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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여전히 밤. 촤아! 촤아! 밤바다를 힘차게 가로지르는 범고래 가족. 그중 맨 뒤에 가는 어미 범고래의 등에 이군악이 걸터앉아있다. 여전히 타잔같은 차림새에 신도 신지 않았는데 달라진 점은 허리춤에 목탁을 차고 있다는 점이다.

고개 돌려 멀어지는 절영도를 보는 이군악.

이군악; (막상 떠나자니 가슴이 짠하구나.) 한숨

이군악; (난 아주 어렸을 때 사부님의 따라 절영도에 들어와 세상을 모른다.) (심지어 내가 누구고 어떤 사연이 있어서 사부에 의해 길러지게 되었는지도 말지 못한다.)

이군악; (내게 있어 절영도는 끔찍한 감옥인 동시에 고향이고 기억의 전부인 곳이다.)

이군악;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지 모르지만... 지금은 가능한 빨리 절영도에서 멀어져야만 한다.) 앞을 보고

이군악; [힘들겠지만 가급적 멀리 북쪽으로 날 데려가줬으면 해.] [사부는 내가 절영도에 가까운 대륙의 남해안으로 상륙했을 것으로 생각하실 테니까.] 자기가 타고 있는 범고래의 등을 두드리며 말하고

꾸우! 고개 조금 끄덕이며 대답하는 범고래

촤아! 촤아! 절영도를 등지고 멀어지는 범고래 가족

이군악; (시원 섭섭한 데다가 기대도 되는구나.) 범고래들이 나가는 앞쪽을 보고

<과연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또 글로만 본 여자라는 사람은 어떻게 생겼을까?> <온통 궁금한 것 천지구나.> 멀어지는 범고래 가족의 모습 배경으로 이군악의 생각

 

#13>

저녁 무렵. 절영도

혈나한의 거처인 동굴 참회동. 원숭이들이 기웃거리지만 감히 들어가진 못하고

달마도 앞에는 여전히 혈나한이 고개를 숙인 자세로 앉아서 자고 있다. 그러다가

움찔! 하는 혈나한. 깨어나고

혈나한; (석양?) 약간 찡그리며 눈을 뜨고

혈나한;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 잠깐 졸았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하루가 지났다니...) 당혹해서 찡그리고

혈나한; (부처님 곁으로 갈 시간이 가까워진 겐가? 명색이 천하제일인이면서 깜빡 졸기나 하고...) 찡그리며 목을 좀 움직이고. 그러다가

혈나한; [왜?] 고개 돌려 입구 쪽을 보고

끼이... 참회동 입구에 원왕이 초조한 기색으로 서성이고 있다. 들어오지는 못하고

혈나한; [왔으면 들어오지 않고 어째서 자네답지 않게 노납의 눈치를 보는 겐가 원왕?] 원왕에게 말하고. 그러자

끼이! 끼이! 손짓하면서 뭐라 말하는 원왕. 순간

혈나한; [뭐야?] 눈을 찢어져라 치뜨며 버럭 고함.

끼이! 끼! 동굴 밖에 서성이고 있던 원숭이들 기겁하고. 원왕도 겁에 질려서 혈나한의 눈치를 보고

혈나한; [군악이 놈이 사라졌다고?] 벌떡! 일어나지만. 직후

띵! 현기증을 느끼며 비틀하는 혈나한

혈나한; [이게 무슨...] 털썩! 다시 바닥에 주저앉고

혈나한; [만독불침이고 금강불괴인 노납이 현기증을 느끼다니...] [머리도 빠개지는 것처럼 아프고...] 손으로 머리 만지며 오만상. 그러다가

바닥에 뒹굴고 있는 술병들을 돌아보는 혈나한

혈나한; [설마....] 급히 술병 하나를 집어들고

킁킁! 술병 입구에 코를 대고 냄새 맡는 혈나한. 직후

혈나한; [천일취(千日醉)!] 눈 부릅

혈나한; [이건 술에서 순수한 주정(酒精)만 뽑아낸 천일취로구나! 한번 취하면 취기가 천일을 간다는...]

혈나한; [그래서 노납이 어이없이 잠이 들었던 것이고...] 이를 부득 갈고

혈나한; (역극경들과 친분을 쌓더니 갑자기 술을 만들고....) (오래전부터 노납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준비를 해왔었구나.) 이를 바득 바득 가는 혈나한의 눈에서 불길이 뻗히고. 그러다가

홱! 고개 돌려서 자기 뒤의 방석을 본다. 목탁이 얹혀져있던 방석은 물론 비어있고

혈나한; (파번뇌탁도 가져갔다.) 이를 바득 갈고

혈나한; [네놈... 군악이 네놈도 다섯 짐승과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냐?] 쿠오오! 이를 가는 혈나한의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뻗어 나오고

끼이! 끼! 원왕은 겁에 질려 뒷걸음질. 다른 원숭이들은 겁에 질려 도망치고

혈나한; [용서할 수가 없다.] 벌떡! 다시 일어나고

혈나한; [배은망덕한 놈아! 어디로 도망쳤든 반드시 찾아내 다시 끌고 와주겠다.] 투학! 미사일이 쏘아진 듯이 동굴 밖으로 날아나가고

혈나한; [으아아아!] 분노의 고함을 토하며 미사일처럼 절영도 밖의 바다로 날아가는 혈나한.

혈나한; [잡히기만 해봐라 망할 놈의 새끼야! 사지를 꽁꽁 묶어서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가둬두고 말 테다.] 으아아아! 푸학! 촤차촤! 바다 위를 제트기가 저공비행하듯 날아가는 혈나한. 혈나한이 날아가는 궤적대로 바닷물이 좌우로 갈라지며 튀어오른다.

[으아아아!] 원숭이들이 보는 가운데 바다 저편으로 까마득히 멀어지는 혈나한

 

#14>

<-청도(靑島)> 제법 큰 항구 도시. 저녁 무렵

부둣가의 즐비한 주점들. 북적거리고

어느 주점

주점 안의 사람들 입 쩍 벌어지고. 손님과 점원들 모두 넋이 나가서 본다.

한쪽 자리에 그릇이 수북하게 쌓여있고. 걸신들린 듯이 음식을 먹고 있는 이군악. 타잔 같은 모습. 허리에는 금속제의 목탁을 차고 있고. 탁자에는 산해진미가 잔뜩 올려져 있었지만 이제 그릇이 거의 다 비었다. 연신 술도 마시는 이군악.

[걸신(乞神)이 따로 없구만.] [인간 뱃속에 어떻게 저 많은 양의 음식이 들어갈 수 있는 거지?] [혼자서 수십인분은 족히 먹은 것같구먼.] 사람들 수군거리고. 점원들과 주인은 좀 불안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구석진 자리에 죽립을 쓰고 앉아서 국수를 먹고 있던 설지도 신기한 듯이 보고 있고. 이때 설지의 나이는 이군악과 동갑이다. 아직 완전한 여자가 아니라 소녀같은 분위기. 몸도 성숙한 여자의 몸이 아니라 소녀같이 날씬하다, 무기는 등에 나란히 짊어진 두 자루의 검이다. 검의 색이 검고 희다.

설지; (먹는 걸 무척 좋아하는 모양이네.) 미소

<차림새도 특이하고....> 타잔 같은 차림으로 먹방을 펼치는 이군악의 모습을 배경으로 설지의 생각.

이군악의 허리춤에 걸려 있는 파번뇌탁 크로즈 업

설지; (쇠로 만든 목탁...)

설지; (저렇게 생긴 목탁을 누군가 무기로 쓴다는 얘기를 사부님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는 것같은데 기억이 안나네.)

설지; (하여간 여러모로 특이한 사람이야.) 다시 국수를 먹고. 그때

이군악; [꺼억!] 탁! 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고 트림을 하는 이군악.

이군악; [잘 먹었다. 이제야 좀 배가 차는군.] 음식 묻은 손을 아랫도리만 가린 천에 쓱쓱 문지르며 만족한 표정

이군악; [세상에는 이렇게 맛난 먹거리들이 많이 있었구만.] [절영도에서 맨날 과일이나 날 생선만 먹다가 제대로 요리한 음식을 먹으니 황홀할 지경이야.]

이군악; [사부를 속이고 세상으로 뛰쳐나온 보람이 있어.] 배를 만지며 만족. 그때

주인; [손님께서 맛있게 드셨다니 소인들도 음식을 만든 보람이 있습니다요.] 두손 부비며 굽신 거리고

이군악; [귀하가 주인장이신 모양이지?]

주인; [예예 소인이 이 가게 주인입죠.]

이군악; [그렇구먼. 맛있게 잘 먹었소.] 일어나고

주인;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신지요?] 돈 달라고 두손을 내밀며 말하고

이군악; [내가 식탐이 좀 있긴 하지만 오늘은 더 못 먹어.] [나중에 지나갈 일 있으면 그때 또 먹어줄게.] 손으로 입을 닦으며 탁자를 떠나 입구쪽으로 가려 하고. 두손 내밀고 있던 주인 흠칫. 종업원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돌아보고

이군악; [잘 먹었어.] 주인 지나치려는데

주인; [잠깐!] 콱! 자기 앞을 지나가는 이군악의 팔을 움켜잡으며 눈을 부라리고

[!] 국수 먹던 설지가 흠칫! 하며 고개 들 때

이군악; [왜 그러셔? 오늘은 더 이상 먹을 수가 없다고 했잖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인을 보고

주인; [실컷 먹고 마셨으면 돈을 내야할 거 아냐! 돈을!] 눈을 부라리고

이군악; [돈?] 어리둥절

이군악; [그러니까 음식을 먹어도 돈이라는 걸 내야하는 거야?] 진짜 몰라서 묻고

주인장; [그걸 말이라고 해? 누군 흙으로 음식 만들고 술 빚는 줄 아냐?] 분노. 주변의 종업원들도 눈을 부라리며 몰려오고

이군악; [돈이라는 게 재화(財貨)를 사고 팔 때 교환 수단으로 쓰는 매개체라는 건 책에서 봤지만...] [먹고 마시는 데에도 지불하는 줄은 몰랐네.] 갸웃

이군악; [절영도에서는 먹는 것 갖고 야박하게 대가를 치루니 뭐니 하진 않았는데 말이야.]

주인; [뭐... 뭐라는 거야 이 어린 놈이!] 눈을 부라리며

주인; [돈 내. 이놈아! 먹고 마신 값을 치루기 전에는 못가!] 이군악의 팔을 잡고 흔들지만 이군악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주변 손님들 눈치 보고

주인; [이놈 혹시 토낄지 모르니까 길 막아라!] 이군악의 팔을 잡고 종업원들에게 악다구니 쓰고. + [예 주인님!] [감히 어디서 무전취식이냐?] 종업원들 이군악의 앞 뒤를 막아서며 팔을 걷어올리고

설지; (무전취식이 아니야.) 그 소동을 구석에서 보며 눈 반짝이고

<저 사내는 정말로 돈을 내고 음식을 사먹어야 한다는 걸 모르고 있었어.> 갸웃거리는 이군악. 그런 이군악의 팔을 붙잡고 고래 고래 악을 쓰는 주인. 이군악을 포위한 채 눈을 부라리는 종업원들 배경으로 설지의 생각

설지; (대체 지금까지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기에 세상물정을 전혀 모르는 것일까?) 생각하고

 

#15>

이군악이 혼나고 있는 주점 근처 거리. 사람들 많이 오가고.

그 사람들 틈에 끼어서 걸어오는 이장진. 이장진은 이군악보다 한 살 많을 뿐이지만 덩치가 아주 크다. 어른같이 보이고. 그래서 오가는 사람들 슬금슬금 피한다. 무기로는 칼을 한 자루 허리에 차고 있다

<이군악의 종적이 거의 확인되었습니다 영주(令主)님!> 누군가의 전음이 걸어가는 이장진의 귀에 들리고

<그자는 삼십여리 북쪽의 진가구(陳家口)에서 어부로 위장한 채 은신해오고 있었습니다.> 다시 들리는 말

이장진; [여차하면 해외로 튈 작정으로 바닷가에 은신하고 있었겠지.] 끄덕이고

<그렇습니다. 헌데 공교롭게도 버러지들이 꼬이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말

이장진; [우리가 냄새를 맡았다면 다른 인간들 역시 냄새를 맡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인데....] 끄덕이고

이장진; [이번에 몰려든 것들중 주목해야할만한 자가 있나?]

<마교의 잔당들과 황금성의 인간들도 몇 발견되었고...>

<삼비검조를 보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장진; [그래?] 찡그리고

<우내사천(宇內四天)중 한명인 그 늙은이가 직접 나섰다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장진;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기만술을 써서 그 말코를 다른 쪽으로 유인해봐.]

<존명!> 어디선가 들리는 음성

이장진; (다른 자도 아니고 삼비검조가 개입한다면 이번 일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데...) 찡그리고

이장진; (할 수 있는 데까지 노력해보고 안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심호흡

이장진;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고 이번 일로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니니...) 생각할 때

<뭐하는 개수작이냐?> 갑자기 들리는 고함 소리에 멈칫! 하는 이장진

<지금 나하고 농치자는 것이냐? 네놈 눈에는 내가 홀아비 핫바지로 보여?> 고함소리가 터져 나오는 주점. 바로 이군악이 봉변을 당하고 있는 가게. 지나가던 사람들 기웃거리고. 가게에서 손님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다.

이장진; (어떤 자가 야료를 부리고 있나?) 가게 입구로 가서 안을 들여다 본다.

 

주점 안쪽에서 벌어지는 상황

주인; [이따위 목탁으로 식대를 대신하겠다고?] [네놈이 먹고 마신 게 얼마치인지나 알고 하는 개수작이냐?] 이군악과 마주 선 주인이 핏대를 올리며 식탁을 손가락질한다. 식탁에는 금속으로 만든 목탁, 즉 파번뇌탁이 놓여있고. 주변에는 종업원들이 이군악을 에워싸고 있다. 이군악은 난감한 표정이고. 가게 안에서는 겁에 질린 손님들이 슬금 슬금 입구로 가고 있다. 설지는 여전히 원래 자리에 앉아있고

 

이장진; (그러니까 저 어린 놈이 무전취식을 했다가 주인에게 걸렸다는 건데...) 피식! 웃으며 다시 갈길 가려는 이장진

그러다가 멈칫! 하는 이장진

탁자 위에 올려진 파번뇌탁의 모습 크로즈 업

이장진; (저 목탁...) 눈 번뜩

이장진; (예삿 물건이 아니다.) 긴장한 표정으로 가게로 들어가고

 

다시 가게 내부 상황.

이군악; [이보셔! 무작정 성질만 부리지 말고 내 말을 좀 들어봐.] 답답한 표정

이군악; [내가 살던 곳에서와 달리 음식을 먹으면 반드시 돈을 내야한다는 건 오늘 처음 알았어.] [게다가 난 태어나서 돈이라는 걸 본적도 없다구!] 양손 벌리며 말하고

이군악; [그래서 돈을 구해올 때까지 내가 지니고 있는 유일한 물건인 저걸 담보로 맡겨두겠다고 한 거야.] [그게 그렇게 화를 낼 일이야?] 파번뇌탁을 손가락질하며

주인; [이 뻔뻔한 새끼가!] 손을 들어서 이군악을 때리려는 시늉. 눈 부라리고. 물론 이군악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힉!] [저... 저러다 진짜 사람 패지!] [싸움 나겠어!] 손님들 질색하고. 그 뒤에서 역시 찡그리며 보고 있는 설지

주인; [배 째라면 다야?] [돈 없는 건 네놈 사정이고 빨리 돈 내놔!] [돈 내기 전에는 우리 가게에서 한발짝도 못 나가.] 꼭지가 돌아서 이군악을 윽박 지르고

이군악; (슬슬 한계가 오네!) 주인을 노려보고

이군악; (내가 실수한 것같긴 하지만 이런 수모를 당할 정도의 과오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뭐라 악다구니는 쓰는 주인을 배경으로

이군악; (그렇다고 천하제일인의 제자인 내가 장사치를 상대로 손을 쓸 수도 없고....) 이를 바득 갈고

주인; [어쭈! 이 새끼 봐라!] 눈을 부라리고

주인; [똥 싼 놈이 성낸다고... 어디서 이를 갈아. 이를 갈긴?] 진짜 이군악을 때리려 하고

이군악의 이마 꿈틀하고

설지; (아무래도 말려야겠다.) 일어나려 하고

설지; (보아하니 무시할 수 없는 실력을 지닌 것같은데 자칫 주인을 패죽일 수도 있으니...) 일어나려는 모습일 때

[멈추시오.]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이군악을 때리려던 손을 멈칫! 하는 주인

[!] 일어나던 설지도 다시 자리에 앉으며 입구쪽을 보고

이장진; [그 친구가 먹고 마신 식대가 모두 얼마요?] 입구로 들어오며 말하는 이장진. 손을 품속에 넣으면서

주인; [뭐요?] 손 내리며 뚱한 표정으로 돌아서고

주인; [당신이 대신 이놈이 쳐먹은 식대라도 치루겠다는 거요 뭐요?] 이장진의 아래 위를 훑어보면서

이장진; [그렇소. 식대가 얼만지나 말하시오.] 슥! 다시 꺼내는 이장진의 손에는 큼직한 돈주머니가 들려있고

주인; [모... 모두 합쳐서 스물세냥입지요.] 돈주머니를 보는 순간 태도가 급변해서 두손 비비며 굽신. 얼굴은 미소로 가득하고

이장진; [한끼에 스물세냥어치나 먹었다니... 많이 먹긴 많이 먹었군.] 웃으며 돈주머니에서 여러 개의 동전을 꺼내고

이장진; [장사 방해받은 것도 있고 하니 서른냥을 드리겠소.] 두손 내민 주인의 손에 여러개의 동전을 얹어주고.

주인; [아이고 뭘 이렇게나 많이...] [감사합니다요 손님!] 굽신 굽신

설지; (금방이라도 저 사내를 잡아 죽일 듯 굴더니만....) (표변(豹變)이라는 말을 그대로 보여주네.) 쓴웃음

주인; [이분 손님이 대신 식대를 치루셨으니 이제 가셔도 좋습니다 손님!] 이군악에게도 굽신대며 길을 터주고. 이장진은 돈주머니를 다시 품속에 넣으며 이군악을 보고 있고

이군악; [고맙긴 한데...] 이장진을 보며 찡그리고

이군악; [형씨 이름 말해봐. 나중에 꼭 갚아줄 테니까.] 자존심 상한 표정

이장진; [한끼 식사 대접한 것으로 생색낼 생각은 없으니 잊어버리게.] 힐끔 파번뇌탁을 보면서 돌아서려다가

이군악; [나 거지 아니야. 신세 졌으니 꼭 갚아야하니 이름 말해봐.] 파번뇌탁을 집어들면서 말하고

이장진; [그 친구 고집은...] 웃으며 돌아보다가

파번뇌탁을 허리띠의 끈에 묶는 이군악을 아래 위로 보고

타잔 같은 차림.

흙이 묻은 맨발

이군악; [왜?] 불쾌하게

이장진; [그런 몰골로 지금까지 활보해온 건가?] 기가 막히고

이군악; [내 모습이 어때서?] [난 편하기만 한데...] 뚱한 표정으로 파번뇌탁을 허리띠에 완전히 묶고

이장진; [자네는 편할지 모르지만 그런 몰골로 돌아다니면 보는 사람들이 불편해져.]

이군악; [불편하긴 개뿔! 내가 상관없다는데 누가 뭐래?] 코웃음

이장진; [내게 진 신세 갚고 싶다고 했지.]

이군악; [그래! 난 신세 지고는 하루도 못 사는 성격이야.]

이장진; [그럼 잘 됐군.] 웃고

이장진; [지금부터 내일 아침 해 뜰 때까지 내가 하자는 대로만 하면 빚을 받은 것으로 하겠네.]

이군악; [당신 말을 들으면 된다고?]

이장진; [싫은가?]

이장진; [싫으면 당장 어디 가서 돈을 구해다가 갚던가.] 히죽 웃고

이군악; [끙!] 얼굴 이지러지고

이군악;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에서 돈을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어쩔 수없군.]

이군악; [몸으로 때울 테니까 무슨 일이든 시켜봐.]

이군악; [대신 내일 아침 해 뜰 때까지만이야.]

이장진; [말귀를 알아들으니 다행이군.] [따라오게.] 돌아서서 입구로 가고

이군악; [다시 묻는데 당신 이름 뭐야?] 따라가며 묻고

이장진; [이름 알아서 뭐하려고?] 가게를 나가고

이군악;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이름은 알아둬야 할 거 아냐?] 따라 나가고

이장진; [이장진(李長進)이 내 이름이다.]

이군악; [어! 형씨도 이씨였어?]

이장진; [그럼 자네도?]

이군악; [대륙에 나오자마자 종씨를 만나게 되어 무지 반갑구만.] [내 이름은 이군악이라고 하네.] 손 내밀고

이장진; [이군악...] [산들의 왕이라니... 좋은 이름이로군.] 악수하고

이군악; [내 이름이 좀 멋지긴 하지.] 헤벌레

[헌데 지금부터 날 어디로 데려갈 건가?] [자네는 그냥 잠자코 따라오기만 하면 돼.] 대화 나누며 사람들 사이로 멀어지는 이군악과 이장진

그걸 열린 창문으로 보고 있는 설지

설지; (이장진... 이군악...) 두 소년의 뒷모습 보며 생각하고

설지; (둘 다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다.)

<어쩌면 오늘 향후 무림의 정세를 좌우할 두명의 주역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구나.> 사람들 사이를 나란히 걸어가며 뭐라 말하면서 웃고 떠드는 이장진과 이군악의 모습을 배경으로 설지의 생각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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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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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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