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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장 

 

             세찬 바람 그치지 아니하니! 자 이제 첫번째 변신을 시작하자! (3)

 

 

현천록은 장군묵의 손에서 빠져나와 일장 밖에 내려섰다. 공중에서 그가 움직이는 모습은 물고기가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장군묵이 현천록에게 말했다.

[무공을 익혀라. ! 하잘 것 없는 인간들을 상대하는데는 무공이 제일이다. 인간이란 것들은 그저 무공만 강하면 죽어드는 것들이니까.]

소녀가 검을 든 손을 흔들었다.

차라락!

갑자기 그녀의 손에 있던 검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장군묵이 말했다.

[저 수법은 어검술이다. 멀리 있는 적을 죽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검을 자기 옷속에 숨겨서 보관하기에도 편리하지. 저런 걸 익혀놓으면 괜찮을 게야.]

소녀의 얼굴이 미미하게 변했다. 그녀의 어검술을 알아본 사람도 지금까지 없었는데 거인이 대충보고 알아차리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오늘 내가 단단히 홀렸군. 당신들 사형제인가 본데, ! 난 이제 싸우고 싶은 마음 없으니까 관두자고.]

그녀가 현천록에게 말했다.

[이봐! 감정갖지 마. 뭐 복수하겠다면 언제든지 받아주기는 하겠지만.]

현천록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마음 없어요.]

소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정말?]

현천록이 한걸음 물러섰다.

소녀가 깔깔 웃으며 말했다.

[이제 찌르지 않을 테니까 안심해. 찔러도 소용없잖아.]

장군묵이 코웃음쳤다.

[! 하찮은 인간이.]

소녀가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이봐요! 자꾸 날더러 하찮다고 하는데 당신은 하찮은 인간이 아니면 대체 뭐죠? ?]

[!]

장군묵은 코웃음을 치고 대답하지 않았다.

소녀가 깔깔 웃었다.

[그봐요. 자기도 대답하지 못하면서. 꼬마야 그렇지 않아?]

현천록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나한테 그래봤자 소용없어요. 나도 아무것도 모르니까요.]

소녀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내 속을 들켜버렸네. 할 수 없지. 그럼 우리 친구할까? 친구사이엔 비밀도 조금씩은 나누잖아.]

현천록은 뭐 이런 여자가 다 있나 생각하며 소녀를 보았다.

소녀가 옆에 와서 말했다.

[난 이매봉(李梅鳳)이야. 넌 현천록이지? 아니 미장이라고 했던가?]

장군묵이 현천록의 손을 잡고 끌며 말했다.

[저 여자는 무시해라. 아주 간살스러워서 가까이 하면 골치아픈 일만 생길게다.]

현천록이 말했다.

[당신은 무공을 어떻게 익혔어요?]

장군묵이 말했다.

[? 난 하하하! 처음에 무당파에 들어갔지. 무당파에 들어가서 칠년쯤 있으니까 더 배울게 없어지더군. 가르쳐 주는 건 그대로 배우고 가르쳐 주지 않는 건 훔쳐배웠지. 그 다음에 공동파에 가서 삼년을 있었고, 다시 화산파에서 오년을 배웠지. 공동파 놈들과 화산파 놈들은 내가 배우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 정도 배우고 나니까 더 배울 필요가 없어서 그만두고 그때부턴 온전해지려고 세상을 계속 여행하고 있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또 다르지.]

현천록이 말했다.

[말씀해주시겠어요?]

장군묵과 현천록이 강변을 따라 걷고, 이매봉이 현천록의 옆에서 다정한 사이처럼 나란히 걷는다.

장군묵은 철저히 그녀를 무시하며 말했다.

[보초님은 옛날에 고향인 천축(天竺)의 무공을 배우셨고, 첫째와 둘째, 셋째는 원래부터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넷째는 혼자 연구해서 자기 무공을 몇 가지 만들었고 다섯째는 아예 무공을 배우지 않았지. 여섯째는 뒤늦게 남의 제자노릇을 해서 지금은 한 문파의 장문인 소릴 듣고 있고, 여덟째는 뭐하는지 모르겠다. 싸돌아 다니는 건 알겠는데 도통 말을 하지 않으니까. 뭐 명산대천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연구를 하고 있겠지. 난 이제 가마.]

나란히 걷던 장군묵의 모습이 흐릿해지면서 사라져버렸다.

바람에 갈대가 날리고 장강 물이 흔들리지만 그 못지 않게 이매봉의 눈도 흔들렸다.

소매 속에서 주먹이 가볍게 쥐어졌다.

현천록은 걸음을 멈추고 묵묵히 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

이매봉이 현천록의 손을 잡더니 손등을 꼬집었다.

[아야!]

현천록이 비명을 질렀다.

이매봉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꿈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데.....]

현천록이 탄식하며 말했다.

[난 사람도 아니예요.]

이매봉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날 속이려고 어림도 없어. 너나 그 거인녀석이나 다 비밀이 아주 많은 문파에 속해있는 사형제지간이겠지. 너무 신비한 척 하지 말라구.]

현천록은 개구쟁이처럼 혀를 쏙 내밀었다.

시간이란 강은 넓고 넓어서 슬픔도 기쁨도 아주 빨리 쓸어가 버린다.

흘러가는 시간 속의 일들은 붙잡고 있으면 있는 만큼 고통만 커진다.

현천록은 어리지만 보낼 건 빨리 보내고 다가오는 것들을 즐겨야 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x x x

 

다시 성안으로 들어가 꽤 유명한 객점인 선인루(仙人樓)에 들어갔다.

이매봉이 혀를 차며 말했다.

[! 너 정말 사기꾼이지. 변신의 천재야! 모습은 바꾸지도 않고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낸다는 건 정말 여자들도 하기 힘든 고급스런 기술인데 말이야.]

현천록은 점소이가 안내하는 탁자로 다가가며 말했다.

[내 속엔 원래 여러 가지가 있었어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았죠.]

이매봉이 맞은 편에 앉으며 웃었다.

[안 그런 사람도 있나?]

[난 항상 변신을 꿈꿨어요. 내가 변하고 세상이 변하는 그런 꿈을 꿨으니까요.]

현천록이 담담하게 말한다.

이매봉은 가짢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서 지금 뭘하겠다는 건데?]

[변신을 하겠어요. 아는 것만으로도 변신은 되겠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변신을 하겠어요. 남들 눈에도 그렇게 보이도록.]

[얼씨구.]

이매봉이 코방귀를 뀐다.

[너같은 녀석은 정말 처음이야. 아주 웃겨.]

현천록이 말했다.

[난 원래 낙천적이었어요. 한데 다른 일이 조금 있었다고 낙천적으로 살지 못한다는 건 옳지 않죠. 지금보다 좀 더 낙천적으로 즐겁게 살겠어요.]

[누가 말려?]

[매봉누님 말씀이 맞았어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즐겁기만 하면 되는 거죠. 나 이전에도 도둑놈들이 있었고 사기꾼들도 있고 강도도 있었을 테니까 도둑이나 강도가 하나쯤 더 늘어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죠.]

[누님? 큭큭! 이런 걸 점입가경이라 하겠지?]

이매봉이 기가막힌 듯 소리를 낮추고 웃었다.

현천록은 진지하게 말했다.

[강도, 사기꾼, 도둑, 거지, 학자.... 난 뭐든 다하겠어요. 뭐든 다 되어보고, 즐겁게 살겠어요.]

[왜 여자도 한 번 되어보지 그래?]

이매봉이 점소이가 가져다 놓은 말리화(茉莉花) 차를 마시며 빈정거린다.

현천록이 말했다.

[그것도 괜찮겠군요.]

푸웁!

이매봉의 입에서 차가 뿜어져 나왔다.

현천록은 자기가 알고 있는 요리란 요리는 모두 주문했다.

선인루의 주인은 현천록의 화려한 옷차림을 보고는 돈 많은 공자라고 미리 지레짐작을 하고는 원하는대로 술과 요리를 갖다 주었다.

덕분에 이매봉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먹었다.

현천록은 처음 마시는 술에 얼굴이 붉어지고 조금 알딸딸해진 상태가 되었다.

[어떤 게 재미있을까요?]

이매봉이 약간 혀가 꼬인 음성으로 말했다.

[놀려주기, 때려주기, 골탕먹이기, 빼앗기, 속이기, 만들기, 배우기, 이기기, 죽이기, 지배하기, 애보기, 훔쳐보기, 뒤통수치기, 함정에 빠뜨리기. 물건사기, 보석감상하기, 꽃키우기, 닭잡아 먹기, 정의로운 척하기, 뽐내기..... 뭐 헤아릴 수도 없지. 남자라면 또 다른 것도 좀 있을 테고.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하면 그게 다 재미있는거야.]

[이제 계산해요.]

현천록이 일어서면서 말했다.

이매봉이 따라 일어섰다.

몸이 조금 비틀거렸다.

[숙박비도 같이 계산해. 오늘은 너무 마셨어.]

이매봉이 현천록에게 몸을 기대며 말했다.

주인이 잽싸게 주문표들 들고 와서 얼만지를 말해준다.

현천록은 이매봉에게 고개를 돌렸다.

[헤헤...]

주인이 이매봉을 보며 손을 비빈다.

이매봉이 소리쳤다.

[뭐야! 돈도 없이 먹고 마셨단 말이야?]

현천록이 태연하게 말했다.

[알고 있었잖아요.]

이매봉이 골치아픈 듯이 이마를 짚었다.

[이런.... 하는 수없지. 이걸로 계산해.]

소매 속에서 분홍색 주머니가 나왔다.

현천록이 주머니를 열자 그 속에서 콩알만한 주보(珠寶)들과 금원보(金圓寶)가 보였다.

금원보 하나로 값을 치르고 현천록은 이매봉을 끌다시피하며 삼층의 객실로 올라갔다.

이매봉이 눈을 감은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녀석이 설마 처음 변신한다는 게 채화음적(菜花淫賊) 따위는 아니겠지? 하여간 틈을 좀 보여 약간은 가까워져야겠어. 이 녀석도 이 녀석이지만 배후가 더 궁금하단 말이야. 장군묵인가 하는 녀석만 해도 도무지 추측할 수 없는 놈이었는데 그녀석이 겨우 일곱째라니.)

생각이 다 끝나기도 전인데 몸이 푹신한 침상에 눕혀졌다.

그리고 현천록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이제 첫 번째 변신을 하자.]

이매봉이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이녀석이 정말 채화음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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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여전히 황금전장. 주방.

음식 만드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주방. 수많은 요리사들이 화덕에서 웍을 돌리며 요리를 하거나 기름에 튀기거나 탁자 위의 도마에 식재료를 놓고 칼질을 한다.

그 중 한 화덕에서 웍을 돌리며 요리하는 주대육. 주대육 뒤에는 요리사1이 방짜로 만든 큰 접시를 두 손으로 들고 대기중이다. 다른 요리사들이 힐끔거리며 보고

<별일이로군. 총주방장님이 직접 요리를 하시다니...> <그러게나 말이야. 오늘 저녁에는 딱히 귀빈이 들른 것도 아닌데...> 요리사들 곁눈질로 보며 생각할 때

이윽고 웍을 화덕에서 들어서 웍 안의 요리를 요리사1이 들고 있는 접시에 옮기는 주대육. 요리는 깍두썰기한 고기와 부추, 파등의 길쭉한 야채를 섞어서 볶은 요리다.

주대육; [되었다.] 웍을 접시에서 떼고

주대육; [식기 전에 갖다주고 와라.]

요리사1; [예 총주방장님!] 고개 숙이고

서둘러 주방에서 나가는 요리사1

웍을 다시 화덕에 내려놓으며 그걸 보는 주대육

주대육; (미안하다 청풍아.) 쓰고 있던 모자를 벗고

주대육; (내가 널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로구나.) 벗은 모자로 이마의 땀을 닦고

주대육; (내 요리를 먹고 힘내서... 아무쪼록 뇌옥을 탈출하기 바란다.) 밖을 보며 소리없이 한숨 쉬고

 

#91>

뇌옥. 뇌옥 입구에 요리사1이 서있다. 두 손으로는 접시를 들었는데 접시는 반원형의 뚜껑으로 덮여있다. 뇌옥 입구를 지키고 있던 네 명의 무사들이 요리사1과 대화중이다.

요리사1; [총주방장님이 옛정을 생각해서 이청풍에게 주라고 만든 요리요.] 접시를 내밀며 말하고. 긴장한 표정

[죽어 마땅한 놈에게 총주방장님이 직접 요리를 해서 보내다니...] [이가놈에게 이렇게 과분한 대접을 해도 되는 건가?] 다른 무사들은 궁시렁 거리지만. 나이가 가장 많은 요리사는 심각한 표정이고

무사1; (장주님에 끼치는 영향력으로 따지자면 총주방장은 본장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무사1; (그런 거물에게 미움을 사서 좋을 일은 없지.) + [간수장을 나오라고 해라.] 동료에게 말하고.

무사2; [예 당주님!] 대답하며 철문으로 가고

무사2; [간수장! 문 좀 열어보시오.] 땅땅! 손잡이에 달린 고리를 때리며 철문에 난 길고 좁은 환기구에 대고 외치고. 그러자

<무슨 일이오?> 철컹! 문이 열리며 말소리가 들리고. 이어

철문을 반쯤 열며 내다보는 복면을 쓴 간수1

무사1; [총주방장님이 이청풍에게 음식을 만들어 보내셨네. 가져다주게나.] 옆에 서있는 요리사1에게 간수1에게 가라고 고개짓하며 말하고.

간수1; [총주방장님의 요리? 중죄인에게 과분한 대접이로군.] 다가오는 요리사1을 보며 복면 속에서 눈 번뜩이고.

요리사1; [이청풍에게 잘 좀 전해주시오.] 접시를 내밀고

간수1; [그러지.] 덜컥! 말하며 접시를 덮은 반구형의 덮개를 열고.

그러자 드러나는 요리

간수1; [냄새 죽이는군.] 복면 속에서 코를 벌름. 이어

손가락으로 대충 음식을 휘젓고

요리사1; [... 무슨 짓이오?] 기겁하고

간수1; [음식 속에 혹시 이상한 걸 숨겼는지 확인하는 게 간수장인 내 의무야.] 이리저리 휘저어 보며

요리사1; [아무리 그래도 총주방장님께서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분노하는데

간수1; [화낼 거 없어. 난 내가 할 바를 하는 것뿐이니 총주방장님도 화를 내진 못할 게다.] + [이상없군.] 음식에서 손을 떼고

간수1; [요리는 틀림없이 이청풍에게 전해주었다고 총주방장님께 전해드려라.] 한손으로 접시를 잡고 다른 손으로 들고 있던 뚜껑을 요리사1에게 내밀고

요리사1; [총주방장님께는 내가 여기서 보고 들은 대로 전해드리겠소.] ! 간수1이 내미는 뚜껑을 낚아채며 화난 표정,.

이어 거친 걸음으로 뇌옥을 떠나는 요리사1

간수1; [아이구 무서워라. 너무 무서워서 오금이 다 떨리네.] 피식 웃으며 요리사1의 뒷모습을 보고

무사1; [그만 이청풍에게 요리를 가져다주게나.] 한숨 쉬며 들어가라고 손짓하고

간수1; [예예...] 냉소하며 그그긍! 안쪽에서 철문을 닫고

철컹! 닫히는 철문.

무사1; (어리석은 놈! 총주방장의 성질 건드려봐야 좋을 거 하나 없거늘...) 혀를 차며 철문을 보고

 

#92>

청풍이 갇혀있는 감방. 어둡다. 철문에 아래 위로 나있는 환기구로 불빛이 흘러들고

바닥에 시체처럼 누워있는 청풍.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멍하니 눈을 뜨고 있다. 물론 양 손목과 발목에는 수갑과 족쇄가 채워져 있다.

이진진과의 즐겁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자신의 팔을 잡고 웃던 이진진. 이진진을 업고 개울을 건너던 어린 시절의 자신. 좁은 방에 가족들끼리 둘러앉아 음식을 먹으며 웃던 모습. 도축장으로 가는 자신을 빈민가 입구에서 배웅하던 이진진의 모습 등. 하지만

건달들에게 끌려가며 울부짖는 이진진의 모습을 연상하고

청풍; (진진아!) 이를 악물고

청풍; (미안하다. 못난 오빠를 용서해라.) 주르르! 눈 꼬리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청풍; (네가 잘못되면 나도 더 이상 살아있을 수가 없을 것이다.) 끄윽! ! 필사적으로 울음 삼키며 울고. 그때

[웬 청승이냐?] 철컹! 철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간수1. 한손에는 접시를 들고 있고

간수1; [사내놈이 계집애처럼 질질 짜기나 하고...] [같은 사내로 창피하니 아랫도리에 달린 거 떼버려라.]

대답하지 않고 돌아보지도 않는 청풍

간수1; [원한다면 어르신이 싹뚝 잘라줄 수도 있다.] 옆에 멈춰서며 히죽 웃고

여전히 대답 없는 청풍

간수1; [그 새끼...] 피식 웃고

간수1; [이래저래 낙심이 크겠지만 이거 먹고 힘내라.] [총주방장님이 널 위해 특별히 만들어보낸 요리다.] 접시를 청풍에게 내밀고. 그러다가

간수1; [어이쿠!] 일부러 손을 뒤집어 접시를 떨어트린다.

후두둑1 음식들이 청풍의 얼굴과 가슴에 쏟아지고. 움찔! 하는 청풍.

따당! 구리로 만든 접시가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간수1; [이를 어쩌나? 손이 떨려서 음식을 쏟아 버렸구만.] 히죽 웃고.

그래도 반응 없는 청풍

간수1; [어쨌거나 요리를 전해주라는 총주방장님의 지시는 이행한 셈이니 날 탓하진 마라.] 덜컥! 바닥에 떨어진 구리 접시를 집어들고

간수1; [배고프면 바닥에 쏟은 요리 주워 먹어라.] 흐흐흐! 웃으며 감방에서 나가고.

철컹! 다시 닫히는 철문.

청풍; (쓸데없는 짓을 하셨다.) 주대육을 떠올리며 우울한 표정

청풍; (두 번 다시 햇빛을 볼 수 없는 신세인데 맛난 요리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철컹! 수갑으로 채워진 두 손을 움직여 얼굴과 가슴에 쏟아진 음식을 떼어낸다. 헌데

멈칫! 고기와 함께 볶아진 부추, 파등의 길쭉한 야채들을 얼굴에서 떼어내던 청풍의 손이 멈칫하고. 이어

청풍; (이건...) 집어든 길쭉한 야채를 올려다보며 눈 치뜨고

츠으! 다른 야채들과 섞여있는 꾸불구불한 철사. 상당히 굵은 철사인데 검게 코팅이 되어 있어서 부추나 파와 구분이 안되었다.

청풍; (쇠꼬챙이!) 흥분하여 철사를 올려다보고

청풍; (요리에 쇠꼬챙이가 끼어있었다. 검은색이 칠해져있고 부추와 파에 섞여있어서 눈에 뜨이지 않았다.) 올려다보며 흥분하고

청풍; (총주방장님!) 주대육을 떠올리며 힘겹게 일어나고

청풍; (이건 그분이 내게 보내주신 구원의 열쇠다!) 흥분하며 쇠꼬챙이를 보고

<이것만 있으면 수갑과 족쇄를 풀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은 제법 걸리겠지만...> 수갑에 난 구멍에 쇠꼬챙이를 끼우려 하며 흥분하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93>

금릉의 환락가. 불야성. 한창 흥청거리는 시간이다.

환락가 뒷골목. 도박장이 즐비한 곳.

그중 대경도장에도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고. 건달들이 몇 명 입구에 서서 출입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고. 그러다가

건달3; [저녁 먹을 때 곁들인 반주 때문인지 오줌보가 터지겠구만.] 얍삽한 인상의 서른살쯤 된 건달이 오만상을 쓰며 다리를 꼬고

건달4; [내 그럴 줄 알았다. 반주치고 너무 많이 푼다고 했더니만...] 혀를 차고

건달3; [물 좀 빼고 올게.] 아랫도리를 부여잡고 옆의 골목으로 뛰어 들어가고

건달4; [하여간 왕융 저 새끼는 술 욕심, 계집 욕심이 지나쳐서 문제야.] 혀를 차고. 다른 놈들도 공감하고

근처 골목에 숨듯이 서서 그걸 보는 여자의 실루엣. 진삼낭이다.

 

#94>

좁고 어둑한 골목. 음침해서 오가는 사람은 별로 없고

촤아! 골목 담벼락에 대고 오줌 싸고 있는 건달3

건달3; [휴우! 살 것 같다.] 부르르! 쏴아! 몸을 떨며 오줌을 싸고

건달3; [하마터면 바지에 그냥 지릴 뻔 했다.] 웃고. 하지만 그 직후

! 날카로운 칼끝이 건달3의 등에 닿는다. 옷을 뚫고 들어와 살갗에 조금 박히는 그 칼은 그리 길지 않은 휘어진 칼이다. 바로 진삼낭의 두 자루 칼 중 한 자루다.

건달3; (!) 기겁하는데

진삼낭; [큰 소리 내면 그 즉시 척추를 끊어버리겠다.] ! 뒤에서 칼을 건달3의 등에 댄 채 살벌한 표정

진삼낭; [그럼 평생을 앉은뱅이가 되어 지내야할 것이다.]

건달; (계집...) + [... 원하는 게 뭐냐?] 곁눈질로 뒤쪽의 진삼낭을 보며.

진삼낭; [네놈들이 저녁 무렵에 끌고 온 계집아이가 지금 어디 갇혀있는지 말해라.] 살벌한 표정으로

건달3; [... 계집아이라니...] 비지땀. 곁눈질하며

건달3; [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 [!] 기겁하며 아래를 보고

! 진삼낭이 다른 칼을 건달3의 거시기에 대고 있다.

진삼낭;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환관으로 취직하게 해주겠다.]

건달3; [... 말하겠다. 그러니 제발 조심해다오!] 울상

 

#95>

대경도장의 안채.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안쪽에 건물들이 많다.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그 건물들로 도박꾼들과 몸 파는 여자들이 드나든다. 건물 안에서 야한 소리들도 들리고. 건물들 사이를 어슬렁거리는 건달들이 몇 보이고. 경비 서는 중이다.

그러다가 누군가를 발견하는 건달들.

여자 한명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쟁반을 들고 걸어간다. 여자는 수건으로 머리를 가리고 있어서 얼굴이 잘 안 보인다. 이 여자는 진삼낭이다. 들고 있는 쟁반에는 술병과 안주, 술잔이 얹혀져 있고

[저 년 못 보던 얼굴인데...] [새로 온 들병이겠지 뭐.] 건달들이 진삼낭을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기고

진삼낭; (다행히 날 의심하는 자들은 없다.) (대경도장 내에는 도박꾼들에게 몸을 파는 여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건달들을 곁눈질로 보며 어느 건물로 가는 진삼낭. 가장 외진 곳에 자리한 건물이다.

진삼낭; (오줌 싸다가 내게 걸린 놈의 진술대로라면 진진이는 저 건물에 갇혀있다.) 초긴장한 채 건물로 다가간다.

 

건달3; [... 네가 말한 그년은 얼굴이 반반한 덕을 봤다.] 건달3이 겁에 질려 말하던 장면이 진삼낭의 머리에 떠오르고

건달3; [가족이 빚을 못 갚아서 끌려오는 년들은 바로 사창가에 넘기거나 도박장 내에서 몸을 팔게 되어 있었다.]

건달3 [하지만 그년은 워낙 미색이 뛰어나 총관이 욕심을 냈다.] [비싸게 팔아먹기 위해 흥정을 하다 보니 아직 다른 데로 팔려가지 않은 것이다.]

회상 끝

 

진삼낭; (아무쪼록 그자의 말이 사실이길 바랄 뿐이다.) 이를 바득 갈며 앞쪽 건물로 가고

 

#96>

건물 내부. 두 명의 건달이 탁자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다. 정필을 따라왔던 네 명의 건달 중 두 놈이다. 한쪽 구석에 놓인 더러운 침대에는 입에 재갈이 물린 이진진이 쓰러져 있다. 두 손도 뒤로 돌려진 채 광목천으로 묶여있고. 발목도 역시 광목천으로 묶여있다. 눈을 감은 채. 허리띠에는 운신장이 준 작은 호리병을 달고 있는 것 주의

건달5; [저 년 볼수록 대단한 물건이지?] 이진진을 보며 동료에게

건달6; [좀 병약한 게 흠이긴 하지만 얼굴은 그야말로 경국지색이야.] [이 바닥에 살면서 숱한 기녀들을 보았지만 저만한 미태를 지닌 년은 못 봤어.]

건달5; [그래서 총관이 흥분해서 사방팔방으로 구매자를 찾고 있잖아.]

건달6; [저년은 잘만 팔면 몇 만 냥을 받을 수도 있을 거야.] [그럼 총관은 한방에 신세 피는 거지.]

건달5; [비싸게 팔면 수고한 우리에게도 떡고물이 좀 떨어지겠지?]

건달6; [그랬으면 좋겠지만 총관이 워낙 짠돌이라 우리 몫이 떨어질지 모르겠구만.] 고개 젓고.

건달5; [하여간 아깝게 되었어.] [팔 물건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먼저 맛을 봤을 텐데 말이야.] 이진진을 보며 입맛 다시고

건달6; [경험 없는 계집들을 길 내주는 게 우리 역할이기도 하지.] 히죽거리고

진저리를 치는 이진진

이진진; (제발...) 두려움에 떨고

이진진; (진진이를 구하러 와줘 오빠.) 청풍을 떠올리며 울고. 바로 그때

덜컹! 문이 열리며 진삼낭이 들어온다. 한손으로 술병과 안주가 얹혀진 쟁반을 들고. 이진진은 눈을 감고 있어서 진삼낭을 못 알아보고

건달5; [어 네년 뭐야?] 흠칫! 하며 돌아보고. 건달6도 술 마시며 곁눈질로 진삼낭을 보고

진삼낭; [총관님께서 두 분이 수고하신다고 술을 보내셨어요.] ! 문을 닫으며 말하고. 순간

이진진; (이 목소리는...) 감았던 눈을 번쩍 뜨고.

<엄마!> 쟁반을 들고 건달들에게 다가가는 진삼낭을 배경으로 이진진의 흥분

건달5; [총관님도 참 자상하시구만.] 경계 풀며 웃고

건달6; [어린 계집 감시하느라 지루할까봐 들병이를 보내셨어.] 히죽거리며 진삼낭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 직후

진삼낭; [물론 제가 가져온 건 술만이 아니랍니다.] 가까이 다가오고

건달5; [알아. 네년이 뭘 또 가져왔는지...] 히죽거리며 손을 뻗어 진삼낭의 엉덩이를 만지려 하고. 그 순간

! 콰창! 들고 온 쟁반을 그자의 상판에 강하게 처박는 진삼낭.

건달5; [!] 쟁반에 얹혀져 있던 음식과 그릇에 얼굴이 강타당하며 뒤로 나자빠지려는 건달5

건달6; [네년이..] 경악하며 급히 허리에 찬 칼을 뽑으려 하지만

스악! 오른손으로 왼쪽 소매 속에서 휘어진 칼을 뽑아 그대로 휘두르는 진삼낭

서걱! 목이 깊이 베이며 눈 치뜨는 건달6. 허리에 찬 칼을 뽑으려는 자세로

건달6; [!] 푸학! 베어진 목에서 피를 뿜어내며 앞으로 쓰러지려하고

건달5; [지랄...] 콰당탕! 나뒹굴며 얼굴에 묻은 음식을 손으로 쓸어내고. 하지만

건달5; [!] 일어나려다가 기겁하고. 진삼낭이 덮치며 두 손으로 칼을 거꾸로 잡고 내리찍는다

건달5; [... 안돼!] 손으로 막으려 하지만

! 그대로 건달5의 가슴에 칼을 깊이 찍는 진삼낭. 건달5의 몸을 깔고 앉는 자세로

놀라 일어나려는 이진진

건달5; [끄윽...] 눈을 까뒤집다가

털썩! 바닥에 널브러지는 그자의 팔 다리

진삼낭; [버러지들...] ! 일어나며 건달5의 가슴에서 칼을 뽑고

진삼낭; [감히 내 딸을 해꼬지 하려한 대가다.] 가슴에서 피가 뿜어지는 건달5의 시체에서 떨어지고. 건달6은 목이 반쯤 잘려 탁자에 엎어진 자세로 죽어가고 있다.

진삼낭; [안심해라 진진아.] 서둘러 침대로 가고. 이진진은 울고 있고

진삼낭; [엄마가 여기서 데리고 나가줄 테니...] 사각! 다가가 이진진의 손목을 묶고 있는 광목천을 칼로 잘라주고. 이어

이진진의 발목을 묶은 천도 잘라주는 진삼낭. 그 사이에 이진진은 입에 물려진 재갈을 자신의 손으로 끌어내리고.

진삼낭; [서두르자. 아버지가 뒷문 쪽에 마차를 대고 계실 것이다.] 이진진의 발목에 묶여있던 광목천을 제거하고. 순간

이진진; [흐윽!] 오열하며 진삼낭의 품에 와락 안기는 이진진. 놀라는 진삼낭. 하지만

진삼낭의 목을 끌어안고 바들바들 떨며 우는 이진진. 말은 하지 않는다

진삼낭; (어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것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진진의 등을 다독이고

진삼낭; (하지만 걱정마라. 어미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널 지켜줄 테니...) 결의에 찬 표정이 되고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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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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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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