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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五 章

 

            죽은 師父가 求해주다

 

 

 

북경(北京),

연왕(燕王) 이후로 명(明)의 황제가 거쳐하는 곳이 된 곳,

밤이 되어도 거리에는 불이 꺼질 줄 모르고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로 어지럽다.

이 곳 북경에서도 고관대작들의 저택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주작로……

높은 담장의 거대한 저택은 조용하기만 한데,

깊은 곳의 서재에서는 한 사람의 그림자가 황촉불을 받아서 어른거린다.

이 저택!

혜성처럼 나타나 여러 단계의 과거를 모두 장원으로 합격하고,

절세의 총명을 드날리며 관계(官界)에 진출해 불과 사 년 만에 한림원 시강에 오른 인물의 저택이다.

황제의 신임을 철저히 받아 어느 누구도 그의 앞에서 세도를 부릴 수 없는 그 이름은 주하운(朱河雲)이다.

지금,

그 주하운이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의 서재에서 소요하고 있다.

[그놈들의 야심이 그렇게 컸단 말인가? 진정으로 나를 배신한 것이었던가? 자식과 다름없이 키웠건만……]

그의 입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정말, 그 귀여운 녀석을 처참하게 죽여 버렸단 말인가? 아니……결코 그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녀석은 어떤 경우에도 쉽게 죽을 놈이 아니야. 나마저 골탕먹인 녀석인데……]

그의 시선이 창밖을 향했다.

[혈기자는 죽었다……지금 있는 것은 한림원 시강인 주하운일 뿐이다. 그녀석의 일은 그녀석이 해결해야한다……물론 나와의 약속도 지켜야 하고 ……]

 

× ×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거대한 흡인력에 이끌려 마장탑에 빨려 들어선 소일초와 주소아……

그는 기괴한 분위기에 전신을 으스스 떨며 눈을 떴다.

(이곳은 동굴……)

그렇다.

소일초와 주소아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도대체 끝을 헤아릴 수 없는 아득한 동굴이었다.

이 지하통로의 사면 벽은……

온갖 마기가 응집된 것처럼 암회색을 띠고 있었으며,

천정에 듬성듬성 박힌 야명주(夜明珠)는 피처럼 붉은 빛을 뿌리고 있었다.

뿐인가?

바닥에 낮게 깔린 붉은 안개는 스물스물 움직이고 있었고,

통로는 죽은 듯한 정적에 잠겨 있었다.

그 정적을 깨는 것은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소리……

그 청아한 소리는 이 극사한 분위기와 묘한 대조를 이루며 길게 울리고 있었다.

(으음……이 소름 끼치는군……)

소일초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주소아와 함께 몸을 일으켜 보려고 하는 순간 사지로부터 얼얼한 고통이 전해져 왔다.

(어?)

소일초와 주소아는 의외의 외침과 함께 다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상한데? 이렇게 다리가 풀리다니……나도 모르는 새 첩을 뒀나?)

말도 아닌 소리를 내뱉는 소일초를 흘겨보며 주소아는 운공을 하여 근육을 풀며 좀전의 흡인력의 가공함에 혀를 내둘렀다.

잠시 후,

그들은 운공의 전신이 쾌청해짐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한데 그때였다.

고오오오-------!

통로 전체를 울리는 기이한 소리가 그들의 전신으로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오오……그 소리는 소일초와 주소아의 정신을 맑게 흔들어 깨우고……

그의 팔만사천모공으로 알 수 없는 힘을 불어넣어 준다.

 

-----환영하노라!

이 땅의 축복과 하늘의 자비 속에 탄생한 천지간에 가장 완벽한 인간이여……!

 

이 소리는……

이 영혼의 속삭임은 대체 어디서 들려오는 것이란 말인가?

소일초와 주소아는 청력을 있는데로 끌어올렸다.

하나, 그 음성의 출처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단지 그 소리는 천만 가지의 음성이 한데 어우러져 들려온다는 것만 막연히 느낄 뿐이었다.

이때, 그의 의혹을 헤아린 듯 들려오는 그 영혼의 속삭임……

 

------그대여……!

나를 찾으려 하지 말라……

나는 하나가 아니고 칠십이기재 모두이며……

단지 우리 영혼의 음성을 남겼을 뿐이노라……

따라서 내 몸의 형체는 없노라……

 

고오오오---------!

음성은 멀어져 갔다가 다시 몰려들었다.

 

----그대는 우리 칠십이기재들에 의해 선택된 인간……

그대만이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욕망(慾望)과 한(恨)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노라……

하여 우리 칠십이기재들은 오직 그대를 위해 일생을 살았고 오직 그대를 위해 마지막 생의 종지부를 찍어가노라.

 

순간,

소일초와 주소아는 눈을 마주 보았다.

그들의 입가에는 참기어려운 웃음을 참는 듯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모든 것을 아는 척하며 들려오는 음성은 그들이 오직 한 사람인줄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우리를 아는 척 하지마라……우리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며 둘이되 하나이니라……]

소일초가 처음으로 전음을 사용하여 주소아에게 그 신비한 음성을 흉내내며 말했다.

주소아의 입에서는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져나올 듯 했다.

그러나,

그 신비한 속삭임 소리에 소일초와 주소아는,

웃음 이전에 의혹이 느껴졌고……

의혹 이전에 경이로움이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한편,

그 영혼을 울리는 속삭임은 다시 울려오고 있었다.

 

-------의심하지 말라……

거역하려 들지도 말라……

우리 칠십이기재들은 하늘의 낸 인간으로 하늘에 도전하는 두뇌를 지녔던 절대의 천재들,

어찌 그대가 이곳에 나타날 것을 예견하지 못했겠는가?

아는가?

정통마교란 이단의 집단에 의해 바로 우리 칠십이기재들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우리 칠십이기재의 손에 의해 최초로 정통마교주라는 존재가 탄생되게됨을……

어리석은 인간들인 구마존은……

죽어서도 우리들에 의해 정통마교가 새로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모르고 오직 자신들이 정통마교를 이어왔으며 이어 갈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정통의 무공을 우리가 계승하였는데 누가 과연 정통이란 말인가?

 

여기까지 듣고 있던 소일초와 주소아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나왔다.

[무……무엇이?]

도대체 믿을 수 없는 소리가 아닌가?

[이들……칠십이기재들이 정통마교를 이었다는 소리아니야? 뭔소리야 이게……잡혀왔던 주재에……몽땅 미쳤군……]

소일초가 거짓말 마라는 씩으로 소리쳤다.

그러나,

이때, 소일초로 하여금 더이상 소리를 치지 못하게 하는 영혼의 울림이 가득히 전해져 나왔다.

 

-------선택된 인간이여, 놀라지 말라!

그리고 우리들의 처절한 한을 마음에 새기라.

인간이었으나……인간들에 의해 잡혀와 하늘에게마저 외면 당한 채 죽어간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응어리진 한……한……한……

그 증오와 저주 어찌 작다 할 손가?

어찌 그저 묻어 두라고 말하겠는가?

오오……저주하노라.

이 땅의 모든 정의(正義)를 증오하노라.

마의 손에서 우리를 지키지 못했던 정의를 저주하노라,

그리하여,

우리는 정통마교를 저주하고 하늘을 저주하여 우리의 뜻을 세웠노라.

우리는 악의 추종자들을 이용하여 정통마교를 배반하게 했으며……

그들을 이용하여 우리를 잡아왔던 모든 인물들을 주살하게 했으며……

이제 우리의 뜻으로 칠십이기재들인 우리는 세상을 멸망시켜버릴 인물을 선택했노라……

 

소일초와 주소아의 놀라움은 갈수록 심화되어 갔고,

이 칠십이기재들의 가공한 능력과 비틀린 욕망에 몸서리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만든 마교칠십이종절기(魔敎七十二種絶技)……

알지어다.

마교칠십이종절기는 우리 칠십이기재의 모든 것임을……

역사에는 다시 없을 광세의 역천마공임을……

아아……마교칠십이종절기를 창안한 우리 칠십이기재들은 만족했노라.

하나, 우리의 생명은 다했노라……

우리는 이 무학을 만들기 위해 죽음마저 던져버린 것이다.

후회는 없노라.

향후 이 하늘……이 땅엔 선(善)이라 정(正)이라 이름할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이 부정되고 마(魔)라는 이름마저 영원히 사라진 후 우리의 저주인 역천의 무공 마교칠십이절기만이 영원히 찬란할 진저……

우리 칠십이기재들은 이제 마교칠십이종절기의 주인으로 선택한 그대를 정통마교주로 봉하노라.

그리고 이제 그대에게 이 미증유의 마공절예를 전하노니……

정통마교주여! 이제 그대는 모든 자비를 버려라.

남아 있는 모든 인정의 샘물도 버려라.

그리하여 오직 마(魔) 만이 충일한 마음으로 마교칠십이종절기를 받도록 하여라.

우리는 믿노라.

그대가 선을 버리고 마의 길을 가줄 것을……

그리고 마(魔) 마저 없애버릴 것을……

그대는 결코 우리의 뜻을 거역하지 않을 것을……

아니, 결코 외면하지 못하리라……

외면은 필연처럼 죽음으로 지불되리니……

이제……

그대는 우리 뜻으로 여덟 개의 석실에 들 것이고……

그석실들에서 그대는 마교칠십이종절기를 받으리라……아아아……

 

소일초는 모든 소리를 다 듣고 싸늘히 냉소를 쳤다.

[불쌍하게 미친 놈들이 자부심하나는 대단하군……아무리 저주가 깊다하나 세상을 뒤엎을 수 있 수 있다고 자신한단 말인가……]

소일초의 얼굴에 피어오른 냉소는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뭐 익히지 않으면 어쩌고 말듣지 않으면 어쩐다고? 감히 나 신행마동을 협박해……]

[꼭 그렇게 만은 생각할 것 없어……주는 건 받고 시키는 건 않하는 게 너잖아.]

주소아가 그에게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교칠십이절기가 익히기 싫으면 익히지 않아도 돼. 내가 익힐께……]

소일초는 천천히 통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좋아, 그들 뜻대로 모든 무공을 연성해봐……하나 결코 그 무공들로 나를 이길수는 없을 걸?]

[…………!]

[네 심보 다 알아. 어떻게 해서라도 무공이 강해져서 내위에 올라가 볼려고 하는거지. 어림없다. 나는 일초무적이야……]

한데 그의 중얼거림이 막 끝났을 때였다.

돌연,

쿠르르르------!

굉렬한 폭음이 통로의 사방을 두드리는가 했더니……

급작스레 소일초와 주소아가 서 있던 부위가 쑥 꺼져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나락……

끝없이 부침하는 나락 속으로 소일초와 주소아는 전신의 공력을 돋구고 몸을 보호하며 손을 잡고 꺼져들어갔다.

그들이 말한 여덟 개의 석실로……

그래서 또 다른 기연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 × ×

 

석실(石室),

사방 십여 장 크기의 장방형 석실이었다.

아무것도 없고, 도대체 아무런 기운도 느낄 수 없는 너무도 평범한 석실이었으나……

누구든 이 석실에 들면 소리없이 젖어드는 소름끼치는 마기에 의해 전신이 오그라드는 충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리라.

엉겁결에 이 석실에 들어선 소일초와 주소아의 얼굴에 당혹함이 스치고 있었다.

(이곳이……바로 여덟 석실 중 한곳인가?)

각기 내심으로 짐작하며 석실의 사방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석실에는 아홉 명의 흑의 장발인들이 벽에 비스듬히 기댄 채 앉아 있었다.

그들은 석실 사면 벽에 빙 둘러 있었으며,

도대체, 형용할 수 없으리만큼 가공할 마기와 사기와 악기를 뿌리고 있지 않은가?

소일초와 주소아는 그 기운에 접하자 숨이 막힘을 느꼈다.

(으음……가공하다. 저들 역시 죽은 지 오래된 시신이 분명하건만……마치 살아 있는 듯 생생하고……뿐만이 아니라……저 극사극악한 기운은 가히 폭발적인 살인의 미학을 내포하고 있다. 분명히 무공을 익힐 수 없도록 몸을 파괴당했다고 했는데……)

소일초와 주소아는 생각을 하며 아홉 구의 시체 가까이 접근했다.

(이들은 칠십이기재들 중 아홉 명이 분명하리라.)

가까이 접근하자 그들 시신의 몸에서 풍겨지는 기운은 더욱 가공하게 그의 전신을 향해 밀려왔다.

[으음……조심해……조심하지 않으면…… 이들의 몸에서 풍기는 마기에 감염되어 영혼이 마의 기운에 사로잡히게 될거야.]

소일초가 주소아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는 정통마교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사부였던 검마 역시 무림의 대기재 였고 젊었을 때 정통마교의 손길이 뻗쳐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를 납치하기 위해 나왔던 정통마교의 마두들은 오히려 모조리 그에게 목숨을 잃어야 했다.

비밀까지 털어놓으면서……

이것이 소일초가 칠십이기재를 우섭게 보는 이유의 하나였다.

칠십이기재가 진정한 기재로 강자들이었다면 결코 잡혀오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그의 사부인 검마가 실례(實例)지 않은가?

 

소일초는 심호흡을 하며 심신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이미 주소아가 온 정신을 모으고 있는 석실의 사면 벽과 천정을 자세히 살폈다.

한데, 오오……이럴 수가 있는가?

이 극사극악한 기운은 단지 아홉 구의 시신에게서만 풍기는 것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사면 벽이며 천정에서도 그 가공할 기운은 몸서리치도록 끔찍하게 풍겨지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전율,

그것은 도저히 인간의 몸으로서는 항거할 수 없는 절사(絶死)의 기운이었다.

한편,

사면 벽의 한 곳에는 무수히 많은 손(手)의 형태가 조각되어 있었다.

하늘을 움켜쥐는 듯……

대해를 가로지르려는 듯……

억겁의 한의 부피가 실린 듯 무거운 동작……등등……

그 수인(手印)은 수천 수만의 손이 일시에 움직이는 듯 생생했고……

엄청나게 사악한 기운이 바로 그 수인(手印)들에 의해 폭출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뿐인가!

그 수 많은 손의 조각들은 기이하게도 아홉 기재들의 몸에서 시작되고 종결되는 듯하니……

가히, 아홉 기재들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의 가공함과 사악함을 능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은가?

문득, 소일초와 주소아의 수려한 동공이 믿을 수 없는 경악으로 치켜떠졌다.

(이 손조각들은 인간이 표출할 수 있는 모든 손의 행동을 묘사했다…… 거기다가……인간의 몸에서 흐르는 생명의 기를 완전하게 끊어버리도록 묘사되어 있다.)

그들의 놀라움은 갈수록 커졌다.

(그리고……생명을 정면으로 거역하는 듯한 죽음의 동작들……진정 가공하다. 무섭다. 두렵다.)

하나, 소일초와 주소아는 이런 것들에 놀랄 여유가 없었다.

스르르……

그들의 심연한 동공이 순간적으로 풀려가는가 싶더니……

스스스……

벽의 한 쪽에 가득히 찍혀 있는 손의 움직임이 그들을 무섭게 찍어오는 것이 아닌가?

[헉……!]

소일초와 주소아는 소스라치게 놀라는 순간 수 많은 변화를 보이며 찍어오던 손그림자들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벽은 원래대로 였다.

[묘한데……]

소일초의 말처럼 그 손 조각들은 묘했다.

조금 응시 했다 싶으면 눈 앞으로 뛰쳐 나와 사람을 놀라게 하고,

정신을 차리면 다시 아무렇지도 않았다.

소일초와 주소아는 묘한 흥미를 가지고 손 조각들을 들여다보며 그 재미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오오…… 장강의 대하(大河)가 송두리째 그의 머리 속으로 밀려 들어오듯……

천지간의 온갖 저주와 한이 그의 머리 속에 폭포수처럼 내리 퍼부어지듯……

그 엄청난 수영(手影)은 소일초와 주소아의 뇌리로 차곡차곡 파고들기 시작했다.

보면볼수록……

그것은 더욱 선명하게 그들의 뇌리에 깊이 기억되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돌연, 그들의 영혼을 촉촉히 적시며 소낙비처럼 파고드는 소리가 있었으니……

 

------아는가! 정통마교주여……

우리 아홉 기재들의 이 잔인수(殘忍手)가 그려내는 황홀함은 우리 아홉 기재들의 모든 영혼이 서로 통하고 또 통하여……

세월의 아득한 시공을 초월하여 완성한 역천의 무공임을……

그리고 또 아는가?

그 잔인수가 하나로 합쳐질 때 비로소 마왕수(魔王手)는 완성되는 것을……

기억하라!

마왕수는 마교칠십이종절기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아아……절묘하다.이 모든 수영들이 저주의 마교칠십이종절기 중 하나란 말인가?]

주소아가 탄성을 질렀다.

짐작은 했지만 이것은 너무 엄청난 무공이었다.

아니, 무공보다는 저주의 손짓이요……

살의 손짓이었으며……

한의 손짓이었다.

지금 이 순간,

그 수영(手影)들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잔인수가 하나로 점차 합쳐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더불어 영혼을 저미는 소리……

 

-----정통마교주여……!

우리 아홉 기재들은 세상의 모든 생명을 끊을 수 있는 하나의 수공(手功)을 그대에게 주겠노라……

그리하여 그대에게 주어진 그 위대한 마왕수는……

하늘을 거역하리라……

땅을 거역하리라……

정을 외면하고 선을 부정하리라.

자비를 거부하고 인정을 짓밟아 가리라.

오오……

이제부터 위대한 마왕수는 그대의 마음 속에 영원히 남게 될지니……

이후,

마왕수는 이 하늘……이 땅 사이의 공간을 다스리는 죽음의 심판자(審判者)가 되리라.

 

죽음의 심판자,

마왕수,

그것은 소일초와 주소아의 머릿속 깊이 새겨 졌다.

그 손은 아름다웠다.

하나이면서도 수없이 갈라지는 듯 하고 그러면서도 종내는 하나로 귀일되는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손이었다.

하나,

그 속에 내포된 그 가공할 마기와 사기……

오오, 그것은 끔찍한 것이었고 가히 폭발적인 공포를 자아내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그 마왕수는 소일초와 주소아의 영혼을 무섭도록 균열시키며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순간,

[으으-------악-------]

소일초와 주소아는 느닷없이 터지는 고통에 머리를 감싸며 나뒹굴었다.

바로 그때,

소일초의 품에서 은은한 서기가 뻗어나와 두 사람을 감쌌다.

두 사람의 영혼을 파괴할 것 같던 끔찍한 사기(邪氣)와 마기(魔氣)는 그 서기(瑞氣)로 인해 절로 사그라져 버렸다.

소일초와 주소아의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사부님께서 돌보셨다.]

소일초는 품속을 빠르게 헤치고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한시도 몸에서 떼놓지 않았던---빨가벗었을 때는 빼고----사부 검마의 몸에서 나온 사리(舍利),

그 사리가 마성(魔性)에 빠져들뻔 했던 두 사람을 구해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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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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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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