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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감한 관계

 

 

정신을 차린 직후 고현경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리한 통증이 느껴지는 하체를 뜨겁고 단단한 이물질이 범하고 있다.

그와 함께 왼쪽 젖가슴에서도 통증과 함께 찌릿찌릿한 쾌감이 번지고 있다.

(흐윽!)

눈을 뜬 고현경은 진저리를 쳤다.

어떤 사내가 자신의 몸에 올라탄 채 발작적인 몸부림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어려 보이는 그 사내는 입으로 자신의 왼쪽 젖꼭지를 문 채 몸을 흔들어대고 있다.

(죽일...)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고현경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고현경은 당장 그자의 목을 부러트리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젖꼭지를 물고 있던 사내가 비명같은 신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눈을 부릅뜬 것으로 보아 절정이 임박한 것 같았다.

부르르!

헌데 그 자의 목을 부러트리려던 고현경의 몸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 세찬 경련을 일으켰다.

황홀경에 빠져 헐떡이는 소년의 얼굴이 너무도 낯이 익었기 때문이다.

(... 사형?)

고현경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눈이 풀린 채 필사적인 몸짓을 하는 소년의 얼굴은 바로 자신의 사형이고 사촌오빠인 고창룡의 어린 시절 모습을 빼닮았기 때문이다.

(...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어린 시절의 사형이 날 범하고 있다니... 내가 아직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고현경은 소년 시절의 고창룡이 자신을 범하고 있는 것같은 착각에 휩싸였다.

그 사이에도 소년의 빈약한 아랫도리는 고현경의 가랑이 사이에서 발작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을 범하고 있는 사내의 얼굴이 고창룡의 어린 시절을 빼닮았다는 것을 느낀 순간 고현경의 몸도 열기에 휩싸였다.

서로의 몸이 결합된 부분이 불에 덴 듯 화끈거린다.

또한 소년이 어설프지만 필사적인 몸짓에 따라 찌릿 찌릿한 전율이 온몸으로 치달린다.

죄송... 죄송해요 사고!”

그때 소년이 비명같이 흐느끼며 발작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고현경은 소년의 몸짓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지 알아차렸다.

원래대로라면 하지 못하게 저지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이미 통제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허리가 시큰거리고 하체가 저절로 물결을 일으켜 소년의 행위에 동조한다.

그리하여 소년이 비명을 지르며 하체를 밀어붙이는 순간 고현경도 절정에 이르렀다.

머릿속에서 오색 불꽃이 터지고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다.

뜨거운 분출이 몸 속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것을 고현경은 생생하게 느꼈다.

(임신... 임신할지도 몰라!)

고현경은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다.

하지만 싫지가 않았다.

싫기는커녕 짝사랑했던 사형을 닮은 소년과 한 몸이 된 채 형언할 수 없는 충만감과 환희를 느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소년의 작은 엉덩이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있었다.

그리고 소년과 함께 절정을 느끼기를 반복했다.

죽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존재할 줄을 그녀는 상상도 못했었다.

이윽고 소년이 헐떡이며 그녀의 몸 위에 널부러졌다.

끝이 없을 것같던 환희가 마침내 끝이 난 것이다.

소년은 얼굴을 고현경의 가슴에 부비며 가빠진 숨을 골랐다.

고현경은 자신도 모르게 그런 소년의 등과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

숨을 고르던 고검추는 기겁했다.

고현경의 손이 자신의 등과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것을 느낀 것이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든 고검추의 눈에 고현경이 복잡한 감정이 서린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는 것이 들어왔다.

(내 양정이 주입된 덕분에 정신을 차리셨구나.)

고검추는 고현경의 얼굴에서 열기가 사라진 것을 알아차렸다.

고검추의 양기가 두 번 거푸 주입되자 고현경을 욕화에 휩싸이게 만들었던 탕음마고가 만족하고 잠이 든 것이다.

"너는... 누구냐?"

고현경이 한숨을 쉬며 물었다.

분노보다는 체념이 실린 음성이다.

이미 쌀은 익어 밥이 되었는데 이 어린 소년에게 죄를 물어봐야 돌이킬 수 없다.

하물며 자신은 소년과 함께 황홀하기 이를 데 없는 절정을 맛보기까지 했다.

"... 죄송합니다!"

고검추는 사색이 되어 고현경의 몸에서 일어났다.

고검추가 떨어지는 순간 고현경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결합되어있던 부분에서 아찔한 통증이 느껴진 때문이다.

(나는 더 이상 처녀가 아니게 되었구나.)

고현경은 치마를 내려 맨살을 가리며 한숨을 쉬었다.

...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사고!”

고현경의 몸에서 떨어진 고검추는 그녀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

"... 사고?"

몸을 일으키던 고현경의 입에서 비명같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비로소 고검추가 절정의 순간 자신을 사고라 불렀던 것을 떠올린 것이다.

(... 사형을 빼닮은 아이가 나를 사고라고 불렀다는 것은...!)

고현경은 숨이 멎는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자신의 몸을 차지한 이 소년이 누군지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이름... 이름이 뭐냐?”

부들부들 떨며 일어나 앉은 고현경은 자신의 발치에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소년에게 물었다.

"... 소질의 이름은 고검추라 합니다. 어머니가 사고를 찾아뵈라고 하셔셔 찾아왔다가 그만..."

무릎을 꿇고 있던 고검추가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 네가 사형의 아들이란 말이냐?"

고검추라는 이름을 들은 순간 고현경은 고검추의 정체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었다.

"... 그렇습니다. 아버지의 사인에 대해 가르침을 받으러 사고를 찾아왔습니다."

고검추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현경을 올려다보았다.

"...!"

신음을 토하는 고현경의 옥용이 복잡한 감정으로 물들었다.

짝 사랑하던 사형의 아들이 십칠 년 만에 자신을 찾아왔다.

사형에게 아들이 있음은 어쨌든 경하할 일이다.

헌데 운명의 장난으로 자신은 사형의 아들과 관계하는 패륜을 저지르고 말았다.

하물며 사형은 고현경 자신의 사촌 오빠다.

, 고현경은 다른 사람도 아닌 조카에게 처녀를 바치고 만 것이다.

그 사실이 그저 기막힐 뿐이다.

하지만 어쩌랴? 쌀은 익어 밥이 되었고 나무는 깎여서 배가 되어버린 형국이니...

"정말... 정말 다행이로구나. 사형께 유복자가 있었다니..."

그녀는 복잡한 심정을 억지로 숨기며 웃음을 지었다.

고검추는 고현경의 말에서 그녀가 자신의 생부가 결혼한 사실을 모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사형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후 당사저가 말없이 호천무맹을 떠났었다. 그렇다면 사형의 아내가 당사저였단 말인가?)

고현경은 옛일을 회상하며 심사가 복잡해졌다.

그녀는 동문수학했던 당혜선도 대사형 고창룡을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고현경보다 세 살 위였던 당혜선은 십자검존 종극이 거둔 네 명의 제자들 중 셋째였다.

 

-철사자 고창룡!

-옥기린(玉麒麟) 종무(種武)!

-날수비연 당혜선!

-철봉황 고현경!

 

이들이 십자검존의 제자들로 하나같이 빼어난 자질을 지녀서 무맹사신재(武盟四神才)라 불리기도 했다.

무맹사신재의 둘째인 옥기린 종무는 십자검존 종극의 조카이기도 했다.

하지만 종극은 인중용봉(人中龍鳳)으로 불리는 빼어난 사형과 사매들에게 묻혀 존재감이 별로 없다.

그자는 오래 전에 호천무맹을 떠나 본가인 십자검막(十字劒幕)으로 돌아간 상태다.

(이 아이의 나이로 미루어보면 당사저는 호천무맹을 떠날 무렵 이미 임신하고 있었겠구나.)

고현경은 아직 어린아이의 모습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고검추를 살펴보며 생각했다.

그녀가 보기에 고검추는 당혜선의 아들일 가능성이 충분했던 것이다.

"어머니의 분부라면... 당혜선이란 분이 네 어머니겠구나."

고현경은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 말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소질의 생모는 아니고 길러 주신 양모이십니다."

"!"

고검추의 대답에 고현경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토했다.

 

고검추는 고현경에게 전후사정을 얘기해 주었다.

양모 당혜선이 사신각주에게 고문당한 후 투신한 일, 죽어가는 천면음마를 만났던 일 등등을...

"사신각주! 그놈이 감히 당사저를 시해했단 말이지?"

고검추의 이야기를 들은 고현경은 분노로 치를 떨었다.

그런 그녀의 머릿결은 절로 일렁이고 두 눈에서는 시퍼런 살기가 쏟아져 나왔다.

"...!"

고검추는 입술을 깨문 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사신각주에게 유린당하던 양모 당혜선의 무참한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고검추의 그 모습을 본 고현경은 가슴이 아려왔다.

"진정해라 추아야. 당사저의 원수는 반드시 내 손으로 갚아줄 테니..."

그녀는 고검추를 꼬옥 끌어안으며 다독였다.

"흐윽!"

고검추는 고현경의 품에 안기는 순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 한 달 사이에 겪은 일들은 아직 어린 소년인 고검추가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래도 어찌 어찌 견뎌왔는데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친인을 만나자 자신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버렸다.

(가엾은 것...)

고현경은 오열하는 고검추를 품에 안고 다독이며 한숨을 쉬었다.

고검추가 그동안 겪었을 두려움과 분노, 막막함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그녀였다.

어느덧 그녀는 고검추가 자신을 범한 일 따위는 별일 아닌 것으로 느끼게 되었다.

오히려 고검추를 위로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해줄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고검추는 사랑했던 사형의 아들일 뿐 아니라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의 핏줄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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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 속의 눈동자 (2)

 

 

삼십 장 정도 더 들어갔을 때 동굴이 갑자기 높아지고 넓어졌다.

임청우와 심주은은 마치 광장이나 다름없는 곳에 이른 것이다.

등을 펴고 심주은을 추켜올려 업으면서 임청우는 그녀의 맥문을 잡았다.

맥이 미미하게 뛰고 있었다.

내상을 입었어.”

심주은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중... 내손으로 죽여 버리겠어.”

임청우가 고저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심주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임청우의 분노가 그녀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들어선 지하광장은 높이 오장에 너비는 십 장 정도 되는 곳인데 임청우 등이 나온 것과 비슷한 동굴이 곳곳에 뚫려 있었다.

일단 이곳에 들어온 이상 중과 노파가 따라 들어온다 하더라도 자신들을 찾아내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동굴이 많아서 자신들이 어느 동굴로 숨었을지 쉽게 알아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임청우는 광장을 가로 질러 맞은편에 있는 동굴을 향해 걸어갔다.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은 둘째 문제고 일단은 곧 추격해올 추적자들로부터 숨는 것이 급선무였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저 저길 봐!”

임청우의 등에 업혀있는 심주은이 갑자기 몸을 떨면서 더듬거렸다.

츠으으!

임청우가 들어가려던 동굴에서 오장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동굴 안쪽에서 파란 불덩어리 두개가 일렁이고 있었다.

임청우는 검을 잡으며 말했다.

아까 동굴 초입에서 만났던 그 괴물이다.”

바로 그 순간 파란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 껌벅껌벅하더니 다시 사라져 버렸다.

임청우는 발길을 그 동굴을 향해 돌렸다. 한 쌍의 눈동자가 마치 자신을 부르는 듯한 기분을 느낀 것이다.

다른 곳으로 가! 그쪽으로 가지마.”

겁에 질린 심주은이 임청우의 어깨를 흔들면서 소리쳤다.

하지만 임청우는 의연하게 말하며 걸음을 옮겼다.

죽음 가운데서 생을 찾을 수 있는 법이야.”

물론 심주은을 달래기 위해서 한 말에 불과했지만 심주은은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두려움에 떨면서도 가만히 있었다.

(이러면서도 어떻게 천하를 제패하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할 수가 있었을까?)

임청우는 심주은이 아주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츠으!

임청우가 동굴로 들어가자 안쪽에서 파란 눈동자가 다시 나타났다.

임청우는 걸음을 빨리하여 동굴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 동굴은 그들이 들어왔던 동굴과는 달리 제법 커서 허리를 굽히지 않아도 되었다.

! !

동굴 안쪽에선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

이십여 장쯤 들어갔을 때 임청우는 하마터면 발을 헛딛을 뻔했다. 동굴 바닥에 물이 고인 연못이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는 그 연못 주변 천장에는 종유석들이 한 겨울의 고드름처럼 가득 늘어져 있다.

파란 눈동자 네 개가 종유석들 사이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괴물이 두 마리인가?)

임청우는 긴장했다.

하지만 그는 곧 실소했다.

아래쪽에 있는 두 개의 눈동자는 연못물에 비친 그림자였던 것이다.

임청우는 동굴 벽 쪽에 붙어서 울퉁불퉁 튀어나온 바위들의 언저리를 잡고 연못을 지나갔다.

하지만 연못을 건넜을 때 그곳에 있던 눈동자는 이미 사라지고 난 후였다.

어디선가 또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며 임청우는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예상을 깨고 눈동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유소기가 그 할망구를 숨긴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동부를 샅샅이 뒤졌는데도 보이지 않을 리가 있나?”

갑자기 동굴 안쪽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설사 그렇다 해도 입 밖에 내지는 말게. 나는 자네 편이 되어줄 수 없으니까.”

묵궁 진패선이 죽음을 두려워하고 삶을 탐하는 소인배일 줄은 미처 몰랐네.”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네. 하지만 지금 죽을 수는 없네. 불구대천의 원수를 죽이기 전에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네.”

, 그 이유 때문에 유소기가 우리를 기만하고 마음대로 다스리려 하는 것을 묵과하겠다는 이야기인가? 난 결코 그렇게 할 수 없네.”

 

임청우가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가 보니 바위에 두 사람이 걸터앉아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유소기...! 검주 유소기가 여기까지 들어와 있단 말인가?)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은 임청우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등에 업힌 심주은도 긴장하는 게 느껴진다.

(유소기와 나는 지독한 악연으로 맺어져 있는 모양이다. 이런 동굴 속에서 그를 만난다면 정말 살아나기는 글렀겠다.)

임청우는 침을 삼키며 두 사람의 말을 엿들었다.

말을 주고받는 인물들은 칠절 중 지존수(至尊手) 사마명과 묵궁(墨弓) 진패선이었다.

물론 그들을 본 적이 없는 임청우로서는 두 사람이 그 이름도 쟁쟁한 무림칠절중의 두 사람이라는 것을 알 까닭이 없었다.

그때 묵궁 진패선이 일어서며 말했다.

만용으로 귀중한 목숨을 잃지 않도록 하게. 자네는 부모의 복수보다는 지나치게 유소기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네.”

지존수 사마명은 아픈 곳을 찔린 사람모양 입을 열지 못했다.

진패선은 묵궁을 앞세우고 동굴의 안쪽으로 걸어가 버렸다.

혼자 남은 사마명은 무명지가 사라진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보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진패선, 자네는 모를 걸세. 난 유소기가 처음부터 싫었네. 기회만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걸세. 앞으로도 기회만 있다면 그를 죽여버릴 생각이고...”

독백을 마친 사마명도 곧 일어나 진패선이 사라진 쪽으로 가버렸다.

임청우가 있는 곳은 아마도 그들이 먼저 지나온 길인 듯 했다.

임청우는 생각했다.

(저 사람도 아마 유소기와 같은 칠절 중의 한 사람인 모양이다. 하지만 동료인 유소기를 죽이려 하고 있으니 칠절이란 존재가 무림에서 사라지는 것도 시간문제이겠구나.)

안의 도적은 막을 길이 없다고 했는데 유소기의 목숨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속이 시원한 감이 들었다.

그때 심주은이 그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차라리 그들을 만나는 게 나아. 유소기를 만나면 살아날 방법이 없어.”

심주은이 말하는 그들이란 물론 중과 노파다.

그녀로서는 임청우가 그 파란 눈을 좇아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말했지만 임청우는 전혀 그럴 마음이 아니었다.

피하려다 만나는 경우도 있어. 특히 이런 한정된 공간에서는...”

심주은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어떻게 된 게 임청우의 말에는 반박할 말도 없다.

그녀는 화가 나서 임청우의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난 그 파란 눈이 무섭단 말이야!”

바로 그때였다.

츠으으!

다시 그들 앞에 파란 눈이 나타났다.

임청우는 검을 굳게 잡고 다가가며 속으로 말했다.

(도덕경에 이르기를 군자는 병()이 없다고 했다. 그 이윤즉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하는 것만 병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 두려움이라는 것은 모르는 데서 생기는 감정이다. 알고 나면 두려움이란 절로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임청우는 파란 눈을 따라서 걸어갔고, 심주은은 아예 눈을 감아 버렸다.

 

***

 

임청우는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는 파란 눈을 따라 가느라고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파란 눈은 갈래진 동굴을 여러 개 지나서 그를 엉뚱한 곳에 데려다놓았다.

그곳은 유황냄새와 함께 뜨거운 김이 동굴 속에 안개처럼 가득 차 있는 곳이었다.

부글부글!

작은 온천에서 물이 끓어오르고 있다.

온천이다!”

임청우는 기쁜 마음에 소리쳤다. 어떤 의서에서 온천이 사람을 치료하는데 특별한 효험이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파란 눈동자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고맙다는 생각이 왈칵 들었다. 심주은의 내상을 치료하는 데에 이 온천은 크게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츠으!

그때 파란 눈동자가 온천위에 다시 나타났다.

그러더니 이내 사르르 빛을 잃고 온천으로 가라앉았다.

임청우는 사라지는 눈동자 뒤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을 순간적으로 보았다.

가슴이 섬뜩했다.

눈동자는 실로 눈동자만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스윽!

갑자기 온천에서 깡마른 손이 하나 솟아나와 임청우의 발목을 움켜잡았다.

!”

임청우는 기겁을 하면서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발목을 잡고 있는 깡마른 손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임청우는 본능적으로 손에 들었던 청강사자검으로 손목을 내려쳤다.

!

청강사자검이 그 손목을 베어버렸다.

순간 임청우의 발목을 잡고 있던 깡마른 손과 베어진 손목이 안개처럼 흩어지며 사라져 버렸다.

마치 수증기 속으로 녹아든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임청우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꿈인지 생신지 분간이 잘 가지 않았다.

지금 그의 눈앞에서 현실에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기괴한 일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추춧!

온천의 물이 약간 솟구치면서 갑자기 물을 밟고 귀신같은 몰골의 노파가 나타났다.

말라붙은 젖가슴과 듬성듬성한 체모... 깡마른 몸은 해골에다 껍질을 씌워 놓은 것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노파는 파랗게 빛을 발하는 눈으로 임청우를 바라보았다.

임청우는 놀란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키며 침착하게 한걸음 물러섰다.

...”

등에 업힌 심주은은 그만 혼절해버린 뒤였다.

당신은 귀신이오 사람이오?”

임청우가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그렇게 묻기는 했지만 임청우는 노파가 귀신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순간 노파가 그를 향해 불쑥 손을 내밀었다.

화악!

내민 노파의 손에서 강한 흡입력이 쏟아져 나와 임청우를 끌어당겼다.

임청우는 공력을 끌어올려 대항했다.

그의 공력은 삼괴 중 철선동시의 공력을 온전히 흡수한 후에도 더욱 증진되어 있었다.

지금의 임청우의 공력은 살아있을 때의 철선동시보다도 삼할 이상 고강해 상태였다.

그 때문에 내공에 있어서 임청우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무림을 통틀어도 열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한데...

슈욱!

임청우는 마치 마차에 끌려가는 강아지나 다름없이 벌거벗은 괴노파의 손으로 딸려갔다.

(... 정말 귀신이란 말인가?)

임청우의 이마에서 진땀이 흘렀다.

노파의 모습이 공포스럽기 짝이 없는 데다가 저항할래야 저항할 수도 없으니 두려움이 왈칵 치솟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원래의 자리까지 끌려갔을 때 임청우는 전력을 다해서 청강사자검을 던졌다.

파웃!

푸른빛이 뿌연 수증기 속을 가르며 번갯불처럼 노파의 목을 꿰뚫고 지나갔다.

(성공이다!)

임청우는 속으로 환호했다.

하지만 노파를 해치웠다고 생각한 것은 그의 착각이었을 뿐이다.

화악!

노파는 임청우의 좌측으로 돌아서 한 팔로 그의 목을 휘감고 있었다.

이 요물!”

추악한 얼굴에 몸서리치며 임청우는 주먹으로 노파의 옆구리를 쳤다.

그러나 주먹에 와닿는 느낌은 마치 솜뭉치를 두드린 듯한 것이었다.

(안돼!)

임청우가 대경실색하여 피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노파의 팔이 그의 목을 휘감았고...

임청우는 이내 천지가 아득해지면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아득해지는 그의 귓전으로 언제 정신을 차렸는지 심주은이 뭐라 외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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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의 비밀

 

 

 

[낄낄낄! 지난 십 년 동안 발바닥이 닳도록 찾아다녀도 못 찾겠더니만... 정작 만나려니까 이렇게 쉽게 만나는구나 곡가야!]

무협제원은 음산한 괴소를 터뜨렸다.

[클클! 십년 전 일장의 빚을 갚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네가 지니고 있는 보물까지 취득할 수 있게 되었구나.]

그자의 말에 염라철장은 내심 흠칫했으나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넌 오늘도 십년 전 일장의 빚을 갚지 못할 것이다, 원숭이놈! 하물며 내게는 네게 줄 보물 따위도 없다.]

[크크! 나를 세 살 먹은 어린애로 아느냐?]

무협제원은 야수같이 눈을 희번덕이며 누런 이빨을 드러냈다.

[네가 용문(龍門) 천불동(千佛洞)의 어느 석실에서 청구이보 중 하나인 금강옥액을 얻었음을 알고 있다! 순순히 금강옥액을 내놓지 않으면 오늘 네놈을 염라대왕 앞으로 보내 버리겠다.]

무협제원의 말에 염라철장은 이를 부득 갈았다.

[금강옥액이 내 몸에 있지도 않지만 설사 있다 해도 네놈에게 주어 무림에 해를 끼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크카카카카...!]

그러자 무협제원은 갑자기 징그러운 괴소를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는 너무나 징그러워 듣는 사람의 모골을 송연하게 했다. 사실 그것은 보통의 웃음소리가 아니었다.

 

신원탈백소(神猿奪魄笑)!

 

바로 웃음소리로 사람의 혼을 빼앗는다는 무협제원의 독문마공인 것이다.

[으핫하하...!]

염라철장도 황급히 내공을 극한까지 돋우어 앙천광소를 터뜨려 상대방의 징그러운 괴소에 맞섰다.

[킬킬킬!]

하지만 무협제원의 징그러운 괴소는 염라철장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눌리지 않고 점점 더 높아만 갔다.

(... 이놈의 내공이 십년 전보다 훨씬 강해졌구나!)

염라철장은 무협제원의 괴소에 내장이 온통 진탕되는 것을 느끼고 안색이 이지러졌다.

음공으로는 무협제원을 상대할 수 없음을 깨달은 염라철장은 웃음을 멈추고 급히 고함을 질렀다.

[무협제원! 음공으로는 쉽게 승부가 나지 않으니 그만 중지하자.]

무협제원이 차가운 코웃음을 날렸다.

[주둥아리 닥쳐라! 이번에 놓치면 두 번 다시 네 놈을 붙잡을 수 없게 될 터! 오늘 기필코 승부를 내고 말겠다.]

염라철장도 침중하게 외쳤다.

[열흘 후 황산 시신봉에서 보자! 반드시 약속을 지킬 테니 오늘은 그만 헤어지자.]

[헛소리말고 내 초식이나 받아봐라!]

꽈르르릉!

무협제원은 염라철장의 말은 들은 척도 않고 긴 팔을 맹렬히 휘둘러 왔다. 보통 사람보다 두 배는 긴 그자의 팔이 휘둘러지자 광풍이 휘몰아치며 두 줄기 강맹무비한 잠경이 염라철장을 휩쓸어왔다.

[오냐! 끝장을 내자!]

좋게 끝나기는 틀렸음을 깨달은 염라철장도 즉시 진기를 극한까지 돋우어 양 손바닥을 밖으로 뒤집었다.

퍼퍼펑! 꽈르르릉!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이 울려 퍼지고 모래 기둥이 공중으로 십여 장이나 치솟았다.

우두둑! 콰득!

직후 두 사람의 네 팔이 그대로 얽혀 버렸다.

원래 무협제원의 진력은 내향성(內向性)이고 염라철장의 진력은 외향성(外向性)이다. 그 때문에 일단 피차의 팔이 한데 얽히자 어느 쪽도 감히 먼저 공격을 철회할 수가 없었다. 그랬다가는 상대방의 내공이 봇물 터지듯 흘러들어와 내장을 박살내 버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별 수없이 두 사람은 서로 맞붙어 필사적으로 서로에게 내공을 밀어낼 수밖에 없었다.

두 숙적은 마치 사이좋은 친구처럼 마주 팔짱을 낀 채 꼼짝 않고 서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한 시진 남짓이 지났을 때였다.

[으음! 여기가 어디지?]

동굴 안에 누워 있던 소년 막비강이 신음과 함께 정신을 차렸다.

[내가 왜 이런 곳에...!]

정신을 차린 막비강은 자신이 석동 안의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음을 발견하고 만면에 곤혹의 빛을 머금었다.

그는 석동 입구에서 밝은 햇빛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 헌데 그때 그는 자신의 품속이 묵직함을 느꼈다.

(품속에 무엇이 들었지?)

막비강은 의아해하며 품속에 손을 넣었다. 곧 그의 손에는 하나의 술 호로와 종이쪽지가 쥐어졌다.

(이게 다 뭘까?)

막비강은 호로와 종이 조각을 번갈아 보며 갸웃했다.

그러다가 그것을 든 채 석동 밖으로 걸어나갔다.

[... 시체!]

헌데 석동 밖으로 나서던 막비강은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놀라 질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석동 입구 주위에는 선혈로 물들어 얼굴을 분간하기 어려운 네 구의 시체와 두 명의 마치 죽은 사람 같은 노인이 서로 팔이 엉킨 채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으으으!]

막비강은 너무 놀라 자신도 모르게 털썩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 모두 죽었구나!]

 

잠시 시간이 지나자 막비강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이들은 다 누구지? 왜 이런 곳에서 죽어 있는 건가?)

막비강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나마 여섯 사람 중 염라철장이 자신을 납치해 온 장본인이라는 것 정도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이었다.

(이 호로는 또 누가 내 품속에 넣어 준 걸까?)

그는 고개를 숙여 호로를 내려다보았다.

츠으으!

그의 수중에 들린 호로는 마침 떠오른 햇살을 받아서 눈부신 금광을 발산하여 매우 아름다웠다.

(크기가 주먹 정도밖에 되지 않는 호로가 왜 이렇게 무겁지?)

막비강은 곤혹을 금치 못했다. 그 안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마치 쇳덩이처럼 무거웠던 것이다.

(열어 보자!)

막비강은 호기심에 꼭 닫혀 있는 호로의 뚜껑을 뽑아 보았다.

순간 호로 안에서 한 줄기 기이한 향기가 흘러 나와 코를 찔렀다.

[! 향기 좋다!]

막비강은 코를 킁킁대며 안을 들여다보았다. 호로 속에는 수정같이 맑은 즙액(汁液)이 절반 가량 담겨져 있었다.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보니 아주 향기롭고 달콤하였다.

꼬르륵!

그러자 그의 뱃속에서 식충들이 먹을 것을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그러고 보면 어제 저녁 이후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막비강이다.

[뭔지 모르지만 독은 아니겠지!]

배고픔과 갈증을 참지 못한 그는 호로를 거꾸로 들어 안에 든 내용물을 그대로 들이켰다.

꿀꺽! 꿀꺽!

호로 속에 든 반병의 즙액은 삽시에 그의 목구멍을 타넘어 들어갔다.

 

금강옥액!

 

뼈를 무쇠보다도 강인하게 만들어 주고 백독이 불침하게 해준다는 희대의 영약 금강옥액이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끄억! 이제야 좀 살 것 같구나!]

막비강은 아무것도 모르고 배를 두드렸다. 겨우 반병의 즙액을 마신 것에 불과했지만 왠지 배가 든든했다. 마치 한 상 잘 차린 성찬을 포식한 느낌이었다.

그뿐 아니었다. 즙액이 뱃속으로 흘러들어가는 순간부터 왠지 온몸이 스멀스멀 더워지는 것이 아닌가?

[! 왜 갑자기 이렇게 더워지지?]

막비강은 헉헉대며 상체를 벗어부쳤다.

옷을 벗어버리자 조금은 열기가 가시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착각이었다.

우르르!

뱃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부글부글 끓는 것 같더니 형언할 수 없는 뜨거운 열기가 폭발하듯 솟구치는 것이 아닌가?

[아이쿠! 이게 독이었구나!]

막비강은 불속에 던져진 것 같은 열기에 휩싸여 떼굴떼굴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한번 치솟은 열기는 걷잡을 수 없이 그의 내부를 휩쓸고 다녔다.

[아아악!]

막비강은 내장이 온통 숯덩이가 되는 듯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까마득히 정신을 잃었다.

츠츠츠! 푸시시!

정신을 잃은 막비강의 온몸에서는 매캐한 연기가 치솟았다.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검푸른 연기가 그의 전신 팔만 사천 모공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 검푸른 연기에 노출된 주위의 초목들이 삽시에 시들어 버리기 시작했다. 그 연기는 바로 막비강의 몸속에 쌓여 있던 노폐물이 타들어가며 내는 독장(毒瘴)이었던 것이다.

금강옥액!

바로 이 희세 영약의 조화인 것이다.

 

본래 금강옥액을 복용하면 온몸의 노폐물이 연소되어 처음 세상에 태어날 때와 같은 상태, 즉 원영지체(元瓔之體)가 된다.

그리 되면 온몸의 경락이 막힘없이 뚫려 아무리 오랫동안 내공을 써도 지치지 않으며, 피부와 골격이 더할 수 없이 강인해져서 어떤 외부의 타격에도 상처를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막비강은 금강옥액의 효능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었다. 금강옥액의 효능을 극대화시키려면 복용 즉시 운공을 하거나 내가고수가 추궁과혈로 도와 줘야만 하기 때문이다.

막비강은 그 같은 두 가지 조건 중 어느 하나도 채우지 못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막비강은 모친의 뱃속에 있을 때 한 가지 사악한 술법(術法)에 노출되어 원영지기(元瓔之氣)가 크게 훼손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그는 남달리 허약해진 것이며, 나이 이십을 채우지 못하고 요절할 운명이었다.

그런 이유로 막비강은 희세 영약 금강옥액으로도 금강불괴지신(金剛不壞之身)은 되지 못했다.

대신 모친의 뱃속에 있을 때 손상되었던 원영지기가 금강옥액으로 대체되어 타고난 고질(痼疾)은 완쾌되기에 이르렀다.

금강옥액의 효능은 비단 고질을 치료해준 것뿐만이 아니었다.

우두둑! 우둑!

기절한 막비강의 전신 골격이 엇갈리는 소리가 나며 그의 몸이 쑥쑥 자라는 것이 아닌가?

여리고 병약하던 막비강의 몸은 순식간에 튼튼하고 강건하게 변모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본래 나이보다 두 세 살 어리게 보이던 그의 체격이 삽시에 같은 나이 또래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건장해진 것이다.

투둑! 투둑!

막비강이 걸친 의복이 여기저기 뜯어져 나갔다. 가냘프던 소년의 몸이 갑자기 어른처럼 자라나 꽉 끼어 버린 때문이었다.

 

다시 얼마나 지났을까?

[휴우! 내가 죽지 않다니...!]

막비강은 길게 한숨을 쉬며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막비강은 왠지 온몸이 깃털처럼 가벼운 것을 느꼈다.

(이상하네! 내가 마신 것은 분명 독이었을 텐데 어째서 몸이 이리 가뿐한 것일까?)

막비강은 갸웃하며 몸을 일으켰다.

찌직!

순간 그가 몸을 일으키는 대로 바짓가랑이가 북 찢겨 버리는 것이 아닌가?

[! 내 몸이...!]

비로소 자신의 몸이 삽시간에 커 버린 것을 알아챈 막비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강인한 근육으로 뭉쳐진 팔다리, 한 뼘 넘게 껑충 커 버린 키, 게다가 한번 발을 구르면 머리끝이 구름에까지라도 닿을 듯한 기분이 든다.

(내 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온몸을 살피며 어리둥절해하던 막비강의 얼굴이 문득 붉어졌다. 찢어진 바짓가랑이 사이로 전과는 사뭇 다른 무엇이 털렁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흡사 담장에 매달려 있던 다 자란 수세미 같은 크기의 검붉은 살덩이였다.

(... 내 찌찌가 언제 이렇게 커졌지?)

막비강은 멍하니 자신의 남성의 상징을 내려다보았다. 이완되었음에도 무려 다섯 치가 넘는 그것은 아무리 봐도 어린아이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그 살덩이 위쪽의 불두덩에도 짙은 음영(陰影)이 드리워져 있었다. 금강옥액은 병약한 소년에 불과하던 막비강을 삽시에 충분히 사내 구실을 할 수 있는 성인으로 탈바꿈시켜 버린 것이다.

[쑥스럽네! 뭔가 가릴 게 있어야겠어!]

막비강은 쓴웃음을 지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 그의 시야로 한 장의 종이 조각이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염라철장이 금강옥액의 호로와 함께 그의 품에 넣어 준 쪽지였다.

(뭐라고 글이 씌어져 있는 것 같은데...!)

시력이 몇 배로 좋아진 막비강은 쪽지 위에 급히 갈겨쓴 글이 적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집어 들었다. 그 쪽지 위에는 과연 다음과 같은 글이 급한 필체로 적혀 있었다.

 

<이름도 모르는 아들아! 네가 생부(生父)로 알고 있는 자는 진짜 네 아비가 아니다. 하지만 너의 모친은 너를 낳아 준 생모가 틀림없다.

피를 이어받은 자식이 세상에 태어났음에도 지금껏 만나지도 못했으니 나의 운명이 기구하기도 하구나.

부모의 원수를 갚고 싶으면 전포(田袍)를 찾아가 자세한 내막을 물어 보아라. 그러나 무공을 대성하기 전에 혈검산장으로 돌아가선 절대 안 된다.>

 

글의 내용은 이러했다. 그리고 쪽지의 맨 끝에는 손바닥이 하나 그려져 있었다.

(... 무슨 소린가? 설마 이 글이 내게 남겨진 것이란 말인가?)

쪽지에 적힌 글은 막비강의 잔잔한 마음에 세찬 파문을 일으키게 했다.

(아버지... 아버지가 진짜 내 아버지가 아니라고?)

그는 한동안 망연자실하여 서 있었다. 그런 그의 뇌리로 숱한 상념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생각해보면 의구심이 드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철이 들었을 무렵 부친인 금사혈검 막고천에게 무공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가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던 일이다.

아비라면 당연히 아들이 자라 무공을 익히는 것을 기뻐할 것이다.

헌데 막고천은 무공을 가르쳐주는 것은 고사하고 격하게 화를 내며 두 번 다시 무공을 가르쳐달라는 소리를 입 밖에 내지 말라고 윽박질렀다.

막비강도 겁에 질려 그 이후로는 아버지 막고천에게 일체 무공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무공을 배우고 싶은 열망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호원무사들이 무예를 연마하는 것을 몰래 훔쳐보며 나름대로 독학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막고천에게 들키는 불상사가 벌어졌고 그날 죽도록 얻어맞아 몇날 며칠을 자리보전 해야만 했다.

막고천은 어째서 아들인 자신에게 무공을 가르쳐 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무공을 배우려 하자 무섭게 치도곤을 한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하여 그는 모친인 한경파(韓瓊芭)에게 이유를 물어 보았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 역시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야단을 칠뿐이었다.

비단 그때뿐만이 아니었다. 한경파는 평소에도 막비강을 차갑게 대했다. 친 어머니임에도 불구하고 한경파에게서는 보통의 어머니들이 지닌 자상한 구석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막비강을 볼 때마다 한에 사무친 표정으로 화를 내거나 무시하곤 했다.

(설마 내가 불미스러운 관계로 태어난 사생아(私生兒)란 말인가? 아니면 어머니는 날 태중에 지닌 채 지금의 부친에게 개가(改嫁)를 했든지 강제로 납치당해 첩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이런 저런 생각으로 막비강의 마음은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그와함께 염라철장이 남긴 글이 사실일 것같은 생각이 정점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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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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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다시 건물 안. 청풍이 의자에 앉아있다. 무료한 표정

청풍; (피곤해서인지 통증이 심해진다.) 가슴을 누르고

청풍; (지금은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뿐이다.)

청풍; (어머니와 진진이가 내 몸 상태를 보고 기함할 게 걱정되긴 하지만...) 생각할 때

이세창; [기다리게 했군!] 덜컹! 문이 열리며 이세창이 들어선다. 황금수라들이 밖에서 보고 있고

청풍; [아닙니다.] 일어나고

이세창; [앉게나. 얘기가 길어질 수도 있으니..] 상좌로 가고

청풍; [...] 자리에 다시 앉고

이세창; [장주님이 무림맹에 보낼 납채(納采;혼인을 받아들임) 건으로 부르셔서 다녀온 길이네.]

청풍; [대례(大禮;혼인 예식)를 주관하셔야하니 바쁘시겠습니다.]

이세창; [바쁘지만 보람이 있는 일이지.] [, 그건 무림맹에서 보내온 폐백(幣帛;신랑이 신부집으로 보내는 예물)일세.] 탁자에 놓인 패물함을 보며 말하고

청풍; (역시 그랬군.)

이세창; [아직 혼서를 사당에 올리지 않은 상태라 안채로 들이지 못하고 여기에 보관하고 있지.]

청풍; (명문가의 혼례는 절차가 복잡하고 엄격하구나.)

이세창; [자넬 부른 이유는...]

청풍; (올게 왔군.) 내심 긴장

이세창; [장총관이 굳이 단음강기까지 치고 무슨 이야기를 한 것인지 듣고 싶어서이네.] 몸을 앞으로 내밀며 지긋이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역시!) + [말씀드리기 송구하지만...] 즉시 대답

청풍; [장총관께서는 저를 무림맹의 주방으로 데려가셨으면 하셨습니다.]

이세창; [무림맹의 요리사로 영입하고 싶다?] 찡그리고

청풍; [!]

이세창; [정말 그게 다인가?] 노려보고

청풍; [그렇습니다.] 즉시 대답

이체상; [...] 말없이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표정만 봐도 내 말을 믿지 않고 있다.) 긴장하지만 시선 피하지 않고

이세창; [알겠네.] ! 몸을 다시 의자에 기대고

이세창; [자네에게 확인할 건 확인했으니 그만 가보게.]

청풍; [물러가겠습니다.] 일어나며 고개 숙이고

밖으로 나가며 문을 닫는 청풍

! 닫히는 문

이세창; [이걸로 사전 공작은 끝났고...] 음산하게 웃고

이세창; [냉상아가 깔끔하게 마무리만 지어주면 되겠지.] 웃는 사악한 얼굴

 

#65>

여전히 황금전장. 황금전장 밖의 분위기가 나면 안됨

황금전장의 건물들 사이에 난 골목길을 걸어가는 청풍. 외진 곳이라 오가는 사람들 거의 없고. 그나마 간간이 던 하인과 하녀들이 낯이 선지 힐끔거리는데

청풍; (집요하게 추궁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개의치 않고 걸어가며 생각하고

청풍; (내 몸 상태를 빌미로 물고 늘어졌으면 어쩔 수 없이 벽소소가 야합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털어놨어야했을 것이다.)

청풍; (당분간 총관 눈에 띠지 않도록 노력해야겠구나.) 생각할 때

[저기요!] 뒤에서 부르는 소리. 돌아보는 청풍.

여자; [주방에 새로 오신 이청풍 숙수님이시지요?] 보자기에 싼 삼단짜리 찬합을 들고 달리듯 다가오는 여자. 쭉쭉 빵빵에 키도 상당히 크다. 하지만 얼굴은 평범하고 주근깨로 덮였다. 옷도 하녀 복장이고. 이 여자는 여자무사1이 변장한 모습. 하지만 이 모습일 때는 그냥 여자로 표기. 주변에 오가는 사람은 없다.

청풍; [내가 이청풍입니다만...]

여자; [만나서 다행이에요.] 숨이 차서 헐떡이며 멈춰서고.

여자; [주방으로 찾아갔다가 총관님을 뵈러 갔다는 말을 듣고 달려왔답니다.]

여자; [혹시 이미 본장 밖으로 나가신 게 아닌가 하고 걱정했지 뭐예요.] [자 받으세요.] 들고 온 찬합을 청풍에게 안겨준다. 삼단짜리 찬합은 보자기로 싼 상태다.

청풍; (음식 담는 찬합이다.) + [이게 뭐요?] 엉겁결에 찬합을 받으며 놀라고

여자; [뭔지 알려드리기 전에 제 소개부터 할게요.] [전 작은 아가씨의 몸종으로 춘앵(春鶯)이라고 해요.]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하고

청풍; [작은 아가씨를 모시는 분이셨군요.] 벽옥령을 떠올리고

여자; [작은 아가씨는 설아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끔찍이 사랑하고 아끼세요.]

여자; [그 설아가 어제 번견에게 물려 죽을 뻔한 위기에 처했을 때 이숙수님께서 구해주셨다는 소문이 이미 본장 내에 쫙 퍼졌답니다.] 과장 되게 양 손을 좌우로 벌려 보이며 말하고

청풍; (춘앵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말이 참 많은 아가씨로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여자의 말을 끊지 않고

여자; [아가씨는 오늘 하루 종일 이숙수님에게 진 신세를 어떻게 갚을까 고민하며 보내셨어요.]

여자; [그 고민의 결정체가 바로 그 찬합에 들어있답니다.] 청풍이 두 손으로 들고 있는 찬합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청풍; (뭔가 단단한 것이 들어있군.) 달칵 달각 청풍이 조금 흔드는 찬합에서 소리가 나고

여자; [그게 멀 거 같아요?] 미소

청풍; [찬합에 들어있으니 당연히 음식일이면서 소리가 나는 걸 보면 단단한 것일 테고...] 달가 달각 찬합을 조금 더 들어올려 소리를 듣고

청풍; [사탕입니까?] 흠칫! 하고

여자; [맞았어요! 역시 이숙수님은 눈치도 빠르세요.] 짝짝 박수치며 감탄하고

여자; [이숙수님께 어여쁜 누이가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어요.] [그래서 둘째 아가씨가 온갖 종류의 사탕으로 찬합을 채우신 거예요. 비슷한 또래인 누이동생께서 사탕을 좋아하실 거라면서...]

청풍; [제 누이가 정말 좋아할 선물입니다.] + (벽옥령은 부잣집 딸답지 않게 재치가 있군.) 내심 감탄

여자; [사탕을 누이동생께 전해주세요. 찬합은 돌려주실 필요 없구요.] 굽심거리며 몸을 돌리고. 이어

여자; [그럼 살펴가세요.] 손 흔들며 왔던 길을 달려간다.

청풍; [둘째 아가씨에게 고맙다고 전해주시오.]

여자; [그럴 게요.] 모퉁이를 돌아가며 손을 흔들고

청풍; [사탕이라...] 찬합을 들어보고

청풍; [진진이가 정말 좋아하겠구나. 황금전장의 딸이 먹는 사탕이라면 진귀하기 이를 데 없는 사탕일 테니...] 걸어가고. 헌데

 

#66>

건물 뒤에 숨어서 청풍이 멀어지는 걸 보는 여자

여자; (시간은 충분히 끈 것같은데...) 생각하며 얼굴 윗부분을 손톱으로 잡고. 이어

찌익! 얼굴에서 얇은 가면을 벗긴다. 그러자

! 드러나는 얼굴은 물론 여자무사1이다. 냉상아라는 이름의. 이하 여자무사1로 다시 표기하고

여자무사1; (지금쯤 총관님도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계시겠지.) 사악하게 웃고

여자무사1;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올무를 준비한 채...)

 

#67>

황금전장의 입구 쪽.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여러 개의 등이 걸려있어서 대낮같이 환한 상태고

[!] 그곳으로 걸어오다가 흠칫! 하는 청풍. 찬합은 찬합을 싼 보자기 윗부분을 잡아서 들고 있다.

등불이 환하게 밝혀진 황금전장 입구에 황금수라 수십 명이 포진한 채 나가는 사람들의 몸과 물건을 철저히 수색하고 있다. 마차들도 멈춰 세운 채 뒤지고 있고. 문 안쪽에 긴 탁자들이 죽 놓여있어 그곳에 물건들을 펼쳐놓고 뒤진다. 검문 때문에 문이 막혀 사람들이 못 나가고 있다. 검문의 지휘자는 이세창으로 귀견수도 보이고

청풍; (왜 저러지?) 의아해하면서 다가가고

청풍; (황금전장에서 나가는 사람들의 몸과 물건을 철저히 수색하고 있다.) (딱 봐도 일상적인 검문검색은 아니다.)

이세창의 모습. 얼굴이 굳어져 있고

청풍; (총관까지 나와 있군. 나를 만난 게 바로 전이었는데...) 생각하며 다가가는데

귀견수가 청풍을 발견하고

귀견수; [귀가하는 건가 이숙수?] 다가오고. 이세창도 흘깃 돌아보고

청풍; [그렇습니다.] [헌데 무슨 일인지요?]

귀견수; [무림맹에서 보낸 폐백중 중요한 예물 한 가지가 사라졌네.]

청풍; [누가 폐백에 손을 대었단 말입니까?] 놀라고

귀견수; [우리 황금전장 입장에서야 그리 대단한 물건이 아니지만...] [무림맹에서 보낸 예물이라는 점이 문제라네.]

청풍; (자신들이 보낸 예물을 잃어버렸다고 하면 무림맹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겠지.)

귀견수; [번거롭겠지만 기다렸다가 검문을 받고 나가도록 하게.]

청풍; [당연히 그래야지요.] 대답하는데

이세창; [이숙수! 자네 그거 뭔가?] 황금수라 두 명을 거느리고 다가오며 청풍이 들고 있는 찬합을 보며 묻고. 귀견수도 돌아서다가 돌아보고

청풍; [둘째 아가씨가 제 누이에게 주라고 준비해주신 사탕입니다.] 찬합을 들어보이고

이세창; [성문이 닫히기 전에 금릉성을 나가야하니 먼저 검문을 받게 해주지.] [내용물을 확인해봐라.] 따라온 황금수라들에게 말하고.

[예 총관님.] 다가오는 황금수라들

청풍; [살펴보십시오.] 두 사람에게 찬합을 내밀고. 찬합을 한 명이 받고

옆의 탁자로 찬합을 가져가서

보자기를 푸는 황금수라들

달칵! 첫 번째 찬합 뚜껑을 여는 황금수라들.

뚜껑이 열리며 드러나는 첫 번째 칸에 온갖 종류의 사탕이 포장되어 들어있다.

[찬합에 담겨있는 게 사탕이 틀림없습니다.] [두 번 째 칸을 확인하겠습니다.] 한명이 말하면서 첫 번째 칸을 들어올리려 하고.

[두번째 칸 확인합니다.] 달칵! 첫 번째 칸을 분리해서 집어들며 말하는 황금수라. 헌데 그 직후

! 두 번째 칸에도 사탕이 들어있긴 하지만 그 사탕들 위에 화려한 목걸이가 하나 들어있다. 여러 개의 보석을 연결하여 만들어진 고급스러운 목걸이다.

[!] [!] [!] 현장에서 찬합을 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 경악. 청풍과 귀견수와 두 명의 황금수라. 이세창도 놀라는 척하고

<찾았습니다!> <사라졌던 목걸이가 찬합에 들어있습니다!> 황금수라들 전음으로 말하며 이세창과 청풍을 돌아보고. 귀견수는 가면 속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고

청풍; (저 목걸이가 왜 찬합에...) 경악

이세창; [이런 이런...] 촤락! 찬합에서 두손으로 목걸이를 집어들고

이세창; [견물생심이라더니...] [네놈, 잠깐 동안 혼자 있는 동안에 폐백함을 뒤졌구나.] 살벌한 표정으로 청풍을 노려보고

이세창; [감히 무림맹에서 보낸 예물에 손을 대었을 때는 각오도 되어있었겠지?] 살벌하게 웃으며 목걸이를 들어 보이고. 청풍은 굳어진 표정을 지으며 목걸이를 보고

이어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바로 위 #65>의 장면

 

여자; [혹시 이미 본장 밖으로 나가신 게 아닌가 하고 걱정했지 뭐예요.] [자 받으세요.] 들고 온 찬합을 청풍에게 안겨준다. 삼단짜리 찬합은 보자기로 싼 상태다.

회상 끝

 

청풍; (함정!) 굳어진 얼굴

<간단하고 조잡하지만 일단 빠지면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악독한 함정에 빠졌다.> 목걸이를 들어 보이며 사악하게 웃는 이세창. 가면 속에서 눈을 부릅뜨며 보고 있는 귀견수. 차고 있는 검에 손을 대며 청풍을 노려보는 두 명의 황금수라들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68>

금릉 성 밖의 빈민가. 밤이 깊어 불이 모두 꺼져 있고. 헌데

동구 밖에 불빛이 어른거린다.

등을 들고 서서 멀리 보이는 금릉성 성문을 보고 있는 진삼낭. 담요로 몸을 감싸고 있다. 걱정스러운 표정

진삼낭; (불길한 예감...)

진삼낭; (청풍이가 연락도 없이 외박을 한 적은 없었는데...)

진삼낭; (일하는 곳이 황금전장이니 귀가하지 못하면 사람이라도 보내 알렸을 것이다.) 찡그리고

진삼낭; (설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불안하고 초조하고. 그때

[엄마!] 뒤에서 들리는 음성. 돌아보는 진삼낭

이진진; [그만 들어가. 이미 성문이 닫혀서 오늘은 집에 오고 싶어도 못 올 거야.] 역시 담요로 어깨를 감싼 이진진이 다가온다.

진삼낭; [그래야겠지?] 한숨 쉬며 돌아서고

진삼낭; [그나저나 뭘 나오고 그러니. 어미가 어련히 알아서 돌아갈까봐...] 눈을 좀 흘기며 이진진에게 다가오고

이진진; [내가 오지 않았으면 밤 새셨을 거잖아요.] 함께 돌아서고

진삼낭; [집이든 밖이든 잠을 이루지 못할 건 분명하지.] 한숨 쉬며 집쪽으로 걸어간다.

이진진; (오빠...) 금릉 성문쪽을 보며 진삼낭과 함께 걸음을 옮기고

두근 두근 심장이 뛰는 이진진

이진진; (불안한 감정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어.)

<아무쪼록 오빠의 신변에 변고가 생기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빈민가 안으로 들어가는 두 모녀의 모습 배경으로 이진진의 생각 나레이션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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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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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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