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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3.11 [북두무맥] 서장 눈알을 뽑고 복수를 맹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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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강 무협소설

 

 

               북두무맥 -北斗武脈

 

서장

 

                   눈알을 뽑고 복수를 맹세하다!

 

 

츄훅!

눈에 박힌 화살을 잡아 뽑자 안구(眼球)와 함께 대량의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상상 밖으로 큰 눈알의 안쪽에는 명주실 같은 것들이 여러 개 달려 있다가 함께 뽑혀진다.

눈알이 뽑히자 시뻘겋게 달궈진 송곳이 머릿속을 후벼 파는 듯한 통증이 엄습한다.

하지만 주윤문(朱允炆)에게 그 정도 통증은 대수로운 것이 아니었다.

방금 전 사랑하는 아내가 어린 딸을 안고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아악!”

끼야악!”

시뻘건 불길에 휩싸이며 모녀가 함께 토해내던 단말마의 비명은 안구가 뽑히는 것보다 백배 천배 더한 고통으로 그의 심장을 난도질 했었다.

미안하오 황후! 미안하다 공주야!”

지하의 어둑한 통로를 엉금엉금 기어가며 주윤문은 피눈물을 쏟아냈다.

자신의 무능과 우유부단함이 아내와 딸을 타죽게 만들었다.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자책과 회한에 당장이라도 돌바닥에 머리를 박고 죽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복수!

복수를 해야만 한다!

후두둑! 후둑!

눈알이 뽑힌 왼쪽 눈에서 피인지 눈물인지 구분이 안되는 체액이 줄줄 흘러내려 바닥을 적시고 있다.

아내와 자식을 버려두고 비굴하게 도망치던 중 연왕(燕王)의 졸개가 쏜 화살이 눈에 박혔었다.

화살촉이 한 치만 더 깊이 박혔어도 아내와 딸의 뒤를 따라갔을 것이다.

살아야 한다! 살아서 복수를 해야만 한다!”

주윤문은 이를 갈며 어둑한 통로를 기어갔다.

출혈이 심한 탓인지 정신이 급격하게 흐려진다.

눈에 박혀있던 화살을 잡아 뽑은 것도 멀어지려는 의식을 부여잡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눈알이 뽑히면서 느껴졌던 고통도 이내 무뎌지며 정신은 다시 혼미해지고 있다.

짐은... 짐은 이대로 죽을 수 없다! 귀신이든... 악귀든 나타나다오! 복수를 할 수 있게만 해준다면... 나 주윤문의 혼백이라도 기꺼이 바칠 테니...”

허연 눈알이 꽂혀있는 화살을 움켜쥔 채 기어가며 주윤문은 간절하게 소망했다.

유학(儒學)의 세례를 받으며 자라온 터라 괴력난신(怪力亂神)을 믿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주윤문은 세상 그 어떤 인생보다도 간절하게 귀신과 악귀를 찾고 있었다.

자신의 소원을 들어줄 존재는 인간중에 없으므로...

지금의 그 맹세를 믿어도 되겠소?”

누군가의 말이 의식이 멀어지는 주윤문의 귓전을 울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환청인가 싶어 의심하면서도 주윤문은 하나뿐인 눈을 치떠 앞을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앞쪽에 어떤 존재가 있었다.

통로는 지하에 나있어 어두운 데다가 극심한 출혈로 인해 실체를 뚜렷하게 볼 수는 없다.

그래도 주윤문은 그 존재가 인간임은 알아볼 수 있었다.

푸르스름한 빛을 뿜어내는 한 쌍의 눈이 그의 앞쪽 허공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 누구냐?”

주윤문은 흐려지려는 정신을 필사적으로 부여잡으며 그 인물을 노려보았다.

다시 묻겠소. 복수를 할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라도 치룰 각오가 되어 있으시오?”

푸른 눈빛의 인물이 다시 물었다.

천지신명께 맹세코... 기꺼이...”

주윤문은 폐부를 쥐어짜 토해낸 목소리로 맹세했다.

그렇다면 되었소. 이제부터 폐하는 대명(大明)의 황제(皇帝)가 아니고 마교(魔敎)의 제자요.”

푸른 눈의 인물이 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그것이 명()나라 제이대 황제였던 건문제(建文帝) 주윤문이 정신을 잃기 전에 본 마지막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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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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