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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느닷없는 봉변

 

 

 

광풍진천장 역시 청구상인의 절기 중 하나로써 만일 절정의 경지에 이르면 작은 동산 하나는 뿌리 채 날려보낼 수가 있다.

다만 광풍진천장은 내공 소모가 극심한 단점이 있어 연달아 펼쳐내지 못하는 것이 흠이다.

[끝장을 내자!]

꽈르릉!

광풍진천장으로 기선을 잡은 막비강은 질풍노도같이 낙성신마를 공격해 갔다.

막비강은 비록 금강옥액을 마시고 청구단서를 익혔다.

하지만 가르쳐 주는 스승이 없어 전적으로 혼자 무공을 배워야만 했다.

그런 탓에 그의 청구절학은 아직 채 오성(五成)을 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 바람에 청구절학의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우내사마 정도의 인물도 압도할 수 없었다.

! 퍼펑!

막비강은 자신의 이 같은 사정을 잘 아는지라 일단 선기를 잡자 놓치지 않고 격렬한 공격을 가해 갔다.

홍의소녀는 만면에 경악의 빛을 머금은 채 막비강이 낙성신마를 몰아붙이는 것을 구경하였다.

설마 약관의 청년이 백여년 년 전부터 악명을 떨쳐 온 거마를 이토록 쉽게 궁지로 몰아넣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가 홍의소녀는 다시 녹의소녀와 분면색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헌데 이때 녹의소녀와 분면색마도 싸움을 중지하고 넋 잃은 사람처럼 막비강과 낙성신마의 격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 역시 막비강의 신위에 경악과 찬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홍의소녀가 녹의소녀 곁으로 살며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때렸다.

녹의소녀는 깜짝 놀라며 돌아보더니 숨을 길게 내쉬었다.

[언니! 사람을 놀라게 하지 마!]

[혼비백산하는 꼴이 우습구나. 저 음적이 기습을 하면 어쩌려고 넋을 잃은 채 구경하고 있는 거냐?]

분면색마는 불과 일 장도 되지 않는 거리에 서 있는지라 홍의소녀의 말을 알아듣고는 음험하게 웃었다.

[소생은 저들이 승부를 가리는 것을 본 다음에 당신들 자매를 즐겁게 해줄 테니 너무 서둘지 마시오.]

홍의소녀는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질렀다.

[음적! 쓸데없는 주둥아리는 그만 놀리고 죽음이나 받아라!]

추학!

그녀는 장검을 휘둘러 분면색마를 공격해 갔다.

분면색마는 갑자기 홍의소녀에게 기습을 받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연달아 후퇴하기에 급급했다.

바로 그때였다.

퍼펑!

천지가 진동하는 굉음이 일어나고 모래먼지가 자욱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두 개의 인영이 각기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홍의소녀와 분면색마는 갑작스러운 폭음에 깜짝 놀라 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

[저런...!]

여기저기서 경악의 함성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다섯 개의 인영이 각기 낙성신마와 막비강에게로 달려갔다.

막비강은 비록 일장으로 낙성신마를 격퇴시켰지만 자신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자욱이 피어오른 먼지 속으로 밀려들어갔다.

화락! 스슷!

홍색과 녹색 두 개의 날렵한 인영이 동시에 막비강 앞에 도착하여 관심 어린 어조로 물었다.

[다치지 않았어요?]

막비강은 간신히 몸을 가누었지만 얼른 숨을 고를 수가 없어 고소를 머금으며 고개만 가로저었다.

녹의소녀가 홍의소녀를 돌아보며 급히 말했다.

[언니, 그에게 소환단(小還丹)을 한 알 줘!]

홍의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품속에서 조그만 옥병을 하나 꺼냈다.

옥병 속에는 붉은 기름종이에 싸인 대추알만한 환약 두 알이 들어 있었다.

이 환약이 소림사(少林寺)에 전해지는 절세의 영약인 소환단이다.

아무리 심한 내상이라도 한 알의 소환단이면 금방 완쾌될 수가 있다.

어린 소녀들이 어떻게 소림사의 요상영단을 갖고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 이걸 먹어요!]

언니에게서 소환단을 받은 녹의소녀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막비강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막비강은 진기를 돋우어 한바퀴 순환시켜 본 결과 기혈만 약간 뒤틀렸을 뿐 별 지장이 없는지라 고개를 가로저었다.

[호의는 고맙지만 귀한 단약(丹藥)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홍의소녀가 눈을 치켜 뜨며 약간 성이 난 음성으로 말했다.

[이미 꺼냈는데 다시 집어넣으란 말인가요? 빨리 받으세요!]

막비강은 그녀의 화내는 모습이 귀여워 녹의소녀에게서 소환단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녹의소녀가 그걸 보고 물었다.

[왜 먹지 않으세요?]

[아껴 두었다가 정말 부상을 당했을 때 먹으려고 합니다.]

모래먼지가 흩어지자 장풍이 마주쳤던 지면에 길이가 오 장 가량 길게 갈라지고 깊이는 석 자 정도로 파여 있는 것이 드러났다.

낙성신마는 움푹 파인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운기조식을 하고 있으며 그의 좌우에는 천수인마와 화색쌍요가 서서 그를 보호하며 막비강 일행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막비강은 그자들에게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두 자매에게 물었다.

[낭자의 성이 전씨라면 혹시 전포라는 분을 아십니까?]

녹의소녀가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그분은 우리 백조부(伯祖父)님이세요.]

[그만둬!]

홍의소녀는 동생의 입빠른 것을 꾸짖는 듯이 눈을 흘겼다.

막비강은 홍의소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급히 말했다.

[낭자께선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저는 긴한 일로 그분 어른을 만나 뵈었으면 합니다.]

[당신은 누군데 우리 큰할아버지를 뵈려는 거죠?]

홍의소녀가 경계를 풀지 않으며 물었다.

[제 이름은 곡능천이라 합니다.]

[! 천면신룡이 바로 당신이었군요.]

녹의소녀가 반색을 했다. 그녀는 어느덧 막비강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었다.

약관밖에 안 된 젊은 나이에 우내사마를 물리치는 신위를 본 순간 소녀의 방심은 여지없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이야앗!]

쐐액!

갑자기 날카로운 외침 소리와 함께 세 줄기 인영이 동시에 막비강 일행에게 날아들었다.

기회를 엿보던 천수인마와 쌍요가 동시에 공격을 발동한 것이다.

퍼펑!

특히 쌍요는 악독하게도 먼저 한 무더기 분홍색 독분(毒粉)을 퍼뜨려 시야를 가린 뒤 장력을 날려 왔다.

[두 분! 빨리 후퇴하시오!]

꽈르릉!

막비강은 다급히 전씨 자매에게 외치며 쌍장을 휘둘러 청구상인의 최강절기인 치우강기를 천수인마와 쌍요를 향해 펼쳐냈다.

퍼펑!

[!]

[크흑!]

다음 순간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천수인마와 쌍요가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또한 막 물러서려던 홍의와 녹의 두 자매까지도 날려 나가 땅바닥에 곤두박질했다.

그뿐 아니었다.

[!]

십여 장 밖에 앉아서 운기조식을 하던 낙성신마조차도 치우강기의 여파를 감당하지 못하고 마치 호박처럼 오 장 밖으로 굴러 나갔다.

[!]

그러나 막비강도 선혈을 한 모금 토해내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원래 치우강기는 위력이 강한 대신 심대한 내공의 소모를 동반한다.

헌데 막비강은 방금 전 낙성신마와의 격돌로 기혈이 흔들린 상태에서 무리하게 치우강기를 펼쳐내게 되었다.

그 바람에 체내의 기혈이 완전히 뒤틀려 버린 것이다.

막비강이 발휘한 치우강기는 비록 대부분이 앞으로 발출되었지만 옆에 서 있던 두 자매도 상당한 타격을 받고 나뒹굴었다.

[... 무서운 무공이야!]

[청구상인의 치우강기가 천하제일의 신공이라는 소문이 정말이었구나!]

그녀들은 바닥에 쓰러졌다가 가까스로 일어났다.

[크으...!]

그런 그녀들의 시야로 돌풍에 휘말려 뒹굴었던 낙성신마가 악을 쓰며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우리도 가볍지 않은 내상을 입었다! 이런 때 저 노마가 덤벼들면 큰일이다!)

두 자매는 내심 가슴이 덜컥해졌다.

[빨리 여길 떠나자!]

파앗!

홍의소녀는 급히 인사불성이 된 막비강을 등에 들쳐업고 몸을 날렸다.

녹의소녀도 막비강을 들쳐업은 언니를 호위하며 전력을 다해 질주해 갔다.

[... 거기 서라!]

뒤쪽에서 낙성신마의 악에 받친 폭갈이 들려 두 자매는 한층 힘을 내서 몸을 날렸다.

 

***

 

반 시진 가량 질주하였을까?

두 자매는 추격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며 걸음을 멈추었다.

두 자매가 멈춘 곳은 은밀한 계곡 안쪽이었다. 계곡 위로는 숲이 우거져 아주 은밀했다.

[언니, 잠시 쉬었다 가!]

녹의소녀가 할딱이며 말하자 홍의소녀는 한옆에 뚫린 동굴을 가리켰다.

[그자들이 쫓아올지도 모르니 저 동굴 안으로 들어가 쉬자.]

두 자매는 곧 동굴 안으로 들어가 막비강을 바닥에 내려놓고 상세를 살폈다.

막비강은 금방이라도 숨이 끊길 듯 가늘게 숨을 쉬고 있었다.

홍의소녀가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탄식을 했다.

[이 사람은 살아나기 어렵겠는데 어쩌면 좋지?]

[소환단을 그에게 먹여.]

[상세가 몹시 엄중하니 너의 대환단(大還丹)도 한 알 먹여라!]

홍의소녀의 말에 녹의소녀도 품속에서 호두알만한 환약을 하나 꺼냈다.

밀납으로 포장된 그 환약 역시 소림사의 영약인 대환단이다.

대환단은 그 약효가 소환단보다 더 신효하여 숨이 끊어지지만 않았으면 어떤 중상이라도 고쳐 준다.

뿐만 아니라 한 알을 먹으면 이십 년 참선 수련한 것에 필적하는 내공을 증진시켜 주기도 한다.

두 자매는 대환단과 소환단을 한 알씩 꺼내어 망설이지 않고 막비강에게 먹였다.

사실 두 자매는 막비강이 낙성신마를 몰아붙이는 광경을 본 순간부터 그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었다.

당금 강호에서 약관밖에 안 된 나이에 우내사마를 이길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내가 막비강말고 또 있겠는가?

다른 혼인 적령기의 소녀들처럼 두 자매도 능력 있는 배우자를 원하고 있었고 그런 면에서 막비강은 최고의 배필감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마음인지라 두 자매는 자신들이 지닌 영약을 아낌없이 막비강에게 먹였다.

뿐만 아니라 약효가 빨리 돌도록 정성을 다해 그의 전신 혈도를 주물러 주기 시작했다.

양옆에 앉아 막비강의 팔다리를 주무르며 두 자매는 은근히 서로를 곁눈질로 살폈다.

유감스럽게도 자신들은 둘인데 배필감은 하나다.

은근히 경쟁심이 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물론 중원의 법도상 같은 핏줄을 타고난 자매가 한 남자를 남편으로 모시는 것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명문가일수록 여러 자매가 한 남편을 섬기는 것이 은연중에 권장되기도 한다.

그것이 가문의 재산이 흩어지는 것을 막고 또 처첩들끼리 분란을 일으켜 집안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방지하는 방편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한 남자를 독점하고 싶은 마음은 여자의 본성이다.

두 자매는 경쟁적으로 막비강의 몸을 문지르고 주무르는 데 정성을 다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두 자매는 막비강의 은밀한 부위에까지 손이 닿게 되었다.

탄탄한 허벅지를 주무를 때 스쳐 가는 손길에 막비강의 순양지물이 느껴지곤 한다.

두 자매는 당연히 아직 처녀의 몸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건장한 청년의 단단한 몸을 주무르게 되어다.

하지만 남성의 상징이 손끝에 느껴지자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곧 약효가 도는지 막비강의 숨결은 급격히 정상을 회복해 갔다.

두 자매는 비로소 안도하며 추궁과혈하던 손을 멈추었다.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막비강은 숨결은 본래대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으으...! 헉헉!]

오히려 거친 호흡을 내쉬며 연신 야릇한 신음을 흘리지 않는가?

[... 어찌된 걸까?]

[혹시 주화입마에라도 빠진 것이 아닐까?]

두 자매는 당황하여 막비강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이 순간 막비강의 얼굴은 마치 숯불같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또한 전신에서 비지 같은 땀을 흘려내며 연신 푸들푸들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사실 막비강은 지금 치솟는 욕화로 전신의 혈맥이 터질 지경이었다.

방심하던 차에 분면색마가 날린 최음독분을 다량 들이킨 때문이다.

두 자매가 먹인 영약은 내상은 치유해 주었지만 최음독분의 독기는 해독해 주지 못했다.

게다가 두 자매가 약효를 돋우어 준다고 야들야들한 손으로 추궁과혈을 해준 것이 화근이었다.

소녀의 순음지기가 오히려 막비강의 몸 속의 양정을 격발시켜 최음독분의 독기를 가일층 빠르게 확산시킨 것이다.

[몸이 불덩이 같애! 주화입마에 빠진 게 틀림없어!]

하지만 순진한 홍의소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섬섬옥수로 막비강의 이마를 짚었다.

번쩍!

바로 그 순간 굳게 감겼던 막비강의 두 눈이 번쩍 뜨이며 시뻘건 안광을 흘려내었다.

[어멋!]

막비강의 눈빛은 흡사 굶주린 야수의 그것과 같아 순진한 전씨 자매도 무언가 깨닫고 깜짝 놀라 물러서려 했다.

[크아!]

그러나 다음 순간 막비강은 야수같이 부르짖으며 벌떡 일어나 두 자매를 덮쳐 갔다.

녹의소녀는 급히 막비강의 손길을 피했으나 좀 더 가까이 있던 홍의소녀는 미처 빠져 나가지 못했다.

[아악! 왜 이래요?]

막비강의 우악스런 손길에 잡힌 홍의소녀가 놀라 비명을 질러대었다.

하지만 연약한 그녀의 힘으로 불 맞은 황소 같은 막비강을 떨쳐 버릴 수는 없었다.

홍의소녀의 나이답지 않게 풍만한 교구를 감싸고 있던 적삼이 찢겨지며 벗겨져 내렸다.

[... 언니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동굴 입구로 달아났던 녹의소녀가 언니의 비명을 듣고 다시 달려 들어왔다.

그녀는 자신의 언니가 막비강의 몸 아래 깔려 바둥대는 것을 보고는 두 눈에서 분노의 불길을 토했다.

[바득! 이 짐승 같은 놈! 기껏 살려 줬더니...!]

!

그녀는 검을 뽑으며 달려들어 막비강을 내리치려 했다.

[흐윽!]

하지만 다음 순간 녹의소녀는 숨넘어가는 비명을 지르며 몸이 굳어졌다.

그녀는 막비강의 비밀을 본 것이다.

그것은 숫처녀인 녹의소녀에게는 너무도 충격적인 형상을 하고 있었다.

따당!

녹의소녀는 너무 놀라 빼 들었던 검을 떨구어 버렸다.

[()... 혜아야! 도와 줘!]

막비강에게 깔린 채 홍의소녀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충격에 숨마저 멈춘 녹의소녀의 귀에는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녀는 망연자실하여 막비강의 만행을 지켜보기만 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모두 꿈속의 일인 양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윽고 욕심을 채운 막비강은 굶주린 야수같이 시뻘건 눈을 녹의소녀에게로 돌렸다.

망연자실해져 있던 녹의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막비강이 그런 그녀를 덮쳐왔다.

(안 돼! 안 돼요, 제발!)

막비강의 무자비한 유린이 시작되었지만 녹의소녀는 온몸에서 힘이 빠져 나가 저항은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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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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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장

 

              미녀를 부르는 퉁소소리 (2)

 

 

현천록이 오무한에게 물었다.

[두분은 우리 외에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습니까?]

[아무도 못봤습니다.]

현천록은 앞서 걸어가며 말했다.

[일단 여기를 빠져나갑시다.]

현천록은 일곱사람과 함께 진양진인에게서 태극혜검을 배웠던 곳으로 돌아왔다.

지하에 흐르는 강은 신비로움을 주고,

흘러오는 곳과 가는 곳은 모두 또 다른 동굴이었다.

현천록은 장군묵에게 여기서도 방위를 알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신궁 오무한이 지남철(指南鐵)을 꺼내 놓았다.

오무한은 깊은 산중에 들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기에 항상 지남철을 가지고 다녔던 것이다.

물이 들어오는 쪽은 북쪽이고 나가는 쪽은 남쪽이었다.

자금산은 장강의 남쪽에 있으니까 물은 장강으로 들어가는 물이 아니라 장강에서 지하동굴로 흘러오는 물일 가능성이 많았다.

어느 쪽을 통하는 것이 나가기 더 수월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물속으로 가야하는 만큼 밖이 나올 때까지 숨을 참지 못하는 사람은 죽고 말 것이다.

천산삼로 중의 노대가 노삼을 물에 집어 던지면서 말했다.

[귀찮게 생각할 것 없다. 귀식대법(龜息大法)을 펼쳐라. 한 달이고 두달이고 간에 언젠가는 밖에 이르겠지.]

노이는 노대를 피해서 머뭇거렸다.

노대가 가까이 가자 노이가 급하게 말했다.

[노대! 내 검은 독검이오. 물에 들어가면 이 물을 마시는 사람들이 모조리 죽고 말거요.]

노대가 코웃음을 쳤다.

[쓸데없는 걱정마라. 주머니가 이렇게 많은 데 무슨 걱정이냐?]

노대가 노이의 독검을 뺏었다.

그리고 벼락같이 오무한의 등줄기에 칼집채로 내리박았다.

[으악!]

오무한이 비명을 질렀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서 현천록도 장군묵도 막지 못했다.

옆에 있던 포두화상이 오무한을 옆으로 당겼다.

노대가 내려친 검은 오무한의 오른쪽 어깨를 강하게 쳤다.

오무한이 쓰러져버렸다.

[이 흉악한 마두!]

마춘보가 철연화를 유성추처럼 날리며 고함쳤다.

노대는 손에 들었던 검으로 철연화를 튕겨버리고 두 걸음 물러섰다.

노대는 오무한의 몸을 노이의 독검을 감싸는 도구로 쓰려고 했던 것이다.

그때 갑자기 오무한이 물속으로 뛰어들어가 버렸다.

아주 놀라운 속도였다.

포두화상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저 시주 공력이 놀랍군. 뽑히진 않았지만 노대의 칼에 맞고도 멀쩡하게 움직이다니.]

순간 장군묵이 고함을 치며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멈춰라!]

추앙!

용이 뛰어든 듯 물이 높이 치솟았다.

현천록도 속으로 욕을 하며 물에 뛰어들었다.

(교활한 도사! 어쨌든 내가 빠져나가게 해주지. 하지만 당신은 나한테 졌다구.)

멀리 사라졌는가 했던 진양진인이 신궁 오무한으로 변장해서 가까이 숨어있었다.

어쩌면 나가려다가 동굴이 막혀버려서 나가지 못했을 수도 있다.

노대가 공격하지 않았더라면 마각을 드러내지 않고 유유히 빠져나가고 말았을 것이다.

현천록은 장군묵보다 늦게 물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주 깊이 몸을 가라앉혔다.

자기가 진양진인이라면 분명히 그렇게 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과연, 현천록은 물 속에서 미미하게 쿵쿵! 울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꾸륵! 꾸륵하는 소리도 들렸다.

초상감각에 눈을 뜬 현천록은 그 소리들이 무엇인지 즉시 알았다.

쿵쿵소리는 이내 사라지고 꾸륵꾸륵하는 소리만 미미하게 들려왔다.

심장소리, 그리고 내장이 움직이는 소리다.

현천록이 다가옴을 알고 심장은 느리게 뛰게 하거나 박동을 멈춘 모양이지만 내장이 내는 소리는 사라지게 할 수 없었다.

현천록은 살그머니 손을 뻗었다.

쇠갈쿠리같은 억센 뼈마디가 현천록의 손을 휘감았다.

현천록은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아버렸다.

서로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위에서 첨벙이는 소리가 몇 번 들렸지만 한 덩어리가 되어 물밑 바닥에 가라앉은 두 사람은 움직이지 않았다.

현천록의 허파에 물이 가득찼다.

하지만 그다지 고통스럽지도 않고 죽을 것 같지도 않았다.

얼마를 그렇게 있자니 발버둥치던 진양진인이 축늘어졌다.

현천록은 그제서야 진양진인을 겨드랑이에 끼고 물을 거슬러 헤엄치기 시작했다.

 

x x x

 

현천록은 한참 후에야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 수 있었다.

하지만 뭐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되고 말았다.

무작정 물길을 거슬러 올라갔는데 그만 샛길로 빠져버린 모양이었다.

또다른 동굴로 들어와버렸는지 사방은 꽉 막혀있고 위는 칠흑처럼 깜깜하다.

매끈한 사방은 어디 발이라도 올려놓을 만한 곳도 없었다.

다시 물 속의 미로를 헤엄쳐야 한다는 사실에 맥이 쭉 빠졌다.

그러나 일단 폐속의 물을 겨워내고 공기로 채우고 나니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허파 속이 얼어붙는 것같은 묘한 느낌도 그다지 싫지는 않았다.

진양진인의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찢어진 가죽부대에 담긴 술처럼 물이 저항없이 흘러나왔다.

현천록은 일단 그곳에서 조금 쉬기로 했다.

진무검을 들어서 석벽에 깊숙히 박고 자루에 진양진인을 걸어놓았다.

바로 그때 콧소리가 섞인 여자의 간드러진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봐요! 여기서 얼쩡대다가 우리 아가씨한테 걸리면 뼈도 못추리고 죽을걸요?]

[다른 뜻은 없소. 난 다만 먼발치에서라도 소저를 한 번 뵙고 싶은 마음뿐이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소년의 음성이 들렸다.

현천록은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하늘인가 저승인가?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죽어버렸나?)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깔깔깔! 우리 아가씨가 어떤 분인데 당신한테 얼굴을 보이겠어요?]

[나는... 나는... 나는 다만...]

남자가 말을 더듬는 모양이다.

여자가 차갑게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 아가씨의 면사를 벗기려다가 실패해서 죽은 사람만도 서른이 넘어요. 한데 당신은 공짜로 몰래 숨어서 보려하다니 아주 뻔뻔스럽군요.]

남자가 말했다.

[나는... 나는 싸우고 싶지 않소. 하지만 소저는 꼭 보고 싶소.]

[웃기는 소리 말고 빨리 꺼져요. 삼년 동안 본 안면이 있으니 그냥 보내주겠어요. 자꾸 딴소리하면 내가 당신을 죽여버리겠어요.]

여자의 말소리가 얼음장보다 더 차갑다.

부드럽고 달콤하던 처음의 그 여자 음성이라고는 상상이 잘 가지 않았다.

현천록은 여자는 정말 열두번도 더 둔갑한다고 생각했다.

남자가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한테 모욕을 당하고 참는 건지 분노하지 못하는 건지 몰라도 한심하게 느껴진다.

휘이익!

허공에서 무언가 맹렬한 바람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현천록은 급히 진양진인을 붙잡고 검을 거둔 후에 물속으로 들어갔다.

철퍼덕!

물위에 뭔가 떨어졌다.

현천록은 그 순간에 확연히 깨달았다. 자기는 네모난 우물 속에 들어있고 방금 떨어진 것은 커다란 두레박이라는 것을.

(마침내 동굴 밖으로 나왔구나!)

현천록은 두레박을 기울여 물을 쏟아버리고 진양진인을 넣었다. 보나마나 도르레로 움직이는 아주 큰 두레박이다.

드륵드륵!

두레박이 소리를 내며 올라간다.

현천록은 두레박의 가장자리를 붙잡고 따라올라갔다.

말소리가 점점 가까이에서 들렸다.

[좋게 말할 때 빨리 꺼져요. 난 아가씨한테 꾸중듣고 싶은 생각없으니까.]

목소리의 주인이 말하면서 보이는 호흡과 두레박이 올라가면서 보이는 박자가 동일하다.

남자의 목소리는 멀어지고 있었다.

[난 소저를 두려워하지 않소이다. 다만 그녀와 싸우고 싶지 않을 뿐이오.]

여자가 소리친다.

[! 직접 나설 용기도 없는 작자가.]

드륵!

두레박이 끝까지 다 올라왔다.

열 여덟 쯤 된 소녀가 두레박을 끌어서 옮겨부으려고 했다.

현천록은 진양진인을 안고 위로 솟구쳤다.

휘익!

[!]

소녀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그리고 현천록은 깜짝 놀라며 옆으로 몸을 돌려 다시 우물에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했다.

!

우물을 덮고 있던 지붕과 도르레를 받치듯 받침대가 박살나버렸다.

[웬놈이냐?]

소녀가 앙칼진 소리를 외치며 현천록을 향해서 공격해왔다. 손에는 다섯치 길이의 비수가 새파란 광망을 뿜어내고 있었다.

현천록은 검의 자루로 소녀의 손목을 치고 물러났다.

시비를 붙을 이유도 없고 빨리 여기를 빠져나가는 것이 급선무다.

[미안하오.]

현천록은 정중하게 한마디 하고는 몸을 날렸다.

하지만 현천록은 자기 앞을 가로막는 희뿌연 그림자를 보고 깜짝 놀라며 멈춰섰다.

스물살 쯤 된 청년이 마치 허깨비처럼 공중에 서있었다.

현천록은 부딪히지 않기 위해서 땅으로 내려설 수 밖에 없었다.

청년의 어깨에는 수실이 삭아버리고 가죽이 바랜 고검(古劍)이 걸려있고 청년의 얼굴은 희뿌연데 암울한 눈빛을 하고 있다.

청년은 어느 새 다시 현천록의 앞에 내려서 있었다.

현천록은 말 그대로 등골이 서늘했다.

청년은 표정도 없고 말도 없고 다만 그의 앞을 가로막기만 했지만 현천록에게 아주 기묘한 두려움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뒤에서 소녀가 현천록의 등을 공격해왔다.

현천록은 보지도 않고 칼집 채 휘둘러 소녀의 공격을 받았다.

소녀가 길길이 날뛰며 비수를 휘둘렀지만 현천록에게 다가설 수 조차 없었다.

현천록은 암울한 눈빛의 청년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청년이 중얼거렸다.

[무당파의 진양도장이었군. 가보시오.]

청년은 어느 새 삼보 옆으로 비켜나 있었다.

말 그대로 부동이면서 동()인 미묘한 신법이었다.

하지만 현천록은 지나가지 못했다.

청년이 말했다.

[소저에게 불측한 마음을 품은 자인줄 알았소. 가도 좋소.]

[!]

현천록은 자기도 모르게 바보 도터지는 소리를 냈다.

우물에서 들었던 남자의 목소리. 바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청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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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천주산(天柱山)> 섭장천이 함정에 빠졌던 그 산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한 암자.

어느 건물

건물 내부. 침대에 가슴까지 이불을 덮고 누워 잠들어 있는 섭아연

섭아연; [으으으!] 신음. 식은땀. 악몽을 꾸는 중이다.

이하 섭아연의 꿈 내용

 

[아악!] [안돼!] [살려줘요!] 불타는 건물. 복면인들에게 학살당하는 은일곡의 식솔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무차별 살상하는 복면인들. 신음하는 섭아연의 모습 배경으로 떠오른다. 이어

섭무궁; [두렵더라도 굳세게 견디거라. 네 조부님께서 반드시 구하러 오실 것이다.] 관의 뚜껑을 닫으려 하며 말하는 섭무궁. 관속에 누운 섭아연의 시점. 섭무궁은 피투성이가 된 채 관의 뚜껑을 닫으려 한다.

섭무궁; [사랑한다 아연아.] [다음 생에서도 아비의 딸로 태어나다오.] 스윽! 관 뚜껑을 닫으며 말하는 섭무궁

꿈 장면 끝

 

섭아연; (안돼요 아버지!) 눈물 흘리며 몸을 벌벌 떨고

섭아연; (아연이만 두고 가시면 안돼요.) 끄윽! ! 울고. 가위에 눌려 온몸을 벌벌 떨면서. 바로 그때

! 누군가의 손에 들려진 손수건이 섭아연의 이마의 땀을 닦아준다. 그걸 느끼고 움찔하는 섭아연

섭아연; [!] 벌떡 일어나며 비명 지르고. 땀을 닦아주던 손의 주인이 흠칫! 하며 손을 떼고.

섭아연; [... 누구...] 급히 돌아보고

위진천; [놀라게 해드렸다면 미안하오 소저!]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손수건 든 손을 거두며 웃고 있고

섭아연; [!] 경계하며 반대쪽으로 피하면서 몸을 움츠리고

위진천; [안심하시오. 이 주변에 소저를 해칠 인간은 존재하지 않소.]

섭아연; [... 누구신가요?] 헐떡이며 경계하고

위진천; [소생은 위진천이라고 하외다.] [우연히 은일곡 주변을 지나다가 소저를 구하게 되었소이다.] 매력적인 표정으로 웃고

섭아연; [은일곡!] 비명 지르며 침대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하지만

! 현기증 느끼며 쓰러지려는 섭아연

위진천; [조심하시오.] 급히 일어나며 섭아연을 부축하고

위진천; [소저는 밀폐되어 공기가 통하지 않는 관에 갇혀있었던 시간이 너무 길었소.] 섭아연을 부축해서 다시 침대에 앉히고

위진천; [그 때문에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오.] 섭아연을 침대에 눕게 하며 말하고

섭아연; [은일곡... 아니 저희 부모님은 어찌 되셨는가요?] 침대에 누우며 간절한 표정으로 위진천을 올려다보고

위진천; [슬픈 소식을 전하게 되어서 유감이오.] 엄숙한 표정으로 한숨 쉬고. 몸을 바로 세우면서

위진천; [은일곡에서는 오직 소저만 살아계셨소이다.]

섭아연; [흐윽!] 전율하고

위진천; [특히... 소저의 부모님으로 보이는 두 분은 끔찍한 고문과 겁탈을 당한 끝에 돌아가셨소이다.]

섭아연; [안돼! 안돼요 아버지!] 오열하며 돌아눕고

섭아연; [어떻게... 아연이 혼자 어떻게 살라고 돌아가신 건가요?] 위진천에게 등을 보인 채 웅크린 채 울고

섭아연; [아버지! 어머니!] 웅크린 채 이불을 쥐어뜯으며 오열하고

위진천; (더 슬퍼하고 분노해라.) 그런 섭아연의 뒷모습 보며 음산하게 웃고

위진천; (그래야만 나 위진천이 천하의 주인이 되는데 쓸모가 많은 무기가 될 테니...) 사악하게 웃는다.

 

#28>

<-은일곡(隱逸谷)> 섭무궁 가족이 살던 계곡.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은일곡 내부. 거의 모든 건물들은 불에 타서 형체를 잃었는데 은일곡 중심부인 광장에서 연기와 불꽃이 치솟고 있다

광장 중앙. 거대한 장작불이 타고 있고. 장작 위에는 수십 구의 시체가 얹혀져 있다. 그 시체들 중간에는 수의를 차려입은 섭무궁과 섭무궁 아내의 시체가 놓여있다. 장작불 주위에서는 비구니들이 서서 목탁을 치며 염불을 외우고 있고. 장작불 전면에는 상복을 입은 섭아연이 무릎 꿇고 앉아서 합장하고 있다.

불길에 휩싸이는 시체들

비구니들의 염불은 이어지고

섭아연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고문당하고 죽은 섭무궁의 시체와 윤간 당하고 죽은 어머니의 시체.

섭아연; (용서... 용서하지 않겠다!) 합장한 채 이를 악무는 섭아연.

섭아연; (두 분을 해친 데 책임이 있는 인간들은 마지막 한 놈까지 내 손으로 죽이고 말 것이다.) 결심. 그때

섭아연 뒤로 다가오는 위진천. 손에는 얇은 책을 들었다.

위진천; [다시 한 번 조의를 표하겠소이다.] 섭아연 옆에 서며 고개를 숙이고

합장한 채 대꾸하지 않는 섭아연

위진천; [위로가 될지 모르지만 본문의 장로들께서 은일곡 식솔들의 사인(死因)을 검안한 결과를 정리해봤소이다.] 책을 내밀고

섭아연; [사인...] 눈을 뜨고

섭아연; [제 부모와 식솔들을 살해한 수법과 무공이 무엇인지 알아내신 건가요?] 흥분하며 두 손으로 책을 받고

위진천; [전부는 아니지만 특이한 흔적이 남는 무공은 식별해낼 수 있었소이다.] 책을 건네주며

섭아연; [어떤... 어떤 자들이 은일곡을 공격한 건가요?] 책을 펼쳐보며 이를 갈고

위진천; [소생도 처음에는 사마외도의 무리들이 범인인 줄 알았소이다.]

섭아연; [예상을 벗어났다는 말씀이신가요?] 돌아보고

위진천; [그렇소이다.] 심각한 표정으로 끄덕이고

섭아연; [믿기지 않게도 영친과 자당을 비롯하여 은일곡 식솔들을 해친 무공은 대부분 정파백도의 것이었소이다.]

섭아연; [... 그런...] 충격

섭아연; [... 정파백도의 인간들이 왜 우릴 공격한 건가요?]

위진천; [아마도 은일곡에 소저의 조부... 절대검성님의 비급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퍼진 것 같소이다.]

섭아연; [... 그러니까 조부님의 무공비급을 노리고 정파백도에서 우리 은일곡을 공격했단 말이지요?] 이를 갈고

위진천; [영친에게 끔찍한 고문을 가하고 자당을 무참하게 윤간한 후 죽인 이유도 비급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겠소이까?] 음산하게 웃고. 그러자

섭아연; [정파백도! 정파백도!] 이를 갈고

섭아연; [네놈들은 은일곡에서 흘린 피의 열 배 백배를 흘리게 될 것이다.] 으아아아아! 하늘 보며 악을 쓰고

염불 외우던 비구니들이 깜짝 놀라며 돌아보고

섭아연; [아버지! 어머니!] [구천에서나마 지켜봐주세오! 소녀 아연이가 어떻게 두 분의 복수를 하는지를...] 으아아아아! 악을 쓰는 섭아연

위진천; (좋아 아주 좋아!) 그걸 보며 사악하게 웃고

<섭아연! 저 계집 덕분에 내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고도 정파백도를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으아아아! 거대한 장작불을 앞에 두고 악을 쓰는 섭아연의 모습 배경으로 위진천의 생각 나레이션

 

#29>

<-한 달후> 북경의 모습

<-북경> 북경 성내의 자금성의 모습

<-자금성> 자금성 내부의 모습. 건물들 사이의 넓은 광장. 수많은 책상들이 도열해있고 그 책상 옆에 사람들이 서있는 게 작게 보인다

<-전시(殿試) 과장(科場)> 위 장면을 자세히 묘사. 수백 개의 일인용 책상과 의자가 건물 앞마당에 놓여있고. 책상 옆에는 서생 차림의 사내들이 서있다. 과거 시험장의 모습. 응시생들은 어린 소년에서부터 노인까지 연령대가 다양한데 모두 같은 복장이다. 서생 차림에 머리에는 사각형 모자를 쓴 모습. 책상에는 문방사우가 놓여있다. 관리들이 앞 열에서부터 응시생들의 신분을 확인중이다. 응시생들이 두 손으로 내미는 호패를 보고 서류와 대조하는 모습. 호패는 길이 한 뼘 정도에 폭은 5센티 정도 되는 얇은 판자. 그 위에 이름과 생년월일등이 새겨져 있다.

응시생들이 보고 있는 정면에는 웅장한 건물이 축대 위에 서있고. 그 축대 위에는 화려한 의자가 두 개 놓여있다. 건물과 의자 주변에는 화려한 복장의 위사들과 무기를 지닌 환관들 수십 명이 눈을 번득이며 주변을 경계한다. 화려한 복장의 위사들은 금의위 소속이다.

건물 앞 광장에 도열해있는 응시생들

그 응시생 사이에 서있는 청풍. 거의 맨 뒷열인데 서생 복장에 모자를 썼다. 모자를 이마가 다 가리도록 써서 가급적 얼굴이 노출되지 않게 했다. 두 손으로는 호패를 들고 있고. 앞쪽에서 관리들이 호패를 확인하며 청풍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청풍의 모습.

호패를 든 두 손 중 왼손 중지에 반지가 끼워져 있는 것 주의. 청풍의 신분을 암시하는 두 마리 용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형태의 금반지.

청풍; (오늘만 지나가면 된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관리들을 보고

청풍; (직례의 향시는 차석(次席)으로 통과했고...) (오늘 치루는 전시에서는 삼등급제 정도가 되도록 답안을 조절하자.)

청풍; (아버지 말씀대로 장원급제를 했다가는 주변의 이목을 끌어 귀찮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생각하다가

[!] 흠칫 하며 앞을 보는 청풍

관리들이 웅성대며 뒤를 돌아본다.

수험생들 사이를 걸어오는 늙은 환관. 다른 작품의 늙은 환관 캐릭터 참조. 건장하고 눈빛이 날카로운 젊은 환관 두 명이 따라오는데 쌍둥이다. 이 젊은 환관들은 나중에 한 두 번 더 나옴. 주변의 관리들이 허리를 굽히며 눈치를 본다. 늙은 환관의 이름은 담길. 실존인물이고 동창의 책임자다.

청풍; (저 늙은 환관...) 눈 번뜩

<관리들이 극도로 긴장하는 걸 보면 지위가 높을 것이다.> 관리들이 굽신거리는 사이로 걸어오는 담길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그때

<저 양반이 누군지 알겠어! 동창(東廠)의 제독태감(提督太監)인 담길(覃吉)이야!> 옆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 흠칫! 하는 청풍.

응시생1; [동창제독?] [정말인가?] 청풍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서있는 응시생 둘이 속삭이며 대화를 나눈다

응시생2; [틀림없네.] [담제독님은 몇 달 전 내 조부의 칠순잔치에 축하해주러 온 적이 있었어.] 부티나게 생긴 놈이 뻐기며 말하고

응시생1; [자네 조부께서는 예부(禮部)의 상서를 역임하셨으니 동창제독과도 아는 사이였겠지.] 부러운 표정으로

응시생2; [그날 나도 인사를 드려서 담제독님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네.] 뻐기고

응시생1; [그런데 동창의 책임자인 담제독께서 무슨 일로 과시(科試;과거)에 모습을 드러내신 것일까?]

응시생2; [전시에는 황상께서 친림(親臨;임금이 몸소 나옴)하시지 않는가?] [황상의 안위를 책임지는 동창에서도 당연히 관여를 해야지.]

응시생1; [듣고 보니 그렇구만.] 끄덕

청풍; (동창은 금의위(錦衣衛)와 함께 황실을 지키는 양대 세력이다.)

청풍; (황제가 곧 시험장에 모습을 드러낼 테니 보안을 위해 동창이 관여하는 건 당연한데...) 다가오는 담길을 보며 생각하고. 담길은 다시 응시생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관리들의 뒤를 따라 천천히 다가온다

청풍; (설마 동창의 책임자인 제독이 직접 현장 시찰을 나올 줄은 몰랐다.) 고개를 조금 숙이고

청풍; (눈에 띠여서 좋을 일 없으니 눈도 마주치지 말자.) 고개 가능한 깊이 떨군 채 두 손으로 들고 있는 호패만 보고. 그때

관리1; [요패(腰牌)를 보이게.] 관리 중 한명이 청풍의 앞에 이르러 말하고. 한손에는 서류를 들고 한손에는 연필처럼 생긴 지필묵을 들었다. 이자는 나중에 한 두 번 더 나올 캐릭터이므로 특징 있게 묘사. 관리1로 표기

청풍; [...] 두 손으로 호패를 보이고. 글자가 관리1에게 보이도록

관리1; [성명 벽세황...] [병인년 칠월 십구일생...] 청풍이 내민 요패와 서류를 교대로 보며 확인하고. 그 뒤에 담길이 뒷짐을 짚고 서서 보고 있다. 담길 뒤에는 젊은 환관 두명이 서있고

담길; [...] 무언가 생각하며 청풍을 보는 담길. 청풍의 얼굴이 성화제와 닮아서 자세히 보고 있는 것

청풍; (이유는 모르지만 담길이 날 유심히 보고 있다. 조심해야한다.) 곁눈질로 담길을 보며 긴장하고.

담길; [...] 미간 조금 찡그리며 고개를 조금 갸웃하는 담길. 그때

관리1; [본인 확인이 되었네.] 서류에 체크를 하고. 이어

관리1; [요패를 보이게.] 청풍의 뒤에 서있는 응시생에게 다가가는 관리1. 호패를 내미는 그 응시생

청풍; (이번에도 신분 확인절차는 무사히 통과했다.) ! 쳐들었던 호패를 내리고. 그 사이에 담길과 두 명의 환관이 청풍을 지나가려 하고. 그때

담길; [!] 담길의 눈이 갑자기 번쩍. 청풍의 손을 본다

호패를 든 청풍의 두 손 크로즈 업. 왼손 중지에 반지가 끼어있는 것을 보여주고

청풍; (아마 저 관리도 장주에게 포섭되었을 것이다.) ! 오른손에 든 요패를 왼쪽 소매에 넣으려 하고. 바로 그때

! 갑자기 청풍의 왼쪽 손목을 잡는 깡마른 손

청풍; [!]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토하고.

주변 사람들 모두 놀라 청풍을 돌아보고. 관리와 시험생들 모두

우둑! 강하게 청풍의 손을 쥐어쳐드는 담길. 강렬한 표정으로 청풍의 왼손을 보고. 그 뒤에서 젊은 환관들도 긴장하고

관리1; [... 각하!] 청풍의 신분을 확인했던 관리1이 사색이 되어 돌아오고

관리1; [... 그자가 혹시 부정행위라도 했는지요?] 식은땀을 흘리며 담길의 눈치를 보지만

담길; [...] 관리1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청풍의 손을 쳐들어서 중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보는 담길

청풍; (아차!) 얼굴 굳어지고

이어지는 회상. #10>에서 타노가 주의 주던 장면

 

타노; [전에도 말했지만 너는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서는 안된다.] [너에 대한 것이 알려지면...]

타노; [너는 물론이고 아비도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심각

회상 끝

 

청풍; (어머니의 유품이라는 쌍룡패미환(雙龍敗尾環)...) 자기 왼손 중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보며 긴장하고. 담길도 유심히 그 반지를 보고 있고

청풍; (철이 든 이래 한 번도 손가락에서 빼본 적이 없었던 탓에 무심코 끼고 왔는데...) 식은땀을 흘리고

청풍; (특이한 형태의 반지라 담길의 이목을 끈 것 같다.) 담길의 눈치를 보고

담길; [...] 뭔가 생각하는 담길. 그러다가

담길; [이 반지... 내력을 말해라.]

청풍; (둘러대야 한다.) + [골동품 가게에서 우연히 입수한 것입니다.] 담길이 자기 얼굴 잘 보지 못하도록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고

청풍; [값은 그리 나가지 않지만 세공과 만듦새가 특이해서 늘 끼고 있었습니다.] 바닥을 보며 대답하고

담길; [골동품 가게에서 입수한 물건이라...] ! 잡고 있던 청풍의 손을 놔주고

청풍; [감사합니다.] 오른손으로 왼손을 가리고

관리1과 주변의 응시생들 모두 안도하고

담길; [이름!] 왼손을 가리는 청풍을 보며 묻고

청풍; [소생은...] 대답을 하려는데. + ! 갑자기 어디선가 징 치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러자

담길과 환관, 모든 관리들이 긴장하며 뒤를 돌아본다.

! ! 다시 징 치는 소리가 건물 뒤에서 들리고. 건물 주변을 경비하던 금의위 위사들과 무기를 지닌 환관들이 일제히 뒤로 돌아서며 경계하고 있고. 그러자

담길; [황상께서 친림하신다. 신분 확인을 서둘러라.] 돌아서서 건물쪽으로 가며 관리들에게 말하고.

[예 제독각하!] [서두르세!] 관리들 급히 돌아서서 아직 신분 확인이 안된 응시생들의 호패를 확인하기 시작한다.

청풍; (살았다.) 안도하고

청풍; (어쩔 수 없이 소장주의 이름을 말했으면 후환이 있을 뻔 했다.) 단상 쪽으로 가는 담길의 뒷모습 보며 생각하는 사이에

관리들이 신원 확인을 마치고 서둘러 뒤로 빠진다. 직후

담길; [황상께서 친림하신다. 모두 복배고두(伏拜叩頭;엎드려 머리를 조아림)하라!] 서둘러 단상으로 가며 외치고. 그러자.

[만세!] [만세!] 외치며 일제히 무릎 꿇고 고개 조아리는 응시생들. 응시생들과 달리 관리들은 고개만 숙인다.

청풍도 다른 놈들과 함께 무릎 꿇고 고개 조아리고.

그 상태로 기다리는 청풍과 응시생들. 잠시 후

! 다시 한 번 징이 울리고

[고개를 들라!]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청풍; (여자 목소리...) 생각하며 고개를 들고. 주변의 다른 응시생들도 일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무릎은 꿇은 채

청풍; (아마 그 여자겠지.) 고개를 들고 앞을 보고

! 단상에 나란히 놓인 화려한 의자 두 개에 일남일녀가 앉아있다. 사내는 40살 정도로 소심하고 온화한 인상인데 어딘지 청풍을 닮았다. 특히 코가 닮았고. 몸에는 곤룡포. 머리에는 면류관을 썼다. 황제인 성화제다. 청풍의 아버지. 성화제 옆에는 역시 중년의 나이인 미녀가 앉아있다. 대단한 미인이지만 체격이 커서 성화제 못지않다. 특이하게 몸에는 장군복을 입었고 머리에는 투구를 썼으며 한손에는 보검까지 들고 있다. 눈빛이 아주 강하다. 만귀비다. 나이는 성화제보다 많지만 여전히 젊고 아름답게 묘사. 단상 뒤쪽에는 수십 명의 환관과 궁녀들이 대기하고 있다.

청풍; (저 두 사람...) 눈 번뜩

 

<당금의 황제인 성화제(成化帝)와 성화제를 손아귀에 넣고 좌지우지한다는 요녀 만귀비(萬貴妃)!> 나란히 앉은 성화제와 만귀비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이름이 만정아(萬貞兒)인 만귀비는 성화제를 어렸을 때부터 돌보아왔다.> 위씬의 두 사람 중 만귀비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어린 시절의 성화제는 부친인 정통제(正統帝)가 몽고의 포로로 잡혀간 <토목보(土木堡)의 변()>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던 시절이 있었으며 그때 성화제를 지켜준 것이 여장부중의 여장부인 만귀비다.> 20대 시절의 만귀비가 창을 들고 복면 쓴 자객들과 맞서 싸우는 모습. 만귀비 뒤에는 5살쯤 된 청풍 모습의 소년이 달달 떨고 있다. 소년은 물론 어린 시절의 성화제다.

<어렸을 때의 그 기억 때문인지 성화제는 만귀비에게 철저하게 의지하는 성격이 되어버렸다. 그 결과 만귀비는 황후마저도 자기 뜻대로 바꿔버리는 절대권력을 휘둘러왔다.> 만귀비의 눈치를 보는 성화제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성격이 냉혹할 뿐 아니라 질투심도 격렬한 만귀비는 자기 외의 비빈들이 성화제의 아이를 낳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수많은 비빈과 그녀들이 낳은 아이들이 만귀비의 독수에 죽임을 당한 것이다.> 도도한 표정으로 성화제에게 뭐라 하는 만귀비. 억지로 웃으며 고개 조아리는 성화제

 

청풍; (성화제가 연상의 후궁 만귀비의 꼭두각시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단상에서 뭔가 대화를 나누는 성화제와 만귀비의 모습을 보고

청풍; (나도 지금까지는 만귀비가 성화제를 일방적으로 조종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세상의 소문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성화제는 진심으로 만귀비를 사랑하는 것 같다.> 만귀비의 말에 헤벌쭉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성화제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청풍; (만귀비를 총애한 성화제는 그녀를 황후로 삼고 싶어 했다고 한다.) (하지만 만귀비의 출신이 워낙 한미(寒微)해서 귀비로 책봉하는 게 최선이었다고 한다.)

청풍; (비록 귀비의 신분에 불과하지만 황후도 만귀비의 눈치를 보며 산다던데...)

청풍; (그나저나 기분이 조금 묘하다.) 단상의 성화제를 보며 생각하고

 

<억조창생의 주인인 성화제... 저 양반의 얼굴이 어째서 이리도 눈에 익은 것인가?> 만귀비와 대화를 나누는 성화제의 얼굴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대체 저 얼굴을 전에 어디서 보았을까?) 갸웃. 청풍은 신분이 종인지라 자기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거울을 본 적이 없어서. 그래서 성화제가 자기와 닮았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청풍; (본적이 있기 때문에 낯설지가 않은 것일 텐데...) 생각할 때

만귀비; [담길!] 단상의 만귀비가 담길을 부르고. 담길은 단상 아래에 대기하고 있다. 그 옆에 관리들이 서있는데 한명은 쟁반에 두루마리를 얹어서 들고 있다

담길; [소인 담길, 하명을 기다리옵니다.] 허리 숙이고.

만귀비; [과제(科題;과거 문제)를 제시하라.] 자기가 황제인 것처럼 명령하고.

담길; [복명하옵니다 귀비마마!] 허리 숙이고. 이어

관리들에게 돌아서는 담길. 쟁반을 든 관리가 서둘러 다가오고

쟁반에 대고 고개 조아리는 담길.

이어 쟁반에서 두루마리를 집어드는 담길

두루마리를 펴는 담길. 이어

담길; [성지를 받들어 금번 전시의 과제를 공표하노라.] 두루마리를 펼쳐서 읽는다

담길; [조송(趙宋) 신법(新法)의 해악(害惡)을 논하고 개선(改善)의 방책을 제시하라.] 두루마리의 내용을 읽는다.

청풍; (조송, 즉 송나라의 신법..!) 일어나고

청풍; (신법은 송나라 신종(神宗) 때의 재상 왕안석(王安石)이 구습과 적폐를 타파할 목적으로 시행했던 법이다.) 의자에 앉고

청풍; (하지만 지나치게 급진적이고 과격한 법이었던 탓에 기득권 세력인 구법당(舊法黨)의 공격을 받아 시행이 무산되었었다.) (그로 인해 송나라는 부흥의 기회를 놓쳤고...) 의자에 앉아 글을 쓸 준비를 한다.

청풍; (신법을 긍정하는 내 생각보다는 당금 명나라의 실정에 맞는 의견을 제시해야한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

청풍; (다만 장원으로 급제하면 곤란하니 논리에 적당히 파탄을 섞어야하고...)

<과거를 보면서 장원으로 급제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은 아마 나 외에는 없을 것이다.> 과거 시험장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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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상해(上海)> 해변의 항구 도시. 거대한 규모. 항구에는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있거나 드나들고 있고. 때는 저녁 무렵. 해가 지려는 시간

상해 교외. 험준한 절벽으로 이루어진 해변에 서있는 절. 엄청난 규모인데 거대한 해수관음상이 바다를 향해 서있고. <투천환일> <퇴마신협> <신마유희>등에 나온 진해관음사다. 이 작품에서의 이름은 사해용궁사.

수많은 신도들이 해수관음상 주변에 몰려있다.

높이가 30미터쯤 되는 거대한 해수관음상을 돌며 독경을 하는 일단의 비구니들. 그 비구니들을 향해 합장하거나 절하는 신도들. 구름같이 모여들어서 비구니들을 보고 있다

비구니들의 맨 앞쪽에서 어린 비구니가 목탁을 치며 걸어가고. 그 비구니 뒤를 수십 명의 비구니들이 합장하며 따라가는데.

목탁을 치는 어린 비구니 바로 뒤쪽에서 합장한 채 따라가는 비구니가 절세미녀다. 비구니들의 우두머리. 나이는 서른 살 가량. 비구니면서도 색기가 넘치고 엄청난 글래머다. <마릴린 몬로>처럼 눈 꼬리가 좀 처지고 웃는 얼굴이다. 이 여자는 마교 구대마왕중 흡정마고다. 한번 나올 캐릭터지만 엄청 강하고 또 미인으로 묘사. 실제 나이는 백살이 넘었다.

[주지스님 소면관음(笑面觀音)께서 저녁 예불(禮佛)을 도신다.] [주지스님은 언제 봐도 관음보살님의 현신같애.] [저 자애로운 미소 좀 봐.] [소면관음님! 불쌍한 중생의 소원을 들어주시옵소서!] 사람들 흡정마고를 향해 합장하거나 절하며 기원하고.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서서 흡정마고를 보고 있는 청풍. 귀공자 차림이고 손에 든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청풍; (저 여자가 내 자객행(刺客行)의 첫 번째 표적...)

<상해 교외에 자리한 비구니 도량 사해용궁사(四海龍宮寺)의 주지 소면관음을 죽여라.> 소수마녀의 말을 떠올리는 청풍

이하 회상

 

소수마녀; [소면관음은 도력(道力)이 높기로 상해 일대에 소문이 자자한 비구니다.] [특히 수십 년 전의 용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관음보살의 현신이라는 숭배를 받아왔다.] 소수마녀가 침실에서 잠옷 차림으로 마주 앉아서 말하던 장면. 책 한권과 향낭 하나를 밀어주며 말하고

소수마녀; [그 소면관음의 정체가 무엇이고 왜 죽여야 하는지는 이 책에 적혀있다,] ! 책과 향낭을 밀어주면서 말하고

소수마녀; [명심할 것은 책 안에 수록되어 있는 한 가지 심법을 완전히 숙지한 후에 척살을 시도해야한다 사실이다.]

회상 끝

 

<향낭(香囊)에 들어있는 천웅고(天雄膏)는 소면관음을 상대할 때 도움이 될 테니 늘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 소수마녀의 말을 떠올리며 허리춤에 찬 향낭을 만지는 청풍.

청풍; (여자를 죽이는 것은 썩 유쾌한 일이 아니다. 그것도 자객이 되어 첫 번째 임무로...) 다가오는 흡정마고를 보며 생각하고

청풍; (하지만 저 여자의 정체가 소수마녀의 말대로라면 반드시 죽여야만 한다.) 생각할 때

청풍의 앞쪽을 지나가는 흡정마고의 옆얼굴. 절세미녀다. 헌데

예쁜 코를 벌름하는 흡정마고. 어떤 향기가 흡정마고의 코로 흘러들어가는 모습이고. 이어

스윽! 자연스럽게 고개 돌려 사람들을 훑어보는 흡정마고

청풍; (걸려들었다!) ! 자연스럽게 얼굴 가리고 있던 부채를 내리는 청풍

청풍을 발견한 흡정마고의 눈이 약간 치떠지고

청풍; (소수마녀의 말대로 천웅고의 향기가 저 요부의 후각을 자극했다.) 합장하는 시늉을 하며 생각하는 청풍.

<양기가 가장 강한 수컷들의 체취를 농축시킨 천웅고의 향기는 여자, 특히 내공이 높아 감각이 예민한 여자에게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한다.> 배시시 웃으며 마주 고개를 조금 숙이는 흡정마고를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그러자

[어흑 심장 떨려!] [... 날 보고 웃었어!] 청풍의 주변에 있던 구경꾼들 중 장사치처럼 생긴 자들이 뿅 가는 표정이 되고

그 사이에 청풍의 앞을 지나가는 흡정마고.

사내들; [소문대로 이 절의 주지스님은 기가 막힌 미인이로구만.] [저런 절세미인이 무슨 사연으로 비구니가 되었을까?] 입맛 다시며 말하고. 그러자 주변 사람들 흘깃! 그놈을 보고

사내들; [비구니로 썩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미모야!] [황실에 들어갔으면 제이의 양귀비 소리를 들었겠구만.] 눈을 희번득이는 사내들. 주변 사람들이 돌아보며 화난 표정을 짓는다

사내들에게서 멀어지면서 야릇하게 웃는 흡정마고의 옆얼굴. 사내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그때.

[무슨 죄 많은 소릴 하는 거요?] [이 사람들이 천벌을 받을 소릴 하는군.] [어딜 감히 주지스님께 불경한 생각을 하는 거예요?] 주변 남녀들 사내들에게 화를 내고

[... 왜들 이러슈? 아까 그 비구니가 절세미녀라 해본 소리인데...] [말이야 바른 말이지 저 비구니만한 미녀는 천하를 뒤져도 없을 거요.] 사내들 겁에 질려 주춤거리고. 그러다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사내들을 노려보고

[... 가세!] [이거야 원 말도 마음대로 못하는구만.] 허둥대며 현장에서 멀어지는 사내들

[두 번 다시 오지 마슈!] [벼락이나 맞아라 이 못된 중생들아!] 사내들을 향해 삿대질하는 사람들. 그 배경으로 현장을 떠나 절의 본채로 가는 청풍

흡정마고; (본전(本殿)으로 가고 있네.) 합장한 채 해수관음상을 돌면서 곁눈질로 청풍을 보는 흡정마고

그 사이에 본전으로 간 청풍이 중년의 비구니에게 합장하며 뭔가 말하고. 마주 합장하는 중년 비구니. 중년 비구니는 사해용궁사의 총관. 곧 죽을 캐릭터지만 청풍의 정체를 알아내는 역할을 하는 조연이다.

그 중년 비구니의 안내를 받아서 본전으로 들어가는 청풍

흡정마고; (다행이네. 오늘 밤 본사에서 자고 갈 모양이니...) 배시시 웃는 흡정마고

흡정마고; (정말 오랜만에 가슴 울렁이게 만드는 시주를 발견했지 뭐야?) 좋아 죽으려는 흡정마고

 

#157>

. 보름달에서 기울어 반달에 가까워진 달이 하늘에 떠있다.

사해용궁사. 이제 해수관음상을 참배하는 사람들도 사라졌고. 절 건물의 대부분이 불이 꺼져 있다. 헌데

본전의 건물에는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고

본전의 내부. 불상들이 안치되어 있는 불단 앞에 청풍이 무릎 꿇고 앉아서 합장한 채 눈을 감고 있다. 입으로는 중얼 중얼 불경을 외우고 있고

그런 청풍을 내려다보는 불상. 헌데

불상의 눈이 빛나고

 

#158>

어둑한 공간. 불상 머리 뒤의 공간인데 그곳에 무를 꿇고 앉아서 구슬에 눈을 대고 있는 흡정마고. 불상의 눈을 통해 불전을 보고 있다. 흡정마고의 뒤에는 청풍을 안내했던 중년 비구니가 무릎 꿇고 있다.

중년 비구니; [이름은 이청천(李靑天), 금릉에 사는 중생인데 급사한 아비의 극락왕생을 위한 밤샘 기도를 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사옵니다.] 무릎 꿇고 앉아서 눈치 보며 흡정마고에게 보고하고

중년 비구니; [시주도 넉넉히 내었으며... 무엇보다 위험한 구석은 발견되지 않는 중생이옵니다.]

흡정마고; [알아!] 귀찮다는 듯이 뒤로 손짓을 해서 말을 막고

<무공을 익히긴 했지만 내공이 극히 미미한 수준이야. 잘 해야 삼년 면벽수련한 정도의 내공이야.> 합장한 채 불경을 외우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흡정마고의 말. 둥근 구슬을 통해 보이는 모습

흡정마고; [육갑자(六甲子;360)에 육박하는 내공을 지닌 나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 수준이지.]

중년 비구니; [하오면...] 눈치 보고

흡정마고; [오늘밤 내 봉사를 받을 행운아는 당연히 저 중생이야.] ! 불상의 눈에서 눈을 떼고

흡정마고; [먼저 가있을 테니 내 거처로 데리고 와!] 스스스! 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중년 비구니; [분부 거행하겠사옵니다.] 절하고

<일진 뽑아본 게 좋게 나오더니 저런 보물덩어리가 제 발로 찾아왔구나.> 사라지는 흡정마고의 모습 배경으로 웃음소리가 들리고

 

#159>

불상 앞에 무릎 꿇고 합장하는 청풍

청풍; (기척이 사라졌다.) 눈 감은 채 생각하고

청풍; (천웅고의 향기에 매료되어 지금까지 날 훔쳐보고 있었겠지.)

청풍; (썩 내키지 않지만 오늘밤 반드시 소면관음, 아니 흡정마고(吸精魔姑)를 척살해야만 란다.) (앞날이 구만리 같은 무고한 청년들이 더 이상 희생당하지 않도록...) 합장하며 생각하고.

 

<-흡정마고! 마교의 구대마왕(九大魔王)중 한명으로 나이가 백살이 넘는 여마두다.> 합장한 채 해수관음상을 돌던 흡정마고를 배경으로 나레이션

<구대마왕은 천마세가를 제외한 삼대마가에서 세명씩 선정한 고수들로 마교의 수호가 사명이다.> 여자 셋 남자 여섯의 실루엣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하지만 삼십 여년 전 마교가 무림맹의 공격을 받을 때 그 사명을 완수한 것은 암흑마가 출신의 세명뿐이었다. 번뇌마가, 혈전마가 소속의 육대마왕은 사전에 종적을 감춰버렸던 것이다.> 여자 한 명과 남자 두 명이 수많은 적들에게 둘러싸여 악전고투를 치루는 모습을 배경으로

<흡정마고는 번뇌마가 출신으로 내공의 심후함으로는 구대마왕의 으뜸이었다. 심지어 내공만 따지면 구천마존이나 철면마제를 압도할지도 모른다고 알려져 있다.> 멀리 산봉우리 위에서 그걸 보며 웃고 있는 흡정마고. 삼십년 전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같은데 다른 것은 당시에는 머리를 기르고 있었다는 점

<흡정마고의 내공이 그토록 심후한 것은 배교(拜敎)에서 유래한 흡정대법(吸精大法)을 익힌 때문이다. 흡정대법을 써서 무려 일만 명이 넘는 젊은 청년들의 양정을 흡수한 덕분에 흡정마고는 영원한 젊음과 함께 무적의 내공을 지니게 된 것이다.> 수많은 해골 위에 요염한 자태로 누워서 웃고 있는 현재 모습의 흡정마고

 

청풍; (물론 지금의 내 무공으로 흡정마고를 죽이는 것은 말 그대로 언감생심이다.) (그 마녀가 손가락 한번만 튕겨도 내 몸뚱이는 물방울처럼 터져 버릴 것이다.) 기도하며 생각하고. 긴장한 표정

청풍; (하지만 내게는 소수마녀가 준비해준 두 가지 무기가 있다.)

청풍; (그중 하나는 천웅고다.) 허리에 차고 있는 향낭을 배경으로

청풍; (수컷의 양기 그 자체인 천웅고는 여자들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특히 내공이 심후할수록 더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청풍; (그 때문에 내가 회천반혼대법(回天返魂大法)을 펼쳐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청풍; (소수마녀가 흡정마고를 상대하기 전에 반드시 익혀야한다고 한 심법이 바로 회천반혼대법이었다.)

청풍; (회천반혼대법도 흡정대법의 일종인데 주도적으로 상대의 정기를 흡수하지는 못한다 게 차이다.)

청풍; (대신 상대가 내 것을 빼앗으려 하면 배로 돌려받는 장점이 있다.)

청풍; (물론 회천반혼대법을 펼치는 걸 들킬 경우 흡정마고 손에 죽음을 면치 못하겠지만...)

청풍; (명색이 자객인 이상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만 한다.) 생각할 때

스으! 어떤 향기 같은 것이 청풍의 코로 스며들고

청풍; (시작되었군.) + [갑자기 졸음이..] 중얼거리면서

털썩! 쓰러진다. 그러자

덜컹! 불단 한쪽에 나있는 비밀 문이 열리더니

손에 작은 향로를 든 중년 비구니가 나온다. 그 향로에서 연기가 흘러나오고.

이어 두 명의 건장한 젊은 비구니들이 따라 나온다. 젊은 비구니들은 사내에 못지 않은 체격을 지녔다.

청풍에게 다가와서

손으로 청풍의 코에 대보는 중년 비구니

중년 비구니; [확실하게 잠이 들었다.] 끄덕이며 일어나고

중년 비구니; [주지스님의 거처로 옮겨가라.] 옆으로 물러서고

[예 총관님!] 대답하며 다가온 젊은 비구니들은

청풍의 양쪽 팔을 잡고 일으켜서

불단에 난 비밀 문으로 끌고 들어간다.

중년 비구니;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든다.) 갸웃거리고

중년 비구니; (이미 오래 전에 육욕은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저 젊은 시주를 보니 가슴이 걷잡을 수 없이 뛴다.) 얼굴이 달아오른 채 비밀 문으로 들어가고

중년 비구니; (주지스님에게 넘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고...) (도대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구나.) ! 비밀 문을 닫는다.

 

#160>

사해용궁사에서 조금 떨어진 절벽 해변

쏴아! 철썩! 거센 파도가 절벽 하단을 때려 하얀 포말을 일으키고

그 절벽 아래에 위에서 보면 보이지 않는 동굴이 하나 있다. 헌데

동굴 깊은 곳. 넓은 광장. 그곳에 수많은 해골들이 뒹굴고 있고. 그 해골들 너머에 철문이 하나 있다. 철문 앞에는 해골들이 치워져있고. 그곳에 중년 비구니와 두 명의 젊은 비구니가 의자를 놓고 앉아있다. 중년 비구니는 눈을 감고 있다

젊은 비구니1; [주지스님도 참 취향이 독특하셔.] [정기를 빨아먹고 남은 빈 껍데기들을 이렇게 모아두시다니...] 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의 해골들 보고

젊은 비구니2; [저걸 보면서 당신이 살아있다는 걸 실감하시는 걸 게야.]

젊은 비구니1;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너무 혐오스러워. 섬뜩하기도 하고...] 중년 비구니를 보고. 중년 비구니는 눈을 감고 있다.

중년 비구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얼굴이 좀 발개졌고. 가슴이 두근 거리고

중년 비구니; (주화입마도 아닌데 가슴이 제멋대로 뛴다. 무언가에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인데...)

중년 비구니; (혹시 그 중생이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이 아닐까?) 청풍을 떠올리고

중년 비구니; (순리대로라면 주지스님에게 경고를 해야겠지만... 지금 방해했다가는 불벼락이 돌아올 수도 있다.)

중년 비구니; (무공도 별볼일 없는 수준의 중생이니 일단 추이를 지켜보도록 하자.)

 

#161>

철문 안쪽 화려한 침실. 침대에 누워있는 청풍. 옷을 입은 채 눈을 감고 있고

쏴아! 청풍의 귀에 들리는 물소리

청풍; (준비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군.) 눈을 감은 채 생각하고.

한쪽에 천으로 입구가 가려진 욕실이 있고. 그 욕실에서 누군가 앉아서 샤워하는 실루엣이 비친다.

청풍; (사내들의 양정을 흡수하기 전에 목욕재계를 하는 게 습관인 건가?) 쓴웃음

청풍; (나는 지옥십관중 독관(毒關)을 통과하기 위해 오독신공(五毒神功)이라는 독공을 수련했다.) (그 덕분에 어지간한 독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청풍; (당연히 비구니들이 날 재우기 위해 뿌린 몽혼향은 효과가 없었다.)

청풍; (잠든 척 한 나를 비구니들이 이곳으로 옮겨놓은 후 벌써 일각 이상이 지났는데 저 요부의 목욕은 끝날 줄을 모른다.)

청풍; (이러다가 지쳐서 정말 잠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품. 그때

사락! 욕실을 가린 천이 젖혀지고

청풍; (이크...) 급히 하품 하던 걸 멈추고

욕실에서 가운 차림으로 나오는 흡정마고. 가운의 허리띠를 묶으며 나오는데 물기에 젖은 모습이고

청풍; (드디어 결전의 때가 다가왔다.) 내심 긴장할 때

침대로 와서 청풍을 내려다보는 흡정마고

흡정마고; [볼수록 탐나는 중생이긴 한데...]

흡정마고; [왠지 얼굴이 낯설지가 않다.] [이 중생을 닮은 사내를 어디서 보았더라?] 갸웃하고

청풍; (날 닮은 사람을 알고 있다는 건가?) 눈 감은 채 의아하고

흡정마고; [처음에는 착각인가도 생각했지만...] ! 침대로 올라와서 청풍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흡정마고; [착각이 아니야! 난 분명 이 귀염둥이를 닮은 누군가를 전에 본 적이 있어.] 청풍의 얼굴을 만지며 독백

청풍; (나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생각하고

청풍; (별 볼일 없었던 표사 출신인 아버지와 평범한 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내가 흡정마고같은 전설적인 마녀와 인연이 있을 까닭이 없다.)

청풍; (아마 이 마녀가 백살이 넘다 보니 망령이 들어서 나와 다른 사람을 착각한 것이 분명하다.) 생각할 때

흡정마고; [하긴 누굴 닮았던지 그게 무슨 상관이야?] ! 네발로 엎드리는 자세로 청풍의 몸 위에 자세를 잡고

흡정마고; [내 미모를 유지하기 위해 양정만 흡수하면 그만인데...] 청풍의 양쪽 어깨를 누르고 입을 청풍의 입에 가져간다.

흡정마고; [너의 순수한 양정, 잘 먹으마. 부디 극락왕생하거라.] 후욱! 청풍의 입 위에서 입을 벌려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시늉하는 흡정마고. 그러자

화악! 지지지! 청풍의 입이 벌어지면서 안개 같은 것이 흘러나와 흡정마고의 입으로 흘러들어간다.

흡정마고; <... 최고야!> 지지지! 청풍의 정기를 빨아들이는 흡정마고의 몸이 벼락에 휘감기고

흡정마고; <백년 넘게 살면서 일만 명이 넘는 사내의 양정을 흡수했지만... 이놈처럼 농후하고 순수한 양정은 처음이다.> 청풍의 정기를 강하게 흡수하는 흡정마고. 청풍의 목이 젖혀지고

<네놈의 정기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흡수해주마! 그럼 내 미모와 목숨은 다시 십년 이상 늘어날 것이다.> 흡정마고가 청풍의 정기를 빨아들이는 모습을 배경으로. 헌데

슈우! 청풍의 정기를 빨아들이고 있는 흡정마고의 매끈한 머리에서 안개같은 것이 흘러나와서

슈우! 다시 청풍의 정수리쪽으로 스며들어간다. 하지만 청풍의 입을 통해 정기를 빨아들이는 데 집중한 탓에 그걸 눈치 채지 못하는 흡정마고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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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 章

 

                旋風悲歌

 

 

 

콰르르릉

천지개벽하는 듯한 굉음이 일었다.

우르르쾅!

그와 함께 거대한 석벽이 무너져 내렸다.

일시에 수만 근의 화약이 터진 듯한 힘이 석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핫하하..."

청아한 장소성이 일었다.

휘이익

그와함께, 날리는 사석을 뚫고 한 덩의 청삼청년이 높은 듯한 절벽 위로 날아 올랐다.

여인이 무색할 정도로 고운 피부와 섬세한 선을 지닌 영준한 모습의 청년, 그는 바로 철문영이었다.

그는 지금 청색경장을 걸치고 등에는 큼직한 피풍을 달고 있었다.

"하하... 화희. 어떻소? 굉천참살강(轟天斬煞罡)의 위력이?"

철문영이 미소를 지었다.

그의 앞에는 화희가 다소곳이 서 있었다.

그녀는 잠깐 사이지만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복장이 부인의 복장으로 변해 있었다.

발끝까지 끌리는 장의는 매우 고혹해 보이기까지 했다.

또한 그녀는 머리를 부인들같이 높게 틀어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변화는 그녀의 눈길이었다.

그녀의 눈길은 예전과 달랐다.

전에까지만 해도 그녀의 눈빛은 어린 아이를 쫓는 어머니의 눈길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의 눈길은 더할 수 없이 조용하며 애틋하게 변하여 있었다.

마음 뿐만 아니라 몸까지도 철문영의 것이 되어버린 까닭이리라.

"놀랍사옵니다. 무공이라는 것이 가공할 위력을 지녔다고는 생각해왔아오나 이 정도로 끔찍한 위력이 있을 줄은 몰랐사옵니다."

화희는 조용하면서도 약간은 놀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철문영은 환히 웃어 보였다.

"화희, 더 강하고 신기한 무공들을 보여 줄테니 잘 봐요."

화희가 살며시 미소했다.

"첩신은 굉천참살강보다도 강한 무공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철문영이 껄걸 웃었다.

"하하... 그럼 잘 보오. 이제 펼쳐 보이겠오."

철문영은 돌아섰다.

"차핫! 창룡천행비(蒼龍天行飛)!"

철문영은 지면을 박차고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휘익!

그는 단번에 삼십여 장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파악!

그와 함께, 찬연한 은광이 사위에 떨쳐졌다.

그의 피풍 밑에서 얇은 면철로 된 날개와 같은 것이 튀어나온 것이다.

"...!"

바라보고 있던 화희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그것은 바로 철문영이 천세신전(千世神殿)에서 발견한 창룡철익(蒼龍鐵翼)이었다.

휘르르

얇은 면철로 된 날개가 활짝 펼쳐지자 철문영은 마치 거대한 대붕(大鵬)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한 차례 철익(鐵翼)이 크게 흔들렸다.

그와함께 그의 몸은 수직으로 날아 올라갔다.

위이잉, 뒤이어 까마득히 치솟았던 철문영은 커다란 원을 그리며 날아내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창룡철익의 모용이었다.

단 한 모금의 진기로 허공을 마음대로 비상하거나 머무를 수 있는 것이다.

창룡철익으로 펼치는 창룡천행비(蒼龍天行飛)의 경공은 독보적이다.

휘익!

이윽고 철문영은 절벽 아래로 날아 내렸다.

촤르르

그러자 철익은 신속히 축소되어 피풍 속으로 들어갔다.

차앙!

맑은 용음(龍吟)이 일면서 철문영의 손에 한 자루 고색창연한 고검이 들려졌다.

그 검의 검명(劍名)은 천인(天刃), 바로 검군자(劍君子)가 사용하던 호신지물이다.

철문영은 고검을 들어 양손으로 굳게 쥐었다.

위잉위잉!

그러자, 고검의 푸르스름한 검신이 황색의 검기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황룡무적천하(黃龍無敵天下)!"

돌연, 절곡을 뒤흔드는 폭갈이 터졌다.

촤웅!

동시에 맹룡(猛龍)의 포효같이 굉음이 터졌다.

그리고, 천인검으로부터 황룡이 꿈틀거리는 듯한 형상의 강맹한 기류가 뻗어 나갔다.

파악! 우르르

황색의 검기가 석벽을 강타했다.

그러자, 석벽의 전면이 깊이 십여 장으로 갈라져 나갔다.

"..."

화희는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

철문영은 흡족히 웃으며 검을 회수했다.

위잉위잉!

뒤미처 그의 전신에서 검붉은 광채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광채들은 끊임없이 그의 몸주위를 휘돌며 점차 고형화 되어갔다.

바로 묵혈파뢰강(墨血破雷罡)이었다.

"극강참혼(極剛斬魂)!"

우렁찬 일갈이 터졌다.

콰웅!

검붉은 광채가 충천했다.

삽시에 천지가 검붉은 광채로 뒤덮였다.

콰르릉쾅!

뒤이어 화산이 폭발하듯 엄청난 굉음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극강참혼수가 떨쳐진 것이다.

"!"

날리는 사석 속에서 약간 답답한 듯한 신음이 일었다.

화희는 바짝 긴장하여 휘날리는 사석 속을 주시했다.

그리고, 이윽고 날리던 사석들이 가라 앉았다.

아보라!

장내에는 엄청난 변괴가 일어나 있었다.

마치 항아리와 같은 모양의 절곡의 한면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 있었다.

인간의 힘이라 믿어지지 않는 가공할 위력이었다.

"상공!"

화희가 걱정스럽게 불렀다.

철문영이 창백한 신색으로 눈을 감고 서 있는 것을 본 때문이다.

극강참혼수는 끔찍할 정도로 위력이 강하다.

그러나, 그만큼 진력의 소모가 큰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휘익

뒤미처 철문영은 한소리 청아한 장소성을 터뜨리며 날아 올랐다.

"상공, 괜찮으시와요?"

화희가 급히 다가왔다.

"핫하... 괜찮소. 힘이 좀 들었을 뿐이지."

철문영은 말을 하며 화희의 가녀린 허리를 끌어안았다.

"화희와 떨어져서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문득 철문영이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말하자 화희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

"첩신은... 첩신은..."

화희는 철문영의 가슴을 쓰다듬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하... 이러고 있을 시간이 아니지. , 장원으로 돌아갑시다. 헤어져 있을 동안을 위해 오늘부터 화희를 놓아주지 않겠오."

철문영은 힘있게 화희를 끌어안았다.

철문영의 품에 안겨 화희는 얼굴을 발갛게 물들였다.

"핫하... 창룡천행비(蒼龍天行飛)!"

철문영은 지면을 박차고 날아 올랐다.

파앗!

뒤이어 찬연한 은광을 발하며 철익이 넓게 펼쳐졌다.

휘익!

철문영은 한 줄기 선풍을 불러 일으키며 까마득한 허공으로 날아갔다.

더 없이 높고 푸른 하늘로,

 

X X X

 

천세(千世)의 고혼(孤魂)이 구천(九泉)에 떠돌다.

장검(長劍)에 이는 일진(一陣) 선풍(旋風)으로, 잔혼(殘魂)의 외로운 넋을 달래리라.

 

<선풍비가(旋風悲歌)>

 

전중원이 얼어 붙었다.

핏빛의 선풍(旋風)이 중원을 휩쓴 것이다.

한 줄기 비장한 노랫소리가 울리면 누군가의 몸이 싸늘이 식어갔다.

선풍비가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그의 이름은 중원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 중의 하나가 되었다.

 

선풍마존(旋風魔尊),

 

중인들은 그를 이렇게 불렀다.

그가 혈풍을 몰고 다니는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최초로 선풍비가를 들은 것은 구대문파 중 공동(崆峒)의 장문인 청오자(靑烏子)였다.

그와 함께, 공동의 정영 일백이 삽시에 다시는 못올 길로 가고 말았다.

이로써 공동파는 완전히 구대문파에서 제명을 다했다.

그뿐이 아니었다.

몇 달 사이에 네 개의 유수한 문파가 멸문당했다.

또한 내노라 하던 무림의 명숙 사십여 명도 선풍마존의 손에 쓰러졌다.

그들이 쓰러지기 전, 항상 한 줄기 선풍비가(旋風悲歌)가 울려 퍼지곤 하였다.

이렇게 되니 무림의 고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전전긍긍하며 몸을 사렸다.

언제 죽음의 선풍비가(旋風悲歌)가 자신에게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과연, 선풍마존이란 누구인가?

어떤 자이기에 흑백양도를 불문하고 무차별의 살수를 쓴단 말인가?

그리고, 십여 일 동안 선풍비가는 중원의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콰르릉, 번쩍

뇌성벽력(雷聲霹靂).

쏴아

장대발같은 빗줄기가 대지를 두드렸다.

번쩍

일섬전광(電光)이 번뜩였다.

어둠 속에 한 채의 장원이 드러나 보였다.

그 장원은 울창한 죽림(竹林)에 에워싸여 있었다.

쿠르릉쾅

재차 한 줄기 섬광이 암천을 갈랐다.

스스스

번뜩이는 섬광, 그보다도 빠르게 한 줄기 인영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내렸다.

일신에 검은 야행복을 걸친 괴인이었다.

괴인의 두눈에서 혼백을 얼릴 듯한 한광이 폭사되었다.

"고죽검신(枯竹劍神) 장학량..."

문득, 괴인의 입에서 한 줄기 음성이 흘러나왔다.

 

고죽검신(枯竹劍神) 장학량!

 

팔절(八絶)의 일인, 강호제일검사(江湖第一劍士)로 불리는 인물이 아닌가?

헌데, 고죽검신 장학량이 어찌되었다는 얘기인가?

스스스

괴인의 신영이 뿌얘졌다.

그가 귀신같은 신법으로 죽림으로 날아들어간 것이다.

죽림 속에는 적지않은 고수들이 숨어 있었으나 누구도 괴인이 침입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웅장한 대전, 억수같이 퍼붓고 있는 어둠 속에 대전으로부터 밝은 불빛이 비쳐나오고 있다.

대전 안, 지금, 대전 중앙의 탁자를 마주하고 구인이 앉아있다.

상좌.

한 명의 초로의 노인이 수심에 찬 그색으로 태사의에 몸을 기대고 있다.

대체적으로 깡마른 모습이나 두눈의 안광이 날카롭다.

그 노인 옆의 탁자에는 한 자루 죽검(竹劍)이 놓여있다.

검신이 푸르스름한 것으로 보아 범사한 물건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노인, 그가 바로 고죽검신 장학량이다.

본시에도 뛰어난 검사였다.

그러나, 십여 년 전부터 두각을 나타내어 제일검사의 칭호를 받고 있는 검의 달인이다.

노인 앞에는 여덟 명의 장한들이 앉아 있다.

하나같이 위맹해 보이는 자들이다.

이들도 각기 한 자루씩의 죽검을 지니고 있다.

 

고죽팔검(枯竹八劍).

 

고죽검신이 총애하는 제자들이다.

그들도 이미 강호에서 제법 큰 명성을 얻고 있었다.

문득, 맨 좌측의 장한이 입을 열었다.

그는 고죽팔검의 맏이인 사도장이라는 인물이었다.

"사부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설사 그자가 천세문(千世門)의 후인이라고 해도 두려울 것이 무엇 있겠습니까? 사부님게서는 이미 당년의 천하제일인이었던 검군자(劍君子)의 절기를 완벽히 연성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사도장의 말에도 고죽검신은 안색이 풀어지지 않았다.

 

검군자(劍君子)!

 

천녀기전의 전통을 마련했던 인물, 구죽검신은 검군자의 신검경(神劍經)을 익힌 인물이다.

강호에서 가장 강한 인물 중 한 명인 고죽검신, 헌데 그의 얼굴은 짙은 암운으로 어두워져 있다.

"청오자 등은 변변히 대항도 못하고 피살되었다. 가벼이 볼 자가 아님에 틀림없다."

고죽검신이 침중히 입을 열었다.

"..."

고죽팔검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

"..."

무거운 암운이 아홉 사람을 짓눌렀다.

콰르릉번쩍,

우뢰성과 함께 한 줄기 섬광이 대지를 밝혔다.

그순간이었다.

아홉 사람의 안색이 홱 변했다.

그들은 한 줄기 비장한 노랫소리를 들은 것이다.

 

천세의 고혼이 구천에 떠돌다.

장검이 이는 일진 선풍(旋風)으로, 잔혼의 외로운 넋을 달래리라.

 

고죽검신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 선풍비가(旋風悲歌)..."

그는 실성한 듯 중얼거렸다.

"선풍마존(旋風魔尊)! 어디에 있느냐?"

사도장이 버럭 외치며 일어섰다.

그는 선풍비가가 들려온 방향을 종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고죽검신 장학량, 천세의 원혼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어디선가 음산 냉혹한 음성이 들려왔다.

"... 역시..."

장학량은 부르르 떨며 외쳤다.

"에잇!"

사도장이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

"장아! 위험하다."

장학량이 다급히 외쳤으나 사도장은 이미 대전 밖으로 날아나간 후였다.

"사부님 저희들이 나가보겠습니다."

나머지 일곱 명이 일어섰다.

"조심해라. 선풍마존은 너희들은 상대가 아니다."

"."

휘익

일곱 명은 대답을 하고 몸을 날렸다.

"크아악!"

그러나, 다음 순간 처절한 비명이 일었다.

"!"

장학량의 안색이 대변했다.

그는 재빨리 자신의 병기인 고죽검(枯竹劍)을 집어들었다.

"이 얘들이 그자에게..."

장학량이 침중히 중얼거렸다.

번쩍다시 한 번 섬광이 번뜩였다.

"크아악아악!"

"으악!"

동시에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선풍마존! 네놈은...!"

고죽검신은 참지 못하고 버럭 고함을 지르며 대전 밖으로 몸을 날리려 했다.

"..."

그때, 검은 인영이 비틀거리며 대전으로 뛰쳐들어왔다.

"... 장아!"

고죽검신이 다급한 비명을 질렀다.

쿠웅!

그와 함께, 대전으로 들어온 인물은 그대로 나뒹굴었다.

그자는 완전히 혈인(血人)으로 변해 있었다.

"... 이럴 수가..."

급히 다가간 고죽검신이 치를 떨었다.

그 인물은 고죽검신의 대제자인 사도장이었다.

헌데, 지금 사도장은 가슴이 완전히 부서져 숨이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고죽검신이 다가서자 사도장은 간신히 눈을 떴다.

그리고 피를 토하며 중얼거렸다.

"... 사부님... ... 분합... 니다. ... 그 자의... 모습도... 못보고... 당했습니다... ... 그놈은... 너무... ()..."

사도장의 목이 옆으로 떨어졌다.

"장아!"

고죽검신이 피를 토하듯 외쳤다.

그러나 사도장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이놈! 선풍마존, 네놈을 각을 떠 죽이고 말리라!"

고죽검신이 벽력같이 외치며 일어섰다.

사랑하던 제자.

그 제자가 눈앞에서 죽어갔다.

고죽신검이 이성을 잃는 것은 당연하다.

"고죽검신, 네게는 그럴 기회가 없다."

고죽검신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등뒤에서 냉혹한 일갈이 들려온 것이다.

"죽어랏!"

고죽검신은 발악하듯이 폭갈을 터뜨렸다.

쐐애액.

동시에 죽검이 태풍을 일으켰다.

"!"

그러나, 냉막한 코웃음이 울렸다.

그와 함께, 고죽검신은 한 줄기 흑영이 귀신같이 움직이는 것을 언뜻 보았다.

그의 일검은 허공을 가르고 만 것이다.

""

고죽검신은 다급히 검을 회수하며 뒤로 물러섰다.

"... 네가 선풍마존(旋風魔尊)!"

고죽검신은 두 눈을 부릅떴다.

우웅!

그의 오른손에 들린 고죽검이 부르르 떨렸다.

마치, 원래부터 서 있었는 듯, 한 명의 냉막한 얼굴의 청년이 고죽검신 앞에 서 있는 것이다.

냉전과도 같은 눈길이 고죽검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고죽검신! 각오는 되어 있겠지?"

만년빙동에서 불어 나오는 냉풍같은 일갈이 청년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으드득, 좋다. 네놈의 심장을 꺼내 제자들의 원수를 갚고 말리라."

고죽검신은 이를 갈며 고죽검을 움켜 쥐었다.

우웅! 우웅

고죽검이 울리며 푸르스름한 검기가 피어 올랐다.

차앙!

냉막한 신색의 청년도 검을 뽑았다.

"... 그 검은..."

청년의 손에 들린 고검을 본 고죽검신은 부르르 떨었다.

"그렇다. 바로 검군자(劍君子)의 천인검(天刃劍)이다. 천인검으로 네 목숨을 끊어주마!"

청년, 즉 선풍마존은 냉갈하였다.

(... 아무래도 오늘은 길보다 흉이 많겠다. 고죽검으로 천인검(天刃劍)을 상대할 수는 없다.)

고죽검신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그는 수십 년을 검날 위에서 살아온 노검사(老劍士).

마음을 가다듬으며 고죽검에 힘을 주었다.

"이얍!"

고죽검신은 폭갈을 치며 고죽검을 쪼개내었다.

파파팟.

검화가 피어올랐다.

신랄한 검세가 선풍마존을 쓸어갔다.

츠츠츠...

동시에 천인검이 허공을 갈랐다.

파악!

"크으!"

"!"

선혈이 튀었다.

고죽검신의 고죽검 끝이 갈라지며 그의 어깨가 베어진 것이다.

그러나, 고죽검신도 과연 팔절의 일인다웠다.

어느 틈엔가, 선풍마존의 소맷자락을 길게 그은 것이다.

선풍마존은 흘깃 소매 끝을 내려다 보았다.

마치 여인의 속살같이 뽀얀 손목에 발그레한 혈혼이 생겨 있었다.

츠츠츠쐐애액

고죽검신의 고죽검이 검기와 파랑을 일으켰다.

동시에 천인검이 섬칫한 광망을 그었다.

차앙!

위이잉

검기의 무더기가 대전을 가득 메웠다.

삽시에 삼십여초가 지났다.

고죽검신의 검세는 장강대하같이 쏟아졌다.

팔절 중 일절로서 손색이 없는 검세였다.

그러나, 선풍마존은 무난히 고죽검신의 검세를 받아넘기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선품마존은 고죽검신이 펼치고 있는 검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검칠십이로(神劍七拾二路).

 

바로, 검군자의 비전절예다.

그러나, 아무리 천하제일의 겁법이라 불리던 신검칠십이로도 그 변화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선풍마존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차악!

"크윽!"

피가 튀며 끊어진 고죽검의 한끝이 튕겨져 나갔다.

고죽검신의 장포는 피로 물들었다.

그의 가슴은 천인검에 길게 베어진 것이다.

"... 좋다. 어디 천인검강(天刃劍罡)을 받아보아라."

고죽검신이 이를 악물며 내뱉았다.

그는 고죽검을 단전에 갖다 붙였다.

츠읏!

그러자, 끊어진 고죽검 끝에서 일 장 가량의 유형검강(有形劍罡)이 쭈욱 뻗어나왔다.

"!"

이 모습을 본 선풍마존은 최초로 긴장의 빛을 띄웠다.

천인검강(天刃劍罡)이란 검군자 최후의 무공이다.

이는 너무나도 날카로워 능히 한 자 두께의 철벽은 관통할 수 있다.

우웅우웅

거의 동시에 천인검이 진동했다.

그와 함께 천인검이 휘황한 황색검기로 뒤덮였다.

"죽어랏!"

고죽검신이 발악하듯이 외쳤다.

파츠츳

유형의 검강이 대기를 갈랐다.

"황룡무적천하(黃龍無敵天下)!"

동시에, 선풍마존도 폭갈을 터뜨렸다.

콰웅!

용트림하는 듯한 소성이 일었다.

한 줄기 황색 검기가 신룡이 승천하듯 떨쳐졌다.

촤웅!

"크아악!"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쿠웅!

피를 뿌리며 고죽검신이 넘어졌다.

그의 가슴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짓이겨져 있었다.

"으음!"

선풍마존도 휘청 하였다.

적지않은 충격을 받은 듯 하였다.

"... ... 이렇게... 허무하게 지... 다니..."

고죽검신은 고개를 쳐들려고 하다가 그대로 고개를 꺾고 말았다.

숨이 끊어진 것이다.

"으음, 과연 팔절은 무엇인가 다르군."

선풍마존은 착잡한 시선으로 고죽검신의 시신을 내려다 보았다.

휘익

, 선풍마존은 내전을 한 바퀴 돌았다.

"여기 있군!"

그리고, 그는 은밀한 서랍 속에서 한 권의 낡은 비급을 꺼내어 품속에 집어넣었다.

스스스

그와 함께 그의 모습은 흐릿하게 변하여 갔다.

콰르릉콰릉!

뇌성과 함게 멀지 않은 곳에서 굉음이 터졌다.

아마도 멀지않은 곳에서 낙뢰(落雷)가 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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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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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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