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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개봉(開封)> 오래 된 성곽 도시. 번화하긴 하지만 뭔가 고풍스럽다

<-관제묘(關帝廟)> 관우를 모시는 사당. 웅장하다. 참배객도 많고. 하지만 거지도 많다. 수많은 거지들이 관제묘 주변에 앉고 누워있다. 바가지의 밥을 손으로 퍼먹는 놈들도 있고. 참배객들이 드나들며 거지들에게 돈도 던져주고.

햇볕이 잘 드는 양지 바른 입구. 다른 거지들 틈에 끼어 열심히 바가지의 밥을 손으로 긁어먹고 있는 늙은 거지. 누더기에다가 아주 지저분한 차림. 전형적인 거지다. 허리에는 여러 번의 매듭이 지어진 띠를 두르고 있고. 옆에는 마디가 수십개인 특이한 대나무 지팡이를 놓고 있다. 이 거지가 개방의 방주인 백결신개.

슥! 거대한 사람 그림자가 해를 가린다. 흠칫! 하는 백결신개

백결신개; [어떤 싸가지 없는 인간이 거지께서 밥 먹는데 해를 가리고 지랄이야?] 눈 부라리며 고개 들고. 하지만 그 직후.

쿵! 백결신개의 앞에 벽처럼 서서 내려다보는 혈나한. 해를 등지고 서서 음영처리 하는데 한 쌍의 눈만은 태양같이 빛 난다

백결신개; [으헉!] 털썩! 바가지를 떨구면서 사색이 되어 뒤로 몸을 젖히고. 주변의 거지들도 겁에 질리고 압도당해서 혈나한의 눈치를 보고

<혈.... 혈나한!> 덜덜 떠는 백결신개. 그때

혈나한; [개방(丐幇) 방주 백결신개(百結神丐)!] [노납을 위해 발바닥에 땀이 좀 나야겠다.] 내려다 보며 음산하게 웃는 혈나한

 

#60>

관제묘 내부. 웅장한 본전 건물. 그 건물로 사람들이 수없이 드나들고 있다. 본전 앞마당도 인산인해. 본전 입구에 놓인 거대한 향로에 수많은 향들이 꽂혀서 연기를 피워올린다. 향은 사람 팔뚝만한 것부터 시작해서 아주 가는 것등 다양한데 향로에 가득 꽂혀있고. 연신 사람들이 향로에 향을 꽂기도 하고 손바닥 비비며 굽신거리기도 하고

본전 내부에도 사람들이 가득. 거대한 관우의 조각상 앞에서 사람들이 절하고 손 비비고.

 

본전 뒤쪽. 담장이 있고 담장 너머에는 몇 채의 건물이 보인다. 관제묘의 관리동이다. 담장에 난 문을 지키는 건 젊고 건장한 거지들 십여명이다. 주변에 다른 거지들은 없는데 담장 주변의 거지들은 모두 긴장한 채 문 안쪽의 건물들을 힐끔거리는 중이다. 모두 긴장해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고

[이게 대체 무슨 난리에요?] 어떤 여자가 월동문쪽으로 총총히 다가오며 말하자 문 안쪽을 기웃거리던 건장한 거지들이 돌아본다.

미호; [우리 개방의 총단이기도 한 관제묘 전체에 살얼음이 깔린 것같잖아요.] 월동문으로 다가오는 여자 거지. 젊은 년인데 몸에 걸친 누더기가 각가지 색의 천을 기워 만든 데다가 몸에 달라붙는 반팔에 미니 스커트다. 아주 세련되어 보인다. 요즘 옷 같고. 허리에는 술 호로를 하나 차고 있으며 발에는 역시 알록달록한 굽이 있는 꽃신을 신었다. <겨울왕국>의 <엘사>같은 형식의 머리에는 꽃이 몇 개 꽂혀있고. 손에는 피리를 하나 들고 있다. 백결신개의 제자중 한명인 미호라는 년이다. 패천오수중 여우, 즉 당령과 내통중이다.

[어서 와라 미호(美狐) 사매.] [시내에 수금하러 나갔다더니 벌써 돌아왔구나.] 반색하며 아부하는 거지들

미호; [누가 쳐들어 왔길래 늙은이들까지 사색이 되어 부들거리고 있는 건가요?] 월동문 안쪽을 기웃거리고

[넌... 넌 관심 갖지 않는 게 좋다.] [맞어!] [이번에 찾아온 손님은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수명이 줄어들 지경이니...] 거지들이 겁에 질려서 말하지만

미호; [점점 더 알 수 없는 말들만 하시네.] 코웃음 치고

미호; [수명이 줄어들든 어떻든 내 눈으로 꼭 봐야겠어요.] 월동문 안으로 들어간다. 막지 못하는 거지들

 

미호가 들어선 월동문 안쪽에는 거지들이 별로 없다. 큰 건물 입구에 서있는 늙은 거지 두명이 전부인데 그들도 그 건물의 열린 문 안쪽을 겁에 질려 힐끔거리고 있다. 이 늙은 거지들은 허리에 여러 개의 매듭이 묶인 띠를 두르고 있으며 손에는 대나무 지팡이를 들고 있다. 개방의 호법들이다.

미호; (세상에 무서울 게 없던 것같은 호법님들조차 숨도 크게 못 쉬고 있잖아.) 조심스럽게 그 건물로 다가가고

늙은 거지들이 미호의 접근을 알고 돌아보고

말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가라고 급히 손짓하는 늙은 거지들. 하지만

입 샐쭉거리면서 고개 저으며 건물로 다가가는 미호

오만상 쓰지만 막지는 않는 늙은 거지들. 그 사이에 가까이 다가온 미호

문간 옆에 숨 듯이 서서 고개를 조금 내밀어서 건물 안쪽을 보는 미호. 직후

[!] 눈 부릅 뜨는 미호

쿠오오! 문 안쪽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쏟아녀 나온다. 건물 안에 탁자를 앞에 두고 입구쪽으로 앉아있는 혈나한의 실루엣에서 뿜어지는 기운이다. 혈나한의 시커먼 실루엣에서 뚜렷하게 보이는 건 한 쌍의 강렬한 눈빛이고

미호; (흐윽!) 다리에 힘이 풀리고 숨이 턱 막히는 표정이 되는 미호

털썩! 결국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는 미호

<그러게 오지 말라고 했거늘...> <말 좀 들어라 이것아!> 늙은 거지들이 미호를 부축하려고 손을 뻗지만

탁! 그 손을 뿌리치면서 다시 건물 안쪽을 향해 고개를 빼는 미호

미호; (보... 보는 것만으로도 수명이 준다는 사형들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어.) 덜덜 떨면서도 다시 용기를 내어 건물 안쪽을 보고

미호; (폭풍 하나가 통째로 들어앉아있는 것같은 가공할 기도를 뿜어내는 누군가가 있어.) 긴장해서 조심스럽게 안쪽을 살피고. 직후

[!] 눈 부릅뜨는 미호

건물 내부의 모습. 입구쪽을 향해 혈나한이 앉아있고 혈나한 앞쪽에 놓인 탁자에는 커다란 쇳덩이가 하나 놓여있다. 혈나한은 그 쇳덩이를 노려보는 중이다. 주변에는 백결신개를 비롯해서 아주 나이가 많은 거지들이 겁에 질리고 긴장해서 보고 있다.

눈을 부릅 뜬 혈나한의 정면 모습.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지고 있고

미호; (혈... 혈나한!) 숨이 턱 막히는 표정

미호; (틀림없어! 저 늙은 중은 만화대모(萬花代母)님이 말씀하신 혈나한이야!) (지난 백년내의 천하제일인이며 천마대종사와 함께 고금제일인을 다툰다는 소림사의 파계승인....) 덜덜 떨고.

미호; (사마외도는 불문곡직 때려죽인 걸로 악명 높았던 저 땡중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것만 해도 놀라운데....)

미호; (대체 무슨 일로 우리 개방의 총단에 쳐들어온 걸까?) 비지땀을 흘리며 건물 내부를 훔쳐보고. 그때

츠츠츠! 혈나한이 노려보고 있는 탁자 위의 쇳덩이가 불에 던져진 치즈나 플라스틱처럼 녹기 시작한다.

미호; (맙소사!) 눈 치뜨고

미호; (그저 노려보는 것뿐인데도 쇳덩이가 녹아내리고 있잖아.) 츠츠츠! 녹는 쇳덩이를 보며 경악. 혈나한 주변의 늙은 거지들과 백결신개도 공포에 질리고 압도당하는 표정인데

미호; (게다가...)

<이제 보니 쇳덩이를 단순히 녹이는 게 아니야!> 츠츠츠! 녹아내리는 쇳덩이가 사람 얼굴 형상으로 변해간다.

쿵! 이윽고 완전히 사람의 흉상 모양으로 변하는 쇳덩이. 쇠가 녹아서 형성된 흉상의 얼굴은 물론 이군악이다.

미호; (노려보는 것만으로 쇠를 녹여서 실물과 똑같은 사람 형상을 만들다니...) (공력이 얼마나 대단한 경지에 이르러야 저런 일이 가능한 걸까?) 침 꼴깍! 삼키고. 그때

혈나한; [저놈이다!] 턱을 쳐들어서 탁자 위의 이군악의 흉상을 가리키고.

실내의 모든 사람들이 이군악의 흉상을 보고

혈나한; [열흘의 여유를 줄 테니 저놈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아내서 노납에게 보고하라.] 살벌한 표정으로 말한다.

백결신개; [이 넓은 중원천지에서 열... 열흘만에 한 인간을 찾아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인데...] 비지땀 흘리며 혈나한의 눈치를 보고. 하지만

혈나한이 힐끔 흘겨보자

백결신개; [물... 물론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닙지요.] 기겁하며 굽신거리고

백결신개; [열흘 내로 반드시 찾아내어 대사께 보고해 올리겠습니다요.] 손 비비며 굽신 굽신

혈나한; [노납을 실망시키지 마라.] 살벌한 표정으로

백결신개; [하온데... 저 어린 놈은 대사님과 어떤 관계인지...?] 눈치 보며 묻고.

혈나한; [저 망할 놈은...] 이군악의 흉상을 노려보고

백결신개와 늙은 거지들 긴장

문 밖의 미호와 거지들도 긴장하며 귀를 기울이고

혈나한; [노납의 막내 제자다!] 이를 부득 갈며 말하고. 순간

<혈나한의 제자!> 모든 사람들 경악. 긴장

 

#61>

관제묘 내 외진 곳의 건물. 이층인데 옆으로 길쭉하며 상당히 크다. 일층으로는 거지들이 여럿 드나든다. 물통과 새 모이가 든 양동이등을 들었다. 건물 이층에는 창문들이 많고. 창문들은 열려있다. 그 창문으로 수많은 비둘기들이 날아 들어오고 또 날아나간다.

건물의 이층 내부. 거대한 비둘기집이다. 사방의 벽과 건물 내부에 책장처럼 촘촘히 세워진 벽에는 비둘기집들이 아파트처럼 마련되어 있다. 입구가 창살인 각각의 비둘기 집에는 한두마리씩의 비둘기들이 들어있다. 횃대에 앉은 비둘기들도 있고.

2층 내부 중앙에는 누더기를 걸쳤지만 제법 깔끔한 행색의 거지들이 여러개의 탁자에 앉아서 비둘기들의 발에서 천을 풀거나 천을 비둘기 발에 묶는 중이다. 천에 대고 뭔가를 쓰는 자, 천에 적힌 글을 장부에 옮겨 적는 자등등. 이곳은 개방의 전서구들을 관리하는 곳이다.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비둘기 한 마리의 발에 천을 묶고 있는 미호. 다른 거지들의 눈치를 보지만 거지들은 자기 일에 바빠서 미호를 주목하진 않는다

비둘기의 다리에 좀 큰 천을 말아서 묶고 있는 미호

그 비둘기를 두손으로 들고 의자에서 일어나는 미호

다른 거지들의 눈치를 보며 창가로 가는 미호

미호; [조심해서 다녀와라!] 창가에서 비둘기를 날리는 미호

날개짓 하며 날아가는 비둘기

미호; (정말 중요한 정보를 알았지 뭐야.) 날아가는 비둘기를 보며 생각하고

미호; (이번 일로 난 만화총련(萬花總聯) 내의 그 누구보다 큰 공을 세운 셈이야.) (당연히 만화대모님께서도 날 기억해주시겠지?) 사악하게 웃는 미호

 

#62>

<-북경> 밤

<-구문제독부> 역시 밤. 웅장한 정문은 닫혀있고 닫힌 정문 좌우에 커다란 화톳불이 피워져 있다. 무장한 군사들이 경비를 선다

구문제독부 내부. 밤이지만 아주 깊은 밤은 아니어서 대부분의 건물들에 불이 켜져 있다

잘 가꿔진 정원. 정원은 월동문이 있는 높은 담장으로 구획되어 있고. 정원 안에는 연못과 회랑, 화려한 건물들이 있다. 시녀들이 건물을 드나들고 있고

온유향; [삼비검조께서 오시자마자 떠나셨다고?] 삼십대 후반쯤의 절세미녀가 찻잔을 든 채 말한다. 전형적인 귀부인. 아름다우면서도 온화하고 기품 있다. 독고무적의 아내이며 설지의 엄마인 온유향이다. 제왕본색등에 나온 이군악의 어머니 온유향과 동일 캐릭터. 지금 화려한 거실에서 딸인 설지와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 중이다.

설지; [사부님은 사존 패극천이란 자의 폭주를 막는 일에만 온 정신을 쏟고 계셔요.] 찻잔을 입에서 떼며 말하고

설지; [그래서 저를 집에 데려다 주시고는 바로 서쪽으로 떠나신 거예요.]

온유향; [결례를 했구나.] [병약하기만 하던 널 제자로 거우어 이토록 건강하게 만들어준 은인이신데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으니...] 한숨 쉬며 찻잔을 내려놓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구문제독 독고무적의 본처 온유향(溫柔香)>

설지; [사부님은 세속의 예의범절을 번거로워 하시는 분이니 심려치 마세요 어머니.] 역시 찻잔을 내려놓고

온유향; [설령 그렇다 해도 마땅히 해야 하는 도리를 못한 셈이라 어미는 마음이 무겁구나.] 한숨 쉬고

설지; [화염산에 가신 일이 순조롭게 해결되면 다시 들르실 거예요. 그때 대접을 잘 해드리면 되고....]

설지; [그보다 한 가지 알고 싶은 게 있어요.]

온유향; [말해 보거라.]

설지; [침주부에 관한 것인데...] 침독을 떠올리고

온유향; [침주부가 왜?] [그 사람이 뭔가 실수라도 한 것이냐?]

설지; [그런 건 아니지만...] [침주부가 어머니와 친척지간인 것은 사실인가요?]

온유향; [아마 맞을 것이다.]

설지; (아마?)

온유향; [그리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 비록 왕래는 없었지만 족보상으로는 친척이 맞다.]

대답하지 않고 이마 살짝 찡그리며 생각하는 설지

온유향; [설지 너는 삼비검조님 문하로 나가있었던 탓에 침주부가 우리 집안에서 일하게 된 내막을 잘 모르고 있겠구나.] 그런 딸의 눈치를 살피면서

설지; [예.] 끄덕

온유향; [침주부는 삼년전 과거를 보러 상경했다가 인사차 들렸었는데...]

온유향; [그때 어미와 오래전부터 교류가 있었던 다른 친척의 소개장을 지참했더구나.]

설지; [그랬군요.] 미심 쩍지만 고개 끄덕이고

온유향; [침주부를 우리 집안의 주부로 쓰기 전에 네 아버지가 신원을 엄격하게 조사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설지의 표정 살피며 말하고

설지; [치밀한 성품이신 아버지의 신원조회를 통과했다면 침주부가 어머니의 친척인 건 사실이겠네요.]

온유향; [혹시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면 네 아버지에게 말씀드리도록 해라.] [그럼 적절하게 처리를 하실 테니....]

설지; [생각해보겠어요.] 끄덕이고

설지; (떠나시기 전 사부님이 보이신 반응으로 미루어 보자면 침주부에게서 뭔가 미심쩍은 면을 발견하셨던 것같다.)

설지; (아버지에게 알리지 말고 내 선에서 따로 침주부에 대해 알아봐야겠다.) 결심하는 설지. 그런 딸을 걱정스럽게 보는 온유향

 

#63>

<-낙양(洛陽)> 역시 밤. 아직 깊은 밤은 아니다. 불야성

낙양의 환락가. 전형적인 환락가. 기루와 술집, 창루등등... 오가는 사내들. 호객하는 야한 차림의 여자들

특히 크고 화려한 기루. 거대한 장원 규모다. 정원의 나무도 울창해서 숲을 이루고. 숲 속 여기저기에 화려한 건물들. 그 건물들에서는 풍악소리 웃음소리.

<快活林>이라는 간판이 장원 규모의 기루의 정문에 달려있다.

기루, 즉 쾌활림의 내부 모습. 도처에서 사내들이 야한 차림의 여자들을 끼고 노는 중이다. 건물과 정자들에서 부비부비하며 술 마시는 남녀. 춤추는 여자들. 노래하는 여자들. 여자들을 희롱하는 사내들

 

쾌활림의 건물들 중 가장 높은 삼층 건물. 불은 꺼져 있는데 삼층의 창문은 모두 열려있다.

휘익! 그 건물로 날아오는 비둘기. 미호가 보낸 비둘기다.

화악! 열려진 창문으로 날아드는 비둘기

창문 안쪽은 비둘기 아파트. 사방의 벽에 수많은 비둘기 집이 붙어있다. 개방의 비둘기 아파트 보다는 규모가 작다.

구우! 어둑한 실내의 횃대에 앉는 비둘기. 그러자

[수고했다.] 슥! 어둠 속에서 여자의 손이 뻗어 나와 그 비둘기를 잡고. 여자의 손이 잡아도 가만히 있는 비둘기

[이 늦은 시간에 전서구가 도착하고... 별일이네.] 슥!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여자. 서른살 가량의 아주 풍만한 몸매의 여자인데 상당한 미인이지만 눈꼬리도 쳐지고 좀 천박한 인상이다. 몸에도 화려한 옷을 입었는데 비만하게 보일 정도로 육덕 진 몸매의 소유자다. 이 여자는 쾌활림의 총관인 동칠낭이라는 년이다. 패천오수중 당령의 부하다.

동칠낭; [대체 어떤 년이 무슨 일로 이 늦은 시간에 전서구를 보냈을까?] 비둘기의 발목에 묶여있는 천을 푸는 동칠낭. 한손으로는 비둘기를 잡고 다른 손으로 비둘기 발목의 천을 푼다. 삼층에는 그년 밖에 없다.

동칠낭; [뭐 중요하고 긴박한 내용이라 밤중에라도 도착하게 전서구를 날린 것이겠지?] [수고했다.] 천을 풀고 비둘기는 다시 횃대에 앉혀주고

이어 천을 펼쳐서 읽는 동칠낭

동칠낭; [이건...] 놀라고

동칠낭; [확실히 경천동지할 일이 벌어졌네.] 천을 펼쳐든 손이 떨린다. 그년의 양손으로 펼친 천에는 이군악의 초상과 함께 글들이 죽 적혀있다.

 

#64>

위 장면의 기루 쾌활림의 외진 곳. 숲이 아주 울창한데 울창한 숲속에 서있는 작고 수수한 건물. 암자다. 기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물. 똑똑! 암자 안에서 목탁 소리가 들린다. 기루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 <回心庵>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그곳으로 걸어오는 동칠낭. 두손에는 쟁반을 들고 있는데 쟁반에는 접은 천이 한 장 올려져 있다. 미호가 전서구의 다리에 묶어 보낸 편지다.

육감적인 동칠낭의 자태

똑똑! 또그르르! 목탁 소리가 흘러나오는 암자

동칠낭; (다행히 대모(代母)님이 아직 잠자리에 드시지 않았구나.) 목탁소리가 들리는 암자 입구로 다가가고

 

암자 내부. 관세음보살의 불상이 모셔져 있는 앞에 비구니 한명이 무릎 꿇은 채 경건한 자세로 목탁을 치며 독경하고 있다. 눈을 지그시 감은 모습인데 비구니지만 절세미녀. <당령> 캐릭터인데 머리가 대머리다. 가발을 쓰면 당령이 된다. 패천오수중의 구미호리가 바로 당령이다. 나이가 40이 넘었지만

당령; [비나이다 비나이다 관세음보살님께 비나이다.] 똑똑 목탁을 치며 중얼중얼

당령; [죄와 업보로 물든 이 중생을 가엾이 여기시고 자비의 은혜를 내려주시옵소서.]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이년은 이중인격자다

당령; [저주스러운 육신...] 한숨 쉬는 그년의 젖가슴이 승복 속에서 출렁인다. 승복 속에 아무것도 안 걸쳤고

당령; [번뇌와 욕정으로 늘 끓어올라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이 살덩이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날이 오기나 할런지...] 무릎 꿇어 더욱 탱탱하게 부각되어 보이는 엉덩이가 탱탱하게 꿈틀거린다

당령; [그저 죽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주르르! 눈물 흘린다. 바로 그때

<방해해서 죄송하옵니다 대모님.> 암자 밖에서 들리는 조심스러운 음성

당령; [무슨 일이냐 동칠낭(東七娘)?] 똑똑! 목탁 두드리며 묻고. 눈을 감은 채

<개방 소속의 자매 미호가 전서구를 보내왔사온데... 그 내용이 매우 긴박하여 대모님의 청수를 방해하게 되었사옵니다.> 밖에서 들리는 음성

당령; [들어와라.] 한숨 쉬며 눈을 뜨면서 목탁 치는 것을 중단하고

<예!> 삐꺽! 대답과 함께 문이 열리고

동칠낭; [여기...] 열린 문을 통해 들어오며 쟁반을 앞으로 내밀고

당령; [미호라는 년... 개방 방주 백결신개의 제자였지?] 고개 짓하며 목탁과 방망이 내려놓고

동칠낭;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천출(賤出)이지만 꿈은 제법 야무진 년이옵니다.] 스윽! 말하는데 그년이 내민 쟁반에서 접은 천이 앞으로 날아간다. 당령의 고개짓이 끌어당긴 것

당령; [꿈이 남보다 크고 야무진 인간은 쓸모도 많지.] 스윽! 말하는 당령 앞으로 너울대며 날아온 천조각

당령; [쉽게 유혹할 수 있고 능력을 최대한 쥐어 짜낼 수도 있으니...] 표정이 일변하여 사악하게 웃으며 천을 펼친다.

당령; [게다가 세상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개방의 심장부에 박혀있는 년이라면 그 쓰임새가 두말 할 나위가...] 움찔! 말하며 펼친 천을 보다가 눈을 치뜨고

[...!] 천을 내려다보면서 찡그리는 당령의 얼굴. 표정은 그리 변화가 없지만

천을 쥔 양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다

동칠낭; (역시 미호년이 보내온 소식은 대모님조차도 전율하게 만드네.) 문간에 서서 야릇하게 눈을 번뜩이고

[...!] 천을 내려놓으며 천장을 올려다보는 당령. 무언가 생각하고. 그러다가

당령; [총관....] 낮게 말하고

동칠낭; [예 대모님!] 급히 대답. 공손한 자세로

당령; [이군악이란 놈... 우리 만화총련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 찾아내!] 슥! 천을 뒤로 던지고

당령; [사부가 놈을 찾아내기 전에...] 너울거리며 동칠낭에게 날아가는 그 천을 배경으로 당령의 말

동칠낭; [대모님 손으로 제거하실 생각이신지요?] 두손으로 천을 받으면서 묻고

당령; [제거?] 피식

당령; [그럴 리가 있느냐? 사부의 강압과 훈육이 지겨워서 도망친 놈인데...]

동칠낭; [하오면...?] 받아든 천을 접으며

당령; [사부보다 먼저 찾아내서 보호해줘야지!] [순진하다면 이 세상에서 맛볼 수 있는 지극한 쾌락도 맛보여주고...] 혀로 입술 핥으며 사악하게 웃고

동칠낭; [즉시 본련의 모든 자매들에게 수배령을 내리겠사옵니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천은 접어서 한손에 쥐었다.

탁! 문을 밖에서 닫아주는 동칠낭

동칠낭; (이군악이라고 했지?) 돌아서고

동칠낭; (대모님의 표적이 되었으니 인생 종쳤다고 봐야겠네.) (골수까지 쪽쪽 빨아 먹힐 테니...) 배시시 웃으며 가고

 

다시 암자 내부.

당령; [사부님...] [못된 제자들을 잡아 죽이려고 여섯 번째 제자를 길렀는데 그놈마저 사부님이 싫다고 도망친 것 같군요.] 스윽! 혈나한을 떠올리며 한 손을 승복 저고리 사이로 넣고

당령; [무공은 천하제일이면서 어째 하시는 일은 늘 실수뿐이신가요?] 자기 젖을 주물러대며 할딱이고. 눈이 돌아간다.

당령; [정말... 정말 어렵게 몸을 식혀놨는데....] [미워요! 사부님만 생각하면 제자의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진단 말이에요.] 하악! 자기 젖가슴을 애무하며 자지러지고

당령; [제자 당령(唐鈴)이 평소에는 비구니인 척 해온 것도 사부님을 연모해서라는 거 알아요?] 헉헉 혼망간 표정

당령; [사부님을... 사부님의 그 늠름한 것을 여기로 받아들여봤으면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단 말이에요.] 다른 손으로 사타구니를 애무하며 자지러진다. 무릎을 꿇었던 자세에서 엉덩이를 들어올리며

당령; [하지만 사부님을 품어보는 건 언감생심...] [헌데 저의 이런 마음을 아시고 사부님을 대신할 막내를 세상에 내보내셨군요.] 자기 사타구니를 손으로 애무하며 혼망 가고

당령; [고마워요 사부님! 막내는... 사부님의 분신인 막내는 제자가 마음껏 귀여워해줄게요.] 하악! 자위하며 자지러지는 당령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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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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