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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녀문(神女門)의 성지(聖地) (3)

 

 

바깥의 계곡도 어두웠지만 동굴 안쪽은 더욱 깜깜하다.

심주은이 앞장서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임청우는 심주은을 따라가며 생각했다.

(정말 칠흑같이 어둡다는 말이 실감나는구나. 대안탑에 처음 들어섰을 때도 이렇게 어둡지는 않았는데...)

용조층층공을 몸속에 쌓게 된 이후로 어둠에 그다지 구애를 받지 않게 된 임청우였다.

하지만 이 동굴의 짙은 어둠에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앞에 내민 손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

()로 십삼보, ()으로 육보, () 구보, () 삼보...”

앞서가는 심주은은 주문을 외우듯이 중얼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임청우는 혹시 어둠 속에서 심주은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덜컥 들었다.

그래서 당겨지지 않을 정도로 살며시 심주은의 치맛자락을 잡고 따라갔다.

임청우가 그러거나 말거나 심주은은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동안 걷던 심주은이 문득 멈추어 섰다.

걸음을 멈춘 그녀는 임청우의 손목을 잡아서 자기 몸쪽으로 바짝 끌어당기며 말했다.

여긴 위험한 곳이야. 내게서 떨어지면 안돼.”

임청우는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주문을 외듯이 중얼거리며 혼자 앞서 갈 때는 언제고 이제 다 온 듯하자 조심하라는 말을 한다.

...!”

하지만 그 직후 임청우는 발밑이 텅 비는 것을 느끼며 원래 들이키던 숨을 가쁘게 빨아들였다.

끼에에엑!”

그 바람에 자기가 듣기에도 흉한 소리가 목구멍으로 터져 나왔다.

쐐액!

임청우의 몸이 돌덩이처럼 세차게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임청우는 이내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심주은의 맥박이 안정되어 있는 것을 알고는 안심했다.

이번에는 떨어진다 하더라도 절벽에서 떨어진 것처럼 고생을 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마음이 든 것이다.

다 온 모양이야.”

심주은이 속삭였다.

휘청!

순간 두 사람은 몸은 공중에서 우뚝 멈춰버렸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발밑을 떠받치는 느낌이 들었다.

뒤이어 주위가 천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빛은 어디에서 오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헌데 어둠이 그 빛에 밀려 물러가며 여러 개의 그림자들이 자신들 주변에 빙 둘러 서있는 것이 임청우의 눈에 들어왔다.

(뭐지?)

임청우는 긴장하며 그 그림자들을 살펴보았다.

그 사이에 수십 겹으로 휘감고 있던 휘장이 걷혀지듯 어둠이 물러가며 희미하게 보이던 그림자들이 점차 뚜렷한 모습을 갖추어 갔다.

(사람이다!)

이윽고 임청우는 자신과 심주은을 둥글게 둘러싸고 있는 아홉 명의 사람 형상을 볼 수 있었다.

아직 모습은 완연하게 드러나 보이지는 않았지만 모두 궁장차림을 한 여인이라는 것은 알아볼 수가 있었다.

심주은이 갑자기 무릎을 꿇고 절하며 낭낭한 음성으로 외쳤다.

소녀 심주은, 신녀문의 삼십이대 제자로서 사부님의 명을 받들어 조사이신 구천신녀(九天神女)님을 뵙습니다.”

임청우는 그녀가 절을 하자 덩달아 절을 했다.

그런데 심주은은 임청우가 절을 할 때 벌써 일어서고 있었다.

절을 받은 사람이 답례하는 말도 꺼내기 전에 먼저 일어서다니...

특별히 예의를 배운 적이 없는 임청우지만 눈이 휘둥그레 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주위가 완연히 밝아지며 아홉 여인들의 모습이 분명하게 임청우의 눈에 들어왔다.

(아하! 진짜 사람이 아니라 아홉 개의 인형이었구나.)

임청우와 심주은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들이었다.

아홉 개의 인형은 모두 똑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하나같이 배꽃을 머금은 듯 아름다운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인형들의 모습이 그 정도이니 그 인형의 원형이었던 여인은 얼마나 아름답고 요염했을지 익히 짐작이 가는 일이었다.

임청우와 심주은이 도착한 석실에는 그 아홉 개의 인형들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둥글고 높은 천장의 중앙에는 임청우와 심주은이 내려온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인형들의 뒤쪽 석벽에는 인형과 똑 같은 얼굴에 똑 같은 옷을 입은 여인이 허공을 유영하는 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 여인의 주변에는 수 만 가지의 화려한 꽃들의 그림이 나무 모양을 한 세 개의 봉우리를 배경으로 그려져 있었다.

임청우가 물었다.

설마 저 그림이 이 밖에 있는 계곡을 그린 것은 아니겠지?”

임청우가 물은 것은 믿기지 않아서였다.

세 개의 봉우리로 보아 벽에 그려진 풍경은 바로 이 동부 밖의 계곡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동부 밖의 계곡은 키가 작은 나무들이 늪지대 주변에 깔려 있을 뿐 꽃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었다.

반면 벽화에는 무수하게 많은 꽃들이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원래 이곳은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해.”

심주은이 인형들의 새끼손가락들을 천잠사로 이어 묶으며 말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황하의 물이 조금씩 이 계곡으로 스며들어서 급기야는 모든 것이 물속에 잠겨버렸다는 거야. 그래서 원래 이곳에 있던 신녀문도 물에 잠겨 버렸고 하는 수 없이 남쪽의 무산으로 옮겨가야 했었다고 해.”

임청우가 흥미를 느끼고 물었다.

물에 잠기기 전에 이 계곡에 신녀문이란 문파가 있었다면 이곳은 혹시...?”

신녀문의 조사동(祖師洞)이야. 폐쇄되고 난 후 여기 들어온 사람은 우리가 처음일 거야.”

천잠사로 아홉 인형들의 손가락을 각기 하나씩 묶은 심주은이 조심스럽게 잡아당기며 말했다.

사르르르!

인형들은 손가락이 각기 조금씩 젖혀지면서 팔이 아래로 내려왔다.

그걸 확인한 심주은이 빠르게 말했다.

눈을 크게 뜨고 신녀들의 등을 봐. 보고서 외울 수 있는 한 많이 외우도록 해! 나중엔 아무리 사정해도 가르쳐 주지 않을 테니까.”

“...?”

임청우가 무슨 소린가 하는데 팔을 내린 인형들이 빙글 돌면서 등을 보였다.

스르르!

그리고 인형들이 걸치고 있던 궁장들이 어떤 힘에 의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궁장이 흘러내리고 백옥을 깎아 만든 인형들의 눈부신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헌데 백옥으로 만들어진 인형들의 등에는 깨알 같이 작은 글자들이 음각되어있었다.

심주은은 서둘러 품속에서 기름종이로 싼 화선지와 먹물이 들어있는 대나무 연적을 꺼냈다.

그리고는 인형들의 등에 먹물을 바르고 탁본(濯本)을 뜨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아홉 장의 탁본이 만들어졌고 그녀는 먹물이 마르기를 기다리며 바닥에 펼쳐 놓았다.

임청우는 가까이에 있는 인형의 등에 새겨진 글을 읽어보았다.

그러나 이내 그 글들이 심오한 무공구결과 신비한 이술(異術)을 기록한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더 이상 보지 않았다.

많이 안다는 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임청우는 알고 있었다.

하나를 알아도 바로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이다.

이미 임청우의 머릿속에는 두 가지의 빼어난 무공구결이 숨 쉬고 있었다.

불심연화지(佛心蓮花指)의 구결은 선명하게 그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으며 무쌍층층공(無雙層層功)의 공력도 구결을 운용하기만 하면 따라서 몸속을 돈다.

임청우는 배움이 일천하여 무학의 지고한 이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지 뭔가를 배우고 이룬다는 것은 탑을 쌓는 것과 같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나가 완전히 자리를 잡고 굳어지기 전에 그 위에 또 다른 것을 쌓아 올린다는 것은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 일이다.

당장은 버티고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종래에는 무너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설혹 무너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바르게 올린 탑보다 오래 견딜 리는 만무하다.

천년을 가도 무너지지 않을 집을 세우고 역사에 남을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임청우다.

섣불리 헛된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임청우가 자신의 결심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있을 때였다.

스스스!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들리며 백옥 인형들의 흘러내렸던 옷들이 다시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

종아리를 지나고 육감적인 허벅지와 둔부를 거슬러서 옷은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의해 입혀지고 있었다.

심주은은 탁본한 화선지들을 재빨리 말아서 기름종이로 몇 겹으로 감아 품속에 넣으며 말했다.

이제 여기서의 볼일은 다 끝났어. 나를 꽉 잡아! 신녀들은 뒷모습이지만 알몸을 본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스르르르!

심주은의 말하는 사이에 옷이 입혀진 신녀들이 돌아서고 있었다.

그녀들의 옆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갑자기 사방이 암흑천지로 변하며 임청우와 심주은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

 

파앗!

두 사람은 강렬한 빛에 눈을 가렸다.

동굴 밖의 태양빛인가 했지만 그렇진 않았다.

두 사람은 바둑판처럼 네모난 대리석들이 깔려있는 넓은 광장 한 가운데 서있었다.

어리둥절하는 임청우에게 심주은이 속삭였다.

아까 우리가 들어왔던 곳이야. 한걸음이라도 잘못 떼면 대라신선이라 해도 살아서 나가지 못해.”

들어올 때 칠흑처럼 어두웠던 곳은 복잡한 동굴이 아니라 바둑판처럼 넓은 광장이었던 것이다.

입구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찾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문이 열리면 빛이 사라지고, 빛이 있는 동안에는 입구가 사라지도록 만들어진 기관인 듯 했다.

심주은은 다시 주문 같은 것을 중얼거리며 네모난 대리석을 하나하나 신중하게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임청우는 심주은의 옆에서 보조를 맞춰 한 치도 어긋남이 없이 똑 같이 걸었다.

심주은이 걸음을 떼면 따라서 발을 들었고, 그녀가 발을 딛으면 따라서 한걸음 옮겼다.

꾸불꾸불 걸어가며 삼십 여 번의 방향을 바꾼 후에야 두 사람은 벽과 붙어있는 마지막 대리석을 밟을 수 있었다.

그그긍!

그 대리석을 밟는 순간에 기관이 돌아가는 소리가 나면서 이번에는 사방이 캄캄해졌다.

덜컥!

두 사람의 앞쪽에 있던 벽이 밖으로 넘어가며 출구가 생겨났다.

그들이 처음에 들어왔던 곳이었다.

심주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간이 조마조마했네.”

?”

임청우가 앞장서서 출구 밖으로 나서며 물었다.

사실 난 조사님들을 속였거든.”

심주은이 얄밉게 웃으며 대답했다.

원래 조사동은 한번 열리면 백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열 수 있어. 그런데 조사동에 들어온 제자는 백옥 인형들의 등에 적혀있는 무공과 술법들을 일각(一刻) 동안만 볼 수 있어. 얼마를 기억했든지 일각이 지난 후에는 우리처럼 쫓겨 올라오고 말아.”

심주은의 말하는 사이에 두 사람은 동굴 입구에 이르렀다.

드드드!

동굴을 나선 두 사람이 땅에 발을 내딛자 넘어졌던 암벽이 다시 올라가면서 원래의 환상신녀의 그림이 나타났다.

임청우가 돌아보니 문을 여는 고리가 숨겨져 있던 바위도 어느 새 원상대로 회복되어 고리를 감추고 있었다.

하지만 일각 동안에 신녀문의 최고의 무공과 술법들을 얼마나 익힐 수 있겠어? 고작해야 한, 두 가지가 끽이지!”

심주은은 암벽에 새겨진 환상신녀의 그림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난 사부님이 그 사실을 일러주었을 때 이미 작심하고 있었어. 아예 탁본을 떠서 나오기로 말이야. 이제 신녀문의 모든 무공과 술법들은 내 손 안에 있는 거야!”

자랑스럽게 말하는 심주은을 보며 임청우는 어이가 없었다.

그녀가 밖으로 나오기까지 왜 그렇게 가슴을 졸였는지 알만 했다.

그렇게 무공을 익혀서 어디에 쓸려고?”

임청우가 묻자 심주은이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무림제패(武林制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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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묵장은 현재 문피아, 리디북스, 미스터블루, 원스토어에 유료 연재중입니다.

연재를 하더라도 대개 1권 분량(1-25장)은 무료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와룡강의 블로그에서는 오늘 현재(2020년 4월 2일) 33장까지 연재가 되었습니다.

일단 35장까지는 연재를 할 생각입니다만...

유로로 구독하시는 분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여 26장 이후로는 다음 주에 삭제할 예정입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전설신검도 추후 25장까지만 연재할 계획임을 알려드립니다.

 

와룡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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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혈황(血皇) 등장!

 

 

(... 무슨 망상이냐? 아들 뻘밖에 안되는 어린 아이에게...!)

이검한을 대상으로 이런 저런 상상을 하던 나유라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자책했다.

(너무 오래 굶었구나! 나무 오래 굶었어!)

나유라는 부끄러운 망상을 억지로 떨쳐버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주의를 애써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보다 저 아이가 한 말을 믿어야만 하나? 내 몸이 흑혈맹호단의 아이들에게 더렵혀지기 전에 구했다는 말을...?)

얼마 전 벌어졌던 일을 떠올리는 나유라의 얼굴이 고통으로 이지러졌다.

자신이 수족처럼 여기던 흑혈맹호단의 청년들에게 유린당한 부분으로 마치 불로 지지는 듯한 전율이 스쳐갔기 때문이다.

나유라는 흑혈맹호단의 청년들에게 몸을 더럽히기 직전에 기절한 탓에 그 후 자신의 몸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지 못했다.

단지 남편 아닌 외간 사내들의 손길이 몸에 닿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치가 떨리는 나유라였다.

나유라는 아무래도 마음 속의 미심쩍은 부분을 그냥 넘겨 버릴 수가 없었다.

과연 자신의 몸은 더럽혀지기 전에 구원받은 것일까?

(다시 한 번 확인해 봐야겠어!)

입술을 깨문 나유라는 섬섬옥수로 나신을 가리며 천천히 호수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검한이라고 했느냐?”

이검한은 등 뒤에서 들려온 서늘한 음성에 움찔했다.

비록 눈은 앞쪽을 보고 있지만 그의 모든 신경을 등 뒤로 쏠려 있던 터였다. 그래서 그는 나유라가 목욕을 마치고 호수 밖으로 걸어 나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나유라의 음성을 듣는 순간 왠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교가 계십니까 마마?”

마음을 진정시키며 몸을 돌린 이검한은 공손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그렇다. 네게 한 가지 확인해볼 일이 있다!”

나유라는 오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알몸 위에 이검한의 적룡풍을 걸치고 있었다. 적룡풍 하나로 풍만한 나신을 감싼 그녀의 자태는 더할 수 없이 뇌쇄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일신에는 범접키 어려운 기품과 수백만 명의 백성들 위에 군림하는 여왕으로서의 위엄이 배어 있었다.

정말 내게 아무 일도 없었느냐?”

나유라는 형형한 눈으로 이검한을 노려보며 물었다.

이검한은 그녀의 그 싸늘하고도 찌르는 듯 강렬한 눈길에 움찔했다. 그렇기는 해도 나유라의 그같은 질문은 미리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하지는 않았다.

물론입니다. 소생이 왜 거짓으로 아뢰겠습니까?”

이검한은 단호한 음성으로 잘라 말했다.

이검한의 그같은 반응에 나유라의 눈에 안도의 빛이 떠올랐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다시 한 번 이검한을 추궁했다.

너를 낳아준 어머니의 정조를 걸고 맹세할 수 있느냐?”

그녀의 말에 이검한의 안색이 일변했다.

어머니...!

이검한은 지금껏 자신의 부모가 누군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비록 얼굴도 모르는 처지긴 해도 생모의 정조에 걸고 거짓 맹세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히지 않을 수 없다.

(난감한데...)

이검한은 당황하는 기색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느라 즉답을 못했다.

왜 대답이 없느냐? 설마 내게 숨기는 것이 있는 게냐?”

이검한의 그같은 미심쩍은 태도에 나유라는 두 눈을 의혹으로 물들인 채 재차 추궁했다.

... 그게...”

이검한은 억지로 웃으며 대답을 꾸며내려고 했다.

헌데 그 직후였다.

(살았다!)

이검한의 두 눈이 갑자기 번뜩 빛났다.

스스스!

돌연 모래가 흐르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귓전에 들려온 때문이다.

나유라도 움찔했다. 그녀 역시 누군가 녹원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일단 숨자!”

스윽!

누군가 녹원으로 접근하는 것을 알아차린 나유라는 이검한에게 전음을 보내며 급히 한쪽에 서있는 고목 위로 날아올랐다. 그 고목은 키가 크고 가지와 잎사귀가 울창하여 아래쪽에서는 나무 위쪽이 잘 보이지 않았다.

휘릭!

이검한도 즉시 나유라의 뒤를 따라 그 고목 위로 날아올라갔다.

먼저 고목 위로 올라간 나유라는 굵은 나뭇가지 위에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로 쪼그려 앉아서 녹원 밖을 주시하고 있다.

그런 나유라 옆으로 내려서던 이검한은 얼굴이 와락 붉어졌다. 순간적으로 훅 느껴지는 그윽한 살 냄새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 때문이다.

비록 어린 나이지만 이검한은 이미 여체의 비밀을 모두 알아버린 상태였다. 그 때문에 여자의 살내음을 맡는 것만으로도 아랫도리의 일부가 뜨거워진다.

살 냄새뿐만이 아니었다.

고목의 굵은 가지 위에 왼쪽 무릎을 꿇은 자세로 쪼그려 앉는 바람에 나유라의 오른쪽 다리는 거의 대부분 적룡풍 밖으로 드러나 있다.

종아리는 탄력이 넘치면서도 미끈하고 뽀얀 허벅지는 한 아름은 됨직하게 풍만하다.

두근!

나유라 옆쪽의 가지 위에 쪼그려 앉으며 곁눈질을 하던 이검한의 가슴이 세차게 뛴다.

적룡풍이 갈라진 사이로 오른쪽 다리가 거의 다 드러난 탓에 나유라의 사타구니 깊은 곳도 일부 엿보였기 때문이다.

흐드러진 한 쌍의 허벅지가 아래위로 엇갈리는 중심부의 둔덕은 황금빛 방초로 덮여있다.

하지만 나유라의 신경은 온통 녹원 밖을 향해 있는 상태인지라 자신의 은밀한 부위가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이검한아! 이 가엾은 여자에게 딴 마음을 품기나 하고...!)

나유라의 도발적인 자태에 자기도 모르게 매혹되었던 이검한은 이내 자책하며 시선을 돌렸다.

(저럴 수가!)

그 직후 이검한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의 시야로 기이한 광경이 들어온 때문이다.

쿠쿠쿠쿠!

녹원 밖의 사막에 갑자기 불룩한 두둑이 생기더니 일직선으로 녹원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마치 두더지가 땅속으로 길을 내며 다가오는 것처럼....

이검한보다 먼저 그 현상을 발견한 나유라가 전음입밀(傳音入密)을 써서 설명해주었다.

저것은 유사마부(流砂魔府)라는 신비문파의 독문무공인 토룡사행둔(土龍砂行遁)이 펼쳐질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유사마부!)

나유라의 설명을 들은 이검한은 해연히 놀랐다. 그와 함께 자신도 모르게 품 속에 있는 유사지존령(流砂至尊令)을 어루만졌다.

(혹시 유사마부는 유사신령의 후손들이 세운 문파가 아닐까?)

이검한은 녹원을 향해 달려오는 긴 두둑을 보며 염두를 굴렸다.

그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미 천 년도 전에 죽은 서역사천왕의 명맥이 아직까지 끊이지 않았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검한이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였다.

쿠오오오!

돌연 모래가 허공으로 확 번지며 인간의 상반신이 모래 밖으로 불쑥 드러났다.

상반신을 모래 밖으로 드러낸 인물은 노인이었다. 음침하고 괴팍한 인상의 노인인데 늘 땅 속에서만 살아서인지 피부가 아주 창백했다.

노인은 양 손에 두더지 발 모양의 기형도구를 차고 있었다. 아마도 그것으로 모래를 파고 전진하는 듯했다.

오기는 제대로 찾아왔군!”

상반신을 밖으로 드러낸 노인은 음산하게 중얼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는 시력이 약한 듯 눈을 찡그리며 햇빛을 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노부가 그 빌어먹을 놈보다 먼저 온 것일까?”

노인은 긴장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촤아!

이어 그는 하반신마저 완전히 모래 밖으로 나왔다.

바로 그때였다.

흐흐... 그렇지 않다. 본좌는 늙은이 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갑자기 호수 쪽에서 음산한 음성이 들려왔다.

“...!” “...!”

반사적으로 돌아보던 이검한과 나유라는 동시에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언제부터였을까?

호수가에 한 명의 괴인이 굵은 고목을 등진 채 우뚝 서 있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를 온통 시뻘건 피빛 천으로 휘감은...!

비단 옷의 색깔만 붉은 게 아니었다.

츠츠츠!

괴인의 몸 주위로는 핏빛의 안개같은 것이 칙칙하게 휘돌고 있었다.

나유라는 물론 이검한도 절정의 내가고수다. 그들보다 내공이 심후한 사람은 서역 전체를 통틀어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조차 혈포인이 언제 나타났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무서운 고수다!)

이검한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끼며 괴인을 주시했다.

츠츠츠...

혈포인의 몸에서는 핏빛의 안개 뿐 아니라 섬뜩한 마기(魔氣)가 구름같이 일어나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 마기가 얼마나 강렬한지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숨을 제대로 쉬기 어려워지는 이검한과 나유라였다.

아연긴장한 두 사람은 숨을 멈추고 심장 박동도 극한까지 느리게 만들었다. 자칫 혈포인의 이목에 감지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때문이다.

혈포인보다 먼저 모래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노인도 보기 드문 고수다. 단순히 내공만 따져도 노인은 이검한이나 나유라를 압도하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 역시 혈포인이 흘려내는 음산한 기세에 주눅이 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네놈이 자칭 혈황(血皇)이란 말종이냐?”

노인은 위축된 내심을 감추려는 듯 음산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혈황!)

순간 이검한과 나유라는 경악으로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그만큼 혈황이라는 이름은 놀랍고도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신마풍운록 서열 이위(二位)!

 

혈황은 바로 저 신마풍운록에 고독마야 연남천의 다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인 것이다.

유성신검황, 독천존, 유령마제, 태양신협등 사방무제(四方武帝)들보다도 앞 선 서열로 기록된 혈황은. 그러나 그의 신상에 관해 알려진 바가 전무하다.

이름과 출신내력은 물론이고 심지어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비밀에 쌓여있다.

누구도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혈황이 신마풍운록의 서열이위로 기록되어 있는 것과 관련하여 이런 저런 의견이 분분했다.

혹자는 혈황이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라 했고 또 혹자는 그가 알려지지 않은 비밀 세력의 주인일 것으로 추측했다.

분명 존재하지만 세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상 최강의 세력 마교(魔敎)의 당대 교주가 혈황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혈황이 신마풍운록을 작성한 장본인일 거라는 말도 떠돌았다.

별 볼일 없는 어떤 인물이 자기만족을 위해 신마풍운록을 만들면서 자신에게 혈황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서열이위로 올려놓았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어쨌거나 혈황은 신마풍운록에 이인자로 기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그다지 없었다. 아무도 본 적이 없는 혈황을 경계하거나 두려워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바로 그 혈황의 이름이 의외의 장소에서 거론된 것이다

 

(저자가 정말 고독할아버지에 이어 천하제이인(天下第二人)이라는 혈황일까?)

이검한은 필사적으로 흥분을 억누르며 혈포인을 살펴보았다.

(확실히 대단한 고수이긴 하다. 이모보다도 강해보이는 걸 보면...)

온몸이 칙칙한 피빛 노을에 뒤덮여 있는 혈포인을 살펴보며 이검한은 새삼 긴장했다.

고독마야와 누란왕후 흑요설, 현음마모를 제외한다면 혈황이라 불린 혈포인을 능가하는 고수는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흐흐흐! 허세를 부릴 거 없다 지둔노조(地遁老祖)! 기왕 일찍 도착했으니 서로의 용무나 빨리 해결하면 되지 않겠느냐?”

혈황이라 불린 혈포인이 음산한 음성으로 노인에게 말했다.

지둔노조! 역시 저 노인의 지둔노조 유마조율(維魔朝律)이었구나!”

고목 위에 숨어서 보고 있던 나유라가 다시 전음입밀로 이검한에게 말했다.

지둔노조? 마마께서 아시는 사람입니까?”

이검한도 전음입밀을 써서 되물었다.

그렇다. 저 노괴는 당금의 서역무림에서 최강자들로 꼽히는 하토삼기(蝦土三奇)중 지둔노조다!”

나유라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지둔노조라는 인물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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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황금전장> 새벽. 아직 불이 켜진 건물은 없고.

벽소소의 거처. 역시 어둠에 묻혀있는데

주변 건물 지붕 그늘에 검은 천을 뒤집어쓴 채 잠복하고 있는 황금수라들.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움찔! 정신 차리는 황금수라들

건물 뒷곁의 작은 쪽문이 열리더니

슈욱! 안개처럼 빠져나오는 여자. 바로 벽소소.

,휘릭! 뒷곁에 가볍게 내려서더니

주변 둘러보며 달리는 벽소소

<큰 아가씨가 움직였다!> <소장주님과 총관님께 보고하라!> 전음을 주고 받는 황금수라들

 

#37>

황금전장의 어느 큰 건물. 도서관 건물이고. 새벽 어둠 속에 도서관 입구에 두 명의 황금수라가 서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불빛이 없는 서고 내부. 천장이 높고 수많은 책꽂이들이 즐비. 헌데 한쪽에서 불빛이 어른거린다.

서고의 끝. 벽에 붙어있던 책꽂이 하나가 옆으로 밀려나 있고 그 자리에는 사람 하나 겨우 통과할 수 있는 작은 비밀통로 입구가 있다. 그곳에 작은 등을 든 이세창이 안쪽을 살피고 있고. 그 뒤에 벽세황이 서있다. 주변에는 황금수라 두명이 서있는데 일행 모두 무장을 하고 있다. 그때

귀견수; [확인했습니다 총관님!] 통로 안쪽에서 고개를 내밀고

귀견수; [아가씨는 오리 정도 앞쪽을 지나고 계십니다.]

벽세황; [이 비밀통로는 어디로 통하는 거요?] 이세창에게

이세창; [설계도에 의하면 진회하(秦淮河) 북단과 연결되며 길이는 십리가 조금 넘습니다.]

벽세황; [십리... 그럼 소소 그것을 따라잡으려면 서둘러야겠군.]

이세창; [너무 가까워도 아가씨가 눈치 챌 수 있으니 오리 정도는 거리를 두고 따라가는 게 좋습니다.] [앞장서게 부단장.] 통로에서 내다보던 귀견수에게

귀견수; [!] 대답하고

귀견수가 앞장서고 그 뒤를 이세창, 벽세황, 맨 뒤에 나머지 세 명의 황금수라가 따르는 형태로 통로를 들어간다.

벽세황; (못된 년...) 앞장서서 가는 귀견수와 이세창의 뒤를 따라 좁은 동굴을 지나가며 이를 부득 갈고

벽세황; (대체 어떤 놈에게 홀렸는지 모르겠다만...) (이번 기회에 그놈을 반드시 도륙해버리고 말겠다.) 이를 부득 갈고

 

#38>

물 안개가 피어오르는 강변. 경치가 절경이고. 아직 어둑하다. 그곳을 걸어가는 청풍. 서두르지는 않는다.

청풍; (지난 이년 간 수없이 오간 길...) 둘러보고

청풍; (그동안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이 아름다운 풍광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고

청풍; (공자님 말씀대로 항심(恒心)은 항산(恒産)에서 나온다더니...)

청풍; (생계를 걱정하지 않게 되자 비로소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깨닫게...) + [!] 생각하다가 움찔! 하고

휘리리리! 무언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청풍; (무슨 소리인가?) 본능적으로 옆의 잎사귀가 무성한 나무 그늘로 숨고. 직후

화악! 새처럼 나무 위를 날아가는 화려한 옷차림의 여자. 벽소소다. 청풍은 아직 벽소소의 얼굴을 보지 못했고

청풍; (사람이 새처럼 날아가다니... 저게 말로만 듣던 경신술이겠구나.) 지나가는 벽소소를 보고. 그러다가

[!] 눈 부릅뜨는 청풍.

<저 계집...> 주변 살피며 날아가는 벽소소의 얼굴이 비로소 보이고

청풍; (어제 낮에 백주도로를 말 타고 질주했던 그 못된 계집이다.) 찡그릴 때

휘익! 멀리 사라지는 벽소소

청풍; (계집의 몸으로 아직 해가 뜨려면 먼 새벽에 활보하고 있다?) 나뭇그늘에서 나오며 멀어지는 벽소소를 보고. 청풍은 벽소소가 황금전장 장주의 큰 딸이라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다.

청풍; (어쩐지 심상치가 않다. 따라가 보자!) 달려간다.

곧 멀어지는 청풍. 그 앞쪽으로 달려가는 벽소소의 모습이 작게 보이고

 

#39>

새벽. 경치 좋은 강가의 정자. #23>에 나온 벽소소가 왔던 정자.

휘익! 그곳으로 날아내리는 벽소소. 이어

벽소소; [공자님!] [저 왔어요 사공자님!] 외치며 두리번. 정자로 다가가고. 하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벽소소; [이곳에 안계신다니... 설마 내가 남긴 기호를 못 보신 걸까?] 울상. 그때

<그럴 리가 있겠소?>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 깜짝 놀라는 벽소소

<나도 소저와의 재회를 학수고대하고 있었거늘... 어찌 소저의 흔적을 놓치겠소?> 스스스! 정자 안에 사람 같은 형체의 검은 안개가 서리더니

! 사람 형상이 되는 검은 안개. 바로 #>23에 나온 분면랑군 사우의 모습이다. 부채를 부치고 있고

벽소소; [공자님!] 휘익! 반색하며 정자로 날아들고

벽소소; [뵙고 싶었어요 공자님!] 사우의 품에 와락 안기며 할딱이고

사우; [소저가 아무리 날 보고 싶었다 해도 본공자가 소저를 보고 싶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오.] 느끼하게 말하며 벽소소의 턱을 손가락으로 쳐들고

벽소소; [공자님!] 혼망 가고

사우; [소저의 이 아름다운 얼굴을 단 한시도 잊은 적이 없소.] 입술을 접근 시키고

눈을 감는 벽소소

키스하는 두 년놈

처음에는 키스 당하던 벽소소는 이내 사우의 목을 끌어안고 열렬히 키스한다.

 

#40>

[!] 정자로 다가오다가 눈 치뜨는 청풍.

정자에서 벌어지는 낮 뜨거운 장면

혼망 간 표정으로 사우의 목에 매달려 키스하는 벽소소

청풍; (이런...) 어이없고 난감해하며 정자 앞쪽의 관목 더미 뒤에 숨고.

청풍; (무슨 일로 새벽이슬에 옷을 적시나 했더니 밀회를 하기 위해서였구나.) 쓴웃음을 짓고

청풍; (괜한 짓을 했다. 젊은 남녀가 밀회하는 건 신경 쓸 일도 개입할 일도 아닌데...) 뒷걸음질 치고

청풍; (들키지 전에 돌아가자.) 뒷걸음질 치는데

! 마른 나뭇가지를 밟아 부러트리는 청풍의 발

[!] 벽소소와 키스하다가 눈 치뜨는 사우

청풍; (아차!) 굳어지고

관목 뒤에서 보니 사우가 벽소소와 키스하면서 관목 쪽을 보고 있다.

청풍; (들켰다.) 급히 허리띠에 걸고 있는 수건을 뽑아내고

청풍; (년놈중의 계집은 나에게 안좋은 감정을 품고 있으니 얼굴을 가리자.) 급히 수건으로 눈 아래를 가리고 뒤로 묶는다. 이하 청풍은 눈 아래를 천으로 가린 모습이 되고. 그때

스윽... 벽소소의 입술에서 자기 입술을 떼는 사우. 둘의 입술이 가는 침으로 이어지고

벽소소; [... 왜 그러세요?] 몽롱한 표정으로 올려다볼 때

사우; [나중에 마저 합시다. 쥐새끼 한 마리를 먼저 처리해야하니...] 벽소소를 밀어내고 정자 입구로 오고

[!] 오싹! 소름이 돋아 눈을 치뜨는 청풍

<살기...!> 정자 입구로 오는 사우의 몸에서 칙칙한 기운이 치솟는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저자, 나를 죽이려 한다.) ! 관목을 등지고 왔던 길로 달려가고.

벽소소; [!] 비로소 깨닫고 비명 지르는 벽소소

그 사이에 청풍은 관목을 등지고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 뜀박질도 빠르다.

벽소소; [저 새끼 죽여요! 우리가 여기서 만난 게 들통나면 안돼요!] 외치고

사우; [그럴 생각이오!] 화악! 악령같이 변해서 청풍을 덮쳐가며 외치고. 몸이 검은 안개 같은 것에 휩싸인다.

[!] 달려가던 청풍의 눈이 수건 위쪽에서 부릅떠지고. 그 뒤로 배트맨 같은 형상으로 덮치는 검은 안개에 덮인 사우. 벌린 양손의 열 손가락 끝이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보인다.

청풍; (위험...) ! 몸을 돌리며 옆으로 피하고

사악! 서걱! 몸을 돌리는 청풍의 등과 옆구리가 갈라진다. 사우의 면도날 같은 손가락이 스친 것.

청풍; (완전히 피하지 못했다.) 비틀거리며 물러서고

사우; [어쭈!] 화락! 청풍의 앞쪽으로 날아내려 퇴로를 막고. 청풍은 그 앞에서 비틀거리며 물러서고 있는데

청풍의 등과 옆구리 옷이 갈라졌고 옷 속의 살도 갈라져 피가 난다

사우; [일초무학인 놈이 본공자의 탈명조(奪命爪)를 피해?] 음산하게 눈 번뜩이며 청풍에게 다가오고

청풍; (상처가 제법 깊긴 하지만 치명상은 아니다. 내장을 다치진 않았으니...) ! 허리에 끼우고 있던 비수를 뽑아들고

사우; [뭐냐? 지금 그 작은 날붙이로 본공자와 싸워보겠다는 거냐?]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그때

벽소소; [죽엇!] 뒤에서 청풍을 덮치며 역시 한 자루 비수를 휘둘러오는 벽소소.

! 돌아서며 그년의 비수를 자기 단도로 막는 청풍. 금속성과 함께 불꽃이 튄다.

 

#41>

[!] [!] 강변을 날아오다가 눈 부릅뜨는 벽세황 일행. 앞쪽에 귀견수, 그 뒤로 벽세황과 이세창, 다시 뒤에 두 명의 황금수라가 날아온다. 정자가 있는 절벽과 멀지 않은 곳인데 <!> 그들 귀에 들리는 금속성

이세창; [병장기끼리 부딪히는 소리요!] ! 속도를 높이고. 그 앞에서 귀견수도 속도를 높여 날아가고.

이세창; [큰 아가씨가 위험에 처했을지도 모르오! 서두릅시다!] 쐐액! 날아가고

벽세황; (소소 이년이 대체 누굴 만나고 있기에 현장에서 칼부림이 일어나는 건가?) 쐐액! 이세창 뒤를 따라가며 이를 갈고

<소소와 놀아난 놈을 잡아 죽이는 건 물론이고 소소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교육을 시켜야겠다. 그래야 무림맹의 작은 주인이 되고 나서 욕먹지 않을 테니...> 날아가는 일행 배경으로 벽세황의 생각 나레이션

 

#42>

다시 정자 앞.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청풍. 그 앞에서 비수를 휘두른 자세인 벽소소

부르르! 칼 든 청풍의 손이 떨리고

청풍; (하마터면 칼을 놓칠 뻔했다.) ! 떨리는 손에 힘을 주고

청풍; (저 계집이 무공을 익혀 내공이 지법 심후한 때문이다.) 다시 뭐라 외치며 칼을 휘둘러오는 벽소소를 보며

청풍; (칼 끼리 부딪히면 안된다.) 휘익! 스악! 몸을 돌리면서 눈을 부릅뜨며 마주 칼을 긋고

벽소소의 칼은 청풍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지만

스악! 청풍의 칼끝은 벽소소의 칼 든 손의 손목을 긋고 지나간다. 상처가 깊진 않지만 피가 뿜어지고

벽소소; [!] ! 손목에서 피를 뿌리며 비틀. 손이 벌어져 비수를 놓치고

사우; [소저!] 화악! 다시 악령처럼 청풍을 덮쳐오고.

베어진 손목을 잡고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벽소소의 앞에서 돌아보는 청풍

! 번쩍! 사우의 양손 열 손가락이 사우의 몸을 덮은 검은 안개같은 것 배경으로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빛나고

청풍; (이자의 손톱과도 직접 부딪히면 안된다.) ! 몸을 숙이며 사우의 손톱을 머리 위로 흘려보내고.

펄럭! 청풍의 머리카락이 잘려서 흩날리고

사우; [어쭈!] 스악! 다른 손으로 청풍을 긋지만

! 청풍의 비수가 아래에서 위로 그어져 올라와 그자의 손목을 긋고

사우; [!] 손목에 상처가 생겨 피가 뿜어지고

벽소소; [조심해요!] 손목을 움켜쥔 채 비명

청풍; (얕았다!) 스악!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사우를 따라붙으며

청풍; (이자의 살갗 아래 마치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 깊은 상처를 못 냈다.) 스윽! 다시 비수로 사우의 가슴을 찔러가고.

청풍이 팔을 길게 늘려 찔러가는 모습이고. 비틀거리며 피하지 못하는 사우.

벽소소; [공자!] 그걸 보며 비명.

청풍; (해치웠다!) 사우의 가슴을 찔러가며 눈 번뜩. 하지만

사우; [크아!] 고함지르고

! 그자의 입에서 초음파 같은 것이 뿜어져 청풍의 가슴을 때리고

청풍; [!] ! 피를 토하며 뒤로 튕겨져 날아가고.

벽소소; [잘 했어요!] 환호

콰당탕! 등부터 나뒹구는 청풍

청풍; [!] 휘릭! 피를 토하면서도 재빨리 몸을 굴려 일어나고

청풍; (저자의 입에서 뿜어진 보이지 않는 힘이 마치 망치처럼 내 가슴을 때렸다.) 비틀거리며 몸을 세우고

청풍; (이게 바로 무공이라는 건 모양인데...) + [!] 눈 부릅뜨고

화악! 이미 바로 앞에까지 다가와 면도날 같은 손을 긋고 있는 사우

청풍; (위험...) ! 사력을 다해 몸을 틀어 피하려는 청풍. 그런 청풍의 가슴을 비스듬히 긋고 지나가는 면도날 같은 사우의 다섯 손가락

푸학! 서걱! 청풍의 옷과 살이 세 가닥으로 갈라지며 피가 뿜어진다. 비틀거리며 눈 치뜨는 청풍

! ! 물러서는 청풍. 가슴이 난자당했다. 추격하지 않는 사우

사우; [놀랄 일이야! 정말 놀랄 일이야.] [살다보니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도 만나게 되는구만.] 몸에서 검은 안개 같은 것을 뿌리며 다가오고. 뒤로 물러서는 청풍.

사우; [무공을 익히지 않은 놈이 본공자와 대등하게 맞서 싸우고 상처까지 입힌다는 게 말이 돼?] 눈 번득

사우; [대체 네놈은 정체가 뭐냐?]

[...] 말없이 비수로 앞을 겨누며 물러서는 청풍

사우; [대답하기 싫다?] 냉소

사우; [나도 굳이 네놈이 누군지 알고 싶진 않다.] 슈악! 화악! 몸이 검은 안개 같은 것에 덮이고

사우; [어차피 죽어야할 인생이니...] ! 스악! 그 검은 안개같은 것 속에서 더 커진 면도날 같은 손가락들만 나타나 청풍을 베어오고

피하려는 청풍. 헌데

화악! 검은 안개 같은 것이 먼저 밀려와 청풍을 휩쓸고

! 현기증을 느끼고 비틀거리는 청풍

청풍; (저자의 몸에서 뿜어지는 안개같은 것에 닿자 현기증이 느껴지고 감각이 무디어진다.) 비틀거리며 물러서고

사우; [잘 가라!] 카캇! 면토날 같은 손톱이 그런 청풍을 베어오고

청풍; (현기증 때문에 몸의 반응이 둔해졌다.) (아무래도 이건 막기 힘들겠는 걸.) 절망하면서도 비수를 마주 그어내려는 청풍.

벽소소; [죽여 버려요!] 그걸 보며 환호하는 벽소소. 상처가 난 손목을 움켜잡은 채. 헌데 바로 그때

! 옆에서 나타나며 검으로 사우의 날카로운 손톱을 쳐올려서 청풍을 구하는 귀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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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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