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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 章

 

               天罡摩罅維深經

 

 

천강마존은 담담한 눈길로 기검룡을 응시했다.

[펼쳐보아라.]

기검룡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조심스럽게 두루마리를 펼쳤다.

순간, 그의 두눈은 갑자기 크게 떠졌다.

 

<무적팔해(無敵八解).>

 

두루마리에는 실로 가공할 위력의 무공이 적혀있는 것이 아닌가?

 

___제 일해(一解) 개천뢰명(開天雷鳴),

___제 이해(二解) 폭화소천(瀑火燒天),

___제 삼해(三解) 붕천압지(崩天壓地),

___제 사해(四解) 벽뢰파산(霹雷破山),

___제 오해(五解) 노룡자천(怒龍刺天),

___제 육해(六解) 단천복지(斷天覆地),

___제 칠해(七解) 유성파천(流星破天),

___제 팔해(八解) 멸혼극참(滅魂極斬),

 

천강마존은 엄숙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그것은 사백 년(四百年) 전의 기인 무적도군(無敵刀君)이 남긴 무공이다. 도법(刀法)이나 검법(劍法) 어느쪽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극강함과 패도적인 위력은 천하에서 또한 으뜸이다. 내일부터 무적팔해의 수련에 들어갈테니 미리 기억해 두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대답하는 기검룡의 얼굴에는 힘찬 투지가 불끈 치솟았다.

 

X X X

 

철썩___ 쿠르릉...!

쏴___ 아___!

교교한 월광(月光)이 파도를 타고 일렁이고 있었다.

파석도(波石島).

그 바위의 정상에 한 인영이 우뚝 서 있었다.

그 칠 척(七尺)에 달하는 거구에 위풍당당한 풍모.

기검룡! 바로 그였다.

그는 바위 위에 우뚝 선채 두 손에 한 자루의 검(劍)도 아니고 도(刀)도 아닌 기형(奇形)의 병기를 들고 있었다.

문득, 우우우... 웅...!

갑자기 기형의 병기가 은은한 울부짖음을 발하며 한 차례 떨렸다.

푹은 한 치에 미치지 못했지만 검신의 길이만 근 네 자.

전체모양은 검(劍)의 형태였지만 날이 한쪽으로 서 있는 끝이 위로 약간 구부러져 검(劍)이라고도 할 수 없는 기이한 병기.

헌데 지금 그 기형의 병기가 은은한 음향을 발하며 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 우... 웅!

차츰 병기의 울림이 높아졌다.

순간, 기검룡의 몸에서 기이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기병기를 중심으로 점차 원반형의 거대한 백색환(白色環)이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급격히 백색환은 확산되면서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순간, 파파팍...!

주위의 암석들이 일제히 가루가 되어 부서져 나갔다.

[멸혼극참(滅魂極斬)!]

파석도가 통째로 무너져 내리는 듯한 기검룡의 대갈일성이 터진 것도 그와 동시였다.

파팟...! 콰르릉___ 쾅!

아! 천지개벽이 일어나려는가?

거대한 백색환이 전광처럼 폭사된 곳은 바닷 속.

헌데 보라! 거대한 포말과 함께 미친 듯이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는 바다의 용트림을.

그 순간 월광마저 포말 위에 부서져 찬란히 흩어졌다.

아아! 실로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믿어지지 않는 가공할 위력이 아닐 수 없었다.

[하하하... 성공이다! 멸혼극참을 연성하고야 말았다. 하하하하...]

기검룡은 찌렁찌렁한 대소를 터뜨리며 감회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때,

[허허... 용아! 드디어 성공했구나. 아주 훌륭했다.]

어느새 나타났는지 낙척문사가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기검룡의 등뒤에 우뚝 서 있었다.

[할아버지!]

기검룡은 그를 바라보며 희열의 음성으로 소리쳤다.

낙척문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큰 할아버지께 어서 무적팔해를 연성했다고 말씀드려야지. 무척 기뻐하실 것이다.]

[네, 어서가요.]

그들은 곧 몸을 날렸다.

 

석실___.

[할아버지, 용아가 드디어 무적팔해를 모두 연성했어요.]

기검룡은 석실끝의 석상에 앉아있는 천강마존을 바라보며 들뜬 음성으로 말했다.

일순 천강마존의 안면에는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허나 그것은 떠올랐던 것보다 더 빨리 사라지고 그는 곧 엄숙한 표정이 되었다.

[수고했다. 허나 무적팔해를 익히는데 무려 일년(一年)이라는 기간을 소요했다. 앞으로 더욱 증진해야만 천강무공을 전수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

그말에 기검룡의 얼굴에는 부끄러운 기색이 떠올랐다.

[자, 내일부터는 이것을 연마하도록 해라.]

천강마존은 그런 기검룡에게 하나의 낡은 비급을 건네주었다.

 

<절존검보(絶尊劍譜).>

 

비급의 겉장에는 위와같은 네 글자가 희미하게 적혀있었다.

천강마존은 엄숙한 어조로 기검룡에게 설명했다.

[절존검보는 절존검후(絶尊劍后)라는 여걸께서 남긴 비급이다. 무적팔해가 천하에서 가장 극강하고 패도적인 무공인데 반해 절존검보 내의 만절극변검식(萬絶極變劍式)은 가장 현묘하고 유(柔)하면서도 난해한 검법이라 모두 삼백육십식(三百六十式)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식마다 스물 네 가지의 변화를 내포한다. 따라서 모두 팔천 육백 사십(八千六百四十) 가지의 변화를 일으킨다.]

기검룡은 그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팔천 육백 사십 가지의 변화를 내포한 무학.

범인이라면 평생을 걸려서도 기억조차 못할 엄청난 불량이 아닌가?

허나 천강마존은 준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천강무공을 익히려면 이 정도의 난해한 무공을 일년(一年)안에 모두 익힐 수 있어야 한다. 너는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기검룡은 마음이 무거웠다.

허나 그는 곧 의지가 서린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명심하겠습니다. 오늘 밤부터 당장 연마에 들어가겠습니다.]

그는 기형병기를 들고 다시 석실을 빠져나갔다.

___무적패도(無敵覇刀).

과거 무적도군(無敵刀君)이 사용하던 천하의 도다.

그것을 불끈 움켜쥔 그의 두눈은 불타는 투지와 원대한 포부로 빛나고 있었다.

기검룡이 석실을 나가고 나자 문득 천강마존이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형도 무적팔해를 연성하는데는 꼬박 이 년(二年)이 걸렸었지. 과연 저 아니는 모든 면에서 노부를 능가하는 기재로군.]

그는 기검룡이 무척 대견스러운 듯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저 아이가 서운해 할지 모르나 어쩔 수 없네. 천강무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강(强)한 자질이 필요하니...]

낙척문사는 충분히 그의 뜻을 알고 있었다.

[용아는 영리합니다. 형님께서 겉으로는 엄하게 대하지만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잘 알고있습니다.]

그의 말에 천강마존은 엷은 미소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뼈를 깎는 고련(苦鍊)의 세월.

기검룡은 숱한 고통과 역경을 견디며 오로지 무공연마에만 몰두했다.

천강마존은 처음부터 그러했듯이 일언반구의 조언조차 해주지 않았다.

기검룡 스스로 검도를 깨우치게 하려함이었다.

이윽고 반년(半年)___

기검룡은 마침내 팔천 육백 사십 가지의 만절극변검식을 모두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반년이 흐르자 그는 드디어 만절극변검식을 마음대로 펼칠 수가 있게 되었다.

아! 이는 실로 놀라운 진보가 아닐 수 없었다.

절존검법을 모두 연성한 후 기검룡은 다시 천강마존과 마주앉았다.

천강마존은 또 다른 한 권의 비급을 건네주며 여전히 준엄한 어투로 말했다.

[이것은 칠백 년(七百年) 전의 절정 마두였던 혈음마황(血陰魔況)의 혈황경(血荒經)이다. 다른 부분은 지극히 잔악한 마공들이라 모두 없애버렸다.

다만 혈음패황도(血陰覇皇刀)를 펼칠 수 있는 혈황도식(血荒刀式)과 천천마음의 연마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혈음탈혼소(血陰奪魂笑)만을 남겨 놓았다. 이것을 반년(半年) 안에 연성해야 한다.]

기검룡은 묵묵히 그러나 굳은 의지의 표정으로 비급을 들고 석실을 나왔다.

그날부터 또 다른 수련은 시작되었다.

 

<혈황오식(血皇五式).>

 

___제 일식(一式) 소혼혈(素魂血).

___제 이식(二式) 척혈살(剔血殺).

___제 삼식(三式) 비혈참(飛血斬).

___제 사식(四式) 환혈류(幻血流).

___제 오식(五式) 혈황극(血荒極).

 

이는 혈음패왕도를 위해 만들어진 도법(刀法)이었다.

그 도세가 독랄, 쾌속하기 이를데 없어 반드시 피를 보고야 마는 잔혹한 필살(必殺)의 도법이었다.

기검룡의 이 도식을 모두 연마하는데에는 삼개월을 소요했다.

이 또한 눈부신 성취라 나이할 수 없었다.

___혈음탈혼소(血陰奪魂笑), 이는 웃음소리로 사람을 살상할 수가 있으며 필요에 따라 사이한 섭혼술(攝魂術)과도 같은 마력(魔力)을 발한다.

기검룡은 이 무공의 수련에는 불과 한달을 소요했을 뿐이었다.

이미 척천마음을 통해 음률에 대한 조예를 터득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남자 기검룡은 천해비보(天海秘譜) 중에서 본 천뢰삼도(天雷三刀)의 수련에 들어갔다.

 

<천뢰삼도(天雷三刀).>

___광극뢰(光極雷),

___심극뢰(心極雷),

___천극뢰(天極雷),

광뢰극! 빛줄기가 번뜩 스치는 순간 이미 적의 몸은 동체에서 날아가 버린다.

심극뢰! 광극뢰보다 두배 빠른 도식(刀式), 살의(殺義)가 이는 순간 도(刀)는 이미 상대의 심장을 뚫고 돌아와 도집에 들어가 있다.

천극뢰! 이것의 위력은 실로 통천가공할 정도, 상상을 불허하는 쾌도(快刀)의 최고 경지다.

비단 빠르기가 심극뢰의 배가 될뿐 아니라 일시에 방원 십 장을 질타하는 위력 앞에서는 그 어떤 공격도 풍지박살을 면치못한다.

기검룡은 천뢰삼도의 도식을 익히며 실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꼬박 두달이 걸려서야 그는 광극뢰와 신극뢰를 익힐 수가 있었다.

허나 마지막 도식인 천극뢰만은 그의 천고적인 자질이라해도 터득이 불가능한 것이라 다음으로 미루었다.

 

기검룡! 그는 이제 당당한 십팔 세의 청년으로 변모했다.

그가 다시 반년간의 수련을 마치고 천강마존을 찾아갔을 때 천강마존은 단 한마디를 했을 뿐이었다.

[앞으로 일 년간은 작은 할아버지께 가르침을 받아라.]

그리하여 기검룡은 그날부터 무적패도를 내려놓고 낙척문사와 생활하게 되었다.

낙척문사가 그에게 가르친 것은 대부분 학문(學文)이었다.

허나 강호출도(江湖出道)를 대비한 다방면의 잡학들도 아낌없이 전수했다.

독술(毒術), 의술(醫術), 암기수법, 기관지학, 성복지술(星卜之術), 대화술 등은 물론 심지어는 도박수법까지 가르쳤다.

마지막으로 낙척문사는 두 가지의 절세무공을 전수했다.

___의형수강(意形手罡).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강기(罡氣)로 최고 백여 장까지 떨쳐 낼 수 있는 가공할 무공이었다.

___허기머리보(虛氣迷鯉步).

고금(古今)이래 최고의 신법(身法).

낙척문사가 수많은 경공들을 종합 연구하여 창안한 그의 독문경공술이다.

하루에 능히 삼천 리(三千里)를 달릴 수 있다.

이것의 특징은 경공을 펼칠시에 전혀 지면을 밟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지면과 적당한 간격을 두고 발바닥에서 유출시키는 공력의 힘으로 펼치는 경공술이었다.

 

다시 일년(一年)의 세월이 흘렀다.

기검룡에게 있어서는 어느 한순간도 휴식이 없었던 고련의 나날이었다.

천강마존은 다시 기검룡을 불러 앉혔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이제부터 천강무공의 수련에 들어간다.]

천강마존의 그 한마디에 기검룡의 가슴은 벅찬 격동으로 끓어올랐다.

천강무학(天罡武學)!

이 얼마나 익히기를 원하던 무공인가?

천강마존은 겸양하여 택그성황의 배끝에도 못미치는 보잘 것 없는 무공이라 하지만 기검룡은 잘알고 있었다.

천강무공, 그것이야말로 택그성황의 성취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광세절학이라는 것을, 기검룡은 격동과 희열에 벅차게 밀려드는 것을 느끼며 천강마존을 응시했다.

허나 문득 천강마존은 침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 전에 이 할아버지와 네 신분에 대해서 이야기해 두는 것이 좋겠다.]

[...!]

순간 기검룡의 안면이 굳어졌다.

자신의 신세내력, 그동안 그는 많은 고통과 의문을 가지고 자신의 내력을 알고자 했다.

허나 그것을 물을 때마다 천강마존은 굳게 입을 다물었을 뿐이었다.

다만 시기가 임박하면 알려주겠다는 그 한마디를 할뿐,

이때, 천강마존은 기검룡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허나 한 가지 할아버지 앞에서 약속해야한다. 어떤 경우에도 눈물을 보여서는 안된다. 이 할아버지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은 악인(惡人)보다도 나약한 인간이다. 약속할 수 있겠느냐?]

[약속합니다. 할아버지, 여하한 경우에도 눈물을 보이는 못난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소자야말로 진정한 천강마존의 손자가 아닙니까?]

기검룡은 내심의 긴장과 불안을 숨기며 자신있게 다짐했다.

(불쌍한 녀석...)

문득 천강마존의 노안(老眼)에는 측은해 하는 비치 떠올랐다.

허나 그는 곧 안색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백 오십여 년 전, 북건성 일대에 검궁(劍宮)이라는 문파가 있었다.

___팔황신검(八荒神劍) 구양신운(九陽神雲).

그가 바로 검궁의 궁주(宮主)였다.

그는 당시 무림의 최절정고수였던 무림팔걸(武林八傑)의 일인이기도 했다.

검궁은 당시의 어느 방파보다 방대한 세력을 갖춘 명실공히 맹주(盟主)역을 맡고 있었다.

헌데, 어느 해였던가?

서역으로 볼일이 있어 서역에 간 구양신운(九陽神雲)은 이름모를 폐사(廢寺)에서 하룻밤을 거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그는 그 폐사의 허물어진 장경각에서 한 권의 고서를 얻게 되었다.

고서는 서역에서도 오래 전에 사용하지 않게 된 고어(苦語)로 기술되어 있어서 구양신운은 전혀 그 내용을 알 수가 없었다.

그후, 서역에서 돌아온 구양신운은 그때 비로소 자신이 광세기연을 만났음을 알 수 있었다.

그때 당시, 구양신운(九陽神雲)에게는 열살 정도된 어린아들이 하나 있었다.

구양천(九陽天), 어릴 때부터 신동(神童)이라고 소문이날 정도로 총명이 과인한 아이였다.

아무리 뛰어난 학자라도 구양천을 반년 이상 가르치지 못했다.

반년만 지나면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널리 학식있는 스승을 구하게 되었고 마침내 한 명의 박고통금한 지식을 지닌 노문사 한 분이 구양천을 가르치기를 자원하여 구양천의 스승이 되었다.

서역에서 돌아온 구양신운은 즉시 그 뜻모를 고서를 노문사에게 보였다.

헌데 고서를 받아든 노문사의 안색이 크게 변하였다.

노문사는 그 고서의 내용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천강마하유심경(天罡摩罅維深經).>

 

노문사가 읽어낸 고서의 제목이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이미 천여 년 전 천축에서 실전한 초고의 내공심경(內功心經)이 아닌가?

구양신운은 기연을 얻었다고 뛸 듯이 기뻐하며 노문사에게 그 내용을 자기 아들 구양천(九陽天)에게 가르쳐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러나, 기쁨도 일순.

구양신운이 광세절기가 담긴 비급을 얻어 암중에 연마하고 있다는 소문이 강호에 퍼졌다.

그러자 이제까지만해도 다정한 친우들이던 팔걸(八傑)이 주측이 되어 전체 강호인들이 호시탐탐 검궁(劍宮)을 노리게 되었다.

결국, 어느 비오는 날 밤___.

수천의 무림고수들이 검궁으로 난입, 강호제일의 대파를 군림하던 검궁은 하룻밤 사이에 초토화 되고 말았다.

그 구양신운을 비롯하여 천여 명 검궁의 신하들은 완저히 몰살당했다.

허나 천운이었던가?

구양신운의 아들 구양천은 노문사가 피신시켜 다행히 살아남을 수가 있었다.

노문사는 사실 전대의 기인으로서 신분을 감춘 채로 검궁에서 살고 있다가 구양처능ㄹ 구해낸 것이다.

 

<죽이리라! 무림을 피로 씻으리라!>

 

노문사에 의해 설산(雪山)으로 피신한 구양천은 절규했다.

눈앞에서 부모형제가 도륙당하는 것을 본 그는 반미치광이가 되다시피 무공을 익혔다.

노기인은 암연히 탄식을 하면서도 구양천에게 천강마하유심경을 가르쳐 주고 또한 전대 기인의 무적도군(無敵刀君)의 진전을 물려주었다.

그 뒤 십년 후, 중원무림에는 한 명의 대살성이 출현했다.

미친 듯이 쏟아내는 도세 속에 천하를 울리던 팔걸(八傑)들이 처참하게 쓰러지고 근 이천의 고수가 화를 당했다.

전체 무림은 구양천 한 명에게 피로 씻기게 된 것이었다.

전 강호인들이 전전긍긍 공포에 쌓여 있을 무렵 구양천을 찾은 한 명의 노진인이 있었다.

 

<만검진인(萬劍眞人).>

 

이십여 년 전에 은퇴했던 무당파 최고의 고수.

잠상봉 조사 이후에 처음으로 대라태청강기(大羅太靑罡氣)를 완전히 연성하고 무당최고의 비기 무상혜검(無常慧劍)을 연마해낸 절대고수였다.

만검진인은 좋은 말로 구양천에게 혈겁을 멈추라고 타일렀다.

허나 구양천은 만검진인의 충고를 일소에 붙이고 오히려 그에게 도전했다.

마침내 두 절정고수는 서로 충돌했다. 그러나 구양천은 참담하게 폐했다.

불완전한 천강신공(天罡神功)은 대라태청강기(大羅太靑罡氣)의 강맹한 쇄도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무상혜검의 현기 앞에 무적팔해는 너무도 무기력했다.

결국, 만검진인의 백여초를 견디지 못한 구양천은 분루를 흘리며 그 앞에 무릎꿇었다.

 

<빈도를 제압할 자신이 섰을 때 다시 중원으로 들어오시오.>

 

만검진인은 그렇게 구양천을 중원에서 추방했다.

이것이 구양천 즉 천강마존에 있어서의 최초이자 최후의 패배였다.

천외유천(天外有天)!

하늘밖에 하늘이 있음을 안 구양천은 낙심하여 설산(雪山)으로 들어갔다.

십년(十年)의 세월___

고심참담의 뼈를 깎는 듯한 수련 속에서 구양천은 점차 최초의 분노가 가라앉고 만 것

인에 대한 경외감이 있었다.

바로 그 무렵 그의 머리 속에는 삼식(三式)의 검법이 구상되고 있었다.

허나 늘 무엇인가 부족한 듯 그 실체가 잡히지 않아 그는 고심했다.

헌데 어느날이었다.

당시 설산의 패자(覇者)로 군림하던 설산인마(雪山人魔)가 그에게 도전을 청했다.

많은 수련 끝에 마음의 수양을 쌓은 구양천이었지만 도전을 피하지는 않았다.

곧 치열한 혈전은 벌어졌다.

그 결과 설산인마는 구양천의 무적패도를 감당치 못하고 참담하게 죽고 말았다.

허나 구양천 또한 혈전 끝에 천인단애로 떨어져 죽음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전화위복이 될 줄이야...!

그는 단애 아래에서 천고의 영약 만년설매실(萬年雪梅實)을 발견한 것이 아닌가?

뿐만이 아니었다. 하나의 빙벽 속에서 무림사상 최고의 여마 절존검후(絶尊劍后)의 진전을 이어받게 된 것이었다.

절존검후의 먼절극변검식의 팔천 육백 사십 가지 변화를 대하는 순간 천강마존은 확연히 깨달았다.

자신이 구상하던 검법에 있어 부족한 점이 바로 변화(變化)와 부드러움(柔)이라는 것을.

다시 십년(十年)의 세월이 유수처럼 흘렀다.

구양천은 그동안 오직 삼식(三式)의 검법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으로 피어린 수련을 거듭했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사상유래 없었던 엄청난 검식을 창안하고야 말았으니...!

그것이 바로 천강삼식(天罡三式)이 아닌가?

패도적인 극강함은 무적팔해를 능가하며 종잡을 수 없는 변화는 만절극변검식의 팔천 육백 사십 가지의 변화에 필적했다.

그후, 무림에는 신비한 한 명의 검수(劍手)가 나타났다.

늘 청삼을 걸치고 한 자루 반투명한 보검을 지니고 다니는 중년인(中年人), 그가 가는 길에는 적수를 찾을길 없었다.

아니 적수는 고사하고 그의 일초반식(一招半式)을 제대로 받아낸 자가 없었다.

그만큼 그는 강(强)했다.

헌데 그는 항상 누군가를 찾고 있는 듯 했다.

남이 자신을 건들이지 않으면 자신도 남을 해치지 않는다는 그의 철칙, 허나 막상 그의 눈을 벗어나는 자는 그것으로 영원히 끝이었다.

개세무적의 고수 더 나아가 대방파라 할지라도 그 한 사람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 대표적인 예는 암중에 무림제패를 꿈꾸던 무위대제(武威大帝)와 무위궁(武威宮)의 제물이었다.

단 일검에 무위대제의 몸이 양단되었고 무위궁의 최정예 무위삼십육천(武威三十六天)의 태반이 몰살당한 것이 아닌가?

 

<천강마존(天罡魔尊).>

 

이것이 무림인들이 그글 경원하여 붙인 별호였다.

천강마존은 그후 사제와의 대회전에 이르기까지 소상히 이야기를 하고 말을 멈추었다.

[...]

[...]

두 노소는 말없이 앉아 서로를 바라보았다.

기검룡의 눈에는 앞에 앉아있는 병색완연한 천강마존이 태산과 같이 느껴졌다.

억겁의 세월이 지나도 미동도 않을 것만 같은 거산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할아버니는 지나간 할아버니의 생애를 결코 후회의 눈으로 되돌아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신념대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천강마존은 문득 말을 멈추고 앞에 앉아 있는 기검룡을 바라보았다.

(이 아이도 노부와 비슷한 운명을 지니고 있다... 자칫하면 제 이의 천강마존이 될 수도 있다.)

천강마존은 착잡한 눈빛으로 기검룡을 주시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나 노부는 네가 노무와 같은 길을 걷는 것을 원치 않는다.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네,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

기검룡이 힘있게 대답하자 천강마존의 눈속에 안도의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노부 평생에 후회가 되는 일은 가문을 이어 부모님에게 효도를 다하지 못한 일이다. 너는 노부의 전철으 밟지 않도록 명심해라.]

[명심하겠습니다.]

기검룡은 가문의 이야기가 나오자 바짝 긴장하였다.

[이제는 네 신상에 얽힌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천강마존이 입을 떼자 기검룡은 모든 신경을 천강마존의 말에 기울였다.

[할아버지가 언급한 바가 있었지. 노부이후에 중원패주(中原覇主)가 되기에 충분한 인물이 있었다고 말이다.]

[네. 황룡대제(黃龍大帝) 기용천(奇龍天)이라는 분이 그분이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말하는 순간 기검룡은 이상하게 피가 끓어오름을 느꼈다.

천강마존은 침중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는 본시는 서역 황교(黃敎) 출신이었으나 태양성자(太陽聖子)의 진전까지 얻은 듯 했다.]

천강마존의 말을 들으며 기검룡은 무의식적으로 목에 걸린 황룡옥패를 만졌다.

문득 그는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혹시... 그분이 소손과 무슨 관계라도...?]

천강마존은 지그시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렇다. 너는 황룡대제 기용천과 청해설랑(靑海雪랑) 모연옥과의 사이에서 난 그의 일점혈육이다.]

순간,

[아아...!]

기검룡은 마치 쇠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괜찮겠느냐?]

어느새 다가온 낙척문사가 걱정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

기검룡은 전신을 경련하며 두눈을 찢어질 듯 부릅떴다.

허나 차츰 그는 안정을 되찾았다.

[괜... 괜찮습니다. 계속 말씀해 주십시오.]

그는 이를 악문 채 힘겹게 천강마존을 응시했다.

찢어질 듯 흡떠진 그의 두눈은 무섭게 충혈되었고 악다문 입술에서는 한 줄기 선혈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천강마존은 가슴이 쓰라렸다. 허나 그는 지금이 기검룡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임을 잘 알고 있엇다.

자칫 기검룡이 감정을 억제치 못한다면 강호에는 또다시 제 이의 천강마존이 탄생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천강마존은 침착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이것이 전부다. 이후의 판단은 네 스스로에게 달린 문제, 할아버지가 간섭할 일이 못된다. 다만 할아버지는 네가 강하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검룡은 멍한 눈빛으로 허고을 쏘아보고 있었다.

무릎 위에 올려놓은 그의 두 손은 너무도 힘주어 움켜쥐어 붉은 선혈이 터져 흘렀다.

허나 그는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천강마존은 그의 모습을 대하기가 고통스러운 듯 지그시 눈을 감았다.

 

잠시 후,

[으아아... 아아___!]

파석도 정상에서는 바다를 뒤엎을 듯한 처절한 외침이 울려퍼졌다.

쿠르르... 콰___ 릉___!

미친 듯한 파도의 소용돌이는 여전히 섬의 전부를 함락시킬 듯 몰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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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九 章

 

            古今第一人

 

 

[! 저놈은 만년백경(萬年白鯨)!]

그렇다. 바로 위에는 마치 거대한 섬을 방불케 하는 하얀 고래가 막 사해선문의 선단을 향해 물보라를 일으키며 부딪쳐 오고 있었다.

기검룡의 외침에 중인들은 모두 대경했다.

만년백경은 바다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전설과 같은 영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기검룡은 달려오는 백경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놈은 내가 자기의 내단(內丹)을 갖고있는 것을 알고 쫒아오는 것 같구나.]

그 말에 사해신룡은 안색이 변했다.

[용아, 네가 내단을 갖고있단 말이냐?]

이때,

[! 피해라! 부딪치면 안된다!]

경악성이 울렸다.

허나 이미 늦었다.

___! 우지끈___!

삽시간에 십여 척의 선박이 풍지박살났다.

도저히 만년백경의 힘을 막을 수가 없었다.

기검룡은 입술을 물며 결심했다.

[숙부님, 용아는 저놈을 유인해 갈테니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세요!]

그 말에 깜짝 놀란 것은 능소취였다.

[안돼! 오빠! 가지마, 가면 안돼...!]

그녀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매달렸다.

기검룡은 그녀를 번쩍 안아 뺨을 비비며 말했다.

[염려마, 다시 만나게 될거야, 이 용아는 세상에서 네가 제일 좋으니까.]

다음 순간 기검룡은 그녀를 내려놓고 몸을 휘익 날렸다.

[조심하거라, 용아!]

사해신룡의 외침이 들렸다.

[___ ! 이놈아! 난 여기 있다!]

기검룡은 외치며 파도를 밟고 백경을 향해 날아갔다.

콰르릉___ ___ !

백경은 마침내 그를 발견하고 방향을 돌렸다.

[하하하... 날 쫓아와라! 내단은 아직도 네 품속에 있다.]

기검룡은 방향을 사해선문과 정반대로 돌려 파도를 박차고 날아갔다.

___ ___!

백경은 빛살같이 그의 뒤를 쫓았다.

[용오빠...!]

멀어져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능소취는 울먹였다.

 

파석도(破石島).

기검룡은 전신이 물에 흠뻑 젖은 채 파석도에 돌아왔다.

콰르릉___ ___ ___!

만년백경은 섬 주위에서 마구 몸부림치고 있었다.

백경은 내단을 잃어 점점 기력이 쇄잔해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악착같이 기검룡을 쫓아왔으나 그를 자비 못했던 것이었다.

[하하하... 백경아! 내단은 미안하지만 돌려 줄 수가 없구나!]

기검룡은 품속에서 유백색의 내단을 꺼내며 대소를 터뜨렸다.

이어, 그는 내단을 꿀꺽 삼켰다.

[이렇게... 내가 먹노라... 으윽!]

문득 내단을 삼킨 순간 기검룡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전신이 엄청난 열기에 휩싸여 버렸기 때문이었다.

[... 으으... ...!]

기검룡은 열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마구 모래 바닥에서 뒹굴었다.

이때였다.

___ !

한 인영이 그의 옆에 떨어졌다.

그는 바로 낙척문사(落拓文士)였다.

[용아! 아니... 이게 어찌된 일...]

그는 기검룡을 번쩍 안아들었다.

검룡은 얼핏 그를 알아보았다.

[... ... 작은 할아버지... ... 용아는 만년백경의 내단을 삼... 켰어......]

[뭣이!]

낙척문사는 크게 놀랐다.

[너를 차자 수일을 헤맸건만 내단을 삼켰다고? ... 이런...]

낙척문사는 다음 순간 신형을 휘익 날렸다.

그는 매우 다급한 듯 했다.

실상 만년백경의 내단은 지극한 효험이 있는 것이었지만 필히 안정할 곳을 찾아 내공이 높은 조력자의 도움으로 내단을 녹여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검룡이 그것도 모르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내단을 삼켰으니...

낙척문사는 급히 천강마존이 있는 곳으로 간 것이었다.

 

[...!]

기검룡은 오랜 혼미 속에 깨어나 눈을 뜨는 순간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순간,

[큰할아버지! 작은 할아버지!]

기검룡은 너무도 기뻐 크게 소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허나,

[!]

그는 갑자기 자신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오름을 느끼며 당황성을 발했다.

겨우 몸을 멈춘 그는 두눈을 크게 뜨며 의아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요?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니 용아의 공력이 이렇게 높아져 있다니 말입니다.]

낙척문사 역시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기이한 일이구나, 만년백경의 내단을 복용했다면 이갑자(二甲子) 정도의 내공을 얻는 것이 분명한데, 네 공력은 이미 삼갑자(三甲子) 이상에 이르렀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느냐?]

기검룡은 기억을 더듬어 그동안의 일을 차근차근 얘기하기 시작했다.

만년백경에게 먹혔던 일에서부터 무인도에서 만난 일, 사해선문을 도와 천해비보를 찾은 일까지.

허나, 자신도 모르게 무인도에서 본 일중에서 벽에 걸려 있던 기이한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 빠뜨리고 말았다.

만약 그 점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라면 그는 일찍 더할 수 없는 광세기연(曠世奇緣)을 만날 수 있었겠건만...

기검룡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난 천강마존과 낙척문사는 안면 가득 놀라움의 빛을 띄었다.

낙척문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야 네 공력이 그토록 급증한 이유를 알겠구나.]

기검룡은 문득 짐작이 가는 듯 물었다.

[흑시... 그 이상한 복숭아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다. 그 복숭아는 금령천도(金靈天挑)라는 영과로서 도가에서 최고의 지보로 여기는 것이다. 만일 그것을 일곱 번으로 나누어 복용하고 칠일간 운공하면 금강지체(金剛之體)를 이룰 수 있다.]

이어 문득 그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허나 너는 그것을 모르고 한꺼번에 다 먹어버려 그 효능이 반감된 것이다.]

기검룡은 약간 머쓱한 표정을 지엇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낙척문사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그렇다고 낙담하지는 마라. 이제 너는 전신에 만독(萬毒)이 불침하며 노력하면 일갑자의 내공을 더 얻을 수 있다. 앞으로 무공연마에 더욱 박차를 가하도록 해라.]

[명심하겠어요. 헌데 그 무인도의 백골은 어느 고인의 것인가요?]

그의 물음에 이번에는 천강마존이 입을 열었다.

[무림사(武林史)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명멸해 왔으나 단연코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을 꼽으라면 꼭 한 사람이 있다.]

[그분이 누군가요?]

기검룡은 호기심으로 두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분은 바로 천 이백 년(千二百年) 전의 기인(奇人) 절대무성(絶代武聖) 태극성황(太極聖皇)이시다.]

천강마존의 어조는 지극히 공경스러웠으며 엄숙하기까지 했다.

[태극성황(太極聖皇)!]

기검룡은 나직이 입안으로 뇌까렸다.

천강마존은 다시 조용한 어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천 이백 년 전 당시의 무림은 무림삼일(武林三日)이라는 세 명의 개세고수들에게지배당하고 있었다.]

 

<무림삼일(武林三日).>

 

___옥황대천(玉皇大天),

___천독마선(天毒魔仙),

___잠형유신(潛形幽神),

 

옥황대천, 그는 화타나 편작을 능가하는 의술의 명인이었다.

천독마선, 그는 만독(萬毒)의 조종(祖宗), 마공(魔功)의 집대성자였다.

잠형유신, 그는 실재(實在)하면서도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면서도 실재하지 않는다는 역용(易容)과 잠형술(潛形術)의 대가였다.

이들 삼인은 당시 무림의 최강(最强)을 지칭한 절대적 존재였다.

헌데, 그런 그들이 하루 아침에 실로 어이없는 좌절을 당하고 말았다.

어느날 홀연히 그들을 찾아온 한 젊은서생에게 그들은 어처구니 없게도 패하고 만 것이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성명절학을 전력(全力)으로 펼쳤으나 젊은서생의 십초(十招)를 당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마지막으로 그들 삼인(三人)이 합공(合攻)하여 대항했으나 그 또한 그들의 상상을 벗어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완패, 실로 완전한 패배였던 것이다.

무림삼일을 패퇴시킨 후 신비의 서생은 다음과 같은 한 마디를 남기고 표연히 사라졌다.

 

___무림에 군림하려하지 말라. 본인이 그대들에게 됴구하는 것은 이것 뿐이다.___

 

무림삼일은 통탄을 금치못할 지경이었으나 곧 무림에 세웠던 모든 세력을 해체하고 은거하여 무림에서 사라졌다.

그 이후, 무림삼일을 은퇴시킨 신비의 서생은 백년(百年) 동안 무림에서 행도(行道)하여 크게 그 이름을 떨쳤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는 성황(聖皇)이라는 영광스런 청호까지 받게된 것이었다.

헌데, 노년(老年)에 이른 그에게는 한 가지 커다란 근심거리가 생겼다.

백년 동안 천하를 주유했으나 자신의 진전을 이어받을 인재를 구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결국, 그는 후예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두 명의 기재를 기명제자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비록 태극성황의 전 무학을 이어받을 만한 인재는 되지 못했지만 몇 백년에 한 번 날까말까한 절세기재들이었다.

태극성황은 자신의 무공을 두 기재에게 적합하도록 음()과 양()으로 나누어 전수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무림에 두 명의 절세고수가 탄생하게 되었다.

___태양성자(太陽聖子) 황보영(皇補英).

___현음마군(玄陰魔君).

허나 이들은 정사종주(正邪宗主)로 서로 대립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다.

그들은 사부인 태극성황의 부름을 받았다.

태극성황은 그를 찾아온 두 제자에게 두 가지 물건을 내놓았다.

 

<이것은 나의 진본무공(眞本武功)이 실린 태극유진(太極貴珍)이다. 이것을 갖게되면 태극일문(太極一門)의 장문인(掌門人)이된다. 또한 이것은 나의 최초의 신공(神功) 태극호연천신강(太極皓然天神罡)을 적어놓은 책자다. 태극호연천신강의 위력은 능히 택그유진의 십배에 달한다. 너희들은 하나씩 선택하도록 해라.>

 

태극성황은 두 가지 물건을 놓고 그렇게 분부했다.

태양성자와 현음마군은 고심했다.

명예(名禮)와 실리(實利)___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허나 결국 그들은 결정을 내렸다.

태양선자, 그는 태극유진을 택해 명예를 취했다.

반면, 현음마군은 실리를 택해 택극호연천신강을 얻었다.

그는 평소 자신보다 강한 태양성자를 꺾어보는 유일한 소원이었던 것이다.

허나 그는 미처 한 가지 사실을 깨닫지 못했으니...

태영성자와 현음마군은 천하의 기재였다. 그러나 태극성황은 그들에게 진본비기(眞本秘技)를 전수하지 않았었다.

그것은 진전을 전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이들의 자질이 부족해서였다.

헌데 택그유진보다 위력이 십 배나 강한 태극호연천신강의 난해함은 더 이상 말하여 무엇하랴!

결국, 현음마군은 현음교(玄陰敎)를 해산하고 잠적했다.

태극호연천신강을 연마하기 위해.

허나 끝내 그는 무림에 다시 나타나지 못했다.

일평생 태극호연천신강과 씨름하다 죽음을 당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후 태양성자 역시 은거하여 택그일문은 완전히 무림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것은 애초에 태극성황이 바라던 결과였는지 몰랐다.

 

천강마존은 긴 이야기를 끝내고 기검룡을 바라보았다.

기검룡은 문득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용아도 알 것 같군요. 무인도의 석옥에 있던 백골은 바로 현음마군이로군요.]

그는 낡은 비급에서 본 현음분뢰지(玄陰分雷指)라는 지공의 이름에서 그것을 추측한 것이었다.

천강마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할아버지들은 이것들을 보고 그 유골이 현음마군의 것이라는 것을 추측했다.]

그는 앞부분이 삭아 없어진 낡은 비급과 외줄의 소금을 가리켰다.

이어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현음마군이 태극성황에게 전수받은 것은 한 가지 신공(神功)과 장공(掌功), 그리고 일초(一招)의 지법(指法)과 음공(音功)이었다. 특히 음공 척천마음(擲天魔 고금제일이라 현음마군 조차도 완전히 연성하지 못했다.]

천강마존은 다시 소금(少琴)을 집어들며 말했다.

[용아도 이 소금의 위력을 체험해봤으니 잘 알 것이다. 이것은 현천마금(玄天魔琴)이라하며 태양성자가 받은 태극신검(太極神劍)과 함께 태극일문의 양대지보였다.]

이번에는 낙척문사가 입을 열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그 석옥의 어딘가에 분명 태극호연천신강(太極皓然天神罡)의 비급이 있었을텐데 용아가 그것까지 얻지 못한 것이다.]

그 말에 천강마존이 담담히 웃었다.

[인연이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네. 용아가 그 태극호연천신강과는 인연이 없었던 모양이지.]

낙척문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하... 그 대신 용아는 그에 못지않은 기연을 얻은 수 있게 되었으니 섭섭하게 생각할 것 없다.]

[...?]

기검룡은 의아한 표정으로 낙척문사를 응시했다.

낙척문사는 문득 하나의 붉은 구슬을 집어 들었다.

바로 기검룡이 사해신룡에게 받은 그 구슬이었다.

[사해신룡은 최대의 기연을 네 개 양보했다. 이것이 무엇인 줄 아느냐?]

[...!]

[큰할버지께 옥황대천(玉皇大天)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않았느냐?]

그 말에 비로소 기검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 의술이 당대 최고였다던...]

낙척문사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 태극성황에게 패한 옥황대천은 무공초식으로는 도저히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함을 깨닫고 다른 방도를 구했다.]

[...]

[그는 신선경지에 이를 수 있는 내공을 얻기위해 한 가지 절대신단(絶代神丹)을 만들었다.]

낙척문사는 수중의 붉은구슬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 절대신단이 바로 이것이다. 옥황패천은 이 신단을 극허천룡단(極虛天龍丹)이라 이름했다.]

기검룡은 놀라움과 경이가 뒤엉킨 시선으로 붉은구슬, 즉 극허천룡단을 응시했다.

이때, 천강마존이 문득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용아의 공력이 급상승했으니 이제 상승무공을 익힐 수 있게 됐다. 내일부터 당장 무공수련에 들어간다. 허나 그 전에 우선 볼것이 있다.]

그는 문득 낙척문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낙척문사 역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잠시 후, 그는 서재 한모퉁이에서 하나의 두루마리를 가지고와 두 사람 앞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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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八 章

 

             天海秘譜

 

 

다급한 순간, 기검룡은 좌수로는 극영쇄심인을, 우수로는 참마제룡수를 펼쳐 상강일괴와 사공망을 동시에 방어했다.

꽈릉___ !

차차창___

폭음과 금속음이 어지럽게 짓터지는 순간,

[___ ___ !]

[___ !]

두마디의 서로 다른 비명이 잇따라 터졌다.

뒤이어,

[하하하... 용아 숙부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사해신룡이 호탕한 웃음을 트뜨리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일어서며 휘두른 일장에 상강일괴는 그대로 즉사했고 기검룡의 참세룡수에 의해 기식이 엄엄했다.

사해신룡은 사위를 둘러보았다.

한쪽에서는 태산일수가 홍라선희에게 일방적으로 몰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쪽에서는 능부인이 북망사신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었다.

사해신룡은 능소취를 기검룡에게 맡기고 번쩍 북망사신에로 몸을 날렸다.

능소취는 기검룡과 함께 있게 되자 문득 뾰루퉁한 표정으로 물었다.

[용오빠, 저 여자한데 입맞춤할거야?]

그녀는 홍라선희를 가리켰다.

기검룡은 일순 당황하여 안색이 붉어졌다.

[... 그럼 어떻게 해. 일방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약속을 해버렸으니...]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말에 능소취는 홱 토라졌다.

이때, 꽈르릉___!

장내에 다시 폭음이 터져올랐다.

사해신룡과 격돌한 북망사신이 순간 비틀 하며 물러섰다.

그 순간을 놓칠 능부인이 아니었다.

[빙음백주강(氷陰白柱罡)!]

그녀의 우장에서 얼음기둥같은 하얀기류가 쭉 뻗어나갔다.

파파팍___ ___!

엄청난 파열음에 이어,

[___ !]

북망사신은 왼팔이 산산이 부서져 날아갔다.

[두고보자.]

북망사신은 이를 갈며 황급히 몸을 날려 장내를 빠져나갔다.

거의 동시에, 홍라선희를 상대했던 태산일수가 물러가고 그것을 시작으로 군웅들은 삽시에 장내에서 사라졌다.

갑자기 장내는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사해신룡은 침중한 신색으로 사방을 쓸어보았다.

칠십이도객의 절반이 죽음을 당했고 내삼당의 당주 역시 심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

이때,

[호호호...]

홍라선희가 풍만한 둔부를 살래살래 흔들며 기검룡에게로 다가왔다.

[, 귀여운 공자님, 어서 이 누나의 뺨에 입을 맞춰주세요.]

그녀는 살며시 눈을 감고 상아빛 뺨을 내밀었다.

능소취는 이 광경에 그만 눈물을 글썽였다.

기검룡이 주저하자 홍라선희는 달콤한 표정으로 재촉했다.

[공자님, 장부라면 약속을 지키셔야죠.]

기검룡은 할 수 없다는 듯 그녀의 얼굴에 가볍게 입술을 대었다.

짧은 순간, 홍라선희의 상아빛 뺨은 도화빛으로 물들었고 그에반해 기검룡의 표정은 못할 짓을 한것처럼 떫뜨름하게 변했다.

이 모습에 능소취는 그만 얼굴을 가리고 능부인의 품속으로 뛰어 들었다.

이윽고 홍라선희는 교태로운 웃음이 어린 눈으로 기검룡을 바라보며 말했다.

[호호... 공자님, 다시 만나기를 바래요.]

이어 그녀는 기검룡의 손에 무엇인가 살짝 쥐어주고 휙! 몸을 날려 계곡을 떠났다.

이때, 능소취는 눈물젖은 눈으로 기검룡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용오빠는 거짓말장이! 취아가 제일 좋다더니 그 여자가 더 좋은거지? 흑흑...]

기검룡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취아... 울지마라. 나는 취아가 누구보다 더 좋다.]

[거짓말... 거짓말이야!]

능수취는 고개를 흔들며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러자 사해신룡은 문득 의미있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용아는 여복이 터졌구나. 벌써부터 저렇게 여자들 사이에서 고민하니 훗날에는 큰일나겠구나.]

기검룡은 머쓱하게 웃으며 문득 화제를 바꾸었다.

[참 숙부님! 하후할버지와 해룡방 식구들은 어찌되었을까요?]

그말에 사해신룡도 정색을 했다.

[부인! 이 옥함을 갖고 배로 돌아가 있으시오. 나는 용아와 함께 섬 뒤쪽으로 갔다가 가리다.]

능부인은 사해신룡으로부터 옥함을 건네받고 고개를 끄덕였다.

[, 용아 가자.]

, 기검룡과 사해신룡은 절벽을 날아올랐다.

그곳에 올라서니 해룡방과 사해선문이 치열한 호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해룡방의 전선은 태반이 침몰되었고 해변가에서는 수백 명 사해선문의 수하들과 해룡방수하들이 뒤엉켜 어지러운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때,

[멈춰랏___!]

사해신룡은 그들을 향해 쩌렁쩌렁한 대갈을 터뜨렸다.

순간,

[___!]

사해선문의 진영에서 일제히 함성이 터졌다.

사해신룡은 가볍게 그들에게 응수한 뒤 다시 소리쳤다.

[해룡왕(海龍王)! 수십 년간 걸친 양파의 분규는 그대와 본 문주와의 결투로 결말짓는 것이 어떤가?]

[좋다! 패하는 쪽이 영원히 동해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는 것이다.]

비천해응 하후염과 대치하고 있던 금포중년인이 문득 사해신룡의 앞으로 나섰다.

그는 한손에 분수자(分水子)를 움켜쥐고 있었다.

사해신룡과 해룡왕___

한동안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한 그들은 동시에 몸을 움직였다.

사해신룡은 손에 든 깃발을 힘껏 펄럭이며 쓸어갔다.

___ ___ !

해룡왕도 혼신의 힘으로 분수자를 휘둘렀다.

허나, 파파파팍___!

[으윽!]

분수자는 기폭에 부딪치는 순간 대여섯 조각으로 부서지고 해룡왕은 울컥 선혈을 토하며 네 걸음이나 물러섰다.

[... 졌다!]

그는 고통스럽게 안면을 일그러뜨리며 수하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돌아가자.]

이어, ! ___!

그들 일행은 모두 몸을 날려 거선으로 돌아갔다.

사해신룡은 장내에 우뚝 선채 위엄있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오늘 여러형제들이 힘써준 덕분으로 일이 무사히 끝났소. 앞으로 십년(十年), 십년만 지나면 본 사해선문은 천하게 웅비할 수 있을 것이오. 모두 수고를 하셨소. 총단으로 돌아갑시다.]

[___!]

[문주님 만세___!]

사해선문의 수하들은 바다가 떠나갈 듯 힘찬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기검룡은 사해신룡과 함께 몸을 날리며 홍라선희가 주고간 물건을 꺼내보았다.

그것은 티하나 없는 백옥(白玉)으로 만들어진 둥근 옥패였다.

 

<봉황지존(鳳凰之尊).>

 

전면에는 고어로 위와 같은 네 자의 글이 씌어져 있었다.

또한 뒷면에는 몸이 자색이며 부리는 황금빛으로 된 한 마리의 봉황이 새겨져 있었다.

기검룡은 홍라선희가 무슨 까닭으로 영패를 자신에게 주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윽고, 그들은 곧 처음 타고온 거선에 이르렀다.

헌데 문득, 갑판의 한구석을 바라보던 사해신룡은 아미를 찌푸렸다.

백객 조인창___.

그가 처참한 모습으로 나뒹굴고 있었던 것이다.

사해신룡은 선실을 들어서자마자 능부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백객은 어찌된 일이오?]

능부인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소첩이 배에 오르기 직전 갑자기 암습을 가하는 바람에...]

그말에 사해신룡은 침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결국 독수인마와 내통했던 자는 백객이었군.)

이어, 그는 한쪽 탁자 위에 놓여있는 백옥함을 집어들었다.

문득, 기검룡이 궁금한 눈빛으로 백옥함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것이 천해비동에 비장되어 있던 보물들인가요?]

사해신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득 손에 들고있던 기()를 바라보며 설명했다.

[그렇다. 이 기()는 천해보기(天海寶旗)라는 상고시대의 기물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공력을 주입하면 그것의 몇 배나 되는 경기를 발출하는 훌륭한 무기가 된다.]

기검룡은 감탄의 표정을 지으며 재차 물었다.

[정말 대단하군요. 빙죽도는 대대로 사해선문의 영지였다고 들었습니다. 어찌하여 이제서야 천해비동에 입동하셨습니까?]

[천해비종이 발견된 것은 오래 전이다. 허나 동굴 안은 너무도 한랭하여 인간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허나 최근에야 자오절이 되면 다소 한기가 사라져 사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던 것이지.]

사해신룡은 이어 백옥함을 열었다.

그 속에는 또 다른 두 개의 작은 옥갑과 하나의 가죽주머니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옥갑 밑으로는 여러 권의 책자들이 들어있었다.

[이것들은 칠백 년 전의 기인이신 천해상인(天海上人)께서 남기신 것이다. 그분은 비단 무공이 신의 경지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평생 많은 기물과 무공비급들을 모으셨다. 이것이 모두 그분의 유물들이다.]

사해신룡은 먼저 가죽주머니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하나의 붉은 구슬이 들어있었다.

이어 그는 이번에는 두 개의 옥갑 중 작은 쪽을 집어들었다.

그러자 폐부까지 시원하게 하는 향기를 풍기며 세 알의 작은 환약이 밀랍에 쌓인 채 드러났다.

그 속에는 한 장의 양피지가 함께 들어있었다.

 

<이 환약들은 천원신단(天元神丹)이라 한다. 이것을 복용하면 영지를 맑게하고 내공이 증강한다. 허나 그 효력은 극히 지속적이나 완전히 약효가 나타나려면 십년(十年) 이상을 지나야 한다. 그 연단법은...>

 

밑으로 깨알같은 연단법이 적혀있었으나 그것은 감히 구할 수 없는 영초들 인지라 사해신룡은 혀를 내둘렀다.

[과연 절세의 기약이다. 취아와 용아가 하나씩 복용해라. 너희같은 아이들이 복용하면 효과가 큰 것이다.]

능소취는 천원신단을 받았으나 기검룡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영약이 필요없어요. 태어날 때부터 임독양맥이 타통되어 있었던 것이 지금도 열려있으므로 내공도 보통사람보다 열 배는 빨리 연성할 수 있습니다.]

그말에 사해신룡과 능부인은 몹시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곧 사해신룡은 관심어린 어조로 물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네 무공은 할아버지들의 도움을 받지않고 혼자 연성한 것이냐!]

[, 저는 세 살 때부터 내공입문에 들었어요.]

사해신룡은 대견스러운 표정으로 기검룡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후일 필요할지 모르니 지니고 있거라.]

그는 천원신단을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허나 기검룡은 한사코 사양했다.

그러자 사해신룡은 천원신단을 거두고 용안(龍眼)만한 홍주(紅珠)를 피낭에 넣어 건네 주었다.

[그럼 이것이라도 갖도록해라. 이 홍주도 필시 내력이 있는 것일테니.]

기검룡은 그것까지 거절할 수가 없어 예를 표하며 받아넣었다.

이때 사해신룡은 두 번째의 옥갑을 열었다.

그 안에는 여인이 쓰던 것인 듯 화사한 무늬가 수놓여진 채대가 들어있었다.

채대 밑의 작은 양피지를 꺼내읽은 능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것은 천해상인과 동시대의 여걸이었던 칠채무후(七彩武后)께서 사용하실 칠채금대(七彩金帶)로군요.]

[어머! 정말 예쁜 것이군요.]

능소취는 채대를 바라보며 탄성을 발했다.

사해신룡은 두 개의 옥갑을 들어낸 다음 수십 권의 얇은 비급들에 눈길을 돌렸다.

제일 먼저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용비봉무한 웅휘한 필체로 제목이 씌어진 약간 두툼한 책자였다.

 

<천해무량심경(天海無量心經).>

 

겉장을 넘기자 간단한 서언(序言)이 적혀있었다.

 

<빈도는 무공익히기를 세끼 밥먹기 보다 좋아하여평생 수없이 많은 무공을 섭렵했다. 이제 말년에 이르러 무엇인가 흔적을 남기고 싶어 이 글을 적는다. 빈도가 익히고창안한 신공절기들 중 후세에 남기고 싶은 것을 간추려 모두 서른 여섯 권의 비급을 만들었다. 이글을 읽는 후인은 부디 이 절기를 사용하여 천하를 평정하도록 노력하라.>

 

[, 보고싶은 것이 있으면 골라보도록 해라.]

그 말에 기검룡은 수권의 비급들을 뒤적이다가 문득 한 권의 얇은 비급을 꺼내들었다.

 

<천뢰도보(天雷刀譜).>

 

기검룡은 위와 같이 씌어진 책자에 기이하게 마음이 끌림을 느끼며 책장을 열었다.

 

<천지간에 가장 빠른 것은 낙뢰(落雷). 낙뢰의 속도를 따르려고 고심한지 백년(百年) 마침내 낙뢰의 빠르기를 능가하는 세 초식의 도법(刀法)을 창안했다.

___천뢰도광(天雷刀狂).>

 

기검룡은 서문을 읽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낙뢰의 빠르기를 능가하는 도법...!)

그는 즉시 그것의 구결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도식(刀式)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세 가지의 내공심법이었다.

 

___광극뢰(光極雷).

___심극뢰(心極雷).

___천극뢰(天極雷).

 

구결을 모두 읽고난 기검룡은 경악에 경악을 거듭했다.

그것은 실로 너무도 가공할 위력과 속도를 지닌 쾌도(快刀)의 극치였다.

그는 두세 번 읽어 구결을 암기한 다음 천뢰도보를 내려놓았다.

이때, 능소취는 문득 한 권의 책자를 집어들며 능부인을 바라보았다.

 

<무후진선경(武后振仙經).>

 

책의 끝장에는 그렇게 씌어 있었다.

능부인은 능소취를 바라보며 나직이 웃었다.

[우리 취아가 무척이나 칠채금대가 탐이나는 모양이지?]

능소취는 가볍게 얼굴을 붉히며 무후진선경을 읽기 시작했다.

헌데 이때,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기검룡과 능소취는 호기심을 느끼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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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七 章

 

                모여드는 群雄

 

 

 

순간,

[적염혈마(赤髥血魔)!]

태산일수는 안색이 변해 외쳤다.

적포괴인___.

그는 얼굴이 온통 적염(赤髥)으로 뒤덮여 흉악하기 이를데 없었다.

[흐흐흐... 누군가 했더니 태산의 늙은 너구리였군.]

적포괴인, 즉 적염혈마 역시 태산일수를 발견하고 음침하게 웃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허나 곧 적염혈마는 걸음을 옮겨 성큼성큼 천해비동의 입구로 다가갔다.

순간, 기검룡이 재빨리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흐흐흐... 꼬마야 비켜라!]

[어림없는 소리!]

적염혈마는 두눈을 부릅떴다.

[건방진 놈!]

그는 벼락같이 적색장력을 내뻗었다.

꽈르릉!

허나 기검룡도 물러서지 않고 풍천벽력장을 후려쳤다.

[물러가시오!]

콰쾅___!

두 사람의 장력이 격돌하는 순간 고막을 파열시키는 폭음이 터졌다.

[___ !]

적염혈마는 다급성을 발하며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가 일 장 뒤로 물러섰다.

그의 얼굴에는 경악이 떠올랐다.

허나 그는 천해비동에 대한 탐심을 버리지 못하고 곧 전 공력을 끌어올렸다.

순간, 적염혈마의 수염과 모발이 빳빳하게 일어서며 그의 전신이 완전히 핏빛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흐흐흐... 어린 놈! 제법이다. 이번에는 적살마강(赤煞魔罡)을 받아봐라!]

그말에 태산일수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저놈이 최후의 비기(秘技)까지 펼치다니...!)

이때, 적염혈마의 전신에 퍼진 핏빛 강기가 급격히 서로 뭉쳐졌다.

[흐흐흐... 뒈져랏!]

적염혈마는 음침하게 소리치며 쌍장을 교차시켰다.

기검룡도 황급히 그에 대항하여 쌍장을 후려쳤다.

[벽력패왕수!]

츠츠츠... ... 콰쾅!

천번지복(天翻地復)을 방불케하는 가공할 폭음이 장내를 뒤집어 엎었다.

잠시 후, 폭음이 걷히고 장내의 상황이 드러났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일 장 정도의 커다란 구덩이가 움푹 패여져 있었다.

그 구덩이 양쪽에 선 두 사람___

기검룡은 안색이 창백하게 변한 채 두눈을 감고 있었다.

허나 적염혈마의 신색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는 입가에 선혈을 주르르 흘린 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운공을 하고 있었다.

이 광경에 중인들은 일제히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저 어린 소년이 적염혈마를 이기다니...)

그들은 내심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때 문득 능부인이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칠십이도객! 용아를 호위해요.]

그녀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칠십이도객들은 일제히 기검룡을 둘러쌌다.

그때였다.

! ___!

장내에 다시 네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순간, 그들을 본 능소취가 두눈을 반짝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어머니! 저기 앞장선 자가 바로 지난밤 용오빠와 싸웠던 그 노인이예요.]

그말에 능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득 백객을 바라보며 물었다.

[조당주, 저들은 누구죠?]

백객은 일순 흠칫 했다.

허나 그는 곧 표저응가다듬으며 말했다.

[저 앞에선 회의인은 독수인마라고 하는 자입니다. 뒤의 삼인(三人)은 북망삼괴(北亡三怪)로서 북망사신(北亡邪神)의 제자들입니다.]

능부인은 아미를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북망사신이라면 백팔무인 중 일인(一人)이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북망삼괴의 무공은 적염혈마에 못지 않습니다. 또 저들은 최초로 상강일괴(湘江逸怪)의 수하로 들어갔다고 하니 주위에 방조자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말에 능부인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럼 상강일괴 그자가 직접 이곳에 와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백객은 침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독수마인이 휙 신형을 날려 기검룡의 앞으로 다가섰다. 그러자 탁몽과 백객이 급히 그를 제지했다.

허나,

[흐흐흐... 비켜라!]

북망삼괴가 음산한 괴소를 흘리며 그들을 막아섰다.

이것을 틈타 독수인마는 다시 눈을 감고 운공중인 기검룡에게 덮쳐들었다.

칠십이도객들이 이를 좌시하고 있을 리 없었다.

그들은 완벽한 방어의 자세로 기검룡을 호위했다. 그러자 독수인마는 험악하게 안면을 일그러뜨리며 버럭 일갈을 내질렀다.

[비켯!]

그는 벼락같이 양소매를 휘둘렀다.

순간 그의 소매 속에서 무수한 암기가 발출되어 칠십이도객들을 덮어씌웠다.

허자 도 객중 십여 명이 일제히 도()를 휘둘렀다.

! !

독수인마의 암기는 맹렬한 도기에 그대로 튕겨나고 말았다. 그러자 독수인마는 흉광을 내뻗으며 번쩍 쌍장을 치켜들었다.

순간,

[___ !]

[크윽___!]

순식간에 사오 명의 도객들이 피를 뿜으며 즉사했다.

독수인마는 그들 사이를 뚫고 다시 기검룡에게 덮쳐들었다.

허나 그 순간, 기검룡이 두눈을 번쩍 뜨며 벼락같이 양수(兩手)를 내뻗는 것이 아닌가!

[___ ___ !]

독수인마는 미처 방어할 틈도없이 앞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허망하게 날아갔다.

___천강신공, 그것을 펼친 것이었다.

기검룡은 일순 싸늘한 눈빛으로 장내를 훑고는 휙! 몸을 돌려 북망삼괴 앞에 사뿐히 내려섰다.

[당신들은 아직도 물러갈 생각이 없소?]

그의 싸늘한 물음에 북망삼괴 중 대괴(大怪)가 음산한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흐흐흐... 그렇다. 꼬마.]

[그럼 죽어야지!]

기검룡은 싸늘히 일갈하며 다짜고짜 쌍장을 쫙 벌렸다.

뻗어냈다.

도객들의 죽음에 살기가 치뻗힌 것이었다.

순간, 꽈르릉___!

___!

[___ !]

대괴는 다급히 장력을 마주쳤으나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사오 보나 후퇴했다.

[놓치지 않는다!]

기검룡은 차갑게 외치며 재차 장을 뻗어냈다.

___!

[___ !]

폭음과 함께 대괴는 피보라를 뿌리며 날아갔다.

이때,

[! 아버님!]

능소취가 갑자기 천해비동쪽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사해신룡, 그가 전신에 서리가 가득히 앉은 채로 걸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가 나타나는 순간, 중인들의 시선은 모두 탐욕으로 빛났다.

그의 수중에 하나의 백옥함과 기()가 들려있었기 때문이었다.

[... 부인, 운공을 해야겠으니 호법을 부탁하오.]

이어 그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능부인을 비롯한 네 명의 비녀가 빠르게 그를 에워쌌다.

어느새 그녀들의 수중에는 두 자 길이의 짧은 보검이 들려 있었다.

이때,

[타핫!]

돌연 적염혈마가 대갈일성과 함께 사해신룡에게 덮쳐들었다. 그러자 그것을 신호로 북망이괴와 사공망, 심지어는 태산일수조차도 일제히 몸을 날려 사해신룡에게 덤벼드는 것이 아닌가?

[멈추시오!]

기검룡은 황급히 소리치며 그들을 가로막았다.

허나 적영혈마가 음산하게 그를 노려보며 적살마강을 후려쳤다.

[흐흐흐.... 꼬마야 비켜랏!]

기검룡 또한 물러서지 않고 참마제룡수(斬魔制龍手)로 그의 공격을 맞받았다.

파파___ !

[___ !]

적염혈마는 앞가슴을 거세게 얻어맞고 다급히 물러섰다.

이때,

[! ... 빙백신공(氷魄神功)! 당신은 빙궁(氷宮)...]

돌연 북망이괴의 경악에 찬 부르짖음이 터졌다.

그말에 중인들은 일제히 손을 멈추었다.

능부인, 그녀의 온화한 얼굴에 싸늘한 서리가 덮이고 있었다.

[입을 함부로 놀렸으니 살아남지 못하리라.]

그녀는 얼음으로 깎아만든 듯 투명한 옥수(玉手)를 휘둘렀다.

순간,

[___ !]

[___ !]

북망이괴는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헌데, 그들의 몸은 순식간에 뻣뻣하게 굳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어 전신이 얼음처럼 꽁꽁 얼어붙은 그들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즉사했다.

! 실로 끔찍하고도 가공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이 경악할 사태에 장내는 갑자기 쥐죽은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

 

빙궁(氷宮).

 

이 얼마나 두려운 이름인가!

이백 년 전___

희세의 대도(大盜) 천수야제(千手夜帝)가 빙궁의 지보(至寶) 빙백신검(氷白神劍)을 훔친 일이 있었다.

빙궁에서는 천수야제를 잡기위해 사자를 파견했다.

빙궁설녀(氷宮雪女)___

그녀는 천하를 다 뒤졌으나 결국 천수야제를 찾지 못하고 중원무림에 대혈겁을 일으켰다.

그녀의 무공은 실로 가공할 정도였다.

중원인 중 그녀의 일초 반식을 받아낸 인물이 없었다.

그녀가 중원을 종횡무진 휩쓸며 살겁을 일으킨지 일 년(一年).

돌연 빙궁설녀가 사라졌다.

그 이후, 빙궁은 중원무림인들에 있어 일대 공포의 존재로 알려져 왔다.

헌데, 놀랍게도 능부인의 손에서 빙궁의 절기가 펼쳐진 것이 아닌가?

 

이때였다.

[크흐흐... 정말 뜻밖이군. 이런 곳에서 빙궁의 절학을 보게 되다니...]

돌연 듣기 거북한 탁음이 조용한 장내를 울렸다.

이어, ! !

계곡후면의 석벽을 날아 두 명의 인영이 내려섰다.

각각 백의(白衣)와 금의(金衣)를 걸친 노인이었다.

백의(白衣)를 입은 노인은 마치 해골에 가죽을 씌워놓은 듯 비쩍마른 체구였다.

반대로, 금의노인은 통통한 체구를 지닌 자였다.

그들이 나타나는 순간, 중인들 사이에서 경악의 부르짖음이 터졌다.

[북망사신(北亡邪神)!]

[... 상강일괴(湘江逸怪)까지...]

백의노인___ 그가 바로 백팔무인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십여 명의 일인(一人)인 북망사신이었다.

금의노인___ 그는 상강일대의 패주로 군림하는 상강일괴였다.

북망사신은 능부인을 바라보며 음침한 괴소를 흘렸다.

[흐흐... 본 사신의 제자들을 해쳤으니 죽어 마땅하다!]

이어, 그는 우장(右掌)을 치켜들었다.

순간 지독한 악취가 장내를 뒤덮었다.

능부인도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백옥같은 옥수를 들어올렸다.

츠츠츳... ___!

두 사람의 장력이 격돌하는 순간 시커먼 독무(毒霧)와 새하얀 빙기(氷氣)가 서로 뒤엉켰다.

[...]

[... ...]

그들은 동시에 상체를 휘청했다.

허나 곧 그들은 서로를 노려보며 다시 몸을 움직였다.

능부인과 북망사신이 어지럽게 혼전을 치루고 있는 것을 틈타 상강일괴는 시녀들에게 둘러싸여 운공하고 있는 사해신룡에게 다가갔다.

[서랏!]

기검룡이 이를 발견하고 크게 소리치며 표표히 상강일괴 앞에 내려섰다.

[흐흐... 꼬마야 비켜랏!]

상강일괴는 번득 우수를 휘둘렀다.

___!

강맹한 장력이 쏟아지며 폭음이 일었다.

[이놈!]

상강일괴는 한 걸음 밀려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재차 장을 후려쳤다.

___ ___ !

서너 차례의 폭음이 잇따라 터졌다.

[!]

기검룡은 일순 신형을 비틀했다.

허나 그는 급히 몸을 바로잡으며 좌장을 내질렀다.

[벽력패왕(霹靂覇王)!]

상강일괴 역시 성명절학을 쏟아냈다.

[옥청강수(玉靑罡手)!]

___ 꽈르릉___!

엄청난 폭음이 장내를 뒤집어 엎었다.

기검룡은 울컥 선혈을 토하며 허공으로 튕겨져 나갔다.

반면 상강일괴는 무릎까지 푹 박혀 들어갔다.

이때, 적염혈마가 교활한 눈빛으로 번개같이 사해신룡을 호위하는 네 소녀에게 덮쳐들었다.

[!]

[어딜!]

네 소녀는 교갈을 터뜨리며 네 개의 단검을 교차시켜 찬란한 광망을 일으켰다.

차차차창___!

[으헉!]

적염혈마는 허리를 난도질 당해 선혈을 쏟으며 튕겨났다.

이때 기회만 노리던 사공망의 보검이 번득 네 소녀사이를 파고들었다.

[!]

한 명의 시녀가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졌다.

이 광경을 보던 기검룡은 두눈에 불빛을 뿜었다.

이때,

[크흐흐...]

허리에 일검을 맞은 적염혈마가 다시 괴소를 흘리며 진()이 무너진 소녀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기검룡은 불끈 입술을 물며 극영쇄심인(克影碎心印)을 발출했다.

[___ ___ !]

적염혈마는 심장을 관통당한 채 피보라를 뿌리며 즉사했다.

허나 위기는 계속되었다.

사공망과 상강일괴, 태산일수가 번갈아가며 세 소녀를 공격했다.

기검룡은 휙! 신형을 날려 사해신룡의 앞을 가로막았다.

바로 이때,

[호호호홋...!]

갑자기 간들어지도록 뇌살적인 여인의 교소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중인들은 흠칫하여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계곡 뒤쪽의 석벽 위___.

한 명의 타는 듯 붉은 나삼을 걸친 여인이 요염한 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략 이십여 세 정도 되었을까?

붉은 나삼은 몸에 꼭 끼어 선정적인 육체의 선이 그대로 나타났다.

용모또한 천하에서 보기드문 미인이었다.

___ !

그녀는 교구를 날려 사뿐히 중인들 앞에 내려섰다.

가까이서 바라보니 그녀의 미모는 더욱더 선정적이고 뇌살적이었다.

추수같은 맑은 눈에는 은은한 색기(色氣)가 어려 단번에 사내의 마음을 끄는 마력(魔力)이 풍겼다.

오똑 솟은 콧날 아래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붉고 도톰한 입술.

그것은 너무도 육감적이었다.

상강일괴와 태산일수, 사공망들은 일순 넋나간 표정으로 나타난 여인을 응시했다. 허나 기검룡은 잔뜩 못마땅한 표정으로 불쑥 물었다.

[이것보시오! 당신은 또 무엇이오?]

그 말에 고개를 돌린 홍의여인의 눈이 갑자기 크게 떠졌다.

[어머! 귀여운 공자님!]

그녀는 탄성을 발하며 기검룡에게로 다가왔다. 허나 기검룡은 싸늘하게 소리쳤다.

[다가오지 마시오! 당신도 보물을 노리고 왔소?]

홍의여인은 선정적인 교소를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호... 그래요. 하지만 이젠 생각이 바뀌었어요. 나는 공자님을 돕고 싶어요.]

[...?]

기검룡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이때,

[...! 이제보니 소저는...!]

태산일수가 그제서야 홍삼여인이 누구라는 것을 짐작한 듯 입을 열었다.

허나 홍삼여인은 얼른 그의 말꼬리를 가로챘다.

[그래요. 본 낭자가 바로 천하제일미(天下第一美) 홍라선희(紅羅仙姬)예요.]

그말에 보고있던 능소취가 문득 킥!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스스로 천하제일미로 자화자찬하는 그녀의 태도가 우스웠던 것이다.

허나 홍삼여인, 즉 홍라선희는 기검룡을 바라보며 문득 장난기 어린 음성으로 물었다.

[공자님, 만일 제가 공자님을 도와드리면 그 대가는 어떻게 치루겠어요?]

그녀의 말에 상강일괴 등의 안색이 홱 변했다.

상강일괴는 홍라선희를 바라보며 눈쌀을 찌푸렸다.

[낭자께서는 저 꼬마를 도와주려고 하시오?]

[못할 것도 없죠.]

홍라선희는 대뜸 고개를 끄덕였다.

___홍라선희.

그녀는 이년(二年) 전부터 강호에 나타나 자칭 천하제일미라고 떠벌리고 다니는 여인이었다.

허나 여인의 일신무공은 실로 추측할 길없이 고강하여 수많은 수많은 절정고수들이 무릎을 꿇었다.

헌데, 그런 그녀가 기검룡을 도우려 하니 상강일괴 등은 난감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홍라선희는 문득 기검룡을 향해 한쪽 눈을 찡긋 감아보였다.

[공자님, 싸움이 끝나고나면 공자님은 재뺨에 입맞춤을 해주시겠어요.]

[...]

그말에 기검룡은 그만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러자 홍라선희는 다짜고짜 기검룡의 새끼손가락을 걸어 흔들며 만족한 듯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 약속... 약속 하셨어요. 공자님.]

헌데 이때,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능소취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허나 홍라선희는 몹시 기분좋은 듯 중인들을 향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느분이 가르침을 주시겠어요?]

그러자 태산일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보검을 뽑아들었다.

[노부가 낭자의 가르침을 받아보겠소.]

[! 추상신검(秋霜神劍)이군요. 당신의 자운십이식(紫雲十二式)이 무적(無敵)이라는 소문은 들었어요. 소녀에게 견식좀 시켜주세요.]

[조심하시오!]

태산일수는 한 마디 크게 외치며 추상신검을 번쩍 치켜들었다.

순간, 뭉클! 십여 송이의 검화가 치솟아 올랐다.

[호호... 좋아요!]

홍라선희는 교수를 앞가슴에 교차시키며 쾌첩하게 일장을 내뻗었다.

헌데 이때,

[흑무절살(黑霧絶煞)!]

[옥청강수!]

상강일괴와 사공망이 동시에 기검룡을 덮쳤다.

허나 기검룡은 추호의 당황함 없이 전력으로 쌍장을 후려쳤다.

츠츠츠... ___!

[으흑!]

기검룡은 옥청강수를 받은 손이 부서져 나갈 듯이 아프아고 느낀 순간 사공망의 보검에 허리를 스쳤다.

허나,

[흐흐... 다시 받아 보아라!]

상강일괴가 음침하게 웃으며 재차 옥청강수를 쏟아냈다.

동시에 사공망의 보검이 기쾌하게 사해신룡을 베어갔다.

[!]

기검룡은 일순 다급성을 발했다.

정면에서는 옥청강수가 날아들고 사공망의 검세는 세 시녀를 뚫고 곧바로 사해신룡을 짓쳐드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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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六 章

 

                 風雲氷竹島

 

 

빙죽도(氷竹島)!

사해선문의 총단이 있는 절유도(絶有島)와 마주보고 있는 고도(孤島).

희구한 빙죽(氷竹)으로 빽빽이 둘러싸여 있는 신비의 섬이었다.

진시초(辰時初), 수십 척의 거선이 빙죽도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선두(先頭)의 거선___

두 마리의 용()이 서로 뒤엉켜있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선수에는 십여 명의 인물들이 우뚝 서 있었다.

맨 중앙에 선 인물은 바로 사해신룡 이었다.

청색무복을 가뿐하게 걸친 그의 전신에는 기개가 넘쳐흘렀다.

그 옆에는 가벼운 옷차림의 능부인이 서 있었고 기검룡과 능소취도 그녀의 옆에 서서 다가오는 빙죽도를 응시하고 있었다.

또한 그들의 뒤로는 육 명의 장한들이 호위하고 있었다.

사해선문의 내삼당(內三堂), 외삼당(外三堂)의 당주(堂主)들이 그들이었다.

 

외삼당주(外三堂主),

___흑수창객(黑水創客),

___동해쌍교(東海雙蛟),

내삼당주(內三堂主),

___백객(白客) 조인창(曺仁滄),

___신력대도(神力大刀) 탁몽(卓蒙),

___철배수(鐵徘手) 독고인(獨孤仁),

 

이때, 빙죽도로부터 한 척의 소주(小舟)가 쾌속하게 거선을 향해 다가왔다.

소주에는 비천해응 하후염이 피풍을 펄럭이며 우뚝 서 있었다.

___ !

하후염이 이십여 장의 거리를 단번에 날아 범섬 위로 올라섰다.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그는 사해신룡을 바라보며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해신룡 역시 진중한 음성으로 지시했다.

[수고하셨소. 본 문주(門主)는 내삼당의 칠십이도객(七十二刀客)들과 섬으로 오를테니 당주께서 거선들을 지휘하여 주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하후염은 즉시 허리를 굽혔다.

곧 그들을 태운 거선은 빙죽도에 닿았다.

철썩... ___ !

파도의 소용돌이를 헤치고 하해신룡을 필두로 기검룡과 능소취, 능부인은 배에서 내려섰다.

뒤이어, 능부인의 시중을 드는 네 시녀가 내렸고 두 척의 거선에서 칠십 이 명의 체격이 우람하고 건장한 괴한들이 따라 내렸다.

칠 십 이명의 거한들은 모두 등에 커다란 감산도(坎山刀)를 메고 있었다.

___칠십이도객(七十二刀客), 이들이 바로 사해선문 최정예들이었다.

사해신룡 일행은 빙죽도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들은 하나의 구릉을 넘어 그다지 넓지않은 계곡에 이르렀다.

계곡의 긑은 칠팔 장 높이의 석벽으로 막혀있었고 그 주위네는 빙죽도 특유의 빙죽(氷竹)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계곡의 입구에 들어서자 사해신룡은 칠십이도객을 향해 명했다.

[파랑대도진(波浪大刀陣)을 펼쳐라!]

그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칠십이도객들은 신속히 몸을 움직여 하나의 진식(陣式)을 형성했다.

사해신룡은 이번에는 내삼당의 세 당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본문의 전력(全力)은 전격적으로 빙죽도에 총집결되어 있소. 이백여 척의 전선(戰船)이 빙죽도 주변의 해상을 봉쇄하고 있고 이 섬에도 오백여 명의 본문 수하들이 진을 치고있소.]

[...!]

[허나 이번 거사(巨事)가 극비에 붙여졌음에도 불구하고 기밀이 밖으로 새어나가 오늘이 빙죽도에 적들이 내침할 것으로 추축되오.]

그말에 일순 백객 조인창의 시선이 가늘게 떨림을 아무도 발견치 못했다.

허나, 한쪽 옆에서 한쌍의 서글서글한 눈동자가 뚫어져라 자신을 주시하고 있음을 조인창 또한 알지 못했다.

능부인 바로 그녀였다.

사해신룡은 엄숙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오늘의 일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본문은 능히 사해구주를 위무할 수 있을 것이오. 허나 오늘의 일이 실패한다면 본분은 멸문의 화를 면치못할 면치못할 것이오.]

사해선문 수하들의 안색은 긴장으로 굳어졌다.

비록 강대문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엇을 두려워 해본 적이 없는 사해선문이었다.

허나 이번 일만은 실로 막중한 것인지라 그들은 초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해신룡은 나머지 고수들을 바라보며 엄숙하게 말했다.

[여러 형제들은 삼당주의 지휘를 받고 자기의 위치를 고수하여 주시오!]

그는 말을 마치고 문득 기검룡을 바라보았다.

[용아는 이곳에서 취아와 숙모를 지켜다오.]

기검룡은 염려말라는 듯 주먹을 쥐어보였다.

[걱정마십시오. 취아와 숙모님은 용아가 안전하게 지켜드리겠어요.]

[하하... 그래 용아만 믿겠다.]

사해신룡은 껄걸 웃으며 기검룡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어 그는 계곡 밑의 석벽으로 다가가 족히 천 근(千斤)은 됨직한 거석(巨石)을 두 팔로 껴안았다.

[으협___!]

힘찬 기합성과 함께 그는 거석을 번적 들어올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곳에는 하나의 석동이 입을 쩍 벌리며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순간,

[...! 저런 곳에 동굴이 있었다니...!]

중인들은 두눈을 크게 뜨며 경악의 탄성을 발했다.

이때 석동 안으로부터 극심한 한기가 뻗어나와 그들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허나 사해신룡은 흔들림없는 표정으로 능부인을 돌아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 들어갔다 오리다.]

[...]

능부인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는 짙은 염려의 기색이 가득했다.

사해신룡은 등을 돌려 성큼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

[...]

그가 동굴 안으로 사라지자 사위는 갑자기 깊은 적막에 빠졌다.

근 육백여 명의 인물들이 모여있었으나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팽팽한 긴장감이 그들의 전신을 압박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돌연, ___ !

일진 표향이 일었다.

중인들은 흠칫 하며 고개를 돌렸다.

섬의 서쪽에서 급격히 연기가 치솟아 올랐다.

순간 기검룡은 벌떡 일어섰다.

[여기들 계십시오!]

그는 중인들에게 외친 후 가볍게 몸을 날렸다.

___!

그는 약 십여 장 높이의 빙죽긑에 올라섰다.

그러자 섬 주위의 광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해선문의 크고 작은 이백여 척의 전선들이 빙죽도를 몰샐틈없이 포위하고 있었다.

헌데, 지금 급격히 서쪽방향에서 백여 척의 대선단이 나타나 빙죽도를 향해 전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기검룡은 두눈을 번쩍 빛내며 소리쳤다.

[서쪽에 대서단이 나타났어요! 아마 해룡방(海龍幫)에서 몰려오는 것 같습니다!]

그말에 중인들은 바짝 긴장했다.

이때, 사해선문의 주역전선들이 점차 서쪽 해상으로 집결하는 것이 보였다.

기검룡은 빙죽 위에 선채 다시 상황을 알렸다.

[동북쪽에서도 몇 척의 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남쪽에서 역시 두 척의 선박이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어요.]

그말에 삼당주 중 한 명인 탁몽이 나직 이침음했다.

[, 본문의 수하들에게도 극비로 붙여졌던 일인데 강호로 유출되다니 기이한 일이로군.]

순간, 백객 조인창의 두눈에 당황함이 스쳤다.

허나 곧 그는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이때, 해룡방의 전선들이 무서운 속도로 진젹하여 사해선문의 전선들과 충돌했다.

___ 우지끈___

[___!]

[죽여라___!]

폭음과 굉음, 바다가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올랐다.

이어, 무수한 화전(火箭)이 날았다.

삽시에 몇 척의 전선이 불길에 휩싸였다.

기검룡은 숨을 조이고 사태를 관망했다.

허나, 사해선문의 선진(船陣)이 서서히 무너지고 해룡방의 전선들은 더욱 맹렬한 기세로 쇄도해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선진(船陣)이 너무 쉽게 무너지는군.]

기검룡은 검미를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허나 그 순간 그는 갑자기 두눈을 크게 떴다.

사방으로 무질서하게 흩어졌던 사해선문의 전선들이 순식간에 하나의 거대한 환()을 만들어 해룡방의 전선들을 포위하는 것이 아닌가?

[! 정말 멋진 유인술이다!]

기검룡은 감탄의 탄성을 터뜨렸다.

이때, 사해선문의 전선사이로 몇십 척의 작은 갑선(甲船)들이 나타났다.

갑선들은 쏜살같이 해룡방의 전선들을 향해 부딪쳐 갔다.

순간, ___ 콰르릉___

엄청난 폭음과 함께 해룡방의 전선들은 순식간에 절반 이상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파산했다.

허나, 그 중에서도 선단의 삼층 누각이 세워진 한 척의 거선은 십여 채 거선의 호위를 받으며 포위망을 뚫고 빠져 나왔다.

그러자, 사해선문의 선진에 선 수십 척의 전선이 이를 추격했다.

___ ! ___

또다시 가공할 폭음이 터져 나왔다.

삼층누각의 거선을 호위하던 십여 척의 전선들이 갑선에 의해 파산한 것이다.

허나 삼층누각의 거선은 또 다른 전선들의 추격을 저지하는 사이에 빙죽도를 향해 바짝 접근했다.

이때, 사해선문의 저선 중 한 척의 전선이 굉장한 속도로 거선을 육박해 들어갔다.

그곳에는 바로 비천해응 하후염이 타고 있었다.

___ !

그는 순식간에 선수를 박차고 거선의 뱃전으로 날아 올랐다.

[해룡왕(海龍王)! 나서라!]

하후염이 맹렬한 기세로 소리치자 십여 명의 인물들이 그를 막아섰다.

허나,

[___ ___ !]

[___ !]

그들은 한꺼번에 피보라를 뿌리며 나가 떨어졌다.

이때,

[비천해응! 멈춰라!]

삼층 누각으로부터 두 명의 적포노인들이 날아와 비천해응의 공격을 막아갔다.

___ ___!

장력이 무섭게 격동하는 순간, 비천해응 하후염은 비천응신술을 펼쳐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동시에 그는 벼락같이 쌍장을 후려쳤다.

[___ ___ !]

[___ !]

두 명의 적포노인은 처절한 단말마를 내지르며 피떡이 되어 날아갔다.

허나, 바로 그때, 다시 한 명의 금포중년인이 하후영의 말을 가로 막았다.

금포인의 공력은 실로 놀라울 정도였다.

그의 장()은 마치 천근 바위가 짓눌려 오는 듯 무서운 맙력을 내포했다.

___

정면으로 금포인의 장력을 받아친 하후염은 일순 신형을 휘청하여 해면으로 떨어졌다.

[!]

하후염은 일순 다급성을 발했다.

이때,

[조심하십시오!]

한소리 외침과 함께 전선에서 달려온 흑수창객이 떨어지는 하후염의 발밑으로 판자를 날려 보냈다.

[타앗!]

하후염은 판자를 딛고 흑수창객의 전신으로 신속히 날아 올랐다.

허나 그 사이 행룡방의 거선은 이미 빙죽도에 닿았다.

[상륙하라___]

금포인의 우렁찬 외침에 이어 백여 명의 해룡방 수하들이 속속 빙죽도로 뛰어 내렸다.

이때, 문득 남쪽으로 고개를 돌린 기검룡은 흠칫 했다.

예의 두 채의 거선이 사해선문 전선들의 제지를 뚫고 거의 빙죽도에 이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검룡은 빙죽에서 가볍게 아래로 뛰어 내리며 중인들을 향해 소리쳤다.

[준비 하십시오. 선진(船陣)이 뚫려 적도들이 빙죽도에 상륙했어요.]

중인들은 바짝 긴장하여 병기를 움켜 쥐었다.

그 순간,

[__ __ !]

[__ __ !]

___! ___ !

남쪽과 서쪽, 그리고 동북쪽에 상륙한 적들이 사해선문과 무섭게 충돌했다.

비명! 비명! 비명!

온통 어지러운 폭음과 비명이 바다를 집어삼킬 듯 뒤 흔들었다.

급기야 남쪽의 거선은 사해선문의 포위망을 뚫고 순식간에 계곡쪽으로 진격해 들어왔다.

한 식경이 채 미치지 못해 이십여 명의 흑의인들이 장내로 날아내렸다.

___ ___ !

선두에 선 인물은 삼십(三十)전후의 냉오한 인상의 중년검수였다.

그의 뒤로 안광이 형형한 흑의검수 이십여 명이 도열해 있었다.

그들이 나타나자 백객 조인창이 안면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섰다.

[귀하는 어느 방문의 고수들이오?]

중년검수는 냉오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당당히 말했다.

[본인은 남해제일도(南海第一島) 휘하의 흑석도주(黑石島主) 사공망이오. 빙죽도를 접수하러 왔소!]

그의 안하무인격인 말에 중인들은 안색이 변했다.

 

남해문(南海門)___

이는 남해(南海)의 십팔 개 섬이 연합한 문파였다.

그들은 중원에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었으나 그 위력은 실로 막강하여 중원을 제패하고도 남을 정도라 했다.

남해문의 문주(門主)는 남해제일도(南海第一島)라 불리는 잠룡도(潛龍島)였다.

중원인은 이들의 동태를 모르고 있었으나 사해선문이나 해룡방 등에서는 항상 이들을 경원해 왔다.

헌데, 지금 남해십팔도 중 제 십칠도인 흑석도(黑石島)의 고수들이 출현한 것이었다.

 

성격이 불같이 급한 탁몽이 중년검수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

[빙죽도는 본문이 오랫동안 소유해온 영지요. 허튼소리 집어 치우시오.]

허나, 중년문사는 음침하게 웃었다.

[흐흐... 그대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곱게 말할 때 물러가라!]

탁몽은 분노한 두눈을 부릅떴다.

[무엇이라고? 이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받아랏!]

그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벼락 같이 감산대도를 휘둘렀다.

___ ___ !

산악같은 도기가 무섭게 허공을 덮었다.

[!]

사공망은 허나 코웃음치며 장검을 번쩍 치켜 들었다.

[어림없다!]

탁몽은 자신있다는 듯 장검을 마주쳐 갔다.

허나,

[흐흡!]

그는 다급한 신음을 터뜨리며 한 걸음 물러섰다.

순간, 사공망은 쾌속한 일검을 그어냈다.

___ !

[___ !]

탁몽은 황급히 물러섰으나 어느새 왼팔이 어깨에서부터 잘려나가고 말았다.

이때 보고있던 백객 조인창과 철배수가 동시에 사공망을 향해 출수했다.

허나 사공망은 여유있는 웃음을 흘리며 기이한 검식을 펼쳤다.

[___ !]

미처 생각지못한 각도에서 밀려오는 검기에 백객과 철배수는 가볍지 않은 검상을 입었다.

헌데 이때,

[__ __ __ ___!]

동북쪽에서 돌연 웅후한 장소성이 울려퍼졌다.

그러자 사공망은 다급히 검세를 증폭시키며 수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요지(要地)를 점령하랏!]

순간 흑의검수들은 일제히 칠십이도객을 덮쳤다.

허나 그와 동시에 탁몽이 감산도를 높이 치켜들며 칠십이도객을 향해 명했다.

[발진(發陣)!]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칠십이도객은 일제히 신형을 움직여 덮쳐드는 흑의검수들에 맞섰다.

___ ___ !

___ 차차창___!

그들이 펼쳐낸 도막(刀幕)에 발진되어 흑의검수들은 속속 퉁겨나갔다.

___파랑대도진, 그것을 돌파하기 위해 흑의검수들은 신랄한 검식으로 어지러이 움직였다.

허나 그들은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이에 관전하던 사고망은 두눈을 부릅뜨며 거칠게 소리쳤다.

[바보같은 놈들! 그까짓 도진(刀陣) 하나 파해하지 못하다니!]

이어 그는 시녕을 번뜩 하는 순간 칠십이도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백객과 철배수가 급히 그의 공세를 차단했다.

허나,

[크윽!]

[으음...]

그들은 가슴에 치명적인 일검을 맞고 쓰러졌다.

사공망은 휙!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이어 그의 신형은 칠십이도객의 머리 위로 내리 꽂히는 것이 아닌가?

[___ !]

[__ ___ !]

여덟 명의 도객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진 것은 그야말로 섬전일순 이었다.

그들로 인해 도진이 멈칫 하자 흑의검수들이 급격히 도진에 충돌했다.

___ 차창___!

허나 칠십이도객들은 황급히 전열을 가다듬어 그들을 밀어냈다.

이때 사공망이 지면으로 날아내리며 외쳤다.

[흑살합벽검(黑煞合碧劍)을 펼쳐라!]

순간 흑석도의 검수들은 일제히 한 방향으로 장검을 휘둘렀다.

___ ___! ___ !

그 기세는 실로 가공할 정도였다.

콰르릉___!

검세가 파랑대도진과 맞닥뜨리자 엄청난 폭음이 터졌다.

[___ !]

[__ __ __ !]

[___ !]

십여 명의 도객들이 처절한 단말마와 함께 쓰러졌다.

이 광경에 탁몽은 핏발 선 눈으로 절규하듯 외쳤다.

[뚫리면 안된다. 막아랏!]

그는 외팔로 도()를 휘두르며 필사적으로 도진을 이끌었다.

허나, ___! ___ !

[___ ___ !]

[___ !]

도객들은 잇달아 흑살합벽검에 부딪쳐 죽어갔다.

이때였다.

[도진(刀陣)을 푸시오! 희생만 늘 뿐이오!]

부다못한 기검룡이 소리쳤다.

순간 탁몽은 멈칫 했다.

허나 곧 그는 남은 도객들을 지휘하여 천해비동의 입구를 막아섰다.

기검룡은 어느새 여섯 자 길이의 빙죽을 깨어들고 번득 신형을 날려 사공망의 앞을 막아섰다.

[멈추시오! 더 이상 다가오면 용서치 않겠소!]

[흐흐... 애송아 비켜랏!]

사공망은 기검룡을 얕잡아보고 육성의 공력으로 가볍게 장력을 밀어냈다.

허나 기검룡은 슬쩍 신형을 피하며 위품있는 음성으로 소리쳤다.

[경고했소!]

이어 그는 들고있는 빙죽을 급속히 휘둘렀다.

___ ___!

대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음향과 함께 빙죽은 무서운 기세로 사공망을 짓쳐들었다.

사공망은 흠칫 하며 몸을 피했다.

허나, 파파팍___!

[으윽!]

빙죽의 기세가 너무도 급격해 그는 미처 몸을 피하지 못했다.

그의 가슴에서 선명한 핏줄기가 푹 솟구쳐 올랐다.

[... 이놈의 꼬마가...!]

그는 급히 지혈을 하고 다시 전력을 다해 일장을 후려쳤다.

허나 기검룡의 공격은 그보다 한수 빨랐다.

[벽력진천___!]

___!

두 사람의 장력이 맞닥뜨리자 가공할 폭음이 들썩 사위를 흔들었다.

[... 이럴 수가...!]

사공망은 크게 한 걸음을 밀려나 창백한 안색으로 경악성을 발했다.

기검룡 그는 상체를 약간 휘청했을 뿐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닌가?

[... 랍다. 애송이 놈이 백년공력을 지닌 나를 능가하다니...!]

사공망의 안면은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허나 곧 그는 입술을 불끈 깨물며 양손으로 장검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실로 놀라운 현상이 벌어졌다.

그의 보검에서 마치 흑무(黑霧)를 연상케하는 시커먼 검기(劍氣)가 쏟아져 나와 사위를 휘감는 것이 아닌가?

기검룡은 이 돌연한 광경에 바짝 긴장했다.

그는 빙죽을 버리고 양손에 천강신공을 끌어모았다.

헌데 이때, 휘익! ___!

장내에 한 명의 인영이 바람처럼 날아버렸다.

순간 백객 조인창의 안색이 홱 변했다.

[... 태산일수(太山一叟)!]

그는 경악의 음성으로 부르짖었다.

 

___태산일수, 그는 십년 전 낙혼애의 일전에서 천강마존에게 죽은 백팔무인의 일인(一人) 태산일괴(太山一怪)의 제자였다.

그의 사부는 죽었으나 그는 오히려 태산일괴보다 자질이 뛰어난 절정고수였다.

태산일수는 장내에 대치한 기검룡과 중년검수를 바라보았다.

기검룡에게 시선이 닿은 순간 그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 저런 기재가 있었다니... 어린나이에도 저 흑의검수의 기세를 오히려 능가하는구나.)

그는 내심 경악을 금치못했다.

이때,

[흑무절살(黑霧絶煞)!]

사공망은 대갈을 터뜨리며 치켜들었던 검을 휘둘렀다.

___ !

그의 전신을 짙게 감쌌던 흑빛검기가 해일처럼 기검룡에게 밀어닥쳤다.

허나 기검룡 또한 지지않고 번득 우수를 휘둘렀다.

[참마절(斬魔絶)!]

순간, 츠츠츠츠츳___! ___!

검은빛의 검기가 새파란 광채를 띄운 천강신공에 의해 물결갈라지듯 쫙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크흑!]

[...!]

동시에 답답한 신음이 잇따라 터졌다.

! 헌데 보라!

사공망은 칠팔 보나 뒤로 물러서 울컥 선혈을 토해내고 있었다.

허나 기검룡은 서너 군데 검상을 입었지만 그 자리에 태산처럼 우뚝 버티고 서 있는 것이 아닌가?

[...!]

관전하던 중인들은 모두 경악의 탄성을 발했다.

이때, 털썩___!

사공망은 마침내 그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자 그 주위로 재빨리 흑의검수들이 검진을 펼쳐 호법을 섰다.

그때였다.

[용오빠___!]

능소취가 울먹이는 음성으로 기검룡을 향해 달려들었다.

기검룡은 선혈이 배인 상처에 지혈을 시키며 그녀를 바라보고 씨익 웃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검에 약간 베었을 뿐이니까.]

보고있던 능부인의 얼굴에 감탄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는 문득 기검룡의 곁으로 다가서며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상처를 좀 보자꾸나.]

허나 기검룡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상처를 치료하고 있을 여유가 없어요. 강적들이 주위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___ !

한 명의 적포괴인이 번득 장내로 날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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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 章

 

                   四海船門

 

 

일출(日出).

끝없이 펼쳐진 대해(大海)를 가르며 불끈 태양이 치솟아 올랐다.

만경창파(萬頃蒼波), 보검(寶劍)의 칼날처럼 출렁이는 물결 위에 시뻘건 불덩이가 퍼져오른다.

! 그것은 실로 형용할길 없는 벅찬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소주(小舟)___

기검룡 일행을 태운 작은배는 천천히 일출의 바다 속을 미끄러져 나가고 있었다.

기검룡은 눈부시도록 찬란한 일출의 장관에 넋을 잃고 있었다.

[...!]

신비한 태양의 광휘가 그의 전신을 감쌌다.

그러자 문득 그는 가슴 속에 위대한 포부가 형성되는 느낌이었다.

()! 뜨거운 피가 불끈 치솟아 웅심(雄心)을 흔들었다.

능소취와 철담흑객도 멍한 표정으로 일출을 감상하고 있었다.

헌데 이때, 문득 기검룡이 무엇을 발견한 듯 소리쳤다.

[! 큰 배가 온다!]

그말에 능소취와 철담흑객은 대번에 안색이 변했다.

그들은 안력을 돋구어 머리 앞을 바라보았다.

[...?]

허나 그들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엄청난 태양의 광막이 안력을 차단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검룡은 똑똑히 보였다.

그는 능소취를 바라보았다.

[저기 태양의 왼쪽에 큰 배가 오는 것이 보이지 않아?]

허나 능소취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철담흑객도 의아하다는 듯 기검룡을 응시했다.

기검룡은 그제서야 깨달은 듯 고개를 갸웃했다.

[...? 그렇군. 정말 이상한 일이다. 전에는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니...!]

그는 의혹의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실상, 그것은 바로 무인도의 기이한 복숭아를 먿은 덕분이라는 것을 기검룡은 까마득히 몰랐다.

그로인해 내공과 시력이 급증했다는 사실도.

이때, 철담흑객이 탄성을 발하며 입을 열었다.

[! 맞습니다. 그제서야 과연 공자님의 말씀대로 배입니다.]

능소취도 그제서야 그것을 발견하고는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

허나 문득 철담흑객은 불안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곳 해역에는 해룡방(海龍幇)의 배가 자주 출몰(出沒) 하는데, 혹시...?]

기검룡은 멀리 보이는 큰 배를 자세히 살폈다.

[선두에 두 마리의 용()이 서로 엉켜있는 깃발이 달려있는 배다!]

기검룡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철담흑객은 안색을 활짝 펐다.

[그럼 본문(本文)의 순시선이 분명합니다. 해룡방의 표식은 흑룡(黑龍) 입니다.]

그말에 능소취도 기쁜 듯이 활짝 웃었다.

잠시 후, 거선은 점점 그들 가까이로 다가왔다.

[하후할아버지!]

능소취는 거선에 오르자마자 반가운 환성을 지르며 한 명의 백삼노인에게 안겼다.

백삼노인___ 약 칠순(七旬) 정도의 청수한 인상이었다.

허나 그의 두눈에는 번갯불같은 안광이 번뜩였다.

백삼노인은 달려오는 능소취를 안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취아! 얼굴이 새카맣게 탓구나.]

이어, 그는 철담흑객을 바라보며 엄숙한 어조로 물었다.

[어찌된 일인가? 호의무사들과 오향주(五香主)는 어찌되고 자네만 남았는가?]

철담흑객은 급히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 화후당주님. 오향주는 모두 전사하고 소인과 아가씨만 간신히...]

이어 그는 기검룡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 공자님의 도움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

순간 백삼노인은 허연 눈썹을 꿈틀했다.

[, 해룡왕(海龍王)! 그 작자가 점점 담이 커지는군, 빨리 제거해야겠군.]

이어 그는 기검룡을 응시하며 인자한 음성으로 말했다.

[허허... 소공자께서 우리 취아를 구해주셨다니 정말 고맙소.]

허나 기검룡은 그저 싱긋 웃어보일 뿐이었다.

그러자 능소취는 백삼노인을 올려다보며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할아버지. 용오빠는 굉장해요. 그 단홍검(丹紅劍)이란 자를 일장(一掌)에 죽였고요. 바다위를 마음대로 걸어요.]

어느새 능소취는 기검룡을 오빠라 부르게 되었다.

그것은 기검룡의 나이가 그녀보다 한 살 많았기 때문이었다.

백삼노인은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빙그레 웃었다.

[그래? 굉장하구나.]

허나 그는 단순히 그녀의 말을 일축해 버리고 실제로 믿지는 않았다.

그러자 능소취는 정색을 하며 재차 말했다.

[어머! 정말이예요. 용오빠. 어디 한 번 보여줘요.]

그녀는 기검룡을 바라보며 재촉했다.

기검룡도 흥미가 있었다.

순간, 그는 바다 위로 휙! 몸을 날렸다.

이어, 파도를 밟고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신법으로 거선의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그러자,

[...! 저럴 수가...!]

[___ ___!]

백삼노인과 사해선문의 제자들은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이윽고 거검룡은 유유한 신법으로 다시 배위로 올라왔다.

백삼노인은 두눈을 크게 뜬채 기검룡을 바라보았다.

[정말 놀랍구려. 혹시 그 경공은 해연약파(海燕躍破)가 아니요?]

[맞습니다.]

순간, 백삼노인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필시 이 소년의 신분은 범상치가 않다...!)

그는 예리한 직감을 놓치지 않고 내심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어, 그들 일행은 모두 선실 안으로 들어왔다.

백삼노인___.

그는 바로 사해선문의 수석당주인 비천해응(飛天海鷹) 하후염(夏候炎)이었다.

그는 비천응신술(飛天鷹身術).

이 경공은 과거 무림군웅보(武林群雄譜)에 올랐던 백팔무인(百八武人) 중 일인(一人)인 혈응신(血鷹神)의 경공에 맞먹는 절기로 알려졌다.

 

선실(船室)___.

기검룡과 능소취, 비천해응 하후염과 철담흑객은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기검룡은 물론 능소취와 철담흑객도 몹시 시장해 있던 참이었다.

그들은 정신없이 허기진 배를 채웠다.

식사가 거의 끝날 때 쯤 비전해응 하후염이 문득 기검룡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소공자 사부는 누구시오?]

허나 기검룡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도 모릅니다. 단지 저는 그분들을 작은 할아버지, 큰할아버지라고 불러왔어요.]

하후염은 더욱 관심이 깃든 어조로 재차 물었다.

[그렇다면 그분들의 생김새는 어떠하오?]

기검룡은 천강마존과 낙천문사이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낙척문사에 대해 자세히 얘기했다.

허나 천강마존에 대해서는 간단히 말했다.

단지 매우 엄격하고 과묵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얘기했을 뿐.

그의 설명을 듣고난 하후염은 안색이 대변했다.

(... 그렇다면 틀림없이 한 분은 낙천문사(落拓文士)...! 그러면 나머지 한 분은 쌍기(雙奇)의 한 명이신 고죽취옹(枯竹醉翁)이 아니겠는가?)

내심 그렇게 추측한 그는 가슴이 크게 격당함을 느꼈다.

쌍기(雙奇)___ 이들이 어떤 인물인가?

무림군웅보의 당당한 서열 제 이위(二位)에 오른 전대고인이 아닌가?

허나 하후염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설마 낙척문사 외의 기검룡의 또 다른 사부가 바로 천강마존일 줄은.

 

사해선문(四海船門).

동해를 주름잡는 사해선문의 총단은 동해의 절유도(絶有島)에 위치하고 있었다.

___사해신룡(四海神龍) 능천위(凌天威).

그가 사해선문의 문주(門主)였다.

사해선문은 중원과의 왕래가 거의 없으니 쟁쟁한 위력을 지닌 문파였다.

 

기검룡 일행이 탄 거선은 이윽고 절유도에 도착했다.

거대한 수채(水寨)로 형성된 사해선문의 총단.

그들은 마침내 거선에서 내렸다.

수십 척의 선박이 질서있게 정박해 있는 도선장(渡船場)에는 삼십여 명의 무인들이 늘어 서 있었다.

앞 장 선 사람은 한 쌍의 부부(夫婦)였다.

남자는 남포장삼을 걸친 우람한 체격의 소유자였다.

그의 전신에서는 당당한 위엄이 넘쳐 흘렀다.

그는 사십 후반의 중년인으로 두눈은 정광으로 충만해 있었다.

여자는 백의궁장(白衣宮裝)을 한 삼십 전후(前後)의 미부인(美婦人)이었다. 이때,

[어머니...!]

능소취가 반가운 음성으로 소리치며 미부인에게 달려가 안겼다.

그녀는 기품있는 자태에 온화하고 포근한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품에 안긴 능소취의 머리를 매만지는 그녀의 손길을 한없이 부드러웠다.

[취아, 무사히 돌아왔구나.]

그녀는 기쁨과 함께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이때, 남포장삼을 입은 중년인은 위엄서린 표정으로 하후염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후당주. 어떻게 당주께서 취아를 데리고 왔소이까?]

하후염은 공손히 포권하며 입을 열었다.

[문주님, 그것은 모두 이분 공자덕분이었습니다.]

그는 한옆에 우뚝 서 있는 기검룡을 가리켰다.

문주(門主)라면...?

! 그렇다면 남포장삼인 그가 바로 사해신룡 능천위란 말인가?

그렇다. 그는 바로 사해선문의 문주 사해신룡 능천위였다.

하후염의 말에 사해신룡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미부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하후염이 모든 사정을 얘기할 때 기검룡을 쌍기(雙奇)의 제자라고 밝힌 점에 대해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기검룡을 주시했다.

기검룡은 선뜻 그에게 포권하며 말했다.

[소생 기검룡 두분 숙부님과 숙모님을 뵙습니다.]

그의 깍듯한 태도에 사해신룡 부부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사해신룡이 안색을 부드럽게 풀며 말했다.

[쌍기 두분 노선배님의 제자라면 강호에서 높은 배분이지만 그냥 네게 용아(龍兒)라고 부르겠다. 그래도 되겠는가?]

기검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물론입니다. 숙보님. 용아는 오히려 그러기를 더욱 바라고 있습니다.]

그는 외로운 몸이었다.

절해고도에서 천강마존과 낙척문사 두 사람밖에 모르던 그러서는 오랜만에 가진 사람들과의 접촉이 무척 기뻐던 것이다.

이때, 능소취가 문득 기검룡의 손을 잡아끌었다.

[용오빠, 날따라 와봐. 이곳엔 구경할게 많으니까.]

기검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이끄는데로 따라갔다.

그들이 수채 안으로 사라지자 사해신룡은 침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해룡방의 동태가 심상치 않은 모양이군.]

하후염 역시 안면을 굳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들이 비록 천해비동(天海秘洞)의 위치를 모르나 대강 추측은 한 듯 합니다. 특히 이번에는 아가씨를 노린 것이 분명합니다. 아가씨를 인적으로 삼아 천해비동의 위치를 알아내려고 한 것입니다.]

사해신룡은 하후염을 바라보며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내일이 천해비동으로 입동(立洞)할 수 있는 자오절(子午節)이오. 아무쪼록 기밀이 유지되도록 당주께서 힘써주시오.]

하후염은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

 

X X X

 

어둠. 깊은 어둠이 흐르고 있었다.

기검룡은 사해선문 안의 깊은 대전에 속한 한 칸의 방에 들어 있었다.

침상___ 그는 지금 편안히 침상에 누워있었다.

허나 잠은 오지 않았다.

웬지 머리 속에 자꾸만 무인도에서 발견한 비급의 구결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여러 차례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허나 끝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는 일어나 앉았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그의 머리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이름모를 불완전한 장공(掌功)이었다.

기검룡은 머리 속의 기억을 따라 천천히 운공했다.

헌데,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그가 익힌 천강신공(天罡神功)의 진기를 운용하여 장공의 구결을 따라 기류를 운행하는 순간,

[!]

그는 잠시에 전신을 부르르 떨며 고통의 비명을 발했다.

전신의 진기가 폭풍처럼 소용돌이치며 마구 요동치는 것이 아닌가?

[아악...! ___ 으윽...!]

그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듯 몸을 데굴데굴 구르며 연신 비명을 터뜨렸다.

마침내, ___!

그는 침상에서 굴러 떨어졌다.

허나 그 순간, 노도같은 경기가 갑자기 기경팔맥(奇經八脈)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와 동시에 기검룡은 의식을 잃고 말았다.

 

[... ... ...]

기검룡은 무거운 신음과 함께 깨어났다.

순간, 그는 만면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당했다. 헌데 나는 죽지 않았단 말인가?)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기이하게도 아무런 이상도 느껴지지 않았다.

실상, 기검룡은 하마터면 주화입마(走火入魔)를 당할 뻔했다.

각기 성질이 틀린 두 가지 무공을 잘못 융합한 탓이었다.

허나 무인도에서 먹은 금빛복숭아로 인해 오히려 극적으로 진기를 융합, 그것이 사지(四脂)로 퍼지면서 내공마저 배이상 급증한 것이었다.

허나 이러한 사실을 알 리 없는 기검룡은 의혹의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내가 이 장공(掌功)의 연마에 성공했단 말인가?]

그는 앉은 채 자신도 모르게 바닥을 탁 쳤다.

순간, 그의 몸이 그대로 부웅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 연대좌불(蓮台坐佛)의 경공이 펼쳐지다니...!]

기검룡은 희열의 탄성을 발하며 빙글 몸을 회전하여 그대로 창밖으로 날아갔다.

___연대좌불(蓮台坐佛).

그는 낙척문사가 그에게 전수한 개세의 경공이었다.

허나 기검룡은 여태까지 내공이 약해 그것을 떨치지 못햇던 것이다.

기검룡의 기쁨은 실로 컸다.

그는 한 인공야산의 바위 앞에 우뚝 서 있었다.

[!]

그는 육성(六成)의 공력을 사용하여 장력을 내뻗었다. 허나,

[...!]

기검룡은 놀람을 금치못했다.

장력은 소리는 물론 아무런 형체조차 없는 것이 아닌가?

바위에는 장력이 부딪친 흔적이 조금도 없었다.

기검룡은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어째서 아무런 위력도 나오지 않는단 말인가?]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가 무심코 바위를 발로 툭 찼다.

순간, 우수수...!

놀랍게도 바위는 완전히 부서져 가루로 흩어지는 것이 아닌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껍질부분만 남고 바위의 속부분이 다 부서졌다는 점이었다.

[...!]

기검룡은 두눈을 크게 뜨며 경악의 환성을 발했다.

이어 문득 그는 내심 중얼거렸다.

(정말 이 장법은 악독하기 그지없구나. 검은 멀쩡하나 속은 완전히 부서졌으니... 더구나 무형중에 날아가니 피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는 잠시 묵상에 잠겼다.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되겠군. 헌데 이 장법의 이름을 모르니...

허나 그 순간 그의 두눈이 번쩍 빛났다.

[그래. 이것을 극영쇄심인(克影碎心印)이라 부르자!]

그는 스스로 장법에 이름을 붙인 후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소금(少琴),

기검룡은 방으로 돌아와 무인도에서 가져온 일곱 치 길이의 소금을 만지고 있었다.

그는 소금의 외줄을 장난삼아 당겨보았다.

허나,

[?]

소금의 외줄은 조금도 당겨지지 않는 것이 아닌가?

기검룡은 공력을 끌어올려 다시 줄을 당겼다.

허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검룡은 은근히 오기가 솟았다.

[어디... 얼마나 단단한가 보자!]

그는 전 공력을 끌어모아 손가락으로 힘껏 소금의 줄을 당겼다.

그 순간, !

한 줄기 청아한 금음이 울려퍼졌다.

이어, 콰르릉...!

가공할 천둥소리와 함께 무형의 강기(罡氣)가 사방으로 폭사하는 것이 아닌가?

와르르... 우릉...!

그와 동시에 방의 사방벽이 무섭게 무너져 내렸다.

[... ...!]

기검룡은 일순 당황하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때,

[용아! 무슨 일이냐? 이 소리는?]

사해신룡과 그의 부인 능부인, 또한 능소취 마저 놀란 표정으로 기검룡의 방으로 달려왔다.

그들을 보자 기검룡은 쑥스럽게 웃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만 심심풀이 무공을 연마하다가...]

그이 멋적어하는 태도에 사해신룡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무공이길래 방이 이 모양으로 변했단 말이냐?]

허나 기검룡은 무인도 얘기를 꺼내기가 웬지 망설여졌다.

문득 그는 생각나는 것이 있어 입을 열었다.

[. 그것은과거 벽력문(霹靂門)의 절기 풍천벽력장(風天霹靂掌)이 있습니다.]

그의 말에 사해신룡은 두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벽력문이라고?]

그는 경악을 금치못했다.

 

___벽력문(霹靂門).

이는 삼백 년(三百年) 전 대막혈궁(大漠血宮)의 싸움에서 패배하여 멸문(滅門)한 막강한 문파였다.

그들의 무학 중 벽력진해(霹靂眞解)는 그야말로 무림일절이었다.

 

사해신룡은 기검룡을 바라보며 문득 침음성을 발했다.

[... ... 벽력문의 절기를 네가 익혔다니...]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허나 곧 그는 돌아섰다.

[이제 그만 자거라.]

사해신룡은 방을 나갔다. 이때, 능소취가 얼른 그의 등뒤에서 입을 열었다.

[아버님, 취아는 용오빠하고 자겠어요!]

그말에 사해신룡은 흠치했다.

허나 문득 그는 의미있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려무나.]

그가 방을 나가자 능부인이 황급히 그를 뒤따르며 말했다.

[아니 여보! 어쩌자고 한방에... 저들이 아무리 어리다지만...]

그녀는 자못 염려스러운 듯 사해신룡을 바라보았다.

허나 사해신룡은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나쁠 것 뭐가 있소? 당신은 저 두 아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지 않소?]

[... 그건 그렇사오나...]

[하하... 내게 다 생각이 있소]

그제서야 능부인은 문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용오빠. 그 풍천벽력장(風天霹靂掌)인가 하는 것을 한 번 취아에게 보여줄 수 있어?]

능소취는 기검룡에게 거의 매달리다시피 하며 간청했다.

기검룡은 향긋한 소녀의 체취에 문득 당황한 마음이 되었다.

[... 여기선 안돼. 잘못하면 옮긴 이 방도 무너진다.]

그는 조금 전에 들었던 방의 벽이 다 무너져버린 탓에 이곳으로 옮긴 것이었다.

그의 말에 능소취는 안색을 활짝 퍼며 말했다.

[! 혹아저씨, 나 용오빠하고 바닷가에 잠깐 다녀올께요.]

그녀의 말에 철담흑객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안됩니다. 두 분만 보낼 수는 없습니다. 가시려면 소인과 같이 가셔야 합니다.]

능소취는 쾌히 대답했다.

[좋아요. 그럼 같이 가요.]

 

바닷가.

밤의 바닷가는 깊고 짙은 어둠으로 출렁이고 있었다.

거대한 암석으로 가로막힌 곳에 삼인(三人)이 우뚝 서 있었다.

그들은 물론 기검룡과 능소취, 그리고 철담흑객이었다.

능소취는 두눈을 기대의 빛으로 반짝이며 기검룡을 바라보았다.

[여기선 마음을 놓아도 돼, 어서 한 번 해봐 용오빠.]

그녀의 재촉에 기검룡은 문득 눈썹을 꿈틀했다.

이어 그는 약 십 장(十丈) 거리에 있는 오 장(五丈) 높이의 한 암석을 노려보았다.

순간, 그의 가슴에는 불끈 투지가 끓어올랐다.

그는 내심 풍천벽력장의 구결을 외웠다. 이어,

[벽력진천(霹靂振天!]

우렁차고 낭랑한 일성과 함께 우수를 쭉 내뻗었다.

꽈르릉...!

그의 힘찬 우장(右掌)이 펼쳐지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천둥벽력음이 터져올랐다.

[___ !]

능소취는 이 경악한 사태에 소리 높여 탄성을 발했다.

오 장 높이의 암석 중 한부분이 완전히 부서져 내린 것이었다.

허나, 쿠르릉___ 콰릉___!

기검룡은 연달아 장력을 내뻗었다.

 

풍천벽력장.

이는 모두 팔식(八式)으로 되어 있었다.

매초식마다 그 위력이 배로 증가하는 가공할 장법이었다.

꽈르릉___ ___ !

기검룡의 우장이 휘둘러질 때마다 엄청난 폭음이 잠시 숨을 돌렸다.

이윽고, 풍천벽력장의 팔식(八式)을 완전히 펼쳐낸 기검룡은 잠시 숨을 돌렸다.

헌데, 아 보라!

십 장 앞의 암석은 절반정도가 완전히 붕괴된 것이 아닌가?

능소취와 철담흑객은 그만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허나, 기검룡은 빙그레 웃으며 그들을 둘러보았다.

[이번엔 더 놀라운 것을 보여주마.]

이어 그는 입속으로 무엇인가를 중얼중얼 외웠다.

다음 순간,

[벽력패왕수(霹靂覇王手)!]

그는 섬전같이 손바닥을 쭉 뻗었다.

순간, 주황빛 경기가 노도처럼 밀어닥쳤다.

... 꽈르르릉___! ___!

천지개벽(天地開闢)의 가공할 굉음과 함께 전면의 암석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 !]

능소취는 찬탄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다시 탄성을 질렀다.

허나 철담흑객은 그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이때, 기검룡의 안색은 약간 창백하게 변했다.

벽력패왕수.

이는 벽력진해 중에서도 최강에 속하는 무공이었다.

따라서 진기소모가 극심했던 것이다.

능소취는 그 모습에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용오빠.]

기검룡은 빙그레 웃었다.

[괜찮다. 잠깐 운공을 하면 되니까.]

이어 그는 곧 그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앉아 운공했다.

그는 빠르게 공력을 회복했다. 문득, 그는 일어서면서 입을 열었다.

[이 벽력패왕수는 실상 벽력천강(霹靂天罡)에 비하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작은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

[...!]

능소취와 철담흑객은 그말에 그만 아연한 표정으로 넋을 잃고 말았다.

허나 곧 철담흑객이 그제서야 생각난 듯 말했다.

[밤이 깊었습니다. 두 분도 이제 그만 돌아가 주무셔야지요.]

기검룡과 능소취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들 삼인(三人)은 돌아섰다.

헌데, 섬의 모퉁이를 도는 순간 기검룡은 문득 흠칫 했다.

그는 걸음을 멈추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잠깐! 누군가 있어요.]

[...?]

능소취와 철담흑객은 의아한 표정으로 걸음을 멈추었다.

허나 아무런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모퉁이를 돌았다.

해변(海邊), 어둠 속의 한 그루 커다란 송목(松木) 아래 두 명의 인영이 서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은 새하얀 백의를 입고 있었다.

허나 그는 등을 돌리고 서 있는 얼굴을 볼수가 없었다.

또 다른 한 명은 회의(灰衣)를 입은 깡마른 노인이었다.

그는 백의인(白衣人)과 마주보고 서 있어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턱밑에 염소수염을 기른 자로 쭉 찢어진 뱁새눈에 음험한 인상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들은 서로 마주보고 선채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백의인이 문득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문주와 수석당주가 굳게 입을 봉하고 있기 때문에 천해비동(天海秘洞)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회의의 깡마른 노인은 낮고 음침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흐흐.. 상관없다. 천해비동의 빙죽도(氷竹島)에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천해비보(天海秘寶)는 우리 손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헌데 이때, 그들의 대화를 자세히 듣기위해 앞으로 고개를 내밀던 기검룡은 잘못하여 그만 발밑의 조약독을 건드리고 말았다.

...!

조용한 가운데 그 소리가 울리자 회의인(灰衣人)이 벼락같이 소리쳤다.

[누구냣!]

동시에 그의 소매가 번득 휘둘어지며 무수한 한망이 세 사람을 덮어씌웠다.

[... 들켰어.]

능소취는 겁먹은 음성으로 울상을 지었다.

허나, 기검룡은 추호도 당황함 없이 벌떡 일어서며 풍천벽력장(風天霹靂掌)을 후려쳤다.

우르릉...!

고막을 진동시키는 우뢰성이 이는 순간, 회의인이 발출한 암기는 일제히 허공으로 튕겨져 나갔다.

[흐흐흐... 제법이구나.]

회의인은 음험한 광망을 번득이며 휙 선형을 날렸다.

어느새 그의 신형은 기검룡의 머리 위에 이르러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그의 벽락같이 장()을 후려쳤다. 허나,

[타앗!]

기검룡도 물러서지 않고 천왕탁탑(天王托塔)의 일식에 그의 장경이 맞섰다.

___! 하는 폭음과 함께,

[...!]

회의노인은 기혈이 뒤집히는 충격을 받고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는 경악의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내려서 기검룡을 노려보았다.

이때, 그들과 약간 떨어진 곳에 서 있던 백의인이 얼굴을 돌리지 않은 채 회의노인에게 말했다.

[그 꼬마가 쌍기(雙奇)의 손자라는 아이입니다. 어리지만 무서운 공력을 지녔으니 조심하십시오.]

회의노인은 두눈을 번쩍 빛내며 차갑게 말을 잘랐다.

[알았다. 그대는 빨리 돌아가라.]

순간, 백의인은 전면의 송림사이로 휙 신형을 날렸다.

[서랏!]

기검룡은 벼락같이 소리치며 그의 뒤를 쫓으려했다.

허나, 회의노인이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그를 가로막았다.

[흐흐... 꼬마야, 네 강대는 여기있다.]

동시에 그는 숨쉴틈 조차 주지않고 막강한 장력을 쏟아냈다.

기검령은 반사적으로 마주 일장을 쳐냈다.

콰르릉___!

두 사람의 장력이 격돌하자 요란한 폭음이 들썩 사위를 흔들었다.

회의노인은 신형을 휘청하며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섰다.

기검룡 역시 일순 몸이 흔들렸으나 물러서지는 않았다.

회의노인은 내심 경악의 심정으로 중얼거렸다.

(... 역시... 어린 놈의 공력이 노부보다 뛰어나구나, 허나 어린 놈은 역시 어린 놈... 흐흐...)

그는 암중에 독계(毒計)를 품고 음험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어린 놈! 죽어랏!]

그는 재차 일갈하며 장을 후려쳤다.

기검룡 역시 물러서지 않고 기쾌하게 일장을 내뱉았다.

허나,

[...!]

두 사람의 장력이 맞부딪친 순간, 그는 자신이 허공을 후려쳤음을 깨닫고 당황했다.

회의노인이 펼친 허초(虛招)에 속은 것이었다.

이때,

[흐흐... 죽어랏!]

회의노인이 득의의 웃음을 흘리며 번득 우수(右手)를 휘둘렀다.

헌데 그의 손에서 발출된 것은 한 무더기의 독침이 아닌가?

[!]

기검룡은 철판교의 수법으로 다급히 몸을 피했으나 몇 개의 독침들이 그의 다리에 적중되고 말았다.

[아주 가거랏!]

회의노인은 앞으로 쓰러지는 기검룡을 단번에 박살낼 듯 다시 장을 후려쳤다. 순간,

[... 용오빠___]

보고있던 능소취는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며 비명을 내질렀다.

허나 이때, 바닥에 나뒹굴던 기검룡의 몸이 돌연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며 어느새 그의 우수가 번득 청색고아망을 일으켰다. 찰나!

[___ !]

회의노인은 기혈을 토해내며 나뒹굴었다.

허나 그와 동시에, 그는 기검룡이 저지할 틈도없이 풍덩 바닷 속으로 뛰어들며 사라졌다.

[...]

기검룡은 일순 멍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때,

[용오빠, 괜찮아요?]

능소취가 잔뜩 염려가 어린 표정으로 그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어디봅시다. 공자님. 방금 그자는 독수인마(毒手人魔)라는 자로 그자의 암기에 발린 독()은 극히 악랄하여 위험합니다.]

철담흑객도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기검룡은 독침이 박힌 다리의 바지를 걷어올렸다.

그의 하얀 다리에는 서너군데 미세한 검은 점이 푸른빛을 띈 채 박혀있었다.

헌데, 기이하게도 그 푸른 반점은 점차 조금씩 축소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철담흑객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공자님께서는 전에 무슨 영약을 복용한 적이 있으십니까? 독이 절로 소멸되고 있습니다.]

허나 기검룡 역시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글쎄요. 별로 그런 기억은 없는데...]

이어 그는 장()을 독침이 박힌 부위에 대고 공력으로 독침을 빼내었다.

이윽고, 다리에 박힌 독침을 모두 빼낸 기검룡은 문득 침중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외인(外人)과 내통한 그 백의인을 잡았어야 하는건데...]

능소취 역시 약간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하옇든 돌아가 아버님께 말씀드려야겠어요.]

[그렇게하지.]

기검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이어, 그들 삼인(三人)은 사해선문의 총단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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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 章

 

                 無人島奇綠

 

 

잠시 숨을 돌린 기검룡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순간, 그의 두눈은 경이로 크게 떠졌다.

[...!]

그의 입에서는 절로 탄성이 터져나왔다.

지금 그의 눈앞에 보이는 섬은 파석도(波石島)와는 전혀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빽빽이 들어찬 수목들이 마치 그림같이 신선한 경이감을 느끼게 했다.

헌데 이때, 정신없이 섬의 풍경에 취해있던 기검룡은 문득 시장기를 느꼈다.

하루종일 음식이라고는 입에 대보지도 못한 탓이었다.

[먹을만한 것이 없을까?]

그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문득 걸음을 옮겨 섬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얼마정도 들어갔을까?

울창하던 수림이 끝나고 온갖 기화이초(奇花異草)들이 다투어 피어있는 넓은 초원이 나타났다.

헌데, 그 초원의 끝에 허술한 한 채의 석옥(石屋)이 지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기검룡의 두눈이 반짝 빛났다.

(사람이 살고 있는 모양인데... 먹을 것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는 초원을 가로질러 뛰듯이 석옥을 향해 다가갔다.

석옥 앞에 이른 기검룡은 한쪽 옆을 바라보며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석옥 옆에는 장정 두 사람이 팔을 둘러도 다 안을 수 없는 큰 복숭아나무 한 그루가 우뚝 서 있었다.

높이는 대략 이 장 정도.

또한 그것은 도저히 몇 년이나 묵은 것인지를 판단할 수 없는 고목(古木)이었다.

헌데, 기이하게도 무성한 나뭇잎 사이에 어린아이 머리만큼 커다란 하나의 금빛 복숭아가 살짝 감추어진 채 열려있는 것이 아닌가?

기검룡은 그 금과(金果)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굉장히 큰 봉숭아구나...)

단번에 시장기를 자극하는 금빛 복숭아에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향긋한 향기가 풍겼다.

기검룡은 즉시 복숭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허나 그순간 그는 멈칫 했다.

(석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주인이 있는 물건인지 모른다. 더우가 저것은 하나밖에 없는데 몰래 먹어버린다면 주인이 화를 낼 것이다.)

기검룡은 평소 낙척문사에게 엄한 예의범절을 배운 탓으로 비록 허기가 밀려왔으나 선뜻 복숭아를 따먹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석옥 앞에 우뚝 섰다.

지은지 매우 오래인 듯 벽이며 문() 등이 온통 이끼로 뒤덮여 있었다.

[안에 누구 계십니까?]

기검룡은 음성을 가다듬어 주인을 불렀다.

허나 몇번 거듭해 불러도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

기검룡은 음성을 가다듬어 주인을 불렀다.

허나 몇번 거듭해 불러도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

기검룡은 의아함을 느끼며 석문을 밀었다.

___ ___ !

어렵지 않게 석문은 열렸다.

그는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허나 그 순간,

[... ... 시체...!]

기검룡은 경악성을 발하며 그 자리에 우뚝 굳어지고 말았다.

석옥의 한 곳에 놓여있는 돌침상에 한 구의 백골(白骨)이 길게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기검룡은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킨 후 조심스럽게 석옥 안을 살펴보았다.

백골이 누워있는 돌침상 앞에는 높이 두 자 정도의 석탁(石卓)이 놓여있었다.

또한 석문의 맞은편 벽에는 기이하게도 한 폭의 그림이 걸려있었다.

기검룡은 다시 한 번 숨을 크게 들이키고 석옥 안으로 들어섰다.

이어 조심스럽게 석탁이 놓인 곳으로 다가갔다.

석탁 위에는 수북이 먼지가 쌓인 가운데 두 가지의 물건이 놓여있었다.

[...?]

기검룡은 두눈에 이채를 발하며 그 물건을 살폈다.

그중 하나는 극히 낡은 한 권의 책자였다.

책의 겉장에는 먼지를 뒤집어쓴 한 자의 글이 희미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

 

기검룡은 문득 호기심을 느꼈다.

그는 서슴없이 책을 집어들었다.

허나 그 순간,

[... 이런...!]

그는 당황성을 발했다.

책자의 앞부분이 그의 손에 닿자 한 줌의 가루로 화해 부서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기검룡은 못내 아까운 표정을 지었다.

허나 곧 그는 부서지지 않은 나머지 부분을 내용을 조심스럽게 읽기 시작했다.

그가 제일 처음으로 읽은 것은 한 가지 장공(掌功)의 진결(眞訣)이었다.

앞부분이 삭아 없어져 어떤 종류의 장공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나머지 진결의 내용으로 미루어 끔찍한 음한장력(陰寒掌力)의 위력이 내포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기검룡은 다음장을 넘겼다.

허나 장력의 진결부분은 책장을 넘기는 순간 부서져 나갔다.

두 번째의 내용은 고어로 씌어진 한 가지 지공(指功)이었다.

 

<현음분뢰지(玄陰分雷指).>

 

기검룡은 지공의 구결을 읽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지공은 익힌바 없는 그로서는 생소하고 난해하여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그저 내용을 쓱 훑어보는 것만으로 지나쳤다.

허나 그순간 구결은 이미 그의 뇌리에 암기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적혀있는 무공은 한 가지의 음공(音功)이었다.

 

<척천마음(擲天魔音).>

 

이것의 위력은 실로 가공할 정도였다.

소리를 지를 수도 있고 악기로도 탄주가 가능하다.

이 마음(魔音)이 한 번 펼쳐지면 사람이든 물건이든 사위의 모든 것을 초토화를면 치못한다.

[...!]

기검룡은 척천마음의 위력 앞에 경악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런 가공할 음공이 하늘아래 존재하다니...]

그는 경악의 심정을 억제치 못했으나 곧 그 낡은 비급을 조심스럽게 품속에 갈무리했다.

비급의 옆에 놓여있는 것은 하나의 소금(小琴)이었다.

먼지를 털어내니 반질반질 윤이나는 일곱 치 길이의 소금이 드러났다.

허나 그것은 마땅이 일곱 줄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줄이 걸려있을 뿐이었다.

[정말 기이한 소금이구나.]

기검룡은 고개를 갸우뚱 했으나 경이함으로 두눈을 빛내며 그것을 갈무리했다.

이어 문득 그는 정면에 걸린 화폭으로 시선을 옮겼다.

화폭의 상단에는 용비봉무(龍飛鳳舞)의 웅휘한 필체로 네 글자가 적혀있었다.

 

<태극조원(太極造元).>

 

또한 글자 아래에는 한 가지 기이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짙은 채색의 힘있는 화법으로 그려진 훌륭한 그림이었다.

헌데 그것은 기이하게도 작아지는 듯한 절벽이 갈라져 무너지는 형상을 마치 눈으로 보듯 선명하게 그려놓은 것이 아닌가?

[...?]

기검룡은 검미를 가볍게 찌푸리며 의혹의 표정을 지었다.

[... 깊은 현기(玄氣)가 깃든 그림이다...]

그는 직감적으로 화폭에 담긴 속에는 어떤 은밀한 안배가 가해져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그림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순간, 그는 재삼 감탄하고 말았다.

짙은 채색 밑으로 극히 세밀하게 절벽의 결까지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기검룡은 몇번 그 그림을 훑어보는 동안 그림의 미세한 부분까지도 모조리 외우고야 말았다.

허나 끝내 그림 속에 담긴 깊은 뜻은 알 수가 없었다.

이때 문득 그의 두눈이 반짝 빛났다.

[할아버지들께서 보시면 알아내실지도 모른다.]

기검룡은 화폭을 거두기 위해 손을 뻗었다.

허나, 우수수...!

비급과 마찬가지로 그 화폭역시 순식간에 부서져 한줌 먼지로 화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기검룡은 일순 가볍게 안면을 일그러뜨렸다.

[온전한 것이라고는 소금(小琴)밖에 없군.]

그는 호기심이 사라지자 낮게 투덜거렸다.

이때 문득 그는 다시 극심한 시장기를 느꼈다.

그는 금빛 복숭아를 생각하고 석옥 밖으로 나갔다.

[주인이 없는 것이니...]

그는 금빛 천도(天桃)를 따 크게 한입 베어물었다.

순간 입안 가득 더할 수 없이 향기롭고 달콤한 맛이 느껴지며 복숭아는 그대로 사르르 녹아드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맛있는 복숭아가 있었다니...]

기검룡은 순식간에 어린아이 머리만한 복숭아를 게눈감추듯 먹어버렸다.

그러자 기이하게도 허기가 거짓말처럼 싹 가셔버리는 것이 아닌가?

배고픔이 가시자 기검룡은 문득 난감한 심정이 되었다.

파석도로 돌아가야할 것을 생각하니 그저 막막할 따름이었다.

그로서는 이곳이 어디쯤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허나 문득 그는 섬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산봉(山峰)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 산봉에 올라가면 무엇인가 보이는 것이 있을지가 모른다.]

그는 한 가닥 기대를 갖고 획! 몸을 솟구쳤다.

헌데, 산봉을 향해 달리던 기검룡은 문득 의혹의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최대한의 속도를 내어 아무리 빨리 달렸으나 조금도 숨이 차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달리면 달릴수록 전신에서 화산이 폭발하듯 막강한 진력이 용솟음치며 단전으로 모여드는 것이 아닌가?

[이상한 일이다. 순식간에 공력이 배로 늘어난 것 같으니... 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그는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그는 어느새 산봉의 정상에 이르러 우뚝 몸을 멈추었다.

기검룡은 기대가 어린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허나 곧 그는 실망의 표정을 짓고 말았다.

주위는 끝없는 망망대해(茫茫大海)___.

어디를 둘러봐도 푸르게 출렁이는 물(), 물뿐이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점차 서쪽 수평선이 진홍의 불덩이에 잠겨 가라앉고 있는 것이 아닌가!

석양(夕陽). 해가 지고 있는 것이다.

기검룡은 막연한 심정이 되어 한동안 산봉에 우뚝 서 있었다.

일신에 아무리 뛰어난 절기를 지녔다 하나 그는 이제 십오 세밖에 안된 소년이 아닌가!

허나 기검룡은 결코 나약한 소년이 아니었다.

그는 이슬을 피할 장소를 찾았다.

[어두워지기 이전에 잠잘 곳은 찾아봐야겠다.]

석옥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나 웬지, 그곳은 다시 들어가기가 싫었다.

백골과 함께 밤을 새우기에는 꺼림칙했기 때문이었다.

기검룡은 다시 산봉을 내려갔다.

산봉중턱___.

그곳에 다행히 하나의 작은 암혈(暗穴)이 있었다.

기검룡은 그곳에 잠자리를 만들어 드러누웠다.

[... 할아버지들이 내 걱정을 많이 하실텐데...]

그는 문득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잠이 올 것 같지 않은 밤이었다.

허나 몇 번을 뒤척이던 기검룡은 깜박 잠이 들었다.

 

[___ ___ ___!]

돌연 멀리서 허공을 쥐어뜯는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기검룡은 그 소리에 잠이 깨어 벌떡 일어났다.

섬칫한 전율이 전신으로 퍼졌다.

허나 그는 혹시하는 기대감으로 조심스럽게 암혈을 나섰다.

밖은 칠흑의 밤이었다.

암혈을 빠져나온 기검룡은 순간 두눈을 크게 떴다.

[... 배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나직이 소리쳤다.

섬의 동쪽 바다 위___.

두 척의 거선(巨船)이 거의 맞붙다시피 떠올랐다.

헌데, 그 중 한 척은 온통 시뻘건 화염으로 휩싸인 채 파선직전에 놓여있었다.

기검룡은 안력을 돋구었다.

그의 눈에 불붙은 거선에서 한척의 소주가 내려지는 것이 보였다.

또한 이 소주(小舟)는 빠르게 무인도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두 배에 탄 사람들은 서로 죽고 죽이는 혈전(血戰)을 벌이고 있는 듯 했다.

허나 기검룡은 그들을 발견하자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절해고도, 무인도에서 사람을 만난 것이 아닌가?

기검룡은 급히 산봉을 내려갔다.

이윽고, 그가 해안에 닿았을 때 예의 소주는 해안에서 약 백여 장 떨어진 곳에 이르러 있었다.

허나, 북붙지 않은 거선에서 내려진 또다른 한 척의 소주가 앞의 그것을 바싹 뒤쫓고 있었다.

기검룡은 앞의 소주를 향해 몸을 날렸다.

바로 이때, 뒤따르던 소주가 무서운 속도로 앞의 소주를 향해 쇄도하여 들어왔다.

동시에, 한 명의 흑의인이 뱃전을 박차고 앞의 소주를 덮치는 것이 아닌가?

앞의 소주에는 모두 세 명의 인물들이 타고 있었다.

이때, 흑의인이 덮쳐들자 한 중년인이 벌떡 일어서며 무섭게 장()을 후려쳤다.

허나, 그순간 중년인은 한 줄기 싸늘한 검망이 자신의 허리를 스치고 지나감을 느꼈다.

[___ !]

그는 피화살을 내뿜으며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이어, 첨벙___!

그는 물속으로 급속히 나가 떨어졌다.

이 광경을 보고있던 기검룡은 두눈을 번쩍 빛냈다.

[굉장한 쾌검(快劍)!]

이때 나머지 한 명의 중년인이 노를 젓다가 벌떡 일어서며 쇠로 만들어진 노를 풍차처럼 휘둘렀다.

중년인, 그는 마치 철탑을 연상케하는 거구(巨軀)였다.

또한 얼굴 전체가 시커먼 구레나룻으로 뒤덮여 있어 몹시 위맹해 보였다.

___ ___ ___!

긴 노는 풍차처럼 돌며 흑의인을 단번에 박살낼 듯 몰아쳐갔다.

소주로 내려서려던 흑의인은 그 공세를 피하기 위해 일순 흠칫 하는 순간 수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허나 그때,

[당주님! 갑시다.]

뒤따르던 소주에서 누군가 크게 소리치며 넓적한 판자를 흑의인의 발밑으로 던졌다.

[타핫___!]

흑의인은 재빨리 그 판자를 찍으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중년의 대한은 버럭 노갈을 터뜨리며 재차 노를 휘둘렀다.

[내려가랏!]

허나 한 번 겪어본 흑의인은 날렵하개 그의 공세를 피해내며 기쾌한 일검을 내뻗었다.

츠츠츠츳...!

[!]

섬전같은 검기의 공세를 피하지 못하고 대한은 어깨에 일검을 맞고 비틀비틀 물러섰다.

그의 어깨에서는 피보라가 솟구쳤다.

흑의인은 일검이 성공하자 점차 벼락같이 검을 휘둘렀다.

[죽어랏!]

그의 장검이 막 대한의 심장을 향해 짓쳐오는 순간,

[멈추시오!]

낭랑하고 위엄있는 소년의 음성이 흑의인의 손속을 제지시켰다.

___!

흑의인은 새파란 강기(罡氣)가 무섭게 자신의 장검을 타격해 들어오자 자칫 쥐고 있던 검()을 놓칠뻔 하였다.

그는 험악하게 안면을 일그러뜨리며 버럭 소리쳤다.

[누구냐?]

그의 일갈이 떨어지는 순간 기검룡이 가볍게 흑의인과 대한 사이로 날아내렸다.

[이보시오! 왜 사람을 함부로 해치는거요?]

기검룡은 흑의인을 바라보며 위풍당당하게 말했다.

그러자 흑의인은 그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꼬마야 비켜라!]

그는 기검룡의 존재를 싹 무시하고 이번에는 무겁게 장()을 휘둘렀다.

___ ___ !

웅후한 음향과 함께 막강한 장력이 노도처럼 기검룡을 짓쳐들었다.

기검룡은 냉혹한 표정으로 흑의인을 내려보았다.

[당신은 나쁜사람이군!]

이어, 그는 번쩍 우수(右手)를 치켜들었다.

___ ___ !

그의 장심(掌心)에서 일순 새파란 강기가 폭사되었다.

순간,

[___ ___ ___!]

흑의인은 자신의 장력이 가볍게 무산됨을 느끼며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이어, 첨벙___!

그는 피화살을 내뿜으며 바닷 속으로 나가 떨어졌다.

이 광경을 보고있던 대한과 소녀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두눈을 크게 떴다.

허나 정작 더욱 놀란 사람은 기검룡 자신이었다.

그는 흑의인이 너무도 어이없이 죽어 버리자 도리어 멍한 표정을 지었다.

___천강신공(天罡神功),

그가 펼친 이 무공에 대적할 무공이 천하에 존재하지 않음을 알 리 없는 그였다.

이때, 뒤따르던 소주에서 또 다른 흑의인이 벼락같이 기검룡을 덮쳤다.

[... 꼬마 놈이... 죽어랏!]

그들은 흉폭한 기세로 맹렬하게 검을 쪼개갔다.

허나 기검룡은 빙글 몸을 돌리며 우수를 휘둘렀다.

[! 돌아가랏!]

그의 우수가 섬전처럼 허공을 가른 순간, ___! ___!

[으헉!]

[!]

귀청을 찢는 금속성과 함께 다급한 신음이 잇따라 터졌다.

이어, ___ ___! 첨벙___!

두 명의 흑의인은 거의 동시에 바닷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

기검룡은 단번에 세 명의 흑의인을 격퇴하고 나자 일순 멍한 표정으로 지었다.

그로서는 처음으로 저지른 살생이기 때문이었다.

이때, 공손하고도 미세한 대한의 음성이 그의 등뒤에서 들렸다.

[소공자님! 위험한 지경에 구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말에 기검룡은 퍼뜩 정신이 들어 돌아섰다.

그의 눈앞에 우직하고 순박해 보이는 대한과 그려 놓은 듯 아름다운 한 소녀가 놀란 눈을 한 채 서 있었다.

기검룡은 문득 소녀의 얼굴에 시선을 꽂았다.

십 사오 세 가량의 취의소녀, 그녀의 용모는 찬탄을 금치못할 정도였다.

막 여인(女人)으로 발돋움하는 풋풋하고 청초한 아름다움, 그녀의 전신은 샘물처럼 맑은 싱그러움으로 뭉쳐져 있는 듯 했다.

기검룡은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빙긋 웃었다.

그러자 취의소녀 역시 배시시 따라 웃는 것이 아닌가?

눈부시도록 맑고 고운 웃음이었다.

기검룡은 문득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이름은 기검룡(奇劍龍)이다. 파석도(波石島)에서 왔지.]

그 말에 취의소녀는 반짝 두눈을 빛내며 생긋 웃었다.

[파석도라는 이름은 처음듣는 것 같아요. 흑아저씨는 혹시 알고 있나요?]

그녀의 의아하다는 듯 옆의 거한을 바라보았다.

허나 거한은 우직한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소인은 모르겠습니다. 수십 년 동안 바다를 누벼 동해(東海)라면 손바닥 들여다 보듯 훤히 알고 있지만 파석도는 처음듣는 섬이름입니다.]

파석도, 남해에서도 특히 외진 곳에 위치한 절해고도를 그가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때 문득 취의소녀가 당황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어머! 배가 가라앉으려고 해요!]

기검룡은 급히 고개를 돌렸다.

과연 취의소녀 등이 처음에 타고 있던 기선은 완전히 불길에 휩싸여 점차 기울어지고 있었다.

기검룡은 문득 호승심이 치솟았다.

그의 취의소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대신 저기 큰 배를 가라앉혀 버릴까?]

허나 그말에 취의소녀는 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싫어. 더 이상 사람들이 죽는 모습은 보기 싫어 아저씨 빨리 이곳을 떠나요!]

그녀의 재촉에 거한은 상처를 싸매고 힘차게 노를 젓기 시작했다.

[알겠습니다. 아가씨.]

삐걱... 삐걱...!

그들 삼인(三人)을 태운 작은 배는 물살을 가르며 쉼없이 앞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근 한 시진이 지나자 그들은 완전히 치열한 해전(海戰)이 벌어졌든 수역(水域)을 벗어날 수 있었다.

어둠이 물러가고 동녘이 바다가 붉게 물들기 시작할 때 문득 기검룡이 취의소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이름은 무엇이지?]

취의소녀는 크고 해맑은 눈으로 기검룡을 응시했다.

[능소취(陵素翠)라고 해. 그냥 취아(翠兒)라고 불러줘.]

이어 그는 거한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그리고 이 아저씨는 철담흑객(鐵擔黑客)이라고 불러. 취아는 그냥 흑아저씨하고 부르지만 말이야.]

취의소녀, 즉 능소취의 말에 거한은 노를 젓으며 기검룡을 기검룡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기검룡은 사람좋아 보이는 철담흑객을 바라보며 문득 고개를 갸웃했다.

[아저씨는 굉장히 힘이 세어보이는데 아까는 왜 그 사람의 검을 그냥 맞았지요?]

철담흑객은 머쓱하게 웃었다.

[소인은 아가씨의 부친이신 사해신룡(四海神龍)을 모시는 일개 종복인지라 정식으로 내공을 익히지 못했습니다. 그저 외공(外功)을 약간 익혔기 때문에 내가고수(內家高手)들을 당하기는 힘들지요.]

기검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그는 갑자기 환한 표정으로 탄성을 발했다.

[... 그렇군.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의 갑작스런 태도에 능소취는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왜 그래?]

기검룡은 철담흑객과 그녀를 동시에 바라보며 말했다.

[두 사람은 혹시 철벽신공(鐵壁神功)을 알고 있나요?]

허나 철담흑객과 능소취는 고개를 저었다.

기검룡은 빙긋 웃으며 그들에게 설명했다.

[철벽신공(鐵壁神功)은 외가(外家) 최고의 기공이예요. 철파상이나 금종조 같은 외공(外功)보다도 뛰어난 외공으로 만일 이것을 완전히 연성하면 내공으로 이룰 수 있는 금강기체(金剛之體)와 똑같이 될 수 있어요.]

그의 말을 듣고난 능소취는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

[넌 참 아는 것도 많구나. 그런 것은 다 어디서 배웠어?]

기검룡은 가볍게 씨익 웃었다.

[난 그동안 두분 할아버지와 살았는데 작은 할아버지는 별별신기한 냉용의 책을 다 갖고 계시지. 철벽신공도 할아버지의 책을 보고 외운거다.]

이어 그는 철담흑객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저씨의 어떠십니까? 어렵신 하지만 철벽신공을 익혀보지 않겠습니까?]

철담흑객은 뒤통수를 긁적였다.

[배울 수만 있다면 아무리 어려워도 배워보겠습니다.]

기검룡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요. 시간이 나는대로 철벽신공을 연마하는 방법을 전수해 주겠어요.]

그들 사이의 대화가 끝나자 능소취는 두눈을 반짝이며 기검룡을 응시했다.

[그런데 넌 왜 그 무인도에 혼자 있었지?]

[백경(白鯨)과 싸우다가 그놈이 나를 꿀꺽 삼키는 바람에 그렇게 됐지.]

기검룡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며 삼키는 시늉을 하자 능소취는 끔찍하다는 듯 몸을 떨었다.

[그것이 가능하단 말이야? 고래에게 잡혀먹혔는데 어떻게 살아나올 수가 있어?]

그녀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두눈을 크게 떴다.

그러자 기검룡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빙긋 웃으며 자신이 겪는 일들을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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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 章

 

                   萬年白鯨

 

 

철썩... 철썩...!

쿠르릉___ ___!

천지개벽을 일으키듯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다.

천지를 삼킬 듯한 기세로 밀고 밀린다.

 

파석도(波石島)___.

오직 돌()과 파도만이 있는 섬, 아무도 찾지않는 절해고도(絶海孤島)였다.

돌연,

[하하하...!]

호탕하고도 낭랑한 웃음이 파석도의 적막을 깨뜨렸다.

파석도의 정상!

짧은 초지가 깔려있는 분지가 있었다.

그곳에 하나의 남삼인영이 우뚝 서 있었다.

십 사오 세 정도 되었을까?

헌데, !

천상(天上)의 선동(仙童)이랄까?

혜지가 가득 담긴 두눈은 한 번보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마력(魔力)을 발산했다.

피부는 거의 투명할 정도로 희었다.

우뚝 솟은 콧날은 산()같은 기개를 풍겼고 입술은 붉으면서 굳센 의지가 서린 듯 붉었다.

전신에 짙은 남색의 무복(武腹)을 가뿐하게 걸친 그 모습은 실로 찬탄을 금치못할 정도였다.

헌데, 그는 나이에 비해서 월등이 큰 체격을 지니고 있었다.

근 육 척(六尺)이 넘는 거구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언뜻보면 장성한 청년을 방불케하는 모습이었다.

허나 영준한 얼굴에는 아직 장난스런 치기가 어려있었다.

이때, 소년은 갑자기 몸을 빙글 돌리며 소리쳤다.

[큰 할아버지! 작은 할아버지! 오늘도 저놈이 이 주위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어요!]

그의 눈은 바다 한복판을 응시하고 있었다.

! 그곳에는 마치 하나의 작은 섬과 같은 거대한 백경(白鯨)이 유유자적 물기둥을 뿜어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몸의 길이만 해도 무려 오십 장(五十丈).

실로 엄청난 크기의 고래였다.

이 백경은 근 일만 년(一萬年) 이상을 산 영물이었다.

이때, 풀밭사이로 난 계단으로 두 명의 인영이 올라왔다.

천강마존과 낙척문사___

바로 그들이었다.

문득, 낙척문사가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며 소년을 바라보았다.

[하하... 백경이 또 나타난 모양이구나?]

소년은 반짝이는 눈으로 백경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쥐어보였다.

[두고봐요! 오늘은 꼭 저놈의 등에 타고 말거예요!]

낙척문사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기검룡을 응시했다.

[하하... ()아야, 어제도 그러더니 도리어 백경에게 혼나지 않았느냐!]

[! 어제는 방심을 했기 때문이예요. 오늘은 저놈의 등에 타보고 말거예요.]

용아라 불리운 소년은 고집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의 혜지 가득한 두눈은 계속 백경을 쫓고 있었다.

백경은 유유히 바다를 떠다니고 있었다.

순간,

[기다려라! 용아가 간다!]

소년은 휙! 지면을 박차고 바다를 향해 몸을 날렸다.

!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파석도 정상에서 바다까지는 수백 장의 거리에 달했다.

헌데 소년은 일직선으로 신형을 쏘아가며 단번에 삼십 장을 나는 것이 아닌가?

이어 가볍게 신형을 멈추며 다시 이십 장을 날고 또 바위를 찍으며 다시 떠올랐다.

실로 찬탄할 절기가 아닐 수 없었다.

낙척문사는 그러한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조심하거라! 용아!]

[하하... 걱정없어요. 용아의 해연약파(海燕掌波)는 완벽하다고요!]

소년은 바다 위를 스치듯이 날았다.

천강마존은 문득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허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 두 사람은 묵묵히 파석도의 정상에 선채 소년을 지켜볼 뿐이었다.

소년은 가볍게 파도를 밟고 백겨에게 접근했다.

[!]

그는 거대한 파도의 파봉을 밟고 앞으로 나갔다.

우르르... 철썩... !

미친 듯 광난하는 파도를 교묘히 타고 소년은 점점 앞으로 전진했다.

이윽고 그는 마침내 백경의 등으로 접근했다.

이때, 지켜보던 낙척문사가 문득 감탄의 표정을 입을 열었다.

[호부(虎父)에 견자(犬子) 없다더니 저 아이의 자질은 사람을 놀라게 합니다. 저 해연약파의 경공은 꼬박 십 년(十年)이 넘어도 익히기 힘드는데 검룡(劍龍) 저 아이는 불과 일년 사이에 터득하고 말았으니...]

검룡(劍龍)___.

이것이 소년의 이름인가?

천강마존은 말없이 눈빛을 번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우형이 천강신공(天罡神功)을 육성(六成) 이루는데 꼬박 팔년(八年)이 걸렸네. 헌데 용아는 천강심결(天罡心訣)을 전수받은지 오년만에 육성의 조예를 이루었지 않은가! 정말 뛰어난 자질을 가진 녀석이야.]

소년 검룡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문득 자애롭게 변했다.

검룡.

그는 바로 낙척문사가 데려온 황룡대제(黃龍大帝) 기용천(奇龍天)의 적자 즉, 기검룡이었다.

이때, 소년 기검룡은 마치 거대한 빙산(氷山)을 연상케하는 만년백경(萬年白鯨)에게 달려들어가고 있었다.

만년백경은 기검룡이 가가오는 것을 커다란 두눈을 껌뻑이며 바라보고 있었다.

허나 기검룡이 수면을 박차고 자신의 등위로 올라타려고 하자 거대한 동굴같은 입을 쩍 벌리며 세찬 물기둥을 쏘아올렸다.

쏴아___!

기검룡은 전에도 한 번 그 물기둥에 맞아 곤욕을 치룬적이 있었으므로 벼락같이 옆으로 몸을 피했다.

[하하하... 어림없다!]

그와 동시에 그는 힘껏 장()을 내밀어 물기둥의 힘을 받으며 그대로 삼사 장을 더 치솟아 올랐다.

___!

[어엇!]

기검룡은 허공에서 쏜살처럼 만녀백경의 등위로 떨어져 내렸다.

허나,

[에잇!]

그가 막 백경의 등을 밟으려는 순간 만년백경의 동체가 갑자기 물속으로 숙 잠겨지는 것이 아닌가!

기검룡은 일시지간 발디딜 곳을 잃자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허나 한 모금의 진원진기를 모아 발끝으로 수면을 찍으며 그는 다시 허공으로 이 장 정도 떠올랐다.

그 순간, 백경의 거대한 꼬리가 사방을 휘저으며 산더미같은 파도를 일으켰다.

[!]

기검룡은 미처 피할 여유가 없었다.

곧 그는 입술을 물며 전력을 다해 장()을 뻗어 파도와 맞닥드렸다.

콰르르릉___!

[...!]

기검룡은 천강기공이 파도의 전면을 후려쳤다고 느낀 순간 뒤이어 쏟아지는 파도에 거세게 전신을 얻어맞았다.

이때,

[용아! 위험하다!]

이 광경을 보고있던 낙척문사가 대경하여 소리쳤다.

낙척문사의 외침을 들은 기검룡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는 다급히 진기를 모아 허공에 떠올라 몸을 고정시키려 했다.

허나 그보다 빨리 만년백경의 꼬리가 재차 산악같은 파도를 일으키며 그의 몸을 쳤다.

[아앗!]

기검룡은 재차 파도에 가격당하며 바다 속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용아!]

낙척문사와 천강마존은 대경하여 부르짖었다.

허나 그 순간, 만년백경의 거구가 기검룡과 함께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심해(深海)로 가라앉았다.

 

X X X

 

기검룡은 문득 정신이 들었다.

순간, 그는 온몸이 후덥지근하고 답답한 것을 느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는 암흑(暗黑)으로 뒤덮여 있었다.

[여기가 어딜까?]

기검룡은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문득 몸을 일으켰다.

순간, 미끈하는 감촉과 함께 그는 바닥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아악___!]

그 바람에 전신관절이 부서져 나갈 듯한 통증을 느낀 기검룡은 가만히 자리에 누웠다.

헌데 그는 실로 기이함을 느꼈다.

누워있는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으며 미끈미끈한 액체의 감촉마저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그곳은 뜨겁기까지 한 것이 아닌가?

(이곳이 대체 어디란 말인가?)

기검룡은 의혹을 금치 못하며 다시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주위를 살폈다.

허나 다시 주르르 발이 미끄러지며 그는 그만 풍덩 웅덩이게 빠지고 말았다.

웅덩이 속에는 끈끈한 액체가 고여 있었다.

헌데 이때, 웅덩이의 맞은편에서 문득 한 줄기의 빛이 비쳐드는 것이 아닌가?

기검룡은 안력을 돋구어 눈을 감았다 크게 떴다.

그것은 어린아이 주먹만한 크기의 하얀구슬에서 흘러나오는 빛이었다.

구슬은 맞은편의 벽에 매달려 있었고 그 주위로 그물과도 같은 이상한 줄들이 빽빽이 모여 있었다.

신비한 흰색기류에 둘러싸여 빛을 발하고 있는 구슬을 바라보며 기검룡은 당장 호기심을 느꼈다.

[! 신기하게 생긴 구슬이구나!]

본래, 이 백색구슬은 백경이 만년(萬年) 동안 정기(精氣)를 모아 형성한 내단(內丹)이었다.

! 그렇다면 기검룡 그는 지금 만년백경의 몸속에 들어와 있단 말인가?

이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는 기검룡은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구슬을 바라보았다.

(저것을 따보자!)

결심한 순간 그는 구슬을 향해 손을 뻗었다.

허나,

[!]

막강한 반탄력에 의해 그는 손목이 찌르르함을 느끼며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

백경의 내단은 백경의 진원(眞元)이나 다름없이 스스로 보호하는 진기가 있는 것이었다.

처음 시도에 실패하자 기검룡은 은근히 오기가 생겼다.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

이어 그는 천강신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그의 양팔이 청색으로 물들었다.

순간 그는 벼락같이 쌍수를 떨쳐냈다.

파파팟___ 꽈릉___!

파열음과 함께 엄청난 폭음이 터졌다.

허나 천하에서 가장 강맹한 천강신공이건만 백색구슬 주위의 하얀기류를 흩어버릴 수는 없었다.

[!]

기검룡은 재차 막강한 반탄력에 의해 튕기듯이 물러났다.

일순 전신의 기혈이 뒤집어지는 듯한 충격에 그는 눈앞이 아찔했다.

허나 잠시 후 기혈이 가라앉자 기검룡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할아버지께서는 천강신공이야말로 천하에서 가장 양강(陽强)한 신공이라 하셨다. 헌데 저 흰색기류를 제거치 못하다니...?]

고개를 갸우뚱 하던 그는 문득 낙척문사가 들려준 말이 생각났다.

 

___무릇 장수하며 오래사는 영물들은 자연으로부터 정기(精氣)를 얻어 단기(丹氣)를 이룬다. 그 단기들이 오랜 세월을 지나며 서로 뭉쳐 고형화(固形化)되어 구슬과 같은 모양을 하게 되는데 이를 단주(丹珠) 또는 내단(內丹)이라 한다. 도가(道家)에서는 이를 무가지보(無價之寶)로 여기며 무인(武人)이 이것을 용해하여 단기(丹氣)를 흡수하면 공력을 연마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___

 

이러한 낙척문사의 말을 기억해낸 기검룡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저것은 내단(內丹)임에 틀림없다. 그럼 여기가 짐승의 뱃속...!]

그는 그제서야 자신이 만년백경에게 삼켜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간 그는 괘씸한 마음이 들어 소리쳤다.

[백경! 나를 삼키다니 도저히 용서치 못하겠다!]

이어, 꽈릉___! 꽈르릉___!

기검룡은 백경의 내단을 향해 마구 천강신공을 쳐냈다.

허나 그것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기검룡은 그만 제풀에 지쳐 털썩 주저앉았다.

(어떻게하면 백경을 시원하게 골탕먹일 수 있을까?)

잠시 생각에 골몰하던 그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그의 얼굴에는 문득 득의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내단의 주위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신경선을 향해 천강신공을 벼락같이 쳐냈다.

파팍___!

허나 의외로 신경선은 매우 질겨 간신히 한 가닥만이 끊어졌을 뿐이었다.

(굉장히 질긴걸?)

기검룡은 한 차례 고개를 저으며 다시 천강신공을 최대한으로 끌어모았다.

파파팍___ !

그의 손이 힘차게 내려쳐지자 단번에 십여 줄기의 신경선이 끊어졌다.

허나 그것은 수천 줄기의 신경선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기검룡은 잠시 손을 멈추고 생각했다.

(신공(神功)만 쓰면 이렇게 질긴 것을 자르는데 별효과가 없다. 무엇인가 날카로운 수법이 있다면 좋을텐데...)

다음 순간 그는 문득 손뼉을 탁 쳤다.

(그렇다! 참마제룡수(斬魔制龍手)가 있다!)

 

___참마제룡수(斬魔制龍手).

 

본래 도가(道家)의 중수법(重手法)이었던 참마인(斬魔刃)이라는 수법을 사백 년 전 점창의 절정고수였던 제룡신협(制龍神俠)이 개조한 무공이었다.

강기(罡氣)를 파해하는 전문수법으로 날카롭기 그지없는 신랄한 무공이다.

검창에서는 오래 전에 실전하였으나 낙척문사가 이를 얻었던 것이다.

기검룡은 참마제룡수의 구결을 마음 속으로 외우고 난 다음 신경선이 뻗친 곳으로 다가갔다.

(어디 한 번 시험해 볼까?)

순간 그는 우수(右手)를 번쩍 치켜들어 사정없이 신경선을 내려쳤다.

파파파팍___!

그러자 놀랍게도 단번에 수십 줄기의 신경선이 끊어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성공이다!]

기검룡은 환성을 지르며 쉬지않고 수도(手刀)를 내리쳤다.

그의 손에서 새파란 광망이 번뜩일 때마다 수많은 신경선들이 속속 끊어져 나갔다.

파파___ ! ! !

그렇게 거듭할수록 청망은 더욱 짙어지고 한 번에 끊어지는 신경선의 숫자도 많아졌다.

[다 됐다!]

기검룡은 탄성을 발하며 기뻐했다.

어느새 내단의 뒤에 달린 굵직한 주신경선(主身俓線)만 남곤 미세한 신경선은 모두 끊어져 나가버린 것이 아닌가?

기검룡은 마지막으로 힘을 모아 주신경선을 후려쳤다.

순간,

[크아악___!]

만년백경은 극심한 내부의 충격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미친 듯이 몸을 뒤틀었다.

그로인해 기검룡이 서 있는 부분의 사방벽이 짓눌리며 그를 압박했다.

[!]

기검룡은 재빨리 만녀백경의 내단을 집어들고 입구로 날아올랐다.

쏴아아___!

그가 처음에 누워있던 장소에 이르는 순간 갑자기 전면에서 밝은 햇살이 비쳐들었다.

또한 만년백경이 물을 들이키는 듯 해일같은 기세로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기회는 지금이다!)

내심 생각한 그는 빛을 향해 황급히 신형을 날렸다.

[이얍!]

힘찬 일갈과 함께 천강신공을 펼치자 바닷물이 양쪽으로 쫙 갈라졌다.

___ !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기검룡은 전속력으로 뛰쳐나갔다.

콰르릉___!

그가 마침내 만년백경의 입에서 뛰쳐나오자 대노한 만년백경은 미친 듯이 불기둥을 쏘아올렸다.

허나,

[하하... 고맙다!]

기검룡은 오히려 그 물기둥을 타고 삼십여 장 상공으로 까마득히 치솟았다.

허공에서 순간적으로 우측 수평 위에 아스라이 섬그림자가 보였다.

기검룡은 지체없이 방향을 틀어 섬방향으로 신형을 날렸다.

내단을 빼앗긴 만년백경은 대노하여 기검룡의 뒤를 쫓았다.

(이크...! 저놈이 정말 화가 난 모양이구나...!)

쏜살같이 해연약파(海燕掌波)의 경공을 펼쳐 섬으로 달아나던 기검룡은 등뒤에서 세찬 물살을 가르며 쫓아오는 만년백경 보고 기겁했다.

그는 더욱 속력을 가했다.

허나 차츰, 시간이 지날수록 만년백경과 기검룡의 거리는 좁혀들었다.

이윽고 전면에 뚜렷이 하나의 섬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그들의 사이는 불과 이십여 장으로 좁혀졌다.

쏴아아___!

재차 산악같은 물기둥이 쏘아졌다.

[어엇...!]

기검룡은 십여 장 넓이의 물기둥을 피하지 못하고 바닷 속으로 잠겨들었다.

(으흡...!)

기검룡은 바닷 속에 잠겨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뻔 했다.

만년백경은 일시에 기검룡의 행적을 놓치자 잠시 멈칫 했다.

허나 곧 만년백경은 섬쪽으로 물살을 가르며 쏘아가기 시작했다.

기검룡으로서는 천만다행한 일이었다.

그는 만년백경의 배밑에 숨죽여 숨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거의 섬의 전역에 들어온 듯 바닷속이 얕아져 백경은 더 이상 전진을 못하고 몸을 돌렸다.

때를 놓치지 않고 기검룡은 빠르게 앞으로 나가다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만년백경은 막 방향을 틀다가 기검룡이 떠오른 것을 보고 쏜살같이 물살을 가르며 덮쳐들었다.

___ ___!

허나 섬이 이미 코앞에 있었다.

소년은 번개같이 몸을 띄워 섬쪽으로 날아갔다.

그러다가 문득 힐끗 뒤를 돌아보니 만년백경은 섬에서 약 백여 장 떨어진 곳까지 접근을 못하고 그 부근을 빙빙 돌고 있었다.

[하하...! 요놈아 꼴좋구나...!]

기검룡은 돌아서서 크게 외치며 섬주변의 백사장으로 달려갔다.

___ ___ 처얼썩...!

[... 힘들다...]

기검룡은 백사장에 닿자마자 털썩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때까지도 만년백경은 미련이 남았는지 섬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를 보는 기검룡의 천진한 얼굴에 씨익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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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 章

 

                落拓文士

 

 

천강마존을 향해 다가서던 삼제(三帝)는 문득 부르르 신형을 떨며 멈추어 섰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천강마존이 돌연 번쩍 고개를 든 것이었다.

[...]

가공할 한망이 치뻗치는 그의 두눈을 대하자 상제는 섬칫한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가증스러운 놈들...!]

천강마존은 부드득 이를 갈아부치며 번쩍 천강검(天罡劍)을 치켜들었다.

삼제 역시 긴장된 안색으로 각기 무기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구유명제는 새하얀 도신(刀身)의 보도(寶刀)를 불끈 움켜쥐고 있었다.

___빙혼마도(氷魂魔刀), 슬쩍 살갗을 스치기만 해도 심맥을 얼어붙게 만드는 가공할 한빙살기(寒氷殺氣)를 지닌 보도(寶刀),

유성검제___ 그의 무기는 유성검문(流星劍門)의 지보인 은하유성검(銀河流星劍)이었다.

만천독제는 백독(白毒)의 정화를 흡수한 독혈낭아봉(毒血狼牙奉)을 움켜쥐었다.

___ ___ ___ ___ !

일진 설풍(雪風)이 팽팽히 고조된 장내의 기운,

순간,

[유명천세(幽冥千世)___!]

[유성비류(流星飛流)___!]

[화독만천(火毒滿天)___!]

삼제는 동시에 대갈을 터뜨리며 신형을 움직였다.

... 츠츠츠츠츳___!

파파파팟___! ___ ___!

낙혼애를 단번에 허물어 뜨릴 듯한 엄청난 파공음과 도기(刀氣)가 팔방(八方)을 난무했다.

천강마존은 불근 이를 악물었다.

[천강참마(天罡斬魔)___!]

아아___!

천하(天下)에서 가장 강맹한 무적(無敵)의 검법 천강검식(天罡劍式)!

가공할 검기(劍氣)의 소용돌이와 함께 일순 섬뜻한 청광(靑光)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차차차___ ___!

___ ___ ___!

들썩 장내를 뒤흔드는 굉음이 터지며,

 

동시에,

[흐윽...!]

[...!]

잇따라 다급한 신음성이 터졌다.

잠시 후, 사방을 몰아쳤던 난석이 가라앉자 장내의 상황이 확연히 드러났다.

구유명제, 유성검제, 만천독제, 즉 삼제(三帝)는 모두 가슴이 길게 그어져 있었다.

약간만 더 깊었더라면 치명적인 중상을 면치못했을 것이다.

하나 천강마존, 그 역시 온전치는 못했다.

조금 전에 비해 안색은 더욱 시커멓게 변색되어 있었으며 한 사발이나 되는 흑혈(黑血)을 울컥 토해냈다.

이때, 구유명제가 재빨리 지혈을 하고 이제(二帝)를 둘러보았다.

[힘을 냅시다!]

그는 다시 불끈 빙혼마도를 치켜들며 벼락같이 신형을 움직였다.

쐐애애___ ___!

유성검제와 만천독제도 그와 합세하여 무섭게 재차 공격을 가했다.

촤르르...!

츠츠츠츠___!

경천동지(經天動地)!

그들 삼인의 합공(合攻)은 실로 천지를 뒤엎고도 남을 위력이 있었다.

허나 천강마존, 그는 감히 대항할 수 없는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오너라! 천강뢰격(天罡雷擊)___!]

그는 전신의 심맥이 토막토막 끊어지는 듯한 통증을 억누르며 천강검을 휘둘렀다.

___ ___ ___ !

___ ___ !

고막을 산산이 파열시키는 엄청난 폭음이 터져올랐다.

[허억...!]

[으음...!]

[... ...!]

그 폭음 속에서 급박한 신음성이 연이어 터졌다.

그와 동시에, 하나의 인영이 튕겨지듯 장내에서 빠져나왔다.

인영, 그는 바로 만천독제였다.

헌데, 놀랍게도 그의 오른쪽 다리가 싹둑 끊어져 나가고 없는 것이 아닌가?

구유명제와 유성검제 또한 적지않은 타격을 입고 신형을 비틀거렸다.

허나 그들보다 심한 치명적 상처를 입은 인물은 역시 천강마존이었다.

그의 상세는 엄중하기 그지없이 안색은 거의 사색(死色)에 가가왔다.

번갯불 같은 신광마저 흐릿하게 꺼져갔다.

허나 그는 휘청거리는 신형을 쓸어안고 삼제를 노려보고 있었다.

구유명제와 유성검제는 섬뜩한 공포와 함께 전율마져 느꼈다.

(... 지독한 늙은이.. 저 지경이 되어도 버티다니..!)

그들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곧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순간,

[유성은한(流星銀寒)!]

유성검제의 은하유성검이 전광처럼 번뜩 허공을 갈랐다.

[유명구궁(幽冥求宮)!]

거의 동시에 구유명제의 빙혼마도가 천강마존의 복부를 노리며 한망을 발출했다.

허나 이때, 구유명제의 좌수(左手)로부터 푸르스름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음을 발견한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천강마존은 골수까지 저미는 죽음의 통증을 느꼈다.

허나 그는 그 고통을 떨쳐버리기라도 할 듯 전력(全力)을 쏟아 검()을 휘둘렀다.

천강파극식(天罡破極式)___.

츠츠츠츠...!

헌데,

[으윽...!]

그는 검세를 펼치다 말고 다급한 신음성을 토하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공력이 끊어짐을 느끼고 그는 당황하고 만 것이었다.

그 순간, 파팟___!

구유명제의 빙혼마도는 간신히 피해냈으나 유성검제의 일검이 그의 허리를 그었다.

[!]

천강마존은 한차례 신형을 비틀했다.

바로 이때, 구유명제의 좌수에서 시퍼런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이어 그 불꽃은 화전(火箭)처럼 천강마존의 가슴으로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천강마존은 힘겹게 몸을 비틀어 불길을 피했다.

허나 그는 완전히 몸을 피하기에는 너무 지쳐 있었다.

[크윽...!]

그는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다시 아래로 떨어졌다.

___!

그가 떨어진 곳은 바로 낙혼애의 끝부분, 실로 위험천만의 위기였다.

천강마존은 그러나 피에 젖은 신형을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섰다.

그의 충혈된 두눈은 구유명제를 향해 부릅떠져 있었다.

[... 네놈이 마화융천강기(魔火融天罡氣)를 연성하다니...!]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___마화융천강기(魔火融天罡氣).

이는 희대의 마인(魔人) 마화자(魔火子)가 창안한 가공할 마공(魔功)이었다.

마화융천강기를 펼치면 전율스럽게도 푸른 인화가 피어오른다.

사람이고 물건이고 할 것 없이 이 인화에 적중되면 그 부분은 완전히 삭아버리는 전율의 위력이 있었다.

헌데, 천강마존은 정면으로 마화융천강기를 적중당하고도 건재한 것이 아닌가?

구유명제는 경악의 눈길로 천강마존을 응시했다.

허나, 곧 그는 음험한 웃음을 흘리며 빙혼마도를 치켜들었다.

[흐흐흐흣... 이제 죽어랏!]

___ 츠츠츠츳...!

삼엄한 도기가 그물처럼 천강마존을 뒤덮을 듯 몰아쳤다.

천강마존은 허나 속수무책.

그의 신형은 일순간 굳어졌다.

허나, 빙혼마도가 막 천강마존의 몸을 양단하려는 순간, 축 늘어졌던 천강검이 돌연 영사같이 튕겨져 올랐다.

[...!]

구유명제는 예상밖으로 급변한 천강마존의 태도에서 엄청난 위압감을 느꼈다.

허나 그는 이를 악물었다.

빙혼마도로 천강검을 막아냄과 동시에 그의 좌수가 푸른 인화에 휩싸여 천강마존의 가슴을 꿰뚫었다.

차차창___! ___!

[크아악___!]

천강마존은 정통으로 가슴에 마화융천강기를 맞고 허공으로 붕 떠오르며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헌데,

! 그의 몸아래는 바로 천야만야한 죽음의 절곡 낙혼애가 아닌가?

순식간에 그의 신형은 낙혼애 아래로 낙엽처럼 떨어져 내렸다.

[!]

구유명제는 이 예기치못한 사태에 당황성을 터뜨렸다.

허나 천강마존의 모습은 이미 까마득한 만길 단애 아래로 사라져 버린 되었으니...

[으음... 혈음패황도(血吟覇荒刀)가 분명 그의 몸에 있었을 텐데...]

그는 원통함에 발을 굴렀다.

이때,

[__ __ __ ___!]

돌연 폐부를 뒤흔드는 긴 장소성이 구련한 아래로부터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건데 공력이 극상에 이른 내가 최절정고수임이 분명했다.

구유명제와 이제는 안색이 홱 변했다.

[... 누구란 말인가?]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이때, 낙혼애 아래에 한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인영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절세의 경공으로 낙혼애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한 번에 근 백여 장 씩의 엄청난 도약이었다.

___ !

순식간에 인영은 단에 위로 날아내렸다.

순간, 삼제는 일제히 두눈을 크게 떴다.

[낙척문사(落拓文士)!]

구유명제가 경악의 음성으로 짧게 부르짖었다.

삼제의 앞에 나타난 인영___.

그는 서생차림을 한 청수한 중년인이었다.

헌데 그는 일신에 헤질대로 헤져 누덕누덕 기운 장삼을 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___고죽취옹(枯竹醉翁).

___낙척문사(落拓文士).

중년인, 그가 바로 쌍기(雙奇) 중 일인(一人)인 낙척문사였던 것이다.

그는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삼, 사십대의 중년인이었으나 실상은 백 삼십(百三十)이 넘은 노인이었다.

이때, 낙척문사는 장내를 둘러보며 부르르 신형을 경련했다.

[으으... 이럴 수가...!]

그는 곧 사태를 짐작하고 분노가 끓는 눈빛으로 삼제를 노려보았다.

그 강렬한 안광에 삼제는 흠칫 했다.

(저 늙은이는 무공을 익혔다고 알려지지 않았다. 헌데... 이제보니 천강마존에 못지않은 무공을 지닌 고수다...!)

구유명제는 일순 안색이 창백하게 굳었다.

낙척문사.

그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무섭게 삼제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허나 잠시 후 그는 사납던 안광을 거두며 문득 탄식했다.

[인간의 욕심이란 한이 없는 법. 그대들의 과욕이 훗날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절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그는 삼제를 향해 조용하나마 깊은 위엄이 깃든 음성으로 말하며 빙글 몸을 돌렸다.

[구양형님의 시신이라도 찾아야겠군.]

몸을 돌리며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이어, ___ !

그는 주저없이 까마득한 낙혼애 아래로 몸을 던지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급격한 속도로 떨어져 내리던 그의 신형이 점차 허공을 빙빙 돌며 여유있게 날아내려갔다.

낙혼애 우에서 이 광경을 지켜본 삼제는 입을 딱 벌렸다.

그들은 문득 자신의 실력이 너무 초라하다고 느꼈다.

낙척문사의 무공은 경악의 한도를 넘어 초쾌한 신()의 경지를 이루고 있었으니...

문득 구유명제가 탄식하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끝난일. , 돌아갑시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그는 휙 신형을 날렸다.

이어, 유성검제가 그를 뒤따랐고 만천독제와 백독랑아봉에 몸을 의지한 채 낙혼애를 내려갔다.

 

X X X

 

철썩... 우르릉___!

절해고도(絶海孤島)!

노호(怒號)같은 파도가 섬을 통째로 집어삼킬 듯이 몰아치고 있었다.

().

그것은 전체가 하나의 암석으로 형성된 기이한 섬이었다.

콰르릉... 우르르... ___ ___!

섬둘레는 겨우 십 리 남짓___

허나 그 주위로는 수십 길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천험의 위세를 이루고 있었다.

이때, 돌연 까마득히 먼 수평선 위에 하나의 흑점이 번득 나타났다.

그것은 놀랍게도 한 명의 사람이었다.

인영은 바다 위를 마치 육지에서 걷는 것과 같이 미끄러지듯 유유히 돌섬으로 다가왔다.

그에 따라 점차 뚜렷이 드러나는 인영, 그는 허름한 장삼을 걸친 중년문사였다.

낙척문사, 바로 그가 아닌가?

헌데, 그는 기이하게도 왼손에 강보에 싸인 어린아이를 감싸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낙척문사는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는 파도를 유유하게 타며 미끄러지듯 전진했다.

이윽고 그는 파도를 넘고 수면을 가로질러 높다란 암초 뒤로 돌아갔다.

동굴, 그곳에는 놀랍게도 약 이 장 정도의 높이로 우뚝 서 있는 하나의 동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동굴은 반정도가 바닷물에 잠긴 채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낙척문사는 망설임없이 동굴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동굴의 통로를 따라 얼마쯤 나아가자 수면이 끝나며 바닥이 드러났다.

그곳으로부터 다시 약 십여 장 전진했을까?

낙척문사는 우뚝 걸음을 멈추어 섰다.

하나의 석문이 앞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그는 가볍게 손을 들어 석문을 밀었다.

끼이익___!

문이 열림과 동시에 눈앞에 나타난 것은 하나의 석실이었다.

수만 권의 장서가 빽빽이 들어차 흡사 서실(書室)을 연상케하는 석실___.

석실의 한쪽에는 석상(石床)이 놓여 있었다.

헌데, 지금 그 석상 위에는 한 명의 청삼노인이 묵묵히 벽을 보고 앉아 있었다.

낙척문사는 석실을 들어서며 청삼노인을 향해 말했다.

[형님, 소제 돌아왔습니다.]

그말에 돌아앉아 있던 청삼노인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헌데, ! 이럴수가...!

청삼노인, 그는 바로 낙혼애 아래로 떨어진 천강마존이 아닌가?

그가 어찌 살아 이곳 석실에 앉아있단 말인가?

 

천강마존___.

그는 낙척문사와 오래 전부터 호형호제(呼兄呼弟)하던 사이였다.

낙척문사는 천강마존이 무형기독에 중독되자 해약을 구하기 위해 그와 헤어졌다.

허나 그가 해약을 구해 낙혼애로 달려갔을 때에는 이미 천강마존은 낙혼애로 떨어진 후였다.

그는 낙담 끝에 낙혼애로 뛰어내렸다.

천강마존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서였다.

헌데, 실로 천행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천강마존은 수백 년 묵은 나무등걸에 걸려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허나 그는 엄청난 내상을 입은데다가 독기(毒氣)가 골수까지 스며들어 결국 공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천강마존은 들어서는 낙척문사를 바라보며 친근한 표정을 지었다.

[네갈노제, 어서오게.]

허나 문득 그는 낙척문사의 안색을 살피며 나직이 탄식했다.

[, 자네 안색이 좋지 않군, 중원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낙척문사는 침중한 표정으로 천강마존을 바라보았다.

[형님. 이것을 보십시오.]

그는 강보에 싸인 어린아이를 천강마존의 앞으로 내밀었다.

[웬 어린아이인가?]

그제서야 그것을 발견한 듯 천강마존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허나 다음 순간 그의 안색이 홱 급변했다.

일순 그의 흐릿하던 두눈에는 번갯불같은 신광이 번쩍였다.

[.. 이럴 수가...! 천년(千年) 내에 나타난 적이 없는 천양신맥(天養神脈)을 지니고 있다니...?]

그의 두눈은 엄청난 경악으로 흡떠졌다.

그는 벅찬 감정을 다스리며 강보 속 아이의 골격을 살폈다.

헌데,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어린아니는 앙징스럽게도 한 손에 옥패를 꼭 움켜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 마리 황룡(黃龍)이 승천하고 있는 조각이 정교하게 새겨진 옥패였다.

[... 이것은...?]

천강마존의 표정이 다시 한 차례 크게 변했다.

낙척문사는 침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황룡대제(黃龍大帝) 기용천(奇龍天)의 신물(信物)입니다.]

천강마존은 문득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급히 물었다.

[황룡보에 무슨 변괴라도 있었는가?]

낙척문사는 침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황룡보가 의문의 괴멸을 당했습니다.]

천강마존의 안색이 일시지간 창백하게 굳었다.

[자세히 얘기해보게.]

그는 낙척문사를 바라보며 무겁게 입을 닫았다.

 

[... 으음...]

끊일 듯 미약한 여인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 웬 여인이...?]

낙척문사는 검미를 찌푸리며 우뚝 걸음을 멈추어섰다.

이곳은 돈탕 근처의 험지.

싯누런 황토의 구릉이 끝없이 펼쳐진 곳이었다.

낙척문사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한 명의 여인이 피투성이가 된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즉시 다가갔다.

여인은 삼십 정도의 소부(小婦)로서 눈이 번쩍 뜨일만한 미인이었다.

허나 지금 전신에 수많은 상처를 입어 백의(白衣)가 혈의(血衣)로 변한 처참한 모습이었다.

낙척문사는 이미 그녀의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허나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흔들며 말했다.

[부인, 정신이 드십니까?]

여인은 문득 힘겹게 눈을 뜨며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 제 아이를... 부탁... 황룡보는 무너지고... 대제께선... 함정에... 적들은... ... ()...]

여인은 여기까지 말을 잇고는 그만 축 늘어졌다.

! 그녀의 가슴에는 강보에 싸인 한 명의 사내아이가 평화로운 얼굴로 잠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황룡보가...!]

낙척문사는 급히 여인과 아이를 안고 몸을 날렸다.

그곳에서 황룡보까지의 거리는 불과 삼십여 리___

그는 순식간에 황룡보에 이르렀다.

허나 그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완전히 초토화된 황룡보의 잔해 뿐이었다.

낙척문사는 침통한 표정으로 황룡보 식솔들을 모두 안장해 주고 소부의 시신도 따로 안장시켰다.

허나 기이하게도 황룡대제의 시신은 어느곳에서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낙척문사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난 천강마존은 침중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 황룡대제! 그는 노부의 뒤를 이어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기재였건만...]

문득 그는 낙척문사에게서 강보에 싸인 아이를 받아들었다.

[그렇습니다. 황룡대제는 세 명의 처가 있었습니다만 오년 전에 혼인한 청해설랑(靑海雪郞)에게서만 얼마전 아들을 얻었습니다.]

[그 여인이 청해설랑이었단 말이군.]

[.]

한동안 두 사람은 침묵을 지켰다.

허나 문득 천강마존은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아이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낮게 웃었다.

[허허... 이 모든 것이 하늘의 안배인지 모르겠군! 비록 복수할 마음은 없으나 하늘이 이 아이를 내게 보냈셨음은 이 아이로 하여금 중원에 불어닥친 혈겁을 막게 하시려함인가?]

그말에 낙척문사도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혈겁은 형님의 무학이 아니면 막을 수 없습니다.]

허나 천강마존은 이내 어두운 신색을 지었다.

[허나 오절(五絶)이 이 아이가 장성할 동안 가만히 있겠는가? 이 아이가 장성했을시는 이미 전 무림이 오절(五絶)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지 않은가!]

오절(五絶)___!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대체 어떤 인물들이기에 천강마존이 염려한단 말인가?

허나 낙척문사는 자신있게 말했다.

[걱정마십시오. 그점에 대해선 소제가 이미 손을 써놓았습니다.]

[손을 써 놓다니...?]

[강호에서는 형님이 건재한 것으로 알려지도록 일을 꾸몄습니다. 오절이 비록 암중모색은 할수 있어도 표면으로 나서 활동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자네가 한 일이라면 틀림없겠지.]

천강마존은 침중히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그는 아이의 얼굴을 내려다 보며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

[허허... 보면 볼수록 훌륭한 골격이군. 이 녀석은 아마 노부를 능가하는 불세제일인(不世第一人)이 될 수 있을 것이네.]

낙척문사도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과 천하제일기재(天下第一奇才)!

이들의 만남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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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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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一 章

 

             血洗落魂

 

 

 

󰡔___ ___ ___!󰡕

심혼(心魂)을 쥐어뜯는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___

()! 피의 광풍(狂風)이 하늘을, 땅을 몰아쳤다.

시뻘건 혈수(血手)가 허공을 움켜쥐며 허무하게 꺾어지고 있었다.

___ ___ ___ ___!

살갗을 후벼파는 혹독한 한풍(寒風)이 백설(白雪)을 동반한 채 장내를 휩쓸었다.

허나, 꾸역꾸역 쏟아지는 선혈은 뜨겁고 강렬한 색채로 한 자가 넘게 쌓인 백설을 빨아들일 듯 물들이고 있었다.

그 속에 널브러진 시체, 시체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끔찍한 참상이 이곳에 펼쳐져 있었다.

사지가 끊어지고 살갗이 짓찢어진 채 나뒹구는 시체, 허연 뇌수와 함께 무참히 박살난인두(人頭)와 갈라진 복부 사이로 흘러내린 시뻘건 창자

아아...!

아비규환(阿鼻叫喚)! 인간지옥(人間地獄)!

인세(人世)에 어찌 이토록 처참한 광경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흑의(黑衣)를 걸친 수백 구의 시신들은 어느것 하나 성한 것이 없었다.

벌판___.

시산혈해(屍山血海)의참경에 몸서리쳐지는 공포가 깃든 벌판이었다.

, 그런데 보라!

수백 명의 시신들 사이에 한 명의 거인(巨人)이 우뚝 서 있었다.

육 척(六尺) 장신(長身)에 본시는 푸른색이었으나 인육(人肉)이 달라붙고 선혈로 얼룩져 검붉게 변한 장삼을 걸친 인물, 반백(半白)의 머리, 한 자 철판도 단번에 꿰뚫어 버릴 듯 형형히 번쩍이는 안광, 그의 전신에서는 태산같은 위엄과 가공할 살기가 물씬 풍겨나왔다.

굳게 다문 입술사이로 흘러내리는 선명한 액체, 그것은 바로 피였다.

그의 오른 손에 들린 반투명한 보검(寶劍)에서도 뚝뚝 선혈이 떨어지고 있었다.

󰡔으음...󰡕

문득, 청삼인의 입에서 나직한 침음성이 흘렀다.

허나 곧 그는 음산한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리는 것이 아닌가?

󰡔흐흐흐... 흑룡신군(黑龍神君)...!󰡕

___! 흑룡신군(黑龍神君)이라면...?

그렇다.

흑룡신군, 그는 무림영웅보에 오른 백팔무인(百八武人) 중의 일인(一人)으로 협서(夾西)일대에서 흑룡방(黑龍幫)을 세운 인물이었다.

이백 년 전에 실전된 흑룡묵혈강(黑龍墨血罡)을 대성(大成)하여 백팔무인 중 서열 제 사십이위(四十二位)에 오른 절정의 고수(高手),

헌데, 그런 그가 지금 천삼인의 발밑에 몸이 두 동강으로 갈라진 채 누워있지 않은가?

! 이는 실로 놀라운 사실이었다.

천하(天下)를 떨어 울리던 백팔무인, 그 중 당당한 한 사람으로 군림한 그가 수백 명 자신의 수하들과 함께 이 황량한 벌판에 잠든 것이었다.

과연, 청삼인 그가 누구이길래 이토록 가공할 살겁(殺刦)을 저질러 놓았단 말인가?

이때, 태산처럼 버티고 선 청삼인의 신형이 일순 휘청했다.

󰡔으윽... 으음...󰡕

그는 한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며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구양천(九陽天)! 네 종말이 이렇게 허무할 줄이야... 하하핫...!󰡕

돌연 그는 한()이 깃든 허탈한 광소를 터뜨리며 하늘을 우러렀다.

일순, 그의눈빛이 절망과 체념으로 흐릿하게 꺼졌다.

󰡔으음, 무형기독(無形奇毒)... 점점 심맥을 갉아먹는구나...󰡕

그는 침중하게 중얼거리며 무참하게 나뒹굴고 있는 시신들 사이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___ ___ ___!

눈보라가 몰아쳤다.

물씬 피냄새가 한풍을 타고 흩어졌다.

청삼인, 그는 허탈한 표정으로 혼자 뇌까리듯 말을 흘렸다.

󰡔흐흐... 결국 나는 마존(魔尊)이외에 천하제일(天下第一)의 살인마(殺人魔)라는 이름까지 얻겠군.󰡕

헌데 이때, 흐릿하게 잠겨들던 그의 두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

___ ___ ___ ___!

한풍이 몰아치는 백여 장 밖, 그곳에 어느새 육인(六人)의 인영이 유령처럼 나타난 것이 아닌가?

___!

찰나지간, 그들 중 한 명의 청삼인을 향해 화살처럼 쏘아왔다.

노인(老人), 그는 마치 얼음으로 깎아놓은 듯 냉막한 인상을 지닌 백발노인이었다.

노인의 두눈에서는 심방을 동결시켜버릴 듯 가공할 안광이 폭사되고 있었다.

일견하기에도 무공이 극()에 이른 고수임이 분명했다.

헌데, 실로 기이한 일이었다.

청삼인 앞에 내려선 노인은 전신을 가늘게 경련하며 침중한 신음성을 발하는 것이 아닌가!

󰡔으음...󰡕

혹독한 추위 때문인가?

아니다. 절정고수인 그가 추위를 느낄 리 없었다.

! 그는 바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이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 ! !

노인에 이어 장내에 도착한 다섯 명의 인물, 그들 역시 이미 육순(六旬)이 넘은 노인들이었다.

헌데, 그들의 얼굴에도 억지로 숨기려고 하지만 짙은 두려움의 빛이 여실히 깔려있지 않은가!

대체, 한결같이 절정고수인 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청삼인의 정체는 무엇이란 인가?

___ !

한 차례 매서운 설풍(雪風)이 장내에 대치한 칠인(七人)의 살갗을 때렸다.

그와 함께, 고목처럼 서 있던 청삼인의 입술이 열렸다.

󰡔북명일신(北冥一神)! 덤벼라!󰡕

그의 일갈이 떨어지자 앞서 나타났던 백발노인의 신형이 부르르 떨렸다.

북명일신(北冥一神)___

! 이 얼마나 놀라운 이름인가?

그는 백팔무인 중에서도 최절정에 속하는 천하십웅(天下十雄) 중의 일인(一人)이 아닌가?

 

천하십웅(天下十雄)___

 

소림(少林)의 천불노승(天佛老僧),

무당(武當)의 삼양노조(三陽老祖),

북해(北海)의 패자(覇者) 북명일신(北冥一神),

중주(中州)명가 만화검선(萬花劍仙),

곤륜(崑崙)의 전대고수 비룡신협(飛龍神俠),

담긍베일의 거도(巨盜) 신풍무영비(神風無影飛),

봉황곡주(鳳凰谷主) 봉황검(鳳凰劍),

천지쌍괴(天地雙怪),

개방(丐幫)의 방주(幫主) 천결타개(千結陀丐),

 

이들은 바로 천하십웅(天下十雄)으로서 사제(四帝)에는 못미치지만 백팔무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고수들이었다.

백발노인, 그가 바로 천하십웅(天下十雄) 중의 한 명인 북명일신이었다.

이때, 북명일신은 두겨움을 떨치기라도 하듯 입술을 악물며 대갈했다.

󰡔현빙천살진(玄氷天煞陣)!󰡕

그의 일갈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북명일신의 뒤에 나열해 있던 다섯 명의 노인들이 순식간에 청삼인을 포위했다.

___현빙천살진(玄氷天煞陣), 이는 북해일문(北海一門)의 비전전술(秘傳戰術)이었다.

또한 다섯 명의 노인들은 북해일문의 최고고수, 즉 북명오로(北冥五老)였다.

이때, 다시 북명일신의 입에서 벼락같은 일갈이 터졌다.

󰡔현음추살(玄陰刺殺)!󰡕

순간, 휘르르___ ___ ___!

북해오로의 전신에서 맹렬한 빙풍(氷風)이 불어닥쳤다.

동시에 그들의 신형은 하얀 백무(白霧)로 휩싸였다.

헌데, 그 백무가 점차 확산되는가 싶더니 서로 이어져 하나의 환()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이엽___!󰡕

북명오로의 벼락같은 기합성이 터지는 순간 백환(白環)은 청삼인을 향해 섬전처럼 폭사되었다.

파파팟___!

허나 바로 그 순간,

󰡔으하하하하핫...!󰡕

청삼인의 입에서 돌연 찌렁찌렁한 광소가 터져나왔다.

찰나, 꽈르르릉___!

󰡔___ __ !󰡕

󰡔___ ___ !󰡕

장내를 득썩 뒤흔드는 굉음과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동시에 터졌다.

북명오로___.

놀랍게도 그들의 몸은 어느새 형체도 없이 짓이겨져 끔찍하게 주위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으으... 이럴 수가...!󰡕

북명일신의 두눈은 경악과 불신으로 부릅떠졌다.

청삼인.

그는 온몸에 하얀 서리를 뒤집어쓴 채 냉오한 표정으로 우뚝 서 있었다.

이때, 사색(死色)이 되어 신형을 비틀거리던 북명일신이 다시 불끈 이를 악물었다.

순간, 그의 전신에서는 시커먼 경기가 극맹한 한기를 동반한 채 뻗어나왔다.

그 모습에 청삼인은 일순 흠칫 했다.

허나 곧 그는 나직한 비웃음과 함께 번쩍 왼손을 치켜들었다.

󰡔후후... 현음빙살강기(玄陰氷煞罡氣)로군. 후후...󰡕

치켜든 그의 좌수(左手)가 순식간에 섬뜩한 청색(靑色)으로 물들었다.

청수(靑手)___ 그것은 마치 하나의 가공할 청강도(靑罡刀)를 연상케 했다.

우우___ ___!

두 사람 사이에는 무형의 경기가 팽팽하게 고조되었다.

이때,

󰡔현음빙살(玄陰氷煞)!󰡕

북명일신이 먼저 신형을 움직이며 발악하듯 대갈을 터뜨렸다.

츠츠츠츳...!

극렬한 빙음지기(氷陰之氣)를 동반한 묵기(墨氣)가 청삼인을 짓쳐들었다.

허나 그보다 먼저 청삼인의 좌수가 번득 청광(靑光)을 뻗었다.

󰡔___ ___ !󰡕

비명!

북명일신은 피보라에 휘말려 허공으로 날아올라갔다.

이어, ___!

그것이 끝이었다.

허나 이때 청삼인의 안색이 급격히 창백해 졌다.

󰡔으음... 이놈의 무형기독(無形奇毒)만 아니었다면...󰡕

그는 침중하게 중얼거리며 안면을 일그러 뜨렸다.

그의 넒은 이마에는 점차 검은 기운이 비치기 시작했다.

독기가 이미 골수까지 침범한 것이었다.

허나 청삼인은 돌연 두눈을 부릅뜨며 앙천광소를 터뜨리는 것이 아닌가?

󰡔으하하... 그러나.. 사제(四帝) 네놈들을 베기 전에는 결코 스러지지 않는다. 크하하... 기다려라. 본존(本尊)이 간다...!󰡕

다음 순간, 그는 벼락같이 지면을 박차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의 신형은 순식간에 한 줄기 빛이 되어 번뜩 황야를 가로질렀다.

구련산(九蓮山) 낙혼애(落魂崖)___.

평평하던 지면이 갑자기 끝나며 마치 지옥의 입구(入口)처럼 쩍 갈라진 단애의 정상(頂上).

이곳에도 한 자가 넘는 백설이 숨막히도록 쌓여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펑펑 폭설이 쏟아지고 있었다.

헌데, 인적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 절지에 언제부터인가 몇 개의 인영이 동상처럼 서 있었다.

__ __ ! __ !

눈보라를 동반한 혹독한 강풍이 목석처럼 굳어있는 인영들의 옷자락을 거세게 휘날렸다.

이때, __ __ !

돌연 잿빛 허공에서 폐부를 쥐어짜는 날카로운 새울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순간, 중인들은 흠칫하여 고개르 들어올렸다.

그때 까마득한 허공에서 하나의 검은 점이 쏜살같이 낙혼애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___ ___ !

그것은 두 자 정도 크기의 검은 독수리였다.

헌데 그것은 내리꽂히듯이 하강하여 중인들 중 가운데 흑의노인의 어깨 위에 내려앉는 것이 아닌가?

가운데의 흑의노인___.

그는 안색이 백지장처럼 창백해 섬뜩한 인상을 풍겼다.

움푹 들어간 두둔에서는 귀화처럼 푸르스름한 안광이 번쩍이고 있었다.

흑의노인은 독수리의 발에 묶여있던 천을 끌러 읽어보았다.

󰡔...󰡕

문득 그의 입에서는 둔중한 신음성이 흘렀다.

그러자 그의 우측에 서 있던 학발동안의 황의노인(黃衣老人)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명제(冥帝)! 무슨 소식이오?󰡕

황의노인은 붉으레한 안색에 신선같은 인상을 풍겼으며 품속에 한 자루의 고색 창연한 고검(古劍)을 비단으로 싸서 안고 있었다.

󰡔그가 모든 관문을 돌파했소!󰡕

흑의노인은 움푹 들어간 두눈에 살광을 번쩍이며 말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중인들은 일제히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흑의노인은 이를 갈며 다시 말했다.

󰡔백팔무인 중 우리를 제외하고 이번 일에 참석치 않은 십여 명의 인물들을 빼고 모두 그의 손에 죽었소.󰡕

그말에 좌측에 서 있던 현의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자는 분명 무형기독에 중독되었을 텐데도 그 정도의 신위를 발하다니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소.󰡕

그는 안색이 푸르뎅뎅하고 가늘게 찢어진 두눈에는 기괴하게도 벽광(壁光)이 번뜩여 섬한 전율을 풍겼다.

흑의노인은 그의 말에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흐흐흐... 그러나 그는 이미 기독이 전신에 퍼져 평소의 오할 정도밖에 공력을 쓰지 못한다고 하오.󰡕

이어 그는 힐끗 한쪽 옆을 응시했다.

그들 삼인(三人)과 조금 떨어진 곳에 한 명의 황의중년인이 우뚝 서 있었다.

육 척이 넘는 거구의 장한으로 시커먼 구레나룻이 턱을 뒤덮고 있었다.

무섭게 부릅뜬 호목(虎目)에 먹으로 꾹 찍어놓은 듯 짙은 검미(劍眉).

두눈에서 뻗치는 가공할 신광은 가히 만인을 압도하고는 남을 정도였다.

또한 그의 뒤에는 각각 홍포와 청포를 입은 두 명의 괴인이 우뚝 서 있었다.

흑의노인이 황의중년인을 바라보며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흐흐... 황룡대제(黃龍大帝)! 그대에게 할말이 있다.󰡕

황의중년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___!

황룡대제(黃龍大帝)!

그렇다. 이 황의중년인이야말로 바로 중원북부를 위무하고 있고 황룡대제 기용천(奇龍天)이었다.

그리고 삼제(三帝)!

세 명의 노인들이야말로 황룡대제와 함께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삼제가 아닌가?

___구유명제(九幽冥帝).

___유성검제(流星劍帝).

___만천독제(滿天毒帝).

 

흑의의 음산한 노인, 그가 바로 구유명제였다.

동안학발에 고검을 지닌 노인은 유성검세.

현의에 귀면(鬼面)인 노인이 만천독제였다.

황룡대제 기용천은 구유명제를 바라보며 당당한 음성으로 물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흐흐... 그렇다. 그는 지금 낙혼애 아래서 본제와 다른 두 분의 수하를 상대하고 있다.󰡕

그 유명제는 문득 만천독제와 유성검제를 바라보았다.

󰡔헌데 보고에 의하면 그대의 황룡보(黃龍譜) 수하들은 구경만 하고 있다고 들었다.󰡕

순간,

󰡔닥치시오!󰡕

황룡대제의 뒤에 서 있던 두 괴인 중 홍포를 걸친 뚱뚱한 체구의 노인이 버럭 일갈을 내질렀다.

󰡔보주님의 명호를 함부로 도용하여 천하군웅들을 모아놓고 무슨 헛소리요!󰡕

그는 성질이 매우 급한 듯 구유명제를 내려보며 두눈을 부릅떴다.

구유명제는 음악한 표정으로 홍포괴인을 노려보았다.

󰡔흐흐... 열양신괴(熱陽神怪), 네놈이 간덩이가 부었구나. 감히 본제에게 대들다니...󰡕

이때 전신이 대나무처럼 비쩍마른 청포괴인이 문득 홍포괴인을 저지시키며 나섰다.

󰡔구유명제! 우리 천지쌍괴(天地雙怪)가 당신을 두려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오. 다만 보주님의 허락이 없어 당신과의 일전을 참고있는 것 뿐이오.󰡕

청포괴인, 그는 심기가 깊어 보이는 인물이었다.

그의 말에 구유명제는 안면을 부르르 경련했다.

___천지쌍괴(天地雙怪),

빙심마괴(氷心魔怪),

열양신괴(熱陽神怪),

이들은 쌍둥이 형제로서 빙심마괴가 첫째였다.

이때, 구유명제가 분노를 참지못해 전신을 경련하자 문득 기용천이 나섰다.

󰡔사실 후배는 이번 사건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수하들에게 방관하도록 지시한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구유명제는 잡아먹을 듯이 황룡대제를 노려보았다.

(이 어린 놈은 날이 갈수록 무섭게 공력이 늘고 있다. 설사 모든 일이 성공한다 해도 이놈을 제거하지 못하면 강호독패(江湖獨覇)는 힘든 일이다.)

그는 내심 이를 갈았다.

헌데 이때,

󰡔___ 우우___ ___!󰡕

낙혼애 아래로부터 폐부를 뒤흔드는 장소성이 들려왔다.

순간 구유명제는 번뜩 상념에서 깨어났다.

󰡔그가 오고 있소.󰡕

그의 말이 끈나는 순간, 낙혼애를 따라 한 줄기 인영이 빛살처럼 쏘아올랐다.

󰡔크하하하하핫...!󰡕

인영은 낙혼애가 무너질 듯 쩌렁쩌렁한 광소를 터뜨리며 눈 깜짝할 순간 중인들의 앞에 내려섰다.

󰡔...!󰡕

󰡔으음...!󰡕

중인들은 그 인영을 대하자 절로 침음성을 발하며 한 걸음씩 물러섰다.

인영___

그는 바로 북명일신 등을 단번에 쓰러뜨린 청삼노인이 아닌가?

청삼노인은 낙혼애 위의 중인들을 쓸어보며 재차 광소를 터뜨렸다.

󰡔크흐흐... 사제(四帝)! 네놈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구나. 이 천강마존(天罡魔尊)이 쓰러질 줄 알겠지만 어림없다. 크하하핫...!󰡕

 

! 천강마존(天罡魔尊)___!

이처럼 가공스러운 이름이 하늘아래 또 어디에 있겠는가?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그는 단연코 천하를 떨어울리는 공포의 마존(魔尊)이었다.

헌데 그런 그가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처참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 나타나다니...!

천강마존! 그는 이미 십일 전에 천하에서 가장 무서운 절독 무형기독에 중독되었다.

범인이라면 중독되는 순간 불귀의 객이 되고 마는 맹독에 십일 이상을 버텨온 것이 아닌가?

이때, 문득 천강마존의 광소를 막으며 황룡대제가 앞으로 나섰다.

󰡔선배님,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순간 기이하게도 천강마존의 강렬한 눈빛이 부드럽게 변했다.

󰡔무엇인가?󰡕

황룡대제 기용천은 당단한 눈빛으로 천강마존을 바라보며 말했다.

󰡔선배님께서 혈음패황도(血吟覇荒刀)를 얻으셨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기용천을 바라보는 천강마존의 두눈에 언뜻 이채가 떠올랐다.

(기재(奇才)로다. 노부의 뒤를 이어 천하제일인이 되기에 충분한 재목이다.)

내심 중얼거리던 그는 침중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이네. 노부는 혈음패황도를 얻었네.󰡕

󰡔으음...󰡕

그 말에 기용천은 문득 침음성을 발했다.

 

___혈음패황도(血吟覇荒刀), 이는 마도(魔道) 제일의 마기(魔器)로 불려지는 마물이었다.

처음 이것을 얻는 자는 칠백 년 전 절대마종(絶代魔宗)으로 군림했던 혈음마황(血吟魔皇)이었다.

헌데, 천강마존은 우연히 이 마도(魔刀)를 얻게 되었다.

그 사유는 이러했다.

 

백팔무인 중 일인인 흑장마군(黑掌魔君)은 천협산(天峽山) 부근에서 혈음패황도와 혈음마황(血吟魔皇)의 혈황경(血皇經)을 얻었다.

허나 그는 그것을 얻은 후 악행을 일삼다가 천강마존에 의해 마도(魔刀)와 혈황경을 빼앗기고 죽음의 위기를 면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흑장마군은 무림에 터무니없는 소문을 퍼뜨렸다.

천강마존이 혈음패황도를 익혀 무림을 피로 씻으려 한다는 소문이었다.

그러자 항상 천강마존을 제거키위해 기회를 엿보던 구유명제와 만천독제는 사제(四帝)의 이름으로 무림첩을 돌려 군웅들을 모은 것이었다.

 

황룡대제는 침중한 표정으로 천강마존을 바라보며 말했다.

󰡔혈음패황도는 마물입니다. 없애 버리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허나 천강마존은 문득 나직한 어투로물었다.

󰡔그대는 노부가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임을 인정하는가?󰡕

황룡대제는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선배님이야말로 천하제일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기인이십니다.󰡕

황룡대제는 처음부터 이 사건의 음모에서 비롯된 것임을 짐작하고 있었다.

다만 천강마존의 진의를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허나 그는 이제 확실한 판단을 얻었다.

천하제일인!

이 당당한 이름을 두고 천강마존은 무슨 또 다른 야욕을 꿈꿀 수 있겠는가?

황룡대제는 문득 존경어린 눈빛으로 천강마존을 바라보며 급급히 말했다.

󰡔후배는 선배님께 가르침을 받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습니다. 때가 적당치 않음은 알고 있으나 한수 가르침을 바랍니다.󰡕

천강마존은 이 순간 자신이 처한 상황도 잊은 채 쾌히 스낙했다.

󰡔좋네. 단 일검이니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네.󰡕

황룡대제는 정중히 검례를 취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황룡대제의 고검이 부르르 떨리는가 싶더니 그의 전신에서 감히 무시할 수 없는 휘황한 광채가 쏟아졌다.

󰡔... 태양검강(太陽劍罡)!󰡕

관전하던 중인들은 침중히 부르짖었다.

대치한 천강마존의 안면 또한 일시 굳어졌다.

___태양검강(太陽劍罡).

이는 무려 천여 년 전에 실전되었던 검도 최고의 비학이 아닌가?

허나 이때, 스스스스...!

천강마존의 반투명한 천강검에서 실같은 백선이 가늘게 사위로 뻗었다.

순간 황룡대제의 전신은 완전히 태양같은 광휘에 휩싸여 단지 검봉(劍奉)의 모양을 한광망이 일 장 길이로 뻗어있을 뿐이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천강마존의 눈에 문득 애석한 빛이 스쳤다.

(아깝군, 팔성(八成)의 화후에서 멈추었군.)

허나 생각을 끝낸 바로 그 순간,

󰡔검강만천(劍罡萬天)!󰡕

낙혼애를 허물어뜨릴 듯한 엄청난 일갈과 함께 황룡대제의 고검이 낙뢰를 일으키듯 천강마존을 쪼개갔다.

허나 그와 동시에 천강마존의 천강검도 번뜩 허공을 갈랐다.

󰡔천강파극(天罡破極)!󰡕

츠츠츳___ 파파파팟___

미친 듯한 검기의 충돌이 대기를 갈가리 짓찢었다.

󰡔으음...󰡕

일순 침중한 신음성이 일며 황룡대제는 어깨를 부여잡고 물러섰다.

허나 천강마존은 여전히 그 자리에 태산처럼 우뚝 서 있었다.

황룡대제는 급히 정중히 에를 취했다.

󰡔가르침 감사합니다.󰡕

󰡔노부의 천강검식 중 제 삼식(三式)을 받아낸 인물은 자네가 처음이네.󰡕

그말에 황룡대제는 부끄러운 기색을 지었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의 검강이 부딪친 순간 천강검세가 여지없이 태야검강을 뚫고 들어와 자신의 목을 노렸다는 것을...

허나 결정적인 순간 천강검이 슬쩍 옆으로 비껴지며 가볍게 어깨를 베는 것에 그쳤다는 사실도, 황룡대제는 빙글 몸을 돌리며 천지쌍괴를 향해 말했다.

󰡔들어갑시다.󰡕

이어, ___!

그는 먼저 신형을 날려 낙혼애 아래로 사라졌다.

천지쌍괴도 황급히 그를 뒤따랐다.

그들이 사라지고 나자 갑자기 천강마존의 안색이 잿빛으로 변했다.

이어 그는 울컥 한 모금의 선혈을 토해내는 것이 아닌가?

무거운 일검을 펼쳐 무형기독이 급속히 전신으로 퍼진 것이었다.

이때, 그를 바라보고 있던 구유명제가 음침한 표정으로 만천독제와 유성검제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는 거의 폐인이나 다름이 없소. 해치웁시다.󰡕

그 말에 이제(二帝)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천강마존에게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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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강 기정무협소설

 

                     武林群雄譜 -무림군웅보

 

1

 

 

 

 

 

序 章

 

 

 

 

<무림군웅보(武林群雄譜)>

 

수천년 무림의 역사(歷史)는 그야말로 피()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___겁륜천하(刦輪天下).

피의무림사는 수없이 돌고 도는 수레바퀴의 기록을 남긴다.

그중에서도 가장 세인들의 뇌리에 깊이 뿌리박힌 무림사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무림군웅보(武林群雄譜).

무림군웅보가 작성(作成)된 것은 불과 백년래(百年來)의 일이다.

무림군웅보, 과연 그것은 무엇인가?

 

근세 백년무림계는 실전되었던 수많은 신공지학(神功之學)들이 속속 발굴되어 뛰어난 영웅들이 무림사상 최고의 정화로 피어났다.

그리하여 마침내 백년래 가장 강()했던 고수(高手)들이 확연히 드러났다.

 

___백팔무인(百八武人).

 

모두 도합 백팔 명의 절세고수가 가장 두각을 나타내어 무림을 빛냈다.

그들의 명단을 기록할 것이 바로 무림영웅보(武林英雄譜)였다.

누가, 언제 지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무림영웅보란 한 권의 책자(冊子)도 아니었다.

단지 무림인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口傳)이었다.

무림군웅보에 오른 백팔무인은 가히 시대만 잘 타고 났으면 족히 무림의 패자(覇者)가 되고도 남을 개세고수들이었다.

허나 그들은 공교롭게도 동시대에 나타났기에 각기 한 지방의 패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들 중에서도 특별히 걸출한 개세인물들이 있었다.

 

___일존(一尊) 천강마존(天罡魔尊).

 

백팔무인 중 최강의 인물이었다.

그는 백년무림은 물론 무림사를 통해 서로 최강의 천하제일고수(天下第一高手)로 칭송 받았다.

가히 개세무적의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이었다.

일존 천강마존, 그는 무림에 활동한지 일갑자(一甲子)하고도 반갑자(半甲子)가 지났다.

그러나 지금껏 그의 일초반식(一招半式)조차 제대로 받아낸 자가 없었다.

그것은 그와 어깨를 나란히하여 무림군웅보에 오른 백칠 명의 절정고수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예로, 백칠무인 중 최절정에 속하던 무위대제(武威大帝)조차도 그의 삼겁(三刦)을 못 받아내고 불귀의 객이 된 것이었다.

허나, 비록 그의 별호에 마()자가 붙었다고 하나 결코 그는 마두(魔頭)는 아니었다.

다만 성격이 강직하고 패도적이어서 자신의 기분 내키는대로 행동하여 마음에 거슬리는 자를 정사(正邪)를 가리지 않고 가혹하게 제거했기에 무림인들이 그에게 마존(魔尊)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었다.

무림군웅보의 두 번째 서열에는 이인(二人)이 올라 있었다.

 

쌍기(雙奇),

고죽취옹(枯竹醉翁).

낙척문사(落拓文士).

 

그들 두 기인(奇人)은 천강마존과 함게 당금무림에서 가장 배분이 높았다.

특히 고죽취옹(枯竹醉翁)은 천강마존이나 낙척문사보다도 오히려 한 배분이 높았다.

그는 각종 기문진학(奇門陣學)과 역리(易理)에 능통한 기인이었다.

낙척문사(落拓文士)는 무불통지(無不通知)의 대학자(大學者)로서 성품이 고결했다.

그들 쌍기(雙奇)는 성격이 매우 고고하여 타인과 좀체로 다툰적이 없어 진정한 실력조차 알려진 바가 없었다.

무림군웅보는 세 번째 서열에 사인(四人)을 놓고 있었다.

 

사제(四帝).

 

당금 천하무림(天下武林)을 사분(四分)하고 있는 무적의 패자(覇者).

그들은 명성이나 위용은 구주사해(九州四海)를 진동시켰다.

 

구유명제(九幽冥帝).

유성검제(流星劍帝).

만천독제(滿天毒帝).

황룡대제(黃龍大帝).

 

이들 사인은 오히려 일존(一尊)이나 쌍기(雙奇)보다도 더욱 무림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본래, 일존 천강마존에게 죽음을 당한 무위대제(武威大帝)가 사제(四帝)의 일인(一人)이었다.

허나 그가 죽은 후 갑자기 두각을 나타낸 젊은 기협(奇俠) 황룡대제(黃龍大帝)가 사제의 일원이 되었다.

사제는 한결같이 경세적인 무학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잣 사순(四旬)인 황룡대제를 제외하고는 모구 백 세가 넘는 자들이었다.

시제는 모두 웅심호담을 지닌 대야심가들이었다.

허나 그들은 불행히도 한 시대에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고금제일인으로 불리는 일존 천강마존으로 인해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칼을 갈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무림을 위해서는 그것이 다행일지도 몰랐다.

만일 일존이 없었다면 그들 사제의 패권다툼으로 인해 무림은 평지(平地)가 될지도 모를 것이므로,

구유명제(九幽冥帝).

그는 사십 년 전 무위대제가 죽어 해체된 무위궁(武威宮)을 휘하에 끌어 들였다.

그리하여 자신의 구유문(九幽門)과 병합하여 유명궁(幽冥宮)을 세워 천하독패의 꿈을 꾸고 있었다.

 

유성검제(流星劍帝), 그는 무려 삼백 년(三百年)의 전통을 이어 내려온 유성검문(流星劍門)을 당대에 이르러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대검사(大劍士)였다.

그 결과 유성검문은 산동(山東), 산서(山西), 그리고 장강(長江) 일대의 패주로 군림하고 있었다.

 

만천독제(滿天毒帝), 그는 사천(四川)에 독존궁(毒尊宮)을 세웠다.

그의 독존궁은 천하의 수많은 고수들을 끌어들여 나날이 세력을 확장할 뿐 아니라 강남(江南)과 멀리 천남(天南)에 까지 점차 마역(魔域)을 넓히고 있었다.

 

황룡대제(黃龍大帝), 그는 성품이 지극히 담백한 군자(君子)였다.

비록 사십의 중년에 불과하나 그의그런 인풍 때문에 그의 곁에는 절로 수많은 기인이사(奇人異士)들이 모였다.

때문에 비록 스스로 원하지는 않았으나 휘하의 도움으로 그는 돈황(敦皇)에 황룡보(黃龍堡)를 건립했다.

 

황룡보, 비록 건립된지 십여 년에 불과하나 황룡보는 정사(正邪) 양도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기인들이 모여 점차 무림의 태두(泰斗)로 발전하고 있었다.

실로 방대한 세력을 북()으로부터 뻗치고 있었다.

 

사제(四帝), 그들의 세력은 가히 천년 전통의 구파일방을 짓누르고 서서히 부상하고 있었다.

허나 그들은 아무도 감히 천하제패의 발걸음을 옮길 엄두를 내지 못했으니,

 

___천강마존(天罡魔尊),

 

모두가 무림군옹보의 첫머리를 장식한 그의 존재 때문이었다.

사제로서는 한시라도 천강마존이 사라지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 무림(武林)___!

풍운일변의 혈세무림천하여___.

무림군웅보의 백팔무인들이 장악하고 있는 무림은 흡사 폭풍전야의 고요함과 같이 무림사상 유래없이 평화롭기만 하다.

허나...,

허나....!

무림군웅보의 영광스런 자리에 올랐던 백팔인의 개세고수들이 어느날 태반이 쓰러지면서 중원무림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대혈풍(大血風)이 일기 시작했으니...

새로운 무림의 혈사(血史)가 창조되려는가?

... 바람()이 분다.

()와 살()과 마()와 죽음()의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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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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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군웅보는 1982년 12월에 탈고 하여 1983년 3월에 출간한 와룡강의 데뷔작입니다.

정확히 37년 전에 출간이 되었군요.

모든 작가의 데뷔작이 그렇듯 이후 와룡강의 모든 작품의 씨앗은 무림군웅보에 들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갓 대학에 입학한 애송이가 글을 쓰면 얼마나 잘 쓰겠습니까?

무림군웅보도 지금 읽어보면 참으로 얼굴이 화끈거리는 문장과 구성으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읽어보시면 피식 실소를 연발하실 게 분명하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박스본 무협 형태 그대로 연재를 합니다.

무려 37년전의 골동품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감상해주시기 바랍니다.

 

2020년 3월 12일 와룡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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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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