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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四 章

 

         魔章塔의 崩壞

 

 

 

마장탑(魔藏塔)------

 

이 엄청난 석탑……

그 끝이 이 지하공동의 천정에 닿아있으며,

주위로는 오직 백골들이 흩어져 있다.

시간과 주야(晝夜)……

그리고 계절을 모르고 사이한 푸른 안개에 휩싸인 채 부유하듯 떠있는 이 마장탑은 세월의 무심한 흐름 속에서도 말없이 서있다.

전체가 푸른 이끼로 가득차 있었으며……

으스스한 마기(魔氣)를 끊임없이 삼켰다가 끊임없이 토해내고 있었다.

바로 이 마장탑 앞의 두 사람……

언제부터인가?

굳어진 석상처럼 빤히 마장탑을 바라보면서 책상다리를 한 채 앉아 있는 그들은 대체 누구인가?

전신에는 헤어질 대로 헤어진 옷을 걸치고 있었으며……

치렁치렁한 장발은 허리를 넘었는데 낡은 천으로 질끈 묵여져 있는 청년,

그리고 헐렁한 낡은 옷을 걸치고 단정하게 머리를 틀고 있는 여인,

스스스……

한 줄기 음풍이 청년의 장발을 스치고 지나갔다.

아름다운 얼굴……강인한 기상……그리고 눈에 맺혀져 있는 것 같은 고집……

이 사내는 소일초다.

당연히,

그의 옆에서 도대체 인간의 몸으로 이토록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풍겨내는 이 여인……

주소아가 아니고 누구겠는가?

소일초와 주소아,

이때 그들의 심연처럼 맑고 그윽하게 가라앉은 눈망울은 마장탑에 고정되어 있었다.

문득 꺼질듯이 새어나오는 소일초의 한숨……

[아……틀렸어…… 도무지 이 마장탑에 들어갈 방법이 없어!]

[…………]

[제기랄, 우리가 들어왔다던 연못은 꽉 막혀있고 나갈 길은 보이지 않고……그저 이 마장탑에 매달린 것이 벌써 언제야……]

소일초가 갑갑함을 참지 못하고 또 발작을 한다.

[여긴 남만의 검마동보다 더 지독해……그땐 그기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곳인줄 알았는데……]

[가만있어봐……떠들어도 아무 소용없어. 나갈려면 오직 저 마장탑에 들어가는 수 밖에 없을 거야……]

소일초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부질없는 헛수고에 불과해. 너무도 완벽하게 폐쇄되어……!]

그들은 벌써 자고 일어나면 마장탑에 매달리기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처음엔 수월하게 생각했던 이 지하공동에서의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 후에 더욱 그랬다.

마장탑과 정통마교,

어느 탑도 부술 수 없었다.

기이하게도 그 두 탑만이 지하공동의 천정에 닿아 있는 기둥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

희망이 있다면 오직 마장탑을 열고 그 속에 있을 지도 모르는 이곳의 탈출 방법을 알아내는 것 뿐이었다.

그동안 그들의 식사는 오직 이끼와 물이었다.

이제,

인간의 상상력의 한계를 벗어난 미증유의 신비로운 체질과 생명력을 지닌 소일초와 주소아……

그들의 손은 이끼를 신선한 음식으로 만들 수 도 있었다.

식물이건 동물이건,

생명을 지닌 것이라면 그들의 손에서 맛있는 음식이 될 수 있었다.

심지어는 생명이 없는 독과 물마저 그 성질을 바꿀 수 있으니,

그들의 손은 기적의 손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소일초와 주소아는 지난 얼마동안 이 지하공동을 빠져 나가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으되……

그 모든 것들이 부질없는 헛수고에 불과했으니……

석탑을 감싸고 있는 것들은 오직 독균들 뿐이었으며……

이곳은 사방이 밀폐되어 있었던 것이다.

확실히 이곳은 절지이고……

원래부터 이 곳의 출구는 연못 하나 뿐이었다.

그런데,그 출구는 정통마교의 제구대 구마존이 완전히 붕괴시켜 버린 것이었다.

허나,

지금 소일초가 투덜거리고 있어도 다시 마장탑을 들여다 볼 것이고,

주소아는 눈 도 깜빡이지 않고 연구에 몰두해 있다.

(어떻게 해야 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저 안 어딘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비밀이 있을 텐데.)

하염없이……

그녀의 신비로운 동공은 석탑의 부분부분을 면밀히 살피고 있었다.

어느 부분은 튀어오르고……

어느 부분은 꺼졌으며……

어느 부분은 각이 졌는가……

기실,

소일초와 주소아는 눈을 감고도 석탑의 형상을 훤히 머리 속에 그릴 수 있었다.

하기는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그들이 그토록 열심히 살펴봤으니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허나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소일초와 주소아,

그들의 뛰어난 지혜를 가지고도,

세월모르고 마장탑를 뒤지고 또 뒤졌지만 결코 마장탑의 출구를 찾아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 마장탑가 얼마만큼 완벽하게 폐쇠되어 있는 지 짐작이 가리라!

주소아 그녀의 심사도 답답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 가득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헌데 그때였다.

지하공동의 아득한 천정으로 연결된 마장탑의 제일 윗 부분이……

순식간에 지하공동 전체를 붉은 마광으로 물들이는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닌가?

소일초와 주소아의 얼굴에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서로 손을 잡고 태양처럼 빛을 발하는 그곳을 바라보았다.

소일초와 주소아의 수려한 몸이 가늘게 떨린다.

(변화……이 시간마저 멈춰버린 공간에서 처음 있는 변화다………)

(무슨 일인가 일어나려 하고 있다.)

헌데 그때였다.

돌연,

쿠르르르……!

마장탑이 엄청난 소용돌이와 함께 무섭게 뒤틀리는 것이 아닌가?

수천만 가닥의 끔찍한 마광(魔光)이 솟아 오르고……

그 마광은 기이하게 제일 윗 부분의 태양같은 붉은 빛과 어우러져 전율스럽게 뿌려지고 있었다.

실로 엄청난 현상……

(우와……!)

소일초와 주소아는 이 느닷없는 상황에 당혹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런 일이 갑자기?)

쿠르르르……

그 순간 무너진다.

마장탑이 핏빛 먼지를 사방으로 뿌리며 아래에서 부터 붕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서운 흡인력이 마장탑에서 뿜어져 소일초와 주소아의 몸을 휘감아 올렸다.

(으윽……이런 엄청난 힘이……!)

막을 수가 없다.

소일초와 주소아의 가공할 무공으로도 그 엄청난 흡인력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순식간에 그들의 몸은 서로 껴안의 채 붕괴되는 마장탑의 제일 위,

붉은 광채가 쏟아지는 속으로 끌려 올라가고……

그 와중에서,

소일초와 주소아의 영혼을 울리는 듯한 소리가 있었으니……

그 소리는 아름답고……전율스러웠으며……사이했고……공포스러운 것이었다.

 

---놀라지 말라……

우리는 불우했던 칠십이기재들……

그대를 위해 안배했나니……

 

그랬던가?

이 모든 것이 바로 소일초와 주소아를 위해 안배한 것이었던 것인가?

(오……이 기막힌 조화가 칠십이기재들의 안배라니……)

 

----……그대의 출현은 우리 칠십이기재들의 뜻……

자, 들라……이 마장탑로 들라……아아아아……

 

이 여운과 같은 영혼의 속삭임을 들으며 소일초와 주소아는 아득히 정신을 잃어갔다.

쿠쿠쿠-----!

지하공동의 기둥역할을 하던 마장탑은 완전히 붕괴되어 버렸다.

그리고 기둥이 무너진 그 곳 역시……

 

× × ×

 

무림은 다시 경악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무림을 강타한 소문,

 

-----천하제일의 힘을 가졌다는 백인장이 무림에서 다시 자취를 감추었다.

삼수로 밝혀진 삼성무림청의 수뇌들과 싸우다 죽은 원로도객들의 장례가 끝나자마자 백인장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곳이 되어버렸다.

 

-----강북의 청옥검궁도 무림활동 중지를 선언했다.

소속된 일반 검사(劍士)들을 일제히 내보내고, 검왕과 검왕자를 비롯한 핵심 고수들이 어디론가 은거해 버렸다.

 

이제,

무림사대세력 중 삼성무림청과 청옥검궁, 그리고 백인장이 종적을 감추면서 오직 구파일방만이 남게 되었다.

강자들이 사라진 무림에 이를 기회로,

군소방파들이 빠른 속도로 세력을 키우고 팽창해 가고 있었으니……

무림은 난세로 치닫고 있었다.

 

도대체……

백인장의 사람들과 청옥검궁의 고수들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그들과 친분을 나누었던 수 많은 무림인들이 의혹속에 잠기는데……

 

무림에는 새로이 별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세력으로서 가장 강대하게 부상한 것은 삼현(三賢) 중의 일 인인 백대선생(白大先生)이 이끄는 백가장(白家莊)이다.

그리고 무시 못할 세력이 역시 삼현 중의 한 사람인 혈군자(血君子) 지장행(智長行)이 이끄는 취현성(翠賢城)며,

개인으로서는 취풍녀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특히 취풍녀는 휘파람을 몰고 다니면서 피바람을 일으키고 있어 공포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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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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