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08'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20.04.08 [환골탈태] 제 4장 금강옥액의 기연
  2. 2020.04.08 [자객일지] 제 16장 사갈독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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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금강옥액의 기연

 

 

(확실히 이해가 안가는 일이 많았어!)

옛날 일을 떠올린 막비강은 얼굴이 벌개진 채 이를 악물었다.

돌이켜보니 막고천이 보인 행태들 중에는 도저히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일 수 없는 것이 많았다.

무공을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아들인 막비강이 보는 앞에서 서슴없이 어머니 한경파를 겁탈하곤 했다.

아니 일부러 막비강이 있는 곳에서만 한경파를 농락하는 것같기도 했다.

처음으로 끔찍하고 부끄러운 꼴을 보인 이래 한경파는 막비강을 데리고 자지 않았다.

언제 또 막고천이 들이닥쳐 아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욕보일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막고천의 만행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모자지간이다 보니 함께 있을 때가 많았고 그럴 때 들이닥친 막고천이 완력을 써서 겁탈하는 것을 피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가! 빨리 나가!]

막고천이 자신을 강간하기 시작하면 한경파는 아들에게 그렇게 악을 써서 쫓아내는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막비강도 막고천이 어머니를 올라타면 급히 자리를 피하곤 했다.

그렇기는 해도 어머니를 농락하는 막고천의 음험한 웃음소리와 어머니의 숨죽인 오열을 듣지 않을 수는 없었다.

생각같아서는 어머니를 괴롭히는 막고천을 밀쳐내고 싶지만 그럴 힘이 유달리 허약한 막비강에게 있을 리가 없다.

 

(이글에 적힌 대로 혈검산장에는 돌아가지 말아야겠다!)

막비강은 염라철장이 남긴 쪽지를 읽고 또 읽었다.

그가 비록 아직 나이 어리고 세상 물정에는 어둡긴 하지만 어리석지는 않다.

무공을 대성하기 전에는 혈검산장으로 돌아가지 말라는 염라철장의 글은 막비강의 마음 깊이 사무쳤다.

본래 금사혈검 막고천에게는 한 명의 본처 외에도 다섯 명의 첩이 있었다.

막비강을 낳아준 생모 한경파는 그 일처오첩(一妻五妾)중 셋째였다.

막고천의 본처는 당숙경(唐淑瓊)이라는 거만하고 기승스러운 여자로 막고천과의 사이에 일남이녀를 두었다.

본처 당숙경 외에 다섯 명의 첩은 각기 한 명씩의 자식만을 두었을 뿐인데 특이하게도 한경파를 제외하고는 모두 딸이었다.

막비강은 막고천의 자식들 중 나이순으로 따지면 넷째지만 아들로서는 둘째다.

첩에게서 난 자식들이라도 딸이면 그래도 예쁜지 막고천도 다른 첩의 자식들은 제법 귀여워한다. 안고 다니기도 하고 시도 때도 없이 쪽쪽 입도 맞추기도 한다.

하지만 오직 아들인 막비강만은 늘 흰눈으로 보며 못 살게 굴었다.

아비가 그러니 집안의 다른 인간들이 막비강을 좋게 대해줄 리 없다.

막비강은 어릴 때부터 막고천의 본처가 낳은 자식들에게 온갖 경멸과 수모를 받으며 자랐다. 또한 혈검산장의 식솔들에게서도 첩의 자식이라고 업수히 여김을 받았으며, 심지어 낳아준 모친 한경파까지도 그에게 매우 냉담했다.

한경파는 원래 차가운 성격이기도 했으나 어느날 밤 자신이 막고천에게 강간당하는 장면을 막비강에게 보인 이후로는 찬바람마저 쌩쌩 돌았다.

원망과 회한에 찬 표정으로 막비강을 노려볼 때가 많았고 그때마다 막비강은 겁에 질려 어쩔 줄을 몰라했다.

생모마저 냉대하는데 누가 막비강을 귀히 여겨주겠는가?

이런 냉랭하고 불안정한 환경 때문에 막비강은 항상 외롭게 지냈으며 심지어 첩의 자식으로 태어난 자신의 출생을 원망까지도 했다.

어릴 때부터 혈검산장에서 냉대를 받고 자란 것이 원인이 되어 막비강은 어둡고 말이 없는 소년으로 자란 것이다.

 

막비강은 서로 팔이 엉킨 채 마주 서있는 두 노인이 깨어나면 전후 사정을 물어 보기로 생각하고 기다렸다.

하지만 두 노인은 깨어날 기색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가을의 새벽 공기는 매우 차갑다.

해서 막비강은 햇볕을 쬐기 위해 양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츠츠츠!

그는 금강옥액이 들었던 호로의 표면에서 무지갯빛 같은 보광이 발산하는 것을 발견하고 눈에 이채를 띠었다.

[무슨 그림 같은데...!]

그는 호로의 무늬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호로에서 뻗치는 황금빛 서광은 흡사 아름다운 산수화(山水畵)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보려고 햇살에 비추자 산수화 같은 경물은 이내 사라지고 말았다.

(착각이었을까?)

그는 호로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다가 다시 닫아 두었던 호로의 뚜껑을 뽑고 안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우직!

헌데 그 순간 쇠로 만들어진 호로의 뚜껑이 그대로 우그러드는 것이 아닌가?

[!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막비강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금강옥액을 복용한 덕분에 손 힘이 전보다 수십 배 강해져 있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훌륭한 세공품을 망쳤네!]

막비강은 아쉬워하며 뚜껑을 바로 펴려 했다.

본래 그 뚜껑은 속이 텅 비어 있었다.

그런데 막비강은 그것을 편다는 것이 이번에도 너무 손에 힘이 들어가고 말았다.

빠직!

뚜껑은 펴지기는커녕 그대로 두 조각으로 뽀개지고 말았다.

[... 이런!]

당황하던 막비강은 다음 순간 흠칫 놀랐다.

펄럭!

뽀개진 뚜껑 속에서 작은 종이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이 종이는 또 뭐지?)

그는 의아해하며 그 종이를 주워 펼쳐보았다.

종이에 적힌 글씨는 너무 작아 보통 사람이라면 읽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금강옥액으로 시력이 수십 배로 증폭된 막비강도 온 정신을 집중해서야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이런 내용이었다.

 

<청구단서(靑丘丹書)는 무학지보(武學之寶)로써 거대한 비석(碑石) 밑에 숨겨져 있다. 오직 인연이 닿는 자만이 얻으리라!>

 

[... 청구단서! 이것은 청구단서의 장보도(藏寶圖)로구나!]

글을 읽은 막비강은 뛸 듯이 기뻐했다.

어쨌든 그도 무가인 혈검산장에서 자란 탓에 청구단서와 금강옥액의 전설을 들어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혹시 내가 마신 이 호로 속의 즙액이 바로 금강옥액이 아닐까?)

막비강은 어렴풋이 짐작되는 바가 있어 새삼 호로를 들여다보았다.

(청구단서를 얻어 그 안의 신공절학을 익히면 내 일신에 얽힌 비밀을 푸는 것도 꿈만은 아니다!)

막비강은 매우 기뻐하며 염라철장의 유서인 종이쪽지와 호로에서 나온 종이를 같이 접어 품속에 간직하였다.

무공을 익힌다는 것은 그가 철이 들 때부터 열망하면서도 이루지 못한 희망이었다. 헌데 이제 무림 최고의 비전인 청구단서를 찾을 단서를 쥐게 되자 날아갈 듯이 기뻤다.

그러다가 문득 그는 염라철장과 무협제원이 아직까지 미동인 것에 생각이 미쳤다.

(혹시 이 두 분 어른은 선 채로 죽은 것이 아닐까?)

그는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가까이 다가가 두 노인을 살펴보았다.

막비강이 다가가 노인들을 흔들어 보았지만 그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 두 노인의 얼굴빛이 바닥에 쓰러진 시체의 얼굴빛과 똑같았다. 그리고 콧김을 살펴보아도 역시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 이미 오래 전에 숨이 끊겼구나!]

막비강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아무리 대범하다 해도 그는 아직 열 여섯살의 세상 물정 모르는 소년이었다.

(... 달아나자!)

그는 소름이 오싹 끼쳐 그대로 몸을 돌려 달려가기 시작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거기 섰거라!]

갑자기 등뒤에서 사나운 고함 소리가 들려 오는 게 아닌가?

[히익!]

고함소리를 들은 막비강은 죽은 사람이 강시로 변해 쫓아오는 줄 알고 더욱 사력을 다해 질주했다.

화라락!

하지만 소리를 지른 그 사람의 신법은 쾌첩하기 짝이 없어 단숨에 막비강의 머리 위를 뛰어넘어 앞을 막아 섰다.

[소장주! 진정하시오! 속하외다!]

막비강을 가로막아선 자가 급히 막비강을 안심시켰다. 그자는 얼굴의 절반이 시커먼 구레나룻에 덮인 건장한 장한이었다.

[! 이 아저씨였군요!]

상대방을 알아본 막비강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자는 바로 혈검산장의 무사들 중 한 명인 규염장(糾髥掌) 이위(李衛)라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이위도 처음에는 막비강을 못 알아봤었다. 가냘프던 그의 체격이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건장한 청년처럼 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장해진 몸과 달리 막비강의 아직 순진하고 치기가 어린 얼굴은 전혀 변하지 않아서 추격하는 동안에 그가 바로 자신이 찾던 소장주임을 알아본 것이다.

하룻밤 사이에 막비강의 몸이 건장해진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이위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장주께선 소장주의 안위를 걱정하시어 사방으로 사람들을 풀어 찾고 계십니다. 무사하시니 다행...!]

그렇게 말하던 이위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두 눈에서 기이한 광망을 발산했다. 그는 비로소 막비강이 들고 있는 이상한 호로를 발견한 것이다.

[소장주는 그것을 어디서 얻었습니까?]

이위는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금강옥액은 황금빛 서기가 서린 호로에 담겨 있다!

 

그런 강호의 전설을 떠올린 때문이다.

하지만 막비강은 이위의 내심도 모르고 순진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도 이것이 왜 내 수중에 있는지 모릅니다.]

그가 이렇게 대답하자 이위의 태도가 갑자기 백팔십도로 변했다.

[흐흐! 어린 잡종아, 어서 그것을 내놓아라! 오늘이 바로 네가 이 세상을 하직하는 날이다. 만약 그 금강옥액을 내게 준다면 통쾌하게 죽여 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막비강은 이위가 흉흉한 기세로 다가서며 말하자 겁이 와락 났다.

[... 그만둬요!]

그는 비명을 지르며 홱 돌아서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으하하! 어딜 가느냐?]

하지만 막비강이 미처 다섯 걸음도 도망치지 못했을 때 이위의 흉측한 웃음소리가 들리며 한 줄기 산악 같은 경기가 등뒤로 엄습했다.

무공의 무자도 모르는 막비강이 그것을 피해낼 재간이 있을 리 없었다.

퍼펑!

[아악!]

막비강은 등판에 강력한 장력을 얻어맞고 선혈을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이위는 일장으로 막비강을 기절시킨 후 득의의 웃음을 지었다.

[보물을 지닌 것이 죄니 나를 탓하지 마라! 금강옥액은 마땅히 나 같은 영웅이 마셔서 공력을 증강시켜야지 옳다.]

그는 서둘러 막비강의 손에서 금색 호로를 빼앗았다.

하지만 호로 안에 금강옥액이 남아 있을 리 없었다.

속이 텅 비어 있는 호로를 들어 보며 이위는 가슴이 철렁함을 느꼈다.

(우라질! 그냥 빈 호로가 아닌가? 이제 산장으로 돌아가서 장주에게 뭐라고 말하지?)

화가 난 그자는 막비강의 옆구리를 힘껏 걷어차며 욕설을 퍼부었다.

[염병할 놈! 빈 호로는 네놈에게 돌려줄 테니 함께 땅속에 묻혀라!]

이위는 자신이 소장주를 살해한 것이 발각될까 염려되었고, 또 호로 속이 텅 비어 자기에게 아무 소용도 없는지라 호로를 막비강 곁에 팽개쳐 버렸다.

그리고는 질풍처럼 몸을 날려 어디론가 달려가 버렸다.

헌데 이위가 사라진 직후였다.

[으음!]

죽은 듯이 널브러져 있던 막비강의 몸이 꿈틀하며 움직였다.

사실 막비강은 죽은 게 아니었다. 비록 금강불괴지신은 못되었으나 금강옥액은 그의 온몸을 무쇠처럼 강인하게 만들어 준 상태가 아닌가?

이위의 장력이 바위를 부수고도 남음이 있었으나 막비강에게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했다. 단지 일시간의 충격으로 기혈이 막혔던 것인데 이위가 떠나면서 허리를 걷어차 준 덕분에 막혔던 기혈이 확 뚫려 버리기까지 했다.

외부의 타격에 반응하여 임독이맥 주위에 몰려 있던 금강옥액의 약력은 한순간 봇물처럼 터져 막혀 있던 생사현관(生死玄關)을 타통시켜 버린 것이다.

이를 일컬어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 해야 옳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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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황금전장. 깊은 밤. 정문이 닫혀있다.

황금전장 내의 건물들도 대부분 불이 꺼져 있고.

건물들 사이를 뛰듯이 걸어가는 주대육. 굳은 표정. 요리사1이 겁먹은 표정으로 따라간다. 큰 개를 끈 무사들과 황금수라들이 주변에 있지만 막지는 못한다.

곧 육중한 건물이 주대육 앞에 나타난다. 돌과 쇠로 이루어진 창문도 없는 육중한 건물. 감옥이다. 철문으로 이루어진 감옥 입구에 황금수라들과 귀견수가 있다.

주대육; [부단장!] 외치며 다가가고

귀견수; (왔군.) + [어서 오십시오 총주방장님.] 고개 좀 숙이고

주대육; [대체 무슨 이유로 이청풍을 잡아다가 심문하고 있는 겐가?] 멈춰서며 분노

주대육; [그 아이는 내 주방에 꼭 필요한 아이일세. 당장 풀어주게나.]

귀견수; [저도 이청풍에게 호의를 품고 있었다는 건 아실 것입니다.] [하지만 혐의와 물증이 너무도 확실해서 비호할 수가 없었습니다.]

주대육; [혐의와 물증이라니?] [이청풍이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는 건가?]

귀견수; [무림맹에서 보낸 예물 중 하나를 도난당했는데...] [예물이 보관되어 있던 장소에 이청풍이 혼자 머물렀었습니다.]

주대육; [그리고 그 예물이 이청풍의 몸에서 발견되었고?] 눈 부릅

귀견수; [그렇습니다.]

주대육; (멍청한 놈! 그렇게 간단한 함정에 걸려들다니...) + [자네와는 백날 얘기해봤자 소용없고...] 홱 돌아서고

주대육; [장주를 직접 만나보겠네.] 걸어가고. 하지만

귀견수; [포기하십시오 총주방장님!] 한숨 쉬고

주대육; [말리지 말게! 내가 영입한 놈이 죄를 뒤집어썼는데 어떻게 묵과할 수가 있는가?] 걸어가며 돌아보지만

귀견수; [그래봤자 소용없다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 눈 부릅뜨는 주대육

주대육; (설마 이청풍을 옭아 넣은 게...) 돌아보자

말없이 고개 끄덕이는 귀견수

주대육; (끝장이다.) 비틀하고

요리사1; [총주방장님!] 급히 주대육을 부축하고

주대육; (장주가 직접 지시한 일이라면 이청풍이 살아서 뇌옥을 빠져나올 가능성은 없다.) 요리사1에게 부축된 채 절망하고

 

#70>

감옥 내부. 음침하고 살벌하다.

황금수라들이 지키고 있는 철문. [끄아아악!] 철문 안에서 비명이 들리고

청풍; [끄으윽!] 고문당하고 있는 청풍. 두 손이 묶인 채 천장에 매달려있다. 상체를 벌거벗었는데 사우와 싸울 때 입은 상처들이 벌어져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고. 치치치! 그 상처를 벌겋게 달군 쇠꼬챙이가 쑤셔지고 있다. 고문을 하는 놈은 얼굴에 복면을 쓴 간수. 복면 속에서 눈이 번들거리고 있고.

이세창은 서서, 벽세황은 의자에 다리 꼬고 앉아서 보고 있다. 두 놈 뒤에는 역시 복면을 쓴 간수 두 놈이 서있다.

간수1; [다른 놈이 미리 난도질을 해놔서 일하기가 한결 쉽구만.] 청풍의 상처에 인두를 지지며 복면 속에서 변태처럼 웃고

치치치! 살이 타들어가고

간수1; [어차피 네놈은 입을 열게 되어 있어.] [하지만 기왕이면 늦게 입을 열어다오.] 변태처럼 웃고

간수1; [그래야 내가 즐기는 시간도 길어질 테니 말이다.]

청풍; [끄윽...] 이를 악물고 신음을 흘리고

벽세황; [잠시 쉬자.] 손을 들고

간수1; [예 소장주님!] 아쉬운 표정으로 청풍의 상처에서 인두를 뽑으며 물러서고

청풍; [으으으...] 헉헉 벌벌 떨고

벽세황; [어떠냐? 이제 진실을 말할 준비가 된 것같은데?]

청풍; [... 말했잖습니까?] [장총관과는 요리에 관련된 것과 무림맹으로의 영입 건에 대해서만 대화를 했다고...] 노려보며 이를 갈고

간수1; [이 새끼가 아직 덜 지져졌구만.] 눈을 부라리며 다가가는데

벽세황; [겨우 그 정도 내용의 대화를 나누자고 장총관이 단음강기를 펼쳤다?]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것이냐?]

청풍; [어떤 대답을 듣고 싶으신 거요?] 노려보고

간수1; [이 새끼가 정말...] 눈 부라리며 인두로 청풍을 때리려 하고

이세창; [기다려라.] 손을 들어 말리고

간수1; [...]

청풍; [내가 새벽녘에 목격한 일을 장총관에게 까발렸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거요?] [그래서 무림맹과의 혼담이 깨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겁니까?] 이를 갈고

벽세황; [정말 소소에 관련된 일은 장총관에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냐?] 눈 번득

청풍; [내가 거짓말을 하는지 안하는지는 장총관의 반응을 두고 보면 알 거 아니오?]

벽세황; [일리가 있군.] ! 일어나고

벽세황; [일단은 살려두겠다.] 돌아서고

벽세황; [하지만 만에 하나 내 누이의 혼담이 깨지면 그 날이 네놈의 제삿날이 될 것이다.] 문으로 가고. 간수들이 급히 문을 열어주고. 이세창도 힐끔 청풍을 돌아보며 벽세황을 따라가고.

밖으로 나가는 벽세황과 이세창

청풍; (날 의심해서 함정에 빠트렸다 이거지?) 벽세황과 이세창의 뒷모습 노려보며 이를 갈고. 간수들이 문을 다시 닫으려 하고

<빚은 반드시 갚아주겠다 벽세황!> 닫히는 감옥의 문을 등지고 걸어오며 오만상 쓰는 벽세황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71>

여전히 깊은 밤. 황금전장의 다른 곳

여자 무사들이 지키고 있는 화려한 건물. #33>에 나온 벽소소의 거처

여자무사1; [이청풍은 뇌옥에 갇혀 고문을 당하는 중입니다.] 화장대에 앉아 화장하는 잠옷 차림의 벽소소에게 보고하는 여자무사1.

여자무사1; [무림맹에서 보낸 패물을 훔친 혐의로 뇌옥에 갇혔으니 이청풍을 아는 자들도 부당한 처사라 생각하진 못할 것입니다.] 벽소소의 뒤에 서서 말하고

벽소소; [간수들에게 말해. 그 새끼 절대 살아서 뇌옥을 나오지 못하게 하라고!] 이를 바득 갈며 화장하고

여자무사1;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차갑게 웃고

여자무사1; [우리 황금전장에 죄를 짓고 뇌옥으로 끌려들어간 인간치고 다시 햇빛을 본 자는 없으니까요.]

벽소소; (부족해!) 이를 갈며 마녀처럼 눈을 희번득이고

벽소소; (난 하마터면 그 새끼 때문에 아버지 손에 죽을 뻔 했었다.) (그냥 그 새끼를 죽이는 보복으로 부족해!)

벽소소; (죽기 전에 진짜 지옥을 경험하게 해줘야만 직성이 풀릴 것이다.) 독기를 띤 벽소소의 얼굴 크로즈 업

 

#72>

금릉. 새벽.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아침.

환락가. 날이 밝아오는 새벽이라 한산하다. 쓰레기만 뒹굴고 인적은 없다. 기루와 술집은 문을 닫았다. 간간이 보이는 도박장에만 불이 켜져 있고

환락가의 뒷골목. 음침한 인상의 건달들이 입구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어느 장원. 무사들은 대부분 손가락이 한 두 개씩 없다. 단지회의 건달들이다.

문이 닫혀있는 정문에는 <斷指會>라는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있다. 금릉의 뒷골목을 장악하고 있는 유력한 흑사회 조직 단지회의 본부다.

장원 내의 어느 건물. 역시 건달 몇이 경비를 서고 있고

 

불이 켜지지 않아 어둑한 실내. 침실인데 넓은 침대에 사우가 거의 다 벗은 두 명의 여자를 끼고 잠이 들어있다. 여자들은 기녀들이고. 문득

! ! 사우의 뺨을 건드리는 뾰족한 쇠꼬챙이. 찌르는 건 아니고 회초리처럼 건드린다.

사우; [하지마!] 잠에서 깨며 오만상 쓰고. 눈을 뜨진 않았고. 하지만

! ! 계속 사우의 뺨을 건드리는 쇠꼬챙이다

사우; [어떤 지랄 맞을 놈이냐?] [하지 말라는 말 안들려?] ! 버럭 고함을 지르며 일어나고. 그러자. [!] [!] 사우의 좌우에서 자고 있던 두 년이 비명 지르며 깨어나고

기절초괴; [이런 놈이시다!] 침대 옆에 화려한 의자를 비스듬히 놓고 앉아서 다리를 꼰 채 웃고 있는 기절초괴. 다른 작품의 기절초괴와 같은 캐릭터. 이 작품에서 기절초괴는 마교를 이루는 마교사가중 암흑마가의 가주다. 기절초괴 뒤에는 온몸을 검은 천으로 휘감은 여자가 한명 서있다. 얼굴이 유달리 하얀 그 여자는 다른 작품의 소수마녀다. 이 작품에서도 이름은 소수마녀

 

[!] [!] 건물 밖에서 경비 서던 건달들 흠칫! 놀라며 건물을 돌아보고

 

사우; [으헉!] 펄쩍! 기겁하며 뛰어오르고

[꺄악!] [엄마야!] 사우 좌우에 누워있던 헐벗은 두 여자도 비명을 지르며 급히 침대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기절초괴의 반대쪽으로. 하지만

기절초괴; [시끄럽다 이년들아!] 후욱! 입으로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시늉하고. 그러자

[꺄아악!] [아악!] 슈욱! 화악! 비명 지르는 여자들의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와 기절초괴의 입으로 들어가는 모습이고. 사우는 튀어 올랐던 침대에 다시 내려서다가 그걸 보면서 기겁하고

슈우! 츠츠츠! 무언가 빠져나간 여자들의 몸뚱이가 미이라가 되고

사우; [히익!] 벽쪽으로 붙으며 공포에 질리고

슈우! 슈욱! 여자들의 몸에서 빠져나온 기운이 모두 기절초괴의 입으로 들어가고. 그러자

털썩! 퍼억! 미이라가 되어 침대에 쓰러지는 두 여자

사우; (저 년들, 몸속의 정기(精氣)를 단번에 흡수당했다!) 벽에 등을 붙인 채 덜덜 떨고

기절초괴; [별로야!] ! 입을 소매로 닦으며 오만상 쓰고

기절초괴; [역시 닳고 닳은 년들의 정기는 맛이 찝찝해. 먹지 않은 것만 못했어.] 투덜거릴 때

[회주님!] [무슨 일입니까?] ! 덜컹!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건들 두 놈이 칼을 뽑아들고 뛰어 들어오지만

! ! 그놈들의 가슴에 하나씩 박히는 하얀 손자국

소수마녀가 돌아보며 손을 내밀고 있는데 검은 옷소매에서 빠져나온 소수마녀의 손이 분칠을 한 듯 하얗다. 너무 하얘서 빛이 나는 것 같고

콰당탕! 퍼억! 따당! 도로 튕겨나가 마당에 등부터 나뒹구는 두 놈. 칼이 바닥에 떨어지고. [!] [!] 뒤따라 뛰어 들어오려던 놈들이 기겁하는데

[끄윽!] [꺼억!] 츠츠츠! 쓰러졌다가 힘겹게 일어나는 두 놈의 몸이 석고처럼 하얗게 변하고 있다. 소수마녀의 장풍을 맞은 가슴 부분의 옷은 부서져 흩어지면서 가슴에 하얀 손바닥 자국이 새겨진 게 보이고

[저럴 수가...] [저 놈들 몸이 돌처럼 변하고 있다!] 다른 건달 놈들 기겁하며 물러서고

[으으으...] [... 안돼!] 자신들의 두 손을 보며 벌벌 떠는 두 놈. 헌데 그 직후

! 쩌적! 그놈들의 몸에 균열이 가더니

퍼퍽! 털썩! 몸이 그대로 부서져 무너지는 두 놈

[히익!] [... 몸뚱이가 석고처럼 부서졌다.] [저게 무슨...] [... 마공에 당했다!] 다른 건달들 공포에 질려 물러나고

사우; (우리 암흑마가(暗黑魔家)의 오대마공(五大魔功)중 하나인 소수인(素手印)...!) + [... 물러가라!] 침대에서 급히 내려서며 밖의 건달들에게 외치고. 소수마녀는 들었던 손을 내렸고

건달들 놀라다가 사우를 돌아보고

사우; [... 날 찾아온 귀빈들이시다.] [소란피우지 말고 물러가라.] 문으로 가서 문을 닫으려 하며

[예 회주님!] [존명!] 안도하고 포권하는 건달들

! 안에서 문을 닫는 사우. 이어

사우; [속하 사우! 위대한 암흑마가의 가주(家主)이신 기절초괴(奇絶招怪)님을 알현합니다!] 문간에서 기절초괴에게 절하며 벌벌 떨고

기절초괴; [이리 와! 겁먹지 말고...] 쇠꼬챙이를 까닥여서 자기 앞으로 오라는 시늉하고. 스륵! 앉아있는 의자가 저절로 빙글 돌아서 문쪽을 보고, 소수마녀는 옆으로 물러서고

사우; [... 존명!] 덜덜 떨면서 기어서 기절초괴에게 다가오고

기절초괴; [어디 보자...] ! 꼬챙이 끝을 사우의 이마에 대고. 공포에 질리면서도 피할 생각은 하지 못하는 사우

! 지지지! 사우의 이마를 살짝 찌른 기절초괴의 쇠꼬챙이가 진동하며 빛을 발하고

기절초괴; [얼굴이 시체처럼 창백하다 했더니 계집과 너무 많이 놀아나서가 아니라 극심한 빈혈 때문이로군.] 끄덕이고

기절초괴; [몸속에 철분이 심각할 정도로 모자라.] [철기산혼무를 무리하게 구사한 때문이겠지?] ! 사우의 이마에서 꼬챙이를 떼고. 꼬챙이가 떼어진 사우의 이마에는 상처가 생겨서 피가 주르르 흘러내린다.

사우; [... 섭장천의 제자이기도 한 황금공자 벽세황과 싸우느라 무리를 해서...] 눈치 보며 식은땀 흘리고

기절초괴; [실은 그 일 때문에 본좌가 직접 네놈을 찾아온 것이다.] 표정이 갑자기 살벌해지고

사우; [... 용서를...] 이마 바닥에 붙이고 납작 엎드리며 달달 떨고

기절초괴; [분면랑군 사우!] [금릉 흑사회의 유력한 조직인 단지회의 회주 무면악교(無面鰐鮫)!]

기절초괴; [진짜 정체는 암흑마가의 호법들인 암흑팔령(暗黑八靈)의 서열오위 철기마령(鐵氣魔靈)!] [본좌가 네놈을 단지회 회주 자리에 앉히면서 맡긴 사명이 무엇이었는지 읊어봐라.] 쿠오오!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고

사우; [... 황금전장 장주 냉혈전호의 큰 딸... 벽소소를 유혹하여 우리 암흑마가의 화수분(花水盆)으로 삼는 것이었습니다.] 이마를 바닥에 붙인 채 식은땀을 흘리고

기절초괴; [그랬는데 지금의 상황은 어떠하냐?] 음산한 표정으로 웃고

사우; [... 속하가 벽소소를 유혹한 사실이 들통 나서... 어제 새벽 벽세황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비지땀 흘리며 대답하고

기절초괴; [그 말인즉슨 벽소소를 이용해서 황금전장의 재물을 빼돌리려던 애초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는 뜻이겠지?] 냉소

사우; [... 죽여주십시오.]

기절초괴; [원래는 그러려고 네놈을 찾아왔었다.]

사우; [으으으...] 달달 떨고

기절초괴; [그랬는데... 암흑팔령의 막내인 소수마녀(素手魔女)의 탄원이 있어서 생각을 바꿨다.] 자기 뒤의 소수마녀를 힐끔 보고. 소수마녀는 표정이 없고

사우; [... 막내! 고맙다!] 눈만 조금 돌려 소수마녀를 보며 억지로 웃고

여전히 표정이 없는 소수마녀

기절초괴; [소수마녀 왈, 계집은 첫 남자를 잊지 못한다!] [비록 정체를 알았다 해도 벽소소는 너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하더라.]

사우; (살았다.) + [... 맞습니다.]

사우; [속하가 목적을 갖고 자신에게 접근한 사실을 알았어도 벽소소는 절대 속하를 미워하지 못할 것입니다.] 억지로 웃으며 고개를 좀 들어서 기절초괴의 눈치를 살피고

기절초괴; [그 새끼...] 피식 웃으며 살벌하던 얼굴 풀고

기절초괴; [네 기막힌 방중술에 벽가년이 뿅 갔다고 확신하는 것이냐?]

사우; [속하는 사실 무공보다는 그쪽 방면이 더 특기인지라...] 비열하게 웃으며 식은땀 흘리고.

찡그리는 소수마녀

기절초괴; [뭐 아주 틀린 말도 아니지.] 피식 웃고

기절초괴; [하여간 그래서 네놈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사우; [... 감사합니다 가주님!] 안도

기절초괴; [벽소소가 위진천과 결혼을 하든 말든 상관없다.] [그년을 살살 녹여서 일 년에 최소한 백만 냥 이상을 네게 바치도록 만들어라.] [그럼 지금까지의 과오를 없던 것으로 해주겠다.] 음산하게 웃고

사우; (... 백만 냥...) 침 꿀꺽 삼키며 긴장하는 얼굴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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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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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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