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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끈질긴 추적자(追跡者)(3)

 

 

어느 방면의 고인이시오?”

거지는 두려움과 함께 의혹을 느끼며 적당한 거리를 두고 따라가면서 소리쳐 물었다.

하지만 대꾸할 엄두도 나지 않은 임청우는 관도를 벗어나 근처의 산으로 치달아 올라갔다.

가늘어지긴 했어도 비는 하염없이 쏟아지는데 임청우는 점점 더 험하고 외진 산속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임청우가 상대해 주지도 않자 거지는 더욱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를 유인하려는 술책이 아닐까?)

거지는 수많은 전장(戰場)을 누비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적을 벴던 사람이었다.

죽을 위기도 수없이 넘겼으며 적의 간계에 빠진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죽을 수밖에 없었던 자기를 구해준 대장군(大將軍)을 보필하여 무수한 전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그에게 적을 신중히 대하고 몸을 사리는 침착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주인의 적이 자기를 유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거지는 임청우와의 거리를 좀 더 벌리며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태에 대해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그러던 어느 순간 거지는 문득 빗속을 흐르는 만리향의 향기를 맡았다.

만리향 향기는 계속 흐르고 있었지만 거지는 임청우에게 온 정신을 다 쓰느라고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소저!”

거지는 자기도 모르게 놀라서 크게 소리를 질렀다.

혼이 달아날 정도로 놀란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임청우를 쫓아가며 고함쳤다.

이놈! 우리 아가씨를 내려놔라! 그분이 어떤 분인 줄 알고 감히 손대려하느냐?”

임청우는 내심 아차! 했다.

(저 거지가 결국 알아버렸구나. 내가 주은을 유괴해서 달아나는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구나. 빨리 어디 동굴이라도 찾아서 숨어야 할 텐데...)

뒤를 돌아보니 거지가 무시무시한 빠르기로 쫓아오고 있었다. 느긋하게 따라오던 방금 전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임청우는 가성(假聲)을 쓰서 알아듣기 힘들게 말했다.

더 이상 나를 쫓아온다면 이... 이 여자를 죽여 버리고 말겠다.”

거지는 그 말을 듣자마자 송곳이 바닥에 꽂히듯 우뚝 멈추어 섰다.

절대로 그래선 안된다. 그분 소저를 죽인다면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가 복수하겠다.”

멈춰선 거지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런 말을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를 쫓아오지만 않는다면 맹세코 이 여자를 죽이진 않겠다.”

임청우가 바위로 이루어진 산봉우리를 올라가며 싸늘한 음성으로 내뱉었다.

멈춰 섰던 거지가 가슴을 풀어헤치고 다시 달려오며 소리쳤다.

차라리 나를 죽이는 것이 어떤가? 나는 소저의 종이나 마찬가지이니 소저께서 욕을 당하더라도 내가 죽은 이후에야 당해야 할 게 아닌가?”

임청우는 거지의 충성심이 실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거짓으로 속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크고 작은 바위들이 겹겹이 쌓여 이루어진 봉우리의 위쪽을 향해 달려 올라갔다.

거지는 독한 마음을 먹고 임청우의 뒤를 쫓고 있었다.

(소저께서 욕을 당하신다면 아마도 주인께선 내가 뭐라고 해도 반드시 이 늙은 거지를 죽이고 말 것이다. 주인의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기필코 소저를 구해내야 한다. 구해내지 못한다면 차라리 소저를 편안히 돌아가시게 라도 해야 한다.)

거지는 심주은을 죽일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쐐액!

자기의 목숨 따위는 도외시한 거지는 맹렬히 도약해서 임청우를 덮쳐갔다.

카앗!”

단번에 거리를 오장까지 좁힌 거지가 입을 벌리는 순간 수 십 줄기의 주전이 빗속을 뚫고 날아갔다.

그 소리만도 무시무시하여 임청우는 도저히 자기가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이에 그는 심주은을 안은 채 곤두박질치듯이 앞쪽으로 납작 엎드렸다.

퍼퍼퍽! 퍼석!

거지가 뿜어낸 주전들은 임청우의 머리위로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 앞쪽의 바위들을 뚫고 들어가거나 깨트렸다.

죽어라!”

그 사이에 다시 삼장쯤으로 거리를 좁힌 거지가 임청우에게 덮쳐들며 살수를 펼치려 했다.

콰르르르릉!

바로 그 순간 거지가 뿜어낸 주전에 격중된 바위 하나가 흔들리더니 임청우쪽으로 굴러 내려오기 시작했다.

(산사태다!)

임청우는 경악하며 자기를 향해 굴러오는 큰 바위에 왼손을 갖다 대고 있는 힘을 다해 밀었다.

바로 머리 위에서 덮쳐들고 있는 거지는 있다는 것조차도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삼천 근이 넘는 큰 바위가 임청우의 손에 떠밀려 붕 떠오르며 그의 몸을 넘어갔다.

!”

그 바람에 거지는 다급히 손을 거둬들이며 바위를 밟고 다시 날아올라야만 했다.

쿠르르릉!

바위가 굴러가면서 다른 바위를 건드리고, 그 바위는 다시 다른 바위를 밀치면서 산 전체가 지진을 만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빨리 위로 올라가!”

이불에 쌓여 있던 심주은이 갑자기 임청우에게 소리쳤다. 정신을 차린 것이다.

이얍!”

임청우는 크게 기합을 지르며 껑충 날아올라 봉우리를 향해 날아갔다.

크아!”

뒤쪽에서 거지가 벼락같이 고함을 치면서 두 대의 주전을 쏘아 보냈다.

왼손을 뒤로 휘둘러서 한대의 주전을 흩어버리는 순간 허벅지가 화끈해졌다. 나머지 하나가 그의 허벅지를 관통해버린 것이었다.

원래부터 두 대의 화살 중 거지가 정말 공력을 들인 것은 허벅지를 관통한 그것이었다.

허벅지에 상처를 입은 임청우는 하마터면 균형을 잃고 나뒹굴 뻔했다.

으헤헤헤!”

공격이 성공하자 득의한 거지가 신룡처럼 솟구쳐 올라 임청우를 따라붙었다.

!

그리고는 임청우의 몸 옆으로 삐죽이 나와있는 이불자락을 낚아챘다.

실로 찰나지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임청우는 꼼짝도 못하고 심주은을 빼앗기고 말았다.

거지는 크게 기뻐하며 이불을 헤쳤다.

소저!”

임청우가 놀라 소리칠 때였다.

!”

거지가 비명을 지르며 주춤주춤 물러섰다. 가슴을 누르고 있는 그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솟구치고 있었다.

심주은은 이불자락을 잡고 날아올라 펼쳐지는 이불로 앞을 가린 채 임청우의 곁으로 떨어져 내렸다.

바위를 굴려!”

그녀는 근처에 있는 큰 바위들을 향해서 장력을 날리며 소리쳤다.

하지만 임청우가 굳이 바위를 굴릴 것도 없었다.

쿠르르르릉!

이미 아래에서 시작되고 있던 산사태의 영향으로 흔들린 바위들은 산이 무너지듯한 기세로 쏟아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

거지는 대경실색하며 몸을 솟구쳤다.

하지만 튀어오른 커다란 바위를 피하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산사태 속에 휩쓸리고 말았다.

두두두두두!

마치 천군만마가 질주하는 듯, 땅이 진노하는 듯, 산사태는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리며 근처의 지형을 바꾸어버렸다.

공포에 질린 심주은은 알몸을 가리고 있던 이불마저 놓아버린 채 임청우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자연의 힘은 어떤 인간에게라도 두려움과 놀라움을 줄 뿐이었다.

임청우도 심신이 지진을 만나 흔들리는 것같이 놀랐다.

이름 없는 야산의 한 비탈을 바꾸는 것에 불과한 산사태가 이럴진데 하물며...

영원한 우주의 시간에 비한다면 인간의 일백년 인생은 전광석화에 불과할 따름이고 무궁한 천지의 작용에 비한다면 인간의 역사(役事)란 그저 물결이 다른 물결에 밀리면서 잠시 만들어놓는 파문과도 같은 것이리라.

 

***

 

쏴아아아!

완전히 지형이 변해버린 산비탈로 빗줄기는 여전히 쏟아져 내린다.

임청우는 젖은 이불을 끌어올려 심주은의 알몸을 감싸주었다.

심주은은 거지를 삼켜버린 산비탈을 바라보며 가늘게 떨고 있었다. 가까웠을 뿐만 아니라 어릴 적부터 자기에게 잘 대해줬던 사람을 자기 손으로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이 잘 믿어지지가 않았다.

내가 그를 죽여버렸어. 그를...”

심주은은 임청우에게 울먹이며 말했다.

그러자 임청우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죽이려고 했으면 완전히 죽였어야 했을 것 같다.”

심주은은 임청우의 말에 고개를 들면서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알기로는 임청우는 심성이 중후하고 착해서 결코 모진 말을 함부로 할 사람이 아니었다.

임청우는 손가락으로 산비탈 아래를 가리키고 있었다.

손길을 따라서 눈을 돌리던 심주은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피유우우웅!

퍼부어지는 빗줄기를 거스르며 땅에서부터 유성(流星) 하나가 하늘을 향해 꿈틀거리며 올라가고 있었다.

신호용의 불꽃인 기화(旗火).

거지는 무시무시한 산사태에 휩쓸리고도 뛰어난 무공 덕분에 죽지 않았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

이제 기화가 올라갔으니 그것을 발견한 노파와 중이 달려올 것이다.

심주은 이리 저리 흩어져 있는 젖은 옷가지를 주워 입었다. 그 옷들은 임청우가 그녀와 함께 이불속에 넣어 왔던 것이다.

옷을 걸친 심주은은 허둥대며 임청우의 손을 잡고 바위산의 정상으로 올라갔다.

삐이이! 삐익!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빗속을 뚫고 세찬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기와 승이 벌써 가까이 왔다.)

심주은의 다급한 마음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임청우는 비에 젖어 착 달라붙은 옷을 입고 있는 그녀에게 자신의 겉옷을 벗어서 걸쳐주었다.

어디 동굴이라도 찾아서 피해야겠다. 다시 열이 나면 그땐 어쩔 도리가 없어.”

임청우의 부드러운 말에 심주은은 감격하여 말을 내뱉지 못했다.

그녀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산의 반대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

 

산의 반대쪽은 우거진 숲이었다.

비와 바람 속에서 나무들은 호곡을 지르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검은 숲 속을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 달려갔다.

빗방울이 나뭇잎에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바람은 가지들을 이리저리 흔들어서 을씨년스럽게 만든다.

삐이익! 삐익!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모든 소음을 뚫고 두 사람의 귀로 선명하게 들려왔다.

기걸승이 벌써 산을 넘어 숲으로 들어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심주은이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 몸에서 나는 만리향 때문에 저들은 우리가 어디에 숨어도 찾아내고 말거야.”

동굴을 찾아야 할텐데...”

내 말이 들리지 않아?”

임청우가 미소를 지으며 심주은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닥친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미소였다.

그들이 오고 있는 것은 그들의 일이야. 내가 동굴을 찾는 것은 지금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주은은 총명한 소녀이지만 임청우처럼 도학(道學)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단지 자기가 뭐라고 해도 임청우를 뜻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체념하며 말했다.

그래, 어차피 그들의 손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체념한 심주은은 처연한 어조로 말할 때였다.

넌 그렇게 말을 해서는 안돼.”

임청우가 그녀의 손을 끌고 나아가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혼례를 치룬 것도 하늘이 정한 것이라면 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야. 그럼 너는 이런 일에 있어서 전적으로 나를 믿고 따라야하지 않겠어?”

! 난 그렇게는 못해. 나도 생각이 있는 사람인데 무조건 남편이 하는 대로 따른다는 것은 말도 안돼.”

심주은은 자기가 처한 상황도 잊고 혀를 차면서 말했다.

무심코 남편이란 말을 내뱉고 나니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

다행히 어둠 속이라 심주은의 얼굴이 달아오른 게 임청우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삐이익!

그 사이에 휘파람 소리는 불과 백여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들려왔다.

쩌억!

그 뒤를 이어 번갯불이 하늘을 동서로 길게 찢고 지나가며 사방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 순간 임청우는 앞쪽에 있는 큰 나무의 뒤에 가리워져 있는 동굴을 하나 찾아냈다.

실로 천행이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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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 출간한 전 8권 작품 환골탈태를 연재합니다.

다만 원본 환골탈태는 19금 요소가 상당해서 전체연령이 접근할 수 있는 블로그 연재에 적합하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부득이 19금 요소는 삭제하고 연재를 하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19금 요소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무협소설로서의 재미에 집중해주셨으면 합니다.

연재 주기는 매일 1회 예정입니다만 사정에 따라 건너뛰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덧 17년 전의 작품이지만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와룡강 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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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강 무협소설

 

               환골탈태 換骨奪胎

 

 

 

 

 

 

제 1장

 

              단서(丹書), 옥액(玉液)의 전설

 

 

 

단서(丹書)!

옥액(玉液)!

 

그 두 가지의 이름은 지난 백여 년의 세월 동안 강호무림에 숱한 풍파를 불러일으켰다.

한 권의 비급과 한 병의 신비한 영약!

붉은 표지의 비급(丹書)에는 천하무적의 신공절학이 수록되어 있으며,

옥같이 보배로운 물약(玉液)은 만독불침(萬毒不浸)과 금강불괴(金剛不壞)를 만들어 준다!

칼끝에 생명을 건 무림인들이 그 이름을 들을 때 입 안의 침이 마르고 혈관의 피가 들끓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청구단서(靑丘丹書)!>

<금강옥액(金剛玉液)!>

 

숱한 인명을 앗아가고 수많은 가문, 문파를 파멸로 몰아넣은 무림의 이대기보! 이것들은 백년무림, 아니 고금을 통틀어서도 가장 강했던 것으로 믿어지는 한 명 기인이 남긴 것이다.

 

무성(武聖) 청구상인(靑丘上人)!

 

저 달마(達磨)와 장삼풍(張三豊)에 비견되어 무성이란 지고의 칭호로 불리는 일대기인! 그의 숱한 기행과 업적은 한 수레의 글로도 다 기록하기 어려울 정도이거니와, 특이한 것은 그가 중원무림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청구(靑丘)! 달리 근역(槿域), 동이(東夷)라고도 불리는 고려국(高麗國)이 그의 출신인 것이다.

비록 지금은 쇠락하여 자그마한 반도(半島)에 도사린 옹색한 민족이 되었으되, 아득한 상고시대 이래로 그들 동이족이 화북(華北)과 막북(漠北) 일대를 누천년간 지배했음은 잘 알려진 바다.

동이족은 무예를 숭상하고 하늘의 이치를 따라 살았던 위대한 정복민족이다. 중원의 숱한 병법과 병서, 무예가 바로 그들 동이족에게서 유래했다.

태공망(太公望), 노자(老子), 공자(孔子), 황석공(黃石公)이 모두 동이족의 가계(家系)를 잇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며, 을지문덕(乙支文德)의 저술인 금해병서(金海兵書)를 얻기 위해 당태종 이세민(李世珉)이 온갖 책략과 술수를 다했음은 당서(唐書)에도 전하는 바다.

누천년을 내려온 동이족 전래 무맥의 최후 전승자! 그가 바로 청구상인인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백오십여 년 전, 청구상인은 동이족이 잃어버린 세 가지의 보물, 창세삼보(創世三寶)를 찾아 중원으로 들어왔었다. 그리고 사해오호를 주유하며 숱한 기인명숙들과 조우하였는바, 누구도 청구상인의 수하에서 삼 초를 버티지 못하였다.

그렇게 일 갑자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나 청구상인은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역만리 중원 땅에 노구를 누이게 된다.

청구상인이 우화등선(羽化登仙)한 곳이 어딘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청구상인이 자신의 고향인 청구로 돌아가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당연히 그의 신공절학이 담긴 단서와 옥액도 중원의 어딘가에 남아 있음이 분명하다.

 

청구단서(靑丘丹書)를 찾아라! 천하를 얻게 되리라!

금강옥액(金剛玉液)을 얻어라! 죽음조차 이길 수 있으리라!

 

강호무림이 발칵 뒤집힌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정사, 흑백을 불문하고 모든 강호인들이 명산대천을 들쑤시기 시작했다. 단서와 옥액, 아니 그중 하나만 얻어도 운명이 바뀌는 것이다.

개인은 개인대로, 문파는 문파대로 사력을 다해 청구상인의 유택(幽宅)을 찾으려 혈안이 되었다.

그 와중에 숱한 피보라가 일고 비극이 명멸했다. 누가 청구이보(靑丘二寶)에 대한 단서를 얻었다는 소문이 돌기만 하면 전무림인들이 그를 습격했다.

어떤 천하고수라도 전무림인을 상대로 싸워서야 살아날 수 없는 법! 수만 명의 생명이 억울하게 죽어 갔고 수백의 문파와 가문이 무림도상에서 지워졌다.

어떤 자는 이런 세태를 빌미로 평소의 원한을 갚기도 했다. 자신의 적이 청구이보를 얻었다는 소문만 흘리면 거의 틀림없이 그 적은 멸문지화를 당하고 마는 것이다.

음모와 살육의 광란(狂亂)!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며 중원무림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 그제서야 청구이보가 일으킨 미증유의 혈겁은 서서히 막을 내리게 되었다. 숱한 희생과 유혈 끝에 강호인들도 이제는 청구이보에 대한 미련에서 점차 벗어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어언 백여 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도 무림인들은 단서, 옥액이란 단어를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곤 한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욕심과 집착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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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황금전장> 역시 저녁 무렵. 헌데 황금전장으로 드나드는 사람이 없다. 무사들의 삼엄한 경비. 정문은 열려있지만 드나드는 사람과 우마차는 없다. 입구에 이세창이 서있다. 초조한 기색이고. 이세창 주변에는 귀견수와 몇 명의 황금수라들이 서있다.

이세창; (완전히 허를 찔렸다.) 입술 깨물고

이세창; (원래 내일 도착예정이던 무림맹 총관 일행이 갑작스레 오늘 방문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다니...)

이세창; (무림맹 총관 소면무상(笑面無常) 장세명(張世明)은 속을 알 수 없는 능구렁이다.) 이를 악물고

이세창; (그리고 소장주의 분석대로면 위진천과 큰 아가씨의 혼담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인물이다.) (무림맹 내에서 본장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일 텐데...)

이세창; (그래서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이번 혼담을 무산시키려들 가능성이 높다.) 심각해지고

이세창; (방문일정을 앞당긴 것도 우릴 흔들어서 빈틈을 보이게 만들 목적...) + [!] 생각하다가 흠칫! 하고

길 저편에서 황근전장으로 오는 마차 한 대. 짐마차인데 짐칸에는 천으로 감싼 물건들이 있고. 마부석에는 청풍과 추노대가 타고 있다. 고삐는 추노대가 잡고 있고

이세창; (이청풍!) 눈 번뜩

귀견수; [때 맞춰 이청풍이 도착했습니다.] 뒤에서 말하고

귀견수; [총주방장이 무림맹의 장총관을 대접하기 위해 질 좋은 소고기를 주문했다고 합니다.] 이세창의 눈치 보며

이세창; [장총관에게 만찬을 제대로 대접할 수 있게 되었군.] 다가오는 마차를 노려보며 끄덕이고. 그 사이에 마차는 황근전장 입구에 이르고

청풍; [다녀왔습니다 총관님!] 마차 마부석에 앉아 인사하고. 추노대는 말고삐를 잡아당겨 마차를 멈추게 하고

이세창; (겉보기에는 멀쩡하군.) + [수고했다.]

이세창; [마침 내일 오실 예정이었던 귀빈이 곧 도착한다고 한다.] [서둘러 주방으로 고기를 가져가도록 해라.]

청풍; [!] 고개 숙이는데

[옵니다!] 귀견수가 급히 말하며 길쪽을 가리키고

이세창 뿐 아니라 청풍과 추노대도 돌아보고

두두두! 길 저편에서 일단의 기마대와 마차가 달려온다. 앞쪽에는 같은 복장과 모자를 쓴 기사들 네 명이 말을 몰고 달려오고 그 뒤를 두 필의 말이 끄는 사람이 타는 화려한 마차가 따라온다. 문과 창문이 달려있는 그 마차 뒤에는 다시 네 명의 기사가 말을 타고 따라온다. 화려한 마차에는 깃발이 하나 달려있다. 깃발에는 <武林盟>이라는 글이 적혀있다.

이세창; [무림맹 총관일행이 도착했다. 영접 준비를 해라.] 급히 주변 무사들에게 외치고. 그러자

서둘러 대오를 정열하는 황금전장 무사들.

이세창; [그 마차도 옆으로 치워라. 방해된다!] 추노대가 몰고 온 마차에게도 손짓하고.

추노대; [예 예 어르신!] ! 급히 고삐를 쳐서 말을 움직이게 하고

두두두! 짐마차는 황금전장 안쪽으로 들어가 길 가로 비켜서고. 그 사이에

두두두! 마차와 기마대 일행이 황금전장 입구에 도착한다.

기마대는 좌우로 갈라서고 마차가 먼저 문으로 들어온다.

마부; [워워!] 마차의 마부석에 앉은 무사가 말고삐를 잡아당기고.

두두두! 마차가 멈춰서고. 그러자

서둘러 마차 문으로 가는 이세창. 청풍과 추노대가 타고 있는 마차가 있는 쪽이다.

이세창; [원로에 노고가 많으십니다.] [소인은 황금전장에서 총관직을 맡고 있는 이세창이라고 합니다.] 마차 문을 향해서 포권하고. 그러자

장세명; [이총관 얘기는 벽공자를 통해서 자주 들었소.] 드륵! 창문이 열리며 장세명의 모습이 드러난다. 상체만 보이는 모습이고. 후덕하고 늘 웃는 얼굴. <신마유희> 등 다른 작품의 총관 장세명 캐릭터

장세명; [벽공자는 이총관의 일 처리가 철두철미하다고 입이 마르게 칭찬하더이다.] 사람 좋게 웃고

이세창;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굽신

청풍; (저 인물이 무림맹의 총관...) 정문 안쪽 구석으로 비켜 서있는 마차의 마부석에서 장세명을 보고

청풍; (무림맹주인 철문무제가 연로한 탓에 사실상 무림맹의 모든 일은 장세명이라는 이름의 저 인물이 처리하고 있다던가?)

<제 아무리 황금전장의 총관이라도 천하 무림의 주인인 무림맹 총관 앞에서는 비굴할 정도로 공손하구나.> 연신 굽신거리며 장세명에게 뭐라 하는 이세창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장세명; [근래 내가 다리가 좀 불편해졌소.] [그래서 마차를 탄 채로 장주를 뵈러가고 싶은 데 괜잖겠소?]

이세창; [물론입니다.]

이세창; [저희 장주께서도 장총관님의 편의를 최우선시 하라는 분부가 계셨습니다.] 굽신 거리고

장세명; [그런 고마울 데가...] + [!] 대충 대꾸하다가 흠칫! 하고

구석에 정차해있는 청풍과 추노대가 탄 마차가 장세명의 눈에 들어오고

장세명쪽을 보고 있는 청풍의 얼굴 크로즈 업

장세명; (!) 경악하고

<... 용무린?> 청풍의 얼굴 배경으로 용무린의 얼굴이 떠오르고. 하지만

장세명; (그뿐만이 아니다.) 식은땀 흘리며 몸을 조금 밖으로 내밀며 청풍을 보고

[!] 흠칫! 하며 청풍을 돌아보는 이세창

장세명; (얼굴에서 아연소저의 분위기도 느껴진다.) 섭아연을 떠올리고

장세명; (설마 저놈...) + [저 젊은이는 누구요?]

이세창; (이 능구렁이가 왜 이청풍에게 관심을 보이는 건가?) + [폐장의 숙수중 한명입니다.]

장세명; [이름은?] 청풍을 보며

이세창; (어째 느낌이 안좋군.) + [이청풍이라고 합니다.]

장세명; [이청풍... 이씨란 말이지?] 무언가 생각하며 청풍을 보고

청풍; (시선이 화살처럼 느껴진다.) 장세명의 시선을 피하고

청풍; (무림맹 총관쯤 되는 거물이 왜 내게 관심을 보이는 건가?) 고개를 숙여 시선을 장세명의 피하고. 그때

드드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장세명을 태운 마차.

마차를 타고 가며 청풍을 보는 장세명.

찡그리며 마차를 도보로 따라가는 이세창과 귀견수 일행

이세창; [만찬이 곧 진행될 테니 서두러 주방으로 고기를 옮겨라.] 청풍과 추노대가 탄 마차를 지나가며 차갑게 말하고

청풍; [...] 고개 숙이고.

귀견수; (태연한 척 하지만 몸에서 피 냄새가 난다.) 이세창을 청풍을 지나가며 곁눈질로 청풍을 보고

귀견수; (역시 새벽에 큰 아가씨의 밀회장면을 목격했던 건 청풍 네 녀석이었구나.) 소리없이 한숨 쉬고

귀견수; (네놈의 목숨은 백척간두 신세다.) (제발 의심 살 행동은 하지 말길 바란다.) 청풍을 지나가며 생각하고

청풍; (귀견수의 반응도 그렇고...) 다시 움직이는 마차의 마부석에서 귀견수의 뒷모습 보며 생각하고. 귀견수와 이세창과 황금수라들 앞쪽에서는 장세명이 탄 큰 마차가 가고 있다.

<내가 큰 아가씨의 야합현장을 목격한 사실은 발각된 게 틀림없구나.> 장세명이 탄 마차와 다른 방향으로 가는 짐마차를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50>

. 황금전장에 불이 켜지기 시작하고.

주방. 치열하게 음식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다. 커다란 탁자을 앞에 두고 선 주대육의 지휘로 수많은 요리사들이 굽고 찌고 튀긴다. 음식 그릇을 쟁반에 얹은 하녀들이 연신 드나들고 있고

만들어진 음식들은 주대육 앞의 탁자에 올려져 검수를 받고.

그 후 연신 하녀들이 옮겨가고 있고. 소리없는 전쟁터다.

내갈 음식 검수를 마치고 한쪽을 돌아보는 주대육

청풍이 커다란 탁자를 앞에 두고 고기를 썰고 있다.

옷을 껴입었고 옷 안쪽은 붕대로 칭칭 감은 모습이다. 그래도 옷 밖으로 피가 일부 배어나오고 있고

주대육; (청풍 저놈...) 곁눈질로 보고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는 몸 상태인데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표정하게 고기를 써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주대육의 생각

주대육; (대체 밤 새 무슨 일을 당한 것인가?) (상당히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것같은데...) 찡그리고

주대육; (황금전장 소속인 걸 알았으니 흑사회 놈들이 건드렸을 리는 없고...)

주대육; (일이 끝나면 집에 가지 못하게 붙잡아 놓고 추궁해봐야겠다.) 생각하며 다시 탁자에 올려지는 음식들을 조금씩 맛본다.

 

#51>

황금전장의 다른 곳. 벽초천의 후처 온유향의 거처. 다른 곳과 달리 조용한데

창가 의자에 앉아서 턱을 괴고 밖을 보는 벽옥령. 여전히 공주 옷을 입고 있고. 창틀에는 고양이가 앉아 졸고 있다. 방 안에는 잠옷 차림인 온유향이 침대에 쿠션을 등에 대고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창 밖을 보며 한숨을 연신 내쉬는 벽옥령

그런 벽옥령을 보는 온유향

연신 한숨 쉬며 밖을 보는 벽옥령

온유향; (옥령이가 다 큰 언니들 흉내를 내고 있네.) 웃고

온유향; (과연 우리 옥령이로 하여금 가슴앓이를 하게 만든 행운아는 누구일까?) 벽옥령을 훔쳐보며 웃고

벽옥령; (청풍오빠는 저쯤에 있겠지?) 담장 너머를 보고

벽옥령; (생각 같아서는 몰래 주방으로 찾아가서 훔쳐보고 싶지만...)

벽옥령; (무릇 여자는 사내대장부의 일을 방해하면 안되는 거야.)

벽옥령; (보고 싶어도 부도(婦道)를 지키려면 꾹 참아야만 해!) (부도를 잘 지켜야만 사랑받는 신부가 될 수 있다고 유모가 말했으니까!) 야무진 표정

 

#52>

황금전장의 대청.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하녀들이 연신 음식을 나른다. 입구는 귀견수와 황금수라들이 지키고 있다.

대청 안에서 벌어지는 만찬. 상좌에 놓인 두 탁자에는 장세명과 벽초천이 차지하고 앉아있다. 그 앞쪽으로 죽 놓인 탁자들에는 지역 유지로 보이는 노인들이 앉아있다. 벽세황과 벽소소 남매도 말석 쪽에 앉아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탁자 하나씩을 차지하고 있고 탁자마다 산해진미가 놓여있다. 하녀들이 연신 음식을 교체해주고 있고.

한쪽에서는 악사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이세창이 상좌 뒤쪽에 서서 만찬 전반 상황을 보고 있고

장세명; [혼서는 내일 길한 시간을 정해서 전해드리겠소이다.] 두 손으로 술잔을 들어서 벽초천에게 권하며

벽초천; [장총관께서 주역(周易)에도 능통하다고 들었소이다.] [저희 사당(祠堂)에 혼서를 바칠 시간을 잘 뽑아주시기 바라외다.] 마주 술잔을 두 손으로 들고

함께 원샷으로 술을 마시고

벽세황; (지금까지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젓가락을 건성으로 움직여 음식을 뒤적이면서 곁눈질로 상좌의 장세명을 보고. 그 옆 문쪽에 가까운 자리의 벽소소는 고개 떨군 채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벽세황; (아버지와도 대화가 잘 통하는 것 같고...) 벽초천과 장세명이 서로 얼굴을 보며 웃는 모습을 보고

벽세황; (저 망할 것이 분면랑군 사우와 놀아난 사실만 들통 나지 않으면 우리 황금전장은 무림맹과 사돈지간이 되는 것이다.) 곁눈질로 벽소소를 보고.

어두운 얼굴의 벽소소

벽세황; [얼굴 펴라.] 발로 벽소소 쪽 탁자 다리를 툭 치며 말하고. 시선은 상좌쪽을 향한 채로

[!] 고개 드는 벽소소

벽세황; [지금까지 저지른 과오를 만회하는 길은 요조숙녀인 척 해서 무림맹의 안주인이 되는 것이다.]

벽세황; [그게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기도 하고...]

입술 깨무는 벽소소

벽세황; [너는 그저 조신한 규수 연기만 잘 해내면 된다.] [나머지는 아버지와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할 테니...] 냉소. 그러다가

[!] 흠칫! 하며 상좌를 보는 벽세황

벽초천이 어색한 표정으로 웃고. 장세명이 무언가 말하고 있다.

장세명 뒤쪽 구석에 서있던 이세창도 당황하는 표정이고

벽세황; (장총관이 무슨 말을 해서 아버지를 당황하게 만든 것인가?) 귀에 손을 대고 엿듣고. 그러자

<주방 구경을 하고 싶다는 말씀이십니까?> 벽세황의 귀에 들리는 벽초천의 말

벽세황; (주방!) 경악. 긴장

벽세황; (아버지가 그래서 당황하셨구나. 주방에서는 잠재적인 화근덩어리인 이청풍이 일하고 있을 테니...) 굳어지는 얼굴

장세명; [이렇게 몸이 분 것도 지나친 식탐 때문 아니겠소이까?] 자기의 푸짐한 몸을 만지며 웃고

장세명; [그리고 먹는 걸 좋아하다보니 기막힌 요리를 만드는 숙수들을 직접 만나 비결을 듣는 게 낙이기도 하지요.]

장세명; [황금전장의 주숙수의 명성이야 오래전부터 들어왔는데...] [언제 다시 황금전잔을 방문할 수 있을지 모르니 이번 기회에 만나보고 싶소이다.]

벽초천; [그리 말씀하시니 주방 구경을 시켜드리지 않을 수가 없소이다.] [총관!] 이세창을 부르고

이세창; [예 장주님!] 앞으로 나서고

벽초천; [장총관님을 주방에 안내해드리게.]

이세창; [분부 받들겠습니다.] [이리 오시지요.] 장세명을 따라오라 권하고

장세명; [신세를 지겠소 이총관.] 일어나고

곧 이세창의 안내를 받아 옆문을 통해서 만찬장을 떠나는 장세명

벽세황; (젠장!) 벌떡! 일어나고. 벽소소가 놀라 돌아보고

벽세황; (어째 느낌이 싸하다. 주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것같은 예감에...) 급히 입구로 가고

벽소소; [어딜 가려구요?] 일어나려 하지만

벽세황; [넌 자기를 지켜라.] 서둘러 나가고

[...] 상좌에 앉아서 그걸 보며 뭔가 생각하는 벽초천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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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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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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