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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랑이라 불리는 여인

 

 

 

(!)

막비강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치떠졌다.

그는 지금 한 칸 객당의 처마 밑에 박쥐처럼 매달려 있었다.

객당의 사방 창문은 두터운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그 천이 조금 갈라진 곳으로 불빛이 흘러 나오며 객당 안의 정경이 막비강의 눈에 들어왔다.

헌데 굵은 황촉의 불꽃이 너울거리고 있는 객당 안에서는 차마 듣기 민망한 교성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저런 천인공노할...!)

막비강은 너무나 놀라고 화가 나 하마터면 매달린 처마에서 떨어질 뻔했다

널찍한 객당의 바닥에서는 차마 눈뜨고 못 볼 난잡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서는 여러 명의 여인들이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하나같이 머리를 파르라니 깎은 비구니들이었다.

비구니들은 나이가 천차만별로 십오륙 세의 어린 소녀가 있는가 하면 사십대의 원숙한 중년비구니도 있었다.

그녀들은 아마도 이곳 청련사의 비구니들인 모양이었다.

비구니들은 회색 가사를 훌훌 벗어버린 채 몸을 비틀며 거친 숨을 토하고 있었다.

(바득! 겉으로만 절이었지 사실은 창녀들의 소굴이었구나!)

막비강은 여승들의 치태를 보며 분노에 몸을 떨었다.

그는 속으로 욕을 퍼부으며 현장을 떠나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흐흐! 고것들...!]

문득 객당 안에서 굵직한 사내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가?

막비강은 움찔 놀라 시선을 옮겼다

다음 순간 그의 눈이 찢어질 듯이 치떠졌다

객당 바닥 한구석에서 그는 천만 뜻밖의 광경을 본 것이다.

중년의 비구니와 어린 비구니를 사내도 여자도 아닌 아닌 자가 유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굴과 상체는 분명 여자인데 하체는 사내인 기괴한 자였다.

믿기지 않는 장면에 막비강은 전율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그는 비구니들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도 알아차렸다.

(모두 미약에 중독되었다!)

막비강은 비구니들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흐려져 있는 것을 알아보았.

(악독한 놈! 저놈이 여자로 위장하고 이 절에 유숙하며 비구니들에게 미약을 썼구나!)

비로소 사정을 이해한 막비강이 분노에 몸을 떨 때였다.

[호호호! 재미가 좋군요, 사형!]

삐꺽!

요사스런 웃음소리가 들리며 누군가 실내로 들어섰다.

막비강은 급히 몸을 움츠리며 새로 나타난 인물을 바라보았다.

실내로 들어선 것은 한 명의 미소부였다

풍만한 몸매에 요염한 용모를 지닌 삼십대 중반의 그 여인은 얇은 나삼 하나만을 걸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허리에는 한 명 소년이 안긴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잠옷을 입은 그 소년은 막비강 나이 또래였다.

막비강은 나타난 여인이 바로 자신이 처음 보았던 야행인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흐흐! 누이!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골랐소?]

두 비구니를 농락하던 사내가 고개만 돌린 채 여인을 돌아보았다.

[! 너무 불공평해요! 사형은 손 하나 까딱 않고 재미를 보고...! 다음번에는 중들이 사는 절에서 자자구요!]

여인은 안고 온 소년을 바닥에 누이며 눈을 흘겼다.

[흐흐! 좋도록 해라! 사매가 밤새 몇 명의 땡중을 파계시키는지 지켜보는 것도 각별히 재미있겠지!]

사내는 음탕하게 웃었다.

미소부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납치해 온 소년을 농락하기 시작했다.

헌데 그녀의 만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는 때였다.

콰쾅!

갑자기 한 쪽 창문이 박살나며 한 줄기 인영이 질풍처럼 날아들지 않는가?

[죽어랏! 요망한 것들!]

번쩍!

날아든 인영은 앙칼지게 외치며 벼락같은 섬광을 두 탕부탕녀에게로 휘몰아쳐 냈다.

[!]

[!]

한창 열락에 빠져 있던 두 남녀의 입에서 다급한 비명이 터졌다.

그들은 유린하던 제물들을 팽개치며 다급히 몸을 굴렸다.

하지만 암습자의 무공은 실로 신쾌한 것이었다.

스팟! 후두둑!

[!]

[!]

피가 확 번지며 두 마디의 비명이 동시에 터졌다.

소년을 농락하던 요부는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 가슴까지 쩍 갈라져 나뒹굴었고

비구니들을 유린하던 사내는 옆구리에서 피분수를 흘리며 물러섰다

요부는 왼쪽 가슴이 거의 두 쪽이 나 자칫했으면 심장이 쪼개질 뻔한 중상이었다.

[... 너는!]

[헌원여호(軒轅女虎)!]

나타난 암습자를 본 두 탕부탕녀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헌원여호라면 강호칠절 중에 드는 고수이신데...! 그분이 나타났단 말인가?)

막비강은 호기심이 동해 고개를 쭉 빼밀고 실내를 들여다보았다.

과연, 실내에는 피투성이가 된 두 탕부탕녀 앞에 한 명 여인이 살기 등등한 모습으로 버티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나이는 삼십오륙 세 정도, 여자의 몸인데도 키가 육 척(六尺)에 가깝고 체격이 딱 벌어져 한눈에 봐도 일대여걸의 풍모가 풍기는 여인이었다.

떡 벌어진 어깨, 당당한 가슴, 반면 끊어질 듯 잘록한 허리, 얼굴도 대단한 미모로 보는 이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만했다.

다만 눈썹이 사내처럼 짙고, 눈꼬리가 홱 올라갔으며, 입술의 모양이 단호하고 냉막하여 절로 사람을 주눅들게 만들었다. 여호(女虎)라는 별호가 실로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수중에는 호랑이 이빨처럼 뾰족뾰족한 날이 돋은 육중한 호치도(虎齒刀)가 한 자루 들려 있었다. 방금 두 탕부탕녀를 휩쓸어 버린 것이 바로 그 칼이었다.

(여자가 저토록 무지막지한 중병기를 쓰다니...!)

막비강은 절로 질려 숨을 죽였다.

 

 헌원여호(軒轅女虎) 헌원빙(軒轅氷)!

 

이것이 바로 무림의 암호랑이로 불리는 이 여걸의 이름이다

비록 삼십대 중반의 많지 않은 나이지만 그녀는 정파백도의 유수한 고수들인 강호칠절 중 일인인 것이다.

사실 그녀는 대단한 배경을 지니고 있었다.

 

<사해무련(四海武聯)>

 

당금 강호무림에서 가장 강대한 세력을 떨치고 있는 세력들인 사패천 중 남패천(南覇天) 사해무련이 그녀의 출신인 것이다.

사해신존(四海神尊) 헌원궁(軒轅弓)이란 영웅이 육십 년 전에 창건한 사해무련은 사패천 중에서도 가장 세력이 강하다

무림인들은 사해무련을 공공연히 천하제일가(天下第一家)로 부를 정도다.

서패천 혈검산장, 동패천 유가총림(儒家叢林), 북패천 북산검호각(北山劍豪閣)등이 비록 사해무련과 함께 사패천으로 꼽히지만 실제 전력을 비교하면 사해무련에 비해 많은 손색이 있다

사실상 장강 이남의 무림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 바로 남패천 사해무련인 것이다.

그 사해무련의 창건자 사해신존 헌원궁이 헌원여호 헌원빙의 생부다. 또한 당대 사해무련의 방주인 사해용왕(四海龍王) 헌원척(軒轅拓)은 헌원빙의 오라버니이기도 하다.

정파무림 제일고수로 추앙받는 사해신존의 진전을 이었기에 헌원빙은 삼십대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호칠절의 반열에 들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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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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