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강'에 해당되는 글 186건

  1. 2020.08.10 [신선부] 제 59장 드러난 약점
  2. 2020.08.10 [환락영웅] 제 31장 마차는 달린다
  3. 2020.08.08 [신선부] 제 56장 때리는 게 살려주는 것
  4. 2020.08.08 [환락영웅] 제 30장 입 큰 놈이 먹히는가? 배 큰 놈이 먹히는가?
  5. 2020.08.07 [신선부] 제 55장 또 한번의 가출
  6. 2020.08.06 [환락영웅] 제 29장 한 쌍이 시작하면 한 쌍이 끝을 본다.
  7. 2020.08.06 [신선부] 제 54장 소인배의 면모
  8. 2020.08.05 [신선부] 제 53장 인생하처불상봉
  9. 2020.08.04 [환락영웅] 제 28장 술독 앞에서 낳지도 않은 아기로 협박하는 청탁
  10. 2020.08.04 [신선부] 제 52장 황금전장의 암운
  11. 2020.08.03 [환락영웅] 제 27장 한천이기의 부활
  12. 2020.08.03 [신선부] 제 51장 신선부
  13. 2020.08.02 [환락영웅] 제 26장 마교칠십이절기
  14. 2020.08.01 [신선부] 제 50장 요동치는 정세
  15. 2020.08.01 [환락영웅] 제 25장 죽은 사부가 구해주다
  16. 2020.07.31 [신선부] 제 49장 신룡천자의 후예
  17. 2020.07.30 [환락영웅] 제 24장 마장탑의 붕괴
  18. 2020.07.30 [신선부] 제 48장 용봉철적의 비밀
  19. 2020.07.29 [환락영웅] 제 23장 정통마교의 비사
  20. 2020.07.29 [신선부] 제 47장 신존과 선후
  21. 2020.07.28 [환락영웅] 제 22장 전사후살
  22. 2020.07.28 [신선부] 제 46장 최초의 고전
  23. 2020.07.27 [환락영웅] 제 21장 같은 수법에 당하다
  24. 2020.07.26 [신선부] 제 45장 하룻밤 머무는 대가
  25. 2020.07.26 [환락영웅] 제 20장 철검으로 펼친 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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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

<-금릉의 환락가 진회하(秦淮河)> 운하를 끼고 이어진 환락가. 수많은 기루들이 줄지어 서있고. 이제 해가 져서 기루마다 요란한 등들이 내걸렸다. 오가는 사내들 제법 많고. 화려하고 야한 복장의 여자들이 호객을 한다. 가게 앞에서 손님들과 수작하는 여자들도 있고 기루로 들어가는 마차들도 많고

<-쾌활림(快活林) 남경분타> 유독 크고 화려한 기루. 기루 입구에는 <萬花樓>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기루 내부. 벌써 흥청거리고 있다. 기방 마다 한량들과 기녀들이 어울려 야한 짓을 하거나 춤판이 벌어지거나 하고 있다.

 

#255>

기루 깊은 곳. 조용한 건물.

건물 내부. 화장대에 앉아서 화장을 하고 있는 란제리같은 속옷 차림의 호요희. 호요희 뒤에는 포주 분위기의 중년여인이 서있다. 이 여자가 쾌활림 남경 분타 분타주다.

호요희; [틀림없어?] 거울 보면서 화장하며 묻고

분타주; [예! 다른 자들도 거듭 확인한 사실이옵니다 호요희님!]

분타주; [탕마신협 이청풍은 저녁 무렵 금릉에 들어왔사옵니다.]

분타주; [딴에는 이목을 피할 목적으로 죽립을 눌러썼지만...] [우리 쾌활림이 도처에 뿌려놓은 첩보원들의 감시를 벗어나지는 못했사옵니다.]

호요희; [그 작자가 금릉에 온 목적은 물론 우리겠지?] 웃고

분타주; [혈세사패중 금릉 성내에 분타를 둔 건 우리 쾌활림뿐이니 의심의 여지가 없사옵니다.]

호요희; [잘 되었네.] [골치덩이 탕마신협을 제거할 좋은 기회가 왔으니...] 웃고

호요희; [기습을 당한다면 모르지만 쳐들어올 걸 미리 알고 있으면 설령 상대가 검성이라 해도 잡아 죽일 수 있어.]

분타주; [물론이옵니다.]

분타주; [게다가 우리 쾌활림의 지분함정(脂粉陷穽)은 사내들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사옵니까?]

호요희; [분타주(分舵主)!] [이가놈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지분함정도 확실하게 준비를 해둬.]

분타주; [맡겨주시옵소서!] 허리 숙이고

호요희; [혹시 모르니 강 건너 양주(楊洲)에 계시는 사부님께도 전서구를 날려서 상황 설명을 하고...] 화장하며 말하고

분타주; [예...] 대답하고

방에서 나가는 분타주. 혼자 화장하는 호요희

호요희; [이청풍! 이청풍! 어서 오너라.] 거울을 들여다보며 사악하게 웃고

호요희; [북망산에서 진 빚을 열배 백배로 갚아줄 테니...] 혀로 입술 핥으며 사악하게 웃는 호요희의 얼굴이 거울에 비친다.

 

#254>

<-개봉> 역시 초저녁. 거리에 등이 걸리고 있고.

번화가.

번화가를 걸어오는 벽세황. 죽립을 썼고 등에는 봇짐을 비스듬히 졌으며 허리에는 보검을 찼다.

벽세황; (개봉까지는 들키지 않고 무사히 왔다.) 죽립 아래로 곁눈질

벽세황; (따라붙는 놈들이 없는 걸 보면 아버지가 아직은 내 행방을 포착하지 못하신 게 분명하다.)

벽세황; (하지만 황금전장의 영업망은 중원의 대부분에 뻗혀있으니 주의해야한다.) 주변을 곁눈질

벽세황; (중원에서 벽지에 속하는 사천(四川)으로 가면 황금전장의 이목에 걸려들 가능성이 그나마 적다.)

벽세황; (개봉에서 남하하여 장강까지 간 후 사천으로 가는 배를 타면...) + [!] 생각하다가 눈 번뜩

앞쪽에서 사람들이 갈라서며 어떤 여자가 온다. 물러서는 사내들 혼망 간 표정을 짓고

벽세황 앞쪽에서 오는 여자. 혈부용. 어두워지기 시작했는데도 양산을 들고 있다. 일본 여자 같은 분위기

벽세황; (기... 기가 막힌 미녀!) 혼망 가고

벽세황; (북경에서도 숱한 미녀를 보았지만 저 정도의 미녀는 본 적이 없다.) 멈춰서고. 다른 사람들처럼 옆으로 비켜서

<청초하면서도 요염하고,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신비한 분위기까지...> 요염하게 걸어서 다가오는 혈부용을 배경으로 벽세황의 생각 나레이션. 혈부용은 주변 시선을 즐기는 표정. 추파도 뿌리고

벽세황; (도저히 인간 세상의 존재로 믿어지지 않는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보는 벽세황. 그 앞으로 지나가는 혈부용. 그러다가

벽세황을 발견하고 눈이 반짝하는 혈부용.

살짝 윙크하며 웃는 혈부용

두근! 가슴이 세차게 뛰며 숨이 턱 막히는 벽세황

엉덩이 살래살래 흔들며 벽세황을 지나가는 혈부용

벽세황; (우... 우물(尤物)!) 헉헉 얼굴이 달아오르고

벽세황; (전설 속의 우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저 여자 같을 것이다.) 혈부용의 뒷모습을 보며 혼망 가고.

벽세황; (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자기도 모르게 혈부용을 따라가고

혈부용; (재미있네.) 곁눈질로 뒤를 보며 배시시 웃는 혈부용

혈부용; (세상 구경 나온 부잣집 도련님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 인간이잖아.)

혈부용; (생각같아서는 귀여워해주고 싶지만... 소회주님을 뵈어야하니 참아야겠지.) 앞쪽의 화려한 객잔으로 가며 생각하고. 요즘 특급 호텔 분위기의 객잔. <貴賓客棧>이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벽세황의 시점. 객잔으로 들어가는 혈부용의 뒤모습

벽세황; (귀빈객잔(貴賓客棧)...) 간판을 보며 따라가고

벽세황; (다른 객잔들에 비해 크고 화려한 걸 보면 우리 황금객잔과 관련이 있는 기업일 수도 있다.)

벽세황; (하지만 정체를 들킬 때 들키더라도 그 여자가 누군지 알아내려면 들어가 봐야한다.) 객잔 입구로 가고

객잔 입구에서 손님을 접견하던 점원이 벽세황을 보고. 호텔 종업원 분위기

점원; [어서 오십시오 공자.] 미소 지으며 다가오고

점원; [투숙을 하실 것인지 식사를 하실 것인지 말씀해주시면 성심껏 모시겠습니다.] 말하다가 흠칫하고. 벽세황이 두 손으로 슬쩍 점원의 한 손을 잡는다.

왼손으로는 점원의 손목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지폐 접은 것을 쥐어주고

지폐 모서리에는 <壹百兩>이라는 글이 적힌 게 보이고

점원; (일백 냥짜리 전표...) 곁눈질로 보며 놀랄 때

벽세황; [자네가 본 공자를 긴히 도와줄 일이 있네.] 손을 떼며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255>

객잔의 2층. 계단을 올라오면 복도가 있고 복도 좌우로 문이 달린 독실들이 죽 늘어서 있다. 복도에 음식이 얹혀진 쟁반을 든 여점원들이 오가고 있고.

점원의 안내를 받아 계단을 올라오는 벽세황. 쓰고 있던 죽립을 벗어서 들고 있다.

오가던 여자 점원들이 점원에게 인사하고

점원; [이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어느 독실의 문을 열고. 문 안쪽은 룸인데 중앙에 식탁이 있고 그 좌우로 의자가 몇 개. 문 건너편은 거리가 보이는 창문이다. 유리가 끼워진.

벽세황; [고맙네.] 안으로 들어가고

룸을 살펴보며 죽립을 탁자에 내려놓는 벽세황

점원; [주문하신 술과 음식은 곧 올려드리겠습니다.] 인사하며 문을 닫고.

탁! 닫히는 문. 그러거나 말거나 한쪽 벽을 보는 벽세황

벽세황; (그 여자가 이쪽 독실에 들어갔다 이거지?) 한쪽 의자에 앉으며 벽에 귀를 댄다. 그러자

<남궁진이 외팔이가 되었다?> 누군가의 말이 벽세황의 귀에 들린다

 

#256>

혈부용; [그렇사옵니다.] 누군가에게 두 손으로 술을 따라주며 대답하고

혈부용; [남궁진 뿐 아니라 악철산도 애꾸가 되었다고 하옵니다.] 벽세황이 들어간 것과 같은 구조의 룸. 탁자에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고. 나란히 앉은 혈부용이 창가에 앉은 위진천에게 술을 따라주고 있다.

위진천;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군.] [남궁세가의 소가주가 팔 병신이 되고 산동악가의 후계자는 애꾸가 되다니...] 웃고

혈부용; [그 때문에 벌써 남궁세가와 산동악가는 호천맹에서 탈퇴하니 마니하며 소란을 피우고 있다고 하옵니다.] 술병을 내려놓고

위진천; [덕분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호천맹을 와해시킬 수도 있게 된 건가?] 웃고.

혈부용; [그 놈, 이청풍이 지옥군자 석헌중을 구한 사실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배시시 웃고. 그러자

 

벽세황; [이청풍!]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외치고.

 

[!] [!] 눈 번뜩이며 건너편의 벽을 보는 위진천과 혈부용

 

#257>

벽세황; (흡!) 급히 손으로 자기 입을 틀어막고

벽세황; (청풍... 그 재수 없는 놈의 이름이 왜 저들의 입에서 거론되는 것인가?) 놀라며 벽을 볼 때

[실례하겠어요!] 덜컹! 문이 열리며 혈부용이 들어온다. 깜짝 놀라 돌아보는 벽세황

혈부용; [긴히 여쭙고 싶은 게 있는 데 들어가도 되겠어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안으로 들어서고. 그 뒤로 위진천이 따라 들어오고

벽세황; [소... 소저!] 당황하며 일어나고

혈부용; [긴장하실 거 없어요. 공자님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으니까요.] 다가가고. 뒤에서 위진천은 안으로 들어와서 문을 닫고

혈부용; [오히려 저희의 궁금증을 풀어주시면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드릴 수도 있답니다.] 슥! 벽세황의 팔을 두 손으로 끌어안으며 자신의 젖가슴을 밀착시키고

뭉클! 벽세황의 팔에 느껴지는 감촉.

벌어진 저고리 사이로 보이는 육감적인 젖가슴의 형상

꿀꺽! 그걸 내려다보며 침 삼키는 벽세황.

 

#258>

룸 밖의 복도. 여자 종업원들이 쟁반을 들고 오가고

[으하하하!] 갑자기 웃음소리가 터져서 여자 종업원들 깜짝 놀라고

 

#259>

위진천; [으하하하! 이거... 이거 걸작이로구만!] 벽세황과 마주 앉아 통쾌하다는 듯 웃고 있고. 탁자를 사이에 둔 건너편에는 벽세황이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있는데 혈부용이 벽세황의 한 팔을 두 팔로 끌어안은 자세로 달라붙어 있다.

위진천; [탕마신협!] [무림의 구세주 탕마신협이 알고 보니 천한 종놈이었다 이거지?] 흐흐흐! 좋아 죽으려는 위진천

벽세황; (청풍이놈의 정체를 말해주자 지나치게 좋아하고 있다.) 긴장

벽세황; (혹시 내가 심각한 실수라도 한 게 아닐까?)

위진천; [벽형! 내 한 가지 제안을 드리겠소이다.]

벽세황; [말... 말씀하시지요.]

위진천; [적당한 때에 사람들 앞에서 이청풍이 종놈이라는 사실을 증언해주시오.]

벽세황; [그... 그건...] 당황하는데

혈부용; [신첩도 부탁드릴게요.] 뭉클! 노골적으로 젖가슴을 벽세황의 팔에 밀착시키며 콧소리를 내고.

벽세황; [이... 이거 참...] 난감. 어쩔 줄 몰라하는데

위진천; [만일 벽형이 내 제안을 받아들이신다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혈부용을 보고. 그러자

노골적으로 벽세황에게 달라붙는 혈부용

위진천; [혈부용을 벽형에게 선물로 드리겠소!]

벽세황; (청... 청풍이의 정체만 밝혀주면 이 우물을 내게 주겠다고?) 침 꿀꺽 삼키며 혈부용을 곁눈질로 보고. 혈부용은 교태를 부리며 올려다보고 있고

 

#260>

밤. 하늘에는 반달. 경치 좋은 강가. 몇채의 건물로 이루어진 암자가 있고. 건물에는 불이 켜져 있다. 아직 깊은 밤이 아니라 비구니들이 오가고 있고

어느 건물

건물 안. 구미호리가 침대에 쿠션을 등에 댄 채 야하게 누운 자세로 편지를 읽고 있다. 침대 아래에는 얼굴에 호랑이 문신이 있는 육감적인 여자가 무릎을 꿇고 있다. 호요희보다 더 글래머이며 걸친 옷도 호랑이 무늬와 표범 무늬로 덮여있는 표독한 인상의 그 여자가 흡정삼요중 표요희다. 한 두 번 나올 캐릭터고 지존이 쾌활림에 침투시킨 간세다.

구미호리; [양반은 못되는 놈이잖아.] [환마루주와 만나 제 놈을 처리할 방도를 협의하고 돌아오자마자 금릉에 나타나다니...] 편지를 읽으면서 웃고

표요희; [못난 둘째가 사부님을 귀찮게 해드린 것 같사옵니다.] 차가운 표정으로 말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쾌활림 흡정삼요(吸精三妖)의 첫째 표요희(豹妖姬)>

표요희; [어린 사내놈 하나 제 선에서 처리 못하고 먼 길 갔다 와서 쉬고 계시는 사부님을 번거롭게 만들기나 하고...]

구미호리; [귀찮지도 번거롭지도 않단다 첫째야.] 고개 저으며 편지를 쳐들고.

구미호리; [탕마신협이라는 놈은 지옥혈부나 백일살신 못지않은 고수야.] 화르르! 쳐든 편지가 불 붙는 걸 보며 웃고

구미호리; [그놈이 성장하는 걸 방치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야.] [죽일 수 있을 때 확실히 죽여 버려야 후환이 없어.] 재가 되어가는 편지를 보며 말하고

표요희; [하오면 사부님께서 직접...]

구미호리; [나 혼자로도 그놈을 해치울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 [그러니 즉시 환마루주에게 연락을 넣어.] 재가 된 편지를 날려버리며

구미호리; [오늘 밤 함께 사냥을 하자고!] 사악하게 웃는 구미호리

침 꿀꺽! 삼키는 표요희

 

#261>

<-금릉> 깊어진 밤. 하지만 아직은 불야성

<-진회하> 진짜 불야성. 등불이 화려하고 한량들과 기녀들로 북적. 기루 앞의 거리를 오가는 화려한 마차들. 전형적인 환락가 분위기.

만화루의 모습, 만화루에도 마차와 사람들이 분주히 드나들고 있고. 그리고

 

어떤 2층 건물 지붕 그늘에 앉아서 만화루 쪽을 보고 있는 청풍. 밤이라 죽립은 쓰고 있지 않다.

<萬花樓>라는 글이 새겨진 간판이 걸려있는 만화루 입구. 사람들이 드나들고. 근처에 세워지는 마차들도 있고. 그 마차에서는 한량처럼 보이는 자들이 내리고

청풍; (만화루(萬花樓)...) 만화루 입구쪽을 보고

청풍; (천하제일의 환락가라는 진회하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유명한 기루...)

청풍; (그 만화루가 혈세사패중 쾌활림의 남경분타임을 아는 자들은 많지 않다.)

청풍; (겉보기에는 기루지만 만화루에는 수백을 헤아리는 고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청풍; (대부분 계집들인데... 일일이 찾아내 무공을 제거하는 건 번거롭고...) (새벽녘이 되어 조용해지면 용봉철적을 써 일거에 무력화시키다.) 옆구리에 찬 용봉철적을 만지고

청풍; (잘하면 오늘밤 구미호리를 제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 생각하다가 눈 번득이고

만화루 앞에 멈춰선 마차에서 내리는 거구의 사내. 바로 구살주.

청풍; (저자는...) 흠칫! 하며 볼 때

구살주에 이어 백산산이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내린다. 그 뒤로 키가 껑충한 팔살주도 내리고 있고

청풍; (저녁 무렵 서문통에서 본 자들이다.)

기녀들의 안내를 받아 만화루로 들어가는 백산산과 팔살주, 구살주

청풍;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실력자들인 저자들이 만화루를 찾아오다니...)

청풍; (단순히 기루에 놀기 위해 찾아온 손님일까? 아니면 만화루가 쾌활림의 분타인 걸 알고 찾아온 자들일까?)

<이래 저래 손을 쓰는 데 신중해야겠구나.> 기녀들의 환영을 받으며 어느 건물로 들어가는 백산산 일행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262>

더 깊어진 밤. 이제 진회가 거리에는 인적이 드물어지고. 대신 마차를 타고 떠나는 손님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만화루 도처에 잠복해있는 복면 쓴 여자들.

기녀 차림이거나 하녀 차림의 여자들도 눈을 번득이며 돌아다닌다.

잠복한 여자들과 눈짓을 주고 받는 기녀나 하녀들

 

#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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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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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一 章

 

         馬車는 달린다.

 

 

 

휘장이 드리워진 객점의 한 방,

소일초가 정신없이 침상에 골아떨어져 있다.

그리고……

침상 옆에서 그를 지켜보는 홍의면사녀,

취풍녀였다.

[정말 신비한 사람이야……마치 요술장이 같아……]

그녀는 손뼉을 딱딱 쳤다.

그러자,

그 방의 한쪽 귀퉁이에서 검은 복면인이 나타났다.

[여기에 있다가 시간이 되면 이 사람을 데리고 합류해라.]

말을 마친 후 취풍녀는 창 밖으로 튀어나가 버렸다.

흑의인은 해가 저물 때까지 미동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

 

밤(夜),

달빛도 별빛도 없는 칠흑의 밤을 가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일신에 흑의를 걸친 무심냉막한 눈빛의 복면인이었다.

한데,

그의 옷 소매을 보라!

하나의 붉은 꽃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지 않은가?

여섯 개의 꽃잎을 가진 섬찟한 혈화(血花),

그것의 심에는 끔찍하게도 작은 해골이 그려져 있었는데 어둠 속에서도 붉은 꽃잎 속에서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오오……그것은 악마화(惡魔花)……

바로 악마화가 아닌가?

등마제의 신물과 같은 그것은 등마제에 참석하는 인물들만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지금 그 악마화는 복면인 검은 소매에 새긴듯 그려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복면인의 어깨에는 한 명의 청년이 축 늘어진 채 매어져 있었다.

바로 소일초였다.

이때,

소일초는 정신을 잃지 않고 있었다.

객점에서 나온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는 줄곧 복면인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었다.

(이 자가 악마화의 표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등마제를 관장하는 무리와 연관이 있음이 분명하다.)

한데 복면인의 신법은 놀라우리만큼 절정에 이르러 있었다.

발 끝이 지면에서 한 자 이상 뜬 채 허공을 부유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절정의 내가고수가 아니면 전개할 수 없는 절정허보(絶頂虛步)였던 것이다.

(취풍녀……이자가 취풍녀의 일개 하수인이라면 등마제를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인물들은 취풍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말인데……)

한편,

복면인은 막 한 절곡에 이르고 있었다.

사방이 울창한 송림에 휩싸인 절곡이었다.

한데 그곳의 중앙,

한 대의 사두마차가 어둠 속에서 우뚝 세워져 있는 것이 아닌가?

마차 동체가 검은 빛인 마차,

그것은 얼마 전 양양의 한 대로상을 스쳐갔던 바로 그 마차였던 것이다.

(악마의 사두마차……)

소일초는 한천이기의 전음을 생각하며 복면인이 느끼지 못하게 마차를 살폈다.

이때 복면인은 마차에 바짝 접근한 후 공손히 부복했다.

[등마제주(登魔祭主)를 배알하옵니다.]

순간,

고오오------

천지사방이 일시에 멈추는 듯한 적막과 함께 어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어둠의 움직임은 바로 검은 사두마차로부터 시작이되고 있었으며……

어둠의 폭풍은 소일초를 휘감더니 곧장 마차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실로 놀라운 변화였다.

그리고,

처음에는 송림을 울리고 차츰 어둠을 울리고 들려오는 음성이 있었으니……

[수고했다.]

이 소리는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인의 음성인지 사내의 음성인지조차도 구별이 안간다.

[이제 그대는 돌아가도 좋다.]

이 말이 떨어지자……

스스스……

하나의 핏빛이 사위에 진하게 뿌려지고……

어둠을 해치며 들려오던 그 신비한 음성은 이 마차의 전면에 그려진 악마화 속의 푸른 해골에서 부터 흘러나오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 흑의복면인은 더욱 공손히 고개를 조아리더니 이내 몸을 날려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그러자,

사두마차는 절곡을 빠져 나와 무서운 속도로 어디론가 질주하기 시작했다.

어둠의 폭풍을 날리며……

 

× × ×

 

마차 안,

사두마차의 안은 넓었다.

사방은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철창으로 완전히 막혀 있었으며……

그것은 사방이 완전히 외부와 차단된 하나의 뇌옥을 연상하리만큼 음침했고 칙칙했다.

어둠의 공간은 질주하는 마차의 흔들림에 따라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공간에 떠있는 열 쌍의 눈동자가 있었으니……

그 눈빛은 모두 어둠속에서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단 한 쌍의 눈동자를 제외하고는……

소일초의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 거무럭 거리고 있었다.

어둠을 대낯처럼 환하게 볼 수 있는 소일초……

그는 광채없는 눈으로도 마차의 내부를 선명하게 살필 수가 있었다.

마차 안에는 그를 포함하여 정확히 열 명의 남녀가 이리저리 쓰러져 있거나 눕혀져 있었다.

그들 중에는 양양의 대로상에서 납치당한 소녀도 있었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무심하고 초연한 표정을 짓고 반짝이는 눈동자를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인물들의 나이는 불과 약관 전후로 보였는데 그들의 용모는 천하에 짝을 찾아볼 수 없으리만큼 수려한 것이었다.

남자가 넷, 그리고 여인이 넷……

소일초를 포함하여 열 명의 남녀들은 어둠 속에서 서로의 얼굴을 살피느라 애쓰고 있는 표정이 역력했다.

두두두-----

마차는 어디론가 질풍처럼 질주하고 있었고,

마차의 유리문을 통해서 흐릿한 달빛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소일초는 생각했다.

이들 모두가 납치당한 인물들이며 일견하여 서생과 여염집 규수들인 것처럼 보이는 것 같지만 실로 절정의 고수들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일이군……저들에게는 제각기 가공할 무공이 있는 것 같은데……스스로의 무공을 애써 감추려 하고이다……아마도 다들 일부러 잡혔겠지……)

짧은 순간,

마차 내부의 인물들에 대해 어느 정도를 살핀 소일초는 이곳의 대부분의 인물들이 어쩌면 자신과 같이 어떤 목적을 두고 계획적인 납치를 당한 것이라 짐작했다.

문득,

그는 마차 안에 감돌고 있는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모두가 구렁이 입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두꺼비들 이었군, 같은데 몸을 두고 있으니 통성명이나 하지……]

그의 음성은 술이 들 깬 듯 일정한 높낮이를 갖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눈동자가 흠칫하면서 그를 주시했다.

하나,

그의 물음과는 상관없이 없다는 듯 마차 안은 여전히 눈을 빛내는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음……구렁이가 혹시 먹지 않을까 두려운 모양인데……]

그는 더욱 더 마차 안의 인물들에 대해서 호기심을 느꼈다.

(정천보 인가 뭔가 하는 데서 파견한 놈들이겠지? 신분이 드러날까 두려워 말도 못하는 겁장이들……)

이때,

그는 다시 불쾌한 듯 물었다.

[어차피 우리는 한 배를 탄 신세가 아니가? 사람이 통성명을 청했으면 무슨 말이라도 있어야 되지 않나?]

문득 소일초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그대는 이곳이 어디인지나 알고 그 따위 소리를 지껄이는 것인가?]

전음이었다.

소일초는 대로상에서 납치당한 소녀를 쳐다보았다.

그로서는 대로에서 납치를 당한 소녀인지 침실에서 납치당한 소녀인지 알 수가 없지만……

그는 빙그레 웃었다.

[물론 알고 지껄이지……여기가 사두마차의 안이라는 걸 왜 모르겠나……우리를 편안히 목적지 까지 데려다 주려고 하는 마차를……]

이 말에 마차 안의 인물들은 침음성을 토했다.

은은히 그들의 얼굴에 놀라움의 빛이 떠오른다.

소녀의 음성이 다시 무게를 담고 이어졌다.

[역시 이 마차가 등마제로 가는 것을 알고 있었군, 그런 것을 알면서도 통성명을 하자는 것은……어떤 의도인가?]

그녀의 전음은 서릿발처럼 차가왔다.

그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역시 겁장이들이야……큰 일하긴 힘들겠어, 너무 작아……]

순간,

마차 안의 인물들의 얼굴에 일제히 차가운 분노의 빛이 떠올랐다.

[말을 함부로 하는군……그대의 진정한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나……목숨이 아깝다고 생각한다면 그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라.]

역시 전음으로 들려오는 이 말,

그것은 한 청년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이때 청년의 눈빛은 하늘을 닮고 있었으며 일파종사의 위엄을 담고 있었다.

소일초는 다분히 놀라며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쓸만한 내공이군……단지 저 눈빛 하나만으로도 정천보에서 지위가 높은 인물이라는 걸 느끼겠는데……)

소일초는 시종일관 불규칙한 높낮이로 주사(酒邪)처럼 말했다.

[과연 정천보의 인물다운 면모가 있어 ……겁이 많은 것이 흠이지만……]

순간,

[죽으려고 환장했군……]

차가운 냉소와 함께……

파아아아------!

좌측 맨 끝에 있던 한 명의 청년이 한 손을 쭉 뻗어 소일초의 목을 노리고 덮쳐왔다.

아니,

그렇게 생각할 즈음 이미 청년의 투명한 손은 소일초의 목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감히 정천보라는 이름을 함부로 들먹이다니 죽어 마땅하다.]

검미를 찌푸린 채 냉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청년의 눈빛은 물처럼 고요하다.

소일초……

자신의 목을 잡아오는 상대방의 손힘에서 그는 가공할 내공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는 내심은 가소로웠다.

순간,

그의 비웃음이 터지기도 전에 소일초의 목을 잡으려던 청년의 손이 딱 멈추어지고,

[으으……이럴 수가……]

그 청년의 얼굴 위로 식은 땀이 맺힌다.

그 식은 땀은 하얗게 질린 그의 얼굴을 타고 마치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손……

소일초의 힘없이 늘어져 있던 손에 언제 뽑혀져 있었는지 둔중해 보이는 붉은 검이 그 청년의 가슴에 대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황검(魔皇劍)이었다.

소일초 그의 몸 어디에도 검이 보이지 않았음에도 이 순간 그는 둔중해 보이는 붉은 마황검을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검에서 뻗어 나오는 미증유의 살기……

그것은 청년의 사지백해를 타고 흘러들며 무서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준다.

[으아악-----!]

비명이 그의 목젖을 울리며 참혹하게 터져 나왔다.

그러자,

마차 안의 나머지 인물들은 그만 경악하고 만다.

그들은 청년의 무공이 얼마나 가공한 것인가를 이미 알고 있었기에……

아무 기척도 흔적도 없이 검을 손에든 소일초의 무서운 쾌검에 그만 질려 버리고 있는 것이다.

소일초는 빙그레 웃었다.

[더 크게……등마제주에게는 아직 들리지 않은 모양이야…… 등마제주라는 인물이 아직까지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으니……]

역시 높낮이가 불규칙한 말을 하자,

청년의 비명은 더욱 크게 터져 나왔다.

청년은 아예 사색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의 두 눈은 경악과 불신을 가득 담고 있었으며……

이런 고통 속에서도 자신이 어떤 항거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그는 생애 최초의 회의를 뼈저리게 맛보아야 했다.

그때였다.

어둠의 신분처럼 앉아 있거나 누워있던 나머지 인물들이 만면가득 살기를 담고 소일초를 향해 밀려드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에 마차 안은 진한 살기에 휩싸이고……

그 속에서 소일초의 음성이 살기를 억누르며 터져 나왔다.

[이제 보니……나쁜 놈들이군, 동료가 나를 죽이려 할 때는 방관하더니 내가 고통을 줬을 뿐이데 나를 죽이려 하다니…… 정천보도 확실히 썩은 곳이야……]

몰려드는 인물들은 단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그를 향해 다가설 뿐이었다.

소일초는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누군지 물어보지도 않고 살수를 쓰려하다니……좋아……한 발작만 더 다가온다면……아마도 이 마차 안은 아홉 개의 머리가 뒹굴게 될 거야……]

순간,

소일초의 말에 자극을 받은 듯 그들의 동작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멈추었다.

소일초의 마황검이 일렁거렸다 싶은 순간 그들의 소매자락이 일제히 베어져 나갔다.

세상에 이처럼 빠른 검이 있을 수 있는가 싶어 경악하며 그들은 꼼작도 못하고 있었다.

[좋아……그렇게 가만히 있어……그래야 겁장이 정천보의 인물들이라 실감할 수 있지……]

소일초의 말은 결코 전음이 아니었다.

그의 말은 조용한 것이었으나 마차 밖에서도 들을 수 있으리만큼 큰 소리였다.

한데,

마차 밖은 고요하다.

마차 안의 동태가 어떻게 되어가는 지는 전혀 모르는 듯 다만 질주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것은 기이한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등마제주라는 인물이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

이 의혹은 정천보의 인물들 역시 크게 의아해 하고 있었다.

문득,

이 의문에 답변이라도 하듯 소일초가 말했다.

[이곳은 외부와 차단이 돼 있어. 흡음판이 설치돼있어 비명소리하나 빠져 나가지 못하게 만들어진 곳이야.]

그랬던가?

그래서 아직까지 등마제주라는 인물이 마차 안에서 일어나는 소요를 짐작하지 못한 것이란 말인가?

[이제 조용히 이름이나 밝혀 보시지……]

 

두두두------

마차는 어둠을 가르며 거침없이 달리고……

마차 안에서는 이제 통성명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강요에 의한 통성명……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이름과 무림의 위치를 밝혔고……

마지막으로 두 사람이 자신을 밝혔다.

그녀 바로 대로상에서 계획적으로 납치당한 소녀와 일파 종주와 같은 기도를 풍기던 청년이었다.

먼저 청년이 입을 열었다.

[본인은 정천수호군에 소속되어 있으며……북궁헌(北穹憲)이라 하오.]

소녀의 입을 열었다.

[역시 정천수호군에 소속이 되어 있으며……왕혜려(王慧黎)라 한다.]

북궁헌과 왕혜려……

비로소 그들의 이름 석자와 소속이 밝혀졌다.

그리고 나머지 인물들의 소속 또한 정천수호군이라는 것도 드러났다.

소일초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북궁헌과 왕혜려……지위는?]

순간,

두 사람의 얼굴에 동시에 떠오른 것은 망설임……

하나,

그들은 소일초의 검에 가슴을 갖다대고 고통에 떨고 있는 청년을 바라보며 나직이 탄식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그대는 많은 것을 알려 하는군……대체 그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훗날……그것이 죽음을 재촉하는 것일지라도 후회하지 않겠는가?]

싸늘한 왕혜려의 말이었다.

그녀의 수정처럼 맑은 눈망울에 떠오른 분노의 빛은 어둠을 부르르 떨게 하고 있었다.

소일초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런 그의 평범한 얼굴에 사이한 아름다움이 햇살처럼 영롱하게 피어오른다.

[너무 정중한 협박이야……그러나 죽음은 나를 피해가지. 그러니 그런 걱정은 접어두고……신분이나 확실하게 밝혀.]

순간 그는 더 이상 청년을 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듯이 한쪽 벽으로 밀어붙였다.

어둠……

그리고 그 가운데의 소일초……

평범가운데 비범을 보이고 있는 소일초의 신색에 정천수호군의 인물들은 알 수 없는 경외감을 느꼈다.

특히,

여인이면서 만인지상의 권좌에 올라있는 왕혜려의 마음은 이 낯선 사내에게 어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충격을 느끼고 있었으니……

(언제 내가 이런 홀대를 당한 적이 있었던가……이 자는 추측할 수 없을 정도의 신비한 사람이다. 또한 고수……무림에 이같은 인물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진정한 정체가 무엇이기에……)

그녀는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추스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나는……정천수호군의 ……군주(軍主)다. 이만하면 됐는가?]

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왔다.

순간,

소일초는 의외라는 듯한 기색이 떠올랐다.

[군주? 당신이?]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정천수호군의 군주-----

무림에 알려진 바 없는 인물이 아닌가?

그 정체가 처음으로 소일초에 의해서 드러나게 된 것이었다.

그것은 경이로운 일이었던 것이다.

정천수호군이 어떤 곳이던가?

정천보의 최고의 중추세력 중 하나가 아니던가?

한데,

불과 약관의 그녀가 그 신비의 정천수호군의 군주라는 엄청난 직위에 올라있는 것이니……

더이상 그녀의 뛰어남에 대해 가타부타 논할 필요가 없으리라……

 

북궁헌 또한 정천수호군의 부군주(副軍主)였다.

소일초는 새삼 두 사람을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

[대단한 인물들이로군……이런 곳에서 정천보의 최고 인물들 중 두 사람을 대하게 될 줄이야……그다지 나쁘지 않군.]

그는 비스듬히 마차 벽에 기대며 계속 입을 열었다.

[이젠 됐어……그 정도면 어느 정도의 통성명은 이루어진 것 같으니……무슨 짓을 하든지 상관은 하지 않겠어……]

그는 할 말을 다했다는 듯이 입을 다물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때였다.

부군주 북궁헌이 검미를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통성명을 했다는 말은 어딘지 모순이 있는 것 같군……그대는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러자,

소일초는 조용히 눈을 떴다.

[나?]

그는 기이하게 웃으며 주위의 인물들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나는……유명하지 않은 인물이야……말한다 해도 모를거야……]

[…………]

[하지만 그대라는 말이 듣기 싫어서라도 말해야 겠지……나는……]

중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집중된다.

[……무적검(無敵劍)이라 부르지……]

그리고는 눈을 감았다.

자신의 성명 삼 자는 함구한 채……

한편,

소일초의 말을 듣고난 인물들의 표정에 진한 의혹의 빛이 흘렀다.

(무적검?)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 아닌가?)

그들의 의혹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뛰어난 쾌검으로 볼 때 적당한 이름 같기도 했다.

무적검(無敵劍)……

오직 이 이름을 알고 있는 인물은 그를 제외하고는 두 사람 뿐이다.

바로 주소아와 취풍녀……

아무튼,

이들의 만남은 우연한 것이었고……

한 배를 탄 듯한 마차를 타고 있는 이들의 목적은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있었지만……

마차는 달린다.

두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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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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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소림사> 소림사의 모습. 낮

북적대는 향화객들. 헌데

여기 저기 거지들이 서성이거나 향화객들에게 구걸을 한다.

건물 뒤에 서서 그걸 보고 있는 젊은 중. #119> #125>에 나온 두 명의 젊은 중중 한명이다. 법명은 율천. 이하 율천으로 표기.

[...] 무언가 생각하며 돌아서는 율천

 

#249>

<-지객당> 지객당의 모습. #119>와 #125.에 나온

 

철비대사; [개방의 걸개들이?] 서재 같은 방에서 탁자를 앞에 두고 앉아서 차를 마시다가 앞을 보고. 물론 이 철비대사는 진짜 지객당 당주 철비대사가 아니라 천면서생의 위장한 모습. 그래도 철배대사 모습일 때는 철비대사로 표기

율천; [며칠 사이 소림사에 출입하는 개방 거지들의 숫자가 부쩍 늘었습니다.] 철비대사 앞에 무릎 꿇은 채 보고하고

생각하는 철비대사

율천; [제 생각에는 백변야효(百變夜梟)가 이청풍을 암살하려다가 실패하고 칠성보도를 빼앗긴 일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눈치 보며

율천; [당시 현장에는 개방 외당 당주 철각개가 있었다고 하지 않습니까?]

철비대사; [암살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백변야효에게 칠성보도를 건네 준 게 실수였던 것 같군.] 끄덕

율천; [칠성보도를 통해서 이청풍은 막운비가 소림사 근처에서 변을 당했을 것으로 추론했을 테고...]

율천; [철각개에게 소림사 일대를 염탐해달라고 부탁했을 것입니다.]

철비대사; [자칫하다가는 막운비가 참회동에 갇혀있다는 사실이 들통 날 수도 있겠구나.] 끄덕

율천; [만일에 대비해서 막운비를 다른 곳으로 옮길지요?]

철비대사; [굳이 번거롭게 그럴 거 없다.]

율천; [하오면...]

철비대사; [참회동의 간수로 위장하고 있는 우리 환마루의 제자들에게 전해라.] [막운비를 인적 드문 곳으로 끌고가 제거하라고!] 음산하게 웃으며

 

#250>

<-참회동> #221>에 나온 참회동의 모습. 다만 입구의 육중한 철문이 열려있다. 입구를 지키던 건장한 중들이 열린 문 안쪽을 보고 있고

안쪽에서 나오는 세 사람. 머리에 복면이 씌워지고 양쪽 손목에 짧은 쇠사슬이 연결된 족쇄가 채워진 인물의 양팔을 두 명의 건장한 중이 하나씩 잡고 나온다. 중들은 허리에 칼을 찼다. 물론 복면이 씌워진 인물은 막운비다.

[드디어 풀려나는군!] [예상보다 투옥 기간이 짧았어.] 끌려나오는 막운비를 보고 참회동 밖을 지키던 중들이 말하고

[아미타불! 다시는 죄를 짓지 마시게.] [참회동에 다시 들어오는 일이 없길 바라겠소.] 막운비에게 합장해주는 밖을 지키던 중들

막운비를 끌고 가는 건장한 중들. 곁눈질로 뒤를 보고. 뒤에서는 참회동 밖을 지키던 중들이 다시 철문을 닫고 있다.

 

#251>

소림사가 멀리 보이는 험준한 바위 봉우리.

휘익! 그곳으로 날아오르는 세 사람. 참회동을 떠나온 막운비 일행이다.

중1; [여기쯤이 적당한 것 같군.] 주변 둘러보며 말하고.

바위 봉우리 한쪽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벽

중2; [너무 깊어 무간애(無間崖)라고도 불리는 여기서 던져버리면 뼈 한 조각도 세상에 나오지 못하겠지.] 절벽 아래를 보며 말하고

절벽 아래 계곡은 아주 깊어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중1; [그럼 빨리 끝내고 산 아래 마을에 들러 한잔 빨고 복귀하세.]

중2; [좋지! 팔자에도 없는 중노릇 하느라 목에 때가 끼었어.] 막운비의 팔을 잡고 절벽 끝으로 가는데

막운비; [어차피 죽을 목숨, 하늘이나 한번 봅시다.] 복면 속에서 말하고. 멈칫하는 중들. 그러다가

[그 정도 소원이야 들어주어야겠지.] [곧 죽을 인생 소원치고는 소박하구만.] 스륵! 한 놈이 막운비의 얼굴에 씌운 복면을 벗긴다.

막운비; [푸하!] 숨을 토하고

막운비; [이제야 좀 살 것 같구만. 복면을 뭘로 만들었는지 구린내가 진동했어.] 숨을 연신 들이쉬고

중1; [소원했던 대로 하늘이나 원없이 보고 가거라.]

막운비; [그래야겠는데...] 말하며 힐끗 중1의 얼굴을 보고

막운비; [거참 이상하네.] 중1의 얼굴 보며 갸웃

중1; [뭐가?]

막운비; [당신 얼굴, 영락없이 개를 닮았어.] 히죽

중1; [뒈지기 전에 악담이라도 해야 덜 억울한 거냐?] 피식! 웃고. 중2도 웃고. 헌데

막운비; [내가 맞춰볼게.] [당신 어미는 아마 청상과부일 테고 외로워서 수캐를 한 마리 길렀을 거야.]

중1; [뭐라?] 분노

중2; [그 놈 명문대파 출신 제자답지 않게 입이 걸구만.] 피식 웃지만

막운비; (참회동에서 엿들은 대화로 이 작자가 과부인 어미 슬하에서 자랐다는 걸 알고 있었지.) + [외로운 과부가 수캐를 왜 키웠을까?] 히죽

막운비; [그리고 남편도 없는 과부가 어떻게 애를 배고 낳았을까? 그것이 영 궁금했단 말이지.] 이죽거리고. 그러자

중1; [이 개잡종이!] 퍽! 막운비의 팔을 잡지 않은 쪽 주먹으로 막운비의 명치를 세게 친다. 몸이 꺾이는 막운비

막운비; [컥!] 몸을 숙이며 구토를 하고

중1; [이 새끼 잡고 있어.] 막운비의 팔을 놓고. 그러자

중2; [그러지.] 막운비 뒤에서 막운비의 양팔을 잡고

중1; [산 채로 절벽에서 던져버리려고 했지만 생각을 바꿨다.] 퍽! 퍽! 연달아 주먹으로 막운비를 때리고

중1; [피 곤죽을 만들어서 던져버리겠다.] 으아아아! 퍽퍽! 양쪽 주먹으로 무자비하게 막운비를 구타하는데

막운비; (그래! 용을 써봐라! 더...) + [컥! 큭!] 무차별 구타당하고.

막운비; (그래야 마지막 남은 혈도를 풀어버릴 힘을 빌릴 수 있으니...) 얻어맞으며 생각하고. 그러다가

중1; [크아!] 쾅! 강력한 주먹이 또 막운비의 명치에 꽂히고. 순간

투툭! 막운비의 몸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나고

막운비; (되었다.) 비틀거리며 눈 번뜩

중1; [면상도 뭉개버리겠다.] 부악! 막운비의 얼굴을 향해 강력한 훅을 치는 중1. 순간

슥! 막운비의 얼굴이 흐르듯 옆으로 피하고

쾅! [컥!] 그 바람에 중2의 얼굴에 중1의 주먹이 꽂히고

중1; [억!] 주먹 친 자세로 당황

중2; [크엑!] 콰당탕! 코가 뭉개져서 뒤로 나자빠지는 중2. 잡고 있던 막운비의 팔을 놓치면서

중1; [실... 실수였네. 고의가 아니었어.] 중2에게 사과하는데

막운비; [영차!] 창! 양쪽 손목을 연결하고 있던 쇠사슬을 간단히 끊어버린다.

중1; [네놈 어떻게 혈도를...] 기겁할 때

막운비; [궁금한 건 염라대왕에게 물어봐.] 끊어진 쇠사슬을 보며 웃고

중1; [죽인다!] 부악! 강력하게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들지만

막운비; [영차!] 그자의 주먹을 양쪽 손바닥으로 잡고 받고. 이어

휘릭! 몸을 돌리자 중1의 몸이 그대로 절벽으로 날아간다.

중1; [안... 안돼!] 절벽 밖으로 날아가며 허우적거리며 비명

중1; [으아아아!] 비명과 함께 절벽으로 추락하고

막운비; [날 던지려고 한 곳으로 떨어진 것이니 억울하진 않겠지.] 절벽을 보는데.

중2; [내공을 회복했으면서도 그동안 잘도 속였구나!] 부악! 칼을 미친 듯 휘두르며 달려들고. 하지만

막운비; [욧! 욧!] 이리저리 피하고. 그러다가

퍽! 헛손질한 중2의 배를 발로 찬다. + 중2; [헉!] 비명

중2; [안... 안돼!] 절벽 끝으로 뒷걸음질로 밀려가며 허우적거린다.

탁! 뒤꿈치가 겨우 절벽 끝에 멈추는 중2. 하지만 몸은 뒤로 젖혀졌고.

중2; [히익!] 균형을 잡으려 두 팔을 허우적거리는 중2. 하지만

막운비; [친구 혼자 보내면 외롭지 않겠나?] 말하며 중2의 손에 들린 칼날을 손가락으로 찝듯이 잡고

중2; [제... 제발...] 콱! 두 손으로 칼의 손잡이를 잡으며 애원하고. 몸은 뒤로 젖혀진 상태. 하지만

막운비; [당신 같으면 내가 애원한다고 살려주었을까?] 차갑게 웃고

중2; [으으으...] 절망하고

막운비; [다음 생에서는 좋은 관계로 만납시다.] 펑! 칼날을 잡지 않은 손으로 장풍을 날려 중2의 가슴을 치고

중2; [으아아아!] 칼을 놓치고 뒤로 날아가며 비명

으아아아! 비명을 남기고 절벽 아래로 사라지고

막운비; [살려주고 싶어도 쫓기는 처지라 그럴 수가 없었으니 이해하시오.] 한손을 얼굴 앞에 세워 명복을 빌고

막운비; [이형에게 배운 이화접목 덕분에 목숨은 건졌다만...] 슥! 칼을 허리띠에 끼우고

막운비; [곧 환마루의 인간들이 미친 듯이 날 추적할 게 뻔하니 안심할 수는 없다.] 돌아서고

막운비; [종남산으로 돌아가는 건 스스로 죽을 자리를 찾아가는 셈이 된다.] [환마루의 인간들도 당연히 내가 종남산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하고 추격할 테니...] 걸음을 옮기고

막운비; [결국 종남산이 있는 서쪽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도주해야한다는 건데...]

막운비; [기왕 이리 되었으니 음산으로 가보자.]

막운비; [음산의 항마동천을 찾아가서 소심사매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확인해봐야겠다.] 팟! 달려가기 시작하고

<부디 소심사매 신변에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달려가는 막운비 모습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252>

<-남경(南京)> 해가 막 지려는 저녁 무렵. 강을 끼고 형성된 거대한 도시

번화가. 사람들이 많이 오간다.

죽립을 깊이 눌러쓰고 거리를 걸어오는 청풍. 정체를 숨기기 위해 죽립을 썼다. 죽립을 눌러써서 코 아랫부분만 보인다. 양쪽 허리에 칠성보도와 용봉철적을 끼우고 있다.

청풍; (여기가 남경, 즉 금릉(金陵)의 서문통(西門通)...) 죽립 아래에서 눈을 번뜩이며 살피고

청풍; (초입에서 탐문한 바에 의하면 서문통에서 영업하는 점쟁이들 중 장씨는 단 한명 뿐이었다.) 주변 가게들을 살피고

청풍; (이름은 장릉(張陵)...) (삼십여 년전부터 같은 자리에서 쭉 점집을 운영해온 늙은 복자다.)

청풍; (남경은 북경과 수천리나 떨어져 있는데 아버지는 어떻게 이 먼 곳의 점쟁이를 알고 계신 것일까?)

청풍; (어쩐지 장릉이란 점쟁이는 평범한 인물이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생각하다가 + [!] 무언가 느끼고 

청풍; (살기...) 찌릿! 몸에 전기가 흐르고

청풍; (비수같이 예리한 살기를 풍기는 자들이 앞쪽에서 다가온다.) 죽립을 조금 들어 앞을 보고

앞쪽에서 오는 사람들.

그 사람들 사이에 섞여 오고 있는 세 사람. 작은 체구의 사내를 건장한 체구의 사내 둘이 경호하는 자세로 다가온다. 앞쪽의 작은 체구의 사내는 키가 160정도인데 화려한 옷을 입었고 얼굴을 부채로 가린 귀공자. 캐릭터는 104. 남장여인이다. 104 캐릭터보다 옷을 더 화려하게 묘사. 이년은 백일살신의 딸, 즉 십살주다. 이름은 백산산. 복면을 쓰지 않았을 때는 백산산으로 표기. 백산산을 경호하는 자들은 팔살주와 구살주가 복면을 벗은 모습. 캐릭터는 111과 106. 이름은 마강과 우철. 마강은 키가 2미터 가까이 될 정도로 크지만 마른 편이며 반대로 우철은 190센티 정도에 어깨가 보디빌더처럼 떡 벌어졌다. #214>에 나온 팔살주와 구살주의 체격 참조. 복면을 쓰지 않았을 때는 우강과 마철로 표기

청풍; (저자들...) 눈 번뜩

<온몸이 지독한 살기와 흉포한 마성으로 물들어 있다.> 츠츠츠! 쿠오오! 세 사람의 주변으로 아지랑이처럼 번지는 칙칙한 기운. 주변 사람들 본능적으로 겁을 먹고 세 사람에게서 떨어진다. 그 때문에 청풍의 앞에 가던 사람들이 물살처럼 갈라지고 있고

청풍; (살인을 밥 먹듯 하는 자들이라는 뜻인데...) 슥! 죽립을 다시 내리며 마주 걸어간다.

백산산; [!] 부채 너머에서 눈 번뜩

죽립을 눌러쓴 청풍이 다가온다. 앞에 오던 다른 자들은 좌우로 비켜 지나가지만 청풍만은 앞으로 바로 오고 있고

백산산; (저자...) 눈 번뜩이고

[!] [!] 마강과 우철도 무언가를 느낄 때

백산산; (내공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데도 오싹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죽립 눌러쓰고 다가오는 청풍을 보며 생각.

슥! 이윽고 서로 스쳐 지나가는 청풍과 세 사람. 세 사람은 곁눈질로 청풍을 보고

백산산; [...] 부채를 부치며 찡그리고. 청풍은 등을 보이고 있고. 우강과 마철은 청풍을 돌아보고

마강; <왜 그러는가 소파주?> + 우철; <마음에 걸리면 뒤를 밟아보겠네 십살주!> 청풍을 곁눈질하며 전음으로 백산산에게 말하지만

백산산; <그럴 거 없어요.> 고개 조금 젓고

백산산; <간단히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닌 데다가 우리에게는 오늘 밤 반드시 처리해야할 일이 있잖아요.> 부채 저으며 걸어가고

마강; <그렇긴 하지만...> + 우철; <분명 뭔가 있는 놈이네. 저 정도 고수가 강호에 흔f할 리도 없고...> 

백산산; <지금은 잊어버리세요.> <오늘밤 상대해야하는 것들도 만만하지 않으니 다른 데 신경 쓰면 안돼요.>

어쩔 수 없이 고개 끄덕이는 마강과 우철

백산산; (팔살주와 구살주에게는 그렇게 말했지만...)

백산산; (어쩐지 저자와는 조만간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253>

거리를 걸어가는 청풍

청풍; (백일살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옥군자 석헌중은 능가하는 실력의 소유자로 느껴졌다.) 백산산을 생각하고

청풍; (잘 해야 나보다 한두 살 많아 보이는 어린 나이에 그 정도 고수가 되었다는 건...) 눈 번뜩

청풍; (그자는 혈세사패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많다.)

청풍; (혈세사패 소속이라면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나와 부딪히게 될 테고...) 생각하다가 고개를 들며 앞을 보고

청풍; (서문통 초입의 상인에게서 들은 대로라면 이 근처일 텐데...) 앞쪽을 살피고. 청풍의 앞쪽에 많은 가게들. 간판들도 죽 걸려있는데

그 중 한 가게에 <占>이란 글이 적힌 깃발이 걸려있는 가게가 있다. 작은 가게다. 가게 앞에서는 어떤 여자가 비로 가게 앞을 쓸고 있다. 072 캐릭터인데 얼굴에 곰보 자국이 가득 한 것으로 묘사. 이 여자의 이름은 벽미연. 타노의 딸이다.

청풍; (찾았다.) 점집으로 다가가고

비질을 하다가 돌아보는 벽미연. 심하게 얽은 얼굴

청풍; (바탕은 미녀인데 마마를 심하게 앓았다.) + [말씀 여쭙겠습니다.] 포권하고

벽미연; [천녀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런지요?] 고개 조금 숙이고

청풍; (비록 용모는 추하지만 행동거지에 기품이 있다.) + [장노사께서는 안에 계십니까?] 가게를 보며 말하고

벽미연; [그분은 남쪽으로 여행을 가셨습니다만...] 청풍을 살피는 시선으로 보고

청풍; (오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 [언제쯤 돌아오실 예정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아쉬운 표정으로 가게를 보며

벽미연; [오랜 만에 옛 친구를 만나러 가는 여행이라 돌아올 날을 기약할 수는 없다고 하셨사옵니다.]

청풍; [실례지만 장노사와는...] 눈치 살피며

벽미연; [그분의 외손녀이옵니다.] 고개 조금 숙이고

청풍; [장노사의 손녀셨군요. 초면에 여러모로 결례했습니다.] 다시 포권하고

벽미연; [별 말씀을...] 허리 숙이며 마주 인사하고

벽미연; [외조부에게 용무가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대신 전해드리겠어요.] 허리 펴며

청풍; [아닙니다. 후일 다시 들르도록 하겠습니다.] 고개 숙여 보이고. + 벽미연; [예...] 마주 고개 숙이고.

청풍; (아버지 신변에 변고가 생긴 것도 아니고...) 돌아서고

청풍; (지금 시점에서 굳이 장릉이란 점쟁이를 만날 필요는 없겠지.) 걸어가는 청풍

숙였던 고개 들며 그런 청풍의 뒷모습을 보는 벽미연

청풍의 허리춤에 차고 있는 용봉철적

청풍의 왼손 가운데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

벽미연; [...] 무언가 생각하고. 헌데

 

근처 골목에서 지금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음침한 인상의 사내. 전형적인 건달 분위기의 사내다.

멀어지는 청풍을 보며 손에 든 수첩을 펴보는 사내

그자가 펼치는 수첩에 청풍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蕩魔神俠 李淸風>이라는 글도 적혀 있다.

히죽 웃는 사내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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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 章

 

           입 큰 놈이 먹히는가? 배 큰 놈이 먹히는가?

 

 

 

한천녀와 원천기는 달빛아래 가득 흩어져 있는 이십여 구의 시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시신을 응시하는 그들의 얼굴에 언뜻 놀라움의 빛이 떠올랐다.

(놀랍군……이들은 정확히 단 일초에 죽음을 당한 것이다……)

그들은 새삼 소일초의 가공할 무공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소일초와 주소아가 그들의 뒤에서 걸어왔다.

입가에 묘한 미소를 걸고서……

원천기와 한천녀는 그의 시선을 맞받지 않고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침입자들의 정체에 대해 의혹을 금할 수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원천기는 고개를 돌려 소일초를 바라보았다.

소일초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띤 채 한천녀의 애써 외면하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차갑기만 하던 한천녀가 아까 그 여자였다니 신기하기 까지 했던 것이다.

문득,

원천기을 향해 소일초는 긴 침묵을 깨고 말을 건넸다.

[원천기……이들의 정체에 대해서 짐작가는 점이라도 있나?]

천천히 원천기는 시선을 돌렸다.

돌려진 시선은 어느듯 무심하게 변해 한천녀을 응시하다가 소일초와 주소아에게 옮겨진다.

한 줄기 야풍에 그의 백발은 표표히 휘날리고……

그의 입을 통해 감정없는 무거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들의 정체를 알아내기엔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소이다.]

[오늘밤……침입자들은 참으로 행복한 죽음을 당한 것이지……고통없는 죽음이란……이 소일초가 내리는 최고의 선물이니……]

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스쳐 지나간다.

한천녀의 표정은 그 미소에 접하는 순간 차가운 빛을 되찾으며 무심하게 돌려졌다.

그러자,

소일초와 주소아는 몸을 돌리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무심히 던지는 말……

[달빛에 취해 잠을 못이루고……사랑에 취한 사람을 위해 정적을 선물하고……좋은 구경을 위해 피를 뿌렸으니……소아 우린 잠이나 더 자자……]

휘적휘적 주소아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소일초의 등은 웬지 거대해 보였다.

한천녀와와 원천기는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었군……)

그녀는 잠시 원천기을 주시하다가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지금도 분명히 느끼고 있는 것은 원천기가 자기에게 사랑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그녀는 원천기의 손길을 영원히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달빛은 수수롭고……

그녀의 마음은 복잡하다.

아직도 그녀의 영혼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한과 저주인데……

문득,

그녀의 어지러운 상념을 일깨우는 원천기의 음성이 있었다.

[으음……이들은 얼마 전 부터 장원 주변을 배회하던 그 신비인들이겠군……멀리서 돌기만 하더니 오늘은 이곳까지 들어왔군……]

그는 나직이 중얼거리며 시신들의 복면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명히 이들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으로 보아서 이들은 모두 마공을 익혔어……]

그 어떤 잡히지 않는 사실을 찾아가며 원천기의 손은 빠르게 움직였다.

그때마다,

시신들의 얼구른 달빛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원천기와 한처녀의 눈에 경악의 빛이 점점 더 전해지고 있었으니……

[이럴 수가 이 자는 정통마교의 배신자들의 무공을 지녔다.]

[이 자 역시 마찬가지다.]

경악의 도를 넘어서 떨리기까지 하는 그의 음성은 한천녀에게도 경악을 불러일으키고 있었으니……

오오……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지금 달빛 아래 정황이 드러난 이 사건은 실로 그들을 충격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니……

한 밤의 침입자들……

그들은 놀랍게도 과거 정통마교를 배신하고 사라졌던 자들 처럼 정통마교의 무공을 익힌 인물들이었던 것이다.

등천마교는 혈기대종사의 겁으로 인해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고 들었는데……

이제는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져 버렸거니 했는데……

한데……한데……

정통마교의 무공을 익힌 인물들이 오늘 밤 이 동선장에 나타난 것이다.

정통마교는 멸망했다.

그렇다면……

정통마교의 배신자였던 조천수 등이 만든 등천마교의 잔당이 남아 있다는 말인데……이럴 수도 있단 말인가?

원천기와 한천녀의 전신은 가는 경련마저 일으키고 있었다.

마장탑을 나온 후 그들은,

옛날 자기들의 사주로 인해 정통마교를 멸망시키고 뛰쳐나온 조천수 등을 찾은 적이 있었다.

이미 조천수 등이 막강한 세력을 떨치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나, 등천마교는 그 꽃을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혈기자와 네 명의 제자들에 의해서 흔적도 없이 멸망해 버렸다는 것을 알고 경악해 마지않았었다.

등천마교야 말로,

그들 칠십이기재들이 무림에 안배한 가장 큰 힘이었는데……

또한,

그들은 이름이 비슷한 등천마세의 소문을 듣고 찾았으나,

정사를 양분하고 있는 그들이건만 그 본거지는 도저히 찾아낼 수 없었다.

그런데……

정통마교의 무공을 쓰는 등천마교의 잔존자들인 듯한 자들이 나타난 것이다.

문득,

원천기와 한천녀의 눈에 번쩍 기광이 떠올랐다.

(또 다른 인물들이 주위에 있다.)

생각과 동시에 번쩍 원천기의 신형이 좌측 수림쪽으로 날아갔다.

한천녀의 신형도 한 줄기 안개처럼 흐릿하게 화하여 그의 뒤를 따른다.

한데 다음 순간,

또다시 터져 나오는 경악성……

[이들은……]

원천기와 한천녀는 수림의 사방을 살피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림에도 수십여 구의 시신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시신들의 복장은 앞서 소일초에게 죽음을 당한 시신들과 동일한 점으로 보아 그들과 같은 일행임이 분명했다.

한데 이들이 소일초에게 죽음을 당한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엿다.

원천기와 한천녀는 수림에 은밀하게 죽어있는 시신들을 자세히 살폈다.

한데 기이하게도 이들 시신에서는 어떤 외부적 상처의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내장도 손상을 입은 것 같지 않으니……

복면을 벗겨 본 원천기와 한천녀는 이들 시신도 역시 정통마교의 마공, 즉 구마존이 사용하던 마공을 익힌 자들의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 없이 많은 마공을 훤히 꿰뚫고 있는 그들은 얼굴만 살피고도 알 수가 있었다.

정적,

슬프게 쏟아져 내리는 달빛 속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그때 문득,

오랫 동안 침묵을 지키던 한천녀이 입을 열었다.

[이들의 죽음은 곧 정통마교주가 죽인 시신들과 관련이 있지요……]

원천기는 한천녀을 주시하며 물었다.

[소일초가 죽인 시신들과 관련이 있다니……무슨 말이오?]

한천녀는 잠시 시신을 주시하다가 원천기를 직시하며 말했다.

[내 말은 이들과 소일초가 죽인 인물들과는 영적으로 맺어져 있었다는 말이지요.]

[영적으로?]

[맞아요……이들은 영적으로 맺어져 있어 공포를 공유하게 되죠. 일단 공포를 느끼게 되면…… 이처럼 상처하나 없니 죽음을 당하게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한천녀……

그녀는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이어 간다.

[즉……이들은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다수가 죽음으로써 소수가 영적인 공포를 느껴 ……그리하여 짧은 시간에 이처럼 소리없이 죽어갔던 것이지요……]

그녀의 말은 참으로 충격적인 말이었다.

 

아침에,

같은 자리에서 식사를 하면서,

소일초와 주소아는 비로소 수십 구의 시신들의 죽음의 실체를 알게 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서운 일인데……비밀을 지키기 위해……단지 비밀 하나를 위해 이토록 속절없이 죽음을 당하다니……누가 이렇게 겁나는 단체에 가입하려고나 할까?]

생각할수록 그것은 전율스러운 일이 아닌가?

잔인한 일이었다.

실로 무섭도록 철저한 조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소일초에 의해 동료들이 죽음을 당하자,

공포를 느끼고 자신들의 정체가 드러날까 두려워 심맥을 단절하고 그대로 죽음을 택한 이 철저하도록 잔인한 인간들……

그들이 다름아닌 정통마교의 마공을 익혔다는 사실에 소일초와 주소아는 새삼 놀란다.

(대체 이들의 배후에 도사린 인물들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이처럼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려 한단 말인가?)

소일초와 주소아는 침음을 터뜨리며 천천히 그들의 거처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은 어떠한 각도에서 이 일을 생각하든 그것은 단지 풀리지 않는 의혹일 뿐이었다.

해는 높이 솟아 오르고……

한천녀는 멀어져가는 소일초와 주소아를 무심함 가운데 알 수없는 정이 깃든 눈빛으로 주시한다.

자신도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으로……

주소아는 자신들의 침상에서 아침부터 뒹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대체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등천마교는 완전히 없어져 버렸다고 들었는데……또 그들외에 정통마교의 무공을 익힌 인물들이 나타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일 뿐이었다.

불가사의한 백인장과 청옥검궁, 그리고 삼성무림청의 실종……

그녀는 거기에 더하여 또하나의 수수께끼를 가슴에 묻고 있었다.

힐끗,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책을 잡고 있는 소일초를 보았다.

도무지 이 작자는 고민하는 법이 없다.

아무리 곤혹스러운 일이더라도 금방 아무렇지도 않은 듯 딴 짓을 한다.

주소아 그녀는 머리를 짜면서 궁리를 하는 데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저 자식을 만난 것도 다 내 복(福)이지 복……박복(薄福)인지 행복(幸福)인지는 몰라도……)

하는 수 없이 자신이 머리를 굴릴 수 밖에 없다.

우선,

그녀는,

백인장과 삼성무림청,그리고 청옥검궁이 사라진 다음 곧 출현한 등천마세와 정천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했고……

그 사라진 세력들이 혹시 탈을 바꾸어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더욱 더 정천보과 등천마세의 진정한 정체에 대해서 캐 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면서 하나의 무림의 움직임에 신경을 쓴다.

바로 등마제(登魔祭)에 대해서……

(한천이기가 등마제에 대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 제전이 현무림의 판도와 상당히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천이기는 보통 인물들이 아닌 것이다.

스스로 칠십이기재의 우두머리로 자부하는 그들의 두뇌는 어떤 분야에서는 그녀와 소일초를 앞지르고 있을 지도 몰랐다.

그런 만큼,

그들이 등마제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그 제전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일초를 등마제에 참석하게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첫번째 일이다.)

그녀는 잠을 설친 어젯밤 때문인지 깊이 생각하다가 깊이 잠이들고 있었다.

(그 후의 일은 그때 그때 알아서 하면 되겠지……)

소일초는 아침부터 침상에서 골아 떨어지는 주소아를 힐끗 본 후에도 신경도 쓰지않고 무슨 책인가를 열심히 읽는다.

 

× × ×

 

무림은 술렁이고 있었다.

등마제가 또다시 무림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십오야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오 일 후로 다가선 이 달 보름……

십오야 만월이 중천에 걸리는 그 때……

등마제는 대파산(大爬山) 사망림(死亡林)에서 벌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등마제에 초대받은 수많은 악인들이 대파산으로 향하고……

원인모를 실종사건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등마제의 제물이 되지 않기 위해 그들은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등마제에 참석하는 사람은 두 종류이다.

악인으로서 제물을 들고 찾아가는 부류와,

악인에게 제물로서 잡혀가는 부류!

참석자의 수 만큼이나 많은 제물의 수……

무림혼란 속에 몸을 떨고……

이에,

정천보는 등마제를 영원히 이땅에서 사라지게 하고자 일천 명의 정천수호군(正天守護軍)을 파견했다.

정천수호군……

이 위대한 이름,

뜻있는 이들이 정의의 기치(旗幟)아래에 모여 형성된 정파무림의 최고 무인조직을 뉘라서 모르겠는가.

정천수호군은 정천보의 핵을 이루는 중추세력 중 하나이다.

무림인들이 알고 있는 사실은 단지 이 정도일 뿐……

그 진정한 힘의 실체와 정천수호군주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철저한 신비였다.

다만……

정천수호군의 이름만은 더높고,

무림인들은 정천보을 믿고 있는 만큼 정천수호군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믿음과 확신을 지니고 있었다.

이제 천하무림인들은 정천수호군의 움직임과 등마제에 대해서 온 귀추를 주목하고 있었다.

그것이 최대의 관심사였으며……

그것이 무림의 장래 판도에 중요한 기로였으므로……

아무튼 난세는 더욱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가고 있었다.

과연 무림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이지?

 

× × ×

 

찌는 듯한 폭염(暴炎),

유월의 태양은 그 맹위를 떨치고 머리를 덮지 않으면 골이라도 익혀버릴 작정인 것 같았다.

숨 막히는 더위, 이따금 부는 바람이 없었더라면 아마 길가는 사람은 몽땅 일사병으로 쓰러져 죽고 말았을 것이다.

 

양양(讓陽),

이곳 역시 태양은 콩깍지를 튀길 뜨거운 햇빛을 내리쬐고 있었다.

황혼(黃昏)의 노을을 감상하며……

오래 전에서 부터 양양의 요로에 자리잡은 한 객점(客店)의 창가에 앉아 바쁘게 술잔을 기울이는 한 사람이 있었다.

몸에는 백의를 걸치고 있었으며 문사건을 아무렇게나 두른 그는,

일견하기에도 지독한 술꾼같은데……

나이는 대략 이십 삼사 세 가량으로 보였고,

용모는 평범하기 이를 데 없었다.

객점에는 수십여 명의 주객들이 있었지만 누구 하나 이 청년을 주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백의 청년은 바로 소일초였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역근천골공으로 바꾼 후 이곳 양양까지 온 것이다.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등마제에 참석하고자……

주소아에게 억지로 떠밀렸던 것이다.

자기가 가면 아기를 낳을 수 없게 된다는 둥, 정말 가지 않겠다면 도망쳐 버리겠다는 둥,

오만협박과 회유에 넘어가 하는 수 없이 길을 나섰던 소일초,

주소아가 옆에 없으니 도무지 갈비라도 한대 빠진 듯 가슴이 허전해서 길을 나서자마자 술로 빈 가슴을 채우고 있는 그였다.

객점의 인물들은 대부분이 무림인들이었다.

정파무림인들보다 사파의 인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는데……

이때, 그들의 화제는 모두 등마제였다.

소일초의 술먹는 귀도 그런 소리는 알아들어서,

그들 중 상당수의 인물들이 등마제에 초대받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등마제가 이틀 남았던가……)

그는 술 한 모금을 삼키고 아예 눈을 감았다.

무림인들이 떠드는 소리를 더이상 듣고 싶지도 않았고 아무 것도 보고 싶지도 않았다.

눈을 감으나 뜨나 오락가락하는 것이 주소아의 얼굴인데……

옆에 있을 땐 당연했던 것들이 없으니 미칠 것 같았다.

[내 이럴 줄 알았어……그래서 안 올려고 했는데……]

중얼거리며 오직 주소아의 환상만 잡고 있었다.

천하의 소일초,

결국 주소아와의 애정의 덪에 깊이 걸려들고 만 것인가?

오직 빈 속을 술로 채우기만 한다.

그때,

[함께 앉아도 되겠소?]

교태가 흐르는 듯한 여인의 음성이 그의 귀에 들려왔다.

성가신듯 눈을 떠 보니 면사로 얼굴을 가린 홍의의 여인이 맞은편에 서 있었다.

무관심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술을 들이키면서 다시 소일초는 눈을 감아 버린다.

맞은 편에 앉은 여인이 말을 걸어왔다.

[사연없이 마시는 주객(酒客)은 아닌 듯싶군요.]

[당신 역시 사연없는 사람은 아닌 듯 싶은데……취풍녀!]

아무렇지도 않게 주정처럼 내뱉는 소일초의 말,

취풍녀라니……

홍의의 여인의 두 눈에 경악의 빛이 지나갔다.

그러나 주위에서 떠들며 이야기 하는 소리에 소일초의 말은 거의 옆으로 퍼져나가지 않았다.

[부인할 수 없군요. 어떻게 나를 알아보았죠?]

소일초는 여전히 술을 들이킨다.

[제길 앞에 소아가 있어야 되는 건데……]

홍의 여인, 취풍녀는 무슨 소린 지 알아듣지 못해 어리둥절한다.

이내,

비워진 그의 술잔에 술을 따라부어 주면서 은근하게 말한다.

[당신은 무척 신비한 사람이군요. 제가 알 수 없을 까요?]

소일초의 눈이 부릅 떠졌다.

[알릴 것도 없고 알고 싶은 것도 없어. 단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

[집에 돌아가지 못할 사연이라도 있어요?]

소일초의 태도에 아랑곳 없이 친근하게 취풍녀는 물어오고……

[마누라에게 쫓겨났어……]

[혼인을 하셨군요. 그런데 어떻게 해서……]

[일하러 가지 않으면 도망가 버리겠대………도망가 버리면 어떻게 나 혼자 살아……]

소일초의 목소리는 점점 처량해져 갔다.

[저런! 부인께서 무척 아름다우신 모양이죠?]

[아니 정반대야, 아무도 그녀를 쳐다보려하지 않아.]

취풍녀가 이상하게 생각하며 물었다.

[그런데도 부인이 그렇게 좋아요?]

[그래, 나는 모자라는 사람이라 그 여자 없으면 못 살아.]

[부인 성함이 무엇이지요?]

소일초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흘렸다.

[취풍녀……]

[네?]

취풍녀는 자신의 이름을 소일초가 부른 줄 알고 의아하게 대답한다.

[취풍녀야……]

소일초는 다시 술을 들이키기 시작했고

[호호호호……]

취풍녀는 그제서야 알아듣고 교소를 터뜨렸다.

[당신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군요. 농(弄)이 아주 재미있어요.]

그녀는 다시 소일초의 빈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당신 이름은 뭐죠?]

[무적검(無敵劍) 승취풍(承吹風)!]

취풍녀가 살짝 눈을 흘기면서 말한다.

[진짜 이름 말이에요.]

[무적검…………압취풍(壓吹風)!]

[못 말릴 분이시군요. 좋아요 더 묻지 않겠어요. 술이나 마셔요.]

그녀가 어느새 비워져 있는 소일초의 잔을 가득 채워주며 점소이를 불렀다.

[여기 술 좀더. 그리고 이 분이 지금까지 술을 얼마나 드셨지?]

[죽엽청 한 병 하고 구운 닭 한 마리입죠.]

[이 주담자는?]

[그건 물입니다. 손님께서 물을 많이 마시니까 아예 채로 갖다 달라고 하신 거죠. 벌써 두 주담자 째죠.]

[술이나 더 갖다 줘.]

점소이를 보낸 취풍녀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주담자에 가득 담겨져 있는 것은 분명히 소일초가 부어마시던 술이었다.

그런데 점소이는 물을 갖다 줬다고 하니……

(점소이가 물을 갖다 준다는 게 잘못해서 술을 갖고 왔나?)

자칭 무적검 압취풍이라고 밝힌 소일초는 여전히 주담자를 기울여 술을 마시고 있다.

[저도 한 잔 주세요.]

취풍녀가 잔을 들이 밀며 소일초에게 말했다.

[직접 따라마셔. 나는 술을 남에게 따라주는 사람이 못돼.]

[너무 냉정하게 굴지 마세요. 잔은 주고받는 거라잖아요.]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직접 부어서 잔을 채웠는데,

아무리 봐도 죽엽청은 아니다.

향긋한, 이름도 모르는 술이었다.

맛도 착 감기는 것이 그녀는 아직 그처럼 좋은 술을 마셔본 적이 없었다.

단번에 마시고 다시 따라 부었다.

[대체 무슨 술이길래 이렇게 맛이 좋죠?]

그때 점소이가 그녀가 주문한 술을 가지고 왔다.

소일초의 몸이 건들거리면서 잔을 들이키고,

[술은 무슨 술……점소이가 맹물이라지 않았나……]

취풍녀는 술을 마시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향기도 맛도 사라지고 닝닝한 맹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왠 도깨비장난인가 싶어 다시 주담자를 따라보니 분명히 맹물이다.

그런데도,

소일초는 천연덕스럽게 주담자를 기울여 잔을 채워 마시는데,

그때보니 또한 영락없이 자기가 마셨던 술이다.

[당신은 정말 신기해요. 무슨 요술이죠?]

그녀는 주담자를 기울여 나오는 물을 부어버리며 소일초를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네 술이나 마셔……]

말을 끌면서 소일초는 푹석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코를 골기 시작했다.

취풍녀는 난감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부축하여 객실(客室)로 데리고 올라갔다.

 

× × ×

 

 

객점에 있는 무림인들이 모두 사파의 인물들 만은 아니었다.

상당수의 정파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자신을 철저하게 감춘 채 말없이 음식과 술을 마시고 있는 인물들……

그들의 몸에서는 가공할 기도가 풍겨지고 있었으며 두 눈에 감도는 은은한 정광은 그들이 정파의 고수라는 사실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정천보에서 파견한 정천수호군에 속한 일부 인물들,

원천기와 한천녀는 시선은 황혼에 두고 있었으나, 객점의 인물들을 빠짐없이 살피고 있었다.

한데,

그들이 보기에, 정파인들은 누군가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듯하지 않은가…

원천기와 한천녀의 눈망울에 언뜻 진한 호기심의 빛이 떠올랐다.

한데 그때였다.

원천기와 한천녀의 얼굴에 미미한 변화가 인 것은……

그들의 시선이 알게 모르게 창 밖의 대로(大路)로 향했다.

대로,

그곳에 소녀(少女)가 나타남으로 인해서 객점의 많은 정천보의 인물들의 얼굴에 떠올라있던 초조의 빛이 사라짐을 느꼈던 것이다.

(보통 신분의 소녀가 아니겠군……)

원천기와 한천녀는 그 소녀를 유심히 살폈다.

나이는 이십여 세 안팎으로 보였으며……

녹의(綠衣)를 걸치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 소녀는 무림인이 아니라고 느낄 것이다.

하나, 원천기와 한천녀는 느낄 수 있었다.

그 소녀는 자신의 기도를 감추고 있을 뿐 분명히 가공할 무림의 고수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소녀의 용모는 또 어떠한가?

결코 한천녀에 뒤지지 않는 듯하지 않은가?

그 소녀는 빠른 걸음으로 객점을 향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두두두두-----!

대로의 저쪽으로부터 뿌연 황진을 일으키며 다가서는 한 대의 사두마차가 있었으니……

시야에 들어왔다고 느낀 순간 마차는 이미 대로의 중앙을 거쳐 반대편으로 아득히 사라져 갔다.

한데 마차가 사라진 것은 문제가 아니었으나……

놀랍게도 그 엄청난 기도를 안으로 내포하고 있던 소녀가 홀연히 사라져버린 것이 아닌가?

원천기와 한천녀는 눈을 마주 보았다.

(납치?)

그것은 분명히 납치였다.

한데 객점 안의 고수들이 그것을 보지 못했을 리 없건만,

정천보의 인물들의 표정은 마치 이런 일을 예견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한 미소를 짓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몸을 일으켰다.

원천기와 한천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된 납치……!)

그 납치는 정천보의 인물들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는 것도 알 수가 있었다.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군……)

그들은 묵묵히 객점의 계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상인 차림을 한 한천이기 중 원천기가 무심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누가 먹힐 것인가? 입 큰 놈인가 배 큰 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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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무창> 강가의 도시. #235>에 나온

번화가에 자리한 화려한 객잔.

객잔 내의 독채 건물. 월동문이 있는 높은 담장으로 외부와 구분되어 있다. 건물 입구는 몇 명의 무사들이 지키고 있고. 무사들의 복장은 남궁진과 같고 무기는 검이다. 긴장하고 초조한 표정들.

[끄아악!] 건물 안에서 비명이 들리고. 힐끔거리는 무사들

무사1; [우리에게도 불똥이 튀겠지?] + 무사2; [그렇다고 봐야하네.] 건물을 힐끔거리는 무사들

무사2; [남궁세가의 후계자가 손을 하나 잃었잖은가?] [경호를 위해 소가주와 동행한 우리들에게 책임을 물을 게 확실해.] 오만상

무사1; [우린 동행들의 눈치가 보인다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으라고 한 소가주의 지시를 따른 것뿐이지 않은가?] 억울

무사3; [물론 억울하지.] 우울

무사3; [하지만 소가주가 저 지경이 된 걸 알면 가주 눈에는 뵈는 게 없을 걸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게야.]

무사1; [젠장! 할 수만 있다면 다 때려치우고 잠적하고 싶구만.]

무사2; [그런 생각은 하덜 말어.]

무사2; [이 시점에서 잠적했다가는 탕마신협과 한패로 몰려서 척살 명령이 떨어질 수도 있어.]

무사1; [듣고 보니 그렇군.]

무사3; [말 그대로 우린 외통수에 걸려든 거야.] 끄아악! 무사가 말하는 배경으로 비명이 들리고

 

#243>

건물 내부. 남궁진이 침대에 누워 치료를 받고 있다. 의사로 보이는 노인이 붕대로 남궁진의 잘려진 오른팔 상처를 감싸주고 있다. 젊은 의사가 늙은 의사 옆에 쟁반을 들고 서있다. 쟁반에는 붕대와 약통 등이 얹혀져 있고. 젊은 의사 옆에는 여러 가지 치료도구들이 널려진 작은 탁자가 있다. 남궁진이 누운 침대에서 좀 떨어진 곳에 놓인 의자에는 얼굴의 절반을 붕대로 감은 악철산이 앉아서 보고 있다. 술병을 들고 술을 마시면서 남궁진을 보고 있다.

남궁진; [끄으윽!] 팔을 치료 받으며 이를 갈고.

악철산; (단순히 통증 때문에 저리 처참하게 울부짖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남궁진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며 생각하고. 술병을 입에서 떼면서

악철산; (나도 눈을 하나 잃긴 했지만 남궁형이 입은 타격에 비하면 대단할 것도 없다.) 붕대로 감싼 얼굴을 만지고

악철산; (주로 사용하는 오른손을 잃은 것은 무림인으로서는 치명적인 타격...)

악철산; (자칫하다가는 남궁세가의 후계자 자리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 남궁형의 자리를 노리는 형제들과 사촌들은 여럿 있으니...)

악철산;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남궁형으로서는 이청풍에게 이가 갈릴 것이다.) 다시 술을 마시고. 그때

의사; [되었소이다.] 상처를 묶은 붕대를 완전히 묶으며

의사; [상처에 마비산(痲痹散)을 뿌려놓았으니 곧 통증도 가라앉을 게요.] 남궁진의 팔을 침대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면서

악철산; [수고하셨소 의원.] 끄덕이고

의사; [수고랄 게 있겠소이까? 의원으로서 할 일을 한 것뿐인데...] 탁자 쪽으로 돌아서며 말하고

의사; [상처도 상처지만 출혈이 상당했었으니 당분간 정양을 해야 할 게요.] 젊은 의사와 함께 탁자 위의 치료도구들을 챙기기 시작하고

남궁진; (이청풍! 이청풍!) 고통 때문에 비지땀을 흘리면서 이를 갈고. 청풍이 자기 팔을 자르던 장면 떠올리고

남궁진; (두고 보자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놈!) (우리 남궁세가의 모든 것을 동원해서 네놈을 죽도 살도 못하게 만들어버릴 테니...) 악에 바친 표정 크로즈 업

 

#244>

저녁 무렵. 지옥갱 호북 분타. 외부에서 본 모습. 정문은 열려있지만 쓰러진 무사들은 안 보인다.

남궁진과 악철산이 숨어있던 언덕. 바위들 사이에 숨듯이 앉아서 호북 분타쪽을 보고 있는 청풍. 작은 바위에 걸터앉아있다. 그러다가

청풍; (나오는군.) 눈 번뜩

정문에서 나오는 두 여자. 천약옥녀와 날수선자. 침통한 분위기. 지옥갱의 무사 몇 명이 배웅을 한다.

청풍; (지옥군자의 치료는 무사히 끝난 모양이다.)

정문과 멀어지는 두 여자. 청풍이 숨어있는 언덕 아래로 난 길로 오고 있다. 날수선자는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 반면 전삼낭은 고개를 떨군 채 바닥만 보고 걷는다.

전삼낭의 복잡한 표정 크로즈 업

청풍; (전소저는 지옥군자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게 지옥군자를 구해달라고 부탁을 했을 테고...) 그걸 보며 생각하고

청풍; (남궁진이나 악철산이 그 사실을 알면 전소저가 곤경에 처하게 될 터...) 슥! 소리없이 일어나고

청풍; (오늘 지옥갱 호북분타에서 벌어진 일은 나만 알고 있어야할 것이다.) 스스스 모습이 흐려진다.

스팟! 사라지는 청풍.

두리번거리며 걸음을 옮기는 날수선자

날수선자; (이공자가 분명 근처에서 우릴 지켜보고 있었을 텐데...) 언덕 쪽을 보는 날수선자. 하지만

이미 언덕 위에도 아무도 없다.

날수선자; (아쉽네. 제대로 인사도 못 나누고 헤어져서...) 한숨

날수선자; (그나저나 남궁진의 팔을 하나 자르고 악철산을 애꾸로 만들었으니 만만찮은 뒷탈이 있겠구나.) 청풍이 남궁진의 팔을 자르고 악철산의 뺨을 가르던 장면 떠올리며 한숨 쉬고

날수선자; (이번 일로 자칫 호천맹이 와해될 수도 있고...)

<남궁진과 악철산이 이공자를 음해할 경우 어찌 대처할지 생각해봐야겠다.> 멀어지는 두 여자의 모습

 

#245>

<-북경> 깊은 밤. 새벽녘이라 불이 켜진 건물은 거의 없고

<-황금전장> 밖에서 본 모습, 문은 닫혀있고.

이하 #114>에서 벽옥령이 가출하던 장면과 유사

황금전장 후면의 높은 담장. 담장 밖은 좁고 어둑한 골목이다.

슥! 높은 담장 위로 사람 그림자가 하나 돋아나더니

휘익! 담장 아래 골목으로 뛰어내리는 사람 그림자.

골목에 내려서서 주변 두리번거리는 건 벽세황이다. 죽립을 썼고 등에는 봇짐을 비스듬히 짊어지고 있으며 허리에는 화려한 검을 한 자루 찼다. 먼 길 떠나려는 모습.

벽세황; (생각대로 우리 황금전장은 침입에 대해서는 경비가 삼엄할 뿐 밖으로 나가는 것은 거의 막지 못한다.)

벽세황; (옥령이도 그래서 들키지 않고 가출할 수 있었을 테고...) 골목을 걸어가며 생각하고. 이어

벽세황; (전표로 십만 냥 넘게 챙겼으니 돈이 궁할 일은 없을 것이다.) 등에 짊어진 봇짐을 힐끔 보고

벽세황; (가능한 멀리 떠나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날 찾지 못하게 해야 한다.)

벽세황; (그래야 하나뿐인 아들이 사라지는 게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아시게 될 테니...) 눈 번뜩이며 걸어가고

 

#246>

여전히 황금전장. 아침이 되었다.

열린 정문으로 사람들과 우마차들이 드나들고

 

황금전장의 대청 건물. 황금수라들이 경비를 서고 있고

이세창; [청풍이가 살아있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의자에 앉은 벽초천과 탁자를 사이에 두고 서서 보고하는 이세창. 서류철을 들고 있다. 벽초천은 장부에 붓으로 뭔가를 쓰고 있고

이세창; [타노가 보낸 전서구에 의하면 청풍이는 살아있을 뿐 아니라 절세고수가 되었다고 합니다.] 서류를 읽으며 벽초천의 눈치를 보고

멈칫! 뭔가를 쓰던 벽초천의 손이 멈추고

이세창; [이유는 모르겠지만 청풍이는 혈세사패의 분타들을 깨트리고 다니는 중인데...] 눈치 보며 보고하고

이세창; [행적을 종잡을 수 없어서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벽초천; [한 달...] 슥! 의자 등에 몸을 기대며 중얼거리고

이세창이 흠칫할 때

벽초천; [태감 담길이 준 한 달의 유예기간을 지키기는 사실상 어렵겠군.]

이세창; [타노가 며칠 내로 청풍이를 만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눈치 보며 대답

벽초천; [그나마 청풍이가 살아있다는 걸 확인했으니 다행이다.]

벽초천; [그 사실을 태감 담길에게 전하고 유예기간을 늘려달라고 요청해라.]

이세창; [시행하겠습니다.] 고개 숙이는데

[상공!] 갑자기 입구쪽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는 이세창.

마은혜; [큰일... 큰일 났어요 상공!] 울부짖듯 외치며 대청으로 뛰어드는 마은혜. 손에는 종이를 한 장 들고 있다. 문 밖에서는 황금수라들이 문을 열어주며 당황한 표정이고. 몇 명의 하녀가 마은혜를 따라왔다가 대청 밖에 멈춰서고 있다.

이세창; (뭔가 일이 터졌군.) 옆으로 물러서고. 벽초천은 미간을 좀 찡그리고

마은혜; [세황이가... 우리 아들 세황이가 가출을 했어요!] 울면서 벽초천 앞에 멈춰서고

이세창; (가출!) 놀라고

찡그리는 벽초천

마은혜;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기척이 없어서 하녀들이 침실에 들어가 봤더니...] 울면서 벽초천 옆으로 가고

마은혜; [자길 찾지 말라는 내용의 편지만 남기고 사라졌다는 거예요.] 편지를 벽초천에게 내밀고. 편지를 받는 벽초천

편지를 보는 벽초천

이세창; (소장주는 아버지에게 험한 말을 듣고 파직까지 당하자 집을 뛰쳐나가버렸군.) 쓴웃음

마은혜; [어떻게... 어떻게 해요? 세상 물정도 모르는 그 애가 무슨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해요?] 눈물 닦으며 발 동동 구르고

벽초천; [진정하시오. 옥령이 때와 달리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오.] 편지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무뚝뚝하게 말하고

마은혜; [어떻게 걱정을 안해요?] [세상인심이 얼마나 험한지는 상공께서 누구보다 잘 아시잖아요.] 서운한 표정

벽초천; [제 한 몸 지킬 능력은 있는 놈이오.] [또 무슨 문제가 생기면 우리 황금전장의 지점에 도움을 청할 거요.]

이세창; (하긴 제법 큰 도시치고 황금전장의 지점이 없는 곳은 없지.)

마은혜; [그렇다 해도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도 있잖아요.] 울면서 항변

벽초천; [총관!] 한숨 쉬며 이세창에게

이세창; [예 장주님...]

벽초천; [각 지점에 전서구를 보내서 세황이의 종적을 수배하고...]

벽초천; [세황이의 스승 풍뢰검왕에게 황금수라들을 대동하고 세황이를 추적해달라고 부탁하게.]

이세창; [분부 받들겠습니다.] 허리 숙이고

서둘러 나가는 이세창

마은혜; [괜잖겠지요 상공? 우리 아들에게 무슨 일 안 생기겠지요?]

벽초천; [좋은 기회라 생각하시오. 사내놈은 집을 떠나봐야 비로소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게 되는 법이니...] 무뚝뚝하게 말하며 몸을 의자에 기대고

벽초천; (죽지만 않는다면 세황이 놈도 어른이 되어서 돌아오겠지.) 밖을 보며 생각하고

 

#247>

**이하의 장소는 #12>에 나온 곳. 혈세사패의 패주들이 지존을 만난 곳으로 당시와 분위기가 흡사하다. #12>의 장면을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

 

험준한 산. 낮이지만 먹장구름이 낮게 깔려 있어 어둡고 음침한 날씨.

우르릉! 먹장구름 속에서 천둥도 일고.

골짜기. 오래전에 버려진 절. 무너진 건물들. 잡초가 무성. 귀신이 나올 것같은 분위기

그나마 온전한 대웅전 건물

어둑한 내부. 세 개의 커다란 불상이 불단에 안치되어 있고. 불단 앞에는 큼직한 탁자가 하나 놓여있다.

번쩍! 밖에서 번개가 치고. 다음 순간

번갯불에 비쳐 대웅전 안쪽에 길게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요염한 여자의 그림자다. #12>에서와 달리 처음 나타나는 것은 지옥혈부가 아니라 구미호리다.

문간에 서서 대웅전 안을 들여다보는 여자. 화려한 일본 여자 같은 복장과 장식을 했으며 얇은 옷을 입었는데. 벌어진 저고리 사이로 육중한 젖가슴의 형상이 보이고 옆이 터진 치마로는 하이힐을 신은 미끈한 다리가 드러난다. 손에는 곰방대를 들고 있는데 입에서 막 뗀 모습. 물론 혈세사패중 쾌활림의 림주 구미호리. 몸에서 꽃향기가 흘러넘치는 육감적이고 도발적인 분위기

구미호리; [어머나, 예의가 없는 분들이네.] [아녀자인 나로 하여금 먼저 와서 기다리게 하다니...] 샐쭉이며 대웅전 안으로 들어서고

구미호리; [나 구미호리가 그렇게 매력이 없는 것일까?] 한숨 쉬며 불단 앞에 놓인 탁자에 엉덩이를 걸친다. 뭉클거리는 엉덩이의 질감. 그때

<림주의 매력과는 상관이 없소!> 누군가의 말이 들리고. 놀란 척 눈을 치뜨는 구미호리를 배경으로

<지옥혈부와 백일살신은 곧 죽어도 남과 합작은 못하는 위인들이오. 그래서 불참한 거요.> 불단 쪽에서 말소리가 들리고

구미호리; [환마루주! 당신은 미리 와있었군요.] 반색하며 불단을 보고. 직후

<본좌도 방금 전에 도착했소.> 츠츠츠! 말 소리와 함께 불단에 안치되어 있던 세 개의 불상중 좌측의 불상이 흔들리더니

스스스! 그 불상에서 아메바처럼 빠져나오는 인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검은 천으로 뒤덮은 인물. 눈 부위만 보인다. 물론 그자는 환마루의 주인 환마루주다.

구미호리; [이게 얼마만인가요? 반가워요 루주님!] 교태를 부리며 일어나려는데

환마루주; [거기 그냥 앉아계시오!] 두 손 들어 막는 시늉하고

환마루주; [림주가 접근하는 만큼 본좌는 물러날 수밖에 없소.] 뒤로 한 걸음 물러서고

구미호리; [쳇! 루주님도 대장부는 못되시는군요. 저같은 아녀자를 두려워하시고...] 샐쭉거리면서도 다시 탁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환마루주; [림주의 서시응향(西施凝香)이 사내들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본좌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오.]

환마루주; [일단 서시응향에 중독되면 설령 지존이라 해도 림주의 노예가 되지 않겠소?] 눈 번뜩

구미호리; [우리 쾌활림의 시조이신 야차서시께서 남기신 서시응향이 남자들에게 치명적인 위력을 지닌 건 사실이에요.]

구미호리; [하지만 여자의 봉사를 받으면 후유증 없이 해독이 되니 독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구미호리; [즉, 저의 적이 아닌 이상 서시응향을 무서워할 필요는 없는 거예요.] 교태를 부리며 눈을 흘기지만

환마루주; [본좌는 딱히 림주를 적대하지는 않지만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 역시 없으니 이해해주시오.]

구미호리; [무정한 분같으니...] 눈을 흘기고

구미호리; [어쩔 수 없이 혈세사패의 회합을 제안한 용건으로 들어가야겠네요.] 샐쭉거리며 말하고

환마루주; [탕마신협이란 놈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게 회합 목적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소.]

구미호리; [맞아요.]

구미호리; [탕마신협 이청풍이란 놈을 방치하면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어요.]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환마루주; [그놈에게 우리 혈세사패의 분타들이 풍비박산이 나고 있는 건 사실이오.] 끄덕이고

구미호리; [탕마신협이니 뭐니 해봐야 우리들 네 사람이 힘을 합치면 어렵지 않게 잡아 죽일 수 있을 거예요.]

환마루주; [하지만 지옥혈부와 백일살신은 독불장군들이라 절대 합공에 가담하지 않을 거요.]

구미호리; [고금제일검으로까지 불리는 검성이야 어쩔 수 없이 합공했지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를 상대하자고 손을 잡지는 않겠지요.]

환마루주; [그렇다고 개별적으로 탕마신협을 쳐서는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 게 사실이오.]

구미호리; [어쩔 수 없이 우리 둘이라도 손을 잡아야하는 상황인데...] 말꼬리를 흐리고. 환마루주의 반응을 떠보려고

환마루주; [떠보실 거 없소이다. 본좌는 기꺼이 림주외 합작할 의향이 있소.]

구미호리; [정말 다행이에요.] 짝짝! 박수치고

구미호리; [루주님만 도와주시면 탕마신협을 충분히 잡아 죽일 수 있을 거예요.] 탁자에서 일어나는데

환마루주; [본좌는 준비가 되어 있으니 언제라도 불러주시오.] 스스스 몸이 흐려지고

구미호리; [벌써 가시려구요? 지금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하는데...] 서운한 표정으로 눈을 흘리고. 완전히 일어섰고 젖가슴이 출렁거린다. 하지만

환마루주; [본좌의 이목은 림주의 주변에도 깔려 있소.] 스스스 모습이 사라지고

<본좌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만 하시면 그 즉시 림주 곁에 현신할 것이오.> 스스스 사라지는 환마루주

구미호리; [가버렸네.] 새침한 표정으로 다시 탁자에 걸터앉고

구미호리; [하지만 아무리 날 피하려고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 환마루주!] 요염하게 웃으며 혀로 입술 핥는 구미호리

 

#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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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九 章

 

     한 쌍이 시작하면 한 쌍은 끝을 본다.

 

 

 

소일초는 알몸으로 주소아의 몸위에 올라가 있었다.

침상에는 휘장이 드리워져 있고 주소아 역시 알몸이다.

이미 완전한 성인(成人)인 그들의 몸,

소일초의 나이는 이제 십육 세, 주소아는 십팔 세이니 백송균화의 신비한 효과가 아니라도 상당히 발육했을 나이다.

주소아의 몸은 완벽한 미의 여신의 것이었고,

소일초 역시 놀랄만큼 크고 강한 남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서로의 몸을 마찰하며 흥분에 젖어들고 있었다.

부드러운 살과 살이 미끌리듯 스치면서 짜릿한 흥분을 일으킨다.

이런 순간마다 주소아는 역설적으로 심한 고통에 빠지게 된다.

강한 육체적 욕망이 끌어올라 스스로 몸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가 되기 때문이다.

소일초의 몸을 으스러져라 끌어안으며 뜨거워진 부분을 마찰했다.

소일초 역시 그러한 사정은 마찬가지,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며 주소아의 나신에 자신의 알몸을 비벼댄다.

 

주소아와 소일초의 침실에서 십 여장 떨어진 아늑한 규방,

은은한 황촉불 불빛 아래……

한천녀는 동경(銅鏡)을 넋나간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야심한 시각,

달빛도 조용히 나래를 접는 이 시각,

왜 이 여인은 밤잠을 이루지 못한 채 하염없이 동경 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

문득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살포시 양손으로 감싸쥐었다.

(아름답다……)

요즘엔 부쩍 자주 보게되는 자신의 얼굴인가?

그녀는 새삼 자신의 아름다움에 스스로 심연의 충격마저 느꼈다.

자신이 느끼기에도 동경에 비추인 그 아름다움은 극에 달해 있었다.

과거 얼마나 많은 사내들이 이 얼굴 하나에 울고 웃었던가?

그녀의 얼굴 자체가 슬픔이요,

환희였으며,

또한 절망이었기에……

하나, 이젠 과거의 일이다.

지금 그녀의 나이는 팔십 하고도 하나,

지나간 세월이 안타깝기만 하다.

(세월은 이미 가버렸다…… 나의 아름다움은 그대로이나 나는 너무나 많은 세월을 살아버린 것이다……한과 저주로……)

그녀의 길고 섬세하며 아름다운 손은 조용히 백발을 쓸고 내린다.

백발……

마장탑에 있을 당시에만도 그것은 흑발이었다.

하나 반 년 전……

마장탑의 붕괴와 더불어 밖으로 나서면서 그녀의 흑발은 급격한 변화를 일으켰다.

오랜 세월 햇빛을 볼 수 없었던 생활에서 변화하자 그녀의 흑발은 백발로 화하고 말았던 것이다.

원천기 역시 이 경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무정무심한 여인에게 그것이 무슨 상관이랴.

다만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 것 외에는 달리 의미가 있을리 없지 않은가?

한데 보라!

치렁치렁한 백발을 쓸어 내리는 그녀의 손은 미미하게 떨리고 있지 않은가?

(이해할 수가 없다. 팔십 하고도 하나인 살아온 그 긴 세월 동안 스스로 여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지 않았던가?)

그렇다.

그녀는 마장탑에 잡혀가기 전에는 남자를 우섭게 알았기에,

또한 그곳에서는 한과 저주로 세월을 보냈기에……

자신이 여자임을 느낄 때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한데 마장탑을 나온 후 밤마다 나는 고통에 몸부림 친다.)

그녀의 눈빛이 황촉불빛 아래서 흐려진다.

(한천녀……이래야 하는가? 진정 이래야 하는가? 너는 이 땅 이 하늘을 파멸시킬 저주의 칠십이기재의 하나가 아닌가?)

그러나 그녀의 내심과는 달리……

온통 죽음의 기운으로 뭉쳐진 그녀의 회색빛 동공에 심한 고뇌의 빛이 떠올랐다.

한 사람……

여인이기를 거부하는 그녀의 내심에 끊임없이 여인을 깨우고 있는 사람……

바로 주소아다.

주소아가 청사무로 그들을 깨웠을 때 영혼의 깊은 연대가 구축되었다.

그리하여……

밤마다 소일초와 잠자리를 같이하며,

서로의 몸을 강렬히 애무하는 그녀로 인해,

수동적(受動的)인 영혼의 교감을 가진 한천녀는 고통스러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능동적인 교감을 가지는 주소아는 한천녀가 느끼는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지만,

한천녀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주소아와 함께 흥분하고 주소아와 함께 몸을 떤다.

지금,

동경과 씨름하며 백발을 바라보고 있지만……

소일초와 주소아……

그렇다.

거울 속에서 아니 그녀의 뇌리에서 화안히 맴돌아 영혼을 적셔오는 모습은 이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한 쌍인 소일초와 주소아의 끌어안고 있는 나신이었다.

한천녀는 몸을 세차게 떤다.

환상 속에 나타나 보이는 주소아와 소일초를 느끼면서 그녀의 몸은 주체할 수 없는 흥분으로 전율하기 때문이다.

(하필이면……하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가…… )

황촉불이 흔들리고……

그녀의 마음 또한 몸처럼 무섭게 흔들린다.

몸으로 전해오는 흥분을 짓누르느라 고통스러운 것이다.

(정통마교주……그들은 우리 칠십이기재의 노예일 뿐인데…… 그는 단지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천지파멸을 대신할 이용물일 뿐인 데……)

이 밤도 소일초와 주소아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한천녀……

그녀의 아미가 무섭게 경련을 일으킨다.

(팔십이 넘은 몸으로……이렇게 육욕(肉慾)에 몸부림쳐야 하다니……)

순간,

쨍그랑……

그녀는 거칠게 동경을 집어던진다.

밤의 정적을 깨며 금속성이 여운처럼 길게 울렸고……

한천녀의 눈빛은 파도처럼 한동안이나 흔들렸다.

그녀는 다시 황촉불을 껐다.

순간 실내는 죽음과 같은 어둠에 휩싸였다.

어둠……

그녀는 밝음보다 어둠에 익숙해 있었다.

지난 세월을 그녀는 거의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 속에서 그녀는 정통마교에 의하여 파괴당한 육체를 되살리기 위해 인간의 한계를 넘는 수련을 쌓았고,

온갖 마공을 익혀 왔던 것이다.

또한 죽음과 저주, 한(恨)를 온통 그녀의 영혼에 채웠던 것이다.

그래서,

육욕이 몰아치는 밤마다,

그녀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되새기곤 했다.

이 밤도 그녀는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흔들리는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것이다.

[…………!

어둠 속에서 과연 그녀의 마음은 무심하게 가라앉았다.

달빛은 무심하게 실내로 흘러들고……

그녀는 달빛 만큼 자욱하게 자신의 영혼 속에 가득 차오르는 죽음과 저주의 기운을 느끼고 진한 회색빛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는 죽음의 미소였다.

그리고 저주의 미소였다.

한데, 문득 그녀의 영혼을 조용히 적셔오는 기운이 하나 있었다.

그 기운은 오질 그녀만이 느낄 수 있는 무심무적의 것이었다.

(이런 기운을 풍길 수 있는 인물은 천하에 오직 한 사람 뿐이다.)

바로,

원천기다.

한천녀는 지금 자신이 있는 이곳을 향해 다가오는 인물이 바로 원천기라는 사실을 감지하고,

어둠에 동화되어 있는 그녀의 두 눈에 강한 의혹의 빛을 떠올랐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두 눈에 어떤 동요의 빛이 일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그녀는 한 장소만을 뚫어지게 주시할 뿐이었다.

한쌍의 눈망울……

유리처럼 투명하고 심연처럼 고요한 죽음을 담고있는 회색 눈망울,

바로 그 눈망울의 주인공은 원천기다.

한데 이게 웬 일인가?

그 죽음을 담은 회색 눈망울 깊숙한 곳에서 무섭게 꿈틀거리는 저 욕정(欲情)의 물결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의 전신에서 풍겨오는 뜨거운 유혹의 기운의 또 무엇이란 말인가?

한천녀의 회색빛 눈동자에 언뜻 경멸의 빛이 떠올랐다.

(원천기…… 겨우 이 정도 였던가?)

다가선다.

뜨거운 음욕의 숨결을 토하며 원천기가 그녀를 향해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마장탑에서 인간이 지닐 수 있는 모든 한과 저주를 가졌던 원천기가 아닌가?

한데, 그런 원천기가 발정난 짐승처럼 어둠을 헤치며 소리없이 한천녀의 곁으로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저 자도 주소아와 수동적 교감을 갖기 때문에 정욕이 다시 되살아 난 것인가?가 아니면 나의 미에 현혹이 되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녀의 내심 깊숙한 곳으로부터 죽음의 기운이 무섭게 솟구쳐 오른다.

그녀가 생각한 원천기란 이런 정도의 인물은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최소한 자신의 미에 현혹이 되지 않을 정도로 그는 완벽한 육욕의 한계를 넘은 인물이리라 생각했거늘……

그래서 자신에게 언제나 무심함을 보여왔던 그이거늘……

그리하여,

그녀의 가슴에 알 수 없는 실망과 분노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이때,

원천기의 숨결은 끈적끈적한 열기(熱氣)를 담고 가까와지고 있었다.

그에대한 대한 실망은 무서운 살기로 변해갔다.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최고 인물로 선택된 자가……이정도에 불과하다면……죽여야 한다……그것이 죽어간 칠십이기재들의 뜻일 것이다.)

살기……

그리고 그 속에서 뜨거운 숨결이 흐른다.

그리고 숨막히는 긴장이 흐른다.

 

× × ×

 

한데 언제부터인가?

한 그루의 청송(靑松)에 기대어 달빛을 벗삼아……

반짝이는 눈빛으로 한천녀의 방을 주시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눈보다 흰 백의에……

세상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한 쌍의 남녀,

소일초와 주소아였다.

언제 옷입고 나왔는가?

그들은 왜 이 밤은 그 장난(?)을 일찍 멈추고 기대에 가득찬 눈으로 하염없이 한천녀의 방을 주시하고 있는 것인가?

소일초가 긴장을 이기지 못하는 듯 꼴깍 침을 삼켰다.

그렇다.

그는 지금 긴장하고 있었다.

한천녀의 방에 불빛이 사라지면서 그는 급격하게 긴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불이 꺼졌다.)

씩----!

음흉한 웃음을 얼굴가득 띄면서 주소아를 힐끗 보았다.

주소아는 가만 있으라는 듯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불이 꺼진 방,

그 방에 원천기가 들어선다.

시간이 흐른다.

웬지 숨이 가빠져 오는 것이다.

그는 숨을 가다듬으며 주소아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살그머니 그녀에게 몸을 밀착시킨다.

 

***

 

원천기,

그의 회색 눈동자는 욕정으로 번들거리면서 기억을 더듬기 시작한다.

(우리가 최후의 두 사람으로 선택된……그때 이후로, 나는 단 한번도 그녀를 타인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언제나 나의 일부분이라 생각했다……

그의 손이 가늘게 떨린다.

(이 밤……소일초와 주소아가 침상에 누웠던 순간부터 나는 처음으로 한천녀가 나에게서 너무 멀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비로소 그녀를 여인이라 생각하게 된 것이다……오오……내가 얼마나 한천녀를 사랑하고 있는가를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그는 주먹을 으스러져라 움켜쥔다.

(한천녀……한천녀……)

부서진다.

어둠이 부서지고……

그의 모든 쌓아 올렸던 한과 저주가 소리없이 무너지고 있다.

 

× × ×

 

원천기는 한천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불덩이였다.

턱 끝에 차오른 뜨거운 김처럼 더운 숨결이 한천녀의 얼굴에 자욱이 뿜어지고……

그의 눈빛은 더욱 혼탁하게 타오른다.

하나,

침묵으로 이어지는 어둠 속에서……

한천녀의 눈빛은 더욱 어둡게 가라 앉는다.

(이 자를 죽이면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한과 안배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동공에 떠오르는 심한 갈등의 빛……

그때였다.

원천기가 거칠게 그녀의 몸을 끌어 아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합쳐진다.

수 십 년의 시공을 넘어서 두 개의 운명의 끈이 하나로 합쳐지고 있는 것이다.

입술이 하나가 되고……

두 사람의 몸이 하나로 합일된다.

하나 한천녀의 입술은 차갑다.

원천기의 몸은 뜨거웠건만 그녀의 몸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리고,

죽음의 그림자가……

이 악마의 그림자가 더욱 진하게 원천기의 전신을 짓누르기 시작한다.

(죽여야 한다……)

 

× × ×

 

[으……아아……악!]

비명이었다.

하나 그 비명은 죽은 자의 목에서만 감도는,

산 사람들은 들을 수 없는 그런 비명이었다.

소일초……

그가 지금 막 한 사람을 죽인 것이다.

검은 복면인이었다.

한데 침입자는 단지 한 명 뿐이 아니었다.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나 그들의 무공은 실로 비범한 것이었다.

그런 그들을 비명없이 죽여가는 소일초……

그는 얼굴에는 화가 나있었다.

(비명이 나면 안된다……저 방에서 일어나는 일이 멈춰져서는 재미적다. 그들은 그 일을 끝내야 한다.)

어둠을 적시며 자욱하게 뿌려지는 피……

벌써 십여 명의 복면인들이 소일초의 잔인한 손 속에 죽어갔다.

단 한 마디의 비명조차 남기지 못한 채……

(원천기 네가 바라는 것을……빨리 해라……한천녀 원천기 어서……)

불나비처럼……

침입자는 소리없이 소일초와 주소아를 향해 덮쳐들었다.

하나,

소일초의 무공은 그들이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것이다.

주소아는 그의 허리에 손을 감고 머리를 기댄채 꼼작도 않는데……

원천기의 무공을 직접 대하는 복면인들의 두 눈에 경악과 공포의 빛이 진하게 떠오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소일초의 신경은 여전히 그들 보다는 어두운 방에 더 가있었다.

소일초는 파리떼를 쫓는 소꼬리 마냥 손을 휘둘러 그들을 소리없이 죽이고 있는 것이다.

허공에 가득 피어나는 혈화(血花)……

(합쳐져라……원천기 ……한천녀……)

소일초의 간절한 외침이 입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 × ×

 

[죽엇!]

한천녀의 좌수(左手)가 그대로 원천기의 백회혈(白會穴)로 내리쳐졌다.

실로 원천기의 생명이 바람 앞의 등불과 같은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문득,

원천기는 뜨거운 시선으로 아래에 누워있는 한천녀의 두 눈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한천녀의 귓전으로 뜨겁게 흘러드는 음성,

[한천녀……죽이시오……]

그 음성에……

한천녀의 좌수는 원천기의 백회혈 바로 위에서 굳어지고 만다.

[…………!]

한천녀는 볼 수 있었다.

원천기의 눈빛이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불타고 있음을……

그리고 느낄 수가 있엇다.

죽음 앞에서도 원천기의 전신이 여전히 뜨겁게 피가 끓고 있음을……

한천녀에게 있어 그것은 충격이었다.

[죽어도 당신을 안고 싶소……]

그녀는 그렇게 뜨겁게 원천기가 구애하리라고는 전혀 생각치 못했던 것이다.

(이런 변화가 어떻게……)

그녀는 조용히 떨리는 손을 내렸다.

그리고,

그녀 역시 내심에 피어오르는 기이한 욕정을 느끼며 그의 목을 휘감았다.

모든 장애가 깨끗이 제거되고……

원천기는 격렬하게 한천녀의 전신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격정이 지나고 난 자리에……

흩어진 침상 흩어진 옷가지,

두 사람은 수 십년 만에 가진 정사(情事)에 심한 허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이것이었어……늘 아슬아슬한 순간에서 끝나버려 사람의 간장을 태우는 그들과는 확실히 달라……)

주소아와 소일초를 생각하면서 그들의 미진했던 사랑을 떠올린 것이다.

잠시후,

한천녀가 한쪽에 놓인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그녀는 그 곳 탁자에 놓인 싸늘히 식은 찻잔을 끌어다 입술에 대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얼마의 시간을 침묵으로 보낸 두 사람 사이는 억겁처럼 긴 장막이 가로놓여져 있는 듯했다.

문득,

[미안하오……]

원천기는 탄식과 같은 중얼거림을 흘려냈다.

그도 한 모금의 차를 마신다.

[천요무(天妖舞)를 연성하던 도중이었소……깜박잊고 저녁이 되었다는 사실마저 생각지 못했소……한데……]

원천기는 달빛이 충일한 창문을 응시하며 말끝을 흐렸다.

[돌연 참을 수 없는 욕정이 생기는 것이었소……당신도 잘 알고 있겠지만 바로 그들 때문이었소……그리하여 마음속에 억눌려 있던 당신에 대한 욕정이 폭발하고 만 것이오……]

한천녀는 그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천요무,

이 무공은 깊은 곳에서 나체로 익히는 것이 아닌가?

이 무공은 난해와 심오의 극을 달리는 무공이었다.

원천기,

그는 이 밤에 그 가공할 무공을 수련하던 도중 주소아와 소일초로 말미암아 그 극음의 기운을 다스리지 못하고 엄청난 욕정을 느꼈던 것이니……

한천녀의 입에서 꿈결인 듯 말이 흐른다.

[육십 년 전…… 강제로 당한 이후, 처음이었어요……]

한천녀의 두 눈에 기이한 빛이 흐르고……

그녀의 방에 다시금 불이 꺼졌다.

 

× × ×

 

소일초와 주소아……

그들은 다시 침실로 돌아와 있었다.

주소아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소일초는 그녀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

[봤지? 그게 정석이야……]

[누가 그렇게 하는 건 줄 몰라서 안했나? 그것만은 도저히 내키지 않아서 그랬지……]

소일초가 자신의 옷을 벗으면서 주소아의 귀에 대고 이야기 했다.

[소아……오늘은 우리도 그렇게 해보는 거야……알았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안돼……차라리 날 죽여……]

[그래 죽여줄께……아까 한천녀도 죽는다고 발버둥 쳤잖아…확실히 넌 배우는데 소질이 있어.]

[안된다니까……똑 같이 해……안그러면 도망쳐버릴 거야.]

그녀의 말에 소일초가 투덜거렸다.

[밤낮……그럼 언제 그렇게 할 거야…?]

[나도 몰라……하지만 때가 되면……]

주소아는 오늘도 최후의 방어선 만은 철저히 고수하고 있다.

[이제 그들도 조금 사람같아지겠지?]

[두고봐야 알겠지만 변하기야 하겠지……]

[시기를 적절하게 잘 맞췄기 때문에 성사시킬 수 있었어……]

 

***

 

어둠에 잠긴 한천녀의 방,

한천녀와 원천기는 다시 욕정에 빠져 들고 있었다.

바로 소일초와 주소아로 인해 ……

그러나,

그들은 반드시 시작하면 끝을 보는데……

달빛은 교교로이 무더운 밤에 죽어있는 복면의 침입자들을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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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

<-지옥갱 호북분타> 강가에 서있는 음침한 장원. 상당한 규모. 헌데

장원 입구에 쓰러져 있는 지옥갱 무사 차림의 사내들. 죽지는 않아서 신음하고 있는데 아랫배에 상처가 나서 피를 흘리고 있다. 문득

[크아아악!] [아악!] 장원 안에서 터지는 비명소리

 

장원 내부. 수많은 사내들이 쓰러져 있다. 모두 지옥갱 무사들. 역시 아랫배에 상처가 나서 꿈틀거리거나 신음하고 있고.

퍼억! 콰당탕! 사방으로 나뒹구는 지옥광전사들 세 명. 무기를 떨구며 쓰러지는데 그 중앙에 청풍이 칠성보도를 내린 자세로 서있다.

[끄윽! 단... 단전이 파괴되었다!] [악... 악독한 놈! 차라리 죽여라!] [무사에게서 무공을 빼앗는 건 죽이는 것보다 더 잔인한 짓임을 모르느냐?] 쓰러져 악을 쓰는 지옥광전사들. 그자들의 아랫배가 모두 피로 물들어 있고

청풍; [목숨을 가벼이 여기지 마라.] 스릉! 칠성보도를 허리에 찬 칼집에 꽂고.

청풍; [하늘이 목숨을 내렸을 때는 마땅히 사명도 함께 내렸을 터!] 걸어가고

청풍; [무공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세상을 위해 선한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문 쪽으로 걸어가며 말하고

[개소리!] [죽여! 죽이고 가란 말이다!] [무공을 쓰지 못할 바에는 죽는 게 났다!] 청풍의 뒤에 대고 악을 쓰는 지옥광전사들.

청풍; (지금 당장에야 나를 원망하겠지.) 한숨

청풍; (하지만 머잖아 어쩔 수 없이 무림을 떠나게 된 것을 다행으로...) + [!] 생각하다가 멈춰서고

쿵! 정문으로 걸어 들어오는 석헌중. 굳은 표정. 살벌한 기세를 흘리고

청풍; (지옥군자 석헌중!) 석헌중을 알아보고 찡그리고. 그때

[소... 갱주님!] [그놈... 그놈 짓입니다!] [속하들의 원한을 풀어주십시오.] 쓰러져있던 지옥광전사들도 석헌중을 발견하고 울부짖고

창! 다가오며 칼을 뽑는 석헌중

청풍; (문답무용(問答無用)이겠지.) 스릉! 역시 칠성보도를 뽑고

청풍; (지옥갱의 후계자로서 수하들을 살상하고 다니는 나와는 세불양립(世不兩立)의 심정일 테니...) 칠성보도를 완전히 뽑고

지지징! 다가오는 석헌중이 내민 칼이 진동하고. 칼과 석헌중의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지고

청풍; (전력을 다해 공격해올 기세인데...) 징! 청풍이 내민 칠성보도도 진동하고

청풍; (진지하게 상대해주는 것이 저 호걸에 대한 예의겠지.) 쩌저정! 쩌정! 청풍의 몸에서도 수많은 검의 형상이 일어난다. 직후

석헌중; [크왓!] 사자처럼 울부짖으며 도약하면서 칼을 휘두르는 석헌중. 그 칼에서 길고 강력한 섬광이 내뻗힌다.

 

#237>

강변에 난 길을 달려오는 이남이녀. 물론 남궁진, 악철산, 날수선자, 천약옥녀등이다. 악철산과 남궁진이 앞장서고 날수선자와 천약옥녀가 뒤따르는 모습.

꽝! 갑자기 엄청난 폭음이 네 사람의 귀에 들려 눈을 치뜨게 만들고

악철산; [저기요!] 외치며 앞을 가리키고

멀리 2킬로쯤 앞쪽에 지옥갱 호북 분타가 보이는데. 투쾅! 쩌엉! 장원 안쪽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여러 가닥의 무지개 같은 섬광이 함께 일어나고

날수선자; (서로 다른 가공할 힘을 지닌 도기가 충돌했네.) 날아가며 눈 반짝. 천약선녀는 굳은 표정이 되어 함께 날아가고

지지지! 치솟았던 섬광들과 폭발이 잦아들며 자잘한 벼락의 흔적만이 허공에 이리 저리 달린다.

악철산; [예상했던 대로 탕마신협 이공자가 지옥군자 석헌중과 격돌하고 있소!] 쐐액! 신이 나서 날아가고.

악철산; [지옥갱 호북 분타 근처에 은신했다가 우리 손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읍시다.] 앞장서서 날아간다. 그 뒤를 남궁진이 따르는데

휘익! 멈춰 서려고 속도를 줄이는 천약옥녀. 날수선자가 그런 천약옥녀를 돌아보며 속도를 줄이고

슥! 이윽고 멈춰서는 천약옥녀. 날수선자도 돌아보며 멈춰서고

악철산을 따라가며 뒤를 돌아보는 남궁진. 천약옥녀가 멈춰서고 날수선자가 천약선녀에게 돌아가는 게 보인다.

쐐액! 야릇하게 웃으면서도 악철산을 따라 날아가는 남궁진

날수선자; [전소저!] 천약옥녀에게 다가가고. 그 뒤로 악철산과 남궁진이 지옥갱 호북 분타로 날아가는 뒷모습이 보이고

천약옥녀; [당... 당언니, 난 못가겠어요.] 입술 깨물며 고개 젓고

천약옥녀; [아무리 가는 길이 다르다 해도 궁지에 몰린 사람을 해코지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날수선자; [그 심정 이해해요.] 한숨 쉬며 천약옥녀의 어깨를 다독이고

날수선자; [우린 이번 일에서 빠지는 것으로 해요.]

천약옥녀; (어쩌면... 어쩌면 좋지?) 고개 떨구며 눈물 보이고

<난 탕마신협 이공자와 지옥군자 석헌중 어느쪽도 응원할 수가 없어!> 두 손으로 얼굴 감싸며 우는 천약옥녀. 천약옥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달래는 날수선자

 

#238>

지옥갱 호북 분타. 여전히 입구쪽에는 지옥갱 무사들이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데

콱! 바닥을 찍는 석헌중의 칼. 석헌중은 한 쪽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자세고. 하지만

파삭! 석헌중의 칼 칼날이 유리처럼 부서지고

청풍; [컥!] 콰직! 칼날이 부서진 칼의 손잡이를 잡은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피를 토하는 석헌중. 몸에 수많은 상처가 났고 상처에서 피가 뿜어진다.

슥! 지지지! 그 앞에서 벼락에 휘감긴 칠성보도를 내리는 청풍. 옷이 여기저기 갈라졌고 갈라진 옷 안쪽 살갗에 상처가 조금씩 나서 피가 번진다.

청풍; (다행히 치명상을 입히지는 않고 끝낼 수 있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피를 게워내는 석헌중을 보며 칠성보도를 허리에 찬 칼집에 꽂으려 하고.

[소... 소갱주님!] [크으! 소갱주님 마저 패하시다니...] 주변에 쓰러진 지옥갱 무사들 분루를 흘리고. 그때

석헌중; [부탁하겠네.] 피를 게워내며 말하고.

칠성보도를 칼집에 꽂다가 멈칫 하는 청풍.

석헌중; [내 명줄을 끊어주게.]

청풍; [...] 철컥! 대답하지 않고 칠성보도를 꽂고

[소갱주님!] [아... 안됩니다.] [저놈을 도발하지 마십시오.] 지옥광전사들과 지옥갱 무사들 다급히 울부짖고

석헌중; [무참히 살상당한 수하들의 복수도 못해주는 못난 인생이 살아서 무얼 하겠는가?] 비참한 표정으로 울고.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며. 하지만

청풍; [죽을 용기가 있으면 살아서 치욕을 견디며 복수를 시도해보시오.] 돌아서고

청풍; [언제든지 상대해드리겠소.] 말하며 정문 쪽으로 가고

석헌중; [멈추게! 떠나기 전에 나를 죽이게.] 외치지만

[제발...] [소갱주님! 그러지 마십시오.] 지옥광전사들 기어오며 애원하고

[저놈의 말 대로 살아서 복수를 해주십시오.] [속하들도 살아서 소갱주님이 재기하는 걸 보고야 말겠습니다.] [속하들을 봐서라도 힘을 내주십시오.] 기어오며 울부짖는 지옥광전사와 지옥갱 무사들. 그때

석헌중; [컥!] 피를 대량으로 토하고

[소갱주님!] 비명 지르는 지옥갱 무사들

정문쪽으로 가다가 멈칫 하며 돌아보는 청풍

쿵! 뒤로 넘어지는 석헌중. 하늘 보는 자세로 쓰러진다.

[소갱주님!] [정신 차리십시오.] [돌아가시면 안됩니다!] 울부짖으며 석헌중에게 기어오는 지옥갱 무사들

청풍; (분기(憤氣)를 견디지 못하고 기혈이 역류했겠지.) 한숨 쉬며 다시 정문쪽으로 걸어간다

청풍; (이기고서도 이렇게 입맛이 쓰기는 처음이다.) 한숨 쉬며 정문을 나가고

 

#239>

지옥갱 호북 분타 외곽. 지옥갱 호북 분타로 통하는 강변의 길이 내려다보이는 나지막한 언덕이 있다.

그 언덕 위. 바위 사이에 숨어서 지옥갱 호북 분타 정문쪽을 보고 있는 두 사람. 악철산과 남궁진. 남궁진은 자신들이 온 쪽을 힐끔거린다. 하지만

남궁진과 악철산이 온 쪽의 길에는 아무도 없다.

남궁진; (전삼낭과 당비연은 무창으로 돌아간 모양이로군.)

남궁진; (석헌중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던 전삼낭이 돌아가자고 했겠지.) 생각할 때

악철산; [!] 눈 번뜩

악철산; <나왔소!> 팔꿈치로 남궁진의 옆구리를 찌르며 지옥갱 호북 분타 정문 쪽을 보고. 남궁진도 그쪽을 보고

두 사람의 시점. 지옥갱 호북 분타의 정문에서 밖으로 걸어 나오는 청풍의 모습이 작게 보인다. 물론 칠성보도는 칼집에 꽂아서 허리에 차고 있는데

청풍의 모습 크로즈 업. 옷이 여러 군데 베어져 있으며 갈라진 옷 속에 약간 상처도 나있는 게 보이고

침통한 표정으로 지옥갱 호북 분타에서 멀어지는 청풍. 강변을 따라 난 길을 걸어간다. 악철산 일행이 온 쪽이다.

악철산; <예상했던 대로의 결말이오.> 멀어지는 청풍을 보며 전음으로 남궁진에게 말하고. 시선은 청풍의 뒷모습에 고정한 채

악철산; <석헌중은 이공자 손에 쓰러졌을 거요.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멀어지는 청풍을 보며 전음을 보내고

남궁진; <석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곧 확인할 수 있을 거요.> 음산하게 웃고

남궁진; <설령 살아있다 해도 죽은 목숨이 될 테고...> 사악하게 웃는 얼굴 크로즈 업

 

#240>

강변에 난 걸. 인적이 없는데 청풍이 걸어온다.

침통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청풍

청풍; (장강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 남경에 이른다.) 생각 하고.

이어 청풍의 의 뇌리에 떠오르는 #52>의 장면

 

<아비의 신상에 변고가 생기면 남경(南京) 서문통(西門通)의 복자(卜者;점쟁이) 장(張)씨를 찾아가라.> 슥! 슥! 타노의 손가락이 탁자 위에서 움직이는 배경으로 글 내용 나레이션

 

청풍; (아버지 신상에 변고가 생긴 건 아니지만... 어쩐지 남경에 반드시 가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청풍; (장씨 성의 점쟁이가 우리 부자와 관련된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건데...) + [!] 생각하다가 눈 번뜩이고.

앞쪽에 서있는 두 여자. 물론 천약옥녀와 날수선자

청풍; (천약옥녀와 날수선자...) 다가가고.

[공자님!] [기다리고 있었어요.] 허리 숙여 인사하는 천약옥녀와 날수선자

청풍; [전소저! 당소저!] 포권하며 멈춰서고

청풍;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두 분을 뵙게 되었습니다.]

천약옥녀; [이공자님을 다시 뵙게 되어 기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게 유감이에요.] 애잔한 표정

청풍; (무슨 일이 있구나.) 깨닫고 굳어지고

 

#241>

다시 지옥갱 호북 분타

대청 건물 앞마당. 석헌중을 에워싸고 지옥광전사들과 몇 명의 지옥갱 무사들이 앉아있다. 다른 자들은 여전히 운신을 못하고 쓰러져 있고. 석헌중은 정신을 잃은 상태다

[소갱주님! 정신 차리십시오.] [제발 깨어나십시오.] 힘없는 손으로 석헌중의 팔 다리를 주무르는 지옥광전사들

[크으! 내공을 쓸 수 없는 게 천추의 한이다.] [소갱주님을 추궁과혈도 못해드리다니...] [영약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울면서 석헌중의 팔 다리를 주무르는 지옥광전사들. 헌데 그때

[애쓸 필요 없다. 곧 삼도천을 건널 인생이니...] 스슥! 슥! 말과 함께 나타나는 두 사람. 물론 악철산과 남궁진이다.

악철산과 남궁진의 모습. 악철산은 양손에 팔뚝까지 오는 강철 장갑을 끼었고 남궁진은 검을 뽑으려는 자세다.

[네놈들은...] [호천맹의 개들이다!] [소갱주님을 지켜라!] 사력을 다해 일어나 석헌중을 지키려는 지옥광전사들과 일부 지옥갱 무사들. 하지만

쩍! 스악! 남궁진의 검이 칼집에서 빠져나와 허공을 긋자 피가 뿌려지며 몸이 잘리는 광선사들

[카캇!] 쾅! 쾅! 강철 장갑을 낀 양쪽 주먹을 휘둘러 가로 막으려는 자들의 몸을 으스러트리는 악철산

퍼퍽! 콰당탕! 나뒹구는 시체들

후두둑! 그 시체들에서 뿌려지는 피가 석헌중의 얼굴에 뿌려져서 움찔 하게 만들고

[!] 눈을 뜨다가 눈 치뜨는 석헌중

퍼퍽! 쩍! 주변의 지옥갱 무사들을 학살하며 다가오는 남궁진과 악철산. 나뒹구는 시체들

석헌중; [네놈들이...] 분노하며 급히 일어나려 하고. 하지만

푹! 석헌중의 가슴을 찌르고 있는 남궁진의 검

[소갱주님!] [안돼!] 아직 죽임을 당하지 않은 지옥갱 무사들 비명 지르고. 악철산도 한명의 무사를 주먹으로 으깨 죽이면서 돌아보고

남궁진; [일어날 필요없다 석가야!] 검으로 석헌중의 가슴을 찌른 채 웃고. 석헌중은 일어나 앉은 자세로 검에 찔렸고.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며

남궁진; [어차피 영원히 누워 있어야할 테니 말이다!] 퍽! 말하며 발로 석헌중의 다른쪽 가슴을 걷어차고. 그 바람에 검이 석헌중의 몸에서 빠지며 피가 뿌려지고

털썩! 나뒹구는 석헌중

[소... 소갱주님!] [안돼!] [개새끼들아! 차라리 우릴 죽여라!] 울부짖으며 기어오는 지옥갱 무사들. 일어섰던 자들은 몰살을 당한 상태고

석헌중; [비... 비겁한 놈들...] 바닥에 쓰러진 채 이를 간다. 입과 코로 피를 흘리고 가슴의 상처에서도 피가 뿜어지고

남궁진; [목숨이 질긴 인간이로군.] [심장을 찌른 것 같은데도 아직 숨이 붙어있다니...] 웃으며 검을 석헌중의 목에 겨누고

남궁진; [심장을 찔러서 죽이지 못했으니 이번에는 목을 좀 찔러봐야겠군.] 푹! 석헌중의 목에 검 끝을 박고.

석헌중; [끄륵...] 목이 검에 찔리며 입과 코로 피를 더 흘리고

[안돼! 안된다!] [멈춰라 개잡종아!] 기어오며 울부짖는 지옥갱 무사들

악철산; [너무 쉽게 죽이진 마시오 남궁형! 그 작자한테 죽은 본맹의 맹도들 복수를 해야하니...] 콰직! 기어오던 지옥갱 무사 한명의 등을 강하게 밟아 죽이며 웃고

남궁진; [물론이오.] 잔인하게 웃고

남궁진; [이 작자는 자신의 목이 뒷덜미쪽으로 완전히 궤뚫리는 걸 느낀 후에야 죽게 될 거요.] 푸욱! 석헌중의 목에 더 깊이 검을 찌르며 웃고.

목이 검에 찔리며 눈 부릅뜨는 석헌중.

남궁진; [호천맹에 적대한 걸 후회하며 죽어라 석가야!] 잔인하게 웃고. 바로 그때

쩍! 무언가 스치며 남궁진의 검을 든 오른손이 팔뚝 근처에서 잘린다.

남궁진; [어라!] 잘린 팔뚝을 쳐들며 어리둥절하고. 푸학! 잘린 상처 단면에서 피가 뿜어지고

악철산; [남궁형!] 비명 지르고

쿵! 언제였는지 남궁진의 옆에 서서 내리쳤던 칠성보도를 거두고 있는 청풍.

석헌중; (이... 이청풍!) 눈 치뜨고

[아!] [흐윽!] 안도하고 놀라는 지옥갱 무사들

남궁진; [크악!] 뒤늦게 고통을 느끼고 비명 지르며 물러서는 남궁진. 왼손으로 상처를 움켜쥐고

악철산; [무슨 짓이냐?] 부악! 악을 쓰며 청풍에게 쇄도하는 악철산. 하지만

돌아보는 청풍.

뭔가 악을 쓰며 쇄도하는 악철산 뒤로 악철산의 주먹에 몸이 으스러져 죽은 지옥갱 무사들의 무참한 시체가 보이고

청풍; (용서가 안된다!) 스악! 칠성보도를 아래에서 위로 긋는 청풍.

쩍! 악철산의 뺨을 비스듬히 가르고 지나는 섬광. 눈이 하나 갈라진다

악철산; [크아아악!] 피를 뿜어내는 뺨을 두 손으로 움켜잡으며 비명 지르는 악철산

그 앞에서 칠성보도를 그어 올린 자세로 보는 청풍.

악철산; [눈! 내 눈이...] 콰당탕! 두 손으로 얼굴 감싸며 바닥에 나뒹구는 악철산. 청풍의 바로 앞이다.

남궁진; [이청풍! 네놈이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왼손으로 오른팔의 상처를 움켜잡고 악을 쓰고. 하지만

스릉! 대답하지 않고 칠성보도를 칼집에 꽂으며 석헌중에게 돌아서는 청풍. 석헌중은 목에 남궁진의 검이 박힌 채 누워있고. 그 검의 손잡이에는 남궁진의 잘린 팔이 쥐어져 있다.

남궁진; [호천맹을 적으로 돌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지금 이 순간부터 네놈은 정파백도의 공적이다!] 이를 갈고. 악철산은 갈라진 쪽의 얼굴을 손으로 누른 채 엉금 엉금 기어서 남궁진 쪽으로 도망치고 있다

청풍; [미안하오 석형.] 슥! 한쪽 무릎 꿇고 왼손으로는 검이 박혀있는 석헌중의 목을 누르고 오른 손으로는 검날을 잡고. 석헌중은 눈을 뜨고 있지만 말은 하지 않는다

청풍; [이런 일이 벌어진 건 내가 원한 바가 아니오.] 팟! 석헌중의 목에서 남궁진의 검을 뽑고. 이어

치이! 상처를 눌러 지혈을 시켜준다. 청풍의 손이 달아올라 상처를 지지고

남궁진; [우리 남궁세가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 복수하고 말겠다.] 악을 쓰는데

푹! 그자의 발치에 꽂히는 검. 잘린 팔이 달려있는 검이다.

기겁하는 남궁진. [힉!] 기어오던 악철산도 기겁하고

청풍; [네 것이니 가져가라.] 검을 던진 자세로 돌아보고. 왼손으로는 석헌중의 목을 누른 자세로

청풍; [그리고 복수를 하고 싶으면 시도해봐라. 단!] 강렬한 표정

청풍; [다음에는 팔이 아니라 목이 날아갈 것을 각오해야할 것이다.] 쿠오오! 청풍의 몸에서 뿜어지는 살기

남궁진; [으으으...] 압도당해 덜덜 떨고

악철산; [가... 갑시다 남궁형!] 일어나 허둥대며 정문쪽으로 달려간다.

남궁진; [오냐!] 팟! 자신이 잘린 팔이 달려있는 검을 잡아뽑고

남궁진; [반드시... 반드시 후회하게 해주겠다.] 검을 들고 비틀거리며 악철산을 따라간다.

남궁진; [으아아아!] 악을 쓰며 정문으로 달려나가는 남궁진

청풍; (늘 웃는 얼굴 뒤에 흉포함과 이기심을 숨기고 있던 자였다.) 한숨 쉬며 그걸 보고

청풍; (그러다가 제 딴에는 적절한 상황이라 판단되자 본성을 드러낸 것이고...) 다시 석헌중을 돌아보고

청풍; (선후와 위소저 모녀가 어째서 삼문육가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지 이해가 간다.) 치이! 석헌중의 목에 난 상처 치료에 집중하고

청풍; (삼문육가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것에 비례하여 독선과 아집도 깊은 세력들인 것이다.) 생각할 때

휘익! 휙! 청풍의 주변으로 날아내리는 천약옥녀와 날수선자

[또... 또 나타났다.] [조... 조심하시오 이공자!] 지옥갱 무사들이 기겁하지만

천약옥녀; [이공자!] 놀라며 다가오고. 날수선자도 한숨 쉬며 따라오고

천약옥녀; [석... 석소갱주의 상태는 어떤가요?] 청풍의 옆에 무릎을 꿇으며 울먹이고

청풍; [가슴과 목의 상처가 깊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 같습니다.] 슥! 석헌중의 목에서 손을 떼고

천약옥녀; [다행... 불행중 다행이로군요.] 말하며 소매 속에 손을 넣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천약옥녀; [치료는 제게 맡겨주세요.] 소매 속에서 물약이 든 작은 유리병을 꺼내며 다가앉고

청풍; [그러지요.] + (상처를 치료하는 건 약왕문의 후계자인 전소저가 나보다 났겠지.) 일어서고. 천약옥녀는 약병의 마개를 열고 있고

석헌중의 입에 약병에 든 약을 흘려 넣어주는 천약옥녀

석헌중; [소... 소저...] 끄륵! 눈을 조금 뜨며 가래 끓는 소리를 내고

천약옥녀; [아무 말 마세요. 제가 원해서 하는 일이니...] 울면서 약을 먹여주고

날수선자; (이걸로 결정된 것 같네.) 청풍과 나란히 서서 천약옥녀가 석헌중에게 약을 먹여주는 걸 보고

날수선자; (전삼낭에게서 이공자에 대한 동경보다는 석헌중에 대한 연민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날수선자; (마음을 정한 걸 축하해주고 싶지만...) 소리없이 한숨 쉬고

<현실적으로 저 둘이 맺어지기에는 난관이 너무도 많고 험하겠구나.> 장내의 모습 배경으로 날수선자의 생각 나레이션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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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경치 좋은 강가. 절벽 위에 정자가 한 채 서있다. 정자 안에는 누군가 앉아있고

크로즈 업. 타노다. 탁자를 앞에 두고 혼자 앉아서서 호로병의 술을 마시며 경치를 감상하고 있다. 탁자 건너편에는 의자가 하나 더 있고. 문득

슥! 타노 앞 탁자에 술잔을 하나 내미는 여자의 손. 검은 옷에서 나온 가늘고 하얗고 아름다운 손이다. 술잔은 반투명한 유리잔이다.

소수마녀; [초면에 실례지만 한잔 청할 수 있을지요?] 언제였는지 타노 앞에 서서 술잔을 내려놓고 있는 소수마녀. 소수마녀는 다른 작품의 소수마녀 캐릭터. 검은 옷 흰 얼굴. 머리에는 챙이 넓은 평립을 썼다. 평립은 얼굴 부분만 제외하고 전체가 검은 천으로 둘러쳐져 있다. 햇빛을 철저히 가리는 모습이고. 이 작품에서는 소수마녀가 살인상단의 단주다. 타노는 소수마녀가 나타난 줄 알고 있었다.

타노; [싸구려 화주(火酒)인데 젊은 처자 입에 맞을지 모르겠군.] 말하면서도 술잔에 화로를 기울이고

소수마녀; [그 술잔의 이름은 몽선유리배(夢仙琉璃盃)랍니다.] 슥! 웃으며 타노 맞은편 의자에 앉고

타노; [범상치 않다 했더니 맹물도 기사회생의 영약으로 만들어준다는 절세기보 몽선유리배였군.] 쪼르르! 술잔에 술을 따라주고. 술은 좀 탁하게 보이는 색

소수마녀; [기사회생까지는 아니지만 어지간한 병은 치유해주고 내공을 증진시켜주긴 한답니다.] 두 손으로 술잔을 들고

스으... 술잔에서 연기가 조금 일어나고

탁하던 술이 투명하게 변한다.

소수마녀; [잘 마시겠어요.] 술잔을 두 손으로 들어 보이고

끄덕이는 타노

조신하게 술을 마시는 소수마녀. 이어

소수마녀; [한잔 받았으니 한잔 드려야겠지요?] 술잔을 내밀고

타노; [사양치 않음세.] 술잔을 받고

쪼르르! 술잔에 술을 따르고. 그러자

츠으! 연기가 나며 탁하던 술이

투명하게 변한다.

타노; [명불허전이로구만.] 술병은 내려놓고

타노가 코로 가져가는 술잔에서 번지는 옅은 연기

타노; [내 평생 이렇게 향기로운 술 냄새는 맡아본 적이 없어.] 술잔에서 피어오르는 냄새를 맡으며 감탄하고

소수마녀;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옵니다.] 웃고

술을 마시는 타노. 미소 지으며 보는 소수마녀. 이윽고

타노; [술 한 잔 마셨을 뿐인데 정신이 번쩍 들고 몇 살 젊어진 기분이 드는군.] 감탄하며 술잔을 입에서 떼고 

타노; [잘 마셨네.] 술잔을 다시 내밀고

소수마녀; [별 말씀을...] 두 손으로 술잔을 받고

타노; [수작(酬酌;술잔을 주고받음)으로 인사는 충분히 했으니 용건을 말해보시게나.] 말을 하다가

타노; [단주(團主)!] 강렬한 표정으로 덧붙이고

소수마녀; [어머나! 제가 누군지 알아보셨군요.] 웃으며 술잔을 소매 속에 넣고

타노; [현시점에서 환우십보에 드는 몽선유리배까지 동원하여 내 비위를 맞추려 드는 게 살인상단 외에 또 있겠는가?] 표정이 싸늘해지고

소수마녀; [과연 황금전장의 숨겨진 수호신다운 안목이고 경륜이시군요.] [진심으로 감복했어요.] 웃고.

타노; [대외적으로 극비인 내 신분을 알아차린 단주에게 나야말로 감복했네.] 역시 웃고

소수마녀; [정식으로 인사 올리겠어요.] [살인상단을 운영하고 있는 나유타(那由他)라고 하옵니다.] 고개 숙이고

타노; [영광이로군. 청부살수조직계의 지존인 소수마녀(素手魔女)를 직접 보게 되었으니...] 마주 포권하고

소수마녀; [세상에 알려진 저의 명성은 침소봉대된 면이 있답니다.] 웃고

타노; [겸손하긴...] 웃고

소수마녀; [오늘 제가 직접 영반을 찾아뵌 것은 저들이 얼마 전 황금전장으로부터 청부받은 건 때문이옵니다.] 정자 밖을 보고

정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긴장한 표정으로 서있는 사인. 독검사랑과 살접과 살영과 살패. 모두 긴장한 표정. 독검사랑은 작은 상자를 하나 두 손으로 들고 있다.

소수마녀; [저들이 돈에 눈이 멀어서 받아서는 안되는 청부를 받았더군요.] 차가운 표정으로 독검사랑등을 흘겨보고

삭 죽어서 고개 숙이는 독검사랑 일행

타노; [그래서 접수했던 청부를 물리고 싶다는 것인가?]

소수마녀; [일단 받은 청부는 아무리 손해가 커도 반드시 수행하는 것이 저희 살인상단의 영업방침이옵니다만...]

소수마녀; [그 방침을 지키려면 살인상단 조직원 전부가 죽을 각오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사옵니다.]

타노; [청풍... 이청풍이 그렇게 가공할 존재가 된 것인가?] 눈 번뜩

소수마녀; [가장 최근에 이청풍을 본 계집으로부터 직접 증언을 들어보시지요.] 말하며 손가락을 살접에게 까닥. 오라고. 그러자

살접이 상자를 두 손으로 든 독검사랑과 함께 다가온다. 긴장한 표정. 살패와 살영은 제 자리에 서서 주변 경계하고

소수마녀; [살접!] [네가 보고 겪은 일을 영반께 말씀드려라.] 살접에게

살접; [예 단주님!] 허리 숙이고

살접; [저는 두 번 이청풍을 만났으며 두 번째로 본 것은 열흘 전 북망산에서였사옵니다.] 타노에게 말하고

 

#230>

정자를 원경으로 보여주고. 시간이 좀 지났고. 독검사랑과 살접이 정자 밖에 서있고. 살접이 뭐라 말하는데 정자 안에 마주 앉은 타노와 소수마녀가 듣고 있다.

살패; <이해가 안가는군!> 좀 떨어진 곳에서 인상 쓰며 전음으로 말하고. 정자쪽을 노려보면서,

살패; <단주께서는 왜 저 볼품없는 꼽추에게 저자세로 일관하시는 건가?>

살영; <살패 자네는 아직 사람 보는 눈이 미숙하구만.> 역시 전음으로 대답하며 혀를 차고

살영; <무공을 지닌 게 분명함에도 볼품없게 보이는 건 어째서겠는가?>

살패; <반박귀진(返搏歸眞)!> 놀라고

살패; <저 꼽추의 무공이 극에 달해서 무공을 지니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건가?>

살영; <의심의 여지도 없이 저 꼽추는 천하십대고수 안에 드는 실력자야. 단주는 그걸 알아보고 시종 조심하고 있는 중이고...> 끄덕이고

살패; <천하십대고수에 드는 실력자가 도사리고 있고... 황금전장은 세상에 알려진 것보다 더 대단한 집안인 것 같군.> 긴장

 

#231>

다시 정자 안

타노; [백일살신과 호각으로 겨뤘다라...] 정자 밖의 하늘을 보고

살접; [백일자객들을 간단히 죽인 장역삼흉을 이청풍이 또 아주 간단히 죽였사옵니다.] 눈치 보며 말하고. 작은 상자를 두 손으로 든 독검사랑은 살접 뒤에 서있고

타노; [사별삼일이면 괄목상대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로군.] 끄덕이고

소수마녀; [백일살신과 호각인 무공에 더해 이청풍은 호천맹의 비호까지 받고 있답니다.] 타노와 마주 앉아 있다가 끼어들고

소수마녀; [그런 이청풍에 대한 척살을 고집하다가는 저희 살인상단이 문을 닫아야만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지 않겠어요?] 독검사랑에게 손짓하고.

고개 숙이며 다가오는 독검사랑

소수마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관례를 어기고 이청풍에 대한 청부를 철회해 주십사 부탁을 드리게 되었어요.] 정자로 들어서는 독검사랑을 보며 고개 끄덕이고

탁! 조심스럽게 상자를 탁자에 올려놓는 독검사랑

타노; [위약금인가?] 흘깃 상자를 보고. 독검사랑은 상자를 놓고 한 걸음 물러서서 기다리고 있고

소수마녀; [청부금의 열배에 해당하는 주보(珠寶)를 넣었으니 받아주셨으면 해요.]

타노; [위약금은 필요없네.] 슥! 손으로 상자를 조금 밀어내고

굳어지는 독검사랑의 얼굴.

살접도 긴장

소수마녀; [저희 정성이 부족했다면 추가로...] 한숨 쉴 때 + 타노; [그런 게 아닐세.] 고개 젓고

타노; [이청풍에 대한 척살 시도를 중단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뜻일세.]

살접; (휴우!) 안도하고

소수마녀; [너무도 관대하신 처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고개 숙이고

타노; [정 부담되면 이청풍의 행적에 대해 아는 대로 말해주게. 나 역시 그놈을 급히 찾고 있는 중이니...]

소수마녀; [말씀드려요 부단주!] 독검사랑에게

독검사랑; [예 단주님!] 고개 좀 숙이고

타노; (이 목소리...) 눈 번뜩이고

독검사랑; [이청풍은 현재 하남 일대에 존재하는 혈세사패의 분타들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중이외다.] 설명하고

타노; (확실히 전에 들은 적이 있는 음성이다.) 눈 번뜩이고

 

#232>

다시 정자를 밖에서 본 모습. 독검사랑이 뭔가를 설명하고. 정자 밖에는 살접이 서있다.

독검사랑; [이청풍의 무공은 그 끝을 짐작할 수 없는 수준이라 혈세사패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중이외다.] 설명을 마치고

소수마녀; [혈세사패로서는 아닌 밤중의 홍두깨 격인 봉변을 당하는 셈이지요.] 웃고. 그때

타노; [부단주!] 독검사랑을 지그시 보며

독검사랑; [말씀하시지요.]

타노; [내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부단주는 십팔 년 전 북경 남쪽 금종하(金鐘河) 근처에서 사업을 벌인 적이 있을 것이오.] 지긋이 보며 말하고

독검사랑; (이 꼽추가 그걸 어떻게...) 놀라지만 대답하지 않고

소수마녀; [십팔 년 전이라면 선친께서 살인상단을 운영하실 때인데...] 독검사랑을 보며 말하고. 그러자

독검사랑; [속하는 당시 금종하 근처에서 모종의 임무를 수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타노가 아니라 소수마녀에게 말하고. 그러자

소수마녀; [그렇다는군요.] 웃으며 타노를 보고

타노; [넘겨짚었는데 요행히 들어맞았군.] 웃고

타노; [이래서 세상 인연이라는 건 모른다고 하는 거겠지.] 하하하! 웃고

[...] 무언가 생각하며 그런 타노를 보는 독검사랑

 

#233>

정자를 등지고 걸어가는 타노. 정자에서 나와 보고 있는 소수마녀와 독검사랑과 살접. 살패와 살영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타노를 보고 있고.

걸음 옮기는 타노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들. #2>의 장면

 

복면을 쓴 자객들이 환관 장민을 활로 쏴서 죽이던 장면.

장민의 목을 밧줄로 휘감던 독검사랑의 모습도 이어지고

절벽 아래쪽의 조각배에 서서 강보에 싸인 어린 아기를 안고 절벽 위를 올려다보던 젊은 시절의 타노 모습.

 

타노; (이렇게 공교로울 수도 있군.)

타노; (십팔 년 전, 자금성에서 청풍을 빼돌렸던 환관 장민을 죽인 게 독검사랑, 저놈이었다.) 걸어가며 생각하고

타노; (다시 말해 살인상단이 만귀비의 수족 노릇도 해왔다는 건데...) 스윽! 걸음을 크게 내딛고. 그러자

타노; (이래저래 나도 살인상단과는 오래전부터 엮여왔구나.) 화악! 그냥 한 걸을 내딛은 것 같은데 단번에 정자가 있는 강변에서 멀어지고

살패; [저게 무슨...] 경악

이미 까맣게 멀어지고 있는 타노의 뒷모습

살영; [전설 속의 경신술 축지성촌(縮地成寸)이로군.] 눈 번뜩이고

살영; [의심의 여지도 없이 저 꼽추는 천하십대고수 안에 들고 남는 실력자야.] 멀어지는 타노의 뒷모습 보며 감탄하고

 

#234>

[...] 정자 앞에 서서 멀어지는 타노를 보는 소수마녀. 뭔가 생각하고

독검사랑; [영업일지를 확인하면 아시겠지만...] 소수마녀의 눈치를 보며

독검사랑; [십팔 년 전 금종하 근처에서 벌어진 일은 황실과 관련된 극비사업이었습니다.] 긴장해서 말하고

살접; (십팔 년 전이면 내가 아직 코흘리개일 때 있었던 일이네.)

소수마녀; [성공했는가요?] 까마득히 멀어지는 타노를 보며

독검사랑; [부(副)표적은 척살했지만 주(主)표적의 생사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독검사랑; [어쩔 수 없이 전대 단주님의 허락을 받고 주표적을 척살한 것으로 의뢰주에게 통보를 했습니다.]

소수마녀; [그렇군요.] 고개 끄덕이고.

살접; (세상 누구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단주께서 뭔가를 알아차리셨구나.) 생각할 때

소수마녀; [타노... 저자에게 따라붙는 이목이 있다고 했지?] 살접에게

살접; [그러하옵니다.] 혈부용을 떠올리고

소수마녀; [은밀히 그자들의 뒤를 밟아서 정체와 목적을 알아내라.]

소수마녀; [잘하면 장차 천하제일인이 될 거물에게 점수를 딸 수도 있을지 모르니...] 서늘하게 웃는 소수마녀 

 

#235>

 <-호북성(湖北省) 무창(武昌)> 강가에 자리한 도시.

번화가.

번화가의 이층 객잔. 창가에 어떤 여자가 앉아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약왕문의 소문주 천약옥녀 전삼낭이다.

 

객잔 이층 창가 자리. 천약옥녀와 날수선자가 의자가 네 개 놓인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있다. 창가에 붙은 의자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 중이고.

이층 자리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 다른 자리에 한 쌍의 남녀가 앉아서 차를 마시며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고. 한쪽 구석에는 아래층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고

멍한 표정으로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천약옥녀. 꿈을 꾸는 듯한 표정

날수선자; (천약옥녀 전삼낭...) 차 마시며 곁눈질로 천약옥녀를 할끔거리고

날수선자; (누가 봐도 상사병에 걸린 표정이네.) 곁눈질로 천약옥녀를 보고.

날수선자; (하긴 탕마신협 이청풍에게 반하지 않을 여자는 없겠지. 나도 그 사람 생각만 하면 가슴이 뛰는 걸 주체할 수 없으니...) 소리없이 한숨. 얼굴 약간 발개지면서 청풍을 떠올리고

<하물며 천약옥녀는 진법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이공자와 짧지만 각별한 교유를 했었다. 그 과정에서 이공자에게 완전히 매료되었을 텐데...> #169>에서 천약옥녀가 청풍과 함께 진법을 설치하던 장면 배경으로 날수선자의 생각 나레이션. #169.의 장면중 천약옥녀가 얼굴이 발개져서 청풍을 훔쳐보던 장면으로

날수선자; (천약옥녀가 자기 집에 들렀다가자는 남궁진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이공자가 호북성 쪽으로 왔다는 말을 들은 때문이다.) 천약옥녀를 건너다 보며 차를 마시고

<혹시 이공자와 만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고...> 한숨 쉬며 거리를 내려다보는 천약옥녀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날수선자; (문제는 지난 한달 사이 이공자의 명성은 중천에 떠오르는 해처럼 높아졌다는 점이다.) 한숨 쉬며 찻잔에서 입을 떼고

날수선자; (나나 천약옥녀의 손이 닿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쓴웃음을 지으며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날수선자; (가엾지만 천약옥녀의 순정이 결실을 맺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생각할 때

탁! 탁! 계단을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날수선자; (경박한 발자국 소리...) 찡그리며 계단 쪽을 돌아보고

날수선자; (그치들이 돌아왔구나.) 볼 때

악철산; [당소저! 전소저!] [우리 돌아왔소이다,] 활기차게 말하며 계단을 올라오고. 강철 장갑은 끼지 않은 맨손이다. 그 뒤를 남궁진이 따라온다.

날수선자; (팔비권웅 악철산, 소면살검 남궁진...) + [어서 오세요.] 자리에 앉은 채 고개만 조금 숙이고. 천약옥녀도 돌아보고

악철산; [두 분 소저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소이다.] 의자에 앉는다. 악철산은 천약옥녀 옆 자리에 남궁진은 날수선자 옆 자리에 앉으려 하고

악철산; [하지만 두 분을 기다리게 한 보람이 있었소이다.] 히죽 웃고. 남궁진은 맞은편에 앉고. 날수선자는 의식적으로 창쪽으로 붙어서 남궁진과 거리를 벌리고

천약옥녀; [혹시 이공자의 행적을...] 눈 반짝. 얼굴에 홍조

악철산; [개방의 무창 분타를 찾아간 덕분에 알아냈소이다.] 고개 끄덕이며 자랑스럽게 말하고. 악철산은 천약옥녀에게 마음이 있다.

악철산; [개방 걸개들 말에 의하면 탕마신협 이공자는 얼마 전 하남성으로 통하는 관도에서 목격되어 이곳 무창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거요.]

천약옥녀; [그분... 그분이 근처에 있군요.] 흥분.

쓴웃음 지으며 그런 천약옥녀를 보는 남궁진과 날수선자

악철산; [무창 북쪽으로 흐르는 장강 변에는 지옥갱 호북 분타가 있소이다.] 끄덕

악철산; [이공자는 거길 치려고 무창으로 접근하는 중일 게 분명하오.] + 날수선자; [!] 창밖을 보며 눈 반짝

천약옥녀; [그럼 우리도 지옥갱 호북 분타쪽으로 가봐요. 이공자께서 신위를 떨치는 장면을 볼 수도 있을 테니...] 흥분해서 말하는데

날수선자; [이야기하는데 방해해서 미안해요!] 손을 들어 천약옥녀등의 말을 막으며 창 밖 번화가를 내려다보고

악철산; [왜 그러시오 당소저?]

날수선자; [들키지 않게 조심해서 거리를 살펴보세요.] 자기도 창틀에 몸을 숨기듯 붙이며 거리를 내려다보고

천약옥녀도 창틀에 몸을 붙이며 내려다보고. 악철산과 남궁진은 일어나서 밖을 본다

쿵! 객잔 앞 번화가.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걸어가는 지옥군자 석헌중. 심각한 표정이고 잰 걸음으로 걸어간다.

<지옥군자 석헌중!> 남궁진, 악철산, 천약옥녀의 놀람

굳은 표정으로 객잔 앞을 지나가는 석헌중의 모습

악철산; [지옥갱의 소갱주인 저자가 무창에 나타났다는 건...] 흥분하며 고개를 창 밖으로 내밀어서 멀어지는 석헌중의 뒷모습 본다. 천약옥녀는 몸을 뒤로 젖혀 악철산과 접촉하지 않으려는 자세인데 좀 불쾌한 표정이 되고

남궁진; [탕마신협의 다음 목표가 자기네 호북 분타인 걸 알고 구원하러 달려온 걸 거요.] 웃으며 자리에 앉고

악철산; [그럼 저자도 이공자와 조우하게 될 가능성이 높겠소.] 다시 자리에 앉으려 하며 흥분된 표정을 깃고.

남궁진; [그럴 경우 필연적으로 둘 사이에 일전이 벌어질 텐데...] 힐끗 천약옥녀를 보고. 천약옥녀는 미간 모으며 뭔가 생각하고

남궁진; [물론 결과가 어찌 될지는 세분도 짐작이 가실 거요.]

날수선자; (비록 지옥군자의 무공이 비범하다고는 해도 이공자의 적수는 못되겠지.) 곁눈질로 천약옥녀를 보고

<이공자는 물론이고 한 때나마 지옥군자에게 호감을 품었던 천약옥녀로서는 심사가 복잡할 것이다.> 고민하는 표정인 천약옥녀의 모습을 배경으로 날수선자의 생각을 나레이션으로

악철산; [그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오.] 탕! 흥분하여 주먹으로 탁자를 치고. 들썩이는 찻잔들. 불쾌한 표정으로 보는 천약옥녀

다른 탁자에 앉아있던 남녀 손님들이 놀라고 겁을 먹으며 돌아보고

악철산; [이공자는 마음이 약해서 석헌중을 이기더라도 죽이거나 하진 않을 거요.] [그리고 그건 다친 호랑이를 놓아주는 것이나 진배없는 일이오.]

천약옥녀; [악공자! 설마...] 얼굴 굳어지며 묻지만

악철산; [우리도 지옥갱 호북 분타로 달려갑시다.] 음험하게 웃고

악철산; [가서 지켜보다가 이공자가 석헌중을 살려두고 떠나면 우리 손으로 그자의 명줄을 끊어 후환을 없애버리는 거요.] 살기어린 표정으로 웃고

[!] [!] 찡그리는 날수선자. 눈 치뜨는 천약옥녀

야릇한 표정으로 웃는 남궁진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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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八 章

 

           술독 앞에서 낳지도 않은 아기로 협박하는 請託

 

 

 

유월(六月)……

때는 하늘에서는 찌는 듯한 태양이 천지를 가득채우고,

들판에는 뜨거운 열기를 식히는 바람이 이따금 분다.

산하(山河)는 짙푸른 색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동선장(童仙莊),

 

북경성 외곽에 얼마전 부터 자리잡고 있는 한 채의 아담한 장원이다.

주인이 누군지는 몰라도,

이 동선장은 북경에 살고 있는 모든 아이들의 놀이터로 제공되고 있다.

귀천을 가리지 않고 고관대작의 자식들로 부터 빈민의 아이들 까지,

이곳에 오면 언제나 식사를 제공받고 단정한 옷을 입을 수 있다.

부모가 없는 고아들은 아예 그곳에서 숙식을 하기도 한다.

글을 가르치는 글 선생도 있고,

어린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곳은 아이들의 천국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일약,

동선장은 북경성의 명물로 자리 잡았고,

관민이 치하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도둑도 동선장에는 들지 않는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동선장은 사람들의 보살핌을 받는 곳이다.

하나,

그런 동선장의 주이니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가 어디 출신이며,

나이가 얼마나 되었으며,

무슨 이유로 동선장을 창설하게 되었는지……

모든 것이 철저한 신비에 감추어져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신비를 애써 밝히려 하는 인물도 없었다.

이 삭막한 현실에 동선장 같은 인정의 샘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많은 인물들이 위안을 느끼고 있었으므로……

 

[깔깔깔……!]

[핫하하……!]

[히히히……!]

동선장을 울리는 이 천진무구한 웃음소리,

이 웃음소리 하나만으로 얼마나 평화스러운 곳인지 짐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지금, 십여 명의 아이들과 한 명의 청년이 어우러져 뛰어놀고 있었다.

따가운 햇살이 온묘롭게 부서져 내리는 넓다란 녹지(綠地)는 더위도 잊은 그들이 뱉어내는 환호성과 웃음소리에 뒤덮여 있었고……

그 광경을 조금 떨어진 한 화목(花木)에 비스듬이 기대어 바라보고 있는 한 명의 소녀……

그들은 어딘지 부조화스러우 보이면서도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아니가?

약관의 청년과 소녀……

그들의 모습은 기이했다.

용모는 기가 막히게 준수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으나 웬지 사이한 냄새가 진하게 풍겨지는 까닳은 무엇일까?

또한 그들의 머리카락을 보면 더욱 기이한 느낌을 전해받는다.

백발(白髮)……

오오……

그들의 머리카락은 눈처럼 흰 백발이 아닌가?

그것은 보통의 백발이 아니라 죽음의 향기를 진하게 뿌리는 백발인 것이다.

문득, 소녀의 입술이 무겁게 떨어졌다.

[이런 무료한 생활은 일찍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이야……]

모든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그녀의 허무적인 중얼거림……

[육십 년의 세월을 한과 저주의 일념으로 살아온 우리 한천이기 아닌가? 한데 무엇이지? 이 땅에 잔혹한 저주를 뿌려야 할 우리들이 그 자들의 농간에 놀아나 천지파멸의 뜻을 점차 잃어 가고 있으니……]

그녀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이건 말도 안된다. 이건 완전히 계획적이다……그 자는 우리의 가공할 저주를 이런 식으로 스러지게 하려는 것이다. 저 아이들을 끌어들임으로써 우리 한천이기의 잔인과 저주의 심성을 없애고 있으며 우리를 자신의 완전한 수족으로 부리려 하는 것이다……무서운 사람……]

한천이기……!

그렇다.

이들 백발청년과 소녀가 바로 마장탑의 칠십이기재들 중 두 명인 한천이기인 것이다.

이들이 마장탑의 붕괴와 더불어 사라진 후 반 년 만에 북경에 나타난 것이다.

[원천기……저자는 철저하게 한으로 점철된 인간이 아닌 저주의 화신이 아닌가? 한데……불과 반 년만에 저렇듯 타락해 버린 것이다.]

그녀는 다분히 회의적인 시선으로 원천기를 주시하고 있었다.

인간의 감정이라고는 단 일푼도 지니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원천기……

그가 충격적이리만큼 변해 버린 것이다.

[원천기 만을 탓할 수 없다. 나 역시 칠십이기재의 한과 야망 망각하고 있었지 않았는가?]

그녀의 회색 동공에 천진한 아이들의 뛰노는 모습이 들어온다.

[그렇다. 우리는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우리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다는 것은……죽음을 의미하는 것……더이상 이런 식의 삶을 지속할 수는 없다.]

돌연, 한천녀의 얼굴에 어떤 결연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오직 죽음이라는 말 외에는 할 줄 모르던 그녀의 얼굴에……

[때가 된 것이다. 등마제가 벌어지려고 하는 지금……예정대로 우리 한천이기는 정통마교주를 이끌고 무림에 우리의 복수와 한을 펼쳐야 하는 것이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결단(決斷)을 누구에겐가 전하고자 화원을 가로질러 사라지고 있었다.

그녀의 백발이 허허롭게 날리우고……

문득,

아이들과 노닐고 있던 원천기의 얼굴에 기이한 미소가 어린다.

[때가 되었는가? 이 땅에 나의 저주를 뿌릴 때가……]

이 말은 너무 나직하여 그의 몸에 매달려 있는 어린아이들도 듣지 못한다.

[정통마교주……그는 이 원천기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 이런 식의 장난으로 이 원천기를 지옥에서 끌어내리려 했다면 어리석은 짓이지……]

원천기는 아이들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웃었다.

[까르르……아저씨는 바보다. 혼자 중얼거리다가 혼자 웃는다.]

천진하게 웃는 아이들……

원천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는 바보다.…그러나 세상에서 바보는 살아남아도 똑똑한 척 정의로운 척 하는 자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햇살이 어둡게 그의 몸에서 부서진다.

아이들이 목소리를 맞추어서 물었다.

[왜?]

[내 뜻 이거든……]

 

-----까르르

 

다시 터지는 귀여운 웃음들……

원천기……칠십이기재 중 가장 무서운 지혜를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뛰어남을 철저하게 감추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다.

칠십이기재 중 살아남을 수 있는 두 명 중 한 명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자신을 잃어 버린 것처럼 행동하며……

은밀한 가운데 자신의 뜻을 실행해 나가는 것이다.

……

멀리서……

원천기를 주시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일신에 눈부시게 흰 백의(白衣)를 걸치고……

그 옷자락이 표표히 날리는 가운데 만상에 자욱이 내면의 신비로운 기운을 풍겨내고 있는 인물……

문사건을 단아하게 두른 그 용모는 탈속한 아름다움을 풍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투명하도록 맑은 동공에 가득 머금고 있는 어두운 그늘……

그는 다름 아닌 소일초였다.

그는 한천이기의 가공할 잠재력을 인식하고 있었다.

하나,

천하에 두려운 것이 없는 소일초다.

까짓 놈들 정 말을 듣지 않으면 죽여 버리면 그만 인 것이다.

 

***

 

<정통마교주이시여……

칠십이기재의 이름으로 이제 당신에게 첫번째 임무가 주어질 것입니다.

그 임무는 바로 등마제에 참석하는 것……

그리고,

그곳에서 첫번째 저주를 내리는 것입니다.

지난 반 년의 세월을 당신들의 뜻대로 따랐으니, 이제 우리 한천이기의 뜻에 따라야 합니다.>

 

주소아는 서탁에 놓인 한 장의 밀지를 읽은 후 조용히 시선을 황촉불에 두었다.

서실(書室)의 창 밖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황촉불만이 은은히 서실을 밝히고 있었다.

그 불빛 아래 주소아의 아름다운 얼굴은 타는 듯 붉게 물들어 있었다.

(때가 되었는가? 일초는 어떻게 하길 원할까?)

그녀는 밀지를 들어 황촉불에 태운다.

(등마제와 함께 시작되는 칠십이기재의 첫번째 안배라……)

묘한 호기심이 일었다.

하나 그녀의 마음은 어둡기 이를 데 없었다.

지난 반 년의 세월……

그녀가 이 동선장에서 보내며 한 일은,

소일초와의 어른스런 장난도 있지만,

환상처럼 사라진 백인장의 종적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그동안에 알아 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주소아와 소일초가 세상에 다시 나왔을 때는 이미 백인장은 사라진지 이 년이 지난 때였다.

짐작이 가는 곳은 다 뒤졌다.

백인장의 파양호 고장(古莊)에 있으리라 생각하고 파양호를 이 잡듯이 뒤졌건만 부주(浮舟)마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한천이기의 협력을 얻어 그들은 북경에 동선장을 세웠다.

사라진 세력들을 찾기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 무사들을 고용할 작정을 소일초가 했으나,

주소아가 고집을 부렸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로 만들자고……

그녀의 의견인 즉,

백인장이 사라진 것은 스스로의 뜻에 따른 것 같으니 궂이 힘들게 찾지 않아도 때가 되면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었다.

며칠을 소일초를 못살게 굴며 떼를 썼다.

침상에서도 한잠도 자지 못하게 괴롭히고,

울고 불고 하였기에 마침내 소일초가 항복하고 말았던 것이다.

불쌍한 아이들을 꼭 도와주어야겠다는 것이 그녀의 신념에 가까웠던 것이다.

 

황촉불은 그녀의 마음처럼 고요히 흔들리고……

(문제는 등천마세와 정천보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이 신비롭다. 백인장과 삼성무림청, 그리고 청옥검궁이 사라지고 그 두 세력이 출현한 것이 어찌 우연일 리가 있겠는가?)

이때,

문이 열리면서 소일초가 들어왔다.

[그들이 움직였지?]

주소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 하면 좋겠어?]

[특별히 해야 할 일도 없을 것 같은데 한번 미친 척 하고 시키는 대로 해줘보지……]

[그래도 될까?]

[그러다 수틀리면!]

소일초가 자신의 목을 손으로 치는 흉내를 낸다.

[등마제에 참석하라고 했어.]

[우리한테 딱 맞는 역할인데 왜, 아무리 생각해도 우린 착한 사람은 아니야.]

갑자기 주소아가 소일초에게 바싹 다가앉는다.

그리고 얼굴을 가까이 대면서,

[우리 술이나 마실까?]

[또 갑자기 왜 이럴까? 불안하게……전 번에 시달린 이후로 난 너한테 학을 뗐어.]

[그러지 말고 우리 술이나 마시자. 응? 내가 가지고 올께, 잠깐만 기다려……]

소일초와 주소아는 침상 한가운데 술독을 놓고 마주 앉았다.

그들의 몸이 작지 않아서 침상이 꽉 차는 것 같았다.

술이 몇 순 배 돌고 나자 주소아가 침울한 표정으로 소일초에게 말했다.

[나……이젠 예쁜 아기를 낳겠다는 꿈은 포기해야 할까봐……]

[……?]

[네가 전에 이야기 했잖아, 고모가 말했다면서……]

[아……! 그거……]

[그래, 실은 내가 그 말을 들은 후에 불안해서 내공을 세 군데 분산시켜 놓았거든……]

[…………!]

[그러니까……내가 전력을 하려고하면 그걸 다시 단전으로 되돌려야 할 거란 말이야……]

[…………]

[그래서 말인데……너는 내가 아기를 못갖는 걸 택하겠니? 아니며 혼자서 등마제에 참석하는 걸 택하겠니?]

은근하게 물어오는 주소아의 말을 들으며 소일초의 안색이 홱 변했다.

[결국 그 소리였구나. 나 혼자 등마제에 가라고? 싫어. 절대 혼자는 안가.]

[이 바보야! 거기서 삼수 같은 고수를 만날 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돼서 내가 아기를 못 낳게 되는 게 그렇게 좋아?]

소일초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꼭 그렇다고 도 할 수 없잖아……]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주소아는 강경하게 나왔다.

이제 소일초는 주소아 없이는 어디에도 가려고 하지 않았다.

주소아가 옆에 없으면 도무지 허전해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다 싸우면 되잖아……같이 가자, 응? 손가락하나 까닥하지 않아도 되게 해줄께…… ]

[흥, 난전이 벌어지면 어떻게 나를 지킬 수 있단 말이야. 어쩌면 한 몸 지키기도 바쁠 텐데.]

갑자기 소일초가 술잔을 바닥에 팽개쳤다.

[좋아, 그럼 나도 등마제에 가지 않겠어. 까짓 년놈, 뭐라 하면 죽여 버리겠어.]

[그러지마……우리도 등마제에 가볼 필요는 있어. 그곳에서 어떤 단서를 찾을 수도 있단 말이야. 꼭 그들의 말이 아니라도 나도 생각 중이었어.]

주소아가 달랬다.

[그리고……거기 가면 무림의 여자악인들도 많이 올 거야. 너 여자 좋아하잖니?]

[그래도 너만큼 예쁜 여자는 없을 거야.]

소일초의 시무룩하게 하는 말에 주소아가 픽 웃었다.

[알긴 아는구나.]

[난, 못가겠어……어떻게 너도 없이 혼자가?]

[어린애 같은 소리말구, 네가 돌아 올 때까지 나는 아예 지하실에 들어가서 혼자서 책만 볼께……]

[좋아, 그럼 빨리 갔다 올 테니까, 아예 얼굴에 면사를 가리고 있어, 아무도 못보게……]

겨우, 소일초가 마지못해 승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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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퍼퍽 퍽! [컥!] [끄엑!] 닫힌 문밖으로 들리는 구타하는 소리와 막운비의 비명소리

[그나마 좀 조용해졌군.] [비명소리가 쇳소리보다는 들어줄만 하지.] 돌아보는 중들

[헌데 저 시주가 정기적으로 시비를 걸어서 매를 버는 이유를 모르겠구만.] [흠씬 맞아야 기분이 좋아지는 모양이지.] 다른 중들 갸웃

중2; [난 최근에 참회동 근무를 시작해서 몰라 묻는 건데...] [막운비라는 저자는 어쩌다가 여기 갇힌 건가?] 한 놈이 다른 중에게 묻고

중3; [장경각에 침투해서 본사의 칠십이절기 중 한 가지를 훔쳤다는군.]

중2; [허어... 간덩이가 부운 중생이로군. 감히 칠십이절기를 훔치다니...]

중3; [그냥 훔친 정도가 아니라 도망치다 잡히게 되자 비급을 일부 훼손하기까지 했다는구만.]

중2; [저런 못된 중생이 있나.] 분노

중3; [종남파 출신이라 종남파에 넘길 수도 있었지만...] [비급을 훼손한 행위가 괘씸해서 이곳 참회동에 가두어 벌을 주고 있다는 게야.] 퍽퍽! 끄악! 컥! 말하는 중에도 철문 안쪽에서는 막운비가 얻어맞는 소리가 들리고

중3; [아마 최소한 십 년은 바깥바람 쐴 수 없을 거라더군.]

중2; [지은 죄가 있으니 목숨 부지하고 있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겠지.] 말할 때

덜컹! 철문이 열리고 중1이 나온다. 헌데 얼굴이 땀으로 덮여있다.

[수고했네.] [결국 조용해졌구만.] 다른 중들이 중1에게 말하고

중1; [수고는 무슨...] 철문을 열고 나오는 중1. 그 뒤로 막운비가 바닥에 얼굴을 댄 자세로 널부러져 있는 게 보인다. 양쪽 손목에 연결된 쇠사슬은 다시 길게 늘어져 있고

중1; [속에 든 거 다 게워낼 정도로 찜질을 해줬으니 당분간 조용할 걸세.] 철컹! 문을 닫으며 말하고

중3; [지난번에도 흠씬 두들겨 맞은 후 사나흘은 조용했었지.]

중1; [그나저나 나도 나이를 먹은 건지 주먹질 하는 것도 쉽지가 않구만.] 털썩! 자리에 주저앉고

중1; [막시주를 패다가 나도 지쳐버렸어.]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고

 

#224>

문이 닫힌 감옥 내부. 바닥에 얼굴을 쳐박은 자세로 엎드려 있는 막운비. 헌데

움찔! 막운비의 몸이 경련을 하고. 이어

툭! 투툭! 몸의 여기저기에서 무언가가 꿈틀대고. 그러다가

퍽! 몸 안에서 무언가 터지는 듯 몸이 들썩인다. 그러자

막운비; [끄윽...] 신음을 토하며 천천히 일어난다. 입에서 토사물이 흘러나오고

막운비; [젠장... 명줄 놓는 줄 알았네.] 헉헉 대며 일어나 앉고

막운비; [역시 소림사 스님들의 주먹은 매워도 보통 매운 게 아니야.] 헉헉 대며 책상 다리를 한다.

막운비; (하지만 덕분에 막혀있던 혈도의 거의 대부분이 뚫렸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운기조식을 시작한다.

막운비; (이게 다 이청풍형 덕분이다.) 그런 막운비의 뇌리에 떠오르는 청풍의 모습.

이하 청풍이 막운비에게 무공을 가르쳐주던 장면이 이어진다. #100>에 나온 장면

 

청풍; [그리고 주제넘지만 막형에게 한 가지 무공을 가르쳐드릴까 하는데 괜잖겠습니까?] 조심스럽게

막운비; [제... 제게 무공까지...] 놀라고

청풍; [이화접목(移花椄木)이라고 적의 내공을 내 것처럼 쓸 수 있는 무공입니다.] + (은원살법은 너무 난해하니 단시간에 익혀서 쓸 수 있는 이화접목을 가르쳐주는 게 적당하겠지.) 생각하고

청풍; [그리 어렵지 않은 무공이니 속성으로 익혀서 실전에 사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회상 끝

 

막운비; (나는 철비대사로 위장한 천면서생에 의해 혈도를 여러 곳 제압당했다.) 츠츠츠! 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막운비; (자력으로는 혈도를 풀 수 없었는데...) 우둑! 우둑! 몸의 여기저기서 뼈가 엇갈리는 소리

막운비; (이형이 가르쳐준 이화접목을 써서 구타하는 중들의 내공을 흡수할 수 있었다.) 툭! 투툭! 몸에서 일어나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막운비; (그 내공을 써서 혈도를 뚫어왔고... 이제 막힌 혈도들 중 열에 일곱 여덟은 타통시켰다.)

막운비; (한 두 번만 더 맞으면 혈도가 모두 뚫려 내공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막운비; (그리고 내공을 회복하기만 하면... 여길 빠져나가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강렬한 표정

<조금만 더 기다려라 사매야!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르지만 사형이 반드시 구해줄 테니...> 운기조식하는 막운비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225>

<-북경> 낮

<-황금전장> 황금전장의 모습

황금전장의 대청 건물. 환관과 금의위 무사들이 입구를 막고 있고. 살벌한 표정들. 황금전장 사람들과 황금수라들은 멀찍이에서 보며 불안한 표정. 그 사람들 맨 앞쪽에는 총관 이세창이 서서 대청 쪽을 보고 있다.

사내1; [이게 대체 무슨 소동이지?] 이세창 뒤쪽에 모여 있는 황금전장의 사내들중 한명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환관들과 금의위 위사들을 본다. 다른 사내들과 함께 서있는데 그들 주변의 황금수라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서있고.

사내2; [나도 모르겠네.] [동창의 환관들과 금의위 위사들이 갑자기 들이닥쳤어.]

사내3; [다과를 준비해서 들어갔다 나온 하녀들 말로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하네.]

사내3; [장주님뿐 아니라 마님과 소장주님도 동창에서 나온 높은 분에게 뭔가 추궁을 당하고 계시다는 게야.]

사내1; [어째 예감이 안좋구만.] [동창이나 금의위와 엮이면 좋게 끝나는 경우가 없다고 하던데...]

사내2; [뭔가 트집을 잡으러 온 게 분명한데...] [아무쪼록 큰 사달이 나지 않기를 바래야겠지.] 긴장

이세창; (확실히 느낌이 좋질 않다.)

이세창; (동창의 영반이 직접 찾아온 걸 보면 우리 황금전장의 존망이 걸린 사안일 가능성이 있다.)

이세창; (만일 대역죄로 몰리거나 하면 장부 가족들뿐 아니라 황금전장의 요직에 있는 사람들도 몰살당할 수 있다.)

이세창; (낌새가 이상하면 몸을 숨길 준비를 해둬야한다. 의리고 뭐고 목숨이 가장 중요하니...) 침 삼키며 결심

 

#226>

대청 내부. 상좌에 동창제독 담길이 앉아있고 그 뒤로 두 명의 젊은 환관이 음산한 표정으로 서있다. 두 환관은 무기를 지니고 있다. 담길 앞에는 탁자를 사이에 두고 벽초천이 앉아서 뭔가를 읽고 있다. 서류철이다. 벽초천 옆에는 마은혜가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있고 두 부부 뒤에는 벽세황이 역시 긴장한 표정으로 두 손을 앞에 모든 자세로 서있다

벽초천; [...] 굳은 표정으로 서류를 보고. 몇 장으로 이루어진 서류다. 마은혜는 곁눈질로 벽초천을 보고 있고

[!] 무언가를 발견하는 벽세황

서류를 든 벽초천의 손이 조금 떨리고

벽세황; (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냉철하기 이를 데 없는 아버지가 저리도 긴장하시는 건가?) 곁눈질로 보며 생각할 때

슥! 서류를 앞부분부터 다시 읽으려는 벽초천. 그러자

담길; [일독했으면 의견을 말해보시게.] 음산한 표정으로 말하고

벽초천; [담공공!] 고개 들며 말하고

벽초천; [이 서류의 내용은 너무도 황망하여 벽모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말을 이어가려다가 움찔! 하며 입을 다물고. + 담길; [필유담(弼由膽)!] 차갑게 말을 해서 벽초천의 말을 막고. 그러자

[!] 굳어진 표정으로 입을 다무는 벽초천.

벽세황; (필유담이 누구지?) 의아할 때

담길; [그 취조서는 지난번 치러진 전시의 시험 감독관 필유담을 국문(鞠問)하여 작성한 것일세.] 벽세황을 지그시 보며 말하고. 그러자

벽초천; [...] 슥! 굳어진 표정으로 서류를 탁자에 내려놓고

벽세황; (필... 필유담이라는 자는 아버지가 매수했다는 시험감독관이었구나!) 깨닫고 공포에 질리고.

마은혜도 사색이 되어 두 손으로 치마를 움켜잡고

담길; [황실을 보위할 인재를 선발하는 과거에서 부정을 저지르는 것은 국기를 문란케 하는 대죄!] [즉, 대역의 죄나 다름없네.] 살벌

벽세황; (대... 대역죄!) 사색

마은혜; [흐윽!] 전율

담길; [필유담은 저지른 죄에 합당한 벌을 받기 위해 금의위 뇌옥에 갇혔으며...] 그런 두 모자를 힐끔 보고

담길; [살아서 다시 해를 볼 일을 없을 걸세.] 음산하게 웃고

벽세황; (그... 그러니까 아버지가 시험 감독관을 매수하여 청풍이로 하여금 대리시험을 볼 수 있게 한 사실이 들통 났다는...) 사색이 되고

담길; [마지막으로 변명할 기회를 주겠네.] [만일 그 변명으로 본좌를 설득시키지 못하면...] 벽초천을 지긋이 보며

담길; [황금전장도 필유담과 같은 처분을 받게 될 걸세.] 살벌한 표정

차고 있던 칼을 꽉 쥐는 환관들

벽세황; (우리 황금전장을 멸족시키겠다는...) 공포. 마은혜도 사색이 되어 벌벌 떨고. 그때

슥! 자리에서 일어나는 벽초천. 이어

벽초천; [담제독!] 조금 옆으로 물러나 담길을 향해 무릎을 꿇고

마은혜; [상... 상공!] 사색이 되어 일어나고

벽초천; [자식을 출세시키려는 그릇된 욕심으로 폐하를 기만하는 크나큰 죄를 지었소이다.] 담길 앞에 무릎 꿇으며 고개 조아리고.

[흐윽!] 마은혜와 벽세황도 급히 벽초천 옆과 뒤에 무릎을 꿇고

벽초천; [모든 죄를 자복하며 어떤 처벌이라도 감수하겠소이다.] 고개 조아리고. 마은혜와 벽세황도 납작 엎드리고

담길; [...] 말없이 벽초천을 노려보고

벽세황; (젠장!) 납작 엎드린 채 이를 악물고

벽세황; (어쩌다가 일이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엎드린 채 이를 악물고., 비지땀을 흘리며

벽세황; (우리 황금전장의 재력이 제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황실에 죄를 지으면 하루아침에 멸문지화를 당할 수도 있다.)

벽세황; (모든 재산을 몰수당할 수도 있고... 심할 경우 멸족에 이를 수도 있다.)

벽세황; (어떻게...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 머리 굴리며 비지땀을 흘릴 때

담길; [또 다른 죄인, 이청풍은 어디 있는가?] 이윽고 살벌하게 입을 열고

벽초천; [이청풍은 서안지점으로 보냈소이다.] 고개 들며 말하고

담길; [대리시험을 치게 한 사실이 들통날까봐 먼 곳으로 빼돌렸군.] 냉소

마은혜; [그... 그렇지 않아요.]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고

마은혜; [이청풍을 서안지점장으로 임명한 것은 예정되었던 일이었어요.]

벽초천; [그만하시오 부인.] 말리는데

담길; [그대의 짓이었군.] 마은혜를 노려보고

마은혜; [저... 저의 짓이라니요? 무슨 말씀이신지?] 당황. 억지웃음

담길; [비록 돈에 관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어 냉혈전호라 불리지만 벽장주가 신의를 중시하는 성품임은 알고 있었다.] 벽초천을 보고

담길; [헌데 서안으로 가던 이청풍이 누군가에게 암살을 당하는 일이 벌어져서 의아했었지.] 냉소

당황하는 마은혜. 벽초천은 침통

벽세황; (설마 청풍이를 죽인 게 어머니?) 놀라고

담길; [벽장주가 아니라면 누가 이청풍을 죽여 후환을 없애려 했는가 의아했거늘...] 강렬한 표정

담길; [오늘 보니 그대가 바로 살인멸구(殺人滅口)를 지시한 장본인이었어.] 마은혜를 노려보며 차갑게 웃고

마은혜; [그... 그건...] 사색이 되어 달달 떨고

담길; [한 달의 유예를 주겠다.] 슥! 의자에서 일어나고

담길; [대리시험의 주범인 이청풍을 찾아내어 동창으로 데리고 와라. 죽었든 살았든!] 벽초천과 마은혜 부부를 내려다보고

담길; [만일 한 달 내로 이 지시를 이행하지 못한다면...]

담길; [황제폐하를 기만하고 황실을 욕보인 죄를 치르게 될 것이다.] 돌아서고

담길; [명심해라! 유예는 단 한 달이다!] 입구로 걸어가며 말하고. 젊은 환관들도 돌아서서 담길을 따라가고. 그러다가

담길; [한 가지 잊었군.] 입구에 멈춰서며 돌아보고

담길; [벽세황! 네놈은 더 이상 자금성을 드나들 자격이 없다.] [즉, 파직(罷職)이다!] 벽세황을 노려보며 말하고

사색이 되는 벽세황

담길; [벽세황 뿐 아니라 황금전장의 인간들이 황실을 출입하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말하며 대청을 나가고. 그 뒤에 벽초천, 마은혜, 벽세황등이 무릎을 꿇고 있고

곧 대청 밖으로 사라지는 담길과 환관들

 

#227>

대청 밖. 대청을 등지고 멀어지는 담길과 담길을 수행한 환관들과 금의위 위사들. 이세창을 비롯한 황금전장의 사람은 겁에 질려 보고 있고

담길; (삼황자전하!) 대청 등지고 걸어가며 표정이 살벌해지고. 청풍을 떠올리고

담길; (부디 무사하시길 바라겠지만... 만에 하나 변을 당하셨다면...)

담길; (이 늙은 내시가 반드시 복수를 해드리겠소이다.) 강렬한 표정

 

#228>

다시 대청 내부. 무릎 꿇고 있던 벽초천이 일어나고 있고 마은혜와 벽세황도 따라서 일어나고 있다

마은혜; [상... 상공! 이... 이제 어떻게 해요?] 사색. 겁에 질리고

마은혜;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청풍이 놈을 어떻게 한 달 안에 찾아내죠?] 발 동동 구르고

침통한 표정으로 옷을 정비하는 벽초천

마은혜; [이게 다 청풍이 그놈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이를 바득 갈고

찡그리는 벽초천

마은혜; [세황이로 완벽하게 위장했으면 대리시험 본 게 들통 나지도 않았을 거 아니에요?] 혼자 화를 삭이지 못하고

마은혜; [결국 그 종놈이 어설프게 처신해서 우리 집안이 패가망신하게 된 셈이라구요.] 이를 바득 바득 갈고 

마은혜; [누가 근본 없는 종놈 아니랄까봐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기나 하고...] + 벽초천; [그만하시오.] 버럭

마은혜; [상공!] 겁을 먹고. 벽세황도 긴장하고

벽초천; [청풍이를 탓하기 전에 일이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시오.] 마은혜를 향해 소매를 거칠게 휘두르며 노려보고

마은혜; [무... 무슨 말씀을...] [결국 모든 잘못이 제게 있다는 건가요?] 분노

벽초천; [저놈을 외아들이라고 왜왜 하며 키워서 공부의 기초가 닦이지 않은 게 근본 원인 아니오?] 벽세황을 향해 삿대질하고

마은혜; [상공!] 벽세황 눈치를 보며 기겁.

벽세황은 눈을 부릅뜨고 있고

벽초천; [자식 교육은 당신 몫이었소!] [결국 저놈이 사람 구실을 못하게 된 책임은 당신에게 있는 것이오.] 불같이 화를 내고

마은혜; [어... 어떻게 그런 말을...] 억울. 분노

벽초천; [두 번 다시 청풍이 탓으로 돌리지 마시오. 듣고 싶지 않으니...] 홱! 돌아서서 입구로 간다.

마은혜; [상공!] 따라가려 하고

벽초천; [못난 놈 같으니...] 이를 부득 갈며 대청을 나가고

마은혜;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상공!] [제게 화를 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잖아요.] 벽초천을 따라 대청 밖으로 달려 나가면서 외치고. 대청 안에는 벽세황만이 고개를 떨군 채 서있고

[상공!] 대청 밖으로 멀어지는 마은혜의 음성

벽세황; (젠장! 젠장!) 이를 갈고 주먹 불끈

벽세황; (어떻게 제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아버지?) (아무리 집안이 거덜 날지 모르는 상황이라지만 하나뿐인 아들을 비호해주지 못할망정 모든 책임을 제게 돌리시는 겁니까?) 이를 갈고

벽세황; (아버지에게 있어서 아들인 저의 존재가 종에 불과한 청풍이놈보다도 못한 겁니까?) 주먹 불끈

벽세황; (좋습니다! 아버지가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았으니 저도 앞으로는 제 꼴리는 대로 살겠습니다.)

벽세황; (당신에게는 어차피 있으나 마나한 존재인 아들이니...) 분노한 표정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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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七 章

 

          恨天二奇의 復活

  

 

 

세월은 변했다.

그리고 무림도 변했다.

변해도 엄청나게 변한 것이다.

무림사대세력의 주역들 이었던……

백인장과 청옥검궁, 그리고 삼성무림청은 어디론지 사라지고……

그것은 이미 중인들의 아득한 기억의 망각 속에으로 침몰하고 마는가?

불과 일년이 지났을 뿐인데……

전설……

삼성무림청의 전설!

백인장의 전설!

청옥검궁의 전설!

오오……그렇다.

불과 일 년 전만 하여도 무림의 지배자였던 이들 세 세력이 이제는 전설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다.

뉘라서……

대저 뉘라서 백인장을 망각할 수 있단 말인가?

뉘라서 백인장주 소선풍을 전설 속에 넣을 수가 있단 말인가?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삼성무림청과 백인장, 그리고 청옥검궁이 전설의 주인공이 되어 현무림에 떠돌게 된 것을 누가 해석하고 설명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것은 고금 최고의 신비요, 불가사의인 것을……

그들은……

아침 안개가 따사로운 양광(陽光)아래 흔적도 없이 소멸되어 버린 것처럼,

사라져 버린 것을……

누구도 그들의 흔적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런 경악과 전율 속에서 시간은 흘러갔고……

그 무서운 시간이란 악마 속에서 탄생한 또 하나의 충격!

삼성무림청과 백인장, 그리고 청옥검궁이 사라진 후……

백가장(白家莊)과 혈군자가 이끄는 취현성이 남북을 갈랐는데,

또다시,

중원의 땅 위에 또 다른 두 개의 거대한 세력이 출현한 것이다.

 

-----등천마세(登天魔勢),

-----정천보(正天堡),

 

오오……무림인들은 말한다.

등천마세와 정천보이야말로 무림사상 완벽한 잠재력을 지닌 세력이라고……

그리고 이 두 개의 세력을 기존의 두 세력과 함께 칭하여 또다시 사대세력이라 하니……

등천마세는 사마(邪魔)의 지배자로 등장했으며,

정천보은 백도의 하늘이라……

곧,

천지간에 존재하는 온갖 사마요악(邪魔妖惡)의 기운을 중심으로 하여 거대한 마풍을 잃으키며 무림에 출현한 등천마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흩어진 사마의 무리들을 하나로 일통했다.

급기야 혈군자의 취현성마저 잡아먹어 버렸다.

그리고,

정파무림에 부상한 정천보……

자비와 선과 인의를 근원으로 탄생한 정천보은 이제 모든 정파무림인들의 성역(聖域)이 되어 있었다.

정파무림인들은 정천보을 중심으로 뭉쳤고,

정천보은 급기야는 정파연합체로 완성이 되었다.

구파일방도 정천보의 지지세력이 되었다.

오직 백가장만이 흡수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다 어느날 살라져 버렸다.

그럼에도,

이 격동의 시대에 그것은 있은 듯 없은 듯 사그라져 버린 것이다.

마침내,

정사이세는 마치 환상의 신기루처럼 솟아나……

불과 일 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무림을 이분해 버린 것이다.

이것은 무림사에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거대한 괴변이었던 것이다.

한데,

천하무림인들은 미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정사이세의 진정한 내력에 대해서……

아니 굳이 무림인들은 정사이세의 신비를 풀지 않으려 하는지도 몰랐다.

신비를 푼다는 그 자체가 무림인들에게는 또 다른 공포와 전율이 될 수도 있었기에……

바람처럼……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존재들……

분명한 것은 그들이 엄청나게 강한 힘을 보유했다는 사실 뿐이었다.

그 힘……

그 가공할 잠재력!

과연 그것은 어디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지……

그리고, 정사이세의 공존과 함께 무림은 근래 볼 수 없었던 평화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었다.

폭풍전야의 정적이 바로 이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무림은 죽은 듯한 정적에 잠겨 있었는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비릿한 피의 바람이……

그 바람은 등마제(登魔祭)의 소문과 함께 시작이 되었다.

 

-------등마제……

그것은 악마들의 축제다.

그것은 죽음의 제전이다.

모든 살인(殺人)이 허용이 되고……

어떠한 형태의 악(惡)도 용납이 되는,

그리하여,

더이상 잔인할 수도, 더이상 악랄할 수도 없는 저주의 축제가 바로 이 등마제였던 것이다.

십오야(十五夜) 만월이 뜨는 밤이면,

이 땅은 어디선가 죽음의 축제에 악마들이 혼탁한 숨결을 토해낸다.

살인과 방화……

간음, 간통, 난륜……

이런 패륜의 축제가 난무하는 등마제!

누구도 그곳에는 접근하지 말라!

접근하면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며,

어떻게 마인들의 재물로 변할 지 모른다.

 

이제,

천하의 모든 정파무림인들은 등마제을 두려워 하기에 이르렀고,

울던 아이들도 등마제라는 말만 들어도 혀가 굳어져 울음을 그쳐야 했다.

십오야 만월은 이제 무림인들에게 죽음의 대명사 같은 존재가 되었으며,

만악(萬惡)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하나, 사파의 마두들에게는 등마제야 말로 꿈의 제전인 것이니……

잠재된 그들의 욕망의 유일한 분출구이며,

인간의 탈을 벗고 짐승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축제이기에,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들은 등마제의 초대장이 날아 들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무림의 짧은 평화는 무참하게 깨어지고……

등마제라는 피의 폭풍과 함께 난세는 그 거추장스런 허울을 벗어던지니……

바야흐로,

무림은 난세지난세였다.

 

× × ×

 

쿠르르르……

일성 굉음과 함께 하나의 석문이 열렸다.

바로 마장탑 내의 여덟 개의 석실 중 마지막 여덟 번째의 석실……

즉,

마교칠십이절기라는 저주의 무학 중 마지막 아홉 절기가 비장된 석실이 열린 것이다.

그러자,

우선 사이한 운무가 해일처럼 뿜어져 나왔으며……

더불어 두 사람의 남녀가 천천히 그 최후의 석실로부터 걸어나오고 있었다.

여인의 황홀하리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사나이의 긴 장발(長髮)이 다음……

그들의 헤어질대로 헤어진 옷이 세 번째로 눈에 들어왔다.

더불어,

사악한 기운이 몰아치는 곳에서,

그들의 부드러운 분위기가 풍겨져 나왔고……

이어 서기(瑞氣)가 은은히 그들을 사악한 마기 속에서 감싸 보호하고 있었다.

그것은 인간의 몸에서는 도저히 발산될 수 없는 것……

그 두 사람의 손에서 부터 일어나는 것이었으니……

장엄한 서기를 전신에 뒤덮고 있는 그들은 대체 누구이겠는가?

남자……

세월 저 너머 아득한 세월……

그 세월에 존재하던 그 어떤 미남자 보다도 준수한 얼굴의 남자,

한데 문제는 그 얼굴에 함유된 고집과 심술에 있었다.

도대체 이 인물의 얼굴에 어린 저 끼(?)는 어떻게 저토록 매력을 발산하고 있단 말인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한 매력을 지닌 이 인물,

그리고,

여인……

틀어올린 머리 밑으로 보이는 뽀얀 얼굴에는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서기보다 더 강렬히 발해지고,

부드러워 꺼져버릴 것 같은 가날픈 몸은 오히려 사람의 영혼을 앗아갈 듯 하다.

누구겠는가?

바로 소일초와 주소아지……

어린 꼬마에서 청년과 숙녀의 몸으로 완전히 변화된 그들의 모습은 물처럼 고요하고 심유한 것이었다.

물끄러미 닫히는 마지막 석실의 문을 응시하는 그들의 아름다운 동공에 반짝 감회의 빛이 스쳤다.

[익힐 게 뭐 있다고 그 고생이람. 알고 있으면 자연히 할 줄도 알게 되지……]

소일초가 지독한 무공광(武功狂)인 주소아에게 투덜거린다.

구경만 하고 말자는 그를 억지로 붙잡고 익혀보자고 졸라대던 그녀였다.

[그래도 잘만 익히드라……]

이제……

그들은 마교칠십이절기가 남겨져 있던 여덟 개의 석실을 모두 통과했다.

뿐만 아니라 몸으로 익히기 까지 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른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버린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얼마되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그럼에도,

단 한가지만 익혀도 인간 마물이 되어버린 다는 마교칠십이절기를 익히고도 그들은 전혀 마성(魔性)에 물들지 않은 듯 했다.

아마 언제나 손에 쥐고 있는 검마의 사리(舍利) 때문일 것이다.

사르르……

소일초와 주소아는 통로를 따라 미끌어지듯 걸음을 옮겨갔다.

걸음을 옮기는 소일초의 등을 덮고 있는 그의 긴 흑발은 아름다운 포말을 일으켰다.

걸음을 옮겨가매,

주소아의 가날픈 몸은 바람에 날려가기라도 할 듯 하늘거리고 있어 위태로워 보이기 까지 했다.

[이제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여덟 개의 석실은 다 지났는데……]

[걱정할 것 없어, 그 미친 작자들이 다 알아서 챙겨 놨을 거야……침상은 하나 뿐이겠지만!]

조소아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 잘난 척하는 칠십이기재들은 두 사람이 들어오리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뭐든지 하나 씩 만 준비되어 있었다.

당연히 침상도……

성숙한 몸으로 소일초에게 짖궂은 장난을 받는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었다.

자기도 주체할 수 없는 어떤 강렬한 욕망에 그녀도 부르르 몸을 떤적이 한 두 번도 아니었다.

소일초 역시 마찬가지,

워낙 완강하게 주소아가 최후의 선을 지키고 있어서 그렇지 다른 장난은 해보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 였다.

주체할 수 없는 욕망에 주소아의 몸을 끌어안고 몸부림친 것은 수를 헤아릴 수 조차 없었다.

몸이 완전히 성인으로 변해 버리기 이전에도 장난을 했지만,

그것들은 호기심과 기분이 좋다는 정도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그들은 이미 육체적인 욕망을 느껴오고 있었던 것이다.

몸의 성장과 더불어 그들의 마음에도 빠른 변화가 왔지만,

그들은 애써 그 변화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여전히 본연의 행동을 하고자 노력해 왔다.

 

소일초의 말은 사실이었다.

칠십이기재들은 지금까지 치밀한 안배로 그들로 하여금 따르기만 하면 되도록 해놓았었다.

사르르르……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겨가는 소일초와 주소아,

돌연 그들의 발길이 한 곳에 우뚝 멈추어졌다.

[정말 이곳에 또 다른 석실이 있네……]

주소아가 말했다.

보라!

소일초와 주소아의 면전에 또 하나의 석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이곳이야 말로 마장탑의 최후 비밀이 숨어있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이 석실은 지금까지의 석실에 비해 실로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그 속에……

스스스스……

핏빛의 운무가 기이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넓다란 공간을 자욱이 메우고 있었다.

한데 이 넓은 석실의 공간에……

한 개의 석대(石臺)……

그리고 석대 위에는 두 개의 관(棺)이 놓여 있었다.

하나는 핏빛이 진하게 풍겨지는 혈옥관(血玉棺)이었으며……

또 하나는 눈보다 흰 백옥관(白玉棺)이었다.

자욱이 푸른 기운과……

붉은 빛과 흰 빛이 교차하는 광경은 실로 형용할 수 없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었다.

소일초와 주소아는 두 개의 관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묵묵히 생각에 잠겼다.

(기이하다. 여덟 개의 석실과 거의 흡사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저 관(棺)들은 ……)

문득, 주소아가 단정적으로 말했다.

[아…… 여덟 번째 석실에서 보이지 않았던 두 명의 기재들의 관(棺)이야!]

소일초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머리를 끄덕였다.

여덟 번째의 석실……

이곳은 먼저의 일곱 개의 석실과 다른 점이 하나가 있었다.

그곳에는 유독 일곱 명의 기재들만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두 개의 관을 보자마자 남은 두 기재의 관(棺)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소일초와 주소아는 사방을 둘러본 후 바짝 석대 앞에 다가섰다.

사방벽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손에는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르는 극악한 마기를 물리치기 위해 검마의 사리가 꼭 쥐어져 있었다.

[이 두 개의 관속에 최후의 비밀이 있단 말인가?]

침중하게 내뱉는 소일초였다.

이 생각 역시 확신으로 그들의 가슴에 와닿았던 것이다.

(으음……)

잠시 동안 관을 살폈지만 더이상의 것은 발견하지 못했고 어떤 변화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나 보다.

돌연 두 개의 관으로부터 여운처럼 영혼의 울림이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가?

 

-----아아아아…… 정통마교주이시여……

그대는 우리의 뜻에 따라 창조된 위대한 인간……

우리들 한천이기(恨天二奇)는 육십 년의 세월……오직 그대 만을 기다려 왔소이다.

우리는 칠십이기재들 중 두 명……

당신에게 천지파멸의 길을 열어드리기 위해 살아온 삶……

정통마교주이시여……

그대에게 진정으로 바라노니…… 마교칠십이절기 중 청사무(靑邪霧)를 펼쳐서 우리들의 관을 열어주기……

 

영혼의 소리……

[그 귀신같은 소리가 바로 이 관에서 나왔었군, 어째 귀신소리 같더라니……]

소일초가 중얼거렸다.

[보고싶지 않은 귀신들이지만 여기서 나가자면 하는 수 없겠지……제길……귀신을 만나게 되다니……]

관 속에서 울려나온 그 영혼의 소리가 말하는,

 

청사무(靑邪霧)--------

 

이것은 마교칠십이절기 중 하나이다.

아홉 가지의 사악한 기공이 기록되 있던 여섯 번째의 석실에 있던 절기이다.

전신을 푸른 유형의 사기(邪氣)로 두르고 인간의 악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파괴하게 하는 극사의 마공……

그것은 죽은 시신(屍身)을 일시에 깨워 강시(疆屍)로 부릴 수 있다는 ……

그야말로,

천지간에서 가장 사이한 마공 중의 하나인 것이다.

 

지금,

그 무서운 청사무는 관 속의 기재들이 원하고 있는 것이니……

소일초와 주소아는 망설여 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육십 년 전의 기재들이 아직 생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불쾌해 하고 있었다.

이미 모두 오래 전에 죽었으리라고만 생각했던 칠십이기재들이 아닌가?

[나가자면 하는 수 없지……]

주소아도 침음성을 흘리며 소일초와 같은 결단을 내리고 있었다.

천천히……

그녀는 청사무를 양팔에 끌어 올리고 있었다.

순간,

스스스스……

놀랍게도 그녀의 양 손에서 푸른 안개가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빨리해! 보기에 좋지 않아!]

소일초가 마공을 쓰는 것에 불만인지 한마디 한다.

주소아의 눈은 그를 흘기고,

손에서 무럭무럭 일어난 푸른 안개는

순식간에 그녀의 몸을 감싸버렸다.

그리고,

쏴아아아아……

그 푸른 안개는 그대로 두 개의 관으로 몰려갔다.

순간……

덜컹----!

덜커덩--------

석실을 울리는 진동음과 함께 두 개의 관 뚜껑이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관은 청사무에 완전히 뒤덮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잠시 동안 허공에서 풍차처럼 돌던 두 개의 관 뚜껑은 바닥에 떨어지고,

녹색의 푸르스름한 기운이 소름끼치도록 살벌하게 두 개의 열려진 관에서 뿌려지고 있었다.

다음 순간,

두 사람……

붉고, 흰 두 사람이 관으로부터 한 줄기 연기처럼 솟아나오는 것이었다.

환상처럼……

허공을 부유하는 두 사람……

일신에 붉은 홍의(紅衣)를 걸친 청년과 백의(白衣)를 걸친 소녀였다.

나이는 대략 이십여 세 가량,

백납처럼 창백한 얼굴……

냉막무심한 얼굴의 눈동자에서 폭사되어 나오는 안광은 기이하게도 칙칙한 잿빛이었다.

살아있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극치의 미(美)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시신을 보는 듯하다.

이들이 바로 한천이기(恨天二奇)이다.

이때,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들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육십 년 씩이나……관 속에 있었을 텐데 상당히 젊었네……)

면전에 소리없이 내려선 한천이기을 보며 그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단지 무심하고……비정하며……

잔혹한 것 뿐이었다.

특히 여인의 몸에서 풍겨지는 기운은 더욱 패도적이며 전율스러운 것이었다.

문득,

무심비정한 눈빛을 소일초와 주소아의 얼굴에 번갈아 두고 있던 청년이 경악의 음성으로 침묵을 깼다.

[어……어떻게 두 사람이……이럴 수가……]

그는 두 사람을 처음에 보았을 때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했었다.

그러나,

정말 두 사람이 그들의 앞에 서있자 경악하고 만 것이다.

[이럴 수가 있지!]

소일초가 단호하게 못을 박는다.

[…………]

[…………]

잠시의 침묵 속에서 두 쌍의 남녀는 서로를 노려 보았다.

[어느 분이 정통마교주이시오?]

홍의의 청년이 침중한 음색으로 묻는다.

[우리 두 사람 다!]

주소아가 소일초의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오기 전에 재빨리 대답했다.

다시 얼마의 침묵 뒤에 홍의 청년이 천천히 말했다.

[두 분의 정통마교주이시여……당신은 우리 한천이기를 인간으로 보지 마시오……]

그의 음성에는 죽음의 냄새가 진하게 담겨져 있었다.

[우린 이미 마장탑이 봉쇄 된 육십 년 전에도,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버린 몸이오……]

그의 입술은 열리지 않고 있었다.

한데도 기이하게 그 음성은 그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엇던 것이다.

마치 영혼으로 속삭이듯……

[재미있는 복화술(腹話術)이야, 전혀 표가 나지 않아!]

그런 기이함을 주소아는 태연하게 받아들이며 입을 열지않고 말했다.

그녀 역시 복화술을 펼쳐 온 몸으로 소리를 울려 낸 것이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려고 서두가 길어?]

청년이 그녀의 당돌한 물음에 개의치 않고 계속 말했다.

[정통마교주께서는 지금까지 여덟 개의 석실에 존재한 칠십이기재 중 두 명이 빠져 있음을 기억하실 것이오?]

[알아, 그게 당신 두 사람이라는 걸……]

소일초가 말했다.

[그 두 명이 바로 우리들이며 본인은 원천기(怨天奇)이고 ……이 여인은 한천녀(恨天女)라 하오.]

(원천기……한천녀……)

면전의 두 사람 한천이기……

소일초와 주소아가 그들의 한맺힌 이름을 되뇌였다.

이때 다시,

원천기의 음성이 이어졌다.

[우선……두 분 정통마교주의 성취를 진심으로 축하드리는 바이오……당신들이 선택된 인간이 아니었고 절대의 자질이 없었다면 결코 이곳까지 이를 수 없었을 것이오.]

[…………]

[우린 그대들이 연성한 청사무를 대하지 못하면……영원한 잠 속에 빠져 있어야 할 운명이었소.]

원천기은 계속 입을 열었고 한천녀은 침묵을 지켰다.

얼음처럼 냉오한 그녀는 마치 말을 잃어 버린 듯했다.

[헌데 당신들은 우리의 뜻을 외면하지 않고 그 청사무를 극으로 연성한 것이오. 그리하여 우리 한천이기는 육십 년의 안배된 잠에서 깨어나게 된 것이오.]

[…………]

[그것은 곧 당신들이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뜻대로 마장탑의 모든 안배를 무사히 마쳤음을 말함이고……또한 당신들과 우리 한천이기는 청사무로 완전하게 영적인 합일을 이루었음을 말하는 것……]

원천기의 음성이 여기까지 이르자,

소일초가 안색을 굳히며 말을 끊었다.

[나는 아니야. 나는 너같은 귀신과 영적인 합일 따위 한 적이 없어. 내 마누라하고 따져 봐.]

[…………]

도무지 신비하기 그지없는 자기들을 발가락 새 때만치도 여기지 않는 소일초를 원천기와 한천녀가 어이없어 하며 바라보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궂은 일 시킬 때는 언제고 의리없이 귀찮다고 혼자서 뒤로 빠질 궁리를 해? 치사하게스리……]

주소아가 소일초에게 핍박했다.

[난 몰라 아무튼 네가 시작했으니 끝도 네가 맺어.]

[좋아, 두고보자……]

주소아는 눈을 흘기고는 원천기를 돌아보았다.

[한데……먼저 이것부터 물어보자. 우리가 여기 얼마나 있었는데?]

[이 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오.]

[음……내 계산이 틀리진 않았군……]

주소아는 어떻게 날짜를 계산했단 말인가?

소일초가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쳐다보았다.

사실,

그녀는 여인만이 가진 시계로 달 수를 헤아렸던 것이다.

그녀가 소일초에게 입을 삐죽해 보이고 다시 물었다.

[대체 무슨 이유로 육십 년 동안이나 죽지 않고 우릴 기다렸지? 그러지 않아도 웬만한 부탁은 들어 줄 텐데……]

순간 원천기의 몸에서 무감정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그대로 하여금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천지파멸(天地破滅)의 뜻을 계속 행하게 하기 위함이었소.]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한천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 그 자체의 침묵을 고수하고……

원천기는 주소아의 물음에 일일이 대답했다.

[우린……우리 칠십이기재들은 그대를 계속하여 우리들의 안배대로 이끌어 가기 위해 살아 있어야 하는 것이오.]

일순,

소일초와 주소아의 얼굴에 싸늘한 분노가 어렸다.

[그 천지파멸인가 하는 것 말인가?]

원천기은 다소 느리면서도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대가 정통마교주로서 이 땅을……이 하늘을 파멸시키려면……]

[그러려면?]

[절대적으로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안배가 더 필요한 것이오.]

[말하자면 너는 나를 너희 칠십이기재들의 꼭두각시로 계속 부리기 위해 육십 년의 잠을 잔 것이란 말이로군.]

주소아의 음성이 서릿발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원천기의 말에 약간의 충격과 분노를 느꼈기 때문이리라.

무서운 일이었다.

그들 칠십이기재들은 실로 완벽하게 소일초와 주소아를 이용하려 하고 있었다. 즉,

이들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욕망과 저주와 한(恨)을 그들을 통해 무림에 뿌리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

원천기의 음성이 다시 울렸다.

[이후……당신들의 모든 행동은 우리 한천이기의 안배에 따라야 하는 것이오.]

[…………!]

[그것이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율법이기 때문이오……누구도 거역해서는 아니되는……]

소일초의 몸에서 거대한 폭풍같은 기도가 일었다.

[잡혀왔던 주재에 간만컸군……누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가!]

[우리를 거스르지 마시오……]

[쓸데 없는 소리, 내가 거스르겠다면?]

순간 단호히 떨어지는 음성……

[죽음!]

소일초와 주소아는 한천녀을 응시했다.

방금의 대답은 최초로 한천녀의 입에서 떨어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죽음이라는 말 한 마디가 그대로 죽음 그 자체로 받아들여질 만큼 잔혹비정한 음성……

그것은 철저하게 모순이었다.

이 절색의 미녀 입에서 최초로 흘러나온 음성이 이토록 잔인한 말이란는 사실이……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 죽음보다도 더욱 칙칙한 기운이 풍겨나오다는 사실이……

하나,

소일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음성 또한 진하게 죽음의 냄새를 풍겼다.

[대단해……단단히 미친 년놈이야.]

 

--------으핫하하하!

--------호호호호호!

 

소일초와 주소아는 석실이 떠나가라 앙천대소를 터뜨렸다.

그러자 그들의 몸에서 터져나오는 강인하고도 당당한 절대의 위엄……

그 위엄으로,

한천이기의 신형이 그 광소가 계속이 되는 동안 거의 육안으로는 판별할 수 없으리만큼 미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말하면 믿을까?]

소일초는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너희들은 어떤 방법으로도 지금의 나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순간,

원천기의 입가에 차가운 냉소가 피어올랐다.

[자만을 하지 마시오. 정통마교주……]

[…………]

[우리의 안배는 한치의 틈도 있을 수 없고, 하여……그대를 죽이는 안배 또한 완벽하게 내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오.]

[…………!]

[믿지 못하시겠다면 지금이라도 시험해 보도록 하시오.]

[그러나, 너희는 우리가 두 사람이라는 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이곳까지 오는 중간의 헛점은 이루 헤아릴 수 조차 없이 많았다.]

[…………]

무서운 긴장감이 세 사람 사이에 숨막히게 흘렀다.

하나 곧,

주소아가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 시험은 차후해……]

[…………]

[우선은 이곳을 빠져나가는 그대들의 안배가 절실하니까……]

더 이상의 말의 필요없었다.

원천기의 말 또한 어떤 안배처럼 생각없이 흘러나왔다.

[좋소……적어도 그 정도의 크기는 있어야 정통마교주로서의 자격을 갖춘 것……]

다음 순간,

그의 손이 그들이 나왔던 관 속을 가격했다.

돌연,

쿠쿠쿠------!

천지를 울리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석실의 내부가 무겁게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시작이었다.

화산 옥녀봉 정상의 산정호수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그리고 천지파멸의 욕망과 저주와 한의 시작이었다.

소일초와 주소아,

그들은 한천이기의 인도를 받아 어디론가 사라져갔다.

칠십이기재들의 안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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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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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낮. 넓은 길가의 주막, 길을 오가는 사람들과 우마차들 제법 많고. 주점 앞마당에는 우마차와 말들이 보인다.

주막 내부 북적. 술과 음식 먹고 마시는 손님들. 분주하게 음식 나르는 점원들

카운터 너머에서 계산하는 척 하며 한쪽을 보는 중년의 사내. 주인이다.

주인이 보는 쪽. 점원 한명이 쟁반에 술병과 술잔을 얹어서 구석 자리로 가고 있다. 평범한 인상. 하지만 이자는 환마루의 살수다

점원이 다가가는 구석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는 청풍이 보인다

곁눈질로 청풍을 보는 주인. 주인이 앉아있는 카운터 안쪽에 칼이 한자루 세워져 있다. 바로 칠성보도다. 주인도 물론 환마루의 자객이다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는 청풍

청풍; (그럭저럭 하남성 일대는 정리를 마쳤다.) 음식을 먹으며 생각하고

청풍; (하남성에서 혈세사패의 세력을 궤멸시켰으니 심우장은 당분간 외세에 공격당하지 않을 것이다.) 생각하다가

위상영을 떠올리는 청풍.

청풍; (위소저의 모습이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른다.) 쓴웃음

청풍; (아무래도 난 쉽사리 치우되기 어려운 중병에 걸린 것 같구나.) (상사병이라는 이름의 중병에...) 생각할 때 그 앞으로 다가온 점원

점원; [주문하신 술 가져왔습니다.] 탁! 술병을 청풍의 앞에 내려놓고. 그때

어떤 냄새가 청풍의 코로 흘러들어가고. 술병에서 흘러나온 냄새인데 독의 냄새다.

점원; [맛있게 드십쇼.] 술잔도 내려놓고 돌아서려는데

청풍; [술 한 잔 따라주고 가게.] 웃으며 술잔을 집어들고,

돌아서려다가 멈칫하며 돌아보는 점원

청풍;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따라 마시는 건 너무 청승맞지 않겠는가?] 술잔을 들며 웃고. 그러자

점원; [소인이라도 괜잖으시다면 한잔 따라드리겠습니다요.] 쟁반을 탁자에 내려놓고

꼴꼴! 두 손으로 술병을 들어서 청풍의 술잔에 따라준다

청풍; [고맙네.] 웃으며 술잔을 입에 가져가고.

눈 번뜩이며 그걸 보는 점원. 술병을 두 손으로 든 채.

청풍 주변 탁자의 손님들 곁눈질로 보고. 이자들도 환마루의 자객들이다.

카운터의 주인도 곁눈질하며 눈 번득. 그때

원샷으로 술을 마시는 청풍. 그러자

<마셨다!> 청풍 주변 자리의 손님들이 눈을 번뜩이며 청풍을 곁눈질하고. 점웡도 청풍의 앞에 서서 보고 있고

슥! 카운터에 숨겨두었던 칠성보도를 집어드는 주인. 시선은 청풍에게 향한 채. 그때

청풍; [꺼억!] 트림하며 술잔을 입에서 떼고

점원; [어떻습니까 손님?] 억지로 웃으며 묻고

청풍; [제법 괜잖은 술이었다.] 웃으며 술잔을 내리고

청풍; [다만 술에 탄 독이 너무 약했다! 그래서 별로 짜릿하진 않았던 게 유감이다.] 소매로 입을 닦으며 웃고. 그러자

점원; [젠장!] 팟! 술병을 청풍에게 강하게 던지며 물러서고

피식 웃으며 고개 젖혀 피하는 청풍.

파삭! 푸시시! 청풍 뒤쪽 벽에 부딪혀 깨지는 술병. 술병에서 뿌려진 술에 닿은 벽에서 연기가 일어나고

[헉!] [히익! 싸... 싸움 났다!] 입구 쪽 손님들이 기겁하며 안쪽을 돌아보고. 그 손님들은 진짜 손님들이고

점원; [들켰다! 쳐라!] 창! 소매 속에서 비수를 뽑으며 외치고. 그러자

[죽이자!] [크왓!] 차창! 쐐액! 화악! 청풍 주변 자리의 손님들과 다른 점원들이 일제히 청풍을 덮쳐온다. 무기를 뽑거나 숨겨두었던 단검을 뽑아서.

하지만. 청풍은 태연하게 트림하려 하고 있고

[위... 위험해!] [저 청년 죽겠다!] 입구쪽 손님들 기겁하며 일어나고. 그 손님들 뒤에서 주인이 왼손에 든 칠성보도를 오른손으로 뽑으려는 자세로 카운터 옆으로 나오고 있고.

쩍! 쐐액! 청풍에게 쇄도하는 무기들. 직후

청풍; [크아!] 화악! 입을 쩍 벌린 청풍의 입에서 검은 연기가 확 뿜어진다

화악! 펑! 검은 연기가 쇄도하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을 휩쓸고

[크악!] [컥!] [독... 독이다!] 그 검은 연기에 휩쓸린 점원과 손님들 비명 지르며 허우적거린다. 독이 지독해서 살을 태우고

퍼퍽! 퍽! 콰당탕! 나뒹구는 점원과 손님들. 즉사한 자들은 없고. 다만 중독 당했다.

[끄윽! 술... 술에 들어있던 독을 뿜어내다니...] [만... 만독불침이란 말인가?] [끄아악!] 타들어가는 얼굴을 감싸며 비명 지르고.

[히익!] [위험해!] [독... 독이다!] 입구쪽의 손님들은 입구로 달려 나가며 비명 지르고. 주인은 그 손님들을 가르며 앞으로 나오고 있고

청풍; (섭노사의 말씀대로군.) 슥! 소매로 입가를 닦으며 나뒹군 자들을 보고

이어 떠오르는 #113>의 장면

 

섭장천; [이놈은 널 해독시키려고 신망옥액(神蟒玉液)이란 이름의 타액을 먹여주었다.] [덕분에 너는 만독불침이 되어 이후로는 어떤 독에도 해를 입지 않게 될 것이다.]

회상끝

 

청풍; (저자가 가져온 술에 독이 섞인 걸 알고 시험해봤는데...) 몸부림치는 점원을 보며 생각하고

청풍; (난 정말 용각신망의 침을 복용한 덕분에 어떤 독에도 중독되지 않는 것 같다.) + [하는 짓거리들로 봐서는 백살파나 지옥갱은 아닌 것 같고...] 다른 자들도 둘러보고

청풍; [네놈들은 아마 환마루의 버러지들이겠지?] 바닥에 널부러져 몸부림치는 자들을 보며 차갑게 웃고. 그때

펑! 콰직! 사방의 벽과 천장이 무너지며 쇄도하는 자들. 칼, 도끼등을 쓴다. 휘두르는 무기에서 섬광이 내뻗치고

청풍; [네놈들이 오늘 암습의 주력이겠지?] 바웅! 웃으며 몸을 투명한 막으로 감싸고

텅! 텅! 청풍을 때리고 벤 칼과 도끼들이 강한 탄력에 튕겨지고

[헉!] [크악!] [조심...] 퍼퍽! 퍽! 튕겨진 무기들은 동료들을 벤다. 비명을 지르며 죽거나 다치는 자들. 헌데

스악! 죽는 놈들 뒤에서 쇄도한 한 자루의 칼이 청풍의 방어막을 가르며 들어오는데 바로 칠성보도다. 칼을 쓰는 놈은 물론 주인이다. 왼손에는 칼집을 들었고 오른손으로는 칠성보도를 뽑아들었다.

청풍; (저 칼...) 자신의 방어막을 가르며 들어오는 칼을 보며 눈 치뜨고

날아드는 칼을 크로즈 업.

청풍; [칠성보도!] 팟! 경악하며 뒤로 몸을 날린다

스악! 청풍의 앞을 스치며 가슴에 약간의 상처를 내는 칠성보도

주인; [크왓!] 빗발치듯 칼을 휘둘러서 청풍을 공격하는 주인. 칼바람이 길게 일어나서 부딪히는 모든 것을 베어 버린다. 뒤로 물러선 청풍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흔들! 청풍의 모습이 흔들리더니

스팟! 청풍의 모습이 사라지고 대신

펑! 청풍이 있던 허공에 대신 독에 중독된 놈들 중 한 놈이 나타난다. 청풍이 치환천위의 술법을 쓴 것

[당... 당주님!] 그자가 허공에 뜬 채 비명 지르지만

주인; [헉!] 부악! 서걱! 멈출 수가 없어서 칼을 휘둘러 그자의 몸을 여러 토막으로 쳐버리는 주인

주인; [분명 이가를 베었는데...] 퍼퍽! 후두둑! 토막 나서 나뒹구는 동료의 시체를 보며 기겁할 때

스윽! 그자의 뒤로 나타나는 청풍.

주인; [이런...] 부악! 돌아서며 청풍을 베지만.

콰직! 이미 강철같이 변한 청풍의 손아귀가 그자의 목을 잡고 있다.

주인; [끄윽...] 눈을 까뒤집고 몸이 축 늘어진다. 청풍을 마주 보는 자세로

스륵! 툭! 그자의 손에서 칠성보도와 칼집이 떨어지고

따당! 퍽! 바닥에 떨어지는 칼집과 박히는 칠성보도

청풍; (위소저에게 선물 받은 치환천위의 술법을 요긴하게 써먹었다.) + [살고 싶으냐?] 우둑! 주인의 목을 움켜쥔 채 노려보고

주인; [그럼 칠성보도를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이실직고해야할 것이다.] 우둑! 주인의 목을 쥔 손에 힘을 주지만. 직후

주르르! 주인의 입과 코에서 피가 흐르고

청풍; [자결?] 놀랄 때

투툭! 주인의 입과 코에서 떨어진 피가 바닥에 떨어지고

푸시시! 연기가 나는 그 피

청풍; [입 속에 독을 숨기고 있었군.] 찡그리며 손을 놓고

털썩! 나뒹구는 주인의 시체.

 

[히익!] [꺄악!] 주점 입구로 겁에 질려 달려 나오는 일반 손님들. 그들과 반대로 주점으로 들어가는 건장한 거지의 뒷모습. 개방 외당 당주인 철각개의 뒷모습이다. 길가던 사람들은 왜 저러나 하며 보고 있고

 

다시 주점 내부.

청풍; (얼마나 독성이 강한 독인지 벌써 숨이 끊겼다.) 주인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청풍; (칠성보도를 입수한 경위를 밝히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건데...) 슥! 칠성보도의 칼집을 집어들고

청풍; (분명 칠성보도다.) 칠성보도를 살피고

청풍; (내가 선물한 칠성보도가 다른 자의 손에 들어갔다는 건...) 칠성보도를 칼집에 꽂으려 하고

청풍; (막형의 신변에 심각한 변고가 생겼다는 뜻이다.) 철컥! 막운비를 떠올리며 칠성보도를 칼집에 꽂고. 그때

철각개; [다친 데는 없으십니까?] 입구로 들어오는 건장한 거지. 물론 철각개다.

청풍; (개방 외당 당주 철각개(鐵脚丐)...) + [어서 오십시오 당주.] 칠성보도를 허리춤에 끼우고.

철각개; [접선장소인 이 주점 근처에서 환마루의 무리들이 출몰한다고 해서 걱정이 되어 서둘러 달려왔는데...] 시체들을 보며 청풍에게 다가오고

철각개; [역시 괜한 노파심이었습니다.] 웃으며 청풍 앞에 멈춰서고.

청풍; [며칠 전부터 뒤통수가 근질거린다 했더니 혈세사패에서 저의 행적을 알아낸 것 같습니다.] 시체들 둘러보며 웃고

철각개; [혈세사패가 탕마신협(蕩魔神俠)의 행보를 저지하려고 혈안이 되어있다는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지요.]

청풍; [탕마신협이라니...] 난감

철각개; [이공자에게 붙여진 별호입니다.] 웃고

청풍; (호천맹에서 작명하여 무림에 퍼트리고 있겠지.) 쓴 웃음. + [강호 신출에게 너무도 과분한 별호로군요.]

철각개; [과분하다니요.] 정색

철각개; [마귀들을 소탕하는 신비한 협객!] [이공자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별호라 생각합니다만...] 웃고

청풍; [혹시 이자가 누군지 아시는지요.] 화제를 돌려서 주인의 시체를 내려다보고

철각개; [어디 보자.] 몸을 숙여서

주인의 시체 얼굴을 만지는 철각개. 이어

철각개; [생각대로입니다.] 찍! 주인 얼굴 이마 끝쪽의 피부를 손톱으로 찝어 쳐드는데 얇은 막이 딸려 올라온다. 가면이다.

청풍; (인피면구를 쓰고 있었군.) 눈 번뜩일 때

찌익! 주인의 얼굴에서 얇은 가면을 하나 벗기는 철각개의 손. 가면 아래에서 드러나는 얼굴은 교활한 인상의 중년인이다.

철각개; [아는 얼굴이로군요.] 얇은 가면을 들고 일어나고

청풍; [그렇습니까?] 함께 중년인의 얼굴을 보고

철각개; [이자는 환마루의 당주중 한명인 백변야효(百變夜梟)라는 자입니다.]

철각개; [무림 백대고수 안에 드는 고수이기도 한데 이공자에게 걸려 허무하게 최후를 맞이했군요.]

청풍; [환마루의 수뇌부에 속한 자라는 말씀이시지요?]

철각개; [마음에 걸리는 것이라도 있으신지요?] 청풍의 얼굴을 살피고

청풍; [벌레들이 꼬일지도 모르니 가면서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입구로 가고. + 철각개; [그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따라가고

 

#220>

산에 난 길. 넓어서 사람들과 우마차들이 제법 많이 오가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걸어가는 청풍과 철각개. 청풍이 철각개에게 칠성보도를 보여주면서 뭐라 말한다. 칠성보도는 칼집에 든 상태고

철각개; [그런 일이 있었군요.] 놀라고

철각개; [종남산 삼절곡이 혈겁을 당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항마군영대와 관련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청풍; [철검유협 막운비형은 밀서를 소림사 방장선사에게 전하러 간 후 실종되었습니다.]

청풍; [아무래도 소림사 근처에서 환마루에 의해 일을 당한 것같습니다.]

철각개; [폐방의 거지들을 총동원해서 막소협의 행방을 탐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말하며 품속에 손을 넣고

청풍; [부탁드리겠습니다.] 말할 때

철각개; [부탁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무림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품속에서 얇은 책을 한권 꺼내는 철각개

철각개; [말씀하신 산동, 호북, 강소성에 산재하는 혈세사패 분타들의 명세서입니다.] 두 손으로 내밀고

청풍; [수고하셨습니다.] 두 손으로 받고

철각개; [저희 개방에서도 미처 파악하지 못한 분타들이 있겠지만...] [그 명세서에 수록된 곳만 소탕해도 혈세사패는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청풍; [이 명세서 덕분에 혈세사패의 전력을 효과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겠습니다.]

철각개; [그렇긴 하지만... 아무쪼록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걱정

철각개; [혈세사패도 공자의 행보를 짐작하고 온갖 술수와 함정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청풍; [십분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책을 품속에 넣고. 이어

청풍; [이만 작별을 고해야겠습니다.] 멈춰 서서 포권하고

철각개; [이공자의 무운장구를 빌겠습니다.] 마주 포권하고 고개를 숙일 때

휘이! 바람이 불더니

쿵! 이미 사라진 청풍. 주변 오가던 사람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이고

철각개; (고개 한번 숙였다 드는 사이에 사라졌다.) 놀라며 포권을 풀고

철각개; (어쩌면 나는 장래의 고금제일인과 교제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구나.) 감탄하며 하늘을 보고

 

#221>

<-소림사(少林寺)> 웅장한 산의 웅장한 절. #119> #125>에 나온 소림사 모습

소림사 내부 모습. 경내를 향화객들이 오가고. 무술을 연마하는 중들도 있고.

 

소림사의 근처의 외진 계곡. 계곡 끝에는 철문이 달린 동굴이 있고 동굴 입구를 험상궂은 인상의 중들이 지키고 있다. <懺悔洞>이란 글이 동굴 입구에 크게 새겨져 있고

 

동굴 내부. 중앙의 동굴이 복도처럼 있고 좌우로 철문들이 죽 서있다. 동굴 벽을 파서 만든 감옥이고. 여기저기 흉악하게 생긴 중들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눈을 감고 있다. 문득

땅! 땅! 땅! 요란한 소리가 들리고. 움찔! 하는 중들

땅땅! 따땅! 점점 커지는 소리. 그러자 중들이 모두 눈을 뜨고

[저 중생이 또 매를 버는군!] [어째 며칠 조용하다 했어.] 중들이 한쪽 철문을 보며 혀를 차고 오만상. 땅! 땅! 땅! 그 철문 안쪽에서 연신 소리가 들린다.

중1; [본승이 조용하게 만들 테니 잠시만 참게나.] 소리가 들리는 철문에서 가장 가까이 앉아있던 흉악하게 생긴 중 한 놈이 일어나 철문을 돌아보고. 땅! 땅! 땅! 그 사이에도 철문 안쪽에서 연신 소리가 들린다.

[가급적 빨리 침묵시켜!] [다른 죄수들이 참회동(懺悔洞)의 규율을 만만하게 보고 소란을 피울 수도 있어.] 다른 중들이 말하는 배경으로 중1이 철문의 손잡이를 연다. 그러자

땅! 땅! 땅! 열리는 철문을 통해서 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222>

중1; [아미타불! 좀 살만해지신 것 같소 막시주!] 철문 안으로 들어서며 눈을 부라리고

막운비; [오! 이게 누구요?] 철컹! 철컹! 양손을 묶고 있는 굵은 족쇄를 부딪혀 소리를 내던 걸 중단하며 웃는 막운비. 막운비는 넓지 않은 감방 끝에 앉아있다. 벽의 높은 위치에 박힌 굵은 쇠막대에 연결된 긴 쇠사슬이 막운비의 양쪽 손목에 채워진 강철 족쇄에 연결되어 있다. 쇠사슬을 상당히 길어서 비교적 자유롭게 운신할 수 있다. 하지만 막운비는 수염이 덥수룩하고 옷은 누더기가 되었으며 머리도 봉두난발이 된 상태.

막운비; [참회동의 간수들 중에서도 손이 맵기로 소문 난 석두스님 아니시오?] 히죽 거리며 웃고

중1; [소란을 피운 합당한 이유를 대지 못하면 본승과 함께 참회의 시간을 갖게 될 거요.] 문을 닫고 들어오고

막운비; [불만이라고 해봤자 뭐 별거 아니오.] 너스레

막운비; [스님들이야 불제자이니 채식을 한다지만 속인인 나한테까지 삼시세끼 푸성귀만 제공하는 건 너무 하지 않소?]

중1; [얻어 드시는 주제에 공양에 불만이 있으시다?] 우둑! 주먹을 마주 쥐어 소리 내며 다가서고

막운비; [많이도 바라지 않소이다. 하루 한 끼 육고기를 제공해주시면 모범수로 지내겠소이다.] 히죽 웃고

중1; [소원은 확실히 접수했소.] 차락! 두 가닥의 쇠사슬을 한손으로 움켜쥐어

촤악! 위로 세게 당기고. 그러자

막운비; [아이쿠!] 두 팔이 번쩍 쳐들리며 일어선다. 손목에 연결된 쇠사슬이 위로 딸려 올라가서

촤락! 당겨 올린 쇠사슬을 벽 위의 쇠막대에 칭칭 감는 중1. 이제 막운비는 두 팔을 쳐든 채 일어선 자세가 되었고

중1; [양해하시오 막시주!] 한 걸음 물러서고

중1; [육고기는 당연히 제공할 수 없으니 다른 방법으로 시주를 조용하게 만들 수밖에 없소이다.] 우둑! 주먹 마쥐 쥐어 소리를 내고

막운비; [그 방법은 별로 탐탁치가 않은데...] 억지로 웃을 때

중1; [시주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소!] 쾅! 돌덩이같은 주먹으로 막운비의 명치를 후려친다. 몸이 앞으로 꺾이려는 막운비. 입 딱 벌리며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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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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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六 章

 

          魔敎七十二絶技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소일초와 주소아는 여덟 개의 석실 중 첫번째 석실에서 아홉 가지의 무공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 아홉 가지의 무공은 모두가 손바닥을 이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두 번째 석옥에 이르러 있었다.

사실 그들이 여덟 개의 석실에 차례로 들게 되는 것은 칠십이기재들의 안배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소일초와 주소아의 손에 꼭 쥐어져 있는 일백오십여 년 참선했던 검마의 사리는 그들의 뜻이 아니었다.

칠십이기재들은 소일초가 단 한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계산에 넣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두 가지의 아주 엉뚱한 변수가 그들의 모든 계획을 무위로 만들고 있다는 것은 계산하지 못했으리라.

 

두번 째의 석실,

이곳 역시 장방형이었다.

또한 전신을 회색빛으로 표백시킬 것 같은 가공할 마기가 흐르는 것 역시 첫번 째 석실과 같았다.

그리고,

마치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처럼 생생한 아홉 명의 기재들의 시신이 사면 벽에 정좌하고 있는 것까지……

다른 점은,

이곳의 모든 분위기가 첫번 째의 석실에 비해 훨씬 강렬하다는 것 뿐이었다.

이때,

소일초와 주소아는 또 다른 호기심을 담고 석옥을 살피고 있었다.

한데,

이 석옥의 사면 벽과 천정에는 첫번째 석실에서 보았던 손의 조각 대신……

권(拳)……

수만 개의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의 주먹이 조각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오오……

그 주먹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을 담고 있는 것처럼……

형용할 수 없는 꿈틀거림을 보이고 있었다.

때문에,

이 사방 십여장의 석실은 이 신비로운 생동감으로 꽉 차있는 형태였으니……

허나 그것은 표면적인 것 일 뿐,

그것을 대하고 느끼는 소일초와 주소아는 어떠한가?

생동감 만큼이나 파괴적으로 보이는 주먹들……

꿈틀거림 만큼이나 잔인해 보이는 주먹들……

[살심(殺心)을 돋우는 주먹들이야……]

소일초와 주소아,

그들은 전신으로 해일처럼 밀려드는 엄청나게 사악한 기운을 검마의 사리로물리치고 있었다.

하나,

주먹들을 살피고 있는 소일초와 주소아의 눈망울은 신비로운 아름다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강해보였다.

무엇이나 부수어 버릴 것 같았다.

그 주먹들을 보면서 자신이 나약해 지는 감을 느끼는 두 사람이었다.

그렇다.

그 주먹들은 모두 강인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소일초와 주소아는 기이한 매혹을 느끼며 그 주먹들을 살펴 나가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였다.

고오오오---------!

돌연 석실의 사면 벽을 아득히 울리며 들려오는 이 소리는 또 무엇인가?

그 소리는 순간적으로 소일초와 주소아의 영혼을 일깨웠다.

 

------아아아아……정통마교주여……

이 땅에 남아날 수 잇는 것은 오직 우리의 뜻으로 이룩된 한……저주……

오오……!

이제 이 땅은 우리의 손에 의해 움직이고……

우리의 주먹에 따라 부서지……

우리의 주먹에 따라 삶이 결정되리니……

기뻐하라, 정통마교주여……

기억하라……

마교칠십이절기 중 아수라권(阿修羅拳)을……

아수라권을……

아……수……라……권……을……

 

이 영혼을 울리는 소리는 점차 흐려가고……

소일초와 주소아의 영혼은 점차 맑은 상태로 회복되고 있었다.

헌데 그때였다.

고오오오-----

권영(拳影)……

무어라 형용해 낼 수 없는 수 만 개의 권영이 석벽으로부터 폭출되는 것이 아닌가?

그 저주의 아수라권의 그림자들이……

아홉 기재들의 몸에서 시작하여 소용돌이치듯 일어나며 석실의 허공에서 하나로 합일되는 것이 아닌가?

오오……보라!

이 세상의 모든 강함과……

이 세상의 모든 파괴가……

아수라권의 권영이 만들어낸 하나의 주먹에 넘실거리지 않는가?

소일초와 주소아는 넋을 잃고 말았다.

헌데 그렇게 느낄 그 순간이었다.

파아아아-------!

그 강렬한 힘을 가진 듯한 주먹……

아수라권은 소일초와 주소아의 영혼을 꿰뚫고 거대한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니……

순간,

소일초와 주소아의 손에 쥐어져 있던 검마의 사리에서 서기가 뻗어나오고,

그토록 강인할 것 같던 아수라권의 권영이 안개처럼 흩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미 이러한 경험은 수 차 겪었던 것!

그들은 놀라거나 불안해 하지도 않았다.

일백오십년 참수(參修)한 검마를 믿어 의심치 않기에……

시간은 흘러갔다.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흘러갔다.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 석실의 아홉가지 권법을 머리 속에 담고 있었다.

그리고,

없었다.

석벽과 천정에 가득했던 그 수 만 개의 주먹 조각들이 흔적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으며……

그 권법들의 창조자인 아홉 기재들의 시신 역시 한줌의 가루로 흩어져 있었다.

허나 그것도 잠깐……

이미 한 번 그와 같은 변화를 겪은 소일초와 주소아는 곧 침착을 되찾고 얼마간의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진정 마교칠십이절기의 무공은 하나하나가 지독하리만큼 가공했다.

그 가공함에 소일초와 주소아는 끝없이 놀라고 있었다.

과연,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 마교칠십이절기가 풍기는 사악함에서 어느 정도나 자신을 지킬 수 있을지……

 

× × ×

 

제삼의 석실,

이 석실의 크기라든가 형태면에서는 처음 두 석실과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나 분위기……

이 석실이 풍기고 있는 분위기만은 판이하게 다른 것이었으니……

보라!

사면의 벽과,

천정과 공간이 온통 붉은 검으로 꽉 차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분명한 검이다.

달려있거나……

붙어있거나……

허공에 부유하고 있는 붉은 검은 실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스스스스……

투명하면서도 은은한 자광을 뿌려내고 있는 검(劍)……

소일초와 주소아는 생각했다.

(저 검들은 어떻게 해서 공중에 그냥 떠다니고 있을까? 정말 교묘하게 만들어 진 것 같은데……)

수천 개의 붉은 검……

그것의 정확한 숫자는 헤아릴 수 도 없었다.

[석실 속에 떠다니는 검이라니…… ?]

주소아는 그 신비한 검에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소일초와 주소아는 물끄러미 사면 벽에 빙 둘러 앉은 채 죽어있는 아홉 기재들을 응시했다.

헌데 돌연,

소일초와 주소아의 아름답고 신비롭기 이를 데 없는 눈망울에 가는 경련이 일었다.

지금,

슈슈슈슈슛-------!

은은한 붉은 빛을 자욱이 뿌리면 내렸다가……

물보라처럼 일어나며 자신을 향해 몰려드는 검들을 주시하는 소일초와 주소아……

그들은 이 검들이 하나하나가 서로 다름을 느꼈던 것이다.

놀랍게도……

그 검 하나하나에 가공할 극사, 극마의 기운이 물살처럼 퍼져오고 있었다.

뿐인가?

그 검에 실린 그 기운들은 곧 무서운 기세로 소일초와 주소아를 향해 밀려드는 것이었으니……

순간,

[잘못하면 가루가 돼버리겠다.]

소일초의 외침이 들리고,

스르르르……

휘스스스……

미풍처럼 가벼운 붉은 검들은 일시에 소일초와 주소아의 전신으로 폭풍처럼 밀려드는 것이니……

(……피해야 한다……)

하나 그것은 단지 그들의 생각일 뿐이었다.

그 어떤 것으로도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 검들을 피할 방법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소일초와 주소아가 한 곳에 있을 때는 그토록 조용히 날던 검들이……

일단,

소일초와 주소아가 빠르게 움직이자 그 검들은 그들의 움직임 보다 더 빠른 속도로 그들의 몸을 가격해 왔던 것이다.

그것도 정확히……

소일초와 주소아의 십대사혈을 향해 수백의 무리를 지어 날아드는 검……

돌연,

[마왕수……]

주소아의 입에서 다급한 외침이 튀어나왔다.

순간,

슈우우우-------!

시리도록 투명한 하나의 손 그림자가 그녀의 우수(右手)로부터 환상처럼 솟아나는 것이 아니가?

그 손은 저주의 마왕수,

찰나, 석실의 모든 대기가 일시에 그 마왕수에 응축되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무서운 폭발음과 함께 그 마왕수는 그대로 수천 개로 분리 확산되면서 생명을 사멸시켜버릴 수만은 변화를 담고……

그대로 저 수많은 검을 향해 터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오오……그 가공할 위력이여……!

그것을 어지 필설로 형용할 수 있겠는가?

한데 이게 웬일인가?

스스스르르……

거센 폭풍에 휘말린 것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던 검들이 한 순간 더욱 빠른 속도로 소일초와 주소아의 전신 삼백 육십 혈을 노리고 짓쳐드는 것이 아닌가?

[마왕수로는 막을 수가 없다.]

소일초의 외침과 함께 그의 손에서 여덟 가지의 서로다른 수법이 잇달아 펼쳐졌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

검은 다시 더욱 빠른 속도로 소일초와 주소아를 노리고 파고 들었다.

여덟가지의 권법도 소용이 없고……

생사보록의 무공들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 왔으며,

오히려 검의 기세만 더 흉폭하게 했을 뿐이다.

소일초는 주소아의 몸을 낮추어 바닥을 앉도록했다.

그의 손에는 언제 꺼냈는지 새파란 소도(小刀)가 들려있었다.

바로 백인장의 최고 신물이랄 수 있는 청옥소도(靑玉小刀)였다.

청옥소도가 검처럼 사방으로 원을 그리며 뻗어나갔다.

소일초 최후의 절초,

일초무적의 검공이 펼쳐진 것이다.

청옥소도의 끝에서 형성된 무형의 기류는 사방팔방에서 몰려오는 붉은 검들을 휘감았고……

붉은 검들은 일제히 기류속으로 휘말리며 천정으로 몰려갔다.

그러나……

천정에 부딪치기도 전에 검들은 다시 변화를 일으키며 강렬한 저항을 했고,

소일초는 청옥소도를 이리저리 흔들어서 붉은 검들의 저항을 일소시키고 있었다.

일단,

힘이 들기는 하지만 그의 검공에 붉은 검들이 더이상 두 사람에게 접근해 오지는 못하자 긴 안도감이 생겼다.

[부수어 버리자. 가루가 돼도 움직이는가 보자!]

소일초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

한데,

그 순간에서도 소일초와 주소아의 영혼을 아득히 적시며 흘러드는 소리가 있었으니……

 

------오오…… 정통마교주여……

만마검(萬魔劍)을 거역치 말라.

만마검은 어떤 것으로도 피할 수 없으며……막을 수도 없는 것……

우리의 뜻으로 인세의 모든 사악과 패륜과 부덕을 담아 만든 만마검이로다.

 

[갈갈이 찢게 죽으란 말인냐?]

소일초의 분통터지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영혼을 텅비어 가듯이 떨어지던 마의 음성은 다시,

으스스한 한기를 뿌리며 소일초와 주소아의 영혼 속으로 밀려들었다.

 

------만마검은 모두 일만 개이나 그것이 하나로 합쳐졌을 때는 천지간에서 가장 뛰어난 검이 되나니……

그를 일컬어 마황검(魔皇劍)이라 하나니……

마황검은 그 어떤 호신강기로도 막을 수가 없으며……

그 어떤 뛰어난 보법으로도 피할 수 없고……

그 어떤 무공으로도 상대할 수 없는 것이다.

아아……마황검……천지간에서 가장 뛰어난 검이라……

 

그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일만 개의 검이 합쳐져 하나의 검을 형성하고 그것을 마황검이라고 명명(命名)한다니……

마황검……

그러나,

소일초와 주소아는 마주보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무엇으로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다는 그 만마검이 지금 소일초의 청옥소검에 휘말려 소용돌이 치고 있는데……

화가 더 나면 가루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는데……

그 음성은 사기(詐欺)치고 있는 것이니……

아무튼,

음성은 자화자찬 속에 계속되고,

 

------오오…… 그리하여……우리 아홉 기재들은 마황검이 고금제일지검(古今第一之劍)이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마황검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아홉 가지의 검식(劍式)을 창조하였으니……

이름하여 마검구식(魔劍九式)……

마황검과 더불어 이 고금제일의 검법을 마교칠십이절기 중 하나로 전하나니…

마검구식은 오직 마황검으로만 펼칠 수 있는 것으로써……

우리의 뜻에 따라……

일만 변의 검리(劍理)를 합쳐 모두 아홉 가지의 변환을 이루노라……

 

그로부터……소일초와 주소아는 마검구식의 검법요결을 들어야 했고……

소일초는와 주소아는 그 마검구식이 어쩐지 백인장의 마도구식(魔刀九式)을 의식하고 만들어 진 것 같다는 것을 느꼈다..

음성이 마검구식의 구결을 다 설명하고 났을 때,

일만 개의 가볍고 붉은 검이 서로 모이며 강렬의 빛을 뿜어내고 하나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마황검(魔皇劍)이 된 것이다.

검을 집어 들면서 소일초가 말했다.

[재미있는 곳이야……조금도 심심할 틈이 없으니……]

[이제 겨우 이십칠절기를 구경했을 뿐이야……]

그들의 뇌리 속에서 마검구식이 완벽하게 기억이 되었고……

또한 소일초는 일만 개의 검이 합쳐져 완성된 이 땅에서 가장 완벽한 검……마황검을 얻었다.

무겁고 둔중함 마저 어린도를 닮은 듯한 마황검……

마황검은 이렇게 소일초와 운명의 만남을 이루었던 것이다.

그리고,

얼마가 지난 후에 소일초와 주소아는 다시 네 번째의 석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손엔 여전히 검마의 사리(舍利)가 들리워져 있었다.

그리고……

세월을 느낄 수 없는 곳에서,

기상천외한 마공들을 익혀가고 있었다.

바깥세상에는 해가 바뀌었는데……

 

× × ×

 

마교칠십이절기(魔敎七十二絶技)……

이 광세의 살인마학(殺人魔學)들은 아무리 하늘의 축복 속에서 태어난 선인(善人)이라 하더라도,

이 무학을 연성하노라면……

인세에서는 다시 찾아볼 수 없는 혼세의 마물(魔物)이 되어버리고 만다.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인성(人性)을 모두 상실해 버리고……

오직,

피와 죽음과 저주와 증오의 심성(心性)만이 가득 채워지는 마교칠십이절기……

누구라도,

그 마교칠십이절기 중 한가지만 연성한다 해도 완전히 인성을 잃어버린 마물이 되어 버리고 말리라,

그런데,

칠십이기재의 한과 저주가 깃들어 있는 마교칠십이절기를 익혀가는 소일초와 주소아……

과연 그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칠십이기재들의 주문대로 인성(人性)이라고는 모를 피의 마물이 되어 버린 것인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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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낮. 울창한 숲속.

날아가는 장지가람. 온몸이 상처투성이

장지가람; (북망산을 빠져나온 직후부터 백살파의 인간백정들이 날 추적하고 있다.) 이를 갈며 날아가고

장지가람; (그놈들도 우리 장역삼흉이 쾌활림의 초청을 받고 중원으로 들어온 건 알고 있을 텐데...) 이를 갈고

장지가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표적으로 삼은 이유는 단 한 가지뿐이다.)

장지가람; (심우장에서 우리가 백일자객들을 죽인 걸 눈치 챘을 것이다.)

장지가람; (쾌활림을 찾아간다 해도 날 지켜준다는 보장은 없다.) (어떻게든 서장으로 돌아가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이를 갈며 몸을 날리고. 그때

콰콰쾅! 쾅! 앞쪽에서 갑자기 나무들이 마구 쓰러진다

[!] 날아가며 경악할 때

가가가강! 가앙! 수레바퀴만한 톱니바퀴가 날아오며 앞에 있는 모든 걸 잘라버린다

장지가람; (가로 막는 건 무엇이든 잘라버리는 비륜(飛輪)!) 팟! 직진하던 방향을 급 변경하여 옆으로 튀어 오르고

장지가람; [백일자객이냐?] 휘익! 옆으로 날아오를 때

[그렇다!] 머리 위에서 고함이 들리고. 놀라 돌아보는 장지가람. 날아오르는 자세로.

쩍! 허공에서 청룡도를 내리긋는 복면인. 키가 크고 쓰고 있는 복면 이마에는 <八>자가 적혀있다. 물론 백살파의 백일자객중 서열팔위인 자. 팔살주로 표기

장지가람; (백살파 백일자객중 팔살주(八煞主)!) 핑! 날아오르던 자세에서 다시 방형을 홱 꺾어 옆으로 날아가지만

팔살주; [개수작이다!] 쩍! 역시 내리긋던 청룡도를 홱 뒤집어 옆으로 쓸어온다.

장지가람; [!] 방향을 틀어 날아가다가 눈 부릅뜨고. 그자의 가슴을 쓸어오는 청룡도. 엄청 빨라서 피할 수가 없다.

팔살주; (잡았다!) 허공에서 몸을 돌리며 청룡도를 휘두르는 자세로 웃고. 하지만

캉! 눈 부릅뜬 장지가람의 가슴 앞에서 불꽃이 튀며 요란한 금속성이 터지고

쿵! 손톱이 길게 뻗어 나온 양손을 엇갈려서 열 개의 손톱으로 청룡도의 날을 막은 장지가람

팔살주; [제법!] 부악! 냉소하며 강하게 청룡도를 옆으로 긋고

펑! 그 힘에 밀려 뒤로 날아가는 장지가람

휘릭! 나무들이 모두 같은 높이로 잘린 지면에 휘청이며 날아 내리는 장지가람

투툭! 후두둑! 손가락 몇 개가 잘리고 피도 뿜어진다. 그때

가가강! 숲을 수평으로 자른 톱니바퀴는 왔던 곳으로 날아가고. 장지가람의 뒤쪽이다.

콱! 숲에서 나오며 되 날아든 톱니바퀴를 강철 장갑 낀 손으로 잡는 덩치 큰 복면인. 등에 강철 틀을 짊어지고 있는데 그 틀에 몇 개의 거대한 톱니바퀴가 들어있다. 복면 이마에 <九>이라는 숫자가 적혀있다. 이하 구살주로 표기

장지가람; (백일자객 구살주(九煞主)!) 구살주를 보고 주춤거리며 다른 쪽으로 몸을 날리려 하고. 하지만

팔살주; [포기해라 장지가람!] 휘익! 장지가람 앞으로 날아 내리는 팔살주

팔살주; [네놈이 우리들의 수중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은 없다.] 휘익! 앞을 가로 막으며 바닥에 내려서고

장지가람; [과연 그럴지 두고 보자!] 쩡! 쩡! 양손의 손가락에서 손톱들이 더 길게 삐져나오고. 잘린 손가락에서 손톱 형상의 빛이 빠져나온다

팔살주; [죽기를 자청한다?] 음산하게 웃고

팔살주; [그럼 소원대로 해주마!] 징! 빛이 나는 청룡도로 겨누고

구살주도 다시 톱니바퀴를 던지려 하고.

장지가람도 긴장하며 맞상대 할 준비. 그때

[멈추세요.] 누군가의 말이 들려서 막 장지가람을 공격하려던 팔살주와 구살주의 손길이 멈칫하고. 이어

십살주; [번거롭더라도 그자는 생포해야만 해요.] 스윽! 한쪽 옆의 숲속에서 유령처럼 빠져나오는 여자 복면인. 복면 이마 부분에 <十>자가 새겨져 있다. 겉보기에 들고 있는 무기는 없고. 이하 십살주로 표기

장지가람; (십살주(十煞主)!) 숲에서 나오는 십살주를 보며 긴장. 그때

구살주; [자백을 받으려면 그래야겠지.] 슥! 던지려던 톱니바퀴를 내리고

팔살주; [어서 오게 소(小)파주!] 역시 청룡도를 내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장지가람; (소파주!) 놀라 눈 치뜨고

장지가람; (저 계집이 비록 백일자객들 중 서열은 십위이지만 백일살신의 딸이거나 제자라서 지위는 높겠구나.) 긴장하며 십살주를 보고. 그때

십살주; [장역삼흉의 셋째 장지가람!] 장지가람의 앞 3미터쯤에 멈춰서고

십살주; [물어볼 일이 있으니 순순히 우릴 따라가 주어야겠다.]

장지가람; [거부한다면?]

십살주; [그럼 귀찮더라도...] 슥! 오른쪽 소매를 들고

움찔! 장지가람이 긴장하며 양손에서 돋아난 손톱들을 쳐들어 방어자세를 취하는데

십살주; [강제로 데려가야겠지.] 화악! 쳐든 십살주 소매 속에서 반투명한 띠가 튀어나온다. 마치 뱀처럼

장지가람; [환우십보중의 육혼삭(戮魂索)!] 팟! 기겁하며 날아오르고. 하지만

화악! 이이 장지가람 바로 앞에까지 날아든 반투명한 띠

장지가람; [크왓!] 쩍! 손톱으로 그어 자르려 하고. 하지만

술렁! 장지가람의 손톱이 닿기 전에 띠가 휘청하더니

팽! 화악! 그대로 장지가람의 두 팔과 몸통을 한꺼번에 휘감아버리는 띠. 강하게 옥죄는 모습이고

장지가람; [크아아악!] 우두둑! 우둑!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휘청하며 비명 지르고

퍼억! 나뒹구는 장지가람

팔살주; [역시 소파주의 육혼번은 가공하구만.] 웃으며 장지가람에게 다가가고. 구살주도 톱니바퀴를 등에 짊어진 틀에 넣으며 다가오고

장지가람; [끄윽...] 우두둑! 우둑! 두 팔과 몸통이 함께 조여져서 벌벌 떨고

십살주; [기대해도 좋다 장지가람!] 다가오고

십살주; [지옥이 어떤 곳인지 살아서 경험하게 해줄 테니...] 복면 속에서 살벌하게 번득이는 십살주의 눈.

절망과 공포로 물드는 장지가람의 얼굴

 

#215>

<-서안> 낮. #77>에 나온 서안 모습. 다만 시간은 낮

<-황금전장 서안지점> 위 정문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벽옥령이 머무는 건물. 건물 앞에 여러 명이 나와 있다. 강혜분의 부축을 받고 있는 벽옥령이 타노와 작별하는 중이다. 현장에는 귀견수와 서안지점장도 있고

벽옥령; [정말 날 안 데려가실 거예요?] 울상

타노; [고집부리지 마라. 너는 아직 운신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지 않느냐?] 엄한 표정으로

벽옥령; [내상은 거의 다 나았어요.] [폐 안 끼칠 테니 따라가게 해주세요.] 애원하지만

타노; [옥령이 네가 하루빨리 청풍이와 만나고 싶어하는 심정은 이해한다.] 여전히 엄한 표정을 짓고

타노; [하지만 행적이 일정치 않은 청풍이를 따라잡으려면 나 혼자 움직이는 게 효과적이다.] [그러니 딴 생각 말고 여기 머물면서 몸조리에나 신경 써라.]

벽옥령; [그래도...] + 강혜분; [타노아저씨 말을 따르도록 하세요 아가씨.] 달래고

강혜분; [아가씨가 여기 계신 걸 알면 청풍이도 한 달음에 달려올 거예요.] [괜히 타노아저씨를 따라나섰다가 길이 엇갈릴 수도 있지 않겠어요?]

벽옥령; [그건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수긍

타노; [귀견수!] 귀견수에게

귀견수; [하명하십시오!]

타노; [목숨을 걸고 옥령이를 지켜라. 네가 지은 과오를 면책 받으려면...] 살벌한 표정으로 말하고

귀견수; [각골명심하겠습니다.] 포권하고

타노; [청풍이를 만나면 그 즉시 연락을 하마.] 휘익! 날아오르고

벽옥령; [청풍오빠를 꼭 찾아서 데려와주세요.] 손 흔들며 외치고

손 들어 보이며 멀리 날아가는 타노

곧 멀어지는 타노

벽옥령; [정말 같이 가고 싶었는데...] 손 내리며 울상

강혜분; [아가씨가 같이 갔으면 방해만 되었을 거예요. 그러니 서안지점에서 느긋하게 기다리도록 하세요.] 달래고

벽옥령;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그래야겠지.] 아쉬운 표정. 헌데

 

#216>

황금전장 서안지점 근처의 절. 절에는 높은 탑이 있고.

탑 맨 꼭대기 층에 어떤 여자가 서서 원통형 망원경으로 황금전장 서안지점 쪽을 보고 있다.

크로즈 업. 혈부용이다.

혈부용이 보고 있는 망원경에 잡히는 모습. 타노가 새처럼 멀리 날아가고 있다

혈부용; [저 꼽추가 바로 신룡천자의 후예란 말이지?]

혈부용; [말 그대로 돼지 목에 진주인 셈인데...] 망원경을 눈에서 떼고

혈부용; [지존께서 곧 그 진주를 네 목에서 떼어주실 것이다 꼽추야!] 교활하게 웃고. 헌데

 

#217>

절의 다른 건물. 삼층 창가에서 탑을 올려다보고 있는 여자. 살인상단의 여자객 살접이다

살접의 시점. 탑 맨 꼭대기 층에서 밖을 보고 있는 혈부용의 모습이 보이고

살접; (저 계집...) 눈 번뜩이고

살접; (한눈에 봐도 평범한 계집이 아니다.)

<우리 살인상단 외에도 황금전장에 볼일이 있는 세력이 있다는 건데...> 멀리를 보는 혈부용의 모습을 아래에서 올려다본 장면 배경으로 나레이션

살접; (그 세력의 존재가 황금전장으로 하여금 이청풍에 대한 척살 청부를 철회시키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배시시 웃고

 

#218>

<-개봉 북방의 도시 심양(沁陽)> 어느 도시. 아주 크진 않다. 때는 밤. 깊은 밤이라 대부분의 건물에 불이 꺼져 있고. 하늘에 달이 떠있어서 아주 어둡지는 않다

도시 내의 어느 장원. 정문은 닫혀있고. 헌데

장원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 죽은 건 아니고 기절한 모습. 벌벌 떤다.

대청 앞마당. 역시 수십 명이 쓰러져 있는데 마당 중앙에 서서 그걸 내려다보고 있는 인물. 바로 백일살신

[끄윽!] [으으으!] 신음하는 백일살신 앞의 사내들. 입과 코로 피를 흘리고 있고

아랫배에 구멍이 나서 피가 흐르기도 한다.

백일살신; [...] 그걸 보며 눈 번뜩이고. 그때

여기저기 건물들 사이에서 나타나 백일살신에게 다가오는 백살파의 자객들. 복면에 숫자가 적히지 않는 자들이고

중앙의 건물에서 나오는 인물. 덩치가 크고 이마에는 <一>자가 적혀있다. 백일자객들중 서열일위 일살주다. 무기는 평범한 검이고. 그자가 나오는 대청 안에도 사람들이 여럿 쓰러져 있다.

일살주; [파주님!] 포권하며 다가오고

백일살신; [전멸이냐?]

일살주; [죽은 자는 몇 안되지만...]

일살주; [이곳 심양 분타의 제자들도 모두 무공이 제거되었습니다.] 백일살신 앞에 멈춰서며 말하고

백일살신; [범인은 역시 그놈이겠지?]

일살주; [정신을 잃지 않은 놈들에게 이청풍의 용모파기를 보여주니 즉시 알아봤습니다.] 이청풍을 떠올리고

백일살신; [맹랑한 놈이로군.] 눈 번뜩

일살주; [우리 백살파 뿐만이 아닙니다.]

일살주; [이청풍은 지옥갱. 환마루, 쾌활림의 분타들을 닥치는 대로 쓸어버리고 있는 중입니다.]

일살주; [각파의 분타 소재는 개방을 통해 알아내는 모양인데...] [그 결과 채 열흘도 안되어서 하남성 일대 혈세사패의 분타들은 거의 다 궤멸되어버렸습니다.]

백일살신; [호천맹의 맹주 선후가 제대로 된 사냥개를 강호에 풀어놓았군.] 웃고

일살주; [이가놈은 하남성 일대에서 혈세사패 세력을 전멸시킨 후 동진(東進)하고 있습니다.]

일살주; [조만간 산동(山東), 호북(湖北), 강소(江蘇) 등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 것 같습니다.]

백일살신; [본좌와도 호각으로 싸운 그놈을 각파 분타의 전력으로는 막을 방도가 없겠지.] 끄덕

일살주; [그렇긴 하지만...]

일살주; [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본파가 오랜 세월 구축해놓은 기반이 전멸할 수도 있습니다.]

일살주; [분부만 내리시면 저희들이 총출동해서 이가놈을...] + [!] 말하다가 흠칫! 하고. 백일살신이 장원 문쪽을 본다.

휘익! 장원의 문을 넘어 날아 들어오는 십살주. 그 뒤로 팔살즈와 구살가 장지가람의 팔을 하나씩 잡고 따라온다. 장지가람은 고개를 떨구고 있는데 고문을 당한 모습이고. 입과 코로 피를 줄줄 흘리고 있다.

일살주; (소파주가 왔군.) 눈 번뜩이며 볼 때

십살주; [아버지!] 휘익! 백일살신 앞에 내려서고.

백일살신; [그놈이냐?] 십살주의 뒤에 내려서는 팔살주와 구살주를 보며 말하고

십살주; [예! 저 오랑캐가 장역삼흉의 유일한 생존자인 장지가람이에요.] 장지가람을 돌아보며 고개 까닥이고. 그러자

퍼억! 장지가람을 백일살신 앞바닥에 패대기치는 팔살즈와 구살주.

장지가람; [끄윽...] 두 팔이 부러지고 늑골이 부러져 고통에 떨며 일어나려 애쓰고

콱! 그런 장지가람의 등을 강하게 밟는 십살주

장지가람; [컥...] 피를 왈칵 게워내며 벌벌 떨고

십살주; [땡추! 네놈이 지금 어떤 분 앞에 있는지는 알 것이다.] 우둑! 밟은 발에 힘을 주어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내게 만들고

장지가람; (백... 백일살신!) 고개 겨우 들어 백일살신을 보며 절망과 공포에 질리고

십살주; [내게 했던 자백을 저 분께 다시 한 번 고해라.]

장지가람; [심... 심우장에서... 죽은 귀파의 백일자객 세명은...] 끄윽

장지가람; [호요희의 사주를 받은 우리 사형제들의 짓이었습니다.]

일살주; [삼십구살주, 사십살주, 사십일살주를 죽인 범인이 이청풍이 아니라 쾌활림의 여우 호요희였단 말이냐?] 분노. 백일살신은 표정에 변화가 없고

장지가람; [살... 살려주시오. 우리들은 그저 호요희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오.] 애원하고

일살주; [그 아가리부터 찢어주겠다!] 창! 검을 뽑으며 나서는데

백일살신; [그놈 몸뚱이가 제법 단단해 보이는군.] 십살주에게 말하고. 그러자

멈칫! 하며 걸음 멈추는 일살주

십살주; [육혼삭에 당하고도 뼈가 완전히 부러지지 않았어요.] [아마 천축에서 유래한 유가공(踰跏功)을 익힌 때문일 거예요.]

백일살신; [몸뚱이가 단단하다니 잘 되었다.] 끄덕

백일살신; [놈을 본파의 연공관으로 데려가서 살인 연습의 교재가 되게 하라.] 팔살주와 구살주에게 말하고

[존명!] 포권하는 팔살주와 구살주.

[히익!] 공포에 질리는 장지가람.

십살주; [쉽게 죽지 않는 놈이니 살인을 해보는 교재로 쓸모가 있겠네요.] 장지가람의 등에서 발을 떼고

장지가람; [제... 제발... 일장에 죽여주시오.] 공포에 질려 비명 지르는 장지가람의 양팔을 잡는 팔살주와 구살주. 이어

[가자!] [백살파의 형제들을 죽인 대가를 네놈 몸뚱이로 치르게 해주마.] 휘익! 장지가람의 야팔을 잡고 날아가는 팔살주와 구살주

장지가람; [제발... 자비를 베풀어주시오 파주!] 끌려가며 울부짖지만

곧 멀어지는 팔살주와 구살주

일살주; [저 땡추뿐 아니라 호요희, 그년도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살기 등등

백일살신; [백살파에 죄를 지은 자를 용서할 수는 없지.] 끄덕

십살주; [호요희, 그년의 처리는 소녀에게 맡겨주세요.] 나서며 말하고. 돌아보는 백일살신과 일살주

십살주; [기왕 제가 시작한 일이니 마무리도 짓고 싶어요.] 복면 속에서 표독하게 눈을 번뜩이고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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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五 章

 

            죽은 師父가 求해주다

 

 

 

북경(北京),

연왕(燕王) 이후로 명(明)의 황제가 거쳐하는 곳이 된 곳,

밤이 되어도 거리에는 불이 꺼질 줄 모르고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로 어지럽다.

이 곳 북경에서도 고관대작들의 저택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주작로……

높은 담장의 거대한 저택은 조용하기만 한데,

깊은 곳의 서재에서는 한 사람의 그림자가 황촉불을 받아서 어른거린다.

이 저택!

혜성처럼 나타나 여러 단계의 과거를 모두 장원으로 합격하고,

절세의 총명을 드날리며 관계(官界)에 진출해 불과 사 년 만에 한림원 시강에 오른 인물의 저택이다.

황제의 신임을 철저히 받아 어느 누구도 그의 앞에서 세도를 부릴 수 없는 그 이름은 주하운(朱河雲)이다.

지금,

그 주하운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의 서재에서 소요하고 있다.

[그놈들의 야심이 그렇게 컸단 말인가? 진정으로 나를 배신한 것이었던가? 자식과 다름없이 키웠건만……]

그의 입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정말, 그 귀여운 녀석을 처참하게 죽여 버렸단 말인가? 아니……결코 그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녀석은 어떤 경우에도 쉽게 죽을 놈이 아니야. 나마저 골탕먹인 녀석인데……]

그의 시선이 창밖을 향했다.

[혈기자는 죽었다……지금 있는 것은 한림원 시강인 주하운일 뿐이다. 그녀석의 일은 그녀석이 해결해야한다……물론 나와의 약속도 지켜야 하고 ……]

 

× ×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거대한 흡인력에 이끌려 마장탑에 빨려 들어선 소일초와 주소아……

그는 기괴한 분위기에 전신을 으스스 떨며 눈을 떴다.

(이곳은 동굴……)

그렇다.

소일초와 주소아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도대체 끝을 헤아릴 수 없는 아득한 동굴이었다.

이 지하통로의 사면 벽은……

온갖 마기가 응집된 것처럼 암회색을 띠고 있었으며,

천정에 듬성듬성 박힌 야명주(夜明珠)는 피처럼 붉은 빛을 뿌리고 있었다.

뿐인가?

바닥에 낮게 깔린 붉은 안개는 스물스물 움직이고 있었고,

통로는 죽은 듯한 정적에 잠겨 있었다.

그 정적을 깨는 것은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소리……

그 청아한 소리는 이 극사한 분위기와 묘한 대조를 이루며 길게 울리고 있었다.

(으음……이 소름 끼치는군……)

소일초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주소아와 함께 몸을 일으켜 보려고 하는 순간 사지로부터 얼얼한 고통이 전해져 왔다.

(어?)

소일초와 주소아는 의외의 외침과 함께 다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상한데? 이렇게 다리가 풀리다니……나도 모르는 새 첩을 뒀나?)

말도 아닌 소리를 내뱉는 소일초를 흘겨보며 주소아는 운공을 하여 근육을 풀며 좀전의 흡인력의 가공함에 혀를 내둘렀다.

잠시 후,

그들은 운공의 전신이 쾌청해짐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한데 그때였다.

고오오오-------!

통로 전체를 울리는 기이한 소리가 그들의 전신으로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오오……그 소리는 소일초와 주소아의 정신을 맑게 흔들어 깨우고……

그의 팔만사천모공으로 알 수 없는 힘을 불어넣어 준다.

 

-----환영하노라!

이 땅의 축복과 하늘의 자비 속에 탄생한 천지간에 가장 완벽한 인간이여……!

 

이 소리는……

이 영혼의 속삭임은 대체 어디서 들려오는 것이란 말인가?

소일초와 주소아는 청력을 있는데로 끌어올렸다.

하나, 그 음성의 출처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단지 그 소리는 천만 가지의 음성이 한데 어우러져 들려온다는 것만 막연히 느낄 뿐이었다.

이때, 그의 의혹을 헤아린 듯 들려오는 그 영혼의 속삭임……

 

------그대여……!

나를 찾으려 하지 말라……

나는 하나가 아니고 칠십이기재 모두이며……

단지 우리 영혼의 음성을 남겼을 뿐이노라……

따라서 내 몸의 형체는 없노라……

 

고오오오---------!

음성은 멀어져 갔다가 다시 몰려들었다.

 

----그대는 우리 칠십이기재들에 의해 선택된 인간……

그대만이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욕망(慾望)과 한(恨)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노라……

하여 우리 칠십이기재들은 오직 그대를 위해 일생을 살았고 오직 그대를 위해 마지막 생의 종지부를 찍어가노라.

 

순간,

소일초와 주소아는 눈을 마주 보았다.

그들의 입가에는 참기어려운 웃음을 참는 듯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모든 것을 아는 척하며 들려오는 음성은 그들이 오직 한 사람인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우리를 아는 척 하지마라……우리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며 둘이되 하나이니라……]

소일초가 처음으로 전음을 사용하여 주소아에게 그 신비한 음성을 흉내내며 말했다.

주소아의 입에서는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져나올 듯 했다.

그러나,

그 신비한 속삭임 소리에 소일초와 주소아는,

웃음 이전에 의혹이 느껴졌고……

의혹 이전에 경이로움이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한편,

그 영혼을 울리는 속삭임은 다시 울려오고 있었다.

 

-------의심하지 말라……

거역하려 들지도 말라……

우리 칠십이기재들은 하늘의 낸 인간으로 하늘에 도전하는 두뇌를 지녔던 절대의 천재들,

어찌 그대가 이곳에 나타날 것을 예견하지 못했겠는가?

아는가?

정통마교란 이단의 집단에 의해 바로 우리 칠십이기재들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우리 칠십이기재의 손에 의해 최초로 정통마교주라는 존재가 탄생되게됨을……

어리석은 인간들인 구마존은……

죽어서도 우리들에 의해 정통마교가 새로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모르고 오직 자신들이 정통마교를 이어왔으며 이어 갈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정통의 무공을 우리가 계승하였는데 누가 과연 정통이란 말인가?

 

여기까지 듣고 있던 소일초와 주소아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나왔다.

[무……무엇이?]

도대체 믿을 수 없는 소리가 아닌가?

[이들……칠십이기재들이 정통마교를 이었다는 소리아니야? 뭔소리야 이게……잡혀왔던 주재에……몽땅 미쳤군……]

소일초가 거짓말 마라는 씩으로 소리쳤다.

그러나,

이때, 소일초로 하여금 더이상 소리를 치지 못하게 하는 영혼의 울림이 가득히 전해져 나왔다.

 

-------선택된 인간이여, 놀라지 말라!

그리고 우리들의 처절한 한을 마음에 새기라.

인간이었으나……인간들에 의해 잡혀와 하늘에게마저 외면 당한 채 죽어간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응어리진 한……한……한……

그 증오와 저주 어찌 작다 할 손가?

어찌 그저 묻어 두라고 말하겠는가?

오오……저주하노라.

이 땅의 모든 정의(正義)를 증오하노라.

마의 손에서 우리를 지키지 못했던 정의를 저주하노라,

그리하여,

우리는 정통마교를 저주하고 하늘을 저주하여 우리의 뜻을 세웠노라.

우리는 악의 추종자들을 이용하여 정통마교를 배반하게 했으며……

그들을 이용하여 우리를 잡아왔던 모든 인물들을 주살하게 했으며……

이제 우리의 뜻으로 칠십이기재들인 우리는 세상을 멸망시켜버릴 인물을 선택했노라……

 

소일초와 주소아의 놀라움은 갈수록 심화되어 갔고,

이 칠십이기재들의 가공한 능력과 비틀린 욕망에 몸서리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만든 마교칠십이종절기(魔敎七十二種絶技)……

알지어다.

마교칠십이종절기는 우리 칠십이기재의 모든 것임을……

역사에는 다시 없을 광세의 역천마공임을……

아아……마교칠십이종절기를 창안한 우리 칠십이기재들은 만족했노라.

하나, 우리의 생명은 다했노라……

우리는 이 무학을 만들기 위해 죽음마저 던져버린 것이다.

후회는 없노라.

향후 이 하늘……이 땅엔 선(善)이라 정(正)이라 이름할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이 부정되고 마(魔)라는 이름마저 영원히 사라진 후 우리의 저주인 역천의 무공 마교칠십이절기만이 영원히 찬란할 진저……

우리 칠십이기재들은 이제 마교칠십이종절기의 주인으로 선택한 그대를 정통마교주로 봉하노라.

그리고 이제 그대에게 이 미증유의 마공절예를 전하노니……

정통마교주여! 이제 그대는 모든 자비를 버려라.

남아 있는 모든 인정의 샘물도 버려라.

그리하여 오직 마(魔) 만이 충일한 마음으로 마교칠십이종절기를 받도록 하여라.

우리는 믿노라.

그대가 선을 버리고 마의 길을 가줄 것을……

그리고 마(魔) 마저 없애버릴 것을……

그대는 결코 우리의 뜻을 거역하지 않을 것을……

아니, 결코 외면하지 못하리라……

외면은 필연처럼 죽음으로 지불되리니……

이제……

그대는 우리 뜻으로 여덟 개의 석실에 들 것이고……

그석실들에서 그대는 마교칠십이종절기를 받으리라……아아아……

 

소일초는 모든 소리를 다 듣고 싸늘히 냉소를 쳤다.

[불쌍하게 미친 놈들이 자부심하나는 대단하군……아무리 저주가 깊다하나 세상을 뒤엎을 수 있 수 있다고 자신한단 말인가……]

소일초의 얼굴에 피어오른 냉소는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뭐 익히지 않으면 어쩌고 말듣지 않으면 어쩐다고? 감히 나 신행마동을 협박해……]

[꼭 그렇게 만은 생각할 것 없어……주는 건 받고 시키는 건 않하는 게 너잖아.]

주소아가 그에게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교칠십이절기가 익히기 싫으면 익히지 않아도 돼. 내가 익힐께……]

소일초는 천천히 통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좋아, 그들 뜻대로 모든 무공을 연성해봐……하나 결코 그 무공들로 나를 이길수는 없을 걸?]

[…………!]

[네 심보 다 알아. 어떻게 해서라도 무공이 강해져서 내위에 올라가 볼려고 하는거지. 어림없다. 나는 일초무적이야……]

한데 그의 중얼거림이 막 끝났을 때였다.

돌연,

쿠르르르------!

굉렬한 폭음이 통로의 사방을 두드리는가 했더니……

급작스레 소일초와 주소아가 서 있던 부위가 쑥 꺼져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나락……

끝없이 부침하는 나락 속으로 소일초와 주소아는 전신의 공력을 돋구고 몸을 보호하며 손을 잡고 꺼져들어갔다.

그들이 말한 여덟 개의 석실로……

그래서 또 다른 기연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 × ×

 

석실(石室),

사방 십여 장 크기의 장방형 석실이었다.

아무것도 없고, 도대체 아무런 기운도 느낄 수 없는 너무도 평범한 석실이었으나……

누구든 이 석실에 들면 소리없이 젖어드는 소름끼치는 마기에 의해 전신이 오그라드는 충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리라.

엉겁결에 이 석실에 들어선 소일초와 주소아의 얼굴에 당혹함이 스치고 있었다.

(이곳이……바로 여덟 석실 중 한곳인가?)

각기 내심으로 짐작하며 석실의 사방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석실에는 아홉 명의 흑의 장발인들이 벽에 비스듬히 기댄 채 앉아 있었다.

그들은 석실 사면 벽에 빙 둘러 있었으며,

도대체, 형용할 수 없으리만큼 가공할 마기와 사기와 악기를 뿌리고 있지 않은가?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 기운에 접하자 숨이 막힘을 느꼈다.

(으음……가공하다. 저들 역시 죽은 지 오래된 시신이 분명하건만……마치 살아 있는 듯 생생하고……뿐만이 아니라……저 극사극악한 기운은 가히 폭발적인 살인의 미학을 내포하고 있다. 분명히 무공을 익힐 수 없도록 몸을 파괴당했다고 했는데……)

소일초와 주소아는 생각을 하며 아홉 구의 시체 가까이 접근했다.

(이들은 칠십이기재들 중 아홉 명이 분명하리라.)

가까이 접근하자 그들 시신의 몸에서 풍겨지는 기운은 더욱 가공하게 그의 전신을 향해 밀려왔다.

[으음……조심해……조심하지 않으면…… 이들의 몸에서 풍기는 마기에 감염되어 영혼이 마의 기운에 사로잡히게 될거야.]

소일초가 주소아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는 정통마교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사부였던 검마 역시 무림의 대기재 였고 젊었을 때 정통마교의 손길이 뻗쳐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를 납치하기 위해 나왔던 정통마교의 마두들은 오히려 모조리 그에게 목숨을 잃어야 했다.

비밀까지 털어놓으면서……

이것이 소일초가 칠십이기재를 우섭게 보는 이유의 하나였다.

칠십이기재가 진정한 기재로 강자들이었다면 결코 잡혀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그의 사부인 검마가 실례(實例)지 않은가?

 

소일초는 심호흡을 하며 심신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이미 주소아가 온 정신을 모으고 있는 석실의 사면 벽과 천정을 자세히 살폈다.

한데, 오오……이럴 수가 있는가?

이 극사극악한 기운은 단지 아홉 구의 시신에게서만 풍기는 것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사면 벽이며 천정에서도 그 가공할 기운은 몸서리치도록 끔찍하게 풍겨지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전율,

그것은 도저히 인간의 몸으로서는 항거할 수 없는 절사(絶死)의 기운이었다.

한편,

사면 벽의 한 곳에는 무수히 많은 손(手)의 형태가 조각되어 있었다.

하늘을 움켜쥐는 듯……

대해를 가로지르려는 듯……

억겁의 한의 부피가 실린 듯 무거운 동작……등등……

그 수인(手印)은 수천 수만의 손이 일시에 움직이는 듯 생생했고……

엄청나게 사악한 기운이 바로 그 수인(手印)들에 의해 폭출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뿐인가!

그 수 많은 손의 조각들은 기이하게도 아홉 기재들의 몸에서 시작되고 종결되는 듯하니……

가히, 아홉 기재들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의 가공함과 사악함을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은가?

문득, 소일초와 주소아의 수려한 동공이 믿을 수 없는 경악으로 치켜떠졌다.

(이 손조각들은 인간이 표출할 수 있는 모든 손의 행동을 묘사했다…… 거기다가……인간의 몸에서 흐르는 생명의 기를 완전하게 끊어버리도록 묘사되어 있다.)

그들의 놀라움은 갈수록 커졌다.

(그리고……생명을 정면으로 거역하는 듯한 죽음의 동작들……진정 가공하다. 무섭다. 두렵다.)

하나, 소일초와 주소아는 이런 것들에 놀랄 여유가 없었다.

스르르……

그들의 심연한 동공이 순간적으로 풀려가는가 싶더니……

스스스……

벽의 한 쪽에 가득히 찍혀 있는 손의 움직임이 그들을 무섭게 찍어오는 것이 아닌가?

[헉……!]

소일초와 주소아는 소스라치게 놀라는 순간 수 많은 변화를 보이며 찍어오던 손그림자들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벽은 원래대로 였다.

[묘한데……]

소일초의 말처럼 그 손 조각들은 묘했다.

조금 응시 했다 싶으면 눈 앞으로 뛰쳐 나와 사람을 놀라게 하고,

정신을 차리면 다시 아무렇지도 않았다.

소일초와 주소아는 묘한 흥미를 가지고 손 조각들을 들여다보며 그 재미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오오…… 장강의 대하(大河)가 송두리째 그의 머리 속으로 밀려 들어오듯……

천지간의 온갖 저주와 한이 그의 머리 속에 폭포수처럼 내리 퍼부어지듯……

그 엄청난 수영(手影)은 소일초와 주소아의 뇌리로 차곡차곡 파고들기 시작했다.

보면볼수록……

그것은 더욱 선명하게 그들의 뇌리에 깊이 기억되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돌연, 그들의 영혼을 촉촉히 적시며 소낙비처럼 파고드는 소리가 있었으니……

 

------아는가! 정통마교주여……

우리 아홉 기재들의 이 잔인수(殘忍手)가 그려내는 황홀함은 우리 아홉 기재들의 모든 영혼이 서로 통하고 또 통하여……

세월의 아득한 시공을 초월하여 완성한 역천의 무공임을……

그리고 또 아는가?

그 잔인수가 하나로 합쳐질 때 비로소 마왕수(魔王手)는 완성되는 것을……

기억하라!

마왕수는 마교칠십이종절기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아아……절묘하다.이 모든 수영들이 저주의 마교칠십이종절기 중 하나란 말인가?]

주소아가 탄성을 질렀다.

짐작은 했지만 이것은 너무 엄청난 무공이었다.

아니, 무공보다는 저주의 손짓이요……

살의 손짓이었으며……

한의 손짓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 수영(手影)들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잔인수가 하나로 점차 합쳐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더불어 영혼을 저미는 소리……

 

-----정통마교주여……!

우리 아홉 기재들은 세상의 모든 생명을 끊을 수 있는 하나의 수공(手功)을 그대에게 주겠노라……

그리하여 그대에게 주어진 그 위대한 마왕수는……

하늘을 거역하리라……

땅을 거역하리라……

정을 외면하고 선을 부정하리라.

자비를 거부하고 인정을 짓밟아 가리라.

오오……

이제부터 위대한 마왕수는 그대의 마음 속에 영원히 남게 될지니……

이후,

마왕수는 이 하늘……이 땅 사이의 공간을 다스리는 죽음의 심판자(審判者)가 되리라.

 

죽음의 심판자,

마왕수,

그것은 소일초와 주소아의 머릿속 깊이 새겨 졌다.

그 손은 아름다웠다.

하나이면서도 수없이 갈라지는 듯 하고 그러면서도 종내는 하나로 귀일되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손이었다.

하나,

그 속에 내포된 그 가공할 마기와 사기……

오오, 그것은 끔찍한 것이었고 가히 폭발적인 공포를 자아내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그 마왕수는 소일초와 주소아의 영혼을 무섭도록 균열시키며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순간,

[으으-------악-------]

소일초와 주소아는 느닷없이 터지는 고통에 머리를 감싸며 나뒹굴었다.

바로 그때,

소일초의 품에서 은은한 서기가 뻗어나와 두 사람을 감쌌다.

두 사람의 영혼을 파괴할 것 같던 끔찍한 사기(邪氣)와 마기(魔氣)는 그 서기(瑞氣)로 인해 절로 사그라져 버렸다.

소일초와 주소아의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사부님께서 돌보셨다.]

소일초는 품속을 빠르게 헤치고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한시도 몸에서 떼놓지 않았던---빨가벗었을 때는 빼고----사부 검마의 몸에서 나온 사리(舍利),

그 사리가 마성(魔性)에 빠져들뻔 했던 두 사람을 구해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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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위가장> 아침. #103>과 #130>에 나온 위가장의 모습

위가장 내의 어느 건물. 건물 밖에는 지옥혈부가 도끼를 든 채 경비 서고 있고

건물 내부. 침실인데 침대에 상처를 붕대로 감싼 위진천이 누워있다. 타노에게 당한 가슴, 양팔을 붕대로 감고 있으며 얼굴에도 반창고가 여기저기 붙어있다. 잠이 든 상태고. 수더분한 인상의 중년부인이 침대 옆에 앉아서 울먹이며 위진천의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고 있다. 이 여자가 위진천의 생모이며 위가장의 안주인인 전씨. #103>에 나왔었음. 전씨 뒤에는 혈부용이 공손하게 서서 보고 있다.

위진천; [으으으!] 신음하며 깨어나려 하고.

전씨; [진천아! 정신이 드느냐?] 애절하게

위진천; [어... 어머니?]

전씨; [그래. 어미다.] [어쩌다가... 어떤 자가 널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이냐?] 배경으로 나레이션. <-위가장 안주인 전(田)씨>

위진천; [심려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곧 운신할 수 있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억지로 웃고

전씨; [대체... 대체 어떤 인간이 억하심정으로 널 해코지 하려든 것이냐?] [그자가 누군지 말만하면 어미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복수를 해주마.] 위진천의 이마의 땀을 닦아주며 이를 갈고

혈부용; (온순하기만 하던 전부인도 아들이 사경을 헤매는 걸 본 후 독이 오를 대로 올랐구나.) 쓴웃음. 그러다가

[!] 무얼 느끼고 눈 부릅. 오싹 소름이 돋는 표정이 되고

혈부용; (등줄기를 훑고 내려가는 오한!) 전율하며 뒤를 곁눈질하고

혈부용; (그분이 오셨구나!) 급히 돌아서고

쿵! 방의 한쪽 구석에 유령처럼 서있는 지존. 얼굴에 뿔이 달린 귀신 가면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 건물 밖에 서있던 지옥혈부도 뭔가를 느끼고

지옥혈부; (지존...) 눈 번뜩이며 건물을 돌아보고

지옥혈부; (역시 대단하다. 언제 침실로 들어갔는지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다시 침실.

전씨; [죽어 마땅한 인간들!] 위진천의 이마를 닦아주던 손을 거두고

전씨; [감히 위가장의 후계자를 건드리고도 무사할 수 있는지 두고 보면 알...] 말하다가 움찔! 하고. 그대로 기절했다. 이하의 씬에서 전씨는 몸이 굳어진 채 기절한 모습이다.

[!] 위진천도 그 모습에 움찔하고

쿵! 이미 침대 옆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는 지존. 뒷짐을 짚고 있고. 혈부용은 그 뒤에 초긴장한 표정으로 서있다.

혈부용;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전씨의 혈도를 짚었다.) 침 꼴깍 삼키며 전씨를 보고

위진천; [아... 아버지!] 일어나려 하고

지존; [누워있어라.] 고개 조금 젓고

위진천; [예...] 다시 눕고

지존; [전후의 경과는 혈부용이 보낸 보고서를 통해 알고 있다.] 말하며 손을 위진천의 가슴에 겨누고. 그러자

화악! 위진천의 가슴을 감싸고 있던 붕대가 그대로 소멸되고

그러자 드러나는 위진천의 가슴에 용 형상의 둥근 상처가 보인다.

지존; [틀림없군.] 가면 속에서 눈 번뜩이고

지존; [신룡천자의 절기인 신룡번(神龍幡)에 당한 흔적이다.]

위진천; [타노라는 꼽추의 어깨에서 돋아난 용의 형상에게 공격당했는데...] 눈치 보며 대답하고

<소자의 호신강기는 전혀 소용이 없었습니다.> #162>의 장면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소지존 모습인 위진천의 팔과 가슴을 통과해서 등으로 빠져나가는 투명한 용의 형상

지존; [신룡번은 막는 게 불가능한 무공이다. 오직 피해야만 피해를 입지 않을 수가 있다.] 끄덕

지존; [그래서 아비라 해도 신룡번에 공격당하면 피할 수밖에 없다.]

위진천; [그... 그럼 그 꼽추에게 복수할 방법이 없는 것인지요?] 불만

지존; [그럴 리가 있겠느냐?] 눈이 웃고

지존; [사실 네가 당한 신룡번의 화후는 칠성(七成) 남짓이다.] [그 때문에 네게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한 것이다.]

위진천; [소... 소자를 사경으로 몰아넣은 신룡번이 겨우 칠성...] 경악

혈부용; (가공하네.) 역시 불신

지존; [신룡번은 화후가 높아질수록 용의 형상이 짙어진다.]

지존; [만일 그자의 신룡번이 십성(十成)에 이르렀다면 네 몸에는 큰 구멍이 났을 것이다.]

위진천; [그... 그런...] 전율. 공포

지존; [신룡천자가 괜히 고금십대고수에 드는 게 아니다.] [그가 만든 무공 중 치명적이 아닌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

지존; [하지만 널 다치게 한 자의 신룡번은 겨우 칠성 화후이니 잡아 죽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말하며 혈부용을 돌아보고

혈부용; [지존회의 이목을 총동원하여 추적중이오며...] 눈치 보며 대답하고

혈부용; [그자가 서안으로 향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사옵니다.]

지존; [서안이라...] 가면 속에서 눈이 번뜩이고

지존; [번거롭지만 본좌가 직접 만나봐야겠다.] [신룡천자의 후예를 살려두고 무림 정복을 운운할 수는 없는 일이니...] 강렬한 살기를 뿜어내는 지존

 

#210>

<-서안> 낮. #77>에 나온 서안 모습. 다만 시간은 낮

번화가. 사람들 많이 오가고

번화가의 웅장하고 화려한 장원.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고 있고. 정문 처마 아래에는 <黃金錢莊 西安支店>이라는 글이 새겨진 현판이 걸려있다.

<-황금전장(黃金錢莊) 서안지점(西安支店)> 위 정문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211>

황금전장 서안지점 내부. 조용한 독채. 인적이 없고

방안. 침대에 잠옷 차림으로 일어나 앉은 벽옥령이 약사발의 약을 마시고 있다. 침대 옆에 앉아서 보고 있는 강혜분. 쟁반을 무릎에 얹고 있다. 쟁반에는 알록달록한 사탕이 든 작은 그릇이 얹혀져 있다.

벽옥령; [아이 써!] 오만상 쓰며 약사발을 입에서 떼는 벽옥령

강혜분; [그래도 꾸준히 드셔야만 해요. 옛말에도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잖아요.] 벽옥령이 내민 약사발을 받고

벽옥령; [알아. 하지만 그 약은 너무 써.] 오만상 쓰며 소매로 입가를 닦고

강혜분; [약이 쓰다고 불평하시는 걸 보니 내상은 얼추 나으신 것같네요.] 웃으며 사발은 쟁반에 얹고 사탕이 든 작은 그릇은 집어든다

벽옥령; [이제 속이 아프거나 하진 않아. 여전히 몸에 힘이 없긴 하지만...] 눈 반짝이며 사탕이 든 그릇을 보고

강혜분; [다행이에요. 이 과자로 입가심하세요.] 작은 그릇 내밀고

벽옥령; [서역에서 건너온 당과자(糖菓子)잖아!] [고마워 언니!] 신이 나서 그릇을 받고

강혜분; [맛있다고 한꺼번에 다 드시진 마세요. 내일까지는 더 안 드릴 테니까요.] 쟁반을 침대 옆의 작은 탁자에 얹어놓으면서

벽옥령; [너무해! 겨우 요걸로 하루를 버티라는 거야?] 울상 지으면서도 사탕 하나를 입에 집어넣고

강혜분; [아가씨도 어느덧 시집가실 나이가 되셨어요.] [슬슬 단 것은 줄이셔야 해요.]

벽옥령; [단 거 못 먹을 바에야 시집 안 가고 말지.] 우물우물하면서 코웃음

강혜분; [시집 안 가신다는 그 말 진심이세요?] 눈웃음

벽옥령; [말... 말이 그렇다는 거지.] 당황. 청풍을 떠올리며

강혜분; [다행이네요. 아가씨가 정말 시집 안 가실 생각이면 어쩌나 했는데...] 웃고

벽옥령; [농담이야 농담!] [그보다 타노아저씨는 어디 갔어?] 말 돌리고

강혜분; [아마 지금쯤 부영반, 귀견수를 추달(推撻;매질을 함)하고 계실 거예요.]

벽옥령; [귀견수, 그 인간은 좀 혼이 나야해. 청풍오빠의 실종과 관련하여 뭔가 구린 구석이 있는 것 같으니...] 표독한 표정

강혜분; (청풍이 얘기만 나오면 표정이 변하네.) 그런 벽옥령을 곁눈질하고

강혜분; (아무쪼록 청풍이의 신변에 큰 사단이 벌어진 게 아니길 바랄 뿐이다.) 소리없이 한숨 쉬고

 

#212>

여전히 황금전장 서안지점. 외진 곳에 자리한 음침한 건물. 돌로 이루어져 있고 창문도 거의 없다. 작은 환기구만 위쪽에 있고. 무사 몇 명이 굳은 표정으로 지키고 있다.

 

건물 내부. 어둠 속에 귀견수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앞쪽에 팔걸이 달린 의자가 하나 놓여있고. 비어있다.

귀견수; (돌아가는 분위기가 영 좋지 않다.) 고개 숙인 채 긴장한 모습

귀견수; (옥령아가씨뿐 아니라 영반까지 들이닥치고...)

귀견수; (어쩌면 청풍이와 관련된 사안 전부가 들통 났을 지도 모른다.)

귀견수; (그렇다면 살아서 여길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르고...) 식은땀을 흘리고. 그때

[변명을 들어보겠다!] 누군가의 말이 들려 눈 부릅뜨는 귀견수

쿵! 언제였는지 귀견수 앞쪽의 의자에 앉아있는 타노.

귀견수; (어... 어느 틈에...) + [속하, 영반을 뵈옵니다!] 포권하고

타노; [본좌가 왜 직접 서안까지 왔는지는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강렬한 눈빛

귀견수; [예...] 식은 땀. 몸이 떨리고

타노; [본좌로 하여금 여러 번 말을 하는 수고를 하지 않게 하라.] 귀견수를 지긋이 내려다보고

귀견수; (도저히 숨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 [이실직고하겠습니다.] 체념한 표정으로 고개를 조아리고

귀견수; [청풍이를 제거하라는 지시를 총관으로부터 받았으며...] [총관은 아마도 마님의 뜻을 전했을 것입니다.]

타노; (역시...) 분노. 주먹 우두둑

 

건물 밖. 경비 서던 무사들 흠칫. 뚱뚱한 중년인이 서둘러 오고 있다. 중년인은 서안지점장. #77>에 나왔던 인물. 손에 종이를 한 장 들고 있다

[지점장님!] [어서 오십시오.] 인사하는 무사들

중년인; [부영반께서 안에 계시느냐?]

무사들; [예!] [본점에서 오신 분과 면담을 하실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

중년인; [부영님! 장지점장입니다.] 문 앞에 서서 안에 대고

중년인; [급히 보고 드릴 사안이 있어 방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말한 후

기다리는 중년인. 잠시후

[들어오시오.] 안에서 들리는 음성

중년인; [예!] 대답하고. 무사들이 옆에서 문을 열어주고

그 문으로 들어가는 중년인

 

[!] 철문 안쪽으로 들어서다가 놀라는 중년인.

의자에 타노가 앉아있고 그 앞에 귀견수가 무릎을 꿇고 있다가 돌아본다

중년인; (귀... 귀견수가 왜 종의 신분인 타노에게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인가?) 당황하면서도 문을 닫고

귀견수; [무슨 일이오 지점장?] 무릎 꿇은 자세로 돌아보며 묻고

중년인; [낙양지점에서 보낸 급보가 도착했습니다.] 타노의 눈치를 보며 두 손으로 종이를 귀견수에게 내밀고. 손을 내밀어 받으려는 귀견수

중년인; [낙양과 정주 사이 관도에서 이청풍 공자가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 [!] 놀라는 타노와 귀견수

 

#213>

밤. 깊은 산속. 음침한 계곡. 하늘에는 달

계곡에 자리한 음침한 장원. 장원 안팍을 지옥갱의 무사들이 지키고 있고

<-지옥갱 하남분타> 위 장원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삘릴리! 어디선가 피리소리가 들리고

[뭐지?] [어떤 놈이 한밤중에 청승 맞게 피리를 불고 있는 건가?] 경비 서던 놈들 눈 부라리며 두리번거리고. 그러다가

[저기다!] 한 놈이 어느 건물을 가리킨다. 장원 내의 가장 높은 건물 지붕 위에 누군가 서서 피리를 불고 있다. 피리를 옆으로 누인 채 부는 그 인물은 물론 청풍이다

피리 부는 청풍 클로즈 업

[침입자다!] [저 놈이 언제 저기에...] [경보를 울려라!] 지옥갱 무사들 급히 무기에 손을 가져가고 호각을 입에 대려는 놈들도 있고. 하지만

삘릴리! 청풍의 피리 소리가 이어지고. 그러자

띵! 강한 현기증을 느끼는 지옥갱 무사들

[현... 현기증이 갑자기...] [안... 안돼!] 눈이 돌아가며 쓰러지는 지옥갱 무사들

털썩! 퍼억! 기절해서 나뒹구는 지옥갱 무사들

청풍; (위소저의 수혼몽유곡(睡魂夢遊曲)을 흉내 내어 만든 실심곡(失心曲)이 효과가 있었다.) 피리를 입에서 떼고

청풍; (정신을 잃게 만든 후 단전을 파괴해서 무공을 쓰지 못하게 만들자.) 건물 주변을 둘러보고.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지옥갱의 무사들

청풍; (그럼 불필요한 살인을 하지 않고도 혈세사패를 궤멸시킬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하는데

쾅! 쾅! 갑자기 지붕을 뚫고 치솟는 네 명의 사내들. 지옥광전사들이다. 무기는 칼이고

청풍; (지옥갱의 정예들인 지옥광전사...) 높이 치솟았다가 자신을 난도질해오는 지옥광전사들을 올려다보며 생각하고

크아! 죽인다! 부악! 쩍! 네 방향에서 청풍을 향해 칼을 휘둘러 오는 지옥광전사들. 칼에서 10여 미터에 이르는 긴 섬광들이 내뻗친다. 칼을 휘두르는 지옥광전사들의 눈은 백열되었고 미친놈들 분위기다.

청풍; (지독한 마약을 복용하여 광기에 빠진 상태라 실심곡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군.) 쩍! 부악! 네 방향에서 날아든 섬광에 난도질당하며 생각하고. 직후

콰쾅! 쾅! 지옥광전사들이 칼로 내뻗은 네 가닥 섬광에 박살나는 건물. 건물 전체가 토막 나는 모습. 폭발이 일어나고

콰쾅! 콰드드! 무너지는 건물. 그 건물을 포위하며 날아내리는 지옥광전사들. 하지만

콰쾅! 콰드드! 완전히 붕괴하여 바닥에 흩어지는 건물 잔해. 하지만

[!] [!] 건물 잔해 위로 내려서다가 놀라는 지옥광전사들.

쿵! 건물은 무너졌지만 청풍의 시체는 없다.

[시체가 없다!] [설마 우리들의 포위공격을 빠져나갔단 말인가?] [말도 안되는...] 지옥광전사들 경악하고. 그러다가

사내1; [!] 한 놈이 눈 부릅뜨며 발치를 보고. 발치에 사람 그림자가 서려있다.

사내1; [헉!] 올려다보며 경악하는 그놈. 다른 놈들도 놀라 올려다보고.

쿵! 그자들 머리 위 허공에 떠있는 청풍. 청풍의 머리 위로는 달이 떠있고

[언... 언제 저기에...] [흩어져라!] 팟! 휘익! 사방으로 흩어지는 지옥광전사들. 하지만

청풍; [늦었다.] 슥! 용봉철적을 허공으로 쳐들고. 그러자

투쾅! 창! 주변에 쓰러져 있던 무사들의 칼 중 네개가 허공으로 둥실 치솟는다. 지옥광전사들 뒤에서 칼 끝으로 지옥광전사들을 겨누며

[헉!] [격공섭물로 칼을 조종한다!] [조심해라!] [저 칼들이 우릴 노린다!] 다급히 돌아서려 하는 지옥광전사들

청풍; [가라!] 슥! 용봉철적을 내리긋고

투쾅! 쩍! 엄청난 속도로 지옥광전사들에게 날아드는 칼들

[크왓!] [찻!] 자기들 칼로 그 칼들을 쳐내려는 지옥광전사들. 하지만

푹! 푹! 푹! 네 자루의 칼은 이미 지옥광전사들의 아랫배를 관통하고 있고

[말... 말도 안되는...] [어... 어검술을 이런 식으로 쓰다니...] [끄윽!] 복부가 칼에 관통당한 채 비틀거리며 경악하는 지옥광전사들

사내1; [괴물...] 퍼억! 나뒹굴고. 주변에서 다른 세 놈도 나뒹굴고 있고

청풍; [이제 시작이다.] 그걸 내려다보며 음산한 표정을 짓고

청풍; [혈세사패는 내 손에 의해 무림에서 소멸될 것이다.] 웃는 청풍의 얼굴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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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四 章

 

         魔章塔의 崩壞

 

 

 

마장탑(魔藏塔)------

 

이 엄청난 석탑……

그 끝이 이 지하공동의 천정에 닿아있으며,

주위로는 오직 백골들이 흩어져 있다.

시간과 주야(晝夜)……

그리고 계절을 모르고 사이한 푸른 안개에 휩싸인 채 부유하듯 떠있는 이 마장탑은 세월의 무심한 흐름 속에서도 말없이 서있다.

전체가 푸른 이끼로 가득차 있었으며……

으스스한 마기(魔氣)를 끊임없이 삼켰다가 끊임없이 토해내고 있었다.

바로 이 마장탑 앞의 두 사람……

언제부터인가?

굳어진 석상처럼 빤히 마장탑을 바라보면서 책상다리를 한 채 앉아 있는 그들은 대체 누구인가?

전신에는 헤어질 대로 헤어진 옷을 걸치고 있었으며……

치렁치렁한 장발은 허리를 넘었는데 낡은 천으로 질끈 묵여져 있는 청년,

그리고 헐렁한 낡은 옷을 걸치고 단정하게 머리를 틀고 있는 여인,

스스스……

한 줄기 음풍이 청년의 장발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름다운 얼굴……강인한 기상……그리고 눈에 맺혀져 있는 것 같은 고집……

이 사내는 소일초다.

당연히,

그의 옆에서 도대체 인간의 몸으로 이토록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풍겨내는 이 여인……

주소아가 아니고 누구겠는가?

소일초와 주소아,

이때 그들의 심연처럼 맑고 그윽하게 가라앉은 눈망울은 마장탑에 고정되어 있었다.

문득 꺼질듯이 새어나오는 소일초의 한숨……

[아……틀렸어…… 도무지 이 마장탑에 들어갈 방법이 없어!]

[…………]

[제기랄, 우리가 들어왔다던 연못은 꽉 막혀있고 나갈 길은 보이지 않고……그저 이 마장탑에 매달린 것이 벌써 언제야……]

소일초가 갑갑함을 참지 못하고 또 발작을 한다.

[여긴 남만의 검마동보다 더 지독해……그땐 그기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곳인줄 알았는데……]

[가만있어봐……떠들어도 아무 소용없어. 나갈려면 오직 저 마장탑에 들어가는 수 밖에 없을 거야……]

소일초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부질없는 헛수고에 불과해. 너무도 완벽하게 폐쇄되어……!]

그들은 벌써 자고 일어나면 마장탑에 매달리기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처음엔 수월하게 생각했던 이 지하공동에서의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 후에 더욱 그랬다.

마장탑과 정통마교,

어느 탑도 부술 수 없었다.

기이하게도 그 두 탑만이 지하공동의 천정에 닿아 있는 기둥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

희망이 있다면 오직 마장탑을 열고 그 속에 있을 지도 모르는 이곳의 탈출 방법을 알아내는 것 뿐이었다.

그동안 그들의 식사는 오직 이끼와 물이었다.

이제,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를 벗어난 미증유의 신비로운 체질과 생명력을 지닌 소일초와 주소아……

그들의 손은 이끼를 신선한 음식으로 만들 수 도 있었다.

식물이건 동물이건,

생명을 지닌 것이라면 그들의 손에서 맛있는 음식이 될 수 있었다.

심지어는 생명이 없는 독과 물마저 그 성질을 바꿀 수 있으니,

그들의 손은 기적의 손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소일초와 주소아는 지난 얼마동안 이 지하공동을 빠져 나가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으되……

그 모든 것들이 부질없는 헛수고에 불과했으니……

석탑을 감싸고 있는 것들은 오직 독균들 뿐이었으며……

이곳은 사방이 밀폐되어 있었던 것이다.

확실히 이곳은 절지이고……

원래부터 이 곳의 출구는 연못 하나 뿐이었다.

그런데,그 출구는 정통마교의 제구대 구마존이 완전히 붕괴시켜 버린 것이었다.

허나,

지금 소일초가 투덜거리고 있어도 다시 마장탑을 들여다 볼 것이고,

주소아는 눈 도 깜빡이지 않고 연구에 몰두해 있다.

(어떻게 해야 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저 안 어딘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비밀이 있을 텐데.)

하염없이……

그녀의 신비로운 동공은 석탑의 부분부분을 면밀히 살피고 있었다.

어느 부분은 튀어오르고……

어느 부분은 꺼졌으며……

어느 부분은 각이 졌는가……

기실,

소일초와 주소아는 눈을 감고도 석탑의 형상을 훤히 머리 속에 그릴 수 있었다.

하기는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그들이 그토록 열심히 살펴봤으니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허나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소일초와 주소아,

그들의 뛰어난 지혜를 가지고도,

세월모르고 마장탑를 뒤지고 또 뒤졌지만 결코 마장탑의 출구를 찾아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 마장탑가 얼마만큼 완벽하게 폐쇠되어 있는 지 짐작이 가리라!

주소아 그녀의 심사도 답답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가득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헌데 그때였다.

지하공동의 아득한 천정으로 연결된 마장탑의 제일 윗 부분이……

순식간에 지하공동 전체를 붉은 마광으로 물들이는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닌가?

소일초와 주소아의 얼굴에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서로 손을 잡고 태양처럼 빛을 발하는 그곳을 바라보았다.

소일초와 주소아의 수려한 몸이 가늘게 떨린다.

(변화……이 시간마저 멈춰버린 공간에서 처음 있는 변화다………)

(무슨 일인가 일어나려 하고 있다.)

헌데 그때였다.

돌연,

쿠르르르……!

마장탑이 엄청난 소용돌이와 함께 무섭게 뒤틀리는 것이 아닌가?

수천만 가닥의 끔찍한 마광(魔光)이 솟아 오르고……

그 마광은 기이하게 제일 윗 부분의 태양같은 붉은 빛과 어우러져 전율스럽게 뿌려지고 있었다.

실로 엄청난 현상……

(우와……!)

소일초와 주소아는 이 느닷없는 상황에 당혹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런 일이 갑자기?)

쿠르르르……

그 순간 무너진다.

마장탑이 핏빛 먼지를 사방으로 뿌리며 아래에서 부터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서운 흡인력이 마장탑에서 뿜어져 소일초와 주소아의 몸을 휘감아 올렸다.

(으윽……이런 엄청난 힘이……!)

막을 수가 없다.

소일초와 주소아의 가공할 무공으로도 그 엄청난 흡인력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그들의 몸은 서로 껴안의 채 붕괴되는 마장탑의 제일 위,

붉은 광채가 쏟아지는 속으로 끌려 올라가고……

그 와중에서,

소일초와 주소아의 영혼을 울리는 듯한 소리가 있었으니……

그 소리는 아름답고……전율스러웠으며……사이했고……공포스러운 것이었다.

 

---놀라지 말라……

우리는 불우했던 칠십이기재들……

그대를 위해 안배했나니……

 

그랬던가?

이 모든 것이 바로 소일초와 주소아를 위해 안배한 것이었던 것인가?

(오……이 기막힌 조화가 칠십이기재들의 안배라니……)

 

----……그대의 출현은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뜻……

자, 들라……이 마장탑로 들라……아아아아……

 

이 여운과 같은 영혼의 속삭임을 들으며 소일초와 주소아는 아득히 정신을 잃어갔다.

쿠쿠쿠-----!

지하공동의 기둥역할을 하던 마장탑은 완전히 붕괴되어 버렸다.

그리고 기둥이 무너진 그 곳 역시……

 

× × ×

 

무림은 다시 경악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무림을 강타한 소문,

 

-----천하제일의 힘을 가졌다는 백인장이 무림에서 다시 자취를 감추었다.

삼수로 밝혀진 삼성무림청의 수뇌들과 싸우다 죽은 원로도객들의 장례가 끝나자마자 백인장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곳이 되어버렸다.

 

-----강북의 청옥검궁도 무림활동 중지를 선언했다.

소속된 일반 검사(劍士)들을 일제히 내보내고, 검왕과 검왕자를 비롯한 핵심 고수들이 어디론가 은거해 버렸다.

 

이제,

무림사대세력 중 삼성무림청과 청옥검궁, 그리고 백인장이 종적을 감추면서 오직 구파일방만이 남게 되었다.

강자들이 사라진 무림에 이를 기회로,

군소방파들이 빠른 속도로 세력을 키우고 팽창해 가고 있었으니……

무림은 난세로 치닫고 있었다.

 

도대체……

백인장의 사람들과 청옥검궁의 고수들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그들과 친분을 나누었던 수 많은 무림인들이 의혹속에 잠기는데……

 

무림에는 새로이 별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세력으로서 가장 강대하게 부상한 것은 삼현(三賢) 중의 일 인인 백대선생(白大先生)이 이끄는 백가장(白家莊)이다.

그리고 무시 못할 세력이 역시 삼현 중의 한 사람인 혈군자(血君子) 지장행(智長行)이 이끄는 취현성(翠賢城)며,

개인으로서는 취풍녀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특히 취풍녀는 휘파람을 몰고 다니면서 피바람을 일으키고 있어 공포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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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 온유향을 따라 철문 안으로 들어서다가 놀라는 청풍.

쿵! 청풍이 온유향을 따라 들어선 곳은 일종의 발코니. 발코니 아래쪽은 직사각형의 긴 광장인데 광장 좌우로 문이 달리지 않은 작은 독방들이 있다. 그리고 그 독방에 각기 한명씩의 남녀들이 벽을 보는 자세로 가부좌를 틀고 있다. 남자 여자 각 오십 명 씩 모두 백 명이다. 그들이 보고 있는 벽에는 그림과 글들이 가득 새겨져 있다. 발코니 한쪽에는 아래쪽의 광장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다.

청풍; (백 명쯤의 젊은 남녀가 면벽수련중이다. 헌데...) 놀라며 내려다보고. 청풍과 온유향이 발코니 끝에 서있고 그 뒤에 무산신녀와 위상영이 서있다.

<저들 모두 임독이맥(任督二脈)이 타통 된 것으로 보인다.> 츠츠츠! 몸에서 아지랑이같은 기운을 뿜어내는 남녀들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임독이맥이 타통 되면 지치지 않고 내공을 쓸 수 있으며... 그 정도 경지에 이른 고수는 전 무림을 통틀어도 백 명이 채 안될 것이다.) 아래를 내려다보며 생각하고. 그런 그를 지긋이 보는 온유향

온유향; [저 젊은이들을 본 소감을 들을 수 있을까요?] 미소 지으며

청풍; [모두 정기가 충만하고... 무엇보다도 임독이맥이 타통되어 있군요.] 아래를 보면서 대답하고

무산신녀; (약관도 안된 애송이가 용케 그걸 알아보네.) 눈 반짝.

위상영은 감탄한 표정으로 청풍을 보고. 얼굴이 살짝 붉어진 채

청풍; [지금 당장 무림에 나가도 삼백 대 고수 안에는 들겠습니다.] 발코니 아래 쪽을 보면서 진심으로 감탄하고

온유향; [이공자의 탁월한 안목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군요.] 미소

청풍; [별 말씀을...] 머쓱한 표정으로 돌아보고

온유향; [저 아이들은 지존회에 맞서 싸울 목적으로 저희 호천맹에서 기르고 있는 호천용봉단(護天龍鳳團)이라고 해요.] 아래를 보면서. 말하고. 청풍도 아래를 보고

온유향; [사내아이들은 개방의 추천을 받아 선발했으며 계집아이들은 대부분 신녀문의 제자들이랍니다.]

청풍; (삼문육가 출신은 없다는 건데...)

청풍; (아무래도 선후는 삼문육가를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온유향; [저 아이들은 저희 모녀가 신선부를 나올 때 가져온 영약을 복용해서 환골탈태를 한 상태예요.]

청풍; (신선부의 영약은 대단하구나. 무려 백 명이나 환골탈태를 시키다니...)

온유향; [덕분에 무공을 익히기에 최적의 체질로 변모했고...] [이제 실전적인 무공만 수련하면 혈세사패쯤은 어렵지 않게 정리할 수 있을 거예요.]

청풍; [미숙한 제 눈에도 저분들은 모두 일기당천(一騎當千)의 기재들로 보입니다.] 고개 끄덕이고

온유향; [구파일방에서 기르고 있다는 항마군영대와 힘을 합치면 신선부와도 호각으로 싸우는 게 가능할 거예요.]

청풍; (그러고 보니 구파일방에서도 구십 명의 신진고수들을 기르고 있었지.)

청풍; (호천맹과 구파일방 어느 쪽에서 먼저 신진고수들을 기를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어쩐지 우연의 일치가 아닌 듯이 느껴진다.)

온유향; [대략 두, 세 달 후면 호천용봉단을 강호에 내보낼 수 있을 것같지만...] 말 꼬리를 흐리고

청풍; [혹시 오늘밤에 있었던 소동이 호천용봉단을 노리고 벌어진 것입니까?] 돌아보고

온유향; [혈세사패, 아니 지존회에서 호천용봉단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 같아요.] 고개 끄덕이고

온유향; [다행히 이공자께서 제 때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신 덕분에 백일살신을 물러가게 할 수 있었어요.]

온유향; [하지만 혈세사패의 패주들이 모두 몰려온다면 오늘처럼 무사히 위기를 넘기지는 못할 거예요.]

청풍; [혈세사패가 호천용봉단의 수련을 방해하지 못하게 교란해야겠습니다.]

온유향; [그 일을 할 수 있는 분들은 우내사절들 정도시겠지만...] 무산신녀를 보고

온유향; [네 분은 워낙 유명한 분들이라 혈세사패를 기습하고 교란하는 일에는 적합하지 않군요.]

청풍; [알겠습니다.] 포권하고

청풍; [능력은 모자라지만 소생이 혈세사패를 교란해서 시간을 벌어드리겠습니다.] 늠름하게 웃으며 포권하고. 그러자

온유향; [고마워요 이공자!] 반색하며 청풍의 포권한 손을 꼭 쥐고

당황하는 청풍.

온유향; [지존회의 위협으로부터 무림을 보호해주시면 그 은혜 잊지 않고 보답해드리겠어요.] 청풍의 손을 꼭 쥐며 말하고

청풍; [별... 별 말씀을...] 어색하게 웃으며 위상영을 곁눈질하고

안도하는 무산신녀와 위상영의 모습

청풍; (아무래도 난 그물에 걸려든 것 같다.) 위상영을 곁눈질하며 한숨

<어떤 영웅호걸이라도 일단 걸려들면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정이란 이름의 그물에...> 장내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206>

아침. 심우장. 해가 떴다.

심우장의 정문은 밤새 수리되었고. 활짝 열린 정문으로 사람들이 들어온다. 청년들도 있지만 대부분 중년 이상의 관록 있어 보이는 사람들. 그들을 맞이하는 건 냉혈마검작이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삼문육가의 사람들이고. 냉혈마검작과 인사하는 사람들. 냉혈마검작 뒤에는 무애와 색목쌍교, 여전히 남장을 하고 있는 뇌화룡이 서있다.

여러 명의 거지들이 들어온 사람들을 심우장 안쪽으로 안내한다.

온 사람들과 인사하는 냉혈마검작.

그 뒤에 서서 오는 사람들을 살피는 뇌화룡.

그러다가 눈 반짝.

사람들 사이에 오고 있는 젊은이들. 바로 어제 함께 북망산에 올라왔던 남궁진, 악철산, 천약옥녀, 날수선자등. 악철산은 남궁진의 부축을 받으며 오고 있다.

정문 밖으로 달려 나가는 뇌화룡

천약옥녀와 날수선자도 뇌화룡을 알아보고

마주 달려오는 두 여자. 남궁진과 악철산은 뻘쭘한 표정으로 따라오고

뇌화룡과 인사하며 활짝 웃는 두 여자. 뇌화룡은 천약옥녀의 손을 잡고 한손으로 눈가의 눈물 닦고. 천약옥녀도 눈물 글썽이고.

뇌화룡의 이야기를 듣고 놀라는 두 여자.

이어 안쪽을 두리번거리는 두 여자. 청풍을 찾는다.

천약옥녀; (이공자가 심우장에 머물고 있단 말이지?) 얼굴 좀 발개져서 심우장 안쪽을 기웃거리고. 그런 천약옥녀를 할끔거리는 날수선자. 그때

누군가를 발견하는 뇌화룡.

다가오는 일단의 사람들. 눈이 부리부리하고 체격이 다부진 노인인데 몸에는 벼락문양이 새겨진 옷을 입었다. <무쌍일지>에 나온 화왕 뇌곤륜 캐릭더. 벽력세가의 가주인 벽력신장 뇌곤륜이다. 벽력신장 뒤로는 상자를 등에 지고 손에는 중간 부분에 엣날 대포같은 것을 하나씩 든 건장한 장한 몇 명이 따라온다. 역시 <무쌍일지>에 나온 벽력당의 고수들 벽력십걸중 일부다.

벽력신장에게 울면서 달려가는 뇌화룡

벽력신장도 눈 치뜨며 두 팔 벌리고

달려가 벽력신장에게 안기며 우는 뇌화룡. 뇌화룡을 끌어안고 다독이는 벽력신장. 그리고

 

#207>

심우장 내의 3층 건물. 정문에서 5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데 건물 삼층의 창문이 열려있고 창가에 두 명의 남녀가 앉아서 정문 쪽을 보고 있다. 작은 탁자를 가운데 두고 마주 앉아 창밖을 보는 두 사람은 청풍과 위상영이다.

두 사람의 시점. 심우장 정문 밖에서 끌어안고 있는 벽력신장과 뇌화룡의 모습이 작게 보인다. 500미터쯤 떨어져 있어서

눈물 닦는 뇌화룡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뭐라 하는 벽력신장의 모습 크로즈 업

위상영; [저분이 벽력세가의 가주이신 벽력신장 뇌곤륜(雷崑崙) 대협이예요.]

위상영; [어렵게 얻은 핏줄이라 딸에 대한 뇌가주의 사랑은 지극하기 이를 데 없답니다.] 멀리 보이는 벽력신장과 뇌화룡을 보며

청풍; [그런 것 같습니다.]

위상영; [다만 자기 핏줄로 벽력세가를 이으려는 뇌가주의 바람이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한숨

그러자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171>에서 호요희가 뇌화룡에게 하던 말

 

호요희; [네 숙부 규염화왕(虯髥火王)이 호시탐탐 벽력세가 가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건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 아니니?]

회상 끝

 

청풍; [여자의 몸으로 가문을 잇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지요.]

위상영; [그렇긴 하지만...] 의미심장하게 청풍을 보고

청풍; (왜 저런 표정으로...) 머쓱할 때

위상영; [이공자께서 도와주신다면 화룡이가 벽력세가를 물려받는 게 아주 불가능하진 않을 거예요.] 웃고

청풍; (나보고 화룡이를 아내로 맞아 바람막이가 되어주라는...) 얼굴 좀 벌개지는데

위상영; [공자께서도 보셨다시피 저는 물론 어머니도 무공은 보잘 것 없답니다.] 화제를 돌리고

청풍; [딱히 고질이 있어서는 아닌 것 같고...] [사연이 있겠습니다.]

위상영; [신선부가 이루어진 후 천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어요.] [그 긴 세워 동안 수많은 비결과 절기가 만들어졌답니다.]

위상영; [그렇게 만들어진 비결과 절기들은 빠짐없이 기록되었지만...] [훼손되고 사라지는 것을 완전히 막지는 못했어요.]

위상영; [비록 신선부가 세상 밖에 존재한다고는 해도 불의의 변고까지 막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지요.]

청풍; (세상사에 초탈한 방사(方士)들이 모여 산다는 신선부 내에서도 대립과 갈등은 끊이지 않았겠구나.)

위상영; [그래서 저희 신선부는 살아있는 서고(書庫)를 만들게 되었어요.]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청풍; [살아있는 서고라는 게 혹시...] 깨닫고

위상영; [사람... 그중에서도 여자들이랍니다.] 끄덕

청풍; (역시...)

위상영; [신선부의 여자들은 철이 들자마자 기억력을 극단적으로 증진시키는 심법을 수련한답니다.]

위상영; [그리고 여자들의 특성인 인내심과 지구력으로 신선부에서 만들어진 모든 비결과 절기들을 암기하여 후세에 전해왔어요.]

위상영; [여자들이 남김없이 죽임을 당하지 않는 한 신선부의 비결과 절기가 사라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 것이지요.]

청풍; (신선부에서 여자들의 지위가 남자들과 대등한 것은 외우고 있는 비결과 절기들 덕분이었구나.) 깨닫고

위상영; [어머니는 살아있는 서고들의 총수(總帥)라고 할 수 있어요. 장차 그 지위를 제가 이어야 하구요.] 오른손을 왼쪽 소매에 넣고

청풍; [방대한 분량을 암기해야하는 탓에 자당과 소저에게는 무공을 익힐 여유가 없었군요.] 깨닫고

위상영; [그나마 제가 약간의 무공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은 어머니를 따라 신선부를 나와서 더 이상 암기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 덕분이랍니다.] 말하며 왼쪽 소매 속에서 작은 두루마리를 하나 꺼내고

청풍; (확실히 음공을 제외하면 위소저의 무공은 몸을 지키기에도 부족한 수준이긴 하다.) 끄덕이고

위상영; [이것을 받아주세요.] 두 손으로 두루마리를 내밀고

청풍; [무엇인지요?] 두 손으로 받고

위상영; [치환천위(置換遷位)라는 술법의 비결이랍니다.]

청풍; [신선부의 술법이로군요.] 놀라며 두루마리를 보고. 두루마리 곁에는 <置換遷位>라는 글이 적혀있다.

위상영; [이름 그대로 같은 무게의 다른 사물과 위치를 바꿀 수 있는 술법이랍니다.] [그것을 연마하면 어느 곳이든 방해받지 않고 드나들 수 있을 거예요.]

청풍; [이렇게 대단한 술법의 비결을 제가 받아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두루마리를 보며

위상영; [저희 신선부로 인해 야기될 겁난을 막아주시는 수고에 비하면 오히려 약소하여 민망하답니다.]

청풍; [신선부의 술법인데 약소하다니요. 그런 말씀 마십시오.]

위상영; [아무쪼록 치환천위의 술법이 공자의 탕마행(蕩魔行)에 도움이 되길 바라겠어요.] 고개 숙이고

청풍; [요긴하게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두루마리를 품속에 넣으며 일어나고

청풍; [혈세사패를 견제하는 일은 은밀히 진행되는 게 좋으니 이만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포권하고. 위상영도 일어나고

위상영; [화룡이에게는 제가 대신 인사를 전해드리겠어요.] 마주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그러다가

위상영의 눈이 청풍의 허리춤에 끼워져 있는 용봉철적에 이르고

위상영; [공자님의 그 피리, 한 번 살펴볼 수 있을지요?]

청풍; [물론입니다.] 피리를 허리띠에서 뽑고

위상영; [고마워요.] 청풍이 내미는 피리를 두 손으로 받고

피리를 살펴보는 위상영. 그걸 보는 청풍. 이윽고

위상영; [처음 뵈었을 때부터 혹시나 했는데...] 피리를 보며 조금 흥분

위상영; [이 피리는 정말로 용봉철적이로군요.] 피리를 다시 내밀고

청풍; [소저가 아시는 걸 보면 평범한 피리가 아니겠습니다.] 받으며

위상영; [절대 평범할 수가 없지요.] [용봉철적은 환우십보중 하나로 꼽히는 보물이랍니다.]

청풍; [그렇습니까?] 놀라고

위상영; [신룡천자와 혈해봉황에 대해서는 아시겠지요?]

청풍; [고금십대고수중 사극에 드는 인물들로 알고 있습니다.]

위상영; [신룡천자와 혈해봉황은 연인사이였으며...] [그들이 정표로 삼기 위해 함께 만든 피리가 바로 용벙철적이랍니다.]

청풍; [이 피리에 그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피리를 보며 놀라고. 이어

용봉철적이 십삼살주의 칠성보도와 백일살신의 갈쿠리를 막아내던 장면 떠올리는 청풍.

청풍; (용봉철적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거푸 내 목숨을 구해준 것은 우연이 아니었구나.)

위상영; [용봉철적에는 신룡천자와 혈해봉황이 함께 만든 절기가 숨겨져 있다고 하니 틈날 때마다 찾아보도록 하세요.]

청풍; [명심하겠습니다.] 피리를 허리띠에 끼우고. 이어

청풍; [그럼 다시 뵐 때까지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위상영; [공자님의 무운을 빌겠어요.] 허리 숙이고

휘익! 창문으로 바람처럼 날아나가는 청풍

멀어지는 청풍을 보는 위상영

위상영; (저 사람이 눈에서 멀어지면서 내 가슴 한 구석도 급격히 비어지는 기분이다.) 한숨 쉬고

<아무래도 난 헤어 나올 수 없는 올가미에 빠져든 것 같구나.> 심우장을 등지고 날아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위상영의 생각 나레이션

 

#208>

<-북경> 북경의 모습. 낮

<-자금성>

<-동창> #36>에 나온 장면

 

담길; [그게 정말이냐?] 책상 앞에 앉아 붓을 들고 무언가를 쓰다가 놀라고 분노하고. 담길의 집무실이다. 젊은 환관1이 담길 앞에 서서 보고 중이다

환관1; [황금전장에 심어둔 우리 동창의 간자(間者)들이 교차 확인한 후 올린 보고입니다.] 서류철을 든 채 말하고

환관1; [이청풍은 황금전장 서안지점의 지점장으로 부임하던 중 변을 당했다고 합니다.]

담길; [이청풍... 이청풍이 죽었다고?] 이를 부득. 콰직! 손을 움겨 쥐어 붓을 박살내며 분노하고

환관1; (제독께서 지나치게 분노하시는군.) + [정황상 황금전장이 살인멸구(殺人滅口)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담길; [살인멸구... 살인멸구를 했단 말이지?] 이를 갈며 눈빛이 살벌해진다.

담길; (그게 사실이라면... 황금전장의 백정놈들은 씨를 말려버리겠다!) (감히 홍무폐하의 핏줄을 시해한 대가로...) 쿠오오! 살기를 뿜어내는 담길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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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三 章

 

       正統魔敎의 秘史

 

 

 

[아아악!]

[아악!]

비명!

소일초와 주소아의 입에서 터지는 비명은 얼마나 계속되었는지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사실,

그들은 인간으로서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 속에서……

의식을 조금이나마 찾았다가 다시 고통의 나락속에 빠져들어가기를 되풀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고통 속에서 그들의 몸은 전신 뼈마디가 수 없이 이동하고,

다시 수없이 근육과 오장(五臟)이 이그러졌다가 재위치를 찾았다.

그에 따라,

그들의 몸도 백색의 찬란한 광휘를 피워냈다.

잃었던 의식이 다시 찾아들었고 의식은 다시 엄청난 고통으로 인해 혼절하기를 몇 번 인가?

헌데,

지금,

스스히 그러한 상황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소일초와 주소아의 옷이 터져나가 버린 알몸에 돌연 지금까지의 백색 광채와는 다른 우유 빛 옥(玉)처럼 투명한 서기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옥처럼 투명한 서기는 더욱 현란히 피어나더니……

급기야 그 서기들은 소일초와 주소아의 몸을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답게 만들어가지 않는가?

거기에는 오오……

언제 그쳤는가?

그들의 입은 부드럽게 다물어져 있고,

언제 변해 버렸는가?

그들은 완전한 성인(成人) 남녀의 모습이 되어,

고통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평화로운 얼굴이 되지 않는가?

급기야는,

그들의 나신에 강인한 서기마저 어려 신이 빚은 미녀와 미남을 보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기적과 같은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본시,

백송균화는 땅의 축복을 가진 영물이었으나,

한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영기를 지닌 것이었다.

축복이 큰 만큼 복용시의 고통 또한 컸으니……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증명해 주면서……

두 사람의 전신을 엄청난 고통 속에서 재조립한 것이다.

그리하여,

이 전설의 백송균화는 소일초와 주소아의 몸을 완전히 다른 체질과 모습으로 바꾸어 버리는 크나큰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두 사람……

비록 무공과는 상관이 없지만 가장 건강한 몸을 지니게 되어 그 수명을 추측할 수 없게 되었고,

그들의 손에서 생명의 조화를 전할 수 있는 땅의 축복을 지녔으니……

 

× × ×

 

[으음……!]

소일초와 주소아가 동시에 천천히 의식을 회복한 것은 백송균화을 복용한 지 얼마가 지나서 인지 알 수 없다.

눈을 뜨고 옆을 돌아보던 두 사람은 동시에 소리쳤다.

[살았구나!]

[누구냐!]

두사람의 몸은 역근천골공으로 어른으로 변신했을 때와는 완연히 달랐다.

그때는 억지로 만들어 낸 모습이었지만 지금의 모습은 시간의 한계를 넘어서 완전히 성숙해져 버린 것이다.

만약,

그들의 어리던 몸이 세월이 흘러 최전성기에 들게 된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그들의 몸은 변했지만,

여전히 어린 본모습이 남아있고 특히 목소리는 여전히 비슷했다.

[소아구나……]

[그래, 나야……]

주소아가 기뻐서 소일초를 안다가 뭉클 거리는 자기의 가슴을 인식하고 얼굴이 화끈해 지면서 밀쳐버렸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왠지 모르게 전에 봐왔던 소일초의 알몸과는 느낌이 달랐다.

전혀 다른 사람을 대하는 듯 부끄러움이 밀려든 것이다.

몸을 돌리고 누워서 주소아가 말했다.

[기분이 어때?]

[아주 좋아……그런데 어떻게 된 거지? 역근천골공을 일으키고 있지 않은 데도 몸이 커져 버렸어.]

[아마, 백송균화 때문일 거야……]

주소아는 지금까지의 일을 차근차근 말해주었다.

지송목의 갈라진 틈새에는 이제 은은하던 백광도 찬란하던 백광도 없어져 버렸지만 전혀 시력에 지장을 받지는 않았다.

원래부터 이 석동안은 이상하게도 그다지 어둡지 않았고 지금 그들의 어둠의 장애를 느끼지 않는 시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몸이 아주 편안해……마음도 아주 편안하고……]

[몸은 편하지만……마음은 조금 불안한데……]

소일초가 느긋하게 하는 말에 대한 주소아의 소감이다.

[왜?]

[잘 모르겠어……네가 옆에 있으니까 이상하게 자꾸 불안해……]

[…………]

[네가 다시 장난친다면 나는 숨도 쉬지 못할 것 같아……지금도 자꾸 숨이 가빠져……]

여전히 소일초에게 등을 돌리고 누워있는 주소아가 뛰엄 뛰엄 말했다.

[나도 숙쓰러운 것 같아……어른이 돼버렸나봐……우리가 여기에 들어온 게 언제지?]

[잘모르겠어……백송균화를 먹기 전에는 한 칠일 쯤 지난 것 같았는데……]

[설마……한 십 년 정도 흘러버린 것은 아니겠지?]

돌아누운 채,

도란도란 속삭이는 그들의 전신(全身)에는 생명의 환희가 찬란히 용솟음치고 있었고,

그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위대한 평화와 아늑함이 깃들어 있었으며……

도저히 느낄 수 없으리 만치 몸은 가벼워져 있었다.

하나의 깃털보다 가벼워 입김만 <호> 하고 불어도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여기서 누워만 있지 말고 한 번 돌아보자……]

[혼자 갖다와……나는 근처는 대충 돌아봤어……]

주소아는 돌린 몸을 웅크린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소일초는 일어서서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 성숙한 아름다움에 묘한 기분이 들어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러나,

전에처럼 마음대로 그녀를 주무르고 누르고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럼 혼자간다. 여긴 완전히 지옥이군, 어디서 귀신이 나올지 모르겠어……]

밖으로 나가며 소일초가 중얼거린다.

순간,

누워있던 주소아는 부쩍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귀신이 나오기라도 할 듯 주변은 침침했고 안개마저 깔려있었다.

[같이가……]

벌떡 일어서서 소일초의 뒤를 쫓아 나갔다.

그녀의 백색 나신이 눈부시게 안개를 가로질렀다.

 

밖으로 나온 소일초는 의아심을 감추지 못하고 사방을 휘둘러 보았다.

허나,

보이는 것은 짙은 안개와……

소용돌이치는 미증유의 사기와……

거대한 석순처럼 끝없이 늘어 선 지송목의 숲……

소일초는 흠칫 몸을 떨었다.

(호……혹시 여긴 진짜 지옥이 아닐까?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까 죽었다면 분명히 지옥인데……)

소일초는 급히 자신의 오른 편에 있는 주소아의 손등을 힘주어 꼬집어 보았다.

[아얏! 왜그래?]

뾰족한 비명을 지르며 원망스런 듯이 쳐다보았다.

소일초의 꼬집는 솜씨는 여자 못지 않아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아픈 감촉이 전해진 것이다.

[음……분명 죽은 건 아니야……]

[기가막혀서……내가 살아있다고 말했잖아!]

고개를 들이대면서 소리를 지르는 주소아다.

그러나 못들은 척하며……

[음……그렇다면……이곳은 산정호수 속이란 말이지?]

주소아는 소일초가 자기를 무시하는 듯 하자 다시 대들려고 했다.

그때,

[평생 여기서 살거야?]

소이리가 들리자 마자 성질을 죽이고 소일초를 바라보았다

소일초는 일단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우선 이곳을 살펴보자. 꼼꼼히 둘이서 살펴보면 어딘가 밖으로 통하는 길이 있을 거야.]

그들 두 사람은 새털처럼 가벼운 몸으로 기이한 안개의 소용돌이를 헤치기 시작했다.

두어 시간……

이 지송목의 숲을 헤매었을까?

문득,

걸음을 옮겨가던 소일초와 주소아의 발길이 우뚝 멈추어졌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굳어진 곳……

더이상 커질 수 없도록 크게 떠진 그의 시선이 한 곳에 못박힌 듯 고정되어 있었다.

[와아……살아 있는 생명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지옥과 같은 이곳에 저토록 큰 두개의 석탑(石塔)이 있다니……!)

놀랍다.

두 시간을 이 주위를 헤맨 동안 그가 본 것은 오직 지송목의 숲 뿐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사방이 완전히 막힌 것 같은 이곳에,

도대체,

그 크기가 수 만년을 지냈을 지송목에 뒤지지 않는 거대한 두 개의 석탑이 웅크리고 있었으니……

언뜻 보면 석탑과 석순같은 지송목이 분간이 가지 않을 듯 했다.

그리고,

불과 이십여 장쯤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석탑은 쌍둥이 마냥 모양과 크기가 똑 같았다.

오오……

그 탑과 탑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는 사이한 안개,

실로 귀기롭다.

그리고 몸서리쳐지는 공포가 어려 있었다.

헌데,

그 탑과 묘의 주위에 나뒹굴고 있는 저 수 많은 백골은 또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의 것……

[여…… 여기도 인간이 살았던 때가 있었나봐……]

주소아가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며 소일초에게 말했다.

그리나,

소일초와 주소아는 의혹을 참지 못하고 급히 우측에 있는 검은 석탑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통마교(正統魔敎)>

 

석탑에 핏빛으로 쓰여진 단 네 글자……

(정통마교?)

소일초와 주소아는 들은 듯도 만듯도 한, 하지만 생소한 그 이름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이내,

소일초는 엄청난 악의 기운을 토한는 석탑의 문을 열었다.

쿠르르르르……

기분 나쁜 굉음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일층 석탑의 내부,

쿠쿠쿠……

싸싸싸……

엄청난 무형의 기운이 악마의 입김처럼 이동하고 있을 뿐……

한 눈에 담을 수 없는 거대한 석전은 텅 비어 있었다.

허나,

석전을 다시 한 번 유심히 살핀 소일초와 주소아는 실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석전의 바닥,

오오…… 그곳에 가득 널브러진 저 수 많은 백골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헉……!)

소일초와 주소아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들의 발 끝에 닿는 백골의 섬뜩한 감촉,

그리고 밟자마자 부스스 먼지로 화하여 날리는 백골들을 보며 마음만은 아직 어린 소일초와 주소아는 찔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공포를 억누르기 위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으음……오래 전에 이곳에서 큰 혈전(血戰)이 벌어진 것 같구나……)

생각하며 소일초와 주소아는 계속 석전을 살펴나갔다.

헌데 문득,

석전을 살피던 주소아의 눈이 반짝 빛을 발했다.

무엇인가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저……저것은?)

가슴에 검이 박힌 채 나뒹굴어져 있는 한 구의 백골,

기이하게도,

그 백골의 한 손은 썩지 않은 채 본래 그 모습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은은히 혈광(血光)을 뿌리는 손……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 손을 봄으로써 알 수 없는 가공할 살기와 잔인한 무정을 느끼고 전율했다.

어느 새,

그들은 그 손 가까이에 접근해 있었다.

그리고,

그 손 주위를 살피던 중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바로 그 손 옆의 바닥에 새겨진 몇 글자를 발견했던 것이다.

 

<부……분하도다……정통마교(魔宗會)의 처…… 천년야망(千年野望)이 배신자들에 의해 물거품……되다니……>

 

백골의 주인은 마지막 순간에 이 글씨를 새긴 듯 손끝이 마지막 글자에 얹혀져 있었다.

[히유……천년 이래……천년이 얼마나 긴지나 알고 썼을까?]

바람 빠지는 소리를 터뜨린 소일초와 주소아는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통마교란 이름도 생소하지만……

천년야망이란 가공할 욕망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의혹을 느끼며 또 다른 흔적을 찾으려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주소아와 소일초는 이내 알 수 없는 두려움과 호기심을 안고 석탑의 위층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층 석전의 구조도 일층의 석전과 구조가 비슷했다.

수 많은 백골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역시 기이하게도 한 구의 백골 만이 글을 남기고 있었다.

그 마지막 순간에 혼신의 힘을 다해 새겨놓은 듯한 글자들에서 소일초와 주소아가 알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석전에 백골로 나뒹굴고 있는 자들이 거의 정통마교(正統魔敎)란 신비단체의 인물들이며……

글자를 남긴 인물들이 구마존(九魔尊)의 일 인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정통마교의 주인인 구마존……

그들은 각층마다 한 명씩 죽어 있었다.

소일초와 주소아는 계속 사층……육층……팔층의 석전으로 올라갔고,

석탑의 그 팔층까지도 상황은 똑같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상의 사실 외에는 소일초와 주소아가 알 수 있는 사실 또한 없었다.

마지막 십층,

쿠우우우-------!

기이한 소용돌이 만 가득찬 텅빈 석전의 내부 역시 수 많은 시신이 널부러져 있었다.

유심히 사방을 살피던 소일초의 눈에 언뜻 경악의 빛이 스치면서 주소아를 자기의 등뒤로 끌어당겼다.

[저기……사……살아있는 사람이……]

주소아도 그 것을 보았는지 손가락을 가르쳐 보였다.

오오……

석전의 한쪽 석벽에 반듯이 기대어 앉아있는 한 사람……

백골이 아닌 완전히 살아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죽은 시신이야……]

소일초가 먼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내 주소아도 그 중년인이 이미 죽은 지 오래된 시신임을 알 수 있었다.

한데,

시신은 시신이었으되 마치 살아서 꿈틀거리는 듯한 시신이었다.

차고 냉혹하며……

수려하기 이를 데 없는 중년인의 모습을 한 시신,

그의 맑고 깊은 눈에는 지금도 은은한 자광이 폭사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니……

이 자가 살아 있었을 때 얼마나 가공스러운 무공을 지녔는지 가히 상상키 어려웠다.

순간,

[정통마교……정통마교……정통마교……]

딱!

소일초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중얼거리다가 자신의 이마를 쳤다.

[이런 멍청이……그새 정통마교를 잊어버리다니. 사부께서 그렇게 당부했는데……에잇. 폭발로 머리가 어떻게 됐나봐!]

[정통마교를 알아?]

주소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시체를 봐! 죽은 후에도 오랜 세월 동안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가 있잖아……이게 바로 극마의 경지야……그 나쁜 놈 사진성 역시 극마의 경지였어……참 기억은 찾았어?]

[응! 별 것 없었어. 나중에 이야기 해 줄께……]

소일초와 주소아는 한동안 경이로운 시선으로 중년인의 유체를 살폈다.

그러던 중 문득 그는 중년인이 기댄 석벽에 피로 쓰여진 글씨를 발견할 수가 있었다.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본인은 구마존 중 천마존(天魔尊)이다.

아아……그 어느 세월에 있어 본인의 글을 읽어 줄 자 나타날지 모르지만……나는 이 글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노라……

영원히 이 글을 읽어 줄 자 나타나지 않는다 하여도……

이 원통……이 한……이 증오를 달랠 수 없기에 이 글을 적지 않을 수 없노라……

내 이제 여기에 정통마교(正統魔敎)의 탄생과 종말을 적으리니……

우선 이 글을 적을 때가 대명(大明) X 년 X 월 X 일 임을 밝히는 바이다.>

 

[대명 X 년이라고? 그렇다면 언제란 소리야?]

 

소일초의 맑은 동공에 놀라움의 빛이 가득 넘쳐났다.

허나 곧,

가슴을 추스리고 주소아와 함께 한과 원이 절절이 배인 처저란 비사(秘事)를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정통마교는, 본시 천 년 전에 탄생한 마의 기본이며 본산인 십만마교의 본류이다.

이 땅에 마(魔)란 이름을 정착시킨 마의 주창자(主唱者)들……

본 정통마교에서 그분들을 제일대(第一代) 구마존이라 칭한다.

그 분들은 영원히 마가 정을 제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늘 부정해 왔던 인물들이었다.

그분들은 드디어 천년대계(千年大計)를 세우기에 이르셨다.

마로써 정을 제압하려는 천 년의 대 계획……

그 위대한 계획 아래 탄생한 것이 정통마교였다.

그 분들은 천 년의 원대한 계획으로 정통마교주를 탄생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 준비의 첫 단계는 천하에 산재한 모든 마공절예(魔功絶藝)를 모으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는 이 땅에 위대한 정통마교주가 탄생할 때까지 자신들의 역할을 계속 수행할 제이대의 구마존을 점지하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잃은 소일초와 주소아는 이 글의 광오함에 혀를 내둘렀다.

[대체 얼마나 산다고 좋은 일 다 제쳐두고 이런 쓸모없는 짓을 천년 씩이나 할려고 했을까? 도무지 제정신이 아닌 미친놈들이야……]

소일초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그 글의 광오함을 탓하면서 도 그들은 계속 읽어갔다.

 

<……이런 방법으로 구마존은 그 시대 가장 뛰어난 마공절예를 모았고……

또 그 후임자 즉 차대 구마존을 찾아 그들의 역할을 물려주는 이 장엄한 진행은 제팔대에 이르도록 철저하게 이행되었다.

헌데 제팔대에 이르러선 약간의 변화가 발생했다.

제팔대에 구마존은 마공절예들을 더 이상 모으기만 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마공절예들을 체계화하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천하에 산재하는 기재들을 납치해 오게 되었다.

그들은 마장탑(魔章塔)에서 거쳐하며 오직 마공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었으니……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그들의 몸은 전혀 무공을 익힐 수 없도록 파괴되어져 있었다……>

 

여기까지 석벽의 비사(秘史)를 읽어 내리던 소일초와 주소아의 입이 딱 벌어졌다.

천하에 산재한 기재(奇才)들을 납치하여 몸을 망가뜨리고 사악한 일에 동원하다니……

[무림에 때때로 있어왔다는 어린 기재들의 실종사건이 이들에 의한 것이었다니……기가 막히는데?]

주소아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튼……대단한 놈들이 대단한 짓을 하는군 그래. 그래봤자 자기들에게 고물도 떨어지지 않을 텐데……]

소일초도 서늘해 지는 가슴을 느끼면서 말했다.

허나, 그의 시선은 다시 석벽의 비사를 자세히 더듬기 시작했다.

 

<그들 기재들의 능력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총 칠십이 명의 이들 기재들……

그들은 우리 제팔대에 이르는 구마존이 마장탑에서 무려 팔백 년(八百年)의 세월에 걸쳐 수집된 수백 종의 마공들………이 엄청난 마공들을 그들은 자신들이 지닌 바 천재적인 두뇌로 새롭고 고강한 전혀 새로운 마공으로 통합해 가며 만들어가니……

그것은 실로 엄청나고도 거대한 작업이었다. 무림에 언제 이토록 많은 기재들의 힘이 한곳에 집결된 적이 있었던가?

무려 팔백 년의 세월에 걸쳐 난세마다 탄생한 최고의 무학들을 수집한 것에 그들의 두뇌가 결합되어……

그 작업은 무려 백 년의 세월에 걸쳐 진행이 되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우리 제팔대 구마존은 제구대 구마존을 점지하고 우리들의 모든 것을 넘겨 주었다.

우리의 모든 지식을 전하고……우리의 모든 무학마저 그들에게 전한 뒤의 그때……

오오……배반……배반이 이루어졌다.

불과 약관의 나이로 구마존으로 점지된 새로운 구마존이 일시에 배반을 한 것이다.

그 배반자들은 정통마교의 칠백 고수를 죽이고……그들을 동조한 정통마교의 삼백고수들을 이끌고 거기에 기재들이 만들고 있던 마교칠십이절기(魔敎七十二絶技)의 부본을 지닌 채……

오오……이 마의 성역(聖域)을 떠나니……

오오……이 어찌 분하지 않겠는가?

조천수(趙千手)……제구대 천마존 조천수……에게 정통마교의 모든 정령들이 저주를 내린다……저주를……>

 

소일초와 주소아의 낯빛이 무겁게 일그러졌다.

[조천수가 정통마교의 제구대 천마존이었다니……제기랄 칭찬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소일초가 주소아의 눈치를 살피며 중얼거린다.

조천수……

바로 등천마교주(登天魔敎主)로 주소아의 부모를 살해한 원수의 이름이 아닌가?

비록 그 대가로 처참하게 목숨을 바치고 등천마교의 멸망까지 가지고 왔지만……

그렇다면,

등천마교는 이곳을 배반하고 떠난 제구대 구마존의 무리들에 의해 탄생된 것이란 말인가?

그리고 분노한 천하제일인 혈기자의 손에 일제히 때죽음을 당했는가?

참으로 기가막힐 일이다.

배신을 하고 나간 그들이 불과 몇 십 년 되지도 않아서 시신조차 건사하지 못한채 처참하게 죽고 말았으니……

진정,

하늘은 인간의 모든 선악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고있단 말인가?

주소아는 망연한 표정인데……

소일초는 도무지 끝을 짐작할 수 없는 혈기자의 무공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정통마교의 배신자인 조천수 등의 등천마교 본단을,

혈기자는 단장(短杖) 하나로 하룻밤이 지나기 전에 몰살시켜 버렸던 것이다.

무려 이천칠백여 등천마교 본단의 인물들은 저항도 못해보고 일제히 머리가 터져나갔다는 것을,

소일초는 수없이 들었던 것이다.

(그들이 약했던가……아니면 혈기자의 무공이 진정 신과 같단 말인가? 무림사에 유래가 없는 진짜 반로환동을 한 분이니…… )

소일초는 자기의 무공에 자만할 수 없었다.

자기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구마존같은 고수들을 단 한 수에 죽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설사 일초무적의 검공으로 죽인다고 하더라도 어찌 조금의 반항조차 못하게 할 수 있겠는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주소아를 보았다.

[조천수……그가 우리 집안의 모든 행복을 앗아간 장본인이야……그자만 아니었으면……부모님도 돌아가시지 않으셨을 테고……할아버지도 숙백부들에게 혈겁을 일으키게 하지 않았겠지……그럼 그들도 할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았을 테고……나는 할아버지와 행복하게 살고 있겠지……]

주소아는 <조천수>라는 이름을 보면서 원한에 찬 중얼거림을 내뱉었다.

소일초가 그녀의 어깨를 당겨안으며,

점점 희미해져가는 글자를 다시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아아……이로써 정통마교의 천 년 안배는 모두 깨졌다.

허나 불행 중 다행히 배신자들은 마장탑에 들어 기재들의 손에 의해 완성됐을 마교칠십이절기를 탈취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미 그들의 배반을 예감했음인가?

칠십이기재들은 미리 마장탑의 모든 통로를 완벽하게 폐쇄해 버린 것이다.

결국 마장탑은 칠십이기재들의 무덤이 되고 말았으니……

어느 세월엔가……

그 어느 세월엔가……

누구든 마장탑에 드는 자 마교칠십이절기를 얻어 진정한 정통마교주가 되리니……

바라건데……

배신자들을 처단하고……

정통마교주로서 무림 위에 군림(君臨)하기 바라노라……>

 

소일초와 주소아, 그들은 더이상 글을 읽을 수가 없었다.

글이 끝난 때문이다.

[친구 미안하게 됐네……이미 배신자들은 씨도 남기지 않고 다 자네 곁에 갔다네……혈기자 그 젊은 형씨께 감사하게……]

소일초는 주소아를 웃기려는 듯 해학적으로 말했다.

주소아는 그의 말에 웃음을 띄면서 그를 밀쳤다.

[비켜봐! 어딘가에 옷이 있을 거야!]

[그대로가 더 좋은데……]

풍만하고 탄력있으며 우유빛이 어려있는 주소아의 알몸 아래위를 스윽 훑어보며 소일초가 말한다.

[색마……덩치가 클 때나 작을 때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 구나……]

과연,

주소아는 석전의 이구석 저구석으로 알몸으로 뛰어다니더니 두 벌을 옷을 찾아냈다.

[쳇, 여자건 없어. 기분이 찜찜하기는 해도 별 수 없지. 우리 이제 마장탑인가 하는 데나 가보자.]

옷을 재빨리 걸쳐입으며 주소아의 얼굴에 강려한 호기심이 피어올랐다.

그녀의 무공에 대한 관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무림에서 잡혀온 칠십이 명의 기재가 창안했다는 마교칠십이절기가 몹시 궁금한 것이다.

소림칠십이절기라면 몰라도 마교칠십이절기라니……

그녀의 관심은 이제 조천수 따위는 잊어 버리고 온통 마교칠십이절기로 가 있었다.

이때,

[우리 밖에 없는 데 옷은 무슨 옷이야. 지금이 가볍고 좋지……]

소일초가 이미 그녀의 성숙한 나신에 익숙해져 투덜거린다.

[너 때문에 옷을 입는 거야. 혹시 무슨 짓 하자고 달려들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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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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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

월동문이 있는 높은 담장.

그 담장 안쪽으로 난 길을 걸어가는 청풍과 냉혈마검작. 무애가 뒤따르고.

[!] 놀라는 청풍.

앞쪽에 건물이 한 채 있다. 정원과 연못으로 둘러싸인 건물. 헌데 그 건물 입구를 두 명의 여자가 지키고 있다. 바로 색목쌍교

청풍; (병서시 위상영소저의 호위들이다.) 위상영을 떠올리고

<저 여자들이 심우장에 있다는 건...> 색목쌍교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위소저는 심우장의 주인 선후와 관계가 있겠구나.)

덜컹! 끼이! 청풍과 냉혈마검작이 다가가자 말없이 양쪽에서 문을 열어주는 색목쌍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냉혈마검작. 건물 안에는 아무도 없다.

뒤따라 들어가는 청풍. 무애는 이번에도 문 밖에 남고

지나가며 색목쌍교에게 고개 좀 숙여 인사하는 청풍.

얼굴 발개지며 마주 고개 숙이는 색목쌍교

탁! 청풍과 냉혈마검작이 들어가자 밖에서 문 닫는 색목쌍교

<괄목상대라더니...> <불과 한 달만에 저런 성취를 이룬 인물은 고금을 통틀어도 없을 거야.> 문에서 손을 떼며 전음 나누는 색목쌍교. 무애는 한쪽으로 가서 서고 있고

 

#199>

덜컹! 밀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냉혈마검작. 청풍이 따라 들어오는데 두 사람 뒤로 계단이 보인다. 이 밀실이 건물 지하에 있는 지하실임을 보여주고

[!] 밀실 안으로 들어서다가 놀라는 청풍.

위상영; [어서 오세요 이공자.] 일어서서 청풍을 맞는 위상영. 그 옆에는 선후와 무산신녀가 앉아있다. 무산신녀는 원래의 아름다운 모습. 선후는 <자객일지>에 나온 온유향 캐릭터. 이 작품에서도 이름이 온유향. 나이는 마흔 살 전후. 여전히 젊고 아름답다. 세 여자 뒤로는 여러 개의 손잡이가 달린 긴 탁자와 그 탁자 너머에 크고 작은 모니터가 달린 벽이 있다. #192>에 나온 밀실이다.

청풍; (역시...) + [오랜만입니다 위소저!] 다가가며 포권하고. 그 뒤에서 냉혈마검작이 문을 닫고 있고. 세 여자와 청풍 사이에는 탁자가 하나 있고 의자도 두 개 있다. 탁자에는 다과가 차려져 있고

위상영; [화산 창천애에서 저 때문에 변을 당하신 줄 알고 얼마나 가슴 아팠는지 모르옵니다.] 애절한 표정으로 청풍을 보며 말하고

청풍; (진심으로 날 걱정했구나.) + [전화위복이었습니다.] 포권하고

청풍; [그날 오히려 기연을 만나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게 되었지요.] 포권하며 웃고

위상영; [그러셨군요. 정말 잘 되었어요.] 소매로 눈시울 닦고. 이어

위상영; [저의 어머니를 정식으로 소개드리겠어요.] 선후, 즉 온유향을 청풍에게 소개하고

온유향; [딸을 구해준 은인에게 여러모로 결례했어요.] 슥! 자리에서 일어나고. 무산신녀도 일어나고

온유향; [이 박복한 계집의 이름은 온유향(溫柔香)이라고 해요. 늦었지만 감사를 드리겠어요.] 허리 숙이고

청풍; [과례는 거두어주십시오. 소생은 그때 그곳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포권하고

온유향; [그리 말씀해주시니 고마워요.] 허리 펴고

무산신녀; (나이답지 않게 의젓하네.) 청풍을 보며 웃고

온유향; [실례지만 이공자께서는 어떤 고인께 사사(師事)하셨는지 들을 수 있을지요?] 청풍의 얼굴을 살피면서

청풍; (아직 정체가 확실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혼원동천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겠지.) + [저는 검성으로 불리는 분께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온유향; [검성!] 놀라고. 무산신녀와 위상영도 놀라고

[!] 청풍 뒤에 있던 냉혈마검작도 놀란다.

 

#200>

심우장이 내려다보이는 산봉우리. 독검사랑과 살접등이 있던 곳. 지금도 그곳에는 독검사랑, 살잡, 살패, 살영이 모여 있다. 살접이 세 사람에게 뭔가 이야기를 하는 모습

살영; [이청풍! 그 놈이... 그 놈이 죽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백일살신과 호각으로 싸울 정도의 고수가 되었다?] 경악과 불신

살접; [도중에 냉혈마검작이 나타나 결판을 내진 못했지만 백일살신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어요.] 끄덕

살영; [믿기지 않는군.]

살영; [그저 그렇던 애송이가 한 달도 안되어 천하십대고수(天下十大高手)에 들 정도의 고수가 되는 게 가능한 건가?] 불신과 경악.

살패는 말이 없고

살접; [독룡간 아래에서 무언가 기연을 만난 게 분명해요.]

독검사랑; [단주...] 처음으로 말을 하고

모두 독검사랑을 돌아보고

독검사랑; [단주를 만나봐야겠다.] [우리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살영; [우리가 받은 청부인데 우리 선에서 해결해야하지 않을 런지요?] 눈치 보며

독검사랑; [그래야겠지만... 우리 살인상단의 존망이 걸린 상황이다.] 고개 좀 젓고

독검사랑; [자신을 척살하려고 한 것이 살인상단인 것을 알고 있는 이청풍이 어떻게 나올 것 같으냐?]

살접; [우리들만이 아니라 살인상단 전체를 적으로 돌리고 복수를 하려하겠군요.] 신음을 흘리고.

살영과 살패도 심각한 표정이 되고

독검사랑; [우리들 손으로 이청풍을 척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다.] 고개 젓고

독검사랑; [단주에게 보고하고 처분을 받도록 한다.] 팟! 날아오르고

휘익! 휙! 그 뒤를 따라 날아가는 살접등

살접; (부단주님의 판단이 옳다.) 따라가며 생각하고

<아무래도 우린 건드려선 안되는 존재를 건드린 것 같구나.> 심우장을 등지고 날아가는 네 사람의 모습 배경으로 살접의 생각 나레이션

 

#201>

다시 심우장. 이제 심우장에서 도망쳐 나오는 무림인들이 많다. 부상자들을 부축하고 나오는 자들도 있고

심우장 안에는 수많은 무림인들이 함정에 걸려 죽어있다.

 

#202>

위상영; [검성께서 변을 당하시다니...] 탁자를 사이에 두고 청풍과 마주 앉아서 놀라고

무산신녀; [천하제일인께서도 결국 지존의 독수에 쓰러지셨구나.] 탄식

합장하며 기도하는 온유향

[...] 침통한 표정인 냉혈마검작. 청풍의 옆 조금 뒤에 의자를 놓고 앉아있다

청풍; [섭노야께서는 당신의 복수와 손녀의 안위를 제게 부탁하고 영면하셨습니다.] 엄숙하게 말하고

무산신녀; [강호가 혈세사패의 발호로 어지러워졌음에도 검성께서 수수방관하시는 게 이상하다 했더니 그런 변고가 있었네.] 한숨 쉬고

청풍; (우내사절중 여절(女絶)로 불리는 무산신녀...) 곁눈질로 보고

<술법으로 유명한 신녀문(神女門)의 전대 문주로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실제 나이는 백살에 가깝다던가?> 온유향에게 뭔가 말하는 무산신녀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날 객사로 안내했던 파파와 동일인이기도 하고...) 파파를 떠올리고

무산신녀; [그나마 검성께서 훌륭한 후계자를 남겨놓으신 게 강호를 위해서는 다행한 일이야.] 청풍을 보며 감탄

청풍; [저의 성취는 감히 섭노사의 후계자라는 말은 들을 수 없는 보잘 것 없는 수준입니다.] 고개 좀 숙이고

무산신녀; [겸손하기도 하지.] 웃고

온유향; [검성을 시해한 흉수의 정체를 이 계집은 알고 있답니다.]

청풍; [그렇습니까?] 놀라고. 모산신녀 흠칫! 하고

온유향; [지존은...] 말하려는데 + 무산신녀; + [선후!] 말리려 하지만

온유향; [괜잖아요 신녀.] 한숨 쉬며 고개 젓고

온유향; [이공자는 운명적으로 무림을 짊어져야할 동량이니 내막을 알아야만 해요.]

무산신녀; [예...]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의 무산신녀.

위상영도 소리없이 한숨 쉬고

청풍; (지존이 대체 누구기에 저런 반응들을 보이는 것인가?) 무산신녀와 위상영의 반응을 보며 놀랄 때

온유향; [섭노사를 시해한 지존은 이 계집의 지아비랍니다.]

청풍; (맙소사!) 경악하고. 하지만 눈만 좀 치뜨고 소리는 내지 않는다

한숨 쉬는 무산신녀.

고개 떨구는 위상영

청풍; (만악의 원흉이며 내가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지존이 위소저의 부친이었을 줄이야.) 그런 위상영을 곁눈질하고

온유향; [공자께서는 신선부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청풍; (혹시...) + [예!]

온유향; [지존은 바로 신선부의 당대 부주랍니다.]

청풍; (그럴 수가!) 경악

이하 나레이션

 

<신선부에서는 부주를 신존(神尊), 부주의 아내를 선후(仙后)라 부른다. 신선부를 개창한 시조가 여자인 신선낭낭이었던 영향으로 선후의 지위는 신존과 대등하다.> 단상에 나란히 놓인 의자에 함께 앉아있는 위극겸과 온유향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둘 다 화려한 옷을 입었다. 위극겸은 신선같은 복장이고 온유향은 선녀같은 복장이다. 두 사람 뒤에는 신선낭낭의 커다란 조각상이 서있다. 조각상의 높이는 5미터쯤이고.

***이하의 장면에서의 위극겸은 물론 진짜 위극겸이 아니고 위극존이 위장한 모습이다. 그래도 위극겸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는 위극겸으로 표기***

<신선부는 시조인 신선낭낭의 유훈(遺訓)에 의해 무림사에 개입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다만 숙적인 마귀동이 발호하면 최소한의 전력을 내보내 진압하는 것은 가능하다. 구대천마를 소탕할 때 흑백신귀만이 나섰던 것은 그 때문이다.> 위 장면의 연속. 장소는 높고 넓은 신전같은 건물 내부인데 위극겸과 온유향이 앉아있는 단상 아래쪽에 도사 차림의 남녀들이 죽 늘어서서 포권하고 있다. 의자에 앉아있다가 일어난 모습들인데 맨 앞 열에는 신선같은 노인들이 서있다.

<당대의 신존 위극겸도 신선낭낭의 유훈을 충실히 지켜왔다. 헌데 오 년 전, 모든 것이 일변했다. 중원에 들어갔다가 돌아온 신존이 돌연 무림에 대한 전면적인 개입을 선언한 것이다.> 의자에서 일어나 뭔가를 강변하는 위극겸. 옆의 의자에 앉아서 불안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온유향

<위극겸은 마귀동의 후손들인 혈세사패가 무림에서 암약하고 있으며 그 폐해가 깊고도 넓은 탓에 발본색원하려면 신선부의 전력을 모두 투입해야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열변을 토하는 위극겸의 모습. 사람들은 모두 의자에 앉아서 듣고 있다.

<신선부의 원로들 뿐 아니라 선후인 온유향도 위극겸의 주장에 반대했다. 신선낭낭의 유훈을 지켜야하며 혈세사패의 발호가 과연 그 정도로 위협적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은 때문이다.> 앞열에 선 노인들이 일어서서 뭔가 반박하는 모습

<하지만 위극겸의 주장은 완강했고 오랜 세월 세외(世外)를 벗어나지 못한 사실에 불만을 품고 있던 신선부의 강경파가 위극겸에 동조하며 세를 불려나갔다.> 노인들 뒤의 중년인들 몇 명이 일어나 노인들에게 뭐라 반박하는 모습. 화를 내며 돌아보는 노인들. 단상의 위극겸은 웃고 있고

<아직까지는 원로들이 주축이 된 온건파가 위극겸과 강경파를 견제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그 균형이 무너질지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일단 강경파가 온건파를 압도하면 신선부는 일거에 무림을 장악할 것이다.> 노인들과 중년인들이 삿대질을 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고. 그걸 단상에 앉아서 보는 위극겸과 온유향. 위극겸은 음산하게 웃고 있고 온유향은 미간을 모으고 있다.

 

온유향; [오 년 전부터 신존, 즉 이 계집의 남편은 수시로 강호로 나가곤 했어요.]

온유향; [의구심이 생긴 저는 몰래 남편의 뒤를 밟았고... 곧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게 되었답니다.] 한숨

청풍; [혈세사패를 조종하여 무림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는 장본인이 부군임을 알아내셨겠습니다.]

온유향; [그이는 이미 오래 전에 혈세사패를 장악한 사태였어요.] 끄덕이며 한숨

청풍; [혈세사패로 하여금 혈겁을 조장하게 하여 신선부가 세상으로 나올 명분을 쌓기 위해서겠습니다.]

온유향; [그뿐만이 아니랍니다.] 우울

온유향; [그이는 지존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무림을 암중에 장악해오고 있었어요.]

청풍; [지존회...]

온유향; [본래 그이는 누구보다 관대하고 공명정대한 성격이었어요.] 한숨

온유향; [그런 그이가 표변하여 천하를 지배하려는 야심을 품게 된 경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요.] 우울하게 말하고. 그때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혼원동천 앞에 무릎 꿇고 죽어있던 위극겸의 시체

청풍; (이 시점에서 혼원동천 앞에 죽어있던 인물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어째서일까?) 찡그리고

[...] 그런 청풍의 모습을 곁눈질하는 무산신녀

온유향; [남편을 설득하는 건 불가능했어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 남편의 야심을 저지할 방책을 마련하게 되었답니다.]

온유향; [딸과 함께 신선부를 나온 후 삼문육가의 지지를 얻어서 지존회에 맞설 호천맹(護天盟)을 결성한 거예요.] 자기 옆의 위상영을 돌아보며 청풍에게 말하고

청풍; (전설로만 전해지던 신선부 안주인의 권유였기에 삼문육가는 기꺼이 호천맹에 가입했겠지.)

온유향; [비록 호천맹을 결성하긴 했지만 신선부를 상대하는 것은 고사하고 혈세사패도 감당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에요.]

온유향; [그러던 차에 검성의 유지를 받든 이공자가 나타나신 것이 천우신조로 느껴지는군요.] 지긋이 보며 말하고

청풍; (내 도움을 원한다는 건데...) 난감

<아무래도 거절하기는 어려울 것 같구나.> 실내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203>

여전히 밤. 하지만 하늘에는 달이 떠있어 아주 어둡지는 않다. 심우장의 모습.

심우장 안 밖에는 이제 움직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함정에 빠져 죽은 시체들은 심우장 곳곳에 널려있다. 헌데

덜컹! 끼릭! 건물의 벽에 숨겨져 있던 문이 열리거나.

정원의 돌들이 움직이며 그 뒤에서 지하로 통하는 비밀통로들이 나타나고

그 비밀통로에 거지 차림의 개방 제자들이 나온다. 주변을 경계하면서

[얼추 끝났지?] [목숨 부지한 놈들은 전부 겁에 질려서 심우장 밖으로 달아났어.] [예상보다 빨리 상황이 종료되었군.] 대청 건물에서 나오는 거지들이 궁시렁 대고.

대청 앞에 수많은 시체들이 널려있고

[어리석은 놈들! 심우장이 어떤 곳인지 알고나 난입한 건가?] [죽음을 자초했으니 누굴 원망하겠나?] 혀를 차며 그 시체들로 가는 개방 제자들

[젠장! 이것들 때문에 우리만 할 일이 많아졌어.] [별 수 있나? 심우장의 관리는 우리 개방 몫이니 송장 처리도 해야지.] 궁시렁 대며 시체들을 옮기기 시작한다. 한 명이 양손으로 시체 하나씩 팔 다리를 질질 끌고 간다. 무너진 심우장 정문쪽으로

[그나마 이곳이 북망산인 게 다행이야.] [북망산에서는 시체를 아무 곳에나 버려도 되긴 하지.] [멀리 갈 거 없이 가까운 골짜기에 버리고 오세.] [버리기 전에 시체를 뒤져보면 짭짤한 부수입이 생길 게야.] [그게 송장 치워주는 보람이지.] 시체를 끌고 심우장을 나가는 개방의 거지들.

도처에서 거지들이 시체들을 끌고 정문쪽으로 온다. 대개 한명이 두 구씩

 

#204>

천장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슬이 박혀 있는 지하 통로. 그곳을 걸어오는 사람들. 선후가 앞장서고 그 뒤를 청풍이 따르고. 청풍의 뒤를 위상영과 무산신녀가 따라온다. 냉혈마검작은 보이지 않고

청풍; (이 통로...) 곁눈질

<좌우의 벽과 천장 뿐 아니라 바닥에도 공간이 있는 게 느껴진다.> 저벅 저벅 바닥을 걸어가는 청풍의 발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청풍; (기관장치가 설치되어 있다는 뜻인데...)

청풍; (허락없이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다가는 누구도 살아나지 못하겠구나.) 생각하다가 앞을 보고

막다른 곳. 두 쪽으로 이루어진 철문이 있고 철문 앞에는 한명의 노인이 의자에 앉아서 곰방대를 입에 물고 있다. <무쌍일지>등 다른 작품에 나오는 독천존 서래음 캐릭터. 이 작품에서도 독천존 서래음

청풍; (저 노인...)

<외양은 볼품없지만 측량하기 힘든 내공이 느껴진다.> 의자에서 일어나는 독천존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온유향; [수고가 많으세요 서(西)노사.] 공손하게 인사하고. 청풍의 뒤를 따라오던 위상영도 인사한다. 무산신녀는 고개만 까닥하고

독천존; [어서 오시오 선후.] 곰방대를 입에서 떼며. 시선은 청풍에게

온유향; [이공자를 소개시켜드리겠어요.] 청풍에게 돌아서며

독천존; [그 애송이 놈이 바로...] 눈 번뜩이며 청풍을 보고

청풍; (저 노인도 나에 대해 알고 있었군.)

온유향; [검성 섭노사의 후계자인 이청풍공자예요.] 청풍을 독천존에게 소개하고

청풍; [이청풍이라고 합니다.] 포권하고

독천존; [노부의 이름은 서래음(西來音)이다.] 청풍을 아래 위로 살펴보며 말하고

청풍; (서래음!) 놀라고. + [혹시 서노사께서는...]

온유향; [우내사절중 독절(毒絶)로 불리시는 독천존(毒天尊)이시랍니다.] 대신 소개하고

청풍; (역시...) + [후배가 오늘 독문(毒門)의 대종사를 뵙는 영광을 입었습니다.] 포권하고

독천존; [대종사는 무슨...] 코웃음

 

<-독천존 서래음! 자타가 공인하는 독공의 천하제일인이다. 정사 중간에 속하는 문파인 독성부(毒聖府)의 부주이며 우내사절중 한명으로 꼽힌다. 독성부의 독공이 구대천마중 반안독마에게서 유래했다는 풍문이 전해 내려오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다시 곰방대를 입에 무는 독천존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청풍; (결국 우내사절은 모두 선후의 휘하로 모였구나.) 독천존이 철문을 열려는 것을 보며 생각하고. 그때

독천존; [아이들은 바깥에서 벌어진 소동에 별 영향을 받지 않았소.] 끼익! 철문을 열어주며 말하고

온유향; [서노사께서 잘 보살펴준 덕분이겠지요.] 고개 조금 숙이며 철문으로 들어가고

독천존; [늙은이가 뭐 한 게 있겠소?] 옆으로 물러서며

청풍; (대체 이 안에 누가 있기에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독천존이 직접 지키고 있는 것일까?) 온유향을 따라 들어가고.

그런 청풍을 유심히 보는 독천존

무산신녀; <무리한 욕심은 부리지 않으시는 게 좋아요. 그 누구도 독점할 수 있는 놈이 아니니...> 웃으며 독천존 앞을 지나고. 위상영도 고개 조금 숙이며 지나가고

독천존; (무리한 욕심이라...) 문 안쪽으로 들어가는 청풍의 뒷모습 보며 생각하고

독천존; (무산신녀, 저 할망구가 뻔뻔하게 남 말을 하는군.) 곰방대를 입에 문채 눈을 좀 가늘게 뜨고

<자기야말로 이가놈을 후손들의 씨받이로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꿍꿍이를 꾸미는 주제에...> 청풍의 뒷모습을 할금거리는 무산신녀의 모습 배경으로 독천존의 생각 나레이션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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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二 章

 

          前死後殺

 

 

 

항산(恒山),

눈덮힌 항산의 산줄기를 탄 조그만 야산을 둘러싼 거대한 성(城),

대소전각의 수는 헤아릴 수 조차 없을 만큼 많은데……

눈으로 뒤덮혀 천지는 하얗게 빛나고 있다.

 

<청옥검궁(靑玉劍宮)>

 

성은 바로 청옥검궁이었다.

강북 무림을 장악하고 있는 검으로 우뚝 선 문파.

이곳은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화산에서 결전을 치룬 백인장과 청옥검궁의 최고수들이 이곳으로 함께 몰려든 것이다.

대전 앞에는 십여 개의 관이 놓여져 있고 비장한 신색의 사람들이 둘러서 있었다.

일순,

[피해가 얼마나 되느냐?]

창노한 음성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머리에는 관(冠)을 쓰고 몸에는 금포를 두른 노인(老人),

말에서 풍기는 위압감이 사위를 짓누른다.

바로 중원의 검신(劍神)이자 청옥검궁의 궁주인 검왕 이극송(李克宋)이었다.

[…………]

중년의 호쾌한 인상의 문사, 검왕자 이수군(李秀君)은 침중한 안색으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이극송이 답답함을 느끼면서 말을 바꾸어 물었다.

[데려간 호법들은 모두 죽었느냐?]

[……네……아버님……]

[무사(武士)가 피 속에서 죽는 것은 영광인데 무얼 그리 주저한단 말이냐? 천하의 검왕 이극송은 태산이 무너져도 흔들리지 않는다. 사람들을 쉬게 해라.]

이극송은 소매를 떨치며 돌아서 들어가 버렸다.

그러나,그의 노안에는 눈물이 어려 있었고 이빨을 굳게 악물고 있었다.

(삼수(三手) 이 놈들!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감히 본 검왕을 건드리다니……)

분노로 인해 몸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대전에서 팔을 싸안고 있던 이주용(李珠蓉)이 이수군에게 말했다.

[오라버니……저 때문에……미안해요. 저는 항상 집에 피해만 끼치군요……]

[너는 내 하나뿐인 여동생이고 나는 일초의 외삼촌이다. 아무말 말고들어가서 쉬어라.]

그가 이주용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백인장의 여러분께서도 내집처럼 편히 쉬십시오.]

살아남은 원로도객들이 읍하며 감사했다.

 

두 문파의 피해……

 

소일초를 살리겠다는 한가지 마음으로 이주용과 조예진,

그리고 이주용의 연락을 받은 검왕자 이수군이 일제히 고수들을 거느리고 화산 옥녀봉에 올라갔을 때,

결투 약속에 늦지 않았건만,

소일초는 보이지 않고 삼수가 진을 치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일초는 이틀전에 이미 변을 당했던 것이다.

삼수는 그들의 무공에 자신이 있었는지,

또한 두 문파의 고수가 함께 올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지 몇 명의 호위만 거느리고 있었다.

삼수의 가공할 무공……

그들은 소선풍을 기다렸으나 전혀 다른 일단을 고수를 상대로 끝없이 마공을 펼쳐냈고……

여태까지 한꺼번에 출동한 유래가 없는 백인장의 최고수들인 원로십팔도객,

그들의 가공할 도법만이 그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조예진, 이주용, 이수군, 어느 누구 고수 아닌 자 없었으나,

그들의 싸움에 끼어들 틈을 갖지 못하고 호위들만 처치했다.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 싸움의 주역은 원로십팔도객이었던 것이다.

수백년을 이어온 백인장의 최고 원로들……

평소 백인장 내에서 잔소리만 할 때와는 너무도 달라 보였다.

한사람 한사람의 도가 강함과 빠름과 변화를 모두 지니고 있었다.

서로가 전혀 다른 도법을 구사함에도 어떤 일관성을 갖고 있어서 마치 절묘한 절진처럼 삼수를 가두고 공격했다.

도광이 하늘을 충천하고 일도 일도에 바위가 쪼개지고 땅이 갈라졌다.

삼수의 마공또한 몰아치는 폭풍처럼 원로십팔도객을 공격했고……

호위들을 다 처치한 청옥검궁의 팔대호법(八大護法)과 이주용, 조예진, 이수군은 간담이 서늘했다.

특히,

이주용과 조예진의 놀람은 지대했으니……

잔소리 쟁이 영감들의 무공이 저렇게 가공할 줄이야……

그렇다.

백인장의 저력이야 말로 바로 그들이었던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만한 삼수(三手),

혈기자의 무공을 배웠고 기이한 마공을 보탠 그들도 십팔명의 도객들이 합공에 갇혀 당황하고 있었다.

예전의 소선풍과 대결할 때도 그랬다.

처음엔 경시했다가 도도 들지 않은 그를 합공을 하여서야 부상을 입힐 수 있었다.

백인장의 무공들은 마공과는 상극(相剋)인듯 했다.

그들의 강맹하기 짝이 없던 마공도 원로십팔도객의 도에는 종이짝처럼 찢겨나가는 것이었으니……

그러나,

삼수는 과연 강했다.

결국은 원로십팔도객의 합격을 꿰뚫고 말았다.

연로한 원로도객들은 근력에서 딸렸고……

그 틈이 오랫동안의 결투에서 은연중에 드러났던 것이다.

그들이 빈틈을 보이자 삼수는,

순식간에 십팔도객의 일부를 무너뜨리며 그들의 포위를 벗어났고……

그때부터 참혹한 살인이 다시 자행되었다.

먼저 청옥검궁의 팔대호법들이 제대로 반항도 해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고,

조예진과 이주용, 이수군 세 사람은 등을 맺대고 싸웠다.

삼수는 그들을 공격하고……

다시 그 밖에서 살아남은 원로도객들이 그들을 공격했다.

마침내,

시간이 더 길어 질수록 남는 것은 그들의 전멸이라는 것을 깨달은 원로도객들은 젊은 여주인들을 위하여 최후의 절초를 펼쳤다.

백인장의 도객들이 최후의 순간에 펼치는 마지막 도법……

 

<전사후살(前死後殺)>

 

그렇다 이름도 기괴한 전사후살이라는 도법이다.

말 그대로,

이 도법은 자기를 먼저 죽이고 후에 적을 죽이는 필사필살의 도법이다.

눈을 마주친 원로도객들 중 세 노인이 먼저 각기 삼수를 향해서 몸을 던졌다.

그런데 그들의 몸이 삼수에게 접근하자 빙글돌면서 오히려 등을 보였다.

전혀 엉뚱한 공격에 삼수가 흠칫하며 그들을 공격하는 순간,

팡------

팡------팡------

그들의 몸이 허공에서 폭발하면서 자욱한 피보라를 사위에 뿌렸다.

그 속에서 몸을 잃은 한 팔 들려진 세 자루의 도가 도저히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로,

기이한 마기를 뿌려내는 삼수를 찍었다.

윽---윽----

세 번의 비명이 들리며 삼수의 어깨와 다리가 도에 관통당하거나 스치면서 피가 튀었다.

그러나……

그들이 대경실색하면서 비명만을 터뜨리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어느새 다시 세 개의 던져져 오는 노인의 등……

똑같은 수법이나 피할 틈도 없다.

원로도객들은 등을 보였다 싶은 순간에 폭발하고 무서운 도가 다시 그들의 몸을 할퀴었다.

이렇게 자신을 먼저 죽이고 공격해 오는 것을 삼수는 본적이 없었다.

강호의 일반적이 동패구상의 무공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삼수가 급기야 몸을 빼어 치를 떨면서 도주했을 때,

백인장의 최고수들인 원로십팔도객은 어느새 원로칠도객으로 변해버렸다.

그들의 장렬한 최후에 아무도 말을 할 수 조차 없었다.

묵묵히 그들의 흩어진 살점을 분간없이 수습하며 주인잃은 도 만을 소중하게 챙길 뿐이었다.

시신을 보전한 두 원로의 모습도 조금도 낫지 않았다.

삼수의 극악한 마공에 격중되어 인간의 모습이라고 할 수도 없는 그들이었다.

힘 한 번 쓰보지 못하고 죽어버린 청옥검궁의 팔대호법의 허망한 죽음과는 함께 생각할 수 없는 원로도객들의 죽음……

상처를 싸매고 그들은 좀 더 가까운 청옥검궁으로 올 수 밖에 없었다.

 

삼성무림청은 그 정예의 대부분을 잃어버리고,

삼수마저 극심한 부상을 당하자 어디론지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무림에서 삼성무림청의 흔적은 다시 발견할 수 없었다.

소일초의 시신은 찾지도 못한 채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가는데……

 

× × ×

 

절지(絶地),

이곳은 완벽히 차단된 지하의 어느 곳이었다.

보이느니 사방은 물론 위까지 가로막은 검은 석벽이요,

자욱하게 깔려있는 구름같은 안개뿐이었다.

아니 그 지하의 공동(空洞) 한 곳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그리고,

그 안개 속에 마치 거대한 석순처럼 솟아있는 기이한 나무!

가지도 줄기도 입도 보이지 않고 마치 기둥처럼 위로 곧게만 자란 이상한 나무!

이 나무들의 굵기로 보아 족히 일천 년 이상은 자란 것이리라……

바로,

이 석순같은 나무의 숲에,

스스스스……

파도처럼 출렁이는 안개와 사기(邪氣)와 마기(魔氣)……

이것들은 마치 지옥의 한부분을 형성하는 귀화(鬼火)처럼 넘실대고 있었다.

도대체,

이곳은 어디란 말인가?

사방이 밀폐되었기에 인간이 근접할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분명한데……

한데 돌연,

이 기괴한 나무의 숲 한 곳에서 끊어질 듯 이어지는 미약한 신음과 낮은 울음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으으……으……]

[흑흑흑----]

신음과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곳,

그곳은 어느 나무의 뒤였다.

일견하기에,

그 나무는 다른 나무들과 확연히 틀린 것이었으니……

우선, 그 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엄청나게 컸다.

거기에다,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어둠속에서도 은은한 백색의 광채가 피어나고 있는 데다가……

마치 천상의 향기(香氣)인 양 신비롭기 이를 데 없는 향기마저 뿌려지고 있었다.

또한,

그 나무의 주위에는 무수한 작은 나무들이 땅에서 돋아있는 것이니……

바로,

그 신음과 울음소리는 이 나무의 벌어진 틈에서 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안에……

그렇다.

인간(人間),

두 명의 인간이 흰색으로 빛나는 나무 틈에 몸을 눕히고 있지 않은가?

한 사람,

전신(全身)은 피투성이였으며……

작고 탄탄한 몸에 귀엽기 그지없는 얼굴의……

소일초,

화산 옥녀봉에서 폭발과 함꼐 사라진 소일초가 바로 그가 아닌가?

그렇다면,

신음을 흘러내고 있는 그의 옆에 엎드려 울고있는 또 한 사람은……

하늘아래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소아가 아니고 누구겠는가?

어떻게……

어떻게 그들이 여기에 와 있단 말인가?

주소아가 눈물을 닦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이미 변신이 풀려 다시 어린 계집애의 몸으로 돌아간 그녀의 몸은,

산산히 찢어져 속이 여기저기 들여다보이는 풍덩한 옷 속에 파무쳐 있었다.

그녀는 소일초의 이마를 짚어보곤 안개가 자욱한 석동으로 나가 작은 연못으로 갔다.

한 입가득 물을 머금고 돌아와 다시 소일초의 입에 넣어주었다.

소일초의 낮은 신음소리가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데……

비틀거리는 그녀 역시 정상의 몸은 아닌 듯 했다.

[벌써 칠일 은 지나갔을 거야……그런데 일초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으니……]

그녀는 소일초의 얼굴을 닦아 손으로 쓸어주면서 폭발당시를 회상했다.

 

철검을 던져버린 소일초가 그녀를 안고 허공으로 몸을 뽑았지만 이미 늦었었다.

그들은 강렬한 폭발에 휘말려 석평과 함께 산정호수로 빠져들고 만 것이다.

폭발의 충격에 주소아는 칠공으로 피를 쏟았지만,

육척의 소일초가 안고서 보호하는 바람에 다른 외상은 그다지 입지 않았다.

그러나……

소일초는 온몸으로 바위와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냈으니……

금강지체인 그의 몸도 충격을 이기지 못하여 드디어 수중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소일초는 정신을 잃었지만 반대로 주소아는 물 속에서 더욱 정신이 맑아졌다.

그녀는 신기하게도 호흡의 지장을 전혀 받지 않았던 것이다.

물 밖에는 틀림없이 사진성,

그녀를 길렀던 세 사람 중의 사진성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빠르게 판단한 그녀는 소일초의 몸을 안고 가라앉는 거대한 바위를 잡고 물밑으로 내려갔다.

그러다,

한 줄기 수중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정신을 잃고 말았는데 바로 이 석동으로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폭발 때의 충격 때문인지 그녀의 내공은 산산히 흩어져 버리고 평범한 여자아이,

그것도 상처입은 여자 아이에 불과해져 있었다.

그녀에게 안겨있는 소일초도 다시 어린 소년이 되어 신음하고 있고……

그녀는 깨어났지만 소일초는 여전히 혼수상태에서 신음만을 내뱉고 있다.

몸은 한기를 느끼는지 덜덜 떨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녀 역시 물에서 강렬한 한기를 느끼고 손마저 담글 수 없을 정도였다.

그녀에게는 소일초의 입으로 물을 옮겨주는 것도 큰 고통이 아닐 수 없었다.

며칠이 지났는지도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녀가 숲을 여기저기 돌아다녔으나 희미하게 빛나는 이곳을 발견했을 뿐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극심한 허기로 인해 무엇이든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녀였다.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

한데,

향기……

지상의 향기가 아닌 듯 청아한 향기가 돌연 그녀 우울한 정신을 맑게 하며 어디선가 퍼져 나오는 것이 었으니……

오오……

이 향기는 나무의 머리 갈라진 틈, 바로 그들이 있는 곳의 한 쪽 구석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에서 부터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세상에,

조금 전에도 볼 수 없었던 이상한 꽃,

도대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 신비로운 꽃은 마치 버섯의 줄기를 가진 오직 한송이의 꽃이었다.

한데, 꽃은 아주 작은 버섯에 꽃을 꽂아놓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감히 눈이 부셔 마주 대할 수 없는 백색의 광휘!

오오……

보라!

이 거대한 나무의 몸체를 감싸고 돌던 은은한 백색 광휘는 바로 이 조그만 꽃에서 피어난 광채가 전해졌던 결과였던 것이다.

이 조그만 꽃에서 피어난 광채로 인하여 그 어마어마한 나무의 갈라진 틈이 은은한 광채를 뛰고 있었던 것이니……

지금, 꽃이 땅위에 올라온 지금,

희미한 어둠 속에 있던 석동의 주위 오십여 장이 이 광채의 영향권에 들었다면 그 광채가 얼마나 극렬한 것인지 짐작이 가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이 꽃은……

이 신비한 백광을 발하는 꽃은 분명 아득한 옛날 인간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존재 했다는 지송목(地松木)이라는 거목에 기생한다는 그 백송균화(白松菌花)가 분명하다.

다만 전설일 뿐이어서……

인간이 세상에 출현한 후에는 이미 사라져 버렸다는……

영원히 인간으로서는 볼 수 없다고 이야기 되어져 왔던 백송균화……

전설이 말하는,

 

-백송균화(白松菌花)!

 

이것은 땅의 정기를 빨아서 자라는 지송목(地松木)이란 고대에 존재했던 괴목에서 다시 그 정기를 훔치면서 자란다.

오직 만년(萬年) 이상을 자란 지송목에서만 서식하며……

또한,

이것은 평소에는 그 모습이 흙속에 존재하고 오직 은은한 백색 광채만 주위에 뿌려내고 있다가,

수 만 년에 한 번 모습을 바깥의 바람에 쐬일 뿐이었다.

하나,

그 모습을 드러낸 시각은 불과 일각(一刻),

그 일각이 지나면 다시 땅 속으로 스며들어 버리고 그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러다,

완전히 성장하여 꽃을 피우게 되면,

찬란한 백색 광채를 향기와 함께 사위에 뿌린 후,

먼지로 화해 사라지면서 사방으로 그 씨를 퍼떠린다.

이 백송균화의 영험함은 땅의 모든 축복을 훔친 것이다.

무공과는 전혀 상관없이 생명체의 본질을 전해주는 백송균화……

그러나,

신체의 구성을 생명의 영기로 가득차 주게 하는 것이니 땅위의 모든 생물들에게는 최고의 보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소아의 온 몸이 백송균화를 보면서 덜덜 떨렸다.

그녀가 백송균화를 알아본 것이다.

인간으로서 백송균화를 본 최초이자 마지막 사람이 될 그녀였으니……

그 장엄한 광경에 몸을 떨지 않을 수 없었다.

향기,

이 백송균화의 향기가 더욱 짙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백송균화에서 발산되는 백색 광휘가 더불어 찬란해지니……

천지만물은 일시에 이 향기와 광채로 젖어 들어갔다.

그런데 ,

그 향기에 따라 여태 혼수상태에 빠져 들어 있던 소일초의 정신도 그만큼 맑고 뚜렷해지고 있었으니……

지금 이 순간, 소일초는 최초의 의식이 찾아들기 시작했고,

그 의식은 극심한 허기로 이어졌다.

[소아……배가 고파……]

주소아가 백송균화에 넋이 빠져 있다가 펏득 정신이 들었다.

소일초가 신음을 멈추고 힘없이 눈을 뜨고 있지 않은가?

그녀가 격동을 감추지 못하고 소일초를 얼싸안았다.

[우린 살았어……우린 살았어……]

 

세상 인간에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백송균화는 나오자마자 두 남녀의 입으로 나누어져 들어가고 말았다.

순식간에 땅의 축복을 훔친 꽃 백송균화는 소일초와 주소아의 전신에 빠르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남녀는 서서히 정신을 잃고 말았다.

도대체 하늘은 어쩔려고 이 골치 아픈 소년소녀에게 백송균화를 안배했단 말인가?

어쩌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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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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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콰직! 백일자객 한명의 허리를 끌어안아서 으스러트리는 장평가람. 장평가람의 거대한 몸에 안긴 백일자객의 몸이 왜소해 보인다. 백일자객이 쓴 복면에는 <三十九>라 적혀 있고 무기는 검이었다. 검은 특이하게 양쪽 칼날이 톱날처럼 생겼다. 뾰족한 부분이 손잡이쪽으로 휘어진. 호치검이라는 것인데 장평가람의 옆구리에 반쯤 박혀있다.

[끄아악!] 늑골과 허리뼈가 부러져 비명 지르는 삼십구살주

콰직! 양손으로 또 다른 백일자객의 머리와 잡고 허리를 잡아 당기는 장천가람. 그 백일자객이 쓴 <四十>이라는 숫자가 적혀있다. 그자의 무기는 칼이었지만 부러져서 발치에 떨어져 있고

[제... 제발...] 우직! 머리통이 깡마르고 커다란 장천가람의 손아귀에 잡힌 채 애원하는 사십살주.

[끄륵...] 목에 날카로운 손톱이 다섯 개 박힌 채 복면 아래로 피를 흘리는 백일자객. 그자가 쓴 복면에는 <四十一>이란 숫자가 적혀있다. 그자의 무기는 철퇴였는데 바닥에 떨어져 있다. 그자의 목에 손톱을 박아 넣은 건 어린애같이 작은 정지가람이다.

호요희; [잘했어요!] 짝짝 박수치고. 호요희와 장역삼흉이 있는 곳은 건물들 사이의 공터터다. 공터 여기저기 무림인들의 시체가 널려있고

호요희; [역시 세분 활불의 신공절기는 적수가 없네요. 감탄했어요.] 눈웃음치며 교태를 부리고

장평가람; [아미타불! 당연한 말을 하시는구만.] 슥! 안으로 모으고 있던 두 팔을 풀고. 그러자

스륵! [끄윽!] 장평가람의 품에 안겨있던 삼십구살주의 몸이 허물어지고

털썩! 장평가람의 발치에 쓰러지는 그자의 몸뚱이

장천가람; [크왁!] 콰직! 사십살주의 머리를 몸에서 뜯어내는 장천가람. [컥!] 비명 지르며 죽는 사십살주

장지가람; [실망이야.] [머리통이 별로 예쁘지 않아.] 펑! 다른 손으로 사십일살주의 가슴을 강하게 지고. 우직! 사십일살주의 가슴이 으스러지고

콰당탕! 나뒹구는 사십일살주의 시체

호요희; [고마워요 활불님들!] [덕분에 저는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심우장의 안채채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어요.] 간드러지게 인사하며 다가오고

장평가람; [고맙긴...] 팟! 몸에 박혀있던 호치검을 뽑는다. 호치검은 상당한 보검으로 묘사. 하지만 그것이 박혔던 장평가람의 몸에는 상처가 나지 않았다.

장평가람; [시주가 우리에게 극락을 경험하게 해준 대가일 뿐이야.] 퍽! 호치검을 내리쳐서 삼십구살주의 배에 박히게 하고

삼십구살주; [컥!] 배에 호치검이 박히며 퍼덕

호요희; [어머나! 아직 삼도천을 건너지 않으신 건가요 삼십구(三十九)살주님?] 그걸 보며 웃고

삼십구살주; [호... 호요희!] 늑골과 척추가 부러지고 배에 호치검이 박힌 모습으로 벌벌 떨며 호요희를 보고

삼십구살주; [네... 네년이 왜 이런 짓을...] [우리 백살파와 네년의 쾌활림은 함께 지존회에 속해있거늘...]

호요희; [함께 같은 소리 한다.] 콱! 굽이 있는 꽃신 신은 발로 삼십구살주의 가슴을 강하게 밟고

[컥!] 복면 속에서 피를 토하며 퍼덕이는 삼십구살주

호요희; [지금이야 어쩔 수 없이 지존회라는 울타리에 갇혀있지만...] [결국 혈세사패는 하나가 남을 때까지 싸워야하는 사이야.] 콰직! 발을 비벼서 삼십구살주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꺽꺽 대며 벌벌 떠는 삼십구살주

호요희; [당연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대의 전력을 약화시켜야만 해.] [그런데 운 나쁘게 네놈들이 내 눈에 띤 거고...]

호요희; [심우장에서 네놈들을 죽인 범인이 나라는 걸 누가 알겠어?] 콰직! 발을 더 강하게 밝고

삼십구살주; [좋... 좋아하지 마라!] [백... 백일살신께서... 반드시 우리의 복수해주실 것이다!] 피를 토하며 악을 쓰고

호요희; [그래 그래. 희망을 품고 죽는 게 그나마 마음 편하겠지.] 콰직! 삼십구살주의 가슴을 강하게 밟고

[컥!] 퍼득! 몸을 퍼덕이던 삼십구살주는

털썩! 늘어지며 죽는다

호요희; [심우장에 몇 놈이나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백살파와 지옥갱의 인간들은 보는 족족 죽여 없애야지.] 발을 삼십구살주의 시체에서 떼고. 그때

[!] [!] [!] 무언가 느끼고 일제히 한쪽을 돌아보는 장역삼흉

호요희; [물론 선후라는 년을 죽일 수 있으면 금상첨화...] 말하다가 흠칫하고

비로소 장역삼흉이 한쪽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호요희

호요희; (장역삼흉이 극도로 긴장하고 있어!) + [왜 그러시나요?] 장역삼흉이 보는 쪽을 보고

호요희; [저기 뭐가 있기에...] + [흑!] 기겁하며 비명 지르고

쿵! 건물 그늘에 누군가 뒷짐을 지고 서있는데 눈빛이 강렬하다.

호요희; (설... 설마 백일살신?) 주춤! 소름이 오싹 돋아 장역삼흉 뒤로 숨으려 하는데

청풍; [못 볼 걸 봤군.] 슥! 그늘에서 나오는 청풍.

호요희; [너는...] 기겁

청풍; [인간이 얼마나 악랄해질 수 있을지 네년을 통해서 실감하게 되는구나.] 살벌한 표정으로 나오고

호요희; [이... 이청풍!] [네놈이 어떻게 여기에...] 뒤로 주춤

청풍; [그건 알 거 없고...] 슥! 손을 내밀어 삼십구살주의 시체를 겨누고. 그러자

움찔! 삼십구살주의 배에 박혀있던 호치검이 움직이더니

팟! 그대로 날아가 청풍의 손에 잡힌다.

청풍; [세상을 위해 네년이 더 이상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해주겠다.] 쩡! 호치검에서 칼날 같은 섬광이 1미터쯤 빠져나온다.

호요희; [죽... 죽여요!] 고함

[!] [!] [!] 눈 번뜩이는 장역삼흉

호요희; [저 새끼를 찢어 죽여줘요. 그럼 세분이 원하는 무슨 짓이든 할 테니...] 악을 쓰고. 그러자

장평가람; [그 약속 잊지 마라.] 화악! 거대한 몸을 날려 청풍을 깔아뭉개려 하고

장천가람; [크아!] 화악! 긴 팔을 확 뻗어 청풍의 목을 쥐려 하고

장지가람; [같이 발가벗고 놀아주면 돼!] 팟! 원숭이처럼 튀어오른다. 양손에서는 손톱이 길게 자란 상태로

화악! 산같이 덮쳐오는 장평가람의 몸뚱이

펑! 왼손으로 장풍을 날리는 청풍.

쾅! 강력한 장풍에 맞아 가슴이 푹 들어가며 허공에서 멈칫하는 장평가람. 그때

화악! 장천가람의 거대한 손이 청풍의 머리를 움켜쥐려 하고. 이미 청풍의 머리 위에 이르렀다. 하지만

스악! 호치검이 그어지자 그자의 팔이 잘리고

장지가람; [끼요옥!] 청풍에게 달라붙으려 하고. 하지만

콱! 이미 장지가람의 목을 움켜쥐고 있는 청풍의 왼손

장지가람; [끄아아악!] 목이 잡혀 비명 지르고

호요희; (장... 장역삼흉을 저렇게 간단히...) 경악하는 그년 앞으로 콰당탕! 장평가람의 풍선 같은 몸뚱이가 나뒹굴고. 그때

쾅! 장천가람의 다른 손이 청풍의 왼팔을 내리친다. 수도로.

움찔! 충격 받고 장지가람의 목을 쥔 손이 풀리고

정지가람; [컥!] 목이 풀려나 바닥에 나뒹굴고

쩍! 입을 크게 벌려 청풍의 머리를 물어뜯으려 하는 장천가람. 동굴처럼 변하는 그자의 입 안에는 날카로운 이빨들이 나있다. 하지만

스윽! 호치검을 아래에서 위로 그어 올려 검강으로 장천가람의 사타구니에서 머리까지 단번에 갈라버리는 청풍

장지가람; [아... 안돼!] 떼그르르 뒤로 굴러가면서 그걸 보며 비명 지르고

쩌억! 둘로 갈라지는 장천가람의 몸뚱이

호요희; [흑!]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장평가람; [장천!] 그년 앞에서 일어나며 비명

퍼억! 둘로 쪼개진 장천가람의 몸뚱이가 바닥에 나뒹굴고.

장평가람; [으아아아!] 펑! 공처럼 튀어올라 청풍을 덮치는 장평가람

호치검을 다시 내리며 돌아보는 청풍. 청풍에게 구름덩이처럼 덮치는

장평가람; [장천을 살려내라 중생!] 화악! 거대한 몸뚱이로 청풍을 덮치며 양팔로 끌어안으려 하고.

콰앙! 청풍은 피하지 못한 듯 장평가람의 거대한 몸에 깔린다. 장평가람의 몸이 너무 거대해서 청풍의 몸이 완전히 가려지고

호요희; (해... 해치운 건가?) 주먹 불끈.

장지가람; [잘 했어요 장평사형!] 환호하며 일어나고. 하지만

[끄윽!] 주르르! 눈을 까뒤집는 장평가람의 입과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장지가람; [사형! 왜 그래요?] 비명 지를 때

퍽! 퍽! 장평가람의 등으로 뚫고 나오는 검의 형상들. 그 때문에 장평가람은 고슴도치가 된 것 같고.

호요희; [흑!] 기겁

장지가람; [검... 검벽신공!]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치고

호요희; (검벽신공! 그러고 보니...) 역시 경악할 때

펑! 장평가람의 몸이 어떤 힘에 의해 뒤로 튕겨져 나오고. 그에 따라 그자의 몸을 궤뚫었던 검의 형상이 빠져나가며 피가 여러 군데에서 뿜어진다

텅! 하늘 보는 자세로 쓰러진 장평가람의 시체

쿵! 그 뒤에서 왼손을 내밀어 장평가람을 밀쳐낸 자세로 서있는 청풍. 호치검을 든 오른손은 내리고 있고. 헌데 청풍의 몸이 수많은 검의 형상에 덮여있다.

장지가람; [검성! 네놈은 검성 섭장천의 제자였구나!] 팟! 비명 지르며 공처럼 높이 튀어오르고. 이어

장지가람; [으아아아!] 쐐액! 비명 지르며 멀리로 날아간다

호요희; (맙소사!) 뒤로 비칠하며 사색

호요희; (어린놈이 믿기지 않게 강하다 했더니 고금제일검이라 불리는 검성 섭장천의 제자였다.) 팟! 역시 날아오르고. 하지만

청풍; [네년은 가지 못한다.] 징! 내밀었던 왼손을 호요희에게 겨누고. 내민 손바닥이 진동한다. 그러자

펑! [악!] 비명과 함께 청풍에게 딸려오는 호요희의 몸뚱이

콱! 날아온 호요희의 목을 움켜잡는 청풍의 왼손

호요희; [끄윽!] 우둑! 목이 조여지며 눈을 까뒤집는 호요희

청풍; [나는 아무리 악독해도 계집은 죽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었다.] 슥! 오른손의 호치검으로 호요희의 허리띠를 가른다. 허리띠에는 뇌화룡의 가죽 주머니가 걸려있고

털썩! 허리띠와 함께 가죽 주머니는 바닥에 떨어지고

청풍; [하지만 네년의 악행을 거푸 목격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우둑! 호요희의 목을 쥔 왼손에 힘을 넣고.

호요희; [제... 제발... 끄윽!] 눈물 콧물 흘리며 애원하고

청풍; [네년같은 악인을 한시라도 더 살려두는 것은 세상에 죄를 짓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살벌

호요희;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필사적으로 애원

호요희; [다시는... 다시는 사람을 해치지 않을 게요. 그러니 목숨만은...] 두 손 모아 싹싹 빌며 애원하고

청풍; (마음이 약해지면 안된다.) + [빌어도 애원해도 소용없다!] 독한 마음을 먹고

청풍; [네년이 개과천선하는 것을 믿을 바에는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는...] + [!] 멈칫! 말을 멈추고.

호요희; (왜...) 헐떡이면서도 의아. 그때

청풍; [이런 이런...] 혀를 차며 한쪽을 돌아보고

청풍; [아무래도 오늘밤의 주빈께서 등장하신 것 같군.] 휙! 목을 쥐고 있던 호요희의 몸뚱이를 옆으로 던진다.

호요희; [컥!] 털썩! 나뒹굴고

호요희; (오늘밤의 주빈이라면 설마...) + [컥! 컥!] 목을 잡고 컥컥 거리며 일어나면서 청풍이 보는 쪽을 본다. 그러자

쿵! 건물 그늘에 흰옷을 입고 가면을 쓴 사람이 유령같이 서있는 게 보인다. 바로 백일살신. 겉으로 보이는 무기는 없다.

호요희; (백... 백일살신!) 숨이 턱 멎는 표정

슥! 그늘에서 나오는 백일살신

청풍; (숨이 막히는 위압감...) 긴장

청풍; (의심의 여지도 없이 강호에 나온 후 만난 인물들 중 최강자다. 우내사절에 속하는 독두신개조차 능가하는...) 그때

백일살신; [...] 장역삼흉의 손에 죽은 백일자객들의 시체들을 쓸어보고

백일자객들의 시체

호요희; (위... 위험해!) 역시 장역삼흉의 손에 죽은 백일자객들의 시체들을 곁눈질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호요희; (내가 백일자객들을 죽인 걸 알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 [파... 파주님!] 백일살신에게 기어가며 외치고

돌아보는 백일살신

호요희; (선수를 쳐야만 해!) + [저 자예요!] 손으로 청풍을 가리키고

호요희; [저자가 백일자객들을 죽인 후 호치검을 빼앗아 저의 방수들인 장역삼흉까지 죽였어요.]

청풍; (뭐라?) 어이없다가

손에 들린 호치검을 보고

청풍; (이거 완전히 덤터기를 쓰게 된 상황이로군.) 쓴웃음 지을 때

백일살신; [이름을 말하라.] 살벌하게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구차하게 변명을 할 순 없지.) + [이청풍이오.]

백일살신; [이청풍... 이청풍...] 청풍에게 다가오고

백일살신; [좋다. 본좌의 생사부(生死簿)에 그 이름은 확실히 올려놓았다.] 쩡! 쩡! 양쪽 소매 속에서 <울버린>의 갈쿠리 같은 것들이 튀어나온다. 손등 위로 빠져나오는 모습이고. 사용법도 <울버린>처럼 쓴다.

청풍; (저 칼날들...)

<내공을 결정화시킨 검강인데 실제 칼처럼 보인다.> 지지징! 진동하는 백일살신의 갈쿠리를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청풍; (저 정도로 검강을 응축시켰다면 얼마나 날카로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징! 호치검을 검감으로 씌우며 준비를 하고

백일살신; [목숨 빛을 받겠다.] 슥! 앞으로 걸음 옮기고

청풍; [이름을 들었으면 자기 소개를 하는 게 예의 아니오?] 슥! 청풍도 검을 쳐들며 말하고

백일살신; [남들은 본좌를 백일살신이라 부른다.]

청풍; (백일살신!) 눈 부릅 뜨고

그런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섭장천이 죽어가며 말하던 장면. #113>의 장면

 

섭장천; [노부의 목숨은 대략 열흘쯤 남았다.]

섭장천; [그 사이에 노부의 절대삼검(絶代三劍)을 전수 받아서 지존을 죽이고 혈세사패를 세상에서 없이해라!] 강렬한 표정

회상 끝

 

청풍; (백일살신!) (검성 섭노사를 시해하는데 가담한 혈세사패중 백살파의 파주!) 쿠오오! 몸에서 살기가 치솟고

호요희; (,저... 저 놈의 살기가 갑자기 강해졌어.) 목을 쥐고 비틀거리며 일어나며 놀라고 겁에 질려 청풍을 보고

백일살신; [...] 백일살신의 눈도 번득이고

청풍; [드디어... 드디어 내가 귀하를 만나게 되었군.] 징! 검강으로 덮인 채 진동하는 호치검으로 백일살신을 겨누며 음산하게 웃고

백일살신; [네놈... 본좌에게 원한이 있느냐?]

청풍; [그 원한이 무엇인지는 염라대왕에게 들으시오.] 쩡! 쩌정! 몸에서 다시 검의 형상들이 마구 돋아나고

백일살신; (,검벽신공?) 슥! 놀라면서도 청풍에게 다가서고

청풍; [오늘 우리 둘 중 한 사람은 반드시...] + [!] 말하다가 눈 부릅

스악! 이미 청풍의 앞에서 갈쿠리를 내리긋고 있는 백일살신

청풍; (움직이는 게 보이지 않았다!) 슥! 생각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옆으로 움직이며 호치검으로 막는다. 하지만

스악!! 갈쿠리가 스치면서 호치검이 그대로 잘린다.

청풍; (이런...) 팟! 뒤로 훌쩍 물러서고

호요희; (백일살신의 상심인(傷心刃)이 이가놈의 호치검을 간단히 잘라버렸다. 검강으로 덮여있었는데도...) 놀라고 흥분하고.

청풍; (저자의 강인(罡刃), 상상 이상으로 날카롭다.) 휘익! 멈춰서는데

스윽! 이미 다시 다가와 갈쿠리를 긋고 있는 백일살신

청풍; (피하긴 늦었고...) (능파미보!) 화악! 깃털처럼 변해 뒤로 밀려가지만

스윽! 청풍의 몸을 많이 밀어내지 않고 파고 드는 백일살신의 갈쿠리

청풍; (강인이 능파미보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고 파고 든다.) 쩡! 잘려진 호치검으로 사력을 다해 쳐내려 하고

쩍! 이번에도 간단히 잘리는 호치검. 그래도

멈칫! 잠깐 멈추는 갈쿠리

청풍; (이틈에 공격권에서 벗어나야한다.) 팟! 뒤로 다시 날아가려 하지만

스윽! 반대쪽의 갈쿠리가 허리춤으로 파고든다. 용봉철적을 꽂고 있는 쪽이다.

청풍; (이건 피할 수 없겠는데...) 몸을 돌리면서 허리춤에 꽂고 있던 용봉철적을 뽑는 자세로 피하고

호요희; (저 괴물이 드디어 죽는다.) 주먹 꽉. 복잡한 표정. 그때

청풍; (용봉철적이 막아주지 못하면 허리가 잘리겠군.) 스악! 용봉철적을 뽑으면서 몸을 돌리고. 직후

캉! 불꽃이 튀며 용봉철적이 호요희의 갈쿠리를 막았다.

청풍; (용봉철적이 견디어 냈다.) 휙! 날아가고

백일살신; [!] 놀라며 멈춰서고

휘릭! 백일살신과 5미터쯤 거리를 두고 내려서는 청풍. 오른손에 용봉철적을 든 채

호요희; [푸하!] 참았던 숨을 확 토하고

호요희;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었어.) 놀라고

호요희; (,하여간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다. 하다하다 이제는 최고의 살수인 백일살신과 호각으로 싸우기도 하고...)

백일살신; (본좌의 상심인을 막은 저 놈의 피리는 혹시...) 눈 번뜩

<용봉철적?> 징징! 진동하는 용봉철적을 배경으로 백일살신의 놀람 나레이션

청풍; (칠성보도를 쓰는 십삼살주와의 일전에 이어 또 한 번 용봉철적의 덕을 보았다.) 징징! 진동하는 용봉철적을 보며 생각하고. 그런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98>에서 심삼살주의 칠성보도를 용봉철적이 막아내던 장면이다.

청풍; (결국 옥령이가 내 목숨을 두 번이나 살려준 셈이로구나.) 벽옥령을 떠올리고. 헌데 그때

백일살신; [용봉철적...] 중얼거리고

흠칫! 하는 청풍

백일살신; [정말 용봉철적이로구나.]

청풍; [이 피리를 아시오?]

백일살신; [그걸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말해라. 그럼 살려줄 수도 있다.] 갈쿠리로 겨누며 다가오고

청풍; (용봉철적에 내가 모르는 비밀이 있구나.) + [그럴 생각없소.] 징! 내미는 용봉철적이 진동하고

청풍; [내 목숨을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 가 보시오.] 쩡! 용봉철적에서 빛이 1미터쯤 뻗어나간다

호요희; (피리로 검강을 일으키네.) 놀라고

백일살신; [지금 그 말을 후회하게...] + [!] 말하다가 멈칫! 하고

호요희; (왜 저러지?) 놀랄 때

슥! 청풍도 쳐들었던 용봉철적을 내리며 한쪽을 본다. 백일살신도 그쪽을 보고 있고

쿵! 건물 사이에 서있는 냉혈마검작. 냉혈마검작의 뒤에는 긴장한 표정인 무애가 서있고

호요희; (냉혈마검작!) 겁에 질려 사색이 되고

청풍; (누군지 모르지만 풍기는 예기의 날카로움이 백일살신보다 그리 아래가 아니다.) 묵묵히 냉혈마검작를 보고.

냉혈마검작의 뒤에 서있는 무애.

청풍; (무애스님을 동행한 걸 보면 적은 아닌데...) 생각하고

침묵. 서로를 보며 삼각형으로 대치하고 있는 청풍과 백일살신와 냉혈마검작.

호요희; (좋... 좋지 않아.)

호요희; (이청풍 저 괴물에다가 검성에 이어 천하제이검(天下第二劍)으로 불리는 냉혈마검작까지 가세하면 백일살신이라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 사색이 될 때

츳! 츳! 백일살신의 양쪽 주먹에서 뻗어나온 갈쿠리들이 도로 들어간다.

청풍; (싸울 생각을 접었군.) 좀 안도할 때

백일살신; [오늘은 이 정도로 끝내는 게 좋겠군.] 청풍과 냉혈마검작을 보고

말이 없는 냉혈마검작과 청풍

백일살신; [다음을 기약합시다 냉노사!] 휘익! 날아오르고

호요희; (같이 빠져나가야만 해.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어!) 휘익! 따라서 날아오르고

곧 멀리 사라지는 백일살신과 호요희

청풍; (최초의 고전...) 사라지는 백일살신을 보며 생각하고

청풍; (역시 혈세사패의 패주는 결코 가벼이 볼 상대가 아니다.)

청풍; (섭노야의 복수를 해드리려면 더욱 가열차게 수련을 해야겠구나.) 냉혈마검작에게 돌아서고

무애; [아버지! 오늘 백일살신을 살려 보내지 말았어야하는 게 아니었을지요.] 아쉬운 표정으로

냉혈마검작; [죽이려면 죽일 수도 있었겠지.] 자신에게 다가오는 청풍을 보며. 청풍은 용봉철적을 허리춤에 꽂으며 다가온다.

냉혈마검작; [하지만 저 젊은이와 애비 중 한명은 백일살신과 함께 죽었을 것이다.]

무애; [아!] 깨닫고

청풍; [이청풍이 신세를 졌습니다. 감사합니다.] 포권하고

냉혈마검작; [신세라면 노부가 졌지.] 마주 포권하고

냉혈마검작; [자네가 누군지는 알고 있으니 노부의 소개를 함세.] [노부의 이름은 냉막(冷莫)이라고 하네.]

청풍; (냉막!) 놀라고

청풍; (이분이 바로 검성 섭노사에 이어 천하제이검으로 불리는 냉혈마검작이로구나.) + [후배가 냉노사를 뵙습니다.] 포권하고. 헌데

 

#195>

[!] 경악하는 살접.

살접은 접전이 벌어진 곳과 좀 떨어진 곳의 건물 뒤에 숨어있다.

살접; (맙소사!) 전율.

<복우산 독룡간 아래로 추락했던 이청풍이 살아있었다!> 냉혈마검작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살접의 놀람.

살접; (살아있을 뿐 아니라 백일살신과 호각으로 싸울 수 있는 고수가 되었다.) 식은땀 흘리고

살접; (대체 독룡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겁에 질려 뒷걸음질하며

살접; (빨리... 빨리 이청풍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부단주님께 보고해야한다.) 돌아서면서 품속에서 작은 피리를 하나 꺼내고

살접; (자칫 우리 살인상단이 문을 닫아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졌으니...) 그 피리를 입에 물고 달린다.

삐익! 삑! 건물 사이를 달리면서 피리를 부는 살접

 

#196>

[!] 어느 건물 지붕의 그늘 진 곳에 숨듯이 앉아 있다가 놀라는 살영. 삐익! 삑! 멀리서 들리는 피리소리

 

정원 사이에 난 길 중앙에 서서 양손으로 무림인들의 목을 움켜쥐어 죽이고 있던 살패도 흠칫! 하며 돌아본다. 주변에는 여러 명의 무림인들이 죽어있는데. 삐익! 삑! 어디선가 들리는 피리소리

 

인적 없는 건물들 사이에 서서 고개를 좀 돌리는 독검사랑. 삐익! 삑! 역시 다급한 피리소리가 들리고

독검사랑; (지급으로 이탈하자는 신호...)

독검사랑; (살접이 뭔가를 알아냈구나.) 돌아서서 걸어가며 눈 번뜩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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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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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一 章

 

            같은 수법에 당하다.

 

 

여명,

아침의 여명 속에 화산의 옥녀봉은 그 장엄한 위엄을 드러냈다.

천야만야의 절벽이 억 년(億年) 이끼를 드리운 채 깔아 내리질러진 옥녀봉의 정상!

바로,

이 옥녀봉의 정상에 칼로 반듯이 자른 것 같은 방원 오십여 장의 석평(石平)이 놓여 있었다.

석평의 옆에는 깊이를 알 수 없다는 산정호수(山頂湖水)가 이 추운 겨울에도 얼지 도 않은 채 시퍼렇게 넘실대고 있다.

스으으으……

짙은 운무가 허리를 휘감고 도는 데,

두 사람의 남녀……

바로 소일초와 주소아가 석평의 한 편에 서 있었다.

어제밤,

옥녀봉의 중턱에서 밤을 지새고 날이 채 밝기도 전에 정상으로 올라온 것이다.

지금, 소일초는 주소아의 가슴에 비스듬히 머리를 뭍고 서 있다.

결투는 아직 이틀이 남았다……

십 세의 어린 소년으로……

상대가 혈기자의 세 제자라는 사실을 알아낸 후 단신으로 도전한 천하의 당돌한 꼬마 신행마동 소일초,

어른의 모습으로 변신한 후에도 짖궂은 기색을 감출 수 없었던 소일초의 얼굴에,

지금은 진지한 표정이……

자욱한 안개마냥 드리워져 있었다.

하기야……

이 하늘 아래 어떤 자가 이 신행마동의 조그만 가슴에 담겨진 기상천외한 생각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 희고 정기가 가득한 얼굴에 아주 다른 사람 인양, 진지함와 심각함을 어두움처럼 드리우고 있던 소일초……

문득,

[이젠 나도 준비를 해야지……]

무슨 준비를 말하는 가?

이 산정에서 그가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주소아의 성숙해진 몸을 격렬하게 포옹하며 입가에 찬연한 미소를 피워올렸다.

불안한 기색으로 아무 말없이 그가 하는데로 다 내버려 두고 있던 주소아,

그녀가 면사속에서 씁쓸하게 웃으며 찬란히 움터오는 옥녀봉의 여명을 바라보았다.

[어젯밤……점을 쳐 봤더니……그다지 좋지 않았어……재수 없이 소과괘(小過卦)가 나왔단 말이야……]

[소과괘? 그게 뭔데?]

 

소과괘(小過卦)!

이는 주역(周易)의 육십사괘(六十四卦) 중의 하나이다.

정식 명칭은 뇌산소과(雷山小過)인데 흔히 줄여서 소과괘라고만 부르고 있다.

간(艮)하 진(震)상의 형태로 간상(艮上)과 진하(震下)의 각 괘효만 양효이고 나머지는 모두 음효이다.

이 소과괘는 원래 만사형통의 괘라고 한다.

하지만,

작은 일은 할 수 있지만 큰 일은 할 수 없으며,

올라가는 것은 효를 거슬리는 것으로 마땅치 않고 내려가면 대길(大吉)하다.

강한 기운이 자리를 잃어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니, 이것은 큰일을 이룰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역경(易經)의 상(象)에 기록돼 있다.

 

[지금 상황에선 가장 최악의 괘라고 할 수 있어……]

[책은 본래 부터 믿을 만 한 게 아니야……맹자라는 영감도 책이 오히려 사람을 헤치고 눈을 가린다고 했어. 그리고……]

[…………]

[공자도 언젠가 이르기를 바르면 돌아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을 거야……]

[공자 맹자의 말을 그렇게 잘 알면, 왜 다른 행동은 개찬반이야……공자 맹자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은 아닌데……]

조소아가 갑자기 공자 맹자를 방패로 삼는 소일초의 귀에대고 낮은 소리로 핀잔을 주었다.

[글은 대답이 궁할 때만 빌려오는 물건이야. 행동을 정당화 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다시,

소일초의 얼굴이 진지해 지고 몸을 옴기려 하나 주소아가 껴안은 손을 풀어주지 않는다.

츄르르르……

아침의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주렴소리를 따라,

그들의 가슴에 내려앉은 불안은 춤추듯 허공에 아름아름 흩어져 날아갈 것 만갔다.

화산 봉우리 마다 희눈이 융단처럼 깔려있는데……

소일초의 얼굴에 결연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결코 패하진 않겠다……내가 누군데……)

이내,

소일초의 얼굴에 강한 신념이 서려왔다.

그리고 그의 온 몸에 투지가 불타올랐고,

주소아의 손을 풀면서 그의 두 눈은 옥녀봉의 사방을 헤아리듯 살폈다.

그리고 중얼거림,

[비성성을 불러야겠어……여기에 준비 해야 할 게 있어……]

주소아가 허공을 향해가 날카로운 휘파람소리를 보낸다.

휘이익----휘익-----

화산 절봉들 사이에 끝없이 메아리 치면서 멀리 멀리 소리가 퍼져나가자,

문득,

어느 산봉을 돌아서 새까맣게 날아오는 비행체들이 있었다.

휘파람소리는 여운을 남기며 멈추고,

소일초의 손바닥에 있는 수정검우가 비성성들을 인도했다.

[이곳의 지형을 바꿔야겠어……]

[……?]

[바위! 바위 알지? 돌말이야. 그래 그걸 주변에서 얼마든지 날라와. 많이 많이 그럼 나중에 술과 고기는 물론 여자까지 하나 씩 붙여줄게……]

돌을 직접 들어 보이면서 비성성들을 향해서 소일초가 소리친다

비성성들에게 무슨 여자가 필요하겠냐 마는 말이 그렇다는 소리다.

다시 옥녀봉에 두 사람만 남았는데 주소아가 물었다.

[바위들로 뭘 하려는 거지?]

소일초가 그녀의 귀에 대고 뭔가를 소근거리자 주소아의 얼굴이 환해진다.

[이 바보 나한테는 미리 귀뜸을 해줬어야지……사람 속을 그렇게 태워?]

소일초가 씨익 웃는 순간,

[너는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다.]

소리,

인간의 감정이라고는 도대체 찾아볼 수 없는 무심일체의 소리,

그 소리는 어느 새 듣는 이의 영혼을 먹물 같은 마기로 적셔내고 있었다.

소일초와 주소아……

그들은 무감정함 속에 형언할 수 없는 마기를 담은 음성의 방향을 따라 재빨리 시선을 움직였다.

그러나 없다.

아침의 여명을 받은 채 한개의 거대한 바위가 죽음 같은 정적에 휩싸여 있을 뿐……

이때 다시,

[부럽구나……도왕 소선풍이……]

이번의 무심한 음성은 정 반대편의 눈덮힌 거대한 노송이 있는 쪽에서 흘러 나왔으나,

여전히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 없다.

그런 음성이 순식간에 천지사방에 방향을 바꾸며 잇달아 흘러나오는 것이니……

[…………]

소일초는 얼굴에 긴장을 돋구며 사방을 예리하게 주시할 뿐이었다.

[후훗……놀라운 자질……상상할 수 없는 지혜……]

[…………]

[도왕 소선풍 대신할 수 있음에 결코 부족함이 없도다……하나 애석하게도……네 생명의 끈은 결코 오래 가지 않을 듯하다.]

문득, 소일초의 입에서 차가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당신이 스승을 배신한 추악한 삼수인가?]

이순간,

주소아의 면사에 가려진 눈동자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당돌한 녀석이군…………!]

소일초는 그의 감정을 억누르며 담담하고 차분한 음성을 흘려냈다.

[혼자만 왔는가?]

[후훗……물론……우리 삼수가 함께 상대해야 할 존재는 없다………]

[내 아버지 도왕 소선풍을 공격할 때도 그 말을 했겠지?]

[…………!]

[이틀 후가 예정된 날이지만 당신이 이렇게 왔으니……아버지의 복수를 신행마동 소일초의 이름으로 하겠다.]

실로 당차고 오만한 말!

돌연,

[후후후훗……건방진 녀석이로군……이 땅에 본좌 사진성을 죽일 수 있는 것은 영원히 존재치 않음을 본좌는 스스로 단언하거늘……]

동시에,

그 섬뜩한 무심 속에 담긴 마소와 함께,

오오……보라!

푸석푸석……

전면의 바윗덩이가 거미줄처럼 균열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

뿐만 아니라,

그 거대한 바윗덩이는 가공할 용암(熔巖)의 분출처럼 이글이글 화염을 폭출시키는가 싶더니……

다음 순간,

[후후후훗……!]

싸늘한 괴소에 이어 엄청나게 치솟던 화염은 가공할 청백귀화(靑白鬼火)의 회오리를 일으키고,

화스스스------!

그 거대한 바윗덩이는 한 줌의 물로 녹아내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속에,

스으으으……

뽀얀 검은 빛 수증기를 일으키며 나타난 한 사람……

그 수증기가 너무 짙어서 나타난 사람의 형상을 헤아릴 수 없으되……

아련히 투영되는 먹물 같은 흑의에 흑포……

모든 것이 검은 빛으로 치장된 사람이었다.

거기에다, 무형 중에 사위를 검은 빛 마기로 지배해 가는 저 가공할 기도!

(윽!)

소일초는 어느 새 뻗어나온 무형마기가 자신을 휘감는 것을 느끼며 경악하고 있었다.

(지금 까지 보았던 고수들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그렇다.

나타난 사람은 혈기자의 네 제자 중 셋째인 사진성이었다.

황혼 속에 화산의 옥녀봉으로 사라져간 소일초와 주소를 지켜보던 수증기 속의 인물……

바로 그였던 것이다.

(어떻게 혈기자의 제자가 마공을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혈기자의 무공은 기이하기는 해도 광명정대한 것임을 나도 익히 알고 있건만……)

이때,

너울 너울……

뽀얀 수증기에 가려 형체를 분간할 수 없는 무형마기의 사진성,

그의 날카로운 신광(神光)인가?

소일초는 이따금씩 실처럼 가는 안광이 주소아의 면사를 꿰뚫어 보고 있음을 느꼈다.

동시에, 그녀의 몸 구석구석마저 더듬어가는 듯한 눈빛!

(소아를 알아보았구나……)

주소아는 마기가 철철 넘치는 사진성의 눈빛을 받고 몸을 떨고 있었다.

소일초의 놀라움은 가히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소아도 알아보고 있다……)

그는 주소아를 자신의 뒤로 숨기며 사진성의 마안을 마주 대항했다.

이 순간,

소일초의 마음에는 짙은 불안이 깔려들었다.

(저 사진성의 무공은 사부께서 전에 말한 바 있는 정통마교의 극마(極魔)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어쩌면……사부님의 일초검공만이 유일한 수단일지 모르겠다……)

이때 돌연,

뽀얀 수증막 속에서 사진성의 음성이 울려나왔다.

[내게 있어 중요한 것은 네가 아니라 도왕 소선풍이었다.]

[…………]

[그를 완전히 죽임으로 백인장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게 될 것이고……현재의 정세를 뒤바꿀 수 있음은 물론 강남을 우리 수중에 넣을 수 있 없으리라는 계산에서였다.]

[…………!]

[사실……네가 아무리 날뛰어도 무림의 고수들은 애들로 밖에 생각지 않거든……]

[하지만 오늘 당신은 여기서 죽게돼.]

너울 너울……

먹빛 일색의 사진성을 삼키고 있는 수증기가 한 바탕 어지럽게 흔들렸다.

[이틀 후에는 아마 소선풍과 조예진도 여기에 나타나겠지……오늘은 너를! 그리고 그때는 그들을 죽이겠다.]

[당신에게는 그럴 기회가 없어!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사부인 혈기자께서 우리를 지켜보고 계실 수 도 있어…………]

사진성의 몸이 움찔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내,

[내 무공은 이미 그를 넘어섰다. 천하의 어느 누구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하물며 죽을 날을 기다리는 노인 정도야……]

너울 너울……

무형마기의 수증기에 둘러싸인 희뿌연 사진성의 몸이,

안개가 확산되어 오듯 소일초의 몸에 가까와졌다.

이 순간,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친 것인가?

소일초의 뒤에있는 주소아의 가느다란 몸이 부르르 떨었다.

(그래……바로 사숙부(史叔父)였어……나에게 여러 가지 비급들을 주던……이제 기억나……그 마공들……아아……고모부와 싸울 때도 저 마공을……이제 기억나……이제……)

주소아가 기억을 되찾으면서 혼절해버렸다.

황급히 그녀를 안으면서 소일초는 다가오는 사진성의 몸을 향해 검을 뽑아들었다.

(하필……이런 때……)

혼자서도 감당할 수 있을 지 자신할 수 없는 상태인데,

주소아까지 짐으로 맡게 되었으니……

하나, 소일초는 피처럼 붉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쨌던……죽여주겠다! 사진성……!)

동시에, 소일초는 가까이 접근한 사진성을 향해 어제밤 그토록 놀라운 신위를 보였던 철검이 뻗어나갔다.

순간,

쉬이잇-----

철검에서 백색 검기가 엄청난 기세로 뻗어나오며 백룡이 하늘로 올라가듯 사진성을 휘감아갔다.

사진성의 눈동자가 잠시 어지럽게 흔들리고,

오오……이런 일이라니?

슈우우우……

번------쩍-------

철검에서 나온 백룡은 살아있는 듯이 사진성을 유린하려 했다.

백색의 용형(龍形)검기가,

사진성의 몸앞에서 폭발하듯 흩어지며 그를 뒤덮는데……

오오……그렇다……

백룡승천(白龍承天)!

이것은 바로 혈기자에게 배운 용형삼도(龍形三刀) 중 제일초인 백룡승천을 검으로 펼쳐낸 것이다.

이 백룡승천의 백색검기는 일단 스치기만 해도 그 무엇이건 한줌의 가루로 바수어 버리고 만다.

스치는 물체가 돌덩이든 쇳덩이든 아무래도 좋다.

스치는 순간 강한 파열음과 함께 바수어 버리는 백룡승천!

그러나,

사진성의 무심한 시선은 힐끗 그것을 바라만 볼 뿐 조금도 피할 생각을 않는다.

[후후훗……백룡승천! 과연 일세를 주름잡을 가공할 도법이지!]

이어,

휘스스스……

사진성을 휘감고 도는 기이한 수증기가 상하좌우 팔십 방위에 싸늘한 빛을 흘려내는 게 아닌가?

순간,

콰콰콰……

콰스스스……

주위 방원 삼십여 장의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가 싶더니……

오오……

무수한 백색검기가 용의 비늘처럼 힘을 잃고 흩어져내리는 것이니……

[크크큿……꼬마야……그 백룡승천은 과거엔 힘을 발휘했을지 모르나 현세에 이르러선 무용지물!]

이때,

[음!]

소일초는 허파가 타는 듯한 침음성을 내뱉으며,

재빨리 또다시 검을 휘둘러 하나의 초식을 구사했다.

동시에,

슈-----우-------웃------슈슈슝--------

기이한 음향을 흘려내며 철검이 날카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곧바로,

휘이이이……

찬란한 아침의 여명 속에 그의 형체가 소멸되는가 싶더니……

스읏……스스스……

살을 에일듯한 찬바람이 사진성을 갈갈이 찢어버릴 듯 사방에서 흉폭하게 몰려갔다.

우르릉---------!

은은한 뇌성마저 동반한 엄청난 강기의 폭풍(暴風),

그것은 천지사방을 가득히 메우는가 싶더니 일시에 사진성의 전신요혈(全身要血)을 무섭게 파고들었다.

하나, 사진성은 예의 그 자리에서 다시 그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수증기의 가닥을 소리없이 움직일 뿐이다.

[육풍장인가?? 아무 쓸모가 없다고 했는데……]

곧 바로,

피시시시싯------!

수증기와 검으로 펼쳐진 육풍장의 폭풍이 부딪침과 함께 매케한 냄새가 사위를 진동하는가 싶더니,

허공에 가득히 난무하던 북풍한빙의 강기는 흔적도 없이 소멸되어 버리는 게 아닌가?

이어,

주춤주춤 물러나는 소일초!

[음!]

(사진성, 저 놈도 역시 내가 혈기자에게서 배운 무공에 대하여 철저히 알고 있어! 하나……그것으로 말미암아 너는 죽게 될 것이다……)

소일초의 땀으로 흥건한 얼굴에 무서운 광망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차례로 혈기자에게서 배운 무공을 숨쉴 틈을 주지 않고 펼쳐냈다.

이미 극마의 경지에 접어든 일대(一代)의 거마(巨魔) 사진성과,

혈기자에게 배운 무공들을 무서운 검력(劍力)에 실어서 펼치는 소일초와의 싸움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처음에,

사진성은 담담하고 여유롭기만 했다.

그러나,

초식이 거듭될 수록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환히 아는 초식들 임에도 불구하고 시꺼먼 철검으로 펼쳐지는 그 무공들은 자신을 위협할 만큼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실로 무서운 놈이다. 당년의 도왕 소선풍에 전혀 못지않은 실력이다.)

수증기에 휩싸여 있던 그의 눈에서 차가운 살기가 일었다.

순간,

소일초의 검이 물러나며 그의 왼손에서 새파란 빛이 그물처럼 뻗어나와 순식간에 희뿌연 수증기 속의 사진성의 두 손을 휘감아 버리는 것이니……

[음!]

처음으로 경악에 찬 사진성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때,

소일초의 득의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하하핫……이번의 한 수는 이 소일초가 마누라에게 훔쳐 배운 무슨 환상도라는 수법이다.]

[…………]

[당신은 내 철검을 너무 의식하고 있었어……]

[…………]

[그 방심 때문에 내가 왼손으로 펼친 체대에 당한 거야.]

파란 빛,

그것은 주소아의 체대였다.

그것은 천잠사로 만들어져 있어,

그 어떤 도검(刀劍)으로도 끊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한데 바로 이때였다.

희뿌연 수증기 속에서 사진성의 웃음이 섬뜩하게 피어오르는가 싶더니……

[크하하핫……훌륭하다! 꼬마……]

[…………]

[하나 그럴수록 살려둘 수 없는 놈……]

슈우우우……

오오 환상인가?

사진성의 몸이 연기가 빨려들 듯이 소일초를 향해 부딛쳐 오는가 싶더니……

슈---슛------슈------슛------

묶여진 두 손이 사르르 흩어지면서 풀려나왔다.

[헉……또 저 손이……!]

소일초 품에서 막 정신을 차린 주소아가 경악에 찬 외침을 발하고,

[기다렸다! 사진성.]

주소아를 몸 뒤로 보내며 소일초의 철검이 무서운 기세로 뻗어나갔다.

바로 비장의 절초 일초검공이었다.

순간,

사진성의 몸이 까마득히 허공으로 솟구치며

 

꽈꽈꽝-------

 

장렬한 폭음과 함께 석평이 폭발해버렸다.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지 느낄 것도 없었다.

눈 앞에서 번쩍 하는 순간,

일초검공을 펼치던 소일초는 미처 검을 다 뻗기도 전에,

(앗차! 똑 같이 당했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바로 온 힘을 다해서 철검을 던져버렸다.

그리고,

생각보다 앞서서 주소아의 몸을 안고 땅을 박찼다.

 

쿠르르르--------

옥녀봉의 석평은 통채로 부서져 깊이를 알 수 없는 산정호수로 무너져 내렸다.

소일초와 주소아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강렬한 폭발과 함께 사라져 버린 모양이었다.

화산 봉우리마다 폭음의 여운이 남아서 여기저기 눈사태를 일으켰다.

그리고,

정적!

이제 정적만이 가득 남아도는 옥녀봉의 정상,

한 순간,

너울 너울……

기이한 수증기에 쌓여있던 사진성의 입에서 무감정한 음성이 다시 흘러나왔다.

[무서운 녀석…그토록 뛰어난 ……놈은 처음이었다……어쩌면 도왕 소선풍를 처치한 것보다 저 놈을 처치한 것이 훨씬 행운이었을지도……]

이어,

푸스스스스……

사진성을 둘러싸고 있는 수증기가 더욱 짙어졌다.

[놈은 비장의 절초를 숨기고 나를 유인했었다……선수를 쳐서 어제밤에 미리 설치한 화탄을 터뜨리지 않았더라면 어찌되었을까?]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너울너울……

푸스스스……

[어쨌던, 그놈은 죽었고 나는 살았다.]

바로,

이것이 무림이다.

비열한 수단이니 뭐니 하는 것은 결국 잠시에 불과하다.

그러나,

승리는 영원히 남는다.

너울너울……

사진성의 몸은 하늘 아득히 솟구쳐 오르는가 싶더니……

저 천공에 가득한 햇살에 섞여 흔적도 사라져버렸다.

이제 죽음 같은 정적 만이 가득한 이곳,

휘이이이잉--------!

한 바탕 북풍이 옥녀봉의 정상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리고……

주인을 찾아서 작은 바위들을 안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끽끽 대는 비성성들의 아무것도 모르는 외침만 옥녀봉을 감돌았다.

 

× × ×

 

충격!

실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중원의 이대 방파인 백인장과 청옥검궁의 분노한 최고수들,

그리고,

신흥방파인 삼성무림청의 세 주인인 천하제일인의 제자였던 혈기자의 제자 삼수(三手)와의,

하늘이 놀라고 땅이 일어날 대 결투……!

절경을 자랑하던 화산 옥녀봉 정상은 황폐하게 어지럽혀졌다.

서로가 처참한 피해를 당한 상황에서 삼수는 도망쳐버렸고……

중원최강을 자랑하던 이대문파의 최고수들은 대부분이 죽거나 다쳤다.

 

중원을 완전히 돌덩이처럼 무겁게 내려앉았다.

신행마동 소일초의 죽음,

그리고 그 이틀 후의 대 격돌,

무림은 어디로 갈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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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독검사랑들이 있는 산봉우리. 독검사랑만 바위에 앉아있고 살접, 살패, 살영은 일어서서 심우장을 보고 있다.

[와아!] [와아!] 심우장쪽에서 터지는 요란한 함성. 대청 앞쪽에서는 여전히 녹혈패왕과 무애가 싸우는데 무애가 뒤로 밀리고. 그러자 무림인들이 쏟아져 들어와 대청 주변으로 퍼지고 있다.

살영; [결국 저지선이 뚫려서 무림인들이 심우장 안쪽으로 쏟아져 들어가고 있습니다.] 일어서서 심우장을 보고

살접; [혼란을 틈타서 정탐을 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독검사랑에게

독검사랑; [움직이자.] 슥! 일어나며 끄덕이고

독검사랑; [흩어져서 정탐하되 냉혈마검작이 심우장에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을 잊지 말고 움직여라.] 휘익! 심우장으로 날아가고

[존명!] [명심하겠어요.] 살패, 살접, 살영도 대답하며 따라가고

곧 심우장 쪽으로 멀어지는 네 사람

 

#190>

다시 심우장

[찾아라!] [구천금마궁의 장보도가 여기 어디 있을지도 모른다!] 난장판이 되고 있는 심우장. 무림인들이 여기 저기 건물로 뛰어 들어가 가구들을 부수고 뒤지고 있다. 다만 아직 안채 쪽으로는 접근한 자가 없다.

[크악!] [케엑!] 그러다가 정원에 설치된 함정이나 기관장치에 당해 죽는 자들도 있고. 화살이나 암기들이 날아와 고슴도치로 만든다.

[헉!] [함정이다!] [안돼!] 펑! 콰직! 정원 사이에 난 길을 달려가다가 길이 꺼지며 함정에 빠지는 자들도 있고.

[크악!] 길을 덮은 돌 판 아래에서 강철로 만든 덫이 커다란 튀어나와 다리를 잘라 버리기도 하고

길 좌우에 서있는 십이간지나 괴물들의 조각상들이 독을 뿜어내 길을 지나가려던 자들을 태워죽이기도 하고

[내놔!] [개소리 마라. 처음 보는 놈이 임자다!] 건물 안에서 자기들끼리 물건을 놓고 싸우는 놈들도 있고

 

#191>

소란이 덜한 장원 안쪽으로 걸어가는 흑혈마야. 긴장한 표정.

그가 가는 길은 잘 가꿔진 정원 사이에 난 돌을 깐 길인데 길 좌우에 십이간지 조각상들이 서있다. 십이간지 조각상들은 둘씩 마주 보는 위치로 서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는 높은 담장이 있고 월동문이 있다. 월동문은 닫혀있는데 두 쪽으로 이루어 있다. 귀신 가면 장식 두 개가 원형의 손잡이를 물고 있다.

흑혈마야; (저 담장 너머가 심우장의 안채일 것이다.) 담장을 보며 걸어가고

흑혈마야; (그리고 구천금마궁의 장진도가 정말 심우장에 있다면 경비가 더 철저한 안채에 숨겨져 있겠지.) 슥! 그자의 발이 바닥에 깔린 넓적한 돌을 밟고. 담장을 보느라 부주의 했다. 직후

캉! 돌이 천으로 변하면서 그 아래쪽에 강철로 만든 덫이 튀어나와 흑혈마야의 발을 찝는다. 하지만

흑혈마야; [흡!] 눈 부릅뜨고. 그러자

징! 그자의 다리가 강한 진동을 일으키고

빠캉! 그대로 깨져 흩어지는 덫

흑혈마야; [크아!] 쾅! 발을 쳐들었다가 강하게 내리 밟고. 그러자

콰콰쾅! 펑! 퍼펑! 바닥에 깔려있던 돌들이 전부 튀어 오르고. 그 아래 숨겨져 있던 덫이나 암기들도 발사장치와 함께 박살나서 튀어 오르고. 직후

촤아! 푸학! 길가에 서있던 십이간지 짐승들 중 두개가 입에서 검은 독액을 뿜어낸다. 그걸 뒤집어쓰는 흑혈마야. 하지만

푸시시! 흑혈마야의 몸에 닿은 독액은 연기만 내고 흑혈마야의 옷은 물론 살도 태우지 못한다

흑혈마야; [어린애 장난질같은 함정이로군.] 피식! 웃으며 얼굴에 묻은 독액을 손으로 닦는다.

흑혈마야; [이미 오래 전에 백독불침(百毒不侵)이 된 노부에게 이따위 독이 통할 리 없지.] 손가락에 묻은 독을 혀로 핥고. 직후

슥! 그 손으로 좌우를 긋고. 그러자

서걱! 쩍! 떡국 떡처럼 잘리는 좌우의 십이간지 조각상.

흑혈마야; [버러지 같은 놈들에게나 통할 함정으로 노부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히죽 웃으며 다시 걸어가고. 털썩! 텅! 그 배경으로 잘린 조각상들이 바닥에 흩어지고. 그러다가

흑혈마야; [!] 움찔! 무언가 느끼고 멈춰선다.

언제였는지 담장에 난 월동문을 등지고 서있는 청년. 물론 청풍이다. 뒷짐을 짚고 서서 흑혈마야를 보고 있다.

흑혈마야; (이놈 봐라.) 좀 긴장하고

흑혈마야; (언제 나타났는지 알아차릴 수 없었다.)

흑혈마야; (게다가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인데 지나치게 평온한 표정이다.) + [뭐하는 물건이냐?]

청풍; [노사께서 마도무림의 큰 어른이라고 들었소.] 뒷짐 짚고 있던 손을 풀고

청풍; [평생 쌓아오신 명성에 오점(汚點)을 남기지 않으시려면 발길을 돌리셔야할 것이오.] 포권하며 정중하게

흑혈마야; [그놈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피식

흑혈마야; [그러니까 네놈이 노부의 명성에 오점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냐?] 쿠오오! 몸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청풍; [발길을 돌리지 않으시면 그리 되실 것입니다.] 포권했던 손을 내리고

흑혈마야; [네놈 대가리에는 오점이 아니나 오혈(五穴)이 생길 것이다!] 쩍! 단번에 청풍의 머리 앞에 이르는 흑혈마야의 깡마른 다섯 손가락. 손가락 전체가 검은 색이 되었고 깡말라서 마치 까마귀 발톱같다.

[!] [!] 흑혈마야의 뒤쪽에서 달려오다가 놀라는 무림인들 몇 명

쾅! 굉음이 일어나고. 흑혈마야의 다섯 손가락이 청풍의 이마와 머리를 찍었다.

[저런...] [흑혈마야의 흑혈오강조(黑血烏鋼爪)에 당했다.] [철벽도 두부같이 뚫는다는 저 조공에 당했으면 끝장이다!] 무림인들 공포에 질릴 때. 하지만

[!] 손을 앞으로 찍어낸 자세로 눈을 부릅뜨는 흑혈마야

쿵! 지지지! 흑혈마야의 새까맣고 깡마른 손가락들은 청풍의 이마 바로 앞에서 멈춰있다.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것이 그자의 손톱을 청풍의 이마 10센티 정도 앞쪽에서 저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흑혈마야; (이놈...) 부르르! 손이 떨리며 경악

[헉! 막아냈다!] [저 청년의 호신강기가 흑혈오강조를 저지했다.] [말도 안되는...] 무림인들 경악할 때

청풍; (확실히 대단한 마두이긴 하다.)

청풍; (조공의 힘이 내 호신강기를 거의 칠할쯤 뚫고 들어왔을 정도로...) 눈을 부릅뜨고. 그러자

펑! [헉!] 강한 탄력에 손이 뒤로 홱 튕겨져 기겁하는 흑혈마야

쿵! 쿵!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뒤로 밀려나는 흑혈마야

[혈세사패의 발호 이전에 마도무림 맹주였던 흑혈마야가 밀리다니...] [저 청년 대체 무슨 무공을 쓴 것인가?] [이 사실이 퍼지면 강호가 발칵 뒤집히겠군.] 흑혈마야의 뒤에서 보고 있던 무림인들 흥분하고

흑혈마야; [죽일 놈...] 수치심에 이를 부득 갈며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경고는 했소.] 무뚝뚝하게 말하며 흑혈마야에게 다가가고

청풍; [지금이라도 돌아서지 않으면 피를 보게 될 것이오.]

흑혈마야; [물론 피는 보겠지.] 쩡! 쩡! 이를 가는 흑혈마야의 양손이 새카맣게 변하며 열 손가락의 손톱이 밟게 빛난다.

흑혈마야; [하지만 그 피는 노부가 아니라 네놈의 피일 것이다.] 스악! 쩍! 보이지 않을 속도로 청풍에게 쇄도하며 양손을 휘두르는 흑혈마야.

쩍! 서걱! 종횡으로 그어지는 섬광. 흑혈마야의 양손 다섯 손가락에서 내뻗친 섬광이 허공을 가르고

슥! 뒤로 밀려가는 청풍의 몸

쩍! 서걱! 주변의 나무와 바위들이 흑혈마야의 손가락에서 내뻗치는 섬광에 마구 잘려지고

[흑혈오강조가 극한까지 발휘되고 있다.] [저건 피하지 못할 텐데...] [흑혈오강조는 호신강기도 종이처럼 가른다잖아.] 무림인들 흥분.

흑혈마야; [크아!] 부악! 쩍! 청풍에게 쇄도하며 연신 양손을 긋고

[...] 눈을 빛내며 뒤로 물러서는 청풍.

<흑혈오강조...> 뭐라 악을 쓰며 양손을 휘두르는 흑혈마야

징! 징! 그런 흑혈마야의 몸에 빛이 이리저리 달리는 게 보이고

청풍; (어떻게 진기를 운용하는지 대충 알 것 같다.) 생각할 때

턱! 피하던 청풍의 발 뒤꿈치가 월동문 근처의 벽에 닿는다.

[막다른 곳에 몰렸다.] [저 청년, 큰일 났구만.] 무림인들 눈 치뜨고

흑혈마야; [잘 가라!] 부악! 쩍! 벽을 등진 청풍을 난도질해가는 흑혈마야. 하지만

청풍; [구경은 충분히 했소.] 쩡쩡! 청풍의 양손 손가락에서도 섬광이 뻗어나오고

흑혈마야; [흑혈오강조?] 양손을 휘두르면서 놀라고.

카캉! 캉! 청풍도 양손을 휘둘러 열 손가락에서 섬광을 뽑아내 흑혈마야가 휘두르는 섬광과 맞선다. 불꽃이 튀고

흑혈마야; [그... 그 새 흑혈오강조를 흉내낼 수 있게 되었다고?] [말도 안되는...] 카캉! 캉! 섬광을 마구 그어내며 악을 쓸 때

청풍; (은원살법!) + [그만 합시다.] 콰득! 양손을 안쪽으로 홱 비트는 시늉을 하고. 그러자

콰직! 흑혈마야의 두 팔이 갑자기 뒤엉켜 꽈배기처럼 꼬인다.

흑혈마야; [컥!] 자기 팔이 꼬이자 기겁하는데

스악! 청풍의 손톱이 흑혈마야의 목으로 날아들고

흑혈마야; [큭!] 팽! 사력을 다해 몸을 비틀고.

서걱! 목이 그어지며 피가 튀는 흑혈마야. 다만 반응이 빨라서 깊이 베이지는 않는다.

[흑혈마야가 당했다.] [저럴 수가...] 경악하는 무림인들

휘릭! 몸을 돌리는 자세로 멀찍이 물러서는 흑혈마야. 추격하지 않고 멈춰서는 청풍.

흑혈마야; [지랄...] 우둑! 뚝! 꼬였던 두 팔을 풀며 오만상. 후두둑! 목에서는 피가 뿜어지고

청풍; [잘 생각하시오 노사.] 멈춰선 채 말하고

움찔! 하는 흑혈마야. 손으로 목의 상처를 누르고

청풍; [다음번에는 아마 요행을 바라실 수 없을 것이오.] 징! 손톱이 밝게 빛나며 길게 자라난 손을 쳐들어 보이며 말하고

흑혈마야; [죽일...] 이를 갈며 노려보지만

욱신 욱신 양쪽 팔에서 통증을 느끼는 흑혈마야

흑혈마야; (양팔에 금이 갔다.)

흑혈마야; (치욕스럽지만 이런 몸 상태로 저놈과 싸워서는 승산이 없다.) + [이름을 대라!]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무명지배요.] 웃고

흑혈마야; [노부를 끝내 모욕할 생각이냐?]

청풍; [본명은 말씀드릴 수 없고... 정 부르시고 싶으면 탕마객(蕩魔客)이라 부르시오.]

흑혈마야; [죽일...] 치욕에 떨고

<마도의 거물을 물리쳤으니 탕마객이란 별호가 적절하긴 하지만...> <흑혈마야로서는 두 번 능멸을 당한 셈이다.> 무림인들 흑혈마야의 눈치 보며 생각하고

흑혈마야; [오냐! 노부가 죽기 전에 오늘 진 빚은 반드시 갚고 말겠다!] 팟! 날아오르고

[으아아!] 분해서 고함지르며 왔던 길로 날아가고. 그러자

[가...가세!] [이 앞은 우리가 갈 수 있는 길이 아닌 것 같네.] 무림인들도 허둥지둥 왔던 길로 달아나고

곧 장내에는 청풍만 남는다.

청풍; (일단 한명은 쫓아냈는데...)

청풍; (평범한 무림인들은 안채까진 못 들어가겠지만 흑혈마야 정도 되는 고수라면 방심할 수 없다.)

청풍; (물론 안채에는 더 무서운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걸음 옮기고.

청풍; (하지만 가능하면 내 손으로 위험한 자들은 배제해야겠다. 화룡이의 안위와도 관련이 있으니...) 월동문에서 멀어지고. 헌데

월동문에 달린 손잡이 두 개. 손잡이를 귀신 얼굴이 물고 있는 형태. 헌데

귀신 얼굴 모양 장식 중 하나. 눈 부위가 반짝인다. 그 눈 에는 감시 카메라 같은 장치가 있고

끼이! 약간 움직이는 귀신 가면 눈 부위의 렌즈

 

#192>

어둑한 밀실. 모니터 같은 장치가 벽에 여러 개 붙어있다. 중앙의 큰 모니터를 여러 개의 작은 모니터가 둘러싼 형태. 모니터마다 심우장의 상황이 비친다. 모니터들 앞에는 여러 개의 레버가 달린 긴 탁자가 있다. 탁자에는 세 여자가 앉아서 보고 있다. 중앙에는 선후. 좌우에는 위상영과 무산신녀가 앉아있다. 세 여자 모두 뒷모습만 보여주고. 단 무산신녀는 옆 얼굴도 보여준다.

세 여자가 보는 중앙의 큰 모니터에는 청풍이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청풍이 걸어가는 길은 흑혈마야가 박살낸 그 길이고

무산신녀; [직접 보지 않았으면 믿지 못했을 거예요.] [약관도 안된 애송이가 마도무림의 맹주로 불렸던 흑혈마야를 저렇게 농락을 하다니...]

선후; [이청풍이라는 저 아이의 성취가 상궤를 벗어나긴 했지요.] 뒷모습의 선후가 고개 끄덕이고

무산신녀; [저 아이라면 선후님을 위해 충분히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것 같군요.]

선후; [시간을 벌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근심을 없이해줄 수도 있겠지요.]

무산신녀; [하오면...] 눈 조금 치뜨며 돌아보고. 이 장면에서 무산신녀의 얼굴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선후; [우리 호천맹의 모든 걸 맡길 수도 있을 거예요.] 끄덕

무산신녀; (이청풍이 분명 대임을 맡길 인재인 것 같긴 한데...) 선후 건너편의 위상영을 곁눈질로 보고. 이 장면에서도 위상영의 얼굴은 확실하게 보여주지 말고

<그럴 경우 이미 위가장과 약혼이 성립된 저 아이의 입장이 난감해지겠구나.> 쿵! 위상영의 얼굴 처음으로 보여준다. 뭔가 생각하는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는

 

#193>

대청건물 앞쪽. 이제 그곳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데. 무애와 녹혈패왕이 여전히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주변에 시체는 많고. 녹혈패왕의 졸개들인 산적 차림의 사내들 몇이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관전하고 있다.

사악! 쩍! 날렵하게 움직이며 일본도로 녹혈패왕을 베는 무애. 하지만 무애의 검은 녹혈패왕의 살갗을 벨 뿐 치명상은 입히지 못한다. 그래도 녹혈패왕의 몸은 수만흥 상처로 피투성이가 되어 있고.

녹혈패왕; [이 미꾸라지 같은 년이...] 부웅 붕! 악에 바쳐서 양손의 도끼를 미친 듯이 휘두르는 녹혈패왕. 하지만 무애는 바람처럼 피하고 있고

무애; (당장 죽이지는 못해도 오래 끌면 내가 이긴다.) 멈춰서고

무애; (지속적인 출혈이 저 짐승을 결국 지치게 만들 테니...) + [!] 생각하다가 갑자기 눈을 치뜨고

녹혈패왕; [크아!] 부웅! 도끼중 하나를 강하게 던진다. 아주 빠르다

무애; (무기를 버려?) 캉! 급히 일본도를 휘둘러 도끼를 쳐내고

무애; (싸움을 포기하려는 건가?) 충격으로 비틀., 그러다가

무애; [흑!] 경악

녹혈패왕; [이년!] 화악! 양팔 벌리고 덮쳐온다. 무애의 앞을 완전히 가리면서

무애; (피하긴 늦었다!) 쩍! 전력을 다해 일본도를 앞으로 내지르고. 하지만

콱! 일본도 끝이 녹혈패왕의 가슴에 깊이 박히지만

녹혈패왕; [크아!] 화악! 아랑곳 않고 밀고 들어온다

땅! 그걸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부러지는 일본다

무애; (아차!) 팟! 부러진 일본도를 들고 뒤로 다급히 날아 피하려하지만

녹혈패왕; [늦었다 이년아!] 화악! 양팔로 무애를 끌어안으려는 녹혈패왕

무애; (당했다!) 녹혈패왕의 긴 양팔이 좌우에서 끌어안으려는 걸 보며 절망.

[그렇지!] [해치우십시오 맹주님!] 환호하는 녹림맹의 산적들. 헌데 그 직후

퍽! 칼집에 든 누군가의 검이 녹혈패왕의 목젖을 찍는다.

녹혈패왕; [켁!] 목젖이 찍혀 눈을 까뒤집고 비명 지르는 녹혈패왕

쿵! 언제였는지 무애의 뒤에 멈춰서며 칼집에 든 검을 내밀고 있는 인물. 백발에 차가운 인상의 노인. 우내사절중 냉혈마검작이다. 캐릭터는 668. 머리와 수염을 백발로 묘사.

펑! 뒤로 날아가는 녹혈패왕

콰당탕! 나뒹구는 녹혈패왕. [맹... 맹주님!] [안돼!] 그걸 보며 비명 지르는 녹림맹의 산적들. 그리고

무애; [아... 아버지!] 뒤를 돌아보며 안도하고

냉혈마검작; [어리석은 것!] [몸뚱이 단단한 것 외에는 내 세울 게 없는 상대에게 쩔쩔 매기나 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혀를 차며 검을 내리고

무애; [죄송해요.] 고개 떨구고. 그때

녹혈패왕; [냉... 냉혈마검작!] 컥컥! 목을 감싸고 일어나며 컥컥 거린다.

녹혈패왕; [기습 따위나 하고... 우내사절의 이름이 부끄럽지도 않으시오?] 이를 갈며 노려보고.

 

살접; (냉혈마검작!) 숨을 멈춘다. 그년은 청풍이 숨어있던 대청 건물 그늘에 숨어서 대청 앞을 보고 있었다.

냉혈마검작이 녹혈패왕을 돌아보는 모습. 무애는 옆으로 물러서고 있고

살접; (부단주님 예상대로 냉혈마검작이 정말 심우장에 있었어!) 두려움에 떨며 그늘로 더 깊이 몸을 숨기고

 

냉혈마검작; [기습 따위라...] 녹혈패왕을 보고

냉혈마검작; [그 말은 정정당당히 대결했으면 추한 꼴을 보이지는 않았을 거라는 뜻이냐?]

녹혈패왕; [그렇소!] [제 아무리 검절이니 뭐니 해봐야 당신은 검성의 그늘에 가려진 영원한 패배자 아니오?] 냉소

움찔! 무표정한 냉혈마검작의 얼굴에 경련이 스치고

무애; (저 어리석은 인간이 아버지의 역린을 건드리네.) 곁눈질로 그걸 보며 소리없이 한숨을 쉬고

냉혈마검작; [좋다 좋아!] [영원한 패배자인 노부의 검법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 감상하고 싶다면 기회를 주마.] 스릉! 검을 뽑고

녹혈패왕; [바라던 바요,] 한 손으로 도끼를 움켜잡고 가슴 내밀고

냉혈마검작; [너도 잘 봐라!] [검기의 강약조절을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지 보여줄 테니...] 무애에게 말하며 앞으로 나가고.

무애; [예...] 말하며 옆으로 좀 이동하고

서로 가까워지는 녹혈패왕과 냉혈마검작

[괜... 괜잖을까? 상대는 당금 무림에서 검성 다음 서열인 우내사절중 한명인데...] [어쩔 수 없어. 맹주님도 기호지세야.] [여기서 물러서면 녹림맹 맹주로서의 체면은 땅에 떨어지는 거야.] 산적들 긴장. 그때

서로의 거리가 3미터쯤으로 좁혀지고. 그러자

녹혈패왕; (더 이상 거리를 좁히면 내가 불리하다.) + [크아!] 번개같이 도끼로 냉혈마검작을 내리친다. 하지만

스윽! 천천히 검을 쳐드는 냉혈마검작.

도끼날이 냉혈마검작의 머리를 찍어오는데

손에 땀을 쥐는 무애

슥! 천천히 녹혈패왕의 가슴을 가르고 있는 냉혈마검작의 검. 헌데

스슥! 녹혈패왕의 가슴을 가르고 내려가는 냉혈마검작의 검이 일직선이 아니라 지그재그로 내려간다.

무애; [아!] 깨닫고 놀라고. 그때

푸학! 갈라진 가슴에서 피를 뿜어내며 뒤로 넘어지려는 녹혈패왕. 그 앞에서 검을 거두고 있는 냉혈마검작

[히익!] [맹... 맹주님이...] 산적들 비명

쿵! 텅! 도끼를 놓치며 뒤로 넘어지는 녹혈패왕의 거구

냉혈마검작; [보았느냐?] 검을 거두며 돌아보고

무애; [예..] 퍼뜩 정신을 차리고 대답

냉혈마검작; [본 바를 말해봐라.] 스릉 검을 칼집에 꽂고

무애; [검기를 억지로 조종하지 않고 검기가 알아서 약한 부분을 따라 흐르게 하셨어요.] 대답하고

냉혈마검작; [그것 말고도 더 있다만...] [일단 그 정도 알아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칼집에 검을 완전히 꽂고. 이어

냉혈마검작; [운이 좋은 줄 알아라. 내 딸을 가르칠 목적이 아니었다면 숨을 끊어놓았을 테니...] 녹혈패왕에게 말하며 돌아서고

무애; (죽이지는 않으셨구나.) 깨닫고

냉혈마검작;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쳐들어올만한 놈은 다 쳐들어온 상태니 여길 지킬 이유는 없다.] 걸어가고

무애; [예...] 따라간다.

곧 대청 옆으로 사라지는 냉혈마검작과 무애. 살영이 숨어있는 곳 반대편이다.

살영; (안...안좋아.) 겁에 질리면서도 대청 뒤로 살금 살금 가고

살영; (부단주님과 오라버니들은 심우장 안으로 들어가서 정탐중이야.)

살영; (빨리 세 사람을 만나서 냉혈마검작이 심우장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줘야해.)

살영; (냉혈마검작을 만나면 살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건물 사이를 달려간다. 그리고

[맹... 맹주님!] [괜잖으십니까?] 산적들이 겁에 질려 녹혈패왕에게 다가오고. 그러자

꿈틀! 녹혈패왕의 손이 움직이더니

쿨럭! 피를 토하며 깨어나는 녹혈패왕

[맹주님!] [정신이 드십니까?] 겁에 질려 녹혈패왕을 보고

녹혈패왕; [젠장! 젠장...] 이를 갈고.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면서

녹혈패왕; [감히 날 딸년 가르치는 교재로 써먹어?] 이를 갈고

녹혈패왕; [반드시... 반드시 보복하고 말겠다.] 으아아아 악을 쓰고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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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 章

 

        鐵劍으로 펼친 劍功

 

 

 

은파하(銀波河),

서안의 교외(郊外)를 감싸고 흐르는 그리 크다고 말할 수 없는 강이다.

이 은파하의 맑은 물 위로……

휘영청 밝은 만월이 은가루처럼 부서져 내리는 밤이었다.

바로 이 아름다운 은파의 강변을 따라……

훤칠한 키에 영준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의 소일초와 달빛이 무색할 아름다운 자태의 주소아가 거닐고 있었다.

이 조용한 움직임 속에서……

돌연,

영롱한 주소아의 음성이 소일초의 귓전에 울려퍼졌다.

[어떻게 아침의 그 거진 우리를 한 눈에 알아봤을까?]

[그 기분나쁜 자식 애기는 꺼내지도 마!]

[그 거지 애기를 하자는게 아니고……]

소일초가 몸을 돌려 주소아를 바로 응시했다.

[너도 참 멍청해 졌구나.]

[……?]

[이 바보야! 네 귀를 잠시 막았다가 열어봐.]

[바로 이것 때문이었구나.]

주소아는 손을 귀로 가져가다가 소리쳤다.

[너나 나나……계속 같이 있다 보니까 네 몸에서 나는 소리에 익숙해져서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거야……하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다르겠지, 소리가 갈 수 록 약해지고는 있지만 고수들이라면 누구나 다 들을 수 있어……]

[쳇, 소리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진 변신해도 말짱 헛고생이겠군, 그래도 얼마 전에 기가 막힌 미행자는 따돌렸었는데……]

주소아가 돌멩이를 발로 차면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지?]

[이제 다왔어……]

소일초의 말에 주위를 두리번 거렸지만 강변의 갈대만 보일 뿐 색다른 것은 눈에 뛰지 않는다.

[설마……여기서 이상한 장난이나 치자고 온 것은 아니겠지?]

그러면서도 불안한 듯이 소일초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주소아가 화석처럼 굳었다.

허공,

달빛이 찬란히 쏟아져 내리는 휘황한 허공,

일렁일렁……

무엇일까?

몹시 완만하게 선회하며 네 곳의 방위에서 맴돌고 있는 네 개의 물체,

그것도 피빛 광휘를 사위로 흩뿌리는 소름이 끼치는 등(燈)이 아닌가?

일렁일렁……

이 네 개의 핏빛 등은 언제 나타났는지 두 사람을 중심으로 네 방위를 좁혀오고 있기까지 했다.

지금 이 순간,

[죽음의 살수(殺手)……사등객(死燈客)! 인간의 영혼을 지옥으로 인도하는 사등을 부리는 자야.]

소일초의 음성이 담담하게 흘러나왔다.

사등……

사등객이라니?

그렇다면 핏빛 혈등(血燈)을 이끌고 다닌다는 팔십 년 전의 대환상 살수인 사등객이 나타난 것이란 말인가?

 

-----그저 세상을 조롱하는 한 살수로 남고 싶었노라……그리하여 나는 네 개의 등을 이끌고 천하를 뒤지는 살수가 되었노니……울어라……울어라……피야……짖어라……짖어라……내 싸늘한 검날아……

 

그렇다.

바로 이 초유의 살수인 사등객(死燈客),

그가 바로 네 개의 등을 이끌고 소일초와 주소아를 목표로 팔십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한 순간,

스스스스……

네 개의 등이 허공에서 찬란한 이동을 하는가 싶더니,

콰아아아……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하나로 합쳐지는 게 아닌가?

아니 합쳐졌다 싶을 순간 이미,

고오오오……

번쩍!

분명히 장엄한 빛이었되 육안으로 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는 속도로 소일초와 주소아를 향해 꽂혀갔다.

이 엄청난 빛!

그것이 하나의 검광이라는 것을 느꼈을 때는 이미,

검은 두 사람을 목표로 하여 일 장 앞을 꿰뚫고 있는 중이었으니……

이제,

주소아와 소일초의 몸은 그대로 두 동강이 나고 말 판국이었다.

한데,

이때 돌연,

주소아의 교갈이 터져나왔다.

[천풍환상도!]

순간,

그녀의 손에서 파란 빛줄기가 어지럽게 뻗쳐나갔다.

치익-----칙------!

두사람을 향해서 무서운 기세로 날아오던 검은 둥실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고,

주소아의 손에 있던 파란 빛줄기가 변화를 계속했다.

다시,

[작열광풍(灼熱狂風)……!]

그녀의 짤막한 음성이 터졌다 싶을 순간,

쏴아아아……

그녀의 손에서 변화를 계속하던 파란 빛줄기가 허공으로 그물처럼 뻗어나가는가 싶더니……

그대로 핏빛 혈등에 싸인 검광을 휘몰아쳤다.

[크흑……!]

핏빛 혈등 속에 목젖이 타는 신음이 터지는가 싶더니……

그 엄청난 사등의 광휘가 급작스럽게 흩어졌다.

그리고 그 속에,

파팍-----

섬연한 피보라와 함께 박살난 검이 허공에 흩어지고……

동시에,

파아아……

핏빛 기류가 완전히 흩어지고 피의 비와 분해된 살점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급기야,

팍!

사등 마저 가루가 되어 흩어져 버리고,

희대의 대살수는 이렇게 주소아의 기괴한 초식에 의해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이때,

[이름을 불패도라기 보다는 필살도(必殺刀)라고 해야겠는데……그처럼 잔인한 무공은 처음이야.]

[내가 마음대로 만든 것 중의 하나일 뿐이야……]

주소아의 낮은 음성이 사위를 때리고,

[볼 일 끝났으면 가서 잠이나 자자……한데 너 아는 것도 많다. 어떻게 너같이 어린애가 사등객 같은 살수를 다 알지?]

[신행마동이 그 정도도 몰라서야……알고 있다는 걸 남들이 알아버리면 귀찮은 일이 상당이 많이 생겨서 아예 모른 척 할 뿐이지……]

스스스……

두 사람은 갈대를 헤지고 객점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성가신 미행자를 처치해 버린 개운함을 가지고……

 

× × ×

 

화산,

그 화산에 퍼부어지는 황혼은 아름다웠다.

그 황혼빛 속에서……

화산과 인접해 있는 넓다란 평야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

주소아와 소일초,

바로 이들이었다.

[나도 같이 싸울까?]

[그럴 필요없어. 넌 그 삼수나 눈여겨 봐. 그래야 빨리 기억을 되찾지……]

[이제 그딴 것은 알고 싶지도 않아.]

[그럼? 내 몸이 깊이 알고 싶어?]

[또 엉뚱한 소리……남은 심각한데……]

[오늘은 아무래도 산에서 자게 될것 같은데……흠흠……]

소일초는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흥, 아무리 졸라대도 오늘은 안돼……오늘 부터 칠 일간은 무슨 수를 써도 소용없어……]

[왜?]

[여자가 이렇게 말하며 안된다고 하면 그대로 들어주는 법이야.]

[법 네맘대로 잘도 만드네. 내겐 내가 법이야.]

[꼭 이유를 말해야 알아 듣는다면 넌 아직도 남자자격이 없다는 말 밖에 안돼.]

짝-----!

소일초가 손뼉을 쳤다.

[월경(月經)이구나……]

[바보같이……더크게 소리치지 그래……]

주소아가 화를 내면서 톡 쏘아부쳤다.

[그런데 너 앞으로 큰 일이다.]

[왜?]

소일초가 염려스러운 듯이 하는 말에 주소아도 불안한 듯 물었다.

[우리 작은 어머니가 그러시던데……]

[…………]

[여자는 아기를 낳기 전에 무공이 너무 고강해져 버리면 아기를 낳을 수 없데……무가(武家)에 자식이 귀한 이유가 다 그 때문이래……]

[…………!]

[우리 작은 어머니를 봐! 얼마나 예쁘고 무공도 고강해? 그런데도 아기를 못 낳잖아……]

[…………!]

[너도 무공이 나이답지 않게 고강하니까 어쩌면 앞으로 아기를 낳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다분해……]

[그럼……어떻게 해야 되지?]

주소아가 심각하게 물었다.

아기가 얼마나 귀여운데……그 아기를 낳을 수 없다면 무척 슬플 것 같았다.

[두 가지 방법이 있어.]

[……?]

[하나는 더 이상 무공을 연마하지 않고 있다가 후에 아기를 낳은 다음에 다시 연마하는 거야……]

[그건 어려울 것 같은데……]

[다른 한 가지는 좀 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실행하기는 어려울 거야.]

[뭔데? 난 다 할 수 있어.]

[음……그건……]

[빨리 말해. 속 태우지 말고……]

[무공이 더 강해지기 전에 아기를 낳아버리는 거야.]

[너……또 나를 놀렸구나……]

주소아가 손을 들어 소일초를 때리려 했다.

[아니야, 모두 사실이라구……의심나면 우리 작은 어머니한테 물어보면 될 거 아냐?]

소일초는 짐짓 진지한 척 말을 했고,

주소아는 진짜이면 어떡하나 싶어 불안해 졌다.

[네 무공은 날마다 달라지니까 내일이면 늦을 지도 몰라……]

오늘 당장 뭐 달라는 식의 소일초의 말에도 주소아는 여전히 불안해하면서 반박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데 돌연,

겨울 들판에 가득한 갈대꽃 속에서……

순백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바보……]

동시에,

스슷……

갈대꽃 속에서 솟아난 소녀(少女),

뼈가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맑은 피부를 지녔으며……

눈보다 흰 백의를 걸친……

마치 순수와 아름다움의 요정을 연상케 하는 소녀,

그렇다.

장강의 강변에서 시체 위를 누비고 다녔던 사옥상,

바로 그녀였다.

찰랑찰랑……

그 아름다운 사옥상의 몽롱한 동공에 눈물이 가득했고,

그녀는 금방이라도 소리내어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그리고 안타까움이 배인 음성,

[바보……가면 안돼……]

순간,

얼굴……

기이할 정도로 순수하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사옥상의 얼굴에 동그란 눈물이 보석처럼 부서져 내렸다.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녀를 발견하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었다.

[바보……]

[…………]

[네가 아무리 모습을 바꿔도 나를 속이지는 못해……]

[…………]

[내가 주었던 의정패는 언니가 가지고 있던 의정패와 서로 교감을 가지는 것이야. 아무리 네 모습이 바뀌어도 의정패를 버리지 않는 한 소용없어.]

소일초가 나직한 침음성을 터뜨렸다.

[음!]

하나 이내,

[오랬만이다. 사옥상……네 말이 맞아 나는 바보야!]

[바보, 가지마. 가서는 안된단 말이야.]

[사옥상 너는 지금 적으로서 내 앞에 서 있는 거야…아니면 친구로서 서있는 거야? 설마 전에 푸른 계곡에서 했던 우리 경고를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나는 그런 어려운 말은 몰라. 내가 아는 건 저 옥녀봉을 올라가면 안된다는 거야.]

소일초의 음성이 싸늘하게 변했다.

[약속……이것은 내 이름으로 한 약속이다. 그리고, 나는 어느 누구도 내 일에 간섭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설사 내 결정이 잘못되어 죽는다고 하더라도……]

[…………]

[남의 결정에 따라서 사는 것 보다는 낫다.]

하자,

더욱 안타까움으로 일그러지는 사옥상의 얼굴-----

[바보……가지 말아, 제발……지금 언니 은상도 병이 들었어……마음의 병이야……네게 인질로 잡혔다가 돌아온 후부터……]

[…………]

[한데……그 언니가 더욱 더 심한 병을 앓고 있어 ……그런 언니가 나를 붙들고 울었어……그리고 말했어……]

[…………]

[너를 살려야 한대……너를 화산의 옥녀봉에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한대……]

[옥상언니……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어요. 얘는 결코 듣지 않아요. 대신 내가 감사할게요.]

문득,

사옥상의 얼굴에 조급한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무엇엔가 쫓기고 있는 것처럼……

이어,

쉴새없이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입을 여는 사옥상,

[어서 도망가……우리 사부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어……]

[…………]

[설사 하늘의 신이라도 우리 사부를 이길 수는 없을 거야……]

이때였다.

돌연,

무엇을 느낀 것인가?

사옥상의 얼굴이 무서운 두려움에 떨었다.

동시에,

화르륵……!

허공으로 솟구쳐 섬광처럼 사라지는 사옥상,

[어서 가……어서 도망가란 말이야……바보야……그렇지 않으면 넌 죽는단 말이야……]

소일초는 멀어지는 그녀의 음성에서 눈물을 읽을 수 있었다.

[흥, 옛날의 첫 여자를 만나서 기분이 좋겠네.]

주소아가 분위기를 바꾸려는 것 같았다.

이때,

이번엔 아득한 곳에서 천리전음(千里傳音)이 소일초의 귀에 흘러들었다.

[죽어……이 바보야……지금 네가 있는 곳도 완전히 포위되었단 말이야!]

[…………]

[본 삼성무림청의 살수각(殺手閣)의 삼십 육 명의 살수(殺手)들이 내리는 죽음은 중원천하가 함께 덤빈다 해도 피해낼 수 없단 말이야……피해…… 어서 피하란 말이야!]

(살수각의 삼십 육명의 살수!)

[계집애가 쓸데없는 걱정까지 다해주네……제길……전에는 몸도 편하게 해주더니……]

소일초의 얼굴은 그다지 좋은 표정이 아니었다.

살수 따위 때문이 아니었다.

바보같이 구는 사옥상 때문에 느껴진 이상한 기분 탓이었다.

이제 더이상 사옥상의 애절한 전음도 들려오지 않았다.

주소아는 그의 안색 만 살피고 있었다.

황혼,

황혼만이 무성한 갈대숲에 어지럽게 쏟아져 내리고 있을 뿐……

한데 돌연,

흑의인,

흑두건에 강철처럼 차갑고 냉혹한 기운 속에 음충맞도록 꿈틀거리는 가공할 사기를 동반한 여섯 명의 흑의인들이 맞은편의 갈대숲에서 소리없이 솟아났다.

여섯 명의 소름끼치는 살기를 동반한 흑의인,

이들은 분명 사옥상이 말한 살수각의 삼십 육 살수들 중 일부이리라!

일순,

[크크……]

흑두건 속에 휩싸인 공포스런 시선이 소일초와 주소아를 꿰뚫었다 싶을 순간 그들의 몸은 이미 허공을 날았다.

번쩍------------!

콰아아……

여섯 줄기 벼락불 같은 검광이 수 천 가닥의 검망을 치며 공간과 공간을 잇는 최단거리로 덮쳐들자,

소일초의 얼굴에 맹렬한 전의가 용솟음쳐 올랐다.

이어,

옷자락을 헤치고 철검을 잡았다.

동시에,

[호흡을 죽여!]

주소아에게 낮은 목소리로 외치면서 철검을 떨쳤다.

슛!

소일초의 철검에서는 한 가닥의 기류가 형성되어 덮쳐오는 여섯 명의 살수들을 휘감았고,

크아악-----!

참혹한 비명과 함께 기류에 휘말렸던 여섯 살수들이 칠공에서 피를 쏟으며 떨어져 내렸다.

이때 다시,

슈우숫------!

갈대숲의 여섯 방향에서 시퍼런 검날을 폭출시키며 여섯 명의 흑의인이 뛰어올랐고,

이 여섯 명의 흑의인은 최초의 흑의인들이 쓰러지는 틈을 타서 소일초와 주소아에게 덮쳐들었다.

일검에 천지를 박살낼 듯한 가공할 검광!

순간,

슈웃------!

주소아가 미처 그녀의 체대를 발출하기도 전에,

소일초의 빠른 철검이 회오리를 일으켰다.

찰나,

오오……

슈우웃------!

철검의 끝에서 여섯 줄기의 회오리가 흑의인들을 향해 각기 하나씩 몰려가는 것이 아닌가?

그 크기가 철검의 끝을 떠나는 순간부터 무서운 속도로 자라면서……

다음 순간,

[으----악!]

[크-------아악!]

황혼빛 속에서 처절한 비명이 울리고 정확히 여섯 개의 시체가 회오리를 타고 허공에 솟구쳐 올랐다.

소일초는 주소아의 손을 잡고 미끌어뜨리듯 신형을 옆으로 이동시켰다.

스스스스……

순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가 서 있던 곳을 비롯하여 열두 곳에서 열두 명의 흑의인이 벼락처럼 솟구쳐 올랐다.

번----쩍------번---------쩍-------!

천지폭멸의 가공할 검세가 십자로 비켜 소일초와 주소아를 천참만륙할 찰나,

슈아아앙--------!

소일초의 철검이 다시 빠르게 그들을 찔러나갔고,

시꺼먼 철검의 끝에서 하얀 실같은 검기가 가늘게 뻗어나오며 파도처럼 밀려갔다.

콰아아앙-------!

퓨퓨퓨------퓨----!

우주를 통째로 꿰뚫는 것 같은 엄청난 열두 개의 가공할 섬륜이 일었다 싶을 순간,

[크아아악!]

[크------악!]

흑의인들의 검은 산산히 박살난 채 그 주인들의 몸과 함께 처참히 허공에 비산(飛散)되어야 했다.

오오……

직접 보지 않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소일초의 철검의 위력!

순간,

푸----퓨슈슈슈----슛-----

주변에 있는갈대들이 허공을 가득 메우면서 창살처럼 소일초와 주소아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웅웅웅------

이번엔 땅 위를 완전히 점거하면서 무서운 바람소리와 함께 철추들이 그들의 몸을 짓이갤 듯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늘과 땅……

가히 완벽한 공격,

그러나, 소일초의 철검은 다시 허공을 가리켰고 철검의 끝에서 형성된 기류 속으로 갈대들이 빠르게 빨려들어 갔고,

이내 철검이 휘둘러지자 사방으로 비산되었다.

쇄애액!

츠츠------촤……!

크아악------

크악--------

비명이 팔방에서 터져 나오는데……

오오……이 처참함……

여덟 명의 겸(鎌)과 철추를 쥔 흑의인들이 전신에 갈대를 꽂은 채 참혹하게 으깨져 있지 않은가?

[네 명!]

소일초가 소리를 지르며 이 번에는 먼저 공격해 들어갔다.

슈욱-----!

소일초의 몸이 주소아를 안은 채 허공으로 떠오르고 동시에 그의 철검이 네 개의 원을 그렸다.

순간,

캐액------

큭--------

허공에서 네 마디의 비명이 터져 나오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그곳에서 네 개의 검은 시체가 떨어졌다.

그들의 가슴은 일제히 동그랗게 뚫려져 내장을 쏟아내고 있었다.

쿵! 꽈당!

정확히 서른 여섯 명의 목이 떨어져 나간 이 황혼의 갈대숲!

천천히 주소아를 안은 소일초가 기괴한 정적처럼 내려섰다.

한 순간,

[이젠 끝났어……굉장한 검공이야……그 무시무시한 자들을 단 네 초식으로 몰살시켜 버리다니……]

주소아의 놀람이 가시지 않은 음성이 들렸다.

[늦었어……오늘은 화산에서 자기로 했잖아……]

슈우우-------

자욱한 안개에 파뭍치며 소일초와 주소아의 신형이 아득한 화산의 옥녀봉으로 멀어졌다.

바로 이때,

너울너울……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돌연,

기괴한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한데 오오……

그 기괴한 운무가 뽀얀 수증기가 되는 가 싶자,

주이는 온통 마의 기운으로 표백되어 버리는 게 아닌가?

그리고 음성,

[살려둬서는 안될 놈이야!]

한 올의 감정도……한 올의 인간적인 냄새도 느낄 수 없는 무색인간의 음성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스으으으……

그 뽀얀 수증기 속에 환상처럼 나타나는 한 사람……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너무 짙어서인가?

그의 용모를 자세히 헤아릴 수는 없으나,

흑포(黑袍)에 흑의(黑衣)가 환상처럼 어른거리는 사이로,

섬뜩하리만큼 가공할 무심일색의 기운과 삼라만상을 순식간에 표백시켜 버리는 무형마기가 물살처럼 터지는 것이니……

문득,

그 수증기 속의 무감정한 음성이 다시 흘러나왔다.

[소선풍의 자식이 저토록 뛰어나다니……저런 아이가 이 땅에 존재한다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기재는 우리가 길렀던 주소아 뿐인 줄 알았는데……]

아아……

이 무슨 소린가?

주소아를 직접 길렀다니……

그렇다면 이 마기가 풀풀 흘러넘치는 인물이 바로 삼수 중의 하나란 말인가?

어째거나,

그 짙은 수증기 속에 쌓인 인영은 사위를 무형마기로 표백시키며,

오랫동안……

참으로 오랫 동안 소일초가 사라진 방향을 주시했다.

그렇게 일다경이 흘렀을까?

돌연, 무심한 음성이 흘렀다.

[모두 가서 준비하라……!]

순간,

오오……

스스스스……

아무것도 헤아릴 수 없었던 허공에서 돌연 수백 가닥의 검은 기운들이 밀물처럼 삼백 육십 방위로 흩어져 나가는 게 아닌가?

형체도 없는 그림자들로 존재했다가……

환상의 너울처럼 사라져 버린 수백의 무리들……

실로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바로 이때,

수수수수수……

그 마기에 뒤덮인 인영이 허공에 치솟는가 싶더니……

슈--------슈웃----

화산의 옥녀봉을 향해 빛처럼 날았다.

그리고,

그가 나는 뒤로 뿌려지는 죽어버린 음성,

[반드시…… 죽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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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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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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