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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멀리 진가구가 보이는 높은 바위산. 이군악과 이장진이 숨어있는 곳. 그 산봉우리로도 안개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산 정상에 가까운 곳. 높은 바위 아래 평지에 대짜로 누워서 코를 골고 자고 있는 이군악. 그 옆에서는 이장진이 긴장한 표정으로 한 무릎을 꿇은 채 아래를 보고 있다.

산 아래는 완전히 안개의 바다. 진가구와 그 일대가 두터운 안개로 덮여있고 이군악과 이장진이 있는 곳만 안개 위에 섬처럼 떠있다.

[크아아악!] [케엑!] [이... 이 마귀들이...] [무기... 무기가 듣지 않는다.] [환각이 아니다. 진짜 마귀들이다.] 안개의 바다 아래에서 연달아 터지는 비명소리들

안개 속에서 거인들이 움직이고 있는 형상이 흐릿하게 보인다. 개미같이 작은 사람들이 학살 당하거나 도망치고 있고

이장진; (드디어 시작된 건가?) 눈 번뜩

이장진; (화의사신이 자위(自衛)를 위해 술법을 쓸 것은 예상했지만...) 바로 근처까지 밀려온 안개의 바다를 내려다 보고

 

<처음부터 환각이 아니라 살상을 일으키는 술법을 쓸 줄은 몰랐다.> 안개 속에서 벌어지는 도살극을 배경으로 이장진의 생각. 공포에 질려 달아나는 사람들. 마귀와 괴물, 장군의 형상을 한 천신들이 사람들을 무차별 학살한다. 화의사신이 귀마신갑으로 불러낸 그것들은 모두 키가 3-5미터의 거인들인데 몸은 반투명하지만 무기와 이빨, 손톱등은 실제다. 저항하는 자들의 공격은 마귀들의 몸을 허무하게 통과하고 반면 마귀들의 무기나 손톱 등은 사람들을 실제로 찢거나 갈라서 죽인다.

 

화악! 이군악과 이장진이 있는 산봉우리 쪽으로도 안개가 급격히 밀고 올라온다

이장진; (근처에서 가장 높은 여기도 위험해졌다.) 일어나고

이장진; (일단 외곽으로 물러나서 추이를 살펴야겠다.) 이군악을 돌아보고

이군악은 코를 골며 신나게 자고 있다

[음냐! 음냐!] 입맛을 다시며 손을 상의 속에 넣어 벅벅 긁어대는 이군악

이장진; (이런 상황에서 잘도 자는군.) 쓴웃음

이장진; (배포가 큰 건지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지 원...) + [일어나게.] 발로 툭! 이군악의 옆구리를 차고

이군악; [응?] 움찔하며 눈을 뜨고

이장진; [서둘러야하네. 그만 자고 일어나게나.] 내려다보며 말하고

이군악; [왜? 무슨 일인데?] 눈 꿈뻑이며 천천히 일어나고. 그러다가

이군악; [어!] 비로소 주변이 짙은 안개에 덮이고 있는 것 발견하고 눈이 동그레지고

이군악; [언제 안개가 이렇게 짙게 끼었대?] 가슴 긁으며 어리둥절. 주변 둘러보고.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이장진; [화의사신이 작정하고 살상을 시작했네.] [우리도 화의사신의 술법에 휘말리기 전에 여길 이탈해야만 하네.] 주변 둘러보며 말할 때

이군악; [이미 늦었어.] 허리춤에 걸고 있던 파번뇌탁의 손잡이를 잡으며 벌떡 일어나고. 동시에

[!] 무언가 느끼고 눈 부릅뜨는 이장진. 화악! 그 뒤쪽 안개 속에서 거대한 손이 이장진을 움켜오고 있다. 손 하나의 크기가 이장진 키보다 크다. 손 전체가 반투명한데 손톱만은 아주 날카롭도 불투명하다.

이장진; [이런...] 쩍! 벼락같이 돌아서며 칼을 뽑아 자기를 움켜쥐어오는 거대한 손을 베어버리는 이장진. 하지만

쩍! 이장진의 칼은 거대한 손의 손가락을 그대로 통과해버리고

[!] 뒤로 물러서다가 눈 부릅뜨는 이장진. 거대한 손이 그대로 이장진의 몸을 움켜쥐려 한다

이장진; (당했다!) 절망하며 칼로 몸을 지키려 하고. 바로 그때

땅! 펑! 요란한 소리가 나면서 이장진의 몸을 움켜쥐려던 반투명한 손이 그대로 물풍선처럼 터져버린다.

끄아아아! 손가락이 터져나간 손을 번쩍 쳐들면서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마귀. 안개 속에서 상체가 드러나는데 키가 5미터도 넘는 거인이다.

이군악; [조심해야지.] 떵! 떠그르르! 오른손으로는 목탁을 들고 왼손은 꿀밤 놓은 형태를 한 채 목탁을 두드리며 말하는 이군악

이장진; [고맙네!] 휙! 뒤로 날아서 이군악 옆으로 오고.

이군악; [다행히 파번뇌탁은 효과가 있긴 했지만...] 주변 둘러보고

이군악; [어째 저 친구들을 화나게 만든 것같구만.] 억지로 웃으며 올려다보는 이군악. 그 옆의 이장진도 놀라 눈 부릅. 주변으로 여러 마리의 마귀와 괴물들이 안개속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다.

이장진; (아차 하는 사이에 포위당했다.) 찡그리며 심각한 표정

부악! 쩍! 카아! 마귀들의 살벌하고 무지막지한 공격. 무기를 휘두르고 손톱을 그어낸다

이군악; [피해! 보통의 무기나 무공으로는 저 괴물들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해.] 피하며 외치고. 이장진도 급히 몸을 날려서 피하지만

쩍! 콰쾅! 이장진을 공격하는 무기와 발길질, 손짓이 사방에서 날아든다. 필사적으로 피하는 이장진. 반면

이군악; [가만 있어보자. 사부가 가르쳐준 무공들 중에 이런 상황에 쓸만한 게 있었는데...] 좀 여유있게 피하면서 고개를 갸웃 갸웃하며 생각하는데. 그 직후

쩍! 서걱! 피하던 이장진의 몸에 상처가 나고. 신음은 토하지 않지만 고통으로 이지러지는 이장진의 얼굴

이군악; [괜잖은가 친구?] 그걸 보고 외치고. 자신은 여유있게 피하면서

이장진; [괜잖고 자시고 할 거 없고... 빨리 여길 빠져나가야만 하네.] 필사적으로 마귀들 사이로 몸을 날리지만

앞쪽에서 다시 나타나 가로 막으며 공격하는 마귀들

이장진; (큭!) 사력을 다해 몸을 틀어 피하지만 이번에도 마귀의 날카로운 손톱이 스치면서 얼굴에 상처가 난다

이군악; [쳇! 한가하게 무공을 되새김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군.] 두손으로 파반뇌탁을 앞으로 쳐들어서 자기 머리를 때리려고 한다

이장진; (무슨 짓을...) 마귀의 후속 공격을 피하면서 그걸 보고 놀랄 때

쩡! 이군악의 이마가 금속처럼 변하고.

이군악; [철두각죄공(鐵頭覺罪功) 타(打) 파번뇌탁(破煩惱鐸)!] 꽝! 금속처럼 변한 이마와 목탁을 강하게 충돌시킨다. 그러자

떵! 부악! 파번뇌탁에서 강한 음파가 터져나와 주변으로 파문처럼 확 터져나가고.

이장진; [큭!] 두손으로 귀를 가리며 휘청할 때

퍼석! 퍼펑! 펑! 주변의 모든 마귀들이 물방울처럼 터진다. 안개도 밖으로 확 밀려가고

이장진; (화의사신이 술법으로 소환한 이매망량들이 소멸되었다.) 귀를 막은 채 비틀거리며 놀라고. 이마 찡그린 채로

그러다가 흠칫! 하는 이장진

이군악; [끄으... 세상이 돈다 돌아!] 눈이 돌아가고 해롱해롱하며 비틀거리고 있는 이군악. 머리 주위로 별들이 뱅뱅 돌고 있고

이장진; [괜잖은 건가 친구?] 급히 다가가지만

이군악; [걱정마! 걱정마!] [내 마빡은 철두각죄공을 익혀서 무쇠보다 더 단단해.] 술 취한 듯이 비틀거리며 웃고

이장진; (철두각죄공!) (그건 소림칠십이절기 중의 하나인데...) 놀라며 이군악의 팔을 잡아 부축하고

이군악; [다만... 파번뇌탁이 쇠중에서도 가장 단단한 태강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골이 좀 울리는 것뿐이야.] 해롱 해롱

이장진; (생각났다.) 파번뇌탁을 보며 깨닫고

이장진; (파번뇌탁은 혈나한 대자(大慈)대사가 사마외도를 때려죽일 목적으로 태강으로 만들었다는 살인무기였다.) 파번뇌탁을 배경으로 이장진의 생각

이장진; (그렇다는 건 이 친구가 혈나한의 제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긴데...) 놀라며 이군악을 볼 때

이군악; [내 걱정은 말고... 자네는 빨리 여길 빠져나가게. 괴물들이 다시 몰려들기 전에...] 이장진의 손에서 팔을 빼며 말하고. 시선은 주변을 둘러보고

흠칫! 하며 주변을 보는 이장진

스으! 스! 안개 속에서 다시 사람의 형상들이 건들건들 산봉우리쪽으로 몰려오고 있다

이장진; [자네도 함께 피해야하지 않겠나?] 긴장하며 주변을 둘러보지만

이군악; [내 걱정은 하지마.] 털썩! 바닥에 주저앉고

이군악; [이미 봤다시피 난 술법으로 소환된 저 마귀새끼들을 상대할 방법이 있어.]

이장진; [하지만...]

이군악; [파번뇌탁과 박치기를 했더니 현기증이 좀 심해.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갈 테니까 자네 먼저 자리를 피하게나.]

이장진; (어쩔 수가 없군.) + [알았네.] 물러서고

이장진; [아무쪼록 조심하게나.] 휘익! 진가구 반대쪽의 산비탈쪽으로 몸을 날린다.

이군악; [내 걱정은 말고 멀리 멀리 피해있게나.] 외치고

곧 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이장진. 그러자

이군악; (갔지?) 히죽 웃으며 일어나고

이군악; (귀찮은 거머리도 떼어냈으니 이제 슬슬 화의사신을 만나러 가볼까?) 이장진과 반대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안개 속으로 들어가고

 

<오늘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화의사신이 아니라 화의사신의 수중에 있는 한 가지 물건 때문이라네.> 안개 속으로 들어가면서 이장진의 말을 떠올리는 이군악.

<귀마신갑(鬼魔神匣)이라는 일종의 장갑(掌匣)일세.> <배교의 으뜸가는 보물로 교주의 상징이기도 한데... 그걸 제대로 쓰기만 하면 귀신과 마귀와 천신을 마음대로 소환해서 부릴 수가 있다더군.>

 

이군악; [귀신과 마귀와 천신을 마음대로 소환해서 부릴 수 있는 장갑...] 흥분하고

이군악; [그렇게 신기한 물건이라면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가 없지.] 히죽대며 걸어가는 이군악의 앞쪽에서 마귀가 공격해오지만

이군악; [미안하지만 귀마신갑은 내가 차지해야겠네 친구.] 떵! 말하며 왼손으로 쳐든 파번뇌탁을 또 오른손으로 꿀밤 주듯 때리는 이군악.

퍼억! 파번뇌탁에서 일어난 진동이 마귀의 몸을 물방울처럼 터트린다.

 

#33>

진가구. 안개의 바다가 된 그곳에 태풍의 눈같은 부분이 있다. 안개가 원통형으로 벽을 이루고 있는 곳. 바로 화의사신의 집이다. 화의사신의 집 주변만 원형으로 안개가 끼어있지 않다. 그래서 거대한 통 안에 들어있는 것 같은데.

집 앞 마당 한 가운데에는 높이 1미터에 사방 2미터 정도인 탁자가 하나 놓여있고 그 탁자 위에 화의사신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다. 양손을 가슴 앞에 모아 결을 지은 채 지그시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고 있다. 오른손에 귀마신갑을 끼고 있지만 안 보인다. 주문을 외우는 화의사신 옆에는 고호법이 호위하듯 서있고

두 사람 앞쪽의 마당 외곽에는 긴장한 표정의 마을 사람들 십여명이 화의사신을 중심으로 반원형을 이루며 서있다. 젊은이는 없고 모두 중년인들이다. 이들은 배교의 생존자들이다. 각자 무기를 한가지씩 들었는데 칼과 검, 창을 들기도 했지만 손에 방울이 여러 개 달린 작대기나 먼지털이개, 빗자루등을 든 인물들도 있다. 십여명의 사람들중 여자는 두명이다. 뚱뚱한 중년부인과 마치 흑인인 것처럼 가무잡잡한 피부에 늘씬하고 빵빵한 체격을 지닌 서른 살 가량의 해녀등이다. 뚱뚱한 중년부인은 솥뚜껑같은 것을 한 쌍. 비키니 같은 가죽 옷을 걸친 해녀는 커다란 호로병을 하나 허리에 차고 있다. 이 사람들 중 해녀를 제외한 전원이 다음 장면에서 죽는다. 해녀의 이름은 흑달.

두손을 모아 결을 지은 채 입으로는 중얼 중얼 주문을 외우는 화의사신.

쿠쿠쿠! 집 주위를 원통처럼 휘도는 안개의 벽. 화의사신이 주문으로 안개를 조종하고 있는 것임을 보여주고.

[크악!] [아악!] [안... 안돼!] 멀리 안개 속에서 들리는 비명소리들

고호법; (지금까지는 순조롭다.) 그걸 들으며 생각하고

고호법; (교주님께서 펼치고 계시는 무해망망주(霧海茫茫呪)가 이매망량들의 힘을 배가시켜주고 있는 덕분이다.) 곁눈질로 화의사신을 보고

고호법; (오늘 진가구 근처로 몰려들었던 인간들중 살아서 안개의 바다(霧海)를 벗어날 수 있는 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생각할 때

떵... 갑자기 멀리 안개 속에서 무언가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군악이 괴물들을 상대하기 위해 파번뇌탁을 울린 것.

화의사신; [...] 주문 외우다가 움찔! 하고.

<목탁소리!> 고호법과 마당 외곽에 반월형으로 진을 친 중년인들 눈 부릅뜨며 놀라고.

[...!] 주문 외우는 걸 멈추고 눈을 뜨는 화의사신.

똑! 또그르르... 소리가 좀 잦아들지만 목탁 소리의 여운이 이어지고

목탁 소리가 들린 안개의 벽쪽을 심각한 표정으로 보는 화의사신.

고호법; [교주님! 저 목탁소리는 혹시...] 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안개쪽을 보며 화의사신에게 묻고

화의사신; [고호법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네.] 끄덕이고

또그르르! 안개 속에서 멀어지는 목탁소리의 여운

화의사신; [만일 저 목탁의 주인이 직접 찾아온 거라면 모든 걸 내려놔야겠지.] [어떤 술법도 통하지 않고 어디로 숨어도 찾아낼 인물이니...] 체념한 표정으로 웃고

고호법; [예...] 역시 체념하고. 그때

삐꺽! 집에 있는 두개의 문 중 하나가 열린다. 화의사신이 들어갔던 방이 아니라 다른 방의 문인데.

고개 조금 돌려 돌아보는 화의사신과 몸을 돌려 돌아보는 고호법

문을 열고 나오는 노파. 지팡이를 짚었고 허리가 구부정하다. 배교의 또 한명의 호법인 진호법이다. 곧 죽을 캐릭터. 그 진호법이 문을 열고 나오는 방은 전형적인 여자의 방이다. 아기자기하고 화려하다. 방안의 침대에는 환요가 반듯하게 누워있다. 이불을 덮지은 않은 상태로

고호법; [진(陳)호법, 소교주는 좀 어떤가?] 돌아보며 화의사신 대신 묻고. 화의사신은 다시 앞쪽을 보고 있고

진호법; [정신은 돌아왔지만 아직 기력은 되찾지 못하고 있소.] 힐끔 뒤쪽의 침대를 보며 방에서 완전히 나오고.

고호법; <그렇다니 다행이긴 한데... 소교주가 어디까지 기억하던가?> 전음으로 묻고 곁눈질로 방안을 보며

진호법; <독불군이란 놈의 피리소리를 듣다가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고 하더이다.> 역시 전음으로 대답하며 곁눈질로 방안을 보고

고호법;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면 차라리 잘된 일이지. 그후에 벌어진 일은 기억하고 있어봤자 하등 좋을 게 없으니...>

진호법; <맞는 말씀이시오.>끄덕이고. 그때

떵! 안개 속에서 들리는 엄청 큰 목탁소리. 이군악이 마빡으로 파번뇌탁을 쳐서 내는 소리

드드드! 진동이 일어나 화의사신의 집도 흔들리고. [!] [!] 놀라며 휘청하는 마당 외곽의 배교 제자들

[헉!] 휘청하며 놀라는 진호법

[!] [!] 심각해지는 화의사신과 고호법

[...!] 방안의 환요도 움찔! 하고

똑 또그르르... 잦아드는 목탁 소리의 여파

화의사신; (사 오리쯤에서 다수의 이매망량이 일제히 소멸되었다.) 심각. 그때

진호법; [고... 고호법! 혹시 저 목탁소리...] 눈 부릅! 긴장하며 고호법에게 묻고

고호법; <혈나한 본인이거나... 그의 제자중 한 놈이 찾아온 것같네.> 긴장한 채 전음으로 말하며 고개 끄덕이고. 앞을 보면서

<역시 혈나한의 파번뇌탁이었구려!> 침 꿀꺽 삼키는 진호법

화의사신; (고호법이 요아를 찾아서 데리고 오는 동안 오늘 일에 대해 점을 쳐봤는데....) 건너편의 안개의 벽을 보며 생각하고.

화의사신; (어떻게 괘(卦)를 뽑아 봐도 대흉(大凶)만이 나왔었다.) 무릎 위의 두 주먹을 꽉 움켜쥔다.

화의사신; (그리고 그 대흉괘(大凶卦)의 대상이 나 환극이라는 건데...) 헛헛한 웃음

<하긴 천하제일인이 이십여년전에 마무리 짓지 못한 일을 끝내려고 찾아왔다면 죽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겠지.> 집 주변의 모습 배경으로 화의사신의 생각

 

#34>

여전히 밤. 진가구 일대를 뒤덮고 있는 두터운 안개의 바다. 그 외곽의 높은 산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사내. 바로 독불군. 뒤짐 짚고 있다. 뒷짐 진 손에는 피리가 들려있고

떵! 또그르르.... 이군악이 마빡으로 파번뇌탁을 친 여운이 사라지는 게 독불군의 귀에도 들리고

독불군; [두번째의 목탁 소리에는 아홉겹의 하늘(九霄)을 울리고 십팔층의 땅 속까지 뒤흔드는 위력이 실려 있었다.] 약간 고개를 옆으로 숙인 채 찡그리며 생각하고

독불군; [이런 힘을 지닌 음공에 대해서 들은 적도 있는 것같은데...] [누가 쓰는 무공이었더라?] 생각할 때

[크아악!] [케엑!] [안돼!] [이 괴물들이... 크악] 다시 안개 속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들

거인들이 움직이고 있고 작은 모습의 사람들이 그 거인들에게 학살당하는 형상이 안개 속에서 흐릿하게 보인다

독불군; [하여간 예상했던 대로군.] 그걸 내려다 보며 웃고

독불군; [화의사신이 미리 알고 대비한다면 그자의 신변에 접근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천하를 통틀어도 저 기괴하고 살벌한 술법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열명이 채 안될 것이다.> 안개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수라장. 괴물들이 사람들을 쳐죽이거나 찢어죽이고 있고. 사람들은 대항하려다가 무기력하게 당한다

독불군; [물론 나같이 심기가 깊은 인간이라면 미리미리 대비를 해놨으니 예외지만...] 뒷짐 지고 있던 손을 풀고. 이어

독불군; [도룡살조(屠龍殺組)!] [한바탕 놀아볼 준비는 되었겠지?] 뒤를 향해 말하고

<물론입니다 소주(少主)!> <분부만 내리시면 언제든지 돌입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쿵! 독불군의 뒤쪽 어둠 속에 한 무릎을 꿇고 도사리고 있는 십여명의 사내들. 얼굴에 썬그라스같은 것을 끼었고 입은 두꺼운 마스크로 가리고 있다. 폭주족 같은 모습들이고. 이자들은 침독이 기른 비밀요원들이다. 개개인이 절세고수들로 도룡살객들이라 불린다.

독불군; [길을 열어줄 테니 마음껏 날뛰고 죽여라.] 피리를 입에 가져가고. 이어

삘릴리! 피리를 불기 시작하는 독불군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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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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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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