! 타노의 몸에서 빠져나오던 칼 형상의 빛들이 흙먼지 속으로 날아 들어간다

[끄아아악!] 흙먼지 속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지고.

강혜분; (해치운 걸까?) 기대. 하지만

타노; [...!] 휘익! 찡그리며 다시 손을 젓고. 그러자

펑! 시야를 가렸던 흙먼지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시야가 트인다. 하지만

쿵! 주변에 여기저기 피가 뿌려져 있을 뿐 소지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강혜분; (그자가 사라졌다.) 찡그리고

강혜분; (여러모로 비범한 자다.) 벽옥령의 입에 약병 입구를 대고

타노; (놓쳤군.) 찡그리는데

주르르! 입에서 피가 흐른다

타노; (절전되었다고 알려진 마귀동의 마공 무영삭도를 구사하기도 하고...) (결코 가벼이 볼 수 있는 놈이 아니었다.) 슥! 소매로 입가의 피를 닦는다

타노; (생각 같아서는 추격해서 숨통을 끊어놓고 싶지만...)

타노; (너무 빨라 피할 수 없어서 몸으로 흡수했던 무영삭도에 가볍지 않은 내상을 입었다.) 얼굴 조금 찡그리며 돌아서고

타노; (오늘 저놈을 놓친 게 나중에 화근이 될지도 모르겠다.) 강혜분과 벽옥령에게 다가가고. 강혜분은 벽옥령에게 유리병 속의 물약을 먹이고 있다.

타노; [옥령이의 내상은 어떠냐?] 옆에 멈춰서며

강혜분; [온몸의 심맥이 충격을 받아서 한동안 정양(靜養)을 해야할 것 같아요.] 약병을 벽옥령의 입에서 떼며 돌아보고

타노; [그만하기 다행이다.] 강혜분의 맞은편에 한 쪽 무릎을 꿇으며 앉고

벽옥령; [아... 아저씨!] 눈에 초점이 조금 돌아와서 타노를 올려다보고. 얼굴이 창백하다

타노; [네 엄마... 마님의 분부로 널 따라왔다.] 벽옥령의 머리를 쓰다듬고

벽옥령; [안... 안돌아가요.] 고개 젓고

벽옥령; [청풍오빠의 생사를 확인하기 전에는 절대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울면서 말하고

타노; [안심해라.] 미소 지으며 벽옥령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타노; [청풍이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어떤 분의 혼백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 때문에 남의 손에 간단히 변을 당하지는 않는다.]

벽옥령; [청풍오빠가... 무사하다는 말씀이신가요?]

타노; [지금은 몸을 추스르는데 전념하거라. 머잖아 청풍이와 만나게 될 테니...] 손등으로 벽옥령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강혜분; (볼수록 알 수 없는 분이다.) 타노가 벽옥령의 눈물 닦아주는 걸 보며 생각하고

강혜분; (믿어지지 않는 막강한 무공을 지닌 것도 그렇고... 아가씨를 손 아래 사람처럼 대하는 게 너무도 자연스럽다.)

<과연 타노아저씨에게는 어떤 비밀이 있는 것일까?> 장내의 모습 배경으로 강혜분의 생각 나레이션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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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룡파황보(天龍破荒譜)는 1983년 8월 <전 6권> 박스본으로 출간한 작품입니다.

무림군웅보, 천세무림기보, 마종천황보까지는 <전 5권>으로 출간이 되었었습니다.

그러다가 천룡파황보부터는 <전 6권> 형식이 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전 7권>이 되었지요.

유달리 더웠던 1983년 여름에 비지땀을 흘리며 원고지를 채워가던 기억이 납니다.

이 작품의 고료로 2학기 등록금을 해결했었지요.

아련하고도 그리운 시절이었습니다. 

 

사족; 판무림에 들르시면 <무삭제증보판> 천룡파황보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s://www.fanmurim.com/

 

판무림

판타지, 무협 장르 전문 남성향 웹소설 플랫폼

www.fanmur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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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二 章

 

         고찰에서의 밀고 당기기

 

 

 

사위에는 어둠이 내려 깔리고,

장강을 굽어 보고 있는 크지 않은 산,

황페한 고찰(古刹)의 대웅전 안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오르고 있었다.

검고 흰 짐승들이 십여 마리……

그리고,

초췌한 모습이지만 아름다운 두 처녀와, 마주 앉은 두 소년소녀……

불전(佛殿)에 불(火)을 피우고 산돼지 한 마리를 통채로 굽고있는 이들은,

바로 소일초와 주소아 일행이었다.

재치있는 주소아는 요리에도 일가견있었다.

내장을 긁어내고 솔가지로 배속을 채운 돼지를 슬슬 돌려가며 굽는 품이 여간 솜씨가 아니다.

---꼴깍……꼴깍……

누군가의 목으로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주소아는 다 굽힌 돼지의 살점을 이리저리 발라내더니,

먼저 비성성들에게 똑같은 양으로 배분해 주었다.

아마도 먹을 것을 잘 챙겨주는 것이 비성성들의 인기를 얻는 비결이 아닐까 싶은데……

[자……이건 두 푼수 언니들……]

사옥상과 사은상 남매에게 한 덩어리의 갈비를 휙 던져 주었다.

그녀들은 이미 혈도가 풀렸지만 감히 달아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옥상은 고마워하면서 당장 입으로 가지고 갔으나,

사은상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흥! 좋을 대로……]

주소아는 코웃음을 치면서 돼지의 꼬리를 잘라냈다.

[자……이건 네 것……]

[안돼! 그게 뭐야……]

[이게 돼지꼬린지 알긴 아는구나. 그럼 네가 오늘 한 것도 돼지꼬리보다 많지 않다는 것도 알텐데……]

[안주겠다는 거야?]

[고기를 먹을 값은 해야지……설마 뭔 말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알았어.]

소일초가 번쩍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기 숨어있는 놈들 빨리 나오는게 시체라도 온전히 보전하는 길이야……]

낭랑한 그의 목소리가 대웅전을 메아리치고……

고찰 주변에 널리 울려퍼졌다.

순간,

[으하하하하-------!]

긴 웃음소리를 더날리며 대웅전 건너편의 지붕위에서 검은 인영이 대웅전 앞으로 날아왔다.

[꼬마의 눈치가 보통이 아니군. 모두 나오너라……]

그가 손을 높이 쳐들자 여기저기서 수십 명의 흑의인들이 대웅전을 포위하고 쏟아져 나왔다.

이때,

은근히 주소아와 소일초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사은상이 사옥상의 손을 잡고 대웅전 밖으로 몸을 날렸다.

[총순찰님!]

[으하하……두 분 공녀(公女)께서는 더 이상 아무 염려 마십시오. 이 총순찰 독장수사(毒掌秀士)가 왔지 않습니까?]

흑의인들에게 날아가는 그녀들을 주소아도 소일초도 저지하지 않았다.

주소아는 단지 비성성들에게 하늘을 가리키며 올라가라고 했을 뿐이다.

[너희들이 내 저녁값이다.]

소일초는 오척도 되지 않는 몸을 당당히 세우며 독장수사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이때 사은상이 소리쳤다.

[조심해요……그가 바로 신행마동이예요……]

그 말에 독장수사가 잠시 움찔했으나 이내 소일초를 깔보는 듯이 말했다.

[나는 무림에 떠도는 소문을 잘 믿지 않는다. 본좌와 일 장을 마주쳐보겠느냐?]

[나는 무림의 허풍장이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 어디 본좌의 일 검을 받아보겠느냐?]

소일초는 그의 어조를 흉내 내어 그대로 말했다.

[이놈! 어디 내 일 장을 받아라……]

독장수사는 큰소리로 분노를 터뜨리며 허공에 무수한 장영(掌影)을 만들었다.

비릿한 냄새가 그의 독장에서 가득 공기중으로 스며들고……

그것들은 오장의 거리는 두고 있던 소일초의 가득 에워쌌다.

갑자기 손그림자와 독향기를 뚫고 검은 기운이 치솟아 오르는 순간,

털석-----

손 그림자도……

독향기도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불신의 표정을 지은 그대로 독장수사의 몸이 뒤로 무너져 버렸다.

그의 몸에서 남아있는 것은 꼭지가 날아가고 얼굴만 남은 머리와……

팔꿈치에서 잘려져 나간 양팔……

그리고 무릎어림에서 잘려져 버린 두 다리……

그러나, 결정적인 사인(死因)은 위쪽이 날아가 버린 두개골이었다.

독장수사……

삼성무림청의 총순찰을 맡을 정도로 대단했던 악독한 마음과 악독한 무공의 소유자……

독장 이외에도 은밀히 사용하는 암기로 인해 사파무림에서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그,

소일초의 너무나 강맹한 무공에 아무런 심계도 수단도 사용해 보지 못하고 그대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의 독장은 백독불침, 만독불침이라 자부하는 고수들의 목숨마저 어이없게 앗아가곤 했었는데……

사옥상과 사은상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버렸다.

그토록 참혹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그녀들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었다.

[모두 한꺼번에 공격해라……]

사은상이 대웅전을 포위한 흑의인들에게 다급하게 명령을 내리며 사옥상의 손을 잡고 허공으로 솟구쳐 도망쳤다.

이때,

[또 놓아줄 작정이야?]

주소아의 뾰루퉁한 목소리가 들리고,

소일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절대 안되지……]

번쩍------

그의 손에서 일순 맑은 광채가 번쩍이자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악-------!

윽---------!

캑---------!

수정검우가 빛살처럼 빠르게 날면서 흑의인들을 거의 동시에 쓰러트려버렸다.

그리고,

길게 휘파람을 불면서 사라지고 있는 사씨 자매의 뒤를 쫓았다.

[정말 무서운 무공이야……특히 독장수사를 죽인 그 검법은 생사보록에 있는 어떤 무공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어……]

주소아는 소일초가 펼쳤던 일초의 검공을 생각하며 감탄했다.

[이랬던가? 아니……이랬던가? 눈으로 보고도 모르겠네……]

소일초가 펼친 일초의 검법,

그가 사부인 검마에게서 삼 년동안 갖은 고생을 하면서 익힌 것이다.

이초가 필요없는,

그래서 소일초의 이름과 더욱 잘 맞아떨어지는 검법이라는 것을 주소아는 알리가 없다.

손으로 흉내만이라도 내보려 했지만 그마저 잘 되지 않았다.

 

× × ×

 

소일초는 저녁 값을 톡톡히 치르고 산돼지 고기를 포식했다.

그가 다시 붙잡아온 사씨 자매는 대웅전 한쪽 구석에 곱게 모셔져 있다.

물론, 이제는 혈도가 단단히 집힌 채……

비성성 중의 하나가 가져다 놓은 모포 두장은 소일초와 주소아가 각기 한 장씩 차지하고 누웠다.

배는 불러서 만사가 귀찮은데……

소일초의 머릿속으로는 끝없는 상상이 나래를 펴고 있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모포를 돌돌 말고 있는 주소아를 힐끗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 구석에서 그냥 맨바닥에 몸을 누이고 있는 사씨 자매를 보았다.

(일단 한 숨 늘어지게 자고 색귀사부의 말을 검증(檢證)해 봐야지……)

글쎄……

주소아는 몰라도 사씨 자매가 이 열 살 짜리 꼬마의 음흉한 속을 알기나 하고 저렇게 무방비 상태로 누워있을까?

어둠이 가득한 대웅전에는 주소아의 몸에서 나는 낮은 휘파람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는데……

 

…………

여전히 낮은 휘파람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는 대웅전,

소일초의 몸이 살그머니 모포속에서 빠져나와, 누운자세 그대로 둥둥 허공을 가로질렀다.

대웅전 한 켠 구석에 웅크리고 몸을 뉘고 있는 여자 냄새 물씬 풍기는 두 여인은 포로의 몸이 건만,

얼마나 피곤했는지 선연한 굴곡을 드러낸 채 잠자고 있는 중이었다.

(주소아는 한동안 같이 있을 테니까 기회가 계속 있겠지만, 이 냄새나는 여자들은 인질가치만 없어지면 작별이니 더 급하지……)

소일초는 둥둥 떠 있는 상태에서 슬며시 손을 뻗어 사옥상의 가슴을 더듬었다.

도둑질을 사사받았던 소일초의 손이다.

사옥상의 가슴을 흔적도 없이 파고들어가 그녀의 큼직한 유방을 만졌다.

짜릿한 전율과 훔친다는 흥분으로 소일초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우히히히……이건 작은 어머니 가슴만질 때와는 아주 다르잖아?)

사옥상의 부드러운 살결위로 손을 미끄러져 내려가며 전신을 쓰다듬었다.

순간,

그의 손이 막 그녀의 배꼽을 지나서 밑으로 내려갈 때였다.

[으응……]

사옥상이 낮은 콧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였다.

그녀는 잠이든 상태에서도 자신의 몸을 스물스물 하는 손길을 느끼며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는 중이었다.

신지(神智)가 조금 부족한 그녀는 어떤 가식이나 윤리관도 존재하지 않아서,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것이었다.

소일초의 은밀한 손에 전혀 거부감을 갖지 않고 자기도 모르게 편안한 자세로 몸을 내맡겼다.

(이 여잔 내 마음에 쏙 드는데……내가 편하게 해주고 있잖아?)

기분이 더욱 좋아지면서 슬금슬금 그녀의 배꼽 밑,

마지막 탐사지 일 지도 모르는 그곳으로 손을 내렸다.

(응? 이거 요대(腰帶)가 가로막고 있잖아? 하는 수 없지……)

그의 손은 다시 그녀의 유방으로 가서 이번에는 고사리같은 손으로 주무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슬며시 사옥상의 흰 치마를 걷어 올리며 허벅지를 쓰다듬어 올라갔다.

소일초의 신체 한 부분이 어떤 흥분으로 인해서 경직되었다.

그것은 오줌 누기 전과 비슷한 것같기도 하고 전혀 다른 것 같기도 했다.

사옥상의 치마 밑으로 파고들었던 소일초의 손이 두 다리가 나누어지는 곳에서 새로운 장애를 만나고……

얇고 보드라우며 조그마한 마지막 천을 밀치며 손을 들이미는 순간,

[그곳은 안돼……]

사옥상의 나지막한 그러면서도 기대에 찬 목소리가 그의 귓전을 울렸다.

움찔하면서……

소일초는 모든 동작을 멈추고 흥분으로 상기되어 있는 사옥상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눈을 뜨고 자기를 꿈꾸는 듯 영롱한 눈초리로 응시하고 있었다.

거칠어진 그의 손길에 깨어난 것 같았다.

[그곳은 안돼……]

다시 그녀가 중얼거리듯 말했고 소일초의 얼굴이 빨개졌다.

[기분은 아주 좋아……하지만 그곳은 어쩐지 이상해……]

(기분이 좋다고? 나도 이상하면서도 기분이 좋은데……)

그때까지 공중에 떠있던 그의 몸이 사옥상의 몸위로 내려앉았다.

푸근하고 안락한 느낌……

그리고 주체하지 못할 짜릿한 기쁨……

그녀의 얼굴에서는 소일초를 자극하는 향기가 있었다.

그녀는 편안한 자세로 소일초의 몸 밑에 누워있었다.

그녀의 배꼽에는 지금,

그의 무공만큼이나 나이와는 전혀 걸맞지 않는 소일초의 경직된 물건이 묵직하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오십근도 되지 않는 그의 몸에서 그것의 무게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모양이다.

소일초는 강렬한 흥분을 느끼면서 색귀가 가르쳐 주었던 것을 생각해내고는 그녀의 몸 위에서 바지를 내리려 했다.

그순간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데……

툭툭-----

그의 어깨를 두드리는 손이 있었다.

(앗불싸……깨어진 산통……)

[이 꼬마 색마……!]

독이 잔뜩 오른 목소리로 주소아가 그의 귀를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모든 흥분이 사그라들어 버리고 그녀에게 질질 끌려가는 소일초였다.

(내가 너한테 그런 것도 아닌데……웬 성화야……)

그러나 그의 입에서 그 말은 나오지 못하고 쑥 들어가고 말았다.

사옥상은 단지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려버렸지만,

그 옆에 누워있는 사은상의 감고 있는 두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기사,

옆에서 공사를 하려는 데야 아무리 둔한 사람도 깨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사은상은 모자라는 동생의 어치구니 없는 치정과 포로가 된 여인의 신세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소일초는 일말의 죄책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유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사옥상은 분명히 기분이 아주 좋다고 했는데……)

[이 색마(色魔)! 나하고 아무래도 결판을 내야겠어……]

주소아는 그의 귀를 당겨서 대웅전 밖으로 나갔다.

휘파람소리가 귀속으로 생생하게 들려왔다.

소일초는 주소아의 손에 끌려서 역시 대웅전 못지않게 황폐한 나한당으로 들어갔다.

 

[…………]

[…………]

주소아는 새파랗게 빛을 내면서 소일초를 노려보고 소일초는 찔리는 바가 있어서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눈을 피했다.

[똑바로 들어둬! 네가 도둑질을 하거나 도박을 하고 술을 먹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봐줄 수 있어……]

[…………]

[그런데, 내가 한 쪽에서 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반항도 하지 못하는 여자를 건드린다는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어.]

그녀의 단호한 목소리에 소일초가 화를 내면서 한마디 내뱉었다.

[제길……그럼 너를 건드리란 소리야 뭐야?]

[이게 그래도……]

 

짝------!

 

소일초의 뺨을 갈겨버리는 주소아였다.

[좋다! 어디 한 번 싸워보자. 이 계집애가 봐줬더니 천지를 모르고 설쳐?]

소일초는 펄쩍 뛰면서 뒤로 물러났다.

주소아가 코웃음을 쳤다.

[흥, 검만 쓰지 않는다면 너 따위 색마에게 내가 질줄 알고?]

두 팔을 벌려 몸 앞으로 늘어뜨리며 독특한 자세를 취했다.

[계집애 따위에겐 검을 쓸 필요도 없지…… 자 덤벼……]

[이 색마! 하늘이 얼마나 넓은 지 보여주마……]

주소아의 몸이 두 팔을 벌린 상태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녀의 몸이 한 번 씩 도는 순간 마다 하나 씩의 분신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원신(原身)에서 분리된 분신들은 분리되자마자 나한당을 가득 메우면서 소일초를 공격해 왔다.

소일초는 그녀의 기이한 술법에도 불구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는 이미 검마의 진전을 이어서 오직 일초로서 어떤 무공이던 제압할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무심코 검으로 손이 가다가 멈칫 했다.

검을 쓰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주소아의 분신들은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검결을 묶어서 두 손가락을 앞으로 쭉 뻗어냈다.

검마의 일초검공이 손으로 펼쳐진 것이다.

그의 손가락에서 발출된 기운이 환영들을 휘감아 버리자……

놀랍게도 그 많던 환영이 봄 눈처럼 사그라져 버렸다.

(저 색마의 그 검법은 확실히 이상한 것이네……분신들 하나하나에 강기가 주입되어 있는데 소리도 없이 사그라져 버리다니……)

[검을 쓰지 않겠다고 했으면 검법도 쓰지 말아야지……치사하게……]

주소아가 첫 공격이 무위로 끝나자 빈정거렸다.

그러나 이미 바닥을 차고 올라 허공 가득히 발그림자를 만들며 소일초를 공격해 오고 있었다.

 

쓔-----슈앙-------!

 

나한당 안의 대기는 무섭게 파동치고,

빈정거림을 받은 소일초는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고 팔을 늘어트리고 있었다.

주소아에겐 소일초가 그 이상한 검법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싸워 볼만 하다는 계산이 있었다.

내공이 딸리기는 하지만 초식으로 얼마든지 보완할 수도 있다.

생사보록상의 무공들은 절학이 아닌 것이 없다.

소일초가 아무리 많은 무공을 알아도 생사보록에 있는 무공들은 모를 것이다.

게다가 소일초는 백인장에서는 어떤 도법도 정식으로 배우지 못했다.

주소아는 무방비 상태로 서있는 소일초를 보면서 자기의 승리를 점쳤다.

그녀의 무서운 팔황각(八荒却)이 소일초의 전신 십이 대혈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당연히 있어야할 발끝에서 전해오는 감각이 없어 그녀는 크게 당황했다.

소일초의 몸을 발이 그냥 통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일초가 혈기자에게 처음에 배웠던 이환공의 위력이었다.

이 무공은 내공이 상대방 보다 고강하기만 하면,

어떤 피신 무공도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혈기자가 천축에서 온 어떤 수행자를 만난 이후에 깨달은 바가 있어서 만든 독특한 무공이었다.

그 수행자는 유가술(逾伽術)의 달인 이었는데 손이 다리의 중간을 통과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소일초는 공격이 무위로 끝나자 재빨리 뒤로 빠져 나가려는 주소아의 허리를 두 팔로 휘감아버렸다.

주소아의 일 장이 다급하게 소일초의 천정혈로 떨어지는데……

[아예 날 죽일 작정이구나……이 못된 계집애……]

머리를 숙여 주소아의 가슴을 받으며 뒤로 넘어뜨렸다.

주소아는 묵직한 충격을 느끼면서 정신이 가물거리는데,

소일초는 그녀의 몸위에서 허리를 꼭 잡고 엎드려 씩씩 거리고 있었다.

(이 색마는 도저히 내가 못당할 무공을 지니고 있구……어떻게 하지……)

가물거리는 의식 속에서 그녀는 몸 위에 있는 자기보다 조금 작은 소일초의 무게를 느끼고 있었다.

(고모가 이 자식을 잘 돌봐 달라고 했는데 나 보다 무공도 더 고강한 걸……)

그녀의 공격이 시작된 후 부터 사람의 정신을 어지럽게 하며 날카롭게 울리던 휘파람 소리는 다시 나지막해져 있었다.

소일초는 그녀의 몸위에서 다시 묘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다음 기회를 볼 것도 없이 당장 휘파람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조사해 봐야겠어……]

주소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일초가 정말로 그러려고 한다면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상기되어 빨갛게 되었다.

[잠깐!]

[할 말이 있으면 어서 말해……]

[지금 뭐 하려는 거지?]

[옷을 다 벗겨보아야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있을 거잖아……대충 짐작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바보야! 휘파람 소리는 내 피부에서 나는 거야. 이건 특이한 내공을 익혀서 그런 거라고……]

[못 믿겠어. 어떻게 사람피부가 휘파람을 불 수 있어? 직접 봐야겠어.]

소일초는 주소아의 옷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주소아는 소일초의 손을 꽉 잡았다.

[안돼……!]

[너 나하고 싸워서 이겠어?]

[아니……]

[그럼 나는 소득도 없이 싸운 줄 알아? 언제나 싸움에서 진 쪽은 이긴 쪽이 하자는 대로 하는 해왔어. 이건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계속되어온 만고의 진리라고……]

[…………]

 

………………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소일초는 휘파람을 불면서 대웅전으로 유유히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풀이 죽은 주소아가 따라 들어와 자기의 모포 속으로 들어갔다.

사은상은 잠들지 않고 있다가 그들의 표정을 보고,

자기들의 신세가 저 어린 색마로 인해서 더욱 처량해 질 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대웅전에서 그들이 나간 후에도 무공이 폐쇄된 지라 도망칠 생각도 하지 못했던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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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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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4장

 

           뱀의 뱃속으로 들어간 두꺼비 (2)

 

 

 

마중천의 원형광장,

석두공과 금사종을 위시하여 무형도객과 백란을 비롯한 은세정검회의 고수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무형도객이 중얼거렸다.

[입구에 적힌 그말에 독존패왕궁의 궁주가 조금이라도 심력을 소모했으면 좋으련만...]

[그들이 이곳까지 왔을 땐 육천 명 중에서 반이 남지 않았을 거예요. 이곳의 기관들은 모두 통천조사께서 오늘을 대비하여 직접 설계하신 거니까요.]

[그래도 삼천명과 이천 명의 대결이다. 쉽지 않다.]

[죽도록 싸워봐야겠죠.]

백란이 말했다.

석두공은 생각에 잠겨있다가 말했다.

[독존패왕궁의 궁주는 제가 상대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궁주를 제거할 때까지 공격하기보다는 주로 방어만 하십시오. 엄중히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궁주만 죽고 나면 나머지는 지리멸렬하게 될 것입니다.]

쿵! 쿵!

쿠쿵!

기관이 작동하는 소리가 원형광장으로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오늘의 일전에 자신들의 생사는 물론이고 무림의 운명이 걸려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굳은 표정으로 검을 닦고 도를 점검했다.

석두공은 중앙에 있는 폭풍무존의 상을 보았다. 그것은 폭풍무존의 웅지를 꺾은데 대한 죄책감에서 폭풍무존의 사부인 통천조사께서 세운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나는 그녀를 과연 죽일 수 있을까?)

석두공은 석상앞에서 치루었던 자봉과의 사랑을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마음을 어떻게 정할 수가 없었다.

비록 그의 마음에 한자락에 백란이 있고 동복신과 동적선이 점지해놓은 장지연이 있기는 했지만 진정 그의 마음속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자봉이었다.

그 와중에도,

쿵쿵쿵!

기관이 파괴되는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 × ×

 

[이천 오백여 수하들이 기관에 의해 죽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들은 아직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흐흐흐! 놈들이 이런 함정을 팔 줄이야! 상관없다. 안으로 들어간 놈들은 모두 이천여 명, 반만 들어가도 우리의 승리는 필연적이다.]

은일의 보고에 금포노인은 분노하면서도 다가올 승리를 생각하며 화를 억눌렀다.

그때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황자강이 완전히 길을 열었습니다. 광장에서 은세정검회 놈들과 혈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은이! 즉시 그를 지원해라. 모두 황자강이 간 길로 해서 들어간다.]

금포노인은 혈옥교에서 소리쳤다.

교자꾼들과 앞에선 심제을과 잔혼살객은 길게 난 석로를 따라서 달려갔다.

한데 마중천의 기관은 가공하기 그지 없었다. 입구에서부터 다시 기관들은 차단되어 오면서 뒤늦게 들어온 자들을 살상하고 있었다.

금포노인은 광장으로 나왔을때 은일로 부터 수하들의 수는 삼천으로 줄었다는 보고를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기관은 다시 완전히 폐쇄되어 버렸다.

금포노인은 초조함은 분노로써 폭발했다.

광장에는 은세정검회의 고수들이 석상을 둘러싸고 원진을 치고 있었으며 독존패왕궁의 고수들이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수적으로는 삼대이의 우세,

그러나 독존패왕궁의 고수들은 죽음의 기관을 뚫고 오느라고 상처를 입은 자들이 적지 않았다.

금포노인이 소리쳤다.

[은세정검회의 천주는 누구냐?]

[천주는 이곳에 오지 않았소. 본인은 천주대리인일 뿐이오.]

석두공이 나서며 말했다.

[뭣이!]

금포노인이 벼락같은 일갈을 했다.

[크윽! 큭!]

양측의 고수들 중에서 수십 명이 피를 토하며 죽었다. 나머지 고수들도 내상을 입거나 했으며 영향을 받지 않은 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크하하하! 좋다 네놈들을 모두 죽인다면 천주가 제발로 본좌를 찾아오겠지.]

갑자기 금포노인은 광소를 터뜨렸다.

석두공은 그의 광소가 또다시 은세정검회의 고수들을 상하게 할 것이 염려되어 고함쳤다.

[멈추시오!]

동시에 그는 천왕저를 뽑아들며 선공을 취했다.

[애송이놈!]

금포노인은 혈옥교에서 나오지 않고 소리쳤다.

석두공은 몸으로 폭풍같은 강기가 뿜어내며 혈옥교를 향해 달려 갔다.

[천신폭풍보!]

 

× × ×

 

[안되겠어요. 기계인간들을 상대할 방법이 없어요.]

백란이 절망적으로 소리쳤다.

석두공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말을 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석두공은 천신폭풍보를 펼쳐서 금포노인을 상대하고 있지만 그의 천신폭풍보는 아직도 완전한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는지 금포노인의 괴이한 무공에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천신폭풍보의 강기를 흩트리며 파고드는 기이한 기운을 막아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은세정검회측의 완전한 열세였다.

금사종이 발군의 실력으로 독존패왕궁의 고수들을 막아내고는 있었지만 다른 고수들은 숫적인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열개의 기계인간들의 끔찍한 공격은 개개인이 고수들인 은세정검회의 사람들 마저도 끊임없이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은세정검회의 전멸은 불을 보듯이 빤해 보였다.

단혼검을 번득이며 황자강의 무공을 막아내는 금사종! 이 혈전에서 가장 돋보이는 사람이 바로 그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입을 열어 말할 틈은 없었다.

황자강의 무공은 금사종과 막상막하의 경지, 온정신을 그에게만 모으지 않을 수 없었다.

석두공은 참을 수가 없었다.

[음공을 사용하시오!]

그가 버럭 외쳤다.

기계인간들의 약점은 소리와 진동에 약하다는 것을 독왕동주 갈천상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는 석두공이다. 그것이 이렇게 사용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쿵!

그 말을 내뱉는 댓가로 석두공의 몸은 실끊어진 연처럼 날아가 석벽에 박혀버렸다.

[아악!]

백란이 비명을 질렀다.

[크하하하... ]

금포노인이 광소를 터뜨렸다.

그때였다.

[형님! 형님이 독존패왕궁의 궁주였을 줄은 몰랐습니다.]

갑자기 은세정검회의 고수들 틈에서 만박노조가 나오며 말했다.

금포노인이 벼락을 맞은 듯 부르르 떨었다.

[형님이 숨겨진 힘을 가지고 계신 줄은 알았지만 설마 독존패왕궁일 줄은...]

[은일!]

금포노인은 은일을 소리쳐 불렀다.

[왜 만박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보고하지 않았느냐?]

하지만 은일은 조용했다. 항상 그가 말하면 어디선가 답하던 은일은 대답이 없었다.

그때였다.

그그긍!

광장의 여러 석문 중의 하나가 열렸다.

[은일과 은이등은 모두 제가 죽였어요.]

흑봉, 아니 자봉이 걸어나오면서 말했다.

[네 네가... ]

[제가 조금 늦었군요. 할아버지!]

자봉은 금포노인의 말을 무시하고 황자강에게 말했다.

황자강의 눈에 눈물이 어렸다.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마중천은 의사들은 독존패왕궁을 공격하라!]

황자강의 울부짖는 듯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크아아악! 크아!

 

함성이 터져 나오며 마중천의 고수들이 검을 돌려 독존패왕궁의 고수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비명이 터져 나오고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되어 버렸다.

기계인간들은 백란이 옥퉁소로 펼친 음공에 파괴되어버렸고 금포노인은 만박과 자봉을 번갈아 보면서 분노에 떨었다.

[네 네가... 이 년...]

[난 오늘을 위해 심장에 화살을 꽂고 이기소혼곡에 던져졌던 거예요. 나를 원망하지 말아요.]

자봉은 금포노인 앞으로 다가갔다.

[죽어라!]

금포노인이 일갈하며 그녀를 공격했다.

하지만 이미 심력이 흩어지고 정신이 산만해진 상태라 그의 공격은 석두공을 상대할 때만큼 예리하지 못했다.

자봉은 금포노인과 똑같은 무공을 사용했다.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났기에 선택되어 마굴로 던져졌던 그녀의 무공은 석두공과 버금갈 정도로 뛰어났다.

금포노인을 맞아 열세이기는 하지만 쉽게 패하지 않았다.

금포노인은 상처입은 야수처럼 길길이 뛰었지만 자봉을 금방 어떻게 하지는 못했다.

황자강과 금사종이 금포노인을 합공했다.

무형도객과 분노한 백란이 가세했다.

그러나 금포노인도 그들을 쉽게 죽일 수 없는 반면에 그들도 금포노인을 상하게 할 수가 없었다.

돌연 자봉의 손에 은빛 화살이 쥐어지고, 손에서 커다란 별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은 나타났을 때보다 더 빠르게 사라졌다.

한데 그 찰라적인 순간에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던 은빛 화살, 은세추혼전이 사라졌다.

은세추혼전은 어느새 금포노인의 심장을 꿰뚫고 들어가 있었다.

[크아악!]

금포노인의 몸이 충격으로 석벽까지 튕겨갔다.

[크윽!]

하지만 그는 피를 흘리면서 은세추혼전을 뽑아서 꺾어버렸다.

그때였다.

펑!

갑자기 그의 뒤쪽에 있던 석벽이 터지면서 거무튀튀한 방망이가 그의 머리를 쳤다.

석두공의 천왕저였다.

퍽!

금포노인의 두개골이 수박처럼 깨어져 버렸다. 비명도 없이 그의 머리없는 몸이 떨어져 내렸다.

우두둑!

석두공이 벽을 뚫고 나왔다. 피에 젖은 얼굴이었지만 천신같은 기도가 흐르고 있었다.

“....!”

“....!”

사방에 고요가 찾아들었다.

금포노인이 죽자 모든 것이 끝나버린 듯했다.

만박노조가 독존패왕궁의 궁주의 시신을 수습했다.

[형님... ]

만인의 지탄을 받는 독존패왕궁의 궁주이지만 그에게는 하나뿐인 친형이었다.

그리고 어느 누구보다도 난장이 같은 그를 성심으로 돌봐준 단 한사람이었다.

은세정검회의 고수들과 마중천의 고수들은 석상 아래의 비밀통로를 통해서 하나둘 빠져나갔다.

마중천과 자봉은 독존패왕궁이라는 뱀을 죽이기 위해 배속으로 들어갔던 두꺼비였던 것이다.

오랜 기간을 두고 공작해온 은세정검회의 회심작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석두공은 부러져 있는 은세추혼전을 보면서 착찹한 마음을 금하지 못하고 있었다.

 

-은세추혼전을 가진 여인을 죽여라!

 

은세정검회의 천주인 황불식의 음성이 귓전에 맴돌고 있었다.

설마 그가 죽이라는 여인이 자봉일 줄은 몰랐다.

석두공은 자봉에게로 다가갔다.

자봉이 그의 품으로 안겨들었다.

[정말 보고 싶었어요.]

석두공의 손이 천천히 움직이더니 은빛화살이 쥐어졌다. 황불식이 준 것이었다.

[난 못하겠소. 천주 차라리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석두공은 나직히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비볐다.

푸스스스!

은빛화살이 그의 손에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잔혼살객과 부운청풍객이 처참한 모습으로 혈도가 찍힌 채 끌려나가고 있었다.

석두공은 자봉의 손에 입을 맞춘후 비밀통로로 달려갔다.

어떤 사연이 있어 황불식이 자봉을 죽이라고 했는지 그것에 대한 궁금증이 머리 속을 꽉 채웠다.

그는 황불식이 자신의 딸이 마굴(魔窟)에서 분명히 치욕을 당했으리라 생각하고 취했던 결정이 그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것 또한 황불식의 몇 안되는 실수 중의 하나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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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용문> 오후

선착장에 도착하는 쾌속선. 바로 타노가 탄 쾌속선. 타노는 뱃머리에 서서 다가오는 선착장을 보고 있다. 사공들은 지친 표정들이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고. 헌데

선착장에는 중년의 사내가 한명 서서 기다린다. 바로 #155> 끝에 나온 잡화를 파는 가게의 주인

턱! 쾌속선이 부두에 닿고

타노; [모두 수고했네.] 슥! 사공들에게 말하며 배에서 내리고. 손을 품속에 넣으며

[별 말씀을!] [살펴가십시오 대인.] 헐떡이면서도 고개 숙여 인사하는 사공들. 모두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

타노; [돌아가기 전에 이 마을에서 목 좀 축이도록 하게.] 툭! 돈주머니 하나를 자기가 앉아있었던 뱃머리에 던져놓고

[감사합니다 대인.] [잘 쓰겠습니다.] 입이 귀에 걸리는 사공들

쾌속선을 등지고 중년인에게 다가가는 타노

중년인; [소인 장명이 이대인을 뵙습니다.] 다가오는 타노에게 포권하고

타노; [수고가 많으시오 장형.] 마주 포권하고

타노; [아가씨가 이곳에서 하선을 했을 것 같소이다만...] 멈춰서며 손을 내리고

중년인; [그렇습니다.] [벽소저께서는 이각(二刻; 30분) 전쯤 서안으로 향하는 관도로 가셨습니다.] 역시 손을 내리고

타노; [말을 타거나 경신술을 펼치진 않았소?]

중년인; [도보로 가셨고 그리 서두르는 기색은 없었습니다.]

타노; [고맙소 장형! 도움이 되었소이다.] 다시 포권하며 걸음 옮기고

중년인; [별 말씀을... 살펴가십시오.] 마주 포권하고

타노; (이각이라...) 벽옥령과 강혜분이 간 쪽으로 걸어가며 생각하고

타노; (서둘러 가지 않았다니 곧 따라잡을 수 있겠구나.)

타노; (따라 잡는다고 해도 그 말괄량이를 설득해서 집으로 데리고 가는 일이 간단치 않겠지.) 한숨

 

#159>

청풍이 머무는 마을. 역시 오후

객잔.

 

객잔 내부의 독채. 건물 앞에서 여전히 술 마시고 있는 독두신개와 팽혼. 독두신개가 주로 마시고 팽혼은 말 상대하는 중

건물에서 나오는 청풍. 술 마시다가 돌아보는 독두신개와 팽혼

팽혼; [이공자.] 일어나고

팽혼; [소소는 잠이 들었습니까?] 문을 닫는 청풍에게

청풍; [다행히 금방 잠들었습니다.] 문을 등지고 걸어오고. 물론 맨손이고

독두신개; [전궁창은 소소엄마에게 준 건가?] 다가오는 청풍에게 묻고

청풍; [사용법을 알려주느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멋쩍게 웃으며 멈춰서고

독두신개; [잘했네. 전궁창은 자네보다 소소엄마가 더 요긴하게 쓸 테니...] 끄덕

팽혼; (그래서 반 시진 남짓이나 침실에서 나오지 않았었군.)

독두신개; [이제 어디로 갈 생각인가?]

청풍; [저는 화산 쪽에 볼일이 있습니다.]

독두신개; [서쪽으로 가는 길이라면 잘 되었군.]

독두신개; [낙양 근처를 지날 때 북쪽의 북망산 쪽으로 가보게.] [재미있는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청풍; [재미있는 일이라면...?]

독두신개; [직접 가서 확인해보게나.] 웃고

청풍; [그리 하겠습니다.] 포권하고

청풍; [다음에 뵐 때까지 강녕하시기 바랍니다.]

독두신개; [고맙네. 우린 머잖아 다시 보게 될 걸세.] 끄덕이고

청풍; [팽형과도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야겠습니다.] 팽혼에게 포권

팽혼; [살펴가십시오 이공자.] 마주 포권

담장에 난 문쪽으로 가는 청풍.

나오는 청풍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철각개와 다른 거지. 고개 숙여 답례하고

객잔 내의 다른 건물들 쪽으로 걸어가는 청풍

팽혼; [이공자를 북망산쪽으로 가보라 권하신 건 혹시...] 의자에 다시 앉으며 담장의 문쪽을 보며 말하고. 이제 청풍은 건물들 사이로 사라지고 있다

독두신개; [혈세사패의 잡것들이 냄새를 맡고 심우장 주변으로 꼬이고 있는 중이야.] 웃으며 술을 마시고

독두신개; [그 때문에 제법 피해가 생길 수도 있었는데 이청풍이 대신 청소를 해주겠지.] 히죽 웃고

팽혼; [이공자의 무공이 대단한 건 알고 있습니다만...] [다수의 혈세사패 정예들과 조우하면 위험해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독두신개; [그놈에 대한 걱정은 비끄러매 둬도 된다.] 웃고

독두신개; [뜬금없이 세상에 나타난 저 괴물을 위협할 수 있는 인간은 천하를 통틀어도 채 열명이 안 될 테니...]

팽혼; (맙소사!) 경악

팽혼; (이청풍이 천하십대고수 안에 든단 말인가? 채 약관도 안되어 보이는 애송이인데...) 경악하고

<독두신개님 말씀대로라면 나는 장차 고금제일인이 될지도 모를 기린아와 안면을 튼 셈이로구나.> 장내의 모습 배경으로 팽혼의 생각 나레이션

 

#160>

산중에 난 길. 상당히 넓고 잘 닦여진 길인데 인적이 없다.

그 길을 걸어오는 죽립 쓴 두 사람. 남장을 한 벽옥령과 여자 모습 그대로인 강혜분이다. 강혜분은 종이를 보고 있는데 지도다.

강혜분; [이 관도를 따라서 삼십여 리 쯤 더 가면 다시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에 도착할 거예요.] 접은 지도를 보면서 말하고

강혜분; [서안까지는 천리 이상을 더 가야하는데 배를 타는 게 좋지 않을까요?] 벽옥령을 돌아보고

벽옥령; [도보로 갈지 배를 탈지는 다음 마을에서 저녁을 먹을 때 결정하도록 해.] [어차피 오늘은 객잔에서 자야할 것 같으니...]

강혜분; [그렇게 하지요.] 지도를 품속에 넣고

벽옥령; [그런데 좀 이상하네.] 눈 반짝

강혜분; [이상하다니요?]

벽옥령; [언제부터인가 이 길에 인적이 끊겼어.]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강혜분; (그러고 보니!) 긴장하고

강혜분; (이 길은 낙양에서 서안으로 통하는 관도라 늘 오가는 행인들로 붐벼야한다.) 긴장하며 곁눈질로 앞뒤를 살피고

강혜분; (헌데 갑자기 인적이 사라지고 우리 둘만 길을 가고 있다는 건...) 무언가 깨닫고 긴장하고

벽옥령;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드네.] 웃고

강혜분; (재미있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심각한 상황인데...) 꾹! 왼쪽 허리에 찬 칼의 칼집을 움켜쥐고. 그때

벽옥령; [나왔어.] 웃으며 앞을 보고

슥! 앞쪽 길 좌우 숲에서 각기 두 명씩 모습을 드러내는 사내 네 놈. 전형적인 산적 모습을 하고 있다. 실제로는 환마루 소속 무사들이다. 위진천의 사주를 받고 벽옥령과 강혜분을 농락하려는 것, 그래도 산적으로 표기. 산적들은 칼과 창, 도끼 등 산적들이 쓸만한 무기를 들었다. 칼을 든 놈이 두명이다.

강혜분; [산적들이로군요.] 멈춰서며 산적들을 노려보고. 산적들은 히죽거리며 길을 막아서고 있다

벽옥령; [퇴로도 막혔어.] 뒤를 보며 웃고. 강혜분도 뒤를 돌아보고

두 여자가 지나온 쪽 길에도 네 명의 산적이 좌우 숲에서 나오며 길을 막는 중이다. 역시 무기는 칼과 도끼다. 칼이 세 개, 도끼가 하나

강혜분; [산적들이 강도질을 하려고 길을 막아서 이 근처에 인적이 없었군요.] 긴장하고

벽옥령; [그런 것 같애.] 태연

벽옥령; [단지 우리 둘만 콕 찝어서 표적으로 삼았다는 게 예사롭지가 않아.] 갸웃

강혜분; (산적들이 우리가 누군지 알고 노린다는 건가?)

강혜분; (그럴 수도 있다. 아가씨가 황금전장의 영애라는 걸 아는 자라면 군침을 흘릴 수도 있으니...) 당찬 표정인 벽옥령을 곁눈질하며

벽옥령; [긴장되는 상황이긴 하지만 흥분도 되네. 그동안 익힌 내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볼 기회니까.] 스릉! 짊어지고 있던 검을 뽑고. 검의 날이 반투명해서 평범한 검이 아님을 보여주고

강혜분; (이런 일을 당하니 청풍이가 한 말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구나.) 창! 허리에 찬 칼을 뽑고.

그런 강혜분의 뇌리에 떠오르는 #35> 마지막에 청풍이 하던 말

 

청풍;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언제고 이화접목이 누님에게 필요한 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회상 끝

 

강혜분; (청풍이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우리에게 무공을 가르쳐준 것일까?) 긴장하며 생각할 때

산적들1; [이년들아! 목숨이 아까우면 허튼 생각마라.] [십리 안쪽에서 네년들을 도와줄 인간 따윈 없어.] 앞쪽의 산적들이 히죽거리며 다가오고. 산적들1로 표기

산적들2; [살고 싶으면 갖고 있는 거 몽땅 바쳐야할 거다.] [물론 돈 되는 것뿐만 아니나 네년들의 몸뚱이도...] 뒤쪽의 산적들도 다가오고. 산적들2로 표기

벽옥령; [그쪽 놈들 언니가 처리해.] 강혜분에게 말하며 앞으로 걸어가고

강혜분; [뒤는 걱정마세요 아가씨!] 긴장하지만 끄덕이며 돌아서고

산적들1; [얼씨구!] [순순히 굴복하지 않겠다?] 앞쪽의 산적들이 눈을 부라리고

산적들2; [좋은 말로 할 때 무기 내려놔라.] [앙탈 부리면 한번 귀여워해준 후 매음굴에 팔아버릴 수도 있다.] 뒤쪽의 산적들도 강혜분에게 다가오며 칼을 휘두르고

강혜분; (죽일 놈들! 뭐 매음굴에 우릴 팔아넘기겠다고?) 분노하며 노려보고

벽옥령; [좋아 결정했다.] 앞으로 걸어가며 표정이 살벌해지고

산적1; [결정? 무슨 결정?] 벽옥령의 앞쪽 산적들 중 한 놈이 어리둥절

벽옥령; [원래는 혼만 좀 내줄 생각이었다만...] [더러운 말을 싸지른 대가로 전부 죽여주겠다.] 검을 겨누며 산적들에게 다가가고. 그러자

산적들1; [사타구니에 날 것도 안 난 년이 뭐가 어쩌고 어째?] [죽지 않을 만큼 주물러주마!] [쳐라!] 쩍! 쐐액! 네명의 산적이 일제히 벽옥령에게 쇄도하며 칼과 창, 도끼들을 휘두르고 찌른다.

산적들2; [쳐라!] [저년은 내가 먼저 맛보겠다.] [죽이진 마라!] 뒤쪽의 산적들도 강혜분을 향해 무기를 휘두르며 돌진하고

쐐액! 벽옥령을 공격해오는 네 자루의 무기들 중 창이 가장 길어서 가장 먼저 벽옥령에게 쇄도하고. 하지만

스악! 벽옥령의 검이 그어지자 그대로 잘리는 창의 손잡이 창대. 창대의 잘려진 단면이 날카롭다.

창; [조심해라! 보검이다!] 잘린 창을 들고 놀라며 급정거. 그 앞에서 다른 세 놈이 벽옥령을 향해 쇄도하고 있고

쩍! 부악! 좌우에서 벽옥령에게 날아드는 두 자루의 칼. 벽옥령은 창을 자른 자세로 몸을 돌리려 하고 있고

벽옥령; (은원살법!) 스악! 몸을 팽이처럼 돌리며 검을 휘두르고

탕! 탕! 칼들이 벽옥령의 검에 부딪히며 강하게 튕겨지며

[크악!] [컥!] 퍽! 푹! 휘어지며 돌아오는 자기 칼에 베어져 비명 지르는 두 놈.

창; [헉!] 부러진 창을 든 놈이 그걸 보며 비명 지를 때

도끼; [이년!] 도끼로 벽옥령을 내리찍는 네 번째 산적. 하지만

벽옥령; (능파미보!) 스윽! 깃털처럼 변한 벽옥령의 몸이 도끼가 일으키는 바람을 타고 뒤로 홱 밀려나며 날아오르고

쾅! 벽옥령이 있던 자리를 찍는 도끼. 직후

콱! 도끼를 내리친 탓에 몸을 숙인 도끼 쓰는 자의 등을 밟는 벽옥령의 발

벽옥령; [태산압중보(泰山壓重步)!] 쾅! 엄청난 무게로 그자의 등을 내리밟는 벽옥령의 발. 그대로 바닥에 처박히는 그자의 몸뚱이

퍼억! 콰당탕! 나뒹구는 칼을 쓴 자들. 그 앞에서 몸이 바닥에 박히는 도끼 쓰는 자. 오공에서 피가 팍 터진다. 벽옥령은 그자의 몸뚱이를 밟으며 내려서고

창; [죽일 년!] 핑! 중간이 잘려 뾰족해진 창을 던지는 네 번째 산적. 미사일처럼 벽옥령에게 날아오는 창대. 하지만

벽옥령; [돌아가라!] 눈 부릅뜨는 벽옥령

펑! 벽옥령의 앞에 형성되는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혀서 튀어 오르는 창대

투학! 더 빠른 속도로 던진 자에게 날아가는 창대.

창; [안... 안돼!] 기겁하며 피하려는 그자. 하지만

퍽! 그자의 가슴을 관통하는 창대

창; [이게 무슨...] 비틀! 자기 몸을 관통한 창대를 두 손으로 잡고 뒤로 비틀거리는 그자. 이어

퍼억! 뒤로 넘어져 죽는다.

벽옥령; [별 것도 아닌 놈들이 입맛 살았잖아.] 냉소하지만 얼굴이 발개졌다.

벽옥령; (첫 살인...) (그런데 너무 간단히 죽었어.) 시체들을 둘러보고. 얼굴이 흥분으로 물들고

벽옥령; (내 무공이 강한 걸까? 이자들이 보잘 것 없는 산적이었기 때문일까?) 시체들을 보며

시체들의 모습. 아직 몸이 푸들푸들 떨리고 있다.

벽옥령; (어쨌거나 기분은 좋지 않다. 토할 것 같고...) 손으로 입을 막고. 그때

[크악!] 뒤에서 들리는 비명. 흠칫! 돌아보는 벽옥령

[헉!] 강혜분을 상대하던 산적 한 놈의 칼이 동료의 가슴을 찌르고 있다. 기겁하는 찌른 놈. 다른 두 놈도 경악하고. 그 앞에서 강혜분이 칼로 가슴이 찔린 놈을 겨누고 있다.

벽옥령; (혜분 언니가 이화접목을 써서 산적들끼리 서로를 공격하게 만들었구나.) 안도하며 강혜분의 뒤로 걸어가고

[왕표! 네... 네가 왜 나를...] 가슴 찔린 놈이 자길 찌른 놈을 노려보며 비틀. 눈을 부릅뜨고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며

[아... 아니야! 칼이 제멋대로 움직인 것뿐이야.] 팟! 찌른 놈이 사색이 되어 물러서며 칼을 뽑고. 그자의 칼이 뽑힌 상처에서 피가 뿜어지고. 찔린 자는 쓰러지려 하고

[이년!] [요사한 술법을 쓰는구나.] 부악! 쩍! 지켜보던 두 놈이 강혜분을 공격해온다. 칼과 도끼다. 하지만

휘익 몸을 돌려 칼을 피하는 강혜분. 이어

캉! 도끼는 자기 칼로 막는 강혜분. 그러자

[헉! 도끼가 제멋대로...] 스악! 강혜분이 휘두르는 대로 도끼를 옆의 동료에게 휘두르며 기겁하는 도끼 쓰는 놈

[안돼!] 칼을 휘둘렀던 놈이 기겁하지만 가까워서 피할 수 없고

퍽! 도끼가 그자의 목 아래 가슴에 박힌다

[끄윽!] 도끼가 목 아래 박힌 놈이 눈을 까뒤집으며 쓰러지려 하고

[내... 내가 한 게 아니다!] 도끼를 놓고 물러서며 비명 지르는 도끼 쓰는 놈. 직후

푹! 그자의 목을 궤뚫는 투명한 검. 벽옥령의 검이다

벽옥령; [그만 꽥꽥 거려! 듣기 싫으니까.] 검을 내민 자세로 노려보고

강혜분; [고마워요 아가씨!] 돌아보고

벽옥령; [마지막 놈은 언니가 처리해!] 팟! 도끼 쓰던 놈의 목에서 검을 뽑으며 한쪽을 보고. 그놈 상처에서 피가 뿜어지고

뒤를 돌아보는 강혜분. 처음에 동료를 찌른 놈이 사색이 되어 돌아서서 달아나려 한다. 하지만

강혜분; [동료들만 두고 가는 건 우정이 아니잖아.] 팟! 칼을 강하게 던지고

[컥!] 퍽! 등에 칼이 깊이 박혀 휘청하는 그놈

퍼억! 앞으로 쓰러져서 죽는 그놈

 

#161>

#161>

현장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나무 위. 거리는 백여 미터. 그 나무 위에 서있는 위진천

위진천의 시점.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관도에 산적 여덟 놈이 죽어있다. 벽옥령은 칼날에 묻은 피를 마지막이 죽인 시체에 대고 닦는 중이다. 한 발로 시체를 밟고. 강혜분은 자기가 던진 칼에 죽은 놈에게 다가가고 있다.

위진천; [이거 참...] 머리 긁적

위진천; [저렇게 어이없이 죽어버리면 내 계획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건데...] 오만상을 쓰며 관도를 내려다보고

<산적으로 위장한 환마루 놈들로 저 두 년을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것이 애초에 내가 세운 계획이었다.> 강혜분이 앞으로 엎어진 시체에서 자기 칼을 뽑는 배경으로 위진천의 생각 나레이션

<강간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내가 짠! 하고 나타나 구해주면 저년들이 자진해서 몸을 바칠 거라 생각했었다.> 산적 시체에 닦은 보검을 살펴보는 벽옥령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헌데 어이없게도 환마루의 인간들이 저 두 년에게 간단히 학살을 당했다.> 널려있는 산적들의 시체

위진천; [비록 지옥갱의 지옥광전사나 백살파의 백일자객들에는 못 미처도 환마루 놈들 무공도 무시못할 수준이었다.]

위진천; [구대문파의 장로쯤 되어야 죽일 수 있는 놈들이었는데...]

위진천; [저 두 년은 정체가 뭐기에 환마루 놈들이 상대가 안된 것일까?] 찡그리고. 그러다가

[!] 눈 부릅뜨는 위진천. 그런 위진천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화산 창천애에서 자신이 청풍과 싸우던 #71의 장면이다. 귀신 가면을 써서 소지존으로 위장한 위진천 자신이 날린 공격을 청풍이 바람에 날리는 깃털처럼 날아서 피하던 장면이다.

위진천; [그러고 보니...] 흥분 경악

<저 년들도 상대의 공격에 실린 힘을 타고 날아다녔었다.> 내려치는 도끼의 힘을 빌어 깃털처럼 날아오르던 벽옥령의 모습을 배경으로 위진천의 생각 나레이션

위진천; [이청풍!] [저 년들은 그놈과 관련이 있는 계집들이었다.] 이를 부득 갈며 품속에 손을 넣고. 흥분과 살기로 물든 얼굴

위진천; [이가놈과 아는 년들이라면 자고 재시고 할 거 없다.] 다시 꺼낸 위진천의 손에는 귀신 가면이 들려있다.

위진천; [오늘 저 년들을 잔인하게 짓밟아서 이가놈에게 복수를 해야겠다.] 흐흐흐! 슥! 웃으며 가면을 얼굴에 가져가고. 이하 장면에서 위진천은 귀신가면을 썼으므로 소지존으로 표기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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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一 章

 

        꼬마의 捕虜가 된 두 美女

 

 

 

-장강(長江)!

 

파란만장한 중원의 역사와 함께,

그 흥망성쇠를 같이해 온 대 장강(大長江),

광활한 중원대륙을 남북으로 갈라 놓은 채……

중원의 젖줄기로,

남북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로,

날로 그 중요성이 더해가는 곳이기도 하다.

바로 이 장강을 장악한 무림의 신흥세력 삼성무림청의……

세력팽창을 위한 무수한 혈겁이 자행되고 있었다.

보이는 곳에서……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군소방파들과의 치열한 전쟁이 소선풍이 병상에 누운 후 삼 년동안 계속되어 왔다.

이미,

장강 주변의 수백리는 삼성무림청의 수중으로 들어가 버려서 강북의 청옥검궁,

그리고 강남의 백인장, 이렇게 천하를 삼분하고 있는 세력이 된 그들……

지금,

장강은 그야말로 시산혈하(屍山血河)와 아수라지옥도 그 이상의 어떤 의미도 부여할 수 없게 되었다.

삼성무림청의 힘은 강대하고……

무인(武人)의 자존심을 잃지 않고 끝없이 저항하는 군소방파들……

 

황혼(黃昏),

금빛의 황혼이 서편 하늘에서 아름답게 타고 있었다.

바로 그 황혼 아래,

오오……

피!피!피!

겹으로 쌓여 떠내려 가는 시신(屍身)!

이 피와 시신으로 인해 장강의 수위(水位)는 무려 한 자나 불어난 듯했다.

실로 두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대참상의 현장,

어느 방파가 또다시 멸문의 참극을 격었나?

바로 이 처참한 황혼의 장강이 내려다보이는 한 야산(野山),

한 천년노송(千年老松)의 그늘 아래……

한 소년과 소녀가 비스듬히 등을 기댄 채 앉아 있었다.

희디흰 백의에 고아하고 고결한 귀풍이 아득한 대양 너머의 햇살처럼 넘실거리고,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대범해 보이면서도……

어딘지 짖궂은 데가 있는 것 같은 깜찍하기 그지없는 소년,

오른쪽 옆구리에는 그의 백의(白衣) 때문에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짙은 묵빛의 목탁,

왼쪽에는 날이라고는 거의 남아있지 않는 집도 없는 시꺼먼 장검,

이런 모습……

무림 하늘 아래 이런 모습을 지닌 소년은 오직 하나,

소일초……

백인장의 소장주인 소일초를 제외하고 또 누가 있겠는가?

그리고, 그의 옆에 있는 소녀……

소일초보다 몇 살 더 많은 듯하나 맑은 눈동자는 지혜로 가득 차있다.

넋이라도 빼앗겨 버릴 듯 예쁜 얼굴에는 어엿한 기품이 어려있는데……

그 가날픈 허리는 저 황혼의 금빛 노을보다 사람의 눈을 더욱 부시게 했다.

[휘이……휘이이……휘……]

붉은 입술은 벌어지지도 않는데……

그녀의 어느 곳에선가 휘파람소리가 울려나오고……

백옥처럼 흰 그녀의 손에는 큼직한 술병이 들려있었다.

주소아……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소일초와 함께 백인장을 나온 주소아가 아니고 누구겠는가?

소일초의 미간이 크게 찌푸려져 있었다.

[이거 장난이 아니잖아. 사람도 무더기로 죽어있으니 이토록 잔인, 처참할 수 있구나……!]

소일초는 아주 기분이 상한 듯했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속으로 그는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어리기는 하지만 무림에 뛰쳐 나왔을 때마다 시체를 보기 예사였고,

직접 협행을 한답시고 살인을 한 적도 있는 그였지만,

이렇듯 처참한 광경을 보자 그 충격이 적지 않았다.

그만큼,

아직은 그가 세상의 비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애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저 죽은 인물들은 입고 있는 옷으로 보아 대부분이 본 녹림맹에 소속된 인물들인 것 같은데……]

옆에 있던 주소아가 말했다.

[나도 그 정도는 알고있어……괜한 아는 척은……]

불퉁한 소일초의 말에 주소아는 피식 웃었다.

[삼성무림청의 힘은 듣는 것 이상으로 엄청날 지도 모르겠는데……]

그녀는 얼마나 강심장인지 그 피가되어 흐르는 강을 보면서도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래도 결과는 마찬가지야……내 손에서 삼성무림청은 끝장이 나게 되어있어……]

[어떻게…?]

소일초가 오른쪽 허리에 걸려있는 검은 목탁을 툭툭 두드렸다.

[이거면 만사형통이지……]

그는 주소아의 손에 들려있는 술병을 받아서 한 모금 들이켰다.

[목탁만 두들기면 금강역사(金剛力士)라도 나타나서 싸워주기라도 하니……]

[나중에 다 알게 돼……너는 구경만 하면 돼.]

술병을 건네주면서 소일초는 그녀의 왼손을 끌어당겨 손가락을 빨았다.

그러나,

이미 그동안에 그런데 익숙해졌는지 그녀는 궁금하게만 여길 뿐 그의 행동에 개의치 않았다.

주소아는 소일초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그러자,

소일초, 그 역시 마다하지 않고 호수처럼 맑은 주소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언젠가 시간을 내어 네 머리통을 한 번 열어봐야 되는데……그 속에 얼마나 황당한 것들이 들었는지……]

[언젠가 네 몸을 샅샅이 조사해 봐야 하는데……그 몸 어디에서 휘파람소리가 나오는지……]

한마디도지지 않는 소일초의 말에,

주소아가 술병으로 그의 머리를 막 후려치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잠깐, 주소아……]

소일초의 시선이 재빨리 돌아가 한곳에 고정되었다.

시신(屍身),

장강을 떠내려가고 있는 시신의 위를 밟고……

쑷……슛……슛……슛……

날렵한 인영(인英)하나가 그림자처럼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닌가?

여인(女人),

날렵한 인영은 이십 세 가량의 성숙한 소녀였다.

백옥(白玉)처럼 희고 투명하며……

눈부실 만큼 흰 빛의 발광체(發光體)를 뿌려내는 피부를 지닌 소녀,

그 피부는 너무 맑고 투명하여 핏줄 하나하나까지 투영되어 보일 것 같았다.

게다가 그녀가 걸치고 있는 옷마저도 물빛이어서……

그녀의 신비로운 피부와 은은하게 투영되는 물빛 옷은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 속에……

소녀의 용모 또한 천상(天上)의 선녀처럼 아름다우니……

감히 그 어떤 자가 이 소녀를 하계의 인간이라 여기랴?

[휴……아직도 많이 멀었어……]

슈슈……슈슈슈슈……

시체를 이리저리 밟고 다니며 무엇인가를 유심히 살피던 그 소녀는 쉴 새 없이 흥얼거렸고,

간간이 그 속에서 실망에 찬 음성을 흘려내고 있었다.

[이건 아예 동공이 파열되지 않았잖아………]

슈……슈……슈슈……슛……

문득, 한꺼번에 십여 장을 날며 이리저리 시체를 살피던 그 소녀가,

힐끗 소일초와 주소아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주소아의 곁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소일초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는가 싶더니……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허나 곧,

생긋……

소녀의 얼굴에 수초(水草)처럼 해맑은 웃음이 피어오르고,

[꼬마…뭘봐…]

그녀는 소일초를 향해 낼름 혀를 내밀었다.

동시에,

번____ 쩍_____

삼십여 장의 거리를 단숨에 날아 소일초의 면전에 내려서는 것이니……

그 모습은 마치 선녀처럼 천진하고 귀염성이 있었으며 아름다웠다.

[어머……웬 애가 이렇게 귀엽게 생겼니? 너도 아주 예쁜 계집애구나……]

소일초와 주소아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며 바쁘게 재잘거렸다.

그러나, 소일초는 일체 입을 열지 않은 채 소녀를 지켜보기만 했고,

주소아가 한마디 톡 쏘았다.

[그래, 나는 예쁜 계집애다. 이 경박한 계집애야!]

한 순간, 물빛 옷의 소녀의 얼굴에 멈칫하는 기색이 있었다.

[애, 나는 열 아홉 살이야……나에게 그렇게 말하면 안돼. 이곳은 지금 위험하니까 내가 집에 데려다 줄께……]

그녀는 친절하게 말했지만 주소아는 조금도 뉘우치는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 집에 가기만 하면 살아서 나오지 못할 걸? 물론 가지 않아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녀는 물론 소일초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소일초와 그 소녀가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그렇게 머리가 돌이니? 이 여자가 바로 저 녹림맹의 사람들을 죽인 흉수란 말이야……]

주소아는 소일초를 째려보면서 말했다.

[설마?]

[맞아……나는 사옥상(史玉翔)이라고 해……저기 저 사람들은 내가 다 죽였는데……내 혈옥수(血玉手)가 얼마나 강해졌나를 보려고 죽은 사람들의 상처를 살피고 있었어……]

(뭐……뭣이라고…… ?)

소일초는 분노 이전에 아예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이 사옥상이라는 아름다운 소녀가 저 많은 사람을 해쳤다는 것도 어이없는 일이려니와,

그 많은 사람을 죽여 놓고 저토록 태연히,

그리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소녀,

그녀의 얼굴에는 부드럽고 맑은 웃음만 가득하니……

이때 사옥상이라는 소녀의 은근한 음성이 다시 흘러나왔다.

[한데 아직은 멀었어……혈옥수가 십이성에 이르면 동공과 뇌가 파열되고 혈맥이 갈라져야 하는데……동공은 아직도 파열되지 않고 있으니……]

이때,

소일초는 주소아와 그녀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주소아가 공력을 가득실어 그의 발을 꾹 눌러 밟았다.

[아야……아아……]

사옥상의 얼굴에 화들짝 놀람의 빛이 일었다.

[애, 너 어디 아프니……안됐구나……너처럼 예쁜 아이가……]

그녀의 좀 모자란 것 같은 언행(言行)에 주소아도 눈이 둥그레졌다.

(아무래도 이 여잔 좀 모자라는 것 같은데, 무공만 강한 모양이군……저 말썽꾸러기처럼……)

[…………]

이때, 사옥상은 한동안 무엇인가를 열심히 생각하는 표정이더니……

[좋아……이것은 우리 사부님께서 특별히 내게만 준 것인데……불사환혼단(不死還魂丹)이라고 하지……먹으면 만병이 치유될 수 있는 것이야. 특히 혈맥을 이어주는데 특효가 있지]

사옥상은 품속에서 한 알의 향기(香氣)로운 알약을 꺼내들었다.

소일초는 귀가 번쩍 뛰는 것 같았다.

(혈맥을 이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그런데,

그 알약에 엉켜 한 개의 오색영롱한 명패까지 달려 나오자,

[에이……이것도 가져……이것은 나만이 가지고 있는 것인데……]

[……?]

[우리 언니가 말하기를……세상에서 제일 예뻐 보이는 사람을 만나면 주어야 하는 것이래……]

[…………]

[넌,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애이니……이것을 주어도 되겠지 뭐.]

불쑥!

한 개의 알약과 명패를 내밀자,

소일초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냉큼 그것들을 받았다.

바로 이때였다.

돌연,

[철부지 사옥상!]

심장까지 얼어붙게 할 차가운 음성이 하늘 저 끝에서 울려왔다.

순간,

[크……큰일났어……우리 무서운 언니인 사은상(史銀翔)이야……]

[……?]

[절대 그것들을 내가 주었다는 것을 비밀로 해야 해……]

화라락……

사옥상은 말을 미처 다 끝내기도 전에,

늘씬한 신형을 허공으로 뽑아 나비처럼 날아올랐다.

그러나,

[그건 안돼! 너는 여기 남아 있어야 해!]

슉----!

주소아의 손이 벼락처럼 떨쳐지자,

한 줄기 파란 빛이 그녀의 손에서 뻗어나가 사옥상의 몸을 휘감아 버렸다.

턱석-----!

미처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이 기습을 받은 사옥상의 몸은 추락했고 다시 주소아 앞에 끌려왔다.

사옥상은 경악한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으나 언제 아혈이 찍혔는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소일초는 단지 주소아를 쳐다 볼 뿐인데,

그녀는 체대(體帶)를 회수하며 사옥상의 몸을 노송의 옆에 밀쳐놓았다.

[째끄만 게……벌써 이쁜 여자만 보면 넋이 빠져 가지고……옛다 무림정벌 여기 있다.]

소일초의 얼굴이 벌개졌다.

[게다가 이건 왜 나이 값도 못하고 아무한테나 꼬리를 쳐? 뭐 제일 예쁜 사람 만나면 주는 거라고?]

[너……]

소일초가 막 반박을 하려고 할 때였다.

돌연,

캬아아욱______!

동시에,

스스스슷……

소일초의 면전에 일자로 날아 내려선 다섯 명의 혈의노파(血衣老婆),

하나같이 차고 싸늘한 눈빛에,

섬뜩한 핏빛 기운을 느끼게 하는 노파들이었다.

그들 피빛 마기의 다섯 노파를 헤아린 소일초의 가슴은 절로 서늘한 한기가 치밀어 오름을 억제할 수 없었다.

한데,

[내놔! 두 가지 모두다.]

어디선가 한 가닥 북극한빙(北極寒氷)처럼 차가운 음성이 소일초의 지척에서 터지는 것이 아닌가?

[멍청한 계집애 결국 일을 내고야 마는구나……]

소일초와 주소아의 눈빛에 언뜻 놀라는 빛이 떠올랐다.

분명,

다섯 명의 노파는 일자로 늘어선 채 돌부처처럼 서 있으나……

소일초와 주소아는 벌써부터 다섯 노파들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얼음장처럼 싸늘한 한기가 바로 자신의 지척에서 뻗어 나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아무리 보아도 텅 빈 허공뿐인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한기가 풀리는 음성까지 들어야 했으니……

그들이 놀라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음……무서운 고수가 특이한 내가기공으로 자신의 몸을 투명체(透明體)하게 숨기고 있는 모양이다.)

(음성으로 미루어 보아 젊은 여자인 것 같은데……그렇다면 이 보이지 않는 여자가 바로 사은상(史銀翔)……)

일단,

두 사람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두 가지라니?]

소일초가 능청스럽게 되물었다.

[불사환혼단과 의정패(依情牌)!]

심장을 얼리는 듯한 차가운 음성이 또다시 소일초의 지척에서 울려나왔다.

(음……의정패라……조금 전 그 옥패를 일컫는 모양인데……이건 필요없지만 이걸 주면 그 약까지 달라고 하겠지?)

소일초는 태연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것은 모르는 것인데……]

[흥, 사람을 옆에 잡아 놓고도 시치미를 뗄 작정이냐?]

[무슨 사람? 아무도 안보이는데…………]

주소아 역시 뻔뻔스럽게 사옥상을 빤히 보면서도 아무것도 안 보이는 척 했다.

[그럴 리 없어……너의 눈이 착각을 일으킨 것일 거야. 네 몸도 착각을 일으켜 보일 것이 보이지 않는 데, 눈은 거꾸로 된 게지……]

보이지 않는 것이 눈이 잘못되어 보이는 것 아니냐는 어처구니없는 그녀의 말이었다.

찰나 소일초는,

푸스스스스……

심장을 얼릴 것 같은 한기가 자신의 몸에 소용돌이쳐 옴을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 자신의 왼편에서 흘러나오는 한음,

[말로해서는 도저히 안될 녀석이군……사옥상이 네게 준 의정패는 본녀가 지닌 의정패와 서로 교감을 가지는 것이니 아무리 부인해도 소용이 없을 터……]

그 목소리가 들려오는 동안,

다섯 노파는 멀리서 주소아의 솜씨를 목격했는지 신중한 자세로 천년노송 곁에 쓰러져 있는 사옥상을 향해 다가갔다.

[한 발자국만 더 다가오면 아마 목 위의 물건을 잃어버리게 될 걸?]

주소아는 전혀 관심 없다는 듯이 경고를 던졌다.

[…………]

노파들이 냉소를 터뜨리면서 다시 한 걸음 내딛는 것과 동시에,

스스스……

소일초는 자신의 왼편 가슴을 헤집고 들어오는 서늘한 손의 감촉을 느꼈다.

(음……손……)

투명인간이 된 상태로 소일초의 왼편 가슴을 뒤지고 있는 손은 비록 싸늘하고 차가웠으나,

한 편으로는 매우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전하고 있었다.

주소아의 손에서 다시 파란 빛줄기가 벼락처럼 폭출되고,

소일초의 가슴을 헤집던 손이 왼편 가슴에서 오른편 가슴으로 옮겨지고 있는 순간,

[크악-----!]

[큭---크악----!]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노파들의 머리만 허공으로 솟구치며 붉디붉은 선혈을 공중에 뿌렸다.

또한,

소일초의 작고 흰 손이 바람처럼 움직여 가슴편에서 무엇인가를 낚아채는 시늉을 하자,

[헉!]

차가운 비명이 허공에서 울리는 가 싶더니,

스슷……

피처럼 붉은 노을빛 광채를 드리운 아름다운 손(手) 하나가 형체를 나타내는 게 아닌가?

오오, 그리고……

스슷……

팔뚝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스슷……스슷……

몸체와 다리와 눈, 코, 입, 귀가 불쑥불쑥 형체를 드러내는 것이니……

마침내 완전한 한 명의 인영이 소일초의 바로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피빛 적의(赤衣)를 입은 소녀,

사옥상과 생김새는 놀라울 정도로 완전히 같았으나 또한 완전히 상이한 기질을 지닌 소녀였다.

피처럼 붉은 적의(赤衣)에……노을빛 붉은 서기를 뿌려내는 붉은 피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붉은 기운만 느끼게 하는 소녀였다.

그 속에 은은히 풀려나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한기(寒氣),

그러나 그녀의 옥용은 그 어떤 여인에게도 뒤지지 않을 살인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으니……

한데 지금,

싸늘한 한기가 가닥가닥 터지는 아름다운 옥용은 참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렇다.

지금 그녀의 오른손 맥문(脈門)은 소일초의 작지만 다부진 손에 잡혀 있었던 것이다.

얼음조각을 토해내는 듯한 혈의 소녀의 눈빛이 파릇한 경련을 일으키고……

(이 꼬마도 이처럼 가공할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니……어떻게 나 사은상의 무형혈수(無形血手)를 이토록 간단히 제압해 버릴 수 있단 말인가?)

사은상은 도저히 소일초의 조그만 손에서 빠져나갈 수 없음을 느끼고,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더욱 참담한 기분에 젖어갔다.

몸뚱이를 잃은 노파들의 다섯 개의 목이 저만큼 날다 떨어졌다.

사은상의 싸늘한 동공은 더이상 경악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헉……이들은 누구이기에……혈파파(血婆婆)들마저 일 수(一手)에 ……!)

바로 이때였다.

천우신조(天佑神助)인가?

사은상은 자신의 맥문을 잡고 있던 소일초의 손에서 힘이 풀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와 더불어 그녀의 뇌리를 스치는 빠른 생각,

(우선……이곳을 빠져 나가야 한다……)

생각과 동시에,

사은상은 소일초의 손에서 번개처럼 손을 회수했다.

이어,

푸스스스……

그녀의 몸은 순식간에 희미하게 화해 허공에 솟구치는 것이니……

실로,

그 빠름과 민첩함은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어째 여자만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할까?]

한 마디 퉁명스러운 목소리,그리고 날카로운 휘파람소리와 함께,

번쩍______ !

한 줄기 흰 빛이 날카로운 섬광을 그렸다 싶은 순간,

사은상은 원래의 그 자리에서 주소아의 손에 맥문이 잡힌 채 경악으로 부들부들 떨고 있지 않는가?

너무도 놀라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

사은상의 노을빛 얼굴은 두려움마저 깔리고 있었다.

그리고 소일초를 향한 음성,

[너……너희들은 누구지?]

[신행마동! 그리고 너를 인질로 잡은 주소아!]

말을 하는 주소아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피어났다.

[신행마동? 인질?]

경악으로 되물어 오는 사은상,

신행마동……

바로 삼성무림청을 정벌해 버리겠다고 큰 소리친 백인장의 악동이 아닌가?

무공은 날 때부터 고강했다고 전설처럼 전해지는……

[너는 삼성무림청에서 아주 중요한 신분을 지니고 있는 모양이지?]

주소아는 비웃듯이 말꼬리를 흐리며 그녀의 혈도를 찍었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서 이번에는 정말로 긴 휘파람을 입으로 불었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휘파람 소리도 덩달아 높이 울렸고……

허공에 높이 떠있던 비성성들이 일제히 내려왔다.

사은상은 비성성들의 기괴한 모습을 보는 순간,

자신의 영혼이 한없이 탈수되어가는 충격과 함께 아득히 정신을 잃었다.

소일초는 한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았다.

사옥상을 잡은 것도 사은상을 잡은 것도 주소아였으며,

혈파파들을 처치한 것도 주소아였다.

게다가,

비성성들을 불러서 마무리하는 것 까지 그녀가 했다.

백인장에서 부터 순진한 비성성을 여러 가지 물건들과 맛난 음식으로 꼬드긴 주소아는 비성성을 마음대로 부리고 있었다.

소일초는 코웃음을 쳤다.

(그래 지금은 네가 나서서 어디 마음대로 설쳐봐라……지금 이 도련님께서는 오직 여인의 신비에 눈뜨는 데만 정신을 집중하마……)

주소아는 소일초에게서 빼앗듯이 불사환혼단을 받아서 비성성 중의 한 마리에게 편지와 함께 넘겨주었다.

[이 천박한 계집애들은 허공에 띄워 놓으면 아무데도 도망치지 못하겠지?]

그녀는 두 미인포로들 마저 비성성에게 맡겨버렸다.

혈도를 찍히긴 했으나 정신을 잃지 않고 있는 사옥상의 얼굴이 두려움으로 파랗게 질렸다.

그녀들과 비성성들이 허공으로 올라가 버리자 소일초는 입맛을 다셨다.

(옆에 두고 있으면 더 깊이 연구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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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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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四 章

 

          뱀의 뱃속으로 들어간 두꺼비 (1)

 

 

 

부르르...

금포노인의 불끈 움켜쥔 주먹이 떨렸다.

[드디어... 드디어 그들이 나타났다.]

그의 눈은 횃불처럼 빛을 발했으며,

음성은 격동으로 감정이 넘치고 있었다.

그가 소리쳤다.

[그들이 움직이는 곳으로 모두 따라가라. 은밀히... 그들이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들의 뒤만 따르라. 그들은 한곳으로 모일 것이다. 구대문파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직 은세정검회만... 그들만 멸망시키면 된다. ]

[존명!]

허공의 일각에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금포노인은 다시 소리쳤다.

[흑봉! 흑봉은 어디 있느냐?]

스스슷!

순간 그의 눈앞에서 흑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릿발처럼 차가운 표정, 그러면서도 천향국색의 미태는 얼음으로 빚은 꽃을 연상시켰다.

[검종맹으로 가라! 불일간에 검종맹은 무너진다. 그때 두 놈의 종을 구해서 내게로 데려오너라.]

[존명!]

흑봉이 포권을 한 후에 사라졌다.

금포노인의 흥분을 억제하기위해 다문 이빨 사이로 괴이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흐흐흐흐... ]

그리고 마침내,

[으하하하하하하... ]

대전이 무너질 듯한 광소를 터뜨렸다.

 

* * *

 

부운청풍객 심제을은 불안한 마음을 주저앉히기 위해 검종맹의 검종헌(劒宗軒)에서 소요하고 있었다.

(왜 이리 불안한가? 고립무원(孤立無援)인듯한 이 기분은 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나는 이미 천하를 손에 넣었는데... )

심제을은 불안의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이 그로 하여금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숨통이 막힐것 같은 고요가 그의 주변에 감돌고 있었다.

그리고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처럼 천하는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주인을 바꾸고 있었다.

얼음위에 선 심제을은 흐르는 물을 느낄 수가 없다.

그때 청의를 입은 검객이 심제을에게 달려와 보고했다.

[잔혼각주께서 막무가내로 맹주님을 뵙겠다고 합니다.]

그의 호위무사들 중의 하나였다.

[잔혼살객이? 그는 어디에 있는가? ]

[검교에서 속하들이 막고 있습니다만 벌써 십 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심제을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때였다.

파아아아!

검은 인영이 검종헌으로 쇄도해들며 소리쳤다.

[심맹주! 큰일났소.]

심제을은 차갑게 응수했다.

[멈춰라. 이 무슨 무례한 짓인가? 잔혼각주!]

그의 싸늘한 일갈에도 불구하고 달려온 잔혼살객은 마주 소리쳤다.

[빨리 피해야하오. 본인의 잔혼각은 이미 끝장났소. 주춧돌 하나 남지 못했소.]

잔혼살객의 전신에는 자신의 피와 타인의 피가 얼룩져있었다.

[겨우 나혼자 빠져나왔을 뿐이오. 그들이 이곳까지 추적... ]

심제을의 표정이 굳어졌다.

[적은 누구요?]

[구대문파... 그리고 또 다른 자들... ]

[구대문파!]

심제을이 경악하며 외쳤다.

그때였다.

휘이익!

그의 호위무사가 달려들어오면서 말했다.

[맹주! 피하십시오. 적이 침입... 윽!]

그자는 돌연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그의 등에서 가슴으로 삐죽이 화살이 관통해있었다.

심제을은 넋이 나간듯 중얼거렸다.

[소리없이 이곳까지 적이들어오다니... ]

검종헌은 검종맹에서도 중지(重地)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곳까지 적이 들어왔다는 것은 검종맹 전체가 적의 손아귀에 들어갔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심제을은 불끈 화를 내며 소리쳤다.

[왜 전서구를 띄우지 않았소?]

[맹주는 지금 같으면 전서구를 띄울 수 있겠소?]

잔혼살객이 마주 소리쳤다.

화르르르!

갑자기 하늘이 환해졌다.

검종맹의 건물들이 외곽에서 부터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 불길은 이내 검종헌을 둘러싸고 환(環)을 이룬 채 밀려들었다.

불길이 지나온 뒤에는 구대문파의 고수들이 구름처럼 따라오면서 안에서 뛰쳐 나오는 검종맹의 수하들을 속속들이 붙잡았다.

저항이 심한 자는 죽였으며 저항을 포기하는 자는 혈도를 찍어 한곳으로 가져갔다.

검종헌의 지붕 위에 올라가 상황을 살펴본 부운청풍객 심제을은 자신이 오만가지 음모와 배신으로 일으켜 세운 검종맹이 너무도 허망하게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망연자실했다.

망연자실,

능력에 비해 욕심만 많은 자가 능력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취하는 표정, 심제을은 망연자실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그때마다 자신의 한계를 음모와 배신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여 뛰어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배신과 음모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같았다.

“....!”

언제부터인가 달빛 아래에 두둥실 떠있는 백의청년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허공에서 그처럼 오래동안 체공(滯空)할 수 있는 경공만 하더라도 심제을이 미칠 수 있는 고수는 아니었다.

잔혼살객이 서서히 심제을의 뒤로 접근했다.

그는 패군(敗軍)의 부중(府中)에서 흔히 있곤하는 그런 일을 시도하려 하고 있었다. 스스로 장수의 목을 베어 적군에 갖다 바침으로써 목숨을 보존하고자 하는...

(잔혼각도 검종맹도 사상누각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달천하를 끝으로 이렇게 죽을 순 없다. 심제을의 목만 벤다면 후일을 기약할 수도...)

잔혼살객의 헐렁한 소매가 흔들리는 순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의미한 짓을 하지마라. 이곳엔 비밀통로가 있다.]

심제을의 허탈한 듯한 목소리가 그의 귓전을 파고들었다.

잔혼살객은 흠칫하며 물러섰다.

확실히 심제을의 그보다 한수 위였다.

심제을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저자가 바라보고 있는 한 우리가 살아날 길은 없다. 비밀통로가 있어도 살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의 눈길을 쫓아서 잔혼살객의 눈이 하늘을 향했다.

달아래에서 달을 머리에 인듯이 허공에 둥실 떠있는 백의청년이 보였다.

우화등선하는 신선의 모습처럼 신비하며 세상의 모든 추악함을 벗어던진듯 탈속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잔혼살객의 그모습에서 오히려 죽음을 느꼈다. 그것은 전문적인 살수로서 훈련을 거쳤으며 삼마경 중의 살마경을 익힌 인물로서의 본능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잔혼살객은 달빛이 살기가 되어 자신의 몸에 꽂히는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꾸오오오...

꾸워어어...

하늘에서 괴이한 새울음이 들리며 검은 구름조각같은 것이 검종헌을 향해서 떨어졌다.

묵령신조...

만금(萬禽)의 왕이라는 마중천의 신물 묵령신조였다. 그 위에는 얼음으로 빚어깎은 듯한 빙기옥골의 여인이 타고 있었다.

“이 짐승이...!”

“물러가랏!”

놀란 잔혼살객과 부운청풍객 심제을은 혼신의 힘을 다해 묵령신조를 공격했다.

스파파팟!

극성에 이른 구가천마검법과 극성에 이른 혈월단천의 가공할 살공이 묵령신조를 향해 뻗어갔다.

하지만 묵령신조 위에 선녀처럼 우뚝 서있는 여인이 쌍장을 휘두르는 순간,

퍼퍼펑!

“커억!”

“크윽!”

그들은 칠공으로 피를 뿌리며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묵령신조가 그들의 밑을 스치고 가면서 날개위로 받쳐 올렸다.

꾸오오오...

묵령신조가 날아올랐다.

“....!”

선녀같은 여인의 눈동자가 잠시 허공에 떠있는 석두공에게 머물렀다.

묵령신조는 까마득히 솟구치며 사라져버렸다.

구우우우!

묵령신조가 나타나면서 울었던 울음소리와 날아오르면서 낸 울음소리가 마치 달아서 우는 소리처럼 들릴 정도로 일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묵령신조... 자봉... ]

석두공의 두눈에 아련한 아픔이 스치고 지나갔다.

막으려고 했으면 막지 못할 것도 없었건만 그는 자봉이 부모의 원수를 구해가는 것을 보면서도 막지 않았다.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과 열정적이었던 그녀와의 사랑을 떠올리며 석두공은 땅위로 내려갔다.

 

-묵령신조다! 묵령신조!

-묵령신조가 나타났다!

 

엄중한 규율속에서 생활해온 구대문파의 제자들도 만금지왕 묵령신조의 돌연한 등장에는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소리치고 있었다.

 

× × ×

 

[은세정검회의 위치가 파악됐습니다.]

허공의 일각에서 조용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금포노인은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그러리라도 예상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검종맹을 멸망시킨 후 구대문파는 각파로 돌아갔지만 일단의 인물들이 대파산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본궁의 모든 수하들이 거리를 두고 은밀히 뒤쫓고 있습니다.]

금포노인이 일어서면서 말했다.

[본궁의 문을 열어라. 혈옥교(血玉轎)를 준비하라! 한명도 남김없이 대파산으로 간다.]

 

* * *

 

구화산의 이기소혼곡!

쿠쿠쿠쿠!

그곳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으며 계곡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기소혼곡을 내려다보고있던 금포노인이 중얼거렸다.

[다시는 이 저주받을 계곡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천하를 얻지 못하면 본좌가 천하를 버리겠다. 본좌가 있는 곳이 곧 독존패왕궁이다. 무림의 모든 곳이 독존패왕궁이 될 것이다.]

피처럼 붉은 혈옥교가 네명의 거한들에 의해서 들리워졌다.

그리고 혈옥교의 앞에는 놀랍게도 부운청풍객과 잔혼살객이 앞장서고 있었다. 천하를 웅패했던 그 호기는 그들의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금포노인은 일시나마 천하를 장악했던 그들을 종으로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혈옥교가 떠나가고 그 뒤를 몇 명의 인물들이 조용히 뒤따랐다.

저주받은 계곡 이기소혼곡에 웅크리고 있던 독존패왕궁은 이제 사라지고 천년을 기다려운 웅지를 펴기위해 모든 궁도들이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최고의 숙적이자 최후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은세정검회를 치기위해 대파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천하는 대파란 속에서 비틀거림을 보였다.

 

× × ×

 

대파산 용음곡(龍音谷),

길고 깊은 골짜기를 돌아부는 바람이 마치 용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를 낸다고 해서 용음곡이라고 이름지워진 곳이다.

골짜기 깊숙한 곳 절벽의 중턱은 마치 깎아낸 듯 튀어나와 넓은 터를 만들어놓고 있다.

그리고 수천 명의 인물들이 그 주위에 포진해 있었다.

절벽으로 뚫어진 괴물의 입같은 동굴은 공같은 둥근 바위로 막혀져 있는데 그 위에 쓰여져 있는 글씨는 이러했다.

 

<마중천(魔重天)>

 

마중천!

놀랍게도 석구에는 사라졌던 마의 하늘이라는 마중천이 새겨져 있었다. 한때는 천하를 독패하다 시피했었던 마중천이...

또한 마중천이라는 큰 글자 아래로 작은 글씨들이 적혀있었다.

 

<마중천은 불멸이다.

누가 있어 마중천을 멸할 수 있으랴?

그렇게 자부했었건만 마중천을 붕괴할 수 있는 힘은 있었다.

외부에 적이 없으면 그때부터는 자기자신이 적이 된다는 사실을 조금만 일찍 알았어도 마중천이 이처럼 자중지란으로 멸망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하나 마중천의 모든 것은 힘, 힘이야 말로 마중천의 모든 것,

힘은 여전히 존재하도다.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사용되는 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마중천의 힘이 천하를 질타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뿐이다.

야망이 있는자,

용기가 있는자,

또한 지혜가 있는자는 마중천으로 들라.

그대에게 천하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주리라.>

 

서명도 없으며 언제 썼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는 문구들, 그 앞에는 혈옥교가 놓여있고, 혈옥교 안에서 금포노인의 음성이 터져 나왔다.

[황자강을 불러라! 마중천주 황자강을 불러라!]

[속하 황자강 대령했사옵니다.]

은발은염에 태양처럼 빛나는 얼굴을 가진 미염공 노인이 혈옥교를 향해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황자강! 본좌는 네가 마중천의 천주임을 생각하여 섭섭치 않은 대우를 해주었다. 마중천의 수하들은 독존패왕궁에 머물렀지만 너는 자유롭게 천하를 유람하며 지냈다. 한데, 황자강! 이것을 무엇으로 설명할테냐? 설마하니 마중천이 은세정검회에 마도의 혼을 팔기라도 했단 말이냐? 이곳에 마중천이 있음을 어째서 말하지 않았느냐? 그리고 어째서 은세정검회의 놈들이 이곳으로 들어갔단 말이냐?]

혈옥교 안의 음성은 호통이었다.

황자강이 머리를 조아리며 분개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곳에 우리 마중천의 뿌리가 이옷에 있을 줄은 속하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현명하신 궁주께서는 속하의 충정을 헤아려주십시오. 속하 역시 저 석구에 적힌 글을 보고 놀랐습니다만 우리 마중천의 역사는 불과 오백년입니다. 저 글은 적게 잡아도 천년은 되었습니다. 속하의 마중천은 후에 재 창건된 것이옵고, 그 뿌리는 이곳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은세정검회의 무리들이 마중천 선조들의 유산을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니 속하의 피가 끓어넘칩니다.]

[은일(隱一)! 황자강의 말이 사실이냐?]

혈옥교안의 음성이 물었다.

허공의 일각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렇습니다. 이곳은 천년이나 된 곳입니다. 황자강의 마중천과는 상관이 없는 것같습니다.]

[음... 좋다. 황자강!]

[속하 명을기다리오이다.]

[네가 앞장서서 길을 열어 충성을 보이도록 해라. 너의 결백을 믿어보겠다.]

[궁주를 위해서라면 속하의 늙은 목숨 개같이 버리겠소이다.]

쿵!

황자강은 이마를 땅에 찧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그는 즉시 일어나서 석구에 쌍장을 갖다댔다.

두두두두...

황자강의 옷자락이 부풀어올랐다.

두두두!

그에 따라서 주변의 땅이 약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석구는 밀리지 않고 그 충격으로 주위의 땅이 흔들리고 있었다.

혈옥교에서 금포노인이 말했다.

[기관이 설치됐군. 황자강! 둥근 물건이니 돌려보도록 하라.]

[명을 받듭니다.]

황자강은 소리친 후 석구를 비스듬히 밀면서 조금씩 돌렸다.

그그그긍!

거대한 석구가 제자리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석두공은 더욱 힘을 가해서 석구를 돌렸다.

그그그긍!

석구에 새겨졌던 글자는 완전히 옆으로 말려 들어가 버렸다.

한데 그 순간에 다른 쪽에서 작은 틈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커졌다. 그것은 석구에 뚫어져 있는 작은 동굴이었다. 문을 막은 석구에 또다른 입구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입구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크기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높이와 넓이였다.

그리고 석구의 다른 부분에 마치 정으로 파낸듯이 매끈하게 여인의 모양을 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황자강은 갑자기 강기를 발하여 석구의 좁은 입구로 들어가면서 여인이 만든 구멍마저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두개의 입구가 합쳐지며 제법 넓은 입구가 되었다.

황자강의 엄청난 공력에 독존패왕궁의 수하들도 혀를 내둘렀다.

황자강이 이마에 땀을 소매로 훔치며서 말했다.

[속하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황자강이 몸을 날려 들어가자 마중천에 속한 부하들이 뒤따라 들어갔다.

그들의 표정은 모두 비장한 신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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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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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남일녀로 보이지만 앞장 선 꼬맹이는 남장을 한 계집이다.> 죽립을 조금 들고 주변 두리번거리는 벽옥령의 모습 배경으로 호요희의 생각 나레이션

호요희; (나이는 어려 보이지만 한눈에 봐도 절세미녀잖아.) 창밖을 보며 샐쭉. 소지존도 넋이 나가서 보고 있고

호요희; (샘나네.) 힐끔 그런 소지존을 보는 호요희

<소지존은 어리고 예쁜데다가 남장까지 하고 있어서 야릇한 분위기를 풍기는 저년에게 매료된 눈치다.> 넋이 나가서 창밖을 보는 소지존의 모습 배경으로 호요희의 생각 나레이션. 그 사이에 벽옥령과 강혜분은 객잔 쪽으로 오고 있다.

호요희; (나이가 깡패라고... 어린년들과 경쟁해서 소지존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다.) 소리없이 한숨 쉬고.

그 사이에 벽옥령과 강혜분은 객잔 앞을 지난다. 서로 무언가 얘기하는데 벽옥령은 들뜬 표정이다. 반면 강혜분은 조금 긴장한 표정이고. 그때

소지존; [호요희, 넌 바쁜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시선을 창밖으로 향한 채 말하고. 그러자.

호요희; [예, 서장(西藏;티벳) 일대를 주름잡는 마두들인 장역삼흉(藏域三凶)과 만날 약속이 되어 있사옵니다.]

소지존; [장역삼흉은 개개인이 구대문파 장로들에 필적하는 무공을 지닌 자들이지.]

소지존; [잘만 포섭하면 호천집성연을 깽판 놓는데 제법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다.]

호요희; [천녀는 이만 장역삼흉을 만나러 가겠사옵니다.] 마지못해 일어나고

소지존; (눈치 하나는 쓸만하단 말이지.) + [어서 가봐!] 가라는 시늉. 시선은 객잔을 지나가는 벽옥령과 강혜분의 뒤를 따르고 있고

호요희; [하오면 오늘 밤 심우장(尋牛莊)에서 다시 뵙겠사옵니다.] 날아갈 듯 허리 숙여 인사하고. 물론 소지존은 돌아보지도 않고 고개만 끄덕이고

입술 깨물며 돌아서고

<꼴 좋구나 여우년아.> <그렇게 꼬리를 쳤음에도 소지존으로부터 완전히 개무시를 당했군.> <쌤통이다.> 다른 놈들 히죽 거리는 배경으로 일층으로 향하는 계단 쪽으로 가는 호요희. 도도하고 교태로운 자태로

호요희; (두고 보라지!) 계단으로 가며 입술 깨물고

호요희; (소지존 당신도 결국 내 매력 앞에 굴복하게 될 테니까.) 계단을 내려가며 창가 쪽의 소지존을 흘겨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고개를 창밖으로 좀 내밀어서 벽옥령과 강혜분의 뒷모습을 보는 소지존. 벽옥령과 강혜분은 종종 걸음으로 거리 저편으로 가고 있다.

소지존; [환마루!] 그걸 보며 말하고

[봉명!] [하명하십시오 소지존!] 기생 오라비같은 자들이 급히 일어나며 허리 숙이고

소지존; [호천집성연을 난장판으로 만들러 가기 전에 너희들이 한 가지 해줄 일이 있다.] 음산하게 웃는 소지존. 그리고

 

멀어지는 벽옥령과 강혜분.

잡화를 파는 가게에서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사내가 가게에서 나오며 벽옥령과 강혜분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전형적인 장사꾼 캐릭터인데 손에 종이를 한 장 들고 있다.

종이를 보는 중년인.

그 종이에 그려진 것은 벽옥령의 초상화다. 물론 여장한 모습

 

#156>

산중의 그리 크지 않은 마을.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객잔. 여러 종류의 상점

그 중 객잔.

 

객잔 안쪽. 담장으로 분리된 독채. 담장에 난 문은 건장한 거지 둘이 지키고 있다. 두 거지중 한명은 철각개.

담장 안쪽. 독채 건물 앞 정원에는 탁자 놓여있는데 탁자에는 세 사람이 둘러앉아 있다. 청풍과 독두신개와 팽혼이다. 탁자에는 간단한 주안상이 차려져 있고. 세 사람은 술을 마시는 중이다. 청풍이 쓰던 창 전궁창은 청풍의 옆에 거꾸로 꽂혀있다.

독두신개; [혼원문이라...] 술을 마시며 청풍을 보고

청풍; [일인전승(一人傳承)이며 세외(世外)의 문파라 생소하실 것입니다.] 술잔을 들고 있지만 마시지는 않는다.

독두신개; [확실히 이 늙은 거지의 견문으로도 들어본 적이 없는 문파로구만.] 끄덕이며 술을 마시고

청풍; [세상일에는 관여하지 말라는 것이 저희 사문 조사의 유훈입니다.]

청풍; [그래서 저도 소소처럼 어린 아이가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을 보지 않았다면 손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독두신개; [역시 세상은 넓구만.] [백 살을 바라보는 나이인 노화자가 처음 들어보는 문파도 있고...] 말하며 전궁창을 보고

독두신개; [그 창, 백일자객에게서 빼앗았다고?]

청풍; (백일자객들과 싸운 현장에 개방 제자가 있었군.) + [그렇습니다.]

독두신개; [노화자가 한번 볼 수 있겠는가?]

청풍; [물론입니다.] 팟! 전궁창을 뽑고

청풍; [여기...] 독두신개에게 두 손으로 내민다.

독두신개; [고맙네.] 역시 두 손으로 받아 전궁창을 살펴보고.

독두신개; [역시 그렇군.] 끄덕

청풍; [사연이 있는 창 같습니다.]

독두신개; [있고 말고!]

독두신개; [이 창의 이름은 전궁창(電弓槍)이야.] [전설적인 명장 귀부옹(鬼斧翁)의 걸작이지.] 창을 살펴보며

청풍; [전궁창...] [잘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독두신개; [이 창날은 탄현한철(彈絃寒鐵)이란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졌어.] 창날을 두 손으로 잡고 한손으로 창날 끝을 휘려고 한다.

독두신개; [힘을 가하면...] 끼이! 창날을 휘고

독두신개; [몇 배의 반발력을 일으키지.] 텅! 다시 놓자 용수철처럼 튕겨진다

부르르! 여러 번 진동하는 창날

청풍; [그래서 내공을 주입하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군요.]

독두신개; [내공을 주입하는 방향에 따라 다시 돌아오게도 할 수 있지.]

독두신개; [덕분에 어검술을 익히지 않은 자라도 이걸 쓰면 어검술 흉내를 낼 수 있어.] 부르르 진동이 잦아드는 창날을 보며 말하고

청풍; [신묘하면서도 기발한 병기입니다.]

독두신개; [전설에 의하면 귀부옹은 모두 백팔종의 신병이기를 만들었다고 하네.] 창을 청풍에게 내밀고

독두신개; [귀부백팔신기(鬼斧百八神器)라고 하는데...] [그 중 가장 뛰어난 몇 개는 환우십보에 들 정도였지.] 두 손으로 받는 청풍에게 창을 넘겨주며

창을 받아든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113>의 장면

 

섭장천; [부심지독(腐心之毒)에 중독당하고 환우십보중 하나인 멸신창(滅神槍)에 심장이 궤뚫리기까지 했으니 노부는 당연히 죽었어야한다.] 가슴 섶을 다시 벌린 채 벽을 등지고 앉아서 말하고. 용각신망은 그런 섭장천의 무릎에 따리를 틀고 앉아서 섭장천의 가슴의 상처를 혀로 핥고 있다.

회상 끝

 

청풍; (지존이 섭노야에게 치명상을 입힌 멸신창이란 무기도 귀부옹이 만든 것일 가능성이 있겠구나.) 팟! 창을 다시 옆에 거꾸로 박고

독두신개; [하지만 귀부백팔신기중 대부분은 동시대에 살았던 천불투(天不偸)가 귀부옹의 공방에서 훔쳐갔다고 전해지네.]

팽혼; [천불투!] [오직 하늘만 훔치지 못한다는 전설적인 도둑 아닙니까?] 아는 척 끼어들고

독두신개; [천불투는 일단 노린 물건은 반드시 손에 넣었다는 괴짜인데...] 끄덕

독두신개; [어떤 비밀스러운 장소에 자신이 평생 도둑질을 한 보물들을 감춰뒀다고 해.]

팽혼; [후배도 그 전설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팽혼; [투조보고(偸祖寶庫)라 불리는 천불투의 보물창고에는 황실보고를 능가하는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다더군요.]

청풍; [천불투의 보물창고에 있어야할 전궁창이 세상에 나왔다는 건...] 깨닫고

독두신개; [어떤 놈이 투조보고를 찾아냈다는 뜻이야.]

팽혼; [아!] 놀라고

청풍; (지존이다!) 깨닫고

독두신개; [백살파의 백일자객들이 쓰는 신병이기들은 대부분 귀부옹의 작품들일 테고...]

독두신개; [백살파 외에 다른 혈세사패들이 돌연 세력이 강대해진 것도 투조보고와 관련이 있을 게야.]

팽혼; [혈세사패 배후에 누군가 있을 것이라는 강호의 풍문이 사실이었군요.]

독두신개; [그자가 누군지는 곧 전 무림인이 알게 될 게야.] 의미심장하게

청풍; (이 늙은 거지도 지존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 같다.) 생각할 때

덜컹! 건물의 문이 열리고. 모두 돌아보고

건물에서 나오는 우유라. 옷을 단정하게 입었다.

청풍; [부인!] 일어나고. 팽혼도 일어나고. 독두신개는 앉아있고

청풍; [따님은 좀 어떻습니다.]

우유라; [공자께서 잘 보살펴주신 덕분에 별 탈 없사옵니다.] 문 앞에 서서 고개 조금 숙이고. 두 손 앞으로 모은 채

청풍; [다행입니다.]

우유라; [다만...] 말을 좀 망설이고

청풍;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는지요?]

우유라; [소소는 밤을 꼬박 새서 피곤할 텐데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이어

우유라; [공자께서 재워주면 잠이 올 것같다는 무리한 말을 하는군요.] 얼굴 조금 붉히고

청풍; [저런...] 난감할 때

독두신개; [기왕에 수고했으니 마무리도 짓도록 해.] 술 마시며 웃고

청풍; [그래야겠습니다.] 억지로 웃으며 창을 잡고

팟! 창을 뽑으며 건물 입구로 간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팽혼을 보고. 팽혼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고

청풍; (팽혼이란 저 인물...) 쓴웃음 지으며 우유라가 기다리는 건물 입구로 가고

청풍; (아무래도 우부인에게 연심을 품고 있는 것 같구나.) 우유라가 열어주는 문으로 들어간다.

우유라도 따라 들어가고.

탁! 닫히는 문

소리 없이 한숨 쉬는 팽혼. 그때

독두신개; [실종된 제갈각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소소에게도 새 아빠가 필요해졌어.]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팽혼; [그... 그럴 것 같습니다.] 억지로 웃고

팽혼; [소소 나이 또래의 아이들에게는 어머니만큼 아버지란 존재도 중요하겠지요.] + (물론 내게는 언감생심이지만...) 한숨

 

#157>

커튼이 쳐져서 어둑하고 아늑한 침실. 거실 안쪽에 있는 침실이고. 그곳으로 들어오는 청풍과 우유라. 우유라가 문을 열어주고 청풍이 앞장 서서 들어온다. 창을 들고 있고

제갈소소; [아저씨!] 침대에 귀여운 잠옷 차림으로 누워 있다가 얼굴 발개지는 제갈소소. 이불을 가슴 중간까지 덮었고. 두 손을 밖으로 내놓고 있다. 침대 옆에는 등받이 없는 원형 의자 두 개가 놓여있다.

청풍; [우리 공주님, 잠이 안온다고?] 창을 침대 옆의 벽에 세워놓으며 웃고

제갈소소; [자려고 해도 소소를 잡아갔던 나쁜 사람들이 떠올라요.] 울먹이고

청풍; [저런!] 침대 옆의 의자에 앉고.

청풍; [하지만 그 나쁜 사람들은 나중에 어떻게 되었지?] 제갈소소의 손을 하나 잡고. 우유라도 옆의 의자에 앉고

제갈소소; [아저씨가 강물에 처박았어요.] 얼굴이 좀 밝아지고

청풍; [물에 빠진 생쥐 같다는 말 알고 있지?]

제갈소소; [응...] 고개 까닥

청풍; [그게 어떤 꼬락서니인지 소소가 직접 봤잖아.] 다른 손으로도 제갈소소의 손을 쓰다듬으며 웃고. 그러자

눈 동그랗게 뜨는 제갈소소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백살파의 자객들이 강물에 처박혔다가 허우적대는 모습. 그러다가

그자들의 얼굴이 쥐의 얼굴로 변한다

제갈소소; [풉!] 웃음 터트리고

제갈소소; [맞아요! 소소는 물에 빠진 생쥐가 어떤 몰골인지 봤어요.] 까르르 웃고

우유라; (이 사람...) 감탄하며 청풍을 훔쳐보고

우유라; (나이는 어리지만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해야 움직이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얼굴 좀 발개지고. 그때

청풍; [그 쥐들은 두 번 다시 소소를 괴롭히지 못할 게다.] [그러니 겁낼 필요도 없는 거야.] 몸을 숙여 제갈소소의 이마 위쪽 머리를 쓰다듬고

제갈소소; [아저씨 말이 맞아요.] 눈이 감기려 하고

제갈소소; [물에 빠진 생쥐... 찍찍...] 눈을 감으며 중얼거리고

청풍; [잘 자거라. 재미있는 꿈꾸고...] 제갈소소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

제갈소소; [아저씨도... 안녕...] 눈 감은 채 말하다가

쌔근! 잠이 드는 제갈소소

청풍; [됐습니다.] 숙였던 몸을 일으키고

청풍; [어린 나이에 밤을 꼬박 샜으니 상당히 오래 잠을 잘 겝니다.] 우유라를 돌아보고

우유라; [고마워요 공자님!] 고개 조금 숙이고

청풍; [별 말씀을...] 멋쩍고

우유라; [소소도 어느덧 일곱 살이 되었어요.] 제갈소소를 보고

우유라; [하지만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게 네 살 때라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을 거예요.]

우유라; [여자 아이에게도 아버지란 존재는 어머니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데...] 한숨

청풍; [부군은 어쩌다가 종적이 묘연해지셨습니까?]

우유라; [구대문파가 공동으로 기르고 있는 항마군영대와 관련이 있어요.]

청풍; [그렇습니까?] + (의외로군.)

우유라; [구대문파는 항마군영대를 절세고수들로 기르기 위해 음산에 항마동천을 만들었는데...]

우유라; [항마동천의 기관장치와 진법의 구축을 저희 제갈세가에 의뢰했어요.]

청풍; [기관진학과 기문둔갑 방면에서는 제갈세가에 필적할 문파가 없으니 당연한 의뢰였을 것입니다.]

우유라; [일 년여의 공사 끝에 항마동천은 완성되었고...] [그이는 다른 장인(匠人)들과 함께 음산을 떠났어요.]

우유라; [하지만 음산을 벗어난 것까지는 확인되었는데 그 후로 소식이 딱 끊겨버렸어요.] 찡그리고

청풍; (뭔가 있다.) + [항마동천에는 가보셨습니까?]

우유라; [그이가 석 달 넘게 돌아오지 않아서 제가 직접 음산으로 갔었어요.]

청풍; [성과가 없으셨군요.]

우유라; [구대문파의 협조로 항마동천 내부까지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남편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어요.]

청풍; [귀신이 곡할 노릇이로군요.]

청풍; [삼문육가중 한 가문의 수장쯤 되시는 분이라면 사람들 시야에서 이렇게 감쪽같이 사라질 수는 없는 법인데...]

우유라; [사고를 당한 것같지는 않고...]

우유라; [아무래도 어떤 세력에 의해 변을 당한 것 같아요.] 한숨

청풍; (그게 합리적인 추론이다.) 끄덕

청풍; (아마 제갈가주는 알면 안되는 어떤 비밀을 알게 되었으며... 그 때문에 누군가에게 해코지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청풍; (항마군영대의 일원이던 삼절신유의 딸 신소심소저가 부친에게 몰래 밀서를 보낸 사건도 있었고...)

청풍; (제갈가주의 실종도 항마군영대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청풍; (시간을 내서 음산에 한번 다녀와야겠다.) 고개를 끄덕이고. 그런 청풍을 유심히 보는 우유라

우유라; [혹시 짐작이 가시는 게 있으신지요?] 청풍의 얼굴 살피며

청풍; (확실하지도 않은데 말해서 괜한 희망을 품게 할 필요는 없겠지.) + [아닙니다.] 고개 젓고

청풍; [이후로 강호를 행보할 때 부군과 관련된 단서가 있는지 관심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얼버무리고

우유라; [그래 주신다면 그저 감읍할 따름이지요.] 조금 실망. 그때

청풍; (떠나기 전에 우부인이 소소를 지킬 수단을 마련해줘야겠다.) + [실례지만 어떤 무기를 사용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우유라; [검법과 도법, 비도술을 약간 익힌 정도랍니다.]

청풍; (약간이 아니라 비도술은 상당한 경지에 이른 솜씨였다.) + [창은 써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벽에 기대놓은 전궁창을 향해 손을 뻗고. 그러자

팟! 전궁창이 청풍의 손으로 자석에 끌려오는 쇠붙이처럼 날아와 잡힌다.

우유라; (내공 소모가 심한 격공접인(隔空接引)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사하네.) + [창은 아직까지 한번도...] 난감해하고

청풍; [전궁창이라는 이 창은 일종의 투창(投槍)입니다.] 전궁창을 우유라에게 건네주고

우유라; [투창이라면...] 두 손으로 받고

청풍; [투창은 비도술과 사용법이 일맥상통하다고 봐야합니다.]

우유라; [그렇겠어요.] 전궁창을 살펴보고

청풍; [주제넘지만 부인께 한 가지 무공을 알려드렸으면 합니다.]

우유라; [불감청 고소언이옵니다만...]

청풍; [은원살법이라고 적의 공격을 그대로 돌려보내는 수법인데...] [반발력이 특히 강한 전궁창으로 구사하면 위력이 배가 될 것 같습니다.]

우유라; [그렇게 대단한 무공을 제가 배워도 되는 것인지요?]

청풍; [부담은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청풍; [왜냐하면 은원살법은 제가 심심파적으로 만들어본 무공이니까요.] 웃고

<맙소사! 약관도 안된 나이에 벌써 무공을 만들었다고?> 놀라는 우유라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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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 章

 

          신나는 武林出道

 

 

 

백인장,

이곳의 정예 백인도객들은 스스로 자신들을 새롭게 정비하기 시작했다.

신행마동 소일초의 출현과 함께……

그 동안 발뒤꿈치를 들고 장주의 흉수와 소일초를 찾아다니던 그들이,

준동(駿動),

준동의 거대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것이다.

 

새벽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백인장의 동녁 하늘에 고스란히 동이 터오고 있었다.

이 힘의 여명은……

소일초와 장주인 도왕 소선풍의 해후가 있었던 그날로부터 열흘 후,

그리고,

정식으로 신행마동 소일초의 무림정벌(武林征伐)을 선언한 칠일 후의 여명이었다.

 

이 아침의 싱그러운 여명에 쌓인 백인장 깊숙한 국화원(菊花園)에는,

사방이 온통 국화의 천국이었다.

화향이 천지를 진동하고,

온갖 국화의 색깔이 다투어 핀 이 국화의 바다……

이 화원에서 이른 아침부터 듬성듬성 솟아난 잡초를 손수 제거해 가던 백인장 원로 십팔도객의 제일 원로인 동평선생(東平先生),

은은히 흐르는 비범한 기질도 기질이려니와……

절정의 도객답지 않게 지혜로 충만하여 고요로운 눈빛……

돌아온 소장주로 말미암아 모든 근심이 다 사라져 버렸는가?

그의 한몸에 여유가 충일하여 넘친다.

[봄에는 매화……가을엔 국화…… 이 어찌 꽃 중의 으뜸이 아니겠는가……]

한데 돌연,

무심히 국화에 취해 잡초를 제거해 가던 동평선생의 손이 빠르게 허공에 휘저어졌다.

동시에,

어느 곳, 어느 방향에서 날아든지 모를 하나의 비찰이 그의 손에 쥐어진 것이니……

동평선생은 조용히 그 비찰을 펼쳐 읽었다.

순간,

동평선생의 무처럼 잔잔한 얼굴에 빠른 경악이 스치고 지나갔다.

 

<오늘 부로 백인장은 일체 강호활동을 중지함. 단 본인은 제외. 불복자는 처단할 것임. 외부에서 활동하는 백인장의 가족들도 조속히 귀환조치 할 것. 특히 십팔원로는 일체 잔소리하지 말 것. 이상.

신행마동 소일초.>

 

[이런……이런……]

동평선생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서찰의 내용을 읽어내렸다.

이어,

제거해 가던 잡초를 내던지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말썽꾸러기……이제 철 좀 들었나 했더니 고작 며칠 만에 본색을 드러내? 무림에 혼자 나가서 뭘 어쩌겠다고……그리고 나보고 일체 잔소리 말라고?]

여명 아래 그의 신형이 부르르 떨렸다.

그는 원로십팔도객의 우두머리이다. 소일초가 날 때부터 손자처럼 귀여워 했던 그였다.

[안될 소리……안될 소리……]

그의 심해처럼 맑은 눈은 떨림 속에 다시 비찰의 내용을 더듬었다.

분명,

비찰의 마지막에 찍힌 것은 패도구룡인(覇刀九龍刃)의 흔적이다.

[이……무슨 얼토당토 않은 짓……]

이어,

동평선생은 국화원의 한곳으로 다급한 음성을 던졌다.

[사호동(四護童)은 즉각 다른 원로들에게 알려라……직접 소장주께 확인할 것이다.……]

동시에,

스스스슷……

짙은 화향이 밀려오듯이 국화밭의 한 편에서 황색(黃色)의 작은 그림자들이 소리없이 솟아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마도 그들이 사호동인 모양이었다.

동평선생도 첩지를 재빨리 품속에 넣고 손에 묻은 흙을 털었다.

동시에,

스스………스슷……

사호동보다 더욱 빠르게 허공을 땅처럼 밟고,

순식간에 국화원 저편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 × ×

 

정실,

정실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소박하면서도 성결한……

그리고도 귀풍에 흠뻑 젖어 있다.

이 정실은 바로 소선풍이 병상에 누운 이후로 조예진이 거처하는 곳이다.

지금,

조예진은 치렁치렁한 소일초의 흑발을 가지런히 빗겨주고 있는 중이었다.

더 없이 자상한 손길과……

더없이 자애로운 눈빛이 하나의 동경(銅鏡)속에 비치고 있다.

한데 문득,

조예진의 따사롭고 자애로운 눈빛에 가득한 염려의 빛이 피어올랐다.

[……그래 꼭 혼자 떠나겠단 말이냐?]

[예……저 혼자 그들을 상대하고 싶어요. 작은 어머니……]

소일초의 음성엔 묵직한 의지가 흐르고 있었다.

비록 그의 악동같은 얼굴은 변함이 없으나……

지금 내뱉는 소일초의 음성은 옛날과 확연히 틀려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즉,

말썽만 부리던 그 음성도 아니었고……

옛날처럼 대소구분 없이 마음내키는 대로 내뱉던 음성도 아니었다.

굳은 의지가 살아 끔틀거리고 있는 당당한 어린 장부(丈夫)의 음성 바로 그것이었다.

검마에게서 받았던 삼 년의 수행은 그를 조금은 진지한 아이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 순간,

소중히 소일초의 머리를 빗겨가던 조예진의 입에서 가득 염려가 깃든 음성이 흘러나왔다.

[애야…… 지극히 위험할 텐데……]

[…………]

[더구나 지금 삼성무림청은 장강 일대를 장악하고 끝없이 팽창하고 있는 실정이라……우리 백인성의 힘이 아니라면 막기 힘든 상대야……그런데……]

순간,

소일초의 얼굴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래서 더욱 혼자 가야하는 것이지요.]

[아……네 뜻을 나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구나……]

[작은 어머니……나는 소일초가 아닙니까?중원을 지켜야 할 신행마동 소일초입니다.]

[…………]

[당연히.삼성무림청 정도는 혼자서도 처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그래야 우리 백인장의 위세도 더욱 높아 질 것입니다.]

[우리 말썽꾸러기가 삼 년 만에 정말 협객이 되어버렸구나……이제 신행마동이 아니라 신행협동(神行俠童)이라고 불러야 겠는걸……]

조예진이 걱정스럽던 얼굴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건 좀 어색하고……아무튼 앞으로 최소한 아버지와 작은 어머니 앞에서는 장난 치지 않겠어요. 지난 번에 작은 어머니가 막 울때 얼마나 놀랐다구요……]

[그럼………우리가 없을 때나 밖에서는 여전히 장난치겠다는 말이구나…]

[그건 작은 어머니도 이해해주셔야죠. 나는 아직 어린애니까 당연히……]

[그래! 우리 말썽꾸러기야. 그건 그렇고 원로들이 풀쩍 뛸텐데 어떻게 하지?]

조예진은 백인장 옛터전에서 소일초의 무공이 혈기자로 오해될 만큼 고강했던 것을 직접 격었으므로 혼자 나가겠다는 데 대해서 크게 염려하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어린애를 혼자 보내는 안스러움이 조금있을 뿐이었다.

[제가 첩지에 원로들은 찍소리 말라고 했으니 괜찮을 겠죠뭐……]

[맙소사……정말로 그렇게 썼단 말이냐?]

조예진의 아름다운 얼굴이 무참하게 일그러졌다.

[거기에다 백인장의 누구도 밖으로 나오지도 못한다고 했죠……]

소일초는 자랑스러운 듯이 말했다.

조예진은 어쩔 수 없는 말썽꾸러기를 보면서 한숨을 지었다.

[네가 가만있으라고 가만있을 원로들이냐? 벌써 내 귀가 따가운 것 같구나……정중하게 알려도 듣지 않을 원로들인데……]

[어? 정말 그럴까요?]

소일초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리고,

[그럼, 이러다 원로들이 몰려오면 야단이잖아요.]

조예진은 머리를 끄덕였다.

[아이쿠, 작은 어머니. 저 이만 갈래요.]

소리치며 벌떡 일어나 문밖으로 뛰어나갔다.

[애야! 행장은 갖고가야지……그리고, 소아도 데려가거라……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르니까……]

[네! 그렇게 할께요……]

벌써 소일초는 자기 방문 앞까지 달려가고 있었다.

묶지도 않은 머리가 어지럽게 날리고 있었다.

[내가 따라가지 않아도 될까?]

조예진은 덤벙대는 소일초를 염려하고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직한 탄식과 같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녀석……어쨌거나 커기는 커버렸구나……]

 

× × ×

 

십팔원로도객이 일제히 내전으로 몰려들었다.

갑작스런 무림활동금지령의 부당성과……

혼자서의 무림행보는 단지 만용에 불과한 것일 뿐이라는 것을 간언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그들이 간언을 하러왔던 잔소리를 하기위해 왔던지 간에,

조예진의 말로 그들은 입도 떼지 못하고 비맞은 중처럼 중얼거리며 돌아가야만 했다.

 

____ 소장주는 벌써 떠났습니다……

원로들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소장주가 돌아온 후 그에게 하십시오. 설마 그 전에 이미 패도구룡인으로 내려진 명(命)를 어길 생각은 아니겠지요?

 

이때는……

소일초는 이미 주소아와 함께 아침 햇살에 머리카락을 빛내며 백인장에서 이백여리 떨어진 곳에서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의 오른쪽 허리에는 머리통 만큼이나 큰 검은 목탁이 매달려 있고,

왼쪽에는 집도 없이 걸려있는 날이 빠져 쇠몽둥이에 가까운 시커먼 철검이 걸려있었다.

어린도는 꺼림직해서 아버지의 병상옆에 살그머니 갖다놓았던 것이다.

붉은 띠로 질근 묶은 머리칼은 말꼬리같았다.

[야! 주소아, 네 젊은 할아버지 만나면 내 이야기 잘해줘야 해. 전에는 내가 어려서 장난이 좀 심했었다고……]

주소아는 입을 삐쭉했다.

[누나라고 부르지도 않으면서 말은……]

[이 년 먼저 났다고 너무 그러지마. 남자 여자는 나이를 따지지 않고 사귀는 거야……]

[네가 남자니? 말썽꾸러기 꼬마지……나도 백인장에 있으면서 네 악명을 충분히 들었다고……]

[내가 꼬마라고? 웃기는 말씀. 그리고 나는 내 악명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구.]

[뭐?]

[먼저 내가 꼬마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지……]

갑자기,

소일초는 자기보다 한뼘은 더 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매달려 강하게 몸을 밀착시켰다.

주소아의 안색이 홍당무처럼 빨갛게 변했다.

그녀의 몸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던 낮은 휘파람소리도 갑자기 높아졌다.

[어때, 이래도 꼬마라고 할거야?]

주소아는 자기의 배꼽어림에 와닿은 무엇을 느끼고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두팔을 돌려서 소일초의 허리를 움켜쥐고는 홱소리가 나도록 뒤로 집어던져버렸다.

그러나……

소일초는 기분이 좋은지 연방 콧노래를 부르며 가랑입처럼 날아갔다가 그녀의 옆으로 다시 너울너울 날아와 내려섰다.

주소아는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올라서 몸으로 연방 높은 휘파람소리를 냈다.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분노의 표시방법임에 틀림없다.

[내 사부 중의 하나가 색귀였다구. 여자에 관한한 나는 모르는 게 별로 없어……]

주소아는 입을 꼭 다물고 자기 몸에서 나는 휘파람 소리가 싫은 듯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소일초의 말은 분명했다.

이론상이기는 하지만 색귀는 어리지만 당돌한 그에게 여자에 관한 모든 것을 이야기 해 주었고,

그것들을 소일초는 한 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적당한 대상을 만나지 못해서 그 지식들이 그의 몸에서 썩고있었지만,

지금, 아름답기 그지없는 주소아가 나타난 이상 그의 장난기와 더불어 그 지식들이 슬슬 몸으로 구현되려고 하는 것이었다.

주소아는 이미 열 다섯 살,

총명한 그녀는 이미 알 만한 것은 다 알고 있었다.

그녀는 소일초와 말도 하기 싫었다.

(이 나쁜 놈하고 언제까지 같이 있어야 하나? 확 집으로 돌아가 버릴까?)

집이란 물론 백인장이다.

삼 년 동안 지냈으니 자기집이나 다름없었다.

(아니야……이 자식이 자기집이라고 우기면 나는 곤란하지……아무래도 나에게는 고모집일 뿐이니까 내가 밀리지……)

소일초의 작은 어머니인 조예진이 사승(師承)으로 본다면 주소아의 고모가 된다.

그녀는 이미 조예진이 자신의 할아버지라는 분의 제자라는 것을 알고있었다.

주소아가 생각에 빠져있을 때,

소일초는 소일초대로 그녀의 뒤에 따라걸으면서 신나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색귀사부의 말이 정말인것 같은데……기분이 묘했어. 이히히히……이제 적어도 몇 달은 같이 먹고 자고 할텐데……철저한 실험정신을 발휘해야겠지……)

신행마동 소일초……

그의 생각은 멋대로 가고 있었다.

생각에 도취되어 자기도 모르게 끽끽거리는 소리를 냈다.

앞서가던 주소아는 그가 뒤에서 이상한 소리로 웃자 더욱 속이 끓었다.

그자리에 딱 멈추며 소리를 질렀다.

[이봐! 네가 앞에가, 엉큼한 꼬마같으니……]

[싫다. 네가 앞에 있으니 그대로 가.]

소일초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기위해서라도 절대로 양보하지 않았다.

[흥, 저런 막대먹은 꼬마가 뭐 삼성무림청을 쳐부수고 아버지 복술해? 고모 말도 웃기는 소리지……]

[그러면 내가 넘어갈 줄 알고……잔소리 말고 앞에서 걸어. 누군가 지켜봐준다는 것은 즐거운 일아니겠어?]

그의 무덤덤한 말에 주소아의 얼굴이 발개질 정도로 화가 났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휘파람소리는 다시금 높아지고 있었다.

[그 휘파람소리도 어디서 나는지 궁금하고……]

소일초의 그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소아 빽 소리를 질렀다.

[너 정말 나하고 싸워볼래? 조그만 녀석이……]

두 팔을 쫙 벌리며 공격자세를 취하는 그녀를 보면서 소일초는 자기가 너무 심했나 싶었다.

그는 뭐가뭔지도 모르는 철부지로 무엇이 적당한 정도인지도 당연히 몰랐다.

그러나 이내 그도 태도를 바꾸었다.

정말 화가나서 집으로 돌아가버리기라도 하면 좋은날은 다가버린 것이다.

[누나……정말 화난 거야? 난 어린애 잖아,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한테 그렇게 화내면 어떡해……]

그의 돌변한 태도에 화가 꼭지까지 올라갔던 주소아는 어이가 없었다.

일부러 가련한 표정을 지으며 자기에게 기대오는 소일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깜직하게 귀여운 모습에 화가 풀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기가막혀 하면서도 이미 화는 풀려 그를 노려보며 한마디 했다.

[다시는 까불지마……]

영악한 소일초는 이미 자기의 수단이 성공한 줄 알고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주소아…이렇게 있으니 기분좋은데……]

주소아는 그를 확 밀쳐버리려 했다.

그러나,

오히려 소일초가 어깨위에 그녀를 들어 올리고는 무중일전의 신법을 펼쳐서 무서운 속도로 달려갔다.

[이 나쁜 놈……그냥 두나봐라……]

주소아의 외침은 귓전을 스치는 바람소리에 흩어져 버리고 소일초는 신나게 달려갔다.

뿌연 안개에 휘감긴 채 한덩어리의 구름처럼 날아가는 그들을 보고 관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조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소일초의 어깨에 얹혀가고 있는 주소아는 이제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달려가고 있는 중에 소일초가 그녀를 다시 앞으로 안고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

[우리……그냥 편하게 지내자……우리가 가릴게 뭐 있겠어? 기분내키는 대로 행동하면 되지……]

주소아는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심각한 어조로 한마디 했다.

[어디가서 아침이나 먹자.]

그리고……

소일초의 귀를 잡아당겨 버렸다.

[아아……귀떨어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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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장

 

             출세! 은세정검회 (2)

 

 

 

금사종과 장지연은 무당산으로 떠났다.

그들은 독비신검객 부부의 유골을 고검장으로 가지고 간 것이다.

석두공은 백란과 무형도객과 함께 백란의 스승을 만나기 위해 서쪽으로 갔다.

 

× × ×

 

태백산(太白山),

침엽수림의 바다가 펼쳐진 안쪽 깊숙한 곳에 한채의 석옥(石屋)이 자리잡고 있다.

무형도객과 백란은 석두공을 석옥 안으로 인도했다.

석옥의 안은 꽤 넓었으나 아무 것도 있지 않은 썰렁한 곳이었다.

[잠깐 기다리세요.]

백란은 석두공을 입구쪽에 세워 둔 후에 석옥의 안쪽으로 들어가 벽에 일장을 가했다.

펑!

벽에는 아무 손상도 없고 오직 텅빈 공간을 울리는 진동음만이 터져 나왔다.

순간,

스르르르...

석두공과 무형도객이 서있던 바닥이 천천히 내려앉기 시작했다.

백란이 재빨리 돌아와 석두공의 곁에 섰다.

[여기가 은세정검회예요. 말에 조심해 주세요.]

석두공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후좌우를 둘러보았다.

그가 서있는 바닥은 벌써 이십여 장 가까이 내려앉고 있었다.

어두침침한 사방 벽에는 커다란 검이 음각되어 있으며 그 검의 옆에는 각기 조그맣게 사람들이 그려져 있었다.

무슨 검법의 초식인 것같았다.

바닥은 더 이상 내려가지 않고 석두공의 눈앞에 열려진 문이 보였다.

석두공은 문 안으로 들어서자 마자 자신이 그 내부를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천정에는 은은한 빛을 발하는 형광의 운무가 떠있으며 하나의 도시처럼 형성되어 있는 지하의 건축...

석두공이 물었다.

[마중천과 이곳은 대체 어떤 관계요? ]

백란이 빠르게 말했다.

[마중천도 알고 계시는군요. 하지만 전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요. 조금 후에 사부님께서 다 말씀해 주실 거예요.]

은세정검회도 마중천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거의 없었다.

석두공은 석상이 새워져 있는 원형의 광장에 이르기까지 불과 스무명 남짓한 사람을 보았을 뿐이다.

그 사람들도 대부분이 광장 근처에 몰려 있었다.

이곳의 건축은 마중천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다만 원형 광장의 가운데에 서있는 석상이 마중천에서와 다를 뿐이었다.

마중천에는 이상하게도 폭풍무존의 석상이 서있었다.

그러나 이곳 은세정검회에는 키가 자그마한 노인의 석상이 세워져있었다.

또한 노인의 손에는 폭풍무존의 석상이 들고 있었던 별이 없었다.

무형도객이 말했다.

[본 은세정검회를 창설하신 시조이시네.]

[벽천검왕(劈天劍王)이신 모양이지요?]

[그렇네.]

무형도객은 원형광장에 달려있는 하나의 문을 밀고 들어갔다.

 

× × ×

 

석두공은 침상에 누워있는 창백한 중년인의 눈이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같았다.

중년인은 그를 보다가 가볍게 탄식했다.

[계산이 틀렸구나. 내 계산도 틀렸고 통천(通天) 사조님의 계산도 틀렸다. 사람의 재주로 하늘이 하는 것을 예측한다는 것은 이렇게 불가능하구나. 비슷하기는 하지만 같은 것은 하나도 없으니... ]

[천주! 고정하십시오. 건강을 생각하셔야합니다.]

무형도객이 말했다.

병색이 완연한 중년인은 전설속의 정의수호세력인 은세정검회의 천주였다.

그의 이름은 황불식(黃不息)이며 무형도객의 사형이기도 했다.

그가 말했다.

[통천사조께서는 폭풍무존께서 생존해 계시리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고, 나는 이 소협이 천신폭풍탑의 진전을 이엇으리라고 예측하지 못했네. 내 계산으로는 이 소협은 이미 죽은 것으로 나타났었지. 한데 이렇게 살아있을 줄이야.]

황불식은 석두공에게 말했다.

[소협은 아마도 네 군데서 인연을 맺어 무공을 완성했을 것이네. 그렇지 않은가?]

석두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소협에게로 이어진 인연은 사실 이미 천년 전에 예정된 것이었네. 통천조사께서 대제자이신 폭풍무존께 명하시어 천신폭풍탑을 세우게 했고, 둘째 제자이신 섭홍장(葉弘壯)께는 고검문을 창설하시도록 하시었으며, 셋째 제자이신 동파로(董破露)께는 무림의 모든 절학을 연구하도록 하시었네. 그 셋째 제자분의 후손이 바로 동호천... 그분이시네. 또한 소림사에 정심신주를 전하여 소협에게 이어지게 했네.]

황불식의 말은 모두가 놀라울 뿐이었다.

천년을 내다보고 이루어 놓은 안배, 이 모든 것은 석두공을 위해서가 아닌, 궁극적으로는 독존패왕궁이란 가공할 세력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황불식이 말했다.

[당금 강호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배후에는 독존패왕궁(獨尊覇王宮)이 있네. 그들은 무림의 혈겁을 조성하여 난세로 몰고 감으로써 본 은세정검회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네. 서로의 힘은 백중지세, 먼저 움직이는 쪽이 당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빤하네. 하지만, 본 은세정검회로서는 그것을 알면서도 이제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일세. 사람으로서 해야할 도리는 모두 끝냈으니 이제 결과를 하늘에 맞기고 나설 수 밖에 없네.]

[...!]

[...!]

석두공등은 놀라 말을 잊었다.

[안타까운 것은 본회에서는 독존패왕궁의 궁주를 상대할 만한 고수가 없다는 것일세. 원래 내가 그를 상대하게끔 되어있었지만 이렇게 내 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네. 백란 저 아이가 약간의 무공을 전수받기는 했지만 지극히 미미할 따름이고... ]

[제가 독존패왕궁의 궁주를 상대하겠습니다.]

석두공이 말했다.

황불식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주리라 믿었네. 하지만 직접 듣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지는군. 그럼 부천주와 란이는 나가도록 해라. 따로 석소협에게 할 말이 있다.]

무형도객과 백란이 인사하고 나갔다.

그가 나가자 황불식이 말했다.

[지금까지는 공적인 부탁이었고, 이제 내 사적인 부탁을 하나 하고 싶네. 들어주겠는가? 아니 꼭 들어주어야만 하네.]

석두공은 황불식은 눈을 바라보았다.

(저 눈빛을 보아하니 어떤 부탁이든 간에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황불식의 눈은 간절한 애원같은 것을 담고 있었다.

[어떤 것입니까?]

석두공이 물었다.

황불식은 슬픈 듯 기쁜 듯 모호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침상에 딸린 작은 서랍에서 은빛화살을 꺼냈다.

[이것은 은세추혼전(隱世追魂箭)이라고 하네. 머지않아 이 은세추혼전과 똑같은 것을 가진 여인을 만나게 될 것일세. 그때...]

[...!]

[아무 것도 묻지 말고 그냥 그 여인을 죽여주게. 이것으로 죽인다면 그 여인도 피하지 않을 것일세.]

석두공은 황불식은 목소리가 떨린다고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은 더욱 떨린다고 생각했다.

한기(寒氣)가 폐부깊숙이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은세추혼전을 가진 여자를 죽여라!

 

이것은 지상명령처럼 그의 가슴에 못박혔다.

 

***

 

무림이 아주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모든 무림인들이 긴장했다.

천하를 장악하고 있는 검종맹과 잔혼각도 혈겁을 멈추고 잠잠했다.

하지만 무엇인가가 은밀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것이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림은 고요한 가운데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이것은 한 사람에 의해 발해진 두 가지의 명령에 의해서였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먼저 무림에서 은인자중하던 잠자던 사자(獅子)들...

소림과 무당을 비롯한 구대문파의 은밀한 움직임은 장문인들이 한장의 서찰을 받아들면서 시작되었다.

 

<...

약속을 이행받고자 합니다.

고수들을 거느리고 각기 영역 안에 있는 검종맹과 잔혼각의 분타들을 괴멸시켜주십시오.

잔혼각의 총단을 붕괴시키고 검종맹으로 모이십시오.

... >

 

누가 보냈는지 서명도 되어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대문파의 장문인들은 즉시 행동을 개시했다.

실상 구대문파를 빼놓고 무림을 논한다는 것이 우스운 노릇이다.

구대문파는 무리의 발상지며 뿌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한 구대문파의 웅크렸던 거력은 거센 폭포수처럼 그러나 아주 은밀하게 혈세무림을 향해 퍼져나가고 있었다.

검종맹도 잔혼각도, 무엇인가 이상하다고만 생각하고 있었지 설마 자신들의 분타가 소리없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둘째로 중원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을걷이를 잘하던 농부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는가 하면 가게의 늙은 주인이 문득 사라지기도 했다.

기루에서 술을 따르던 기녀가 갑자기 사라졌으며, 길거리에서 사기점을 쳐주던 봉사가 사라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이 사라져감에 따라서 검종맹과 잔혼각은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밑이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들이 사라지게 만든 것도 단 하나의 명령이 적혀있는 첩지로 말미암은 것이었다.

 

<...

검종맹과 잔혼각의 세력을 제거하라.

가까이 있는 곳부터 은밀하게 손을 써라.

먼저 잔혼각의 총단을 멸하고 검종맹으로 향하라.

... >

 

 

첩지의 끝에는 단지 검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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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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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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