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https://www.fanmurim.com/

 

판무림

판타지, 무협 장르 전문 남성향 웹소설 플랫폼

www.fanmurim.com

 

제 3장 

 

             세찬 바람 그치지 아니하니! 자 이제 첫번째 변신을 시작하자! (3)

 

 

현천록은 장군묵의 손에서 빠져나와 일장 밖에 내려섰다. 공중에서 그가 움직이는 모습은 물고기가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장군묵이 현천록에게 말했다.

[무공을 익혀라. ! 하잘 것 없는 인간들을 상대하는데는 무공이 제일이다. 인간이란 것들은 그저 무공만 강하면 죽어드는 것들이니까.]

소녀가 검을 든 손을 흔들었다.

차라락!

갑자기 그녀의 손에 있던 검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장군묵이 말했다.

[저 수법은 어검술이다. 멀리 있는 적을 죽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검을 자기 옷속에 숨겨서 보관하기에도 편리하지. 저런 걸 익혀놓으면 괜찮을 게야.]

소녀의 얼굴이 미미하게 변했다. 그녀의 어검술을 알아본 사람도 지금까지 없었는데 거인이 대충보고 알아차리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오늘 내가 단단히 홀렸군. 당신들 사형제인가 본데, ! 난 이제 싸우고 싶은 마음 없으니까 관두자고.]

그녀가 현천록에게 말했다.

[이봐! 감정갖지 마. 뭐 복수하겠다면 언제든지 받아주기는 하겠지만.]

현천록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마음 없어요.]

소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정말?]

현천록이 한걸음 물러섰다.

소녀가 깔깔 웃으며 말했다.

[이제 찌르지 않을 테니까 안심해. 찔러도 소용없잖아.]

장군묵이 코웃음쳤다.

[! 하찮은 인간이.]

소녀가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이봐요! 자꾸 날더러 하찮다고 하는데 당신은 하찮은 인간이 아니면 대체 뭐죠? ?]

[!]

장군묵은 코웃음을 치고 대답하지 않았다.

소녀가 깔깔 웃었다.

[그봐요. 자기도 대답하지 못하면서. 꼬마야 그렇지 않아?]

현천록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나한테 그래봤자 소용없어요. 나도 아무것도 모르니까요.]

소녀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내 속을 들켜버렸네. 할 수 없지. 그럼 우리 친구할까? 친구사이엔 비밀도 조금씩은 나누잖아.]

현천록은 뭐 이런 여자가 다 있나 생각하며 소녀를 보았다.

소녀가 옆에 와서 말했다.

[난 이매봉(李梅鳳)이야. 넌 현천록이지? 아니 미장이라고 했던가?]

장군묵이 현천록의 손을 잡고 끌며 말했다.

[저 여자는 무시해라. 아주 간살스러워서 가까이 하면 골치아픈 일만 생길게다.]

현천록이 말했다.

[당신은 무공을 어떻게 익혔어요?]

장군묵이 말했다.

[? 난 하하하! 처음에 무당파에 들어갔지. 무당파에 들어가서 칠년쯤 있으니까 더 배울게 없어지더군. 가르쳐 주는 건 그대로 배우고 가르쳐 주지 않는 건 훔쳐배웠지. 그 다음에 공동파에 가서 삼년을 있었고, 다시 화산파에서 오년을 배웠지. 공동파 놈들과 화산파 놈들은 내가 배우고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그 정도 배우고 나니까 더 배울 필요가 없어서 그만두고 그때부턴 온전해지려고 세상을 계속 여행하고 있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또 다르지.]

현천록이 말했다.

[말씀해주시겠어요?]

장군묵과 현천록이 강변을 따라 걷고, 이매봉이 현천록의 옆에서 다정한 사이처럼 나란히 걷는다.

장군묵은 철저히 그녀를 무시하며 말했다.

[보초님은 옛날에 고향인 천축(天竺)의 무공을 배우셨고, 첫째와 둘째, 셋째는 원래부터 무공을 지니고 있었다. 넷째는 혼자 연구해서 자기 무공을 몇 가지 만들었고 다섯째는 아예 무공을 배우지 않았지. 여섯째는 뒤늦게 남의 제자노릇을 해서 지금은 한 문파의 장문인 소릴 듣고 있고, 여덟째는 뭐하는지 모르겠다. 싸돌아 다니는 건 알겠는데 도통 말을 하지 않으니까. 뭐 명산대천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연구를 하고 있겠지. 난 이제 가마.]

나란히 걷던 장군묵의 모습이 흐릿해지면서 사라져버렸다.

바람에 갈대가 날리고 장강 물이 흔들리지만 그 못지 않게 이매봉의 눈도 흔들렸다.

소매 속에서 주먹이 가볍게 쥐어졌다.

현천록은 걸음을 멈추고 묵묵히 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

이매봉이 현천록의 손을 잡더니 손등을 꼬집었다.

[아야!]

현천록이 비명을 질렀다.

이매봉이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꿈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데.....]

현천록이 탄식하며 말했다.

[난 사람도 아니예요.]

이매봉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날 속이려고 어림도 없어. 너나 그 거인녀석이나 다 비밀이 아주 많은 문파에 속해있는 사형제지간이겠지. 너무 신비한 척 하지 말라구.]

현천록은 개구쟁이처럼 혀를 쏙 내밀었다.

시간이란 강은 넓고 넓어서 슬픔도 기쁨도 아주 빨리 쓸어가 버린다.

흘러가는 시간 속의 일들은 붙잡고 있으면 있는 만큼 고통만 커진다.

현천록은 어리지만 보낼 건 빨리 보내고 다가오는 것들을 즐겨야 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x x x

 

다시 성안으로 들어가 꽤 유명한 객점인 선인루(仙人樓)에 들어갔다.

이매봉이 혀를 차며 말했다.

[! 너 정말 사기꾼이지. 변신의 천재야! 모습은 바꾸지도 않고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낸다는 건 정말 여자들도 하기 힘든 고급스런 기술인데 말이야.]

현천록은 점소이가 안내하는 탁자로 다가가며 말했다.

[내 속엔 원래 여러 가지가 있었어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았죠.]

이매봉이 맞은 편에 앉으며 웃었다.

[안 그런 사람도 있나?]

[난 항상 변신을 꿈꿨어요. 내가 변하고 세상이 변하는 그런 꿈을 꿨으니까요.]

현천록이 담담하게 말한다.

이매봉은 가짢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서 지금 뭘하겠다는 건데?]

[변신을 하겠어요. 아는 것만으로도 변신은 되겠지만 내가 원하는 대로 변신을 하겠어요. 남들 눈에도 그렇게 보이도록.]

[얼씨구.]

이매봉이 코방귀를 뀐다.

[너같은 녀석은 정말 처음이야. 아주 웃겨.]

현천록이 말했다.

[난 원래 낙천적이었어요. 한데 다른 일이 조금 있었다고 낙천적으로 살지 못한다는 건 옳지 않죠. 지금보다 좀 더 낙천적으로 즐겁게 살겠어요.]

[누가 말려?]

[매봉누님 말씀이 맞았어요.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즐겁기만 하면 되는 거죠. 나 이전에도 도둑놈들이 있었고 사기꾼들도 있고 강도도 있었을 테니까 도둑이나 강도가 하나쯤 더 늘어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죠.]

[누님? 큭큭! 이런 걸 점입가경이라 하겠지?]

이매봉이 기가막힌 듯 소리를 낮추고 웃었다.

현천록은 진지하게 말했다.

[강도, 사기꾼, 도둑, 거지, 학자.... 난 뭐든 다하겠어요. 뭐든 다 되어보고, 즐겁게 살겠어요.]

[왜 여자도 한 번 되어보지 그래?]

이매봉이 점소이가 가져다 놓은 말리화(茉莉花) 차를 마시며 빈정거린다.

현천록이 말했다.

[그것도 괜찮겠군요.]

푸웁!

이매봉의 입에서 차가 뿜어져 나왔다.

현천록은 자기가 알고 있는 요리란 요리는 모두 주문했다.

선인루의 주인은 현천록의 화려한 옷차림을 보고는 돈 많은 공자라고 미리 지레짐작을 하고는 원하는대로 술과 요리를 갖다 주었다.

덕분에 이매봉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먹었다.

현천록은 처음 마시는 술에 얼굴이 붉어지고 조금 알딸딸해진 상태가 되었다.

[어떤 게 재미있을까요?]

이매봉이 약간 혀가 꼬인 음성으로 말했다.

[놀려주기, 때려주기, 골탕먹이기, 빼앗기, 속이기, 만들기, 배우기, 이기기, 죽이기, 지배하기, 애보기, 훔쳐보기, 뒤통수치기, 함정에 빠뜨리기. 물건사기, 보석감상하기, 꽃키우기, 닭잡아 먹기, 정의로운 척하기, 뽐내기..... 뭐 헤아릴 수도 없지. 남자라면 또 다른 것도 좀 있을 테고.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하면 그게 다 재미있는거야.]

[이제 계산해요.]

현천록이 일어서면서 말했다.

이매봉이 따라 일어섰다.

몸이 조금 비틀거렸다.

[숙박비도 같이 계산해. 오늘은 너무 마셨어.]

이매봉이 현천록에게 몸을 기대며 말했다.

주인이 잽싸게 주문표들 들고 와서 얼만지를 말해준다.

현천록은 이매봉에게 고개를 돌렸다.

[헤헤...]

주인이 이매봉을 보며 손을 비빈다.

이매봉이 소리쳤다.

[뭐야! 돈도 없이 먹고 마셨단 말이야?]

현천록이 태연하게 말했다.

[알고 있었잖아요.]

이매봉이 골치아픈 듯이 이마를 짚었다.

[이런.... 하는 수없지. 이걸로 계산해.]

소매 속에서 분홍색 주머니가 나왔다.

현천록이 주머니를 열자 그 속에서 콩알만한 주보(珠寶)들과 금원보(金圓寶)가 보였다.

금원보 하나로 값을 치르고 현천록은 이매봉을 끌다시피하며 삼층의 객실로 올라갔다.

이매봉이 눈을 감은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녀석이 설마 처음 변신한다는 게 채화음적(菜花淫賊) 따위는 아니겠지? 하여간 틈을 좀 보여 약간은 가까워져야겠어. 이 녀석도 이 녀석이지만 배후가 더 궁금하단 말이야. 장군묵인가 하는 녀석만 해도 도무지 추측할 수 없는 놈이었는데 그녀석이 겨우 일곱째라니.)

생각이 다 끝나기도 전인데 몸이 푹신한 침상에 눕혀졌다.

그리고 현천록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이제 첫 번째 변신을 하자.]

이매봉이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이녀석이 정말 채화음적으로...!)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