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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화

 

                신신이진, 새롭게 새로워지며 달라져서 나아간다.

 

 

 

지우는 밤새 자기 마차의 요구 조건을 정해서 이른 아침에 마차방으로 달려가 전했다.

네 마리 말이 끌며 육연부 여자들이 다 타고도 남을 만한 크기의 마차였다.

사대부나 큰 부호가 아니면 엄두도 내지 못할 비싼 물건이다.

마차방의 책임자가 된 조대붕이 물었다.

"낭낭께서 타실 마차입니까?”

"타시겠죠.”

지우는 낭낭도 가끔 태워 줄 거라 속으로 생각하며 조대붕을 착각하게 만들었다.

낭낭이 탄다고 해야 더 공을 들여 만들 거란 계산이었다.

"가마도 곧 완성될 텐데, 앞으로 낭낭께서 행차가 많으실 모양이군요.”

조대붕이 말했다.

"가마 만들기 시작했어요?”

지우가 물었다.

"얼마 전에 모양이 최종 결정 되어 제작 중에 있습니다. 만든 적 없는 형태라서 완성이 느려졌습니다.”

"구경해도 돼요?”

지우의 눈이 반짝거렸다.

 

조대붕은 지우를 데리고 벽 없이 지붕만 있는 큰 공방으로 갔다.

지우는 그곳에서 이상한 물건을 보았다.

가마 같기도 한데 마차처럼 바퀴가 달려있다.

네 개의 바퀴가 한 줄로 서있다.

가운데 두 바퀴는 크기가 같았고 양 끝의 것은 훨씬 작았다.

사람이 타는 부분을 들여다보니 의자 두개를 마주 놓은 정도로 좁았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타거나 혼자 탈 때에는 맞은편 의자에 물건을 올려놓을 수 있는 구조였다.

양옆뿐만이 아니라 앞뒤로도 창이 나있다.

바닥에는 방패모양이면서 빨래판 같은 장치가 달려있다.

의자 좌우에는 지렛대도 설치되어 있었다.

"가마가 참 이상하네.”

지우의 고개가 절로 갸웃거렸다.

“이 가마는 가마꾼이 들고 움직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바퀴를 밀고 갈 수 있습니다. 경사진 길을 오르거나 내릴 때도 가운데 바퀴가 크고 앞 뒤 바퀴가 작아서 마차가 크게 기울어지지 않지요.”

조대붕이 자상하게 설명해주었다.

"궤도가 있는 곳에서는 궤도에 올려놓고 달릴 수 있습니다. 급할 때는 가마꾼 한 명이 움직일 수도 있고, 세웠을 때는 가마가 옆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양쪽에서 발을 내릴 수도 있지요. 혹시 가마꾼 발이 걸려 넘어지더라도 가마는 쓰러지지 않도록 장치가 되어있습니다.”

조대붕의 설명을 들으며 지우는 가마를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가마는 이상하게 생겼지만 매우 예뻤고 오밀조밀했다.

“아주 험한 길에서는 바퀴를 접을 수도 있고, 바퀴가 있는 하체를 분리해서 사람이 타는 상체부만 들고 갈 수도 있지요.”

조대붕의 설명을 듣던 지우는 침을 꼴깍 삼키고 물었다.

"가마 들려면 힘 쎈 가마꾼이 필요하지 않아요? 낭낭 가마면 남자 가마꾼을 못 쓸 텐데... 여자 가마꾼이 있어요?”

조대붕이 웃었다.

"여자 가마꾼이라니요? 저는 금시초문입니다.”

지우가 긴장하며 또 물었다.

"혹시 우리를 가마꾼으로 쓴다든가 하는 그런 말씀은 없었어요?”

조대붕은 고개를 저었다.

"없었습니다. 단지 가마꾼에 대해서는 염려 말라고 하시더군요.”

 

지우는 집으로 달려가 계집애들한테 말했다.

"늬들 큰일 났다. 낭낭 가마가 만들어지는 중인데 빨리 한 자리 못하면 가마꾼 된다.”

"진짜야?”

아직 직책을 받지 못한 계집애들은 화들짝 놀랐다.

"내가 지금 그 가마 보고 왔어. 다 만들어가.”

지우는 계집애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놓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찻집에 갈 준비를 했다.

 

***

 

아침을 먹으면서 단아가 물었다.

"낭낭, 가마가 다 되어간대요. 가마꾼 누가해요?”

직책을 받지 못한 계집애들이 험악한 표정으로 단아를 노려보았다.

단아는 못 본척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우리 중에 누가 들어야 할 거잖아요. 한쪽은 제가 들까요?”

양설이 웃으며 말했다.

"넌 안 해도 돼.”

"그럼 누가 해요?”

단아가 물었다.

양설은 대답 대신 계집애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직책 없는 얘들이 시선을 피했고 나름 벼슬한 것들은 당당했다.

"내가 해.”

곽범이 불쑥 말했다.

"네?”

수원마저 놀라서 소리쳤다.

양설이 웃었다.

"나으리께서 하신다잖아.”

희야가 급히 말했다.

"제가 하면 되는데 왜 나으리가 해요? 제가 할게요. 전 요새 일이 없어서 칼질이나 하면서 빈둥거려요.”

동진도 거들었다.

"나으리께서 어떻게 가마꾼을 해요. 저하고 희야가 할게요.”

동진과 희야가 하겠다고 자청하자 단아부터 모든 계집애들의 표정이 하얘졌다.

단아도 자기가 한쪽을 들까요 했지만 진심은 아니었다.

그랬는데 동진과 희야가 진심으로 말하니 물러설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수하에 계집애가 열 명이나 있는데 동진과 희야가 가마를 들게 하는 건 말이 안 됐다.

계집애 둘이 동시에 손을 들며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가 할게요.”

열 명 중에서 무공이 가장 약하고 겁도 많은 계집애들이었다.

두 계집애는 겁이 많아서 오히려 상황판단을 잘한다.

첫날 희야에게 맞을 때도 몇 대 맞고는 바로 항복했던 바 있었다.

전옥은 끝까지 버티다가 죽사발이 되었지만 그 둘은 거의 멀쩡했었다.

이번에도 버텨봐야 견딜 수 없으니 미리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양설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가마는 바퀴를 안에서도 돌릴 수 있는 거야.”

 

양설은 말로 설명하기 귀찮아서 가마가 다 만들어지면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계집애들은 밥 먹다 말고 우루루 몰려나가 마차방으로 달려갔다.

그 가마는 양설이 곽범의 의견을 반영하여 수많은 고심 끝에 만들어낸 역작이었다.

"이 굽은 가맛대 봐. 가마꾼이 들 수도 있고 놓으면 발처럼 땅에 닿는다는 거지?”

계집애들이 가마를 뜯어보다시피 구석구석 살폈다.

"그런데 안에 타고 있으면서 바퀴 굴리면 옆으로 안 넘어지나? 나으리 무공이 높으시니 공 타듯이 중심 잡는 걸까? 여간 피곤한 게 아닐 텐데.”

"이 지렛대만 당겨도 바퀴가 움직여! 지렛대가 꼭 검 같아.”

지우는 자기도 이런 가마를 만들어 달라고 할 걸 하며 후회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말을 바꾸기는 곤란했다.

뻔뻔하게 낭낭이 탈거라며 네 마리 말이 끄는 거대한 사두마차를 주문해 놓았다.

그런 마당에 가마를 하나 더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은 신용만 까먹힐 일이었다.

마차방에 부탁할 일이 앞으로도 많을 테니 신용을 잘 지켜야 한다.

"이건 별 거 아니야. 도르레하고 지렛대, 바퀴 다 사용하면 만들 수 있어. 나도 비슷한 생각했어.”

뭐든지 다 해보고 다 아는 계집애가 또 헛소리를 했다가 욕만 먹었다.

 

***

 

찻집에서 다도를 한 곽범 일행이 일하기 위해서 육연부로 갔을 때였다.

육연부 앞에는 곽범을 기다리는 사람들 수십 명이 있었다.

강호인들이었다.

그 중 한 명이 무릎을 꿇고 엎드리자 나머지 사람들도 엎드렸다.

복장으로 봐서는 제각각인 듯했지만 행동은 하나였다.

어제 곽범이 보였던 모습과 경고의 힘이었다.

"육연대인께 죄를 지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가장 먼저 엎드린 자가 애원했다.

유명곡이 멸망한 전말은 강호에 파다하다.

자신들의 힘이 유명곡 보다 윗길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가문이나 문파는 드물다.

곽범의 눈 밖에 나기라도 하면 끝장이다.

자기 한 몸이야 도망치면 혹시 살 수도 있다.

하지만 남아있는 식솔들이나 문중들은 유명곡이 당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강호인들로서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육연부를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살려주십시오 대인.”

강호인들이 합창하듯 입을 맞춰 애걸했다.

곽범은 대꾸도 하지 않고 육연부로 들어갔다.

계집애 하나가 엎드려 비는 사람들을 발로 찰 듯한 시늉을 하면서 문으로 사라졌다.

 

***

 

직책이 없는 계집애들은 원래 그들의 침실이었던 방으로 들어가 바느질이나 노리개를 만들기 시작했다.

단아와 장영, 은희는 곽범을 따라 집무실로 들어갔다.

유세관 지우는 집무실로 가봤자 할 일이 없다. 하는 수 없이 바느질하러 다른 계집애들이 있는 방으로 갔다.

동진은 살림살이 장부며 살림 궁리 하느라 방에 처박혔다.

수원은 앵무 새끼들을 훈련시켰다.

양설은 할 일 없어 빈둥거리는 희야에게 등석자(鄧析子) 한 권을 주어서 읽게 했다.

등석자는 제자백가 중 명가(名家)의 비조인 등석의 이름을 빌려 궤변에 가까운 변론술을 설명한 책이었다.

희야는 말에 두서가 없어 말하다보면 상대를 혼란스럽게 하는 면이 있다.

그런 희야가 적을 상대하면서 속을 뒤집어 놓을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책이 등석자다.

 

***

 

양설은 연공실로 내려가서 거울을 보며 자기의 몸과 얼굴을 바꾸는 무공을 연습했다.

곽범이 긴 명상과 연구 끝에 만든 무공이다.

그 무공의 바탕은 세 가지다.

몸과 얼굴은 물론 거의 모든 것을 따라서 바꾸는 곽범 사부의 역용변신공,

보는 사람의 정신과 내공까지 빨아들이는 유명곡 요경의 원리,

마지막으로 변화의 방법을 말하는 금왕경을 바탕으로 해서 만든 무공이었다.

요경과 달리 이 무공은 얼굴을 보는 사람의 내공을 끌어내지는 않는다.

대신 그 사람 몸속의 심맥을 끊어 놓을 수도 있으며 주화입마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얼굴로 펼치는 일종의 심검(心劍) 또는 심공(心功)이었다.

다만 곽범도 아직 그 정도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양설 역시 얼굴과 신체의 일부를 바꾸는 역용변신의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역용변신만으로도 전혀 다른 사람인양 눈빛과 목소리까지 바꾸는 게 가능했다.

누군가를 보고 모습을 바꾸면 원래 사람의 습관까지 빌려올 수 있었다.

한번 뿐만이 아니라 이후에도 기억하는 한도에서는 재현이 가능했다.

곽범은 이 무공을 염왕현신(閻王現身)이라 이름 지었다.

하지만 양설은 자기가 사용할 이름을 따로 지었다. 염왕으로 현신할 이유도 없고 능력도 없었기 때문이다.

양설은 이 무공을 익히면서 몸과 얼굴을 바꾸는 게 단순한 의미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릇이 바뀌면 담긴 내용이 달라진다.

사람의 모습이 바뀌면 그 사람의 마음이 달라진다.

마음이 달라지면 상황을 다르게 본다.

보는 상황이 달라지면 행동이 달라진다.

다른 행동은 다른 결과를 얻게 된다.

그 과정에서 행하여 얻고 깨닫는 바도 달라지게 된다.

사람이 하고자 하는 의지와 욕망도 결국은 사람의 얼굴과 형상과 상황이라는 굴레에서 이루어진다.

하늘이 사람이라는 그릇을 내고 어떤 환경에 두었으면 그 해야 할 바와 할 수 있는 바가 그 안에 갖추어져 있다.

그릇을 바꾸면 모든 것이 바뀐다.

그릇을 바꿀 수 있으면 그것 역시 하늘이 지은 환경이니 바꾸어야 옳다.

바꾸어야 할 그릇을 고집하는 것은 할 수 있는 바를 다 하지 않는 것이다.

어질고 훌륭한 사람을 담고자 애쓰는 건 자기의 그릇을 그렇게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다.

배우고 익히며 깨닫고자 하는 것도 할 수 있는 바를 늘여서 그릇을 바꾸는 것이다.

양설은 곽범이 만든 이 무공에서 사람이 사람의 한계를 넘어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기문둔갑의 둔갑변신의 참된 의미가 여기에 있을지도 몰랐다.

온갖 술법들로 몸을 휘감고 있어도 정작 자신을 바꾸지 못하면 작은 도구들을 들고 다니는 바와 다를 바가 없다.

지식도 자기의 생각과 행동에 반영되지 못하면 먹다 버린 음식처럼 자기를 부패하게만 할 것이다.

은(殷)나라의 시조 성탕(成湯) 태을(太乙)이 세숫대야에 새겨놓고 날마다 보았다는 글귀를 떠올렸다.

일신일일신신우일신...

날마다 새롭고 새롭고 또 새로워져야 한다.

끝없는 자기 변화의 의무를 말해주는 글귀다.

양설은 바탕은 같지만 괵범과는 쓰임새가 다른 이 무공에 신신이진공(新新以進功)이라는 이름 붙였다.

새롭게 새로워지고 달라지며 나아가는 공부라는 의미였다.

하는 바에 정성을 들인다면 몸은 바뀌지 않더라도 행동과 마음은 신신이진하고 있다 해도 무방하다.

양설에게 신신이진은 사람의 큰 도리였다.

달라지고 나아가서,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것은 양설이 지은 도였다.

물산을 왕성하게 하여 사람을 부귀롭게 하는 것으로 이 길을 세우며, 가로막는 것을 베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것은 곽범의 도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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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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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밤. 어둠에 덮인 마교 총단. 도처에 불이 켜져 있고.

십마전도 불이 밝혀진 건물이 많고

십마전 중심부에 자리한 화려한 전각. 주변으로 하녀들이 물건 들고 오가고

 

전각 내부의 화려한 욕실. 수증기가 뽀얗게 일고. 원형의 커다란 욕조. 직경 5미터쯤인 욕조의 한쪽 끝에 가슴까지 잠겨 있는 알몸의 청풍. 가면을 벗어 욕조 옆에 놓아두었다. 가면을 벗은 상태로 목욕 중이므로 이하 청풍.

청풍; (천마에 의해 세워진 마교는 마교사가라는 네 개의 세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삼태상들의 가문인 혈마전(血魔殿), 지마전(智魔殿), 전마전(戰魔殿)과 전위세력인 십마전이 그것이다.> 의자에 앉아있는 네 명의 남녀 실루엣 배경으로 나레이션. 황후같이 화려한 옷을 입은 여자-혈마태상, 지마태상, 보디빌더같은 체형에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거인-전마태상. 아주 야한 차림의 글래머 여자 실루엣-천앙서시

<십마전은 강호에서의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세력이다. 십대마왕이 십마전 소속이며 형식상으로는 지마태상과 전마태상의 지휘를 받는다.> 십대마왕들의 실루엣. 가운데 놓인 화려한 의자에 어떤 여자가 다리를 꼬고 앉아있다. 이 여자는 마교사가 가주들 실루엣 중 천앙서시의 실루엣과 동일. 천앙서시가 앉아있는 의자 주변으로 십대마왕들이 죽 서있다. 의자 좌우에 제이마왕 백변마왕과 제삼마왕 신행태보가 서있고 그들 옆에 다시 고루시마, 거령탑마, 음양선고, 구숙정, 독검사랑, 식인혈랑과 위진천등이 서서 앞을 보고 있다.

<십마전의 전주는 대대로 십대마왕 서열일위의 차지였다. 전대 제일마왕은 천앙서시였는데 그녀가 갑자기 실종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위 장면의 의자에 다리 꼬고 앉아있는 여자 실루엣 크로즈 업. 엄청난 글래머다. 또한 가슴이 패이고 달라붙는 옷을 입었고 치마도 옆이 터져서 다리가 드러나보인다.

<마교의 네 기둥 중 하나인 십마전 전주의 자리를 언제까지 공석으로 둘 수는 없었다. 서열대로라면 제이마왕 백변마왕이 천앙서시의 후임이 되어야했다. 하지만 제삼마왕 신행태보도 야심이 커서 양보하지 않았다.> 백변마왕과 신행태보가 비어있는 의자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노려보며 삿대질을 한다. 주변에 다른 마왕들이 난감해하며 보고 있고

<치열한 암투가 벌어졌고, 결국 백변마왕이 신행태보를 제거하고 십마전의 전주가 되었다. 십여 년 전의 일이다.> 피를 토하며 주저앉은 신행태보. 그걸 내려다보며 웃는 백변마왕. 신행태보를 손가락질하며

 

청풍; (마교에 교주가 없는 것은 천마가 후계자를 정하지 않고 죽었기 때문이다.)

청풍; (천마의 절기는 너무도 심오하여 천마에 필적하는 기재가 아닌 한 완전하게 연마할 수 없었다고 한다.)

청풍; (궁여지책으로 천마는 애첩과 두 명의 제자에게 무공을 나눠 가르쳤다.) (마교에 삼태상이 존재하게 된 연원이다.) 천마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세 명의 청년들. 둘은 남자. 하나는 정정. 천마는 아주 긴 수염에 검은 옷을 흩날리는 거인.

청풍; (삼태상이 합의하면 교주를 세울 수 있다.)

청풍; (하지만 오랜 세월 주도권 쟁탈을 벌여온 삼태상이 서로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버리고 교주를 옹립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청풍; (삼태상의 대립은 무림을 위해서는 다행한 일이었다.)

청풍; (마교가 분열되어 있는 덕분에 전면적인 공격은 모면해왔으니...!) + [!] 생각하다가 눈 번쩍.

급히 가면을 집어들고.

청풍; [거기... 누구냐?] 가면을 얼굴에 쓰며 건너편을 노려본다. 뽀얀 수증기 때문에 건너편이 잘 안보이고. 이하 웃는 가면을 썼으므로 청풍이 아니고 백변마왕(청풍)으로 표시

스으! 뽀얀 수증기 사이로 나타나는 알몸 같은 여자의 실루엣.

[!] 웃는 가면 사이로 눈이 부릅 백변마왕(청풍).

쿵! 수증기를 헤치며 나타나는 여자. 바로 전 씬에서 감옥에 나타났던 백변마왕의 아내 정정. 몸매가 엄청난 글래머.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얇고 짧은 잠옷차림이다. 가슴과 사타구니를 양손으로 살짝 가리고 있다. 머리는 틀어 올려 비녀로 고정했다. 이 비녀들이 사실은 비수다.

백변마왕(청풍); (이 여자는...!)

정정; [저... 저예요 상공!] 부끄러워 고개 떨구며 탕 안으로 들어서고

백변마왕(청풍); (상공?) (백변마왕의 아내로구나!) 깨닫고

<이름은 종정정(宗貞靜), 백변마왕과 암투를 벌였던 신행태보의 외동딸이다. 백변마왕은 신행태보를 달래기 위해 그의 딸을 후처로 맞아들였었다.> 욕조로 다가오는 정정의 모습 배경으로

백변마왕(청풍); (하지만 신행태보는 끝내 야심을 버리지 않았으며 암투 끝에 패해서 뇌옥에 갇혔다고 한다.) + [여긴 무슨 일이오 부인?]

정정 흠칫. 백변마왕으로부터 존댓말을 처음 들어서임.

백변마왕(청풍); (백변마왕과 종정정은 사실상 별거 상태였다고 했다.) + [오늘도 친정에서 자는 게 아니었소?]

정정; (종처럼 여기던 내게 존대를 한다?) + [상공께서 출타했다가 오랜만에 돌아오셨는데 아내의 도리는 해야 하지 않겠어요?] 찰박! 욕조로 들어오고

정정; [평소에도 함께 목욕 하는 걸 좋아하셨잖아요!] 물에 허리까지 잠기며 다가앉고

백변마왕(청풍); (함께 목욕하는 걸 좋아했다?) (백변마왕이란 놈... 생긴 것 답지 않게 다정다감했던 모양이로군!)

정정; [아직 씻지 않으셨으면 신첩이 닦아드릴게요!] 촤아! 백변마왕(청풍)에게 다가앉고

백변마왕(청풍); (거절했다가는 의심을 사겠지) + [그럽시다.] 돌아앉고.

백변마왕(청풍)의 넓은 등을 보는 정정의 눈이 파르르 떨리고.

정정; (이렇게 쉽게 복수를 할 기회가 왔구나.) 슥! 머리를 고정한 비녀를 뽑는다.

뽑히는 비녀의 끝이 날카롭다. 비녀 형태를 했지만 비수다.

정정; (신장궁에서 만든 이 비수에 묻힐 수 있는 독은 다 묻혔다.) 비수를 두 손으로 잡아 백변마왕(청풍)의 등을 겨누고. 내리찍을 자세

정정; (아주 작은 상처라도 내면 죽일 수 있다!) 콱! 그대로 백변마왕(청풍)의 뒷덜미에 비수를 박는 백변마왕(청풍).

[!] 움찔! 비수에 찔리며 움찔하는 백변마왕(청풍)의 몸

정정; [잘 가라 아버지의 원수!] 백변마왕(청풍)의 뒷덜미에 박은 비수를 두 손으로 내리누르며 악을 쓰고. 하지만

백변마왕(청풍); [유감이로군. 죽어주지 못해서!] 천천히 돌아보는 백변마왕(청풍).

정정; [흑!] 기겁하고.

쿵! 정정이 박은 비수는 끝이 약간 백변마왕(청풍)의 피부로 파고들었을 뿐이다. 상처는 나지 않았고

정정; [어... 어장검(魚腸劍) 못지않게 날카로운 신장궁의 비수가 상처도 못 내다니...!] 철벅! 뒤로 주저앉으며 경악, 절망.

백변마왕(청풍); [제법 날카롭다 했더니 신장궁의 물건이었군.] 돌아앉고

정정은 욕조 끝으로 물러나 앉고

백변마왕(청풍); [하지만 무기가 아무리 날카로워도 쓰는 사람의 능력이 받혀주지 못하면 그저 쇠붙이일 뿐인 거요.] 물속에서 정정에게 다가가고

정정; [네... 네놈의 호신강기가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욕조 끝에 기대어 이를 갈고

백변마왕(청풍); [네놈? 그게 아내가 남편에게 할 말인가?] 눈 번뜩

정정; [널 죽이지 못했으니 내가 죽겠다!] 비수를 거꾸로 잡고

정정; [원귀가 되어서라도 반드시 복수하고 말 것이다!] 외치며 비수로 들어 자기 목을 찔러간다. 하지만

콱! 비수 끝이 목에 닿기 직전 멈춰지고. 어느 틈에 정정의 손목을 움켜쥔 백변마왕(청풍)의 강인한 손.

정정; [놔...놔라 이 마귀새끼야!] 발버둥치고

백변마왕(청풍); [입이 험하시군.] 비수의 날을 손가락으로 집어서 잡고

백변마왕(청풍); [그래도 한 이불 덮고 살아온 남편에게 마귀 운운하다니...?] 툭! 비수를 정정의 손아귀에서 간단하게 빼내고.

백변마왕(청풍); [이런 위험한 물건은 가까이 하는 거 아니오.] 휘익! 욕조 밖으로 비수를 던지고

텅! 벽에 박히는 비수. 그러자

정정; [한시라도 네놈과 같은 하늘을 이고 살지 않겠다!] 혀를 물려 하고. 하지만

팟! 백변마왕(청풍)의 손가락이 그녀의 가슴을 찌르고.

정정; [악!] 빠지직! 벼락에 맞는 느낌으로 신음하는 정정. 이어

촤아! 힘없이 물 속으로 쓰러지려는 정정.

백변마왕(청풍); [영차!] 그녀를 부 팔로 부축하는 백변마왕(청풍)

정정; [죽... 죽게 해다오 제발!] 청풍에게 안겨 눈물 흘리고

백변마왕(청풍); [날 살인자로 만들겠다? 그럴 수야 없지!] 촤아! 정정을 두 팔로 안고 일어나고. 빤스만 걸친 모습이고

<무슨 일입니까 전주님?> 밖에서 들리는 음성

백변마왕(청풍); (독안표로군!) + [별일 아니다.] 욕조 밖으로 나가고

백변마왕(청풍); [아내와 함께 있으니 방해하지 마라!]

 

독안표; [헤헤헤! 그러셨군요. 좋~은 밤 되십시오!] 문 밖에서 굽신거리는 독안표. 지나가던 하녀들도 얼굴 발개지고

 

백변마왕(청풍); [거슬리니 주변을 모두 물려라.] 정정을 안고 욕실을 나서며 말하고

 

독안표; [분부 받들겠습니다요.] 건물을 향해 굽신. 이어

주변의 하인과 하녀들에게 가라고 손짓하는 독안표

서둘러 건물 주위에서 떠나는 하인과 하녀들

독안표; (종부인께서 생각을 바꾸신 것같아 다행이다.) 자기도 건물 등지고 떠나며 안도하고

독안표; (윗분들이 싸우면 아랫것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 될 수 밖에 없으니...) 멀어지는 독안표. 한데

건물 그늘에 숨어서 그걸 보는 사내 한명. 음침한 인상. 일회성 조연

멀어지는 독안표가 보이고

건물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떠나는 그자. 위진천의 졸개다.

 

다시 실내. 욕실을 완전히 나서는 백변마왕(청풍).

욕실 밖은 화려한 침실. 넓직한 침대도 있고. 그 침대로 가는 백변마왕(청풍). 침대에는 백변마왕(청풍)가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이 있고.

이어 정정을 조심스럽게 침대에 누이는 백변마왕(청풍). 정정은 눈을 감고 있다.

잠옷이 물에 젖어 야한 모습인 정정

백변마왕(청풍); (민망하군.) + [물기부터 말려드리겠소.] 손바닥을 펴서 정정을 겨누고

화악! 백변마왕(청풍)의 손바닥에서 뜨거운 바람이 일어나 정정의 몸을 말려주고

백변마왕(청풍); [잠시만 기다리시오. 대화를 나누려면 옷부터 입어야하니...] 옷을 집어들고

화악! 돌아서는 청풍의 몸이 달아올라 단번에 마르고

돌아선 채 옷을 입기 시작하는 백변마왕(청풍)

천천히 눈을 뜨는 정정

정정; [...] 백변마왕(청풍)의 뒷모습 보며 무언가 느끼고

백변마왕(청풍); [자! 이제 사정을 좀 들어볼까?] 옷을 입으며 침대로 돌아서고

정정; [당신 누구죠?] 노려보고

백변마왕(청풍); [내가 누군지는 부인이 가장 잘 알지 않소?]

정정; [틀려! 당신은 백변마왕이 아니야!]

백변마왕(청풍); [호오! 왜 그렇게 생각하시오?]

정정; [비록 원수긴 하지만 삼년 넘게 한 이불을 덮고 자던 사이예요.] [그자 몸을 모를 리가 없어요!] 표독하게

정정; [게다가 가장 결정적인 것은...!] 얼굴 발개지고

백변마왕(청풍); [그게 뭐요?]

정정; [백변마왕은 단 한 번도 내게 존대를 해본 적이 없어요!]

백변마왕(청풍); [천려일실이라더니... 정말 사소한 데서 들통이 났군!] 혀를 차고

백변마왕(청풍); [그렇소. 난 부인의 남편이 아니오!] 슥! 가면을 벗고

드러나는 청풍의 얼굴. 이하 청풍으로 표기.

정정; [아!] 놀라고

청풍; [내가 누군지는 지금 말씀해드릴 수가 없소.] [하지만 부인께는 추호의 해도 끼치지 않겠다 약속드릴 테니 안심하시오!] 팟! 혈도를 풀어주고

급히 일어나 앉으며 이불로 몸을 가리는 정정

정정; [백변마왕... 백변마왕은 어찌 되었죠?] 이불로 앞을 가린 채

청풍;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직접 복수하실 생각은 포기하셔야 할 거요.] 의자 하나를 침대 쪽으로 가져오고

정정; [그...그럼...!] 흥분

청풍; [그자는 얼마 전 불귀의 객이 되었소.] 의자에 앉는 청풍 + 정정; [아!] 탄성

정정; [그자가... 그 마귀가 드디어 죽었군요!] 주르르 눈물

청풍; [왜 남편을 죽이려 하셨습니까?] 손수건 내밀고 + 정정; [고마워요!] 손수건 받아 눈물 닦고.

정정; [전 신행태보란 분의 딸이랍니다.]

청풍;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끄덕. 그러다가

청풍; [혹시 영친의 신변에 변고라도 생긴 것입니까?] 깨닫고 흠칫

정정; [오늘 살해당하셨어요. 백변마왕의 심복이며 십마전의 총관인 병수재라는 자에게!] 이를 갈며 울고

[!] 놀라는 청풍.

 

#277>

<-지마전(智魔殿)> 수많은 건물로 이루어진 곳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역시 밤. 건물들에 불이 밝혀져 있고

어느 건물. 불빛이 흘러나온다. 주변에 인적은 없고

 

병수재; [제 속하의 보고에 의하면 정가년은 백변마왕에게 별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고 합니다.] 위진천 앞에 서서 보고하는 사내. 전형적인 서생인데 두 뺨이 홀쭉하고 눈 아래 다크서클이 짙다. 십마전 총관인 병수재라는 자다.

병수재; [독 바른 비수를 갖고 들어가는 등 나름대로 준비를 한 모양입니다만...] 위진천의 눈치를 보며. 위진천은 탁자를 앞에 두고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전형적인 거실이다.

병수재; [역시 치밀한 성격인 백변마왕인지라 종가년의 암살시도를 무산시켰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소가주님.]

위진천; [병수재! 당신은 할만큼 했어. 죄송해할 거 없어.] 술잔을 내려놓고

위진천; [백변마왕은 죽이지 못했지만 십마전에 분란의 씨앗을 심은 것으로 충분해.]

병수재;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안도하고

위진천; [당분간은 지마전에 머물도록 해.] [신행태보를 죽인 당신을 잡아 죽이려는 자들이 한 둘이 아닐 테니...]

병수재; [배려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굽신

위진천; [가서 편히 쉬어!] 나가라고 손짓

병수재; [물러가겠습니다 소가주님.] 굽신

문쪽으로 가고. 그 배경으로 다시 술잔을 드는 위진천

때 맞춰 문을 밖에서 열어주는 도객. #33> #68>등에 나온 무림맹에서 위진천의 졸개로 나왔던 도객.

밖으로 나가는 도객. 문을 열어준 채 안쪽의 위진천을 보는 도객. 위진천은 술을 마시고 있고

술 마시며 고개 끄덕이는 위진천

고개 숙이는 도객. 병수재는 완전히 밖으로 나갔고.

탁! 문을 닫는 도객. 직후

[!] 밖으로 나오다가 흠칫하는 도객.

슥! 슥! 앞쪽에서 다가오는 두 명의 도객. 표정이 살벌하고 칼을 뽑으려는 자세다.

병수재; (살기!) 주춤하고

병수재; (설마 소가주는 살인멸구를...) + [!] 눈 부릅

쿵! 문을 열고 닫았던 도객이 등 뒤에서 병수재를 칼로 찔렀다.

병수재; [네... 네놈이...] 끄윽!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며 뒤를 돌아보려 하지만

<소가주님의 거처다! 조용히 해라!> 푹! 다른 도객이 그자의 목에 칼을 박는다. 눈이 찢어져라 치떠지는 병수재의 얼굴

 

위진천; [살려두면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경우가 있지.] 술을 마시며 웃고

위진천; [그래서 화근거리가 될만한 인간은 미리 제거해버리는 게 최선이다.] 술잔 내려놓고

위진천; [확실히 제거해버리지 못해서 근심거리가 된 놈이 있기도 하고...] 청풍을 떠올리고

위진천; [어쨌거나 십마전을 분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데는 성공했다.]

위진천; [남은 것은 그 계집을 해치우는 것뿐인가?] 어떤 여자의 실루엣을 떠올리며 음산하게 웃고. 그 여자는 혈마태상이다.

 

#278>

다시 십마전. 청풍과 정정이 있는 건물의 모습. 주변에 인적이 없다. 시간이 좀 지났고

 

정정; [간수들의 입단속을 했어요. 아버지가 살해당한 사실을 비밀로 하라고...] 침대 위에 청풍과 마주 앉아 눈물을 옷소매로 닦고

정정; [뇌옥을 지켜야하는 간수들 입장에서도 지은 과실이 있는 터라 저의 지시를 따랐답니다.]

청풍; (신행태보가 살해당한 엄청난 일이 알려지지 않은 데에는 그런 내막이 있었군.)

청풍; (그나저나 그분의 복수는 못해드리게 되었다. 신행태보가 남의 손에 죽어버렸으니...) 북망귀왕을 떠올리고

청풍;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해야 하나? 안 그랬으면 내 손으로 이 여자의 아비를 죽였어야했으니...) 쓴웃음 지을 때

정정; [백변마왕은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워 뇌옥에 가뒀어요.] [하지만 감히 아버지를 해치지는 못하고 내공만 폐해버렸어요.]

청풍; [영친의 목숨까지 빼앗으면 뒤탈이 있을 수밖에 없었겠지요.] [영친을 따르는 세력도 적지 않을 테니...]

정정; [그랬는데... 십마전의 총관인 병수재가 갑자기 살수를 썼어요.] 분노. 이를 갈고

청풍; [병수재란 자가 감히 독단적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을 리는 없을 테고...]

정정; [저는 당연히 백변마왕이 병수재에게 지시를 내렸다 생각했어요.]

청풍; [하지만 백변마왕은 이미 보름 전쯤에 불귀의 객이 된 상태였지요.]

정정; [백변마왕으로 위장한 공자가 총단에 들어온 때를 맞추어 아버지가 살해당했고...] [누군가 저로 하여금 백변마왕에게 복수하도록 일을 꾸몄을 거예요.] 분노

청풍; (지혜로운 여자다.) + [용의선상에 올릴만한 자가 누가 있습니까?]

정정; [본교에서 그런 짓을 저지를만한 인물은 단 한명 뿐이랍니다.] 이를 갈고

청풍; (지마태상으로 위장한 극품당 전대당주 용무극...!) 눈 번뜩이고

정정; [지마태상, 정확히는 지마전은 이번 기회에 마교를 완전히 장악할 계획인 게 분명해요.] 강렬한 표정

 

#279>

<-무림맹> 밤. 여기 저기 드물게 불빛이 보이고

잘 가꿔진 정원이 가운데 있는 건물. #30>에 나온 진상파의 거처. 불이 밝혀져 있고. 열린 창문을 통해 실내가 보인다. 진상파가 창가 의자에 앉아 밖을 보고 있고. 방안에는 합요나도 차를 마시고 있다. 창밖에는 패소정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패소정 옆에는 흑요정이 유령천익을 두른 채 서있다.

진상파;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패소정; [가급적 빨리 다녀오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돌아서서 월동문 쪽으로 가는 패소정. 따라가는 흑요정

월동문을 나가는 패소정과 흑요정

합요나; [십만대산까지면 꽤 먼 길인데...] 차를 마시며 진상파의 눈치를 보고.

진상파; [빠듯하지만 기일 안에 도착할 거예요.]

합요나; [사매의 좌조천리야 의심의 여지도 없지만...]

합요나; [혹시 이청풍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거야? 흑요정, 저 여자를 보내는 게 그래서이고?]

진상파; [이공자는...] 한숨

진상파; [위험한 상황을 겪지만 전화위복이 될 거예요.]

합요나; [그렇다니 다행이긴 한데... 사매에게서 어째 근심하는 기색이 사라지지 않네.]

말없이 웃는 진상파

그런 진상파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 청풍이 어둑한 곳에서 미친 년 분위기인 어떤 여자를 올라타고 응응하는 장면이다. 여자는 팔목과 발목에 쇠사슬이 채워져 있다. 긴 쇠사슬은 주변에 세워진 굵은 쇠기둥에 연결되어 있고

진상파; (원치 않아도 보게 되는 그 사람의 행적...)

<이 번뇌는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가 없겠구나.> 진상파의 거처를 배경으로 나레이션

 

#280>

<-마교> 여전히 밤. 이제 마교의 대부분 건물이 불이 꺼져 있고

<-혈마전(血魔殿)> 마교 내에서도 유난히 화려한 전각들로 이루어진 곳. 여전히 밤. 여기저기 여자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고

휘익! 유령처럼 혈마전의 전각들 사이로 날아가는 유령같은 그림자. 청풍이다. 여자 무사들이 눈을 번득이며 경비 서고 있지만 청풍을 발견하진 못하고

 

<결국 혈마태상은 노부가 꾸민 불미스러운 사건에 말려들어 폐관에 들어갔으며 전마태상은 스스로의 역부족을 깨닫고 몸을 숨겨버렸다!> 날아가며 목만 남은 지마태상이 한 말을 떠올리는 청풍. #207>의 장면

 

청풍; (지마태상은 마교를 장악하기 직전이었다.) 건물들 사이를 날아가고

청풍; (하지만 극품당 당주였던 용무극노야에게 암습당해 모든 것을 잃었다.) 얼굴이 벗겨지고 고문을 당하는 지마태상을 떠올리고

청풍; (용노야는 삼태상을 모두 제거했을 뿐 아니라 대적불능의 마물인 독종독인까지 수중에 넣었다.)

청풍; (이제 마교를 장악하는데 망설일 이유가 사라졌다고 봐야한다!) 멈춰서며 건물 그늘에 숨고

앞쪽에 월동문이 있는 높은 담장이 있다. 인적은 없다. 월동문 위에는 <血母聖域>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청풍; (혈모성역(血母聖域)...) 월동문을 보며 생각하고

<혈마태상의 거처인 저곳은 사내라면 그 누구도 접근이 허락되지 않는 금남의 성역이다.> 월동문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역대 혈마태상은 천마의 유일한 핏줄이던 천마희(天魔姬)의 후손들이었다고 한다.) 월동문 보며 생각하고

청풍; (마교의 제자들에게 천마는 신성불가침의 존재다. 당연히 천마의 핏줄인 혈마태상은 숭배의 대상이 되어왔다.)

청풍; (혈마태상은 혈모(血母)라고도 불린다. 천마의 핏줄을 이어줄 어머니라는 뜻이다.) 조심스럽게 은신하고 있던 곳에서 나서고

청풍; (천마 핏줄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혈모의 거처는 성역으로 지정되어있다.) (전마태상이나 지마태상조차도 혈모성역에는 들어갈 수 없다.) 주변 살피면서 월동문으로 다가가고

청풍; (사실상 마교를 장악하는 데 성공한 용노야의 마지막 한 수는 뻔하다.) 월동문으로 다가가며 생각하고

청풍; (마교도들의 숭배의 대상인 혈마태상을 제거하는 것이다!) (천마의 핏줄이 끊어지면 마교는 구심점을 잃고 와해될 수밖에 없으므로...)

청풍; (용노야에게는 안되었지만 천마의 핏줄이 끊어지게 방치할 수는 없다.) 휘익! 월동문 안으로 날아 들어가고

<아무쪼록 늦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사라지는 청풍.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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