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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찬 바람 그치지 아니하니! 자 이제 첫 번째 변신을 시작하자!

 

 

현천록은 금릉으로 돌아왔다.

바람에 떠밀리다시피하여 성문을 들어서서 발이 이끄는대로 걸어서 신화병기점에 다다랐다.

사람들이 오가면서 하는 말들을 들으니 정말 세월이 변한 것 같다. 겨우 삼년이 흘렀을 뿐인데.

병기점에는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점포를 보고 있다.

신화병기점에서 새로 사람을 고용한 적은 현천록이 있을 때는 한 번도 없었다.

[공자께선 어떤 물건을 찾으십니까?]

서른이 막 넘었을 듯한 점원이 인사를 하며 말했다.

현천록은 그 점원의 손에 들려 있는 주판을 보았다. 항상 그의 손때가 묻었던 주판인데 이제 주인이 바뀌어져 있었다.

현천록은 함께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전 손님이 아닙니다.]

점원이 눈치챘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 오늘 오신다던 그분이신 모양이군요. 제가 주인어른께 즉시 통보해드리겠습니다.]

점원은 현천록이 뭐라고 할 틈도 없이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주인어른? 언제부터 노야를 주인어른이라고 부르게 됐지?]

현천록은 팔짱을 끼고 병기점 안을 휘휘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전에 있던 물건들도 보이지만 전혀 보지 못한 새 물건들이 많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전에 있던 것과는 아주 달라 보였다.

적어도 현천록의 눈에는.

현천록은 짧고 뭉퉁하게 생긴 칼을 하나 집어들었다. 손잡이가 말모양으로 생긴 꽤나 멋을 부린 칼이었다.

[이건 누구 솜씨일까? 노야께서 용케도 이런 물건을 내놓으셨네. 그래도 쇠는 아주 좋아. 극상품인걸. 차라리 녹여서 장아저씨가 새로 만들게 했으면 보기드문 신기가 나올 수도 있었을텐데.]

그때 안쪽에서 요란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대 여섯명이 동시에 달려오는 모양이다.

아주 뚱뚱한 중년인이 겉옷을 걸치며 달려오고 있는 좌우에 몇 명의 젊은이가 따라오고 있었다.

그 뒤에서 소식을 전하러 갔던 점원이 달려오고 있었다.

[주인어른! 바로 그분입니다.]

중년인은 점포로 들어서자 마자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순찰사자(巡察使者)님을 뵙습니다.]

따라온 네 명의 젊은이들도 즉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현천록은 얼떨떨해져서 말했다.

[당신들은 누구죠?]

중년인이 흠칫하자 젊은이들 중에 한 사람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우리 이름을 묻고 계십니다.]

중년인이 황급히 대답했다.

[소인은 신화병기점의 점주인 동추겸(董追謙)입니다. 강호의 친구들은 칠지한(七指漢)이라 불러줍니다. 그리고 이들은 제 수하들입니다.]

현천록은 놀라며 소리쳤다.

[뭐라구요? 당신이 신화병기점의 주인이라구요? 그럼 노야께서는 어디 계시죠?]

중년인이 아주 당황하며 말했다.

[.... 사자님! 그 그전의 주인에 대해서는 소인 잘 모릅니다. ...소인은 다만 삼년 전에 이곳 신화병기점에서 일하라는 명을 받고 왔을 뿐입니다.]

현천록이 젊은이들에게도 물었다.

[당신들도 마찬가지입니까?]

젊은이들은 무엇이 두려운지 납작하게 엎드리며 감히 대꾸도 하지 못했다.

칠지한 동추겸이 현천록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소인이 혹시 잘못한 게 있다면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사자님께서 부디 노여움을 풀어주십시오.]

현천록은 머리가 아파왔다.

잘 아는 곳으로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곳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니 마찬가지 정도가 아니라 더 혼란스럽다.

[일어나세요. 전 여러분이 말하는 사자가 아닙니다.]

!

칠지한 동추겸이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말했다.

[차라리 소인에게 자결을 명해주십시오.]

동추겸의 이마에서 피가 흐른다.

현천록은 기가막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늘 자기가 앉곤 했던 자리에 앉았다.

가만 있자니 장부를 살펴보면 뭔가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노야나 이곳 신화병기점의 식구들에 대한 소식이라도 들어야 마음이 놓일 것 같다.

현천록은 발 옆에 있는 서궤를 열었다.

한달에 한 번씩 책으로 엮이는 장부는 모두 그곳에 차곡차곡 들어있다. 아니 그전에는 그랬었다.

동추겸은 현천록이 서궤를 열자 더욱 긴장하며 가늘게 떨었다.

서궤가 텅비어 있었다.

[여기 있던 장부들은 다 어디갔지요?]

현천록이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동추겸이 식은 땀을 흘리며 말했다.

[...소인이 사자께서 내전으로 방문하실 줄 알고 안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현천록은 속으로 생각했다.

(신화병기점도 나만큼이나 신고(辛苦)를 겪었구나. 하여간 이 사람들은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으니 좀 더 알아보고 빨리 여기를 떠나자. 차라리 밖에서 알던 사람들을 만나 소문을 들어보는 것이 더 좋겠다.)

마음이 정해지자 현천록은 아주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내전으로 모두 다 모아주세요. 한 사람도 빠짐없이.]

동추겸이 쩔쩔 매면서 대답하고, 네 장점과 점원이 서둘러 달려갔다.

현천록은 동추겸과 함께 민노야가 정성껏 가꾸었던 동백나무 정원을 가로 질러 안으로 갔다.

동백나무들은 근년에 잘 다듬어지지 않았는지 거친 모습이지만 붉은 꽃봉우리를 눈 속에 드러내는 것도 있었다.

세월이 흐른 것을 제외하고 나면 변한 것은 없다.

현천록은 매일 같이 오가던 길을 걸으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감회가 새롭건만 사람들이 옛 사람이 아니라는 건 쓸쓸한 비애를 자아내게 한다.

동추겸은 현천록이 너무도 익숙한 걸음으로 내전을 향하자 더욱 두려워하며 오히려 그의 뒤를 따랐다.

민노야가 주무시던 전각 앞의 마당에는 낯 선 사람들이 칠십여명 가량 석상처럼 서있다.

현천록은 민노야가 새벽마다 식솔들을 점검하던 모습을 그대로 흉내내며 전각 앞의 돌계단 위로 올라갔다.

쇠를 다루는 장인들, 가죽을 다루는 장인들, 그리고 금과 은을 다루고 정교한 세공을 하는 장인들이 구별을 지어 서있다.

현천록은 그들의 얼굴을 일일이 살폈지만 모두가 낯선 사람들이었다.

동추겸에게 물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먼저 온 사람이 있었습니까?]

동추겸이 대답했다.

[소인이 제일 먼저 왔고 뒤이어 장인들과 일꾼들이 왔습니다.]

[그때 뭐 특이한 점은 찾지 못했습니까?]

[여기 살던 사람들은 아주 급하게 떠났던 것 같았습니다. 두 달만 지나면 꼭 그때가 되는데 불씨도 남아있었고 의복도 남아있었지요. 하지만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습니다.]

현천록은 더욱 오리무중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자기가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뿐 그들이 어떤 변을 당해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저절로 조금 위안이 되었다.

억지로 웃으며 빠져나갈 궁리를 했다.

[하하하하! 이제 됐습니다. ! 그럼 제가 해야 할 일을 할까요? 준비해주세요.]

동추겸이 그제서야 얼굴 가득 웃음을 띄면서 말했다.

[그럼 이들은 일단 돌려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동추겸은 사람들을 흩고 난 다음에 현천록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민노야가 앉던 자리 앞에 장부가 수북하게 쌓여 있고, 그 옆에는 붉은 비단으로 싼 네모난 물건이 보였다.

크기는 가로세로너비가 모두 한자쯤 되는 것 같았다.

장부의 형식이 달랐다. 모두 새 장부고 이전에 그가 작성했던 것들은 하나도 없었다.

현천록은 더 읽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대충 훑어보는 척하며 슬쩍 앞으로 밀었다.

동추겸이 재빨리 눈치를 채고 장부를 더 밀쳐 놓았다.

그리고 붉은 비단 보자기에 싸인 물건을 당겨 놓았다.

현천록은 이게 뭐냐는 듯이 동추겸을 보았다.

동추겸이 겸면쩍게 웃으며 말했다.

[사자님의 노고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소인이 준비한 것입니다. 약소한 것이니 개의치 말고 받아주십시오.]

현천록은 계속 동추겸의 얼굴을 주시했다.

동추겸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회주님께 바칠 물건을 소홀히 하진 않았습니다. 그건 따로 준비해 두었으니 사자님께서 출발하실 때.....]

그제서야 현천록의 얼굴에 빙그레 웃음이 걸렸다.

동추겸도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현천록이 말했다.

[가져 오세요. 지금 가야겠습니다.]

동추겸이 예상했다는 듯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문밖으로 나갔다.

현천록은 웃음이 터져나오려 하는 걸 꾹 눌러 참았다.

어떤 상황도 비극으로만 가득차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게 소위 말하는 뇌물이겠지. 회주라는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세력이 대단한 모양이구나.]

현천록은 혼자 중얼거렸다.

[내가 가짜라는 걸 알게 되면 아마 죽이려고 들겠지?]

그때 동추겸이 손바닥만한 곽()을 두손으로 받쳐 들고 들어왔다.

자단으로 감싼 곽인데 열려 있고 그 속에는 손가락 모습을 본따 만든 작은 병들이 앙증맞게 들어있었다.

동추겸은 아주 조심스럽게 현천록의 앞에 곽을 놓았다.

한데 크기에 비해서 아주 둔중한 소리가 났다.

쿠웅!

무거운 물건을 올려놓은 것처럼 탁자가 약간 삐꺽거렸다.

[지난 삼년 동안 모은 금은동철석의 정화(精華)입니다.]

현천록은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억! 소리를 낼뻔했다. 다행히 손이 빨라 재빨리 입을 막을 수 있었다.

동추겸은 그런 눈치를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말했다.

[회주님께서 각지의 금속을 보내주셔서 돌봐주신 덕분에 사명을 이만큼이나마 행할 수 있었습니다.]

현천록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추겸도 마주 고개를 끄덕인다.

동추겸은 현천록이 자기의 말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이해했지만 현천록에겐 다른 의미였다.

점포에서 보았던 말모양의 손잡이를 한 짧은 칼의 비밀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극상품의 철이 너무 쓸데없이 낭비되었던 이유를.

현천록은 오보(五寶:금은동철석의 정화)가 든 곽을 보면서 속으로 침을 삼켰다.

신화병기점에서 자란 현천록이기에 장인들로부터 오보에 대한 말을 심심찮게 들었다.

오보를 직접 대한다는 것만으로도 쇠를 다루고 금을 다루는 사람들은 만대의 영광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욕심이 왈칵 일었다.

자기만 입을 꾹 다물고 꿀꺽해버리면 그냥 자기 것이 되어버릴 물건이다.

심장이 약간 빨리 뛰기 시작한다.

[좋은 물건입니다.]

동추겸이 기뻐하며 말했다.

[사자께선 역시 보물을 보실 줄 아는 눈을 가지셨군요. 회주님께서 천하의 보물을 두루 구하시지만 사실 이만한 보물은 또 구하기 힘드실 것입니다. 이걸 얻기 위해서 사용된 금과 은, 구리와 철, 그리고 돌은 아마도 산을 몇 개 쌓고 남았을 것입니다.]

현천록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동점주께선 어떤 대가를 원하십니까?]

동추겸의 입이 쩍 벌어졌다. 춤이라도 추고 싶은 얼굴이지만 감히 현천록의 앞이라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동추겸이 횡설수설하며 말했다.

[소 소인을 벌하지 않는 것만해도 무상의 영광입니다. 하 하온데 대가라 하오시면....]

현천록은 속으로 웃었다.

(난 당신이 생각하는 사자는 아니지만 장사꾼이오. 장사꾼은 속이는 게 능사지만 난 물건을 속이진 않으니까 당신은 임자를 잘 만난 셈이오. 내가 당신한테 속이는 건 정황만 속이고 물건은 속이지 않으니까 용서해주오.)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나는 당신을 벌할 자격이 없습니다.]

동추겸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현천록은 사실을 말했지만 동추겸의 귀에는 공이 너무 커서 사자가 자신을 낮추어 겸양하는 것으로 들렸다.

현천록이 또 말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따로 없군요. 하지만 이 토끼털 옷은 꽤 따뜻합니다.]

동추겸은 털썩 무릎을 꿇었다.

[회주님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이 동추겸 목숨을 바쳐서라도 충성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때 문밖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점주님께서 순찰사자가 되셨음을 속하들이 앙축합니다.]

현천록은 속으로 아차했다.

일이 잘못되려니까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현천록은 회주가 순찰사자를 임명할 때는 토끼털옷을 준다는 사실을 그 순간에 깨닫기는 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얼떨떨한 가운데 토끼털옷을 벗어서 동추겸에게 줘버렸다.

혹시 몸에 걸칠 만 한게 없는가 하고 두리번거리는데 동추겸이 토끼털 옷을 꼭 움켜쥔 손으로 붉은 비단으로 싸인 물건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자님! 이렇게 공교로울 수가 있습니까? 마침 속하가 준비한 선물도 바로 옷입니다.]

현천록은 붉은 비단을 풀어서 상자 속에 든 옷을 꺼냈다.

상자 속에는 아주 화려한 흰비단옷과 물소가죽으로 만든 신발, 그리고 무엇보다도 천잠사(天蠶絲)로 짠 홍색 머리띠가 들어있었다.

그 홍색 머리띠는 만져보고 나서야 겨우 천잠사임을 알 수 있었다.

너무 화려해서 감히 몸에 걸칠 엄두가 잘 나지 않을 정도였다.

현천록은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옷을 입으며 말했다.

[이러면 당신이 너무 손해보는 것 아닙니까?]

동추겸이 황급히 손을 저어 그런 말은 꺼내지도 말라는 시늉을 한다.

옷은 현천록에게 꼭 맞았다.

홍색 머리띠를 이마에 두르고 나자 어느 모로 보아도 현천록은 귀티나는 미소년으로 보였다.

동추겸은 입었던 옷 위에 토끼가죽옷을 걸치고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 밖에서 누군가 소리치며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점주님! 적입니다! 적이 침입을...]

[!]

동추겸이 고함쳤다.

[모두 물러나라. 내가 직접 나가보겠다.]

동추겸은 현천록에게 양해를 구하고 창밖으로 날아갔다.

[으악!]

[! 아이구!]

여러 가지 비명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현천록은 방안에 혼자 남게 되자 다시 의자에 앉았다.

민노야가 앉아있던 그 자리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도 참 소인배구나. 버릇도 고치지 못하고 재물을 보고 욕심내서 속였으니 참나.....]

동추겸이 빠져나간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나도 도망쳐야 할텐데..... ]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동추겸! 이 찢어죽일 놈아! 감히 사자가 왕림했는데도 거들먹거리기만 해? 어디 내손에 한 번 죽어봐라!]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다.

동추겸의 호통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네 이년! 무슨 개뼈다귀같은 소리냐! 너야 말로 이옷을 알아보지 못하느냐! 나도 똑같은 사자의 신분이거늘. 감히 이곳에서 횡패를 부리려하다니!]

[호호호호! 네놈이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사자가 입는 옷을 함부로 걸치다니! 너같은 놈은 백번 죽어도 할 말이 없을 거야.]

현천록은 쳐들어 왔다는 적이 실은 적이 아니라 진짜 사자라는 걸 알았다.

마음이 더 급해졌다. 속은 줄 알면 사자보다도 동추겸이 더 길길이 뛸게 틀림없다.

현천록은 계면쩍게 웃었다.

[역시 나쁜 일에는 금방 번잡함이 생기는군.]

바로 그때 현천록의 바로 옆에서 깔깔 웃음소리가 들렸다.

[호호호호!]

아주 맑고 고운 음성이었다.

현천록은 깜짝 놀랐다.

그의 옆에는 열일곱여덟 살 쯤 된 소녀가 그림자처럼 바짝 붙어서있었다.

분냄새와 소녀 특유의 냄새가 한꺼번에 코를 찌른다.

현천록은 속으로 뜨끔했지만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지었다.

소녀는 푸른 비단옷을 입었는데 아주 고운 얼굴이었다.

생기가 넘쳐흐르고 입은 금방이라도 웃음을 터뜨릴 것처럼 생글거리고 있었다.

[솜씨가 아주 좋던데. 자연스럽게 속이고 자연스럽게 빼앗고, 자연스럽게 따돌리고..... 모든 게 너무 자연스러웠어.]

소녀의 음성은 정말 유리잔이 서로 부딪히는 것처럼 맑고 듣기 좋았다.

현천록은 웃으며 말했다.

[다 봤어요?]

[그럼 숨긴 게 있기나 하니? 발가벗기 까지 한 주제에.]

소녀가 킥킥거리며 웃는다.

현천록은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헛기침을 하면서 얼버무렸다.

[바른 행동은 아니었죠. 하지만 전 상인이었으니.... ]

소녀가 현천록의 어깨를 탁 치면서 호쾌하게 말했다.

[상인이면 어떻고 도둑놈이나 사기꾼, 강도면 어때?]

[?]

현천록이 뜻밖이라는 듯이 소녀를 쳐다보았다.

키는 현천록과 비슷하다. 하지만 겉보기만으로도 현천록이 몇 살은 더 어려 보인다.

소녀가 말했다.

[세상엔 네가 태어나기 전에도 벌써 장사꾼도 많이 있었고 도둑놈이나 사기꾼, 강도도 많았단 말이야. 네가 그 무리들 중에 잠시 끼어봤자 크게 달라지는 건 없어. 너한테 당할 놈이면 어차피 다른 놈에게 당하게 돼있어. 이런 걸로 자기 변명하느라면 세상이 너무 피곤해져.]

현천록은 자기 이마를 철석 치면서 말했다.

[절묘한 말이군요.]

비명소리가 가까워진다.

소녀가 배를 잡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동추겸 그 멍청이도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 어쩌면 매일 죽는 놈 중에 너 한녀석 더 보태져도 별로 다를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현천록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럼 전 도망가야겠습니다.]

[글쎄.....]

소녀가 생글생글 웃는다.

순간 현천록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두 팔을 활짝 펴고 새처럼 활개짓을 했다.

휘이익!

그의 몸이 정말 새처럼 가볍게 날아올라 어느 새 창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현천록은 정말 자기의 몸이 우화등선하는 신선의 몸처럼 아무런 무게도 없다는 걸 확인했다.

하늘을 흐르는 바람을 타고 몸을 내맡게 순식간에 십 여 채의 지붕을 넘어갔다.

소녀가 입으로 나직하게 휘파람을 불었다.

[휘이~ 무공을 아는 녀석이었네.]

소녀가 큰 소리로 물었다.

[! 꼬마야! 너 이름이 뭐야!]

[현천록!]

멀리서 대답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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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석관 속에서 벌어진 일      

 

 

 

(과연 백도제일고수의 딸답구나!)

막비강은 소문으로만 듣던 헌원여호의 위풍에 절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화색쌍요(花色雙妖)! 너희 연놈들이 더 이상 세상의 선량한 남녀를 망치지 못하도록 해주마!]

그때 장내의 헌원여호가 살벌한 표정으로 말하며 두 간부간녀에게로 다가섰다.

(저자들이 화색쌍요!)

막비강은 깜짝 놀라 가슴이 서늘해졌다.

 

 분면색마(粉面色魔) 관지(關志)!

 도화요희(桃花妖姬) 전옥교(全玉嬌)!

 

이것이 두 탕부탕녀의 이름이었다.

그자들은 한 사부를 모신 사형제간이며 또한 사실상의 부부이기도 했다

음탕한 방중술(房中術)과 채보술(採補術)로 악명을 떨친 쾌활문(快活門)이라는 문파가 그들의 사문이다.

또한 그자들은 중원육요(中原六妖)에 드는 절정고수들이기도 했다

개개인이 무협제원이나 염라철장에 필적하는 고수들인 것이다.

만일 막비강이 분기를 참지 못하고 섣불리 뛰어들었다면 응징을 하기는커녕 그들의 수중에 떨어져 노리개가 되었을 것이다.

원래 그자들의 실력으로는 단신으로 헌원여호와 충분히 맞설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불의의 기습을 받아 둘 다 심한 중상을 입어 운신도 어려운 지경이었다.

사실 헌원여호는 일찍이 청련사에 침입해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그녀라도 단신으로는 화색쌍요를 확실히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분위기가 무르익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급습을 한 것이다.

막비강이 본 두 야행인 중 두 번째 야행인의 정체가 바로 헌원여호 헌원빙이었던 것이다.

[죽어랏! 네놈에게 몸을 망친 여자들을 대신해서 응징을 내린다!]

번쩍!

헌원여호는 중상을 입어 기식이 엄엄한 도화요희는 제껴 두고 먼저 분면색마에게 호치도를 휘둘렀다.

[악독한 계집!]

분면색마는 욕지거리를 해대며 다급히 몸을 굴렸다.

일도가 무위로 돌아가자 헌원여호는 더욱 사납게 칼을 휘둘렀다.

분면색마도 필사적으로 몸을 굴려 그녀의 살수를 피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 마침내 분면색마는 한구석으로 몰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자의 몸은 온통 피로 범벅이 되어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으으으! 네년이...!]

분면색마는 절망의 표정으로 헌원여호와 그녀의 호치도를 올려다보았다.

[단칼에 죽여 주는 것을 감사해라!]

헌원여호는 냉혹한 표정으로 웃으며 호치도를 높이 쳐들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부르르!

돌연 헌원여호의 당당한 몸이 바르르 경련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으음!]

이어 갑자기 헌원여호는 무너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 헌원 아주머니가 왜 저러지?)

돌연한 상황에 막비강은 어리둥절했다.

[으하하하! 네년이 제 꾀에 빠졌구나!]

순간 그때까지 죽을상이던 분면색마가 갑자기 득의의 가가대소를 터뜨렸다.

[흐흐! 어떠냐, 헌원 계집년아. 환락쾌활분(歡樂快活粉)의 효과가?]

[흐윽! ... 네놈이 언제 최음제를...!]

헌원여호가 분노와 절망에 찬 음성으로 신음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이 삽시에 장작불처럼 달아올랐다

지독한 최음제에 중독된 현상이었다.

[흐흐! 궁금하다면 가르쳐 주지! 본좌의 묘약은 바로 저 황촉(黃燭)에 뿌려져 있었다!]

(! 그래서 비구니들이 모두 최음독에 중독당한 거였구나!)

분면색마의 말에 막비강도 확연히 깨달았다

분면색마는 황촉에 최음독분을 섞은 채 비구니들을 불러들여 그녀들을 색욕의 노예로 만든 것이다.

이를 알 리 없는 헌원여호는 무방비 상태로 독연기를 들이마셨으며 게다가 거푸 내공을 사용한 탓에 독기가 급속도로 온몸에 퍼져 버린 것이다.

[... 이 간악한...!]

헌원여호는 이를 갈았으나 온몸이 나른하고 정신이 혼미해져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

그런 그녀를 분면색마는 거칠게 걷어차 바닥에 쓰러뜨렸다

헌원여호는 무력하게 넘어졌고, 그 바람에 치마가 걷혀 새하얀 허벅지가 일부 드러났다

육척이 넘는 체격에 어울리게 그녀의 허벅지는 한 아름이 넘어 보일 정도로 투실투실하다.

[흐흐! 감히 본 신선의 몸에 상처를 냈겠다!]

드러난 헌원여호의 흐드러진 허벅지를 훑어보며 분면색마는 잔혹하게 키득거렸다.

[네년을 매음굴에 팔아버리겠다! 흐흐흐! 위명이 쟁쟁한 헌원여호께서 창녀가 되어 아무 놈에게나 가랑이를 벌리고 몸을 판다면 강호의 화젯거리가 되겠지?]

분면색마는 간악하게 웃으며 헌원여호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헌원여호는 눈을 꼭 감은 채 온몸을 푸들푸들 떨 뿐 반응이 없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분면색마는 입맛을 다셨다.

[흐흐! 매음굴에 팔아넘기기 전에 우선 본좌가 일차 맛을 봐야겠다!]

그자는 만일에 대비하여 헌원여호의 혈도를 찍으려 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악적! 물러서랏!]

쐐액! 콰차창!

돌연 창문이 하나 왕창 부서지며 작은 그림자가 득달처럼 날아들었다

막비강이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무모하게 뛰어든 것이다.

막비강은 자신이 결코 쌍요 같은 고수들의 적수가 못됨을 잘 알고 있었다

해서 객당으로 뛰어들자마자 무지막지한 살수를 휘둘렀다.

쐐애액!

그의 등에 짊어져 있던 곡괭이가 풍차처럼 분면색마에게 날아갔다.

[!]

분면색마가 깜짝 놀라 급히 물러서려는 순간 막비강은 이미 그의 지척으로 육박하며 장풍을 무찔러 내고 있었다.

분면색마도 다급히 장을 내밀어 막비강의 장풍을 맞받아쳤다.

퍼펑!

폭음이 일며 분면색마의 몸이 휘청했다

창졸간인지라 공력의 삼 할도 못 쓴데다가 호치도에 당한 옆구리의 상처가 터진 것이다.

하지만 막비강의 상황은 더 안 좋았다.

[!]

그는 온몸이 쩌르르 울려 대여섯 걸음 비틀거리며 물러서다가 털썩 주저앉았다

아무리 그가 금강옥액을 복용하여 일갑자 가까운 내공을 얻었다 해도 아직은 새파란 애송이에 불과한 것이다.

[허허! 요 쥐방울만한 것이 감히...!]

상대가 누군지를 발견한 분면색마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토했다.

[흐흐! 스스로 염라전에 뛰어들었으니 본좌를 야속하다 말아라!]

분면색마는 살기 등등한 표정으로 막비강에게 다가들었다.

(우라질! 역시 육요의 이름이 헛것이 아니었구나!)

막비강은 상상 이상으로 강한 분면색마의 공력에 압도당해 찬바람을 들이켰다

그러면서도 억지로 내공을 일으켜 분면색마와 맞설 자세를 취했다.

그때였다.

[사형! 그 귀여운 놈을 죽이진 말아요!]

한옆에서 상처를 추스르고 있던 도화요희가 다급히 외쳤다

갑작스런 사태에 놀라고 있던 그녀는 상대가 몸은 어른 같지만 얼굴은 아직 치기 어린 소년임을 알아보자 음심이 발동했던 것이다.

[이 망할 것아! 이런 지경에도 너란 년은...!]

분면색마는 화가 나서 도화요희 쪽을 돌아보며 버럭 고함을 질렀다.

바로 그 찰나의 순간이었다.

번쩍!

갑자기 그때까지 죽은 듯이 누워 있던 헌원여호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동시에 그녀의 호치도가 일섬 도광을 폭출했다.

[조심... 사형!]

[!]

[가자!]

세 마디의 서로 다른 외침이 동시에 터졌다.

분면색마는 갑자기 가해진 일격에 맞아 또다시 어깨에서 피분수를 뿜었다.

그자가 비틀하며 몸을 세웠을 때 이미 장내에는 헌원여호와 막비강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헌원여호는 사력을 다해 분면색마에게 일격을 가한 뒤 막비강의 손목을 잡아채며 객당 밖으로 뛰쳐나간 것이다.

[서랏!]

분면색마가 이를 갈며 뛰쳐나갔으나 헌원여호의 모습은 이미 야음 속으로 사라진 후였다.

 

***

 

응봉현 교외에 자리한 공동묘지.

어두운 야음 아래 수많은 고분들이 음산한 모습으로 늘어서 있었다.

쐐액!

문득 야음을 가르며 한 줄기 인영이 유성처럼 고묘군 사이로 떨어졌다.

[흐윽!]

떨어져 내린 인영은 곧 괴로운 신음을 발하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선배님! 정신차리십시오!]

그 인영에 이끌려 함께 바닥에 나뒹군 소년이 실색하며 외쳤다

그들은 바로 청련사를 탈출한 막비강과 헌원여호였다.

막비강과 함께 단번에 수십 리를 달려온 헌원여호는 갑자기 쓰러져 인사불성이 되었다.

그녀의 상세를 살피던 막비강은 다급해졌다

헌원여호의 온몸이 불덩이같이 뜨겁고 연신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때문이다.

(큰일났다! 어떻게 최음제의 해약을 구하지?)

막비강은 솥 안에 빠진 개미처럼 어쩔 줄 몰라하며 허둥댔다.

바로 그때였다.

[우우우우!]

돌연 두 사람이 날아온 쪽에서 분노에 가득 찬 장소성이 들리지 않는가?

(쌍요다!)

막비강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장소성의 주인은 바로 분면색마였던 것이다.

(여기 있다간 잡히고 만다!)

막비강은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의 한 몸이야 어떻게 숨는다 해도 헌원여호가 분면색마의 수중에 들어가면 큰일이었다

일대기인인 그녀가 분면색마 같은 색마에게 능욕을 당하는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그는 생각했다.

급히 주위를 살피던 막비강의 시야에 하나의 커다란 고묘가 들어왔다.

(우선 저기로 숨고 보자!)

막비강은 급히 헌원여호를 들쳐업고 고묘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고묘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막비강은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절감해야 했다

고묘 안은 휑뎅그렁하여 몸을 숨길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도굴을 당한 듯 고묘 안에는 깨진 도자기 파편만이 널려 있을 뿐이었다.

묘실 가운데에는 큼직한 석관(石棺)이 하나 휑뎅그렁하니 놓여 있었는데 그나마 뚜껑도 열려진 채 깨져 있었다.

(다른 곳을 찾아 봐야겠다!)

막비강은 급히 돌아나가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그의 귓전으로 허공을 가르는 파공음이 들렸다.

(늦었다! 이렇게 된 바에야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분면색마가 지척까지 들이닥쳤음을 안 막비강은 도리 없이 헌원여호를 안고 뚜껑도 없는 석관 속으로 뛰어들었다.

다행히 석관은 속이 깊고 넓어 둘이 들어갔음에도 공간이 넉넉했다.

막비강은 헌원여호를 바닥에 누이고 자신은 그 위에 엉거주춤 엎드린 자세를 취했다

비록 위급한 지경이지만 감히 몸을 완전히 밀착할 용기는 없어서 두 손으로 헌원여호의 동체 옆의 바닥을 짚어 버틴 것이다.

그래도 하체가 서로 맞닿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 막비강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옷을 사이에 두고 느껴지는 헌원여호의 튼실하면서도 보드라운 하체의 감촉이 막비강의 숨을 가쁘게 만든다.

헌원여호의 체격은 정말 당당해서 지난 반년 사이 쑥쑥 자란 막비강보다도 오히려 한 뼘 가량이나 더 컸다

그래서 막비강의 얼굴은 헌원여호의 가슴에 겨우 닿을 뿐이다.

막비강이 숨은 직후 인영이 번득하며 고묘 입구에 분면색마가 날아 내렸다

그자는 예리한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바로 그때였다.

[으으음!]

막비강의 몸 아래 깔린 헌원여호가 열에 들뜬 신음 소리를 내지 않는가?

(큰일났다!)

막비강은 질겁했다

두 팔은 바닥을 짚고 있어서 그녀의 입을 틀어막을 방법이 없다

이에 다급한 김에 막비강을 고개를 빼들고는 자신의 입술로 헌원여호의 입술을 그대로 덮어 눌러 신음 소리를 막았다.

[흐흐흐! 거기 숨어 있었느냐?]

하지만 분면색마가 눈을 번뜩이며 성큼 고묘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 아닌가?

막비강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석관이 비록 제법 깊지만 뚜껑이 없는 상태이므로 그자가 가까이 오기만 하면 그대로 들키고 말 지경이었다.

바로 그 위기의 순간이었다.

후다다닥!

멀지 않은 곳에서 무언가 다급히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근처에서 도굴을 하던 도굴꾼들이 분면색마의 웃음소리에 놀라 달아나는 모양이었다.

[교활한...!]

막 석관 속을 들여다보려던 분면색마는 분노의 일성과 함께 석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곧 그자가 누군가를 쫓아가는 소리가 아득히 멀어졌다.

[휴우! 정말 위험했다!]

막비강은 비로소 안도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헌원여호의 몸에서 일어서려 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헌원여호의 팔다리가 그의 몸을 뱀처럼 휘감는 것이 아닌가?

막비강이 질겁하는 사이 그녀의 미끈한 지체는 그를 마구 휘감고 요동치기 시작했다.

거친 숨결을 토해내는 그녀의 옥용은 숯불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막비강은 자신의 몸을 휘감은 헌원여호의 온몸이 물결치듯 요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숨막히게 조여대는 사지, 몸 아래 깔린 헌원여호의 살이 마치 솜처럼 부드럽고 따스하게 느껴졌다.

그와 함께 그의 하체 일부가 맹렬히 자라나기 시작했다.

사실 그의 양물은 비록 어린 나이지만 금강옥액을 복용한 덕분에 보통 어른들을 오히려 압도할 정도로 장대하게 자라 있었다.

그런 그의 남성이 헌원여호의 자극으로 난생처음 극한까지 자라난 것이다

헌원여호의 입에서 자지러지는 신음이 터져 나오고, 그녀의 섬섬옥수는 막비강의 하의를 더듬어 벗겨 내렸다.

막비강은 이내 자신의 불덩이 같은 일부가 더할 수 없이 부드러운 살갗에 닿는 것을 느꼈다.

이미 헌원여호의 치마는 허리춤으로 걷어올려져 허연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막비강은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음에도 수컷의 본능에 따랐다.

뜨거운 신음과 함께 헌원여호의 우람한 팔다리가 막비강을 으스러뜨릴 듯이 휘감았다.

두 남녀의 육체는 한치의 틈도 없이 결합된 채 미친 듯이 요동을 쳤다.

막비강은 헌원여호의 드넓은 육체에 매달리며 본능이 시키는 대로 허리를 굴렸다

막비강의 허리가 어색하게 들썩일 때마다 헌원여호의 입에서는 죽는 듯한 비명이 흘러 나왔다.

차갑고 비좁은 석관(石棺) 속은 어느덧 뜨거운 열락의 낙원으로 변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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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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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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