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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4장

 

           뱀의 뱃속으로 들어간 두꺼비 (2)

 

 

 

마중천의 원형광장,

석두공과 금사종을 위시하여 무형도객과 백란을 비롯한 은세정검회의 고수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무형도객이 중얼거렸다.

[입구에 적힌 그말에 독존패왕궁의 궁주가 조금이라도 심력을 소모했으면 좋으련만...]

[그들이 이곳까지 왔을 땐 육천 명 중에서 반이 남지 않았을 거예요. 이곳의 기관들은 모두 통천조사께서 오늘을 대비하여 직접 설계하신 거니까요.]

[그래도 삼천명과 이천 명의 대결이다. 쉽지 않다.]

[죽도록 싸워봐야겠죠.]

백란이 말했다.

석두공은 생각에 잠겨있다가 말했다.

[독존패왕궁의 궁주는 제가 상대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궁주를 제거할 때까지 공격하기보다는 주로 방어만 하십시오. 엄중히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궁주만 죽고 나면 나머지는 지리멸렬하게 될 것입니다.]

쿵! 쿵!

쿠쿵!

기관이 작동하는 소리가 원형광장으로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오늘의 일전에 자신들의 생사는 물론이고 무림의 운명이 걸려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굳은 표정으로 검을 닦고 도를 점검했다.

석두공은 중앙에 있는 폭풍무존의 상을 보았다. 그것은 폭풍무존의 웅지를 꺾은데 대한 죄책감에서 폭풍무존의 사부인 통천조사께서 세운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나는 그녀를 과연 죽일 수 있을까?)

석두공은 석상앞에서 치루었던 자봉과의 사랑을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마음을 어떻게 정할 수가 없었다.

비록 그의 마음에 한자락에 백란이 있고 동복신과 동적선이 점지해놓은 장지연이 있기는 했지만 진정 그의 마음속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자봉이었다.

그 와중에도,

쿵쿵쿵!

기관이 파괴되는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 × ×

 

[이천 오백여 수하들이 기관에 의해 죽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들은 아직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흐흐흐! 놈들이 이런 함정을 팔 줄이야! 상관없다. 안으로 들어간 놈들은 모두 이천여 명, 반만 들어가도 우리의 승리는 필연적이다.]

은일의 보고에 금포노인은 분노하면서도 다가올 승리를 생각하며 화를 억눌렀다.

그때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황자강이 완전히 길을 열었습니다. 광장에서 은세정검회 놈들과 혈투가 시작되었습니다.]

[은이! 즉시 그를 지원해라. 모두 황자강이 간 길로 해서 들어간다.]

금포노인은 혈옥교에서 소리쳤다.

교자꾼들과 앞에선 심제을과 잔혼살객은 길게 난 석로를 따라서 달려갔다.

한데 마중천의 기관은 가공하기 그지 없었다. 입구에서부터 다시 기관들은 차단되어 오면서 뒤늦게 들어온 자들을 살상하고 있었다.

금포노인은 광장으로 나왔을때 은일로 부터 수하들의 수는 삼천으로 줄었다는 보고를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기관은 다시 완전히 폐쇄되어 버렸다.

금포노인은 초조함은 분노로써 폭발했다.

광장에는 은세정검회의 고수들이 석상을 둘러싸고 원진을 치고 있었으며 독존패왕궁의 고수들이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다.

수적으로는 삼대이의 우세,

그러나 독존패왕궁의 고수들은 죽음의 기관을 뚫고 오느라고 상처를 입은 자들이 적지 않았다.

금포노인이 소리쳤다.

[은세정검회의 천주는 누구냐?]

[천주는 이곳에 오지 않았소. 본인은 천주대리인일 뿐이오.]

석두공이 나서며 말했다.

[뭣이!]

금포노인이 벼락같은 일갈을 했다.

[크윽! 큭!]

양측의 고수들 중에서 수십 명이 피를 토하며 죽었다. 나머지 고수들도 내상을 입거나 했으며 영향을 받지 않은 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크하하하! 좋다 네놈들을 모두 죽인다면 천주가 제발로 본좌를 찾아오겠지.]

갑자기 금포노인은 광소를 터뜨렸다.

석두공은 그의 광소가 또다시 은세정검회의 고수들을 상하게 할 것이 염려되어 고함쳤다.

[멈추시오!]

동시에 그는 천왕저를 뽑아들며 선공을 취했다.

[애송이놈!]

금포노인은 혈옥교에서 나오지 않고 소리쳤다.

석두공은 몸으로 폭풍같은 강기가 뿜어내며 혈옥교를 향해 달려 갔다.

[천신폭풍보!]

 

× × ×

 

[안되겠어요. 기계인간들을 상대할 방법이 없어요.]

백란이 절망적으로 소리쳤다.

석두공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말을 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석두공은 천신폭풍보를 펼쳐서 금포노인을 상대하고 있지만 그의 천신폭풍보는 아직도 완전한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는지 금포노인의 괴이한 무공에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천신폭풍보의 강기를 흩트리며 파고드는 기이한 기운을 막아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은세정검회측의 완전한 열세였다.

금사종이 발군의 실력으로 독존패왕궁의 고수들을 막아내고는 있었지만 다른 고수들은 숫적인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열개의 기계인간들의 끔찍한 공격은 개개인이 고수들인 은세정검회의 사람들 마저도 끊임없이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은세정검회의 전멸은 불을 보듯이 빤해 보였다.

단혼검을 번득이며 황자강의 무공을 막아내는 금사종! 이 혈전에서 가장 돋보이는 사람이 바로 그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입을 열어 말할 틈은 없었다.

황자강의 무공은 금사종과 막상막하의 경지, 온정신을 그에게만 모으지 않을 수 없었다.

석두공은 참을 수가 없었다.

[음공을 사용하시오!]

그가 버럭 외쳤다.

기계인간들의 약점은 소리와 진동에 약하다는 것을 독왕동주 갈천상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는 석두공이다. 그것이 이렇게 사용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쿵!

그 말을 내뱉는 댓가로 석두공의 몸은 실끊어진 연처럼 날아가 석벽에 박혀버렸다.

[아악!]

백란이 비명을 질렀다.

[크하하하... ]

금포노인이 광소를 터뜨렸다.

그때였다.

[형님! 형님이 독존패왕궁의 궁주였을 줄은 몰랐습니다.]

갑자기 은세정검회의 고수들 틈에서 만박노조가 나오며 말했다.

금포노인이 벼락을 맞은 듯 부르르 떨었다.

[형님이 숨겨진 힘을 가지고 계신 줄은 알았지만 설마 독존패왕궁일 줄은...]

[은일!]

금포노인은 은일을 소리쳐 불렀다.

[왜 만박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보고하지 않았느냐?]

하지만 은일은 조용했다. 항상 그가 말하면 어디선가 답하던 은일은 대답이 없었다.

그때였다.

그그긍!

광장의 여러 석문 중의 하나가 열렸다.

[은일과 은이등은 모두 제가 죽였어요.]

흑봉, 아니 자봉이 걸어나오면서 말했다.

[네 네가... ]

[제가 조금 늦었군요. 할아버지!]

자봉은 금포노인의 말을 무시하고 황자강에게 말했다.

황자강의 눈에 눈물이 어렸다.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마중천은 의사들은 독존패왕궁을 공격하라!]

황자강의 울부짖는 듯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크아아악! 크아!

 

함성이 터져 나오며 마중천의 고수들이 검을 돌려 독존패왕궁의 고수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비명이 터져 나오고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되어 버렸다.

기계인간들은 백란이 옥퉁소로 펼친 음공에 파괴되어버렸고 금포노인은 만박과 자봉을 번갈아 보면서 분노에 떨었다.

[네 네가... 이 년...]

[난 오늘을 위해 심장에 화살을 꽂고 이기소혼곡에 던져졌던 거예요. 나를 원망하지 말아요.]

자봉은 금포노인 앞으로 다가갔다.

[죽어라!]

금포노인이 일갈하며 그녀를 공격했다.

하지만 이미 심력이 흩어지고 정신이 산만해진 상태라 그의 공격은 석두공을 상대할 때만큼 예리하지 못했다.

자봉은 금포노인과 똑같은 무공을 사용했다.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났기에 선택되어 마굴로 던져졌던 그녀의 무공은 석두공과 버금갈 정도로 뛰어났다.

금포노인을 맞아 열세이기는 하지만 쉽게 패하지 않았다.

금포노인은 상처입은 야수처럼 길길이 뛰었지만 자봉을 금방 어떻게 하지는 못했다.

황자강과 금사종이 금포노인을 합공했다.

무형도객과 분노한 백란이 가세했다.

그러나 금포노인도 그들을 쉽게 죽일 수 없는 반면에 그들도 금포노인을 상하게 할 수가 없었다.

돌연 자봉의 손에 은빛 화살이 쥐어지고, 손에서 커다란 별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은 나타났을 때보다 더 빠르게 사라졌다.

한데 그 찰라적인 순간에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던 은빛 화살, 은세추혼전이 사라졌다.

은세추혼전은 어느새 금포노인의 심장을 꿰뚫고 들어가 있었다.

[크아악!]

금포노인의 몸이 충격으로 석벽까지 튕겨갔다.

[크윽!]

하지만 그는 피를 흘리면서 은세추혼전을 뽑아서 꺾어버렸다.

그때였다.

펑!

갑자기 그의 뒤쪽에 있던 석벽이 터지면서 거무튀튀한 방망이가 그의 머리를 쳤다.

석두공의 천왕저였다.

퍽!

금포노인의 두개골이 수박처럼 깨어져 버렸다. 비명도 없이 그의 머리없는 몸이 떨어져 내렸다.

우두둑!

석두공이 벽을 뚫고 나왔다. 피에 젖은 얼굴이었지만 천신같은 기도가 흐르고 있었다.

“....!”

“....!”

사방에 고요가 찾아들었다.

금포노인이 죽자 모든 것이 끝나버린 듯했다.

만박노조가 독존패왕궁의 궁주의 시신을 수습했다.

[형님... ]

만인의 지탄을 받는 독존패왕궁의 궁주이지만 그에게는 하나뿐인 친형이었다.

그리고 어느 누구보다도 난장이 같은 그를 성심으로 돌봐준 단 한사람이었다.

은세정검회의 고수들과 마중천의 고수들은 석상 아래의 비밀통로를 통해서 하나둘 빠져나갔다.

마중천과 자봉은 독존패왕궁이라는 뱀을 죽이기 위해 배속으로 들어갔던 두꺼비였던 것이다.

오랜 기간을 두고 공작해온 은세정검회의 회심작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석두공은 부러져 있는 은세추혼전을 보면서 착찹한 마음을 금하지 못하고 있었다.

 

-은세추혼전을 가진 여인을 죽여라!

 

은세정검회의 천주인 황불식의 음성이 귓전에 맴돌고 있었다.

설마 그가 죽이라는 여인이 자봉일 줄은 몰랐다.

석두공은 자봉에게로 다가갔다.

자봉이 그의 품으로 안겨들었다.

[정말 보고 싶었어요.]

석두공의 손이 천천히 움직이더니 은빛화살이 쥐어졌다. 황불식이 준 것이었다.

[난 못하겠소. 천주 차라리 내가 죽는 한이 있어도...!]

석두공은 나직히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비볐다.

푸스스스!

은빛화살이 그의 손에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잔혼살객과 부운청풍객이 처참한 모습으로 혈도가 찍힌 채 끌려나가고 있었다.

석두공은 자봉의 손에 입을 맞춘후 비밀통로로 달려갔다.

어떤 사연이 있어 황불식이 자봉을 죽이라고 했는지 그것에 대한 궁금증이 머리 속을 꽉 채웠다.

그는 황불식이 자신의 딸이 마굴(魔窟)에서 분명히 치욕을 당했으리라 생각하고 취했던 결정이 그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것 또한 황불식의 몇 안되는 실수 중의 하나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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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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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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