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판무림을 방문하시면 더 많은 와룡강의 작품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https://www.fanmurim.com/

 

판무림

판타지, 무협 장르 전문 남성향 웹소설 플랫폼

www.fanmurim.com

 

제 3장 

 

         세찬 바람 그치지 아니하니1 자 이제 첫번째 변신을 시작하자! (2)

 

 

파릇파릇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순찰사자의 눈빛에 동추겸은 반쯤 얼어버렸다.

혈도를 제압당하고 양 팔의 뼈가 어긋낫지만 살기어린 순찰사자의 눈앞에서는 그걸 다 잊어버릴 정도다.

신화병기점의 일꾼들이 모두 눈밭에 엎드리고 있고,

순찰사자는 길길이 뛰면서 욕설을 퍼붓는다.

[동추겸! 이 미친 놈아! 네 놈이 쇠를 다루는 재주만 없었어도, 아니 회주님께서 큰 일을 맡겨 놓지만 않으셨어도 네 모가지가 백 번은 짤렸을 거다.]

동추겸이 고개를 늘어뜨렸다.

입안이 모두 터져서 양쪽 뺨이 복어처럼 부풀어 올랐다.

순찰사자가 고함쳤다.

[당장 벗어! 어디서 순찰사자의 옷을 주워입고 감히!]

동추겸은 어긋나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팔로 눈물을 찔끔거리며 토끼가죽 옷의 단추를 벗긴다.

순찰사자라고는 하지만 키가 훤칠한 처녀아이일 뿐이다.

동추겸은 속으로 재수가 옴붙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머리 속으로 뭔가 불길한 생각이 확 지나갔다.

여태까지 너무 맞아서 얼떨떨했기 때문에 생각지 못했다.

(가짜 순찰사자는? 그리고 금은동철석의 오보는?)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동추겸의 손발이 와들와들 떨기시작했다.

너무 끔직한 결과가 연상이 된다.

동추겸은 그대로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때 순찰사자가 앙칼지게 고함쳤다.

[웬놈이냐!]

순간, 피웃! 소리와 함께 예리한 물건이 바람을 가르며 순찰사자를 향해서 날아오고 왔다.

[!]

순찰사자가 코웃음을 치면서 왼손을 뻗었다.

빳빳하게 펼쳐진 종이 순찰사자의 손에서 부르르 떨렸다.

순찰사자가 두 걸음이나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대리석바닥에 자그마한 발자국이 두 개나 생겨났다. 모두가 자로 잰 듯이 한치깊이였다.

순찰사자의 안색이 확 변했다. 종이의 제일 왼쪽에 칙()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는 것을 발견한 때문이다.

순찰사자가 즉시 무릎을 꿇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순찰당 소속 제 삼순찰사자 조림(趙琳)이 칙서를 받듭니다.]

순찰사자가 마당을 향해서 또 고함쳤다.

[모두 엎드리지 않고 뭘하느냐! 정말 죽고 싶으냐?]

순찰사자 조림은 서쪽을 향해서 세 번 절한 후에 칙서를 소리높혀 읽었다.

[순찰사자 조림은 본 회주를 대신하여 칙서를 큰소리로 읽도록 하라.]

순찰사자 조림은 자기가 읽고 또 절하며 말했다.

[삼가 명을 받듭니다.]

그리고 또 읽기 시작했다.

[먼저 짧은 시간에 오보를 갖춘 동추겸의 공로를 높이 치하한다. 동추겸은 이 순간부터 순찰사자로 승진한다. 하지만 근무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곳 금릉으로 제한한다.]

동추겸이 감격에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머리를 땅에 찧었다.

[회주님께 충성을.]

순찰사자 조림은 계속 읽었다.

[동추겸의 선물은 잘 받았다. 그러나 오보가 지금의 것으로는 부족하니 몇 년의 시간을 더 들여서라도 다시 증량하도록 하라. 그리고 순찰사자는 동추겸에게 순찰사자로서 익혀야 할 무공을 전수해줄 것을 명한다.]

순찰사자의 말소리가 계속 들렸지만 동추겸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동추겸은 현천록을 생각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 그분은 범상치 않다고 생각했더니 역시! 이 동추겸의 눈이 옳았다. 아마도 그분은 아직까지 아무도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 우리 회주님이신게 틀림없다! 나는 회주님의 모습을 대한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순찰사자 조림이 동추겸의 어깨뼈를 다시 맞추어 주었다.

뚜둑! 소리가 나며 뼈가 제 자리를 찾는다.

조림이 말했다.

[동순찰! 축하합니다. 하지만 이런 파격적인 경우는 처음이라 나도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조림의 음성이 조금 여자다워졌다.

동추겸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잘 좀 지도해 주십시오.]

조림이 말했다.

[회주님께서는 나이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상승 무공을 익히기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이죠. 그래서 본 회의 최고 요직인 순찰에는 아직 스물 다섯을 넘긴 사람이 없어요. 한데 동순찰은.....]

[소인은 마흔 세 살입니다.]

[더구나 동순찰은 한 꺼번에 다섯 단계나 승진했어요. 솔직히 회주님께서 무슨 생각을 가지신 건지 전 알 수가 없군요.]

조림이 나직하게 한숨을 쉰다.

동추겸은 황홀하여 몸둘 바를 모르고, 조림이 앞서 걸어가며 말했다.

[따라와요. 순찰사자의 무공을 가르쳐 드리죠.]

 

X X X

 

현천록은 금릉을 벗어나 동쪽으로 이십리 가량 날아갔다.

금릉을 돌아흐르는 장강 물이 눈 앞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눈을 이고 서서 바람을 따라 집단으로 군무를 추는 갈대들, 그리고 그 위를 날며 먹이를 찾는 겨울 철새들의 요란한 날개짓들.

해가 서산에 잠길 시간이 가까워 옴에 따라 땅과 하늘 사이의 모든 것들은 잠들 때를 준비 하는 듯하다.

현천록은 심한 기갈(飢渴)을 느꼈다.

품 속을 뒤져보니 생사탄에서 가져왔던 사과 한알 밖엔 먹을 게 없다.

갑자기 뒤에서 웃음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귀신같은 꼬마네. 쫓아오느라고 애를 먹었어.]

돌아보니 신화병기점에서 만났던 그 소녀가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서있다.

사각! 사각!

소녀가 갈대를 해치고 다가오며 말했다.

[누가 너같은 꼬마를 길렀을까? 전설적인 경공인 어풍비행(御風飛行)을 다 사용하고 말이야.]

현천록이 웃으며 말했다.

[난 무림인이 아닌 걸요. 무공도 배우지 못했어요.]

소녀가 현천록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밀면서 말했다.

[그런 말하면 누가 믿을 것 같애? 깜찍한 녀석. 속이는게 아예 버릇이 되어버렸구나. 나도 처음 만났다면 꼼짝없이 속았을걸?]

현천록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인데.....]

소녀가 말했다.

[넌 눈이 반짝반짝하는게 잘 속이게도 생겼어. 혹시 거짓말할때는 콧구멍이 벌렁거리진 않아?]

현천록이 말했다.

[가슴이 벌렁거려요.]

소녀가 깔깔 웃고 말했다.

[! 이제 나한테는 뭘 줄거야?]

소녀가 손을 내밀었다.

[본 사람 몫도 반은 된다는 말을 알고 있겠지?]

현천록은 한숨을 쉬면서 사과를 내밀었다.

[다 가져요. 까짓 전 좀 굶죠.]

소녀가 황금빛 사과를 받아들고 또 웃는다.

[하하하하! 이 시침떼기 녀석! 좋아 이건 일단 받아놓지. 내가 말하는게 이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녀석이!]

웃는 모습이 아주 소탈하고 아름답다.

현천록은 넋을 잃고 홀린 듯이 소녀의 얼굴을 멍하니 보고 서있었다.

!

이마에 불통이 튀겼다.

[어린 녀석이 아주 색골이네. 엉큼하게 쳐다보기는.]

소녀가 코가 닿을 만큼 바짝 다가서며 핀잔을 준다.

현천록은 한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이런 말 해도 될는지 모르지만 정말 예뻐요. 내가 본 사람 중에서 제일 예뻐요.]

소녀가 혀를 차며 말했다.

[! 짜식아! 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그래도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현천록이 말했다.

[무림인이 되는 건 아주 재미있을 것 같군요.]

[?]

소녀가 눈이 동그라지며 말했다.

[넌 그럼 정말 무공을 배우지 않은거니?]

현천록은 호주머니를 터는 시늉을 했다. 무공은 쥐뿔만큼도 배운 적이 없다는 몸짓이다.

소녀가 커다란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그럼 아까 펼쳤던 어풍비행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건 그냥 제 몸이 가벼워져서.....]

[한번 시험해보면 다 알게 되겠지.]

소녀가 말하면서 다짜고짜 손을 내밀었다.

번쩍!

어느 틈에 뽑아들었는지 한자루의 검이 소녀의 손에 들려있었다.

검은 순식간에 현천록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푸욱!

검날이 현천록의 등으로 삐죽 빠져나왔다.

현천록은 눈을 멀뚱멀뚱 뜨고서 소녀를 보고 있었다.

가슴이 꽉 막혀 오면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소녀의 얼굴에 서릿발같은 한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방금 전의 생글거리며 웃던 얼굴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위엄과 살기로 가득찬 얼굴이었다.

현천록의 가슴이 떨려왔다.

소녀가 현천록의 가슴을 발로 차서 몸을 밀어냈다.

쓔욱!

다시 검이 빠져나왔다.

현천록은 뒤로 밀려나서 오른손을 자기 가슴에 갖다 댔다.

검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통증이 사라졌다.

그리고, 당연히 흘러야할 피가 나지 않았다.

소녀가 검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왼손으로는 검결을 지어 현천록을 겨누며 말했다.

[요사스런 수법이군. 배교(拜敎)냐 아니면 마교(魔敎)?]

현천록은 손을 옷 밑으로 넣어서 상처를 만졌다.

하지만 만져지지 않았다.

생사탄에서 보초가 하던 말이 귀에서 맴돌았다.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지만 산 것에 좀 더 가깝다.

 

갑자기 슬픔이 콱 밀려오며 눈물이 핑 돌았다.

[분신이 아니라면 한곳 쯤은 틈이 있겠지?]

소녀가 나직하게 중얼거리면서 검을 휘둘렀다.

순간 그녀의 검에서 아지랑이같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누에가 실을 뽑아내듯이 검은 가느다란 아지랑이같은 기운을 뿜어냈고, 그것들은 엃히고 설키면서 그물처럼 되어 현천록을 애워쌌다.

한 자루의 검에서 피어오른 검망(劍鋩)이다.

스치는 것은 무엇이든 소리없이 베어진다.

바로 그때였다.

[누가 우리 막내에 손대느냐?]

천둥같은 소리가 들려오며 검은 그림자가 현천록의 앞에 떨어져 내렸다.

쿠웅!

파파파파파팟!

땅이 진동하고 푸른 불꽃이 수없이 작렬했다.

멍하니 서있는 현천록의 앞에 칠척거인이 서있었다.

양 손에는 각기 하나씩의 굵은 낭아봉(狼牙棒)을 들었고 허리에는 긴 채찍을 허리띠 대신 두르고 있었다.

소녀는 깜짝 놀랐다.

그런 거한이 갑자기 나타났는데도 나타날 때까진 기척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녀를 놀라게 했다.

더구나 지금까지 누구도 피하지 못한 검망을 깨뜨려버리기도 했다.

소녀는 경각심을 돋우면서 천천히 한 걸음 물러섰다.

[낭아봉을 쓰는 고수가 있다는 소린 듣지 못했군요. 역시 세상은 넓어요.]

칠척거인은 그 큰 몸에도 불구하고 아주 균형이 잘 잡혀있고 이글거리는 눈은 불을 토할 듯하다. 갑옷만 갖춰 입는다면 하늘에서 내려온 신장이라 해도 믿을 것 같다.

칠척거인이 소녀를 쏘아보며 말했다.

[하찮은 인간이 감히 막내에게 손을 대려 하다니!]

소녀의 눈에서 살기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정말 사람같지 않군요. 귀하는 그 녀석의 아버지인가요 형인가요?]

칠척거인이 냉소하며 말했다.

[너는 감히 물을 자격이 없다. 다시 한 번 막내에게 손을 대려 했다가는 보초님의 명을 거역하는 한이 있어도 너를 가만두지 않겠다.]

소녀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칠척거인은 돌아서서 현천록의 어깨를 잡아 번쩍 들어올리며 말했다.

[미장! 반갑구나! 나는 일곱째인 장군묵(張君墨)이다. 네가 태어나는 걸 다른 형제들과 함께 지켜봤다.]

[날 내려줘요.]

현천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장군묵이 말했다.

[세상은 짜증나는 곳이다. 네가 순조롭게 살아가려면 최소한 삼십년, 길면 백년은 지나야 할게다. 하하하하!]

현천록은 침울하게 말했다.

[나는 기쁘지 않아요.]

장군묵이 말했다.

[난 다른 형제들과는 생각이 다르다. 특히 보초님과는. 하찮은 인간들이 감히 우리를 집적거리는 건 질색이다. 너도 인간들이 감히 너를 범하지 못하게 해라. 우리는 인간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존재들이니까. 하하하하하!]

장군묵은 소녀를 돌아보며 콧방귀를 끼었다.

[! 하찮은 것들.]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