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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3.15 [낭중지추] 26화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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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쿠쿠쿠! 흐르는 물줄기. 시간이 지났고

어느덧 절벽 아래 반원형으로 여러 개의 바위가 놓였고. 청풍은 그 진형 안쪽에 서서 둘러보고 있고. 흑신은 불안해서 연신 뒤를 살펴보고 있다. 커다란 바위를 두 손으로 든 채

청풍; [마지막입니다. 저곳에 바위를 놓으십시오.] 한쪽을 가리키고.

흑신; [알... 알았다!] 바위를 청풍이 가리키는 곳에 내려놓고. 순간

지잉! 갑자기 바닥에서 바위벽이 일어나 반원형으로 놓여있는 바위들을 덮기 시작하고

흑신; [진... 진법이 발동하는구나.] 흥분할 때

쿵! 완전히 절벽처럼 변하는 주변

흑신; [절묘하구나 절묘해!] 신나서 박수를 치고

흑신; [감쪽같아서 정말 절벽의 일부처럼 보인다.] 신나할 때

슥! 절벽 안에서 손이 나와

<이쪽으로 들어오십시오.> 흑신의 소매를 잡아끈다.

손에 이끌려 절벽 안으로 들어가는 흑신

스륵! 완전히 절벽 안으로 사라지는 흑신

진법 내부. 청풍이 흑신을 끌고 뒷걸음질. 흑신이 놀라 돌아본다.

흐릿하게 밖이 보인다. 마치 색유리를 끼운 것

흑신; [이런 신묘한 기문진법은 본 적이 없다. 역시 넌 평범한 놈이 아니었구나.] 흥분, 안도

청풍; [책으로 본 기문둔갑을 한번 시도해본 것뿐입니다.] 웃으며 절벽을 등지고 앉고. 황금전장의 장경각에서 책을 쌓아놓고 읽던 장면 떠올리고

청풍; (황금전장의 장경각에서 읽은 기문둔갑 관련 내용들이 이렇게 쓰이는구나.)

흑신; [우리 신귀문에도 여러 가지 은신의 술법들이 있긴 하다.] 청풍의 옆에 앉고

흑신; [하지만 술법을 구사하려면 준비가 필요해서 이렇게 즉각적으로 은신할 장소를 만들 수는 없다.]

청풍; [신귀문이 배교에서 파생되었다는 강호의 소문이 사실이겠습니다.]

흑신; [이백여 년 전쯤 배교의 교주 자리를 놓고 분쟁이 일어났었다.] 끄덕

흑신; [그때 교주가 되지 못하고 쫓겨난 신귀태사(神鬼太師)라는 분이 세운 게 신귀문이다.] 진법 밖을 살피며 말하고

청풍; [그런 내막이 있었...] 텁! 말하던 청풍의 입을 틀어막는 흑신의 손

부르르 떨리는 흑신의 손

청풍;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혹시...) 놀라 진법 밖을 보고. 직후

화악! 유령같은 것이 진법 앞에 나타난다.

청풍; (흡정마녀인가?) 긴장하며 보는데

쿵! 유령같은 것이 또렷해진다. 놀랍게도 어린 소녀다. <아랑힐월>의 동동, <마고천장>의 불로왜선 캐릭터. 장난기 많게 생긴 소녀인데 복장이 특이하다. 아주 헐렁한 여자 옷을 자그마한 몸에 억지로 입고 있다. 틀어 올린 머리에도 비녀를 여러개 꽂고 있고. 머리카락이 아주 길어 발치에까지 끌리고. 이 소녀가 흡정마녀다.

청풍; (어린 계집아이!) 놀라고

<잘 해야 열서너살 쯤인데...> 천천히 주변 둘러보는 흡정마녀 모습 배경으로

청풍; (정말 저 어린 아이가 흡정마녀란 말인가?) 입이 흑신의 손에 틀어막힌 채 생각하고

몸을 반쯤 돌려 청풍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은 채 달달 떨고 있는 흑신

청풍; (이 노마의 반응을 봐서는 틀림없겠구나.) 진법 밖의 흡정마녀를 보고

흡정마녀; [이상도 해라.] 고개 갸웃

흡정마녀; [깜둥이는 분명 이쪽으로 달아났는데 말이야.] 물줄기가 흘러들어가는 동굴을 기웃거리고

흡정마녀; [본녀에게 잡아먹히는 게 싫어서 투신자살이라도 한 걸까?] 그러다가

코를 벌름거리는 흡정마녀

흡정마녀; [뭐 어쩔 수 없네.] 배시시 웃고

흡정마녀; [오늘은 흑백신귀 중 한 놈을 잡아먹은 걸로 만족해야겠어.] 휘익! 돌풍을 일으키며 말아오르고

퍼억! 유령처럼 꺼지는 흡정마녀

흑신; [허억!] 참았던 숨을 확 토하고

청풍의 입을 막았던 손을 떼고

청풍; [그러니까 방금 전의 그 계집아이가...] 입가를 소매로 닦으며

흑신; [금마사주 중 한명인 흡정마녀다.] 끄덕

청풍; [금마사주...] [무저금마갱을 지배하는 네 명의 주인이라는 뜻인 것 같군요.]

흑신; [그렇다. 무저금마갱은 네개의 독립된 구역, 즉 사대마계(四大魔界)로 나뉘어져 있다.]

흑신; [요마계(妖魔界), 불마계(佛魔界), 환마계(幻魔界), 철마계(鐵魔界)가 사대마계이며...]

흑신; [사대마계의 주인들을 금마사주라 부른다.] [흡정마녀는 그 중 요마계의 지배자고...!] 연신 진법 밖을 살핀다

청풍; (무저금마갱 내에 또 하나의 세상이 구축되어 있구나.) + [흡정마녀가 그렇게 무섭습니까?] 묻고

흑신; [흡정마녀가 무섭냐고?] 홱 청풍을 돌아보고

흑신; [그... 그 마녀를 만나면 아무도 살아남지 못한다! 설령 다른 금마사주라 할지라도!] 양손으로 양팔을 부여잡고 달달 떤다. 얼굴은 공포로 물들어 있고.

청풍; (이 노마, 흡정마녀에 대한 두려움이 골수에 새겨져 있구나!) + [겉보기에는 어린 계집아이 같았습니다만...]

흑신; [그... 그 마녀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 달달 떨며

청풍;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 [나이가 들수록 늙는 게 아니라 젊어진다는 뜻입니까?]

흑신; [흡정마녀가 무저금마갱에 던져진 것은 이십여 년 전이다.] [그때의 흡정마녀는 적어도 마흔살은 넘긴 중년이었다.]

<무저금마갱에 여자가 갇히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나이는 들었어도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물가에 야한 자세로 쓰러져 있는 절세미녀. 흡정마녀의 나이 든 모습. 머리카락도 반백이고. 주변으로 몰려드는 봉두난발에 허름한 차림인 사내들

흑신; [처음에는 무저금마갱의 인간들 대부분이 그 계집을 여신처럼 떠받들었었다.] 달달 떨며

청풍; (오랜만에 들어온 여자들을 마인들이 그냥 놔두진 않았겠지.) 쓴웃음

흑신; [그랬는데... 오래지 않아 무저금마갱은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흑신; [도처에서 목내이(木乃伊;미이라)처럼 말라비틀어진 시체들이 발견된 것이다.]

청풍; [흡정마녀에게 정기를 빨려서 죽었겠습니다.]

흑신; [나름대로 평화로웠던 무저금마갱은 삽시에 공포의 도가니로 변했다.]

 

<예상했던 대로 범인은 흡정마녀였다. 그 마녀가 무시무시한 흡정대법(吸精大法)으로 전대 거마들의 내공과 정혈을 갈취한 것이다.> 말라비틀어진 시체의 산에서 해골에 입맞추며 웃는 거의 벌거벗은 흡정마녀.

<범인이 밝혀졌지만 아무도 흠정마녀를 처단하지 못했다. 그러기에는 그녀의 내공이 너무도 막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위씬의 연속

<심지어 요마계의 당시 지배자이며 백년전의 천하제일마 음양요마(陰陽妖魔)조차도 흡정마녀에게 정혈을 빨리고 죽었을 정도였다.> 바위를 깎아 만든 침대에 누워 말라죽어있는 거인. 그 거인의 몸 위에 네발로 엎드린 자세로 혀를 핥는 흡정마녀의 야한 모습

 

흑신; [이...이십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헌데 지금은 전부 합쳐봐야 백명도 되지 않는다!]

청풍; (구백명 이상의 전대마인들이 흡정마녀에게 정혈을 갈취당하고 죽었다?)

흑신; [특이하게도 그 마녀는 내공이 깊어질수록 젊어졌다.]

청풍; [반노환동(返老換童)한 것입니까?]

흑신; [반노환동 정도가 아니다.] 고개 젓고

흑신; [흡정마녀는 젊어지다 못해 어려졌다.] [네가 본 계집아이의 원래 모습은 반백의 중년여자였었다.]

청풍; [특이한 무공을 익히고 있겠습니다.]

흑신; [전설 속의 축왜금강신(縮倭金剛身)을 익히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청풍; [축왜금강신...]

흑신; [천마가 만들었다는 전설도 있는 무공으로 금강불괴의 극단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끄덕

청풍; (위진천이 익힌 흡성대법에 이어 또 천마와 관련된 무공에 대해 듣게 되는군.)

흑신; [축왜금강신을 완성하면 몸이 진짜 금강석처럼 단단해진다고 한다.] [당연히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으로도 축왜금강신에 흠집을 낼 수 없다.]

청풍; [그게 정말이라면 가히 무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흑신; [뇌마계나 환마계의 주인도 축왜금강신을 익힌 흡정마녀를 상대하지 못한다.]

흑신; [그 마녀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뿐이다!] 연신 진법 밖을 보며

청풍; [그게 누굽니까?] 눈 빛내고

흑신; [그는 바로 철(鐵)...!] + [헉!] 말하다가 기겁하며 진법 밖의 한쪽을 보고

청풍; (왜 갑자기...) 흑신이 보는 쪽을 함께 보고. 직후

청풍; [헉!] 역시 기겁

쿵! 진법 바로 밖에서 배시시 웃고 있는 흡정마녀

흑신; [흡... 흡정마녀!] 기겁하며 펄쩍 뛰어오르고

청풍; (다른 곳으로 가는 척 하며 돌아왔구나!) 역시 경악하며 급히 일어날 때

흡정마녀; [흐응! 이 절벽 속에서 누군가 소곤대는 소리가 들리네.] 배시시 웃으며 진법으로 만들어진 가짜 절벽에 손을 대고

흡정마녀; [궁금하니 절벽을 깨봐야겠지?] 부웅! 가짜 절벽에 댄 흡정마녀의 작은 손이 진동을 일으키고. 그러자

드드드! 진법을 이루고 있는 바위들이 문풍지처럼 떨리고

청풍; (진법을 이루고 있는 바위들이 진동에 의해 윈래 위치에서 밀려나고 있다.) 경악할 때

흡정마녀; [열려라 참깨!] 기합

쾅! 펑! 파삭! 진법을 이루고 있던 바위들이 박살나거나 튕겨나간다.

흑신; [안... 안돼!] 비명 지를 때

쾅! 콰쾅! 튕겨나간 바위들이 진법 안쪽의 진짜 벽들과 부딪히고

화악! 진법으로 이루어졌던 가짜 절벽이 커튼 젖혀지듯 화악 사라진다.

공포에 질려 물러서는 흑신과 난감한 표정인 청풍의 모습이 드러나고

흡정마녀; [흐으응! 어디에 숨었나 했더니 역시 여기 숨어계셨네!] 웃으며 와해된 진법 안으로 들어오고

흑신; [흐윽!]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고

청풍; (아무리 봐도 어린 계집아이인데...) 갸웃하며 보고

흡정마녀; [짝꿍인 백귀는 맛있는 걸 다 내게 주고 갔어.] [흑신 당신도 그걸 줘야 공평하지 않겠어?] 혀로 입술 핥으며 흑신에게 다가가고

흑신; [으으... 제발... 제발 살려주시오!] 주저앉은 채 뒤로 물러나 앉으며 애원. 하지만

턱! 등이 벽에 닿아 물러앉을 곳이 없고

흡정마녀; [그렇게 겁먹을 거 없어!] [당신의 정기를 빨아먹는 대신 극락을 경험하게 해줄 테니까.] 요염하게 웃고. 그러다가

흡정마녀; [어머나! 귀여운 도련님이 함께 계셨네!] 청풍을 돌아보며 배시시 웃고. 순간

오싹! 한기를 느끼는 청풍.

웃는 흡정마녀의 뒤로 거대한 코브라의 형상이 떠오른다.

청풍; (몸이 얼어붙는 것 같다!) 식은땀.

흡정마녀; [이렇게 귀여운 도련님을 잡아놓고도 본녀에게 알리지 않다니...] [흑신 당신 너무했어!] 흑신에게 눈을 흘기고

흑신; [헤헤! 그 놈이 마음에 드셨다면 소인이 양보하겠습니다요!] 무릎 꿇은 채 비굴

흡정마녀; [마음씨가 하해와도 같으시네!]

흡정마녀; [그런데 선물을 받고도 보답을 하지 않으면 남들이 비웃겠지?] 입술을 핥고

흑신; [히익!] 사색.

흡정마녀; [지상에서 극락을 경험하도록 해주겠어!] 촤아아! 긴 머리카락이 촉수처럼 일렁이고

흑신; [으아아아!] 비명 지르며 옆으로 달아나려 하고. 하지만

흡정마녀; [어딜!] 촤아아악! 촉수같은 머리카락이 허공에 뜬 흑신의 팔 다리를 확 휘감아버리고.

흑신; [으아아악!] 지지직! 수많은 머리카락에 의해 허공에 띄워진 채 스파크에 휘감기며 비명. 허공에 수평으로 들려졌던 그자의 몸이 활처럼 휘어지고. 흡정마녀는 황홀한 표정으로 웃고

흑신; [끄으윽! 제발...] 치뜬 눈이 백열되고 벌린 입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청풍; (저럴 수가...!) 경이.

<온몸이 말라 비틀어지고 있다!> 치치치! 죽어가는 흑신 배경. 그의 피부가 쭈글쭈글. 급격하게 미이라화 되어 가고 있다.

청풍; (대체 얼마나 강력한 흡정대법이기에...) 침 꿀꺽.

퍼억! 직후 바닥에 나뒹구는 미이라가 된 흑신. 이미 숨이 끊어졌다.

흡정마녀; [흐응! 음기(陰氣)에 이어 양기(陽氣)를 흡취하니 각별한 맛이네!] 포만한 고양이처럼 혀로 입술 핥고.

흡정마녀; [호호! 이번에는 특식을 먹을 차례겠지?] 청풍을 돌아보고.

청풍, 자신도 모르게 뒤로 주춤

흡정마녀; [그렇게 겁낼 것 없어!] [저 노마가 황홀한 표정으로 죽어간 거 못 봤니?] 죽어넘어진 흑신의 얼굴 배경으로 청풍에게 다가서고.

흡정마녀; [하오문의 치졸한 흡정대법과 달리 본녀에게 정혈을 바치면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기쁨을 맛 볼 수 있단다!]

청풍; [가엾은 분이로군!] 침중

흡정마녀; [뭐라?] 불끈

청풍; [당신은 세상에 태어난 후 단 한번도 남에게 존중을 받아보지 못했을 거요.]

부르르 떠는 흡정마녀. 정곡을 찔린 표정

청풍; [그래서 같은 인간을 먹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여기는 것일 테고!]

흡정마녀; [건방진 놈!] 카아! 성난 짐승처럼 입을 벌리며 기합. 그 충격파에 세차게 가격당해 튕겨나가는 청풍.

쾅! 벽에 등이 강하게 부딪혀 피를 왈칵 토하고. 이어

퍼억! 앞으로 고꾸라지고.

청풍; (가... 가공할 살기!) + [쿨룩!] 피를 토하며 겨우 상체 일으키고

청풍; (살기가 닿은 것만으로도 거대한 망치에 맞은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겨우 일어나고

흡정마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군자 흉내를 내?] [눈을 파내고 혀를 뽑아주겠어!] 무시무시한 살기 흘리며 다가서고

청풍; [기왕 시작한 거니 한 마디 더 하겠소.] 입으로 피를 흘리며 벽에 기대앉고

청풍; [당신은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기억이 있을 거요.]

충격 받아 부릅 흡정마녀

청풍; [아마도 피붙이보다는 몸과 마음을 다 바쳤던 연인이기 쉽겠지!] 웃고

흡정마녀; [이...이 육시를 할...!] 충격과 분노에 떨고.

촤악! 흡정마녀의 촉수같은 머리카락들이 밧줄처럼 청풍의 팔 다리와 목을 휘감는다.

흡정마녀; [어디 더 잘난 척을 해봐라! 네놈도 흑백신귀처럼 목내이로 만들어줄 테니...] 지지지! 청풍의 몸을 휘감은 머리카락들이 벼락에 휩싸이고. 하지만

청풍; (흡성대법...) 눈 부릅뜨고. 그러자

지잉! 청풍의 몸이 밝게 빛나고

흡정마녀; [어쭈! 본녀의 흡정술에 저항해?] 눈 치뜨고

청풍; [흡정술을 익힌 게 당신만은 아니오.] 억지로 웃고

흡정마녀; [확실히 본녀와 비슷한 흡정술을 알고 있구나.] 냉소

흡정마녀; [하지만 성취가 보잘 것 없어서 결국에는 본녀에게 정기를 모두 빨리고 죽겠지만...]

흡정마녀; [네놈만은 곱게 죽이지 못하겠다.] 살벌한 표정. 그러자

우두둑! 우둑! 흡정마녀의 머리카락이 청풍의 팔 다리 목을 강하게 조인다. 그 바람에 살갗에 상처가 나기 시작. 상처에서 피가 흐르고.

청풍; (저 마녀의 머리카락이 살로 파고 든다.) 찡그리고

흡정마녀; [호호호! 기대해도 좋다! 네놈 눈으로 온몸이 토막나는 걸 보게 해줄 테니...] 청풍의 몸을 조이며 웃고. 하지만

청풍; [죽음은 내게 위협이 못되오!]

청풍; [난 오늘만 해도 벌써 세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소.] 쓴웃음

흡정마녀; [곧 죽어도 잘난 척을 해?] 이를 갈고

흡정마녀; [오냐! 소원대로 토막토막 쳐서 죽여주마!] 기합을 넣으려는데

[아미타불! 분노를 푸시오 흡정시주!] 갑자기 장내를 울리는 큰 음성.

[노납이 대신 죄를 받겠소이다!] 츠으으!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괴인. 팔 다리가 없고 몸통만 있는 중인데 이목구비가 깊어 인도사람처럼 생겼다. 허공을 둥실둥실 떠서 다가온다. 비록 팔 다리는 썩어문드러져 없지만 엄청난 덩치. 몸통만 해도 보통 사람보다 크다. 이마에는 벼락치는 문신

청풍; (팔 다리가 다 썩어문드러졌다. 저런 모습으로도 살 수 있다니...!) 놀라고

흡정마녀; [흥! 마귀활불(魔鬼活佛)! 감히 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내다니 간이 부었군요!] 여전히 청풍의 몸을 머리카락으로 휘감은 채 일어서고

청풍; (마귀활불? 불제자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로군.)

흡정마녀; [당신이 그래도 금마사주의 일 인인 점을 감안하여 독수(毒手)는 쓰지 않겠어요. 그러니 용건이나 말하고 꺼져요!]

청풍; (저 괴승도 금마사주의 일인이었군!)

마귀활불; [노납, 흡정시주께 한 가지 부탁을 하려고 불경을 저지르게 되었소이다!]

흡정마녀; [그러니까 그게 무어냐고 물었잖아요!] 짜증

마귀활불; [저 시주를 노납에게 맡겨주시지 않겠소이까?] 청풍을 보며

흡정마녀; [뭐라구요?] 의아

마귀활불; [노납이 이곳에 갇힌 지 어느덧 일갑자가 넘었소이다.] [천기를 짚어보니 노납의 죽을 날도 멀지 않았기에 저 어린 시주에게 노납의 비전을 전수하여 뇌정일맥(雷霆一脈)을 이으려 하니 부디 자비를 베푸시길...!]

흡정마녀; [제자가 필요하다? 호홋! 그다지 어려운 부탁도 아니군요!]

흡정마녀; [원한다면 저놈을 양보하죠. 대신 본녀에게 무얼 줄 거죠?]

마귀활불; [물론 저 시주를 공짜로 얻을 생각은 없소. 노납은 여시주께서 가장 원하시는 것을 대가로 드리겠소이다!]

흡정마녀; [본녀가 가장 원하는 것?] 눈 번쩍

흡정마녀; [마귀활불! 설마 당신은...?]

마귀활불; [그렇소이다. 노납은 이 지옥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소이다!]

흡정마녀; [아!] 흥분

흡정마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지옥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그래야만 날 이렇게 만든 쥐새끼를 응징할 수 있으니...!)

마귀활불; [자, 어찌하겠소이까?]

흡정마녀;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있군요!]

마귀활불; [아미타불! 탈출로를 알면서도 노납이 왜 이곳을 빠져나가지 않는가 하는 점이겠구려.]

흡정마녀; [흥! 대사님은 본녀 뱃속의 회충같군요!]

마귀활불; [노납 비록 탈출로를 알고는 있으나 이런 몸으로는 그곳을 지날 수 없소이다.] [그렇지만 않았다면 노납은 이미 오래 전에 천축(天竺)의 소뢰음사(少雷音寺)로 돌아가 있을 것이외다!]

흡정마녀; (교활한 늙은이! 잘도 둘러대는군!)

흡정마녀; [좋아요. 본녀는 활불이 정말 이 무저금마갱을 빠져나가는 길을 알고 있다고 믿어요.]

흡정마녀; [하지만 저 좀도둑께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군요!] 마귀활불 뒤쪽 석벽을 가르키며 앵소하고

마귀활불의 거대한 몸에 흠칫 파문이 일고 두 눈이 부릅.

청풍; (저기에 누가 있다고...) 의아해하며 마귀활불 뒤의 석벽을 보고

마귀활불; [흐흐흐!] 짐승의 그것같은 웃음을 흘리고. 그와 함께

마귀활불의 자애롭던 얼굴이 그야말로 마귀처럼 흉칙하게 변한다. 두 눈이 치켜 올라가고 송곳니가 빠져나오고

청풍; (한 인간의 인상이 저렇게 극적으로 변할 수가 있다니...!)

청풍; (저래서 마귀활불이란 이름이 붙었구나!)

마귀활불; [귀왕(鬼王)! 본 활불은 누가 등 뒤로 다가서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겠지?] 뒤를 돌아보며 기합. 그의 입에서 벼락이 터져나와 석벽을 후려치고

빠지직! 꽈르르릉! 마귀활불의 입에서 터져나온 벼락이 석벽을 강타. 박살나는 석벽

드드드드! 동굴 전체가 무너질 듯이 뒤흔들리고.

[아이쿠! 땡중이 사람 잡네!] 무너진 석벽에서 들리는 소리

츠츠츠츠! 이어 석벽의 일부가 흐믈흐믈 녹아내리더니 사람의 형상을 만든다.

[땡추야! 정말 노부를 죽일 작정이냐?] 쿵! 강팍한 인상의 노인이 나타나고. 이 노인은 북망귀왕 교백이다. 다른 작품의 교백인데 다만 이 작품에서는 나이가 칠순을 넘겼다. 북망귀왕 교백이 노인이 된 모습. 게다가 교백은 무릎 아래 부분이 잘려나가고 없는 불구자다.

청풍; (놀라운 은신술!)

북망귀왕; [킬킬! 설마 진짜 속셈이 들킬까봐 살인멸구하려는 건 아니겠지?] 스읏! 앉은뱅이 자세로 허공으로 떠오르며 웃고. 이후로 몰영는 항상 허공에 떠있다.

청풍; (저 노인 역시 금마사주 중 한 명이겠구나.) 주시

마귀활불; [크크크! 너무 오래 살아서 이젠 살기가 싫어진 모양이구나 귀왕!]

마귀활불; [이승 하직하고 싶은 게 소원이라면 들어주마!] 빠지지직! 기합 넣는 마귀활불의 정수리 위로 스파크가 치솟더니.

쩌저정! 마귀활불의 정수리에서 반투명하게 빛나는 칼날이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격렬한 스파크가 그 칼날을 휘감고

청풍; (정수리에서 칼날이 돋아나다니...!]

북망귀왕; [뇌...정인(雷霆刃)!] 경악.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지고

[!] 흡정마녀도 흠칫 긴장

마귀활불; [크크크! 노납의 뇌정인은 이름 그대로 번개같이 빠르고 벼락처럼 강력하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해봐라!]

청풍; (저건 진짜 칼날이 아니라 일종의 무공이로구나.)

북망귀왕; (저 흉악한 땡중이 정말 화가 났군. 지금껏 한 번도 내보인 적이 없던 뇌정인을 선보이다니...!) 식은땀

북망귀왕; (노부가 제 아무리 천하제일의 경신술을 지녔다고 해도 뇌정인을 완전히 피할 가능성은 반반인데...) 생각하며 힐끗 청풍을 보고.

북망귀왕; (그러면 되겠군!) 히죽 웃고.

마귀활불; [각오는 되었겠지?] 외치는데

스슷! 갑자기 북망귀왕의 모습이 사라지고.

마귀활불; [달아나려고? 어림없...!] 외치다가 부릅

파앗! 청풍의 바로 뒤에 나타나는 북망귀왕.

북망귀왕; [켈켈! 어디 죽일 테면 죽여보게나!] 청풍의 뒤에서 고개 내밀며 약 올리고

북망귀왕; [설마 땡추의 마지막 승부수가 되어줄 이 아이까지 죽이진 못하겠지?]

마귀활불; [귀왕! 용서해 줄 테니 그 소시주에게서 물러나라!]

북망귀왕; [켈켈! 누가 속을 줄 알고? 이 애송이에게서 떨어지면 불벼락을 내릴 꿍꿍이지?] 청풍의 어깨 너머로 혀를 낼름,

마귀활불; [이...이 늙은 도둑놈이...!] 분노에 떠는데

흡정마녀; [잠깐만!] 나서고. 흠칫 돌아보는 마귀활불

흡정마녀; [마지막 승부수라니...그건 또 무슨 소리죠?]

마귀활불; [아...아무 것도 아니오. 저 늙은이가 지어낸 헛소리...!] 당황

북망귀왕; [킬킬! 그만 포기해라 땡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성 싶으냐?]

북망귀왕; [이 애송이를 다시 한 번 잘 보시구려 요마계주!] 청풍의 양어깨를 잡아 흡정마녀 쪽으로 돌리고. [뭔가 느껴지는 게 없소?]

흡정마녀; (그러고 보니 저 놈...!) 새삼 청풍을 보고

흡정마녀; (천생무골(天生武骨)이다!) (제대로만 가르치면 십년 내에 천하무적이 될 수도 있겠어!)

북망귀왕; [킬킬! 만일 이 놈이 저 땡추 손에 들어가면 오래잖아 땡추의 불마계가 무저금마갱 전체를 장악하게 될걸?]

마귀활불; [닥...닥쳐라!]

마귀활불; [흡정시주! 노납은 결코 그럴 생각이...!]

흡정마녀; [호호호! 활불께서 이토록 심기가 깊으신 줄은 몰랐네요!]

마귀활불; (이...이런...!) 당황

흡정마녀; [그럼 활불께서 탈출로 운운한 것도 모두 허언이셨겠네요.] 고혹한 미소지으며 마귀활불에게 다가가고.

마귀활불; [아...아니오!] [탈출로를 알아낸 건 사실이오. 믿어주시오!] 사색이 되어 물러서고

흡정마녀; [본녀도 믿어주고 싶어요.] 짐짓 한숨

흡정마녀; [그렇지만 활불께서 이미 한 차례 본녀를 속였으니 두 번 속이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지 않겠어요?] 스으으으! 머리카락이 촉수처럼 허공에서 너울거리고

마귀활불; [으...!] 거대한 얼굴이 온통 식은땀으로 뒤범벅.

흡정마녀; [뇌정인을 믿고 수작을 부린 모양인데... 쓸려면 써봐요!]

흡정마녀; [하지만 일격에 날 태워죽이지 못한다면 끝장인 거 잘 알죠?] 스읏! 흡정마녀의 머리카락이 뱀처럼 넘실거리며 마귀활불에게 접근

마귀활불; (그...그냥 당할 수야 없다!) 쩌어어엉! 다시 뇌정인이 마귀활불의 머리 위로 돋아나오고.

웃고 있는 흡정마녀의 얼굴에도 땀이 배어나온다. 긴장.

청풍도 긴장. 다만 북망귀왕 만이 재미있는 구경하는 표정이고.

일촉즉발의 긴장. 흡정마녀의 웃음 띤 얼굴로 땀이 흐르고. 마귀활불의 눈꼬리가 꿈틀. 바로 그때.

[활불은 거짓을 말하지 않았소!] 갑자기 들려오는 누군가의 음성.

일행의 시선이 일제히 돌아가고

저벅! 저벅! [탈출로가 있다는 활불의 말씀이 사실임은 본좌가 보증하겠소!] 동굴 저편에서 누군가 다가오며 말하고

청풍; (발자욱 소리가 심장을 오그라들게 만든다! 대체 누구기에...!) 가슴을 누르며 경악

마귀활불; [아...아미타불! 오랜만에 뵙소이다 철마(鐵魔)시주!] 동굴 안쪽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청풍; (철마! 금마사주의 마지막 인물인가?) 동굴 안쪽을 주시.

저벅 저벅! 걸어오는 사람의 다리부분.

한 명 거구의 인물이 어둠 속에서 나온다. 헌데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윤곽만이 보이고 깊이 빛나는 두 눈만이 얼굴 부분에서 빛나고.

청풍; (저 사람... 주위의 어둠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모습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청풍; (세상에는 이런 기괴한 무공도 있구나!) 놀라고.

북망귀왕; [헤헤! 십여 년 못 뵌 사이에 현철마강(玄鐵魔罡)은 한층 진보하셨구료 철마계주!] 아부

청풍, 흘깃 옆을 보고. 흡정마녀의 얼굴이 굳어져 있다. 긴장의 빛이 역력

청풍; (이 마녀까지 굳어지게 만들었다. 철마라는 저 인물이 금마사주 중 최강이겠구나!)

흡정마녀; [우리 금마사주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군요!] [한데 철마계주께서도 무저금마갱에서 빠져나갈 길이 있다고 하셨나요?]

철마; [그렇소. 본좌도 활불과 거의 같은 시기에 그곳을 발견했소.] [다만 그 길이 외부로 통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을 뿐이오.]

흡정마녀; [아!]

철마; [본좌에게 한 가지 제안이 있는데 들어보시겠소 세분?]

흡정마녀; [말씀하시죠!]

마귀활불‘ [아미타불.] 끄덕.

북망귀왕; [그럽시다.] 역시 끄덕

철마; [고맙소. 본좌의 생각은 이러하오!]

이어 뭐라 말하는 철마. 하지만 말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청풍; (내가 들을 수 없도록 전음입밀로 말하는군!)

손으로 청풍을 가르키며 무어라 설명하는 철마.

흡정마녀와 마귀활불, 북망귀왕의 안색이 굳어지고.

세 사람 복잡한 표정으로 청풍을 보고

청풍; (나와 관련된 일인 모양이로군!)

잠시 침묵, 금마사주는 거리를 두고 선 채 무언가 생각.

북망귀왕; [제길... 좋소! 좋소이다!]

북망귀왕; [노부도 이런 꼴로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소. 철마계주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소!]

마귀활불; [아미타불! 노납이야 저 시주에게 뇌정인을 전수하여 건곤일척(乾坤一擲)을 시도해볼 작정이었으니 이의가 없소!]

마귀활불; [사실 노납은 배덕한 제자놈에게 당한 부골시독(腐骨屍毒)이 골수에 미처 그리 오래 못살 처지외다!]

흡정마녀; [호호! 세 분의 의견이 이럴진대 신첩이 어찌 반대하겠어요?]

철마 삼인을 향해 포권 [동의해주시니 고맙소.]

철마; [그럼 약속한 순서대로 귀왕께서 먼저 수고를 해주시오!]

북망귀왕; [헤헤!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이 될 인재를 첫 번째로 가르치게 되다니 영광이오!] 헤벌쭉 웃고

마귀활불; [아미타불! 가능한 빨리 그 시주를 노납에게 보내시오 북망귀왕!]

북망귀왕; [켈켈! 그거야 이 아이가 노부의 밑천을 얼마나 빨리 털어내는가에 달렸소.] 청풍의 손을 잡고,

청풍; [노인장! 나는...!] 검미를 찌푸리며 북망귀왕에게 잡힌 손목을 빼내려.

북망귀왕; [시끄럽다 이놈아!] 청풍의 손목을 확 잡아당기고.

퍽! 다음 순간 북망귀왕과 청풍의 모습이 사라진다.

<켈켈! 머지않아 노부를 몇 배 능가하는 경신술 대가가 탄생할 것이외다. 기대해도 좋소!> 멀리서 들리는 소리

흡정마녀; [과연 천하제일의 경신술! 벌써 일천 장 밖에 가있군요.] 감탄

마귀활불; [아미타불...!]

철마; [...!] 무언가 생각하는 철마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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