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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끈질긴 추적자(追跡者)(1)

 

 

쏴아아아아!

쏴아아아아!

타는 듯한 여름이 거의 끝이 날 무렵에서야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여인들의 치맛자락에서 이는 바람에도 부풀부풀 일어나던 땅거죽의 먼지는 쏟아지는 비에 흙탕물이 되어 씻겨 내려갔다.

갈라졌던 연못의 바닥은 물을 머금으며 조갯살처럼 불어올라 틈을 매웠다.

강렬한 햇빛에 시들다 못해 검게 타들어가던 나무들도 춤추듯이 가지를 너울대며 일어서고 있었다.

바야흐로 세상은 폭우 속에서 조용한 환희의 함성을 지르고 있는 중이었다.

 

하남성(河南省)과 호북성(湖北省)의 접경에 자리한 남양(南陽)을 거센 빗줄기가 난타하기 시작한 후로 벌써 사흘이 지났다.

성안의 백성들의 환호도 이제는 잠잠해졌으며, 관민이 모두 지붕아래에서 비가 멎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주루와 기루, 객점들이 열 지어 서있는 남양의 번화가에도 손님의 발길이 끊어졌다.

그러나 손님이 오지 않는다고 투덜대는 주인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의 마음씨가 좋아서가 아니라 손님은 그들의 집안에 충분하리만큼 있었기 때문이다.

()과 성() 사이를 넘나들며 장사하는 사람들을 비롯한 행인들이 모두 객점에 발이 묶여 버린 것이다.

 

가뭄 끝에 홍수 진다더니... 이러다가 수재(水災)를 겪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

남양의 번화가에 자리한 객점 이층 객실 창가에 서성이던 임청우가 걱정스런 듯이 입을 열었다.

거리를 내다보는 그의 얼굴은 여전히 새까맣다.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심심하면 내 일이나 도와줘.”

탁자에 앉아서 하얀 종이에 정신없이 글을 적어가던 심주은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임청우는 탁자로 다가가서 탁본을 뜬 화선지를 펼쳐 들었다.

심주은이 탁본을 편히 볼 수 있게 해준 임청우는 눈을 다시 창문쪽으로 돌렸다.

비가 쏟아져도 너무 많이 쏟아진다.

이정도가 되면 이제 우()가 아니라 염려스러울 우()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 일, 언제쯤 끝나지?”

임청우는 창밖을 보며 물었다.

심주은은 말 시키는 것이 성가시다는 듯 미간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이제 이틀만 더 하면 끝날 거야.”

임청우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종남산의 빛이 들어오지 않는 골짜기를 나온 후 임청우와 심주은은 이곳 남양으로 왔다.

두 사람은 임청우가 대안탑에서 횡재(?)한 금과 은으로 객점의 가장 좋은 방에 투숙했다.

그후 한 달 동안 심주은은 음식까지 방으로 시켜 먹으면서 탁본해온 신녀문의 무공을 책으로 엮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탁본의 글씨들은 깨알보다는 크다고 할지라도 개미보다는 작았다.

그대로 본다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일일 뿐 아니라 물이라도 묻는 날에는 글씨가 흐려져서 알아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땀에도 글씨가 손상될 수 있었다.

심주은은 알고 있었다. 이번에 얻은 무공들이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다시 얻을 수 없는 귀한 것들이라는 것을...

그러니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여 단단한 책으로 엮을 수밖에 없었다.

한 달여를 덩달아서 두문불출하게 된 임청우는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이 꿀떡같았으나 꾹 참고 오늘까지 견디어 왔다.

물론 그동안 임청우에게도 성취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심주은이 모르는 사이에 그는 용조층층공을 능숙하게 운용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불심연화지의 수련에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그 두 가지 무공은 아직까지는 무공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불심연화지는 이마 위에 있는 신정혈(神廷穴)에 공력을 쌓는 것인 만큼 다른 무공과는 전혀 관련성이 없다.

비록 임청우의 공력이 상당히 늘었다고 하지만 불심연화지를 밖으로 발출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적어도 삼성(三成) 이상의 성취를 필요로 한다.

또 용조층층공의 운용을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고는 해도 그것은 순수한 내공일 뿐이다.

권법이나 장법 등의 무공과 연계되지 못한다면 용조층층공은 알 속에 있는 닭이나 마찬가지로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신세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그저 나쁜 것만도 아니었다.

오히려 임청우의 공력이 급격하게 높아지는데 일조했다고도 할 수 있었다.

임청우의 지금 공력은 철선동시의 죽기 전 공력보다 오히려 삼할 정도 더 높아져 있었다.

그렇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임청우가 내공을 발출할 수 있는 무공을 단 한 가지도 익히지 못한 때문이었다.

진기가 실오라기만큼도 흩어지거나 빠져나가지 않고 끊임없이 몸속을 돌아다니기만 한 결과 임청우는 공력이 비약적으로 증진되는 망외(望外)의 소득을 얻은 것이다.

 

생각하기와 탁본을 들여다보기, 그리고 옮겨 쓰기를 번갈아가면서 하고 있는 심주은을 바라보던 임청우는 침상으로 가서 걸터앉았다.

그동안 보고들은 견문으로만도 무공의 이치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짐작하게 된 그다.

임청우는 자기가 익힌 두 가지의 무공 모두 실제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해소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궁리에 궁리를 거듭해도 적당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주은에게 물어볼까? 아니야.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 급한 것도 아닌데 내가 생각해서 알 수도 있을 것을 물어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할 수가 없지.)

임청우는 나약해지려는 마음을 애써 추스렸다.

그가 지닌 두 가지 무공 중 하나는 순수한 내공일 뿐이고 다른 하나는 특이한 공력으로 특이하게 운용하는 수법이다.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참을 생각하던 임청우는 다시 심주은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탁본을 뜨던 식으로 이것을 해결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순간 그는 머릿속에서 무엇인가가 환한 빛을 발하는 것을 느꼈다.

임청우는 자기도 모르게 침상을 박차고 벌떡 일어섰다.

실마리가 잡힐 듯 말 듯 그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임청우는 눈을 부릅뜨고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떠오르던 생각이 날아가버릴 것만 같다.

잡힐 듯 말 듯한 영감...

하지만 그것은 좀체 잡히지 않았다.

간절한 마음으로 그것이 확실하게 떠올라주기를 기다렸다.

심주은은 임청우가 넋이 빠진 듯한 표정으로 일어서서 얼굴빛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것을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내공을 익히다가 주화입마(走禍入魔)에 들었나? )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계속해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하고 있는 것이 주화입마에 든 증상은 분명히 아닌 것이다.

(내가 같이 놀아주지 않아서 화가 났나? 그럴 사람이 아닌데...)

심주은은 생각을 바꾸고 고개를 갸웃했다.

바로 그때였다.

음식 가져 왔습니다.”

문 밖에서 점원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늘 식사를 가져다주는 점원이었다.

문 열렸어.”

심주은은 습관적으로 대답하면서 임청우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문이 덜컹 열리는 순간 임청우는 잡힐듯하던 빛이 일제히 사라져 버리는 것을 느끼며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손안에 넣었던 보물을 잃어버린 것처럼 허전해졌다.

향긋한 음식냄새와 함께 점원이 재주 좋게 몇 개의 접시를 한꺼번에 들고 들어와 탁자에 놓았다.

그제서야 심주은은 임청우의 표정을 통해 중요한 깨달음이 일순간에 날아가 버렸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크게 당황했다. 일생에 있어서 그같은 순간은 한번 있을까 말까한 것인데 그것이 허사로 돌아가 버렸으니...

... 그만두자 그만둬.”

임청우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탁자로 걸어갔다.

누구에게도 하는 말이 아니었다.

굳이 누구에게 한 말이었다면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을 것이다.

쏟아지는 폭우에 씻기듯이 영감은 사라져 버렸고 식탁위의 음식들도 임청우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심주은은 그런 임청우의 눈치를 살피며 젓가락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같은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잘 알고 있는지라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임청우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묵묵히 음식을 먹을 뿐이었다.

 

***

 

밤이 깊어갔다.

탁본을 옮겨 적던 심주은은 탁본과 책을 함께 싸서 둥글게 만 후에 침상의 베개 밑에 넣었다.

임청우는 마치 불가의 고승처럼 좌관(坐觀)을 하고 창가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다.

자지 않을 거야?”

심주은이 침상가에서 물었다.

임청우는 대답대신 일어나서 불을 껐다.

그의 잠 자리는 침상아래의 바닥이었다.

비록 억지 혼례를 올린 것이긴 하지만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으면서도 아직 한 이불을 덮어보지 못한 처지였다.

그리고 두 사람 다 그럴 생각이 없었다.

임청우는 여태까지 그렇게 해왔던 것처럼 침상위의 베개를 하나 끌어내리며 바닥에 누웠다.

그때 부드러워서 비단결같은 손길이 그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

여기서 자.”

심주은이 기어들어가는 음성으로 말한 후에 등을 돌리고 누웠다.

임청우는 그녀의 저의를 알지 못해서 우두커니 서있었다.

심주은은 등을 보인 채 속삭이는 듯 작은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버진 내게 아주 잘 대해 주지만... 아주 무서운 사람이야. 아무도 아버지 앞에서 목소리를 높여 말하지 못해. 심지어 황제(皇帝)조차도...”

황제조차 그 앞에서는 언성을 높이지 못하는 사람...

과연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임청우는 침상에 걸터앉으면서 심주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심주은의 손이 그의 손을 살며시 마주 잡았다.

한데... 아버진 나를 황제에게 시집보내려 하고 있어. 황제는 이미 마누라가 둘씩이나 있는데...”

심주은의 음성이 약간 떨리고 있다.

어쩌면 울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버진 기(), (), (), 그 세 사람 외에도 부하들을 많이 풀었을 거야. 하지만 난 절대로 돌아가지 않아.”

“...”

만약... 그들이 나를 계속 괴롭힌다면... 내가 먼저 그들을 죽여버리겠어.”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심주은의 말이었지만 섬뜩한 살기가 배어있었다.

(사연이 복잡하구나.)

임청우는 자신이 몰랐던 심주은의 면모를 엿본 기분이 되었다.

(지난번에는 한 사람을 찾아 죽이기 전에는 돌아갈 수 없다고 했고, 천하를 제패할 마음도 있다고 하더니... 이젠 아버지가 황제에게 자기를 시집보내려 하기 때문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

심주은의 본심을 엿본 임청우는 마음이 심란해졌다.

(나와 혼인을 한 것은 자기를 지켜 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아마도 주은은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것 같다. 머릿속이 헝클어진 실타래 같아서 자기가 해야 할 바를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이런 상태로 정신을 모아야할 무공을 익히게 된다면 틀림없이 마가 침입하게 될 텐데...)

걱정이 된 임청우는 심주은의 어깨를 다독거려 주었다.

가만히 있어도 풍겨나는 위엄과 고귀한 자태로 보아 그녀의 신분이 아주 높다는 것은 익히 짐작했던 일이었다.

그러나 심주은의 신분 따위는 임청우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만물제동이라는 이치에 따라서 그는 만물의 같은 점을 중시하는 터이기 때문이다.

임주은은 임청우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춥고 떨리는 거지? 몹시 추워.”

임청우는 깜짝 놀라서 그녀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

손바닥이 데일 정도로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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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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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줄에 걸린 봉황

 

 

-복우산(伏牛山)!

 

그 모습이 마치 엎드려 있는 소와 같다고 하여 복우산이란 이름이 붙여진 하남성의 명산이다.

복우산 동북방 오백여 리에는 저 유명한 중원 무림의 태두 소림사(少林寺)가 자리하고 있다.

본래 중원 무림의 심장부는 소림사가 있는 숭산(嵩山)이었다.

하지만 삼십여 년전부터 무림의 중심은 숭산에서 복우산으로 옮겨진 듯한 느낌이었다.

그것은 복우산에 중원 무림 최대의 세력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호천무맹!

 

바로 그들이다.

비록 십칠 년 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봉문하다시피 했으나 여전히 호천무맹이 중원 무림의 정점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구파일방등 전통의 명문들, 각기 독특한 절기를 발전시켜온 삼문육가(三門六家), 정파백도를 자처하는 천여 개의 문파들이 호천무맹에 속해있다.

구성인원 수로 따지자면 거의 백만에 이르는 무림인들이 호천무맹의 영향력 안에 들어 있다.

그 방대한 조직의 심장부가 바로 이곳 복우산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본래 호천무맹은 변황 무림에 대항할 목적으로 세워졌었다.

삼십여 년 전 변황 무림은 서역 출신의 한 인물에 의해 일통되었었다.

 

-신월지존(新月至尊)!

 

회회교(回回敎;이슬람)가 배출한 최강의 무인이다.

신월지존이라는 별호는 회회교가 초승달, 즉 신월(新月)을 상징으로 삼는 데에서 생겼다.

사실 신월지존이 회회교 출신중 최강자이긴 했어도 서역 무림의 최강자는 아니었다. 사패천 중 한 세력이 서역을 기반으로 번성해왔기 때문이다.

사방무신 중 서호(西虎)의 후손들이 세운 태양성전(太陽聖殿)이 바로 그들이다.

무공만으로 평가하면 신월지존은 태양성전의 십대고수들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월지존이 서역 무림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한 인물을 아버지로 둔 덕분이었다.

 

-티무르(鐵木兒)!

 

제이(第二)의 징기즈칸을 자처했던 서역 역사상 최강의 정복군주 티무르가 신월지존의 아버지였던 것이다.

티무르의 넷째 아들인 신월지존의 이름은 샤르흐이며 훗날 아버지의 뒤를 이어 티무르제국의 제이대 황제가 된다.

샤르흐는 티무르의 넷째 아들이라 제국을 물려받을 가능성은 없었다.

그래서 서역 무림을 지배하는 데 주력했으며 마침내 성공했다.

태양성전조차도 티무르제국과 충돌하는 데 부담을 느껴 샤르흐에게 복속했을 정도였다.

샤르흐는 서역 무림을 일통하여 하나의 세력으로 만들었다.

 

-신월동맹(新月同盟)!

 

회회교를 바탕으로 결성된 사상 최강의 세력이다.

회회교에 속한 거의 모든 무림 세력이 신월동맹에 가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신월동맹의 궁극적인 목표는 물론 중원 무림의 정복이었다.

샤르흐의 아버지 티무르는 서역과 천축은 물론 멀리 대식국까지 정복했었다.

그 티무르의 마지막 목표는 징기스칸의 후손들을 중원에서 몰아낸 명나라에 복수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티무르는 넷째 아들 샤르흐를 전위로 세웠다.

본격적인 명나라 정벌에 앞서 신월동맹으로 하여금 먼저 중원 무림을 공격하게 한 것이다.

중원 무림으로서는 명운이 걸린 일대위기였다.

이에 구파일방을 주축으로 신월동맹에 대항하기 위한 통합이 추진되었다.

하지만 흑도, 백도, 녹림, 하오문 등의 이질적인 성격 때문에 파벌을 초월한 중원 무림의 결맹은 실패로 돌아갔다.

대신 같은 길을 걷던 정파백도의 문파들만으로 맹을 결성하게 되었다.

그것이 호천무맹이었다.

호천무맹의 맹주는 십자검존 종극이란 인물이었다.

십자검존은 전설적인 검법의 명가 십자검막(十字劒幕)의 후예로 호천무맹의 결성을 주도했다.

당시 십자검존 종극의 나이는 삼십대 초반이었다.

비록 초절한 검법을 지녔다지만 정파 무림인들을 영도하기에는 너무 젊었다.

본래 호천무맹의 맹주로는 당시 천하제일인으로 공인되던 소림사의 장로 철목신승(鐵木神僧)이 거론되었었다.

하지만 철목신승은 자신이 출가인임을 이유로 들어 맹주의 자리를 사양했다.

그리하여 십자검존 종극이 호천무맹의 맹주가 된 것이다.

십자검존의 영도 하에 호천무맹은 신월동맹의 공세를 막아내어 중원 무림의 위기를 해소했다.

덕분에 호천무맹은 중원 무림의 보루로 인정받았으며 맹주인 십자검존 종극도 중원제일인으로 추앙받게 되었다.

그것이 삼십여 년 전의 일이었다.

헌데 십칠 년 전 예의 그 치욕적인 사건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호천무맹은 신월동맹을 좌절시키고 얻은 명성을 하루아침에 잃게 되었다.

그 후 호천무맹은 거의 봉문하다시피 했다.

그 틈을 탄 사마외도의 세력들이 창궐하여 무림의 판도를 뒤흔들어놓고 있었다.

그렇게 십칠 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후죽순처럼 일어난 온갖 세력들로 인해 무림은 대혼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마천루가 마도 무림의 맹주로 부상했고 사신각이라는 암살조직이 횡행하며 살육을 일삼았다.

심지어 화류계의 기녀와 매춘부들까지 야화맹(夜花盟)이라는 조직을 이루어 자신들의 권익을 부르짖을 정도였다.

무림의 말세가 올 것일까?

뜻있는 강호인들은 도의와 명분이 상실된 무림의 실태에 우려를 금치 못했다.

그런 가운데 십칠 년의 기나긴 잠에 빠져 있던 호천무맹 내에서 심상치 않은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철봉황이라는 여걸이 나타나 호천무맹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려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십자검존이 거둔 네 명의 제자 중 막내인 철봉황 고현경은 사실상 은퇴한 스승을 대신하여 호천무맹을 영도하고 있다.

먼저 철봉황 고현경은 정파백도의 젊은 인재들을 모아 철혈호천위(鐵血護天衛)란 조직을 만들고 스스로 총사(總士)가 되었다.

호천무무맹에 속한 문파와 가문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철혈호천위의 전력은 욱일승천의 기세로 증강되고 있는 중이다.

천여 명의 일류고수들로 이루어졌다는 철혈호천위가 강호로 나오면 어떤 세력도 맞서지 못할 것이다.

비록 일개 여인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호천무맹의 이같은 용틀임은 무림인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만일 호천무맹이 삼십여 년 전의 패기와 단결력을 회복한다면 그동안 무림을 농단하던 여타 세력들은 아침안개처럼 스러져야만 하는 운명인 것이다.

그리하여 무림의 각 세력들은 숨을 죽인 채 호천무맹의 동정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와 함께 호천무맹의 부활을 달가워하지 않는 기존세력들이 사신각에 청탁하여 철봉황 고현경의 암살을 기도하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나돌았다.

호천무맹이라는 거인의 부활이 과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었다.

 

***

 

"흐윽! ... 몸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

고통스러운 여인의 신음소리가 그리 넓지 않은 석실을 울리고 있었다.

석실 내부는 몇 자루의 장검이 벽에 걸려 있을 뿐 아무런 장식도 없어 투박해 보인다.

그 석실 가운데에 놓인 좌대 위에는 흑의여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돌로 만들어진 좌대 위에서 비 오듯 땀을 흘리고 있는 그 여인은 철봉황 고현경이었다.

철봉황 고현경은 지금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얼굴은 구워진 가재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라있으며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땀에 흠씬 젖은 검은 옷에 휘감긴 탄력 넘치는 육체는 학질에라도 걸린 듯 부들부들 떨린다.

"흐으윽! ... 그때 천면음마란 놈이 무엇인가 수작을 부렸음이 분명하다."

고현경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그녀는 천면음마가 투사한 탕음마고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천면음마의 저주가 그대로 실현된 것이다.

고현경은 삼십여 년의 세월동안 오로지 무공 연마에만 몰두해 왔었다.

그녀의 지난 삶 자체가 수련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그녀는 이성과 교제한 경험이 없다.

물론 고현경에게도 가슴이 설레였던 기억은 있었다.

자신보다 십여 살 연상인 동문의 사형을 남몰래 연모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형은 그녀를 그저 귀여운 사매 정도로만 여길 뿐 전혀 이성으로 대해주지 않았다.

그 때문에 고현경은 가볍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러다가 그 사형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어 자결하고 말았다.

철사자 고창룡-!

그가 바로 고현경의 처음이고 마지막이었던 연모의 대상이었다.

사실 고창룡과 고현경은 사촌 남매 사이였다.

두 사람의 집안은 산서(山西)성의 명문가인 고가장(高家莊)이었는데 신월동맹의 중원 침공 때 멸문지화를 당했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고검추는 당시 열다섯 살 소년이었고 고현경은 겨우 다섯 살에 불과한 어린 계집아이였었다.

십자검존은 졸지에 천애고아가 된 두 남매를 가엾이 여겨 함께 제자로 삼았었다.

물론 십자검존이 단순히 연민의 감정으로 두 남매를 제자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

고창룡과 고현경이 남자와 여자들 중에서 최고의 자질을 지닌 기재들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두 남매의 자질에 감탄한 십자검존은 철사자와 철봉황이라는 별호를 직접 지어주었었다.

비록 사촌지간이었으나 고현경은 고창룡을 진심으로 사랑했었다.

유일한 피붙이이기도 해서 의지하다보니 고창룡은 어느덧 고현경에게 하늘 아래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 고창룡이 어느 날 갑자기 미쳐서 사모를 겁탈하고 자살을 해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고현경이 받은 충격과 상실감은 형언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그날 이후로 고현경은 이성에 대한 마음의 문을 완전히 닫아 버린 채 무공수련에만 전념해왔다.

그 결과 그녀는 삼십대 중반이라는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우내팔강에 드는 고수가 되었다.

여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각고 연마한 성취였다.

헌데 그런 그녀가 잃어 버렸던 본능의 유혹에 시달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탕음마고 때문이었다.

천면음마의 말대로 탕음마고는 고현경의 원영지기를 갉아먹고 있었다.

이에 고현경의 육체는 부족해진 원영지기를 이성과의 교접으로 채우기를 간구하고 있는 중이다.

마치 굶주린 사람이 음식을 탐하듯이...

"으음... 방심하는 게 아니었다. 그 간악한 말종에게 수작을 부릴 기회를 주지 말고 척살했어야만 했다."

고현경은 도도하고 차갑게만 보이던 얼굴을 이지러뜨리며 뜨거운 신음을 토해냈다.

탕음마고가 촉발한 욕정은 굶주림이나 갈증과 다를 바가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성과의 교접을 갈구하는 욕정은 걷잡을 수 없이 강해지고 있다.

너무도 강렬한 욕정으로 인해 고현경의 이성이 거의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

불구덩에 빠지기라도 한 듯 뜨거워진 몸 때문에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당장이라도 아무 사내에게나 몸을 던져 범해지고 싶은 충동이 고현경은 사로잡고 있었다.

(... 위험하다. 이러다가 사내라면 아무에게나 가랑이를 벌리는 탕녀가 될지도 모른다.)

고현경은 흩어지려는 이성을 필사적으로 부여잡았다.

(끝내 욕정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자결해야한다. 나 자신과 사모님의 명예를 위해서...)

그녀는 이를 악물며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랫도리 깊은 곳에서 치미는 욕화는 시간이 갈수록 강렬해질 뿐이었다.

"으음... 찬물이라도 뒤집어써야겠다."

고현경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좌대에서 내려섰다.

그리고는 독한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다리를 움직여서 힘겹게 석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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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사신주

 

 

하토는 서역, 즉 탑리목분지 일대를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 탑리목분지의 전체 형상이 마치 웅크린 새우 같다 하여 <새우()의 땅()>이라 불리는 것이다.

하토삼기-!

그 이름은 서역 일대에서 전설로 통한다. 지난 백여 년을 통틀어 서역무림이 배출한 고수들 중 최강자들이 바로 하토삼기이기 때문이다.

모래 속을 물 속인 듯 헤집고 나타난 노인은 바로 그 하토삼기의 일인이었다.

사실 삼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서역무림에서 하토삼기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당시의 서역무림은 중원에서 원정을 온 어떤 인물에게 변변한 저항도 못하고 무릎을 꿇는 수모를 당하고 있었다.

하토삼기는 바로 그 참담한 시절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일약 서역무림의 최강자들로 등극하게 되었다.

고독마야 연남천-!

단신으로 서역무림에 쳐들어와 종횡하던 중원 출신의 초고수는 물론 고독마야였다. 적수를 찾아 변황무림을 주유하던 고독마야가 마침내 서역에 이른 것이다.

서역은 상고시대부터 다양한 문명이 오가고 꽃피웠던 문명의 요람이었다.

무공 방면에서도 서역은 역사와 전통이 깊다.

불교를 비롯하여 숱한 외래 종교가 서역을 거쳐 중원으로 전해졌으며 자연스럽게 이방의 무공도 서역 일대에 뿌리를 내렸었다.

서역무림이 중원의 고금오대고수에 필적하는 실력을 지녔던 서역사천왕을 배출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고독마야 역시 서역무림의 유서 깊은 전통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변황의 여러 곳들 중 마지막으로 서역을 찾아왔었던 것이다.

서역에 모습을 드러낸 고독마야는 여러 문파와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비무를 했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서역 무림의 그 누구도 고독마야의 손 아래에서 채 삼초를 버티지 못했다.

 

<서역무림이 변황무림의 종가(宗家)라는 소문은 헛된 것이었구나.>

 

고독마야는 서역의 모든 문파를 굴복시킨 뒤 그같은 탄식하며 중원으로 돌아갔다.

헌데 고독마야가 막 서역과 중원의 경계인 옥문관을 넘으려 할 때 세 명의 남녀가 나타나 막아섰다. 칼을 쓰는 절세미녀와 늑대 가죽을 두른 사냥꾼, 그리고 두더지 행색을 한 괴인이 그들이었다.

 

<우리는 세상사에 아랑곳 않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대가 서역무림 전체를 싸잡아 모욕하는 것만큼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다!>

 

세 명의 남녀는 그렇게 말하며 고독마야에게 도전해왔다.

고독마야를 찾아올 때 이남일녀는 일대 일로 싸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고독마야를 대면하는 순간 자신들이 얼마나 오만했는지 절감해야만 했다. 고독마야는 그야말로 거대한 산맥같아서 일대일 대결은 언감생심이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이남일녀는 자존심을 버리고 힘을 합쳐 고독마야와 싸우게 되었다.

일대 삼의 격전이 벌어졌으며 팽팽한 대결이 백여초를 이어졌다.

하지만 딱 백초가 되는 순간 고독마야는 진지하게 손을 썼고 이남일녀는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히 바닥에 몸을 뉘어야 했다.

그렇게 이남일녀는 패했다.

하지만 서역무림의 그 누구도 그들을 비난하거나 경시하지 못했다.

그 누구라도 삼초 안에 쓰러트렸던 고독마야와 맞서 백초를 견딘 것은 비록 셋이 힘을 합쳤다 해도 대단한 성과였기 때문이다.

 

<졌다. 그러나 언제고 우리 삼인의 후예가 그대를 꺾어 오늘의 패배를 설욕할 것이다!>

 

셋이 협공하고도 고독마야에 의해 중상을 입은 삼인은 분루를 흘리며 맹세했다.

 

<그대들의 후계자를 언제든지 본좌에게 보내라. 가르침을 내려줄 테니...!>

 

고독마야는 그렇게 말하며 서역을 떠났다.

하토삼기!

고독마야와 장렬히 싸우다 패한 이남일녀를 서역의 무림인들은 그같이 부르며 경외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하토삼기의 모습은 서역의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역의 무림인들은 믿고 있었다. 하토삼기가 어디선가 고독마야에게 복수할 기재를 기르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 하토삼기의 일인인 지둔노조가 지금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

 

노부가 한 가지 신공을 연마하기 위해서 폐관하던 중만 아니었으면 네놈이 감히 유사마부에 침입하여 사람을 납치해 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모래 속에서 나타난 노인 즉, 하토삼기의 일인인 지둔노조는 혈포인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지둔노조로부터 혈황으로 불린 혈포인은 비웃음을 흘렸다.

흐흐흐! 글쎄! 그때 늙은이가 현장에 있었다 해도 별수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본좌가 오늘까지 기다리는 헛수고는 하지 않아도 되었겠지!”

지둔노조는 그런 혈황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납치해간 흑아(黑娥)나 내놓아라!”

지둔노조의 요구에 혈황은 음산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대로 해주마. 본좌에게도 늙은이와 노닥거릴 시간은 없으니...”

혈황은 말하면서 옆으로 물러섰다.

그러자 그 자가 등지고 있던 고목 밑둥에 한 명의 여인이 힘없이 기대앉아 있는 것이 드러났다.

나이는 서른 살 전후 정도일까?

곤륜노(崑崙奴;흑인)의 피가 섞인 듯 가무잡잡한 피부에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여인이다.

비록 피부가 먹물을 뒤집어쓴 듯 검지만 여인의 이목구비는 명장의 조각인 듯 섬세하다.

탄력 넘치는 몸매도 그렇고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대단한 미인이다.

한 가지 흠이라면 눈 꼬리가 처지고 입술이 지나칠 정도로 도톰하여 색기가 넘쳐 보인다는 점이었다.

흑아! 괜잖은 것이냐?”

검은 피부의 미녀를 본 지둔노조는 다급한 음성으로 외쳤다. 냉소적이고 괴팍하게 보이던 그의 얼굴이 이 순간 근심과 애정으로 물들어 있다.

상공!”

지둔노조를 본 여인은 힘없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상공?)

(맙소사! 저 여자가 지둔노조의 첩이란 말인가?)

고목 위에 숨어 지켜보던 나유라와 이검한은 당혹한 심정이 되었다.

삼십여 년 전 고독마야와 싸울 때 지둔노조는 이미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헌데 아흔 살이 가까워진 나이에 불과 서른 살 남짓인 젊은 여인에게서 상공 소리를 듣고 있다.

손녀도 아니고 증손녀뻘인 검은 피부의 미녀가 지둔노조의 첩인 듯 했다.

(저 늙은이가 늦바람이 났구나.)

이검한은 쓴 웃음을 지으며 흘낏 나유라를 돌아보았다.

나유라도 코 끝을 살짝 찡그리고 있다. 지둔노조의 노욕(老欲)에 참을 수 없는 혐오감을 느끼는 기색이었다.

, 늙은이의 노리개를 보여줬으니 이제 늙은이가 피사신주(避砂神珠)를 보여줄 차례다!”

핏빛 안개에 덮인 채 혛황이 음침한 어조로 지둔노조에게 말했다.

그자의 말에 이검한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피사신주? 모래를 피할 수 있는 구슬이 있단 말인가?)

이검한이 의혹을 느끼며 보고 있을 때, 지둔노조는 품속에서 구슬 하나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거위 알 만한 크기에 푸른색이 감도는 구슬이다.

피사신주는 여기 있다. 잘 봐라!”

지둔노조는 들고 있던 구슬을 모래 위에 대었다.

그러자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쏴아아!

지둔노조가 구슬을 대는 즉시 모래 바닥이 커다란 사발처럼 움푹 파여져 버린 것이다. 그 구슬에 실려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이 모래를 밀어내는 듯 했다..

흐흐 진품이로군!”

지둔노조의 구슬이 모래를 밀어내는 것을 확인한 혈황의 두 눈이 탐욕으로 번뜩였다.

물론 이것은 진품이다. 하지만 그 전에 노부도 확인할 게 한 가지 있다!”

지둔노조는 구슬을 다시 들어 보이며 두 눈을 교활하게 번득였다.

설마 그동안 흑아를 욕보이거나 하지는 않았겠지?”

지둔노조는 주름진 눈을 희번득이며 혈황과 흑아라 불린 여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저 나이가 되어서도 질투라니...)

이검한은 지둔노조가 보이는 어이없는 질투심에 구역질이 나서 눈살을 찌푸렸다.

혈황도 지둔노조의 말에 조소를 지었다.

흐흐흐 걱정마라! 본좌는 소중한 인질을 건드릴 정도로 계집에게 굶주리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자의 말에도 지둔노조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흑아! 그자의 말이 사실이냐?”

지둔노조는 나무 밑둥에 힘없이 기대 앉아있는 검은 피부의 미녀에게 다시 물었다.

만일... 상공을 뵙기 부끄러운 일을 당했다면 신첩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옵니다.”

검은 피부의 미녀가 애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검은 피부의 미녀가 확인을 해주자 지둔노조는 비로소 안도의 표정이 되었다.

혈황은 그런 지둔노조에게 재촉했다.

계집의 정절도 확인되었으니 물건을 교환하자!”

그자의 말에 지둔노조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대신 흑아를 먼저 노부에게 보내라!”

의심 많은 너구리처럼 지둔노조는 끝까지 경계심을 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원하는 대로 해주마! 설마 하토삼기의 후예쯤 되는 늙은이가 속임수를 쓰지는 않으리라 믿고...!”

지둔노조의 제안에 혈황은 선선히 수락했다. 그리고는 몸을 숙여 검은 피부의 여인의 팔을 한 손으로 잡았다.

조심... 제발 조심해서 다뤄라.”

지둔노조는 혈황이 검은 피부의 여인을 일으켜 세우는 것을 보며 애가 닳아 외쳤다.

사실 지둔노조는 검은 피부의 미녀의 안위보다 혈황이 자신의 요구에 너무 쉽게 응한 점을 의심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둔노조의 신경은 온통 흑아라는 여인에게 쏠려 있었다. 뒤늦게 얻은 젊은 미녀의 매력에 흠뻑 반해버린 지둔노조에게 평소의 조심성은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받아라!”

휘익!

혈황은 검은 피부의 미녀를 지둔노조에게 집어던졌다.

흑아야!”

지둔노조는 급히 두 팔을 벌리며 날아오는 애첩의 몸을 받으려 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지?”

무사히 검은 피부의 미녀를 받아든 지둔노조는 늙은 얼굴을 기쁜 기색으로 채웠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검은 피부의 미녀의 눈이 섬뜩한 한광을 발산했다.

파팟!

그와 함께 검은 피부의 미녀의 오른손이 벼락같이 지둔노조의 가슴을 찍어왔다. 그런 그녀의 섬섬옥수에는 길고 날카로운 가짜 손톱이 끼워져 있었다.

...!”

지둔노조의 눈이 부릅떠지며 입에서는 다급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퍼억! 콰직!

강철로 만든 가짜 손톱이 끼워진 검은 피부의 미녀의 다섯 손가락이 지둔노조의 왼쪽 가슴에 깊이 박혀 버렸다.

너무나도 창졸지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또 불의의 일격이었던 탓에 지둔노조는 어이없이 당하고 말았다.

호호호!”

휘릭!

일격에 지둔노조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낸 검은 피부의 미녀는 요사스러운 교소를 터뜨리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퍼억! 후두둑!

그와 함께 지둔노조는 왼쪽 가슴에 난 다섯 개의 구멍에서 피분수를 토하며 뒤로 벌렁 나뒹굴었다.

검은 피부의 미녀가 오른손 다섯 손가락에 끼고 있던 예리한 가짜 손톱이 지둔노조의 가슴으로 파고 들어가 심장에 상처를 낸 것이다.

호호호 꼴 좋구나 늙은 색골아!”

휘릭!

혈황의 앞쪽으로 날아 내리는 검은 피부의 미녀의 왼손에는 피사신주가 들려있었다. 그녀는 오른손으로 지둔노조를 암습하는 것과 동시에 왼손으로는 피사신주를 낚아챈 것이다.

크으흑! 흑아! 네가 왜 나를...!”

지둔노조는 모래바닥에 넘어진 채 피를 게워내며 검은 피부의 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두 눈은 경악과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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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 [!] 손이 쳐올려지며 기겁하고

청풍; (귀견수!) ! 놀라며 물러서고

벽소소; [!] 역시 귀견수 알아보고 기겁하고.

스악! ! 검을 질풍같이 휘둘러 사우를 공격하는 귀견수. 귀견수의 검에서 긴 섬광이 일어나 사우를 베어가고

사우; [황금수라냐?] 카캉! ! 양손을 휘둘러 막으며 물러서는 사우

벽소소; (황금수라들의 부단장인 귀견수가 뜬금없이 나타났다는 건...) ! 몸을 돌려 달려가며 이를 악물고

벽소소; (황금전장에서부터 내 뒤를 밟았다는 뜻이야!) ! 달려가지만

[!] ! 직후 눈 치뜨며 급히 멈춰서는 벽소소

휘익! ! 그년 앞쪽으로 날아 내리는 벽세황과 이세창과 두 명의 황금수라

청풍; (소장주와 총관까지 나타나다니...) 비틀거리며 놀라고. 거리가 30미터 이상이다. 근처에 관목이 무성한 절벽이 있고. 그때

벽소소; [... 오빠!] 기겁하며 물러서고

청풍; (오빠!) 경악하고.

청풍; (이제 보니 사공자라는 자와 밀회한 저 계집, 냉혈전호의 큰딸이었구나.) 다가오는 벽세황 앞에서 뒤로 주춤 주춤 물러서는 벽소소를 보며. 이세창과 황금수라들은 귀견수와 사우가 싸우는 쪽으로 간다.

청풍; (주방 식구들에게 듣기로 장주의 큰 딸은 무림맹 소맹주와 혼담이 있다던데...)

청풍; (다른 사내와 이미 그렇고 그런 사이였구나.) ! 관목 사이로 몸을 숨기며 생각하고

벽세황; [어리석은 년!] 노려보며 벽소소에게 다가오고. 이세창과 두 명의 황금수라들은 귀견수와 사우가 싸우는 쪽으로 가고 있다. 귀견수와 사우의 싸움은 귀견수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는 있지만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벽소소; [... 오빠! 아니야!] [오빠가 생각하는 그런 일 없었어!] 사색이 되어 물러서고. 하지만

벽세황; [듣기 싫다!] 버럭 고함

깜짝 놀라는 벽소소

벽세황; [네년이 그동안 어떻게 놀아났고 무슨 병에 걸렸었는지 이미 다 알고 있다.] 살벌한 표정

벽소소; [흐윽!] 전율하고

벽세황; [네년의 처리는 저 죽일 놈을 처리한 후에...] + [!] 놀라는 벽세황

벽세황; (이곳에 우리보다 먼저 나타나 저 죽일 놈과 싸웠던 자가 사라졌다.) 주변 급히 둘러보고. 청풍의 모습이 사라졌다.

벽세황; (그놈의 입을 막아야한다.) + [총관!] 외치고

귀견수를 도우려던 이세창과 두 명의 황금수라가 돌아보고

벽세황; [이곳에 있던 또 한 놈이 사라졌소!]

이세창; (그러고 보니!) + [저 놈은 부단장에게 맡기고 주변을 수색하라!] ! 외치며 날아가고.

[예 총관님!] [존명!] 각기 다른 방향으로 몸을 날리며 외치는 황금수라들

쐐액! 쏴아! 새처럼 날며 세 방향에서 수색하는 이세창과 황금수라들. 하지만

어디에도 청풍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정자 앞에서 귀견수가 사우를 몰아붙이고 있는 것만 보이고

이세창;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휘익! 정자 옆의 절벽 위로 날아 내리고

이세창; (오면서 얼핏 본 바에 의하면 무공을 익힌 자는 아니었는데...) 생각하며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고.

수십 미터 아래쪽에는 강물이 굽이쳐 흐르고 있다. 하지만 어디에도 청풍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이세창; (무공도 익히지 않은 놈이 그 짧은 시간에 모습을 감춘다는 게 말이 되는 것인가?) 생각할 때

[보고 드립니다 총관님!] [주변 일마장 내에서는 어떤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 이세창의 뒤로 날아내리며 외치고

이세창; [수색 범위를 좀 더 넓혀라. 반드시 놈을 찾아내어 입을 막아야한다.] 절벽을 등지고 돌아서며 말하고

[존명!] [분부 거행하겠습니다.] ! 휘익! 날아오르는 두 놈

다시 정자를 기준으로 좌우로 날아가는 황금수라들

이세창; (설령 저놈을 제거한다고 해도 후환이 남겠구나.) 귀견수와 사우가 싸우는 쪽으로 걸어가며 생각하고. 그때

귀견수; [그만 끝내자.] 부챗살 같은 검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사우를 공격하고

사우; [누구 맘대로?] ! ! 양손의 열 손가락이 더 밝아지며 맞받아치고

! 빠캉! 벼락과 굉음이 일어나고.

슈악! ! 깨진 섬광 같은 것이 폭발적으로 귀견수를 휩쓴다.

귀견수; [!] 비틀하며 물러서는 귀견수. 팔로 눈 부위를 가리고. 그의 몸을 휩쓰는 섬광들. 하지만

! 카캉! 옷은 갈가리 찢기지만 옷 아래 피부는 다치지 않는 귀견수

사우; [소문이 사실이었구만!] [황금전장 황금수라들의 몸뚱이가 영약 덕분에 금강불괴처럼 단단해졌다는 소문이...] 물러서며 놀라는데

[조심해요!] 벽소소의 비명이 들려 눈 치뜨는 사우

화악! 유령같이 뒤에 나타나며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손으로 사우의 목을 잡으려는 벽세황의 오른손

사우; [섭장천의 절기 금룡신나(擒龍神拿)!] ! 사력을 다해 몸을 돌려 피하지만

슈욱! 용처럼 꿈틀거리며 따라붙는 벽세황의 손아귀

사우; (피하긴 틀렸군.) + [크아!] 퍼퍼펑! 양손으로 빗발치듯 장풍을 날리며 뒤로 날아가지만

퍼펑! ! 사우의 장풍은 벽세황의 몸에 맞자 물방울 터지듯 흩어지고

사우; (귀견수 이상으로 몸뚱이가 단단하구나.) 화악! 사력을 다해 몸을 뒤로 젖히고. 하지만 직후

! 그대로 사우의 목을 움켜잡는 벽세황의 손아귀

사우; [끄아아악!] 목이 잡히며 비명

이세창; [그렇지!] 환호

벽소소; [죽이면 안돼요!] 비명 지르며 달려오고

귀견수; (역시 천하제일인을 사부로 둔 분답다. 내가 고전했던 저 놈을 단번에 사로잡다니...) 놀라고 감탄하며 다가오고

벽세황; [네놈이 누군지 관심 없다.] 콰드득! 사우의 목을 쥔 손에 힘을 주고

벽세황; [오늘 부로 네놈의 존재는 세상에서 완전하게 사라질 테니...] ! 사우의 목을 쥔 벽세황의 손아귀가 빛을 발하는데

사우; [... 솜씨는 잘 봤다 벽세황! 과연 철면무제 섭장천의 제자다운 실력이었다.] 웃고. 얼굴은 고통으로 이지러져있으면서

벽세황; [웃어?] 어이없는데

사우; [복수전은 다음으로 미루자.] 화악! 갑자기 사우의 몸에서 검은 안개같은 기운이 터져 나온다. 놀라 눈 치뜨는 벽세황

이세창; (저 무공은...) + [피하십시오 소장주!] ! 외치며 검은 안개를 뿜어내는 사우에게 장풍을 날리고. 귀견수도 놀라며 검을 길게 그어내고. 하지만

! 엄청난 검은 연기가 터지면서 주변을 뒤덮어버리고. 그곳으로 날아 들어간 이세창의 장풍과 귀견수의 검기도 묻혀버리고. 오히려

! ! 검은 안개에 접하자 현기증을 느끼는 이세창과 귀견수

[!] [이런...]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이세창과 귀견수

[!] 안도하며 멈춰서는 벽소소.

이세창; [소장주! 빨리 거기서 빠져나오십시오.] ! ! 장풍을 날려 검은 안개를 흩어버리려 하고.

이세창; [그건 암흑마가(暗黑魔家)의 마공 철기산혼무(鐵氣散魂霧)입니다.] 펑펑! 연신 장풍을 날리고. 귀견수도 왼손으로 장풍을 날려 검은 안개를 흩어버리려 하고. 그때

<걱정 마시오. 이 정도 잔재주에 어찌 되진 않으니...> ! 말과 함께 검은 안개 속에서 밝은 빛이 나타나더니

이세창과 귀견수가 놀랄 때

화악! 푸시시! 밝은 빛이 검은 안개를 모두 태워버리면서 벽세황의 모습이 드러난다

! ! 우뚝 선 벽세황의 몸에서 강한 빛으로 이루어진 고리가 여러 개 생겨나 맴돌면서 며 주변의 검은 기운을 태워버리고 있고. 하지만 사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벽소소; [!] 여러 모로 안도하고

이세창; (황금전장의 최고무공인 금륜법신(金輪法身)이로구나.) 안도하고

이세창; (불문의 금강신공(金剛神功)에서 유래한 금륜법신은 몸 안팍의 모든 불순물을 태워버리는 힘을 지녔지.) + [그자는 달아났군요.] 생각하며 다가가고. ,귀견수는 정자 주변을 수색한다.

벽세황; [철기산혼무라는 게 대체 뭐요?] 지잉! 금빛 고리가 사라지고

벽세황; [그놈이 온몸으로 뿜어낸 검은 기운이 몸속으로 파고들자 순간적으로 현기증이 느껴졌었는데...] 츠츠츠! 몸에서 뿜어지던 밝은 빛이 완전히 사그라들면서

이세창; [마교가 사대마가(四大魔家)로 이루어진 것은 아실 것입니다.]

벽세황; [천마의 핏줄인 천마세가(天魔世家)와 천마의 제자였던 자들을 시조로 삼는 암흑(暗黑), 혈전(血戰), 번뇌(煩惱)의 삼마가를 합쳐서 사대마가로 알고 있소.]

이세창; [철기산혼무는 그중 암흑마가의 마공입니다.]

이세창; [몸속의 철분을 아주 미세하게 만들어 뿜어내는 무공인데...] [상대의 몸속으로 파고 들어가 혈관을 막거나 파괴하는 힘을 지녔습니다.]

벽세황; [기상천외로군.] 놀라고

이세창; [철기산혼무로 뿜어지는 철분은 워낙 미세해서 호신강기로도 막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벽세황; [그래서 순간적으로 혈관이 막혀 현기증이 느껴졌었군.]

이세창; [비록 철기산혼무가 막기 힘들고 위력적인 마공이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벽세황; [뭔지 알겠소.] [제 몸 속의 철분을 뿜어내야하니 부작용이 심하겠지.]

이세창; [방금 전의 그놈은 아마 소장주의 손을 벗어나기 위해 몸의 철분 대부분을 소모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당분간 운신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벽세황; [아쉽군. 오늘 확실히 잡아 죽였어야 했는데...] 말하며 벽소소를 돌아보고

겁을 먹고 물러서는 벽소소

벽세황; [소소! 네년은 놀아난 상대가 누군지 알았느냐?] 노려보고

벽소소; [... 몰랐어요. 사공자... 그자는 내 앞에서 무공을 구사한 적이 없어서...] 눈치 보며 겁을 먹고

벽세황; [놈은 삼십여 년 전 철면무제님께 멸망한 마교의 잔당이었다.] [마교의 잔당이 왜 네년에게 접근했겠느냐?]

벽소소; (우리 황금전장의 재물을 노리고...) 입술 깨물고

벽세황; [네가 마교의 잔당과 놀아난 사실이 알려지면 어찌 될 것같으냐?]

벽소소; [... 그건...]

벽세황; [단순히 소맹주와의 혼담이 무산되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황금전장이 마교의 잔당들과 내통했다는 혐의를 뒤집어쓸 수도 있으니...]

벽소소; [흐윽!]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그때

 

[!] 무언가를 발견하는 귀견수

바닥의 풀밭에 떨어져 있는 머리핀. 바로 벽옥령이 청풍에게 선물로 주었던 그 머리핀이다. 꽃 모양의 중앙에 보석이 박힌

귀견수; (... 이건...!) 경악하며 머리핀을 집어들고

귀견수; (틀림없다! 옥령 아가씨가 고양이를 구해준 보답으로 이청풍에게 준 머리 장식이었다.) (그렇다는 건...)

귀견수; (큰 아가씨의 밀회를 목격한 놈은 이청풍이었구나!) 가면 속에서 눈 부릅뜨고

 

벽세황; [아버지에게 오늘 이곳에서 있었던 일은 그대로 보고할 것이다.]

벽소소; [... 오빠!] 사색이 되고

벽세황; [네년의 처분은 아버지께서...] 말하다가 흠칫! 하며 돌아보고.

귀견수가 다가와 이세창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벽옥령의 머리핀이다.

벽세황; [뭐요?] 다가가고

이세창; [소장주!] 심각한 표정으로 머리핀을 내밀고

이세창; [우리보다 먼저 이곳에 왔던 자의 정체를 알아낸 것 같습니다.] 머리핀을 내밀며 말하고

벽소소; (... 저건 옥령이의 머리 장식!) 놀라고

 

#43>

새벽. 강물에 피어오르는 물안개.

도축장 근처의 강. 이제 백정들이 일어나 일 준비를 한다. 강물에서 세수를 하는 놈들도 몇놈 있고. 그러다가

세수하던 한 놈이 흠칫! 하며 안개 피어오르는 강물을 보고

강물에 무언가 떠내려 오고 있다. 사람의 모습이다

백정; [뭐야 저거!] 찡그리며 일어나고. 주변의 다른 백정들도 흠칫! 하며 보고

백정; [젠장! 재수 옴붙었구만. 새벽부터 시체를 보게 되다니...] ! 강물에 침을 뱉고.

[정말 사람 시체로구만!] [어쩐지 강물에 피 냄새가 배어있다고 했어!] [무슨 사연이 있기에 물에 빠져 죽은 건가?] 시체를 보며 궁시렁대는 백정들. 헌데

움찔! 떠내려 오던 시체가 움직이더니

첨벙! !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세운다. 그곳은 물이 얕아서 허리정도까지 찬다.

[! 뭐야?] [시체가 아니었구만!] [... 살아있었어.] 백정들 놀라 주춤거릴 때

첨벙! 첨벙! 비틀거리며 물가로 오는 그 인물. 짙은 물 안개 때문에 처음에는 얼굴이 잘 안보이지만

! 가까워오자 드러나는 모습. 바로 청풍이다. 몸의 도처에 갈라진 상처가 있다. 물론 얼굴을 가리고 있던 수건은 사라졌다.

[! ... 너는...] [청풍! 청풍이 아니냐?] 백정들 기겁

[이놈아! 무슨 일이야?] [어쩌다 이런 몰골이 되었어?] 첨벙! 첨벙! 급히 물로 뛰어들어 청풍을 부축하는 백정들

청풍; [부탁드리겠습니다.] 백정들에게 부축되며 말하고

청풍; [제가 강물에 떠내려 왔다는 사실은 비밀로 부쳐주십시오.]

[... 알았어.] [걱정 말고 우선 집으로 가서 치료 받자.] [딱 봐도 출혈이 심하구만.] [누구하고 싸웠기에 이 지경이 되었누?] 청풍을 부축해서 건물로 가는 백정들

청풍; (구사일생...) 백정들에게 끌려가며 생각하고. 고개 떨군 채

청풍; (나는 보지 말아야할 것을 보았다. 아마 소장주 일행은 살인멸구(殺人滅口)할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죽을 각오를 하고 절벽에서 뛰어내렸었다. 무공도 익히지 않은 내가 소장주 일행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으므로...> 절벽에서 발부터 뛰어내리던 장면 떠올리고. 그때까지는 얼굴을 수건으로 가리고 있었다.

청풍; (다행히 도축장 근처를 흐르는 강이라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어쩐지 후환이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도축장의 건물로 부축되어 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오가던 백정들과 여자들이 놀라서 보고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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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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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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