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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다시 만난 마두들

 

 

 

동녘에선 어느덧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낙성신마와 천수인마는 밤을 새워 막비강을 추격했다.

남악 형산은 이미 쫓고 쫓기는 세 사람 뒤로 아득히 멀어진 후였다.

낙성신마와 천수인마가 속한 우내사마의 서열은 천하오기보다 앞에 있다.

하지만 밤새 추격했음에도 그자들은 막비강과의 거리를 조금도 단축시키지 못했다.

물론 막비강도 두 마두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강호일절이라는 우주도철의 경신술로도 우내사마에 드는 두 마두를 떨쳐버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물론 막비강은 청구절학을 한 몸에 지닌지라 우내사마라 해도 그리 두렵진 않았다.

다만 그자들이 방향을 바꿔 악소궁을 추격할까 저어하여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헌데 문득 희미하게 밝아오는 아침 안개 속을 헤치고 전면에서 두 개의 인영이 달려오는 것이 막비강의 시야에 들어왔다.

달려오는 두 사람은 일신에서 사이한 기운을 풍기는 자들인데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신법의 쾌첩함은 전광석화 같아서 눈 깜빡할 사이에 막비강의 십 장 전면에 도착했다.

(저자들은...!)

거리가 가까워지자 두 인물의 모습을 알아본 막비강은 가슴이 덜컹했다.

그자들은 막비강이 일전 곤욕을 치른 바 있는 인물들이었던 것이다.

 

화색쌍요(花色雙妖)!

 

그렇다! 그자들은 육요 중 둘인 분면색마(粉面色魔)와 도화요희(桃花妖姬)였던 것이다.

삼년 전 막비강은 그자들이 뿌린 최음제 때문에 헌원여호에게 동정을 빼앗겼었다.

그때의 일이 생각나자 막비강은 분노와 부끄러움이 치솟았다.

생각 같아서는 두 탕부탕녀를 당장 때려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강적에게 쫓기는 입장인지라 그자들과 시비를 걸 여유가 없었다.

(오냐! 다음에 보자!)

막비강은 내심 이를 갈며 급히 옆으로 몸을 날려 그들을 비켜가려 했다.

그러나 막비강을 발견한 쌍요 중 분면색마가 질풍같이 앞을 가로막으며 제지했다.

[크크! 애송아! 너는 왜 도망치느냐?]

그자는 당연히 막비강을 알아보지 못했다.

분면색마가 청련사에서 막비강과 만났을 때 막비강은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분면색마가 막비강을 제지하는 사이 이마가 가까이 이르렀다.

[흐흐흐! 애송아! 네놈이 도망가면 어디까지 갈 테냐?]

화라락!

낙성신마는 막비강의 머리 위를 뛰어넘어 앞을 가로막으며 징그럽게 웃었다.

막비강을 제지하던 분면색마는 비로소 낙성신마와 천수인마를 발견하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제 보니 사마 중의 두 분 선배 아니시오?]

[! 당신들은 화색쌍요...!]

천수인마와 낙성신마도 놀란 표정이 되었다.

(첩첩산중이로군!)

막비강은 쌍방이 서로 아는 사이임을 알고 내심 다급해졌다.

[비켜라!]

그는 화색쌍요 중 앞을 막고 있는 분면색마를 향해 맹렬히 일장을 격출했다.

[! 어린놈이...!]

분면색마는 강맹한 장풍이 엄습해 오자 코웃음을 날리며 맞받아쳤다.

퍼펑!

[어억!]

분면색마는 막비강을 과소평가한 나머지 전신의 공력을 사용하지 않아 비틀거리며 연달아 다섯 걸음이나 후퇴했다.

화색쌍요 중 다른 한 사람인 도화요희가 안색이 일변하여 고함을 질렀다.

[거기에 털도 안 난 놈이 기습을 하다니!]

파팟!

그녀는 날카로운 손톱이 달린 오른손을 뻗어 막비강의 어깨를 잡아 왔다.

[요망한...! !]

막비강은 코웃음을 치며 반격하려다가 질겁했다.

도화요희는 여전히 속이 훤히 비치는 나삼을 걸치고 있었다.

문제는 그 나삼 속에 아무 것도 걸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나마 나삼은 앞과 옆이 다 터져 있어 움직일 때마다 속살이 그대로 들여다보인다.

가슴에 매달린 한 쌍의 젖가슴은 움직일 때마다 세차게 상하좌우로 출렁거린다.

그리고 몸을 날림에 따라 갈라진 치마 사이로 미끈한 다리와 허연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다.

농염하고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는 여자의 몸에다가 무자비하게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독한 심보를 지닌 사내는 드물다.

하물며 도화요희는 고의적으로 비스듬히 몸을 날리며 다리를 활짝 벌리기까지 했다.

그 바람에 막비강은 본의 아니게 그녀의 치부를 그대로 보고 말았다.

(!)

막비강은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그 사이에 도화요희의 날카로운 손톱이 어깨의 혈도를 움켜쥐려 했다.

막비강은 다급히 몸을 틀어 겨우 그녀의 공격을 벗어날 수 있었다.

!

하지만 완전히 피하지 못해 어깨의 옷이 도화요희의 손톱에 걸려 길게 짖어진다.

화락!

(, 위험했다!)

위기를 넘긴 막비강은 찬바람을 들이키며 뒤로 멀찍이 내려섰다.

[! 여기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직후 뒤쪽을 막고 서있던 천수인마가 괴성을 지르며 공격해왔다.

[오냐! 내 탕마일초(蕩魔一招)를 받아 봐라, 노마!]

일전을 피할 수 없음을 깨달은 막비강은 벼락같이 쌍장을 뻗어내며 외쳤다.

초식은 평범한 것이었지만 치우강기가 실린 탓에 강맹하기 이를 데 없는 장력이 뻗어나갔다.

[! 이놈 봐라!]

청구절예는 과연 비범하였다.

퍼펑!

천수인마같은 전대의 거마도 막비강의 일장에 정면으로 마주치자 전신이 찌르르 울림을 느끼며 비틀 물러섰다.

천수인마를 물러서게 한 막비강이 주위를 돌아보니 전후 좌우가 강적들에게 완전히 포위되어 있었다.

막비강은 오늘의 상황이 결코 좋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마음을 가다듬은 후 호방한 웃음을 터뜨렸다.

[으핫하하! 비겁한 요마들! 오늘 내가 천벌이 어떤 것인지 알려 줄 테니 전부 덤벼라!]

천수인마가 음산하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

[흐흐흐! 이것은 네놈이 청구상인의 제자 된 벌이다. 사부 대신 네놈이 당년의 빚을 갚아야 한다.]

천수인마는 나이가 이 갑자가 넘는다.

그래서 젊은 시절 청구상인과 만났던 적이 있었고 또 못된 짓을 하다가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었다.

옛날의 원한을 떠올린 천수인마는 두 눈에서 살기를 발하며 말을 이었다.

[노부는 네놈에게 삼 초를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말을 한 이상 약속을 지킬 테니 어서 출수해 봐라!]

막비강도 검미를 치켜 올리며 차갑게 코웃음을 날렸다.

[! 나야말로 선사의 유지를 받들어 네게 삼 초를 양보해야 마땅하다.]

[건방진 애송이놈!]

천수인마는 막비강을 노려보며 이를 부득 갈았다.

막비강 역시 위압당하지 않고 상대방을 노려보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크왓! 천수벽력장(千手霹靂掌)을 받아 봐랏!]

꽈르르릉!

천수인마가 사나운 고함을 지르며 쌍장을 내쳤다.

순간 사방이 수많은 손그림자에 뒤덮였다.

과연 천수인마라는 별호에 어울리는 장공이었다.

[잘 왔다!]

우박처럼 쏟아지는 손그림자 속에서 막비강도 고함을 치며 마주 양손을 찔러 냈다.

쩌러렁!

순간 요란한 금속성과 함께 막비강의 양손에서 금색(金色)과 벽색(碧色)의 광망이 터져 나가 천수인마의 공격을 산산이 부숴 버렸다.

이 수법은 세 권의 청구단서 중 연형편에 수록된 수공(手功)으로 전문적으로 호신강기를 파해하는 위력을 지녔다.

[허억! 청구상인의 벽금산수(碧金散手)!]

퍼펑! 꽈다당!

요란한 폭음과 짙은 모래먼지가 확 일어나는 중에서 천수인마의 신음 소리가 터졌다.

이어 천수인마가 방금의 일전에서 심대한 타격을 받은 듯 쓰러질 듯 휘청이며 물러서는 것이 보였다.

벽금산수에 의해 호신강기가 무너지며 기혈이 뒤집힌 것이다.

[이것도 받아랏, 노마!]

쐐액!

승기를 잡은 막비강은 사나운 외침 소리와 함께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공중으로 십여 장이나 솟구쳤다.

[붕천멸압장(崩天滅壓掌)!]

꽈르르릉!

이어 허공에서 몸을 뒤집은 그는 쌍장을 아래로 내리쳐 천수인마의 머리 위로 극히 막중한 압력을 가해 갔다.

[!]

스팟!

천수인마는 깜짝 놀라며 발끝을 힘껏 굴러 뒤로 육칠 장 가량 날아 나갔다.

하지만 정작 막비강의 장력은 천수인마가 섰던 곳에 이르자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변해 버렸다.

막비강의 이 일초는 진력이 들어가지 않은 허초였던 것이다.

막비강은 바닥에 사뿐히 내려선 후 얼굴에 경멸의 웃음을 가득 머금었다.

[난 분명 삼 초를 양보한다고 했는데 노마는 어찌하여 일격도 받아내지 못하고 후퇴하느냐?]

비로소 자신이 놀림을 당한 것을 알아차린 천수인마의 안색이 썩은 돼지 간처럼 변했다.

낙성신마는 옆에서 이 광경을 보고 이마를 찌푸렸다.

(청구상인이 남긴 금강옥액이 아무리 신묘하기로서니 이갑자 이상의 공력이 실린 천수인마의 일장을 받아내지 못해야 정상인데...! 그렇다면 저 어린 놈이 벌써 치우강기를 대성했단 말인가?)

생각을 굴린 낙성신마는 직접 확인해 볼 요량으로 막비강 앞으로 나섰다.

[애송이놈! 노부는 네게 먼저 손을 쓸 기회를 주겠다.]

바로 그때였다.

[! 도저히 눈뜨고 봐줄 수가 없구나! 비겁한 늙은이들 같으니...!]

화라라락! 스슷!

코웃음 소리와 함께 돌연 두 개의 가냘픈 인영이 나무 위에서 뛰어내렸다.

그 둘은 각기 푸르고 붉은 옷을 걸친 십팔구 세쯤 된 소녀들이었다.

두 소녀는 같은 핏줄을 타고난 자매인 듯 전체적인 모습이 비슷했는데 한눈에 보아도 눈앞이 훤해지는 절색의 소유자들이었다.

두 자매 중 녹의소녀(綠衣少女)는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듯 가냘픈 몸매에 쌀쌀맞은 인상이었다.

반면 홍의소녀(紅衣少女)는 나이답지 않게 몸매가 풍만한데다가 얼굴도 도화빛으로 화사했다.

[늙은 것들이 떼를 지어 젊은 사람을 괴롭히다니, 보아하니 너희들은 명성을 떨친 인물 같은데 어찌 이렇게 수치심도 없느냐?]

두 자매 중 녹의소녀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날카롭게 외쳤다.

천수인마는 마음속에 쌓인 울분을 발설할 길 없던 중 이런 말을 듣자 눈을 부릅뜨며 노성을 질렀다.

[사타구니에 날 것도 안 난 어린년들이 감히!]

막비강도 두 소녀를 힐끗 돌아보았다. 녹색 경장과 홍색 의삼을 입고 등에 장검을 멘 두 자매의 모습은 매우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그러나 막비강 정도의 고수가 보기에 그녀들의 신법은 별로 고명한 편이 못되었다.

이에 막비강은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두 소녀의 신법을 보아하니 자기들의 안위도 보호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남의 일에 간섭하는구나. 그녀들의 출현으로 나는 도주하기가 더욱 어렵게 되었구나.)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막비강은 침중하게 말했다.

[두 분 낭자는 어서 물러가시오! 이 마두들은 매우 무서운 자들이오.]

그러자 홍의소녀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코웃음을 날렸다.

[! 당신은 뭐가 대단하다고 그런 말을 하세요? 얌전히 우리 자매의 솜씨나 구경하세요.]

파팟!

그녀는 말을 끝내자마자 쌍장을 휘둘러 마치 눈꽃이 날리는 듯한 장풍으로 천수인마를 공격했다.

천수인마는 홍의소녀의 장법을 보더니 깜짝 놀라며 급히 옆으로 피했다.

[지마(地魔) 사도봉(司徒鳳)의 지라신장(地羅神掌)이로구나! 아이야! 우린 한 식구나 마찬가지니 어서 손을 멈추어라!]

막비강은 천수인마가 외치는 말을 듣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 소녀도 우내사마의 후손인 모양이군! 한 통속인 늑대와 여우가 어울려 싸우면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되겠는걸!)

그는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노마와 어린 마녀의 혈전을 관전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것은 막비강이 뭘 모르고 하는 생각이었다.

 

천마(天魔) 황보룡(皇甫龍)!

지마(地魔) 사도봉(司徒鳳)!

 

그들이 우내사마의 나머지 둘이다. 그리고 이들 두 남녀는 부부 사이다.

비록 같은 사마의 서열에 들긴 했으나 천지이마(天地二魔)는 천수인마나 낙성신마와는 천양지차로 격이 다른 인물들이었다.

왜냐하면 천지이마는 마도무림인들에게 종가(宗家)라고 할 수 있는 마교(魔敎) 출신이기 때문이다.

천지이마는 단지 마도에 속한 인물이라 낙성신마, 천수인마 등과 함께 우내사마로 불릴 뿐이다.

게다가 그들 부부는 낙성신마와 천수인마보다 나이가 한 참 어려 처음 강호에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오십여년 전이다.

비록 나이는 오십 살 이상 어리지만 천지이마의 무공 실력은 낙성신마나 천수인마가 감히 상대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자들 뿐만 아니라 일선(一仙) 이불(二佛), 삼도(三道)까지도 천지이마에게는 한 수 양보할 정도였다.

홍의소녀가 방금 펼친 장법은 바로 그 천지이마 중 지마 사도봉의 절기였다.

지마 사도봉은 마교의 마공 중에서도 아녀자들에게 적합한 마공만을 전수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가 지마 사도봉의 무공을 사용하자 천수인마는 절로 꺼려지는 바가 있어 맞서 싸울 수가 없었다.

본래 지마 사도봉은 무공이 빼어날 뿐 아니라 성격이 아주 표독하여 자신에게 터럭만한 죄라도 지은 자는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삼십 몇 년 전, 백도 무림의 대명사인 구파일방의 인물들이 오인하여 지마 사도봉의 친인(親姻)을 해친 적이 있었다.

이에 지마 사도봉이 무자비한 살수를 펼쳐 무려 열 배나 많은 구파일방의 제자들을 살해한 사건은 아직도 무림에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아무리 천수인마가 일세를 풍미한 거마이긴 하지만 감히 지마 사도봉에게 죄를 지을 용기는 없다.

그래서 억지로 웃는 얼굴을 지으며 물러서려 했다.

[! 늙어빠진 영감아! 똑똑히 보고 주둥아리를 놀려라! 지마 사도봉만 마교의 무공을 사용하는 줄 아느냐?]

헌데 의외로 홍의소녀가 차가운 코웃음을 날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홍의소녀가 지마 사도봉과의 관계를 부인하는 것은 당연히 천마 황보룡과도 관련이 없다는 말이다.

천수인마는 홍의소녀가 지마 사도봉과의 관계를 부인하자 어리둥절해했다.

방금 전 홍의소녀가 사용한 장법은 분명 지마 사도봉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 참 잘되었군!]

그러자 쌍요 중의 분면색마가 앞으로 나서며 음탕하게 웃었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이 채화음적은 두 자매가 나타나자마자 회가 동해 침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두 계집이 스스로 천지이마와 관계도 없다니 소생이 요리하겠소.]

듣고 있던 녹의소녀가 손가락질을 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너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것 같은데 도대체 무엇 하는 작자냐?]

[소생의 성은 관()가고 이름은 지()라고 하오.]

막비강은 나이 오십이 넘은 작자가 자칭 소생이라 칭하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녹의소녀는 상대방의 이름을 듣고 처음에는 얼굴을 약간 붉히더니 곧 창백하게 변했다.

그녀는 비로소 상대가 누군지 알아본 것이다.

[네놈이 죽일 놈의 채화음적 분면색마였구나!]

!

그녀는 이를 갈며 벼락같이 검을 뽑아 휘두르며 분면색마를 덮쳐 갔다.

하지만 관지는 허리를 비틀며 녹의소녀의 검망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보기 좋게 펑퍼짐한 엉덩이를 살짝 만지며 음탕한 웃음을 머금었다.

[흐흐흐! 탄력이 매우 좋구나! 재미볼 때 요분질을 잘하겠어!]

[... 이 악적!]

녹의소녀는 부끄러움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얼굴빛이 새파랗게 변했다.

쩌저정!

다음 순간 갑자기 그녀의 검끝에서 길이가 한 자 가량 되는 서릿발 같은 광채가 뻗어 나왔다.

바로 전설 속의 검강(劍罡)이었다.

그것을 본 관지는 안색이 일변하며 경악의 함성을 질렀다.

[그건 북산검호각의 추상검강(秋霜劍罡)!]

(북산검호각! 저 소녀들이 사패천 중 북패천으로 불리는 북산검호각의 제자란 말인가!)

막비강의 눈도 번쩍 빛을 발했다.

그는 악소궁에게서 북패천 북산검호각의 일족이 전()씨라는 말을 들은 기억을 떠올렸다.

북패천 북산검호각의 위명은 실로 대단하여 그 음탕하던 분면색마도 이 순간만큼은 심각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츠츠츠!

그자의 손바닥은 어느덧 백옥(白玉)처럼 희게 변했다.

아마도 북산검호각의 검법에 대항하기 위해서 필생의 절기를 끌어올린 모양이었다.

그사이에 녹의소녀의 검법도 신묘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다.

쩌러렁!

서릿발 같은 기운이 그녀의 검에서 번져 나와 분면색마를 무찔러 갔다.

! 퍼펑!

분면색마는 연달아 몇 장을 발출하여 녹의소녀의 검기를 흩뜨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녹의소녀의 검기는 더욱더 날카롭게 변해 분면색마를 공격했다.

막비강은 더 이상 궁금증을 참지 못하여 옆에서 관전하고 있는 홍의소녀에게 물었다.

[낭자, 당신들의 성은 전()씨요?]

홍의소녀가 흘겨보며 차갑게 대꾸했다.

[전씨면 어쩌겠다는 거예요?]

[뭘 어쩌겠다는 것이 아니오. 낭자의 성이 전씨라면 내가 당신들을 도와 주겠소.]

막비강은 두 자매의 성이 전가라고 말하자 혹시 염라철장의 유서에 적힌 전포(田袍)란 인물과 모종의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두 자매를 도와 싸운 후 그녀들에게 전포의 행방을 묻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러나 홍의소녀는 가소롭다는 듯이 차가운 코웃음을 날렸다.

[! 웃기지 마세요. 당신이 우리를 돕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당신을 돕고 있는 거예요.]

막비강은 그녀와 다투고 싶지 않아 빙긋 웃었다.

[누가 누굴 돕든 지금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운명입니다.]

그러자 홍의소녀가 눈을 흘기며 차갑게 외쳤다.

[누가 당신과 같은 배를 탄 운명이란 말이에요?]

낙성신마가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 애송이놈아! 아부를 하려면 똑똑히 해라!]

낙성신마는 히죽거리며 홍의소녀를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이 계집애는 너의 호의를 받아들일 것 같지 않으니 우리도 한바탕 놀아 보자! 노부는 너를 인질로 삼아 악불령을 유인해야 하므로 죽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마라!]

홍의소녀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외쳤다.

[늙은 작자야! 우선 나와 먼저 고하를 가늠하자!]

!

그녀는 말을 끝내기 무섭게 일장을 격출했다.

낙성신마는 홍의소녀의 성격이 불같은 것을 알고 있던 터라 어깨를 살짝 비틀어 공격을 피해 버렸다.

물론 홍의소녀는 낙성신마의 적수가 못 된다.

그래도 낙성신마는 그녀가 혹시 지마 사도봉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어 손을 쓰는 것이 꺼려졌다.

대신 그는 벼락같이 막비강을 덮쳐 왔다.

막비강은 그렇지 않아도 홍의소녀가 낙성신마를 당해내지 못할 것을 염려하고 있었다.

[내 일장부터 받아랏!]

꽈르르릉!

그는 상대방이 초식을 발출하기도 전에 먼저 오른손을 뒤집어 일장을 뻗어냈다.

청구절학은 펼쳐내기만 하면 광풍이 휘몰아치고 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위력이 있었다.

즉시 짙은 먼지가 안개처럼 피어올라 펼치는 사람이 어디 있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허엇! 광풍진천장(狂風振天掌)까지...!]

낙성신마는 깜짝 놀라 연달아 여덟 걸음이나 후퇴하였다.

그런 후에야 가까스로 막비강의 흉맹한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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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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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 章

 

        墨血破雷罡

 

 

 

"으음!"

철문영은 문득 정신을 차렸다.

"? 여기가 어디지?"

정신을 차린 철문영은 벌떡 일어났다.

"!"

다음 순간, 그는 자신의 몸이 날아갈 듯이 가벼워 졌음을 느끼고 흠칫 했다.

그는 자신의 전신에 거대한 잠력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챘다.

그힘은 상상할 수도 없이 막강한 것이었다.

만년한철로 만든 철벽이라도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 이 괴인이 왜 죽어 있지?"

몸을 일으키던 철문영은 깜짝 놀랐다.

그의 옆에는 예의 괴인이 쓰러져 있었다.

헌데 어찌된 일인지 괴인의 몸은 바싹 말라있었다.

마치 물기가 빠진 나뭇가지와 같은 모양이었다.

"이 봉서는..."

그러다가 철문영은 자기 옆에 한 장의 봉서가 놓여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는 봉서를 집어들어 펼쳐보았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노부는 바로 네 전대 문주인 수군한(手君漢)이라고 한다. (중략)... 이제 노부는 네놈에 십이성의 묵혈파뢰강(墨血破雷罡)을 주입시켜줄 것이다. 묵혈파뢰강은 천세절전(千世絶典)중 광무천세결(廣武千世訣) 다음가는 기공이다. 네가 이 기공의 구결만 이해하면 즉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네 일신에는 노부의 원영진기(元嬰眞氣)와 만년지령유(萬年地靈乳), 독혈용형삼(毒血龍形蔘)등이 용해되어 있다. 이는 족히 오갑자가 넘는 막강한 힘이다. 그러나 이것을 얼마나 네것으로 만들 수 있는 지는 너의 노력여하에 달린 것이니 무공연마에 한시도 게을리 하지 마라.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수법을 남긴다. 이는 노부가 이곳에 갇혀 비동에 침입했던 자들의 인육을 먹으며 창안한 수법으로 너무 악독하다. 이 수법의 명칭은 극강참혼수(極剛斬魂手)라는 것으로 위급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치 말아라. 마지막으로 만일 노부의 당라이가 살아있다면 네 사람으로 만들도록 부탁한다. 그 아이의 이름은 수취란(手翠蘭)이며 팔꿈치 부근에 붉은 점이 있다. 이제 천세문 이천년의 역사가 그대의 어깨에 걸려 있다. 부디 본문의 영휘를 만세에 떨치도록 노력해 주기를 부탁한다.>

 

서신의 뒷면에는 한가지 끔찍한 위력의 수법이 적혀 있었다.

만일 묵혈파뢰강으로 그 수법을 펼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결과가 일어날 것이다.

"으음, 이분이 전대문주셨다니..."

철문영은 경악의 표정으로 괴인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그는 괴인의 시신에 삼배를 올렸다.

"편히 잠드십시오. 본문의 혈한은 기필코 소생의 손으로 글어 보이겠습니다."

삼배 후 그는 괴인의 시신을 들었다.

얼마전이라면 불가능 했겠지만 이제는 천근거석이라도 들어 올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는 수군한의 시신을 조사전에 안치했다.

"화희(花姬)의 걱정이 태산같겠군. 빨리가서 안심시켜 주어야지."

그는 벌거벗은 모습을 가릴 생각도 않고 달려나갔다.

곧 그는 화희가 기다리는 석실에 이르렀다.

"도련님!"

그가 들어서자 초조하게 서성이던 화희가 와락 달려들었다.

철문영이 벌거벗은 채였으나 화희는 개의치 않았다.

"도련님... 도련님..."

화희는 미친 듯이 철문영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눈에서는 안도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철문영은 화희의 가슴이 격심하게 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화희는 진심으로 철무니영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련님께 무슨 일이 생긴다면 첩신은... 첩신은..."

화희는 철문영의 얼굴을 받쳐들며 말문을 잊지 못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주종관계이상의 강한 유대가 있었다.

그것은 친 남매의 그것보다도 강하여 마치 모자사이의 정과도 같은 것이었다.

"화희, 미안해. 하지만 난 아무렇지도 않아. 오히려 이상하게 강해진 느낌인걸."

철문영이 화희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그제야 화희는 철문영의 몸이 많이 변했음을 알아차렸다.

마치 눈부신 주옥같이 아름다워졌을 뿐아니라 제법 우람해일 정도로 튼튼해져 있는 것이다.

"하루사이에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화희의 말에 철문영은 흠칫했다.

"벌써 하루가 지났어?"

화희는 눈물을 닦으며 미소했다.

", 그보다 어찌 되신 일인지 말씀해주세요."

"그건 나중에 얘기해줄게. 그보다 배가 몹시 고프단 말야. 먹을 것좀 주어. 옷도 좀 입혀주고."

화희는 살짝 볼을 붉혔다.

어릴 때부터 자기 손으로 길러온 철문영이지만 이제는 발가벗은 모습은 보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자란 것이다.

"첩신의 정신이 나갔군요. 하루종일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셨을 터인데... 자 나가세요. 빨리 음식을 장만해 드릴께요."

철문영은 화희의 팔짱을 끼고 석실을 나섰다.

 

마지막 밀실, 철문영은 떨리는 손길로 벽장의 뮨울 열었다.

그는 일신에 산뜻한 청색 무복을 걸치고 있었다.

그 무복 실 한올에는 화희의 정성이 베어 있었다.

끼익!

벽장문이 열렸다.

그러자 철문영의 눈에 두 권의 두툼한 비급과 한쌍의 옥환(玉環)리 보였다.

청색과 홍색의 옥환, 그것은 천세문 문주의 신물(信物)인 동시에 비장의 무기였다.

이름하여 건곤쌍환(乾坤雙環),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이 철문영의 마음에 들었다.

이어 그는 두 권의 비급을 꺼내어 들고 석탁에 앉았다.

그는 우선 한 권을 집어들었다.

 

<무종중경(武宗重經)>

 

철문영은 떨리는 손길로 겉장을 넘겼다.

 

천세문주(千世門主)는 구류(九流)의 무공에 능통해야한다, 여기에 구류(九流)의 무공중 최강(最强)어거나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무공 아홉 가지을 적는다. 천세문주되는 자는 필히 여기에 적힌 아홉가지 신공을 연마하여야만 한다.

 

그 다음으로 아홉가지의 기공이 적혀 있었다.

 

광령법신(光明法身).

 

불문제일신공(佛門第一神功)이다. 이를 완성하면 무적금강지체(無敵金剛之體)가 된다.

다만 한 가지 제약점이 있다. 그것은 어떤 방법으로도 단 시일내에 연성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소한 반갑자이상의 고련이 있어야 완성할 수가 있다.

그러나 연성은 못하더라도 이는 마음을 정()하는데 그 이상의 것이 없으니 필히 명심(銘心)하여야 할 것이다.

 

황룡무적검기(黃龍無敵劍氣).

 

도가제일검공(道家第一劍功)이다. 극에 이르면 검기(劍氣)만으로 백 장 밖의 적을 살상 할 수 있다.

 

굉천참살강(轟天斬煞罡).

 

속가(俗家)의 제일신공이다. 광명법신(光明法身)만한 거세적인 위력은 없다. 그러나 신속한 연성이 가능하고 잔혹하게 패도적인 위력은 독보적이다.

 

표향전궁신강(飄香電弓神罡).

 

선문의 절개기공이다. 빠름()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또한 독공(毒功)과는 상극의 기공으로 사악한 강기(罡氣)에는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광막산영수(廣莫散影手).

 

현문(玄門)에서도 가장 현묘(玄妙)하며 복잡한 무공이다. 모두 삼백육십식으로 이루어지며 각식에 네 가지 변화가 있어 그 변화가 끝이 없다.

 

천뢰금강지(天雷金光指).

 

유가제일신공(儒家第一神功)으로 부족함이 없는 지공이다. 이는 강기(罡氣) 파해전문의 지공이다. 특히 적의 공력이 더 강하더라도 상대의 기공을 무너뜨릴 수 있다.

 

환마잠영술(幻魔潛影術).

 

마도제일의 마공은 못된다. 그러나 천하에서 가장 빠른 경공중 하나이며 호신하기에 가장 적합한 수법이다. 일시간에 몸을 감출 수도 있고 적에게 접근하기에는 최적인 마공이다.

 

섭심미혼대법(攝心迷魂大法).

 

사도(邪道)의 사술에서도 가장 사이한 수법이다. 상대의 심령을 제압하여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는 사법이다. 이 사법에서 섭심술, 통령대법 등의 사법이 파생되었다. 그 만큼 사이한 수법이니 깊이 심취하는 것운 금물이다.

 

역변천환신공(易變千幻神功).

 

기문(奇門) 제일기공은 아니다. 그러나 신체를 자유로이 변형시킬 수 있고 용모는 한모금의 진기로 바꿀 수 있는 등, 강호행동시 필요한 기공이므로 무종구대중공(武宗九大重功)에 포함시킨다.

 

"이런 무종들이 있었다니..."

철문영은 무종중경(武宗重經)을 덮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무공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그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무공들인 것이다.

철문영은 무종중경을 내려놓고 두 번째 비급을 집어들었다.

 

<천세절전(千世絶典).>

 

웅후한 필체가 금박으로 쓰여있었다.

"이것이 마교에서 노렸던 비급이란 말이지?"

철문영은 중얼거리며 겉장을 열었다.

이에는 천세문이 이천여 년에 걸쳐 구류만상경을 작성하여독가적으로 창안한 몇 가지 절대신공들이 적혀 있었다.

 

묵혈파뢰강(墨血破雷罡).

 

양강함과 패도적인 면에서는 이에 비할 무공이 없다. 검붉은 광채가 번뜩이면 만년한철이라도 한줌 가루로 변한다. 그만큼 패도적이다. 또한 이는 최고의 호신강기(護身罡氣)이기도 하다. 묵혈파뢰강의 호신강벽은 어떤 호신강기 보다도 강하다. 굉천참살강(轟天斬煞罡)인 것이다.

 

건곤멸겁파(乾坤滅).

 

이것이 천세절전에 적힌 두 번째 무공이다. 그러나 이는 한 번도 사람의 손에서 펼쳐져 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이 무공이 필쳐질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바로 천세문 문주의 신물인 건곤쌍환(乾坤雙環)으로 펼치는 무공이다. 한 번도 시전되어 본적이 없으므로 그 위력도 미지수이다.

 

광무천세결(廣武千世訣).

 

이것이 천세문 최후의 비결(秘訣)이다. 이는 약 팔할 정도 이루어진 하나의 신공구결이다. 하지만 이천 년의 세월이 걸렸으면서도 미완성이라는 점에서 이 신공의 막중함은 짐작할 수 있다. 천세문의 오십 자 명 문주들이 구류만상경의 방대한 무공을 참수하여 완성시키려 하던 것이 바로 이 광무천세결(廣武千世訣)인 것이다. 그것이 비록 천자가 못되는 짧은 구결이지만 그안에 이천 년의 역사가 담겨있는 것이다. 능히 마교(魔敎)에서 노릴만한 가치가 있는 진결(眞訣)이다.

 

"휴우천외유천(天外有天)."

철문영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그는 무종중경(武宗重經)이 무공의 최고봉이라도 여겨졌다.

그러나, 천세절전을 보는 순간 그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절감해야만 했다.

천세절전의 세 가지 무공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가장 약할 것 같은 묵혈파뢰강이라도 무림에서 상대가 될 무공이 없을 것이다.

철문영은 다시 천세절전을 들여다 보았다.

천세절전은 아직도 반정도 분량이 남아 있었다.

철문영은 그것들을 차근차근 읽어 보았다.

나머지 반의 분량은 역대문주들이 광무천세결을 가다듬으며 얻은 심득(心得)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에는 언급안된 분야가 없었다.

또한 무공의 가장 근간이 되는 기초에서부터 자세한 언급이 되어있었다.

이것이야말로 무공을 처음 익히려는 철문영에게는 무엇보다 귀중한 것이었다.

", 이 심득들만 완전히 이해한다면 여타 무공을 익히는 것은 시간문제다."

철문영은 눈을 빛냈다.

그의 생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어떤 무공이든 그 근원은 같다.

, 잠재되어 있는 잠력을 불러 일으티는 것이다.

이것이 주로 내가공력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

그것이 마공(魔功)이든 신공(神功)이든 이 경우는 어디에든 적용된다.

다만 신공이 정당하고 전진적인 방법으로 잠력을 키우는데 반하여 마공은 급격하고 비정도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는 점이 다른 뿐이었다.

나머지 초식(招式)이나 변화 등은 그저 내가공력을 효과적으로 방출하는 방법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천세절전의 심득에는 이같은 내용이 정확히 지적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천세절전의 심득만 이해하면 무공이든 속성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이 심득(心得)부터 내것으로 만들어야겠구나."

철문영은 눈을 빛내며 난해한 심결들을 들여다 보았다.

그는 곧 삼매경에 빠져들어갔다.

널찍한 석실.

한 명의 여인이 석탁에 앉아 무엇인가 꿰매고 있었다.

그녀는 화희였다.

그녀는 더욱더 아름답고 푸근한 모습이 되어있었다.

그녀는 지금 철문영의 장삼을 새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휴우!"

화희의 가지런한 치아사이로 나직한 한숨이 흘렀다.

그녀는 일감을 놓고 천세비동으로 통하는 석문을 바라보았다.

"도련님의 연공이 언제나 끝나려는지..."

화희는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이곳에 들어오신지 벌써 이년, 무공이라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우신지..."

화희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년(二年). 그렇다.

어느덧 이 년이 지난 것이다.

한 번 무공에 몰두하자 철문영운 완전히 무공에 미치고 말았다.

식사시간만 제외하고 하루종일 무공과 씨름을 했다.

하루에 한 번 운공을 하여 피로를 풀 뿐, 잠도 한잠 자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가 도시 이해 못할 일들이 일어났다.

그렇게 몸을 혹사시컴에도 철문영은 전혀 허약해지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오히려 점점더 건강해져가는 것이다.

 

"그분이 좋아서 하시는 일, 내가 어찌해 볼 수 없는 일 아닌가?"

화희는 한숨을 쉬며 다시 일감을 잡았다.

철문영의 몸이 부쩍부쩍 자라는 동안에 화희는 몇 달 사이에 의복 전부를 새로 만들곤 해야했다.

그녀는 다시 일에 몰두했다.

한올 한올 실이 꿰어져감에 따라 그녀의 진한 정성이 의복에 배어나갔다.

끼익!

문득 석문이 열렸다.

그리고, 거기에 한 명의 헌헌장부가 나타났다.

알맞게 벌어진 체격, 더 할수 없이 영준한 외모의 청년이었다.

산뜻한 청색무복이 매우 잘 어울렸다.

청년의 옥안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하하! 화희(花姬)!"

청년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제야 화희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 도련님!"

환희의 얼굴이 환하게 피어 올랐다.

청년은 바로 철문영이었다.

이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허약하기만 하던 소년을 당당한 장부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화희! 드디어 끝났어!"

철문영이 외치며 팔을 벌렸다.

화희의 두눈이 뿌애졌다.

"... 정말이신가요?"

"핫하... 그래 드디어 묵혈파뢰강을 극한까지 익혔어!"

철문영은 다가온 화희의 허리를 감아 높이 들어올렸다.

"고마워! 이게 모두 화희 덕이야."

철문영이 꼭 끌어 안으며 말했다.

화희는 뿌애진 시선으로 철문열을 올려다 보았다.

"도련님, 축하드려요... 이제는 첩신이 돌보아 드리지 않을 정도로 성장하셨군요."

화희는 말을 하며 살며시 철문영의 팔에서 빠져나왔다.

"아니야, 난 아직도 화희가 필요해."

철문영이 말하자 화희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이에 철문영은 흠칫 했다.

무엇인가 그녀의 고개질에서 단호한 것을 본 것이다.

(... 이제 내가 저분 곁에서 떠날 때가 되어 가는구나. 더 이상 저분 곁에 있으면 저분과 빙향공주님의 관계만 더욱 악화될 뿐...)

화희가 아련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철문영의 검미가 꿈틀 했다.

"환희... 설마... 내곁을 떠나려는 것은 아니겠지?"

철문영의 물음에 화희는 쓸쓸히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너무나 정신적 유대가 강해 상대에게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환희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도련님은 더 이상 첩신의 보살핌이 필요치 않으세요, 이이상 첩신이 도련임 곁에 있다는 것은 도련님께 누가 될 뿐이예요."

"그렇치 않아. 나는... 나는 화희가 없으면 견더 나갈 수 없을 게야!"

철문영이 소리쳤다.

그의 안색은 흥분으로 벌겋게 달아 올랐다.

태어날 때부터 그림자같이 옆에 있어준 환희와 떨어져 있는 것은 철문영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환희는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는 그러시겠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첩신을 잊으실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이제 강호로 나가셔야 하잖아요."

그녀의 결심은 굳어진 것 같았다.

"아냐! 아냐! 내가 어떻게 화희를 잊어! 그건 불가능해! 제발 떠나려는 생각은 철회해줘!"

철문영이 외치며 환희의 어깨를 쥐고 흔들었다.

그러나, 화희는 단호하면서도 슬픈 눈길로 철문영을 올려다 보았다.

"빙향공주님을 잊으셨나요? 그분과의 사이가 벌어지신 것도 첩신이 도련님 곁에 있었다는 이유가 크잖아요? 그리고 도련님께선 어차피 빙향공주님께 돌아가셔야 할 분, 이제 첩신은 잊어 주시와요."

철문영의 눈길이 흔들렸다.

그는 잘 알고 있다.

화희의 고집도 자신에 못지 않은 것을 말이다.

평소엔 극히 온유하나 한 번 마음먹으면 흔들림이 없다.

(안돼... 화희를 놓칠 수는 없어. 하지만... 하지만...)

화희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철문영의 눈길이 번뜩였다.

(마지막 수단이다. 화희를 영원히 내게 구속시켜 놓으련면...)

일순, 철문영의 눈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 눈길이 무엇을 뜻하는가?

화희는 금방 알아차리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 도련님, ... 설마 첩신을..."

화희가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와르르...

그동에 만들고 있던 옷가지들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화희를 보낼 수는 없어! 영원히 내 사람으로 만들고 말테야!"

철문영이 이글거리는 눈길로 화희를 훑어보며 다가섰다.

"... 제발... 안돼요. ... 첩신은 도련님의 은... 총을 받을 만한 계집이 못돼요!"

화희는 계속 물러섰다.

그러나, 곧 그녀의 등이 벽에 닿았다.

"화희!"

그와 함께 철문영이 득달같이 덤벼들었다.

"... 도련님! ... 안돼요... 아흑!"

화희는 발버둥쳤다.

그러나, 그녀의 몸직은 너무나 무력했다.

부욱찌지직!

화희의 겉옷이 거칠게 찢겨졌다.

"아흑... 아아..."

화희는 비명을 질렀다.

너무도 강한 힘이 자신을 짓눌러 온 것이다.

뒤이어 뜨거운 열풍이 화희를 휩쓸었다.

"... 안돼요! 아아..."

화희는 본능적으로 몸부림쳤다.

그러나, 그 몸짓은 거칠은 폭풍을 막기에는 너무도 무력하기만 했다.

"나낟..."

어느 한순간, 모든 것이 일시에 멈추었다.

대지(大地)가 허물어자는 처절한 고통이 석실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꽈르릉쾅!

상상할 수도 없는 강대한 해일이 대지를 뒤흔들었다.

광풍폭우가 몰아치고 대지는 부서질 듯이 고통을 당해야 했다.

미친 듯이 몰아치는 폭풍은 끝이 없을 듯이 이어졌다.

한차례 대지를 무너뜨리고 나면 또다시 강대한 해일이 대지를 초토화 시켰다.

또르륵

그리고 한 방울 이슬이 진한 아픔과 형엄할 수 없는 환희(歡喜)를 아로 새기며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 한 방울의 이슬로서 또다시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깊은 인연이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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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미녀를 부르는 퉁소소리

 

 

 

 

 

현천록과 장군묵이 달려갔을 때 그곳에는 노삼과 뚱뚱한 중이 싸우고 있었다.

노삼은 천산육유장(天山六喩掌)을 펼쳐서 뚱뚱한 중을 몰아부치고 있었고 뚱뚱한 중은 합장을 한 채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겨우 피하는 중이었다.

뚱뚱한 중은 현천록을 보자 반색을 하며 말했다.

[도장! 여기 있었구려. 어디 말좀 해주시오. 내가 그런게 아니라고.]

현천록은 그가 계명사에서 만났던 포두화상이라는 걸 알아보았다.

포두화상은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노삼의 천산육유장을 상대했다.

노삼이 소리쳤다.

[이 중놈아! 네가 그러지 않았어면 도깨비라도 그랬단 말이냐?]

장군묵이 버럭 고함쳤다.

[입닥쳐라!]

[...]

노삼은 귀속이 윙하고 울려 잠시동안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동굴 속도 노삼의 귀속처럼 한참동안 웅웅거렸다.

현천록은 장군묵의 소리에 기침을 크게 했을 때처럼 뼈마디가 시큰거리는 느낌이었다.

장군묵의 공력은 정말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공력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고강했다.

포두화상이 말했다.

[젊은 시주의 공력이 아주 놀랍네 그려. 사자후(獅子吼) 못지 않았네.]

장군묵은 포두화상을 상대하지 않았다.

현천록이 노삼에게 말했다.

[다른 분들은 어디 가셨소?]

노삼은 장군묵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제각기 흩어져서 출구를 찾는 중이오.]

현천록이 말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힘을 쓰면 금방 뚫을 수 있는 곳이 있소.]

노삼은 그의 말은 듣지 않고 어떻게 장군묵의 손에서 아직도 현천록이 무사한지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포두화상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도장! 늙은 중이 약속에 좀 늦었소. 하지만 이렇게 만났으니 그만 용서하시오.]

현천록이 말했다.

[나는 대사와 싸우지 않겠소. 여기서 나가는데 힘을 모읍시다.]

포두화상이 껄껄웃었다.

[진작부터 그랬어야 옳은 일이오. 도장이 이제야 깨달았구려. 노납은 중이라 부처님이 계신 서방극락은 가보고 싶어도 옥황신전인가 하는 곳은 가고 싶지 않았다오.]

말을 끝맺기도 전에 포두화상은 머쓱해졌다.

현천록은 노삼에게 말하고 있었다.

[이제 검을 돌려 주시오.]

노삼은 원래부터 자기 것이 아닌지라 현천록에게 순순히 진무검을 돌려주었다.

현천록은 검을 받아 칼집에 넣으며 물었다.

[아까 있던 그 네 사람은 어떻게 되었소?]

노삼이 말했다.

[노대가 시키는 대로 동굴을 조사하는 중이오.]

장군묵이 말했다.

[아니. 그들은 모두 이곳으로 오고 있다.]

과연 바람소리가 들리더니 노대와 노이가 연이어 도착하고 금전표 곽기와 수리전 형가운이 그 뒤에 도착했다.

노이가 말했다.

[틀렸다 틀렸어. 노삼! 우린 아주 지독한 놈한테 걸렸다. 꼼짝없이 여기서 죽을 때를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됐어.]

노삼이 벌컥 화를 내며 말했다.

[아니! 무슨 소리요. 길이 없으면 뚫으면 돼고 무너진 건 치우면 언젠가는 나가게 될 텐데 재수없는 소릴하는거요?]

노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번에는 노이의 말이 옳다. 우린 기주인지 뭔지 하는 독한 놈한테 당해버렸다. 재수가 없어 남의 무덤에 들어와 죽는거지.]

현천록이 노대를 채근했다.

[자세히 말해보시오.]

노대가 섭선을 확 펼치며 말했다.

[늙은 도사야! 네놈을 쫓아왔다가 이지경이 됐으니 일단 네놈부터 죽여야 좀 들 억울하겠다.]

학이 날개짓을 하듯 섭선이 화려하게 춤을 추었다.

하지만 마치 예리한 도끼날 같은 기운이 팔방에서 현천록을 애워싼 채 몰려왔다.

현천록은 검이 없었다. 창졸간에 백금퉁소를 휘둘러 연달아 이검을 펼쳐 노대의 공격을 막았다.

추잇!

노대의 섭선이 더욱 변화를 부렸다.

하지만 갑자기 섭선은 걷히고 노대가 풀죽은 얼굴로 물러섰다.

현천록이 돌아보니 장군묵이 두 눈에 불을 켜고 쏘아보고 있었다.

포두화상이 노대를 알아보고 말했다.

[천산육유장에 천산백학선법! 시주들은 고명한 천산삼로들이셨군. 무슨 영문으로 우리가 나갈 수 없는지나 알아봅시다.]

그때 금전표 곽기가 말했다.

[이 종이가 바로 해답입니다.]

스윽!

포두화상은 소매를 흔들었다.

곽기의 손에 있던 종이가 포두화상의 손으로 빨려들어갔다.

포두화상이 큰소리로 읽었다.

[무너진 흙과 바위 더미 속에는 벽력탄이 들어있다. 함부로 치우려하다가는 폭사하고 말 것이다? 시주! 이건 누가 쓴 거요?]

뒤에 말은 종이에 없는 말이었다.

곽기가 의기소침한 어조로 말했다.

[대사님! 기주가 쓴 것입니다. 왼쪽 아래쪽에 보면 작은 깃발이 하나 그려져 있을 것입니다.]

포두화상이 곽기를 보더니 불쑥 말했다.

[왕년에 삼상에서 이름을 날렸던 금전표 곽시주로군. 이 몇 해동안 금전표에 죽은 시체들이 한해에 여섯 구식 꼭꼭 발견되더니 곽시주가 범인이오?]

곽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해마다 곽기는 기주의 명령에 따라 여섯 명씩을 죽여왔다.

하지만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어떤 시체는 태우고 어떤 시체는 바다에 가라앉혔으며 어떤 시체는 산짐승에게 던져주기도 했는데 포두화상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정곡을 찔려버리자 부인조차 할 수 없었다.

[... 소인이 범인입니다.]

포두화상이 혀를 차며 말했다.

[그들은 모두 곽시주와 일면식도 없던 사이였는데... 쯧쯔... 안타깝군.]

수리전 형가운은 포두화상의 눈이 자기를 훑자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포두화상이 말했다.

[시주는 수리전 형시주구먼. 형시주도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한해에 여섯 식 죽였소? 수리전이 심장에 박히긴 했지만 등을 뚫고 나오지도 않고 가슴에 뒤가 남아있지도 않았으니 그런 수법은 오직 형시주만이...]

수리전 형가운도 고개를 끄덕였다.

포두화상이 말했다.

[죄과를 어찌 다 거두려고 그런 짓을 다 하셨소? 나무아미타불...]

금전표 곽기가 말했다.

[저희는 기주의 명을 어길 수가 없어 그런 죄를 저질렀습니다.]

포두화상이 또 말했다.

[석년에 구화산 명경곡(明鏡谷)에서 장씨 모자(母子)를 죽인 것도 명령 때문이었소?]

금전표 곽기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파랗게 변해버렸다.

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숨조차 쉬지 못했다.

수리전 형가운도 포두화상이 저승의 사자처럼 두려워졌다.

곽기와 형가운이 포두화상 앞에 털썩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포두화상이 나직하게 말했다.

[무슨 수로 그대들은 그대들의 죄과를 씻으려는고?]

곽기가 오른손으로 자기의 천령개를 내리쳤다.

!

수박이 깨어지는 소리가 나며 곽기의 머리가 깨어져 골수가 피와함께 흩어졌다.

형가운도 입술을 질끈 깨물고 쓰러지더니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그의 심장에는 수리전이 박혀 있었다.

노대가 냉소하며 말했다.

[신통력이 대단한 중이군. 몇 마디 말로 두 사람을 자결케 했어.]

노이가 말했다.

[그 신통력으로 막힌 동굴도 뚫어보시오.]

포두화상이 나지막하게 경을 외우고 나서 말했다.

[세상이 원래 헛된 것이니 선과 악도 다 헛된 것이오. 자기의 진면목을 보는 것이 두려울 따름이니 이들은 자기를 대할 수가 없었던 거요.]

노삼이 불쑥 말했다.

[나도 적지 않게 죽였소. 기분이 나빠 죽인 놈도 있고 힘도 없이 도전하길래 죽여버린 것도 있소. 어디 나도 한 번 죽게 해보시오.]

포두화상이 껄껄 웃었다.

[시주는 노납에게 감정을 갖지 마시오. 노납도 사람인지라 불쑥 객기가 치밀었던 거요. ! 어서 동굴을 빠져나갈 궁리나 합시다.]

신궁 오무한과 철연화 마춘보가 횃불을 들고 왔다.

오무한의 손에는 종이가 한 장 들려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무슨 내용이 적혀잇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노대가 포두화상에게 말했다.

[화상! 저 두사람도 죽여야 하지 않소?]

오무한과 마춘보는 그제서야 포두화상의 앞에 있는 두구의 시체가 곽기와 형가운의 것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포두화상이 말했다.

[노납은 살생을 즐기지 않소. 내말이 틀렸소 진인?]

[! 옳고말구요.]

현천록은 골똘히 생각에 빠져있다가 건성으로 말했다.

목소리는 진양진인의 목소리지만 말하는 투는 영락없이 어린아이의 말투였다.

노대가 말했다.

[당신이 기주라는 사실이 들통나지 않으려면 그 두사람도 빨리 죽여야지.]

오무한과 마춘보의 얼굴이 굳어졌다.

포두화상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시주는 노납이 그들의 죄를 알고 있다고 해서 의심하는 모양이구려. 그건 사실 그들이 말해준 것이오.]

노삼이 말했다.

[죽은 놈들은 계집처럼 입이 하나씩 더 달려있었소? 아니면 화상이 귓구멍이 하나 더 달려있어서 하지도 않은 말을 들었소?]

포두화상이 말했다.

[후자가 옳소. 노납은 종종 마음 속의 귀로 남의 마음을 옅듣곤 한다오.]

노대가 차갑게 말했다.

[소림사의 포두화상이 혜광심어를 한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지. 남의 마음 속에 말을 하는데 그 마음 속에 있는 걸 듣기도 당연히 들을 수 있겠지.]

포두화상이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나무관세음.]

[하지만 그걸로 화상 당신이 기주가 아니라는걸 증명할 수 있을까?]

노대가 은근히 비위를 건드리는 투로 말했다.

장군묵이 말했다.

[천산삼로의 첫째는 머리가 아주 총명하다고 들었는데 그럴 듯한 말을 하는군.]

포두화상은 자기의 등에 박히듯 하는 힘을 느꼈다.

[진양진인! 노납을 위해서 한 마디 변명도 해주지 않을 테요?]

현천록이 말했다.

[대사는 철인연맹(哲人聯盟)에 속해있는 분이시니 기주일리는 없겠지요. 더구나 이곳을 봉쇄하면서 남아있을 바보는 더더욱 아닐테고.]

포두화상이 호탕하게 웃었다.

[도우는 역시 노납을 잘 알고 있네 그려. 도우가 노납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면서도 이따금씩 만나는 것처럼 노납 또한 도우를 통해 옥황신전을 조금이라도 알까 싶어서 멀리가지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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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월동문 안쪽. 화려한 건물이 있고 건물 주변에는 몇 명의 무사들이 경비서고 있다.

 

[사우! 위상영이란 계집이 정말 너를 찾아올 거라 생각하느냐?] 건물 내부를 배경으로 들리는 말. 건물 내부는 거실인데 사우가 거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다. 열려있는 침실 문쪽을 향해 앉아있다

사우; [속하는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긴장해서 침실 안쪽에 있는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대답

기절초괴;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있겠지?] 열린 문을 통해 침실의 침대 앞에 놓인 의자에 다리 꼬고 앉아서 거실 쪽을 보고 있다. 기절초괴지만 밝은 거실과 달리 침실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아 어두워서 실루엣으로만 보인다.

사우; [아시다시피 무림맹 소맹주 위진천의 하나 밖에 없는 누이인 위상영은 오 년 전 과부가 되었습니다.]

기절초괴; [한창인 나이에 홀몸이 되었으니 욕구불만에 차있겠군.] 히죽 웃고

사우; [그러던 차에 일 년 전, 속하가 낙양에 들렀을 때 속하의 연극을 보러 왔었습니다.] [속하는 그때 의도적으로 그년과 눈을 맞춰두었습니다.] 긴장하지만 비굴한 미소

기절초괴; [섭혼술(攝魂術)을 걸었다?] 실루엣인 상태에서 눈 번뜩

사우; [속하가 자연스럽게 구사한 섭혼술에 걸렸으니 위가년은 지난 일 년 중 단 하루도 속하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을 것입니다.] 득의한 표정

기절초괴; [섭혼술을 써서 상사병에 걸리게 만들기도 하고...] [하여간 다른 건 몰라도 사우, 네놈의 계집 후리는 재주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구나.] 웃고

사우; [감사합니다 가주님!] 고개 조아리며 비굴하게 웃고

사우; [신분이 신분인만큼 위가년의 신변에는 엄중한 경호가 펼쳐져 있습니다.] [그 때문에 납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만 합니다.]

사우; [철옹성에 살고 있는 그년을 잡으려면 제 발로 철옹성에서 빠져나오게 하는 수밖에...] 말할 때. + 기절초괴; [이런...] 웃으며 옆을 보고

사우; [혹시...] 목소리 낮추며 기절초괴가 보는 쪽의 창문을 본다

기절초괴; [준비해라. 네 손님 왔다.] ! 손을 젓고

끼익! 침실 문이 움직이고

사우는 서둘러 일어나고

! 닫히는 침실의 문

사우; (과연 가주님은 다르구나.) 거실의 의자에 앉고.

사우; (내 귀에는 이제야 인기척이 느껴지는데 미리 감지하셨다.) 책을 집어들고 읽는 시늉하고. 그 직후

[실례하겠어요.] 덜컥! 창문이 열리며 여자의 실루엣이 나타나고.

사우; (왔구나.) + [!] 놀라는 시늉하며 책을 떨구고. 직후

휘익! 바람처럼 안으로 날아드는 면사를 쓴 위상영

사우; [.,.. 소저는 뉘시오?] 겁에 질리는 표정

위상영; [놀라게 해드렸다면 죄송해요.] ! 얼굴에 쓰고 있던 면사를 떼어내고

위상영; [공자님께 긴히 여쭐 게 있어 방문하였으니 잠시 시간을 내주셨으면 하옵니다.] 공손하게 허리 숙이는데

사우; [죄송할 거 없소이다.] 히죽 웃고

위상영; (표변(표변(豹變)!) (분위기가 갑자기 일변했다!) 오싹! 사우를 보며 소름이 돋는 표정이 되고

사우; [시간이라면 얼마든지 있으니 진지한 대화를 나눠봅시다.] 포권하며 웃고

위상영; (위험한 인간이다! 가까이 해서는 안되는...) 뒷걸음질 칠 때

기절초괴; [향기가 좋구만!] ! 언제 나타났는지 위상영의 뒤에 나타나 손으로 위상영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웃고. 냄새를 맡는 시늉하며. + 위상영; [!] 소름이 돋아 눈 치뜨는 표정이 되고

기절초괴; [몸에서 저절로 향기가 나는군.] [네년같은 체질이 바로 사내를 보는 족족 잡아먹는다는 천향음신(天香淫身)이야.] 코를 위상영의 목덜미에 대고 냄새를 맡고

위상영; (... 언제 나타나는지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공포에 질리고

기절초괴; [시집 간지 불과 반년만에 과부가 되었다는 것도 이해가 간다.]

기절초괴; [남편이란 놈은 네년과 함께 있으면 단 한시도 쉬지 않고 달려들었을 테고...] [결국 마른 북어처럼 변해서 죽었겠지?] 혀로 목덜미를 핥기도 하고. 전율하는 위상영

위상영; (... 마치 본 것처럼 내가 과부가 된 내막을 알고 있어!) ! 겁에 질리고 놀라면서도 오른손을 왼쪽 소매에 넣고

기절초괴; [도저히 참을 수 없군. 소중한 인질이지만 써먹지 전에 맛을 좀 봐야겠어!] ! 허리를 끌어안고.

위상영; [... 죽어랏!] 스악! 수치심에 떨며 벼락같이 몸을 돌리면서 오른손을 휘두르는데 어느 틈에 비수를 한 자루 거꾸로 잡고 있다.

확 다가오는 기절초괴의 목덜미. 그곳으로 날아드는 비수

사우; [조심...] 기겁할 때

위상영; (죽였다!) ! 비수로 기절초괴의 목을 비수로 강하게 찌른다. 하지만

! 빠캉! 기절초괴의 목을 찌르는 순간 유리처럼 깨지는 위상영의 비수

사우; [!] 환호. 감탄

위상영; [!] + (강철도 자르는 내 비수가 유리처럼 깨지다니...) 경악하며 급히 뒤로 물러서려 하지만

기절초괴; [어림없다.] ! 한 팔로 위상영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고. + 위상영; [!] 허리가 안기며 비명 지르고

기절초괴; [본좌의 호신강기를 깨트릴 수 있는 무기는 천하를 통틀어도 다섯 개가 되지 않아.] 두 팔로 위상영의 허리를 안으며 키스 하려 하고

위상영; [... 안돼!] 두 손으로 기절초괴를 밀면서 상체를 뒤로 젖히지만

기절초괴; [비싸게 굴지마셔! 처녀도 아닌 과부 주제에...] ! 그대로 위상영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덮어버리는 기절초괴

[!] 눈 치뜨며 필사적으로 기절초괴의 몸을 밀어내려 애쓰는 위상영. 하지만

눈을 지그시 감고 키스하는 기절초괴. 그러자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는 위상영.

기절초괴의 몸을 밀어내려던 위상영의 손이 떨리더니

스륵! ! 힘없이 늘어지는 위상영의 손.

눈도 풀려버리는 위상영

사우; (끝났군.) 웃고

<저 계집은 가주의 흡정대법(吸精大法)에 음기의 상당한 양을 빼앗겼을 것이다.> 기절초괴에게 안겨 축 늘어진 위상영을 배경으로 사우의 생각 나레이션

사우; (섭혼술까지 함께 구사했을 테니 이제 위가년은 가주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다.) 생각할 때

! 이윽고 위상영의 입에서 자신의 입을 떼는 기절초괴

기절초괴; [역시 기가 막힌 계집이로구만. 입술을 맛본 것만으로도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니...] 눈에 초점이 풀린 채 축 늘어진 위상영을 내려다보며 웃고

사우; [살아있는 보물이라는 천향음신의 계집을 얻으신 것을 감축드리옵니다.]

기절초괴; [본심이 아닌 것 같은데?] [이년을 내게 빼앗겨 속이 쓰리지?] 사우에게 눈을 흘기고

사우; [... 아닙니다! 가주님께서 기뻐하시는 것이 속하의 기쁨입니다.] 억지로 비굴한 웃음을 흘리고

기절초괴; [그렇다 치고... 원래 계획했던 대로 위가장으로 편지를 보내라.] 위상영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기절초괴; [이 계집이 사창가에서 몸을 파는 걸 원치 않는다면 위가장으로 흘러든 마교의 그 물건을 내놓으라고...] 사악하게 웃는 사우의 얼굴 크로즈 업

 

#154>

<-무산(巫山)> 역시 깊은 밤. 하늘엔 역시 완전한 보름달이 떠있다.

신녀문의 폐허. 헌데 그 폐허 중간에서 무언가 빛난다

폐허 중앙에 높은 단상이 있다. 탑의 윗부분을 싹둑 자른 것 같은 모습. 그 중앙에 마법진이 그려져 있고 마법진 중앙에 누워있는 소녀의 몸이 밝게 빛난다.

크로즈 업. 잠옷 차림인 이진진이다.

츠으! 눈을 감고 있는 이진진의 몸이 빛나고.

사라라! 스스스! 달빛이 가루처럼 변해서 이진진의 몸으로 스며들어가고

스륵! 이진진의 몸이 무게 없는 깃털처럼 허공으로 조금 떠오른다.

 

근처의 높은 건물. 맨 윗층 창가에 서서 이진진을 보고 있는 두 여자. 바로 진삼낭과 운신장이다.

진삼낭; (신녀문의 월음천강대법(月陰天罡大法)...) 단상 위의 이진진을 보고

진삼낭; (보름달의 음기를 흡수한다는 저 술법을 수련하면 몸의 탁기(濁氣)가 모두 빠져나간다고 한다.)

진삼낭; (몸의 탁기가 완전히 빠져나가면 정신은 거울처럼 맑아지고 영혼은 납처럼 무거워진다고 했다.)

진삼낭; (그 상태가 되면 금천마장을 헤집고 들어가 혼천경을 꺼내올 수 있다고 하는데...) 문틀을 쥔 진삼낭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진삼낭; (실패할 경우 진진이도 신녀문의 역대 문주들처럼 금천마장 속에 영원히 갇히게 된다.)

진삼낭; (과연 진진이에게 그런 위험을 무릅쓰게 해야 하는지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소리없이 한숨 쉬고

그런 진삼낭을 곁눈질하는 운신장

운신장; (벌써 여섯 번째 보름을 맞이했으면서도 여전히 진진이의 안위에 대해 걱정하고 있구나.)

운신장; (물론 어머니로서 당연한 걱정이겠지만...)

운신장; (내가 보기에 진진이는 월음천강대법을 완전하게 성취할 재목이다.) (몸에 탁기가 너무 많아서 실패했던 나와는 달리...) 단상의 이진진을 보면서

운신장; (수련한지 불과 반 년 만에 월음천강대법의 완성을 눈앞에 둔 경우는 신녀문의 역사를 통틀어도 없었다.)

운신장; (그리고 일단 진진이가 월음천강대법만 완성하면 금천마장을 깨트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진삼낭을 곁눈질하며

운신장; (물론 그걸 설명한다 해도 이()부인에게 위로가 되진 않겠지.) 소리없이 한숨을 쉬고

운신장; (그나저나 이부인은 비밀이 많은 분이다.) 다시 진삼낭을 곁눈질하며 생각하고

운신장; (의식적으로 자신의 신세내력을 말하지 않고 있다.)

운신장; (내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게 분명하지만 추궁하기도 그렇고...)

운신장; (바탕이 나쁜 여자는 아니니 굳이 출신내력까지 알아낼 필요는 없겠지.)

<지금은 오직 진진이가 월음천강대법을 완성하는 것을 돕는 데 집중해야한다.> 단상에 누워 온몸에서 빛을 내는 이진진의 모습 배경으로 운신장의 생각 나레이션

 

#155>

낙양. 아침.

번화가의 규모가 엄청 크고 웅장한 장원. 높은 담장으로 외부와 차단되어 있다. 정문은 굳게 닫혀있고. 문 밖에 무사들이 어쩐지 긴장한 표정으로 경비 서고 있고. 정문에는 <威家莊>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위가장(威家莊)> 위의 정문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전부 혀 물고 뒈져버려라!] 악을 쓰는 소리가 웅장한 건물 배경으로 터진다. 경비 서던 무사들과 오가던 하인 하녀들 공포에 질리고

섭비연; [상영이가 몰래 집을 빠져나가는 것도 몰랐다는 게 변명이 되느냐?] 무릎 꿇은 하녀와 무사들을 앞에 두고 분노하여 길길이 날뛰는 중년 여자. 손에 칼을 들었다. 나이는 40살 정도로 보인다. #1>에 나온 청풍의 엄마 섭아연과 닮았는데 좀 더 기승스러운 인상이다. 눈 꼬리가 올라가있다. 위진천과 위상영 남매의 엄마인 섭비연이다. 무림맹주인 섭장천의 조카이기도 하고. 위가장의 안주인이다. 옷이 아주 화려하다

섭비연; [대체 너희 년놈들에게 비싼 밥 먹이는 이유가 뭐라 생각하는 것이냐?] 악을 쓰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위가장의 안주인 섭비연(葉飛燕)>

섭비연; [주인 하나 지키지 못하고... 밥값 못하는 버러지들은 살아있을 자격도 없다!] 칼을 허공에 대고 휘두르며 분노하여 치를 떠는 섭비연 뒤에는 중년 사내가 의자에 앉아 찡그리고 있다. 다른 작품의 위극겸 캐릭터. 이 작품에서도 위극겸이고 위진천의 아버지다.

한숨 쉬는 위극겸. 배경으로 나레이션. <-위가장 장주 위극겸(威極兼)>

섭비연; [만일 상영이가 손톱만한 상처라도 입은 게 확인된다면...] 이를 부득 갈고

섭비연; [상영이의 경호와 시중을 담당했던 너희 년놈들은 남김없이 찢어죽이고 말겠다!] 이를 갈고. 무시무시한 살기

달달 떠는 무사와 하녀들. 하녀들 중에는 위상영의 유모도 있고

위극겸; (무림맹주 철면무제님의 조카 아니랄까봐...) (부인의 저 격렬한 성격은 나도 감당이 안된다.) 한숨 쉬고. 그때

[... 보고 드립니다!] 건물 입구에서 누가 외치고.

무사 한명이 두 손으로 편지를 든 채 서서 눈치를 보고 있다.

섭비연; [뭐냐?] 버럭

무사; [... 아가씨를 납치했다는 자가 보낸 편지가 개방(丐幇)의 거지를 통해 도착했습니다.] 눈치 보며

섭비연; [납치범이 보낸 편지?]

위극겸; [!] 눈 번뜩

무사; [개방의 거지는 어떤 사내로부터 열 냥의 은자와 함께 이 편지를 전해달라는 의뢰를 받았다고 합니다.] 눈치 보며 두 손으로 편지를 내밀고

섭비연; [가져와라! 빨리!] 고함. 칼을 휘두르며. 하지만

위극겸; [내가 확인하겠소.] 손을 들고. 그러자

! 무사의 손에서 편지가 세차게 빠져나와서

! 위극겸의 손에 잡히는 편지

무사; (장주님의 격공섭물(隔空攝物) 능력이 이 정도였다니...) 놀라고

편지 봉투를 여는 위극겸

섭비연; [조심하세요 상공! 편지에 수작을 부렸을 수도 있어요.]

위극겸; [걱정마시오. 편지로 허튼 수작을 부린 것 같지 않으니...] 편지 봉투에서 접은 편지를 한 장 꺼내고. 다가오는 섭비연

편지를 읽으며 찡그리는 위극겸

섭비연; [무슨 내용인가요?] 궁금해 하는데

위극겸; [문 닫고 주위를 물려라.] 문간의 무사에게

무사; [예 장주님!] 대답하고. 이어

끼익! 밖에서 문을 닫고

덜컹! 문이 닫히며 외부와 차단되고

섭비연; [대체 편지에 무어라 적혀있기에 이목까지 차단하신 건가요?] 궁금

위극겸; [부인이 직접 확인하시오.] 편지를 내밀고

섭비연; [그러지요.] ! 칼을 바닥에 찍어 세우며 다른 손으로 편지를 받고

[!] 편지 읽으며 눈 부릅뜨는 섭비연

 

<곱게 키운 따님이 사창가에서 몸을 파는 신세가 되는 건 원치 않으리라 믿소. 위가장으로 흘러들어간 마교의 보물 구룡로(九龍爐)를 갖고 항주(杭州) 교외 전당강(錢塘江)으로 와서 따님을 교환해가시오.> 편지의 내용

 

섭비연; [... 구룡로!] 경악하고

섭비연; [마교의 보물이라는 그 물건이 정말 우리 위가장으로 흘러들어왔었나요?] 위극겸에게 묻고

위극겸; (입이 싸기는...) + [그런 적이 있소.] 끄덕이며 실내에 있는 무사들과 하녀들을 곁눈질하고

섭비연; [그럼... 그럼 뭘 망설이세요?] [당장 그걸 갖고 가서 상영이와 교환해오세요.] 안달하지만

위극겸; [구룡로는 그렇게 간단히 남에게 넘길 수 있는 물건이 아니오.] 찡그리며 고개를 젓고

섭비연; [그럼 어쩌자는 건가요? 우리 딸이 끔찍한 일을 당해도 어쩔 수 없다는 건가요?] 분노하고

위극겸; [상영이를 포기하자는 게 아니고...] 난감해 할 때. + 섭비연; [듣기 싫어요!] 악을 쓰며 말을 막고

섭비연; [가엾은 상영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도 칵 죽어버리고 말 거예요.] 이를 갈며 눈물도 글썽이고

위극겸; (이 생각 없는 여자가...) 찡그릴 때

[진정해라 아가야.] ! 갑자기 위극겸의 뒤로 유령같이 나타나는 노인. 선비 스타일의 청수한 노인. 머리카락과 수염은 희지만 얼굴을 팽팽하다. 이 노인은 위극겸의 아버지인 위태무. 실제로는 번뇌마가의 가주 번뇌마야이지만 위태무로 표기.

섭비연; [아버님!] 급히 옷매무새 가다듬고. 그 앞에서 위극겸도 일어나고

위극겸; [어서 오십시오 아버지.] 고개 숙이고

섭비연; (저 양반이 어떻게 여기 나타났지? 문이 닫혀서 드나들 곳이 없는데...) 위태무의 눈치를 볼 때

위태무; [이야기는 오면서 들었다.] ! 위극겸이 옆으로 물러서 양보한 자리에 앉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위가장 전대 장주 위태무(威太武)>

위태무; [이번 일의 범인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위극겸; [소자의 소견으로는...] + 위태무; [잠깐 기다리거라.] 손을 들어 막고

위태무; [주변 정리부터 하고 대화를 나누도록 하자.] ! 손가락을 튕기고. 그러자

[!] [끄윽!] 눈을 까뒤집는 실내에 있던 하녀와 무사들. 벼락에라도 맞은 모습들이고

섭비연이 경악하며 돌아볼 때

털썩! 퍼억! 모두 숨이 끊겨 나뒹구는 하녀와 무사들

섭비연; (... 가공!) 전율

섭비연; (아버님의 무공이 손가락 한번 튕기는 것으로 수십명을 죽일 정도였다니...) 겁에 질려 위태무의 눈치를 보고

위태무; [오늘 본 건 입 밖으로 내지 말거라.] 놀라는 섭비연에게 웃고

섭비연; (... 위험해!) + [명심하겠사옵니다.] 겁에 질려 급히 고개 조아리고

위태무; [이제 말해 보거라.] 위극겸에게

위극겸; [상영이는 새송옥이라는 배우놈을 만날 목적으로 집을 몰래 빠져나간 후 실종되었습니다.]

위극겸; [그리고 소자가 급히 수하들을 풀었으나 새송옥이라는 놈은 이미 구주악극단에서도 모습을 감춘 후였습니다.]

위태무; [새송옥이라...]

위극겸; [정황상 그자는 암흑마가와 선이 닿아있는 게 분명합니다.]

위태무; [암흑마가라면 구룡로를 노릴 이유가 충분하지.] 끄덕이고

섭비연; [마교... 마교의 잔당들이 이번 일을 꾸몄단 말씀이시옵니까?]

위태무; [그런 것 같다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가야.] 웃고

위태무; [무슨 일이 있어도 상영이를 구해오도록 하마.] 음산하게 웃는 얼굴 크로즈 업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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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 가가강! 도끼, 갈쿠리, 톱니바퀴들이 섭장천의 몸을 강타한다. 하지만 그 직후

[!] [!] [!] 공격한 자세로 경악하는 지옥혈부, 백일살신, 환마루주. 허공에 몸이 떠있는 상태들이고

가가강! 카카캉! 세 사람의 무기는 쓰러져 있는 섭장천의 몸에 닿았지만 깊이 파고 들어가지 못하고 무언가에 저지당하고 있다.

<이럴 수가...> <천하오대극독중 하나인 부심지독(腐心之毒)에 중독당하고도 공력을 잃지 않다니...> <우리들의 공격이 섭장천의 호신지력(護身之力)에 막혔다!> 지옥혈부들이 경악하며 다급히 다시 허공으로 치솟으려 할 때

! 부악! 섭장천의 몸에서 죽순처럼 돋아나는 검의 형상들.

[!] [검벽신공(劍壁神功)!] [위험하다!] ! 투학! 경악하며 다급히 도로 날아오르려는 지옥혈부 일행, 하지만

번쩍! 투쾅! 일어나 앉는 섭장천의 몸에서 수많은 검의 형상들이 터져 나와 지옥혈부들을 휩쓴다

[!] [!] [!] 부악! ! 사력을 다해 방어벽을 일으키며 날아오르는 지옥혈부 일행. 팔로는 얼굴과 목을 가리며. 하지만

퍼퍽! ! 그자들의 방어벽을 그대로 뚫고 들어오는 검의 형상들

[크악!] [!] [!] 푸학! 퍼퍽! 몸이 여기저기 궤뚫리며 허공에서 퍼덕이며 비명 지르는 지옥혈부 일행. 그래도 치명상은 입지 않았다. 이어

퍼억! 콰당탕! 퍼억! 세 방향으로 나뒹구는 지옥혈부 일행

섭장천; [감히 아연이를 이용해서 노부를 함정에 빠트려?] 화르르! 온몸에서 연기를 뿜어내며 완전히 일서서고. 수많은 검의 형상도 몸에서 빠져나오고 있고

섭장천; [용서할 수 없다!] 온몸이 검의 형상으로 덮이며 이를 갈고. 머리에는 불이 붙었고 눈은 백열되어 마귀같은 형상이 된다.

[끄윽!] [지랄...] [명불허전이다! 부심지독에 중독된 상태에서도 우리 셋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급히 일어나려 하지만 힘들어 비틀거리는 세 놈. 검의 형상에 궤뚫린 상처에서 피가 뿜어지고 있고

섭장천; [네놈들에게 죽어간 아이들의 숫자보다 열배씩 난도질 한 후 죽여주겠다.] 파츠츠츠! 온몸에서 일어나는 검의 형상이 더 많아지고. 입과 코로 피를 줄줄 흘려서 마귀같이 변한 채로

<... 이 정도였을 줄이야!> <이 늙은이가 고금제일검이라는 평판은 결코 과장된 게 아니었다!> <혈세사패의 패주들인 우리 능력으로도 맞설 수 없는 상대다!> 공포에 질리며 주춤거리는 지옥혈부 일행. 바로 그때

휘익! ! 두 개의 구슬이 섭장천의 앞으로 날아들고

섭장천; [벽력탄?] 눈 부릅 뜰 때

콰쾅! !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두 개의 구슬. 연기와 불길이 섭장천을 뒤덮고

[벽력탄이라면 혹시...] [중독당한 상태라 호신강기도 많이 약해졌을 것이다.] [...] 기대하는 지옥혈부 일행. 하지만 그 직후

화악! 화르르! 흩어지는 연기와 불길. 그 안쪽에 사람 형상이 보인다

[설마!] [벽력탄도 통하지 않는 것인가?] [!] 백일살신과 환마루주의 경악

! 드러나는 폭발현장. 섭장천이 여전히 검의 형상에 뒤덮인 채 우뚝 서있고. 그 앞쪽으로 두 개의 구덩이가 생겼다. 벽력탄이 터진 흔적. 구덩이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고. 그 직후

[어머나! 정말 존경스럽네요!] 짝짝! 박수치는 소리가 들리고. 일제히 돌아보는 지옥혈부 일행

구미호리; [살과 뼈로 이루어진 인간이면서 벽력탄의 파괴력을 호신강기로 막는 게 가능했네요.] ! ! 박수치며 걸어오는 구미호리. 야한 차림인데 지옥혈부의 뒤쪽에서 다가온다. 돌아보는 지옥혈부

섭장천; [염라전(閻羅殿)으로 보낼 물건이 하나 더 늘었군!] 핏발이 선 눈으로 구미호리를 노려보고. 이어

섭장천; [자기소개를 해라! 그래야 염라대왕을 만났을 때 누굴 죽였는지 고할 수 있을 테니...]

구미호리; [그리하지요 섭노사!] 배시시 웃으며

구미호리; [신첩은 구미호리라고 해요. 쾌활림의 림주를 맡고 있답니다.] 절하는 시늉하며 말하고

섭장천; [쾌활림!] 눈 부릅

섭장천; [이제 보니 너희 년놈들은 근래 무림을 피로 물들이고 있다는 혈세사패의 수괴들이로었구나.]

지옥혈부; [그렇소. 후배가 바로 지옥갱의 갱주 지옥혈부요!] 두 손으로 도끼를 불끈 쥐며 고개 끄덕

백일살신; [백살파의 파주를 맡고 백일살신이오.] 지옥혈부 쪽으로 이동하며 말하고

환마루주; [본좌가 환마루의 루주, 환마루주요!] ! 역시 지옥혈부쪽으로 이동하며 포권하고. 그자의 몸 주위로는 네 개의 톱니바퀴가 저절로 돌아가고 있고

섭장천; [혈세사패! 혈세사패!] 이를 부득 갈면서 자기 앞쪽에 늘어서는 네 년놈들을 노려보고

섭장천; [구대천마의 잔당들이라면 저승 길동무로는 부족함이 없구나!] 입과 코로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노려보고

<우리가 누군지 한 눈에 알아봤다!> <볼수록 대단하고 무서운 늙은이다!> 지옥혈부 일행이 놀라고

구미호리; [후배를 또 감탄하게 만드시는군요.] 교태롭게 웃고

구미호리; [하지만 죄송해서 어쩌죠? 저희들은 섭노사의 저승 길동무가 되어줄 생각이 없으니 말이에요.]

섭장천; [네놈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 ! 양손으로 특히 긴 검의 형상을 뽑아내 움켜쥐며 이를 갈고. 휘어져 있어서 검이라기보다는 칼의 형태다

섭장천; [하늘 아래 노부를 거역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부악! 쩌억! 두 자루의 거대한 검의 형상을 지옥혈부등에게 휘두르려 한다.

<온다!> <조심해라!> <아차하면 죽는다!> 아연긴장하며 맞상대하려는 지옥혈부 일행. 하지만 바로 그 직후

덜컥! 양손으로 뽑아낸 검 형상으로 칼춤을 추려던 섭장천의 몸에 진동이 일어나고 눈을 부릅뜬다.

! 섭장천의 가슴 앞으로 삐져나온 빛으로 이루어진 창날.

지존; [처음 뵙겠소이다 검성!] 섭장천의 뒤에 서서 두 손으로 든 창을 찌르고 있는 지존. 이 창은 손잡이는 50센티 정도인데 그 끝에서 빛으로 이루어진 창날은 1.5미터쯤 된다. 이름은 멸신창. <무쌍일지>에 나온 <화염창>과 같은 것으로 묘사

[!] [휴우!] 안도하는 구미호리와 지옥혈부 일행

지옥혈부; (우리가 이목을 끈 덕분에 지존이 섭장천을 암습하는 데 성공했다.) 안도

섭장천; [... 지존이란 놈이냐?] 가슴이 궤뚫린 채 돌아보며 이를 갈고. 입과 코로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지존; [그렇소이다. 본좌가 바로 섭노사에게 편지를 보낸 장본인이외다.] 치치치! 내민 멸신창에 힘을 주자 멸신창의 창날이 하얗게 백열된다.

섭장천; [... 멸신창(滅神槍)!] 끄윽! 고통스러워하며 신음하고

츠츠츠! 그와 함께 섭장천의 몸을 덮고 있던 검의 형상들도 사라진다

지존; [역시 대단한 안목이시오. 수백 년 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던 멸신창을 알아보기도 하시고...] 웃고

지존; [이 창이 바로 환우십보(寰宇十寶) 중 하나이며 신도 죽일 수 있다는 멸신창이오!] 웃는데

화악! 웅크린 섭장천의 등에서 고슴도치같이 검의 형상들이 돋아난다

지존; [이크!] ! 멸신창을 급히 뽑으면서 뒤로 휙 물러나고. 멸신창이 뽑히는 섭장천의 등과 가슴에서 피가 뿜어지고

투쾅! 쩌억! 섭장천의 등에서 수십 개의 검의 형상이 터져 나와 미사일처럼 지존에게 날아간다.

구미호리; [조심...] 자기도 모르게 비명 지를 때

지존; [영차!] 휘릭! 물러서면서 앞으로 내민 멸신창을 빙글 돌린다. 창날 끝이 여러 개로 변해 원을 그리는 모습. 그러자

투콰콰쾅! 여러 개로 변해 원을 그리는 멸신창에 부딪힌 검의 형상들이 유리처럼 깨져 흩어진다

[!] [그러면 그렇지!] 안도하고 놀라는 구미호리 일행

섭장천; [!] ! 바닥에 앞으로 고꾸라지듯 주저앉으며 피를 토하는 섭장천

그런 섭장천의 가슴과 등에서 피가 뿜어지고 있고

<심장을 궤뚫렸다!> <저래서는 신선이 아닌 이상 살 수 없겠지.> <드디어 검성 섭장천을 잡았다!> 안도하는 지옥혈부 일행.

지존; [끝까지 후배를 실망시키지 않으시는구려 섭노사!] 섭장천의 검기를 깨트려서 막은 후 멸신창을 내리며 웃고. 섭장천은 돌아보고

지존; [중독되면 죽을 수밖에 없는 부심지독에 당하고 심장까지 궤뚫린 상태에서도 반격하실 줄은 몰랐소이다.] 입과 코로 피를 줄줄 흘리며 돌아보는 섭장천에게 말하고. 섭장천은 가슴과 등에서도 피가 뿜어지고 있다

섭장천; [네놈... 정체가 뭐냐?] 가슴의 상처를 누른 채 지존을 노려보고. 상처를 누른 손 사이로 피가 뿜어지고 있고

지존; [구대천마의 후손들인 혈세사패를 누가 종으로 부릴 수 있겠소?] 거만하게 웃고

굴육의 표정이 되는 지옥혈부 일행. 반면

섭장천; [... 신선부와 마귀동!] 눈 부릅 충격 받은 표정이 되고

섭장천; [네놈... 신선부(神仙府)나 마귀동(魔鬼洞) 출신이겠구나!]

지존; [궁금증을 해소하셨으면 이제 그만 아들 부부 곁으로 가도록 하시오.] ! 멸신창으로 겨누며 다가오고

동시에 섭장천의 뒤에서는 지옥혈부등이 반원형으로 포위하며 다가오고. 구미호리는 소매 속에서 긴 띠를 꺼내 채찍처럼 휘두른다.

지존; [본좌가 군림천하 하는 데 거의 유일한 장애물이 섭노사셨소.]

지존; [정면승부로도 이길 자신은 있었지만 완벽을 기하기 위해 함정을 파고 수하들을 부린 것이니 이해하시오.] 멸신창을 쳐들어 휘두르려 하고

지옥혈부등도 공격하려 하고. 바로 그때

섭장천; [지존... 네놈은 아마도 신선부 출신일 것이다.] 이를 부득 갈고

[!] 섭장천을 공격하려던 지존이 움찔하고

[!] [!] 지옥혈부들도 흠칫 할 때

섭장천; [군림천하하겠다?] 지직! 왼손이 벼락에 휘감기고

섭장천; [네놈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 왼손을 들었다가 강하게 바닥을 치는 섭장천. 그러자

! 섭장천 주변의 바닥이 그대로 폭발해서 치솟으며 지존들의 시야를 가린다.

지존; [어딜!] ! 멸신창을 찌르고

부악! ! 지옥혈부등도 전력을 기울여 흙먼지 속의 섭장천을 공격한다. 지옥혈부의 도끼, 백일살신의 칼쿠리에서 내뻗치는 섬광, 흙먼지 속으로 날아드는 환마루주의 네 개의 톱니바퀴, 구미호리의 긴 띠라 무언가를 휘감아가고.

! 화악! 다섯 사람의 공격에 흙먼지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하지만

[!] [!] 경악하는 지존 일행., 지옥혈부는 도끼를 내리찍은 자세

! 이미 섭장천이 앉아있던 현장에는 아무도 없다. 바닥만 박살나있고. 바닥에는 피가 뿌려져 있고.

<사라졌다!> <도저히 포위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어떻게 우리들의 공격을 피한 것인가?> 지옥혈부등의 경악. 그 직후

후두둑! 바닥에 뿌려지는 피

지존; [위다!] 고개 젖히며 고함. 지옥혈부등도 일제히 올려다보고.

! 쐐애액! 탄도미사일처럼 수백미터를 치솟았다가 옆으로 날아가고 있는 섭장천

구미호리; [맙소사!]

백일살신; [... 인간이 어떻게 백여장이나 도약을...] 역시 경악

지존; [추격한다! 저 늙은이를 살려보내면 안된다!] 쐐액! 미사일처럼 날아가고

휘익! ! 지옥혈부등도 몸을 날린다

멀리 사라지는 섭장천. 그 뒤를 따라 날아가는 지옥혈부등 네 사람

곧 장내는 조용해지고. 한쪽에 쓰러져 있는 섭아연만 남는다. 직후

스스스! 섭아연 곁으로 나타나는 인물. 바로 위진천

섭아연을 내려다보는 위진천

다시 기절한 섭아연. 눈을 까뒤집고 입과 코로 거품을 물고 있다. 가슴 부분에 나비 문양이 보이고

위진천; [쯧쯧! 아버지도 참 냉혹하시단 말이지.] [이렇게 어여쁜 계집을 한번 이용하고 버리시기나 하고...] 혀를 차며 한쪽 무릎을 꿇는다. 오른손을 품속에 넣으면서

위진천; [예쁘기도 하지만 여러모로 쓸모가 있는 이 계집을 그냥 죽게 놔둘 수는 없지.] 품속에서 작은 병을 꺼내고

위진천; [섭아연! 섭아연!] ! 병 마개를 따고

위진천; [살려주는 대가로 너는 모든 것을 나 위진천에게 바쳐야만 한다.] 쪼르르! 섭아연의 입에 약병의 액체를 흘려 넣어주며

위진천; [충성은 물론 네 몸과 마음까지도...] 사악하게 웃는 위진천의 얼굴 크로즈 업

 

#20>

<-북경>

<-황금전장>

어느 화려한 건물. 벽초천의 집무실. 건물 주변에는 황금수라 십여 명이 지키고 있고. 지휘자는 귀견수. 엄중한 경비

 

[!] 놀라는 청풍. 뒤에는 벽세황이 서서 청풍의 눈치를 보고 있다.

벽초천; [청풍이 너도 짐작하고 있을 테니 솔직하게 말하겠다.] 서재 분위기의 집무실. 화려한 의자에 앉아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그 옆 조금 뒤쪽에는 우문술이 수수한 의자에 앉아있고. 커다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청풍이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자세로 서있다. 청풍 뒤쪽 조금 옆에는 벽세황이 청풍의 눈치를 보고 있다. 청풍과 벽세황은 뒷모습

벽초천; [세황이가 과거에 급제하는 것은 백년하청(百年河淸;황하가 맑아지기를 바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굴욕적인 표정이 되는 벽세황. 고개 떨구고

벽초천; [하지만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세황이를 관계(官界)에 들여보낼 생각이다.] 강렬한 표정으로 청풍을 보고

벽초천; [이에 대한 네 의향을 말해봐라.]

청풍; [장주님께서는 제가 소장주를 대신해서 과거를 보길 원하시는지요?] 신중한 표정으로 묻고

벽초천; [노사의 의견을 청풍이에게 말해주시오.] 대답 대신 우문술에게

우문술; [노부의 판단으로는...] 청풍의 눈치를 보며

우문술; [청풍이 너는 과거에 응시할 경우 향시는 물론 전시에서도 어렵지 않게 급제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답하지 않은 청풍

우문술; [마침 한 달 안에 직례의 향시와 전시가 거푸 치러진다.] [남의 이목에 노출될 기간이 짧은 만큼 발각될 위험도 줄어들 것이다.]

청풍; [물론 그렇긴 하겠지만...] 난색을 표할 때 + 벽초천; [준비는 모두 해놓았다.] 끼어들고.

벽초천을 보는 청풍

벽초천; [청풍이 너는 그저 세황이의 요패(腰牌;신분증)를 지참하고 과거시험을 보기만 하면 된다.]

청풍; [말씀하신 대로 소장주의 요패를 지참하면 대리로 시험 보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무표정하게

청풍; [그러나 과연 뒤탈이 아예 없을런지요?]

우문술; (완곡하게 거절하는군.) 혀를 차고

벽초천; [뒤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고개 젓고

벽초천; [이미 향시와 전시의 감독관들 대부분을 포섭해놓았다.] [네가 대리로 응시를 한 사실은 절대 발각되지 않을 것이다.]

청풍; (엄청난 돈을 뿌려 감독관들을 매수해놓았다는 건데...) 생각하면서도 입 다물고 있는 청풍.

벽세황; (청풍이 놈 성격상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다.) 곁눈질로 청풍을 보고

벽세황; (하지만 거절할 경우 아버지가 청풍이를 그냥 두지는 않을 텐데...) 걱정하고

우문술; (제발 승낙해라 이놈아. 목숨이 걸린 일이다.) 역시 긴장. 주먹 꽉 쥐고. 그때

벽초천; [물론 아무런 대가도 없이 대리시험을 치라는 건 아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몸을 앞으로 좀 세우고

벽세황; (역시 대리시험에 대한 보상을 생각해두셨군.) 안도

벽초천; [네가 세황이의 명의로 과거를 봐서 급제하면 너희 부자를 면천(免賤)시켜줄 뿐 아니라...] 말을 끊고.

여전히 대답이 없는 청풍. 그러자

벽초천; (어쩔 수 없군.) + [옥령이를 너와 짝지어주겠다.]

[!] [!] [!] 청풍, 벽세황, 우문술까지 모두 놀란다.

우문술; [장주!] 놀라며 말하지만

손을 들어 우문술의 말을 막으며 청풍을 보는 벽초천.

벽세황; (옥령이를 청풍이에게 시집보내시겠다니...) 놀라고

벽세황; (아버지가 제대로 작정을 하셨구나.) 긴장하며 청풍과 벽초천을 보고.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벽옥령의 사랑스러운 모습. 연무장가의 정자에 나란히 앉아 서로 손을 잡고 있던 모습

청풍; (장주님은 내가 옥령이와 몰래 정분을 키워왔음을 알고 있었구나.) 자기도 모르게 침 꿀꺽. 그때

벽초천; [어찌 하겠느냐?] 청풍을 노려보고

움찔! 하며 정신을 차리는 청풍.

청풍;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는 제안이다.) + [저는 그저 장주님의 분부를 따를 뿐입니다.] 허리 숙이며 말하고. 그러자

벽세황; [잘 생각했다!] ! 안도하며 청풍의 등을 두드리고

역시 안도하는 우문술. 반면

벽초천; [네가 제안을 받아들일 줄 알았다.] ! 무뚝뚝하게 말하며 세웠던 등을 다시 의자에 밀착시키고. 이어

벽초천; [향시가 며칠 앞이다. 돌아가서 준비를 해라.] 가라는 시늉

청풍; [예 장주님!] 포권하고.

이어 방문을 열고 나가는 청풍.

그런 청풍의 뒷모습을 노려보는 벽초천.

! 닫히는 문. 이제 방안에는 벽초천과 벽세황, 우문술만이 남는다

 

#21>

문을 닫고 방에서 나오는 청풍. 문 밖은 복도. 방문 밖에는 총관 이세창이 등지고 서있다가 돌아본다.

이세창에게 고개 조금 숙이며 지나가는 청풍. 심각한 표정

복도 저편으로 멀어지는 청풍. 그걸 뒤에서 보는 이세창

이세창; (종놈 주제에 황금전장의 사위가 된다?) 질투의 표정으로 청풍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하지만 그다지 기쁜 표정은 아니군.> 심각한 표정으로 걸어오는 청풍의 앞모습 배경으로 이세창의 생각 나레이션

이세창; (하긴 과거를 대신 보는 대가로 황금전장의 사위가 되는 게 마냥 기쁜 일만은 아니겠지.) 비웃고

이세창; (평생 짊어지고 살아야할 비밀의 무게도 엄청날 테고...) 음침한 얼굴.

 

#22>

다시 방안. 찡그리며 생각에 잠긴 벽초천. 눈치를 보는 벽세황과 우문술.

벽세황; (아버지의 심사가 복잡하신 게 느껴진다.) 눈치 보고

벽세황; (애지중지 길러온 옥령이를 종놈에게 내주는 게 마뜩하실 리 없지.) + [죄송합니다 아버지.]

벽세황; [소자가 못나서 이런 심려를...] + 벽초천; [알면 되었다.] 무뚝뚝하게 말해서 벽세황의 말을 끊고

벽초천; [오늘 일은 절대 비밀로 하고...] [청풍이의 신분이 노출될 수도 있으니 너는 당분간 바깥출입을 하지 마라.]

볏세황; [명심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벽초천; (옥령이를 청풍이 놈 따위와 짝지어 주어야하는 게 쓰리긴 하지만 이미 쏘아 보낸 화살이다.) 의자에 몸을 묻은 채 생각하고

<옥령이를 이용해서 청풍이로 하여금 대리시험을 치게 한 것은 최고의 투자가 될 것이다.> 서재 내부의 모습을 배경으로 벽초천의 생각 나레이션

 

#23>

황금전장 내의 청풍의 거처. 주변에는 하녀들이 오가고. 아이들이 뛰어논다.

청풍과 타노의 방. 밖에서 본 모습

 

[!] 찡그리는 타노. 청풍과 마주 앉아있다. 전보다 머리가 좀 더 희어졌을 뿐 외양은 큰 변화가 없다.

청풍; [그 자리에서 바로 대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아버지께 허락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눈치 보며 말하고.

청풍; [이토록 심각한 사안을 저 혼자 결정한 것을 용서하여주십시오.] 고개 숙이고

타노; [장주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셈이 확실한 분이다.]

타노; [그런 장주가 아무런 대가도 없이 대리시험을 치라고 하진 않았겠지?] 청풍을 지긋이 보며

청풍; [우리 부자를 면천시켜주겠다고 하셨고...] 눈치 보며 말하고

말없이 대답을 듣는 타노

청풍; [옥령아가씨를 소자에게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얼굴 좀 붉어진 채 말하고

타노; [옥령아가씨와 짝을 지어주겠다?] 놀라고

청풍; [...] 눈치 보며 대답

타노; (대쪽같은 성격인 이놈이 대리시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가 있었군.) 쓴웃음을 지으며 청풍을 보고

타노; [보상으로 장중주(掌中珠)까지 내놓은 걸 보면 장주의 결의가 어떠한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심각한 표정을 쉬고

타노; [그러니 이제 와서 돌이킬 수는 없는 일...] [소장주 대신 과거를 보도록 해라.] 고개 끄덕이고

청풍;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도하며 고개를 숙이고

타노; [다만 한 가지는 명심해라.] 엄숙

청풍; [세이경청 하겠습니다.]

타노; [향시와 전시 모두에서 절대 두각을 나타내면 안된다.] [주목을 끌게 되면 자칫 네가 대리로 응시한 게 들통 날 수도 있다.]

청풍; [...]

타노; [이등 급제인 방안(榜眼)나 삼등 급제인 탐화(探花)라면 모르지만 절대 장원(壯元)으로 급제하면 안된다.]

청풍; [명심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타노; (무슨 일이 있어도 황실과는 관계를 맺지 않게 하려고 했는데...) 고개 숙인 청풍을 보며 생각하고

<청풍이가 잠깐이나마 황실에 돌아가는 건 운명처럼 느껴지는구나.> 방안의 모습. 무어라 대화 나누는 청풍과 타노의 모습 배경으로 타노의 생각 나레이션

 

#24>

황금전장의 후원. 여자 무사들이 지키는 화려한 건물. 벽초천의 아내 마은혜의 거처다

 

마은혜; [무슨...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상공?] 경악하며 의자에서 일어나려는 자세. 거실에서 원형의 탁자를 사이에 두고 벽초천과 마주 앉아 있다가 놀란 모습이다. 방안에는 두 부부만 있고. 탁자에는 다과가 차려져 있다. 그 배경으로 나레이션. <-벽초천의 본처 마은혜(馬恩惠)>

마은혜; [왕후장상에게 시집보내도 아까운 우리 옥령이를 종놈에게 주겠다구요?]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실 수 있어요?] 분노해서 벌떡 일어난다.

벽초천; [진정하고 내 말을 마저 들으시오 부인.] 한숨

마은혜; [진정 못하겠어요.] 악을 쓰고

마은혜; [하나뿐인 딸을 종놈에게 시집보내다니... 신첩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어요.] 치를 떨지만

벽초천; [부인은 지난달에 있었던 세황이의 혼담 건을 벌써 잊은 거요?]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고

[!] 움찔! 하며 입을 다무는 마은혜.

벽초천; [상서(尙書;장관)도 아니고 일개 시랑(侍郞;부장관) 따위가 우리 황금전장의 혼담을 거절했었소.] 분노

벽초천; [그것도 천한 백정의 후손 따위에게 줄 딸은 없다는 폭언까지 하면서...] 이를 부득 갈며

! 입술 깨물며 다시 의자에 앉는 마은혜

벽초천; [천하삼대 부호가문중 하나이니 뭐니 거들먹거려봐야 아무런 소용도 없소.] 한숨을 쉬고

벽초천; [우리 집안은 여전히 권문세족들에게는 백정의 후손으로 멸시받고 있는 게 현실인 것이오.]

마은혜; [내세울 건 족보밖에 없는 버러지들이 감히...] 이를 바득 갈고

벽초천; [우리 후손들이 더 이상 수모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세황이를 관계에 들여보내야만 하오.] 진지하게

벽초천; [그것도 음서(蔭敍;고관의 자손을 관리로 채용함)나 매관(賣官;돈이나 재물로 벼슬을 삼)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과거를 통해서!]

마은혜; [돈으로 벼슬을 사봐야 지금까지처럼 멸시를 받겠지요.] 납득하고

벽초천; [다행히 우리 집안의 종놈 중 하나가 천고의 기재인 게 확인되었소.]

벽초천; [한림학사 출신인 우문노인의 평가를 빌자면 청풍이놈이 실력은 장원급제도 문제가 안될 정도라고 하오.]

마은혜; [신첩도 그렇다고 들었어요.] 끄덕

벽초천;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를 어찌 놓칠 수 있겠소?] [청풍이 놈을 이용하면 세황이가 단번에 관계의 중추로 진입할 수 있는데...] 설득하고

마은혜; [알았어요!] 한숨 쉬고

마은혜; [정말 아깝고 아깝지만... 옥령이를 청풍이와 짝 지어주도록 하지요.]

벽초천; [잘 생각했소 부인!] 안도하고

벽초천; [포전인옥(抛塼引玉;벽돌을 던져 옥을 얻음. 작은 대가를 치루고 큰 이익을 얻음.)이오.]

벽초천; [딸 하나 희생해서 우리 집안을 명문가로 세울 수 있을 테니 결코 밑지는 장사는 아닌 것이오.] 강렬한 표정

 

#25>

[!]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눈 치뜨는 벽옥령. 벽옥령은 벽초천과 마은혜 부부가 대화를 나누는 방 밖의 복도에 서있다. 바로 문 밖

<알았어요 상공! 정말 아깝고 아깝지만... 옥령이를 청풍이와 짝 지어주도록 하지요.> 마은혜가 문 안쪽에서 하는 말이 들린다.

벽옥령; (...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를 청풍오빠에게 시집을 보내시기로 하시다니...) 좋아 죽으려 하고

벽옥령; (고맙습니다 천지신명! 이 은혜, 결코 잊지 않겠어요.) 하늘에 대고 기도하는 자세로 황홀한 표정

 

#26>

깊은 밤. 황금전장

외진 곳의 정원. 중앙에 정자가 있고. 월동문이 있는 높은 담장으로 둘러쳐진 곳이다.

정자 앞에서 서성이고 있는 청풍. 뒷짐 진 손에는 편지가 한 장 들려있고

<삼경에 늘 만나던 곳으로 갈게.> 편지의 내용을 떠올리는 청풍

청풍; (옥령이가 심복 하녀를 통해서 편지를 몰래 전하는 건 늘 있던 일이지만...) 좀 설레는 표정이 되고

청풍; (어째 오늘밤에 보자고 한 건 평범하게 느껴지지가 않는구나.) 생각할 때

타탁!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고. 돌아보는 청풍. 월동문 쪽이다.

월동문으로 다람쥐처럼 달려 들어오는 벽옥령. 상기 된 표정

청풍; [옥령아.] 반색하며 마중 나가고

청풍; [오늘은 또 무슨 일로 날 보자고...] 말하다가 놀라고. + 벽옥령; [오빠!] 와락! 그대로 달려들어서 청풍을 끌어안는다. 청풍도 엉겁결에 마주 끌어안고

벽옥령; [들었어! 나도 들었어.] 청풍의 품에 안겨 몸부림치고

청풍; (소장주 대신 과거를 보는 대가로 자기를 나와 짝 지어주겠다고 한 얘기를 들었구나.) 깨닫고 쓰다듬고

벽옥령; [아직도...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아. 아버지가 나와 오빠 사이를 허락하시다니...] 눈물 글썽이며 청풍의 품에 안겨서 떨고

청풍; [너무 좋아하진 마라.] [내가 네 오빠 대신 과거 시험을 봐서 급제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으니...]

벽옥령; [싫어! 나 마음껏 좋아할 거야.] 고개 들며 응석 부리고

벽옥령; [오빠에게 과거 급제 따위는 일도 아니라는 거 잘 알고 있어.] 청풍의 허리를 마주 끌어안으며 할딱이고

청풍; [우문노사가 장담을 하시긴 했다.] 내려다보고

청풍; [하지만 세상일이란 게 결과가 나와 봐야...] + [!] 눈 치뜨며 기겁하고. 벽옥령이 갑자기 와락 목에 매달리며 입을 맞춘다.

청풍; [... 옥령아!] 당황하며 벽옥령을 떼어놓으려 하지만

벽옥령; [가만... 가만있어 오빠!] 청풍의 목을 필사적으로 끌어안으며 입을 맞추고

청풍; (거부할 수가 없다.) 혼망가며 마주 끌어안고

<우리는 결국 이렇게 될 사이였던 것이다.> 열렬히 키스하는 두 사람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헌데

 

월동문 밖에 인기척이 있고

월동문 밖에 숨어서 안으로 보는 이세창

정자 앞에서 끌어안고 키스하는 청풍과 벽옥령의 모습이 보이고

이세창; (우라질...) 입술 깨물고. 주먹 불끈

이세창;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다.)

<장주의 고명딸 옥령이를 차지하면 나 이세창이 황금전장의 주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청풍과 열렬히 키스하는 벽옥령의 모습 배경으로

이세창; (하지만 이제는 그 기대가 백일몽이었다는 게 확인이 되었다.) 일술 깨물고

이세창; (청풍이 놈이 소장주를 대신해서 과거에 급제하면 옥령이는 완전히 내가 손을 댈 수 없는 존재가 되겠지.) 돌아서고

이세창; (허튼 기대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입맛은 쓰구나.) 월동문을 등지고 걸어가며 이를 부득 가는 이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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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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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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