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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십오년후> 망망대해. 아주 멀리 작은 점 같은 섬이 하나 보인다.

<-남해(南海)> 섬 크로즈 업. 울릉도를 연상시키는 험한 바위섬이다.

<-절영도(絶影島)> 사면이 깎아지른 바위섬이지만 제법 크다. 또 섬 주위로 수많은 암초들이 있어서 허연 파도를 일으킨다. 하지만 섬 안쪽에는 무성한 열대림이 들어차 있고. 열대지방이라 특히 숲이 울창하다.

숲속에는 온갖 새와 원숭이들이 살고 있고. 과일도 많이 열려있다. 원숭이들이 과일을 따서 어디론가 나르고 있고

열매들을 가득 안고 어떤 동굴로 들어가는 원숭이들.

깊지 않은 동굴 안에는 직경이 2-3미터쯤 되는 커다란 구덩이들이 여러 개 있고. 그 구덩이마다 과일들이 가득 들어차있다. 술이 만들어지는 모습. 구덩이에 과일들을 던져 넣거나 바나나 잎으로 구덩이를 덮는 원숭이들.

 

섬의 한쪽 끝 깎아지른 절벽 위에 누가 서있다. 손을 이마에 대고 멀리를 살피는 모습

크로즈 업. 바로 이군악이다. 이때의 나이는 17세. 키는 180쯤 되어 다 자랐지만 좀 날씬하고. 몸에는 옷을 거의 입지 않고 있다. 아랫도리만 대충 천으로 가린 게 <타잔>을 연상시킨다. 머리도 긴데 이마 부근에 띠를 둘렀다. 물론 발에 신을 신지 않은 맨발이고.

<-이군악 십칠세> 나레이션 배경으로 이군악의 얼굴. 이군악의 표정은 엄숙하기보다는 좀 개구진 인상이다. 그러다가

이군악; [드디어 왔군!] 눈 번뜩이며 멀리를 보고

섬을 에워싼 암초지대 밖. 네 마리의 범고래가 크고 작은 지느러미를 드러낸 채 지나가고 있다. 그중 한 마리는 좀 작아 보인다.

이군악; [기다려!] 팟! 외치며 도약해서 절벽 밖으로 날아가고. 이어

이군악; [일년만에 돌아왔으면 친구에게 인사부터 해야잖냐!] 두손을 모아 아래로 향한 채 다이빙하는 이군악

엄청난 높이의 절벽을 수직으로 낙하하는 이군악의 모습

풍덩! 물보라를 일으키며 입수

물속을 힘차게 헤엄쳐가는 이군악. 사방에 암초가 널려있고 물살이 거세지만 이군악의 몸은 거침없이 전진한다

암초 지대를 벗어나는 이군악. 물속의 모습

꾸우... 끼이! 암초 지대 밖을 지나가는 범고래 가족. 세 마리는 다 큰 놈들이고 한 마리만 다 큰 놈들 절반 정도 크기의 새끼다. 물론 물속에서 본 모습이고

그 범고래 가족을 향해 빠르게 헤엄쳐가는 이군악.

꾸우! 돌아보는 새끼 범고래

그 새끼 범고래를 향해 쇄도하는 이군악. 어른 범고래들이 돌아보는데 새끼 범고래도 이군악을 향해 방향을 튼다.

새끼 범고래와 끌어안고 뒤엉켜 반가워하는 이군악. 새끼라고는 해도 4-5미터 되는 거구다. 어미들은 10미터 가까이 되고

푸학! 물 밖 허공으로 수중발사 미사일처럼 치솟는 새끼 범고래. 그놈의 등에 걸터앉은 이군악

이군악; [푸하!] 물 밖으로 나오며 숨을 확 토해내는 이군악

츄학! 그런 이군악을 태우고 다시 물속으로 머리부터 내려꽂히는 새끼 범고래.

이군악; [끼야호!] 새끼 범고래의 등 지느러미를 잡은 채 신이 나서 외치는 이군악

펑! 다시 물속으로 잠기는 새끼 범고래

물 속에서 범고래 가족과 헤엄치는 이군악

 

이군악이 뛰어내린 절벽 위에서 그걸 보는 한 쌍의 눈빛

나이 든 원숭이 한 마리가 이마에 손을 대고 멀리 바다쪽을 보고 있다. 체격이 거의 사람만하한 이 늙은 원숭이가 섬에 사는 원숭이들의 두목. 이하 원왕으로 표기

바다를 가르는 범고래 가족. 그놈들과 함께 뛰고 헤엄치며 노는 이군악

끼이... 뭔가 생각하는 원왕

돌아서서 섬 안쪽으로 서둘러 걸어간다

 

#5>

휙! 휙! 섬 안쪽의 울창한 숲을 나뭇가지와 넝쿨을 잡고 날아가는 원왕

곧 섬 가장 안쪽에 높이 솟은 바위 절벽에 이르는 원왕. 원숭이들이 술을 만들고 있던 곳과는 다른 곳임을 주의

끼이! 끼! 절벽 아래에는 원숭이들이 모여 놀고 있다가 원왕에게 인사하고. 대부분의 원숭이들은 어린애만해서 원왕과는 체격 차이가 난다. 인사하는 어린 원숭이들 뒤쪽으로 커다란 동굴이 있다. 높이가 4-5미터는 되는 동굴. 하지만 깊지는 않다

동굴 입구의 우측 석벽에는 <懺悔洞>이라는 글이 세로로 크게 새겨져 있다. 글씨 하나가 거의 사람만하다. 이하 참회동으로 표기

다른 원숭이들의 인사를 받으며 참회동 안으로 들어가는 원왕

[어서 오게 원왕(猿王).] 동굴 안으로 들어서는 원왕의 귀에 들리는 음성

혈나한; [군악이가 아침나절부터 안보이던데...] [어디서 뭘 하고 있는가?] 석굴암 같은 동굴 내부. 천장이 아주 높다. 사면의 석벽에는 수많은 글자와 그림들이 새겨져 있다. 무공비결들이고. 입구 정면의 벽에는 전형적인 달마도가 거대하게 벽에 새겨져 있고. 그 달마도를 마주 보고 앉아있던 혈나한이 돌아본다. 혈나한의 나이도 이제는 90이 넘어 앞 씬에서보다 더 늙어 보인다. 몸은 여전히 거대하지만 등이 구부정해졌고 얼굴에 주름이 덮여있다. 달마도의 달마 비슷한 인상이 되어 있다. 왼쪽 팔이 팔뚝 아래가 없어서 헐렁하다는 점 주의. 혈나한 앞쪽에는 방석이 있고 방석에는 사람 머리만한 커다란 목탁이 놓여있다. 번쩍거리는 쇠로 만들어진 금속제 목탁인데 목탁을 치는 북채는 없다.

끼이! 끼이! 혈나한의 뒤에 털썩! 주저앉으며 손짓발짓하며 뭐라 말하는 원왕

혈나한; [역극경(逆戟鯨;범고래)들과 놀고 있다고?] 찡그리며 돌아앉고. 몸 전체가 회전의자에 앉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돈다.

끼끼! 고개 끄덕이는 원왕. 헤엄치는 시늉하고

혈나한; [그러고 보니 역극경들이 절영도 근처를 지나갈 계절이 되었군.] 원왕과 마주 앉는 자세가 되어 끄덕이고

혈나한; (군악이는 인간만큼 똑똑해서 말이 통하는 역극경들이 절영도 근처로 오면 함께 어울려 지내곤 했다.) (딱히 특이한 행동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이마 찡그리며 생각하고

혈나한; (어쩐지 찜찜한 기분이 드는구먼.) (그 녀석이 그저 단순히 역극경들과 노는 게 아닌 것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생각할 때

끼이 끼이 뭔가를 마시는 시늉하며 뭐라 말하는 원왕

혈나한; [술?] 흠칫! 하며 원왕을 보고

끼이! 끄덕이며 뭔가를 따는 시늉하는 원왕

혈나한; [군악이가 절영도에서 나는 과일들을 모아서 술을 만들고 있다?] [그것도 대량으로...?] 찡그리고

끼끼.... 뭐라 말하는 원왕. 좀 걱정하는 표정

혈나한; [젊은 원숭이들까지 동원해서 난 양의 술을 만들고 있다는 건데...] 생각하다가

혈나한; [내버려두게.] [그렇게라도 무료함을 달랠 수 있게 해줘야하니....] 한숨

끼이! 끄덕이는 원왕

혈나한; [군악이가 뭘 하든 제지는 하지 말고 노납에게 알려만 두시게나.]

끼이! 합장하며 고개 숙이는 원왕

다시 동굴 밖으로 어기적거리며 걸어 나가는 원왕.

혈나한; (따지고 보면 하늘 아래 군악이보다 가엾은 인생도 없다.) 원왕의 뒷모습 보며 한숨

혈나한; (어려서 부모를 잃은 후 이 외진 섬에서 늙은 노납하고만 살아와야했으니...) 스윽! 다시 달마도를 향해 돌아앉고

혈나한; (섬에 사는 원숭이들이 친구 노릇을 해주곤 있지만 사람 같을 리 없다.) (군악이를 위해서는 가급적 빨리 사람 사는 곳으로 보내줘야 하지만...) 앞에 놓인 무쇠로 만든 목탁을 보고

혈나한; (무공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상에 내보냈다가는 노납이 실수로 기른 다섯 짐승들 손에 비명횡사할 게 뻔하다.) 금속제 목탁을 향해 고개짓을 한다. 그러자

땅! 목탁이 진동하며 맑은 목탁 소리가 나고

혈나한; (그녀석에게는 좀 가혹하지만 몇 년 더 노납 곁에 묶어두어야만 한다.) 땅! 땅! 따그르르! 목탁이 연신 울리며 소리가 나고

혈나한; (아무쪼록 군악이가 절영도에서의 이 무료하고 힘든 시기를 잘 견뎌내기를 바랄 뿐이다.) 한숨 쉬고.

<군악이는 노납의 과오 때문에 피붙이들을 모두 잃었다. 제대로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도록 잘 키워주는 게 노납이 군악이에게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이 되겠지.> 동굴 안에 등이 굽어진 채 벽을 보고 앉은 혈나한의 구부정한 모습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6>

여전히 낮. 절영도 근처 바다. 암초 지대 밖의 바다 위에 떠있는 범고래들. 그중 어미 범고래의 등에 걸터앉아서 수평선을 보고 있는 이군악. 새끼 범고래는 다른 어른 범고래들과 주변에서 놀고 있고

이군악; (절해고도...) 수평선을 보면서 찡그리고

이군악; (절영도는 대륙은 고사하고 가장 가까운 유인도(有人島)와도 오백리 이상 떨어져 있다.) (게다가....)

<섬 주위 바다 속에는 무수한 암초가 숨겨져 있어서 멋모르고 접근하는 배는 여지없이 파선(破船)을 당하고 만다. 그 때문에 뱃사람들도 절영도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거친 파도. 그 파도 아래에서 날카로운 암초들이 드러난다. 절영도 근처의 험한 모습 보여주고

이군악; (가까이는 오는 사람도 없고 나갈 수도 없고....) (말 그대로 창살 없는 감옥인 건데...) 한숨 쉬고

 

<패륵! 냉막! 침독! 아극파! 당령! 이 짐승들의 이름을 기억해둬라. 네가 반드시 잡아죽여야할 패륜무도한 놈들이다.> 혈나한이 눈을 부릅뜨며 엄한 표정으로 말하던 장면이 이군악의 뇌리에 떠오르고. 이군악은 아직 그들이 자신의 집안을 멸문시킨 원수라는 건 모른다.

 

이군악; (사부는 다섯 사형들에게 배신을 당했던 쓰라린 기억 때문에 여섯 번째 제자인 나를 머나먼 남해로 데려왔을 것이다.)

이군악; (이곳 절영도에서는 도망치고 싶어도 도망칠 방법이 없으니...) 쓴웃음

이군악; (그리고 요즘 들어서는 나 역시 사형들의 심정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한숨

이군악; (바깥세상에는 온갖 즐거움이 가득할 텐데 사부의 닦달을 받으며 무공 수련에만 전념해야만 하는 따분한 신세...) 한숨

이군악; (정말 견디기 어려운 건 이 지겨운 무공 수련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입술 깨물고

이군악; (사부는 다섯 사형들을 이기기 위해서라며 한도 끝도 없이 새로운 무공을 수련하라고 강요하신다.)

이군악; (병적이라고까지 느껴지는 사부의 집착에 숨이 막힌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이 좁아터진 섬 구석에서 빠져나가지 않으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몸을 뒤틀고

꾸우! 이군악의 타고 있는 범고래가 왜 그러냐는 듯 고개 조금 돌려 돌아보고

이군악; [별 거 아니다. 걱정하지 마라.] 범고래의 등을 다독이고.

꾸우! 다시 고개를 물 속으로 넣는 범고래

이군악; (절영도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뿐이다.) (오백리 이상 떨어져 있는 유인도까지 경신술을 펼쳐서 건너가는 게 바로 그것이다.) 멀리 수평선을 보고

이군악;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사부는 소림칠십이절기중 일위도강(一萎渡江)을 몇날 며칠이라도 펼칠 수가 있다.)

이군악; (반면 나는 기껏해야 한 시진 남짓 물 위에 떠있을 수 있을 뿐이다.) (당연히 오백리 넘는 바다를 건너가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이군악; (그래서 탈출은 엄두도 내지 못했었는데....) 생각하며 앞을 보고. 새끼 범고래가 몸을 뒤집으면서 물 위로 높이 뛰어오르고 있다. 다른 어른 범고래들이 주변에서 보고 있고

첨벙! 세찬 물살을 일으키며 물에 다시 빠지는 새끼 범고래

이군악; (얼마 전 절영도를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눈 번뜩이며 웃고

<바로 이들 호경(虎鯨;범고래)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꾸우! 물 속에서 고개 내밀며 소리내는 새끼 범고래. 어른 범고래들도 합창하듯 고개 내밀며 소리내고

이군악; (호경들은 매년 절영도 근처에서 한달쯤 지내다가 떠난다.) (그리고 나는 지난 몇 년간 호경들과 어울리며 친분을 쌓아왔다.)

이군악; (사람 말귀를 알아듣는 이 영특한 바다의 폭군들에게 부탁하면 나를 대륙에 가까운 곳까지 태워다 줄 것이다.)

이군악; (하지만 문제는 사부의 추적이다.) 찡그리고

이군악; (내가 한두시진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사부는 눈치를 채고 찾아 나설 게 분명하다.) (그럼 숨은 곳 없는 망망대해라 꼼짝없이 잡힐 수밖에 없고....)

이군악; (최소한 하루 정도 사부가 날 추적할 수 없게 만들어야만 탈출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눈 번뜩일 때

떵! 섬 전체를 울리는 요란한 목탁 소리. 범고래들이 깜짝 놀라 물 밖으로 고개를 들고. 이군악도 흠칫! 할 때

떵! 떵! 또그르르르! 이어지는 목탁소리

이군악; [하여간 사부도 양반은 못돼!] [한두시진만 눈에 보이지 않아도 찾아 나설 거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소환을 하시니...] 섬 쪽을 돌아보고

꾸우! 범고래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섬을 기웃거리고

이군악; [노땅이 날 찾으니 오늘은 그만 놀아야겠다.] 범고래의 등에서 몸을 일으키고

이군악; [내일 여기서 또 보자!] 팟! 범고래의 등에서 날아오른다. 이어

휘익! 섬쪽으로 날아가는 이군악. 그걸 보는 범고래 가족. 새끼 범고래는 아쉬운 듯 앞 지느러미를 첨벙거리며 꺄꺄거리고

팟! 팟! 거칠게 몰아치는 파도를 밟으며 섬쪽으로 날아가는 이군악.

 

#7>

혈나한이 있는 동굴. 동굴 입구에 새겨져 있는 <懺悔洞>이라는 글. 동굴 입구에서 놀던 원숭이들은 사라졌고

혈나한; [용조수(龍爪手)의 수련은 어찌 되어 가느냐?] 이군악과 마주 앉아서 말하고. 이군악은 혈나한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이군악도 키가 크지만 혈나한은 덩치에서 이군악을 압도한다.

이군악; [얼추 완성된 듯합니다.]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말하고

혈나한; [지난번 일지선(一指禪)의 수련에는 한 달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보름도 채 안되어 용조수를 완성했다는 것이냐?] 눈을 좀 가늘게 뜨며 의심의 표정

이군악; [용조수는 일지선이나 포룡조(捕龍爪)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많아서 비교적 수련이 쉬웠습니다.]

혈나한; [일 리가 있긴 하군.] 끄덕이며 뒤를 향해 손짓을 하고. 그러자

슥! 방석 위에 놓여있던 번쩍이는 금속 목탁이 떠오르고

혈나한; [받아라.] 고개 짓을 하자 목탁이 이군악에게 날아간다

이군악; [예...] 두손으로 날아든 목탁을 받고

혈나한; [그 파번뇌탁(破煩惱鐸)은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인 태강(鈦鋼;티타늄)으로 만들어졌다.] 이군악이 두손으로 바쳐든 목탁을 보면서

혈나한; [금강석에 필적할 정도로 단단한 태강에 조그만 흠집이라도 낸다면 용조수를 완성했다는 네 말을 믿도록 하마.]

이군악; [시도는 해보겠습니다만...] [태강으로 만들어진 파번뇌탁에 흠집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자신 없는 표정으로 말하면서도 목탁의 둥근 부분을 오른손 손가락으로 움켜잡는다. 왼손으로는 목탁을 든 채로.

혈나한; [우는 소리 마라. 십성(十成)의 용조수는 금강석이라도 으스러트리는 위력을 지녔으니...] 엄한 표정

이군악; [예...] 삭 죽은 표정. 이어

눈 부릅! 뜨는 이군악. 그러자

쩡! 쩡! 목탁을 움켜쥔 이군악의 오른손 다섯 손가락이 강철처럼 변한다.

까드득! 강철처럼 변한 이군악의 오른손 다섯 손가락이 힘을 주어 목탁의 윗부분을 움켜잡고. 마치 쇠꼬챙이로 철벽을 긁는 듯한 소리가 나고

[....] 지긋이 보는 혈나한

비지땀을 흘리며 목탁을 움켜쥐는 이군악. 이마에 핏줄도 돋고

혈나한; [그만!] 말하고. 그러자

이군악; [예...] 지지지! 강철같이 변했던 이군악의 오른손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혈나한; [파번뇌탁을 사부에게 보여라.]

이군악; [여기...] 말하며 자신이 쥐었던 부분을 혈나한에게 내보인다.

쿵! 목탁의 머리 부분에 다섯 개의 긁힌 자국이 있다. 깊지는 않지만 제법 뚜렷하게 보이고

혈나한; [흠집이라고는 하긴 뭣해도 흔적을 남기긴 했구나.] 끄덕이고

이군악; [제자의 내공이 아직 일천한지라...] 멋 적게 웃으며 눈치 보고

혈나한; [일단 용조수를 제대로 운용할 줄 아는 건 분명하구나.] 슥! 말하며 손을 대충 젓고

툭! 이군악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는 목탁

혈나한; [용조수를 연마해내었으니 이제 두 가지만 더 배우면 소림칠십이절기의 수련은 끝난다.] 털썩! 다시 방석에 떨어지는 목탁을 배경으로 혈나한의 말

이군악; [나머지 두 가지 무공까지 연마한 후에는 제자, 중원에 돌아가도 되는 건지요?] 흥분해서 묻지만

혈나한; [네 사형들... 패륵을 비롯한 다섯 짐승들 역시 소림칠십이절기를 모두 알고 있다.] 심각한 표정

혈나한; [게다가 십팔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그놈들의 성취는 아마 사부에 못지 않을 것이다.]

이군악; [그... 그렇겠지요?] + (어째 느낌이 싸한데...) 불안한 표정

혈나한; [사부는 다섯 짐승을 잡아 죽이는 데 적합한 맞춤무공 다섯 가지를 만들어 놨다.] [그것들까지 모두 익히면 중원으로 보내주겠다.]

이군악; (역시나...!) + [그 다섯 가지의 맞춤 무공을 모두 연마해내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요?] 억지로 웃으며 묻고

혈나한; [다섯 짐승은 패륜무도 하긴 해도 하나같이 기재들이라 약점이 거의 없다.]

혈나한; [그런 놈들을 제압하기 위해 만든 무공인 탓에 수련하는 게 정말 까다로운데...] 곁눈질로 이군악의 눈치를 보며 말하고.

이군악; (그래서 얼마나 걸린다는 건데요?) 긴장하며 기다리고

혈나한; [한가지 무공을 수련하는데 대략 이년, 전부 합쳐서 십년쯤 걸릴 것이다.]

이군악; [십... 십년!] 입 딱 벌어지고

혈나한; [보통 사람이라면 다섯 가지 무공을 모두 수련하려면 평생이 걸릴 것이다.] 억지로 웃으며 급히 말하고

혈나한; [하지만 넌 천부의 자질을 타고났으니 피나는 노력까지 기울인다면 오년 정도로 단축시킬 가능성도 있다.] 달래듯 말하지만

이군악; (십년... 앞으로도 십년을 더 이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지내야 하다니...) 완전히 넋이 나가 혈나한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이군악

<더는.... 더는 참을 수가 없다.> 넋이 나간 이군악과 이군악에게 무어라 말하며 달래는 혈나한의 모습을 배경으로 이군악의 생각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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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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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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