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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에잉 드러븐 놈!] 숲속의 정자. 한 노인이 코를 싸맨 채 정자 난간에 걸터앉아있다. 스타워즈의 요다같은 인상. 아주 나이가 들어 얼굴 전체가 주름살로 자글자글 하다. 이 노인이 무영동부의 최연장자인 염제도. -무영동부 부주 염제도(廉齊道) 120.

[히히히! 이겼다! 이겼다!] 그 앞에서 검은 머리에 잘 생긴 중년인이 바보처럼 헤벌레 하며 바지를 추스르고 있다. 바닥에는 똥이 튀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이 검은 머리의 중년인이 무영동부의 다섯 노인중 넷째인 독고사룡이다. 나이는 환갑이 넘었으나 공력이 심후해서 40대 중년인처럼 보인다 -무영동부 서열사위 독고사룡 63

염제도; [저 망할 놈의 똥구녕은 내가 닦아줬다!] [그러니까 뒷마무리는 네놈들이 해라!] 코를 싸맨 채 말하고

표대추; [별 수 없다. 빨리 해치우자!] 한손으로 코를 싸매고 다른 손은 똥으로 칠갑이 된 정자 바닥을 향해 젓고

푸시시! 똥에서 연기가 일더니

완전히 말라서 가루가 되는 똥

청풍; (점입가경이군! 허공을 격하고 삼매진화(三昧眞火)를 발휘할 수 있다니...!) 놀라고

표대추; [셋째 네 차례다!] 물러서고

반치우; [젠장할!] [내가 앞으로 넷째 저 또라이랑 또 어울리면 성을 간다! 성을 갈아!] 이를 갈며 역시 한손으로 손을 젓고. 그러자

후두둑! 후두둑! 똥 가루들이 한 군데로 뭉쳐서 둥글게 변하고

반치우; [에이 드러워!] 손을 젓고

! 날아 나오는 똥 분말 덩어리

푸시시! 정자를 에워싼 나무 아래에 파고 든다

반치우; [본의 아니게 사리수(舍利樹)에 거름을 주게 되었군!] [마무리는 막내 네가 해라!] 황희설에게

황희설; [휴우! 손자 똥도 치워본 적이 없거늘...!] 고개 설래 설레 저으며 정자 안으로 들어간다. 이어 구석에 놓인 대걸레를 들어 바닥을 닦기 시작한다

염제도; [대충 정리 되었으니까 들어와라!] 난간에서 바닥에 내려앉고

표대추; [아무리 심심하기로서니 방귀뀌기 시합 같은 건 두 번 다시 하지 맙시다!] 탄식하며 정자로 들어가고

반치우; [그러는 형님도 신나게 꿔대지 않았소?] 눈 흘기며 따라들어가고

표대추; [그러니까 네놈이 바둑을 배우면 좀 덜 심심하잖아!] 궁시렁 대며 염제도 옆에 앉는다

반치우; [바둑 같은 애들 잡기를 배울 생각없소. 차라리 형님이 장기를 배우시오!] 염제도의 다른 쪽 옆에 앉고

표대추; [일없다!] [말 몇 마리 놓고 장이야 멍이야 해대는 한심한 짓거리를 배워서 뭘 해?] 코웃음치고. 그 사이에 청풍도 슬그머니 염제도 맞은편에 앉고.

반치우; [지금 배워봐야 날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저러지!] 코웃음

표대추; [뭐야?] 눈 부라리고. 그때

염제도; [이놈들아! 그만들 좀 해!] [신입(新入)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냐?] 핀잔 주고

그제야 모두 입 다물고 청풍을 본다.

청풍; [! 안녕들 하쇼?] 넉살 좋게 손을 들어보이고

염제도; [아무리 봐도 너무 젊군.] 찡그리며 청풍의 아래 위를 보고

염제도; [무영동부 역사상 저렇게 젊은 나이에 들어온 사례는 없는데?]

표대추; [기록적으로 젊었다는 넷째도 여기 들어올 때는 서른세살이었소!] 백치처럼 히죽 히죽 웃고 있는 독고사룡을 흘깃 보고

황희설; [젊은 게 아니라 어린 것이외다.]

황희설; [많아야 약관을 갓 지났을 거요.] 대걸레를 치우고 반치우 옆에 앉는다. 독고사룡도 히죽 히죽 웃으며 표대추 옆에 앉고

청풍; (이 영감탱이들이 남의 나이를 멋대로 늘려놓네! 난 이제 겨우 열일곱 살인데....) 흘겨보고

반치우; [하여간 난놈이오.] [이 나이에 벌써 여기까지 들어올 정도라면 바깥에서는 세상을 한 번 발칵 뒤집어놨을 게 분명하오.]

표대추; [십오년동안 바깥소식을 듣지 못했더니만.....] 청풍의 아래 위를 보고

표대추; [젊은 녀석들이 이 정도면 무림도 우리가 활동할 때보다 아주 많이 발전한 듯하오.] 염제도에게 말하고

염제도; [그러고 보면 이제 또 공가 녀석들이 슬슬 장보도(藏寶圖)를 세상에 뿌릴 때가 되긴 됐지.] 끄덕

반치우; [그놈의 장보도!] 이를 부득

반치우; [거기에만 안 홀렸어도 내 인생이 여기서 이렇게 망쳐지지는 않았을 텐데....!]

표대추; [귀부는 대도(大盜)와 신투(神偸)들의 무덤이야.] 코웃음

표대추; [큰 도둑 소리를 듣던 우리가 이곳이 아니면 어디 가서 죽겠냐?] [그러니 공가를 탓하지는 말어.]

반치우; [탓하는 게 아니고 말이 그렇다는 거요.] 한숨

반치우; [살만큼 살았고 분탕질해볼만큼 분탕질해본 우리야 그렇다 쳐도...]

반치우; [젊디 젊은 저놈은 생각할수록 안됐소!] 청풍을 보고

모두 청풍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청풍; [내가 안됐다고?]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멀뚱

청풍; [대체 내가 왜 안됐다는 거요?]

반치우; [그럼 이놈아! 평생 여기 갇혀서 썩어야 하는데 억울하지도 않냐?]

청풍; [썩기는 누가 썩어?] [꼰대 성질을 좀 건드린 탓에 잠시 갇혀있는 것 뿐인데...!]

청풍; [길어야 한 달쯤 갇혀 있다보면 꺼내주러 오겠지!] 팔짱 끼며 콧방귀

표대추; [꺼내주러 온다고?]

반치우; [그럼 넌 양상군자(梁上君子;도둑)가 아니란 말이냐?]

다른 노인들도 놀라는데

청풍; [하하하! 나는 천하오대거부 중 하나인 황금전장 장주의 넷째 아들이오.]

청풍; [아쉬운 건 많지만 도둑질 할만큼 궁하진 않소.]

[뭐야?] [네놈이 공자무의 자식이라고?] 모두 기겁하며 놀라고. 반치우와 황희설은 놀라서 뒤로 물러나 앉기까지 하고

황희설; [... 공가의 자식놈이라면 뭣 때문에 힘들게 기관함정을 뚫고 들어왔느냐?] [그 길은 원래 우리 같은 양상군자들이 들어오는 길인데....!]

청풍; [휴우! 거기에는 차마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처절한 사연이 있다는 거 아니오?] 과장되게 한숨 푹 쉬고

[오호라! 흥미로운데!] [어디 신세타령 좀 늘어놔 봐라!] [소일거리론 딱이구만!] 노인들 바짝 다가앉으며 눈 반짝이고

청풍; (걸려들었다!) + [내 죄라고는 위로 형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뿐이오.]

청풍; [글쎄 아비라는 작자가 인정머리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서 내가 딸로 태어나지 못했다고 태어나자마자 집어던지질 않나....!]

이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청풍. 과장되게 몸짓도 하고 연극배우처럼 질질 짜기도 하고. 노인들 모두 흥미진진하게 듣고

잠시후

청풍; [그러니 내가 얼마나 억울하겠소?] 감정이 복받혀 치를 떨고

청풍; [그게 뭐 나 좋자고 한 일이오?] [악독한 빚꾸러기한테서 밀린 돈 받아내려다가 실수 좀 한건데....!]

청풍; [세상 어느 아비가 자식을 이 따구로 막 대하겠소?] 주먹 불끈 치를 떨고

표대추; [그런 못된 인간이 있나!]

반치우; [! 지 자식한테도 그렇게 매정하게 굴어?] [악독한 수전노같으니!]

청풍; [크흐! 내가 전생에 무슨 죄가 많아서 악랄하고 무정한 공씨집안에서 태어났는지 모르겠소!] 팔뚝으로 눈물 닦으며 한탄하고

청풍; [너무 분하고 원통해서 악독한 꼰대를 물 먹일 작정으로 여길 들어온 거요.] [꼰대가 아끼는 보물을 털어서 들고 튀는 것만큼 확실한 복수도 없으니...!]

황희설; [허허허! 넌 확실히 우리와 같은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다!] 청풍의 어깨를 다독이고

황희설; [아비의 재산이건 뭐건 터는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아야 진정한 양상군자라고 할 수 있지!]

황희설; [초록은 동색이라고 이렇게 만난 것도 다 하늘의 안배가 아니고 뭐겠느냐?]

청풍; [아 글쎄 난 도둑 아니라니까요.] 짜증 대며 황희설의 손을 뿌리치고

청풍; [그냥 뻔뻔하고 악독한 빚꾸러기들한테서 빚을 받아오는 해결사정도지 노인장들처럼 밑천없는 장사나 하는 나쁜 사람은 아니라구요.]

표대추; [헐헐헐!]

반치우; [그놈 참....!] [해결사하고 도둑놈하고 우열을 따지냐?] 노인들 귀엽다는 듯이 웃고. 염제도만 제외하고

반치우; [하여간 잘 들어왔다!] [한 달이 되었건 열흘이 되었건 기왕에 들어왔으니 재미있게 지내다 가라!]

황희설; [말만 해라!] [황금전장을 골탕 먹이는 일이라면 그게 뭐든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마!] 싫다는 청풍의 어깨를 끌어안고 낄낄 대고. 염제도는 한숨 쉬며 그 꼴들을 보고. 그러다가

염제도; [.....] 갑자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모두들 흠칫하며 염제도를 돌아보고

표대추; [부주! 왜 그러시오?]

반치우; [뭐 속상한 일이라도 생각 나셨소?]

염제도; [별일 아니네. 별일 아니야!] 고개 설레 젓고

염제도; [다만 공가는 왜 이다지도 복이 많은가 생각하니 절로 한숨이 나오는구만.]

표대추; [하긴 저 아이 말대로라면 공자무의 자식들은 넷 다 세상에 보기 드문 인재들이긴 하겠소.] 청풍을 보며 역시 한숨

청풍; (얼씨구! 갑자기 신세한탄 분위기로 급변하네!) 눈 반짝하고

황희설; [제 소견은 이렇소이다!] 청풍의 어깨를 풀어주고 진지한 표정

황희설; [공자무를 비롯한 역대 공가의 가주들이 복이 많은 건 부귀영화를 탐하지 않고 분수를 지키며 쉬지 않고 선행을 베풀기 때문일 거요.]

표대추; [공가의 가주들이 천하제일의 부자면서도 사치를 한다는 소문은 들어본 적이 없긴 하다!] 끄덕

반치우; [어디 그뿐이오?] [매년 수천만냥의 거금을 풀어서 과부와 고아와 병자들을 보살피고 있소!]

반치우; [우리같은 도둑들은 감히 상상도 못할 선행이지!]

청풍; (어라! 그런 일이 있었나?)

청풍; (아버지가 검소한 건 알고 있지만 자식인 나도 모르게 막대한 재물을 풀어 선행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 새삼 놀라고

황희설; [각박한 세상이 그래도 이만큼 살만한 건 공씨일족이 남 몰래 큰 역할을 해온 덕분일 거요!]

염제도; [하늘이 보시기에도 가상하겠지.] 끄덕

염제도; [공씨일족은 우리처럼 남의 재물에서 눈을 못 떼는 소인배들과는 질이 다르니....] 탄식

청풍; [거 참! 영문도 모르고 공치사를 들으니 쑥스럽구만!] 머리 긁적

청풍; [헌데 노인장들은 왜 우리집 지하에 들어와 둥지를 틀게 되었소?]

황희설; [왜긴 왜냐? 모두 너희 음흉한 공가의 인간들 때문이지!] 궁시렁

청풍; [설마 우리집에 고용된 호장무사들한테 붙잡혀 왔단 말을 하는 건 아니겠지요?]

황희설; [호장무사?] [!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것들이 무슨....]

황희설; [설령 우연히 우릴 봤더라도 못 본 척하는 게 그놈들의 역활인데 붙잡긴 누굴 붙잡아?]

청풍; [그럼 스스로 여기에 들어왔다가 안 나갔다는 말씀?] 눈 반짝

황희설; [요 총명한 놈 같으니!] 청풍의 볼을 꼬집고 + 청풍; [아야야!] 비명

표대추; [너도 봤겠지만 이 안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황금과 보석이 있다.] 한숨

표대추; [아무리 많이 들고 간다고 한들 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는 양은 한계가 있어서 전체의 만분지 일도 되지 못한다.]

청풍; [오호라! 신투, 대도 소리를 듣는다면 싹쓸이가 전문일 텐데 그 많은 황금과 보석을 남겨두고는 발이 떨어지지 않았겠구만!]

반치우; [네 말 대로다!] 한숨

반치우; [어이없게도 우리가 좋아하는 황금과 보석이 우리의 발을 묶어버렸다.]

표대추; [세상 어디에 이곳만큼 황금과 보석이 많겠느냐?] [설령 빠져나간다고 해도 여기에 쌓여있는 황금과 보석이 그리워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청풍; [낄낄! 영낙없이 끈끈이에 붙어버린 파리 신세로구만!] 배꼽 잡고 웃고

황희설; [버르장머리 없는 놈!] ! 청풍의 뒷통수에 꿀밤을 때린다

청풍; [아야!]

청풍; [아이씨! 왜 때려요?] [꼰대하고 큰형 외에는 맞아본 적이 없는 난데...!] 뒷통수 만지며 눈물 찔끔

황희설; [비유를 해도 파리 뭐냐 파리가?] 눈 흘기고

표대추; [너도 들어오면서 비석에 적힌 글을 봤을 것이다.]

표대추; [이곳 귀부야말로 신투와 대도들의 발걸음이 멈출 수밖에 없는 곳이다.]

청풍; [그렇긴 한데....!]

청풍; [여기선 뭘 먹고 살아요?] [아무리 대도, 신투들이라 해도 황금과 보석을 먹고 살 수는 없잖아요.]

반치우; [그게 역대 공가 가주들의 교활한 점이다.]

반치우; [너도 만만찮다만 네 조상들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어.]

표대추; [당연히 금이나 보석을 먹지야 못한다.]

표대추; [우린 모두 네 아비를 비롯한 역대 가주들이 보내주는 음식으로 살고 있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겠지.]

청풍; [? 그건 또 무슨 얘기에요?] [역대 가주들이 재산 털러 들어온 도둑들을 먹여 살리다니?] 놀라고.

염제도; [그건 노부가 설명해주마!]

돌아보는 청풍

이하 염제도의 회상

 

<노부가 귀부에 들어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칠십오년전이다.> 좀 젊은 시절의 염제도가 귀신 머리 모양의 조각 앞에 서있다. 손에는 장보도를 들고 있고. 그때 나이는 40대 중반. 체구는 작지만 날렵하고 영악한 인상

<당시 내 나이 마흔다섯살이었는데 우연히 손에 넣은 장보도를 따라 귀부에 들어와보니 네 명의 전설적인 선배 신투들이 살고 있었다!> 지금 이 정자에서 네 명의 노인들에게 포권하는 젊은 시절의 염제도

<처음 한동안은 엄청난 보물을 보면서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먼저 들어와 살고 있던 선배 신투들은 그런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보았지만 내가 무얼 하든 말리지는 않았다.> 황금고에서 수많은 황금들을 보며 좋아 죽으려는 젊은 시절의 염제도. 열린 문 밖에서는 네 명의 노인들이 혀를 차고 고개를 젓는다

<매일 매일을 이곳의 보물들을 몽땅 훔쳐갈 야심찬 계획을 세우면서 기쁨으로 보냈다. 하지만 황금전장의 주인에게 들키지 않고 이 많은 황금과 보물을 빼내갈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황금 의자에 앉아서 두 손으로 골을 싸매며 고민하는 젊은 시절의 염제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무영동부로 돌아와보니 선배 신투들이 한쪽 벽에 설치된 네모난 작은 방에서 황금과 보석들을 꺼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작은 방은 아래 위로 움직이도록 장치가 되어있는데 너희 집안에서는 매달 벌어들인 이익금을 황금과 보석으로 바꾸어 내려보내곤 했던 것이다.> 커다란 엘리베이터 같은 방에서 금괴들과 상자에 든 보석들을 꺼내 끌차에 싣고 있는 노인들. 놀라서 보는 젊은 시절의 염제도

<황금과 보석을 다 꺼내자 작은 방은 위로 올라갔다가 잠시후 다시 내려왔는데 이번에는 보물대신 진수성찬이 차려진 상이 하나 들어있었다.> 작은 방 안에 수십가지 산해진미가 차려진 커다란 상이 놓여있다.

<나는 신기해하면서도 선배 신투들과 둘러앉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가 비로소 이 상차림이 사인분(四人分)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선배 신투들의 배려로 함께 나누어 먹긴 했으나 사실 내 몫의 음식은 없었던 것이다.> 정자에서 음식을 먹다가 흠칫 놀라서 본다. 큰 상이 사등분 되어 같은 음식이 네곳에 마련되어 있다.

 

염제도; [음식이 어째서 사인분 밖에 안됩니까?] 밥상을 앞에 두고 선배 신투들에게 묻고

노인1; [그걸 알아차리다니...] [이제 자네도 밥값을 낼 때가 된 모양이군.] 탄식.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인다.

염제도; [밥값을 내야한다구요?] 어이없고

노인2; [그럼 마냥 손님 대접 해줄 줄 알았나?] 눈 흘기고

노인3; [우리도 이걸 아주 비싼 값에 사먹는 건데 계속 그냥 달라고 하면 안되지.]

염제도; [값이 얼마든지 간에 다 쳐주겠소. 말만하시오.] 가슴을 주먹으로 치지만

노인4; [이곳에 있는 황금과 보석으로?] 피식

노인2; [그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릴세.] [진짜 내 소유인 재물이 아니면 이런 진수성찬은 고사하고 만두 한 쪽도 살 수가 없어.]

염제도; [그럼 선배들은 무엇으로, 누구한테서 이 음식들을 사 먹는 거요?]

노인들이 일제히 젓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킨다.

염제도가 고개를 들어봤지만 그곳에는 천장과 수정기둥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염제도; [대체 무슨...!] + [!] 눈 부릅 깨닫고

염제도; [설마...... 설마 황금전장의 공가들한테서 밥을 사먹는다는......!]

네 명의 선배 신투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염제도; [... 그런 말도 안되는....!] 어이없고

노인1; [드디어 자네도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는 신세라는 걸 깨달은 것 같으니 이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알려줌세!]

노인1; [자네가 그동안 도둑질해서 모아둔 보물들이 숨겨진 곳의 지도를 그려서 위로 올려보내게.]

노인1; [그게 앞으로 자네가 죽을 때까지 먹고 살 밥값이야!]

염제도; [... 이런 개같은 경우가 어디 있소?] [도둑이 모은 보물을 등쳐서 밥장사를 하다니...!] 분개하지만

노인1; [억울할 것도 없어.]

노인1; [오히려 자네가 아끼던 보물들을 언제든지 볼 수 있으니 오히려 행복할 걸세!] 이미심장

 

다시 현실의 정자.

청풍; [이야! 우리 조상님들 머리 좋은데 그래!] 낄낄

청풍; [그러니까 이 안에 있는 보물들의 태반이 지난 오백년동안 숱한 대도와 신투들이 모아들인 거라 이거구만!]

황희설; [똑똑한 조상 둬서 좋겠다 이놈아!] 다시 청풍의 뒷통수에 꿀밤을 주고. 이번에는 맞으면서도 좋아 죽으려는 청풍

반치우; [우린 귀부의 주인이면서 동시에 노예라고 할 수 있다.] 한숨

반치우; [너희 집안이 작은 방을 통해서 내려 보내는 보물들을 관리해야할 뿐 아니라 반대로 어떤 물건이나 재물을 올려 보내라는 쪽지가 전해지면 그대로 따라야만 하기 때문이다.]

청풍; (옳거니! 귀부가 본장의 금고이면서 정작 금고지기는 한 명도 없는 게 이런 이유에서였구나!) 꿀밤 맞은 뒷통수 어루만지고

염제도; [노예지만 행복한 노예지!]

염제도; [무수한 황금과 보석이 있고 날마다 미주와 진수성찬을 맛볼 수 있다.]

염제도; [다만 미인이 없긴 하지만 이미 여자를 그리워할 나이들은 아니니까 큰 문제는 못 된다.]

염제도; [, 자신들이 귀하게 여기고 아끼던 보물들도 빠짐없이 이 안에 들어와 있다.] [가끔 그것들을 꺼내보는 재미도 솔솔잖지!]

청풍; (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 끄덕이고

표대추; [너는 이곳 무영동부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누군지 아느냐?]

청풍; [신투 아니면 대도겠죠.] 시큰둥

표대추; [실은 우리는 모두 출신 문파가 같다.] 고개 저으며

표대추; [, 여기 들어오는 자는 너를 제외하고는 모두 동문이라는 얘기야.]

청풍;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죠?]

표대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 그렇게 될 수밖에.]

반치우; [네 조상들은 귀부의 장보도를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의 비급과 함께 십오 년마다 한 번씩 세상에 내보내고는 시치미를 뚝 떼곤 했다.]

반치우; [그래서 세상에는 계속 신투가 등장하고, 그 신투들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이곳이 되는 거야.]

반치우; [그러나 그들은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까지 죽었다 깨어나도 너희 공가들의 음모를 알 수 없지.]

청풍; [여기서 나갈 수는 없어요?]

황희설; [어딜? 우리가 어딜 가냐?]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황희설; [너는 황금과 보석보다 더 많은 상상을 하게 해주는 것이 있는 줄 아느냐?]

황희설; [그것들이면 불가능한 게 없어. 일국을 사는 것도 가능하지. 으하하하하하! 황제가 되어 수천 명의 계집을 거느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거야.]

염제도; [힘이 강하면 그 힘을 쓸 필요가 없고 돈이 많으면 쓰지 않아도 배부른 것과 같은 이치다.]

염제도; [슬프긴 하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하루하루를 최고의 행복 속에서 보내고 있다.]

표대추; [평생 도둑질만 한 우리에게 과분한 행복이지. 죽이겠다고 쫓아다니는 원수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반치우; [이제 머잖아 또 한 놈이 들어올 때가 되었지, 아마?]

황희설; [너도 우리와 함께 여기서 살지 않겠느냐?]

청풍; [난 싫어요.] 급히 부인

청풍; [아직 장가도 안 갔고...... 하여간 싫어요.]

황희설; (젠장! 졸병이 한 놈 생길까 했더니만...!) + [있기 싫으면 나가라. 안 붙잡는다.] 삐지고

청풍; [때 되면 붙잡아도 나갈 테니까 걱정 마세요.] [그 보다 이 안에서 제일 귀중한 게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염제도를 보며 눈 반짝

염제도; [? 아비에게 복수하려고?] 피식

청풍; [날 홀대한 걸 어떻게든 후회하게 만들어 주고 싶어요.]

염제도; [공자무가 네 녀석 때문에 고생 꽤나 하겠구나.] 혀를 차고

염제도; [어쨌거나 아비한테 복수를 하고 싶다면 도와주마.] [비록 금고지기 노릇을 하고는 있지만 너희 공씨와 썩 좋은 감정은 아니니까.]

청풍; [헤헤! 감사합니다.] 포권하며 굽신거리고

염제도; [여기 무영동부는 우리 늙은이들의 거처고 투도지묘는 역대 신투들의 무덤이니 관계없고...!] 청풍의 허리춤을 보고

염제도; [황금고에서 가장 중요한 건 네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그 곤오용봉채(昆烏龍鳳釵)니까 다시 가볼 필요없다.] 곤오용봉채를 가리키고

청풍; [히히히! 내가 물건 보는 눈은 좀 있죠!] 으쓱

황희설; [누가 돈벌레 황금전장 자식 아니랄까봐...!] 코웃음

염제도; [기진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령석(神靈石)으로 만든 팔찌다.]

청풍; [신령석? 그런 돌이 있어요?] 놀라고

염제도; [유래는 노부도 모른다.] [다만 그걸 지니고 있으면 주인의 위험을 알려준다고 하더구나.]

청풍; [오호! 그건 좀 쓸모가 있겠군요.]

염제도; [뿐만 아니라 신령석에는 적화(赤火), 벽수(碧水), 청목(靑木), 흑금(黑金), 황토(黃土)라는 이름을 지닌 다섯 개의 반지가 끼워져 있다.]

이하 반지들을 소개

염제도; [그 중 적화는 불길을 막아주는 피화주(避火珠)를 가공하여 만든 것이고, 벽수는 피수주(避水珠)로 만든 것이라 물과 함께 추위도 물리칠 수 있지.]

염제도; [청목은 아무리 심하게 다친 경우에도 생기가 끊어지지 않게 해주는 보물이고, 흑금은 공력을 주입할 경우 얇은 보검이 되어 무엇이든지 벨 수 있다.]

염제도; [마지막으로 황토는 만독이 침입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몸 속의 독소마저 제거하여 피로를 풀어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효용이 있다.]

청풍; (바로 이거야!) 주먹 불끈

청풍; (신령석과 오신환(五神環) 정도면 아버지와 큰형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아까워 할 게 틀림없어!)

염제도; [마지막으로 무고에는 생사일보(生死一步)라는 보법을 적은 비급이 있는데.....]

청풍; [왜요? 무슨 문제 있어요?]

염제도; [! 생사일보는 워낙 난해해서 지금껏 아무도 연마해낸 적이 없다.]

염제도; [그 때문에 비록 귀한 거긴 하지만 그게 없어진다고 해도 네 아비가 그다지 애통해하진 않을 게다.]

청풍; [그런가?] 갸웃하고

염제도; [생사일보는 잊어버리고 그냥 어장검(漁藏劒)이나 챙겨가라.]

청풍; [그럴 수도 있겠군요.] 끄덕. 헌데

[!] 지금까지 바보같은 표정을 하고 있던 독고사룡의 눈이 음산하게 번득인다. 입술도 히죽 웃고.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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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권씨세가. 역시 저녁 무렵

작은 동산에 만들어져 있는 무쇠의 철문 鍊功關이란 글이 새겨져 있고. 무사들 몇이 경비를 선다. 노인1이 철문 앞에 서서 안에 대고 말하는 중이다.

노인1; [이런 이유로 곧 공씨 형제가 도착하게 되었다.] 철문에 뚫린 작은 환기통에 대고 말하고

노인1; [수련이 긴요한 순간에 이른 건 알지만 가주가 없는 지금 완이 네가 나와서 그들을 상대해줘야겠다.]

<알겠습니다. 곧 나갈 테니 그들을 객청(客廳)으로 초치해주세요.> 안에서 들리는 음성

노인1; [그리하마.] 돌아서 가고

 

어둑한 연공관 내부. 사방의 벽에는 각가지 무기들이 놓인 시렁과 책과 두루마리들이 채워진 책장들이 있고. 연공관 중앙에 놓인 길죽한 탁자 위에 불상처럼 앉아있는 권완. 그녀의 주위로 여러 권의 책과 무기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권완; (채무를 탕감해줄 뿐만 아니라 무려 사백만냥의 배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입술 깨무는 권완

권완;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는 제안이다!) (사백만냥의 현찰이 있다면 우리 권씨세가는 단번에 천하제일가로 도약할 수 있으니...)

권완; (그러나... 그러나 그리 되면 내가 당한 치욕은 어떻게 한단 말인가?) 청풍에게 입술을 빼앗기던 장면을 떠올리고

치욕에 떨며 주먹 불끈 쥐는 권완

지지직! 온몸에서 스파크가 일어나고

쿠오오! 그러자 몸 주위로 떠다니던 비급과 무기들이 맹렬한 속도로 회전한다.

권완; (제천대성! 제천대성!)

권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어!] 악을 쓰고

투캉! ! 퍼펑! 주변을 떠돌던 물건들이 사방으로 미사일처럼 퉁겨져 가고. 벽에 박히거나 부러지는 무기들. 비급들도 벽을 강타하고

 

드드드! 진동하는 철문과 작은 동산. 주변을 경계하던 무사들 흠칫하는데

[... 뭐지?] [연공관 안에서 뭔가 폭발한 것 같은데....!] 무사들 어리둥절하고.

드드드! 이윽고 진동이 갈아앉고

[아가씨!] [무사하십니까 아가씨?] 철문으로 달려가 묻지만

철문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가씨! 문을 열어주십시오!] 쾅쾅! 주먹으로 철문을 치는 무사 한 명. 그때

<별일 없으니까 조용하세요!> 안에서 들리는 음성. 흠칫하는 무사들

[... 알겠습니다!] 포권하고

서로 눈치 보며 철문에서 멀어지는 무사들

 

다시 연공관 내부. 완전히 박살이 나있다. 시렁과 책장들이 부서지고 엎어져 있고. 바닥에는 부러진 무기들과 찢긴 책들이 널려있다.

길죽한 탁자에는 권완이 엎드려 울고 있다.

권완; (그래! 그들의 화해를 받아들이자.) (우리 세가가 그토록 염원해왔던 절호의 기회 아니냐?)

권완; (나 하나만 자결하여 치욕을 잊으면 이번 일은 조용히 끝난다.) 울고

권완; (내 죽음으로 세가가 천하제일가가 된다면 여한은 없어!) 천천히 일어나고.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

권완; (황금전장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마무리 짓고... 기중표의 비결만 족보에 기록해놓으면 내가 할 일은 끝난다!) 탁자에서 내려서고

권완; (그런 다음에 죽어버리자!) 문간으로 가고

권완; (영원히 잊을 수도 없고 설욕 할 수도 없는 치욕을 품고 살아갈 수는 없으니...!) 끼익! 문을 열고

권완; (제천대성!) (너에 대한 원한은 다음 생에서나 갚을 수 있겠구나!) 처연하게 웃으며 나간다. 야비하게 웃는 청풍을 떠올리고

 

#23>

어둑해지기 시작하는 황금전장. 권씨세가의 무사들이 철수하여 썰렁하다

황금전장 지하의 귀부. 귀신이 입을 벌린 모양의 거대한 조각

그 내부. 여기저기 육중한 문이 열려져 있고. 기관장치들이 파괴되어 있으며 부러진 화살과 창등이 도처에 널려있다. 누군가 함정을 돌파한 모습.

육각형의 넓은 광장. 그 광장 앞에 서있는 청풍. 뒤에는 열려진 문이 있고. 앞에는 닫혀진 다섯 개의 문이 있다. 각 문에 붙어있는 팻말. 黃金庫 奇珍庫 武庫 無影洞府 偸盜之墓라는 글들의 적혀있다. 마지막 하나의 문은 청풍이 뚫고 들어온 문

청풍; [흐흐흐! 제 아무리 절묘한 기관함정이라도 철궁의 궁주인 이몸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거지!] 손을 털며 득의해하고.

이어 다섯 개의 문을 차례로 둘러본다.

청풍; [황금고(黃金庫) 기진고(奇珍庫) 무고(武庫) 무영동부(無影洞府) 투도지묘(偸盜之墓)....!] 팔짱 낀 채 발을 까닥거리고

청풍; [황금고는 황금을 보관하는 곳이고 기진고에는 각가지 보석과 기진이보가 들어있겠지!] 황금고와 기진고를 보고

청풍; [무고에는 무공비급과 신병이기들이 들어있을 걸로 이해가 가는데...] [무영동부와 투도지묘는 대체 뭐지?] 무영동부와 투도지묘를 보며 갸웃

청풍; [알게 뭐냐?] [내가 수많은 기관함정을 뚫고 여기까지 들어온 이유는 꼰대를 물 먹이기 위해서잖아!] 황금고로 가고

청풍; [꼰대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황금!] [그걸 가능한 많이 훔쳐서 달아나면 꼰대의 꼭지가 돌아버리겠지?] 히히덕거리며 황금고의 문을 두 손으로 민다.

그그긍! 안쪽으로 열리는 철문. 헌데

청풍; [꼰대가 팔팔 뛰는 걸 상상만 해도 십년 묵은 체증이 싸악....!] 말하다가 눈 부릅

! 안쪽으로 열린 철문 내부는 천장이 아주 높고 넓이도 광활한 광장. 헌데 광장에 금괴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다. 금괴뿐만 아니라 금부처, 금돼지, 금송아지, 거대한 황금 거북, 금으로 만들어진 각가지 생활도구등등 금으로 만들어진 온갖 물건들이 그야말로 산더미다. 광장의 넓이는 학교 운동장 정도인데 몇 개인가의 언덕을 이루며 금붙이들이 쌓여있다.

청풍; [.... 뭐야 이거?] 입이 쩍 벌어지고

청풍; [.... 이게 다 황금이야?] [내가 지금 헛걸 보고 있는 건 아니고?] 비틀 거리며 금붙이들 사이를 걸어가며 넋이 나가고

청풍; [하하하! 이건... 이건...!] 어이가 없어서 실실 웃으며 여러 개의 언덕 중 하나로 기어올라간다.

그 언덕 위에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멋들어진 의자가 하나 놓여있다. 의자 위에는 두 개의 황금 비녀가 놓여있다. 끝에 각기 용과 봉을 새겼고 길이는 50센티 정도이며 끝이 아주 날카로워 꼬챙이 같다. 곤오용봉채라는 무기다.

언덕 위로 올라가서 이마에 손을 대고 둘러보는 청풍.

몇 개인가의 금붙이들로 이루어진 언덕이 있고 광장 끝이 잘 안보일 정도다.

청풍; [하하하!] 실성한 듯이 웃으며 뒤쪽에 놓여있는 황금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황금의자에 놓여있던 곤오용봉채가 엉덩이에 깔리고

청풍; [젠장할! 우라질! 썩을! 빌어먹을!] 황금 의자에 푹 파묻힌 채 실실 웃으며 욕지거리를 해대고

청풍; [뭐가 이렇게 많아?] [우리 집안이 부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청풍; [이래서는 꼰대에게 복수고 뭐고 말짱 황이잖아!] 한숨 푹

청풍; [나 혼자 아무리 기를 쓰고 빼돌려 봐야 워낙 많아서 티도 안날 테니까!]

청풍; [수백대의 수레를 동원하여 퍼나르면 좀 흔적이 나겠지만 그딴 짓은 도저히 불가능하고....!]

청풍; [금이란 게 절대불변하는 성질을 지녔으니 훼손하여 분풀이를 할 수도 없지!] 턱을 괴고 한숨

청풍; (그나저나 이해가 안 가네.) 찡그리며 생각

청풍; (우리 집안이 돈놀이를 해온 역사가 오백년이 넘는다고는 해도 이렇게 엄청난 황금을 모으기는 어려웠을 텐데...!)

청풍; [설마 금붙이들이 지들끼리 응응해서 새끼라도 친 건가?]

청풍; [시방 뭔 망상이냐?] 피식

청풍; [금붙이가 새끼를 칠 리가 없잖아!] 중얼거리다가 흠칫하며 사타구니 사이를 본다. 비로소 곤오용봉채를 깔고 앉은 것 발견하고

청풍; [뭐지?] 엉덩이를 들어 두 개의 비녀를 집어든다.

비녀를 자세히 살핀다.

청풍; [보통 물건이 아니다.] 눈 반짝

청풍; [금과 같은 성질을 지녔으면서도 경도(硬度)는 금강석에 가깝다는 곤오금(昆烏金)으로 만들어졌다.]

청풍; [끝이 날카로운 걸 보면 단순히 장식품이 아니라 일종의 무기다.] 하나를 들어서

옆의 금덩이를 찔러본다

푸욱! 금덩이를 뚫고 들어가는 곤오금봉채의 날카로운 끝부분

곤오금봉채에 찍힌 금덩이를 쳐들어보고

청풍; [금덩이를 두부처럼 뚫어버리는군!] [이거 앞에서는 금강불괴고 뭐고 소용이 없겠어!] 금덩이를 뽑아서 던지고

청풍; [힘들게 들어왔는데 빈손으로 나가기도 뭐하니 이거나 가져가야겠다.] 곤오금봉채를 들고 일어서고

청풍; [에휴! 왠지 헛고생을 한 기분이구나!] [이 정도일 줄 알았으면 괜히 관문 뚫느라 힘 빼지 말고 퍼져 잠이나 잘 걸!] 곤오용봉채를 양쪽 허리춤에 끼우며 금붙이의 산을 내려간다

다시 황금고에서 나오는 청풍

기진고와 무고를 힐끔 보고

청풍; [이젠 저 문들을 열어보는 것조차 겁이 나는군!]

청풍; [그래도 기왕에 들어왔으니 구경이나 해보자!] 기진고로 가고

그긍! 문을 밀어서 연다.

! 문이 열리자 안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나온다

이마 찡그리며 안을 들여다 보고

기진고 안쪽은 황금고 보다 넓지는 않다. 하지만 그래도 수백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방인데 그 방에는 각가지 보석들이 역시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청풍; [예상했던 대로군!] 한숨

청풍; [넓이는 황금고의 십분지 일도 안되지만 들어있는 물건의 가치로 따지면 황금고 보다 몇 배는 더 되겠다.]

청풍; [수만냥짜리 보석이 지천으로 굴러다닌다만.... 꼰대에게 복수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해!] 고개 설레 저으며 돌아서고.

청풍; [하여간 너무 큰 부자한테는 도둑질로 복수한다는 게 불가능한 일이구나.] [개미가 코끼리 뒤꿈치를 깨무는 것과 마찬가지니...] 한숨 쉴 때

[낄낄낄!] [우히히히히히!] 갑자기 어디선가 들리는 웃음소리

청풍; [으헉!] 기겁하며 돌아보고

[우하하하하!] [케헤헤헤헤!] 다시 들리는 웃음소리

청풍; [... 뭐야?] [여기 나 말고 또 누가 있는 거야?] 겁에 질려 두리번거리고

청풍; (이름 그대로 귀부에는 귀신이 사는 게 아닐까?) (귀신이 여길 지키고 있기 때문에 아버지는 항상 안심하고 있었나?) 겁에 질려 뒷걸음질치는데

[낄낄낄!] [켈켈켈!] 다시 웃음소리가 들리고

반사적으로 돌아보는 청풍

無影洞府라는 팻말이 확 크로즈 업 되고

청풍; (무영동부! 저기서 나는 소리다!) 침 꼴깍. 낄낄낄! 우헤헤헤! 그 사이에도 계속 웃음소리가 들리고

청풍; (..... 귀신이 산다고 해도 우리 집안을 지키는 귀신이니까 겁먹을 필요 없어!) (대체 어떤 귀신들인지 확인해 보자!) 떨면서 문을 연다. 무영동부의 문은 다른 문과 달리 보통 집안의 문같다.

삐꺽!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을 조심스럽게 들여다 본다

직후 눈 부릅 청풍

! 무영동부 안쪽은 잘 가꿔진 정원이다. 정자가 있는 숲이 있고 연못도 있고. 아주 높은 천장에 박힌 여러 개의 수정 기둥을 통해서 빛이 들어와 대낮같이 환하다. 새도 날아다니고. 연못과 연못을 잇는 수로에는 물고기들도 헤엄친다

청풍; (황금전장 지하에 이런 별천지가 있다니...!) 놀라면서 조심스럽게 들어가고

, 연못, 기기묘묘한 바위들로 꾸며진 가산등등을 보여주고. 숲 사이에 정자가 있는 데 사람 키만한 나무들이 에워싸고 있다. 그 정자에 사람들이 몇 명 있는 게 어렴풋이 보인다.

청풍; (틀림없다! 여긴 귀부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 보관된 장소다.) (귀신이든 사람이든 유독 이곳만을 지키고 있는 게 그 증거야!) 눈 반짝이며 숲에 둘러쌓인 정자로 다가가고

그러다가 흠칫 청풍.

숲으로 가려면 개울을 건너야하고 그 개울에 걸린 아치형의 돌다리가 있는데 다리 입구에 비석이 하나 서있다. 비석에는 글이 적혀있다.

청풍; [뭐라고 적혀있는 거야?] 들여다본다

청풍; [소문이 멈추는 곳은 군자(君子)에 이르러서고 천하의 대도(大盜) 신투(神偸)가 멈추는 곳은 바로 여기다?] 비석의 글을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읽고

청풍; [뭔 소리래?] 갸웃

청풍; [군자가 남의 말을 옮기지 않는다는 건 이해가 가는데 도둑들은 왜 여기서 발길을 멈추는데?] 생각하는데

! 하는 커다란 방귀 소리가 들린다.

청풍; (방귀소리?) 흠칫하며 숲에 둘러쌓인 정자 쪽을 보고.

청풍; (요즘 귀신은 방귀도 꾸나?) 갸웃할 때

[우헤헤헤헤! 어떻소? 이번 것은 정말 대박이지 않소?] [낄낄! 어림없는 소리!]

[대박 소리를 들으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 ! ! 부욱! 부욱! 피시식! 연달아 들리는 방귀 소리

청풍; (우웩!) 코를 싸매고

청풍; (.... 뭐야 이 지독한 냄새?) (귀신이 아니라 어떤 인간들이 방귀뀌기 시합을 하고 있는 거야?) 오만상을 쓰고. 그때

[으헤헤! 이번엔 내 차례요?] 누군가 외치고. 직후

뿌욱! 퍼더더덕! 방귀소리와 함께 똥을 싸는 소리가 들리고

[으악!] [X쌌다!] [뭐하는 짓이냐 넷째?] 숲에서 비명이 들리고

청풍; (... 방귀를 세게 뀌려다가 X을 쌌구나!) 우엑! 헛구역질하고. 그때

스팟! 휘익! 청풍이 서있는 곳으로 유령처럼 나타나는 세 명의 노인. 하나같이 옷을 아주 잘 입었고 해학적으로 생겼다. 전부 코를 싸매고 있다.

청풍; (가공할 경신술!) 놀랄 때

표대추; [독고사룡(獨孤獅龍)! 저 또라이가 또 일을 저질렀어!] 청풍은 본 척도 않고 정자 쪽을 노려보며 코를 싸매고. 무영동부에 사는 다섯 노인 중 둘째. 키가 멀대처럼 크고 눈썹과 머리가 다 하얗다. 나이는 백살 정도지만 정정하다. -무영동부(無影洞府) 서열이위 표대추(標待秋) 97 나레이션을 달아준다

반치우; [젠장할! 그러니까 넷째는 시합에 참가시키지 말자고 하지 않았소?] 뚱뚱보. 역시 눈썹과 머리가 희고. 다섯 노인 중 셋째. 나이는 90살 정도. 역시 정정하고. -무영동부 서열삼위 반치우(潘癡愚) 83

황희설; [누가 끼워주기나 했소? 자기가 알아서 참가했지!] 반백의 머리와 수염. 평균키에 멋쟁이다. 무영동부 서열 5. 나이는 65세정도지만 겉보기에는 50세 정도로 보인다. -무영동부 서열오위 황희설(黃希說) 67

[으헤헤! 이겼다! 내가 이겼다!] 누가 정자 쪽에서 좋아라 외치고

[이놈아! 똥이나 닦은 다음에 좋아해! 움직이지 말어!] 정자 쪽에서 누가 버럭 외치고

반치우; [부주(府主)! 게서 뭐하시오?] 까치발을 하며 정자 쪽을 보며 외치고

반치우; [똥싸개는 냅 두고 빨리 이리 오시오!] 외치지만

염제도; [헛소리 말고 네놈들이나 이리 돌아와!] 호통소리가 들리고. 정자에 남은 두 사람 한명. 무영동부의 최연장자.

염제도; [시작했으면 마무리를 해야할 거 아녀?]

반치우; [딴놈이 똥싼 마무리를 왜 우리가 해야하는 거요?]

염제도; [그럼 다 늙은 내가 하리?] [빨리 와서 똥 치우지 못해?]

반치우; [아이 참! 싫은데...!]

표대추; [! 어쩌겠냐? 넷째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데.....] [가자!] 한숨 쉬며 다시 정자 쪽으로 간다. 반치우와 황희설도 죽상을 하며 정자로 가고

청풍도 어슬렁어슬렁 노인들을 따라간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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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역시 황금전장. 화려하고 웅장한 건물들

슈욱! 위를 보는 자세로 허우적대며 아래로 떨어지는 청풍의 몸뚱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이곳은 어둑한 지하실이다. 천연 종유동굴에 인공을 가해서 만든 동굴.

털썩! 바닥에 떨어지는 청풍

한번 떨어졌다가 펄떡이며 조금 퉁겨져 올랐다가

털썩! 널부러지는 청풍

청풍; [크으!] 고통에 몸을 뒤틀고

청풍; [아구구! 나 죽네! 나 죽어!] [뼈가 여러 군데 작살 난 것 같애!] 끙끙 대며 신음

그그긍! 아득한 위쪽, 종유석 사이에 나있는 사각형의 입구가 닫히고 있다. 입구 위쪽은 불빛이 있어서 밝다.

닫히는 입구에서 공대벽이 내려다보고 있고

청풍; [형님! 큰 형님!] 일어나며 비명 지르고

청풍; [제발 꺼내줘요! 여기 무서워요!] 방방 뜨며 애걸하지만

그그긍! 무정하게 닫혀버리는 입구

청풍; [나 혼자 두고 가지 말아요! 어두운 건 싫다구요!] [제발 꺼내줘요! ?] 무릎을 꿇은 채 두 손 모아 애절하게 애원하지만

밖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무릎 꿇고 두 손 모은 채 올려다보다가

청풍; [! 매정한 인간 같으니라고!] 표정이 싹 변해서 삐죽 거린다

청풍; [아버지나 큰형이나 똑같은 인간이야!] 벌러덩 드러눕는다

청풍; [하여간 누가 돈벌레들 아니랄까봐 인정머리라곤 손톱만큼도 없어요!]

청풍; [내가 뭐 나 좋자고 일을 벌린 거야?] [다 집안을 위해서 잘 해보려다가 생긴 일이잖아!]

청풍; [지난 이년동안 내가 회수한 악성채권이 얼만데?] [딱 한번 실수했다고 완죤히 죽일 놈 취급을 해?] [줏어온 자식한테라도 이러진 않을 거다!]

청풍; [아우! 생각할수록 열 받네!] 벌떡 일어나 앉고

청풍; [좋다 이거야! 나한테 악감정 생기게 만들었겠다?] [두고보자구! 날 이렇게 홀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루게 될 테니까!] 두리번거리고. 그러다가

갑자기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거대한 귀신의 얼굴. 입을 딱 벌리고 있다

청풍; [엄마야!] 깜짝 놀라 뒤로 물러앉고

그러다가 흠칫하는 청풍

! 한쪽 벽에 새겨진 거대한 귀신의 얼굴. 집채만한데 아주 리얼하고 흉측하다. 입을 쩍 벌린 부분이 또 다른 곳으로 통하는 입구다. 그리고 귀신 머리 위쪽에 鬼府라는 글이 커다랗게 새겨져 있다.

청풍; [에효! 간 떨어질 뻔했네! 석벽을 깍아 조각한 귀신 머리잖아!]

鬼府라는 글 크로즈 업

청풍; [귀부(鬼府)...!] [저곳이 진짜 귀부 입구구만!] 끄덕이고

반짝! 청풍의 뇌리에 전구가 떠오르고

청풍; [잠깐! 귀부는 감옥이면서 동시에 우리 황금전장의 비밀금고였지!]

청풍; [그렇다는 건 저 안에 우리 집안이 지난 오백년동안 벌어들인 어마어마한 재산이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얘기!] 팔짝 뛰어서 일어나고

청풍; [으흐흐흐! 날 물 먹인 대가를 치루게 해주겠어!] [수전노에 왕소금인 꼰대를 열받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이거야!] 히히덕거리며 귀신 얼굴로 이루어진 귀부로 쪼르르 달려들어간다. 다람쥐같다

청풍; [천덕꾸러기 막내아들놈은 당신의 피같은 보물들과 함께 사라져드리겠습니다요 아버지!] 히히덕거리며 귀부 안으로 사라진다.

 

#20>

금릉의 뒷골목. 허름한 객점.

상춘우; [전정무!] [벽력탄(霹靂彈)은 언제쯤 완성되겠나?] 어둑한 방안에 네 명이 둘러앉아있다. 상춘우가 상좌에 앉았고 그 앞쪽에 위지삼수, 종리전, 전정무가 앉아있다

전정무; [유황과 염초가 충분히 입수되었으니 늦어도 사오일 내로 완성될 거요.]

상춘우; [다행이로군!] 끄덕이고

상춘우; [이 주위의 방은 전부 전세를 냈고 그 중 하나에는 방음장치를 확실히 해놨다.]

상춘우; [그 방 안에서라면 남의 이목을 끌지 않고 작업할 수 있을 테니 서둘러주게!]

전정무; [염려마시오 상형.]

위지삼수; [벽력탄까지 준비하는 것만 봐도 이번 일이 쉽지 않을 거란 걸 알겠소!] 눈치 살피고

대답하지 않고 창밖을 보는 상춘우

위지삼수; (저 인간이 또 내 말을 씹네!)

위지삼수; (육만냥이란 거금에 고용된 건만 아니면 그냥 확....!) 흘겨보는데

상춘우; [삼수!] 창밖을 보며 입 열고

위지삼수; [... 왜 그러시오?] 뜨끔

상춘우; [자네는 황금전장의 금고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나?]

위지삼수; [황금전장 그 자체가 금고 아니오?] 어리둥절

위지삼수; [그리고 우리 같은 살수가 금고를 찾을 이유가 뭐 있소?] [청부받은 인간의 목이나 따오면 되거늘...!]

상춘우; [황금전장에는 풍류재신 공자무가 초청해놓은 신비고수가 도사리고 있다.]

종리전; [... 신비고수?] 겁에 질려 되묻고

전정무; [벽력탄을 준비하는 게 그자를 상대하기 위해서요?]

상춘우; [자네들, 황희설(黃希說)이란 이름을 들어봤나?] 세 사람을 돌아보고

전정무; [황희설이라면 사십여년동안 도둑질을 하면서 단 한 번도 꼬리를 잡힌 적이 없다는 전설적인 신투(神偸) 아니오?]

종리전; [하지만 그 늙은 도둑은 십오년전쯤 세상에서 사라졌는데....] + 위지삼수; [!] 무언가 깨닫는 위지삼수

위지삼수; [혹시 신투 황희설이 사라진 게....!] 놀라는데

상춘우; [()영감조차 황금전장의 담장을 넘어가긴 했지만 빠져나오지는 못했다.] 고개 끄덕이고

전정무; [신비고수에게 잡혔겠구려!] 침 꼴깍

상춘우; [신투 황희설의 무공과 기지, 특히 경신술이 얼마나 대단했었는지 다들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전정무; [쏟아지는 폭우 속을 산책하고 돌아온 황영감의 몸에 한 방울의 비도 묻어있지 않았다는 소문은 들었소!]

종리전; [... 공씨부자를 제거하려면 그 대단했다는 황희설조차 사라지게 만든 신비고수를 먼저 상대해야한다는...] 겁에 질리고

상춘우; [그렇다!] 끄덕

위지삼수; [헌데 그 신비고수하고 황금전장의 금고하고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요?]

상춘우; [삼수 자네가 무공실력은 괜찮은데도 칠대살수에 끼지 못하는 것은 생각하는 게 그것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위지삼수; [상형! 말이 좀 심하구려!] 얼굴이 벌개져서 벌떡 일어나고

위지삼수; [내 생각의 어디가 잘못되었다고 그렇게 비하하는 거요?] 삿대질

상춘우; [자네 같으면 비싼 돈 주고 고용한 절대고수를 화장실에 쳐박아두겠나? 침실에 쳐박아두겠나?]

위지삼수; [나라면 제일 중요한 곳을 지키게......!] + [!] 말하다가 깨닫고 입을 다문다

비웃는 상춘우

위지삼수; [우라질!] 인상 이지러지며 다시 털썩 주저앉고

상춘우; [아마도 우린 황금전장의 금고까지 들어가야 할 것이다.] [신비고수를 제거하지 않고는 공씨부자를 죽이지도 못할 테니...!]

종리전이 꼬르륵 하며 기절해서 의자채로 뒤로 나자빠지고

전정무; [저 새가슴이 또....!] 한숨 쉬며 고개 젓고

위지삼수; (기절할만도 하지!)

위지삼수; (기관진식의 전문가인 종리전인지라 황금전장의 금고에 접근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 테니...!) 인상이 이지러지고. 그때

지고운; [돌아왔어요!] 여장을 하고 교태로운 자태로 음리붕과 함께 들어선다. 음리붕은 방 밖을 경계하며 따라들어오고

상춘우; [지고운! 음리붕!] [왜 이렇게 늦었나?] 인상 쓰고

상춘우; [살행(殺行)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염탐만 하고 오랬는데 반나절이나 걸려?] 두 사람을 노려보고

지고운; [서운한 소리 말아요!] [황금전장의 지금 상황을 알면 상형도 그렇게 말하진 못할 거예요.] 자리에 앉으며 이놈은 차림새 뿐만 아니라 말투도 완전히 여자다

위지삼수; [뭔 일이 있었는가?] 흠칫

음리붕; [이거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소.]

음리붕; [황금전장에서 무슨 낌새를 챘는지 권씨 세가의 무사들을 동원해 모든 길목을 다 막고 있지 뭐요.] 역시 자리에 앉아서 술을 따라 마시고

지고운; [한마디로 나는 새도 출입하기 어렵게 됐다는 말이죠.] 손을 턱에 괴며 콧방귀. 몸짓도 아주 나긋나긋하다

상춘우; [말도 안 되는 소리!] 탁자를 주먹으로 치고

상춘우; [권씨세가가 어떤 곳인데 황금전장이 함부로 부려먹을 수 있단 말인가?]

음리붕; [하지만 틀림없는 권씨세가의 무사들이었소.]

음리붕; [수백명이나 동원되어 황금전장을 출입하는 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몸수색을 할 정도요.]

음리붕; [지고운과 부부로 위장하지 않았으면 우리도 꼼짝없이 신분이 드러날 뻔했소.]

상춘우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지고운을 돌아보고.

지고운; [맞아요.] 까닥

지고운; [무슨 이유에선지 황금전장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조사를 받았어요.]

지고운; [다만 음형의 생각과는 다른 게 내가 보기에 권씨세가는 황금전장을 지켜주는 게 아닌 것 같았어요!]

상춘우; [지켜주는 게 아니면?]

지고운; [노골적인 영업방해로 보였어요.] [황금전장 호장무사들의 심기도 불편해보였구요.]

위지삼수; [그렇다면 혹시...!] 흥분

지고운; [황금전장과 권씨세가의 사이가 어떤 이유로 험악해진 게 분명해요!]

[!] 상춘우의 눈이 번쩍

상춘우; (어부지리!)

상춘우; (지고운의 판단이 옳다면 이건 천재일우의 기회다!) 흥분하여 주먹 꾸욱 쥐고

 

#21>

저녁 무렵. 황금전장의 정문. 권씨세가의 남녀 무사들이 살벌하게 서있고. 그 때문에 황금전장 주변에는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다.

황금전장 정문이 보이는 맞은편 가게는 문을 닫았는데 그 가게의 처마 아래에는 몇 명의 노인들이 서있다. 노인들 앞에는 조천검 권필중이 지팡이를 짚은 채 의자에 앉아있다

권씨세가 무사들 흠칫하며 황금전장의 문을 본다.

문으로 걸어 나오는 두 명의 청년. 바로 공대복과 공당한. 앞장 선 공대벽은 담담한 표정이지만 공당한은 겁에 질려있고 공당한의 두 손에는 보자기로 싼 큼직한 상자가 하나 들려져 있다. 공대벽은 허리에 검을 차고 있다.

<황금전장의 큰아들과 셋째아들이다!> 흉흉한 기세로 칼과 검에 손을 대는 권씨세가 무사들. 하지만

<막지 말고 보내라!> 뒷쪽에서 노인들의 전음이 젊은 무사들에게 들리고

뒤쪽의 노인들을 향해 고개 숙여보이는 젊은 무사들

길을 열어준다.

권씨무사들이 좌우에서 살벌하게 노려보는 사이로 걸어가는 두 형제. 권씨세가의 노인들을 향해 걸어간다

공당한; [... 무림인들이 아무리 법도를 모른다고 하지만 사... 사자(使者)를 해치진 않겠지요?] 공대벽을 따라가며 겁에 질려 속삭이고

공대벽; [그건 모르지.] 웃고

공대벽; [너라면 가전무공까지 기록된 족보를 뺏어간 자를 이성적으로 대할 수 있겠느냐?]

공당한; [... 공맹(孔孟)의 도리도 모르는 무식한 자들이 귀를 막은 채로 공격하면 소제는 감당할 방법이 없습니다.] 겁에 질려

공대벽; [걱정마라!] [하늘 아래 그 누구도 내 아우들을 해치진 못한다.] 단호

공당한; (형님!) 감격

그 사이에 권필중과 노인들 가까이에 이르고

공당한; [형님! 일을 원만히 해결하려면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겁에 질려 속삭이고

공대벽; [나는 장사꾼이다.] 웃고

공대벽; [장사꾼이 입을 열어 웃음을 팔고 허리 숙여 자존심을 팔지 않으면 뭘 팔 수 있겠느냐?]

이윽고 권필중 앞에 이르는 두 형제

살벌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노인들

공대벽; [황금전장의 공대벽이 세가의 최고 어른이신 조천검 권노야를 뵙습니다!] 정중하게 포권하고

공당한; [... 말학후진 공당한도 만인의 우러름을 받는 세가의 노야들을 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떨면서 역시 고개 숙이고. 두 손으로는 상자를 바쳐든 상태

권필중; (이놈들이 풍류재신 공자무가 자랑하는 네 아들 중 첫째와 셋째로군!) 차갑게 두 형제를 노려보고

포권한 자세로 의연하게 서있는 공대벽과 억지로 용기를 내지만 떨고 있는 공당한의 모습을 크로즈 업

권필중; (공자무가 자식 농사까지 잘 지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어!)

권필중; (첫째는 태산같이 진중하고 의연하며 셋째는 영특하기 이를 데 없어 보인다.) (이대로 자라면 장차 얼마나 크게 될지 모를 놈들이다.) 공대벽과 공당한의 모습

권필중; (이왕 황금전장과 싸우게 된 이상, 잘 해결할 수 없다면 기필코 황금전장의 씨를 말려야겠구나.)

권필중; (한 놈이라도 빠져나간다면 장차 세가가 그 후환을 감당하기 어려울 테니....) 살벌한 표정

공대벽; (살기!)

공대벽; (이 노인이 제대로 각오를 하고 찾아왔군!) 쓴웃음. 그때

권필중; [경각심을 더욱 높이고 물샐틈없이 지켜라.] [돈벌레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으니 무슨 꿍꿍이가 있을지 모른다.] 몰려든 젊은 무사들에게

[존명!] 일제히 대답하는 주변의 젊은 무사들

이어 다시 몸을 날려 황금전장의 입구 쪽으로 달려간다.

공대벽; [가부께서 이번 일의 해결을 저희 형제에게 일임하셨습니다.] [아무쪼록 저희들에게 사죄할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권필중; [자네들 황금전장이 그토록 간이 큰 줄은 몰랐네.] 코웃음

권필중; [아무리 급하다 한들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짓이 있는 법이거늘...] [자네들은 돌이킬 수 없는 대죄를 범했어.] 노려보고

공당한; [저희 형제의 막내가 아직 어리고 철이 없어서 감히 세가에 죄를 범했습니다.] 앞으로 나서고

공당한; [세가에서 어떤 처분을 하시더라도 달게 받아야 하는 것이 저희들의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상자를 바쳐보이고

권필중; [네가 들고 있는 것은 그놈의 목이냐? 우리 세가의 보물이냐?]

공당한; [인명은 재천이거늘 죄를 지었다고 함부로 벨 수야 있겠습니까?]

공당한; [대신 족보와 함께 사죄의 뜻으로 세가에서 발행한 차용증서 일체와 채무의 두 배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넣었습니다.]

<두 배의 배상금!> <채무를 탕감해줄 뿐 아니라 사백만냥을 배상금으로 내놓겠다고?> 권필중과 노인들의 안색이 경악으로 물들고 (; 은자 한 냥의 현재 가치는 5만원~10만원. 이하 한 냥 5만원으로 계산)

<.... 사백만냥(이천억원)이면 황실 일 년 경비의 사할이 넘는 거금인데....!> 침 삼키는 노인들 (; 전성기 명나라 황실의 일 년 경비 약900만냥)

권필중; (풍류재신 공자무가 구두쇠이기는 하지만 쓸 때는 화끈하게 쓴다는 소문이 사실이군!)

권필중; (사백만냥이면 우리 가문 전체 재산의 몇 배...!) (그것도 당장 쓸 수 있는 현찰이라면....) 흥분

권필중; (완아가 복원해놓은 조상님들의 무공과 함께 우리 권씨세가를 단숨에 천하제일가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

권필중; (하지만 저놈들의 제안을 냉큼 받아들일 수는 없다!) 공대벽과 공당한을 노려보고

권필중; (총명하기 그지없는 완아는 이런 결과까지 다 계산해놓았을 터...!) 권완을 떠올리고

권필중; (어쩌면 더 큰 양보를 받아 내거나 심지어 이번 일을 빌미로 황금전장 자체를 흡수하는 방법마저 세워놨을지도 모른다.) 심호흡

권필중; (늙은 내가 괜히 중간에 나섰다가 산통을 깨버린다면 조상님들 뵐 면목이 없는 일이지.) 끄덕이고 + [정덕(正德)!] 노인들 중 한 명을 부르고

노인1; [예 백부님!] 나서고

권필중; [일단 가져온 걸 접수해라!] 공당한이 들고 있는 상자를 보며 손짓하고

노인1; [!] 대답하며 나서서 공당한의 손에 들린 상자를 받으려 하고. 순간

번쩍! 섬광이 노인1의 앞에서 번뜩이더니

어느 틈에 노인1의 목에 겨눠진 공대벽의 검

[감히!] [네놈이...!] [무슨 짓이냐?] 노인들 분노하여 무기를 손에 대며 공대벽을 공격하려 하고. 하얗게 질려 달달 떠는 공당한

권필중은 손을 들어 노인들이 공대벽을 공격하는 것을 막으면서도 눈살을 찌푸리고

분노하면서도 공격은 하지 않고 물러서는 노인들. 노인1도 물러서는데 분노한 표정

권필중; [무슨 뜻이냐?] 공대벽을 노려보고

공대벽; [결례했다면 용서하십시오.] 검을 거두고

공대벽; [저는 장사꾼이고 노야께서도 장사꾼과 거래를 해보셨을 줄로 압니다.] 검을 검집에 넣고

공대벽; [대저 어떤 거래든지 증인이나 증거가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포권하고

공대벽; [하지만 이 자리에는 마땅히 증인이 될 만한 사람이 없으니 증거가 먼저 있지 않고서야 어찌 선뜻 물건을 넘겨줄 수 있겠습니까?] 둘러보고

권필중; (말로는 당할 수가 없는 놈이로군!) + [! 장사꾼 녀석이 제법 검을 쓰는구나.]

권필중; [설마 황금전장에서 밑천 없는 장사(강도나 도둑질)도 하는 건 아니겠지?]

공대벽; [밑천 없는 장사꾼들한테서 본전이라도 잃지 않고자 배운 것입니다.] 담담

공대벽; [저희 집안에는 눈꼽만한 재물이 있을 뿐인데도 종종 벼룩보다 더 작은 것들이 여러 가지 핑계로 거저 얻고자 하는 때문이지요.] 냉소하고

권필중; (이놈이! 감히 우리 세가를 벼룩에 빗대?) 분노하지만

권필중; (오냐! 언제까지 그 매끄러운 혀를 놀릴 수 있을지 보자!) + [껄껄껄! 과연 황금전장을 이을만한 인재로군.]

권필중; [그래 어떤 증거를 원하는가?]

공대벽; [족보를 안전하게 돌려받았으며, 이후 이와 관련해서 저희 황금전장에 어떤 형태로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증서(證書)를 써주시기 바랍니다.]

권필중; [족보야 마땅히 돌려받아야 하네만 자네가 원하는 증서는 오직 가주만이 써줄 수 있네.]

권빞룾; [노부가 비록 본 세가의 제일장로라고는 해도 그럴 재량은 없어.]

공대벽; [그러시다면 저희 형제가 가주님을 직접 뵐 수 있게 해주시길 청합니다.]

권필중; [가주는 출타중이다. 당장 며칠 내로 돌아오긴 힘들다.] 고개 젓고

공당한; [이 상자 안에는 세가의 족보뿐만 아니라 저희 황금전장의 배상금도 함께 들어있습니다.] 상자를 들어 보이고

공당한; [족보를 다시 황금전장으로 가져가는 것은 세가측에서 허락치 않으실 테고...] [저희도 거금을 증서도 받지 않고 드릴 수는 없습니다.]

권필중;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공당한을 노려보며.

공당한; [... 증서가 준비될 때까지 세가의 족보와 배상금은 저희가 가지고 있겠습니다.] [대신 세가에서는 저희의 신병을 확보하고 계십시오.]

공당한; [그러면 서로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합니다.]

권필중;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군.) (강제로 빼앗을 수도 있으나 그랬다가는 우리 세가의 평판이 나빠질 테니...!) 한숨

권필중; [좋다! 원하는 대로 해주마!] 일어나고

권필중; [세가로 함께 가자!] [모두 철수해라!] 앞장 서서 가고

[예 숙부님!] 포권하는 노인들

노인들의 지휘로 철수하는 권씨세가의 무사들. 일부는 빠르게 달려간다

노인들에게 에워싸여 권필중을 따라가는 공대벽과 공당한

겁에 질려 자신들을 에워싼 노인들을 보는 공당한

그런 공당한의 어깨를 다독이며 안심시키는 공대벽. 아주 태연한 표정

권필중; (공자무의 장남인 저놈, 볼수록 인물이다!) 곁눈질

권필중; (살기등등한 우리들을 마치 호위처럼 여기는 저 태연함은 타고났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황금전장과 각을 세우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구나!> 멀어진다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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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빠바바박! 청풍의 귀싸대기를 좌우로 열나게 때리는 공대벽의 손. 한손으로는 청풍의 멱살을 잡고 있다. 이어

! 청풍의 배를 걷어차는 공대벽의 발

콰당탕! 나뒹구는 청풍. 이곳은 황금전장의 후원 후미진 정원이다.

청풍; [아이구 나 죽네! 나 죽어!] 배를 움켜잡고 엄살

공대벽; [버르장머리 없는 놈!] 탁탁! 나자빠진 청풍 앞에 서서 손을 마주쳐서 털고

공대벽; [아무리 셋째가 일초무학(一招無學)이라 만만하기로서니 방금 전 그게 부모님 앞에서 할 짓이냐?] 준엄.

청풍; [젠장할!] 원숭이처럼 벌떡 일어나고

청풍; [생까고 해보자 이거지?] [형이라고 봐줄 줄 알아?] 악을 쓰며 공대벽에게 달려들며 주먹질을 하려고 하고. 하지만

화악! 눈을 부릅뜨며 노려보는 공대벽의 몸에서 바람같은 것이 확 터져나오고

[!] 찌릿! 순간 충격을 받아서 몸이 마비되는 청풍. 이것이 공씨집안 장손들이 지닌 능력. 정신력으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제압할 수 있다.

청풍; (.... 뭐지?) 주먹질을 하려던 자세로 몸이 굳어진 채 공포에 질리고

청풍; (그냥 노려본 것뿐인데 온몸이 마비되잖아!) 쿠오오! 몸이 마비되어 비지땀을 흘리는 청풍의 앞쪽에서 뒷짐을 짚고 서서 노려보는 공대벽의 모습이 시커멓게 변한다. 두 눈만 아주 밝게 빛나고. 온몸에서 아지랑이같은 기운이 수없이 뻗어나온다.

슈욱! 그 아지랑이같은 것이 청풍의 목을 휘감는다

청풍; (... 숨이....!) 컥컥! 입을 벌린 채 눈이 튀어나오려 하고. 그때

공대벽; [망나니 같은 놈!] ! 발로 또 걷어차고

콰당탕! 다시 뒤로 발라당 나자빠지는 청풍

공대벽; [철궁에 가서 아주 못 된 것만 배워왔구나!]

콜록! 콜록! 목을 잡고 기침하여 일어나는 청풍

공대벽; [네 녀석도 벌써 열일곱살이다.] [언제까지 못된 개구쟁이 짓을 할 작정이냐?] 근처의 작은 바위에 걸터앉고

청풍; [아 그러니까 내가 뭘 잘못했냐고요!] 엉금 엉금 일어나 공대벽의 앞에 주저앉고

청풍; [채권 확보 차원에서 남의 집 족보 좀 가져온 게 뭔 죽을 짓이라고...!] 궁시렁 대다가 움찔한다

바위에 걸터앉은 공대벽이 다시 지긋이 노려보고 있다. 눈빛이 아주 강하다

청풍; [... 그냥 말이 그렇다는...!] 삭 죽어 고개 숙이며 공대벽의 눈길을 피한다

청풍; (젠장할! 어째 큰형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어서 오금을 펼 수가 없다냐?)

청풍; (어떤 면에선 큰형이 아버지보다도 더 어려워!)

청풍; (진짜 화를 내면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몸을 마비시키고 숨통을 조여버리는 이상한 힘을 발휘하는 것도 그렇고...!)

공대벽; [네 녀석이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구나!] 한숨

공대벽; [무림계(武林界)의 인물들은 우리 상계(商界)의 사람들과 달라서 무엇보다도 체면과 명분을 중요시한다.]

공대벽; [무림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칼부림이 단순한 자존심 때문일 정도다.]

공대벽; [헌데 십대세가의 하나인 집안에 난입하여 족보를 빼앗아왔을 뿐만 아니라 가주의 외동딸까지 농락했으니 뒷탈이 안 생길 수가 없다.]

청풍; (기분 참 꿀꿀하네!) (큰형의 말을 듣고 있자니 내가 정말 나쁜놈처럼 느껴지잖아!)

공대벽; [물론 네가 하는 일이 악성채권 회수인 만큼 그 과정에서 이런 저런 문제가 안 생길 수는 없다.] 한숨

공대벽; [나도 이번 사태가 전적으로 네 잘못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가 좋지 못했고 방법 또한 좋지 않았다는 정도일 뿐이지.]

청풍; [... 형님!] 감격하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청풍; (크으! 역시 큰형이야!) (무작정 갈구기만 하는 아버지하고는 차원이 달라!) 소매로 눈물 닦고

공대벽; [그렇긴 하지만 권씨세가와의 이번 일은 풀기가 쉽지 않을 것 같구나.] 탄식

공대벽; [그쪽에서 작심을 하고 영업방해를 하면 우리 황금전장의 자랑스런 전통이자 대륙상계(大陸商界)에 전설이 된 삼백 년 흑자경영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공대벽; [권씨세가는 팔백년이 넘는 역사답게 인맥이 닿지 않는 곳이 없으니....]

청풍; [.... 큰형님!] [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알아두셔야 할 것 같아 말씀드리는 건데요.]

공대벽; [내가 알아둬야할 것이라니?]

청풍; [제가 가져온 권씨세가의 족보에 문제가 좀 있더라구요.]

공대벽; [그래?] [그거 잘됐구나!] 화색이 돌고

공대벽; [문제가 있는 족보라면 협상할 때 우리에게 불리한 점이 조금은 줄어들겠지.]

청풍;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게.....] 머리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고

청풍; [그 족보에 권씨세가의 무공이 전부 기록되어 있지 뭐예요!]

[!] 순간 눈 부릅 공대벽

청풍; [권씨세가가 본장에서 이백만냥이란 거금을 융통한 게 그 족보를 만들기 위해서였던 거죠.]

청풍; [그 돈으로 사들인 무공비급을 이용해서 권완이 그 앙큼이가 자기 가문의 실전된 무공을 전부 복구해놨...!] 말하다가 눈 부릅 올려다 본다

벌떡 일어난 공대벽이 두 주먹을 부들 부들 떨며 내려다 보고 있다.

청풍; [... 형님!] 겁에 질려서 뒤로 주저앉으며 올려다 보고

공대벽; [네놈.... 네놈이 우리 집안을 아예 말아먹기로 작정을 했구나!] 이를 부득 갈고. 무시무시한 기운이 다시 넘실거리고

숨이 콱 막히고 사색이 되는 청풍. 이어

[으악! 케엑! 형님! 살려줘요! 다시는 안 그럴 게요!] [제발 그만...! 꾸엑! 아버지! 어머니! 막내 죽어유!] [꾸엑! 제발... 제발 때린 데 또 때리지는 말아주세요! 아이쿠! !] 퍼퍽! ! 우지끈! 철썩! 정원을 울리는 청풍의 처절한 비명소리

 

#16>

다시 대청.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공자무와 진군소

진군소; [! 이럴 때 둘째가 집에 있었으면 든든했을 텐데....!] 한숨

진군소; [며칠 전 받은 편지에 의하면 소림사에서 칠십이절기를 모두 익히고 무당파로 떠난다고 하더군요.]

공자무; [시주 돈에 눈이 어두워 칠십이절기를 열람시켜준 소림사의 땡추들도 지금쯤은 땅을 치고 있을 거요!] 웃고

공자무; [불과 반년만에 칠십이절기를 모두 익혀버리는 괴물이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소?]

진군소; [무공을 빨리 익히는 데는 둘째를 당할 사람이 없죠.]

진군소; [이대로라면 둘째는 늦어도 삼년 안에 천하제일인 소리를 들을...!] 말을 하다가 흠칫

공대벽이 굳은 표정으로 들어오는데 한손으로는 청풍의 뒷덜미를 움켜잡고 질질 끌고 들어온다. 청풍은 공대벽에게 무참히 두들겨 맞아서 걸레가 되었다. 얼굴이 퉁퉁 부었고 코에서는 코피가 줄줄. 눈은 부어서 뜨지도 못한다.

처참한 모습의 청풍의 얼굴 크로즈 업

공자무; [허어! 정말로 죽지 않을만큼 두들겨 팼군!] 혀를 차고. 그때

털썩! 넝마조각처럼 변한 청풍을 바닥에 던지는 공대벽

진군소; [잘 했다. 이제 저 말썽쟁이도 좀 정신을 차리겠지!] 힐끔 청풍을 보고

진군소; [헌데 네 안색이 왜 그러냐 큰애야? 저 놈이 버릇없게 반항이라도 하던?]

공대벽; [아버님 어머님!] 비장한 표정으로 포권을 하고

공대벽; [어쩌면 본장은 오늘부로 폐업을 하고 본격적인 무림세력으로 나서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진굼소; [뭐라고?] 흠칫

공자무; [권씨세가 때문이라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것 없다.]

공자무; [오백년이 넘는 세월동안 우리 황금전장이 겪은 심각한 위기가 어디 한 두 번이었겠느냐?]

공자무; [그래도 다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이번 일도 결국은 잘 풀릴 게다.]

묵묵히 듣고 있는 공대벽

공자무; [너도 알겠지만 우리 공씨는 복()이 많은 집안이다.] [()도 우리 집 담장을 넘어오면 복으로 변하곤 했다.]

공자무; [단지 하늘의 은택(恩澤)에만 기대어 살 수는 없기에 걱정도 하지만 지금까지 어떤 일에도 우리 집안이 잘못된 적은 없었다.]

그래도 묵묵히 듣고만 있는 공대벽의 얼굴이 펴지지 않는다

공자무; [그러므로 이번 일도...!] + 진군소; [그만하세요!] 아들의 안색을 살피며 남편의 말을 막고

진군소; [뭔가 일이 생기긴 생긴 것 같으니 우선 큰애의 말을 들어보도록 해요.]

공자무; [말해 보거라!] 공대벽에게 끄덕

공대벽; [막내가 뺏어온 족보에 권씨세가의 모든 무공이 수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 [!] 눈 부릅 공자무와 진군소.

진군소; [무공이 수록되어있다?] [그럼 그게 단순한 족보가 아니고....!] 어이없고

공대벽; [권씨세가의 가전비급인 셈입니다.] 끄덕

공대벽; [재녀 권완이 족보를 새로 편찬하면서 실전되었던 가전무공을 전부 복구하여 족보에 기록해두었던 것입니다!]

진군소; [결국... 저 말썽쟁이가 권씨세가의 기둥을 뿌리채 뽑아온 셈이 되었구나!] 허탈하게 웃고

공대벽; [가전의 무공이 유출되었으니 권씨세가에서도 사생결단으로 나올 게 분명합니다.] 끄덕이고

공자무; [깨워라!] 짜증난 표정으로 말하고

[!] 고개 숙이는 공대벽. 이어

! 청풍의 옆구리를 걷어차고

움찔하면서 깨어나는 청풍

청풍; [어부부... 어무무...!] 제대로 입이 돌아가지 않아 버벅 대며 일어나고

공자무; [묻는 말에 숨김없이 대답해라!] 청풍을 노려보고

움찔 청풍

쿠오오! 공자무의 몸에서도 아지랭이같은 기운이 폭발하듯이 일어난다

청풍; (... 숨이 막힌다! 아버지에게도 이런 힘이....!) 눈 부릅

실내가 공자무의 몸에서 일어나는 아지랭이같은 기운으로 가득 찬다.

공대벽도 긴장하고. 다만 진군소는 찡그리기만 할 뿐이고

청풍; (... 맙소사! 형과는 비교도 안되게 강하잖아!) 아지랑이같은 기운에 온몸이 휘감겨서 숨이 콱 막힌 표정으로 헉헉

청풍; (음흉한 꼰대같으니....) (별볼일없는 공처가에다 한량인 척 하더니만....) (지금까지 자식인 나까지도 속여왔어!) 숨이 막혀서 목을 쥐고 컥컥하고

진군소; [여보!] 청풍이 걱정되어 남편의 손목을 잡고

공자무; [망할 놈!] 이를 부득 갈며 기운을 흩트리고. 슈우! 사라지는 아지랭이

공자무; [무공이 적혀있다는 사실을 아는 걸 보니 족보를 읽었으렸다?]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겁에 질려 퉁퉁 부은 얼굴로 끄덕.

진군소; [남의 집안 비전을 허락도 받지 않고 읽기까지 했어?] 기가 막히고

공자무; [꼴도 보기 싫다!] [귀부(鬼府)에 쳐넣어라!]

청풍; <... 귀부!> 공포에 질리는 청풍의 얼굴

 

#17>

-권씨세가 삼엄한 경비가 세워져 있다. 흉흉한 분위기

대청. 수십명의 노인들이 빙 둘러앉아있다. 상좌에는 아주 나이가 든 노인이 앉아있다. 권씨세가 최고어른인 권필중. 권완은 권필중 옆에 서있다.

권완; [황금전장의 이와같은 만행과 폭거는 간과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사옵니다!] 노인들을 둘러보며 말하고

[물론이다!] [돈놀이나 하는 천한 것들이 감히 본 세가를 능멸해?] [우리 일족의 가전무공까지 적힌 족보를 속임수를 써서 강탈하다니!]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만 하오!] 분노하는 노인들

[숙부님!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저희들이 당장 달려가서 황금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겠습니다!] 노인들이 권필중에게 말하고

권필중; [이번 일은 완이에게 일임했다!] -권씨일족 제일장로 조천검(朝天劍) 권필중(勸必中) 권필중이 말하는 모습을 배경으로

권필중; [가주가 돌아올 때까지 세가의 상하는 모두 완이의 지휘를 따르도록 하라!] 권완을 돌아보고

[예 숙부님!] [그리 하겠습니다!] 고개 숙이는 노인들

권완; [감사하옵니다 증조부님!] 권필중에게 고개 숙이고. 이어

권완; [지금 즉시 황금전장으로 통하는 모든 길목을 봉쇄하세요.] 다른 노인들에게 명령

권완; [들어가려는 자는 막지 않아도 되지만 나오는 자는 철저하게 몸수색을 하세요.]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노인들

노인1; [반항하는 자는 어찌하면 되느냐?]

권완; [굴복시키되, 끝까지 저항하는 자는 죽이세요.] 독기 어린 표정.

노인들 모두 침 꿀꺽

권완; [본가의 족보가 황금전장 바깥으로 나가게 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권씨세가가 다시 천하제일가가 되는 길이 바로 그 속에 담겨있음을 명심해주세요.]

노인들 모두 비장한 표정으로 끄덕이고

이어 서둘러 나간다

 

젊은 무사들을 이끌고 세가 밖으로 달려 나가는 노인들

대청 입구에 서서 그걸 보고 있는 권완과 권필중

권필중; [황금전장의 봉쇄는 얼마동안 해야 하느냐?]

권완; [닷새면 충분하옵니다.]

권완; [닷새 째 되는 날, 소녀가 직접 찾아가서 그자들과 담판을 짓겠습니다.] [만약 그들이 소녀의 담판에 응하지 않는다면......]

권완; [황금전장에 속한 것은 개미 한 마리도 살려두지 않겠습니다.] 표독한 표정. 무시무시한 살기가 흘러넘치고

 

권씨세가 내의 권완 거처. 시녀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서성이고

다가오는 권완. 시녀들 급히 허리 숙여 인사하고

권완; [앞으로 닷새동안 연공관에서 지낼 것이다.] [먼저 연공관으로 가서 준비를 해놔라!] 시녀들에게 명령하며 건물로 들어가고

[예 아가씨!] 겁에 질려 대답하는 시녀들

서둘러 달려간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권완. 방안은 어둑하다. 어둑한 중에 자신이 나갈 때처럼 저질러진 내부가 보이고

문을 등지고 선 채 어지러운 방안을 보는 권완

그곳에서 청풍이 자신의 입술을 빼앗던 장면 떠올리며 치를 떠는 권완

권완; (갈아 마셔도 시원잖을 짐승!) 이를 바득 갈고

권완; (기필코 내손으로 죽여버리고 말테다!)

권완; (닷새면 기중표(氣中漂) 신공을 연마하는데 충분한 시간!) (기중표만 완성하면 죽이지 못할 인간이 없어!) 심호흡을 하며 안으로 걸음을 옮기고

권완; (그 색마를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리겠어!) 능글맞게 웃는 청풍을 떠올리며 치를 떤다

 

#18>

황금전장. 지나가는 사람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힐끔거리며 황금전장 입구를 본다.

황금전장 주위를 일정한 간격으로 에워싸고 서서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 권씨세가의 무사들.

특히 입구에는 여러 노인들이 건장한 청년들을 거느리고 서서 드나드는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다. 들어가는 사람들은 들여보내지만 나오는 사람들은 몸수색을 한다. 여자 무사들도 몇이 있어서 여자 손님들의 몸도 더듬고

반쯤 열려져있는 황금전장의 대문 안쪽에서는 호장무사들이 불쾌한 표정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고.

[왜들 저래?] [권씨세가 사람들인데 황금전장을 물 샐 틈 없이 에워싸고 있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수근대는 사람들. 그 사람들 사이에 음리붕과 지고운이 서서 역시 황금전장 쪽을 보고 있다. 지고운은 여장을 하고 있다. 절세미녀임을 주의

눈을 번득이며 서로를 곁눈질하면서 고개 끄덕이는 음리붕과 지고운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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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여전히 황금전장

翠華閣이라는 현판이 걸린 건물. 근처의 정원수를 손질하는 늙은 정원사

! 뭔가 질풍처럼 정원사 뒤를 지나치고

정원사; (뭔가 지나간 것같았는데...?) 돌아보며 갸웃

정원사; [죽을 때가 가까워지니 헛게 보이남?]

휘익! 침실에 돌풍을 일으키며 나타나는 청풍

청풍; [헥헥!] 문간에 숨어서 밖을 살핀다. 손에는 두꺼운 족보를 들었다. 얼굴이 공자무에게 맞아서 피투성이가 되었고 한쪽 뺨은 퉁퉁 부었다

밖에는 정원사가 갸웃거리며 다시 나무를 손질하고

청풍; [헤엑! 헤엑! 쫓아오진 않는구나!] 안도하고

청풍; [무식한 꼰대같으니...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아들을 이렇게 패는 데가 어디 있어?] 코피 나는 코를 손으로 틀어막으며 침대로 가고

청풍;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얻어터지면 제 명에 죽을 수나 있을지 몰라.]

청풍; [대체 내가 뭘 잘못했냐고! 떼인 거나 마찬가지인 돈 받아내는 게 쉬운 줄 알아?]

청풍;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돈 받아내는 해결사로 기른 게 누군데 맨날 나만 갈궈?] 침대에 벌렁 드러눕고

청풍; [어디 두고 보자 이거야!] [지금이야 아직 기운이 남아있어서 툭 하면 날 패지만 꼰대도 이제 곧 영감탱이가 될 수밖에 없어!] 원한의 이갈이

청풍; [그때 가서 지금까지 당한 거에다 이자를 왕창 붙여서 복수해줄 테니까!] 히죽

그러다가 들고 있는 족보를 돌아보고

청풍; [하여간 꼰대도 생각이 없어요!] 일어나고

청풍; [이게 얼마짜리 담보인데 함부로 내던져?] [물건의 참된 가치도 모르는 엉터리 고리대금업자 같으니.....] 족보를 펼쳐본다

청풍; [재질도 그렇고 글씨도 그렇고... 최근에 새로 편집한 족보로군!] 족보를 보며

[!] 그러다가 흠칫

청풍; [! 이거 뭐야?] [무림인들의 족보란 건 원래 이런 거였나?]

청풍; [가계도(家繼圖) 뿐만 아니라 각각의 조상들이 만든 무공도 같이 수록해놓았잖아!] [어쩐지 족보치곤 너무 두껍다 했지!]

청풍; [서문(序文;시작하는 글)을 보면 내막을 알 수 있으려나?] 맨 앞을 연다

 

<-(중략)- 그리하여 소녀 완()은 미미한 재주나마 동원하여 훌륭하신 조상님과 전대 가주님들의 무공을 칠천여 가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복원한 후 이 족보에 기록하여 자손 대대로 전하고자.........>

 

청풍; [이거... 이거...!] 입이 딱 벌어진다.

청풍; [족보의 탈을 뒤집어쓴 무공비급이잖아!] 어이없고

[!] 그러다가 무언가를 깨닫는다

<못 가요! 족보를 돌려주지 않으면 절대 보낼 수 없어요!> 자신의 허벅지를 끌어안고 몸부림치던 권완의 모습을 떠올리는 청풍

청풍; [젠장! 그랬었군!]

청풍; [똑똑해빠졌다는 그 계집애가 족보를 새로 편찬하면서 복원한 무공도 함께 수록해놓았던 거야!] [그래서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거고!]

청풍; [우리 황금전장에서 거금을 차용한 것도 가전무공을 복원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구입하기 위해서였어!]

청풍; [족보면서 무공비급이라... 이건 좀 문제가 될 수도 있겠는 걸!]

청풍; [일류고수만 해도 오백명이 넘는다는 권씨세가야.] [이걸 되찾겠다고 권씨세가 전체가 들고 일어나면 우리 황금전장이라고 해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청풍; [당연히 불똥이 나한테도 튈 테고...!] 불같이 화내는 공자무를 떠올리며 침 꼴깍

청풍; [에이! 쫄 거 없어!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나?]

청풍; [누가 족보에다 무공을 적어놓으래?] [또 빚을 제때 갚기만 했어도 내가 뭣 하러 귀찮게 족보를 가져와?] [다 자기들 잘못이지.] 궁시렁 대면서도 족보를 읽는다

청풍; [박 터질 때 터지더라도 한 번 읽어보기나 하자!]

 

<초대 가주 은세신검(恩世神劍) 권천웅(勸天雄).

집마천(集魔天)이 무림 일통(一統)을 부르짖으며 구파일방의 연합세력을 대파하고 파죽지세로 무림의 군소 방파를 흡수할 때 홀연히 나타나시어 단신으로 집마천의 오대 당주를 베고 은세신검이란 별호로 천하를 진동시키셨다.> 책을 읽는 청풍을 배경으로 신선같은 풍모를 지닌 노인이 검을 들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 앞에 죽어넘어진 수많은 마인들

 

<그후 초대 가주께서는 구파일방의 잔여세력을 규합하여 무림정의맹(武林正義盟)을 창설하시고 세 번에 걸쳐 맹주를 역임하셨으며 무림정의맹과 집마천의 최후 대전인 황산(黃山) 싸움에서 집마천의 천주 상관홍보(上官興保)와 함께 동귀어진하셨다. 은세신검께서 창안하신 은세칠검법(恩世七劍法)은 검도일절이라 할만한 절기였지만 팔백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정교하고 위력적인 면이 많이 유실되었다. 이에 미거한 소녀 완이 전해오는 검결을 기반으로 다듬고 정리하여 새롭게 여기에 기록한다.> 각가지 검법을 펼치는 사람들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 (유실된 무공을 완벽하게 복구해놓다니... 그 계집애가 천재 소리를 든는 이유가 있었구만!) 침 꼴깍. 권완을 떠올리고

청풍; (게다가 복구해놓은 무공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빠져서 족보를 읽고

청풍; (나보다도 한 살 어린 계집애가 이룩한 성과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청풍; (이렇게 똑똑한 계집애에게 원한을 샀다는 게 영 찜찜한 걸!) 그러면서도 족보를 읽어내려가는 청풍

 

#13>

권씨세가. 분위기가 흉흉하다

월동문 안쪽의 건물. 시녀들이 수군거리며 건물을 본다. 건물 문은 꼭곡 잠겨있는데

건물 안. 서재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권완. 바닥에는 책과 종이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청풍이 한검호로 위장하여 족보를 강탈하던 장면 떠올리고.

권완; (용서할 수 없어!) 주먹을 틀어쥐고

권완; (절대로!) 이를 악문다

<아버지가 엄청난 빚을 내서 구해준 자료들을 바탕으로 가전(家傳)의 무공들을 정리, 보완하고 복원하는 일을 막 끝낸 참이었다.> 어린 시절의 청풍 앞에 엄청난 양의 비급들을 쌓아놓고 자랑하는 권일해의 모습

<그 과정에서 창안해낸 최강의 신공이자 신법인 기중표(氣中漂)를 기록하는 일만 남았었는데.... 악귀같은 그 인간 때문에 그 동안의 모든 노고가 수포로 돌아가버렸다!> 청풍의 야비하게 웃는 얼굴

권완; (물론 내용은 다 기억하고 있었으므로 한 두 달만 고생하면 족보는 다시 복원할 수 있다.)

권완; (하지만 족보 안의 무공비결은 이미 남의 손에 들어가버렸으며, 급기야는 돈으로 거래될 지경에 놓였으니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권완; (그동안 가문의 중흥을 위해 부끄러움도 무릅쓰고 백방으로 돈을 구하러 다닌 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어!)

이어 원래 얼굴로 돌아온 청풍이 매달리는 자신의 입술을 훔치던 장면도 떠올린다

권완; (그 일만은 죽었다 깨어나도 남에게 말할 수 없어!)

권완;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 강도질도 모자라서 내 정조까지 유린했으렸다!) 힘겹게 일어나며 이를 박박 갈고

권완; (더렵혀진 몸으로 살아서 뭘 해!) 눈물 줄줄

권완; (하지만 죽기 전에 그 악귀도 반드시 내 손으로 찢어죽여버리고 말겠어!) 눈에서 살기가 줄줄 흐른다.

권완; [내게 원한을 산 게 얼마나 치명적인 실수였는지 알게 해주마 제천대성!] 이를 박박 갈며 일어나 옷을 여민다

권완; [밖에 누구 있느냐?] 의자에 앉으며 외치고

흠칫하는 시녀들

[예 아가씨!] [분부 계시옵니까?] 전각을 향해 허리 숙이고

권완; [증조할아버지께 지금 즉시 세가회의(世家會議)를 소집해주십사 전하라.] [나도 곧 의사청(議事廳)으로 가겠다!]

[그리 전하겠사옵니다!] 시녀들 대답하고

서둘러 월동문 밖으로 달려나간다

권완; (공청풍! 공청풍!)

권완; (하늘에 맹세코 네 목숨은 나 권완의 것이다!) 무시무시한 살기

 

#14>

황금전장

대청. 문간에 병수재가 서서 안쪽을 보고 있다.

대청 안에는 공씨일족이 모여 앉아있다. 공자무와 진군소 부부가 상좌에 나란히 앉아있고 그들 앞의 탁자 좌우에 공대벽과 공당한이 마주 앉아있다. 좌우에 놓인 의자는 모두 네 개지만 두 개는 비어있다. 공사붕과 청풍의 자리.

공대벽은 아주 잘 생기고 위엄 있다. 엄친아 그 자체. 공당한은 전형적인 학자나 수재의 모습이다. 멀끔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백면서생이다

-장남 공대벽 당년 25

-삼남 공당한 당년 20

두 사람의 모습을 배경으로 위의 나레이션 넣어주고

진군소; [둘째는 천하를 주유하며 무사수행(武士修行)중이니 그렇다 치고...] 공대벽 옆의 빈 자리를 보며 찡그린다. 진군소의 나이는 사십대 중반. 하지만 30대 초반 정도로밖에 안보인다. 여전히 주름살 하나 없는 절세미녀의 모습이다. 다만 눈꼬리가 올라간 게 여전히 성격이 드세다는 것 보여주고. 키가 커서 남편 공자무보다 그리 작지 않다.

진군소; [막내는 왜 안 보이지요?] 공자무에게

공자무; [사고 친 당사자인 그놈까지 부를 필요가 있겠소?]

진군소; [사고는 뭔 사고를 쳤다고 그래요?] 눈 부라리고.

찔끔 공자무

진군소; [돈 빌려가서 안 갚는 것들한테서 무언들 못 뺐어오겠어요?]

진군소; [지난 이년간 회수한 악성채권의 대부분이 막내의 활약 덕분이란 걸 잊지 마세요.] 남편에게 경고

진군소; [이번에 좀 과격한 수단을 쓴 모양이지만 막내에게는 잘못 없다구요.] 코웃음

공자무; [문제는 상대가 똥 고집쟁이들인 권가들이란 점이오.] 한숨

공자무; [그 패거리들이 막내의 행위를 문제 삼아서 죽기 살기로 달려들면 본장의 장사에도 막대한 피해가 생길 거요.]

진군소; [깽판 치려면 치라고 하세요!] [그래 봤자 빚꾸러기(빚을 많이 진 사람)들일 뿐이에요!] 코웃음

공자무; [그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닌데...!] 머리 긁적. 사실 권씨세가는 공씨일족의 가신

진군소; [천하의 풍류재신께서 언제부터 간이 콩알만해지셨나요?] 코웃음치고

진군소; [가서 막내를 불러와요!] 문간에 서있는 병수재에게

병수재; [예 마님!] 인사하고

밖에서 문을 닫는 병수재

진군소; [첫째야!] 공대벽에게

공대벽; [하문하십시오 어머님!] 고개 숙이고

진군소; [실질적으로 집안일을 맡고 있는 너는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느냐?] 공대벽에게 묻고

공대벽; [만일에 대비하여 호장(護莊)무사들에게 경계를 강화하라 지시했으며 철궁에 전서구를 띄워 철궁십이사께 와주십사 요청했습니다.]

공자무; [적절한 조치다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되는구나.] 한숨

공대벽; [아버님 말씀대로입니다.] [해서 생각한 것인데...!] 공당한을 보고

공대벽; [언변이 좋고 학식이 높은 셋째를 권씨세가에 보내어 좋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지요?]

공자무; [셋째를 사자로 보낸다?] 미심쩍은데

공당한; [불초한 소자 당한이 예기치 못한 우환으로 근심이 크신 아버님과 어머님께 삼가 어리석은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벌떡 일어나 포권을 하고. 이놈은 먹물답게 말이 번거롭다

공자무; [본론만 말해!] 손바닥으로 탁자를 치고

공자무; [지금 이 마당에 쓸데없는 장광설 따위를.... 아얏!] 비명 지른다.

진군소가 공자무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었다.

진군소; [가만히 좀 들어봐요. 거금을 들여 가르친 보람이 이럴 때 나오는 거잖아요.] 눈을 흘기고

공자무; [보람은 무슨... 답답해 죽겠구만!] 꼬집힌 데를 문지르며 궁시렁

진군소; [하여간 당신이란 사람은 뿌릴 줄은 알아도 거둬들일 줄은 몰라요.] 콧방귀

진군소; [어여 계속 해보거라 셋째야!] [네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낭랑하니 듣기 좋구나.] 자애로운 눈빛으로 말하고

공당한; [예 어머님!] 공손히 고개 숙이고

공자무;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타 한다더니만...!] 궁시렁 대고

진군소가 째려보자 찍하는 공자무

입을 주먹으로 가리고 고개 숙이며 억지로 웃음 참는 공대벽

공당한; [막내가 저지른 행위는 실로 패악무도한 것입니다.] 단호하게 말하고

흠칫하는 가족들

공당한; [순결한 한 여인의 정절을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수백 년 전통을 지닌 명문대가에 돌이킬 수 없는 굴욕을 안겨주었으니 이 보다 더 한 만행은 결단코 없을 것입니다.] 준엄하게 말하고

진군소; [네 말을 듣고 보니 막내가 정말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구나.] 눈 치뜨며 놀라고

진군소; [뼈대있는 우리 공씨가문에 어쩌다가 그런 망나니가 생겨났을까?] 황당

공자무; [당신이 낳았으니 생겼지.] 궁시렁 대지만

직후 다시 한 번 마누라에게 꼬집히는 공자무

공자무; (끄악!) 체면에 비명은 못 지르고 입만 쩍 벌리고

진군소; [막내가 잘못 했다 치고...!] 공당한을 보며.

진군소;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이번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겠느냐?] 공자무를 꼬집은 손을 비틀고

마누라에게 꼬집히며 발발 떠는 공자무. 쳐든 두 손을 바들 바들

공당한; [일단 막내를 이 자리에 불러 사건의 전후를 상세히 물어봐야할 것입니다.]

공당한; [그 결과 막내의 죄가 소자가 기왕에 들은 바 대로라면, 아버님께서 호되게 꾸짖으신 후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도록 공력을 폐하고 소가죽 끈으로 결박한 다음 지하에 있는 귀부(鬼府)에 감금하여 두 번 다시 햇빛을 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단번에 주워 삼키고

충격을 받아 멍한 세 사람. 공자무도 고통을 잊을 정도로 놀라고

공당한은 판관처럼 준엄한 표정으로 서서 부모의 반응을 기다리고. 잠시후

진군소; [, 방금 뭐라고 한 게냐 셋째야?] 침 꼴깍

진군소; [다 알아듣지 못했으니 다시 한 번 말해 보거라.] 황당해서 더듬거리며 말하고

공당한; [예 어머님!] 진군소에게 고개 숙이고

공당한; [일단 막내를...... 중략...... 햇빛을 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다시 싸해지는 분위기. 모두 할 말을 잊고. 이윽고

팔꿈치로 남편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뭐라 하라고 재촉하는 진군소

공자무; [험험! 공력을 폐하고 영원히 가둬버리다니... 그건 좀 심하지 않겠느냐?] 주먹으로 입 가리며 헛기침하고

공자무; [이번 사단도 따지고 보면 막내가 집안을 위해 일하다가 벌어진 건데...] 말하지만 + 공당한; [아버님!] 준엄한 말로 가로 막고

공당한; [비록 부자지간에 끊을 수 없는 천륜(天倫)이 있다손 치더라도 패악무도한 이런 짓은 결코 용납해서는 아니됩니다.] 단호

공자무; [허허!] 어이가 없고

공당한; [아버님께서는 마땅히 막내를 엄중하게 처벌하시어 세상의 도의가 아직 무너지지 않았음을 만천하에 보이셔야 합니다.]

공당한; [만약 막내의 행위가 그 정도에 그치지 않고 더 심했더라면 막내의 목을 베어 권씨세가에 보내 사죄했어야할 것입니다.] 당호하고 준엄하게 말하고

<... 목을 치라고?> 충격 받는 사람들

공당한; [소자가 짧은 학식과 견해로 아버님과 어머님의 귀를 어지럽혀드렸습니다.] [너른 아량으로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공손히 허리 숙이고.

자리에 앉는다

더욱 더 싸해지는 분위기. 침묵이 흐르고.

공대벽과 공자무와 진군소는 서로 어색하게 눈빛만 교환한다. 그러다가

진군소; [말을 저토록 조리있게 청산유수로 하는 걸 보니 셋째가 똑똑하긴 똑똑하군요!] 한숨 쉬며 남편을 보고

진군소; [과거에 급제하여 판관(判官)이 된다면 세상에 크게 쓰임이 있겠어요!]

공자무; [막내 그놈은 빚 받아내는 일 아니면 쓸데가 없으니까 귀부에 쳐박든 어쩌든 아쉬울 것도 없다만....!] 난색

공자무; [발등에 떨어진 불은 권씨세가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다.] [해결할 방도가 있으면 말해 보거라.] 체념한 표정으로 공당한에게 묻고

공당한; [아버님께서 우매한 소자를 이리도 믿어주시니 기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다시 일어나며 공자무에게 고개 숙이고

공자무; (믿긴 뭘 믿냐 이놈아? 하도 어이가 없어서 갈 데까지 가보자는 거지!) 한숨

역시 한숨 쉬는 공대벽

공당한; [무릇 선비는 오직 의()만을 생각할 뿐 이()는 논하지 말아야 하는 법입니다.]

공당한; [하오나 비록 고리대금업일지라도 선대부터 내려온 가업(家業)을 모른 척하는 것 또한 불효를 범하는 것임에 소자 당한은 아픔과 갈등은 가슴에 간직하고 방책을 아뢰도록 하겠습니다.]

진군소; (가업이 고리대금업이라고?) 어이없고

한숨 쉬는 공대복

공자무; (제발 결론만 말해라 이놈아! 결론만!) 부글 부글 끓고

공당한; [소자의 헌책(獻策)은 이와같습니다.] [막내가 강탈해온 권씨세가의 족보를 정중하게 돌려줌은 물론이고, 그들이 진 채무를 면제해줄 것이며 위로금으로 그 채무의 두 배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불해야 마땅합니다.]

공당한; [또한 만에 하나 일신의 정절을 잃은 권소저가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자결할 경우에는 그 소저를 위해 명산에 사찰을 세워 혼백을 위로해줘야 할 것입니다.] 좔좔 주워 섬기고

고개 설레 젓는 공대벽

진군소; [여보! 저 아인 과거에 급제 못하면 밥 먹고살기 어려울 것 같죠?] 기가 막히고

공자무; [내 말이 그 말이오!] 한숨 쉬는데.

! 소리가 나면서 문이 산산조각난다.

공당한; [벌써 권씨세가에서 침입을...... ! 좀 더 서둘러야 했을 것을......] 기겁하며 돌아보는데

[! 공당한!] 휘릭! 외침 소리와 함께 무언가 날아들고

청풍; [뭐가 어쩌고 어째?] 휘릭! 원숭이처럼 재주를 넘으며 탁자에 내려서는 청풍

진군소; [막내야!] 찡그리고

공자무; [너 이놈! 뭣 하는 짓이냐?] 눈 부라리고.

공대벽은 한숨

공당한; [.... 너 언제 왔느냐?] 겁에 질려 주춤 거리며 물러서고

청풍; [당신이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 [뭐 공력을 폐하고 꽁꽁 묶어서 가둬?] 이를 부득 부득 갈며 공당한에게 삿대질을 하고

공당한; [... 그러니까 내 말은 천지간에 도, 도의를 세워야..... , 가정의 기강도 세워진다는.....] 비지땀을 흘리고

청풍; [더 심한 짓을 했으면 목을 쳐서 보내라고?] [이러고도 우리가 피를 나눈 형제야? 형제냐고?] 연달아 외치며 공당한을 윽박지르는 청풍.

[히익!] 겁에 질려 물러서다가 의자에 걸려 나자빠지는 공당한

청풍; [당신이 뭔데 날 죽이라 말라 해? ?] 탁자에서 뛰어내리고

청풍; [당신이 나한테 해준 게 뭔데? 밥을 먹여 줬어? 옷을 입혀줬어?] [튿어진 아가리라고 내뱉으면 다인 줄 알아?] 바닥에 나자빠진 공당한에게 얼굴 들이대며 윽박지르고

사색이 되어 덜덜 떠는 공당한

진군소; [막내야! 형에게 무슨 말 버릇이냐?]

청풍; [냅둬요!] [도덕군자인 척 하며 핏줄 따위 돌보지 않는 이런 형은 필요없어요!] 공당한에게 악을 쓰고 기절 직전이 되는 공당한

공자무; [허어! 저놈은 철궁에 가서 빚 받는 기술보다 협박하는 기술을 더 전문으로 배운 모양이오.] 뒤로 물러앉는 공당한을 쫓아가며 윽박지르는 청풍을 보며 피식 웃고

진군소; [이게 웃을 일이에요?]

진군소; [저 망나니가 에비 에미 앞에서 하는 버르장머리 없는 짓거리가 안 보여요?] 공당한을 쥐잡듯 잡는 청풍을 손가락질하고

공대벽; [아버님!] [어머님!] 한숨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오냐 첫째야!] [왜 그러느냐?] 돌아보는 공자무와 진군소 부부

공대벽; [제가 막내를 좀 혼내도 되겠는지요?] 부모에게 고개 숙이며 묻고

진군소; [그래라! 저 싸가지 없는 녀석을 끌고 가서 안 죽을 만큼만 패주거라!] 공당한을 윽박지르고 있는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만 진짜 웬수가 집안에....!] [!] 공당한을 깔아뭉갤 듯이 외치다가 몸이 뒤로 홱 딸려가며 눈 부릅 뜨고

공대벽; [따라와라!] 뒤에서 청풍의 뒷덜미를 낚아챘다.

청풍; [뭐야 큰형? 왜 이래?] 돌아보며 악을 쓰는데

공대벽; [그럼 소자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한손으로 청풍의 뒷덜미를 잡고 공자무와 진군소에게 고개 숙이고

귀찮다는 듯 손짓하는 공자무. 청풍을 노려보며 코웃음 치는 진군소

공대벽; [가자!] 청풍을 질질 끌고 나간다. 박살난 문간에는 병수재가 난감한 표정으로 서있고

청풍; [! 이거 놓으란 말이야!] 바둥거리며 질질 끌려가고. 그러거나 말거나 끌고 나가는 공대벽. 공대벽은 무공도 높다

진군소; [기왕에 패는 거 눈물을 쏙 빼놓거라!] 외치고

청풍; [어머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저는 뭐 주워온 자식인가요? 아이쿠!] ! 비명이 들리고

[왜 때려? 형이면 다야? 왜 때리냐고!] [입 다물어라!] 철썩! [아이쿠!] 밖에서 들리는 소란이 멀어지고

진군소; [휴우! 저 철없는 것이 제 큰형의 반의 반쪽만 닮았어도 걱정이 없겠어요!]

공자무; [이게 다 당신이 저놈을 사내자식으로 낳은 업보...!] 말하다가 찔끔

진군소가 노려보고 있다

공자무; [험험! 말이 그렇다는 거고....] [어쨌거나 막내 일은 첫째에게 맡기도록 합시다!] 주먹으로 입을 가리며 헛기침을 하고

공자무; [아무쪼록 큰 손해 안 보고 해결되어야할텐데...!] 한숨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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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한 낮의 금릉

-권씨세가(權氏世家) 숲이 우거진 산을 등지고 서있는 웅장한 장원. 금릉의 외곽이다. 웅장한 정문에는 權家莊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칼을 찬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고

권씨세가 정문이 보이는 절.

그 절의 탑. 탑의 맨 꼭대기 층 창가에 숨듯이 서서 밖을 보고 있는 인물. 황금전장의 집사인 병수재다. 탑 안에는 청풍이 간이침대에 누워 빈둥거리고 있다.

병수재; [도룡신도 권일해는 항산파(恒山派)와 형의문(形意門)간의 영역분쟁을 조정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상태입니다.] 창문가에 숨어 권씨세가 쪽을 보며

병수재; [오늘 떠난다고 하는데... 두 문파가 자리한 산서성(山西省)까지 다녀오려면 보름 넘게 걸릴 것입니다.]

청풍; [때 맞춰 집을 비워주는군!] 늘어지게 하품

병수재; [권일해는 셋째 제자 한검호(韓劍虎)를 가장 총애하여 출타 시에 늘 데리고 다닙니다.]

병수재; [이번 여행에도 한검호를 데리고 갈게 분명합니다.]

청풍; [검호.... 이름은 그럴 듯하구만!] 피식

병수재; [잘 생기기도 해서 권일해가 자신의 외동딸 권완(勸完)과 짝 지어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얘기도 돌고 있습니다.]

청풍; [흐흐흐 복도 많은 놈인 걸!] [하지만 그 복도 오늘로 쫑 나는 거야!]

청풍; [권씨세가를 말아먹은 원흉으로 지목당할 테니까!] 낄낄

병수재;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심보 한 번...!) 소리 없이 혀를 차고

청풍; [그런데 권일해의 외동딸이 그렇게 예쁘다며?]

병수재; [예쁜 것보다는 똑똑한 걸로 더 잘 알려진 소저입니다.]

병수재; [세살 때 이미 사서삼경을 다 떼었으며 열 살 때는 스스로 무공까지 창안하였다고 합니다.]

청풍; [열살짜리가 만든 무공이 어련할려고...!] 피식

병수재; [그렇긴 합니다만... 권완소저에 대해서는 이상한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청풍; [무슨 소문?]

병수재; [권씨세가는 몇년전부터 돈을 마구 풀어 무공비급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병수재; [그들이 본장의 돈을 쓰기 시작한 것도 희귀한 무공비급을 사들이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청풍; [권완이 무공을 연구하는데 필요해서 무공비급을 사 모으는 중이다?]

병수재; [권씨세가는 한 때 천하제일가(天下第一家)로도 불렸던 무림의 명문입니다.]

병수재; [권완은 사들인 비급들을 참고해서 실전된 가전무공을 복구하는 중인 게 틀림없습니다.]

청풍; [나보다 한 살 어린 걸로 아는데 나름대로 기특한 계집이로군!] 웃고

그때 창밖을 보며 흠칫하는 병수재

권씨세가의 정문으로 두 명의 인물이 나선다. 앞선 인물은 눈이 부리부리하고 강직한 인상을 지녀서 그야말로 대협의 풍모를 풍기는 건장한 중년인. 등에는 작두만한 칼을 짊어지고 있다. 이 인물이 도룡신도 권일해. 권일해의 뒤에는 아주 잘 생긴 20세 가량된 청년이 따른다. 권일해의 셋째 제자인 한검호

병수재; [도련님! 권일해가 집을 나섰습니다!] 급히 물러서며 말하고

청풍; [그래?] 벌떡! 퉁겨지듯 일어나고

이어 소리없이 창가로 가서 밖을 본다

경비 무사들과 뭐라 이야기를 나누는 권일해. 한검호는 그 뒤에 서서 대기하고

한검호의 얼굴 크로즈 업. 잘 생겼다.

청풍; [흐흐흐! 확실히 멀끔하게 생기긴 했군!] 웃고

정문을 지키던 수하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권일해

이어 뒷짐 쥔 채 빠른 걸음걸이로 집앞을 떠난다. 한검호는 달리듯이 사부를 뒤따라가고. 그 뒤를 향해 포권하는 권씨세가의 수하들

청풍; [흐흐흐! 편히 다녀오시오 권가주! 일 보고 돌아와보면 난리가 나 있을 테니까!] 키득거리고

멀리 사라지는 권일해와 한검호

청풍; [일 벌릴 조건은 다 갖춰졌군!] 돌아서고

청풍; [그럼 나도 슬슬 준비를 해볼까?] 바닥에 앉아서 품에서 작은 거울을 하나 꺼낸다

이어 한손으로 얼굴을 주물럭거리면서 그걸 거울로 보는 청풍. 콧노래를 부르고

병수재; (저럴 수가!) 보고 있다가 놀라고

! 거울을 보며 얼굴을 주무르는 청풍의 모습이 한검호로 변하고 있다.

병수재; (얼굴을 주물러서 한검호와 똑같이 만들고 있다.)

병수재; (저것이 철궁에서 배워온 역용술이로구나!) 만족스럽게 거울을 들여다보는 청풍(한검호)의 모습 보며 감탄

 

#10>

권씨세가의 정문. 무사들이 지키고 서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휘익! 갑자기 정문 앞으로 날아내리는 한검호. 물론 청풍이 변장한 모습. 이하 한검호(청풍)으로 표기

무사들; [삼공자! 무슨 일입니까?] [왜 다시 돌아오신 겁니까?]

한검호(청풍); [비켜라! 사부님의 급한 분부다!] 외치며 그들에게 달려가고

[가주께서?] [대체 무슨 일이신데....!] 당황하면서도 급히 비켜주는 무사들

한검호(청풍)은 그들을 지나쳐 정문 안쪽으로 뛰어들어가고.

[삼공자님!] [가주님을 모시고 북쪽으로 가신 게 아니었습니까?] 집안을 오가던 사람들이 놀라서 묻고

한검호(청풍); [급한 일이다! 방해하지 말고 물러서!] 외치며 일직선으로 달려가고. 사람들 급히 비켜주는데

한검호(청풍)이 달려가는 앞쪽에 높은 담장이 있고 월동문이 뚫려있다

사람들 어리둥절하며 보는데

한검호(청풍); [사매! 어디 있느냐 사매!] 외치며 월동문 안으로 달려 들어가고

월동문 안쪽은 잘 가꿔진 정원. 정원 한쪽에 웅장하고 화려한 전각이 한 채 있고 시녀들이 전각 근처를 오가다가 놀라서 돌아본다.

한검호(청풍); [사매! 안에 있느냐? 빨리 나와 봐라!] 외치며 전각으로 달려가고

삐걱! 전각의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소녀가 나온다. 16살 정도. 아직 소녀티가 나지만 절세미녀다. 여주인공인 권완이다.

권완; [한사형!] 이마 살짝 모으며 전각으로 달려오는 한검호(청풍)을 보고

한검호(청풍); [다행이다! 마침 자리에 있었구나!] 헐떡이며 문 앞으로 뛰어올라오고

권완; [대체 무슨 일인가요?] [아버지는 어찌하고 사형만 돌아오셨나요?]

한검호(청풍); [길게 이야기할 시간 없다! 빨리 안으로 들어가자!] 권완의 손목을 덥썩 잡고 전각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권완 당황하면서도 전각으로 끌려들어가고. 시녀들 어리둥절

전각 안은 서재. 수많은 책들이 사방에 빼곡이 꽂혀있고 중앙에는 넓은 탁자. 탁자위에는 각가지 비급이 쌓여있고 또 문방사우가 널려있다. 권완이 무언가 글을 쓰던 중이다.

한검호(청풍);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없어! 족보(族譜)는 어디 있느냐?] 권완을 끌고 들어오며 두리번거리고

권완; [평소의 사형답지 않군요.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주셔야 대비를 하더라도 하지요.] 한검호(청풍)의 손을 뿌리치고

한검호(청풍); [... 미안하다! 워낙 상황이 급박해서 그만......] 헉헉

권완; [저는 괜찮으니 차근차근 말해보세요.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

한검호(청풍); [그놈.... 그놈 아직 안 왔지?] 초조하게 두리번

권완; [안 왔다니요? 누구를 말씀 하시는 건가요?] [그리고 <그놈>같은 거친 말은 쓰지 마세요.]

한검호(청풍); [... 조심하마!] + (젠장! <그놈> 정도가 거친 말이라면 평상시 내가 업무상(?) 쓰는 말들은 모두 뭐라는 거야?)

한검호(청풍); [황금전장의 제천대성(齊天大聖)이란 놈 아직 안 온 거지?]

권완; [... 제천대성!] 깜짝 놀라고

권완; [살아있는 채무자의 금이빨까지도 뽑아간다는 그 악랄한 해결사 제... 제천대성이 본가에 쳐들어온다는 건가요?] 비틀거리고

한검호(청풍); (남의 이빨 뽑은 적은 없다 요것아!) +[나루터로 가던 중에 황금전장의 집사를 만났다.]

한검호(청풍); [헌데 그자가 말하길 제천대성이란 놈이 오늘 단단히 준비를 해서 빚을 받으러 온다지 뭐냐?] 초조하게 손을 비비고

한검호(청풍); [돈을 못 갚으면 족보라도 뻬앗아가겠다던데...!] 두리번

권완; [... 족보는 안돼요!] 비명을 지르고

한검호(청풍); [물론 족보를 빼앗길 수는 없지!] [그래서 사부님이 날 급히 돌려보내신 것이다.]

한검호(청풍); [급전(急錢)을 마련해오실 동안 어떻게든 족보는 지키라는 게 사부님의 분부시다.]

권완; [... 당연히 그래야지요!] 서둘러 한쪽 서가로 가고

그리고는 책꽂이를 민다.

그러자 책꽂이가 돌아가며 안쪽에서 비밀 금고가 나타난다.

떨리는 손으로 비밀 금고를 여는 권완

한검호(청풍); (옳거니! 저런 곳에 숨겨두었었구나!) 눈 반짝

열린 금고 안에는 아주 크고 두툼한 책이 한권 들어있다. 책 두께가 장난이 아닌데. 제목은 權氏世譜

권완; [... 여기 있어요!] 두 손으로 두꺼운 족보를 한검호(청풍)에게 내밀고

권완; [아버지가 돈을 구해오실 때까지... 한사형께서 이걸 어디든 깊이 숨겨두고 간직해주세요.] 족보를 한검호(청풍)에게 건네주고

한검호(청풍); [... 그렇게 하마!] + (흐흐흐! 계획대로 손에 넣었다!) 족보를 받고

한검호(청풍); (전통과 체면을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는 명문가의 인간들은 족보를 되찾기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해서든지 돈을 마련하는 법이지!) 만족해서 족보를 보며 웃고

권완; [이 족보는 우리 권씨세가를 중흥시킬 수 있는 중요한 것이니 보관에 만전을 기하셔야.....] 말하다가 눈 부릅 권완

족보를 두 손에 들고 보며 야비하게 웃는 한검호(청풍).

권완; [안돼요!] 비명 지르며 달려들어 족보를 낚아채려 하고

한검호(청풍); [어림없지!] 웃으며 손을 번쩍 들어 족보를 높이 쳐들고

권완; [당신은 한사형이 아니군요!] [족보를 내놔요!] 다시 달려들고

한검호(청풍); [흐흐흐! 아는 게 너무 늦었어!] 슬쩍 몸을 돌려서 피하고

[!] 그 바람에 앞으로 나뒹구는 권완

한검호(청풍); [내가 바로 아가씨가 악귀나찰처럼 생각하는 그 제천대성이야!] 한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고.

! 원래 얼굴로 돌아간다. 이하 청풍으로 표기

권완; [흐윽!] 쓰러진 채 올려다보고

청풍; [빚을 갚을 때까지 이 족보는 내가 보관해 둘 테니 그리 알라구!] 족보를 흔들며 돌아서려 하고. 순간

권완; [제발!] 비명 지르며 두 팔로 청풍의 다리 하나를 와락 끌어안는다

나가려다가 다리가 잡혀 흠칫 돌아보는 청풍

권완; [빚은 꼭 갚을께요! 제발 족보만은 돌려주세요!] 울부짖으며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청풍; [어허! 이 아가씨가!] 다리를 뽑으려 하지만

권완; [못 가요! 족보를 돌려주지 않으면 절대 보낼 수 없어요!] 허벅지를 끌어안고 몸부림친다. 올려다보면서. 순간

! 허리를 숙여서 권완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대는 청풍.

[!] 눈이 찢어져라 부릅떠지는 권완의 얼굴

한손으로 권완의 턱을 바쳐들고 입술을 쪽쪽 빠는 청풍

입술이 빨리며 바르르 떨리는 권완의 몸

청풍의 다리를 부둥켜 안은 권완의 팔에서 힘이 빠지더니

스르르! 털썩! 충격으로 넋이 나가서 무너지듯 쓰러지는 권완

청풍;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포기했어야지!] 입맛을 다시며 권완에게서 떨어지고

청풍; [뽀뽀 한 번으로 그동안 밀린 이자 갚았다고 생각하라구!]

청풍; [가능한 빨리 돈 마련해서 족보 찾으러 와주길 바래!] 낄낄 대며 나간다

전각 밖에 시녀들이 둘러 서있다가 깜짝 놀라고

청풍; [뭔 구경났어? 가서 일들 봐!] 족보를 흔들어 시녀들을 쫒고. 주춤 주춤 물러서는 시녀들.

우왕! 뒤에서 권완의 울음소리가 터지고

청풍; [으하하하!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돈 마련하는 게 너무 늦으면 족보를 팔아 치워서라도 채권을 회수할 테니까!] 휘익! 몸을 날려 날아간다.

 

#11>

황금전장.

공자무; [이게 뭐냐?] 탁자 앞에 앉아서 시큰둥하게 탁자 위에 놓인 크고 두꺼운 권씨세보를 보고

청풍; [권씨세가의 족보(族譜)입니다.] 탁자 앞에 뒷짐을 짚고 서서 대답한다. 좀 긴장한 모습이다.

공자무; [돈 대신 족보를 받아왔다?]

청풍; [한 때 천하제일가로도 불렸던 명문 중의 명문 권씨세가의 족보입니다.] [근본이 천한 졸부들에게 팔면 빌려줬던 돈의 몇 배를 건질 수도 있습니다.]

공자무; [그걸 모르는 게 아니다!] 찡그리고

공자무; [도룡신도 권일해는 뻔뻔하기 그지없는 채무자인데 어떻게 족보를 가져올 수 있었느냐?]

청풍; [별로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으쓱

청풍; [권일해가 제자를 데리고 외출하는 것을 확인한 후에 그 제자로 변장하여 권씨세가로 허둥지둥 돌아갔습니다.]

공자무; [권일해가 보냈다고 뚱 쳐서 족보를 빼냈군.] 피식

청풍; [악랄하기 이를 데 없는 황금전장의 제천대성이 들이닥칠 거라고 겁을 줬더니 권일해의 딸도 감쪽같이 속아서 냉큼 내놓더군요.]

공자무; [권일해의 딸이 그렇게 어리숙했던가?] 갸웃

공자무; [이봐! 권일해에게는 딸이 하나뿐이지?] 벽을 향해서 묻고

<그렇습니다 주군!> 벽속에서 누군가 대답하고

청풍; (아무도 정체를 모른다는 아버지의 비밀 호위로군!) 침 꼴깍

공자무; [그 외동딸이 똑똑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천재소녀 권완(勸完) 맞지?]

<권완은 당금무림의 이대재녀(二大才女) 중 하나이며, 권일해가 목숨보다 더 아끼는 무남독녀입니다.>

공자무; [그렇게 똑똑한 아이가 제 집안의 족보 하나 못 지켰다?] 찡그리고

청풍; [눈치가 빠르긴 했습니다.]

청풍; [족보를 넘긴 직후 제가 자기 사형이 아니란 걸 알아차리고는 다리에 매달리며 애원을 하더군요.]

공자무; [그래서 여자를 상대로 완력이라도 쓴 거냐?] 불쾌한 표정

청풍; [완력은 쓰지 않았습니다.] [대신 입을 썼지요.] 히죽

공자무; [완력 대신 입을 써?] 어리둥절

청풍; [필사적으로 매달리길래 입술에다가 제 입을 한번 쪽! 맞춰주었습니다] 히죽

[!] 눈 부릅 공자무

청풍; [그랬더니 뿅 갔는지 얼이 빠져 버리더군요.] [그 사이에 후다닥 빠져나와 버렸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데

공자무; [이 망할 놈!] 벌떡 일어나면서 그대로 청풍의 뺨을 후려친다

청풍; [!] 얼굴이 팽 돌아가

털썩! 바닥에 나뒹굴고

청풍; [... 아버지!] 시뻘겋게 부푼 뺨을 만지며 엉금 엉금 기어 일어나고

청풍; [왜 갑자기 때려요? 제가 뭘 잘못 했다고...!] 억울한 표정

공자무; [닥쳐라! 네놈이 정말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단 말이냐?] 고함을 치며 권씨세보를 집어들고

공자무; [처녀의 입술을 빼앗은 건 정조를 유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걸 왜 몰라?] ! 두꺼운 족보를 벼락같이 던져서 겨우 일어서던 청풍의 면상을 다시 날려버리고. 꾸엑! 뒤로 벌러덩 나자빠지는 청풍

청풍; (아구구 나 죽네! 나 죽어!) 코피 터진 코를 부여잡고 벌벌 기어 일어나고. 털썩! 족보는 옆에 떨어지고

공자무; [돈 받아오랬지 누가 파락호 짓 하라고 했느냐?] 분을 참지 못하고 옆에 놓인 벼루를 콱 움켜쥔다. 조각이 정교한 비싸 보이는 벼루다.

공자무; [네놈이 정녕 우리 황금전장의 이름에 똥칠을 하는구나!] 벼루를 번쩍 쳐들어 던지려 하고.

청풍; [... 벼루는 안돼요!] 비명 지르며 옆에 떨어진 족보를 집어들고

청풍; [그 벼루는 천금 가치를 지닌 단계연(端溪硯)이잖아요!] 족보로 앞을 가리며 외치고

벼루를 던지려다가 멈칫하는 공자무

공자무; [맞다.] [네깟 놈 혼내려고 명품을 훼손할 수야 없지!] 벼루를 내려놓고

청풍; (아효! 꼰대의 구두쇠 기질 덕분에 살았다!) 안도하며 얼굴 가렸던 족보를 내리는데

! 대나무로 만든 붓통이 이마를 강타한다. 꾸엑! 고개가 뒤로 홱 젖혀지는 청풍. 이리저리 튀는 각가지 크기의 붓들

공자무; [당장 내 눈 앞에서 꺼져라!] [다시 눈에 띠면 모가지를 뎅강 잘라버릴 테다 이 망할 놈아!] 탁자에 놓인 다른 대나무 붓통을 쳐들고

청풍; [히익!] 벌벌 기어서 달아난다. 손에는 족보를 들었고

쏜살같이 사라지는 청풍

공자무 붓통을 쳐들고 그런 청풍을 노려보고

공자무; [어리석은 놈!] ! 붓통을 내려놓으며 씩씩 대고

공자무;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그렇지 시집 안간 처녀를 농락해?] 다시 털썩 의자에 주저앉고

공자무; [해결사 노릇을 곧 잘 하길래 두고 보면서도 불안 불안했는데... 저 망할 놈이 기어코 일을 저질러버렸어.] 몸을 뒤로 젖히며 천장을 보고

공자무; [문제야 문제! 장차 이 일을 어찌 수습한다?] 손으로 이마를 싸안고

공자무; [족보를 뺏긴 건 빚 때문이라 쳐도 딸이 희롱까지 당했다는 사실을 알면 참을 권일해가 아닌데....!]

<권일해 뿐만이 아닙니다. 가문이 모욕을 당했다고 여긴 권씨세가의 원로들까지 모두 뛰쳐나와 사생결단을 내려고 할 겁니다.>

<더구나 천하제일의 재녀 소리를 듣는 권완이 원한을 풀기 위해 직접 그들을 지휘한다면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것입니다.> 벽속에서 비밀 호위가 말하고

공자무; [에효! 어쩌다가 우리 집안에 저런 망종이 태어났을꼬?]

<넷째 도련님이야말로 젊었을 적의 주인님을 빼닮으셨습니다만....!> 벽속에서 들리는 소리에 움찔하는 공자무

! 벽을 후려치는 대나무 붓통

공자무; [아무리 진실이라도 말해선 안될 때가 있다는 거 모르나?] 붓통을 던진 자세로 궁시렁 대고

<죄송합니다 주군!> 벽속에서 사과하고

공자무; [에라 모르겠다!] 벌떡 일어나고

공자무; [제 놈이 저지른 일이니 제 놈이 뒷감당하라지 뭐!] 나간다

공자무; [권씨세가에서 치도곤을 놓겠다고 들고 일어나면 청풍이 놈을 보내버려!] [한번쯤 된통 혼이 나봐야 정신을 차릴 게야!]

<그리하겠습니다!>

공자무; [역시 아들은 셋으로 충분했어!] [마누라가 저놈을 딸로 낳지 못하면서 문제가 생긴 거야!] 궁시렁 대며 멀어지고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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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십육년후(十六年後) 지저분한 빈민가.

뒷골목의 허름한 술집

어둠 속에서 누군가 두 손으로 종이를 두 장 들고 아래쪽의 신상명세서를 읽고 있다. 앞쪽의 탁자에는 간단한 술상이 차려져 있다.

 

<성명: 공청풍(孔淸風)

나이: 17

성별: ()

주소: 금릉 황금전장(黃金錢莊) 내 취화각(翠華閣)

신분: 천하제일 전장인 황금전장의 장주 공자무(孔自茂)의 넷째 아들. 최고의 해결사 조직인 철궁(鐵宮)의 사상 최연소 궁주.

무공수준: 두 살 때부터 무공에 입문. 철궁십이사(鐵宮十二師)에게 사사(師事) 받음. 변장술, 잠입술, 은신술 및 각종 암기술과 세 가지 이상의 검술을 익혔고, 그밖에 파악이 되지 않는 수법을 몇 가지 더 지녔을 것으로 보임. 실력은 사부들인 철궁십이사와 비슷한 수준.>

 

<성격: 천방지축. 대소와 경중을 모르는 사고뭉치로 제천대성(齊天大聖)이란 별명을 얻음.

직업: 주로 황금전장의 악성 채권을 회수함. 현재까지 63건의 초() 악성채권을 회수, 단 한 번도 실패가 없었음.

단점: 부모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하거나 둘 중 하나임.

특기: 독한 놈, 무서운 놈, 부딪히면 일단 피하는 게 좋음.> 17살인 현재의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아주 개구쟁이같은 인상이다. 히죽 히죽 웃고 있다.

 

상춘우; [간단히 해치울 수 있는 물건은 아니로군!] 읽은 종이를 뒤로 젖히며 중얼거린다. 나이는 40살 가량. 음산하고 살벌한 인상. 전형적인 살수의 모습. 이자는 청부 살인조직인 적포동의 칠대살수중 한명. 대단한 실력자. 다만 숫자에 약해서 번번이 적자 청부를 받는다.

상춘우; [최고의 해결사 조직인 철궁의 궁주를 건드렸다가는 후환이 적지 않을 텐데...!] 힐끔 앞쪽을 보고

호선낭; [그래서 겁이라도 난다는 건가요?] 상춘우 맞은편에 앉아서 얄밉게 웃는 여자. 예쁘지만 아주 교활한 인상. 옷은 잘 차려입었다. 청부 브로커인 호선낭이다. 적덩히 벌어진 저고리 틈으로 젖소가슴의 윤곽이 드러나 보이는 야한 차림이다.

호선낭; [상대가 최고의 해결사집단인 철궁의 궁주라면 당신은 최강의 살수조직인 적포동(赤袍洞)의 칠대살수(七大殺手) 중 한 명이잖아요!]

상춘우; [격장지계까지 쓸 필요없다.] [나 상춘우(尙春雨)는 청부의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다만 청부의 대가를 따질 뿐이지!] 말하며 두 번째 종이를 읽는다

호선낭; [어련하실려구요?] 턱을 괴며 배시시 웃고

상춘우; (여우같은 년!) 코웃음치며 두 번째 종이를 읽기 시작하고

상춘우; (하긴 이름이 호선낭(狐仙娘)이니 여우는 여우지!)

 

<성명: 공자무

나이: 52

성별: ()

주소: 금릉 황금전장

신분: 황금전장의 장주, 천하오대 거부(巨富) 중 한 명, 알려지지 않은 비밀 세력을 보유하고 있는 듯하지만 확인된 것은 철궁과의 긴밀한 유대뿐임.

무공수준: 알 수 없음. 익힌 것은 분명하지만 한 번도 펼친 적이 없음.

성격: 부자답게 구두쇠. 그러나 가끔은 엄청 대범함.

직업: 전장의 일반적인 업무 외에 무림인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함. 무림인의 신분과 명성에 따라 신용으로 대부해줌. 하지만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비급이나 영약 또는 신물, 병기 등을 요구함. 피해를 당한 무림인들의 하소연이 무림맹(武林盟)에 연일 접수중.>

단점: 공처가

특기: 돈의 힘을 믿는 건지 간덩이가 부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천하에 두려워하는 대상이 없음. 단 한 사람 마누라인 호표선자 진군소만 제외하고.

참고; 부인인 호표선자 진군소는 처녀시절 반년만에 백 수십명의 음적을 척살하여 공포의 여살성으로 불린 일류고수임.> 공자무의 모습. 지금은 첫 등장 보다 나이가 좀 들었지만 여전히 멋지게 생긴 미중년이다.

 

상춘우; [부자를 함께 처리해달라는 청부는 또 처음이군!] 화르르! 종이를 손으로 쥐어 내공으로 태운다.

호선낭; [한 번 결행으로 둘을 해치울 수 있으니까 일석이조죠.]

상춘우; [실패해서 죽을 확률도 배가 되겠지!]

호선낭; [그래서 할 거예요 말 거예요?] 새침

상춘우; [가격은?] 시큰둥

호선낭; [한 명당 오천 냥! (; 은자 한냥의 현재 가치는 5만원~10만원사이. 이하 5만원으로 계산)] 눈 반짝하며 다섯 손가락을 쫙 펴 보이고.

상춘우; [한 명당 일만 냥(5)!] 열 손가락을 쫙 펴보이고

호선낭; [좋아요! 한 명당 일만 냥!] [기한은 1년이에요.] 배시시 웃으며 얼른 대답하고

상춘우; (아차!) 띠용.

상춘우; (빌어먹을! 또 당했다!) (내 수정제안을 이렇게 쉽게 받아들인다는 건 엄청난 헐값이란 얘기!) 주먹 부르르 떨고

호선낭; [호호호! 남아일언 중천금이란 말은 굳이 할 필요도 없겠지요?] 깔깔 웃으며 소매에서 전표 뭉치를 꺼낸다. 전부 만냥짜리다.

호선낭; [이건 선수금이에요!] [일만냥!] 팔랑! 一金 一萬兩 整이라는 큰 글씨가 적힌 전표를 한장 뽑아서 상춘우 앞에 던진다. 작은 글씨로 保證 黃金錢莊이란 작은 글씨가 하단에 적혀있다.

호선낭; [잔금은 일 끝난 후에 드리는 거 알죠?] 전표 다발로 부채질을 하고

상춘우; (.... 저 전표 다발이 전부 만냥짜리...!) 호선낭이 손에 들고 부채질하는 전표 다발을 보며 눈을 부릅

상춘우; (그럼 이 여우가 의뢰인에게 청부받은 금액이 대체 얼마라는 거야?) 두 주먹이 부들 부들

호선낭; [전표는 황금전장에서 발행한 거니까 어디서든지 은자로 환전이 가능해요.] 전표를 품속에 넣는다. 그 바람에 빵빵한 젖가슴이 슬쩍 보이고

호선낭; [황금전장에서 발행한 전표로 황금전장의 장주 부자를 죽이라고 청부하니 기분이 좀 이상하네요.] 일어나고

상춘우; (여우같은 년! 같이 일한 게 몇년인데 번번이 날 물 먹여?) (네년이 물어온 일을 또 다시 맡으면 내가 개다, .) 이를 부득 부득 갈고

호선낭; [호호호! 벌써부터 그렇게 살기가 충만하니 믿음직하군요!] [좋은 소식 기다리겠어요!] 나가고

호선낭; [여기 술값은 내가 낼 께요.] 문간에서 돌아보고

호선낭; [갈보도 하나 불러둘 테니까 마음껏 마시고 즐기세요!] 깔깔 웃으며 나간다.

상춘우; [지랄!] !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쳐서 박살낸다

와장창! 탁자가 박살나고 술병과 접시가 바닥에 패대기쳐져서 박살난다

 

복도를 걸어가다가 흠칫 곁눈질하는 호선낭. 뒷쪽에서 와장창하는 소리가 들린다.

호선낭; (멍청이!) 다시 걸음 옮기며 비웃고.

복도 좌우에는 주렴이 쳐진 작은 방들이 여럿 있다. 뭔일인가 하며 내다보는 창녀들

호선낭; (천하 칠대살수면 뭘 해? 금전 감각이 완전히 꽝인 걸!)

호선낭; (두 당 십만냥을 불렀어도 받아들일 작정이었는데.... 호호호 무려 십팔만냥이나 굳었지 뭐야?) 좋아 죽으려 하며 가고.

 

다시 상춘우가 있는 방

상춘우; (빌어먹을 년! 벼락을 맞아 죽을 년!) (가다가 미끄러져서 가랑이나 확 찢어져라!) 박살난 탁자 앞에 앉아서 두 주먹 불끈 쥐고 부들 부들 떤다

상춘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누가 번다더니...) (난 목숨을 걸고 살행(殺行)을 감행하는데 제년은 간단히 사기를 쳐서 몇 배 몇 십 배의 이득을 챙겨?) 이를 부득 부득 갈고

상춘우; (언제고 네년을 홀딱 벗겨서 대체 꼬리가 몇 개인지 확인해봐야겠다!) 심호흡을 하여 분을 참고

상춘우; (칠대살수중 한 명인 내 체면상 일단 내뱉은 말을 번복할 수는 없고....) (속은 상하지만 받은 청부는 이행해야만 한다!) 턱을 만지며 생각한다

상춘우; (풍류재신 공자무...!) (천하오대거부중 한 명인 그를 죽이는 건 나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상춘우; (접근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죽일 방법이 나오겠지만...)

상춘우; (가까이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천하오대거부 중 한 명인만큼 철통같은 호위가 암암리에 펼쳐져 있을 테니까.)

상춘우; (별 수 없이 사람을 몇 사서 일을 분담하는 수밖에 없다.) 바닥에 떨어진 전표를 집어들고

상춘우; (문제는 선수금 일만냥으로는 제대로 된 인간들을 모을 수 없다는 점인데....!) 한숨 푹

상춘우; (젠장할! 그동안 모아놓은 피같은 내 돈을 헐어야겠군!)

 

#7>

. 황금전장.

창문이 열린 방에 놓인 서탁 앞에 앉아서 산더미같은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청풍. 현재 나이 17. 하지만 닳고 닳은 분위기가 난다. 복장도 자유분방하다. 옆에는 얼굴이 유달리 하얘서 병약해보이고 깐깐한 인상을 지닌 중년인이 서서 다른 서류를 보고 있다. 이 중년인은 황금전장의 집사다. 이름은 병수재.

청풍; [그러니까 현재 본장이 보유한 최고의 악성채권(惡性債券)이 이거란 말이지?] 두툼한 서류를 건성으로 넘기며 묻는다

병수재; [그렇습니다만....!]

병수재; [권씨세가(權氏世家)의 채권은 장주님이 특별 관리하시는 건이니 건드리지 않으시는 게...!]

청풍; [별 소리를 다하네!] 코웃음

청풍; [이 작자들은 지난 삼년간 무려 이백만냥이나 차용해갔어!] [그러고도 이자를 제 때 낸 건 가뭄에 콩이 날 정도에 불과해!]

청풍; [이런 악성채권을 방치해서 어쩌자는 거야?] 손으로 서류를 툭툭 치고

병수재; [권씨세가는 이곳 금릉에 자리하고 있어서 본장과의 인연도 남다르고...]

병수재; [또 무림의 십대세가(十大世家) 중 한 가문인데 설마 돈을 떼어먹기야 하겠습니까?]

청풍; [병수재(病秀才)! 당신 말이야!] 불량하게 야려보고

병수재; [예 넷째 도련님!] 움찔하며 긴장하고

청풍; [본장의 집사(執事) 노릇 한 게 몇 년이야?]

병수재; [... 올해로 십년째입니다만....!] 비지땀을 흘리고

청풍; [확실히 너무 오래 한 자리에 머물렀군.] [바람도 쎌 겸 몇 년쯤 다른 지점을 돌고 와야겠어!] 서류를 넘기며 지나가는 말로 말하고

병수재; [... 도련님 말씀이 옳습니다!] 기겁

병수재; [이자도 제 때 안 내는 것들을 무자비하게 족쳐서라도 채권을 회수해야만 합니다!] 태도 급변하여 굽신굽신. 비지땀을 흘리고

청풍; [집사도 나하고 의견이 같다니 다행이군!] 코웃음

청풍; [권씨세가 건도 내가 처리할 테니까 일 끝날 때까지 아버지에게는 보고하지 마!] 다시 서류 검토하고

병수재; [...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굽신

청풍; [그럼 당장 나가서 권씨세가 가주 도룡신도(屠龍神刀) 권일해(勸日海)의 근황을 탐문해와!] [향후 일정이 어찌 되고 만나는 게 누군지 빼놓지 말고 알아내!]

병수재; [... 존명!] 포권하고

허둥지둥 밖으로 달려나가는 병수재

청풍; [권씨세가...!] 서류를 덮고

청풍; [니들이 가문의 명성만 믿고 배째라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청풍; [남의 돈 쓰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통감하게 해주마!] 사악하게 웃는다

청풍; [그나저나 권씨세가의 인간들은 무얼 하느라 이백만냥이나 되는 거금을 차용한 건가? 그것도 지난 삼년간 집중적으로....!]

청풍; [뭐 내 알 바 아니지!]

청풍; [황금전장의 해결사인 나 공청풍이야 빚만 받아내면 되니까!] 목 덜미에 깍지 낀 손을 대며 몸을 뒤로 젖힌 채 웃고

 

#8>

다시 빈민가의 술집

어둑한 방안에 여섯 명이 탁자에 둘러앉아있다. 한 명은 상춘우고 다른 다섯 명도 살수다. 흉악하게 생긴 살수 한 명. 키는 크지 않지만 떡대 좋은 중년인. 소심해보이는 깡마른 서생. 교활해 보이는 놈. 마지막 한 놈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간다. 절세의 미남자. 가슴도 약간 불룩하다. 지고운이란 이 미남은 사실 음양인으로 한 달의 반은 여자 한 달의 반은 남자로 산다. 이 자리에 모인 자들 중에 가장 중요한 캐릭터가 지고운이다

위지삼수; [상형! 이번에 죽일 놈은 누구요?] 다섯 놈중 흉악하게 생긴 살수. 코를 후비며 묻고. 순간

! 이미 뽑혀진 상춘우의 칼이 위지삼수의 목을 겨누고 있다. 기겁하는 사람들. 지고운만 실실 쪼개고

위지삼수; [... 이게 무슨 짓이오 상형?] 코를 후비던 자세로 사색이 되어 묻고

상춘우; [위지삼수(慰遲三手)! 그렇게도 죽고 싶은 거냐?] 노려보고

상춘우; [계약할 때까지는 표적이 누군지 묻지 않는 게 이 바닥의 관례라는 걸 잊었나?]

위지삼수; [젠장! 청부자를 물은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화를 낼 필요는 없잖소?]

상춘우; [청부자를 물었으면 이미 죽었다.] 칼을 거두고

위지삼수; [쓰벌! 바쁜 사람 불러놓고 대접이 뭐 이래?] 땀을 닦으며 궁시렁

상춘우가 노려보고

찔끔하는 위지삼수

전정무; [자자! 진정들 하시오.] [피차 한 두 해 알고 지낸 것도 아닌데 얼굴 붉히지 맙시다!] 끼어들고. 폭약담당. 키는 크지 않지만 떡 벌어진 체격. 손에는 드라이버를 하나 들고 있다.

전정무; [상형도 상대방이 누군지 가르쳐 주지 않고 일을 시킬 경우 가격이 올라간다는 걸 염두에 두시오.] 드라이버로 탁자를 톡톡 치며

상춘우; [전정무(全正無)! 자네 목숨은 얼마짜린가?]

전정무; [나야 이 업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폭약(爆藥) 전문가니까 좀 비싼 편이오!] [한 칠천 냥(35천만원)정도?]

상춘우; [종리전(種里傳) 자네는?] 깡마른 체구에 겁이 많고 소심해보이는 인상의 서생을 보며 묻는다. 이자는 연신 눈을 굴린다.

종리전; [... 나도 기관진식(機關陣式)의 재주 덕분에 좀 비싼 편이오. 육천냥(3억원) 정도...!] 소심하게 눈치 보고

상춘우; [자네는?] 교활해보이는 자에게 묻고. 이자의 이름은 음리붕

음리붕; [나 음리붕(陰離鵬)이야 염탐하고 칼질하는 재주 밖에 없으니 단돈 천냥(5천만원)에라도 목숨을 팔겠소!] 작은 단도로 손톱을 깍으며 실실 쪼개고

시선을 마지막으로 지고운에게 돌리는 상춘우

지고운; [어느 쪽을 알고 싶어요?] [남자일 때? 여자일 때?] 교태롭게 웃는다

순간 모두 움찔하고

가까이 앉아있던 음리붕과 전정무가 억지로 웃으며 지고운에게서 떨어진다.

지고운; [어머! 분위기 왜 이래?] 샐쭉

지고운; [내가 음양인(陰陽人)이라고 차별하는 거예요 뭐예요?]

지고운; [지금은 당신들하고 같은 남자 몸이니까 경계할 거 없어요!]

지고운; [설령 여자일 때라도 당신들같은 냄새나는 인간들한테는 관심 없다구요!] 코웃음

상춘우; [그만 해라 지고운(枝孤雲)!] 찡그리고

상춘우; [네가 음양인이든 아니든 난 상관하지 않는다.] [내가 널 부른 것은 네가 누구보다도 유능한 살수이기 때문이다.]

지고운; [호호호! 확실히 상형은 수준이 다르군요.] [역시 칠대살수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었어요!] 다른 자들을 흘겨보고

뭐 씹은 꼴이 되어 지고운의 시선을 피하는 위지삼수들

지고운; [그런데 왜 갑자기 우리 몸값을 물은 거죠?]

상춘우; [내 몸값이 얼마인지 알고 싶어서다.]

지고운; [글쎄....] 찡그리고

지고운; [상형 정도의 실력자라면 육만냥(30)은 족히 되고도 남겠죠?] 다른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모두 끄덕인다.

상춘우; (젠장할! 역시 그랬군!) 우거지상

상춘우; (사람 죽이는 데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지만 결정적으로 난 숫자에 너무 약해빠졌다.)

상춘우; (그 바람에 목숨을 걸어야하는 청부를 목숨 값만도 못한 이만냥이란 헐값에 계약해버렸으니....!)

상춘우; (이번 일만 끝나면 기필코 회계담당을 하나 고용하고 말리라! 매번 호선낭 그년의 호구 노릇을 할 수만은 없으니까!)

지고운; [무슨 고민 있어요? 청부를 헐값에 받았다든지?] 눈치 때리고 묻고

상춘우; [헛소리!] 버럭 고함

지고운; [엄마야!] 깜짝

지고운; [아니면 아니지 왜 고함을 지르고 지랄이람?] 새침

상춘우; (육만냥짜리인 내 목숨을 겨우 이만 냥에 팔았다는 건 죽어도 말 못해. 바보소리 듣는 건 죽는 것보다 더 싫으니까.) 험험 헛기침하고

위지삼수; [뜸 그만 들이고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이래 뵈도 여기저기서 찾는 고객 많은 몸이오!]

상춘우; [내 목숨값으로 자네들의 목숨을 사겠다.] [팔겠는가?]

[, 뭣이라?] 경악의 소용돌이. 다섯 명 중 세 명은 벌떡 일어서며 소리친다. 위지삼수, 전정무, 음리봉

꽈당! 소심한 종리전은 꼬르륵 하며 뒤로 벌렁 나자빠지고

지고운만이 흠칫하며 자리에 앉아있다

위지삼수; [.... 지금 한 말 정말이오?] [... 우릴 두당 육만냥에 고용하겠다는...?] 흥분하여 버벅 대고

상춘우; [팔겠는가? 말겠는가?] [지금 당장 결정해라!]

상춘우; [다만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예상은 하겠지만 극히 위험한 일이라는 건 염두에 두도록!]

위지삼수; [... 팔겠소!] 자리에 앉으며

위지삼수; [몇십냥 몇백냥짜리 잔챙이 청부에만 뛰어다니는 데 질렸소!] [육만냥을 주겠다면 펄펄 끓는 화산 속에라도 뛰어들겠소!]

모두들 끄덕이고.

지고운만 찡그린다.

상춘우; [넌 어떻게 하겠느냐 지고운?]

지고운; [우리 다섯을 총액 삼십만냥에 고용하겠다는 걸 보니 관례상의 비율인 칠대삼을 적용했을 경우 백만냥짜리 청부로군요.]

모두 침 꿀꺽 삼키며 상춘우를 보고

상춘우; (젠장할! 이만냥짜리 청부지만 이실직고 할 수는 없지!) + [얼추 비슷하다!] 끄덕이고

[!] [정말 백만냥짜리 청부를 받다니!] [허어! 칠대살수는 과연 노는 규모가 다르군!] 감탄하는 놈들.

지고운만 미심쩍어하고

위지삼수; [무조건!] [난 무조건 상형과 함께 하겠소!] [그러니 대체 표적이 누군지 말해주시오!]

다른 놈들을 보는 상춘우

[위지형 생각과 같소!] [생사를 같이 할 테니 어서 청부대상을 말해주시오!] 전정무와 음리붕도 끄덕이고

상춘우; [풍류재신 공자무와 그의 넷째 아들!]

[!] [!] 모두 놀라고. 이번에는 지고운도 놀라고

<... 맙소사! 천하제일 전장인 황금전장 장주 부자에 대한 척살 청부가 들어오다니...!> <그들 부자라면 백만냥도 결코 비싸지 않다!> 비지땀

상춘우; [자신 없으면 지금이라도 빠져도 좋다!] 살벌한 표정

흠칫하는 네놈. 종리전은 여전히 기절한 상태고

위지삼수; [빠지다니!] [이런 큰 건에서 어떻게 빠진단 말이오?]

음리붕; [흐흐흐! 실패해도 살수계(殺手界)에 전설로 남을 거 아니오?] [까짓 끝까지 함 가봅시다!] 손을 내밀고

전정무; [음형의 말이 맞소!] 음리붕의 손 위에 자기 손을 얹고.

위지삼수와 지고운도 손을 얹고

상춘우; [그럼 모두 동의한 걸로 알겠다!] 마지막으로 손을 얹으며 힐끔 기절한 종리전을 보고

상춘우; [목숨을 걸어야하는 일이니 모두 신변을 말끔히 정리하고 사흘 후에 여기서 다시 모인다!] [선수금은 그때 주겠다!]

[알겠소!] [사흘 후에 봅시다!] [비밀을 지킬 테니 안심하시오!] 일어서는 놈들

음리붕과 전정무가 기절한 종리전을 끌고 나간다. 지고운과 위지삼수가 따라가고

지고운; [긴장 푼다고 술과 계집에게 빠져 지내진 마세요!] 윙크하며 나가고

귀찮다고 가라고 손짓하는 상춘우

지고운; [호호호! 나라도 괜잖다면 무료로 봉사해줄 수 있는데....!] 문 닫으며 추파를 보내고

상춘우가 노려보고

지고운; [농담이에요 농담!] 문을 닫으며 웃는다

혼자 남는 상춘우

상춘우; (저것들 선수금만 해도 십오만냥!) (이것 저것 준비하는데도 족히 만냥 이상이 들 테고...!)

상춘우; (이십년간 생사를 넘나들며 모은 재산을 다 허물어야 될 판이로군!)

상춘우; (별 수 없이 이번 한번만은 예외로 청부살인뿐 아니라 도둑질도 해야겠다!)

상춘우; (적자를 메우려면 황금전장에 들어갔다가 빈 손으로 나오면 안되겠지!)

상춘우; [명색이 칠대살수 중 한 명이면서 도둑질까지 생각해야하다니...!]

상춘우; [청부를 성공하기도 전에 허탈해지긴 이번이 처음이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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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전장 -黃金錢莊

                                             2008 8 26일 와룡강

#1>

<대성(大聖) 공자(孔子)의 제자들 중 가장 뛰어난 용사였던 담대멸명(澹臺滅明)이 황하를 건널 때 수신 하백(河伯)이 그가 지닌 보옥(寶玉)을 노리고 두 마리 교룡을 보내 습격하게 했다.> 넓은 강을 건너는 나룻배. 두 마리의 거대한 교룡이 물에서 치솟아올라 배를 덮치려 하고. 뱃머리에는 얼굴이 무섭게 생긴 선비가 보검을 뽑으려는 자세로 우뚝 서있다. 얼굴이 기괴하고 흉악하게 생긴 이 인물이 담대멸명이다. 얼굴이 달마와 비슷하다. 뱃사공과 다른 손님들은 겁에 질려 웅크리고 있고

<하지만 담대멸명은 간단히 교룡들을 베어죽여 수신 하백으로 하여금 두려워 숨게 만들었다.> 보검을 길게 휘둘러서 섬광으로 교룡들을 베어버리는 담대멸명. 잘려진 교룡들의 몸통에서 피가 치솟는다

<무사히 황하를 건넌 사람들이 극찬하며 추앙하자 담대멸명은 이렇게 말했다. [나의 무()라는 것은 머잖아 오실 왕중의 왕 <제왕(帝王)>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나루터에서 사람들에게 에워쌓인 담대멸명이 하늟을 향해 손을 모아 포권한다

 

#2>

<역사상 처음으로 천하를 통일한 진왕(秦王) 영정(瀛政;진시황)이 만조백관에게 말했다. [나는 천하의 모든 왕들을 폐()하여 그들을 천하게 만들었다. 이제 그대들은 나를 일컬어 왕중의 왕, 제왕(帝王)이라 부르라! 나 스스로는 짐()이라 칭할 것이다!]> 수백명이 들어갈 수 있는 웅장한 대전. 면류관을 쓰고 곤룡포를 걸치고 긴 칼을 찬 마흔살 가량의 황제가 만조백관에게 팔을 뻗으며 거만하게 말한다. 이 인물이 진시황. 그 앞에는 수백명의 고관들이 조아린 채 도열해있고

<이에 승상인 이사(李斯)가 나서서 고하기를 [천하에는 이미 <제왕>이 존재하니 그 이름은 취할 바가 못 됩니다.] 하였다.> 오십살 가량의 꼬장꼬장한 인상의 고관이 나서서 고개를 조아린다. 두 손으로는 홀을 잡았고

<진왕 영정이 크게 노하여 이사에게 물었다. [본왕을 두고 누가 감히 왕중의 왕 제왕을 칭한단 말인가?]> 이사에게 손가락질하며 분노하는 진시황

<이사가 다시 고하기를 [제왕은 능히 용의 날개를 꺾고 범의 목을 부러뜨리는 능력을 지녔으며 하늘 아래 모든 곡()과 동()과 산()과 도()의 주인들이 주군으로 모시는 존재입니다. 만일 그가 원치 않았다면 대왕의 패업은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였다.> 말하는 이사의 뒤로 뒷짐을 진 거인의 실루엣이 떠오른다.

<이사의 간곡하고 은밀한 충간을 들은 진왕 영정은 제왕의 이름을 취하는 것을 포기했다. 대신 더욱 광망(狂妄)한 이름인 황제(皇帝)를 자신의 칭호로 삼았으며 이로써 후세에 시황제(始皇帝)라는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산곡대기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진시황. 근처에 걸린 깃발에는 秦 皇 帝 天命등의 글이 적혀있다.

 

#3>

<전한(前漢) 경제(景帝)시대에 살았던 낙양대협(洛陽大俠) 극맹(劇孟)은 천하의 모든 임협(任俠;협객)들로부터 맹주로 추앙을 받는 큰 인물이었다. 오초칠왕(吳楚七王)이 난을 일으켰을 때 진압군을 통솔하게 된 태위(太衛) 주아부(周兒夫)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그 극맹을 찾아가 협조를 구한 것이었다.> 어느 허름한 초가집 앞에 수많은 군사와 마차가 서있고. 열려진 사립문 안에서는 전포를 걸친 늙은 노인이 건장하게 생긴 40대의 중년사내와 포권을 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중년인은 전형적인 대협의 풍모를 지녔다. 이 인물이 전설적인 협객 극맹이다.

<반란을 평정한 후 주아부가 황제에게 보고하기를 [극맹의 도움을 받은 것은 적국 하나를 미리 손에 넣은 것 이상의 가치가 있었습니다!] 하였다.> 아직 젊은 황제 앞에서 보고하는 윗씬의 늙은 장군. 뒤로는 만조백관이 늘어서 있다.

<이로 인해 극맹의 성가는 더욱 높아져서 혹자는 그를 무()의 제왕(帝王)이라고까지 칭하게 되었다. 이를 들은 극맹은 급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관을 벗고 귀를 물로 씻은 후 엄숙하게 말했다. [나 극맹을 무의 제왕이라고 칭하는 것은 참람하여 감히 들을 수가 없다. <제왕>이라 불릴 분은 오직 한 분이시고 나는 그분의 가장 천한 종복(從僕)일 뿐이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산발을 한 채 하늘에 대고 포권하는 극맹.

<이에 사람들이 <제왕>이 누구인지 물었으나 극맹은 끝내 입을 다물고 두 번 다시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불경을 저지르지 않았다.> 뒷짐을 진 채 고개를 흔드는 극맹.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그에게 뭔가를 묻는 모습

 

#4>

-금릉(金陵) 운하와 강을 끼고 서있는 화려하고 오래 된 도시.

금릉의 번화가.

그중 특히 화려하고 웅장한 장원. 장원의 높고 화려한 정문에는 黃金錢莊이라는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있다. 활짝 열린 그 문으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든다

-황금전장(黃金錢莊) 위 씬의 현판을 크로즈 업.

<대륙의 거의 모든 시진에 지점을 두고 있는 천하제일의 전장!> 황금전장의 후원. 잘 가꿔진 정원과 건물들. 시녀들이 부산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초조하게 한 건물을 기웃거리는 나이 든 시녀 서너명들. 주변에 남자들은 없다.

응애! 응애! 어느 순간 아기의 고고성이 들리고

[태어나셨다!] [네번째 아기님이 태어나셨어!] [빨리 주인님께 알리게나!] 시녀들 자기 일처럼 좋아하고. 일부 시녀들은 급히 달려가고

[하여간 경사는 경사야!] [그러게나 말일세. 원래 공씨(孔氏) 일족은 손이 귀해서 외아들로 대가 이어져 왔지 않은가?] [헌데 주인님 대에서는 벌써 네 번째 아기님이 탄생하셨구만!] [주인님 복이 유달리 많으신 때문일 게야!] 나이 든 시녀들 수다 떨고

그러다가 흠칫하며 돌아보는 나이 든 시녀들. 일부 시녀들은 급히 허리를 숙이고

-황금전장의 장주 풍류재신(風流財神) 공자무(孔自茂) 지붕이 얹혀진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는 삼십대 중반 가량의 잘 생긴 사내. 옷도 화려하지만 얼굴도 절세미남이면서 위엄까지 있다. 이 인물이 황금전장의 장주이고 청풍의 아버지인 공자무다. 절대 뚱뚱하거나 구두쇠처럼 그리면 안됨. 한량 그 자체. 나중에 옛 연인과의 썸씽도 있다.

-공자무의 장남 공대벽(孔大辟) 당년 8 공자무의 뒤에는 아주 잘 생기고 의젓한 소년이 뛰듯이 따라온다. 공자무를 빼닮은 미소년. 공자무의 첫째 아들인 공대벽이다.

공자무; [아기는 태어났느냐?] 외치며 다가오고

시녀들; [! 방금 전 출생하셨사옵니다!] [고고성(呱呱聲)이 우렁찬 것으로 미루어 보아 씩씩한 아기님이신 듯 하옵니다!]

공자무; [우렁차면 곤란한데....!] 걸어가며 찡그리고

시녀들; [?] [무슨 말씀이시온지요?] 따라가며 어리둥절

공자무; [아니다! 신경쓰지 마라!] 손 흔들며 시녀들이 열어주는 방으로 들어간다. 공대벽도 급히 따라 들어가고

넓은 방안. 중앙의 침대에 산모인 진군소가 산발한 모습으로 누워있다. 아주 힘든 모습. 하지만 만족한 표정이다. 나이 든 산파들이 정리를 하고 있다. 산모의 땀을 닦아주는 노파, 광목끈과 피묻은 천등을 치우는 노파. 대야도 놓여있고. 한 명의 산파는 갓난아기를 강보로 감싸서 요람에 누이고 있다.

공자무; [부인 고생이 많으셨소!] 외치며 들어서고. 산파와 산모가 모두 공자무와 그의 장남인 공대벽을 돌아본다

진군소; [어서 오세요 여보!] 억지로 웃고 -황금전장의 안주인 진군소(晉君笑) 나이는 이십대 후반. 키가 아주 크고 늘씬하며 도도한 인상의 절세미녀다. 대단한 고수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미녀지만 화가 나면 호랑이같다. 공자무도 쩔쩔 맨다. 키도 남편과 비슷하고

공자무; [이번에도 애썼소. 하여간 부인이 무사한 듯하니 안심이오!]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으면서 다독이고. 공대벽은 좀 쩔어진 곳에 서서 뭔가를 기다리고

진군소; [네번째 해산이다 보니 제 몸도 애 낳는데 익숙해진 것 같아요.] 억지로 웃고

공자무; [딸이냐 아들이냐?] 아기를 요람에 누이는 옆의 산파를 돌아보고

움찔 산파

공자무; [딸이지? 그렇지? ?] 기대에 차서 산파에게 채근하며 묻고

산파; [.... 그게...!] 비지땀을 흘리며 아기를 안아들고. 진군소의 눈치를 본다

공자무; [왜 냉큼 대답을 못하는 거냐?] 눈 부라리고. 더욱 주눅이 드는 산파

진군소; [말씀 드리게!] 한숨

산파; [..... 아들입니다요 나으리!]

공자무; [뭐야?] 벌떡 일어나고

공자무; [이런 빌어먹을! 이번에도 딸이 아니란 말이냐?]

공자무; [태몽은 분명 계집아이였다.] [못 믿겠으니 이리 데리고 와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봐야겠다!]

산파; [!] 아기를 내밀고

아기를 안고 강보를 들춰보는 공자무

아기의 가랑이에 달린 코끼리 코

공자무; [.... ....!] 아기의 고추를 내려다보며 인상이 우그러지고

진군소; [딸을 원하는 당신 마음은 이해하지만 어쩌겠어요? 우리 부부 팔자에 딸을 볼 복은 없는 것 같은 걸...!] 한숨

공자무; [듣기 싫소!] 외치며 휙! 아기를 집어던지고

[안돼!] [꺄악!] 산파와 시녀들 비명 지르지만

! 몸을 날려서 두 팔로 아기를 받는 공대벽.

휘릭! 무공을 익혀서 나이답지 않게 날렵하게 내려앉는 공대벽.

공자무와 진군소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 다만 진군소는 표정이 안 좋아진다

공자무; [꼴도 보기 싫다! 썩 데리고 나가라!] [꺼먹 도깨비같은 아들놈은 셋이면 족하고도 넘쳐!] 버럭 고함지르고

[! 예 나으리!] 산파와 시녀들 겁에 질려 굽신거리고

공대벽; [몸 조리 잘 하십시오 어머니! 소자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아기를 안은 채 한숨 쉬며 진군소에게 고개 숙이고

진군소; [오냐! 고맙구나 우리 장남!] 억지로 웃으며 고개 끄덕이고

아기를 안고 나가는 공대벽. 산파와 시녀들이 따라 나가고

공대벽; (쯧쯧! 네 인생도 순탄하진 않겠구나 네째야! 태어나자마자 아버지에게 이런 타박을 받으니...!) 걸음 옮기면서 어른스럽게 한숨 쉬며 품에 안긴 아기를 내려다본다

문이 닫히고 실내에는 진군소와 공자무만 남고. 공자무는 삐진 표정으로 뒷짐 집고 천장만 본다

진군소; [내리 아들만 넷을 보셨으니 속도 상하시겠지요.] 공자무의 눈치를 살피고

진군소; [하지만 아직은 제 나이가 젊으니 다음번에는 반드시 딸을....] + 공자무; [됐소! 그만 하시오!] 손을 젓고

공자무; [당신도 알겠지만 우리 공씨집안은 손이 귀해서 독자(獨子)로 대를 이어왔소!] 다시 침대 옆의 의자에 앉고

공자무; [내 대에 와서 갑자기 자식 복이 터져 아들 놈을 넷이나 거푸 얻었지만 이게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란 건 분명하오.]

공자무; [, 다음 기회란 건 기대하기 어렵다 이거요!]

진군소; [그렇게 비관적으로 말씀하실 것까지야...!] 안색이 안 좋아진다.

공자무; [대를 이을 아들놈은 하나로 족한 데 내리 셋이나 더 태어나다니...!] 그러거나 말거나 궁시렁 대고

공자무; [당신이 딸도 하나 못 낳는 여자인 줄 미리 알았다면 결혼 따위는 하지도 않았을 거요!] 눈 흘기고

진군소 울컥하고

공자무; [귀여운 딸을 낳아야지..., 쓸모도 없는 사내 녀석들만 줄줄이 내지르고 말이야!]

진군소; [뭐가 어쩌고 어째?] 버럭 고함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고

공자무가 아차! 하며 몸을 뒤로 젖히지만

진군소; [이 무정한 인간!] ! 공자무의 뺨을 세게 후려치고

공자무; [아이쿠!] 얼굴이 홱 돌아간 채 개구리처럼 바닥에 패대기쳐지고

진군소; [? 딸을 못 낳을 줄 알았다면 나하고 결혼 따위는 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게 방금 전까지 죽을 동 살 동 몸을 푼 마누라에게 할 말이야? ?] 공자무를 덮쳐서 깔고 앉으며 마구 양손을 휘두른다. 진군소의 키가 거의 공자무 만하다는 것 주의.

공자무; [... 부인! 내가 잘못 했소! 용서해주시오!] 필사적으로 양팔로 얼굴 가리며 비명 지르고. 엄살이 아니고 실제로 맞는다.

진군소; [남들은 아들 못 낳아서 첩질도 하고 난리들인데 아들 많이 낳아준 것도 불만이야?] [간절히 원하는 딸을 못 낳아주어서 미안한 마음에 좀 풀어줬더니 이 인간이 아예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 남편을 깔고 앉아서 마구 팬다.

공자무; [아이고 부인! 살려주시오! 내가 아쉽던 터에 말 실수를 심하게 했소!]

진군소; [내가 누군지 잊었다면 알려주지!] [난 선하곡(仙霞谷)의 호표선자(虎豹仙子) 진군소야!]

진군소; [강호에서 행도할 때 내 손에 죽은 음적, 색마와 박정한 사내들의 숫자가 백명도 넘었다구!]

진군소; [내 손에 죽고 싶으면 어디 더 나불대봐! 이 인간아!] 남편을 깔고 앉아서 두들겨 패는 진군소의 모습. 그 모습을 문을 조금 열고 들여다보는 나이 든 시녀들

시녀들; [저거... 저거...] [이쯤에서 좀 말려야 되는 거 아니야?]

시녀들; [저러다가 정말 주인님 잡겠어!] [처녀 시절의 마님은 강호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여살성(女煞星)이셨잖아!]

시녀들; [냅둬!] [이번에는 주인님이 좀 맞을 짓을 하셨어!] [맞아! 세상에 아들 많이 낳았다고 타박하는 남편이 또 어디 있어?]

시녀들; [그나저나 이번 아기씨의 팔자는 영 순탄치가 않겠어!] [태어나자마자 이렇게 집안에 분란을 일으키니 원....!]

시녀들; [위의 세분 도련님이 태어나실 때는 안팍으로 좋은 일만 일어났었는데...!] 소근대는 배경으로 [꾸엑! 제발! 얼굴만은...! 얼굴만은 때리지 마시오 부인!] 공자무의 비명

[기생 오라비같은 얼굴 간수해서 뭐하게? 어디 가서 젊은 년 꼬셔서 딸 볼려고?] [아예 꿈도 못 꾸게 뭉개버리겠어!] 건물 배경으로 악다구니 쓰는 진군소의 얼굴과 두 팔로 필사적으로 얼굴 가리며 비명 지르는 공자무의 모습이 따로 따로

 

#5>

-일년후(一年後) 황금전장의 모습을 배경으로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청풍의 돌 잔치다. 손님들이 연신 드나들고 선물이 도착한다. 바쁘게 접수대에서 접수하는 집사.

넓은 대청. 여러 줄의 잔칫상이 차려져 있고 잘 차려 입은 손님들이 왁자지껄 마시고 떠드는 중이다.

상단에는 공자무의 가족이 앉아있다. 공자무와 진군소가 나란히 앉아있는데 앉은 키가 거의 비슷하다. 다만 진군소는 아주 늘씬하다.

두 부부의 좌우에는 9살이 된 장남 공자벽과 6살인 둘째 공사붕, 그리고 4살인 공당한이 각자의 키에 맞는 의자에 앉아있다. 공사붕은 공대벽보다 세 살이 어리지만 덩치는 거의 비슷한데 눈이 아이답지 않게 부리부리하다. 셋째인 공당한은 아주 영특해보인다. 공사붕과 공당한의 모습 크로즈 업해서 나레이션을 달아준다.

-차남 공사붕(孔獅鵬) 6

-삼남 공당한(孔當翰) 4

한 살이 된 청풍은 가족들 앞쪽에 놓인 커다란 상 위에서 화려한 옷을 입은 채 주저앉아있다. 단상에는 연신 손님들이 바치는 각가지 진귀한 선물들이 시녀들에 의해 얹혀지고 있고. 눈을 반짝 거리면서 각가지 노리개와 보물들을 손으로 끌어쥐는 청풍.

연신 탐욕스럽게 보물들을 끌어안는 청풍

그걸 보고 손뼉치며 웃는 손님들

진군소; [우리집 막내는 형들과 달리 욕심이 많군요.] 웃고

진군소; [돌 잔치 상에서 저렇게 마구잡이로 끌어 안으니 장차 뭐가 될지 알아보기는 틀렸어요.]

공자무; [덕분에 내 고민은 풀렸소!] 웃고

진군소; [고민이라니요?]

공자무; [장남 대벽이는 내 뒤를 이어야하고....!] 좌측의 공대벽을 돌아본본다. 의젓하게 앉아서 약간 웃음 띤 얼굴로 청풍을 보는 공대벽

공자무; [둘째 사붕이는 기골이 장대해서 천하제일 고수로 키우는 중이며...] 우측의 공사붕을 돌아본다. 공사붕은 어린데도 골격이 억세 보인다. 눈빛이 부리부리하다. 역시 청풍을 보고 있지만 표정이 없다.

공자무; [셋째 당한이는 글 읽기를 좋아할 뿐 아니라 한번 본 건 결코 잊지 않으니 장차 학문으로 천하제일이 될 것이오.] 공사붕 옆에 앉은 네 살짜리 꼬마 선비를 본다. 공당한은 손뼉을 치며 청풍을 본다.

진군소; [당한이가 영특하긴 하지요.] 미소

공자무; [위의 아이들에게는 각자 갈 길을 정해줬지만 막내에게는 뭘 시켜야할지 막막했었소.]

공자무; [헌데 돌잔치상에서 하는 짓거리를 보다보니 청풍(淸風)이 저놈에게도 딱 맞는 일이 한 가지 떠올랐소.]

진군소; [그래서 그게 뭐냐니까요!] 짜증 내고

공자무; [해결사(解決士)!] 음험하게 웃고

진군소; [뭐라구요?] 어이없고

공자무; [이놈을 좀 보시오!] 일어나 청풍에게 가고

공자무; [황금과 돈을 이다지도 좋아하지 않소?] 청풍을 두 손으로 번쩍 쳐드는데. 두 손으로 목걸이와 지폐등을 움켜잡은 채 쳐들리는 청풍. 목에도 목걸이를 주렁주렁 걸었다.

공자무; [욕심이 많고 집착이 남 다르니 깔아놓은 빚을 거둬들이는 데는 딱인 놈이오!]

진군소; [그래서 막내를 해결사로 키우겠다구요?] 어이없고.

장남인 공대벽도 애 늙은이처럼 한숨 푹 쉬고.

공사붕은 피식 웃고

공자무; [걸음마를 떼는 대로 최고의 해결사 양성집단인 철궁(鐵宮)에 제자로 들여보낼 작정이오.] 청풍을 높이 쳐들며 웃고

공자무; [전설적인 해결사들인 철궁의 십이사(十二師)라면 이놈을 천하제일의 해결사로 길러줄 것이오!] 뭣도 모르고 까르르 웃는 청풍

진군소; [이것 보세요 대단하신 풍류재신님!] [해결사 운운하는 게 아이 돌 잔치에서 할 말이에요?] 항의하지만

공자무; [돈이란 게 원래 빌려주기보다 돌려받는 게 중요한 법!]

공자무; [천하무적의 해결사가 되어 우리 황금전장의 재물을 지키거라 막내야!] 으하하하하! 웃는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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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삼성동천의 입구인 계곡 끝의 절벽 앞. 용사와 호사가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다

두근 두근! 스슥! 심장 뛰는 소리와 뭔가 움직이는 소리들이 두 사람의 귀에 들리고

<버러지들이 적잖게 꼬였군.> <무혈마녀의 졸개들이겠지.> 전음으로 대화 주고 받는 용사와 호사

<한 두 놈을 제외하면 신경 쓸 가치도 없는 것들이야.> <그래도 긴장을 늦추면 안되겠지.> 전음으로 대화를 주고 받다가

빠지직! 찌릿! 감전당하는 느낌을 받는 두 사람

<... 가공할 살기!> <무혈마녀도 이 정도 살기를 뿜어내진 않았는데...> 전율하며 감았던 눈 부릅뜨는 두 사람. 직후

[!] [!] 경악하는 두 사람

쿠오오! 앞쪽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에 휩싸여 다가오는 청풍. 오른손에 생사교를 들고 있다. 눈에 핏잘이 섰고

[이청풍!] [네놈이었구나!] 용사와 호사의 초긴장

 

[!] 숨어 있다가 오싹! 소름이 돋는 표정이 되는 신행태보

청풍이 용사와 호사에게 다가가는 것이 내려다보이고

신행태보; (이청풍이 올 거라고는 예상은 했지만... 숨통을 조이는 듯한 이 지독한 살기는 뭔가?) 전율하고

청풍의 손에 들려진 생사교 크로즈 업

신행태보; (저 검!) 전율하고

신행태보; (설마 오백여 년전 세상에서 사라졌던 생사교란 말인가?)

 

[멈춰라!] [더 이상 다가오면 너라고 해도 용서할 수 없다!] 화악! 쿠오오! 두 손을 모아 결을 짓는 용사의 몸에서는 용의 형상을 한 기운이 일어나고. 역시 두 손으로 결을 짓는 호사의 몸에서도 호랑이의 형상이 어른 거린다

청풍; [용사!] [호사!] 핏발이 선 눈으로 다가오고

청풍; [당신들을 죽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길을 여세요.]

용사; [삼성동천으로 들어가려면 우릴 먼저 쓰러트려야할 것이다!] 쿠왕! 몸에서 용의 형상을 한 기운이 울부짖으면서 청풍을 덮쳐간다

호사; [호령진천(虎靈振天)!] 크왕! 두 손으로 결을 짓고 주문을 외우는 호사의 몸에서는 거대한 호랑이 형상이 튀어나와 청풍을 덮쳐간다

집채만한 호랑이와 용의 형상에게 덮쳐지는 청풍. 하지만

! 청풍의 손에 들린 생사교가 그어지는 순간 그대로 잘려버리는 용과 호랑이의 형상

[그런...] [무슨 검이 우리의 술법을 그렇게 간단히...] ! 화악! 소멸되는 용과 호랑이를 보며 경악할 때

! ! 이미 다가와 용사와 호사의 가슴을 한 차례씩 쑤시는 청풍의 생사교. 눈 치뜬 채 꼼짝 없이 당하는 용사와 호사

 

신행태보; (손을 쓰는 게 보이지 않았다!) 경악

 

푸하! 푸식! 가슴에서 피를 뿜어내며 비틀하는 용사와 호사. 그 사이로 지나는 청풍

퍼억! ! 나뒹구는 용사와 호사.

청풍; [내가... 아직은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걸 다행으로 여기시오.] 핏발 선 눈으로 말하며 절벽으로 다가가고

[... 안돼!] [멈춰라!] 쓰러진 채 돌아보며 신음하지만

슈욱! 이미 석벽 속으로 스며들어가고 있는 청풍.

! 단번에 사라지는 청풍

용사; [궁주... 궁주님이 위험해!] + 호사; [... 아무리 궁주님이라 해도 저 괴물에게 기습을 당하시면 대책이 없는데...] 억지로 몸을 움직이려 하고. 바로 그때

<주인 걱정보다 당신들 목숨부터 걱정해야할 것이다!>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 눈 부릅뜨는 용사와 호사

휘익! ! 좌우의 절벽에서 날아 내리는 신행태보와 마면광전사들 6-7.

호사; [... 네놈은...]

신행태보; [마천루의 집사 신행태보 종선이 혈궁십사의 수좌이신 용사와 호사께 인사 올리겠소이다.] 내려서며 포권하고. 그 뒤로 마면광전사들도 내려서고

용사; (이놈이 무혈마녀의 심복이라는 신행태보...)

호사; (최악이다! 청풍이놈에게 당해서 내공을 쓸 수 없는 상태이니...)

신행태보; [안됐지만 두분은 오늘 이곳에서 생을 마감해주셔야겠소이다!] ! 말하면서 발을 들어 호사의 얼굴을 밟으려 하고

용사; [... 멈춰라!] 비명. 호사는 눈 부릅

신행태보; [용사께서는 잠시 기다려 주시오.] 발을 든 채 돌아보며 음산하게 웃고

신행태보; [용사께서는 본인과 동료들을 즐겁게 해준 후에야 호사를 따라갈 수 있을 테니...] 잔인하게 웃고. 마면광전사들도 가면 속에서 키득이고

용사; [죽일...] 치를 떨고

신행태보; [호사께선 먼저 염라전에 가셔서 우리들의 수청을 든 후에 따라올 용사를 기다리시오.] 화악! 발로 호사의 얼굴을 강하게 밟아가고

용사; [!] 자기도 모르게 비명. 눈 질끈 감고. 하지만

[!] 눈 감은 채 흠칫! 아무런 변화도 없고

용사; (저놈이 왜 살수를 멈춘 것일까?) 눈을 뜨고. 직후

[!] 눈 부릅뜨는 용사

신행태보의 발은 눈을 부릅뜬 호사의 얼굴 바로 위에서 멈춰있고

! 언제 나타났는지 신행태보의 뒤에 서서 한손으로 신행태보의 뒷목을 움켜잡고 있는 위극겸. 허리에는 검을 한 자루 차고 있고. 뒷목이 위극겸에게 잡힌 신행태보의 주변에서는 마면광전사들이 경악하며 보고 있고

용사; (지절 위극겸!) 경악할 때

위극겸; [스스로 죽을죄를 자백했으니 내 손에 죽어도 여한은 없을 것이다!] 우둑! 말하며 신행태보의 뒷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그대로 목이 부러지는 신행태보

신행태보; [끄윽!] 목이 부러져 죽고

[지랄...] [무슨 짓이오 부마?] [쳐라!] 화악! 마면광전사들이 이를 갈며 무기를 뽑거나 덮쳐온다

! 신행태보의 목을 놓는 위극겸의 손. 이어

부악! ! 이미 검을 뽑아 한 바퀴 너울거리며 돌리는 위극겸. 검에서 긴 섬광이 너울 치듯 뻗어나가 마면광전사들의 목을 친다. 그 앞에서 목이 부러진 신행태보는 무너지고 있고

퍼억! ! ! 나뒹구는 신행태보의 시체. 사방으로 굴러 떨어지는 마면광전사들의 목. 쓰러진 채 그걸 보며 경악하는 용사와 호사

위극겸; [가엾은 인생들...] 스륵! 탄식하며 검을 다시 칼집에 넣고

<... 역시!> <위극겸의 검법은 제 사부에 비해도 하수가 아니겠구나!> 전율하는 용사와 호사. 그때

위극겸; [두 분과는 딱히 은원이 없으니 해를 가하진 않겠소.] 말하며 근처의 바위에 걸터앉고

위극겸; [몸을 추스르는 대로 떠나도록 하시오.] 말하며 청풍이 사라진 석벽을 본다

용사; (끝났구나.) 한숨

<괴물같이 강해진 청풍에 이어 위극겸까지 나타났으니 궁주가 오늘 목숨을 보전하기는 실로 어려울 것이다.> 석벽 앞의 광경 배경으로 용사의 생각 나레이션

 

#259>

삼성동천 내부

[!] 눈 부릅청풍. 무성한 나무 사이에 서서 앞을 보고 있다.

! 동굴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만행. 두 팔이 쳐들려진 채 누운 거의 알몸의 냉상영. 양쪽 손목에는 비수가 박혀있다. 풍사와 운사가 냉상영을 강간하고 있고. 옆에서는 십면혈신이 돌에 앉아 보고 있다.

풍사; [이 지옥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면 불멸삼성의 절기를 토해내야할 것이다!] 냉상영을 올라타고 강간하며 말하고. 운사도 옆에 앉아서 냉상영의 젖가슴을 희롱하고 있고. 냉상영은 초점 없는 눈으로 강간당하며 몸이 흔들린다.

풍사; [오냐! 버티고 싶으면 얼마든지 버텨봐라.] [네년의 숨이 끊어질 때까지 강간해줄 테니...] 거칠게 움직이며 웃고. 하지만 그 직후

후두둑! 풍사와 냉상영의 몸 위로 피가 흩뿌려진다. 눈 부릅뜨는 풍사와 흠칫! 하는 냉상영

[!] 보고 있던 십면혈신도 찡그리고

운사; [끄윽...] 반쯤 잘려진 목을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신음하고. 그자의 반쯤 잘려진 목에서 뿜어진 피가 풍사와 냉상영의 몸에 뿌려졌다.

풍사; [운사!] 기겁하며 냉상영의 몸에서 일어나려는데

서걱! ! 한 가닥 섬광이 풍사의 목도 스치면서 깊은 상처를 낸다. 목을 완전히 벤 건 아니고 반쯤 잘려서 피가 뿜어지게 만들었고

풍사; [끄윽...] 푸슉! 역시 반쯤 잘려 피가 뿜어지는 목을 움켜잡고 비틀거리고

청풍; [간단히 죽이기에는 너희들의 죄가 너무도 크다.] 생사교를 들고 나무 사이에서 걸어나오는 청풍.

[... 청풍...] [네놈이...] 목이 반쯤 잘린 채 비틀거리며 청풍을 보는 풍사와 운사. 돌에 앉아있던 십면혈신과 강간당하던 모습의 냉상영도 돌아본다.

청풍; [그래서 몸속의 피가 목숨과 함께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 후에 죽도록 목을 반만 잘라주었다.] 다가오고

[끄윽!] [... 지랄...] 비틀하는 풍사와 운사.

퍼억! 털썩! 나뒹구는 두 놈. 바로 목숨은 끊어지지 않고 벌벌 떨고 있고

십면혈신; [네놈이 올 거라고 예상은 했다만...] !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고

십면혈신; [설마 아비나 저년의 남편 위극겸을 동행하지 않고 혼자 쳐들어올지는 몰랐다.] 힐끔 냉상영을 보면서 말하고. 그러자

<남편!> 부르르! 치를 떠는 냉상영

청풍; [외조부...] 멈춰서고

청풍; [아니, 당신은 나와 아무련 혈연관계가 없으니 용백이라 불러도 되겠지요.] 마주 서고

청풍; [당신의 죄는 하늘에 닿았으니 오늘 반드시 이곳에서 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생사교로 겨누며 말하고

십면혈신; [죄의 대가라...] 웃으며 오른손을 왼쪽 소매에 넣고

[!] 그걸 보고 눈 치뜨는 냉상영

십면혈신; [마교의 보물 생사교를 믿고 그런 대단한 소리를 하는 모양이다만...] ! 왼쪽 소매에서 조천경을 꺼내는 십면혈신의 오른손

냉상영; [... 조심해라!] 다급히 외치고

십면혈신; [늦었다!] 번쩍! 조천경을 확 꺼내서 청풍을 겨누는데 강렬한 빛이 뿜어진다

화악! 강렬한 빛에 휩쓸리는 청풍. 휘청하고

냉상영; [안돼...] 절망하고

화악! 빛이 사라지며 청풍이 비틀하는 게 보이고. 생사교로 얼굴 앞을 가리고

십면혈신; [네놈이 생사교를 지녔다면 내게는 배교의 보물인 조천경이 있다.] 조천경을 들고 웃고

십면혈신; [물론 조천경이 없었어도 네놈이 노부를 이길 가능성은 거의 전무했겠지만...] + [!] 말하다가 눈 부릅. 슈욱! 이미 그자의 목을 찔러오는 생사교

십면혈신; [!] 급히 조천경으로 들어 막으려 하지만

! 조천경을 깨트리며 그대로 뚫고 들어와 십면혈신의 목을 베고 지나는 생사교. 아주 깊게 벤 건 아니고 옆을 가르고 지나갔다.

십면혈신; [크악!] 푸학! 피를 뿜어내는 목을 잡고 옆으로 벼락같이 물러서는 십면혈신

슈욱! 따라붙으며 다시 생사교를 휘두르는 청풍

십면혈신; (혈영미리강기(血影迷離罡氣)!) 바웅! 몸을 핏빛의 막으로 덮지만

! 핏빛의 막을 간단히 베고 들어와 십면혈신의 팔을 잘라버리는 생사교

십면혈신; [지랄 맞을 생사교...] 화악! 팔이 잘리면서도 사력을 다해 몸을 날려 피하려 하지만

청풍; [그만 끝냅시다!] ! 따라붙으며 십면혈신의 가슴을 생사교로 찌르는 청풍.

십면혈신; (산백이혼술(散魄離魂術)!) 스슥! 몸이 흐려지고. 하지만

! 그대로 생사교에 가슴이 궤뚫리는 십면혈신. 눈 부릅뜨고

십면혈신; (... 생사교의 지독한 살기가 산백이혼술이 펼쳐지는 것을 저지했다.) 부악! 가슴이 뚫린 상태에서도 몸에서 공작의 깃털같은 기운을 일으켜서 청풍에게 날리고. 동시에

콰득! 십면혈신의 가슴에 박힌 생사교를 한 바퀴 돌려서 심장을 도려내는 청풍

콰쾅! 십면혈신이 날린 혈왕인에 강타당해 뒤로 튕겨지는 청풍

냉상영; [!] 그걸 보며 눈 치뜨고

콰드드! 두 발로 버텨서 바닥에 고랑을 두 줄 길게 만들며 멈춰서는 청풍.

청풍; [!] 피를 왈칵 토하는 청풍. 옷이 터지고 몸의 여기저기에 갈라지고 터진 상처가 났다. 혈왕인에 당한 것. 하지만

퍼억! 잘려진 십면혈신의 팔이 냉상영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떨어지고. 이어

후둑! 청풍의 앞쪽 바닥에 떨어지는 살덩어리. 심장이다.

십면혈신; [끄윽...]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팔이 하나 남은 십면혈신.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있다.

냉상영; (생사교로 저 노괴의 심장 부분을 도려냈구나.) 깨닫고

십면혈신; [... 지랄...] 구멍이 난 자기 가슴을 보며 비틀

청풍; [아버지의 심장을 뽑아낸 대가입니다.] 소매로 입가의 피를 닦으며 다가오고

십면혈신; [끄윽!] 하나 남은 손으로 가슴의 구멍을 막으며 비틀

청풍; [혈궁의 술법에다가 불멸환혼건까지 익혔으니 심장이 뽑혀도 금방 죽지는 않겠지요.] 음산한 표정으로

청풍; [하지만 목까지 잘리고도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 생사교를 휘두르고

십면혈신; [... 안돼!] 비명 지르며 하나뿐인 손으로 막으려 하지만

! 생사교가 십면혈신의 목과 팔을 함께 잘라버린다

퍼억! 털석! 후두둑! 잘려진 십면혈신의 목과 팔이 바닥에 떨어지고 목이 잘린 십면혈신의 몸뚱이가 비틀거리며 피를 뿜어내고

그 앞에서 생사교를 거두는 청풍.

퍼억! 나뒹구는 십면혈신의 몸뚱이

청풍; (이겼다!) 안도하고.

 

<십면혈신을 상대할 때는 우리 배교의 보물인 조천경을 조심하세요!> 임산부 복장인 소수마녀가 말하던 장면을 떠올리는 청풍

 

청풍; (소수마녀누님의 경고와 생사교의 강력한 살기 덕분에 조천경에 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청풍; (덤으로 용백은 내가 조천경에 제압당했다 여기고 방심을 하고 있어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고...)

청풍; (내 승리의 주역은 역시 이 생사교지만...) 지지징! 진동하는 생사교를 보고

청풍; (이놈을 계속 갖고 있다가는 이놈의 살기에 사로잡혀 마인이 될 수밖에 없다!) ! 생사교에 힘을 주고. 그러자

콰창! 유리처럼 깨지는 생사교

청풍; (아깝지만 생사교는 세상을 위해서라도 사라지는 게 좋다.) 칼날이 부서진 생사교의 손잡이를 던지며 냉상영을 돌아보고

강간당하던 자세로 누워 필사적으로 다리 모아 아랫도리 가리려는 자세로 고개 돌린 모습의 냉상영. 수치심에 떠는 모습이고

피투성이가 된 냉상영의 아랫배

청풍; (단전이 파괴되었구나.) 곁눈질로 보고

청풍; [오늘 여기서 목격한 것은 무덤까지 가져가겠습니다.] 한숨 쉬며 고개 돌리고

입술 깨무는 냉상영

청풍; [아무쪼록 한바탕의 악몽이었다 여기고 잊어버리십시오.] ! 냉상영의 상체쪽으로 손을 겨누고 진동시키고. 그러자

! ! 냉상영의 양쪽 손목에 박혀있던 비수가 튕겨져 나오며 뽑히고. 그러자

힘겹게 일어나는 냉상영. 청풍에게 고개 돌린 채

청풍; [도와드릴 테니 저와 함께 여길 나가시지요.] 손을 내밀고. 하지만

청풍은 상대하지 않고 비틀비틀 삼성동천 쪽으로 걸어가는 냉상영

청풍; [백모님!] 외쳐 부르지만

냉상영; [... 여기서 데리고 나가려면...] 비틀거리며 바위들 사이로 걸어서 삼성동천 안으로 들어가고

냉상영; [시체를 만들어야할 것이다.] 비참한 표정으로 말하며 삼성동천 안쪽의 천마 냉각의 시체쪽으로 간다

청풍; (이런...) 난감한 표정

그런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위진천이 무릎 꿇고 애원하던 장면이다.

 

위진천; [이렇게 부탁하겠네.] 청풍에게 절하며 말하고

위진천; [아무리 독하고 악랄하다 해도 무혈마녀님은 날 낳아주신 어머니일세.] 비통한 표정으로

위진천; [그분을 금천절연대진에 가두지는 말아주게.] 고개 들며 애원

위진천; [어머니가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내가 설득하고 교정해보겠네.] [그러니 그분에게 기회를 주게나.] 간절한 표정으로

회상 끝

 

청풍; (위사형과의 약속은 지킬 수 없을 것 같다.) 천마 냉각의 시체 앞쪽 바닥에 주저앉는 냉상영의 뒷모습을 보며

청풍; (정황상 저분은 불멸삼성의 절기를 모두 외우고 있다.)

청풍; (비록 단전이 파괴되긴 했지만... 불멸삼성의 절기를 통해서 무공을 회복할지도 모르는데...)

<원래 마성이 강했던 분이 오늘 이곳에서 무참한 만행을 당했다. 세상에 나가게 할 경우 어떤 지옥을 만들지 상상이 가지도 않는다.> 천마 냉각의 시체 앞쪽 바닥에 쓰러져 울며 이를 가는 냉상영의 모습

청풍; (위사형에게는 미안하지만... 무혈마녀 백모님은 세상에 나오면 안된다.) 냉상영의 뒷모습을 보고

청풍; (사조님께서도 이런 상황을 예측하시고 금천절연대진을 만드셨을 것이다.) 섭장천을 쩌올리고. 이어

청풍; [알겠습니다 백모님!] 포권하고

청풍; [백모님의 뜻을 존중하여 소질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대답하지 않고 엎드려 우는 냉상영

한숨 쉬며 돌아서는 청풍

냉상영; (운명을 저주한다!) 이를 갈고

냉상영; (운명이 날 이런 꼴로 만들었으니...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어버리고 말겠다!) 이를 갈며 우는 냉상영의 얼굴 크로즈 업

 

#260>

자욱한 안개 속. 크고 작은 기둥들이 서있고.

콰득! 우두둑! 기둥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인다. 위치를 바꾸는 기둥들. 크기가 변하는 기둥들. 이리저리 움직이는 기둥들

그 기둥들 사이에 한 무릎을 꿇은 채 땅에 양손을 대고 있는 청풍. 눈을 감고

청풍; (금천절연대진이 거의 완성되었다.) 눈 감고 생각. 우둑! 쿠쿠쿠! 그 사이에도 여기저기서 기둥들이 움직이고 있고

청풍; (이제 입구쪽의 진법만 재 배열하면 삼성동천은 아무도 들고 날 수 없는 절대의 절지가 될 것이다.) 생각하는데

<내게 기회를 다오!> 누군가의 말이 떠올라 눈 치뜨며 놀라는 청풍

<금천절연대진을 완성하기 전에 나를 만나주기 바란다.> 다시 들리는 음성

청풍; (위사백!) 고개 들며 한쪽을 보고

 

#261>

삼성동천의 입구인 계곡. 석벽 앞. 위극겸이 바위에 앉아있다. 주변에는 신행태보와 마면광전사들의 시체가 널려있지만 용사와 호사는 보이지 않는다.

슈욱! 위극겸이 보고 있는 석벽에서 빠져나오는 청풍

청풍; [사백!] 석벽에서 나오면서 포권하고

위극겸; [고맙다. 내 부탁을 들어주어서...] 한숨

청풍; [아닙니다. 사백의 분부이시니 당연히 따라야지요.] 마주 서고

위극겸; [십면혈신은 죽었을 테고...] 석벽 쪽을 보며

위극겸; [그녀도... 죽었느냐?] 우울한 표정

청풍; [백모님은 돌아가시지 않았습니다.]

청풍; (백모님이 당한 일을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 [심하게 다치시긴 했지만 무사하십니다.]

위극겸; [불멸삼성의 절기는...]

청풍; [백모님이 얻으셨습니다.]

위극겸; [그럼... 그녀는 세상에 나오면 안되겠지.] 천천히 일어나고

위극겸; [사부님의 뜻대로 금천절연대진을 써서 세상으로부터 영영 분리시켜야만 한다.] 석벽으로 다가가고

청풍; [사백!] 당황할 때

위극겸; [하지만... 그녀 혼자 삼성동천에 갇혀 쓸쓸히 죽어가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겠느냐?] 석벽으로 다가가며 청풍을 돌아보며 웃고

청풍; (설마 사백께서는...) 깨닫고

위극겸; [내가 들어간 후 금천절연대진을 완성시키도록 해라.] 스윽! 석벽으로 스며들어가며 말하고.

청풍; (사백을 잡을 수가 없다.) 우울하게 말하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청풍; (저것이 사백께서 백모님을 사랑하는 방식일 테니...) 위극겸이 스며들어간 석벽을 향해 절을 하고

청풍; (아무쪼록 두 분이 저 안에서 백년해로하시기를 바랄 뿐이다.) ! 두 손을 바닥에 강하게 찍고

지지지! 지직! 청풍의 양손에서 일어난 벼락이 석벽을 향해 달려가고

콰드드! 우두둑! 쿠쿵! 안개 속에서 바위기둥들이 마구 움직인다

 

#263>

삼성동천 내부

스윽! 석벽에서 빠져나오는 위극겸. 직후

드드드! 드드드! 계곡 전체가 뒤흔들리고

화악! 투명한 막 같은 것이 분지 위를 덮는다

위극겸; (마침내 이곳이 완전하게 세상과 분리 되었구나.) 처연하게 웃으면서 동굴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그녀의 뜻대로 나는 온전히 그녀만의 사내가 된 것이다.> 입구가 무너진 동굴로 들어가는 위극겸. 엎드려 울다가 돌아보는 냉상영의 모습. 그 배경으로 위극겸의 생각 나레이션

 

<2017 5 19. 불멸무성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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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황산>

신무곡 입구. 청풍이 여러 사람과 헤어지고 있다. 위진천, 위극겸, 이무외, 진상파, 패소정등이 청풍을 배웅한다. 위극겸과 위진천은 부상이 아직 완치되지 않은 상태. 저고리 사이로 가슴을 붕대로 감고 있는 게 보인다.

청풍;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이무외와 위극겸을 향해 포권하고

이무외; [아무쪼록 조심하거라.] 걱정

이무외; [아비는 물론이고 사형께서도 부상이 완쾌되지 않아서 삼성동천으로 달려갈 수 없는 게 유감이로구나.] 위극겸을 돌아보고. 위극겸은 침통한 표정이고

청풍; [사조님께서 완성하신 금천절연금제만 설치하면 되는 일입니다.] [큰 위험은 없을 테니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이무외; [그렇긴 하다만...] 못내 안심이 안되는 표정이고

위진천; [제가 사제를 배웅하고 오겠습니다.] 이무외와 위극겸에게

이무외; [그렇게 해라.] 끄덕이고

위진천; [입구까지 함께 가세.] 앞장서서 걸어가고. + 청풍; [...] 따라가고

곧 멀어지는 청풍과 위진천.

이무외; [아들들이 장성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위극겸; [그러게나 말일세.] 억지로 웃고

그런 위극겸을 훔쳐보는 진상파

진상파; (위사백의 심사가 복잡해보이네.)

진상파; (하긴 이십 년 넘게 살을 맞대고 살아온 아내와 생이별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심란하겠지.)

진상파; (나도 저 사람과 잠깐 헤어지는 것뿐인데도 가슴에 구멍이 나는 기분인데...) 위진천과 함께 계곡 입구로 멀어지는 청풍을 보며 소리없이 한숨 쉬고

 

#252>

계곡 입구. 청풍과 위진천이 헤어지고

청풍; [그럼 몸 조리 잘 하시고, 사조님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포권하는데

갑자기 무릎을 꿇는 위진천

청풍; [사형!] 깜짝 놀라며 마주 무릎 꿇으면서 팔을 잡아 부축하려 하고

청풍; [왜 이러십니까? 일어나십시오.] 위진천을 일어나게 하려 하지만

위진천; [이렇게 부탁하겠네.] 청풍에게 절하며 말하고

위진천; [아무리 독하고 악랄하다 해도 무혈마녀님은 날 낳아주신 어머니일세.] 비통한 표정으로

위진천; [그분을 금천절연대진에 가두지는 말아주게.] 고개 들며 애원

청풍; [사형!] 난감

위진천; [어머니가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내가 설득하고 교정해보겠네.] [그러니 그분에게 기회를 주게나.] 간절한 표정으로

청풍;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한숨 쉬며 포권하고

청풍; [금천절연대진을 펼치더라도 백모님이 삼성동천 안에 계시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펼치도록 하겠습니다.]

위진천; [고맙네! 그렇게만 해준다면 사제의 은혜, 백골난망으로 알겠네.] 안도하며 눈물을 흘리고

청풍; (난감하게 되었다.) 그런 위진천을 보며 난색

<사형의 부탁대로 무혈마녀를 금천절연대진에 가두지 않으려면 사조의 분부를 거슬러야 되니...> 두 사람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253>

<-오일후(五日後)> 웅장한 산. 

<-태행산(太行山)> 그 산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어느 계곡. 제법 넓고 평범하다. 헌데.

계곡의 막다른 곳에 몇 명의 인물들이 서있다. 용사, 호사, 운사, 풍사등이다, 막다른 절벽을 살펴보는 용, , , 운의 네 사람

호사; [절묘하구만.] 절벽을 만져보고

호사; [진짜 절벽을 만지는 것처럼 느껴지고...] [이게 진법으로 만들어진 환각이라는 걸 누가 믿겠나?]

운사; [아마 마교의 절전된 금제 절천마벽진(絶天魔壁陣)일 거요.] 역시 절벽을 만져보면서 말하고

운사; [소제가 알기로 이 금제를 힘으로 뚫고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오.] 쿵쿵! 주먹으로 벽을 치면서

호사; [이런 가공할 금제가 아홉 겹이나 연달아 쳐져있다니...] [삼성동천이 지난 오백여 년 간 인간의 눈에 띄지 않은 이유가 있었어.] 감탄하고. 그 배경으로 무언가를 느끼는 표정이 되는 용사

용사; [궁주님께서 오신다.] 뒤를 돌아보며 말하고. 다른 사람들도 흠칫! 하며 계곡 입구쪽을 돌아볼 때

스스스! 그들 앞쪽에 유령같은 형상이 서리더니

! 모습을 드러내는 십면혈신. 눈 아래 다크 서클이 좀 생겼다. 극도로 지친 모습이고

[궁주님!] [어서 오십시오.] 포권하는 사람들

십면혈신; [수고했다.] 다가오고

십면혈신; [제법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불멸환혼건을 어떻게든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막다른 곳의 절벽을 보며

[감축드립니다.] [궁주님이 아니었으면 불멸환혼건을 열흘도 안되어서 터득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풍사와 운사가 아부하고

십면혈신; [냉가년은 삼성동천으로 들어갔겠지?] 무시하고 다가와 벽을 살피면서 말하고. 그러자

용사; [! 사흘 전에 구중금천금제 안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했습니다.] 사람들을 대표해서 말하고

십면혈신; [사흘...] [그럼 늦어도 하루 이틀 전에는 구중금천금제를 돌파했겠군.] 벽을 만져보며 말하고

호사; [너무 늦은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려

십면혈신; [걱정할 거 없다.] [불멸삼성이 뭔가를 남겼다면 난해하기 이를 데 없을 테고...] 음산하게 웃고

십면혈신; [하루 이틀 사이에 그걸 다 외우거나 터득하진 못할 테니 말이다.]

호사; [그렇긴 합니다만...] 여전히 미심쩍고

십면혈신; [냉가년보다 노부가 유리한 점도 있다.] [바로 그대들을 대동하고 삼성동천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음산하게 웃고.

풍사; [불멸삼성의 수련장소인 삼성동천으로 들어갈 수 있다니... 삼생의 영광입니다.] 포권하며 흥분하고

십면혈신; [감사는 삼성동천으로 들어간 후에 하도록 해라.] [용사!] 풍사에게 말하고 이어 용사를 부르고

용사; [하명하세요.] 고개 숙이고

십면혈신; [노부가 잠영둔형술(潛影遁形術)을 써서 동행할 수 있는 인원은 단 둘이다.] [누구를 대동하는 게 좋겠느냐?]

용사; [그건...] 생각하다가

호사, 풍사, 운사가 기대에 찬 눈으로 용사를 보고 있다

용사; [일단 속하는 이곳에 남아 경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동료들을 보면서 말하고. 그러자

안도하는 기색인 풍사와 운사

십면혈신; [용사가 양보를 했어도 한명이 더 남아야하는데...] 용사를 제외한 세 사람을 돌아보며 말하고. 그러자

서로 눈치를 보는 세 사람. 그러다가

호사; [풍사와 운사의 재주는 상호보완의 성질을 지녔으니 속하가 남도록 하겠습니다.] 십면혈신에게 포권하며 말하고.

풍사; [호사형님! 그러실 필요는...] 짐짓 사양하려 하지만

호사; [궁주님을 잘 보필하도록 해라.] 고개 젓고

풍사; [명심하겠소이다.] 못 이기는 척

십면혈신; [결정되었으면 잠영둔형술을 시작하자.] 두 손으로 결을 지은 채로 말하고. 그러자

[!] [분부 거행하겠습니다.] 역시 두 손을 모아 결을 짓는 풍사와 운사

츠츠츠! 주문을 외우는 십면혈신의 그림자가 먹물을 뿌린 듯 짙어지면서 넓어진다.

츠츠츠! 이내 십면혈신의 발치 일대는 완전히 새카맣게 변해서 돌이나 풀 등 다른 건 일체 안보이게 되고

! ! 그 그림자 속으로 발을 들이는 풍사와 운사. 두 손을 결을 지은 채 주문을 외우는 모습으고. 그러자

슈욱! 츠츠츠! 마치 물에 설탕이 녹듯이 십면혈신의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풍사와 운사. 이윽고

! 완전히 사라지는 풍사와 운사.

십면혈신; [되었군.] 결을 지었던 두 손을 풀고. 이어

십면혈신; [그럼 다녀오겠다. 뒷일은 그대들에게 맡기겠다.] 용사와 호사를 돌아보며 말하고

[다녀 오세요 궁주님!] [삼성동천 안에서 원하시는 바를 이루시길 바라겠습니다.] 포권하는 용사와 호사

고개 끄덕이며 절벽으로 가는 십면혈신

! 한 손을 절벽에 대는 십면혈신. 이어

츠츠츠! 십면혈신의 모습이 빛에 덮이더니

슈욱! 바위로 이루어진 절벽으로 스며들어가기 시작하는 십면혈신의 모습

용사; (저게 불멸환혼건...) 눈 반짝

<이름 그대로 어떤 장애라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불멸의 술법이다.> 슈우! 몸이 거의 다 절벽에 스며들어가는 십면혈신을 배경으로 용사의 생각 나레이션. 직후

! 완전히 절벽 속으로 사라지는 십면혈신. 절벽은 다시 원래대로 멀쩡해지고

호사; [직접 보지 않았으면 믿기 어려운 술법이로군!] 십면혈신이 사라진 벽을 만져보면서 감탄하고

용사; [결국 그 벽을 다시 나오는 것은 궁주님과 무혈마녀중 한명뿐이겠지?] 우울한 눈빛으로 말하고

호사;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 끄덕

용사; (세상을 위해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한숨

<과연 하늘이 어떤 결말을 선택할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용사와 호사의 모습 배경으로 용사의 생각 나레이션. 헌데

 

근처의 절벽 위에 숨어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훔쳐보고 있는 인물. 신행태보다.

신행태보; (십면혈신은 불멸환혼건을 수련하느라 루주님보다는 삼성동천에 들어가는 게 며칠 늦었다.)

신행태보; (하지만 십면혈신은 술법을 써서 도와줄 수하를 두 명 데리고 들어갔다.) 찡그리고

신행태보; (당연히 루주님께 불리한 싸움이 될 텐데...)

신행태보; (아무쪼록 그 사이에 루주님이 불멸삼성이 남긴 비결을 모두 수습하셨기를 바랄 뿐이다.)

 

#254>

<-태행산> 여전히 태행산

어느 계곡. 삼성동천이 있는 곳과 달리 좁고 깊다.

그 깊은 계곡 끝. 절벽 아래 누가 서있다. 청풍이다. 청풍의 앞에는 검은색의 물이 고여있는 연못이 있다. <건곤일척>에 나온 <무저담>과 같은 모습의 연못이다.

청풍; (무저담(無底潭)...!) 연못을 내려다보고

청풍; (이 연못의 물은 각가지 광물질을 포함하고 있어서 보통의 물보다 수십 배 더 무거운 천중수(天重水).) 

청풍; (그 때문에 어떤 생명체도 살 수 없는 이 연못 바닥에 마교의 절대마기 생사교(生死橋)가 갈아 앉아있다.)

이하 회상. #27>의 장면

 

섭장천; [생사교는 예리할 뿐 아니라 가공할 살기를 지니고 있어서 죽이지 못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섭장천; [아마 마교(魔敎)에서 유래한 마물 같은데...]

 

<사조는 처음 무림에 출세했을 때 생사교를 무기로 썼고... 생사교의 살기에 휘둘려 불과 일년 사이에 천명 가까운 인명을 살상하고 말았다.> 젊은 시절의 섭장천이 생사교를 들고 마귀처럼 웃고 있고 그 주변에 수많은 시체가 널려 있다

 

섭장천;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사조는 강호를 전율하게 만드는 검귀(劍鬼)가 되어 있었다.] 한숨 쉬고

 

<이에 사조는 생사교를 사람 손이 닿지 않을 곳에 감춰버렸으며...> 황량한 계곡 끝에 있는 연못에 생사교를 던지는 젊은 시절의 섭장천. 연못 물의 색이 검다.

 

섭장천; [저지른 죄의 값을 치루기 위해 평생 독신으로 살 결심을 했었다.] 한숨 쉬고

회상 끝

 

청풍; (사조님은 무공이 일정 경지에 이르면 승부는 지닌 바 마음의 무게로 결정된다고 하셨다.) (하지만...) 무저담을 내려다보며 생각하고

청풍; (나는 아직 사조님께서 말씀하신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허리에 차고 있던 거궐신검을 풀고

청풍; (그 때문에 십면혈신과 무혈마녀와 맞서 싸울 경우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다.) 거궐신검을 바닥에 내려놓고. 이어

청풍; (내가 두 사람과 싸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생사교의 힘을 비는 것이 거의 유일하다.) 옷을 벗기 시작하고

청풍; (마교의 시조인 만겁마조(萬劫魔祖)가 만들었다는 생사교에는 가공할 살기가 서려 있다.) 옷을 벗고

청풍; (그 살기는 어떤 호신강기라도 무력화 시킬 수 있다고 하는데...) 완전히 알몸이 되고

 

<불멸삼성에 필적하는 고수였던 적신두타조차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생사교만이 십면혈신이나 무혈마녀를 벨 수 있을 것이다.> 미이라가 된 적신두타의 가슴에 생사교가 박혀있는 것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이 장면도 #27>에 나온 장면

 

청풍; (사조님은 생사교의 폐해를 우려하여 누구도 바닥까지 들어갈 수 없는 이곳 무저담에 던져 넣으셨었다.) 알몸인 채 연못으로 다가가고

청풍; (나도 자칫 생사교의 마성에 빠질 위험이 있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다.) ! 한 발을 무저담에 담근다

청풍; (생사교의 힘을 빌어야만 십면혈신과 무혈마녀를 상대할 수 있으니...) 찌릿! 찌릿! 강한 자극이 무저담에 넣은 발에서 전해지고

청풍; (수많은 바늘이 피부를 찌르는 것 같다.) 찡그리고

청풍; (무저담에 녹아있는 각가지 광물질들이 몸속으로 파고드는 때문일 텐데...) 스윽! 연못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며

청풍; (불멸환혼건의 힘을 믿고 들어가자!) 슈욱! 앞으로 몸을 숙여서 잠수를 시작한다

먹물같이 검은 물속에 머리부터 내려가는 청풍

청풍; (마치 먹물을 풀어놓은 듯 어둡다.)

청풍; (게다가 얼마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엄청난 압력이 느껴진다. 마치 거대한 바위가 짓누르는 것같은...) 고통에 찬 표정으로 잠수하고

청풍; (무저담에 고여 있는 천중수의 이 가공할 수압을 견디어낼 수 있는 사람은 천하를 통틀어도 몇 안될 것이다.)

청풍; (그리고 그 몇사람 중 한명이 바로 나다.)

! 현기증이 느껴지고

청풍; (몸은 견딜 수 있지만 엄청난 수압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머리를 아래로 해서 잠수하며 찡그리고

청풍; (정신을 잃기 전에 무저담의 바닥에 닿을 수 있어야할 텐데...) 전력으로 발차기를 해서 잠수 속도를 높이고.

그렇게 어둠 속을 내려가는 청풍의 모습

청풍; (... 한계에 거의 다달았다!) 눈이 몽롱

청풍; (몇장만 더 내려가 보고 가망이 없을 것 같으면 포기하자.) 생각할 때

반짝! 깊은 아래쪽에서 무언가 빛을 발한다

청풍; (저 빛!) 몽롱해지던 눈을 치뜨고

청풍; (이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뿜어지는 건 실제 빛이 아니라 살기일 것이다!) 필사적으로 발을 차서 내려가는 속도를 높이고. 아래쪽에서 무언가 빛이 나고

청풍; (그렇다는 건...) 눈 부릅뜨고

<찾았다!> 청풍의 생각 배경으로 반투명한 검신의 검이 바닥에 박혀있는 게 보인다. 바로 젊은 시절의 섭장천이 사용하던 검 생사교다.

청풍; (이게 바로 생사교다!) ! 머리를 아래로 한 채 생사교의 손잡이를 움켜잡고. 바로 그 순간

지익! ! 벼락에 휘감기는 듯한 충격에 휩싸이는 청풍

청풍; (... 가공할 살기!) ! 전율하면서도 생사교를 뽑고

청풍; (그저 손을 대었을 뿐인데도 혈기가 들끓고 정신이 혼미해진다!) 화악! 생사교를 뽑고 위로 치솟고

청풍; (이 마성을 다스리지 못하면 나 역시 육십여 년 전의 사조님처럼 세상을 피로 물들이는 검귀(劍鬼)가 될 것이다!)

청풍; (하지만 난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 화악! 밝아지는 무저담의 수면쪽으로 올라가며 생각하고

<생사교의 마성이 아무리 강해도 지난 세월 우리 가족을 핍박한 십면혈신의 악의에는 미치지 못하므로...> 밝아지는 수면으로 치솟는 청풍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십면혈신의 음산한 얼굴 떠올리면서

 

#255>

무릉도원 같은 원형의 분지. 사방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에워싸여 있고. 절벽 위로는 아지랑이같은 기운이 흐르고 있다. 직경이 일천미터 정도인 원형의 분지 아래쪽에는 그야말로 무릉동원이 펼쳐져 있다. 아름드리 복숭아나무들이 즐비하고 토끼등 작은 동물들이 뛰어논다. 기화이초가 만발한 사이로 개울도 흐르고

분지의 한쪽 절벽

! 석벽에서 진동과 벼락이 일어나더니

슈욱! 석벽을 빠져나오는 십면혈신

! 완전히 석벽 밖으로 나서는 십면혈신. 주변을 두리번

십면혈신; [이곳이 삼성동천...] 흥분한 표정으로 분지 중앙을 향해 걸어가고. 그때

<건너편에서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그림자 속에서 누군가가 말하고

십면혈신; [노부도 감지했다.] 끄덕이고

십면혈신; [다행히 아주 늦지는 않은 것 같구나.] 휘익! 날아가고

 

#256>

분지 입구 반대쪽의 절벽. 동굴이 있고. 동굴 입구 위쪽에는 <三聖洞天>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스슥! 동굴 입구에 내려서는 십면혈신. 헌데

! 동굴 입구에 널려 있는 두 구의 시체. 바로 혈왕 용극과 무제 이릉의 시체다. 살아있을 때의 모습인데 아무렇게나 던져진 모습이고

십면혈신; [이런... 이런...] 그걸 보고 혀를 차고

<불멸삼성중 혈왕조사님과 무제 이릉의 유해인 것 같습니다.> 십면혈신의 그림자 속에서 눈들이 번뜩이고.

십면혈신; [자기 조상인 천마 냉각을 제외한 두 분 종사의 유해를 모욕했구만.] [누가 마녀 아닐까봐...] 혀를 차며 동굴로 들어가고. 그때

[어서 와요 용궁주!] 들리는 음성

냉상영; [하지만 안타까워서 어쩌지요? 어려운 발걸음을 하셨지만 헛수고를 하신 셈이 되었네요.] ! 동굴 내부. 원형의 광장으로 마치 로마시대 신전같은 모습이다. 벽에는 원래 수많은 글과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모두 파괴되었고. 입구 맞은편에는 세 개의 돌의자가 놓여있었다. 하지만 중앙의 돌의자에만 한명의 인물이 앉아있다. 바로 천마 냉각이고. 천마 냉각의 시체 앞쪽에 놓인 좀 낮으면서 길쭉한 돌탁자에는 냉상영이 한 다리를 아래로 내린 자세로 앉아서 마녀처럼 웃고 있다.

십면혈신; [과연... 예상했던 대로구만!] 입구쪽에 서서 천장과 벽을 살펴보고

십면혈신; [불멸삼성은 천하제일인을 가리기 위한 비무 끝에 승부가 나지 않자 이곳에서 함께 무공을 연구했었겠지.]

십면혈신; [그 결과를 벽과 천장에 새겨놓았을 테고...]

냉상영; [맞아요! 하지만 지금은 제 손에 의해 완벽하게 훼손이 되어버렸답니다.] 함께 천장을 보고

냉상영; [불멸삼성이 함께 연구하고 창안한 절기들은 영원히 세상에서 사라진 거죠.] 마녀처럼 웃고

십면혈신; [영원히 사라졌다는 말은 어폐같군.] 지긋이 보며 말하고

냉상영; [당신도 가끔은 맞는 말을 하네요.] 배시시 웃고

냉상영; [십면혈신 용백! 당신이 짐작하는 대로 불멸삼성이 합작해서 만든 절기들은 바로 여기에 들어있답니다.]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카락을 가리키고

십면혈신; [그럼 루주의 머리에서 그것들을 빼내면 되겠어.] 음산하게 웃고

냉상영; [당신 실력으로?] 피식 웃고. 여기부터는 반말을 한다

냉상영; [원래 우리 두 사람의 실력은 박빙(薄氷)이었어!] [아마 승부를 내려면 몇날 며칠을 싸워야할 거야.]

냉상영; [물론 당신이 졸개들을 데리고 왔으니 다소 유리하긴 했겠지!] 십면혈신의 발치를 보고. 십면혈신의 발치는 실내임에도 검은 그림자가 서려있다. 그러자

<들켰다!> <귀신 같은 년!> 번쩍! 번쩍! 십면혈신의 그림자 속에서 사람의 눈이 번쩍이더니

! 휘익! 아메바처럼 십면혈신의 그림자 속에서 솟구치는 두 사람. 물론 그들은 풍사와 운사다.

풍사; [궁주님! 분부만 내리십시오.] 휘익! 십면혈신 옆으로 내려서며 외치고. 냉상영을 노려보면서

용사; [저 계집을 궁주님 앞에 무릎 꿇게 하겠습니다!] 역시 냉상영을 노려보며 풍사의 반대쪽에 내려서고

냉상영; [지랄들을 해요!] 지직! 비웃으며 세 가닥의 벼락을 손에서 뿜어내고

[!] [!] 벼락에 감전되어 비틀거리며 비명 지르는 풍사와 운사. 십면혈신도 벼락에 맞지만 움찔하기만 하고

[!] [... 살기를 전격(電擊)으로 변환시킬 경지에 이르렀다니...] 털썩! ! 감전되어 바닥에 주저앉으며 신음. 쓰러지진 않았다.

냉상영; [사자와 호랑이가 싸우는데 쥐새끼 두 마리가 가세한다고 해서 도움이 될까?] ! 탁자에서 엉덩이를 떼며 일어나고

[... 쥐새끼?] 모욕감에 치를 떠는 풍사

냉상영; [방금 전의 일격에 천마해체대법을 실어서 네놈들을 죽일 수도 있었다.] 완전히 일어서며 풍사를 흘겨보고

냉상영; [그러지 않은 것은 마천루의 루주인 내 손에 혈궁의 궁주인 저 늙은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다.] 쿠오오! 냉상영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치솟고. 단번에 마녀처럼 변한다.

<... 가공할 마기!> <살기가 단번에 배 가까이 강해지다니...> 그 모습에 전율하는 풍사와 운사.

냉상영; [그럼 놀아보자 용가야!] 빠지직! 빠카카캉! 냉상영의 몸에서 강력한 벼락이 일어나 십면혈신을 후려쳐 간다.

십면혈신; [혈왕인!] 바웅! 십면혈신의 몸에서도 수많은 공작의 깃털같은 기운이 일어나 마주 냉상영을 공격해가고

풍사; [피하세!] ! 뒤로 날아가고. 운사도 전력을 다해 동굴 밖으로 날아간다.

번쩍! 두 사람의 공격이 격돌하며 강력한 빛이 터진다. 그 빛에 휩싸이며 눈 부릅뜨는 십면혈신.

 

#257>

콰앙! 동굴을 밖에서 본 모습. 엄청난 폭발이 동굴 안에서 일어나 밖으로 터진다. 풍사와 운사가 그 폭발에 휘말려 나오고

[!] [!] 폭발에 휘말려 허우적거리며 튕겨져 나오는 풍사와 운사

휘릭! ! 동굴 밖의 수십미터 밖으로 비틀거리며 내려서는 두 사람. 퍼퍽! ! 그런 두 사람 주위로 크고 작은 돌덩이들이 마구 떨어지고. 지축이 흔들리고

퍼퍽! 후두둑! 동굴 입구에 널부러져 있던 무제 이릉과 혈왕 용극의 시체도 돌과 먼지에 덮이고

풍사; [궁주님!] 비명 지르며 앞을 보고

쿠오오! 드드드! 진동하는 절벽. 그 아래쪽에서 먼지가 뿜어져 나온다. 동굴 안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 밖으로 돌과 먼지들을 뿜어내는 모습이고. 이어

화악!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십면혈신의 뒷모습이 보인다. 봉두난발에 옷이 찢어진 낭패한 모습이고

주르르! 눈 부릅뜬 십면혈신의 입과 코로 피가 흐른다

냉상영; [호호호! 어때? 실력의 차가 현격하다는 게 느껴지지?] 지지지! 벼락에 휩싸인 채 마녀처럼 웃으며 동굴 입구쪽으로 걸어오는 냉상영. 그년 뒤쪽의 동굴은 멀쩡하다. 천마 냉각의 시체도 원래대로 앉아있고.

찡그리며 대답하지 않는 십면혈신

냉상영;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빙이었던 실력 차이가 왜 이렇게 현격하게 났을까?] 요염하게 웃고

십면혈신; [그 사이에 불멸삼성의 절기에서 깨우친 게 있겠지.] ! 오른손을 왼쪽 소매에 집어넣으면서

냉상영; [제대로 맞췄어.] 흥이 올라 그걸 주의하지 않고

냉상영; [불과 사흘이었지만 난 불멸삼성이 남긴 무공비결들에서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수많은 무공 난제들을 해결했어.]

냉상영; [덕분에 내 무공은 단기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거야.] 지지지! 온몸이 다시 벼락에 덮이고

냉상영; [지금의 나는 무애검조는 물론이고 불멸삼성에 비해도 그리 아래가 아닌 경지에 이르렀어!]

<맙소사!> <그 짧은 시간에 불멸삼성의 절기를 깨우치다니...> 전율하고 공포에 질리는 풍사와 운사

냉상영; [당연히 늙은이 따위는 내 상대가 못 되지!]

냉상영; [이제 늙은이에게 남은 건 내 손에 무참하게 찢겨 죽는 것뿐이야.]

십면혈신; [흥을 깨서 미안한데...] ! 왼쪽 소매에 넣었던 오른손을 꺼내며 웃고

십면혈신; [노부 손에 이게 있다는 걸 미리 얘기해주지 못했군.] ! 다시 꺼내 쳐드는 십면혈신의 오른손에 조천경이 들려 있다. 거울 표면으로 냉상영을 겨누는 자세로

냉상영; [... 조천경?] 경악하며 급히 팔로 얼굴 가리려 하지만

십면혈신; [늦었다!] 번쩍! 조천경에서 강력한 빛이 터져나가고

냉상영; [!] 휘청하며 비명

냉상영; (... 몸이 마비된다!) 물러서고

냉상영; (물론 금방 풀 수 있는 정도의 마비지만...) 사색이 되어 눈 부릅뜨고. 그런 냉상영의 앞으로 유령같이 쇄도하는 십면혈신. 왼손으로 후려치려는 자세고

<당장은 이 늙은이의 공격을 피할 수가 없다!> ! 냉상영의 가슴을 다섯 손가락으로 강하게 찍는 십면혈신의 모습 배경으로 냉상영의 생각 나레이션

냉상영; [!] ! 후두둑! 가슴에 구멍이 나서 피를 뿌리며 뒤로 날아가고

[그렇지!] 환호하고 안도하는 풍사와 운사

퍼억! 등부터 바닥에 떨어지는 냉상영

냉상영; [!] 피를 왈칵 토하고. 그러다가

[!] 눈 부릅뜨는 냉상영

화악! 십면혈신이 유령같이 덮치며 강철같은 손아귀로 내리찍어 온다. 표적은 냉상영의 아랫배고. 순간

냉상영; (단전(丹田)을 노린다!) ! 사력을 다해 몸을 틀어 피하려 하지만

! 그대로 냉상영의 아랫배를 내려찍는 십면혈신의 손가락. 엄청난 힘으로 내려찍고 그 때문에 엄청난 충격이 일어난다. 냉상영의 등쪽 바닥이 사발 모양으로 움푹 파이고

!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냉상영의 아랫배를 내려찍은 십면혈신의 모습. 냉상영은 등으로 바닥에 움푹 구덩이를 만든 채 상체를 쳐들고 있고

냉상영; [!] 피를 뿜어내는 냉상영

그런 냉상영의 아랫배에 깊이 박힌 십면혈신의 다섯 손가락

십면혈신; [단전이 완전하게 파괴된 기분이 어떠냐?] 사악하게 웃고

십면혈신; [이제 네년은 더 이상 무혈의 마녀가 아니라 연약한 계집일 뿐이다!] 입과 코로 피를 줄줄 흘리는 냉상영의 얼굴에 얼굴을 들이밀며 속삭이고

냉상영; [... 죽여라!] 절망에 찬 표정으로 신음하고

십면혈신; [물론 죽여주겠지만 그 전에 노부가 원하는 걸 내놔야할 것이다.] ! 냉상영의 아랫배에서 손가락을 뽑고. 피가 확 뿜어지고

냉상영; [... 꿈 깨라! 네놈이 불멸삼성의 절기를 얻는 일은 천지개벽해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 이를 갈며 노려보고

십면혈신; [과연 그럴지는 두고 봐야겠지.] 피 묻은 손으로 냉상영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변태적으로 웃고

냉상영; [... 미리 말해두지만... 내게 섭혼술 따위를 쓸 생각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수치심에 떨며 이를 갈고

십면혈신; [그 정도는 노부도 알고 있다.] [천지간에서 가장 마기가 강한 네년에게 섭혼술이 통할 리는 없겠지.]

십면혈신; [하지만 난 네년의 입을 열 수 있는 방법을 최소한 백가지는 알고 있다.] [들어와라!] 밖을 향해 말하고

[예 궁주님!] 밖에서 보고 있다가 급히 안으로 들어오는 풍사와 운사

냉상영; [... 네놈 설마...] 전율할 때

십면혈신; [첫 번째 방법에 대해선 짐작하고 있구만.] ! 냉상영의 저고리를 거칠게 움켜잡고

십면혈신; [바로 이것이라는 걸!] 촤아! 찌직! 냉상영의 저고리를 단번에 찢어내린다. 출렁이며 드러나는 냉상영의 젖가슴, 눈 치뜨는 냉상영

냉상영; [... 이 죽일...] 치를 떨 때

십면혈신; [너희들을 이곳으로 데리고 들어온 이유를 설명하마.] 일어나며 풍사와 운사에게 말하고

십면혈신; [지금부터 이 계집을 강간해라.] 냉상영을 가리키고

십면혈신; [강간당하는 도중에 죽어도 어쩔 수 없으니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불 때까지 가장 잔인하게...] 사악하게 웃고

[!] 절망과 분노로 이지러지는 냉상영의 얼굴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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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六 章

 

        太極神后 危機 (2)

 

 

 

 

방심했군. 저자의 혈응비천보(血應飛天步)가 무림일절임을 잊다니...”

이검엽은 혀를 찼다.

그때였다.

스스스...!

무엇인가가 이검엽의 손으로 날아왔다.

번쩍이는 편린이 혈응신수를 격상시키고 신기하게도 되날아온 것이었다.

용린!

바로 천지곤룡의 비늘이었다.

일만(一萬) 년에 겨우 하나씩 생기는 천하에서 가장 단단한 물체.

이검엽은 그 용린을 어심극검(御心剋劍)의 수법으로 던져낸 것이었다.

되날아온 용린을 회수한 이검엽은 태극신후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런...)

직후 그의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너무도 아름다운 태극신후의 몸매에 절로 가슴이 떨렸던 것이다.

태극신후는 부끄러움으로 인해 얼굴은 물론 긴 목까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 이공자님이신가요?”

그녀는 두 눈을 꼭 같은 채 더듬더듬 물었다.

이검엽은 급히 시선을 허공으로 돌리며 대답했다.

... 그렇습니다. 한데... 어디를 제압당하셨습니까?”

... 마혈을...”

------- !

이검엽은 일지(一指)를 튕기고는 돌아섰다.

혈도가 풀린 태극신후는 급히 일어나 의복을 걸쳤다.

그리고는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검엽에게 물었다.

청아와 홍아는 어찌 되었나요?”

이검엽은 태극신후를 향해 몸을 돌리며 싱긋 웃었다.

무사합니다.”

그 직후였다.

두두두!

절벽 위에 백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설미조가 백운의 등에 앉아있는데 앞쪽에 청아와 홍아를 앉히고 있었다.

청아와 홍아, 위경을 넘긴지 반각도 안되었건만 두 소녀는 다시 장난기 가득한 말괄량이로 돌아와 있었다.

어머! 사부님 옥안에 꽃이 피어잖아!”

당연하지! 저 아저씨하고 같이 있잖아!”

제자들의 짓궂은 장난에 태극신후는 홍시같이 얼굴을 붉히며 이검엽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어찌 감사해야할지...”

이검엽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외다. 마침 문주를 찾아뵈려다 우연히 만난 것뿐입니다.”

천녀를 만나려 발걸음 하셨습니까?”

, 한 가지 부탁이 있어서외다.”

부탁이라니요?”

두 사람의 대화가 오가는 중에 말썽꾸러기 두 소녀가 끼어들었다.

어머! 사부님은 언제까지 아저씨를 혼자 독차지할 거예요?”

정말! 청아와 홍아는 이미 사부님 신랑감으로 결정했지만 벌써부터 너무했다!”

저 애들이 정말...”

제자들의 쫑알거림에 태극신후는 질겁했다.

그녀는 확확 얼굴이 달아올라 어쩔 줄을 몰랐다.

헤헤...!”

호호...!”

청아와 홍아는 입술을 삐쭉 내밀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검엽 역시 멋쩍게 웃었다.

허참! 이거야 원...”

그는 태극신후를 보며 말했다.

우선 올라가십시다. 이곳에 더 있다간 두 말괄량이들의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지요.”

휘르르르...!

휘익!

두 남녀는 몸을 날려 절벽 위로 올라갔다.

그 즉시 청아와 홍아는 백운의 등에서 뛰어내려 이검엽에게 달려왔다.

아저씨! 아저씨!”

보고 싶었어요!”

하하... 나도 보고 싶었다.”

이검엽은 달려드는 두 소녀를 끌어안았다.

! 다 큰 아가씨들이라 꽤 무거운 걸?”

홍아가 먼저 이검엽에게 어리광을 부렸다.

아저씨. 홍아가 아저씨를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글쎄 얼마만큼이나 보고 싶었을까?”

이검엽은 짐짓 관심있는 척 물었다.

홍아는 팔을 크게 벌려 원을 그려 보았다.

이마만큼!”

그러자 청아와 입술을 삐쭉거렸다.

! 청아는 저 하늘만큼 보고 싶었는 걸?”

홍아가 그 말을 받아 다시 삐쭉!

피이! 네가 아무리 그래도 사부님만큼 보고 싶지는 않았을 걸?”

덕분에 태극신후가 쩔쩔 매였다.

청아, 홍아! 너희들 정말 이럴 테냐?”

그녀는 입장이 난처해 땀을 뺐다.

, 장난꾸러기 아가씨들. 이리로 앉자.”

이검엽은 흐뭇하게 웃으녀 두 소녀를 풀밭에 앉혔다.

그리고는 설미조를 태극신후에게 소개했다.

문주께선 아마 미조를 아실 것입니다.”

그의 말을 들은 태극신후는 설미조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이내 그녀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혹시... 흑룡방의 꼬마 아가씨가 아니야?”

설미조도 마주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맞아요. 칠년 전, 언니께서 아버지를 뵈러 오셨을 때 저도 언니를 뵌 기억이 나요.”

태극신후는 설미조의 손을 꼭 쥐었다.

정말 몰라보게 자랐구나. 그후 영친과는 여러 가지 일들로 수차 만났지만 동생은 처음이구나.”

그녀는 감개가 무량한 듯 설미조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가 태극신후는 궁금한 듯 물었다.

한데... 미조 동생은 어떻게 이공자님과 동행하게 되었지?”

이검엽이 대신 대답했다.

이중에는 좋지 않은 사연이 있소이다.”

이어 그는 설미조의 부친인 흑룡방주 흑룡왕(黑龍王)이 뒤바뀐 사실을 간략하게 얘기했다.

태극신후는 경악하여 부르짖었다.

... 어떻게 그런... 일이...!”

이검엽은 침중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서 소생이 미조를 돌보아 주기로 했으나 여러 가지로 다망하여... 잠시 미조를 문주께서 데리고 계셔 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태극신후는 선뜻 대답했다.

기꺼이 그렇게 하지요.”

그녀는 말과 함께 설미조의 두 손을 꼭 쥐었다.

“...!”

설미조는 고개를 떨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검엽은 다시 입을 열었다.

소생은 미조와 의남매의 인연을 맺었소이다. 소생 손으로 흑룡방을 미조에게 도로 찾아 주려하는 데 그동안만 문주께 폐를 끼치려 하는 것이외다.”

그의 눈에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태극신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세요. 미조는 언제까지든 친동생같이 돌보겠어요.”

감사합니다.”

친남매간인 양 이검엽은 설미조를 대신해 깊이 머리 숙였다.

사부님. 이 언니가 그럼 우리하고 살 거야?”

그렇단다.”

태극신후가 대답하자 청아와 홍아 두 소녀는 손뼉을 쳤다.

와아! 좋아라! 언니 잘 부탁해요.”

우리도 이제 언니가 생겼다. 그치?”

두 소녀의 호들갑에 설미조의 표정도 환해졌다.

그래. 미조도 잘 부탁한다.”

이검엽과 태극신후.

두 사람은 설미조를 포함한 세 소녀가 하는 양에 미소를 교환했다.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좋아하며 어울리나 봐요.”

하핫... 그런 것 같습니다.”

이어 태극신후는 정중하게 청했다.

이제 그만 산을 내려가시지요. 폐문이 멀지않은 곳에 있사오니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고 싶군요.”

폐를 끼치도록 하겠습니다.”

이검엽은 대답하고는 백운의 등에 설미조를 태웠다.

그리고 그녀의 앞뒤로 청아와 홍아를 앉혔다.

백운. 난폭하게 굴면 안된다.”

그가 등을 두드려주자 백운은 알았다는 듯 울어댔다.

히히힝...

! 신난다. 백운 달려라! 달리라구!”

홍아는 백운의 등에서 마구 펄쩍펄쩍 뛰어 올랐다.

그 바람에 백운은 지면을 박차며 내닥기 시작했다.

! -------

두두두두...

------- !”

소녀들의 환성은 산이 떠나갈 듯 메아리쳤다.

백운은 산길을 평지 달리듯 신나게 달려 내려갔다.

태극신후는 조용히 웃어 보였다.

신마(神馬)로군요.”

이검엽은 마주 미소했다.

그렇습니다. 백리신구의 혈통을 지닌 순종입니다.”

곧 이어 이들 두 남녀도 백운의 뒤를 따랐다.

하하! 백운 같이 가자!”

스스슥...

이들은 마치 행운유수처럼 지면을 스치며 날았다.

청아와 홍아는 뒤돌아보며 소리쳤다.

호호홋! 아저씨 사부님! 빨리 와요. 빨리요.”

하하핫... 그러마.”

호호...”

이검엽을 비롯한 그들 일행은 웃음을 여운으로 남기며 멀리 사라져 갔다.

한데, 바로 그 직후였다.

스스스...

절벽 아래로부터 가냘픈 왜영이 날아올랐다.

그 왜영은 한 명의 자의여인이었다.

절벽 위에 핀 한 송이 꽃이런가?

꽃이라면 사천초목이 일시에 넋을 잃고 말리라.

그만큼 그 여인은 절세의 미인이었다.

바로 고금제일미인 단목자혜였다.

보름달을 연상시키듯 자태!

너무도 완벽한 미를 갖춘 여인.

그러나 지금 단목자혜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어른거렸다.

그녀는 우수에 찬 시선으로 이검엽이 사라진 곳을 응시했다.

...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겠구나.”

깊은 탄식이 그녀의 입으로부터 새어나왔다.

그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제키 어려운 듯 두 손으로 가슴을 감쌌다.

처음에는 단지 그가 파천대업에만 동행하면 그 뿐이라 생각했거늘... 저 평범한 서생이 어느덧 나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린 게 아닐까?”

사실 이검엽은 어리석을 정도로 단목자혜에게 몰두해 있었다.

때문에 대의(大義)와 그녀의 말을 혼동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녀를 향한 이검엽의 마음은 거센 폭풍과도 같았다.

반면 단목자혜는 달랐다.

지나치도록 현명하고 영악한 여인이었기에 그녀는 쉽게 이검엽을 조종해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분명 애를 태우는 쪽은 이검엽보다 단목자혜였다.

절세미남은 아닐지언정, 이검엽에게는 은은한 기품으로써 상대방을 압도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역시 단목자혜 그것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문득 단목자혜는 강하게 도리질을 했다.

자혜야 자혜! 정신 차려라. 네게는 선대(先代)에 정해진 혼약자가 있지 않느냐?”

그녀는 자책을 함이 분명했다.

못난 계집. 외간 남자에 방심이 흔들리다니...”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어쩔 수 없는 갈등이 스쳤다.

휴우...”

저절로 나오느니 깊은 한숨 뿐.

그녀는 한참동안이나 못 박힌 듯 그 자리에 머물렀다.

------ !

을씨년스러운 새벽 바람이 그녀의 옷깃을 날렸다.

그녀는 한없이 고적함을 느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 !

이윽고 단목자혜는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멀리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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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

깊은 산중. 상당히 큰 장원이 한 채 있다. 헌데

장원 전체가 시체로 덮여있다. 장원 입구에도 몸이 으스러진 시체들이 즐비하고. 장원의 정문에는 <神拳莊>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휘익! 그곳으로 날아오는 불로왜선

불로왜선; (루주가 그새 한바탕 마성을 폭발시켰구나.) 처참하게 죽은 시체들을 곁눈질하며 정문으로 달려오고

정문에 걸린 <神拳莊>이라는 현판 크로즈 업

불로왜선; (신권장(神拳莊)...) 현판을 올려다보고

불로왜선; (이백 년 역사를 지닌 명문이었는데...) (단지 제왕성에 우호적이라는 사실 때문에 멸문지화를 당했다.) 휘익! 한숨 쉬며 정문 안쪽으로 날아 들어가고

정문 안쪽, 장원 내에도 시체가 수없이 널려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죽였다. 심지어 개나 고양이, 말등의 시체도 있고

불로왜선; (인간뿐 아니라 신권장의 개나 고양이들까지 남기지 않고 죽였다.) 짐승들의 시체를 곁눈질하며 달리며 한숨

불로왜선; (인초 이무외에게 당한 지워지지 않을 패배의 흔적이 루주를 미쳐 날뛰게 만든 것인데...)

불로왜선; (자칫하다가는 나도 루주의 손에 비명횡사할 수 있으니 조심에 조심을 해야만 한다.) 건물들 사이를 지나고. 그때

[끄아아악!] 어디선가 들리는 비명소리

불로왜선; (저기에 있구나.) 휘익! 커다란 건물쪽으로 달려가고. 그 건물 주변에도 시체들이 널려있는데 대부분 여자나 아이들이다.

[끄으윽!] 문이 부서진 건물 안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소리

불로왜선; [루주님! 불로왜선이옵니다.] 입구에 멈춰서며 안을 기웃거리고. 그러자

<들어와라!> 건물 안에서 들리는 음성.

불로왜선; [...] 대답하며 긴장한 표정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건물 내부. 넓은 침실인데 휘장이 쳐진 침대 주변에 시체가 널려있다. 젊은 남자들의 시체, 모두 벌거벗었고 아랫도리가 피로 물들어 있다. [끄윽...] 그중 한 사내가 완전히 숨이 끊어지지 않아 벌벌 떨고 있는데 역시 아랫도리가 피로 물들어 있고.

불로왜선; (이곳에 있는 건 젊은 사내들인데...) 시체들 곁눈질하며 침대로 가고

불로왜선; (전부 양물이 뽑혀서 죽었다.) 혐오

볼로왜선; (루주는 사내들로 하여금 자신을 범하게 한 후 죽였을 것이다.) 멈춰서며 침대를 곁눈질. 휘장이 쳐진 침대에 누가 누워있다. 여자의 실루엣. 물론 냉상영이다. 옷이 흐트러져서 거의 알몸이다.

냉상영; [알아봤느냐?] 거의 알몸인 채 침대에 누어서 천장 보며 묻고. 침대 내부도 피로 물들어 있다. 냉상영의 몸과 옷도 피로 칠갑이 되어 있고. 뺨에 최근에 생긴 상처가 나있다. 물론 이무외의 검에 당한 흔적이고

불로왜선; [! 가장 가까운 마교지부로 가서 확인을 했사옵니다.] 눈치 보며

불로왜선; [지절부마께서 십면혈신을 만나 삼성동천의 장보도와 소루주를 교환하셨다는데...] 말꼬리를 흐리고

냉상영; [용백, 그 죽일 늙은이가 뭔가 수작을 부렸겠지?] 이를 갈고

불로왜선; [그렇사옵니다.]

불로왜선; [소루주께서는 십면혈신이 펼친 괴뢰망량술에 당해서 지절부마를 공격했다고 하옵니다.]

냉상영; [그래서 결과는?] 초조한 표정

불로왜선; [지절부마께서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긴 하셨지만 소루주님을 제압하셔서 보살피고 계시다고 하옵니다.]

냉상영; [그랬단 말이지? 감히 내 아들을 제 놈의 꼭두각시로 부렸다 이거지?] 이를 바득 바득 갈고

냉상영; [기필코 내 손으로 찢어죽이고 말겠다 용백!] 이를 갈고

불로왜선; (아들에게 변고가 생겼다는 사실에 저리 분노하고...) (어쨌거나 모성애는 남아있다는 건가?) 한숨 쉬고

냉상영; [그이와 진천이는 지금 어디 있느냐?] [내가 직접 만나봐야겠다.] 스윽! 침대에서 일어나고

불로왜선; [... 그것이...] 난감

냉상영; [?] 침대에 옆으로 걸터앉으려 하며 불로왜선을 노려보고

냉상영; [두 부자에게 또 무슨 일이 생긴 거냐?] 침대에 걸터앉은 자세로 노려보는데 저고리가 벌어져 젖가슴이 털렁

불로왜선; [지절부마께서는 소루주님을 모시고 황산(黃山)쪽으로 가고 계시는 중이옵니다.] 눈치 보며

냉상영; [황산?] 찡그리고

냉상영; [뜬금없이 황산에는 왜...] + [!] 말하다가 무언가 깨닫고 눈 부릅

냉상영; [천추각!] [황산의 천추각을 찾아가고 있다는 말이냐?] ! 이를 갈며 벌떡 일어나고. 머리카락이 흩날려 마녀같이 변한다. 침대를 가리고 있던 비단 휘장도 마구 흩날리고

불로왜선; (지독한 살기...) + [! 아마 하루 이틀 사이에 천추각에 도착할 것이옵니다.] 초긴장해서 눈치 보며

냉상영; [천추각...] [황산에 천추각이 있다는 건 진천이에게도 비밀로 했거늘...] 바득! 이를 갈고

냉상영; [그이가 어떻게 천추각의 존재를 알았다는 것이냐?]

불로왜선; [루주님께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백야마검단의 부단주 히지가타 지로가 제 아비 살천인조를 구해내는 일이 벌어졌사옵니다.]

냉상영; [히지가타!] 이를 갈고

냉상영; [그 쪽발이새끼가...] [대충 이용해먹고 죽여 버렸어야했는데...] 치를 떨며 분해하다가

불로왜선; [지절부마께서는 살천인조를 통해서 천추각과 관련된 일을 모두 알아버렸습니다.] [게다가...] 눈치보고

불로왜선; [무애검조가 천추각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도 히지가타를 통해 듣고 황산으로 가고 있는 중이옵니다.]

냉상영; [날 미워하겠지.] [자기 사부가 살아있다는 걸 숨긴 날 미워할 게 분명해.] 손톱을 물어뜯으며 왔다 갔다 하고

불로왜선; (역시 루주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남편으로부터 버림받는 것이로구나.)

불로왜선; (하긴 이 세상에서 그나마 자기편을 들어주는 건 남편뿐이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소리없이 한숨 쉬고

냉상영; [그이를... 그이를 만날 수는 없어!]

냉상영; [만나더라도... 용백을 때려죽인 후에야 만날 수 있어.] [그래야 날 조금은 덜 미워할 테니...] 미친년처럼 혼잣말을 하다가

냉상영; [!] [새 옷을 찾아와라!] 불로왜선에게

불로왜선; [여길 떠나시려는지요?]

냉상영; [십면혈신! 그 늙은 여우를 만나야한다.] [때려죽일 때 때려죽이더라도 삼성동천의 위치는 알아야하니...] 미친년 같은 얼굴 크로즈 업

 

#247>

<-황산> 

<-천추각> 건물. 건물 밖에는 패소정과 동동이 경비를 서고 있고

섭장천; [앞으로 석달이 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일 것이다.] 탁자를 앞에 놓고 상좌에 앉아서 말하고. 그 앞에 소수마녀가 진상파의 부축을 받으며 서있다. 진상파는 표정이 안좋고. 소수마녀 옆에는 청풍이 서있고. 이무외와 용설약 부부는 탁자 옆에 놓인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다. 탁자 위에는 불멸환혼건의 그림이 그려진 종이가 펼쳐져 있다.

섭장천; [떨어지는 낙엽도 주의하면서 지내도록 해라.]

소수마녀; [...] 수줍어하며 고개 숙이고. 한손으로는 의식적으로 부른 배를 안고 있고

섭장천; [어미는 새아기 거처를 봐주거라.] 용설약에게

용설약; [예 사부님!] 고개 숙이며 일어나고

용설약; [앞으로 지낼 곳을 안내해주마. 따라오너라.] 앞장서서 가고. 그 뒤를 진상파에게 부축 받으며 따라가는 소수마녀

곧 방에서 나가는 세 여자

섭장천; [머잖아 천추각이 아기들 울음소리로 요란하겠구먼.] 흐뭇

이무외; [청풍이의 다음 대에서는 아이들이 외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좋아하고. 청풍은 멋쩍어 하고

섭장천; [그래야지.] 종이를 만지고

섭장천; [너희 부자가 새아기를 구해오는 동안 구중금천금제의 개조를 완성했다.] 종이를 좀 밀쳐서 청풍과 이무외가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무외; [드디어 완성하셨군요.] 몸을 숙이고 들여다보고. 청풍도 다가와 보고

섭장천; [제각각이던 아홉 개의 금제를 상호 유기적으로 작용하게 만들었다.]

섭장천; [이름을 금천절연대진(禁天絶緣大陣)으로 바꾸었는데...] [일단 완성되면 누구도 들고 날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무외; [금천절연대진이 완성되면 불멸환혼건으로도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섭장천; [내가 생각하기에도 위력이 지나친 면이 있지만...] [어쩐지 쓰임새가 있을 것같은 생각이 드는구나.] 우울

청풍; (사조님은 무공이 신화경에 이르신 덕분에 예지력을 얻으셨다.)

청풍; (그런 분이 하시는 말씀이니 틀림이 없을 것 같긴 한데...) 생각할 때

섭장천; [허어...] 무언가 깨닫고 창문 밖을 보고.

흠칫! 하는 청풍과 이무외

섭장천; [입구에 가봐라. 기다리던 손님이 온 것같으니...]

이무외; [!] 일어나고. + 청풍; (누가 찾아왔구나.) 깨닫고 눈 번쩍

 

#248>

안개가 자욱한 계곡. 안개 속에 크고 작은 기둥들이 괴물같이 서있고

그곳을 지나는 이무외와 청풍.

청풍; (누가 찾아온 것일까?)

청풍; (사조께서 반색을 하신 것을 보면 반가운 손님인 건 확실한데...) 이무외를 따라가며 생각하고. 직후

화악! 안개의 장벽을 뚫고 밖으로 나서는 이무외와 청풍. 그 직후

[!] 눈 치뜨는 청풍.

! 안개 밖에 십여명이 앉고 서있다. 맨 앞에 위극겸이 무릎을 꿇고 있고. 그 뒤에 두 대의 뚜껑 없는 가마가 있는데 각각의 가마에는 위진천과 살천인조가 힘없이 기대 앉아있다. 둘 다 상의 속의 몸을 붕대로 감고 있는 게 보이고. 가마 주변에는 히지가타와 사무라이 십여명이 서있다.

청풍; (저분은 혹시...) 위극겸을 보며 놀랄 때

위극겸; [사제! 죄 많은 극겸이 사부님께 벌을 받으러 왔네.] 무릎 꿇은 채 이무외에게 말하고. 위극겸도 상의 속의 가슴을 붕대로 감고 있다.

위극겸; [사부님께... 못난 제자가 용서를 빌러 왔다고 말씀 올려주게나.] 무릎 꿇고 울면서 말하고

<지절 위극겸사백이로구나!> 위극겸을 배경으로 청풍의 놀람 나레이션

 

#249>

천추각. 건물 앞에 사무라이들과 히지가타가 서있고. 가마에는 살천인조만이 앉아있다.

히지가타; (말 그대로 용담호혈이로구나.) 건물 보며

히지가타; (십면혈신이나 무혈마녀를 능가하는 고수 한명과 그들에게 필적하는 고수 두명이 천추각에 함께 있으니...)

히지가타; (결국 앞으로 강호를 지배하는 것은 혈궁도 마천루도 아니고 천추각일 것이다.) 끄덕이고

 

건물 내부. 위극겸과 위진천 부자가 섭장천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청풍과 이무외가 뒤에 서서 보고 있고

위극겸; [불효막심한 제자를 벌하여주십시오 사부님.] 고개를 조아리며 울고

섭장천; [불효는 무슨...] 눈시울 붉어지고

섭장천; [사부보다 먼저 세상을 등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효도를 다한 것이니라.] [그러니 너무 자책 하지는 말거라.]

말없이 우는 위극겸

위진천; (아버지와 사백, 사숙께서 하나같이 올곧은 성품이셨던 것이 이해가 간다.) 그걸 보며 눈시울이 좀 붉어지고

<사조같은 분의 가르침을 받으면 비뚤어지는 것이 오히려 어려운 일일 테니...> 섭장천의 자애로운 모습 배경으로 위진천의 생각

위극겸; [제자는 사부님께 불효했을 뿐 아니라 세상을 해칠 큰 죄를 지었습니다.] 고개를 조아린 채 말하고

섭장천; [삼성동천의 위치를 십면혈신에게 발설했겠구나.] 탄식하고

위극겸; [삼성동천의 장보도는 암호와 은유로 이루어져 있지만...] [십면혈신 정도의 인물이라면 어렵지 않게 알아낼 것입니다.]

섭장천; [네 아내가 십면혈신과 손을 잡았겠지.] 한숨

위극겸; [그 둘이 어떤 과정으로 뜻이 맞았는지는 모르지만...]

위극겸; [머잖아 함께 삼성동천에 들어갈 것은 틀림없습니다.]

섭장천; [사부의 생각도 그러하다.] 끄덕

섭장천; [이런 일이 벌어질 것같아서 사부 나름대로 준비를 했으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거라.] 탁자의 그림을 만지며 말하고

청풍; (역시 사조님은 십면혈신과 무혈마녀가 삼성동천에 들어갈 것을 미리 알고 계셨구나.) 깨닫고

<결국 금천절연대진은 그들 두 사람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금제인 것이다.> 실내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250>

높은 산. 평평한 산봉우리 위에 누가 서있다. 여자다. 냉상영

냉상영; [여자를 기다리게 하고...] [위인은 못되네.] 샐쭉할 때

<노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위인은 못되지.> 어디선가 음성이 들려 흠칫! 하는 냉상영. 직후

스스스! 냉상영의 앞에 사람의 형상이 서리더니

! 드러나는 십면혈신의 모습

냉상영; [누가 혈궁 궁주 아니랄까봐 등장에도 유난을 떨잖아.] 샐쭉. 눈 흘기고

십면혈신; [청풍이 놈이 순순히 삼성동천의 열쇠를 내놓은 모양이로군.] 상관하지 않고 말하고

냉상영; [누구와는 달라서 제 핏줄을 끔찍하게 생각하더군요.] 소매 속에 손을 넣으며 말하고

냉상영; [이게 불멸환혼건이라는 이름의 열쇠랍니다.] 천 뭉치를 쳐들어 보이고

십면혈신; [노부도 장보도를 손에 넣는데 성공했네.] 소매 속에서 봉투를 꺼내 보이고

냉상영; [우리 그이도 아들이라면 껌뻑 죽는 위인이죠.] 눈 번뜩이며 십면혈신의 손에 들린 봉투를 보고

십면혈신; [이십년 넘게 살을 맞대며 살아온 마누라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비밀을 간단히 포기한 걸 보면 그렇긴 하지.] 끄덕

냉상영; [염장은 그만 지르고... 이제 서로가 얻은 걸 교환하도록 해요.] 새침하게

십면혈신; [그래야하는데...]

십면혈신; [불멸환혼건의 내용에 손을 대진 않았겠지?] 눈 번뜩이며 냉상영을 보고

냉상영;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먼저 하시네요.] 마주 노려보고

십면혈신; [우리 사이에 신뢰라는 건 존재하지 않으니 타당한 의심 아니겠는가?] 태연하게 웃고

냉상영; [반박할 수가 없네.] 샐쭉이며 다가오고

냉상영; [그럼 이렇게 해요.] [손을 맞잡고 물건을 교환하는 거예요.] 악수하자는 자세로 손을 내밀고

냉상영; [그 상태에서 물건의 진위를 확인한 후 이상이 없다고 확인되면 손을 놓도록 해요.] 한손을 내밀고 다른 손으로 천을 쳐들며

십면혈신; [수작을 부리고 도망칠 수는 없을 테니 합리적인 방법이겠군.] 손을 내밀어 냉상영의 손을 악수하듯 잡고

우둑! 지지지! 서로의 손이 쥐어지면서 강한 벼락이 일어나 서로의 손을 옭아맨다

십면혈신;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내공이로군!] 악수를 한 자세로 웃고

냉상영; [백세도 훌쩍 넘기신 분 답지 않게 기력이 왕성하시네요.]

십면혈신; [칭찬으로 듣겠네. 받게.] 봉투를 내밀고

냉상영; [받으세요.] 자기가 들고 있던 천을 내밀고

십면혈신은 천을 받아서

촤악! 허공에 펼친다. 그 앞에서 냉상영도 봉투를 허공에 대고 털고. 그러자

스륵! 봉투에서 접힌 종이가 미끄러지듯 빠져나와서

스윽! 허공에 펼쳐지는 종이

그 상태로 천과 종이에 적히고 그려진 내용을 보는 두 사람. 형형한 눈빛. 그러다가

냉상영; [흐음! 역시 그렇네!] 눈 번뜩이며 끄덕이고

십면혈신; [벌써 삼성동천의 위치를 알아낸 것인가?]

냉상영; [짐작은 가지만 확신이 들지는 않는데...]

냉상영; [궁주가 알아낸 내용을 말씀해주실래요?] 요염하게 웃고

십면혈신; [노부가 손해 볼 짓을 할 사람으로 보이는가?] 웃고

냉상영; [하긴...] 피식

냉상영; [어쨌거나 서로가 얻은 물건에 수작을 부리지는 않은 게 확인이 되었네요.]

십면혈신; [아쉽지만 루주의 섬섬옥수를 놔줘야겠군.] 웃고

냉상영; [변태영감!] 눈을 흘기고

지직! ! 서로 맞잡은 손에서 벼락이 일어나고

! ! 좌우로 확 튕겨져 나가는 두사람. 각자 천과 편지를 쥔 채. 직후

냉상영; [그럼 저 먼저 삼성동천에 가볼게요.] 휘익! 튕겨지는 자세대로 새처럼 날아가며 교활하게 웃고

냉상영; [궁주께서는 천천히 불멸환혼건을 연구하시면서 오도록 하세요.] 호호호! 웃으면서 날아가고. 몸을 돌려 앞을 보는 자세로

십면혈신; [확실히 노부가 불리한 입장이 되었군.] 삽시에 멀어지는 냉상영을 보며 음산하게 웃고

십면혈신; [저 년은 삼성동천의 위치를 확인하기만 하면 되는 반면 노부는 불멸환혼건의 이치를 깨우쳐야만 하니...] 천을 허공에 띄운 채 손을 소매 속에 넣고

십면혈신; [하지만 네년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 소매 속에서 거울을 하나 꺼낸다. 손잡이가 달린 거울. <마고천장>등 다른 작품에 나온 조천경이다.

여자들 화장용 손거울을 닮은 거울 크로즈 업

십면혈신; [마교의 호법마병 생사교(生死橋)와 함께 절대쌍기(絶代雙器)로 불리는 이 조천경(照天鏡)이 노부의 수중에 있으니...] 조천경을 들어 보이며 웃는 십면혈신의 얼굴을 크로즈 업

 

#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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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긴장하며 절벽 쪽을 보는데

! 절벽 밖으로 나타나는 얼굴. 바로 이무외. 절벽 정상과 수평이 되게 누운 자세다. 절벽을 걸어 올라와서.

<저자는...!> 쌍뇌마로와 철신귀영의 경악

<인초 이무외!> ! 절벽 정상에 발을 대면서 몸을 바로 세우는 이무외의 모습

이무외; [영차!] 스윽! 절벽 위로 몸을 바로 세우면서 완전히 올라서고. 왼쪽 허리에는 검을 한 자루 차고 있고

불로왜선; (... 경신술로 절벽을 날아오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식은땀을 흘리며 생각

불로왜선; (하지만 백장이 넘는 절벽을 평지처럼 걸어서 올라오는 건 루주님이라 해도 가능할지 의문인데...)

이무외; [아기의 안전은 확보했구나.] 청풍을 보며

청풍; [예 아버지!] 고개 숙이고

소수마녀; (... 아버지!) 눈 감은 채 얼굴 붉히고

소수마녀; (그분... 인초께서 날 구하러 직접 오셨구나.) 감격할 때

이무외; [그럼 감히 이씨 집안에 죄를 지은 자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야겠지.] 스릉! 말하며 검을 뽑고

철신귀영; [까불지 마라 이무외!] 우둑! 두 주먹 마주 쥐며 소리 내어 위협하며 이무외에게 다가가려는데

쌍뇌마로; [위험하네!] 바웅! 다급히 외치며 방어막을 일으키고. 하지만 그 직후

스윽! ! 이무외의 검이 칼집에서 나오는 순간 수십 미터 길이의 칼의 형태를 한 섬광이 철신귀영, 쌍뇌마로, 불로왜선, 냉상영을 각기 수직으로 베어간다

냉상영; [심검(心劍)!] 바웅! 강력한 방어막을 일으키며 이를 갈고.

청풍; (천마해체대법!) 눈 반짝

[!] 불로왜선은 급히 냉상영이 일으키는 방어막 뒤로 피하고

! 서걱! 철신귀영과 쌍뇌마로의 몸이 수직으로 쪼개지고

! 냉상영의 방어막은 이무외의 검기와 충돌하며 엄청난 굉음과 빛을 터트린다. 그 빛 속에서 눈 부릅뜨는 냉상영

청풍; (아버지의 심검과 무혈마녀의 천마해체대법이 충돌한다!) ! 소수마녀를 품에 끌어안으며 몸을 돌려 그 빛으로부터 보호하는 청풍. 직후

번쩍! 핵폭탄 터지는 것같은 빛이 장내를 휩쓸고

드드드! 절벽이 무너질 듯 흔들리고

청풍; (가공하네.) 소수마녀를 끌어안은 청풍의 몸도 방어막에 덮이고.

화악! 장내를 휩쓸던 섬광이 사라지고. 이어

! 드러나는 광경. 철신귀영과 쌍뇌마로는 장작 쪼개지듯 쪼개져 나뒹굴고 있고.

쿠오오! 냉상영이 있던 곳은 원형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무외는 검을 다시 칼집에 꽂고 있고

<... 바득! 섭늙은이의 제자들은 어찌 하여 하나같이 괴물들뿐이란 말인가?> 어디선가 들리는 냉상영이 악을 쓰는 소리

<반드시... 오늘 빚을 갚아주겠다!> 으아아아! 악을 쓰는 소리가 멀어지고

소수마녀; [... 끝났는가요?] 청풍의 품에 안겨 눈을 뜨고

청풍; [무혈마녀는 놓쳤습니다.] 소수마녀를 다독이며 돌아보고. 그때

주르르! 이무외의 입과 코에서 피가 흐르고

청풍; [아버지!] ! 기겁하며 달려가고. + 소수마녀; [!] 소매로 입을 가리고. 이무외는 비틀거리고 있다.

청풍; [... 다치셨습니까?] 이무외의 팔을 잡아 부축하고.

이무외; [걱정마라. 다친 건 아니니...] 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면서 청풍의 부축을 받아 근처의 바위로 가고

이무외; [아비가 일각(一刻) 이상은 무공을 쓸 수 없다는 걸 알지 않느냐?] 바위에 걸터앉으며 소매로 입과 코의 피를 닦고

청풍; [...] 안도하고. 그때

소수마녀; [... 소녀 조진진(趙眞眞)이 아버님을 뵈옵니다.] 소수마녀가 다가와 절을 하려 하고

이무외; [그러면 안된다.] 급히 청풍에게 손짓하고

청풍; [무리하지 마십시오.] 급히 소수마녀의 팔을 잡아 소수마녀가 절하는 걸 막고

소수마녀; [하지만 아버님을 처음 뵙는 자리인데...] 난감해 할 때

이무외; [지금의 내게는 너와 네 뱃속의 아이만큼 소중한 건 없구나.] 미소 짓고

이무외; [아무쪼록 네 몸을 소중히 여기도록 해라. 예의범절 따위는 중요하지 않으니...] 진지한 표정으로

소수마녀; [...] 수줍게 대답할 때

[마님!]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돌아보는 소수마녀.

동동; [마님! 마님!] 울면서 달려오고. 그 뒤를 패소정이 따라온다.

소수마녀; [동동아...] 안도하고

동동; [죄송해요! 동동이가 마님께 큰 죄를 지었어요.] ! 소수마녀 앞에 와락 엎드리며 울음을 터트리고

동동; [겁이 나서... 파면살주의 협박 때문에 마님이 회임한 사실을 자백하고 말았어요.] 엎드린 채 울고

소수마녀; [괜잖다.] 동동 앞에 조심스럽게 앉고

소수마녀; [난 괜잖으니 울지 말거라.] 동동의 머리를 쓰다듬고. 그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동동

패소정;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긴 하다만...) 동동을 달래는 소수마녀를 보며 한숨

<저 자객들의 대모(代母) 때문에 상파가 속 꽤나 끓이겠구나.> 장내의 모습 배경으로 패소정의 생각 나레이션

 

#245>

. . 깊은 산중.

깊은 계곡 끝에 자리한 절. 음침. 불도 안 켜져 있고 인기척도 없다

그 절로 들어가는 위극겸. 검을 한 자루 차고 있다. 헌데

번쩍! 번쩍! 정문으로 들어서는 위극겸의 앞쪽 어둠 속에서 한 쌍의 눈이 빛나더니

화악! 어둠 속에서 마귀같이 튀어나와 위극겸을 공격하는 두 사람. 마교의 율법마존과 집법마존이다. 둘 다 몸이 3미터가 넘는 거인이 되어 있다. 주먹과 손으로 공격하는데 아주 빠르고 강하다

스윽! 몸을 돌리며 걸어서 두 사람의 공격을 피하는 청풍.

! 콰득! 집법마존과 율법마존의 주먹과 손에 의해 절의 정문이 박살나고 바닥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다

스악! 몸을 돌리며 검을 뽑으려는 위극겸.

집법마존과 율법마존도 빠르게 돌아서고 있고

화악! 부악! 다시 주먹과 장풍으로 공격해오는 두 사람

위극겸; (율법마존과 집법마존!) ! 검을 뽑으며 생각하고

<둘 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구나.> 눈에 초점이 없는 채로 쇄도하는 율법마존과 집법마존의 모습 배경으로 위극겸의 생각

<강시호혼술(畺屍呼魂術) 같은 술법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 것이겠지.> ! 콰득! 작렬하는 두 사람의 강력한 공격. 바닥이 터지고 돌풍이 일어난다. 하지만

위극겸; (영면(永眠)...!) 슈욱! 두 사람 사이를 흐르듯 지나며 검을 휘두르는 위극겸

휘릭! 멀찍이 내려서는 위극겸. 그 앞에서 집법마존과 율법마존의 몸이 휘청이는 게 보이고. 다음 순간

푸학! ! 목이 베어지며 피를 뿌리는 두 사람

! ! 나뒹굴고 바닥을 구르는 두 사람의 몸뚱이와 머리통. 이어

푸스스! 치이... 연기가 나며 원래대로 돌아가는 두 사람의 몸뚱이와 머리통. 그걸 보며 칼집에 검을 넣는 위극겸. 직후

짝짝! ! 박수치는 소리가 들리고

돌아보는 위극겸

<과연 무애검조의 제자들을 다르군!> ! 대웅전 앞쪽에 걸린 등에 불이 들어오고, 대웅전 앞의 단상에 누가 의자를 놓고 앉아서 박수치는 모습

십면혈신;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그대들 제왕삼신재를 두고 하는 말인 것같네.] 짝짝! 의자에 다리 꼬고 앉아서 박수치는 십면혈신

위극겸; [용궁주!] 다가가고

위극겸; [우리 사이에 예의를 차릴 인연은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손을 품속에 넣고

십면혈신; [그 사부에 그 제자 아니랄까봐...] 피식

위극겸; [이 안에 삼성동천을 찾아갈 수 있는 장보도가 들어 있소.] 품속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고

십면혈신; [그럼 노부도 그대의 아들을 보여줘야겠지.] ! 뒤를 향해 손가락을 튕기고. 그러자

어둑한 대웅전 안에서 용사와 호사가 위진천을 끌고 나온다.

위진천의 모습 크로즈 업. 고개를 떨구고 있다

위극겸; (심박이나 호흡에는 문제가 없군.) 위극겸의 옆으로 끌려나오는 위진천을 보며 생각하고

십면혈신; [소중한 아들의 목숨이 걸린 거래이니 물건부터 확인시켜주는 게 이치에 맞는다고 생각하네만...] 손 내밀고

위극겸; [그럽시다.] ! 한숨 쉬며 봉투를 던지고. 철판처럼 날아가는 봉투

십면혈신의 얼굴을 벨 듯이 날아드는 봉투. 웃으며 보고 있는 십면혈신

휘익! 유령같은 것이 십면혈신의 앞에 나타나고

! 봉투를 손으로 잡는 인물은 풍사.

풍사; [여기...] 두 손으로 봉투를 바치고

십면혈신; [수고했다 풍사!] 봉투를 받고.

이어 봉투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는 십면혈신

종이를 펼쳐서 보는 십면혈신

미간이 좀 찌푸려지고

십면혈신; [미묘하군.] 찡그리고

십면혈신; [삼성동천의 위치가 암호와 은유로 표현되어 있는데...] 글과 그림이 그려진 종이를 보며

십면혈신; [구체적인 장소를 말해줄 수 없겠는가?] 위극겸에게

위극겸; [하늘에 맹세코 그 종이에 적힌 것은 내가 얻은 진본의 장보도와 추호의 차이도 없소.] 딴소리를 하고

십면혈신; [알아서 암호를 풀어라?] 피식

위극겸; [혈궁의 궁주쯤 되시는 분이 그 정도 암호도 풀지 못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소이다만...]

십면혈신; [격장지계(激獎之計)까지 쓸 줄 알고...] [사부보다 뛰어난 면까지 있는 제자로군.] 웃고

위극겸; [원하던 물건을 얻었으면 궁주도 약속을 지켜야하지 않겠소?]

십면혈신; [당연히 그래야지.] [보내줘라.] 용사와 호사에게 말하고

고개 숙이는 용사와 호사

! 위진천을 위극겸에게 던지고

인형처럼 날아오는 위진천

위극겸; [진천아!] ! 날아올라서

두 팔로 아들을 안는 위극겸

휘릭! 내려서는 위극겸.

십면혈신; [아들의 신체에 위해를 가하지는 않았으니 안심하게.] 의미심장한 웃음

위극겸; [고생했다.] + (예상했던 대로 혈도가 짚여있군.) 위진천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앉히는 위극겸

위극겸; [아비가 왔으니 아무도 널 해치지 못할 것이다.] 파팟! 위진천의 혈도를 찍어 풀어주기 시작하고. 그때

위진천; [... 안됩니다.] 사력을 다해 입을 열고

위극겸; [뭐가 말이냐?] 파팟! 혈도를 연달아 풀어주며 묻는데

위진천; [... 혈도를 풀지 마십시오!] 다급히 외치지만

위극겸; [진정하거라!] ! 위진천의 가슴을 찍는 위극겸. 하지만 그 직후

! 갑자기 위극겸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후려치는 위진천. 무방비 상태에서 일격을 당해 피하지 못하고 가슴을 맞는 위극겸

콰득! 가슴의 늑골이 부러지는 소리

위극겸; [!] ! 피를 토하며 뒤로 튕겨지는 위극겸

풍사; (그렇지!) 주먹 불끈

위극겸; [... 진천아!] 휘릭! 내려서는 위극겸. 비틀 거리며 입으로 피를 토하면서

위진천; [끄윽...] 우둑! 우두둑!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위진천. 몸이 로봇처럼 움직이고

위극겸; [... 왜 이러는 것이냐?] 늑골이 부러진 가슴 부여잡고 비틀. 경악. 불신. 입과 코로는 피를 흘리고

위진천; [... 피하십시오 아버지!] 지지지! 온몸에서 벼락이 일어나며 위극겸에게 다가오는 위진천. 비틀거리면서

위극겸; (천마해체대법?) 경악할 때

위진천; [어서... 어서 떠나십시오.] 화악! 외치면서 위극겸을 덮쳐온다. 온몸이 빛에 휩싸인 채

위극겸; (설마...) 슈학! 물 흐르듯이 피하고

콰콰쾅! 위진천의 몸이 스치는 곳에 있는 건 모두 박살이 난다. 위극겸은 간발의 차이로 피하고.

위극겸; [용궁주! 내 아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거요?] 휘릭! 내려서며 분노하여 십면혈신을 노려보고

십면혈신; [무슨 짓을 한 건 아니고...] [본궁의 술법중 하나인 괴뢰망량술(傀儡魍魎術)을 좀 시험해본 것뿐일세.] 웃고

위극겸; [괴뢰망량술!] 화악! 다시 덮쳐오는 위진천을 피하며 눈 부릅

십면혈신; [이름 그대로 다른 인간을 괴뢰로 부리는 술법이지.] 음산하게 웃고

위극겸; [내 아들에게 괴뢰망량술을 썼다는 거요?] 분노

십면혈신; [그 때문에 자네 아들은 지금 정신은 멀쩡하지만 몸은 아비인 자네를 죽이기 위해 전력으로 움직이고 있는 중이라네.] 태연하게 웃고

화악! 더 빠르게 위극겸을 덮쳐오는 위진천

퍼석! 간발의 차이로 피하는 위극겸. 옷과 머리카락이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휘익! 멈춰서는 위극겸

화악! 스쳐지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려고 벼락같이 돌아서는 위진천

십면혈신; [아비가 아들을 죽이든 아들이 아비가 죽이든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장면이 펼쳐지지 않겠는가?] 흐흐흐! 마귀처럼 웃고

위극겸; [제발... 떠나십시오 아버지!] 화악! 울면서 위극겸에게 돌진하는 위진천

위극겸; [미안하다 아들아!] 스릉! 검을 뽑고

십면혈신; [이제야 제대로 해볼 마음이 생긴 모양이로군.] 웃고

화악! 위극겸의 모습이 위진천이 뿜어내는 빛에 휩싸이고

용사; (끝났네!) 한숨. 직후

휘익! 몸을 돌리며 내려서는 위극겸. 헌데 위극겸의 손에 들려진 검은 검날이 반쯤 사라졌고. 그 앞에서 위진천도 비틀거리며 몸을 세우고 있고

위극겸; [!] 피를 토하며 비틀거리고. 직후

스륵! 쓰러지려는 위진천. 그런 위진천의 가슴에 부러진 위극겸의 검이 박혀있다.

십면혈신; [허어!] 놀라고. 용사와 호사도 흠칫! 하고

퍼억! 뒤로 쓰러지는 위진천

위극겸; [... 진천아!] 헐떡이며 비틀거리며 다가가고

십면혈신; [독하군 독해! 자기가 살자고 아들의 심장에 검을 박다니...] 짐짓 놀랐다는 표정으로 혀를 차고

위극겸; [... 미안하다! 이럴 수밖에 없었다.] 위진천의 옆에 무릎을 꿇고

위진천; [... 아닙니다!] 기절 직전

위진천; [아버지를 해치느니... 소자가 죽는 편이 났습니다.]

위극겸; [걱정마라! 아비가 무슨 짓을 해서든 널 살릴 테니...] 파팟! 부러진 검날이 박힌 위진천의 가슴 부위의 혈도를 찍고.

위극겸; (다행히 심장을 정통으로 찔리진 않았다!) 위진천의 혈도를 찍어주며 안도하고. 그때

십면혈신; [좋은 구경했다 위극겸!] 짝짝! 박수치고

돌아보는 위극겸

십면혈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노부는 너희 부자를 살려 보낼 생각이 없다.] [살려두면 장차 우환이 될 게 뻔하니...] 손짓하고. 그러자

용사, 호사., 풍사가 앞으로 나온다.

위극겸; (내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고... 어려운 싸움이 되겠구나.) 내려놨던 부러진 검을 다시 잡고.

십면혈신;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봐라. 금방 뒈져버리면 보는 재미가 없으니...] 웃고. 헌데 그 직후

! ! 갑자기 멀리서 불꽃이 터진다

[!] [!] 모든 사람들 흠칫! 하며 돌아볼 때

<이쪽입니다 성주님!> <둘째공자님의 종적이 이리로 이어졌습니다!> 휘익! ! 외치는 소리와 함께 멀리서 사람 그림자들이 날아오는 게 보인다.

십면혈신; (성주?) 눈 부릅뜨고

<무애검조님! 저 절간에 인기척이 있습니다!> <둘째 공자님이 저기 계신 것이 분명합니다!> 다시 들리는 음성

<무애검조!> 용사, 호사등의 눈이 부릅떠지고

위극겸; [... 사부님?] 역시 놀라 사람들이 날아오는 쪽을 보고

십면혈신; [지랄...] 찡그리며 의자에서 일어나고

용사; [궁주님!] 돌아보는데

십면혈신; [운이 좋은 줄 알아라 위가야!] 위극겸을 노려보고. 이어

십면혈신; [철수한다!] ! 날아오르고.

휘익! ! 용사, 호사, 풍사도 그 뒤를 따라 날아오르고.

<네 사부에게 전해라! 반년 내로 잡아 죽이러 방문할 테니 그때까지 죽지 말고 기다리라고...> 멀리 날아가는 십면혈신의 모습 배경으로 전음이 들린다. 하지만

위극겸; [이게 무슨... 사부님은 분명 칠 개월 전에 돌아가셨거늘...] 당혹하며 사람들이 날아오는 쪽을 보고. 그 직후

[위대협!] 휘익! 외침과 함께 날아내리는 인물. 바로 히지가타. 히지가타 뒤로 십여명의 일본 사무라이들이 날아내린다

위극겸; [그대는...] 놀라고

히지가타; [히지가타 지로가 위대협께 인사올립니다!] 포권하고

위극겸; [사부님... 사부님은 어디 계신가?] 급히 둘러보며 묻고. 일본 사무라이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내려서고

히지가타; [무애검조님은 오시지 않았습니다.] [그저 십면혈신을 겁줘서 쫓아버리기 위해 소란을 피운 것뿐입니다.] 다가오고

위극겸; [돌아가신 사부님이 어떻게 십면혈신을 쫓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인가?] 어이없고

히지가타; [자세한 말씀은 자리를 옮긴 후에 드리겠습니다만...] 초조한 표정으로 주변 두리번 거리며 말하고

히지가타; [위대협의 스승이신 무애검조께서는 돌아가신 게 아닙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고. 순간

[!] 놀라 눈 부릅뜨는 위극겸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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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건물에서 나오는 청풍. 패소정과 진상파가 돌아보고

<이청풍공자님! 이청풍공자님!> 그 사이에도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있고

패소정; [손님이 찾아왔군요.] 청풍에게

진상파; [누구예요?] 청풍에게 눈 흘기고

청풍; [못 들어본 음성입니다.] 고개 저으며 다가오고

패소정; [아닌 것 같은데...?] 눈 흘기고

청풍; [함께 나가서 만나보시지요.] 쓴웃음 지으며 입구쪽으로 간다. 패소정과 진상파도 샐쭉거리며 따라가고

 

#238>

동굴.

[!] 움찔! 하며 눈을 뜨는 용설약

<이청풍공자님... 이청풍공자님...> 동굴에도 멀리서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용설약; [상공...] 이무외를 올려다보고

이무외; [어떤 계집아이가 우리 아들에게 볼일이 있는 모양이오.] 몸을 숙이고

이무외; [사내놈도 아니고 계집아이가 찾아온 걸 보면 나쁜 소식을 갖고 오진 않았을 거요.] [당신은 신경 쓰지 말고 몸을 추스르는데 전념하시오.] 용설약의 이마에 입을 맞추면서 말하고

용설약; [...] + (그래야만 하는데...) 억지로 웃고

<머잖아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예감은 떨쳐버릴 수가 없구나.> 동굴 안의 모습 배경으로 용설약의 생각 나레이션

 

#239>

[공자님! 이청풍공자님!] 안개가 벽처럼 처져 있는 신무곡 입구에 주저앉아 외치고 있는 소녀. 바로 소수마녀의 몸종인 동동이다. 먼길을 달려온 듯 지치고 초췌한 모습인데 한손에는 작은 상자를 들고 있다

동동; [제발... 제발 저를 만나주세요! 단주님이 위험하단 말이에요!] 울면서 안개의 벽을 향해 외치고. 그러자

청풍; [알아들었으니 그만해라.] 슈욱! 안개를 뚫고 나오고

청풍; [그러다가 목이 망가지는 수가 있다.] 나오는 청풍의 뒤로 패소정과 진상파가 따라나온다. 두 여자는 주변을 경계하고

동동; [... 이청풍공자님?] 눈을 치뜨며

청풍; [그렇다. 내가 바로 이청풍이다.] 다가오고

청풍; [넌 누군데 이 외진 곳까지 와서 날 찾고 있는 것이냐?]

동동; [단주님... 저희 마님이 위험에 처하셨어요!] [제발 마님을 살려주세요.] 무릎 걸음으로 다가오며 울고

청풍; [마님?] 어리둥절

청풍; [네가 모시는 주인이 누군데 내게 도움을 청하러 왔느냐?] 패소정과 진상파도 청풍의 뒤에 와서 내려다보고

동동; [이걸... 이걸 보아주세요.] 무릎 꿇은 채 두 손으로 상자를 내밀고

청풍; [그러자꾸나.] 상자를 받아서

뚜껑을 여는 청풍. 직후

[!] 눈 부릅뜨는 청풍.

! 상자 안에는 투명한 비수 한 자루와 편지가 한통 들어있다.

패소정; [뭔가요 그 비수는?] 옆에서 들여다보며

청풍; [염왕구벽수혼비(閻王九劈收魂匕)라고... 살인상단의 단장인 소수마녀의 독문무기요.] 상자를 패소정에게 내밀면서 자신의 손으로는 비수 아래에 눌려있는 편지를 집어든다.

패소정; [살인상단의 단장 소수마녀의 독문무기?] 어리둥절

진상파; [악명높은 인간백정들의 수괴인 그 마녀의 무기가 어째서 공자님에게 전해진 건가요?] 눈을 흘기고. 청풍은 편지봉투를 열어서 편지를 꺼내고 있다

청풍; (혹시...) 진상파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편지를 펼쳐서 보는 청풍

 

<소수마녀를 데리고 있으니 삼성동천의 열쇠를 가져와 바꿔가라. 만일 열흘 내로 오지 않으면 그년의 배를 갈라서 네 애새끼를 미리 보게 해주겠다.> 떨리는 청풍의 손을 배경으로 편지의 내용 나레이션

 

#240>

천추각. 건물. 건물 밖에는 사람이 없고

건물 내부. 일층. 거실. 상좌에 앉은 섭장천이 편지를 읽고 있고. 그 앞에 청풍이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서있다. 패소정과 진상파는 건물 입구에서 눈을 흘기고 있고. 청풍의 옆에는 동동이 무릎 꿇고 앉아서 눈물을 닦고 있다. 섭장천의 옆쪽에는 이무외와 용설약부부가 나란히 앉아있다.

섭장천; [... 그렇군.] 편지에서 눈을 떼고

섭장천; [어미도 읽어 보거라.] 편지를 옆에 앉은 용설약에게 건네주고 + 용설약; [...] 두손으로 받고

이어 이무외와 함께 편지를 읽은 용설약. 섭장천은 뭔가 생각하는 표정이고

움찔! 놀라는 이무외와 용설약 부부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눈치 보는 청풍

용설약; [청풍이 너...] 고개 들며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 죄송합니다.] 삭 죽어 고개 떨구고

이무외; [이 편지의 내용이 사실이냐?] 한숨 쉬며 청풍을 보고

청풍; [... 아마 그럴 것입니다.]

용설약; [아마?] 노려보고

청풍; [... 아닙니다!] 기겁하고

청풍; [일곱... 일곱 달째로 접어들었으면 제 아이가 분명합니다!]

이무외; [이거 참...]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고

이무외;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손주가 자라고 있었을 줄이야.]

청풍; [... 죄송합니다.] 삭 죽어 눈치 보고

진상파; (미워죽겠어!) 소매를 물어뜯고

진상파; (내가 낳을 아이가 이씨 집안의 첫 아이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진상파; (저 바람둥이가 어디에 얼마나 더 씨를 뿌리고 다녔을지 어떻게 알아?)

그런 진상파를 보며 쓴웃음 짓는 패소정

이무외; [일이 고약하게 되었습니다 사부님!] 섭장천을 보며 한숨

다른 사람들도 섭장천을 돌아보고

섭장천; [고약할 게 무어 있겠느냐?] 웃고

섭장천; [어떤 신외지물(身外之物)이 무제의 핏줄보다 더 소중하겠느냐?]

섭장천; [불멸환혼건을 가져가서 소수마녀라는 아이와 바꿔오도록 해라.] 청풍을 보며 말하고.

 

#241>

<-마교 강소지부(江蘇支部)> 

후원의 어느 건물. 입구를 불로왜선과 쌍뇌마로가 지키고 있고

위극겸; [!] 편지를 보며 눈 부릅뜨고

냉상영; [그렇게 주의하라 했거늘...] [십면혈신이 진천이를 노리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어요.] 울상을 지으며 초조한 표정으로 두 손을 비비며 왔다 갔다 한다. 위극겸의 앞쪽에서

냉상영; [율법마존, 집법마존, 그 늙은이들 때문이에요.] 손톱을 물어뜯고

냉상영; [명색이 마교의 최고고수들이면서 교주 하나 지켜주지 못하고...] [만나기만 하면 내 손으로 죽여 버리고 말거예요.] 이를 갈고

위극겸; [그렇게 말하면 아니되오.] 한숨 쉬며 편지에서 눈을 떼고

위극겸; [율법마존이나 집법마존인들 당하고 싶어서 당했겠소? 상대가 나빴을 뿐이지.] 침통하게

냉상영; [속 편한 말씀하지 마셔요!] 눈 흘기고

냉상영; [그렇다고 용늙은이가 요구한 대로 삼성동천의 위치를 알려줄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한숨 쉬는 위극겸

냉상영; [자식새끼야 하나 더 낳으면 되는 일이에요.] [용늙은이의 협박은 무시하세요.] 악에 바친 표정으로 말하고

냉상영; [만일 그 늙은이가 진천이를 죽이면 혈궁의 인간들은 마지막 한명까지 찾아내 찢어죽이겠어요.] 이를 갈고

위극겸; [살기를 자제하시오. 그 살기가 당신의 혼백을 침식할까 두렵소.] 한숨

냉상영; [어떻게 자제를 해요? 내 속으로 낳은 아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데...] 이를 갈고

위극겸; [십면혈신에게 연락을 넣으시오.] [삼성동천의 위치를 알려줄 테니 우리 아들을 돌려보내라고...] 한숨

냉상영; (됐어!) 억지로 기쁨 참는 표정 크로즈 업

 

#242>

<-마천루 비밀 분타> #133>, #203>에 나온 곳. 한적한 강가. 앞쪽은 강이고 삼면이 높은 절벽으로 둘러싸인 음침한 장원. 음침한 인상의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고. #133>. #203>과 달리 때는 밤이다.

후원쪽의 월동문. 그곳을 지키는 여자 무사 두명.

[수고한다.] 여자무사들에게 다가오는 히지가타.

여자무사들; [부단주님!] [이상 없습니다.] 고개 까닥이며 인사하고. 오만하다

히지가타; [루주님이 자리를 비웠다고 긴장이 풀어지면 안된다.] 지나가며 말하고

[!] [물론이옵니다.] 고개 숙이는 여자무사들

히지가타; [교대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좀 더 수고해라.] 멀어지고

<꼴값하네.> <섬나라 쪽발이 따위가 뭐래?> 멀어지는 히지가타를 향해 눈 흘기며 전음을 주고받는 여자 무사

<저 인간도 이제 슬슬 정리당할 때가 되었지?> <제 아비가 내쳐졌으니 루주께서 계속 곁에 두실 이유가 없지.> 대화 주고 받는 두 년

<어쨌거나 왜구 주제에 출세하긴 했어.> <저 인간 아비는 루주님 눈에 들어 우리 마천루의 육합마신 중 한 자리를 꿰찼기도 했으니...> 대화하는 두 년. 헌데

그년들 곁눈질하며 모퉁이를 도는 히지가타. 직후

스윽!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담장을 넘는 히지가타

스윽! 담장 안쪽의 정원석 사이로 소리없이 내려앉는 히지가타

히지가타; (여기까지는 순조롭지만... 주의해야만 한다.) (루주의 거처에 어떤 고수들이 잠복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니...) 정원석 사이에 숨어 생각하고

히지가타; (아버지가 의문의 실종을 당한후로 일곱달이 되어 간다.)

히지가타; (백방으로 수소문해본 결과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만났던 인간은 바로 루주였다.) 주변 살피며 일어나고

히지가타; (아버지는 이곳에 머물던 루주를 만나러 온 후 종적이 묘연해졌고 두 번 다시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았다.) 바위와 정원수 사이로 빠르게 움직이고

히지가타; (이미 살해당해 땅에 묻히신 게 아니라면 이곳 어딘가에 갇혀계실 가능성이 높다.) 건물 그늘로 들어가고

히지가타; (루주가 이청풍을 만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지금이 수색을 해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다!) 건물 사이로 움직이고

히지가타; (마천루와 척을 지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내야만 한다!) 강렬한 눈빛.

 

#243>

어둑한 지하통로. 길지는 않은데. 그 끝에 철문. 철문 앞에 의자를 놓고 팔짱을 낀 채 앉아있는 인물. 얼굴에 민짜 가면을 쓴 마면광전사의 일인이다. 가면 이마에 적힌 숫자는 <> 눈을 감고 자고 있다. 가면9로 표기

그자의 가면에 난 구멍으로 흘러드는 어떤 냄새

가면9; [!] 움찔! 하고.

가면9;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다니...) 가면 속에서 억지로 눈을 뜨려 하고. 직후

[!] 눈 부릅뜨는 그자.

슈욱! 유령같은 그림자가 들이닥친다

가면9; (아차...) 바득! 가면 속에서 이를 갈며 일어나려는 그자. 하지만

푸욱! 이미 그자의 가슴을 깊이 찌르고 있는 일본도

일본도를 내지르며 멈춰선 인물. 물론 히지가타

가면9; [네놈...] 이를 갈며 외치려 하지만

! 다른 손으로 그자의 목을 움켜잡는 히지가타

콰득! 그대로 그자의 목을 꺾어버리는 히지가타의 손

푸숙! 칼을 뽑고

가면9의 목도 놓는 히지가타

털썩! 나뒹구는 가면9의 시체

칼을 칼집에 꽂으며 한쪽 무릎을 꿇는 히자가타

가면9의 허리춤에 차고 있는 열쇠고리. 열쇠가 몇 개 걸려있다

! 그 열쇠고리를 뜯어내는 히지가타

열쇠를 고르며 철문으로 가서

철문에 나있는 구멍에 열쇠를 끼운다

철컥! 돌아가는 열쇠

히지가타; (됐다!) 그긍! 철문을 조심스럽게 여는 히지가타. 하지만 그 직후

[!] 눈 부릅뜨는 히지가타

<아버지!> 히지가타의 비명 배경으로 내부의 모습. 넓지 않은 밀실인데 쇠침대에 힘없이 누워있는 노인. 바로 살천인조다. 온몸이 피투성이. 상처는 곪고 있고

눈 감고 있다가 움찔! 하며 무언가 깨닫는 살천인조

천천히 눈을 뜨는 살천인조. 히지가타가 옆에 서서 이를 갈며 울고 있다

살천인조; [좋구나 좋아!] 웃고

살천인조; [꿈이든 생시든... 아들의 얼굴을 보니 어찌 아니 기쁠손가?] 주르르! 눈물 흘리며 웃고

털썩! 침대 아래 무릎 꿇는 히지가타.

히지가타; [죄송합니다! 소자의 불효가 막심합니다.] 이마 바닥에 대며 울고

히지가타; (냉상영! 냉상영!) 이를 갈고

히지가타; (악마에게 혼백을 팔아서라도 아버지를 이리 대우한 대가를 치루게 해주게겠다!) 이를 가는 히지가타의 얼굴

 

#244>

강가에 서있는 까마득한 절벽. 그 절벽 끝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는 냉상영. 옆에는 불로왜선이 쟁반을 들고 서있다. 쟁반에는 술병과 안주가 얹혀져 있고.

냉상영; [술 맛 좋네.] 웃고

냉상영; [똥줄이 타거나 비탄에 잠긴 인간들만큼 술맛 나게 하는 안주도 없어.] 술을 마시며 웃고. 이어

냉상영;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누군가를 향해 말하고. 불로왜선이 흠칫! 할 때.

<마공이 탁월하실 뿐 아니라 코도 개코이십니다.> 스스스! 말소리와 함께 냉상영의 앞쪽 5미터쯤에 돌풍이 일어나며 돌풍 안에 사람 형상이 나타나더니

! 모습을 드러내는 청풍. 허리에 거궐신검을 차고 있다

불로왜선; (바로 지척까지 접근하도록 눈치 채지 못하다니...) 긴장하고.

냉상영; [사별삼일(士別三日)이면 괄목상대(刮目相對)라더니...] 눈을 좀 가늘게 뜨며 술잔을 입에서 떼고

냉상영; [전에 본 후로 채 한 달도 안 지났는데 격이 달라졌네.] 술잔을 불로왜선이 들고 있는 쟁반에 내려놓고

청풍; [고명하신 혈궁의 궁주와 마천루의 루주께 거푸 가르침을 받은 덕분에 조금은 성장했겠지요.]

냉상영; [어린놈이 혀에 기름을 발랐잖아.] 눈 흘기고

청풍; [우리 사이에 다정하게 대화를 할 정은 없지요?] 품속에 손을 넣고

다시 꺼낸 손에는 긴 천을 접은 게 들려있다. 물론 불멸환혼건을 그린 천이고

냉상영; [그게 삼성동천을 열 수 있는 열쇠냐?] 눈 반짝

청풍; [이름은 불멸환혼건, 삼성동천에 쳐져 있는 구중금천금제를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열쇠입니다.] 천을 들어 보이고

냉상영; [빨리 보고 싶은 걸!] 손을 내밀고

청풍; [그전에 건네주실 게 있으시지요?] 다시 손을 내리고

냉상영; [아차! 흥분하는 바람에 깜빡했어!] ! 손가락을 튕기고. 그러자

휘익! 냉상영의 뒤쪽 절벽 아래에서 치솟는 두명. 철신귀영과 쌍뇌마로. 소수마녀의 팔을 하나씩 잡고 날아오른다. 소수마녀는 고개를 떨구고 있는데 양손으로 아랫배를 감싸 안고 있다

쌍뇌마로; [계집을 대령했소이다!] 휘릭! 철신귀영과 함께 내려서며 말하고

냉상영; [수고했어요.] 까닥이고

냉상영; [, 여기 네 애새끼를 밴 년이 있다.] 손으로 소수마녀를 가리키며

냉상영; [이년을 무사히 돌려받길 원하면 불멸환혼건을 건네라.] 다시 손을 내밀고

청풍; [인질부터 풀어주는 게 순서 아닌가요?]

냉상영; [하긴, 이 상황에서 애 밴 년 데리고 도망은 못 치겠지.] [그년을 넘겨줘요.] 쌍뇌마로에게

쌍뇌마로; [알겠소이다.] 끄덕이고. 이어

쌍뇌마로; [받아라!] 철신귀영과 함께 소수마녀를 청풍에게 던지고

청풍에게 물건처럼 날아오는 소수마녀

청풍; [누님!] 두 팔로 급히 소수마녀를 받고

청풍; [몸은 어떠십니까?] 소수마녀를 안고

소수마녀; [미안해.] [나 때문에 삼성동천의 열쇠를 빼앗기게 되어서...] 청풍의 두 팔에 안긴 채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청풍; [그런 말씀마세요.] 소수마녀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고

청풍; [제게 누님과 누님 뱃속의 아기보다 소중한 건 이 세상에 없습니다.] 소수마녀를 조심스럽게 내려서게 해주고

얼굴 발개진 채 행복한 표정으로 바닥에 바로 서는 소수마녀

냉상영; [오글거려서 도저히 못 봐주겠네.] 샐쭉 거리고

돌아보는 청풍

냉상영; [물건을 받았으면 물건을 내놔야하지 않겠어?] 다시 손을 내밀고

청풍; [받으세요.] ! 그때까지 들고 있던 천을 던지고.

! 접힌 천은 쇳덩이처럼 돌면서 냉상영에게 날아가고

냉상영; [영차!] ! 쇳덩이처럼 날아든 천을 받고

냉상영; [내공이 어느덧 오갑자(五甲子)에 육박하네.] [이제 내공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어.] 감탄하는 척 하며 천을 펼치고.

청풍; [과찬이시군요.] 소수마녀를 부축한 채 보고

냉상영; [이게 불멸환혼건이라는 열쇠란 말이지?] 눈 반짝이며 천을 펼쳐서 그림을 보고

그림을 보여주고

냉상영; [과연...] 그 그림을 보며 흥분한 표정

냉상영; [이런 방법도 있었잖아.] 그림을 들여다보며 흥분하고

청풍; (확실히 무서운 여자다. 보자마자 불멸환혼건의 이치를 깨우친 것같으니...) 긴장하다가

청풍; [감상이 어떠신가요?]

냉상영; [틀림없네. 이걸 익히면 어떤 금제라도 뚫고 들어갈 수 있겠어.]

청풍; [진품이란 걸 확인하셨다니 저희는 이만 작별을 고하겠어요.] 고개 숙이는데

냉상영; [어머나 순진하네.] 고개 들어 청풍을 보며 웃고

냉상영; [인질과 물건을 교환하자고 했지 둘 다 살려 보낸다고는 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웃고. 그러자

스스슥! ! 청풍과 소수마녀의 뒤로 움직여서 퇴로를 차단하는 철신귀영과 쌍뇌마로

소수마녀; [냉상영! 당신이란 여자는.,..] 분노하고

냉상영; [화낼 거 없어! 내 별호가 무혈마녀라는 거 잊었어?] 천을 접어서

냉상영; [내 아들이 천하의 주인이 되는데 반드시 걸림돌이 될 네 낭군을 살려 보낼 만큼 난 순진하지 않아.] 천을 젖가슴 사이에 넣으며 마녀처럼 웃고

냉상영; [낭군이 죽는 걸 못 보겠다면 네년부터 먼저 죽여줄 아량은 있어.] 혀로 입술 핥으며 마녀처럼 웃고

소수마녀; [짐승만도 못한...] 치를 떨 때. + 청풍; [눈을 감으세요.] 소수마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다독이고.

소수마녀; [공자!] 돌아보는데

청풍; [더럽고 죄 많은 인간들은 보지 마세요. 뱃속의 아기를 위해서라도...] 소수마녀의 정수리에 입을 맞추며 말하고

소수마녀; [...] 얼굴 붉히며 눈을 감고

냉상영; [뭐야?] 어이없고

냉상영; [이가 애송이야! 넌 지금 네가 처한 게 어떤 상황인지 실감이 안되는 거니?] 눈을 흘기고

청풍; [아무렴 무제님의 핏줄을 품고 있는 분을 구하러 왔는데 아무 대책도 없을까요?] 소수마녀를 끌어안은 채 웃고

냉상영; [섭늙은이와 함께 왔느냐?] 긴장하며 주변 둘러보고. 불로왜선도 겁에 질린 표정으로 주변을 곁눈질하고

철신귀영과 쌍뇌마로도 긴장하며 주변 둘러보는데

청풍; [사조님을 모시고 오진 않았어요.] 웃고

청풍;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사조님보다 더 무서운 분이 저와 동행하셨답니다.] 말하면서 절벽쪽을 보고.

사람들 일제히 절벽 쪽을 보는데

저벅! 저벅! 절벽 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발자국소리!> 경악하는 사람들

불로왜선; (... 설마 절벽을 걸어서 올라오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 전율할 때

저벅! 저벅! 실제로 절벽을 걸어서 올라오는 누군가의 하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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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

<-살인상단 총단> 소수마녀의 거처

대청 건물. 자객들이 삼엄한 경비

[회피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지 않소?] 대청 내부에 울리는 음성. 대청 안에서는 상좌에 앉은 소수마녀가 살인상단의 요인들에게 추궁을 당하는 중이다. 중앙에 놓인 긴 탁자를 가운데 두고 십여명의 음침한 인상의 노인들이 앉아있다.

파면살주; [단장께서 회임(懷妊)한 사실은 의원을 통해서 확인한 바요.] 긴 탁자의 맨 앞쪽 좌측 자리에 앉아서 소수마녀를 추궁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살인상단 육대살주의 일인 파면살주(破面殺主)>

파면살주; [뱃속 아이의 아비가 누군지를 단장의 입으로 밝혀주길 요구하는 바이오.] 소수마녀를 윽박지르고

맞은편에 앉은 천잔살주를 비롯한 노인들도 고개 끄덕이고

파면살주; [물론 단장도 성인이니 애인을 두는 걸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소.] 표정 바꾸어 달래고

파면살주; [하지만 단장은 여자이기 전에 살인상단의 주재자요.] [수하들을 납득시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헌신을 기대할 수 있겠소?]

소수마녀; [그리 말하니 저도 이 자리에서 결단을 내리겠어요.] 드디어 입을 열고

소수마녀; [제가 누군가의 아이를 갖은 것은 사실이에요.]

모두 웅성거리고

소수마녀; [하지만 이 아이의 아비가 누군지는 밝힐 수 없는 사정이 있어요.] 아랫배를 만지면서

파면살주; [고집을 부린다고 우리가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소이까?] 탕탕! 탁자를 주먹으로 치며 역정을 내고

소수마녀; [그래서 난 살인상단의 단장 직을 내려놓기로 작정했어요.]

[뭐요?] [단장에서 사임하겠다?] 파면살주와 노인들 놀라고

소수마녀; [지금 이 순간부터 저는 살인상단의 단장도 무엇도 아니에요.] [아울러 살인상단의 사업에 대해서는 일체 누설하지 않을 것을 맹세하겠어요.]

파면살주; [그런 식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요?] 벌떡 일어나고

파면살주; [단장직을 사임할 때 하더라도 누구 애를 뱄는지부터 이실직고하시오.] 삿대질하고.

다른 노인들도 흉흉한 표정으로 소수마녀를 노려보고. 그때

[어머나! 여긴 전부 졸장부들만 모여 있네.] 짝짝! 박수치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 깜짝 놀라 돌아보고

냉상영; [사내가 되어서 여자, 그것도 애 밴 임산부를 핍박하기나 하고 말이야.] 박수치며 들어서는 냉상영.

문밖에는 철신귀영과 히지가타가 이끄는 백야마검사들이 살인상단의 자객들을 죽이고 있다. 일대의 자객들은 이미 대부분 죽은 상태고. 신행태보가 따라 들어와서 입구에 서고

냉상영; [아랫도리에 달린 거 전부 떼어버려!] 눈 흘기고

[네년 누구냐?]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기어들어온 것이냐?] 입구쪽 자리에 앉은 노인들이 벌떡 일어나며 삿대질하고.

냉상영; [네년?] 표정이 살벌해지더니

냉상영; [그 한마디로 네놈들은 살아있을 이유가 없게 되었다!] 화악! 투명한 촉수같은 것이 일어선 노인들을 휘감아 가고

[크악!] [!] 촉수같은 것에 휘감기며 감전당하는 모습으로 비명 지르는 노인들

[저 년이...] [죽여라!] 차앙! 쐐액! 파면살주와 천잔상주를 제외한 노인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냉상영을 공격해가고. 파면살주와 천잔살주도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냉상영; [버러지들이...] 지잉! 피식 웃는 냉상영의 몸이 빛의 장막에 덮이고. 순간

소수마녀; [위험해요! 물러서요!] 다급히 외치지만

냉상영; [늦었다 이것아!] 화악! 소수마녀를 돌아보며 웃는 냉상영의 몸에서 빛의 장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그러자

퍼퍽! ! 그 빛의 장막에 닿는 무기와 사람의 몸뚱이가 그대로 부서져 날아간다.

파면살주; [천마해체대법!] 경악과 공포.

퍼퍽! 후두둑! 냉상영의 몸을 덮은 빛의 장막과 부딪힌 건 모든지 으스러진다.

대청 바닥에 흩어지는 사람들의 시체 파편. 놀라 보는 파면살주와 천잔살주와 소수마녀

냉상영; [떳떳하게 나서지 못하고 숨어서 자객 짓이나 하는 것들이...] 비웃고.

파면살주; [피하시오 단장!] ! 칼을 뽑으며 소수마녀를 막아서고. 그 옆에서 천잔살주도 칼을 뽑고

파면살주; [여긴 노부들이 막을 테니...] + [!] 말하다가 눈 부릅. 그자의 가슴으로 칼이 삐져나와 있다.

! 천잔살주가 파면살주 뒤에서 칼을 찔러 파면살주를 관통시켰다.

소수마녀; [천잔살주! 당신이...] 고함지르며 벌떡 일어나고

파면살주; [... 네가...] 주르르! 입에서 피를 흘리며 돌아보고

천잔살주; [이렇게 이별하게 되어 유감이네.] 칼을 찔러 넣은 채로 음산하게 웃고

천잔살주; [마천루쪽에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해서 말을 갈아타게 되었으니 이해하게나.] ! 칼을 뽑고. 휘청하는 파면살주

파면살주; [지랄...] 비틀하며 신음하다가

퍼억! 나뒹구는 파면살주

냉상영; [잘 했어요 천잔살주!] 짝짝! 박수치며 웃고

냉상영; [약속했던 대로 오늘부터 당신이 살인상단의 단장이에요.]

천잔살주; [뒷탈이 없도록 오늘 이곳에 있는 물건들은 확실히 정리해주시오.] 칼을 휘둘러 피를 뿌리며

냉상영; [걱정 말아요. 계집 둘을 제외하고는 개새끼 한 마리 살려두지 않을 작정이니까요.] 웃으며 돌아보고

입구로 들어서는 쌍뇌마로. 한손으로 동동의 뒷덜미를 쥐고 들어온다. 동동은 사색이 되어 달달 떨고 있고.

열려진 문을 통해서 철신귀영과 히지가타가 이끄는 백야마검사들이 남녀노소를 죽이는 게 보이고

쌍뇌마로; [소수마녀의 몸종 년을 데리고 왔소이다.] 겁에 질린 동동을 냉상영에게로 데려오고

냉상영; [수고했어요.] 동동의 머리를 쓰다듬고. 겁에 질려 울지도 못하며 몸을 웅크리는 동동

냉상영; [겁먹을 거 없단다 아가야.] [심부름 한 가지만 해주면 널 죽이지도, 사내들에게 던져줘서 노리개가 되게 하지도 않을 테니까.]

동동; [흐윽...] 두려움에 떨고. 그때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마시오!] 외치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는 냉상영

치치칭! 스윽! 일어선 소수마녀의 몸 주위로 아홉 자루의 투명한 비수가 나타나 허공에 죽 펼쳐지고.

천잔살주; [대세는 결정되었으니 포기하시오!] 칼로 방어 자세를 취하며 소수마녀에게 말하고. 그러자

냉상영; [이 꼽추의 말 들어!] 배시시 웃으며 천잔살주 옆으로 다가오고. 흘깃 돌아보는 천잔살주

냉상영; [내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뱃속의 애새끼를 지키지 못하게 될 거야!] 마녀같은 표정을 짓고

[!] 굳어지는 소수마녀의 얼굴

 

#234>

경치 좋은 강변. 높은 절벽 위에 세워진 정자

정자 안에는 세 명의 앉아있다. 위진천과 마교의 삼마존 율법마존, 집법마존. 원형의 탁자를 가운데 두고 앉아있다. 율법마존은 깡마르고 음침한 인상의 노인. <건곤일척> <아랑힐월> 등에 나온 <하원길> 캐릭터. 집법마존은 <동방여명> 캐릭터. 체격이 크고 성질이 급해 보이는 인상으로 묘사. #88>에 한번씩 나왔음. 정자 밖은 흑모신원이 지키고 있고

위진천; [오늘 이렇게 외진 곳에서 두 분 장로님을 모시게 된 것은 혹시라도 엿듣는 귀가 있을까 저어해서입니다.] 심각하게

율법마존; [엿듣는 귀라...]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마교 삼마존(三魔尊)의 일인 율법마존(律法魔尊)>

집법마존; [교주는 어머니인 무혈마녀님의 이목을 꺼려하는 것인가?] 말하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마교 삼마존의 일인 집법마존(執法魔尊)>

위진천; [바로 그렇습니다.] 심각

위진천; [제가 비록 마천루 출신이긴 하지만 마도무림의 중심은 마교라 생각해왔습니다.] 심각하게

위진천; [마천루는 핏줄로 이어지기에 단절될 수도 있지만 상징적인 존재로서의 마교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율법마존; [교주가 그같은 소명의식을 품고 있다니 삼십만 교도를 대신해서 경의와 감사의 뜻을 표하는 바일세.] 포권하고

집법마존; [우리 마교에 교주다운 교주가 오백 년 만에 나오게 되었군.] [고맙네 교주!] 역시 감격에 찬 표정으로 포권하고

위진천; [아직 어리고 이룬 것도 없으니 장로님들의 경의를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마주 포권하고

율법마존; [교주가 우리 마교를 우뚝 서게 하기 위해 하는 일이라면 신명을 바쳐 따르겠네.] 엄숙하게

위진천;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위진천; [사실 오늘 두 분을 모신 것은 본교를 마천루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율법마존; [세이경청하겠네.]

위진천; [두 분도 아시겠지만 본교의 요직에는 마천루 출신들이 다수 진출해있습니다.] 심각하게

위진천; [그자들을 어머니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신속하고도 은밀하게 제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집법마존; [교주의 지시가 떨어졌으니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마천루 출신들을 발본색원해버리겠나.] 끄덕이고

위진천; [저를 봐서 마천루 출신들을 살려두실 필요는 없습니다.]

위진천; [투항하는 자라면 모르지만 저항하는 자는 가차없이 처단하십시오.]

율법마존; [교주의 지시, 철저하게 이행하겠네.] 끄덕. 바로 그때

<못 되어 먹은 불효자가 여기에도 있었군!>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서 눈 부릅뜨는 위진천과 두 마존

크르르르! 흑모신원도 이를 드러내며 한쪽을 보는데

십면혈신; [살부계(殺父契)라는 게 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살모계(殺母契)까지 있을 줄은 몰랐어!] 스윽! 흑모신원 앞쪽의 허공에서 공간이동하듯 나타나고. 순간

[십면혈신!] [혈궁의 궁주가 왔네!] 율법마존과 집법마존이 경악하고 긴장하며 벌떡 일어나고. 그때

십면혈신; [독한 어미를 대신해서 노부가 혼을 좀 내줘야겠어.] 웃으며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흑모신원 앞쪽에 내려선다. 순간

크아! 괴성을 지르며 폭발적인 기세로 십면혈신을 덮쳐가는 흑모신원. 하지만

십면혈신; [짐승 따위가...] 고개를 옆으로 저으며 비웃고. 순간

! 보이지 않는 주먹에 맞은 듯 옆구리에 충격을 받으며 옆으로 날아가는 흑모신원

! 한쪽에 서있는 바위에 처박히는 흑모신원

흑모신원; [끄윽...] 기절하려 하고

위진천; (가공할 접인공력!) 얼굴 굳어지고

십면혈신; [노부가 원하는 것은 인질이다. 순순히 잡히면 험한 꼴은 당하지 않을 것이다.] 웃으며 정자로 다가오고

[피하게 교주!] [저 늙은이는 노부들이 막겠네!] 위진천을 막아서며 외치는 집법마존과 율법마존. 하지만

십면혈신; [놀고들 있구만!] ! 웃으며 발을 앞으로 내딛고. 순간

슈욱! ! 십면혈신의 발에서 그림자 같은 것이 바닥을 타고 정자로 올라온다. 하지만 집법마존과 율법마존은 십면혈신을 보느라 그 그림자들은 못 보고

위진천; [발치를 조심하시오!] 다급히 외치며 벌떡 일어나고

[!] [!] 아래를 보며 기겁하는 집법마존과 율법마존.

십면혈신의 발에서 이어진 그림자가 물감처럼 정자 안으로 번지고 있는데 그 그림자 속에서 두 쌍의 눈이 번뜩이고. 이어

화악! 그림자에서 폭발적인 속도로 튀어 오르며 집법마존과 율법마존을 공격하는 용사와 호사

[이런...] [!] 다급히 용사와 호사를 공격하려 하는 집법마존과 율법마존. 하지만

! ! 이미 용사와 호사의 손은 집법마존과 율법마존의 가슴을 치고 있다

! 콰당탕! 일어나는 위진천 앞쪽에서 나뒹구는 집법마존과 율법마존. 둘 다 가슴이 뭉개졌고

집법마존; [... 피하게 교주!] 피를 토하며 바르작거리다가

털썩! 퍼억! 고개 떨구는 집법마존

[걸리적거리는 것들은 치웠사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정자 입구에서 좌우로 물러서며 고개 숙이는 용사와 호사

십면투신; [수고했네.] 뒷짐 짚고 정자로 올라서고

십면혈신; [위교주!] [자네는 누구보다 영특한 젊은이이니 지금의 상황도 냉철하게 파악하리라 믿네.] 뒷짐 진 채 위진천에게

십면혈신; [해칠 생각은 없으니 순순히 포박을 받는 게 좋을 걸세.]

스릉! 말없이 검을 뽑는 위진천

십면혈신; [이거 참...] 한숨 쉬며 뒷짐 지었던 손을 풀고

십면혈신; [예상대로 일을 번거롭게 만드는군!]

십면혈신; [그럼 노부를 짜증나게 만든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겠지?] 지잉! 위진천을 겨누는 손이 진동하고. 순간

[!] 눈 부릅뜨는 위진천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움켜잡는 모습

비틀하는 위진천

십면혈신; [인질로 잡기 전에 지옥을 먼저 구경시켜주마!] 잔인하게 웃고

! 입술을 깨무는 위진천

위진천; [크아!] 폭발적인 기세로 도약하며 십면혈신에게 검을 휘두르는 위진천

 

#235>

<-황산(黃山)> 웅장하고 기기묘묘한 산. #90>, #231>에 나온 산. 저녁 무렵

<-신무곡(神霧谷)> 구름과 안개로 덮인 신무곡 입구의 모습. #97>에 나온 계곡

<-천추각(千秋閣)> 안쪽의 모습. 무릉도원 같고. 패소정과 진상파가 빨랫줄에 빨래를 널고 있다.

 

동굴. 동굴 안쪽의 공청석유가 고여 있는 연못에 잠옷을 입은 용설약이 들어가 눈을 감고 있고. 연못가에 앉은 이무외가 아내의 손을 잡고 있다.

 

패소정; [볕이 좋아서 금방 마르겠어.] 빨래를 빨랫줄에 펴서 널며 말하고

진상파; [그러게요.] 말하면서도 좀 서운한 표정이고

패소정; (상파, 저것이 복에 겨웠구만.) 그런 진상파를 흘겨보고

진상파는 빨래를 건성으로 널면서 건물 쪽을 힐끔거리고 있다

패소정; (다시 만난 이래 소성주와 단 둘이 있을 시간이 없어서겠지만...) 역시 건물 쪽을 힐끔 거리고

패소정; (시부모에 시조부(媤祖父)격인 성주님까지 모시려면 앞으로도 단둘이 깨를 볶을 기회는 그리 많지 않을 게다.) 고소하다는 표정이고

패소정; (그래도 부럽긴 하네.) 한숨

패소정; (듣기로는 환설이 년도 소성주에게 사랑을 받은 것같은데...)

패소정; (나같이 나이도 많고 미련한 몸뚱이를 지닌 년에게는 언감생심이겠지.)

<하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니 희망을 버리진 말아야겠지만...> 빨래를 너는 두 여자 배경으로 패소정의 생각

 

#236>

패소정과 진상파가 할끔거리는 건물

이층의 창가에 청풍과 무애검조 섭장천이 마주 앉아있다. 두 사람 사이의 탁자에는 커다란 종이가 펼쳐져 있고 불멸환혼건에 그려진 그림들이 그 위에 그러져 있다. 섭장천이 그 그림에 다른 그림들을 추가하고 있는 중이다.

섭장천; [지난 반년 간 사조의 뇌리에서는 불멸환혼건이 한시도 떠난 적이 없단다.] 그림을 그리면서

섭장천; [그 결과 불멸환혼건에서 불멸삼성께서 삼성동천 주변에 설치한 구중금천금제(九重禁天禁制)를 유추할 수 있었는데...]

섭장천; [구중금천금제를 이루고 있는 아홉 겹의 금제는 유기적인 결합을 이루지 못하고 제각각 작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풍; [소손도 그럴 것이라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섭장천; [만일 따로 놀고 있는 이 아홉 겹의 금제가 상호 작용을 하게 만들면 어떨 것 같으냐?]

청풍; [말 그대로 난공불락이 되겠어요.] 흥분. 눈 반짝

섭장천; [아마 일단 발동하면 설치한 사람도 출입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끄덕이며 그림을 그리고

섭장천; [세상과는 완전히 격리된 별천지가 되겠지.]

청풍; [혹시 지금 추가하고 계시는 그림이...] 깨닫고

섭장천; [구중금천금제를 하나로 묶는 이치다.] 끄덕

청풍; [!] 깨닫고

섭장천; [어째서인지 모르겠다만...] [사조는 죽기 전에 구중금천금제를 완성시켜야할 것같은 예감이 드는구나.] 한숨 쉬고

청풍; (불길한 말씀을...) 어두운 표정. 바로 그때

<공자님!> 어디선가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흠칫! 하는 청풍.

빨래를 널던 패소정과 진상파도 흠칫! 하고

<이청풍공자님! 제발... 제발 절 만나주세요!> 다시 어디선가 들리는 음성

청풍; (어린 계집아이의 목소리인데...) 창밖을 보고. 섭장천은 여전히 웃으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고

섭장천; [나가봐라. 널 찾아온 손님인 것같다.]

청풍; [...] 일어나고

<이청풍 공자님! 공자님을 만나러 왔어요!> 그 사이에도 들리는 음성

청풍; (들어본 적이 없는 음성인데...) 갸웃하며 계단으로 가고

섭장천; [때가 무르익었구먼.] 한숨

섭장천; [슬픔도 있겠지만... 이리 되는 것이 순리겠지.] 그림을 보면서 한숨 쉬고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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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드드! 콰드드! 엄청난 진동과 함께 절벽에서 마구 바위들이 떨어지고

청풍; (격돌이 끝났다.) 부악! 바닥에 검을 박은 청풍의 몸에서 반구형의 방어막이 일어나 자신과 여자들을 보호한다. 앞쪽에서는 아직 빛의 산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서 무애검조와 섭장천의 대결의 결과가 드러나지 않는다.

! 퍼석! 그 반구형의 방어막에 닿자 커다란 바위나 돌은 깨져서 튕겨지고. 작은 돌조각들은 부서져서 먼지가 되어 흩어진다.

쿠오오! 이윽고 빛의 산란과 먼지의 소용돌이가 사라지며 현장의 모습이 드러난다. 무애검조가 등을 보이고 서있다. 왼손으로는 지팡이를 짚은 채. 하지만

현장에 이미 십면혈신과 호사와 운사, 흑사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다.

청풍; (혈궁의 인간들이 모두 사라졌다!) 생각할 때

<... 두 번씩이나 패하다니...> 바득! 멀리서 이를 가는 소리가 들리고

청풍; (십면혈신의 음성이다!) 놀라고 안도하고

<반드시... 악마와 손을 잡고서라도 반드시 복수하겠다 섭장천! 기억해둬라!> 으아아! 멀리서 악을 쓰는 소리가 들리고

청풍; (오십여 년 전에 이어 사조께서 또 십면혈신에게 승리하셨구나!) 안도하고. 그때

휘청! 그때까지 서있던 무애검조의 몸이 흔들리더니

털썩! 바닥에 주저앉는 무애검조

청풍; [사조님!] 기겁하며 일어나고. 패소정과 진상파도 깜짝 놀라 돌아보고

청풍; [괜잖으십니까?] 급히 달려가 무애검조의 팔을 잡아 부축하려 하고. 다음 순간

[!] 눈 치뜨는 청풍.

! 섭장천의 가슴 부분이 난자당해 있다. 눈의 형태로 상처가 생긴 게 여러 개

청풍; (혈왕인에 당하셨구나.) + [... 사조님!] 사색이 되지만

섭장천; [걱정마라.] [죽을 날이 멀지 않았지만 네 아비를 직접 보기 전에는 죽지 않을 테니...] 웃고

섭장천; [다만 오늘 세상을 위해 화근을 확실히 뿌리 뽑아버리지 못한 것이 유감이로구나.] 하늘 보며 한숨

 

#229>

<-낙양(洛陽)> 

절벽으로 이루어진 경치 좋은 강가. 절벽 위에 장원이 있고. 음침한 인상의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백야마검사들이다. 지휘자는 히지가타

냉상영; [? 연기?] 화려한 의자에 앉아서 살벌한 표정으로 웃고. 거실에서 십면혈신이 보낸 용사를 접견중이다. 신행태보가 문간에 서있다.

용사; [저희 혈궁에 예기치 못한 급사(急事)가 발생했습니다.] 냉상영 앞에 공손한 자세로 서있고

용사; [아무쪼록 너른 아량으로 회담을 뒤로 미루어주셨으면 합니다.] [궁주님을 대신해서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고개 숙이고

냉상영; [하아! 이게 대체 뭐하는 물건들이야?]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고

냉상영; [이천리 넘는 길을 뭐빠지게 달려왔는데 이제 와서 회담을 연기하자고?] [이럴 거면 애초에 내 제의를 거절했어야지!]

냉상영; [지난번에 서호까지 와서 별 성과없이 돌아간 거에 대한 분풀이야 뭐야?] [너희들 날 물 먹이려고 처음부터 꾸민 거지?] 불같이 화를 내고

용사; [결단코 루주를 욕되게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무쪼록 너른 마음으로 양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참으면서 고개 숙이고

냉상영; [양해같은 개소리는 작작하고...] 화를 내다가

찡그리며 입을 다무는 냉상영

용사; (이 마녀가 왜...) 의아해할 때

신행태보; (누가 루주님께 전음입밀로 보고를 하고 있구나!) 눈 번뜩이고. 그때

냉상영; [내가 좀 흥분했네.] 갑자기 배시시 웃고

냉상영; [나이가 들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쌓이다 보니 울컥 하는 일이 많아져서 그래.] [당신이 이해하도록 해!] 용사를 보며 표정이 밝아진 채 말하고

용사; (기분이 미친 년 널뛰듯 하네.) + [별 말씀을...] 고개 좀 숙이고

냉상영; [급한 사정이 있다는데 내 고집만 부릴 수도 없지.] 벌떡 일어나고

냉상영; [회담 날짜는 그쪽에서 편한 날로 정해서 통보해줘.] [그럼 잘 가.] 빠른 걸음으로 용사의 옆을 지나가며 말하고

용사; [...] 고개 숙이는데

냉상영; [종집사! 손님 배웅해!] 건물을 나가며 신행태보에게 말하고. + 신행태보; [!] 고개 숙이는 신행태보

용사; (저 마녀에게도 뭔가 일이 생긴 것 같구나.) 입구쪽으로 가고. + 신행태보; [원로에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같이 나가자고 안내하는 몸짓

용사; (그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한숨 돌리게 되었다.) 신행태보를 따라 건물 밖으로 나가며 안도하고

 

#230>

위 장원의 다른 건물. 감옥 분위기. 역시 백야마검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고

[!] 눈 부릅뜨는 냉상영

가면88; [... 천마령으로 발해진 소환령인지라... 속하들은 추호의 의심도 없이 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면광전사들이 몰살당할 때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자가 무릎 꿇고 앉아서 말하고. 어둑한 실내에는 육합마신 중 쌍뇌마로와 철신귀영이 있다. 신행태보는 문간에 서있고

가면88; [결국... 속하를 제외한 마면광전사 전원이 몰살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분노와 두려움에 떨면서 말하고

냉상영; [?] 이를 갈고

움찔! 하는 가면88

냉상영; [진천이가 어째서 우리 마천루의 최정예인 마면광전사들을 몰살시켰단 말이냐?] 불특정 다수에게 말하며 이를 갈고. 당혹과 분노에 휩싸인 모습이고

가면88; [... 속하도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눈치 보며 말하는데

냉상영; [네놈에게 물은 게 아니다!] 화악! 이를 갈며 오른손을 휘두르고. 채찍같은 빛이 날아가서

콰득! 그대로 가면88의 몸을 휘감는데

[크아아아!] 빛의 채찍에 휘감겨 비명.

푸스스! 가면8 8몸이 흩어지기 시작하고

<천마해체대법!> 긴장해서 보는 철신귀영과 쌍뇌마로.

퍼석! 마침내 몸이 완전히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가면88. 얼굴에 쓴 가면은 남는다

따당! 바닥에 떨어지는 가면

냉상영; [죽일 놈! 괘씸한 놈!] 이를 바득 바득 갈고

냉상영; [어미의 일을 도와주기는커녕 훼방이나 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저질렀단 말이냐?]

냉상영; [당신 생각을 말해봐!] 쌍뇌마로에게

쌍뇌마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눈치 보며

쌍뇌마로; [소루주는 본루와 마교의 힘이 혈궁을 압도하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 것같습니다.]

냉상영; [아들이란 놈이 어미가 천하의 주인이 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 이를 갈고

쌍뇌마로; [소루주가 욕심이 없는 담백한 성격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인내심을 갖고 설명하고

쌍뇌마로; [혈궁의 눈과 손인 대륙전장과 미몽살객들이 연이어 이청풍에게 무너지자 균형을 맞출 목적으로 마면광전사들을 제거했을 것입니다.]

냉상영; [망할 놈!] [제 아비가 속 썩이는 걸로도 부족해서 이제 제 놈까지 어미의 속을 후벼파?]

냉상영; [용서가 안된다! 아무리 내 속으로 난 놈이라도 그냥은 못 넘어가!] 악을 쓰고

냉상영; [불효막심한 그놈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내!] [허튼 짓을 한 대가를 제대로 치루게 해주고 말겠다.] 벌떡 일어나며 악을 쓰고. 쌍뇌마로등에게 삿대질을 하고

[존명!] 급히 포권하며 외치는 쌍뇌마로, 철신귀영, 신행태보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 세 놈

냉상영; [어떻게 혼을 내줄까?] [어떻게 해야 그 못된 놈의 눈에서 눈물이 쏙 빠지게 할 수 있을까?] 의자 앞에서 왔다 갔다 하며 이를 갈고. 그러다가

냉상영; [그거다!] 눈을 치뜨며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고

냉상영; [혼을 내줄 겸... 진천이 놈을 이용하면 삼성동천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을지 몰라.] 마녀처럼 웃고

냉상영; [이번 기회에 제대로 효도를 해줘야겠다 불효막심한 놈아!] 호호호! 마녀처럼 웃는 냉상영의 모습

 

#231>

<-황산(黃山)> 웅장하고 기기묘묘한 산. #90>에 나온 산

<-신무곡(神霧谷)> 구름과 안개로 덮인 신무곡 입구의 모습. #97>에 나온 계곡

<-천추각(千秋閣)> 안쪽. 입구쪽에서 이무외가 섭장천에게 절을 하고 있다. 지팡이를 짚은 섭장천 뒤에는 청풍이 용설약을 부축하고 있고. 패소정과 진상파는 그 뒤에 서있고

이무외; [제자의 불효가 막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용서하여 주십시오.]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고개를 조아리며 울고

섭장천; [그런 소리 말아라.] 허리 숙여 이무외의 어깨를 다독이고

섭장천; [이렇게 살아있었고 또 청풍이처럼 뛰어난 손주까지 안겨준 네가 어찌 불효자겠느냐?]

섭장천; [자식이든 제자든 부모나 사부보다 먼저 죽지 않는 한 불효란 없는 법이니라.] 눈시울이 붉어지고

말없이 우는 이무외

청풍에게 부축 받고 있는 용설약도 옷 소매로 눈시울을 닦고

진상파도 손수건으로 눈시울을 닦고 있지만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다. 그걸 곁눈질하며 샘이 나는 패소정

패소정; (상파, 저년이 좋아 죽으려는 기색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네.) 진상파가 좋아하는 모습을 흘겨보며

<하긴 시아버지는 천추각의 각주고 시어머니는 혈왕의 핏줄인 집안의 며느리가 되었으니 얼마나 좋겠어?> 앞으로 나서서 이무외에게 절을 하려는 진상파의 모습 배경으로 패소정의 생각 나레이션. 섭장천이 이무외에게 진상파를 소개시킨다

패소정; (여자로서는 더 할 나위가 없는 입신양명인 셈인데...) 한숨

<어쨌거나 천추각과 제왕성이 번성하게 될 테니 기뻐해야겠지.> 위 장면을 배경으로 패소정의 생각 나레이션.

 

#232>

<-종남산 북쪽의 고도 서안(西安)> 거대한 도시. 절과 탑이 많다.

어느 절. 탑이 여러 개

절의 깊은 곳. 눈빛이 살벌한 중들이 오가며 경비를 서고 있다.

어느 탑

[끄아아아!] 탑의 지하 복도를 울리는 비명소리.

지하 복도 끝에 자리한 철문. 철문을 등진 채 지키고 있는 호사. [끄아아아!] 철문 안쪽에서 비명이 들리고

한숨 쉬는 호사

<이번에는 후유증이 좀 오래가겠지?> 들리는 전음

복도 저편에서 걸어오는 용사

호사; <상처가 쉽게 아물진 않을 걸세.> 역시 전음으로 대답하고

끄아아아! 그 사이에도 들리는 악 쓰는 소리

용사; <몸의 상처보다는 마음의 상처가 더 심하시겠지.> 한숨 쉬며 철문 보고

호사; <오십여 년만의 재대결에서도 손해를 보셨으니 그 참담함이 오죽 하겠는가?> 역시 한숨 쉬고

용사; <그나마 섭늙은이가 먼저 죽을 게 확실하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셔야할 텐데...> + [궁주님! 용사가 보고 올리옵니다.] 철문에 대고 말하고. 그러자

<... 들어와라!> 철문 안에서 들리는 대답

용사; [...] 대답하며 철문을 열고 들어가고

[... 무슨 일이냐?] 어둑한 철문 내부에서 들리는 음성. 화려한 침실이었지만 모든 집기가 박살 나있고 중앙에 돌로 만든 탁자만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고. 그 위에 상체를 벌거벗은 십면혈신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다. 봉두난발에 미친 놈같은 분위기. 눈도 핏발이 서있고. 상체는 붕대로 감고 있는데 감은 붕대가 피로 물들어 있다.

십면혈신; [부를 때까지는 방해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 핏발이 선 눈으로 용사를 노려보고

용사; (오싹하네.) + [궁주님께서 기뻐하실만한 보고가 들어와서 방해를 하게 되었사옵니다.] 공손히

십면혈신; [내가 기뻐할만한 보고?]

십면혈신; [섭가가 죽었다는 소식이라도 들어온 것이냐?]

용사; [어쩌면 그보다 더 기뻐하실만한 소식일 수도 있사옵니다.]

십면혈신; [과연 그럴만한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만... 말해봐라!]

용사; [궁주님께서 살인상단의 운영을 맡겨놓으신 소수마녀가 임신을 했다고 하옵니다.] 의미심장하게

십면혈신; [그년이 하라는 살인은 안 하고 사내놈과 배가 맞았다?] 찡그리고

십면혈신; [원래 천한 자객년이 임신을 한 게 무에 대수라고...] + [!] 말하다가 눈 부릅. 용사는 가만히 있고

십면혈신; [혹시... 혹시 그년에게 애를 배게 한 놈이...] 헉헉 흥분으로 전율하고

용사; [이청풍인 것으로 확인이 되었사옵니다.]

십면혈신; [청풍... 그놈이... 그놈이 소수마녀에게 임신을 시킨 장본인이란 말이지?]

용사; [궁주님께서 들으시면 기꺼워하실 소식인 것같아 분부를 어기게 되었사옵니다.] 의미심장하게

십면혈신; [흐흐흐 기껍지! 기껍고 말고!]

십면혈신; [당장이라도 소수마녀, 그년을 잡아다가 배를 갈라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으하하하! 미친놈처럼 웃고

용사; (분을 참을 수 없는 상태라 정말 소수마녀의 배를 갈라볼지도 모르겠네.) 긴장할 때

십면혈신; [흐흐흐! 물론 그렇게 간단히 즐거움을 끝낼 수는 없지!] [소수마녀가 밴 애새끼는 이무외의 손자인데 제대로 써먹어야하니...] 극도로 흥분한 모습. 바로 그때

털썩! 문 밖에서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리고

[!] [!] 깜짝 놀라는 용사와 십면혈신

용사;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 (설마 호사가 비명도 못 지르고 누군가에게 당했단 말인가?) 긴장하며 돌아설 때

<호호호! 즐거움을 방해해서 미안하네요!> ! 웃음소리와 함께 철문이 박살나고

용사; (이 목소리는...!) 경악할 때

<무혈마녀!> 용사의 놀람을 배경으로 + 냉상영; [하지만 촌각을 다투는 일이 있어서 방해를 하게 되었으니 이해하세요.] 박살나는 문을 통해 들어서는 냉상영. 문 밖에는 호사가 기절해있고. 복도 저편에는 혈궁의 무사들이 몰려오고 있다

용사; [냉궁주! 예고도 없이 이 무슨 무례한 방문인가요?] 십면혈신을 막아서는데

십면혈신; [됐다! 용사는 나가서 주위를 물려라.]

용사; [하지만...] 난감

십면혈신; [냉루주가 느닷없이 들이닥친 걸 보면 기쁜 소식이 있을 게 분명하다.] [안심하고 나가봐라.]

용사; [하오면...] 고개 숙이고

냉상영을 흘겨보며 지나가는 용사

십면혈신; [이런 몰골이라 본의 아니게 결례를 할 수 밖에 없으니 이해하시게.]

냉상영; [오는 동안 종남산의 바람이 전해주더군요.] ! 발로 바닥을 밟고. 그러자

냉상영; [궁주께서 생각지도 못한 재난을 당하셨다구요.] 슈욱! 냉상영 뒤쪽의 바닥이 의자 형태로 일어난다. 그 돌의자에 앉으려 하는 자세로 말하는 냉상영

십면혈신; [죽은 줄 알았던 어떤 늙은이가 살아있더군.] 용사가 밖으로 나가 문을 닫는 걸 보며 말하고

냉상영; [정말 유감이지 뭐예요.] [섭늙은이가 반 년 전에 죽어주었으면 근심이 한 가지 덜어지는 건데...] 돌 의자에 다리 꼬고 앉으면서

십면혈신; [루주도 그 늙은이를 만나면 조심해야할 걸세.] [백살도 안 된 것이 살의(殺意)를 검기로 바꾸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냉상영; [죽이려는 마음만 먹어도 검기가 일어난다면 무섭긴 하네요.]

십면혈신; [어쩌면 섭늙은이는 불멸삼성의 경지를 뛰어넘었는지도 모르네.]

냉상영;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제가 가져온 제안을 반드시 받아들이셔야 할 거예요.] 배시시 웃고

십면혈신; [노부에게 뭘 원하는가?]

냉상영; [솔직한 대답!]

십면혈신; [솔직한 대답이라...]

냉상영; [삼성동천을 열 수 있는 열쇠!] [갖고 계신가요?]

십면혈신; [갖고 있지 않다면...?]

냉상영; [그럼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이유가 없겠지요.] 발딱 일어서는데

십면혈신; [갖고 있진 않지만 손에 넣을 방법은 있네.]

냉상영; [떠나기 전에 그 방법이란 걸 들어보도록 하지요.] 다시 앉고

십면혈신; [솔직한 대답을 원하니 솔직하게 말하지.] [삼성동천을 열 수 있는 건 실제 열쇠가 아니라 일종의 술법인데...]

십면혈신; [그걸 알고 있는 건 이무외와 이청풍 부자뿐일세.]

냉상영; [그래서 이청풍을 생포하려고 무진 애를 쓰셨군요.] 눈 반짝

십면혈신; [닷새 전에 거의 성공할 뻔 했는데 섭늙은이가 들이닥쳐서 실패했지.] 고개 끄덕이고

냉상영; [이청풍은 지금쯤 섭늙은이와 함께 천추각에 들어갔을 거예요.]

냉상영; [섭늙은이에다가 이무외까지 버티고 있는 천추각으로 쳐들어가서 열쇠를 얻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죠?]

십면혈신; [다행히 노부에게는 청풍이놈이 제 발로 찾아와 열쇠를 바치게 할 수단이 생겼네.] 의미심장하게 웃고

냉상영; [그 수단이란 걸 들어볼까요?]

십면혈신; [노부가 비밀중의 비밀인 그것을 루주에게 말해줘야하는 이유를 먼저 말해보게.]

냉상영; [저도 솔직하게 말하지요.] [전 삼성동천의 위치를 몰라요.]

십면혈신; [솔직해서 좋군.] 웃고

냉상영; [하지만 그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절대적인 수단을 갖고 있어요.] 요염하게 배시시 웃고

십면혈신; [결국 우리 둘 다 갖고 있는 건 없지만 그걸 얻을 수단은 알고 있는 셈이로군.] 웃고

냉상영; [맞아요!]

십면혈신; [그럼 나잇살이나 먹은 노부가 먼저 패를 까보이지.]

십면혈신; [본궁 휘하 세력인 살인상단의 단장 소수마녀란 년이 애를 밴 것이 확인되었는데...]

십면혈신; [그게 누구 애일 것같은가?] 의미신장

냉상영; [어머나!] 소매로 입 가리며 놀라는 척 하고

십면혈신; [루주가 생각하는 그놈이 소수마녀에게 씨를 뿌렸네.] 끄덕

냉상영; [볼수록 난 놈이잖아! 소수마녀하고는 열 살 이상 차이가 날 텐데...] 웃고

십면혈신;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하지 않던가?] 웃고

십면혈신; [이무외가 아무리 독해도 태어나지도 않은 제 손주를 포기할 것 같지 않은데 어찌 생각하는가?]

냉상영; [확실히 이청풍 때와는 경우가 다르겠지요.] [이무외에게 이청풍은 아들이면서 동시에 원수의 외손자였을 테니까요.]

십면혈신; [이제 루주가 패를 보일 차례네.] 음산한 표정으로

냉상영; [그이... 지절 위극겸은 이십일 년이나 살을 부비며 살아온 제게도 삼성동천의 위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왔답니다.]

십면혈신; [확실히 위극겸은 독심장부(毒心丈夫)!] 웃고

십면혈신; [헌데 그 독한 부군의 입을 어떻게 열 생각이신가?]

냉상영; [그 사람이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존재는 하늘 아래 단 한명뿐이랍니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십면혈신; [설마!] 눈 부릅뜨며 놀라고

냉상영; [제 아들... 진천이의 소재를 알려드릴 테니까 그 다음은 알아서 하세요.] 배시시 웃고

위극겸; (독한 년! 목적을 위해 제 몸으로 낳은 아들까지 팔아넘기다니...) 놀라는 얼굴 크로즈 업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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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면혈신; [마지막 일초 남았다.] 웃고

십면혈신; [발버둥 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으니 젖 먹던 힘까지 짜내봐라.] 음산하게 웃고. 순간

! 발로 바닥을 강하게 구르는 청풍.

번쩍! 지지직! 그와 함께 허공으로 쳐드는 거궐신검에서 벼락이 일어나고

운사; [... 조심하십시오 궁주님! 벼락을 끌어내리는 수법입니다.] 다급히 외칠 때

청풍; [뇌신건!] 거궐신검으로 십면혈신을 가리키며 외치고. 다음 순간

! 허공에서 강력한 벼락이 떨어져 십면혈신의 몸을 강타한다.

호사; [궁주님!] + 운사; [... 안돼!] 비명

화르르! 지지직! 연기와 벼락에 덮여 휘청하는 십면혈신

용설약; (제발...) 가슴 졸이며 볼 때

휘청하며 뒤로 물러나려던 십면혈신은

콰득! 다시 바로 서며 발로 바닥을 부순다

청풍; (뇌신건에 직격당하고도 버텼다!) 눈 부릅

용설약; [...] 아쉬워하고

반면 호사와 운사는 안도하고

십면혈신; [벼락은 의심의 여지도 없이 천지간에서 가장 강한 힘이지!] 화르르! 지지지! 옷과 살이 타고 연기와 벼락에 덮인 채 음산하게 웃는 십면혈신

십면혈신; [하마터면 노부를 주저앉게 할 뻔했으니 장하다고 칭찬해주마!]

청풍; (한 번 더...) 지직! 벼락이 일어나는 거궐신검으로 십면혈신을 겨누고. 하지만

십면혈신; [양보는 삼초까지다!] 콰직! 살벌한 표정으로 웃으며 손을 앞으로 내밀어 무언가를 쥐는 시늉하고. 순간

[!] 눈 부릅청풍

콰득! 청풍의 심장이 보이지 않는 손아귀에 콱 조여지는 모습을 X-레이 화면으로 보여준다. 그러자

청풍; [!] 왼손으로 가슴을 움켜잡고 비틀

용설약; [청풍아!] 비명

십면혈신; [어떠냐? 심장이 당장이라도 으스러질 것 같겠지?] 우두둑! 손아귀로 무언가를 조이는 시늉하며 웃고

청풍; [끄윽!] ! 거궐신검을 바닥에 박아 넣고 버티며 신음. 왼손으로는 가슴을 움켜잡은 자세로. 그와 함께

푸스스! 슈우! 청풍의 온몸에서 안개같은 것이 뿜어져 나오고

호사; (저건...) 그걸 보며 놀라고

슈우! 십면혈신에게로 날아가는 피 안개가 소용돌이치며 날아가서

슈우! 츠츠츠! 십면혈신의 웅크린 손으로 스며들어가는 안개같은 것들. 그에 따라 십면혈신의 손이 시뻘겋게 변한다.

호사; (청풍이놈의 심장을 쥐어짜서 몸 밖으로 분사되는 피를 당신의 손아귀로 빨아들이고 있다!)

용설약; [... 안돼!] 비틀거리며 침대같은 바위에서 내려와 앞으로 나오려 하고

십면혈신; [이 수법이 혈왕께서 남기신 십대술법의 서열이위인 착심혈인장(搾心血引掌)이다.] 우둑! 핏빛으로 변한 손아귀를 조이는 시늉하고

청풍; [!] 비틀하고

십면혈신; [인간의 피에 반응하는 술법인데...] [삼장(三丈) 안에 있는 자의 심장은 언제라도 으스러트릴 수가 있다.]

십면혈신; [살고 싶으면 삼성동천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가 무엇인지 말해라 손자야!] 우둑! 손을 더 조이는 시늉하며 말하고

청풍; [끄윽!] 슈우! 얼굴이 고통으로 물들고 온몸에서 피가 뿜어지면서도 이를 악물고

십면혈신; [고집을 부려봤자 고통만 더 심할 뿐이다!] 콰득! 다시 강하게 손을 쥐고

콰직! 심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아주 강하게 쥐어지는 모습을 X-레이로 묘사

청풍; [끄아아악!]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

호사; (저러다 정말 죽이지!) 걱정.

십면혈신; [결국 네놈은 노부에게 삼성동천의 열쇠를 바칠 수밖에 없다.] 잔인하게 웃고. 바로 그때

용설약; [그만해요!] 비틀거리며 청풍의 옆으로 나오며 악을 쓰고

청풍; [... 물러나 계십시오 어머니!] 고통에 떨면서도 말리려는데

! 혀를 깨무는 용설약. 이어

용설약; [크아!] 화악! 두 손을 결을 지어 주문을 외우며 입을 확 벌리고. 그 입에서 주먹만한 피의 덩어리가 앞으로 튀어나간다. 마치 포탄이 쏘아진 듯이

십면혈신; [마왕토혈(魔王吐血)!] 경악하며 눈 부릅뜰 때

가가강! 지지지! 날아오며 풍선처럼 확 커지는 핏덩이들 직경 1미터 이상의 크기가 되고

! 십면혈신의 몸을 강타하는 거대한 피의 구슬. 마치 폭탄이 터진 듯 화염과 피가 함께 장내를 휩쓴다.

호사; [궁주님!] 비명. 운사도 눈 부릅.

운사; (마왕토혈은 일신의 공력과 살기를 한모금의 피에 모아 토해내는 술법이다.) 땀을 흘리고

운사; (다 죽어가는 것처럼 보이던 설약공주에게 혈왕의 십대술법중 마왕토혈을 구사할 힘이 남아있었을 줄이야...) 놀라고. 다음 순간

! 청풍의 심장을 조이고 있던 보이지 않는 손이 사라지며

심장이 원래 형태로 돌아오고

청풍; [!] 콰당탕! 나뒹굴고

용설약; [하악!] 퍼억! 역시 나뒹굴고

청풍; [... 어머니...] 용설약에게 엉금엉금 기어가고. 용설약은 입이 피로 물든 채 벌벌 떨고 있고. 그때

화르르! 폭발의 여파가 사라지고. 비틀거리는 십면혈신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십면혈신; [네년이...] 살기 어린 표정으로 몸을 세우고. 옷이 터져나가고 입과 코로 피를 좀 흘리는 낭패한 모습이다

호사; (설약공주가 모든 힘을 짜내 구사한 마왕토혈에 가볍지 않은 타격을 입으셨구나.) 깨달을 때

십면혈신; [용서가 안된다!] 콰득! 다시 손을 내밀어 무언가를 쥐는 시늉하고. 그러자

퍼덕! 축 늘어져있던 용설약의 몸이 감전된 것처럼 튀어 오르더니

용설약; [끄윽...] 벌벌 떨면서 눈을 까뒤집고

청풍; [어머니...] 기어가며 울부짖고

호사; (착심혈인장으로 심장을 조이는 대상을 설약공주로 바꾸셨구나.) 깨달을 때

청풍; [... 정신차리십시오 어머니!] 기어와서 용설약을 끌어안으며 외치고

용설약; [끄윽...] 눈을 까뒤집고 숨이 넘어가지 직전의 모습으로 벌벌 떨고

청풍; [그만하십시오 외조부!] 용설약을 끌어안고 돌아보며 외치고

청풍; [맹수도 제 자식을 해치진 않는다는데...] [어째서 하나 남은 자식인 어머니에게 이리도 모질게 손을 쓰시는 것입니까?]

십면혈신; [하나 남은 자식이라...] 의미심장하게 웃고. 여전히 핏빛의 손을 앞으로 내민 채로

십면혈신; [기왕에 이리 되었으니 한 가지 비밀을 알려주마.]

호사; (어째 들으면 안되는 비밀 같군.) 긴장할 때

십면혈신; [네 어미... 설약이년의 몸에는 노부의 피가 단 한 방울도 흐르지 않는다!] 음산하게 웃고

청풍; [그게 무슨...] 경악

호사; (역시...)

운사; (... 설약공주가 궁주의 핏줄이 아니라고?) 역시 경악

십면혈신; [모든 문제의 근원은 혈왕께서 남기신 십대술법의 서열일위인 혈왕인(血王印)이었다.]

십면혈신; [절대무적의 위력을 지닌 혈왕인이지만...] [이 혈왕인의 수련에는 오직 혈왕조사의 직계 후손들만이 아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십면혈신; [혈왕인을 수련하면 아이를 갖을 수 없는 몸이 되는 게 바로 그것이다!]

<맙소사!> 호사와 운사의 경악

십면혈신; [혈왕인의 바탕이 음기(陰氣)라서 몸속의 양기(陽氣)를 소멸시키기 때문인데...] 한숨

십면혈신; [노부는 팔십여 년 전, 나이 서른두 살때부터 혈왕인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호사; [팔십여 년 전이라면...] 깨닫고

십면혈신; [노부의 첫 아들인 용혼(龍魂)이 일곱 살을 넘겼을 때였지.] 끄덕

청풍; (설영누나의 생부인 혈태자(血太子) 용준(龍嶟)이 외조부의 장남이 아니었구나!) 깨닫고 눈 번득

십면혈신; [노부는 장남인 혼이가 혈궁의 대를 이어줄 거라 생각하고 망설임없이 혈왕인의 수련에 들어갔다.] 말하면서 떠올리는 장면. 혈궁의 감시탑 최상층. 젊은 시절의 십면혈신이 벽에 붙어있는 거울들을 보며 수하들에게 뭔가 지시하고 있고. 창가에는 7-8세 가량의 영특해보이는 소년이 창 밖으로 몸을 내밀며 손을 뻗고 있다. 창 밖에는 나비가 팔락이고 있고. 소년은 바로 십면혈신의 장남인 용혼

 

<헌데 그 얼마 후 혼이가 불의의 사고로 죽는 일이 벌어졌다.> 건물 바닥에 떨어져 피를 흘리고 있는 용혼. 용혼의 시체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사색이 되어 있고 젊은 시절의 십면혈신이 절망하며 무릎을 꿇고 있다

 

십면혈신; [마침내 노부의 대에서 혈왕조사의 직계 혈통이 끊어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음침한 표정으로

호사; (팔십여 년 전에 벌어진 첫 번째 소궁주의 요절에 그런 내막이 있었구나.) 깨닫고

십면혈신; [물론 혈왕조사의 방계(傍系) 중에서 양자를 들이면 해결되는 문제였다.]

십면혈신; [하지만 그럴 경우 혈궁 내에서 노부의 지배력의 약화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십면혈신; [어쩔 수 없이 노부는 후처(後妻)를 들이게 되었다.] [비록 방계지만 혈왕조사의 핏줄인 게 분명한 젊은 계집으로...]

십면혈신; [그 계집이 바로 네놈의 외조모인 용천파(龍千波).] 청풍에게

청풍; (오래 전에 돌아가신 외조모께서도 어쨌든 혈왕의 핏줄이셨구나.) 생각하다가

[!] 무언가 깨닫는 청풍.

[!] [!] 운사와 호사도 깨닫고

청풍; [혈왕인의 수련으로 자식을 갖을 수 없는 몸이 되었다면서 외숙과 어머니를 얻은 것은...] 전율하고

십면혈신; [네놈의 외조모 용천파로 하여금 외간 사내의 씨를 받게 한 결과지.] 음산하게 웃고

[!] 눈 부릅청풍

<맙소사!> 전율하는 운사와 호사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161>에서 용설영이 악에 바쳐서 하던 말

 

용설영; [혈태자는 결혼을 한 후 십 년 넘도록 자식을 보지 못했다.]

<이에 십면혈신은 아들을 협박하고 설득해서... 며느리를 다른 사내에게 안게 했다.> 분노하여 벌떡 일어나는 삼십대 중반의 사내. 준수하게 생긴 이 인물이 십면혈신의 아들인 혈태자 용준이다. 용준 앞에는 십면혈신이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용설영; [며느리... 내 어머니로 하여금 외간 사내의 씨를 받게 한 것이다!] 이를 갈고

회상 끝

 

청풍; (혈태자 용준이 자식을 갖을 수 없는 몸이 되었던 것도 혈왕인의 수련과 관련이 있었겠구나!) 깨닫고

십면혈신; [용천파는 아들과 딸을 하나씩 낳았는데 물론 그것들의 아비는 서로 다른 사내였다.] 음산하게 웃고

십면혈신;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용천파에게 한번 씨를 뿌린 자들은 확실하게 제거했기 때문이다.]

십면혈신; [이게 바로 네 어미 몸에 노부의 피가 전혀 흐르지 않게 된 사연이다.]

청풍; [...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런 짓을...] 치를 떨고

십면혈신; [욕을 하고 싶으면 마음껏 해라. 다 받아주마!]

십면혈신; [대신 삼성동천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는 내놔야할 것이다.] ! 다시 손을 들어 용설약을 겨누고

십면혈신; [네 어미의 심장이 터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 손이 진동하고

용설약; [끄윽...] 축 늘어져 있다가 다시 퍼덕이고

용설약의 심장을 움켜잡는 보이지 않는 손

청풍; [... 멈춰요!] 용설약을 끌어안고 비명

청풍; [가뜩이나 허약해지신 어머니에게 이러시면 안돼요!] 비명 지르지만

십면혈신; [네 어미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삼성동천의 열쇠를 내놓는 것이다.] 냉혹하게 웃고

청풍; [알았어요! 삼성동천의 열쇠를 줄 테니까 그만하세요.] 이를 갈고.

십면혈신; [역시 청풍이 넌 네 아비보다는 정이 많은 놈이로구나.] 웃고

십면혈신; [어서 삼성동천의 열쇠가 무언지 말해봐라!]

청풍; [삼성동천을 열수 있는 열쇠는...] + 용설약; [... 된다!] ! 청풍의 팔을 잡고

청풍; [어머니!] 내려다보고

십면혈신; [...] 찡그리고

용설약; [이렇게... 굴복하는 것은...] [이십 년 가까이 고난을 견디어온 네 아버지의 인생을 부정하는 게 되지 않겠느냐?] 죽어가면서도 결연한 표정

청풍; [... 하지만...] 울상

용설약; [어미를... 구할 생각에 저 노괴에게 굴복하면... 어미는 실망할... 것이다.] 끄윽! 기절하려 하고

청풍; [어머니!] 울먹이고

십면혈신; [그년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살벌하게

십면혈신; [그럼 좀 더 교훈을 내려줘야겠지?] 콰득! 내민 손을 움켜쥐는 시늉하고

용설약; [끄윽!] 퍼덕이며 신음. 입과 코로 피가 줄줄

청풍; [멈춰요! 그만하세요!] 십면혈신에게 비명

십면혈신; [네 어미가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삼성동천의 열쇠를 내놓으면 된다!] 콰득! 더 강하게 손아귀를 조이고.

콰득! 심장이 보이지 않는 손아귀에 강하게 조여져 터지려 하고

용설약; [끄윽...] 벌벌 떨고. 죽기 직전.

청풍; [어머니...] 비명,

심면혈신; [네년이 자초한 고통이니 원망은...] 음산한 표정으로 말할 때. + 따각! 따각!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서

모든 사람들 기겁하고

호사; (누가 오고 있다!) 계곡의 모퉁이 쪽을 보고

운사; (저 소리에 산 전체가 뒤흔들리는 것 같다.) 경악하며 돌아보고.

십면혈신도 굳어진 표정으로 돌아보고. 청풍도 용설약을 안은 채 보는데

따각! 따각! 소리가 계곡 모퉁이 뒤쪽에서 들리더니

호사; (나타난다!) 긴장할 때

따각! 따각! 돌바닥을 짚는 지팡이 끝과 누군가의 발. 이어

!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일남이녀. 지팡이를 짚은 등이 구부정한 노인과 키가 2미터에 가까운 거구의 여자와 평균 키의 여자. 바로 섭장천과 패소정과 진상파다. 따각 따각 소리는 섭장천이 지팡이를 짚고 오는 소리

호사; (... 무애검조 섭장천!) 전율하고

운사; (... 저 늙은이가 죽지 않고 살아있었구나!)

청풍; [... 사조님!] 환호성

십면혈신; [...!] 긴장하여 굳어진 표정으로 그때까지 용설약을 겨누고 있던 손을 내리고. 그러자

용설약; [으음...] 발작이 줄어들어 축 늘어지는 용설약

섭장천; [어이구... 늙으니 운신하는 것도 힘이 드는구먼.] 한쪽 주먹으로 뒤쪽 허리를 두드리며 다가오고.

섭장천; [백세가 넘었으면서도 여전히 정정하신 용궁주가 부럽소이다.] 웃으면서 다가오고, 그때

[소성주님!] [공자!] 십면혈신은 무시하고 청풍과 용설약에게 달려오는 패소정과 진상파

청풍; [진소저! 패소저!] 안도하며 보고

진상파; [죄송해요! 저희가 오는 게 늦었어요.] 옆에 무릎을 꿇으며 손을 소매 속에 넣는다. 패소정은 검의 손잡이를 잡은 채 만일을 대비해서 십면혈신을 경계하고. 십면혈신은 다가오는 섭장천과 마주 보고 있다.

청풍; [어떻게... 여길 어떻게 찾아내신 거요?]

진상파; [검조님께서는 이미 좌조천리(坐照千里)의 경지에 드셨잖아요.] 얼굴 살짝 붉히면서 말하면서 다시 꺼내는 손에 작은 병이 들려있다. 병에는 액체가 반 넘게 들어 있고

진상파; [오늘 이곳쯤에서 공자님과 어머님을 만나게 될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 유리병의 마개를 열고

진상파; [어머니! 이걸 좀 드시도록 하세요.] 유리병을 용설약의 입에 가져가고

진상파; [자부현청(紫府玄淸)이니 기력을 회복하시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힘없이 벌어진 용설약의 입에 유리병을 대주고

청풍; (자부현청은 공청석유에 못지않은 영약이니 어머니가 기력을 회복하시는 데 도움이 되겠구나.) 진상파가 유리병에 든 꿀같은 끈적한 액체를 용설약의 입에 흘려 넣어주는 것을 보며 안도하고

청풍; (이제 사조님께서 십면혈신만 제압하면 되는데...) 돌아보고. 십면혈신과 섭장천은 이제 5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마주 서있다.

<공력의 태반을 잃으셨다는 사조님께서 십면혈신과 싸우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십면혈신과 대치한 섭장천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그때

십면혈신; [다시 보는 게 오십여 년 만이로군.] [성주도 그새 많이 늙었어.]

운사; (궁주님은 오십여 년 전에 무애검조와 충돌해서 심각한 중상을 입었던 적이 있었지.) 깨닫고

섭장천; [궁주는 여전히 청춘이시구려.]

섭장천; [모르는 사람이 보면 궁주를 노부의 아들이나 손자뻘로 알겠소.]

십면혈신; [불로장생은 인간의 가장 큰 욕망 아니겠는가?]

섭장천; [생로병사는 계절이 오고 가는 것과 다를 게 없는 자연의 이치요.]

섭장천; [백세를 훌쩍 넘기고도 여전히 청춘인 듯이 보이는 궁주가 비정상 아니겠소?] 한숨을 쉬고

십면혈신; [내 눈에는 백살도 못 채우고 죽을 날을 받아놓은 성주가 불쌍하게 보이네만...] 비웃고

섭장천; [남겨진 미련과 은원이 없다면 언제 죽어도 후회는 없는 인생 아니겠소?] 태연하게 웃고

청풍; (겉보기와 달리 십면혈신이 사조님보다 스무 살 이상 나이가 많지.)

섭장천; [듣자하니 궁주가 내 제자의 심장을 뽑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하던데...] 표정이 일변하여 엄한 표정을 지으며

섭장천; [가엾은 제자의 복수를 해주지 않으면 눈을 감을 수가 없을 것같아 찾아왔소이다.] ! 말하면서 손을 앞으로 내밀고. 그러자

화악! 섭장천의 온몸에서 수많은 검의 형상이 일어나고

호사; (... 심검(心劍)!) 전율

운사; (마음속의 살기를 검기로 구현한다는 심검(心劍)의 경지에 이르렀다!) 역시 공포에 질리고

십면혈신; [오십년 전에는 노부가 성주를 경시해서 낭패를 당했었지.]

십면혈신; [하지만 노부도 지난 오십 년을 허송세월하지 않았으니 조심해야할 걸세.] 십면혈신의 몸 뒤로 공작새의 깃털같은 기운이 일어난다. 수많은 눈이 깃털 끝에 붙어있는 모습이고

청풍; (혈왕인...!) 한쪽 무릎 꿇은 자세로 십면혈신을 보며 거궐신검의 손잡이를 움켜잡는다. 용설약은 진상파와 패소정이 돌보고 있고

섭장천; [우리 정도 되면 승부가 마음의 무게로 난다는 걸 아실 거요.] 화악! 너울거리며 십면혈신쪽으로 몰려가는 검의 모양을 한 수많은 기운들

섭장천; [과연 용궁주의 마음은 지난 오십여 년 동안 얼마나 자랐고 무거워졌는지 봅시다.] 화악! 마치 그물처럼, 또는 꽃 봉우리처럼 십면혈신을 휘감고 삼키는 너울거리는 검 형해의 기운들

호사; (섭장천의 살기가 궁주님을 뒤덮고 있다!) 긴장

십면혈신; [오냐! 나도 설욕을 위해 오십년 간 절치부심해왔다!] 부악! 몸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공작의 깃털같은 기운이 마주 섭장천에게 날아간다.

꽈과광! 순간 섭장천의 너울거리는 검기와 십면혈신의 공작 깃털같은 기운이 접촉하면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

드드드! 계곡 전체가 무너질 듯 진동하고

번쩍! 화악! 엄청난 섬광이 계곡을 휩쓴다

[!] [!] 팔로 얼굴을 가려 섬광을 가리는 청풍과 두 여자. 패소정을 커다란 손으로 용설약의 눈을 가려주고

 

화악! 계곡을 밖에서 본 모습. 계곡 안쪽에서 마치 핵폭탄이 터진 것처럼 반구형의 빛이 일어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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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혈궁> 여전히 밤. 무사들이 떼 지어 입구인 동굴로 몰려 들어가고 있고

감시탑. 불이 환하다

탑의 최상층 내부. 탁자 위에 올려져 있는 대야에서 시선을 떼며 허리를 펴는 백사. 십면혈신과 연락을 마친 모습이고. 탑 내부의 무사들이 백사의 눈치롤 보고 있다

백사; (일단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다.) 창가로 걸어가고

백사; (이제 운사의 근두운술이 제대로 시전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창문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탑의 뒤쪽, 조용한 곳에 탑 높이의 절반쯤인 단상이 있다. 그 단상 주변을 법사들이 빙 둘러앉아 주문을 외우고 있고. 단상 위에는 두 명이 서있다. 운사와 흑사. 운사가 두 손을 결을 지어 모은 채 주문을 외우고 있다. 흑사는 나침판을 들고 보고 있다.

주문을 더욱 강하게 외우는 법사들.

운사도 결을 지은 두 손을 강하게 모으면서 주문을 외우고

슈우우! 허공에서 내려오는 여러 가닥의 구름들. 마치 밧줄같다.

백사; (구름을 불러오는 데는 성공했다.) 내려다보며 긴장하고

<근두운술은 본궁의 술법들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술법이다.> 구름들이 흑사와 운사의 주위를 휘감아 도는 것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하늘을 자유로이 떠도는 구름을 부릴 수 있으며 천리의 거리도 밥 한 끼 먹는 정도의 시간에 주파할 수 있다.> 흑사와 운사를 휘감은 구름의 가닥들이 점점 더 짙어지고

백사; (청풍이 놈의 경신술이 아무리 빨라도 근두운술로 부리는 구름, 근두운(筋斗雲)을 떨쳐버리진 못한다.)

백사; (하물며 청풍이놈이 가는 방향은 정확하게 파악되고 있다.)

<심혈나침반(尋血羅針盤)이 설약공주의 피에 반응하여 방향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흑사가 들여다보는 나침판을 배경으로 백사의 생각 나레이션

백사; (그래도 마음에 걸리는 것은 청풍이놈의 실력이다.)

백사; (천추각에 들어가 무공을 회복한 그놈을 운사와 흑사의 힘으로 제압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백사; (생각같아서는 나도 함께 가고 싶지만...)

<나까지 타고 가면 근두운이 제 속도를 못낼 가능성도 있으니 무리하면 안된다.> 이제 완전히 구름에 하체가 휘감긴 흑사와 운사의 모습 배경으로 백사의 생각 나레이션

백사; (또 나는 이곳에 남아서 상황을 통제해야하기 하고...) 생각하다가

백사; (살사!) 살사를 떠올리고

백사; [살사도 청풍이놈을 추격해갔느냐?] 무사들에게 묻고

무사1; [속하들의 이목에는 살사님의 행적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만...] 돌아보며 말하고. 다른 자들도 고개 끄덕이고

백사; (이 소란통에 살사가 코빼기도 안보이고 있다?) + [살사의 거처로 가서 확인하고 보고하라.]

무사1; [존명!] 대답하며 급히 일어나고

동료 한명과 함께 급히 계단쪽으로 달려가는 무사1

백사; (어째 싸한 느낌이 드는구나.) 찡그리며 다시 창 밖을 보고

백사; (이번 소동에 살사가 관련된 것이나 아닐지 모르겠다.) 생각할 때

슈우! 단상에서 구름이 떠오르고 있다. 구름에는 흑사와 운사가 하체가 묻힌 모습으로 타고 있고

백사; (근두운술이 완성되었다.) 눈 치뜨고.

떠오르는 구름 위에서 흑사가 한쪽을 가리키고. 운사가 그쪽을 보며 고개 끄덕이고

슈우! 흑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구름

더 강하게 주문 외우는 단상 아래의 법사들.

운사도 주문을 외우고. 다음순간

슈악!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는 구름.

단번에 멀어지고

백사; (주사위는 던져졌다.)

<청풍이놈을 따라잡는 건 기정사실이고... 아무쪼록 운사와 흑사가 그놈을 제압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멀어지는 근두운을 배경으로 백사의 생각 나레이션

 

#225>

요사가 갇혀있던 감옥. 지키던 무사들은 죽어있고

그곳으로 달려오는 무사1과 동료

[!] [저런...] 경악하는 두놈

감옥을 지키던 무사들의 처참한 시체

무사1; [빨리... 빨리 백사님께 보고하라! 살사가 요사를 빼돌렸다고...]

무사2; [... 알겠습니다 당주님!] 급히 돌아서고

무사1; [살사! 오늘 밤 벌어진 소동이 모두 당신의 짓이란 말인가?] 무사들의 시체를 보며 이를 갈고. 그 배경으로 달려가는 무사2

무사1; [당신이 비록 혈궁십사의 일인이라 해도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치를 떠는 모습

 

#226>

아침. 험준한 산

높은 산봉우리 사이의 깊은 계곡을 달리는 청풍. 바람처럼 날아간다. 용설약을 업은 채. 용설약은 청풍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힘없이 업혀있다. 청풍의 목을 감싸고 있던 두 팔도 힘이 없고

청풍; (밤새 바람을 타고 달려서 혈궁으로부터 일천리 가까이 이탈했다.) 바람처럼 계곡을 지나가고

청풍; (무후 제갈량(諸葛亮)의 북벌(北伐)을 좌절시켰을 만큼 험준한 민산산맥도 거의 빠져나왔을 테고...)

청풍; (외조부와 풍사를 제와하면 혈궁의 인간들 중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 나를 따라잡을 실력자는 없다.)

청풍; (추격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진 셈인데...) 생각할 때

! 청풍의 목을 감고 있던 용설약의 팔이 풀리면서 늘어진다.

[!] 달리며 고개 조금 돌려 돌아보는 청풍

눈을 감은 채 힘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는 용설약

청풍; (어머니의 기력이 급격히 약해지는 게 느껴진다.)

청풍; (오랫동안 갇혀 지내신 데다가 마음고생이 심하셨던 때문일 텐데...) 달리면서 주위를 두리번

청풍; (한동안 혈궁의 추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테니 좀 쉬시도록 해야겠다.) 달리면서 생각하다가

앞쪽 계곡이 휘어지는 부분. 바위 절벽인데 절벽 아래쪽이 움푹 파여서 아늑해 보이는 곳이 있다.

청풍; (은밀하면서도 아늑해 보인다. 저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 휘익! 날아가고.

바위가 지붕처럼 휘어진 아래쪽으로 내려서는 청풍. 상당히 높다.

용설약을 묶었던 천을 풀고

힘없이 늘어진 용설약을 조심스럽게 앞으로 안아서

절벽의 가장 깊은 곳으로 가는 청풍.

! 발로 바닥을 강하게 밟는 청풍. 그러자

슈욱! 바닥의 바위 부분이 직사각형으로 움직이며 일어나더니

! 침대처럼 변하는 바닥

그곳에 용설약을 조심스럽게 누이는 청풍.

용설약; [계속... 가지 않고?] 눈을 조금 뜨며

청풍; [혈궁을 빠져나와 천리 가까이 왔습니다.] 용설약의 몸을 편하게 눕게 해주고

청풍; [추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니 마음을 편하게 갖으십시오.] 양손을 침대처럼 변한 바닥에 붙이고. 그러자

슈육! 침대같은 바위가 달아오른다.

용설약; [바닥이 따뜻해져서 좋구나.]

청풍; [아무 걱정 마시고 한숨 주무십시오.] [늦어도 사흘 안에 아버지를 뵙게 해드리겠습니다.] 용설약의 이마를 쓰다듬고

용설약; [오냐!]

용설약; [우리 아들의 장담이니 믿어야지.] 눈을 감으려 하고. 그러다가

[...] 청풍이 몸을 일으키며 뒤를 돌아보는 것을 발견하는 용설약

용설약; [왜 그러느냐?]

청풍; [괘념치 마십시오. 별일 아닙니다.] 말하며 돌아서서 앞쪽으로 가고. 지붕처럼 변한 절벽 밖으로 나가고

용설약; (이런...) 무언가 알아차리고 한숨을 쉬고

용설약; (아버지가 몇 차례인가 내 몸에서 피를 빼갔는데...) (그게 이런 경우를 가정해서였겠구나.) 생각할 때

청풍; [내가 아무래도 두 분을 너무 얕본 것같군요.] 지붕같은 절벽 밖으로 나오며 위를 올려다보고

! 계곡 위쪽 허공에 두꺼운 구름 덩어리가 떠있다. 직경 5미터쯤인 빵떡같은 형태의 구름이고.

<확실히 난 놈은 난놈이로군.> <우리의 기척을 이렇게 간단히 알아차리다니...> 구름 위에서 음성이 들리더니

! 구름을 뚫고 아래로 내려오는 두 사람. 물론 흑사와 운사다. 다리부터 내려온다

용설약; (근두운술로 따라붙었구나.) 생각할 때

휘릭! ! 청풍의 앞쪽 5미터쯤에 내려서는 흑사와 운사

청풍; [보아하니 절 따라온 건 두분뿐인 것같군요.]

흑사; [네놈을 잡아가는 건 우리 둘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청풍;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르군요.] 스릉! 웃으며 거궐신검을 뽑고

청풍; [두 분은 나의 일초를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거궐신검을 뽑아든 채 웃고

흑사; [뭐가 어쩌고 어째?] 분노

운사; [우리가 너의 일초지적(一招之敵)도 못된다?] 어이없고

흑사; [두 번 다시 허튼 소리를 못하게 해주마!] 기합 지르고. 화악! 그런 흑사의 몸에서 검은 구름이 확 일어나서

용설약; [조심해라!] 반사적으로 외치는데

화악! 그대로 청풍의 몸을 덮어버리는 검은 구름

사방이 칠흑같이 검어지고 청풍만이 서있다.

<흑운암혼장(黑雲暗魂障)의 술법에 갇힌 이상 네놈의 운명은 정해졌다! 그 안에서는 어떤 무공이나 술법도 쓸 수 없으니...> 어디선가 들리는 음성

눈을 감는 청풍

<크크크! 눈을 감아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 네놈은 탈진할 때까지 끝이 없는 암흑 속을 헤매야할 것이다!> 이어지는 음성. 순간

! 청풍의 손에 들린 거궐신검이 강한 진동을 일으키더니

! 청풍이 손잡이를 놓자

슈욱! 거궐신검이 어둠속으로 미사일처럼 날아간다.

반짝! 사라지는 거궐신검. 직후

<!> 어디선가 들리는 비명소리. 이어

화악! 청풍을 휘감고 있던 어둠이 갑자기 안개처럼 사라지고

! 비틀거리는 흑사. 그자의 가슴에 거궐신검이 박혀 있다. 흑사는 두 손으로 거궐신검의 검날을 잡고 있다. 옆에서는 운사가 놀라 돌아보고 있고

운사; [흑사!] 경악하며 외치고

[...] 용설약도 놀라 보고

청풍; [일초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내 말이 맞았지요?] 차갑게 웃고

흑사; [끄윽... ... 내 기운을 따라 검을 날려 보냈구나!] 뒤로 넘어지려 하고

청풍; [맞아요. 난 천지간에 흐르는 모든 기운을 읽고 또 제어할 수 있어요.]

흑사; [말도 안되는 괴물이...] 콰당탕! 나뒹구는 흑사. 운사는 굳어진 얼굴로 보고 있고

청풍; [흑사를 죽이진 않았어요.] 흑사의 가슴에 박힌 거궐신검을 향해 손을 내밀고

움찔! 하는 운사

청풍; [지금이라도 응급조치를 하면 살릴 수도 있을 거예요.] ! 손이 진동하고

! 흑사의 가슴에서 뽑혀 청풍에게 날아오는 거궐신검. 손잡이가 청풍쪽으로 향하게 낭아온다.

청풍; [어찌할지는 잘 생각하고 결정하세요.] 날아온 거궐신검의 손잡이를 잡고

운사; [결정은 이미 했다!] 화악! 두손을 결을 짓고 외치는 운사의 몸에서 여러 가닥의 구름들이 일어난다. 밧줄같은 구름들

운사; [너희 모자를 혈궁으로 데려가는 게 최우선이다!] 콰드득! 화악! 여러 가닥의 구름으로 이루어진 밧줄들이 청풍의 몸을 단번에 칭칭 동여맨다.

! 청풍의 몸에서 방어막이 생겨 구름의 밧줄들을 튕겨내려 하지만

운사; [어림없다!] 두 손을 결을 지은 채 이를 갈고

운사; [공기 중에서 습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노부의 박룡운승(搏龍雲繩)이 묶지 못하는 것은 없다!] 화악! 콰드득! 더 많은 구름의 밧줄들이 청풍을 휘감고

수많은 밧줄들에 칭칭 감키는 청풍. 몸에서 방어막이 생기지만 그 방어막 안쪽에서 밧줄이 생기는 모습이고

운상; [네 어미도 함께 묶어주마!] 화악! 더 많은 구름의 밧줄들을 만들어서 용설약에게도 날리고.

용설약을 향해 촉수처럼 날아가는 밧줄들. 그때

청풍; (뇌신건!) 눈 부릅뜨고. 그러자

빠직! 거궐신검에서 벼락이 일더니

지직! 거궐신검에서 빠져나온 벼락이 바닥으로 흘러들었다가

! 빠지지직! 주변의 바닥에서 여러 가닥으로 다시 치솟는 벼락들

! 용설약을 향해 날아가던 구름의 밧줄들을 강타해서 흩트리는 벼락들

운사; [벼락을 부릴 수 있게 된 것이냐?] 화악! 다시 구름의 밧줄들을 만들어내며 놀라는 운사.

청풍; [뇌신건이라는 건 데 한번 경험해보세요.] 지지지! 빠지직! 바닥과 주변의 절벽을 타고 허공으로 치솟는 벼락들

운사; [뇌신건... 뇌신의 열쇠?] 놀랄 때

꽈르르릉! 계곡 위쪽 허공에서 구름이 휘돌며 그 구름 안쪽에서 벼락이 작렬하더니

운사; (설마...) 놀라 위를 올려다볼 때

꽈광! 벼락이 떨어져 그대로 운사를 강타한다. + 운사; [끄아아악!] 벼락에 맞으며 비명 지르고

 

#227>

멀리서 본 모습. 빠지직! 허공에 생긴 원형의 구름 아래에서 벼락이 내려 꽂히는 모습

[!] 높은 산봉우리에 서서 보며 눈 치뜨는 패소정.

패소정; (찾았다!) 흥분

패소정; (마른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는 곳이 우리가 찾는 곳이라 성주님의 말씀이 맞았다!) 흥분하는 얼굴

 

#228>

다시 청풍과 운사가 싸운 곳

[끄윽...] 푸시시! 새카맣게 타서 온몸에서 연기를 뿜어내며 비틀거리는 운사. 지지지! 벼락이 몸을 휘감고 있고

퍼억! 나뒹구는 운사.

푸시시! 그와 함께 청풍을 감고 있던 구름의 밧줄들은 흩어지고

용설약; (청풍이가 못 본 사이에 제 아버지에 못지않은 고수가 되었구나.) 운사에게 다가가는 청풍을 보며 감격하고.

운사; [끄윽...] 죽진 않아서 벌벌 떨고. 다가서는 청풍

청풍; [어떻습니까? 이제 제가 빈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아시겠지요?] 운사 옆에 멈춰서며 내려다보고

운사; [... 죽여라...] 푸시시! 극심한 화상을 입고 벌벌 떨며 신음하고

청풍;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하실 거 없어요. 우리 사이에 죽고 죽일 정도의 은원은 없으니까요.] 한숨 쉬고

청풍; [몸을 추스르는 대로 돌아가셔서 외조부에게 말씀이나 전해주세요.] [인연은 끝났으니 더 이상 우리 모자를 찾지 말라구요.] 말하며 돌아서는데

[사람을 시켜서 말을 전할 필요따윈 없다.] 누군가의 말이 들려 눈 부릅뜨는 청풍

[!] 용설약도 깨닫고 전율하며 일어나려 하고

청풍; (이 목소리...) 오싹! 전율하며 돌아볼 때

십면혈신; [노부가 직접 왔으니 말이다!] 화악! 허공에서 호사와 함께 날아내리며 말하는 십면혈신

청풍; (외조부!) 심각

운사; [... 궁주님!]

용설약; [...] 이를 악물며 일어나 앉고

십면혈신; [다행히 늦게 도착하진 않았군.] [또 숨어버렸으면 찾아내는 게 번거로웠을 텐데...] 청풍과 5미터쯤에 멈춰서고. 호사는 가슴이 궤뚫린 채 인사불성이 된 흑사의 상태를 살핀다.

운사; [... 면목이 없습니다 궁주님!] 쓰러진 채 헐떡이고. 청풍과 십면혈신 사이에 누워서 고개만 돌려 십면혈신을 보며

십면혈신; [수고했다.] [청풍이놈의 발을 묶어둔 것만으로도 너희들의 역할은 충분히 수행한 셈이다.] 청풍에게 다가오면서 말하고. 청풍은 뒤로 물러서고

운사; [...] 안도하고

청풍; [외조부!] [저희 모자를 그냥 보내주세요.] 몸으로 용설약을 가로 막으며 한숨

청풍; [아버지도 무사하시니 외조부와 굳이 싸울 이유는 없어요.]

십면혈신; [원한다면 보내주겠다.] 음산하게 웃고. 그 뒤에서 호사는 인사불성인 흑사의 가슴에 난 상처 주위를 손가락으로 찔러 지혈을 시켜주고 있고

십면혈신; [대신 삼성동천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는 내놔야할 것이다.] 손을 내밀고. 손바닥이 위로 가게

청풍; [열쇠같은 건 없어요. 설령 있다고 해도 드릴 수 없구요.] 한숨

십면혈신; [그럼 협상 결렬이다 손자야!] 내밀었던 손을 내리며 음산하게 웃고. 그 배경으로 호사가 앞으로 나와 운사에게 다가오고

십면혈신; [다만 웃어른이 되어 손자와 평수(平手)로 싸우는 건 체면문제이니 삼초를 양보하마.] 뒷짐을 지면서 말하고. 그 앞에서 호사가 운사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뒷걸음질로 끌고 간다. 이제 청풍과 십면혈신 사이에는 아무도 없고

십면혈신; [삼초 안에 할애비를 한걸음이라도 물러나게 한다면 더 이상 너희 모자를 괴롭히지 않겠다.] 말하는 배경으로 호사가 운사를 흑사 옆에 누이고 있다.

운사; (... 삼초를 양보하다니...) 바닥에 눕혀지며 놀라고

운사를 눕히던 호사도 돌아보며 우려의 표정을 짓고

운사; (청풍이 놈은 이미 제 아비에 필적하는 고수가 되어 있는데...) 긴장

청풍; [자존심은 상하지만...] [혈왕의 직계 후손이신 외조부님이 상대이니 사양할 수도 없군요.] ! 말하며 거궐신검을 겨누고

십면혈신; [부담 갖지 말고 선공을 해봐라.] 뒷짐 지은 채 웃고

청풍; [그럼 실례를...] 지지징! 진동하는 거궐신검으로 십면혈신을 겨누고

지지징! 진동하는 거궐신검

운사; [어검술을 조심...] 다급히 외치는데.

호사도 돌아보고

투쾅! 청풍이 손을 놓자 폭발적으로 날아가는 거궐신검

이미 십면혈신의 얼굴 앞에 이른 거궐신검의 끝 부분. 눈을 치뜬 채 보는 십면혈신. 헌데

슈욱! 십면혈신의 얼굴을 그대로 뚫고 지나가는 거궐신검. 마치 그림자를 통과하는 것같은 현상이고

[!] 운사의 안도.

슈욱! 입체영상처럼 흔들렸다가 다시 합쳐지는 십면혈신의 얼굴. 그 뒤로 미사일처럼 날아가는 거궐신검

호사; (혈왕이 남긴 십대술법(十大術法)중 서열사위인 산백이혼술(散魄離魂術)!) 놀라고

<찰라의 순간 혼백을 저승으로 보내 육신을 흩어버린다는 저 술법이 절전되지 않고 전해져 왔구나.> 슈욱! 포물선을 그리며 미사일처럼 다시 청풍에게 날아가는 거궐신검을 배경으로 호사의 생각 나레이션. 십면혈신은 다시 모습이 뚜렷해지고 그 앞에서 청풍이 손을 들어 거궐신검을 받을 준비를 한다.

십면혈신; [일초가 지났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음산하게 웃을 때

! 날아온 거궐신검의 손잡이를 잡는 청풍.

! 다음 순간 이미 십면혈신에게 육박해서 십면혈신의 몸을 베고 있는 청풍. 아주 빠르고 순간이동 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슈욱! 십면혈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붉은 기운에 닿자 거궐신검을 옆으로 홱 미끄러져버린다. 그 바람에 청풍의 몸도 균형을 잃고

십면혈신; [이초!] 청풍이 자신의 앞에서 균형을 잃는 것을 보기만 하고 공격은 하지 않는 십면혈신

호사; (본궁 최강의 호신강기인 혈영미리강기(血影迷離罡氣)로 청풍이 놈의 검강조차 간단히 흘려보내셨다.) 감탄

휘릭! 멀찍이 내려서는 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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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혈궁의 어느 건물. 화려하다. 인적은 없고. 살사의 거처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살사. 등에 짊어지고 있던 거대한 칼을 벗으려는 모습으로. 그때

[늦었구나.] 누군가의 말이 들리고. 칼을 벗다가 멈칫하는 살사

백사; [오늘은 파동에서 자고 올 줄 알았다. 계집을 안아본 것도 오래 되었을 테니...] 어두운 거실의 의자에 앉아서 말하고. 백사 앞쪽에는 탁자와 의자가 있다. 탁자에는 술병과 술잔들이 놓여있고

살사; (백사...) + [그럴 생각으로 궁을 나갔었지만...] ! 벗은 칼을 벽에 기대놓고

살사; [갈보들이 싸가지 없게 굴어서 기분이 잡쳤소.] 탁자로 가고

백사; [그래서 그년들의 멱이라도 따버린 것이냐?]

살사; [그 바닥의 인생들은 그냥 살려두는 게 심한 형벌 아니겠소?] 백사 맞은편 의자에 앉고

백사; [일리가 있군.]

살사; [헌데 이 늦은 시간에 어인 일이시오?] [소제와 한잔 하시고 싶어지신 거요?] 술병을 집어들지만

백사; [내가 오늘의 순찰이라는 걸 잊었느냐? 마시고 싶으면 혼자 마셔라.] 손을 들어 거부하고

살사; [그래야겠소.] 술병을 병나발 불고

백사; [입궁할 때 동행이 있었다지?]

살사; [파동에서 취운당(翠雲堂) 소속의 제자 한 놈을 만나 동행했소.] [이름이 탁운(濁雲)이었던가?] 꼴꼴 술을 마시며

백사; [취운당의 탁운...] [그런 놈이 있었나?] 일어나고

백사; [확인해보면 알겠지.] [방해해서 미안하다.] 입구쪽으로 가고

살사; [신경쓰지 마시오.] 술을 마시며 대답하고

백사; [새벽이 멀지 않았으니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말고 자둬라.] 문을 열고 나가고

살사; [고맙소이다.] 술병을 입에서 떼며 말하고

! 닫히는 문. 혼자 남은 살사

살사; (물론 취운당에 탁운이란 놈은 없다.) 술병을 내려놓고

살사; (하지만 혈궁에는 천명이 넘는 인간이 살고 있으니 이 밤중에 그걸 확인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살사; (탁운이란 놈이 없다는 걸 확인했을 때쯤이면 난 혈궁에서 사라진 후일 테고...) 음산하게 웃고

살사; (부탁한다 청풍아! 나와 요사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데에는 네 도움이 필요하니...) 사악한 표정

 

#216>

용설약이 갇혀있는 감옥. 감옥 앞에는 두 명의 무사가 지키고 있고

[아함! 졸립구만!] 한 놈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조금만 더 참아. 곧 교대 시간이니...] 다른 놈도 입을 손으로 두드리며 하품하고.

그러다가 흠칫! 하는 두 놈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사람의 형상

<누구지?> <오늘밤 순찰이신 백사님이신가?> 경계하며 한놈은 입에 호각을 가져가고 한놈은 무기에 손을 대는데

슈욱! ! 다가오는 인물의 몸에서 아지랑이의 다발 같은 것이 두 놈에게 날아들고

퍼억! ! 그 아지랑이의 다발 같은 것이 두 놈의 가슴을 관통하고. 눈을 치뜨는 두 놈

[끄윽!] [... 심장이...] 가슴을 움켜쥐고 비틀하는 두 놈

! ! 유령같이 다가와 두 놈의 멱살을 잡는 청풍.

청풍; [두 분은 계속 번을 서주셔야겠소. 혹시 지나가다가 보는 눈이 있을 수도 있으니...] 지이! ! 청풍의 손에서 벼락이 일어나고

<... 몸이 나무토막처럼 뻣뻣해졌다!> 뻣뻣해지는 두 놈의 몸. 두 놈은 완전히 정신을 잃은 게 아니고

두 놈의 멱살을 잡은 손을 아래로 내리는 청풍. 그러자

! ! 발목까지 땅에 박히는 두 놈의 발.

청풍; (가까이 와서 보기 전에는 이자들이 제압당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할 것이다.) 두 놈의 멱살을 놓고 철문쪽으로 간다.

청풍; (드디어 도착했다!) 철문의 손잡이를 잡고

청풍; (이 안에 어머니가 갇혀 계신단 말이지?) 철컹! 철문의 손잡이를 돌리며 눈 번뜩이고

 

#217>

감옥 내부. 용설약이 이불을 덮은 채 침대에 누워있다. 눈을 감고 있고

털썩! 퍼억!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서 움찔! 하는 용설약

용설약; (왔구나.) 깨닫고 눈물 글썽

용설약; (기특한 내 아들이 어미를 구하러 왔어.) 주르르! 눈물 흘리고

철컹! 철문이 열리고

들어서는 청풍. 허리춤에 거궐신검을 차고 있고 한쪽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는 벗었다.

청풍의 뒤로는 철문을 지키고 있던 두 명의 여자, 흑혈나찰들이 쓰러져 있다. 죽은 건 아니고 정신을 잃었다.

청풍; [어머니...] 가슴 벅찬 표정으로 침대 아래 무릎을 꿇고. 눈물 글썽

청풍; [용서해주십시오. 소자가 모시러오는 게 너무 늦었습니다.] 절하고

용설약; [늦지 않았다. 늦지 않았어!] 몸을 억지로 옆으로 돌려 아들 보며 울고 웃고

용설약; [어미가 이승에 있을 때 얼굴을 보여주기만 하면 절대 늦은 게 아니란다.] 떨리는 손을 뻗어 청풍의 머리를 쓰다듬고

절한 자세로 무릎 꿇고 앉아 말없이 우는 청풍.

 

#218>

감옥을 밖에서 본 모습. 두 명의 무사가 몸이 마비된 채 두 발이 땅에 박힌 모습으로 서있고.

철컹! 철문이 열리고

밖으로 나오는 청풍. 등에 용설약을 업고 있다. 이불을 찢어 만든 천으로 용설약을 자기 등에 단단히 묶은 모습이고. 허리에는 거궐신검을 차고 있고. 용설약은 두 팔로 아들의 목을 안고 있다.

철컹! 철문을 다시 닫는 청풍. 주변을 둘러보고. 이어

청풍; (살사와 약속한 이각(二刻;30)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달려가기 시작한다. 소리없이 달린다

청풍; (미리 입구 근처로 가서 기다리자.) 건물들 사이를 달려가는 청풍

 

#219>

혈궁의 입구인 동굴.

동굴이 보이는 건물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이동하는 청풍.

동굴 입구에 아무도 없고.

청풍; (살사는 아직 안 왔다.) 걷는 속도를 늦추고

청풍; (요사를 구하는 게 어머니를 구하는 것 보다는 수월할 거라 생각했는데...)

청풍; (무슨 문제가 생긴 게 아닌지 모르겠다.) 건물 그늘에 멈춰서며 동굴 입구를 살피고. 바로 그때

[파옥(破獄)이다!] 누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 눈 치뜨는 청풍

청풍; (이 목소리는...!) 홱 돌아보고

살사; [청풍이 놈이 잠입해서 제 어미를 구해간다!] 뒤쪽 높은 건물 지붕 위에 서서 청풍을 손가락질하며 외치는 살사. 허리에 거대한 칼을 차고 있다. 칼집에 넣은 채로

청풍; (살사!) 이를 갈고. 직후

[이쪽이다!] [이청풍이 잠입했다!] [잡아라!] 휘익! ! 사방에서 수많은 무사들이 외치며 청풍 쪽으로 날아오고

청풍; (혹시나 했는데... 날 미끼로 쓰려고 혈궁으로 안내한 거였구나!) ! 건물 그늘에서 날아나가고. 동굴 쪽으로

[저기 간다!] [이청풍이 본궁을 빠져나가려 한다!] [막아라!] [놓치면 안된다!] 혈궁의 무사들 메뚜기떼처럼 청풍을 추격하고

슈욱! 한 가닥 선으로 변해서 동굴로 날아 들어가는 청풍.

건물 지붕 위에 서서 그걸 보는 살사. 혈궁의 무사들도 노도처럼 동굴로 몰려가고 있고

살사; [이해해라 청풍아!] 음산하게 웃고

살사; [아무리 응혈환이 있어도 들키지 않고 혈궁을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하다.]

살사; [하지만 네가 도와주면 나와 요사는 무사히 탈출할 가능성이 있다.] 돌아서고

살사; [네 어미와 재회시켜주었으니 미끼로 쓴 보상은 충분히 되었을 것이다!] 휘익! 혈궁 안쪽으로 날아간다. 혈궁 전체가 난리가 났다. 건물들에 불이 켜지고 무사들이 잠옷 바람으로 달려 나오고 있다.

 

#220>

슈욱! 동굴로 날아드는 청풍. 헌데

슈욱! 쿠오오! 동굴의 벽과 천장, 바닥에서 반투명한 촉수들이 마구 일어나 청풍을 휘감는다. 하지만

날아가며 눈 부릅! 뜨는 청풍. 그러자

! ! 청풍의 몸 주위로 빛의 막이 생겨서 청풍을 휘감으려던 촉수들이 튕겨져 나간다.

청풍; (응혈금천대법이 발동했다!) 촉수들을 튕겨내면서 동굴의 맞은편 출구쪽을 질풍같이 날아가고. 출구는 밝다

청풍; (그렇다는 혈궁십사들도 눈치를 챘다는 의미고...)

청풍; (혈궁의 추적을 뿌리치고 무산을 빠져나가는 게 쉽지가 않겠구나.) 생각하는 사이에 동굴의 출구가 바로 앞이고.

쐐액! 동굴 밖으로 날아나가는 청풍. 헌데 그때

화악! 부악! 청풍을 공격해오는 한 쌍의 마귀상들. 들고 있던 무기로 청풍을 공격한다. 엄청난 빠르기. 피할 수 없을 것 같고. 하지만

슈욱! 휘익! 마귀상들의 공격을 바람처럼 피하며 날아가는 청풍.

! 콰쾅! 마귀상들의 무지막지한 무기들이 계곡 바닥과 좌우의 벽을 후려쳐서 지진같은 진동을 일으킨다

바람처럼 멀어지는 청풍

 

#221>

혈궁의 감시탑

바로 위 씬의 마지막 장면이 거울에 비친다. 청풍이 마귀상들의 공격을 벗어나 바람처럼 날아가는 모습. 그걸 수하들과 함께 보고 있는 백사

[저 괴물...] [인간의 몸으로는 피할 수 없는 탁탑귀장의 공격을 저렇게 간단히 피하다니...] 탑 안의 무사들 경악과 불신

백사; (탁탑귀장들의 공격에 실린 기운을 타고 날아서 빠져나갔다!) (청풍이놈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생각할 때

[무슨 일인가?] [청풍이 놈이 잠입했다는 게 사실인가?] 계단을 통해 올라오며 외치는 흑사와 운사

백사; [어서 오시게 흑사!] [어서 오시오 운사!] 돌아보고. 무사들은 앉은 채 돌아보며 고개 숙이고

운사; [청풍이가 확실한가?] 다가와 전면의 거울을 보며 묻고

백사; [밤중이기도 해서 얼굴은 확인이 어렵지만...] 다시 거울을 보며

백사; [응혈금천대법과 탁탑귀장들의 공격을 간단히 돌파한 걸 보면 청풍이 놈일 가능성이 높소이다.]

운사; [청풍이놈이 무공을 회복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군.] 거울을 노려보며

흑사; [우리 혈궁의 술법에도 능통한 저놈이 무공까지 구사한다면 따라잡기 힘들겠소.] 심각한 표정

운사; [그렇다고 저 놈을 놓쳤다간 궁주님의 추궁을 면할 수 없게 되겠지.]

백사; [혹시...] 흠칫! 돌아보고

운사; [위험부담이 있긴 하지만 노부의 비장의 술법, 근두운술(筋斗雲術)을 써야겠지!] 음산하게 눈을 번뜩이고

<근두운술!> 긴장하는 백사와 흑사

 

#222>

요사가 갇혀있는 감옥같은 건물. 무사들이 지키고 있는데 모두 한쪽을 보고 있다.

삐익! ! 요란한 호각소리들이 연달아 들리고

[무슨 사단이 난 건가?] [청풍 어쩌고 하는 것 같은데...] [설마 궁주의 외손자 이청풍이 잠입했다는 건가?] 무사들 불안. 그때

휘익! 날아오는 그림자

[누구냐?] [멈춰라!] 무기에 손을 대며 외치는 무사들

살사; [나다!] 휘익! 외치며 날아오고. 이제 얼굴이 뚜렷. 손에 거대한 칼을 들었다.

[살사님!] [이 밤중에 어인 일이십니까?] 경계 풀며 무기에서 손을 떼는 무사들

살사; [이런 볼일 때문이다!] 단번에 육박해서 칼을 휘두르는 살사. 빠르고 강하다. + [크악!] [!] 몰살당하는 무사들

! 쓰러지는 무사들 사이를 질풍같이 지나며 칼을 감옥 철문에 X자로 휘두르고

! 파칵! 갈라지며 무너지는 철문

살사; [나요!] 휘익! 칼집에 칼을 넣으며 건물 안으로 들어서고

침대에 힘없이 누워 있다가 돌아보는 요사

살사; [누님이 이런 취급을 받는 걸 더는 두고 보지 못하겠소.] 다가가고

요사; [쓸데없는 짓을...] 힘없이 웃지만

살사; [이의를 듣지 않겠소!] 두 팔로 요사를 번쩍 안아들고

살사; [궁주 손에 잡혀 죽더라도 일단은 혈궁을 빠져나갑시다.] 돌아서고

한숨 쉬며 살사에게 몸을 맡기는 요사

요사를 안고 건물 밖으로 달려 나오는 살사

<파옥이다!> <이청풍이 설약공주를 데리고 달아난다!> <추적하라!> 삐익! ! 멀리 입구쪽에서 들리는 소란. 사람 그림자들도 분분히 입구쪽으로 날아가고 있고

살사; (벌집을 들쑤셔 놓은 것같군!) 입구 반대쪽으로 달려가고

살사; (가능한 멀리 달아나라 청풍아!)

살사; (그래야 내가 요사를 구한 사실을 혈궁의 머저리들이 늦게 알아차릴 테니...) 날아가며 웃는 살사

 

#223>

<-종남산(終南山)>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산. 한밤중. 하늘에는 달

경치 좋은 바위산 중턱에 자리한 도관. 마당 끝은 절벽이다. 깊은 밤이라 도관 안에 오가는 인적이 없다.

어느 건물. 건물 앞에는 혈궁십사의 서열이위인 호사가 계단 맨 아랫단에 앉아 곰방대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건물 내부. 화려한 방. 어두운데 화려한 침대에 누가 누워 자고 있다.

크로즈 업. 십면혈신.

침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놓인 탁자. 그 탁자 위에 세숫대야가 하나 놓여있다. 테두리에 화려한 조각이 되어 있는 세숫대야. <아랑힐월> 등에 나온 <천리수경> 이다. 물이 반쯤 차있다.

! 갑자기 진동하는 천리수경.

움찔! 하는 십면혈신

지징! 진동에 이어 천리수경에서 빛이 난다.

 

[!] 문밖. 돌아보는 호사

지징! 방의 문이 좀 밝아진다.

호사; (저건 우리 혈궁의 보물인 천리수경(千里水鏡)이 발동하면서 일어나는 현상...!)

호사; (이 밤중에 천리수경으로 연락을 해온 걸 보면 혈궁에서 뭔가 심각한 사단이 벌어졌겠구나!)

 

다시 실내. ! 대야가 진동하면서 빛을 뿜어내고 있고

허리띠를 매면서 대야로 다가오는 십면혈신

십면혈신; [말하라!] 대야를 들여다보며 말하고

백사; <백사, 궁주님께 보고 올립니다!> 대야의 물속에 떠오르는 화면. 백사가 포권하고 있고 주변의 무사들도 고개 숙인다. 장소는 여러 장의 거울이 벽에 붙어있는 탑의 최상층

백사; <이청풍이 궁에 잠입하여 제 어미를 구해갔습니다.> 대야 속에서 눈치 보면서 보고하고

십면혈신; [...] 찡긋! 미간이 모아지는 십면혈신. 더 이상 표정의 변화는 없고

백사; <일각(一刻)쯤 전에 벌어진 일이고... 운사와 흑사가 근두운술을 써서 추격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십면혈신; [청풍이놈은 어느 쪽으로 달아나고 있느냐?]

백사; <본궁을 빠져나간 후 북쪽으로 진로를 잡은 것이 탐지되었습니다.> <아마 민산산맥(岷山山脈)을 넘어서 중원으로 들어갈 계획인 것같습니다.>

십면혈신; [산세가 험한 민산산맥으로 들어가면 은신할만한 곳도 많다는 생각을 했겠지.] 끄덕이고

백사; <하지만 설약공주의 혈정(血精)을 미리 확보해놓았으니 본궁의 추적에서 벗어나진 못할 것입니다.>

십면혈신; [청풍이놈의 진로를 수시로 보고하라. 나도 이곳 종남산에서 남서진(南西進)해서 운사와 합류하도록 하겠다.]

백사; <존명!> 포권하고

츠으으! 대야의 화면이 흐려지고

이내 대야에서 나오던 빛도 사라지고 백사의 모습도 사라진다.

십면혈신; [방심했군.] 돌아서고

십면혈신; [청풍이놈이 무공을 되찾았을 경우 최우선적으로 제 어미를 구하려 들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었어야 했거늘...] 문쪽으로 가며 찡그리고

덜컹! 문을 열고 나가는 십면혈신

[궁주님!] 밖에 있던 호사가 인사하고. 다른 건물에서 나온 용사가 서둘러 다가온다. 잠옷 위에 겉옷을 걸치면서

십면혈신; [청풍이 놈이 제 어미를 빼돌려 도주중이다.] 건물에서 나오며 말하고

호사; (역시...) 짐작. 다가온 용사는 놀라고.

십면혈신; [용사!] 절벽 쪽으로 걸어가며

용사; [하명하시옵소서.] 호사와 함께 따라가며 고개 숙이고

십면혈신; [종남산으로 오고 있을 무혈마녀를 만나서 사정 설명을 하고 회담을 연기하라.] 절벽 끝에 이르고

용사; [존명!]

십면혈신; [호사는 본궁주와 함께 간다!] ! 날아오르고. + 호사; [!] 대답하며 함께 날아오르고

새처럼 날아가는 십면혈신과 호사

십면혈신; (차라리 잘 되었는지 모르겠다!) 날아가며 눈 번뜩이고

십면혈신; (제 어미 때문에 행적이 고스란히 드러날 청풍이놈을 확실히 잡아 죽일 기회이니...)

멀어지는 십면혈신과 호사를 보는 용사. 그 뒤로 건물들에서 몇 명의 남녀가 나온다.

용사; (효심이 깊은 청풍이놈이 대담하게 일을 벌인 것은 이해가 가지만...) 멀어지는 십면혈신과 호사를 보며 생각

용사; (아무래도 비극적인 결말이 날 것 같구나.) 우울한 표정으로 한숨

 

#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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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동굴을 밖에서 본 모습

번쩍! 동굴 안에서 강한 빛이 뿜어지고. 이어

! 동굴을 통해 대량의 연기와 불길이 밖으로 뿜어진다. 그리고

화악! 그 연기와 불길을 타고 밖으로 튕겨져 나오는 위진천. 몸이 투명한 구슬같은 방어막에 덮여있고.

휘익! 화악! 뿜어지는 연기와 불길을 타고 수십 미터 밖으로 날아와서 내려서는 위진천. 이어

드드드! 동굴이 있는 절벽 전체가 마구 흔들리더니

! 쩌적! 수많은 균열이 생기는 절벽. 이어

콰콰쾅!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리는 절벽

화악! 터텅! 콰드드! 멀찍이 물러선 위진천의 앞쪽까지 먼지가 밀려오고 절벽이 부서진 파편들이 나뒹군다.

! 드러나는 광경. 절벽이 완전히 무너져 있고. 크고 작은 바위들이 비스듬히 쌓여있다. 굴러 떨어지는 바위들도 있고

위진천; (대충 정리가 되었군.) 그걸 보며 우울한 표정

위진천; (광혈폭룡공을 펼칠 기회도 없이 폭발에 휘말렸으니 모두 즉사했겠지.) 생각할 때

드드드! 갑자기 무너져 내린 바위들이 흔들리더니

위진천; (역시 그런가?) 한숨

! 콰쾅! 무너진 바위들이 부서지고 날아가며 여섯명의 가면들이 튀어나온다. 가면의 이마에 적힌 숫자가 <> 단위인 자들. 맨 마지막으로 동굴에 들어갔던 <十七> <十九>도 있다. 모두 팔 다리가 부서졌거나 몸이 피투성이가 된 처참한 모습들이고

[크윽!] [!] 휘릭! 후두둑! 솟구쳤다가 바닥에 내려서며 비틀거리는 가면들. 그때

위진천; [감탄했습니다.] 짝짝! 박수치고

돌아보는 가면들

위진천; [그 폭발에 휘말리고도 살아날 수 있는 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려 여섯 분이나 되는군요.] 짝짝 박수치고

[소루주!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 [어째서 마천루에 충성하는 우릴 몰살시키려 든 것인가?] 분노하는 가면들

위진천; [여러분들은 살아 있어봤자 세상에 해독만 끼칠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우울한 표정으로 말하고

위진천; [그러니 아무쪼록 오늘 이곳에서 뼈를 묻어주시기 바랍니다.]

[개소리 마라!] [우릴 죽이려 했으니 이제 네놈은 마천루의 소루주도 뭐도 아니다!] [죽어라!] 화악! 쩌억! 벼락같이 위진천을 덮쳐오는 가면들. 아주 빠르고 강하게 묘사

위진천; [아무리 마면광전사라 해도 그 정도 부상을 당해서는 제 힘을 쓸 수 없겠지요?] 스윽! 화악! 양손을 8자로 휘젓고. 그러자

화악! ! 굵은 바람의 가닥들이 일어나며 가면들의 몸을 휘감아서

[!] [!] 콰당탕! 균형을 잃고 바닥에 처박히는 선두의 가면들

[조심해라!] [천마의 칠절기중 건곤대나벽(乾坤代拏擘)이다!] [죽어라!] ! 부악! 외치면서도 위진천을 공격하는 가면들.

위진천; [용서를...] 두 주먹 불끈 쥐며 한숨 쉬고

화악! 위진천의 몸이 빛의 막으로 덮이고

! 그 빛의 막과 가면들의 공격이 닿는 순간 폭발이 일어나고

[허억!] [이 무공은...] 빛에 휩싸이며 비명 지르는 두 명의 가면

퍼억! 푸스스! 그자들의 몸이 가루가 되어 흩어지고

[... 천마해체대법!] [천마 냉각의 최강 마공 천마해체대법이다!] [... 달아나자!] ! 휘익! 살아남은 네명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오르고. 아주 빠르다. 위진천이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직후

화악! 그자들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악령같이 덮치고

콰득! 우둑! 퍼억! 벼락같이 거대한 손을 휘둘러 가면들의 몸을 으스러트리는 흑모신원

퍼퍽! 후두둑! 으스러진 네 구의 시체가 나뒹굴고

흑모신원; [크르르르!] 야수같이 이빨 드러내며 내려서는 흑모신원

위진천; [수고 했어요 흑모신원!] 끄덕

위진천; [혹시 도망치는 자가 있을지 몰라 당신을 매복시킨 보람이 있었군요.]

크르르! 복종하는 태도를 보이는 위진천

위진천; [그만 갑시다. 이곳에서의 일은 끝났으니...] ! 날아오르고

크르르! 주변 둘러보며 역시 날아오르는 흑모신원

곧 멀어지는 두 사람. 헌데

 

투툭! 무너진 커다란 바위 위에 얹혀져 있던 조각돌이 떨어지고. 이어

[으으으!] 그 바위 아래에서 참았던 숨을 토해내며 두려움에 떠는 가면 한놈

가면88; (... 살았다!) 겁에 질려서 덜덜 떠는 그자의 가면에는 <八十八>이 적혀있다. 바로 맨 마지막으로 동굴에 들어갔던 네 명의 가면 중 한명

가면88; (폭사는 면했지만 다리가 바위에 끼어 움직일 수 없는 바람에 동료들을 따라 나가지 못한 것인데...)

가면88; (전화위복!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널려있는 시체들

가면88; (위진천... 위진천!) 바득! 가면 속에서 이를 갈고

가면88; (우리 마면광전사들을 유인해서 몰살시키려 들다니...)

가면88; (아무리 네가 마천루의 후계자라 해도 용서할 수 없다!) (절대로...) 원한에 사무친 표정을 크로즈 업

 

#210>

<-무산> 무산의 모습. 

험준한 산 사이를 흐르는 강물.

그 강물이 구비치며 만든 상당히 넓은 삼각지. 그곳에 제법 큰 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다. 포구에는 많은 배들이 드나들고 있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북적

<-무산삼협 초입의 포구 파동(巴東)> 위 시가지를 배경으로 나레이션

거리의 객점.

구석진 곳에 앉아 국수를 먹고 있는 청풍. 수염이 덥수룩하고 눈에는 안대를 대서 애꾸 시늉을 하고 있다.

청풍; (혈궁은 전체가 응혈금천대법(應血禁天大法)이라는 술법으로 방호되고 있다.)

청풍; (불멸삼성 중 혈왕이 설치한 것인데...) (허락 받지 않은 자가 혈궁으로 들어가려 하면 벌집을 쑤신 것처럼 만들어 버린다.)

청풍; (불멸환혼건에도 응혈금천대법의 이치가 섞여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불멸환혼건을 연구하여 응혈금천대법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청풍; (문제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점인데...)

청풍; (응혈금천대법에 걸리지 않고 혈궁으로 잠입할 수 있는 방법은 응혈환(應血環)이라는 반지를 손에 넣는 것이다.)

<응혈환은 혈왕 용극이 자신의 피를 주입하여 만든 반지로 그것을 지니고 있는 자는 물론이고 동행들을 자유롭게 응혈금천대법을 드나들 수 있게 해준다.> 혈왕이 어떤 반지에 자신의 피를 떨구며 주문을 외우는 모습

청풍; (응혈환은 모두 백팔개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오백여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훼손되거나 분실되어 지금은 오십여개만이 남아있다.)

청풍; (그 때문에 혈궁의 요인들만이 응혈환을 지니고 있다.)

청풍; (일단 혈궁에서 멀지 않은 이곳 파동에 은신한 채 혈궁의 요인이 눈에 띄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청풍; (그자를 해치우고 응혈환을 손에 넣는 것이 들키지 않고 혈궁에 잠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 국수를 먹으며 생각. 헌데

좀 떨어진 자리에 앉아있는 중년의 사내. 탁자 아래로 내린 손에 무언가를 들고 살펴보는 중이다.

그자의 손에 들린 것은 나침판인데

지잉! 나침판이 빛을 발하고.

나침판의 자침 한쪽은 청풍을 가리키고 있다.

사내; (찾았다!) 곁눈질로 청풍을 보고

사내; (저 애꾸가 살사께서 이 심혈나침반(尋血羅針盤)으로 찾아내라고 한 대상이다.) 청풍을 보며 음산하게 웃고. 그자는 청풍이 청풍인 줄 모른다.

 

#211>

파동. 깊은 밤. 포구와 거리에 모두 불이 꺼졌고

객잔. 깊은 밤이라 역시 모든 건물에 불이 꺼져 있다.

여러 개의 객실이 죽 붙어있는 건물

어둑한 실내. 침대 하나만 있는 좁은 객실. 침대에 옷을 입은 채 누워 잠이 든 청풍. 안대는 벗어 옆에 두었고. 천으로 감싼 거궐신검은 침대 모서리에 기대 세워졌고.

찌릿! 소름이 돋는 모습이 되는 청풍

천천히 일어나는 청풍. 안대를 집으며.

! 천에 싼 거궐신검이 약간 진동하고

청풍; (거궐신검이 경고를 할 정도면 찾아온 인물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겠구나.) 안대를 눈에 두르고.

청풍; (나름대로 변장을 했다고 했는데... 언제 어디서 정체가 들통 났는지 모르겠다.) 거궐신검을 집어들고. 거궐신검은 등에 짊어질 수 있게 아래위로 끈도 묶여있다.

덜컹!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청풍

문 밖에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청풍; [기습을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귀하가 간단치 않은 인물임을 알겠소.] 말하며 한쪽 어둠 속을 보며 말하고

청풍; [내게 무슨 용무가 있는지 나와서 밝히시오.] 그러자

[확실히 몰라보게 자랐구나.] ! 누군가 어둠 속에서 나선다. 보디빌더같은 체격을 지닌 자다. 거대한 칼을 등에 짊어지고 있고

살사; [궁주가 파괴한 단전도 완전히 회복된 거 같고...] [불과 반년 사이에 천추각에서 무슨 기연을 만난 것이냐?] ! 밝은 곳으로 나서는 인물은 바로 살사

청풍; (살사...) 살벌한 표정이 되고

살사의 거대한 칼에 자기 어머니 용설약이 목을 대고 돌리던 장면 떠올리는 청풍.

! 거궐신검의 손잡이 부분을 움켜잡는 청풍의 손

살사; [미리 말해두지만...] ! 손을 내밀어 청풍이 공격하려는 걸 막고

멈칫! 거궐신검을 뽑으려던 손을 멈추는 청풍

살사; [나는 너와 싸우려고 온 게 아니다.]

청풍; [...] 노려보며 거궐신검에서 손을 떼지 않는 청풍

살사; [내가 널 해꼬지 하려고 찾아왔다면 이 일대는 이미 혈궁의 고수들로 뒤덮여 있어야하지 않겠느냐?] 다가오고

청풍; (일리가 있다.) + [목적이 뭡니까?] 검에서 손을 떼고

살사; [요사누님이 죽어가고 있다.] 침통한 표정으로

허리띠에 칭칭 감긴 자신을 안고 달려가다가 요사가 쓰러지려던 장면 떠올리는 청풍. #95>의 장면

살사; [궁주의 눈 밖에 난 때문인데...] [요사누님을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너도 잘 알 것이다.]

청풍; [나와 합작을 하자는 거요?]

살사; [나 혼자 힘으로는 요사누님을 구할 방법이 없다.] 침통하게 끄덕

살사; [그리고 너도 네 어미를 구하기 위해 혈궁에 잠입해야하지 않느냐?] 왼손을 들어 보이고. 반지가 하나 끼워져 있다. 보석이 박힌 반지. 바로 응혈환이다.

<응혈환!> 반지 크로즈 업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당신이 날 함정으로 유인하는 게 아니라는 걸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불과 반년 전만 해도 목숨을 걸고 싸우던 사이인데...]

살사; [내가 어떻게 변장을 한 너를 간단히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품속에 손을 넣고

살사; [바로 이것 덕분이다.] 다시 꺼내 평치는 살사의 손에 나침판이 들려있다. 바로 객점에서 청풍을 훔쳐보던 자가 쓰던 나침판이다.

청풍; [나침반으로 날 찾아냈다는 것입니까?:] 어이없고

살사; [직접 살펴봐라.] ! 나침판을 던지고

받는 청풍. 헌데

지잉! 청풍이 받는 순간 나침판 전체가 진동한다

청풍; [...] 눈 번뜩

살사; [네가 생각하는 대로다.]

살사; [그 심혈나침반에는 네 피에 반응하는 술법이 걸려 있다.]

살사; [네 어미로부터 받은 원정지기를 이용한 덕분에 가능한 술법이다.]

청풍; [어머니가 당신에게 원정지기를 나눠줬단 말입니까?]

살사; [믿기지 않으면 직접 확인해봐라.] ! 다가오며 손가락 하나를 내민다. 용설약의 피를 흡수했던 그 손가락

약간 빛을 발하는 손가락 끝

! 청풍도 손가락을 내밀어서 그 끝을 살사의 손가락에 대고

그러자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207>에서 살사가 용설약의 피나는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대던 장면이다.

청풍; (어머니...) ! 용설약을 떠올리며 살사의 손가락에서 자신의 손가락을 뗀다

살사; [혈궁에서 어떻게 탈출할지도 이미 계획을 세워놨다.] 손을 내리고

살사; [네 어미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나와 손을 잡는 것임을 명심해라.] 강렬한 표정

[!] 무언가 생각하는 청풍

 

#212>

깊은 밤. 무산

어느 골짜기.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나있는 폭 5미터쯤의 좁은 계곡인데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평평하게 길이 났다. 마차가 다닌 자국도 나있고. 거의 포장도로 수준.

휘익! 그곳으로 날아오는 두 사람. 청풍과 살사. 살사가 앞서 날아가고 그 뒤를 안대를 한 청풍이 뒤따른다.

청풍; (십리협(十里峽)...)

청풍; (응혈금천대법에 걸리지 않고 혈궁을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청풍; (아무것도 없는 것같지만 십리에 이르는 이 협곡 도처에는 감시를 위한 술법이 설치되어 있다.)

징징! 앞서 날아가는 살사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가 진동하고

청풍; (응혈환이 아니었으면 이미 그 술법에 의해 경보가 발해졌을 것이다.)

청풍; (또 일이 되려는지 외조부는 마침 출타중이라고 한다.)

청풍; (무혈마녀가 무슨 속셈인지 외조부와 만나자고 제안을 해 와서 종남산으로 갔다고 하는데...)

청풍; (그 때문에 현재 혈궁에는 혈궁십사중 흑사, 백사, 운사등 세 사람만이 남아있다.)

청풍; (최악의 경우 힘으로 탈줄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다.) (지금의 나를 막을 수 있는 건 외조부뿐이니...)

청풍; (물론 혈궁에는 삼태상(三太相), 십이혈존(十二血尊)등의 원로들도 있다.) 여러 명의 노인들의 실루엣을 떠올리고

청풍; (그들은 개개인이 혈궁십사를 능가하는 실력자들이지만 나이도 있고 해서 혈궁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청풍; (무사히 혈궁에 들어가기만 하면 어머니를 구하는 일은 거반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는 이유다.) 생각할 때

<다 왔다.> 살사의 전음이 들려 앞을 보는 청풍

계곡이 끝나고. 막다른 곳인데 동굴이 있다. 동굴 앞에는 한쌍의 마귀 조각상이 서있다. 높이가 5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마귀상들인데 절을 지키는 사천왕상과 유사하다. 팔이 네 개씩인데 각각의 팔이 무기를 들고 있다. 더 공포스럽게 생겼고 그 마귀상들 외에 지키는 사람은 없다

청풍; (혈궁의 수문장인 한 쌍의 탁탑귀장(托塔鬼將)...) 속도를 늦추는 살사를 따라 걸음을 늦추며 마귀 조각상들을 곁눈질

청풍; (혈왕 용극이 술법을 걸어놓은 저 조각상이 혈궁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관문이다.) 살사의 바로 뒤를 따라가며 곁눈질로 마귀상들을 보고

<응혈환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어떤 위장이나 술법으로도 탁탑귀장들을 속이진 못한다.> ! ! 다가오는 두 사람을 내려다보는 마귀상들의 눈이 빛을 발하고. 그러자

! 살사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응혈환도 빛을 발하고

우둑! 우둑! 무기를 든 마귀상들의 손이 좀 움직이고

긴장하는 청풍. 하지만

살사와 청풍이 자기들 앞을 지나가도 더 이상의 반응은 보이지 않는 마귀상. 다만

! ! 마귀상들의 눈이 붉게 빛나면서 청풍과 살사를 내려다본다.

청풍; (됐다!) 안도하고

<드디어 혈궁에 무사히 잠입했다!> 살사의 뒤를 따라 동굴로 들어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213>

혈궁의 모습. 거대한 분지에 건물이 수없이 많이 서있고. 밤이 아주 깊어 불 켜진 건물이 거의 없다

높은 탑. 그 탑 꼭대기 층에만 불이 켜져 있다.

탑의 내부. 수많은 거울들이 벽에 빙 둘러 달려있다. 마치 통제실의 모니터들 같은 거울들. 거울마다 혈궁의 곳곳의 모습이 떠오른다. 탑 내부에는 여러 개의 의자와 탁자가 있다. 몇 명의 무사들이 의자에 앉아서 거울들을 살피고 있고.

그 중 한 거울을 올려다보는 무사

그 거울에 비치는 것은 마귀상이 서있는 혈궁의 입구. 마귀상의 시점이다.

살사와 청풍이 마귀상 사이를 지나는 게 거울에 비친다

[...] 찡그리며 무언가 생각하는 무사. 그때

[별일 없지?] ! 계단을 통해 올라오는 백사. 돌아보는 무사들

[백사님!] [오셨습니까?] 돌아보며 일어나려는 무사들.

백사; [노부 신경 쓰지 말고 일들 봐라.] 무사들 말리며 중앙으로 다가오고

다시 의자에 앉는 무사들

백사; [특기할만한 상황이 있느냐?]

무사1; [조용합니다.]

무사2; [가끔 밤새들의 움직임이 가끔 감지될 뿐입니다.]

백사; [궁주님께서 종남산에서 돌아오실 때까지 한층 더 경계에 집중해야만 한다.] [혹시라도 실수가 있으면 궁주님의 불호령이 떨어질 테니...] 뒷짐 짚고 서서 둘러보며 말하고

[명심하겠습니다.] 거울들을 보며 대답하는 무사들

무사3; [...] 마귀상들이 있는 동굴 입구쪽을 감시하던 무사가 고개 조금 돌리며 백사의 주의를 끌고

백사; [무슨 일이냐?] 다가가고

무사3; [지금은 입구쪽의 천리경(千里鏡)에서 사라졌지만...] 입구쪽을 비추는 거울을 거리키고

무사3; [살사께서 방금 전 입궁하셨습니다.]

백사; [살사가?] 찡그리고

무사3; [저녁 무렵, 파동쪽에 일이 있다고 나가셨는데...] [어떤 자를 대동하고 돌아오셨습니다.] 눈치 보며

백사; [살사의 동행이 누군지는 확인되었느냐?]

무사3;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한쪽 눈에 안대를 한 자였습니다.]

백사; [애꾸라...] 중얼거리고

백사; [노부가 살사를 만나 확인해보겠다. 감시에 철저를 기하도록 해라.] 돌아서고

[!] [존명!] 앉은 채 고개만 돌려 대답하는 무사들

백사; (살사...) 찡그리며 계단으로 가고

백사; (요사 때문에 속을 끓이던 그놈이 무슨 일로 파동까지 다녀온 것일까?) 계단을 내려가고

백사; (겉보기와 달리 순정파인 그놈이 허튼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심각한 얼굴

 

#214>

상당히 긴 동굴이 끝나고 앞쪽이 밝다. 그곳으로 가는 청풍과 살사

살사; <다시 한 번 계획을 확인하자!> 밝은 입구로 가며 전음으로 말하는 살사

살사; <이각(二刻; 30)후 각자 요사와 네 어미를 구해서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 말하며 동굴을 빠져나가고

살사; <추적을 따돌리려면 다시 혈궁을 빠져나갈 때까지는 정체가 들통나면 안된다는 점을 명심해라.> 완전히 동굴을 빠져나오면서 말하고. 청풍도 따라 나가며 둘러보고

동굴을 빠져나와서 보는 혈궁의 모습. 달빛 아래 수많은 건물들이 서있다. 밤이 깊어 오가는 사람도 없고 불이 켜져 있는 건물도 없다.

살사; <이각후에 다시 보자!> 휘익! 다른 곳으로 날아가고

청풍; (칠 개월... 여길 떠난 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감회에 젖어 둘러보며 걸음을 옮기고

청풍; (하지만 마치 몇년만에 돌아온 기분이다.)

청풍; (이곳에 갇혀 외조부에게 고초를 당하고 계실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한시도 떠나지 않았었기 때문이겠지.)

청풍; (하지만 혈궁, 외조부와의 인연도 오늘밤으로 끝이다.)

<어머니를 구해서 혈궁을 빠져나가면 두 번 다시 돌아올 일이 없으니...> 건물 사이로 걸어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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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

어느 도시.

화려한 장원

장원의 후원. 백야마검사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는 건물.

흠칫! 하는 백야마검사들

월동문으로 걸어 들어오는 히지가타.

히지가타; (아버지의 종적은 여전히 묘연하다.) 심각

히지가타; (그리고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만난 게 이청풍, 그놈일 가능성이 높다.) 다가가는 히지가타에게 인사하는 백야마검사들

히지가타; (어떻게든 그놈을 만나서 아버지에 대해 아는 바를 물어봐야만 한다.) + [우리 공주님은?]

사내1; [조용합니다.] 건물 쪽을 곁눈질

사내2; [이제는 체념하고 상황을 받아들인 듯합니다.]

히지가타; [그렇다면 다행인데...] 덜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히지가타.

! 다시 문을 닫으며 안쪽을 살피는 히지가타.

 

안쪽은 제법 화려한 방. 침대에 힘없이 누워있는 용설영. 얇은 이불을 가슴 아래에 덮고 있는데 이불 밖으로 나온 오른손이 붕대로 감겨 있다. 고개는 방문과 반대쪽으로 돌린 채 누워있다.

히지가타; [벌써 며칠째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소.] 침대로 다가가고. 침대 옆에는 의자가 하나 있다.

히지가타; [나중에 기회가 생겼을 때 도망치기 위해서라도 체력을 보전해야할 거 아니오?]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면서

대답하지 않는 용설영

히지가타; [루주가 소저의 손가락을 자르는 걸 막지 못한 건 미안하오.] 붕대로 감긴 용설영의 손을 보며 한숨 쉬고

히지가타; [나 역시 매인 몸이라 감힌 상전인 루주에게 거스를 수가 없었소,]

용설영; [그 새끼...]

히지가타; [그 새끼라니... 누구 말씀이시오?]

용설영; [이청풍!] 입술 깨물고

용설영; [그 인간 지금 어디 있어요?]

히지가타; [항주에서 목격된 후 돌연 종적을 감춰버렸소.] [마교와 마천루에서도 사방으로 놈의 종적을 찾고 있는 중이오만...]

용설영; [그 인간 행방을 알아내서 알려줘요. 그럼 음식을 먹을게요.]

히지가타; [노력해보겠소.]

히지가타; [그건 그렇고... 좋은 소식이 한 가지 있소.]

묻지 않는 용설영

히지가타; [루주로부터 소저를 몸단장 시키라는 지시가 있었소.]

미간 살짝 찡그리는 용설영

히지가타; [짐작하시는 대로 궁주는 소저를 혈궁으로 돌려보낼 생각인 것 같소.] 고개 끄덕이고

히지가타; [그러니 하녀들이 와서 화장을 시키고 옷을 새로 갈아입힐 때 협조를 해주시오.] 일어나고

히지가타; [이청풍의 행방을 알아보겠다고 약속할 테니 우선 식사를 하도록...] + [!] 말하다가 움찔! 하고

손으로 입을 가리고 구역질하는 용설영. 필사적으로 티를 내지 않으려 하고

히지가타; (구역질!) 놀라고

히지가타; (설마 그때 이청풍에게 당한 만행으로 임신을 했다는 건가?) 청풍이 동굴에서 용설영을 강간하던 장면 떠올리고

<그래서 갇혀있는 자신의 처지는 아랑곳 않고 이청풍의 행방을 알고 싶어하는 것이고?> 실내의 광경 배경으로 히지가타의 놀람 나레이션

 

#206>

<-무산삼협(巫山三峽)> 까마득히 치솟은 절벽 사이로 거친 강물이 흐르고. ! ! 그 강물을 거슬러 가는 배 한척. 배경으로 북소리가 들린다. 상당히 큰 화물선 겸 여객선이고 좌우에 수십명씩의 노꾼이 앉아서 노를 저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뱃머리에는 나이 든 선장이 앉아서 북을 치고 있다. 노꾼들은 그 북소리에 맞춰서 노를 젓는다. 화물들 틈에 앉은 승객들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웅크리고 있고

선장; [힘을 내라!] [파동(巴東)까지 이제 삼십여리 남았다!] ! ! 양손에 든 북채로 북을 일정한 간격으로 치면서 외치고

영차! 어영차! 그 북소리에 맞춰서 노를 젓는 노꾼들. 모두 근육질

겁에 질린 사람들 사이에 끼어 앉아있는 청풍. 천으로 싼 거궐신검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데 수염이 덥수룩하고 눈에는 안대를 해서 애꾸처럼 보인다.

청풍; (무산...) 까마득한 절벽을 올려다보고

청풍; (불과 일곱 달 만인데...) (돌아오는데 마치 십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것 같다.)

청풍; (어머니...) 살사의 칼에 목을 들이대고 돌려서 자결을 하려던 어머니 용설약의 모습을 떠올리고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소자가 지금 모시러 가고 있으니...> ! ! 북소리를 배경으로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를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위쪽에서 노를 젓지 않고 내려오는 배들도 보이고

 

#207>

<-혈궁> 혈궁의 모습. 저녁 무렵

창문도 없고 돌로 지어진 감옥 같은 음침한 건물. 역시 음침한 인상의 무사들이 지키고 있고.

그곳으로 오는 살사

[살사님!] [어서 오십시오.] 고개 숙이는 무사들

살사; [내가 오늘밤 순찰이다.] [설약공주의 상황을 살피러 왔다.] 다가오고

[!] [안으로 드시지요.] 급히 철문을 여는 무사들

안으로 들어가는 살사.

밖에서 문을 닫는 무사들

안쪽은 전형적인 감옥. 복도를 중심으로 좌우로 철문이 죽 있고 복도 끝에 특별히 단단해 보이는 철문이 있다. 그 철문 앞에 덩치 좋은 중년 여자 둘이 의자에 앉아있다가 일어난다. 마녀같은 분위기의 여자간수들이다.

[살사님!] 인사하는 여자들

살사; (우리 혈궁십사에 필적하는 실력자들인 흑혈나찰(黑血羅刹)...) + [수고가 많네.] 다가가고

살사; [설약공주의 상태는 어떤가?]

여자1; [특별한 변화는 없어요.] 문을 열고

여자2; [하루 종일 누워서만 지내는데... 어떻게든 기운을 좀 차렸으면 좋겠군요.] 동정의 표정

철문 안쪽으로 들어가는 살사. 여자들은 문을 완전히 닫지 않고 대기한다. 밖에서 안을 힐끔거린다.

철문 안쪽은 살풍경한 감옥. 가재도구는 아무것도 없고 달랑 쇠로 만든 침대 하나. 그 침대에 이불을 덮고 힘없이 누워있는 용설약. 목에 흉터가 있는 것 주의. 살사의 칼에 베어졌던 흔적이다.

살사; [쯧쯧! 궁주님이 좀 무심히긴 하군.] 다가가고.

살사; [하나뿐인 따님을 이렇게 냉대하시기나 하고...] 침대 옆에 서고

용설약; [실없는 소리 하려고 찾아왔나요?] 돌아보지 않고 말하고

살사; [아들 소식이 궁금하지 않나?] + <의심이 가더라도 끝까지 들어라.> 전음을 함께 보내고

찡그리는 용설약

살사; [공주에게 기쁜 소식일 텐데... 청풍이 놈은 결국 우리의 추격을 결국 뿌리쳤었다.] + <요사가 궁주에게 학대를 당해 죽어가고 있다. 내가 요사를 친누나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건 알 것이다.>

용설약; [잘 되었네.] + (무슨 꿍꿍인가?)

살사; [청풍이 놈은 제왕성에 들어가는 건 성공했는데...] + <요사를 혈궁에서 빼돌리고 싶어도 나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살사; [문제는 그 직후 죽을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 <정황상 청풍이는 조만간 공주를 구하러 무산으로 올 것이다.>

용설약;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요?]

살사; [청풍이는 천병신기보가 무애검조에게 만들어 바친 유람선을 탔다가 대량의 폭약이 터지는 폭발에 휘말렸다.] + <그리고 내가 요사를 구하려면 청풍이의 도움이 절실하다.> 진지한 표정

용설약;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는 건가요?]

살사; [믿든 말든 공주의 자유지만...] + <머잖아 무산에 잠입할 청풍이와 만날 수 있도록 도와다오.>

찡그리는 용설약

살사; [청풍이가 탔던 유람선이 폭발한 건 무림인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 <공주의 몸속에 깃든 원정(元精)을 이용하면 청풍이가 어떻게 변장을 해도 찾아낼 수 있다는 건 알 것이다.>

용설약; [그래서 청풍이가 죽기라도 했다는 건가요?] + (함정이겠지!)

살사; [유감인지 다행인지는 모르지만 그 얼마 후 청풍이의 모습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었다.] + <청풍이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혈궁에 들어오지 못한다는 걸 알지 않느냐?> 강렬한 시선으로 보고

생각하는 용설약

살사; [살아있는 건 분명하니 조만간 청풍이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 <어머니의 명예를 걸고 부탁하니 날 도와다오.>

살사; [청풍이놈을 시체로 만들어서라도 만나게 해줄 테니...] 고개 숙이며 약올리듯 말하고. + <부탁한다!>

용설약; [악독한 인간!] 철썩! 힘없이 손을 휘둘러 살사의 뺨을 때리고

[!] [!] 밖에서 보던 두 여자가 흠칫! 할 때

살사; [여전히 기가 살아있구만!] ! 한손으로 용설약의 손목을 움켜잡고

여자1; [거칠게 대하면 안돼요!] 급히 제지하고

살사; [걱정 말게!] ! 다른 손의 검지 손가락에서 빛을 내서 용설약의 손가락 끝에 상처를 내고.

살사; [아무리 나라 해도 궁주님의 하나뿐인 자식인 우리 공주님을 해꼬지 할 담력은 없으니...] 피가 나는 용설약의 손가락에 자기 손가락을 대고

눈을 감고 정신 집중하는 용설약

츠으! 용설약의 손가락에서 나는 피가 살사의 손가락으로 스며들어가고

용설약; [놔요!] ! 살사의 손을 뿌리치고

용설약; [날 약 올릴 목적으로 왔다면 성공했어요.] 돌아눕고

용설약; [꼴보기 싫으니 나가요!] 이불을 끌어올려 어깨까지 덮고

살사; [기분이 상했다면 사과하마.]

살사; [어쨌거나 청풍이를 조만간 보게 될 테니 힘을 내거라.] 비웃으며 돌아서고

살사; [시체가 된 놈과 만날 가능성이 크지만...] [으하하하!] 미친놈처럼 웃으며 나오는 살사. 그 뒤에서 문을 닫으며 그런 살사를 흘겨보는 여자들

살사; (성공했다.) 흐흐흐! 웃으며 입구쪽으로 가고

살사; (어미와 자식은 생명의 원천인 원정지기(元精之氣)를 공유한다.) 손을 들어 보고

츠으! 용설약의 피를 흡수한 손가락이 빛을 발하고

살사; (다만 원정지기는 주려는 자의 의지에 좌우되는 제한이 있어서 타인은 원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닌데...)

살사; (용설약이 넘겨준 이 원정지기를 이용하면 청풍이 놈을 보다 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음침하게 웃는 얼굴 크로즈 업

 

감옥 내부. 이불을 어깨까지 덮어쓴 채 등을 입구쪽으로 향하게 누워 있는 용설약

용설약; (청풍... 청풍이가 날 구하러 오고 있다고?)

용설약; (무슨 기연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청풍이가 날 아버지의 독수에서 빼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용설약; (제발 어미 때문에 무리를 하진 말거라 청풍아!)

<어미로 인해 네가 불행해지면 어미에게는 그게 바로 지옥이니...> 혼자 남은 용설약의 모습 배경으로 용설약의 생각 나레이션

 

#208>

. 어느 계곡. 음침하다

휘익! 그곳으로 날아드는 민짜 가면을 쓴 자들 네 명. 가면 이마에 숫자가 적혀 있다. <十七> <十九> <二十四> <八十八>

가면17; <여기가 맞지?> 가면 이마 부분에 <十七>이라 적혀 있는 자

가면19; <천마령(天魔令)으로 발해진 지령서에는 분명 이곳이라고 적혀 있었네!> 가면의 이마 부위에 <十九>라고 적힌 자. 계곡 안으로 날아들며 가면17과 전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가면24;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소! 루주님은 십면혈신을 만나러 종남산(終南山)으로 간 걸로 알고 있는데...> 가면 이마에 <二十四>라 적힌 자

가면88; <마천루의 최정예인 우리들 마면광전사(魔面狂戰士) 전원을 소환한 걸 보면 일도 보통 일이 아니겠지요.> 가면의 이마에 <八十八> 적힌 자가 말하고. 이자가 일행 중의 막내다.

가면17; <어쩌면 십면혈신에 대한 암살이 진행중일지도 모르네.>

가면19; <십면혈신이 표적이라면 이번 소환령이 납득이 가긴 하지.> 날아 들어가고

곧 계곡 끝에 이르는 네 사람. 계곡 끝에는 동굴이 있고 동굴 입구에는 누군가 서있다. 바로 위진천이다.

위진천을 크로즈 업

<소루주께서 기다리고 계시는군!> <역시 천마령으로 우릴 소집한 건 소루주셨구만!> 휘익! 안심하며 계곡 끝으로 날아가는 가면들

[소루주님!] [교주님을 뵙습니다.] 휘익! ! 내려서며 포권하는 가면들

위진천; [어서 오시오.] 끄덕이고

위진천; [먼저 온 분들이 안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들어가시오.] 동굴 안을 가리키고

가면들; [!] [분부 받들겠습니다.] 고개 숙이며 위진천을 지나쳐서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가면들

위진천; (마면광전사의 총원은 백팔명...) (어머니의 경호에 나선 십여명을 제외한 전원이 천마령으로 발해진 소환에 응했다.) 들어가는 가면들 뒷모습을 보고

위진천; (마면광전사들은 광혈폭룡공(狂血暴龍功)이라는 마천루의 마공을 익혔다.) 동굴로 걸어 들어가고

위진천; (광혈폭룡공을 구사하면 한번 쓸 때마다 수명이 십년 씩 줄어들지만...)

위진천; (대신 지닌 바 내공의 세배를 쓸 수 있다.) 앞서 달려가는 가면들의 뒤를 따라가며 생각하고

위진천; (그 때문에 광혈폭룡공을 쓰는 마면광전사의 힘은 개개인이 육합마신에 필적한다.)

위진천; (그런 마면광전사들이 백팔명이나 있다는 건 세상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살벌한 표정

위진천; (하물며 혈궁은 이청풍에 의해 눈이 뽑히고 손이 잘린 꼴이 되었다.)

위진천; (혈궁에 숨겨둔 힘이 없지 않겠지만 지금 마천루가 혈궁을 공격하면 이길 가능성이 칠할 이상이다.)

위진천; (혈궁과 마천루의 전력이 이토록 심하게 불균형을 이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동굴이 끝나고 앞쪽에 불빛이 보인다. 위진천의 앞에서 달려가던 자들이 걸음을 늦추며 그 불빛 속으로 들어가고

위진천; (어머니의 야심을 좌절시킬 필요도 있고 하니...) 앞쪽에 불빛이 비치는 곳은 많은 횃불이 밝혀진 지하광장이다.

<오늘 마면광전사의 대부분은 이곳에 뼈를 묻어야한다.> 강렬한 표정으로 동굴 안의 광장으로 들어서는 위진천.

 

동굴 안의 광장에 모여 있던 백여명의 가면들이 입구를 돌아보고

[소루주!] [교주님을 뵙습니다!] 들어서는 위진천을 발견하고 일제히 포권하는 가면들

위진천; [천마령의 소환에 응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여러분들께 먼저 치하를 올리겠소.] 마주 포권을 하고

[치하라니요?] [천마령에 복종하는 것은 마천루 제자의 본분 아니겠습니까?] 마주 포권하며 황송해하는 가면들

위진천; [치하에 이어 유감과 애도를 표하겠소.] 손 내리고

<유감과 애도?>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가면들 경악할 때

위진천; [이 지하광장에는 삼천근의 화약이 매설되어 있소.]

[... 화약이 매설되어 있다고?] [소루주! 그게 무슨 뜻이오?] 가면들 경악할 때

위진천; [아무쪼록 나 위진천을 저주하시오.] 한숨 쉬며 포권하고

위진천; [그럼 먼저 삼도천을 건너도록 하시오.] ! 말하며 바닥을 강하게 밟고. 직사각형으로 잘려진 흔적이 있는 바닥

파직! 그 바닥이 아래로 확 내려가며

번쩍! 화악! 동굴 광장의 바닥이 바둑판처럼 금이 가며 그 금 아래에서 강한 빛이 뿜어진다. 경악하는 마면광전사들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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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무산> 구름과 안개에 덮인 무산

<-혈궁> 혈궁의 모습

후미진 곳의 뇌옥 건물. 무사들이 지키고 있고. 그 앞에 살사가 서서 문을 보고 있다.

철캉! 문이 열리고

깡마른 체격에 인상이 살벌한 노파가 한명 나온다. 젊은 하녀 한명이 노파를 따라 나오고

살사; [칠독파파(七毒婆婆)!] 다가가고

칠독파파; [지금껏 기다리고 있었던 거요?] 시큰둥

살사; [요사... 여덟째 누님의 상세는 어떻소?]

칠독파파; [당연히 좋지 않소.]

칠독파파; [식음을 전폐하고 있는데다가...] [궁주가 매번 심하게 다뤄서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소.] 뒤를 힐끔

살사; [그럼 이대로 방치하면...]

칠독파파; [조만간 삼도천(三途川)을 건너겠지.] 가면서 말하고. 하녀도 따르고

칠독파파; {예쁘고 재주 많으면 뭐 하나? 늙어 땅에 묻히면 썩어 없어지는 걸...] 하녀를 거느리고 멀어지며 중얼거리고.

살사; (여덟째 누이의 목숨이 백척간두에 서있는 상태다?) 무언가 결심하고

살사; (더 늦기 전에 결행을 해야 한다!) 강렬한 표정 크로즈 업

 

#200>

<-살인상단> 거대한 도시. 평범한 장원

소수마녀의 거처

삐꺽! 건물의 문이 열리더니

동동; [그럼 편히 쉬세요 단주님!] 밖에 나와 문을 닫으려 하며 인사하고. 다른 손에는 작은 쟁반이 들려있다. 쟁반에는 아무것도 얹혀져 있지 않고

닫히려는 문의 틈새로 창가 안락의자에 앉은 여자의 실루엣이 보인다. 소수마녀지만 자세히 보여주지는 말고

! 닫히는 문

동동; (안 좋아!) 오만상 쓰며 월동문쪽으로 가는 동동

동동; (천목산에 다녀오신 동안 단주님의 아랫배는 급격히 부풀어 있어.)

동동; (이러다간 살인상단의 모든 인간백정들이 단주님이 임신 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말 거야.) 월동문을 나서고

동동; (뭔가 수단을 찾아내야만 해.) (단주님이 아기를 갖었다는 걸 누구도 알지 못하게.) 월동문을 완전히 나서고. 직후

[!] 깜짝 놀라 멈춰서는 동동

! 멀지 않은 곳에 서있는 두 명의 인물. 한명은 얼굴의 절반이 불에 타서 녹아내린 것같은 흉터가 나있고. 이자의 이름은 파면살주. 다른 한명은 덩치가 큰 곱추 중년인. 다른 작품에 나온 <타노> 캐릭터. 이 작품에서의 이름은 천잔살주

동동; (살인상단 최고고수들인 육대살주(六大殺主) 중 파면살주(破面殺主)와 천잔살주(天殘殺主)!) 아연긴장

동동; (평소 얼굴 보기도 힘들던 이들이 무슨 용무로 함께 찾아온 걸까?) 생각할 때

<조용히 따라와라. 확인할 것이 있으니...> 파면살주가 강렬한 표정으로 동동을 노려보며 말하고

<... 큰일 났다!> 울상이 되는 동동의 얼굴 크로즈 업

 

#201>

살인상단의 다른 건물. 음침한 인상의 자객들이 경비를 서고 있고

파면살주; [()의원부터 말해봐라.] 여섯 개의 의자가 나란히 놓여있는데 가운데의 두 자리에 천잔살주와 함께 나란히 앉아서 말하고. 두 사람 앞에는 동동과 늙은 의사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서있다.

파면살주; [지난 석 달간 단주에게 처방한 약제의 효능은 무엇이냐?] 앞쪽의 탁자를 가리키고. 탁자에는 종이로 싼 약들과 처방전이 적힌 종이들이 놓여있다.

의원; [... 단주께서 지속적으로 체기와 구역감을 말씀하셨고...] [그래서 속을 안정시키는 약제와 빈혈에 듣는 약을 함께 처방해왔습니다.] 겁에 질려

파면살주; [체기와 구역감이 석달 넘게 지속되었다?] 눈 번뜩

의원; [주기적으로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증상이 발현되곤 하여 그때마다 탕제를 달여서 올렸습니다.]

천잔살주; [진맥도 해봤겠지?]

의원; [...]

천잔살주; [그래서 궁의원의 결론은?]

의원; [... 그게...] 당황

파면살주; [궁의원이 입에 올리기 어려워하니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파면살주; [단주가 임신을 한 것인가?] 강렬한 눈빛

동동; (... 들켰어!) 사색. 의원도 당황하고

파면살주;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궁의원!] 살벌

의원; [... 그렇습니다!] 기겁하며 대답하고

의원; [진맥의 결과도 그렇고...] 비지땀을 닦으며

의원; [단주의 몸에 느닷없이 나타나고 있는 변화까지 감안하면 임신하신 상태가 틀림없습니다.] 눈치 보며

파면살주; [그렇다고 한다.] 동동을 보고

동동; [으으...] 겁에 질리고

파면살주; [단주의 몸종인 동동 네년이 아는 대로 이실직고 해야할 것이다.] [험한 꼴을 당하기 싫으면...!] 살벌

동동; [... 용서해주세요 파면살주님!] [숨길 생각은 없었어요.] 털썩! 겁에 질려 무릎을 꿇고

동동; [단주님은... 반 년 전,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신 후부터 입덧을 하시기 시작하셨사옵니다.]

천잔살주; [반 년 전의 임무라면...] 놀라고

동동; [인초 이무외의 아들 이청풍을 직접 추살하시겠다며 출타하셨었사옵니다.] 눈치 보며 말하고

<맙소사!> <단주가 이청풍의 애를 뱄단 말인가?> 경악하는 파면살주와 천잔살주

 

#202>

<-숭명도> 

<-천병신기보>

후원. 석궁과 화승총으로 무장하고 지키는 여자 무사들

진상파; [제가... 제가 너무도 어리석은 짓을 했사옵니다.] 엎드려 절하며 울고. 앞쪽에 무애검조가 앉아 책을 보다가 돌아본다. 옆에는 진무륜이 앉아있다가 돌아보고. 두 사람은 차를 마시며 담소하던 중이었다. 진상파의 뒤에는 패소정이 무릎을 꿇고 있다.

진상파; [부디 이 어리석은 계집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울고

무애검조; [운명은 인간이 알 수 없는 것이고 모든 인연은 기이한 법이다.] 웃으며 책을 내리고

무애검조; [네가 무애호유선으로 노부와 청풍이를 초청함으로써 놀라운 인연이 맺어지지 않았느냐?]

말없이 우는 진상파

패소정; (성주님께서는 소성주님과 진상파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시는 것 같구나.)

패소정; (하긴 이미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성주님께 시공(時空)의 경계는 의미가 없겠지.) 존경

무애검조; [머잖아 좋은 소식이 있을 것같으니 몸을 잘 돌보도록 해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하고

진상파; [...] 고개 조금 들며 얼굴 붉히고

패소정; (좋은 소식!) 놀라고

패소정; (사흘 전의 그 일로 요 계집이 소성주의 아기를 갖었을 수도 있겠구나.) 질투 나는 표정으로 진상파의 뒷모습 흘겨보고.

무애검조; [청풍이는 함께 오지 않았구나.]

진상파; [소성주... 그이는 어머니를 구하러 가신다고 하셨사옵니다.] 얼굴 좀 발개져서. 소매로 눈물 닦으며

진상파; [혈궁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잠행(潛行)을 한다고 하니 한동안 연락이 닿지 않을 것이옵니다.]

무애검조; [혈궁... 혈궁...] 창 밖을 보며 중얼. 표정이 조금 어두워지고

패소정; (성주님의 안색이 어두워지신다.)

패소정; (아무래도 소성주의 혈궁행은 파란과 위험이 중첩될 것 같구나.)

 

#203>

<-마천루 비밀 분타> #133>에 나온 곳. 한적한 강가. 앞쪽은 강이고 삼면이 높은 절벽으로 둘러싸인 음침한 장원. 음침한 인상의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고

마천루 비밀 분타 후면의 절벽 아래에 나있는 동굴. 무사들이 지키고 있고

동굴 내부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횃불이 밝혀져 있다. 또 일정 간격으로 철문이 나있다. 일종의 감옥.

그 동굴의 끝은 철문이 가로 막고 있다. 철문은 얼굴에 민짜 가면을 쓴 자 둘이 지키고 있다. 가면 이마에는 숫자가 적혀있다. <> <十三>이다.

흠칫! 하는 가면들

동굴 저편에서 걸어오는 크고 작은 두 사람. 큰 쪽은 위진천. 작은 쪽은 작달막한 키에 지팡이를 짚었고 머리가 유달리 큰 노인. 이 노인은 육합마신의 일인인 쌍뇌마로. <마면기정 자료집 제 29페이지>의 쌍뇌마로 캐릭터. 최면술의 달인.

<소루주님께서 오셨소!> <책잡힐 일 없도록 만전을 기하시오!> 철문 안쪽으로 전음을 보내며 긴장하는 가면들

쌍뇌마로; [흑모신원은 일종의 섭혼술에 당했소이다.] 말하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마천루 육합마신의 일인 쌍뇌마로(雙腦魔老)>

위진천; [섭혼술이라...]

위진천; [당금 무림에서 그 분야의 일인자는 쌍뇌장로님이시니 이미 치료를 하셨겠습니다.]

쌍뇌마로; [그랬으면 좋겠는데...] 찡그리고

쌍뇌마로; [확실히 이무외, 이청풍 부자는 상궤를 뛰어넘는 괴물들인 것 같소이다.] 난색을 표하고

위진천; [장로께서도 흑모신원에게 걸려있는 섭혼술을 깨트리지 못하셨단 말씀이십니까?] 놀라고. 그 앞에서 가면 쓴 자들이 인사하며 철문을 열 준비를 한다.

쌍뇌마로; [일종의 음공(音功)으로 신원의 정신을 제어했다는 건 확인했소이다만...] 앞에서 가면 쓴 자들이 급히 문을 여는 걸 보며 말하고

쌍뇌마로; [워낙 심층까지 정신을 제압하고 있어서 해제하는 게 쉽지 않소이다.] 앞장서서 철문 안쪽으로 들어가고

 

철문 내부. 마치 수술실 분위기. 중앙에 커다란 철제 침대가 놓여있고 철제 침대에는 양팔과 목, 발목이 강철 족쇄에 채워진 흑모신원이 누워있다. 입에는 재갈이 물려있고. 몸에는 붕대가 칭칭. 천장에는 여러 장의 거울이 쇠막대 끝에 붙어있어 흑모신원의 얼굴을 비춘다. 철제 침대 주변에는 얼굴에 민짜 가면을 쓴 몇사람이 둘러 서있다가 입구쪽을 돌아본다. 민짜 가면들에는 숫자가 적혀있다. <> <十四> <十五> <十六>이다. 물론 리더는 <>자가 새겨진 민짜 가면을 쓴 자다. 이호로 표기

이호; [소루주님!] 대표로 인사하고. 다른 세명은 말은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쌍뇌마로; [신원의 상태는 어떠냐?] 다가가며 묻고

이호; [흑모신원님은 워낙 회복력이 뛰어나 루주님의 형극장강에 당한 상처는 대부분 완치되었습니다.] 재갈이 물린 흑모신원을 보며. 흑모신원은 초점없는 눈을 치뜨고 있다.

쌍뇌마로; [몸의 회복이야 의미없는 일이라는 걸 모르느냐?] 침대 옆에 서며 찡그리고

이호; [... 죄송합니다.] 긴장

이호; [흑모신원께서는 여전히 자아(自我)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으으으!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며 이빨 드러내려는 흑모신원을 보며 말하고

쌍뇌마로; [신원은 자기가 누군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요.] 위진천과 함께 서서 흑모신월 내려다보며

쌍뇌마로; [거울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존재를 자각하게 만드는 중이외다.] 거울을 보고

위진천; [흥미롭군요!] 끄덕

위진천; [저는 얼마 전부터 섭혼술이나 최면술처럼 인간의 마음에 작용하는 분야에 관심이 생겨 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위진천; [놓치기 어려운 기회이니 제게 흑모신원을 치료해볼 기회를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쌍뇌마로에게

쌍뇌마로; [물론이외다.]

쌍뇌마로; [신원도 자신의 상태가 소루주의 수련에 도움이 되었다는 걸 알면 기뻐할 것입니다.] 가면들을 둘러보며

쌍뇌마로; [소루주의 수련에 방해가 될 테니 우린 나가자.] 돌아서고

이호; [예 쌍뇌마로님!] 이호가 대신 대답하고

쌍뇌마로와 함께 밀실에서 나가는 가면들

! 문이 닫히고 밀실에는 위진천과 흑모신원만 남는다.

위진천; [드디어 우리 단 둘이 되었습니다.] 흑모신원을 들여다보며 웃고

위진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니 가능한 빨리 정신을 차리셔야 합니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웃고 

 

#204>

<-혈궁> 혈궁. 

화려한 건물

십면혈신; [장춘곡으로부터의 연락은 여전히 없소?] 상좌에 앉아서 말하고. 좀 짜증나는 표정. 손에는 작은 상자를 하나 들고 있다. 손가락 하나 들어갈 정도의 작은 상자인데 아주 화려하고 값이 나가 보인다.

십면혈신 앞쪽의 탁자에 여섯 명이 세명씩 나란히 마주 앉아있다. 모두 다섯씩 열명이 앉을 수 있는 탁자지만 지금은 여섯명만이 앉아있다. 한쪽에는 흑사, 백사, 살사. 맞은편에는 면사를 쓴 세 명의 인물이 앉아있다. 여자 한명과 남자 두 명. 각자의 면사에 <> <> <>이 적혀 있다. 이들이 혈궁십사의 나머지 네명인 용사, 호사, 운사, 여자가 용사인데 머리카락이 길고 백발이다. 이 자리에 빠진 것은 풍사다.

용사; [심상치 않은 상황인 것은 틀림없사옵니다.] 면사에 <>자가 적힌 여자가 말하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혈궁십사 서열일위 용사(龍師)>

용사; [장춘곡을 관리하는 법사들은 물론 천목산 근처에 상주하는 본궁의 문도들도 모두 침묵하고 있사옵니다.]

십면혈신; [조직적인 소탕을 당하고 있다?] 찡그리고

용사; [무혈마녀가 천목산 근처에서 목격되었다는 전서구가 마지막 보고였습니다.]

십면혈신; [무혈마녀 냉상영...] [그년 참...] 따각! 따각! 쓴웃음. 들고 있는 작은 상자로 의자 팔걸이를 좀 두드리며

호사; [대륙전장의 정보망이 청풍이 놈에게 궤멸된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소이다.] 면사에 <>자가 적힌 왜소한 체구의 노인이 말하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혈궁십사 서열이위 호사(虎師)>

운사; [맞소이다!] 동조하는 운사. 쓰고 있는 면사에 <>자가 적혀있다. 보통 체격의 중년인. 배경으로 나레이션. <-혈궁십사 서열사위 운사(雲師)>

운사; [대륙전장이 통제기능을 상실하면서 본궁에 속한 강호일천방파의 이목을 이용할 수가 없게 되었소이다.]

운사; [지금으로서는 깅호에 파견나가 있는 본궁 직속세력만 동원할 수 있는데...] [이래서는 까막눈이 된 것이나 다를 바가 없소이다.]

용사; [그래도 풍사(風師)가 천목산으로 직행했으니 하루 이틀 사이에 정황보고가 도착할 거예요.] 십면혈신을 보며 말하고

흑사; [장춘곡이 침묵하고 있고 혈영공주께서 실종된 건 마천루의 짓일 가능성이 큽니다.] 처음으로 말 꺼내고. 흥분해서. 모두 흑사를 보고

흑사; [본궁도 그에 대한 보복으로 마천루의 비밀세력을 몇 곳 조질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호사; [대륙전장과 장춘곡을 상실한 탓에 강호에서 마천루와의 세력균형이 무너지긴 했지.] 고개 끄덕이고

흑사; [궁주께서 하명만 하시면 저희가 강호로 나가 마천루의 잡것들을 쓸어버리겠습니다.] 포권하며 말하지만

십면혈신; [그대들의 분한 마음은 알겠소.]

십면혈신; [하지만 마천루에 보복하는 건 좀 더 경과를 본 후에 결행할 수밖에 없소.] [왜냐하면...]

말을 끊고. 모두 십면혈신을 보고

십면혈신; [냉가년이 노부에게 회담을 제안했기 때문이오.] 작은 상자를 들어 보이고

[무혈마녀가 말입니까?] [그년이 무슨 꿍꿍이로...] 어리둥절하는 일행

용사; [신중하게 응하셔야만 하옵니다.]

용사; [무혈마녀라는 별호 그대로 냉가년은 피도 눈물도 없어서 목적을 위해서라면 강호의 도의쯤은 안중에도 두지 않을 것이옵니다.]

십면혈신; [일좌(一座)의 우려하는 바는 알고 있고 냉가년이 수작을 부릴 가능성도 충분하오.]

십면혈신; [하지만 이것 때문에라도 그년의 회담 제의를 거절할 수가 없소.] ! 상자를 천천히 도화선자에게 날리고

용사; [무엇이온지요?] 두 손으로 상자를 받고

십면혈신; [회의를 소집하기 직전에 전해 받은 것인데 볼만 할 거요.] 웃고

달칵! 의아해하면서 상자의 뚜껑을 여는 용사. 옆에 앉아있는 호사와 운사도 고개를 돌려 보는데

! 상자 안에 든 것은 잘린 손가락. 가늘고 매끈한 것이 여자의 손가락이다

호사; [손가락!] 기겁. 운사도 경악

흑사; [이게 무슨...] 분노. 벌떡

흑사; [냉상영! 그 찢어죽일 년이 누군가의 손가락을 잘라서 보냈다는 말씀이십니까?]

백사; [!] 무언가 깨달을 때

십면혈신; [흑사가 보기에 그 손가락은 누구 것일 것 같은가?] 웃고

흑사; [매끈한 걸로 봐선 계집의...] + [!] 말하다가 경악

흑사; [... 궁주님! 설마... 설마 저 손가락이...] 전율하고

십면혈신; [직접 보게.] ! 손가락 튕기고. 그러자

! 상자에 든 손가락이 진동하고

상자를 탁자에 내려놓는 용사

슈우! 빛이 나는 손가락에서 구름 같은 게 피어오르고

흑사; (신체의 일부에 서려있는 기억을 불러내는 본궁의 술법 적신독명술(積身讀命術)!) 눈 번득이며 앉고. 그때

스스스! 탁자 위로 피어오는 구름 같은 것에 영상이 서린다. 누군가가 의자에 묶인 자세로 앉아있는 모습

! 뚜렷해지는 영상. 입에 재갈이 물린 채 두 팔이 의자에 묶인 용설영의 모습이다.

[... 공주!] 사람들 경악 분노하고. 그때

복면을 쓴 자가 작은 작두를 들고 다가오고.

공포에 질리는 용설영의 얼굴

작두의 날 사이에 용설영의 새끼손가락을 끼우는 복면인

[안돼!] [저 놈이...] 흑사와 살사가 분노하여 벌떡 일어날 때

! 작두의 위쪽 날을 누르는 복면인의 손

고통으로 눈을 치뜨는 용설영의 얼굴. 이어

! 손가락을 튕기는 십면혈신

푸시시! 연기가 사라지며 허공에 떠올랐던 영상도 사라지고

[죽일...] [감히 설영공주님의 신체를 훼손하다니...] 분노하는 사람들

용사; [무혈마녀 냉상영!] [그 계집이 결코 넘어서는 안되는 선을 넘었군요.] 차갑게 눈 번뜩이고

십면혈신;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고...]

십면혈신; [회담에 응하지 않으면 다음번에는 설영이의 목을 예쁘게 단장해서 보내겠다는 게 냉상영의 전갈이오.]

[죽일 년!] [그년이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왔습니다.] 치를 떠는 흑사와 백사

십면혈신; [어쨌거나 이런 이유로 노부는 냉가년의 초청을 무시할 수가 없게 되었소!] 음산하게 웃고

살사; (궁주가 자리를 비운다 이거지?)

<요사를 구하려면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될 것이다.> 실내의 모습 배경으로 살사의 생각 나레이션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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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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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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