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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九 章

 

                  마음을 가두는 奇異星形陣 1

 

 

 

두 남녀가 망부석처럼 우뚝 서서 대치하는 동안 묵령신조는 계곡안의 좁은 골짜기로 날고 있었다.

휘이이이! 휘이이잉!

밑에서 불어오는 역풍이 석두공과 여인의 옷자락을 거꾸로 말아올렸다.

콰아아아!

이윽고 묵령신조는 거대한 날개를 접으며 절벽의 중간에 나있는 하나의 동굴 앞에 내려섰다.

동굴 주위의 작은 바위들이 날개바람에 휩쓸려 날아갔다.

그러나 석두공과 여인은 마주보고만 있었다.

그때 묵령신조가 귀잖다는 듯이 등을 털어버리는 바람에 두 남녀는 풍선처럼 땅으로 내려섰다.

하지만 묵령신조는 더이상 석두공에 대해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다.

먹이를 찾기 위해서인지 묵령신조는 계곡 아래로 날아가 버렸다.

문득 석두공은 마주 선 그녀가 너무나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어스름 저녁무렵이어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어둠속에 사르르 사라질 듯한 그녀의 모습이 그에겐 어떤 환상처럼 느껴졌다.

석두공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더 싸워야 겠소?]

[! 아주 제법이더군. 하나, 다음엔 쉽지 않을 것이다.]

여인이 싸늘한 콧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하지만 사람이 가슴으로 파고들어 속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묘한 음성이었다.

석두공은 빙그레 웃었다.

[사실대로 말하면 땅위에 내려선 순간에 이미 소저는 졌소. 다음에 나를 이기기 위해서라면 아마 하늘에 장소를 잡아야 할 거요.]

[호호호호! 죽지 않은 자는 항상 입으로 살았다는 걸 표시하려 하지.]

[후후후! 서로의 실력을 파악한 후에 입싸움이라... 뭔가 순서가 바뀐 것같지 않소?]

[본녀를 자극하려 하지마라. 더이상 네놈과 싸우고 싶은 생각이 없다.]

여인은 차갑게 말한 후 절벽 쪽에 나있는 동굴을 향해서 걸어갔다.

이 동굴 입구에는 아무런 표식도 없었으나 인공(人工)이 가미된 흔적이 있었다.

석두공이 넌지시 물었다.

[이곳이 소저의 거처요?]

여인은 말하지 않았지만 석두공은 느낌으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녀에게도 이곳은 생소한 곳이었던 것이다.

(묵령신조가 왜 이리로 와버렸을까? 한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실제로 그녀도 눈살을 찌푸리며 묵령신조의 이해못할 행동을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묵령신조가 지금은 먹이를 찾기 위해 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묵령신조가 돌아오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녀는 동굴 속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던 것이다.

한데 그녀가 막 동굴 속으로 들어갈 때였다.

[조심하시오!]

석두공이 뒤에서 소리쳤다.

퍼엉!

하지만 그 순간엔 이미 그녀도 안으로 쌍장을 쳐내면서 뒤로 번개처럼 날아 나오고 있었다.

쿠쾅!

갑자기 굉음이 울리며 거대한 구슬같은 것이 동굴안에서 굴러나와 동굴을 막아버렸다.

아마도 그녀가 들어가면서 어떤 기관을 무의식 중에 움직였던 모양이었다.

여인이 튕겨지듯 날아 나오는 그 순간에 석두공은 반대로 그곳으로 날아갔었다.

두사람의 위치가 뒤바뀌어진 형세가 되었다.

석두공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거대한 석구에 음각된 글씨를 볼 수 있었다.

 

<마중천(魔重天)>

 

마중천-!

놀랍게도 석구에는 오백년전에 세상에서 사라졌던 마의 하늘이라는 마중천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한때는 천하를 독패하다 시피했었던 마중천이...

스스슷!

여인은 환상처럼 날아와 석구(石球)앞에 섰다.

바로 옆에 석두공이 서있었지만 어떤 경계심도 품지 않은 듯했다.

그녀도 석두공도 석구에 온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녀가 타고 다니는 묵령신조가 바로 마중천의 전설적인 영물이 아니던가?

석구엔 마중천이라는 큰 글자 아래로 작은 글씨들이 적혀있었다.

 

<마중천은 불멸이다.

누가 있어 마중천을 멸할 수 있으랴?

그렇게 자부했었건만 마중천을 붕괴할 수 있는 힘은 있었다.

외부에 적이 없으면 그때부터는 자기 자신이 적이 된다는 사실을 조금만 일찍 알았어도 마중천이 이처럼 자중지란으로 멸망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하나 마중천의 모든 것은 힘,

힘이야말로 마중천의 모든 것,

힘은 여전히 존재하도다.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사용되는 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마중천의 힘이 천하를 질타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할 뿐이다.

야망이 있는자,

용기가 있는자,

또한 지혜가 있는자는 마중천으로 들라.

그대에게 천하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주리라.>

 

서명도 없었다.

언제 썼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오직 그 글자들만이 적혀 있을 뿐이었다.

석두공은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마치 선동하는 듯한 문구들이로군.]

여인은 그런 석두공을 한번 노려보고는 석구에 손을 댔다.

아마도 밀어버리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석구의 무게는 적게 잡아도 이십만 근은 나갈 것같았다.

간단히 밀어버릴 수 잇는 것이 아니다.

석두공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여인을 바라보았다.

두두두두...

여인은 공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에 따라서 주변의 땅이 약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여인이 석구를 밀었지만 밀리지 않았기에 그 충격이 다른 곳으로 전해진 때문이었다.

[기관이 설치됐군.]

여인은 손을 떼면서 중얼거렸다.

석구가 이십만 근이라고는 하지만 그녀의 공력으로 움직이지 못할 무게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내가 한번 해보겠소.]

석두공이 나서며 말했다.

여인은 그를 힐끗 보고는 옆으로 비껴섰다.

그녀의 눈빛은 내가 못했는데 네까짓게 별 수 있을라고? 하는 듯했다.

그러나 석두공은 나름대로의 확신을 가지고 달려들고 있었다.

그는 석구를 비스듬히 밀면서 조금씩 돌렸다.

그그그긍!

거대한 석구가 제자리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석두공은 더욱 힘을 가해서 석구를 돌렸다.

그그그긍!

석구에 새겨졌던 글자는 완전히 옆으로 말려 들어가 버렸다.

한데 그 순간에 다른 쪽에서 작은 틈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커졌다.

그것은 석구에 뚫어져 있는 작은 동굴이었다.

문을 막은 석구에 또 다른 입구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입구가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크기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높이와 넓이였다.

여인의 눈에 반짝 이채가 스치고 지나갔다.

석두공이 말했다.

[먼저 들어가시오.]

여인은 가볍게 콧웃음을 치고는 입구 옆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녀는 입구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마치 허깨비처럼 석구를 직접 스며들면서 파고 들어갔다.

스스스슷!

그녀가 지나가는 곳에 고운 모래로 변해버린 석구의 잔해가 남았다.

그녀의 형상을 닮은 구멍이 석구에 만들어졌다.

석두공의 안색이 미미하게 변했다.

그같은 무공이 무엇인지 그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천신폭풍보를 사용하지 않았듯이 그녀도 사용하지 않은 무공이 있었군. 엄청난 무공이다. 저런 정도라면 어떤 공격에도 견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파고 들어 상대를 가루로 만들 수도 있겠구나.)

그녀의 무공은 정말 석두공이 경시하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어느새 그녀는 사라졌는지 보이지도 않고 석두공은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는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 × ×

 

휘익!

푸드득!

한마리의 전서구가 방안까지 들어와 날개짓을 쳤다.

만박노조는 바둑판에서 눈을 떼지 않고 왼손만을 가볍게 움직여서 구리통을 떼어냈다.

장강의 대혈전에서 회심의 승리를 장담한 후에 처절하게 패한 그는 그날 이후로 웃음을 잃어버렸었다.

한데 무관심한 듯 전서를 펼쳐든 그는 갑자기 실소하기 시작했다.

[허허허허! 으허허허허!]

검성은 그의 웃음소리가 끝나기를 기다려 물었다.

[무슨 일이오?]

직접 한번 보시게나.]

만박이 전서를 내밀었다.

한번 쓰윽 훑어보던 검성, 그도 갑자기 웃음을 흘렸다.

[허허허허... ]

허탈한 듯,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의 웃음은 공허하게 메아리쳤다.

만박노조가 말했다.

[무림에 실로 늙은 영웅이 탄생했네. 그려.]

검성은 잠시 실소하기는 했으나 만박의 조롱하는 듯한 말에는 맞장구를 치지 않았다. 그는 단지 미소만 지었다.

만박노조가 말을 이었다.

[적룡혈운도의 대 선단을 단 일인이 깨뜨려버렸다는 사실을 과연 믿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

[더구나 그 장본인이 우유부단하고 무능하기조차한 해남검파의 진우백이라니...]

[전서구가 잘못 되었을리야 있겠소? 진우백의 본신 무공을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오.]

검성이 온화한 음성으로 말했다.

[어쨌든 적룡혈운도가 큰 타격을 입었다니 우리로서는 다행이잖소.]

[그렇긴 하네만 이건 뭔가 이상하네. 어떤 흑막이 있을 것만 같은 데 분명히 잡히지 않는군.]

만박노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검성이 말했다.

[만약 이 전서가 사실이라면 우리에게 큰 힘이 생긴 것이나 다름없지 않소?]

[결코 그렇진 않을 걸세.]

만박노조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의아하게 바라보는 검성에게 말했다.

[진우백은 아우같은 충의지사(忠義志士)가 아닐세. 한마디로 소인배에 가까운 인물이지. 함께 일을 도모할 만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네. 오래전이기는 하지만 이 우형이 직접 그의 관상을 본 일이 있으니 틀림없을 것일세.]

검성이 침중하게 말했다.

[소문이 모두 옳은 것이라고는 하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것도 없소이다. 진우백이 어떤 이유로든 무공이 강하다는 것은 사실일 것같소.]

[아마도 해남검파의 창시에 관한 전설을 풀었겠지. 해남검파에서는 그 이외에 숨겨진 무공이나 보물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

만박은 옆에서 지켜보기라도 한 듯이 정확하게 추측하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어림짐작하는 것이 아닌 그야말로 여러가지 정보를 종합한 가장 타당성 있는 결론인 것이다.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진우백은 이번 일을 기화로 삼아 곧 중원으로 들어올 것일세. 혼란의 와중에서 자신의 기틀을 닦으려 하겠지.]

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파의 종사라면 그런 야심도 가질 만하지요.]

[한데 그 인물이 문제지. 원래 바보가 욕심은 많은 법이라네.]

만박노조는 뚱하게 말했다.

!

그리고는 좌변의 사삼(四三)에 흰돌을 놓으며 말을 더했다.

[뒤통수를 맞지 않으려면 그자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만 할거네.]

[이런! 뒤통수는 만박형이 치는구료.]

검성은 한웅큼의 흑석을 바둑돌 위에 얹었다. 만박노조가 놓았던 곳은 그가 생각도 못했던 곳이었던 것이다.

 

× × ×

 

묵령신조,

이 전설상의 거조는 대파산을 벗어나 어디론지 날아갔다.

묵령신조는 그 주인의 짐작과는 달리 먹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를 향해서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경(二更) 무렵,

섬서성의 남쪽에 있는 태백산(太白山)의 상공에 묵령신조가 나타났다.

고오오오...

그것은 태백산의 중턱에 있는 침엽수림 속으로 내려갔다.

침엽수림 속에는 돌로 지어진 한채의 석옥(石屋)이 있었다.

푸드드득!

묵령신조는 마치 자신의 집을 찾아들기라도 하듯이 그 석옥의 지붕위에 내려앉았다.

집보다 커보이는 묵령신조가 내려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석옥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석옥에서 사람이 나왔다.

붉은 얼굴에 배꼽어림까지 늘어뜨린 검은 수염은 그를 미염공(美髥公)이라 칭할수 있을 만큼 기품있어보이는 노인이었다.

꾸꾸!

묵령신조가 그에게 부리를 가져갔다.

[오오! 묵아! 네가 돌아왔구나. 이제 때가 되었구나.]

노인은 격정어린 목소리로 말하며 묵령신조의 부리를 쓰다듬었다.

꾸꾸!

묵령신조가 기쁜 듯이 소리를 냈다.

잠시 후, 노인은 묵령신조의 부리를 두드리며 온화한 음성으로 말했다.

[내 말을 잊지 않고 소식을 전해줘서 고맙구나. 그럼 이만 돌아가도록해라. 우리가 다시 만날 날도 멀지 않았느니라. ]

꾸에!

묵령신조는 한바탕의 긴 울음소리를 남기고 암천으로 날아올랐다.

묵령신조를 바라보는 노인의 눈가에 물기가 번져나왔다.

[자봉(紫鳳)! 불쌍한 녀석... 이제야 기억을 되찾겠구나. 이 할아비를 원망해라.]

노인은 왜소해진 것같은 등을 뒤로 하고 석문을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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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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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어둠 속. 크고 작은 바위들이 뒤엉켜 있다. 천마뢰 내부가 무너진 모습

들썩! 그중 하나의 바위덩이가 들썩이더니

콰직! 바위를 으깨며 쳐드는 강철 장갑 낀 손.

청풍; [허억!] 콰득! 금이 마구 간 석벽에 등을 기댄 자세로 앉아 있다가 이를 악물고 두 손으로 바위를 밀어낸다. 입과 코로 피를 흘리고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콰득! 옆으로 밀려 넘어지는 바위

청풍; [끄윽!] ! 다시 벽에 등을 기대며 고통에 찬 표정으로 헐떡이고

청풍; (... 즉사는 면한 건가?) 헉헉 대며 아래를 보고

두 다리가 바위에 깔려 부러져 있다. 한쪽은 허벅지고 다른 쪽은 종아리쪽이 부러졌다.

청풍; (다리가 부러졌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부러진 다리를 보며 헐떡이고. 얼굴이 고통으로 이지러지고

그런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천마묵장을 낀 기절초괴의 손과 불훼철장을 낀 자신의 손이 충돌하고.

이하 회상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 서로 반대방향으로 튕겨져 나가는 청풍과 기절초괴. 기절초괴는 주르르 밀려나지만 청풍은 쏘아진 포탄처럼 뒤로 날아간다.

! 등이 광장 끝의 벽에 부딪히는 청풍. 벽이 방사상으로 갈라지고.

콰당탕! 벽 아래로 나뒹구는 청풍. 피를 토하며. 그 직후

콰쾅! 콰드드! 천장이 그대로 무너져 내린다. 일어나려다가 그걸 올려다보며 절망하는 청풍의 모습.

회상 끝

 

청풍; (무너진 바위들과 벽 틈에 약간의 공간이 있어서 살아남긴 했다.) 고통으로 떨리는 두 손을 허벅지가 부러진 다리쪽으로 가져가고

청풍; (벽에 밀착하지 못한 두 다리가 떨어진 바위에 찍혀 부러졌지만...) 우둑! 오만상 쓰며 허벅지의 부러진 뼈를 맞춘다.

청풍; [끄윽!] 콰득! 고통에 떨면서도 뼈를 맞추고

청풍; (심장이 두 번이나 궤뚫렸었던 내게 뼈가 부러진 정도는 사실 별일 아니다.) 우두둑! 이번에는 부러진 종아리뼈도 맞춘다. 그리고

우둑! 우두둑! 뼈가 맞춰진 다리에서 소리가 난다.

청풍; (천약탈태술을 얻은 덕분에 몸의 상처쯤은 즉시 치유되기 때문이다.) ! 다시 벽에 등을 기대며 다리를 보고

우둑! 우두둑! 부러졌던 허벅지와 종아리에서 뼈가 붙는 소리가 나고

청풍; (벌써 뼈는 다시 붙고 있고 끊어졌던 근육들도 거의 다 이어지고 있다.) (이제 곧 원래대로 다리를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청풍; (문제는... 내 몸 속에 공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절망

청풍; (천마묵장의 마력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내 막강하던 내공은 흩어지거나 기절초괴에게 흡수되어 버렸다.)

청풍; (그리고 내공이 없는 상태에서 무너진 천마뢰를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절망하며 앞을 보고. 앞쪽으로 거대한 바위들이 마구 무너져 가로 막고 있다.

청풍; (아무래도 내 길지 않은 인생은 여기까지인 것 같다.) 쓴웃음

청풍; (어머니...) 섭아연을 떠올리고. 자신의 뺨을 두 손으로 잡고 울며 기뻐하던 모습

청풍; (날 다시 만나 그토록 기뻐하셨는데... 불효를 저지르게 되었다.) 한숨. 바로 그때

! 품속에서 뭔가가 진동하고

청풍; (뭐지?) 의아해하며 손을 품속에 넣고

징징! 다시 꺼낸 청풍의 손에는 황금열쇠가 들려있다. 바로 독룡곡에서 독심귀의의 시체를 태운 자리에 남아있던 열쇠

청풍; (독룡곡에서 얻은 이 열쇠가 진동하고 있다.) 징징! 진동하는 열쇠를 보며 놀라고

청풍; (가까운 곳에 있는 뭔가와 공명(共鳴)한다는 건데...) 두리번. 그때

드드드! 청풍이 기대고 앉아있던 벽이 울린다. 벽에는 마구 금이 가있고

청풍; (벽이다!) 돌아보고.

청풍; (내가 등으로 부딪혀서 균열을 일으킨 이 벽 속에 열쇠를 공명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일어나 돌아앉으며 벽을 보고

! 츠으! 갈라진 틈새로 흐릿하게 빛이 흘러나온다.

청풍; (석벽의 갈라진 틈에서 빛이 번져 나온다.) 열쇠를 다시 품속에 넣고

청풍; (안쪽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해보다!) 콰득! 장갑 낀 양송으로 벽의 갈라진 틈을 으스러트리고

청풍; (불훼철장의 덕을 또 보는구나.) 우두둑! 우둑! 바위를 어렵지 않게 뜯어내며

청풍; (내공이 거의 소멸되었지만 불훼철장 덕분에 바위를 두부처럼 으스러트릴 수 있으니...) 콰득! 양손으로 벽을 강하게 뜯어내고

! 벽이 뜯겨 나오자 안쪽에서 빛이 번져 나온다. 두께 30센티 정도의 석벽 뒤에 빛이 나는 문이 있다.

청풍; (!) 콰득! 석벽을 더 뜯어내며 흥분

! 석벽이 무너지며 드러나는 것은 문이다. 황금으로 만든 그리 크지 않은 문이 나타난다. 사람 한명이 열고 드나들 수 있을 정도.

청풍; (두껍지 않은 석벽 뒤에 황금으로 만든 문이 하나 숨겨져 있었다.) 놀라며 일어나 살펴보고.

<懺悔門>이르는 큰 글이 문 중앙 약간 위쪽에 새겨져 있다. 그 글씨 아래쪽에 작은 구멍이 있다. 열쇠구멍

청풍; (참회문(懺悔門)...) 글을 읽으며

청풍; (뭔가 사연이 있는 것같은 이름인데...) 살피고

참회문이란 글 아래쪽에 있는 열쇠구멍 크로즈 업

청풍; (이 구멍...) 눈 번뜩이며 다시 손을 품속에 넣고

청풍; (아마 이 열쇠를 끼우는 구멍일 것이다.) 다시 열쇠를 꺼내 살피고

징징! 진동이 더 커지는 열쇠

청풍; (참회문에도 천마뢰와 같은 금제가 설치되어 있어서 힘으로는 열 수 없을 것이다.) ! 진동하는 열쇠를 열쇠 구멍에 끼우려 하고

청풍; (오직 이 열쇠만이 참회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찰칵! 열쇠가 깊이 끼워지며 소리가 나고. 직후

그그긍! 황금 문이 안쪽으로 열리며 열리는 안쪽에서 밝은 빛이 흘러나온다.

청풍; (열린다!) 손으로 앞을 가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청풍; (과연 이 문 안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완전히 열리는 황금문 안으로 들어선다.

 

#344>

[!] 놀라는 청풍.

! 청풍이 들어선 곳은 그리 넓지 않은 밀실. 밀실 끝에는 돌로 만든 세 개의 좌대가 놓여있는데 이남일녀가 앉아있다. 중앙에는 선녀같은 여자가 앉아있고 그 좌우에 두 명의 노인이 앉아있다. 중앙에 앉은 선녀같은 여자는 무산신녀. 무산신녀 좌우에 앉은 노인들은 바로 천마와 천지무성. 천마 캐릭터는 다른 작품의 천마 캐릭터. 천지무성은 신선같은 노인. 세 노인 앞에는 탁자가 하나 놓여있고 탁자에는 작은 상자 하나와 얇은 책 한권이 놓여있다. 상자는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15센티 정도의 정육면체

청풍; (저 인물들...) 긴장하며 다가가고

<오래전에 죽은 인물들일 텐데 하나같이 이 세상의 존재로 여겨지지 않는다.> 천마등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청풍; [말학후진 이청풍이 세분의 영면을 방해하게 되었습니다. 용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포권하고. 이어

세 사람 앞의 탁자에 놓인 상자와 책을 보고

청풍; (저분들이 남긴 유물이겠지.) 책을 집어들고

책 표지에는 <天魔懺悔錄>이란 제목이 적혀있다.

청풍; (천마참회록(天魔懺悔錄)!) 놀라고

청풍; (이 책을 저술하신 분이 설마 나의 먼 조상이기도 하신 천마님이란 말인가?)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책 표지를 넘기고

<어리석은 천마 용각(龍覺)이 업보를 참회하며 이 글을 남긴다.> 책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청풍; (천마 용각!) 흥분하며

청풍; (아마도 저분이 천마이실 것이다. 나의 먼 조상이신...) 천마를 향해 무릎을 꿇는다

청풍; [못난 후손이 인연이 닿아 선조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천마에게 절하고

청풍; (죽을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천마님의 유적을 발견했다.) (아마도 이 모든 것이 천마님의 안배일 것이다.) 무릎 꿇은 채 다시 책을 읽고

이하 나레이션

 

<-중략- 노부는 후손들을 위해 천마묵장을 만들었다. 비록 후손들이 못났다 해도 천마묵장이 존재하는 한 대가 끊길 일은 없을 것이다.> 청풍 앞에 앉아있는 천마의 모습을 배경으로 책의 내용 나레이션

<천하를 평정했고 후손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 놨으므로 여한은 없었다. 헌데 여명(餘命;남은 목숨)이 다해갈 무렵 노부를 찾아온 존재들이 있었다.> 한 밤중. 침대에서 일어나며 옆을 보는 천마. 남녀의 형상이 침대 옆에 서있다.

<바로 노부보다 한 세대 이전의 기인들인 천지무성(天地武聖)과 무산신녀(巫山神女)였다.> 침대 옆에 서있는 반투명한 남녀, 바로 천지무성과 무산신녀다. 살아있는 상태가 아니고 유령이다.

<무성동(武聖洞)의 동주인 천지무성과 신녀문(神女門)의 문주인 무산신녀는 물론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었다. 노부를 찾아온 것은 그들의 혼백이었다.> 탁자에 둘러앉은 첨마와 천지무성과 무산신녀. 천지무성과 무산신녀는 유령이라 모습이 흐릿하다.

 

청풍; [천지무성과 무산신녀!] 경악하며 고개 들어 무산신녀와 천지무성의 시신을 보고

청풍; [저분들이 무림의 역사를 통틀어도 천마조사님에게 비견될 수 있는 단 두명이라는 천지무성과 무산신녀였구나.] 흥분

청풍; (인간의 경지를 벗어나셨던 분들이라 사후에도 혼백이 이승과 저승과 드나들 수 있으셨던 모양인데...) 다시 책을 읽고

청풍; (대체 두 분은 무슨 이유로 천마조사님을 찾아오셨던 것일까?) 흥분하며 책을 읽고

 

<천지무성과 무산신녀의 혼백이 방문한 이유는 노부가 장차 세상에 큰 재앙을 남길 것을 예견한 때문이었다. 물론 노부가 세상에 남기는 큰 재앙은 천마묵장이었다.> 천지무성이 한쪽을 가리키고. 돌아보는 천마. 침대 옆인 그곳에는 원형의 작은 탁자가 있고 천마묵장이 세워져 있다.

<두 기인은 긴 세월이 지난 후 천마묵장이 어떤 악인의 수중에 들어갈 것이며 그로 인해 세상이 지옥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 말하는 천지무성. 찡그리며 천마묵장을 보는 천마

<문제는 천마묵장이 만든 노부도 파괴할 수가 없는 마물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천마묵장의 흡정마력은 그것을 파괴하기 위해 가해지는 어떤 힘이라도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천마묵장이 흐릿한 빛을 내는 모습 배경으로

<낙담하는 노부에게 천지무성과 무산신녀의 혼백은 자신들이 남긴 안배를 들려주었다.> 무언가 말하는 천지무성의 혼백

<본교 총단 후면의 단천애 아래에 자신들의 시신을 안치해두었으며 자신들이 평생 수련하여 쌓아둔 힘을 쓰면 천마묵장을 무력화시킬 수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바위를 밀치고 이 밀실로 들어서는 천마. 당시의 밀실 안에는 물론 천지무성과 무산신녀의 시신만이 두 개의 좌대에 앉아있었다.

<노부로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하여 단천애 아래에 남아있던 천지무성과 무산신녀의 시신을 이용하여 천마묵장을 제어할 수 있는 무공을 만들어내었다.> 천지무성과 무산신녀의 시신을 향해 양손을 내미는 천마. 천지무성과 무산신녀의 시신에서 기운이 흘러나와 천마의 양손으로 스며들어간다.

<-삼극파멸살강(三極破滅殺罡)! 이것이 노부가 천지무성, 무산신녀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무공이다.> 천마의 앞쪽 허공에 세 가지 색으로 덮인 구슬이 하나 떠오른다. 그걸 보며 흥분하는 천마

 

청풍; (삼극파멸살강?) 책 읽으며 흥분

청풍; (세 가지의 극단적인 힘이 파멸로 이끈다? 이름만으로도 얼마나 무서운 무공인지 짐작이 간다.) 침 꼴깍

 

<삼극파멸살강은 천지무성, 무산신녀, 노부의 무공 중 가장 강력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완벽한 무공이고 그 때문에 만일 다른 힘이 가미된다면 사용하는 자의 육신을 완전하게 파괴해버린다.> 천마묵장을 낀 누군가의 몸이 벼락에 휘감기는 것을 배경으로

<, 삼극파멸살강을 쓰려면 몸에 다른 무공이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위의 인물의 몸이 폭죽처럼 터지는 형상을 배경으로

 

청풍; (놀랍구나.) 책을 보며 흥분하고

청풍; (천마조사님의 유언대로라면 그야말로 날 위해 준비된 무공이 아닌가?)

청풍; (지금의 내 몸은 천마묵장에 모든 공력을 빼앗긴 탓에 텅빈 상태이니...) 고개 들어서 천마등의 시신을 보고

청풍; (아마도 저분들은 내가 무공을 잃을 상황까지 알고 계셨을 것이다.) 존경의 표정으로 천마등의 시신을 보고

 

<함께 남긴 상자 안에 우리 세 사람의 무공이 결정화된 내단이 들어있다.> 상자를 배경으로. 청풍이 책을 놓고 다가와 상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 내단을 복용하고 천마참회록에 남긴 비결을 운용하면 단기간에 삼극파멸살강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청풍이 여는 상자 안에 삼색으로 물들어 있는 구슬이 들어있다.

<부디 삼극파멸살강으로 노부가 세상에 남긴 재앙을 없애주기 바라노라.> 구슬을 배경으로 천마의 유언 나레이션

 

#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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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장

 

                  검룡난무 (3)

 

 

 

 

카아아아!

묵령신조가 괴성을 지르며 석두공이 있는 곳을 향해 내려꽂혔다.

그 가공할 기세에 바다물이 밀렸다.

(엄청난 고수다!)

석두공은 무림에 재출도한 이후 처음으로 위기를 느꼈다.

묵령신조보다도 묵령신조를 타고 온 천상의 선녀같은 여인이 그의 마음에 은은한 두려움을 주고 있었다.

석두공은 검룡을 팽개치며 번개처럼 천왕저를 뽑아들었다.

(금강일타(金剛一打)!)

파아앗!

그의 몸이 묵령신조를 마주쳐가면서 빗살처럼 치솟아 올랐다.

크아아아!

묵령신조가 괴성을 지르며 강철같은 검은 발톱을 휘둘렀다.

휘우우웅!

발톱사이에서 일어나는 경풍만으로도 철판을 갈가리 찢어버릴 듯했다.

카카캉!

석두공의 천왕저는 묵령신조의 발톱에 가로막혔다.

하지만 천왕저는 과연 천고의 보물,

끼아아악!

묵령신조가 돌연 흉폭한 비명을 지르며 날아올랐다.

천왕저에 의해 그의 쇠기둥 같은 발톱 두개가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

묵령신조 위의 여인은 석두공의 그같은 행동에 상당히 놀란 듯했다.

묵령신조로 말하면 도검불침의 영물일 뿐만 아니라 직접 초식을 배워서 그 강함에 있어 인간이 대적하기 힘들었다.

한데 단 한번의 충돌에 묵령신조의 발톱이 부려질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묵령신조가 갑자기 날아오름으로 인해 하마터면 그녀는 자칫 떨어질 뻔 했다.

석두공은 묵령신조를 뒤쫓아오르면서 고함쳤다.

[노도파암(怒濤破岩)! ]

천왕저가 노도장(怒濤杖)의 수법으로 휘둘러졌다.

고오오오!

파형(波形)의 강기가 묵령신조를 향해 뻗어갔다.

꽤액!

묵령신조는 위기를 느꼈으나 미쳐 피할 수 없는 듯 괴성을 질렀다.

바로 그 순간 묵령신조위의 여인이 뒤를 돌아보며 싸늘하게 내뱉었다.

[명공강(冥空罡)!]

파츠츠츠!

그녀의 손바닥에서 어둠처럼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석두공은 천지가 암흑속에 뒤덥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스팟!

헌데 검은 기운이 그의 몸을 덮어씨우는 순간 석두공의 몸은 두개로 나뉘어졌다.

분신둔형술(分身遁形術),

동호천이 고대에 존재했었다는 전설상의 무공을 본 따서 스스로 복원시켜 만든 바로 그 무공이었다.

그 놀라운 위력은 이미 석두공이 몇 번이나 펼쳐봄으로써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여인의 손바닥에서 흘러나온 어둠같은 검은 기운도 그의 갈라진 몸을 스쳐지나갔다.

쐐액!

여인이 놀라는 사이에 분신은 다시 합쳐지며 순식간에 그녀의 눈앞에 다다랐다.

그곳은 바로 묵령신조의 등이었다.

파직!

여인의 손가락이 부채살처럼 펴지면서 열줄기의 백광이 석두공을 향해 뻗어갔다.

석두공은 그녀의 공격을 마주 치지 않고 묵령신조의 깃털을 움켜쥐며 돌아서 피했다.

묵령신조는 수직으로 치솟고 있었다.

새애애앵!

하루에 만리를 난다는 묵령신조는 하늘을 향해 똑 바로 솟구쳤다.

석두공은 숨이 가빠옴을 느꼈다.

여인은 묵령신조의 등에서도 마치 평지처럼 움직이며 석두공을 공격해왔다.

석두공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달팽이 뿔 위에서 싸우다라는 말이 있다.

달팽이의 한쪽 뿔에 있는 나라가 있는데 영토에 욕심을 가져 다른 쪽 뿔 위에 있는 나라를 공격하여 수십 만이 죽고 수백 만이 부상을 당했으며 말과 전차가 들판에 나뒹굴었다는 한마디로 웃기는 이야기다.

물론 이것은 전국책(戰國冊)에 기록되어 있는 이야기로 한갓 비유에 불과하다.

한데 그와 비슷한 상황이 땅에서 수십리나 높이 날아오른 묵령신조의 등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

다만 전쟁터는 달팽이가 아니라 묵령신조의 등이었으며 적은 서로가 한 사람 뿐이었다.

그러나 그 치열함은 실로 수십 만 수백 만이 죽고 부상하는 전장에 비하여 오히려 더했으면 더했다.

펑펑!

꾸에에엑!

두 남녀의 장력이 서로 부딪힐 때마다 묵령신조는 고통에 겨운 비명소리를 지르며 허공에서 몸을 비틀었다.

석두공과 여인은 평지에서 싸우듯이 묵령신조의 날개위와 등위를 날아다니며 싸웠다.

팽팽한 접전이었다.

활시위를 당긴 듯이 팽팽하면서도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치열한 접전 속에서 두 사람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온 정신을 싸움에 쏟느라 두 남녀는 자신들을 태운 묵령신조가 어디로 날아가는 지도 모르고 있었다.

석두공은 삼권칠각(三拳七脚)을 날리며 생각했다.

(천왕저를 가지고도 이 여인을 제압할 수가 없다. 이 여인의 무공은 이미 인간의 경지를 벗어났다. 이미 초식의 제한을 벗어난 자...)

여인은 양강음유(陽剛陰柔)의 모든 종류의 수법을 전혀 충돌없이 펼쳐내며 석두공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서는 현문정종의 무공과 함께 마공도 흘러나왔으며 그것들은 그녀의 손에서 절묘한 배합을 이루어 원래의 힘보다 몇 배나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공방에 있어서 석두공도 그 여인도 한치의 빈틈이 없었다.

상대의 공격을 피하는 것도 모두가 간발의 차이이상 되지 않았으며 공격을 함에도 치밀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전혀 힘의 손실 없이 뻗을 만큼 뻗고 거둘만큼 거둘 뿐이었다.

상대를 묵령신조의 등에서 밀어낼 수만 있어도 이기는 반면에 조금이라도 밀렸다간 아득한 지상으로 곤두박질 치고 만다.

손가락 하나의 움직임도 긴장으로 인해 땀이 배어져 나올 정도였다.

한데 어느 순간부터 두 사람의 움직임이 천천히 둔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느리게 움직이며 춤을 추듯이 무공을 펼쳐냈다.

하지만 그 흉흉함은 빠를 때에 비해서 십배는 더했다.

서릿발 같은 여인의 얼굴엔 장엄한 노을빛 기운이 서려있었고 석두공의 몸에서는 천신같은 기도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츠으으!

여인이 일장을 천천히 밀었다.

석두공은 그 일장을 받는 자신의 초식이나 내공, 그 무엇에 있어서나 조금의 틈만 있어도 여인은 가공할 빠르기로 공격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처하는 방법은 자신도 여인처럼 전혀 빈틈을 보이지 않는 장력을 밀어내는 것 뿐이었다.

장풍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

석두공과 여인의 손바닥이 직접 마주쳤다.

그렇지만 석두공도 여인도 상대방의 손바닥에 실린 힘을 조금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들은 힘을 완전히 안으로 갈무리 한 상태이기 때문에 발해지기 전에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었다.

공기가 서로 부딪힌다 하더라도 그들의 일장이 부딪힌 것보다는 격렬하다.

두사람의 허깨비같은 쌍장은 점차 빨라지다가 다시 느려졌다.

그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솟고 있었다.

고수들은 서로의 마음을 읽는다.

석두공도 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그녀의 마음을 느끼려 하고 그녀 또한 마음을 비우고 석두공의 마음을 읽고자 한다.

한데 이 와중에서 아주 기이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어 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은 단지 느낌으로 상대의 생각을 짐작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무공의 정점에 거의 달해 있는 두 사람이 진정한 적수를 만남으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복연(復緣)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서로의 생각이 마치 자신의 생각처럼 읽혀지고 있었다.

서로의 손이 천천히 움직이다가 마침내 멈춰버렸다.

“....!”

“....!”

말없이 묵령신조의 등에서 마주보며 입을 다물고 화석처럼 되어갔다.

서로가 상대방을 죽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기이한 공감대의 형성이었다.

쏴아아!

그 사이에도 쉬지 않고 날아가던 묵령신조는 바람을 타고 어느 깊은 산곡(山谷)으로 날아내리고 있었다.

천고의 영물이라는 그놈으로서도 너무도 피곤한 비행이었기에 잠시 쉬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덧 해도 서산너머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새벽부터 시작해서 하루 낮을 꼬박 싸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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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

<-무산> . 하늘에는 그믐달이 떠있고

<-신녀문> 신녀문의 폐허. #154>에 나온 이진진이 월음천강대법을 수련하던 곳. 높은 단상에 많은 여자들이 앉아있다. 중앙에는 눈을 감은 이진진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고 그 주변을 수십명의 여자들이 빙 둘러앉아있다. 여자들은 천마가 펼친 금천마장에 갇혀있었던 신녀문의 전대 고수들이다. 모두 손으로 결을 지은 채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는 중이다.

슈우! 스스스! 여자들의 몸에서 일어난 실 같은 기운들이 중앙에 앉아있는 이진진의 몸으로 스며들어가고 있고

이진진의 몸이 반딧불이처럼 빛이 난다.

단상 근처의 높은 건물. 맨 윗층 창가에 서서 이진진을 보고 있는 두 여자. 진삼낭과 운신장이다. 이 건물도 #154>에 나온 건물이다.

진삼낭; (진진아...) 초조한 표정인 진삼낭. 두 손으로 창틀을 움켜쥔 채 내려다보고 있고

진삼낭; (마지막 고비다. 제발 이번에도 무사히 잘 넘기도록 해라.) 초조한 표정으로 이진진을 보고. 옆에서 곁눈질로 보는 운신장

운신장; [걱정하지 말아요.] 진삼낭의 손등을 다독이고

운신장; [진진이는 월음천강대법을 걸치면서 모든 경맥이 완전하게 타통 되었어요.] [덕분에 여러 조사들께서 주입해주는 내공을 마른 솜처럼 흡수하고 있답니다.] 이진진을 보며

운신장; [게다가 진진이는 혼천경에 깃들어 있는 우리 신녀문의 거의 모든 무공과 술법도 흡수한 상태예요.]

운신장; [지금 펼쳐지고 있는 격체전공(隔體傳功)만 끝나면 진진이는 본문의 시조이신 무산신녀님을 능가하는 고수가 될 거예요.] 진삼낭을 위로하고.

진삼낭; [그랬으면 좋겠지만...] 여전히 울상을 짓는데

<운매의 그 말을 들으니 적이 안심이 되는군.> 누군가의 말이 들리고. 깜짝 놀라는 진삼낭. 반면

운신장; [풍오라버니!] 돌아보며 반색하고

휘익! 돌아보는 두 여자 뒤에서 돌풍이 일어나더니

품신장; [오랜만이다 운매.] ! 모습을 드러내는 풍신장

진삼낭; (풍신장!) 긴장하며 놀랄 때

운신장; [어서 오세요 풍오라버니.]

풍신장; [금남(禁男)의 성역인 신녀문에 난입한 점 용서하기 바란다.] 다가오고. 심각한 표정으로

운신장; [괜잖아요. 풍오라버니가 금기를 어기셨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으실 테니까요.]

풍신장; [유감스럽게도 운매 말이 맞다.] 심각한 표정

운신장; [천마묵장과 관련이 있겠군요.] 눈 번득

풍신장; [그렇다!] 끄덕

풍신장; [용신장이 신응(神鷹)을 날려 급히 보내온 전서(傳書)에 의하면...]

풍신장; [광명륜과 생사교가 기절초괴 패륵의 손에 들어갔다고 한다.]

[!] [!] 놀라는 운신장과 진삼낭. 진삼낭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338>

<-황산(黃山)> 험준한 바위 봉우리들이 늘어선 산. 역시 그믐달이 떠있는 밤.

<-마교 총단 폐허> 삼면이 높은 절벽으로 둘러싸인 넓고 음침한 계곡. 드넓은 계곡에는 중세 유럽의 고성 같은 분위기의 성채가 무너져서 폐허가 되어 있다. 잡초가 무성하고. 도처에 마귀나 괴물의 조각들이 부서져 나뒹굴고 있다. 이곳이 마교의 총단이었다. #1>에 나온 적 있었음. 밤이고 폐허라 인적은 없다.

<-단천애(斷天崖)> 폐허의 끝. 바닥이 안 보이는 절벽. 절벽 아래 계곡은 너무 깊어 달빛도 비치지 않아 칠흑같이 어둡다.

휘익! 그 계곡 바닥으로 새처럼 내려서는 청풍. 아주 지친 모습. 온몸이 땀으로 범벅. 숨은 거칠어져있고. 양손에는 불훼철장을 끼고 있다.

청풍; (마교 총단은 초행이라 오는 동안 상당한 지체가 있었다.) 숨을 고르며 계곡 끝으로 가고

청풍; (반면 패륵은 여러 번 와봤던 곳일 테니 나보다 빨리 도착했을 게 분명하다.) + [!] 생각하다가 눈 번뜩

청풍의 앞쪽 계곡 막다른 곳에 악마의 입 같은 형상의 동굴이 있다. 동굴 위에는 <天魔牢>라는 글이 크게 새겨져 있고. 수많은 부적이 붙여진 철문이 있었지만 지금은 활짝 열려있다. #1>에 나온 장면과 동일. 그 동굴 앞 바닥에 여덟 명의 노인이 죽어있다. 몸이 잘리고 가슴에 구멍이 난 무참한 시체들.

청풍; (이 노인들...) 시체로 다가가고

청풍; (개개인이 사신장에 못지않은 고수들이었다.)

청풍; (천마뢰를 지키기 위해 무림맹에서 파견한 팔금강이란 고수들일 텐데...) ! 몸을 숙여 한 노인의 목을 만져보고

청풍; (체온이 식지 않은 걸 보면 살해당한지 얼마 안되었다.) 일어나며 동굴을 보고

청풍; (패륵이 천마뢰를 아직 열지 못했기를 바랄 뿐이다!) 휘익! 동굴 안으로 날아 들어가고

 

#339>

휘익! 동굴 안쪽으로 날아가는 청풍. 동굴은 상당히 넓고 바닥이 평평하게 닦여있다. 헌데

[으하하하!] 갑자기 앞쪽에서 들리는 웃음소리. 동굴이 진동하고

청풍; (패륵!) 눈 부릅. 이를 갈고

으하하하! 그 사이에도 웃음소리가 들리고.

청풍; (그 마귀가 득의에 찬 웃음을 터트린다는 건...) 이를 악물고

청풍; (천마뢰 안으로 들어가 천마묵장을 손에 넣은 게 분명하다.) 쐐액! 더 빨리 날아가고. 그러다가

청풍; [!] 눈 부릅.

청풍의 앞쪽에 상당히 넓은 광장이 있다. 전체적인 형태는 원형인데 청풍이 들어선 입구 정면에 높은 철문이 있다. 두 쪽으로 이루어진 철문에는 수많은 마귀의 형상이 새겨져 있다. 철문이 합쳐지는 부분의 지면으로부터 1.5미터쯤에 원형의 틈이 있다. 직경 15센티 정도의 고리가 끼워지게 된 형태. 그 원형의 틈에는 수평으로 흠이 있다. 무언가를 끼우고 돌리는 일종의 열쇠구멍이다. 역시 #1>에 나온 장면과 동일. 섭장천이 사위인 용무린을 고문했던 그 장소다. 다른 점은 철문이 반쯤 열려있고 열린 사이로 빛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철문 앞에 혈인원과 비파희가 서있다는 점이다.

[!] [!] 광장으로 들어서며 속도를 줄이는 청풍을 발견하고 눈 번뜩이는 혈인원과 비파희

청풍; [살고 싶으면 비키시오.] 쿠오오!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며 두 사람에게 다가오고. 오른손을 품속에 넣으면서

혈인원; [이청풍!] 이를 드러내며 나서려 하지만

비파희; [진정하세요.] ! 비파로 혈인원의 앞을 막고.

다가오는 청풍의 오른손은 작은 도끼를 품에서 꺼내고 있고

비파희; [보다시피 이미 늦었다.] 고개를 조금 돌려 열려진 철문 안쪽을 보며 청풍에게 말하고.

비파희; [가급적 멀리 달아나 숨어사는 것을 권하겠다.] 다시 청풍을 돌아보며 말하지만

! 대답대신 도끼를 단번에 거대하게 만들며 다가오는 청풍.

비파희; [그렇게 결심했다면 어쩔 수 없지.] ! 한숨 쉬며 옆으로 물러서고

비파희; [들여보내줘요. 제 발로 죽을 곳을 찾아 들어가려는 모양이니...] 혈인원에게 말하고. 그러자

혈인원; [그래야겠군.] 역시 옆으로 물러서고

거대한 도끼를 들고 두 사람 사이를 지나는 청풍

곧 철문 안쪽으로 들어가는 청풍

혈인원; [유감이로군. 소교주 용무린의 자식인 게 분명한데...] 청풍이 들어간 철문 안쪽을 보며 눈 번득이고

비파희; [결국 우리 대에서 천마의 핏줄이 끊기겠군요.] 한숨

 

#340>

청풍이 들어선 철문 안쪽은 고대 신전 내부 같은 분위기. 중앙에 단상이 있고 그 단상에 무언가 들어있던 유리 상자가 있었는데 윗부분이 깨져 있고. 그 유리 상자 앞에 기절초괴가 무릎을 꿇고 있다. 청풍에게 등을 보이는 자세인데 허리에는 생사교를 차고 있고, 지지지! 기절초괴 앞쪽에서는 무언가가 벼락을 일으키고 있고

청풍; (기절초괴 패륵!) 부악! 두 손으로 움켜쥔 도끼를 휘두르며 날아오른다.

청풍; (반격의 기회를 주지 말고 격살해야한다.) ! 전력을 다해 도끼로 기절초괴를 내리찍는 청풍. 오른손으로 도끼 자루를 쥐고 있고 왼손은 도끼에서 떼며. 하지만 그 직후

[!] 허공에 뜬 채 눈 부릅뜨는 청풍.

부악! 지지직! 기절초괴의 몸이 검은 빛을 띤 반구형의 구슬에 덮여있고. 청풍이 내리친 도끼는 그 구슬에 박혀있다. 도끼의 날이 반구형의 구슬을 뚫고 들어가 기절초괴의 머리에 닿기 직전에 멈췄다.

청풍; (내 모든 힘이 주입된 흑령철부가 무언가에 막혔다.) 도끼를 내리친 자세로 허공에 떠서 경악할 때

기절초괴; [흐흐흐! 늦었다 이청풍!] 웃으며 고개를 돌리고

기절초괴; [아니 용청풍이라고 불러야하나?] ! 돌아보며 쳐드는 기절초괴의 오른손에 장갑이 하나 끼워져 있다. 용의 비늘로 만든 것같은 장갑인데 팔뚝을 다 덮고 있으며 검은색으로 번들거린다. 그게 천마묵장

기절초괴; [네놈에게는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네 조상이 만든 이건 이미 본좌의 손에 들어왔다.] 츠으! 진동하는 검은 장갑 크로즈 업

청풍; (천마묵장!) 경악할 때

기절초괴; [영광으로 생각해라! 수백 년 내에 천마묵장에 죽는 첫 번째 제물이 되는 것을!] ! 장갑 낀 손으로 도끼의 날을 잡고. 순간

화악! 쿠오오! 도끼에서 무언가 천마묵장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묘사

청풍; (이럴 수가...) 화악! 온몸의 기운이 도끼를 쥔 손을 통해 빨려나가는 느낌을 받고 경악하는 청풍

청풍; (내 몸 속의 공력과 생기가 천마묵장으로 거침없이 빨려 들어간다.) (게다가...) 지지지! 고통스러운 표정

청풍; (오른손이 흑령철부와 붙어버린 것같아서 뗄 수도 없다.) 지지지! 도끼와 하나가 된 듯한 오른손

기절초괴; [으하하하! 어떠냐? 네 모든 힘이 천마묵장에 흡수되는 기분이...?] 천마묵장으로 도끼날을 잡고 일어나며 웃고

청풍; (위험하다!) + [크왓!] ! 왼손으로 오른손이 쥐고 있는 도끼 자루를 후려치고. 그러자

콰창! 도끼의 손잡이가 부러지고

기절초괴; [!] 놀라는 표정. 도끼날을 잡은 채

콰당탕! 잘려진 도끼의 손잡이를 잡고 뒤로 나뒹구는 청풍.

기절초괴; [이해할 수 없군. 일단 천마묵장의 흡정마력(吸精魔力)에 걸려들면 모든 힘을 빼앗겨야 정상인데...] ! 자루가 부러진 도끼를 옆으로 던지며 웃고

청풍; (천마묵장의 무서운 점은 상대의 힘을 빼앗는 것이었다.) ! 나뒹굴었다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며 눈 부릅뜨고. 부러진 도끼 손잡이는 버렸고

기절초괴; [하지만 요행은 두 번 다시 기대하지 않는 게...] + [!] 놀라는 표정

휘릭! 바닥에 내려서는 청풍.

청풍의 양손에 끼워져 있는 불훼철장 크로즈 업

기절초괴; [불훼철장!] [옳거니! 그게 천마묵장의 흡정마력을 다소나마 저지해주었구만.] 눈 희번득

청풍; (그렇게 된 거였군.) 양손의 불훼철장을 보고

청풍; (무엇으로도 훼손하지 못한다는 불훼철장이기에 천마묵장이 내 힘을 흡수하는 걸 일부나마 막아준 것이다.) 양손으로 기절초괴와 맞설 자세 취하며

청풍; (결국 그 여자 덕분에 즉사는 면한 셈인가?) 화접이 불훼철장을 자신에게 끼워주던 장면 떠올리고

기절초괴; [하지만 소용없다.] [하늘 아래 천마묵장의 힘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지징! 검은 장갑을 낀 오른손을 들어 보이며 웃고

기절초괴; [네놈의 외조부 섭장천이라 해도 천마묵장을 상대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지지징! 청풍을 겨누는 천마묵장이 빛을 발하고

기절초괴; [하물며 네놈같은 애송이라면 말할 것도 없지.] 부악! 천마묵장 앞쪽에 수많은 동심원으로 이루어진 파장이 생기고. 마치 불랙홀 같고

화악! 청풍의 주변 모든 기운이 그 동심원으로 빨려 들어간다. 청풍의 몸도 끌려가고

청풍; (광명법신!) 화악! 몸을 빛의 막으로 덮으며 버티는 청풍.

기절초괴; [호오! 광명법신이 거의 절정에 이르렀군.] 놀라는 표정. 하지만

기절초괴; [그래봤자 천마묵장 앞에서는 안개나 물방울일 뿐이다.] 콰드드! 엄청난 힘으로 청풍의 몸을 뒤덮은 빛을 빨아들이고

청풍; (광명법신의 힘마저 맥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 콰드드! 필사적으로 버티며 이를 악물고. 끌려가는 두 발이 돌로 이루어진 바닥을 박살낸다.

기절초괴; [포기해라 용청풍.] [버텨봤자 고통을 겪는 시간만 늘어날 뿐이다.] 가가강! 고오오오! 천마묵장을 낀 손을 내밀어 청풍의 광명법신을 빨아들이며 웃고

청풍; (저자 말대로 이 상태라면 결말은 뻔하다.) 이를 악물며 버티다가

청풍; (그럼 버티지 말고 역으로 돌진해서 반격을 해보자.) + [크아!] ! 바닥을 박차며 기절초괴에게 쇄도하고

기절초괴; [어라!] 흠칫! 할 때

청풍; [결판을 짓자 패륵!] 부악! 불훼철장을 낀 오른손으로 기절초괴를 후려쳐간다. 빨려 들어가는 탓에 청풍이 날아드는 속도가 엄청난 것으로 묘사하고

기절초괴; [!] 놀라면서 철마묵장을 낀 손으로 맞받아친다.

! 장갑을 낀 두 손이 맞닿고. 다음 순간

!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 청풍과 기절초괴를 휩쓴다. 두 사람 사이에서 강력한 빛이 터지는 모습이고

 

#341>

[!] [!] 비틀하며 경악하는 혈인원과 비파희. ! 드드드! 엄청난 폭음과 함께 지진이라도 난 듯이 광장 전체가 뒤흔들리더니

쩌적! ! 천장과 벽들이 마구 갈라진다.

비파희; [천마뢰 전체가 무너지려 해요!] ! 외치며 광장 밖으로 날아가고.

혈인원; [빠져 나가자!] 휘익! 급히 몸을 날리고

콰콰쾅! 콰쾅! 그대로 붕괴하기 시작하는 지하광장

 

#342>

휘익! 쐐액! 동굴에서 밖으로 뛰어 나오는 비파희와 혈인원. 콰드득! 콰쾅! 두 사람 뒤쪽의 동굴과 동굴이 있던 절벽이 무너져 내린다.

! 휘익! 멀찍이 내려서며 돌아보는 비파희와 혈인원

콰쾅! 콰드드! 동굴이 있던 절벽이 무너져 내리며 지축이 뒤흔들린다.

혈인원; [동귀어진(同歸於盡)한 건가?] 무너지는 동굴 주변 절벽을 보며 눈 희번득, 바닥과 주변의 절벽도 무너질 듯 뒤흔들리고

비파희; [그런 것 같군요.]

콰드드! 이윽고 붕괴가 멈추는 동굴이 있던 절벽

혈인원; [용청풍에게 천마묵장과 맞서 동귀어진할 힘이 있었다는 게 놀랍군.] 돌무더기로 변한 동굴 주변을 보며 눈 번득

비파희; [생각지도 못한 결말이에요.] 끄덕이고

혈인원; [이게 최상의 결말일지도 모르지.] 역시 끄덕. 바로 그때

<미안하게 되었군. 애송이놈과 함께 죽어주지 못해서!> 누군가의 말이 들려 눈 부릅뜨는 혈인원과 비파희. 이어

! 쩌정! 무너져 내린 바위덩이들 사이에서 검은 빛을 띤 빛의 기둥들이 여러 개 튀어 나온다.

<패륵!> <죽지 않았구나!> 얼굴이 굳어지는 혈인원과 비파희. 그때

콰드드! 콰드득! 바위를 뚫고 튀어나왔던 빛의 기둥들이 드릴처럼 돌아가기 시작하고. 그러자 빛의 기둥들이 돌아가며 닿은 바위와 돌들이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하고. 이어

바위와 돌들이 부서져 흩어지면서 형성되는 구멍에서 기절초괴가 걸어 나온다. 앞으로 내민 천마묵장 앞에서 빛의 기둥들로 이루어진 드릴 같은 기운이 회전하고 있다. 다친 곳은 없지만 옷이 터지고 머리가 흩어져 봉두난발이 되어 있다. 입과 코로 피도 흐르고. 낭패를 당한 모습이다.

비파희; (천마묵장의 마력이 저 엄청난 붕괴에서도 패륵을 지켜주었구나.) 찡그리고

기절초괴; [흐흐흐! 좀 놀라긴 했지만 만족스럽기도 하구만.] [천마묵장만 갖고 있으면 세상 그 어떤 것도 날 죽일 수 없다는 걸 확인했으니...] 지지징! 진동하는 천마묵장을 보며 걸어나오고. 콰드드! 패륵이 빠져나오며 생긴 구멍이 다니 무너지기 시작하고

혈인원; [애송이 놈은 어찌 되었는가?] 콰드드! 다시 무너지는 동굴 보며

기절초괴; [놈은 날 공격하느라 모든 힘을 쏟아낸 직후 무너지는 바위에 깔렸소.] [그럼 어찌 되었을 것 같소?] 돌아보며

혈인원; [확실히 죽었겠군.] 끄덕

기절초괴; [살았으면 몇 년 내로 제이의 천마가 되었을 놈인데... 애석하긴 하구만.] 혀를 차고

비파희;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기절초괴; [극락왕생해라 용청풍!] 돌아서고

기절초괴; [네 아비와 어미의 복수는 본좌가 대신 해줄 테니...] ! 날아오르고

비파희; (섭장천을 죽이겠다는...) 휘익! 기절초괴를 따라서 날아가고. 혈인원도 날아가고

비파희; (패륵이 천마묵장을 얻었으니 우리 혈전마가가 천하의 주인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구나. 패륵이 어떤 인간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지라...> 멀리 사라지는 세 사람 배경으로 비파희의 생각 나레이션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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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장

 

                   검룡난무 (2)

 

 

 

풍덩!

석두공은 무엇인가가 물로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이내 잠잠해져 버려 경각심을 갖지도 않았다.

뇌주탄은 안개에 휩싸여 있고 그 안개를 뚫고 해남검파의 범선은 소리없이 나아가고 있었다.

얼마를 가노라니 배에 걸린 등불들이 하나둘 반딧불처럼 나타나기 시작했다.

[적룡혈운도의 선단이오.]

진우백이 석두공의 곁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의 손에는 백금으로 만들어진 검룡이 들리워져 있었다.

석두공은 점차 가까워지는 선단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어디로 가시려오?]

[선실에... 그녀를 깨워야 겠소.]

석두공은 진우백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했다.

진우백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실 필요없소.]

[...?]

[그녀는 이미 배에서 내렸소.]

[배에서 내리다니? 이 바다 한가운데서 말이오? ]

석두공이 놀라며 물었다.

진우백이 끄덕였다.

[그렇소. 그녀는 내게 이런말을 전해주라고 했소. 적룡혈운도를 철저히 쳐부수라고... ]

[...!]

석두공은 믿어지지가 않았다.

어떤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분노같은 것이 그의 가슴속에서 타올랐다.

누구를 향한 분노인지도 알 수 없었다.

입을 열기만 하면 불길이 토해질 것만 같았다.

(!)

진우백은 그에게서 주체하지 못할 힘을 느끼며 몇 걸음 떨어졌다.

석두공은 칼로 자르듯이 내뱉었다.

[검룡을... 검룡을 잠시 빌려주시겠소?]

진우백은 흠칫했으나 검룡을 그에게로 내밀었다.

검룡을 움켜진 석두공은 분노에 가득한 눈초리로 적룡혈운도의 선단을 노려보았다.

배는 점점 가까이 접근하고 있었다.

삐익! 삐익!

갑자기 사방에서 호각소리가 들려왔다.

네척의 작은 쾌속선이 진우백의 범선을 포위하고 있었다.

앞쪽에 막아선 배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어디서 온 배냐? 이곳이 적룡혈운도의 선단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모른단 말이냐?]

진우백과 그의 제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같은 안개속의 새벽인데도 적룡혈운도에서는 삼엄한 경계를 풀지않고 있었던 것이다.

진우백의 눈이 석두공의 얼굴에 머물렀다.

석두공이 말했다.

[공격을 명하시오. 문주만 내 곁에 남아있고 한 사람도 남김없이 물속으로 들어가라고 하시오. 닥치는 대로 배를 부수고 위에서 내려오는 자들을 베라고 하시오.]

진우백은 나직한 음성으로 곁에 있는 수하에게 말했다.

[모두에게 전해라. 즉시 공격한다. 물속으로 뛰어들어라.]

그의 명령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그때였다. 범선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자 다시 쾌속선에서 소리쳤다.

[당장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면 격침시켜버리겠다.]

그 말은 엄포가 아니었다.

쾌속선들 위에는 각기 십명 남짓 되는 궁수들이 있었고 그들의 손에는 푸른 기름불이 타오르는 화살들이 장전되어 있었다.

그때였다.

!

그들의 배가 기우뚱하면서 궁수들의 몸이 흐트러졌다.

그리고 동시에 해남검파의 제자들이 물속에서 튀어오르며 그들을 벴다.

번쩍!

[크악!]

[크윽!]

촤아아아!

진우백의 배는 멈추지 않고 바람을 받은 속도 그대로 선단을 향해서 돌진해 갔고 그 배에는 오직 진우백과 석두공만이 타고 있었다.

뿌우! !

선단에서 경계의 나팔이 울리고,

둥둥둥!

배의 방향과 움직임을 지시하는 북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 북소리에 따라서 적룡혈운도의 범선들은 대오를 형성하며 진우백의 배를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이백 여 척의 범선들...

안개속에서 물살을 가르며 전진하는 그것들의 위용은 과연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보는 것만으로도 기가 죽어버릴 것만 같은 엄청난 장관이었다.

[배를 조종하시오. 저들은 한가운데로 돌진하시오.]

석두공이 진우백에게 명령했다.

진우백이 놀라며 소리쳤다.

[그건 불가하오. 저들은 솔연진(率然陣)을 치고 있소.]

그의 음성은 완강했다.

 

솔연진...

솔연이란 원래 특이한 습성을 가진 한마리의 뱀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뱀은 공격과 수비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머리를 치면 꼬리가 반격하고 허리를 치면 머리와 꼬리가 반격한다고 한다.

머리와 허리, 그리고 꼬리가 자연스럽게 일체가 되어 움직이기 때문에 솔연이라고 한다.

이것을 후세 사람들이 병진(兵陣)을 구축하는 기본으로 삶고 있었다.

이렇듯 적룡혈운도의 선단은 솔연진을 형성하고 있었으므로 가운데를 치고 들어간다면 필연적으로 양쪽에서 진우백의 배를 포위하며 격침시켜 버릴 것이다.

진우백이 말했다.

[솔연진을 공략하는 방법은 오로지 한 가지 뿐이오. 그것도 걸려들어야만 가능하지만... ]

[...!]

석두공은 그가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자 못마땅한 듯이 노려보았다.

하지만 진우백의 자신의 생사와 해남검파의 운명이 이 일전에 걸려있음을 아는지라 물러서지 않았다.

[먼저 공격해 나오게 유도해야 하오. 그리하여 먼저나오는 부분을 치고 물러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흐물어뜨리는 것이 정법이오.]

[나는 솔연이 뭔지는 모르오. 하지만 이것은 알고 있소.]

석두공이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지금 진문주의 제자들은 이 배를 중심으로 해서 물속으로 퍼져나가고 있소. 그렇지 않소?]

[그렇소.]

진우백이 끄덕였다.

석두공이 차갑게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적의 중간을 치는 것이 옳지 않소?]

[...?]

[진문주는 욕심만 있었지 보기보단 어리석군.]

석두공은 그가 자신의 말귀를 알아 듣지 못하는 듯하자 화가 난 듯 소리쳤다.

진우백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눈에서 흉광이 뿜어져 나왔다.

[만약! 실패한다면 당신의 목숨으로 보상하시오.]

[배를 조종하시오.]

석두공은 다시 소리쳤다.

진우백은 굳은 표정으로 배를 움직였고 석두공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겉과 속이 다른 자였군! 사람을 잘못 봤어!]

불현듯 그의 뇌리 속으로 번개불같이 생각이 스쳐갔다.

(혹시 저자가 그녀를...)

강한 불안이 그의 심장을 조여왔다.

하지만 그는 강하게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그녀의 무공은 진우백보다 훨씬 강하다. 또한 그녀가 어떤 술수에 당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불안감은 떨쳐지지 않았다.

그때 불덩어리들이 유성처럼 배위로 날아들고 있었다.

쉬이이이이...

적룡혈운도의 선단에서 불화살을 쏘아대기 시작한 것이다.

쐐애애액!

불화살들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요란하게 귀청을 뒤흔들었다.

화르르르...

불화살이 돛에 꽂히자 불이 붙으며 불길이 크게 솟았다.

그러나 배는 달려오던 힘에 의하여 여전히 선단의 중앙으로 돌진하고 있었다.

쉬이이이이...

쉬이이이이...

불화살들은 새벽바다를 대낮같이 밝히면서 진우백의 배로 날아왔다.

석두공과 진우백이 탄 배는 거대한 불덩어리가 된 채 달려들고 있었다.

[미친 놈들이다! 피해라!]

[아무도 없는 빈배다! 속았다.]

적룡혈운도 측에서 아우성이 터져나왔다.

둥둥둥둥...

북소리가 급박하게 들리며 배들이 방향을 틀었다.

돌진해 오는 진우백의 배와 충돌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선단은 좌우로 갈라지며 진우백의 배에 길을 열었다.

그때 선단의 외곽에 있던 배들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배에 물이 샌다. 놈들은 물속에 있다!]

우렁찬 외침이 들렸다.

[잠수조는 물속으로 들어가 놈들을 죽여라!]

분수자(分水刺)를 가진 자들이 물속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바다속에서 핏물이 번져나기 시작했다.

물속에서 해남도의 검수들과 적룡혈운도의 수하들이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석두공의 주위는 불길로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마치 하늘을 받치기라도 한듯이 우뚝 서있는 석두공의 곁으로는 불길이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몸에서 발산되는 무형의 강기에 가로막힌 것이다.

진우백은 검풍을 일으켜 불길을 다가오지 못하게 하며 소리쳤다.

[이제는 어떻게 할 생각이오?]

[계속 저들에게 부딪혀 가시오. 배는 금방 가라앉지 않소.]

석두공은 냉정하게 말했다.

진우백은 이제 그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산더미같은 거대한 불덩어리가 된 자신의 배가 다가갈 때마다 적룡혈운도의 배들은 피하기에 급급했다.

우왕좌왕하면서 대오를 잃어버리는 것을 그는 직접 목격했던 것이다.

이같이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지휘체계가 무너지고 말면 반드시 패한다.

혼란이란 지휘체계밑 명령체계가 무너지는 것을 말한다.

저돌적이고 무식하게도 보이는 석두공의 전법이지만 그는 단 한척의 배로써 이백 여 척의 배들을 혼란으로 몰아넣어버렸던 것이다.

그가 탄 배의 윗부분은 거대한 불꽃과 함께 연기도 사방으로 뿜어낸다.

안개, 그리고 연기, 무섭게 다가오는 화염선,

이백 여 척의 배들은 시야가 가로막히고 달려드는 화염선으로 인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와중에 속속 가라앉고 있었다.

해남검파의 제자들은 수공(水功)에 있어서 어느 문파에도 뒤지지 않는 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진우백이 견디기 어려운 것은 피부를 익혀버릴 듯한 열기로 인해 옷자락이 계속 불에 붙는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연이어 옷을 털어 불을 끄고 있었다.

쿵쿵!

쿠르르릉!

[으아악!]

적룡혈운도의 배들끼리 안개와 연기 속에서 방향을 부딪히며 가라앉았다.

배들은 벌써 반이 가라앉아 버리고 남아 있는 것은 일백 척 정도, 그들은 공격할 대상을 잃고 우왕좌왕한다. 불타는 배를 무엇으로 공격한단 말인가?

? 말도 안되는 소리다.

끼이이끽!

그러나 진우백과 석두공이 타고 있던 화염선도 드디어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미 불이 갑판아래로 들어가 배가 깨어지고 있었다.

배가 크게 흔들렸다.

[이대로 있을 것이오?]

진우백이 석두공을 향해 큰소리로 외쳐 물었다.

바로 그때 석두공의 오른손이 높히 들려졌다.

쩌어엉!

그의 오른손에 있던 검룡이 불빛을 받아 빛났다.

 

[검룡풍운뇌섬(劒龍風雲雷閃)!]

 

석두공의 입에서 웅혼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그 외침은 아수라장이 된 바다위의 대기를 찢으며 퍼져나갔다.

동시에 백금으로 만들어진 검룡이 한줄기 빛이 되어 나르며 뇌전처럼 적룡혈운도의 배위로 떨어졌다.

쿠아아앙!

콰아아아...

천지개벽하는 듯한 음향과 함께 거대한 범선이 파괴되었다.

쿠아아아!

검룡은 다시 물속에서 승천하여 올랐고, 그것은 실을 꿴 바늘이 옷을 깁듯이 배들위로 차례차례 떨어져 내렸다.

꽈장창!

크악!”

케엑!

천지는 온통 깨어져 나가는 배들이 내는 굉음과 아비규환의 지옥에서 지르는 인간들의 비명으로 가득차는 듯했다.

진우백은 넋을 잃고 있다가 자신의 옷자락에 붙은 불을 황급히 두드려 껐다.

(검룡의 진정한 위력이다! 저것이었다!)

그의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석두공은 손을 저어 검룡을 조정하면서 악마처럼 섬뜩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머리 속으로는 소령이 진우백을 통해서 전했다는 한마디가 맴돌고 있었다.

(적룡혈운도를 철저히 부수라고? 그래, 그렇게 해주지!)

쿠오오오오...

다시 한척의 배가 산산조각이 났다.

뇌주탄의 여기저기엔 가라앉는 배들이 만들어 내는 소용돌이가 생겨났고 그속에 빨려 들어가지 않으려는 자들의 비명이 귀청을 찢을 듯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멈춰라!]

돌연 허공에서 마치 여신의 속삭임인듯 들리는 음성이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싸늘한 한기가 느껴지는 음성이었다.

그것은 귓전에서 속삭이는 듯 뇌주탄 전역에 조용히 퍼져나갔다.

석두공은 흠칫 놀라며 손을 거두었다.

고오오오!

검룡이 그의 손으로 되돌아왔다.

순간적으로 시간마저 여인의 음성을 따라서 멈춰버린 듯하였다.

사방이 더 이상 고요할 수 없을 만큼 고요해졌다.

고오오오오...

허공에 어둠보다 검은 묵빛의 거조가 나타났다.

 

-묵령신조(墨靈神鳥)!

 

바로 묵령신조였다.

석두공은 그처럼 거대한 새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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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다시 노자산 정상. 화르르! 엄청난 화염이 휩쓸고 있고

기절초괴; [으하하하! 걸려 들었구나 돌대가리들아!] 휘익! ! 다시 현장으로 내려서는 기절초괴와 혈인원

! 화염이 휩쓸고 있는 폭심. 그 외곽으로는 귀면인들의 으스러진 시체들이 널려있고

기절초괴; [아무렴 너희들이 애새끼 목숨 하나 구하려고 생사교를 포기할 거라 생각했을 줄 아느냐?] 신이 나서 웃고. 아직 화염과 연기는 여전히 폭심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고

기절초괴; [본좌가 위진천이란 놈을 생포한 건 네놈들을 폭사시킬 폭약을 숨기기 위해서였다.] 짝짝짝 박수치며 좋아하고

혈인원; (마귀가 따로 없구나.) 그걸 보며 고개 설레 젓고

기절초괴; [이제 박살난 시체에서 생사교만 찾아내면...] + [!] 화염이 여전히 휘몰아치는 중심부로 가려다가 눈 번뜩

번쩍! 화염 속에서 무언가 번쩍이고

기절초괴; [으헥!] ! 기겁하며 몸을 앞으로 날리고

[!] ! 혈인원도 무언가 느끼고 날아오르고

스악! 혈인원의 발치와 기절초괴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섬광.

서걱! 기절초괴의 머리카락이 그 섬광에 잘리고

혈인원; [생사교...!] 휘익! 공포에 질리며 절벽 끝으로 날아 내리고

기절초괴; [노야! 아직 살아있는 거요?] ! 옆으로 굴렀다가 급히 일어나며 겁에 질려 외치고

! 화르르! 화악! 화염이 흩어지며 드러나는 장면. 번뇌마야가 생사교를 휘두른 자세로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입과 코로 피를 흘리고 있고. 그 뒤에는 위상영이 주저앉아 눈물 콧물을 흘리고 있다. 두 사람 주변의 땅만 폭파되지 않았고. 반구형의 방어막이 두 사람 주변을 뒤덮고 있다.

기절초괴; [놀랐소! 정말 대단한 호신강기요!] 엄지 척 하며 일어나는 기절초괴.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억지로 웃고

기절초괴; [열 관이 넘는 폭약이 지근거리에서 터졌는데도 견딜 수 있는 호신강기는 오직 노야와 섭장천만이 발휘할 수 있을 거요.] 짝짝! 박수까지 치고. 그때

위태무; [!] 피를 토하며 비틀하고

위상영; [아버지!] 그 뒤에서 옆을 돌아보며 비명 지르는 위상영

피를 토하며 역시 옆을 돌아보는 위태무

! 멀지 않은 곳에 쓰러져 있는 위극겸. 팔 다리가 모두 부러지고 가슴도 터져서 갈비뼈가 드러나 있다. 근처에는 위진천의 상체 일부와 다리 일부가 뒹굴고 있다. 위진천의 몸뚱이 가운데 부분은 폭발에 터져버린 것

위상영; [아버지! 진천아!] 위극겸에게 기어가려 하며 울부짖고. 몸이 풀려 빨리 기어가진 못하는데

위태무; [... 인다!] ! 입과 코로 피를 줄줄 흘러내리는 모습으로 이를 갈고. 손에 들려진 생사교가 빛이 나며 길어지고

위태무; [오늘 기필코 네놈을 천참만륙해버릴 것이다.] 길어지는 생사교로 기절초괴를 겨누려 하고.

혈인원; [조심하게 가주!] 절벽 끝에서 긴장하며 외칠 때

기절초괴; [당연히 나를 찢어죽이고 싶으시겠지.] 히죽 웃고. 피하려 하지 않고

혈인원; (저 놈이 뭘 믿고 저렇게 태연한 건가? 번뇌마야가 생사교를 휘두르면 피하지 못할 텐데...) 긴장할 때

기절초괴; [하지만 늙은이는 날 절대 죽일 수 없어.] 코웃음 치고

위태무; [팔 다리가 잘려나가면서도 헛소리를 계속 할 수 있을지 보자!] 지잉! 생사교를 휘두르려 하고. 그때

기절초괴; [일부종사(一夫從事)는 모든 계집의 꿈이지.] 히죽 웃고

위태무; [이 상황에서 무슨 수작을...] + [!] 어이없어 하다가 눈 부릅

! 위상영이 두 손으로 든 비수로 위태무의 등을 깊이 찌르고 있다. 위상영의 눈은 풀려있고

혈인원; [!] 눈 부릅 놀라고

위태무; [... 상영아! 네가 왜...] 주르르! 입으로 피를 흘리며 돌아보는데

기절초괴; [무슨 수작은 무슨 수작이겠어?] [바로 이런 수작이지!] ! 사악하게 웃으며 날아들어 쇠꼬챙이를 내리긋고. 그대로 잘리는 생사교 든 위태무의 팔

털썩! 생사교를 든 위태무의 팔이 바닥에 떨어지고

위태무; [섭혼술...] 팔이 잘린 채 비틀하고

위태무; [상영이를 사로잡았을 때 섭혼술을 걸어두었구나.] 이를 갈고. 위태무의 등에 비수를 찔러 넣은 위상영은 여전히 눈이 풀린 표정이고

기절초괴; [똑똑하네 영감!] 츄릭! 쇠꼬챙이를 돌리면서 찌르고

콰드드득! 위태무의 심장 부분에 박히면서 홱 돌아가 사발만한 구멍을 내는 기절초괴의 쇠꼬챙이

후두둑! 위태무의 등까지 구멍이 나면서 피와 살점이 튀어 위상영의 얼굴에 뿌려지고.

위상영; [!] 정신 차리고. 그러다가

! 자신이 위태무의 등을 비수로 찌르고 있고 위태무의 등에 구멍이 난 걸 알아차리는 위상영

위상영; [!] ! 비명 지르며 물러선다. 위태무의 등을 찌르고 있던 비수는 놓치면서

털썩! 팔이 잘리고 가슴에 구멍이 나서 바닥에 주저앉는 위태무. 그 앞에서 멈춰서는 기절초괴. 웃고 있고

위상영; [조부님!] 비명 지르며 위태무에게 달려들려 하지만

기절초괴; [수고했다 위상영!] ! ! 쇠꼬챙이를 찔러 위상영의 가슴을 몇 군데 찍고

위상영; [... 이 마귀...] 눈을 까뒤집으며 쓰러지고

털썩! 나뒹구는 위상영

기절초괴; [다행히 계획했던 대로 되었구만.] ! 웃으며 쇠꼬챙이를 다시 왼쪽 소매 속에 넣고

혈인원; (철두철미한 놈!) (폭약이 통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위상영에게 섭혼술까지 걸어두었구나.) 그걸 보며 소름이 끼치는 표정

<결국 위상영을 납치한 진짜 목적은 구룡로를 손에 넣는 게 아니라 번뇌마야를 쓰러트리기 위한 것이었군.> 팔이 잘리고 가슴에 구멍이 난 채 주저앉은 위태무와 그 뒤에 쓰러진 채 벌벌 떠는 위상영과 두 조손 앞에서 몸을 숙여 생사교를 집어들려는 기절초괴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기절초괴는 한 발로 위태무의 팔을 밟고 생사교를 집어들려고 한다.

기절초괴; [생사교! 생사교!] 생사교를 쳐들며 웃고. 흥분이 극에 달한 표정

기절초괴; [네가 드디어 본좌의 손에 들어왔구나!] 으흐흐흐! 웃고.

기절초괴; [고맙소 번뇌마야. 그동안 생사교를 잘 보관해주어서...] 위태무를 돌아보고

위태무는 고개 떨구고 있지만 완전히 숨이 끊기진 않았는데

기절초괴; [그 대가로 편히 죽게 해주겠소.] 생사교로 위태무를 겨누고

위상영; [... 안돼!] 벌벌 떨며 신음. 몸을 움직이진 못하지만 정신을 잃은 건 아니고

기절초괴; [잘 가시오! 아들과 손자가 먼저 간 저 세상으로...] 스악! 생사교를 긋고.

목이 간단히 잘리는 위태무

위상영; [조부님!] 비명

털썩! 위태무의 목이 위상영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떨어지고

위상영; [안돼! 안돼!] 근처에서 구르는 위태무의 머리를 보며 눈물 콧물 흘리며 울고. 하지만 몸은 움직일 수 없고.

기절초괴; [명불허전이로구만! 금강불괴에 가까운 늙은이의 목도 간단히 잘라버리고...] 생사교를 보며 감탄하고. 그때

비파희; [잘 끝났군요!] 휘익! 산봉우리 아래에서 날아오르는 비파희. 그 뒤를 일곱명의 사내들이 따라서 날아오르고

기절초괴; [어서 오시오 비파희!] ! 몸을 숙여서 위태무의 허리춤에서 칼집을 뜯어내며 돌아보고. 비파희가 멀지 않은 곳에 내려서고 있다.

기절초괴; [드디어 생사교를 손에 넣었소이다.] 스릉! 칼집에 생사교를 넣고.

비파희; [마침내 천마조사님의 천마묵장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군요.] [축하드려요.] 고개 좀 숙이고

기절초괴; [고맙소이다.] 생사교를 허리띠에 끼우고

기절초괴; [광명륜에 이어 생사교까지 확보했으니 서둘러 천마뢰로 가봐야겠소. 밤이 길면 꿈도 많아지는 법이니...] 비파희를 따라온 무사들을 돌아보고

기절초괴; [네놈들은 남아서 뒤처리를 해라.] [번뇌마가 인간들의 시체에서 쓸만한 물건들을 빠짐없이 챙기되...] 위상영을 보며

기절초괴; [저 계집은 너희들 마음대로 해도 좋다.] 히죽

비파희는 찡그리지만

[감사합니다 가주님!] [분부 거행하겠습니다.] 포권하며 입이 귀에 걸리는 무사들

기절초괴; [, 즐긴 후 확실히 숨통을 끊어서 후환을 없이해야한다.] 돌아서고. 이어

기절초괴; [두 분은 나와 함께 갑시다.] 휘익! 날아오르고

혈인원과 비파희도 날아올라 기절초괴를 따라가고.

그러면서 힐끔 뒤를 돌아보는 비파희

위상영에게 다가가는 무사들

비파희; (불쌍한 계집...) 한숨

비파희; (하지만 나도 네년을 도와줄 수는 없구나. 곧 절대무적의 힘을 손에 넣게 될 가주를 거스를 용기가 내게는 없으니...) 기절초괴를 따라가며 한숨 쉬는 비파희

 

#335>

휘익! 참극이 벌어진 산을 날아오르는 청풍과 화접. 화접은 상당히 뒤로 쳐지고 있다.

청풍; (어느덧 폭발의 여파도 사라지고 있다.) 쐐액! 산 정상을 보며 날아오르고. 산 정상에서 피어오르고 있던 연기가 거의 사라졌다.

청풍; (아무래도 한발 늦은 것같은 기분이 드는구나.) 생각할 때

[아아악!] 여자의 비명이 산 정상에서 들린다.

[!] [!] 청풍과 청풍의 뒤를 따라 날아오르던 화접이 놀라고

청풍; (귀에 익은 목소리...) 눈 번뜩

청풍; (그녀가 위기에 처한 것 같다.) 쐐액! 날아오르며 위상영을 떠올리고

 

#336>

산 정상. 폭발이 일어난 중심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기절초괴의 졸개들 네 명이 시체들을 뒤져서 무기와 돈주머니등을 챙기고 있다. 위태무의 목이 잘린 시체 옆에서는 세 명의 사내는 위상영을 강간하는 중이다. 두 놈이 위상영의 팔을 좌우에서 누르고 있고 한 놈이 위상영을 올라타고 강간하는 중이다. 위상영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당하고 있고

! 위극겸의 팔에서 불훼철장을 벗기는 한 놈. 다른 놈은 이미 벗긴 불훼철장을 살펴보고 있고

[이게 불훼철장이로구만.] [특수한 합금으로 만들어져서 무엇에도 훼손되지 않는다지?] 불훼철장을 나눠든 두 놈의 눈이 희번득

[불훼철장만 끼면 우리도 일류고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야.] [탐나는 물건이지.] 불훼철장을 손에 끼어보며 흥분하는 두 놈. 그러다가

무사1; [!] 흠칫! 하며 위극겸을 보고. 위극겸의 몸이 약간 꿈틀하고

위극겸; [...] 고개 조금 돌린 채 위상영이 강간당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다. 입과 코로 피가 줄즐 흘러내리고

무사1; [이 인간, 아직 숨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구만.] 눈 부라리며 불훼철장을 낀 손으로 허리에 찬 칼을 뽑으려 하고

무사2; [명색이 번뇌마가 가주인데 폭약 정도에 즉사했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겠지.] 끄덕이며 위극겸을 살피고

무사1; [그럼 내 손으로 깔끔하게 끝장을 내줘야겠구만!] 스릉! 칼을 뽑는데

무사2; [그냥 살려둬.] 옆에서 무사1의 팔을 잡고

무사1; [어허! 자네가 이렇게 자비로운 성격인 줄은 몰랐네.] 철컹! 다시 칼을 칼집에 꽂으면서 눈 흘기고

무사2; [자비롭기는 개뿔...] 피식

무사2; [내버려둬도 결국 죽을 목숨이야.] [죽기 전에 딸년이 강간당하다가 살해당하는 걸 보게 해주세.]

무사1; [그럼 그렇지.] 피식 웃으며 칼에서 손을 떼고

무사1; [냉혈살귀라 불리는 자네가 온정을 베풀 리가 있나?]

무사2; [잘 봐둬라 위가야.] 위극겸의 얼굴에 자기 얼굴 들이밀며 사악하게 웃고

무사2; [나도 곧 네 딸년을 즐길 테니....]

[...] 위극겸의 몸이 떨리고.

무사1; [! 빨리 끝내고 교대하자. 기다리는 사람 생각도 해줘야잖냐?] 위상영을 강간하는 놈에게 외치고

무사3; [... 보채지 좀 마라! 어련히 끝낼까봐...] 헐떡이며 위상영을 강간하고. 하지만 그 직후

! 위상영의 머리맡에 내려서며 한 발로 그자의 턱을 걷어차는 청풍.

[!] ! 머리가 박살나서 뒤로 날아가는 무사3.

[!] [... 누구냐?] 위상영의 팔을 누르고 있던 두 놈이 기겁할 때

! 파삭! 그놈들의 머리도 연달아 걷어차서 깨트리는 청풍

[... 적이다!] [젠장!] [어느 틈에...] ! ! 위극겸 주변에 있던 다른 놈들 기겁하며 무기를 뽑지만

스악! 그자들 뒤로 유령같이 나타나며 양손을 젓는 화접. 화접의 양손에서는 가늘고 긴 실이 쥐어져 흔들린다

서걱! ! 목이 잘리며 몰살당하는 무사들

털썩! 퍼억! 나뒹구는 무사들의 시체. 그 배경으로 내려서며 위상영쪽을 보는 화접. 청풍이 위상영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다.

청풍; [악몽을 꿨다 생각하시오.] ! 위상영의 걷혀진 치마를 내려 아랫도리를 가려주는 청풍.

[...] 대꾸하지 않고 고개 돌려 번뇌마야 위태무의 시체를 보는 위상영

청풍; (말로 위로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로구나.) 한숨 쉬며 위태무의 시체를 보는 청풍.

<번뇌마야 위태무...> 위태무의 시체를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마교를 배신한 대가라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참혹하구나.) 바닥을 구르는 위태무의 목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그때

[공자님!] 화접이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는 청풍.

화접; [위가주는 아직 숨이 붙어있어요.] 위극겸의 시체 옆에 무를 꿇고 앉아서 청풍을 돌아본다

청풍; [그렇소?] 위극겸과 화접에게 다가가고. 그러다가

두 사람 근처에 널려있는 몸 가운데 부분이 터져서 상체와 다리만 남은 위진천의 시체 크로즈 업

청풍; (위진천...) 위진천의 상체를 보며 위극겸에게 다가가고

청풍; (어머니에게 한 짓이 괘씸하다만 최후가 너무도 무참하여 연민의 감정이 앞서는구나.) 위극겸 옆에 이르고

[...]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며 청풍을 올려다보는 위극겸

청풍; (살기는 틀렸다.) + [가주!] ! 위극겸의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청풍; [남기실 말씀이 있으면 하시지요.] 위극겸의 얼굴 들여다 보며

위극겸; [의심의 여지도 없이... 자네는... 구천마존님의... 손자로군.] 올려다보며

청풍; [알아봐주시니 고맙소.] 쓴웃음. 그 배경으로 화접은 무사1, 2의 손에서 불훼철장을 벗기고 있다.

위극겸; [서둘러... 천마뢰로 가시게.] [패륵이 떠난 후 일각 남짓 흘렀으니... 서두르면 따라잡을 수도 있을 걸세.]

청풍; (일각 남짓이면 아직 멀리 가진 못했을 것이다.) 눈 번뜩

위극겸; [천마뢰는... 마교의 총단이 있었던 황산(黃山) 단천애(斷天崖) 아래에... 있네.]

청풍; (마교의 총단이 황산에 있었군.)

위극겸; [무림맹의 정예 팔금강(八金剛)이 천마뢰를 지키고 있긴 하지만...] [패륵이 생사교를 쓰면 변변히 저항도 못해보고 학살당할 걸세.]

청풍; (하긴 생사교를 쓰는 패륵은 나라고 해도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겠지.) 끄덕이며 심각한 표정

위극겸; [... 서둘러 주게나. 패륵... 그 놈이... 천마묵장을 얻는 일은 절대... 일어나선... 안되네!] 눈이 감기고

청풍; [충고 새겨두겠소.] 일어나는데

위극겸; [염치없지만...] 눈이 반쯤 감긴 채 말하고. 일어서다가 돌아보는 청풍.

위극겸; [상영이를... 부탁하네.] 한숨

복잡한 표정으로 즉답을 못하는 청풍.

위극겸; [우리 번뇌마가의... 유일한 핏줄일 뿐 아니라...] [자네와는 멀지만 친척지간이기도 하지 않은가?] 간절

청풍; (매정하게 거부할 수만도 없군.) + [따님은 내가 책임지고 보살펴드리겠으니 안심하시오.] 끄덕

위극겸; [고맙네...] 눈을 감으며 웃고

위극겸; [우리 일족이 마교에 지은 죄를 용서하게.] ! 말하다가 고개 떨구고

청풍; (절명했군.) 한숨 쉬며 포권하고. 그때

화접; [이걸 가져가세요.] 두 손으로 불훼철장을 내민다. 입구쪽을 청풍을 향하게. 돌아보는 청풍.

청풍; (불훼철장...)

화접; [패륵을 상대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예요.]

청풍; [고맙소.] 받으려는데

화접; [손 내미세요. 신첩이 끼워드릴게요.] 입구쪽을 더 내밀고

청풍; [그럽시다.] 두 손을 펴서 내밀고

화접; [자당은 제가 살인상단으로 모시고 갈 테니 공자님은 패륵의 추격에만 집중하도록 하세요.] 청풍이 내미는 양손에 불훼철장을 끼워주는 화접

청풍; (사려가 깊은 여자로군.) 자신의 양손에 불훼철장을 끼워주는 화접을 내려다보고

화접; [됐어요! 어서 서두르세요.] 물러서고

청풍; [위소저도 보살펴주시오.] 누워있는 위상영을 보며 돌아서고

화접; [여기 걱정은 하지 마세요.] 끄덕

청풍; [이곳에서 벌어진 상황을 무림맹에도 전하시오.] 휘익! 날아가고

화접; [조심하세요.] 손 흔들며 외치고

멀리 날아가며 한 손 들어 보이는 청풍

화접; (됐어!) 손 내리며 배시시 웃고

화접; (천마조사의 유일한 핏줄인 저분의 관심을 끌었으니 잘만 하면 내 몸으로 천마조사님의 핏줄을 낳을 수도 있어.) 얼굴 발그래해지며 돌아서고

위상영은 눈을 감고 누워있고

화접; (위상영...) 눈 흘기며 다가가고

화접; (별로 호감 가는 계집은 아니지만 잘 보살펴 줘야한다.) + [심심한 조의를 표하겠어요 위소저!] 위상영 옆에 무릎 꿇고 앉으며 말하고

<그래야만 청풍공자님께 점수를 딸 수 있으니...> 장내의 광경 배경으로 화접의 생각 나레이션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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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八 章

 

            劒龍亂舞 (1)

 

 

촤악! 촤악!

해남검파의 정예고수들을 실은 배가 불도 켜지 않은 채 물결을 해치며 밤바다를 항해하고 있었다.

물결은 잔잔했으며 바람은 순풍이라 배는 뇌주탄을 향해서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진우백은 선실에서 검룡을 오른팔에 끼고서 그 비늘에 적혀있는 초식들을 연구하고 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한가지라도 익혀두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때 밖에서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주님! 어떤 배가 우리 해남도를 향해서 가고 있습니다. 아마도 적룡혈운도의 배가 아닌가 싶습니다.]

[몇 척인가?]

진우백은 벌떡 일어서며 물었다.

제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척 뿐입니다.]

진우백은 밖으로 달려나가 제자가 가리키는 쪽을 보았다.

과연 한척의 범선이 동산령의 선착장을 향해서 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해천월이 본파를 칠 모양이다.]

진우백은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

승부는 항상 비정한 것, 이긴다 하더라도 온전히 이기는 것은 없으며 진다고 완전히 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뇌주탄으로 적룡혈운도의 선단을 기습하기 위해 가고 있는 지금 적들도 해남검파이 본거지를 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여기서 돌아간다면 피해만 입을 뿐 성과는 조금도 거두지 못한다.

남아있는 제자들의 무공은 약하고 가족들이 염려되기는 했지만 돌아갈 순 없다.

진우백은 무겁게 내뱉었다.

[빠른 속도로 항진해라. 우리는 이 일전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살아서 돌아갈 수도 없다. 가족들을 구할 수 있는가 없는가도 오직 이 일전에 달려있다.]

해남검파의 제자들의 얼굴에 비장한 결심이 흘렀다.

그때 돌연 다른 선실에서 소령의 음성이 들려왔다.

[해남검파는 무사할 테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되요. 의심스러우면 잠시 배를 멈추도록 하세요.]

[...?]

[...?]

적룡혈운도의 고수들이 탄 배가 해남검파의 본거지가 코앞인 동산령으로 접근하고 있는 데도 무사할 거라니...

해남도의 제자들은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배는 멈추어서고 해남도로 접근하는 적룡혈운도의 배를 보기 위해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질 만큼 제자들이 쏠렸다.

적룡혈운도의 배는 점차 동산령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꿀꺽!

누군가가 긴장을 참지 못하고 침을 삼켰다.

가슴이 타는 것같은 심정을 어쩔 수 없었으리라.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쳤다.

[! 저저... ]

쿠오오오!

적룡혈운도의 배가 한자리에서 맴도는 것같더니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만세!]

[만세!]

해남도의 제자들이 만세를 부르며 환희의 함성을 질렀다.

적룡혈운도의 배는 그 사이에 완전히 물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 × ×

 

[그 늙은 스님은 물재주도 뛰어나신 모양이군.]

석두공은 짐작이 가는 바가 있어 웃으며 말했다.

소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재주가 뛰어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명한 사람이라면 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 거예요. 발 달린 짐승이 땅위에 오른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을 테니까요.]

[아마도 해변으로 하나씩 나올 때 마다 늙은 스님에게 제압당하겠군. 오지산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말이야.]

석두공의 말에 소령이 웃었다.

[오지산보다 염라국이 가깝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겠죠.]

[그렇게 웃을 때는 도무지 저승사자 같지가 않소.]

석두공이 갑자기 심각한 음성으로 말했다.

소령은 몸이 굳어지며 물었다.

[왜 제가 저승사자지요?]

[당신이 가는 곳마다 죽음이 널려있으니 저승사자가 아니고 뭐겠소?]

석두공은 침상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소령은 마른 손을 씻으며 불안스러운 듯이 선실 안을 거닐었다.

[....제가 당신을 끌고 다니면서 사람을 많이 죽이는게 싫은 거죠? 그렇죠?]

소령의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에 석두공은 내심 당황하며 말햇다.

[그렇다고는 말하지 않았소.]

[무림인으로서 어지러운 때에 살며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무림이라는 게 어차피 그렇고 그런게 아니예요?]

소령의 어투에는 어떤 비애같은 것이 진하게 배여있었다.

석두공은 무어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했다는 생각은 들었으나 그말이 틀린 것이라고도 생각되지 않았다.

소령의 신분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용의주도하게 살인을 하고 있다. 비록 석두공이나 늙은 승려가 그녀의 수족처럼 움직였다고 하더라도...

소령은 석두공의 맞은 편에 있는 침상에 가서 몸을 돌려 누웠다.

흐느끼는지 그녀의 어깨가 가는 떨림을 보이고 있었다.

석두공의 마음에 후회가 밀려왔다.

여자가 우는 것을 지켜본다는 것은 남자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라는 것을 석두공은 그때 처음 알았다.

또한 여인의 눈물은 용광로의 쇳물보다 뜨거워서 남자의 철석같은 마음도 녹여버린다는 것도 알았다.

[말이 과했다면 용서하시오.]

석두공은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

[...!]

소령은 여전히 어깨의 잔 떨림만을 보일 뿐이었다.

석두공은 다시 말했다.

[앞으로 소저에게 실례가 되는 말은 결코 하지 않도록하겠소. 무례를 용서하시오.]

[...!]

소령의 등을 바라보며 석두공은 선실의 문을 나섰다.

이상하게도 가슴속이 저리듯이 아파왔다.

찢어지는 듯하면서도 공허한 것하기도 하고 텅 빈 무엇이 있는가 하며 무거운 것이 가슴 속을 꽉 채우고 있는 것같기도 했다.

배는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고 있는데 석두공은 중요한 무언가가 물살 속으로 흘러서 영원히 뒤로 사라져버리는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해(情海)는 깊고 깊어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한다. 마음이 산란해지는 것은 오로지 정에 발을 딛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나도 어느새 정해에 깊숙히 빠져 있었구나.]

그는 입속으로 웅얼거리며 탄식했다.

눈앞으로 다가온 뇌주탄의 결전도 그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 무심해졌다.

석두공은 자신의 마음에서 무엇인가가 비워진 듯하자 모든 것이 들어차기를 거부하고 있는 듯한 것을 느꼈다.

 

한편 소령은 선실의 자기 침상에 돌아누운채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고 있었다.

(그가 사람을 죽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는데... 음모만 깨뜨리면 될 것을 지금까지 사람도 많이 죽였으니... 나는 그를 영웅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을 뿐인데... 이젠 나를 좋아하지 않겠지... )

그녀의 면사가 눈물로 촉촉히 젖어들고 있었다.

하나 다음 순간 그녀는 손바닥으로 눌러서 눈물을 훔친 후 발딱 일어나 앉았다.

[이렇게 된 것... 이렇게 된 것... 이렇게 된 것... ]

그녀는 다부지게 입술을 깨물었다. 정의 사슬을 매몰차게 끊어버리는 이빨의 마주침이 있었다.

비애가 밀려온 때문일까?

갑자기 현기증이 일어 그녀를 휘청이게 했다.

갑작스런 그 현기증이 의아하긴 했지만 그렇잖아도 상심해있던 그녀인지라 피곤한 몸을 누이고 잠으로써 모든 것을 잊으버리려 했다.

배가 물속으로 가라앉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꿈속으로 침잠하는가?

소령은 아득히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끼며 의식의 끈을 놓아버리고 나락으로 떨어져 내려갔다.

 

      ***

 

[호오! 이거 아주 아름다운 계집이군 그래. 이런 물건을 우리가 그냥 보내면 사람이 아니지. 암 사람이 아니야.]

귀두도(鬼頭刀)를 든 장한이 가슴에 무성하게 난 털을 쓰다듬으며 껄껄 웃었다.

그러자 서생차림을 한 자가 백옥선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말했다.

[하하하! 이를 말인가? 우리야 절에 시주는 못해는 여인들에게 육보시(肉布施)는 잘 해주는 사람들이 아닌가? 더구나 이 계집은 성질이 못되서 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으니 우리가 안아주지 않으면 평생 처녀귀신이 되어 죽을 거야.]

[낄낄낄! 아무튼 계집들의 재주란 게 참으로 묘해, 자기 말을 하는 줄 알면서도 못들은 척하고 시치미를 뚝 떼는 건 보통 공력이 아니란 말이야. 저기 저 표정 좀봐. 아예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지도 않으려고 애쓰는 표정이 역력하잖아.]

몸을 흔들흔들 하며 건달같은 사나이가 말했다.

그러자 귀두도를 든 장한이 크게 웃었다.

[푸하하하하! 어디 그뿐인가? 원래 계집들에겐 그것 말고도 절묘한 신공이 있는데 그건 망원망신공(忘爰忘神功)이라고 하네.]

서생이 섭선을 살랑이며 짐짓 궁금한 표정을 짓는다.

[망원망신공? 그게 뭔가 처음 듣는 거네.]

[말 그대로 잊고 싶은 것은 뭐든지 다 잊어버리는 기술이라네. 계집들로서 잘먹고 잘 사는 것들은 다 이 신공을 깊이 터득했지. 일부 그렇지 않은 여자들만 평생 괴롭게 살 뿐이네.]

귀두도의 장한이 건달 대신 대답했다.

서생이 부채를 접어 자신의 손바닥을 치면서 대소했다.

[정말 그렇네. 여자들은 정말 그런 신공을 익히고 있지. 여자에 대해선 난 우습게 보는 사람이네만 그 신공에는 정말 감탄하고 있지. 심지어는 동시에 여러 사내에게 윤간(輪姦)을 당한 일 같은 것도 그저 상상속에서 잃어난 것인 듯 간단히 잊어버리거든.]

[여자에게 뭔가를 기억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야. 특히, 그 여자에게 자신이 잘해준 것보다 못해준 것이 많다면 말이야.]

건달이 입을 찢을 듯이 벙글벙글하면서 말했다.

소령은 순간 소름이 쫘악 끼쳤다.

(저들이 지금 내말을 하고 있었나? 여긴 대체 어디지?)

몸을 움직이려고 했으나 천근만근인 듯 손가락하나 까닥할 수가 없었다.

소령은 속으로 소리쳤다.

(석두공! 석두공은 대체 어디 간 거야?)

하지만 그녀의 소리는 목구멍에 걸려서 입밖으로 나오지도 못했다.

그녀의 인형처럼 굳어진 눈으로 다가오는 건달같은 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번들거리는 눈빛이 소령으로 하여금 소름이 끼치게 했다.

소령은 그자가 어떤 상상을 하고 있는지 직감으로 알았다.

(! 이건 꿈이야. 꿈이 틀림없어.)

그녀는 부르짖었으나 눈앞의 것들은 너무도 선명했다.

귀두도의 장한이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푸하하! 저 놀란 토끼 눈 좀 보라구. 난 그일 보다도 그 전에 이렇게 구경하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네.]

[난 입술이 더 좋아, 살짝 벌어진 빨간 입술이 고혹적이지 않은가? ]

서생이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령은 그가 격고 있는 일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어떻게 해서 자신이 이 세놈의 음적들과 함께 있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가 누워있는 곳은 작은 배의 갑판이었다.

마치 건져올려진 물고기처럼 그녀는 아무렇게나 누워있는 것이었다.

건달이 소령의 발목을 잡으며 말했다.

[흐흐흐! 너는 우리가 건져올렸어.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으니 죽더라도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죽는 게 이승에서의 죄를 조금이라도 더는 것이야.]

소령은 내심 절망감에 소리쳤다.

(아 한 줌의 진기만 있어도...)

건달의 손은 그녀의 물에 젖은 흑색치마를 걷어올리고 있는데 소령은 조금의 반항조차 할 수가 없었다.

[히야! 기가 막히는군! 아직까지 이런 계집은 구경도 못해봤어. 이 허벅지 하나만 하더라도 숨이 막히게 만드는군. 꿀꺽! ]

건달이 그녀의 허벅지로 얼굴을 가져가며 소리쳤다.

허벅지 사이의 깊은 곳을 보려고 몸을 업드리는 바람에 그자의 팔꿈치가 소령의 허벅지에 눌러졌다.

(아얏!)

소령은 심한 통증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한가닥의 빛이었다.

굳어져 있던 그녀의 몸으로 가해진 건달의 작은 압박은 그녀의 몸이 깨어나게끔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소령은 자신의 혀끝을 깨물었다.

한입 가득 피가 머금어지면서 전신의 기가 순환하기 시작했다.

건달은 이제 막 그녀의 은밀한 곳을 가린 손바닥만한 작은 천을 떼어내려 하고 있었다.

푸악!

순간 소령의 입에서 피안개가 뿜어졌다.

[!]

건달이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퍼억!

그때 소령의 발이 그자의 허리를 찼다.

하지만 내력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건달은 비틀거렸을 뿐이었다.

귀두도의 장한과 서생이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곱게 죽지 못할 계집이로군... 육시를... ]

소령은 자신이 그들을 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몸속의 내공은 아직도 밑바닥 상태이다.

그녀는 뇌려타곤의 수법으로 몸을 떼굴 굴러 물속으로 뛰어들고 말았다.

풍덩!

[이런! 계집이 물로 들어가 버렸어. 반쯤 죽었거나 실성한 것같기에 혈도를 누르지 않았더니... 에잇! ]

건달이 벗겨들었던 소령의 신발을 팽개치며 분을 터뜨렸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설마 내가 자고 있는 사이에 해남도의 배가 파괴되어 버렸단 말인가? 하지만... 어떻게 내가 조금도 모를 수가 있었을까?)

소령은 물속에 드러누워 오로지 호흡에 의지하여 해류를 따라 흘러가며 생각했다.

방금 전에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실로 눈앞이 아찔해졌다. 자칫했으면 짐승같은 자들에게 능욕당할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생각은 두서를 잡을 수 없을 만치 혼란스러웠다.

앞의 생각과 뒤의 생각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없었다.

분명히 그녀는 석두공과 다투고 나서 갑작스럽게 현기증이 나서 침대에 누웠다가 잠이 든 것까지는 기억해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 자신이 그 세 음적의 배에 있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단지 그들의 말로 미루어 생각해 볼때 그들이 자신을 바다에서 건져올린 것같다는 정도가 전부였다.

소령은 물결에 몸을 맡긴채 흘러가면서 자신의 공력을 회복하고자 노력했다.

무엇인가가 자신의 공력을 크게 해친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몸의 다른 곳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한데도 그녀의 공력은 심한 손상을 입어있었다.

(회복하려면 한달은 걸리겠어... 한데 그는 어떻게 됐을까?)

소령은 석두공을 생각하곤 마음이 심란해졌다.

얼굴의 면사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남쪽바다의 뜨거운 햇살이 그녀의 얼굴을 까맣게 조여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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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청풍과 섭아연이 있는 곳. 기절초괴가 위진천을 잡은 곳의 북쪽이다. 암흑철사자가 주변을 경계하고 있고. 청풍이 섭아연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섭아연의 양 손목을 잡고 내공을 주입해 주는 중이다.

화악! 섭아연의 몸이 열기에 휩싸이고. 그러자

움찔! 하는 섭아연

천천히 눈을 뜨는 섭아연

청풍; [정신이 드십니까 어머니?] 올려다보고 눈물이 글썽

섭아연; [소협은 뉘신데 날 어머니라고...] 의아해하며 청풍을 보다가

섭아연; [!] 눈 치뜨는 섭아연

눈물 글썽이며 올려다보는 청풍의 얼굴 크로즈 업. 그 뒤로 용무린의 얼굴이 떠오르고

섭아연; [... 상공?] 흥분과 전율로 눈 치뜨다가

섭아연; [아니... 상공이 아니로구나.]

섭아연; [그런데 어떻게 상공과 빼닮은...] + [!] 그러다가 깨닫고

섭아연; [... 무궁(無窮)... 너는 내 아들 무궁인 것이냐?]

청풍; [! 제가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울며 웃고. 그러자

섭아연; [흐윽!] 청풍을 와락 끌어안으며 울음 터트리고 의자에서 내려와 무릎 꿇으면서

섭아연; [감사합니다 천지신명이시여! 감사합니다.] 청풍을 끌어안고 몸부림치고

청풍도 울고

섭아연; [어디 보자 내 아들! 네가... 네가 어느덧 이렇게 자랐구나.] 두 손으로 청풍의 얼굴을 감싸쥐며 울고. 그러다가

섭아연; [미안하다 무궁아. 어미가 되어서 키워주지도 못하고...] [네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을지...] 스륵! 울다가 다시 정신 잃으며 쓰러지고

청풍; (감정이 복 바치셔서 다시 정신을 잃으셨다.) 기절하는 섭아연을 끌어안고

청풍; (그게 누구든 용서하지 않겠다. 어머니를 불행하게 만든 데 책임이 있는 인간은...) 이를 부득 갈고. 그때

크르릉! 이빨 드러내며 한쪽을 보는 암흑철사자. 근처의 숲이다.

청풍; [나오시오.] 섭아연을 안은 채 이를 갈고. 쿠오오!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뿜어지고

움찔! 숲 속에서 누군가 놀라는 기척

청풍; [지금의 나는 누구라도 용납하기 어려운 심정이니 신경 거스르지 않는 게 좋을 거요.] 살벌하게 말하고. 그러자

[휴우! 할 말이 없네.] [자네 감정이 그리 격해진 것도 이해가 가네.] ! 스윽! 숲에서 걸어 나오는 용신장과 호신장

청풍; (용신장과 호신장...) + [무엇하러 왔소?] 노려보고

용신장; [자네 모친이 납치되었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바로 쫓아왔네만 한 걸음 늦었군.] 5미터쯤 거리를 두고 멈춰서고

호신장; [위진천... 그놈에게 광명륜을 넘긴 것인가?] 눈 번득

청풍; [당신들은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던 거요?] 노려보고

용신장; [그렇네.] 끄덕

용신장; [자네 부모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네가 누군지 몰라보는 게 오히려 어렵지.] 대답하고. 그러자

청풍; [흐흐흐 그랬단 말이지?] 쿠오오! 청풍의 몸에서 구름같은 살기가 치솟고

호신장; (지독한 살기...) 찌릿! 찌릿! 몸이 감전되는 느낌을 받고 긴장

용신장; [자네가 우리를 탓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네.] 찌릿! 역시 감전되는 느낌 받으면서도 침착하게 말하고

용신장; [하지만 지금은 위진천에게서 광명륜의 회수하는 게 우선이 아니겠는가?] [놈이 어디로 갔는지 알려주면 우리가 추적하겠네.]

청풍; [광명륜을 되찾는데 당신들이 나설 건 없소.] 섭아연을 바닥에 누이고

청풍; [내가 돌아올 때까지 어머니나 잘 지키시오.] 일어나고

용신장;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우리도 함께 가게 해주게.]

호신장; [지금쯤 위가놈은 제 할애비와 합류했을 수도 있어.]

청풍; [철사자! 어머니를 지켜라!] ! 암흑철사자에게 외치며 날아오르고

크릉! 암흑철사자는 청풍이 날아가는 쪽 보며 섭아연에게 다가오고. 이어

섭아연 옆에 웅크리고 앉는 암흑철사자

호신장; [우리도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

용신장; [지금 시점에서 저 친구 심기 건드려봤자 좋을 게 없으니 기다려보세.] 쓴웃음

용신장; (실패하지 마라 이청풍!) 청풍이 까마득히 멀어지는 걸 보며 한숨

용신장; (번뇌마가의 인간들이 광명륜과 생사교를 써서 천마뢰를 열면 세상이 지옥으로 변할 테니...)

 

#330>

호수 옆으로 난 길을 날아오는 십여 명의 사람들. 번뇌마야 위태무, 위극겸, 위상영, 귀면인1을 포함한 귀신가면을 쓴 자들. 위태무는 허리에 생사교를 차고 있고 위극겸은 양손에 강철 장갑을 끼고 있다.

위극겸; [홍택호에 접어들었습니다 아버지!] 함께 날아가며 위태무에게

위극겸; [진천이가 이청풍을 유인한 백로애까지는 일각 정도만 더 가면 도착할 것입니다.]

말없이 끄덕이는 위태무

위극겸; (아버지의 표정이 밝지 못하다.) 곁눈질로 위태무를 보고

위극겸; (뭔가가 아버지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건데...)

위극겸; (진천이를 만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초조

위극겸; (촌각이라도 빨리 진천이를 만나야만...) + [!] 생각하다가 눈 부릅

날아가는 일행 앞쪽에 서있는 야한 차림의 여자. 화접이다. 이제 목에 걸려있던 개목걸이와 쇠사슬은 사라졌다. 한손에 편지를 들고 있다. 편지는 위진천의 손가락이 들어있어서 불룩하다. 거리는 100미터 정도

위극겸; <평범한 계집이 아닙니다! 소자가 먼저 가서 확인하겠습니다.> 쐐액! 속도를 내서 앞으로 날아가며 전음 보내고

위태무; <조심해라.> 스스스! 속도를 줄이고. 뒤 따라 오던 위상영과 귀면인들도 속도를 줄이고

위극겸; [계집! 정체를 밝혀라.] 휘익! 화접의 10터 앞쪽에 날아 내리고

화접; [천한 것이 번뇌마가의 가주님을 뵈옵니다.] 두 손으로 편지 든 채 포권하며 야하게 웃고. 사실은 긴장했지만 웃는 척 하는 것

위극겸; [누가 보냈느냐?] 눈 번뜩이며 묻고. 그 뒤에서 위태무와 위상영등이 걸어온다

화접; [기절초괴 패륵으로부터 이 편지를 가주님께 전하라는 청부를 받았사옵니다.] 두 손으로 편지를 내밀고

위극겸; (패륵! 그놈이 역시 우리의 행적을 감시하고 있었구나.) ! 내미는 손이 진동하고. 그러자

! 화접의 손에서 편지가 빠져나와

! 위극겸의 수중에 잡히는 편지

화접; [가주께서 편지를 접수하신 걸 확인했으니 천녀는 이만 실례하겠어요.] 휘익! 날아오르고

멀어지는 화접. 그 배경으로 편지 봉투를 여는 위극겸. 헌데

위극겸; [!] 편지 봉투를 열다가 눈 부릅

위태무; [왜 그러느냐?] 다가오고

위극겸; [... 이런 것이 들어있습니다.] ! 편지 봉투를 거꾸로 들어서 손바닥에 위진천의 손가락을 떨군다.

[!] 위태무를 따라오던 위상영 진저리치고. 귀면인들도 눈을 부릅.

위태무는 이마를 찡그리고

잘려진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 크로즈 업

위상영; [... 그 반지 설마...] 달달

위태무; [진천이의 손가락이냐?] 다가오며 눈 번득

위극겸;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편지를 위태무에게 건네주고

위극겸; [진천이가 우리 가문의 후계자를 상징하는 심인환(心印環)을 분실했을 리는 없습니다.] 손에 들려있는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위태무; [이게 여기까지 오는 내내 떨쳐버리지 못한 불안의 실체였군.] ! 편지 봉투에서 접은 편지를 한 장 꺼내고.

이어 펼쳐서 읽는 위태무

모든 사람들 긴장해서 보고.

화르르! 찡그리며 편지를 태워버리는 위태무

위상영; [무슨... 무슨 내용인지요?]

위태무; [진천이가 패륵에게 인질로 잡혀있다.] 손에서 타는 편지를 보며

[그런...] [!] 경악하는 귀면인들과 위상영

위극겸; [패륵이 노리는 건 생사교겠습니다.] 이를 부득

위태무; [북동쪽 오십여 리쯤에 있는 노자산(老子山)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 날아오르고

위극겸; (어쩔 수 없군!) 휘익! 날아오르고.

위상영과 귀면인들도 날아올라 위채무와 위극겸을 따라가고

위극겸; (우리 번뇌마가의 대를 이을 진천이의 안위를 무시할 수는 없다. 최악의 경우 생사교를 포기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날아가고

 

#331>

기절초괴가 위진천 일행을 습격했던 호수가의 길. 청풍이 서서 시체들을 살피고 있다

강한 불길에 타죽은 위진천 수하들의 시체. 아직 시체에서는 연기가 치솟고 있고. 아홉 가닥의 불길이 길을 가로지르며 휩쓴 형상이 뚜렷하고

청풍; (아홉 가닥의 강렬한 불길이 휩쓸면서 위진천의 수하들을 태워 죽였다.)

청풍; (아마도 구룡로가 초열구룡염(焦熱九龍焰)을 뿜어낸 흔적일 것이다.)

청풍; (그렇다는 건 기절초괴 패륵이 매복해 있다가 위진천 일행을 습격했다는 뜻인데...) 찡그리며 생각하고. 그러다가

[!] 무언가를 느끼며 숲을 보는 청풍

숲속에 숨듯이 서서 청풍을 보고 있는 화접

청풍; (은신술이 제법이로군.) + [내게 용무가 있소?]

화접; [이청풍공자님이시지요?] 배시시 웃으며 숲에서 나오고

청풍; [내가 이청풍이오.] 끄덕

화접; [살인상단 인자급 자객 화접이 공자님을 뵈옵니다.] 조신하게 절하고. 여자들이 절 하는 방식으로

청풍; [살인상단 소속이셨군.] 안심

청풍; [소저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계신 듯 하오만...] 주변 둘러보고

화접; [! 공자님에게서 광명륜을 갈취한 위진천이 이곳에서 기절초괴 패륵의 습격을 받고 생포되었사옵니다.] 일어나고

청풍; (역시 패륵의 짓이었다.) + [그자가 위진천을 죽이지 않고 생포한 이유가 혹시...] 눈 번뜩이고

화접; [번뇌마야 위태무가 갖고 있는 생사교와 교환하기 위해서이옵니다.]

청풍; [!] 눈 부릅뜨는 청풍.

 

#332>

멀리 호수가 보이는 바위산.

그 바위산의 정상. 평평한데. 패륵이 탁자를 앞에 놓고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다. 패륵의 뒤에는 혈인원이 위진천을 옆구리에 끼고 서있다. 위진천은 기절한 채 축 늘어져 있다.

기절초괴; [오늘 따라 술맛이 죽여주는구만.] 자음자작하며 웃고

기절초괴; [하긴 살면서 오늘보다 기뻤던 날은 철 든 이래 없었지.] [나를 천하의 주인으로 만들어줄 보물들이 들어왔고 들어오게 되었으니...] 흐흐흐! 술 마시며 웃고, 그때

<산통을 깨서 미안하군!> 누군가의 음성이 들리고

기절초괴; [오셨구만.] 웃으며 술잔에서 입을 떼고. 혈인원도 긴장해서 눈 번뜩일 때

화악! 화라락! 상 아래에서 날아올랐다가 기절초괴 앞에 내려서는 위태무 일행. 위태무가 맨 앞에 서고 그 뒤를 위극겸과 위상영이 따르고 나머지 귀면인들이 반달형으로 세 사람을 보호하며 내려선다.

기절초괴; [어이쿠! 어서 오시오 노야!] 앉은 채 과장되게 포권한다. 술병과 술잔을 양손에 든 채

위상영의 시점. 혈인원의 옆구리에 끼어있는 위진천

위극겸; (진천아!) 심각. 반명

위상영; (패륵!) 이를 갈며 기절초괴를 노려보고

기절초괴가 자신을 농락하던 장면 떠올리는 위상영

위상영; (저 악귀를 죽일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 이를 바득 갈고. 그때

기절초괴; [먼 길 달려오시느라 목마르실 테니 한 잔 하시구려.] 쪼르르! 술병의 술을 술잔에 따르고.

위극겸; [쓸데없는 수작 말고 진천이나 풀어줘라.] 노려보지만

기절초괴; [받으시오.] ! 위극겸은 상대하지 않고 위태무에게 술잔을 날리고

콰드드! 팽이처럼 돌면서 위태무에게 날아오는 술잔. 술잔 주변의 공기가 마구 휘감긴다.

<주변 공간을 왜곡할 정도로 심후한 공력이 실려 있다!> 긴장하는 위극겸과 귀면인들. 하지만

눈 부릅뜨는 위태무. 그러자

가가강! 위태무 앞의 허공에서 맴돌기만 할 뿐 더 다가오지는 못하는 술잔. 이어

스스스! 회전도 멈추는 술잔

기절초괴; [오오오! 과연 명불허전이시오!] 짝짝 박수치고. 술병은 내려놨고

위태무; [권주(勸酒)의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지.] 허공에 떠있는 술잔을 잡고

위극겸; [아버지!] 급히 주의를 주려 하지만

위태무; [걱정마라.] 술잔을 입에 가져가고

위태무; [비천한 출신에서 일어나 혈전마가를 집어삼킨 자가 술에 독을 타는 정도의 잔꾀를 부리진 않았을 것이다.] 술을 마시며 말하고

기절초괴; [하하하! 역시 노야는 세상을 훔치려는 큰 도둑다우시오.] 웃으며 포권하고

그 사이에 술을 원 샷하는 위태무.

긴장하며 보는 위극겸과 위상영.

위태무; [좋은 술이로군.] 술잔을 입에서 떼고

위상영; (술에 장난질을 치진 않았구나.) 안도

위상영; (하긴 섭장천에 필적하는 고수인 조부님을 해칠 수 있는 독 따윈 없겠지.) 지직! 손에 든 술잔에 힘을 가하는 위태무를 보며 생각

위태무; [대접도 받았으니 본론으로 들어가자.] 파삭! 술잔을 움켜쥐어 깨트리고.

위태무; [진천이를 풀어준다면 오늘은 너를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하겠다.] 강렬한 눈빛

기절초괴; [아이구 너무도 관대하셔서 눈물이 납니다그려.] 엄살 부리며 눈 흘기고

기절초괴;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된 모양이신데...] 혈인원에게 고개 짓을 하고. 그러자

! 혈인원이 한손으로 위진천의 머리를 움켜쥐어 쳐든다. 눈을 감고 있는 위진천의 얼굴이 쳐들리고. 위진천은 눈을 감고 있고

기절초괴; [하나뿐인 손자의 머리통이 으스러지는 걸 보고 싶지 않으시면 생사교를 건네주셔야할 것이오.]

위태무; [패륵!] 한숨 쉬고

위태무; [너는 설마 진천이의 목숨 정도로 생사교를 얻을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는 것이냐?]

기절초괴; [당연하외다.] 끄덕

기절초괴; [노야의 대를 이을 유일한 손주의 목숨을 포기하실 리가 없지 않소이까?]

위태무; [노부는 물론이고 노부의 아들도 얼마든지 자손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음산한 표정

기절초괴; [두 분께서 자식을 봐서 대를 이으시겠다?] 울상

위극겸; (아버지가 강하게 나가시자 저 악머구리도 당황하는군.) 눈 번득

위태무; [자진해서 찾아와준 네게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다.] [덕분에 광명륜을 손에 넣을 기회가 생겼으니...] 스릉! 생사교를 뽑고

기절초괴; [정말... 정말 손자의 안위는 무시하시는 거요 노야?] 금방이라도 울둣한 표장

위태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 패륵!] 지잉! 빛을 발하는 생사교로 기절초괴를 겨누고.

츠으! 생사교의 검 날이 즉 늘어나 기절초괴의 목을 단번에 겨누고

기절초괴; [... 조심하시오 노야,] 자기 목에 겨눠지는 생사교 끝을 보며 기겁하고

위태무; [살고 싶으면 광명륜을 내놔라.] 음산한 표정

위극겸; (진천이의 목숨이 위태롭긴 하지만 전화위복의 상황이긴 하다.) 안도

<패륵 저놈이 아무리 날고뛰는 능력을 지녔다 해도 생사교의 살기를 피할 수는 없다.> 목에 생사교 끝이 목에 닿자 겁에 질리는 패륵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위극겸; (죽고 싶지 않다면 광명륜을 바쳐야겠지.) 안도하며 미소

위상영; (돌아가는 상황은 말 그대로 전화위복이긴 한데...) 조마조마

위상영;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은 어째서일까?) 두근 두근 뛰는 가슴을 손으로 누르고. 그때

기절초괴; [... 알겠소! 광명륜을 드릴 테니 목숨만은 살려주시오.] 울상. 겁에 질린 표정으로. 이어

기절초괴; [그 애송이부터 돌려드리시오 사형!] 혈인원에게 말하고

혈인원; [그러지.] ! 안고 있던 위진천을 앞으로 던지는 혈인원

위극겸; [진천아!] 앞으로 나서며 두 팔로 위진천을 받으려 하고. 기절한 채 힘없이 날아오는 위진천.

! 내민 위극겸의 두 팔에 안기는 위진천. 헌데 그 직후

지지지! 위진천의 옷 속에서 불꽃이 튄다

[!] 경악하는 위극겸

! 위진천의 상의 안쪽. 다이나마이트를 촘촘하게 엮은 게 몸통에 빙 둘러쳐져 있고 그 중 하나에 연결된 도화선이 타들어가는 중이다.

위극겸; [안돼!] ! 비명 지르며 타들어가는 도화선을 낚아채는 위극겸.

! ! 뒤로 날아 피하는 혈인원과 기절초괴.

[!] 바웅! 무언가 느끼고 자신과 위상영의 몸을 방어막으로 덮는 위태무. 직후

번쩍! 강력한 섬광이 위극겸의 몸을 휩쓸고

꽈앙!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 산 정상을 휩쓴다. 원경에서 본 모습

 

#333>

[!] [!] 호숫가를 따라 달려오다가 눈 부릅뜨는 청풍과 화접

멀리 보이는 산 정상에서 핵폭탄이 터진 것처럼 버섯구름이 일어나고 있다. ! 폭음도 들리고  

화접; [... 저긴 패륵이 번뇌마야 일행을 유인한 노자산이에요.] 청풍을 따라오며 손가락질하고

청풍; (패륵이 폭약을 이용해서 함정을 파놓았겠구나.) 쐐액! 날아가고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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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七 章

 

               海南島寶物

 

 

오지산 중턱에 해남파는 자리잡고 있었다.

 

-해남파(海南派)!

 

비록 해외의 변방에 있기는 하지만 그 규모에 있어서나 명성에 있어서나 여느 중원의 명문대파에 뒤지지 않았다.

오지산 중에 우뚝 서서 멀리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해남파의 성곽과 전각들은 해왕(海王)의 풍모를 드러내고 있었다.

 

<검룡전(劒龍殿)>

 

해남파 장문인 진우백(晉祐伯)의 거처이자 해남파 창설의 전설이 서려있는 곳,

밤이 늦도록 켜져 있는 불빛에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다.

오십을 바라보는 중년인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는 것이다.

얼굴이 너무 희어 약간 음침해보이기까지 하는 인상을 지닌 이 인물이 바로 해남파의 당대 장문인인 진우백이다.

[진정 그들을 상대할 힘은 어디에도 없단 말인가?]

진우백은 고뇌에 어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뚜벅뚜벅!

뱅글뱅글 맴도는 탁자의 주위엔 그가 일으킨 바람을 따라 촛불이 길게 늘어지고 진우백의 얼굴은 납덩이처럼 무거워지고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 날...]

그는 나직하게 내뱉었다. 그의 눈길이 잠시 탁자위에 펼쳐진 피빛 서찰에 머물렀다.

혈운(血雲)속에서 적룡이 승천하는 듯한 모습이 그려진 서찰에 검은 글씨로 몇 자 적혀있었다.

 

<...준걸(俊傑)은 시류(時流)를 알며 현명한 자는 허리를 숙이기 마다하지 않는다했다.

우리 해외의 세력이 중원에서 소외되어 온지 벌써 기 백년, 그동안 쌓여온 억압된 분노를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천운이 돌아 우리에게 천년의 대운이 돌아왔으니 마땅히 해외의 우리는 함께 힘을 모아...

... 중략...

해남도에 우리 적룡혈운도의 제자들을 보내는 바이니 진도주께서 익히 양해해 주시리라 믿소.

하나 이것은 모두 본 도주의 생각일 뿐, 만에 하나 진도주의 뜻이 본인과 다르다면 뇌주탄(雷州灘)에서 자웅을 결하길 원하오.

금월 초닷새까지 소식이 없으면 본인의 제의를 승락한 것으로 알겠소.>

 

[내일까지다.]

진우백은 침침하게 내뱉었다.

[놈의 의도를 빤히 알면서도 고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미 해남도를 수중에 넣고자 마음먹은 놈이다. 단지, 그것을 조용하게 하고 싶을 뿐...]

바로 그때였다.

[그들이 당신을 노리는 것이 겨우 해남도를 탐낸 때문이었을까요?]

어디선가 여인의 영롱한 음성이 들려왔다.

진우백이 몸이 반사적으로 돌아섰다.

그의 눈앞에 흑의를 입은 면사여인이 서있었다.

[누구요?]

진우백은 무거운 음성으로 내뱉었다.

면사여인이 말했다.

[지금 급한 것은 내가 누군지 묻는게 아닐 텐데요? 적룡혈운도의 해천월이 당신을 노리는 진정한 이유를 알고 싶지 않으셔요?]

그런 것까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지 진우백은 잠시 벙어리가 되었다.

적룡혈운도가 세력을 확장하는 와중에서 같은 해양의 세력인 해남파로도 손을 뻗었다고만 생각한 진우백이었던 것이다.

면사여인이 다시 말했다.

[만약에 당신이 뇌주탄으로 가게 되면 그땐 해남파가 세상에서 없어지겠지요. 그리고 가지 않는다면 무림에서 당신의 존재는 무의미한 것이 되겠죠. 선택은 당신이 하는 거예요. 하지만...]

문득 진우백은 그녀가 자신을 도와 줄 수도 있을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는 신음을 삼키며 말했다.

[혹시 좋은 방법이 있으면 말해주시겠소?]

[호호호! 어째서 장로들과 의논하지 않고 정체도 모르는 제게 묻는 거죠? ]

면사여인이 은구슬이 부딪히는 듯한 음성으로 웃었다.

진우백은 나직하게 탄식했다.

[장로들의 생각은 들을 필요가 없소. 부끄러운 말이오만 그들은 이미 해남파를 생각지 않고 있소.]

갑자기 면사녀가 눈가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도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군요. 하지만 실행력이 부족해요. 돌아선 자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그들이 당신을 죽일 거라는 것을 어째서 모르죠? 한번 망설이면 때를 잃게 되는 법이죠.]

진우백의 낯빛이 확 변했다.

[혹시 장로들이 모반을...!]

[그래요. 하지만 그들은 이미 두릅에 꿰어진 물고기가 되었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면사여인은 진우백에게로 다가서며 말했다.

진우백은 그녀가 다가섬에 따라서 똑 같은 거리를 유지하며 물러섰다.

면사여인에게서 어떤 강한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면사여인이 말했다.

[이곳이 해남검파의 창설에 관한 전설이 서려있는 곳이 맞는가요?]

진우백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인에 대한 경외심같은 것이 그의 마음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여인이 들어선 순간에 이미 자신이 손님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면사여인이 밖을 향해서 말했다.

[이곳이 확실해요. 진우백 문주가 그렇다고 했으니까요.]

[대체 그곳에 뭐가 있다고 그러시오? 아직 적룡혈운도의 놈들은 보이지도 않는데...]

석두공이 투덜거리며 문을 열고 들어섰다.

진우백은 비상시라서 경계가 엄중한 해남파를 마치 자기집 안방처럼 드나들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대체 제자들을 뭘하기에... )

그때 면사여인, 즉 소령이 말했다.

[해천월이 노리는 것이 여기에 있어요. 그에겐 해남파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죠.]

[어디? 어디 있소?]

석두공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소령은 말했다.

[이제 찾아봐야죠. 하지만 그전에 먼저 진문주로부터 해남파의 개파에 얽힌 전설을 들어야겠어요.]

진우백이 물었다.

[대체 해천월이 내게서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말해주시오.]

[당신에겐 그게 없어요. 만약에 당신이 그걸 가졌더라면 해천월에게 꿀릴 게 없을 테니까요. 개파(改派)에 얽힌 전설이나 말하세요.]

소령은 차갑게 말했다.

무시당했다고 여긴 진우백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잠시 소령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어떤 분노의 표시도 아무런 위안조차 될 수 없을 것같았다.

그는 탄식을 하고 말했다.

[우리 해남검파를 처음 세우신 분은 동은검객(憧恩劍客)이라는 분이셨소. 그분은 당시 중원에서 명망을 크게 떨치던 분이셨으나 다섯 명의 원수를 상대하다가 패해 이곳까지 도망쳐 오셨소.]

[우린 그 후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거예요.]

소령이 말했다.

진우백은 못들은 척하며 계속 말했다.

[그때부터 이곳 오지산에 숨어 사시면서 더욱 검술을 닦았는데, 잠은 항시 이곳 대전 자리에 서있었던 한 그루 천년거목 아래에서 주무셨다 하오. 그러던 어느날 밤 갑자기 나무 속에서 괴이한 소리가 들리기에 잠결에 놀라 검을 휘두르셨고 그 바람에 그 천년 거목이 베어져버렸다 하오. 이 탁자가 바로 그 나무의 그루터기요.]

진우백은 통나무를 잘라서 만든 것같은 탁자를 가리켰다.

나무 그루터기를 다듬어 만든 그 탁자의 면은 대패질을 한듯이 매끄러웠다. 석년의 동은검객의 검법이 어떠했는지를 단적으로 알려주는 것이었다.

[한데, 천년거목이 베어지는 순간 나무 속에서 갑자기 한 마리의 백룡이 튀어나왔소. 조사께서는 놀라 검으로 용의 입을 찔렀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백금(白金)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물건이었다하오. 어느 누가 만들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그 비늘 하나하나에는 한 가지 씩의 검초가 새겨져 있었는데, 그로 말미암아 우리 해남검파가 창설되었다고 하오.]

진우백이 자부심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 백금으로 만들어진 용은 어디 있소?]

석두공이 물었다.

진우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알 수가 없소. 그것은 검룡(劒龍)이라고 불렀는데 언젠가 부터 사라져 버렸다고 하오. 노부가 사부님께 들은 바로는, 검룡은 생명이 있는 물건이라 스스로 모습을 감추었을 것이라 했소.]

[더 말할 것도 없어요. 검룡은 이곳 검룡전 내의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거예요.]

소령이 말하며 옥퉁소를 뽑아들었다.

진우백과 석두공이 동시에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오?]

[검룡이 있을 당시엔 천하의 어느 누가 해남검파를 노릴 수 있었겠어요? 아무도 검룡을 훔쳐갈 수 없었을 거예요.]

소령이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해남파의 장문인이나 제자들 중 누군가가 숨겼다는 뜻인데, 그것이 악의에서는 결코 아니었을 거예요. 결국 선의로 숨겨진 검룡은 후세의 제자들이 어느 정도 생각만 하면 찾을 수 있는 곳에 있을 거란 말이죠.”

[검룡이니 검룡전에 있다... 능히 그럴 수 있겠구료.]

진우백이 눈을 감은 채 나직하게 말했다.

그때 석두공이 불쑥 나서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찾아보겠소.]

[...?]

[저 탁자를 부수려는 것이죠?]

소령이 퉁소로 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탁자는 검룡이 나왔다는 거목의 둥치를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만든 것이었다.

석두공은 고개를 끄덕이며 탁자로 다가갔다.

[...!]

[...!]

소령과 진우백은 긴장된 시선으로 석두공의 하는 양을 지켜보았다.

석두공은 탁자에 쌍장을 놓더니 공력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엄청난 내공이 탁자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탕퉁!

탁자위의 찻잔과 주전자가 튕겨나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때, 석두공의 얼굴에 희색이 만면했다.

소령이 재빨리 물었다.

[느낌이 있어요?]

[뭔가가 내 공력에 반응하기 시작했소.]

석두공이 대답하며 더욱 공력을 돋우었다.

우우우웅!

그의 몸에서 발산되는 힘으로 인해 방안에도 어떤 기류가 형성되는 듯했다.

진우백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석두공은 약관이 될듯말듯 보이는데 그 무공의 강인함은 그가 상상할 수도 없는 정도인 것같았기 때문이다.

진우백에게는 총명하기 이를 데 없는 소녀 소령과 석두공이 신비하고 두렵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이때 석두공이 말했다.

[움직인다.]

순간,

파앗!

탁자가 벌어지며 그 속에서 은빛 빛 덩어리가 치솟았다.

그 기세는 실로 놀라워서 용이 구름을 뚫고 승천하는 듯했다.

!

빛 덩어리는 검룡각의 지붕을 뚫고 높이 날아올랐다.

[검룡이다!]

[검룡!]

파앗! 쐐애액!

진우백과 소령이 소리치며 몸을 날렸다.

그들은 승천하는 빛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은빛 덩어리는 석두공의 손짓에 따라 그의 손으로 다시 되돌아오고 있었다.

번쩍!

엄청난 빠르기였다.

진우백과 소령이 방향을 틀기도 전에 그것은 석두공의 손으로 돌아와 버리고 말았다.

[오오!]

석두공은 검룡을 손에 쥐고 놀라움에 찬 탄성을 터뜨렸다.

그의 손에 쥐어진 검룡, 그것은 백금으로 만들어졌으며 길이는 삼척이고 굵기는 사람의 허벅지만큼 굵었다.

머리는 생생하게 날아오를 듯한 용의 모습이며 눈에는 붉은 빛을 발하는 주먹만한 홍보석이 박혀 있다.

입에는 수정으로 만들어진 듯한 투명한 여의주(如意珠)를 물었으며 뿔은 사슴의 그것마냥 갈래져 있고, 비늘 하나하나는 살아있는듯 생동감이 있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한마리의 용이라고는 말할 수 없고 용의 머리부분만 있을 따름이었다.

한데 그것의 끝부분에는 속이 비어 있어서 사람의 손이 들어갈 수 있을 것같았다.

검룡은 비늘하나하나에 초식이 적혀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병기로서 모양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석두공은 그 검룡을 통해서 전해지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천왕저에 비해 손색없는 힘을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해천월이 노릴 만도 하군.]

석두공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말했다.

소령과 진우백이 그의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석두공은 검룡을 세세히 살핀 후에 진우백 앞으로 불쑥 내밀었다.

[잘 간직하시오. 그 안에는 숨겨진 비밀이 무척 많을 것같소.]

진우백의 입이 딱 벌어졌다.

검룡이 자신의 거처에서 나왔고 또한 해남검파의 보물이라고는 하지만 찾아낸 사람은 석두공과 소령이라고 할 수 있다.

헌데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자신에게 넘겨주자 그 떨리는 마음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내뱉었다.

[...받아도 되 되겠소?]

[이제 뇌주탄으로 가서 적룡혈운도의 세력을 분쇄시키는 것이 중요해요. 진문주께서도 도와주시겠죠?]

소령은 아쉬운 듯이 검룡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우백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했다.

[해천월의 손에 가루가 된다고 해도 가겠소이다.]

[당신의 장로들은 모두 혈도가 제압당한 채 꽁꽁 묶여 있어요. 믿을 수 있는 부하들과 함께 한 척의 배만 가지고 뇌주탄으로 가도록해요.]

소령이 명령하듯 말했다.

진우백은 단 한 척의 배만 가지고 간다는 말에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우리도 함께 가요.]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소령의 음성을 듣는 순간 모든 경각심을 풀어버렸다.

소령과 석두공이 있는 한 무엇이든 잘 될 것만 같았다.

이유없는 복종심과 신뢰감이 그의 가슴에 싹트고 있었다.

[당장 배를 준비시키겠소.]

그는 두 사람을 검룡전 안에 남겨두고 밖으로 나갔다.

진우백이 나가자 소령이 구석진 한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나오세요.]

순간 키가 작달막하며 까무잡잡한 것이 용화사의 그 중과 흡사한 중이 나왔다.

단지 그는 나이가 훨씬 많아 구십 세 정도로 보인다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그는 이미 오래 전에 그곳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가 머리를 간단히 조아리자 소령이 말했다.

[덕분에 일이 순조롭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제 편안히 쉬시라는 말씀이 계셨어요. 그동안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늙은 중은 입가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노납은 오래 전부터 쉬고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요. 또한, 천하를 위해 맡은 바 소임을 다 했을 뿐이니 노고라고도 할 것이 없소이다. 노납은 여전히 건강하다고 전해주시오.]

소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어요. ,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가지 부탁을 드려야 겠군요.]

[말해 보시오.]

[이곳으로 오는 적룡혈운도의 무리들을 혼내주세요. 고수들이긴 해도 수가 많진 않을 거예요.]

[그렇게 하리다.]

스스스!

소령의 말이 끝나자 늙은 중은 안개가 흩어지듯이 사라져 버렸다.

석두공이 나직하게 말했다.

[소소저보다 더욱 뛰어난 고수였군. 저 정도라면 무림에서 십대고수에 능히 들고도 남음이 있을 것같은데...]

소령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빙산의 일각이죠.]

[...?]

흠칫하는 석두공을 보며 그녀는 말을 이엇다.

[십대고수는 겉으로 드러난 자들에 불과할 뿐이라는 말이에요. 실제로 제가 아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십대고수와 무공이 엇비슷하거나 더욱 강한 자들이에요.]

[십대고수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들리는군.]

[사실이 그래요.]

소령은 눈을 깜짝이며 말했다.

석두공이 말했다.

[피곤한 모양이군! 하긴 쉬지도 못하고 달려왔으니...]

[괜찮아요. 뇌주탄에 갈때까지 푹 쉴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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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

<-무림맹> 아침. 하지만 흉흉한 분위기

대청 건물. 삼엄한 경비.

섭패천; [믿을 수 없소!] 버럭 고함. 긴 탁자를 사이에 두고 여러 사람이 앉아있다. 상좌에는 섭장천이 앉아있고. 탁자 좌우에 앉은 것은 쌍뇌신로, 섭패천, 진무륜, 진상파와 벽세황등이다, 장세명이 입구를 등진 위치에 서류를 들고 서있다. 섭장천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는 섭패천과 쌍뇌신로가 마주 앉아있다.

섭패천; [진천이... 진천이가 아연이를 납치했다니...] [아연이는 그놈에게 이모뻘이기도 한 걸 잊었소?] 주로 쌍뇌신로에게 화를 내는 중이다.

섭패천; [남도 아닌 아연이를 해꼬지 해?] [나보고 그런 일을 믿으라는 거요?] 장내를 돌아보며 눈 부라리고

벽세황; [저와 진소가 직접 겪은 일입니다 사숙!] 말하고. 돌아보는 섭패천

벽세황; [위사제는 독을 써서 남해신니를 무력화시킨 후 섭사저를 납치해갔습니다.]

섭패천; [세황이 넌 입 다물고 있어라.] 눈 부라리고

불쾌해지는 벽세황

섭패천; [대체 그놈이... 장차 무림맹을 물려받을 진천이 놈이 뭐가 아쉬워서 제 이모를 납치한단 말이냐?] 이를 갈고

장세명; [위진천의 목적에 대해서는 지난 밤 익명의 제보가 있습니다.] 서류를 들고 읽으며 말하고

모두 장세명을 돌아보고

장세명; [낙양 위가장이 바로 번뇌마가이며...] [삼십여 년 전 마교가 멸망할 때 생사교를 빼돌린 것은 번뇌마야였다고 합니다.]

섭패천; [그런 말도 안되는...] 경악

장세명; [익명으로 남겨진 것이긴 하지만...] [이 제보대로라면 위가장의 소장주인 위진천이 광명륜을 노릴 이유는 충분하고도 넘치지 않겠습니까?]

장세명; [생사교를 갖고 있으니 광명륜만 얻으면 천마뢰를 열고 들어갈 수 있으니 말입니다.]

섭패천; [믿지 못하겠다.] [내 딸이 시집 간 위가장이 번뇌마가였다는 건 말이 안돼.] 입구쪽으로 거친 걸음으로 걸어가고

섭패천; [내가 직접 사위 놈을 만나서 확인하겠다.] 쐐액! 대청 밖으로 날아가고

침통하게 보는 섭장천

벽세황; (일이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 심각

벽세황; (이청풍은 분명 어머니의 안위를 위해 광명륜을 포기할 텐데...)

벽세황; (번뇌마야가 생사교와 광명륜을 써서 천마묵장을 얻으면 사부님이라 해도 상대하기 힘들 것이다.) 병약해진 섭장천을 곁눈질하고

벽세황; (최악의 경우 무림을 떠날 각오도 해야겠구나.) 한숨

진상파; (밤새 천기를 살펴본 바에 의하면 천마묵장이 세상에 나오는 것은 무슨 수를 써도 막을 수 없다.)

진상파; (그저 천마묵장으로 세상이 지옥이 되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한숨

 

#327>

<-홍택호>

<-백로애> 까마득히 높은 절벽. 바위가 하얗고 정상부분이 앞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마치 새가 날아오르려는 것처럼 보인다.

백로애 정상. 천막이 쳐져 있고. 십여 명의 무사들이 눈을 번득이며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천막 안에는 의자 두 개가 놓여있고. 다과가 차려진 탁자도 있고

[내가 왔다.] 휘익! 외치는 소리가 들리며 허공에서 누가 날아 내리고.

무사들 흠칫! 할 때

휘릭! 천막 앞에 날아 내리는 위진천.

[소가주님!] [어서 오십시오.] 급히 포권하는 무사들

위진천; [버러지들이 꼬이진 않았겠지?] 천막 안으로 들어가며

[!] [사방 십리 안쪽에 겹겹이 경비를 세웠지만 이상은 보고 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답하는 무사들

위진천; (무림맹의 인간이 눈에 보이면 이 여자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효과겠지.) 기절한 섭아연을 의자 하나에 앉히고

위진천; (이청풍의 뒤를 밟은 본가의 간세들이 보고해온 바에 의하면 놈은 경항대운하를 따라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탁자로 가서 술병을 집어들고

위진천; (본가에서도 놈과 직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술병을 집어들고

위진천; (아마 늦어도 하루 안에 제 어미를 구하러 나타날 것이다.) 술병 채로 술을 마시려 하고. 바로 그때

삐이이이! 날카로운 피리소리가 들리고. 움찔! 하며 술 마시는 것을 중단하는 위진천. 무사들도 흠칫! 하며 주위 두리번. 이어

[... 저건...] [무언가가 호수를 가로질러 오고 있습니다!] 천막 주변의 무사들 긴장해서 호수를 보고. 삐이! ! 연신 피리소리가 들리고

위진천도 천막에서 나와 호수를 보고. 직후

위진천; [!] 눈 부릅

! 쏴아! 호수를 가로질러 달려오는 시커먼 사자.

촤아! ! 호수를 한 번에 백 미터 이상씩 도약하는데 수면을 밟아도 빠지지 않는다. 마치 얼음판 위를 달리는 것 같고. 등에는 청풍이 타고 있다

위진천; [암흑철사자!] 긴장하여 주춤 뒤로 물러서고.

[그러고 보니 저 괴물은 암흑마가의 수호영물 암흑철사자다!] [암흑철사자의 등에 누군가 타고 있다.] 긴장하며 외치는 위진천의 주변 무사들

위진천; (이청풍!) 긴장하며 보고. 섭아연이 앉아있는 의자 근처로 물러섰다.

위진천; (저놈이 암흑철사자를 부려서 달려오는 바람에 예상했던 것보다 하루 가까이 인질 교환이 빨라졌다.)

위진천; (아버지와 조부님이 합류하실 때까지 하루 가까운 시간을 나 혼자 광명륜을 지켜야한다는 건데...)

위진천;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구나.) 생각할 때

백로애 아래에 이른 암흑철사자. 백여 미터 높이라 까마득하지만

크왕! 울부짖는 암흑철사자

화악! 수면을 박차고 아주 높게 날아오른다.

[! 백로애를 단번에 날아오른다!] [... 말도 안되는...] 천막 주변의 무사들 공포에 질리고. 직후

위진천; [!] 가까이 있는 무사에게 손을 내민다. 시선은 암흑철사자가 날아오르고 있는 절벽을 향하고.

[여기...] 급히 무사 한 놈이 뽑은 칼의 손잡이를 내밀고. 그걸 잡는 위진천. 그 직후

휘익! 마침내 절벽 위로 날아올랐다가

휘익! 천막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내려서는 암흑철사자

[... 멈춰라 이청풍!] [네 어미가 안전하기를 바라면 허튼 수작하지 마라!] ! 차창! 무기를 뽑으며 긴장해서 외치는 무사들

휘릭! 그자들은 상관 않고 암흑철사자의 등에서 뛰어내리는 청풍. 시선은 천막 안을 향한 채로

천막 안의 의자에 고개 떨군 채 기대 앉아있는 섭아연. 반백의 초췌한 얼굴. 섭아연 옆에는 위진천이 긴장한 채 서있고

청풍; (저분이 내 어머니...) 침통한 표정으로 천막으로 다가가고

위진천; [그쯤에 멈춰라!] ! 칼을 고개 숙인 섭아연의 목덜미에 대고

[...] 찡그리며 멈춰서는 청풍

위진천; [가깝진 않아도 친척지간인 너와 이렇게 만나서 유감이다 이청풍!] 억지로 웃고

노려보는 청풍

위진천; [피차 불편하고 멋쩍으니 바로 거래를 끝내자. 광명륜을 넘겨라.] ! 칼날로 섭아연의 목덜미를 깊이 누르고. 그러자

주르르! 섭아연의 목덜미에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고

크르릉! 암흑철사자가 분노하여 이빨을 드러내는데

청풍; [나도 여러 말 하고 싶지 않다.] ! 오른손으로 왼쪽 손목에서 광명륜을 뽑아내고

청풍; [두 번 다시 친척 운운하지 마라. 인간이 아닌 것들과 친척이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으니...] ! 광명륜을 던지고

위진천; (그놈 단단히 화가 났군.) ! 날아든 광명륜을 칼 들지 않은 손으로 받으며 히죽 웃고. 이어

광명륜을 살펴보는 위진천

위진천; (틀림없다!) 살펴보며 흥분

위진천; (모든 특징이 우리 번뇌마가에 전해지는 기록과 일치한다.)

위진천; (드디어 광명륜이 내 손에 들어온 것이다.)

청풍;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생각이냐?] 청풍이 노려보고

위진천; [이거 실례...] 히죽 웃으며 광명륜을 품속에 넣고

위진천; [물건을 받았으니 인질을 돌려주긴 하는데...] ! 섭아연의 목덜미에서 칼을 떼고

위진천; [네가 인질을 확보한 후 날 추적할 것을 대비해서 손을 좀 써놨다.] 섭아연을 보며 히죽 웃고

청풍; [어머니에게 독을 쓴 것이냐?] 분노

위진천; [그리 대단한 독은 아니다.] 청풍을 보며 뒷걸음질. 다른 무사들도 무기로 청풍을 겨누며 뒷걸음질

위진천; [단장지독(斷腸之毒)이란 것으로 창자를 썩게 만드는 지독한 독성을 지녔다.] 다른 놈들도 뒷걸음질

위진천; [다만 독성은 대단해도 내공을 쓰면 쉽게 태워버릴 수 있다.] 돌아서고

위진천; [그러니 괜히 의협심으로 날 추적하는 대신 널 낳아주신 분을 구하는 데 전념하도록 해라.] 휘익! 날아가고. 천막 주변에 있던 놈들도 일제히 날아올라 위진천의 뒤를 따라가고.

곧 장내에는 청풍과 섭아연, 암흑철사자만 남는다.

청풍; (생사교를 이미 갖고 있는 번뇌마가에 광명륜마저 넘기고 말았다.) 위진천이 멀어진 곳을 보며 우울

청풍; (이제 천마묵장이 세상에 나오는 것은 기정사실이 되고 말았다.) 섭아연에게 다가가고

청풍; (천라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절대 광명륜을 번뇌마가에 넘기면 안되었지만...) 섭아연 앞에 무릎을 꿇는다.

고개를 떨구고 있는 섭아연의 초췌한 얼굴

청풍; (어머니...) 양손으로 섭아연의 양쪽 손목을 잡으며 눈시울이 붉어지고

청풍; (가혹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불행해질 대로 불행해진 이분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청풍; (내게는 세상보다 어머니가 더 소중하니...) ! ! 섭아연의 양쪽 손목으로 내공을 주입한다.

화악! 섭아연의 몸이 수증기에 휩싸이고

청풍; (감사합니다 어머니...) 지지징! 섭아연의 양쪽 손목에 내공을 주입해주면서 웃고. 눈시울을 붉히며

<소자에게 효도 할 기회를 주셔서...> 청풍이 천막 안에서 섭아연을 치료하는 모습과 그걸 보고 있는 암흑철사자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328>

쐐액! 강변으로 난 넓은 길을 전력으로 달려가는 위진천. 그 주위를 수십 명의 무사들이 위진천을 호위한 채 함께 날아가고 있고. 강변 길은 좌측은 강이고 우측은 나무들이 상당히 우거진 숲이다.

위진천; (아버지와 조부님도 경항대운하를 따라 올라오고 계신다.)

위진천; (최대한 서둘러서 남하하여 나 혼자 있는 시간을 줄여야한다.) (머잖아 광명륜이 내 수중에 있다는 소문이 요원의 불길처럼 퍼질 테고...)

위진천; (그럼 온갖 버러지들이 요행을 바라고 날 공격할 게 뻔하다.)

위진천; (광명륜을 지키기 위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아버지 일행과 합률하는 시간을 앞당기는 것뿐이다.)

위진천; (일단 아버지 일행과 만나기만 하면...) + [!] 생각하다가 눈 부릅

! 위진천 일행이 달려가는 길 앞쪽,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서 야한 차림의 화접이 나오고 있다. 목에는 사슬 달린 목걸이를 하고 있고. 두 손으로 사슬을 들고 있다. 위진천 일행을 돌아보며 고혹한 미소와 자태를 보이고

[웬 계집이냐?] [함정일지도 모른다!] [저 년 치워버린다!] 쐐액 외치며 날아가는 무사들. 그러면서도

<그년, 죽이는 몸매다!> <얼굴도 경국지색인데...> 헤벌죽 하는 무사들이 대부분이다.

길 중앙에서 위진천 일행쪽으로 돌아서며 위진천 일행을 정면으로 보는 화접. 도발적인 자태를 취하면서

[... 저년이...] [계집이라고 봐주지 마라.] [날려버려라!] 쐐액! 화접에게 쇄도하는 무사들. 직후

배시시 웃는 화접. 이어

화악! 갑자기 무사들의 대열 우측의 숲속에서 아홉 마리의 불로 이루어진 용이 튀어나와 무사들을 휩쓴다.

[크악!] [케엑!] 화악! 불로 이루어진 거대한 용들이 휩쓰는 순간 불덩이가 되는 무사들. 옆은 경계하지 않았던 터라 몰살당한다. 다만

위진천; [!] 바웅! 몸을 방어막으로 덮은 채 불길이 뿜어지는 반대쪽으로 날아가는 바람에 변을 면한다.

위진천; [이런...] 휘릭! 강물에 가까운 곳으로 내려서며 경악하는 위진천

[크아악!] [케엑!] [... 살려줘!] 위진천을 경호하던 자들 불길에 휩쓸려 몰살당해서 나뒹군다.

위진천; [... 누구냐?] 이를 갈며 외칠 때

기절초괴; [이런 분이시다.] 헤벌쭉 웃으며 숲에서 나오는 패륵. 왼손 손바닥에 구룡로를 얹어들고 있는데 구룡로의 뚜껑에서는 불로 이루어진 작은 용들이 너울거리고 있다.

위진천; [... 기절초괴 패륵?] 경악하고 전율하고

기절초괴; [그래 바로 나야! 천상천하유아독존이 될 위대한 천재인...!] 웃으며 다가오고

위진천; (... 함정!) 강쪽으로 뒷걸음질 치고

위진천; (저 마귀새끼는 내가 이청풍과 거래하는 장면도 모두 보고 있었던 것이다.) 뒤로 물러서며 이를 갈고.

위진천; (무공으로는 도저히 싱대가 안되니 도망쳐야만 한다.) 곁눈질로 뒤쪽의 강을 보고

위진천; (다행히 뒤쪽의 강물은 상당히 깊은 듯하니 잠수해서 빠져나갈 수 있을 지도...) + [!] 생각하다가 눈 부릅. 화악! 강물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치솟는다. 쳐든 두 팔이 아주 긴 인물. 바로 구대마왕중 혈인원이다.

위진천; (아차!) 피하려 하지만

콰득! 뒤에서 위진천을 강하게 끌어안는 혈인원. 눈 부릅 뜨는 위진천

위진천; [끄아아악!] 혈인원의 팔에 감긴 몸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에 비명 지르고

기절초괴; [죽이지는 마시오 사형.] 웃으며 다가오고. 뒤쪽의 숲속에서 비파희도 따라 나오고 있고

기절초괴; [내게 천하를 안겨줄 큰 공을 세운 놈이니...]

위진천; [... 혈인원이 사형이라면...] 끄윽! 고통 속에서도 경악하고

기절초괴; [본좌가 바로 혈전마가 소속 구대마왕중 막내인 무영귀야.] [혈전마가의 당대 가주이기도 하고...] 다가와서 위진천의 품속에 손을 넣고

위진천; [... 그런...] 경악할 때

기절초괴; [네놈을 지금 당장 죽이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 기절초괴의 품속에서 광명륜을 꺼내고

기절초괴; [광명륜을 구해서 본좌에게 바친 공이 그 중 한 가지인 건 알 테고...] 광명륜을 들고 살피고.

화접; (저게 바로 천마묵장을 꺼낼 수 있는 두 가지 열쇠 중 광명륜...) 눈 반짝이며 다가오고.

기절초괴; [두 번째 이유는 뭘 거 같으냐?] 광명륜을 품속에 넣으며 웃고

위진천; [... 나를 인질로 삼아서 생사교를 손에 넣을 생각이겠지.] 이를 갈고

기절초괴; [맞았어!] 위진천의 왼손을 잡아 쳐들고. 위진천의 왼손 중지에는 반지가 하나 끼워져 있다.

기절초괴; [번뇌마가의 후계자인 네 놈 목숨과 네놈 조부가 갖고 있는 생사교를 교환할 거야.] 위진천의 손을 살피면서

위진천; [헛된 꿈 꾸지 마라!] [조부님은 냉정한 분이라 나 때문에 생사교를 포기하진 않으실 것이다.]

기절초괴; [그건 두고 봐야지!] 위진천의 반지 낀 손가락을 자기 입에 가져가고

화접; (설마!) 경악할 때

콰직! 그대로 위진천의 손가락을 물어뜯는 기절초괴

위진천; [끄아아악!] 비명

전율하는 화접. 고개 젓는 비파희.

혈인원은 히죽 웃고. 그 배경으로 고개 드는 기절초괴. 입에 무언가 물고 있고

! 입에 물고 있던 위진천의 손가락을 손바닥에 뱉는 기절초괴

위진천; [끄으윽...] 손가락이 잘려 피를 철철 흘리며 전율하고

기절초괴; [화접! 풀어주기 전에 마지막으로 날 위해서 해줄 일이 있다.] 화접을 향해 말하며 위진천의 손가락 들지 않은 손을 품속에 넣고.

화접; [제가 뭘 하면 되나요?] 긴장하며 다가오고

기절초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시 꺼낸 손에 봉투가 들려있다. 봉투 입구는 열려있고

기절초괴; [이 봉투를 번뇌마야에게 전해주면 된다.] ! 물어뜯은 위진천의 손가락을 봉투에 집어넣고

기절초괴; [홍택호 변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번뇌마야와 그 아들 놈을 만나게 될 게다.] 봉투를 내밀고. 두 손으로 받는 화접

위진천; (우리... 우리 번뇌마가의 동태를 훤히 알고 있었구나.) 절망하고

기절초괴; [그걸 번뇌마야에게 전해주면 넌 자유의 몸이다.] 파팟! 손가락으로 화접의 몸을 몇 군데 찍고. 움찔하는 화접

화접; (막혀있던 혈도가 풀렸다.) 몸을 부르르 떨고

기절초괴; [물론 마지막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 음산하게 웃고

화접; [물론이옵니다.] + (감시를 딸려 보내겠지.) 공손하게 허리 숙이고

화접; [그동안 보살펴주신 은혜 잊지 않겠어요!] ! 휘익! 날아오르고

멀어지는 화접.

기절초괴; [보살펴준 은혜라... 그년 말에 뼈가 있구만.] 웃으며 비파희에게 고개 짓하고.

스스스! 비파희의 모습이 사라지고

기절초괴; [어서 와라 번뇌마야! 성대한 환영식을 준비해뒀으니...] 으흐흐흐! 좋아 죽으려는 기절초괴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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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장

 

                   밀실의 기계인간 (2)

 

 

 

한데 석두공이 현장에서 사라진 직후의 일이다.

스윽!

무너진 연화봉의 단애에 마치 유령같은 인물이 나타났다.

어둠속에서 백의를 날리며 서있는 그는 스무 두세살 정도 되어보이는 여인이었다.

천상의 선녀를 연상시키게 하는 아름다운 얼굴이지만 얼음장보다 싸늘한 한기를 풍기는 그런 여인이었다.

그녀는 연화봉을 내려가고 있는 석두공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본녀가 한발 늦었군. 한데 이곳에서 저런 엄청난 고수를 만날 줄이야! 만만치 않겠어. 직접 겨룬다해도 이길 것같지가 않아! 대체 어디서 저런 고수가 툭 튀어 나왔는지 모르겠군.]

그녀는 석두공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고 서있었다.

그리고 그가 사라지자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린 잔혼각의 비밀장소로 들어갔다.

스스슥!

그녀의 몸은 유령처럼 바위를 뚫고 들어갔다.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바위는 그녀의 모습같은 구멍이 뚫리는 것이었다.

석두공에 대해서 만만치 않은 자라고 이야기한 이 여인, 그녀의 무공 또한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가공했다.

 

땅속으로 깊숙히 뚫고 들어간 그녀는 석두공과 소령이 기계인간을 처음 보았던 그곳에 이르렀다.

석문을 뚫고 들어가 석실로 들어갔다.

한데 놀랍게도 기계인간은 여전히 새파란 눈빛을 발하며 꼿꼿이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머리에는 무너진 천정을 이고 있었다.

여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이것들은 부수지 않았구나.]

그녀는 석실마다 뚫고 들어가 열개의 기계인간을 들고 나왔다.

기계인간들은 불상처럼 앉아 있는데 한곳에 그것들을 모아놓은 그녀가 쌍장을 펴고 공력을 일으켰다.

두둥실,

순간 기계인간들이 가부좌를 튼 채 날아올라 하나하나 밖으로 날아갔다.

여인은 쌍장을 펼친 채 그 뒤를 따라서 날아갔다.

휘이이잉!

단애아래에서 돌연 거대한 새가 날아올랐다.

그것은 마중천(魔重天)의 상징이라는 전설적인 영물 묵령신조(墨靈神鳥)였다.

쏴아아아!

열 개의 기계인간과 여인을 태운 묵령신조는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

 

× × ×

 

[흐흐흐...]

금포(錦袍)노인은 음산하게 웃었다.

[고수가... 세 놈의 종보다 더욱 강한 고수들이 속출하고 있단 말이지? 은세정검회(恩世正劍會)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말로 들리는군. 세상에 그들 이외에 고수를 키워낼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는가?]

[단연코 없습니다.]

서릿발 같은 표정의 여인이 무릎을 꿇고 대답했다.

그녀는 바로 황산 연화봉에서 묵령신조를 타고 사라진 그 여인이었다.

금포노인이 말했다.

[너는 그 세 놈들이 더욱 날뛰게 해라. 크흐흐흐... 천하를 더욱 어지럽게 해야만 놈들이 나타난다.]

[존명!]

스스스!

여인은 연기처럼 그자리에서 사라졌다.

금포노인은 다시 몸을 비스듬히 눕히며 말했다.

[미사!]

[네 궁주님... ]

[그녀가 아름답지 않느냐?]

미사가 순간적으로 당황하며 되물었다.

[누구를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흑봉(黑鳳) 외에 아름답단 말을 들을 수 있는 여자가 또 있느냐?]

금포노인은 지그시 눈을 감으며 말했다.

미사의 눈까풀이 가는 떨림을 보였다.

흑봉...!

그것은 방금 전에 복명한 얼음장처럼 싸늘한 여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녀 때문이었어!)

미사는 속으로 말하고 있었다.

(궁주가 한달에 한번씩은 방사를 금하고 있는 것도 그녀 때문이었어! 오직 그녀를 만나는 그날 만이...!)

미사는 참담한 표정으로 물러앉았다.

흑봉...

그녀는 궁주의 무공을 직접 전수받은 제자이다.

들리는 말로는 그녀의 고강함은 궁주에 필적할 정도라고 했다.

또한 그녀의 아름다움은 미사가 도저히 미치지 못할 바였다.

얼음장처럼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얼굴이 그럴 진데, 만약 그녀가 웃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모든 사람들의 혼을 빼놓을 것이다.

궁주의 마음속에 그녀가 있음을 안 미사가 절망속으로 굴러떨어지는 느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 ×

 

석두공과 소령은 뇌주반도(雷州半島)에서 배를 탔다.

이제 물길로 삼백리 남짓이면 해남도에 도착하는 것이다.

석두공은 동정호에서 놀았지만 바다는 처음이었다.

그는 손으로 바닷물을 적셔 혀를 대 보았다.

[뭐하는 거예요?]

소령이 물었다.

석두공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바다물이 진짜 짠가 하고 시험해 보는 중이오.]

[차라리 한번 들이켜 보지 그러세요? 그럼 바다물이 얼마나 많은지도 알 수 있지 않겠어요?]

소령이 웃으며 말했다.

[옛날에 황하를 들이켰다는 사람 이야긴 들어보았지만 바다물을 들이켰다는 말은 처음 들어봅니다.]

키를 움직이던 사공이 말했다.

소령은 석두공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 바닷물을 들이킨 사람도 보게 될 거예요. 이사람은 배가 바다보다 더 크거든요.]

[어이쿠! 제발 그렇게 하진 마십시오. 그러면 저는 어디가서 밥벌어 먹습니까?]

사공이 엄살을 부렸다.

[하하하하... ]

[호호호호... ]

석두공과 소령은 배를 잡고 웃었다.

소령의 웃음소리가 방울소리처럼 영롱했다.

 

여름이라 바람이 남쪽에서 불어왔다.

사공은 돛을 내리고 노를 젓기 시작했다.

배에는 두 명의 사공이 있었다.

한 사람은 배 주인이었으며 다른 사람은 그에게 고용된 젊은이였다.

두 사람의 물질은 아주 익숙하여 배는 역풍에도 불구하고 남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해가 바다로 떨어지면서 물결이 황금빛으로 출렁거렸다.

석두공은 눈을 지그시 감고 일몰을 바라보았다.

소령이 그의 어깨에 살며시 머리를 기대며 낮게 말했다.

[금방 어두워지겠죠?]

[해남도도 멀지 않았을 것이오.]

[...]

소령은 그의 어깨에 기댄 채 가만히 있었다.

석두공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해가 가라앉은 곳에서는 마지막 비명처럼 적광이 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소령이 말을 꺼냈다.

[만약에... 만약에 말예요.]

[말해보시오.]

[제가 당신을 속였다면 절 용서하실 수 있겠어요?]

소령은 입술을 꼭 깨물면서 물었다.

석두공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 용서할 수 없을 거요. 어쩌면 당신을... 할지도 모르겠소.]

[어떻게 한다구요?]

소령은 흠칫 놀라며 물었다.

석두공은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답하지 않았다.

멀리 남쪽으로 해남도가 구름처럼 수평선 위로 보이기 시작했다.

소령의 눈이 반짝이며 빛을 발했다.

뭇 별들이 해남도의 하늘에서 눈을 뜨고 있었다.

바다는 숨을 죽인듯 고요했다.

촤아촤아!

배가 나아가는 소리만 밤바다에 울려퍼지고 해남도는 점점 거대한 모습으로 석두공과 소령의 앞으로 다가왔다.

해안에서 하나둘 불이 보였다. 밤에 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어선이었다.

소령이 말했다.

[등불을 꺼요.]

해가 지면서부터 배에는 두개의 등을 달았었다.

헌데 사공은 소령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등불을 껐다.

[동쪽으로 돌아서 내려가요.]

소령은 다시 명령을 내렸고 배는 해남도의 해안선을 따라서 동으로 내려갔다.

 

***

 

해남도는 보도(寶島)라고 불린다.

그만큼 해남도가 모든 것에 있어서 풍족하다는 것이다.

해남도를 동으로 돌아서 섬의 중동부에는 산수가 수려한 야트막한 구릉이 하나 있다.

이곳이 해남도의 명소 중의 하나인 동산령(東山嶺)이다.

석두공과 소령은 동산령을 넘어서 끝없이 펼쳐져 있는 논들 사이를 지나 오지산(五指山)의 기슭에 이르렀다.

군데군데 파초(巴草)와 야자(椰子)나무가 푸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석두공이 물었다.

[저 박처럼 생긴 열매는 먹을 수 있소?]

[엿보다 달콤하죠.]

소령이 발로 야자나무를 차면서 말했다.

! 툭툭!

야자열매가 그들의 머리위로 떨어졌다.

소령은 재주를 부려 먼저 하나의 야자를 손으로 받은 위에 또 다른 야자를 받았다.

그녀의 손위에 둥근 야자가 다섯 개나 쌓여 있었다.

!

그녀는 제일 밑에 있는 야자를 석두공앞에 내밀었다.

그리고 다른 열매가 떨어지기 전에 재빨리 다시 받쳐들었다.

석두공은 야자를 한번 베어물더니 던져버리며 말했다.

[맛도 없고 단단하기만 하군.]

순간 소령이 야자를 놓아버리며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호호호호...]

실컷 웃은 그녀는 퉁소를 뽑아 야자의 가운데를 툭 쳤다.

야자열매가 마치 예리한 검에 베인듯 잘렸다.

윗부분이 날아간 푸른 열매 속에는 맑은 물이 찰랑이고 달짝지근한 냄새가 군침을 돌게했다.

[마셔보세요.]

소령은 석두공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석두공이 겸면쩍게 웃으며 받았다.

 

해남도에는 해남검파(海南劍派)가 있다.

해남검파는 한때 중원의 일각을 차지하기도 했던 검의 명문이다.

화산파와 무당파에 비견될 정도로 해남파의 검술은 유명한데 그 해남파의 검술은 모두 오지산에서 나왔다.

오지산은 해남파의 발상지이면서 지금까지 해남파가 존속해오는 곳이기도 했다.

해남도는 비록 섬이기는 하지만 결코 작은 섬이 아니다.

대륙에 속한 섬으로서는 대만(臺灣)을 제외하고는 두번 째로 큰 섬이니 일개 성 만큼 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반은 되는 크기다.

한마디로 말해서 해남도에는 해남검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산도 있고 들도 있으며 밀림도 있는데, 오지산의 자락에는 민간인들에게 점을 쳐주는 작은 산사(山寺)가 있다.

석두공과 소령은 각기 네가지의 글자로 쓰여진 간판이 있는 산사로 올라갔다.

 

<용화사(龍華寺)>

 

절이름은 용화사였지만 간판은 한자로 쓰여진 외에도 회족(回族)의 글자와 묘족(苗族) 및 장족(藏族)의 글자로 쓰여져 있었다.

이곳 해남도에는 민족의 분포가 그처럼 다양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탕탕탕!

소령은 닫혀진 절문을 두드렸다.

[아미타불... ]

키가 작고 까무잡잡한 중이 눈을 비비며 나왔다.

[여기서 용화사가 먼가요?]

소령이 물었다.

석두공은 암호로 구나 생각하고 가만히 있었다.

용화사의 간판을 보고 들어왔는데 용화사를 묻는다는 것은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나 하는 실수가 아닌가?

중이 합장하며 말했다.

[문안에 있으니 들어오시죠. 하루밤 유하고 가실 방은 있습니다.]

[아닙니다. 여기가 용화사라면 점을 치고 돌아가겠습니다. 물 한잔만 먹게해주시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소령이 재빨리 대답했다.

중은 따라오라고 말한 후에 앞서들어갔다.

 

차락차락!

차락차락차락!

엿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나무통 속에서 울렸다.

석두공은 속으로 말했다.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밤중에 점을 친다는 것도 별난 짓인데 그것도 엿으로 한다니... )

!

중은 눈을 감고 한참 나무통을 흔들더니 소령 앞에 놓았다.

[뽑으시오. ]

소령은 두손으로 하나씩 뽑았다.

그러자 중이 인상을 쓰면서 말했다.

[빨리 도로 꽂으시오. 점은 오직 한번 만 치는 것이오. 그렇게 하면 아무 소용도 없소.]

!

소령은 두개의 엿을 젓가락처럼 나란히 놓으며 말했다.

[명을 받아라!]

순간 중이 넙죽 바닥에 엎드리며 말했다.

[사부께서 기다리신지 오래입니다.]

[어디에 있소?]

소령의 물음에 중은 대답했고 석두공과 소령은 그 중의 사부라는 자를 식별하는 방법을 전해듣자 마자 몸을 날려 오지산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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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태산> . 멀리 무림맹이 보이고. 아직 깊은 밤은 아니라 무림맹이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벽하암> 섭아연이 머무는 암자. 역시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헌데

벽하암 건너편의 산봉우리. 두 명의 사내가 서서 벽하암을 건너다보고 있다. 위진천과 왕이다.

위진천; (섭아연...) (내게는 오촌(五寸) 이모가 되는 여자...)

위진천; (아주 남도 아니니 이러면 안되지만...) 갈등

위진천; (광명륜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방법이 없다.) 결심

왕이; [속하는 아직도 불안하기만 합니다.] 걱정. 눈치 살피며

왕이; [저 벽하암은 남자는 접근할 수 없는 곳인데다가 무림맹 삼태상 중 한명인 남해신니가 상주하고 있습니다.]

왕이; [헌데 무공도 보잘 것 없는 청련비구니만 부려서 섭아연을 납치할 수 있을지요?] 회의적인 표정

위진천; [왕이야 왕이야!] [세상 일은 무공의 고하로만 결정되는 게 아니란다.] 음산하게 웃고

위진천; [오히려 청련이 년의 무공이 보잘 것 없는 게 오늘 일아 성공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니 지켜보거라.]

왕이; (누구보다 영악한 소가주의 말이니 믿어야하지만...) 회의적이고

왕이; (과연 청련이 년이 소가주의 장담처럼 엄청난 일을 해치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생각하고. 헌데

 

#321>

산봉우리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바위 뒤에 숨어서 위진천과 왕이를 보고 있는 사내. 벽세황이다.

벽세황; (위진천이 단음강기(斷音罡氣)를 주변에 둘러놨는지 대화 내용은 들을 수 없지만...) 수십 미터 떨어진 곳의 위진천을 보면서 눈을 번뜩이고

벽세황; (위진천 저놈은 분명 무슨 일을 꾸미고 있다.)

벽세황; (그렇지 않고서야 여자들만 사는 벽하암을 기웃거릴 리가 없다. 그것도 한밤중에...)

벽세황; (위진천, 네놈의 구린 구석이 무엇인지 확인해주마.)

벽세황; (그래야 어쩔 수 없이 매제가 된 이청풍... 아니 용청풍이 순조롭게 무림맹을 물려받게 될 테니...) 웃고

 

#322>

벽하암 내부. 섭아연의 거처. 정자는 비어있지만 건물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고.

그 건물로 찻잔을 세 개 얹은 작은 쟁반을 들고 오는 청련. 찻잔은 뚜껑이 덮여있는 중국식 찻잔이다.

<이 차를 섭아연의 거처로 옮겨주기만 하면 된다.> 위진천의 말을 떠올리는 청련

 

위진천; [이번 일만 잘 해내면 스님을 벽하암에서 꺼내 내 여자로 삼아주겠소.] 청련을 품에 안고 말하는 위진천의 모습

회상 끝

 

청련; (소맹주님의 말을 완전히 믿는 건 아니야.)

청련; (하지만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고아로 태어난 처지라 날 이 답답한 절간에서 꺼내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오직 소맹주뿐이니...) 생각하는 사이에 섭아연이 있는 건물 앞에 이르고.

청련; (뭐 찻잔을 옮기는 것 뿐인 간단한 일이기도 하고...) 심호흡

 

#323>

건물 내부. 탁자에 세 여자가 둘러앉아있다. 남해신니, 진상파, 섭아연. 섭아연은 진상파가 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

거울에 비치는 자기 얼굴 보며 해실해실 웃는 섭아연

진상파; [내일 소주로 떠나게 되어 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남해신니에게

남해신니; [자당은 널 볼 날이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겠지.]

남해신니; [네 의모 걱정은 하지 말고 잘 다녀오너라.] [강호의 인심이 흉흉하니 안전에 특히 신경쓰고...]

진상파; [두 분 신장께서 이번에도 동행을 해주시기로 하셨으니 별 탈은 없을 거예요.]

남해신니; [용신장과 호신장이 애쓰는구나.] 말하며 문쪽을 보고.

진상파; [누구신가요?] 역시 돌아보며 묻고

<제자 청련이옵니다.> 밖에서 들리는 음성

남해신니; [들어오너라.]

<!> 덜컹! 대답과 함께 문이 열리고

한손에 쟁반을 들고 들어오는 청련

남해신니; [이 시간에 어인 일이냐?]

청련; [주지수님께서 좋은 차가 들어왔다고 신니님께 올리라는 분부가 계셨사옵니다.] 고개 숙인 채 다가오고

남해신니; [주지의 정성이 지나치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

진상파; [...] 말없이 청련이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는 것을 본다.

달각! 찻잔을 남해신니 앞에 내려놓는 청련의 손이 떨리고

진상파; (청련수님의 마음이 풍랑이 치는 바다처럼 요동치는 게 느껴지네.) 달그락! 자신 앞에 첫잔을 내려놓는 청련의 손이 떨리는 걸 보고.

진상파; (꺼림칙한 기분이 든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찻잔을 섭아연 앞에 내려놓는 청련을 보며 생각. 섭아연은 자기 앞에 찻잔이 놓여지지만 관심이 없다. 오직 거울만 들여다보고 있고

남해신니; [그럼 얼마나 대단한 명차인지 맛을 볼까?] 찻잔 뚜껑을 잡고

진상파; (마시지 못하게 말려야할까?) 갈등하는데

달칵! 찻잔의 뚜껑을 여는 남해신니. 순간

! 갑자기 찻잔 안에서 짙은 연기가 폭발적으로 일어나 남해신니를 덮어씌운다.

남해신니; [!] 연기를 들이마시며 뒤로 넘어가고.

진상파; [안돼!] 기겁하며 뒤로 피하려 하지만

이미 코로 흘러들어가는 연기

진상파; (당했다!) ! 현기증 느끼며 뒤로 나뒹굴려 하고.

[!] 청련도 연기를 마시고 나뒹굴고

[으음...] 따당! 섭아연도 거울을 놓치며 쓰러지고

콰당탕! 퍼억! 남해신니와 진상파도 바닥에 쓰러지고

진상파; (... 당했다.) 사력을 다해 일어나려 하고.

진상파; (절세고수이신 남해신니께서 중독당하셨다.) 기절한 남해신니를 보며 사력을 다해 상체를 일으키고

진상파; (그만큼 특이하고 지독한 독이다.) (천약탈태술을 겪은 덕분에 모든 독에 내성을 지닌 나조차 현기증 때문에 몸을 가누기 힘들다.) 겨우 일어나 앉고

진상파; (나는 시간이 좀 지나면 해독되겠지만... 남해신니님과 의모님은 무사하실지 장담 못하겠다.) 헐떡이며 기어서 섭아연에게 가려하고. 바로 그때

! 문을 박살내며 날아드는 위진천

진상파; [위진천!] 분노하며 돌아볼 때

위진천; [으하하하! 성공이다!] 화악! 질풍같이 날아 들어와서 섭아연의 팔을 잡는다.

진상파; [... 안된다!] 탁자를 잡고 일어나며 악을 쓰지만

위진천; [오호라! 이건 대단하구만.] 섭아연을 일으켜서 두 팔로 안으려 하며 놀라 진강파를 보고

위진천; [독심귀의가 만들어놓고 간 지독한 몽혼독(夢魂毒) 산혼탈정고(散魂奪精膏)에 중독되고도 움직일 수 있다니...] 한 팔로 섭아연을 옆구리에 끼고

위진천; [여러모로 연구해볼 가치가 있으니 진상파 너도 데려가야겠다.] 진상파에게 손을 뻗으며 음험하게 웃고

진상파; (피할 수가...) 다가오는 위진천의 손을 보며 절망. 탁자를 두 손으로 잡고 몸을 겨우 세운 상태. 바로 그때

화악! 부서진 문을 통해 날아들며 용의 발톱처럼 변한 손으로 위진천을 움켜쥐어 가는 그림자. 벽세황이다.

위진천; [이크! 금룡신나(擒龍神拿)로구나!] ! 진상파를 잡는 걸 포기하고 다급히 몸을 틀어 피하는 위진천

벽세황; [사저를 놔라!] 부악! 바람같이 따라붙으며 갈쿠리 같은 손으로 위진천을 긁어가는 벽세황

진상파; (벽세황...) 흔들거리며 안도하고

위진천; [유감이지만 사형과 놀아줄 시간이 없구려!] 바웅! 내미는 위진천의 손 앞에서 초음파 같은 진동이 일어나고

! 서로의 공격이 부딛히자 굉음이 일어나고

벽세황; (내 호신강기가 단번에 무너진다!) ! 엄청난 충격을 받고 뒤로 튕겨나간다. 등으로 벽을 박살내고

콰당탕! 마당에 나뒹구는 벽세황

벽세황; (저놈이 진짜 실력을 숨기고 있었구나.) 쿨럭! 피를 토하면서도 벌떡 일어나고

위진천; [하하하! 실망이오 사형. 소재의 일장도 못 받아 내다니...] 건물 안에서 웃는다. 벽과 문이 박살나 안쪽의 상황이 드러나 보이고

위진천; [더 놀아드리고 싶지만 오늘은 바빠서 이만 가봐야겠소이다.] 다시 진상파 쪽으로 다가가고.

벽세황; (진상파도 데려가려 한다.) + [위진천이 배신했다.] 비틀거리며 고함을 치고

위진천; [!] 진상파에게 다가가다가 움찔! 하고

벽세황; [위진천이 여태상님을 시해하고 섭아연사저를 납치해간다!] 사방에 대고 악을 쓰고. 그러자

[무슨 일이에요?] [섭시주 거처에서 사단이 생겼다.] 땡땡땡! 휙 휘익! 급한 종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비구니들이 날아오는 게 보인다.

위진천; [하하하! 이건 한방 먹었군.] 웃고

위진천; [좋소이다. 소재는 이만 물러가겠소이다.] ! 외치며 지붕을 뚫고 날아오르고.

[! 저자는...] [위진천 소맹주다!] [정말로 섭시주를 납치해간다!] 날아오던 비구니들이 위진천을 발견하고 고함 지르고

위진천; [이청풍에게 전해라.] 휘익! 날아가며 외치고

위진천; [홍택호(洪澤湖) 백로애(白鷺崖)로 와서 광명륜과 제 어미를 교환해 가라고...] 쐐액 날아가며 외치고.

벽세황; (광명륜!) 깨닫고

벽세황; (저 죽일 놈은 광명륜을 얻기 위해 이런 만행을 저질렀구나.) 이를 부득 갈며 입가의 피를 소매로 닦고

위진천; [경고하는데 홍택호 근처에서 무림맹 인간의 그림자라도 보이면 섭아연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그러니 허튼 수작은 하지 마라.] 멀리 날아가며 외치고.

[신니님!] [무사 하신가요 진시주?] 휘익! ! 사방에서 건물 앞으로 날아 내리는 수십명의 비구니들

벽세황; [남해신니와 진소저가 중독당하셨소.] [빨리 해독약을 준비하되 맹주님께도 이 사실을 알리시오.] 비구니들에게 외치고

[... 알겠어요.] [분부 따르겠사옵니다.] 일부 비구니들이 허둥대며 다시 달려가고. 일부 비구니들은 소매로 입을 가리며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건물 안에서 남해신니와 청련을 끌고 나오는 비구니들. 진상파는 비구니 한명의 부축을 받으며 나온다.

벽세황; [어떠시오 소저?] 다가가고

진상파; [호법... 호법을 부탁드릴게요.] 바닥에 앉으며 말하고

벽세황; [알겠소.] 주변을 둘러보고.

책상 다리 하고 앉아서 두 손을 모아 결을 짓는 진상파

벽세황; (뭐하는 건가?) 곁눈질로 보며 의아해 하고

벽세황; (자세를 봐선 운기조식 하는 게 아닌데...) + [!] 생각하다가 놀라고

츠으! 진상파의 몸이 반딧불이처럼 빛이 난다.

벽세황; (몸이 반딧불이처럼 빛난다. 저게 무슨 현상인가?) 놀라고. 주변의 비구니들도 놀라고. 남해신니와 청련의 상태를 살피던 비구니들도 돌아보고. 그때

슈우! 진상파의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온다. 유령같이 흐릿한 사람의 형상.

벽세황; (맙소사!) 경악

슈우! 진상파의 머리 위로 사람 형상을 한 것이 높이 날아오른다

벽세황: (혼백이 진소저의 몸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말로만 듣던 이혼대법(離魂大法)이다!) 밤하늘로 사라지는 그 사람 형상을 보며 놀라고. 주변의 비구니들은 합장하며 염불 외우고. 무릎 꿇고 고개 조아리는 비구니도 있고

벽세황; (이 여자는 신선 김가기의 거처에서 일 년을 지내더니 신선술을 깨우친 모양이다.) 놀라 진상파를 보는 벽세황. 헌데

 

#324>

위진천과 왕이가 있던 산봉우리. 그곳에 서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고 있었던 기절초괴와 화접

기절초괴; [어떠냐? 내 예상대로지?] 화접의 목걸이에 연결된 쇠고리를 잡고 서서 웃고. 시선은 벽하암 쪽으로 향하고

화접; [가주님은 말 그대로 신통하셨군요.] [위진천이 섭아연을 납치할 걸 정확히 예측하시고...]

기절초괴; [사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어.] [두 번이나 광명륜을 손에 넣을 기회를 날려버린 번뇌마야가 어떤 선택을 할까 추측해본 결과였으니까.] 우쭐하고

화접; [이청풍은 제 어미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광명륜을 위진천에게 줄 수밖에 없겠어요.]

기절초괴; [그럼 생사교는 이미 갖고 있는 번뇌마가가 천마뢰를 열어서 천마묵장을 얻겠지만...] 히죽 웃고

기절초괴; [그것들이 예상하지 못한 건 바로 나, 하늘이 내린 기재 패륵이 이 모든 상황을 궤뚫어 보고 있다는 사실이지.] 흐흐흐! 미친 놈처럼 웃고

화접; (잘난 척은...) + [위진천이 광명륜을 손에 넣기를 기다렸다가 뒤통수를 치실 생각이시군요.]

기절초괴; [그럴 계획이지만... 사실 아슬아슬해.] 찡그리고

화접; [다른 변수가 있나요?]

기절초괴; [위진천이 왜 홍택호 백로애를 인질 교환장소로 정한 것 같으냐?]

화접; [글쎄요?]

기절초괴; [이유를 알아내면 널 죽이지 않고 풀어주겠다고 약속하마.] 개구장이처럼 헤벌쭉 웃으며 말하고

화접; [지금 그 약속, 잊지 마세요!] 배시시

기절초괴; [! 알아낸 거야?] 실망

화접; [홍택호는 이곳 태산과 번뇌마야가 머물고 있는 상해의 거의 중간쯤이에요.]

화접; [태산 쪽으로 약간 더 치우쳐 있는데...] [그 때문에 번뇌마야가 먼저 상해를 떠났다면 두 조손은 비슷한 시간에 홍택호에서 만나게 되겠죠.]

기절초괴; [! 너무 쉽게 알아냈잖아.] 삐진 표정을 짓고

화접; [맞춘 걸로 인정하시는 건가요?]

기절초괴; [그래 맞췄어!] 뾰루퉁

기절초괴; [번뇌마야는 위진천이 광명륜을 손에 넣은 후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걸 우려한 거야.]

기절초괴; [그래서 중간 지점에서 만나기로 했을 텐데...] [경로는 모르지만 이청풍의 위치도 확인하고 인질교환 장소를 정했겠지.]

화접; [아슬아슬하다고 하신 이유는 위진천이 광명륜을 손에 넣기 전에 번뇌마야가 현장에 도착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로군요.]

기절초괴; [그 늙은이가 도착한 상태에서 인질교환이 이루어지면 내가 끼어들 여지가 없게 돼!] 끄덕이면서도 웃고

화접;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 상황도 상정한 준비를 해놓은 게 분명하다.) 곁눈질로 기절초괴를 보고.

기절초괴; [서두를 건 없지만 우리도 출발하자.] 화접의 허리를 끌어안고

기절초괴; [위진천, 그 애송이는 내가 제놈 뒤를 밟는 줄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휘익! 날아가며 웃고

화접; (사마귀는 매미를 노리고 그 사마귀는 또 참새가 노린다더니...) 기절초괴의 품에 안겨 날아가며 눈 반짝이고

<누가 누구를 잡아먹게 될지는 마지막에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구나!> 멀리 날아가는 위진천. 그 뒤를 다시 따라가는 기절초괴의 모습 배경으로 화접의 생각 나레이션.

 

#325>

<-경항대운하 양주(楊州) 근처> . 운하. 떠가는 배들이 간간이 있고. 배들은 앞뒤로 등을 달고 운행한다.

그중 한척의 배. 그리 크지 않고. 죽립을 쓰고 망토를 두른 늙은 사공이 혼자 노를 젓는 배. 조각배 중앙에는 제법 큰 선실이 달려있다. 청풍이 위상영과 함께 종남산에 갈 때 탔던 배보다 좀 더 크다.

선실. 청풍이 바닥에 앉아서 얇은 책을 보고 있다. 철사호령주의 비급이다. 바닥에는 장난감 같은 암흑철사자가 놓여있고.

청풍; (소주에서 이곳 양주 근처까지 배를 타고 오면서 철사호령주를 얼추 터득했다.) 책에서 눈을 떼고

청풍; (이제 직접 펼쳐보는 일만 남았다.) 책을 바닥에 내려놓고 장난감 같은 암흑철사자를 보고. 이어

두 손을 모아 결을 짓고 눈을 반개한 채 주문을 외우고

! 청풍의 몸이 약간 진동하고

! 암흑철사자의 몸도 조금 진동하고.

! 입술을 깨무는 청풍. 이어

푸훅! 피를 암흑철사자에게 뿌리고. 그러자

치치치! 암흑철사자에 닿은 피가 연기를 내며 타더니

꿈틀! 움직이기 시작하는 암흑철사자. 이어

슈우! 몸이 자라기 시작하는 암흑철사자.

청풍; (움직인다!) 흥분

청풍; (내 피에 서려있는 사념(思念)을 흡수하여 자라고 움직이는 것이다.) 구름같이 자라나는 암흑철사자를 보며 흥분. 그러다가

콰득! 단번에 선실을 가득 메울 정도로 자라는 암흑철사자

청풍; (아차!) 암흑철사자에 밀려 구석으로 구겨지며 당황

청풍; (... 너무 크게 키웠다.) 자기를 밀어붙이는 암흑철사자에게 깔리며 당황

 

[!] 배 뒤에서 노를 젓던 늙은 사공이 흠칫! 하며 선실을 보고

우두둑! 선실이 터지려 한다.

사공; [손님! 무슨 일 있으시오?] 묻고

<... 아무것도 아니오!> 선실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리고

우둑! 우두둑! 그 사이에도 선실은 안쪽에서 부풀어 오른 무엇 때문에 터지기 직전이고

사공; (아무 일도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노를 놓고 선실로 가려 하고. 직후

스으! 부풀어 오르던 선실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사공; (선실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사공; (젊은 친구가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구만.) 갸웃하며 다시 노를 잡고

사공; (분명 안에서 무언가 빵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터져 나오려고 했던 것 같았는데...) 기이! ! 노를 천천히 젓고

 

선실 내부. 청풍이 벌렁 누워있고.

청풍; (... 큰일 날 뻔했다.) 식은 땀

청풍; (익숙하지 않은 철사호령주를 넓지 않은 선실에서 연습하다가 하마터면 배를 날려버릴 뻔 했다.) 안도하고. 그때

청풍의 뺨을 핥는 검은 짐승.

강아지 만하게 줄어든 암흑철사자가 청풍의 뺨을 핥고 있다.

청풍; [그래 나도 반갑다.] 웃으며 암흑철사자의 혀를 피하려 하고

청풍; [당분간 내가 네 주인 노릇을 해야 하니 잘 지내보자.] 암흑철사자를 쓰다듬고

그릉! 고개를 끄덕이는 암흑철사자.

청풍; (태산까지 가는 여정이 이 영물 덕분에 지루하지 않겠구나.) 암흑철사자를 쓰다듬고. 헌데 그 직후

빠직! 암흑철사자의 온몸 털이 일어난다.

청풍; (왜 이러지?) 어리둥절할 때

크르릉! 선실 구석을 노려보며 이빨을 드러내는 암흑철사자

청풍; (저기 뭐가 있다고...) + [!] 돌아보다가 눈 부릅뜨고

! 스으! 구석에 반딧불이처럼 빛나는 형체가 나타난다.

청풍; (... 유령?) 기겁하며 일어나 앉고

크르릉! 강아지만한 암흑철사자는 청풍을 지키려는 자세로 버티고 서서 이빨을 드러내고

청풍; (저게 대체 무슨...) + [!] 놀라고

!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는 흐릿한 형체. 바로 진상파다.

청풍; [진소저?] 경악하며 다가가고. 암흑철사자는 청풍이 진상파를 아는 척 하자 긴장 풀며 옆으로 물러서고

고개를 숙이는 진상파의 형상

청풍; [지금쯤 태산에 있어야할 소저가 어떻게 여기에 나타난...] + [!] 다시 깨닫고

청풍; (이혼대법!) (진소저는 지금 자신의 혼백을 육신에서 분리하여 먼 곳으로 보내는 술법인 이혼대법을 펼치고 있다.)

청풍; [무슨 일입니까?] 다가가 앉으며 말하지만

수화를 하듯 손을 움직일 뿐 말은 하지 못하는 진상파의 형상

청풍; (어떻게 익혔는지는 모르지만 진소저의 이혼대법은 아직 완성된 게 아니라 직접 말이나 뜻을 전하지는 못하는구나.) 생각할 때

허공에 대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진상파의 형상

청풍; (글이다!) 깨닫고

청풍; (진소저는 허공에 손짓으로 글자를 써서 뜻을 전하려고 한다.) ! 달아오른 손가락을 바닥에 대고

청풍; (진소저가 손짓으로 쓰는 글을 적어보자.) 스슥! 지지지! 바닥에 대고 달아오른 손가락을 움직이고. 그러자 바닥이 타며 글자가 새겨진다.

열심히 손가락을 허공에 움직이는 진상파의 형상

청풍은 그걸 보고 손가락으로 바닥을 태워 글을 쓰고.

암흑철사자가 옆에서 기웃거리며 본다. 이윽고

손을 내리면서 고개를 숙이는 진상파 형상.

청풍; (끝났구나.) 생각하며 바닥에서 손가락을 떼고

스으! 소멸되는 진상파의 형상

청풍; (사라진다.)

청풍; (심력의 소모가 심해서 이혼대법을 오래 유지하지 못했겠지.) 생각하며 바닥에 적은 글들을 보고

청풍; (대체 무슨 급한 일이 있기에 진소저가 이혼대법까지 펼쳐서 날 찾아온 것인가?) 자신이 바닥에 적어놓은 글을 읽기 시작하고. 직후

[!] 눈이 부릅떠지는 청풍

<위진천이 자당을 납치해서 홍택호 백로애로 갔어요. 위진천의 목적은 공자님이 지니고 계시는 광명륜이에요. 무림맹은 개입할 수 없으니 어려우시더라도 공자님 혼자 해결하셔야만 해요.> 글의 내용

청풍; [위진천!] 분노하여 이를 갈며 고함지르고

 

[!] 노를 젓던 사공이 깜짝 놀랄 때

청풍; [용서하지 않겠다!] ! 이를 갈며 선실문을 거칠게 열어젖히며 나오고. 강아지만한 암흑철사자가 따라 나온다

사공; [손님! 왜 그러십니까?] 당황하다가

청풍을 따라 나오는 암흑철사자

사공; (... 저 검둥개를 어디에 숨기고 있었던 건가?) 놀랄 때

청풍; [철사자! 나를 홍택호로 데려가다오!] 두 손을 모아 결을 지으며 외치고. 그러자

화악! 우두둑! 강아지만 하던 암흑철사자가 구름처럼 자라고

사공; [으헥!] 기겁하며 주저앉고

크르릉! 황소만하게 자라는 암흑철사자

사공; [... 사자!] [개가 아니라 사자였어!] 덜덜 떨고

청풍; [배 삯이오.] 철컹! 작은 돈주머니를 사공 앞에 던지고

휘릭! 암흑철사자의 등에 타고. 이어

청풍; [가자!] 철썩! 암흑철사자의 옆구리를 손으로 치고, 그러자

크와아앙! 화악! 울부짖으면서 날아오르는 암흑철사자

삽시에 까마득히 멀리 날아가는 암흑철사자

사공;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덜덜 떨며 보고. 운하를 따라 까마득히 멀어지는 청풍을 태운 암흑철사자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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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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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六章

 

                密室機械人間 (1)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지하광장 바닥에 내려선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지하광장에서는 다른 곳으로 통하는 문들이 십 여개나 있었다.

소령은 어느 쪽으로 가야할 지 몰라서 머뭇거렸다.

[그 비도에 적혀 있지 않았소?]

석두공이 물었다.

소령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비도에 적힌 것은 우리가 지나온 미로(迷路)뿐이었어요. 하지만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도 삼십 명의 고수가 죽어갔어요.]

석두공은 내심 섬득해짐을 느꼈다.

소령의 뒤에 있는 힘은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수십 명의 고수들을 희생시키며 비밀을 캐왔을 것이라 생각하니 어떤 전율같은 것이 느껴졌다.

소령은 자신이 무심결에 실수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입을 다물었다.

석두공은 횃불이 꽂혀있지 않은 문쪽으로 다가가 슬며시 밀어보았다.

그러나 석문은 안쪽에 빗장이라도 걸려있는 듯 꼼작도 하지 않았다.

그때 소령이 다가와 석문의 아래부분을 발로 살짝 밀었다.

그그긍!

그러자 석문은 가벼운 소음과 함께 열렸다. 기관이 설치된 문이었던 것이다.

문을 지나자 긴 복도가 나왔다. 습기가 차있었으며 횃불에도 불구하고 어두침침했다.

석두공은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말했다.

[이곳은 위험하오. 아주... 조심해야 할거요. 내 뒤에서 한발짝도 떨어지지 마시오. ]

석두공에게는 어려서부터 이상한 힘이 있었다.

어떤 위기를 재빨리 감지하는 능력이 그것이다.

심지어는 자연의 재해(災害)에 대해서도 동물처럼 알아차리는 힘이 있었다.

동정호에서 큰 바람이 불어올 것을 미리 알고 경고를 해준 넉분에 풍래동자(風來童子)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도 그같은 타고난 위험감지의 능력덕분이었다.

그의 그런 본능이 지금 이 순간 위험을 말하고 있었다.

석두공은 경각심을 가지고 허리에서 천왕저를 뽑아들었다.

소령은 그의 신중한 모습을 보고는 덩달아 긴장하여 등뒤에 바싹 붙어 있었다.

한데 석두공이 딱 한걸음 내딛는 순간이엇다.

쿠앙!

그의 뒤에서 굉음이 들리며 긴 철판같은 칼날이 횡()으로 복도를 가득 채우며 날아들었다.

그것은 그들이 지나온 문에서 튀어나온 것이었다.

앞을 방비하던 석두공은 그것이 움직이는 순간 즉시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엎드렸다.

슈앙!

등뒤에 있던 소령은 혼이 반쯤 달아난 상태에서 그의 몸위에 엎드려 있었는데 그녀의 쪽을 지어 올린 머리카락이 베어져 나가 맨머리가 드러났다.

하나 위험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횡으로 복도를 매운 칼날이 지나가자 마자 다시 종으로 그와 비슷한 칼날이 석두공을 뒤에서 베어왔다.

쿠앙!

엄청난 빠르기, 또한 엎드리거나 굴러서 피할 수 있는 공격도 아니었다.

석두공은 벽으로 거미처럼 착 달라붙었다.

소령은 그의 뒤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힘대로 그를 끌어안고 있었다.

스팟!

칼날은 이번에도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등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의 등쪽 옷자락이 베어져 앞으로 사라지는 검을 따라 날았다.

차앗!

석두공은 번개처럼 앞으로 내달으며 칼날을 잡고 따라가려 했다.

한데 그 기관을 만든 자는 정말이지 인간의 모든 행동을 예측한 자였다.

슈캉!

갑자기 그 칼날이 우뚝 멈추어 서고 양쪽 벽에서 두개의 칼날이 튀어나오며 석두공을 종으로 베어내렸다.

석두공의 형세로 말하자면 그는 칼날을 향해 뛰어든 꼴이 되고 말았다.

앗차했으나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 절대절명의 순간,

부웅! !

그의 천왕저가 벼락처럼 휘둘러졌다.

퍼펑!

천왕저의 위력은 한마디로 절대! 그것은 칼날들은 모두 박살내버리고 말았다.

쐐애액!

석두공은 식은 땀을 흘리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한데 그 복도는 문이 없었다.

막다른 석벽이 그의 눈앞으로 달려들었다.

석두공은 눈을 부릅뜨고 멈추려 했다.

순간 그의 귓전에 등에 매달린 소령이 짧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

석두공은 그녀의 말에 따라 기계적으로 몸을 솟구쳤다.

그 직후였다.

파아앗!

그의 눈앞에 있던 석벽에서 수십 개의 예리한 칼날이 튀어나와 그의 발밑으로 지나갔다.

길은 소령의 말처럼 석두공의 머리위로 뚫어져 있었다.

머리 위로 부터는 계단이 있고 오르막이었다.

휴우!”

석두공은 그곳에서 일단 멈추어서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기관이었다.

그는 마치 지옥에서 빠져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등에 꼭 붙은 소령도 그제서야 공포가 밀려드는지 몸을 덜덜 떨었다.

진정 악마같은 기관이었다.

[우리가 오기는 바로 온 모양이오. 그렇지 않다면 길이 이토록 험할리 있겠소?]

석두공은 씽긋 웃으며 말했다.

그의 웃음은 소령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헌데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머리와 등이 쓸렁함을 느끼고 재빨리 손을 가져갔다.

뒷통수에선 머리카락이 만져지지 않았다.

또한 뒷 등의 옷이 넙적하게 베여져 나가 앞으로 벌어져 있었다.

[내머리! 내옷!]

소령은 기겁하며 비명을 질렀다.

석두공은 겉옷을 벗어서 그녀에게 주었다.

소령은 면사로 가려진 얼굴뒤로 흐느끼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잘려나간 것이 그렇게도 서러운 모양이다.

석두공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목이 날아가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지...)

 

계단을 오르자 다시 삼십여 평 정도 되는 곳이 나왔다.

그곳에는 열한 개의 문이 있었다.

석두공은 방금 전과 같은 경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경각심을 돋우고 제일 왼쪽에 있는 문을 발로 밀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소령은 손으로 그 문을 당겼다.

스르릉!

[!]

석두공은 입맛을 다셨다. 이번은 미는 문이 아닌 당기는 문이었던 것이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

문을 열던 소령이 빽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다.

“....!”

츠으으으!

열려진 그 문의 안쪽에서 새파란 눈동자 두개가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물러서시오!”

석두공은 소령의 앞으로 썩 나서면서 문안을 노려보았다.

그곳은 작은 석실이었다.

“....!”

석실 안에는 돌로 된 침상이 하나 놓여있는데 그 위에는 새파란 눈빛을 발하는 괴물같은 인간이 앉아있었다.

이 인물은 머리카락 한올없는 대머리이며 몸에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몸의 군데군데에 철판을 붙여놓은 것같은 실로 괴이하기 이를데 없는 자였다.

그자는 석두공을 파릇파릇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

석두공도 그자를 마주 노려 보았다.

엄청난 살기가 그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지만 도무지 살아있는 사람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파파파팟!

불똥이 튈듯이 눈빛이 서로 마주친지 반각이 지났음에도 그 괴인은 조금도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소령이 살그머니 석두공의 등뒤에서 나와 문을 밀어버렸다.

스르릉!

문이 닫혔다. 하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그자가 기계인간인 모양이에요. 다른 석실도 한번 보기로 해요.]

소령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열 개의 석실, 그곳엔 모두 새파란 눈빛을 발하는 기계인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 남은 문을 석두공이 열었을 때 그곳에 있는 자는 새파란 눈빛을 가졌지만 기계인간이 아니었다.

그자는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 누구냐?]

얼굴이 세모꼴로 생긴 칠십이 넘은 노인이었다.

하지만,

!

번개처럼 뻗혀진 석두공의 천왕저가 노인의 머리에 닿았고 노인의 두개골은 항아리처럼 깨져 흩어졌다.

[이곳을 관리하던 자인 모양이에요.]

소령이 석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곳은 다른 석실들과는 달리 여러 가지 기괴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또한 다른 곳으로 통하는 문도 있었다.

소령은 사람의 팔 모양으로 생긴 물건을 줏어들어 석두공에게 보여주었다.

[이 속에 절명화골침(絶命化骨針)이 장치되어 있어요. 다른 석실에 있는 열명의 괴인들이 모두 이런 팔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무서운 일이에요.]

소령은 노인의 시체를 향해 그것을 겨냥하고 어느 부위를 건드렸다.

!

은빛 섬광이 손가락으로 부터 쏘아져나가 노인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츠츠츠츠!

한데 그 순간부터 시체가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것이 아닌가?

소령이 그 팔모양의 물건을 내려놓을 때는 이미 시체는 백골만이 남아있었다.

진정 무시무시한 독이었다.

석두공이 애써 외면하며 말했다.

[이 문뒤엔 무엇이 있는지 한번 봅시다.]

석실에서 다른 곳으로 통하는 문을 소령이 당겨 열었다.

 

좁은 회랑(回廊),

돌로 된 석벽들에 마치 장식물처럼 새파란 눈빛을 발하는 괴인들이 도열하고 있었다.

양쪽 벽면에 등을 붙이고 일정한 간격으로 서있는 그들의 숫자는 정확하게 구십 개였다.

소령이 긴장된 음성으로 말했다.

[이것들은 완성된 것인 모양이에요. 모두 깨뜨려 버리세요.]

헌데 그때였다.

그그긍!

회랑의 끝부분의 석벽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 누구냐!]

들어선 자는 석두공과 소령을 발견하고는 놀라 소리쳤다.

동시에 석두공의 손에서 흰 백광이 날았다.

!

그자의 머리에 구멍이 뚫리며 나동그라졌다.

그러나,

드드드드...

고이한 소리가 갑자기 회랑을 울리더니 석벽에 붙어있던 괴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명이 더 있었어요. ]

소령이 소리쳤다.

과연 열려진 석문의 뒤에서 누군가가 작은 깃발을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기계인간들은 그것에 의해 조종되는 것같았다.

 

기계인간들의 처음 동작은 상당히 느렸다.

하지만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들은 갑자기 빨라졌다.

쏴아아아!

기계인간들은 새파란 눈으로 흉폭한 살기를 발하며 석두공과 소령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아!]

키이이!”

사람의 소리인지 짐승의 소리인지 모를 괴이한 소리가 그들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석두공은 벼락같이 천왕저를 뻗어내며 소리쳤다.

[금강일타(金剛一打)!]

소림사의 칠십이절기 중의 하나인 금강저의 수법이었다.

!

그의 좌측에서 덮쳐들던 자의 어깨가 완전히 부서졌다.

피가 금속조각과 함께 터져나왔다.

파앗!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그 기계인간의 왼손은 석두공의 목을 찔러오고 있었다.

석두공은 고개를 돌려 피하며 그자를 젓혀두고 다른 자를 공격했다.

!

그의 천왕저에 배를 맞은 자가 등이 터져나가며 고꾸라졌다.

원래 이들은 금강불괴나 다름없는 도검불침의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석두공의 천왕저는 상고시대의 병기로 깨뜨리지 못할 것이 없었다.

천왕저에 격중된 것은 무엇이든 간에 폭죽이 터지듯이 터져버렸다.

지금 그가 상대하고 있는 기계인간들은 인간의 몸에 특이한 장치들을 단 것들이었다.

극악한 마공을 주입하여 그 마공으로 하여금 쇠붙이를 몸속에 박아넣고도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것인데 완전한 기계가 아니고 인간을 도구로 만든 것에 불과한 것이다.

더욱이 그들은 마공으로 인해 이성을 잃어버린 지라 지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또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지고 있었으니,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물러서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소령도 퉁소를 뽑아서 자신을 방비하고 있었다.

석두공이 기계인간들을 상대하고는 있었지만 그 기계인간들의 공격은 예측불허였다.

석두공은 그 특유의 임기응변으로 그들을 상대할 뿐 몇 초식을 펼친 후부터는 제대로 수법조차 펼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기계인간들은 전신으로 공격해왔다.

그 때문에 몸의 어느 한 곳을 공격해서는 소용이 없었다.

팔은 팔대로 뻗어오고 주먹은 주먹대로 휘둘러지면서도 손가락으로는 절명화골침을 발사했다.

배가 터져나갔는데도 입안에서 예리한 칼날이 튀어나왔다.

다다다다닥!

석두공은 철판위에서 콩이 튀듯이 빠르게 움직이며 공방을 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무의식중에 천왕저를 휘두를 뿐이었다.

그런 형편이니 소령은 자신을 스스로 방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석두공이 대부분을 막아주고는 있지만 어느 구석에서 그녀를 향해 기계인간이 덮쳐들지 모를 일이었다.

그녀는 날아들지도 모를 독침을 대비하여 퉁소로 무형의 강막을 만들며 소리쳤다.

[계속 이러고 있을 거예요?]

[난들 어쩌겠소? 이들은 괴물들이오.]

석두공이 그 다급한 중에도 대답했다.

소령이 다시 소리쳤다.

[정말 몰라서 그래요? 그 천신폭풍본가 하는 것은 어디 써먹으려고 아껴요?]

순간 그녀는 자신의 몸이 허공으로 붕떠는 것을 느꼈다.

석두공이 어느새 그녀를 안아들고 있었다.

[진작 말하지 그랬소?]

우우우우웅!

그의 몸에서 폭풍같은 강기가 일어났다.

파파파팍!

그에게로 다가들던 기계인간의 몸이 가루가 되어버리며 혈무가 자욱하게 뿌려졌다.

쿠아아아앙!

화약이 폭발하기라도 한 듯이 석두공의 좌우에 있던 석벽이 터져나갔다.

콰아아아--󰠏󰠏!

석두공은 천신폭풍보를 펼쳐서 그대로 달렸다.

콰드드드!

기계인간들이 산산조각이 되어 흩어졌다.

석벽이 터져나가고 천정이 무너져내렸다.

쿠르르르릉!

소령이 석두공의 품에서 소리쳤다.

[내친 김에 모두 부셔버려요!]

콰르르릉!

석벽들은 종이조각 처럼 찢겨나가고 석두공은 무인지경으로 석벽이고 어디고간에 무작정 뚫고 나갔다.

그의 몸 주위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터져서 가루가 되어버렸다.

다른 문에서 몇 명의 흑의인들이 뛰쳐나오다가 천신폭풍보에 휘말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마침내는 지하의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쿠르르르릉!

가공할 천신폭풍보의 위력!

그것을 어찌 인간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어째서 그 무공이 천신폭풍보인지를 절감하게 했다.

석두공의 품에 안겼던 소령마저 혼절해버리고 말았다.

 

콰아아아!

석두공은 수직으로 솟구치며 땅을 뚫고 올라왔다.

드드드드...

연하봉의 단애가 허물어져 버렸다.

스스스!

땅을 뚫고 날라오른 후에도 어두운 암천(暗天)으로 수십장을 치솟아 올랐던 석두공은 천천히 땅으로 내려섰다.

그의 몸에는 자신이 다스리기 힘들 정도의 거력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석두공은 천신폭풍보의 위력에 스스로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펼칠 때 마다 위력이 가공해지고 있다. 이 무공은 정말로 천신(天神)의 힘을 빌리기라도 한 듯 엄청나다. 결코 내 능력이 아니다.]

석두공은 가늘게 몸을 떨었다.

천신폭풍보라면 세상을 송두리채 파괴할 수도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으로 이 천신폭풍보를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석두공은 소령을 안고 연화봉을 내려갔다.

천신폭풍보를 다시 펼친다는 것이 두려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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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

. 넓은 강. 운하다. 밤인데도 제법 많은 배들이 오가고 있고

그 중의 한 배. 선실이 있는 제법 큰 배인데 눈빛이 날카로운 자들이 배를 몰고 있고. 선실에선 불빛이 흘러나온다.

선실 내부. 패륵이 등에 쿠션을 댄 자세로 침대에 누워 두 손으로 구룡로를 만지고 있고. 야한 차림의 화접이 패륵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는데 좀 힘든 표정이다. 목에는 여전히 개 목걸이를 하고 있다.

반면 뭔 생각을 하는지 히죽 히죽 웃는 패륵. 구룡로에서 작은 불꽃이 일어나는데 불꽃은 수시로 사람 모습을 만든다. 구룡로가 만드는 사람 모습은 청풍, 패소정, 소수마녀, 위극겸, 위태무, 위상영, 대려군, 섭장천등이다.

기절초괴; [번뇌마가는 무슨... 네놈들이 무슨 잔머리를 굴리는지는 훤히 들여다보이는 데 말이야.] 웃고. 불꽃이 위태무의 얼굴 형상이 되고

기절초괴; [열심히 잔머리 굴리고 계산 튕겨봐라.] [결정적인 순간에 본좌가 홀라당 말아먹을 테니...] 키득대고. 그러다가

기절초괴; [?] 힐끔 화접을 보고

화접이 힘든 표정으로 패륵의 다리를 주므르고 있다.

기절초괴; [다리 주무르는 정도인데도 힘이 부치냐?] 눈 흘기고

화접; [내공을 쓰지 못해서 손 힘으로만 주무르다 보니...] 눈치 보며

기절초괴; [그년, 다리 주무르는 것 정도도 힘들다고 하고... 생기다 말았나?] 샐쭉거리며 다시 구룡로로 불꽃을 피우고

화접; [가주님도 여러모로 불편하실 테니 내공을 제한적으로나마 쓸 수 있게 해주실 수 없을지요?] 눈치 보며

기절초괴; [기회 봐서 달아나려고?] 피식 웃고. 구룡로의 불꽃은 소수마녀의 얼굴이 된다.

화접; [제가 달아나봤자 가주님의 손바닥 안이라는 것 잘 알고 있답니다.] 한숨 쉬며 애원하지만

기절초괴; [그래 그래. 그 말 믿어줄게.] 히죽거리며 불꽃으로 청풍의 얼굴 만들고

기절초괴; [하지만 난 아무리 사소한 일도 방심하면 안된다고 배운 몸이라 그럴 수가 없어.] 패소정의 얼굴이 되는 불꽃

화접; [가주님...] 애원

기절초괴; [뭐 지금쯤이면 너도 짐작하겠지만 난 원래 혈전마가 출신이었다.] 대려군의 얼굴이 되는 구룡로의 불꽃

혈인원과 비파희를 떠올리는 화접

기절초괴; [그것도 혈전마가의 적을 암살하기 위해 특별히 길러진 살수 무영귀였지.] 젊은 시절의 패륵 자신의 얼굴이 되는 구룡로의 불꽃

기절초괴; [그리고 역대 무영귀들은 피도 눈물도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해지는 훈련을 받았다.] 구룡로의 불꽃이 마귀처럼 웃는 젊은 시절의 패륵 자신의 얼굴이 된다.

기절초괴; [약물에다가 수술까지 더해져서 난 다른 인간들의 고통에는 완전히 무감각한 살인귀가 되어버렸던 거야.] 위 장면의 연속

기절초괴;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혈전마가의 그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자인 내가 왜 종 노릇을 해야 하지?] 오만상 쓰며 갸웃하고. 구룡로의 불꽃이 만드는 젊은 시절의 패륵도 고개를 갸웃한다.

기절초괴; [그래서 그날부터 혈전마가의 주인이 되기 위한 공작에 들어갔다.] 히죽 웃고. 불꽃으로 이루어진 젊은 시절의 패륵도 히죽 웃고

기절초괴; [혈전마가의 가주 무적혈신(無敵血神) 대각(代覺)의 후계자들을 하나하나 제거하기 시작한 것이지.]

화접; (맙소사!)

기절초괴; [대각의 아들들과 조카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차례로 죽어버렸다.] 흐흐흐 웃고

기절초괴; [이윽고 대각에게는 황보륜(皇甫倫)이라는 먹물에게 시집 간 막내 딸 대려군만 남게 되었는데...] 젊은 시절의 대려군을 만드는 구룡로의 불꽃

 

<대각이 죽자 자연스럽게 그년이 계집의 몸으로 혈전마가의 가주가 되었으며 혈모(血母)라는 과분한 칭호로 불리웠다.> 젊은 시절의 대려군이 화려한 의자에 앉아있다. 품에는 강보에 싸인 아기를 안고 있고. 그 옆에는 문사 차림의 수려한 청년이 서있고. 두 부부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서 포권하고 있다. 그중에는 젊은 시절의 패륵도 있다.

 

기절초괴; [하지만 그 계집으로 하여금 가주자리를 포기하게 만드는 건 어이없을 정도로 쉬웠다.] 히죽

기절초괴; [그년이 낳은 딸을 납치해서 협박한 것으로 끝났으니까 말이야.]

화접; [무적혈신 대각의 핏줄이 모두 퇴장하자 가주님이 혈전마가를 접수하셨군요.] 눈 반짝이고

기절초괴; [당시 난 이미 암흑마가를 장악한 후였다.] 끄덕

기절초괴; [혈전마가의 그 누구도 비견될 수 없는 큰 공을 세운 것이고... 그런 내가 가주가 되겠다는데 누가 감히 딴지를 걸 수 있겠느냐?] 흐흐흐 웃고

기절초괴; [물론 내 궁극적인 목표는 혈전마가의 가주 따위가 아니다.]

기절초괴; [무림맹을 쓰러트리고 천하의 주인이 되는 것인데...] [이제 머잖아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이다.]

기절초괴; [다른 놈들도 아니고 잔머리의 대가들이 번뇌마가의 떨거지들을 통해서...] 사악하게 웃는 패륵의 얼굴

화접; (마귀!) 침 꼴깍. 두려운 표정으로 패륵을 곁눈질

<이자는 의심의 여지도 없이 인간의 탈을 쓴 마귀다.> 실내의 모습 배경으로 화접의 생각 나레이션

 

#315>

<-무림맹>

무림맹 내의 위진천의 거처. #264>에 나온 그 건물. 위진천이 철신금강 섭패천과 대화를 나눴던

위진천; [파혼(破婚)?] 놀라는 표정. 벽세황과 마주 앉아있다.

벽세황; [사제에게는 정말 면목이 없네.] 고개 숙이고.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아있다.

벽세황; [곧 사제의 집안에도 기별이 갈 테지만... 미리 말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용기를 내게 되었네.]

위진천; [하하하... 혼례가 목전인데 느닷없이 파혼이라니...] 어이없고 분노한 표정

벽세황; [사제의 심사가 어떠할 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네.] [보상을 원한다면 그게 무엇이든 받아들일 테니 소소와의 혼사는 없던 것으로 해주게나.]

위진천; [보상 따윈 필요 없고...] 분을 억지로 참고

위진천; [이유나 들어봅시다. 대체 혼사를 깨트리는 이유가 뭐요?] [나나 위가장이 황금전장에 무슨 죄라도 지은 거요?] 노려보고

벽세황; [아닐세. 사제와 위가장의 잘못은 추호도 없네.]

위진천; [그럼 대체...] + 벽세황; [소소가 회임을 했네.]

위진천; [!] 눈 치뜨며 입 다물고

벽세황; [나도 최근에야 연락을 받은 것인데...] [소소 그 어이없는 것이 누군가의 아이를 갖었다지 뭔가?] 한숨

위진천; [아이를... 혼례를 목전에 둔 계집이 다른 사내의 아이를 뱄단 말이지요?] 허탈하고 어이없고

벽세황; [아비가 누군지를 추궁해도 입을 다물고 있다고 하고...]

벽세황; [어쩔 수 없이 사제와의 혼사를 물릴 수밖에 없게 된 걸세.] 눈치 보며

위진천; [알겠습니다. 이해했습니다.] 두 손 들어 보이고

위진천; [다른 것도 아니고 다른 사내의 아이를 뱄다면 당연히 혼사는 없는 것으로 해야지요.]

위진천; [벽사형 가신다.] 거실 입구쪽으로 외치고. 그러자

[예 소맹주님!] 덜컹! 밖에서 무사 한명이 문을 열고.

벽세황; [다시 한 번 용서를 빌겠네.] 일어나며 포권하고

귀찮다는 시늉하며 손을 젓는 위진천. 일어나지도 않고

벽세황; (건방진 놈...) 문으로 가고

문을 통해 건물에서 나가는 벽세황.

! 문이 닫히며 혼자 남는 위진천.

위진천; [이거야 원...] 피식 웃고

위진천; [벽소소 그년이 분면랑군 사우란 놈과 놀아난 건 그냥 눈 감아 주려고 했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 현모양처가 아니라 황금전장의 막대한 재력이었기에...] 표정이 살벌해지고

위진천; [하지만 남의 새끼를 뱄다면 얘기 달라진다.] [애 밴 년을 데리고 살 수는 없으니...]

위진천; [아쉽지만 황금전장의 재력은 포기해야겠구나.]

위진천; [뭐 무림맹의 주인만 되면 재물 따위는 문제가 안되기도 하겠지만...] 음산하게 웃고

 

#316>

위진천의 거처인 건물을 등지고 걸어오는 벽세황

벽세황; (아버지가 내게 맡기신 가장 무거운 짐은 해결했다.] 홀가분한 표정으로 걸을 옮기고

벽세황; (소소와 위진천의 혼사가 깨진 게 세상에 알려지면 그 여파가 상상을 초월하겠지만...) (그래도 일단 큰 고비는 넘긴 셈이다.)

벽세황; (또 사부로부터 무림맹을 물려받을 가능성은 위진천보다 이청풍이 더 크다.) (손익을 계산해 봐도 파혼하는 게 우리 황금전장에 큰 이득이 된다.)

벽세황; (잠시의 구설수와 능멸을 견디면 되는...) + [!] 눈 번뜩

앞쪽에서 위진천의 졸개 왕이가 급히 달려온다. 손에는 편지를 들고 있고

벽세황; (위진천의 심복 왕이!) 눈 번뜩

그때 왕이도 벽세황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고

! 급히 편지를 뒤로 숨기며 벽세황을 좀 피해서 건물로 달려가는 왕이. 벽세황의 눈치를 보며

벽세황; (왕이 저놈이 지나치게 흥분하고 긴장한 기색이다.) 곁눈질로 왕이를 보고. 왕이는 무사들이 열어주는 문으로 급히 건물로 들어가고 있고

벽세황; (뭔가 긴박한 연락이 외부로부터 도착했다는 건데...)

벽세황;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다. 위진천의 주변을 주의해서 살펴봐야겠다.) 걸어가며 생각하고

 

#317>

다시 위진천의 거처. 거실. 위진천이 편지를 읽고 있고 그 앞에 왕이가 두 손 모은 채 긴장한 표정으로 서있다.

위진천; (아버지가 보내온 이 편지...) 눈 번뜩

위진천; (형식은 평범하지만 행간에 살 떨리는 지령이 들어있다.) 침 꿀꺽

<섭아연을 인질로 삼아서 이청풍이 갖고 있는 광명륜을 확보하라!> 편지를 배경으로 나레이션.

위진천; (말 그대로 극단적인 선택...) (섭아연을 건드리면 무림맹 맹주 자리는 완전히 날아가버린다.) 찡그리고

위진천; (하지만 아버지와 조부님이 이런 결정을 내리신 것은 철저한 계산이 뒷받침 되어 있을 것이다.) 화르르! 편지가 위진천의 손에서 타들어가고

위진천; (나는 그저 두 분의 결정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 탁탁 손에 묻은 재를 털며 일어나고

왕이; [어딜 가시려는지요?] 눈치 살피고

위진천; [따라오지 마라.] [육허기에 지친 비구니 년을 달래줄 이유가 생겼으니...] 음산하게 웃으며 거실을 나가는 위진천

 

#318>

<-피진장>

어느 건물. 오가는 사람은 없고

패소정; [제 몸은 공자님 같지가 않군요.] 잠옷 차림으로 침대에 누워 애잔하게 웃고. 침대 옆에는 청풍과 온유향이 앉아있다.

패소정; [목숨은 건졌지만 좀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기 힘들어요.]

청풍; [겉보기에 상처는 다 난 것같은데...]

온유향; [생사교에 서려있는 살기에 혼백이 놀란 때문이다.]

패소정; [그런 것 같아요. 밤이 되면 온갖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는 걸 보면...] 애잔하게 한숨 쉬고

청풍; [치료 방법이 없겠습니까?]

온유향; [딱히 치료법은 없고...] [시간이 지나면 생사교의 살기도 저절로 몸에서 씻겨나갈 것이다.]

청풍; [그렇다면 다행인데...]

패소정; [저 때문에 공자님이 발이 묶이는 건 원치 않아요.] ! 이불 속에 들어있던 손을 꺼내고.

패소정이 꺼낸 손에는 얇은 책과 장난감 같은 암흑철사자가 들려있다.

패소정; [이걸 갖고 떠나세요.] 책과 암흑철사자를 내밀고

청풍; [암흑철사자는 소저의 몸을 지켜주는 보패(寶貝;영적인 힘이 깃든 물건)! 받을 수 없습니다.] 고개 젓고

패소정; [받아주세요.] [도중에 번뇌마야를 다시 만나기라도 하면 암흑철사자가 공자님을 도와줄 거예요.] 더 내밀고

청풍; [하지만...] 난감한 청풍.

온유향; [갖고 가거라.] [소정이가 몸을 추스릴 때까지는 내가 옆에 있어줄 테니...]

청풍; (어쩔 수 없군.) + [분부 받들겠습니다.] 두 손으로 책과 암흑철사자를 받고

온유향; [대언니에게 인사드리고 바로 떠나도록 해라.]

청풍; [예 빙모님!] 일어나고

청풍; [태산에 들렀다가 금릉으로 뵈러 가겠습니다.] 인사하고

온유향; [오냐! 매사에 조심하고...] 끄덕

나가는 청풍

패소정; [....] 나가며 문 닫는 청풍을 불안한 표정으로 보고

온유향; [?] 웃고

온유향; [낭군과 헤어지기 서운한 모양이구나.]

패소정; [... 그게 아니고...] 억지로 웃고. 얼굴 발개지며

패소정; (어쩐지... 공자님 앞길에 거센 풍파가 있을 것 같구나.) 소리없이 한숨 쉬고

<그저 내 괜한 노파심이길 바라지만....> 방안의 광경을 배경으로 패소정의 생각 나레이션

 

#319>

대려군의 거처. 입구에는 환설이 서서 경계하고

청풍; [태산으로 가서 영애를 데려오도록 하겠습니다.] 의자에 앉아있는 대려군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대려군; [그래 주시면 이 계집은 안심이지요.] 애잔한 웃음.

청풍;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그동안 보중하시기 바랍니다.] 포권하는데

대려군; [고마워요 도련님!] [헌데...]

대려군; [떠나시기 전에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답니다.] 청풍을 살피며

청풍; [말씀하시지요.]

대려군; [대대로 혈전마가의 가주에게는 영적인 존재를 알아보는 능력이 전해진답니다.]

대려군; [그리고 이번에 찾아오셨을 때부터 도련님에게서 강력한 영기(靈氣)가 서려있는 존재가 느껴졌어요.]

청풍; [광명륜이나 흑령철부 때문이 아닌지요?]

대려군; [아니에요.] 고개 젓고

대려군; [제가 느낀 건 흑령철부는 물론이고 광명륜의 영기조차 아득히 능가하는 것이었답니다.]

청풍; [제게는 딱히 그만한 영기를 지닌 물건이 없는데...] 난감. 그러다가

청풍; [혹시...] 흠칫! 하며 손을 품속에 넣고.

청풍; [이것을 한번 봐주십시오.] 다시 꺼낸 청풍의 손에는 열쇠가 들려있다. 서양식의 열쇠인데 전체가 금으로 만들어졌다. 길이는 한 뼘 정도. 바로 독심귀의의 시체를 태운 자리에 남아있던 열쇠

대려군; [맞아요!] 흥분. 눈을 좀 치뜨고

대려군; [이 열쇠... 이 열쇠에 상상을 초월하는 영기가 서려있군요.] 청풍이 내미는 열쇠를 두 손으로 받고

징징! 대려군의 손에 들려지자 진동하는 열쇠

대려군; [... 이 열쇠를 어디서 얻으신 건가요?] 열쇠를 들여다보며

청풍; [독룡곡... 신선 김가기의 거처에서 얻었습니다.]

청풍; [그곳을 떠나면서 정화하기 위해 독심귀의의 시신을 삼매진화로 태운 자리에 그 열쇠가 남아있었습니다.]

청풍; [제 삼매진화에도 녹지 않기에 평범한 물건이 아닐 거라는 생각에 수습했습니다.]

대려군; [잘 했어요.] 열쇠를 다시 청풍에게 내밀고

대려군; [그 열쇠를 누가 만들었고 어떤 쓰임이 있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청풍이 열쇠를 받는 것을 보며

대려군; [하지만 그 열쇠로 인해 도련님의 인생이 크게 바뀔 것같은 예감은 들어요.] [그러니; 절대 잊어버리지 말고 간직하세요.]

청풍; (이 열쇠의 정체가 대체 뭐기에 저리 말씀하시는 것인가?) 놀라며 열쇠를 새삼 살펴보고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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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장

 

                   가공, 천신폭풍보 (2)

 

 

 

해남도(海南島)까지 며칠이면 갈 수 있겠어요?”

동백산(桐栢山) 아래에 있는 작은 마을의 야산, 큰 소나무 아래에 한쌍의 남녀가 등을 마주 기댄 채 앉아있다.

그들은 석두공과 소령이었다.

소령의 물음에 석두공은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하루 밤낮으로 곧장 달려간다면 도착할 수 있을 것이오.]

소령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더니 소리내어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호... 농담하지 말고 제대로 말해 보셔요. 이건 중요한 일이에요.]

[그럼 이틀이라고 합시다.]

석두공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소령이 눈썹을 상큼 치켜뜨고 나직하게 말했다.

[정말 이러기예요? 중요한 일이라고 했잖아요.]

[왜 내말을 못 믿소? 내가 언제 농담을 한 적이 있소 거짓말을 한 적이 있소?]

석두공은 가슴을 치면서 말했다.

소령의 눈이 다시 크게 떠졌다.

[그럼 정말 그 먼길을 이틀에 갈 수 있단 말이에요? 설마 날아가기라도 한단 말이에요?]

[나도 잘은 모르오. 그만큼 달려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아마 그 비슷할 거요.]

석두공은 풀잎을 씹으며 말했다.

그들은 조금 전에 동백산의 동백파(冬柏派)를 방문하고 내려온 길이었다.

석두공은 소령에게 홀린 듯이 끌려 다니고 있었는데 그녀는 어떻게 아는 것인지 부운청풍객 등이 손을 뻗치는 곳을 신통하게 찾아가는 것이었다.

물론 석두공은 그러한 계획을 세우기는 했었지만 실제로 행하고 있는 것은 소령 그녀였으며 석두공의 역할은 현재 그녀의 수족이나 다름 없는 신세였다.

그녀는 묘한 마력(魔力)으로 석두공을 사로잡아 버렸으며 석두공은 그녀의 손아귀에서 마음대로 놀아나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그것은 하나의 기쁨이기도 했지만...

소령이 발딱 일어서면서 말했다.

[동백파에서 그들을 죽인 건 정말 잘했어요. 피곤하겠지만 우리 해남도로 가요.]

[해남도에도 그들이 손을 뻗친단 말이오? ]

석두공은 설마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소령은 신비하게 웃으며 말했다.

[일단 가보면 알일 아녀요? 빨리 일어서요.]

옷깃을 잡고 일으키는 그녀에게 끄질려서 석두공은 하는 수 없이 일어섰다.

등에 전해지던 뜨뜻한 감촉이 사라지고 나니 썰렁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어서 가요.]

소령은 석두공의 왼팔을 꽉 붙잡으며 말했다.

향긋한 그녀의 냄새가 석두공의 심장을 빠르게 뛰게했다.

그 순간 소령은 그의 허리를 꼬집으면서 따끔하게 말했다.

[엉뚱한 상상은 하지도 말아요. 당신은 여자에게 약해서 큰일이에요. 영웅의 무덤 오직 미녀의 가슴이란 것을 잊지 말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소. ... 당신을 만나고나선 내가 어디갔는지 없어져 버린 느낌이오.]

석두공이 탄식하며 말했다.

소령은 코웃음을 쳤다.

[제가 미인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한번도 본적이 없을 텐데...]

석두공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은 틀림없이 미인일 것이오. 남을 배려하는 그 마음씨와 영롱한 음성, 그리고...]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난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닐 수도 있어요.]

소령은 석두공의 말을 끊었다.

석두공은 입을 다물고 묵묵히 있었다.

정작 석두공이 말을 멈추자 소령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그의 안색을 살폈다.

석두공의 표정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으며 또한 석상처럼 굳어있었다.

소령은 약간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제 제 말에 화가... 났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러나 석두공은 화석이 된듯 표정이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의 몸에서 어떤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휘루루루룽!

쏴아아아아!

강한 바람이 일어나면서 그의 옷깃이 떨리기 시작했다.

소령은 그의 팔을 꽉 잡으며 소리쳤다.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

그녀의 음성은 울음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휘루루룽!

파라라락!

석두공의 몸에서는 더욱 강한 기운이 발산되면서 그녀의 옷자락마저 찢어버릴 듯이 펄럭이게 했다.

그녀는 석두공의 화석같은 표정도, 그리고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폭풍같은 기운도, 그 모두가 두려워지면서 석두공을 꽉 껴안으며 소리쳤다.

[그만하세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슈아아아앙!

그녀는 자신의 발이 땅을 딛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자신의 팔뿐만 아니라 석두공의 팔도 자신을 꽉 껴안고 있었다.

 

고오오오오---!

 

바람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이 들려왔다.

소령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엄청난 속도로 석두공과 자신이 날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석두공은 강호에 출도해서 처음으로 천신폭풍보(天神暴風步)를 펼친 것이었다.

고오오오!

한마리의 천룡(天龍)이 날아가듯 그의 몸 주위에는 강기의 막이 길게 펼쳐져있었다.

자칭 고금제일인인 폭풍무존의 모든 것이 집결되어 있는 천신폭풍보다.

그것은 결코 범상한 고수가 아닌 소령조차도 눈을 떠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 × ×

 

(이거야 정말 폭풍 그대로군. 두번째 펼치는 것이지만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달리면 달릴 수록 더욱 달리고 싶다. 그리고, 몸속에서는 무엇이든 파괴할 수 있을 것같은 힘이 꿈틀거린다.)

석두공은 찬탄을 금치 못했다.

“....!”

그의 품에는 소령이 눈을 꼭 감은채 그의 목을 틀어안고 있었다.

석두공은 작은 산도 그냥 날아 넘고 강도 그냥 날아 넘었다.

무엇 하나 그의 발길을 멈추게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가 낮게 날아가면 그 주위의 모든 것이 파괴되어버렸다.

바위도 가루가 되었으며 나무도 가루가 되어버렸다.

실로 엄청난 천신폭풍보의 위력이었다.

 

얼마를 달리자 산중으로 접어들었는데 해가 졌다.

산은 그들의 앞을 거대한 담장처럼 가로막고 있었다.

휘루루루룽...

석두공은 큰 바위위로 신룡처럼 날아내렸다.

콰우우우우...

그가 내려선 주변의 바위와 나무들이 깨어지고 날아가며 황폐하게 변해버렸다.

소령이 눈을 꼭 감은 채 물었다.

[벌써 해남도에 도착한 건가요? ]

[아니오. 아마도 형산(衡山)인 듯 한데 해가 졌소.]

석두공은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말했다.

소령은 얼른 그를 밀치고 품속에서 빠져나오며 토라진 소리를 했다.

[형산이라구요? 아직 반도 못 왔군요. 그건 그렇고, 제 간을 반쯤 오그라들게 한 건 어떻게 할 거예요? 세상에 이런 무식한 신법이 어디 있어요?]

[내가 만든 게 아니오. 나도 배웠을 뿐이니 나를 탓할 것은 없소. 그분이 아직 살아계시니까 따지고 싶으면 그분에게 따지시오.]

석두공은 웃음을 실실 흘리며 말했다.

그녀에게 통쾌한 복수를 한 것같은 승리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자신이 겨우 여자를 놀라게 하고서 그런 마음을 갖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는 깜짝 놀랐다.

(... 졸장부 중에서도 졸장부구나. 내가 겨우 이렇게 밖엔 안된단 말인가?)

한데 소령이 놀라움이 가시지 않은 음성으로 떠듬떠듬 물었다.

[... 그 신법을 만든 분이 아...아직 살아계시다고요? 대체 어 어떤 분이 그런 신법을 만 만드셨어요?]

[말해도 아마 믿지 않을 거요. 하지만 언젠가 한번 만날 지도 모르겠소.]

석두공은 폭풍무존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다.

천 년 전의 사람이 아직까지 살아있다고 한다면 누가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

말해봤자 자신만 놀림감이 될 것같아서 아예 입을 다물어 버렸다.

 

[하필 이런 곳에서 멈췄어요? 산사나 암자 근처에서 내렸더라면 밤도 편하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 ]

소령은 주위를 둘러보고 투덜거렸다.

석두공이 말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소? 적당한 동굴이나 찾아서 쉬고 갑시다.]

소령은 고개를 저었다.

[이곳이 형산이라면 당신이 또 해야할 일이 있어요. 해남도에 갔다 오면서 들르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먼저 이곳의 일부터 보게 됐군요.]

석두공은 생각했다.

(도무지 이 소저는 모르는 게 없다. 어떻게 해서 형산에도 해야할 일이 있는 것을 안단 말인가? 지금까지 나를 데리고 돌아다닌 곳이 모두 삼마경을 익힌 자들의 공격이 있는 곳이거나 음모가 있는 곳이었다. 항상 나와 같이 있어 떨어질 때가 없는데 어떻게 그런 사실들을 알 수 있는 것일까?)

그때 소령이 주위를 살펴보고 말했다.

[이곳은 아마도 망월대(望月臺) 근처인 것같아요. 연하봉(煙霞峰)으로 가도록 해요. 저쪽이에요.]

스읏!

석두공은 그녀의 손을 잡아쥐고 훌쩍 몸을 날렸다.

어쩌면 그녀에게 이용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쨌든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가 원하던 일들을 그녀의 도움으로 편하게 해왔었다.

뒤의 일은 뒤에 생각할 일이었다.

 

잠시 후 석두공은 소령과 함께 운무 자욱한 연하봉 아래에 도착했다.

소령은 정상을 유심히 보고 그 후에 부용봉(芙蓉峰)의 정상을 살펴보더니 먼저 몸을 날렸다.

휘이익!

석두공은 유유히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소령은 그가 바로 뒤에서 들으리라고 생각하고 말했다.

[혹시 기둥처럼 생긴 바위를 보면 말씀하세요. 그곳이 우리가 목적지예요. ]

[그럼 더 갈것도 없소. 저 바위가 기둥같이 보이오.]

석두공은 그녀 앞에 훌쩍 날아내리면서 말했다. 그의 손이 앞을 가리킨다.

헌데 소령은 석두공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고는 화가 난 듯이 말했다.

[저게 어떻게 기둥같이 생겼어요? 저건 꼭... ]

하지만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하고 얼버무렀다.

석두공이 가리킨 바위는 일장 정도 높이의 남근석(男根石)이었다.

소령은 와락 석두공을 밀쳐버리려다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다음부턴 이러지 마세요.]

“...!”

그녀의 은근한 속삭임에 석두공은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미는 것을 느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가져갔다.

닿을 듯 말듯 그의 손이 떨렸다.

하지만 소령은 그의 겨드랑이 밑으로 재빨리 빠져나가 달려가 버렸다.

석두공은 허전해지는 마음에 한숨을 쉬었다.

자신도 왜 그런지 몰라서 고개를 흔들고는 소령의 뒤를 따라갔다.

소령은 자신을 유혹하는 듯하면서도 그런가 하면 또 그런 것 같지가 않았다.

휘이이익!

연하봉을 올라가던 소령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길이 끊어지고 단애가 양쪽으로 있는 곳이었다.

건너가자면 날아넘어야만 했다.

석두공은 그녀의 곁에 내려서며 물었다.

[여기가 거기요?]

[아마도 그런 것같아요. 하지만 그 기둥같은 바위를 찾을 수가 없네요.]

소령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석두공은 오른손을 들어 맞은 편 단애의 중간 정도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안개인지 구름인지 흰기운이 단애를 어슴푸레하게 가리고 있는 곳이었다.

[혹시 저것 아니오?]

밤은 어두운 밤이다.

더구나 석두공이 가리킨 곳은 짙은 운무(雲霧)가 깔려 있어 대낮에도 보기가 힘든 데였다.

소령은 안력을 모았으나 분명하게 볼 수가 없었다.

[바위가 어떤 모양인지 설명해주시겠어요?]

소령이 아미를 모으며 말했다.

[... 정말 기둥같이 생겼소. 밑에는 주춧돌이 있는 것같고 위에는 상량을 얹기 위한 받침이 있는 것같소. 한데 기둥이 손가락 같이 세 마디로 된 것같구려.]

석두공은 보이는 데로 설명했다.

그러자 소령은 낮게 외쳤다.

[바로 그곳이에요.]

스읏!

그녀는 먼저 몸을 날려 운무 속으로 뛰어들었다.

앞이 분명하게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그처럼 행동한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조심하시오!”

석두공은 깜짝 놀라며 그녀 곁으로 날아갔다.

화라라라락!

하지만 석두공의 근심과는 달리 소령은 두 소매를 새처럼 펼치며 바람을 받아 부드럽게 떨어지고 있었다.

(봉황비(鳳凰飛)의 신법... )

석두공은 내심 중얼거리며 똑같이 봉황비를 펼쳤다.

그렇게 하자 자신과 소령이 한쌍의 봉황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스슷!

소령은 운무속에서 기둥바위를 발견하고 소리없이 그 곁으로 날아내렸다.

그녀는 행여나 석두공이 무슨 말이라도 할까봐 입가에 손을 갖다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했다.

(이곳 어딘가에 있을 텐데... )

소령은 바위틈 새를 살피다가 횡으로 가늘게 그어진 두 선이 있는 곳을 찾아냈다.

그것은 마치 도()자 비슷해 보였다.

그리고 소령은 그 글자가 씌여져 있는 아래의 돌멩이를 치우더니 작은 옥병(玉甁)을 하나 찾았다.

!

옥병이 그녀의 손에서 가루가 되어 부서지고 손바닥에는 한장의 비도(秘圖)가 남게 되었다.

석두공은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어떻게 소령이 그런 것이 있을 줄 알았을까?

아마도 소령의 배후에는 거대한 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소령은 기둥바위의 뒤쪽에서 일장 높이 정도 되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곳을 힘껏 미세요. ]

석두공은 가만히 서서 장력을 움직여 그곳을 밀었다.

그긍!

순간 절벽의 한틈이 쏙 밀려들어가며 한사람이 기어서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 뚫렸다.

스읏!

소령은 재빨리 몸을 날려 그곳으로 들어갔다.

비좁아서 무릎으로 기어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석두공은 그녀의 뒤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따라가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눈앞에는 탱탱하기 이를데 없는 그녀의 둔부만 보였기 때문이다.

한참을 그렇게 기어갔다.

좁고 긴 동굴은 이리저리 휘어지고 내리막도 있었으며 오르막도 있었고 또한 미로처럼 갈림길도 있었다.

그러나 소령은 한번도 망설이지 않고 한 방향을 택해서 나아갔다.

석두공이 전음으로 물었다.

[이곳은 누가 만든 것이오?]

[원래는 천연동굴이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만들기까진 적지 않은 노력이 들었죠.]

소령의 대답이 역시 전음으로 들려왔다.

석두공은 다시 물었다.

[여기엔 뭐가 있소?]

[알게 되면 천하의 당신이라 해도 깜짝 놀랄걸요. 이제 거의 다 왔으니 직접 보세요.]

스팟!

갑자기 소령이 눈앞에서 사라지며 말했다.

동굴은 갑가기 끝이 나면서 아랫쪽으로 뻥뚫려 있었고 소령은 그 아랫쪽으로 거미같이 달라붙어 내려가고 있었다.

석두공도 급히 동굴을 빠져나왔다.

석두공과 소령이 동굴을 통해 이른 곳은 거대한 지하광장의 천정 부분이었다.

소령이 두손과 두 발로 거미처럼 천정에 달라붙은 자세로 석두공에게 전음을 보냈다.

[이곳 어딘가엔 잔혼살객이 만들고 있는 기계인간(機械人間)이 숨겨져 있어요. 그것을 파괴하지 못하면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될 거예요.]

[기계인간?]

석두공도 두손과 두발로 엉금엉금 광장의 천정에 달라붙어 이동하며 반문했다.

[자세한 것은 저도 몰라요. 다만, 그것들은 끔찍한 살상력을 지녔다는 것 정도밖에... ]

소령은 빠르게 말하고는 능숙한 벽호공(壁虎功)을 펼쳐서 천장에서 아래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스읏!

석두공은 천정에 자신의 몸을 달라붙여 놓았던 두손과 두발을 놓았다.

그러자 그의 몸이 무게 없는 깃털처럼 천천히 아랫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바로 천신폭풍보의 한 묘용이다.

소리없이 날아내리는 석두공의 모습은 마치 신선처럼 신비했다.

하지만 이미 한번 천신폭풍보를 경험해보았던 탓인지 소령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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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사해용궁사> 저녁 무렵

무사들이 지키는 위극겸의 거처. 경비가 전보다 더 삼엄하다.

흠칫! 하는 무사들.

그곳으로 오는 여자. 위상영이다. 초췌하다.

[아가씨!] [아가씨를 뵙습니다.] 급히 위상영에게 포권하는 무사들

위상영; [아버지와 조부님이... 낙양으로 가시지 않고 이곳에 머무르신다는 보고를 받았어요.] 다가오며

[! 마침 두 분 모두 안에 계십니다.] 건물 쪽을 눈치 보며

위상영; [잘 되었군요.] [두 분 모두 그동안 별래무양하셨겠지요?]

[그게...] 난감한 표정을 짓는 무사들

위상양; (무슨 일이 있구나.) + [아버지! 소녀 왔어요.] 달칵! 건물 문을 열고 들어가고. 하지만 그 직후

위상영; [!] 건물 안으로 들어서며 눈 치뜨고.

 

#308>

넓직한 거실. 중앙에 침대가 놓여있고. 그곳에 위태무가 가슴과 오른팔을 붕대로 감은 채 누워있다. 눈을 감고.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는 위극겸이 앉아 있다가 돌아본다. 위극겸도 왼팔을 붕대로 감고 목에 걸고 있다. 침대 주변에는 귀신 가면을 쓴 몇 명의 인물들이 둘러서있다가 역시 돌아본다.

위상영; [... 무슨 일인가요 아버지?] 놀라며 침대로 다가가고. 밖에서 무사들이 문을 닫아주고

위극겸; [어서 와라 상영아.] [한동안 연락이 끊겨 걱정했었다.] 돌아보며

위상영; [죄송해요.] [헌데... 누가... 어떤 자가 할아버지에게 중상을 입힌 건가요?] 침대에 다가와 위태무를 내려다보면서

위극겸; [죽은 줄 알았던 놈이 살아 돌아와서 아비와 네 조부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침통하게 말하며 위태무를 보고

위상영; (... 이공자!) 전율하며 청풍이 위태무의 생사교에 찔려 가슴에서 피를 뿜어내며 절벽으로 떨어지던 장면 떠올리고

위상영; (이공자가 죽지 않고 살아있었구나! 살아있었어!) 비틀! 주르르! 자기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위극겸; (이래서 딸년은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말이 나온 것이겠지.) 혀를 차고 고개 조금 흔들고

위상영; [죄송해요.] 뒤늦게 자신의 실태를 깨닫고 소매로 눈물 닦고

위상영; [하지만 믿어지지 않는군요.] [그 사람... 이청풍이 어떻게 생사교를 쓰는 조부님을 이 지경으로 만든 건가요?]

위극겸; [사실 네 조부님께 중상을 입힌 건 이청풍이 아니라 천앙마녀였다.]

위상영; [천앙마녀!] [구대마왕의 막내이며 사실상의 최강자는 그 마녀가 죽지 않고 살아있었던 건가요?] 진짜 놀라고

위극겸; [죽기는커녕 천앙탄벽을 극성까지 익히고 있었다.] [네 조부님은 그걸 모르고 공격했다가 반탄력에 당해 이 지경이 되신 것이다.] 위태무의 모습 보며 말하고. 이를 부득 갈면서. 그때

위태무; [부끄러운 일을 시시콜콜 입에 올릴 건 또 뭐냐?] 눈 감은 채 말하고

모두 움찔하며 위태무를 보고

위상영; [할아버지! 몸은 좀 어떠신가요?] 몸을 숙이며 묻고. 그 배경으로 귀면인1이 의자를 갖고 침대로 다가오고

위태무; [몸의 상태야 별 거 아니다. 그저 마음에 입은 타격이 쉽사리 치유되지 않을 뿐이지.] 한숨 쉬며 천천히 눈을 뜨고

위상영; [내상은 심하지 않으신 듯하니 안심이에요.] 한숨 쉬며 귀면인1이 위극겸 옆에 놓아주는 의자에 앉는다.

위태무; [광명륜... 광명륜이 손아귀에 거의 들어왔다가 빠져나갔다.] 다치지 않은 왼손으로 허공을 쥐는 시늉하고

위태무; [거푸 두 번이나 그런 일이 벌어지니 정상적인 수단으로는 광명륜을 손에 넣을 수 없을 것같은 예감이 드는구나.]

위극겸; [하오면...] 흠칫! 하고. 위상영도 놀라고

위태무; [다른 수단을 써야겠지.] [즉시 진천이에게 연락을 보내라.]

위태무; [이청풍의 어미... 섭아연의 신병을 확보하라고!] 강렬한 표정

[!] [!] 놀라는 위상영과 위극겸

 

#309>

<-소주(蘇州)> 운하가 많고 거대한 호수가 근처에 있는 아름다운 도시. 때는 해가 막 진 저녁 무렵이다.

호수가 보이는 언덕 위의 장원. 높은 담장으로 둘러쳐져 있지만 인적은 없다.

굳게 닫힌 정문 처마 아래에는 <避塵莊>이라는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있다.

피진장 내부. 정원이 잘 가꿔져져 있지만 역시 인적은 없다. 여기저기 기괴한 형상의 수석들이 놓여있다. 수석들은 크기가 커서 대부분 사람 만하다.

피진장 후원. 높은 담장으로 둘러쳐진 정원. 문득.

휘익! 검은 구름 같은 것이 담장을 넘어오고. 사람 그림다 두 개도 좌우에서 따라오고.

스윽! 휘익! 담장 안쪽의 정원에 내려서는 검은 그림자 일행. 바로 청풍과 패소정과 온유향. ,리고 암흑철사자다. 패소정은 초췌한 표정으로 암흑철사자의 등에 타고 있다.

온유향; [이곳이 맞느냐?] 둘러보고. 새 옷으로 갈아 입고 있다.

청풍; [예 빙모님!] [이 장원 이름이 피진장이니 틀림없을 것입니다.] 암흑철사자의 등에서 패소정을 부축해서 내리게 하며 말하고

온유향; [소정이가 몸을 추스릴 수 있는 안전한 곳이 필요하다고 해서 따라오긴 했다만...] 둘러보고

온유향; [평범한 장원은 아니로구나.] 눈이 빛나고

청풍; (평범할 리가 없지. 피진장은 혈전마가의 실제 주인의 거처이니...) 생각하며 패소정을 부축하고

패소정; [이상하긴 하군요. 이 넓은 장원에 인적이 없으니...] 청풍에게 부축 된 채 둘러볼 때

청풍; [겉보기에 그렇지요?] 쓴웃음

패소정; [겉보기라니요?] 놀랄 때

온유향; [결례를 한 것은 인정할 테니 그만 모습을 드러내세요.] 정원을 둘러보며 누군가에게 말하고. 그러자

<암흑철사자...> <천앙마녀...> 어디선가 말 소리가 들리고

패소정; (!) 기겁할 때

<암흑마가의 인간들이 감히 피진장에 발을 들여놓다니... 간덩이가 부었군.> <먼저 도발을 한 이상 살아서 여기를 나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츠츠! 꿈틀! 우둑! 갑자기 정원에 전시되어 있던 수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패소정; (... 수석(壽石)들이 움직인다!) 전율하며 자기도 모르게 청풍의 품에 안기고.

크르르! 암흑철사자는 이빨 드러내며 패소정을 보호하려 하고. 직후

! ! 사람으로 변하는 수석들. 모두 여덟 명인데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긴 하지만 모습이 뚜렷하지는 않다. 여자도 두 명 있고 눈과 입만 보인다. 온몸이 붉은 색이다.

청풍; (고수들이로군. 구대마왕에 못지않은...) 생각할 때

온유향; [혈전팔흉(血戰八凶)!] [뻔뻔하게도 지금까지 살아있었군요.] 쿠오오! 살기를 뿜어내며 괴인들을 돌아보고. 그러자

패소정; (맙소사!) 전율

패소정; (저자들이 혈전마가의 최고 고수들이라는 혈전팔흉이었구나!) 전율하고

<흐흐흐! 천앙마녀! 당신이라면 우릴 비난할 자격이 있지!> <하지만 우린 오직 가주님의 명령에만 따를 뿐이다.> <설령 마교 교주라 해도 우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 청풍 일행을 둘러싸며 눈 번뜩이는 괴인들. 이하 혈전팔흉으로 표기

온유향; [과연 당신네 주인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겠군요.] 냉소하고

<시비를 걸러 왔다면 사양하지 않겠다!> <암흑마가의 잘난 척에는 오래전부터 신물이 났었으니...> 쿠오오! 살기를 뿜어내는 혈전팔흉

온유향; [원한다면 오늘 이 자리에서 암흑마가와 혈전마가 중 어느쪽이 위인지 결판을 내주겠어요.] 살벌

온유향; [하지만 그 전에 이 아이를 봐두는 게 좋을 거예요.] 청풍을 가리키며 말하고

청풍; (불똥이 갑자기 내게 튀는군.) 쓴웃음 지을 때

<젖비린내 나는 놈의 어디에 볼만한 구석이 있다는 것인가?> <그놈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제법 한 가닥 한다는 건 인정하겠지만....> <!> 말하던 혈전팔흉들이 갑자기 기겁하고

청풍의 모습 크로즈 업

<설마... 설마 그 애송이는...> <... 용무린 소교주님의 핏줄이란 말인가?> 혈전팔흉들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고

청풍; (마교의 노괴들은 거의 예외 없이 내게서 아버지 모습을 떠올리는구나.) 쓴웃음 짓고. 그때

[기다리게 했어요.] ! 정원을 둘러싼 월동문으로 들어서는 환설. 모두 돌아보고

환설; [마님께서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함께 가시지요.] 월동문 밖을 가리키며 말하고.

청풍; (진상파 소저의 생모인 대()부인의 몸종 환설...) + [그럽시다!] 대답하며 패소정을 부축해서 월동문으로 가고.

환설이 앞장서서 월동문을 나가며 돌아본다.

온유향도 도도한 자태로 따라간다. 암흑철사자는 혈전팔흉에게 이빨 드러내며 맨 뒤에서 따라가고

곧 월동문으로 나가는 청풍 일행

<강호의 소문과 달리 용무린소교주의 아들이 살아있었군.> <기쁘기도 하지만... 심사가 복잡해요.> <소교주의 핏줄이라면 우리 혈전마가에게 불충의 죄를 물을 자격이 있지.> 월동문을 보며 말하는 혈전팔흉들

<우리 혈전마가가 당한 환란은 천마께 바쳤던 충성의 서약을 저버린 때문일지도 모르네.> <천마의 혼령이 존재한다면 우릴 용서하지 않겠지.> <그나마 소교주의 핏줄이 직접 찾아온 것으로 우리 혈전마가의 불행도 끝날 것 같은 생각이 드는구먼.> 대화 나누는 혈전팔흉들

 

#310>

월동문 안쪽. 단아한 건물 한 채. 그곳으로 오는 환설과 청풍 일행.

환설; [마님! 용공자 일행을 모셨사옵니다.] 안에 대고

패소정; (용공자...) (이공자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얘기네.)

<안으로 모셔라.> 건물에서 들리는 음성

환설; [들어가시지요.] 문을 열어주고

청풍; [고맙소.] 패소정을 부축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암흑철사자는 건물 입구에 남는다.

 

#311>

건물 내부. 크진 않지만 단아한 거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다섯 개의 의자가 놓여있다. 상좌에 한 개. 탁자를 사이에 두고 두 개씩. 탁자에는 다과가 놓여있고. 그중 두 개씩 놓여있던 의자중 하나에 대려군이 앉아 있다가 일어난다.

대려군; [어서 와요 공자.] 일어나며 공손히 인사하고.

청풍; (혈모 대려군...) + [결례하겠습니다.] 의자로 다가가서

두 개씩 놓인 의자 중 한쪽의 아랫자리에 패소정을 앉힌다. 대려군의 맞은편. 이어

패소정의 옆에 앉으려는 청풍. 하지만

대려군; [공자님의 자리는 저곳이랍니다.] 상좌를 가리키고

멈칫! 하는 청풍. 하지만

온유향이 고개 짓을 하고

청풍; (어쩔 수 없군.) 상좌로 가고

환설은 밖에서 문을 닫고

청풍;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동안 무고하셨는지요?] 대려군에게

대려군; [고마워요. 이 박복한 계집은 염려해주신 덕분에 평안했답니다.] 고개를 조금 숙이고. 이어

대려군; [온소저는 정말 오랜만에 뵙는군요.] 온유향에게

온유향; [마지막 광명법회(光明法會) 때 뵈었으니 삼십이 년 만이로군요.] 좀 쌀쌀 맞게 말하고

패소정; (말씀 중에 뼈가 있네.) 눈치 보고

대려군; [오랜 세월이지요.] 한숨

대려군; [당시에는 홍안(紅顔)이었던 우리도 어느덧 반백(半白)이 되었네요.]

온유향; [대언니의 혈전마가도 어려움이 많으셨다고 들었어요.]

대려군; [충성의 서약을 지키지 않은 응보지요.] 애잔한 웃음

대려군; [가장 아픈 것은 저의 대에서 혈전마가 대씨일족의 핏줄이 끊기게 된 사실이랍니다.]

청풍; [그 점에 대해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끼어들고

대려군; [혹시!] 눈 치뜨고

 

[!] 문 밖에 서있던 환설도 흠칫! 하고. 암흑철사자는 축대 아래 마당에 엎드려 하품을 하고 있고

 

청풍; [부인가문의 열조들께서 보우하신 덕분으로 제가 영애(令愛)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진지하게 말하고

[!] 놀라 손으로 입을 가리는 대려군.

 

#312>

건물을 밖에서 본 모습. 환설이 문을 등지고 서서 하늘을 보고 있다. 암흑철사자는 머리를 바닥에 댄 채 눈을 껌뻑거리고 있고

환설; (기분이 묘해지네.)

환설; (피진장을 내가 물려받을 거라 생각해왔는데 느닷없이 마님의 딸이 나타나기도 하고...)

환설; (아무래도 내 욕심이 지나쳤던 모양이다.) 쓴웃음

 

#313>

방안의 모습. 청풍이 뭔가 설명하는 모습이고

대려군; [그렇군요. 이 계집의 딸이 잘 자라고 있었군요.] 주체할 수 없이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고

청풍; [조만간 진소저... 따님이 직접 부인을 뵈러 들를 것입니다.]

대려군; [도련님과 자당께는 너무도 큰 은혜를 거푸 입었어요.] [어찌 해야 보은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군요.] 청풍에게 고개 숙이고. 손수건으로 눈물 닦으면서

온유향; [은혜야 대언니의 딸이 대신 갚을 테니 걱정하실 거 없어요.] 웃으며 말하고

대려군; [어머나!] 놀라고 반가운 표정으로 눈을 치뜨며 온유향과 청풍을 번갈아 보고

멋쩍은 청풍.

패소정; (그러니까 진상파라는 년도 공자님과 이미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건가?) 샐쭉하고

온유향; [그보다 대언니에게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요.]

대려군; [말씀해보세요.]

온유향; [우리 암흑마가가 풍비박산난 모든 불행의 원인은 기절초괴 패륵이란 말종이에요.]

온유향; [헌데 정황상 패륵은 혈전마가 출신인 게 확실하더군요.]

대려군; [그저 면목 없고 죄스러울 따름이에요.]

대려군;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저희 혈전마가의 대가 끊길 위험에 처했던 것도 패륵 때문이에요.]

온유향; [혹시!] 놀라고

대려군; [현재 혈전마가의 가주 행세를 하고 있는 혈해마군(血海魔君)의 정체는 패륵이에요.]

패소정; [그럴 수가...]

청풍; (역시...) 찡그리는 청풍

대려군; [그리고 패륵은 저희 혈전마가 출신의 구대마왕중 한명인 무영귀(無影鬼)랍니다.] 한숨

[!] [!] 놀라는 청풍과 패소정과 온유향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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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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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五 章

 

               可恐! 天神暴風步!

 

 

 

-호조산(虎爪山)!

 

산의 생김새가 일단은 넙적하면서도 날카로운 호랑이의 발톱을 닮아서 그런지 이곳은 옛날부터 유달리 호랑이가 많았다.

한 산에는 한 마리의 호랑이만 산다는 말도 이곳에서는 통하지 않은 듯했다.

그리하여 이 일대에서는 호환(虎患)이 끊이지 않았다.

()에서 많은 고수들을 동원해서 사냥하곤 했으나 번번이 별 소득을 올리지 못하고 끝나고 말았다.

한 두 마리의 호랑이라면 그렇게 해서 사냥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호조산에는 토끼보다 흔한 것이 호랑이였다.

그 엄청난 수의 호랑이들과 싸운다는 것은 실로 일국(一國)을 상대로 전쟁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한데 사십여 년 전에 한 청년이 호조산에 들어오면서 모든 것은 변해버렸다.

어깨에 긴 칼을 비끌어 맨 그 사나이는 어떤 사냥꾼도 군침만 삼킬 뿐 들어가지 못했던 호조산으로 들어갔다.

인근 마을의 주민들은 아까운 젊은이가 또 하나 죽었다고 애석해 했다.

헌데 그가 호조산으로 들어간 후 호환이 점점 줄어들더니 세달 째 되던 날에는 호환이 뚝 그치고 말았다.

밤마다 호랑이의 울음소리로 잠을 이루지 못하던 마을 사람들은 밤이 되어도 고요하자 오히려 불안을 느꼈다.

며칠 후에 설곽(薛藿)이란 이름의 그 청년이 다시 호조산을 내려왔을 때, 그의 뒤에는 거대한 백호(白虎) 한 쌍이 따르고 있었다.

설곽은 마을의 청년들을 데리고 산으로 들어갔고 호조산중에 호표장(虎豹莊)이란 장원을 세웠다.

무수한 인명을 살상하던 호랑이들과 표범들은 그의 앞에서 순한 양처럼 길들여진 뒤였다.

이 공으로 인해 설곽은 황실에 호피를 독점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호표장의 명성은 널리 퍼져나갔으며 설곽은 호피를 팔아서 엄청난 재물을 얻었다.

한마디로 설곽은 무림인이면서도 상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

 

호표장(虎豹莊)은 호조산의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사방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호표장은 지금 청의를 입은 검객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수십 마리의 호랑이와 표범들의 시체가 그 청의검객들의 주위에 흩어져 있었다.

그런 청의검객들을 눈에서 불을 뿜는 듯한 호랑이와 표범들 수천 마리가 구름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호표장의 대전,

호피가 드리워진 태사의에 앉은 한 노인이 분노한 표정으로 소리치고 있다.

[노부는 무림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한데도 부운청풍객이 먼저 나를 건드리고 이제 와서는 복종을 맹세하라고? 크하하하하... 정말 개가 웃을 일이다. ]

광소가 터져 나오고 그의 앞에 선 세명의 청의인들이 얼굴을 찌푸렸다.

세 청의인들 중 키가 작고 몸이 약간 똥똥한 자가 검으로 손을 가져가며 일갈했다.

[설곽! 거역하면 죽음뿐이다!]

헌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크렁!

크왕!

설곽의 양쪽에서 마치 대리석으로 깎아세운 석상같이 앉아있던 두 마리의 백호(白虎)가 포효하며 벌떡 일어섰다.

[!]

검을 잡았던 청의인은 흠칫 놀라며 물러섰다.

백호의 포효성은 산을 무너뜨릴 정도로 우렁찼다.

그 뒤를 이어,

크왕!

으으릉!

호표장의 주위에 있는 모든 호랑이들과 표범들이 포효를 터뜨리기 시작했다.

[으으으으... ]

호표장을 포위하고 있던 청의검객들 중 몇 명이 덜덜 떨면서 바지에 오줌을 쌌다.

또 어떤 자는 근육이 녹신해오면서 그대로 주저앉아 똥을 싸기도 했다.

수천마리의 호랑이와 표범들이 발하는 위세는 실로 가공한 것이었다.

설곽은 만족스러운 듯 백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놈들은 사람을 잘못 봤다. 노부는 결코 부운청풍객 따위에게 머리를 숙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또한, 노부를 먼저 건드린 자는 결코 살려두지 않는다는 사실까지도...]

세명의 청의검객 중 깡마르고 키가 큰자가 검을 뽑으며 차갑게 내뱉었다.

[그런 말은 죽어서나 하시지!]

파앗!

그는 발검과 동시에 몸을 날렸다.

[백호를 막아라!]

다른 두명의 검객도 날아오르며 각기 한마리의 백호를 향해 날아갔다.

번쩍!

[!]

설곽은 악마의 혓바닥처럼 자신을 찔러오는 검광에 눈을 부릅떴다.

(겨우 심제을의 수하에 불과한 자의 검술이 이렇게 뛰어나다니...)

하지만 설곽의 몸은 그 경악의 순간에도 동물같이 반응하며 허공으로 치솟고 있었다.

!

그가 앉아있던 태사의가 반듯하게 둘러 나눠졌다.

설곽은 허공에서 도를 뽑아 깡마른 청의검객을 겨누며 소리쳤다.

[오호도장강(五虎渡長江)!]

쩌러렁!

순간 설곽의 도에서 다섯 줄기의 흐릿한 안개같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희미하나마 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청의검객은 돌연 검을 풍차처럼 휘둘러 검막을 형성하며 소리쳤다.

[피해라! 도강(刀罡)이다.]

설곽의 무공은 강호에 알려진 그 정도만이 아니었다.

비록 아직까지 뚜렷한 형체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한번 도를 휘둘러 다섯 줄기의 도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는 무림에서도 찾아내기 힘들었다.

파악!

청의검객은 가까스로 도강을 피하기는 했지만 검을 놓치고 말았다.

[우웃!]

백호와 싸우던 두 사람도 도강을 설곽이 펼쳐낸 도강을 보고는 혼비백산했다.

[일단 이곳을 뜨도록 하자.]

청의검객은 벽을 넘어 날아오르며 소리쳤다.

그때였다.

[크왕!]

두마리의 백호가 벼락처럼 그를 덮쳤다.

[으아아악!]

퍼퍼퍽!

청의검객의 몸은 순식간에 백호의 발톱에 갈가리 찢어지고 말았다.

오호단혼도 설곽이 바닥에 내려섰다.

동료의 몸둥이가 걸레쪽처럼 찢어지는 것을 본 다른 두명은 너무 놀라서 도망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설곽은 강해도 너무 강했다.

그 정도의 무공을 지닌 인물이 단지 일개 방파의 방주로 지내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설곽은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한 놈도 놓치지 마라. 부운청풍객, 그놈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겠다.]

[존명!]

그의 부하들이 재빨리 움직여 청의검객들의 혈도를 찍었다.

이미 우두머리의 죽음을 목격한 그들인지라 아무도 반항하지 못하고 순순히 혈도가 찍혔다.

설곽은 오만하게 말했다.

[당했던 만큼의 모욕은 천천히 갚아준다. 부운청풍객!]

그는 뒤돌아서 대전으로 들어갔다.

그의 곁으로 어슬렁거리며 두 마리의 백호가 따랐다.

 

“....!”

“....!”

호표장의 전각 들 중의 하나의 지붕에는 언젠가부터 흑의를 입은 두 남녀가 서있었다.

그들은 호표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보았었다.

두 남녀는 석두공과 소령이었다.

[설곽이란 저 노인은 천산백호사(天山白虎寺)의 무공을 익혔군.]

석두공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소림사에서 만배선사에게 죽도록 얻어맞아 기억력을 회복한 그는 무림에 전해지는 거의 모든 무공과 수법에 대해서 훤히 궤뚫고 있었다.

덕분에 설곽이 시전한 도법의 내력도 한눈에 간파할 수 있었다.

[그렇군요. 무림에 흔히 알려진 그런 오호단혼도가 아닌, 진짜 오호단혼도(五虎斷魂刀)를 익혔군요. 화후가 거의 구성(九成)에 달했어요.]

소령이 대꾸했다.

석두공은 그녀 역시 천산백호사에 대해서 아는 듯하자 내심 놀랐다.

천산백호사는 머나먼 서쪽의 천산에 자리한 탓에 중원무림에는 잘 알려져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새삼스레 소령을 한번 더 바라보고는 말했다.

[어쨌든 우리는 헛걸음을 한 것같소. 저 노인의 실력이면 혼자서도 저들을 다 죽일 수 있을 것이오. 더구나 이미 검종맹의 수하들은 모두 제압되고 말았소.]

[글쎄요. 그건 두고 봐야 아는 일이죠. 원래 무너지는 것은 안이 먼저고 그 다음이 밖이죠. 내우외환(內憂外患)은 항상 동시에 일어나니까요.]

소령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석두공이 물었다.

[그럼 내부에 배신자가 있단 말이오?]

[가서 직접 보시면 아실 것 아녀요?]

소령은 그의 손을 잡아 끌면서 말했다.

석두공은 흠칫하며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하지만 괜히 가슴이 울렁거리고 얼굴이 붉어졌다.

[!]

소령은 석두공의 수줍어하는 반응에 입을 가리며 웃엇다.

스스스!

그리고는 연기처럼 전각 밑으로 내려갔다.

귀신같이 재빠르면서도 기척이 없는 신법이었다.

석두공은 혀를 내두르면서 그녀의 뒤를 따랐다.

[대체 사문이 어디기에 번번히 다른 무공을 사용한단 말인가? 하나같이 익히기 쉽지 않은 절학들을... ]

석두공 자신과 금사종 이외에 또 천하의 각종 무공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그에겐 놀라운 일이었다.

 

× × ×

 

스슷!

석두공과 소령은 천정에 붙어서 설곽이 있는 대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대들보에 모습을 숨기고 내부를 살폈다.

아래쪽에 설곽과 한 쌍의 남녀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한 쌍의 남녀중 남자쪽은 마치 곰처럼 덩치가 컸으며 여자는 반대로 호리호리하면서도 요염한 듯보였다.

설곽의 성난 음성이 석두공의 귀로 들려왔다.

[정양(鄭陽)! 당장 가까운 검종맹의 지부로 달려가서 일백 명의 목을 베어오너라. 빚은 즉시 즉시 갚아야 한다.]

석두공은 내심 생각했다.

(저 사람의 말은 앞뒤가 다르구나. 밖에선 분명히 천천히 갚아준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는 즉시 갚아야 한다고 말하니... )

그때 그의 귓속으로 소령의 전음이 들려왔다.

[그의 말은 천천히, 오랫동안 갚아주겠다는 말이었어요. 아마 저런 식으로 해서 수백배는 갚아주겠죠.]

그녀는 또 다시 석두공의 마음을 귀신처럼 알아차리고 있었다.

아래에서 정양이라고 불린 거한이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검종맹에 대항하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사부.]

[뭐라고? 감히 내 명을 거역하겠단 말인가?]

설곽이 버럭 고함치는 소리도 들려왔다.

정양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 호표장을 보전하기 위해선 검종맹에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말이 그말 아닌가?]

설곽은 분노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정양은 고개를 꼿꼿히 들면서 말했다.

[사부께선 이미 검종맹에 패했습니다. 더이상 재고할 것도 없습니다.]

닥쳐랏!”

추릿!

설곽은 도를 뽑아들면서 정양의 가슴에 갖다대며 말했다.

[네놈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나 알고 있느냐? 내가 무림에 관여하고 싶었다면 왜 호표장을 세우고 이곳에 자리를 잡았겠느냐.]

추상같은 설곽의 기세에도 정양은 얼굴 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사부께선 그것때문에 패했습니다.]

[이놈이... ]

설곽은 도를 정양의 가슴으로 더욱 바싹 밀어부쳤다.

그의 수염이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순간 설곽의 다른 제자인 황시연(黃翅燕), 즉 가날픈 몸매의 여인이 설곽의 뒤로 돌아가면서 말했다.

[우린 사부처럼 숨어서 살긴 싫어요.]

[!]

설곽은 등줄기가 화끈해지는 것을 느끼고 비명을 질렀다.

그때 눈앞에서도 백색의 도광이 치솟고 있었다.

파앗!

곰같이 생긴 정양의 손이 번개처럼 도를 뽑으며 설곽의 목을 베어오고 있었다.

[크으악!]

콰당탕!

설곽은 바닥을 뒹굴었다.

그의 오른쪽 어깨가 베어지며 오른팔이 성둥 잘려서 떨어졌다.

그런 그의 등에는 예리한 비수가 깊숙이 박혀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찰라지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 네놈들이... ]

원한에 찬 눈동자로 설곽은 두 남녀를 노려보았다.

정양은 피묻은 도를 설곽의 목에 갖다 댔다.

[잘 가시오 사부!]

[마무리는 내가 하겠어요.]

황시연이 설곽의 가슴을 밟았다.

[내가 네 놈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배신을!]

설곽은 피에 젖어 분노로 떨며 말했다.

황시연이 발로 정양의 도를 내리 밟았다.

!

예리한 칼날이 설곽의 목으로 파고들어갔다.

한데 바로 그 절체절명의 순간,

! 카가각!

예리한 파공음이 들리며 설곽 목으로 파고들던 칼날이 허공으로 튕겨나갔다.

허억!”

[누구냐?]

정양과 황시연은 경악하며 소리쳤다.

그때였다.

스스슷!

그들의 뒤에서 누군가가 나타나며 차갑게 내뱉었다.

[스승을 해치는 자들이 여기도 있었군.]

정양과 황시연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

그들의 앞에도 검은 옷을 입은 면사여인이 떨어지면서 설곽의 몇 군데 혈도를 짚었다.

황시연이 물었다.

[... 당신들은 누구냐?]

너무 놀라 말을 앞으로 하는지 뒤로 하는지도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면사여인, 즉 소령이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석두공에게 말했다.

[이들은 기사멸조(欺師蔑祖)의 대죄를 범했어요. 그래도 살려두실 건가요?]

[무슨 허튼 수작이냐?]

쩌러러렁!

정신을 차린 정양이 도를 벼락처럼 휘두르며 소리쳤다.

설곽의 무공을 거의 전수받았는지 정양의 도법도 가공한 데가 있었다.

하기사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암습이기는 했지만 설곽을 벨 수 있었겠는가?

소령은 덮쳐드는 정양에게 차갑게 소리쳤다.

[짐승같은 놈!]

파앗!

다음순간 그녀의 예쁜 손바닥이 도의 숲을 헤치고 정양의 눈앞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실로 귀신을 방불케하는 쾌속한 솜씨였다.

!

정양의 몸이 기우뚱 하며 쓰러졌다.

그리고 그 몸위로 정양의 머리가 떨어져 나뒹굴었다.

부릅뜬 그의 눈은 도무지 믿지 못한다는 불신을 가득 담고 있었다.

소령의 일장에 정양의 머리가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일섬단주장법(一閃斷柱掌法)!]

석두공이 나직하게 내뱉었다.

이 순간 황시연은 혼이 반쯤 달아나 버렸다.

끔찍한 정양의 죽음에 그녀는 극심한 공포를 느꼈다.

그녀의 치마가 축축하게 젖었다. 그만 오줌을 싸고 만 것이었다.

소령이 눈쌀을 찌푸리며 말했다.

[더 추한 꼴을 보고 싶어요?]

[제발 목숨만...]

황시연은 얼어붙은 혀를 간신히 놀렸지만 그 말을 끝맺지 못했다.

석두공의 손가락이 그녀의 미간에 닿아있었다.

!

황시연은 핏물속에 쓰러졌다.

설곽이 겨우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두분은 누구신가? 검종맹에서 온 것같진 않은데...]

소령은 석두공의 소매를 잡아끌면서 말했다.

[몸이나 잘 돌보세요. 우린 지나는 길에 우연히 들렸을 뿐이니까요.]

[....잠깐... ]

석두공은 그녀에게 끌려가면서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귓속으로 파고든 소령의 전음은 그를 꼼짝 못하게 했다.

[아무리 배신한 제자지만 수십 년 키운 그 제자를 죽인 자를 좋아할 사람은 없어요. 또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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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

청풍과 귀면인이 싸우고 있던 바닷가 절벽이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 그리 높지 않은데 소나무가 울창하다. 바닷가 절벽과는 500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

정상 부분의 소나무 그늘 아래 앉아서 원통형 망원경을 한쪽 눈에 대고 있는 기절초괴. 바위에 걸터앉아있고. 그 뒤에는 화접이 무릎 꿇고 있다. 화접은 여전히 야한 차림에 개목걸이를 하고 있고 개목걸이에 연결된 쇠사슬은 기절초괴 옆에 늘어져 있다. 입에 재갈은 물려있지 않다.

기절초괴가 보는 원통형 망원경 화면에 잡히는 장면. 패소정이 뒷걸음질로 청풍 쪽으로 물러서고 있고 청풍이 보는 바다 쪽 절벽 위로 위태무가 내려서고 있다. 암흑철사자는 보이지 않고 귀면인은 부러진 왼팔을 늘어트린 채 청풍의 뒤쪽 30미터쯤에 서있다.

생사교를 든 위태무의 모습 크로즈 업

기절초괴; [드디어 진짜 대빵이 등장하셨구만.] 망원경으로 보며 웃고

기절초괴; [덕분에 이청풍이 놈이 위극겸과 싸우다 지치면 들이닥쳐서 광명륜을 손에 넣으려던 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어.] 망원경을 눈에서 떼고

기절초괴; [화접아! 네가 보기에 번뇌마야와 이청풍이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으냐?] 화접을 돌아보고

화접; [암흑철사자가 건재했다면 이청풍이 지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옵니다.]

화접; [하지만 암흑철사자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상 이청풍은 거의 확실히 번뇌마야의 손에 죽을 것이옵니다.]

기절초괴;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도 말해봐.] 흥미진진한 표정

화접; [광명륜과 생사교의 힘은 비등하지만...]

화접; [번뇌마야는 생사교의 힘을 십성 끌어낼 수 있는 반면 이청풍의 광명법신은 아직 절정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옵니다.] 절벽 쪽을 보며 말하고

기절초괴; [훌륭해! 탁월한 분석이야!] 짝짝 박수치고

기절초괴; [역시 나유타가 내 감시를 맡길만한 재원이야.] 쇠사슬을 잡고

기절초괴; [그리고 난 예쁜 년보다 똑똑한 년을 더 좋아해.] 철컹! 쇠사슬을 당기고

힘없이 기절초괴에게 끌려오는 화접

기절초괴; [세상에 예쁜 년은 많아도 예쁘면서도 똑똑한 년은 드물기 때문이지.] 망원경으로 화접의 턱을 위로 들어올리고

기절초괴; [그래서 아직까지 네년을 잡아먹지 않고 살려둔 거야.] 화접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고.

두렵지만 필사적으로 참는 화접

기절초괴; [그럼 우리 함께 이가놈이 번뇌마야에게 죽는 장면을 감상해볼까?] 다시 바닷가 쪽을 보고

화접; (이공자...) 기절초괴의 옆에서 바닷가를 보며

화접; (달아나는 게 최선이라는 걸 생각해주세요!) 주먹 꽉

 

#300>

다시 바닷가 절벽 위. 청풍과 번뇌마야가 10미터쯤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다. 패소정은 청풍의 뒤에 서서 두려움에 떨고 있고

위태무; [부상은 어떠냐?] 청풍의 뒤쪽 귀면인에게

귀면인; [견딜만 합니다.]

위태무; [그럼 광명륜을 회수한 후 치료해주마.] 청풍을 보고

청풍; (좋지 않군. 암흑철사자가 도와주어야 어찌 어찌 상대해볼 수 있는 강적인데...) 긴장할 때

위태무; [세상에는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아. 분명 심장이 관통 당했었는데 멀쩡하게 살아있는 인간도 있고...]

청풍; [세상 이치란 게 노인장의 머리로 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아셨다니 다행이오.] 비웃고

위태무; [독룡곡에서 얻은 어떤 기연 덕분일 테지만...] 끄덕

위태무; [오늘은 종남산에서와 같은 요행을 바라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확실하게 목을 쳐서 후환을 없이할 생각이니...] 음산하게 웃는 위태무의 몸에서 살기가 무시무시하게 피어오른다.

공포에 질리는 패소정

청풍; [노인장 뜻대로 될 수 있을지 봅시다.] 두손으로 도끼를 잡으며 웃고

위태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주마.] 웃고

위태무; [순순히 광명륜을 넘기면 너뿐 아니라 네 계집의 목숨도 구할 수 있다.] 패소정을 보며 웃고

청풍; [광명륜을 원한다면 직접 가져가 보시오.] 냉소

위태무; [그래야겠군.] 웃으며 생사교를 드는데

! 이미 생사교가 길게 늘어나 패소정의 가슴을 관통하고 있다. 눈 치뜨며 비틀하는 패소정

청풍; [안돼!] 비명 지르며 패소정을 돌아보는데

스스스! 패소정의 가슴을 궤뚫은 검날이 사라지고

슈학! 이미 청풍의 목을 쳐오는 생사교. 길게 늘어났다.

 

#301>

기절초괴; [오오오!] 망원경으로 보며 감탄하고. 그 옆에서 화접은 눈을 치뜨고

<정말 대단한 늙은이야! 계집부터 죽여서 이가놈의 주의를 분산시키다니....> 망원경에 비치는 장면 배경으로 기절초괴의 감탄. 패소정이 가슴에서 피를 뿜어내며 뒤로 넘어지고 있고. 그 옆에서 돌아보던 청풍의 목을 생사교로 치고 있는 위태무의 모습이 보인다.

화접; (안돼!) 무릎 위에 놓은 주먹 불끈

 

#302>

! 청풍의 목을 베려는 생사교. 청풍은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하지만

부악! 청풍의 몸이 강한 빛에 덮이고

! 청풍의 목 부분에서 폭발과 섬광이 일어난다

[!] 놀라는 귀면인. 드드드! 진동이 절벽을 뒤흔들고

위태무; [허어...] 파사삭! 앞쪽에서 깨지는 생사교의 날을 보며 놀라고. 몸이 충격을 받아 조금 흔들린다. 생사교의 본체가 깨진 게 아니고 생사교에서 내뻗힌 검기가 깨진 것

청풍; [!] 비틀거리며 옆으로 물러서고. 화악! 몸을 가렸던 빛의 막이 흩어지고 있고

푸학! 청풍의 목. 상당히 깊게 베어져서 피가 뿜어지고 있다.

귀면인; (광명법신을 목에 집중시켜서 치명상을 피했다.) 놀랄 때

위태무; [광명법신이 구성에 이르렀군.] ! 다시 앞으로 나오며 생사교를 찔러내고

부악! 두 주먹 불끈 쥐는 청풍의 몸이 유리구슬 같은 것에 덮이고

빠캉! 유리구슬 같은 것을 궤뚫고 들어오는 생사교. 카카캉! 유리구슬 같은 것과 마찰을 일으키며 생사교의 검날이 불꽃을 튀기는데

! 청풍의 가슴을 궤뚫는 생사교의 날. 하지만

청풍; [크아!] 부악! 무시하고 도끼를 강력하게 휘두르는 청풍 비스듬히 휘두른다

위태무; [허어...] 부악! 몸이 방어막에 덮이며 놀라고

! 위태무의 방어막을 강타하는 거대한 도끼

콰드드! 방어막에 덮인 채 옆으로 밀려가는 위태무

푸학! 그 바람에 청풍의 가슴을 궤뚫었던 생사교가 빠지면서 피가 뿜어지는데

청풍; [크아!] 부악! 가앙! 미친 듯이 도끼를 휘둘러 위태무를 공격하는 청풍

스악! ! ! 방어막으로 청풍의 도끼질을 막으면서 생사교를 찌르고 베는 위태무

푸학! 서걱! 청풍의 몸에 상처가 마구 난다. 가슴과 복부가 궤뚫리며 피가 치솟고 팔과 허벅지에 깊이 자상이 생기고 허리도 깊이 갈라진다. 하지만

부악! 피투성이가 되어서도 강력하게 도끼를 내리치는 청풍

! 청풍의 도끼가 마침내 위태무의 방어막을 깨트리고 파고 든다

[!] ! 위기를 느끼고 전력을 다해 뒤로 날아가는 위태무

! ! 위태무의 바로 앞을 스치고 내리쳐져서 바닥을 박살내는 도끼

! 푸학! 위태무의 가슴도 도끼가 스치면서 갈라져 피가 뿜어진다.

귀면인; [아버지!] 기겁하지만

위태무; [걱정마라. 심하지 않다.] ! 몸을 세우고. 그때

! 견디지 못하고 한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주저앉는 청풍. 몸의 여러 곳에서 피가 뿜어진다.

위태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회복력이로군.] 다가오고.

청풍은 헉헉대며 위태무를 노려보고. 헌데

츠츠츠! 청풍의 몸에 생겼던 상처는 급격히 아물고 그에 따라 피가 뿜어지는 것도 멎는다

위태무; [상처가 생기자마자 아무는 그런 능력을 어떻게 얻은 것인지 모르겠도다.] ! 생사교로 청풍을 겨누고

위태무; [과연 목이 잘리고도 여전히 살아있을지 확인해 봐야겠도다!] ! 두손으로 생사교를 잡고 청풍의 목을 치려 한다. 거리는 5미터 정도

청풍; (피해야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절망하며 위태무를 노려보고.

 

#303>

다시 기절초괴가 있는 산봉우리

기절초괴; [결판이 났구만.] 아쉬운 표정으로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기절초괴; [이가놈이 불가사의한 회복력으로 지금까지는 버텼지만 한계에 부딪혔어.] 혀를 차고

기절초괴; [결국 생사교에 목이 잘려서 죽고 말겠지.]

화접; (...안돼!) 절망

기절초괴; [결국 이가놈이 갖고 있던 광명륜까지 번뇌마가 수중에 들어가게 되는 상황인데...]

기절초괴; [뭐 상관없다. 내게는 일거에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비장의 한 수가 있으니...] 히죽 웃고. 그러다가

[!] 무언가 알아차리는 기절초괴

기절초괴; <숨을 멈춰라 이년아!> 급히 몸을 숙이며 전음을 보내는 기절초괴.

반사적으로 몸을 함께 숙이는 화접. 직후

쏴아! 새처럼 두 사람의 머리 위쪽으로 날아가는 여자. 죽립을 쓰고 망토를 두른 여자. 온유향이다. 온유향은 기절초괴와 화접이 숨어있는 소나무 위를 날아 지나간다. 그 때문에 온유향은 기절초괴와 화접을 발견하지 못한다.

기절초괴; (저 년은...) 놀라고

<천앙마녀!> 바닷가를 향해 전력으로 날아가는 온유향의 모습 배경으로 기절초괴의 놀람 나레이션

 

#304>

다시 바닷가 절벽 위. 패소정이 쓰러져 있고 그 옆에 무릎을 꿇은 청풍의 목을 치려는 위태무

위태무; [잘 가라 천마의 마지막 후손아!] 두 손으로 생사교를 쳐들고

노려보지만 피할 힘이 남아있지 않은 청풍

위태무; [극락왕생은 빌어주마!] 슈악! 청풍의 목을 비스듬히 쳐오는 생사교.

청풍; (여기까지인가?) 절망하는데

<안돼!> 부악! 외침과 함께 청풍의 앞을 누군가 가로막는다. 여자의 실루엣. 물론 온유향이다. 몸이 빛에 덮여있고

위태무; (이 무공은...!) ! 온유향의 몸을 덮고 있는 방어막을 생사교가 치는 순간 강렬한 섬광이 일어나고, 그걸 보며 경악하는 위태무. 이어

!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 절벽 전체가 뒤흔들리고

콰당탕! 뒤로 나뒹구는 청풍.

푸학!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가는 위태무

귀면인; [아버지!] 비명 지르며 보고.

청풍; (누가 나를 구해준 건가?) 나뒹굴었다가 일어나려 하며 눈 치뜨고. 손에는 여전히 도끼를 들고 있고

! 화드득! 드러나는 현장. 온유향이 우뚝 서있는데 죽립이 부서져 날아가고 있고. 걸치고 있던 망토도 갈가리 터져서 날아간다. 옷도 갈라졌는데 가슴에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가슴이 난자 당해 피투성이가 되었다.

청풍; (이 연약해 보이는 여자가 생사교를 쓰는 번뇌마야를 날려버리다니...) 놀라면서도 급히 일어난다. 비틀거리며

퍼억! 20미터쯤 날아가 등부터 바닥에 처박히는 위태무. + 귀면인; [아버지!] 비명 지르며 달려오고

귀면인; [아버지!] 외치며 위태무의 옆에 이르고

[!] 직후 눈 부릅뜨는 귀면인

위태무; [!] 나뒹군 채 피를 토하는 위태무. 가슴 부분이 뭉개져 있다. 생사교를 든 손도 손가락이 부러지고 팔이 부러진 모습이고

귀면인; (맙소사!) 파팟! 급히 무릎 꿇으며 위태무의 가슴 부분의 상처 주변 혈도를 찍어주고

귀면인; (생사교를 휘두른 아버지의 손가락과 팔이 부러졌고 가슴이 뭉개졌다.) 파팟! 혈도를 찍어주고

귀면인;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놀랄 때 + 위태무; [... 피해라.] 고개 겨우 들어 청풍 쪽을 보며 신음하고

귀면인; [!] 청풍 쪽을 돌아보며 눈 부릅

비틀거리며 일어난 청풍이 도끼를 등 뒤로 높이 쳐들고 있다.

귀면인; (위험!) ! 다급히 위태무의 몸을 끌어안고. 그때

청풍; [크아!] 부악! 쳐들었던 도끼를 맹렬히 던진다.

귀면인; [!] ! 사력을 다해 날아오르고. 물론 두 팔로 위태무의 몸을 끌어안은 채

가가강! 맹렬히 도는 도끼가 간발의 차이로 귀면인의 발 아래를 스치고 지나가고

귀면인; (광명륜을 손에 넣긴 틀렸다!) 휘익! 멀찍이 날아 내리고.

가가가강! 귀면인을 스치고 지나갔던 도끼는 멀리서 다시 돌아오고 있고

귀면인; (아버지도 중상을 입으셨으니 일단 자리를 피해야한다.) 쐐액! 질풍같이 날아간다.

가가강! 도끼가 부메랑처럼 따라오지만

쐐액! 귀면인은 한줄기 선처럼 멀어지고 도끼를 그 뒤를 훑고 지나간다.

청풍; (놓쳤군.) + [돌아와라!] 손을 들며 외치고. 입과 코로 피를 줄줄 흘리고. 목을 비롯한 온몸이 피로 물들어 있다. 상처에서 피가 나진 않지만 피투성이가 된 처참한 모습이고

가가강! 멀리 날아갔던 도끼가 다시 포물선을 그리며 청풍에게 날아온다.

 

#305>

기절초괴; [대단해! 정말 기가 막혀!] 손뼉 치며 웃고. 어린애같다.

그 옆에서 안도하는 화접

가가가강! 도끼가 청풍에게 날아가는 것이 보이고

기절초괴; [땀 빼며 달려온 보람이 있었다. 번뇌마야, 그 꼴 보기 싫은 늙은이가 피박살이 나는 장면을 목격했으니...]

기절초괴; [공격당한 것의 다섯 배로 돌려주는 천앙탄벽을 때렸으니 제 아무리 생사교를 썼다 해도 견딜 수가 없었던 거야.] 신이 나서 주먹 불끈 쥐고

기절초괴; [결국 천앙마녀, 저년의 등장으로 최상의 결말이 났다.] [번뇌마가의 수중에 들어가는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았으니...] 일어나고. 화접도 일어나고

기절초괴; [번뇌마야의 다음 행보는 눈에 훤하다.] ! 화접의 허리를 한 팔로 끌어안고

기절초괴; [우리도 이제 돌아가 마지막 한 수를 쓸 준비를 해야한다.] 휘익! 날아간다. 바다 반대쪽으로

기절초괴; [결국 마지막에 웃는 것은 나 패륵이 될 것이다.] 흐흐흐! 날아가며 웃는 패륵의 얼굴

 

#306>

다시 절벽 위

가가강! 되날아오는 도끼. 그 도끼를 향해 손을 뻗는 청풍. 온유향은 피투성이가 된 가슴을 손으로 누른 채 비틀거리고 있고

슈수수! 가까워지며 급격히 크기가 작아지는 도끼

스륵! 마침내 청풍의 손바닥 위에 바람개비처럼 내려앉는 도끼

온유향; (사별삼일이면 괄목상대라더니...) 청풍을 감탄의 표정으로 보고. 피로 물든 가슴은 손으로 누른 채

청풍; [뉘신지 모르지만 구명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포권

청풍; [후배, 반드시 결초보은하겠습니다.]

온유향; [예의는 나중에 차리고 동행의 상태를 살펴봐라.] 패소정을 보며

청풍도 급히 패소정을 돌아보고

패소정은 가슴이 피로 물든 채 누워있다. 눈을 감고 있고

청풍; [소저!] 급히 패소정의 옆에 무릎을 꿇고

패소정의 목 옆을 만져 진맥하는 청풍

청풍; (맥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 심장 근처를 생사교에 찔린 때문이다.) ! 자기 손목을 작아진 도끼 날로 긋고

주르르! 도끼 날에 그어진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온유향; (무슨 짓을...) 찡그릴 때

패소정의 상체를 오른팔로 부축해서 고개 젖히게 하는 청풍

벌어지는 패소정의 입에 자기 피를 흘려넣는 청풍

온유향; (죽어가는 계집에게 자기 피를 먹인다?)

청풍; (내 몸속의 피에는 독심귀의가 천약탈태술을 위해 진소저에게 먹인 수많은 영약의 약효가 농축되어 있다.) 피를 패소정의 입에 흘려 넣어주고

청풍; (숨이 끊어지지 않은 이상 내 피를 마시면 기사회생 할 것이다.) 생각할 때

츠츠츠! 청풍의 손목의 상처가 아물며 피가 더 이상 안 나온다.

온유향; (상처가 거의 즉시 아물어서 피가 흐르지 않는다.) (실로 놀라운 회복력이로구나.) 놀랄 때

청풍; (피를 먹이는 게 모자라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패소정의 상태를 살피고. 그때

움찔! 하는 패소정의 몸

청풍; (다행히 패소저의 몸에 생기가 돌아오고 있다.) 안도하고

온유향;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구나.) (다 죽어가던 계집이 저놈의 피를 조금 마신 것으로 살아나다니...) 놀라고 감탄. 그때

패소정; [허억!] 막혔던 숨을 토하는 패소정. 입에 고였던 피를 뿜어내고. 그 피가 패소정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청풍의 몸에 튀지만 청풍은 상관하지 않고

패소정; [끄윽!] 피를 게워내며 눈을 뜨고

청풍; [정신이 드십니까?] 들여다보고

패소정; [... 공자님?] 헐떡이며 천천히 눈을 뜨고

청풍; [위기는 넘겼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웃고

패소정; [우리... 우리가 번뇌마야의 손에 죽지 않았군요.]

청풍;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저분 선배님께서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신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옆에 서있는 온유향을 보며 말하고

패소정; [... 뉘신지 모르지만 감사드려요.] 힘겹게 일어나려 하고.

온유향; [넌 누워있어라.] 차갑게 말하고. 이어

온유향; [하지만 네 녀석은 나와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청풍에게

청풍; [...] 패소정을 다시 바닥에 누이고.

청풍;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선배님!] 일어나며 포권하는데

! 갑자기 청풍의 뺨을 후려치는 온유향. 고개가 홱 돌아가는 청풍

[!] 놀라 손으로 입을 가리는 패소정

청풍; [선배님!] 당황하며 고개 다시 돌리는데

온유향; [망할 놈!] ! 다시 청풍의 뺨을 후려쳐서 돌아가게 만드는 온유향

패소정; [... 무슨 짓이에요?] 분노하며 일어나려 하고

청풍; [괜잖습니다.] 패소정에게 손을 들어 관여하지 말라 하고. 이어

청풍; [제가 부지불식중에 선배님께 큰 죄를 지은 것같습니다만...] 포권하고.

청풍; [후배는 아둔하여 언제 선배님께 죄를 지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부디 가르쳐주십시오.]

온유향; [물론 네놈은 죽어 마땅한 죄를 지었다.] 노려보고

온유향; [내가 삼십여 년 만에 무림으로 나온 건 바로 네놈에게 죄를 묻기 위해서였다.] 살벌한 표정

패소정; (삼십여 년만에 무림에 나왔다고?) 놀라고

패소정; (설마 저 여자는...) 놀랄 때

청풍; [미리 말씀드리지만 후배는 지은 죄를 회피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후배가 지은 죄가 무엇인지 말씀하여주십시오.] 진지하게

온유향; [나는 벽소소란 아이의 어미다!] 차갑게

[!] 눈 부릅뜨며 경악하는 청풍. 그런 청풍의 뇌리에 자신이 벽소소를 강간하려던 장면이 떠오르고

온유향; [이제 네놈이 지은 죄가 무엇인지 알아차렸겠지?] 노려보고

청풍; (이분이 황금전장의 안주인이며 옥령이의 생모인 황금부인(黃金婦人) ()...) +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포권하고.

청풍; [후배는 부인께 너무도 큰 죄를 지었습니다.] 머리 숙이는데

온유향; [네놈이 지은 죄는 죽어 마땅하다만... 나는 어쩔 수 없이 네놈을 살려야만 했다.] [어째서일 것 같으냐?]

청풍; (... 설마!) 경악하고

온유향; [머리 좋은 놈답게 단번에 눈치를 챘구나.] 냉소

온유향; [소소가 회임(懷妊)을 했다!] [바로 네놈에게 몹쓸 짓을 당한 그날 밤에!] 살벌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청풍; [!] 경악

패소정; (.맙소사!) 역시 놀라 입을 손으로 가리고

온유향; [이제 네놈은 결정을 해야만 한다.] [소소를 책임 질 것인지...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인지!] 살벌

패소정; (이공자보고 벽소소를 아내로 맞으라는...) 깨닫고 울상. 그때

털썩! 온유향 앞에 무릎을 꿇는 청풍. 이어

청풍; [제가 감히 어떻게 결정을 할 수 있겠습니까?] 온유향 앞에 고개를 조아린다.

청풍; [소자는 그저 빙모(聘母)님의 결정에 따를 뿐입니다.]

온유향; (빙모...) 얼굴이 펴지고

패소정; (불쌍하구나 패소정아.) 소리없이 한숨

<잠깐이나마 꾸었던 달콤한 꿈이 이토록 빨리 깨어질 줄이야.> 장내의 모습 배경으로 패소정의 상심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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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

거령철귀가 패소정을 데리고 들어간 건물

어둑한 침실. 커다란 침대에 누워있는 패소정. 입과 코로 피가 흐른 자국이 있고. 침대가 커서 덩치가 좋은 패소정도 널널하게 누울 수가 있다. 거령철귀의 침대다.

스윽! 물이 묻은 수건이 패소정의 입가의 피를 닦아준다

[!] 눈 부릅뜨며 깨어나는 패소정

거령철귀가 침대 옆에 앉아서 물 수건으로 패소정의 입가의 피를 닦아주는 중이다.

패소정; [당신이 감히...] 벌떡! 일어나며 이를 갈지만

욱씩! 명치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털썩! 다시 침대에 눕는 패소정

거령철귀; [미안하다.] ! 다시 수건으로 패소정의 입가의 피를 닦아주려 하고

! 고개 돌리는 패소정. 하지만

거령철귀; [변명이라 생각해도 좋다.] [하지만 내가 왜 네 어머니에게 그런 짓을 했는지 말해야겠다.] 고개 돌린 패소정의 입가의 피를 닦아주며 말하고.

입술 깨물지만 피하지 않는 패소정

거령철귀; [내게는 일찍 홀로 되셨던 노모가 계셨다.] [헌데 이십일 년 전 어느 날 집에 돌아와 보니 하인들은 모두 죽임을 당했고 어머니는 실종되셨다.]

패소정; [...]

거령철귀; [짐작했겠지만... 기절초괴 패륵의 짓이었다.] [놈은 나의 노모를 인질로 삼고 한 가지 죄 많은 요구를 했었다.]

거령철귀; [그 후에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너도 짐작이 갈 것이다.] 수건을 패소정의 얼굴에서 떼고.

입술 깨무는 패소정.

거령철귀; [얼마 후 네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날 이후 너희 모녀에 대한 근심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진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한숨

거령철귀; [언젠가는 네 어머니에게 사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네 어머니는 내게 기회를 주지 않고 세상을 등져버렸더구나.]

패소정; [...] 주르르! 눈물이 흐르고

거령철귀; [네 어머니가 못 올 길로 간 후에도 패륵의 마수는 나를 놔주지 않았다.] [네 목숨을 미끼로 자신의 간세 노릇을 강요한 것이다.]

거령철귀; [네 안전 때문에 난 번뇌마가의 내부사정을 수시로 패륵에게 누설해야만 했다.] [아마 그놈은 나를 암흑일호로 부르고 있을 것이다.]

패소정; [...] 고개 돌린 채 누워서 대답하지 않고

거령철귀; [네가 네 신세를 알았고 암흑철사자까지 부릴 수 있게 되었으니 나도 더 이상은 패륵의 앞잡이 노릇을 하지 않을 작정이다.]

거령철귀; [그리고 네가 끝내 네 어머니의 복수를 하려 든다면...]

거령철귀; [기꺼이 네 뜻에 따르마.] 웃고. 그러자

벌떡! 일어나는 패소정. 흠칫! 하는 거령철귀

거령철귀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침대에서 내려서는 패소정. 거령철귀도 따라 일어나고

입구로 가는 패소정

거령철귀; [소정아...] 부르지만

패소정; [두 번 다시...] 문고리를 잡으며 고개 조금 돌리고

패소정; [내 눈에 띠지 말아요.] 덜컹! 문을 열고

패소정; [그땐 정말 우리 중 한명은 세상 하직하는 일이 벌어질 테니까요.] 나간다.

! 다시 닫히는 문. 혼자 남는 거령철귀

거령철귀; [휴우...] 한숨 쉬며 다시 의자에 앉는 거령철귀

거령철귀;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란 인간은 지나치게 복이 많구나.] 복잡한 표정으로 웃고

거령철귀; (이제 곧 그녀를 다시 만나 사죄를 할 수 있겠지.) 고개 젖히며 우유라를 떠올리는 거령철귀

 

#296>

건물 앞에 누워있던 암흑철사자가 고개를 들고. 주변에서 암흑철사자를 구경하던 아이들과 여자들도 놀라고. ! 그 배경으로 패소정이 건물에서 나와 문을 닫고 있다.

[!] 정자에서 늙은 산적1, 2와 술을 마시던 청풍이 돌아보고

일어나는 암흑철사자. 그 암흑철사자에게 다가가는 패소정

청풍; [이만 작별을 고해야겠소이다.] 술잔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청풍. 시선은 패소정에게 향한 채로

패소정; [가자 철사자!] ! 암흑철사자에 타고.

크릉! 패소정을 태우며 돌아보는 암흑철사자

패소정; [아무 곳이라도 좋아. 빨리 여기에서 날 데리고 가줘.] 암흑철사자의 갈기를 한손으로 잡으며 말하고. 그러자

끄덕이며 걸음을 옮기는 암흑철사자.

청풍이 정자를 나와 다가오는데

! ! 부서진 정문 쪽으로 달리기 시작하는 암흑철사자. 급히 피하는 앞쪽의 아이들과 산적들

청풍; [이크!] ! 달리기 시작하고

크왕! 휘익! 울부짖음과 함께 새처럼 날아서 산채를 빠져나가는 암흑철사자

청풍; (저 놈의 괴물 사자 놈....) 파앗! 청풍도 몸을 미사일처럼 날리고

휘익! 멀리 날아가고 있는 암흑철사자

청풍; (또 날 똥개 훈련시키는구나.) 쐐액! 멀리 날아가는 암흑철사자의 뒤를 따라 날아가는 청풍

 

#297>

<-단양> 다른 씬에서 나온 강가의 도시. 강에는 수많은 배들이 오가고

그 중 한척의 배. <>라는 깃발이 걸려있는 상당히 큰 배. 화물선 분위기지만 선실도 있다.

배의 갑판에는 눈빛이 날카로운 무사들이 타고 있고

무사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는 선실

위극겸; [!] 선실에 탁자를 앞에 두고 앉아서 편지를 보며 눈 번뜩. 탁자에는 두 개의 뿔이 달린 귀신 가면과 서양 중세 기사들이 끼는 것같은 강철장갑 한짝이 놓여있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위극겸 앞쪽에는 귀신 가면 아래로 수염이 보이는 귀면인1이 서있다.

위극겸; [이 전서구가 거산채를 떠난 후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가?] 편지를 읽으면서 귀면인1에게 묻고

귀면인1; [모산에서 이곳 단양까지의 거리를 감안하면 반시진 정도 지났을 것입니다.]

위극겸; [당연히 이청풍은 아직까지 거산채에 머물고 있진 않겠지?] 편지를 내려놓고

귀면인1; [지금쯤은 거산채를 떠났을 것입니다.]

위극겸; [난 이 길로 모산으로 가겠다.] 강철 장갑을 끼기 시작하고

위극겸; [우리 번뇌마가의 모든 전력을 동원해서 이청풍의 행방을 찾되 발견 즉시 내게 전하라.] 다른 쪽 장갑도 끼면서 일어나고

귀면인1; [분부 받들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위극겸; [상해의 사해용궁사로 전서구를 날려 아버지도 상황을 아시게 하라.] ! 귀신가면을 얼굴에 쓰며 문으로 가고. 이하 귀면인으로 표기

귀면인1; [존명!] 포권하며 따라가고

밖에서 급히 문을 열어주는 무사들

! 배의 갑판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귀면인. 단번에 수십 미터를 날아오른다.

주변을 오가던 배의 선원들이 놀라서 귀면인에게 손가락질하고

귀면인; (천우신조!) (광명륜을 지니고 있는 이청풍이 나와 아버지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을 새처럼 날아 건너며 생각하고

<이번 기회에 기필코 광명륜을 손에 넣어야한다.> 쐐액! 무지개처럼 강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귀면인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그리고

 

근처의 어떤 배에서 그걸 보고 있는 나이 든 선원. 여객선 모양의 배인데 넓은 갑판에 손님은 없다. 선원 몇 명만 있고. 선원들은 대부분 귀면인이 강을 날아 건너는 걸 보고 있다. 눈빛이 날카로워 무림인들임을 알 수 있다.

선원; (저자는 분명 번뇌마가의 당대 가주 위극겸이다.) 우두머리인 나이 든 선원의 눈이 번뜩이고

선원; (위극겸이 사람들의 이목을 무시하고 백주에 경신술을 펼쳐 날아갔다.) 이제 강 건너편에 이르는 귀면인을 보고

선원; (그만큼 긴박한 사태가 벌어졌다는 뜻...) 돌아서서 선실의 문을 열고

선원; (빨리 천앙마녀님께 이 사실을 보고해야한다.) 선실로 들어서며 문을 닫고.

선실 안에는 새장이 몇 개 있고 새장마다 비둘기들이 들어있다. 탁자도 있는데 탁자에는 연필같은 것과 긴 천들이 준비되어 있고. 탁자로 가는 나이 든 선원

선원; (천앙마녀님의 지시로 위가장 소속의 배를 감시한 보람이 있었다.) 긴 천에 연필같이 생긴 것으로 글을 쓰는 선원. 잠시 후.

푸드드득! 선실 창문으로 날아 나오는 비둘기. 발목에 천을 묶고 있다.

창문을 통해서 비둘기가 날아가는 걸 보는 나이 든 선원. 헌데

 

푸드득! 근처의 다른 배에서도 비둘기들이 날아오른다. 역시 발목에 천을 묶고 있다.

음침한 인상의 사내들이 그 배의 선실에서 날아가는 비둘기들을 보고 있다.

 

#298>

바닷가의 높은 수직 절벽.

그 절벽 위에 걸터앉아있는 패소정. 패소정의 뒤에는 암흑철사자가 웅크리고 있고

절벽 아래를 거칠게 훑는 파도

패소정; (여기서 몸을 던지면 파도가 날 중원에서 머나먼 곳으로 데려가겠지?) 까마득한 아래쪽에서 절벽과 부딪히는 하얀 파도를 내려다보며 생각하고

패소정; (태어나지 말았어야하는 나같은 인생을 세상 누가 귀히 여겨줄까?) 비참한 표정으로 입술 깨물고

패소정; (멸시의 눈총, 연민을 가장한 능멸을 당하며 살 바에는 이쯤에서 삶을 정리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처연하게 웃고. 그때

그릉... 엎드려 있던 암흑철사자가 고개를 들며 뒤를 돌아보고

휘익! 누군가 암흑철사자 뒤로 내려선다. 청풍이지만 뒷 모습으,로 보여주고

[...] 돌아보지 않고 움찔! 하는 패소정

암흑철사자를 지나 패소정에게 다가가는 청풍의 뒷모습. 암흑철사자는 고개를 들고 그릉거리기만 할 뿐 막지는 않고.

청풍; [절경이로군요.] ! 패소정의 옆에 앉는다. 다리를 절벽 아래로 늘어트리며

패소정; [미리 말해두는데...] 절벽 아래를 보며

패소정; [위로 따위는 필요 없어요.] 청풍을 보지 않고 말하고

청풍; [그럴 생각 없으니 부담 갖지 마십시오.] 웃으며 멀리 바다를 보고

청풍; [나는 그냥 단주의 지시를 이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패소정; [그 잘난 여자...] 샐쭉거리며 소수마녀를 떠올리다가

패소정; [유타언니가 당신에게 무얼 지시했나요?]

청풍; [소저를 부탁한다고 하셨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패소정; (... 나를 부탁한다고?) 얼굴 와락 발개지고

청풍; [단주에게 소저는 하나뿐인 핏줄이니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닌 것 같았습니다.] 바다를 보며 웃고

패소정; (멍청이...) 청풍을 흘겨보고

패소정; (언니가 날 부탁한다고 한 건 단순히 지켜주라는 뜻이 아니었을 텐데...) 샐쭉거리고. 기분이 나쁘진 않다.

청풍; [난 단주에게 매인 몸입니다.] 웃고

패소정; (유타언니에게 매였다는 부끄러운 말을 너무도 태연하게 하네.) 청풍을 흘겨볼 때

청풍; [일개 백정이던 날 사람 구실 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단주의 지시는 내게 천명(天命)이나 다름없습니다.]

청풍; [그래서 소저가 어딜 가든 따라다닐 수밖에 없으니 이해를...] + [!] 움찔! 하며 말을 멈추고

패소정; (...) 흠칫! 할 때

크릉! 암흑철사자도 고개를 뒤로 돌리며 이를 드러내고

청풍; [생각지도 않은 손님이 찾아왔군요.] ! 돌아보며 일어나고. 패소정도 돌아보고

! 절벽 저편에서 걸어오는 귀면인. 물론 위극겸이다. 양손에 강철장갑을 끼고 있고

패소정; (번뇌마가 가주!) 긴장하고 놀라며 일어나고

크릉! 일어난 암흑철사자가 이를 드러내며 귀면인에게 마주 다가가려 하고

청풍; [내가 상대하마.] ! 암흑철사자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옆으로 지나가고. 돌아보는 암흑철사자

멈춰서는 귀면인. 암흑철사자와 패소정을 등지고 다가가는 청풍

청풍; [고명하신 번뇌마가의 가주께서 무슨 일로 몸소 날 찾아오신 것이오?] 귀면인에게 다가가며 묻고. 거리는 이제 10미터쯤

귀면인; [광명륜!] 손을 내밀고

청풍; [이걸 원하신다?] ! 왼팔을 들어 보이며 웃고

소매가 아래로 흘러내리며 팔뚝에 끼워져 있는 광명륜이 드러나고

귀면인; [광명륜만 내놓으면 귀찮게 굴지 않겠다.]

귀면인; [뿐만 아니라 우리 번뇌마가가 갖고 있는 보물 중 원하는 게 있으면 무엇이든 주겠다.] 가면 속에서 눈 번뜩

청풍; [그거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로군.] 웃고

패소정; (설마...) 흠칫 할 때

청풍; [가주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소.] 광명륜이 끼워져 있는 팔뚝을 들어 보이며 웃고

패소정; [무슨 짓이에요 이공자?] 놀라 외칠 때

청풍; [대신 가주도 내게 한 가지 물건을 주셔야겠소.] 패소정은 무시하고 귀면인에게 말하고

귀면인; [그게 뭔지 말해봐라.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줄 테니...] 흥분해서 눈 번득일 때

청풍; [생사교!] 눈 번뜩

패소정; [!] 깨닫고

귀면인; [!] 가면 속에서 눈 부릅뜨고

청풍; [내게서 광명륜을 받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생사교를 내놓는 거요.] 음산하게 웃고

패소정; (한 마디로 엿 먹으라는 거네.) 피식 웃고

패소정; (광명륜을 얻어도 생사교가 없으면 천마뢰를 열 수가 없으니...)

귀면인; [괜한 시간 낭비를 했군.] 콰득! 강철 장갑 낀 두 손을 마주 쥐어 소리를 내고

청풍;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모양이오. 내 나름대로는 합리적인 제안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오.] 웃고

귀면인; [애초에 내놓을 생각이 없었던 것같으니 본좌의 손으로 취하겠다.] ! 오른손을 내미는데 오른손에 낀 장갑이 진동하며 원형의 파문을 일으킨다.

패소정; [조심해요!] 깜짝 놀라 외치고. 암흑철사자도 긴장하고

패소정; [번뇌마가의 오대절기중 하나인 번뇌진멸장(煩惱盡滅掌)을 쓰려고 해요!] 다급하게 외칠 때

귀면인; [늦었다!] 부악! 내민 오른손 앞에서 수많은 원이 중첩된 기운이 튀어나가 청풍에게 밀려간다.

! 초음파같은 그 기운이 청풍을 강타하며 굉음이 일어난다

화악! ! 폭발과 흙먼지. 드드드! 진동

패소정; [공자!] 진동에 휘청하며 팔로 얼굴 가리며 앞을 보고. 암흑철사자도 긴장하고.

화악! 휘몰아치는 흙먼지가 좀 가라앉고

귀면인; [!] 손 내민 자세로 눈 치뜨는 귀면인

패소정; [!] 팔 내리며 놀라고

화악! 스스스! 흩날리는 흙먼지 속에 우뚝 서있는 청풍. 헌데 청풍의 몸이 빛의 장막에 덮여있다.

귀면인; [광명법신!] 긴장하고

청풍; (종남산에서 번뇌마야와 싸울 때보다 광명법신이 일성(一成) 정도 증진되었다.) 지지징! 마치 유리처럼 자신의 몸을 덮은 빛의 막을 보며 눈 번뜩이고

청풍; (덕분에 저자의 강력한 공격도 광명법신에 닿는 즉시 증발해버렸다.) + [대접을 받았으니 그대로 돌려주겠소.] 번쩍! 내미는 오른손에서 강렬한 빛이 나며 레이져포같은 힘이 날아간다

귀면인; [!] 바웅! 급히 양손을 들어 몸 앞에 빛의 벽을 쌓고

! 그 빛의 벽을 청풍이 날린 빛의 기둥이 강타하고.

몸이 흔들! 하지만 물러서진 않는 귀면인

[!] 대신 눈 치뜨는 귀면인

화악! 빛의 막에 덮인 채 귀면인 바로 앞에까지 쇄도해온 청풍. 주먹질할 자세

청풍; [크아!] ! ! 양쪽 주먹을 빗발치듯 날리는 청풍. 모든 주먹이 빛에 덮여있다.

! ! 마주 강철 장갑을 낀 손을 휘둘러 청풍의 주먹을 막는 귀면인

이하 격렬하게 날고 뛰며 서로를 공격하는 청풍과 귀면인

패소정; (괜한 걱정을 했구나.) 그걸 보며 안도하고

<이공자가 익힌 광명법신은 모든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힘을 지녔다. 그 때문에 번뇌마가 가주의 치명적인 공격도 이공자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귀면인의 양손에서 연신 뿜어지는 원형의 파문들이 청풍의 몸 주위에 이르자 증발한다.

패소정; (어느덧 이공자는 사대마가 가주 수준의 고수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얼굴 좀 발개지고.

패소정; (하지만 어쨌든 상대는 번뇌마가의 가주다.) 청풍이 빛으로 덮인 주먹으로 귀면인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경이적인 속도로 무공이 증진된 이공자도 번뇌마가 가주를 압도하진 못한다.> ! ! 장갑 낀 양손으로 어렵지 않게 청풍의 공격을 막는 귀면인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그때

청풍; [크아!] 허공에서 쇄도하며 오른손을 뒤로 젖혀서 주먹을 내리찍으려는 청풍.

귀면인도 멈춰서며 오른손을 펴서 내밀어 막을 자세

! 청풍의 강력한 주먹질과 장갑 낀 귀면인의 손바닥이 격돌하며 굉음이 일어나고

! 콰드드드! 두 사람 주변의 흙과 바위가 터져나가며 충격파가 확 일어난다.

[!] 손을 내밀어 앞쪽에 방어벽을 쌓아 충격파와 흙먼지들을 막는 패소정. 암흑철사자의 몸은 뿌연 기운에 덮여 충격파를 막아내고

드드드! 뒤흔들리는 지면

쩌쩍! 절벽에 마구 금이 가고

패소정; (어떻게 되었나?) 앞을 보고

화악! 흙먼지가 가라앉으며 앞쪽의 상황이 드러난다. 아직 완전히 흩어지지 않은 흙먼지 속에 청풍과 귀면인이 마주 서있는 실루엣이 보이고

! 드러나는 현장. 마주 선 청풍과 귀면인의 주변은 지면이 터져나간 모습. 그 때문에 바위로 이루어진 지면이건만 8자 형태로 겉 부분이 날아갔다. 두 사람의 주변으로 각기 5미터쯤의 원형 크레이터가 생긴 모습

패소정; (막상막하...) 침 꼴깍

<전력을 기울인 방금 전의 격돌에서 어느 쪽도 우위를 점하지는 못했다.> 지지지! 서로 노려보는 청풍과 귀면인의 몸이 자잘한 벼락에 휘감겨 있고

귀면인; (가히 경이적이로군.) 눈 번뜩이며 청풍을 보고

귀면인; (정식으로 무공을 익힌 게 채 일 년도 안 된 것으로 알고 있거늘...) ! 허리춤에 손을 가져가 허리띠의 바클 부분을 잡고.

귀면인; (사대마가 가주 중 한명인 나와 호각을 이룰 정도의 실력자가 되었다.) 스르릉! 허리띠에 숨겨두었던 얇은 칼을 뽑는다. 종이같이 얇아서 하늘거리는 칼이다.

패소정; (초혼삭(招魂削)!) 눈 부릅 긴장.

귀면인; (오늘 기필코 죽이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큰 우환이 되겠구나.) 지지징! 종이같이 얇은 칼날이 진동을 일으켜서 수십 개로 겹쳐 보인다.

청풍; (얇은 칼날이 진동해서 수없이 겹쳐 보인다.) 긴장할 때

패소정; <저 칼이 몸에 닿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세요. 호신강기를 깨트리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번뇌마가의 마병 초혼삭이에요.> 뒤에서 전음을 보내고

청풍; (패소저의 안목은 해박하기 이를 데 없군.) ! 감탄하며 오른손을 왼쪽 소매에 집어넣고

귀면인; [이 지루한 싸움, 그만 끝을 내자.] 칼을 내밀며 말하고. 쿠오오! 그런 귀면인의 몸에서 살기가 구름같이 일어나고. 그러자

청풍; [흐흐흐! 날 반드시 죽여야 하겠다는 결기가 느껴집니다 가주!] ! 왼쪽 소매에 넣었던 오른손을 꺼내며 웃고

청풍; [가주의 결의에 부응하여 나 역시 빨리 결판을 내드리도록 하겠소!] 다시 꺼내는 청풍의 손에 들린 것은 장난감 같은 도끼

귀면인; [흑령철부!] 화악! 경악하면서도 진동하는 칼을 휘두른다

슈학! 쩌쩌적! 수십 개의 칼날이 5미터 이상으로 늘어나며 청풍을 베어온다. 직후

청풍; [크아!] 부악! 장난감 같은 도끼를 귀면인에게 휘두르며 고함 지르는데

슈학! 쩌저저적! 처음에는 작았던 도끼가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귀면인에게 비스듬히 날아든다. 도끼의 손잡이는 3미터 정도로 늘어나고 양날 도끼의 전체 길이는 사람 크기만하다.

귀면인; [!] 왼손의 강철장갑 팔뚝으로 도끼를 막으려는 귀면인. 왼쪽 팔뚝 위로 빛의 방패가 생겼다. 오른손의 칼로는 여전히 청풍을 베어가면서

! 날이 사람 크기만 해진 거대한 도끼가 귀면인의 몸을 강타하고. 동시에

쩌적! 카카캉! 길게 늘어난 귀면인의 칼날 여러 개가 유리공같은 광명법신을 베는데

화악! ! 대부분의 칼날은 증발하지만 한 가닥이 안으로 파고 든다

스악! 청풍의 가슴을 스치며 가볍지 않은 상처를 내는 칼날. 하지만

! 청풍이 휘두른 도끼는 귀면인을 옆으로 날려버린다.

콰드드! 왼팔이 부러진 채 바닥에 내려서며 밀려나는 귀면인

패소정; [그렇지!] 주먹 불끈 환호

귀면인; (왼팔이 부러졌군.) 자신의 늘어진 왼팔을 힐끔 보며 비틀거리고. 강철장갑의 팔뚝 부분이 푹 꺼져 있다

귀면인; (흡정마고의 공력을 흡수한 저놈에게 공력으로 압도당한 때문인데...) + [!] 생각하다가 눈 부릅뜨는 귀면인

! 청풍이 이미 바로 앞까지 쇄도해서 다시 도끼를 휘두르고 있다.

귀면인; (위험하다!) 부악! 칼을 든 오른손을 쳐들어 다시 방패같은 방어막을 만들지만

! 그 방패같은 방어막을 강타하는 청풍의 도끼

콰당탕! 10여 미터 날아가 옆으로 나뒹구는 귀면인. 그 앞에서 도끼를 휘두른 자세로 내려서는 청풍.

쿨럭! 가면 아래에서 피를 토하며 일어나려는 귀면인

! 수직으로 도끼를 내리치는 청풍. 다시 한번 도약했었음

! ! 몸을 팽이처럼 굴려 피하는 귀면인. 귀면인이 쓰러졌던 부분의 지면을 강타하는 도끼. 지면이 쪼개진다

! 굴렀다가 튀어 일어나는 귀면인.

도끼를 지면에 박은 채 그런 귀면인을 돌아보는 청풍. 도끼가 박힌 바위로 이루어진 바닥이 길게 갈라져 있다. 갈라진 길이가 20미터 정도, 청풍의 가슴에도 갈라진 상처가 있고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귀면인. 왼쪽 팔은 뼈가 부러져 축 늘어져 있다.

청풍; [대충 결말이 보이지 않소?] ! 웃으며 바위로 이루어진 지면에서 도끼를 뽑고

청풍; [가주를 생포해서 번뇌마야로 하여금 생사교를 내놓게 해야겠소.] 도끼를 두 손으로 들고 귀면인에게 다가가고

귀면인; [...] 비틀거리면서 다시 칼을 겨눠 청풍과 싸울 준비를 하고. 가면 아래로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

청풍; [내게 생사교를 편하게 회수할 기회를 주어서 고맙소 가주!] 비웃으며 귀면인에게 다가가는데.

귀면인; [...] ! 갑자기 청풍을 겨누고 있던 칼을 늘어트린다.

패소정; (저자가 왜 갑자기 저항을 포기하는 듯한 자세를...) 놀라고 어리둥절할 때

청풍; [!] 무언가 느끼고 눈 부릅뜨는 청풍.

청풍; (이 느낌은 설마...) 찌릿! 온몸에 소름이 돋고 벼락이 스친다. 동시에

[!] 암흑철사자도 무언가 느끼고

! 갑자기 머리로 패소정을 들이받는 암흑철사자

패소정; [!] ! 옆으로 날아가며 비명 지르고

청풍; [!] 홱 돌아보고. 직후

! 절벽이 바다쪽에서 치솟은 섬광에 의해 수직으로 갈라진다. 위가 아니라 아래쪽에서 절벽이 위로 갈라지는 모습. 그 섬광은 패소정이 서있던 곳을 가르는데 패소정 대신 패소정을 들이받은 암흑철사자의 허리를 가르고 지나간다

패소정; [철사자!] 휘릭! 비명 지르며 비틀거리면서 내려서고

끄르르르... 허리가 갈라진 암흑철사자가 신음하다가

화악! 크기가 줄어드는 암흑철사자.

털썩! 크기가 손바닥 보다 작게 변해서 나뒹구는 암흑철사자

패소정; (... 내 철사호령주가 해체되었어!) 경악하며 암흑철사자에게 달려가려는데

청풍; [내 쪽으로 물러서시오.] 걸어서 다가오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손에는 여전히 거대한 도끼를 들고 있고

멈칫! 하며 청풍을 돌아보는 패소정. 직후

<역시 영물이로군. 노부의 기척을 미리 알아차리고 주인을 구하다니...> 슈우! 말소리와 함께 누군가 바다쪽 절벽 아래에서 천천히 떠오르는 사람의 모습

패소정; [당신은!] 경악하며 청풍 쪽으로 뒷걸음질치고

<번뇌마야!> 패소정의 비명 배경으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는 위태무. 한손에 생사교를 든 채 절벽 아래에서 위로 떠오른다.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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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四 章

 

                  始作된 곳에서 始作

               

 

 

동쪽 능선이 붉게 물들고 하늘 높은 곳에서 부터 세상이 환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어둠은 사라지고 붉은 수레바퀴가 동쪽에서 부터 불끈불끈 치솟아올랐다.

눈부신 빛이 석두공의 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발이 우뚝 멈추어섰다.

긴 꿈이 끝나고 드디어 눈을 뜬 아침같았다.

석두공은 마치 새로 태어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부는 내게 십대고수들끼리의 충돌을 막아야 한다고 했었지. 그런데 중간에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다. 부운청풍객 등이 삼마경을 익혔기 때문이었다. 이젠 그들을 죽이는 것이 내 임무다.]

중얼거리며 걸어가는 그의 앞으로 작은 마을이 보였다.

석두공의 모습은 그 마을로 사라져갔다.

 

* * *

 

동정호(洞定湖)!

맑은 물결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수양버들을 흔들어 놓는다.

여느 때나 다름없이 뱃놀이 나온 유람객들의 유람선과 어부들의 고깃배가 한가롭게 물위를 오가는데,

“....!”

언젠가부터 물위를 미끌어지는 작은 배의 선수(船首)에 서서 멀리 호면을 바라보고 서있는 청년이 있었다.

훤칠한 키에 균형잡힌 몸매, 눈부신 백의는 그 청년의 수려한 얼굴을 돋보이게 해주는데 그는 약간은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사부...!]

명문세가의 귀공자처럼 보이는 청년, 그는 바로 석두공이었다.

지난 한달 동안 그는 발빠른 행보로 천하의 동정을 두루 살피고 다시 동정호로 돌아왔다.

그가 본 바로는 천하는 이미 부운청풍객 등 삼인의 손에 넘어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대항할 힘은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런 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석두공도 그러하거니와 자칭 고금제일인인 폭풍무존 또한 있지 않은가?

석두공은 고검장의 폐허에도 가보았지만 고검장주 섭군천은 어디론지 떠나고 찾을 수 없었다.

동정호로 돌아온 석두공이 내린 결론은 이러했다.

 

이미 천하는 그 혼자의 힘으로 돌이킬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버렸다.

세상은 극도로 혼란스러우며 옳바른 뜻을 세우고 정의를 숭상하던 자들은 오직 두가지의 길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여있었다.

굴복하느냐 아니면 잠적하느냐...

바야흐로 사마의 창궐은 극에 달했으며 무림에서 도의는 완전히 사라지고 약육강식의 짐승같은 속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제자가 뜻이 같지 않은 사부를 죽이는 일이 그다지 기문(奇聞)이 아니게 되었고 수십 년을 사귀었던 친구지간이 원수로 돌변하여 죽고 죽이는 것도 더문일이 아니었다.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사람들의 가치관도 파괴되어 그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석두공은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무림은 새로운 질서가 필요하다. 누군가가 무림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주어야만 한다.]

그렇다. 누군가가 이 혼란스런 무림에 혼란을 걷어내고 새 질서를 부여해 주어야만 한다.

그것은 당금 무림에서의 지각있는 모든 인사들의 바람이고 뜻이기도 했다.

석두공은 스스로 그 일을 떠맡으려고 하는 것이다.

촤아! 촤아!

배는 점점 호수 가운데로 다가가며 오년 전 석두공이 사부인 동호천을 모시고 살았던 부주가 있었던 곳 근처로 향했다.

그때 노를 젓던 늙은 사공이 말했다.

[공자님! 우리 배는 지금 몇 해전만 해도 결코 갈 수 없었던 곳을 지나고 있읍지요.]

석두공은 미소를 지었다.

사공은 그가 흥미를 갖는 것같자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기 시작했다.

[객지에서 오신 분들 중에서 이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만 이 늙은이의 말은 오로지 진실입니다. 이곳엔 한때 북을 쳐서 바람을 부르는 어린 소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치는 북소리가 동정호 곳곳에 들리지 않는 곳이 없었지요.]

사공은 눈앞의 청년이 바로 그 소년이었을 줄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대체로 북소리가 끝나기 전에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해서 물속에 빠져죽은 사람들의 수만도 수십 명에 이르지요. 한데, 그 소년에게 구원을 받은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해요. 그래서 이곳에는 그 소년을 모시는 사당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그 소년을 마귀라고 두려워 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 소년이 혹시 어디 있는지 아시오?]

석두공은 짐짓 전혀 모르는 이야기를 듣는 척하며 물었다.

사공이 말했다.

[어느 날 갑자기 이곳에 있던 부주는 불타서 가라앉아 버리고 그 소년은 사라져 버렸지요. 들리는 말로는 그 악행이 하늘에 달해서 벼락이 떨어졌다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의 말로는 그 소년은 천상에서 도망친 풍신(風神)이었는데, 함부로 바람을 일으켜 사람들을 죽였기 때문에, 하늘에서 신선들이 신장들을 거느리고 내려와서 죽였다고도 하지요. 그때 떠도는 말로는 소년이 하도 무서운 힘을 지녀서 신장들이 모조리 죽고 신선들도 도망쳤다고 하더군요. 동정호의 물이 신장들이 흘린 피로 인해 붉게 물들었다고 전해지지요.]

석두공은 씁쓸하게 웃었다.

자신에 대한 평이 아주 상반될 뿐만 아니라 아주 과장된 면도 있었다.

무림인이 아닌 세상의 속인들의 말이니 새겨들을 것은 없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이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으로 보이고 귀로 들리는 것이 모두 그대로는 아닐 것이다. 어떤 것이든 눈으로 보이지 않는 측면과 말로 떠돌 수 없는 사연들이 그 속에 내포되어 있는 것이니...

대성인 공자님께서도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눈으로 직접 본 것도 믿기 어렵거늘 하물며 세상의 떠도는 말을 믿을 손가?

 

사공의 이야기는 석두공에게 모든 것은 그 이면을 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다.

문득 석두공이 말했다.

[노인장, 그만 여기에 멈추시오.]

배는 부주가 있던 곳에서 맴돌았다.

석두공은 보자기를 풀어서 챙겨왔던 술과 고기를 뱃전에 놓았다.

그리고 향을 피우고 잔에 가득 술을 따른 후 호수를 향해서 두번 절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번져나오고 있었다.

이날 석두공이 기억하는 바로는 그의 사부 동호천의 기일(忌日)이었다.

늙은 사공은 그를 바라보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풍래동자와 연관이 있는 사람이었구나! 그럼 혹시 이 공자도 하늘의 천신?)

사공의 손과 다리가 달달 떨렸다.

풍래동자가 풍신이었으니 만큼 그의 눈앞에 있는 청년은 어쩌면 뇌신(雷神)이나 우신(雨神)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두공은 호수에 술을 붓고 있었다.

오년 만에 돌아온 집이라고 할 수도 없는 집이었다.

석두공은 나직하게 말했다.

[사부... 이곳에서 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저를 지켜봐 주십시오. 난세가 여기서 시작되었듯이... 저도 여기서부터 천하를 평정하겠습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말인가?

난세가 시작된 곳에서 천하의 평정도 시작해 나가겠다는 석두공의 맹세...

석두공은 자기의 잔에도 한잔의 술을 따라 들이키고는 적어왔던 제문을 읽지도 않고 태웠다. 두 손가락 사이에 끼어있던 제문이 절로 불붙으며 사그라져 버렸다.

(...뇌신(雷神)이었구나!)

늙은 사공은 내심 비명을 지르며 덜덜 떨었다.

[노인장, 돌아갑시다.]

제사를 마친 석두공이 사공에게 말했다.

하지만 사공은 너무 놀라서 석두공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듣지도 못했다.

그는 석두공의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동자와 빨갛게 충혈된 눈동자를 보고는 그만 갑판에 넙죽 업드리며 두손을 싹싹 빌었다.

[이 김과삼이 눈이 있어도 신이 제 배에 왕림하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제 나이 칠십이나 집에는 구십된 노모가 계십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석두공은 어이가 없어 풋소리를 내며 웃었다.

[노인장, 신이라니 무슨 말이오? 어서 돌아가기나 합시다.]

그렇지만 사공은 주절주절하면서 목숨만 살려달라고 빌었다. 자신의 목소리 때문에 석두공의 말은 듣지도 못하고 있었다.

헌데 그때였다.

[강도가 겨우 늙은 사공을 협박하는가?]

[멈춰라!]

두가지의 음성이 동시에 석두공의 귓전을 때렸다. 하나는 내공이 충일한 남자의 웅혼한 음성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뾰쪽한 여인의 음성이었다.

석두공이 고개를 돌려보니 두 척의 배가 각기 서쪽과 남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서쪽 배의 선상에는 죽립을 선 건장한 사나이가 뒷짐을 지고서서 석두공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남쪽에서 다가오는 배에는 백의를 입은 면사녀(面紗女)가 긴 머리카락을 바람에 날리며 우뚝 서있었다.

[...!]

석두공은 굳이 설명하려고하지 않았다.

자신이 강도가 아닌데 그렇게 해야할 필요는 어디있는가? 어쩌면 말을 함으로써 오히려 강도가 변명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 안은가?

석두공은 그들을 개의치 않고 노인을 재촉했다.

[노인장, 그만하고 갑시다. 사람들이 나를 강도로 오인하고 있소.]

그러나 늙은 사공은 일어나지 않고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고 있을 뿐이고,

화라라락!

남쪽의 배로 부터 백의 면사녀가 표표히 날아왔다. 펄럭이는 옷자락이 흰 나비를 연상시켰다.

백의면사녀는 허공에서 한바퀴 맴돌며 선상에 가볍게 내려섰다.

석두공은 담담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미 사공을 어떻게 하여 이곳을 떠나기는 틀렸다.

[신법이 대단하군.]

석두공은 나직하게 말했다.

백의면사녀는 그의 얼굴을 보고 흠칫 놀란 것같았다.

그때 늙은 사공이 석두공의 다리에 매달리며 말했다.

[만약, 이 개같은 늙은 목숨을 살려만 주신다면 호변에 사당을 지어 뇌신님을 모시겠습니다. 제발... ]

[...?]

백의면사녀의 눈이 둥그레졌다.

[!]

그녀가 대충 사태를 파악하고 실소했다.

석두공은 그제서야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일이 이렇게 되었소이다. 가져오신 배로 호변으로 건네다 주시면 감사하겠소.]

[그렇게 하세요.]

백의면사녀가 눈에 반짝 빛을 발하며 말했다.

석두공은 어딘지 모르게 그녀가 한번 만난 것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생각해 보았으나 알 수가 없어 고개를 갸웃거리고 사공의 손아귀에서 발을 뽑았다.

그때였다.

스슷!

그의 눈앞으로 죽립객이 내려섰다.

[칠성추운신법(七星追雲身法)!]

석두공이 짧게 내뱉었다.

죽립객의 죽립속에서 안광이 백열했다.

[소협은 누구시오? 칠성추운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텐데...]

[당신도 잊지 않고 왔군요.]

석두공의 목소리가 격하게 울려나왔다.

죽립객의 몸이 벼락을 맞은 듯이 부르르 떨렸다.

[석두공! 석형제이시오? ! 아직 그 모습이 남아있구려.]

그는 덥썩 석두공을 껴안으며 죽립을 벗어던져 버렸다.

그는 요사이 일초진천수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금사종이었다. 혼자서 무림의 운명을 떠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또 하나의 젊은이였다.

동호천의 기일을 맞아 그는 먼길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정호로 찾아왔던 것이다.

 

금사종이 탄식을 하면서 말했다.

[동노선배께서 돌아가신지 불과 오년 만에 천하가 이런 꼴이 되었으니, 지금에 와서야 그분이 무림을 떠받친 기둥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뿐이오.]

[...!]

[...!]

석두공은 망연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약간 괴팍스러웠던 동호천을 떠올리며 그 정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그의 맞은 편에서 백의면사녀는 퉁소를 꺼내들고 앉아 그를 훔쳐보았다.

배는 호변으로 나오고 있었다.

 

× × ×

 

석두공은 이상하다는 듯이 백의면사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와는 아무런 볼일이 없을 것같은데 자꾸만 그녀는 석두공과 금사종을 따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따라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다. 혹시 금사종과 관련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따라오겠느냐 하는 추측이 그 생각을 확신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사정은 금사종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호수에서 백의면사녀가 석두공의 배로 먼저 건너간 후 아무런 충돌도 일지 않고 배를 빌려주기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으랴싶어 석두공과 백의면사녀가 아는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것은 객점의 방에 들어섰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악양제일루(岳陽第一樓)!

 

금사종은 들어서자마자 점소이에게 방을 달라고 했다.

[몇 개가 필요하신지요?]

금사종은 석두공과 백의 면사녀를 힐긋 보고 말했다.

[두개!]

점소이는 삼층의 객실로 그들을 데리고 올라갔다.

복도의 끝에 마주보고 있는 두개의 방문을 열어 보이며 말했다.

[이 두곳을 사용하십시오. 삼층에서는 제일 좋은 방들입니다. 물론 전망도 아주 좋지요.]

[술과 음식을 가져다 주게. 되도록 많이.]

금사종의 말에 점소이는 인사를 하고 내려갔다.

석두공과 금사종은 좌측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뒤로 백의면사녀가 당연하다는 듯이 따라들어갔다.

그리고 두 남자가 동시에 자리를 권하는 탁자에 냉큼 먼저앉았다.

[고마워요.]

은쟁반에 옥구슬을 굴리는 음성이란 그녀의 음성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듣는 사람의 심신을 상쾌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음성이었다.

금사종이 먼저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석형제! 석형제가 무사한 것을 보니 난 아무 할 일도 없을 것같소. 정말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지는 것같소.]

[금형! 아니, 금아저씨! 약속했던 오년은 이미 지났으니 나를 편안하게 대해주십시오.]

석두공이 함께 웃으며 말했다.

지금에 와서 그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꼽으라면 금사종과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동복신과 동적선 외에는 꼽을래야 꼽을 사람이 없다. 금사종은 석두공에게 있어서 핏줄같이 느껴지는 사람인 것이다.

금사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나는 석형제를 아우라고 부르겠네. 나 또한 동호천 노선배님으로 부터 무공을 전해받았으니 따지자면 우린 사형제간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형님이 생겨 마음이 든든합니다.]

석두공은 벌떡 일어서 절하며 말했다.

금사종도 마주 절했다.

문득 백의면사녀가 말했다.

[두분이 서로 형제가 되신 것을 경하드려요. 함께 있는 제가 선물을 하지 않을 수 없군요.]

그녀는 소매속에서 작은 비단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 비단주머니를 열어 비취색이 감도는 두개의 구슬을 탁자에 놓았다.

[이건 비취피독주(翡翠避毒珠)라는 물건으로 자웅이 한쌍이예요. 웅주(雄珠)는 몸밖에서 침투하는 만독을 물리칠 수 있고, 자주(雌珠)는 몸속으로 스며든 독을 흡수하는 공능이 있어요. 제 성의이니 두분이서 하나씩 가지도록 하세요.]

[정말 감사하오.]

금사종이 포권하며 말했다.

[내가 이미 만독불침이니 아우야 더 말할 것도 없겠지. 하지만 서로의 정표이니 하나씩 갖도록 하세.]

석두공과 금사종은 비취피독주를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

“....!”

백의면사여인의 눈에 서운한 빛이 잠시 감돌다 사라졌다.

원래 이 비취피독주는 부부가 나누어 갖는 물건이었다.

비취피독주에는 단순한 피독의 효력 말고도 공력을 증진시키는 능력이 있는데 그것은 부부가 서로 하나씩 나누어 가져야만이 발휘되는 능력이었다.

비취피독주의 웅주는 백의면사녀의 남편이 될 사람에게 주었져야 하는 물건이었던 것이니...

금사종이 말했다.

[고금문주이신 섭군천 노선배를 기억하겠는가?]

석두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금사종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얼마전에 장강에서 그분을 만났네. 이 우형이 죽을 뻔 한 것을 구해주신 것이지. 한데 그분의 무공은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훨신 고강했다네. 삼마경을 익힌 삼인의 손에서 나를 간단히 빼내셨을 정도였으니까.]

[부운청풍객 등의 손에서 말입니까?]

석두공이 놀라며 물었다.

[그렇네. 한데 휴... ]

금사종은 나직한 탄식을 터뜨렸다.

[...?]

석두공과 백의면사녀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

[그분이 무림에 나오셨다면 다행이지 않습니까? 특히 부운청풍객은 그분의 제자이기도 하니...]

석두공의 물음에 금사종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난 삼마경을 익힌 그자들은 크게 두려워하지 않네. 앞으로 내 무공이 좀더 높아진다면 그들중의 하나 정도는 능히 대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하지만...]

금사종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내뱉었다.

[내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오히려 고검문주이신 섭군천 노선배라네.]

[...?]

[...?]

금사종의 말에 석두공과 백의면사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그분은 지금 천도(天道)를 시험하고 계시는 중이네. 삼마를 죽일 능력이 없어서 가만히 계시는 게 아니라는 말이지.]

그는 목이 타는 듯 찻물을 들이키고는 말을 이었다.

그분은 그때 내게 이렇게 말했다네. 부운청풍객이 일년 이내에 죽는다면 하늘의 도리가 행해지고 있다는 증거이니 가만히 있겠지만, 만약에 부운청풍객이 일년안에 죽지 않는다면, 그분 스스로 무림을 피로써 씻어내겠다고. 말씀하시기를 그때가 되면 검을 든 자도 주먹을 쥔 자도 누구 하나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하시더군.”

금사종은 숨을 들이 쉬지도 않고 다 말해버렸다.

백의면사녀는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같았다.

그녀는 금사종에게 물었다.

[고검문이란 문파는 처음 듣는데 그렇게 고강한가요?]

금사종이 엄숙하게 말했다.

[검성도 고검문의 제자이고 부운청풍객도 고검문의 제자요. 하지만, 그들은 고검문의 무공을 완전히 잇지도 못했소. 고검문주이신 섭군천 그분의 무공은 이미 신인(神人)의 경지에 달했다고 할 수 있소.]

“....!”

금사종의 말을 들은 백의면사녀는 고개를 숙이고 깊이 생각에 잠긴듯했다.

석두공은 눈을 감고 있다가 나직하게 내뱉었다.

[그럼 죽여야겠군요.]

[누굴? 섭군천 노선배를 말인가?]

금사종이 놀라 물었다.

석두공이 고개를 저었다.

[부운청풍객을 죽여야지요.]

그때 점소이가 술과 음식을 가지고 왔다.

백의면사녀는 직접 술잔에 술을 따라 금사종과 석두공의 앞에 놓았다.

금사종은 석두공이 보통사람과 조금도 차이 없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을 보고 놀라며 말했다.

[자네! 고질이 완치된 모양이군! 축하하네. 축하해.]

석두공이 빙긋 웃으며 답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정말 빠아픈 사연이 있었습니다.]

[...?]

[소림사에서 만배노선사님을 만나 죽도록 두들겨 맞고 나니까 머리가 트이더군요. 하하... 그저 돌머리는 두둘겨서 깨야하는 모양입니다. ]

그 순간에 백의면사녀의 눈이 찰라적으로 반짝 빛을 발했으나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잔을 주고 받으면서 지난 날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지 몇 시간 이미 밤은 깊어 이경이었다.

금사종이 말했다.

[구대문파를 찾아가 자네가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그들의 힘을 빌릴 준비를 해놨네. 이제 어떻게 할 텐가?]

[이곳에서 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듯이, 이곳에서 부터 그 끝도 시작될 것입니다.]

석두공이 그답지 않게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엇이든지 극에 달하면 오히려 쇠하는 법입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부운청풍객 등의 세사람은 지금 한계에 달해 있습니다. 그들이 능력으로 달할 수 있는데 까진 다 달한 것이지요. 하나, 참새가 죽을 때 짹 소리를 내고 죽듯이 그들의 행동은 더욱 격해지리라는 것이 제 짐작입니다.”

금사종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도 그렇네. 그들은 자신들의 분수를 모르고 너무 설쳐되고 있네. 결국 그들이 성하는 것은 일시적일 뿐이라는 애기지.]

석두공이 침착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 그들 삼인을 제거한다면 오히려 혼란은 가중됩니다. 그들이 거느리고 있던 마졸(魔卒)들이 흩어진다면 무림은 전혀 수습할 길이 없게되고 맙니다. 우선은 그들의 야욕을 꺾어서 수하들이 머리를 감추고 숨어들도록 해야만 합니다.]

[그 후에 그들을 제거하는 것이 순서로군.]

석두공의 무림을 통찰한 계획에 금사종은 찬탄을 금치 못했다.

석두공은 다시 말했다.

[형님께서는 잔혼각과 적룡혈운도의 세력을 유심히 관찰하십시오. 아마 서로 경쟁적으로 세력을 확대하고자 할 것입니다. 그들의 야욕을 분쇄시켜주십시오. 벌써 그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왜 형님을 따라가지 않고 있소?]

석두공은 백의면사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금사종은 이미 떠나갔다.

그런데도 백의면사녀가 그대로 자리에 남아있자 석두공이 물은 것이다.

백의면사녀는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살짝 걷은 면사 아래로 앵도같은 입술이 고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제가 왜 그를 따라 가야 하나요? 저는 그와 초면인데... ]

[...?]

석두공은 그제서야 사실은 그녀가 자신들과는 아무 면식이 없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

(실수했구나. 무림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중대한 말을 이 여인이 모두 들었으니 이걸 어떻게 한다? 비밀을 지키기 위해선 죽여야만 할지도 모르겠구나.)

그때 백의면사녀가 말했다.

[한잔 드시지 않겠어요? 저를 죽이시려면 술기운을 빌려야죠.]

석두공은 속마음을 들킨 것같아 흠칫했다.

쪼르르르...

백의면사녀가 술잔을 채우며 말을 이었다.

[염려마세요. 비밀을 옅듣기 위해 왔다며 제가 아무리 간이 크기로서니 당신들 면전에서 들을 수 있겠어요?]

[소저가 어떤 분인지 알고 싶소.]

석두공은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면사녀가 말했다.

[스스로의 실수를 인정하세요. 그리고, 그 실수를 저를 죽이거나 다른 외부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만회하려고 하지 말아요. 만약 당신이 저를 믿고 덮어두기로 하신다면 당신에게 득이 있을 뿐 해는 없을 거예요. 그러나, 조금이라도 저를 괴롭히려고 한다면... 당신은 일생에서 가장 강한 적을 만날 수도 있을 거예요.]

단호한 말이었다.

조리가 아주 정연한 말이어서 석두공은 일시 반박할 수가 없었다.

백의면사녀는 일어서면서 돌연 침상으로 가더니 침구를 바르게 했다.

그리고 문을 밀고 나가면서 말했다.

[건너편 방에서 자겠어요. 내일 다시 이야기하기로 해요.]

!

문이 닫히고 다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석두공은 무슨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듯한 기분이 들었다.

협박을 당한 것같기도 한데 또한 침상을 봐주고 가는 의도는 또 무엇인가?

석두공은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나를 만나기 위해 온 여인?)

이런 생각이 들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서 그의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이래야 열 손가락에 다 꼽히고도 손가락이 남을 것인데 어떤 사람이 그를 알고 찾아온단 말인가?

뛰어난 머리를 가진 석두공으로서도 도무지 그녀에 대해서는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도망가거나 어떤 술수를 부릴 것같지는 않았다.

이상하게도 그녀에 대해서 염려하는 마음이 가셔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석두공은 깜짝 놀랐다.

비밀을 옅들은 의문의 여자, 죽이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최소한 경계심이 크게 일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일었던 살심마저 백의면사녀의 말과 간단한 몇가지 행동으로 인해 사그라져 버린 것이다.

 

× × ×

 

석두공은 인기척을 느끼고 슬며시 눈을 떴다.

!

창문을 가렸던 휘장이 걷혀지면서 눈부신 햇살이 방안으로 비춰들었다.

그는 손으로 눈을 반쯤 가리고 얼굴을 찌푸렸다.

창문가에 누군가가 서있었다.

[그만 일어나셔야죠. 해가 떴는데도 등을 붙이고 있는 사람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어요.]

(면사녀...!)

그랬다. 그의 방으로 들어와 휘장을 걷고 창문을 열어젓힌 사람은 바로 백의면사녀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백의를 입고 있지 않았다. 환상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흑의를 입고있었다.

긴치마는 발끝을 덮고 늘어져 있으며 은장식이 붙은 요대를 했으며 머리는 쪽을 진 후에 금봉채(金鳳釵)를 꽂았다.

또한 요대에는 백옥퉁소가 단정하게 꽂혀있었다.

겉모습은 간밤과 아주 다른 모습이었으나 석두공은 한눈에 그녀가 백의면사녀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녀는 탁자로 걸어가서 찻주전자를 기울였다.

은은한 다향이 석두공의 폐부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리와서 차를 마셔요. 하지만 그전에 세수를 하는게 좋을 것같군요. 얼굴이 말이아니예요.]

[난 아직 옷도 입지 않았소.]

석두공은 홑이불을 덮은 채 말했다.

도무지 그녀가 자신에게 어떤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무릎위에 손을 놓고 다소곳이 앉아서 말했다.

[기다릴테니 염려마세요.]

그리곤 고개를 살짝 돌려 발치를 바라보았다.

석두공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인의 태도는 그대로 옷을 입으라는 말로 보였다.

도깨비에게 홀린 사람처럼 그는 여인을 힐끗힐긋 훔쳐보면서 옷을 집어들었다.

그때 그녀가 말했다.

[그 옷은 입지 마세요. 침상아래에 옷을 가져다 놓았어요.]

과연 눈을 돌리니 침상아래에 단정하게 개여져 있는 묵빛 흑의가 보였다.

[이걸 입으란 말이오? 이건 내옷이 아니오. 소저께서 내게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소.]

석두공은 딱딱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녀가 말했다.

[원래부터 당신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당신의 몸은 당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나요? 아마 없을 거예요. 그것도 부모님께서 주신 것이니까요. 당신의 옷도 당신 것이라고 할 수 없어요. 그 무엇이나 마찬가지죠. 하지만 어떻게 해서 그것들은 당신 손에 들어갔고, 당신은 그것을 당신 것이라고 말하겠죠? 그렇다면 그 옷이 당신 것이 아니라고도 말할 수 없는 것아니예요?]

석두공은 한숨을 내쉬엇다.

[휴우! 소저의 말은 정말 이상하오. 소저는 유자(儒子)? 말로써 사람을 혼돈 시키는 자는 유자라고 했는데, 소저가 바로 그런 것같소.]

여인이 눈꼬리로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제 말을 듣지 마세요. 하지만, 대장부가 한낱 여인의 성의를 두려워한다면 어찌 대장부라고 할 수 있겠어요? 사람들이 알면 당신을 비웃을까 두렵군요.]

말로는 도저히 못당할 여인이었다. 교묘한 언변이 석두공을 꽁꽁 묶어버리는 것같았다.

석두공은 자신이 도망치지 않는한 그녀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에게서 도망치기는 싫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잘 몰라도 그녀가 자신에게 베푸는 성의가 그렇게 싫은 것만은 아니었다.

속으로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흑의를 입었다.

(어떤 고수보다도 무서운 것은 여인이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한 것은 말이라...)

 

[차를 다마셨으면 일어나야 해요. 우린 바빠요.]

면사녀가 일어서면서 말했다.

석두공은 화가난 듯이 말했다.

[나는 아직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고 있소.]

면사녀가 눈웃음을 지었다.

[그냥 당신이라고 하세요.]

[...!]

석두공은 가슴이 화끈해지는 기분이었다. 만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당신이란 다정한 말로 부르라니....

[호호... 그게 어색하면 제 이름을 부르세요. 제 부모님은 절 소령(笑鈴)이라고 부르시니까요.]

석두공은 그녀의 웃음소리가 정말로 방울소리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부모가 소령이라고 이름을 지을 만 한 것같았다.

소령은 밖으로 나가면서 말했다.

[빨리 오세요. 시간이 많지 않아요.]

[대체 어딜 가자는 거요.]

석두공은 자신이 하기로 생각한 일이 있기에 못마땅한 음성으로 말했다.

밖에서 소령의 음성이 들려왔다.

[검종맹(劒宗盟)에서 호표장(虎彪莊)을 흡수하려고 하는데 가만있을 거예요?]

석두공은 벌떡 일어서섰다.

 

호표장은 이곳 악양에서 동쪽으로 이백리 정도 떨어진 호조산(虎爪山)이라고 하는 암산(巖山)에 자리잡고 있는 방파이다.

호표장의 제자들은 불과 백여 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그 열배가 넘는 대호(大虎)와 표범들을 기르고 있다.

지금 세상에 나오는 호피(虎皮)들 중의 열에 아홉은 호표장에서 나온다고 할 정도로 호표장은 많은 호랑이와 표범을 사육하고 있는데 이것은 단지 그들의 생계수단일 뿐만 아니라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였다.

호표장의 장주인 오호단혼도(五虎斷魂刀) 설곽(薛藿)은 어떤 짐승이던지 간단하게 길들이는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데 상당히 독불장군격인 인물로 남에게 결코 머리를 숙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비록 십대고수에 끼지는 못했지만 그의 무공은 그들에 비해 그렇게 처지는 편이 아니라는 풍문이 돌았다.

한데 만약에 호표장의 오호단혼도 설곽이 검종맹에 가입하게 된다면 그의 무공도 무공이려니와 그가 키우고 있는 엄청난 수의 호랑이와 표범들로 인해 검종맹의 힘은 말할 수 없이 강해지게 될 것이다.

 

석두공은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다.

계단을 내려가는 소령의 뒷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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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

<-항주(杭州)> 운하가 많은 도시. 저녁 무렵.

운하 옆에 즐비한 기루들. 야한 차림의 기녀들이 호객을 하고. 운하를 떠다니는 배에서 기녀들과 한량들이 놀고 있고

어느 화려한 기루

! 띠딩! 풍악소리가 흘러나오는 화려한 독채.

건물 내부에서 벌어지는 야한 장면. 몇 명의 나이 든 기녀가 구석에서 비파와 아쟁을 켜고 피리를 분다.

중앙에서는 야한 차림의 기녀들 다섯명이 춤을 추고 있고. 요즘 여자 아이돌 그룹의 야한 춤 같다. 상좌에는 기절초괴가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옆에는 개목걸이를 차고 입에 재갈이 물린 화접이 거의 헐벗은 모습으로 무릎을 꿇고 있다. 개 목걸이에 달린 사슬은 기절초괴가 잡고 있다. 문간에는 섬전비호 교칠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 섬전비호는 #192>에 나왔던 기절초괴의 졸개다. 혈모 대려군을 감시하던 자

기절초괴; [이청풍이 살인상단에 있었단 말이지?] 눈 희번득

섬전비호; [패소정... 아가씨와 함께 살인대작의 시신을 살인상단으로 운구해왔다고 합니다.] 눈치 보며

기절초괴; [이런 이런...] [아무래도 내가 삼십여 년 전 종남산에서 한 짓을 나유타에게 들킨 것 같구만.] 헤벌쭉 웃고

섬전비호; [그럴 가능성이 크지만...] [철두가 살인상단의 이목을 속이고 날려 보낸 전서구에는 자세한 내막은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눈치 보며

기절초괴;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야하니 그 정도 정보면 충분하다.] 끄덕이고

기절초괴; [섬전비호! 혈전마가의 정보망을 총 동원해서 이가놈의 종적을 찾아내라.] [번뇌마가의 떨거지들보다 먼저 광명륜을 손에 넣어야한다.]

섬전비호; [존명!] 납작 엎드리고

이어 방에서 나가는 섬전비호

기절초괴; [원래는 소주(蘇州)로 가서 존귀하신 혈모님을 위로해드릴 생각이었다만...] 문이 닫히는 걸 보며 히죽 웃고

기절초괴; [우선순위를 바꿔야겠다. 광명륜을 손에 넣는 것보다 긴급한 일은 없으니...] 찰캉! 화접의 목에 걸린 쇠사슬을 잡아당기고

목이 끌려 기절초괴에게 얼굴이 가까워지는 화접

기절초괴; [이가놈의 종적이 밝혀지는 대로 함께 가보자 화접아.] 얼굴을 가까이 당긴 화접의 뺨을 혀로 핥으며 웃고. 눈 치뜨며 진저리를 치는 화접

기절초괴; [네년의 주인... 유타년에게 네년이 본 것을 똑똑히 전해주거라.]

기절초괴; [그년이 온갖 공을 들여 키운 기둥서방이 어떤 최후를 맞았는지를...] 사악하게 웃는 기절초괴

공포에 질리는 화접의 얼굴

 

#294>

<-금릉과 상해 사이의 명산 모산(茅山)> . 험준한 산.

깊은 산속에 자리한 산적들의 소굴. 계곡 중간을 높은 목책으로 막아서 만든 산채다.

나무로 만든 정문 입구에는 <巨山寨>라 적힌 팻말이 붙어있다. 잘 쓴 글씨는 아니다. 튼튼해 보이는 나무문은 닫혀있고. 여기저기 망루에는 산적들이 망을 보고 있다.

높은 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인 산채 안쪽에는 수십 채의 건물들이 있다. 일종의 작은 마을이다. 산채 안에는 중앙 대로를 중심으로 주점, 포목점, 대장간등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대로와 골목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울타리 안에는 개간한 밭들도 많다. 밭에서는 씨를 뿌리는 남녀들도 보이고

산채 입구에 자리한 넓은 마당에서는 사내들 수십 명이 목검을 써서 대련하고 있다. 노련한 산적들이 가르치고 있는데 배우는 자들은 솜씨가 어설프다. 젊은 놈과 중년인들이 섞여있는데 모두 처음 대련하는 티가 역력하다.

어설프게 목검을 휘두르는 놈. 눈 감고 마구잡이로 목검을 휘두르는 놈. 총체적인 난국이고. 난감한 표정인 노련한 산적들

마당 한쪽 놓인 단상에 앉아서 그걸 보며 술을 마시고 있는 거령철귀와 늙은 산적 두 놈. 술상은 소박하고 시중드는 여자는 없다. 마당 다른 쪽에는 제법 잘 가꿔진 정원과 정자도 한 채 있다.

거령철귀; [근래 산채로 들어오는 놈들이 부쩍 늘었어.] 마당에서 벌어지는 대련을 보며 술을 마시고

늙은 산적1; [지난 해 흉년의 여파요.] 함께 술을 마시고

늙은 산적2; [춘궁기가 다가오자 먹을 게 떨어진 놈들이 어쩔 수 없이 산으로 들어오는 거요.]

늙은 산적1; [굶어죽기 싫어서 기어들어오는 놈들을 내칠 수도 없고...] [이러다가 기존에 있던 식구들도 굶게 생겼소.]

거령철귀; [뭐가 걱정이야? 식량 떨어지면 근처의 관부나 부자놈들 집에 쳐들어가서 빼앗아 오면 되지.] 껄껄

늙은 산적1; [그렇게 태평한 말씀 하실 때가 아니오 채주!]

늙은 산적2; [그렇소. 우리 거산채(巨山寨)의 위명이 널리 알려진 탓에 근방의 관부와 부자놈들의 경계가 장난 아니게 삼엄해졌소.]

늙은 산적1; [어설프게 쳐들어갔다가는 우리 측 피해도 심각해질 수 있소.]

거령철귀; [걱정 따윈 비끄러매둬.] [강도질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내가 먼저 쳐들어가서 지키는 놈들 박살내놓을 테니까.] 술잔의 술을 원샷으로 마시고

거령철귀; [너희들은 그 후에 들이닥쳐서 싹쓸이해오기만 하면 돼.] 입가를 소매로 쓱 닦으면서

늙은 산적1; [그래서 산채를 찾아오는 놈들마다 다 받아들이자는 거요?] 오만상

거령철귀; [황제가 보호하지 못하는 불쌍한 인생들, 우리들이라도 지켜줘야지.] 꼴꼴! 끄덕이며 다시 술잔에 술을 따르고

거령철귀; [대신 새로 들어오는 놈들은 최소한의 칼질, 활쏘기등을 가르친 후 사업에 투입해.] 마당에서 벌어지는 대련을 보고

거령철귀; [그래야 노략질하러 갔다가 관병을 만나더라도 제 한 몸은 지킬 수 있을 테니...] 술 마시고

늙은 산적1; [채주의 숭고한 뜻이야 이해하지만...] ! 말할 때 굉음이 들리고

산채 입구에서 들리는 굉음. 무언가 폭발한 모습이고

[!] [... 뭐냐?] [관군이 쳐들어온 거냐?] 마당에서 대련하던 자들과 다른 산적들 기겁. 거령철귀와 늙은 산적들도 눈 치뜨고

콰쾅! 퍼퍽! 산채 문이 부서진 잔해들이 마당 안쪽으로 튕겨져 들어와 나뒹굴고. 문이 있던 곳은 먼지가 자욱하다

[!] [!] 망루에 있던 자들도 기겁한다. 망루가 무너질 듯이 흔들려서

[엄마야!] [꺄악!] 여자들이 호들갑 떨며 산채 안쪽으로 도망치고. 아이들도 여자들에게 끌려 가며 돌아보고

[웬놈이냐?] [누가 쳐들어온 거냐?] 주변을 오가던 산적들이 칼과 활, 창을 들고 산채 입구로 달려가고

휘이이! 산채 입구가 박살나며 휘몰아치던 먼지가 가라앉으면서 그 뒤쪽에서 어떤 여자의 실루엣이 떠오른다. 이윽고

! 먼지가 사라지며 드러나는 모습. 황소만한 크기의 시커먼 사자의 등에 올라탄 패소정이다. 눈 부릅뜨고

[! 저게 무슨...] [... 사자다!] [말도 안돼! 검은 색의 사자라니...] 몰려들던 산적들 기겁하고

거령철귀; (암흑철사자...) 술 마시며 눈 번뜩이고. 패소정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봤고. 함께 술 마시던 늙은 산적들은 기겁하며 일어나고 있고

눈 부릅뜨는 패소정

<거령철귀!> 단상에 앉아 술 마시는 거령철귀의 모습 크로즈 업. 늙은 산적들은 놀라 뒷걸음질 치고 있고

패소정; [죽인다!] 이를 갈고. 순간

크왕! 사납게 울부짖으면서 도약하는 암흑철사자.

백여미터를 도약해서 단번에 단상 근처까지 날아오는 암흑철사자

! 도중에 암흑철사자 등에서 날아오르는 패소정

[!] [피하시오 채주!] 콰당탕! 단상 뒤로 뛰어내리거나 나뒹구는 늙은 산적들

크왕! 암흑철사자가 거령철귀를 덮치고. 입으로 물고 날카로운 발톱이 돋아난 앞발로 할퀴려는 모습

! 일어나면서 주먹으로 암흑철사자의 아구통을 강력하게 후려쳐서 머리가 홱 돌아가게 만드는 거령철귀. 하지만

콰직! 아구통이 홱 돌아가면서도 앞발을 내리그어서 거령철귀의 옷과 가슴의 피부를 찢어버리는 암흑철사자

콰당탕! 단상 앞의 마당에 나뒹구는 암흑철사자. 십여미터를 날아갔다. 하지만

푸학! 깊이 갈라진 가슴에서 피를 뿌리며 휘청하는 거령철귀

[... 채주님이 부상을 입으셨다!] [금강불괴나 다름없는 채주님 몸에 상처를 내다니...] [괴물같은 사자다!] 산적들 경악할 때

패소정; [크아!] ! 허공에서 떨어지며 발꿈치로 거령철귀의 정수리를 강타하는 패소정. 아주 강력하다

휘청! 충격을 받아 앞으로 고꾸라지려는 거령철귀. 콰직! 딛고 서있던 단상도 그대로 무너지고. 하지만

! 쓰러지면서도 자기 정수리를 찍었던 패소정의 발목을 움켜잡는 거령철귀.

[!] 몸이 휘둘러지며 눈 치뜨는 패소정

부악! 패소정의 발목을 잡고 높이 쳐들었던 패소정의 몸을 바닥에 강하게 내리치는 거령철귀. 무릎을 꿇은 자세로

[!] 나뒹굴었다가 일어나며 눈 치뜨는 암흑철사자

! 등부터 바닥에 내리쳐지는 패소정의 거구. 물론 패소정의 여자로서는 엄청난 거구인 몸뚱이도 3미터 가까운 거령철귀의 체격에 비하면 어린애 같고. 패소정의 등에 맞은 바닥이 사발처럼 푹 파이고

패소정; [!] 충격 받아 피를 토하는 패소정

부악! 일어나며 다시 패소정의 발목을 홱 쳐들어서 패소정의 몸을 허공으로 쳐올리는 거령철귀. 다시 도리깨질 하려고. 하지만

패소정; [크아!] ! 잡히지 않은 발을 아래에서 위로 강하게 쳐올려 거령철귀의 턱을 강타하는 패소정. 거령철귀의 턱이 뒤로 홱 젖혀지고. 하지만

히죽! 고개 젖혀진 채 웃는 거령철귀.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면서도

패소정; (무슨 인간이...) 거령철귀의 턱을 아래에서 위로 쳐올린 자세로 눈 치뜨는 패소정. 직후

거령철귀; [영차!] ! 다시 패소정의 몸을 바닥에 내리치는 거령철귀. 한 쪽 무릎을 꿇은 채로

! 패소정의 등에 부딪힌 바닥이 다시 푹 파이고

[!] 또 피를 토하는 패소정. 그때

크왕! 바람같이 앞쪽에서 날아드는 암흑철사자. 입을 쩍 벌려 거령철귀의 머리를 물려고 한다.

! 어쩔 수 없이 패소정의 발목을 놓고 뒤로 휙 날아가 피하는 거령철귀

휘릭! 바닥에 나뒹구는 패소정의 앞에 멈춰서며 보호하는 암흑철사자. 이빨을 드러내고

거령철귀; [흥미롭군!] 휘익! 뒤로 내려서며 웃고. 입과 코로 피를 흘리고 있고 가슴에는 암흑철사자의 발톱이 스치면서 생긴 깊은 상처가 나있다.

거령철귀; [암흑마가의 수호신인 암흑철사자를 이렇게 능숙하게 부리는 자가 있을 줄은 몰랐다.]

패소정; [거령철귀!]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며 일어나고. 비틀거리며

패소정; [내가 왜 찾아왔는지는 알 것이다.] 이를 갈고. 눈에 핏발이 서있고

거령철귀; [죽고 죽이는 게 강호의 일상사인데 싸우는 이유를 알 필요가 있겠느냐?] 히죽 웃고

패소정; [으하하하! 말 잘했다!] 사내처럼 웃고

패소정; [오늘 우리 둘 중 한명은 반드시 명줄을 놔야할 것이다.] 이를 갈며 거령철귀를 노려보고

 

산채의 어느 건물.

휘익!그 건물 지붕 위에 돌풍을 일으키며 내려서는 청풍

청풍; (다행히 늦지는 않았구나.) 숨이 좀 가뿐 표정으로 산채의 마당을 보고

청풍의 시점. 산채의 마당 끝에서 패소정과 거령철귀가 대치하고 있다. 암흑철사자도 거령철귀의 주변을 돌며 공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고. 산채의 산적들은 겁에 질려 끼어들 엄두도 못 낸다. 멀찍이 서서 보고 있고

청풍; (이미 한바탕 드잡이질을 한 모양인데...) (보아하니 누가 이길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이다.)

<거령철귀가 비록 금강불괴에 못지않은 몸을 지녔다지만 술법으로 만들어진 암흑철사자의 이빨과 발톱은 견디지 못한다.> 가슴에 상처를 입은 거령철귀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패소저는 무공이 만만치 않은데다가 암흑철사자의 도움까지 받고 있다.>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면서 이를 갈며 거령철귀를 노려보는 패소정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청풍; (하지만 거령철귀도 구대마왕에 드는 인물인만큼 간단히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거령철귀를 보고

청풍; (말리지 않으면 아버지와 딸이 싸워서 한명은 목숨을 잃는 불상사가 벌어질 텐데...) 난감하고

청풍; (남의 가정사에 무작정 끼어들기도 어렵고... 일단 지켜봐야겠다.) 생각할 때

패소정; [죽인다!] 화악! 엄청난 빠르기로 돌진하며 주먹을 날린다. 주먹 앞에서 돌풍이 내뻗치고. 하지만

! 패소정의 주먹은 무시하고 몸을 돌리는 거령철귀. 패소정의 주먹은 거령철귀의 등을 치지만

! 바람같이 달려든 암흑철사자의 아가리는 거령철귀의 머리를 무는 데 실패해서 허공을 물고

! 그러면서 날카로운 발톱이 나와있는 발로 거령철귀의 가슴을 내리치는 암흑철사자.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가슴 피부가 또 갈라지는 거령철귀. 하지만

! 가슴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강력한 주먹질로 암흑철사자의 가슴을 치는 구대마왕

! 거령철귀의 주먹에 맞아 뒤로 날아가는 암흑철사자

패소정; [크아!] 그 사이에 쇄도하여 주먹을 빗발치듯 날리는 패소정.

! ! 패소정의 주먹에 맞으면서 마주 주먹을 날리는 거령철귀

! 콰쾅! 서로를 강타하는 거령철귀와 패소정의 주먹들.

패소정의 주먹은 거령철귀의 얼굴과 가슴과 명치를 강타하고

반면 거령철귀는 패소정의 얼굴과 명치면 때리고 가슴은 치지 않는다.

뒤로 튕겨졌던 암흑철사자가 다시 고개를 숙이며 거령철귀의 뒤에서 접근하고

! ! ! 물러서지 않고 서로를 치는 거령철귀와 패소정. 단번에 십여 차례 이상을 때리고. 하지만 그 직후

패소정; [!] ! 명치를 강하게 맞은 패소정의 몸이 앞으로 꺾이면서 피를 토하고

청풍; (역시 단독으로는 패소저가 거령철귀를 이길 수가 없구나.) 눈 번뜩일 때

화악! 거령철귀 뒤에서 바람처럼 달려드는 암흑철사자

급히 몸을 돌려 피하려는 거령철귀. 하지만

콰직! 이번에는 피하지 못해서 암흑철사자의 아가리가 거령철귀의 어깨를 강하게 깨문다.

거령철귀; [!] 비틀하고

콰직! ! 암흑철사자의 앞발이 거령철귀의 양팔을 움켜쥐어 깊은 상처를 내고

[!] [안돼!] [채주님!] 산적들 비명

패소정; [잘 했다 철사자!] ! 허리띠에 숨겨두었던 비수를 뽑으며 비틀거리고.

청풍; [!] 스스슥! 사라지는 청풍

거령철귀; [크아!] ! 팔꿈치로 뒤에서 자신을 물고 있는 암흑철사자의 배를 강타한다

콰득! 후두둑! 암흑철사자가 뒤로 튕겨져 나가고. 하지만 암흑철사자의 이빨과 발톱에 어깨와 양팔이 깊이 갈라지는 상처를 입고 피를 뿜어내는 거령철귀

거령철귀; [!] 비틀거리다가 눈 치뜨고

패소정; [크아!] 바로 앞으로 쇄도하며 비수로 거령철귀의 눈을 찔러오는 패소정

히죽! 웃으며 저항을 포기하는 거령철귀.

패소정; (피할 생각을 않다니...) 놀라면서도 거령철귀의 눈을 찔러가는 손을 멈출 수가 없고. 하지만 그 직후

! 패소정의 뒤로 유령같이 나타나며 패소정의 뒷덜미를 수도로 치는 청풍

거령철귀; [!] 흠칫 할 때

패소정; [끄윽!] 눈을 까뒤집고 기절하며 앞으로 쓰러지고. 청풍은 그 뒤에 내려서고

! 거령철귀의 눈을 노리던 패소정의 비수는 뺨을 스치며 상처를 내고

! 자기 앞으로 쓰러지는 패소정의 몸을 두 팔로 안는 거령철귀

! 패소정의 비수는 바닥에 떨어지고

크르르르! 암흑철사자가 이빨을 드러내며 청풍에게 덤비려는데

장난감 같은 흑령철부를 들어서 흔들어 보이는 청풍. 그러자

[!] 무언가 느끼는 암흑철사자

크릉! 드러냈던 이빨을 감추며 멈추는 암흑철사자

청풍; (영물답게 흑령철부를 알아보는군.) 안도

거령철귀; [신세를 졌군.] 자기 품에 쓰러진 패소정을 제대로 안아들며 청풍에게 말하고

청풍; [오해하지 마시오. 당신을 위해 끼어든 게 아니니..] 무뚝뚝하게 말하며 흑령철부를 다시 품속에 넣고

청풍; <그저 딸이 아비를 죽이는 패륜이 벌어지는 걸 원치 않았을 뿐이오.> 전음으로 말하고

거령철귀; [우리 사이를 알고 있었군.] 두 팔로 패소정을 안아든 채 쓴웃음 짓고

청풍; [패소저의 어머니가 남기신 유서가 최근 패소저의 손에 들어갔소.] 말하며 두 손을 내밀어 패소정을 달라고 하고

패소정; [그럴 거라 짐작했네.] 탄식하며 패소정을 내려다보고

청풍; [신변 정리해서 패소저가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숨어버리시오. 귀하에게 패소저를 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패소정을 빼앗으려 하지만

거령철귀; [노부에게 잠시 이 아이와 함께 있을 기회를 주지 않겠는가?] 패소정을 안은 채 뒤로 물러서고

찡그리는 청풍. 그러다가

간절한 표정의 거령철귀

청풍; (어쩔 수 없군.) + [이각(二刻;30)은 넘기지 마시오.] 내밀었던 손을 내리고

거령철귀; [고맙네.] 끄덕이고

패소정을 안고 돌아서는 거령철귀.

크르르르! 암흑철사자가 이빨을 드러내지만

무시하고 그 옆을 지나가는 거령철귀

당황해서 청풍과 거령철귀를 번갈아 보는 암흑철사자

청풍.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웃으며 끄덕이고. 그러자

청풍을 돌아보며 거령철귀를 따라가는 암흑철사자.

근처 건물로 가는 거령철귀. 암흑철사자가 따라가고. 그 건물 주변에 있던 산적들과 여자들 아이들이 겁을 먹고 물러선다.

산적 한명이 문을 열어주는 건물로 들어가는 거령철귀.

암흑철사자는 건물 앞에 주저앉고.

거령철귀가 들어가자 산적은 급히 문을 닫아주며 암흑철사자 눈치를 본다.

하품하는 암흑철사자. 도망치듯 문 앞에서 멀어지는 산적

청풍; (여전히 조마조마한 상황이지만 더 이상 개입해서는 안된다.) 거령철귀가 들어간 건물을 보며 생각하고

청풍; (패소저가 끝내 죽이려 든다면 거령철귀는 아마 순순히 죽어줄 작정일 것이다.) 허리 숙여서 패소정이 떨군 비수를 집어들고. 그때

[... 고맙소이다 소협!] 늙은 산적12가 다가온다. 여전히 겁 먹은 표정으로 다른 산적들은 멀찍이 서서 보고 있고.

늙은 산적1; [소협이 제때 손을 쓰지 않으셨으면 채주께서 변을 당하셨을 거요.] 눈치 보며 아부하고

늙은 산적2; [그럼 천명이 넘는 우리 거산채의 식구들은 의지할 분을 잃고 비참한 신세가 되었을 거요.]

청풍; (거령철귀가 산적들에게는 인망이 좋군.) + [고마워할 거 없소.] 비수에 묻은 먼지를 소매에 닦으며 무뚝뚝

청풍; [내 동료를 위해 개입한 것뿐이니...] 비수를 닦고

늙은 산적1; [그리 말씀하셔도 소인들이 은혜를 입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지요.] 아부하고

늙은 산적2; [말씀한 하시면 저희들이 할 수 있는 능력 내에서 보은을 하겠습니다.] 굽신거리고

청풍; [정 보답을 하고 싶다면 술이나 한 모금 주시오. 먼 길을 쉬지 않고 달려와 목이 마르던 참이오.]

늙은 산적1; [술 정도야 당연히 드립지오. 이리로 오시지요.] 청풍의 소매를 잡아끌며 헤벌죽 웃고. 청풍을 정원에 있는 정자로 안내한다.

늙은 산적2; [빨리 술 창고에 가서 가장 좋은 술로 술상을 차려와라. 빨리...] 다른 산적들에게 외치며 따라가고

[예 부채주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신이 나서 달려가는 산적들

청풍; (산적들의 산채니 뭐니 해도 사람 사는 곳은 똑같구나.) 늙은 산적1에게 끌려가며 웃고. 주변에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보며 따라오는 아이들

<어쩌면 패소저는 제대로 된 아버지를 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당 근처의 정자로 안내 받아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헌데

산적들 사이에서 눈을 번득이며 보는 산적 한 놈. 이어

청풍이 정자에 올라가 앉는 것을 보며 돌아서며 히죽 웃는다.

푸드드! 곧 산채 깊은 곳에서 몇 마리의 비둘기가 날아오른다.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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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

다시 이진진의 시점. 혼천경은 3미터 정도 앞쪽에 있는데. 이제 이진진보다 깊이 잠수한 여자는 단 한명이다. 운신장을 닮은 금발의 도도한 인상의 여자. 절세미녀고 선녀같은 분위기의 여자다. 이름은 우후라. 우후라는 역시 잠수 하는 듯한 모습으로 손을 한껏 앞으로 뻗고 있는데 손이 혼천경에 거의 닿을 뻔 했다. 간격은 20-30센티 정도

이진진; (거의... 거의 다 왔다.) 눈빛이 몽롱해진 채 천천히 헤엄친다. 우후라의 옆을 지나가는 중이다.

이진진; (조금만... 조금만 더 힘을 내면 혼천경에 손이 닿을 수 있다.) (하지만...) 극도로 힘든 표정

이진진; (어느덧 몸이 쇳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지고... 눈이 자꾸 감기려 한다.) 힘겹게 허우적거리며 앞으로 나가고

이진진; (정신을 잃으면 안된다.) (넋을 놓는 순간 나도 다른 분들처럼 영원히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이진진; (그건 알고 있는데...) 이제 눈이 완전히 감기려 한다. 우후라의 가슴쯤을 지나는 중이다

이진진; (이제는 한계에 봉착한 것같다.) 절망

이진진; (더는... 견딜 수가 없다.) 두 팔을 허우적거리고. 그러자

! 옆에 떠있는 우후라의 몸에 이진진의 손이 닿고. 순간

지직! 전기가 오르는 이진진의 손

이진진; (!) 퍼득! 감전되어 퍼덕이고

이진진; (강하진 않지만 이분의 몸에 남아있던 약간의 영기가 내 몸 속으로 흘러들어왔다.) 눈 번쩍 뜨며 우후라를 곁눈질하고

도도한 표정으로 앞을 보고 있는 우후라.

이진진; (백여 년 전의 신녀문 문주셨던 우후라(尤后羅)라는 분이다.) ! 다시 정신 차리고 헤엄쳐서 우후라 옆을 지나며

이진진; (무산신녀 님 이래 최고 고수셨다고 알려진 분으로 나처럼 월음천강대법을 완성한 후 금천마장 속으로 들어오셨었다.)

이진진; (하지만 혼천경에 손이 닿기 직전에 정신을 잃으셨었는데...) 한껏 뻗은 손이 혼천경에 거의 닿을 뻔했던 우후라의 모습을 보고

이진진; (이분 몸에 남아있던 기운이 날 살렸다.) 사력을 다해 혼청경을 향해 잠수하고

이진진; (어쩌면 이분은 자신이 실패할 것을 깨닫자 뒤에 들어올 후손을 위해 힘의 일부를 보존해두셨을 지도 모른다.) 사력을 다해 손을 혼천경으로 뻗고

 

#288>

진삼낭; (제발...) 두 손을 으스러져라 움켜쥔 채 기원하고. 그 옆의 운신장도 숨을 멈춘 채 보고

 

#289>

이진진; (우후라라는 분의 도움 덕분에 마지막 위기를 넘겼다.) 화악! 혼천경으로 뻗는 이진진의 손

이진진; (그리고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다.) ! 혼천경을 움켜잡는 이진진의 손. 직후

! 혼천경이 빛을 발하더니

화악! 동굴 속에 있는 모든 기운을 빨아들이는 모습의 혼천경

 

#290>

[!] [그렇지!] 환호하는 진삼낭과 운신장. 동굴 안쪽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오는 걸 배경으로

 

#291>

화악! 혼천경에서 뿜어진 빛이 동굴을 가득 메우고

쿠오오! 동굴을 가득 메우고 있던 젤리같은 것들이 혼천경으로 흡수되며 허공에 떠있던 여자들의 몸이 흔들리고

털썩! 퍼억! 바닥에 일제히 나뒹구는 여자들의 몸뚱이.

[!] [!] 동굴 밖에서 팔로 눈을 가리고 있던 진삼낭과 운신장이 놀라고

! 동굴 바닥에 수십 명의 여자들이 쓰러져 있다. 그리고

츠으! 동굴 깊은 곳의 어둠 속에서 빛이 나고 있고

드러나는 모습. 이진진이 두 손으로 혼천경을 움켜쥔 채 주저앉아 벌벌 떨고 있다.

지지지! 혼천경에서 일어난 벼락이 이진진의 몸으로 흘러들어가고 있고

진삼낭; [진진아!] 비명 지르며 달려 들어가려 하고

운신장; [진정해요.] ! 진삼낭의 팔을 잡아 달려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진삼낭; [... 하지만 진진이의 상태가 예사롭지 않은데...] 안을 들여다보며 다급한 표정을 짓고

운신장; [수백 년의 세월 동안 혼천경이 흡수했던 금천마장의 힘을 진진이의 몸이 빨아들이고 있는 중이에요.]

진삼낭; [... 그건 위험한 거 아닌가요?] 돌아보고

운신장; [위험하기는커녕 진진이가 엄청난 기연을 얻고 있는 중이라고 봐야 해요.] 웃으며 진삼낭의 팔을 놔주고

운신장; [이후로 진진이의 몸 자체가 금천마장이 될 테니까요.] 앞장 서서 동굴 안으로 들어간다.

진삼낭; [... 그럼...] 깨닫고 흥분하며 따라 들어가고

운신장; [이제 세상 그 어떤 힘도 진진이의 몸에 해를 끼치지 못하게 될 거예요.] 바닥을 둘러보며 걸어 들어가고.

으으으! 으음! 바닥에 떨어졌던 여자들이 신음하며 몸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진삼낭; (맙소사! 전부 살아있었어!) 놀라며 그 여자들을 살피며 운신장을 따라 동굴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금천마장의 힘이 이 동굴 안에서 흐르는 시간 자체를 멈춰버렸기 때문일 거야.> 으으으! 으으! 신음하며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여자들 배경으로 진삼낭의 생각. 여자들은 눈을 뜨기도 하지만 눈에 초점이 없다.

진삼낭; (금천마장을 돌파하려는 시도를 했었던 이 여자들은 하나같이 절세고수들이었다.) 여자들 사이를 지나가며 흥분하고

진삼낭; (신녀문은 사대마가 가주들에 필적하는 고수 수십 명을 단번에 얻게 된 것이다.)

진삼낭; (이제 신녀문은 무림맹과 마교도 상대할 수 없는 가공할 세력이 되겠구나.) 생각하다가 흠칫! 하고.

앞서 가던 운신장이 멈춰 섰다. 그 앞쪽에서는 이진진이 두 손으로 혼천경을 움켜쥔 채 벼락에 휩싸인 모습으로 앉아있다. 헌데

운신장 앞쪽. 바닥에 반듯하게 누워있는 우후라. 다른 여자들과 달리 눈을 뜬 채 천장을 보고 있다.

진삼낭; (금천마장의 가장 깊은 곳에까지 들어갔었던 저 여자는 벌써 정신을 차리고 있다.) 놀라고 긴장할 때

우후라; [누구냐?] 천장을 보며 운신장에게 묻고

운신장; [삼십칠 대 제자 우밀운(尤密雲)이옵니다.] 한쪽 무릎 꿇으며 포권하고

우후라; [삼십칠 대라...] 천장 보며 생각하고

우후라; [그동안 세월이 제법 많이 흘렀구나. 그저 잠깐 백일몽을 꾼 기분이거늘...] 한숨을 쉬고

운신장; [()사조님께서 금천마장으로 들어오신 후로 백십칠년이 흘렀사옵니다.] 포권 했던 손을 내리며 말하고. 한쪽 무릎은 꿇은 채

우후라; [눈 한 번 깜빡인 사이에 백십칠 년이라니...] 허탈한 표정

우후라; [헌데 금천마장을 깨트린 건 네가 아닌 것 같구나] 고개 조금 돌려 운신장을 보며 말하고

운신장; [이진진이란 아이의 업적이온데...] [아직 기명제자(記名弟子)로 올리지는 않았사옵니다.] 우후라와 함께 이진진을 보며 말하고

우후라; [그럼 가장 시급한 일은 저 아이를 본문의 제자로 받아들이는 것이로구나.] 고개를 조금 더 돌려 이진진을 보고

운신장; [제자도 그리할 생각이옵니다.]

우후라; [금천마장에 갇혀있었던 우리들은 지난 시절의 망령들일 뿐이다.]

우후라; [그러니 우린 신경 쓰지 말고 너희들이 알아서 문중을 이끌어가거라.] 눈을 감으려 하고

운신장; [여러 사조님들이 계시는데 제자가 어찌 그리 할 수가...] 난감해하는데 + 우후라; [피곤하구나.] 눈을 감고

우후라; [백 년 넘게 잠들어있었으면서도 여전히 잠이 모자란 것 같다.] 눈을 완전히 감으며 중얼거리고

운신장; (잠 드셨구나.) 한숨

운신장; (하지만 태사조님의 말씀이 옳다.) 고개 들어 이진진을 보고

<지금 시대의 문제는 지금 시대에 태어난 우리들의 힘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동굴 내부의 모습 배경으로 운신장의 생각 나레이션

 

#292>

<-살인상단> . 먹장구름이 끼어 음울한 날씨

어떤 밀실로 들어서는 소수마녀. 귀파파가 따라 들어와 문을 닫고

밀실 내부. 지자급과 인자급 자객들이 벽을 따라 빙 둘러서있는데 손에 칼을 들고 있다. 밀실 중앙에는 이십여 명의 여자 자객들이 무릎을 꿇고 있다 대부분 젊은 여자 자객들인데 맨 앞줄에는 다섯 명의 여자들이 무릎을 꿇고 있다. 정정, 난향과 세명의 무자조 여자아이들이다. 모두 문쪽으로 등을 돌린 자세로 무릎 꿇고 있다. 문 건너편의 단상에는 의자가 하나 놓여있고. 단상 아래에는 독검사랑이 서있다.

여자 자객들 사이를 지나 단상으로 가는 소수마녀. 좌우의 여자자객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소수마녀를 훔쳐보고

단상으로 올라가는 소수마녀

소수마녀; [시작해라.] 의자에 앉으며 독검사랑에게

독검사랑; [예 단주님!] 고개 숙이고

독검사랑; [이곳에 소환한 계집들은 자객에 어울리지 않게 향수를 쓴 것들입니다.] 여자 자객들을 노려보고

겁에 질려 독검사랑의 시선을 피하는 여자 자객들

독검사랑; [표적인 사내를 홀릴 목적이 아니라면 평소에는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살인상단의 율법!] [그 율법을 가볍게 보았으니 엄벌에 처해야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여자 자객들을 노려보고

더 겁에 질리는 여자 자객들

소수마녀; [그년들은 뭔가?] 정정등을 보며

독검사랑; [치자향의 향수를 쓴 년들입니다.]

독검사랑; [단주님께서 오시기 전에 취조한 바에 의하면...] [난향이라는 저년이 몰래 숨기고 있던 향수를 나눠썼다고 합니다.] 난향을 보며

겁에 질려 달달 떠는 난향

소수마녀; [그년은 무공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것으로 아는데...]

독검사랑; [나머지 네년들 중에 전서구에 손을 댄 범인이 있을 것입니다.]

소수마녀; [자수할 기회를 주겠다.] 정정등에게

소수마녀; [전서구를 몰래 날린 년은 앞으로 나서라.]

서로 눈치만 보는 정정과 여자 아이들.

소수마녀; [어쩔 수 없군.] 무표정하게 끄덕

소수마녀; [다섯 년 모두 이 자리에서 처단하라.] 손을 들어 죽이라는 시늉.

독검사랑; [존명!] 스릉! 시커먼 검을 뽑아들고.

독검사랑; [본좌를 원망하지 마라!] 독검을 뽑아들고 정정 일행에게 다가가고

난향; [흐윽!] 납작 엎드린 채 달달 떨고. 그 옆에서 고개 떨군 채 갈등하는 정정

! 독검사랑이 검을 높이 쳐들어 난향을 베려 하고.

달달 떠는 난향

정정; (젠장!) + [접니다!] 고개 번쩍 들며 외치고

손을 드는 소수마녀

난향을 베려던 독검사랑이 검을 멈추고

정정; [제가 전서구를 몰래 외부로 날려 보냈습니다.] [그러니 다른 아이들은 살려주시기 바라옵니다.] 소수마녀에게 고개 조아리며 말하고

[!] [!] 안도하고 놀라는 난향과 다른 여자 아이들

소수마녀; [하고 싶은 말은 다 해봐라. 다시는 기회가 없을 테니...]

정정; [저는 번뇌마가 소속으로 살인상단의 내실을 염탐하여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고 있습니다.] 고개 든 채 말하고

[... 정정이 번뇌마가 소속...] [그런...] 난향등 놀라고 충격 받고

정정; [그러던 중 이청풍이 천마삼보중 광명륜을 지니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그 사실을 번뇌마가에 제보했습니다.]

독검사랑; [어리석은 계집이...] 노려보고

정정; [번뇌마가에서 나고 자라며 은혜를 입은 몸이라 가주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정; [어떤 처벌을 내리시더라도 감수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독검사랑; [하명하십시오 단주님!] 고개 조금 돌려 소수마녀를 보고

정정을 노려보는 소수마녀.

정정; (아무래도 길지 않은 내 인생을 여기가지 인 것 같네.) 체념하며 웃고

소수마녀; (일벌백계... 당연히 죽여야 하지만...) 정정을 노려보고

소수마녀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청풍과 정정등이 넓은 탁자를 둘러싸고 앉아서 다과를 나무며 즐겁게 웃던 장면

소수마녀; (나도 모르게 이청풍의 반응을 의식하게 되는구나.) + [판결을 내리겠다.] ! 일어나고

소수마녀; [정정! 네년은 죽을 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정정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하고

[!] 안도하는 난향과 다른 여자 아이들. 정정은 눈을 치뜨고

소수마녀; [두 번 다시 바깥세상 구경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사형을 대신하겠다.] 말하며 단상은 내려오고

정정; [관대한 처분에 감사드리옵니다.] 납작 엎드리며 절하고

독검사랑; (정정이란 년과 이청풍의 관계를 감안한 판결이로군.) 깨닫고

소수마녀; [금기를 어긴 년들은 한 달간 노역에 처한다.] 여자들을 지나 입구로 가며 말하고. 입구 쪽에서는 귀파파가 문을 열어주고 있다.

[감사합니다 단주님!] [벌을 달게 받겠사옵니다.] 여자들 안도하며 고개 조아리고

문 밖으로 나오는 소수마녀. 문 밖을 지키고 있던 자객들이 인사하고

소수마녀; (부디 조심해라 이청풍!) 복도를 걸어가며 심각해지고

소수마녀; (광명륜을 노리고 번뇌마가와 혈전마가의 인간들이 아귀처럼 몰려들 테니...) 걱정스러운 표정 크로즈 업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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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동정호> . 기절초괴의 유람선 악인선이 떠있다. 악인선 주변에 떠있는 작은 배들

악인선으로 다가가는 작은 배 한 척. 늙은 사공이 노를 젓고 있고. 뱃머리에는 망토를 두르고 죽립을 쓴 여자가 서있다. 온유향이다.

사공; [정말 괜잖겠습니까요 손님?] 끼익! ! 노를 저으며 걱정스러운 표정

사공; [악인선이라 불리는 저 배는 그야말로 죄악의 구렁텅이같은 곳입니다요.] [상상도 못할 끔찍한 만행들이 자행되고 있다고 하며...]

사공; [동정호에 나타난 이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여자들이 끌려가 비참한 신세가 되었다고 합니다.]

사공; [악인선의 마귀들은 손님같은 미인을 결코 그냥 두지 않을 것입니다요.] 눈치 보며 말하고

온유향;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노인장.]

온유향; [하지만 제가 오늘 찾아온 건 악인선의 악명을 들어서랍니다.]

사공; [일부러 악인선을 찾아오셨단 말씀이십니까요?] 놀라고

온유향; [악인선의 악행은 오늘로 종지부를 찍게 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말하며 어느덧 바로 앞으로 다가온 악인선을 보고. 악인선은 워낙 커서 마치 앞쪽에 벽이 생기는 것 같다. 악인선 옆에는 계류장이 마련되어 있고 그 계류장에서 위쪽으로 비스듬이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신마유희>의 악인선 참조

사공; [어떤 준비를 하고 오셨는지 모르지만 아무쪼록 조심하십시오 손님!] ! 눈치 보며 배를 계류장에 대고.

온유향; [수고하셨어요.] ! 계류장으로 내려서고.

사공; [별 말씀을...] + [!] 말하다가 기겁하고

슈우! 계류장에 내려섰던 온유향의 몸이 수직으로 날아오르고 있다.

사공; [... 이제 보니 선녀님이셨구나.] 털썩! 배 바닥에 주저앉고

슈우! 그 사이에 악인선 갑판 위로 날아오르는 온유향.

[!] 죽립 아래에서 이마 찡그리는 온유향

! 갑판 위에서 벌어지는 난장판. 수많은 탁자가 설치 되어 있는데 흉악한 인상의 사내들이 헐벗은 여자들을 끼고 술을 마시며 노는 중이다. 야하 춤을 추는 여자들도 있고. 박수치며 환호하는 자들도 있고

온유향; (기절초괴...) ! 갑판 난간에 깃털처럼 내려서고

온유향; (네가 암흑마가를 말아먹으려 작정을 했구나.) ! 갑판으로 내려서고. 그때

사우; [인생 짧다!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는 거다.] 선실을 등진 상석에 앉아서 술잔 든 채 웃는 사우. 사우 좌우에는 헐벗은 여자들이 달라붙어 아양을 떨고 있고

사우; [가주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악인선은 나 사우의 것이다.] [무슨 짓을 해도 용서할 테니 꼴리는 대로 놀아봐라.]

[역시 사령주님이 최고요!] [사령주님 덕분에 살 맛 납니다.] [사령주님이 영원히 악인선의 주인이 되셨으면 좋겠소이다.] 주변의 사내들 환호하며 술잔을 들고. 저마다 여자들을 끼고 있다.

사우; [나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 말하다가 놀라고

갑판을 가로질러 사우에게 다가오는 온유향. 죽립을 쓰고 망토를 둘렀지만 분위기 있다.

사우; [이런 이런... 복덩이가 제 발로 굴러들어왔구나.] 헤벌쭉 웃고

[! 이 계집 언제 악인선에 올라왔지?] [간덩이가 부은 계집이로구만.] [사내가 그리워 찾아온 건가?] 눈 희번덕이며 온유향을 보는 사내들. 헤벌래 하는 놈들도 있고

사우; [모두 들어라!] [저 년을 잡아서 발가벗기는 자에게는 만냥을 상금으로 주겠다.] 술잔 든 손으로 온유향을 가리키며 외치고. 그러자

[상금 만냥은 내거다!] [역시 사령주는 통도 크시오.] [이년아! 순순히 벗어라!] 휘익! 화악! 주변의 사내들이 일제히 온유향을 덮쳐간다. 하지만 그 직후

가앙! 온유향의 몸 주위로 빛이 휘돌고. 그러자

콰드드! 우직! 그 빛의 막에 닿은 자들의 몸은 그대로 으스러진다.

[크아악!] [케엑!] 퍼펑! !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튕겨져 나가는 사내들. 모두 몸이 으스러졌다.

[꺄악!] [아악!] [히익!] 퍼퍽! ! 갑판으로 흩뿌려지는 사내들의 시체와 으스러진 몸뚱이 파편들. 그걸 뒤집어쓴 사내와 계집들 비명 지르며 물러서고.

사우; (저 무공은...) 경악하며 벌떡 일어나고

사우; [... 천앙탄벽이로구나!] ! 비명 지르며 날아오르려 하고

[... 천앙탄벽!] [그러고 보니...] [히익!] 살아남은 자들 공포에 질릴 때

! 이미 사우의 목을 움켜잡고 있는 온유향. 허공에 떠있다.

사우; [끄윽!] 우두둑! 목이 부러지려 하며 눈을 까뒤집고

온유향; [사우! 죗값을 치를 때가 도래했다!] 사우의 목을 쥔 채 허공에서 천천히 내려오며 살벌한 표정

사우; [... 천앙마녀님! ... 살려주십시오.] 끄윽! 우두둑! 목이 부러지려 하며 애원하고.

[... 천앙마녀!] [마교가 무림맹에 멸망할 때 죽었다고 알려진 천앙마녀가 살아있었다니...] [저 여자가 구대마왕의 최강자라는 천앙마녀였다!] 모든 사내들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치고. 그러다가

[안돼!] [... 달아나자!] [히익!] ! ! 비명 지르며 갑판에서 호수로 뛰어내리는 자들이 있고.

첨벙! ! 호수로 추락하는 사내들. 그러자

[으아아아!] [히익!] 사방에서 호수로 뛰어내리는 놈들이 속출한다. 여자들은 겁에 질려 구석에서 달달 떨고 있고

주변을 떠돌던 작은 배들에 탄 사람들이 놀라서 돌아보고. 첨벙! ! 악인선 갑판 위 모든 곳에서 사내들이 뛰어내리고 있다.

물에 떨어졌다가 필사적으로 헤엄쳐서 달아나는 자들도 있고

[저놈들 왜 저러는 건가?] [악인선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모양이네.] 작은 배에 탄 자들의 눈이 번뜩이고. 이자들은 번뇌마가의 끄나풀들이다.

스윽! 그러거나 말거나 사우의 목을 쥔 채 갑판으로 내려서는 온유향

사우; [제발... 제발 목숨만은...] 끄윽! 목이 잡혀서 사색이 된 채 애원하는데

온유향; [자비를 베풀어서 네놈이 내 손에 죽는 이유는 알려주겠다.] 죽립 아래에서 살벌하게 눈을 번득이고

온유향; [네놈이 농락한 벽소소는 내 의녀(義女).]

사우; (벽소소, 그년이 의붓딸이라고?) 경악하며 벽소소를 떠올리고

사우; [... 그럼 천앙마녀께서 황금전장의 안주인이시라는...] + 온유향; [잘 가라!] ! 사우의 목을 쥔 손이 달아오르고. 그러자

[끄아아악!] 화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불길에 휩싸이는 사우

푸스스! 엄청난 고열에 재가 되어 흩어지는 사우의 몸뚱이

온유향; [단 한번 밖에 죽일 수 없는 것이 유감스러울 뿐이다.] 푸스스! 손을 풀어서 흩어지는 사우의 잔해를 놓고.

온유향; (이로써 소소와 관련된 추문이 퍼질 가능성은 원천봉쇄했다.) 탁탁! 손을 털어서 사우의 시체가 타며 묻은 재를 털어 버리고. 이어

온유향; [전부 나와라!] 선실 쪽을 향해 외치고. 그러자

[... 정말 천앙마녀님이시로군요.] [천앙마녀님께서 살아계셨다니... 이렇게 기쁜 일이...] 덜컥! 갑판 끝 선실의 문이 열리며 노인들이 나온다. 전부 50 이상의 나이 든 사내들

[암흑마가의 죄인들이 천앙마녀님을 뵙습니다.] [속하들이 삼십여 년 만에 천앙마녀님께 인사 올립니다.] 노인들 선실에서 나와 온유향에게 절하고. 수십명이다.

온유향; [너희들은 무엇하는 종자들이냐?] 살벌한 표정

온유향; [기절초괴와 그 졸개들이 암흑마가의 이름에 똥칠을 하는 것을 보고만 있었단 말이냐?] 노려보고

[용서를...] [패륵은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면 가차없이 살수를 써서 그만...] [죽는 게 두려워 비굴하게 목숨을 부지해왔습니다.] [이미 암흑마가의 충신들은 대부분 변을 당한 상태입니다.] 고개 조아리며 부끄러워하고

온유향; [패륵! 패륵!] [출신이 의심스럽더니 기어코 암흑마가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었구나.] 분노

온유향; [너희들의 무능과 비굴함은 죽어 마땅한 중죄다.] 노인들을 노려보고

겁에 질려 사시나무 떨 듯이 떠는 노인들

온유향; [그러나 인생이 가엾어서 살 수 있는 기회를 한번 주겠다.]

온유향; [지닌 바 재주와 수단을 모두 동원해서 패륵의 소재를 알아내라!] 강렬한 표정을 짓고

 

#283>

<-사해용궁사> 사해용궁사의 모습.

위극겸이 머무는 그 건물. 눈빛이 날카로운 무사들이 지키고 있고

위태무; [이청풍?] 놀라는 표정. 의자에 앉아있다.

위극겸; [놀랍게도 그놈은 종남산에서 죽지 않았습니다.] 위태무 앞에 서서 좁고 긴 천을 보고 있다. 정정이 전서구로 날려 보낸 천이다.

위극겸; [이틀 전, 패륵의 딸인 소녀패왕 패소정과 함께 살인대작의 시신을 살인상단으로 운구해왔다고 합니다.]

위태무; [분명 생사교에 심장이 관통 당했는데 살아있다 이거지?] 눈 번뜩

위극겸; [독룡곡에서 진상파를 구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연을 만난 것 같습니다.] 천에서 눈을 떼고

위태무; [그렇게 밖에는 설명이 안되겠지.] 끄덕

위극겸;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광명륜이 패륵의 손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위태무; [하지만 우리가 이청풍의 소재를 알았다면 패륵 역시 알게 될 것이다.] 심각

위태무; [본가의 모든 전력을 동원해서 이청풍의 소재를 알아내라.] [패륵 보다 먼저 이청풍을 찾아내 광명륜을 입수해야만 한다.]

위극겸; [그리 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돌아서는 위극겸

위태무; [진천이에게도 연락을 넣어라.] 말하고.

문쪽으로 가다가 멈춰서며 돌아보는 위극겸

위태무; [유사시에는 섭아연을 이용해야하니 준비하라고...]

위극겸; (그럼 진천이가 섭장천의 후계자가 되는 건 물 건너가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 + [그리 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문 열고 나가는 위극겸

위태무; [이청풍... 이청풍...] 문이 닫히는 걸 보며 중얼

위태무; [생사교에 당하고도 살아있었다 이거지?]

위태무; [그럼 다음에는 목을 잘라서 확실하게 죽여야겠구나.] 음산하게 웃고

 

#284>

<-무산> 무산의 모습.

<-신녀문> 신녀문의 폐허

신녀문 폐허 끝 쪽의 절벽. 그 절벽 아래 나있는 동굴 앞에 세 여자가 서있다. 물론 운신장과 진삼낭과 이진진이다. 이진진의 모습이 좀 이상하다. 옷이 저절로 하늘거리고 몸도 아주 가벼워져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모습. 세 여자가 보고 있는 동굴은 #139>에 나온 그 동굴

세 여자가 보고 있는 동굴 안쪽의 모습, 마치 투명한 젤리같은 것으로 들어차 있는 상태인데 그 젤리같은 것들 속에 여러 명의 여자들이 떠있다. 운신장과 복장이 비슷한 여자들인데 수영을 하거나 무중력 상태에 떠있는 것같은데 물론 움직이지는 않는다. 모두 안쪽으로 날아 들어가는 자세다.

멀리 동굴 안쪽에서 무언가 빛을 발한다.

크로즈 업 되는 그 물체. 돌로 깎아 만든 단상이 있고 그 위에 거울이 하나 떠있다. 직경이 20센티 정도되는 구리거울인데 표면이 아주 매끈해서 빛이 난다.

운신장; [기분은 어떠냐?] 이진진을 돌아보고

이진진; [좋아요.] 웃고

이진진; [몸 상태도 최상이에요.] 자기 몸을 돌아보고

이진진; [월음천강대법이 완성된 탓인지 활개를 치면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올라갈 것 같아요.] 말하는 이진진의 몸이 술렁거리며 허공으로 날아오르려 한다.

운신장; [지금이라도 부담되면 포기해도 된다.]

운신장; [신녀문 부활이라는 내 염원을 위해 진진이 너를 위험에 빠트리고 싶지는 않구나.] 한숨

이진진; [제 마음은 이미 오래 전에 결정되었으니 근심하지 마세요.] 웃고

이진진;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이만 금천마장 안에 들어가서 혼천경을 꺼내올게요.] ! 동굴로 다가가고

진삼낭; [진진아!] 긴장해서 부르고

이진진; [예 엄마!] 돌아보고

진삼낭; [조심... 조심해야 한다.] 긴장이 극에 달해서 목소리가 잠기고

이진진; [걱정마세요.] 미소

이진진; [금방 들어갔다 나올게요.] 슈욱! 돌아보며 걸음을 옮겨서 투명한 젤리가 가득 찬 것같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진삼낭; (제발...) 두 손 모아 가슴에 댄 채 숨도 못 쉬고

운신장;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젤리같은 것 속에 떠서 천천히 앞으로 헤치고 가는 이진진을 보며 역시 긴장

운신장; (부디 본문의 열조들께서 진진이에게 힘을 주시길 바랄 뿐이다.)

 

#285>

금천마장을 헤치고 들어가고 있는 이진진의 시점. 멀리 아래쪽에서 혼천경이 빛을 발하고 있고. 이때부터 시점이 바뀌어서 이진진은 깊은 수직 동굴을 헤엄쳐 내려가는 형상이 된다. 머리를 아래로 하고 양손을 번갈아 앞 뒤로 움직여서

이진진; (천마가 혼천경을 봉인하기 위해 펼친 금제 금천마장...) 잠수하듯이 머리를 아래로 하고 혼천경을 향해 내려가는 이진진.

이진진; (엄청난 영기(靈氣)가 고여 있어서 마치 쇳덩이 속을 헤집고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져.) 좀 힘든 표정

이진진; (금천마장을 이루고 있는 영기들은 몸 속의 탁기(濁氣)에 달라붙는다.)

이진진; (그래서 몸을 금천마장과 동화시켜버리는 것인데...) 잠수하면서 주변의 여자들을 곁눈질하고

<하나같이 절세고수였던 신녀문의 역대 문주들도 결국 금천마장에 사로잡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잠수하는 이진진 주변에 떠있는 여자들의 모습.

이진진; (몸 속의 탁기를 완전히 소멸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금천마장에 뛰어든 때문인데...) 좀 힘든 표정이 되고

이진진; (내 몸도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이진진; (월음천강대법으로 몸을 완전히 정화시켰다고 생각했지만...) 잠수하는 속도가 줄어들고

이진진; (역시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아서 내 몸에도 제법 많은 탁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진진; (그 탁기에 달라붙는 금천마장의 영기들이 내 몸을 점점 더 무겁게 만들고 있다)

이진진; (정신을 잃기 전에 혼천마경에 손이 닿아야할 텐데...) 아래쪽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거울을 보며 잠수하고

 

#286>

동굴 밖에서 가슴을 졸이며 보고 있는 운신장과 진삼낭. 진삼낭은 두 손을 모아 가슴에 댄 채 초긴장한 모습

두 여자의 시점. 이진진이 동굴 중앙에 수평으로 떠서 혼천경을 향해 가고 있다. 자유형 수영을 하듯이 양손을 번갈아 앞뒤로 움직이고 두 발을 아래 위로 흔들어서.

운신장; (진진이가 금천마장 안으로 들어가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역시 긴장

운신장; (월음천강대법으로도 몸 속의 탁기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는 것인데...)

운신장; (나를 위해서라도 부디 힘을 내다오 진진아.)

<천마가 본문에 걸어놓은 족쇄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네가 잘못 될 경우 내 나머지 삶은 회한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을 테니...> 가슴 졸이며 보고 있는 두 여자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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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三 章

 

               깨어진 돌머리 (1)

 

 

 

숭산(崇山),

준극봉(峻極峰) 아래의 만장단애의 아래쪽에는 사람이고 짐승이고 모두 피해가는 무저갱(無底坑)이 하나 입을 벌리고 있다.

바닥이 얼마나 되는 지 측량할 수 조차 없는 이 무저갱은 다행히 입구가 별로 크지 않다.

또한 자비를 우선하는 소림사에서 이 무저갱의 둘레에 우물처럼 담을 쌓아놓았다.

그 때문에 스스로 들어가려고 발버둥 치지 않는 한 사람이나 짐승이나 이곳에 빠지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단 한 가지 드높은 위쪽의 만장단애에서 그대로 무저갱안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햇살이 거북이 등딱지를 떼어버릴 정도로 뜨겁게 내리 쪼이는데,

에고 더워라! 헥헥헥!”

엷은 백의를 입은 한 소녀가 무저갱을 둘러싼 담장가에 다가와 털썩 주저앉았다.

보석같이 초랑한 눈망울을 가진 그 소녀는 야무지게 다문 입매가 극히 지적으로 보였다.

허리에는 한 자루의 옥퉁소가 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녀는 발이 아픈지 가죽신 위로 발을 주무르면서 투덜거렸다.

[사부님께서도 이제 돌아가실 때가 되기는 됐어. 시키는 대로 준극봉을 이 잡듯이 뒤져서 무저갱을 찾아내기는 했지만, 이게 뭐 어떻다는 거야? 무저갱에서 뭐 사람이 올라와? 그럼 그게 어디 무저갱이야? 웅덩이지.]

쫑알쫑알 거리는 그녀는 장난기가 다분했으며, 틀에 얽매이지 못하는 그런 성미가 옅보였다.

그녀는 돌연 벌렁 드러누우면서 소리쳤다.

[애고, 난 모르겠다. 사람이 나오든 도깨비가 나오든 나오면 나오는 거고 난 낮잠이나 한숨자야겠다.]

나른해지는 여름날의 오후다.

소녀는 눕자마자 새근새근 코를 골기 시작했다.

잠시 후 무저갱에서 금방이라도 삭아서 녹아버릴 것같은 백의를 걸친 인물이 한명 쑤욱 떠올랐다.

바로 천년만에 부활한 폭풍무존이었다.

그러나 잠이 든 소녀는 그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했다.

스읏!

폭풍무존은 그녀를 힐끗 본 후에 준극봉을 날아서 넘어가 버렸다.

그리고 한참 후 무저갱을 둘러싼 담장위로 더부룩한 검은 머리가 수욱 올라왔다.

피로에 지친 듯한 그 인물은 가까스로 담장을 손으로 잡고 밖으로 기어나왔다.

알몸에 방망이를 든 석두공이었다.

“....!”

순간 그의 기척에 백의소녀가 눈을 번쩍떴다.

그녀의 눈에 석두공의 알몸이 그대로 들어왔다.

석두공은 그녀를 보고서야 이제 사람이 사는 곳으로 나왔구나싶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데 소녀는 석두공을 보고도 처음에 잠시 당황한 눈빛을 보였을 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서서 말했다.

[척보니 무저갱에서 나왔군요.]

[무저갱? 여기를 말하는 거요?]

석두공이 반문했다.

소녀가 그의 하체를 잠시 보았다가 눈을 슬쩍 돌리며 말했다.

[그럼 깊은 구멍이 거기 말고 또 있나요?]

무의식중에 구멍이란 말을 한 그녀는 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얼굴이 빨개졌다.

석두공의 나신도 점잖케 훔쳐본 그녀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러나 석두공은 아무것도 모른채 심지어 자신이 발가벗었다는 사실도 모른채 말했다.

[아무튼 나는 이곳으로 올라왔소. 한데 내게 무슨 볼일이 있소?]

[물론이예요. 그 때문에 나는 수천리를 달려왔어요. 이 가죽신 보이죠? 이게 길을 떠나고 나서 세번째로 사서 신은 거예요.]

백의소녀는 자신의 발을 번쩍 들어보이며 말했다.

치마가 훌렁 올라갔다.

하지만, 그녀는 기가 막히게 다리를 살짝 돌려 치마속이 보일 듯 말듯 하게 했다.

석두공은 자신도 모르게 침이 꿀꺽 삼켰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얼른 말했다.

[무슨 일이오?]

질문부터가 좀 어색하기 그지 없었다.

수천리 밖에서 어떻게 자신이 오늘 무저갱에서 나오리라는 것을 알고 일을 보러 왔단 말인가?

그에 대한 질문은 조금도 없고 생각이 건너뛰어 그렇게 묻고 말았다.

[이것을 아시겠어요?]

백의소녀는 품속에서 손가락 만한 은검(銀劒)을 꺼내들면서 말했다.

그것은 크기만 작았지 모양은 완전한 검이었다.

[아주 작은 검이군요.]

석두공이 말했다.

백의소녀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장난치지 말고 말해요. 나를 만만하게 보다간 큰코다칠 거예요.]

[그럼 검이 아니란 말이오?]

석두공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순간 백의소녀의 눈에서 서릿발같은 한기가 감돌았다.

쉬익!

손가락만한 검이 섬짓한 소리를 내면서 뽑혔다.

번쩍!

강렬한 백광이 그 검으로 부터 발해졌다.

소녀가 준엄하게 소리쳤다.

[정검령(正劍令) 앞에서도 무릎을 꿇지 않겠단 말인가?]

석두공은 소녀가 살기를 돋우고 소리치자 저으기 당황했다.

[정검령? 혹시 사람을 잘못 본 것아니오? 나는 정검령이 무엇인지 모르오.]

[!]

소녀가 혀를 차면서 작은 검을 거두었다.

[사부말이 이번에도 맞기는 맞았군. 상대하려면 골치 아픈 자라고 하더니만, 이런 돌머리를 어디다 쓰려고 데려오라는건지 원... 그래도 명령이니 듣기는 들어야지.]

그녀는 자신의 뒤에서 작은 보따리를 풀더니 석두공에게 휙 던졌다.

[우선 옷이나 걸치고 보시지. 아무리 대책없는 사람이라 해도 상대를 잘못 만났어. 난 백란이란 말이야. 종횡선녀(縱橫仙女) 백란(白蘭)이라구.]

석두공은 속으로 뜨끔했다.

(어떻게 내가 돌머리인줄 알았을까? 무슨 멍청한 짓을 한 것같지도 않은데... , 한데 옷이라니... !)

그는 그때서야 자신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란 사실을 알아채고 얼굴이 파랗게 질려 훌쩍 뛰어 바위뒤로 숨어버렸다.

[호호호호... 멍청이! 이미 다 봤는데 숨기는 또 뭘 숨어? 사내대장부가 숫기 없기는..... 어서 옷이나 입어.]

백란이라는 소녀가 깔깔 웃으면서 옷이든 보따리를 발로 차서 바위 뒤로 보냈다.

석두공은 옷을 받아들고 풋! 하고 웃었다.

(남자가 몸을 한번 보인게 뭐 대단하다고 이런 호들갑인가? 여자인 그녀는 내 알몸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데... )

석두공은 소녀가 준 옷을 입고 허리까지 드리워진 긴 머리를 뒤로 묶었다.

그리고 바위뒤에서 나오자 백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야? 아주 잘생겼잖아. 조금 전과는 아주 딴판인데.)

방금 전의 모습이 연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석두공은 멋진 사나이로 둔갑해버렸다.

[음음, 가자!]

그녀는 마치 하인을 대하듯 석두공에게 명령하곤 앞서 걸었다.

석두공은 어이가 없었다.

(옷이 고맙긴 하지만 아무래도 미친 여자인 모양이군. 내가 궂이 따라갈 이유가 어디 있겠나?)

내심 속으로 생각한 그는 슬그머니 돌아서서 숲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편 백란은 그가 따라오리라는 것을 확신했는지 보치도 당당히 걸어갔다.

한데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이 들어 뒤를 싹 돌아보는 순간 그녀는 빽 소리쳤다.

[튀다니! 내 허락도 없이. , 감히 이 종횡선녀를 우섭게 봐? 별 떨거지같은 놈이... ]

그녀는 번개같은 신법으로 석두공이 사라진 곳을 향해 날아갔다.

 

* * *

 

석두공은 생각했다.

(내가 비록 무공이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고 하지만 이것으로 그 끝에 달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폭풍무존의 경우를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 폭풍무존의 무공수준에 달하려면 아직도 나는 멀었다.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기억에 의하면 나는 소림사로 가는 길이었다. 무슨 이유로 가던 중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먼저 소림사로 가고 볼 일이다.)

석두공은 또 생각했다.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절곡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동안에 내 몸이 훨씬 자란 것같으니 제법 많은 시간이 흐른 것같은데...)

그는 혼자라는데 대한 두려움 같은 것이 밀려왔다.

그것은 세상천지에 오직 자기뿐이라는 고독감이었다.

 

***

 

마침내 소림사에 도착했다.

석두공은 산문으로 들어서서 무작정 걸었다.

딱히 지리를 아는 바가 없기에 그저 다른 참배객들의 뒤만 졸졸 따라갔다.

그를 저지하는 사람도 없었고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사찰다운 사찰을 처음으로 구경하는 석두공에게 소림사의 웅장한 건축은 상당히 깊은 인상을 주었다.

기둥과 벽면에 화려한 단청과 울굿불굿한 물감으로 그려진 탱화들이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사람들의 뒤를 따라서 대웅보전으로 갔다.

한데 대웅보전 어귀에 이르렀을 때 그는 낮게 속삭이는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저분이 바로 만배선사(萬拜禪師)라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만번 씩 부처님께 절을 한다는 그 스님말인가?]

[그렇네. 저분의 절하는 신공은 고금무적이라서 한시간이면 만배를 다하고 나오신다고 하더만.]

[!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내가 만약에 만배를 하자면 열흘은 몰라도 닷새는 걸릴 것인데... ]

[한데 만배선사께선 좀처럼 본사로 내려오시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

 

석두공의 앞쪽에서 걸어가는 두사람이 나직하게 중얼거리는 말이었다.

석두공은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기인은 참으로 많구나. 하루에 만배라니...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공력일 텐데... )

그의 눈에도 대웅전 안에서 걸어나오는 한 노승이 보였다.

한데 하루에 만배씩 한다는 사람의 몸이 저럴 수도 있는가?

허리는 보통 사람의 두배나 굵었으며 목은 짧고 손과 발은 자그만 했으며 팔다리는 통나무를 연상시킬 만큼 굵었다.

얼굴에는 주름살이 흘러내릴 만큼 쳐져있었고 눈에는 진물이 고여있으며, 수염과 눈썹은 허리까지 늘어져있었다.

너무도 기괴한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들에겐 그 모습이 부처님의 화신으로 보이는지 앞을 다투어 합장하며 입속으로 나직히 소원을 빌고 있었다.

(저 스님의 나이는 얼마나 됐을까?)

석두공이 속으로 생각하는 찰라에 만배선사는 그의 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 그를 스쳐지나가면서 혀를 찼다.

[끌끌... 천왕저(天王杵)가 주인을 잘못 만나 울고 있군.]

[...?]

석두공은 그게 자신에게 하는 말인 줄 금방 알아듣지 못해 어리둥절했다.

만배선사는 그를 지나 조금 걸어가다가 다시 돌아서서 소리쳤다.

[!]

석두공의 귀가 얼얼했다.

그리고 순간적이나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냥 지나치려 해도 도무지 화가 나서 못참겠다. 이놈!]

만배선사는 선장을 들어 석두공의 머리를 내려쳤다.

슈앙!

[으악!]

다른 참배객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머리속에는 두개골이 깨어져 즉사하는 석두공의 모습이 선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하나 석두공은 이상하게 만배선사에게 저항감이 일어나지 않았다.

피하려면 피하고 막으려면 막고 반격하여 일초에 죽이려면 죽일 수도 있을 그였지만 가만히 두들겨 맞고 말았다.

!

!

선장이 그의 머리에 부딪히며 반으로 부러지고 말았다.

[껄껄껄껄... 그놈 머리 하난 단단하구나!]

돌연 만배선사는 선장을 휙 던져버리고 대소를 터뜨렸다.

석두공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서있었다.

질문도 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 대부분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모든 것은 스스로 밝혀지는 것이니...

참배객들이 석두공을 귀신보듯 하면서 그 근처를 피했다.

약한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 강한 자 보다 더욱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그것은 스스로 몸을 사리고 물러선다는, 강한자가 결코 익힐 수 없는 호신책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만배선사는 곰처럼 걸어가며 말했다.

[따라오너라! 선장으로는 네놈의 머리를 깨지 못했지만 불력(佛力)으로 깨뜨리고 말겠노라.]

 

× × ×

 

소실산의 중턱,

입구에 울타리가 쳐져있는 토굴(土窟)이 있었다.

토굴의 앞에는 몇 가지 야생의 꽃들이 피어있었고 흰 토끼가 울타리의 틈사이로 들락날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문득 숲 사이로 난 소로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

앞장 선 사람은 사람인지 아니면 옷입은 늙은 곰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뚱뚱한 괴물같은 중이었으며, 그 뒤를 따라오는 젊은이는 창백한 얼굴에 긴 머리를 땋지도 않고 뒤로 묶어 넘긴 자였다.

젊음이 발산되는 듯한 그런 싱그러운 맛이 젊은이에겐 있었다.

또한 그의 얼굴은 세상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준수한 것이었다.

그는 바로 석두공이었다.

만배선사는 사립문을 열고 들어가며 말했다.

[하늘이 모든 것을 모아주는데도 여전히 바보멍청이라니... 노납이 네놈의 머리를 깨지 못한다면 내 머리라도 깨고 말겠다.]

토굴의 안은 좁았다.

만배선사가 안쪽으로 들어가서 가부좌를 틀고 앉으니 빈틈이 없는 것같았다.

석두공은 앉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라서 우물쭈물했다.

그때 만배선사가 손을 불쑥 내밀었다.

[내놔라!]

(이 몽둥이를 말하는 모양이로군.)

석두공은 허리에 매어두었던 몽둥이를 끌러서 주었다.

[그래도 눈치는 있는 놈이군. 이놈아! 이게 무엇인지 아느냐?]

[전 모릅니다.]

석두공은 자신에게 욕을 하는 만배선사에 대해서 조금도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또한 만배선사는 욕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같기도 했다.

만배선사는 몽둥이를 들어서 바닥을 툭툭 치며 말했다.

[이건 천왕저(天王杵)라고 하는 물건으로 상고시대(上古時代)의 기물이다. 우리 소림사의 금강저(金剛杵)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 천왕저를 흉내 낸 것에 불과하지.]

바닥이 천왕저에 닿을 때마다 푹푹 꺼졌다.

천왕저...

석두공이 무당파의 해검지에서 주어왔던 몽둥이는 천왕저라는 이름을 가진 상고시대의 병기였던 것이다.

만배선사는 갑자기 주문같은 몇 마디를 외우기 시작했다.

[태상태성응변무정구사박매보명호신지혜명정삼혼영구... ]

분명히 그것은 불경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슨 무공구결같지도 않았다.

석두공은 그 주문이 천왕저와 어떤 연관을 가진 것인가 보다하고 생각했다.

그 순간 만배선사가 돌연 석두공을 향해 천왕저를 휘둘렀다.

[!]

석두공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한데 그의 등뒤에는 출구가 아니었다.

언제 막혀있었는지 그것은 만배선사의 뒤나 다름없는 흙벽이었다.

!

그의 몸이 석벽을 두자깊이나 파고들어갔다.

그때였다.

!

만배선사가 휘두른 천왕저가 그의 가슴에 격중되었다.

[!]

석두공은 한사발의 피를 토해냈다.

천왕저의 힘은 진정 두려운 것이었다.

이미 도검이 불침하게 된 석두공의 몸이건만 천왕저에 맞아 그의 갈비뼈가 두대나 부러져 버렸다.

또한 천왕저에 서린 힘은 그의 몸에서 고통이 되어 번져갔다.

석두공은 까무라치고 싶었다.

그때 만배선사가 호통쳤다.

[이놈! 열심히 듣고 따라 욀 생각은 않고 정신을 어디에 빼놓는 거냐?]

그가 맞은 이유는 그때문이었다.

만배선사는 다시 태상태성하고 외우기 시작했고 석두공은 피를 머금은 입으로 웅얼웅얼 따라했다.

[태상태성응변무정구사박매보명호신... ]

만배선사는 다시 한번 들려준 후에 말했다.

[혼자서 외워봐라!]

[...!]

석두공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외는 것도 하는 사람이나 하지...

!

천왕저가 그의 어깨로 떨어졌다.

석두공은 너무도 심한 고통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입을 딱 벌렸다.

그의 어깨가 능충 내려앉았다.

아무래도 뼈가 바스라진 것같았다.

만배선사는 눈을 감고 못본척하며 다시 괴이한 주문을 한번 외웠다.

그리고 턱으로 한번 외워보라는 시늉을 했다.

하나 이번에도 석두공은 삼혼영군가 하는 말 밖엔 떠오르지 않았다.

!

천왕저는 그의 머리에 떨어졌다.

천하의 석두공도 입과 코로 피를 쏟으며 뒤로 넘어갔다.

한데 그의 몸은 다시 벌떡 일어나 앉았다.

포연신공이 절로 일어나면서 밖의 손상입은 공력이 잠복하고 잠복하고 있던 공력이 밖으로 나온 것이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만배선사는 또 다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석두공은 평생 이처럼 정신을 집중시킨 적이 없었다.

그는 다시 한번 천왕저를 맞으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만배선사는 겨우 중간정도 외웠을 뿐인데 벌써 앞의 구절들이 생각나지 않았다.

석두공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또다시 맞을 것을 생각하니 다리가 후들후들떨려왔다.

매에는 진정 장사가 없는 법인 모양이다.

더욱이 석두공을 때리고 있는 천왕저는 원래 때리기 위한 전문도구인 몽둥이였으니...

검으로 베인 상처는 싸늘한 느낌에 따가울 뿐이다.

주먹으로 맞았을 때는 둔중한 느낌이기는 하지만 금방 그 충격이 사라진다.

하지만 몽둥이라는 놈은 그 고통을 뼛속에 저장해서 두고두고 괴롭히는 괴물같은 놈이다.

한 대 한대 맞을 때마다 석두공은 천왕저가 더욱 더 두려워졌다.

처음 맞는 한대보다는 열번째 맞는 한대가 그 고통에 있어선 처음 한대의 열배도 더 될 것같았다.

[...]

니라니라하고 다 왼 만배선사의 눈초리가 다시 석두공을 노려보았다.

석두공은 눈을 찔끔 감았다.

달달달...

무슨 말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입술은 달짝이고 있었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의 머리속에도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

천왕저는 그의 옆구리를 두드리고 돌아갔다.

고통! 그 고통을 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석두공은 그 고통을 만끽할 여유마저도 없었다.

만배선사가 또다시 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 한구절이라도 외워야 한다!)

장렬한 결심을 했건만 석두공의 돌머리는 아직까지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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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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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마녀; <혈왕신공은 그 성취 단계별로 운용했을 때 피부색이 달라진다.> <그리고 팔성에 이르면 완전히 피를 칠한 듯이 시뻘겋게 변한다고 한다.>

 

<이모는 소정이를 출산한 얼마 후 우연히 기절초괴가 혈왕신공을 운용하는 것을 목격했는데... 피부색이 그냥 좀 달아오른 정도였다고 한다.> 밀실의 조금 열린 문으로 들여다보며 놀라는 우유라. 밀실 안에서는 기절초괴가 상체를 벌거벗고 운기조식 중인데 피부색이 약간 검은 정도다.

 

소수마녀; <아무리 높게 쳐줘도 당시 기절초괴의 혈왕신공은 오성(五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청풍; <... 그런데도 단주의 이모님께서 딸을 낳았다는 건...> 무언가를 깨닫고 전율한다.

소수마녀; <기절초괴가 아닌 다른 사내가 이모를 임신시킨 것이다. 물론 그걸 사주한 것은 기절초괴였을 테고...> 끄덕이고

청풍;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이를 부득 갈고

 

<기절초괴는 후사를 얻지 못해 암흑마가 내에서의 자신의 위치가 불안해지자 다른 사내로 하여금 아내를 범하게 해서 임신을 시킨 것이다!> 우유라가 아기를 안고 있는 걸 보며 음산하게 웃는 기절초괴

 

소수마녀; [누구보다 지혜로운 이모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고 시름시름 앓게 되었으며...] 늪지 가에 나있는 좁은 길 중 그나마 약간 폭이 넓어진 곳에 멈춰서고. 이제부터는 말로 한다

소수마녀; [결국 깊어진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요절하셨던 것이다.] 사당 쪽을 돌아보며 말하고.

청풍; [반드시... 반드시 그 말종을 처단해야겠습니다.] 이를 부득 갈고

소수마녀; [그래야겠지.]

소수마녀; [하지만 나는 물론이고 소정이에게도 기절초괴를 처단할 능력은 없다.] 사당을 보면서

청풍; [제가 처단하겠습니다.] ! 주먹으로 가슴 치며 말하고

청풍; [기필코 기절초괴로 하여금 죗값을 치르게 하겠습니다.]

소수마녀; [그리 말해주니 고맙구나.] 약간 미소

소수마녀; [사실을 말하자면 네가 흡정마고, 독심귀의에 이어 처단해야할 세 번째 표적이 바로 기절초괴였다.] 지긋이 보며

청풍; (그렇게 된 것이었구나.) 깨닫고

청풍; (이 여자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나를 단기간에 절세고수로 만든 목적은 기절초괴를 죽이기 위해서였다.) 흡정마고와 독심귀의를 떠올리고

소수마녀; [나를 원망하느냐?] 청풍의 눈치를 살피고

청풍; [아닙니다.] 고개 젓고

청풍; [일개 백정에 불과했던 나를 누구라도 죽일 수 있는 능력자로 만들어주신 단주님을 어찌 원망할 수 있겠습니까?]

소수마녀; [그리 말해주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구나.] 왼쪽 소매 속에 오른손을 넣으며 살짝 미소 짓고

청풍; (마녀라고 불리는 이 여자가 미소를 지으니 심장이 위험해지는군.) 침 꿀꺽! 심장이 두군. 얼굴이 벌개지고

소수마녀; [우리 자매를 위해 복수해줄 널 위해 몇 가지 보상책을 마련해뒀는데...] ! 왼쪽 소매에서 꺼내는 소수마녀의 오른손에 작은 도끼가 들려있다. 길이가 한 뼘도 안되는 안되는 크기에 양쪽으로 날이 달린 서양 판타지에 나올법한 도끼다. 도끼 전체가 먹물을 칠한 듯 검다.

소수마녀; [이게 그 첫 번째 보상이다.] 도끼를 내밀고

청풍; (장난감같은 도끼로군) + [평범한 물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두 손으로 도끼를 받으며 말하고

소수마녀; [그 도끼에 공력을 주입해봐라.]

청풍; [...] 손가락 두 개로 도끼의 손잡이를 잡고, 이어

눈 부릅뜨는 청풍. 그러자

지지지! 도끼 손잡이 끝을 잡은 청풍의 두 손가락이 벼락에 휘감긴다. 그러자

퍼엉! 갑자기 도끼가 거대하게 변한다. 손잡이 길이가 3미터가 넘고 굵기는 두 손으로 잡아야할 정도며 끝에 달린 양날 도끼는 길이가 2미터, 폭이 1미터쯤으로 거대하다.

청풍; [!] ! 기겁하며 두 손으로 도끼를 급히 잡는다. 하마터면 떨어트릴 뻔 했고.

청풍; [... 이게 무슨... 손바닥만 하던 도끼가 이렇게 커지다니...] 콰득! 두 손으로 도끼를 잡고 허둥대고

소수마녀; [우리 암흑마가에 전해지는 세 가지 보물중 하나인 흑령철부(黑靈鐵斧).] 거대해진 도끼를 감탄의 표정으로 보고

소수마녀; [사용하는 자의 내공에 따라 크기를 자유자재로 키울 수가 있는데...] [지금 네가 키운 정도의 크기는 전대미문이로구나.] 거대해진 도끼를 보며 감탄

청풍; [단주님 덕분에 전 내공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수준이 되었지요.] ! ! 도끼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고

소수마녀; [흑령철부는 일종의 술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다른 병기에 훼손되지 않는다.] [또 그 위력은 산을 부수고 바다를 가를 수 있을 정도다.]

청풍; [대단하군요.]

소수마녀; [기절초괴가 날 눈엣가시 같이 여기면서도 섣불리 손을 쓰지 못해온 것은 내게 흑령철부가 있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청풍; (흑령철부를 쓰면 기절초괴와도 맞설 수 있었겠지.) 끄덕

소수마녀; [흑령철부에게 단점이 있다면 내공 소모가 크다는 게 점이다.] [물론 내공이 누구보다 심후한 네게는 단점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청풍; [제게 딱 맞는 무기같습니다.] 도끼를 살펴보며

청풍; [이것만 있으면 기절초괴가 아니라 생사교를 쓰는 번뇌마야와 싸워도 지지는 않을 것같습니다.]

소수마녀; [멀리 던져봐라.]

청풍; [그러지요.] 휘익! 거대해진 도끼를 던지고

가가가강! 맹렬히 회전하며 날아가는 도끼. 늪지를 따라 멀리 날아가는데

휘익! 수백 미터를 날아가다가 힘이 다해 늪지로 추락하려는 도끼

소수마녀; [정신을 집중해서 돌아오라고 명령해라..]

청풍; [...] ! 눈 부릅뜨며 내민 청풍의 손이 진동하고. 그러자

가앙! 늪지로 추락하려던 도끼가 홱 방향을 틀어서

가가강! 다시 회전하며 청풍과 소수마녀가 있는 쪽으로 날아온다

청풍; (내 공력이 주입되어 있는 때문인지 흑령철부가 내 뜻대로 움직인다!) 흥분. 눈을 부릅뜨고

가가강! 그 사이에 맹렬히 회전하며 청풍과 소수마녀를 덮쳐오는 도끼

청풍; (작아져라!) 눈 부릅뜨며 손을 내밀고. 그러자

가가강! 슈우우! 날아오며 급격히 작아지는 도끼. 한 바퀴 돌 때마다 작아지는 모습이고. 이윽고

휘리릭! 하늘 항해 벌린 청풍의 손 위에 바람개비처럼 내려앉는 도끼. 크기는 다시 손바닥 만해졌다.

소수마녀; [가르쳐주지 않아도 어떻게 쓰는지 전부 깨우쳤구나.] 웃고

청풍; [단주님이 잘 가르쳐주신 덕분이지요.] 멋쩍게 웃고

소수마녀; [흑령철부도 주었으니 나는 먼저 총단으로 돌아가겠다.] 다시 가던 길을 가고

청풍; (나는 남으라는...) 흠칫! 할 때

소수마녀; [소정이를 부탁하마.] 살인상단 쪽으로 멀어지며 말하고

청풍; (암흑마가의 보물인 흑령철부까지 아낌없이 준 이유가 패소정을 맡기기 위해서였구나.) 깨닫고

청풍; (하긴 패소정은 복수심에 불타고 있어서 소수마녀라 해도 통제하는 게 불가능하겠지.) 멀어지는 소수마녀를 보며 생각

청풍; (하루라도 빨리 무림맹으로 가서 어머니를 뵙고 싶지만...) ! 근처의 바위에 걸터앉고. 손에 작아진 도끼를 든 채

청풍; (패소정이 이성을 되찾을 때까지 지켜준 후로 미룰 수밖에 없구나.) 사당 쪽을 보고. 사당은 수백 미터 밖에 있어서 불빛이 가물거린다.

청풍; (그나저나 패소정의 생부는 누구일까?)

청풍; (단주는 알고 있었던 눈치지만 차마 물어보지는 못했다.) 쓴웃음

청풍; (일단 암흑마가 내의 인간은 아닐 것이다.) (그랬다가는 나중에 패소정의 생부라며 나설 경우 기절초괴의 입지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도 있었을 테니...)

청풍; (결국 암흑마가 가주 자리를 위협하지 않을 신분의 사내에게 아내를 범하게 했다고 봐야하는데...)

청풍; (패소정이 여자로서는 이례적일 정도의 거구인 것은 생부의 체질을 물려받은 때문이라고 봐야...) + [!] 생각하다 눈 치뜨는 청풍.

청풍; (맙소사!) 침 꿀꺽

청풍; (난 이미 그 모든 조건에 맞는 자와 드잡이질을 해본 적이 있다.)

<거령철귀! 번뇌마가 출신의 구대마왕인 바로 그자다!> 청풍이 거령철귀와 싸우던 장면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276>

아주 깊은 밤. 이제 새벽이 멀지 않았다. 여전히 살인상단.

살인상단이 자리한 절벽. 절벽 중간쯤에 작은 구멍들이 두 줄씩 일정한 간격으로 뚫린 곳이 있다. 비둘기들이 들고 나는 곳이다..

그 절벽 내부의 복도. 복도 좌우에 여기저기 철문이 있고 인적은 없다. 일정한 거리마다 등이 걸려있지만 흐릿하다. 헌데

스윽! 복도 바닥 구석으로 그림자가 아메바처럼 움직이더니

어느 철문 앞에서 멈추는 아메바같은 그림자.

<드디어 도착했다.> 반짝! 아메바같은 그림자 속에서 여자의 눈 한 쌍이 반짝이고. 아메바같은 그림자의 정체는 정정이다.

<傳書鳩>라는 글이 적힌 팻말이 철문 상단에 붙어있다.

<여기가 살인상단의 전서구(傳書鳩)를 기르고 관리하는 곳이다.> 스르르! 철문으로 다가가는 아메바 같은 그림자. 이어

<튼튼한 철문이 닫혀있지만 번뇌마가 비전의 유가착영술(踰跏着影術)을 집중적으로 익힌 날 막지는 못한다.> 츠으으! 철문 아래에 나있는 약간의 틈으로 스며들어가기 시작하는 그림자.

<새벽녘인 지금 전서구를 날려 보내면 외곽에 대기하고 있는 본가의 형제들이 송골매를 부려서 낚아챌 것이다.> 완전히 철문 아래로 스며들어가는 그림자

스르르! 완전히 철문 안쪽으로 사라지는 그림자. 헌데

 

! 복도 끝 모퉁이에 나타나는 그림자. 어둑한 모퉁이에 등을 기댄 채 아메바같은 그림자가 스며들어간 철문을 곁눈질한다. 이자는 철두다.

철두; (그러리라 짐작은 했지만... 정정 저것이 숨겨둔 재주가 있었군.) 음산하게 웃고

철두; (청풍이가 광명륜을 지니고 있다는 걸 상전에게 보고하기 위해 전서구를 날릴 생각이겠지만...)

철두; (덕분에 난 손 안대고 코를 풀 수 있게 되었다.)

철두; (살인상단 외곽에서 매를 준비한 채 기다리고 있는 건 정정이 너의 동료들만이 아니니...) 웃는 철두

 

#277>

여전히 밤. 살인상단을 밖에서 본 모습. 높은 절벽 위. 일정 간격으로 초소가 있고. 초소마다 두 명씩의 자객들이 서서 주변을 경계한다. 헌데

푸두두! 푸득! 무언가 날개 짓을 하는 소리가 들려 흠칫! 하는 자객들. 직후

절벽 중간쯤에 두 줄로 나있는 구멍들로부터 날아 나오는 비둘기 십여 마리.

<새벽이 가까운 시간에 전서구가 날아 나오다니...> <사고가 난 것일 수도 있다. 총관님께 보고하자!> 급히 작은 피리를 입에 무는 자객들

삐익! 삐익! 피리를 부는 자객들. 그 배경으로 날아가는 비둘기들. 헌데

비둘기 발목 크로즈 업. 천이 묶여있다.

 

#278>

청풍이 있는 곳. 늪지 옆에 나있는 길가의 돌에 앉아 있다가 흠칫! 고개를 드는 청풍. 삐이! 삐이! 멀리서 피리소리가 들리고

멀리 밤하늘로 날아가는 비둘기들이 보인다. 살인상단 입구쪽이다.

청풍; (이런 시간에 날아가는 비둘기들이라니...)

청풍; (살인상단의 전서구들은 쉴 틈이 없구나.) 생각하다가

고개 돌려 수백 미터 저편의 사당을 보고

청풍; (언제부터인가 울음소리는 그쳤다.)

청풍; (그렇다는 건 어느 정도 감정을 추스렸다는 건데...)

청풍; (무모하게 복수를 시도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그건 나와 단주의 희망사항일 뿐이겠지.) 쓴웃음

 

#279>

사당. 이제 촛불도 다 녹아서 거의 꺼지려 하고 있다. 사당 바닥에는 패소정이 무릎 꿇고 머리를 바닥에 댄 자세로 엎드려 있다. 머리 위에 모은 두 손으로는 장난감 크기인 암흑철사자를 움켜쥐고 있고. 얇은 책과 상자 등은 옆에 놓여있다.

패소정; (가엾은 어머니...) 암흑철사자를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패소정; (너무도 수치스러운 비밀이건만 유서로 남기신 이유는 단 한가지다.) 이를 바득 갈고

패소정; (내가... 유일한 핏줄인 내가 자라서 당신의 복수를 해주길 바라신 것이다.) 이를 갈며 울고

패소정; (복수...) 힘겹게 일어나고

패소정; (당연히 해드려 한다.) 일어나 앉으며 얇은 책도 집어들고

패소정; (기절초괴 패륵! 기다리고 있어라.)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책은 소매 속에 넣으면서 기절초괴를 떠올린다.

패소정; (곧 나를 보게 될 것이다. 네놈의 더러운 야망의 결과로 태어난 나를...) 비틀거리며 사당 밖으로 나가고

패소정; (물론 그 전에 먼저 나를 만나게 될 인간이 있다.) ! 사당 밖으로 나오며 암흑철사자를 바닥에 던지고

털썩! 바닥에 떨어지는 암흑철사자

패소정; (나라는 죄 많은 인생을 만든 악적을...) ! 입술을 강하게 깨물며 거령철귀를 떠올리고. 이어

푸훅! 입술 깨물어서 나는 피를 바닥에 던져진 암흑철사자에게 뿌리는 패소정.

후둑! 암흑철사자에 뿌려지는 피, 그러자

츠츠츠! 연기를 내며 암흑철사자로 스며들어가는 피.

패소정; (암흑철사자! 암흑마가의 수호자여!) 두 손을 결을 지으며 주문을 외우고

패소정; [나를 원수에게로 데려가 다오!) 눈 부릅뜨며 주문을 외우고

번쩍! 암흑철사자의 눈이 빛을 내고. 이어

스윽! 살아있는 것처럼 일어나는 암흑철사자. 이어

패소정; (암흑철사자가 철사호령주에 반응을 보인다!) 더 집중해서 주문을 외우는 패소정. 그러자

슈욱! 몸집이 확 커지는 암흑철사자

패소정; (되었다!)

패소정; (강렬한 염원 덕분인지 암흑철사자가 내 미숙한 철사호령주에도 따라주었다.) 자기 앞쪽에서 말만큼 커지는 암흑철사자를 보며 흥분하고.

 

#280>

크와아앙! 사당 쪽에서 들리는 사자의 울부짖음. 돌에 앉아 있다가 깜짝 놀라는 청풍

청풍; (사자의 울음소리?) 급히 일어나고. 이어

스슥! 절벽의 그늘 속으로 몸을 숨기는 청풍. 직후

화악! 사당 쪽에서 거대한 사자가 바람처럼 달려온다. 황소만한 크기에 전체가 검은색인 사자. 그 사자의 등에는 패소정이 말을 타듯이 앉아있다. 한손으로는 암흑철사자의 갈기를 쥐어 균형을 유지하면서.

청풍; (맙소사!) 화악! 자기 앞을 스쳐지나가는 검고 거대한 사자를 보며 경악하고. 물론 검고 거대한 그 사자 등에는 패소정이 타고 있다.

청풍; (느닷없이 칠흑같이 검은 사자가 나타나다니...) 숨어있던 곳에서 나서며 멀어지는 암흑철사자를 보고

암흑철사자를 타고 멀어지는 패소정

청풍; (패소저가 타고 가는 저 사자도 흑령철부처럼 진짜 사자가 아니라 술법으로 만들어진 보패(寶貝)일 것이다.) ! 몸을 날리고

청풍; (패소저가 충격에서 빨리 벗어난 것은 기쁜 일이다만...) 휘익! 달려가고

<덕분에 나도 쉴 틈이 없게 되었구나.> 절벽을 평지처럼 달려 올라가는 암흑철사자. 그 뒤를 따라서 절벽을 비스듬히 달려 올라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절벽 위의 초소에서 경비 서다가 기겁하는 자객들이 보이고

 

#281>

전서구 보관실이 있는 복도를 걸어오는 소수마녀. 귀파파가 따라오고.

전서구 보관실의 철문이 열려있고. 인자급 자객 둘이 경비를 서고 있다.

다가오는 소수마녀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인자급 자객들

안으로 들어가는 소수마녀와 귀파파.

철문 안쪽은 상당히 넓은 밀실인데 사방의 벽 뿐 아니라 밀실 내부에도 수많은 비둘기집이 설치되어 있다. 아파트처럼 바닥에서 천장까지 비둘기집이 연결되어 있다. 각각의 비둘기 집에는 대부분 한 쌍 씩의 비둘기들이 들어있는데 쇠창살로 된 문이 달려있다. 중앙에는 긴 탁자와 의자, 횃대등이 놓여있다. 그 탁자 앞에 서 있다가 돌아보는 독검사랑. 인자급과 지자급 자객들 십여 명이 실내를 체크하고 있다. 탁자에 고운 가루를 뿌리는 자들도 있고. 탁자 근처에 있는 문이 열려있는 비둘기집들을 살치는 자들도 있다. 입구 맞은편의 벽에는 두 줄의 구멍들이 여러 개 뚫려서 달빛이 흘러들어온다. 비둘기들이 들고 나는 구멍이다.

독검사랑; [어서 오십시오 단주님.] 고개 좀 숙이고. 다른 자객들도 일제히 고개 숙인다. 하던 일 하면서

소수마녀; [어떤 상황인가요?] 다가가고

독검사랑; [전서구 열 마리가 달아났습니다.] 문이 열려있는 비둘기 집들을 보며 말하고. 주로 탁자 주변의 비둘기집들 문이 열려있다.

소수마녀; [비둘기들이 스스로 쇠창살로 된 문을 열고 나와서 달아났다는 건가요? 그것도 무려 열 마리가?] 문이 열려있는 비둘기 집들을 보며

독검사랑; [물론 비둘기들이 자력으로 탈출한 건 아닙니다.] 고개 젓고

독검사랑; [누군가 잠입해서 비둘기들을 날려 보냈으며...] [그 증거로 어떤 놈이 지필묵을 쓴 흔적을 찾아냈습니다.] 탁자를 가리키고. 탁자도 조사하는 자객들. 고운 횟가루를 탁자에 뿌리거나 솔로 그 횟가루를 지우는 자도 있고

독검사랑; [전서구 보내는 것이 끝나면 담당자는 반드시 탁자를 걸레질해서 흔적을 지우도록 되어 있는데...]

독검사랑; [탁자 위에 지필묵으로 글을 쓴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자객들이 솔로 횟가루를 흩어버리자

글자 비슷한 것이 남는 것을 보며 말하고

소수마녀; [범인은 어떻게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나요?] 그걸 보며

독검사랑; [그걸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눈치 보며

독검사랑; [아시다시피 중요한 전서구를 보관하는 곳이라 저 철문에는 경보장치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철문을 보고. 소수마녀도 철문을 보고

독검사랑; [열쇠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 철문을 열려고 시도하면 즉시 경보가 울리게 되어 있지요.]

소수마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자가 귀신같이 이 안에 들어왔었군요.] 철문으로 가며 말하고. 독검사랑과 귀파파도 따라가고. 헌데

귀파파; [유가술(踰跏術)을 배운 놈의 소행이로구먼.] 따라가며 눈 번뜩

독검사랑; [유가술!] 흠칫! 돌아보고

귀파파; [유가술 중에는 몸을 거의 물처럼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수 있는 것도 있다.] 말할 때. 소수마녀는 문간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무언가를 살핀다.

독검사랑; [결국 범인은 유가술을 익힌 놈이겠습니다.]

소수마녀; [놈이 아니라 년이로군요.] 손을 코에 대고

[?] [계집의 소행이란 말입니까?] 놀라며 소수마녀를 돌아보고

소수마녀; [철문 아래쪽 문틀에 희미하지만 지분 냄새가 묻어있어요.] 손가락을 끝을 코에 대고 말하고

독검사랑; (대단하군. 잠깐 사이에 범인을 여자로 특정해 내다니..)

소수마녀; [현재 총단에 머물고 있는 계집들 중에서 치자향의 지분을 쓰는 자를 찾아내도록 하세요.]

소수마녀; [누가 잠입시킨 끄나풀일 지는 짐작이 가지만 직접 얼굴을 보고 싶군요.] 단호한 표정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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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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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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