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第 二十 章

 

        鐵劍으로 펼친 劍功

 

 

 

은파하(銀波河),

서안의 교외(郊外)를 감싸고 흐르는 그리 크다고 말할 수 없는 강이다.

이 은파하의 맑은 물 위로……

휘영청 밝은 만월이 은가루처럼 부서져 내리는 밤이었다.

바로 이 아름다운 은파의 강변을 따라……

훤칠한 키에 영준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의 소일초와 달빛이 무색할 아름다운 자태의 주소아가 거닐고 있었다.

이 조용한 움직임 속에서……

돌연,

영롱한 주소아의 음성이 소일초의 귓전에 울려퍼졌다.

[어떻게 아침의 그 거진 우리를 한 눈에 알아봤을까?]

[그 기분나쁜 자식 애기는 꺼내지도 마!]

[그 거지 애기를 하자는게 아니고……]

소일초가 몸을 돌려 주소아를 바로 응시했다.

[너도 참 멍청해 졌구나.]

[……?]

[이 바보야! 네 귀를 잠시 막았다가 열어봐.]

[바로 이것 때문이었구나.]

주소아는 손을 귀로 가져가다가 소리쳤다.

[너나 나나……계속 같이 있다 보니까 네 몸에서 나는 소리에 익숙해져서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거야……하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다르겠지, 소리가 갈 수 록 약해지고는 있지만 고수들이라면 누구나 다 들을 수 있어……]

[쳇, 소리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진 변신해도 말짱 헛고생이겠군, 그래도 얼마 전에 기가 막힌 미행자는 따돌렸었는데……]

주소아가 돌멩이를 발로 차면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지?]

[이제 다왔어……]

소일초의 말에 주위를 두리번 거렸지만 강변의 갈대만 보일 뿐 색다른 것은 눈에 뛰지 않는다.

[설마……여기서 이상한 장난이나 치자고 온 것은 아니겠지?]

그러면서도 불안한 듯이 소일초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주소아가 화석처럼 굳었다.

허공,

달빛이 찬란히 쏟아져 내리는 휘황한 허공,

일렁일렁……

무엇일까?

몹시 완만하게 선회하며 네 곳의 방위에서 맴돌고 있는 네 개의 물체,

그것도 피빛 광휘를 사위로 흩뿌리는 소름이 끼치는 등(燈)이 아닌가?

일렁일렁……

이 네 개의 핏빛 등은 언제 나타났는지 두 사람을 중심으로 네 방위를 좁혀오고 있기까지 했다.

지금 이 순간,

[죽음의 살수(殺手)……사등객(死燈客)! 인간의 영혼을 지옥으로 인도하는 사등을 부리는 자야.]

소일초의 음성이 담담하게 흘러나왔다.

사등……

사등객이라니?

그렇다면 핏빛 혈등(血燈)을 이끌고 다닌다는 팔십 년 전의 대환상 살수인 사등객이 나타난 것이란 말인가?

 

-----그저 세상을 조롱하는 한 살수로 남고 싶었노라……그리하여 나는 네 개의 등을 이끌고 천하를 뒤지는 살수가 되었노니……울어라……울어라……피야……짖어라……짖어라……내 싸늘한 검날아……

 

그렇다.

바로 이 초유의 살수인 사등객(死燈客),

그가 바로 네 개의 등을 이끌고 소일초와 주소아를 목표로 팔십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한 순간,

스스스스……

네 개의 등이 허공에서 찬란한 이동을 하는가 싶더니,

콰아아아……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하나로 합쳐지는 게 아닌가?

아니 합쳐졌다 싶을 순간 이미,

고오오오……

번쩍!

분명히 장엄한 빛이었되 육안으로 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는 속도로 소일초와 주소아를 향해 꽂혀갔다.

이 엄청난 빛!

그것이 하나의 검광이라는 것을 느꼈을 때는 이미,

검은 두 사람을 목표로 하여 일 장 앞을 꿰뚫고 있는 중이었으니……

이제,

주소아와 소일초의 몸은 그대로 두 동강이 나고 말 판국이었다.

한데,

이때 돌연,

주소아의 교갈이 터져나왔다.

[천풍환상도!]

순간,

그녀의 손에서 파란 빛줄기가 어지럽게 뻗쳐나갔다.

치익-----칙------!

두사람을 향해서 무서운 기세로 날아오던 검은 둥실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고,

주소아의 손에 있던 파란 빛줄기가 변화를 계속했다.

다시,

[작열광풍(灼熱狂風)……!]

그녀의 짤막한 음성이 터졌다 싶을 순간,

쏴아아아……

그녀의 손에서 변화를 계속하던 파란 빛줄기가 허공으로 그물처럼 뻗어나가는가 싶더니……

그대로 핏빛 혈등에 싸인 검광을 휘몰아쳤다.

[크흑……!]

핏빛 혈등 속에 목젖이 타는 신음이 터지는가 싶더니……

그 엄청난 사등의 광휘가 급작스럽게 흩어졌다.

그리고 그 속에,

파팍-----

섬연한 피보라와 함께 박살난 검이 허공에 흩어지고……

동시에,

파아아……

핏빛 기류가 완전히 흩어지고 피의 비와 분해된 살점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급기야,

팍!

사등 마저 가루가 되어 흩어져 버리고,

희대의 대살수는 이렇게 주소아의 기괴한 초식에 의해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이때,

[이름을 불패도라기 보다는 필살도(必殺刀)라고 해야겠는데……그처럼 잔인한 무공은 처음이야.]

[내가 마음대로 만든 것 중의 하나일 뿐이야……]

주소아의 낮은 음성이 사위를 때리고,

[볼 일 끝났으면 가서 잠이나 자자……한데 너 아는 것도 많다. 어떻게 너같이 어린애가 사등객 같은 살수를 다 알지?]

[신행마동이 그 정도도 몰라서야……알고 있다는 걸 남들이 알아버리면 귀찮은 일이 상당이 많이 생겨서 아예 모른 척 할 뿐이지……]

스스스……

두 사람은 갈대를 헤지고 객점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성가신 미행자를 처치해 버린 개운함을 가지고……

 

× × ×

 

화산,

그 화산에 퍼부어지는 황혼은 아름다웠다.

그 황혼빛 속에서……

화산과 인접해 있는 넓다란 평야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

주소아와 소일초,

바로 이들이었다.

[나도 같이 싸울까?]

[그럴 필요없어. 넌 그 삼수나 눈여겨 봐. 그래야 빨리 기억을 되찾지……]

[이제 그딴 것은 알고 싶지도 않아.]

[그럼? 내 몸이 깊이 알고 싶어?]

[또 엉뚱한 소리……남은 심각한데……]

[오늘은 아무래도 산에서 자게 될것 같은데……흠흠……]

소일초는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흥, 아무리 졸라대도 오늘은 안돼……오늘 부터 칠 일간은 무슨 수를 써도 소용없어……]

[왜?]

[여자가 이렇게 말하며 안된다고 하면 그대로 들어주는 법이야.]

[법 네맘대로 잘도 만드네. 내겐 내가 법이야.]

[꼭 이유를 말해야 알아 듣는다면 넌 아직도 남자자격이 없다는 말 밖에 안돼.]

짝-----!

소일초가 손뼉을 쳤다.

[월경(月經)이구나……]

[바보같이……더크게 소리치지 그래……]

주소아가 화를 내면서 톡 쏘아부쳤다.

[그런데 너 앞으로 큰 일이다.]

[왜?]

소일초가 염려스러운 듯이 하는 말에 주소아도 불안한 듯 물었다.

[우리 작은 어머니가 그러시던데……]

[…………]

[여자는 아기를 낳기 전에 무공이 너무 고강해져 버리면 아기를 낳을 수 없데……무가(武家)에 자식이 귀한 이유가 다 그 때문이래……]

[…………!]

[우리 작은 어머니를 봐! 얼마나 예쁘고 무공도 고강해? 그런데도 아기를 못 낳잖아……]

[…………!]

[너도 무공이 나이답지 않게 고강하니까 어쩌면 앞으로 아기를 낳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다분해……]

[그럼……어떻게 해야 되지?]

주소아가 심각하게 물었다.

아기가 얼마나 귀여운데……그 아기를 낳을 수 없다면 무척 슬플 것 같았다.

[두 가지 방법이 있어.]

[……?]

[하나는 더 이상 무공을 연마하지 않고 있다가 후에 아기를 낳은 다음에 다시 연마하는 거야……]

[그건 어려울 것 같은데……]

[다른 한 가지는 좀 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실행하기는 어려울 거야.]

[뭔데? 난 다 할 수 있어.]

[음……그건……]

[빨리 말해. 속 태우지 말고……]

[무공이 더 강해지기 전에 아기를 낳아버리는 거야.]

[너……또 나를 놀렸구나……]

주소아가 손을 들어 소일초를 때리려 했다.

[아니야, 모두 사실이라구……의심나면 우리 작은 어머니한테 물어보면 될 거 아냐?]

소일초는 짐짓 진지한 척 말을 했고,

주소아는 진짜이면 어떡하나 싶어 불안해 졌다.

[네 무공은 날마다 달라지니까 내일이면 늦을 지도 몰라……]

오늘 당장 뭐 달라는 식의 소일초의 말에도 주소아는 여전히 불안해하면서 반박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데 돌연,

겨울 들판에 가득한 갈대꽃 속에서……

순백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바보……]

동시에,

스슷……

갈대꽃 속에서 솟아난 소녀(少女),

뼈가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맑은 피부를 지녔으며……

눈보다 흰 백의를 걸친……

마치 순수와 아름다움의 요정을 연상케 하는 소녀,

그렇다.

장강의 강변에서 시체 위를 누비고 다녔던 사옥상,

바로 그녀였다.

찰랑찰랑……

그 아름다운 사옥상의 몽롱한 동공에 눈물이 가득했고,

그녀는 금방이라도 소리내어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그리고 안타까움이 배인 음성,

[바보……가면 안돼……]

순간,

얼굴……

기이할 정도로 순수하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사옥상의 얼굴에 동그란 눈물이 보석처럼 부서져 내렸다.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녀를 발견하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있었다.

[바보……]

[…………]

[네가 아무리 모습을 바꿔도 나를 속이지는 못해……]

[…………]

[내가 주었던 의정패는 언니가 가지고 있던 의정패와 서로 교감을 가지는 것이야. 아무리 네 모습이 바뀌어도 의정패를 버리지 않는 한 소용없어.]

소일초가 나직한 침음성을 터뜨렸다.

[음!]

하나 이내,

[오랬만이다. 사옥상……네 말이 맞아 나는 바보야!]

[바보, 가지마. 가서는 안된단 말이야.]

[사옥상 너는 지금 적으로서 내 앞에 서 있는 거야…아니면 친구로서 서있는 거야? 설마 전에 푸른 계곡에서 했던 우리 경고를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나는 그런 어려운 말은 몰라. 내가 아는 건 저 옥녀봉을 올라가면 안된다는 거야.]

소일초의 음성이 싸늘하게 변했다.

[약속……이것은 내 이름으로 한 약속이다. 그리고, 나는 어느 누구도 내 일에 간섭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설사 내 결정이 잘못되어 죽는다고 하더라도……]

[…………]

[남의 결정에 따라서 사는 것 보다는 낫다.]

하자,

더욱 안타까움으로 일그러지는 사옥상의 얼굴-----

[바보……가지 말아, 제발……지금 언니 은상도 병이 들었어……마음의 병이야……네게 인질로 잡혔다가 돌아온 후부터……]

[…………]

[한데……그 언니가 더욱 더 심한 병을 앓고 있어 ……그런 언니가 나를 붙들고 울었어……그리고 말했어……]

[…………]

[너를 살려야 한대……너를 화산의 옥녀봉에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한대……]

[옥상언니……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어요. 얘는 결코 듣지 않아요. 대신 내가 감사할게요.]

문득,

사옥상의 얼굴에 조급한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무엇엔가 쫓기고 있는 것처럼……

이어,

쉴새없이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입을 여는 사옥상,

[어서 도망가……우리 사부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어……]

[…………]

[설사 하늘의 신이라도 우리 사부를 이길 수는 없을 거야……]

이때였다.

돌연,

무엇을 느낀 것인가?

사옥상의 얼굴이 무서운 두려움에 떨었다.

동시에,

화르륵……!

허공으로 솟구쳐 섬광처럼 사라지는 사옥상,

[어서 가……어서 도망가란 말이야……바보야……그렇지 않으면 넌 죽는단 말이야……]

소일초는 멀어지는 그녀의 음성에서 눈물을 읽을 수 있었다.

[흥, 옛날의 첫 여자를 만나서 기분이 좋겠네.]

주소아가 분위기를 바꾸려는 것 같았다.

이때,

이번엔 아득한 곳에서 천리전음(千里傳音)이 소일초의 귀에 흘러들었다.

[죽어……이 바보야……지금 네가 있는 곳도 완전히 포위되었단 말이야!]

[…………]

[본 삼성무림청의 살수각(殺手閣)의 삼십 육 명의 살수(殺手)들이 내리는 죽음은 중원천하가 함께 덤빈다 해도 피해낼 수 없단 말이야……피해…… 어서 피하란 말이야!]

(살수각의 삼십 육명의 살수!)

[계집애가 쓸데없는 걱정까지 다해주네……제길……전에는 몸도 편하게 해주더니……]

소일초의 얼굴은 그다지 좋은 표정이 아니었다.

살수 따위 때문이 아니었다.

바보같이 구는 사옥상 때문에 느껴진 이상한 기분 탓이었다.

이제 더이상 사옥상의 애절한 전음도 들려오지 않았다.

주소아는 그의 안색 만 살피고 있었다.

황혼,

황혼만이 무성한 갈대숲에 어지럽게 쏟아져 내리고 있을 뿐……

한데 돌연,

흑의인,

흑두건에 강철처럼 차갑고 냉혹한 기운 속에 음충맞도록 꿈틀거리는 가공할 사기를 동반한 여섯 명의 흑의인들이 맞은편의 갈대숲에서 소리없이 솟아났다.

여섯 명의 소름끼치는 살기를 동반한 흑의인,

이들은 분명 사옥상이 말한 살수각의 삼십 육 살수들 중 일부이리라!

일순,

[크크……]

흑두건 속에 휩싸인 공포스런 시선이 소일초와 주소아를 꿰뚫었다 싶을 순간 그들의 몸은 이미 허공을 날았다.

번쩍------------!

콰아아……

여섯 줄기 벼락불 같은 검광이 수 천 가닥의 검망을 치며 공간과 공간을 잇는 최단거리로 덮쳐들자,

소일초의 얼굴에 맹렬한 전의가 용솟음쳐 올랐다.

이어,

옷자락을 헤치고 철검을 잡았다.

동시에,

[호흡을 죽여!]

주소아에게 낮은 목소리로 외치면서 철검을 떨쳤다.

슛!

소일초의 철검에서는 한 가닥의 기류가 형성되어 덮쳐오는 여섯 명의 살수들을 휘감았고,

크아악-----!

참혹한 비명과 함께 기류에 휘말렸던 여섯 살수들이 칠공에서 피를 쏟으며 떨어져 내렸다.

이때 다시,

슈우숫------!

갈대숲의 여섯 방향에서 시퍼런 검날을 폭출시키며 여섯 명의 흑의인이 뛰어올랐고,

이 여섯 명의 흑의인은 최초의 흑의인들이 쓰러지는 틈을 타서 소일초와 주소아에게 덮쳐들었다.

일검에 천지를 박살낼 듯한 가공할 검광!

순간,

슈웃------!

주소아가 미처 그녀의 체대를 발출하기도 전에,

소일초의 빠른 철검이 회오리를 일으켰다.

찰나,

오오……

슈우웃------!

철검의 끝에서 여섯 줄기의 회오리가 흑의인들을 향해 각기 하나씩 몰려가는 것이 아닌가?

그 크기가 철검의 끝을 떠나는 순간부터 무서운 속도로 자라면서……

다음 순간,

[으----악!]

[크-------아악!]

황혼빛 속에서 처절한 비명이 울리고 정확히 여섯 개의 시체가 회오리를 타고 허공에 솟구쳐 올랐다.

소일초는 주소아의 손을 잡고 미끌어뜨리듯 신형을 옆으로 이동시켰다.

스스스스……

순간,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가 서 있던 곳을 비롯하여 열두 곳에서 열두 명의 흑의인이 벼락처럼 솟구쳐 올랐다.

번----쩍------번---------쩍-------!

천지폭멸의 가공할 검세가 십자로 비켜 소일초와 주소아를 천참만륙할 찰나,

슈아아앙--------!

소일초의 철검이 다시 빠르게 그들을 찔러나갔고,

시꺼먼 철검의 끝에서 하얀 실같은 검기가 가늘게 뻗어나오며 파도처럼 밀려갔다.

콰아아앙-------!

퓨퓨퓨------퓨----!

우주를 통째로 꿰뚫는 것 같은 엄청난 열두 개의 가공할 섬륜이 일었다 싶을 순간,

[크아아악!]

[크------악!]

흑의인들의 검은 산산히 박살난 채 그 주인들의 몸과 함께 처참히 허공에 비산(飛散)되어야 했다.

오오……

직접 보지 않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소일초의 철검의 위력!

순간,

푸----퓨슈슈슈----슛-----

주변에 있는갈대들이 허공을 가득 메우면서 창살처럼 소일초와 주소아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웅웅웅------

이번엔 땅 위를 완전히 점거하면서 무서운 바람소리와 함께 철추들이 그들의 몸을 짓이갤 듯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늘과 땅……

가히 완벽한 공격,

그러나, 소일초의 철검은 다시 허공을 가리켰고 철검의 끝에서 형성된 기류 속으로 갈대들이 빠르게 빨려들어 갔고,

이내 철검이 휘둘러지자 사방으로 비산되었다.

쇄애액!

츠츠------촤……!

크아악------

크악--------

비명이 팔방에서 터져 나오는데……

오오……이 처참함……

여덟 명의 겸(鎌)과 철추를 쥔 흑의인들이 전신에 갈대를 꽂은 채 참혹하게 으깨져 있지 않은가?

[네 명!]

소일초가 소리를 지르며 이 번에는 먼저 공격해 들어갔다.

슈욱-----!

소일초의 몸이 주소아를 안은 채 허공으로 떠오르고 동시에 그의 철검이 네 개의 원을 그렸다.

순간,

캐액------

큭--------

허공에서 네 마디의 비명이 터져 나오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그곳에서 네 개의 검은 시체가 떨어졌다.

그들의 가슴은 일제히 동그랗게 뚫려져 내장을 쏟아내고 있었다.

쿵! 꽈당!

정확히 서른 여섯 명의 목이 떨어져 나간 이 황혼의 갈대숲!

천천히 주소아를 안은 소일초가 기괴한 정적처럼 내려섰다.

한 순간,

[이젠 끝났어……굉장한 검공이야……그 무시무시한 자들을 단 네 초식으로 몰살시켜 버리다니……]

주소아의 놀람이 가시지 않은 음성이 들렸다.

[늦었어……오늘은 화산에서 자기로 했잖아……]

슈우우-------

자욱한 안개에 파뭍치며 소일초와 주소아의 신형이 아득한 화산의 옥녀봉으로 멀어졌다.

바로 이때,

너울너울……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돌연,

기괴한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한데 오오……

그 기괴한 운무가 뽀얀 수증기가 되는 가 싶자,

주이는 온통 마의 기운으로 표백되어 버리는 게 아닌가?

그리고 음성,

[살려둬서는 안될 놈이야!]

한 올의 감정도……한 올의 인간적인 냄새도 느낄 수 없는 무색인간의 음성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스으으으……

그 뽀얀 수증기 속에 환상처럼 나타나는 한 사람……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너무 짙어서인가?

그의 용모를 자세히 헤아릴 수는 없으나,

흑포(黑袍)에 흑의(黑衣)가 환상처럼 어른거리는 사이로,

섬뜩하리만큼 가공할 무심일색의 기운과 삼라만상을 순식간에 표백시켜 버리는 무형마기가 물살처럼 터지는 것이니……

문득,

그 수증기 속의 무감정한 음성이 다시 흘러나왔다.

[소선풍의 자식이 저토록 뛰어나다니……저런 아이가 이 땅에 존재한다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기재는 우리가 길렀던 주소아 뿐인 줄 알았는데……]

아아……

이 무슨 소린가?

주소아를 직접 길렀다니……

그렇다면 이 마기가 풀풀 흘러넘치는 인물이 바로 삼수 중의 하나란 말인가?

어째거나,

그 짙은 수증기 속에 쌓인 인영은 사위를 무형마기로 표백시키며,

오랫동안……

참으로 오랫 동안 소일초가 사라진 방향을 주시했다.

그렇게 일다경이 흘렀을까?

돌연, 무심한 음성이 흘렀다.

[모두 가서 준비하라……!]

순간,

오오……

스스스스……

아무것도 헤아릴 수 없었던 허공에서 돌연 수백 가닥의 검은 기운들이 밀물처럼 삼백 육십 방위로 흩어져 나가는 게 아닌가?

형체도 없는 그림자들로 존재했다가……

환상의 너울처럼 사라져 버린 수백의 무리들……

실로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바로 이때,

수수수수수……

그 마기에 뒤덮인 인영이 허공에 치솟는가 싶더니……

슈--------슈웃----

화산의 옥녀봉을 향해 빛처럼 날았다.

그리고,

그가 나는 뒤로 뿌려지는 죽어버린 음성,

[반드시…… 죽여야……한다.]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