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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낙양 교외 북망산(北邙山)> 해가 지려 한다. 기기묘묘한 바위산. 그 바위산 사이의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는 무덤들

휘익! 그 계곡 중 한곳으로 허공에서 새처럼 날아 내리는 당령. 옷 매무새가 흩어졌고 눈에 핏발이 선 게 마녀같다. 머리는 가발을 쓰고 있지 않아서 대머리인 것 주의

휘익! 높은 비석 위로 날아 내리며 주변 돌라보는 당령

당령; [그 쥐새끼가 분명 이쪽으로 달아났는데...] 두리번.

당령이 내려선 곳은 수많은 무덤으로 덮여있는데 오래 된 무덤들은 무너져 있고. 쓰러진 크고 작은 비석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당령; [대체 어디로 숨은 거지?]

당령; [내상도 내상이지만 욕정을 극한까지 폭발시키는 묘약 몽혼정에 중독된 상태라 멀리는 못 갔을 텐데...] 눈을 반쯤 감으며 코를 앞으로 내밀면서 주변을 살피고.

당령; [마지막으로 내 눈에 포착되었을 때의 거리가 오십장이 채 안되었었느니 멀리 가지 못한 건 확실해.] 냄새를 맡고. 그러다가

[!] 무언가 느끼고 움찔! 하는 당령

스으! 그런 당령의 코에 느껴지는 어떤 냄새

히죽! 웃는 당령의 입 부분. 이어

당령; [교활한 새끼! 하여간 잡히기만 해봐라.] 팟! 날아오르고

당령; [이 누나가 극락과 지옥을 함께 경험하게 해줄 테니까.] 화악! 다시 날아오르고.

멀리 사라지는 당령. 헌데 그 직후

들썩! 무너진 비석들이 몇 개 쌓여있는 곳의 비석들이 들썩이더니

이군악; [으으으...] 헐떡이며 비석들이 쌓인 아래쪽의 틈에서 기어 나오는 이군악. 약에 취해 얼굴이 벌개져 있고 파번뇌탁은 허리에 차고 있다.

이군악; [겨우... 겨우 따돌린 건가?] 헉헉! 대며 완전히 기어 나오고

이군악; (사부 말로는 패천오수들 중 여우가 무공으로는 가장 약하다고 했다.) 털썩! 비석들에 등을 기대며 헐떡이는 이군악

이군악; (그런 여우가 날 일방적으로 두들겨 팼으니 다른 네 짐승들은 대체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비석에 기대 앉아 헐떡이고

이군악; (역시 하늘 아래에서 오직 사부만이 다섯 짐승들을 압도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울상 짓고

이군악; (그렇다고 다시 사부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무공을 배우는 건 죽기보다 싫고...) 난감한 표정. 그러다가

 

<나중에 듣자하니 패극천, 그놈은 내게 당한 수모를 갚기 위해 번뇌인(煩惱刃)을 수련하고 있다더구나.> 절영도에서 조롱박으로 만든 술병을 입에서 떼며 비웃던 혈나한의 모습이 이군악의 뇌리에 떠오르고

 

이군악; [역시 그 방법 밖에 없다.] 끄덕이면서 오른손을 보고. 이군악의 오른손에는 귀마신갑이 장갑처럼 끼워져 있고

이군악; [무림에 나온 이상 패천오수들과 부딪히는 것은 필연...] [그 짐승들과 시비가 붙었을 때 맞아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번뇌인을 꼭 배워야만 한다.] 오른손에 낀 귀마신갑을 보면서 중얼거리고. 헌데 바로 그때

[번뇌인을 배우겠다고? 꿈도 참 야무지네.] 갑자기 뒤쪽에서 말이 들려 눈 부릅 뜨는 이군악

당령; [사부와 철천지 원수지간인 사존 패극천이 잘도 네놈에게 번뇌인을 가르쳐주겠다.] 쿵! 멀지 않은 곳의 비석 위에 당령이 마녀처럼 서있다.

이군악; [으악!] 펄쩍! 기겁하며 뛰어 일어나며 돌아보고

이군악; (젠장! 어느 틈에...) 팟! 당령을 등지고 날아가지만

당령; [포기해!] 스스스! 공간이동 하듯이 이군악의 앞으로 날아내리고

이군악; [히익!] 파팟! 급정거하고

당령; [네놈은 경신술로도 절대 이 누나를 이기지 못하니까 말이야.] 화악! 마녀처럼 웃으며 다가오고.

이군악; [으으... 어떻게 날 찾아낸 거냐? 호흡은 물론이고 심장 박동까지 멈춘 채 숨어있었는데...]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는 이군악.

당령; [호흡과 맥박은 숨길 수 있어도 절대 숨기지 못하는 게 한 가지 있다는 거 모르냐?] 손가락으로 코를 가리키고

이군악; [냄... 냄새로 날 찾아냈구나.] 깨닫고 낭패

당령; [네놈이 알다시피 난 패천오수중 여우야.] [그리고 여우는 개의 친척이라 후각이 아주 발달해있고...] 뾰족한 코를 앞으로 내밀며

당령; [게다가 네놈은 사랑의 묘약 몽혼정을 복용한 탓에 몸에서 수컷의 냄새가 진동하고 있어.] 이군악을 향해 코를 내민 채 벌름거리며 웃고

당령;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사내와의 운우지락(雲雨之樂)을 좋아하는 내가 수컷의 냄새를 못 맡을 리가 있겠어?] 요염하게 웃고

이군악; [여... 여자가 자랑할 게 없어서 음탕한 걸 자랑하냐?] 팟!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급히 허리띠에 찬 파번뇌탁을 끌러낸다. 파번뇌탁은 다른 끈으로 허리띠에 묶여있었는데 그 끈을 끊어서 허리띠와 분리시키고

당령; [한번 더 파번뇌탁을 써서 이 난국을 돌파해보겠다?] 오른손을 들어 이군악을 겨누고

이군악; [그렇다!] 쩡! 이마를 금속 재질로 바꾸면서 두손으로 파번뇌탁의 손잡이를 쥐고 이마에 때릴 준비. 하지만

당령; [어리석은 놈!] [같은 수단이 두 번씩이나 내게 통할 것같냐?] 화악! 앞으로 쳐들어 내민 당령의 소매 속에서 새하얀 띠가 확 튀어나온다. 폭이 반뼘 정도의 얇은 띠인데

콰득! 팽! 그대로 이군악의 몸을 단번에 여러 번 휘감아버리는 그 하얀 띠. 이군악은 두팔을 늘어트린 자세로 새하얀 띠에 가슴과 허리가 휘감긴다. 그리고

콰직! 강하게 조이는 하얀 띠

우둑! 하얀 띠에 몸통이 조여지는 이군악의 갈비뼈가 금이 가는 것을 <엑스레이> 사진으로 보여주고. 그러자

이군악; [끄아아아악!] 몸이 조여지면서 처절한 비명을 지르고

당령; [어떠냐? 백장육혼삭(百丈戮魂索)에 몸이 으스러지는 기분이?] 소매 속에서 뻗어나온 띠를 손으로 잡으며 웃고

이군악; [끄윽...] 비틀거리기만 하며 대답을 못하고. 고통으로 이지러지고

당령; [혹시 몸부림쳐보면 벗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요행은 바라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팔을 앞으로 뻗은 채

당령; [네놈을 묶고 있는 이 띠가 바로 천마대종사가 남긴 칠대마병(七大魔兵)중 하나인 백장육혼삭이니까.] 자기가 손으로 쥐고 있는 띠를 좀 당기면서

이군악; (천... 천마대종사의 칠대마병!) 눈을 부릅뜨고

 

<독불군이라는 놈이 사용한 무기는 천마대종사의 칠대마병중 하나인 연환파천륜(連環破天輪)이었다.> 배교의 고호법이 말하던 장면 떠올리는 이군악.

 

이군악; [너... 너희들 패천오수는... 천마대종사의 무덤 천마총(天魔冢)을 기어코 찾아내서 발굴했구나.]

당령; [사부가 천마총에 대해서도 얘기해준 모양이네.] 요염하게 웃고

 

<사부는 마교의 교주 혼세마존(混世魔尊)을 때려죽인 후 그놈의 시신에서 천마대종사의 무덤인 천마총을 찾아낼 수 있는 장보도를 얻었었다.> 혈나한의 말을 떠올리는 이군악.

<헌데 다섯 짐승이 그걸 어떻게 알고 사부를 극독으로 암산한 후 장보도를 훔쳐 달아났었다.> 분노하는 혈나한의 모습

 

당령; [우리 다섯은 갖은 노력 끝에 천마총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어.] [그게 지금으로부터 십사년전 일이고...]

당령; [덕분에 이제는 더 이상 사부를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었단다.] [사부라고 해도 천마대종사가 남긴 마공과 칠대마병을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니...] 득의해서 웃고

이군악; [개소리를....] 비틀거리며 이를 갈고

당령; [뭐?] 눈 치뜨고

이군악; [아무렴... 사부님이 지난 이십여년간 너희 다섯 짐승을 때려죽일 수단을 생각해내지 않으셨을 것같으냐?]

움찔! 하는 당령

이군악; [다시 사부님을 만나는 날이 너희들의 제삿날이 될 것이다.]

당령; (저놈 말을 듣고 보니 그렇네.) 침 꼴깍

당령; (천마대종사와 고금제일인을 다투는 사부라면 우리가 어떤 방비를 하고 있더라도 간단히 때려죽일 수단을 생각해냈을 거야.)

당령; (역시 사부하고는 만나지 않는 게 정답이겠어.) 생각할 때

이군악; [크아!] 기합을 지르고. 그러자

펑! 이군악의 몸 전체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이군악의 몸을 조이고 있던 하얀 띠가 밀려난다. 이군악의 몸과 하얀 띠 사이에 공간이 생기는 모습이고

펑! 이군악의 몸에서 일어난 폭발에 주변의 흙과 먼지가 사방으로 확 터져나간다

당령; [몸 전체로 사자후(獅子吼)를 구사하다니...] 콰직! 흠칫! 하며 띠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이군악; (한번 더!) 심호흡하며 또 몸으로 폭발을 일으키려 하지만

당령; [허튼 수작!] 빠직! 띠를 잡은 손에서 벼락이 일어나고. 그러자

콰드득! 패앵! 부풀어 올랐던 띠가 다시 확 조여진다. 눈 부릅 뜨는 이군악

우두둑! 이군악의 온몸의 뼈가 다시 부러지려 하고

이군악; [끄윽!] 고통에 몸부림치고

당령; [확실히 사부가 여섯 번째 제자로 삼은 이유가 있는 놈이네.] [몸 전체로 사자후를 구사할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지지지! 띠를 잡은 손으로 벼락을 일으키고

당령; [데리고 놀기 전에 확실하게 힘을 빼놔야겠다.] [육혼전룡(戮魂電龍)!] 빠지직! 당령의 손아귀에서 일어난 벼락이 띠를 타고 확 번지고

빠지직! 이군악을 감은 하얀 띠가 벼락에 휘감기면서 마치 이군악의 몸이 벼락으로 이루어진 용에 휘감긴 것처럼 변한다

이군악; [끄아아악!] 벼락으로 이루어진 용에 휘감기는 모습이 되어 처절하게 비명 지르고

당령; [영광으로 생각해라. 천마대종사가 남긴 일곱가지 마공중 하나인 육혼전룡살(戮魂電龍煞)을 맛보는 건 네놈이 처음이니까.] 지지지! 띠를 움켜쥔 손에서 벼락을 일으켜 띠로 흘려보내면서 마녀처럼 웃고

[끄으...] 치치치! 입을 딸 벌리며 신음하는 이군악의 입과 코, 귀등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머리카락은 곤두선다. 감전된 모습이고

이군악; (백.. 백장육혼삭이란 띠를 통해 흘러들어온 전격(電擊)이 온몸의 신경과 경맥을 마비시킨다.) 눈에 초점이 사라지면서 절망하고

이군악;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끝장이다. 저 요녀가 내 정혈을 다 빨아먹어서 빈 껍질로 만들 게 뻔하니...) 벼락을 일으키며 웃는 당령이 뭐라 하지만 이군악의 귀에 안 들어오고

이군악; (그렇다고 사부로부터 배운 무공은 저 요녀에게는 무용지물인데...) 절망하며 비틀거리고. 그러다가

 

<여... 의(如意)...> 화의사신이 죽어가면서 자신의 귀에 대고 거져가는 목소리로 말하던 장면을 떠올리는 이군악

 

이군악; (귀마신갑...)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본다. 몸통과 함께 띠에 칭칭 감긴 이군악의 오른손에는 귀마신갑이 끼워져 있고. 왼손은 파번뇌탁을 쥐고 있다

이군악; (화의사신은 분명 귀마신갑의 힘을 끌어내는 비결이 여의라는 한마디라고 했다.) (그렇다는 건....) 귀마신갑을 보며 생각하고. 얼굴은 고통으로 이지러진 채

이군악; (이제야 알겠다!) (뜻대로 된다(如意)! 이것이 귀마신갑의 힘을 끌어내는 비결이었다.) 징! 귀마신갑이 빛을 발하고. 직후

<지극(至極)한 마음으로 원하는 바를 귀마신갑에 빌면 이루어지는 것이다!> 쩡! 이군악의 몸이 함께 빛을 발하고

당령; [저놈이 또 무슨 수작을...] 눈 치뜰 때

퍼억! 갑자기 이군악의 모습이 사라진다. 허공에 이군악의 몸을 감았던 띠만 빈 공간을 감은 채 남아있고.

당령; [사라졌다!] 경악

콰직! 이군악의 몸이 사라지면서 띠가 확 조여지며 뭉쳐지고

당령; [말도 안되는...] 급히 주변을 둘러보고. 하지만

주변 어디에도 이군악의 모습은 없다

당령; (허깨비처럼 사라지다니... 이게 대체...) 눈 부릅 당황하고. 그러다가

당령; [오냐! 무슨 수작을 썼는지 모르지만 놀아보자!] 팟! 미사일처럼 허공으로 치솟고

당령; [놓치지 않겠다! 절대로...] 쐐액! 멀리 날아가고.

다시 현장에는 정적. 그때

턱! 이군악이 숨어있던 쓰러진 비석들 틈에서 밖으로 빠져나오는 파번뇌탁. 이어

[으으으!] 파번뇌탁을 쥔 손이 빠져나오고.

이군악; [살... 살았다.] 들썩이는 비석들 틈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오는 이군악. 입과 코로 피가 줄줄 흐르고

그런 이군악의 오른 손에는 반투명한 귀마신갑이 끼워져 있다

이군악; (귀마신갑에게 간절히 원하는 바를 투사하자 내 몸을 무너진 비석들 틈으로 이동시켜주었다.) 헐떡이며 오른손의 귀마신갑을 본다. 비석들 틈에서 기어나와 주저앉으며

이군악; (화의사신이 자신의 집 뒤의 절벽 속에 숨겨진 석실을 술법을 써서 드나들던 것을 떠올린 덕분인데...) 비석에 기대앉으며 오른손의 귀마신갑을 보고. 화의사신이 자신을 포함해서 고호법, 해녀, 환요등을 밀실로 공간 이동시키던 장면을 떠올리고

이군악; (다만 귀마신갑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장소로만 이동을 시켜준다는 제약이 있다.) 귀마신갑을 쳐들어 보고

이군악; (또 일체의 다른 생각 없이 지극한 마음으로 원해야만 이루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심력(心力)의 소모가 너무 크다.) 귀마신갑을 낀 오른손이 벌벌 떨리고

이군악; (마치 몇날 며칠을 잠 한숨 자지 못한 것처럼 피곤하다.) 몸이 축 늘어지고

이군악; (결국 사용법은 알아냈지만 귀마신갑이 자주 쓸만한 건 못 된다는 뜻인데...) 힘겹게 일어나고

이군악; (게다가 난 지금 아직 위기를 완전히 벗어난 게 아니다. 당령 그 여우가 언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이군악; (빨리 여길 벗어나야만 하는데...)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이군악; (어디로 피해야 당령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걸어가다가

 

<이런 저런 사정으로 동생을 찾고 있었는데... 내 거처인 쾌활림(快活林)과 지척인 이곳에서 노닥거리고 있었지 뭐야?> 쪼르르! 기루에서 이군악에게 술을 따라주고 다른 잔에도 술을 따르며 말하던 당령의 모습을 떠올리는 이군악. 당시 당령은 가발을 쓰고 있었다는 점 주의.

 

이군악; (쾌활림!) 눈 번뜩이고

이군악; (바로 거기다.)

이군악; (제 아무리 교활한 여우라 해도 설마 내가 제년의 소굴로 숨어갈 줄은 꿈에도 모르겠지?) 히죽거리며 달리는 속도를 빨리하고

이군악; (몽혼정이라는 미약의 독기도 해독해야하니 쾌활림으로 가자!) 멀어지는 이군악

 

#75>

<-쾌활림> 이제 밤이 되었다. 불이 켜졌고. 쾌활림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고 있다.

입구로는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고 야한 차림의 기녀들이 손님을 받는다.

이미 도처의 건물에서는 야한 짓들이 벌어지고 있고

쾌활림의 건물들 중 하나. 다른 건물들과 좀 떨어져서 한적하다. 불은 켜져 있지 않고. 이곳은 동칠낭의 거처다.

그곳으로 오는 동칠낭. 젊은 기녀와 함께 걸어온다. 젊은 기녀는 두손으로 서류철을 들고 있고. 동칠낭은 먼지를 뒤집어쓴 모습이다. 얼굴의 먼지는 지웠지만 머리에 먼지가 앉았고 옷도 먼지투성이다.

동칠낭; [대모님으로부터의 연락은 아직 없느냐?] 건물로 다가가며

기녀; [북망산 쪽으로 가신 것만 확인이 되었을 뿐 아직 연락이 없으시옵니다.]

동칠낭; [가용 가능한 인원은 모두 풀어서 대모님과 연락이 닿도록 노력해봐.] 말하며 건물 입구에 멈춰서고

기녀; [그리 하겠사옵니다.] 말하며 서류철을 앞으로 조금 내밀고

동칠낭; [급히 처리해야할 사안이 있느냐?] 서류철을 힐끔 보고

기녀; [통상적인 안건들이옵니다만...] 눈치 보고

동칠낭; [그럼 집무청(執務廳)에 가져다 놔.] 홱! 돌아서고

동칠낭; [도화루(桃花樓)가 쑥대밭이 된 거 수습하고 오느라 진이 다 빠진 거 안 보여?] 덜컹! 짜증내며 건물 입구의 문을 열고

기녀; [죄... 죄송하옵니다 총관님!] 겁에 질려서 고개 숙이는 기녀

동칠낭; [목욕하고 좀 쉴 테니까 급한 일 아니면 방해하지 말고!] 문 안쪽으로 들어가고

기녀; [예!] 고개 숙이고

탁! 닫히는 문

기녀; (아휴 십년감수했네.) 안도하고

기녀; (지금은 비록 푸짐한 아줌마가 되었지만 총관님은 젊었을 적 날수마녀(辣手魔女)라 불릴만큼 무자비한 성격이었어.) 돌아서고

기녀; (눈치 없이 굴어서 옛날 성격 튀어나오게 만들면 제명에 못 죽는 수가 있으니 조심해야만 해!) 왔던 길로 총총히 돌아가는 기녀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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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낙양> 저녁 무렵

환락가.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지만 제법 흥청거린다. 사내들이 오가고 사내들을 붙잡고 흥정하는 야한 차림의 여자들

어느 기루. 야한 차림의 기녀들이 돌아다니거나 방안에서 화장을 하거나. 이미 손님을 받고 노는 여자들도 있고

그 손님들 중 한명이 이군악이다. 기방에서 한상 차려놓고 양쪽에 기녀들을 끼고 입이 귀에 걸린 이군악. 오른손에는 장갑, 즉 귀마신갑을 끼고 있는 이군악에게 안겨 교태를 부리는 어린 년, 좀 나이 든 년은 이군악에게 연신 술과 안주를 먹이고 있고. 이군악의 무기인 파번뇌탁은 한쪽 옆에 놓여있다.

이군악; (잘했다! 세상에 뛰쳐나오길 정말 잘했어.) 여자들을 끼고 헤벌레. 좋아 죽으려 하고

이군악; (절영도에 갇혀있었으면 세상에 이런 즐거움이 있다는 걸 영영 몰랐을 게 아닌가?)

[아잉 공자님! 아앙!] [얼굴도 잘 생기셨는데 몸까지 좋으셔! 어쩜 좋아?] 나이 든 년은 이군악에게 술을 권하고. 어린 년은 손을 이군악의 상의 속으로 넣어 만지며 교태를 부린다. 헌데

이군악; [생각할수록 열 받는구만!] 이를 부득 갈고

[공... 공자님 무서워요!] [천녀들이 무슨 실수라도 한 건가요?] 여자들 깜짝 놀라며 겁에 질리고

이군악; [아니다 너희들에게 화낸 거 아니니 걱정마라.] 좌우의 두년에게 번갈아 뽀뽀하고

이군악; [어떤 땡중 때문에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너희들과 못 만날 뻔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을 뿐이다.] 뽀뽀하고 주물러대고

[그러셨군요.] [대체 어떤 땡중이 우리 공자님을 화나게 했는지 몰라.] 여자들 안심하며 다시 이군악의 품에 파고 들고

이군악; [지긋지긋하고 끔찍한 땡중이지.] [자기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의 행복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나이 든 년이 준 술 마시며 궁시렁 대고.

[어머나 정말 못된 중놈이로군요.] [귀신들은 뭐하나 몰라. 그런 못된 땡중 빨리 잡아가지 않고...] 아양 떠는 년들

이군악; [귀신이 아니라 염라대왕이 직접 와도 그 땡중은 못 잡아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가 도망쳐 나온 거야.] 바로 그때

[그 심정 이 누나도 이해해.] 스륵!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여자의 뒷모습. 일본 기생처럼 아주 화려한 옷을 걸쳤다. 문 밖에서는 동칠낭이 무릎을 꿇은 채 문을 열어주고 있고. 흠칫! 하며 돌아보는 이군악. 이군악의 품에 안겨 있던 년들은 깜짝 놀라고

당령; [피 끓는 청춘들을 옴쭉달쭉 못하게 가둬두는 것만큼 잔인한 일은 또 없으니 말이야.] 방안으로 들어오는 당령. 커다란 꽃무늬가 새겨진, 일본 기생같이 화려한 옷을 걸쳤으며 머리에는 가발을 썼다. 문 밖에는 동칠낭이 무릎을 꿇고 있고. 그러자

[대... 대모님!] [대모님!] 사색이 되어 급히 바닥에 납작 엎드리는 두 년.

이군악; [대모?] 그년들 모습 보며 어리둥절

이군악; [아직 젊고 예쁜 소저를 대모라고 부르다니... 어째 어울리지 않는 걸.] 갸웃하면서도 당령을 보고. 혼망 가서 헤벌레한 표정이고

당령; [귀여운 동생 말이 맞아. 앞으로는 대모 대신 대낭(大娘;큰 아가씨)이라고 불러라.] 두 기생에게 눈을 흘기며 다가오고

[명... 명심하겠사옵니다.]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두년 여전히 사색이 되어 고개 조아리고

당령; [그만 나가봐. 이 동생은 내가 직접 접대할 테니...] 이군악의 옆으로 오고

[존... 존명!] [물러가옵니다.] 안도하며 기어서 급히 문쪽으로 간다.

이군악; [이봐! 갈 때 가더라도 화대는 받아야지.] 허리에 찬 돈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급히 말하지만

당령; [그럴 거 없어. 저것들 수고비는 이 누나가 따로 챙겨줄 테니...] 사락! 말하며 이군악의 옆에 앉고

네발로 기어서 문 밖으로 나가서 달아나듯 멀어지는 두 기생.

당령; [부를 때까지 방해하지 말거라.] 술병을 들면서 문쪽의 동칠낭에게 말하고

동칠낭; [예 대모님!] 스륵! 고개 숙이며 문을 닫고

탁! 문이 닫히며 이제 방안에는 이군악과 당령만 남고

이군악; [소저는 누구야? 보아하니 높은 신분인 것같은데...?] 자기 옆에 앉은 당령을 보며

당령; [신분이 높긴 하지. 이 세상에서 화류계에 빌붙어 먹고 사는 모든 년들의 우두머리쯤 되니까.] 술잔도 하나 들어서 이군악에게 내밀고

이군악; [옳거니! 그래서 대모라고 불렸구만.] 스스럼 없이 술잔을 받고

당령;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한잔 받아.] 쪼르르! 이군악이 받은 술잔에 술을 따라주고

이군악; [대모님께서 손수 술을 따라주시니 영광이오.] 두손으로 받고. 과장되게 굽신거리며

당령; [영광은 영광이지.] 술을 따라주며 눈 웃음치고

당령; [만화대모라 불리는 내가 사내에게 직접 술을 따라주는 건 무려 십오년만이거든!] 톡! 술병 든 손의 새끼 손가락을 술잔에 대고 살짝 치고

스륵! 그러자 그년의 새끼 손가락 손톱 아래에서 작은 물방울 하나가 나와서

스륵! 술잔에 따라지는 술 속에 녹아들고

이군악; [만화대모... 모든 꽃의 대모라...] 눈치채지 못하고 혼망 가서 당령을 보고.

이군악; [고운 자태만큼 이름도 화려하구만.] [청도에서 이곳 낙양까지 오는 동안 본 여자들 중 자기가 가장 예뻐.] 헤벌레

당령; [그렇게 말해주니 빈말이라도 기분이 좋네.] 교태

이군악; [아냐! 절대 빈말 아냐!] 급히 고개 젓고

이군악; [대모만큼 예쁜 여자가 세상에 존재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 헐떡이고

당령; [그렇다 치고... 동생 이름은 이군악이지?] 술병을 이군악의 술잔에서 떼고

이군악; [어!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어?] 놀라고

당령; [이런 저런 사정으로 동생을 찾고 있었는데...] [내 거처인 쾌활림(快活林)과 지척인 이곳에서 노닥거리고 있었지 뭐야?] 쪼르르! 다른 잔에도 술을 따르고

이군악; [왜 날 찾았는데?] 술잔을 입에 가져가며

당령; [이유를 말해주기 전에 건배부터 해.] [우리 둘이 만난 역사적인 순간이니까.] 술잔 내밀며 눈 웃음치고

이군악; [그러자구.] 챙! 술잔을 마주치고

이어 원샷하는 이군악. 그걸 보고 웃으며 술잔을 입에 가져가는 당령

이군악; [카아 좋다!] [미녀가 따라준 술이라 그런지 더 맛나는구만.] 과장되게 말하며 술잔을 입에서 떼고

당령; [어디 술맛만 좋을까?] 술잔을 입에서 떼고

당령; [자기 거기가 화끈해지고 있지 않아?] 이군악의 사타구니를 보며 웃고

이군악; [어! 정말이네!] 자기 사타구니 보고. 사타구니가 천막을 쳤다

이군악; [갑자기 온몸이 뜨거워지기도 하고...] [내 아들 놈이 끊어질 듯 아프게 화를 내서 정신을 못 차리겠는 걸.] 얼굴이 벌개져서 헐떡이고. 그러다가

이군악; [술... 술에 뭘 탄 거야?] 얼굴 달아오른 채 눈 부라리며 당령을 보고

당령; [걱정하지 않아도 돼! 부작용은 없고 몸에만 좋은 거였으니까.] 술잔 내려놓고

이군악; [으으으 부작용이 없을 리가... 당장이라도 그게 터져버릴 것같은데...] 두손으로 사타구니 잡고 헐떡이고

당령; [이 누나가 함께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와락! 이군악을 덮쳐서 올라타고. + 이군악; [으헉!] 당령에게 깔리면서 비명 지르고

이군악; [이... 이것 봐! 아무리 그래도 이건 진도가 너무 빠르잖아.] 버둥거리며 당령을 밀어내려 하는데

그런 이군악의 입을 자기 입으로 확 덮어버리는 당령. 눈이 띠용하는 이군악

이군악의 뺨을 양손으로 잡고 열렬히 키스하는 당령.

이군악; (이... 이렇게 달콤할 수가...) 키스 당하며 눈이 풀리고

이군악; (정신이 혼미해진다. 그냥 입맞춤만 당하는 것뿐인데...) 눈이 풀리는 이군악. 그러다가

이군악의 입에서 입술을 떼는 당령. 서로의 입이 가느다란 침으로 연결되고

이군악; [으으으...] 눈이 풀려 헐떡이고. 입을 헤에 벌리고

당령; [보고를 받고 자기를 찾고 있었는데...] [제 발로... 찾아와줘서 고마워.] 할딱이며 이군악의 바지를 벗기고

이군악; [안... 안되는데...] [난 아직 경험도 없는데...] 헐떡이면서도 엉덩이를 들어 바지가 벗겨지는 걸 돕고

당령; [이날을... 이런 날을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자긴 모를 거야!] 촤악! 이군악을 깔고 앉으며 양손으로 자기 저고리를 확 열어젖히고. 안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아서 육중한 젖가슴이 털렁 드러나고

이군악; [으헉!] 당령에게 깔린 채 숨이 턱! 막히는 이군악. 얼굴 위에서 출렁이는 살덩이를 보는 이군악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당령; [미리... 각오를 해두는 게 좋아!] 치마도 거칠게 걷어 올린다. 치마 속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아서 굽이 있는 꽃신만 신은 아랫도리가 드러나고

당령; [내가 만족할 때까지 단 한 순간도 쉴 수 없을 테니...] 이군악의 것을 잡아 자기 사타구니로 이끌고

이군악; [잠깐... 잠깐!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비명 지르며 당령을 밀어내려 하지만

당령; [이미 늦었어!] 그대로 엉덩이를 내리누르고

이군악; [허엉!] 비명

당령; [하악!] 자지러지고

이군악; [어... 어떻게 이런... 끄윽!] [부처님! 신령님! 감사합니다.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셔서...] 혼망 가서 횡설수설. 손으로는 당령의 엉덩이를 부여잡고

당령; [이게... 이게 제자의 복수에요 사부님.] 헐떡이며 두손으로 이군악의 가슴 누르고

당령; [사부님의 여섯 번째 제자는 제 종으로 삼아서 마음껏 부려드릴게요.] 엉덩이를 들썩이기 시작하는데

<사부의 여섯번째 제자!> 벼락을 맞는 듯한 충격을 느끼는 이군악

이군악; [당령(唐鈴)!] 버럭 고함 지르고

당령; [흐윽!] 깜짝 놀라고.

이군악; [당신... 사부가 나보다 먼저 길러낸 다섯 망나니들중 당령이로구나!] 쾅! 외치면서 당령의 가슴에 강력한 장풍을 날린다. 가슴에 충격을 받고 눈 부릅뜨는 당령. 충격은 받았지만 부상을 입지는 않았다.

쾅! 멀찍이 날아가 벽과 등이 충돌하는 당령. 젖가슴 드러내고 아랫도리도 드러난 야한 모습이고. 부상은 입지 않았다.

[!] 문 밖에 무릎을 꿇고 있던 동칠낭 눈 부릅뜨고. 드드드! 건물이 무너질 듯 흔들린다.

이군악; [젠장! 어쩐지 나에 대해 너무 잘 안다 했다.] 휘릭! 날 듯이 일어나며 바지를 끌어올리고. 그러다가

띵! 현기증 느끼며 비틀하는 이군악

당령; [내가 널 너무 얕봤구나 막내야.] 스윽! 벽과 등이 부딪혔다가 천천히 바닥에 내려서며 살벌한 표정이 되고. 흠칫! 하며 돌아보는 이군악. 바지 끈을 묶으면서

당령; [몽혼정(夢魂精)에 중독당한 상태에서도 내가 누군지 알아차릴 정도로 의지가 굳은 줄은 몰랐다.]

이군악; [구미호리 당령!] [사부님이 길러낸 다섯 망나니 중 음탕과 교활의 대명사인 당신이 화류계의 대모로 변신해있었구나.] 약기운 때문에 몸을 비틀거리며 노려보고

당령; [무정하게 여자인 내게 손을 쓴 건 용서할게.] 자기 가슴 만지며 야하게 웃고. 그녀의 가슴에는 이군악의 손바닥에 맞은 자국이 벌겋게 나있다. 젖가슴 사이를 맞았고.

당령; [막내 너도 사부의 강압을 못 견디고 세상으로 뛰쳐 나온 거 알고 있다.] [이 누나와 같은 처지니 함께 손을 잡고 세상을 농단해보지 않겠느냐?]

이군악; [됐네요.] 비틀거리면서도 왼손을 파번뇌탁을 향해 뻗고

팟! 날아드는 파번뇌탁

이군악; [당신들이 패륜무도한 짐승들이라고 나까지 도매금으로 넘길 생각은 하덜 말어.] 팟! 날아든 파번뇌탁의 손잡이를 잡고

이군악; [비록 강압적인 사부가 지긋지긋하긴 했어도 고마운 것도 사실이야.] [사부가 아니었으면 난 지금쯤 세상에 없을 목숨이었으니까.]

당령; [사부를 해꼬지한 우리들과는 상종할 수 없다?] 살벌

이군악; [그렇다고 당신들과 맞서 싸울 생각도 없어.] [그러니까 제발 날 귀찮게 굴지만 말아줘.] 양손 들어 보이고

당령; [그렇게는 못하지!] 콱! 머리에 쓰고 있던 가발을 움켜잡고

당령; [다른 인간들에게 이용당할지도 모를 너를 순순히 보내줄 것같으냐?] 촤아! 가발을 확 뜯어낸다. 이하의 장면에서 당령은 비구니같은 모습이 된다.

이군악; [뭐야? 천하제일의 요녀 주제에 비구니 흉내를 내고 있었어?] 눈 치뜨고

당령; [좋은 말로 할 때 이 누나의 치마 밑으로 들어오겠다고 맹세해라.] 쿠오오!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고 옷자락을 흩날리며 마녀처럼 변해서 이군악에게 다가온다. 가발은 옆으로 집어던지며

이군악; [싫다면?] 코웃음

당령; [그럼 나도 생각을 바꿔야겠지.] 화악! 웅크린 손으로 이군악을 잡아온다. 손이 강철로 만든 갈쿠리처럼 변하고 크기도 확 커져서 이군악을 으스러트리려 하고

이군악; [용조수(龍爪手)!] 쩡! 놀라면서 자신의 오른손도 강철처럼 만든다. 왼손에는 파번뇌탁을 들고 있고.

당령; [귀여워해주는 대신 네놈의 정혈을 몽땅 빨아먹어주마!] 부악! 강철같이 변하고 커진 손으로 이군악을 움켜잡아오고

이군악; [할 수 있으면 해보던가!] 쩡! 역시 강철 갈고리처럼 변한 손을 마주 내친다.

꽝! 강철처럼 변한 서로의 손이 충돌하며 엄청난 소리와 폭발이 일어난다

[!] 팟! 무언가 느끼고 문에서 확 떨어져 나가는 동칠낭

 

#73>

이군악과 당령이 있는 건물을 밖에서 본 모습. 주변으로 기녀들과 일하는 하인들이 지나가고 있는데. 돌연

펑! 건물 전체가 안에서 밖으로 확 터진다. 안쪽에서 강한 폭발이 일어난 모습이고

[악!] [엄마야!] [꺄악!] 터져나가는 건물 잔해에 휩쓸린 기녀들과 하인들이 그 파편에 맞아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고

콰쾅! 퍼펑! 퍽! [아악!] [안돼!] 터져나온 건물 잔해에 맞아 피떡이 되며 비명 지르는 인간들. 도망치는 인간들. 건물 파편이 주변의 건물들을 때려서 뒤흔들리게 하고 파손시킨다.

[아악!] [엄마야!] [히익!] [무... 무슨 일이냐?] 주변의 건물들에서 헐벗은 남녀들이 도망쳐 나오며 비명 지르고

휘익! 근처 지붕 위에 날아 내리는 동칠낭. 먼지를 뒤집어 써서 낭패한 몰골이지만 다치지는 않았다.

동칠낭; (내부에서 터진 강력한 충격파를 견디지 못하고 건물이 통째로 날아갔다.) 쿠오오! 먼지가 휩쓸고 있는 건물이 있던 곳을 내려다 보며 눈 치뜨고

동칠낭; (아직 약관도 안된 어린 사내놈이 만화대모님과 대등하게 맞선단 말인가?) 놀라며 고개를 좀 움직여서 휘몰아치는 먼지로 덮여있는 건물의 터를 보고

쿠오오! 화악! 휘몰아치는 먼지 속에 두 개의 사람 그림자가 보인다. 여자의 실루엣은 우뚝 서있지만 사내의 실루엣은 술 취한 듯 비틀거리며 물러서고 있고

쿵! 먼지가 갈아 앉으며 드러나는 건물이 있던 자리. 건물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나 지붕과 벽체는 다 날아갔지만 그 바닥은 멀쩡하다. 깨끗한 마루 바닥 위에 이군악과 당령이 마주 서있다. 비구니처럼 대머리인 당령은 눈을 강렬하게 번뜩이며 앞을 보고 있고. 그 앞에서 이군악은 술 취한 듯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중이다. 입과 코로도 피가 흐르고

이군악; (젠장! 같은 무공을 썼지만 내공이 워낙 현격한 차이가 나서 나만 손해를 봤다.) 퉤! 피를 옆으로 뱉으며 앞쪽의 당령을 노려보고

당령; [미리 경고하는데... 네놈이 익힌 소림칠십이절기는 나 역시 모두 익혔었다.] 마녀같이 살벌한 기운을 뿜어내며

당령; [거기에 더해 내공은 물론이고 경험도 내가 압도한다.] [즉, 네놈이 무슨 무공을 써도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군악; [길고 짧은 거야 대봐야 알지.] 냉소

이군악; [아니, 당신에게는 애초에 재보고 자시고 할 물건도 안 달려 있겠지만...] 당령의 아랫도리를 보며 비웃고

당령; [이 새끼가...] 웃지만 표정이 살벌해지고

이군악; [그렇게 자신 있으면 한번 놀아보자!] 퍼퍼펑! 여러 명으로 변해 당령을 덮쳐가는 이군악. 헌데 덮쳐가며 당령을 공격하는 이군악의 모습이 제각각이다. 어떤 이군악은 파번뇌탁을 휘두르고. 어떤 이군악은 거대해진 손으로 밀어가고. 어떤 이군악은 창날같이 변한 발로 찔러가고. 어떤 이군악은 여러발의 미사일같은 주먹을 날린다. 하지만

당령; [생각보다 영 말귀를 못 알아듣는 놈이잖아.] 스스스! 역시 여러 명으로 변하는 마주 상대하는 당령. 여러명의 이군악이 쓰는 것과 똑같은 무공을 써서 맞상대하고

콰콰쾅! 동시 다발로 터지는 폭발. 여러명의 이군악과 여러명의 당령이 똑같은 무공을 써서 격돌한 것. 다만 파번뇌탁을 휘둘러간 이군악을 상대하는 당령은 손바닥으로 마주 후려친다

펑! 퍼펑! 여러 발의 핵폭발이 동시에 터진 것같은 모습. 상당히 넓은 기루지만 여러개의 폭발이 중심부에서 일어나며 근처의 모든 게 날아간다

[!] 사력을 다해 날아올라 폭발을 피하는 동칠낭

[아악!] [악!] [살려줘!] 사방으로 터져나가는 건물들 잔해에 휩쓸려서 박살이 나며 날아가거나 죽는 기생과 손님들

휘익! 멀찍이 기루 외곽의 담장에 내려서는 동칠낭. 팔로 얼굴을 가리며

[!] 그러다가 놀라는 동칠낭

폭발의 중심부에서 공처럼 높이 퉁겨져 올라오는 이군악. 입과 코로 피를 뿌리고 있고

퉁겨져 나가는 이군악의 앞쪽, 휘몰아치는 폭발의 여파 속에서 장풍을 내친 자세인 당령.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

휘릭! 날아가던 이군악의 몸이 훌떡 뒤집어지고

이군악; [제기라아아알!] 휘릭! 무너지지 않은 건물 지붕 위로 내려서는 이군악

이군악; [컥!] 지붕 위에 내려서면서 피를 왈칵 토하는 이군악. 코에서도 피가 줄줄 흐르고

이군악; (내공의 차이가 너무도 현격하다. 게다가 내가 익히고 있는 무공을 훤히 궤뚫고 있기도 하고...) 쿨럭 거리며 피를 토할 때

당령; [어때? 이제야 현실이 직시가 되지?] 슈우! 깃털처럼 천천히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당령.

당령; [아무렴 네놈보다 이십년 먼저 혈나한 사부의 제자가 된 나를 상대해서 무사할 수 있을 것같애?] 이군악의 앞쪽 허공에 떠서 말하며 사악하게 웃고

그때 이군악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7> 뒷부분에서 혈나한이 이군악 자신에게 말하던 장면이다.

이하 회상 처리

 

혈나한; [네 사형들... 패륵을 비롯한 다섯 짐승들 역시 소림칠십이절기를 모두 알고 있다.] 심각한 표정

혈나한; [게다가 이십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그놈들의 성취는 아마 사부에 못지 않을 것이다.]

혈나한; [사부는 다섯 짐승을 잡아 죽이는 데 적합한 맞춤무공 다섯 가지를 만들어 놨다.] [그것들까지 모두 익히면 중원으로 보내주겠다.]

회상 끝

 

이군악; (젠장! 후회가 되는구만!) 퉤! 피를 뱉고

이군악; (다섯 사형들을 잡아 죽이기 위해 사부가 만들었다는 다섯 가지 맞춤 무공을 배운 후에 강호로 나올 걸!) 생각하다가

이군악; (아니다! 그 무공들을 모두 익히려면 최소 십년은 걸린다고 하지 않았냐?) 고개 젓고

이군악; (십년이 아니라 일년만 더 절영도에 갇혀있었어도 난 미쳐버렸을 것이다.) (사부에게서 도망친 건 잘한 결정이었다.) 이를 바득 갈고

당령; [왜?] [아무리 생각해도 이 누나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안 떠올라?] 건너편 허공에 떠서 웃고

당령; [이 누나, 그렇게 야박한 성격 아니다 너.] [한 번 더 기회를 줄 테니까 누나만의 귀염둥이가 되겠다고 맹세해라.]

당령; [그럼 진짜 인생의 진미가 뭔지 알게 해줄 테니까.] 슥! 한손으로 치마를 끌어올려 미끈한 다리를 드러내며 유혹하고. 그러나

이군악; [야 이 미친년아! 적당히 좀 해!] 찡그리고

당령; [뭐?] 어이없고

이군악; [사부의 강압이 지겨워서 탈출한 난데 네년의 종노릇을 하라는 게 설득력이 있을 것같냐?] [꿈 깨시고 날 좀 귀찮게 굴지 말아줘!]

당령; [이 새끼가 정말...] 살벌하게 웃고

당령; [좀 반반하게 생겨서 귀여워해주려고 했더니만 정신을 못 차렸구나.] 쿠오오! 이를 바득 가는 당령의 머리카락과 옷이 펄럭거려서 마녀처럼 변하고

당령; [죽을 때까지 가둬두고 정혈을 쪽쪽 빨아먹어서 목내이(木乃伊;미이라)로 만들어주겠다.] 화악! 마녀처럼 변해서 이군악에게 덮쳐오고. 순간

이군악; [누구 맘대로?] 쩡! 이군악의 마빡이 번들거리는 금속 재질로 변하고. 이어

콱! 콱! 양손으로 파번뇌탁의 손잡이를 잡고

이군악; [철두각죄공(鐵頭覺罪功) 타(打) 파번뇌탁(破煩惱鐸)!] 꽝! 파번뇌탁을 쳐들어서 최대한의 힘으로 자기 마빡을 후려친다. 이군악의 마빡은 금속처럼 번들거리는 것 주의. 순간

떠엉! 엄청 큰 목탁 소리가 들려서 도시 전체로 확 퍼지고. 그 목탁소리에 직격당해서 허공에서 퍼덕이는 당령

동칠낭; [악!] 귀를 막으며 비명. 그러다가

눈 부릅뜨며 현장을 보는 동칠낭

당령; [악!] 이군악의 바로 앞에까지 육박했던 당령도 귀를 막으며 허공에서 추락하고 있다

동칠낭; [대모님!] 비명

퍼억! 바닥에 추락하여 세차게 쳐박히는 당령. 하지만

당령; [파번뇌탁!] 팟! 용수철처럼 튀어 일어난다. 두손으로 귀를 막고

당령; [사부의 파번뇌탁을 제대로 쓸 줄 알고 있었구나.] 휘릭! 이를 갈며 지면에 내려서고. 하지만 그 직후

[!] 눈 부릅 뜨는 당령

쿵! 이군악이 서있던 지붕 위에 아무도 없다.

당령; (도망쳤다!) 급히 주변 살필 때

동칠낭; [대모님!] 한손으로 귀를 가린 채 한손으로 한쪽을 가리킨다

반사적으로 돌아보는 당령

휘익! 이군악이 술 취한 듯이 휘청거리며 멀리 날아가고 있다.

당령; [죽일...] 퉤! 피를 옆으로 뱉고

당령; [용서가 안된다!] 파앗! 날아오르고

[!] 낙양성의 건물들 위를 술 취한 듯이 날아가다가 돌아보는 이군악.

팟! 당령이 미사일처럼 폐허가 된 기루 위로 치솟는 게 보이고

당령; [갈아 마셔 버리겠다아아아!] 쐐액! 악을 쓰며 날아온다

이군악; (이크!) 기겁

이군악; (저 요녀가 꼭지까지 돌아버렸구나.) 쐐액! 사력을 다해 날아가고

<따라잡히면 정말 뼈도 못 추리겠다. 무슨 수를 써서든지 저 요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야만 한다.> 사력을 다해 날아가는 이군악. 그 뒤를 미사일처럼 날아서 따라가며 악을 쓰는 당령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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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구문제독부> 아주 깊은 밤. 이제 대부분의 건물에서 불이 꺼졌다.

불이 켜져 있는 건물. 독고무적의 집무실이다.

홀로 집무실의 책상 앞에 앉아서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독고무적. 책과 그림도 많지만 여러 자루의 검과 칼, 창, 방패 등도 벽을 장식하고 있다. 장군의 집무실 같은 분위기. 탁자 위에도 장식용의 시렁이 있고 그 시렁에 보검이 한 자루 얹혀져 있다. 칼집에 든 상태로

 

<일년 넘게 곁에 두고 보았다면 깊은 속내까지 알겠구먼.> <평범한 인물이 아닌 듯해서 관심을 두었던 것이니 잊어버리도록 하게.> 삼비검조가 전음으로 말하던 장면을 떠올리는 독고무적

 

독고무적; (삼비검조께서는 무공뿐 아니라 삼라만상의 이치도 궤뚫고 있는 진인이다.)

독고무적; (그런 분이 아무런 이유나 근거도 없이 침독에게 위화감을 느끼셨을 리 없다.) 표정이 심각해지고

독고무적; (물론 나는 침독을 본격적으로 쓰기 전에 신원조회를 확실하게 했었다.) (아니 했다고 믿었다.) 찡그리고

독고무적;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신분을 속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조사할 몇몇 인간만 구워삶으면 가능한 일이었으니...) 주먹 꾸욱 쥐고

독고무적; (일단 의혹이 생기자 지금까지의 침독의 행위가 모두 의심스러워진다.) (그놈은 지나칠 정도로 나의 일상사에 관심이 많았다.) 툭툭! 주먹으로 의자 팔걸이를 치면서

독고무적; (나의 습관과 행태가 그놈의 손바닥 안에 놓여있었다는 기분도 들고....) 불쾌한 표정이 되고

독고무적; (아무래도 침독의 출신 내력에 대해 다시 한번 철저하게 되짚어봐야겠다.) 고개 미미하게 끄덕이며 생각할 때

[밤이 늦었는데 어찌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계시는 것입니까 각하?] 덜컹!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하고. 흠칫! 돌아보는 독고무적

침독;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으신지요?] 쿵! 문을 열고 들어오는 침독. 헌데 그자의 복장이 독고무적과 똑같다.

독고무적; (차림새가 나와 똑같다.) 눈 부릅 뜨며 돌아앉고.

침독; [말씀해보십시오. 속하가 해결해드릴 수도 있을지 모르니...] 철컥! 뒤로 문을 잠그며 방안으로 들어선다.

독고무적; [침독!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냐?] 슥! 말하며 왼손을 탁자 위의 시렁 쪽으로 뻗고

독고무적; [나와 같은 행색을 한 이유를 해명하지 못하면 살 생각을 말아야할 것이다.] 살벌한 표정으로

침독; [짐작하셨으면서 뭘 또 새삼스럽게 물으실까?] 스윽! 말하며 한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린다. 그러자

독고무적(침독); [바로 이럴 목적으로 옷을 바꿔 입었소이다.] 쿵! 얼굴을 쓸어내리자 침독의 얼굴이 독고무적으로 변했다. 이하 독고무적(침독)으로 표기

독고무적; [네놈!] 콱! 왼손으로 보검을 움켜잡고.

독고무적; [나로 변신할 작정이구나!] 쩍! 벼락같이 일어나면서 보검을 뽑아 독고무적(침독)을 베어간다. 아주 역동적이다. 날아오르고 보검을 뽑고 뽑은 검으로 독고무적(침독)을 베어가는 동작이 동시에 일어나고. 하지만

쿵! 독고무적(침독)의 손가락 두 개가 독고무적이 내려친 검의 날을 장난처럼 잡고 있다

독고무적; [네놈...] 허공에 뜬 채 경악. 보검으로 침독을 내려친 자세로

독고무적(침독); [물론 무공을 숨기고 있었지.] 빠지직! 웃으며 손에서 벼락을 일으키고. 순간

독고무적; [크아악!] 감전되어 허공에서 퍼덕이며 비명 지르고

퍼억! 검을 놓친 채 바닥에 처박히는 독고무적. 독고무적의 보검은 독고무적(침독)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고

텅! 빈 칼집도 바닥에 떨어진다

독고무적; [끄윽... 잘... 잘도 무공을 숨기고 있었구나.] 감전당한 모습으로 벌벌 떨며 일어나려 애쓰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고

독고무적(침독); [헛된 희망은 품지 않는 게 좋소이다 제독각하.] 휘릭! 손가락으로 잡고 있던 보검을 허공에 던져서 손잡이가 자기 쪽으로 오게 하고

독고무적(침독); [각하의 집무실 안에는 차음강기(遮音罡氣)가 펼쳐져 있어서 천지가 개벽해도 밖에서는 눈치 채지 못하니...] 턱! 보검의 손잡이를 잡고

지지징! 집무실 안에 비눗방울같은 투명한 기운이 꽉 차 있는 것 보여주고

독고무적; [네... 네놈 정체가 무엇이냐? 나로 위장하려는 이유는... 뭐고?] 헉헉! 필사적으로 일어나려 하며

독고무적(침독); [침독이 내 본명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외다.]

독고무적(침독); [다만 내 신분은 평범하지 않아서 무려 혈나한의 제자씩이나 된다오.] 왼손으로 독고무적의 모습이 된 자기 얼굴을 만지며

독고무적; [혈... 혈나한의 제자!] 눈 부릅

독고무적; [그럼 네놈이 혈나한이 잘못 길러냈다는 다섯 짐승 패천오수(悖天五獸)중의...] 경악과 절망의 표정이 되고. 일어나 무릎을 꿇은 자세로

독고무적(침독); [뱀이 바로 소생이외다!] 푹! 말하면서 그대로 독고무적의 심장을 검으로 찔러버리고

독고무적; [끄윽...] 심장이 검에 관통당해서 눈을 치뜨며 입과 코로 피를 흘리고

독고무적(침독); [제독각하로 위장하려는 것은 궁극적으로 명나라황실을 뒤엎어버리고 보좌를 차지하기 위해서고....] 푸욱! 보검으로 독고무적의 심장을 깊이 찌르며 웃고

독고무적; [끄윽...] 절망

독고무적(침독); [하여간 독고무적이라는 이름은 역사에 길이 남게 될 것이외다.] [찬탈자로든 반역자로든 간에...] 지지지! 독고무적의 심장에 박힌 검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그러자

독고무적; [크아아아!] 감전당하며 비명

츠츠츠! 독고무적의 몸이 급격히 말라가고

독고무적(침독); [흡혈섭정대법(吸血攝精大法)이란 것이외다.] [말 그대로 상대의 피와 정기를 흡취할 수 있는 천마대종사의 마공인데...] 츠츠츠! 지지지! 독고무적의 정기를 흡수하는 독고무적(침독의 몸이 벼락에 덮이고

독고무적; [별로 대단할 것도 없는 제독각하의 피와 정기를 흡수하는 이유는 제독각하로 완벽하게 변신하기 위해서라고만 알아두시구려.]

독고무적; [네놈... 네놈 뜻대로 될 것같으냐?] 츠츠츠! 미이라가 되어가며 이를 갈고

독고무적; [나... 날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삼비검조께서.... 네놈의 정체를 간파하고 응징... 하실 것이다.] 완전히 미이라가 되고

독고무적(침독); [별 걱정을 다 하시오.] 웃고. 츠츠츠츠! 몸이 벼락에 휘감긴 채

독고무적(침독); [삼비말코는 화염산에서 뼈를 묻을 가능성이 크고...] [설령 살아 돌아온다 해도 날 어쩌지는 못할 것이오.] 지지징! 독고무적의 심장에 박은 검이 강렬하게 달아오르고

독고무적(침독); [당금의 하늘 아래에서 무공으로 날 어쩔 수 있는 인간은 사부 외에는 없으니...] 꾹! 보검의 손잡이에 힘을 주고. 그러자

화아악! 그대로 불길에 휩싸이는 독고무적의 몸뚱이. 말라붙어서 마치 마른 풀처럼 불길에 휩싸인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타죽는 독고무적

독고무적(침독); [아니, 최소한 두명은 더 있는 셈인가?] 갸웃하고. 화악! 보검으로 열기를 일으켜서 독고무적의 몸을 태우면서

독고무적; [설... 설지야...] 화르르! 완전히 재가 되어 가며 신음하고

 

#66>

독고무적의 집무실 근처를 순찰 돌던 두명의 군사. 한명은 좀 나이가 들었다.

[!] [!] 흠칫! 하며 집무실 쪽을 보는 두 사람

화악! 소리는 나지 않지만 집무실 안이 밝아진다. 독고무적의 말라버린 몸이 타면서 일어난 불길 때문에 밝아진 것

[제독각하!] 급히 창문 쪽으로 달려가는 군사들. 나이 든 군사가 앞장 서고

[제독각하! 별고 없으십니까?] 탕탕! 창문을 두드리며 외치고

 

#67>

힐끔! 창문 쪽을 보는 독고무적(침독). 달아오른 보검을 독고무적의 시체에 끼르고 있고. 이제 독고무적의 말라버린 몸은 불길 속에서 재가 되어 골격만 남은 상태고

<제독각하! 별고 없으십니까?> 탕탕! 작은 소리가 문쪽에서 들린다. 그러자

독고무적(침독); [귀찮은 놈들이 왔군.] 화악! 왼손을 젓고

스스스! 그러자 방안에 퍼져 있던 반투명한 막이 사라지고. 이어

독고무적(침독); [험험!]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어

독고무적(침독); [별일 아니다. 기밀서류를 태우고 있는 중이니 물러가라.] 푸스스! 독고무적의 골격도 재가 되어 흩어지는 걸 보며 말하고.

 

#68>

[!] [!] 흠칫! 하는 창문 밖의 군사들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물러가겠습니다.] 창문에 대고 포권하는 군사들

이어 돌아서서 가는 두 사람

군사1; (기밀서류를 태우는 중이시라고?) 코를 좀 벌름거리며 곁눈질로 창문 쪽을 보는 나이 든 군사

군사1; (그렇기에는 태우는 냄새가 좀 지독한데... 마치 살이 타는 것같은...) 찡그리며 갸웃 갸웃 현장에서 멀어진다

 

#69>

다시 실내.

푸스스! 이제 독고무적의 골격도 완전히 재가 되어 사그라 들었고. 마루바닥에는 좀 탄 자국만이 남아있다. 독고무적(침독)은 그걸 내려다보면서 검을 흔들어 검에 묻어있던 재를 털고 있고

독고무적(침독); [진짜 독고무적의 흔적은 확실하게 지웠고...] 휙! 검을 한쪽으로 흔들고.

독고무적(침독)이 검으로 겨누는 바닥에는 빈 칼집이 떨어져 있었는데

철컹! 텅! 날아와서 보검에 끼워지는 칼집

독고무적(침독); [이제 세상에는 유일무이한 독고무적만이 남게 되었다.] 흐흐흐! 웃으며 칼집에 끼워진 보검을 탁자쪽으로 던지고

휘익! 날아간 보검은

철컥! 탁자 위의 시렁에 다시 원래대로 얹혀진다

독고무적(침독); [모든 게 완벽하지만 만일을 위해 한 가지 처리해둘 것이 있다.] 뒷짐을 짚고 문쪽으로 걸어가는 독고무적(침독)

독고무적(침독); [내가 가짜라는 걸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계집의 입을 막아두는 게 그것이지.] 음험하고 사악하게 웃는 독고무적(침독)의 얼굴

 

#70>

월동문이 있는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온유향의 거처. 건물에는 불이 꺼져 있는데 건물 입구에 두 명의 키가 늘씬한 여자 무사들이 지키고 있다. 무기는 칼

그러다가 흠칫! 하는 여자 무사들

슥! 월동문을 통해 건물로 다가오는 사람의 모습

여자 무사들 긴장하며 허리에 찬 칼에 손을 가져가지만

독고무적(침독); [수고한다.] 말하며 다가오는 사람의 모습이 확실하게 보이고. 물론 독고무적(침독)이다

[부주님!] [주군!] 긴장 풀며 포권하는 여자 무사들

독고무적(침독); [그만 돌아가서 쉬도록 해라.] 여자 무사들에게 다가오고

[예!] [편히 쉬십시오.] 인사하는 여자 무사들. 이어

다가오는 독고무적(침독)의 옆쪽으로 피해서 건물 앞에서 떠나는 여자 무사들

<제독께서 오랜만에 주모님의 침실을 찾아오셨네.> <그러게 말이야. 마님이 자주 잔병치레를 하시는 바람에 젊은 첩들의 거처에서 주무시곤 하셨는데...> 전음으로 주고 받으며 총총히 월동문쪽으로 가는 여자 무사들

독고무적(침독); (훼방꾼들도 보냈고...) 월동문쪽으로 총총히 가는 여자 무사들의 뒷모습을 곁눈질로 보며 히죽 웃고

독고무적(침독); (이제 저 안에 있는 계집만 처리하면 독고무적으로의 변신은 완벽해진다.) 건물의 정문으로 다가가며 웃고

독고무적(침독); (명조의 군권을 장악하고 있는 구문제독부의 주인이 되면 늦어도 삼년 안에 황제의 자리는 나 침독의 것이 될 것이고...) 덜컹! 문을 열고 들어가고

독고무적(침독); (그러기 위해서는 일말의 허점도 남겨서는 안되겠지.) 슥! 어둑한 방안으로 들어서고. 직후

[상공?] 어둑한 방의 안쪽에서 어떤 여자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게 실루엣으로 보인다. 넓고 화려한 침실이고 침실 끝에 놓인 커다란 침대에 홀로 누워 있다가 문쪽을 보며 일어나는 여자. 물론 독고무적의 아내인 온유향이다.

온유향; [밤이 깊었는데 아직 안 주무시고 계셨는가요?] 누워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앉는 온유향의 모습. 얇은 이불이 흘러내려서 상체가 드러난다. 몸매는 날씬하지만 젖가슴은 크고. 얇은 가운형의 잠옷을 걸치고 있는데 앞자락이 벌어져 젖가슴이 거의 드러나 보인다. 쪽 지었던 머리는 풀어헤쳐서 등으로 흘러내리고 있고

독고무적(침독); [잠을 깨워서 미안하오.] 침대 옆에 멈춰서며 모자를 벗고. 침대 옆에는 작은 탁자가 있다

온유향; [아.... 아니에요.] 약간 얼굴 붉히며 잠옷 저고리를 여미고.

독고무적(침독); [그동안 부인에게 너무 소홀했던 것같아서 찾아왔는데 괜잖겠소?] 허리띠를 풀며 충혈된 눈으로 내려다 보고. 모자는 탁자에 올려져 있고

온유향; [물... 물론이에요.] 고개 옆으로 돌리며 얼굴 발개지고

독고무적(침독); (드디어 소원성취를 하게 되었군.) 벗은 옷을 옆의 탁자에 올려놓고

<한 때 황실제일미인으로 불렸던 저 계집을 내 것으로 만들게 되었으니....> 수줍어하는 온유향의 옆모습 배경으로 독고무적(침독)의 생각

 

시간이 좀 지났다. 건물을 밖에서 보여주고. 건물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 경악하며 눈 치뜨는 온유향. 여전히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누운 자세인데 그녀의 몸에는 상의를 벗은 독고무적(침독)가 올라타고 있다. 독고무적(침독)은 알몸인데 반해 온유향은 잠옷을 걸치고 있다. 다만 가운형의 잠옷의 허리띠가 풀려서 옷자락이 좌우로 벌어져 알몸은 드러난 상태. 두 사람의 허리 아래는 얇은 이불로 덮여있지만 온유향이 가랑이를 벌리고 누워있고 독고무적(침독)가 그 사이에 엎드려 있는 형상은 드러나 보인다

온유향; (틀... 틀려!) 몸이 아래 위로 흔들리며 전율한다. 독고무적(침독)가 사타구니를 치받고 있어서 몸이 아래 위로 흔들리는데 벌어진 가운 자락 사이로 드러난 육중한 젖가슴이 그때마다 물풍선처럼 아래 위로 출렁거린다

온유향; (상.... 상공의 것이 아니야. 느낌이 전혀 달라!) 충격으로 전율하며 떨리는 손으로 독고무적(침독)의 가슴을 만진다.

온유향; (어두워서 보지 못했는데... 가슴에 상처가 없다.) 온유향의 떨리는 손길이 연신 움직이는 독고무적(침독)의 가슴을 만지는데 독고무적(침독)의 가슴은 상처 없이 매끈하다.

온유향; (상공은 젊은 시절 북원을 정벌하는 과정에서 가슴에 깊은 상처를 입었었다.) + [누... 누구...] 눈 치뜨며 헐떡이고

몸을 움직이던 독고무적(침독)가 멈칫! 하고

온유향; [당신... 당신 누군데 그이로 위장을...] [비켜요!] 몸부림치며 독고무적(침독)을 밀어내려 한다. 눈에서는 눈물이 넘쳐 흐르고. 그러자

독고무적(침독); [그년...] 히죽 웃으며 다시 몸을 움직이고

독고무적(침독); [모른 척 했으면 좋았을 것을...] 콱! 그대로 온유향의 목을 움켜잡는다. + 온유향; [끅!] 숨이 콱 막혀서 눈 치뜨는 온유향

독고무적(침독);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기억해둬라.] 우둑! 온유향의 목을 움켜쥔 채 몸을 움직이면서 말하고

독고무적(침독); [네년이 아랫도리로 알아차린 것처럼 나는 네년 남편이 아니다.] [그 사실을 다른 인간들에게 까발려도 좋다.] 턱턱! 치받고

독고무적(침독); [대신 그럴 경우 네년의 피붙이들은 씨가 마를 것이다.] [뿐만 아니라...] 헐떡이며 몸을 움직이고

독고무적(침독); [네년의 하나뿐인 딸년도 이렇게 해버릴 것이다.] 턱턱턱! 더 강하게 온유향의 몸을 치받으며 강간하고

온유향; [끄윽...] 몸이 세차게 아래 위로 흔들리며 절망하고. 설지를 떠올리면서

독고무적(침독); [결정은 네년 스스로 해라. 딸년과 동서가 되고 싶다면 주둥이를 마음껏 놀려다 된다.] 잔인하게 웃으며 강간하고

온유향; (천... 천지신명이시여!) 절망하며 눈물 흘리고. 몸은 여전히 아래 위로 흔들리고

<저 온유향에게 어찌 이리도 참혹하고 끔찍한 벌을 내리시는 것이옵니까?> 어둑한 방안에서 독고무적(침독)이 온유향을 강간하는 실루엣 배경으로 온유향의 절망.

 

#71>

깊은 밤. 독고무적의 집무실. 불이 꺼져 있는데

문이 반쯤 열려있다.

집무실 내부. 어둑한데 한명의 군사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다. 바로 순찰을 돌다가 독고무적의 집무실에서 불이 난 것을 보고 달려왔던 두명의 군사중 나이가 든 군사. 얼마후에 죽을 캐릭터이긴 하지만 노력하고 충직한 인상으로 묘사

군사가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장소는 독고무적이 독고무적(침독)에게 타죽은 곳. 마루 바닥이 원형으로 그슬려 있고. 재같은 것이 주변에 흩어져 있다. 마루는 타지 않고 그냥 좀 그을린 모습이고

군사; (이곳에서 상당한 부피의 무언가가 탔다.) 재를 만지고

군사; (마루는 그을리기만 하고 타지 않은 걸 보면 삼매진화를 써서 무언가를 태웠다는 건데....) 재를 손가락에 묻혀서

군사; (제독께서는 기밀서류를 태우셨다고 하셨지만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었다.) 손가락에 묻힌 먼지를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보려는 군사

재가 묻은 손가락 앞에서 약간 벌름거리는 군사의 코. 직후

군사; (이 냄새...) 냄새를 맡은 군사의 이마가 약간 찡그려지고

군사; (완전히 타서 형성된 재라고 해도 탄 물질에 따라 냄새가 약간씩의 차이를 보이게 된다.) 먼지를 묻힌 손가락을 코에서 떼며 보고

군사; (분명한 건 이 재가 종이가 타고 남은 건 아니라는 점이다.) (분명 전에도 어디선가 맡아본 적이 있는 냄새인데....) 찡그리고. 그러다가

[!] 수많은 시체를 장작 위에 쌓아놓고 기름을 끼얹으며 태우던 장면 떠올리고 눈 부릅뜨는 군사. 기억 속의 장소는 전쟁터다

군사; (틀... 틀림없다!) 전율하고

군사; (젊은 시절 제독을 모시고 북방의 전쟁터를 전전할 때 동료들의 시신을 화장한 후 남은 재에서 났던 냄새다.) (그렇다는 건....)

군사; (이곳에서 누군가의 시신이 태워졌다.) 전율하며 바닥에 쌓인 재를 보고.

군사; (대체 제독께서는 오늘 밤 누구를 태워죽이신 것인가?) 흥분과 두려움으로 침 꿀꺽. 그러다가

반짝! 잿더미 속에서 무언가 반짝이고

군사; (뭔가?) 흠칫! 하며 손으로 재를 흩트리고. 그러자

바닥을 이루는 마루의 틈새에 반쯤 녹은 채 끼워져 있는 금반지가 드러난다. 반지의 윗 부분이 고열녹아 넓어지면서 마루 틈으로 완전히 빠지지 않은 것

군사; (반지!) 눈 번뜩이며 손가락으로 집어서

슥! 반쯤 녹은 반지를 마루바닥에서 뽑아내는 군사. 반쯤 녹아서 반달형이 된 반지다. 물론 녹은 부분은 좀 두껍고 넓어졌고

군사; (이건 삼매진화로 태워진 시신이 끼고 있던 반지일 것이다.) 반지를 눈앞에 가까이 가져가 살피고

반지의 안쪽에 숫자가 적혀있다. <九> <二七> <祝壽>라는 글자가 적혀있지만 아직은 흐릿하게만 보인다

군사; (반지 안쪽에 숫자와 글이 새겨져 있다.) 좀 더 가까이 들여다 보고

<九> <二七> <祝壽>라는 글자가 뚜렷하게 보이고

군사; (구(九) 이칠(二七) 축수(祝壽)...) (어거지로라도 해석하자면 구월 이십칠일에 태어난 누군가가 오래 살기를 빈다는 뜻인데...) 반지를 들여다 보며 생각하고. 그러다가

[!] 무언가 떠올리고 눈 부릅뜨는 군사

군사; (맙... 맙소사!) 전율. 공포

군사; (구... 구월 이십칠일은 제독각하의 생신 아닌가?) (그렇다면 설마....) 전율하며 그슬린 마루 바닥을 보고

<오늘밤 이곳에서 타죽은 인물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독각하라는 것인가?> 독고무적이 타죽는 걸 떠올리며 숨이 멎는 표정이 되는 군사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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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개봉(開封)> 오래 된 성곽 도시. 번화하긴 하지만 뭔가 고풍스럽다

<-관제묘(關帝廟)> 관우를 모시는 사당. 웅장하다. 참배객도 많고. 하지만 거지도 많다. 수많은 거지들이 관제묘 주변에 앉고 누워있다. 바가지의 밥을 손으로 퍼먹는 놈들도 있고. 참배객들이 드나들며 거지들에게 돈도 던져주고.

햇볕이 잘 드는 양지 바른 입구. 다른 거지들 틈에 끼어 열심히 바가지의 밥을 손으로 긁어먹고 있는 늙은 거지. 누더기에다가 아주 지저분한 차림. 전형적인 거지다. 허리에는 여러 번의 매듭이 지어진 띠를 두르고 있고. 옆에는 마디가 수십개인 특이한 대나무 지팡이를 놓고 있다. 이 거지가 개방의 방주인 백결신개.

슥! 거대한 사람 그림자가 해를 가린다. 흠칫! 하는 백결신개

백결신개; [어떤 싸가지 없는 인간이 거지께서 밥 먹는데 해를 가리고 지랄이야?] 눈 부라리며 고개 들고. 하지만 그 직후.

쿵! 백결신개의 앞에 벽처럼 서서 내려다보는 혈나한. 해를 등지고 서서 음영처리 하는데 한 쌍의 눈만은 태양같이 빛 난다

백결신개; [으헉!] 털썩! 바가지를 떨구면서 사색이 되어 뒤로 몸을 젖히고. 주변의 거지들도 겁에 질리고 압도당해서 혈나한의 눈치를 보고

<혈.... 혈나한!> 덜덜 떠는 백결신개. 그때

혈나한; [개방(丐幇) 방주 백결신개(百結神丐)!] [노납을 위해 발바닥에 땀이 좀 나야겠다.] 내려다 보며 음산하게 웃는 혈나한

 

#60>

관제묘 내부. 웅장한 본전 건물. 그 건물로 사람들이 수없이 드나들고 있다. 본전 앞마당도 인산인해. 본전 입구에 놓인 거대한 향로에 수많은 향들이 꽂혀서 연기를 피워올린다. 향은 사람 팔뚝만한 것부터 시작해서 아주 가는 것등 다양한데 향로에 가득 꽂혀있고. 연신 사람들이 향로에 향을 꽂기도 하고 손바닥 비비며 굽신거리기도 하고

본전 내부에도 사람들이 가득. 거대한 관우의 조각상 앞에서 사람들이 절하고 손 비비고.

 

본전 뒤쪽. 담장이 있고 담장 너머에는 몇 채의 건물이 보인다. 관제묘의 관리동이다. 담장에 난 문을 지키는 건 젊고 건장한 거지들 십여명이다. 주변에 다른 거지들은 없는데 담장 주변의 거지들은 모두 긴장한 채 문 안쪽의 건물들을 힐끔거리는 중이다. 모두 긴장해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고

[이게 대체 무슨 난리에요?] 어떤 여자가 월동문쪽으로 총총히 다가오며 말하자 문 안쪽을 기웃거리던 건장한 거지들이 돌아본다.

미호; [우리 개방의 총단이기도 한 관제묘 전체에 살얼음이 깔린 것같잖아요.] 월동문으로 다가오는 여자 거지. 젊은 년인데 몸에 걸친 누더기가 각가지 색의 천을 기워 만든 데다가 몸에 달라붙는 반팔에 미니 스커트다. 아주 세련되어 보인다. 요즘 옷 같고. 허리에는 술 호로를 하나 차고 있으며 발에는 역시 알록달록한 굽이 있는 꽃신을 신었다. <겨울왕국>의 <엘사>같은 형식의 머리에는 꽃이 몇 개 꽂혀있고. 손에는 피리를 하나 들고 있다. 백결신개의 제자중 한명인 미호라는 년이다. 패천오수중 여우, 즉 당령과 내통중이다.

[어서 와라 미호(美狐) 사매.] [시내에 수금하러 나갔다더니 벌써 돌아왔구나.] 반색하며 아부하는 거지들

미호; [누가 쳐들어 왔길래 늙은이들까지 사색이 되어 부들거리고 있는 건가요?] 월동문 안쪽을 기웃거리고

[넌... 넌 관심 갖지 않는 게 좋다.] [맞어!] [이번에 찾아온 손님은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수명이 줄어들 지경이니...] 거지들이 겁에 질려서 말하지만

미호; [점점 더 알 수 없는 말들만 하시네.] 코웃음 치고

미호; [수명이 줄어들든 어떻든 내 눈으로 꼭 봐야겠어요.] 월동문 안으로 들어간다. 막지 못하는 거지들

 

미호가 들어선 월동문 안쪽에는 거지들이 별로 없다. 큰 건물 입구에 서있는 늙은 거지 두명이 전부인데 그들도 그 건물의 열린 문 안쪽을 겁에 질려 힐끔거리고 있다. 이 늙은 거지들은 허리에 여러 개의 매듭이 묶인 띠를 두르고 있으며 손에는 대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다. 개방의 호법들이다.

미호; (세상에 무서울 게 없던 것같은 호법님들조차 숨도 크게 못 쉬고 있잖아.) 조심스럽게 그 건물로 다가가고

늙은 거지들이 미호의 접근을 알고 돌아보고

말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급히 손짓하는 늙은 거지들. 하지만

입 샐쭉거리면서 고개 저으며 건물로 다가가는 미호

오만상 쓰지만 막지는 않는 늙은 거지들. 그 사이에 가까이 다가온 미호

문간 옆에 숨 듯이 서서 고개를 조금 내밀어서 건물 안쪽을 보는 미호. 직후

[!] 눈 부릅 뜨는 미호

쿠오오! 문 안쪽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쏟아녀 나온다. 건물 안에 탁자를 앞에 두고 입구쪽으로 앉아있는 혈나한의 실루엣에서 뿜어지는 기운이다. 혈나한의 시커먼 실루엣에서 뚜렷하게 보이는 건 한 쌍의 강렬한 눈빛이고

미호; (흐윽!) 다리에 힘이 풀리고 숨이 턱 막히는 표정이 되는 미호

털썩! 결국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는 미호

<그러게 오지 말라고 했거늘...> <말 좀 들어라 이것아!> 늙은 거지들이 미호를 부축하려고 손을 뻗지만

탁! 그 손을 뿌리치면서 다시 건물 안쪽을 향해 고개를 빼는 미호

미호; (보... 보는 것만으로도 수명이 준다는 사형들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어.) 덜덜 떨면서도 다시 용기를 내어 건물 안쪽을 보고

미호; (폭풍 하나가 통째로 들어앉아있는 것같은 가공할 기도를 뿜어내는 누군가가 있어.) 긴장해서 조심스럽게 안쪽을 살피고. 직후

[!] 눈 부릅뜨는 미호

건물 내부의 모습. 입구쪽을 향해 혈나한이 앉아있고 혈나한 앞쪽에 놓인 탁자에는 커다란 쇳덩이가 하나 놓여있다. 혈나한은 그 쇳덩이를 노려보는 중이다. 주변에는 백결신개를 비롯해서 아주 나이가 많은 거지들이 겁에 질리고 긴장해서 보고 있다.

눈을 부릅 뜬 혈나한의 정면 모습.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지고 있고

미호; (혈... 혈나한!) 숨이 턱 막히는 표정

미호; (틀림없어! 저 늙은 중은 만화대모(萬花代母)님이 말씀하신 혈나한이야!) (지난 백년내의 천하제일인이며 천마대종사와 함께 고금제일인을 다툰다는 소림사의 파계승인....) 덜덜 떨고.

미호; (사마외도는 불문곡직 때려죽인 걸로 악명 높았던 저 땡중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것만 해도 놀라운데....)

미호; (대체 무슨 일로 우리 개방의 총단에 쳐들어온 걸까?) 비지땀을 흘리며 건물 내부를 훔쳐보고. 그때

츠츠츠! 혈나한이 노려보고 있는 탁자 위의 쇳덩이가 불에 던져진 치즈나 플라스틱처럼 녹기 시작한다.

미호; (맙소사!) 눈 치뜨고

미호; (그저 노려보는 것뿐인데도 쇳덩이가 녹아내리고 있잖아.) 츠츠츠! 녹는 쇳덩이를 보며 경악. 혈나한 주변의 늙은 거지들과 백결신개도 공포에 질리고 압도당하는 표정인데

미호; (게다가...)

<이제 보니 쇳덩이를 단순히 녹이는 게 아니야!> 츠츠츠! 녹아내리는 쇳덩이가 사람 얼굴 형상으로 변해간다.

쿵! 이윽고 완전히 사람의 흉상 모양으로 변하는 쇳덩이. 쇠가 녹아서 형성된 흉상의 얼굴은 물론 이군악이다.

미호; (노려보는 것만으로 쇠를 녹여서 실물과 똑같은 사람 형상을 만들다니...) (공력이 얼마나 대단한 경지에 이르러야 저런 일이 가능한 걸까?) 침 꼴깍! 삼키고. 그때

혈나한; [저놈이다!] 턱을 쳐들어서 탁자 위의 이군악의 흉상을 가리키고.

실내의 모든 사람들이 이군악의 흉상을 보고

혈나한; [열흘의 여유를 줄 테니 저놈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아내서 노납에게 보고하라.] 살벌한 표정으로 말한다.

백결신개; [이 넓은 중원천지에서 열... 열흘만에 한 인간을 찾아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데...] 비지땀 흘리며 혈나한의 눈치를 보고. 하지만

혈나한이 힐끔 흘겨보자

백결신개; [물... 물론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닙지요.] 기겁하며 굽신거리고

백결신개; [열흘 내로 반드시 찾아내어 대사께 보고해 올리겠습니다요.] 손 비비며 굽신 굽신

혈나한; [노납을 실망시키지 마라.] 살벌한 표정으로

백결신개; [하온데... 저 어린 놈은 대사님과 어떤 관계인지...?] 눈치 보며 묻고.

혈나한; [저 망할 놈은...] 이군악의 흉상을 노려보고

백결신개와 늙은 거지들 긴장

문 밖의 미호와 거지들도 긴장하며 귀를 기울이고

혈나한; [노납의 막내 제자다!] 이를 부득 갈며 말하고. 순간

<혈나한의 제자!> 모든 사람들 경악. 긴장

 

#61>

관제묘 내 외진 곳의 건물. 이층인데 옆으로 길쭉하며 상당히 크다. 일층으로는 거지들이 여럿 드나든다. 물통과 새 모이가 든 양동이등을 들었다. 건물 이층에는 창문들이 많고. 창문들은 열려있다. 그 창문으로 수많은 비둘기들이 날아 들어오고 또 날아나간다.

건물의 이층 내부. 거대한 비둘기집이다. 사방의 벽과 건물 내부에 책장처럼 촘촘히 세워진 벽에는 비둘기집들이 아파트처럼 마련되어 있다. 입구가 창살인 각각의 비둘기 집에는 한두마리씩의 비둘기들이 들어있다. 횃대에 앉은 비둘기들도 있고.

2층 내부 중앙에는 누더기를 걸쳤지만 제법 깔끔한 행색의 거지들이 여러개의 탁자에 앉아서 비둘기들의 발에서 천을 풀거나 천을 비둘기 발에 묶는 중이다. 천에 대고 뭔가를 쓰는 자, 천에 적힌 글을 장부에 옮겨 적는 자등등. 이곳은 개방의 전서구들을 관리하는 곳이다.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비둘기 한 마리의 발에 천을 묶고 있는 미호. 다른 거지들의 눈치를 보지만 거지들은 자기 일에 바빠서 미호를 주목하진 않는다

비둘기의 다리에 좀 큰 천을 말아서 묶고 있는 미호

그 비둘기를 두손으로 들고 의자에서 일어나는 미호

다른 거지들의 눈치를 보며 창가로 가는 미호

미호; [조심해서 다녀와라!] 창가에서 비둘기를 날리는 미호

날개짓 하며 날아가는 비둘기

미호; (정말 중요한 정보를 알았지 뭐야.) 날아가는 비둘기를 보며 생각하고

미호; (이번 일로 난 만화총련(萬花總聯) 내의 그 누구보다 큰 공을 세운 셈이야.) (당연히 만화대모님께서도 날 기억해주시겠지?) 사악하게 웃는 미호

 

#62>

<-북경> 밤

<-구문제독부> 역시 밤. 웅장한 정문은 닫혀있고 닫힌 정문 좌우에 커다란 화톳불이 피워져 있다. 무장한 군사들이 경비를 선다

구문제독부 내부. 밤이지만 아주 깊은 밤은 아니어서 대부분의 건물들에 불이 켜져 있다

잘 가꿔진 정원. 정원은 월동문이 있는 높은 담장으로 구획되어 있고. 정원 안에는 연못과 회랑, 화려한 건물들이 있다. 시녀들이 건물을 드나들고 있고

온유향; [삼비검조께서 오시자마자 떠나셨다고?] 삼십대 후반쯤의 절세미녀가 찻잔을 든 채 말한다. 전형적인 귀부인. 아름다우면서도 온화하고 기품 있다. 독고무적의 아내이며 설지의 엄마인 온유향이다. 제왕본색등에 나온 이군악의 어머니 온유향과 동일 캐릭터. 지금 화려한 거실에서 딸인 설지와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 중이다.

설지; [사부님은 사존 패극천이란 자의 폭주를 막는 일에만 온 정신을 쏟고 계셔요.] 찻잔을 입에서 떼며 말하고

설지; [그래서 저를 집에 데려다 주시고는 바로 서쪽으로 떠나신 거예요.]

온유향; [결례를 했구나.] [병약하기만 하던 널 제자로 거우어 이토록 건강하게 만들어준 은인이신데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으니...] 한숨 쉬며 찻잔을 내려놓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구문제독 독고무적의 본처 온유향(溫柔香)>

설지; [사부님은 세속의 예의범절을 번거로워 하시는 분이니 심려치 마세요 어머니.] 역시 찻잔을 내려놓고

온유향; [설령 그렇다 해도 마땅히 해야 하는 도리를 못한 셈이라 어미는 마음이 무겁구나.] 한숨 쉬고

설지; [화염산에 가신 일이 순조롭게 해결되면 다시 들르실 거예요. 그때 대접을 잘 해드리면 되고....]

설지; [그보다 한 가지 알고 싶은 게 있어요.]

온유향; [말해 보거라.]

설지; [침주부에 관한 것인데...] 침독을 떠올리고

온유향; [침주부가 왜?] [그 사람이 뭔가 실수라도 한 것이냐?]

설지; [그런 건 아니지만...] [침주부가 어머니와 친척지간인 것은 사실인가요?]

온유향; [아마 맞을 것이다.]

설지; (아마?)

온유향;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 비록 왕래는 없었지만 족보상으로는 친척이 맞다.]

대답하지 않고 이마 살짝 찡그리며 생각하는 설지

온유향; [설지 너는 삼비검조님 문하로 나가있었던 탓에 침주부가 우리 집안에서 일하게 된 내막을 잘 모르고 있겠구나.] 그런 딸의 눈치를 살피면서

설지; [예.] 끄덕

온유향; [침주부는 삼년전 과거를 보러 상경했다가 인사차 들렸었는데...]

온유향; [그때 어미와 오래전부터 교류가 있었던 다른 친척의 소개장을 지참했더구나.]

설지; [그랬군요.] 미심 쩍지만 고개 끄덕이고

온유향; [침주부를 우리 집안의 주부로 쓰기 전에 네 아버지가 신원을 엄격하게 조사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설지의 표정 살피며 말하고

설지; [치밀한 성품이신 아버지의 신원조회를 통과했다면 침주부가 어머니의 친척인 건 사실이겠네요.]

온유향; [혹시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네 아버지에게 말씀드리도록 해라.] [그럼 적절하게 처리를 하실 테니....]

설지; [생각해보겠어요.] 끄덕이고

설지; (떠나시기 전 사부님이 보이신 반응으로 미루어 보자면 침주부에게서 뭔가 미심쩍은 면을 발견하셨던 것같다.)

설지; (아버지에게 알리지 말고 내 선에서 따로 침주부에 대해 알아봐야겠다.) 결심하는 설지. 그런 딸을 걱정스럽게 보는 온유향

 

#63>

<-낙양(洛陽)> 역시 밤. 아직 깊은 밤은 아니다. 불야성

낙양의 환락가. 전형적인 환락가. 기루와 술집, 창루등등... 오가는 사내들. 호객하는 야한 차림의 여자들

특히 크고 화려한 기루. 거대한 장원 규모다. 정원의 나무도 울창해서 숲을 이루고. 숲 속 여기저기에 화려한 건물들. 그 건물들에서는 풍악소리 웃음소리.

<快活林>이라는 간판이 장원 규모의 기루의 정문에 달려있다.

기루, 즉 쾌활림의 내부 모습. 도처에서 사내들이 야한 차림의 여자들을 끼고 노는 중이다. 건물과 정자들에서 부비부비하며 술 마시는 남녀. 춤추는 여자들. 노래하는 여자들. 여자들을 희롱하는 사내들

 

쾌활림의 건물들 중 가장 높은 삼층 건물. 불은 꺼져 있는데 삼층의 창문은 모두 열려있다.

휘익! 그 건물로 날아오는 비둘기. 미호가 보낸 비둘기다.

화악! 열려진 창문으로 날아드는 비둘기

창문 안쪽은 비둘기 아파트. 사방의 벽에 수많은 비둘기 집이 붙어있다. 개방의 비둘기 아파트 보다는 규모가 작다.

구우! 어둑한 실내의 횃대에 앉는 비둘기. 그러자

[수고했다.] 슥! 어둠 속에서 여자의 손이 뻗어 나와 그 비둘기를 잡고. 여자의 손이 잡아도 가만히 있는 비둘기

[이 늦은 시간에 전서구가 도착하고... 별일이네.] 슥!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여자. 서른살 가량의 아주 풍만한 몸매의 여자인데 상당한 미인이지만 눈꼬리도 쳐지고 좀 천박한 인상이다. 몸에도 화려한 옷을 입었는데 비만하게 보일 정도로 육덕 진 몸매의 소유자다. 이 여자는 쾌활림의 총관인 동칠낭이라는 년이다. 패천오수중 당령의 부하다.

동칠낭; [대체 어떤 년이 무슨 일로 이 늦은 시간에 전서구를 보냈을까?] 비둘기의 발목에 묶여있는 천을 푸는 동칠낭. 한손으로는 비둘기를 잡고 다른 손으로 비둘기 발목의 천을 푼다. 삼층에는 그년 밖에 없다.

동칠낭; [뭐 중요하고 긴박한 내용이라 밤중에라도 도착하게 전서구를 날린 것이겠지?] [수고했다.] 천을 풀고 비둘기는 다시 횃대에 앉혀주고

이어 천을 펼쳐서 읽는 동칠낭

동칠낭; [이건...] 놀라고

동칠낭; [확실히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졌네.] 천을 펼쳐든 손이 떨린다. 그년의 양손으로 펼친 천에는 이군악의 초상과 함께 글들이 죽 적혀있다.

 

#64>

위 장면의 기루 쾌활림의 외진 곳. 숲이 아주 울창한데 울창한 숲속에 서있는 작고 수수한 건물. 암자다. 기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물. 똑똑! 암자 안에서 목탁 소리가 들린다. 기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 <回心庵>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그곳으로 걸어오는 동칠낭. 두손에는 쟁반을 들고 있는데 쟁반에는 접은 천이 한 장 올려져 있다. 미호가 전서구의 다리에 묶어 보낸 편지다.

육감적인 동칠낭의 자태

똑똑! 또그르르! 목탁 소리가 흘러나오는 암자

동칠낭; (다행히 대모(代母)님이 아직 잠자리에 드시지 않았구나.) 목탁소리가 들리는 암자 입구로 다가가고

 

암자 내부. 관세음보살의 불상이 모셔져 있는 앞에 비구니 한명이 무릎 꿇은 채 경건한 자세로 목탁을 치며 독경하고 있다. 눈을 지그시 감은 모습인데 비구니지만 절세미녀. <당령> 캐릭터인데 머리가 대머리다. 가발을 쓰면 당령이 된다. 패천오수중의 구미호리가 바로 당령이다. 나이가 40이 넘었지만

당령; [비나이다 비나이다 관세음보살님께 비나이다.] 똑똑 목탁을 치며 중얼중얼

당령; [죄와 업보로 물든 이 중생을 가엾이 여기시고 자비의 은혜를 내려주시옵소서.]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이년은 이중인격자다

당령; [저주스러운 육신...] 한숨 쉬는 그년의 젖가슴이 승복 속에서 출렁인다. 승복 속에 아무것도 안 걸쳤고

당령; [번뇌와 욕정으로 늘 끓어올라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이 살덩이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날이 오기나 할런지...] 무릎 꿇어 더욱 탱탱하게 부각되어 보이는 엉덩이가 탱탱하게 꿈틀거린다

당령; [그저 죽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주르르! 눈물 흘린다. 바로 그때

<방해해서 죄송하옵니다 대모님.> 암자 밖에서 들리는 조심스러운 음성

당령; [무슨 일이냐 동칠낭(東七娘)?] 똑똑! 목탁 두드리며 묻고. 눈을 감은 채

<개방 소속의 자매 미호가 전서구를 보내왔사온데... 그 내용이 매우 긴박하여 대모님의 청수를 방해하게 되었사옵니다.> 밖에서 들리는 음성

당령; [들어와라.] 한숨 쉬며 눈을 뜨면서 목탁 치는 것을 중단하고

<예!> 삐꺽! 대답과 함께 문이 열리고

동칠낭; [여기...] 열린 문을 통해 들어오며 쟁반을 앞으로 내밀고

당령; [미호라는 년... 개방 방주 백결신개의 제자였지?] 고개 짓하며 목탁과 방망이 내려놓고

동칠낭;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천출(賤出)이지만 꿈은 제법 야무진 년이옵니다.] 스윽! 말하는데 그년이 내민 쟁반에서 접은 천이 앞으로 날아간다. 당령의 고개짓이 끌어당긴 것

당령; [꿈이 남보다 크고 야무진 인간은 쓸모도 많지.] 스윽! 말하는 당령 앞으로 너울대며 날아온 천조각

당령; [쉽게 유혹할 수 있고 능력을 최대한 쥐어 짜낼 수도 있으니...] 표정이 일변하여 사악하게 웃으며 천을 펼친다.

당령; [게다가 세상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개방의 심장부에 박혀있는 년이라면 그 쓰임새가 두말 할 나위가...] 움찔! 말하며 펼친 천을 보다가 눈을 치뜨고

[...!] 천을 내려다보면서 찡그리는 당령의 얼굴. 표정은 그리 변화가 없지만

천을 쥔 양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다

동칠낭; (역시 미호년이 보내온 소식은 대모님조차도 전율하게 만드네.) 문간에 서서 야릇하게 눈을 번뜩이고

[...!] 천을 내려놓으며 천장을 올려다보는 당령. 무언가 생각하고. 그러다가

당령; [총관....] 낮게 말하고

동칠낭; [예 대모님!] 급히 대답. 공손한 자세로

당령; [이군악이란 놈... 우리 만화총련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 찾아내!] 슥! 천을 뒤로 던지고

당령; [사부가 놈을 찾아내기 전에...] 너울거리며 동칠낭에게 날아가는 그 천을 배경으로 당령의 말

동칠낭; [대모님 손으로 제거하실 생각이신지요?] 두손으로 천을 받으면서 묻고

당령; [제거?] 피식

당령; [그럴 리가 있느냐? 사부의 강압과 훈육이 지겨워서 도망친 놈인데...]

동칠낭; [하오면...?] 받아든 천을 접으며

당령; [사부보다 먼저 찾아내서 보호해줘야지!] [순진하다면 이 세상에서 맛볼 수 있는 지극한 쾌락도 맛보여주고...] 혀로 입술 핥으며 사악하게 웃고

동칠낭; [즉시 본련의 모든 자매들에게 수배령을 내리겠사옵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천은 접어서 한손에 쥐었다.

탁! 문을 밖에서 닫아주는 동칠낭

동칠낭; (이군악이라고 했지?) 돌아서고

동칠낭; (대모님의 표적이 되었으니 인생 종쳤다고 봐야겠네.) (골수까지 쪽쪽 빨아 먹힐 테니...) 배시시 웃으며 가고

 

다시 암자 내부.

당령; [사부님...] [못된 제자들을 잡아 죽이려고 여섯 번째 제자를 길렀는데 그놈마저 사부님이 싫다고 도망친 것 같군요.] 스윽! 혈나한을 떠올리며 한 손을 승복 저고리 사이로 넣고

당령; [무공은 천하제일이면서 어째 하시는 일은 늘 실수뿐이신가요?] 자기 젖을 주물러대며 할딱이고. 눈이 돌아간다.

당령; [정말... 정말 어렵게 몸을 식혀놨는데....] [미워요! 사부님만 생각하면 제자의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진단 말이에요.] 하악! 자기 젖가슴을 애무하며 자지러지고

당령; [제자 당령(唐鈴)이 평소에는 비구니인 척 해온 것도 사부님을 연모해서라는 거 알아요?] 헉헉 혼망간 표정

당령; [사부님을... 사부님의 그 늠름한 것을 여기로 받아들여봤으면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단 말이에요.] 다른 손으로 사타구니를 애무하며 자지러진다. 무릎을 꿇었던 자세에서 엉덩이를 들어올리며

당령; [하지만 사부님을 품어보는 건 언감생심...] [헌데 저의 이런 마음을 아시고 사부님을 대신할 막내를 세상에 내보내셨군요.] 자기 사타구니를 손으로 애무하며 혼망 가고

당령; [고마워요 사부님! 막내는... 사부님의 분신인 막내는 제자가 마음껏 귀여워해줄게요.] 하악! 자위하며 자지러지는 당령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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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고호법; (좋... 좋지 않다.) 바닥에 주저앉아 잘려진 팔의 상처를 성한 손으로 누른 채 이군악이 도룡살객들을 상대로 날뛰는 것을 본다

<무쇠 목탁을 쓰는 어린 친구의 무공은 나이에 비해 경이적이지만 도룡살객이라는 놈들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다.> 이군악이 다섯명의 도룡살객들에게 포위되어 날뛰면서 손과 발과 파번뇌탁을 휘두르며 악을 쓰는 모습을 배경으로 고호법의 생각

<게다가 도룡살객이라는 놈들은 어린 친구의 무공에 매우 익숙한 것처럼 보인다. 마치 어린 친구를 상대하기 위한 훈련을 해온 것처럼...> 날뛰는 이군악의 빈틈을 노리고 접근해서 칼질을 하여 이군악의 몸에 상처를 내는 도룡살객들의 모습

[크아!] 분노하여 악을 쓰며 파번뇌탁을 휘두르는 이군악. 파번뇌탁에서 강한 기운이 뿜어져 장내를 휩쓸지만

휘익! 휘릭! 구르고 날아서 피하는 도룡살객들

쩍! 서걱! 다른 도룡살객들이 뒤로 파고 들어 이군악의 몸에 또 상처를 낸다. 피하면서 휘청하는 이군악

고호법; (저대로 가면 어린 친구도 횡액을 면치 못할 텐데...) 비지땀 흘리며 이군악이 다시 파반뇌탁을 휘두르는 것을 보고. 그때

<고호법!> 누군가의 말이 들려 눈 부릅뜨는 고호법

<요아를... 데리고 내 쪽으로 오게.> 흑달의 품에 안겨있는 화의사신이 눈을 약간 뜬 채 곁눈질로 보면서 전음으로 말하고. 해녀 흑달은 눈치 채지 못하고 초긴장한 표정으로 이군악이 도룡살객들과 싸우는 걸 보고 있다.  

고호법; (교주님!) 놀라면서도 급히 환요에게로 기어가고.

고호법; (교주님이 무언가 하시려는구나.) 콱! 기절한 환요의 팔을 움켜잡고. 그때

<우릴... 도와주려는 저 어린 친구에게도... 내 근처로 오라고 전하게나.> 환요의 팔을 잡고 기듯이 화의사신에게 다가가는 고호법의 귀에 이어지는 화의사신의 말. 그때

쩍! 다시 한번 이군악의 뺨을 스치면서 상처를 내는 도룡살객의 칼

이군악; [니미...] 부악! 파번뇌탁을 휘두르지만

슈욱! 이군악을 공격했던 자는 재빨리 뒤로 밀려나 피하고

쿵쿵!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이군악.

슈욱! 그런 이군악에게 다시 쇄도하는 두명의 도룡살객.

이군악; [미꾸라지 같은 놈들이...] 콱! 이를 악물며 눈을 치뜨고

이군악; [까불지 마라!] 크왕! 두 주먹 불끈 쥐며 사납게 고함을 지른다. 그러자 이군악의 입에서 초음파가 확 터져나가고

바웅! 이군악의 입에서 터져나간 초음파에 휩쓸리는 전면의 두놈. 눈 부릅뜨고

독불군; [사자후(獅子吼)!] 눈 부릅. 직후

빠지직! 빠직! 감전되는 듯한 충격을 받고 휘청하는 두놈. [헉!] [조심해라!] 다른 놈들이 그것 보며 비명

퍼억! 퍽! 몸이 굳어져서 바닥에 나뒹구는 두놈. 다른 세 놈도 주춤하며 물러서고

[사자후!] [소림칠십이절기중의 사자후다.] [저건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으니 조심해야한다.] 세놈이 주춤거리며 물러나고 뒤에서 보고 있던 다른 놈들이 달려와 바닥에 나뒹군 두놈을 끌고 뒤로 물러난다. 그 뒤에서 독불군이 눈을 번뜩이며 보고 있고

이군악; (사자후 덕분에 겨우 한숨 돌렸다.) 안도하며 역시 뒤로 주춤 물러서고

이군악; (어떻게 된 건지 저놈들은 내 무공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알고 있다.) 공격에 가담했던 세 놈이 칼을 겨누며 경계하고

이군악; (그 때문에 내 공격이 저놈들에게는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다른 놈들이 사자후에 당해 쓰러진 동료들을 끌고 물러나는 것을 보면서 생각하고.

이군악; (저놈들을 쓰러트리려면 사부에게 배운 소림칠십이절기 외의 다른 무공이 필요한데...) 생각할 때

<내색하지 말고 듣게.> 이군악의 귀에 들리는 음성.

흠칫! 하며 곁눈질로 뒤를 보는 이군악

고호법; <놈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우리가 있는 곳까지 물러서게나.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어느덧 화의사신의 옆에까지 기어온 고호법이 전음을 보낸다. 성한 손으로 기절한 환요를 끌고 왔다. 해녀 흑달도 무언가 알아차리고 긴장하며 한손으로 환요의 팔을 잡아끌고 있다.

이군악; (저 노인에게 무슨 생각이 있는 것같으니 하라는 대로 해야겠군.) 미미하게 끄덕이며 뒷걸음질치고. 그때

독불군; [훌륭해! 정말 감탄했소.] 짝짝! 도룡살객들 뒤에서 박수치고

고개 돌려 독불군을 보고

독불군; [혈나한께서 여섯 번째 제자를 기르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뵙게 되어 영광이외다.] 짐짓 공손하게 포권하고.

 

이장진; (이군악이 혈나한의 여섯 번째 제자라....!) 담장 뒤에 숨어서 눈 번뜩

이장진; (독불군, 저 자의 생각도 나와 같군.) 미미하게 끄덕이고

 

다시 화의사신의 집 앞 마당

해녀; (맙소사!) 경악 하며 이군악의 뒷모습을 올려다 보고. 이군악은 어느덧 해녀 흑달의 바로 앞에까지 뒷걸음질로 다가와 있다.

해녀; (이 어린 사내가 천하제일인인 혈나한의 제자였다니...) 놀라고. 고호법도 놀라면서 화의사신 바로 옆에 다가와 앉고

독불군; [그래 혈나한께서는 강녕하시오?] 음산하게 웃고

이군악; [그 새끼 눈치하고는...] 피식 웃고

이군악; [나는 이군악이다. 네놈 이름은 뭐냐?] 거만하게

독불군; [나같은 무명소절의 이름은 알아서 뭐 하시겠소? 곧 삼도천(三途川)을 건너가실 분께서...] 히죽

이군악; [날 죽이겠다? 허접한 네 놈 실력으로?] 피식

독불군; [죽이지 못할 건 또 뭐요?]

독불군; [스승이 천하제일인이라고 해서 제자까지 천하제일인이라는 보장은 없지 않겠소?] 포권했던 손을 풀며. 이어

독불군; [오늘 여기에서 길지 않은 삶을 마감하게 해드리리다.] [저 새끼, 그만 죽여줘라.] 도룡살객들에게 손짓하고. 그러자

쐐액! 쏴아! 일제히 이군악에게 쇄도하는 도룡살객들. 엄청난 속도

고호법; [빨리! 물러서게!] 다급히 외치고. 순간

이군악; [크아!] 꽝! 두손으로 파번뇌탁을 쳐들어서 자기 마빡을 후려친다. 마빡은 물론 강철같이 단단해졌고. 그러자

떵! 파번뇌탁과 이군악의 마빡이 충돌하며 강한 진동이 일어나 앞으로 터져나가고

[헉!] [컥!] 그 진동에 휩쓸린 도룡살객들이 허공에서 퍼덕인다. 벼락에 감전된 듯이

독불군; [큭!] 양손으로 귀를 막으며 비틀하는 독불군

 

[!] 이장진도 귀를 막으며 비틀하고.

 

이군악; [에고고...] 눈이 돌아가며 비틀 뒤로 물러선다.

이군악; [세상이 돈다 돌아! 이래서 철두각죄공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헤롱대며 비틀거리고. 바로 그때

콱! 물러서는 이군악의 발목을 쥐는 누군가의 손

돌아보는 이군악.

화의사신이 왼손으로 이군악의 발목을 잡고 있고.

화의사신을 안은 해녀 흑달이 고호법의 어깨를 잡고 있으며 고호법은 환요의 팔을 잡고 있다. 직후

지잉! 화의사신의 오른손에 끼워져 있는 귀마신갑이 진동하고. 이어

스팟! 그대로 공간이동 하듯 사라지는 이군악과 화의사신과 해녀 흑달, 고호법. 환요

[!] 귀를 막은 자세로 비틀거리다가 눈 부릅뜨는 독불군

그자의 앞에서 도룡살객들이 술 취한 듯이 비틀거리고 있는데 그자들 앞쪽 마당에는 아무도 없다. 뚱녀의 시체만 널려있고

독불군; (사라졌다!) 눈 부릅 경악하고. 그러다가

독불군; [술법!] 이를 갈며 버럭 고함 지르고

[헉!] [화의사신 일행이 사라졌다.] [이게 무슨...] [술법을 썼다.] 비틀거리던 도룡살객들도 비로서 깨닫고 경악하고

독불군; [찾아라! 화의사신은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라 술법을 오래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고함 지르고

[존명!] [젠장!] [다 잡은 대어를 놓쳤다.] 스팟! 팟! 사방으로 폭발적인 기세로 날아오르는 도룡살객들

 

#46>

이장진; (다섯 명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다니...) 담장 뒤에 숨어서 놀라고

이장진; (아마도 귀마신갑이 부린 조화일 텐데...) 도룡살객들이 사방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이장진; (독불군의 말대로 화의사신은 술법을 오래 유지할 수 없는 상태다.) 눈 번뜩이며 돌아서고

이장진; (멀리 못 갔을 테니 찾아보자.)

이장진; (잘하면 귀마신갑을 손에 넣을 기회를 포착할 수도...) + [!] 오싹! 달려가려다가 소름이 돋아서 눈 부릅

그런 이장진의 뒤로 한쌍의 눈이 떠오르고

이장진; (무... 무시무시한 기세가 실린 시선이 이 주변을 보고 있다.) 팟! 다급히 담장 그늘에 몸을 숨기며 고개 돌리고. 직후

[!] 눈 부릅뜨는 이장진

이제 안개가 거의 다 걷혔는데. 진가구가 내려다보이는 건너편의 산봉우리 위에 일남일녀가 서있는 것이 달을 배경으로 보인다

쿵! 일남일녀의 모습 크로즈 업. 바로 삼비검조와 설지다. 삼비검조가 앞에 서서 두눈을 강렬하게 번뜩이고 있고 설지가 조금 뒤에서 앞쪽을 살피고 있다

이장진; (삼... 삼비검조!) 숨을 멈추고

이장진; (저 늙은이가 벌써 도착했구나.) 뒷걸음질 치고

이장진; (삼비검조가 개입한 이상 귀마신갑을 얻는 일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한다.) (위험을 자초하지 말고 이탈하자!) 휘익! 골목을 통해서 삼비검조가 있는 곳과 반대 방향으로 달려간다

 

#47>

다시 화의사신의 집 마당. 배교 제자들의 시체들만 널려있고. 그 가운데 한손으로 귀를 막은 독불군이 비틀거리며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핏발 선 눈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다

독불군; [니미! 도룡살객들까지 붙여줬는데도 귀마신갑을 갖고 가지 못하면 사부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텐데...]

독불군; [사부에게 밉보이면 내 원대한 계획에 막대한 차질이 생긴다.] 집쪽으로 걸어가고

독불군;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일에 성과를 만들어내야만 한다.] 덜컹! 집의 방문을 연다. 환요가 누워있던 방의 문이 아니라 화의사신의 방 문이다.

문이 열리며 방안의 광경이 드러난다. 벽에 족자가 여러개 걸려있는 화의사신의 방 내부 모습

독불군; [이 방에 화의사신이 구사한 술법의 단서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 방안을 살피고

독불군; [샅샅이 뒤져보면 뭔가 단서가 나올 수도...] + 오싹! 방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눈 부릅뜨며 소름이 돋는 표정이 되고

쿠오오! 한발을 방에 들여놓은 독불군의 몸 주위로 검의 형태를 한 기운들이 넘실거리며 에워싼다.

독불군; (가... 가공할 무형의 검기!) (그렇다는 건....) 덜덜 떨며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린다. 극도로 긴장한 모습이고. 방안에 집어넣었던 발을 빼내며

쿵! 멀리 산봉우리 위에 서있는 삼비검조의 모습이 작게 보이고

<삼비검조!> 삼비검조와 설지 모습 배경으로 독불군의 경악과 공포

독불군; [제기랄!] 팟! 시선은 삼비검조에게 향한 채 벼락같이 뒤로 날아간다.

독불군; (저 말코도사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아버지와 사부. 그리고 세명의 사숙들뿐이다.) 곁눈질로 삼비검조 쪽을 보며 미사일처럼 날아간다. 진가구 밖을 향해서

독불군; (귀마신갑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저 말코도사와 얽히지 않는 게 최우선 과제다.) 쐐액! 멀리 날아간다

 

#48>

산봉우리 위에서 진가구를 내려가 보고 있는 삼비검조와 설지

삼비검조와 설지의 시점. 진가구에서 빠져나와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는 이장진과 독불군의 모습이 보이고.

[...!] 무언가 생각하는 삼비검조. 반면

설지; [저 잔인무도한 마귀같으니...] 화의사신의 집 마당을 보며 이를 갈고

설지; [사부님! 저 마귀 새끼들을 잡아죽여야하지 않겠어요?] 독불군을 가리키며 삼비검조에게 말하고. 그러다

[!] 움찔! 하며 급히 입을 손으로 막는 설지

쿠오오! 눈을 감고 있는 삼비검조의 몸에서 아지랑이같은 기운이 흘러넘친다. 두손은 아래 위로 결을 짓고 있고

설지; (천시지청술을 펼치고 계시는구나.) 손으로 입을 막은 채 삼비검조의 눈치를 살피고

설지; (사부님이 천시지청술을 펼친 이상 화의사신의 종적은 곧 발견되겠지.)

<그자가 단번에 백리 밖으로 이동했거나 깊은 바다 속으로 숨어들어가지 않은 이상...> 천시지청술을 펼치는 삼비검조와 그 뒤에 한 무릎을 꿇고 앉으며 입에서 손을 떼는 설지의 모습 배경으로 설지의 생각 나레이션

 

#49>

석실. 바로 배교의 선조들 위패가 모셔진 곳. 제단의 상자는 뚜껑이 열린 상태고.

지지지! 갑자기 석실 천장 중앙이 벼락에 휘감기더니

슈욱! 그 벼락 속에서 모습이 나타나는 화의사신과 해녀 흑달과 고호법과 환요와 이군악의 모습. 이어

[학!] [큭!] 퍼억! 석실 바닥에 나뒹구는 해녀 흑달과 고호법. 화의사신과 환요는 신음을 토하지 않고. 슥! 이군악은 가볍게 내려선다. 놀라는 표정으로

이군악; (여긴...) 놀라며 돌아보고

이군악; (귀마신갑의 힘을 빌어서 이곳으로 이동해왔구나.) 제단을 보고. 그때

[교주님! 안돼요 교주님!] 비명이 들려서 돌아보는 이군악

해녀; [돌아가시면 안돼요 교주님! 교주님!] 바닥에 누워있는 화의사신. 입과 코로 피를 흘리고 있고. 다 죽어가는 모습. 그런 화의사신 옆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는 해녀 흑달. 고호법도 침통한 모습으로 해녀 건너편에 무릎을 꿇고 있다. 환요는 한쪽 구석에 눈을 감은 채 누워있고

화의사신의 가슴과 등에서 생긴 상처에서 피가 쿨럭쿨럭 솟구친다. 바닥도 등에서 흘러나온 피가 번져나와 흥건하고

이군악; (한눈에 봐도 살기는 틀린 심각한 상태다.) 파번뇌탁을 허리띠에 묶으며 화의사신에게 다가가고

이군악; (아니, 지금까지 숨이 끊어지지 않은 게 이상하다고 해야 하나?) 옆에 멈춰 서서 화의사신을 내려다보는데

천천히 눈을 뜨는 화의사신

해녀; [교주님... 교주님!] 울며 그런 화의사신의 입가에 묻은 피를 소매로 닦아주고.

화의사신; [자네... 혈나한 대자대사의 제자이신가?] 이군악을 올려다보며 묻고.

이군악; [뭐 그런 셈입니다만...]

화의사신; [잘 됐군. 잘 됐어.] 웃고

이군악; (뭐가 잘 되었다는 거지?) 뚱하며 보는데

화의사신; [사실... 자네와 나는... 사형제지간이라고 할 수 있네.]

이군악;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어리둥절. 해녀와 고호법도 놀라고

이군악; [사형제지간이라니... 교주도 땡추 사부의 제자셨습니까?] 말하다가

이군악;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땡추 사부가 교주를 죽이려 했다는 건 세상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어리둥절. 갸웃거리고. 그러다가

이군악; [아!] 무언가 깨닫고 주먹으로 손바닥을 때리고

이군악; [설마 교주의 스승인 사존 패극천은...] 흥분하고

화의사신; [혈나한 대자대사님의 속명은 패극명(貝克命)이었네.] 끄덕이며 웃고

이군악; (맙소사! 그래서...) 경악하고

이어 이군악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혈나한; [죽이려고 했으면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사실 패극천 그놈은 사부와...] [에잇! 그만 두자.] 고개 저으며 다시 술을 마시고

 

이군악; [그러니까... 땡추 사부와 교주의 사부는 피를 나눈 친형제지간이었다는...] 헉헉

화의사신; [두분은 젊었을 때 집안이 무림인들에게 도륙을 당하는 화를 겪었었네.] 끄덕

화의사신; [집안 식솔들은 몰살당했으나 두분만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고...] [그후 길이 달라서 한분은 소림사의 제자가 되었으며 한분은 배교의 후계자가 되셨던 것이네.]

이군악; [그런데 왜 사부가 형제지간인 사존 패극천을 죽이려 했던 것입니까?]

화의사신; [나의 사부 사존께서는...] [혈나한께서 사마외도에게 철천지한을 품고 계신 것을 알기에 당신이 배교의 후계자가 된 사실을 숨기셨던 것일세.]

화의사신; [그분이 아직 젊은 나이에 교주 자리를 내게 물려주고 은퇴하셨던 것도...] [사실은 형님이신 혈나한과 충돌하는 것을 피해서였지.]

화의사신; [그러다가... 혈나한께서 이 못난 환극을 죽이려고 본교 총단으로 쳐들어오셨다는 기별을 받고 급히 돌아오셨던 것일세.]

화의사신; [그런 후 정체를 숨긴 채 혈나한님과 맞서다가 하마터면 맞아죽을 뻔 하셨지.]

이군악; [그거 참... 말 그대로 운명의 장난이었군요.] 머리 긁적이고

화의사신; [노부에게 시간이 많지 않으므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가까이 오게.]

이군악; [그럽시다.] 화의사신의 옆에 무릎을 꿇고

화의사신; [이걸... 맡아주게...] 장갑을 낀 오른손을 이군악에게 내밀고

이군악; [귀마신갑을 제게 주시겠다는 것입니까?] 흠칫! 하고. 고호법과 해녀도 놀라고

화의사신; [자네는... 배분상 나와 사형제지간이니... 귀마신갑을 받을 자격이 있네.]

이군악; [하지만 교주에게는 귀마신갑을 물려줄 정당한 후계자가 있지 않습니까?] 말하며 환요를 힐끔 보고. 하지만

화의사신;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나중에 고호법이 말해줄 테고...] 슥! 왼손으로 오른손에서 장갑을 벗는다. 벌벌 떨면서

화의사신; [현재로서는... 귀마신갑을 차지할 정당하며 유일한 권리가 자네에게 있네.] 귀마신갑을 내밀고

이군악; (이게 무슨 떡이냐?) +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사양하지 않고...] 헤벌레 하며 두손으로 귀마신갑을 받지만

멈칫! 귀마신갑의 끝을 잡고 놓지 않는 화의사신의 손

화의사신; [귀마신갑을 받기 전에 한 가지 맹세를 해주게.] 귀마신갑을 놓지 않으며 지긋이 이군악을 올려다 보고

이군악; (이 늙은이가 막판에 꼼수를 부리려는 건가?) + [말씀해보시지요.] 억지로 웃고

화의사신; [내 사부... 사존님을 찾아가서 정식으로 배교에 입문하겠다고 맹세하게.] 지그시 이군악을 보면서

이군악; [나보고 배교의 제자가 되라는 것입니까?] 놀라고

화의사신; [그러겠다고 맹세하지 않으면 귀마신갑은 줄 수 없네.] 강렬한 표정으로

이군악; (별 수 없군.) + [알겠습니다.] 끄덕이고

이군악; (일단 귀마신갑을 챙긴 후 입 싹 닦으면 되지 뭐.) + [교주의 사부... 사존을 찾아가서...] 말하다가 움찔! 하며 곁눈질하는 이군악.

고호법이 노려보고 있다

이군악; [사존<님>을 찾아가서 뵙고 배교에 입문할 것을 맹세합니다.] 고호법의 눈치를 보며 말하고

화의사신; [천지신명께 걸고 맹세하게.] 엄숙하게

이군악; (그 늙은이 깐깐하기는...) + [천지신명께 걸고 배교의 제자가 될 것을 맹세합니다.] 엄숙한 표정으로 말하고

화의사신; [그걸로 되었네...] 슥! 웃으며 귀마신갑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화의사신; [이 순간부터 귀마신갑은 자네 것이네.]

이군악; [감사합니다.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두손으로 귀마신갑 들고 보며 희희낙락

화의사신; [사실... 귀마신갑을 사부님께 가져가면 큰 이득이 있다네.]

이군악; [이득?] 귀마신갑을 살피다가 고개를 들고

이군악; [무슨 이득이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화의사신; [사부님으로부터... 본교 최강의 절기인 번뇌인(煩惱刃)을 전수받을 수가 있거든...] 이군악의 속을 뚫어보는 표정으로 웃고

이군악; [그렇습니까?] 흥분. 놀라고

화의사신; [사부님은... 폐관연공에 들어가시면서... 이 못난 제자에게 분부하신 것이 있네.]

화의사신; [당신의 자질을 능가하는 인재를 찾아서... 귀마신갑을 들려 보내면 번뇌인을 전수해주시겠다고 하셨었던 걸세.]

이군악; (그러니까 이 귀마신갑만 있으면 사파무림의 최고 무공인 번뇌인을 배울 수 있다는....) 흥분해서 귀마신갑을 보고

화의사신; [귀마신갑을 갖고... 사부님의 연공장소를 찾아... 가시게.] 눈을 감고

화의사신; [그럼... 사부님께서 자네에게 절대무적의 위력을 지닌 번뇌인을 전수해주실 걸세.] 완전히 눈을 감고

이군악; [영사... 사존님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급히 묻고

화의사신; [화염산(火焰山)... 화렴동(火簾洞)...] 말 소리가 잦아들고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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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안개의 바다 외곽. 어느 산봉우리 위에서 해당의 보고를 받고 있는 이장진.

해당; [피해가 상당히 심각하옵니다.] 이장진의 눈치를 보며 보고하고. 이장진은 산봉우리 아래를 보고 있다.

해당; [이번에 동원한 본련의 자객 200여명중 절반 가까이가 살상을 당했어요.] 역시 고개 돌려 산봉우리 아래를 보고

산봉우리 아래쪽의 평지는 야전병원 같다. 자객 같은 인상의 무사들이 다친 동료들을 보살피고 있다. 다친 자들은 대부분 팔 다리가 잘리거나 뜯겨나간 중상을 입고 있다.

해당; [그나마 영주님께서 신속하게 경고를 해주신 덕분에 이 정도의 피해로 그칠 수가 있었어요.] 좀 반한 표정으로 이장진을 보는데. 그때

[!] 움찔! 무언가 느낀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안개에 덮인 진가구쪽을 보는 이장진

해당; [왜 그러시는가요 영주님?] 돌아보며 묻고

스으! 스으! 아직 안개가 진가구 일대를 덮고 있는데

이장진; [화의사신의 술법이 깨졌다.] 심각

해당; [화의사신의 술법이 깨지다니요?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진가구 일대를 덮은 안개의 벽을 보며 어리둥절할 때

이장진; [들어봐라 해당!] 심각

이장진; [더 이상 비명이 들리지 않고 있지 않느냐?] 귀를 기울이며 말하고. 그러자

해당; [정... 정말이네요.] 눈 치뜨고

해당; [아직 안개 속에 생존자들이 남아있을 텐데 비명이 갑자기 끊겼어요.] 흥분

이장진; [어떤 이유에서인가 화의사신이 술법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팟! 날아오르고

해당; [영주님!] 비명 지르는데

이장진; [뒷일은 네게 맡기겠다!] 휘익! 안개 속으로 날아 들어가며 외치고

해당; [조심하세요.] 다급히 외치지만

이미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이장진

해당; [우리 영주님은 정말 똘똘하고 추진력도 발군이란 말이지.] 배시시

해당; [처음에는 나이도 어리면서 련주(聯主)님의 핏줄이라는 사실 때문에 영주 노릇을 하는 것같아 반감이 강했지만...]

해당; [지난 일년간 쌓아온 실적을 보면 영주 자격이 충분하고도 넘쳐.] 숨이 좀 가빠지고

해당; [물론 아직 어려서 부족한 점이 많긴 하지만... 이 누나가 이것 저것 잘 가르쳐드릴 테니 기대하세요.] 자기 젖가슴 만지며 요염하게 웃는 해당. 혀로 입술 핥으면서

 

#41>

화의사신의 거처. 고호법이 필사적으로 화의사신에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화의사신의 심장에 박힌 검을 뽑아내려고 하는 중이다. 배교의 제자들 중 두 명의 여자가 주변에 무릎 꿇고 앉아 울면서 도와주고 있다. 상처를 손바닥으로 눌러 지혈하는 모습. 다른 배교의 제자들은 주변에 둘러서 보고 있고. 좀 떨어진 곳에는 기절한 환요와 목이 잘린 진호법의 시체가 뒹굴고 있다. 잘려진 진호법의 머리도 근처에 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고호법; [피를... 피를 막아라!] [더 이상 출혈이 있으면 안된다.] 왼손으로 검이 박힌 부분을 누르고 오른손으로 검의 날을 움켜쥐어 조심스럽게 뽑으며 외치고. 검의 날을 맨손으로 쥔 고호법의 손도 베어져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뚱녀; [예 호법님!] + 해녀; [어떻게 해? 어떻게 해?] 울면서 양손으로 필사적으로 화의사신의 상처를 눌러 지혈시키려고 하는 두 여자. 하지만 두 여자가 네 개의 손으로도 다 막지 못한 다른 상처에서는 피가 여전히 뿜어지고

[이게.... 이게 무슨...] [소교주가 왜 교주님과 진호법님을 해친 건가?] [제 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이긴 했는데...] 주변에 둘러선 배교의 다른 제자들도 사색이 되어서 보고.

스윽! 필사적으로 집중하며 검을 화의사신의 심장에서 뽑는 고호법

해녀; [교주님... 교주님! 돌아가시면 안돼요!] 눈물 콧물 흘리며 울고. 양손으로 화의사신의 상처를 누른 채

뚱녀; [흑달(黑獺) 이년아! 정신 차지 못해?] 우는 해녀 흑달에게 눈을 부라리고

뚱녀; [네년이 우는 바람에 교주님 몸이 흔들리잖아.] 해녀 흑달에게 호통을 치고

뚱녀; [그럼 호법님이 뽑고 있는 검의 날이 심장과 주변의 큰 혈관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걸 모르느냐?]

해녀; [죄.. 죄송해요 언니.] 끅끅 억지로 울음 참으려 하며 울고

뚱녀; [울어도 나중에 울란 말이야.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 당차게 말하지만 뚱녀도 눈물 흘리고 있고. 그때

팟! 마침내 검을 화의사신의 가슴에서 완전히 뽑는 고호법

푸슉! 검이 뽑힌 상처에서 피가 뿜어지고

고호법; [됐다!] 콱! 그 상처를 왼손으로 덮어 누르고

[아!] [휴우!] 보고 있던 배교 제자들과 두 여자 안도하고

고호법; (심장을 관통한 검은 무사히 뽑아냈다.) 검을 쳐들자

둘러서있던 배교 제자중 한명이 급히 두손으로 검을 받고

고호법;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징! 화의사신의 상처를 누른 고호법의 손바닥이 빛을 발한다.

<이제 교주님의 회생 여부는 온전히 하늘에 달렸다.> 치치치! 빛나는 고호법의 손바닥 아래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헌데 그 직후

<살기!> 오싹! 오한을 느끼고 눈 부릅뜨는 고호법

고호법; (아차!) + [조심해라! 적이 내습한다!] 다급히 고개 들며 외치고.

두 여자와 배교 제자들이 깜짝 놀라 주변 돌아볼 때

화악! 쐐액! 흩어지고 있는 안개 속에서 유령같이 튀어나와 마당으로 돌진해 들어오는 십여명의 도룡살객들. 무기는 주로 칼이다.

[헉! 적이다.] [막아라!] [교주님께 접근시키면 안된다!] 다급히 외치며 돌아서는 배교 제자들.

단번에 마당을 가로질러 오는 도룡살객들

[웬놈들이냐?] [감히!] 쩍! 서걱! 배교의 제자들 중 무기를 지닌 절반 정도가 무기를 휘두르며 돌진하여 도룡살객들을 막으려 한다. 하지만

쩍! 서걱! 엄청 빠른 속도로 스치면서 먼저 앞으로 나와 막으려던 무기를 쓰는 배교 제자들을 일거에 베어버리는 도룡살객들.

[크악!] [컥!] 뒤늦게 비명 지르며 죽는 그 배교 제자들을 등지고 이차 저지선을 구축하려는 배교 제자들과 그 뒤쪽의 고호법과 두 여자에게 쇄도하는 도룡살객들. 두 여자는 여전히 양손으로 화의사신의 상처를 누르는 자세로 돌아보고 있고 고호법은 벌떡 일어난 상태다

[이놈들...] [조심해라! 고수들이다.] 나머지 배교 제자들은 제자리를 지키며 방울이나 먼지털이개, 지팡이등을 휘둘러서 괴물들을 불러내어 도룡살객들을 막으려 한다. 이자들은 술법이 특기고. 고호법은 그 뒤에서 양손을 결을 지어 술법을 펼치려 한다. 하지만 그 직후

쩍! 서걱! [크악!] [컥!] 나머지 배교 제자들도 도룡살객들의 칼질에 몰살당한다. 도룡살객들의 칼질이 아주 빠르고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악!] [안돼!] 화의사신의 상처를 누른 채로 돌아보며 비명 지르는 두 여자. 그년들 앞쪽에서 배교 제자들이 몰살당해 나뒹구는 걸 등지고 도룡살객들이 쇄도해오는 게 보인다. 직후

고호법; [급급여율령(急急如律令)!] [천망개열전(天網蓋烈展)!] 쾅! 결을 지었던 두손을 번쩍 쳐들었다가 바닥에 내려친다. 엎드려 절하듯이. 그러자

화악! 그물로 이루어진 방어막이 생겨나서 일대를 뒤덮는다. 반구형의 돔같은 구조인데 그 안쪽에는 고호법 자신과 화의사신과 두 여자, 그리고 정신을 잃은 환요와 목이 잘린 진호법의 시체가 들어간다.

[!] [!] 돌진하다가 눈 부릅 놀라는 도룡살객들. 하지만

쾅! 쩍! 돌진하던 속도를 줄이지 못해서 어깨로 들이받거나 다급히 칼질하여 그물 형태의 방어막을 베는 도룡살객들.

슈욱! 쩍! 도룡살객들의 어깨에 부딪히고 칼에 베어진 그물망이 안으로 쑥 들어간다. 고무처럼 탄력이 있다. 다음 순간

텅! 펑! 그물 형태의 방어막이 일으킨 엄청난 반탄력에 몸뚱이가 퉁겨지고 칼이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허공으로 날아가는 도룡살객들

[헉!] [큭!] 쿵쿵! 휘릭! 충격 받고 겨우 내려서며 비틀거리는 도룡살객들

[아!] [휴우!] 그물 형태의 방어막 안쪽에서 안도하는 해녀 흑달과 뚱녀. 두년 앞에서는 고호법이 등을 보인 채 일어서고 있는데 두손을 결을 지어 얼굴 앞에 세운 채 주문을 외우고 있다.

[젠장! 배교의 술법이다!] [술법을 펼칠 기회를 주지 말았어야하는데...] [귀찮게 되었군.] 그물 형태의 방어막 앞에 멈춰서며 난감한 표정이 되는 도룡살객들.

고호법; (일단 위기는 넘겼다만....) 결을 지은 두 손을 얼굴 앞으로 세운 채 주문을 외우고

<저놈들...! 믿어지지 않게도 개개인이 교주님에 필적하는 실력을 지니고 있다.> 방어막 밖에서 칼로 방어막을 가리키며 자기들끼리 뭐라 말하는 도룡살객들을 배경으로 고호법의 놀람.

고호법; (대체 어떤 인간이 저런 괴물들을 길러낸 것일까?) 찡그리고. 바로 그 직후

가가강! 갑자기 허공에서 그물 형태의 방어막을 향해 유-에프오처럼 날아드는 수많은 톱니바퀴들. 크기는 손바닥만 하고 얇기는 종이보다 얇다. 길게 줄을 이어서 마치 채찍처럼 꿈틀거리며 날아든다

고호법; [연환파천륜!] 경악할 때

콰드드! 쩌적! 연환파천륜이 때리자 그대로 터져나가는 그물 형태의 방어막.

고호법; [복망(復網)!] 다급히 주문을 외우고. 그러자

쩌저적! 지직! 찢어졌던 방어막이 다시 복원되고. 하지만 그 직후

<어림없는 짓!> 가가강!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분리된 몇 개의 톱니바퀴가 찢어진 방어막 틈으로 날아들고.

[!] 주문을 외우다가 자신에게 날아드는 톱니바퀴들 보며 눈 부릅뜨는 고호법

<위험....> 필사적으로 몸을 틀어서 피하려는 고호법. 하지만

부악! 쩍! 그대로 고호법의 몸을 스치면서 팔 하나를 잘라버리고. 허벅지를 스치며 깊은 상처를 내는 톱니바퀴들

고호법; [큭!] 콰당당! 팔이 잘린 상처에서 피를 뿜어내면서 나뒹구는 고호법. 허벅지에 깊은 상처가 나서 균형을 잃은 것

[고호법님!] [안돼!] 그걸 보며 비명 지르는 두 여자. 여전히 네 개의 손으로 화의사신의 상처를 누르고 있고.. 털썩! 배경으로 잘려진 고호법의 팔이 바닥에 떨어진다

퍼억! 흩어지는 그물 형태의 방어막. 고호법이 중상을 입으면서 술법이 해제된 것

가가강! 고호법에게 중상을 입힌 톱니바퀴는 다시 돌아가고

[다시 만나게 되었군 늙은이!] 차차착! 날아드는 톱니바퀴를 소매 속으로 받아들이며 안개를 뚫고 마당으로 들어서는 어떤 자의 뒷모습. 모든 사람들이 그자를 돌아보고.

고호법; [네... 네놈...] 바닥에 쓰러져 잘려진 어깨의 상처를 남은 손으로 움켜쥔 채 고개 들고 이를 갈고

독불군; [본 공자의 즐거움을 방해했던 대가이니 원망하지는 말아줬으면 해!] 쿵! 능글맞게 웃으며 마당 안으로 들어서는 독불군의 앞 모습. 손을 들어서 소매 속으로 톱니바퀴들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42>

[!] 안개 속에서 달려오다가 흠칫! 하는 이장진. 진가구에 있는 집들 사이의 골목이다. 아직 안개가 완전히 흩어지지는 않았고

슥! 급히 돌담 뒤로 몸을 숨기는 이장진

담장 뒤에서 고개를 조금 내밀어 앞을 본다.

앞쪽은 화의사신의 집이고. 독불군이 화의사신의 집 마당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도룡살객들이 독불군을 돌아보고 있고. 그런 도룡살객들 앞쪽에는 화의사신의 집이 있으며 그 집 앞마당에 아수라장이 펼쳐져 있다. 화의사신을 치료하던 여자들이 돌아보고 있고. 고호법은 팔이 잘리고 다리 한쪽에 중상을 입은 채 일어나려 애쓰고 있다. 잘린 쪽의 팔을 성한 손으로 누르면서

이장진; (한걸음 늦었군.) 찡그리며 독불군의 뒷모습을 보고

<황금공자(黃金公子) 독불군! 황금성(黃金城)의 후계자로 부상하고 있는 저 사갈(蛇蝎)같은 자가 선수를 쳤으니 일이 어렵게 되었다.> 웃는 독불군의 얼굴 배경으로 이장진의 생각

이장진; (게다가 황금성에서 심혈을 기울여 기른 도룡살조의 악귀들까지 대동하고 있다.) 도룡살객들을 보고

이장진; (어떻게 계산을 해봐도 정면 승부는 어렵고...) 찡그리며 앞을 보고

시체처럼 늘어져 있는 화의사신의 모습 크로즈 업

화의사신의 오른손에 끼워져 있는 귀마신갑 크로즈 업

이장진; (귀마신갑...) 눈 번뜩

이장진; (저걸 차지하려면 뭔가 극적인 수단을 강구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일단은 인내하며 기회를 엿볼 수밖에 없다.> 담장 뒤에 숨어서 화의사신의 집쪽을 보는 이장진의 모습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43>

다시 화의사신의 집 앞마당. 독불군이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고

고호법; [독... 독불군!] 이를 갈며 필사적으로 일어나 앉고.

[소주!] [어서 오십시오.] [소주께서 저 늙은이의 술법을 깨트리지 않으셨으면 일이 번거롭게 될 뻔했습니다.] 도룡살객들이 독불군에게 인사하고

독불군; [수고들 했어.] 웃으며 화의사신쪽을 보고

겁에 질린 두 여자가 화의사신의 상처를 누른 채 돌아보고 있고.

화의사신의 오른손 크로즈 업. 귀마신갑을 끼고 있다

독불군; [원하던 물건이 저기 있군.] 웃고

독불군; [가서 가져와!] [후환이 없도록 계집들도 확실히 처리하고!] 엄지 손가락으로 자기 목을 긋는 시늉하고. 그러자

[존명!] 팟! 도룡살객들 중 두명이 유령같이 앞으로 튀어나간다.

고호법; [풍만(風滿), 흑달! 교주님을 지켜라!] 다급히 외치면서 벌떡 일어나려 하지만.

푸식! 베어진 다리의 상처에서 피가 뿜어지는 고호법

고호법; [큭!] 털썩! 다시 바닥에 주저앉는 고호법. 대신

뚱녀; [흑달! 넌 교주님을 모시고 피해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친다. 양손에는 솥 뚜껑같은 걸 하나씩 들었다. 바닥에 내려놨던 걸 들은 모습이고. 그 뒤에서 해녀 흑달이 화의사신을 일으켜 안으며 뒤돌아보고 있고

[두년 중 돼지쪽부터 죽겠다고 나서는군!] [입맛이 싹 달아나는걸.] 쩍! 서걱! 뚱녀를 베어오는 두명의 도룡살객

뚱녀; [크아!] 꽝! 양손에 든 솥뚜껑같은 무기를 세차게 부딪혀서 음파를 발산한다. 음파가 사방으로 퍼지지 않고 앞으로 확 터져나가는 모습. 도룡살객들을 쳐간다. 하지만

[이크!] [제법이구나 암퇘지!] 쩍! 두놈 중 조금 앞선 놈이 칼을 내리긋자 두놈을 향해 뿜어진 음파가 파도처럼 갈라진다.

뚱녀; (내 산혼음강(散魂音壁)을 저렇게 간단히...) 경악하며 비틀할 때

쩍! 음파를 가른 첫 번째 도룡살객 조금 뒤에서 폭발적으로 앞으로 쇄도한 두 번째 도룡살객이 그대로 뚱녀를 비스듬히 베어버린다. 단 칼에 몸이 둘로 갈라져 죽는 뚱녀.

해녀; [언니!] 퍼억! 몸이 갈라져 자기 앞에 나뒹구는 뚱녀를 보며 비명. 두 팔로 화의사신의 상체를 안아 일으킨 자세로. 직후

[아깝지만 네년도 암퇘지를 따라가거라!] 쩍! 뚱녀의 음파를 갈랐던 놈이 벼락같이 다가와 해녀를 칼로 내리쳐 온다.

고호법; [흑달!] 기어오다가 그걸 보며 비명.

[!] 자기에게 떨어지는 칼을 올려다보며 절망하는 해녀 흑달. 헌데 바로 그 직후

쾅! 옆에서 날아든 파번뇌탁이 해녀 흑달을 칼로 내리치던 도룡살객의 옆구리를 강타한다. 옆구리가 기역자로 꺾이면서 눈 치뜨는 도룡살객. 몸이 허공으로 붕 떠서 옆으로 밀려난다.

[억!] 두명의 도룡살객중 다른 한놈은 놀라 뒤로 물러서고. 그 뒤에서 나머지 도룡살객들과 독불군도 놀라고.

 

[!] 화의사신의 집 근처 담장 뒤에 숨어있던 이장진도 눈 부릅 놀라고

 

가앙! 도룡살객을 강타한 후 허공으로 치솟는 파번뇌탁. 그 앞에서 옆구리가 꺾인 도룡살객의 몸이 가랑잎처럼 날아가고

콰당탕! 멀찍이 날아가 나뒹구는 도룡살객.

휘익! 그자 옆구리를 강타했던 파번뇌탁은 포물선을 그리며 마당 입구쪽으로 날아가고. 사람들의 시선이 그런 파번뇌탁을 따르고

[흐윽!] 죽을 뻔 했다가 눈 치뜨는 해녀 흑달. 기어오던 고호법도 놀라고. 직후

[네놈들 많이 지나쳤다.] 턱! 날아든 파번뇌탁의 손잡이를 움켜쥐는 이군악의 손을 배경으로 이군악의 말이 들리고

일제히 돌아서며 마당 입구쪽을 보는 도룡살객들과 독불군

이군악; [인간의 탈을 쓰고 같은 인간을 짐승인 듯 도륙하는 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쿵! 받아든 파번뇌탁을 쳐든 자세로 마당으로 들어서고

 

이장진; (이군악!) 몸을 더 깊이 담장 뒤로 숨기며 눈 번뜩. 그때

 

이군악이 쳐든 파번뇌탁 크로즈 업

독불군; (저 목탁 혹시...) 슥! 이군악이 내리고 있는 파번뇌막을 보며 눈 번뜩이면서 주변의 도룡살객들에게 손짓을 하고. 그러자

<죽이자!> <생각지도 않은 훼방꾼이 나타났다!> 팟! 쐐액! 그 즉시 도룡살객들이 유령같이 움직여서 이군악을 베어간다.

해녀; [조... 조심해요!] 그걸 보고 자기도 모르게 비명

이군악; [이것들이...] 자신에게 벼락같이 칼질해오는 도룡살객들 보며 눈 부릅뜨고

이군악; [쓴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쾅! 쾅! 쾅! 파번뇌탁을 벼락같이 휘둘러서 선두의 도룡살객들을 팬다. 번개 치듯 날아든 파번뇌탁에 얼굴과 옆구리와 등을 맞아서 나뒹구는 세명의 도룡살객들. 죽이지는 않았다.

[!] [!] 파팟! 팟! 다른 놈들 눈 부릅뜨며 급정거하고.

퍼억! 퍽! 파번뇌탁에 맞아서 나뒹구는 세 놈.

독불군; [이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인 걸.] 갸웃하고

흑달; (저 무서운 인간백정들을 저렇게 간단히....) 놀라고. 고호법도 놀라고

이군악; [적당히들 해라 잡것들아.] 눈 부라리며 앞으로 오고

이군악; [난 아직 한 번도 인간은 죽여본 적이 없어서 손에 사정을 두었다.] 흑달과 고호법이 있는 쪽으로 거침없이 걸어오고. 자기도 모르게 주춤 거리며 옆으로 물러서서 길을 터주는 도룡살객들

이군악;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내게 덤비는 놈은 머리통을 박살 내줄 것이다.] 파번뇌탁을 들어 보이면서 좌우로 비키는 도룡살객들에게 눈을 부라리고

<고수!> <어리지만 화의사신을 능가하는 실력을 지닌 놈이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튀어나온 것인가?> 긴장하면서도 이군악을 뒤쪽에서 반원형으로 포위하는 도룡살객들. 그러거나 말거나

이군악; [이건 좀 봐주기가 그렇군.] 토막 나고 갈라져서 죽은 시체들을 밟지 않으려 주의하며 해녀 흑달 쪽으로 온다.

이군악; [인간 세상이 이렇게 잔인하고 악랄한 곳이라면 적응하기가 쉽지 않겠어.] 해녀 흑달 근처에 이르러서 찡그리고. 뚱녀의 시체를 내려다 보면서. 그때

독불군; [아직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였군.] 비웃고.

돌아보는 이군악.

독불군; [강자존(强者存),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이치도 모르면서 강호에 나왔다는 거냐?] 도룡살객들 뒤에서 비웃고

이군악; [뭔 헛소리냐?] 찡그리고

독불군;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약한 놈은 강한 놈에게 먹힐 수밖에 없는 곳이 무림이란다 아가야.] 비웃고

이군악; [그 인간 참...] 한숨 푹 쉬고

이군악; [오직 강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이 뭐냐?] 독불군을 노려보면서 살벌한 표정

이군악; [약육강식 어쩌고 하는 걸 보니 네놈은 스스로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라는 걸 자백하는구나.] 비웃고

[저놈이...] [감히 소주께...] 도룡살객들 분노. 독불군 역시 찡그리지만

독불군; [주둥이 놀리는 실력은 제법이로군.] 피식!

독불군; [과연 그 주둥이가 네놈 목숨을 살릴 수 있을지 보자.] [저놈도 같이 죽여라.] 도룡살객들에게 명령하고. 그러자

[존명!] [죽이자!] 긴장하며 조심스럽게 이군악에게 접근하는 도룡살객들. 그러자

독불군; [너희들 지금 뭐하는 거냐?] 그런 도룡살객들에게 눈을 부라리고.

움찔! 하며 독불군을 돌아보는 도룡살객들

독불군; [너희들은 용을 죽이기(屠龍) 위해 길러진 살객(殺客) 들이라는 걸 잊었느냐?] 도룡살객들을 노려보고. 그러자

번뜩! 번뜩! 도룡살객들의 눈이 살벌하게 빛을 발하고

이군악; (이놈들 봐라!) 눈을 약간 치뜨고

<뿜어내는 살기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되었다.> 쿠오오! 온몸에서 살기를 뿜어내며 이군악에게 접근하는 도룡살객들

[그렇다! 우리는 도룡살객이다.] [지난 십년간 용(龍)을 죽이기 위해 지옥같은 수련을 거쳐 오지 않았는가?] [저런 애송이 따위는 우리의 상대가 아니다!] 이를 갈며 이군악을 향해 칼을 겨누면서 다가오고. 쿠오오! 그놈들의 몸에서 뿜어지는 살기가 폭풍처럼 일어나 장내를 뒤덮고

흑달; [흐윽!] 전율하고

고호법; (살... 살기가 비정상적으로 강한 놈들이다.) 기다시피 해서 화의사신에게 다가오다가 역시 숨을 멈추고

독불군; (그놈들, 이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왔군.) 이군악을 반원형으로 포위하며 다가가는 도룡살객들을 뒤에서 보며 웃고

<도룡살객들은 패천오수중의 으뜸인 패륵(貝勒)을 상대하기 위해 길러지고 있는 살인병기들이다.> 살기를 뿜어내며 이군악을 향해 다가가는 도룡살객들의 모습을 배경으로 독불군의 생각을 나레이션

<실전경험이 일천한 것 외에는 부족한 점이 없는 놈들이니 일단 각성한 이상 죽이지 못할 인간은 없다.> 위 장면의 연속

이군악; (이놈들...) 찡그리고

이군악; (하나하나 만만치가 않은 실력을 지닌 고수들이다. 방심하면 안되겠다.) 꾹! 파번뇌탁을 움켜잡고. 그때

쩍! 한놈이 벼락같이 칼을 그어온다. 아주 빨라서 칼의 형상이 사라지고

이군악; (기선제압!) 부악! 역시 아주 빠르게 파번뇌탁을 휘둘러 그놈의 칼을 박살내려 하지만

슈욱! 바람처럼 휘어져서 파번뇌탁을 피하며 파고 드는 그놈의 칼

이군악; [억!] 기겁하며 몸을 틀고 젖히는 이군악. 슈욱! 그런 이군악의 목으로 날아드는 휘어지는 섬광.

서걱! 그 섬광이 이군악의 목을 스치면서 피가 튄다. 상처가 깊지는 않지만 베어졌고

이군악; [아프잖아 새꺄!] 바바방! 왼손으로는 상처를 누르며 오른손의 파번뇌탁을 단번에 십여차례 휘둘러 도룡살객을 때리지만

스팟! 옆으로 돌면서 피하는 도룡살객

쩍! 서걱! 좌우에서 다른 도룡살객들이 이군악을 베어온다

이군악; [젠장!] 휘릭! 이군악의 몸이 그자들의 공격을 피해 바람처럼 움직인다.

독불군; (소림칠십이절기에 속하는 경신술 유운보(流雲步)?) 흠칫! 하고

이군악; [크아!] 여기저기서 나타나며 파번뇌탁을 휘두르고 강철같이 변한 왼손을 휘둘러 두놈을 상대하는 이군악. 하지만 도룡살객들도 번개같이 움직여서 이군악의 공격을 피하고

독불군; (용조수(龍爪手)와 타초장(打草掌)까지!) 표정 굳어지고. 그때

휘익! 쩍! 또 두명의 도룡살객이 끼어들어 피하는 동료대신 이군악을 공격한다.

이군악은 그자들의 공격을 피하고 파번뇌탁으로 공격하지만

슈욱! 서걱! 미꾸라지처럼 피하면서 칼을 휘둘러 이군악의 몸에 상처를 내는 도룡살객들. 이군악의 옷과 피부가 갈라지며 피가 나고

이군악; [이 잡놈들이!] 갈라진 자기 옷을 보며 분노하고

이군악; [감히 내 새 옷을 헌 옷으로 만들어?] [용서가 안된다.] 바바방! 엄청난 속도로 돌면서 발길질을 한다. 바람개비처럼 휘도는 이군악의 두팔이 교대로 긴 창처럼 내뻗치고

퍼펑! 펑! [헉!] [큭!] 창날처럼 내뻗치는 이군악의 발길질에 직접 맞지는 않았지만 충격파에 휘청이는 도룡살객들

독불군; (저건 분명 선풍철창각(旋風鐵槍脚)!) 눈 부릅

독불군; (의심의 여지가 없다!) 흥분하고 긴장해서 주먹 꽉.

<저놈은 아버지등을 제거하기 위해 혈나한이 어디선가 몰래 기르고 있다는 여섯 번째 제자다.> 이군악이 날고 뛰며 도룡살객들을 상대하고 있는 것을 배경으로 독불군의 생각. 다섯명의 도룡살객들이 이군악을 에워싼 채 피하고 공격한다. 마치 한 마리의 호랑이를 여러 마리의 늑대가 협공하는 듯한 모습. 이군악의 공격이 강력하긴 하지만 도룡살객들을 직접 타격하진 못한다

 

#44>

이장진; (황금성이 엄청난 자금과 시간을 들여 기르고 있다는 도룡살객들...) 담장 뒤에 숨어서 화의사신의 집쪽 보며 생각. 화의사신의 집 마당에서는 이군악이 일대오로 도룡살객들과 싸우고 있다. 날고 뛰며 공격하지만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도룡살객들

이장진; (저자들이 실전에 투입된 것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장진; (귀마신갑의 확보 여부를 떠나 큰 소득이 있었다고 봐야한다.)

<도룡살객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었으니...> 이군악을 에워싸고 유기적으로 공격하며 빠지는 도룡살객들의 모습을 배경으로 이장진의 생각. 이군악은 파번뇌탁을 휘두르며 미친 듯이 날뛰지만 치고 빠지는 도룡살객들을 어쩌지 못한다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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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화의사신의 집

[!] [!] 눈 부릅! 놀라는 고호법과 화의사신. 화의사신은 조금 놀라지만 고호법은 많이 놀란다.

방으로 도로 들어가려던 진호법도 놀라며 돌아보고

삘릴리... 어디선가 들리는 피리소리

고호법; [교주님!] 다급히 화의사신을 돌아보고. 마당의 중년인들은 어리둥절하며 그런 고호법을 돌아보고

화의사신; [최심탈혼곡...] [분명 본교의 최심탈혼곡이로군.] 끄덕이고. 심각한 표정

진호법; [그럼 지금 피리를 불고 있는 건 독불군이란 놈이겠소.] 방으로 들어가려다가 문간에서 돌아보며 말하고. 삘릴리! 그 배경으로도 피리소리가 들리는데

[!] 번쩍! 감았던 눈을 뜨는 방안의 환요. 이어

스윽! 허깨비처럼 침대에서 일어나는 환요. 진호법은 다시 마당 쪽을 보고 있어서 환요가 일어나는 걸 눈치채지 못한다

고호법; [모두 정신 바짝 차려라.] [최심탈혼곡이 너희들을 심혼(心魂)을 조종하여 꼭두각시로 만들 수도 있다.] 마당 안의 중년인들에게 외치고

[예 호법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설마 저희들이 본교의 술법에 당하겠습니까?] 긴장하면서도 외치고. 모두 집쪽으로는 등을 보인 채 외곽을 경계한다.

진호법; [패천오수가 직접 왔을 수도 있지 않겠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호법에게 묻고

고호법; [그럴 수도 있지만...] 돌아보며 말하다가 흠칫!

진호법 뒤에서 환요가 집 밖으로 나오려 한다. 진호법도 비로소 알아차리고 돌아보는데. 환요는 좀 몽롱한 표정으로 손에는 검을 뽑아들고 있다.

진호법; [소교주!] 돌아보면서도 문에서 옆으로 비켜서고

진호법; [더 누워있지 않고 왜 일어났는가?] 문에서 나오는 환요에게 묻고. 고호법에 이어 화의사신도 돌아보고

환요; [이젠... 괜잖아요.] 몽롱한 눈빛으로 말하며 허깨비처럼 집 밖으로 나오고

환요; [원수가 목전에 있는데 어찌 편히 누워 있을 수 있겠어요?] 화의사신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다가가고. 화의사신은 다시 앞을 보고 있다

진호법; (독불군이란 놈이 근처에 있는 걸 알았군.) + [그래도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을 텐데...] 말리진 못하고 화의사신에게 다가가는 환요를 따라가는 진호법.

 

#36>

독불군이 있는 안개의 바다 외곽의 산봉우리. 주변에 도룡살객들은 없다. 이미 안개 속으로 들어가 화의사신의 거처로 돌진할 준비를 하고 있고

독불군; (때가 된 것같군.) 삘릴리... 피리를 불면서 눈 번뜩이고

<뿌려놓은 씨가 맺은 열매를 거두어드릴 때가...> 삐익! 강하게 피리를 부는 독불군의 모습 배경으로 독불군의 생각

 

#37>

다시 화의사신의 집.

삐익! 그곳에도 독불군이 강하게 분 피리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 움찔! 하는 반면

빠직! 화의사신의 뒤쪽에 멈춰선 환요는 벼락을 맞은 것같은 충격을 받고 눈 치뜬다. 하얗게 백열되는 눈.

이어 환요의 뇌리에 떠오르는 기억

 

<내 말을 기억해두시오 환요소저. 이 피리소리를 다시 듣게 될 때면 소저 앞에 소저의 어머니를 죽인 원수가 있을 것이오.> 삘릴리... 피리를 부는 독불군의 모습을 배경으로

<소저의 어머니는 무참히 강간을 당한 후 불구덩이 속에 던져져 타죽었소.> 독불군의 암시를 배경으로 어떤 여자가 발가벗겨진 채 사내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있다. 이런 저런 자세로 여러 사내들에게 강간을 당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여자의 모습이 이어지고. 그러다가 불타는 건물에 던져지며 허우적거리는 알몸의 여자

 

환요; [으으으!] 현실의 환요가 눈물 흘리고 이를 바득 바득 간다.

흠칫! 하며 그 모습을 돌아보는 고호법. 화의사신 옆에 서있고.

진호법; (소교주의 상태가 이상한데...) 환요의 뒤에서 찡그리지만

진호법; (온몸에서 살기가 터져 나오고 있다. 자신을 욕보일 뻔했던 독불군이란 놈을 떠올린 때문인가?) 찡그리면서 갸웃할 때

 

<강간당하고 불에 타죽은 어머니의 원수를 갚게 해주겠소.> 환요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불속에서 몸부림치며 타죽는 여자의 모습. 그걸 보며 웃는 사내들

<이 곡조를 다시 듣는 순간 소저의 바로 앞에 있는 자가 원수이니 절대 용서하지 말고 죽여 버리시오.> 삐이! 독불군이 강하게 피리를 부는 장면이 환요의 머리 속에 떠오르고.

확! 크로즈 업되는 화의사신의 뒷모습. 순간

환요; [죽어!] 푹! 그대로 화의사신의 등을 검으로 찔러 검 끝이 앞으로 나오게 만드는 환요. 덜컥! 하며 고개를 쳐드는 화의사신

고호법; [교주님!] 옆에서 돌아보며 비명.

진호법; [안돼!] 환요의 뒤에서 보며 비명

[헉!] [저... 저런...] [소교주가 왜 교주님을...] 마당 안의 다른 인물들 돌아보며 기겁. 그때

환요; [어머니의 원수! 죽어라! 죽어!] 푹푹! 검을 뽑았다가 다시 화의사신의 몸을 찌르기를 반복한다. 미친 듯이 빠르게 뽑고 찌르는 모습. 몸이 마구 뚫리며 피를 토하는 화의사신.

진호법; [안돼! 안돼!] 그런 환요 뒤에서 비명만 지르는데

고호법; [무슨 짓이냐?] 펑! 비명 지르며 장풍을 날려 환요의 가슴을 강타하는 고호법

콰당탕! 피를 뿌리며 뒤로 나뒹구는 환요. 입과 코로 피를 토하면서 나뒹구는데 검을 여전히 쥐고 있다. 진호법 옆으로 퉁겨져 진호법 뒤쪽에 나뒹구는 모습이고

화의사신; [컥!] 휘청! 피를 토하면서 앞으로 쓰러지려 하고

진호법; [교주님!] 비명 지르며 화의사신에게 달려들어서

진호법; [정신 차리세요 교주님! 돌아가시면 안돼요.] 화의사신을 부축하며 비명.

고호법; [진호법! 교주님의 상처를 응급처치하게!] 환요에게 장풍을 날린 자세로 화의사신과 진호법을 돌아보며 외치고. 바로 그때

환요; [크아!] 펑! 나뒹굴었던 바닥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고. 눈 부릅뜨며 돌아보는 고호법

환요; [죽인다.] 쩍!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가 몸을 돌리며 다시 화의사신에게 쇄도하며 검을 찌르려 한다. 진호법이 화의사신을 부축하여 탁자에 누이려 하는 중이고

고호법; [환요! 네년이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아느냐?] 화악! 손에서 그물같은 기운을 뿜어내 환요를 덮어씌우지만

스팟! 갑자기 사라지는 환요. 공간이동한 것

고호법; [이격보(離隔步)!] 아차! 할 때

스팟! 화의사신을 부축하는 진호법의 바로 뒤에 나타나 검을 내리그으려는 환요. 기겁하며 돌아보는 진호법

진호법; [안돼!] 부축하던 화의사신을 단상 앞쪽으로 확 밀어버리고. 직후

쩍! 환요의 검이 그대로 진호법의 목을 쳐버린다.

[악!] [꺄악!] [헉!] [진호법님!] 돌아보던 배교 제자들 비명

그물같은 기운을 뿜어낸 자세로 돌아보던 고호법도 눈 부릅

퍼억! 콰당탕! 화의사신의 몸이 단상 앞의 바닥에 나뒹굴고. 잘려진 진호법의 머리도 그 주변으로 떨어진다. 눈을 부릅뜨고.

푸학! 목이 잘린 진호법의 몸통은 비틀거리며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고. 그때

탁! 단상에 내려섰다가 다시 박차고 높이 날아오르는 환요

환요; [죽인다! 어머니의 원수!] 쩍! 미친년처럼 다시 화의사신을 향해 검을 휘둘러간다. 화의사신은 바닥에 나뒹굴었다가 몸을 뒤집어 눕고 있다. 하늘 보는 자세로. 입과 코로 피를 흘리고. 가슴과 등에 난 여러개의 상처에서 피가 뿜어지고 있고

고호법; [안.. 안돼!] 울부짖으며 돌아서지만 환요를 막을 수 없고

화의사신을 내리쳐가는 환요의 검. 그때

슥! 하늘 보는 자세로 누운 화의사신의 오른손이 힘겹게 쳐들리고

징! 빛을 발하는 화의사신의 오른손에서 귀마신갑이 나타나며 진동하고. 직후

콱! 반투명하고 시커먼 손의 형상이 그대로 환요의 머리통을 움켜잡는다. 귀마신갑이 확대된 형상이고

[아!] [교... 교주님!] 배교 제자들 경악하고 안도하고

환요를 덮쳐가려던 고호법도 눈 부릅뜨며 멈추고

환요; [끄윽....] 허공에 뜬 채 머리통이 반투명한 손에 쥐어져 신음하고

화의사신; [최... 최심탈혼곡에 조종당하고 있구나.]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며 탄식하고.

환요; [크아!] 휙! 악을 쓰며 검을 던지고

퍽! 환요가 던진 검이 그대로 화의사신의 가슴에 박히고. 퍼덕이는 화의사신의 몸뚱이

[악!] [교주님!] 배교 제자들의 비명.

고호법; [네년이 끝내...] 이를 갈며 빛나는 손으로 환요를 쳐가려 하지만

화의사신; [그... 그러면 안되네 고호법.] 피를 게워내며 헐떡이고

고호법; [교주님!] 멈칫! 하며 화의사신을 돌아보고

화의사신; [요아는... 잘못이 없어!] 징! 환요의 머리를 쥐고 있는 반투명하고 거대한 귀마신갑 형상의 손이 빛을 발하고

[아아악!] 빠지직! 감전당하며 비명 지르는 환요.

고호법; (최심탈혼곡!) 눈 부릅

고호법; (소교주는 최심탈혼곡에 혼백이 제압당한 상태였구나!) 비로소 깨닫고 그런 환요를 올려다 보는 고호법. 그때

환요; [끄윽...] 눈에서 초점이 완전히 사라지는 환요

축! 이내 정신을 잃고 축 늘어지는 환요. 이어

주르르! 화의사신의 입에서 대량의 피가 흘러나오고

스스스! 환요의 머리통을 움켜쥔 채 쳐들고 있던 귀마신갑 형태의 거대한 손이 흐려지고

퍼억! 바닥에 나뒹구는 환요의 몸뚱이. 기절한 상태고. 이어

툭! 쳐들렸던 화의사신의 오른쪽 손도 바닥에 떨어진다. 귀마신갑이 완전히 드러난 상태고

[교주님!] [교주님!] 울부짖으며 화의사신에게 몰려드는 고호법과 배교 제자들

눈을 감은 채 입과 코, 가슴의 상처들에서 피를 흘리는 화의사신. 가슴의 심장 부분에는 환요가 던진 검이 박혀있고

[크흑!] [어... 어떻게 이런 일이...] 화의사신의 옆으로 무너지듯 주저앉는 고호법. 배교 제자들도 오열하고

 

#38>

짙은 안개 속. 파번뇌탁을 왼손에 들고 서있는 이군악. 그 주변으로 수많은 괴물들이 몰려들고 있다. 괴물과 마귀들의 키가 엄청 커서 이군악의 모습이 난장이처럼 보인다.

이군악; [이거 참...] 오른손으로 머리 긁적이고

이군악; [저놈들이 어째 전부 내 주위로만 몰려드는 것같군.]

징징! 진동하는 파번뇌탁

이군악; [삿된 것들을 박살내는 힘을 지닌 파번뇌탁이 오히려 저것들을 자극하여 끌어들이는 건가?]

이군악; [너무 많이 몰려드는 바람에 예정보다 화의사신의 거처로 접근하는 게 늦어져 버렸다.] 한숨 쉬고

크아! 키이! 크크! 다시 이군악을 공격하려는 수많은 괴물들

이군악; [아무래도 철두각죄공을 한 번 더 써야될 것같구나.] 그걸 보며 한숨 푹! 쉬고

이군악; [아무리 철두각죄공으로 마빡을 단단하게 만든다고 해도 파번뇌탁으로 때리면 골이 울려 정신을 못 차리는데...]

크크! 카아! 무기를 휘둘러 이군악을 공격하려는 마귀들

이군악;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구나.] 두손으로 파번뇌탁을 쥐어서 자신의 마빡을 올려치려는 이군악. 헌데 바로 그 직후

멈칫! 멈칫! 이군악을 공격하려던 마귀들. 이어

스스스! 퍼억! 안개처럼 흩어지거나 물방울처럼 터지는 마귀와 괴물의 형상들

이군악; [어!] 두손으로 든 파번뇌탁으로 마빡을 올려치려다가 멈칫! 하며 놀라는 이군악

퍼억! 완전히 사라지는 마귀들

이군악; [화의사신이 술법으로 소환했을 이계의 존재들이 갑자기 소멸되었다. 그렇다는 건...] 주변을 급히 둘러보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높은 바위. 높아서 안개에 덮인 윗부분이 잘 안보인다

이군악; [화의사신의 신상에 변고가 생겼겠구나. 더 이상 술법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팟! 바위 쪽으로 날아오르는 이군악

펑! 안개의 바다 위로 뚫고 치솟는 이군악. 이군악의 앞쪽에 바위 윗 부분이 안개의 바다 위로 섬처럼 치솟아 있는 게 보이고

휘릭! 바위 위로 내려서고

이군악; [화의사신의 거처는 저쪽이었을 텐데...] 두리번 거리며 살피고. 그때

화악! 스스스! 진가구 일대를 뒤덮고 있던 안개가 급격히 흩어지고 있고.

흩어지는 안개 속 여기저기 수많은 시체들이 널려있는 게 보이는데.

그 흩어지는 안개 속으로 보이는 화의사신의 집. 이군악과의 거리는 1키로쯤 된다. 마당에 화의사신의 쓰러져 있고 화의사신의 주변에 배교의 제자들이 몰려있는 게 보인다. 고호법이 화의사신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응급조치를 하고 있고. 그 근처에 목이 잘린 진호법의 시체와 정신을 잃고 쓰러진 환요의 모습이 보인다

이군악; (역시!) 오른손을 이마에 대고 살피며 눈 번뜩

<화의사신이 변을 당했다!> 둘러선 사람들 사이로 화의사신이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져 있고 그 화의사신의 가슴에서 고호법이 검을 뽑으려 하는 게 보인다. 그러다가

[!] 눈 부릅 뜨는 이군악.

슈우! 쐐액! 흩어지는 안개 사이로 빛줄기처럼 화의사신의 집으로 쇄도하는 십여명의 인물들. 바로 독불군이 데리고 온 도룡살조의 자객들인 도룡살객들이다.

이군악; (고수!) 눈 부릅

<가공할 살기가 느껴지는 자들이 화의사신의 거처로 쇄도하고 있다.> 화의사신의 집쪽으로 날아가는 도룡살객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주는 배경으로 이군악의 생각. 도룡살객들은 눈에는 썬그라스같은 띠를, 입에는 마스크를 하고 있음 주의

 

#39>

깊은 산중. 달빛이 비치는데

날아오는 삼비검조와 설지. 삼비검조는 산책하듯 뒷짐 짚고 걸어가고. 하지만 엄청 빨라서 한 걸음에 수십미터씩 움직이고. 설지는 필사적으로 날아서 따라간다

설지; (흑수련의 간계 때문에 진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졌었다.) 앞서서 걸어가는 삼비검조를 따라가며 이를 악물고. 땀으로 흘리는 중이다

설지; (사부님을 모시고 진가구에 도착할 때까지 변고가 없어야할 텐데....) 생각할 때

[!] 무언가 느끼는 표정이 되는 삼비검조

슥! 산중의 높은 바위 봉우리 위에 멈춰서는 삼비검조

[!] 뒤따라가다가 눈 치뜨는 설지

설지; [사부님!] 휘익! 삼비검조의 옆으로 멈춰서고. 삼비검조는 멀리를 보고 있다. 이제 진가구와는 그리 멀지 않아서 몇 개의 산 너머로 바다가 보이고. 바닷가의 일부가 짙은 안개로 덮인 게 보인다. 물론 그곳이 진가구고

설지; [왜 그러세요 사부님? 무언가 느껴지시는 건가요?] 삼비검조의 옆에 내려서며 함께 멀리 진가구 쪽을 보고

삼비검조; [무량수블! 일을 꾸민 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자가 기도한 대로 일이 진행된 것같구나.] 탄식하고

설지; [화의사신 신상에 변고가 일어났군요.] 깨닫고 눈 치뜨며 진가구 쪽을 보고

삼비검조; [진가구 일대에 펼쳐져 있던 술법이 소멸되고 있다.] 끄덕이며 손을 들어 진가구 쪽을 가리키고. 고개 빼서 보는 설지

진가구 일대를 두텁게 덮고 있던 안개가 조각조각 갈라지며 흩어지는 게 멀리서도 보인다

설지; [어떤... 어떤 자가 화의사신을...] [흑수련의 짓일까요?] 흥분 다급

삼비검조; [배교의 교주쯤 되는 위인이 자객 나부랭이들에게 당했을 것같지는 않다만...] 스윽! 다시 걸음 옮기고. 한 걸음에 산봉우리와 산봉우리 사이를 건너간다

삼비검조; [세상 일이란 모르는 일! 서둘러야겠다.] 휘익! 공간이동 하듯 멀리 가는 삼비검조. 그 뒤를 필사적으로 몸을 날려 따라가는 설지

설지; (대체 어떤 자가 손을 쓴 것일까?) 삼비검조를 따라 날아가며 생각하고

<사부님 말씀대로 혈나한에게도 죽지 않은 화의사신이 자객 따위에게 변을 당할 리가 없는데...> 멀어지는 두 사람의 모습 배경으로 설지의 생각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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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멀리 진가구가 보이는 높은 바위산. 이군악과 이장진이 숨어있는 곳. 그 산봉우리로도 안개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산 정상에 가까운 곳. 높은 바위 아래 평지에 대짜로 누워서 코를 골고 자고 있는 이군악. 그 옆에서는 이장진이 긴장한 표정으로 한 무릎을 꿇은 채 아래를 보고 있다.

산 아래는 완전히 안개의 바다. 진가구와 그 일대가 두터운 안개로 덮여있고 이군악과 이장진이 있는 곳만 안개 위에 섬처럼 떠있다.

[크아아악!] [케엑!] [이... 이 마귀들이...] [무기... 무기가 듣지 않는다.] [환각이 아니다. 진짜 마귀들이다.] 안개의 바다 아래에서 연달아 터지는 비명소리들

안개 속에서 거인들이 움직이고 있는 형상이 흐릿하게 보인다. 개미같이 작은 사람들이 학살 당하거나 도망치고 있고

이장진; (드디어 시작된 건가?) 눈 번뜩

이장진; (화의사신이 자위(自衛)를 위해 술법을 쓸 것은 예상했지만...) 바로 근처까지 밀려온 안개의 바다를 내려다 보고

 

<처음부터 환각이 아니라 살상을 일으키는 술법을 쓸 줄은 몰랐다.> 안개 속에서 벌어지는 도살극을 배경으로 이장진의 생각. 공포에 질려 달아나는 사람들. 마귀와 괴물, 장군의 형상을 한 천신들이 사람들을 무차별 학살한다. 화의사신이 귀마신갑으로 불러낸 그것들은 모두 키가 3-5미터의 거인들인데 몸은 반투명하지만 무기와 이빨, 손톱등은 실제다. 저항하는 자들의 공격은 마귀들의 몸을 허무하게 통과하고 반면 마귀들의 무기나 손톱 등은 사람들을 실제로 찢거나 갈라서 죽인다.

 

화악! 이군악과 이장진이 있는 산봉우리 쪽으로도 안개가 급격히 밀고 올라온다

이장진; (근처에서 가장 높은 여기도 위험해졌다.) 일어나고

이장진; (일단 외곽으로 물러나서 추이를 살펴야겠다.) 이군악을 돌아보고

이군악은 코를 골며 신나게 자고 있다

[음냐! 음냐!] 입맛을 다시며 손을 상의 속에 넣어 벅벅 긁어대는 이군악

이장진; (이런 상황에서 잘도 자는군.) 쓴웃음

이장진; (배포가 큰 건지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지 원...) + [일어나게.] 발로 툭! 이군악의 옆구리를 차고

이군악; [응?] 움찔하며 눈을 뜨고

이장진; [서둘러야하네. 그만 자고 일어나게나.] 내려다보며 말하고

이군악; [왜? 무슨 일인데?] 눈 꿈뻑이며 천천히 일어나고. 그러다가

이군악; [어!] 비로소 주변이 짙은 안개에 덮이고 있는 것 발견하고 눈이 동그레지고

이군악; [언제 안개가 이렇게 짙게 끼었대?] 가슴 긁으며 어리둥절. 주변 둘러보고.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이장진; [화의사신이 작정하고 살상을 시작했네.] [우리도 화의사신의 술법에 휘말리기 전에 여길 이탈해야만 하네.] 주변 둘러보며 말할 때

이군악; [이미 늦었어.] 허리춤에 걸고 있던 파번뇌탁의 손잡이를 잡으며 벌떡 일어나고. 동시에

[!] 무언가 느끼고 눈 부릅뜨는 이장진. 화악! 그 뒤쪽 안개 속에서 거대한 손이 이장진을 움켜오고 있다. 손 하나의 크기가 이장진 키보다 크다. 손 전체가 반투명한데 손톱만은 아주 날카롭도 불투명하다.

이장진; [이런...] 쩍! 벼락같이 돌아서며 칼을 뽑아 자기를 움켜쥐어오는 거대한 손을 베어버리는 이장진. 하지만

쩍! 이장진의 칼은 거대한 손의 손가락을 그대로 통과해버리고

[!] 뒤로 물러서다가 눈 부릅뜨는 이장진. 거대한 손이 그대로 이장진의 몸을 움켜쥐려 한다

이장진; (당했다!) 절망하며 칼로 몸을 지키려 하고. 바로 그때

땅! 펑! 요란한 소리가 나면서 이장진의 몸을 움켜쥐려던 반투명한 손이 그대로 물풍선처럼 터져버린다.

끄아아아! 손가락이 터져나간 손을 번쩍 쳐들면서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마귀. 안개 속에서 상체가 드러나는데 키가 5미터도 넘는 거인이다.

이군악; [조심해야지.] 떵! 떠그르르! 오른손으로는 목탁을 들고 왼손은 꿀밤 놓은 형태를 한 채 목탁을 두드리며 말하는 이군악

이장진; [고맙네!] 휙! 뒤로 날아서 이군악 옆으로 오고.

이군악; [다행히 파번뇌탁은 효과가 있긴 했지만...] 주변 둘러보고

이군악; [어째 저 친구들을 화나게 만든 것같구만.] 억지로 웃으며 올려다보는 이군악. 그 옆의 이장진도 놀라 눈 부릅. 주변으로 여러 마리의 마귀와 괴물들이 안개속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다.

이장진; (아차 하는 사이에 포위당했다.) 찡그리며 심각한 표정

부악! 쩍! 카아! 마귀들의 살벌하고 무지막지한 공격. 무기를 휘두르고 손톱을 그어낸다

이군악; [피해! 보통의 무기나 무공으로는 저 괴물들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해.] 피하며 외치고. 이장진도 급히 몸을 날려서 피하지만

쩍! 콰쾅! 이장진을 공격하는 무기와 발길질, 손짓이 사방에서 날아든다. 필사적으로 피하는 이장진. 반면

이군악; [가만 있어보자. 사부가 가르쳐준 무공들 중에 이런 상황에 쓸만한 게 있었는데...] 좀 여유있게 피하면서 고개를 갸웃 갸웃하며 생각하는데. 그 직후

쩍! 서걱! 피하던 이장진의 몸에 상처가 나고. 신음은 토하지 않지만 고통으로 이지러지는 이장진의 얼굴

이군악; [괜잖은가 친구?] 그걸 보고 외치고. 자신은 여유있게 피하면서

이장진; [괜잖고 자시고 할 거 없고... 빨리 여길 빠져나가야만 하네.] 필사적으로 마귀들 사이로 몸을 날리지만

앞쪽에서 다시 나타나 가로 막으며 공격하는 마귀들

이장진; (큭!) 사력을 다해 몸을 틀어 피하지만 이번에도 마귀의 날카로운 손톱이 스치면서 얼굴에 상처가 난다

이군악; [쳇! 한가하게 무공을 되새김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군.] 두손으로 파반뇌탁을 앞으로 쳐들어서 자기 머리를 때리려고 한다

이장진; (무슨 짓을...) 마귀의 후속 공격을 피하면서 그걸 보고 놀랄 때

쩡! 이군악의 이마가 금속처럼 변하고.

이군악; [철두각죄공(鐵頭覺罪功) 타(打) 파번뇌탁(破煩惱鐸)!] 꽝! 금속처럼 변한 이마와 목탁을 강하게 충돌시킨다. 그러자

떵! 부악! 파번뇌탁에서 강한 음파가 터져나와 주변으로 파문처럼 확 터져나가고.

이장진; [큭!] 두손으로 귀를 가리며 휘청할 때

퍼석! 퍼펑! 펑! 주변의 모든 마귀들이 물방울처럼 터진다. 안개도 밖으로 확 밀려가고

이장진; (화의사신이 술법으로 소환한 이매망량들이 소멸되었다.) 귀를 막은 채 비틀거리며 놀라고. 이마 찡그린 채로

그러다가 흠칫! 하는 이장진

이군악; [끄으... 세상이 돈다 돌아!] 눈이 돌아가고 해롱해롱하며 비틀거리고 있는 이군악. 머리 주위로 별들이 뱅뱅 돌고 있고

이장진; [괜잖은 건가 친구?] 급히 다가가지만

이군악; [걱정마! 걱정마!] [내 마빡은 철두각죄공을 익혀서 무쇠보다 더 단단해.] 술 취한 듯이 비틀거리며 웃고

이장진; (철두각죄공!) (그건 소림칠십이절기 중의 하나인데...) 놀라며 이군악의 팔을 잡아 부축하고

이군악; [다만... 파번뇌탁이 쇠중에서도 가장 단단한 태강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골이 좀 울리는 것뿐이야.] 해롱 해롱

이장진; (생각났다.) 파번뇌탁을 보며 깨닫고

이장진; (파번뇌탁은 혈나한 대자(大慈)대사가 사마외도를 때려죽일 목적으로 태강으로 만들었다는 살인무기였다.) 파번뇌탁을 배경으로 이장진의 생각

이장진; (그렇다는 건 이 친구가 혈나한의 제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긴데...) 놀라며 이군악을 볼 때

이군악; [내 걱정은 말고... 자네는 빨리 여길 빠져나가게. 괴물들이 다시 몰려들기 전에...] 이장진의 손에서 팔을 빼며 말하고. 시선은 주변을 둘러보고

흠칫! 하며 주변을 보는 이장진

스으! 스! 안개 속에서 다시 사람의 형상들이 건들건들 산봉우리쪽으로 몰려오고 있다

이장진; [자네도 함께 피해야하지 않겠나?] 긴장하며 주변을 둘러보지만

이군악; [내 걱정은 하지마.] 털썩! 바닥에 주저앉고

이군악; [이미 봤다시피 난 술법으로 소환된 저 마귀새끼들을 상대할 방법이 있어.]

이장진; [하지만...]

이군악; [파번뇌탁과 박치기를 했더니 현기증이 좀 심해.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갈 테니까 자네 먼저 자리를 피하게나.]

이장진; (어쩔 수가 없군.) + [알았네.] 물러서고

이장진; [아무쪼록 조심하게나.] 휘익! 진가구 반대쪽의 산비탈쪽으로 몸을 날린다.

이군악; [내 걱정은 말고 멀리 멀리 피해있게나.] 외치고

곧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이장진. 그러자

이군악; (갔지?) 히죽 웃으며 일어나고

이군악; (귀찮은 거머리도 떼어냈으니 이제 슬슬 화의사신을 만나러 가볼까?) 이장진과 반대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안개 속으로 들어가고

 

<오늘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화의사신이 아니라 화의사신의 수중에 있는 한 가지 물건 때문이라네.> 안개 속으로 들어가면서 이장진의 말을 떠올리는 이군악.

<귀마신갑(鬼魔神匣)이라는 일종의 장갑(掌匣)일세.> <배교의 으뜸가는 보물로 교주의 상징이기도 한데... 그걸 제대로 쓰기만 하면 귀신과 마귀와 천신을 마음대로 소환해서 부릴 수가 있다더군.>

 

이군악; [귀신과 마귀와 천신을 마음대로 소환해서 부릴 수 있는 장갑...] 흥분하고

이군악; [그렇게 신기한 물건이라면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가 없지.] 히죽대며 걸어가는 이군악의 앞쪽에서 마귀가 공격해오지만

이군악; [미안하지만 귀마신갑은 내가 차지해야겠네 친구.] 떵! 말하며 왼손으로 쳐든 파번뇌탁을 또 오른손으로 꿀밤 주듯 때리는 이군악.

퍼억! 파번뇌탁에서 일어난 진동이 마귀의 몸을 물방울처럼 터트린다.

 

#33>

진가구. 안개의 바다가 된 그곳에 태풍의 눈같은 부분이 있다. 안개가 원통형으로 벽을 이루고 있는 곳. 바로 화의사신의 집이다. 화의사신의 집 주변만 원형으로 안개가 끼어있지 않다. 그래서 거대한 통 안에 들어있는 것 같은데.

집 앞 마당 한 가운데에는 높이 1미터에 사방 2미터 정도인 탁자가 하나 놓여있고 그 탁자 위에 화의사신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다. 양손을 가슴 앞에 모아 결을 지은 채 지그시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고 있다. 오른손에 귀마신갑을 끼고 있지만 안 보인다. 주문을 외우는 화의사신 옆에는 고호법이 호위하듯 서있고

두 사람 앞쪽의 마당 외곽에는 긴장한 표정의 마을 사람들 십여명이 화의사신을 중심으로 반원형을 이루며 서있다. 젊은이는 없고 모두 중년인들이다. 이들은 배교의 생존자들이다. 각자 무기를 한가지씩 들었는데 칼과 검, 창을 들기도 했지만 손에 방울이 여러 개 달린 작대기나 먼지털이개, 빗자루등을 든 인물들도 있다. 십여명의 사람들중 여자는 두명이다. 뚱뚱한 중년부인과 마치 흑인인 것처럼 가무잡잡한 피부에 늘씬하고 빵빵한 체격을 지닌 서른 살 가량의 해녀등이다. 뚱뚱한 중년부인은 솥뚜껑같은 것을 한 쌍. 비키니 같은 가죽 옷을 걸친 해녀는 커다란 호로병을 하나 허리에 차고 있다. 이 사람들 중 해녀를 제외한 전원이 다음 장면에서 죽는다. 해녀의 이름은 흑달.

두손을 모아 결을 지은 채 입으로는 중얼 중얼 주문을 외우는 화의사신.

쿠쿠쿠! 집 주위를 원통처럼 휘도는 안개의 벽. 화의사신이 주문으로 안개를 조종하고 있는 것임을 보여주고.

[크악!] [아악!] [안... 안돼!] 멀리 안개 속에서 들리는 비명소리들

고호법; (지금까지는 순조롭다.) 그걸 들으며 생각하고

고호법; (교주님께서 펼치고 계시는 무해망망주(霧海茫茫呪)가 이매망량들의 힘을 배가시켜주고 있는 덕분이다.) 곁눈질로 화의사신을 보고

고호법; (오늘 진가구 근처로 몰려들었던 인간들중 살아서 안개의 바다(霧海)를 벗어날 수 있는 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생각할 때

떵... 갑자기 멀리 안개 속에서 무언가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군악이 괴물들을 상대하기 위해 파번뇌탁을 울린 것.

화의사신; [...] 주문 외우다가 움찔! 하고.

<목탁소리!> 고호법과 마당 외곽에 반월형으로 진을 친 중년인들 눈 부릅뜨며 놀라고.

[...!] 주문 외우는 걸 멈추고 눈을 뜨는 화의사신.

똑! 또그르르... 소리가 좀 잦아들지만 목탁 소리의 여운이 이어지고

목탁 소리가 들린 안개의 벽쪽을 심각한 표정으로 보는 화의사신.

고호법; [교주님! 저 목탁소리는 혹시...] 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안개쪽을 보며 화의사신에게 묻고

화의사신; [고호법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네.] 끄덕이고

또그르르! 안개 속에서 멀어지는 목탁소리의 여운

화의사신; [만일 저 목탁의 주인이 직접 찾아온 거라면 모든 걸 내려놔야겠지.] [어떤 술법도 통하지 않고 어디로 숨어도 찾아낼 인물이니...] 체념한 표정으로 웃고

고호법; [예...] 역시 체념하고. 그때

삐꺽! 집에 있는 두개의 문 중 하나가 열린다. 화의사신이 들어갔던 방이 아니라 다른 방의 문인데.

고개 조금 돌려 돌아보는 화의사신과 몸을 돌려 돌아보는 고호법

문을 열고 나오는 노파. 지팡이를 짚었고 허리가 구부정하다. 배교의 또 한명의 호법인 진호법이다. 곧 죽을 캐릭터. 그 진호법이 문을 열고 나오는 방은 전형적인 여자의 방이다. 아기자기하고 화려하다. 방안의 침대에는 환요가 반듯하게 누워있다. 이불을 덮지은 않은 상태로

고호법; [진(陳)호법, 소교주는 좀 어떤가?] 돌아보며 화의사신 대신 묻고. 화의사신은 다시 앞쪽을 보고 있고

진호법; [정신은 돌아왔지만 아직 기력은 되찾지 못하고 있소.] 힐끔 뒤쪽의 침대를 보며 방에서 완전히 나오고.

고호법; <그렇다니 다행이긴 한데... 소교주가 어디까지 기억하던가?> 전음으로 묻고 곁눈질로 방안을 보며

진호법; <독불군이란 놈의 피리소리를 듣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고 하더이다.> 역시 전음으로 대답하며 곁눈질로 방안을 보고

고호법;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면 차라리 잘된 일이지. 그후에 벌어진 일은 기억하고 있어봤자 하등 좋을 게 없으니...>

진호법; <맞는 말씀이시오.>끄덕이고. 그때

떵! 안개 속에서 들리는 엄청 큰 목탁소리. 이군악이 마빡으로 파번뇌탁을 쳐서 내는 소리

드드드! 진동이 일어나 화의사신의 집도 흔들리고. [!] [!] 놀라며 휘청하는 마당 외곽의 배교 제자들

[헉!] 휘청하며 놀라는 진호법

[!] [!] 심각해지는 화의사신과 고호법

[...!] 방안의 환요도 움찔! 하고

똑 또그르르... 잦아드는 목탁 소리의 여파

화의사신; (사 오리쯤에서 다수의 이매망량이 일제히 소멸되었다.) 심각. 그때

진호법; [고... 고호법! 혹시 저 목탁소리...] 눈 부릅! 긴장하며 고호법에게 묻고

고호법; <혈나한 본인이거나... 그의 제자중 한 놈이 찾아온 것같네.> 긴장한 채 전음으로 말하며 고개 끄덕이고. 앞을 보면서

<역시 혈나한의 파번뇌탁이었구려!> 침 꿀꺽 삼키는 진호법

화의사신; (고호법이 요아를 찾아서 데리고 오는 동안 오늘 일에 대해 점을 쳐봤는데....) 건너편의 안개의 벽을 보며 생각하고.

화의사신; (어떻게 괘(卦)를 뽑아 봐도 대흉(大凶)만이 나왔었다.) 무릎 위의 두 주먹을 꽉 움켜쥔다.

화의사신; (그리고 그 대흉괘(大凶卦)의 대상이 나 환극이라는 건데...) 헛헛한 웃음

<하긴 천하제일인이 이십여년전에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을 끝내려고 찾아왔다면 죽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겠지.> 집 주변의 모습 배경으로 화의사신의 생각

 

#34>

여전히 밤. 진가구 일대를 뒤덮고 있는 두터운 안개의 바다. 그 외곽의 높은 산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사내. 바로 독불군. 뒤짐 짚고 있다. 뒷짐 진 손에는 피리가 들려있고

떵! 또그르르.... 이군악이 마빡으로 파번뇌탁을 친 여운이 사라지는 게 독불군의 귀에도 들리고

독불군; [두번째의 목탁 소리에는 아홉겹의 하늘(九霄)을 울리고 십팔층의 땅 속까지 뒤흔드는 위력이 실려 있었다.] 약간 고개를 옆으로 숙인 채 찡그리며 생각하고

독불군; [이런 힘을 지닌 음공에 대해서 들은 적도 있는 것같은데...] [누가 쓰는 무공이었더라?] 생각할 때

[크아악!] [케엑!] [안돼!] [이 괴물들이... 크악] 다시 안개 속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들

거인들이 움직이고 있고 작은 모습의 사람들이 그 거인들에게 학살당하는 형상이 안개 속에서 흐릿하게 보인다

독불군; [하여간 예상했던 대로군.] 그걸 내려다 보며 웃고

독불군; [화의사신이 미리 알고 대비한다면 그자의 신변에 접근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천하를 통틀어도 저 기괴하고 살벌한 술법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열명이 채 안될 것이다.> 안개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수라장. 괴물들이 사람들을 쳐죽이거나 찢어죽이고 있고. 사람들은 대항하려다가 무기력하게 당한다

독불군; [물론 나같이 심기가 깊은 인간이라면 미리미리 대비를 해놨으니 예외지만...] 뒷짐 지고 있던 손을 풀고. 이어

독불군; [도룡살조(屠龍殺組)!] [한바탕 놀아볼 준비는 되었겠지?] 뒤를 향해 말하고

<물론입니다 소주(少主)!> <분부만 내리시면 언제든지 돌입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쿵! 독불군의 뒤쪽 어둠 속에 한 무릎을 꿇고 도사리고 있는 십여명의 사내들. 얼굴에 썬그라스같은 것을 끼었고 입은 두꺼운 마스크로 가리고 있다. 폭주족 같은 모습들이고. 이자들은 침독이 기른 비밀요원들이다. 개개인이 절세고수들로 도룡살객들이라 불린다.

독불군; [길을 열어줄 테니 마음껏 날뛰고 죽여라.] 피리를 입에 가져가고. 이어

삘릴리! 피리를 불기 시작하는 독불군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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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해가 지려는 산중.

휘익! 날아가는 고호법. 그물은 지니고 있지 않지만 작살은 들고 있다.

고호법; (소교주는 대체 어디까지 가서 산나물을 캐고 있는 건가?) 주변 살피며 날아가고

고호법; (진가구에서 벌써 십여리를 족히 왔는데도 종적이 묘연하니 원....) 찡그리고. 그때

짹! 짹! 허공을 날아가는 참새들. 올려다보는 고호법

고호법; [삐이!] 입을 오무려 휘파람을 불고. 참새들을 향해. 하지만

짹! 째잭! 깜짝 놀라며 더 빨리 높이 날아가는 참새들

고호법; (금수만안대법이 통하지 않는 놈들이다.) 달아나는 새들을 보며 날아가고

고호법; (그렇다는 건 어느덧 교주님께서 진가구 일대에 쳐놓은 결계 밖으로 나왔다는 건데...) 찡그리며 날아가고

고호법; (소교주가 결계 밖으로 나왔다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수들이 진가구 근처로 몰려들고 있는 중이니...)

고호법; (불의의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소교주를 찾아서 결계 안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휘익! 다급하게 날아가고. 그때

삘릴리...! 어디선가 들리는 피리소리. 날아가다가 그 피리소리 듣고 눈 부릅뜨는 고호법

고호법; (누가 이 산중에서 피리를...) 피리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돌아보며 달리고. 그 배경으로 삘릴리... 피리소리가 이어지고

고호법; (가보자! 소교주의 행적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니...) 팟! 방향을 꺾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날아가는 고호법

 

#27>

삘릴리... 경치 좋은 계곡에서 들리는 피리소리. 물가의 넓은 바위 위에 마주 앉아있는 남녀. 독불군과 환요. 이때 독불군의 나이는 이군악보다 한 살 정도 많다. 환요는 <대도독행> <제왕본색>등에 나온 환요 캐릭터. 이 작품에서 환요는 시골처녀 복장과 분위기. 바위 위에 다리를 한쪽으로 모으고 앉아있는 옆에는 바구니와 호미등이 놓여있다. 그 앞쪽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멋들어지게 피리를 불고 있는 독불군. 입을 옆으로 대고 부는 방식

환요; (어쩜... 어쩜...) 뽕 간 표정으로 독불군을 보고

환요; (생긴 것도 잘 생겼으면서 어쩜 저렇게 피리도 잘 불까?)

환요; (진가구에선 눈에 띄는 게 원숭이같이 생긴 어부들뿐이었는데...) (세상에는 저렇게 잘 생긴 사내도 있었던 거야.) 독불군을 황홀한 표정으로 보고

환요; (그렇다고 나 환요(幻夭)가 세상물정 아주 모르는 촌구석 계집이나 하면 그것도 아니야.) (아버지에게는 나물 캐러 간다 속이고 청도에 자주 놀러갔다 오곤 해서 본 게 제법 많으니까.) 숨이 가빠지고

환요; (독불군(獨不君), 저 사람도 닷새 전 청도에 가서 놀다오다가 우연히 만났었어.)

 

<자기 말로는 유람중이라고 했는데 너무 잘 생겨서 한눈에 반해버렸어. 저 사람도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고...> 비가 오는 산길. 두손으로 비를 막으며 달려가다가 놀라 멈추는 환요. 그 앞쪽에 커다란 우산을 쓴 채 서서 웃고 있는 독불군.

<그래서 그날 이후로 매일 만나왔지만 전혀 지루하지도 싫증이 나지도 않았어.> 우산을 내미는 독불군. 수줍게 웃으며 그 우산 안으로 들어가는 환요

 

<저 사람이라면 평생을 함께 해도 좋을 것같아.> 다시 현실에서 피리를 부는 독불군의 모습. 그걸 혼망 가서 보고 있는 환요

피리를 불며 곁눈질로 환요를 보며 입 꼬리가 올라가 웃는 독불군.

독불군; (경계심을 완전히 풀어버렸다.) 피리를 불며 생각하고

독불군; (드디어 때가 된 것같구나.) 삘릴리... 연주를 마치며 피리에서 입을 떼는 독불군

환요; [잘 들었어요 공자님. 정말 기막힌 연주였어요.] 짝짝짝! 박수치며 환호하고. 남자 아이돌을 본 빠순이같은 반응

독불군; [부족한 실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환소저의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오.] 고개 숙이며 매력적으로 웃고

환요; [부족하다니요? 그런 말씀 마세요.] 눈 치뜨며 급히 고개 젓고

환요; [세상을 통틀어도 공자님만큼 피리를 잘 부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독불군; [과한 칭찬을 들었으니 한곡 더 들려드리고 싶은데 괜잖겠소이까?] 다시 피리를 입에 가져가고

환요; [괜잖다 마다요? 어서 들려주세요.] 짝짝 박수치며 얼굴 발개지고

독불군; [그럼 소저의 귀를 한번 더 어지럽혀 드리도록 하겠소이다.] 피리에 입술을 가져가고

삘릴리... 다시 지긋이 눈을 감고 피리를 불기 시작하는 독불군

 

#28>

[!] 날아오다가 눈 부릅뜨는 고호법

삘릴리... 고호법의 귀에도 들리는 피리소리

고호법; [이... 이 곡은 분명!] 눈 부릅뜨고

고호법; [본교의 최심탈혼곡(催心奪魂曲)이다!] [패천오수에게 본교가 공격을 받았을 때 잃어버린 최심보록(催心寶錄)에 수록되어 있는...] 팟! 피리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맹렬히 날아가고

고호법; (패천오수와 관련이 있는 어떤 자가 근처에 있다.) 이를 부득 갈고

<그자가 지금 최심탈혼곡을 이용하여 누군가의 마음을 장악하려고 시도중이다.> 미사일처럼 날아가는 고호법의 뒷모습을 배경으로 고호법의 생각

 

#29>

다시 독불군과 환요가 있는 계곡. 독불군이 피리를 불고 있고

<이.... 이상해!> 눈이 풀려서 몽롱해지는 환요

환요; (기분 탓일까?) (독공자의 피리소리를 듣고 있다 보니 지금 내가 잠이 든 것도 같고 깨어있는 것도 같은 느낌이야.)

환요; (이게 바로 비몽사몽(非夢似夢)이라는 것인가 본데...)

환요; (어째서 자꾸만 정신이 몽롱해지는 걸까? 전에는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눈이 풀리고 몸도 흐느적거린다. 바위에 쓰러지려는 몸을 필사적으로 버티는 모습이고. 그때

<내 말을 기억해두시오 환요소저.> 삘릴리... 피리를 부는 독불군의 모습을 배경으로 독불군의 생각이 떠오르고

<이 피리소리를 다시 듣게 될 때면 소저 앞에 소저의 어머니를 죽인 원수가 있을 것이오.> 몽롱한 표정으로 흐느적거리는 환요의 모습을 배경으로 독불군의 암시

환요; [어머니... 어머니의 원수...?] 넋이 나가 중얼거리고

<그렇소. 소저의 어머니는 무참히 강간을 당한 후 불구덩이 속에 던져져 타죽었소.> 삘릴리 피리를 불면서 암시를 거는 독불군

환요; [으으으...] 이를 갈면서 덜덜 떨고. 그런 환요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어떤 여자가 발가벗겨진 채 사내들에게 강간을 당하고 있다

<어... 어머니?> 몸부림치는 여자의 얼굴 크로즈 업 배경으로 환요의 신음

이런 저런 자세로 여러 사내들에게 강간을 당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여자의 모습이 이어지고. 그러다가

불타는 건물에 던져지며 허우적거리는 알몸의 여자

불속에서 몸부림치며 타죽는 여자의 모습. 그걸 보며 웃는 사내들

환요; [으으으으 안돼! 안돼!] 눈물 흘리고 이를 바득 바득 가는 환요

<강간당하고 불에 타죽은 어머니의 원수를 갚게 해주겠소.> 삘릴리 피리를 불면서 암시를 거는 독불군

<이 곡조를 다시 듣는 순간 소저의 바로 앞에 있는 자가 원수이니 절대 용서하지 말고 죽여 버리시오.> 삐이! 독불군이 부는 피리의 소리가 갑자기 강해지고

환요; [하악!] 벼락을 맞은 것처럼 퍼덕이는 환요. 이어

털썩! 바위 위에 힘없이 널부러지는 환요

독불군; (되었다.) 입에서 피리를 떼며 음산하게 웃고

[으으으...] 눈에 초점이 사라진 채 신음하며 부들 부들 떠는 환요

독불군; (암시를 확실하게 걸었으니 이 계집은 나 독불군의 충실한 개 노릇을 해줄 것이다.) 만족한 표정으로 그런 환요를 보고. 그러다가

환요의 육감적인 몸매를 보여주고

독불군; [할일을 했으니 다른 일을 해볼까?] 히죽 웃으며 피리를 내려놓으며 환요에게 다가가고. 앉은 채로

독불군; [이 촌구석까지 먼길을 와서 고생했으니 난 좀 즐길 자격이 있다고 봐.] 슥! 눈을 번뜩이며 손을 환요의 저고리 속으로 넣어 환요의 육감적인 젖가슴을 만지려 하고. 바로 그때

쐐액! 미사일처럼 날아드는 작살

[!] 팟! 환요의 젖가슴을 만지려던 독불군은 눈을 부릅뜨며 옆으로 고르고

꽝! 간발의 차이로 스쳐지나간 작살은 독불군과 환요가 있는 너럭 바위를 지나가 뒤쪽의 바위에 푹 박힌다.

고호법; [죽일 놈! 소교주에게 무슨 짓이냐?] 화악! 작살이 박힌 바위 건너편의 절벽에서 미사일처럼 날아내리며 분노하는 고호법. 오른손으로 작살을 던진 자세고

독불군; [이런...] 팟! 굴렀던 몸을 용수철처럼 퉁겨서 일어나고

독불군; [중요한 순간 훼방꾼이 나타나셨군.] 팟! 허공으로 날아오르려 하고

고호법; [죗값을 치러라 개같은 놈아!] [천망회회(天網恢恢)!] 화악! 휘두르는 고호법의 손에서 그물같은 기운이 확 터져 나와서 그대로 독불군을 덮어씌운다. 투망을 던지는 것같고

독불군; [헉!] 콰드드! 화악! 맹렬히 조이는 그물에 덮여서 눈 치뜨고

퍼억! 그물에 꽁꽁 묶여서 너럭 바위 아래쪽에 쳐박히는 독불군.

고호법; [배교 비전 소이불루망(疎而不漏網)의 술법에 사로잡힌 이상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콰득! 휘릭! 스파이더맨처럼 그물같은 기운을 끌어당기며 너럭 바위에 내려선다. 그물의 끝에는 그물에 휘감긴 독불군이 나뒹굴고 있고. 하지만 그 직후

독불군; [확신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늙은이.] 나뒹군 채로 웃고

고호법; [곧 죽어도 헛소리를....] + [!] 말하다가 눈 부릅뜨는 고호법. 그물을 당기는 자세로

콰드드! 독불군의 소매 속에서 톱니바퀴같은 게 여러개 겹쳐져서 이어진 물체가 나오며 그대로 독불군의 몸을 휘감은 그물을 끊어버린다

고호법; [헉! 그건...] 끊어지는 그물 끝을 잡고 휘청하며 경악할 때

독불군; [이런 거미줄만도 못한 걸로 본 공자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너무 순진한 거야.] 팟! 콰드드! 소매 속에서 나온 톱니바퀴같은 것에 몸이 휘감긴 채 날아오르는 독불군. 독불군의 몸을 휘감고 있던 그물은 톱니바퀴 같은 것에 스쳐서 누더기가 되었고

고호법; [연... 연환파천륜(連環破天輪)!] 경악하며 휘청하고.

독불군; [늙은 생강답게 제법 보는 안목이 있구나.] 가가강! 허공에서 몸을 돌리며 소매를 휘두르자 그자의 소매 속에서 아주 얇은 톱니바퀴가 수십개가 줄지어 튀어나와 채찍처럼 고호법을 그어온다. 각각의 톱니바퀴는 손바닥만한데 끈으로 연결된 게 아니고 마치 자석의 자기력처럼 보이지 않는 힘이 서로를 연결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유사시에는 각각의 톱니바퀴가 제각각 날아다닐 수도 있다. 천마대종사가 남긴 칠대마병중 하나다.

고호법; [큭!] 팟! 다급히 날아오르고

콰드드! 고호법이 서있던 근처를 훑고 지나는 톱니바퀴들. 톱니바퀴들이 스치자 너럭 바위가 두부처럼 으스러져 날아간다.

고호법; [네... 네놈! 패천오수중 한놈의 후손이로구나.] 휘릭! 멀찍이 날아내리며 공포에 질리고

독불군; [늙은이 때문에 흥이 깨졌다.] 휘릭! 가가강! 너럭 바위 근처의 바위 위에 내려서는 독불군의 몸으로 쭉 늘어났던 톱니바퀴들이 다시 수축하며 모여들고

독불군; [그 계집은 다음 기회에 즐겨주도록 할 테니 목욕재계하고 기다리라고 전해라.] 휘익! 날아오르고. 시선은 야하게 널부러진 환요를 향한 채

독불군; [으하하하하...] 휘익! 웃으며 세처럼 허공으로 날아올라 사라지는 독불군

고호법; [연환파천륜... 연환파천륜...] 공포에 질려 덜덜 떨며 독불군이 사라진 곳을 본다. 으하하하! 독불군의 웃음소리가 멀리서 들리고

고호법; [틀... 틀림없다. 저건 천마대종사가 남겼다는 칠대마병(七大魔兵) 중 연환파천륜이다.] 공포에 질리고

고호법; (십칠년전 당시 노부는 출타중이라 변을 면했었다. 하지만...) 덜덜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고

 

<그때 본교를 피로 씻은 다섯 짐승 패천오수중 한 놈이 연환파천륜을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밤에 불타는 건물들 배경으로 지옥이 펼쳐지고 있다. 수많은 남녀가 죽어있고 또 죽어간다. 다섯 명의 괴인이 촉수같고 띠같은 무기들을 써서 사람들을 죽이는데. 그중 한 놈이 길게 늘어난 연환파천륜으로 수십명의 사람을 한꺼번에 썰어버리고 있다. 파천연환륜을 사용하는 자는 패천오수중 뱀, 즉 침독이었다.

 

고호법; (그 연환파천륜을 사용한다는 건 방금 전의 그놈이 패천오수중 한명의 후손이라는 뜻...) 덜덜 떨며 환요에게로 간다.

환요; [으으으!] 쓰러져서 신음하고 있고

환요; (상황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 (칠대마병을 쓰는 놈이라면 술법이나 무공으로는 상대하는 게 불가능하다.) 서둘러 환요를 두팔로 안아들고

고호법; (빨리 돌아가서 교구님을 피하게 해야 한다.) 팟! 날아오르고

휘익! 환요를 안고 놀란 새처럼 날아가는 고호법. 헌데

 

그런 고호법의 모습을 근처 절벽 위의 가지 무성한 나무 아래에 서서 보고 있는 독불군

독불군; [나 독불군의 계획대로 찾착 진행되어 가는군.] 멀어지는 고호법을 보며 웃고

독불군; [이러니 저러니 해도 화의사신 환극은 배교의 교주다.] [그자가 미리 알고 술법으로 대비를 하면 아무리 내게 연환파천륜이 있다 해도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

독불군; [하지만 이제 곧 환극은 그 잘난 술법도 써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독불군; [가장 믿었던 피붙이에 의해서...] 흐흐흐! 음산하게 웃는 독불군의 모습 크로즈 업

 

#30>

깊은 산중. 이제 해가 졌다. 해가 지고 대신 하늘에는 달이 떠오르고 있고

삼비검조가 해당의 암습에 당했던 험준한 산속의 계곡.

계곡에 흐르는 물가에 쪼그리고 앉아서 얼굴을 계곡물로 씻고 있는 삼비검조. 근처에 두명의 복면인이 대기하고 있다. 한명은 두손으로 수건을 들고 있다

설지; [사부님!] 휘익! 허공에서 계곡으로 날아 내리고

말없이 고개 숙여 설지에게 인사하는 두 명의 복면인. 삼비검조는 세수하다가 조금 돌아보고

설지; [괜잖으세요 사부님? 흑수련의 자객에게 암습을 당하셨다구요?] 걱정하며 급히 삼비검조에게 다가가고. 

삼비검조; [은밀조 애들이 쓸데없는 호들갑을 떨었군.] 손에 묻어있는 물기를 옷자락에 닦으며 일어나고

급히 다가와서 수건을 내미는 복면인

삼비검조; [방심하다가 독을 얼굴에 뒤집어썼다만....] 수건을 받고

삼비검조; [그리 많이 들이마시지는 않아서 심각한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수건으로 얼굴 닦으며 말하고

설지; [죽일 놈의 인간백정들!] 분노로 치를 떨고

설지; [감히 사부님에게까지 살수를 쓰다니... 흑수련은 반드시 제자의 손으로 없애버리겠어요.] 주먹 불끈

삼비검조; [여장부중의 여장부인 설지 네게 찍혔으니 흑수련의 앞날도 뻔하구나.] 웃고

설지; [놀리시면 싫어요.] 얼굴 발개지고

삼비검조; [진가구의 상황은 어떠하냐?] 수건을 복면인에게 건네주며

설지; [사부님께서 암습 당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달려오느라...] 눈치 보고

삼비검조; [흑수련에서는 아마도 이같은 상황을 노렸을 것이다.] 끄덕이며 수염의 물을 손으로 쓸어내린다.

설지; [사부님을 진가구에 접근시키지 않으려고 암살을 시도했다는 건가요?] 눈 치뜨고

삼비검조; [그놈들이 보기에 이번에 진가구로 몰려드는 무림인들 중 이 사부가 가장 껄끄러웠겠지.] 수염 만지고

삼비검조; [사부가 진가구에 도착하기 전에 무언가 일을 진행시킬 작정이었을 테고...] 손의 물을 옷에 닦고

설지; [제자가 그 인간백정들의 수작에 넘어갔군요.] [그자들의 속셈을 알았다면 저라도 진가구로 가서 상황을 살펴보는 건데...]

삼비검조; [아직 늦지 않았다.] 하늘을 보고

삼비검조; [화의사신 환극은 절대 만만한 위인이 아니다.] [우리들 우내사천이나 패천오수가 직접 출동하기 전에는 딱히 위기를 겪지는 않을 것이다.]

설지; [그럼 서둘러 진가구로 달려가야겠군요.] [야차서시(夜叉西施)나 패천오수가 이미 근처에 와있을지도 모르니...] 역시 하늘을 보면서 초조한 기색

삼비검조; (아깝고도 아깝도다.) 그런 설지를 보고

<저 아이가 계집이 아니고 사내로 태어났다면 노도의 제자중에서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 나오는 영광을 누렸을 텐데...> 계곡의 모습 배경으로 삼비검조의 생각

 

#31>

진가구. 한 밤중. 하늘에는 보름달에서 조금 이지러진 달이 떠있고. 진가구의 집들에는 모두 불이 꺼져있다.

진가구가 근처의 산속. 도처에 은신하고 있는 무림인들. 복면을 쓴 자들 있고 평범한 복장을 한 자들도 있다.

<젠장! 움치고 뛸 수도 없는 상황 아닌가?> <그러게나 말일세.> 바다와 진가구가 내려다 보이는 산 중턱의 바위 뒤에 숨은 복면인들 네놈이 전음으로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

<현재 진가구 근처에는 최소한 다섯 개 이상의 세력이 잠복한 채 기회를 엿보고 있네.> <이런 마당에 섣불리 먼저 나섰다가는 다른 세력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지.> 다른 복면인들이 역시 전음으로 대답하고

<답답하고 조바심은 나지만 어쩌겠나? 인내하며 기회를 엿볼 수밖에...> <길고 지루한 밤이 되겠어.> 대화 나누는 복면인들. 그러다가

흠칫! 하며 바다쪽을 보는 그자들

스으! 스으! 바다로부터 짙은 안개가 몰려오고 있다.

<바다로부터 안개가 몰려오고 있네.> <어째 심상치가 않군. 안개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밀려오고 있어.> 바다에서 일어난 안개가 상륙해서 진가구 일대를 뒤덮기 시작하는 걸 보며 긴장하고

화악! 삽시에 진가구를 뒤덮는 짙은 안개. 마치 모래 폭풍이나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같고

[!] [!] 긴장하는 복면인들 주변으로도 안개가 밀려들어서

삽시에 주변이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오리무중 상태가 된다.

<기분 나쁜 안개야.> <그러게 말일세. 내 평생 이토록 농후한 안개는 처음 겪어보네.> 안개 속에서 긴장하는 복면인들.

<꼭... 꼭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 걸.> <불... 불길한 소리 말게.> 겁에 질리는 복면인들. 직후

한놈이 흠칫! 하며 한쪽을 보고

안개 속에서 거대한 사람 형상이 흔들거린다

[저... 저거...] 그자가 겁에 질려 사람 형상을 가리키고

[뭐야?] [왜 그래?] 다른 놈들도 겁에 질려 반사적으로 돌아보고. 직후

쿵! 화악! 안개를 뚫고 나타나는 두 마리의 마귀. 한놈은 도끼 한놈은 작두날 같은 칼을 들었고 흉악하게 생겼다. 키가 5미터쯤 된다. 몸은 반투명해서 뒤쪽의 전경이 보이는데 들고 있는 무기와 이빨, 손톱은 진짜같다.

[헉!] [마... 마귀!] [나타났다.] 팟! 비명 지르며 숨었던 곳에서 튀어오르는 복면인들. 하지만

쩍! 서걱! 마귀들이 휘두른 도끼와 칼에 그대로 몸이 쪼개지고 갈라지는 두명의 복면인

[히익!] 한놈은 도망가지만. + [개새끼들아!] 한놈은 용감하게 마귀에게 돌진하며 칼을 휘두른다. 그자가 돌진하는 마귀는 칼을 든 놈이고. 하지만

쩍! 마귀에게 돌진한 복면인의 칼은 그대로 스쳐지나간다. 허깨비를 벤 것같고

[실... 실제 마귀가 아니라 환각이란 말인가?] 칼이 마귀의 몸을 통과하자 경악하며 비틀하고

쩍! 그런 그자의 머리 위로 칼을 내리치는 마귀

(그럼 저 칼도 환각이란 건데...) 올려다보고 경악하면서도 피하지 않는 복면인. 하지만

쩍! 그대로 복면인의 몸을 쪼개버리는 마귀의 칼. 어깨에서 허벅지 있는 곳까지 갈라진다.

[칼... 칼은 진짜로구나.] 쩍! 푸학! 몸이 갈라져 좌우로 쓰러지며 신음하는 복면인

[안돼.] 돌아보며 비명 지르는 네 번째 복면인. 하지만

콱! 거대한 손이 그자의 머리통을 움켜잡는다.

[끄윽!] 우두둑! 머리통이 이지러지면서 신음하는 네 번째 복면인의 몸이 쳐들린다. 또 다른 마귀가 나타나서 네 번째 복면인의 머리통을 손으로 움켜잡아 쳐들고 있다.

콱! 콱! 칼과 도끼를 든 마귀들이 네 번째 복면인의 팔과 반대쪽 다리를 움켜잡고

[안... 안돼!] 팔과 다리가 서로 반대쪽으로 당겨지며 비명 지르지만

콰직! 우직! 그대로 네 번째 복면인의 팔과 다리를 하나씩 뽑아내는 마귀들

[끄아아악!] 팔과 다리가 산 채로 뜯겨지면서 비명 지르는 네 번째 복면인

네 번째 복면인의 몸통에서 뜯어낸 팔과 다리를 쳐들어 피를 마시는 마귀들. 크악! 케엑! 마.. .마귀다. 살려줘! 그 배경으로 여기저기서 단말마의 비명들이 터져 나오고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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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청도 근교 어촌 진가구(陳家口)> 저녁 무렵. 바닷가의 작은 포구. 제법 높고 험한 바위산에 반달형으로 둘러싸인 포구인데 청도와 달리 한적하다. 집도 십여채 밖에 안되고 포구에 묶여있는 배들도 작다. 포구에는 늙은 어부들이 그물을 손질하고 있고. 나이 든 여자들은 생선을 말리고 있다.

포구 끝에서 죽립을 쓰고 낚시를 하는 예순살 가량의 노인. 대충 만든 나무 의자를 놓고 앉아 낚시를 하고 있다. 선비같은 인상이지만 어딘지 아파 보이고 몸에는 허름한 옷을 입었다. 이 노인이 배교의 교주였던 화의사신 환극.

화의사신 환극 근처로 오는 늙은 어부. 그물을 어깨에 걸치고 손에는 작살을 들었다. 나이가 화의사신보다 더 들었고. 이 늙은 어부는 배교의 호법중 한명이다. 중요한 인물은 아니고 성이 고씨이므로 고호법으로 표기

고호법; [진(眞)선생, 고기는 좀 잡히는가?] 사람 좋게 웃으며 화의사신 옆에 서서 낙싯대가 드리워진 바다 기웃거리고

화의사신; [오후 내내 잔챙이들만 꼬여서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소.] 돌아보지 않고 대답

고호법; [아마 오늘은 그 자리의 운대가 좋지 않은 때문일 걸세.] [다른 데로 옮겨서 낚시를 해보시게나.] 화의사신 옆에 서서 낚시가 드리워진 수면을 내려다 보며 말하고

화의사신; [기왕 시작한 자리이니 여기서 승부를 봐야겠소이다.]

고호법; [사람 고집하고는...] + <진가구 일대가 살기로 가득 차고 있습니다 교주님.> 낚시를 드리운 화의사신 옆에 서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전음으로 말하고

화의사신; <나 역시 감지하고 있었네만...>

화의사신; <어째서 무림의 인간들이 이 외진 진가구 근처로 꼬이고 있는 건가 고(高)호법?> 전음으로 고호법에게 묻고

고호법; <경과는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교주님께서 이곳에 은둔하고 계신 사실이 누출된 것같습니다.>

이하 낙싯줄이 드리워진 바다를 보는 고호법과 의자에 앉아 낙시를 드리우고 있는 화의사신 사이의 대화

화의사신; <진가구 근처로 어떤 자들이 몰려들었는지는 확인되었는가?>

고호법; <십칠년전 본교를 공격했었던 패천오수의 졸개들과 마교의 잔당...>

고호법; <그리고 패천오수에게 궤멸당한 무림맹을 대신해서 정파백도의 구심점이 된 구파연맹의 인간들을 확인하였습니다.>

화의사신; <물론 표적은 나 환극이겠지?> 눈빛이 살벌해지고

고호법; <유감스럽게도 그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화의사신; <패천오수중 직접 온 자가 있는가?> 눈빛이 살벌해지고

고호법; <본교의 금수만안대법(禽獸萬眼大法)에 탐지 된 자들중 패천오수로 보이는 자는 아직 없습니다.> 화의사신의 눈치를 보며

화의사신; <그 다섯 짐승이 직접 오지 않았다면 심각한 상황까지 이르진 않겠군.>

고호법; <패천오수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구파연맹의 태상장로이며 우내사천의 일인인 삼비검조를 본 날짐승은 있다고 합니다.>

화의사신; <삼비검조...> 찡그리고. 심각한 표정

고호법; <그 말코 도사는 아마도 태상교주님의 연공장소를 알아낼 목적으로 직접 온 것같습니다.>

화의사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삼비검조가 직접 왔다면 미리 준비를 해야겠군.> + [오늘 낚시는 틀린 것같소.] 툭! 낚시를 끌어올리고.

고호법; <하오면...> + [안되는 날도 있는 법이니 너무 낙심하지는 마시게나.] 긴장하면서도 웃으며 말하고

화의사신; <사부님에 필적하는 고수인 삼비검조를 상대하려면 무공으로는 어림없고...> + [그러게나 말이오.] 낚시 줄을 낚싯대에 감고

화의사신; <이매망량(魑魅魍魎)들을 소환해서 도움을 받아야겠지.> 낚싯대를 들고 돌아선다

화의사신; <요(夭)아는 지금 어디 있는가?> + [내일을 기대해 봐야겠소이다.] 낚싯대를 한손에 들고 집들이 있는 쪽으로 가면서

고호법; [해지면 놀러오게나. 한잔 해야지.] + <반각쯤 전에 나물을 캔다며 산에 올라갔다고 합니다.> 포구에 서서

화의사신; [그럽시다.] + <찾아서 데려오게. 그 녀석의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고수들을 만날 가능성도 있으니...> 집들이 있는 쪽으로 가며 말하고

고호법; <존명...> 약간 고개 숙이며 전음으로 대답하고

고호법은 서둘러 산쪽으로 통하는 길로 가고. 화의사신은 집들이 모여있는 쪽으로 간다. 헌데

 

#22>

포구에서 수백미터 떨어진 건너편의 바위 산.

그 산 위에서 포구쪽을 보고 있는 두 사람. 이군악과 이장진이다. 이군악은 서있고 이장진은 앉아있다. 포구의 평화로운 광경이 보인다

이군악; [저 마을의 누군가를 잡으러 온 건가?] 손을 이마에 대고 묻고. 이장진은 옆쪽의 바위에 은신하듯 앉아있다

이장진; [오래전에 죽었다고 알려진 인물이 저 마을에 은신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되었다네.] 바위 사이에 앉아서 포구쪽을 보며

이군악; [그게 누군데?]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서 포구쪽을 보며

이장진; [배교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가?]

이군악; [배교라...] 포구쪽 살피며 되뇌이고

그런 이군악의 뇌리에 떠오르는 혈나한의 말. #11>의 장면이다.

 

혈나한; [사부의 목표가 세상에서 사마외도를 멸해버리는 것이 아니더냐?] [당연히 마교와 함께 배교도 세상에서 없애버리려고 했었다.]

이군악; [마교의 교주 혼세마존(混世魔尊)을 박살하고 마교를 멸해버리신 얘기는 전에 제자에게 해주셨었지요.]

혈나한; [사부는 그 직후 배교로 쳐들어가서 그놈들의 교주인 화의사신(華衣邪神)도 때려죽이려고 했다.]

혈나한; [바로 그때 전대의 배교 교주였으며 당시에는 은퇴해서 태상교주(太上敎主)가 되어있던 사존 패극천이 들이닥쳤다.]

혈나한; [그래서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지만...] [사부도 끝내 그놈을 때려죽이지는 못했다.] 복잡한 표정으로 한숨 쉬고

이군악; [사존 패극천이 사부님의 능력으로도 죽이지 못할 정도의 고수였습니까?]

혈나한; [죽이려고 했으면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사실 패극천 그놈은 사부와...] [에잇! 그만 두자.] 고개 저으며 다시 술을 마시고

회상 끝

 

이군악; [내 비록 강호초출이긴 해도 배교가 각가지 요상한 술법으로 사파무림의 종가(宗家) 노릇을 해왔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이장진; [그 배교는 지금으로부터 십칠년전 강적들의 공격을 받고 멸문지화를 입었네.]

이군악; [배교가 남의 손에 망했다는 건가?] 놀라고

이장진; [배교의 요인들 대부분이 죽임을 당했으니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고개 끄덕이고

이장진;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배교의 교주인 화의사신 환극도 중상을 입은 채 막내딸만 데리고 겨우 탈출했다더군.]

이군악; [사부... 아니 혈나한도 어쩌지 못했던 배교를 어떤 자들이 궤멸시킨 것인가?]

이장진; [나도 자세히는 모르고...] + (사부?) 힐끔 곁눈질로 이군악을 보고

이장진; [그 이전까지는 강호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다섯명의 남녀가 배교에 돌입해서 무차별 살상을 자행했다고 하네.]

이군악; (다섯명!) 눈 번뜩이고

이장진; [비롯 숫자는 다섯에 불과하지만 개개인이 믿어지지 않는 막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더군.]

이장진; [그 때문에 배교의 난다긴다하는 술법사(術法士)들도 속수무책이었고...]

이장진; [어림잡아 천오백명 이상의 배교 고수들이 단 다섯명의 적들에게 일방적으로 학살을 당했다는 게야.]

이군악; (그자들이다. 사부를 배신하고 세상으로 뛰쳐나갔다던 다섯 짐승!) 찡그리고. 용, 호, 뱀, 독수리, 여우의 가면을 쓴 패천오수들을 떠올리고

이군악;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다섯 사형들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들게 되었군. 사부 외에는 가장 얽히기 싫은 인간들인데....)

이장진; [화의사신 환극이 아직 살아있으니 배교가 멸망했다고 볼 수는 없네.] [하물며 배교의 태상교주인 사존 패극천도 어딘가에 살아있는 게 분명하기까지 하고...]

이군악; [혹시 저 작은 마을에 숨어있는 인물이...] 흠칫! 깨닫고

이장진; [화의사신 환극으로 보이는 인물이 저 마을에 살고 있다는 첩보가 얼마 전에 입수되었네.] 끄덕이고. 그러자

이군악; [자네는 과연 덩치만큼 배포도 크군. 다른 사람도 아닌 배교의 교주를 잡겠다고 나선걸 보면...] 좀 비웃고

이장진; [지금의 내 실력으로 화의사신과 손을 섞는다면 아마 채 십초도 버티지 못할 걸세.] 쓰게 웃고

이군악; [자신의 실력을 정확히 알고 있으니 자네는 장차 크게 될 떡잎이야.] 엄지손가락을 꼽아 보이고

이장진; [떡잎이라...] [칭찬인 것같은데 어째 입맛이 쓰구먼.] 쓴웃음

이군악; [화의사신을 잡을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면 말해보게. 그래야 나도 자네를 도울 수가 있을 테니...]

이장진; [화의사신을 잡을 계획같은 건 없네.]

이군악;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어리둥절

이장진; [솔직하게 말함세.]

이장진; [오늘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화의사신이 아니라 화의사신의 수중에 있는 한 가지 물건 때문이라네.]

이군악; [어떤 물건인데?]

이장진; [귀마신갑(鬼魔神匣)이라는 일종의 장갑(掌匣)일세.]

이군악; [귀(鬼), 마(魔), 신(神)과 관련된 장갑이라는 건가?]

이장진; [배교의 으뜸가는 보물로 교주의 상징이기도 한데...]

이장진; [그걸 제대로 쓰기만 하면 귀신과 마귀와 천신을 마음대로 소환해서 부릴 수가 있다더군.]

이군악; [귀신과 마귀와 천신을 불러내서 종처럼 부릴 수 있단 말이지?] [제법 흥미가 땡기는 물건이로군.] 침 꼴깍 눈 번뜩

이장진; [저 마을 주변에는 우리 말고도 숫자 미상의 고수들이 잠복한 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네.]

이군악; [내 이목에 감지되기에도 최소한 오백명 이상의 인간들이 반경 오리 안쪽에 숨어있긴 해!] 끄덕이고

이장진; [자네가 벌써 천시지청술까지 쓸 수 있을 줄은 몰랐네.]

이군악; [뭐 그리 대단한 건 아니고...] 머쓱

이군악; [오늘 몰려온 인간들은 모두 화의사신이 지닌 귀마신갑을 노리고 있겠지?.]

이장진; [나 역시 귀마신갑을 손에 넣었으면 좋겠지만...] 끄덕이고

이장진;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인간들이 귀마신갑을 차지하는 걸 막는 게 내가 이곳을 찾아온 목적이라네.] 강렬한 표정 크로즈 업

 

#23>

진가구.

외진 곳에 절벽을 등지고 자리한 초가집 한 채가 있다. 절벽과 뒤쪽이 거의 닿아있고. 방 두칸과 부엌이 있고 두칸의 방 앞에는 쪽마루가 있는 구조다.

그 집 마당으로 들어서는 화의사신. 오른손에는 낚싯대를, 왼손에는 벗은 죽립을 들었다.

낚싯대와 죽립을 쪽마루에 내려놓고. 이어

덜컥! 두 개의 방 중 하나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화의사신.

방안은 평범하다. 탁자와 의자, 장식장, 구석에는 침대등이 있고. 벽에는 몇폭의 그림이 걸려있다. 대부분 산수화다.

입구 정면의 벽으로 다가가는 화의사신. 벽에는 무릉도원같이 경치 좋은 곳을 그린 그림이 한장 걸려있다.

그림을 크로즈 업. 그림 속의 바위산에는 동굴이 하나 있고

그림 앞에 서서 두손을 모아 결을 지으며 무어라 주문을 외우는 화의사신. 그러자

스스스! 화의사신의 모습이 흐려지더니

쿵! 그림 속의 동굴 앞에 개미처럼 작게 나타나는 화의사신. 술법이다.

모아서 결을 지었던 손을 풀며 동굴로 들어가는 그림 속의 화의사신

 

#24>

초가집 뒤의 절벽을 보여준다. 입구는 안보이지만 사실 그 절벽 안쪽에 숨겨진 석실이 있다.

한 칸의 석실로 들어서는 화의사신. 그림 속이 아니라 현실의 석실이다. 사실은 초가집 뒤의 절벽 안쪽에 있는 석실인데 입구는 술법에 의해 막혀서 안 보이는 형태고.

석실 안에는 제단이 차려져 있다. 제단에는 <拜敎烈祖神位>라는 글이 적혀있는 위패가 마련되어 있고. 그 신위 앞에는 상자가 하나 놓여있다. 길이는 30센티 정도. 폭은 15센티 정도, 높이는 10센티 정도되는 나무 상자다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절하는 화의사신

절한 후에 무릎 꿇고 앉아서 경건한 표정으로 나무 상자의 뚜껑을 여는 화의사신

쿵! 뚜껑 안쪽에 장갑이 하나 들어있다. 전체가 검은 색이며 마치 비닐이나 프라스틱이 녹아 붙은 것같은 재질이고 특이하게 손톱이 모두 붙어있다. 실제로 이 장갑은 사람의 피부를 벗겨 만든 것이다. 장갑의 크기는 손목 위 반뼘 정도까지 가리는 정도. 이 장갑이 귀마신갑이다.

두손으로 경건하게 귀마신갑을 꺼내는 화의사신. 귀마신갑은 뻣뻣한 느낌이라 화의사신의 손에 들려져도 늘어지거나 하지 않는다.

귀마신갑을 두손으로 들어 머리 위로 쳐들고 고개 숙여 위패에 뭔가 고하는 화의사신. 이어

조심스럽게 귀마신갑을 오른손에 끼는 화의사신

귀마신갑을 낀 화의사신의 오른손 크로즈 업. 마귀의 손 같다.

그 오른손을 앞쪽 약간 위로 쳐드는 화의사신. 손가락을 활짝 펴서 손바닥이 앞을 향하게. 왼손은 얼굴 앞에 세우고 눈을 감는 화의사신

화의사신; [태을구고천존(太乙救苦天尊)의 위령(威令)을 빌어 나 환극이 명하노라.] [하늘의 천신, 지상의 귀신, 지하의 마귀는 급급(急急)히 내 앞에 현신(現身)하라.] 지잉! 주문을 외우는 화의사신의 오른손 손바닥이 빛을 발하고. 그러자

슈우! 슈욱! 석실의 천장과 사방 벽과 바닥에서 반투명한 존재들이 돋아난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존재들은 갑옷을 입은 장군같고 사방 벽에서 나오는 존재들은 귀신같고 바닥에서 돋아나는 존재들은 악마같은 분위기다.

반투명한 존재들은 사방에서 화의사신을 에워싼 채 무릎 꿇으며 경의를 표하고

화의사신; [귀마신갑의 주인으로 명하노라.] 눈을 뜨고

화의사신; [지금 이 순간 이후로 배교의 인(印)을 몸에 받지 않은 자들은 단 한명도 마을에 들이지 말라.] 지잉! 징! 귀마신갑으로 강한 빛을 뿜어내며 눈 부릅 뜬다.

화의사신; [거스르는 자들은 그대들의 양식으로 삼아도 됨을 허(許)하노라.] [산(散)!] 지잉! 귀마신갑이 폭발적인 빛을 뿜어내고.

스스스! 그 즉시 흩어져 사라지는 반투명한 존재들

화의사신; (귀마신갑의 힘을 빌어 이매와 망량을 동원했으니 결계(結界)를 뚫고 진가구로 침입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들었던 손을 내리며 생각하고

화의사신; (물론 우내사천과 패천오수 정도의 인간들이라면 이매망량들로도 안심할 수는 없겠지만...) 일어나고

화의사신; (그래도 번거롭게 만들고 시간을 끌어서 위험한 상황을 피하게는 해줄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에 끼고 있는 귀마신갑을 만지면서 입구로 가고

화의사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귀마신갑은 끼고 있어야겠지.) 스스스! 귀마신갑이 사라지면서 화의사신의 원래 오른손이 나타나고.

<물론 다시 사용하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스스스! 입구로 가던 화의사신의 모습이 급격히 흐려진다

 

#25>

다시 화의사신의 집

집 내부

벽에 걸린 그림.

그림 속의 동굴에서 나오는 화의사신의 모습이 작게 보이더니

슈우! 동굴에서 밖으로 나오는 화의사신의 모습이 급격히 커지며 방쪽으로 다가오고.

슈욱! 그림에서 빠져나오는 화의사신. 오른손에 귀마신갑을 끼고 있지만 맨손인 것처럼 보이는 점 주의.

화의사신; (경위는 알 수 없으나 내가 이곳에 은신하고 있다는 사실이 강호에 파다하게 알려져 버렸다.) 슥! 완전히 그림에서 빠져나오고

화의사신; (정체가 노출되었으니 더 이상 진가구에는 머물 수 없다.) 문쪽으로 가고

화의사신; (요아가 돌아오는 대로 멀리 떠나야만 한다.) 덜컥! 문을 열고

문을 열며 마루로 나오는 화의사신

화의사신; (요아를 찾으러 간 고호법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군.) 집 주변을 둘러보고

화의사신; (이토록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요아, 이 녀석은 어디까지 간 것일까?) 마당으로 나오면서 이마를 모으고

<어미 없이 기른 탓에 여자의 도리를 잘 모른다는 점이 걱정이로구나.> 마당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화의사신의 모습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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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멀리 바다가 보이는 험준한 산.

그 산속의 험한 길을 평지처럼 걸어가고 있는 늙은 도사. 전형적인 도사 모습인데 아주 늙었다. 나이가 90이 다 되어가고. 몸은 삐쩍 말랐으며 긴 수염을 길렀는데 태극 문양이 새겨진 도포를 걸쳤다. 늙었지만 눈빛은 아주 형형하다. 깐깐한 인상. 등에 보검을 한 자루 짊어지고 있다. 우내사천중 삼비검조다.

삼비검조; (지난 이십여년간 강호를 뒤지고 다녔지만 사존(邪尊) 패극천(貝克天)의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걸어가며 생각하고

삼비검조; (대체 그 마귀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천하제일의 정보망을 지닌 개방(丐幇)의 이목에도 포착되지 않는 걸 보면 정말 은밀한 곳에 숨어있다는 얘긴데....)

삼비검조; (십오년전 혈나한이 중원을 떠나기 전에 한 말에 의하면 패극천은 배교의 금단마공 번뇌인(煩惱刃)을 수련하고 있을 것이다.)

삼비검조; (패극천이 번뇌인을 수련한 세월이 최소한 이십년...)

삼비검조; (만일 패극천이 번뇌인을 완성한다면 세상은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삼비검조; (사마외도만을 골라서 척살했던 혈나한과 달리 패극천은 기분 내키는 대로 무차별 살상을 자행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삼비검조;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패극천이 번뇌인을 수련하지 못하게 막아야만 하는 것인데....) 심각한 표정

삼비검조; (물론 번뇌인을 수련하려면 매 단계마다 주화입마를 겪어야하기 때문에 지금쯤 패극천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삼비검조; (하지만 가능성만 믿고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더 늦기 전에 패극천의 소재를 알아내어 그 마귀가 절대무적이 되는 걸 막아야만 한다.)

삼비검조; (패극천의 연공장소를 아는 유일한 인간은 패극천의 제자이며 배교의 교주였던 화의사신(華衣邪神) 환극(幻極)이다.)

삼비검조; (화의사신 환극은 십칠년전 배교가 혈나한의 다섯 짐승 패천오수(悖天五獸)에게 멸망할 때 죽었다고 알려졌지만...)

삼비검조; (최근 그자로 보이는 자가 이곳 청도(靑島) 근처에서 발견되었다.)

삼비검조; (설지(雪芝)가 은밀조(隱密組) 아이들을 통해서 알아낸 정보이니 틀림이 없을 테고...) 생각할 때. + [아악!] 어디선가 들리는 여자의 비명 소리

삼비검조; (이 산중에서 웬 아녀자의 비명소리가...) 멈칫! 발길 멈추며 옆을 돌아보고

[안돼요! 제발.... 아악!] 이어지는 비명소리

삼비검조; [이런... 이런...] 한숨 쉬고

삼비검조; [혈나한이 오랫동안 세상에서 안 보이자 백주대낮에 아녀자를 겁탈하는 놈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군.] 스스스! 모습이 사라지면서 탄식하고

 

#17>

산속의 평지에서 벌어지는 강간 장면. 사내들 여럿이 여자 한명을 강간하는 중이다. 여자는 촌부의 모습이고 옆에는 바구니와 호미가 뒹굴고 있다. 바구니에서 산나물이 쏟아져 있다. 산나물 캐려 왔다가 강간당하고 있는 모습. 다섯명의 사내가 여자를 강간 중이다. 두놈이 여자의 쳐들린 팔을 누르고 있고 두놈은 여자의 벌어진 다리를 누르고 있다. 한 놈이 벌려진 여자의 가랑이 사이에서 해당의 속옷을 끌어내리고 있는 중이다. 해당의 치마는 허리 부분으로 걷혀 올라가서 튼실하면서도 미끈한 아랫도리가 다 드러나 있다. 발에는 버선을 신고 있는데 한쪽 발에는 낡은 신을 신고 있고 다른 쪽 발에는 신발이 신겨져 있지 않다.

해당; [안돼요! 제발... 용서해주세요.] 몸부림치며 애원하는 스무살 가량인 여자. 저고리 고름이 뜯겨서 벌어진 저고리 안쪽에서 투실투실한 젖가슴이 드러나 있다. 얼굴은 비록 가무잡잡하지만 속살은 아주 희다. 얼굴도 상당한 미녀. 이 여자는 사실 흑수련의 여자 자객인 해당이다. <제왕본색> <대도독행>등에 나온 해당과 같은 캐릭터. 역시 흑수련 소속인 이장진을 좋아한다. 지금은 삼비검조를 노리고 강간당하는 시늉하는 중이고. 원래 캐릭터에서 얼굴만 좀 검게 묘사

[그래 그래 용서해줄게.] [우리 형제들의 육허기만 해소하게 해주면 죽이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해당의 팔 다리를 누르고 있는 놈들이 웃고

해당; [이... 이러지 말아요. 저는 남편이 있는 몸이라구요.] 애원하며 몸부림칠 때마다 젖가슴이 출렁거리고

[남편이 있단 말이지?] [그러니까 더 흥분되잖아.] [그년, 어쩐지 육덕지다 했더니만...] [이미 운우지락을 경험했던 계집이로구만.] 사내들 음담패설. 하지만 입으로는 웃고 있지만 눈은 번뜩이며 주변을 살핀다. 이자들도 자객들이다.

사내1; [이년아. 지금부터는 이 어르신이 네년 남편이니라.] 찌직! 해당의 벌어진 가랑이 사이에 무릎을 꿇은 자가 거칠게 해당의 속옷을 찢어버리고. + 해당; [아흑!] 속옷이 찢겨지는 바람에 하체를 쳐들며 비명 지르고

사내1;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만리장성을...] 자신의 바지도 까내리려다가 흠칫! 하며 앞을 보는 사내1

[왜 그래?] [빨리 해치우지 않고 딴짓을...] [헉!] 사내1의 시선을 따라 돌아보다가 기겁하는 사내들

쿵! 5미터쯤 떨어진 곳에 서서 보고 있는 삼비검조. 오른손으로는 옆에 서있는 나무중에서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하나 꺾는다.

[삼... 삼비검조(三臂劍祖!)] [헉! 우내사천 중의 삼비검조다!] [저 말코 도사가 언제 여기에...] 해당의 팔 다리를 누르고 있던 자들 기겁하며 튀어 일어나 도망치려 하고. 하지만

삼비검조; [죄를 지었으면 죄값을 치러야겠지.] 츄릿! 말하며 나뭇가지를 가볍게 휘두르고. 순간

펑! 퍼펑! [크악!] [케엑!] 도망치려다가 등쪽 허리 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 비명을 지르는 네명의 사내들

털썩! 퍼억! 앞으로 나뒹구는 사내들. + 사내1; [히익!] 놀라 널부러진 해당 옆으로 주저앉으며 그걸 보고

[끄윽...] [공... 공력이 흩어졌다.] 등이 피투성이가 되어 엎어진 놈들 비명

삼비검조; [비록 죄를 짓긴 했어도 하늘이 낸 생명들이라 죽이지는 않았도다.]

삼비검조; [대신 명문혈(命門穴)을 파괴했으니 두 번 다시 악행을 저지르지는 못할 것이다.] 낭창거리는 나뭇가지를 들고 다가오고. 순간

사내1; [멈... 멈추시오.] 콱! 해당의 목을 움켜잡고. + 해당; [악!] 목이 조여지며 비명 지르고

찡그리며 멈추는 삼비검조

사내1; [나... 날 해치려 들면 이 계집이 먼저 저승 구경하게 될 거요.] 콱! 목을 움켜쥔 해당의 몸을 쳐들어서 자신의 앞을 가리며 일어난다. 해당의 앞모습이 삼비검조를 향하게. 왼팔로는 해당의 허리를 끌어안아 고정시키고 + 해당; [끄윽...] 눈이 돌아가는 해당

출렁이는 해당의 젖가슴과 치마가 걷혀져 드러난 해당의 아랫도리

삼비검조; [죄 많은 중생이...] 찡그리며 시선을 돌리고

사내1; [나... 날 쫓아올 생각은 마시오 삼비검조. 이 계집이 살기를 원한다면...] 팟! 뒤로 날아오른다. 해당의 몸으로 앞을 가리면서

쐐액! 멀리 날아가는 사내1

삼비검조; [끝까지 뉘우칠 줄 모르다니...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도다.] 살벌하게 노려보고. 사내1은 해당을 옆구리에 끼고 멀리 날아가고 있다. 해당은 사내1의 옆구리에 끼어 축 늘어져 있고

삼비검조; [비록 패극천의 종적을 알아내는 일이 급하기는 하지만 묵과하고 지나갈 수가 없구나.] 스스스! 사라지는 삼비검조

 

#18>

휘익! 깊은 산중의 절벽 아래를 사색이 되어 달리는 사내1. 그자의 옆구리에 젖가슴과 아랫도리가 드러난 해당이 축 늘어진 채 끼워져 있고.

사내1; [이... 이쯤 왔으면 확실하게 떨쳐버렸겠지?] 뒤 돌아보며 헐떡일 때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과 똑같은 소릴 하는 놈이로다.> 누군가의 말이 들려 눈 부릅뜨는 사내1

쿵! 사내1이 달려가는 앞쪽에 나뭇가지를 들고 서있는 삼비검조

사내1; [헉!] 급정거

사내1; [가... 가까이 오면 이 계집이...] 외치다가 눈 부릅뜨고

나뭇가지를 들고 있던 삼비검조의 오른손이 앞쪽으로 내민 채 펼쳐져 있다. 무언가를 던진 모습이고

퍽! 이미 사내1의 가슴을 궤뚫고 있는 나뭇가지. 화살처럼 사내1의 가슴을 궤뚫었고

사내1; [끄윽...] 비틀! 해당을 놓치며 무너지고

털썩! 퍼억! 해당과 함께 바닥에 나뒹구는 사내1

삼비검조; [무량수블! 이 나이가 되어도 살기를 온전히 제어하지는 못하다니...] 손 내리며 탄식하고

삼비검조; [노도의 수련은 여전히 미흡하도다.] 합장하며 다가오고. + 해당; [으으으!] 쓰러져 신음하고 있고. 사내1의 시체와 엉킨 채로

삼비검조; [시주, 다친 데는 없으신가?] 해당에게 다가오고

삼비검조; [험한 일을 겪었지만 액땜이라 여기고...] 몸을 숙이며 해당을 부축하려다가 눈 부릅뜨는 삼비검조

해당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올려다 보며 입을 오므리고 있다. 이어

푸훅! 입에 머금고 있던 연기를 확 뿜어내어 삼비검조의 얼굴을 덮어씌우는 해당

삼비검조; (독!) 급히 눈 감으며 숙였던 몸을 뒤로 휙 젖히고, 동시에

삼비검조; [함정이었구나!] 쩍! 눈을 감은 채 오른손을 해당을 향해 휘두르고. 동시에

해당; [호호호!] 파파팟! 옆으로 떼구르르 구르고. 해당이 구른 자리 뒤로 바닥이 쩍쩍 갈라진다. 삼비검조의 손짓에 실린 힘이 바닥을 가르는 것

삼비검조; [년놈이 모두 한패였던 것이냐?] 눈을 감은 채 비틀거리며 물러서고. 독을 얼굴에 뒤집어써서 눈을 감았으며 독을 일부 들이마셔서 중독된 상태다

해당; [바로 그렇다 호랑 말코야!] 팟! 허공으로 높이 날아오르면서 손을 쳐들고.

어느 틈에 그년의 수중에 구슬이 하나 들려있고

해당; [이건 내 동료들의 몫이다.] 쐐액! 뒤로 날아가며 수중의 구슬을 아래로 강하게 던지고

[!] 눈 감고 비틀거리며 무언가 느끼는 삼비검조.

퍼엉! 화악! 강한 폭발과 함께 거센 불길이 확 일어나 삼비검조가 서있던 일대를 뒤덮는다

휘익! 높은 절벽 위로 내려서는 해당. 젖가슴과 아랫도리가 드러났지만 신경쓰지 않고

쿠오오! 절벽 아래가 불바다가 된다

해당; (우내사천 중 한명을 나 해당(海棠)의 손으로 없앤 것일까?) 기대에 차서 절벽 아래를 내려다 보고

해당; (그렇다면 우리 흑수련(黑手聯) 역사상 최고의 업적을 내가 쌓는 게 되는 셈인데...)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고. 쿠오오! 절벽 아래에서는 거센 불길이 휘몰아치고 있고

해당; (이번에 내가 준비한 건 벽력탄(霹靂彈) 중에서도 특히 위력적인 벽력신화탄(霹靂神火彈)이었다.)

해당; (무쇠도 녹이는 초고열을 일으키는 벽력신화탄이라면 삼비검조도 죽일 수 있었지 않았을까?) 기대. 하지만

화악! 휘몰아치던 불길이 갑자기 사방으로 흩어지고

해당; (벽력신화탄이 일으킨 불길이 흩어진다! 그렇다는 건....) 눈 치뜨며 뒤로 주춤. 시선은 아래로 향한 채. 직후

쿵! 드러나는 모습. 불길이 고리처럼 휘도는 가운데에 눈을 감은 삼비검조가 우뚝 서있다. 옷과 머리카락에 불이 붙긴 했지만 몸은 멀쩡하다. 삼비검조의 몸 주위로는 난초 잎사귀같고 검같은 반투명한 섬광들이 휘어지며 빼곡하게 둘러쳐져서 불길을 밀어내고 있다.

해당; [젠... 젠장! 우내사천은 역시 상궤를 초월하는 괴물들이로구나.] 팟! 공포에 질려 뒤로 날아가고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드는 삼비검조

두근 두근! 누군가의 심장 소리가 삼비검조의 귀에 들리고

삼비검조; [죄가를 치러라 요망한 계집!] 투학! 짊어지고 있던 보검이 미사일처럼 허공으로 치솟는다

[!] 날아가다가 뒤돌아보며 눈 부릅뜨는 해당. 쩡! 절벽 아래에서 미사일처럼 치솟는 보검. 손잡이가 하늘을 향한 채

해당; (어검술!) 파팟! 손가락으로 자기 심장 부분을 재빨리 찍고

쩍! 허공으로 높이 치솟았던 보검이 검의 끝이 아래로 향한 채 해당에게 날아온다. 아주 빠르다. 하지만 그 직후

두근! 심장이 멎는 해당

퍼억! 눈을 까뒤집으면서 바닥에 나뒹굴고. 그러자

[!] 절벽 아래에서 눈 막은 채 서있던 삼비검조가 뭔가 느끼고

멈칫! 해당을 향해 내려 꽂히던 보검도 허공에서 멈칫! 하고

삼비검조; (심장 박동이 사라졌다.) 찡그리고

휘이! 바닥에 쓰러진 해당의 몸 위로 빙글 돌며 지나가는 보검

삼비검조; (무슨 수단을 썼는지 모르지만 그 계집의 종적이 돌연 노도의 이목에서 벗어났다.) 이를 바득 갈고

슈우! 다시 절벽을 넘어 삼비검조에게 날아내려오는 보검. 검의 끝이 아래를 향하게

척! 그대로 삼비검조의 등에 짊어진 칼집에 들어가는 보검

삼비검조; (생각 같아서는 천시지청술을 펼쳐서 그년을 추살하고 싶다만...) 두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삼비검조; (그 계집이 뿜어낸 독은 평범한 게 아니다. 더 늦기 전에 해독을 해야만 한다.) 화악! 합장한 삼비검조의 몸이 강한 열기를 뿜어낸다. 서서 운기조식하는 모습이고

해당; (살... 살았다.) 바닥에 쓰러진 채 눈을 굴린다. 숨이 막힌 표정이고

해당; (저 늙은 말코가 운기조식을 마치기 전에 빨리 여길 벗어나야만 한다.) 비틀거리면서 일어난다. 손으로 가슴을 누르고

해당; (어쨌든 삼비검조가 화의사신의 거처로 접근하는 걸 지연시키라는 영주님의 지시는 완수한 셈이다.) 비틀거리며 달려간다.

 

#19>

다시 이군악이 공짜 밥을 먹다가 혼이 난 그 거리. 여전히 사람들 북적이고.

어느 옷 가게.

옷가게 안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안쪽을 보는 이장진. 이장진 앞쪽에 휘장이 쳐진 옷 갈아입는 공간이 있고.

여자주인; [오래 기다리셨사옵니다 손님.] 수더분하게 생긴 중년 여자가 휘장을 젖히면서 나온다. 전형적인 시장통의 가게 주인

여자주인; [친구분의 모습이 보시기에 어떠신가요?] 말하며 휘장을 열어주고. 휘장 안에서 누가 걸어나온다.

쿵! 나타난 사람은 이군악이다. 쫙 빼입었고 이마에도 제대로 된 머리띠를 둘렀다. 이 화면부터 이군악은 전형적인 이군악의 모습이 된다. 차이점은 검 대신 허리에 스테인레스같은 금속으로 만든 목탁, 즉 파번뇌탁을 차고 있는 게 다른 작품의 이군악과 좀 다르다. 옷을 입은 게 좀 어색하지만 마음에 들어하는 표정이다.

이장진; [이게 누구야?] 눈 치뜨며 웃고

이장진; [옷이 날개라더니.... 풍류한량이 따로 없구만.] 업지 손가락 세워 보이고

이군악; [험험! 내가 옷발을 좀 잘 받긴 하지.] 거만하게. 마음에 드는 표정으로

이군악; [제대로 된 옷은 처음 입어보지만 아주 마음에 들어.] 자기 옷 맵시를 살펴보며 좋아라 하는 이군악

 

옷가게 건너편 골목에 기대 서서 보고 있는 설지

새 옷을 입고 뻐기며 희희낙락하는 이군악. 웃으며 그런 이군악에게 뭐라 칭찬하는 이장진

설지; (오늘 처음 만났으면서도 죽이 척척 맞네.) 미소

<둘 다 성격이 막힌 데가 없고 배포가 넓은 탓일 텐데...> 장난치며 웃는 이군악과 이장진의 모습을 배경으로 설지의 생각

설지; (보기 좋고 부러운 모습이다. 마음에 맞는 친구를 만난 것은 어떤 보물을 얻는 것보다 기쁜 일일 테니...) 한숨. 그때

<독고(獨孤)소저께 보고 드립니다.> 누군가의 말이 설지의 귀에 들려 흠칫! 하는 설지

<검조(劍祖)께서 흑수련의 자객들에게 피습을 당하셨습니다.> 눈 부릅! 뜨는 설지 모습 배경으로 들리는 음성

설지; <사부님의 상태는 어떠신가요?> 굳어진 표정으로 기대 서있던 담장에서 몸을 떼고

<자객이 뿜어낸 극독을 얼굴에 뒤집어쓰셨다고 하는데... 위중하신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다시 들리는 음성

설지; <현장은?>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며 눈 치뜨고. 살벌한 표정

<서남쪽 삼십리 쯤입니다. 근처로 가시면 저희 은밀조(隱密組)의 형제들이 안내해드릴 것입니다.> 이어지는 음성

설지; <난 사부님께 가보겠어요. 그동안 화의사신에 대한 감시와 동향 파악을 늦추지 마세요.> 휘익! 보는 사람들이 없자 허공으로 날아오르고

<존명!> 어디선가 대답이 들리고

설지; (흑수련... 십여년전부터 맹렬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살수조직...) 휘익! 건물들 위를 날아가며 이를 바득 갈고.

설지; (제법 세력이 커졌다고 해도 간덩이가 부었구나.) (감히 우내사천의 한분이시고 구파연맹(九派聯盟)의 태상장로이신 사부님을 해치려 들다니...) 날아가며 분노하고

<오늘 저지른 허튼 짓의 대가로 네놈들의 뿌리가 뽑힐 것이다.> 멀리 날아가는 설지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20>

다시 이군악이 옷을 사 입은 가게. 주인 여자의 배웅을 받으며 이군악과 이장진이 나오고 있다. 이군악은 멋지게 차려입고 신발까지 신었으며 허리에는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무쇠 목탁을 차고 있다. 지나가던 여자들이 이군악을 할끔거리며 얼굴 붉히고

이군악; [촉감도 좋고... 옷이라는 건 참 좋은 물건이로구만.] 걸치고 있는 새옷을 만지며 헤벌레

이장진; [자네는 느껴지지 않는가?] 웃으며 주변 둘러보고

이군악; [느껴지다니? 뭐가?] 어리둥절

이장진; [지나가는 여자들의 뜨거운 시선이 하나같이 자네를 향하고 있지 않은가 말일세.] 주변 둘러보며 웃고. 주변을 지나가던 여자들 할끔거리고 얼굴 붉히며 이군악을 훔쳐보고

이군악; [여자라...] 신기한 듯이 여자들을 보고

이군악; [자세히 보니 여자란 동물은 확실히 남자와는 다르군.] 침 꼴깍

이장진; [동물?] 어이없어 피식

이군악; [몸은 전체적으로 남자보다 작고 가녀리지만 가슴과 엉덩이만큼은 비정상적으로 크고 탱탱하구만.] 고개를 옆으로 숙여서 바로 옆을 지나는 젊은 여자의 젖가슴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화들짝 놀라는 여자. 상당한 미인이고 글래머다.

이군악; [어쩐지 만지는 감촉도 좋을 것같은데...] 슥! 그 여자의 빵빵한 엉덩이를 만지려고 손을 내밀고. 그러자

이장진; [참게나.] 콱! 여자의 엉덩이를 만지려던 이군악의 손목을 잡으며 웃고.

[꺄악!] 뒤늦게 알아차린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고. 지나던 사람들이 이군악을 흘겨보고

이군악; [왜 그러는가?] 손목이 잡히자 어리둥절하여 이장진을 돌아보고

이장진; [세상에는 세 가지 부류의 여자가 있네.] 웃으며 이군악의 손목을 놔주고

이군악; [여자가 세가지 종류나 되는가?]

이장진; [절대 손을 대서는 안되는 여자와 마음대로 손을 대어도 되는 여자, 그리고 대가를 지불하면 손을 댈 수 있는 여자가 그 세가지일세.] 손가락 꼽아보이며 웃고

이군악; [손을 댈 수 있는 여자와 대면 안되는 여자의 기준은 뭔가?]

이장진; [허락의 여부지.] 걸음 옮기며 말하고

이군악; [허락?] 함께 걸어가며 이장진을 돌아보고

이장진; [여자쪽에서 허락하면 무슨 짓을 해도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훔쳐보는 것도 결례인 걸세.]

이군악; [결정권이 여자에게 있다는 건데...] 찡그리고

이군악; [세번째, 대가를 지불하면 손을 댈 수 있는 여자라는 건 뭔가?]

이장진; [저런 여자들이지.] 한쪽을 고개짓으로 가리키고. 돌아보는 이군악

기루다. 아직 낮이라 영업은 하지 않지만 이층 창가에 야한 차림의 여자들이 내다보면서 오가는 사람들 구경하거나 곰방대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군악; [오! 지금까지 본 여자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차림새의 여자들이로구만.] 눈이 띠용하고

이장진; [노류장화(路柳墻花)라 불리는 여자들이라네.]

이군악; [노류장화?] [길가의 버드나무와 담장 아래의 꽃?] 기루 이층의 기녀들을 올려다 보며 헤벌레한 표정으로

이장진; [길가의 버드나무처럼 아무나 꺾을 수 있고 담장 아래 저절로 핀 꽃처럼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여자라는 뜻이지.] 곁눈질로 기녀들을 보면서 웃고. 기녀들도 이군악과 이장진의 시선을 느끼고 손 키스를 보내는 등 추파를 보내는 중이다.

이군악; [그러니까 대가만 지불하면 저 여자들하고는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거로군.] 추파를 보내는 여자들을 올려다보며 헤벌레 해져서 멈춰서고

이장진; [그만 가세. 나중에 다시 와서 저 여자들과 마음껏 놀 수 있는 기회를 줄 테니....] 멈춰선 이군악의 팔을 잡고

이장진; [지금은 나를 도와서 한가지 일을 해줘야만 하네.]

이군악; [일?] 아쉬운 표정으로 여자들에게서 고개 돌리고

이군악; [무슨 일을 하려는데 도와달라는 건가?]

이장진;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건 사냥일세.] 의미심장하게 웃고

이군악; [사냥?] 흠칫!

이장진; [그것도 보통 사냥이 아니라 사람 사냥이지!] 음산하게 웃는 이장진의 얼굴 크로즈 업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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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여전히 밤. 촤아! 촤아! 밤바다를 힘차게 가로지르는 범고래 가족. 그중 맨 뒤에 가는 어미 범고래의 등에 이군악이 걸터앉아있다. 여전히 타잔같은 차림새에 신도 신지 않았는데 달라진 점은 허리춤에 목탁을 차고 있다는 점이다.

고개 돌려 멀어지는 절영도를 보는 이군악.

이군악; (막상 떠나자니 가슴이 짠하구나.) 한숨

이군악; (난 아주 어렸을 때 사부님의 따라 절영도에 들어와 세상을 모른다.) (심지어 내가 누구고 어떤 사연이 있어서 사부에 의해 길러지게 되었는지도 말지 못한다.)

이군악; (내게 있어 절영도는 끔찍한 감옥인 동시에 고향이고 기억의 전부인 곳이다.)

이군악;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지 모르지만... 지금은 가능한 빨리 절영도에서 멀어져야만 한다.) 앞을 보고

이군악; [힘들겠지만 가급적 멀리 북쪽으로 날 데려가줬으면 해.] [사부는 내가 절영도에 가까운 대륙의 남해안으로 상륙했을 것으로 생각하실 테니까.] 자기가 타고 있는 범고래의 등을 두드리며 말하고

꾸우! 고개 조금 끄덕이며 대답하는 범고래

촤아! 촤아! 절영도를 등지고 멀어지는 범고래 가족

이군악; (시원 섭섭한 데다가 기대도 되는구나.) 범고래들이 나가는 앞쪽을 보고

<과연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또 글로만 본 여자라는 사람은 어떻게 생겼을까?> <온통 궁금한 것 천지구나.> 멀어지는 범고래 가족의 모습 배경으로 이군악의 생각

 

#13>

저녁 무렵. 절영도

혈나한의 거처인 동굴 참회동. 원숭이들이 기웃거리지만 감히 들어가진 못하고

달마도 앞에는 여전히 혈나한이 고개를 숙인 자세로 앉아서 자고 있다. 그러다가

움찔! 하는 혈나한. 깨어나고

혈나한; (석양?) 약간 찡그리며 눈을 뜨고

혈나한;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 잠깐 졸았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하루가 지났다니...) 당혹해서 찡그리고

혈나한; (부처님 곁으로 갈 시간이 가까워진 겐가? 명색이 천하제일인이면서 깜빡 졸기나 하고...) 찡그리며 목을 좀 움직이고. 그러다가

혈나한; [왜?] 고개 돌려 입구 쪽을 보고

끼이... 참회동 입구에 원왕이 초조한 기색으로 서성이고 있다. 들어오지는 못하고

혈나한; [왔으면 들어오지 않고 어째서 자네답지 않게 노납의 눈치를 보는 겐가 원왕?] 원왕에게 말하고. 그러자

끼이! 끼이! 손짓하면서 뭐라 말하는 원왕. 순간

혈나한; [뭐야?] 눈을 찢어져라 치뜨며 버럭 고함.

끼이! 끼! 동굴 밖에 서성이고 있던 원숭이들 기겁하고. 원왕도 겁에 질려서 혈나한의 눈치를 보고

혈나한; [군악이 놈이 사라졌다고?] 벌떡! 일어나지만. 직후

띵! 현기증을 느끼며 비틀하는 혈나한

혈나한; [이게 무슨...] 털썩! 다시 바닥에 주저앉고

혈나한; [만독불침이고 금강불괴인 노납이 현기증을 느끼다니...] [머리도 빠개지는 것처럼 아프고...] 손으로 머리 만지며 오만상. 그러다가

바닥에 뒹굴고 있는 술병들을 돌아보는 혈나한

혈나한; [설마....] 급히 술병 하나를 집어들고

킁킁! 술병 입구에 코를 대고 냄새 맡는 혈나한. 직후

혈나한; [천일취(千日醉)!] 눈 부릅

혈나한; [이건 술에서 순수한 주정(酒精)만 뽑아낸 천일취로구나! 한번 취하면 취기가 천일을 간다는...]

혈나한; [그래서 노납이 어이없이 잠이 들었던 것이고...] 이를 부득 갈고

혈나한; (역극경들과 친분을 쌓더니 갑자기 술을 만들고....) (오래전부터 노납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준비를 해왔었구나.) 이를 바득 바득 가는 혈나한의 눈에서 불길이 뻗히고. 그러다가

홱! 고개 돌려서 자기 뒤의 방석을 본다. 목탁이 얹혀져있던 방석은 물론 비어있고

혈나한; (파번뇌탁도 가져갔다.) 이를 바득 갈고

혈나한; [네놈... 군악이 네놈도 다섯 짐승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냐?] 쿠오오! 이를 가는 혈나한의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뻗어 나오고

끼이! 끼! 원왕은 겁에 질려 뒷걸음질. 다른 원숭이들은 겁에 질려 도망치고

혈나한; [용서할 수가 없다.] 벌떡! 다시 일어나고

혈나한; [배은망덕한 놈아! 어디로 도망쳤든 반드시 찾아내 다시 끌고 와주겠다.] 투학! 미사일이 쏘아진 듯이 동굴 밖으로 날아나가고

혈나한; [으아아아!] 분노의 고함을 토하며 미사일처럼 절영도 밖의 바다로 날아가는 혈나한.

혈나한; [잡히기만 해봐라 망할 놈의 새끼야! 사지를 꽁꽁 묶어서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가둬두고 말 테다.] 으아아아! 푸학! 촤차촤! 바다 위를 제트기가 저공비행하듯 날아가는 혈나한. 혈나한이 날아가는 궤적대로 바닷물이 좌우로 갈라지며 튀어오른다.

[으아아아!] 원숭이들이 보는 가운데 바다 저편으로 까마득히 멀어지는 혈나한

 

#14>

<-청도(靑島)> 제법 큰 항구 도시. 저녁 무렵

부둣가의 즐비한 주점들. 북적거리고

어느 주점

주점 안의 사람들 입 쩍 벌어지고. 손님과 점원들 모두 넋이 나가서 본다.

한쪽 자리에 그릇이 수북하게 쌓여있고. 걸신들린 듯이 음식을 먹고 있는 이군악. 타잔 같은 모습. 허리에는 금속제의 목탁을 차고 있고. 탁자에는 산해진미가 잔뜩 올려져 있었지만 이제 그릇이 거의 다 비었다. 연신 술도 마시는 이군악.

[걸신(乞神)이 따로 없구만.] [인간 뱃속에 어떻게 저 많은 양의 음식이 들어갈 수 있는 거지?] [혼자서 수십인분은 족히 먹은 것같구먼.] 사람들 수군거리고. 점원들과 주인은 좀 불안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구석진 자리에 죽립을 쓰고 앉아서 국수를 먹고 있던 설지도 신기한 듯이 보고 있고. 이때 설지의 나이는 이군악과 동갑이다. 아직 완전한 여자가 아니라 소녀같은 분위기. 몸도 성숙한 여자의 몸이 아니라 소녀같이 날씬하다, 무기는 등에 나란히 짊어진 두 자루의 검이다. 검의 색이 검고 희다.

설지; (먹는 걸 무척 좋아하는 모양이네.) 미소

<차림새도 특이하고....> 타잔 같은 차림으로 먹방을 펼치는 이군악의 모습을 배경으로 설지의 생각.

이군악의 허리춤에 걸려 있는 파번뇌탁 크로즈 업

설지; (쇠로 만든 목탁...)

설지; (저렇게 생긴 목탁을 누군가 무기로 쓴다는 얘기를 사부님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는 것같은데 기억이 안나네.)

설지; (하여간 여러모로 특이한 사람이야.) 다시 국수를 먹고. 그때

이군악; [꺼억!] 탁! 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고 트림을 하는 이군악.

이군악; [잘 먹었다. 이제야 좀 배가 차는군.] 음식 묻은 손을 아랫도리만 가린 천에 쓱쓱 문지르며 만족한 표정

이군악; [세상에는 이렇게 맛난 먹거리들이 많이 있었구만.] [절영도에서 맨날 과일이나 날 생선만 먹다가 제대로 요리한 음식을 먹으니 황홀할 지경이야.]

이군악; [사부를 속이고 세상으로 뛰쳐나온 보람이 있어.] 배를 만지며 만족. 그때

주인; [손님께서 맛있게 드셨다니 소인들도 음식을 만든 보람이 있습니다요.] 두손 부비며 굽신 거리고

이군악; [귀하가 주인장이신 모양이지?]

주인; [예예 소인이 이 가게 주인입죠.]

이군악; [그렇구먼. 맛있게 잘 먹었소.] 일어나고

주인;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신지요?] 돈 달라고 두손을 내밀며 말하고

이군악; [내가 식탐이 좀 있긴 하지만 오늘은 더 못 먹어.] [나중에 지나갈 일 있으면 그때 또 먹어줄게.] 손으로 입을 닦으며 탁자를 떠나 입구쪽으로 가려 하고. 두손 내밀고 있던 주인 흠칫. 종업원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돌아보고

이군악; [잘 먹었어.] 주인 지나치려는데

주인; [잠깐!] 콱! 자기 앞을 지나가는 이군악의 팔을 움켜잡으며 눈을 부라리고

[!] 국수 먹던 설지가 흠칫! 하며 고개 들 때

이군악; [왜 그러셔? 오늘은 더 이상 먹을 수가 없다고 했잖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인을 보고

주인; [실컷 먹고 마셨으면 돈을 내야할 거 아냐! 돈을!] 눈을 부라리고

이군악; [돈?] 어리둥절

이군악; [그러니까 음식을 먹어도 돈이라는 걸 내야하는 거야?] 진짜 몰라서 묻고

주인장; [그걸 말이라고 해? 누군 흙으로 음식 만들고 술 빚는 줄 아냐?] 분노. 주변의 종업원들도 눈을 부라리며 몰려오고

이군악; [돈이라는 게 재화(財貨)를 사고 팔 때 교환 수단으로 쓰는 매개체라는 건 책에서 봤지만...] [먹고 마시는 데에도 지불하는 줄은 몰랐네.] 갸웃

이군악; [절영도에서는 먹는 것 갖고 야박하게 대가를 치루니 뭐니 하진 않았는데 말이야.]

주인; [뭐... 뭐라는 거야 이 어린 놈이!] 눈을 부라리며

주인; [돈 내. 이놈아! 먹고 마신 값을 치루기 전에는 못가!] 이군악의 팔을 잡고 흔들지만 이군악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주변 손님들 눈치 보고

주인; [이놈 혹시 토낄지 모르니까 길 막아라!] 이군악의 팔을 잡고 종업원들에게 악다구니 쓰고. + [예 주인님!] [감히 어디서 무전취식이냐?] 종업원들 이군악의 앞 뒤를 막아서며 팔을 걷어올리고

설지; (무전취식이 아니야.) 그 소동을 구석에서 보며 눈 반짝이고

<저 사내는 정말로 돈을 내고 음식을 사먹어야 한다는 걸 모르고 있었어.> 갸웃거리는 이군악. 그런 이군악의 팔을 붙잡고 고래 고래 악을 쓰는 주인. 이군악을 포위한 채 눈을 부라리는 종업원들 배경으로 설지의 생각

설지; (대체 지금까지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기에 세상물정을 전혀 모르는 것일까?) 생각하고

 

#15>

이군악이 혼나고 있는 주점 근처 거리. 사람들 많이 오가고.

그 사람들 틈에 끼어서 걸어오는 이장진. 이장진은 이군악보다 한 살 많을 뿐이지만 덩치가 아주 크다. 어른같이 보이고. 그래서 오가는 사람들 슬금슬금 피한다. 무기로는 칼을 한 자루 허리에 차고 있다

<이군악의 종적이 거의 확인되었습니다 영주(令主)님!> 누군가의 전음이 걸어가는 이장진의 귀에 들리고

<그자는 삼십여리 북쪽의 진가구(陳家口)에서 어부로 위장한 채 은신해오고 있었습니다.> 다시 들리는 말

이장진; [여차하면 해외로 튈 작정으로 바닷가에 은신하고 있었겠지.] 끄덕이고

<그렇습니다. 헌데 공교롭게도 버러지들이 꼬이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말

이장진; [우리가 냄새를 맡았다면 다른 인간들 역시 냄새를 맡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인데....] 끄덕이고

이장진; [이번에 몰려든 것들중 주목해야할만한 자가 있나?]

<마교의 잔당들과 황금성의 인간들도 몇 발견되었고...>

<삼비검조를 보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장진; [그래?] 찡그리고

<우내사천(宇內四天)중 한명인 그 늙은이가 직접 나섰다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장진;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기만술을 써서 그 말코를 다른 쪽으로 유인해봐.]

<존명!> 어디선가 들리는 음성

이장진; (다른 자도 아니고 삼비검조가 개입한다면 이번 일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데...) 찡그리고

이장진;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해보고 안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심호흡

이장진;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고 이번 일로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니니...) 생각할 때

<뭐하는 개수작이냐?> 갑자기 들리는 고함 소리에 멈칫! 하는 이장진

<지금 나하고 농치자는 것이냐? 네놈 눈에는 내가 홀아비 핫바지로 보여?> 고함소리가 터져 나오는 주점. 바로 이군악이 봉변을 당하고 있는 가게. 지나가던 사람들 기웃거리고. 가게에서 손님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다.

이장진; (어떤 자가 야료를 부리고 있나?) 가게 입구로 가서 안을 들여다 본다.

 

주점 안쪽에서 벌어지는 상황

주인; [이따위 목탁으로 식대를 대신하겠다고?] [네놈이 먹고 마신 게 얼마치인지나 알고 하는 개수작이냐?] 이군악과 마주 선 주인이 핏대를 올리며 식탁을 손가락질한다. 식탁에는 금속으로 만든 목탁, 즉 파번뇌탁이 놓여있고. 주변에는 종업원들이 이군악을 에워싸고 있다. 이군악은 난감한 표정이고. 가게 안에서는 겁에 질린 손님들이 슬금 슬금 입구로 가고 있다. 설지는 여전히 원래 자리에 앉아있고

 

이장진; (그러니까 저 어린 놈이 무전취식을 했다가 주인에게 걸렸다는 건데...) 피식! 웃으며 다시 갈길 가려는 이장진

그러다가 멈칫! 하는 이장진

탁자 위에 올려진 파번뇌탁의 모습 크로즈 업

이장진; (저 목탁...) 눈 번뜩

이장진; (예삿 물건이 아니다.) 긴장한 표정으로 가게로 들어가고

 

다시 가게 내부 상황.

이군악; [이보셔! 무작정 성질만 부리지 말고 내 말을 좀 들어봐.] 답답한 표정

이군악; [내가 살던 곳에서와 달리 음식을 먹으면 반드시 돈을 내야한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어.] [게다가 난 태어나서 돈이라는 걸 본적도 없다구!] 양손 벌리며 말하고

이군악; [그래서 돈을 구해올 때까지 내가 지니고 있는 유일한 물건인 저걸 담보로 맡겨두겠다고 한 거야.] [그게 그렇게 화를 낼 일이야?] 파번뇌탁을 손가락질하며

주인; [이 뻔뻔한 새끼가!] 손을 들어서 이군악을 때리려는 시늉. 눈 부라리고. 물론 이군악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힉!] [저... 저러다 진짜 사람 패지!] [싸움 나겠어!] 손님들 질색하고. 그 뒤에서 역시 찡그리며 보고 있는 설지

주인; [배 째라면 다야?] [돈 없는 건 네놈 사정이고 빨리 돈 내놔!] [돈 내기 전에는 우리 가게에서 한발짝도 못 나가.] 꼭지가 돌아서 이군악을 윽박 지르고

이군악; (슬슬 한계가 오네!) 주인을 노려보고

이군악; (내가 실수한 것같긴 하지만 이런 수모를 당할 정도의 과오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뭐라 악다구니는 쓰는 주인을 배경으로

이군악; (그렇다고 천하제일인의 제자인 내가 장사치를 상대로 손을 쓸 수도 없고....) 이를 바득 갈고

주인; [어쭈! 이 새끼 봐라!] 눈을 부라리고

주인; [똥 싼 놈이 성낸다고... 어디서 이를 갈아. 이를 갈긴?] 진짜 이군악을 때리려 하고

이군악의 이마 꿈틀하고

설지; (아무래도 말려야겠다.) 일어나려 하고

설지; (보아하니 무시할 수 없는 실력을 지닌 것같은데 자칫 주인을 패죽일 수도 있으니...) 일어나려는 모습일 때

[멈추시오.]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이군악을 때리려던 손을 멈칫! 하는 주인

[!] 일어나던 설지도 다시 자리에 앉으며 입구쪽을 보고

이장진; [그 친구가 먹고 마신 식대가 모두 얼마요?] 입구로 들어오며 말하는 이장진. 손을 품속에 넣으면서

주인; [뭐요?] 손 내리며 뚱한 표정으로 돌아서고

주인; [당신이 대신 이놈이 쳐먹은 식대라도 치루겠다는 거요 뭐요?] 이장진의 아래 위를 훑어보면서

이장진; [그렇소. 식대가 얼만지나 말하시오.] 슥! 다시 꺼내는 이장진의 손에는 큼직한 돈주머니가 들려있고

주인; [모... 모두 합쳐서 스물세냥입지요.] 돈주머니를 보는 순간 태도가 급변해서 두손 비비며 굽신. 얼굴은 미소로 가득하고

이장진; [한끼에 스물세냥어치나 먹었다니... 많이 먹긴 많이 먹었군.] 웃으며 돈주머니에서 여러 개의 동전을 꺼내고

이장진; [장사 방해받은 것도 있고 하니 서른냥을 드리겠소.] 두손 내민 주인의 손에 여러개의 동전을 얹어주고.

주인; [아이고 뭘 이렇게나 많이...] [감사합니다요 손님!] 굽신 굽신

설지; (금방이라도 저 사내를 잡아 죽일 듯 굴더니만....) (표변(豹變)이라는 말을 그대로 보여주네.) 쓴웃음

주인; [이분 손님이 대신 식대를 치루셨으니 이제 가셔도 좋습니다 손님!] 이군악에게도 굽신대며 길을 터주고. 이장진은 돈주머니를 다시 품속에 넣으며 이군악을 보고 있고

이군악; [고맙긴 한데...] 이장진을 보며 찡그리고

이군악; [형씨 이름 말해봐. 나중에 꼭 갚아줄 테니까.] 자존심 상한 표정

이장진; [한끼 식사 대접한 것으로 생색낼 생각은 없으니 잊어버리게.] 힐끔 파번뇌탁을 보면서 돌아서려다가

이군악; [나 거지 아니야. 신세 졌으니 꼭 갚아야하니 이름 말해봐.] 파번뇌탁을 집어들면서 말하고

이장진; [그 친구 고집은...] 웃으며 돌아보다가

파번뇌탁을 허리띠의 끈에 묶는 이군악을 아래 위로 보고

타잔 같은 차림.

흙이 묻은 맨발

이군악; [왜?] 불쾌하게

이장진; [그런 몰골로 지금까지 활보해온 건가?] 기가 막히고

이군악; [내 모습이 어때서?] [난 편하기만 한데...] 뚱한 표정으로 파번뇌탁을 허리띠에 완전히 묶고

이장진; [자네는 편할지 모르지만 그런 몰골로 돌아다니면 보는 사람들이 불편해져.]

이군악; [불편하긴 개뿔! 내가 상관없다는데 누가 뭐래?] 코웃음

이장진; [내게 진 신세 갚고 싶다고 했지.]

이군악; [그래! 난 신세 지고는 하루도 못 사는 성격이야.]

이장진; [그럼 잘 됐군.] 웃고

이장진; [지금부터 내일 아침 해 뜰 때까지 내가 하자는 대로만 하면 빚을 받은 것으로 하겠네.]

이군악; [당신 말을 들으면 된다고?]

이장진; [싫은가?]

이장진; [싫으면 당장 어디 가서 돈을 구해다가 갚던가.] 히죽 웃고

이군악; [끙!] 얼굴 이지러지고

이군악;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에서 돈을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어쩔 수없군.]

이군악; [몸으로 때울 테니까 무슨 일이든 시켜봐.]

이군악; [대신 내일 아침 해 뜰 때까지만이야.]

이장진; [말귀를 알아들으니 다행이군.] [따라오게.] 돌아서서 입구로 가고

이군악; [다시 묻는데 당신 이름 뭐야?] 따라가며 묻고

이장진; [이름 알아서 뭐하려고?] 가게를 나가고

이군악;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이름은 알아둬야 할 거 아냐?] 따라 나가고

이장진; [이장진(李長進)이 내 이름이다.]

이군악; [어! 형씨도 이씨였어?]

이장진; [그럼 자네도?]

이군악; [대륙에 나오자마자 종씨를 만나게 되어 무지 반갑구만.] [내 이름은 이군악이라고 하네.] 손 내밀고

이장진; [이군악...] [산들의 왕이라니... 좋은 이름이로군.] 악수하고

이군악; [내 이름이 좀 멋지긴 하지.] 헤벌레

[헌데 지금부터 날 어디로 데려갈 건가?] [자네는 그냥 잠자코 따라오기만 하면 돼.] 대화 나누며 사람들 사이로 멀어지는 이군악과 이장진

그걸 열린 창문으로 보고 있는 설지

설지; (이장진... 이군악...) 두 소년의 뒷모습 보며 생각하고

설지; (둘 다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다.)

<어쩌면 오늘 향후 무림의 정세를 좌우할 두명의 주역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사람들 사이를 나란히 걸어가며 뭐라 말하면서 웃고 떠드는 이장진과 이군악의 모습을 배경으로 설지의 생각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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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저녁 무렵. 절영도

원숭이들이 과일을 따 나르는 동굴. 원숭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전과 달리 과일은 들고 있지 않고 대신 손에 손에 조롱박을 반으로 갈라 만든 바가지를 들고 있다.

이군악; [소란피우지 말고 얌전하게들 기다려라. 곧 기막힌 걸 맛보게 해줄 테니...] 딸각! 딸각!동굴 내부. 이군악이 대나무로 촘촘하게 짠 길쭉한 바구니를 하나 들고 동굴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말한다. 대나무 바구니는 한 아름 정도 굵기에 길이는 1.5미터 정도인데 바로 막걸리나 과실주들을 거르는 도구인 용수다. 허리춤에는 말린 조롱박을 반으로 갈라 만든 바가지와 조롱박을 가르지 않고 속만 파내서 만든 술 호로가 몇 개 묶여있어서 움직일 때마다 소리를 낸다.

끼이! 끼! 이군악의 뒤쪽에는 원숭이들이 바글거린다. 하지만 이군악을 무서워해서 질서를 지킨다. 원숭이들은 주로 동굴 입구쪽에 빼곡히 몰려있다. 원숭이들의 키는 대부분 이군악의 허리쯤 오는 정도로 작다.

이군악; [이게 가장 먼저 담근 거니까 개봉도 가장 먼저 해야겠지?] 이윽고 동굴 가장 안쪽에 있는 구덩이 앞에 멈춰 서서 바닥을 내려다본다. 구덩이는 바나나 잎사귀등으로 두텁게 덮여있다

슈우! 슈! 두껍게 덮어놓은 대나무 잎사귀 사이로 흘러나오는 냄새

이군악; [냄새 죽이네.] 코를 벌름 거리며 음미한다. 눈을 지긋이 감고. 그런 이군악의 코로 냄새가 흘러들어가고

이군악; [잡내 없이 과일 향만 상큼하게 나는 걸 보니 제대로 술이 된 것같다.] 몸을 숙여서 바나나 잎사귀들을 걷어내기 시작하고

털썩! 원숭이들이 보는 가운데 구덩이 옆에 쌓이는 대나무 잎사귀들

이군악; (날씨가 더웠던 탓인지 불과 며칠만에 과일들이 확실하게 삭았다.) 마지막 잎사귀를 들어내면서 구덩이를 들여다보고

드러나는 구덩이. 과일들이 흐물흐물해졌고 물이 표면에까지 걸죽하다. 과일들이 삭아서 술이 된 모습이고

끼끼! 끼! 원숭이들도 코를 벌름거리며 구덩이 주변으로 몰려들고

이군악; [기다려!] 원숭이들을 돌아보며 눈을 부라리고. 그러자

끼이! 끼! 원숭이들이 이군악의 눈치를 보며 멈춰선다. 구덩이에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이군악; [회가 동해도 조금만 더 참아라. 이대로는 마실 수 없으니까.] 용수의 끝을 걸죽하게 삭은 구덩이 속의 과일 들 위로 대고

이군악; [사부가 구해다주신 책에도 담근 술을 마시려면 먼저 용수(대나무나 싸릿대로 만든 술 거르는 도구)로 걸러야한다고 적혀있었다.] 슈욱! 길쭉한 용수를 구덩이에 힘주어 내리누르고. 용수는 삭은 과일들 속으로 쑤욱 끼워진다. 그러자

콸콸! 끼워진 용수의 촘촘한 틈새로 맑은 술들이 흘러들어 안쪽에 가득 고이고.

이군악; [이게 책으로만 읽었던 술이란 말이지?] 술이 용수 안에 고이는 걸 보며 허리에 차고 있던 바가지를 하나 빼들고

이군악; [과연 어떤 맛일지 궁금하군.] 철벅! 그 바가지로 용수 안에 고인 술을 뜨는 이군악

모든 원숭이들이 입맛 다시며 보고

꿀꺽! 꿀꺽! 술을 마시는 이군악. 원숭이들도 고개를 들면서 침을 삼키고

바가지를 입에서 떼는 이군악

원숭이들이 기대에 차서 보는데

이군악; [카아!] 왼손으로 자기 무릎을 치며 감탄하고. 깜짝 놀라는 원숭이들

이군악; [죽인다 죽여! 상큼한 데다가 향기가 기가 막혀.] 다시 바가지로 술을 퍼서

이군악; [그동안 수고했다. 모두 한잔씩 해라!] 바가지의 술을 허공에 휙 던지고. 이군악의 바가지를 떠난 술은 흩어지지 않고 덩어리채 날아가서

철벅! 가까이에 있는 원숭이가 내민 조롱박 바가지에 고인다

끼끼! 신나서 술 마시는 원숭이

끼끼! 끼끼! 다른 놈들도 아우성치며 바가지를 내밀고

이군악; [이놈들아! 안달하지 마라. 술은 충분하게 있으니까.] 촤촤촤! 연달아 술을 퍼서 날리고, 역시 덩어리진 채 날아가는 술들

원숭이들이 내민 바가지에 정확히 떨어져 고인다

다함께 술을 마시면서 신나하는 원숭이들. 연신 술을 퍼서 원숭이들이 내밀 술잔을 채워주는 이군악. 그러다가

동굴 밖을 보는 이군악

원숭이들의 두독 원왕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이군악; (저놈이 사부의 지시로 날 감시하러 왔군.) + [원왕도 들어와서 한잔해!] 술을 채운 술잔을 들어 보이지만

실룩거리며 고개 젓는 원왕

이군악; [사양할 거 없어. 내가 처음 술을 만든 날인데 원왕도 동참해서 축하해줘야잖아.] 슉! 술이 가득 든 바가지를 원왕에게 날리고. 바가지채로 날린 것임을 주의

끼이! 고개 저으며 물러서는 원왕. 하지만

출렁! 원왕의 얼굴 바로 앞에 멈추며 술이 출렁거리는 바가지

술에서 나는 냄새가 원왕의 코로 스며들고

꿀꺽! 침 삼키며 술이 든 바가지를 보는 원왕

젊은 원숭이들 술 마시면서 그런 원왕을 곁눈질하고

이군악; [참을 거 없어. 향기와 맛도 기막히지만 마시면 기분도 정말 좋아져.] 다른 바가지로 술을 푸면서 웃고

꿀꺽! 침이 원왕의 목으로 넘어가고

턱! 별수 없이 두손으로 바가지를 잡는 원왕

꿀꺽! 꿀꺽! 마시고

끼끼! 까아! 좋아하는 다른 원숭이들. 그 배경으로 술을 마시는 원왕

이군악; (됐어!) 다른 바가지로 술을 푸면서 웃고. 원왕은 술을 거의 다 마셨고

이군악; (마시지 않았으면 몰라도 일단 마신 이상 한잔으로 끝날 수가 없을 걸?) + [한잔 더 받아.] 촤아! 술을 뭉쳐서 다시 원왕에게 던지고

빈 바가지를 내밀어서 받는 원왕.

이군악; [너희들도 받아라! 술은 얼마든지 있으니 다 함께 취해보자.] 철퍽! 철퍽! 연신 술을 퍼서 다른 원숭이들에게도 던져주고. 이군악이 던져주는 뭉친 술을 바가지로 받으며 좋아하는 원숭이들.

<귀찮은 고자질쟁이 원왕의 입만 막으면 내 계획은 절반 이상 성공한 셈이 되는 것이다.> 술을 마시는 원왕과 원숭이들 배경으로 역시 술을 마시며 웃는 이군악

 

#9>

밤. 절영도. 하늘에는 보름달

이군악이 술을 담근 동굴. 동굴 주변에 원숭이들이 술에 취해 널부러져 잠이 들어 있다.

동굴 내부에도 원숭이들이 술에 취해 잠이 들어있는데 원왕과 이군악만 마주 앉아 대작을 하고 있다. 과일이 그득 든 구덩이 옆에서. 이군악의 몸에서는 아지랑이같은 기운이 피어오른다. 내공으로 술 기운을 날려 보내고 있는 것. 이하의 장면에서 이군악의 몸에서는 계속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이군악; (이 늙은 원숭이는 제법 나이 값을 하는군. 젊은 놈들은 모두 나가떨어졌는데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걸 보면...) 술 마시면서 자기 앞에 마주 앉아 술을 마시고 있는 원왕을 보고

이군악; (끝내 쓰러지지 않으면 혈도라도 찍어야겠다. 밤이 더 깊어지기 전에 결판을 내야하니...) 생각할 때

툭! 바가지를 떨구는 원왕.

이군악이 흠칫! 할 때

음냐! 눈이 풀리며 옆으로 쓰러지는 원왕

털썩! 바닥에 널부러지는 원왕. 이어

드르렁! 푸우! 사람처럼 코를 골며 잠에 빠지는 원왕

이군악; (그럼 그렇지.) 조롱박으로 만든 술잔을 입에서 떼고

이군악; (나야 삼매진화(三昧眞火)를 써서 술기운을 날려버릴 수 있었지만... 무공을 모르는 원숭이들은 취해서 쓰러질 수밖에 없다.) 휙! 바가지를 옆으로 던지고

빠각! 바닥에 떨어지는 바가지

이군악; (훼방꾼도 사라졌으니 본격적으로 절영도에서의 탈출 준비를 해볼까?) 구덩이 쪽으로 돌아앉아서

이군악; (소림칠십이절기중의 관음세맥심법(觀音洗脈心法)은 몸속의 노폐물을 씻어내어 환골탈태(換骨奪胎)에 이르게 해주는 비결이다.) 첨벙! 한손을 구덩이에 끼워져 있는 용수 안의 술에 집어넣는다.

이군악; (혈관과 경맥 속에 쌓이는 불필요한 성분만 골라서 배출할 수 있게 해주는 건데...) 지잉! 술 속에 들어간 이군악의 손이 팔뚝까지 빛을 발하고

이군악; (이걸 역으로 운용하면 술 속에서 특정한 성분만 뽑아낼 수도 있다.) 지지징! 술 속에 집어넣은 이군악의 손이 진동하며 더 강한 빛을 발하고

스스스! 그와 함께 이군악의 손이 들어가 있는 용수의 색이 맑아진다. 술이 맑아지면서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이군악의 손이 보이는데. 웅크려서 무언가를 움켜쥐는 형태를 하고 있는 이군악의 손이 빛을 발한다.

이군악; (됐다!) 촤아! 눈 번뜩이며 술 속에서 손을 뽑아내고

쿵! 이군악의 손에 들려져 있는 것은 호두알만한 투명한 구슬이다. 진짜 구슬이 아니고 액체가 이군악의 공력에 의해 뭉쳐진 것

이군악; (주정(酒精)!) 손을 동굴의 천장을 향해 펼쳐서 들여다보며 흥분. 구슬같은 액체가 손바닥 위에서 이슬처럼 출렁이며 움직인다.

이군악; (이것이 순수한 술 성분인 주정이인데 엄청난 양의 술에서 뽑아낸 게 겨우 요 정도다.) 왼손으로 옆구리에 찬 호로병을 하나 끌러서

이군악; (보통사람이라면 이 주정 한 방울만 마셔도 몇날 며칠을 곯아떨어지겠지만...) 쪼르르! 웅크린 손바닥을 기울여서 주정을 왼손에 든 호로에 조심스럽게 흘려넣고

이군악; (상대는 천하제일인인 사부다. 사부가 정신을 놓게 만들려면 주정을 최대한 확보해야만 한다.) 호로를 들고 일어나고.

옆의 구덩이로 가는 이군악.

슥! 한 무릎 꿇은 채 손을 바나나 잎사귀로 덮인 구덩이 속에 집어넣고.

지징! 팔뚝까지 달아오르고

다시 꺼낸 이군악의 손에 또 호두알만한 구슬이 들려져 있다.

이군악; (주정을 모으기 위해 술을 담근 것이긴 한데...) 쪼르르! 주정을 호로에 흘려넣고

이군악; (과연 이 주정이 날 추적하는 사부의 발을 얼마나 묶어놓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가 없다.) 호로에 주정을 흘려 넣으면서도 긴장하는 이군악.

 

#10>

여전히 밤. 혈나한의 거처인 참회동. 달빛이 비스듬히 흘러들어 그리 어둡지는 않고.

동굴 끝에는 혈나한이 달마도를 보는 자세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있다. 명상 중이고

혈나한; (십년은 더 무공 수련에 매진해야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군악이의 표정이 마음에 걸리는구나.) 눈을 감은 채 생각하며 이마를 좀 모으고

혈나한; (하긴 심란하기도 하겠지.) (한창 피가 끓을 나이에 이 절해고도에서 십년을 더 보내야한다는 것을 알아버렸으니...) 한숨

혈나한; (하지만 군악이를 지금 강호에 내보내면 거의 확실하게 다섯 짐승들 손에 죽고 만다.)

혈나한; (그놈에게는 안됐지만 제대로 준비가 될 때까지 곁에 붙잡아둬야만 한다.) (그때까지는 노납도 피안으로 돌아가는 걸 늦춰야만 하고...) 생각하고. 그러다가

혈나한; [그놈 참....] 혀를 차고

혈나한; [불제자인 사부의 거처에 술냄새를 풍기며 찾아오다니...] 스윽! 회전의자에 앉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돌아앉는 혈나한

이군악; [야심한 중에 죄송합니다 사부님.] 참회동 입구에 이군악이 서서 고개를 숙이는데 양손에는 끈으로 묶은 여러 개의 술 호로가 들려있다. 모두 12개다. 두 개씩 끈으로 묶어서 한손에 각기 여섯 개씩 들고 있다.

이군악; [하지만 처음 담근 술을 저와 원숭이들만 마신 게 마음에 걸리지 뭡니까?] 양손에 들고 있는 조롱박으로 만든 술 호로들을 들어 보인다. 술 호로들의 입구는 나뭇가지 자른 것으로 막혀있고

혈나한; [불제자인 사부로 하여금 술을 마셔서 파계를 하게 만들 작정이냐?] 눈 부라리고

이군악; (주정으로 취하게 만들려는 계획은 실패인가?) + [제자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삭 죽어서 고개 숙이고

이군악; [사부님이 술과 육식을 금해야하는 불제자시라는 걸 깜빡했습니다.] [이 술은 바다에 쏟아버리겠습니다.] 돌아서려 하고

혈나한; [그럴 것 없다.] 손짓을 하고. 그러자

휙! 투툭! 이군악의 양손에 들린 술병들이 이군악의 손을 떠나 혈나한에게 날아간다. 돌아보는 이군악

혈나한; [힘들여 만든 술을 바다에 쏟아버리면 되겠느냐?] 턱! 날아든 술병을 하나 잡고. 투툭! 툭! 다른 술병들은 혈나한 앞에 볼링 핀처럼 죽 늘어서고. 묶었던 끈들은 저절로 끊어지고

이군악; (살았다.) + [사부님은 명색이 불제자이신 데 술을 드셔도 되는 건지요?] 눈치 보면서 묻고

혈나한; [못 마실 건 또 뭐냐?] 뽁! 혈나한의 손에 들려있는 술 호로 입구를 막고 있던 나뭇가지가 저절로 뽑힌다

혈나한; [수만명을 죽여서 금살계(禁殺戒)를 범한 처지에 술 정도 못 마시겠느냐?] 술 호로 입구를 코에 대고 냄새를 맡고

이군악; (하긴....)

혈나한; [게다가 다른 문중은 몰라도 소림사는 술을 금하지 않는다.] [심지어 필요하면 육식을 해도 된다는 황제의 특사를 받기까지 했었다.]

이군악; [소림사가 황실을 대신하여 도적이나 반군들을 토벌해온 전통때문이겠군요.]

혈나한; [그렇다.] [들어와라. 사부와 함께 한잔 하도록 하자.]

이군악; [예...] 안으로 들어가고

꿀꺽! 꿀꺽! 술을 마시는 혈나한. 눈치를 보며 그 앞에 무릎 꿇고 앉는 이군악

혈나한; [카아! 좋구나.] 호로를 입에서 떼고

혈나한; [십오년만에 마셔보는 술이라 그런지 꿀맛이 따로 없구나.]

이군악; [사부님 입맛에 맞으신다니 술을 담근 보람이 있습니다.] 아부

혈나한; [너도 한 잔 해라.] 술병을 향해 고개 짓하며 다시 술을 마시고

이군악; [제자는 저녁 무렵부터 원왕 일행과 많이 마셨습니다. 이번에 가져온 술은 사부님이 모두 드십시오.] 고개 젓고

혈나한; [오냐 오냐!] 꼴꼴! 술을 마시며 좋아하고

혈나한; [효성이 깊은 제자를 둔 덕분에 생각지도 않은 입 호강을 하는구나.] 술병을 입에서 떼며 껄껄 웃고

그걸 보며 야릇하게 웃는 이군악.

 

#11>

아주 깊은 밤. 절영도

이군악; [다섯 사형의 자질이 그토록 뛰어나다면 지금쯤은 거의 천하무적이 되어 있겠습니다.] 눈치 살피며 말하고. 마주 앉은 혈나한은 거나하게 술이 오른 모습으로 술을 마시고 있다. 이제 열 두 개의 술병은 거의 다 비었고. 두 개만 남았다. 빈 술병들은 이리저리 뒹굴고 있지만 마개가 막혀있는 두 개의 술병은 볼링핀처럼 서있다.

혈나한; [천하무적은 무슨...] 툭! 코웃음 치며 빈 술병을 옆으로 던지고.

혈나한; [그놈들이 특출 나긴 해도 천하무적 소리 들을 일은 영원히 없다.] 마지막 남은 두 개의 술병중 하나를 집어들고

이군악; [하긴 사부님이 건재하신 데 천하무적은 가당치도 않겠지요.] 아부

혈나한; [비단 사부뿐만이 아니다.]

혈나한; [세상에는 다섯 짐승들을 이길 수 있는 인간이 최소한 네명 이상 있다.] 뽁! 집어든 술병의 입구를 막은 나뭇가지 토막이 저절로 튀어 올라 빠지고

이군악; [네명씩이나!] 놀라고. 딸그락! 술병 입구를 막고 있던 나뭇가지가 바닥에 구르고

이군악; (우연인지 주정이 담긴 호로가 마지막까지 남는군.) + [어떤 인물들인데 사부님의 진전을 이어받은 다섯 사형을 이길 수 있는지요?] 곁눈질로 마지막 남은 술병을 보며

혈나한; [첫번째 인간은 사마외도에서 마교와 쌍벽을 이루는 배교(拜敎)의 태상교주 사존(邪尊) 패극천(貝克天)이다.] 꼴꼴! 술을 마시면서

이군악; [배교의 태상교주...] 눈 반짝이고

이군악; [세상 모든 사파(邪派)의 종가인 배교의 태상교주라면 확실히 대단한 인물이겠습니다.] 끄덕이고

혈나한; [대단하지! 암! 대단하고 말고.] 술병을 입에서 떼고

혈나한; [사존 패극천은 이 사부에게 대들었다가 살아난 유일한 인간이기도 하다.] 소매로 입가의 술을 닦으며

이군악; [사존 패극천과 싸우신 적이 있으십니까?] 놀라고

혈나한; [사부의 목표가 세상에서 사마외도를 멸해버리는 것이 아니더냐?] [당연히 마교와 함께 배교도 세상에서 없애버리려고 했었다.]

이군악; [마교의 교주 혼세마존(混世魔尊)을 박살하고 마교를 멸해버리신 얘기는 전에 제자에게 해주셨었지요.]

혈나한; [사부는 그 직후 배교로 쳐들어가서 그놈들의 교주인 화의사신(華衣邪神)도 때려죽이려고 했다.]

혈나한; [바로 그때 전대의 배교 교주였으며 당시에는 은퇴해서 태상교주(太上敎主)가 되어있던 사존 패극천이 들이닥쳤다.]

혈나한; [그래서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지만...] [사부도 끝내 그놈을 때려죽이지는 못했다.] 복잡한 표정으로 한숨 쉬고

이군악; [사존 패극천이 사부님의 능력으로도 죽이지 못할 정도의 고수였습니까?]

혈나한; [죽이려고 했으면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사실 패극천 그놈은 사부와...] [에잇! 그만 두자.] 고개 저으며 다시 술을 마시고

이군악; (사부님이 사존 패극천을 때려죽이지 못한 데는 무공 외적인 이유가 있었구나.) 혈나한이 술 마시는 거 보며 눈 반짝

혈나한; [나중에 듣자하니 패극천, 그놈은 내게 당한 수모를 갚기 위해 번뇌인(煩惱刃)을 수련하고 있다더구나.] 술병을 입에서 떼며 비웃고

이군악; [번뇌인은 어떤 무공입니까?]

혈나한; [무공과 사술이 결합된 수작인데...] [제법 쓸만하긴 하지만 수련과정에 몇 번이고 주화입마에 빠지는 단점이 있다.]

이군악; [주화입마에 빠지는 게 필수적인 무공이라니... 가히 전대미문입니다.]

혈나한; [그 때문에 그동안 배교의 그 누구도 번뇌인을 수련할 엄두는 내지 못했었다.] 고개 끄덕이고

이군악; [헌데 사부님께 당한 수모에 치가 떨린 사존 패극천이 목숨을 걸고 수련하고 있군요.] 눈 반짝

혈나한; [벌써 이십년 넘게 지났으니 패극천의 번뇌인도 제법 성취가 있을 것이다.] 다시 술병을 입으로 가져가고

혈나한; [물론 수련 도중에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꼴꼴! 좀 복잡한 표정으로 말하면서 술병을 완전히 들어서 그 술병에 든 술을 모두 마신다

이군악; (번뇌인이라...) 술병을 완전히 비우는 혈나한을 보며 생각하고

이군악; (어떤 무공인지 나중에 한번 사존 패극천을 만나봐야겠구나.) 생각할 때

혈나한; [다섯 짐승과 싸워도 지지 않을 다른 두명은 야차서시(夜叉西施)와 삼비검조(三臂劍祖)라는 물건들이다.] 툭! 빈 술병을 역시 집어던지고

이군악; [야차서시와 삼비검조...] [두 사람 다 별호가 범상하지 않군요.] 혈나한이 마지막 술병을 집어드는 걸 보며 말하고

혈나한; [별호뿐 아니라 실력도 범상한 인간들이 아니다.] 뽁! 마지막 술병의 마개도 퉁겨지게 만들고.

이군악; (드디어...) 긴장하며 보고

혈나한; [야차서시는 별호 그대로 야차(夜叉)의 심보와 서시(西施)의 미모를 지닌 할망구다.] [팔십살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절세미녀일 것이다.] 주정이 든 술병을 입으로 가져가고

혈나한; [만일 무림에 나갔을 때 얼굴은 절세미녀인데 머리는 백발인 계집을 만나면 독사를 본 듯 멀찍이 피해야만 한다.] 멈칫! 말하다가 입으로 가져가던 술병을 멈춘다

이군악; (들킨 건가?) 긴장할 때

혈나한; [이 술...] 킁킁! 코를 벌름거리며 술의 냄새를 맡고

이군악; [약... 약으로 쓰려고 소주(燒酒)로 내려 봤습니다.] 억지로 웃으며 말하고

혈나한; [소주라...] 킁킁

혈나한; [확실히 지금까지 마신 술들보다는 독한 냄새가 나는군.] 찡그리며 술병을 보고

이군악; [입맛에 맞지 않으실 것같으면 드시지 마십시오.] 비지땀을 흘리며 억지로 웃고

혈나한; [네 녀석이 사부를 어떻게 보고...] 이군악에게 눈을 부라리고

혈나한; [소주가 독하다 한 들 이 사부를 취하게 할 리가 없잖느냐?] 꼴꼴 마시고

이군악; (됐어!) 안도하고

혈나한; [커어!] 조금 마시고 술병에서 입을 떼고

혈나한; [확실히 이놈은 좀 독하구나.] 술병 보고

이군악; [아무래도 그전에 드셨던 과실주와는 다를 것입니다.] 굽신

혈나한; [독하긴 해도 맛이 순수하고 화끈해서 좋구나.] 꼴꼴 다시 마시고. 한꺼번에 많이 마시진 않는다.

이군악; (그렇지!) 안도

이군악; (가능한 많이 드십시오. 두 번 다시 드시지 못할 명주이니...) 웃고

혈나한; [야차서시는 무산(巫山) 신녀문(神女門) 출신으로 술법(術法)과 용독(用毒)의 귀신이다.] 술병을 입에서 떼고. 눈이 좀 풀렸다.

혈나한; [특히 그 할망구가 사용하는 독은 기상천외해서 방비하기 어렵다.] [그러니 가급적 야차서시와는 얽히지 않는 게 좋다.]

이군악; (눈이 좀 풀리신 것처럼 보이는군.) + [명심하겠습니다.] 혈나한의 상태를 살피고

혈나한; [세번째 인물인 삼비검조는 무당파의 태상장로다.] [어검술(馭劍術)을 자유자재로 구사해서 팔이 세 개(三臂)라는 별호를 얻었다.] 꼴꼴 말하면서 다시 술을 마시고

혈나한; [분명 대단한 고수고 또 검법으로는 천하제일이지만...] [패극천이나 야차서시보다는 좀 처지는 늙은이...다.] 말이 좀 꼬인다

이군악; (혀가 꼬이시는 걸 보니 슬슬 주정이 효력을 발휘하는 것같군.) + [다섯 사형들을 상대할 수 있는 마지막 네 번째 인물은 누구입니까?]

혈나한; [그건 바로...] 술병을 입에서 떼고. 눈이 풀렸다.

혈나한; [군악이... 너다.] 몸도 흔들리고

이군악; [제가 네 번째 인물이라니요?] 놀라고

혈나한; [지금까지의 네 성취는 다섯 짐승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혈나한; [본격적으로 무공을 익히기 시작한 게 불과 십년 밖에 안되었으면서 소림칠십이절기를 거의 다 연마해낸 건 소림사의 역사를 통틀어도 유래가 없는...] 툭! 말하다가 고개를 떨구고

이군악; [사부님!] 흠칫! 하며 부르지만

혈나한; [이상... 하군. 잠이 이렇게... 갑자기 쏟아진 경우는... 없는데...] 고개를 떨군 채 중얼거리고. 잠이 들었다.

이군악; (잠이 들었다.) 침 꿀꺽! 눈 부릅. 흥분

이군악; [사부님! 사부님!] 손을 혈나한의 얼굴 앞에 대고 흔들어 보지만

코를 골며 잠이 든 혈나한

이군악; (성공이다!) 두 주먹 불끈! 쥐고.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고

이군악; (드디어 사부의 마수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벌떡 일어나고

이군악; (일단 대량의 주정을 드신 탓에 잠이 들기는 하셨지만 언제 다시 깨어나실지 모른다.) 살금 살금 뒷걸음질. 흥분을 금치 못하면서

이군악; (정신을 차리시기 전에 가능한 멀리 도망쳐야만 한다.) 돌아서다가

눈 반짝! 하는 이군악.

잠이 든 혈나한의 뒤쪽 방석 위에 얹혀져 있는 금속제의 목탁

이군악; (파번뇌탁....) (태강으로 만들어진 저건 좀 쓸모가 있을 테니 가져가자.) 손을 흔들고

들썩이는 목탁

휘익! 이군악에게 날아오는 목탁.

턱! 목탁을 받아들고

이군악; (사부님! 제자를 너무 탓하지는 마십시오.) 동굴 입구에 서서 목탁을 든 채 포권하고

이군악; (피 끓는 나이인 제자로서는 앞으로 십년을 더 이 창살 없는 감옥에서 보내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한숨 쉬고

이군악; (비록 몰래 떠나지만 길러주신 사부님의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고개 깊이 숙이고. 감은 눈에서는 눈물이 찔끔

이군악; (주책하고는...) 돌아서며 왼손으로 눈가의 눈물 닦고

이군악; (사부를 배신 때리고 도망치는 주제에 무슨 눈물이냐?) 동굴 밖으로 달려간다.

이군악; (두번 다시 사부 앞에 나타나주지 않는 게 그동안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다. 내 상판을 안 보셔야 속을 덜 끓이실 테니...) 동굴을 등지고 달려가는 이군악.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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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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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십오년후> 망망대해. 아주 멀리 작은 점 같은 섬이 하나 보인다.

<-남해(南海)> 섬 크로즈 업. 울릉도를 연상시키는 험한 바위섬이다.

<-절영도(絶影島)> 사면이 깎아지른 바위섬이지만 제법 크다. 또 섬 주위로 수많은 암초들이 있어서 허연 파도를 일으킨다. 하지만 섬 안쪽에는 무성한 열대림이 들어차 있고. 열대지방이라 특히 숲이 울창하다.

숲속에는 온갖 새와 원숭이들이 살고 있고. 과일도 많이 열려있다. 원숭이들이 과일을 따서 어디론가 나르고 있고

열매들을 가득 안고 어떤 동굴로 들어가는 원숭이들.

깊지 않은 동굴 안에는 직경이 2-3미터쯤 되는 커다란 구덩이들이 여러 개 있고. 그 구덩이마다 과일들이 가득 들어차있다. 술이 만들어지는 모습. 구덩이에 과일들을 던져 넣거나 바나나 잎으로 구덩이를 덮는 원숭이들.

 

섬의 한쪽 끝 깎아지른 절벽 위에 누가 서있다. 손을 이마에 대고 멀리를 살피는 모습

크로즈 업. 바로 이군악이다. 이때의 나이는 17세. 키는 180쯤 되어 다 자랐지만 좀 날씬하고. 몸에는 옷을 거의 입지 않고 있다. 아랫도리만 대충 천으로 가린 게 <타잔>을 연상시킨다. 머리도 긴데 이마 부근에 띠를 둘렀다. 물론 발에 신을 신지 않은 맨발이고.

<-이군악 십칠세> 나레이션 배경으로 이군악의 얼굴. 이군악의 표정은 엄숙하기보다는 좀 개구진 인상이다. 그러다가

이군악; [드디어 왔군!] 눈 번뜩이며 멀리를 보고

섬을 에워싼 암초지대 밖. 네 마리의 범고래가 크고 작은 지느러미를 드러낸 채 지나가고 있다. 그중 한 마리는 좀 작아 보인다.

이군악; [기다려!] 팟! 외치며 도약해서 절벽 밖으로 날아가고. 이어

이군악; [일년만에 돌아왔으면 친구에게 인사부터 해야잖냐!] 두손을 모아 아래로 향한 채 다이빙하는 이군악

엄청난 높이의 절벽을 수직으로 낙하하는 이군악의 모습

풍덩! 물보라를 일으키며 입수

물속을 힘차게 헤엄쳐가는 이군악. 사방에 암초가 널려있고 물살이 거세지만 이군악의 몸은 거침없이 전진한다

암초 지대를 벗어나는 이군악. 물속의 모습

꾸우... 끼이! 암초 지대 밖을 지나가는 범고래 가족. 세 마리는 다 큰 놈들이고 한 마리만 다 큰 놈들 절반 정도 크기의 새끼다. 물론 물속에서 본 모습이고

그 범고래 가족을 향해 빠르게 헤엄쳐가는 이군악.

꾸우! 돌아보는 새끼 범고래

그 새끼 범고래를 향해 쇄도하는 이군악. 어른 범고래들이 돌아보는데 새끼 범고래도 이군악을 향해 방향을 튼다.

새끼 범고래와 끌어안고 뒤엉켜 반가워하는 이군악. 새끼라고는 해도 4-5미터 되는 거구다. 어미들은 10미터 가까이 되고

푸학! 물 밖 허공으로 수중발사 미사일처럼 치솟는 새끼 범고래. 그놈의 등에 걸터앉은 이군악

이군악; [푸하!] 물 밖으로 나오며 숨을 확 토해내는 이군악

츄학! 그런 이군악을 태우고 다시 물속으로 머리부터 내려꽂히는 새끼 범고래.

이군악; [끼야호!] 새끼 범고래의 등 지느러미를 잡은 채 신이 나서 외치는 이군악

펑! 다시 물속으로 잠기는 새끼 범고래

물 속에서 범고래 가족과 헤엄치는 이군악

 

이군악이 뛰어내린 절벽 위에서 그걸 보는 한 쌍의 눈빛

나이 든 원숭이 한 마리가 이마에 손을 대고 멀리 바다쪽을 보고 있다. 체격이 거의 사람만하한 이 늙은 원숭이가 섬에 사는 원숭이들의 두목. 이하 원왕으로 표기

바다를 가르는 범고래 가족. 그놈들과 함께 뛰고 헤엄치며 노는 이군악

끼이... 뭔가 생각하는 원왕

돌아서서 섬 안쪽으로 서둘러 걸어간다

 

#5>

휙! 휙! 섬 안쪽의 울창한 숲을 나뭇가지와 넝쿨을 잡고 날아가는 원왕

곧 섬 가장 안쪽에 높이 솟은 바위 절벽에 이르는 원왕. 원숭이들이 술을 만들고 있던 곳과는 다른 곳임을 주의

끼이! 끼! 절벽 아래에는 원숭이들이 모여 놀고 있다가 원왕에게 인사하고. 대부분의 원숭이들은 어린애만해서 원왕과는 체격 차이가 난다. 인사하는 어린 원숭이들 뒤쪽으로 커다란 동굴이 있다. 높이가 4-5미터는 되는 동굴. 하지만 깊지는 않다

동굴 입구의 우측 석벽에는 <懺悔洞>이라는 글이 세로로 크게 새겨져 있다. 글씨 하나가 거의 사람만하다. 이하 참회동으로 표기

다른 원숭이들의 인사를 받으며 참회동 안으로 들어가는 원왕

[어서 오게 원왕(猿王).] 동굴 안으로 들어서는 원왕의 귀에 들리는 음성

혈나한; [군악이가 아침나절부터 안보이던데...] [어디서 뭘 하고 있는가?] 석굴암 같은 동굴 내부. 천장이 아주 높다. 사면의 석벽에는 수많은 글자와 그림들이 새겨져 있다. 무공비결들이고. 입구 정면의 벽에는 전형적인 달마도가 거대하게 벽에 새겨져 있고. 그 달마도를 마주 보고 앉아있던 혈나한이 돌아본다. 혈나한의 나이도 이제는 90이 넘어 앞 씬에서보다 더 늙어 보인다. 몸은 여전히 거대하지만 등이 구부정해졌고 얼굴에 주름이 덮여있다. 달마도의 달마 비슷한 인상이 되어 있다. 왼쪽 팔이 팔뚝 아래가 없어서 헐렁하다는 점 주의. 혈나한 앞쪽에는 방석이 있고 방석에는 사람 머리만한 커다란 목탁이 놓여있다. 번쩍거리는 쇠로 만들어진 금속제 목탁인데 목탁을 치는 북채는 없다.

끼이! 끼이! 혈나한의 뒤에 털썩! 주저앉으며 손짓발짓하며 뭐라 말하는 원왕

혈나한; [역극경(逆戟鯨;범고래)들과 놀고 있다고?] 찡그리며 돌아앉고. 몸 전체가 회전의자에 앉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돈다.

끼끼! 고개 끄덕이는 원왕. 헤엄치는 시늉하고

혈나한; [그러고 보니 역극경들이 절영도 근처를 지나갈 계절이 되었군.] 원왕과 마주 앉는 자세가 되어 끄덕이고

혈나한; (군악이는 인간만큼 똑똑해서 말이 통하는 역극경들이 절영도 근처로 오면 함께 어울려 지내곤 했다.) (딱히 특이한 행동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이마 찡그리며 생각하고

혈나한; (어쩐지 찜찜한 기분이 드는구먼.) (그 녀석이 그저 단순히 역극경들과 노는 게 아닌 것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생각할 때

끼이 끼이 뭔가를 마시는 시늉하며 뭐라 말하는 원왕

혈나한; [술?] 흠칫! 하며 원왕을 보고

끼이! 끄덕이며 뭔가를 따는 시늉하는 원왕

혈나한; [군악이가 절영도에서 나는 과일들을 모아서 술을 만들고 있다?] [그것도 대량으로...?] 찡그리고

끼끼.... 뭐라 말하는 원왕. 좀 걱정하는 표정

혈나한; [젊은 원숭이들까지 동원해서 난 양의 술을 만들고 있다는 건데...] 생각하다가

혈나한; [내버려두게.] [그렇게라도 무료함을 달랠 수 있게 해줘야하니....] 한숨

끼이! 끄덕이는 원왕

혈나한; [군악이가 뭘 하든 제지는 하지 말고 노납에게 알려만 두시게나.]

끼이! 합장하며 고개 숙이는 원왕

다시 동굴 밖으로 어기적거리며 걸어 나가는 원왕.

혈나한; (따지고 보면 하늘 아래 군악이보다 가엾은 인생도 없다.) 원왕의 뒷모습 보며 한숨

혈나한; (어려서 부모를 잃은 후 이 외진 섬에서 늙은 노납하고만 살아와야했으니...) 스윽! 다시 달마도를 향해 돌아앉고

혈나한; (섬에 사는 원숭이들이 친구 노릇을 해주곤 있지만 사람 같을 리 없다.) (군악이를 위해서는 가급적 빨리 사람 사는 곳으로 보내줘야 하지만...) 앞에 놓인 무쇠로 만든 목탁을 보고

혈나한; (무공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상에 내보냈다가는 노납이 실수로 기른 다섯 짐승들 손에 비명횡사할 게 뻔하다.) 금속제 목탁을 향해 고개짓을 한다. 그러자

땅! 목탁이 진동하며 맑은 목탁 소리가 나고

혈나한; (그녀석에게는 좀 가혹하지만 몇 년 더 노납 곁에 묶어두어야만 한다.) 땅! 땅! 따그르르! 목탁이 연신 울리며 소리가 나고

혈나한; (아무쪼록 군악이가 절영도에서의 이 무료하고 힘든 시기를 잘 견뎌내기를 바랄 뿐이다.) 한숨 쉬고.

<군악이는 노납의 과오 때문에 피붙이들을 모두 잃었다. 제대로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도록 잘 키워주는 게 노납이 군악이에게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이 되겠지.> 동굴 안에 등이 굽어진 채 벽을 보고 앉은 혈나한의 구부정한 모습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6>

여전히 낮. 절영도 근처 바다. 암초 지대 밖의 바다 위에 떠있는 범고래들. 그중 어미 범고래의 등에 걸터앉아서 수평선을 보고 있는 이군악. 새끼 범고래는 다른 어른 범고래들과 주변에서 놀고 있고

이군악; (절해고도...) 수평선을 보면서 찡그리고

이군악; (절영도는 대륙은 고사하고 가장 가까운 유인도(有人島)와도 오백리 이상 떨어져 있다.) (게다가....)

<섬 주위 바다 속에는 무수한 암초가 숨겨져 있어서 멋모르고 접근하는 배는 여지없이 파선(破船)을 당하고 만다. 그 때문에 뱃사람들도 절영도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거친 파도. 그 파도 아래에서 날카로운 암초들이 드러난다. 절영도 근처의 험한 모습 보여주고

이군악; (가까이는 오는 사람도 없고 나갈 수도 없고....) (말 그대로 창살 없는 감옥인 건데...) 한숨 쉬고

 

<패륵! 냉막! 침독! 아극파! 당령! 이 짐승들의 이름을 기억해둬라. 네가 반드시 잡아죽여야할 패륜무도한 놈들이다.> 혈나한이 눈을 부릅뜨며 엄한 표정으로 말하던 장면이 이군악의 뇌리에 떠오르고. 이군악은 아직 그들이 자신의 집안을 멸문시킨 원수라는 건 모른다.

 

이군악; (사부는 다섯 사형들에게 배신을 당했던 쓰라린 기억 때문에 여섯 번째 제자인 나를 머나먼 남해로 데려왔을 것이다.)

이군악; (이곳 절영도에서는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방법이 없으니...) 쓴웃음

이군악; (그리고 요즘 들어서는 나 역시 사형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한숨

이군악; (바깥세상에는 온갖 즐거움이 가득할 텐데 사부의 닦달을 받으며 무공 수련에만 전념해야만 하는 따분한 신세...) 한숨

이군악; (정말 견디기 어려운 건 이 지겨운 무공 수련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입술 깨물고

이군악; (사부는 다섯 사형들을 이기기 위해서라며 한도 끝도 없이 새로운 무공을 수련하라고 강요하신다.)

이군악; (병적이라고까지 느껴지는 사부의 집착에 숨이 막힌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이 좁아터진 섬 구석에서 빠져나가지 않으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몸을 뒤틀고

꾸우! 이군악의 타고 있는 범고래가 왜 그러냐는 듯 고개 조금 돌려 돌아보고

이군악; [별 거 아니다. 걱정하지 마라.] 범고래의 등을 다독이고.

꾸우! 다시 고개를 물 속으로 넣는 범고래

이군악; (절영도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뿐이다.) (오백리 이상 떨어져 있는 유인도까지 경신술을 펼쳐서 건너가는 게 바로 그것이다.) 멀리 수평선을 보고

이군악;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사부는 소림칠십이절기중 일위도강(一萎渡江)을 몇날 며칠이라도 펼칠 수가 있다.)

이군악; (반면 나는 기껏해야 한 시진 남짓 물 위에 떠있을 수 있을 뿐이다.) (당연히 오백리 넘는 바다를 건너가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이군악; (그래서 탈출은 엄두도 내지 못했었는데....) 생각하며 앞을 보고. 새끼 범고래가 몸을 뒤집으면서 물 위로 높이 뛰어오르고 있다. 다른 어른 범고래들이 주변에서 보고 있고

첨벙! 세찬 물살을 일으키며 물에 다시 빠지는 새끼 범고래

이군악; (얼마 전 절영도를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눈 번뜩이며 웃고

<바로 이들 호경(虎鯨;범고래)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꾸우! 물 속에서 고개 내밀며 소리내는 새끼 범고래. 어른 범고래들도 합창하듯 고개 내밀며 소리내고

이군악; (호경들은 매년 절영도 근처에서 한달쯤 지내다가 떠난다.) (그리고 나는 지난 몇 년간 호경들과 어울리며 친분을 쌓아왔다.)

이군악; (사람 말귀를 알아듣는 이 영특한 바다의 폭군들에게 부탁하면 나를 대륙에 가까운 곳까지 태워다 줄 것이다.)

이군악; (하지만 문제는 사부의 추적이다.) 찡그리고

이군악; (내가 한두시진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사부는 눈치를 채고 찾아 나설 게 분명하다.) (그럼 숨은 곳 없는 망망대해라 꼼짝없이 잡힐 수밖에 없고....)

이군악; (최소한 하루 정도 사부가 날 추적할 수 없게 만들어야만 탈출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눈 번뜩일 때

떵! 섬 전체를 울리는 요란한 목탁 소리. 범고래들이 깜짝 놀라 물 밖으로 고개를 들고. 이군악도 흠칫! 할 때

떵! 떵! 또그르르르! 이어지는 목탁소리

이군악; [하여간 사부도 양반은 못돼!] [한두시진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찾아 나설 거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소환을 하시니...] 섬 쪽을 돌아보고

꾸우! 범고래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섬을 기웃거리고

이군악; [노땅이 날 찾으니 오늘은 그만 놀아야겠다.] 범고래의 등에서 몸을 일으키고

이군악; [내일 여기서 또 보자!] 팟! 범고래의 등에서 날아오른다. 이어

휘익! 섬쪽으로 날아가는 이군악. 그걸 보는 범고래 가족. 새끼 범고래는 아쉬운 듯 앞 지느러미를 첨벙거리며 꺄꺄거리고

팟! 팟!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를 밟으며 섬쪽으로 날아가는 이군악.

 

#7>

혈나한이 있는 동굴. 동굴 입구에 새겨져 있는 <懺悔洞>이라는 글. 동굴 입구에서 놀던 원숭이들은 사라졌고

혈나한; [용조수(龍爪手)의 수련은 어찌 되어 가느냐?] 이군악과 마주 앉아서 말하고. 이군악은 혈나한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이군악도 키가 크지만 혈나한은 덩치에서 이군악을 압도한다.

이군악; [얼추 완성된 듯합니다.]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말하고

혈나한; [지난번 일지선(一指禪)의 수련에는 한 달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보름도 채 안되어 용조수를 완성했다는 것이냐?] 눈을 좀 가늘게 뜨며 의심의 표정

이군악; [용조수는 일지선이나 포룡조(捕龍爪)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아서 비교적 수련이 쉬웠습니다.]

혈나한; [일 리가 있긴 하군.] 끄덕이며 뒤를 향해 손짓을 하고. 그러자

슥! 방석 위에 놓여있던 번쩍이는 금속 목탁이 떠오르고

혈나한; [받아라.] 고개 짓을 하자 목탁이 이군악에게 날아간다

이군악; [예...] 두손으로 날아든 목탁을 받고

혈나한; [그 파번뇌탁(破煩惱鐸)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인 태강(鈦鋼;티타늄)으로 만들어졌다.] 이군악이 두손으로 바쳐든 목탁을 보면서

혈나한; [금강석에 필적할 정도로 단단한 태강에 조그만 흠집이라도 낸다면 용조수를 완성했다는 네 말을 믿도록 하마.]

이군악; [시도는 해보겠습니다만...] [태강으로 만들어진 파번뇌탁에 흠집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자신 없는 표정으로 말하면서도 목탁의 둥근 부분을 오른손 손가락으로 움켜잡는다. 왼손으로는 목탁을 든 채로.

혈나한; [우는 소리 마라. 십성(十成)의 용조수는 금강석이라도 으스러트리는 위력을 지녔으니...] 엄한 표정

이군악; [예...] 삭 죽은 표정. 이어

눈 부릅! 뜨는 이군악. 그러자

쩡! 쩡! 목탁을 움켜쥔 이군악의 오른손 다섯 손가락이 강철처럼 변한다.

까드득! 강철처럼 변한 이군악의 오른손 다섯 손가락이 힘을 주어 목탁의 윗부분을 움켜잡고. 마치 쇠꼬챙이로 철벽을 긁는 듯한 소리가 나고

[....] 지긋이 보는 혈나한

비지땀을 흘리며 목탁을 움켜쥐는 이군악. 이마에 핏줄도 돋고

혈나한; [그만!] 말하고. 그러자

이군악; [예...] 지지지! 강철같이 변했던 이군악의 오른손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혈나한; [파번뇌탁을 사부에게 보여라.]

이군악; [여기...] 말하며 자신이 쥐었던 부분을 혈나한에게 내보인다.

쿵! 목탁의 머리 부분에 다섯 개의 긁힌 자국이 있다. 깊지는 않지만 제법 뚜렷하게 보이고

혈나한; [흠집이라고는 하긴 뭣해도 흔적을 남기긴 했구나.] 끄덕이고

이군악; [제자의 내공이 아직 일천한지라...] 멋 적게 웃으며 눈치 보고

혈나한; [일단 용조수를 제대로 운용할 줄 아는 건 분명하구나.] 슥! 말하며 손을 대충 젓고

툭! 이군악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는 목탁

혈나한; [용조수를 연마해내었으니 이제 두 가지만 더 배우면 소림칠십이절기의 수련은 끝난다.] 털썩! 다시 방석에 떨어지는 목탁을 배경으로 혈나한의 말

이군악; [나머지 두 가지 무공까지 연마한 후에는 제자, 중원에 돌아가도 되는 건지요?] 흥분해서 묻지만

혈나한; [네 사형들... 패륵을 비롯한 다섯 짐승들 역시 소림칠십이절기를 모두 알고 있다.] 심각한 표정

혈나한; [게다가 십팔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그놈들의 성취는 아마 사부에 못지 않을 것이다.]

이군악; [그... 그렇겠지요?] + (어째 느낌이 싸한데...) 불안한 표정

혈나한; [사부는 다섯 짐승을 잡아 죽이는 데 적합한 맞춤무공 다섯 가지를 만들어 놨다.] [그것들까지 모두 익히면 중원으로 보내주겠다.]

이군악; (역시나...!) + [그 다섯 가지의 맞춤 무공을 모두 연마해내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요?] 억지로 웃으며 묻고

혈나한; [다섯 짐승은 패륜무도 하긴 해도 하나같이 기재들이라 약점이 거의 없다.]

혈나한; [그런 놈들을 제압하기 위해 만든 무공인 탓에 수련하는 게 정말 까다로운데...] 곁눈질로 이군악의 눈치를 보며 말하고.

이군악; (그래서 얼마나 걸린다는 건데요?) 긴장하며 기다리고

혈나한; [한가지 무공을 수련하는데 대략 이년, 전부 합쳐서 십년쯤 걸릴 것이다.]

이군악; [십... 십년!] 입 딱 벌어지고

혈나한; [보통 사람이라면 다섯 가지 무공을 모두 수련하려면 평생이 걸릴 것이다.] 억지로 웃으며 급히 말하고

혈나한; [하지만 넌 천부의 자질을 타고났으니 피나는 노력까지 기울인다면 오년 정도로 단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달래듯 말하지만

이군악; (십년... 앞으로도 십년을 더 이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지내야 하다니...) 완전히 넋이 나가 혈나한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이군악

<더는.... 더는 참을 수가 없다.> 넋이 나간 이군악과 이군악에게 무어라 말하며 달래는 혈나한의 모습을 배경으로 이군악의 생각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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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년후(五年後)> 깊은 밤. 외진 곳에 자리한 장원에서 불이 나고 있다. 맹렬히 치솟는 불길에 의해 대낮같이 환하고.

장원 안팍에 수많은 시체들이 널려있다. 모두 몸이 으스러지거나 잘려서 죽었는데 남녀노소가 다 끼어있다. 한밤중에 습격을 당해 잠옷 차림들이 대부분이다. 복면을 쓴 자들이 돌아다니며 시체들을 칼로 찔러 확인살해를 하고 있다.

불타는 대문에는 <神風堡>란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있고. 두꺼운 문은 박살이 나있다.

장원 안쪽의 넓은 마당. 그곳에도 수많은 시체들이 널려있고. 사방의 건물들이 불타면서 마당을 대낯같이 환하게 밝히고 있는데 그곳에서 고문이 진행되고 있다.

이세창; [끄아아아!] 고통에 몸부림치는 잘 생긴 중년인. 나이는 삼십대 중반 정도. 이군악의 아버지이며 신풍보의 보주인 신풍금룡 이세창이다. 상체가 벌거벗겨진 채 두 개의 기둥에 양팔과 양발이 벌려진 채 묶여있다. 헌데

빠직! 콰직! 츠츠츠! 콩알만한 작은 딱정벌레들이 이체상의 상체 여기저기를 뚫고 들어간다. 살갗을 뚫고 들어간 딱정벌레들은 피부 아래를 기어 다닌다. 그 때문에 이세창의 몸에는 수많은 지렁이같은 흔적이 나있다.

이세창; [죽여라 이 악마들아! 차라리 죽여!] 끄아아악! 몸부림치며 악을 쓰고 있고.

휘이! 휘이! 그런 이세창의 앞쪽에는 네명의 사내가 휘파람 소리를 배경으로 앉고 서있다. 바로 패천오수중 사내들. 팔짱 낀 채 하늘을 보고 있는 호랑이. 용은 가운데 의자에 앉아서 술병을 입에 대고 나발을 불고 있다. 그자가 앉은 의자 주변에는 여러 개의 술병이 놓여있다. 빈 술병도 여러개 바닥에 나뒹굴고 있고. 그런 용 좌측의 뱀이 인상 찡그리며 이세창을 보고 있다. 용의 우측에는 독수리가 앉아있는데 휘파람을 불고 있다. 그런 독수리의 한손에는 두꺼비 모양의 도자기가 들려있다. 주먹정도 크기의 도자기인데 두꺼비의 벌린 입 모양에 난 구멍으로 딱정벌레들이 드나들고 있다.

휘파람을 부는 독수리. 그러자

찌직! 파파팟! 두꺼비 모양의 도자기에서 날아 나온 딱정벌레들이 이세창의 몸에 달라붙고

빠직! 찌직! 이세창의 살을 파고 들어가는 딱정벌레들

[끄아아아!] 그때마다 비명 지르는 이세창.

뱀; [신풍보(神風堡) 보주 신풍금룡(神風金龍) 이세창(李世昌)!] [산 채로 몸에 구멍이 나는 기분이 어떠냐?] 용 옆에 앉아서 웃으며 말 걸고

이세창; [이... 이 마귀 새끼들...] 끄윽! 고통에 치를 떨면서도 용 일행을 노려보고

뱀; [어차피 네놈은 오늘 죽는다. 기왕에 죽을 거 그만 자백해서 고통을 줄이는 게 어떠냐?] 선심 쓰듯

이세창; [개.... 개소리 마라.] 끄윽! 이를 갈고

이세창; [네놈 말대로 어차피 죽을 목숨이다.] [피붙이들을 지키지 못해서 살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이를 갈며 노려보고

이세창; [기왕에 죽을 것... 세상을 위해 비밀을 안고 죽겠다.] 끄윽! 신음하고

뱀; [그 새끼, 무공은 형편없어도 강단은 우리들에게 못지 않은 걸.] 피식 웃고

뱀; [그렇단다 독수리!] [아직도 기가 살아있으니 제대로 좀 손을 써봐라.] 용 건너편의 독수리에게 말하고. 그러자

삐이! 더 강하게 휘파람을 부는 독수리. 그러자

번쩍! 번쩍! 이세창의 몸에 달라붙어 있던 딱정벌레들이 눈을 번뜩이고

파파팟! 콰지직! 날개를 세운 채 맹렬히 이세창의 몸으로 파고 들어가는 딸정벌레들. 드릴처럼 회전하면서 들어가는 놈도 있고

이세창; [끄아아악!]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딱정벌레들이 파고 들어가는 곳에서 피도 분수처럼 치솟고

[...!] 찡그리며 보는 호랑이.

이세창; (미안하오 부인! 미안하구나 군악(君岳)아!) 끄으으! 고통에 이를 악물면서 한쪽을 보고

<지켜주지 못해서...> 이세창의 비참한 생각 나레이션 배경으로 한쪽에서는 여우가 뒷짐을 짚고 서서 복면 쓴 사내들이 둥글게 둘러앉아 무언가 하는 걸 들여다보고 있다. 여우 옆에는 건장한 복면인이 2살쯤의 어린 사내아이의 뒷덜미를 물건처럼 들고 서있다.

사내 아이 크로즈 업. 어린 시절의 이군악이다.

둥글게 모여 앉은 사내들은 여자 한명을 벗겨놓고 강간하는 중이다. 강간당하는 여자는 이십대 중반쯤의 절세미녀인데. 복면인 두 놈이 그 여자의 머리맡에서 쳐들려진 여자의 두팔을 누르고 있고. 한 놈이 여자의 두 다리를 끼고 아랫도리를 흔들고 있다. 다른 놈들은 주변에서 침 삼키며 보고 있다. 여자는 입에 천조각이 밀어 넣어져 있어 비명도 못 지르며 강간당하는 중이다. 눈에서는 눈물.  이 여자는 이군악의 엄마다.

여우; [직접 즐기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구경하는 것도 별미지.] 가면 속에서 눈을 희번덕이며 웃고.

여우; [그래, 그년 살 맛이 어떠냐?] 여자를 강간하는 놈의 엉덩이를 발로 툭툭 차며

사내1; [기... 기가 막힙니다.] 헐떡이며 대답하고. 뒤돌아보면서

사내1; [절세미녀인데다가 이년 거기가 천하명기입니다. 이런 기막힌 계집은 난생 처음입니다.] 헐떡이며 몸을 흔들고

여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신풍보의 안주인인데 그 맛이 오죽하겠어?] 웃고

여우; [밑바닥 인생인 네놈들이 언제 무림 명문가 안주인의 맛을 보겠느냐?] [오늘 여한없이 즐기도록 해라.] 혀로 입술 핥으며 말하고

[감... 감사합니다 구미요호(九尾妖狐)님!] [후회없이 즐기도록 하겠습니다.] 사내들 여우의 눈치 보며 대답하고.

여우; [귀여운 소(少)보주님도 기막힌 구경을 하시네.] 옆의 장한이 물건처럼 들고 있는 어린 이군악을 돌아보며 웃고

여우; [이군악(李君岳)이라고 했지?] [아마 세상에서 이런 구경과 경험을 한 아이는 너 밖에 없을 거야.] 이군악의 머리를 쓰다듬고. 이군악은 얼어붙어 눈만 치뜨고 있고.

여우; [대신 우릴 원망하면 안돼!] [네 엄마가 저런 꼴을 당하고 있는 건 네 아버지가 보물을 숨겨두고 내놓지 않은 때문이니까.] 이군악의 뺨을 꼬집어서 흔들며 웃고. 여전히 눈만 치뜬 채 울지 않고 있는 이군악. 그때

[어! 이년...] [아차!] 뒤쪽에서 들리는 당황한 소리. 이군악을 놀리다가 돌아보는 여우

[뭐야 이년?] [혀를 물었잖아!] [재갈을 입에서 밀어내고 혀를 물었다.] 사내들 여자를 내려다 보며 당황하고. 여우는 그런 사내들 뒤에서 들여다 보고

강간당하던 여자, 즉 이군악의 엄마가 고개를 옆으로 떨구고 있는데. 천조각이 뱉어진 입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뜨고 있는 눈에는 초점이 없고

여우; [그년, 제법 강단이 있네. 혀를 물고 죽는 건 여간 독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인데...] 피식! 웃고

사내1; [젠장 기분 잡쳤군!] 바지를 끌어올리며 일어나고

[니미! 우리한테는 차례가 돌아오지도 않았잖아.] [아쉽구만. 정말 보기 드문 계집이었는데...] 다른 놈들도 아쉬운 표정으로 일어나고. 이어

질질! 한 놈이 여자의 한쪽 팔을 잡고 한쪽에서 불타고 있는 건물쪽으로 끌고 간다. 강간당하다 죽은 모습으로 비참하게 끌려가는 여자.

휙! 끌고 간 여자의 시체를 맹렬히 불타고 있는 건물 속으로 집어 던지는 그놈

불길 속에서 타들어가는 여자의 시체. 건물 안에는 다른 시체들도 불타고 있다

[...] 그걸 눈을 치뜨며 보고 있는 어린 이군악

여우; [그 애새끼 간수 잘 해라.] 어린 이군악의 뒷덜미를 잡고 있는 놈에게

여우; [마누라가 뒈져버린 이상 이세창이란 인간의 입을 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그 애새끼이니...] 기둥에 묶여 고문당하는 이세창을 보며 말하고

[명심하겠습니다 구미요호님.] 이군악의 뒷덜미를 잡고 있는 사내가 고개 숙이고.

여우; [형편이 어때?] 용과 독수리, 뱀등에게 다가가며 묻고

뱀; [녹녹치 않아.] 고개 젓고

<신풍보의 보주 신풍금룡 이세창! 과연 일문의 당주답게 저 새끼의 의지력도 보통이 넘는다.> 끄아아! 비명 지르는 이세창의 모습 배경으로 뱀의 말

여우; [확실히 강단은 있어 보이네.] 그런 이세창을 보며

여우; [눈앞에서 마누라가 강간을 당하다 죽고 흡혈갑충(吸血甲蟲)이 살을 파먹는 데도 버티는 걸 보면...]

뱀; [감탄만 하고 있을 상황 아니다.] [내 졸개들의 보고에 의하면 줄기차게 우리를 추격하고 있는 사부가 이 주변 백리 안쪽에 들어온 게 분명하니까.]

여우; [백... 백리면 사부 걸음으로 순식간인데...] 겁에 질려 침 꼴깍

여우;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겠네.] 말하며 이세창에게 다가가고, 이어

여우; [이봐요 이보주님!] [이렇게 버티는 거 정말 무의미해요.] 올려다보며 애처로운 표정

여우; [더 이상 고통을 겪지 않게 해드릴 테니까 그만 잠풍주(潛風珠)를 내놓으시는 게 어때요?] 여기저기 구멍이 난 이세창의 배 부분의 상처를 쓰다듬으며 회유.

여우; [신풍보의 가보인 잠풍주는 사실 당신에게는 딱히 쓸모도 없잖아요.] [그걸 우리에게 건네주면 유용하게 쓸 테니까 그만 내놓도록 해요.] 상처를 만지며 살살 달래고. 하지만

이세창; [똥... 뚱물에 빠져 죽을 년!] 이를 갈고

찡그리는 여우

이세창; [오늘 지은 죄의 대가로 네년은 가랑이가 찢어져 죽을 것이다.] 악을 쓰고

여우; [이 새끼가...] 콱! 손가락으로 이세창의 상처 속으로 강하게 찔러넣고

이세창; [끄아아....] 고통에 몸부림치고

여우; [내가 어떻게 죽을지 모르지만 네놈은 창자가 뽑혀 나오는 걸 네놈 눈으로 직접 보게 될 것이다.] 콰직! 상처에 끼워 넣었던 손가락을 웅크려서 상처 부위의 살을 뜯어내는데 창자도 함께 딸려나온다.

이세창; [끄으...] 눈이 돌아가고.

뱀; [여우 저년이...] 찡그리는 뱀. 피식 웃는 용

역시 찡그리는 호랑이

여우; [호호호! 어때? 창자를 네놈 눈으로 직접 보는 기분이?] 이세창의 배에서 창자를 끄집어내며 마녀처럼 웃고

뱀; [그만해라 여우! 그러다가 그놈 자백도 하기 전에 죽는다.] 벌떡! 일어나며 외치고

여우; [아차!] 놀란 척 하며 이세창의 창자를 놓고 뒤로 물러서고

이세창; [끄윽!] 배에서 창자가 빠져나온 모습으로 벌벌 떨고

뱀; [하여간 도움이 안돼! 저년은...] 여우를 노려보고. 여우는 내가 뭘! 하는 표정으로 두 손 들어보이며 어깨 으쓱하고. 그때

용; [뱀!] 병나발을 불던 술병을 입에서 떼며

뱀; [왜?] 신경질 나서 돌아보고

용; [네 말대로 사부가 곧 들이닥칠 수도 있다.]

움찔! 뱀

용; [이제 그만 네놈의 밑천을 드러낼 때가 되지 않았느냐?] 음산하게 웃으며

뱀; [내 밑천이라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용; [한번만 더 헛소리하면...] 지잉! 술병을 들고 있던 오른손이 빛을 발하고. 그러자

용; [사부 손에 죽기 전에 내 손에 먼저 뒈지는 수가 있다.] 푸스스! 오른손에 들고 있던 술병이 증발해서 사라지고

뱀; [용! 너 이 새끼...] 수치심에 용을 노려보고.

독수리와 호랑이는 힐끔 그런 뱀과 용을 보고

용; [왜? 내가 네놈을 죽이지 못할까봐?] 히죽

용; [설마 십팔년동안 한 솥밭 먹은 정을 기대하는 건 아니겠지?] 손에 묻은 술병의 잔해를 털어 버리며 웃고. 다가오는 여우

여우;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다가오며 뱀과 용을 보고

여우; [가뜩이나 시간 없는데 우리끼리 다퉈서 어쩌자는 거야?] 눈을 흘기며 용과 뱀을 보고. 용과 뱀은 서로를 노려보고 있고. 그때

용; [내가 왜 이러는지는 뱀에게 물어봐라.] 음산하게 웃으며 여우에게 말하고. 눈으로는 뱀을 노려보면서

여우; [용이 뭔 소리를 하는 거니? 네 밑천은 또 뭐고?] 뱀에게. 그러자

실룩! 뱀의 입 꼬리가 실룩이더니

뱀; [내가 독수리 저 새끼에 못지 않게 셈이 확실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라 용!] 손으로 독수리를 가리키며 용에게 말하고. 독수리는 휘파람을 불다가 흠칫! 하면서 그런 뱀을 보고.

독수리; (저 새끼, 왜 나까지 끌어들여?) 뱀을 흘겨보고

뱀; [오늘 용 네놈에게 진 빚은 장부에 확실히 적어둘 테니 그리 알아라.] 홱! 말하며 돌아서서 여우를 스쳐지나간다. 돌아보는 여우

여우; [설마 뱀, 저 새끼...] 이세창에게 다가가는 뱀의 뒷모습 보면서 용에게 묻고

용; [우리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재주를 한 가지 숨기고 있었다.] 웃으며 고개 끄덕이고

여우; [그걸 쓰면 이세창의 입을 열 수 있다는 거야?] 눈 치뜨며

용; [직접 보고 확인해라.] 턱으로 앞을 가리키며 말하고. 그 사이에 뱀은 이세창 앞에 이르렀고. 이어

뱀; [네 귀염둥이들 그만 거둬들여라. 방해된다.] 돌아보며 독수리에게

독수리; [그러지.] 삐익! 말하며 날카롭게 휘파람을 불고. 그러자

파팟! 투툭! 이세창의 몸을 파먹고 있던 딱정벌레들이 일제히 이세창의 몸에서 날아오른다. 날개를 펴면서

슈우! 끼이이이! 독수리가 쳐든 두꺼비 닮은 도자기로 날아들어가는 딱정벌레들

여우; [그 벌레새끼들 말 정말 잘 듣네.] 쓔우! 딱정벌레들이 거의 다 도자기로 들어가는 걸 보며 웃고

독수리; [이 흡혈갑충 구하느라 묘강(苗疆)까지 다녀왔는데 보람이 있어야지.] 마지막 한 마리가 도자기로 들어가는 걸 보며 웃고. 그때

뱀; [이세창!] 콱! 이세창의 뒷덜미 머리카락을 움켜잡아서 고개 떨구고 있던 이세창의 머리를 들게 하고

뱀; [내 눈을 봐라!] 징! 눈에서 빛을 발하며 말하고

이세창; [무슨 수작을 해도...] + [!] 이를 갈며 고개 들다가 눈 부릅

지지지징! 올려다보는 뱀의 두눈에서 수많은 동심원이 생긴다.

[끄으...] 그 동심원이 이세창의 얼굴을 덮으면서 이세창의 눈이 풀리고

여우; [저건...] 놀라고. 호랑이는 찡그리고. 독수리는 눈을 부릅뜬다. 용만 웃고 있고

용; [곧 죽어도 우리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던 비장의 한수다.] 웃고

독수리; [배교(拜敎)의 최심대법(催心大法)?] 눈 부릅.

여우; [뱀 저 새끼, 사람의 마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최심대법을 익히고 있었던 거야?] 역시 놀라고. 호랑이는 찡그리기만 하고

용; [일년전 우리가 배교를 박살 낼 때 뱀, 저 새끼는 최심대법의 비급을 몰래 챙겼었다.] 웃으며 고개 끄덕이고

독수리; [나중에 우리에게 써먹으려고 최심대법을 익힌 사실을 숨기고 있었군.] 이를 부득 갈며 뱀을 노려보고

여우; [정말 음흉한 새끼잖아.] 여시 코웃음치며 뱀을 노려보고

용; [뱀 욕할 거 없다. 우리 모두 저마다 한가지씩은 다른 사람이 모르는 수단들을 숨기고 있는 주제에...] 웃고

코웃음 치며 대답하지 않는 여우. 독수리는 용의 눈치를 보고.

용; [어쨌거나 뱀이 최심대법을 익힌 덕을 오늘 보게 되는군.] 웃으며 보고. 그때

뱀; [말해라. 잠풍주는 어디에 숨겨두었느냐?] 지지징! 눈에서 동심원을 일으키며 이세창에게 말하고. 그러자

이세창; [잠... 잠풍주는....] 눈에 초점이 사라진 상태에서 다듬거리고.

모두 긴장해서 보는데

이세창; [내.... 내 뱃속에 있다.] 헐떡이며 말하고

여우; [뭐?] 놀라고

독수리; [옳거니! 그렇게 된 거였군.] [어쩐지 신풍보를 아무리 뒤져도 없다 했지.]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고

여우; [잠풍주가 제놈 뱃속에 있다니 무슨 소리야?] 용에게

용; [이세창, 저 새끼도 확실히 우리에 못지 않은 악바리야.] 웃고

용; [잠풍주를 우리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삼켜버렸던 거다.]

여우; [아!] 놀라고

독수리; [상당한 크기였을 텐데 용케 잠풍주를 삼켰군.] 그때

뱀; [수고했다 이세창!] 푹! 말하며 그대로 손을 이세창의 뱃속에 찔러 넣는다. + 이세창; [끄윽!] 고개 쳐들며 퍼덕이고

뱀; [어디 보자...] 꾸죽! 웃으며 시세창의 뱃속에 찔러 넣은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 이세창; [끄아아악!] 그때마다 비명 지르고

뱀; [삼킨지 한시진쯤 되었으니까... 이쯤에 와있겠군.] 손을 움직이다가.

멈칫! 하는 뱀의 손

뱀; [찾았다!] 눈 치뜨며 외치고. 이어

콰직! 이세창의 뱃속에서 손을 확 잡아 뽑는다. + 이세창; [끄아아악!] 처절한 비명 지르고

다시 빼낸 뱀의 손은 피로 물들어 있고 그런 뱀의 손아귀에 포켓볼 당구공만한 밝은 빛을 뿜는 구슬이 들려있다. 이세창은 배에 구멍이 난 채 벌벌 떨고 있고

[잠풍주!] [오오! 저것이...] 여우는 환호하고. 독수리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고

여우; [아깝게 되었잖아. 잘했으면 내손으로 찾아냈을 수도 있었는데...] 눈 번뜩이며 뱀을 보고. 그때

뱀; [독수리! 나에게 장풍을 날려봐라.] 돌아서며 신이 나서 외치고

독수리; [그러지.] 펑! 뱀에게 장풍을 날리고. 강력하다. 하지만

화악! 독수리가 날린 장풍은 구슬을 내민 뱀의 몸 주위에 이르자 수증기가 증발하듯 증발해버린다.

[장풍이 증발해버린다.] [정말 바람을 잠재우는 힘을 지닌 잠풍주로구나.] 여우와 독수리의 환호. 용은 흡족한 표정으로 다시 술을 마시고 있고.

뱀; [드디어 잠풍주를 손에 넣었다.] [이제 천마총을 발굴한 준비는 다 마친 셈이다.] 잠풍주를 손에 들고 흥분하고.

독수리; [천마총을 발굴해서 천마대종사의 마공과 칠대마병만 손에 넣으면 사부를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겠지.] 역시 흥분된 표정.

용; [그 새끼들, 진짜 좋아하는군.] 술병으로 나발을 불며 웃고. 헌데 바로 그때

멈칫! 하는 용의 손

이어 찡그리는 용. 표정이 심각해지고 웃음기가 사라진다.

여우; [왜 그래?] 이상을 느끼고 돌아보고.

뱀과 독수리도 흠칫! 하며 용을 보고.

가만 있으라고 손을 내밀면서 일어나는 용. 무언가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로

[!] 무언가 느낀 호랑이도 뒤를 돌아보고

(왜들 저러시지?) (낸들 아나?) 주변의 복면인들 흠칫! 그 중 한놈이 어린 이군악의 뒷덜미를 잡고 있다는 것 주의. 그때

용; [젠장...] 고개 조금 옆으로 숙인 자세로 이를 바득 갈고

역시 찡그리며 얼굴 굳어진 호랑이

여우; [대체 무슨 지랄을 하는 건지 말을 해야...] + [!] 발끈하다가 눈 부릅

똑! 또그르르! 어디선가 들리는 목탁소리

[이.... 이건!] [헉!] 순간 뱀과 독수리는 기겁하고

여우; [엄마야!] 비명 지르며 펄쩍 뛰어오르고

용과 호랑이는 굳어진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고. 똑! 똑! 똑! 또그르르! 그 사이에도 어디선가 목탁 치는 소리가 들리고. 더 확실하고 커졌다.

[뭐지?] [어디서 목탁소리 같은 게 들리는데...?] [누가 목탁을 치는 건가?] 복면인들도 목탁소리를 듣고 어리둥절. 그때

[니미럴!] [소... 소림칠십이절기중의 여래복마탁(如來伏魔鐸)이다!] 팟! 쐐액! 비명 지르며 폭발하듯 허공으로 치솟는 뱀과 독수리

여우; [사... 사부가 왔어!] 팟! 역시 날아오르며 비명을 지르고

용; [가자 호랑이! 아직은 사부와 맞설 때가 아니다.] 휘익! 호랑이를 돌아보며 날아오르고

호랑이; [...!] 슥! 뭔가 생각하며 역시 날아오르고

사내2; [이... 이세창의 아들놈은 어떻게 할까요?] 삽시에 멀리 날아가는 다섯 년놈을 보며 당황하여 외치는 사내. 이군악을 쳐들어 보이면서. 그러자

<불구덩이에 던져 넣어라. 살려두면 재미없으니...> 멀리서 들리는 음성

사내2; (이 어린 것을 불구덩이에 던져 태워 죽이라고?) 좀 망설이는 사내. 그때

[시키는 대로 하고 여길 뜨자!] [그래!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다.] [빨리 해치우고 가자.] 다른 놈들이 재촉하며 겁에 질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이미 도망치는 놈도 있고. 그러자

사내2; (어쩔 수 없군.) + [날 원망하지 마라!] 휙! 이군악을 이군악의 엄마 시체가 타고 있는 건물에 던진다.

허우적대며 불길 속으로 날아가는 이군악. 헌데 바로 그때

화악! 갑자기 집채만한 손이 허공에서 나타나 막 불구덩이에 빠지려던 이군악의 몸을 받아내고. 실제 손이 아니라 손 형태의 반투명한 빛이다

[헉!] [저... 저렇게 거대한 손이...] 복면인들 기겁할 때

화악! 이군악의 몸을 움켜쥐는 거대한 손. 이어

슈욱! 거대한 손은 허공으로 빨려 올라가며 줄어든다. 일제히 올려다 보는 복면인들

쿵! 허공에 언제인지 나타나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혈나한. 이때의 혈나한은 나이가 70대 후반. 왼쪽 소매는 헐렁한 외팔이다. 손뚜껑만해진 오른손으로는 이군악을 쥐고 있다. 혈나한의 손은 자유자재로 커졌다 줄어들었다를 한다. 허리 춤에는 사람 머리통만한 크기에 번쩍거리는 금속제의 목탁을 차고 있다. 다음 순간

[헉!] [저... 저 땡중은...] 복면인들 기겁

[혈나한!] [천하제일인 혈나한이 나타났다.] 비명 지르며 사방으로 개미떼처럼 흩어져 도망치는 복면인들

눈을 부릅뜬 채 내려다보는 혈나한

불타는 건물들. 수많은 시체들. 기둥에 매달려 고문당하다가 죽은 이세창의 모습

혈나한; [아미타불! 죄 많은 중생들이...] 이를 부득 갈고. 이어

혈나한; [죄의 값을 치러라!] 떵! 사납게 외치면서 혀를 굴러 강한 소리를 내고. 그러자

퍽! 퍽! 펑! 달아나던 모든 복면인들과 사내들의 머리통이 폭죽처럼 터지고. <킹스맨>에서 사람들 머리가 터지듯이

퍼억! 퍽1 머리통이 사라져 나뒹구는 시체들

그걸 보지 않고 다른 쪽을 돌아보는 혈나한

용과 호랑이등이 까마득히 멀어지고 있고.

혈나한; [또... 또 한번 저놈들을 놓치고 말았구나.] 이를 부득 갈고

혈나한; [저런 짐승들이나 길러내고...] [노납 대자가 지은 죄가 이제 구천(九天)과 지옥(地獄)에까지 알려지지 않겠는가?] 허탈하게 웃고. 그러다가

혈나한; [미안하구나 아가야!] 한숨 쉬며 거대해진 오른 손으로 쥐고 있는 이군악을 돌아보고

혈나한; [참으로 너를 볼 면목이 없...] + [!] 말하다가 눈 부릅뜨는 혈나한

혈나한의 거대해진 오른손에 몸통이 쥐어져 있는 이군악. 울지 않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혈나한을 보고 있다

혈나한; (이... 이 놈...) 흥분과 충격으로 눈을 부릅뜨고

<노납이나 패륵을 능가하는 자질을 지닌 천고기재다!> 덜덜 떨면서 펴지는 혈나한의 손바닥에 누워 올려다보는 이군악의 똘망한 모습. 물론 혈나한의 거대해진 손은 하늘을 향하게 펴져있는 상태고

혈나한; [선재(善哉;인연)로다! 선재로다!] 아미타불! 자기 손바닥 위에 누워있는 이군악을 내려다보며 흥분

혈나한; [석가세존께서 이 어리석은 제자를 위해 한 번 더 기회를 주시는구나.] [이 아이를 잘만 키우면 다섯 짐승을 잡아 죽이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흥분하여 이군악을 내려다보고

혈나한; [패륵! 냉막! 침독(沈獨)! 아극파(阿克波)! 당령(唐鈴)!] [기다리고 있거라 이 못된 짐승들아!] 이군악을 쳐들면서 외치고

혈나한; [머잖아 노납의 여섯 번째 제자가 네놈들을 사냥하기 위해 세상에 나올 테니...] 으하하하하! 웃는 혈나한의 모습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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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아니면 누가 지옥에 들어가랴(我不入地獄 誰入地獄)? 부처의 그 말을 몸소 실천한 인물이 당대에 있었다.> 웅장한 성문으로 들어서는 거구의 중. 나이는 마흔 살 가량인데 두눈에서 태양같은 빛을 뿜어내고 있다. 전작 <대도독행>의 <혈나한>과 동일 캐릭터로 천하제일인이다. 혈나한의 뒤쪽으로 성문 밖에 수많은 시체들이 널려있다. 혈나한은 한손에는 무식하게 생긴 무쇠 선장(중들이 들고 다니는 지팡이)을 들고 있으며. 목에는 주먹만한 해골 수십개를 엮어 만든 염주를 걸고 있다. 혈나한의 앞쪽에서는 수많은 흉악한 인상의 무리들이 겁에 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무기를 들고 혈나한을 겨누지만 모두 겁에 질려 있다. 이곳은 마교의 총단이다. 주변에 수많은 웅장한 건물들이 있다.

<-혈나한(血羅漢)! 제이의 달마(達磨)라 불리던 소림사 역사상 최강의 무승(武僧)인 그는 어린 시절 사마외도(邪魔外道)의 무리들에게 피붙이를 모두 잃었었다.> 혈나한의 뒷모습. 그 앞쪽에는 웅장한 건물을 배경으로 높은 단상이 있고 단상 위에는 <魔敎>라는 커다란 깃발이 펄럭이는 깃대가 세워져 있다. 깃발 아래에는 화려한 의자가 놓여있고 의자에는 산발을 하고 눈에 핏발이 선 노인이 분노한 표정으로 앉아있다. 화려한 곤룡포를 걸친 그 노인이 마교 교주 혼세마존인데 한눈에 보기에도 고수로 보인다. 혼세마존이 앉아있는 단상 주변에는 수많은 마교 고수들이 긴장한 채 혈나한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원한 때문에 세상에서 사마외도의 씨를 말리겠다고 맹세한 그는 소림사 칠십이절기를 모두 연마해낸 후 강호에 나와 무차별 살육을 자행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본래의 법명인 대자(大慈) 대신 혈나한이라는 별호로 더 잘 알려지게 되었다.> 지팡이를 쳐들며 무어라 외치는 혈나한. 공포스러운 모습이고. 그 앞에서 흉악한 인상의 무리들이 마주 무기를 휘두르며 돌진한다. 그자들 뒤에는 머리를 산발한 마귀같은 인상의 혼세마존이 일어서서 혈나한을 손가락질 하고 있다.

<하늘 아래의 그 누구도 혈나한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 이전까지 천하제일인으로 여겨졌던 마교(魔敎)의 교주 혼세마존(混世魔尊)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마외도의 고수들이 혈나한의 손에 박살(撲殺) 당했다.> 시체로 뒤덮인 단상 위에 서서 광소를 터트리는 혈나한. 오른손으로는 혼세마존의 목을 쥐어 부러트리고 있다. 목이 부러져 축 늘어진 혼세마존. 마교의 생존자들은 겁에 질려 달아나고 있다

<하지만 단신으로 세상의 모든 사마외도를 척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에 혈나한은 자신의 탕마행(蕩魔行)을 도울 제자들을 기를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 벽과 천장에 수많은 그림과 글이 새겨진 어떤 석실에서 의자에 앉아 눈을 부릅뜨고 있는 혈나한. 이제 나이가 들어서 예순살 가량의 노인이 되었다. 그 혈나한 앞에 다섯명의 소년과 소녀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뒷모습. 나이는 열 살 전후. 네명은 사내인데 여자가 한명 끼어있다. 소년들은 덩치가 제각각이다. 큰놈, 작은 놈, 날씬한 놈 뚱뚱한 놈등등

 

#2>

<-십오년후> 나무나 풀이 거의 나지 않은 황량하고 험준한 바위 산.

드드드! 갑자기 엄청난 진동이 일어나더니

콰쾅! 바위산 깊은 곳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

콰콰쾅! 삼면이 수백미터 높이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진 깊은 계곡이 그대로 무너져 내린다. 고층건물 폭파 해체하듯이.

콰쾅! 콰드드! 집채만한 바위들이 마구 무너져 깊은 계곡을 메우고

놀란 산 짐승들이 날고 뛰며 달아난다

드드드드! 이윽고 진동이 갈아앉고

아주 깊었던 계곡은 이제 원형의 분지가 되었다. 집채만한 바위들로 메워진 모습

분지 외곽의 절벽 위에 서서 그걸 내려다보는 다섯 명의 남녀. 체격이 제각각인데 모두 얼굴에 가면을 쓰고 있다. 용과 호랑이, 코브라, 독수리, 여우의 가면인데 코 윗부분만 가리고 입은 드러나 보인다. 이자들이 혈나한이 기른 다섯 제자인 패천오수들이다.

용은 키가 훤칠하게 크고 당당한 체격이며, 호랑이는 군살 하나 없는 근육질에 키는 중키. 독수리는 좀 뚱뚱한 체격에 대머리다. 부리가 앞으로 튀어나온 독수리 머리 모양의 가면을 쓰고 있다. 코브라는 평균 키에 좀 날렵하다. 코브라의 정체는 침독임을 감안하여 체형 묘사. 여우는 아주 육감적인 몸매의 여자다.

여우; [잘 죽었어요! 정말 잘 뒈지셨어요 사부님!] 호호호! 일행중 가장 앞쪽으로 나와 절벽 끝에서 깔깔 웃으며 박수치는 여우. 정말 신이 나서 못 견뎌하는 모습이다.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한다. 그때마다 육중한 젖가슴이 출렁거리고. 낡은 옷을 입고 있는데 저고리가 벌어져 젖가슴의 상당 부분이 드러났고 치마도 옆단이 길게 찢어져 한쪽 허벅지까지 보이는데 엉덩이가 커서 치마가 꽉 낀다.

여우; [그러게 피 끓는 청춘들을 왜 이런 오지(奧地)에 가둬두고 못살게 구셨냐구요?] [사부가 자초한 화이니 제자들을 탓하지는 마세요.] 깔깔! 웃으며 신나게 춤을 춘다.

용; [여우, 저년이 정말 신이 났군.] 여우가 신이 나서 방방 뛰며 춤추는 걸 뒤쪽에서 보며 피식 웃고

독수리; [어찌 그렇지 않겠냐?] 역시 웃고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몸을 지닌 년이 본의 아니게 비구니처럼 금욕을 하며 살아왔잖은가?] 신이 나서 춤추는 여우를 배경으로 독수리의 말. 출렁이는 젖가슴. 찢어진 치마

뱀; [사부가 감시하지 않았으면 우리도 모두 저년 엉덩이에 깔려 녹아났을 걸?] + 독수리; [사내로서 여우의 색기(色氣)에 저항할 수 있는 건 사부 외에는 고자들뿐이겠지.] 동조하고. 네명의 사내중 호랑이만 침묵한다.

뱀; [이제 사부의 손아귀에서 풀려났으니 여우 저년, 신나게 즐기며 살겠군.] 여우의 육감적인 뒷모습 보며 침 꿀꺽

독수리; [여한 없이 인생을 즐기겠지.] [하루에도 사내놈들을 수십명씩 배에 태워보면서...] 끄덕이고

용; [남 얘기할 거 없고...] 말하고. 돌아보는 뱀과 독수리

용; [네놈들도 세상으로 뛰쳐나가고 싶어 몸살을 앓았었잖냐?] 웃고

독수리; [짜씩! 너야말로 남 얘기한다.] [우리들 중에서도 사부를 가장 죽이고 싶어한 주제에...] 눈을 흘기고

용;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내가 세상에 뛰쳐나가고 싶어한 건 네놈들과는 다르다.]

용; [네놈들은 누리고 싶고 즐기고 싶어서 세상을 동경했지만...] [나는 나보다 더 강한 인간이 세상에 존재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었다.]

용; [사부는 뒈지셨으니 이제 사파무림의 지존인 사존(邪尊)만이 나의 강함을 재 볼 수 있는 자(尺)가 될 것이다.] 거만하게

독수리; [어이구 잘 나셨어. 무공광 나으리...] 비웃고. 뱀은 힐끔 호랑이를 보고

뱀; [호랑이! 넌 별로 즐겁지 않은 기색이다.] 말하고. 다른 놈들도 호랑이를 돌아보고

호랑이; [너희들 사부를 너무 얕보는 거 아니냐?] 심각하게 말하고.

다른 놈들 흠칫

춤 추던 여우도 흠칫! 하며 돌아보고

뱀; [무슨 뜻이냐 호랑이?] 긴장하며 묻고

독수리; [설마 사부가 저 아수라장에서 죽지 않았다는 거냐?] 분지가 된 계곡을 턱으로 가리키며 묻고

침묵하며 대답하지 않는 호랑이. 묵묵히 절벽 아래만 보고. 용과 뱀, 독수리도 침묵하고. 표정들이 갑자기 어두워졌고

여우; [말... 말도 안돼!] 겁에 질려서 말하고. 뱀과 독수리가 힐끔 그런 여우를 보고

여우; [사부는 야차서시(夜叉西施)가 우리에게 몰래 전해준 천하제일의 극독 절연환향고(絶緣還鄕膏)에 중독된 상태에서 무너지는 절벽에 깔렸어.]

여우; [내공을 쓸 수 없는 몸으로 저 엄청난 바위들 아래 깔렸는데 어떻게 죽지 않을 수 있어?] 손으로 절벽 아래의 바위들을 가리키며 호랑이에게 악을 쓰고

호랑이; [절대불이(絶代不二) 혈나한(血羅漢)!] 짧게 말하고

[!] [!] 호랑이의 말에 모두 침묵한다. 여우도 눈만 치뜨고 입을 다물고

호랑이; [무림 역사를 통틀어 봐도 사부와 비견될 수 있는 인물은 단 둘!] [달마와 천마대종사(天魔大宗師)뿐이다.]

호랑이; [그런 사부를 독약과 폭약 정도로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것 자체가 무리 아니냐?]

독수리; [호랑이 너 이 새끼!] [그렇게 생각했으면서 왜 우리 일에 동조한 것이냐?] 가면 속에서 이를 부득 갈며 호랑이를 노려보고

호랑이; [나 역시 견딜 수 없게 지겨웠으니까.]

여우; [지겹다니 뭐가?]

여우; [한창 나이에 계집 살 냄새 못 맡아서?] [아니면 다른 새끼들처럼 들끓는 야망을 펼치지 못한 게 견딜 수 없던 거야?]

호랑이; [내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말을 끊고

모두 호랑이를 주목하고

호랑이; [사부의 독선(獨善)이었다.] 우울하게

[...!] [...!] 대꾸하지 않지만 공감하는 다른 년놈들

호랑이; [당신만이 절대선(絶代善)이므로...] [정의를 위해서는 뭐든지 할 권리가 있다는 사부의 끔찍한 사고방식을 견딜 수가 없었다.]

용; [그 새끼...] 피식

뱀; [뭐 나름대로 고민이 되긴 했겠다.] 끄덕

여우; [호랑이 네가 사부를 끔찍하게 지겨워하면서도 존경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

여우; [하지만 네가 그토록 존경하는 사부라 해도 저 정도 아수라장에서 죽지 않았다는 건 도저히 믿을 수가...] 드드드! 말하던 여우 기겁. 갑자기 절벽이 지진이 난 듯 뒤흔들리고

[헉!] [이런...] 호랑이와 용을 제외한 다른 세년놈 기겁하고

드드! 구궁! 무너진 절벽 아래쪽의 바위더미들이 들썩인다.

[맙... 맙소사!] [바위 더미 아래쪽에서 무언가 뚫고 나오려고 한다.] 뱀과 독수리. 기겁. + 여우; [히익!] 겁에 질려 주춤. 호랑이와 용은 말없이 아래를 내려다 보고

드드드! 쿠쿠쿠! 절벽 아래 쌓여있는 바위들이 더 심하게 요동치고

뱀; [호... 호랑이 말이 맞았다! 사부가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 뒷걸음질을 치며 겁에 질려서 외치고.

독수리; [젠... 젠장!] 팟! 겁에 질려 가장 먼저 날아오르고

여우; [같... 같이 가!] 팟! 역시 날아오르고

뱀; [피하자!] 역시 날아오르고

용; [호랑이 넌 어떻게 할 거냐?] 세 년놈이 미친 듯이 날아가는 배경으로 호랑이에게 묻고

용; [설마 여기 남아서 사부 손에 죽겠다는 건 아니겠지?] 살벌한 눈빛으로 호랑이를 보고

호랑이; [남는다고 하면 패륵(貝勒) 네가 날 죽일 작정이겠지?] 우울하게

용; [우린 사부가 숨겨두고 있었던 천마총(天魔冢)의 지도를 오등분해서 나눠가졌다.] 음산하게 웃고

용; [네가 여기 남으면 지도는 불완전해져서 천마총을 찾을 수 없게 되지 않겠느냐?] 드드드! 말하는 사이에도 지축이 뒤흔들리고

용; [뭐 네 몫의 지도를 내놓는다면 널 죽이지 않을 수도 있다.] 손을 내밀고

호랑이; [가자!] 돌아서고. 손 내민 자세로 움찔! 하는 용

호랑이; [나라고 왜 목숨이 아깝지 않겠느냐?] 휙! 날아오르고

호랑이; [죽어야한다면 우리 모두 함께 죽어야만 한다. 산다면 같이 살아야하고...] 앞서서 날아가고. 다른 세 년놈은 이미 멀리 멀어지고 있고

용; [역시 너도 아주 꽉 막힌 꼴통은 아니었구나.] 휘익! 웃으며 호랑이의 뒤를 따라서 날아오르고

용; [냉막(冷莫), 네 말이 맞다.] [십오년의 세월을 지옥같은 곳에서 썩었는데 혼자 죽으면 너무 억울한 것이다.] 으하하하! 웃으며 날아가고. 그 직후

콰쾅! 화산이 폭발하듯 분지의 바위들이 허공으로 높이 치솟는다

[이크!] [나왔다!] 멀리 달아나면서 돌아보며 공포에 질리는 다섯 년놈. 직후

쩡! 한줄기 빛이 분지에서 허공으로 치솟는다. 지경이 3미터쯤 되는 빛의 기둥이 엄청난 힘으로 바위들을 뚫고 올라오며 바위들을 허공으로 퉁겨내며 치솟는 모습이고.

[사부다!] [사부가 수십장 높이로 쌓인 바위들을 뚫고 나왔다!] [저... 저 괴물...] 비명 지르며 달아나는 앞쪽의 세 년놈. 돌아보면서 비명 지르는 그년놈들 뒤에서 용과 호랑이도 역시 뒤돌아보며 날아오고. 그들 뒤 멀리고 빛의 기둥이 까마득한 허공으로 치솟고 있는데

슈우! 빛의 기둥 속에서 사람의 형상이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쿵! 빛을 따라 내려오는 사람의 형상 크로즈 업. 바로 혈나한이다. 처음 등장 때보다 늙었다. 이때의 나이는 80이 다 된 노인이다. 눈을 부릅뜨고 있으며 입과 코로 피를 흘리는데. 왼팔이 팔꿈치 아래쪽이 터져서 사라졌다. 독을 몰아넣고 터트린 것

[정... 정말 살아있었다.] [안돼!] [잡히면 끝장이다.] 쐐액! 비명 지르며 사력을 다해 날아가는 앞쪽의 세 년놈. 용과 호랑이도 굳어진 표정으로 필사적으로 날아오고. 그때

스윽! 마침내 절벽 위로 내려서는 혈나한

혈나한의 시점. 까마득히 멀어지고 있는 다섯 년놈들. 이미 십리 이상을 날아갔다

혈나한; [이 배은망덕한 짐승들...] 이를 부득 갈고

혈나한; [각오해둬라!] [노납에게 잡히면 네놈들 몸뚱이의 모든 근육을 끊어버린 후 무저갱에 던져버릴 것이다!]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울부짖고

<모든 근육을 끊어버린 후 무저갱에 던져버릴 것이다!> <모든 근육을 끊어버린 후 무저갱에 던져버릴 것이다!> 혈나한의 울부짖음이 메아리로 변해 사방을 뒤흔들고. 그 배경으로 사색이 되어 달아나는 다섯 놈들

뱀; [저... 저 늙은이, 제대로 꼭지가 돌았군!] 겁에 질려 뒤를 곁눈질하며 날아가고

독수리; [잡히면 온몸의 근육을 몽땅 끊어버린다는 말이 그냥 위협이 아닐 거다.] 역시 겁에 질려 날아가며 곁눈질하고

여우; [어... 어떻게 해? 사부에게 찍힌 이상 중원에서 살아가긴 틀렸는데...] 울상

용; [이제 방법은 단 한가지뿐이다.] 휘익! 그 사이에 호랑이와 함께 세년놈을 따라붙으며 말하고. 돌아보는 세 년놈

여우; [방법? 무슨 방법?]

용; [지금의 우리 실력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사부를 이기지 못한다.]

뱀; [사부가 가르쳐준 무공으로는 사부를 도저히 어찌할 수 없겠지.] 끄덕이고. 그때

독수리; [천마총!] 깨닫고. 여우와 뱀이 돌아보고

독수리; [천마총을 발굴해서 천마대종사의 절대마공을 얻는 수밖에 없겠구나!] 흥분해서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고

용; [마교의 시조이기도 한 천마대종사는 가공할 마공뿐 아니라 일곱 가지 치명적인 무기도 자신의 무덤에 숨겨두었다고 한다.] 끄덕이고

독수리; [천마대종사의 칠대마병(七大魔兵)은 금강불괴라도 간단히 죽일 수 있다던가?] 눈 번뜩이고

용; [그렇다.] [사부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천마대종사의 마공과 무기들을 손에 넣는 것이다.] 살벌한 표정

뱀; [무슨 짓을 해서든지 천마총을 찾아내야겠군.] 그자의 말에 다른 놈들도 고개 끄덕이고

호랑이; (사부...) 뒤를 곁눈질하며 네 년놈들을 따라가고. 맨 뒤에서 날아간다.

<패륜무도한 짓을 저지른 제자들을 용서하지 마십시오.> 아주 멀리에서 허공으로 치솟았던 빛이 흩어지고 있다. 흩어지는 그 빛의 기둥 배경으로 혈나한이 울부짖고 있는 모습이 아주 작게 보인다

<하지만 사부에게도 잘못이 있습니다. 자질만 보고 성품은 가리지 않은 채 우리같은 짐승들을 제자로 받아들이신...> 왼팔이 날아간 모습으로 뭐라 울부짖는 혈나한의 모습 배경으로 호랑이의 생각.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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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야설록 화실의 시나리오로 집필한 작품입니다.***

 

 

           악군자전 -惡君子傳

 

                                                                           2015년 4월 20일 와룡강

 

<설정>

당금 무림을 암중에서 장악하고 있는 패천오수라는 자들이 있다. 패천오수는 천하제일인이며 달마의 재래라 불리는 혈나한이 세상의 사마외도를 멸하기 위해 키운 제자들이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야심이 컸던 그자들은 오히려 스승인 혈나한을 시해하는 패륜을 저지른다.

다만 천하제일인답게 혈나한은 제자들의 암살시도에서도 살아남는다. 단지 팔 하나를 잃었을 뿐이다. 패천오수의 배신에서 목숨을 건진 혈나한은 못된 제자들을 응징하기 위해 여섯 번째 재자를 기르는데 그게 바로 이군악이다.

문제는 이군악이 패천오수에 못지 않은 말썽장이라는 사실이었다. 사부의 지나친 간섭과 외딴 섬에 갇혀 지내야만 하는 무료한 생활에 지친 이군악은 사부를 골탕 먹이고 탈출한다. 혈나한도 못된 막내 제자를 잡으러 다시 무림에 나오면서 일대풍파를 일으키는데...

당금 무림은 패천오수에게 사실상 장악당해 있는 상태다. 세상에서 사마외도를 멸하려던 혈나한의 의도는 본의 아니게 실현된 셈인데... 용, 호, 응(독수리), 사(뱀), 호(여우)의 다섯 짐승으로 상징되는 패천오수는 각각의 분야에서 패권을 차지하고 있다.

용의 이름은 패륵으로 패천오수중의 최강자다. 사실 그는 혈나한의 조카이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강해서 다른 넷에게 질시를 받는 바 되었고 결국 고금제일마인 천마대종사가 남긴 일곱가지 무기 칠대마병중 흡혈창에 심장이 관통당해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몸이 되어있다. 원래는 죽어야 했지만 타고난 재능으로 흡혈창을 심장 대신 사용하여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호의 이름은 냉막. 오직 무공에만 관심이 있는 무공광이다. 패천오수중 그나마 양심이 있어서 사부를 시해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고 은거하고 있다. 무공으로는 패륵에 필적하며 무기로는 칠대마병중 절천살조를 사용한다.

응(독수리)의 이름은 아극파. 천하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황금성을 빼앗아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머리가 아주 좋은 자다. 무기는 칠대마병중 연환파천륜이다.

사(뱀)의 이름은 침독. 황실을 장악하기 위해 구문제독부의 주인인 독고무적을 죽이고 독고무적으로 위장하고 있다. 독고무적은 설지의 아버지다. 또한 침독의 아들이 독불군이다. 독불군은 출신을 숨기고 황금성에 투신하여 아극파의 제자가 되어있다.

호(여우)의 이름은 당령으로 패천오사중 유일한 여자다. 하지만 아주 독하고 야심이 큰 여자다. 세상에서 가장 방대한 체인망을 가진 기루 만화총련의 방주다. 늙지 않는 외모를 지녔다.

패천오수는 혈나한의 훈육을 받아 개개인이 천하무적에 가까운 힘을 지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정체를 드러내지는 못하는데 이유는 두가지다. 먼저 사부인 혈나한의 추적이 무서워서이고 두 번째는 배교의 태상교주인 사존 패극천의 존재 때문이다.

사존 패극천은 사실 혈나한의 동생으로 집안이 멸문을 당할 때 배교의 전대교주에게 구함을 받고 배교에 입문한다. 나중에 형인 혈나한과 재회하지만... 사마외도를 싫어하는 형에게 하마터면 맞아죽을 뻔 했고. 그 때문에 형에게 앙심을 품고 배교의 금단마공인 번뇌인을 수련하고 있다.

패천오수는 둘 이상이 힘을 합치면 사존 패극천도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는 탓에 손을 잡지 않는다. 그 사이에 혈나한은 여섯 번째 제자인 이군악을 기르고... 사부의 간섭이 지겨워 무림에 뛰쳐나온 이군악은 그들을 차례로 만나면서 온갖 사고를 만들어낸다.

 

<등장인물>

혈나한; 소림사 사상 최강의 무승으로 본래 법명은 대자다. 하지만 법명과 달리 무자비한 살수를 써서 수만명의 사마외도를 죽인다. 그 때문에 혈나한이라는 별호를 얻었다. 사마외도를 근절하는데 도움을 받기 위해 다섯명의 기재를 제자로 받아들이지만 배신당한다.

이군악; 혈나한의 여섯 번째 제자. 원래는 신풍보라는 가문의 후손이었지만 신풍보의 가보인 잠풍주를 노린 패천오수에게 집안이 멸문을 당하고 이군악만 살아남아 혈나한의 제자가 된다. 하지만 분방한 성격에 혈나한의 통제에 짜증이 나서 혈나한을 천일취로 잠들게 한 후 도망친다.

독불군; 패천오수중 사, 즉 뱀인 침독의 아들이다. 신분을 숨기고 아극파의 제자로 들어가 있다. 아극파의 딸인 아나타를 두고 이군악과 연적 관계가 된다.

설지; 구문제독 독고무적의 딸. 침독이 아버지로 위장한 것을 알아차리고 구문제독부를 탈출했다가 이군악을 만난다. 이군악을 조종하여 복수를 시도하지만...

이장진; 패천오수에게 멸문을 당한 무림맹 맹주의 손자다. 무림맹의 재건을 위해 고심한다

패륵; 패천오수중의 용. 무공만으로는 패천오수의 으뜸이며 혈나한을 가장 많이 닮았다. 사실은 혈나한의 조카다. 즉, 배교 태상교주인 사존 패극천과 무산 신녀문의 문주 야차서시의 아들이다.

야차서시; 무산 신녀문의 전대 문주. 기문둔갑과 독약의 사용으로 천하제일이다. 젊은 시절 혈나한, 사존 형제와 삼각관계였다. 혈나한을 좋아했지만 동생이 야차서시를 좋아하는 걸 안 혈나한이 물러나고... 홧김에 사존과 관계를 가져 패륵을 낳았다. 두 형제를 미워하여 죽이려 애쓴다.

냉막; 패천오수중 호. 창랑곡이란 문파의 후손으로 무공과 자질로는 패륵과 필적한다. 그나마 패천오수중 양심이 있는 인물로 사부 혈나한을 암살하려 한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워한다.

아극파; 패천오수중 독수리. 천하제일의 부자인 황금성 장주다. 머리가 아주 좋다. 아나타의 아버지로 제자인 독불군의 정체를 알면서도 속아준다.

침독; 패천오수중의 뱀. 가장 사악한 인간. 독불군의 아버지. 아극파를 제거하기 위해 아들 독불군을 성을 바꾸게 해서 아극파의 제자로 들여보냈다. 구문제독 독고무적으로 위장하여 황실의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최강의 살수조직 흑수련을 장악하여 련주가 되어있기도 하다.

구미요호; 패천오수중 여우로 이름은 당령. 천하에서 가장 거대한 기루 조직인 만화총련의 방주. 여자들을 이용하여 세상을 좌지우지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 무공은 패천오수중 가장 떨어진다. 무기는 백장육혼삭

사존 패극천; 배교의 태상교주. 혈나한의 동생이지만 집안이 멸문지화를 당할 때 전대 배교 교주에게 구해져서 제자가 된다. 덕분에 배교 교주가 되었지만 사마외도를 멸하려고 무림에 나온 형과 충돌하는 가혹한 운명에 직면하고... 형에게 하마터면 맞아죽을 뻔 했다. 야차서시가 진짜 사랑한 사람이 형인 것을 알고 질투까지 더해진다. 형에게 복수하게 위해 배교의 금단마공 번뇌인을 수련하고 있다. 번뇌인은 단계마다 주화입마에 빠지는 위험한 무공이라 아직까지 완전히 연마해낸 사람이 없다. 배교를 제자인 이군악에게 물려주고 번뇌인의 수련에 열중하고 있다.

삼비검조; 무당파의 장로. 혈나한의 유일한 친구로 무림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파면살주; 무림맹의 마지막 맹주였던 인의대협의 아들 옥면신협이다. 복수를 위해 얼굴을 망가트리고 침독이 만든 살수조직 흑수련에 가입한다. 혁혁한 공을 세워 지금은 흑수련의 부련주가 되어 있다. 아들 이장진을 흑수련으로 끌어들어 혹독한 수련을 시켰다.

아나타; 패천오수중 아극파의 딸. 방탕하고 악랄한 성격이다. 원래는 사형인 독불군과 연인관계였지만 이군악의 강함에 매료되어 독불군을 배신한다. 신분에 비밀이 있다

천마대종사; 달마와 비견되는 고금제일마. 그가 모든 무공과 보물을 함께 묻힌 천마총의 장보도 때문에 이군악의 가문 신풍보가 멸문지화를 당한다. 일곱가지 마공과 칠대마병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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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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