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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二 章

 

          前死後殺

 

 

 

항산(恒山),

눈덮힌 항산의 산줄기를 탄 조그만 야산을 둘러싼 거대한 성(城),

대소전각의 수는 헤아릴 수 조차 없을 만큼 많은데……

눈으로 뒤덮혀 천지는 하얗게 빛나고 있다.

 

<청옥검궁(靑玉劍宮)>

 

성은 바로 청옥검궁이었다.

강북 무림을 장악하고 있는 검으로 우뚝 선 문파.

이곳은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화산에서 결전을 치룬 백인장과 청옥검궁의 최고수들이 이곳으로 함께 몰려든 것이다.

대전 앞에는 십여 개의 관이 놓여져 있고 비장한 신색의 사람들이 둘러서 있었다.

일순,

[피해가 얼마나 되느냐?]

창노한 음성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머리에는 관(冠)을 쓰고 몸에는 금포를 두른 노인(老人),

말에서 풍기는 위압감이 사위를 짓누른다.

바로 중원의 검신(劍神)이자 청옥검궁의 궁주인 검왕 이극송(李克宋)이었다.

[…………]

중년의 호쾌한 인상의 문사, 검왕자 이수군(李秀君)은 침중한 안색으로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이극송이 답답함을 느끼면서 말을 바꾸어 물었다.

[데려간 호법들은 모두 죽었느냐?]

[……네……아버님……]

[무사(武士)가 피 속에서 죽는 것은 영광인데 무얼 그리 주저한단 말이냐? 천하의 검왕 이극송은 태산이 무너져도 흔들리지 않는다. 사람들을 쉬게 해라.]

이극송은 소매를 떨치며 돌아서 들어가 버렸다.

그러나,그의 노안에는 눈물이 어려 있었고 이빨을 굳게 악물고 있었다.

(삼수(三手) 이 놈들!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감히 본 검왕을 건드리다니……)

분노로 인해 몸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대전에서 팔을 싸안고 있던 이주용(李珠蓉)이 이수군에게 말했다.

[오라버니……저 때문에……미안해요. 저는 항상 집에 피해만 끼치군요……]

[너는 내 하나뿐인 여동생이고 나는 일초의 외삼촌이다. 아무말 말고들어가서 쉬어라.]

그가 이주용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백인장의 여러분께서도 내집처럼 편히 쉬십시오.]

살아남은 원로도객들이 읍하며 감사했다.

 

두 문파의 피해……

 

소일초를 살리겠다는 한가지 마음으로 이주용과 조예진,

그리고 이주용의 연락을 받은 검왕자 이수군이 일제히 고수들을 거느리고 화산 옥녀봉에 올라갔을 때,

결투 약속에 늦지 않았건만,

소일초는 보이지 않고 삼수가 진을 치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일초는 이틀전에 이미 변을 당했던 것이다.

삼수는 그들의 무공에 자신이 있었는지,

또한 두 문파의 고수가 함께 올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지 몇 명의 호위만 거느리고 있었다.

삼수의 가공할 무공……

그들은 소선풍을 기다렸으나 전혀 다른 일단을 고수를 상대로 끝없이 마공을 펼쳐냈고……

여태까지 한꺼번에 출동한 유래가 없는 백인장의 최고수들인 원로십팔도객,

그들의 가공할 도법만이 그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조예진, 이주용, 이수군, 어느 누구 고수 아닌 자 없었으나,

그들의 싸움에 끼어들 틈을 갖지 못하고 호위들만 처치했다.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 싸움의 주역은 원로십팔도객이었던 것이다.

수백년을 이어온 백인장의 최고 원로들……

평소 백인장 내에서 잔소리만 할 때와는 너무도 달라 보였다.

한사람 한사람의 도가 강함과 빠름과 변화를 모두 지니고 있었다.

서로가 전혀 다른 도법을 구사함에도 어떤 일관성을 갖고 있어서 마치 절묘한 절진처럼 삼수를 가두고 공격했다.

도광이 하늘을 충천하고 일도 일도에 바위가 쪼개지고 땅이 갈라졌다.

삼수의 마공또한 몰아치는 폭풍처럼 원로십팔도객을 공격했고……

호위들을 다 처치한 청옥검궁의 팔대호법(八大護法)과 이주용, 조예진, 이수군은 간담이 서늘했다.

특히,

이주용과 조예진의 놀람은 지대했으니……

잔소리 쟁이 영감들의 무공이 저렇게 가공할 줄이야……

그렇다.

백인장의 저력이야 말로 바로 그들이었던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만한 삼수(三手),

혈기자의 무공을 배웠고 기이한 마공을 보탠 그들도 십팔명의 도객들이 합공에 갇혀 당황하고 있었다.

예전의 소선풍과 대결할 때도 그랬다.

처음엔 경시했다가 도도 들지 않은 그를 합공을 하여서야 부상을 입힐 수 있었다.

백인장의 무공들은 마공과는 상극(相剋)인듯 했다.

그들의 강맹하기 짝이 없던 마공도 원로십팔도객의 도에는 종이짝처럼 찢겨나가는 것이었으니……

그러나,

삼수는 과연 강했다.

결국은 원로십팔도객의 합격을 꿰뚫고 말았다.

연로한 원로도객들은 근력에서 딸렸고……

그 틈이 오랫동안의 결투에서 은연중에 드러났던 것이다.

그들이 빈틈을 보이자 삼수는,

순식간에 십팔도객의 일부를 무너뜨리며 그들의 포위를 벗어났고……

그때부터 참혹한 살인이 다시 자행되었다.

먼저 청옥검궁의 팔대호법들이 제대로 반항도 해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고,

조예진과 이주용, 이수군 세 사람은 등을 맺대고 싸웠다.

삼수는 그들을 공격하고……

다시 그 밖에서 살아남은 원로도객들이 그들을 공격했다.

마침내,

시간이 더 길어 질수록 남는 것은 그들의 전멸이라는 것을 깨달은 원로도객들은 젊은 여주인들을 위하여 최후의 절초를 펼쳤다.

백인장의 도객들이 최후의 순간에 펼치는 마지막 도법……

 

<전사후살(前死後殺)>

 

그렇다 이름도 기괴한 전사후살이라는 도법이다.

말 그대로,

이 도법은 자기를 먼저 죽이고 후에 적을 죽이는 필사필살의 도법이다.

눈을 마주친 원로도객들 중 세 노인이 먼저 각기 삼수를 향해서 몸을 던졌다.

그런데 그들의 몸이 삼수에게 접근하자 빙글돌면서 오히려 등을 보였다.

전혀 엉뚱한 공격에 삼수가 흠칫하며 그들을 공격하는 순간,

팡------

팡------팡------

그들의 몸이 허공에서 폭발하면서 자욱한 피보라를 사위에 뿌렸다.

그 속에서 몸을 잃은 한 팔 들려진 세 자루의 도가 도저히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로,

기이한 마기를 뿌려내는 삼수를 찍었다.

윽---윽----

세 번의 비명이 들리며 삼수의 어깨와 다리가 도에 관통당하거나 스치면서 피가 튀었다.

그러나……

그들이 대경실색하면서 비명만을 터뜨리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어느새 다시 세 개의 던져져 오는 노인의 등……

똑같은 수법이나 피할 틈도 없다.

원로도객들은 등을 보였다 싶은 순간에 폭발하고 무서운 도가 다시 그들의 몸을 할퀴었다.

이렇게 자신을 먼저 죽이고 공격해 오는 것을 삼수는 본적이 없었다.

강호의 일반적이 동패구상의 무공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삼수가 급기야 몸을 빼어 치를 떨면서 도주했을 때,

백인장의 최고수들인 원로십팔도객은 어느새 원로칠도객으로 변해버렸다.

그들의 장렬한 최후에 아무도 말을 할 수 조차 없었다.

묵묵히 그들의 흩어진 살점을 분간없이 수습하며 주인잃은 도 만을 소중하게 챙길 뿐이었다.

시신을 보전한 두 원로의 모습도 조금도 낫지 않았다.

삼수의 극악한 마공에 격중되어 인간의 모습이라고 할 수도 없는 그들이었다.

힘 한 번 쓰보지 못하고 죽어버린 청옥검궁의 팔대호법의 허망한 죽음과는 함께 생각할 수 없는 원로도객들의 죽음……

상처를 싸매고 그들은 좀 더 가까운 청옥검궁으로 올 수 밖에 없었다.

 

삼성무림청은 그 정예의 대부분을 잃어버리고,

삼수마저 극심한 부상을 당하자 어디론지 종적을 감추어 버렸다.

무림에서 삼성무림청의 흔적은 다시 발견할 수 없었다.

소일초의 시신은 찾지도 못한 채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가는데……

 

× × ×

 

절지(絶地),

이곳은 완벽히 차단된 지하의 어느 곳이었다.

보이느니 사방은 물론 위까지 가로막은 검은 석벽이요,

자욱하게 깔려있는 구름같은 안개뿐이었다.

아니 그 지하의 공동(空洞) 한 곳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그리고,

그 안개 속에 마치 거대한 석순처럼 솟아있는 기이한 나무!

가지도 줄기도 입도 보이지 않고 마치 기둥처럼 위로 곧게만 자란 이상한 나무!

이 나무들의 굵기로 보아 족히 일천 년 이상은 자란 것이리라……

바로,

이 석순같은 나무의 숲에,

스스스스……

파도처럼 출렁이는 안개와 사기(邪氣)와 마기(魔氣)……

이것들은 마치 지옥의 한부분을 형성하는 귀화(鬼火)처럼 넘실대고 있었다.

도대체,

이곳은 어디란 말인가?

사방이 밀폐되었기에 인간이 근접할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분명한데……

한데 돌연,

이 기괴한 나무의 숲 한 곳에서 끊어질 듯 이어지는 미약한 신음과 낮은 울음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으으……으……]

[흑흑흑----]

신음과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곳,

그곳은 어느 나무의 뒤였다.

일견하기에,

그 나무는 다른 나무들과 확연히 틀린 것이었으니……

우선, 그 나무는 다른 나무들에 비해 엄청나게 컸다.

거기에다,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어둠속에서도 은은한 백색의 광채가 피어나고 있는 데다가……

마치 천상의 향기(香氣)인 양 신비롭기 이를 데 없는 향기마저 뿌려지고 있었다.

또한,

그 나무의 주위에는 무수한 작은 나무들이 땅에서 돋아있는 것이니……

바로,

그 신음과 울음소리는 이 나무의 벌어진 틈에서 부터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안에……

그렇다.

인간(人間),

두 명의 인간이 흰색으로 빛나는 나무 틈에 몸을 눕히고 있지 않은가?

한 사람,

전신(全身)은 피투성이였으며……

작고 탄탄한 몸에 귀엽기 그지없는 얼굴의……

소일초,

화산 옥녀봉에서 폭발과 함꼐 사라진 소일초가 바로 그가 아닌가?

그렇다면,

신음을 흘러내고 있는 그의 옆에 엎드려 울고있는 또 한 사람은……

하늘아래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소아가 아니고 누구겠는가?

어떻게……

어떻게 그들이 여기에 와 있단 말인가?

주소아가 눈물을 닦으면서 몸을 일으켰다.

이미 변신이 풀려 다시 어린 계집애의 몸으로 돌아간 그녀의 몸은,

산산히 찢어져 속이 여기저기 들여다보이는 풍덩한 옷 속에 파무쳐 있었다.

그녀는 소일초의 이마를 짚어보곤 안개가 자욱한 석동으로 나가 작은 연못으로 갔다.

한 입가득 물을 머금고 돌아와 다시 소일초의 입에 넣어주었다.

소일초의 낮은 신음소리가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데……

비틀거리는 그녀 역시 정상의 몸은 아닌 듯 했다.

[벌써 칠일 은 지나갔을 거야……그런데 일초는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으니……]

그녀는 소일초의 얼굴을 닦아 손으로 쓸어주면서 폭발당시를 회상했다.

 

철검을 던져버린 소일초가 그녀를 안고 허공으로 몸을 뽑았지만 이미 늦었었다.

그들은 강렬한 폭발에 휘말려 석평과 함께 산정호수로 빠져들고 만 것이다.

폭발의 충격에 주소아는 칠공으로 피를 쏟았지만,

육척의 소일초가 안고서 보호하는 바람에 다른 외상은 그다지 입지 않았다.

그러나……

소일초는 온몸으로 바위와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냈으니……

금강지체인 그의 몸도 충격을 이기지 못하여 드디어 수중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소일초는 정신을 잃었지만 반대로 주소아는 물 속에서 더욱 정신이 맑아졌다.

그녀는 신기하게도 호흡의 지장을 전혀 받지 않았던 것이다.

물 밖에는 틀림없이 사진성,

그녀를 길렀던 세 사람 중의 사진성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빠르게 판단한 그녀는 소일초의 몸을 안고 가라앉는 거대한 바위를 잡고 물밑으로 내려갔다.

그러다,

한 줄기 수중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정신을 잃고 말았는데 바로 이 석동으로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폭발 때의 충격 때문인지 그녀의 내공은 산산히 흩어져 버리고 평범한 여자아이,

그것도 상처입은 여자 아이에 불과해져 있었다.

그녀에게 안겨있는 소일초도 다시 어린 소년이 되어 신음하고 있고……

그녀는 깨어났지만 소일초는 여전히 혼수상태에서 신음만을 내뱉고 있다.

몸은 한기를 느끼는지 덜덜 떨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녀 역시 물에서 강렬한 한기를 느끼고 손마저 담글 수 없을 정도였다.

그녀에게는 소일초의 입으로 물을 옮겨주는 것도 큰 고통이 아닐 수 없었다.

며칠이 지났는지도 알 수 없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녀가 숲을 여기저기 돌아다녔으나 희미하게 빛나는 이곳을 발견했을 뿐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극심한 허기로 인해 무엇이든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녀였다.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

한데,

향기……

지상의 향기가 아닌 듯 청아한 향기가 돌연 그녀 우울한 정신을 맑게 하며 어디선가 퍼져 나오는 것이 었으니……

오오……

이 향기는 나무의 머리 갈라진 틈, 바로 그들이 있는 곳의 한 쪽 구석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에서 부터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세상에,

조금 전에도 볼 수 없었던 이상한 꽃,

도대체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 신비로운 꽃은 마치 버섯의 줄기를 가진 오직 한송이의 꽃이었다.

한데, 꽃은 아주 작은 버섯에 꽃을 꽂아놓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감히 눈이 부셔 마주 대할 수 없는 백색의 광휘!

오오……

보라!

이 거대한 나무의 몸체를 감싸고 돌던 은은한 백색 광휘는 바로 이 조그만 꽃에서 피어난 광채가 전해졌던 결과였던 것이다.

이 조그만 꽃에서 피어난 광채로 인하여 그 어마어마한 나무의 갈라진 틈이 은은한 광채를 뛰고 있었던 것이니……

지금, 꽃이 땅위에 올라온 지금,

희미한 어둠 속에 있던 석동의 주위 오십여 장이 이 광채의 영향권에 들었다면 그 광채가 얼마나 극렬한 것인지 짐작이 가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이 꽃은……

이 신비한 백광을 발하는 꽃은 분명 아득한 옛날 인간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존재 했다는 지송목(地松木)이라는 거목에 기생한다는 그 백송균화(白松菌花)가 분명하다.

다만 전설일 뿐이어서……

인간이 세상에 출현한 후에는 이미 사라져 버렸다는……

영원히 인간으로서는 볼 수 없다고 이야기 되어져 왔던 백송균화……

전설이 말하는,

 

-백송균화(白松菌花)!

 

이것은 땅의 정기를 빨아서 자라는 지송목(地松木)이란 고대에 존재했던 괴목에서 다시 그 정기를 훔치면서 자란다.

오직 만년(萬年) 이상을 자란 지송목에서만 서식하며……

또한,

이것은 평소에는 그 모습이 흙속에 존재하고 오직 은은한 백색 광채만 주위에 뿌려내고 있다가,

수 만 년에 한 번 모습을 바깥의 바람에 쐬일 뿐이었다.

하나,

그 모습을 드러낸 시각은 불과 일각(一刻),

그 일각이 지나면 다시 땅 속으로 스며들어 버리고 그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러다,

완전히 성장하여 꽃을 피우게 되면,

찬란한 백색 광채를 향기와 함께 사위에 뿌린 후,

먼지로 화해 사라지면서 사방으로 그 씨를 퍼떠린다.

이 백송균화의 영험함은 땅의 모든 축복을 훔친 것이다.

무공과는 전혀 상관없이 생명체의 본질을 전해주는 백송균화……

그러나,

신체의 구성을 생명의 영기로 가득차 주게 하는 것이니 땅위의 모든 생물들에게는 최고의 보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주소아의 온 몸이 백송균화를 보면서 덜덜 떨렸다.

그녀가 백송균화를 알아본 것이다.

인간으로서 백송균화를 본 최초이자 마지막 사람이 될 그녀였으니……

그 장엄한 광경에 몸을 떨지 않을 수 없었다.

향기,

이 백송균화의 향기가 더욱 짙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백송균화에서 발산되는 백색 광휘가 더불어 찬란해지니……

천지만물은 일시에 이 향기와 광채로 젖어 들어갔다.

그런데 ,

그 향기에 따라 여태 혼수상태에 빠져 들어 있던 소일초의 정신도 그만큼 맑고 뚜렷해지고 있었으니……

지금 이 순간, 소일초는 최초의 의식이 찾아들기 시작했고,

그 의식은 극심한 허기로 이어졌다.

[소아……배가 고파……]

주소아가 백송균화에 넋이 빠져 있다가 펏득 정신이 들었다.

소일초가 신음을 멈추고 힘없이 눈을 뜨고 있지 않은가?

그녀가 격동을 감추지 못하고 소일초를 얼싸안았다.

[우린 살았어……우린 살았어……]

 

세상 인간에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백송균화는 나오자마자 두 남녀의 입으로 나누어져 들어가고 말았다.

순식간에 땅의 축복을 훔친 꽃 백송균화는 소일초와 주소아의 전신에 빠르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남녀는 서서히 정신을 잃고 말았다.

도대체 하늘은 어쩔려고 이 골치 아픈 소년소녀에게 백송균화를 안배했단 말인가?

어쩌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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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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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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