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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놔요! 놓으란 말이에요!] 울부짖으며 집에서 끌려나오는 이진진. 건달1과 건달2가 이진진의 팔을 우악스럽게 잡고 끌고 나온다. 그 앞에서 정필이 걸어가고 나머지 두 명의 건달은 주변을 둘러보며 함께 걸어간다. 험상궂은 그놈들 표정 때문에 몰려든 빈민가 사람들 겁에 질려 아무도 나서지 못하고

이진진; [아버지! 아버지!] 울부짖으며 멀어지는 이진진

[이게 무슨 난리여?] [저놈들, 흑사회의 파락호들 같은데 왜 이씨네 집에 쳐들어온 건가?] [하여간 진진이가 큰일 났구먼. 저놈들에게 끌려가면 사창가로 팔려갈 게 뻔한데...] [빨리 진진이 엄마나 청풍이에게 연락해야하는 거 아닌가?] 빈민가 사람들 웅성대고. 하지만 아무도 나서서 뭔가를 하진 않고. 일부는 문이 부서진 청풍의 집 안을 기웃거리고. 집 안에는 이산하가 쓰러져 있다.

[...] 사람들 사이에 서있는 뺑덕어미같은 인상의 여자

서둘러 정필 일행이 간 곳으로 달려간다.

 

#86>

역시 해가 막 진 저녁 무렵. 금릉.

금릉의 번화가. 고급스러운 찻집

찻집 안에서는 남녀가 차를 마시고 있고

룸이 있는 복도. 여자 점원의 안내를 받아 오는 진삼낭. 진삼낭은 차림은 추레하지만 태도는 당당하다. 주변 눈치 보지 않고

점원; [이 방이에요.] 어느 방문 앞에 서서 진삼낭을 돌아보고

진삼낭; [수고했어요.] 말하며 동전 한 닢을 점원의 손에 쥐어주고

점원; [뭘 이런 걸...] 새침하던 얼굴이 환히 펴지고

진삼낭; [부를 때까지는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점원; [그리하겠사옵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밝게 웃으며 왔던 길 돌아간다.

점원; (차림은 추레한데 예의는 바른 여자잖아. 수고비도 줄 줄 알고...) 동전을 보며 희희낙락하고. 그 뒤에서 그걸 보며 방문을 여는 진삼낭

[어서 와요 언니.]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진삼낭의 귀에 들리는 음성

여자1; [헤매지 않고 잘 찾아오셨네요.] 작은 룸. 두 여자가 다과를 앞에 두고 앉아있다. 여자1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하녀 차림의 여자. 다른 여자는 40대의 까칠한 인상의 여자인데 역시 하녀차림이다.

진삼낭; [오가면서 이 찻집을 몇 번 본적이 있었거든.] 두 여자의 맞은편에 앉고

여자1; [그랬구나.] [이쪽 언니는 황금전장에서 일하는 제남댁이에요.] 함께 앉아있는 여자2를 소개하고

진삼낭; [반가워요. 정희동생에게서 말씀 많이 들었어요.] 여자2에게 인사하고

여자2; [정희의 간곡한 부탁 때문에 마지못해 오기는 했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아요.] 새침하고

여자2; [황금전장은 사업 성격상 보안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어요.] [그래서 내부 사정을 허락없이 누설했다가는 경을 칠 수가 있다구요.] 새침하게

진삼낭; [물론 그러리라 짐작하고 있었답니다.] ! 말하며 주머니를 하나 여자2 앞으로 밀어주고

여자2; [이게 뭔가요?] 눈 반짝. 알면서도 묻고

진삼낭; [얼마 안되지만 저의 성의예요.] [초면인데 어려운 부탁을 드려서 죄송해요.] 은근하게 돈주머니를 밀어주고

여자2; (묵직하네.) + [이러지 않아도 되는데...] 진삼낭이 밀어준 돈 주머니를 집어 들며 입이 귀에 걸리고

여자2; [그래서 날 통해서 알고 싶은 게 뭔가요?]

진삼낭; [제 아들이 어제부터 황금전장에서 일을 하기로 되어 있었어요.]

여자2; [그래요?] 놀라고

여자2; [우리 황금전장에서 일할 정도면 뭔가 대단한 재주가 있겠어요.]

진삼낭; [제 아들 이름은 이청풍인데 고기를 잘 다룬답니다.] [그래서 황금전장의 총주방장님께서 직접 영입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여자2; [주방에서 일한다면 살림 담당인 나와는 마주칠 기회가 없었는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진삼낭; [그래도 같은 황금전장에서 일하니까 제 아들 소식을 들을 기회가 있지 않겠어요?]

여자2; [그렇긴 하지만... 헌데 왜 아드님 소식을 제게 묻는 건가요?]

진삼낭; [아무래도 제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같아요.] [어제 이른 새벽에 나간 후 아직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답니다. 물론 연락도 없구요.]

여자2; [그건 확실히 걱정이 될만한 상황이군요.]

여자2; [알았어요.] [황금전장으로 돌아가는 대로 아드님 소식을 알아보도록 할게요.] [주방에서 일한다고 했으니 소식을 듣는 건 어렵지 않을 거예요.]

진삼낭; [부탁드릴게요.] 굽신

진삼낭; [제 아들 소식을 알아내 주시기만 하면 또 사례를 드리겠어요.]

여자2; [걱정 마세요. 아드님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내는 대로 정희 동생을 통해 연락을 드릴게요.] 살갑게 말하고.

 

찻집에서 나오는 세 여자.

굽신거리는 진삼낭. 대충 인사하며 다른 곳으로 가는 두 여자

진삼낭; (생긴 것처럼 욕심이 많은 여자다.) 희희낙락하며 멀어지는 두 여자를 보고

서로 보며 뭐라 말하면서 키득거리는 두 여자.

진삼낭; (돈 벌 욕심에서라도 청풍이의 소식을 알아내는데 최선을 다하겠지.) 멀어지는 두 여자 보며 생각하는데

[진진엄마!]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돌아보는 진삼낭

뺑덕어미; [여기 있었네! 만나서 다행이야!] 달려오는 뺑덕어미같은 여자. 숨이 턱에 찼다. 주변의 사람들 피하면서 눈 흘기고

진삼낭; (우리 옆집에 사는 여자...) + [홍이엄마! 여긴 웬일이에요?]

뺑덕어미; [무슨... 무슨 일이 있으면 이쪽 거리로 와서 찾아달라고 했잖아.] 헐떡이며 멈춰서고. 그러자

진삼낭; (설마!) + [참 그랬지요.] 불길한 예감

뺑덕어미; [큰일 났어.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진삼낭의 손목을 잡아끌고 돌아가려 하고

진삼낭; [무슨...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끌려가며 굳어지는 얼굴

뺑덕어미; [... 흑사회의 파락호들이 몰려와서 진진이를 끌고 갔어!]

[!] 눈 부릅뜨는 진삼낭

 

#87>

황금전장. 역시 저녁 무렵

감옥. 일반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는데 감옥 철문이 열려있다. 일반무사들 외에도 여자무사1이 동료 여자 무사 두명과 함께 서있다.

 

청풍이 갇혀있는 감방. 청풍이 바닥에 누워있다. 손목에는 수갑, 발목에는 족쇄가 채워진 채. 옆에 죽 같은 음식이 담긴 그릇이 있지만 손 대지 않은 모습이고

청풍; (아무리 생각해도 여길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청풍; (몸이 만신창이인 것도 있지만...) 철컥! 수갑에 채워진 두 손을 움직여 보고

청풍; (손목과 발목에 채워진 수갑과 족쇄 때문에 어떤 시도도 해볼 수가 없다.) 철컥거리는 수갑. 수갑에는 열쇠 구멍이 있다.

청풍; (물론 수갑과 족쇄에서 풀려난다고 해도 이 뇌옥을 빠져나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한숨. 그때

철컹! 감방의 철문이 열린다. 흠칫! 하며 돌아보는 청풍

간수1; [이 감방입니다.] 철문을 연 채 누군가에게 말하고. 그러자

벽소소; [냄새 때문에 코가 썩겠어.] ! 오만상 쓰며 철문 밖에 나타나는 벽소소. 아주 화려한 옷을 입었다.

청풍; (벽소소...) 내심 분노하지만 말없이 보고

벽소소; [어머나! 몰골이 말이 아니네.] [정의의 사도께서 어쩌다 이리 초라한 모습이 되셨을까?] 안으로 들어오진 않고 철문 밖에서 청풍을 놀리고

청풍; [용무가 뭐요?] 누운 채 고개만 돌려 보면서 묻고

벽소소; [그래. 나도 이 냄새나고 더러운 곳에 촌각도 있기 싫으니 용무만 말하고 갈게.]

벽소소; [아주 기쁜 소식이 있는데 네게 직접 전해주고 싶어서 찾아왔어.]

청풍; (저 방탕한 계집이 기쁜 소식이라고 하니 당연히 나쁜 소식이겠지.)

벽소소; [이청풍 네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누이가 있다는 거 알고 있어.]

청풍; (설마!) 눈 치뜰 때

벽소소; [맞아! 이진진이란 바로 그년 신변에 문제가 생겼어. 나에게는 기쁜 그 소식을 전하려고 찾아온 거야?] 마녀처럼 웃고

청풍; [무슨 짓을 한 거냐?] 분노하며 벌떡 일어나고

청풍; [설마 네년 진진이를 건드린 거냐?] 철컹! 철컹! 이를 갈며 입구로 돌진하려 하지만 발목에 채워진 길지 않은 족쇄 때문에 빨리 움직이지 못한다. 게다가

간수1; [얌전히 있어라!] ! 감방 안으로 들어오며 발길질로 청풍의 명치 아래를 차고

콰당탕! 나뒹구는 청풍. 하지만

청풍; [말해라! 진진이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일어나려 바르작거리며 악을 쓰고

벽소소; [궁금해 하는데 알려주는 게 도리겠지?] 배시시 웃고

벽소소; [네 사랑스러운 누이동생은 사창가에 끌려갔어.] [어쩌면 지금쯤 사내놈들에게 몸을 팔고 있을지도 몰라.]

청풍; [!] 눈 부릅. 엄청난 충격을 받고

벽소소; [상상해보렴. 네 누이의 가련한 몸뚱이가 냄새나고 징그러운 털북숭이 사내들에게 깔려 바르작 거리는 모습을...]

청풍; [으아아아!] 철그럭! 철그럭! 악을 쓰며 입구로 기어가고. 하지만

벽소소; [문 닫아줘. 전하고 싶은 소식은 다 전했으니까.] 돌아서며 말하고

간수1; [예 아가씨!] 그그긍! 철문을 다시 닫고

청풍; [멈춰라 벽소소! 거기 서라!] 철컥! 철컥! 악을 쓰며 기어가지만

! 닫히는 철문

청풍; [이 문 열어! 이 문 열란 말이다!] ! ! 악을 쓰며 철문을 수갑 채워진 손으로 때리며 악을 쓰고. 하지만

벽소소; [호호호! 감히 내게 불경한 대가다.] [네놈은 두 번 다시 해를 보지 못할 것이다.] 마녀처럼 웃으며 복도를 걸어간다. 간수1이 돌아보며 따라가고. ! ! 그 뒤에서 청풍이 철문을 수갑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다시 감방 내부. [으아아아!] ! ! 수갑 찬 손으로 철문을 마구 두드리는 청풍

청풍; [진진이는 안된다!] [진진이를 해꼬지 하지 마라!] 피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지만 대답은 없고. 그러다가

청풍; [크으...] 철무 앞 바닥에 이마를 박으며 오열하고

청풍; [미안하다 진진아! 이 어리석고 무능한 오빠를 용서해라.] 이를 갈며 울고

<반드시... 죽어 귀신이 되어서라도 복수하고 말겠다.> 으아아아! 악을 쓰며 울부짖은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88>

다시 빈민가. 이제 해가 져서 날이 어두워지려하고.

청풍의 집 앞. 빈민가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고

그러다가 흠칫 하며 돌아보는 빈민가 사람들

그곳으로 사슴처럼 달려오는 진삼낭. 그 뒤쪽으로 상당히 떨어져서 뺑덕어미가 따라오고

[진진이 엄마가 왔다.] [빨리 와봐요 진진이 엄마!] [큰일 났어요.] 사람들 외치고

진삼낭; [여보!] 그 사람들 헤치고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집안. 난장판이 된 그곳에서 이산하가 망연자실하여 주저앉아있다.

진삼낭; [진진이... 진진이를 끌고 간 게 어떤 놈들이에요?] 이산하의 멱살을 잡고

이산하; [... 여보...] 넋이 나간 표정이고

진삼낭; [말해요! 어떤 놈들이냐구요?] 이를 갈고

이산하; [... 단지회의 인간들이었네.] 비통한 표정으로

진삼낭; [단지회라면... 대경도장의 인간들이 무슨 명목으로 진진이를 끌고 간 건가요?] 눈 부릅

이산하; [청풍이가 오백냥은 갚았지만 이자를 안 갚았다며...] 끄윽!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하고

진삼낭; [죽일...] 치를 떨고

이산하; [미안하오. ... 다 내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오.] 고개 떨구며 울고

진삼낭; [닥쳐요!] ! 남편을 패대기치고. 나뒹구는 이산하

진삼낭; [울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어요? 이러고 있을 동안 진진이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데...] 이를 갈며 한쪽 바닥으로 가고. 이어

! 발로 그 부분을 강하게 밟고. 그러자

콰직! 바닥이 부서지며 일부가 일어나고

콰직! 손으로 일어난 부분을 잡아 뜯는 진삼낭. 무릎 꿇은 채

! 그러자 드러나는 바닥 아래의 공간. 두 자루의 그리 길지 않고 휘어진 칼과 상당히 큰 칼이 그곳에 숨겨져 있다.

두 자루의 휘어진 칼을 집어 들어서 양쪽 허리띠에 꽂는 진삼낭

[칼이야!] [방바닥에 칼을 숨기고 있었어.] 밖에서 보던 사람들 놀라고

진삼낭; [받아요!] ! ! 큰 칼을 이산하의 앞쪽 바닥에 던지고

진삼낭; [당신이 표사(鏢士) 생활할 때 쓰던 칼이에요.] 일어나고. 손을 품속에 넣고

이산하; [대경... 대경도장에 쳐들어갈 거요?] 올려다보고

진삼낭; [이걸로 마차를 한 대 구해서 대경도장 뒤쪽 골목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철걱! 묵직한 돈주머니를 한 개 이산하 앞에 던지고

이산하; [... 하지만 우리 힘으로 단지회 놈들 손에서 어떻게 진징이를...] + 진삼낭; [날 봐요!] 몸을 숙여서 이산하의 어깨를 잡고

진삼낭; [십팔 년 전 당신은 나와 청풍이를 구하기 위해서 무림의 일류고수들과도 감연히 맞섰던 용자예요.]

진삼낭; [게다가 몸은 비록 옛날 같지 않다고 해도 지금의 당신은 딸을 지켜야만 하는 아버지잖아요.]

[!] 무언가 깨닫는 표정이 되는 이산하

진삼낭; [죽을 때 죽더라도 후회를 남기지 않고 죽어야 하지 않겠어요?] 이산하의 어깨에서 손을 떼며 몸을 일으키는 진삼낭

진삼낭; [늦지 않게 마차를 구해서 대기하도록 하세요.] 뛰듯이 집 입구로 가고. 마을 사람들 급히 좌우로 비키고

곧 집을 등지고 달려가는 진삼낭

[... 저게 진짜 진삼낭 맞아?] [말보다도 빠르게 달리잖아!] [설마 진진이 엄마가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었던 건가?] 사람들 놀라며 보는 사이에 진삼낭을 멀어지고

진삼낭; (기다리고 있어라 진진아!) 휘익! 이를 악물며 달려가고

진삼낭; (엄마가 반드시 구해줄 테니...) 달려가는 진삼낭

다시 청풍의 집. 마을 사람들 흩어지고 있고

혼자 방에 주저앉아있는 이산하. 이산하 앞에는 칼과 돈 주머니가 놓여있다.

이산하의 뇌리에 떠오르는 진삼낭의 말

 

진삼낭; [십팔 년 전 당신은 나와 청풍이를 구하기 위해서 무림의 일류고수들과도 감연히 맞섰던 용자예요.]

진삼낭; [게다가 몸은 비록 옛날 같지 않다고 해도 지금의 당신은 딸을 지켜야만 하는 아버지잖아요.]

회상 끝

 

이산하; [그렇지. 나는... 진진이의 아버지지.] 웃으며 칼을 잡고

이산하; [내 귀여운 딸... 진진이가 위험에 처했는데 이렇게 주저앉아있을 수는 없다.] 칼을 허리띠에 끼우고. 이어

돈 주머니를 집어들고 바닥에 구르는 지팡이도 집어들고

이산하; [진진이 엄마 말 대로 죽을 때 죽더라도 후회는 남기지 말고 죽어야겠지.] 지팡이를 짚고 절룩거리며 입구고 간다.

 

#89>

황금전장. 이제 여기저기 불이 밝혀지고 있다.

황금전장의 후원. 인적이 없는 조용한 곳. 그곳으로 오는 일단의 여자들. 등을 든 두 명의 하녀가 앞장서서 길을 밝히고. 그 뒤를 벽초천의 후처 온유향과 벽옥령이 따라오고. 소복을 입은 두 모녀 뒤에는 천으로 덮인 쟁반을 든 두 명의 나이 든 하녀가 따라온다. 쟁반에 얹혀진 것은 술이 든 주전자와 술잔과 제사 음식들인데 천으로 덮여있다.

벽옥령; [... 여긴 사당(祠堂)으로 가는 길 아니야 엄마?] 좀 겁을 먹은 표정으로 온유향의 소매를 잡고

온유향; [그렇단다.] [이 앞쪽에 우리 벽씨가문의 영령들을 모신 사당이 있단다.]

벽옥령; [이 밤중에 사당에는 왜 가는 거야?] [오늘이 조상님들 중 어느 분의 제삿날이야?] 겁에 질려서

온유향; [맞아. 옥령이에게는 가까우면서 먼 어떤 분이 돌아가신 날이란다.] 미소 짓고

벽옥령; [옥령이에게 가까우면서도 먼 분?] [그런 분이 있었나?] 갸웃하고. 그러다가

벽옥령; [엄마!] 놀라 앞을 가리키고

일행의 앞쪽 사당 건물이 있다. 좀 음산한 분위기. 주변에는 당연히 인적도 없고. 사당 뒤는 높은 담장. 헌데 사당 안에서 흐릿한 불빛이 흘러나온다.

하녀들도 겁을 먹고. 하지만

온유향; [어머나...] 입을 조금 가리며 웃고

온유향; [고인께서 기뻐하시겠네.] 웃으며 사당으로 다가가고

벽옥령; (고인께서 기뻐하시겠다고?) (누가 먼저 와서 분향(焚香)을 하고 있기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걸까?) 온유향 뒤로 숨 듯이 서서 따라가고. 그러다가

[!] 놀라는 벽옥령. 문이 열린 사당. 그 사당 안 제단에 촛불이 두 개 켜져 있고. 어떤 사내가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벽세황이다.

벽옥령; [오빠! 오빠잖아!] 안도하며 사당으로 달려가고

제단 앞에 무릎 꿇고 있다가 돌아보는 벽세황

벽옥령; [오빠! 여기서 뭐해?] 쪼르르 달려오고. 그 뒤에 온유향이 하녀들과 함께 다가오고 있고

벽세황; [옥령이 너야말로 이 밤에 여긴 웬일이냐?] 일어나고

벽옥령; [옥령이야 뭐 엄마 따라왔지.] 문간에 서서 말하며 뒤를 돌아보고

온유향; [큰 애야. 네가 먼저 와있었구나.] 사당으로 들어오고

벽세황; [어머니...] 옆으로 물러나며 허리 숙이고

온유향; [언니가 기뻐하시겠구나. 아들이 기일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어서...] 제단을 보고. 제단에는 위패가 세워져 있는데 <先妣 劉氏神位> 라는 글이 적혀있다.

벽세황; [마침 어머니 기일이기도 하고...] [무림맹으로 떠나면 한동안 들르지 못할 것 같아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온유향; [잘 했다. 고인께서도 아들이 올리는 분향만큼 기꺼우실 게 없을 게다.] 말하며 하녀들에게 손짓하고

하녀들이 제단에 음식과 술상을 차리기 시작하고. 벽세황은 옆으로 물러나 두 손 앞으로 모은 채 보고 있고

벽옥령; (내게 가깝고도 먼 분...) (바로 세황오빠와 소소언니를 낳으신 큰 어머니의 기일이었어.) 문간에 서서 그걸 보며 생각하고.

벽옥령; (큰어머니가 소소언니를 낳다가 난산으로 돌아가신 후 아버지가 새로 맞아들인 부인이 어머니였지.) 제사상 앞에 무릎을 꿇는 온유향을 보며 생각하고. 음식을 차린 하녀들은 옆으로 물러섰고. 벽세황은 하녀들 중 한명으로부터 술이 든 주전자를 건네받았다.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으로 쥔 술잔을 옆으로 내미는 온유향. 역시 무릎을 꿇고 그 술잔에 술을 따라주는 벽세황.

술잔을 들고 몸을 일으켜 술잔을 향로 위에 몇 번 돌리는 온유향. 벽세황은 술 주전자를 제사상 옆에 내려놓고 일어서고

술잔을 제사상 위에 올리는 온유향. 벽세황은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보고 있고

온유향; (미안해요 언니.) 한숨 쉬며 합장하고

온유향; (제가 새 엄마 노릇을 잘못 한 탓인지 소소가 자라면서 엇나가버렸답니다.) 눈 감고 합장한 채 생각하고

온유향; (하지만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온유향; (동생이 어떻게든 소소를 잘 타일러서 부덕(婦德)을 지키게 할 테니까요.) 고개 숙이며 기원하는 온유향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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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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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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