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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二 章

 

         고찰에서의 밀고 당기기

 

 

 

사위에는 어둠이 내려 깔리고,

장강을 굽어 보고 있는 크지 않은 산,

황페한 고찰(古刹)의 대웅전 안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오르고 있었다.

검고 흰 짐승들이 십여 마리……

그리고,

초췌한 모습이지만 아름다운 두 처녀와, 마주 앉은 두 소년소녀……

불전(佛殿)에 불(火)을 피우고 산돼지 한 마리를 통채로 굽고있는 이들은,

바로 소일초와 주소아 일행이었다.

재치있는 주소아는 요리에도 일가견있었다.

내장을 긁어내고 솔가지로 배속을 채운 돼지를 슬슬 돌려가며 굽는 품이 여간 솜씨가 아니다.

---꼴깍……꼴깍……

누군가의 목으로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주소아는 다 굽힌 돼지의 살점을 이리저리 발라내더니,

먼저 비성성들에게 똑같은 양으로 배분해 주었다.

아마도 먹을 것을 잘 챙겨주는 것이 비성성들의 인기를 얻는 비결이 아닐까 싶은데……

[자……이건 두 푼수 언니들……]

사옥상과 사은상 남매에게 한 덩어리의 갈비를 휙 던져 주었다.

그녀들은 이미 혈도가 풀렸지만 감히 달아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옥상은 고마워하면서 당장 입으로 가지고 갔으나,

사은상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흥! 좋을 대로……]

주소아는 코웃음을 치면서 돼지의 꼬리를 잘라냈다.

[자……이건 네 것……]

[안돼! 그게 뭐야……]

[이게 돼지꼬린지 알긴 아는구나. 그럼 네가 오늘 한 것도 돼지꼬리보다 많지 않다는 것도 알텐데……]

[안주겠다는 거야?]

[고기를 먹을 값은 해야지……설마 뭔 말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알았어.]

소일초가 번쩍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기 숨어있는 놈들 빨리 나오는게 시체라도 온전히 보전하는 길이야……]

낭랑한 그의 목소리가 대웅전을 메아리치고……

고찰 주변에 널리 울려퍼졌다.

순간,

[으하하하하-------!]

긴 웃음소리를 더날리며 대웅전 건너편의 지붕위에서 검은 인영이 대웅전 앞으로 날아왔다.

[꼬마의 눈치가 보통이 아니군. 모두 나오너라……]

그가 손을 높이 쳐들자 여기저기서 수십 명의 흑의인들이 대웅전을 포위하고 쏟아져 나왔다.

이때,

은근히 주소아와 소일초의 눈치를 살피고 있던 사은상이 사옥상의 손을 잡고 대웅전 밖으로 몸을 날렸다.

[총순찰님!]

[으하하……두 분 공녀(公女)께서는 더 이상 아무 염려 마십시오. 이 총순찰 독장수사(毒掌秀士)가 왔지 않습니까?]

흑의인들에게 날아가는 그녀들을 주소아도 소일초도 저지하지 않았다.

주소아는 단지 비성성들에게 하늘을 가리키며 올라가라고 했을 뿐이다.

[너희들이 내 저녁값이다.]

소일초는 오척도 되지 않는 몸을 당당히 세우며 독장수사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이때 사은상이 소리쳤다.

[조심해요……그가 바로 신행마동이예요……]

그 말에 독장수사가 잠시 움찔했으나 이내 소일초를 깔보는 듯이 말했다.

[나는 무림에 떠도는 소문을 잘 믿지 않는다. 본좌와 일 장을 마주쳐보겠느냐?]

[나는 무림의 허풍장이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 어디 본좌의 일 검을 받아보겠느냐?]

소일초는 그의 어조를 흉내 내어 그대로 말했다.

[이놈! 어디 내 일 장을 받아라……]

독장수사는 큰소리로 분노를 터뜨리며 허공에 무수한 장영(掌影)을 만들었다.

비릿한 냄새가 그의 독장에서 가득 공기중으로 스며들고……

그것들은 오장의 거리는 두고 있던 소일초의 가득 에워쌌다.

갑자기 손그림자와 독향기를 뚫고 검은 기운이 치솟아 오르는 순간,

털석-----

손 그림자도……

독향기도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불신의 표정을 지은 그대로 독장수사의 몸이 뒤로 무너져 버렸다.

그의 몸에서 남아있는 것은 꼭지가 날아가고 얼굴만 남은 머리와……

팔꿈치에서 잘려져 나간 양팔……

그리고 무릎어림에서 잘려져 버린 두 다리……

그러나, 결정적인 사인(死因)은 위쪽이 날아가 버린 두개골이었다.

독장수사……

삼성무림청의 총순찰을 맡을 정도로 대단했던 악독한 마음과 악독한 무공의 소유자……

독장 이외에도 은밀히 사용하는 암기로 인해 사파무림에서는 공포의 대상이었던 그,

소일초의 너무나 강맹한 무공에 아무런 심계도 수단도 사용해 보지 못하고 그대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의 독장은 백독불침, 만독불침이라 자부하는 고수들의 목숨마저 어이없게 앗아가곤 했었는데……

사옥상과 사은상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버렸다.

그토록 참혹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그녀들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었다.

[모두 한꺼번에 공격해라……]

사은상이 대웅전을 포위한 흑의인들에게 다급하게 명령을 내리며 사옥상의 손을 잡고 허공으로 솟구쳐 도망쳤다.

이때,

[또 놓아줄 작정이야?]

주소아의 뾰루퉁한 목소리가 들리고,

소일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절대 안되지……]

번쩍------

그의 손에서 일순 맑은 광채가 번쩍이자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악-------!

윽---------!

캑---------!

수정검우가 빛살처럼 빠르게 날면서 흑의인들을 거의 동시에 쓰러트려버렸다.

그리고,

길게 휘파람을 불면서 사라지고 있는 사씨 자매의 뒤를 쫓았다.

[정말 무서운 무공이야……특히 독장수사를 죽인 그 검법은 생사보록에 있는 어떤 무공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어……]

주소아는 소일초가 펼쳤던 일초의 검공을 생각하며 감탄했다.

[이랬던가? 아니……이랬던가? 눈으로 보고도 모르겠네……]

소일초가 펼친 일초의 검법,

그가 사부인 검마에게서 삼 년동안 갖은 고생을 하면서 익힌 것이다.

이초가 필요없는,

그래서 소일초의 이름과 더욱 잘 맞아떨어지는 검법이라는 것을 주소아는 알리가 없다.

손으로 흉내만이라도 내보려 했지만 그마저 잘 되지 않았다.

 

× × ×

 

소일초는 저녁 값을 톡톡히 치르고 산돼지 고기를 포식했다.

그가 다시 붙잡아온 사씨 자매는 대웅전 한쪽 구석에 곱게 모셔져 있다.

물론, 이제는 혈도가 단단히 집힌 채……

비성성 중의 하나가 가져다 놓은 모포 두장은 소일초와 주소아가 각기 한 장씩 차지하고 누웠다.

배는 불러서 만사가 귀찮은데……

소일초의 머릿속으로는 끝없는 상상이 나래를 펴고 있었다.

슬쩍 고개를 돌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모포를 돌돌 말고 있는 주소아를 힐끗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 구석에서 그냥 맨바닥에 몸을 누이고 있는 사씨 자매를 보았다.

(일단 한 숨 늘어지게 자고 색귀사부의 말을 검증(檢證)해 봐야지……)

글쎄……

주소아는 몰라도 사씨 자매가 이 열 살 짜리 꼬마의 음흉한 속을 알기나 하고 저렇게 무방비 상태로 누워있을까?

어둠이 가득한 대웅전에는 주소아의 몸에서 나는 낮은 휘파람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는데……

 

…………

여전히 낮은 휘파람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는 대웅전,

소일초의 몸이 살그머니 모포속에서 빠져나와, 누운자세 그대로 둥둥 허공을 가로질렀다.

대웅전 한 켠 구석에 웅크리고 몸을 뉘고 있는 여자 냄새 물씬 풍기는 두 여인은 포로의 몸이 건만,

얼마나 피곤했는지 선연한 굴곡을 드러낸 채 잠자고 있는 중이었다.

(주소아는 한동안 같이 있을 테니까 기회가 계속 있겠지만, 이 냄새나는 여자들은 인질가치만 없어지면 작별이니 더 급하지……)

소일초는 둥둥 떠 있는 상태에서 슬며시 손을 뻗어 사옥상의 가슴을 더듬었다.

도둑질을 사사받았던 소일초의 손이다.

사옥상의 가슴을 흔적도 없이 파고들어가 그녀의 큼직한 유방을 만졌다.

짜릿한 전율과 훔친다는 흥분으로 소일초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우히히히……이건 작은 어머니 가슴만질 때와는 아주 다르잖아?)

사옥상의 부드러운 살결위로 손을 미끄러져 내려가며 전신을 쓰다듬었다.

순간,

그의 손이 막 그녀의 배꼽을 지나서 밑으로 내려갈 때였다.

[으응……]

사옥상이 낮은 콧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였다.

그녀는 잠이든 상태에서도 자신의 몸을 스물스물 하는 손길을 느끼며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는 중이었다.

신지(神智)가 조금 부족한 그녀는 어떤 가식이나 윤리관도 존재하지 않아서,

좋으면 좋은 거고 싫으면 싫은 것이었다.

소일초의 은밀한 손에 전혀 거부감을 갖지 않고 자기도 모르게 편안한 자세로 몸을 내맡겼다.

(이 여잔 내 마음에 쏙 드는데……내가 편하게 해주고 있잖아?)

기분이 더욱 좋아지면서 슬금슬금 그녀의 배꼽 밑,

마지막 탐사지 일 지도 모르는 그곳으로 손을 내렸다.

(응? 이거 요대(腰帶)가 가로막고 있잖아? 하는 수 없지……)

그의 손은 다시 그녀의 유방으로 가서 이번에는 고사리같은 손으로 주무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슬며시 사옥상의 흰 치마를 걷어 올리며 허벅지를 쓰다듬어 올라갔다.

소일초의 신체 한 부분이 어떤 흥분으로 인해서 경직되었다.

그것은 오줌 누기 전과 비슷한 것같기도 하고 전혀 다른 것 같기도 했다.

사옥상의 치마 밑으로 파고들었던 소일초의 손이 두 다리가 나누어지는 곳에서 새로운 장애를 만나고……

얇고 보드라우며 조그마한 마지막 천을 밀치며 손을 들이미는 순간,

[그곳은 안돼……]

사옥상의 나지막한 그러면서도 기대에 찬 목소리가 그의 귓전을 울렸다.

움찔하면서……

소일초는 모든 동작을 멈추고 흥분으로 상기되어 있는 사옥상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눈을 뜨고 자기를 꿈꾸는 듯 영롱한 눈초리로 응시하고 있었다.

거칠어진 그의 손길에 깨어난 것 같았다.

[그곳은 안돼……]

다시 그녀가 중얼거리듯 말했고 소일초의 얼굴이 빨개졌다.

[기분은 아주 좋아……하지만 그곳은 어쩐지 이상해……]

(기분이 좋다고? 나도 이상하면서도 기분이 좋은데……)

그때까지 공중에 떠있던 그의 몸이 사옥상의 몸위로 내려앉았다.

푸근하고 안락한 느낌……

그리고 주체하지 못할 짜릿한 기쁨……

그녀의 얼굴에서는 소일초를 자극하는 향기가 있었다.

그녀는 편안한 자세로 소일초의 몸 밑에 누워있었다.

그녀의 배꼽에는 지금,

그의 무공만큼이나 나이와는 전혀 걸맞지 않는 소일초의 경직된 물건이 묵직하게 내리누르고 있었다.

오십근도 되지 않는 그의 몸에서 그것의 무게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모양이다.

소일초는 강렬한 흥분을 느끼면서 색귀가 가르쳐 주었던 것을 생각해내고는 그녀의 몸 위에서 바지를 내리려 했다.

그순간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데……

툭툭-----

그의 어깨를 두드리는 손이 있었다.

(앗불싸……깨어진 산통……)

[이 꼬마 색마……!]

독이 잔뜩 오른 목소리로 주소아가 그의 귀를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모든 흥분이 사그라들어 버리고 그녀에게 질질 끌려가는 소일초였다.

(내가 너한테 그런 것도 아닌데……웬 성화야……)

그러나 그의 입에서 그 말은 나오지 못하고 쑥 들어가고 말았다.

사옥상은 단지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려버렸지만,

그 옆에 누워있는 사은상의 감고 있는 두 눈에서 주르르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기사,

옆에서 공사를 하려는 데야 아무리 둔한 사람도 깨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사은상은 모자라는 동생의 어치구니 없는 치정과 포로가 된 여인의 신세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소일초는 일말의 죄책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유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사옥상은 분명히 기분이 아주 좋다고 했는데……)

[이 색마(色魔)! 나하고 아무래도 결판을 내야겠어……]

주소아는 그의 귀를 당겨서 대웅전 밖으로 나갔다.

휘파람소리가 귀속으로 생생하게 들려왔다.

소일초는 주소아의 손에 끌려서 역시 대웅전 못지않게 황폐한 나한당으로 들어갔다.

 

[…………]

[…………]

주소아는 새파랗게 빛을 내면서 소일초를 노려보고 소일초는 찔리는 바가 있어서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눈을 피했다.

[똑바로 들어둬! 네가 도둑질을 하거나 도박을 하고 술을 먹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봐줄 수 있어……]

[…………]

[그런데, 내가 한 쪽에서 자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반항도 하지 못하는 여자를 건드린다는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어.]

그녀의 단호한 목소리에 소일초가 화를 내면서 한마디 내뱉었다.

[제길……그럼 너를 건드리란 소리야 뭐야?]

[이게 그래도……]

 

짝------!

 

소일초의 뺨을 갈겨버리는 주소아였다.

[좋다! 어디 한 번 싸워보자. 이 계집애가 봐줬더니 천지를 모르고 설쳐?]

소일초는 펄쩍 뛰면서 뒤로 물러났다.

주소아가 코웃음을 쳤다.

[흥, 검만 쓰지 않는다면 너 따위 색마에게 내가 질줄 알고?]

두 팔을 벌려 몸 앞으로 늘어뜨리며 독특한 자세를 취했다.

[계집애 따위에겐 검을 쓸 필요도 없지…… 자 덤벼……]

[이 색마! 하늘이 얼마나 넓은 지 보여주마……]

주소아의 몸이 두 팔을 벌린 상태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녀의 몸이 한 번 씩 도는 순간 마다 하나 씩의 분신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원신(原身)에서 분리된 분신들은 분리되자마자 나한당을 가득 메우면서 소일초를 공격해 왔다.

소일초는 그녀의 기이한 술법에도 불구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는 이미 검마의 진전을 이어서 오직 일초로서 어떤 무공이던 제압할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무심코 검으로 손이 가다가 멈칫 했다.

검을 쓰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주소아의 분신들은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검결을 묶어서 두 손가락을 앞으로 쭉 뻗어냈다.

검마의 일초검공이 손으로 펼쳐진 것이다.

그의 손가락에서 발출된 기운이 환영들을 휘감아 버리자……

놀랍게도 그 많던 환영이 봄 눈처럼 사그라져 버렸다.

(저 색마의 그 검법은 확실히 이상한 것이네……분신들 하나하나에 강기가 주입되어 있는데 소리도 없이 사그라져 버리다니……)

[검을 쓰지 않겠다고 했으면 검법도 쓰지 말아야지……치사하게……]

주소아가 첫 공격이 무위로 끝나자 빈정거렸다.

그러나 이미 바닥을 차고 올라 허공 가득히 발그림자를 만들며 소일초를 공격해 오고 있었다.

 

쓔-----슈앙-------!

 

나한당 안의 대기는 무섭게 파동치고,

빈정거림을 받은 소일초는 아무런 동작도 취하지 않고 팔을 늘어트리고 있었다.

주소아에겐 소일초가 그 이상한 검법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싸워 볼만 하다는 계산이 있었다.

내공이 딸리기는 하지만 초식으로 얼마든지 보완할 수도 있다.

생사보록상의 무공들은 절학이 아닌 것이 없다.

소일초가 아무리 많은 무공을 알아도 생사보록에 있는 무공들은 모를 것이다.

게다가 소일초는 백인장에서는 어떤 도법도 정식으로 배우지 못했다.

주소아는 무방비 상태로 서있는 소일초를 보면서 자기의 승리를 점쳤다.

그녀의 무서운 팔황각(八荒却)이 소일초의 전신 십이 대혈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당연히 있어야할 발끝에서 전해오는 감각이 없어 그녀는 크게 당황했다.

소일초의 몸을 발이 그냥 통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일초가 혈기자에게 처음에 배웠던 이환공의 위력이었다.

이 무공은 내공이 상대방 보다 고강하기만 하면,

어떤 피신 무공도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혈기자가 천축에서 온 어떤 수행자를 만난 이후에 깨달은 바가 있어서 만든 독특한 무공이었다.

그 수행자는 유가술(逾伽術)의 달인 이었는데 손이 다리의 중간을 통과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소일초는 공격이 무위로 끝나자 재빨리 뒤로 빠져 나가려는 주소아의 허리를 두 팔로 휘감아버렸다.

주소아의 일 장이 다급하게 소일초의 천정혈로 떨어지는데……

[아예 날 죽일 작정이구나……이 못된 계집애……]

머리를 숙여 주소아의 가슴을 받으며 뒤로 넘어뜨렸다.

주소아는 묵직한 충격을 느끼면서 정신이 가물거리는데,

소일초는 그녀의 몸위에서 허리를 꼭 잡고 엎드려 씩씩 거리고 있었다.

(이 색마는 도저히 내가 못당할 무공을 지니고 있구……어떻게 하지……)

가물거리는 의식 속에서 그녀는 몸 위에 있는 자기보다 조금 작은 소일초의 무게를 느끼고 있었다.

(고모가 이 자식을 잘 돌봐 달라고 했는데 나 보다 무공도 더 고강한 걸……)

그녀의 공격이 시작된 후 부터 사람의 정신을 어지럽게 하며 날카롭게 울리던 휘파람 소리는 다시 나지막해져 있었다.

소일초는 그녀의 몸위에서 다시 묘한 기분에 빠져들었다.

[다음 기회를 볼 것도 없이 당장 휘파람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조사해 봐야겠어……]

주소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일초가 정말로 그러려고 한다면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상기되어 빨갛게 되었다.

[잠깐!]

[할 말이 있으면 어서 말해……]

[지금 뭐 하려는 거지?]

[옷을 다 벗겨보아야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있을 거잖아……대충 짐작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바보야! 휘파람 소리는 내 피부에서 나는 거야. 이건 특이한 내공을 익혀서 그런 거라고……]

[못 믿겠어. 어떻게 사람피부가 휘파람을 불 수 있어? 직접 봐야겠어.]

소일초는 주소아의 옷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주소아는 소일초의 손을 꽉 잡았다.

[안돼……!]

[너 나하고 싸워서 이겠어?]

[아니……]

[그럼 나는 소득도 없이 싸운 줄 알아? 언제나 싸움에서 진 쪽은 이긴 쪽이 하자는 대로 하는 해왔어. 이건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계속되어온 만고의 진리라고……]

[…………]

 

………………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소일초는 휘파람을 불면서 대웅전으로 유유히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풀이 죽은 주소아가 따라 들어와 자기의 모포 속으로 들어갔다.

사은상은 잠들지 않고 있다가 그들의 표정을 보고,

자기들의 신세가 저 어린 색마로 인해서 더욱 처량해 질 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대웅전에서 그들이 나간 후에도 무공이 폐쇄된 지라 도망칠 생각도 하지 못했던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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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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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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