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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양주> 해가 막 뜬 아침.

부둣가. 크고 작은 배들이 수없이 정박해있고. 이미 운하와 강을 오가는 배들도 있고. 배 높이가 낮고 길이는 긴 화물선들이 많다. 사람 태우고 가는 여객선들도 있고

부둣가의 마을. 다닥다닥 붙은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나고. 오가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삐꺽! 그 중 한 집의 문이 열리고. 선원으로 보이는 중년 사내와 수더분한 여자가 나온다. 선원의 이름은 왕팔. 여자는 왕팔의 아내. 찬합이 두 개 겹쳐진 도시락을 천으로 싸서 들고 있다. 윗부분을 쥐고 다닐 있도록 천으로 쌌다.

밖으로 나서며 불안한 듯 주변 두리번거리는 왕팔

왕팔아내; [조심해서 다녀오셔요.] 도시락을 남편에게 내밀고

왕팔; [조심은 무슨... 늘 하는 일이 노 젓는 일인데...] 시큰둥하며 도시락을 받고

왕팔아내; [오늘은 귀한 분을 모시고 금릉까지 가신다고 하셨잖아요?] 눈치 살피며

왕팔; [나 혼자 배 모는 것도 아니니 신경 쓸 거 없어.] 말하며 집 안을 보고

집 안은 원룸식인데 어린 사내아이와 계집아이가 끌어안고 잠들어 있다.

왕팔아내; [율이와 초롱이는 해가 중천에 떠야 일어날 거예요.] 같이 아이들 돌아보고

왕팔; [너무 늦게까지 재우진 말어. 버릇 나빠지니...] 뚱한 표정으로 돌아서고

왕팔아내; [그럴 게요.] 행복한 미소

멀어지는 왕팔

왕팔아내; [잘 다녀오셔요.] 손 흔들고. 하지만

왕팔; (미안하네 임자.) 입술 깨물고

왕팔; (어쩌면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니...) 소리없이 한숨 쉬며 걸어가는데]

<인상 펴! 의심을 사면 만사휴의(萬事休矣;헛수고)니...> 누군가의 전음이 들려 눈을 부릅뜨는 왕팔

사내1; [만에 하나 무림맹의 인간들에게 계획이 들통 나면 어찌 되는지 알지?] 슥! 옆의 골목에서 나와 함께 걸어가며 말라는 음침한 인상의 사내. 손에 왕팔아내가 준비해준 것과 똑같은 도시락이 들려있다.

입술 깨무는 왕팔

사내1; [왕팔(王八)! 넌 단지회가 운영하는 도박장에서 무려 구백 냥의 빛을 졌다.] 나란히 걸어가며 말하고

사내1; [구백냥! 하루 한 냥 벌기도 빠듯한 너로서는 절대 갚을 수 없는 거금이다.] [구백냥이 매일 새끼 치는 이자를 갚는 것도 불가능하니...]

절망적인 표정의 왕팔

사내1; [단지회가 얼마나 악랄한 인간들인지는 너도 잘 알 것이다.]

사내1; [네가 빚을 갚지 못하면 네 마누라와 아이들을 팔아넘기겠지.] [마누라는 사창가로 팔려가고 아이들은 변태적인 취향을 지닌 놈들의 노리개가 될 테고...]

부르르 떨리는 왕팔의 몸

사내1; [생각만 해도 비참한 일이지.] 히죽 웃으며 뒤쪽을 곁눈질

<저렇게 착한 마누라가 사창가를 전전해야한다니...> 아직 집 밖에 서서 보고 있는 왕팔 아내를 배경으로

왕팔; [제발... 제발 그만하시오.] 목소리 죽여 이를 갈고

왕팔; [당신들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될 거 아니오?] 눈에 핏발이 서서 사내1을 노려보고

사내1; [그런 각오면 믿을만 하군.] 웃으며 도시락을 내밀고

슥! 서로의 도시락을 바꿔드는 왕팔과 사내1

사내1; [그 찬합을 배 밑바닥과 가장 가까운 곳에 놓기만 하면 되는 일이야!] 왕팔에게 건네준 도시락을 곁눈질하며

사내1; [구백냥 빚을 탕감받는 대가치고는 너무 간단하단 말이지.] 다른 길로 가고

사내1; [하여간 딴 맘 먹을 생각은 하지마.] [널 지켜보는 눈은 어디에도 있을 테니...] 손 흔들며 다른 곳으로 가고

왕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체념한 표정으로 부두로 걸어가고

부두에 화려한 배가 한척 정박해있다. 선실이 달린 배인데 무림맹 무사들이 배를 지키고 있다. 배로 올라가는 선원들을 몸수색하기도 하고. 배로 올라가는 널판 근처에는 탁자도 하나 있다. 탁자 앞에는 중년의 무사가 앉아서 명부를 확인하고 있다. 소매에 띠가 두 개인 동급무사다. 배에는 <武林盟>이라는 깃발이 달려있다.

왕팔; (마누라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자들이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배로 다가가고

승선을 기다리는 선원들 뒤에 서는 왕팔. 선원들도 도시락을 하나씩 들고 있고

동급무사; [승선해도 좋다.] 탁자 앞에 앉아있는 나이 든 동급무사가 앞쪽의 선원에게

[예 나으리!] 굽신대며 배로 올라가는 발판쪽으로 가는 왕팔 앞쪽 선원

탁자 앞에 서는 왕팔

동급무사; [이름!]

왕팔; [왕팔이라고 합지요.]

동급무사; [왕팔! 왕팔!] 서류를 넘긴다. 서류에는 증명사진만한 초상화와 이름들이 죽 적혀있고

동급무사; [여기 있군.] 어느 폐이지에 멈추는 동급무사.

그 폐이지에 네 명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고. 그 중 하나가 왕팔이다. 초상화 옆에 <船夫 王八>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동급무사가 초상화와 왕팔의 얼굴을 번갈아 보고

긴장해서 억지로 웃는 왕팔

동급무사; [선부(船夫;뱃사공) 왕팔, 용모파기와 일치하는군.] 젊은 무사들에게 고개 끄덕이고

젊은 무사들이 왕팔의 몸을 만져 수색하고. 두 팔 들고 수색 받는 왕팔

[특별한 소지품은 없습니다.] 수색하던 무사 물러서고

동급무사; [승선해도 좋다.]

왕팔; [감사합니다요.] 굽신

발판으로 가는 왕팔.

왕팔; (이 찬합에 뭐가 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도시락을 곁눈질하며 배로 올라가고

왕팔; (분명한 건 이 찬합에 든 무언가가 큰 사고를 일으킬 것이라는 점이다.) 배로 올라가고

배 위에서는 선원들이 출항준비로 바쁘다. 돛을 올리기도 하고. 갑판을 청소하기도 하고

[어서 오게 왕팔!] [요즘은 도박장 출입도 안한다지?] [잘 생각했어.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새끼들 봐서라도 성실하게 살아야지.] 청소하다가 왕팔을 보며 말 건네는 선원들

왕팔; [도박같은 소리 하지도 마. 학을 떼었으니...] 궁시렁대며 선실 쪽으로 가고

[그렇다면 다행이고...] [출항까지는 한 시진 정도 남았지만 청소를 서둘러야해!] 선원들 다시 청소하며 왕팔에게

왕팔; [찬합 아래 선실에 두고 올라오겠네.] 갑판 아래로 이어진 계단으로 가며 말하고

[아래 선실에서 농땡이치지 말고 빨리 올라와.] 계단 내려가는 왕팔에게 말하는 선원 한명

왼손 들어 보이며 계단을 내려가는 왕팔

왕팔; (모두 미안하다.)

왕팔; (어쩌면 살아서 다시 땅을 밟을 수 없을지도 모르니...) 이를 악물며 내려가고

 

#53>

<-금릉> 아침

<-무림맹 금릉지부> 연무장에 백여명의 무림맹 무사들이 도열해있다. 청풍도 중간쯤에 서있고. 청풍의 옆에는 동급사 진패도 서있다. 무사들 앞에서는 독안룡이 뭐라 말하는 중이다. 정씨쌍걸이 독안룡 뒤에 서있고

독안룡; [기밀 중의 기밀이라 직전에야 발표하게 되었다.]

독안룡; [소맹주께서 이곳 금릉까지 암행(暗行)을 오셨다.]

[소맹주님께서?] [선녀나 다름없다는 그분이 무슨 일로 총단에서 이천여리나 떨어진 금릉에...] 웅성대는 무사들.

청풍은 알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목을 천으로 감싸고 있다. 구숙정과 싸우다 다친 상처

독안룡; [강북에서는 양주지부가 소맹주님의 경호를 담당했다.]

독안룡; [하지만 강을 건너오시면 소맹주님의 경호는 전적으로 우리 금릉지부의 책임이 된다.] [이 사실을 명심하고 긴장을 늦추지 마라.]

[존명!] [명심하겠습니다.] 포권하며 대답하는 무사들

독안룡; [이쪽 절반은 부지부장의 지휘로 지부에 남아 대기한다.] [나머지 절반은 나와 함께 포구로 소맹주님을 마중 나간다.] 청풍이 있는 쪽을 보며 말하고

이어 앞장 서서 입구쪽으로 가는 독안룡. 청풍을 비롯한 절반 정도의 무사들이 이열 종대로 그 뒤를 따라간다.

청풍; (드디어 소맹주께서 장강을 건너시는데...) 동료들과 함께 금릉지부 정문쪽으로 걸어가며 생각하고

청풍; (과연 마교는 소맹주를 대상으로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일까?)

 

#54>

금릉 북쪽. 번화한 포구. 수많은 배들이 오가고 있고. 강이 워낙 넓어 건너편 양주까지는 거의 안보인다. 바다같이 넓은 강이다.

포구를 오가던 사람들 힐끔거리고

한쪽에 대오를 맞춰 서있는 무림맹 무사들 오십여 명. 맨 앞쪽에 독안룡이 긴장한 표정으로 서있다. 강쪽을 보고 있고. 청풍은 동료들 사이에 진패와 함께 서있다.

[무림맹이잖아?] [무슨 일로 무림맹 정예들이 포구에 나와 있지?] 지나가는 사람들 수군대고

[귀빈이라도 오는 모양이야.] [일당백인 무림맹 정예들이 저렇게 많이 나와있는 걸 보면 보통 인물은 아니겠어.]

청풍; (불길한 예감이 짙어진다.) 찡그리고

청풍; (거의 확실히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그런 청풍을 곁눈질로 보는 진패

청풍; (소맹주가 무사히 장강을 건너오면 다행이지만...) 진패는 신경 쓰지 않고 혼자만의 생각에 잠기고

이어 떠올리는 주칠의 말. #36>의 장면

 

주칠; [단편적이라 내용은 잘 모르겠고...] 생각하며

주칠; [내일, 거사, 소맹주, 강상(江上)등의 단편적인 말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요.]

회상 끝

 

청풍; (두견충이 제칠마왕이란 여자와 나눴다는 대화로 미루어보자면 일은 강위에서 벌어질 것이다.) 초조하고

청풍; (유사시에 강물 위를 달려갈 수단을 준비해야한다.) (저 넓은 장강을 경신술을 써서 건너는 건 무리니...) 주변 두리번

포구 여기저기 잡동사니들이 쌓여있다. 부서진 배의 잔해. 물에 떠내려온 나무들.

잡동사니들에 끼어있는 써핑보드같이 생긴 널빤지

청풍; (저 널빤지...) 그걸 보고

청풍; (잘만 쓰면 빠르게 물 위를 달릴 수도 있겠다.) 널빤지를 보고. 진패가 그런 청풍을 보고

진패; [왜?] 말 걸고

돌아보는 청풍

진패; [너 생각이 딴 데 가있는 것 같이 보인다.] 의심

청풍; [잘 봤어요.] 웃고

청풍; [여차하면 장강을 어떻게 건너갈 수 있을까 생각중이었거든요.]

진패; [장강을 건너간다?] 어리둥절

진패; [그럴 거면 배를 타면 되지 않느냐?]

청풍; [그렇기는 한데...] + 독안룡; [오시는 것 같다.] 강쪽을 보며 말하고

청풍과 진패등도 일제히 강쪽을 보고

여전히 강을 오가는 수많은 배들

진패; [저 많은 배들 중 어느 배에 소맹주님이 타고 계신 건지 알 수가 있나?] 손을 이마에 대고 강쪽을 두리번. 청풍도 이마에 손을 대고 있고

청풍; [지부장님 말씀대로 소맹주님 타신 배가 나타났군요.]

진패; [보여?] 놀라 돌아보고

청풍; [예!] 끄덕이며 강쪽을 보고

<무림맹 깃발을 단 큰 배를 네 척의 작은 배가 호위하며 남하하고 있어요> 무림맹 깃발을 단 배. 그 배 앞과 뒤, 좌우로 바이킹 배처럼 여러 명이 노를 젓는 쾌속선들이 함께 오고 있다. 무림맹 깃발을 단 배와 쾌속선 마다 무림맹 복장의 무사들이 서있다.

진패; [청풍이 너 눈 좋다!] [난 여전히 구분이 안되는데...]

청풍; (양주지부에서 소맹주의 경호를 철통같이 하고 있다.)

청풍; (저 정도 경호를 받는 상황에서 누군가 수작을 부리긴 어려울 것 같은데...) 손을 이마에 대고 보며 생각하고

 

#55>

무림맹 깃발을 단 배. 선원들이 돛을 조종하여 배를 움직이고 있고. 그 중에는 왕팔도 주변 눈치 보며 일을 하고 있다. 갑판에는 선원들 외에도 십여 명의 무림맹 무사들이 여기 저기 서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선실 바로 앞에는 패소정이 커다란 칼을 짚고 서있다. 열린 선실 안쪽에는 진상파가 의자에 단정하게 앉아있다.

진상파; (심기가 안정되지 않는다.) 가슴을 누르고

진상파;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나 자신과 관련된 일이라 천기를 읽을 수도 없다.) 미간 살짝 찌푸리고

진상파; (하지만 난 결국 살아서 그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놀라긴 해도 치명적이 위험은 만나지 않을 테니 너무 불안해할 것 없다.) 심호흡

 

왕팔; (장강을 절반 이상 건너왔다.) 주변에서 일하는 동료들 곁눈질하며

왕팔;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식은땀

아무것도 모르고 일하는 선원들. 밧줄을 보거나 돛을 조정하거나. 청소라는 자들도 있고

왕팔; (미리 경고를 해야 할까?)

왕팔; (평생 물질하며 살아온 인생들이다. 대비만 하고 있다면 파선한다 해도 물에 빠져죽지는 않을 것이다.)

왕팔; (아서라!) 고개 젓고

왕팔; (어디에 감시의 눈이 번뜩이고 있을지 모른다.)

왕팔; (내가 배신한 걸 알면 단지회 놈들이 마누라와 아이들에게 손을 댈게 분명하다.)

왕팔; (저 친구들에게 미안하지만 모른 척 해야한다.) 딛고 있는 갑판을 보여주고

 

갑판 아래쪽. 선실이지만 사람은 없고 여러 가지 물건들이 쌓여있다.

물건들 사이에 놓여있는 왕팔의 도시락

끼익! 끽! 흔들리는 배

출렁! 출렁! 도시락 통에서 뭔가가 섞이는 소리. 이어

푸시시! 찬합들 사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직후

번쩍! 강한 빛이 선실을 휩쓴다.

 

#56>

콰앙! 배를 밖에서 본 모습. 배 중간이 아래에서 위로 폭발한다. 폭발에 휩쓸리는 패소정. 배는 패소정과 선실 사이가 쪼개진다.

[크악!] [케엑!] [아악!] 폭발에 휘말려 날아가는 선원과 무림맹 무사들. 왕팔도 폭발에 휘말려 동료들과 함께 날아가고

폭발에 휘말리며 손으로 입과 코를 가리며 눈을 감는 진상파

 

#57>

[!] [!] 포구에 서있던 무림맹 무사들 경악. 주변 사람들도 경악

콰앙! 강 중간에서 대폭발이 일어난다. 무림맹 깃발을 단 배가 박살이 나고. 그 배를 에워싸고 오던 네 척의 쾌속선은 뒤집어지거나 날아간다.

[저... 저런...] [소맹주님이 타신 배가 폭발했다!] [안... 안돼!] 무림맹 무사들 비명. 독안룡도 눈 부릅뜨고

청풍; (결국 일이 벌어졌다.) 돌아보며 널빤지 있는 쪽으로 달려가고. 진패도 경악하며 강쪽을 보고 있어서 청풍이 널빤지로 달려가는 건 보지 못한다

청풍; (서둘러야한다!) 팟! 달려가서 널빤지를 낚아채는 청풍.

펑! 첨벙! 화르르! 박살나고 불길에 휩싸인 배의 잔해와 사람들이 허공으로 치솟았다가 마구 수면으로 처박히고 있고. 주변 오가던 배들에 탄 사람들 비명 지르고. 아수라장

독안룡; [소맹주님!] 팟! 비명 지르며 강물로 날아간다.

독안룡; [으아아아!] 파파팟! 강물을 찍으며 달려간다. 다른 무림맹 무사들도 허둥대며 강쪽으로 가고. 하지만

퍼억! 얼마 못가 하체가 물로 빠져드는 독안룡

독안룡; [지랄...] 물에 빠지며 허우적. 이어

[으아아아!] 마구 헤엄쳐서 폭발 현장으로 가는 독안룡

[배... 배를 수배하라!] [소맹주님을 구해야한다!] 무림맹의 다른 무사들은 강물로 뛰어들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그때

팟! 널빤지를 들고 무림맹 무사들 사이를 질주하는 청풍.

[청풍아!] [뭐하려고...] 사람들 당황하며 볼 때

핑! 강물 쪽으로 널빤지를 강하게 던지는 청풍.

파앗! 이어 땅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청풍.

펑! 수십 미터를 날아서 강물 위로 떨어지는 널빤지

휘익! 그 널빤지를 향해 다리 쫙 벌리고 건너뛰는 청풍.

확 다가오는 널빤지

펑! 그 널빤지 위로 써핑 하듯 내려서는 청풍. 이어

청풍; (공력을 널빤지로 보냈다가 뒤로 밀어내면...) 써핑 자세로 눈 부릅. 직후

펑! 폭발적으로 날아가는 써핑보드 같은 널빤지. <무쌍전설>에서 청풍이 써핑보드 타던 장면을 차용

독안룡; [저... 저놈...] 헤엄쳐 가다가 놀라서 돌아보고. 멀지 않은 옆을 청풍이 바람처럼 미끄러져 가고 있다.

[저... 저...] [저런 방법이 있었구나!] [청풍이가 폭발현장으로 접근한다.] 무림맹 무사들이 청풍을 보며 환호. 이어

[우리도 발판 삼을 것을 타고 따라가자!] [서둘러라!] 주변으로 달려가는 무림맹 무사들. 진패도 끼어있고

이어 잡동사니나, 심지어 수리를 위해 올라와있던 배의 판자를 뜯는 무림맹 무사들.

널빤지를 들고 강으로 달려가는 무림맹 무사들

펑! 첨벙! 널빤지를 던지고

그 널빤지로 날아가는 무림맹 무사들

이어 써핑 하듯 나간다. 물론 개중에는 뒤집어져서 빠지는 놈도 있고

그래도 여러 명이 청풍의 뒤를 따라간다.

 

#58>

강에 떠있는 배들. 모두 무림맹의 배가 폭발한 것을 보고 있다.

배에 탄 사람들 놀라고 당황하여 무림맹의 배가 쪼개지고 불타서 가라앉는 걸 보고 있고

그 중 특히 커다란 배. 그 배의 선실 지붕에 앉아서 무림맹의 배가 폭발한 현장을 보고 있는 구숙정. 면사를 쓰지 않았다. 청풍의 치룡퇴에 당한 손을 붕대로 감고 있다. 옷 속의 허리도 붕대로 감은 모습. 성한 왼손으로는 술잔을 들고 있다. 구숙정 뒤에는 사무라이 분위기의 검객과 온몸이 털로 덮인 늑대인간 분위기의 사내 둘이 앉아있다. <철인전설> 등에 나온 독검사랑과 식인혈랑. 마교 십대마왕의 여덟째와 아홉째다.

화르르! 퍼펑! 폭발한 무림맹 배의 잔해가 맹렬한 불길에 휩싸이고 있고. 주변에는 선원들과 무림맹 무사들이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쾌속선들이 사람들을 구조하려 하고

주변 다른 배에 탄 사람들 놀라고 안타까워 하지만

구숙정; [호호호! 장관이잖아.] 술잔 든 채로 웃고

구숙정; [두견충이 죽어서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예정대로 진행이 되었어.] 술을 마시며

독검사랑; [어떻게 손을 썼기에 저 큰 배가 일거에 박살이 난 거요?]

구숙정; [여덟째도 폭염신액(暴炎神液)이라는 이름은 들어봤겠지?]

독검사랑; [화기 제작으로 유명한 벽력당(霹靂堂) 비전의 액체 폭약 아니오?] [한 모금 정도의 양만 써도 집채만한 바위를 깨트릴 수 있다는...]

구숙정; [그걸 찬합으로 위장한 용기에 넣어 무림맹의 배에 반입시킨 거야.]

독검사랑; [옳거니! 단지회를 이용해서 도박 빛을 진 선부 놈을 포섭한 이유가 그거였소.] 손뻑 치고

구숙정; [폭염신액은 충격에 약해.] [그래서 배가 흔들릴 때마다 섞이고 마찰이 일어나면서 발화점에 가까워지게 되어 있어.]

구숙정; [이윽고 발화점에 이르면 대폭발을 일으키는 거지.]

독검사랑; [기막힌 계획이긴 한데...] [진상파를 납치하는 게 목적 아니었습니까?]

구숙정; [무림맹 배의 선실은 경호를 위해 튼튼하게 만들어졌어.] [갑판 아래쪽에서 폭발이 일어나도 선실 자체는 부서지지 않을 거야.]

구숙정; [선실 안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폭사를 면할 수 있다는 얘기지.]

독검사랑; [거기까지 생각하셨구려.]

구숙정; [지금 강물 속에는 교룡채(蛟龍寨)의 물귀신들이 대기하고 있어.] [수공에 뛰어난 그놈들이 물에 빠진 진상파를 확보해서 약속된 장소로 데려갈 거야.]

구숙정; [그곳을 막내가 습격해서 진상파를 구할 테고...] [그럼 무림맹 차기 맹주 자리는 막내에게 떨어지겠지.]

구속정; [무림맹을 싸우지 않고 우리 마교가 집어삼키는...] + [!] 말하다가 눈 부릅

[와아!] [잘 한다!] [저게 누구야?] 주변 배에서 환호성. 사람들이 무언가를 보며 손가락질하고 있고. 이어

촤아! 써핑보드같은 널뻔지를 타고 폭발한 무림맹 배로 접근하는 청풍

구숙정; [저 새끼!] 분노하며 벌떡 일어나고. 그러다가

찌끈! 치룡퇴에 갈비뼈 부러진 허리에서 느껴지는 통증

구숙정; [아!] 오만상 쓰며 비틀.

독검사랑; [누님! 혹시 저 놈이...] 눈 번뜩이며 청풍을 보고

구숙정; [새벽녘에 날 물 먹인 그놈이다.] [무림맹 동급무사 이청풍!]

독검사랑; (겨우 동급무사에게 당했냐고 비웃었는데...) 청풍을 보며 눈 번뜩. 청풍은 이제 침몰하고 있는 배에 거의 다 다가갔다.

<최상의 경신술인 등평도수(登萍渡水)를 저렇게 간단히 구사하고... 절대 얕볼 상대가 아니다.> 촤아! 침몰하는 무림맹 배 근처에 이르러 널빤지를 멈추게 하는 청풍.

화르르! 콰콰! 불길에 휩싸이며 침몰하는 두 쪽 난 배. 주변에는 시체와 배의 잔해들이 떠있고

청풍; (멀리서 본 것보다 훨신 심각한데...)

청풍; (이 정도 폭발에 휘말리고도 무사했을지 의문이다.) 생각할 때

패소정; [푸하!] 물 속에서 확 상체를 내밀고. 얼굴에도 화상을 입었다.

돌아보는 청풍

패소정; [소맹주님! 소맹주님!] 배의 잔해를 부여잡고 울부짖고. 눈이 잘 안보인다.

청풍; (소맹주 측근 같은데 내상이 심하다. 얼굴도 다쳤고...) + [소맹주님은 어찌 되셨습니까?] 다가가고

눈 찡그리며 경계하는 패소정. 그러다가

청풍의 소매에 새겨진 두 줄의 선

패소정; (본맹의 동급무사로구나!) + [선실과 함께 가라앉으셨다!]

패소정; [난 눈이 성치 않아서 확인할 수가 없다.] [네가 일대를 수색해다오!]

청풍; [그럽시다!] 발로 널빤지 앞 부분을 누르고. 그러자

촤아! 널빤지 뒤가 들리며 청풍의 몸은 수직으로 물 속으로 확 들어간다.

삽시에 사라지는 청풍.

패소정; [죄송... 죄송해요 소맹주님!] [제가 못 나서 이런 일이 벌어졌어요.] 울고. 그,런 패소정에게 다가오는 쾌속선

[소저! 도와드리겠소이다.] [배로 올라오시오!] 다가와서 패소정의 팔을 양쪽에서 집아 끌어올리는 쾌속선의 선원들과 무사들

패소정; (천지신명이시여!) 쾌속선 끌려올라가며 울고

<제발 소맹주님을 지켜주시옵소서.> 쾌속선으로 올려지는 패소정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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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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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펑! 창문을 박살내며 밖으로 뛰쳐나가는 청풍. 칼은 들고 있다. 허리춤에 치롱퇴를 끼고 있고

정원에 멈춰서며 빠르게 주변 둘러보는 청풍.

멀리 새처럼 날아가는 그림자. 여자가 옷을 날리며 날아간다.

청풍; (여자?) 파앗! 날아오르고

성벽 쪽으로 훨훨 날아가는 여자.

청풍; (대단한 경신술이다!) 휘익! 속도를 높여 쫓아가고

청풍; (주칠이 엿들었던 두견충의 대화 상대였을 것이다.)

청풍; (두견충 근처에서 감시하고 있다가 기밀을 말하려 하자 살인멸구 했을 테고...)

청풍; (정체가 뭔지, 내일 진상파 소저를 대상으로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알아내야한다.) 수십미터씩 도약하여 여자와의 간격을 좁힌다.

성벽 쪽으로 날아가며 돌아보는 여자. 구숙정이지만 아직 얼굴을 보여주지는 말고. 얼굴에 얇은 면사를 쓰고 있기도 하고

배시시 웃는 면사 속의 얼굴

휘익! 성벽을 날아 넘으며 사라지는 구숙정

휘익! 청풍도 성벽에 이르러 내려서고

빠르게 두리번

성벽 너머는 넓은 강변. 갈대가 무성

휘익! 갈대 밭 위를 서핑 하듯 스치며 강쪽으로 가는 구숙정

청풍; (충분히 은신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숨지 않고 날아간다.) 팟! 몸을 날리고

청풍; (날 유인할 생각인 모양이다만...) 휘익! 질풍처럼 추격

청풍; (후회하게 해주겠다.) 구숙정과의 거리를 좁히고

 

갈대 밭 너머로 사라지는 구숙정

[!] 파앗! 도약하는 청풍

강변의 모래밭에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구숙정

청풍; (따라잡았다.) 쐐액! 구숙정을 덮쳐가고

확 좁혀지는 거리

슈학! 쩍! 빠르게 여러 번 구숙정의 몸을 토막 치는 청풍.

토막 쳐지며 비틀하는 구숙정

청풍; (지나치게 쉽다.) 놀라며 멈춰설 때

구숙정; [정말 무정한 사내잖아! 여자에게도 가차 없이 칼질을 하고...] 청풍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구숙정. 얼굴에 얇은 면사 쓰고 있음 주의. 경악하여 눈 부릅뜨는 청풍

스악! 쩍! 바람처럼 돌아서며 구숙정을 베는 청풍

구숙정; [어머나!] 휘익! 구름처럼 뒤로 밀려가고. 옆에는 아직 토막 쳐진 다른 구숙정이 비틀거리고 있는데

구숙정; [위험해라! 다칠 뻔 했네.] 휘익! 내려서는 구숙정. 가슴 부분의 옷이 갈라지고 살갗에 상처가 조금 나서 피가 배어 흐른다. 직후

퍼억! 주변에서 비틀거리던 다른 구숙정이 안개처럼 흩어진다.

청풍; [이형환위(移形換位)...] 찡그리며 멈춰서고

구숙정; [어린 아이가 안목이 대단하네.] [강호에서는 오래 전에 실전된 이형환위를 한 눈에 알아보기도 하고...]

청풍; [방명이 궁금하군요.] 칼을 털 듯이 흔들며 다가가고

구숙정; [누나의 이름은 비싸!] [알려면 자격을 증명해야만 해.] 교태스럽게 포즈 취하며 추파를 보내고

청풍; [자격의 증명이라는 게...] 파앗! 돌진

청풍; [이런 것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스악! 쩍! 칼을 번개처럼 휘두르고. 사방에서 칼 바람이 일어나 꽃봉우리처럼 구숙정을 베어간다.

구숙정; [어머나!] 화악! 놀라면서 모습을 여러 개로 만들고

[!] 칼질하며 눈 부릅 청풍.

여러 개로 변하는 구숙정의 몸으로 수많은 빛의 선이 치달리고. 직후

퍽! 퍽! 여러 명의 구숙정을 관통하는 칼바람들. 하지만

퍽! 퍼석! 관통당한 구숙정의 모습들이 다시 안개처럼 흩어진다.

청풍; (이번에도 이형환위...) 팟! 찡그리며 돌아서고

쩍! 바로 뒤에서 날카로운 손톱으로 청풍의 목을 쥐어오는 구숙정. 마녀같이 웃으며

캉! 휘두르는 청풍의 칼과 충돌하는 구숙정의 손톱

파삭! 절반쯤이 그대로 깨지는 청풍의 칼. 구숙정의 손톱이 청풍의 칼을 유리처럼 깨트렸다.

청풍; (강철을 유리처럼 깨트리는 조공(爪功)이라니...) 팟! 깨지는 칼의 파편을 피해 뒤로 휙 날아가고. 칼은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구숙정; [이제 시작이야!] 슈학! 여러 명으로 변한 구숙정들이 청풍을 따라붙고

구숙정; [받은 대로 돌려줄게! 사양하지마!] 스악! 쩍! 여러 명으로 변해서 손톱으로 청풍을 긁어오는 구숙정. 하지만 그 직후

화악! 모습이 여러 개로 변하며 피하는 청풍.

[!] 쩍! 스악! 놀라며 손아귀를 여러 번 긁어대는 여러 명의 구숙정

퍼석! 퍽! 구숙정의 손아귀에 긁히는 청풍의 모습들. 하지만

퍼석! 퍼억! 청풍의 모습들이 안개처럼 흩어지고

구숙정; [이형환위?] 스슥! 놀라며 멈춰서고. 주변의 다른 구숙정들은 사라지고 잇고

스슥! 한쪽에 나타나는 청풍. 목을 왼손으로 누르고 있다. 다쳤다. 오른손에는 반 토막 난 칼이 들려있고

청풍의 목에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른다.

청풍; (위험했다.) 목을 누른 채 찡그리고

청풍; (저 여자 손톱에 독이라도 묻어있었다면 꼼짝없이 당했을 것이다.) 피 묻은 왼손을 떼어 내려다보고

구숙정; [뭐야? 동생도 이형환위를 익히고 있었어?] 놀라고

대답하지 않고 반 토막 난 칼로 겨누며 천천히 옆으로 움직이고.

[!] 깨닫는 구숙정

걸어가는 대로 모습이 늘어나는 청풍.

구숙정; [말도 안돼!] 경악

구숙정; [내가 생각하는 그걸 한 거야?] 어이없고

청풍; [정체를 압시다.] 스슥! 모습이 여러 개로 늘어나며 말하고

흠칫 구숙정

청풍; [이 정도면 정체를 알 자격이 증명된 거 아닌가요?] 여러 명으로 변한 채 구숙정을 포위해오며 말하고

구숙정; [귀엽네.] 피식 웃고

구숙정; [뭐 좋아! 이형환위를 두 번 보고 흉내 낼 정도의 재능이라면 이 누나와 통성명 할 자격은 충분하지.]

구숙정; [누나의 본명은 알려줄 수 없고...] [누나를 아는 인간들은 제칠마왕(第七魔王)이라 불러!] 도도하게

청풍; [마왕...] 여러 명의 청풍 중 한명이 눈 번뜩

청풍; [혹시 마교에 적을 두고 계신 건가요?]

구숙정; [뭔 말을 못하게 만드네.] [한 마디만 들으면 열 가지를 추측해내니...] 질린 표정으로 어깨 으쓱하고

청풍; [구중천 눈치를 보던 마교가 드디어 세상에 나왔군요.]

구숙정; [뭐 그런 셈이긴 한데...] [누나가 왜 정체를 알려줬을 것 같애?] 슥! 슥! 양쪽 소매에서 각기 세 자루씩의 비수를 손가락에 끼워 빼내고

청풍; [살인멸구하실 자신이 있으신 건가요?]

구숙정; [바로 그거야!] 슈학! 비수들을 동시에 던진다. 좌우로 흩뿌리듯이

퍽! 퍽! 여러 명의 청풍을 관통하는 비수들. 하지만

캉! 캉! 여러 명의 청풍 중 한명은 부러진 검으로 비수들을 쳐날린다. 진짜 청풍이다.

구숙정; [역시 네가 진짜였구나!] 춤을 추듯 손을 흔들고

가앙! 쩡! 튕겨졌던 비수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진짜 청풍에게 날아들고

청풍; (어검술이로구나!) 슈학! 쩍! 빠르게 칼을 휘둘러 비수들을 쳐내고

구숙정; [소용없어!] 춤을 추듯 양손을 휘두르고

가강! 가앙! 튕겨졌던 비수들은 더 빨리 청풍에게 날아들고

청풍; (비수들이 되 날아오는 속도가 빨라진다.) 더 빨리 칼을 휘둘러 비수들을 튕겨버리고

구숙정; [누나의 수혼어검(收魂御劍)은 막을수록 빨라져! 일단 당하면 누구도 벗어나지 못해!] 춤을 추며

청풍; (과장이 아니다!) 캉! 캉! 겨우 겨우 비수들을 쳐날리며 식은땀

<비수에 내가 쳐낸 힘이 실려서 더 빠르게 날아든다.> 가강! 쐐액!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드는 비수들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스악! 쩍! 완전히 방어하지 못한 비수들이 스치며 청풍의 몸에 여기저기 상처를 낸다. 옷이 갈라지고

구숙정; [살려달라고 애원해봐! 그러면 살려줄 수도 있으니...] 신나게 춤을 추며 웃고

캉! 캉! 굴하지 않고 반쪽 날 칼로 비수들을 쳐내는 청풍.

서걱! 쩍! 일부 비수는 청풍의 몸을 스치며 상처를 내고

구숙정; [그렇게 고집 부리다가 숫총각인 채 세상 하직할 수도...] + [!] 외치다가 눈 부릅

캉! 캉! 비수들을 쳐내고. 몸에 상처가 생기면서도 청풍의 눈빛이 강렬하다.

구숙정의 몸에 수많은 선들이 달리는 모습

구숙정; [또 내 운공비결을 훔치려고?] + (시간 끌면 안되겠다!) 이를 갈며 손을 번쩍 쳐들고

멈칫! 허공에서 멈칫하는 비수들

[!] 눈 치뜨는 청풍

구숙정; [그만 끝내자!] 강하게 손을 젓고

번쩍! 쩍! 형체가 안보이는 속도로 청풍에게 내리꽂히는 비수들

스팟! 청풍의 몸이 여러 개로 확 늘어나고.

세 개의 비수가 청풍의 모습을 관통하며 지나간다. 그 모습들은 가짜들이다.

캉! 캉! 늘어난 청풍의 모습 중 하나가 반쪽짜리 칼로 비수 두 개를 쳐낸다. 하지만

퍽! 마지막 비수가 청풍의 허벅지에 깊이 박힌다.

쿵! 비수가 박힌 다리가 꺽여 무릎을 꿇는 청풍

 

#50>

<-양주(楊州)> 바다같이 넓은 강의 북쪽에 자리한 도시. 남쪽으로는 드넓은 강, 서쪽으로는 직선의 운하가 지난다. 금릉과 달리 성벽도 궁궐도 없다. 물류가 활발한 상업도시 분위기. 강변의 부두에는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있다. 때는 깊은 밤. 강과 운하로 오가는 배는 없다.

강변의 장원. 닫혀있는 입구에 등이 걸려있고. 무림맹 무사들 몇이 경비를 선다. 정문에는 <武林盟 楊州支部>라는 글이 새겨진 현판이 걸려있고

<-무림맹 양주지부(楊州支部)> 위 정문 배경으로

양주지부 깊은 곳. 월동문이 있는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건물. 건물 앞에는 패소정이 의자를 놓고 앉아있다.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있다.

움찔! 하는 패소정의 눈썹

<으으으...> 신음이 들리고

패소정; (오늘 밤에도 어김없이 염몽을 꾸시는구나.) 눈 감은 채 생각

 

건물 내부. 침실. 휘장이 쳐진 침대. [으으으...] 신음하며 잠들어 있는 진상파. 식은땀을 흘리고

진상파의 꿈. 크지 않은 용이 거대한 사마귀와 싸우고 있다.

사마귀의 날카로운 앞발이 휘둘러지고

그 앞발에 몸통이 찍히는 용

고통에 비명 지르는 용

진상파; [악!] 비명 지르며 퍼덕이고

 

[!] 패소정이 놀라 눈 뜨며 돌아보고

 

진상파; [아... 안돼!] 헐떡이며 눈을 뜨고

패소정; [실례하겠어요!] 덜컹! 문을 열고 들어오는 패소정

진상파; [미... 미안해요 언니.] 헐떡이며 고개 돌려 패소정을 보고

패소정; [또 심한 염몽을 꾸신 건가요?] 문을 닫고 들어오며 걱정

진상파; [이젠 괜잖아요! 꿈이 너무 생생해서 조금 놀랐을 뿐이랍니다.] 억지로 웃고

패소정; [땀을 많이 흘리셨어요.] 손수건으로 진상파의 이마를 닦아주고

패소정; [어떤 꿈인데 이렇게 힘들어 하신 건가요?]

진상파; [언니 보기가 부끄럽군요.] [어린 아이도 아니고, 매일 밤 이렇게 심한 잠투정이나 하고...] 억지로 웃고

패소정; [그런 말씀 마세요.] [소맹주님만 행복해지실 수 있으면 이런 건 고생도 아니니...] 웃으며 땀을 닦아주고

진상파; (멀지 않은 것 같구나.)

<그 사람과의 거리도, 만날 날도...> 침실의 모습 배경으로 진상파의 생각

 

#51>

다시 금릉 성 밖의 강변. 청풍이 허벅지에 비수가 박혀 무릎을 꿇고 있다. 그 앞에서 손을 쳐들고 있는 구숙정

구숙정; [드디어 다리가 잡혔네.] 호공을 향해 손을 젓고

가앙! 기잉! 다시 허공으로 치솟아 오르는 다섯 자루의 비수

구숙정;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누나의 공격을 피하진 못하겠지?] 춤추려는 동작으로 비웃고

구숙정; [마지막으로 한번 더 기회를 주겠어!]

구숙정; [누나에게 항복하면 목숨만을 구할 수도...] 말하다가 찡그리고

팟! 무릎 꿇은 채 부러진 칼을 강하게 던지는 청풍

팽! 회전하며 구숙정에게 날아가는 부러진 칼

구숙정; [그나마 쓰던 칼을 던지네!] 캉! 파삭! 웅크린 손으로 날아든 칼을 치고. 유리처럼 박살나는 반토막 칼

구숙정; [항복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거야?] + [!] 말하다가 흠칫하고

슥! 청풍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치룡퇴를 뽑아든다.

구숙정; [뭐야? 하다하다 몽둥이 따위로 이 누나를 상대하겠다?] 비웃고

치룡퇴를 쳐들어 던지려는 청풍

구숙정; [설마 그걸 던져서 누나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니?] 비웃는데

팽! 치룡퇴를 던지는 청풍. 치룡퇴도 회전하며 구숙정에게 날아들고

구숙정; [마지막 발악치고는 너무 궁색한 거 아니야?] 쩡! 다시 날카로워진 손아귀로 치룡퇴를 쳐내려 하고. 하지만

꽝! 치룡퇴가 구숙정의 손가락을 박살낸다. 눈 치뜨는 구숙정

박살난 구숙정의 손가락들을 엑스레이 사진으로 보여주고

구숙정; [악!] 손가락이 부러진 손을 쳐들며 비명. 비틀. 치룡퇴는 구숙정의 손가락을 부러트리고 뒤로 날아간다. 빙빙 돌면서

구숙정; (집채만한 바위에 맞은 것 같다.) 고통에 떨며 비틀하는데. 그러다가

[!] 눈 치뜨는 구숙정

청풍이 오른손을 내밀었다가 확 당기는 시늉하고

구숙정; (설마 어검술?) 기겁하며 돌아보고

가가강! 엄청난 속도로 돌며 뒤에서 되날아오는 치룡퇴. 이미 바로 뒤로 날아들었다.

구숙정; (위험...) 팟! 사력을 다해 몸을 틀어 치룡퇴를 피하려 하고. 하지만

퍼억! 구숙정의 옆구리를 스치며 지나가는 치룡퇴

콰작! 그대로 부러지는 옆구리의 늑골 몇 개. 엑스레이 사진으로 보여주고

구숙정; [악!] 콰당탕! 비명 지르며 옆으로 나뒹굴고

구숙정; (무슨 몽동이가...) 나뒹굴었다가 일어나려 하며 공포에 질리고

구숙정; (수천, 아니 수만근의 무게를 지녔다니...) + [!] 일어나려다가 경악

청풍이 손을 높이 쳐들고 있다.

가가강! 청풍을 스치고 지났던 치룡퇴가 맹렬히 치솟고

쩍! 다시 구숙정에게 떨어진다. 벼락이 떨어지듯

구숙정; [안돼!] 스팟! 구르면서 여러 명으로 변하는 구숙정

꽝! 지면을 강타하는 치룡퇴. 흙과 먼지가 폭발하듯 터져 오르고

청풍; (비명이나 뼈가 부서지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무릎 꿇은 채 앞을 보고

화악! 흩어지는 먼지

청풍; (놓친 것 같군.) 앞을 보며 한숨

화악! 흩어지는 먼지, 치룡퇴가 비스듬히 바닥에 박혀있다. 그 주변으로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구덩이가 푹 파여있다.

<괴물 같은 놈...> 어디선가 들리는 음성

<오늘 진 빚은 기억해두겠어!> 으아아아! 멀리서 악을 쓰는 소리가 들리고

청풍; (이 다리 상태로 따라잡긴 틀렸고...) 팟! 허벅지에 박힌 비수를 뽑는다. 피가 치솟고

청풍;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팟팟! 상처 주변의 혈도를 손가락으로 찍고.

잦아드는 피

청풍; (지혈은 제대로 되었고...)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청풍

청풍; (다행히 근육이 다치진 않았다.) 비수에 찔린 다리를 움직여 보는 청풍.

청풍; (그 여자...) 구숙정을 떠올리고

청풍; (지부장님을 확실히 능가하는 고수였다. 치룡퇴의 힘을 빌리지 않았으면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비틀거리며 치룡퇴가 박힌 구덩이 쪽으로 가고

청풍; (동심인혼술 덕분에 그 여자가 구사한 이형환위와 어검술을 흉내 낼 수 있었지만...) 구덩이로 들어가고

청풍; (제칠마왕이라는 그 여자 정도의 고수를 상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치룡퇴를 뽑고

청풍; (어쨌거나 첫 실전에서 살아남은 게 중요하다.) 비틀거리며 구덩이에서 나오고

청풍; (다음에 강적을 만났을 때는 어찌 대처해야하는지도 배웠고...) 치룡퇴를 허리춤에 꽂으며 걸음을 옮기고

동녘이 조금 밝아진다.

청풍; (이각(二刻;30분) 정도 지나면 해가 뜰 것이다.) 금릉성 쪽으로 걸어가고. 점점 걸음을 빨리 해서

청풍; (아침잠 없는 할아버지가 일어나시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쩔뚝거리며 성벽쪽으로 달려간다.

곧 성벽 쪽으로 멀어지는 청풍.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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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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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황금전장. 여전히 사람들 드나들고 있고

벽세경의 거처

청풍; [무투연이라...] 젓가락으로 음식 집으며. 이하 청풍은 음식을 먹으며 벽세경과 대화를 나눈다. 벽세경은 먹지 않고

벽세경; [명목상으로는 무림맹 전력 증강이 목적이라지만 진짜 목적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없어.] 술잔 만지작.

벽세경; [삼비검조는 무투연을 통해서 자신의 후계자를 결정할 생각인 거야.] [동문들 간의 경쟁조차 이겨내지 못하는 놈이 무림맹이란 거대한 조직을 이끌어갈 수는 없을 테니...]

청풍; [그렇겠습니다.] 음식을 입에 넣으며

청풍; [현재까지 무맹사신재간의 전적은 어떻습니까?] 우물거리며

벽세경; [막상막하야.] [나쁘게 얘기하자면 도토리 키 재기지.] 찡그리고

벽세경; [넷 중 누구도 동문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어.] 한숨

청풍; [삼비검조님의 고민이 깊겠습니다.] 음식 먹으며 끄덕

벽세경; [삼비검조의 나이 이미 팔순을 넘겼어. 내일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야.] 심각한 표정

벽세경; [그럼에도 무림맹을 맡길 후계자를 정하지 못하고 있으니 속이 타들어갈 거야.]

벽세경; [하나뿐인 손녀가 병약하지만 않았어도 후사는 걱정이 없었을 텐데...]

청풍; [삼비검조님께 손녀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어떤 분입니까?] 음식을 젓가락으로 집으며

벽세경; [진상파란 아이, 너보다 두 살 더 많은데 천하제일재녀(天下第一才女)로 불리고 있어.] 야릇한 표정

청풍;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무심히 음식을 입에 넣으며

벽세경; [지혜롭고 예쁘고, 심지어 천기를 읽을 줄 안다는 소문까지 있어.] [그래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볼 수 있다고도 하고...]

청풍; [선녀가 따로 없군요.] 먹으며 웃고

벽세경; [관심이 생기는 거야? 맹주님의 손녀에게?] 눈 흘기고

청풍;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일 테고... 거짓말 하면 소저에게 바로 들키겠지요?] 웃으며 다시 젓가락으로 음식 집어들고

벽세경; [능구렁이같으니...] 눈 흘기고

웃으며 먹는 청풍.

벽세경; [어쨌거나 진상파를 아내로 얻으면 다음 대 무림맹 맹주자리는 따논 당상이야.]

벽세경; [진상파는 구중천 중 만검총의 유일무이한 후계자이기도 하니까.]

청풍; [영제를 포함해서 맹주님의 제자들 간에 진소저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겠습니다.] 젓가락질 하며

벽세경; [꼭 그렇지도 않아.] 고개 젓고

벽세경; [무맹사신재의 둘째인 만화정 합요나는 여자이니 논외지만 첫째인 군자검 석헌중도 경쟁에서 이탈했기 때문이야.] 합요나와 석헌중을 떠올리고

청풍; [군자검에게는 이미 배필이 있는 모양이지요?] 음식 입에 넣고

벽세경; [소꿉친구와 부부가 되었는데 금슬이 아주 좋다네.] 끄덕.

청풍; [결국 영제와 무맹사신재의 막내인 운중룡 위진천의 경쟁이겠습니다.] 우물거리며

벽세경; [그랬으면 좋겠지만... 진상파는 세황이와 위진천에게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성에 차지 않는다는 거지.] 찡그리고

청풍; (그래서 진소저를 두고 무맹사신재 간에 경쟁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군.) 끄덕. 음식을 먹으며, 젓가락으로는 새 음식을 집으려 하며

벽세경; [그 진상파가 금릉 근처에 와있어.]

멈칫! 음식 집으려던 청풍의 손이 멈춰지고

벽세경; [금릉과 마주 보는 강 건너의 큰 도시 양주에 오늘 입성했다고 해.]

벽세경; [양주에서 쉬고 내일 강을 건너올 거야. 금릉 근처에 진상파 생모의 위패가 모셔진 절이 있거든.]

청풍; (이것 봐라.) 눈 번뜩.

이어 떠올리는 주칠의 말. #36>의 장면

 

주칠; [단편적이라 내용은 잘 모르겠고...] 생각하며

주칠; [내일, 거사, 소맹주, 강상(江上)등의 단편적인 말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요.]

회상 끝

 

청풍; (내일 벌어질 일이 진소저와 관련 있는 건가?) (그래서 단지회에서 별 볼일 없는 존재인 주칠의 입을 막으려 시도했고...?) 다시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들고

[...] 술잔 만지작거리며 그런 청풍을 보는 벽세경

청풍; (사실이라면 심각한 사안인데...) 음식을 입에 넣고

벽세경; [뭐 마음에 걸리는 일 있어?]

청풍; [아닙니다. 진소저가 어떤 분인지 좀 생각했었습니다.] 웃고

벽세경; [엉큼한 녀석 같으니...] 눈 흘기고

청풍; [기회가 닿으면 한번 만나보고 싶군요. 천하에서 가장 지혜로운 분이라고 하시니...] 웃고

벽세경; [서로 아는 게 많으니 말이 잘 통하긴 하겠지.] [그건 그렇고...]

청풍;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가는군.) 웃고

벽세경; [넌 낭중지추 같은 존재야.] [재주를 숨기려 애써도 알만한 인간들은 다 알게 되지.]

청풍; [과찬의 말씀을...] 웃고

벽세경; [필연적으로 네게 유혹과 제안이 쇄도하게 될 거야.]

청풍; [절 무투연에 출전시키려고 영입하려는 분들이 있겠군요.] 한숨

벽세경; [넌 의심의 여지도 없는 무적자(無敵者)야. 만인적(萬人敵;혼자 만 명을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고...]

청풍; [저같은 놈을 삼국지의 장비나 관우에 비견하시다니... 감당할 수 없습니다.] 웃고

벽세경; [널 영입하는 데 성공하면 무투연을 평정할 수 있을 테고...] [그럼 무림맹 맹주 자리를 손에 넣은 것이나 다름없게 돼.]

청풍; [제가 영제 진영에 합류하길 바라시는군요.] 한숨 쉬며 젓가락을 내려놓고

벽세경; [어떻게 할 거야?] 윽박지르고

청풍; [소저는 천생 장사꾼이시군요.] 쓴웃음

벽세경; [칭찬으로 들리네.] 웃고

청풍; [소저는 일 년 전부터 제게 과분한 호의를 베푸셨습니다.] [오늘도 주씨남매를 받아주시는 것으로 빚을 지웠고...]

청풍; [덕분에 빚을 지면 반드시 갚게 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심각

벽세경; [삐진 거야?] 눈치 살피고

청풍; [그렇지는 않습니다.] 웃으며 고개 젓고

청풍; [이런 결과를 짐작하면서도 소저의 호의를 받아들인 건 저 스스로도 좋아서라고 해야겠지요.]

벽세경; [솔직하네.] 안도하고

청풍; [소저에게 신세를 진 처지에 다른 무맹사신재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지요.] [영제가 무투연에서 우승하는 데 일조하도록 하겠습니다.]

벽세경; [고마워!] 몸을 앞으로 숙이며 와락 청풍의 손을 잡고

벽세경; [세황이를 무림맹 맹주로 만들어줘! 그럼 어떤 요구라도 들어줄 테니까.] 청풍의 손을 잡고 감격하고

청풍; (어떤 요구라도 들어준다라...) 얼굴이 좀 붉어지고

눈앞에서 출렁거리는 벽세경의 젖가슴. 저고리 벌어진 사이로 젖가슴 골도 보이고

청풍; (아무래도 벽소저의 유혹은 떨쳐버릴 수가 없겠구나.) +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하겠습니다.] 슥! 벽세경의 손에서 자기 손을 빼고

벽세경; [내가 너무 흥분했지?] 쑥스러워하며 손을 떼고

청풍; [영제를 반드시 무림맹 맹주로 세우시려는 이유가 있으시겠습니다.]

벽세경; [그래야만 세천이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야.] 표정 갑자기 심각해지고

청풍; (역시...) 끄덕이고

벽세경; [세황이가 무림맹을 차지하지 못할 경우 의모가 어떻게 나올지는 불문가지 아니겠어?] 심각하고

청풍; (냉하상이란 여자, 무림맹 대신 황금전장을 자기 아들 것으로 만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겠지.) 역시 표정 심각해져서 끄덕. 냉하상의 도도하고 살벌한 표정 떠올리며

벽세경;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세천이는 내 손으로 키웠어.] [동생이라기보다는 아들 같은 존재야.] 눈빛이 형형

벽세경; [무슨 짓을 해서든 세천이는 내 손으로 지키고 말 거야!] 강렬한 표정

청풍; (제대로 코를 꿰였구나. 이 암호랑이가 쳐놓은 덫에서는 빠져나갈 길이 보이지 않으니...) 침 꿀꺽 삼키고

 

#44>

여전히 황금전장.

화려한 건물. 여자 무사들이 지키고 있고

냉하상; [이청풍이란 놈에게 호의를 베푼 게 세황이를 위해서다?] 야한 차림으로 화장대 앞에 앉아서 화장을 하며

냉상아; [제가 보기에도 이청풍은 비범한 인간이옵니다.] 뒤에 손 모으고 서서

냉상아; [그자가 소장주님 휘하에 들어가면 큰 힘이 될 게 확실하옵니다.]

냉하상; [세황이를 무림맹 맹주로 세우기 위해 세경이 그것이 힘을 쓰고 있다는 건데...] 화장하며 눈을 번뜩이고

냉상아; [목적이 무엇이든 아가씨가 소장주님을 도우려 애쓰는 건 분명하옵니다.]

냉하상; [당연히 그래야지! 배가 달라도 제 동생인데...] 코웃음

냉하상; (하지만 내가 세경이 네년의 꿍꿍이를 모를 줄 아느냐?) 배시시

냉하상; (세황이를 무림맹으로 보내버리고 황금전장을 차지할 생각이겠지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수작이다. 무림맹 뿐 아니라 황금전장도 세황이의 것이 될 테니...> 실내의 모습 배경으로 냉하상의 생각 나레이션

 

#45>

여전히 금릉. 깊어가는 밤. 상가들도 불이 많이 꺼져있다.

서림당이 있는 거리. 대부분의 가게들은 문을 닫았다. 주점들만이 불이 밝혀져 있고. 몇 명 손님들만이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

서림당. 불이 꺼져 있고. 문도 닫혀있다.

골목에 숨어서 서림당을 보는 깡패들. 단지회의 파락호들이다.

그자들 뒤로 유령같이 나타나는 그림자.

팟팟! 목 뒤의 혈도를 찍는 그림자

눈을 까뒤집고 쓰러지는 파락호들

청풍; (예상했던 대로군.) 내려다보는 청풍.

청풍; (주씨남매를 구해간 게 나라는 게 밝혀졌을 테고... 당연히 서림당 일대를 감시하고 있을 것이다.) 몸을 숙여서 한놈의 바지 춤을 움켜잡고

청풍; (두 번 다시 이 근처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만들어주마.) 촤악! 바지를 아래로 끌어내리고

털썩! 후둑! 한쪽에 널려지는 바지들

파락호들이 아랫도리를 벌거벗은 모습으로 널브러져 있다.

청풍; (날이 밝으면 볼만한 구경거리가 되겠지.) 웃으며 어둠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털썩! 퍼억! 다른 골목에서도 나뒹구는 파락호들. 청풍이 그자들을 내려다 보고

여기 저기 골목에 아랫도리를 드러낸 채 쓰러져 있는 파락호들

 

청풍; (대충 정리가 된 것 같군.) 골목에서 나와 서림당으로 가는 청풍.

서림당에는 불이 꺼져 있다.

청풍; (벽소저가 기별을 보낸 덕분에 할아버지와 유모 모두 잠자리에 드신 것 같다.) 서림당이 아닌 살림집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서림당을 보면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청풍

청풍; [!] 움찔하고

문을 조심스럽게 닫는다.

마당에 놓인 탁자와 의자. 의자 하나에 앉아서 곰방대를 물고 있는 노인. 살인객주. 곰방대에서 불빛이 발갛게 번지고

청풍; [늦었습니다.] 고개 숙이며 다가가고

살인객주; [벽세경이가 네 승급을 제대로 축하해준 모양이로구나.] 곰방대를 입에서 빼며

청풍; [축하주가 제법 입에 맞아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색하게 웃으며 살인객주 앞에 서고

살인객주; [벽세경, 그 아이가 네게 진심이긴 하지.] 끄덕

살인객주; [받은 대접과 배려에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해라.]

청풍; [명심하겠습니다.]

살인객주; [밤이 늦었다.] [내일은 이래저래 바쁠 테니 푹 쉬어 두거라.] 다시 곰방대를 입에 물고

청풍; [할아버지도 편히 주무십시오.] 인사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청풍.

탁! 문이 닫히고

<소주께서 소독을 확실히 해놓으셔서 속하들이 따로 손 쓸 일은 없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전음이 살인객주의 귀에 들리고

살인객주; <교대하거나 추가로 투입되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일절 배제해라.> 역시 전음으로 말하고

<존명!> 누군가의 대답이 들리고

살인객주; (청풍이가 점점 더 강호의 은원에 깊이 말려들고 있다.) 한숨

살인객주; (노부의 능력으로도 형세를 되돌릴 수는 없고...)

<청풍이 무림의 주재자가 될 운명은 바꿀 수 없는 것 같소이다 제수씨!> 마당에 홀로 남아 곰방대를 물고 있는 살인객주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46>

<-무림맹> 깊은 밤

어느 건물. 어둠에 잠겨있고

창문이 열려있다.

스윽! 소리없이 건물로 날아드는 부엉이. 부엉이라 소리가 안 난다. 발목에 천을 묶고 있고

건물 안에 놓여있는 횃대.

그 횃대에 소리없이 앉는 부엉이

[수고했다.] 여자의 손이 부엉이의 발목으로 다가오고

부엉이 발목에 묶여진 천을 푸는 여자의 손.

스윽! 다시 날아나가는 부엉이. 그 배경으로 침대로 가는 여자. 천을 펼치면서. 육감적인 몸에 얇은 잠옷을 걸치고 있다. 이 여자는 석헌중의 아내다. 물론 지금은 얼굴 보여주지 말고

여자가 다가가는 침대에는 어떤 사내가 반듯하게 누워있다. 위진천이지만 역시 얼굴을 보여주지는 말고

[...] 침대에 걸터앉으며 편지를 읽는 여자

<계획 순조, 후속 조치를 준비할 것> 편지에 적힌 짧은 글

[...] 편지를 내리며 뭔가 생각하는 여자

사내; [무슨 일이오?] 뒤에서 여자의 허리를 끌어안는 사내. 누워있다가 돌아누우며

여자; [아니에요.] 푸스스! 여자 손에서 가루가 되는 편지

여자; [만사가 순조롭다는 전갈이 도착했어요.] 몸을 돌려 사내의 품에 안기고

사내; [당연히 그래야지. 얼마나 오래 심혈을 기울여 진행해온 계획인데...] 여자를 끌어안으며 웃고

여자; [뒷 처리는 제칠마왕(第七魔王)께서 맡으셨으니 뒷탈도 없을 거예요!] 사내 품에 안기며

사내; [제칠마왕의 일처리는 믿을만하지.] 여자의 이마에 키스하고

사내; [그럼 이제 내가 무림맹의 은인이 될 일만 남은 셈이로군.] 여자를 끌어안고 음산하게 웃는 사내

[...] 사내의 품에 안겨 뭔가 고민하는 여자

 

#47>

<-금릉> 이제는 밤이 아주 깊었다. 거의 모든 건물에 불이 꺼져 있고

서림당이 있는 거리. 역시 불빛이 없다. 주점들도 불이 꺼져 있고

뒷골목에는 아랫도리가 발가벗겨진 파락호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고

서림당. 역시 어둡고

서림당 안채. 마당에는 빈 탁자와 의자만 놓여있고

청풍의 방. 침대와 탁자, 옷걸이 정도만 있다. 책은 서림당에서 읽을 수 있으므로 책장은 없다. 탁자에는 무림맹 복장인 옷과 치룡퇴가 놓여있고. 검은 수건도 한 장 놓여있다. 입구 건너편에 크지 않은 창문도 있다.

침대에 누워있는 청풍. 이불을 가슴까지 덮고 있고.

눈 감고 있는 청풍.

뎅! 뎅! 뎅! 뎅! 뎅! 멀리서 종치는 소리가 들리고

천천히 눈을 뜨는 청풍.

청풍; (오경(五更;새벽 3-5시)...)

청풍; (밤이 가장 깊어진 시간... 지금쯤이면 경계도 느슨해질 수 밖에 없다.) 누워서 생각하고

청풍; (누군가를 몰래 만나보려면 이때쯤 움직여야한다.) 이불을 걷으며 일어나는데. 몸에 검은색 옷을 입고 있다. 옷을 입은 채 잠이 든 것

탁자로 다가가는 청풍.

검은 수건을 집어서

눈 아래를 가리는 청풍. 뒤로 묶고.

치룡퇴를 허리춤에 꽂고

창문을 열고

휘익! 연 창문을 통해 바람처럼 빠져나가는 청풍

 

서림당을 위에서 본 모습. 청풍이 서림당 안채에서 연기처럼 빠져나오는 청풍

근처 건물 위로 내려서는 청풍

방향을 살펴본 후

슈우! 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청풍. 한데

서림당 안채의 다른 창문.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밖을 보고 있는 살인객주. 창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곰방대를 물고 있다.

멀리 멀어지는 청풍의 모습이 보이고

<허락하시면 속하가 소주 뒤를 따라가 보겠사옵니다.> 누군가 전음으로 말하지만

살인객주; [그럴 필요 없다.] 곰방대를 입에 문 채

살인객주; [실수를 할 녀석이 아니고, 만에 하나 실수를 한다 해도 실수에서 무언가를 배울 게다.]

<예...> 누군가의 전음

살인객주; (효과적으로 일을 처리하려면 냉혹하고 비정해지기도 해야 하는데...)

살인객주; (과연 저 녀석이 어디까지 냉정해질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구먼.) 웃고

 

#48>

깊은 밤. 금릉의 뒷골목. 환락가다. 술집, 기루, 주점들이 즐비한 곳

뒷골목 안쪽. 막다른 곳에 음침한 건물이 있다. 입구가 견고해 보이는 문으로 막혀있고. 문 밖에는 의자를 놓고 앉은 파락호들 몇이 졸고 있다.

정문 처마에 <단지회>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단지회 본부는 <투천환일>에 나온 조폭집단 <첩혈당>의 본부를 차용

 

단지회 안쪽. 제법 잘 가꿔진 정원. 화려한 건물이 있다.

건물 내부. 화려한 침실.

침대에 누워 잠든 육지도부 두견충. 상체가 알몸인데 좌우에는 젊은 기녀 두명이 달라붙어 잠들어 있다.

툭! 툭! 두견충의 뺨을 건드리는 칼날

움찔! 깨어나는 두견충

[육지도부 두견충! 깨었으면 눈을 떠라.] 툭툭! 칼로 두견충의 뺨을 때리며 누군가 말하고

두견충; (자객!) 눈을 부릅뜨고 하지만 그 직후

두견충; [!] 눈 부릅뜨며 경악

두견충; (몸...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식은땀

두견충; (어떤 놈이 마혈을 찍었다.)

청풍; [상황 파악이 된 것 같군.] 침대 옆에서 내려다보는 청풍. 물론 얼굴을 수건으로 가리고 있다. 한데 왼쪽 옆구리에 10세쯤 된 소년이 축 늘어져 있다. 잠옷을 입었고

청풍; [데리고 잔 기녀들은 물론이고 이 건물 주변의 모든 인간들은 정신을 잃은 상태다.] [소란을 피워봐야 널 도와줄 인간은 없다.]

두견충; [네놈 누군데...] + [!] 말하다가 눈 부릅

청풍의 옆구리에 끼어 축 늘어져 있는 소년.

두견충; [보... 보옥(寶玉)아!] 사색이 되고

청풍; [두보옥...] [귀한 아들답게 귀한 이름을 붙였더군.] 웃고

두견충; [보... 보옥이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분노

청풍; [아직까지는 안심해도 된다.] [수혈이 짚여 잠이 든 것뿐이니...]

청풍; [하지만 본좌를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너희 두씨집안은 대가 끊기게 될 것이다.] 슥! 칼을 소년의 목에 대고

두견충; [조... 조심해라!] 기겁

청풍; [네가 화류병에 걸려 더 이상 자식을 못 가지는 몸이 되었다는 걸 알고 있다.] [외아들인 이 아이가 죽으면 영영 대가 끊기게 되는 것이지.] 칼날로 아이의 얼굴을 들어 두견충에게 보여주고. 아이는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다.

두견충; [원... 원하는 게 뭐냐?] 식은땀

청풍; [내일 무림맹 소맹주를 대상으로 꾸미고 있는 계획의 전모!]

[!] 눈 부릅 두견충

청풍; [무슨 소리냐는 둥, 난 모른다는 둥 헛소리는 하지 마라!]

청풍; [본좌는 인내심이 많지 않다.] 다시 칼날을 세워 아이의 목에 대고

청풍; [셋을 셀 동안 결정하지 않으면 외아들의 목이 따이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하나!] 칼날을 아이의 목에 스윽 들이밀고

두견충; [말... 말하겠다.] 다급히 외치고

청풍; (역시 외아들을 이용해서 협박하는 게 효과적이었군.) +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해라.] 칼을 아이 목에 댄 채로

두견충; (이놈은 아마 이청풍일 것이다.) + [네가 추측하는 대로다.] 분노하며

두견충; (정체를 알았으니 반드시 복수해주마.) + [본좌는 내일 벌어질 진상파의 암살, 아니 납치극에 참여할 것을 제안 받았다.]

청풍; [범인은?]

두견충; [모른다.]

두견충; [그저 말도 안되는 거금을 제시하기에 참가한 것뿐이다.] 곁눈질로 치밀 구석을 보며 말하고

침실 구석에 보물 상자가 하나 놓여있다. 상당히 큰 상자인데 쇠사슬로 묶어 들고 다닐 수 잇게 되어 있다.

청풍;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 그걸 힐끔 보고

청풍; [진상파의 납치극에 너는 어떤 역할을 맡았느냐?]

두견충; [납치극에 필수적인 인력을 동원하기로 했다.] 체념해서 말하고

청풍; [구체적으로 그 인력이라는 게 누구냐?]

두견충; [모두 세 명인데...] 말하는데

퍼퍽! 청풍의 등 뒤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비수 세 자루

청풍; [감히!] 스악! 뒤를 향해 칼을 휘두르고

캉! 캉! 창문을 뚫고 날아든 비수 세 개가 청풍의 칼에 맞아 튕겨나간다. 하지만

가앙! 튕겨진 비수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다시 두견충에게 날아들고

청풍; (어검술(馭劍術)?) 스악! 놀라며 칼을 비수들을 향해 휘두르고. 하지만

텅! 텅! 두 개의 비수는 막는다. 하지만

퍼억! 마지막 하나의 비수는 그대로 두견충의 이마에 박힌다.

눈을 부릅뜬 채 죽는 두견충

청풍; (당했다!) 이를 갈며 아이를 침대에 던지며 돌아서고

털썩! 아비 시체 옆에 널브러지는 아이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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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황금전장> 밤이 되었지만 문은 열려있고. 여러 개의 등이 내걸려 환하다. 황금수라들이 입구를 지킨다. 여전히 드나드는 사람들과 우마차들이 있다.

삼층 건물. 창문이 열린 실내. 벽세천이 늙은 서생과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무언가를 배우는 모습.

뭐라 열심히 설명하는 늙은 선생. 따분한 표정으로 책을 넘기는 벽세천.

벽세천; (따분해!) 억지로 하품 찾고

벽세천; (저 늙다리는 다 알고 있는 내용이나 주절대고 있고...) 뭐라 열심히 설명하는 앞자리의 늙은 서생을 흘겨보고

벽세천; (작년의 향시 사건 때문에 자숙하느라 올해는 과거도 못 봤다.)

벽세천; (빨리 과거에 급제해서 아버지가 계신 북경으로 뜨고 싶다.)

벽세천; (금릉 본점에는 독사같은 그 여자가 따리를 틀고 있어서 영 불편하니...) 의붓엄마 냉하상을 떠올리고.

벽세천; (그나저나 그 여자는 왜 아버지가 계신 북경으로 안가는 건가?)

벽세천; (혹시 나와 누나가 황금전장의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게 감시하고 있는 걸까?) 생각하다가 밖을 보며 흠칫! 하고

벽세경이 서둘러 어딜 가고 있다. 황금수라 복장의 여자무사 한명이 안내한다.

벽세천; (누나잖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고

서생; [소장주!] 찡그리고

서생; [딴전 부리지 말고 집중하시오.] 탕! 탕! 손바닥으로 책상 치며 호통 치지만

벽세천; [잠깐 쉬었다 합시다.] 문쪽으로 달려가고

서생; [소장주!] 따라서 일어나지만

벽세천; [바람 좀 쐬고 올 테니까 노사도 차 한 잔 들고 계시오.] 서둘러 방을 나간다

서생; [허어! 저런 버르장머리 봤나.] 혀를 차며 다시 의자에 앉고

벽세천; (지금은 하루 영업을 마감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시간이다.)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며 생각하고

벽세천; (그럼에도 누나가 짬을 낸 걸 보면 무슨 일이 생겼다.) 흥분하며 건물에서 나온다. 멀리 앞쪽으로 벽세경이 여자 황금수라의 뒤를 따라 건물들 사이로 돌아가는 게 보인다.

벽세천; (저쪽은 영빈관(迎賓館)쪽인데...) 달려가고

벽세천; (이 시간에 귀한 손님이라도 온 건가?) 흥분해서 달려간다.

 

#39>

화려한 건물. <迎賓館>이란 팻말이 붙어있다. 화려한 정원에 둘러싸여있고. 여자 무사 두 명이 입구를 지키고 있다.

 

건물 내부. 화려한 객실. 긴 의자에 분이가 힘없이 누워있고 그 앞에 앉아서 분이를 진맥하고 있는 청풍. 주칠은 화려한 실내에 압도당해 안절부절 손만 비비고 있다.. 입구쪽에는 두 명의 하녀가 로봇처럼 서있다.

주칠; (말 그대로 별천지...) 화려한 실내를 연신 둘러보고

주칠; (세상에는 이토록 화려한 곳도 있구나.)

실내를 장식하고 있는 도자기, 그림, 각가지 가구들

주칠; (이 안의 물건 하나만 내다 팔아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침 꼴깍 삼키며 물건들을 보고

청풍은 심각한 표정으로 분이의 진맥을 하고 있다.

청풍; (음기(陰氣)가 지나치게 강하다.)

청풍; (온몸이 음기의 덩어리처럼 느껴진다. 반면 양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고...) 냉기가 느껴지는 분이를 보며

청풍; (이 아이가 병약한 건 음기가 과잉인 체질과 관련있을 것이다.)

청풍; (좀 더 진맥을 해봐야겠지만 이 체질은 아마도...) 생각할 때

[이게 누구야?] 뒤에서 들리는 음성. 돌아보는 청풍

벽세경; [무림맹의 동급무사께서 청하지도 않았는데 친림(親臨)해주셨잖아.] 유쾌하게 웃으며 들어서고. 문 밖에서는 여자 무사들이 문을 열어주고 있다. 건물 안에 있던 하녀들은 급히 허리 숙여 인사를 하고

주칠은 당황하여 뒷걸음질 치고

청풍; [소저!] 웃으며 일어나고

분이도 억지로 눈을 뜨며 돌아보고

벽세경; [잘 왔어! 그렇잖아도 날 잡아 서림당으로 찾아가볼까 생각하던 참이었으니까.] 거침없는 걸음으로 다가오고

청풍; [갑자기 들이닥쳐서 죄송합니다.] 멋쩍게 웃고

청풍; [신세 질 일이 있어 방문했는데... 귀견수께서 영빈관으로 안내하여 놀랐습니다.] 다가온 벽세경의 눈치를 보고

벽세경; [내가 말해뒀어. 자기가 찾아오면 무조건 영빈관으로 모시라고...] 청풍의 옆의 의자에 털썩 앉고

청풍; [그러셨군요.] 웃으며 마주 앉고

억지로 일어나려는 분이

벽세경; [누워있어. 몸도 편치 않은 것 같은데...] 다리 꼬고 앉으며 분이에게

분이; [초면에 어찌 그런 결례를 할 수 있을런지요?] 억지로 일어나 앉으려 하지만

청풍; [누워 있거라. 벽소저는 속례(俗禮)에 구애받지 않는 분이시다.] 분이를 부축해서 다시 의자에 눕게 하고

분이; [하오면 염치없지만...] 억지로 웃으며 다시 의자에 눕고

벽세경; [쳇! 주인인 내 말보다 같은 객인 네 말을 더 잘 듣는구나.] 눈 흘기고

청풍; [그러게나 말입니다.] 웃고

벽세경; [그래 무슨 바람이 불어서 불쑥 찾아온 거야?]

청풍; [사정을 말씀드리기 전에 주씨남매를 소개시켜드리겠습니다.] 주칠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며 말하고

 

#40>

[!] 눈 치뜨는 벽세천.

벽세천은 열린 문 밖에 서있다. 입구를 지키던 여자 무사들이 당황하여 눈치를 보고 있고

벽세천의 시점. 청풍이 주씨남매를 벽세경에게 소개 시키고 있다. 유쾌하게 웃는 벽세경. 굽신 거리는 주칠. 벽세경과 마주 앉아 주칠을 소개하는 청풍. 벽세경과 청풍의 사이로 긴 의자에 힘없이 누워 돌아보는 분이의 모습

분이의 초췌하고 창백한 얼굴 크로즈 업

두근! 가슴이 세차게 뛰는 벽세천

벽세천; (뭐... 뭐지 이 생소한 감정은?) 침 꼴깍. 얼굴 벌개지고

<저 계집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심장이 제멋대로 뛴다. 어떤 절세미녀를 보아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힘없이 누워 얼굴을 문쪽으로 향하고 있는 분이의 모습 배경으로 벽세천의 생각 나레이션

벽세천; (설마... 설마 이런 게 연정(戀情)이라는 건가?) 침 꼴깍

[!] 분이도 벽세천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문 밖을 보고

문 밖에 넋이 나가 서있는 벽세천. 여자무사들이 어리둥절해서 벽세천을 보고 있고

고개 조금 숙여 인사하는 분이. 그러자

벽세천; [아 예...] 자기도 모르게 굽신거리며 마주 인사하고

청풍; (이런...) 쓴웃음 짓고. 분이가 벽세천에게 인사하는 걸 알아차렸다.

벽세경; [사정은 알았어.] 웃으며 끄덕이고. 아직 벽세천의 존재를 모르고 있고

벽세경; [어려운 처지를 몰라라하는 건 내 성미에 맞지 않으니 기꺼이...] 말하다가 흠칫하며 분이를 돌아보고

분이가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고개를 조금 숙여서 문 밖의 누군가에게 인사하고 있다.

벽세경; (요 여우가 뭘 보았기에...) 분이의 시선을 따라 문쪽을 돌아보고

문 밖에 넋이 나가 서있는 벽세천

벽세경; [얼씨구!] 어이없고

퍼뜩! 정신을 차리는 벽세천

벽세천; [지... 지나다가 들러봤어!] 시치미 뚝 떼려 하며 돌아서고

벽세천; [노... 노사가 기다리고 있어서 그만 가볼게.] 걸음 옮기는데. 발과 손이 함께 나간다.

로봇처럼 걸어가는 벽세천. 여자무사들은 놀라고 어이없어서 손을 입으로 가리며 웃으면서 그 모습을 보고

벽세경; [뭐야 저 녀석! 아주 혼이 나갔잖아!] 문쪽을 보며 어이없어 하고. 주칠은 어리둥절해서 보고 있고

청풍; [인연이란 건 본래 느닷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의미심장하게 웃고

벽세경; [하아! 그러니까 네 말인 즉슨 요것들이...] 어이없어 하며 분이를 돌아보고

분이가 얼굴 발개져서 옷자락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청풍; [물론 봄날 날씨 같아서 종잡을 수 없는 게 인연이기도 하지요.] 웃으며 분이를 보고

벽세경; [이거 참...] 머리 긁적

청풍; [탐탁하지 않은 면이 있더라도 잠시 지켜봐주시는 게 어떨지요?] 의미심장하게

벽세경; [뭐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 밖에 없는 것 같네.] 한숨

청풍; (하여간 벽소저와는 말이 잘 통한다니까.) 웃고

벽세경; [너희 남매의 사정은 잘 들었다.] 주칠에게

벽세경; [있고 싶을 때까지 본장에 머물러도 된다.] [단지회 놈들이 극악스럽다 해도 감히 본장에 시비를 털지는 못할 게다.]

주칠; [선선이 받아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굽신

벽세경; [힘든 하루 보냈을 테니 푹 쉬도록 해라.] 일어나고. 청풍도 따라서 일어나고

벽세경; [아랫것들이 수발을 들어줄 것이다. 네 집인 듯 편하게 지내라.] 주칠과 분이에게 말하며 입구로 가고.

주칠; [감사, 감사합니다 소저!] 굽신 굽신

분이; [폐를 끼치겠어요.] 누운 채 인사하고

벽세경; [동급무사께선 날 좀 봐! 할 얘기가 있으니까.] 입구로 가며 청풍을 돌아보며

청풍; [그리하지요.] 입구로 가고. 입구쪽에 있던 하녀들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청풍; [벽소저 말씀대로 편히 지내거라. 신세진 보답은 나중에 천천히 해도 되니...] 주칠과 분이에게 말하며 밖으로 나간다.

주칠; [명심하겠습니다.] 굽신거리고

밖으로 나가는 청풍.

밖에서 문을 닫아주는 여자무사들

주칠; [허억!] 숨을 크게 쉬며 의자에 주저앉고

주칠; [이... 이제야 숨이 트이는구나.] 헉헉 대고

주칠; [이공자나 벽소저 모두 존재감이 너무 강해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어.] 가슴을 손으로 쓸면서

분이; (고마워요 엄마.) 목걸이를 쥔 채 어머니 교씨를 떠올리고. 교씨는 초췌하지만 절세미녀

분이; (옥분이가 걱정되셔서 이공자님을 보내주신 거 잘 알아.) 얼굴 발그레

<엄마의 혼령이 보살펴주시는 게 확실하니 오빠나 나의 삶에도 큰 우여곡절은 없을 거야.> 실내의 모습 배경으로 분이의 생각 나레이션

 

#41>

황금전장의 다른 곳. 역시 잘 가꿔진 정원과 담장에 둘러싸인 건물. 화려하지만 그리 크지 않다. 건물 안에는 불이 켜져 있고. 주변에 사람은 없다.

월동문을 통해 정원으로 들어오는 벽세경과 청풍

벽세경; [여기가 내 거처야!] 건물로 가며

청풍; [단아하군요. 조용하기도 하고...] 둘러보고

벽세경; [시끄럽고 요란한 건 내 성미에 맞지 않아. 그래서 가장 외진 이곳을 거처로 삼고 있지.] 건물고 가고

청풍; [!] 따라가며 눈 반짝

건물 입구 처마에 걸려있는 현판. <尋龍堂>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청풍; (심룡당(尋龍堂)...) (용을 찾는 집이라...) 현판 보며 건물로 다가가고

벽세경; [당호(堂號;집 이름. 또는 집주인의 호)가 촌스럽지?] 고개 조금 돌려 돌아보며 웃고. 입구에 이르렀다.

청풍;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깊은 뜻이 담겨있는 것으로 느껴집니다.] 웃으며 따라가고

벽세경;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눈 흘기고

벽세경; [참고로 난 풍수지리에는 관심없어.] 덜컹! 문을 열고 들어가고

청풍; (심룡은 풍수지리에서 명당을 찾는다는 의미도 있다.) 따라 들어가고

청풍; (풍수지리를 믿지 않는다면 글자 그대로 용을 찾고 있다는 건데...) + [!] 건물로 들어서다가 좀 놀라고

건물 안. 사방이 수많은 책들이 꽂힌 서가로 채워져 있고. 그 중앙에 식탁이 있다. 식탁에는 진수성천과 함께 술병이 두 개 준비되어 있고. 2인분 주안상인데 각자 앞에 술병이 하나씩 놓여있다. 술잔도 함께

벽세경; [도저히 규방(閨房;부녀자의 방)으로는 안 보이지?] 웃으며 입구를 보는 자리로 다가가 의자 등받이를 당기고

청풍; [소저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방이로군요.] 웃으며 다가가고

벽세경; [흉인지 칭찬인지 알 수가 없네. 여기 앉아.] 뒤로 뺀 의자를 권하고

청풍; (저 자리가 상좌인데...) + [염치없지만...] 벽세경이 권한 자리로 가고. 벽세경은 다시 입구쪽으로 오고.

상좌에 앉는 청풍. 맞은편 자리에 앉는 벽세경

벽세경; [우선 한잔 받아!] 자기 앞의 술병을 들어 내밀고

청풍; [감사합니다.] 두 손으로 술잔을 내밀고

벽세경; [동급으로의 승급 축하해.] 술 따라주며

청풍; [기대하셨던 것보다 승급이 느리지요?] 웃으며 술을 받고

벽세경; [일부러 승급 안하고 있었던 거 알아.] 눈 흘기며 술병을 술잔에서 떼고

청풍;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술잔을 두 손으로 든 채 웃고

벽세경; [마시고 나도 한잔 줘.]

청풍; [예.] 술잔을 입으로 가져가고

원샷하는 청풍

청풍; [당연하지만 정말 좋은 술입니다.] 술잔을 입에서 떼고

벽세경; [오랫동안 아껴뒀던 술이야. 특별한 날에 마시려고...] 술잔을 들고 기다리는 벽세경.

청풍; (오늘이 특별한 날이란 건가?) + [그런 것 같습니다.] 자기 앞의 술병을 집어들고

벽세경; [아버지와 동생들 외의 남자에게 술을 따라준 건 네가 처음이었다.] 술잔 내밀고

청풍; [영광입니다.] 꼴꼴 두 손으로 든 술병의 술을 벽세경의 술잔에 따라주고

벽세경; [당연히 영광으로 여겨야지. 내가 누군데...] 눈웃음을 치고. 술병을 술잔에서 떼는 청풍을 보며

우아하게 술을 마시는 벽세경.

청풍; (외간남자에게 술 따라준 게 처음이라...) 술 마시는 벽세경을 보며

청풍; (이래저래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구나.) 쓴웃음

벽세경; [카아! 좋네.] 술잔 입에서 떼고

벽세경; [사내들이 왜 계집이 따라주는 술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아.] 술잔 만지며 웃고

청풍; [기분이 좋으시다니 한잔 더 따라드리지요.] 술병을 내밀지만

벽세경; [맨 정신으로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대작은 좀 미루도록 해.] 술잔 내려놓고

청풍; [그리하시지요.] + (올게 왔군.)

벽세경; [속에 능구렁이를 기르고 있는 너니까 잔머리 굴리지 않고 바로 얘기하지.]

벽세경; [내 첫째 동생, 세황이를 도와주었으면 해!] 강렬한 눈빛

청풍; (역시...) 쓴웃음

 

#42>

금릉 밖의 빈민가 해하촌. 게딱지같은 오두막들에는 드문드문 불이 켜져 있다.

주칠과 주옥분의 집.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고. 단지회의 파락호들이 집과 주변을 수색하고 있다. 등을 든 놈들도 있고

주변 집들도 수색하고. 수색당하며 겁에 질리는 사람들

성벽 위에서 그걸 내려다보는 일남일녀.

사내는 전형적인 조폭. 흉악한 인상. <투천환일>에 나온 조폭들 중 인도부 두견충 캐릭터. 왼손에는 손가락이 엄지손가락 뿐이다. 단지회의 회주인 육지도부 두견충이다.

여자는 구숙정. 꽃이 그려진 부채로 얼굴을 일부 가리고 있다. 이 장면 내내 얼굴 전체를 보여주지 않는다. 입술 옆에 애교점이 있다는 것만 보여주고

두 년놈의 시점. 주씨남매의 집 일대가 환하고

두견충; [간발의 차이였다고 하오.] 발하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단지회 용두 육지도부(六指屠夫) 두견충>

두견충; [주칠이란 놈이 저 거렁뱅이들 소굴로 돌아온 직후에 졸개들이 들이닦쳤지만...]

두견충; [그놈과 그놈 누이는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거요.]

구숙정; [용두의 수하들을 혼내줬다는 무림맹 동급무사가 도와줬겠어요.] 얼굴 가린 부채를 살살 부치면서

두견충; [가져와라.] 뒤를 향해 말하고.

성벽 안쪽에서 성벽으로 올라오는 계단을 통해 한 놈이 올라온다. 주칠을 추격하다가 최루 가루를 뒤집어썼던 두 놈 중 한 놈. 양손으로 종이를 한 장 들고 있다.

사내2; [여기...] 두 손으로 종이를 바치며 긴장. 굽신굽신

두견충; [이게 주칠과 동생 년을 도와준 무림맹 동급무사의 용모파기요.] 사내2가 내민 종이를 받으며 말하고. 구숙정도 보고

두견충이 받아든 종이에 그려진 초상화. 바로 청풍의 초상화다.

두견충; [이청풍이란 놈으로 지난 일 년 간 금릉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놈이오.] 음침하게 눈 번뜩

구숙정; [사고를 자주 친 모양이지요?] 눈 반짝. + (어쩐지 눈에 익은 것 같기도 하고...)

두견충; [사고라면 사고겠지요.] 내미는 종이. 그걸 부채 들지 않은 손으로 받는 구숙정

두견충; [향시에 장원 급제하더니 느닷없이 무림맹에 가입하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황금전장을 제 집처럼 드나들기고 했으니...] 구숙정이 종이를 보는 걸 보며

구숙정; [황금전장과도 연결이 되고...] [확실히 난 놈은 난놈이네요.] 청풍의 초상화를 자세히 들여다 보고

두견충; [이가놈이 주씨남매를 빼돌렸다면 갈 곳은 두 곳 뿐이오.] [서림당과 황금전장인데...]

두견충; [양쪽으로도 수하들을 보냈으니 곧 보고가 도착할 거요.]

구숙정; [서림당이란 책방은 그렇다 쳐도 황금전장은 건드리기 어렵겠어요.]

두견충; [물론이오.] 난감

두견충;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고수들을 헤아리기 힘들 정도기도 하지만...] [황금전장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관부로부터 불벼락이 떨어질 거요.] 구숙정의 눈치 보며

구숙정; [금릉에서 터 잡고 사는 용두의 입장 이해해요.] [무리하게 주씨남매를 찾을 건 없어요.] 종이를 흔들며

두견충; (살았다.) + [이해해주셔서 고맙소이다.] 굽신

구숙정; [그래도 내일 있을 거사에는 만전을 기해야해요.] [이청풍이란 자가 초를 칠 수도 있으니 지속적으로 감시를 하도록 하세요.]

두견충; [분부 받들겠소이다.] 굽신

구숙정; [난 준비할 게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어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스윽! 구름처럼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하고

두견충; [살펴가시오 소저!] 포권하며 굽신

대답하지 않고 하늘로 날아올라가는 구숙정. 종이에 그려진 청풍의 초상화를 보면서

구숙정; (이청풍... 이청풍...) 초상화를 보면서

구숙정; (성이 이씨인 것도 그렇고... 내가 아는 그 인물과 닮아 보이는 건 우연일까?)

구숙정; (무림맹 동급무사에 불과하지만 어쩐지 신경이 쓰인다.)

구숙정; (본교(本敎)의 대업(大業)에 어떤 식으로든 방해가 될 것 같기도 하고...)

구숙정; (내일의 급한 일이 끝나는 대로 한번 만나봐야겠다.) 눈빛이 요염해지고

구숙정; (여차하면 후루룩 해버리자. 후환은 싹부터 제거하는 게 최선이니...) 혀로 입술 핥으며 요염하게 웃는 구숙정의 얼굴 하단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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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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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금릉> 저녁. 해가 지고. 여기 저기 등이 내걸린다.

서림당이 있는 번화가. 가게마다 불빛이 흘러나오고. 등불도 내걸리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사람들 사이를 걸어오는 청풍. 무림맹 무사 복장. 무기는 지니지 않았다. 소매의 띠가 두 개로 늘었다.

[이공자 퇴근하는가?] [이공자라니, 이소협이라고 해야지!] [한잔 하고 가지 그래.] 주변 가게 사람들 아는 척하고. 웃으며 일일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청풍

<서림당의 이공자야!> <코흘리개 아기였는데 멀끔한 청년이 되었어!> <나날이 잘 생겨지네. 어떤 년이 데려갈지 부럽기만 해.> 가게 여자들이 청풍을 훔쳐보며 좋아 죽으려 하고

<저것 봐. 소매의 띠가 하나 더 늘었어!> <무림맹의 동급무사가 되었다는 거잖아!> <저 나이에 벌써 무림맹의 세 번째 등급이 되다니...> <하여간 난 놈이야!>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청풍의 귀에 들어오고

청풍; (무림맹 복장은 가뜩이나 눈에 띄는데...)

청풍; (등급이 하나 더 올라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소매에 새겨진 띠를 보고

청풍; (아무래도 내일부터는 사복으로 출퇴근을 해야겠다.)

청풍; (지부장에게 들키면 한 소리 듣겠지만...) 생각할 때

다다다!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뒤에서 들리고.

[꺅!] [뭐야!] [조심해라 이놈아!] 뒤에서 들리는 소리

슥! 길가로 피하는 청풍.

후다닥! 다람쥐처럼 달려와 청풍의 옆을 지나치는 소년. 청풍 또래인데 영악하게 생겼다. <투천환일>에 나온 청풍의 친구 정칠의 어릴 때 캐릭터. 이 작품에서도 이름은 성만 바뀌어 주칠. 체격은 좀 작다. 영양이 부실해서. 청풍보다 2-3살 쯤 어려 보인다. 주칠은 구중천 중 유령궁의 후손이다. 엄마가 유령궁 출신이었다. 아비는 한왕 주고후였고

청풍; (저 녀석은...) 사람들 사이로 달려가는 주칠의 뒷모습 보며 생각할 때

[엄마야!] [힉!] [뭐... 뭐하는 짓들이냐?] [사람 많은 데서 그렇게 뛰면 어떻게 해?] 다시 뒤에서 들리는 여자들의 비명과 사람들의 고함소리

흉악하게 생긴 사내 세 놈이 사람들 밀치고 자빠뜨리며 달려온다. 전형적인 뒷골목의 어깨들. 금릉의 유명한 조폭 단지회란 조직 소속의 깡패들이다. 얼굴과 목에 문신도 보이고. 단지회 관련 인물들은 <투천환일>에 나옴.

청풍의 앞을 지나가는 세 놈. 사람들 겁에 질려 급히 피하고.

청풍의 눈이 조금 가늘어지고

지나가는 놈들의 새끼손가락이 잘리고 없다.

청풍; (단지회(斷指會)...)

청풍; (금릉의 뒷골목에서 암약하는 흑사회(黑社會) 삼대조직 중 하나...) 멀리 앞쪽에 도망치는 주칠을 따라가는 세 놈 뒷모습 보며 생각하고

뒤돌아보며 겁에 질리는 주칠

사람들 밀치며 달려오는 세 놈

겁에 질려 옆의 골목으로 뛰어드는 주칠

주칠이 뛰어든 골목으로 달려 들어가는 세놈

청풍; (흑사회 인간들은 관부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사람들 이목이 있는 곳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게 불문율인데...) 주칠이 도망쳐 들어간 골목 쪽으로 걸어가고. 놀라던 사람들은 궁시렁대며 다시 갈길 가고 있고

청풍; (대로에서 저리 급하게 군 걸 보면 뭔가 중요한 일이 생겼다는 뜻이다.) 골목으로 다가가고

청풍; (우리 동네에 흑사회 인간들이 설치는 걸 방치하면 안되기도 하고...) 골목으로 들어간다. 골목에서 겁에 질려 서둘러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청풍; (그놈이 단지회에 쫓기는 이유도 좀 들어봐야겠다.) 주칠을 떠올리며 좁은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35>

좁고 더러운 골목. 빈민가다.

탁탁! 그곳을 숨이 턱에 차서 달려오는 주칠

뒤에서 쫓아오는 두 놈. 사람들이 밖에 내놓은 물건들을 밀치고 걷어차며 달려온다. 집 밖으로 나오려던 사람들 기겁하며 다시 들어가고

주칠; (조금... 조금만 더 가면 단지회의 세력권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달려가고

주칠; (저 놈들도 단지회와 앙숙인 야차방(夜叉幇) 영역까지는 쫓아오지 못하겠지.) 달려가고. 하지만

파팟! 앞쪽에 옆으로 나있는 골목들 중 하나에서 튀어나오는 한 놈.

주칠; (아차!) 급정거하고

주칠; (이 일대의 지리를 아는 놈이 있었다!) 팟! 옆의 골목으로 급히 뛰어 들어가고

세 놈도 주칠을 따라 그 골목으로 뛰어 들어가고

주칠; (니미...) 사색이 되어 좁은 골목을 달리고

주칠; (다른 길로 앞질러 간 놈이 있을 줄이야!) 골목에서 밖으로 뛰쳐나간다. 하지만

[!] 그 직후 기겁하며 급정거하는 주칠.

제법 넓은 공터. 마을 사람들 몇이 집밖에 나와 있다가 놀라 일어나고. 여자와 노인들, 아이들이다. 문제는 공터에 다른 길이 없다는 점

주칠; (막다른 길이다!) 기겁하며 멈춰서고

골목에서 공터로 뛰어 들어오는 세 놈.

사람들 놀라 급히 집으로 들어가고

주칠; [기... 기다려요!] 그 중 한 집으로 들어가는 노인의 뒤를 따라 들어가려 하며 외치지만

안에서 급히 문을 닫는 노인

탁! 제법 튼튼한 나무문이 닫히고

주칠; [들어가게 해주세요! 폐 안 끼칠게요!] 덜컹 덜컹! 문을 잡아당기며 필사적으로 외치고. 하지만

콱! 주칠의 뒷 멱살을 움켜쥐는 우악스러운 손길

주칠; [악!] 반짝 들리며 비명. 바둥댄다. 한 놈이 주칠의 뒷 멱살을 잡아 높이 쳐들고 있고. 다른 두 놈이 숨겨두었던 비수를 뽑으며 다가온다.

사내1; [쥐새끼 같은 놈! 감히 어르신들 발에 땀나게 했으렸다.] 주칠을 쳐들고 흉악하게 웃고

주칠; [죄... 죄송해요! 살려주세요!] 돌아보며 비명

사내1; [바랄 걸 바래라!] 퍽! 주칠을 패대기치고

주칠; [악!]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며 비명 지르고

사내1; [안심해라 이놈아!] 콱! 주칠의 가슴을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사내1

[컥!] 가슴이 밟혀 숨이 턱 막히는 주칠

사내1; [송장 치우는 건 귀찮고 번거로워서 죽이진 않는다. 대신...] 주칠의 가슴 밟은 채 흉악하게 웃고

사내1; [혀를 함부로 놀리지 못하게 해주겠다.] 동료들을 돌아보며 고개짓 하고

비수를 뽑아든 두 놈이 다가와서

사내2; [조심해라 아가야!] 슥! 비수를 주칠의 목에 대고 누른다.

주르륵! 비수 날이 주칠의 목에 파고 들며 피가 나고

사내2; [너무 심하게 바둥대다가는 멱이 따지는 수가 있다.] 비수를 주칠의 목에 대고 누르며 웃고

주칠; [히익!] 공포에 질리고. 사내3은 사내2의 맞은편에 무릎 꿇고 있고

사내1; [여긴 야차방의 세력권이다. 빨리 처리하고 귀환하자.] 주변 둘러보며 말하고. 발로 주칠의 가슴 밟은 채

문을 조금 열고 내다보던 마을 사람들 기겁

탁! 탁! 급히 열었던 문을 닫는 마을 사람들

사내3; [좋게 말할 때 입 벌려라!] 비수를 들지 않은 손으로 주칠의 턱을 강하게 움켜잡고. 그러자

주칠; [꺼억!] 눈 까뒤집으며 입이 벌어지고

사내2; [혀만 자를 테니까 너무 겁먹진 마라.] 주칠의 목에 비수를 댄 채 손을 주칠의 입에 집어넣고

강제로 꺼내지는 주칠의 혀

사내3;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걸 다행으로 여겨라.] 꺼내진 주칠의 혀에 비수를 대고

사내3; [덕분에 혀만 잘라도 비밀을 지킬 수 있어서 목숨은 살려주는 것이니...] 주칠의 혀를 비수로 자르려 하고

주칠; (안... 안돼!) 공포에 질리고. 그때

짝짝! 박수치는 소리. 기겁하는 주칠과 세 사내

청풍; [구경 잘 했다. 거기까지만 해라.] 손뼉 치며 공터로 들어오는 청풍

사내2; [이거 참...] 인상 쓰며 주칠의 혀에서 비수를 떼고. 사내1은 찡그리며 청풍을 보고

주칠; (저... 저자는...) 눈 치뜨며 안도와 기대

사내2; [의협심이 남다른 분 같은데... 피보고 싶지 않으면 꺼져라.] 일어나며 비수로 청풍을 겨누는데

사내1; [기다려라.] 사내2의 어깨를 잡아 저지하고

사내2; [형님!] 찡그리는데

사내1; [무림맹의 대협께서 이런 뒷골목에 어인 행차시오?] 긴장하며 청풍을 보고. 청풍은 입구를 막은 자세로 서서 보고 있다.

<무림맹!> <그러고 보니 저 놈 복장은...> 사내1과 사내2도 비로소 청풍의 차림새를 알아차리고

주칠; (역시 서림당의 이공자였다.) 주칠도 청풍을 알아보고

청풍; [대협 소리를 들을만한 대단한 인간은 아니고...] 멋쩍어서 머리 긁적

청풍; [난 그저 우리 마을이 소란스러워지는 걸 원치 않을 뿐이다.] [그래서 하는 부탁인데...]

청풍; [조용히 떠나주면 안될까? 앞으로도 이 근처에 얼씬대지 말아주면 더 좋고...] 포권하는 시늉하고

<무림맹의 인간들은 하나같이 일류고수들이다.> <우리 같은 뒷골목 인생들이 어찌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겁에 질리고 갈등하는 사내들.

<하물며 저 놈은 무림맹의 서열삼위인 동급무사다.> <우리 단지회의 형제들 세명이 아니라 서른 명이 덤벼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갈등하는 놈들. 그러다가

사내1; (무림맹과는 충동하면 안된다. 하지만...) 자기 발에 가슴이 밟혀있는 주칠을 돌아보는 사내1. 주칠은 공포에 질려 올려다 보고 있고

사내1; (이놈이 알고 있는 기밀이 누설되면 뒷감당이 안된다.) 공포에 질린 주칠을 노려보며 생각하고

사내1; (담그자!) 딱! 다른 두 놈만 보이게 손가락을 튕기고

[!] [!] 눈 번뜩이는 사내2와 사내3

주칠; (이 새끼들 혹시...) 깨닫고

사내1; [실례했소이다 대협!] 주칠의 가슴에서 발을 떼며 청풍을 향해 돌아서고

사내1; [다른 분도 아니고 무림맹의 대협께서 권고하시니 듣지 않을 수가 없소이다.] 두 손을 모아 포권하며 굽신거리고

슥! 그러면서 오른손을 재빨리 왼손 소매 속에 넣고

그자의 오른손에 소매 속에 숨겨두었던 작은 금속 통을 잡고. 후추통처럼 생겼다.

청풍; [말귀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오.] 피식 웃으며 마주 포권하고

청풍; [나도 흑사회 분들과는 엮이는 걸 원치 않던 참이오. 잘 가시오.] 옆으로 물러서며 길을 터주는데

사내1; [너그러이 대해주셔서 고맙소이다.] 굽신거리며 청풍에게 다가가고. 사내2와 사내3도 그자를 따라가고

주칠; [조... 조심해!] 일어나며 비명

사내1; [늦었다!] 확! 오른손을 뿌린다. 오른손에는 금속통이 잡혀있는데 그것에서 대량의 가루가 확 뿜어져 청풍을 덮어씌운다.

청풍; [어이쿠!] 가루를 뒤집어쓰며 비틀하고

[죽어라!] [담근다!] 사내2와 사내3이 돌진해서 비수로 청풍을 찔러 가는데

후욱! 입을 오무려 주변의 공기를 강하게 빨아들이는 청풍의 입. 이어

후욱! 다시 강하게 바람을 앞으로 분다. 눈을 감은 채. 그러자

화악! 청풍을 덮어씌우던 가루들이 그대로 사내들을 덮어씌운다. 사내1은 반사적으로 소매로 얼굴 가리고

[크악!] [케엑!] 가루를 뒤집어쓰며 비명 지르는 사내2와 사내3. 최루탄이나 고춧가루를 뒤집어쓴 것으로 보면 됨

주칠; [아!] 일어나 앉다가 놀라고 안도하고

[크악!] [눈... 눈이...] 비수 떨구고 얼굴 두 손으로 감싸며 비명 지르는 사내2와 사내3

사내1; [지랄...] 팔로 얼굴 가린 덕분에 얼굴에 가루를 뒤집어쓰진 않아서 무사하다. 이를 갈며 물러서고. 금속통은 떨구면서

청풍; [아무렴 흑사회분들을 상대하면서 방심할 것 같았소?] 웃으며 눈을 뜨고

주칠; (무슨 수작을 부릴지 알고 있었구나.) 안도할 때

사내1; [같이 죽자!] 비수를 들고 청풍에게 돌진한다. 하지만

청풍; [미안하군.] 콱! 사내1의 오른손 손목을 왼손으로 간단히 움켜잡고

청풍; [당신같은 밑바닥 인생과 같이 죽어줄 생각은 추호도 없어.] 우둑! 사내1의 손목을 강하게 움켜쥐어 부러트리고

그자의 손목이 부러지는 걸 엑스레이 사진으로 보여주고

사내1; [끄아악!] 손목이 부러지며 비명. 하지만

화악! 왼손을 웅크린 채 청풍의 얼굴을 찍으려는 사내1. 하지만

청풍; [이크!] 콱! 오른손을 내밀어 사내1의 왼손과 깍지를 끼고

청풍; [당분간 못된 짓 못하도록 해줘야겠어.] 콰득! 우직! 사내1의 왼손을 뒤로 꺾어 손가락들을 부러트린다.

사내1의 왼손 손가락뼈들이 모두 부러지는 모습 엑스레이로 보여주고

사내1; [끄으으윽!] 끔찍한 고통에 거품 물고 기절하려는 사내1

툭! 오른손에 들고 있던 비수도 떨어트리고

[형... 형님!] 사내2와 사내3이 눈물 콧물 흘리며 보고. 눈을 겨우 떠서

청풍; [데려가라.] 팟! 사내2와 사내3의 앞쪽에 사내1을 밀쳐 나뒹굴게 하고

털썩! 나뒹구는 사내1

청풍; [한번만 더 이 동네에서 보이면 야차방에 넘겨버릴 것이다.]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협박하고

[갑... 갑시다.] [정신 차리시오 형님!] 눈물 콧물 흘리며 사내1을 부축해서

허둥대며 골목으로 나가는 사내2와 사내3

청풍; (야차방과 단지회는 앙숙지간이다.) 골목으로 비틀거리며 나가는 세 놈을 보며 생각하고

청풍; (관부에 넘기는 것보다 야차방에 넘긴다는 협박이 더 잘 먹혔을 것이다. 야차방에 끌려가면 살아서 지옥을 경험하게 될 테니...) 생각할 때

주칠; [사...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이공자님!] 뒤에서 들리는 말소리. 돌아보는 청풍

주칠; [공자님께서 구해주시지 않았으면 팔자에도 없는 벙어리가 될 뻔했습니다요.]

청풍; [말 놔라. 우린 동갑 아니냐?] 웃고

주칠; [소... 소인을 알고 계셨습니까?] 눈치 보며

청풍; [이름 주칠(朱七), 관부가 운영하는 고아원 시혜원(施惠院) 출신이지?] 웃고

주칠; [시혜원에서는 열다섯 살 까지만 살 수 있어서 독립했습지요.] 눈치 보며

청풍; [그래서 우리 마을 가게들의 심부름과 날품팔이 등으로 살아가고 있는 거 안다.] 고개 끄덕

주칠; [소인같은 천한 것을 알고 계실 줄을 몰랐습니다요.] 굽신

청풍; [말 놓으라고 했다.] 한숨

주칠; [이... 이러는 게 편하니 존대를 하게 해주십시오.] 눈치 보고

청풍; [편할 대로 해라.] +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습관을 하루아침에 버리진 못하겠지.) 쓴웃음

청풍; [한데 어쩌다가 단지회의 파락호들에게 쫓기게 된 거냐?]

주칠; [그게...] 주변을 불안한 표정으로 보고

공터 주변의 오두막집 문들이 조금씩 열려있고. 주민들이 밖을 엿보고 있다.

청풍; (남이 듣는 걸 꺼려하는군.) + [가면서 얘기하자.] 골목으로 가고

주칠; [그... 그래야할 것 같습니다.] 사내1이 떨어트린 금속통과 비수를 집어들고

골목을 나가는 청풍을 허둥지둥 따라간다. 그 뒤에서 주민들이 문을 열고 나오고

 

#36>

골목을 걸어가는 청풍과 주칠. 청풍이 뒷짐 짚고 걸어가고 그 뒤를 주칠이 굽신거리며 따라온다. 비수와 후추통은 품속에 넣었다. 어둑해진 골목에 인적은 없다.

주칠; [해질 무렵에 단지회로 술 배달을 갔었습지요.] 주변을 불안하게 두리번거리며 말하고

주칠; [단지회 총타(總舵;본부) 주방에 술 단지를 전해주고 돌아 나오다가... 호기심에 안채로 들어갔었습니다요.] 어색하게 웃으며 눈치 보고

청풍; (길을 잃은 척 안채로 들어갔다가 돈 되는 물건이 눈에 띄면 슬쩍 할 생각이었겠지.) 쓴웃음

주칠; [그러다가 어느 건물 근처를 지나는데...]

 

<건물 안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둑한 건물 뒤에 붙어서 귀를 기울이던 자신의 모습 떠올리고. 건물에서는 불빛이 흘러나오고.

<건물 안에서는 단지회 용두(龍頭;두목) 두견충(杜見忠)이란 자가 어떤 여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요.> 마주 앉아서 술을 마시는 중년사내와 야한 차림의 여자 실루엣. 둘 다 얼굴을 아직 보여주지 말고. 여자는 위진천의 유모인 구숙정. 구숙정은 <아랑힐월>에 나온 십대마왕이 일인. 이 작품에서도 마교 십대마왕의 일인이다.

 

청풍; [그 대화를 엿듣다가 들킨 게 문제가 되었겠군.] 눈 번뜩이고

주칠; [그렇게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요.]

주칠; [갑자기 대화가 끊기기에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 서둘러 현장을 떴는데...] 불안한 표정으로 연신 손을 부비고

주칠; [단지회 총타를 빠져나오자마자 추격을 당했습지요.]

청풍; [엿들은 대화 내용이 무엇이냐?]

주칠; [단편적이라 내용은 잘 모르겠고...] 생각하며

주칠; [내일, 거사, 소맹주, 강상(江上)등의 단편적인 말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요.]

청풍; [내일 어떤 강 위에서 소맹주란 인물과 관련된 거사를 벌인다?] 눈 번뜩

주칠; [대충 그런 뜻의 대화였습니다.]

청풍; [흥미롭군! 흥미로워!] 끄덕이고

주칠; [공자님 덕분에 혀가 잘리는 건 면했지만...] [단지회 놈들은 소생이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요.] 눈치 보며

청풍; (거의 확실히 단지회에서 손을 쓰겠지.) + [숨어 지낼만한 곳은 없느냐?]

주칠; [천애고아라 시혜원 외에는 기댈 곳이 없습니다요.] 울상

청풍; [시혜원은 널 보호해줄 힘이 없고... 단지회도 꺼려하는 곳에 의탁을 해야 하는데...] 뭔가 생각하다가

청풍; [생각난 곳이 있다. 그곳으로 가자.]

주칠; [말씀은 고맙지만...] 울상

청풍; [함께 가지 못할 사정이 있는 게냐?]

주칠; [사실은... 소인에게 누이가 한명 있습니다요.] 눈치 보며 말하고

 

#37>

<-금릉 외곽 해하촌(蟹蝦村)> 달동네 분위기의 마을. 동쪽으로 금릉을 에워싼 높은 성벽이 보이고. 성벽 밖의 마을이다. 빈민들이 사는 곳이라 앞 씬의 금릉 내부의 넓은 거리와 달리 길도 좁고 게 딱지 같은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좁은 골목에서는 낡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있고. 해가 져서 불이 켜진 집도 있지만 많지는 않다. 해하촌은 <투천환일>에 나왔었음. 하늘에는 반달이 떠있고

해하촌의 좁은 골목. 아이들과 주민들 놀라 누군가를 보고. 주칠의 안내를 받아 청풍이 오고 있다. 멀끔한 청풍의 모습이 빈민가와 어울리지 않고

주칠; [제 누이의 이름은 주옥분(朱玉粉)입니다. 저보다 두 살 어리지요.]

주칠; [제가 다섯 살, 분이가 세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일가친척이 일절 없었던 처지라 시혜원에 맡겨졌었지요.]

청풍; [다섯 살 때 돌아가셨으면 그래도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남아 있겠군.]

주칠; [성은 교(喬)씨셨고... 얼굴이 유달리 희셨던 것만 기억납니다.]

청풍;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고?]

주칠; [어머니는 아버지가 주(朱)씨라고만 하셨을 뿐 일절 다름 언급이 없으셨습니다.] 한숨

주칠; [이름을 주칠로 지어주신 걸 보면 제가 아버지의 일곱 번째 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쓴웃음을 짓고

청풍; (이름을 성의 없이 붙여준 걸 보면 이 친구 모친은 남편이나 남편 집안에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겠구나.)

주칠; [제 누이도 어머니를 닮아서 병약합니다. 늘 병을 달고 살아서 걱정이지요.]

청풍;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한 이유가 누이의 병구완 때문이었겠군.)

주칠; [다 왔습니다요.] 멋쩍을 표정으로 앞을 보고

골목 끝.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 방 한 칸과 부엌이 함께 있는 형태다. 그 앞에 의자가 놓여있고 한 소녀가 힘없이 앉아있다. 무릎을 낡은 담요로 덥은 채. <투천환일> <아랑힐월> 등 다른 작품의 분이 캐릭터인데 초췌한 것으로 묘사

주칠; [추운데 왜 나와있어?] 다가가고

흠칫 돌아보는 분이

분이; [오빠!] 반색하며 일어나려다가

현기증 느끼고 휘청하며 쓰러지려는 분이

주칠; [조심해라.] 급히 다가가 분이의 팔을 잡고

분이; [괜잖아. 갑자기 일어나서 현기증이 느껴진 것 뿐이야.] 억지로 웃고. 그러다가

[!] 흠칫하며 청풍을 보고. 청풍은 좀 떨어진 곳에 서서 남매를 보고 있다.

분이; [손님을 모셔올 줄 알았으면 저녁 준비라도 할 걸...] 어색하게 웃고

주칠; [저녁 준비는 안해도 된다. 그보다 당장 해하촌을 떠야한다.]

분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목에 상처도 나있고...] 주칠의 목을 보고

주칠;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하고... 어머니 목걸이는 어디 있냐?] 집을 기웃

분이; [목걸이는 여기 있어.]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를 옷 속에서 꺼내 보여주고. 사람 눈을 닮은 보석이 박혀있는 목걸이다. 구중천 중 하나이며 지금은 세상에서 사라진 유령궁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된다.

청풍; (저 목걸이...) 눈 번뜩

청풍; (뭔가 사연이 있는 물건 같다.) 생각할 때

[엄마야!] [까악!] [당... 당신들 뭐야?] [왜 이러는 거요?] 마을 입구에서 사람들 비명 소리가 들리고. 거리가 좀 있고. 마을 길이 좁고 구불 거려서 보이진 않는다.

주칠; [공... 공자님! 혹시...] 겁에 질려 마을 입구쪽을 보고

청풍; [아무래도 네가 몰래 들은 게 중요한 내용인 것 같다.] 웃으며 입구쪽을 보고

다다다! 타탁!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들

청풍; [대략 스무 명 정도 몰려왔다.] 입구 쪽 웃고

주칠; [그... 그럼...] 사색

청풍; [싸우면 시끄러워질 테고... 이럴 때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남매에게 다가가고

주칠; [피하려 해도 옥분이는 몸이 약해서 뜀박질을 못하는데...]

청풍; [뛸 거 없다.] 남매 뒤로 가고. 이어

청풍; [실례!] 남매를 뒤에서 두 팔로 한명씩 끌어안는다.

[!] 분이가 놀라 입을 가리고.

주칠; [공... 공자!] 당황하지만

[!] [!] 다음 순간 놀라는 남매. 이미 수십 미터 상공에 떠있다. 청풍이 남매를 양팔로 끼고 날아오른 것

분이; [흑!] 자신도 모르게 두 팔로 청풍의 목을 끌어안고

주칠; (날... 날았어!) 경악. 흥분. 그러다가

[!] 놀라 아래를 내려다본다.

뭐라 외치며 골목길을 내달려 자신들의 집 앞으로 몰려오는 파락호들. 주칠을 추격했던 단지회의 파락호들과 같은 복장과 분위기들

주칠; (간... 간발의 차이였어!) 휘익! 청풍의 품에 안겨 날아가며 아래를 보고

<돌아오는 게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분이가 저놈들에게 잡혀갔을 거야.> 자신들의 집으로 들이닥쳐 집안으로 뛰어들고 주변 수색하는 파락호들의 모습 배경으로 주칠의 생각 나레이션

휘익! 그 사이에 청풍은 높은 금릉 성벽을 날아 넘는다.

탁! 성벽 위를 한번 찍고

다시 날아서 성벽 너머로 날아가는 청풍. 양팔로 주칠과 분이 남매를 낀 채

분이; (하늘... 하늘을 날고 있어!) 청풍의 목에 매달린 채 흥분.

<이분 공자님이라면 날 달까지도 데려가줄 것 같아!> 반달이 뜬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청풍과 남매의 모습 배경으로 분이의 생각 나레이션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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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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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황금전장> 낮

대청 건물. 입구를 귀견수가 지키고 있고

벽세경; [이청풍이 별 문제없이 무림맹에 가입했다고 합니다.] 벽초천과 마주 앉아서 대화. 책상을 사이에 두고. 벽초천이 서류 작업을 하던 중이다.

벽세경; [공청석유를 먹여서 내공은 충분하고...] [머잖아 일류고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질 것입니다.]

벽초천; [넌 그놈에 대한 믿음이 확고한 것 같구나.] 고개를 들어 건너보고

벽세경; [소녀는 벽씨일족의 인간입니다.]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는 재주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합니다.]

벽초천; [네 안목은 물론 탁월하지.] 끄덕

벽초천; [오죽했으면 네가 딸이라는 걸 알았을 때 아비가 낙심을 했다는 거 아니냐?] [사내였으면 우리 황금전장을 천하의 주인으로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한숨

벽세경; [소녀를 과대평가하시는군요.] 발그레

벽초천; [과대평가인지 아닌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테고...]

벽초천; [이청풍 그놈, 세황이에게 확실히 도움이 되긴 하겠지?] 지그시 보고

벽세경; [소녀의 예상대로라면 이청풍은 일년 안에 충분히 금급이 될 수 있습니다.] 흥분하고

벽세경; [금급 정도의 지위와 능력이면 세황이가 삼비검조의 후계자가 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런지요.]

벽초천; [무림맹 내에서의 기반이 약한 세황이로서는 천군만마가 되겠지.] 끄덕이고

벽세경; [이청풍의 성장에 관해서는 수시로 보고 올리겠습니다.] 일어나고

벽초천; [그렇게 해라.] 끄덕

인사하고

대청 입구로 가는 벽세경

[...] 찡그리며 벽세경의 뒷모습 보는 벽초천

대청에서 나가는 벽세경

벽초천; (어쩔 수 없는 계집의 소견이라는 건가?) 그걸 보며 한숨

벽초천; (이청풍이란 놈의 자질에 혹해서 그놈이 성장했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벽초천; (세경이가 예상한 대로 일 년 안에 금급이 될 정도의 천재라면...)

벽초천; (말 그대로 낭중지추(囊中之錐)! 삼비검조의 눈에 띄지 않을 리 없다.)

벽초천; (그렇게 되면 이청풍은 세황이의 조력자가 아니라 경쟁자가 될 터...)

벽초천; (이청풍이란 놈이 세황이 앞길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에 대비해야만 한다.)

벽초천; (유사시에는 싹을 잘라버려야 하고...) 스산한 표정

 

#30>

<-일년 후> 깊은 밤. 웅장한 산. 그 산 중턱에 웅장한 성채. 다른 작품의 제왕성이 자리한 태산의 모습 차용

<-태산(泰山)> 웅장한 성채가 산 중턱에 있는 걸 배경으로. 밤이 깊어 모든 건물에 불이 꺼져 있다. 방범용의 등불만이 여기 저기 걸려있는 게 보인다.

<-무림맹> 성채의 모습. 다른 작품의 제왕성 모습이다. 밤이 깊어 인적은 거의 없다. 경비 서고 순찰 도는 무사들만이 종종 보인다. 무사들은 금릉지부 무사들과 같은 복장. 소매에 띠가 하나나 둘 그려져 있다.

 

무림맹 깊은 곳. 담장으로 둘러쳐진 정원. 정원에 아담한 건물. 건물 입구 앞에 의자가 놓여있고. 의자에는 보디 빌더같은 덩치의 여자가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다. 사내처럼 다리를 쩍 벌렸다. 치마 대신 바지를 입었고. <아랑힐월> <투천환일> 등 다른 작품에 나온 철관음 패소정 캐릭터. 이 작품에서도 이름을 철관음 패소정. 여주인공인 진상파의 호위다. 나이는 서른살 정도.

[!] 움찔! 하는 패소정

[으으으] 신음소리가 건물 안에서 들리고

패소정; (아가씨...) 눈을 뜨며 돌아보고

[으으으... 안돼! 저리가!] 흘러나오는 신음소리

패소정; (오늘도 악몽을 꾸시는 모양이다.) 한숨

패소정; (무슨 고민이 저리 많으셔서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시는 걸까?) 생각하고

 

#31>

건물 내부. 전형적인 여자의 침실인데

[으으으...] 앓는 듯한 신음소리

[으으으...] 침대에 얇은 이불 덮고 누워 신음하는 소녀. 스무살 전후. 진상파 캐릭터. 무림맹 맹주 삼비검조의 손녀다. 병약하다.

식은땀을 흘리며 꿈을 꾸는 진상파

이하 꿈 장면

 

[학학!] 어둠 속에서 맨발로 도망치는 진상파. 장소는 험준한 계곡. 사방이 새카맣고. 바닥에는 해골이 가득 차있다.

[학학!] 숨이 턱에 차셔 달아나는 진상파. 몸에는 얇은 잠옷만 걸쳤고 산발한 상태다.

콰삭! 빠직! 진상파의 발에 밟혀 부서지는 해골들

[학학!] 숨이 턱에 차는 진상파.

그러다가 돌아보며 놀라는 진상파

번쩍! 번쩍! 진상파가 달려온 쪽에서 짐승의 눈이 번쩍이고

크왕! 거대한 용이 튀어나와 진상파를 덮친다.. 날카로운 발톱이 난 발을 뻗으며. 어둠을 배경으로 색이 좀 옅고 또 전체에서 빛이 난다. 붉은 색인데 묘사가 불가능하므로 좀 옅은 색으로 처리

진상파; [안... 안돼!] 비명 지르며 달아난다. 돌아보며. 하지만

콰득! 용의 앞발 하나가 진상파를 움켜쥐고.

[악!] 용의 발에 잡혀 쳐들리며 비명.

그러다가 공포에 질려 돌아본다.

용의 거대한 아가리가 쩍 벌어진 채 다가온다. 용의 입에는 수많은 이빨들

진상파; [안... 안돼!] 다가오는 용의 아가리를 보며 비명. 두 팔로 얼굴 가리려 하고. 직후

콰직! 용의 입이 그대로 진상파의 몸을 깨문다.

 

[아악!] 벌떡! 비명 지르며 일어나고.

진상파; (꿈... 꿈이었어!) 헉헉. 온몸이 식은땀.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림맹 소맹주 다지옥녀(多智玉女) 진상파(陳祥芭)>

진상파; (늘 시달리던 악몽이었는데...) 해골이 가득한 계곡을 달리던 장면 떠올리고

진상파; (다른 때와 달랐던 건 날 쫓는 게 마귀나 괴물이 아니라 용이었다는 점이었어.) 헉헉 거대한 용이 자신을 잡아먹던 장면 떠올리고. 얼굴 좀 발개지고

이불을 들쳐 자기 사타구니를 보는 진상파

진상파; (날 잡아먹은 용은 붉은 적룡(赤龍), 게다가 예정에 없던 경도까지 터지고...) 이불을 든 손이 떨리고

진상파; (붉은 색이 겹쳐졌다.)

진상파; (아무래도 붉은 색이 상징하는 남쪽으로 가보라는 계시...) 얼굴이 발그래해질 때

<들어가겠사옵니다.> 밖에서 들리는 음성

진상파; [들어오세요.] 슥! 급히 이불을 다시 내려 아랫도리를 가리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패소정.

패소정; [소맹주님!] 눈치 살피며 들어오고

패소정; [오늘 밤에는 특히 심하게 염몽(厭夢;악몽. 가위눌림)을 꾸셨는데... 괜잖으신지요?] 진상파를 살피며.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림맹 금급무사 철관음(鐵觀音) 패소정(覇小鼎)>

진상파; [제가 아이처럼 요란을 떨어 언니를 놀라게 해드렸군요.]

패소정; [아닙니다.] [그저 전과는 다른 것같아서...]

진상파; [꿈자리가 험하긴 했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어요.] 얼굴 좀 발개져서

패소정; [단순한 염몽이 아니었군요.] 눈 반짝l 안도

진상파; [나 자신과 관련된 꿈이라 길몽인지 흉몽인지는 판단이 서지 않는군요.]

패소정; [그래도 나쁜 기분이 아니셨다면 길몽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런지요?]

진상파; [그랬으면 좋겠는데...] 말꼬리를 흐리고

진상파; [어머니의 기일이 다음 달이에요.]

패소정; [속하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진상파; [몸이 약해졌다는 핑계로 어머니의 위패를 모신 절에 가보지 못한 게 몇 년이 되었군요.]

패소정; [그러시면...] 긴장

진상파; [올해는 금릉으로 어머니의 위패를 뵈러 가야겠어요. 언니가 준비를 해주세요.] 끄덕이고

패소정; (일 났다.) + [그리 하겠습니다.] 긴장

 

#32>

<-금릉> 낮.

<-무림맹 금릉지부> 무림맹 금릉지부의 모습.

넓은 연무장. 입구 맞은편의 단상에는 독안룡이 의자에 앉아있고. 정씨쌍걸이 독안룡 뒤에 서있다. 축구경기장 반만한 연무장에는 백여 명의 무사들이 빙 둘러 서서 관전하고 있다. 두 명의 무사가 연무장 중앙에서 대련하고 있다.

소매에 띠 두 개인 건장한 사내와 청풍이 대련하고 있다. 청풍은 키가 훌쩍 커서 이제 어른스러워졌다. 복장은 무림맹 무사 복장. 소매에는 띠가 하나 새겨져 있다. 이후로 이 복장으로 출연한다. 등급이 올라가면 띠가 늘어나는 것만 차이가 난다. 목검이 아닌 진짜 칼로 대결 중이다.

캉! 캉! 청풍을 몰아붙이는 건장한 사내. 동급으로 이름은 진패. 표정이 없는데 검법이 아주 살벌하고 강력하다.

캉! 캉! 일일이 진패의 공격을 막고 있는 청풍.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한다.

정표; [진패(陳貝)가 이청풍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독안룡 뒤에서 말하고

정표; [이번에도 이청풍을 동급(銅級)으로 승급시킬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찡그리며 보고 있는 독안룡

정호; [처음의 기대와 달리 실망스럽습니다.]

정호; [물론 일 년만에 철급(鐵級)이 된 것도 대단하긴 하지만 그후로 거의 발전이 없습니다.]

정표; [저래서는 몇 년 안에 금급(金級)이 되는 건 언감생심이고 평생 노력해도 은급(銀級)조차 되지 못할 것입니다.]

독안룡; (겉보기에는 그런데...)

캉! 캉! 진패의 공격을 겨우 겨우 막고 있는 청풍.

독안룡; (매번 아슬아슬하게 진패의 공격을 막거나 피하고 있다.) 찡그리고

독안룡; (한 번도 아니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상황이 거푸 이어진다.) (우연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독안룡; (아무래도 청풍 저놈...) 눈 번득

<진짜 실력을 숨기고 있는 것 같다.> 캉! 캉! 진패의 공격을 막는 청풍을 배경으로 독안룡의 생각

독안룡; (확인해봐야겠다.) 벌떡! 일어나고. 뒤에서 흠칫하는 정씨쌍걸

독안룡; [거기까지!] 외치며 단상에서 내려가고

[!] [!] 슥! 휙! 서로 거리를 벌리면서 돌아보는 진패와 청풍

둘러서있던 무사들도 독안룡을 보고

독안룡; [수고했다.] 진패에게 다가가며 손을 내밀고

진패; [별 말씀을...] 두 손으로 칼을 독안룡에게 내민다. 손잡이가 독안룡에게 향하도록

<지부장님이 왜 저러시지?> 보고 있던 무사들 어리둥절

<설마...> 정씨쌍걸을 무언가 깨닫고

붕! 붕! 칼을 휘둘러보며 청풍에게 다가가는 독안룡

청풍; (이런...) 다가오는 독안룡을 보며 쓴웃음

독안룡; [이청풍! 지금부터 난 네놈을 죽일 것이다.] 무시무시한 표정과 살기를 뿜어내며 칼을 겨누고

[무슨 말씀을...] [이청풍을 죽이신다니...] 진패와 무사들 경악

독안룡; [살고 싶으면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다!] 부악! 무시무시한 기세로 칼을 비스듬히 내리친다. 칼에서 칼바람에 몇 미터씩 내뻗힌다.

[헉!] [지부장님!] [손에 사정을...] 무사들 기겁하고

꽝! 펑! 독안룡의 칼질과 함께 굉음이 터지며 지면이 일직선으로 5미터 이상 쩍 갈라진다. 흙먼지도 확 일어나 주변을 휩쓸고.. 청풍의 모습도 흙먼지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고

정씨쌍걸; (지부장님은 진심이다!) (독문도법인 광룡절해도(狂龍絶海刀)를 구사하셨다.) 아연긴장

[안... 안돼!] [이청풍이 지부장님의 전력이 깃든 일격에서 살아날 리가 없어!] 진패들 비롯한 무사들 사색. 하지만

[!] 칼을 내리친 독안룡은 미간 찡그리고. 그 직후

쿠오오! 먼지가 흩어지고. 누군가 서있는 모습이 드러난다.

쿵! 칼을 반대쪽 몸 통쪽으로 비스듬히 비껴든 자세로 서있는 청풍. 지면이 갈라진 자국이 그 칼 밖으로 나있다. 독안룡의 칼질을 비스듬히 흘려버린 모습이고

[저... 저럴 수가...] [지부장님의 일격을 막아냈다!] [말도 안돼! 이청풍은 겨우 철급인데...] 무사들 기겁

정씨쌍걸; (이청풍 저놈, 실력을 숨기고 있었구나!) (그래서 지부장님이 직접 나서셨고...) 깨닫고

독안룡; [이 음흉한 놈!] 흉포하게 웃고

독안룡; [잘도 본좌를 속였겠다!] [그 대가로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쩌엉! 섬광이 내뻗히는 칼로 청풍을 겨누고

청풍; [아무쪼록 손속에 사정을 두어주시기 바랍니다.] 웃으며 맞설 자세를 취하고

독안롱; [허튼 소리 마라 이놈아!] 부악! 청풍을 공격하는 독안룡. 칼질 한 번에 몇미터씩의 섬광이 내뻗힌다. 하지만

캉! 캉! 슥! 스윽! 청풍은 산책하듯 걸으며 칼로 독안룡의 공격을 받아넘긴다. 진패와 싸울 때처럼 아슬아슬하게 받아넘기는 모습

[말... 말도 안돼!] [진패 때와 다를 바가 없잖아!] [지부장님의 공격도 아슬아슬하지만 받아넘기고 있다.] 무사들 경악

캉! 캉! 일방적인 독안룡의 공격. 아슬아슬하게 막고 피하는 청풍

정씨쌍걸; [지금 우리가 꿈을 꾸는 건 아니겠지?] [무공을 배운지 일 년 밖에 안된 놈이 지부장님과 호각으로 싸우다니...] 경악하고.

꽝! 서로의 칼이 부딪히는 청풍과 독안룡

콰콰각! 두 발로 바닥에 깊은 골을 파며 뒤로 쭉 밀려나는 청풍. 독안룡은 칼을 휘두른 자세로 멈춰있고

정씨쌍걸; [지부장님이 추격을 멈췄다.] [그걸 쓰려는 모양이로군!] 긴장할 때

독안룡; [후욱!] 심호흡을 하며 청풍을 칼로 겨누고

[!] 청풍의 눈이 번뜩

독안룡의 몸에 생기는 투명한 선들.

청풍; (이건 조심해야겠군.) 방어 자세로 독안룡을 마주보고.

청풍; (발산하는 게 아니라 수렴하는 방식으로 공력을 운용하고 있다.) (저런 식으로 공력을 운용할 때 생기는 현상은 추측하기도 어렵다.) 그때

독안룡; [크왓!] 칼을 내밀며 기합

쿠와! 화악! 아리랑 같은 형상으로 맹렬히 휘돌며 독안룡의 칼로 빨려 들어가는 주변의 공기

[!] 놀라는 청풍의 몸도 수많은 실 같은 것에 휘감기고

콰드득! 청풍의 몸이 강한 흡인력에 독안룡쪽으로 끌려간다.

청풍; (이런 거였군!) 콰드드! 두 발로 버티며 독안룡에게 끌려가며 깨닫고

<지부장의 칼에서 강력한 흡인력이 생겨 날 끌어당긴다.> 독안룡의 정면 모습. 그가 내민 칼을 향해 끌려가는 청풍.

[나왔다!] [지부장님의 구명절초 획천열지도(獲天裂地刀)다!] [지금까지 획천열지도에 맞서고 무사했던 인간은 없었다.] 무사들 환호하고. 정씨쌍결은 긴장해서 보고 있고

쩡! 쩡! 빛을 발하며 진동하는 독안룡의 칼. 강력한 흡인력을 일으키는 것으로 묘사

청풍; (지부장이 발휘하는 흡인력이 걷잡을 수 없이 강해지고 있다.) 콰드드! 흡인력에 끌려가며 찡그리고

청풍; (이대로 끌려가면 꼼짝없이 지부장의 칼에 난도질당할 것이다.) 안 끌려가려 버티며 생각하고

청풍; (더 늦기 전에 타개책을 찾아내야만 하는데...) 눈을 가늘게 뜨고. 직후

독안룡의 몸에 생기는 수많은 투명한 선들

청풍; (그렇게 하면 되겠군.) 눈 번뜩이며

파앗! 오히려 독안룡에게 쇄도하는 청풍

[저 미친 놈!] [버텨도 시원찮을 판에 돌진하다니...] [자살할 작정인가?] 무사들 기겁하고.

정씨쌍걸은 눈 부릅

[!] 차차창! 역시 눈 부릅뜨며 내민 칼을 좌우로 흔드는 독안룡. 칼이 풀잎처럼 흔들리며 여러 개로 변하고

청풍; (예상했던 대로다!) 쩌쩡! 스악! 칼을 벼락같이 휘두르며 쇄도하고

<돌발 상황에 당황하여 초식이 어지러워졌다.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꽝! 꽝! 청풍의 칼과 독안룡의 칼이 부딪히며 굉음이 일어나는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화악! 머리를 아래로 하며 덤블링 해서 독안룡을 타넘는 청풍. 칼을 휘두른 자세고. 그 아래쪽에서 독안룡 역시 칼을 휘두른 자세로 서있다.

[저런...] [와아!] [지부장님의 치명적인 공격을 받아넘겼다!] 무사들 경악. 환호

휘익! 허공에서 한번 덤블링 한 후 독안룡의 뒤로 날아 내리는 청풍.

서걱! 청풍을 돌아보는 독안룡의 어깨 쪽 옷이 갈라지고

펄럭!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청풍의 가슴 부분 옷이 길게 갈라지고. 청풍의 옷이 더 길게 갈라졌다.

[상토(相討;서로를 침)했다!] [지부장님과 이청풍의 옷이 모두 베어졌다!] [지부장님과 무승부라니 말도 안돼!] 무사들 환호하거나 경악하고

[...!] 자신의 어깨 쪽 옷이 갈라진 걸 돌아보는 독안룡

청풍; (쯧! 도광하라는 할아버지의 분부를 또 어겼다.) 혀를 차며 갈라진 자기 가슴 섶을 만지고.

정씨쌍걸; [이해가 안되지?] [무공에 입문한지 불과 일 년 만에 금급인 지부장님과 호각이라니...] 경악. 혀를 차고. 그때

독안룡; [이청풍!] 노려보고

청풍; [하명하시지요.] 칼을 든 채 포권하고

독안룡; [이번에도 진짜 실력을 숨긴 거냐?] 분노

청풍; [그럴 리가 있습니까?] 웃으며 포권하고

청풍; [지부장님 칼에 토막 쳐지지 않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다 짜냈습니다.]

독안룡; [...] 노려보고

정씨쌍걸; [저 놈 거짓말 하는 것 같지?] [속에 얼마나 많은 능구렁이를 숨기고 있는지 누가 알겠나?] 고개 절레

서로를 보는 청풍과 독안룡. 웃는 청풍. 살벌하게 노려보는 독안룡.

무사들 조마조마해서 보고

독안룡; [흥!] 휙! 칼을 옆으로 던지는 독안룡

퍽! 바닥에 박히는 칼

독안룡; [오늘의 승급시험은 통과다.] [지금 이 순간부터 네놈은 동급이다.] 홱! 돌아서고

청풍; [그냥 철급으로 남아있으면 안되겠습니까? 지부장님께 이긴 것도 아니고...] 난감한 표정으로

홱! 돌아보는 독안룡. 표정이 살벌하고

청풍; (이크...) 움찔하며 시선 피하고

정씨쌍걸; (하여간 준 거 없이 얄미운 놈이야!) (지부장님과 무승부였으니 우리와 같은 은급이 되어도 시원찮은데...)

청풍; [그러니까... 전 딱히 승급에는 관심이...] 눈치 보며 말하는데 + 독안룡; [헛소리 말고...] 말 끊고

청풍; [예...] 입 다물고

독안룡; [일 년 전 무림맹에 가입했을 때 했던 말 잊지 마라.] [무림맹의 대의를 위해서도 진력하겠다고 했던...]

청풍; [명심하겠습니다.] + (제대로 된 무공을 배워볼 욕심에 했던 맹세가 족쇄가 되는군.) 쓴웃음

독안룡; [오늘의 승급시험은 이것으로 파한다. 해산하라.] 단상 쪽으로 걸어가며 외치고

[존명!] [수고하셨습니다 지부장님!] 일제히 포권하며 외치는 무사들.

[축하한다 이청풍!] [이 음흉한 놈! 진짜 실력을 숨겨온 거냐?] [어떻게 하면 너처럼 단 시일 내에 강해질 수 있는 거냐?] 청풍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무림맹 무사들. 멋쩍어하는 청풍.

독안룡; (저 놈...) 단상쪽으로 가며 청풍을 곁눈질. 단상에서는 정씨쌍걸이 내려와 독안룡을 수행할 준비를 하고

<말 그대로 낭중지추! 머잖아 맹주님의 귀에도 이름이 들어갈 것이다. 그게 복일지 화일지는 모르겠지만...> 무림맹 무사들에 둘러싸여 어색하게 웃는 청풍의 모습을 배경으로 독안룡의 생각 나레이션

[...] 동료들 틈에 끼어 청풍을 보는 진패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고

 

#33>

<-무림맹> 역시 낮.

무림맹 중앙의 넓은 연무장. 금릉지부 연무장보다 몇 배 넓은 연무장에서 비무대회가 벌어지고 있다. 입구 정면에 높은 단상이 있고. 연무장 주변에는 좌우에 두 개씩 커다란 천막이 쳐져 있다. 천막 주변에는 무사들이 도열해있다. 연무장 중앙에서는 두 명의 무사가 날고 뛰며 싸우는 중이다.

입구 정면에 자리한 단상 위에는 20여명의 노인들이 2열로 앉아있다. 무림맹의 장로들이다. 승, 도, 속, 거지등, 노파도 세명 있다. <아랑힐월>에 나온 제왕성 십대장로들 중 노파들이다. 쌀쌀한 분위기의 비구니, 칼을 찬 뚱뚱한 노파, 화려한 옷을 걸친 부잣집 노마님같은 노파. 별호는 냉면사태, 신도대낭, 매화모모.

이십여 명의 노인들 앞쪽에 따로 놓인 화려한 의자에 앉아있는 노인. 무림맹 맹주인 삼비검조 진무륜. 진무륜 옆 조금 뒤에는 살집이 좋고 웃는 얼굴인 중년의 서생이 두손을 앞으로 모은 채 서있다. 무림맹 총관인 장세명. 장세명 캐릭터는 <신병전설> <아랑힐월> 등에 나왔음.

연무장에서 벌어지는 대결. 캉! 캉! 건장한 체격의 도객과 날렵한 체격의 검객이 날고 뛰며 싸운다. 백중지세. 거구의 늙은 중이 날카로운 눈으로 심판을 보고 있다. <아랑힐월>에 나온 제왕성 부성주 혈가람 캐릭터. 이 작품에서도 혈가람. 무림맹 부맹주들 중 한명이다. 소림사 출신이다.

연무장 좌우에 네 개의 커다란 천막이 쳐져 있다. 두 개씩의 천막이 마주 보는 위치에 세워져 있다. 각각의 천막 주변에는 무림맹 무사들이 도열해있다. 대부분 남자지만 좌측 첫 번째 천막 주변에는 여자무사들만 있다. 각각의 천막 안에는 진무륜의 제자들이 한명씩 앉아있다. 참모진들이 주변에 서있고. 진무륜의 제자들인 석헌중, 합요나, 벽세황, 위진천이다. 다른 작품에 나온 캐릭터들을 사용.

우측 첫 번째 천막에는 석헌중이 앉아있다. 그 옆의 천막에는 위진천이 앉아있다.

석헌중 천막 건너편에 합요나 천막, 위진천 천막 맞은편에는 벽세황의 천막

진무륜의 제자들인 무맹사신재를 차례로 보여주고. 모두 심각하다. 위진천만 싱글벙글하고 있고

캉! 캉! 점점 격렬해지는 대결. 도객과 검객의 무기에서 무지개같은 섬광이 내뻗혀 서로를 베어가고

서걱! 쩍! 칼과 검에서 내뻗힌 섬광에 서로의 옷이 베어진다.

[!] 혈가람의 눈 번쩍

캉! 캉! 칼과 검이 다시 부딪히고

혈가람; [그쳐!] 손을 들며 외치고

팟! 팟! 즉시 반대 방향으로 물러나 거리를 벌리는 도객과 검객

슥! 휘익! 멈춰서며 혈가람을 보는 검객과 도객

혈가람; [판정을 내린다.] 준엄한 표정으로 말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림맹 부맹주 혈가람(血伽藍)>

모든 사람들 혈가람을 주목

혈가람; [상토!] [이번 승부는 무승부다!] 손으로 두 사람 사이를 가르는 시늉하고.

두 사람의 옷에 난 갈라진 흔적들

그걸 발견하고 끄덕이는 장로들.

무기를 쥔 채 혈가람에게 포권하며 고개 숙이는 검객과 도객. 이어

단상을 향해 함께 돌아서는 두 사람

역시 포권하며 고개 숙이는 도객과 검객

짝짝! 박수치는 장로들.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림맹 장로들>

삼비검조는 표정이 없고. 그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림맹 맹주 삼비검조(三臂劍祖) 진무륜(陳無倫)>

석헌중의 천막으로 가는 도객

위진천의 천막으로 오는 검객

위진천; [아깝게 되었습니다 대사형! 초반에는 대사형 측이 우세했는데...] 고개 옆으로 돌려 옆의 천막의 석헌중에게 웃으며 말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맹사신재 넷째 운중룡(雲中龍) 위진천(威振天)>

석헌중; [백중지세였다. 무승부는 합당한 결과겠지.] 끄덕이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맹사신재 첫째 군자검(君子劍) 석헌중(石憲中)>

벽세황; (마음에도 없는 소리들을 잘도 하는군.) 석헌중과 위진천이 서로를 보며 말하는 것 건너다보며 냉소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맹사신재 셋째 옥기린(玉麒麟) 벽세황(碧世皇)>

벽세항; (어떻게든 이기려 애쓰면서...) 코웃음

합요나; [이번엔 우리 차례네.] 그런 벽세황을 돌아보며 요염하게 웃고. <아랑힐월>에 나온 색목관음 합요나 캐릭터. 금발에 벽안.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맹사신재 둘째 만화정(萬花精) 합요나(盒曜娜)> 합요나 주변 여자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없다. 그래서 별호들이 무정화들이다.

합요나; [이번 달 우리 화정단(花精團)은 성적이 저조해. 좀 살살해줘.] 벽세황에게 추파를 보내고

벽세황; [소제야말로 사저에게 부탁을 드려야하는 처지입니다.] [지난달에는 제법 성적이 좋았지만 이번 달에는 삼할 승률도 못 내고 있으니...] 돌아보며 웃고

합요나; [삼할이 어디야?] [넷이 경쟁하는 판이니 이할오푼이 평균인데...] 눈을 흘기고

벽세황; [소제의 수하들도 지난 한 달간 각고의 수련을 해왔습니다.] 자기 뒤에 도열한 검객들을 돌아보고. 모두 긴장한 표정들

벽세황; [적절한 성과가 있어야 힘내서 노력을 이어가지 않겠습니까?]

합요나; [양보 못한다는 말을 참 길게도 한다.] 샐쭉

벽세황; [죄송합니다.] 웃고

합요나; [하여간 결과는 두고 봐야겠네.] 샐쭉. 그때

혈가람; [화정단! 기린단(麒麟團)!] [준비되었으면 대표를 출전시켜라!] 혈가람이 합요나와 벽세황에게 말하고

벽세황; [적청(狄靑)! 실력 발휘하고 와라!] 뒤에 서있던 무사들 중 한명을 돌아보며

적청; [존명!] 포권하는 놈. <아랑힐월>에 나온 백마병 적청 캐릭터. 이 작품에서도 이름은 적청. 무기는 검이다.

연무장으로 나가는 적청.

합요나; [이번에는 삼호(三號)가 나가.] 뒤쪽의 무정화들에게 말하고

삼호; [예 단주님!] 고개 숙이며 대답하는 키가 큰 여자. 얼굴은 싸늘. 늘씬한 키에 휘어진 칼 두 자루를 양쪽 허리에 차고 있다. 무정화들 중 서열삼위. 이하 삼호로 표기. <신병전설>에 나온 복수회 혈루화 분위기

연무장 중앙으로 나가는 적청과 삼호

먼저 단상을 향해 포권하며 인사하는 삼호와 적청.

고개 끄덕이는 삼비검조 진무륜.

마주 서는 삼호와 적청

혈가람; [준비되었느냐?]

적청; [예 부맹주님!]

삼호; [준비되었사옵니다.]

혈가람; [그럼 시작하라.] 끄덕

창! 검을 뽑는 적청

스릉! 반대쪽 허리의 휘어진 칼들을 함께 뽑는 삼호

무기로 서로를 겨누고

노려보고

슈학! 쩍! 그러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쇄도해서 공격하는 적청과 삼호.

캉! 카캉! 현란하고 강렬한 대결.

손에 땀을 쥐며 보는 천막의 무사들

단상 위에서 보는 삼비검조 진무륜. 뭔가 생각하고.

장세명; (맹주님의 심기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다.) 곁눈질로 삼비검조를 보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림맹 총관 소면신산(笑面神算) 장세명(張世明)>

장세명; (제자들이 기른 자들의 실력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는 건데...) 연무장에서 벌어지는 대결을 보고.

이하 나레이션

 

<-무투연(武鬪宴)! 무림맹에서 매달 한 번씩 열리는 비무대회다.> 적청과 삼호의 치열한 대결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투회는 삼비검조의 제자들인 무맹사신재의 주재로 진행된다. 무맹사신재는 인재를 모아 훈련을 시켜서 다른 동문이 기른 자들과 겨루게 한다.> 무맹사신재들의 모습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규칙은 단순하다. 상대방의 몸이나 의복에 먼저 흔적을 남기는 자가 승리한다. 동시에 흔적을 남기면 경중을 따지지 않고 무승부가 된다.> 앞서 싸운 도객과 검객의 옷이 베어진 것을 배경으로

 

장세명; (무투연이 시작된 것은 삼년 전이다.)

장세명; (맹주님이 제자들로 하여금 무투연을 주재하게 하신 이유는 명확하다.)

<인재를 모으고 키우는 지도력을 보시기 위해서다. 장차 누가 무림맹 맹주에 어울리는지 판별하실 목적으로...> 심각한 표정으로 수하들의 대결을 보는 벽세황과 합요나의 모습 배경으로

<무맹사신재도 그걸 알고 있기에 필사적으로 수하들을 고수로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석헌중과 위진천의 모습. 석헌중은 표정이 없고 위진천은 실실 웃으며 느긋하게 비무를 보고 있다.

장세명; (문제는 무맹사신재 중 누구도 다른 동문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숨

장세명; (삼년이 지난 지금까지 무맹사신재 간의 전적은 비등하다.)

장세명; (맹주님으로서는 누구를 후계자로 세워야할지 결정을 내리기 곤란하실 것이다.) 생각할 때

진무륜; [상파 소식은 왔느냐?] 연무장을 보며 말하고

장세명; (무투연에는 흥미를 잃으셨군.) + [도착한 전서구의 보고에 의하면 소맹주께서는 오늘 양주(楊州)에 입성하신다고 합니다.]

장세명; [양주에서 하루 쉬며 여독을 푸신 후 장강(長江)을 건너실 것 같습니다.]

진무륜; [어려서 여윈 제 어미를 그리워하는 심정이야 이해한다만...] 한숨

진무륜; [건강도 썩 좋지 않은 녀석이 이천리가 넘는 여정을 굳이 고집했구먼.]

장세명; [소맹주님을 수행한 철관음에게 특별히 주의를 주었습니다.] [소맹주님의 몸 상태를 봐가며 일정을 조정하라고...]

진무륜; [패소정이 알아서 잘 하겠지만...]

진무륜; [금릉까지 가고 오는 여정의 경호에 만전을 기하게 해라.]

장세명; [명심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단상을 힐끔 보는 위진천.

단상에서는 장세명이 허리 숙인 채 진무륜의 말을 듣고 있다.

위진천; (사부님의 늙은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시군.) 히죽 웃고

위진천; (머잖아 모든 근심이 사라지게 해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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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황금전장의 어느 마당. 사방이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있어서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일종의 연무장. 각가지 병장기가 구비된 시렁이 있고. 무공 수련을 위한 시설들도 준비되어 있다. 사람 모양의 타격 연습용 인형, 쇠기둥, 바위덩이등이 있다. 그곳에서 태극권같은 무공을 수련하는 소년이 있다. 벽세천이다. 귀견수가 수련을 봐주고 있다. 몇 명의 황금수라들이 긴 쇠몽둥이들 들고 있고.

천천히 태극권을 펼치는 벽세천. 신중하게 움직이고.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3층 건물. 3층 창가에 마주 보고 앉아서 연무장을 내려다보는 두 사람. 청풍과 벽세경

청풍과 벽세경 사이에는 진수성찬이 차려진 상이 있다. 청풍은 헐렁하고 화려한 옷을 걸쳤다.

음식을 먹으며 연무장을 내려다보는 청풍. 벽세경은 술을 마시고 있다.

땀을 흘리며 태극권을 수련하는 벽세천

청풍; [영제는 무공 수련에도 진심인 것 같습니다.] 건성으로 젓가락질하며 벽세천을 내려다보고

벽세경; [그렇긴 한데... 보다시피 무공 방면의 자질은 평범한 수준이다.] [머리는 제법 잘 돌아가지만...] 한숨

청풍; [황금전장의 차남 정도면 직접 무공을 익힐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늘 경호무사들이 지근거리에 있을 테니...]

벽세경;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다.] [정말 위급한 순간에는 스스로 몸을 지켜야하고...] 심각하고

벽세경; [그래서 세천이는 주로 호신무공을 수련하고 있다.] 벽세천을 향해 고개짓을 하며 말하고

태권도의 굴신 자세로 멈추는 벽세천

귀견수가 황금수라들에게 고개짓하고

쇠몽둥이를 들고 벽세천에게 다가가는 황금수라들

심호흡하는 벽세천

쩡! 쩡! 벽세천의 몸이 강철처럼 변하고

쇠몽둥이를 휘두르는 황금수라들

꽝! 꽝! 쇠몽둥이에 맞은 벽세천의 몸에서 금속성이 터지고

튕겨지는 쇠몽둥이들

청풍; [영제의 몸이 쇳덩이처럼 단단해졌군요.] 놀라고

벽세경; [철신금강(鐵身金剛)이란 외공을 수련하고 있다.] 끄덕

벽세경; [각가지 영약을 꾸준히 복용한 덕분에 철신금강이 제법 경지에 이르렀지.] [이제는 어지간한 도검에는 상처를 입지 않을 것이다.]

청풍; [저와 동갑으로 알고 있는데 대단합니다.]

벽세경; [대단할 것도 없다.] [외공은 제법 성취가 있지만 내공은 일갑자 전후에서 정체되어 늘지 않고 있으니...] 한숨

청풍; [영약을 꾸준히 복용해도 내공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듯 합니다.]

벽세경; [배고플 때 먹는 밥은 꿀맛이지만 배가 부른 후에는 어떤 진수성찬도 맛을 못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다.]

벽세경; [영약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일정량 이상은 몸이 흡수하지 못한다.]

청풍; [영약의 문제가 아니라 흡수율의 문제로군요.]

벽세경; [어떤 인간의 체질은 거의 무한대로 영약의 기운을 흡수하기도 한다.]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청풍; (날 지칭하는 건가?)

벽세경; [흡수율이 좋은 체질은 영약을 먹는 대로 소화해서 막강한 내공을 지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청풍; [소저의 흡수율도 평범하진 않겠습니다.]

벽세경; [내 체질은 세천이 보다 세 배쯤 효율이 좋을 것이다.]

청풍; [대단하군요.] + (여자면서도 내공이 막강했던 이유가 있었군.)

벽세경; [나보다도 더 흡수율이 좋은 게 세황이다. 나보다 두 배 가까이 좋겠지.] 복잡한 표정으로

청풍; [세황이라면...]

벽세경; [우리 삼남매의 둘째다. 세천이보다 세 살 많지.] 표정이 좀 어두워지고

청풍; (표정이 어두워진다.)

벽세경; [기왕에 집안 사정을 거론했으니 자세히 알려주마.]

청풍; (사양하기도 그렇군.) + [세이경청하겠습니다.]

벽세경; [우리 벽씨일족은 몇 대에 걸쳐 돈놀이를 해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원한과 미움도 많이 사게 되었다.]

청풍; (황금전장이 빚쟁이들을 다루는 수단이 가혹한 건 소문이 자자하긴 하지.)

벽세경; [저주를 많이 받은 탓인지 우리 일족은 자손이 귀하다.]

벽세경; [대대로 독자(獨子)였던 경우가 많았다.] [아버지도 예외가 아니었고...] 우울

 

<냉혈전호 벽초천은 아직 어린 나이에 조혜연(趙惠姸)이란 이름의 아내를 얻었다. 후손을 보기 위해 조혼(早婚)을 한 것이다.> 15살 쯤 된 벽초천이 같은 나이 또래의 소녀와 신방을 차린 모습. 조혜연은 절세미녀. 벽세경 어린 시절로 묘사해도 되고. 신방에서 벽초천에게 손을 잡힌 채 수줍어하는 조혜연

<하지만 집안의 기대와 달리 조혜연은 딸 하나만 낳고 더 이상 자식을 낳지 못했다.> 여고생 정도 나이인 조혜연이 강보에 싸인 아기를 안고 달래는 모습. 옆에서 좀 실망스런 표정의 같은 나이 또래 벽초천이 보고 있다.

<대를 이을 아들이 필요했던 벽초천은 냉하상이란 여인을 첩으로 들였고 냉하상은 아들을 낳아주었다. 벽초천의 장남인 벽세황(碧世皇)이 태어난 것이다.> 젊은 시절의 냉하상이 아기를 안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 벽초천도 좋아하고. 문 밖에서 그걸 보며 상심하는 조혜연 모녀. 당시 벽세경은 7살 정도의 소녀였다. 엄마의 손을 잡고 있다.

<벽초천은 당연히 냉하상을 편애했고 황금전장은 그녀 소생인 벽세황이 이을 것만 같았다.> 걸음마하는 사내 아이를 함께 앉아 보며 좋아하는 벽초천과 냉하상

<한데 삼년 후, 본처인 조혜연도 아들을 낳으면서 황금전장의 후계구도는 복잡해졌다.> 임산부 복장인 조혜연이 아기에게 젖을 물리며 행복해하고. 침대 아래에서는 열 살쯤 된 벽세경이 턱을 괴고 앉아 보며 좋아한다. 그걸 문 밖에서 보며 이를 가는 냉하상. 냉하상 뒤에는 유모가 세 살쯤 된 사내 아이를 품에 안고 있고

<조혜연은 유력한 명문가 출신이다. 반면 냉하상의 출신은 한미했다. 자연스럽게 황금전장은 조혜연이 낳은 아들 벽세천이 잇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강보에 싸인 아기를 안고 도도하게 걸어오는 조혜연. 그 앞에서 굴욕적으로 고개 숙이며 물러서는 냉하상

 

벽세경; [어머니는 십년 전쯤에 돌림병으로 돌아가셨다.] [그후 세천이는 내가 키우다시피 했다.] 술을 마시며 우울하게

청풍; [여러모로 마음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벽세경; [아무래도 의모와의 사이에서 생겨나는 갈등과 긴장은 피하기 어려웠다.] 쓴웃음 짓고

청풍; (전처소생과 의붓어머니 사이가 좋은 사례는 전무하다고 봐야겠지.)

벽세경; [집안의 갈등을 완화할 목적으로 아버지는 세황이를 무림맹으로 들여보냈다.] 다시 술을 마시고

청풍; [영제가 무림맹에 속해있군요.]

벽세경; [무림맹 맹주 삼비검조에게는 네 명의 제자가 있다.] [이름하여 무맹사신재(武盟四神才)인데 세황이는 그 중 셋째다.]

청풍; [무림맹주의 제자...] [장차 영제가 무림맹 맹주가 될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벽세경; [아버지는 그걸 바라고 세황이를 삼비검조의 제자로 들여보낸 것이다.] [무림맹 맹주가 되면 굳이 황금전장 장주 자리를 노리진 않을 테니...]

청풍;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은 소원이로군.)

벽세경; [무공을 익힐 생각은 없느냐?]

청풍; (훅 치고 들어오는군.) +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입문해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벽세경; [네가 장경각에서 읽은 무공 관련 책들 중에는 그리 대단한 게 없다.]

벽세경; [무엇보다도 무공은 책으로만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다.]

벽세경; [제대로 된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야 시행착오와 주화입마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청풍; [소저께서 직접 가르쳐주실 수는 없겠지요? 워낙 바쁘신 분이라...] 웃고

벽세경; [바쁘기도 하지만 난 누굴 가르칠만한 재주는 없다.] [성에 차지 않으면 화부터 내고 보는 성격인지라...] 웃고

청풍; [그러실 것 같았습니다.]

벽세경; [무공에 입문하고 싶다면 말만해라.] [상당히 괜잖은 스승을 소개시켜줄 테니...] 의미심장하게

[!] 찡그리는 청풍.

 

#25>

<-서림당> 오후.

통! 통! 서림당 안쪽에서 들리는 칼질 소리

부엌에서 요리하는 손이낭. 표정이 심란하다.

손이낭; (불과 사흘...) 심란한 표정으로 한숨

손이낭; (사흘 만에 돌아온 도련님이 어쩐지 낯설게 느껴진다.)

손이낭; (갑자기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고...)

손이낭; (대체 황금전장에서 무슨 일을 겪으신 걸까?) 서점쪽을 보고

 

서점 내의 거실. 청풍과 살인객주가 택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있다. 청풍 앞에는 봉투가 하나 놓여있다.

살인객주; [무공입문이라...] 심란한 표정

청풍; [교만한 생각이라 책하시겠지만...] [소손은 더 이상 학문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살인객주의 눈치를 살피며

청풍; [그러던 중에 무공을 접하니 새로운 지경을 본 기분입니다.]

말없이 듣는 살인객주

청풍; [황금전장의 벽소저가 소개장을 써주었습니다.] 슥! 자기 앞에 놓여있는 봉투를 살인객주에게 밀어주고

살인객주는 봉투를 보기만 하고 집어 들지는 않는다.

청풍; [할아버지가 허락하시면 내일 소개받은 곳을 찾아가볼 생각입니다.] 눈치 보며 말하고. 그러자

살인객주; [필연인 것 같구나.] 탄식

청풍; [..!] 의아해하면서도 묻지는 않는 청풍

살인객주; [네가 평범하고 무난한 삶을 살게 해달라는 것이 네 어미의 유언이었다만...] 노경주를 떠올리고

살인객주; [아무래도 할애비는 네 어미의 유언을 들어주지 못할 것 같구나.] 탄식하고

청풍; [죄송합니다.] 고개 숙이고

살인객주; [네 마음은 이미 무공의 길로 들어섰다.] [할애비가 무어라 한 들 돌아 나오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청풍; [...] 죄송한 표정

살인객주; [기왕 이리 되었으니 두 가지만 명심해라.]

청풍; [세이경청하겠습니다.]

살인객주; [첫째! 어떤 경우든, 상대가 누구든 네 능력의 전부를 드러내지 마라.]

청풍; [그리 하겠습니다.]

살인객주; [둘째! 인간을 이해하려 하지 마라! 설령 그 대상이 할애비라도...]

청풍; (의미심장한 말씀을...)

살인객주; [인간의 마음은 심해보다 몇 배, 아니 몇천 배 더 깊고 복잡하다.]

살인객주; [그럴진대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저 이해했다고 착각할 뿐이지.] 엄숙

묵묵히 듣는 청풍

살인객주; [믿지 않으면 실망도 하지 않는 법이다.] [인간들에게 애정을 품되 신뢰하지는 마라.]

살인객주; [그것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방책임을 잊지 마라.]

청풍; [가슴에 깊이 새겨두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살인객주; [벽세경에게 소개받은 곳은 내일 방문할 생각이냐?] 봉투를 보며

청풍; [금릉 내에 있어서 언제라도 방문할 수 있습니다.]

살인객주; [그럼 방문하기 전에 할애비로부터 한 가지 비결을 배워라.]

청풍; (할아버지도 무림인이시겠구나.)

살인객주; [동심인혼결(同心引魂訣)이라는 할애비의 독문심법이다.]

청풍; (마음을 함께 하여 혼을 끌어들인다?) (아니, 심장의 박동에 동조하여 혼을 잡아끈다고 해석해야하나?)

살인객주; [이 비결을 깨우치면 상대의 심장박동, 진기의 흐름을 마치 나 자신의 것인 듯 느낄 수 있다.]

청풍; [놀랍군요.] 정말 놀라고

살인객주; [동심인혼결의 무서움을 알아차린 것 같구나.] 웃고

청풍; [상대의 몸 상태를 정확히 알면 강점과 약점도 간파할 수 있지 않을 런지요?]

청풍; [상대의 강점은 피하고 약한 부분을 공격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을 테고...]

살인객주; [허허허! 누가 이씨 집안 핏줄 아니랄까봐!] 철썩! 자기의 무릎을 치며 크게 웃는다.

 

[!] 부엌에서 요리하다가 놀라 흠칫 돌아보는 손이안. [허허허!] 서점 쪽에서 살인객주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손이낭; (단주님께서 저리 유쾌해하시는 것도 오랜만이네.)

 

살인객주; [요체(要諦)를 깨우쳤으니 수련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살인객주; [동심인혼결을 구사하면 가깝게는 한 뼘, 멀게는 수십 장 밖 상대의 몸 상태도 파악할 수 있다.]

청풍; [실로 놀라운 비결입니다.]

살인객주; [할애비의 수준은 십여 장 정도다.] [하지만 너라면 동심인혼결을 몇 배 더 넓은 영역에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청풍; (십장 안쪽 상대의 몸 상태를 파악하실 수 있다니...) 놀라고

<할아버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수일 수도 있겠구나.> 뭔가 설명하는 살인객주. 경청하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26>

아침. 금릉

<-무림맹(武林盟) 금릉지부(金陵支部)> 어느 웅장한 장원. 정문을 군복처럼 통일된 복장을 걸친 무사들이 지키고 있다. 소매에 띠가 한 줄씩 붙어있다. 디가 많을수록 게급이 높다. 정문 처마에는 <武林盟 金陵支部>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정문 안쪽은 넓은 연무장. 같은 복장을 걸친 청년들이 목검이나 목도를 써서 대련을 하고 있다. 대개는 소매에 띠가 한 줄이거나 없거나. 띠로 무림맹 내에서의 등급이 구별된다. 금, 은, 동, 철, 목등 다섯 등급이다. 띠 하나짜리가 철등급이다. 목등급은 띠가 없다. 청년들의 대련을 지도하는 인물들은 소매에 띠가 두개

 

#27>

대청 건물. 소매에 띠가 한 줄인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고

독안룡; [...] 의자에 앉아서 편지를 읽고 있는 외눈박이 장한. 건장하고 호탕한 인상이다. 무림맹 금릉지부장으로 별호는 독안룡. 소매에는 네 개의 띠가 새겨져 있다. 독안룡 뒤에 두 명의 중년인이 손을 앞으로 모으고 서있다. 얼굴이 똑같이 생긴 쌍둥이인데 그들의 소매에는 띠가 세 개씩 있다. 이름은 정씨쌍걸. 전작인 <신병전설>에 나온 정씨쌍걸 캐릭터. 이름은 정호, 정표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독안룡과 마주 앉아서 독안룡이 편지를 읽기를 기다리는 청풍.

청풍; (동심인혼결...) 눈이 조금 가늘어지고

<아직 어설프긴 해도 동심인혼결을 구사하니 다른 사람의 몸에 흐르는 기운들이 감지된다.> 슈우! 편지를 읽는 독안룡의 몸에 투명한 선이 수없이 떠오른다. 그 띠들은 모두 심장으로 연결되어 있고

<각자가 지닌 내공의 강도와 속도는 제각각이다.> 독안룡 뒤에 서있는 정씨쌍걸의 몸에도 투명한 선들이 수없이 연결되어 있다.

청풍; (이 인물은 무림맹 금릉지부장인 독안룡(獨眼龍) 서문탁(西門卓)이다.) 앞에 앉은 독안룡을 보며 생각하고.

<세 사람 중 압도적으로 강한 내공이 느껴진다. 아마 황금전장 황금수라대의 부영반인 귀견수와 비슷한 수준의 고수일 것이다.> 편지를 읽는 독안룡의 모습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청풍; (독안룡의 무공은 제법 이름난 문파의 장문인들에 필적할 것이다.)

<저들의 무공은 황금수라들과 비등한 정도일 테고...> 독안룡 뒤에 서있는 정씨쌍걸들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그때

독안룡; [황금전장의 벽소저는 자네를 높이 평가하는군.] 편지에서 눈을 떼고

독안룡; [잘 기르면 몇 년 내에 금급(金級)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어.] 편지를 흔들어 보이며 웃고

피식 웃는 독안룡 뒤쪽의 정씨쌍걸

청풍; [확실히 벽소저께서는 소생을 고평가하셨습니다.] 고개 조금 숙이며 웃고

독안룡; [그렇게 믿고 싶지만...] 편지를 내려놓고

독안룡; [황금전장의 암호랑이가 빈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야.] 난감한 표정

청풍; (벽소저가 황금전장의 암호랑이라고도 불리는군.)

독안룡; [원래 이런 류의 청탁은 거절해야만 한다.] 편지를 턱으로 가리키고

독안룡; [무림맹의 특성상 무림맹에 가입했거나 협력하는 문파의 제자들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하고

청풍;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독안룡; [소속된 문파도 없고... 무공을 정식으로 익히지도 않은 놈을 무림맹에 들여야 하나?] 머리 긁적

정씨상걸도 독안룡의 눈치를 보고

청풍; (무림맹은 그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적도 많다.)

청풍; (보안을 위해서라도 아무나 가입시켜줄 수는 없겠지.)

독안룡; [문제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황금전장의 벽소저가 소개한 놈이라는 건데...] 천장을 보고

정씨쌍걸; (벽세경 소저는 맹주님의 제자인 벽세황공자의 누이이기도 하다.) (지부장님으로서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지.)

청풍; [심기를 어지럽혀드려 송구합니다.]

독안룡; [됐고...] 손 젓고

독안룡; [네가 어렸을 때부터 신동으로 이름 난 수재라는 건 알고 있다.] [최근에 치러진 향시에서도 장원급제했었다는 것도...]

청풍; [한바탕 소동이 있어서 장원급제는 없던 일로 되었지요.] 웃고

독안룡; [며칠 전까지만 해도 과거준비를 했던 놈이 느닷없이 무림맹에 가입하려는 목적이 뭐냐?] 노려보고

청풍; [무공을 제대로 배워볼까 해서입니다.] 웃고

독안룡; [뭐?] 어이없고

정씨쌍걸도 피식

청풍; [글 읽는 게 슬슬 지겨워져서 무공을 배워볼 생각이 들었는데...] [친분이 있던 황금전장의 벽소저께서 무림맹을 추천하셨습니다.]

청풍; [무림맹 만큼 방대한 무공을 보유한 곳도 없다면서...]

독안룡; [입신양명이나 협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무공을 배울 목적으로 무림맹에 가입하겠다?] 머리 긁적이며 어이없고

정씨쌍걸도 서로를 보며 어깨 으쓱. 입술 삐죽

청풍; [가입을 허락해주신다면 무림맹의 대의를 위해서도 진력(盡力)하겠습니다.]

독안룡; [누가 장원급제한 놈 아니랄까봐 말은 참 잘해요.] 피식

청풍; (기분이 풀렸군.) + [말과 글로 먹고 사는 게 책상물림들이지요.] 웃고

독안룡; [총단에 품의(稟議)를 올려 허락받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일단 가입을 허락하마.]

청풍; [감사합니다.] 고개 숙이고

독안룡; [정표(鄭彪), 저 놈에게 지부를 안내해줘라.] [무고(武庫)도 보여주고...] 뒤에 있던 정씨쌍걸 중 한명을 돌아보며

정표; {예 지부장님!} 고개 숙이는 한 놈. 똑같이 생겨서 구분이 안 간다.

정표; [따라와라.] 입구로 가고

청풍; [신세를 지겠습니다.] 일어나고

나가는 정표와 청풍

독안룡; [정호(鄭虎), 네 감상을 말해봐라.] 정표를 따라 나가는 청풍을 보며 정씨쌍걸 중 남아있는 놈에게

정호; [다른 건 모르겠고... 무공을 익힌 적 없다고 한 건 거짓말 같습니다.] 눈 번뜩이며 청풍을 보고

<지닌 바 내공이 저희 정씨쌍걸(鄭氏雙傑) 수준으로 느껴졌습니다.> 정표를 따라 대청에서 나오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대청을 지키던 띠 하나짜리 무사들이 인사를 하고

독안룡; [겨우 열여섯 살 먹은 놈의 내공이 일갑자 수준이라...]

독안룡; [신원이 확실하긴 하지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놈이야.]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도록 해.]

정호; [존명!] 고개 숙인다.

이어 나가는 정호

독안룡; [맹주님 후계자 문제로 어수선하던 참인데 이상한 놈이 가입했다.]

독안룡; [어쩐지 저 놈으로 인해 한바탕 파란이 일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구나.] 오만상을 쓰고

 

#28>

연무장 근처를 지나는 정표와 청풍.

오가던 무사들이 인사한다. 소매에 띠 세 개인 사람은 정씨쌍걸뿐이다. 두 개나 한 개, 띠가 아예 없는 자들도 많다.

청풍; (무림맹은 소매에 둘러진 띠로 등급을 구분하는 것 같다.) 연무장에서 수련하는 청년들 보며 생각하고

청풍; (지부장인 독안룡의 띠는 네 개, 날 안내하는 정표라는 인물은 띠가 세 개...)

청풍; (띠가 두 개인 사람도 종종 보이지만 대부분은 띠가 하나이거나 아예 없다.) 생각할 때

정표; [본맹 소속 무사들은 금(金) 은(銀) 동(銅) 철(鐵) 목(木)의 다섯 등급으로 나뉜다.] 앞서가며 설명하고

정표; [지부장님은 금급(金給)이다.] [무림맹을 통틀어도 금급은 백명이 채 안된다.] 독안룡을 떠올리며

청풍; (그래서 벽소저의 소개장을 읽고 어이없어했군.) 쓴웃음.

그러면서 바로 위씬의 장면 떠올린다.

 

독안룡; [황금전장의 벽소저는 자네를 높이 평가하는군.] 편지에서 눈을 떼고

독안룡; [잘 기르면 몇 년 내에 금급(金級)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어.] 편지를 흔들어 보이며 웃고

피식 웃는 독안룡 뒤쪽의 정씨쌍걸

회상 끝

 

청풍; (금급 정도면 무림맹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정표; [부(副)지부장을 맡고 있는 우리 정씨쌍걸은 은급(銀給)이다.] 자기 소매를 들어 보이고

청풍; (소매의 띠 세 개가 은급이로군.) 정표의 소매를 보고

정표; [동급(銅級)은 띠가 둘, 철급(鐵給)은 하나, 그리고 너처럼 갓 가입했거나 능력이 미달인 자는 목급(木給)으로 분류된다.]

청풍; [목급은 아예 띠가 부여되지 않는군요.]

정표; [지급되는 무기도 목검이나 목도뿐이다.] 목도와 목검으로 대련하는 띠가 없는 무사들을 보며

<어설프게 날붙이를 지급하면 사고만 나기 때문이다.> 상대방 목검에 맞고 비명 지르는 수련생 한명을 보여주고

청풍; [그렇겠습니다.] 웃으며 보고

정표; [다섯 등급 외에 특급(特級)도 존재한다.]

정표; [맹주님의 제자들인 무맹사신재(武盟四神才), 맹주님의 초빙을 받은 원로들, 그리고 무림맹 소속 문파들의 장문인들이 특급 대우를 받는다.] 엄숙한 표정

청풍; (유구한 역사를 지닌 세력답게 조직이 잘 갖춰져 있구나.) 생각할 때

정표; [다 왔다.] 앞을 보고. 청풍도 앞을 보고

상당히 크고 높은 단층 건물. 전체가 돌과 강철로 지어져 견고하게 보인다. 입구는 육중한 철문이고 창문은 아래 외로 가늘고 좁다. 건물 입구를 띠 두 개의 무사 두 명이 지키고 있다. 건물 처마에는 <武庫>라는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있다.

정표; [금릉지부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 무고(武庫)다.] 다가가고

인사하는 띠 두 개 무사들

정표; [지부장님의 허락이 내렸다. 오늘부터 이놈을 무고에 출입시켜도 된다.] 청풍을 가리키고

[예!] 대답하며 허리에 찬 열쇠 뭉치를 끌어내는 은급

철컹! 이어 열쇠 중 하나로 철문을 열고

그긍! 철문을 열어주는 은급들

안으로 들어가는 정표. 정표를 따라 들어가며 은급들에게 인사하는 청풍.

[!] 안으로 들어서며 눈 번뜩이는 청풍.

천장이 상당히 높은 무고 안은 원룸처럼 한 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장까지 닿은 책꽂이들 수십 개가 죽 늘어서 있고, 책꽂이마다 책들이 가득. 중앙에는 긴 탁자가 놓여있다. 탁자에는 십여 개의 의자가 놓여있고.

정표; [본맹에 가입하는 문파나 가문은 최소한 열권 이상의 비급을 제공해야만 한다.] 탁자로 가며

정표; [그리고 구대문파를 비롯해서 본맹에 가입한 문파나 가문의 수는 칠백을 넘는다.] 자부심

청풍; [무림맹은 최소한 칠천 권 이상의 무공비급을 보유하고 있겠습니다.] 감탄하며 둘러보고

정표; [더 많이 제공한 문파들도 있고 해서 만권 가까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 탁자에 이르러 주변을 둘러보고

청풍; [만권의 무공비급이라니... 정말 대단합니다.] 흥분해서 둘러보고

청풍; [벽소저가 무공에 입문하려면 무림맹에 가입하는 게 최선이라고 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감탄

정표; [물론 이곳에 있는 비급들은 진본이 아니다.] [제공된 비급들은 필사해서 각 지부로 배정되었다.] 비급들을 둘러보고

청풍; [필사본이라 해도 그 가치는 따지기 힘들 정도겠습니다.]

정표; [무림맹의 맹도는 누구나 이 안의 비급들을 읽을 수 있다.] [단, 밖으로 내가거나 필사하는 건 금지되어 있다.]

정표; [비급을 읽을 수 있는 건 오직 이 안에서만이다.] 탁자를 보고. 탁자에는 아무것도 없다.

청풍; [그러고 보니 필기도구는 없군요.] 비어있는 탁자를 보며

정표; [비급을 제공한 문파나 가문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다.] [필사를 못하게 하면 절기가 유출되는 걸 그나마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

청풍; [그렇겠습니다.]

정표; [물론 통째로 외워서 빼내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의미심장하게 청풍을 보고

청풍; [이 안에서 읽은 내용은 단 한 자도 유출시키지 않겠습니다.] 웃고

정표; [혹시 비급의 내용들을 외울 생각인 거냐?] 흠칫

청풍; [글쎄 어떨지요?] 웃기만 하고

정표; [뭐 외울 수 있으면 외워봐라.] 돌아서고

정표; [지금껏 무공 비급을 열권 이상 틀리지 않고 외운 인간은 본 적이 없으니...] 입구로 가고. 철문은 열려있고

정표; [밖으로 나오고 싶으며 문을 두드려라. 밖에서 열어줄 것이다.] 나가면서 청풍을 돌아보고

청풍;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개 숙이고

손 흔들며 완전히 나가는 정표. 밖에서 철문을 닫는 띠 두 개 무사들

철컹! 철문이 닫히고

청풍; [드디어...] 흥분하며 무고 안을 둘러보고

청풍; [무공다운 무공을 접해볼 수 있게 되었구나.] 근처의 책꽂이로 가고

청풍; (이곳에 보관되어 있는 무공비급들도 대단한 수준은 아닐 것이다.) 슥! 책꽂이에서 책을 한권 뽑고

청풍; (무림맹에 가입한 문파나 가문들로서도 자신들의 비전절기는 숨기고 싶을 테고...) 책을 넘기고

청풍; (외부로 유출되어도 큰 타격이 없는 것들만 무림맹에 제공했을 것이다.)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청풍; (그렇다 해도 너무 평범하거나 쓰레기라고 할만한 걸 내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책을 책꽂이에 다시 꽂고

청풍; (문파나 가문의 체면 때문에...) 다른 책을 뽑고

청풍; (일정 수준 이상의 무공비급 만여 권...) 책을 읽으며

<무고 안의 비급을 모두 읽으면 더 이상의 무공은 필요 없을 것이다.> 서서 책장을 넘기는 청풍의 모습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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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역시 황금전장

아주 웅장한 삼층 건물. 도서관 분위기. <신선부>에 나온 황금전장의 장경각. 장경각 일대는 지키는 무사들은 없다. 오가는 하녀와 하인들

그곳으로 오는 청풍과 벽세경. 오가던 하인과 하녀들 급히 인사하고

벽세경을 따라오는 청풍의 허리춤에는 육모방망이를 닮은 치룡퇴가 끼워져 있다.

청풍; (치룡퇴...) 치룡퇴를 만지고

청풍; (신기하게도 내 몸에 닿아있을 때는 무게가 전혀 나가지 않는다.) 생각하다가

앞에 나타나는 장경각. 입구 처마에 <藏經閣>이란 현판이 걸려있다.

청풍; (저 건물이 황금전장의 서고인 장경각(藏經閣)이로군.)

장경각 입구에서 서둘러 나오는 선비들 몇 명. 장경각 담당의 사서들이다.

[아가씨!] [어서 오십시오.] [오신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벽세경의 앞에 이르러 굽신대는 사서들

청풍; (장경각을 관리하는 사서(司書)들이겠군.)

벽세경; [이청풍 공자예요. 이름은 들어봤겠지요?] 사서들에게 청풍을 소개

[물론입니다.] [서림당 노노야의 보물이지요.] [만나서 반갑네.] 청풍에게 아는 척하는 사서들

청풍; [신세를 지겠습니다.] 포권하고

벽세경; [이공자는 당분간 장경각에서 지낼 거예요. 편의를 봐주도록 하세요.]

[분부 받들겠습니다.] [언제까지라도 장경각에 머물게나.] 벽세경과 청풍에게 아부는 하는 사서들

벽세경; [그럼 사흘 후에 보자.] 손을 들어보이며 왔던 길을 가고

청풍; [신세를 졌습니다.] 굽신

벽세경; [영조부에게는 인편을 보내 사정을 보고하마. 마음 편하게 지내라.] 손 흔들며 멀어지고

[자자 들어가세!] [어려서부터 영재로 소문이 자자했던 자네를 만나게 되어 기쁘구먼.] 청풍을 글고 장경각으로 들어가는 사서들

 

그 모습을 근처 건물 모퉁이에서 노려보는 소년. 벽세천

청풍이 사서들과 함께 장경각으로 들어가는 모습

벽세천; (이청풍!) 이를 바득 갈고

벽세천; (보고를 받고 설마했거늘... 누나가 정말로 네놈을 본장으로 데려왔구나.)

벽세천; (나를 이토록 비참하게 만들고...)

<반드시 설욕해주마!> 결의를 다지는 벽세천

 

#22>

<-사흘 후> 황금전장

대청 건물. 황금수라들과 귀견수가 경비를 서고

벽세경; [장경각의 책들을 다 읽었다?] 검토하던 서류에서 고개를 든다. 넓고 화려한 택상을 앞에 두고 앉아서 일을 하던 중이다. 책상에는 서류가 가득. 주변에는 비서들 십여명이 작은 책상에서 서류 작업을 하고 있고. 전형적인 오피스 사무실 모습. 벽세경의 앞에는 장경각의 사서들 중 한명이 두 손 앞으로 모으고 서있다. 나이가 가장 많은 사서

사서; [실로 말도 안되는 속독(速讀)이었습니다.] 흥분하고

사서; [이미 읽은 책이 삼할 정도 된다고 했는데...] [나머지 칠할을 불과 사흘만에 거의 다 읽은 상태입니다.]

벽세경; [정말 말이 안되는 얘기네.] 몸을 뒤로 젖히고 손가락으로 탁자를 까닥이고

벽세경; [보통 사람보다 백배, 아니 그 이상의 속도로 책을 읽는다는 건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 걸까?]

사서; [읽는 시늉만 한 걸까 의심해서 시험을 해봤습니다.]

사서; [책을 읽어야만 대답이 가능한 질문을 했는데...]

벽세경; [정답을 얘기했겠지.] 흥분

사서; [그렇습니다. 이공자는 절대 읽는 시늉을 한 게 아닙니다.]

사서; [아마 보이는 모든 걸 한 번에 인식하고 기억하는 능력을 지닌 것 같습니다.]

벽세경; (확실히 괴물이잖아!) + [지금은 뭘 읽고 있는가요?]

사서; [무공 관련된 책들은 따로 모아두더니 그걸 읽고 있습니다.]

벽세경; [무공 관련된 책들이라...]

사서; [대략 천여 권쯤인데... 이미 절반 이상을 읽은 상태입니다.]

사서; [그나마 무공에 흥미가 생겼는지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 바람에 속도가 좀 늦어졌습니다.]

벽세경; [수고했어요. 계속 경과를 보고해주세요.]

사서; [분부 받들겠습니다.] 굽신

서둘러 입구로 가는 사서

[!] 문을 나서려다가 기겁하는 사서

한 쌍의 남녀가 들어선다. 남자가 앞서고 여자가 따라오는 모습

사서; [장...] 기겁하며 인사하려 하고

손가락을 입에 세워 말을 막는 사내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옆으로 물러서는 사서

벽세경; (이래저래 상식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괴물인데...) 천장 보며 생각하고

벽세경; (대체 부모가 누구이기에 저런 괴물이 태어난 걸까?) 찡그리고. 그때

[진귀한 일이로군.]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 깜짝 놀라는 벽세경

주변의 모든 비서들도 깜짝 놀라 일어나고

벽초천; [세경이 네가 업무를 보던 중에 딴 생각을 하다니 말이다.] 뒷짐 짚고 들어오는 벽초천. 뒷짐 진 손으로는 접은 부채를 쥐고 있다. 다른 작품의 냉혈전호 벽초천 캐릭터다. 벽초천 뒤로 후처인 냉하상이 도도한 자태로 따라온다. 냉하상 뒤로는 냉상아가 따라오고. 문간에는 사서가 겁에 질려 서있고

벽세경; [아버지!] 급히 일어나고. 비서들도 당황해서 일어나 굽신거리고

벽초천; [아비가 자릴 비운 동안 고생이 많았다.] 접은 부채를 흔들어 보인다. 나가라는 신호. 배경으로 나레이션. <-황금전장 장주 냉혈전호 벽초천>

허둥지둥 밖으로 나가는 비서들. 그 사이에 벽세경도 자리에서 일어나 옆으로 물러서고 있고

벽세경; [별 말씀을요.] 옆으로 물러서며 공손

벽세경이 앉았던 자리에 앉는 벽초천. 냉하상도 근처로 가고

냉상아가 주변에 놓여있던 의자를 재빨리 벽초천의 옆에 놓고

벽초천과 나란히 앉는 냉하상. 냉상아는 뒤로 물러서고

벽초천; [첫째 너도 앉아라.]

벽세경; [예!] 책상 앞의 의자에 앉고

벽초천; [그동안 이런 저런 일이 있었다는 보고는 받았다.]

벽초천; [다행히 뒷탈 없도록 잘 처리한 것 같구나.] [잘 했다.]

벽세경; [감사하옵니다.] 고개 숙이고

샐쭉하는 냉하상

벽세경; [북경에 가셨던 일은 잘 진행되셨는지요?] 조심스럽게

벽초천; [북경 중심가에 지점을 완성했다.] [서두른 덕분에 영락제(永樂帝)가 북경으로의 천도를 마무리 짓는 시점에 맞추어서 개점할 수 있었다.]

벽세경; [노고가 많으셨사옵니다.]

벽세경; [하온데 장차 본점을 북경으로 옮기실 예정이신지요?] 눈치 보며

벽초천; [돌아오는 내내 고심했다.] 찡그리고

벽초천; [권력 주변에 본점을 두는 건 맞다. 금릉에 본점이 있었던 이유고...] 부채로 손바닥을 톡톡 치며

벽세경; (일 년 전까지만 해도 공식적으로 명조의 수도는 금릉이었지.) 끄덕

벽초천; [하지만 강북은 재화의 풍부함에 있어서 강남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높게 쳐줘야 3할 정도인데...] 고민

벽초천; [부유한 강남을 떠나 북경으로 터전을 옮기는 게 맞는 결정인지는 아직도 판단을 못 내리고 있다.]

벽세경; [여유를 두고 심사와 숙고를 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옵니다.]

벽초천; [그렇겠지.] 끄덕

냉상아; (대화의 수준이 높아.)

냉상아; (여자의 몸으로 장주님과 저 정도 대화를 할 수 있는 건 큰 아가씨뿐일 텐데...) 감탄하고

벽세경을 흘겨보며 샐쭉거리는 냉하상

냉상아; (덕분에 큰 아가씨는 마님의 미움을 한 몸에 받고 있지.) 쓴웃음

벽초천; [세천이가 일을 저질렀다는 보고는 받았다.]

벽세경; [본장의 북경 이전설도 있고 해서 반드시 향시에서 장원급제해야한다는 압박을 받은 듯하옵니다.] 한숨

벽초천; [향시에 장원급제해서 북경의 정계로 진출할 수 있다면 본장의 사업에 큰 도움이 되었겠지.] 끄덕

벽세경; [제 딴에는 만전을 기한답시고 주문충을 매수해서 일을 벌였는데...]

벽세경; [노회한 시험관들 눈에는 아이들 장난질처럼 보였을 것이옵니다.]

벽초천; [네가 잘 대처했고... 아비도 인맥을 동원해서 입막음을 해놨다.] [덕분에 심각한 사안으로 번지진 않을 게다.]

벽세경; [예...] 한숨

벽초천; [세천이를 물 먹인 녀석이 본장에 머물고 있다고?] 눈을 좀 가늘게 뜨고

벽세경; [만일을 대비해서 꿀을 먹여두려고 데려왔는데... 뜻대로 되진 않았사옵니다.] 쓴웃음

벽초천; [평범한 놈이 세천이를 물 먹일 수 있었을 리는 없지.]

벽세경; [재물도 보물도 마다하고 장경각에 사흘간 머물게 해달라는 요구를 했사옵니다.] 쓴웃음

벽초천; [확실히 별종이로군.]

벽세경; [불과 사흘 만에 장경각의 책 대부분을 읽었으며... 지금은 무공 관련 책들을 읽고 있다고 하옵니다.]

벽초천; [물론 우리 가문의 비전에는 접근시키지 않았겠지?] 눈 번뜩

벽세경; [장경각에 수장되어 있어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책들만 제공했사옵니다.]

벽초천; [잘 했다.] 끄덕

냉상아; (황금전장은 소림사에 못지않게 수준 높은 무공비급들을 갖고 있다.) (그것들을 볼 수 있는 건 장주님 일족뿐이지만...)

벽초천; [오는 도중에 태산에 들렀다.]

벽세경; [세황이를 만나고 오셨군요.] 냉하상을 곁눈질

벽초천; [세황이는 무림맹에서 제법 입지를 굳히고 있더구나.] 끄덕

콧대놓은 표정을 짓는 냉하상.

벽세경; [쉽지는 않겠지만 무림맹의 차기 맹주 자리를 노려봐야겠지요.]

벽초천; [아비도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해왔고 할 생각인데...]

벽초천; [세경이 너도 세황이를 위해 힘을 좀 써봐야겠다.]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벽세경; (역시 이렇게 나오시네.) 소리없이 한숨

 

#23>

장경각

장격각 내부. 높이 4-5미터에 이르는 책장들이 끝이 안보이게 늘어서 있고. 사서들이 조용 조용 움직이며 책을 정리한다.

그러면서 한쪽을 힐끔거리는 사서들

책꽂이 사이의 조금 넓은 공간. 불빛이 보이고

그 공간에 책상이 놓여있고 책상에는 수많은 책들이 쌓여있다. 청풍이 책상을 두고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읽는 게 아니라 그냥 슥슥 책의 폐이지를 넘기는 모습이다. 먹지도 자지도 않아서 좀 초췌해진 모습이다. 코 아래 수염도 조금 나있고. 청풍이 앉아있는 책상 건너편에는 의자가 하나 더 있다.

청풍의 눈이 빛을 발하고.

책의 폐이지 전체가 청풍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사서들; <정말 말도 안되는 괴물이로구만.> <사흘 내내 잠도 자지 않고 책만 읽고 있어.> 지나가며 청풍을 곁눈질하고

사서들; <수만권의 책을 사흘만에 독파하다니...> <인간인가 싶기도 하구만.> 지나가고

 

청풍; (서림당에는 무공에 관련된 책들은 한 권도 없었다.) 슥 슥 책의 폐이지를 넘기며 생각

청풍; (할아버지는 의도적으로 무공 관련 서적은 들여놓지 않으셨다.) (내가 무림과 엮이는 걸 원치 않으신 때문일 것이다.)

청풍; (황금전장의 장경각에서 처음으로 무공에 관련된 책들을 보게 되었다.)

청풍; (양은 상당하지만 수준 높은 무공을 수록한 책은 없다.) 책상 뒤에 쌓여있는 책들을 힐끔

청풍; (돈만 주면 구할 수 있는 무공 관련 책들인데...)

청풍; (그래도 일독할 가치들은 있었다.) (무공의 이치와 활용법에 대해 잘 알게 된 때문이다.)

청풍; (기초적인 내용의 비급들이라 오히려 무공의 본질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책을 넘기고

청풍; (덕분에 무공에 관련된 기반을 탄탄하게 갖출 수 있었다.)

청풍; (이 기반 위에 제대로 된 무공을 익히면 남보다 빠르게 성취를 볼 테고...)

청풍; (무공수련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무림의 연원과 현 무림의 상황등도 알게 되었다.) 눈을 빛내고

청풍; (마교!) (이 비밀결사가 사실상 무림의 역사를 주도해왔다고 볼 수 있다.)

 

<-마교! 고금제일인으로도 불리는 천마(天魔)를 숭배하는 비밀결사이며 무림세력이다.> 다른 작품의 천마가 단상에 앉아 웃고 있는 모습. 그 앞에 세명의 인물이 포권하며 허리 숙이고 있다. 여자 한명 남자 두 명. 남자 중 한명은 덩치가 크다

<마교가 유사 이래 최강의 세력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구대문파(九大門派)와 삼문오가(三門五家)라는 무림의 주축이 힘을 합쳐도 마교를 상대하지 못한다.> 천마가 양손을 내밀어 세상을 움켜쥐려 하며 웃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모습

<그럼에도 마교는 온전히 무림을 정복했던 적이 없다. 구중천(九重天)이라는 강력한 적수들 때문이다.> 높은 산 정상에 선 천마를 향해 올라가는 팔남일녀의 인물들. 모두 눈빛이 형형하다.

<나한원(羅漢院), 극품당(極品堂), 독성부(毒聖府), 신비각(神祕閣,) 유령궁(幽靈宮), 팔황전(八荒殿), 만검총(萬劍塚), 신녀문(神女門), 신장곡(神匠谷)이 구중천이다.> 아홉명의 남녀들. 실루엣으로 묘사. 모두 막강한 고수들임을 묘사. 여자는 선녀같고. 검을 든 인물, 칼을 든 인물, 거대한 망치를 짊어진 인물 등등

<구중천의 역사와 지닌 바 힘은 마교에 못지않다. 구중천 중 두 문파가 손을 잡으면 마교에 맞설 수 있을 정도다.> 아홉명이 천마를 공격하는 모습

<마교가 일시적으로 강호를 정복했던 사례는 여러 번 있다. 하지만 이내 구중천의 반격을 받고 패퇴하기를 반복해왔다. 구중천 덕분에 무림은 평화를 유지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위 싸움의 연속. 구대일의 격전에서 밀리며 울부짖는 천마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며 구중천은 하나둘씩 세상에서 사라졌다. 구중천 중 당금에도 건재가 확인된 문파는 오직 둘뿐이다. 신비각과 만검총이다.> 나한원이 불타는 모습을 배경으로

<당금의 무림을 지배하고 있는 무림맹은 만검총의 변신이다. 맹주인 삼비검조(三臂劍祖) 진무륜(陳無倫)이 만검총의 당대 문주이기 때문이다.> 긴 검을 허리에 차고 뒷짐 진 신선같은 노인의 모습. 다른 작품의 진무륜 캐릭터. 좀 더 신선같은 분위기. 그 앞에서 포권하는 네 명의 남녀들. 석헌중, 합요나, 벽세황, 위진천이다.

 

청풍; (무림맹은 원명(元明) 교체기의 혼란 속에서 결성되었다.) 책을 넘기며 생각하고

청풍; (원나라를 세운 몽고족을 몰아내기 위해 중원의 무림인들이 일치단결하여 결성한 것이 무림맹이다.)

청풍; (칠십여 년 전의 일인데 초대 무림맹 맹주는 나한원의 원주 나한대협(羅漢大俠)이었다.) 두근! 생각하다가 가슴이 뛰고

청풍; (나한원... 나한원...) 찡그리고

청풍; (이곳에서 처음 접한 문파인데... 나한원이란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심장이 제멋대로 뛴다.) 가슴을 누르고

청풍; (나한원이 나와 어떤 인연이 있는 것일까?) 생각하며 심호흡

청풍; (어쨌거나 나한대협은 무림맹을 지휘하여 몽고족, 아니 변황 무림의 세력을 중원에서 몰아내는 게 성공했다.)

청풍; (그 후 명나라가 세워지자 무림맹 맹주 자리를 후배인 삼비검조에게 물려주고 은퇴...)

청풍; (한데 이 기록에 의하면 나한원은 십오 년 전에 의문의 멸문을 당했다고 한다.) (구중천 중 만검총과 신비각만이 남은 사연이다.)

청풍; (십오 년 전 나한원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생각하는데

슥! 찻잔 하나가 청풍의 앞에 내밀어진다. 우윳빛의 액체가 가득 들어있다.

고개 들어 보는 청풍.

벽세경;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찻잔을 밀어주고 내려다본다.

청풍; [오셨습니까 소저?] 책에서 시선 떼고

벽세경; [사흘 내내 먹지도 자지도 않고 책만 읽었다고 들었다.] 청풍의 건너편 의자에 앉고

벽세경; [책 좋아하는 건 충분히 알았으니까 몸도 좀 챙기도록 해.] 다리를 꼬고 앉으며 건너다보고

청풍;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웃고

벽세경; [그거 마셔.] 턱으로 찻잔을 가리키고

청풍; [그럼 사양하지 않고...] 찻잔을 들어서

마신다.

마시는 순간 청풍의 미간이 움찔하고.

웃는 벽세경

하지만 청풍은 내색하지 않고 찻잔의 액체를 모두 마신다.

청풍; [잘 마셨습니다.] 찻잔을 입에서 떼고

벽세경; [그게 뭔지도 묻지 않고 마신 거냐? 독이 들어있을 수도 있는데?]

청풍; [소저께서 저를 해코지할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는군요.]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고

벽세경; [하여간 머리 좋은 놈은 상대하기기 피곤해. 속을 빤히 들여다보이는 것 같아서...] 한숨 쉬고

청풍; [저는 딱히 머리가 좋다고 생각은...] + [!] 말하다가 찡그리고

화악! 온몸에서 열기가 치솟는 느낌이 되는 청풍

벽세경; [거봐! 펄펄 끓는 기름을 마신 기분이지?] 그걸 보며 웃고

청풍; [우유인 줄 알았는데... 우유가 아니었던 것같군요.] 억지로 웃고. 열이 온몸으로 뻗히는 모습이 되어서

벽세경; [그래서 사람 함부로 믿으면 안되는 거야.]

청풍; [교훈을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헉헉

벽세경; [읽은 비급들 중에 내공심법이 있었지?]

청풍; [예...]

벽세경; [그 중 마음에 드는 걸 운용해서 몸속에서 날뛰는 힘을 제어해봐.]

청풍; [그래야겠습니다.] 눈 감고.

두 손을 단전에 모으고. 직후

화악! 청풍의 몸에서 강한 기운이 뿜어진다.

벽세경; (단번에 삼매(三昧)에 드네. 내공심법은 익힌 적이 없을 텐데...)

우둑! 우둑! 청풍의 몸에서 무언가 어긋나는 소리가 들리고

벽세경; (심지어 약기운을 맹렬한 속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놀라고

<어쩌면 환골탈태를 해버릴지도 모르겠구나.> 우둑 우둑! 소리가 나고. 몸이 커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얼굴은 땀으로 젖어있고

벽세경; (이런 괴물을 적으로 돌리는 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려운 일이다.) 긴장하며 생각할 때

[휴우!] 청풍이 긴 숨을 토하고

천천히 눈을 뜨는 청풍

번쩍! 청풍의 눈에서 빛이 뿜어지다가

이내 원래로 돌아온다.

벽세경; (내공이 단번에 일갑자 수준이 되었다.)

벽세경;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는다.) + [기분이 어떠냐?]

청풍;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강력한 힘이 전신에 퍼져 있군요.] 우둑! 우둑! 근육질로 변한 팔을 보고

청풍; [그런가 하면 몸이 깃털처럼 가볍게도 느껴지고...]

청풍; [제게 주신 것이 대단한 영약이었던 것 같습니다.] 찻잔을 보고

벽세경; [공청석유(公淸石乳)란 것이었다.]

움찔하는 청풍.

벽세경; [공청석유에 대해서서도 당연히 알고 있겠지?] 웃고

청풍; [무림인이라면 몽매에도 얻길 원하는 영약이라지요?] [한 방울만 마셔도 기사회생할 수 있고 근골이 강철 같아진다는...]

벽세경; [넌 그걸 한 방울도 아니고 한 잔을 마셨다.] [앞으로 무공을 익힐 때 공력이 모자르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야.]

청풍; (과장이 아니다.)

벽세경; [돈 얘기하긴 그렇지만 대략 십만 냥 쯤 나갈 테고...]

청풍; [제게 이리도 과분한 대접을 하시는 이유가 있겠습니다.] 한숨

벽세경; [내가 말하지 않아도 짐작하는 바가 있잖아?]

청풍; [제게 빚을 쌓아놓을 생각이시군요.] 한숨

벽세경; [뭐 그런 셈이지.] [아직 읽어야할 책이 남았느냐?]

청풍; [얼추 다 읽었습니다.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은 책들을 다시 읽던 중이었구요,]

벽세경; [그럼 함께 가자. 보여줄 게 있으니...] 일어나고

청풍; [그러지요.] 일어나는데

옷이 낀다. 체격이 커져서

벽세경; [옷부터 갈아입어야겠네.] [공청석유를 마신 덕분에 골격이 달라졌어.] 꽉 끼는 옷을 입은 청풍을 훑어보며

청풍; [그래야겠습니다.] 쓴웃음

앞서 가는 벽세경. 사서들이 급히 인사하고

청풍; (저 여자가 쳐놓은 올무에 제대로 걸린 것같다.) 앞서 가는 벽세경을 보며 한숨

<이래서 할아버지는 도광을 살겸하셨을 텐데...> 책장 사이를 지나가는 청풍과 벽세경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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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낮. 서림당이 있는 거리. 사람들 북적

서점 안에서 청풍이 털이개로 책의 먼지를 털고 있다.

서점 안쪽의 서재에서는 살인객주가 책을 읽고 있고

[!] 책 넘기다가 멈칫하는 살인객주의 손

살인객주; [쯧쯧...] 혀를 차며 다시 책을 넘기고

살인객주; (청풍이가 호승지심을 누르지 못하고 향시에 나간 여파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겠구나.)

살인객주; (아무쪼록 청풍이가 그 여파에 휘말려들지 말아야할 텐데...) 어떤 여자가 서점으로 들어오는 걸 떠올리며 한숨

 

[!] 털이개로 책을 털다가 흠칫하는 청풍

서점 입구에 한 여자가 서서 유심히 청풍을 보고 있다. 훤칠한 체형의 여자. 바로 벽세경인데 실루엣으로 묘사.

청풍; (이런...) 찌릿 찌릿! 몸에 전기가 일어나는 느낌을 받으며 털이개를 내리는 청풍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기가 센 여자다.> 쿵! 입구에 서서 보고 있는 벽세경의 모습 크로즈 업. 그 배경으로 나레이션

청풍; (책이 아니라 내게 볼일이 있는 것 같다.) + [찾으시는 책이 있으신지요?] 정중하게 묻고

벽세경; [과연...] 슬쩍 웃고

벽세경; [가까이에서 보니 못난 아우의 심정이 이해가 가네.]

청풍; (날 훑는 시선이 송곳 같군.) + [책이 아니라 제게 볼일이 있으시군요.]

벽세경; [책이라면 충분히 갖고 있다.] [아마 이 가게의 책보다 백배 이상 될 게다.] 주변의 책들을 둘러보고

청풍; [그건 참 부럽습니다.]

벽세경; [대뜸 반말을 하는데 불쾌하지 않느냐?] 웃으며

청풍; [본래 다섯 살 안쪽은 동년배라고 했습니다.]

청풍; [하지만 소저께서는 그보다 위이신 듯하니 제게 하대를 하실 자격이 있으십니다.] 의미심장

벽세경; [그 녀석, 대놓고 멕이네.] [여자는 나이 많은 게 약점이고 흉이라는 걸 알면서도...] 눈 흘기고

청풍; [오해입니다. 소저를 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굽신하며 웃고

벽세경; [통성명해야 하는 사이니 나이를 속일 것도 없지.] [사실 난 너보다 열한 살이 많다.]

청풍; [열한 살이나 많으시다니... 제게 하대를 하실 자격은 충분하고도 넘치십니다.] 굽신 거리고

벽세경; [그렇다치고...] 서점 안으로 들어오고

벽세경; [너의 윗분에게는 예의를 차려야겠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청풍을 지나간다. 서점 안쪽으로

청풍; (거침이 없는 성격이로군.) 쓴웃음 지으며 벽세경을 따라고

청풍; (대충 누군지 짐작이 가긴 한다.)

서점 안쪽의 서재 같은 곳으로 들어가는 벽세경. 살인객주가 책에서 눈을 떼며 보고 있다.

벽세경; [후학 벽세경이 노(魯)노야께 인사 올리옵니다.] 정중히 인사하고

청풍; (벽세경... 역시 그 여자였군.) 벽세경의 뒤에 서서

살인객주; [황금전장의 냉혈전호(冷血錢虎) 벽초천(碧招天) 장주에게는 기린같은 아들과 봉황같은 딸이 있다는 소문을 들어왔네.] 웃고

벽세경; [저의 아우가 기린일지는 몰라도 저는 봉황이라 여겨질 자격이 없는 계집이옵니다.]

살인객주; [겸양할 것 없네.] [오늘 직접 보니 자네는 봉황 정도가 아니라 자룡(雌龍)이로구먼.] 눈을 좀 가늘게 뜨고

청풍; (자룡... 암컷 용이라...)

벽세경; [거듭된 과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살인객주; [과찬이 아니야. 나이가 들면 저절로 관상에 눈을 뜨게 된다네.]

벽세경; [그리 말씀하시니 저의 복록(福祿)이 어떠한지 듣고 싶사옵니다.] 웃고

살인객주; [일단 장수는 할 테고... 유복함이야 말할 것도 없는데...]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하고

벽세경; [혹시 남편 복이나 자식 복은 없는 것으로 보이시는지요?] 웃고

살인객주; [그럴 리가 있나?]

살인객주; [자네는 드러내고 자랑하고 싶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장부(丈夫;남편)를 얻게 될 걸세.]

벽세경; [어머나!] 놀라 입을 가리고. 진짜 놀란다.

살인객주; [자식복도 대단하구먼.]

살인객주; [늙은이의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열 손가락을 다 써야할 정도야.]

벽세경; [너무도 후하게 덕담을 해주시니 어찌 보은을 해야 할지 모르겠사옵니다.] 몸을 꼬듯이 숙이고. 좋아하며

살인객주; [그저 덕담이라 생각하면 어쩔 수 없고...]

살인객주; [그래 어인 일로 어려운 발걸음을 하셨는고?]

벽세경; [영손(令孫)을 잠시 빌려갔으면 하오니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살인객주; [그러게나.] 웃으며 끄덕이고

살인객주; [다만 늙은이의 손주가 아직 관례(冠禮;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미성년이라는 점은 염두에 두시게나.]

벽세경; [명심하겠사옵니다.] 배시시. 얼굴 조금 붉히며

청풍; (내가 미성년이라는 조부님의 경고가 의미심장하구나.)

청풍; (벽소저로 하여금 내게 엉큼한 생각을 품지 말라 하시는 것 같으니...)

벽세경; [웃어른의 허락도 받았고...] 청풍을 돌아보고

벽세경; [그럼 함께 가보도록 하자.] 콱! 청풍의 팔을 잡고

청풍; [할아버지!] 당황하여 살인객주를 돌아보고

살인객주; [다녀와라.] [시간이 걸릴 것 같으면 사람을 보내어 기별하고...] 끄덕

청풍; [예...] 억지로 웃으며 벽세경에게 끌려가고

서점 밖으로 나가는 벽세경과 청풍의 뒷모습. 그걸 보는 살인객주

살인객주; (벽씨일족의 피가 가장 농후한 저 계집이 청풍이에게 눈독을 들였다.)

<과연 화가 될지 복이 될지 판단이 서지 않는구나.> 살인객주의 생각 배경으로 서점에서 청풍을 끌고 나오는 벽세경

 

청풍; (무슨 여자의 힘이...) 끌려나오며 당황

청풍; (날 아기 다루듯 한다. 아마 무공을 익혔겠구나.) 생각할 때

다가오는 마차 한 대. 화려하다. 마부석에는 죽립을 눌러쓴 사내가 말을 몰고 있다. 오가던 사람들 놀라서 돌아보고

워워! 마부의 말에 멈춰서는 말들. 주변 가게 사람들이 보고 있고

벽세경; [타고 가자.] 마차 문을 열고

벽세경; [주변의 시선도 있고 하니...] 먼저 마차로 들어간다.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가는 청풍. 마차 내부는 벽세경이 벽세천을 기다리던 그 마차와 대동소이하다.

청풍; (화려하군.) 화려한 마차 안을 둘러보며 마부석을 보는 쪽 의자에 앉고

<과연 황금전장의 마차답구나.> 마차의 문을 닫는 벽세경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탁! 밖에서 본 모습. 마차의 문이 닫히고

다가 다각 다시 움직이는 마차

[뭐야 저 여자?] [누군데 청풍이를 데려가는 거지?] [청풍이가 보쌈을 당하는 건가?] [그건 그것대로 아까운데...] 사람들 웅성대며 마차를 보고

 

#18>

웅장한 장원. <신선부> <신비무쌍> <폭풍신마> 등 다른 작품의 황금전장을 차용. 이 작품에서도 이름이 황금전장. 많은 사람, 우마차들이 드나들고. 정문을 황금 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무사들이 지키고 있다. 다른 작품에 나온 황금전장의 무사들인 황금수라들이다. 여자들로 이루어진 황금수라들도 있다.

정문을 지키는 황금수라들.

긴장하는 황금수라들.

다가오는 마차. 청풍과 벽세경이 탄 마차다

경의를 표하는 황금수라들

그들 사이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 마차

 

#19>

황금전장의 깊은 곳. 인적이 없다.

아주 견고하고 웅장한 건물. 넓이가 수백 평은 됨직한데 전체가 강철과 바위로 이루어진 육중한 건물. 높직한 축대 위에 세워져 있고.

건물 입구는 강철로 만들어져 있다. 두 쪽으로 이루어져있으며 두 개의 손잡이와 두 개의 열쇠구멍이 있다. 철문은 계단을 몇 개 올라가야 만난다. 이곳은 황금전장의 보물창고다. 황금수라들이 일정 간격으로 경비를 서고 잇고.

철문 앞에는 투구를 쓰지 않고 갑옷만 걸친 황금수라가 서있다. <신선부> 등에 나온 황금수라 부영반 귀견수. 무기는 허리에 찬 칼인데 반대쪽 허리춤에는 여러 개의 커다란 열쇠가 달린 고리를 차고 있다.

귀견수가 지키고 있는 건물 입구 처마에는 <藏珍庫>라는 현판이 걸려있고

흠칫하는 귀견수

다가오는 마차.

서둘러 달려가는 귀견수

다각 다각 멈추는 마차

마차의 문을 여는 귀견수

벽세경; [다 왔어!] 먼저 내리고.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하는 귀견수. 주변의 황금수라들도 경의를 표하고

벽세경을 따라 내리는 청풍

청풍; (황금전장의 중지(重地)로 바로 온 것 같군.) 주변 둘러보고

벽세경; [앞으로 알고 지낼 사이이니 인사해.] 청풍에게 귀견수를 소개

벽세경; [우리 황금전장의 경비를 책임지는 황금수라(黃金修羅)들의 부(副)영반 귀견수(鬼見手)야.]

청풍; [이청풍입니다.] + (고수로군.)

귀견수; [어서 오게.] 사람 좋게 웃으며 포권하고

귀견수; [머무는 동안 시킬 일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시키게나.]

청풍; (웃는 얼굴과 달리 은연중에 풍기는 살기가 살갗을 따갑게 한다.) + [신세를 지겠습니다.] 마주 포권하고

벽세경; [보여줄게 있어. 따라와.] 건물로 가고.

귀견수가 서둘러 앞쪽으로 달려가고

벽세경을 따라가며 건물을 보는 청풍. 귀견수는 이제 계단을 올라가고 있고. 옆구리에 찬 열쇠꾸러미를 끌러내려 하며

<藏珍庫>라 적힌 현판 크로즈 업

청풍; (장진고(藏珍庫)라...) 간판 올려다보며 건물로 가고

<황금전장의 보물창고겠구나.> 귀견수가 몇 개의 열쇠가 달린 열쇠 꾸러미를 들고 철문에 난 구멍에 열쇠를 끼우는 장면 배경으로

철컹! 돌아가는 열쇠.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고

옆으로 물러서는 귀견수.

청풍; (열쇠를 돌렸는데도 문이 열리지 않는군.) 벽세경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며 철문을 보고.

청풍; (하긴 귀중한 보물을 수장한 보물창고가 열쇠 하나로 열리는 게 오히려 이상하겠지.) 생각할 때

철문 앞에 이른 벽세경.

큼직한 보석이 박힌 반지를 낀 오른손을 들어서

철문에 나있는 구멍에 끼운다.

뭐라 중얼거리는 벽세경. 그러자

징! 구멍에 끼워진 보석이 빛을 발하고

철컹! 철문 안쪽에서 뭔가 움직이고

반지를 구멍에서 떼는 벽세경. 직후

그그긍! 두쪽으로 이루어진 철문이 안쪽으로 열린다.

청풍; (그렇게 된 거였군.) 깨닫고

<장진고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마 황금전장 장주와 장주의 피붙이들뿐일 것이다.> 열리는 철문을 보고 있는 벽세경의 모습 배경으로

<저 반지에 철문을 열게 하는 힘이 숨겨져 있을 테고...> 벽세경이 끼고 있는 반지 크로즈업

철컹! 그 사이에 완전히 안쪽으로 열리는 철문. 철문 안쪽은 평범한 복도다. 복도 끝에 다른 철문이 있고

벽세경; [들어가자.] 청풍을 돌아보며 걸어 들어가고

[예...] 벽세경을 따라 들어가는 청풍

철컹! 그긍! 벽세경과 청풍이 들어서자 다시 닫히기 시작하는 철문

철컹! 완전히 닫히는 철문. 밖에서 본 모습

귀견수; (말 그대로 파격...) 닫힌 철문을 보고

귀견수; (외부인이 황금전장의 장진고에 들어가는 게 얼마만인가?)

귀견수; (본장의 운영 전권을 부여받은 큰 아가씨의 결정이니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지만...) 곁눈질로 근처의 건물을 보고

장진고가 보이는 담장 너머의 삼층 건물. 열린 창가에 어떤 여자가 앉아있는 실루엣이 보인다.

귀견수; (마님 입장에서는 당연히 마땅하지 않겠지.) 쓴웃음

<이번 일로 마님과 큰 아가씨가 충돌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건물 크로즈 업. 창가에 앉아있는 여자. <폭풍신마>에 나온 벽세황의 생모 냉하상. 이 작품에서도 냉하상으로 표기. 냉혈전호 벽초천의 첩이다.

 

냉하상의 시점. 철문이 닫힌 장진고가 보이고

냉하상; [교만한 년!] [장주님의 허락도 없이 외인을 장진고로 데리고 들어가?] 분노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냉혈전호 벽초천의 후처 냉하상(冷霞霜)>

냉하상; [장주가 전권을 맡겼다고 제 멋대로 굴고... 반드시 후회하게 해주고 말겠다.] 이어

냉하상; [세경이 년이 데리고 들어간 놈이 누군지 확인했느냐?] 누군가에게 묻고

냉상아; [예 마님!] 슥! 어둑한 그늘에서 나서는 황금 갑옷을 입은 젊은 여자. 표정이 얼음장 같다. <폭풍신마> 등 다른 작품의 냉상아 캐릭터

냉상아; [어제 치러진 향시에서 둘째 공자님을 제치고 장원급제했던 이청풍이라는 자이옵니다.] 배경으로 나레이션. <-황금수라의 일원 냉상아(冷孀娥)>

냉하상; [서림당 주인의 손자라는 그 놈?]

냉상아; [틀림없는 그자이옵니다.]

냉하상; [세경이 년이 향시에서 장원급제한 놈을 본장의 보물창고로 데리고 들어갔다 이거지?] 눈 번뜩

냉상아; [뭔가 대단한 보물을 안겨줘서 어제 일을 무마하려는 게 아닐지요?]

냉하상; [그 말인즉슨 이가놈이 부정행위 했다고 무고한 범인이 세천이라는 얘기네.] 배시시 웃고

냉상아; [주문충이란 자를 매수해서 꾸민 짓 같은데...]

냉상아; [주문충은 어젯밤 갑자기 사라졌다고 하옵니다.]

냉하상; [세경이 년이 손을 썼겠네.] 흥분한 표정

냉상아; [둘째 도련님과 공모한 주문충이 사라졌사옵니다.] [이청풍에게 꿀을 먹여 입을 봉하면 향시에서 벌어진 소동은 유야무야될 것이옵니다.]

냉하상; [그럴 듯해!] [역시 세경이 년이 하는 일에는 구멍이 없어.] 웃고

냉하상; [하지만 내가 세경이 네년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게 문제가 될 것이다.]

냉하상; [내 아들 세황(世皇)이는 무림맹(武林盟) 뿐만 아니라 황금전장까지도 차지해야만 한다.]

냉하상; [세황이의 앞길을 막는 건 그게 누구든 내 손으로 치워버릴 것이다.] 마녀같은 표정으로 웃고

 

#20>

철문 안쪽. 벽세경을 따라 복도를 걸어가는 청풍. 복도의 벽과 천장에는 일정 간격으로 구멍이 뚫려있다.

청풍; (이 복도...) 앞서 가는 벽세경을 따라가며 복도를 두리번

청풍; (한눈에 봐도 무시무시한 기관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청풍; (유사시에는 저 구멍들이 치명적인 무언가를 토해낼 테고...)

청풍; (금강불괴에 만독불침이 아니면 살아서 이 복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생각하는 동안에

복도 끝의 철문 앞에 이르는 벽세경. 하지만

벽세경; [다 왔다.] 그긍! 아무렇지 않게 철문을 밀고 들어가는 벽세경

청풍; (이 철문에는 아무런 기관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군.) 벽세경을 따라 철문 안으로 들어가고. 직후

[!] 눈을 치뜨고

쿵! 드넓은 실내. 벽돌같은 것들이 일정 간격으로 쌓여있다. 한 더미가 집채만하고. 그런 게 수백평 넓이의 실내를 가득 채우고 있다. 색이 두가지 한 가지는 짙고 한 가지는 밝은 색이다.

청풍; (맙소사!) 벽세경을 따라 벽돌 사이를 지나고

<벽돌처럼 보이는 이것들은 모두 금괴와 은괴다.> 번쩍이는 벽돌 더미들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청풍; (저 금괴나 은괴 하나만 있어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을 텐데...)

청풍; (그런 금괴들의 숫자를 헤아릴 수가 없다.)

청풍; (황금전장이 천하삼대 부호가문 중 하나하는 말이 과장된 게 아니었다.) 생각할 때

실내 중간쯤에 이르는 벽세경

쿡! 바닥을 강하게 밟고. 그러자

덜컹! 바닥이 아래로 꺼지고.

쿵! 그곳에 사람 둘이 함께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생겼다.

청풍; (직접 보지 않았다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절묘하게 숨겨진 계단이 있었다.) 그걸 보며 놀라고

계단으로 내려가는 벽세경

청풍; (금괴나 은괴를 능가하는 진짜 보물들이 지하에 숨겨져 있겠구나.)

계단을 내려오는 청풍과 벽세경

계단 아래에도 드넓은 광장이 있다. 다만 1층과 다른 점은 수많은 좌대들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고. 각각의 좌대마다 각가지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골동품. 산호, 각가지 무기와 공에품들. 두루마리와 책들.

청풍; (역시...)

청풍; (이곳에 수장되어 있는 게 진짜 보물이다.)

<그림 한 점, 골동품 한 점도 보물이 아닌 게 없다.> 골동품과 두루마리들을 배경으로

청풍; (저 보물들 대부분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그야말로 무가지보(無價之寶)들일 것이다.)

벽세경; [다시없을 수재이니 알아봤을 거야.] 둘러보고

벽세경; [여기 있는 보물들 대부분은 국보급이라고 할 수 있어.] [한 가지만 내다 팔아도 몇 대가 호의호식할 수 있을 거야.]

청풍; [그럴 것 같습니다만...]

청풍; [보물을 자랑하기 위해 저를 이곳까지 데려온 건 아니시겠지요?]

벽세경; [당연히 아니지.] 웃고

벽세경; [선물로 줄 테니까 아무거나 한 가지 챙기도록 해.]

청풍; [말씀은 고맙지만 전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습니다.]

벽세경; [생각을 바꿔!] 강압적으로

벽세경; [여긴 우리 황금전장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어!] [널 데리고 들어온 이상 반드시 무언가를 들려서 내보내야만 해.]

청풍; (억지를 부리는군.) + [소저!] 다시 사양하려는데

벽세경; [내가 왜 이러는지 잘 알잖아!] 노려보고

청풍; (동생이 한 짓의 입막음이로군.) 쓴웃음

벽세경; [네가 대범한 인물이라는 건 알아.] [어제 일은 가슴에 묻어두고 말겠지.]

청풍; [대범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청풍; [그러니 동생분의 일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벽세경; [그건 네 생각이고...]

벽세경; [네가 뭔가를 받지 않으면 내 마음속에서 불안함이 사라지지 않을 거야.]

벽세경; [널 위해서가 아니라 날 위해서라도 뭔가를 가져가도록 해라.]

청풍; (말도 안되는 억지지만 무작정 거절할 수도 없군.) + [그러시다니 이렇게 하지요.]

벽세경; [다른 제안이 있다면 들어보자.]

청풍; [제게 자랑하셨지요? 서림당보다 백배는 더 많은 책을 갖고 계시다고...]

벽세경; [본장의 서고에는 서림당보다 백배 이상 많은 책이 보관되어 있긴 하다.]

청풍; [그 서고에서 사흘만 머물러 있게 해주십시오.] [제게는 그것보다 더 큰 선물이 없습니다.]

벽세경; [하아... 겨우 책 정도로...] 어이없고. 그러다가

진지하게 마주보는 청풍

벽세경; [면피하려고 해본 말이 아니로구나. 책이 어떤 보물보다 좋다는 게...]

청풍; [당연히 저의 진심입니다.]

벽세경; [졌다!] 철썩! 자기 이마를 손바닥으로 때리며 웃고

벽세경; [나도 세천이 녀석처럼 네놈에게 한방 먹었구나.] 웃고

벽세경; [좋다. 원하는 대로 본장의 서고에서 지내게 해주마. 사흘이 아니라 몇 달이라도...]

청풍; [배려해주시는 건 고맙지만 사흘이면 충분합니다.]

벽세경; [너 좋을 대로 해라.] 돌아서고

벽세경; [살다 살다 보물 싫다는 인간도 다 보네.] 궁시렁거리며 다시 계단쪽으로 가고

청풍; [실망시켜드려 죄송합니다.] 웃으며 따라가고

벽세경; [실망은 무슨...] 손 저으며 앞장 서서 가고.. 한데

빠직! 갑자기 벼락에 맞는 것같은 기분이 되는 청풍

<나를 가져가라!> 무언가가 청풍에게 말을 걸고.

청풍; (설마...) 홱 한쪽을 돌아보고

[!] 계단을 올라가려다가 돌아보는 벽세경

청풍이 한쪽을 보고 있다.

벽세경; (저놈이 뭘 보고 있지?) 다시 돌아서서 청풍이 보고 있는 쪽을 보고

계단 근처. 좌대에 방석이 놓여있다. 그 방석 위에 방망이 하나가 놓여있다. 길이는 40센티 정도. 우리나라 포졸들이 들고 다니던 육모방망이를 닮았다. 손잡이 끝에 뚫린 구멍에 끈을 꼬아 만든 매듭이 달렸다. 이름은 치룡퇴

벽세경; (얼씨구!) 놀라며 다가가고

홀린 듯 방망이를 보는 청풍

벽세경; [치룡퇴(治龍槌)가 마음에 든 거냐?] 웃고

청풍; [저 방망이 이름이 치룡퇴입니까?] 퍼뜩 정신을 차리고

벽세경; [이름은 거창한데 전혀 쓸모가 없는 물건이다.] [그저 아주 오래된 물건이라 보관하고 있을 뿐이다.]

청풍; [아주 오래되었다면...]

벽세경; [믿기지 않겠지만 저 몽둥이는 상고시대 우왕(禹王)이 치수를 할 때 용들을 부리던 물건이라고 한다.]

벽세경; [용을 다스리는 몽둥이(治龍槌)라는 이름이 붙은 유래다.]

청풍; [우왕이 쓰던 물건이라면 삼천년도 더 되었다는 건데...] 불신

벽세경; [여러 기록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본장에서 다방면으로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치룡퇴는 진품이 거의 확실하다.]

청풍; [사실이라면 정말 대단한 보물이겠습니다.]

벽세경; [이곳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보물이긴 한데...] 찡그리다가

벽세경; [마음에 들면 가져가라. 물론 가져갈 수 있으면 말이지만...] 웃으며

청풍; [안될 말씀입니다.] 손 사래

청풍; [황금전장이 보유한 보물들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걸 제가 어찌 감히 가져갈 수 있겠습니까?]

벽세경; [말했잖느냐?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라고...]

청풍; [예?] 어리둥절

벽세경;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주마.] 치룡퇴를 두손으로 잡고

벽세경; [자랑은 아니지만 나의 내공은 삼갑자(三甲子)를 상회한다.] 치룡퇴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청풍; (삼갑자 내공!) 경악

청풍; (아무 일도 안하고 백팔십년 동안 면벽좌선 해야 얻을 수 있는 공력 아닌가?)

청풍; (겉보기에 날렵한 이 여자의 내공이 삼갑자를 넘다니...) + [!] 생각하다가 놀라 눈 치뜨고

모든 힘을 써서 치룡퇴를 들려고 하는 벽세경. 얼굴과 목에 핏줄이 돋았고

우둑! 치룡퇴를 잡은 두 손도 근육이 불끈. 하지만

스윽! 겨우 조금 들려지는 치룡퇴

청풍; (말도 안되는...) 경악

청풍; (삼갑자 내공을 지녔다는 저 여자가 저 작은 몽둥이를 조금 움직일 뿐이라니...) 생각할 때

벽세경; [휴우! 역시 안되는구나.] 스륵! 다시 치룡퇴를 내려놓고

청풍; [온힘을 쓰신 것 같습니다만...]

벽세경; [사실이다.] 끄덕

벽세경; [본장의 수중에 들어온 이래 혼자서 치룡퇴를 움직인 사람은 없었다.]

벽세경; [나 정도의 내공을 지닌 사람 여럿이 힘을 써서 겨우 이곳으로 옮겨놓을 수 있었다.]

청풍; [인간의 지식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한 어떤 힘이 숨겨져 있겠습니다.]

벽세경; [신통력이라고 할까?]

벽세경; [하여간 치룡퇴를 쓸 수 있는 인간은 천하의 주인이 된다는 전설이 전해져오고 있다.]

청풍; [신기한 물건이로군요.]

벽세경; [이제는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라고 한 말이 이해가 되겠지?] 웃고

청풍;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벽세경; [혹시 모르니 한번 들어봐라.] [쓸 수 있으면 네게 주도록 하마.] 놀리고

청풍; [삼갑자 내공을 지닌 소저도 들지 못했는데 일초무학인 제가 어떻게...] 말하며 치룡퇴를 잡고. 한데

슥! 그냥 들리는 치룡퇴

청풍; [어!] 놀라 치룡퇴를 들고

너무 놀라 손으로 입을 가리는 벽세경

청풍; [이게 뭐지? 마치 솜방망이처럼 가벼운데...] 휙 휙 휘둘러 보고

벽세경; (맙소사!) 전율

벽세경; (치룡퇴가 주인을 만났다.) (그렇다는 건...)

<저 녀석이 장차 천하의 주인이 된다는...> 치룡퇴를 이리저리 휘둘러보는 청풍을 배경으로 벽세경의 생각.

청풍; [혹시 절 놀리신 겁니까?] 방방이를 흔들어 보이고

퍼뜩 정신 차리는 벽세경

벽세경; [의심스러우면 치룡퇴를 떨어트려봐라.]

청풍; [그러지요.] 슥! 치룡퇴를 놓는다. 수직으로 바닥을 향해

꽝! 굉음과 함께 치룡퇴 끝이 돌로 이루어진 바닥에 박힌다.

청풍; [헉!] 놀라 물러서고

청풍; (그냥 놓았을 뿐인데 치룡퇴가 돌바닥에 박혔다.) 놀라고

벽세경; [이제 내가 널 놀린 게 아니라는 걸 알겠지?] 흥분

청풍; [그런 것같습니다.] 억지로 웃으며 치룡퇴를 다시 잡고

슥! 바닥에 박힌 치룡퇴를 가볍게 뽑아드는 청풍

벽세경; [축하한다. 마침내 치룡퇴가 주인을 찾았구나.] 박수치고

청풍; [이거 참 이해할 수가 없는 물건이로군요.] 왼손으로 머리 긁적. 오른손에 든 치룡퇴를 보며

벽세경; (분명하다. 저 놈이 다음 세대 천하의 주인이다.) 그걸 보며 흥분

<어떻게든 잡아야하는 보물중의 보물인 것이다.> 치룡뢰를 휘둘러보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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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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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시험관1; [벽세천!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했는지 자각하고 있긴 한 것이냐?] 엄한 표정으로 노려보고. 다른 시험관들도 노려보고

벽세천; [물론입니다.] 거만

벽세천; [제 말을 믿기 어려우시면 이가놈의 몸을 수색해보십시오!] [분명 부정의 증거를 숨기고 있을 것입니다.] 청풍에게 삿대질하고

시험관1; [이청풍! 자네 의견을 말해보게.] 청풍에게

청풍; [먼저 여러 사부님들의 심기를 어지럽히게 된 점, 사과드립니다.] 포권하고

청풍; [하지만 소생은 이번 향시에 어떤 결과도 바라지 않고 응시했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청풍; [그저 지금까지 홀로 공부해온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을 뿐입니다.]

끄덕이는 시험관들

벽세천; [그렇게 떳떳하면 몸수색에 응해라.] 비웃고

청풍; [못할 것도 없지.] 한숨

청풍; [사부님들께서 저의 결백을 증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시험관들에게

시험관1; [그렇게 하지.] 다른 시험관들에게 고개 짓을 하고

두 명의 시험관이 일어나고

시험관들; [결례를 하겠네.] [속상하더라도 잠시만 참아주게.] 다가와 청풍의 몸을 뒤지고. 헌데

후둑! 툭! 청풍의 저고리에서 두 개의 돌돌 말린 종이가 떨어진다. 도장 정도 크기

시험관들 눈 부릅

벽세천; [그거요!] 신나서 삿대질

벽세천; [저 놈이 답안 작성 중에 그걸 몰래 펴보는 걸 보았습니다!] 득의만면해서 웃고

찡그리는 청풍. 몸 수색 하던 시험관들이 몸을 숙여 종이 만 것을 집어들고 있고

주문충은 조마조마한 표정이고

 

#12>

[저럴 수가!] [이청풍의 옷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정말 부정행위를 한 건가?] 시험관들이 종이 만 것을 풀어 읽는 모습 보며 사람들 놀라고

 

#13>

종이를 펴서 읽으며 굳어지는 시험관들. 이어

그걸 시험관1에게 건네주는 시험관들

다른 시험관들과 함께 종이의 내용을 읽는 시험관1

[허어! 이런 괘씸한...] [오늘 출제 문제에 대한 예상답안 아닌가?] [용케 이런 걸 준비했군.] 시험관1과 함께 종이를 읽는 시험관들 분노하고

청풍; (그렇게 된 거였군.) 한숨 쉬며 그걸 보는 청풍.

청풍; (저 작자가 축하하는 척 하며 내 품속에 예상답안을 넣었겠지.) 주문충을 흘깃 보고. 주문충은 딴전을 부리고 있고. 주문충이 과장되게 자기 팔을 잡으며 축하하던 장면이 청풍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청풍; (소인배들의 꾀는 대비하기 어렵다는 옛 말이 사실이었구나.) 쓴웃음. 그런 청풍을 흘겨보며 좋아 죽으려는 벽세천

벽세천; (이가야! 네놈은 끝난 거다.)

벽세천; (관부에서 주관하는 과거에서 부정을 저지른 게 들통 났으니 평생 응시는 못하게 될 것이다.)

벽세천; (응시를 못할 뿐 아니라 감옥에 쳐박혀 엄한 벌까지 받을 테고...)

시험관1; [이청풍!] [이 건에 대해 할 말이 있으면 해봐라.] 종이를 흔들며

청풍; [여러 사부님들께 이청풍이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부디 허락해주십시오.] 포권하고

시험관1; [허락하마.]

청풍; [사부님들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세상에는 똑같은 필체란 존재하지 않는 법입니다.]

주문충; (아차!) 기겁

벽세천; (이런...) 굳어지고

[그렇지!] [필체는 지문 같아서 서로 다를 뿐 아니라 완벽하게 흉내 내는 것도 불가능하지.] 시험관들 끄덕

청풍; [그 예상 답안지라는 것의 필체와 소생이 제출한 답안의 필체를 비교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고 보니...] [허어! 이런...] [어떻게 봐도 동일인의 필체가 아니로구먼.] 예상답안과 책상에 놓인 종이를 비교하며 놀라는 시험관들

벽세천; [다... 다른 자가 예상답안지를 작성했을 수도 있습니다.] 급히 반론하지만

시험관1; [그 입 다물라!] 버럭! 고함

움찔하며 시선 피하는 벽세천

 

고개 저으며 한숨 쉬는 벽세경

 

시험관1;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 건을 조사할 것이다.] [만일 무고를 획책한 자가 있다면...] 말을 끊으며 벽세천과 주문충을 번갈아 보고

긴장해서 숨도 못 쉬는 주문충.

얼굴 이지러지는 벽세천

시험관1; [국법을 어기고 황상의 심기를 어지럽힌 죄로 처단할 것이다.] 살벌

주문충; (일... 일 났다.) 사색이 되고

벽세천; (젠장!) 이를 악물고.

시험관1; [이청풍! 벽세천, 주문충!]

청풍; [하교하시지요.] 포권

벽세천과 주문충도 눈치를 보고

시험관1; [사안의 전말이 밝혀질 동안 금릉에 머물며 근신하라.] [만에 하나 금릉을 벗어나면...] 살벌

모두 긴장. 장내의 다른 응시생들도

시험관1; [죄를 지어 도피한 것으로 간주하겠다.]

청풍; [명심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벽세천과 주문충도 고개 숙이고

시험관1; [금번의 향시는 이것으로 파하겠다.] 선언하며 돌아서고. 시험관들도 일어나 돌아서고

청풍; [원로에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돌아서서 가는 시험관들에게 고개 숙이고

그런 청풍을 노려보며 돌아서는 벽세천. 주문충도 청풍의 눈치를 돌아서고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람들. 벽세천과 주문충도 서둘러 입구로 가고

청풍; (입맛이 쓰구나.) 돌아서며 쓴웃음

입구로 몰려가는 응시생들. 그 중에 벽세천과 주문충도 보이고

청풍; (할아버지 말씀을 들을 걸 그랬다.) 입구로 가며

<재능을 드러내면 반드시 질시하는 자가 생길 테니 도광(韜光;재능을 숨김)만이 보신(保身)의 방책이라 하신...> 응시생들 맨 뒤에서 입구로 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14>

금릉부 밖. 구경꾼들 흩어지고. 응시생들도 흩어진다. 일부 응시생들은 마차에 타고 있다.

마차들 줄 가장 화려한 마차. 두 필의 말이 끄는 마차고. 지붕에 <黃金錢莊>이라 적힌 깃발이 걸려있다. 마부석은 비어있다. 마부는 마차의 입구에 서있는데 눈빛이 날카롭다. 이자의 이름은 필곤. 상당한 고수.

그 마차로 오는 벽세천. 오만상. 거친 발걸음. 오가던 사람들 겁에 질려 급히 비키고

말없이 고개 숙여 벽세천을 맞이하는 마부

벽세천; [집으로 간다.] 다가오며 퉁명스럽게.

마부; [예!] 덜컹 마차의 문을 열어주고

벽세천; (죽일 놈!) 청풍을 떠올리며 이를 부득. 마차에 탄다. 한데

[!] 마차 안으로 들어서다가 눈 부릅

마차 안에 이미 누군가 타고 있다. 마차 안에는 마주 보는 의자가 놓여있는데 마부석을 바라보는 자리에 누군가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채 앉아있다. 눈빛이 살벌한 여자다. 벽세경이지만 얼굴을 아직 보여주지 말고

벽세천; [누... 누나!] 억지로 웃으며 맞은 편 의자에 앉으려 하고

탁! 밖에서 문을 닫는 마부

 

마차 안. 벽세천이 벽세경과 마주 앉으며 눈치를 본다. 여전히 벽세경의 보 모습은 보여주지 말고

벽세천; [누... 누나가 마중 나올 줄은 몰랐어!] 억지로 웃는데

짝! 벽세천의 뺨을 후려치는 벽세경. 얼굴이 홱 돌아가는 벽세천

벽세천; [왜 이래 누나!] 화가 나서 고개 홱 돌리며 노려보지만

짝! 이번에는 반대쪽의 뺨을 후려치는 벽세경

벽세천; [아이쿠!] 이번에는 세게 맞아서 옆으로 쓰러지는 벽세천

 

혀를 차며 말 고삐를 잡는 마부. 마부석에 올라와 앉았다.

마부; [이랴!] 고삐를 치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마차

 

다시 마차 안.

벽세천;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억울한 표정으로 벌떡 일어나며 뺨을 만지고. 입이 터져 피가 흐른다. 코에서도 피가 흐르고

벽세경; [몰라?] 슥! 몸을 앞으로 숙이고

벽세경; [네놈이 뭔 짓을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콱! 벽세천의 멱살을 부여잡아 당기며 이를 갈고. 벽세경의 얼굴 처음으로 보여주고

벽세천; [누... 누나!] 상체가 앞으로 당겨진 채 주눅이 들고

벽세경; [우리 집안이 아무리 부유하다 해도 관부, 황실에 밉보이면 하루아침에 멸문지화를 당할 수도 있다는 걸 몰라?] 얼굴을 들이밀며 고함. 배경으로 나레이션. <-벽세천의 누나 벽세경(碧世鏡)>

벽세천; (다 알고 있었구나.) + [미... 미안해 누나.] 눈치 보며

벽세경; [멍청한 놈 같으니...] 확! 벽세천을 밀어버리며 원래 자리에 돌아가고

털썩! 원래 자리에 패대기쳐지듯 앉는 벽세천

벽세경; [우리 집안은 돈놀이가 업이다.] [필연적으로 남을 속이고 갈취해야만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벽세경; [다만 그 어떤 경우라도 들키거나 혐의를 받게 되면 안된다!] [그게 돈놀이의 철칙이고 필수요소인 것이다.]

벽세천; (내가 이청풍을 무고한 걸 탓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무고 하지 못한 걸 탓하는구나.) 깨닫고

벽세경; [어설프게 설계해서 자칫하다가는 집안에 불똥이 튈 뻔하게 만들고...] 노려보고

벽세천; [잘못했어! 앞으로는 실수하지 않을게.] 주눅 들어 눈치 보고

벽세경; [함정을 파려면 이중 삼중으로 파! 그래야 네가 판 함정이라는 게 들킬 가능성이 줄어드는 거야.]

벽세천; [명심할게.] 눈치 보며

벽세경; [덜 떨어진 놈 같으니...] 혀를 차고

눈치 보는 벽세천. 입과 코로 피를 흘리고 양쪽 볼이 벌개졌다.

벽세경; [이리 와!] 두 팔 벌리고. 한숨 쉬며

벽세천; [응...] 벽세경에게 건너가

벽세경의 품에 안기는 벽세천

벽세경; [오늘 일을 교훈으로 삼아서 더 지혜롭고 더 교활해져야한다.] 품에 옆으로 안긴 벽세천의 입과 코의 피를 닦아주고. 둘은 열살 정도 나이 차이가 난다.

벽세경; [그래야 독사같고 전갈같은 그 여자의 독수에서 살아날 수 있어.] 어떤 여자를 떠올리며 이를 갈고. 그 여자는 벽세천과 벽세경 남매의 양모다. 두 남매의 친모는 죽었다.

 

#15>

이제 해가 졌다.

금릉의 번화가. 등불이 걸리기 시작하고

그곳으로 오는 청풍. 등에 배낭 같은 걸 지고 있다.

[이공자! 과거 잘 보았는가?] [당연히 장원했겠지?] 가게 사람들 청풍에게 말 걸고

손들어 보이며 웃기만 하는 청풍

[정말 과묵해!] [원래 똑똑한 수재들은 말이 적은 법이야.] [똑똑한 데다가 잘 생기기도 하고...] [어느 집에서 사위로 데려갈지 부럽구만.] 청풍의 뒷모습 보며 감탄하는 사람들

번화가의 어느 가게. 서점이다. 상당한 규모. 입구에는 <書林堂>이라는 간판이 걸려있고. 가게 안팍에 책이 가득 쌓여있다. 가게에는 입구가 두 개다. 넓직한 서점의 입구. 그 옆에 쪽문이 있다. 살림집으로 통하는 문이다. 쪽문 앞에 후덕한 인상의 중년여인이 서서 거리를 살펴 보고 있다. <투천환일> 등 다른 작품에 나오는 유모 캐릭터. 몸매가 넉넉하고 정이 많게 생겼다. 하지만 사실은 대단한 고수다. 살인상단의 십대살수 중 한명. 별호는 모야차 손이낭

손이낭의 눈 반짝

사람들에게 손 인사 하며 다가오는 청풍

손이낭; [왔네.] 안도하고. 그때

청풍; [다녀왔어 유모.] 머쓱한 웃음 지으며 다가오고.

손이낭; [어서 오세요 도련님.] 다가가며 손을 내밀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이청풍의 유모 손이낭(孫二娘)>

손이낭; [어떠셨어요 오늘 치룬 과거시험은?] 청풍이 지고 있는 배낭을 벗기며

청풍; [그냥 그랬어.] 으쓱하며

청풍; [할아버지는?] 서점 쪽의 문을 보며

손이낭; [기다리고 계셔요. 들어가 보세요.]

청풍; [응...] 서점으로 들어가고

손이낭; [저녁 다 되어가니 손만 닦고 오세요.] 옆의 쪽문으로 들어가며

손들어 보이며 서점으로 들어가는 청풍

 

서점 내부. 책꽂이들이 죽 늘어서 있다. 천장까지 닿는 책꽂이 마다 책이 가득. 천장에 등이 걸려있어 아주 어둡지는 않고

책장들 사이를 지나가는 청풍

책장들이 끝나고 좀 넓은 공간이 나타난다. 서재같은 분위기. 큼직한 책상이 중앙에 있고. 의자가 두 개 놓여있다. 입구 건너편 의자에 한 노인이 앉아서 무언가 쓰고 있다. 살인객주다. 15년 동안 상당히 늙었다. 다른 작품의 살천인조 모습이 되어 있다.

청풍; [다녀왔습니다 할아버지.] 눈치 보며 책상으로 다가가고

살인객주; [오냐.] 고개를 천천히 들고. 살인객주임을 보여주고

청풍; [죄송합니다.] 눈치 보며 맞은편 의자에 앉고

살인객주; [할애비에게 사과부터 하는 걸 보니 험한 일을 겪었겠구나.] 혀를 차며 붓을 내려놓고

청풍; [속 좁은 어떤 놈이 되도 않는 무고를 하더군요.] 쓴웃음

청풍; [다행히 우문(宇文)학사께서 명철(明哲)한 분이시라 누명을 쓰진 않았습니다.]

살인객주; [우문술은 현자지.] [한림원의 학사들 중에서도 몇 손가락에 드는 학식의 소유자이기도 하고...]

청풍; [그분 덕분에 혐의는 벗었지만...]

청풍; [할아버지가 왜 도광하라하셨는지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 고개 숙이고

살인객주; [얻는 바가 있었다면 되었다.]

청풍; [예...]

살인객주; [네 어미와 아비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아직 말해줄 때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네 어미가 할애비에게 했던 부탁만은 다시 한 번 들려주마.]

살인객주; [네가 세상의 시비에 휘말리지 않고 평온한 삶을 살게 해 달라!] [이것이 네 어미가 남긴 유언이었다.]

침통한 표정이 되는 청풍.

살인객주;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고 사는 건 실로 어려운 일이다.]

살인객주; [특히 너는 남다른 재능을 타고 났다.] [보통의 인간은 백번을 읽어도 깨우치지 못하는 이치를 일별(一瞥)로 터득하고...]

살인객주; [남이 일 년 걸릴 노력을 너는 일각에 해치우기도 한다.]

살인객주; [이런 재주를 숨기며 사는 건 실로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살인객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도광(韜光)! 이 한마디를 늘 명심해야한다.] [그게 네 어미가 남긴 유언을 지키는 일이니...]

청풍; [명심하겠습니다.]

살인객주; [그만 안채로 가봐라.] [손이낭이 네게 주려고 성찬을 준비하는 것 같더구나.] 다시 글을 쓰려 하고

청풍; [할아버지도 함께 드시지요.]

살인객주; [입맛이 없구나. 아직 정리해야할 일이 남아있기도 하고...] 글을 쓰며

청풍;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일어나고

살인객주; [오냐.] 글을 쓰고

옆의 쪽문을 열고 나가는 청풍.

쪽문 안쪽은 작은 마당. 마당에 놓인 탁자에 손이낭이 음식을 늘어놓다가 돌아본다. 마당을 중심으로 부엌과 방 두칸이 있다.

탁! 다시 닫히는 문

살인객주; [낭중지추(囊中之錐)... 낭중지추...] 탄식하고

살인객주; [주머니 속의 날카로운 송곳은 반드시 밖으로 뚫고 나오는 법!]

살인객주; [아무래도 제수씨의 유언은 지켜드리기 어려울 것같구나.] 죽어가며 유언하던 노경주를 떠올리고

 

#16>

밤. 금릉의 주택가. 평범한 주택가다.

어느 집. 담장 안에 세채의 건물이 있는 집이다. 밤이 깊어 불은 켜져 있지 않다.

그 중 한 건물

건물 내부. 침실 겸 서재. 책장에 책이 가득

책장 사이에 놓인 침대. 주문충이 잠들어 있다.

음냐 음냐! 배를 긁으며 자는 주문충

쿡! 쿡! 그런 주문충의 옆구리를 찌르는 칼집에 든 칼

주문충; [아 뭐야?] 짜증내며 칼집을 손으로 치고

주문충; [알아서 일어날 때까지 깨우지 말라고 했잖아.] 오만상 눈을 뜨고. 그러다가

[!] 눈 부릅. 턱! 목에 걸쳐지는 칼집에 든 칼

주문충; [누... 누구?] 기겁

벽세경; [큰 소리 내면 영원히 재워버리는 수가 있다.] 쿵! 칼집에 든 칼로 주문충의 목을 누르고 내려다보는 여자. 복면을 쓰고 있지만 벽세경이다.

주문충; [누... 누구십니까? 왜 내게 이러시는 거고?] 겁에 질려 벽세경의 눈치를 보고

벽세경; [내가 누군지는 알 거 없고...] 슥 칼을 주문충의 목에서 떼고

벽세경; [살고 싶다면 순순히 따라와라.] 문쪽으로 가고

주문충; [영... 영문은 알아야 따라가든 말든 할 거 아닙니까?] 겁에 질려 일어나면서도 할 말은 하는데

벽세경; [네놈이 오늘 낮 향시에서 한 짓을 알고 있다.] 돌아보고

[!] 눈 부릅. 자신이 청풍의 품에 종이 만 것을 몰래 넣던 장면 떠올리고. 이어

 

시험관1;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 건을 조사할 것이다.] [만일 무고를 획책한 자가 있다면...] 말을 끊으며 벽세천과 주문충을 번갈아 보고

시험관1; [국법을 어기고 황상의 심기를 어지럽힌 죄로 처단할 것이다.] 살벌

회상 끝

 

주문충; [혹시... 황금전장에서 보내신 분이십니까?] 겁에 질려 침대에서 내려오고

벽세경; [그 주둥이...] 문을 열다가 돌아보고

주문충; [흡!] 급히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벽세경; [올리면 안되는 말을 입에 올리면 제 명에 못 죽을 수도 있다.] 문을 열고 나가고

주문충; [예...] 겁에 질려 따라 나가고

 

주문충의 집을 밖에서 본 모습. 문이 조금 열려있고. 문 밖에 마차가 한 대 서있다. 창문이 없는 상자 형의 마차. 마부석에는 얼굴에 면사를 쓴 마부가 앉아있다. 황금전장의 마부 필곤이다.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나오는 벽세경.

이상 없다는 표시고 고개 숙이는 필곤

벽세경; [나와도 좋아.] 문 안을 향해

주문충이 겁에 질려 나온다.

벽세경; [타라!] 마차 문을 열고

벽세경; [이 마차가 널 천리 밖으로 데려가줄 것이다.]

벽세경; [가는 곳에 새로운 신분과 먹고 살만한 재물을 준비해두었다.] [그곳에서 최소한 오년은 지내다가 돌아와라.]

주문충; [부... 부모님에게 작별인사라도...] + [!] 말하다가 기가 죽고

복면 속에서 노려보는 벽세경의 눈빛이 강렬하다.

주문충; [죄... 죄송합니다.] 겁에 질려 허둥지둥 마차에 오르고

탁! 문을 닫아주는 벽세경. 이어

벽세경; [데려다주고 와.] 필곤에게

필곤; [예!] 고개 숙이고

마차 고삐를 채는 필곤. 이어

따각 따각 멀어지는 마차

그걸 보며 복면 윗부분을 잡는 벽세경

슥! 복면을 벗는 벽세경.

그러자 드러나는 벽세경의 얼굴

벽세경; [세천이가 매수한 주문충이 사라지면 향시에서 벌어진 소동도 유야무야될 테고...]

벽세경; [만일을 대비해서 이청풍의 입만 단속해두면 되겠지.] 스산하게 웃는 벽세경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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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중지추 囊中之錐

 

#1>

산중에서 큰 불이 났다.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고.

화르르! 화악! 불타고 있는 장원.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십여 채의 건물로 이루어졌는데 건물들이 거의 다 불타고 있다.

장원 안팍에 수십 명의 남녀가 죽어있다. 남자들을 싸우다가 죽은 모습. 복면을 쓴 자들의 시체도 섞여있고. 복면인들이 장원 담장 밖에 널려있는 시체들을 살피고 있다.

불타고 있는 장원 정문. 처마에 <羅漢院>이란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있다. 정문 주변에도 복면인들이 시체를 살피거나 주변을 경계한다. 그러다가

[끄아악!] 장원 안쪽에서 들리는 비명. 돌아보는 복면인들

[아직 버티고 있는 놈이 있군.] [끈질긴 놈들이야!] 혀를 차고. 슈욱! 그런 그들의 목을 휘감는 가는 실들. 이어

툭! 쩍! 놈들의 목이 그대로 잘린다. 실이 조여지며

털썩! 퍼억! 담장 밖에 있던 복면인들 모두 목이 잘려 나뒹굴고.

쿠오오! 무시무시한 살기를 흘리며 다가오는 어떤 인물의 실루엣. 노인인데 눈빛만이 보인다. 내민 손에서 수많은 실들이 뻗어 나와 너울거리고 있다.

 

[끄윽!] 고개 떨구며 죽는 노인. 기둥에 두 팔이 쳐들린 채 매달린 모습

쿵! 불타는 건물들 사이에 커다란 나무가 있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죽은 사람들. 두 손이 묶여 나무에 매달린 모습. 지독한 고문을 당해 몸이 찢기고 으스러졌다. 전부 죽었고. 나무 주위에 복면인들이 서서 시체들을 보고 있다. 나무 주변에 널려진 남녀의 시체들. 시체들이 살아있는지 살피는 복면인들도 있고

복면인들 시체도 많다. 동료들의 시체를 한쪽으로 모으고 있는 복면인들도 있고

복면인1; [이 늙은이도 결국 명줄을 놨군.] 마지막으로 죽은 노인의 시체를 칼로 쿡쿡 찔러보고. 주변에 다른 복면인들도 보고 있고

복면인2; [정말 지독한 것들이야. 단 한 놈도 입을 열지 않고 죽었어.] 다른 시채들을 둘러보고

복면인3; [이 정도 고문을 하면 한 놈쯤은 입을 열 줄 알았는데 말이지.]

복면인1; [나한원(羅漢院)이 괜히 나한원이 아니지.] [종들조차 평범한 인간이 한 놈도 없었어.]

복면인2; [중독당한 상태에서도 발악을 해서 본교 형제들의 희생이 컸어!] 동료들이 죽은 복면인들의 시체를 한쪽으로 모으는 걸 돌아보고

복면인3; [주인 일가에 대한 충성심은 가상하지만...] [그 바람에 나한대협(羅漢大俠) 이무외(李無畏)의 마누라와 아들 놈 종적은 알아낼 수 없게 되었어.]

복면인1; [한 번 더 뒤져보세.] [완전히 포위당한 상태니 탈출하지 못하고 어딘가 숨어있는 게 분명해!]

복면인2; [후환을 없이하기 위해서라도 나한원의 핏줄은 확실히 끊어야겠지.] 돌아서고. 바로 그때

[늦었도다! 너무 늦었도다!] 누군가의 말이 들려 복면인들 기겁

살인객주; [한 시진, 아니 일각이라도 빨리 도착했다면 천추의 한을 남기지 않았을 것을...] 시체들 사이로 걸어오는 노인. 정문 밖에서 복면인들을 죽인 노인의 모습을 처음으로 자세히 보여주고. 나이는 60세 중반 정도인데 체구는 크지 않지만 눈빛이 아주 강렬하다. <신병전설> 등 다른 작품의 <살천인조> 캐릭터인데 좀 더 젊게 묘사 이 작품에서는 살인객주로 표기. 최강의 살수 조직인 살인상단의 단주다.

<고수다!> <이곳까지 들어올 동안 어떤 경고도 없었다> <나한원 외곽을 포위하고 있는 형제들이 몰살당한 것 같다!> 창! 차창! 복면인들 기겁하며 무기를 뽑지만. 하지만 그 직후

[!] [!] 복면인 모두 기겁

쿵! 그자들의 목이 전부 가는 실에 한 바퀴 감겨 있다.

오른손을 내밀며 다가오는 살인객주. 펼친 손 뒤쪽 소매에서 수십 가닥의 가는 실이 빠져나와 복면인들의 목을 감고 있다

<언... 언제...> <목... 목이 실에 감겼다!> <실은 실인데 철사보다 질 것같다!> 으으으! 공포에 질리는 복면인들. 가는 실들이 그자들의 목을 강하게 조여서 살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주르르! 조여진 상처가 베어지며 피도 번져 나오고

살인객주; [무고한 피를 흘릴 때는 대가를 치를 각오도 했을 것이다.] 살벌한 표정으로 손을 웅크리고.

[제... 제발...] [목숨만은...] 텅! 터엉! 무기를 떨구며 애원하는 복면인들. 하지만

살인객주; [네놈들 자신의 목을 희생자들의 영전에 제물로 바쳐라!] 팽! 내밀었던 손을 뒤로 확 잡아당기는 시늉하고. 그러자

서걱! 스악! 실이 조여지며 복면인들의 목이 일제히 잘린다. 실이 강하게 조이자 복면인들의 목이 두부처럼 잘린다.

바닥으로 떨어져 구르는 복면인들의 머리통. 잘린 상처에서는 피가 뿜어진다. 피를 뿜으며 비틀거리는 복면인들의 몸뚱이

털썩! 퍼억! 목 없는 시체들 나뒹구는 복면인들의 몸뚱이

슈우! 스르르! 모든 실들이 살인객주의 손등 위로 스며들어가고

실을 회수하며 마지막으로 죽은 노인에게 다가가는 살인객주

고개 떨구고 죽은 노인의 모습

살인객주; [능(陵)집사, 미안하네. 노부가 어리석어 이런 일이 벌어졌어.] 노인을 올려다보며 탄식하고

살인객주; [노부가 지은 업보는 반드시 노부의 손으로 해결하겠네. 저승에서나마 지켜봐주게나.] 합장하고. 이어

살인객주; [오며 들은 대로라면 노(魯)부인과 아들은 나한원 내에 숨어있을 것이다.] 돌아서면서 주변 둘러보고. 이제 장원 내에 살아있는 사람은 없다.

살인객주; [그럼에도 마교(魔敎)의 마귀들이 찾아내지 못했다면 깊이 숨어있다는 뜻...] 바닥에 한 무릎을 꿇고

살인객주; [부디 탈 없이 숨었기를 바랄 뿐이다.] 손을 바닥에 대고

<색적(索敵)!> 눈을 감으며 생각하고

지징! 바닥에 댄 살인객주의 손이 진동하고

화악! 화면의 모든 것이 반투명하게 변한다. 마치 엑스레이로 찍듯이

차례로 보여주는 장원 내의 엑스레이 사진. 불타는 건물. 널려있는 시체들

살인객주; (찾았도다!) 흥분하고

어떤 좁은 공간에 아기를 안은 여자가 철문 같은 것에 기대 앉아있는 게 보인다. 고개를 떨구고 있으며 가슴이 피로 물들어 있다.

일어나며 장원 한쪽을 보는 살인객주

살인객주가 보는 곳에 우물이 있다. 井자형으로 돌을 쌓아 턱을 만든 상당히 큰 우물. 턱의 한 면이 3미터쯤 된다. 턱의 높이는 허리 정도

우물로 달려가는 살인객주

아래를 내려다본다.

우물은 상당히 깊다. 15미터쯤 아래가 수면인데 수면에 무언가 가득 떠있다.

크로즈 업. 떠있는 것은 시체인데 주로 여자와 아이들이다.

살인객주; (악독한 놈들! 여자와 아이들을 우물에 던져 죽였구나.) 이를 갈며 우물 턱으로 올라서고

휘익! 우물 안으로 뛰어내리는 살인객주. 발이 아래로 향하게 하고

콰콱! 아래로 떨어지며 웅크린 손으로 벽을 긁는 살인객주. 그 바람에 아래로 떨어지는 속도가 늦어지고

[!] 아래로 내려가며 눈을 번뜩이면서 맞은편을 보는 살인객주

시체가 떠있는 우물 수면 조금 위쪽에 굴이 수평으로 뚫려있다. 그리 넓지는 않아서 엎드리거나 기어서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크기. 한데

굴 바닥에는 핏자국이 안쪽으로 이어져 있다.

팟! 동굴 벽을 한 발로 차는 살인객주

휘익! 굴로 날아 들어가는 살인객주. 거의 수평으로 날아들어간다.

살인객주; (우물 속에 이토록 비밀스러운 장소가 있었구나.) 굴을 수평으로 날아가며 생각하고. 굴 바닥에는 무언가 끌려간 듯한 핏자국이 나있고

살인객주; (나한원의 비밀무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날아가고. 잠시 후

동굴이 확 넓어진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정도

[!] 스윽! 몸을 바로 세우며 눈을 부릅뜨는 살인객주

동굴 끝에 철문이 있다. 철문에는 <羅漢洞>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한데 철문 아래에 한 여인이 등을 기대고 앉아있다. 20세 가량의 절세미녀. 다른 작품의 온유향이나 영청공주 캐릭터. 청풍의 엄마로 이름은 노경주. 가슴이 피로 물들어 있고. 품에는 아기를 안고 있다. 강보에 쌓인 아기는 기절한 상태.

노경주의 모습 크로즈 업

살인객주; [제수씨!] 급히 달려가고

노경주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노경주와 청풍의 상태를 살핀다.

강보에 싸인 아기 청풍의 모습

살인객주; (청풍(淸風)이는 수혈이 짚여 잠이 든 것뿐이지만...) 청풍을 보고. 이어

노경주의 모습 크로즈 업. 가슴이 피로 물들어 있는데. 옷이 터져 나간 안쪽에 손바닥 자국이 나있다.

살인객주; [제수씨는 마교의 십대절기 중 하나인 절맥혈장(絶脈血掌)에 당했다!] 분노하며 노경주의 손목을 잡아보고

살인객주; [마교의 최강자들인 삼태상(三太相)이나 십대마왕(十大魔王)이 직접 쳐들어왔었구나.] 분노하며 진맥하고. 잠시 후

살인객주; (틀렸다.) 절망

살인객주; (절맥혈장에 당해 온몸의 경맥이 다 끊어졌다.) (잠시 정신을 차리도록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징! 노경주의 손목 잡은 손아귀에 힘을 주고. 빛이 발해진다.

그 빛이 팔을 타고 노경주의 상체로 이동하고. 그러자

쿨럭! 피를 토하는 노경주. 이어

천천히 눈을 뜨는 노경주

살인객주; [제수씨!] 노경주의 손목에서 손을 떼고

살인객주; [노부가... 노부가 너무 늦게 왔소이다.] 눈 시울 붉히며 비통하게

노경주; [그런... 그런 말씀 마셔요.] 애잔하게 웃고

노경주; [우리 아들... 청풍이를 아주버니에게 맡길 수 있게 되었는 걸요.] 춤에 안고 있는 아기를 내려다보고

살인객주; [청풍이를... 이 늙은이의 핏줄인 양 지켜드리겠소이다.] 무릎 꿇은 채 맹세하고

노경주; [그리 말씀해주시니...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겠어요.] [하온데...]

노경주; [염치없지만... 부탁을 한 가지 드리겠어요.]

살인객주; [말씀하시지요.]

노경주; [청풍이를... 무림인으로... 키우지는 말아주세요.] 아들을 내려다보고

살인객주; [어찌하여 그런 말씀을...] 당황

노경주; [강호에 발을 들여놓으면... 반드시 은원의 덫에 걸리지 않을런지요?] 애잔하게 웃으며 아들을 보고

살인객주; [그렇기는 하지만...] 여전히 난감

노경주; [저의 친정 신장곡(神匠谷)은 무림인들의 탐욕으로 멸문지화에 가까운 참상을 입었고...]

노경주; [세상을 지켜온 나한원도 결국 이 지경이 되지 않았는지요?]

살인객주; (부인할 수가 없구나.) 한숨

노경주; [이 계집의 단 한 가지 소원은... 우리 청풍이가... 평온한 일생을... 보내는 것이랍니다.] 아들의 뺨을 쓰다듬고. 그러다가

스륵! 힘을 잃고 떨어지는 노경주의 손

살인객주; [제수씨!] 다가앉으며 노경주의 손목을 잡아보지만

살인객주; (소천했구나.) 탄식하며 손을 떼고. 이어

살인객주; [부디 영면하시오!] 포권하고

<제수씨의 유언은 살인상단(殺人商團의 단주 살인객주(殺人客主)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이루어드릴 테니...> 현장 배경으로 살인객주의 맹세

 

#2>

<-십오 년 후> 거대한 강을 끼고 세워진 대도시. 해가 서쪽으로 기운 저녁 무렵

<-금릉(金陵)> 위 도시를 배경으로 나레이션. 어느 웅장한 장원이 보인다. 관부다. 금릉을 다스리는 금릉부다. 높은 담장을 따라 여러 대의 마차들이 줄 지어 서있다. 짐 싣는 마차가 아니라 사람이 타는 마차.

금릉부의 웅장한 정문. 마차 몇 대가 동시에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넓고 웅장한데. 정문 위에는 <金陵府>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관병들이 통제하는 중에 수많은 사람들이 입구에 모여 안을 기웃거린다. 여자들도 많이 끼어있다. 모두 초조하고 불안한 표정. 사람들 뒤로 담장을 따라 마차들이 즐비하게 서있고.

보부상으로 보이는 사내 둘이 금릉부 입구로 다가오고

사내1; [여긴 금릉을 다스리는 관청 금릉부(金陵府)잖아!]

사내2; [뭔 일인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지?] 다가가고

사내1; [마차들도 많이 대기하고 있구만.] 담장 아래 줄 지어 서있는 마차들을 보고

입구로 다가가는 두 놈.

사내1; [금릉부에서 뭔 볼거리라도 생긴 거요?] 모여 있던 사람들 중 한명에게 다가가 묻고. 나이 지긋한 중년 사내다. 뭔가 아는 게 많아 보이는 인상

사내3; [오늘 향시(鄕試)가 있었소.] 사람들 사이에서 돌아보고

사내1; [오오! 과거시험이 있었구만.] 놀라는 척

사내2; [그래서 응시생과 관련된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있었군.] 호들갑

사람들 틈에 끼어있던 죽립 쓴 키큰 여자가 사내들을 힐끔 돌아본다. 도도한 인상의 20대 중반쯤의 여자. 여자의 이름은 벽세경. 천하제일의 부자인 황금전장의 장녀다. 동생인 벽세천이 과거에 응시해서 몰래 지켜보는 중이다. 벽세경의 오른손 중지에는 큼직한 반지가 하나 끼워져 있다. 나중에 쓰이는 아이템.

사내3; [금릉은 남경(南京)으로도 불리는 중요한 고장이오.] [덕분에 금릉에서 치러지는 향시는 특별한 우대를 받고 있소.] 목을 빼서 앞을 보며

사내1; [우대라면 어떤...]

사내3; [본래 과거시험은 동시(童試), 원시(院試), 향시, 회시(會試), 전시(殿試)의 다섯 단계로 이루어져 있소.]

사내2; [복잡하구만.]

사내3; [그중 가장 중요한 시험이 북경(北京)에서 치러지는 회시오.] [회시에 합격해야 중앙의 정계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오.]

사내1; [전시가 마지막 단계라고 하지 않으셨소?]

사내3; [전시는 회시의 합격자들이 황제에게 자기 자랑하는 정도의 의미만 있을 뿐이오.] 시큰둥

사내1; [황제를 직접 만날 정도면 시험이라고 할 수도 없겠군.] 끄덕

사내2; [금릉의 향시가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하셨소만...]

사내3; [금릉에서는 동시나 원시를 치르지 않소.] [동시와 원시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향시에 응시할 수 있는 거요.]

사내1; [시험 한번으로 단박에 중앙 정계로 진출할 수도 있겠구만!] 짝! 알아차리고 손뼉을 치고.

사내2; [합격하기만 하면 말 그대로 일확천금(一攫千金), 가문융성(家門隆盛)의 기회를 잡겠어.]

사내3; [그래서 강남의 수재라면 누구나 금릉의 향시에 목을 매고 있소.] 목을 빼서 금을부 안쪽을 기웃거리며

사내2; [향시는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소?] 사내3을 따라서 안쪽을 기웃거리며 사내3에게 묻고

사내3; [드디어 채점이 끝나고 등수를 발표할 때가 임박한 것 같소.] 목을 빼어 안을 들여다보며 말하고

 

#3>

금릉부 정문 안쪽. 넓은 광장인데 그곳에 수백 명의 서생들이 앉은뱅이책상을 앞에 두고 앉아있다. 나잇대가 다양하다. 어린 아이부터 늙은 서생까지. 하지만 대부분은 낙담한 표정들이다.

마당 끝의 웅장한 건물. 건물 앞에 놓인 책상들 십여 개. 응시생들 앞의 앉은뱅이책상과 달리 크고 화려하다. 그 책상들 마다 나이 든 관리들이 한명씩 앉아서 무언가 의논을 하고 있다. 책상에는 시험지가 수북하고. 관리들 앞에 세 명의 소년이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서있다.

세 소년 들 중 가운데에 서있는 건 청풍이다. 이때 나이는 16세. 차림새는 전형적인 학생의 모습. 복장도 소박하고.

청풍의 우측에는 화려한 옷을 입은 소년이 서있다. <폭풍신마>에 나온 벽세천 캐릭터. 잘 생겼지만 교만한 인상. 천하 삼대부자가문 중 하나인 황금전장 장주의 아들이다. 무맹사신재 중 벽세황의 배다른 동생. 벽세천이 정실 소생이고 벽세황은 첩이 낳은 서자다.

청풍의 좌측에는 교활한 인상의 소년이 서있다. 이름은 주문충. 벽세천의 똘마니다.

 

#4>

사내3; [합격, 불합격은 가려졌고...] 마당에 앉아 낙담해하는 서생들을 보며

<지금은 상위 세 명이 등수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오.> 청풍 일행을 배경으로 사내3의 나레이션

사내1; [셋 다 똘망똘망하게 생겼구만.]

사내2; [형장이 보기에 누가 장원(壯元;일등급제)이 될 것 같소?] 사내3에게

사내3; [원래는 벽세천(碧世天) 공자가 유력했소..]

[...] 뭔가 생각하는 죽립 쓴 벽세경

사내1; [벽세천이 누구요?]

사내3; [시험관들 앞에 서있는 세 명 중 맨 우측이 벽세천공자요.] 말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천하삼대 부자가문 중 하나인 황금전장(黃金錢莊)의 차남인데 어려서부터 수재로 소문이 자자했소.> 벽세천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벽세천은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내1; [저 분 공자께서 황금전장의 자손이셨구려.] 놀라고 존경하는 표정

사내2; [황금전장이라면 황실도 종종 신세를 진다는 부자 중의 부자 가문 아니오?] 침 꼴깍 삼키고

사내3; [장사하시는 분들이라 잘 아시는구려.] 사내1과 사내2의 행색을 아래위로 살피며 말하고

사내1; [장사치면서 황금전장을 모를 수는 없소.] 엄숙한 표정

사내2; [관부에는 죄를 지어도 황금전장에는 절대 죄를 짓지 마라!] [이게 우리 장사치들 사이에 전해지는 불문율이오.] 두 손 모아 포권하는 시늉까지 하고

사내1; [황금전장에 죄를 지은 장사치는 이 바닥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오.]

소리없이 한숨 쉬는 벽세경

사내3; [황금전장을 잘 아신다니 설명이 쉽겠소이다.] 표정을 엄숙하게 하며

사내3; [명성이나 가문으로 보나 벽공자가 장원이 될 게 분명한 시험이었소이다만...] 시험관들쪽을 보며

뭔가 고민되는 표정으로 의논을 주고 받는 시험관들

사내1; [시험관들이 고민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하군.]

사내2; [벽세천공자보다 시험을 더 잘 본 자가 있겠소.]

사내3; [셋 중 가운데 서있는 이청풍(李淸風)이란 아이가 그 장본인일 거요.] 끄덕

<이청풍은 금릉의 유서 깊은 서점 서림당(書林堂) 주인의 손자인데 역시 어려서부터 수재로 소문났었소.> 셋 중 가운데 서있는 청풍을 배경으로 사내3의 말 나레이션. 청풍은 좀 심드렁한 표정이고

사내3; [얼마나 머리가 좋은지 서림당이 보유한 수천 권의 책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외우고 있다고 할 정도요.]

사내1; [수천 권의 책을 외우고 있다?] [괴물이 따로 없구만.]

사내2; [우리 같은 범인들은 책 한권 내용도 다 외우기 어렵지.]

[...!] 고개 끄덕이는 벽세경

사내3; [수재로 소문났지만 이청풍은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아이였소.] [당연히 과거시험 같은 것에도 흥미가 없을 줄 알았소.]

사내1; [그랬는데 느닷없이 향시에 응시했겠소.]

사내3; [벽세천공자와 이청풍!] [용호상박이라 할만한 수재들끼리의 대결이 벌어진 거요.] 흥분된 표정

사내2; [흥미진진하구만.]

사내1; [또 한명은 누구요?]

사내3; [주문충(朱文忠)이라고 역시 수재로 소문이 났던 아이요.]

<하지만 운 나쁘게 벽세천공자, 이청풍이란 괴물과 동년배로 태어났소. 아마 두각을 나타내는 건 어려울 거요.> 벽세천의 눈치를 보는 주문충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사내1; [어쨌거나 장원이 될 가능성이 높은 건 벽세황공자겠소.]

사내2; [일개 서점 주인의 손자와 황금전장 차남은 존재감부터 비교가 안되지.]

사내3;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소.]

사내1; [어째서요?]

사내3; [금릉에서 치러지는 향시가 워낙 중요한 탓에 북경으로부터 직접 시험관들이 파견되기 때문이오.]

사내1; [황금전장의 영향력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겠군.] 깨닫고

사내2; [천하제일의 전장이니 뭐니 해도 높으신 분들 입장에서는 그저 돈놀이하는 장사치일 뿐이지.]

쓴웃음 짓는 벽세경. 그때

사내3; [결정이 난 것 같소.] 안쪽을 보며 흥분

다른 사람들과 벽세경도 안쪽을 보고

 

#5>

시험관들 중 중앙에 앉아있던 노인이 일어난다. 이하 시험관1로 표기, 손에 종이 한 장을 들고 있고

[저분은 한림원(翰林院)의 학사라지?] [한림원 학사는 황제 폐하와 수시로 독대할 수 있는 정계의 유력자고...] 종이를 들고 일어나는 시험관1을 배경으로 사람들 웅성

시험관1; [숙의 끝에 장원, 방안(榜眼;2등급제), 탐화(探花;3등급제)를 결정했소.] 종이를 보며 말하고

시험관1; [금번 향시의 장원은...]

모두가 긴장하며 보고

벽세천과 주문충도 긴장. 하지만 청풍은 여전히 심드렁

벽세경도 두 손을 꼭 모으며 긴장.

시험관1; [이청풍! 축하하네.] 청풍에게 웃으며 말하고

와락 이지러지는 벽세천의 얼굴.

주문충은 눈을 치뜨고

 

#6>

[와아!] [서림당이 손주가 장원이다!] [축하드립니다 이공자!] 금릉부 밖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 환호하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 한숨 쉬는 벽세경

사내1; [이변이라면 이변이라 할만한 결과로군.]

사내2; [황금전장의 재력도 관부에는 완전히 통하지 않는다는 게 증명되었어!]

사내3; [이청풍은 원래 영특하기로 이름났던 아이요.] [이번 향시의 장원을 차지했다 해도 뒷말은 안 나올 거요.] 끄덕

 

#7>

시험관1; [자네의 답안은 노부 우문술(宇文述)이 칠십 평생 본적이 없는 명문이었네.] [앞으로 기대하겠네.] 종이를 내려놓으며 흐뭇.

다른 시험관들도 끄덕이고

청풍; [감사합니다. 여러 사부님들께서 좋게 봐주신 덕분입니다.] 시험관들에게 포권하고

인상이 우그러진 채 청풍을 노려보는 벽세천

시험관1; [향시에서 장원 급제했으니 회시 준비를 하게나.] [두 달 남짓 남아서 시간이 충분하진 않을 게야.]

청풍; [성심(誠心)으로 준비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그때

주문충에게 고개짓을 하는 벽세천

주문충; (준비했던 그걸 하자?) 긴장하고

째려보는 벽세천

주문충; (어쩔 수 없군. 벽세천에게는 받아먹은 게 많으니...) 쓴웃음 지으며 왼손을 오른쪽 쇄에 집어넣고

시험관1; [장원은 발표했고...] 다시 종이를 보며

왼손을 오른쪽 소매에서 꺼내며 앞을 보는 주문충. 왼손은 주먹을 쥐고 있다.

시험관1; [차석인 방안은 벽세천, 삼등급제 탐화는 주문충이네.] 종이에서 시선을 떼며 벽세천과 주문충을 보고

주문충; [감사합니다.] 포권하고. 벽세천은 뚱해있고. 이어

주문충; [축하한다 이청풍!] 오른손으로 청풍의 왼팔을 잡고. 간살스럽게 웃으며

그걸 곁눈질하는 벽세천

주문충; [이번에는 내가 졌어. 앞으로도 선의의 경쟁을 해보자구.] 슥! 왼손을 재빨리 청풍의 저고리 사이로 넣었다 빼고

곁눈질로 청풍과 주문충을 보며 눈 번득이는 벽세천

청풍; [주형도 축하드립니다.] 형식적으로 주문충에게 답례하고

히죽 웃는 벽세천

시험관1; [벽세천, 자네도 한 마디 하지 않겠는가?] 그런 벽세천에게 말하고. 그러자

벽세천; [여러 사부님들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포권하고

벽세천; [하오나 후진은 오늘 채점하신 결과에 이의가 있습니다.] 굳어진 얼굴로 말하고

 

#8>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벽공자는 이청풍의 장원급제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건가?] 정문 주변 사람들 어리둥절. 웅성거리고. 그 사이에 벽세경이 있고

벽세경; (세천이 저 녀석 설마!) 눈 부릅. 불길한 예감

 

#9>

시험관1; [벽세천! 노부들의 채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노려보고

벽세천;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부

벽세천; [여러 사부님들의 채점은 당연히 공정했을 것입니다.] [다만!]

벽세천; [이청풍! 저 작자는 답안 작성시 부정을 자행했습니다.] [제가 그것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청풍에게 삿대질. 찡그리기만 하고 반박은 하지 않는 청풍

 

#10>

[그런!] [이청풍이 부정을 저질렀다고?] [사실이라면 국기를 어지럽힌 중죄인데...] 사람들 경악하고. 벽세경도 경악하고

벽세경; (세천이 놈이 초조해서 일을 저질렀구나.) 초조. 다급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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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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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카페 겸 홈페이지인 다음카페 <와룡소>에서 설맞이 이벤트를 진행중입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필부 와룡이 푸른 용의 해에 처음으로 인사올립니다.

 

또 다시 설이 찾아왔습니다.

올 때마다 나이를 한살씩 안기니 설이라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군요.

매년 추석과 설에 진행하는 이벤트를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푹 쉬고 즐기시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드리라고 각 게시판의 열람등급을 한시적으로 조정합니다.

기간은 오늘(2024년 2월 8일)부터 연휴가 끝나는 다음날 (2024년 2월 13일)까지입니다..

열람등급의 구체적인 조정 내역은 아래와 같습니다.

 

연공관;   무사 => 낭인

복마전;   당주 => 무사

지밀보고; 호법 => 당주

 

회원등급 미달로 인해 열람하지 못하셨던 글들을 읽으시며 설날 연휴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해피 설!

 

와룡소 - Daum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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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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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장

 

                     난감한 명령

 

 

 

검의 서슬(날카로운 기운)을 검 밖으로 확장시킨 것이 검기다.

검기를 일으킬 수 있으면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적을 벨 수 있다.

물론 검법을 수련했다고 누구나 검기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검과 한 몸이 되는, 검신합일(劍身合一)의 경지에 이르러야만 가능하다.

그 검기를 극한까지 응축시키면 검강이 된다.

그렇지 않아도 날카로운 검기의 결정체인지라 검강에 베어지지 않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호신강기이든, 단단하기로 소문난 한철(寒鐵)이든 검강을 막지 못한다.

심지어 귀신이나 혼백도 벨 수 있다고 한다.

능풍운은 흑룡선단의 해적들이 하나같이 일격에 몰살당한 이유를 깨달았다. 그자들 중 누구도 흑의여인이 발휘한 검강을 막지도 피하지도 못했다.

하물며 무공을 익히지도 않은 능풍이다. 검강에 스치면 간단히 토막 쳐질 것이다.

절체절명!

말 그대로 죽을 수밖에 없는 위기였는데...

기적이 일어났다.

[너는....]

갑자기 흑의여인이 두 눈을 부릅뜨며 비명같은 외침을 터뜨렸다.

운기조식 하던 그녀는 누군가 다가오자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었다.

한데 검강을 뽑아낸 검으로 그자의 목을 치려던 흑의여인은 아연실색했다.

상대가 무공을 전혀 모르는 소년이어서가 아니었다.

소년의 얼굴은 흑의여인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어떤 인물을 빼닮았다. 그 인물 때문에 죽을 것 같은 상사병까지 앓았었다.

흑의여인이 능풍운의 얼굴을 보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란 이유였다.

(안돼!)

흑의여인은 검에 주입했던 내공을 사력을 다해 거두어 들였다.

츠읏!

그러자 검 끝에서 이장 넘게 뻗어 나왔던 검강이 눈 녹듯 사라졌다.

퍼억!

직후 검은 흑의여인의 손에서 빠져나와 한쪽 선실 벽에 꽂혔다. 내공을 억지로 거두자 경맥이 강한 충격을 받았으며 그 바람에 손아귀에서 힘이 빠진 것이다.

[컥....]

검을 놓친 흑의여인은 단말마같은 비명을 토하며 뒤로 넘어졌다.

[아주머니....]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능풍운은 깜짝 놀라 침대로 달려갔다.

[끄윽...]

침대에 널브러진 흑의여인은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다. 검은색 저고리 속에서는 한 쌍의 푸짐한 살덩이가 갓 쑨 묵처럼 요동을 친다.

얼굴을 가린 면사 아래로는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

흑의여인은 성치 않은 몸 상태에서 내공을 억지로 역류시켰다. 그 충격으로 인해 경맥이 여러 곳 손상되며 내상을 입고 말았다.

침대로 달려간 능풍운이 급히 흑의여인을 부축하려할 때였다.

[내... 내 몸에 손대지 마라.]

흑의여인이 다급하게 외쳤다.

[괜... 괜찮으신지요?]

능풍운은 움찔하며 손을 거두었다.

[물, 물러서라. 이 정도로 죽지는 않는다.]

흑의여인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검은 옷에 감싸인 풍만한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으며 얼굴을 가린 면사 아래로는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말과 달리 그녀의 몸 상태는 결코 괜찮지 않았다.

(진... 진기가 흩어지는 바람에 겨우 억눌러놨던 최음제(催淫劑)의 독성이 폭주하고 있다.)

흑의여인의 눈꼬리가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먼 거리를 쉬지 않고 달린 것처럼 숨은 거칠며 면사 위로 드러난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사실 흑의여인은 강렬한 최음제에 중독당한 상태였다.

그녀에게 최음제를 쓴 자는 선실 입구에 죽어있는 음침한 인상의 서생이었다.

 

-음양수재(陰陽秀才)!

 

흑룡선단 단주 독안용왕의 오른팔이다.

박식하고 꾀가 많아 흑룡선단의 군사 역할을 맡고 있는 그자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한 가지 있었다.

지나치게 색을 밝힌다는 게 그것이었다.

음양수재는 어떤 여자든 일단 회가 동하면 기어코 욕심을 채우곤 했다. 상대가 유부녀이든 처녀든 가리지 않고 범했다.

비구니나 여자도사라도 거리낌 없이 욕정의 제물로 삼았다.

음양수재에게 신세를 망친 여자는 수를 헤아리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많았다.

그러던 차에 대단한 명성과 미모의 소유자인 흑의여인이 남해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흑의여인을 범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흑의여인의 무공이 대단해서 일단 무력화시키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결국 함정에 빠진 흑의여인은 상당량의 최음제를 복용하고 말았다.

음양수재가 쓴 최음제는 독성이 강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일단 중독당하면 욕화에 휩싸여 이성을 완전히 잃는다. 오직 욕정의 해소에만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흑의여인이 최음제를 복용한 사실을 확인한 음양수재는 본색을 드러냈다. 저항력을 상실한 그녀를 겁탈해서 욕심을 채우려 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능풍운이 본 대로였다.

음양수재는 물론이고 그 자가 이끌고 해적들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최음제에 중독되어 제 정신이 아니었음에도 흑의여인은 배안의 모든 인간들을 몰살시켜버렸던 것이다.

음양수재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결말이었다.

 

(틀... 틀렸다!)

흑의여인은 절망했다.

비록 음양수재가 쓴 최음제의 독성이 지독하긴 했어도 해소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심후하기 이를 데 없는 내공으로 최음제의 독성을 조금씩 태워버리면 되었었다.

대략 한 시진쯤 지났으면 완전히 최음제의 독성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불가능해졌다. 내공을 역류시키는 과정에서 입은 내상으로 인해 최음제의 독성을 제어할 수 없게 된 때문이다.

욕정이 활화산처럼 폭발하여 온몸으로 퍼져간다. 펄펄 끓는 기름을 삼킨 듯 몸속이 걷잡을 수 없이 뜨거워지고 정신은 아득해져갔다.

사내!

욕정을 해소시켜줄 사내만이 필요할 뿐이다.

이대로 가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다. 발정 난 짐승처럼 아무 사내에게나 마구 몸을 내돌리게 될 것이다.

[어디가 불편한지 말씀해주십시오.]

흑의여인의 상태가 심상치 않은 걸 알아차린 능풍운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러가라고 했다.]

흑의여인은 버럭 고함을 질렀다.

능풍운의 몸에서 느껴지는 수컷의 냄새가 그렇잖아도 걷잡을 수 없는 욕정의 불길에 부채질을 한다.

능풍운은 움찔하며 물러섰다. 노려보는 흑의여인의 눈에 핏발이 서있어서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오해하지 마세요. 전 그저 아주머니를 돕고 싶었을 뿐입니다.]

능풍운은 흑의여인의 눈치를 보며 뒷걸음질을 쳤다.

[도움이 필요치 않으시다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능풍운은 흑의여인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후 돌아섰다.

그때였다.

[기, 기다려라!]

흑의여인의 급히 불러 세웠다.

[분부하실 일이 있으신지요?]

선실을 나가려던 능풍운은 흑의여인을 돌아보았다.

(닮았어. 그 무정한 사내와 정말 닮았어.)

초점이 사라진 눈으로 능풍운을 훑어보는 흑의여인의 숨결이 가빠졌다.

아무리 봐도 눈앞의 애송이는 자신으로 하여금 상사병을 앓게 했던 어떤 사내를 빼닮았다.

몇 년만 더 지나면 능풍운은 그 사내의 판박이가 될 것이다.

[이름... 이름이 무엇이냐?]

흑의여인은 달뜬 목소리로 물었다.

[능풍운이라고 합니다.]

[능.... 능씨란 말이지?]

능풍운의 대답을 들은 흑의여인의 풍만한 몸에 세찬 전율이 치달렸다. 애송이는 그녀의 애를 태웠던 사내를 닮았을 뿐 아니라 성도 같았다.

(틀림없다. 저놈은 그 사람의 아들이다. 어떤 사연으로 일초무학인 채 남해에서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흑의여인은 능풍운의 정체를 확신했다. 피로 이어지지 않고서는 저렇게 닮을 수는 없다.

능풍운이 자신으로 하여금 상사병을 앓게 했던 사내의 아들이라 생각하자 안도감과 망설임이 함께 밀려들었다.

(생판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그 사람의 아들이라면 몸을 허락할 수도... 아니야! 어떻게 그 사람의 아들과 그런 짓을...)

흑의여인은 격렬한 갈등에 휩싸였다.

제어가 불가능해진 욕정을 해소하려면 사내에게 몸을 맡겨야만 한다.

그렇다고 아무 사내에게나 몸을 여는 건 흑의여인의 고고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길거리 창녀 신세가 될 바에는 죽어버리는 게 좋다.

그랬는데 능풍운이 자신과 깊은 인연이 있는 사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한 때 사모했던 사내를 빼닮은 소년에게라면 몸을 허락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 하면 어떻게 짝 사랑했던 사내의 아들과 그 짓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죄책감이 밀려들었다.

하지만 흑의여인의 갈등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몸 상태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깊은 곳이 화상을 입은 듯 화끈거리고 머릿속은 오직 욕정을 해소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무슨 추태를 부리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결국 흑의여인은 이성이 남아있을 때 결단을 내렸다.

[정말, 나를 도와주겠느냐?]

이미 초점이 사라지고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능풍운을 보며 물었다.

[물론입니다. 제 능력이 닿는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능풍운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먹이처럼 훑어보는 흑의여인의 시선에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몇, 몇 살이냐?]

흑의여인은 헐떡이며 다시 물었다.

[열여섯 살입니다만....]

흑의여인이 갑자기 나이를 묻자 능풍운은 의아해하면서도 숨김없이 대답했다.

[열여섯... 겨우 열여섯살이란 말이지?]

능풍운의 나이를 안 흑의여인은 당혹이 서린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녀는 능풍운이 건장한 체격과 달리 아직 어리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열여덟 살 쯤은 되었을 것이라 짐작했었는데 무려 두 살이나 더 어리다.

(내가 살자고 아들, 아니 손자뻘인 저 아이에게 몸을 허락해도 되는 걸까?)

흑의여인은 다시 한 번 갈등에 휩싸였다.

사실 그녀는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다. 오십을 넘긴지도 몇 년이나 지났다. 만일 평범한 인생이었다면 능풍운 정도의 손자를 봤을 수도 있다.

헌데 얄궂은 운명의 장난으로 손자뻘인 소년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이번의 갈등도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어느덧 욕정은 그녀의 조금 남은 이성마저 태워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능풍운에게 몸을 허락해야하는 상황이 닥칠 것이다.

[날 도와줄 마음이 변치 않았다면... 천지신명께 맹세해라. 날 돕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겠다고....]

흑의여인은 충혈된 눈으로 능풍운을 훑어보며 말했다.

그녀의 뜻밖의 요구에 능풍운은 움찔했다.

도와주려는데 설마 천지신명께 맹세하는 요구까지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못하겠다고 할 수도 없다.

[소생 능풍운은 부인을 위해 어떤 짓이든 할 것을 하늘과 땅에 계신 여러 신명께 맹세합니다.]

능풍운은 엄숙하게 맹세했다.

[지금의 그 맹세... 잊지 마라.]

능풍운의 맹세를 들은 흑의여인은 안도하며 침대에 반듯하게 누웠다.

그리고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내가... 명령하겠다. 이리 와서... 나를 범해라.]

[뭐, 뭐라고요?]

능풍운의 입에서 비명같은 신음이 터져나온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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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난파선에서 만난 마녀

 

 

 

뱃전에 선 능풍운은 수평선 쪽을 살피고 있었다.

[난파선인가?]

손을 이마에 댄 능풍운의 미간이 모아졌다.

시간은 막 오시(午時)를 지났다.

능풍운이 있는 곳은 해복진에서 남동쪽으로 오십여 리쯤 떨어진 해상이다.

그물을 내리던 능풍운은 수평선에 작은 점 하나가 떠있는 걸 발견했다. 전에 왔을 때는 보지 못했던 그 점은 이리 저리 흔들리고 있다.

능풍운은 직감적으로 그 점이 추진력을 잃은 배임을 알아차렸다.

(가볼까?)

호기심이 일었다.

무림인들이 수십 명 죽고 여러 척의 배가 난파당했다는 왕노인의 말이 떠올랐다.

(그물을 치고 물고기가 들기를 기다리는 동안 갔다 오자.)

능풍운은 빠르게 그물을 치기 시작했다.

그물에는 말린 박에 밀납을 발라 만든 부표가 여럿 달려 있다. 부표들은 그물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지 않게 해줄 뿐 아니라 그물 친 위치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부표들이 제대로 그물을 지탱하는 것까지 확인한 능풍운은 난파선이 보이는 수평선을 향해 노를 젓기 시작했다.

끼익 끽!

구릿빛 팔의 근육이 노를 저을 때마다 굼실거린다.

촤아...!

노가 저어질 때마다 뱃전의 물살이 좌우로 쩍쩍 갈라졌다.

능풍운을 태운 조각배는 경쾌하게 파도를 가로지르며 나아갔다.

 

얼마나 갔을까?

작은 점으로만 보였던 물체가 뚜렷하게 형태를 드러냈다.

(역시 난파선이었다.)

능풍운의 눈이 반짝였다.

점이었던 물체는 길이 이십여 장에 수면으로부터 뱃전까지의 높이가 삼장이나 되는 거대한 배였다.

배 위에는 이층누각까지 세워져 있었다.

뱃사람인 능풍운도 본 적이 없는 크고 화려한 누선(樓船;누각이 있는 배)이다.

누선은 좌측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다. 선체 아래쪽이 깨져서 바닷물이 스며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도 안 계십니까?]

누선에 가까이 접근한 능풍운은 큰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저 괴괴한 적막만이 거대한 배를 휘감고 있을 뿐이었다.

(올라가 보자.)

능풍운은 뱃전 밖으로 늘어져 있는 밧줄에 타고 온 조각배를 묶었다.

그리고는 밧줄을 잡고 누선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헉....]

이윽고 누선의 갑판 위로 얼굴을 내밀던 능풍운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밧줄을 놓치고 바다에 떨어질 뻔 했다.

누선의 갑판이 흥건한 피와 시체들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끔... 끔찍하구나.]

진저리를 치면서도 능풍운은 누선으로 올라갔다. 강렬한 호기심이 공포와 혐오조차 눌러버렸다.

그래도 갑판에 올라서자마자 입을 손으로 틀어막아야했다. 너무도 역겨운 피비린내에 구토가 치밀어 오른 때문이다.

능풍운은 사람 시체를 본 적이 여러 번 있다.

난파를 당해 익사한 시체가 종종 해변으로 밀려오곤 한다. 그 시신들을 거두고 안장해주는 일은 바닷가 사람들의 일상 중 하나다.

능풍운도 마을 어른들을 도와서 익사한 시신을 수습하곤 했었다. 그래서 시체를 보고 만지는 것쯤은 익숙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순간 몸서리가 쳐지고 정신이 혼미해졌다. 누선의 갑판 위에 펼쳐진 지옥도는 상상조차 못해본 것이었다.

갑판 위에 널려 있는 수십 구의 시체는 그 형상이 실로 끔찍했다.

팔 다리가 잘려나간 자,

목이 동체와 분리된 자,

허리가 끊어져 내장과 피를 꾸역꾸역 쏟고 있는 자...

말 그대로 목불인견의 참상이었다.

시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일격에 죽었다는 점이었다. 시체에 남아있는 상처는 한 곳에 불과했지만 예외없이 치명적이었다.

(무섭구나. 인간이 어찌 이토록 잔혹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능풍운은 눈앞에 펼쳐진 지옥도를 보면서 치를 떨었다.

그러다가 발치에 둥그런 동패(銅牌)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능풍운은 조심스럽게 동패를 집어들었다.

피에 흠씬 젖어있는 동패 전면에는 정교한 교룡(蛟龍)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다.

(이건 흑룡선단의 표기 아닌가?)

교룡 문양을 본 능풍운은 흠칫 놀랐다.

 

-흑룡선단(黑龍船團)!

 

남해 일대를 횡행하는 해적들 중 가장 규모가 큰 해적 무리다.

수백 척의 배를 지녔다는 흑룡선단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바다에서는 그들을 당해낼 세력이 전무한 실정이다. 대륙을 구석구석까지 장악하고 있는 황실의 권위도 흑룡선단에게는 미치지 못할 정도다.

흑룡선단의 단주는 독안용왕(獨眼龍王)이라는 인물이었다.

해적무리의 수괴답게 독안용왕은 수중공부(水中功夫)에 탁월하다. 물이 있는 곳에서는 그자를 당해낼 상대가 없다고 할 정도다.

독안용왕 휘하의 흑룡선단은 먼 바다를 활동무대로 삼아왔다. 대륙을 통일해서 한창 기세가 등등해진 황실과 충돌해봤자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능풍운도 흑룡선단의 이름만 들었을 뿐 직접 조우한 적은 없었다.

그 흑룡선단의 표기가 난파선에서 발견된 것이다.

능풍운은 다른 시체에서도 흑룡패(黑龍牌)를 몇 개 더 찾아냈다.

시체들이 흑룡패를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보건데 이 누선은 흑룡선단 소속의 해적선임에 틀림없다.

(누가 흑룡선단의 해적들을 몰살시켰을까? 바다에서는 무적이라 불리던 자들인데...)

능풍운은 조심스럽게 시체들 사이를 지나 이층 누각의 일층 입구로 다가갔다.

입구에 달려있던 튼튼한 문은 무언가 날카로운 것에 베어져있다.

끼익!

능풍운은 반쯤 잘려나간 문을 조심스럽게 옆고 선실로 들어섰다.

(여자!)

한데 선실로 들어서던 능풍운의 눈이 치떠졌다.

널찍하고 호화롭던 선실 역시 폭풍이 스쳐 지나간 듯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그 선실에서 능풍운은 처음으로 생존자를 발견했다.

[...]

선실 끝에 놓인 널찍한 침대에 한 여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여인은 두터운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나이는 물론이고 용모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나마 옷 밖으로 드러난 풍만한 몸매를 통해 중년에 접어든 여인임은 짐작할 수 있었다.

여인은 일신에 칠흑같이 검은 흑의(黑衣)를 걸치고 있었다.

검은색 옷 때문에 소매 밖으로 드러난 양손이 눈부시게 희어 보였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흑의여인의 허벅지 위에는 한 자루의 검이 가로 놓여있었다. 본래 새파랬을 검날은 피를 머금어 검붉게 변해있었다.

(저 여인이 이 배의 선원들을 몰살시킨 장본인이겠구나.)

흑의여인의 허벅지 위에 놓인 피 묻은 검을 본 능풍운은 전후 사정을 짐작했다.

(여자의 몸으로 한 두 명도 아니고 수십명의 사내를 죽이는 게 가능했구나.)

상황을 파악한 능풍운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아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순박하고 연약했다. 당연히 여자가 살인을 할 수 있다는 건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다.

놀라움과 충격을 억누르며 능풍운은 선실 내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선실 안에는 흑의여인 외에도 세 명의 사내가 더 있었다. 하지만 그자들 역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침대 옆에는 소매가 없는 가죽옷을 걸친 사내 두 명이 쓰러져 있다.

흉포하고 거친 인상을 지닌 자들인데 한 어머니에게서 난 형제인 듯 얼굴이 비슷했다.

그자들은 허리가 잘려 네 토막이 되어 있었다.

마지막 한 명은 선실 입구, 즉 능풍운의 발치에 쓰러져 있다. 서생 차림을 한 그자는 분을 바른 듯 새하얀 얼굴에 단정한 이목구비를 지녔다.

하지만 준수한 얼굴과 달리 음산한 인상을 풍기는 자였다.

능풍운은 서생차림의 사내가 심기가 아주 깊은 모사꾼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는지 서생은 두 눈을 한껏 부릅뜬 채 죽어 있었다.

서생이 입은 치명상은 목에 난 자상이었다. 그자의 목은 절반 넘게 베어져 대량의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서생의 오른손에는 부채가 꽉 쥐어져 있었다.

부챗살이 투명한 옥으로 만들어진 그 부채는 일견하기에도 보통 물건이 아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호기심이 생긴 능풍운은 서생의 손에서 부채를 빼내어 펼쳐 보았다.

부르르!

직후 능풍운의 얼굴이 벌겋게 물들었다.

 

<음양선(陰陽扇)>

 

부채 상단에 그같은 글이 적혀 있으며 그 아래로 아홉 폭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한데 그 그림이란 것이 실로 낯 뜨거웠다. 발가벗은 남녀가 각각 다른 체위로 뒤엉켜 있는 춘화(春畫)였던 것이다.

춘화는 그 묘사가 더할 수 없이 정교하다.

교합하고 있는 남녀의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사람인 듯 생생하다.

여인의 아랫도리에 핏줄이 툭툭 불거진 흉측한 살덩이가 결합되어 있는 것까지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너무도 음란하고 망측한 그림을 본 능풍운은 목덜미까지 붉게 물들었다.

(못 볼 것을 보았다.)

그는 급히 부채를 접었다.

하지만 가슴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고 있었다.

나이가 어리기도 해서 능풍운은 남녀관계에 무지하다. 당연히 여자의 알몸을 본 적도 없다.

그런 그에게 적나라하게 묘사된 춘화는 실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벌렁이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눈을 감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음양선이란 부채에 그려진 아홉 폭의 춘화가 너무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단순히 춘화의 묘사가 떠오른 정도가 아니었다.

 

-환희음양법(歡喜陰陽法)!

 

첫 번째 그림 위에 적혀있던 춘화의 제목도 선명하게 기억났다.

[추잡한 물건이다.]

휘익!

화가 치민 능풍운은 음양선을 선실 밖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흥분을 가라앉히려 애쓰며 시선을 흑의여인에게로 돌렸다.

(이 여자는 무얼 하고 있는 걸까? 숨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죽은 건 아닌데...)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흑의여인을 살펴보며 능풍운은 의아해졌다,

무공에 문외한인 능풍운이다.

흑의여인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운공요상을 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 리 만무했다.

[어디 편찮으십니까?]

능풍운은 조심스럽게 말하며 흑의여인에게 다가갔다.

그때였다.

번-쩍!

굳게 감겨있던 흑의여인의 눈이 면사 위로 치떠지며 번개 치는 듯한 안광이 작렬했다.

(헉!)

능풍운은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스악!

그 직후 능풍운은 흑의여인의 새하얀 손이 검을 잡더니 자신을 향해 검을 그어내는 걸 보았다.

그의 눈에는 흑의여인의 손짓이 느린 동작처럼 뚜렷하게 보였다.

눈으로는 볼 수 있어도 어떻게 해야 피할 수 있을지는 떠올릴 수가 없었다.

흑의여인의 느린 듯한 일검은 능풍운이 피할 수 있는 모든 방위를 제압하며 다가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흑의여인과의 거리가 이장 가까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사척이 채 안되는 검에 베일 일은 없다.

하지만 그것은 능풍운의 착각이었다.

쩌엉!

얼음이 갈라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흑의여인이 휘두르는 검이 쭉 늘어났다. 반투명하게 보이는 검날이 무려 이장 가까이로 길어진 것이다.

실제로 검날 자체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검날에서 거의 고형화 된 검기(劍氣)가 뿜어진 것뿐이다.

 

-검강(劍罡)!

 

그렇다! 흑의여인은 검강을 뽑아내 능풍운을 죽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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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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