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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장

 

                미녀를 부르는 퉁소소리 (3)

 

 

바로 그 순간 청년은 무슨 영문인지 눈살을 찌푸렸고,

현천록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고무공처럼 날려가 담장에 부딪혔다.

!

휘익!

현천록의 머리 위로 누군가가 바람처럼 빠르게 날아갔다.

현천록의 귓속으로 한 줄기 전음이 들렸다.

[네가 이긴 것으로 해주마. 노도는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아니다. 다음에 반드시 약속대로 해주마.]

진양진인의 목소리였다.

그는 신궁 오무한으로 변신한 상태로 물 속에서 숨을 쉬기 어려워지자 그대로 귀식대법을 펼쳤다.

그후 현천록이 이끄는대로 우물까지 와서 다시 귀식대법을 풀었지만 현천록에게 들키지 않았었다.

그는 기회를 틈타서 소천성수로 현천록을 공격하고 도주해버린 것이었다.

현천록의 손에는 진무검도 사라지고 없었다.

청년이 현천록에게 다가왔다.

현천록은 옷을 툭툭 털면서 일어섰다.

흠뻑 젖은 옷에 흙까지 묻어버려 도포가 아주 뻑뻑하다. 조금 있으면 얼어서 완전히 뻐득뻐득해져 버릴 것 같다.

청년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장력을 맞고도 아무렇지 않다니... 도장은 금강불괴에 달했군.]

현천록은 쓴 입맛을 다셨다.

습관적으로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어느새 다섯 명의 소녀들이 비수를 들고 그를 애워싸고 있었다.

청년이 말했다.

[신법도 바람을 탄 것처럼 자연스러우니 도장은 정말 듣던 것보다 훨씬 고명한 인물인 것 같소.]

현천록은 나몰라라는 듯이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교활한 진양진인에게 또 당하고 보니 어지간히 속이 상했다.

눈 앞에 있는 사람들 생각보다는 이번엔 무슨 수로 진양진인을 붙잡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꽉 채웠다.

입을 반쯤 벌리고 멍하니 앉아 있는 그 모습은 바보같기도 하고 미친 것 같기도 했다.

청년이 손가락을 뻗었다.

번쩍!

소리없이 빛줄기가 현천록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현천록에게는 약간 따끔거리는 정도의 느낌뿐, 아무렇지도 않았다.

청년이 소녀들에게 말했다.

[이 도사는 이상하오. 무공도 그렇게 마음도 보통과 다른 듯하니 그냥 둘 수는 없겠소.]

소녀들 중 하나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 오늘따라 간섭이 심하군요. 그걸로 당신 잘못을 만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예요. 아가씬 안에서 당신이 하는 말을 다 들었으니까요.]

청년이 한숨을 쉬었다.

[그건 그녀와 나의 문제니 당신들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오. 일단은 저 도사를 뇌옥에 가두는게 나을거요.]

돌아서서 걷는 청년의 어깨가 축 쳐져 있었다.

한 소녀가 현천록의 혈도를 몇 군데 거듭 찌르더니 오라로 온몸을 꽁꽁 묶었다.

두 손과 두 발도 하나로 묶였지만 현천록은 내버려두자는 심정으로 몸을 맡겨버렸다.

다른 소녀가 장대를 가져와 두팔사이로 끼워들었다.

현천록은 원시인들한테 잡혀가는 돼지새끼마냥 들리웠다.

앞에서 장대를 든 소녀의 엉덩이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눈을 어지럽게 한다.

세상이 거꾸로 보이고 피가 머리에 모이는 기분도 나쁘지 않다.

상쾌한 새벽 공기, 그리고 그의 몸에 묻었던 물기가 증발되면서 모락모락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같은 안개...

현천록은 세상을 거꾸로 보면서 알듯 말듯한 펼쳐지는 요지경을 보았다.

소녀들은 몇 개의 건물을 이리저리 돌아 갔다.

건물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건물들 너머로 우뚝한 탑이 하나 보였다.

이리저리 일을 찾아 바쁘게 움직이는 소녀들의 모습, 이따금씩은 나이든 중년 여인들이 뭔가를 들고 가는 모습,

그곳은 조용한 가운데 분주하게 움직이는 곳이었다.

현천록은 탑 아래에 있는 뇌옥에 그냥 던져졌다.

소녀들은 그의 몸에 손을 대고 싶은 마음이 없는지 품을 뒤져보지도 않았다.

뒤쪽은 석벽이고 앞쪽은 듬성듬성한 쇠창살로 된 뇌옥이다.

현천록이 던져진 칸 외에도 한 사람씩 들어있는 칸이 세 개, 아무도 없는 빈 곳이 두 개가 더 있었다.

현천록의 맞은 편에 있던 사람이 나가는 소녀들에게 고래고래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현천록은 신경쓰지 않아서 무슨 욕을 했는지 듣지 못했다.

소녀들이 재빨리 나가고 문을 쾅 닫는 소리만 들렸다.

욕을 하던 사람은 사십 쯤 되어보이는 서생인데 얼굴이 아주 훤한 미남이었다.

뇌옥에 갖힌지 꽤 된 듯 차림새는 꾀죄죄하지만 이상하게 얼굴만은 반들거렸다.

그리고 보니 그 양 옆에 있는 칸의 사람들도 얼굴만은 반들반들했다.

현천록의 앞에 있는 사람이 말을 건네왔다.

[도장! 도장도 재수없는 년들한테 걸렸구려.]

현천록은 빙긋 웃고 대답하지 않았다.

얼마전까진 진양진인 만이 그의 호기심의 대상이었는데 이번에는 침울한 얼굴의 청년이 자꾸만 머리 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앞에 있는 사람이 말했다.

[도장도 재주가 아주 용한 사람이오. 하하하하! 우리야 세치혓바닥과 반지르르한 얼굴을 앞세워 계집을 호리지만 도장은 무슨 수법을 쓰는거요?]

현천록이 고개를 들고 빤히 보았다.

앞에 있는 중년인이 말했다.

[거 사람 싱겁게 말게 서로 통성명이나 합시다. 여기 잡혀오는 사람은 다 똑같은 죄를 짓고오는데 부끄러워 할 게 뭐있소?]

중년인인 자기의 왼쪽에 있는 사람을 가리켰다.

[저 친구는 화양일음도(華陽一淫盜) 모청(毛鯖)이오. 하하하! 수고스럽게 남들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했소. 전문적으로 처녀만 골라가며 길을 내줬으니 뒷사람이 얼마나 고마워했겠소.]

현천록이 멀뚱하게 중년인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중년인이 또 다른 사람을 보며 말했다.

[저 친구는 잡식성이오. 치마두른 여자만 보면 환장을 하는데... 쩝 문제는 거기서 끝내지 않고 종종... ... 아무튼 나도 따라가지 못할 사람이오. 음약에 관한한 저 친구보다 나은 사람은 없을거요.]

잡식성이란 사람이 탄식하며 말했다.

[나는 지금 죽겠네. 방금 전의 고 감질나는 것들이 들어왔다 가는 통에 몸이 달아서 미칠지경이네.]

중년인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당연한 소린 집어치우게.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기회가 있을 테니까. 아참 이제 내 소개를 해야겠군. 난 채음신(採陰神) 목요봉(穆耀峯)이네. 주로 채음보양을 하지.]

현천록이 화를 내며 말했다.

[당신들은 모두 좋지 않은 사람들이군.]

세 사람이 껄껄 웃었다.

[도사도 여기까지 잡혀온 걸보면 만만치 않을 텐데 뭘 그러시오? 도사는 무슨 수법을 쓰는지나 말해보시오.]

[혹시 참배하러 온 여인들 방을 몰래 덮치는 치졸한 수법을 쓰는 건 아니오?]

[여기 여주인은 천하절색이요.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혹시 도사한테는 몸을 허락할 지도 모르겠소.]

음탕한 소리를 주고 받으며 세 음적은 여자의 어디가 어떻게 어떤 여자는 거기가 어떻는데 어떻게 절묘하고, 자기가 뭘 어떻게 했는데 여자가 아주 음탕하여 무슨 수법을 요구했느니 하는 소리들을 늘어놓았다.

반쯤은 현천록을 떠보는 것 같기도 하고 반쯤은 현천록을 놀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전적으로는 음담패설을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현천록은 화를 내며 백금퉁소를 꺼내들었다.

음담패설이 뚝 그쳤다.

현천록은 양의신공의 공력을 실어서 백금퉁소를 검처럼 휘둘렀다.

쉬이이이익!

철창살이 한꺼번에 네 대가 소리없이 베어졌다.

세 음적이 겁에 질려 주춤 물러섰다.

현천록은 창살을 휘어버리고 밖으로 나갔다.

중년인을 가두고 있는 창살을 베어버리고 들어가며 말했다.

[당신같은 사람은 내가 죽이나 죽이지 않으나 마찬가지지만 그냥가지는 못하겠소.]

중년인이 비굴하게 웃으며 말했다.

[... 도사님! 소인들은 그저 심심하다보니...]

현천록은 퉁소를 뻗어서 중년인의 가슴을 겨냥했다.

투툭! !

뼈가 부르지는 소리가 들렸다.

중년인의 얼굴이 새까맣게 변해서 뒤로 넘어갔다.

죽지는 않았지만 폐인이 되어 혼자서는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현천록은 다른 두 사람도 똑같은 꼴로 만들어 놓고나자 속이 후련했다.

아주 즐거운 일을 한 것처럼 통쾌했다.

[하하하하!]

한바탕 실컷 웃고 나서 철문을 밀어보니 철문 만은 열 도리가 없었다.

공력을 모두 실어서 퉁소로 내리쳐도 철문은 끄덕도 하지 않았다.

하마터면 손이 울려서 퉁소를 망칠 뻔했다.

현천록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큰일났다. 동굴에 갇혔다가 나온지 금방인데 이번엔 뇌옥에 갇혔구나. 내가 무슨 마음으로 순순히 여기까지 잡혀왔지?)

스스로 자기 머리를 꽉 쥐어 박았다.

그리고 보니 번쩍 생각이 떠올랐다.

바로 그 침울한 얼굴의 청년 때문이었다.

진양진인은 놓쳐버렸고 청년이 묘한 힘으로 그를 묶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는 현천록은 자기가 어떤 것에도 별로 개의치 않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죽고 사는 것도, 갇히거나 풀려나는 것도, 죽이는 것이나 살리는 것도, 현천록에게는 조금도 심각하거나 큰문제로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냥 오른쪽길로 갈까 왼쪽 길로 갈까 선택하는 단순한 선택문제 같이 느껴졌다.

오로지 호기심만이 그에게 점점 더 큰 비중으로 모든 행동의 동기가 되고 있었다.

현천록이 생사탄에 들어갔다가 나온 후에 생긴 변화였다.

잠시 후, 현천록은 철문 아래 계단에 앉아서 퉁소를 불기 시작했다.

진양진인에게 배운 광릉산이었다.

칙칙한 뇌옥안에 부드럽고 아름다운 퉁소소리로 가득찼다.

세 사람의 음적도 그 혼이 반쯤은 빠져서 음률이 만들어내는 환상 속에 빠져들어 버렸다.

광릉산은 대륙을 가로지는 장강과도 같아서 어떤 곳에서는 급하고 어떤곳에서는 유유히 흐르며 어떤 곳은 한없이 높아지고 어떤 곳은 몸을 허물어뜨릴 만큼 낮아졌다.

광릉산의 열두 소절 중에서 일곱 소절이 끝나고 여덟 소절이 막 시작될 때였다.

갑자기 둔중한 철문이 덜컹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그리고 하얀 옷을 입고 면사로 얼굴을 가린 소녀가 우아한 자태로 들어왔다.

허리가 아주 가늘고 목도 가늘어 수양버들 가지가 늘어진 듯하다.

그윽한 향기가 일순간에 뇌옥을 감돌고 소녀의 백옥처럼 희고 고운 손이 시선을 끌어당겼다.

현천록은 갑자기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소녀의 전신에 어려있는 이상한 기운이, 이상한 아름다움이 그를 질식하게 했다.

갑자기 온 몸이 둥둥 뜨는 것 같았다.

퉁소소리가 뚝 끊어졌다.

소녀가 현천록 앞에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고인이 왕림하신 줄 모르고 누추한 곳에 모셨습니다.]

사람의 입에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음성이 나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현천록은 퉁소를 내리며 속으로 말했다.

(내가 미색에 빠지고 말았구나!)

소녀를 위해서 목숨을 바치라고 해도 두 말않고 바칠 것만 같았다.

현천록은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속이 떨려왔다.

강렬한 두근거림. 소녀의 체향, 귓속을 맴도는 목소리, 사그락거리는 옷자락소리. 가늘게 들리는 숨소리. 잘게 흔들리는 소녀의 속눈썹...

그 모든 것이 현천록을 포위하고 사로잡아버렸다.

얼굴은 보지도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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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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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六 章

 

쓰러지는 八絶

 

 

 

핏빛 선풍(旋風).

드디어 팔절(八絶)에게도 떨어지다.

무림은 술렁였다.

도대체 선풍마존은 무엇을 노리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선풍마존은 얼마만큼이나 강한 것일까?

 

고죽검신(枯竹劍神).

팔절의 일인, 아울러 검법에 있어 당대 최고라는 인물.

헌데, 그런 고죽검신이 선풍마존의 검에 쓰러진 것이다.

무림인들은 떠들었다.

 

팔절(八絶)은 선풍마존의 적수가 못된다. 사폐(四覇)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대에 선풍마존의 적수가 못된다. 사퍠(四覇)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대에 선풍마존을 당할 고수는 없다. 오직 전대의 삼마(三魔), 삼괴(三怪)정도만이 선풍마존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를 가도 선풍마존에 대한 이야기 뿐이었다.

그런중에, 팔절(八絶)중 나머지 철인과 사패(四覇)가 급히 모임을 갖았다.

선풍마존을 상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각자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모임은 흐지부지 끝나 버렸다.

그러나, 그들은 일말의 불안한 심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정주(鄭州).

이곳은 무림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왜냐하면 이곳에 팔절(八絶) 중의 일 인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경천신도(驚天神刀) 제갈현.

그자이다.

그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평범한 무인이었다.

그러던 그가 돌연 몇 년 전부터 위명을 날려 팔절 중에 끼게 되었다.

그의 거처는 정주교외의 신도장(新刀莊)이었다.

경천신도, 이자는 바로 천년기전중의 폭혈참신도보(爆血斬新刀譜)를 얻었던 것이다.

이제 경천신도는 도법(刀法)에 있어서는 무림제일로 통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죽음의 그림자가 경천신도의 목을 조여들어 오고 있었다.

물론, 경천신도 본인은 그것을 알리 없다.

 

이곳은 정주로 통하는 관도.

휘잉!

초가을 서늘한 바람이 불고 지나갔다.

초가을이라고는 하지만 정오의 햇살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그 때문에 길가의 다루(茶樓)는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대부분이 여행중인 듯한 사람들 뿐이다.

다루의 구석.

언제부터인가 한 명의 노파가 구석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노파의 얼굴은 주름으로 뒤덮여 있고 머리결은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노파에게는 한두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먼저, 간간이 치켜뜨는 노파의 두눈에서 섬전같은 신광이 번뜩이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안목있는 자라면 노파가 무림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절정의 공력을 지닌...

또 하나 이상한 점은 노파의 살결이었다.

노파는 의식하지 못하고 있으나 노파의 왼쪽 소매가 약간 접혀 있다.

헌데, 살짝 드러난 노파의 팔목 위의 살결이 그렇게 희고 탄력이 있을 수 없었다.

도무지 주름 투성이의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는 피부였다.

한편, 노파는 한쪽 좌석에 앉은 인물에게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그 인물은 노파와 두 개의 탁자를 격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건장한 청년이었다.

다만, 죽립(竹笠)으로 깊이 얼굴을 가리고 있어 정확한 나이를 알 수 없을 뿐이다.

그러나, 일견하기에도 그 청년의 일신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베어 나오고 있었다.

그 기운은 가슴을 섬칫하게 만드는 냉기였다.

동시에 골수까지 스미게 하는 싸늘한 살기가 풍겨지고 있었다.

그 청년은 무엇인가 길쪽한 것을 천으로 싸서 안고 있었다.

청년은 자기 앞의 찻잔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묵묵히 앉아 있었다.

또 한편, 또 다른 구석에서는 한 명의 청삼노인이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다.

노인은 조용히 찻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간간이 청년과 노파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뜻언뜻 청삼노인의 눈에 살기가 흐르고 지나갔다.

두 명의 노인이 자기를 관찰하고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년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두두두

돌연, 요란한 말발굽 소리가 일었다.

노파는 고개를 들었다.

관도 저편에서 뿌연 먼지가 일면서 몇 필의 기마가 달려왔다.

노파의 두눈이 강렬하게 빛났다.

기마의 선두에는 두 필의 준마가 달려오고 있었다.

우측에는 한 명의 장한이 말을 몰고 있었다.

허리에는 묵직한 보도를 걸고 있는 그 장한은 매우 위맹한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부릅뜬 한 쌍의 호안에서 전광같은 안광이 발해지고 있었다.

공력이 절정에 달한 때문이다.

중년장한의 옆에는 왜소한 노인이 말을 달리고 있었다.

일신에 회의를 걸친 노인의 두눈은 쉴새없이 이리저리 구르고 있었다.

그다지 심기가 바른 자는 아닌 듯한 노인이었다.

그들의 뒤에는 십여 필의 준마를 몰고 장한들이 따르고 있었다.

"경천신도(驚天神刀) 제갈대협이시다."

다루에 있던 몇몇 무림인들이 외쳤다.

그러자 죽립의 청년이 죽립을 슬쩍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끔찍한 살기를 실은 안광이 번뜩임을 노파와 청삼노인은 똑똑히 보았다.

그리고, 웬지 두 노인은 동시에 흠칫 몸을 떨었다.

두두두

중년장한, 즉 경천신도 제갈현 등이 탄 준마들이 다루로 가까워졌다.

그때였다.

돌연 한 줄기 비장한 노랫소리가 들렸다.

그 노랫소리는 어디서 들리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천세의 고혼이 구천에 떠돌다.

장검에 이는 일진 선풍으로 장혼의 외로운 넋을 달래리라.

 

여기 저기서 경악성이 터졌다.

"... 선풍비가(旋風悲歌)."

무림인들은 공포에 질려 우왕좌왕했다.

히히힝

그와 함께, 경천신도 일행이 급히 말의 고삐를 당겼다.

그곳이 마침 다루의 앞이었다.

경천신도와 회의노인의 안색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뒤이어, 거창한 일갈이 터졌다.

"웨액으윽!"

그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폭갈에 실린 공력에 기혈이 뒤집힌 것이다.

동시에, 죽립청년이 벌떡 일어섰다.

쐐애액

청년의 손이 번뜩이자 쓰고 있던 죽립이 대기를 갈랐다.

맹렬한 기세로 경천신도를 향하여 밀려간 것이다.

단순한 죽립이지만 날아가는 기세가 엄청났다.

만일 그대로 맞는다면 몸이 두 동강나고 말 것이다.

"차핫!"

그러나, 경천신도도 어엿한 팔절 중 일인이었다.

뜻하지 않은 기습이었으나 다급히 장을 쳐들었다.

위잉!

한 줄기 산악같은 경풍이 죽립을 후려쳐간 것이다.

"흐음!"

파파팟!

죽립이 산산이 부서져 튕겨 나갔다.

그러나, 죽립에 실린 경기는 경천신도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경천신도는 죽립을 후려친 우수가 부서져 나가는 듯한 통증에 신음을 터뜨렸다.

그의 손은 파열되어 선혈이 낭자했다.

츠츠츠

정신 차릴 사이도 없었다.

죽립이 부서지자 마자 금찍한 도기(刀氣)가 경천신도의 허리를 잘라왔던 것이다.

"!"

경천신도는 다급히 비명을 질렀다.

그는 촉망중에 보도를 도집채 들어, 날아오는 도세(刀勢)를 막아갔다.

카앙!

"크아악!"

단말마의 비명이 터졌다.

피가 확 퍼졌다.

경천신도는 청년의 단 일도(一刀)에 허리가 끊어져 즉사했다.

경천신도의 보도(寶刀)는 도집채 두 동강이 나있었다.

휘익!

단번에 경천신도를 도륙낸 청년은 그대로 허공으로 치솟았다.

전광석화!

정신을 차릴 여유도 없도록 일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멈춰랏! 악도!"

이내 회의노인이 폭갈을 지르며 몸을 띄웠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청년은 백여 장 밖을 달리고 있었다.

"..."

중인들의 입이 딱 벌렸다.

그사이 회의노인과 선풍마존은 이미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중인들은 경천신도의 시신을 둘러싸고 웅성거렸다.

그 틈에서 예의 노파가 조용히 빠져나왔다.

"과연 무섭구나. 폭혈참신도법(爆血斬神刀法)을 익힌 경천신도가 손도 못써보고 당하다니... 물론 다분히 승천마라도(昇天魔羅刀)의 예리함이 있기도 했으나 역시 무서운 자다."

노파는 나직이 혼잣말로 중어거렸다.

휘이익

어느정도 중인들로부터 멀어지자 노파는 몸을 날렸다.

삽시에 노파는 십여 리를 달렸다.

쾅콰릉!

"?"

노파는 두눈을 번뜩였다.

멀지않은 곳에서 요란한 폭음이 들린 것이다.

스스스

노파는 폭음이 들리는 곳으로 소리없이 다가갔다.

그곳은 관도옆 숲 속의 공지였다.

쾅파웅!

지금, 그 공터에서 선풍마존과 회의노인이 맹렬히 돌아가고 있었다.

굉렬한 폭음이 터지며 아름드리 거목들이 허리가 꺾여져 쓰러졌다.

펑콰릉!

"크윽"

요란한 폭음이 터지며 회의노인은 비칠비칠 물러났다.

아무래도 회의노인은 선풍마존의 적수가 못되었다.

노인도 팔절(八絶)중의 일인이지만 공력이나 초식 등 어느 것 하나 선풍마존에 미치지 못했다.

"차핫!"

청년, 선풍마존은 숨돌릴 틈도 주지않고 회의노인을 향해 휩쓸어 갔다.

위이잉!

회의노인은 맹렬히 장을 쪼개내었다.

노인의 공세는 선풍마존의 하복부를 짓쳐갔다.

"!"

선풍마존은 별 수 없이 장을 회수하며 몸을 휘돌려 떠올랐다.

"흐흐흐."

회의노인은 음산한 웃음을 터뜨렸다.

차앙!

그와함께 노인의 손에 한 쌍의 비륜(飛輪)이 들려졌다.

그것은 직경 반자 가량의 크기로 외곽에 날카로운 톱니가 파여 있었다.

(저 늙은이는 이제보니 신류비마(神輪飛魔) 정노괴였군.)

숨어서 관전하던 노파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륜비마(神輪飛魔).

그자도 팔절의 일인이다.

그자의 비륜(飛輪) 공부는 신륜천왕(神輪天王)의 것이다.

"흐흐... 죽어랏!"

신륜비마는 음소를 터뜨렸다.

쌔앵

그와 함께 면철로 만든 비륜이 선풍마존에게로 폭사되어 갔다.

"차핫!"

쩌엉!

선풍마존은 급급히 승천마라도로 비륜을 막아갔다.

기이잉

그러나, 비륜은 허공으로 튕겨져 올라갔다.

그리고, 더욱 빠르게 선풍마존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

선풍마존은 흠칫 몸을 떨었다.

위이잉

재차 승천마라도가 비륜을 막아갔다.

쌔애앵

그 순간, 텅빈 선풍마존의 배를 노리고 또 다른 비륜이 날아갔다.

"!"

선풍마존의 두눈이 당황으로 흔들렸다.

"흐흐..."

신륜비마가 득의하여 웃었다.

그러나, 일순간 선풍마존의 몸은 검붉은 광채로 둘러싸였다.

창창!

두 마디 맑은 금속성이 일었다.

한 쌍의 비륜이 검붉은 호신강기에 튕겨진 것이다.

"죽어랏!"

뒤미처, 선풍마존의 승천마라도가 신륜비마의 몸을 갈라갔다.

"!"

파앗

신륜비마는 다급히 피했다.

그러나 피가 튀며 그의 옆구리가 갈라졌다.

휘청 하는 순간 한 쌍의 비륜은 다시 신륜비마의 수중으로 들어왔다.

"월락대지(月落大地)!"

신륜비마의 입에서 폭갈이 터졌다.

사력을 다해 신륜천왕(神輪天王) 최대의 초식을 펼친 것이다.

위잉!

츠츠츠

거대한 환형(環形)의 경기를 일으키며 한 쌍의 비륜이 떨어져 내렸다.

"()!"

선풍마존의 안면에 짙은 냉기가 깔렸다.

동시에 그의 양 소매에서 한 쌍의 검은빛 비륜이 폭사되었다.

"... 파천마륜(破天魔輪)!"

신류비마가 실색을 하며 외쳤다.

그렇다. 그 검은 비륜은 신륜천왕의 병기이던 파천마륜이었다.

!

파삭!

요란한 금속성이 일었다.

검은 기류에 부딪힌 신륜비마의 비륜이 산산이 부서져 나간 것이다.

휘익!

그 순간, 신륜비마는 몸을 휘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 어딜!"

그러나, 선풍마존의 냉갈과 함께 파천마륜이 신륜비마를 쫓아갔다.

"아아악!"

신륜비마는 처절한 비명을 토했다.

전력을 다해 막아 보려고 했으나 파천마륜이 신륜비마의 목과 허리를 절단하며 날아간 것이다.

차악!

선풍마존은 되날아온 파천마륜을 회수했다.

그리고는 신륜비마늬 시신으로 다가갔다.

면 텬간 무림최고의 고수 들 중 일인으로 군림하던 신륜비마.

종국에 와서는 시신도 온전히 보전 못하고 죽은 것이다.

선풍마존은 신륜비마의 몸에서 한 권의 비급을 꺼냈다.

"!"

그순간, 몸을 펴려는 선뭉마존에게 신랄한 두 줄기 경기가 날아 들었다.

"차핫!"

선풍마존은 일갈하며 몸을 지면으로 바짝 붙여 암격을 스쳐 보냈다.

휘익!

뒤이어 허공으로 몸을 띄워 올렸다.

위잉!

그가 채 몸을 바로 잡기도 전에 한 줄기 청영(靑影)이 그의 앞으로 쇄도하여 들어왔다.

지독히도 빠른 경공이었다.

선풍마존은 다급히 장을 내쳤다.

콰릉!

우렁찬 폭음이 일었다.

창졸간에 장을 쳐낸 선풍마존은 흠칫 몸을 떨었다.

그사이 이미 청영은 공지를 가로 지른 후였다.

!

"흐읍!"

강맹한 경기가 선풍마존의 등을 가격했다.

다음 순간 청영과의 일장을 교환한 직후라 피하지 못한 것이다.

쿵쿵!

그는 지면에 내려서서 도 삼사보 앞으로 나간 후에야 몸을 세울 수 있었다.

위잉!

촤웅!

또다시 골수가지 에이는 살벌한 경기가 선풍마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한 줄기는 그의 목을 노렸고 또 다른 한 줄기 경기는 그의 허리를 파고 들었다.

처음맞은 일장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태인지라 선풍마존은 당황했다.

"환마(幻魔)!"

선풍마존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츠츠츠...

그러자 그의 신형이 흐릿하게 변했다.

콰르릉

두 줄기 경기는 헛되이 허공을 갈랐다.

"가랏!"

동시에, 예상도 못한 방위에서 선풍마존의 폭갈이 들렸다.

위이잉

폭풍같은 경기가 장내를 휩쓸었다.

그를 암습한 두 명은 최고의 경공을 지닌 자들이다.

그러나 너무나 강맹한 위력의 경풍이라, 두 사람은 뼈가 부서지는 듯한 통증을 맛보아야했다.

파앗!

그순간 선풍마존의 모습이 유령같이 공지의 상공에 나타났다.

그의 눈에는 두 명의 인물이 급급히 피하는 것이 보였다.

한 명은 예의 노파이고 다른 한 명은 다루에 나타났던 청삼노인이었다.

"신풍도객(神風盜客)! 무영괴파(無影怪婆)! 잘 걸렸다."

선풍마존이 살기띈 일갈을 터뜨렸다.

두 노인, 바로 팔절중의 두 사람이었다.

신풍도객(神風盜客)은 신풍무영(神風無影)의 진전을 얻은 대도(大盜)이다.

그리고, 무영괴파(無影怪婆)는 공령천존(空靈天尊)의 공령비경(空靈秘經)을 연마했다.

사실 팔절 사패중 가장 까다로운 상대가 이들 두 사람인 것이다.

"가랏!"

선풍마존은 버럭 폭갈을 터뜨렸다.

콰르릉!

거창한 장경이 양인을 휩쓸어갔다.

"차핫!"

"이얏!"

신풍도객과 무영괴파도 물러서지 않고 마주 쳐나갔다.

퍼엉!

콰르릉!

"으음... ..."

"!"

삼인은 다같이 휘청 하며 물러섰다.

"흐흐... 제법들이구나!"

한 걸음 물러선 선풍마존은 살기를 발했다.

삽시에 그의 일신에 패도적인 경기가 뒤덮였다.

(! 받을 수 없다!)

무영괴파의 안색이 홱 변했다.

선풍마존이 막강한 절공을 쓴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굉천참살강(轟天斬煞罡)!"

선풍마존은 벼락치듯이 쌍장을 후려패 내었다.

쿠아앙!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宏音), 파앗!

너무나 끔찍한 위력이었다.

무영괴파와 신풍도객은 전력을 다해 몸을 빼었다.

양인 모두 경공의 독보적 존재들이라 일시에 십 장 밖으로 피해갔다.

콰르릉!

"크아악!"

그러나, 무영괴파는 간신히 피했지만 신풍도객은 피하지 못하고 처절한 비명을 토했다.

그의 등은 완전히 풍지박산이 되었다.

휘익!

무영괴파는 섬전같이 공터를 빠져나갔다.

"서랏!"

선풍마존이 폭갈을 지르며 쫓아갔다.

그러나, 그가 공터를 벗어 났을 때는 여디에도 무영괴파는 없었다.

"이런... 가장 까다로운 적을 놓쳤군. 장안은신술(帳眼隱身術)로 몸을 감출 여유를 주지 말았어야 할 것을...}

선풍마존은 혀를 찼다."

장안은신술은 공령천존의 공령비술중 하나이다.

일단 장안은신술이 펼쳐지면 누구도 숨은 자를 찾아낼 수 없다.

"별 수 없지."

선풍마존은 돌아서 공터로 돌아갔다.

휘익!

한 줄기 선풍과 함께 선풍마존은 사라졌다.

신륜천왕의 비급을 회수해서 사라진 것이다.

흔들!

잠시 후, 문득 바위가 움찔 하였다.

그러더니 바위사이에서 무영괴파의 모습이 유령같이 나타났다.

"... 너무 강하다. 팔절과 사패 전체가 힘을 합해야 스러뜨릴 수 있는 강적이다."

무영괴파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팔절중 고죽검신, 경천신도, 신륜비마, 신풍도객이 격살되었으니 이제 나와 천음인(天音人), 혈사신마(血沙神魔), 신필수사(神筆秀士)만이 남았구나. 무슨 방도를 취하지 않으면 팔절과 사패가 차례로 당하겠는데..."

무영괴파는 혼자 침중히 중얼거렸다.

"흐훗! 하긴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나야 본 신분으로 복귀하면 그만이니까. 우선은 저자의 정체부터 밝혀 보아야지."

스스스

무영괴파는 소리없이 몸을 날렸다.

그녀가 가는 방향은 선풍마존이 사라진 방향이었다.

장내는 다시 적막 속에 빠져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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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동굴이 있는 절벽 위. 어떤 인물이 서서 하늘을 보고 있다.

크로즈 업. 독검사랑이다.

독검사랑; (명심해라 이청풍! 기회는 단 한번 뿐이다.)

독검사랑; (네가 회천반혼대법을 펼치고 있는 것을 흡정마고에게 들키거나 반격의 기회를 주면 끝장이다.)

독검사랑; (네가 실패하면 흡정마고를 죽일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한다.) (육갑자가 넘는 내공을 지닌 그 마녀를 누가 죽일 수 있단 말인가?)

독검사랑; (설령 섭장천이 건강한 상태라 해도 지금의 흡정마고를 이기긴 쉽지 않을 것이다.)

<네가 너무 약해서 방심한 지금이 유일하게 흡정마고를 죽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초조한 표정으로 하늘 보고 있는 독검사랑의 모습 배경으로

 

#163>

다시 동굴 속의 밀실. 여전히 흡정마고가 청풍의 위에 네 다리로 엎드린 자세로 정기를 흡수하고 있는데. 벌린 입으로 청풍의 정기를 흡수하는 그년의 정수리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청풍의 정수리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헌데

흡정마고; (... 이상하다.) 피곤한 얼굴로 찡그리고

흡정마고; (벌써 한 시간 가까이 흡수하고 있는데도 이놈의 몸에서는 정기가 끊이지 않고 뿜어져 나온다.) (게다가...)

흡정마고; (어쩐지 피곤하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청풍의 어깨를 잡고 있는 두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흡정마고; (이런 경우는 백년 내에 한 번도 없었는데...) 초췌해진 얼굴로 이마 찡그리고

흡정마고; (안되겠다.) ! 입을 다물려 하고

흡정마고; (일단 흡정대법을 멈추고 몸 상태를 확인...) + [!] 고개를 들다가 비명을 지르고

슈우! 그제서여 자신의 정수리에서 기운이 빠져나가 청풍의 정수리로 스며들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흡정마고.

흡정마고; [회천반혼대법!] 비명 지르며 다급히 청풍의 몸에서 뛰어 일어나려 하고. 하지만

콰직! 그년의 팔 위쪽을 강하게 움켜잡는 청풍의 양손. 이어

청풍; [어딜 가시려고?]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눈을 뜨고 올려다보며 말하고. 양손으로 흡정마고의 양쪽 팔을 움켜잡은 채로

흡정마고; [... 네놈...] 몸부림치며 이를 갈고.

흡정마고; [나의 내공을 노리고 일부러 접근했었구나.] 우두둑! 몸부림치지만

청풍; [아는 게 늦었다 흡정마고!] 역시 필사적으로 흡정마고의 팔을 잡고 놓치지 않고

청풍; [네년의 악행을 오늘로 종지부를 찍개 해주겠다!] 지지지! 머리로 빨아들이는 기운이 더 강해지고

흡정마고; [... 안돼!] [아아아악!] 정기를 빼앗기며 처절한 비명을 지르고

 

#164>

[!] 절벽 위의 독검사랑. 흠칫! 놀라고

<아아악!> 여자의 비명이 들린다.

독검사랑; (계집의 비명! 이청풍이 해냈구나!) !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휘익! 절벽 아래의 동굴 입구에 내려서고

! 검을 뽑으며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독검사랑의 검은 검날이 검은색이다. 독이 묻어있어서

 

#165>

[주지스님!] 비명 지르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는 세 비구니.

[아아악!] 철문 안쪽에서 이어지는 비명.

중년 비구니; [주지스님! 무슨 일인가요?] 탕탕! 철문을 밖에서 두들기지만

[끄으으윽! ... 안돼!] 비명 소리만 들리고

중년 비구니; [사단이 났다! 안으로 들어가 보자!] 철문을 열려 하고. + [예 총관님!] 젊은 비구니들도 철문을 열려 하고

[그렇게는 안되지!] 비구니들 뒤에서 들리는 음성. 눈 부릅뜨는 비구니들

[!] [누구냐?] 깜짝 놀라 돌아보는 세 비구니. 직후

! 서걱! [!] [!] 검은 섬광이 종횡으로 스치면서 젊은 비구니들은 비명과 함께 쓰러지고. 등이 제대로 베어졌고

중년 비구니; [!] ! 옆구리를 검은 섬광에 베이며 비명과 함께 옆으로 휙 날아간다.

스슥! 철문 앞에 나타나는 독검사랑. 검은색의 검을 휘두른 자세고. 그 앞에서 젊은 비구니들이 쓰러지고 있다.

중년 비구니; [... 웬놈이냐?] 콰득! 우두둑! 쌓여있는 해골들 위로 날아 내리면서 비틀하지만

푸시시! 그년의 베어진 옆구리에서 연기가 난다. 그걸 돌아보며 기겁하는 중년 비구니

중년 비구니; [... 독이 묻어있는 검...] [네놈은 바로...] 연기가 나는 옆구리를 움켜잡고 비틀거리고

독검사랑; [살인상단 지자급 자객 독검사랑이 바로 나다.] 스릉! 검은색 검을 다시 칼집에 꽂으며 말하고. 젊은 비구니들은 쓰러져 있다.

중년 비구니; [... 검에 독을 바르다니... 악독한...] 얼굴이 검게 변해 비틀하다가

퍼억! 해골들 사이로 처박히는 중년 비구니. 이년은 이 장면에서 죽지 않았다. 죽은 척 하는 것이고

독검사랑; [사돈 남말 한다더니...] 혀를 차고

독검사랑; [이런 무참한 짓을 해온 주제에 누구보고 악독하다는 것인가?] 주변을 둘러보며 냉소하면서 철문으로 가고

[끄으윽! ... 제발... 끄윽!] 철문 안쪽에서 들리는 비명소리

독검사랑; (이청풍이 확실히 승기를 잡았군.) ! 철문 앞에 놓인 의자중 하나에 앉고. 근처에서는 두 젊은 비구니들의 몸뚱이가 연기를 내며 타들어가고 있다.

독검사랑; (내 역할은 일이 끝날 때까지 혹시 있을지도 모를 방해를 막아주는 것뿐이겠구나.) 느긋하게 앉고

독검사랑; (이번 일로 단주의 안목이 남다르다는 걸 본단의 상하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독검사랑; (무공을 익힌 지 겨우 반년 밖에 안된 애송이로 하여금 육갑자가 넘는 내공을 지닌 강적 중의 강적을 척살하게 했으니...)

 

#166>

퍼억! 침대 아래로 나뒹구는 흡정마고. 완전히 바람 빠진 풍선처럼 변했다. 미이라가 가운을 걸치고 있는 듯한 몰골이고

청풍; [허억!] 털썩! 청풍도 헐떡이며 침대에 벌렁 드러눕는다. 얼굴이 달아오르고 몸에서 열이 펄펄 나는 모습이고

청풍; [... 끝났다.] 헉헉 대고. 슈우! 온몸에서 강한 열이 나는 모습이고

청풍; (측량할 수도 없는 엄청난 힘이 몸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온몸에서 열이 나고

청풍; (저 마녀가 백여 년의 세월동안 흡정대법으로 쌓은 내공이 모두 내 몸으로 옮겨진 것이다.) 미이라처럼 변해서 침대 아래 나뒹군 흡정마고를 보며 상체를 힘겹게 들고

청풍; (그 때문에 몸속의 모든 경맥이 당장이라도 펑 터져버릴 것만 같다.) 비틀! 억지로 일어나 앉고

우둑! 우두둑! 청풍의 몸에서 뼈가 엇갈리는 소리가 나고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청풍; (단기간에 수용 능력을 초과한 내공을 흡수한 때문에 몸이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가부좌를 틀고. 몸에서 열이 펄펄 난다

청풍; (급한 대로 내공심법을 일주천해서 날뛰는 내공들을 통제해보자.)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아랫배 쪽에 대고

슈우! 청풍의 몸에서 강렬한 열기가 뿜어지고

청풍; (음양진기(陰陽眞氣)... 내가 익힌 유일한 내공심법...) 고통으로 얼굴이 심하게 이지러지고

청풍; (익히기는 쉬웠지만 그리 심오하다고는 할 수 없는 음양진기로 이 엄청난 공력을 통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화악!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는 청풍의 몸이 강렬한 열기를 뿜어내고

청풍; (가급적 빨리 상승의 심법을 구해 익히지 않으면 오히려 이 공력들이 나를 망칠지도 모르겠구나.) 슈우우! 운기조식하는 청풍의 모습. 헌데

꿈틀! 침대 아래로 나뒹굴었던 흡정마고의 미이라같이 변한 몸이 움직이고

츠으! 감았던 눈을 뜨는 흡정마고. 눈에서 빛이 나고

흡정마고; (... 죽일 놈...) 곁눈질로 침대 위의 청풍을 보고

흡정마고; (감히... 감히 내가 백년 넘게 고생해서 모은 내공을 훔쳐?) 깡마른 두 손을 모아 합장 하고. 바닥에 누워 천장을 보는 자세로

흡정마고; (어떤 놈들인지 무공을 익힌 지 얼마 안된 놈에게 회천반혼대법을 익히게 한 후 내게 접근시켰다.) 츠으! 합장한 손바닥 사이로 빛이 나고

흡정마고; (그 때문에 방심해서 내공을 몽땅 빼앗겼지만... 아직 반격의 기회는 있다.) 이를 부득 갈고

흡정마고; (강호경험이 일천한 놈답게... 내 숨통을 확실히 끊어놓지를 않았다.) (덕분에... 난 죽지 않았고...) 우둑! 마주 댄 손에 힘을 주고

흡정마고; (몸을 움직일 수 잇을 정도의 내공만 끌어 모으면... 운기조식 하느라 정신이 없는 저 저놈을 죽일 수 있다.) 츠츠츠! 마주 댄 손바닥 사이에서 생긴 빛이 온몸으로 번져 나간다.

흡정마고; (저놈이 운기조식을 끝내는 게 빠른가 내가 최소한의 공력을 모으는 게 빠른가로 생사가 결정될 것이다.) 온몸이 흐릿한 빛에 덮이고

 

#167>

철문 밖. 타들어가는 비구니들의 시체 옆에 의자를 놓고 앉은 독검사랑. 눈을 감고 있다. 그러다가

독검사랑; (그러고 보니 단말마의 비명이 들리지 않았다.) 눈을 뜨며 이마 찡그리고

독검사랑; (천고에 다시없을 기재니 뭐니 해도 이청풍, 이놈이 실전 경험이 없는 티를 내는구나.) ! 쓴웃음을 지으며 일어나 철문쪽으로 돌아선다.

 

#168>

침대에 앉아 운기조식하는 청풍. 온몸에서 열기가 치솟고.

우둑! 우두둑! 뼈가 엇갈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러다가

스으... 불룩거리던 근육들의 경련이 가라앉는다. 이윽고

청풍; [휴우...] 긴 한숨 쉬며 운기조식을 끝내고

청풍;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 되었다.) 눈을 뜨고

청풍; (빈약한 내공심법이긴 하지만 음양진기가 야생마처럼 날뛰던 공력들을 어느 정도 통제...) + [!] 눈 부릅뜨는 청풍

흡정마고; [죽엇!] 슈학! 바로 앞에서 미이라 몰골의 흡정마고가 한 자루 칼을 두 손으로 쳐들어서 청풍을 내리치려 한다.

청풍; (아차!) 경악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팔을 들어 막으려 하고. 하지만

퍼득! 청풍을 칼로 내리치려던 흡정마고의 몸이 경직되고

청풍; (왜 공격을 멈춘 건가?) 들었던 팔을 내리며 놀라고

흡정마고; [끄윽...] 신음하며 자기 가슴 쪽을 보는 흡정마고. 푸시시시! 그년의 명치 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어

푸시시! 가운이 타면서 가슴 부분이 드러나는데 검은색의 검이 등에서 심장 부분으로 뚫고 나와 있다. 물론 독검사랑의 검이다. 다만 흡정마고의 몸은 타지 않고 옷만 타는 것으로 묘사. 흡정마고는 몸 속에 피독주를 품고 있어서 독이 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죽은 것은 독검사랑의 검이 심장을 관통한 때문이다.

청풍; (독이 묻어있는 검! 그렇다면...) ! 놀라며 침대에서 옆으로 내려설 때

독검사랑; [이번 한번 뿐이다. 뒤처리를 해주는 것은...] 흡정마고의 등에 독검을 찔러넣은 자세로 말하고. 독검사랑 뒤쪽의 문은 조금 열려있다.

청풍; (지자급 자객 독검사랑!) + [면목이 없습니다.] 포권하고

독검사랑; [표적의 숨이 완전히 끊어졌는지 확인하는 것이 자객이 엄수해야할 철칙임을 잊지 마라.] ! 흡정마고의 등에서 독검을 뽑고

퍼억! 침대로 쓰러지는 흡정마고의 시체.

푸시시! 독검에 찔린 흡정마고의 시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다만 옷이 타는 것이지 살이 타는 게 아님. 옷이 타버리며 드러난 흡정마고의 등에는 찔린 상처만 있고 살이 타진 않았다.

청풍; (여기까지 오는 내내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했더니... 강호경험이 일천한 내가 걱정된 소수마녀가 독검사랑을 딸려 보냈구나.) 검을 칼집에 끼우는 독검사랑을 보며 생각하고

독검사랑; [오해는 하지 마라. 나는 단순히 널 보호하기 위해 따라온 게 아니다.] 품속에 손을 넣고

독검사랑; [받아라.] 다시 꺼낸 독검사랑의 손에 편지가 한통 들려있고

독검사랑; [네가 죽여여할 두 번째 표적에 대한 지령서다.] 내밀고

청풍; [감사합니다.] 두 손으로 받고

독검사랑; [명심해라. 누군가 널 도와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었다는 것을...] 돌아서며 말하고.

독검사랑; [세번째 표적에 대한 지령서는 두 번째 표적을 해치웠을 때 누군가가 전해줄 것이다.] 철문으로 가고

청풍; (과연 내가 죽여야 하는 두 번째 인물은 누구인가?) 봉투를 열고

봉투 안에서 여러 장의 종이를 꺼내는 청풍.

종이의 내용을 읽는 청풍. 헌데

청풍; (맙소사!) 경악하며 흡정마고의 시체를 보고

청풍; (두번째 표적을 죽이기 위해 이 마녀를 먼저 죽이게 했구나.) 옷이 타며 연기가 나는 흡정마고를 보며 경악하고.

 

#169>

밀실 입구. 철문은 열려있고. 두 젊은 비구니의 시체는 이제 살이 녹아 뼈만 남아있다. 연기는 피어오르는 중이다.

열린 철문에서 나오는 청풍. 열이 오르고 몸에서 주체 못할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모습. 머리카락과 옷이 저절로 펄럭인다. 헌데

청풍의 왼손에는 구슬이 하나 들려있다. 계란만한 구슬인데 빛이 난다

청풍; (피독주(避毒珠)...) 구슬을 내려다보고

<존재하는 모든 독을 막아준다는 마교의 보물...> 청풍의 손에 들려진 구슬 크로즈 업

청풍; (마교가 멸망할 때 사라졌던 이걸 흡정마고가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 몸의 민망한 어딘가에...) 쓴웃음 지으며 동굴 입구로 가고

청풍; (이걸 꺼내기 위해 끔찍한 짓을 하긴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청풍; (두번째 표적을 척살하기 위해서는 피독주를 반드시 손에 넣어야했으니...) 동굴 입구에 거의 도착하고. 동굴 밖에는 파도가 치고 있다.

청풍; (이곳 상해에서 금릉까지는 팔백여리...) (서두르면 내일 밤쯤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동굴 입구에서 돌아서며 절벽 위를 보고

청풍; (두번째 표적을 척살하기 전에 금릉으로 가서 만나볼 인간들이 있다. 우리 집안에 크나큰 빚을 지은 자들이...) 벽소소와 이세창을 떠올리며 이를 부득 가는 청풍.

! 동굴 입구에서 절벽 위를 향해 날아오르고

동굴에서 사라지는 청풍. 헌데

청풍이 사라진 직후

투둑! 철문 주변에 쌓여있던 시체들 중 하나가 들썩이더니

중년 비구니; [끄윽...] 얼굴이 검게 변한 채 시체들 사이에서 고개를 든다

중년 비구니; [... 살았다!] 헐떡이며 상체를 일으키는데

푸시시... 독검사랑의 검이 스친 옆구리에서 연기가 난다. 헌데 그 부분의 살이 크게 찢어져 있다.

중년 비구니; [... 독검사랑의 독검에 베인 부분의 살을 즉시 뜯어낸 덕분에 독이 깊이 퍼지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 헐떡이며 시체들 사이에서 기어 나오고. 하지만

푸시시! 뜯겨진 상처에서 연기가 난다.

중년 비구니; (다만... 독이 퍼지는 기세가 워낙 맹렬해서 내장으로 스며드는 걸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겨우 일어나고. 연기 나는 옆구리를 움켜잡은 채

중년 비구니; (빨리... 빨리 해독을 하지 못하면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비틀거리며 동굴 입구로 가고

중년 비구니; (살인상단의 지자급 살수중 으뜸가는 실력자라는 독검사랑에게 당했으니 죽는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 이를 갈며 동굴 입구로 가고. 옆구리를 누르지 않은 손은 품속에 넣으면서

중년 비구니; (하지만 죽더라도... 그냥 죽지는 않는다.) 덜덜 떨리는 손이 다시 품속에서 꺼내지는데. 작은 피리가 하나 들려있다.

중년 비구니; (흡정마고님을 해친 놈들이 누군지... 가주님께 보고하고 죽어야만 한다.) 삐이! 피리를 부는 중년 비구니

삐이! 삐이! 동굴 입구를 밖에서 본 배경으로 피리소리가 멀리 퍼진다.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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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천주산> . 먹장구름

<-은일곡> 폐허가 되어있으며 잡초가 무성하다. 건물들이 탄 잔해들이 널려있고

그 은일곡이 내려다보이는 양지 바른 곳에 무덤이 하나 있다. 무덤 앞에는 <葉氏一族之墓>라는 글이 수직으로 새겨져 있다. 은일곡 식솔들 시신을 화장한 재를 묻은 무덤. 무덤 앞에는 크지 않은 향로가 하나 놓여있다. 향로에는 거의 다 탄 향이 꽂혀 연기가 가늘게 피어오르고 있고

 

스악! ! 돌들이 섬광에 스쳐 무처럼 잘려나간다.

화장이 치러졌던 은일곡 중앙 광장. 사람 키만한 바위들 수십 개가 세워진 중앙에서 검을 휘두른 자세로 서있는 섭아연. 상복을 입었고 머리에 띠를 둘렀다. 왼쪽 허리춤에 칼집을 차고 있다. 살기어린 표정이고

! 스륵! 섭아연 주변의 돌들의 윗부분이 미끄러지더니

털썩! 퍼억! 바닥에 나뒹구는 바위들. 하지만 섭아연 주변의 바위들만 베어지고 조금 떨어진 곳의 바위들은 잘리지 않는다

섭아연; [...] 불만스러운 듯 찡그리며 검을 내리는 섭아연

이어 잘리지 않은 바위로 다가가 살펴보는 섭아연

바위에 금이 가긴 했지만 완전히 잘리지는 않았다. 절반 정도만 잘린 상태

이를 악무는 섭아연.

! 살펴보던 바위 윗부분을 왼손 손바닥으로 강하게 치는 섭아연.

콰직! 절반쯤 잘렸던 바위의 윗부분이 부러져 뒤로 날아간다.

털썩! 바닥에 떨어지는 잘려진 바위. 그걸 불만스런 표정으로 보는 섭아연.

섭아연; (어림없다.) 입술 깨물고

섭아연; (지금의 내 무공은 아버지에게도 한참 못 미친다.)

섭아연; (이런 실력으로 어떻게 그 많은 원수들을 척살한단 말인가?) 절망

섭아연; (은일곡에서 변고가 생긴 후 한 달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조부님은 나타나지 않으셨다.) (분명 누군가 조부님께 알렸을 텐데도...) 하늘 올려다보며 섭장천을 떠올리고

섭아연; (어쩌면 조부님의 신상에도 변고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섭아연; (결국 복수는 온전히 내 힘으로 해야 한다는 건데...) 생각할 때

스윽! 갑자기 섭아연의 뒤쪽에서 사람 그림자가 유령처럼 덮쳐오고

섭아연; [감히!] 스악! 벼락같이 돌아서며 검을 수평으로 휘두르는 섭아연. 검에서 긴 섬광이 내뻗치고. 하지만 그 직후

! 누군가의 손가락 두 개가 검날을 잡아버렸다

섭아연; (공수입백인(空手入白刃;맨손으로 칼날을 잡는 수법)!) 놀랄 때

위진천; [어이쿠! 하마터면 목이 날아갈 뻔 했소이다.] 웃으며 서있는 위진천. 자기 목으로 날아들던 검의 날을 손가락 두 개로 잡은 채. 그 직후

설렁! 위진천의 목 주변의 머리카락이 잘려서 흩날리고

섭아연; [죄송해요 위공자! 절 노리는 적인 줄 알았어요.] 고개를 조금 숙인다. 검을 내뻗은 자세로

위진천; [아니오. 소저를 놀래키려고 했던 내 잘못이오.] ! 웃으며 검날을 놔주고

섭아연; [마침 잘 오셨어요. 그렇잖아도 위공자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어요.] 스륵! 검을 왼쪽 허리춤에 찬 칼집에 꽂으며

위진천; [말씀해보시오.]

섭아연; [솔직하게... 숨김없이 말씀해주세요.] 찰칵! 검을 완전히 칼집에 꽂으며

섭아연; [지금의 제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위진천; [소저의 검법은...] 말하다가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섭아연

위진천; [실망하시더라도 사실대로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으쓱하고

섭아연; [저를 위해서라도 그리 해주세요.] 고개 조금 숙이고

위진천; [말씀드리기 전에 이것부터 보여드리지요.] 스악! 돌아서며 자기 주변의 돌기둥들을 향해 손을 수직으로 내리긋는다. 장난같이 긋고 아무런 기척도 없는데. 다음순간

! 서걱! 위진천 주변의 모든 바위들이 일제히 수직으로 갈라지더니

콰쾅! ! 두 쪽이 된 바위들이 좌우로 넘어진다

섭아연; (맙소사!) 그걸 보고 전율하고

섭아연; (아무런 기척도 없었는데 열 개 이상의 바위가 쪼개졌다.) 쪼개져서 나뒹구는 바위들을 보고

위진천; [우리 가문에 전해지는 무영삭도(無影削刀)라는 무공이외다.] [이름 그대로 기척도 없이 강기(罡氣)의 칼날을 날려서 표적을 베는 수법이지요.]

섭아연; [놀랍고도 치명적인 무공이로군요.]

위진천; [하지만 이 무영삭도로도 어찌할 수 없는 상대가 무림에는 최소한 백명 이상 있다고 봐야하외다.]

섭아연; [공자 정도의 실력자도 무림백대고수(武林百大高手) 안에 들지 못하신다는 말씀이신가요?] 놀라고

위진천; [백대고수에 드는 것은 언감생심이지요. 천대고수(千大高手)라면 혹시 모를까...] 어깨 으쓱 하고

섭아연; [공자의 실력으로도 천대고수에 겨우 든다니 믿기지가 않는군요.] 찡그리고

위진천; [그만큼 강호에는 기인이사가 모래알같이 많다는 뜻입니다.]

위진천; [하물며 정파백도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구대문파와 삼문육가(三門六家)의 주인들의 실력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섭아연; [복수...] 하늘 보고

섭아연; [아무래도 저는 부모님의 복수를 할 수 없을 것 같군요.] 처연하게 웃고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그런 섭아연을 보는 위진천.

 

#31>

무덤 앞. 섭아연이 무릎을 꿇고 있고 그 뒤에 위진천이 두 손을 모은 채 서있다. 무덤 앞의 향로에는 향이 꽂혀서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고

섭아연; [조부님의 검법은 의심의 여지도 없이 절대무적의 위력을 지녔어요.] 무덤 앞에 세워진 <葉氏一族之墓>라 적힌 비석을 보면서 말하고

위진천; [영조부께서 검성이라 불리시는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지요.] 끄덕

섭아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아버지나 저의 무공이 평범한 게 이해가 가지 않으실 거예요.] 한숨

위진천; (사실이 그렇다.) + [이유가 있겠소이다.] 눈 번뜩

섭아연; [조부님의 비기인 절대삼검(絶代三劍)은 그 위력이 막강한 대신 수련하기가 극히 어렵다고 해요.]

섭아연; [오의(奧義)를 깨우치려면 죽음을 경험해야한다고 할 정도예요.]

위진천; [한번 죽었다 살아나야 깨우칠 수 있는 검법이라니... 얼마나 무서울지 상상이 가지 않소이다.] 진짜 놀라고

섭아연; [그래서 조부님은 아버지에게 절대삼검을 전수하실 엄두를 내지 못하셨다고 해요.]

섭아연; [또 절대삼검에는 천도(天道)를 거스르는 면이 있기도 해서 당신이 돌아가시면 함께 세상에서 절전되기를 바라셨다는군요.]

위진천; (천도를 거스르는 면이라...) 눈 번뜩

위진천; (섭장천이 멸신창에 심장을 궤뚫리고도 즉사하지 않은 이유와도 관련이 있겠군.) 섭장천이 멸신창에 몸이 관통당한 장면 떠올리고

섭아연; [결국 조부님은 아버지에게 일반적인 검법만을 전수하셨는데...]

섭아연; [그나마도 아버지의 재질이 평범한 탓에 채 일할도 익히지 못하셨다고 해요.] 한숨 쉬고

섭아연; [자연스럽게 아버지에게서 검법을 배운 저의 실력도 보잘 것 없는 수준에 머물렀지요.] 우울하게

위진천; [저의 생각은 자질의 문제보다는 배우신 검법 쪽에 더 문제가 있는 것 같소이다만...]

섭아연; [검법에 문제가 있다고 하시는 건...] 돌아보고

위진천; [검성께서는 아마 정종(正宗)의 검법만을 영친에게 전수하셨을 것입니다.] 진지하게 말하고

위진천; [잘못된 무공을 익힐 경우 주화입마를 당하거나 마성에 빠질 수도 있다는 염려 때문에...]

섭아연; [그렇다고 들었어요.] 끄덕

위진천; [헌데 대부분의 정종무공에는 오랜 수련이 뒷받침이 되어야 제 위력을 발휘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위진천; [소저가 익힌 검법도 대단한 위력을 지녔겠지만 최소한 십년 이상은 쉬지 않고 수련해야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섭아연; [십년...] 우울하게 무덤을 보고

섭아연; [참고 견디기에는 너무도 긴 시간이로군요.] [과연 그때까지 내가 살아있을 지도 모르고...]

위진천; [소저의 사정이 딱해서 제가 준비한 게 있습니다만...] 오른손을 품속에 넣으며 말하고

섭아연; [어떤...] 돌아보고

위진천; [마침 제 손에 들어온 검법이 한 가지 있습니다.] 다시 꺼내는 손에 낡은 책이 한권 들려있다. 표지에는 <修羅七式>이라는 제목이 적혀있고

위진천; [이 검법을 수련할 경우 짧으면 반년 안에 죽이지 못하는 인간이 없게 될 것입니다.] 책을 들어 보이고

섭아연; [반년... 반년 안에 죽이지 못하는 인간이 없게 되는 검법!] [그런 게 정말 존재하는지요?] 불신

위진천; [천잔수라(天殘修羅)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소이까?]

섭아연; [불구로 태어난 탓에 성격이 비뚤어져 평생 십만 명 넘게 죽였다는 전설적인 살인마 아닌가요?]

위진천; [천잔수라는 구대천마중 파천검마(破天劍魔)에게 죽었소.] 끄덕

위진천; [헌데 그 과정에서 파천검마도 하마터면 천잔수라에게 죽을 뻔 했었다고 하오.]

섭아연;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말하다가

섭아연; [혹시 그 비급이...] 위진천이 들고 있는 낡은 책을 보고

위진천; [천잔수라의 살인검법 수라칠식(修羅七式)이 수록된 비급이오.] 내밀고

섭아연; [... 수라칠식!] 흥분하며 두 손으로 받는 섭아연. 표지에 <修羅七式>이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위진천; [천잔수라는 팔 다리를 하나씩 못 쓰는 불구의 몸이었소.] [만일 그가 성한 몸으로 수라칠식을 펼쳤다면 어땠을 것 같소?] 섭아연의 표지를 들추고 내용을 읽는 것을 보면서 묻고

섭아연; [파천검마도 천잔수라 손에 죽었을 가능성이 높겠어요.] 흥분하며 책을 보고

위진천; [수라칠식은 위력이 가공할 뿐 아니라 속성으로 연마하는 것도 가능한 검법이오.] 그런 섭아연을 보며

위진천; [검성의 손녀인 소저라면 아마 반년 내에 구사하실 수 있을 거요.] [익히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수라칠식을 소저에게 드리겠소이다.]

섭아연; [염치없지만 잠시 이 비급을 빌리도록 하겠어요.] 다시 비급을 덮으면서 고개를 조아리고

위진천; [돌려주실 필요는 없소이다. 세상 모든 물건에는 주인이 있는 법이니...] 사람 좋게 웃고

섭아연; [고마워요 공자님!]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어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위진천; [별 말씀을...] 마주 포권하고

섭아연; (수라칠식! 어쩌면 구대천마중 파천검마조차 능가했을지 모르는 전설적인 살인귀의 검법...) 비급을 보며 흥분

섭아연; (위공자 말대로 수라칠식만 익히면 정피백도의 위선자들을 멸절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살기어린 표정으로 비급을 보고

위진천; (쉽군! 너무도 쉬워!) 그런 섭아연을 보며 히죽 웃는 위진천

위진천; (수라칠식은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마성을 촉발시키는 힘을 지녔다.) (그 때문에 일단 익히면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귀가 될 수 밖에 없다.)

<이제 머잖아 무림에는 복수심에 미쳐 날뛰는 마녀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현장 모습 배경으로 위진천의 생각 나레이션

 

#32>

<-북경>

황금전장으로 통하는 길에 사람들이 좌우로 모여서 무언가를 보고 있다. 황금전장 쪽이 아니라 반대편을 보고 있다.

황금전장 쪽으로 오던 상인 차림의 사내 둘이 인파를 보고 어리둥절

사내1; [무슨 일 났소?] + 사내2; [왜 이렇게 모여 있는 거요?] 길가에 서있던 사람들에게 묻고

사내3; [일이 나긴 났지요.] + 사내4; [글쎄 황금전장의 소장주가 이번 달에 치러진 과거에서 삼등급제를 했다지 뭐요?] 길가에 서있던 사람 둘이 신이 나서 대답하고. 둘은 가게 주인 분위기

사내1; [황금전장 소장주가 과거에 급제를 해? 그것도 삼등으로?] + 사내2; [허어! 천하삼대부호가문의 후계자면서 과거에 급제까지 하다니...]

사내3; [그래서 난리가 난 거요.] + 사내4; [황금전장에 경사가 생겼으니 주변 사람들에게도 뭔가 좋은 일이 있지 않겠소?] 기대하는 표정

사내1; [세상 참 불공평하구만. 엄청난 부자면서 관계에까지 진출하고...] + 사내2; [냉혈전호 벽장주의 소원이 가문을 명문가로 만드는 거라던데 드디어 소원성취 했군.] 대화하며 걸어갈 때

삘릴리! 삘릴리! ! ! 나팔소리, 징치는 소리가 두 놈이 온 방향에서 들린다. 이어

[온다!] [벽공자가 오고 있어!] [자금성에서 과거급제의 사령장(辭令狀)을 받고 돌아오고 있어!] 사람들 환호하며 한쪽을 보고. 사내들이 온 방향

사내1과 사내2도 걸음 멈추고 돌아보고

삘릴리! 삘리! ! ! 와아! 와아! [감축드립니다 소장주!] [삼등급제 축하합니다!] [이제부터는 탐화랑(探花郞)이라 불러야겠습니다.] 징소리, 나팔소리 사람들의 환호를 배경으로 황금전장을 향해 다가오는 행렬. 관복을 입고 긴 어사화 두 가닥이 달린 관모를 쓴 채 벽세황이 백마를 탄 채 오고 있다. 벽세황의 복장은 우리나라 과거에 급제했을 때 입는 복장으로 묘사. 백마의 고삐는 황금수라의 부영반인 귀견수가 잡고 있다. 벽세황이 탄 백마 뒤로는 십여 명의 하인들이 두 줄로 따라오는데 하인들을 인솔하는 건 이세창이다. 이세창은 두 손으로 쟁반을 하나 받쳐 들고 있는데 쟁반에는 두루마리가 하나 얹혀져 있다. 하인들은 각자 커다란 통을 가슴에 메고 있는데 통에서 동전을 꺼내 좌우로 뿌린다

동전을 연신 뿌리는 하인들. 그 동전을 주우려고 사람들이 아수라장을 만들고 있고

[벽공자!] [벽공자!] [과거급제 감축드립니다!] [축하합니다 소장주!] 사람들의 환호에 한손을 들어 답하는 벽세황. 입이 귀에 걸렸고

이세창; (소장주는 당장이라도 하늘로 날아올라갈 수 있는 것같은 기분이겠지.) 뒤에서 그걸 보며 좀 비웃고. 두 손으로는 두루마리가 얹혀진 쟁반을 든 채

이세창; (하지만 관계에 들어가 보면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절감하게 될 것이다.)

이세창; (관계야말로 가장 끔찍한 악머구리들의 소굴이니...)

이세창; (그래도 눈치가 빠른데다가 황금전장이라는 막강한 배경이 있어서 어찌 어찌 버티긴 할 것이다.)

이세창; (그나저나 청풍이 놈은 생각할수록 대단하다.)

이세창; (이목이 집중되는 걸 피하기 위해 장원으로는 급제하지 않겠다더니 정말 삼등급제를 했다.)

이세창; (학문의 재능으로만 따지면 청풍이 놈을 능가하는 자는 당금 천하에 존재하지 않겠지.) 생각할 때

앞쪽에 항금전장의 정문이 보인다. 정문 주변에도 엄청난 인파가 모여있다. 구경꾼 뿐 아니라 황금전장의 식솔들도 다 나와 있다. 정문 앞에는 벽초천과 마은혜 부부, 벽옥령이 서있고 주변을 황금수라와 황금나찰들이 경비하고 있다. 벽초천 일가 뒤쪽 문 안쪽은 황금전장 식솔들로 가득 차있다.

뒷짐 진 벽초천은 무표정. 반면 마은혜는 좋아 죽으려 하고. 벽옥령은 시큰둥.

마은혜; [상공! 세황이 좀 보세요.] 흥분하며 앞을 가리키고. 귀견수가 고삐를 잡은 백마가 이제 20미터쯤 앞으로 다가왔다.

마은혜; [관복을 입고 어사화(御史花)를 꽂은 관모를 입은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리지 않는가요?]

벽초천; [그렇구려.] 무뚝뚝

벽옥령; (잘 어울리기는...) 샐쭉

벽옥령; (산적같은 오빠에게 관복이 어울릴 리 없잖아. 천생 선비인 청풍오빠라면 또 몰라도...) 코웃음을 치고

마은혜; [이런 날이... 우리 아들이 관복을 입은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 손수건으로 눈시울을 닦고. 그때

벽세황을 태운 백마가 마침내 5미터쯤 앞에 이르렀다. 귀견수가 백마의 고삐를 틀어쥐어 백마를 멈추게 하고

즉시 말에서 내리는 벽세황. 이세창이 서둘러 다가오고. 이어

벽세황; [아버지! 어머니!] 이세창이 내미는 쟁반에서 두루마리를 집어들며 벽초천과 마은혜를 보고

벽세황; [소자, 폐하로부터 직접 삼등급제의 사령장을 하사받고 돌아왔습니다.] 두 손으로 두루마리를 들고 벽초천과 마은혜에게 다가오고

마은혜; [수고했다 세황아!] 달려 나오고

마은혜; [장하다! 수고했어 내 아들!] 벽세황을 와락 끌어안으며 감격하고

[감축드립니다 소장주님!] [벽장주님! 축하드립니다.] [황금전장에 경사가 났어!] 와아! ! 짝짝! 주변 모든 사람들 박수치고 환호하고.

마은혜와 함께 사람들의 환호에 답하는 벽세황. 손을 흔들고. 마은혜는 두루마리를 품에 안고 좋아 죽으려 하고. 반면

벽초천;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심각한 표정

벽초천; (막강한 재력을 지닌 우리 가문이 관계에까지 진입했으니 치열한 견제와 시기가 난무할 것이다.)

벽초천; (앞으로 펼쳐질 아수라장을 헤쳐나가려면 재력에 더해 인맥(人脈)도 필요한데...) 힐끗 벽옥령을 보고. 벽옥령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벽세황과 마은혜를 보고 있다

벽초천; (생각할수록 아깝구나. 옥령이 저것을 이용하면 든든한 인맥을 구축할 수 있을 텐데...) 소리없이 한숨 쉬고

 

황금전장 정문 안쪽. 환호하는 황금전장 식솔들 사이에 숨듯이 서있는 타노

사람들 틈으로 벽초천 일가의 뒷모습이 보인다. 타노의 시점

타노; (결국 장주가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었다.)

타노; (하지만 장주가 과연 신의를 지킬지는 미지수다. 딱 봐도 생각이 많아진 얼굴이니...) 한숨

타노; (아무쪼록 청풍이가 상처를 입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한숨

 

#33>

황금전장 정문 상황이 원경으로 보인다. 이제 벽세황이 벽초천에게 인사하며 두 손으로 두루마리를 바치고 있다.

황금전장 근처의 3층 건물. 창가에 어떤 여자가 의자에 앉아서 황금전장 입구쪽을 보고 있다. 절세미녀인데 병약한 인상이다. 위극겸의 딸 위상영이다. 다른 작품의 위상영을 젊게 묘사. 절세미녀고 병약해 보이지만 좀 도도한 인상. 나이는 18세 가량. 품에는 검은색의 비파를 안고 있다. 이 검은 색 비파의 이름은 이혼비파. 강력한 위력을 지닌 보물로 위상영의 무기다. 근처에 의자가 하나 더 있다.

[...] 뭔가 생각하며 창밖을 보는 위상영.

두루마리를 펴서 읽어보는 벽초천. 그 앞에 서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벽세황의 모습 크로즈 업

위상영; [저자가 정말 과거 시험에서 삼등급제를 했단 말인가요?] 황금전장 쪽을 보며 누군가에게 묻고. 그러자

일교; [틀림없사옵니다 아가씨.] 뒤에 서서 말하고. 위상영의 뒤에는 얼굴이 똑같이 생긴 서양미녀 두 명이 서있다. 다른 작품의 <색목쌍교>. 일교는 무기가 휘어진 긴 칼이며 등에 원형의 방패를 짊어지고 있다. 반면 이교는 자기 키만한 양날 도끼다를 들고 있고 방패는 지니지 않았다. 색목쌍교의 나이는 20대 초반

일교; [황금전장의 소장주 벽세황!] [저자는 며칠 전 치러진 전시에서 삼등급제, 즉 탐화(探花)를 했사옵니다.] 앉아있는 위상영의 어깨 너머로 창밖을 보며

위상영; [그런가요?] 여전히 창밖을 보며

이교; [아가씨 보시기에는 그만한 재목이 아닌 모양입니다.] 직설적으로 말하고

위상영; [영특하다기보다는 기민한 인상... 게다가 순발력은 제법 있지만 지구력은 엿보이지 않고...] 무표정하게 혼잣말처럼 말하고

위상영; [어떻게 보아도 진득하니 학문에 매진해온 인물은 아니로군요.]

일교; [아가씨의 관상(觀相) 보는 안목은 틀린 적이 없으니 정확하겠지요.]

이교; [그럼 혹시 매관(賣官)을 한 게 아닐까요? 황금전장이라면 관직을 살 재력이야 충분하고도 넘치니...]

위상영; [매관을 했든 대리시험을 치게 했든 뭔가 수단을 썼을 거예요.] 끄덕이고

일교; [하여간 세상은 썩지 않은 곳이 없군요.]

이교; [오죽 했으면 우리 선조들께서 세상을 벗어나 곤륜산(崑崙山)에 신선부를 만드셨겠어?] 일교에게 말하는데

지링! 위상영이 안고 있는 비파의 현이 저절로 조금 울리고.

<환우십보중 하나인 이혼비파(離魂琵琶)가 울었다!> 놀라는 색목쌍교. 그러자

위상영; [손님이 도착하셨어요. 맞을 준비를 하세요.] 비파를 쓰다듬으며 말하고.

[예 아가씨!] 급히 대답하며 돌아서는 색목쌍교. 그 직후

[수고할 거 없다 색목쌍교(色目雙轎)!] 스윽! 뒤쪽 어둠 속에서 거지가 한명 아메바처럼 빠져나오며 말하고. <무쌍일지>에 나온 독두신개. 이 작품에서도 이름은 독두신개. 캐릭터 060. 대나무 지팡이를 들었고 허리춤에는 호로병을 하나 차고 있는 것으로 묘사. 이 거지는 개방의 태상장로인 독두신개. 개방 방주의 사숙이다. 또한 당금 무림의 최고 고수들인 우내사절중 한명이기도 하다.

독두신개; [호천맹(護天盟)의 군사(軍師) 일로 피곤할 너희 주인을 늙은 거지 때문에 번거롭게 해선 안돼.] 어둠 속에서 완전히 나오는 독수신개

일교; (놀라운 은신술!) + [독두신개(禿頭神丐) 호법님을 뵈옵니다!] 포권

이교; (과연 개방(丐幇)의 태상장로이며 우내사절(宇內四絶)의 일인답다.) + [어서 오시옵소서 호법님!] 역시 포권하며 내심 놀라고

위상영; [원로에 노고가 많으셨사옵니다.] 고개 조금 숙이며 일어나려 하고

독두신개; [앉아있게나 군사.] 고개 저으며 다가오고

위상영; [결례를 하겠사옵니다.] 다시 의자에 앉고

위상영; [하온데 호법께서 직접 저를 찾아오신 걸 보니 일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겠사옵니다.] 마주 보며

독두신개; [맞네.] 위상영 맞은편 의자에 앉고

독두신개; [환마루에 잠입시킨 본방의 제자가 보고를 해왔는데... 환마루와 백살파의 잡것들이 오늘 밤 북경 외곽에서 회합을 한다는구만.]

위상영; [지존회(至尊會)가 황실을 노리고 꾸미는 음모의 일환이겠군요.]

독두신개; [본디 무림은 황실과 엮이지 않는 게 불문율이지만...] [지존회 놈들이 먼저 움직였으니 묵과할 수 없지.] 끄덕이고

독두신개; [이 기회에 지존회와 지존에게 한방 제대로 먹여 보세나.] 히죽 웃고

 

#34>

<-장경각(藏經閣)> 황금전장 내부. 장경각. 근처에는 인적이 없다. 모두 정문으로 달려가서

그곳으로 오는 20대 중반쯤의 하녀. 두 손으로 작은 쟁반을 들었다. 쟁반에는 뚜껑이 덮여있는 죽 그릇과 수저가 하나 얹혀져 있고. 이 하녀는 #8>에 나온 하녀 강혜분이다. 그 새 나이가 들어 완숙해졌다. 어른 여자 분위기.

장경각 이층을 올려다보며 입구로 다가가는 강혜분

 

#35>

장경각 내부. 높은 책꽂이들이 늘어선 사이에 놓여있는 책상. 상당히 넓은 책상 위에 수많은 책들이 쌓여있다. 청풍이 그 책상을 앞에 두고 앉아서 빈 책에 무언가를 쓰고 있다. 주변에 있는 책들을 가끔 들춰보면서, 그러다가

멈칫! 붓을 움직이던 청풍의 손이 멈칫하고

<와아! 와아!> <감축드립니다 소장주님!> <삼등급제를 축하드립니다.> 멀리서 환호성이 청풍의 귀에 작게 들린다.

한숨 쉬는 청풍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고. 그때

[역시 여기 있었네.] 누군가 책꽂이 사이로 나타나며 말하고.

돌아보는 청풍.

강혜분; [하긴 청풍이 네가 안보일 경우 찾을 수 있는 곳은 장경각 외에는 없겠지.] 쟁반을 들고 다가오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황금전장 하녀 강혜분(姜惠芬)>

청풍; [혜분 누님!] 돌아보며 고개를 좀 숙이고

강혜분;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고 들었어.] 다가오고

강혜분; [그래서 연실(蓮實) 죽을 끓여왔으니 한술 뜨도록 해.] 쟁반을 청풍의 앞쪽 책상 위에 놓고

청풍;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걸 보며 난감

강혜분; [어떻게 신경을 안 쓰니? 함께 황금전장에서 자라온 남매같은 사이인데...] 달칵! 옆의 의자에 앉으며 죽 그릇의 뚜껑을 열고

강혜분; [그릇 가져가게 어서 먹어.] 뚜껑을 옆에 내려놓고

청풍; [고맙습니다.] 수저를 들고

곧 죽을 먹기 시작하는 청풍

강혜분; (모든 게 원하는 대로 되어 가는데...) 말없이 죽을 먹는 청풍을 보며 생각하고

강혜분; (어째 청풍이의 표정은 밝지가 않네.) 소리 없이 한숨. 그러다가

책상 위의 책들을 보는 강혜분

강혜분; (책상 위의 이 책들...) 그 중 한 권을 집어들며 놀라고

책 표지에 <流雲步法>이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강혜분; (유운보법(流雲步法)...) 책의 제목을 읽고.

강혜분; (그러고 보니...) 책상 위의 다른 책들을 둘러보고

강혜분; (지금 책상 위에 있는 책들은 모두 무공과 관련된 것들이야.) 생각할 때

청풍; [누님도 무공을 배우셨지요?] 죽을 먹으며 묻고

강혜분; [본장 내원의 하녀들은 유사시를 대비해서 모두 무공을 배우게 되어있어.] 고개 끄덕이고

강혜분; [그러다가 재능이 있는 것으로 판정나면 본격적으로 무공을 수련해서 여자 경호무사인 황금나찰(黃金羅刹)이 되는데...]

강혜분; [네가 보다시피 난 자질이 평범 이하라 그냥 마님의 몸종 노릇을 하고 있단다.] 어깨 으쓱

청풍; [그래도 내공 수련은 꾸준히 해오셨지요?]

강혜분; [무공 때문은 아니고... 내공을 수련하면 나이 먹는 게 늦어진다고 해서...] 얼굴 약간 붉히고

청풍; [확실히 누님은 여전히 십대소녀처럼 보이십니다.] 달칵! 웃으며 수저를 쟁반에 내려놓고

강혜분; [얘는 농담도 잘해!] ! 부끄러워서 청풍의 어깨를 손으로 치고. 헌데 그 순간

휘익! 강혜분의 몸이 허공으로 홱 떠오른다. 다리가 천장을 향하게. 손은 청풍의 어깨에 달라붙어 있고

강혜분; [엄마야!] 거꾸로 선 자세가 되어 비명 지르고.

청풍; [놀라셨지요?] 웃고

청풍; [내려드릴 테니 안심...] + [!] 움찔 하고

스륵! 거꾸로 서는 바람에 강혜분의 치마와 속치마가 아래로 흘러내리며 아랫도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가죽신을 신은 발과 미끈한 다리. 삼각 빤스 같은 속옷으로 가려진 사타구니 일부까지

강혜분; [!] 비명 지르며 급히 나머지 한손으로 사타구니쪽의 치마를 밀어서 아랫도리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게 하고

청풍; (아차!) + [... 죄송합니다.] ! 얼굴 좀 붉어진 채 강혜분의 손이 붙어있는 어깨를 움찔하고. 그러자

슈욱! 거꾸로 섰던 강혜분의 몸이 다시 원래 자리쪽으로 내려져서

털썩! 의자에 앉혀지는 강혜분. 한손으로 치마를 사타구니에 밀어넣은 자세로 놀란 표정이다.

청풍; [용서하십시오. 제가 장난이 지나쳤습니다.] ! 멋쩍게 웃는 청풍의 어깨에서 강혜분의 손이 떨어지고

강혜분; [... 어떻게... 어떻게 한 거니?] 손을 청풍의 어깨에서 떼며 놀라 달달 떨고

강혜분; [내손이 네 어깨에 닿는 순간 강한 흡인력이 일어나서 뗄 수가 없었어.] [그후에는 내 몸을 통제할 수 없었고...] 흥분하며 몸을 떨고. 두 손으로 치마를 끌어내려 아랫도리를 가리며

청풍; [이화접목(移花接木)이라는 수법입니다.] [상대의 힘을 끌어들여서 내 것처럼 쓸 수 있게 해주는 무공이지요.] 멋쩍게 웃고

강혜분; [청풍이 너 무공도 익혔구나!] 놀라고

청풍; [익힌 건 아닙니다. 내공수련은 한 적이 없으니까요.] 고개 젓고

청풍; [다만 이화접목은 내공이 없어도 쓸 수 있어서 한번 구사해본 것뿐입니다.]

강혜분; [놀래라. 네게 이런 재주가 있을 줄은 몰랐어.] 한손으로 가슴 누르고

청풍;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이화접목은 제가 장경각에 있는 무공 비급들을 참조해서 만든 무공입니다.] 책상 위의 책들을 둘러보고

강혜분; [무공을 직접 만들었어?] 또 놀라고

청풍;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무공을 관통하는 이치는 대동소이합니다.] 끄덕

청풍; [그 이치를 응용해서 만들어본 게 이화접목입니다.] 멋적게 웃고

강혜분; [청풍이 넌 정말 말도 안되는 괴물이로구나. 약관도 안된 나이에 직접 무공을 만들기까지 하고...] 흥분. 얼굴 발개지고

청풍; [다른 사람이 알면 번거로워지니...] 손가락을 하나 입술에 대고. + 강혜분; [걱정하지마.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을 테니..]

청풍; [감사합니다.] ! 말하며 여러 권의 책들 중 한권을 뽑아내고. 최근에 지은 책이고 얇다. 제목은 없고

청풍; [놀라게 해드린 배상으로 이걸 드리겠습니다.] 내밀고

강혜분; [혹시...] 놀라며 두 손으로 받고

청풍; [이화접목의 수련비결입니다.] 건네주며 웃고

청풍; [그걸 수련하시면 아무리 힘 센 상대라도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혜분; [고마워! 열심히 수련할게.]

청풍;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언제고 이화접목이 누님에게 필요한 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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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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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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