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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까이 있으나 먼 곳에서 왔느니

 

 

 

진양진인은 현천록이 초상감각에 아주 빨리 눈 뜨는 것을 보고 충분히 가르칠 만 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천록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어 버렸다.

양의신공의 구결을 진양진인이 풀어주기 시작하자마자 즉시 그 의미를 해득해버린 것이다.

양의신공같은 상승무공은 연공도 연공이지만 깨달음이 주가 된다.

특히 양의신공은 그 속에 여러 가지 무공의 비결을 담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양의신공에는 마음을 두 개로 나누어 사용하는 양심공이 포함되어 있다.

무당에서 원로들 중에 양의신공을 익히지 않은 자는 없다.

그러나 양의신공 속에 있는 양심공의 구결이나 그 밖의 묘용들을 깨달아 익히는 자 또한 극히 드물다.

현천록이 양의신공의 구결을 완벽하게 암송해낼 뿐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선천지기(先天之氣)를 이끌어내 양의신공의 바탕으로 만드는데는 진양진인의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자넨... 정말 신비하군. 마치 물을 담는 그릇이 존재하는 것처럼 자넨 양의신공을 배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네.]

현천록은 내공을 쌓기 위해서 흔히 하는 토납(吐納)과 축기(蓄氣)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보통 내공을 닦을 때는 천지의 기운을 몸속에 받아들여 쌓고 키워 나가며 더욱 정화시키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사람이 처음 태어날때부터 가지고 있는 선천지기를 이끌어내게 되면 그 순수함을 바탕으로 크지는 않아도 아주 뛰어난 내공을 지닐 수 있게 된다.

진양진인도 그런 경우가 있다는 것을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본 적은 없다.

현천록이 양의신공의 구결을 해득하면서 선천지기를 자유자재로 움직이게 되는 것을 보는 그의 감회는 아주 특별했다.

양의신공은 도가의 무공이니 선천지기를 중시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진양진인은 어쩌면 양의신공을 다른 무공을 배운 후에 익혔기 때문에 선천지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현천록이야 말로 진짜 양의신공을 익히게 되는 것같았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지만 진양진인은 양의신공의 구결을 모두 풀어주었다.

그리고 그때 양의신공은 이미 현천록의 무공이 되어 있었다.

진양진인이 말했다.

[내력을 손으로 모아서 바위를 쳐보게.]

현천록의 손이 바위에 닿자 밀가루를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

가볍게 돌가루가 날린다.

현천록이 말했다.

[이정도면 얼마나 배운거죠?]

진양진인이 탄식하며 말했다.

[아주 잘했네. 아마도 전설 속의 그 창허진인도 자네보다는 못했을걸세. 세상에 기재는 따로 있었네 그려. 그 정도면 다른 사람의 삼십년 공력에 못지않네.]

현천록은 빙그레 웃었다.

진양진인이 무슨 생각에서 무당파의 최고 신공인 양의신공을 가르쳐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절기를 몸 속에 지니게 됐다는 사실이 그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진양진인이 말했다.

[이제 자네가 내 몸에 양의신공을 조금 주입해서 막힌 혈도를 뚫어주게. 현기와 명문, 좌협, 천중, 선기, 협곡이네. 아니아니! 자네는 혈도를 아직 모르겠군. 총명하니 금방 배우게 될걸세.]

현천록이 웃으며 말했다.

[도장께선 우리가 내기했다는 걸 잊기라도 한 것 같군요.]

진양진인이 말했다.

[잊을 리가 있겠나? 하지만 자네가 지게 될걸세. 일단 내말에 따르기로 했으니 내가 시키는대로 따르게.]

현천록은 진양진인이 자기의 몸을 일일이 짚어가며 혈도의 정확한 위치와 묘용을 가르쳐 주는 것을 들었다.

[이제 자네 손으로 직접 자네 혈도들을 확인해보게.]

진양진인이 아주 지친 듯 피곤한 음성으로 말했다.

현천록은 자기의 몸이 마치 거미줄에 휘감긴 것 같은 착각을 했다.

손으로 혈도를 확인해나가는 곳마다 온 몸을 거미줄같은 것이 휘감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삼백육십개의 혈도를 다 확인하고 났을 때는 마치 몸밖에서 몸을 보는 것처럼 자기의 몸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미미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이따금씩 끊어지기도 하고 신음도 섞여있다.

장군묵의 손에 중상을 입고 현천록에게 양의신공을 전수하느라 지칠때로 지쳐버린 진양진인의 숨소리다.

현천록은 양의신공을 다시 연습하면서 그가 잠에서 깨어나길 기다렸다.

무공을 배우는 일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들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X X X

 

하얀 눈으로 뒤덮힌 자금산에 태양이 떠올랐다.

눈에 반사된 햇빛이 눈을 부시게 한다.

[! 얼굴까지 새까맣게 타겠군. 겨울에도 나다니려면 몽면을 하든지 해야지 원.]

이매봉은 투덜거리면서 황금빛 일출을 맞았다.

날이 밝을 때까지 코를 끙끙거리면서 눈밭을 헤맸지만 결국 희미해져버린 현천록의 종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매봉은 손수건을 깔고 앉았지만 엉덩이가 몹시 시려왔다.

어지간히 지치기도 지쳤다.

[어휴~ 그녀석! 부처님 손바닥에 있는 손오공 정도로 생각했더니 나한테서 도망을 쳐? 어디 찾기만 해봐라 그냥...]

이매봉은 눈앞에 현천록이 있으면 치기라도 할 듯이 주먹을 번쩍 치켜들었다.

하지만 슬그머니 다시 내렸다. 햇살이 이렇게 찬란한데 주먹질을 해대는 건 어울리지 않을 성 싶어서다.

엉덩이는 찬바위를 닮아가며 싸늘하지만 얼굴은 햇빛을 받아 따스하다.

반이나마 온화함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세상사는 낙 중 하나일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하지만 이매봉의 드문 감상은 세 사람이 산정으로 다가오면서 끝나고 말았다.

세사람은 흑의(黑衣)를 입었는데 눈 위를 걸어오는 모습이 말 그대로 검은 점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자그락거리는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린다.

이매봉은 마주쳐봤자 귀찮은 일만 있을 것 같아 적당한 바위를 찾아 몸을 숨겼다.

세 사람 모두 수염이 허옇게 센 노인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인상이나 눈빛이 모두 바르게 살아온 사람같지는 않다.

친형제지간인지 모두 비슷한 얼굴이기도 하다.

한 사람은 검을 들었고, 또 한사람은 한겨울인데도 합죽선(合竹扇)을 들었으며, 또 다른 한 사람은 손안에서 호두 두 알을 굴리면서 소리를 내고 있었다.

호두를 굴리는 사람이 말했다.

[노대(老大)! 진양진인 그 늙은이가 머리를 좀 쓴 것 같소. 헤헤... 물론 노대에겐 못미치겠지만 말이오.]

합죽선을 든 사람이 어깨를 한 번 우쭐하며 웃는다.

검을 든 사람이 말했다.

[노대! 노삼(老三) 말이 맞소. 그 늙은이가 함정을 파놨을 거라는 짐작이 여지없이 맞아떨어졌소. 겁없이 날뛰던 놈들은 현무호에서 모조리 죽었소.]

촤락!

합죽선을 든 사람이 한 번 펼쳐서 얼굴을 부치며 말했다.

[대단한 것도 아니다. 노이(老二)! 너도 한번 생각해봐라. 진양진인과 포두화상은 절친하다고는 못해도 옛날부터 친구지간이었지. 한데 뜬금없이 현무호에서 만나 싸운다는 게 말이나 되나?]

호두알을 굴리는 노삼이 말했다.

[하지만 노대, 진양진인이 옥황빙서를 가졌다면 포두화상이 싸움을 걸 수도 있지 않겠소?]

노대가 말했다.

[옥황빙서? ! 다들 미쳐서 날뛰는 옥황빙서 말이지? 진양진인이 가졌다고 들었는데 글쎄... 현무호에서는 진양진인은 콧베기도 보이지 않고 괴물같은 놈이 나왔지. 모두 그 괴물같은 놈에게 옥황빙서를 내놓으라고 달려들었는데 어떻게 됐나? 모두 죽었어. 그 괴물같은 작자는 옥황빙서에 대해서 가타부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노이가 말했다.

[그럼 노대는...]

노대가 말했다.

[잘 생각해야돼. 괴물같은 놈과 진양진인을 혼동하면 절대로 안되지. 진양진인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야. 무공도 뛰어나지만 항상 주위에 있는 누군가를 이용하곤하지. 철저하게 계산적인 머리를 지닌 사람이지. 괴물같은 놈도 진양진인에게 이용당했을 거야. 옥황빙서는 진양진인이 가지고 있을거야. 우린 무조건 진양진인만 찾아서 죽이면 돼.]

노삼이 감탄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노대는 진양진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소그려.]

노대가 화를 벌컥 내면서 말했다.

[너는 내가 진양진인에게 패했던 걸 비웃는거냐?]

노삼이 황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소. 난 노대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오. 석년에 노대가 그와 싸워 이기지 못한 것도 실상 노대의 삼음장(三陰掌)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이지 않소? 지금 노대는 삼음장을 대성했으니 진양진인도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 확실하오.]

노대가 코웃음을 쳤다.

[! 알랑방귀 따윈 집어치워라. 진양진인이 왜 진양진인이겠나? 소양지(小陽指)의 공력을 지니고 있는데 내 삼음장인들 무슨 위세를 부릴까? 하지만 흥! 내겐 비장의 수법이 있지.]

그때 노이가 불쑥 물었다.

[노대, 진양진인은 누구한테서 옥황빙서를 얻었소? 그리고 대체 옥황빙서가 뭐요?]

노대는 한심하다는 듯이 노이를 보고 나서 말했다.

[옥황빙서는 어디에서 오는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옥황빙서에는 어떤 곳을 가리키는 지도가 그려져 있고 다른 쪽에는 천상의 무공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옥황빙서를 얻는다면 첫째는 무공을 익히고 둘째는 지도에 적힌 곳을 찾아가는 것이 순서다.]

노이가 물었다.

[옥황빙서에 대한 이야기는 어렸을 때 사부님께 얼핏 들은 적이 있소. 대체 옥황빙서는 얼마나 오래된 것이오?]

노대가 말했다.

[그것도 아는 사람이 없다. 수백년, 어쩌면 수천년이 됐는지도 모르지.]

노삼이 물었다.

[노대, 우리가 만약 옥황빙서를 얻게 된다면... 무공은 함께 익힐 수 있겠지만 그 어떤 곳을 찾아가는 것도 함께 할 수 있소? 혹시 한 사람만 갈 수 있다면...]

노대가 차갑게 쏘아부쳤다.

[별 걱정을 다하는군. 쓸데없는 걱정말고 진양진인이나 찾아봐! 틀림없이 자금산 중에 있을 테니까.]

노삼이 입이 쑥 들어갔다.

노대가 말했다.

[현무호에서 자금산 쪽으로 묘한 냄새가 이어졌단 말이야. 매화향기 같기도 하고 포도냄새같기도 한 냄새지. 미약한 것 같으면서도 잘 흩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묘한 냄새야. 어쩌면 옥황빙서에서 나는 냄새일 수도 있고 진양진인이 가진 다른 물건 냄샐 수도 있지. 어쨌든 이 근처가 틀림없어.]

이매봉은 노대라는 자가 하는 말을 듣고 속으로 감탄했다.

(정말 늙은 생강이네. 우리가 쓰는 일매향(逸梅香)은 어지간해서는 알아차릴 수도 없는데... 완전 개코다! 한데 일매향은 현천록한테서 나는 냄새잖아. 진양진인이라니 당신들은 짚어도 한 참 잘못짚었어.)

이매봉은 바위 뒤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중얼거렸다.

[나도 못찾은 녀석 당신들이 찾아주면 고맙지.]

그때 노이가 말했다.

[노대! 산 동쪽으로 가면 동굴이 하나 있소. 절벽 중간에 있는데 혹시 그곳에 숨은 건 아닌지 모르겠소.]

갑자기 노대가 버럭 소리쳤다.

[웬놈이냐!]

이매봉은 그 소리가 자기를 가리키는 것임을 알고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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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쟁탈전

 

 

 

[이놈아! 너는 누구냐?]

삼촌정이 당혹한 표정으로 물었다.

헌데 막비강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추명염왕이 뒤따라 도착하며 고함을 질렀다.

[애송아! 너는 감히 막비강, 곡능천, 능곡천이 아니라고 말할 테냐?]

막비강은 그자가 단숨에 자신의 정체를 알아내자 내심 뜨끔했다.

하지만 시치미를 뚝 떼고 되물었다.

[노인장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통 못 알아듣겠소.]

뒤어어 도착한 소면호도 눈을 부라리며 외쳤다.

[! 수작 부리지 마라! 노부가 네놈의 몸을 수색해 보겠다!]

막비강은 한 걸음 물러서며 이마를 찌푸렸다.

[내 몸에서 무엇을 수색하겠다는 거요?]

!

하지만 소면호는 대꾸하지 않고 지풍을 날려 막비강의 혈도를 찍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몸을 수색하여 무협제원의 유물인 신녀비를 찾아냈다.

[교활한 놈! 이래도 시치미를 뗄 테냐! 이건 무협제원의 신녀비가 아니냐?]

소면호는 비수를 막비강의 목에 들이대었다. 그는 이미 막비강이 무협제원의 무공을 익혔음을 알고 있었다.

[비급이 숨겨진 장소를 말하지 않으면 당장 멱을 따버리겠다.]

소면호는 금방이라도 신녀비로 목을 찌를 듯이 위협하며 말했다.

하지만 막비강은 끝까지 시치미를 뗐다.

[비급이 숨겨진 장소라니요? 도대체 뭔 소린지 모르겠소. 생사람 잡지말고 빨리 혈도나 풀어주시오! 그 단검은 허리춤에 붉은 빛이 도는 호로를 찬 내 또래의 소년이 준 것이오.]

막비강의 말에 마두들은 흠칫했다.

하지만 소면호는 끝내 의심을 풀지 않고 물었다.

[그 놈이 무엇 때문에 이런 절세보검을 네게 주었느냐?]

막비강은 미리 생각해둔 바가 있어 머뭇거리지 않고 즉시 둘러댔다.

[그는 내게 우혈(牛穴)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소. 그래서 알려 주었더니 고맙다면서 그 단검을 내게 주었소.]

빈틈없는 막비강의 대답에 세 마두는 반신반의하며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삼촌정이 차가운 코웃음을 날렸다.

[! 네놈의 말을 잠시 믿어주겠다. 하지만 네가 말한 그놈이 보이지 않으면 네놈을 대신 우혈 속에 던져 버리겠다.]

삼촌정은 즉시 막비강을 옆구리에 끼고는 경신술을 펼쳐 달려가기 시작했다.

 

일행은 곧 경지하 변에 높이 솟아있는 절벽 앞에 이르렀다. 그 절벽 아래에는 커다란 동굴이 하나 뚫려 있었는데 때때로 안쪽에서 소가 우는 듯한 괴성이 들려 우혈이란 이름이 붙어 있었다.

막비강은 소흥부에 도착했을 때 사람들로부터 경지하 변에 우혈이란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 기억하고 있다가 세 마두에게 둘러댄 것이다.

하지만 막비강과 세 마두가 우혈 근처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 누가 있을 리 없다. 그저 안쪽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컴컴한 동굴만 뻥 뚫려 있을 뿐이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감히 어른을 속여? 네놈부터 먼저 죽이겠다.]

소면호는 우혈 주위에 인기척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살기 어린 노성을 질렀다.

막비강은 깜짝 놀라는 척하며 다급히 말했다.

[당신들은 비급을 취득하러 왔다고 말했지 않소? 그럼 그 소년이 먼저 우혈 안으로 비급을 찾으러 들어갔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 말에 추명염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놈 말에도 일리가 있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안을 살펴보자.]

삼촌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막비강을 옆구리에 낀 채 우혈 안으로 들어갔다.

[잠깐!]

그때 소면호가 삼촌정에게서 막비강을 낚아채며 말했다.

[난쟁아! 너는 몸집이 작아서 안으로 들어가 사람을 찾아보기에 적합하다. 이놈은 내가 업고 뒤따라 들어가고 염왕을 내 뒤에서 보호하게 하자.]

삼촌정과 추명염왕은 소면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막비강도 속으로 탈출할 계획을 생각하며 소면호의 등에 업힌 채 음침하기 짝이 없는 우혈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가량 들어가자 동굴은 점점 좁아졌다. 그와 함께 발 밑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 동굴의 바닥을 이루는 바위의 아래쪽에는 지하수맥이 흐르고 있었는데 그 물의 수위가 변하며 간간이 소 울음소리 같은 괴성을 내는 것이다.

[... 큰일날 뻔했구나!]

문득 앞장서서 들어가던 삼촌정이 급히 뒤로 물러섰다. 갑자기 동굴 바닥이 끝나며 수직 동굴이 나타난 때문이다. 자칫 했으면 삼촌정은 그대로 수직동굴 아래로 굴러떨어질 뻔 했다.

이 수직 동굴은 얼마나 깊은 지 알 수가 없다. 삼촌정이 품 속에서 천리화(千里火)를 꺼내 불을 붙인 뒤 아래쪽을 비추어 보았지만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수직 동굴 아래쪽에서는 세차게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차가운 냉기(冷氣)가 올라와 뼛속까지 스며든다.

길이 끊긴 것을 확인한 삼촌정은 고개를 홱 돌려 막비강을 노려보았다.

[죽일 놈! 여기 어디에 사람이 있느냐? 이 수직갱 속에는 물이 흐르고 있고 너무 깊어 일단 뛰어내려가면 올라올 수도 없다. 설마 막비강이란 놈이 죽으려고 환장했단 말이냐?]

하지만 막비강은 태연히 대꾸했다.

[그거야 모르는 일이오. 나라도 절세비급을 얻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잃을 각오까지 했을 거요.]

헌데 바로 그 직후였다.

! !

[으악!]

[고금! 네놈이... 으아아아!]

갑자기 두 차례 둔탁한 폭음이 일어나고 처절한 비명이 동시에 터졌다.

풍덩! 풍덩!

그와 함께 두 개의 인영이 그대로 수직갱 아래의 물 속으로 떨어졌다.

이어 어둠 속에서 소면호가 득의의 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 너희 두 노적은 비급 때문에 지금까지 나와 다투었지만 이제는 황천에 가서 염라대왕과 다투어라!]

수직갱 속으로 추락한 것은 바로 추명염왕과 삼촌정이었다. 소면호가 방심하고 있는 그들을 장력으로 급습하여 수직갱에 밀어버린 것이다.

막비강은 짐짓 겁에 질린 척하며 벌벌 떨었다.

[... 살려 주세요!]

[흐흐흐! 어린 녀석아, 무서워할 것 없다.]

소면호가 음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두 노적은 오래 전에 죽었어야 했다. 하지만 넌 죽이지 않을 테니 비급이 숨겨진 장소를 바른 대로 말해라!]

[비급이 숨겨진 장소를 내가 어떻게 압니까?]

막비강이 시치미를 떼었으나 소면호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내 앞에선 어리석은 수작 부리지 마라. 끝까지 곡능천이 아니라고 고집부린다면 네놈도 저 속에 던져 버리겠다.]

[난 오진강(吳振綱)이라는 소흥부 사람입니다. 내 말이 믿어지지 않으면 우리 집으로 데려가 물어 보면 알게 될 텐데 왜 나를 곡능천이라 하는 거요?]

[주둥아리 닥쳐라!]

소면호는 얼굴을 굳히며 차갑게 외쳤다.

[아무리 교활해도 사람에겐 실수가 있는 법이다. 그저 길을 가르쳐 주었을 뿐인데 절세보검을 기증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 그리고 노부는 네놈의 허리띠가 원래의 그 허리띠임을 알아보았다. 설마 곡능천이 허리띠까지 네게 주진 않았겠지?]

막비강은 더 이상 시치미를 떼어봐야 소용없음을 깨닫고 자신이 천면신룡 곡능천임을 인정했다.

[확실히 당신은 죽은 두 인간보다 세심하군. 이렇게 잡혔으니 더 이상 할말이 없다. 비급을 얻고 싶으면 경지하로 돌아가자.]

소면호는 막비강을 달래기 위해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미리 말해 두지만 만약 청구단서를 얻게 되면 노부는 청구상인의 무공과 노부의 일신 절예를 모두 네게 전수하여 제자로 삼아주겠다.]

그자의 말에 막비강은 속으로 냉소했다.

(! 만약 네가 무공을 가르쳐 준다면 나는 그 무공으로 네놈부터 없애버리겠다.)

막비강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소면호가 또 웃으며 물었다.

[! 그러니 어서 말해봐라. 네가 파손한 석벽에는 무엇이 새겨져 있었느냐?]

막비강은 잠시 생각을 굴리다가 대답했다.

[한 수의 시구가 새겨져 있었소.]

막비강은 이어 시구를 읽어 주었다. 하지만 다른 구절은 석벽에 새겨진 대로 말해 주었으나 가득 찬 달밤 삼경에 탑 그림자가 드리워져... 라는 구절은 가득 찬 달밤 삼경에 북두(北斗)의 손잡이가 이동하여로 고쳐 말했다.

소면호는 막비강이 말한 시구를 한 동안 음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시구는 과연 비급이 숨겨진 장소를 알리는 관건이구나.]

[그렇소. 이 시구의 뜻으로 보아 달 밝은 밤에 경지하 강변에 가면 틀림없이 청구단서를 취득할 수 있을 것이오.]

소면호는 막비강이 시원하게 비급의 행방을 말하자 내심 기뻐하며 말했다.

[이제 보니 너는 정말 총명하고 시세를 아는 아이구나. 노부는 설사 그 비급을 찾지 못한다 해도 노부의 절기를 모두 네게 전수해 주겠다.]

[아직 비급도 찾지 못했고 또 나는 당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는데....]

[그런 건 상관하지 않아도 된다. 절기를 전수받은 후 노부를 기억해주기만 해도 만족한다. 그럼 우리 그만 영롱탑 근처로 가서 삼경이 될 때까지 기다리자.]

막비강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한 가지만 알고 두 가지는 모르는군요. 그 시구의 내용으로 보아 보름 달밤이라야 하며 그것도 팔월 중추절 밤의 삼경을 가리키는 것일 거요. 오늘은 스무날이니 앞으로 스무닷새가 더 지나야만 보름달이 옵니다.]

소면호는 만면에 희색을 띠며 막비강의 총명함에 찬탄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나이가 자기보다 어린 소년의 계략에 걸려들고 있는 사실을 꿈에도 께닫지 못했다.

 

* * *

 

이십오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다.

어느덧 둥글게 찬 달이 구름 속으로 숨었다 다시 천천히 고개를 내밀었다. 대지는 은가루를 뿌려 대낮같이 밝았다.

막비강은 지난 이십오 일간 소면호를 따라다니며 많은 무학비결을 배웠다.

그리고 이날 소면호와 함께 영롱탑이 보이는 경지하 강변에 이르렀다.

[와아!]

[크아아악!]

챙채앵! 퍼퍼펑!

하지만 이 무렵 경지하 강변에는 무수한 인영이 난무하고 사람들이 죽고 죽이며 토해내는 함성이 천지를 진동하고 있었다.

막비강은 내심 조소를 머금는 동시애 우려를 금치 못했다.

(저들도 청구단서 때문에 여기에 온 모양이구나. 그런데 그들은 지금 이 시간임을 어떻게 알았을까?)

소면호도 내심 의혹을 금치 못하고 막비강에게 나직이 말했다.

[혹시 그들도 대석비곡에 가서 그 석벽의 글자를 본 것이 아니냐?]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막비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그가 석벽의 글들을 긁어내긴 했지만 글이 적혀있었던 흔적은 남아 있었다. 만일 공력이 심후한 자라면 원래의 글을 알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소면호는 잠시 생각을 굴리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설령 지워진 시구를 다시 판독했다 해도 저자들 역시 나처럼 그 안의 뜻을 절반밖에는 풀이하지 못했을 것이다.]

[절반만 풀이했다면 이렇게 공교롭게 시간을 맞추어 도착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막비강은 이렇게 대꾸한 후 영롱탑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았다. 하지만 영롱탑 안은 칠흑같이 어두워 귀화가 나타난다는 장몽아의 말과는 부합하지 않았다.

이어 그는 혈전을 벌이고 있는 무림 인물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들 중에는 남산의성 악불령 등 막비강도 눈에 익은 무림 고수들이 끼여 있었다.

하지만 오봉도인과 조씨부인 일가, 그리고 날수선랑 조손(祖孫)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날수선랑과 조씨부인 일가는 집안에 숨어 동정을 살피고 있다 하더라도 오봉도인은 대석비곡까지 왔었는데 비급 탈취 전에 참가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악() 노인과 먼저 고하를 가늠하고 싶소.]

그때 많은 인파 중에서 서생 차림의 중년인이 외치며 걸어나왔다. 그자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한 반면 두 눈에서는 새파란 남광이 번뜩여 사이하고 섬뜩하기 이를 데 없는 인상이었다.

[저자가 육요(六妖)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백독서생(百毒書生) 이량(李良)이다!]

소면호가 설명해 주었다.

(백독서생 이량!)

막비강도 일찍이 그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으므로 유심히 그자를 지켜보았다.

별호 그대로 백가지 극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백독서생 이량은 자타가 공인하는 용독(用毒)의 천하제일인이다. 그 때문에 어떤 고수라도 백독서생 이량을 상대하길 꺼려한다.

[하하하! 그동안 이 서생의 용독술이 제법 성취가 있었던 모양이군! 노부에게 가르침을 내리겠다니...!]

군중들 속에 한차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약초 캐는 호미를 든 노인이 중인들을 헤치고 나갔다. 이 노인은 바로 남산의성 악불령이었다. 백독서생 이량이 용독으로 천하제일이라면 남산의성 악불령을 용약(用藥)으로 천하제일이라 할 수 있다.

막비강은 남산의성을 보는 순간 마음이 조급해졌다.

(야단났구나! 천오주는 내가 가지고 있으니 저분은 무엇으로 백독서생을 대항한단 말인가? 아무래도 내가 대신 나가 백독서생을 상대해야겠구나.)

이렇게 생각한 막비강이 숨어 있던 수풀에서 나가려 하자 소면호가 얼른 그의 팔을 잡아끌어안았다.

[너는 왜 이렇게 마음이 착하냐? 우린 그들이 서로 싸워 죽을 때를 기다렸다 나가서 뒷수습만 하면 된다.]

[안 됩니다. 악 노인은 내게 은혜를 베풀었습니다.]

[꼭 나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나는 너부터 먼저 죽여 버리겠다.]

막비강은 소면호와 함께 이십여 일을 같이 생활하며 상대방의 절학도 배웠다. 하지만 그의 비열한 행위와 독랄한 마음을 보고 오히려 날이 갈수록 반감이 더했다.

[가지 말라면 가지 않겠소.]

그는 이렇게 말하며 소면호로 하여금 팔을 놓게 했다.

[이얏!]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풀 숲에서 날아 나갔다.

[이놈이...! 거기 서지 못해?]

소면호가 노성을 지르며 뒤따라 몸을 솟구쳐 추격했다.

하지만 막비강은 금강옥액을 복용하여 생사현관까지 타통되어 근 일 갑자의 공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먼저 몸을 날렸다. 그 때문에 소면호의 경공신법이 아무리 쾌첩하다 해도 단번에 그를 추격하긴 어려운 일이었다.

 

남산의성 악불령과 백독서생 이량은 몇 마디 형식적인 인사말을 나눈 후 막 싸움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갑자기 날카로운 외침 소리가 들리는지라 동시에 고개를 돌려보니 하나의 인영이 비조(飛鳥)처럼 날아오고 그 뒤에 또 다른 그림자가 쫓아오고 있지 않은가?

남산의성 악불령은 전면의 인영이 전개하는 신법에서 반년 전에 만났던 소년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걱정 마라, 아이야!]

그는 급히 달려가 막비강을 맞이한 다음 소면호에게 큰소리로 외쳐 물었다.

[왜 어린 후배를 괴롭히는 거요?]

[비켜라!]

소면호가 노성을 지르며 일장을 격출했다. 남산의성 악불령은 상대방의 장풍이 강맹함을 느끼고 황급히 일장을 맞받아 냈다.

!

그러나 이 무렵 소면호는 전력을 다해 일장을 격출했는지라 남산의성 악불령은 팔이 마비됨을 느끼고 비틀거리며 세 걸음이나 후퇴했다.

[누군가 했더니 고명이 쟁쟁하신 소면호 고 노인이셨군!]

악불령은 몸을 가눈 다음에야 상대방이 누군지 알아보았다. 그는 즉시 오른손의 뇌강서로 둥근 흑광을 형성하여 질풍처럼 덮쳐 갔다.

소면호는 자기의 무예가 상대방에 비해 약간의 손색이 있음을 알고 처음부터 전신의 공력을 발출했었다. 헌데 상대방이 병기를 휘두르며 덮쳐 오자 더욱 두려움을 금치 못하고 급히 쌍구검(雙鉤劍)을 뽑아 평생의 절학을 다해 악불령과 치열한 혈전을 벌였다.

그사이에 막비강은 백독서생 이량 앞에 도착하여 포권의 예를 올리며 빙긋이 웃었다.

[이 선배님의 독공이 천하제일이라는 소문을 오래 전부터 들었습니다. 후배 오진강이 가르침을 받고자 이렇게 나왔습니다.]

장내의 군중은 그의 그 같은 행위에 어리둥절해했다.

그들은 대개가 강호에서 위명을 떨친 고수들이지만 백독서생 이량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헌데 갑자기 약관도 안된 어린 소년이 백독서생 이량에게 도전한 것이다.

군웅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막비강의 안위를 걱정했다.

백독서생 이량은 자기 소개를 하고 나온 자가 아직 젖비린내도 가시지 않은 소년임을 보고 실소했다.

[애송아! 너의 담량은 대단하구나. 너는 누구의 자제이며 사부는 누구냐?]

[후배에겐 사부도 없고 부친도 없습니다.]

[무슨 잠꼬대 같은 말이냐? 사부가 없다는 말은 가능하지만 부친이 없다면 너는 어디서 났단 말이냐?]

[물론 부친이야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내 자신도 내 부친이 누군지 모릅니다. 그래서 부친이 없다고 대답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전할 필요 없이 노부를 사부로 모셔라. 그럼 네게 독문(毒門)의 용독학(用毒學)을 전수해 주겠다.]

[독으로 사람을 해치는 잔재주 따위는 배우지 않겠습니다.]

독공이 잔재주라는 막비강의 말에 백독서생 이량의 눈에서 한 줄기 살기가 발산되었다.

[네놈을 때려죽여 버리겠다.]

[글쎄, 그게 쉽게 될지 의심스럽군요.]

남산의성 악불령은 막비강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량에게 도전하자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뇌강서로 강맹한 일초를 공격한 다음 소면호를 버려 둔 채 질풍처럼 날아왔다.

[얘야, 경거망동하지 마라!]

그는 이어 백독서생 이량에게 말했다.

[이 아이는 노부의 기명제자(記名弟子).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후배니 실례가 있었더라도 이해하시오!]

백독서생 이량은 어리둥절했다.

[이 녀석은 사부도 부친도 없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어찌 갑자기 당신의 기명제자라는 거요?]

바로 그때였다.

[그는 노부의 기명제자이기도 하오.]

소면호가 뒤따라 달려와 고함을 질렀다.

[뭐라고?]

[저 아이가 남산의성의 제자이며 또 소면호의 제자라고?]

장내의 군웅들은 일제히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정사(正邪) 양파의 무학을 동시에 배운다는 것은 너무 기이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들뿐 아니라 백독서생 이량 등도 어리둥절했다.

남산의성 악불령은 막비강이 자기를 만나기 전에 이미 염라철장, 무협제원, 헌원여호등 세 사람의 무공을 배웠음을 알고 있었다. 그런지라 다시 소면호의 무공을 배운 것에 대해 조금도 이상히 생각지 않고 빙긋이 웃었다.

[고 노인, 당신은 스스로 자신을 추켜세우지 마라. 설령 당신이 저 아이에게 무학을 전수해 주었다 해도 기명제자라곤 말할 수 없다.]

소면호가 눈을 부릅뜨며 반박했다.

[그럼 너는 무슨 자격으로 그를 너의 기명제자라 말하느냐?]

[그가 나의 독문의학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는 나의 독문무학을 배웠다.]

백독서생 이량이 옆에서 웃으며 참견을 했다.

[당신들은 더 이상 다투지 마시오. 이 아이가 내게 도전해 왔으니 나는 그를 양자로 삼아야겠소.]

[핫하하하! 재미있구나! 정말 재미있어! 비급 쟁탈전이 이제 사람의 쟁탈전으로 변하다니...!]

문득 허공에서 누군가의 가가대소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화라라라!

처음 웃음소리는 분명 수마장 밖에서 들려 왔는데 다음 순간 하나의 거대한 그림자가 장내로 날아 내렸다. 실로 대단한 경신술이 아닐 수 없었다.

쿠쿵쿵!

지축을 흔들며 날아 내린 인물은 한 명 산발한 노인이었다. 머리는 수세미처럼 산발을 했고, 얼굴의 절반은 지전분한 수염으로 덮여 있었다.

몸에 걸친 것은 다 낡아 해진 관복이었는데 발에는 아무것도 신지 않아 때로 찌든 커다란 발이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일견하기에도 정신이 온전치 못한 광인(狂人)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미친 사람 형상의 노인이 나타나자 중인들은 안색이 변해서 급히 사방으로 물러섰다.

[우주도철(宇宙饕餮)! 우주도철이다!]

[천하오대기인(天下五大奇人) 중 한 명이 나타났다!]

 

우주도철!

 

그렇다. 그 광인이야말로 전대의 최절정고수들인 천하오대기인 중의 우주도철이란 인물이었다. 그는 한때 벼슬을 했던 적도 있어 늘 낡은 관복을 입고 다니는 것이다.

도철(饕餮)이란 본래 탐욕스럽고 광폭하여 사람을 잘 잡아먹는다는 전설 속의 괴물이다.

별호에 그 도철이란 이름이 들어간 것만으로도 이 인물의 성격이 어떠한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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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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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긴 동굴을 통과하는 마차. 앞쪽에는 열린 철문이 있고 철문 안쪽에서 빛이 흘러나온다.

열린 철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는 마차

마차가 들어선 곳은 넓은 광장. 수백 명이 들어올 수 있을 정도 넓이. 까마득한 위쪽이 뻥 뚫려 있어서 햇빛이 들어온다. 광장에는 이미 네 대의 마차가 서있다. 모양은 독검사랑이 몰고 온 마차와 똑같은데 문이 열려있다. 문 안쪽에는 아무도 없다. 모두 하차한 모습이고. 마부들이 말을 손질하다가 돌아본다.

[워워...] 마부가 말 고삐를 당겨서 마차를 세우고.

드드드 끼이... 마차가 멈춰서고

뛰어내리는 독검사랑

철컹! 마차의 옆에 나있는 문을 열고

문 안쪽에는 청풍과 소년 소녀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일어서 있다.

독검사랑; [도착했다. 모두 내려라.] 옆으로 물러서고

청풍을 선두로 마차에서 내리는 소년과 소녀들 20명이고. 계집애들은 다섯인데 정정과 난향 외의 세명은 평범한 용모의 소유자들이다. 이영자같은 체격의 여자 아이와 쌍둥이로 보이는 주근깨 소녀들.

독검사랑; [이청풍! 동료들을 인솔해서 저 문으로 들어가라.] 광장 입구 맞은편을 가리키고. 그곳에는 복면인들이 지키는 문이 있다. 복면인들은 이마에 <>자가 적힌 인자급 자객들이다.

청풍; [가자.] 독검사랑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고. 그 뒤를 정정, 철두등 아이들이 두 줄로 따라간다. 정정과 철두가 청풍의 바로 뒤를 따라간다.

독검사랑; (잠깐 사이에 일행을 휘어잡았다. 대단한 영도력이긴 한데...) 청풍을 보며 생각하고

독검사랑; (정 많은 그 성격이 네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음산하게 웃고

독검사랑; (물론 그 결점을 극복하면 단주님의 기대에 부응하는 최강의 살인병기가 될 수 있을 테지만...)

복면인들이 지키는 철문쪽으로 가는 청풍 일행.

철문을 좌우에서 지키다가 열어주려는 복면인들

정정; [살인상단의 자객들은 그 실력에 따라 천()자급, ()자급, ()자급, ()자급으로 나뉜데.] 청풍의 뒤를 따라가며 속삭이고

철두; [그럼 저자들이 인()자급이겠군.] 문을 열어주는 복면인들 보며

정정; [제삼등급이지만 무시하면 안돼.] [인자급도 혼자 구대문파 장문인을 죽이는 게 가능하다니까.]

철두; [... 그게 사실이라면 지자급과 천자급은 상상을 초월하는 실력자들이겠구만.] 침 꿀꺽

정정; [우릴 여기로 데려온 독검사랑이란 자가 아마 지자급일 거야.] 뒤쪽에 서서 보고 있는 독검사랑을 곁눈질하고.

그 사이에 철문에 이르는 청풍 일행.

긴장하며 철문 안쪽으로 들어간다.

 

#132>

청풍 일행이 들어선 철문 안쪽은 천장이 막혀있는 또 다른 광장. 앞쪽의 광장보다는 작은데 스무명씩 네 개 조로 이루어진 소년 소녀들이 서있다가 돌아본다. 각각의 조 앞쪽에는 <> <> <> <> <>라는 글이 적힌 팻말이 서있다. 그 팻말들 앞쪽에는 단상이 있고 단상 뒤에는 닫힌 문이 있다.

청풍; ((), (), (), (), ()의 오개조로 이루어진 대략 백명이 자객 후보로군.) 가장 오른쪽의 <>자가 적힌 팻말쪽으로 가며 생각한다.

정정; [실력이나 자질로 갑, , , , 무로 나눈 건 아닐 거야.] 청풍의 뒤에 서며 작음 목소리로 말하고

철두; [그걸 어떻게 확신하냐?] 의심

정정; [왜냐하면 내가 무조에 속해있거든.] 자신만만하게 웃고. 바로 그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덜컹! 누군가의 말과 함께 단상 뒤의 문이 열린다.

파면살주; [, , , , 무로 조를 나눈 것은 편의상이 아니라 예비 심사의 성적순이다.] 얼굴의 절반이 화상을 입어 이지러진 사내가 나오며 말한다. 다른 작품의 파면살주와 같은 캐릭터. 살인상단의 부단주이지만 실질적인 단주. 파면살주 뒤로는 뚱뚱한 노파와 왜소한 노인이 나온다. 둘 다 얼굴에 복면을 썼는데 복면에는 <>자가 적혀있다. 이 두 노인은 살인상단 천자급 자객들인 귀파파와 천살로다. 둘 다 물른 가공할 고수들이다. 천살로는 허리춤에 곰방대를 하나 끼우고 있다.

<그럼 그렇지!> <번거롭게 다섯 개 조로 나눌 이유가 없잖아.> 정정을 비웃는 다른 조의 소년 소녀들

얼굴이 이지러지는 정정. 무조의 소년 소녀들은 좀 주눅이 들고

파면살주; [물론 예비심사의 성적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단상에 멈춰서며 아이들을 내려다보고

파면살주; [지옥십관(地獄十關)을 누가 먼저 통과하는가가 너희들의 장래를 결정할 것이다.]

정정; [지옥십관...]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오싹 끼치네.] 침 꼴깍 삼키며 속삭이고

파면살주; [본좌가 살인상단의 부()단주인 파면살주(破面殺主).] 정정을 힐끔 보며 말하고

청풍; (저자가 살인상단의 이인자라면 단주는 누구인 걸까?)

청풍; (혹시 그녀가...) 소수마녀를 떠올리고. 하지만

청풍; (그렇진 않을 것이다.) 이내 고개 젓고

청풍; (한눈에 보기에도 파면살주라는 저 인물이 그 여자보다 강했으면 강했지 약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파면살주; [너희들이 본좌를 다시 보는 것은 지옥십관을 통과한 후일 것이다.] [아무쪼록 가능한 많이 살아남아서 본좌를 다시 보길 바란다.] 돌아서는데

청풍; [지옥십관이 뭡니까?] 손을 들며 묻고

돌아서려다가 멈칫! 하며 돌아보는 파면살주

[!] 무언가 느끼는 눈빛이 되는 천살로. 이후로 천살로는 청풍을 지속적으로 보고 있다.

[무례한 놈!] [감히 허락없이 발언을 하다니...] 입구쪽의 복면인들이 눈을 부라리며 들어오려 하고

파면살주; [됐다.] 손 들어 복면인들을 막고.

고개 숙여 보이며 뒷걸음질로 원래 위치로 가는 복면인들

파면살주; [원래는 여기 계신 두 분의 천자급, 귀파파(鬼婆婆)와 천살로(天殺老)께서 지옥십관을 설명해주실 예정이었다.] 자기 뒤의 귀파파와 천살로를 소개하고. 고개 좀 끄덕이는 귀파파와 천살로

파면살주; [하지만 기왕 질문을 받았으니 본좌가 간략하게 설명해주겠다.]

파면살주; [지옥십관은 우리 살인상단이 최고의 자객을 육성하기 위해 만든 열 개의 관문이다.]

파면살주; [무공(武功), (), (), (), (), (), (), 미혼(迷魂), (), 단정(斷情)을 살아서 통과하면 죽이지 못할 인간이 없게 된다.]

청풍; (다른 관문들은 어떤 곳일지 대충 짐작이 간다.) (하지만 마지막 제십관 단정은 전혀 상상이 안된다. 불길하기도 하고...)

파면살주; [각 관문이 어떨지는 직접 몸으로 겪어보길 바란다.] 말하고 돌아서고

파면살주가 문으로 다시 들어가고. 귀파파와 천살로가 앞으로 나온다. 천살로는 청풍을 주시하고 있는 것 주의

문 안쪽으로 사라지는 파면살주

귀파파; [너희들은 부모에게 팔려왔거나 스스로를 우리 살인상단에 판 놈이다.]

귀파파; [, 너희들의 목숨은 우리 살인상단의 것이라는 뜻이다.] 눈을 부라리며 단상 아래의 아이들을 돌아보고

긴장하고 겁에 질리는 아이들

귀파파; [네놈들이 지옥십관을 통과하다가 죽더라도 우리 살인상단에는 어떤 책임도 없다.]

귀파파; [대신 지옥십관의 수련을 포기할 기회를 한 번 주겠다.] [, 수련을 포기하면 자신의 몸값에 상응하는 일을 해서 변제해야한다는 건 감안해야한다.]

귀파파; [어떤 일을 해서 몸값을 변상하게 될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음산한 표정으로 말하고.

청풍; (몸값에 상응하는 일...) (아마 죽기보다 싫은 일을 해야할 것이다.)

귀파파; [열을 세겠다. 수련을 포기하고 싶은 놈은 그 안에 뒤로 빠져라.] [하나!] 숫자를 세기 시작하고.

서로 눈치를 보는 소년과 소녀들.

귀파파; [!] 다시 숫자를 세고. 그러자

[... 저는 포기하겠어요.] 청풍의 조에서 가장 어린 소녀가 한명 뒤로 물러나고. 자신을 난향이라고 소개한 소녀. 유순한 인상.

청풍; (난향이란 아이가 포기했군.) 곁눈질. 뒤이어

[... 저도 포기하겠습니다.] [다른 일을 해서 몸값을 변제하겠습니다.] 다른 조에서도 한두 명씩 물러나는 아이들이 생긴다. 대게 여자들인데 순하고 심약한 인상들이다. 사내아이들도 몇 끼어있고

쯧쯧! 그걸 보며 혀를 차는 천살로

[일곱!] [여덟...] 귀파파가 숫자를 세는 동안 뒤로 물러나는 아이들의 숫자는 대력 열명 정도다.

귀파파; [아홉!] 숫자를 세고.

남은 아이들은 갈등하지만

귀파파; [!] 마지막 열을 세는 귀파파. 더 이상 나가는 아이는 없다.

귀파파; [기회는 사라졌다.] [이제 너희들은 죽으나 사나 지옥십관을 통과해야만 한다.] 남은 아이들을 훑어보며

귀파파; [빠진 놈들은 왔던 문으로 나가고 나머지는 좌측의 문으로 간다.] [저 문 너머가 첫 번째 관문인 무공관(武功關)이다.] 광장 좌측의 문을 가리키고. 그쪽에도 철문이 하나 있는데

철컹! 안쪽에서 문이 열린다. 안쪽에 있던 복면인들이 문을 여는 것

귀파파; [조별로 이동한다!] [실시!] 호령하고

그러자 갑조부터 시작해서 문으로 들어가는 아이들. 물러난 아이들은 들어왔던 문으로 나가며 돌아본다.

난향; (미안해요!) 청풍 일행을 향해 고개 숙여 보이며 나가는 난향. 포기한 다른 아이들과 섞여서

청풍; (무슨 일을 해서 몸값을 변상할지 모르지만 난향이라는 저 아이를 위해서는 잘 된 일이다.) 흘깃 돌아보고. 정정이 손을 들어 보이고

청풍; (부모가 돈 욕심에 팔았겠지만 저 아이는 심약해서 사람 죽이는 인간백정은 결코 못 될 것이다.) 다른 조를 따라 좌측의 문으로 가며 생각하고. 정정과 철두등이 청풍의 뒤를 따라가고

 

#133>

아이들이 두리번거리며 들어선 곳은 일종의 도서관. 책들이 꽂힌 책꽂이가 수없이 많이 서있고. 무기들이 걸려있는 시렁들도 있고. 크고 작은 약병이 들어있는 찬장들도 있다. 그리고 벽쪽에 문이 다섯 개 달려있다. 각 문에는 <> <> <> <> <>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정정; [저게 다 무공비급이야.] 흥분하며 책꽂이들들 보고. 청풍과 철두 아이들도 책꽂이들을 보고

정정; [진본은 아니겠지만 하나같이 빼어난 무공이 수록된 비급들일 거야.]

귀파파; [네년 말이 맞다.] 맨 뒤에서 천살로와 함께 들어서며 말하고. 복면인들이 밖에서 문을 닫는다

모든 아이들이 돌아보고

귀파파; [무공관은 이름 그대로 무공을 수련하는 관문이다.] [지옥십관중 유일하게 지옥이 아닌 곳이지.] 아이들에게 다가오고.

천살로는 입구쪽에 놓인 의자에 앉의며 곰방대를 입에 문다. 복면 아랫부분을 들춰서 입만 드러내며

곰방대로 연기를 뿜어내며 청풍을 보는 천살로

귀파파; [무공관 안에는 구대문파를 비롯하여 무림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비급들이 갖춰져 있다.] 책꽂이로 가며 말하고. 아이들은 좌우로 물러서고

귀파파; [비급 뿐 아니라 수련에 필요한 무기와 영약들도 갖춰져 있다.] 약병들이 가득 차있는 찬장으로 가고

귀파파; [여기 있는 것은 단 시일 내에 내공을 비약적으로 증진시켜주는 영약들이다.] 찬장에 들어있는 약병들을 가리키며

귀파파; [, 이 약들은 약성이 지나치게 강하니 욕심을 부렸다가는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라.]

청풍; (당연히 저 약들은 몸에 좋지 않은 성분일 것이다.)

청풍; (임무 중에 죽어도 아까울 게 없는 자객들에게 진짜 영약들을 줄 리 없다.) (가능하면 먹지 말아야한다.)

귀파파; [각 조별로 배정된 방에서 공동으로 무공을 수련해라.] 벽에 달려있는 문을 가리키고. 아이들도 그 문을 돌아보고

귀파파; [, 무공관에 머물 수 있는 정확히 백일이다.] [백일 후에는 다른 관문으로 이동해야만 한다.]

청풍; (백일 안에 다른 관문을 통과할 능력을 갖춰야한다는 뜻이로군.)

귀파파; [천살로와 노신은 백일 간 이곳에서 너희들과 함께 생활할 것이다.] 문간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곰방대를 피우고 있는 천살로를 보며 말하고

귀파파; [무공 수련 중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라.]

귀파파; [그럼 조별로 어떤 무공을 익힐 것인지 결정하고 수련을 시작해라.] 가라고 손짓하고. 그러자

다른 조의 아이들은 우르르 비급이 꽂혀있는 책꽂이로 달려간다.

그리고는 무작위로 책을 뽑아 살피는 아이들. 하지만

청풍이 속한 무조는 움직이지 않고 청풍을 보고 있다.

청풍; [내가 무공을 선택하길 바라느냐?] 아이들에게

정정과 철두를 포함한 아이들 고개 끄덕이고

청풍; [알았다. 너희들은 먼저 우리 조에게 배정된 방으로 가서 기다려라.]

정정; [알았어. 수고해!] 손 흔들며 돌아서고

무조의 아이들은 자신들의 방으로 가고. 청풍 혼자 책꽂이로 간다. 책꽂이에는 아이들이 무질서하게 책을 뽑아서 내용을 살피고 있다.

청풍; (나머지 아홉 관문에서 살아남는 데 필요한 무공은 정해져 있다.) 책꽂이의 책들을 살피고

청풍; (독관(毒關)을 돌파하려면 독을 견딜 수 있는 독공(毒功)을 수련해야하고...) ! 책을 한권 뽑고

책의 제목은 <五毒眞經>이다.

청풍; (열관(熱關)과 빙관(氷關)의 열과 냉기를 견디려면 음기와 양기를 함께 기르는 무공을 익혀야만 하는데...) 책 제목들을 살피다가.

청풍; (찾았다.) 눈 번뜩이며 책을 한권 뽑는다.

비급의 제목은 <陰陽眞氣>.

청풍; (오독진경(五毒眞經)과 음양진기(陰陽眞氣)를 수련하면 일단 독, , 빙의 세 관문은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비급을 보며 생각하고

청풍; (마지막으로 몸을 가볍게 하는 무공을 추가해야한다.) 다시 책꽂이의 책들을 살피고. 그러다가.

청풍; (제목은 이게 가장 그럴듯하군.) ! 책을 뽑고

책의 제목은 <魅影步法>이다.

청풍; (매영보법(魅影步法)... 익히면 귀신처럼 움직이게 해준다는 건데...) 책을 보고

청풍; (아무쪼록 이름값을 하길 바랄 뿐이다.) 세권의 책을 들고 자신들 무조의 방으로 간다. 방문이 열려 있고 정정이 내다보고 있다. 주변에서는 다른 조의 아이들이 책을 한 아름씩 들고 자신들의 방으로 가고 있다.

청풍이 달랑 세권의 책을 들고 방으로 가는 걸 보며 눈 번뜩이는 귀파파.

귀파파; (이청풍이란 저놈...)

귀파파; (단주가 특별히 포함시킨 놈답게 확실히 다른 놈들과는 다르다.)

귀파파; (제 아무리 자질이 뛰어나도 불과 백일 동안 익힐 수 있는 무공은 한계가 있다.) 한 아름씩 책을 들고 가는 다른 아이들 보며 생각하고

귀파파; (다른 관문을 통과하는데 필수적인 무공만 선택해서 익히는 게 정답이다.) 청풍이 방으로 들어가는 걸 보며 생각하고. 정정이 밖을 힐끔거리며 문을 닫으려 한다

귀파파; (쓸데없이 이것저것 익히려고 욕심을 부리다가는 백일의 제한 시간을 허비하게 될 테고... 결국 치명적인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귀파파; (무공관이 지옥십관중 유일하게 지옥이 아니라고 했지만...) 음산하게 웃고

귀파파; (사실은 무공관이야말로 가장 끔찍한 지옥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게 될 테니...) 웃는 귀파파. 그러다가

힐끔 천살로를 보는 귀파파

[...] 문간에 앉아서 곰방대를 피우며 무언가 생각하는 천살로. 시선은 청풍이 들어간 문쪽을 보고 있다

귀파파; [왜요?] 천살로에게 다가오고

귀파파; [뭔가 생각이 많은 표정이네요.]

천살로; [별일 아닐세.] 곰방대 입에서 빼며 고개 젓고

귀파파; (별일이 아닌 게 아닌 것같은데...) 눈 흘기며 다른 곳으로 가고

천살로; (이청풍이란 저놈...) 청풍이 들어간 방문을 보며 생각하고. 다시 곰방대를 복면 아래쪽으로 끼워 물면서

천살로; (처음 볼 때부터 눈에 익다 했더니...) 청풍을 떠올리고

천살로; (비참하게 돌아가신 소교주(少敎主)님을 닮았다.) (우리 마교의 원수인 철면무제 섭장천의 분위기도 엿보이고...)

천살로;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구나.) 복면 속에서 눈이 번뜩이고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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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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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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