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24>

[에잉 드러븐 놈!] 숲속의 정자. 한 노인이 코를 싸맨 채 정자 난간에 걸터앉아있다. 스타워즈의 요다같은 인상. 아주 나이가 들어 얼굴 전체가 주름살로 자글자글 하다. 이 노인이 무영동부의 최연장자인 염제도. -무영동부 부주 염제도(廉齊道) 120.

[히히히! 이겼다! 이겼다!] 그 앞에서 검은 머리에 잘 생긴 중년인이 바보처럼 헤벌레 하며 바지를 추스르고 있다. 바닥에는 똥이 튀어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이 검은 머리의 중년인이 무영동부의 다섯 노인중 넷째인 독고사룡이다. 나이는 환갑이 넘었으나 공력이 심후해서 40대 중년인처럼 보인다 -무영동부 서열사위 독고사룡 63

염제도; [저 망할 놈의 똥구녕은 내가 닦아줬다!] [그러니까 뒷마무리는 네놈들이 해라!] 코를 싸맨 채 말하고

표대추; [별 수 없다. 빨리 해치우자!] 한손으로 코를 싸매고 다른 손은 똥으로 칠갑이 된 정자 바닥을 향해 젓고

푸시시! 똥에서 연기가 일더니

완전히 말라서 가루가 되는 똥

청풍; (점입가경이군! 허공을 격하고 삼매진화(三昧眞火)를 발휘할 수 있다니...!) 놀라고

표대추; [셋째 네 차례다!] 물러서고

반치우; [젠장할!] [내가 앞으로 넷째 저 또라이랑 또 어울리면 성을 간다! 성을 갈아!] 이를 갈며 역시 한손으로 손을 젓고. 그러자

후두둑! 후두둑! 똥 가루들이 한 군데로 뭉쳐서 둥글게 변하고

반치우; [에이 드러워!] 손을 젓고

! 날아 나오는 똥 분말 덩어리

푸시시! 정자를 에워싼 나무 아래에 파고 든다

반치우; [본의 아니게 사리수(舍利樹)에 거름을 주게 되었군!] [마무리는 막내 네가 해라!] 황희설에게

황희설; [휴우! 손자 똥도 치워본 적이 없거늘...!] 고개 설래 설레 저으며 정자 안으로 들어간다. 이어 구석에 놓인 대걸레를 들어 바닥을 닦기 시작한다

염제도; [대충 정리 되었으니까 들어와라!] 난간에서 바닥에 내려앉고

표대추; [아무리 심심하기로서니 방귀뀌기 시합 같은 건 두 번 다시 하지 맙시다!] 탄식하며 정자로 들어가고

반치우; [그러는 형님도 신나게 꿔대지 않았소?] 눈 흘기며 따라들어가고

표대추; [그러니까 네놈이 바둑을 배우면 좀 덜 심심하잖아!] 궁시렁 대며 염제도 옆에 앉는다

반치우; [바둑 같은 애들 잡기를 배울 생각없소. 차라리 형님이 장기를 배우시오!] 염제도의 다른 쪽 옆에 앉고

표대추; [일없다!] [말 몇 마리 놓고 장이야 멍이야 해대는 한심한 짓거리를 배워서 뭘 해?] 코웃음치고. 그 사이에 청풍도 슬그머니 염제도 맞은편에 앉고.

반치우; [지금 배워봐야 날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저러지!] 코웃음

표대추; [뭐야?] 눈 부라리고. 그때

염제도; [이놈들아! 그만들 좀 해!] [신입(新入)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냐?] 핀잔 주고

그제야 모두 입 다물고 청풍을 본다.

청풍; [! 안녕들 하쇼?] 넉살 좋게 손을 들어보이고

염제도; [아무리 봐도 너무 젊군.] 찡그리며 청풍의 아래 위를 보고

염제도; [무영동부 역사상 저렇게 젊은 나이에 들어온 사례는 없는데?]

표대추; [기록적으로 젊었다는 넷째도 여기 들어올 때는 서른세살이었소!] 백치처럼 히죽 히죽 웃고 있는 독고사룡을 흘깃 보고

황희설; [젊은 게 아니라 어린 것이외다.]

황희설; [많아야 약관을 갓 지났을 거요.] 대걸레를 치우고 반치우 옆에 앉는다. 독고사룡도 히죽 히죽 웃으며 표대추 옆에 앉고

청풍; (이 영감탱이들이 남의 나이를 멋대로 늘려놓네! 난 이제 겨우 열일곱 살인데....) 흘겨보고

반치우; [하여간 난놈이오.] [이 나이에 벌써 여기까지 들어올 정도라면 바깥에서는 세상을 한 번 발칵 뒤집어놨을 게 분명하오.]

표대추; [십오년동안 바깥소식을 듣지 못했더니만.....] 청풍의 아래 위를 보고

표대추; [젊은 녀석들이 이 정도면 무림도 우리가 활동할 때보다 아주 많이 발전한 듯하오.] 염제도에게 말하고

염제도; [그러고 보면 이제 또 공가 녀석들이 슬슬 장보도(藏寶圖)를 세상에 뿌릴 때가 되긴 됐지.] 끄덕

반치우; [그놈의 장보도!] 이를 부득

반치우; [거기에만 안 홀렸어도 내 인생이 여기서 이렇게 망쳐지지는 않았을 텐데....!]

표대추; [귀부는 대도(大盜)와 신투(神偸)들의 무덤이야.] 코웃음

표대추; [큰 도둑 소리를 듣던 우리가 이곳이 아니면 어디 가서 죽겠냐?] [그러니 공가를 탓하지는 말어.]

반치우; [탓하는 게 아니고 말이 그렇다는 거요.] 한숨

반치우; [살만큼 살았고 분탕질해볼만큼 분탕질해본 우리야 그렇다 쳐도...]

반치우; [젊디 젊은 저놈은 생각할수록 안됐소!] 청풍을 보고

모두 청풍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청풍; [내가 안됐다고?]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멀뚱

청풍; [대체 내가 왜 안됐다는 거요?]

반치우; [그럼 이놈아! 평생 여기 갇혀서 썩어야 하는데 억울하지도 않냐?]

청풍; [썩기는 누가 썩어?] [꼰대 성질을 좀 건드린 탓에 잠시 갇혀있는 것 뿐인데...!]

청풍; [길어야 한 달쯤 갇혀 있다보면 꺼내주러 오겠지!] 팔짱 끼며 콧방귀

표대추; [꺼내주러 온다고?]

반치우; [그럼 넌 양상군자(梁上君子;도둑)가 아니란 말이냐?]

다른 노인들도 놀라는데

청풍; [하하하! 나는 천하오대거부 중 하나인 황금전장 장주의 넷째 아들이오.]

청풍; [아쉬운 건 많지만 도둑질 할만큼 궁하진 않소.]

[뭐야?] [네놈이 공자무의 자식이라고?] 모두 기겁하며 놀라고. 반치우와 황희설은 놀라서 뒤로 물러나 앉기까지 하고

황희설; [... 공가의 자식놈이라면 뭣 때문에 힘들게 기관함정을 뚫고 들어왔느냐?] [그 길은 원래 우리 같은 양상군자들이 들어오는 길인데....!]

청풍; [휴우! 거기에는 차마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처절한 사연이 있다는 거 아니오?] 과장되게 한숨 푹 쉬고

[오호라! 흥미로운데!] [어디 신세타령 좀 늘어놔 봐라!] [소일거리론 딱이구만!] 노인들 바짝 다가앉으며 눈 반짝이고

청풍; (걸려들었다!) + [내 죄라고는 위로 형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뿐이오.]

청풍; [글쎄 아비라는 작자가 인정머리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서 내가 딸로 태어나지 못했다고 태어나자마자 집어던지질 않나....!]

이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청풍. 과장되게 몸짓도 하고 연극배우처럼 질질 짜기도 하고. 노인들 모두 흥미진진하게 듣고

잠시후

청풍; [그러니 내가 얼마나 억울하겠소?] 감정이 복받혀 치를 떨고

청풍; [그게 뭐 나 좋자고 한 일이오?] [악독한 빚꾸러기한테서 밀린 돈 받아내려다가 실수 좀 한건데....!]

청풍; [세상 어느 아비가 자식을 이 따구로 막 대하겠소?] 주먹 불끈 치를 떨고

표대추; [그런 못된 인간이 있나!]

반치우; [! 지 자식한테도 그렇게 매정하게 굴어?] [악독한 수전노같으니!]

청풍; [크흐! 내가 전생에 무슨 죄가 많아서 악랄하고 무정한 공씨집안에서 태어났는지 모르겠소!] 팔뚝으로 눈물 닦으며 한탄하고

청풍; [너무 분하고 원통해서 악독한 꼰대를 물 먹일 작정으로 여길 들어온 거요.] [꼰대가 아끼는 보물을 털어서 들고 튀는 것만큼 확실한 복수도 없으니...!]

황희설; [허허허! 넌 확실히 우리와 같은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다!] 청풍의 어깨를 다독이고

황희설; [아비의 재산이건 뭐건 터는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아야 진정한 양상군자라고 할 수 있지!]

황희설; [초록은 동색이라고 이렇게 만난 것도 다 하늘의 안배가 아니고 뭐겠느냐?]

청풍; [아 글쎄 난 도둑 아니라니까요.] 짜증 대며 황희설의 손을 뿌리치고

청풍; [그냥 뻔뻔하고 악독한 빚꾸러기들한테서 빚을 받아오는 해결사정도지 노인장들처럼 밑천없는 장사나 하는 나쁜 사람은 아니라구요.]

표대추; [헐헐헐!]

반치우; [그놈 참....!] [해결사하고 도둑놈하고 우열을 따지냐?] 노인들 귀엽다는 듯이 웃고. 염제도만 제외하고

반치우; [하여간 잘 들어왔다!] [한 달이 되었건 열흘이 되었건 기왕에 들어왔으니 재미있게 지내다 가라!]

황희설; [말만 해라!] [황금전장을 골탕 먹이는 일이라면 그게 뭐든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마!] 싫다는 청풍의 어깨를 끌어안고 낄낄 대고. 염제도는 한숨 쉬며 그 꼴들을 보고. 그러다가

염제도; [.....] 갑자기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모두들 흠칫하며 염제도를 돌아보고

표대추; [부주! 왜 그러시오?]

반치우; [뭐 속상한 일이라도 생각 나셨소?]

염제도; [별일 아니네. 별일 아니야!] 고개 설레 젓고

염제도; [다만 공가는 왜 이다지도 복이 많은가 생각하니 절로 한숨이 나오는구만.]

표대추; [하긴 저 아이 말대로라면 공자무의 자식들은 넷 다 세상에 보기 드문 인재들이긴 하겠소.] 청풍을 보며 역시 한숨

청풍; (얼씨구! 갑자기 신세한탄 분위기로 급변하네!) 눈 반짝하고

황희설; [제 소견은 이렇소이다!] 청풍의 어깨를 풀어주고 진지한 표정

황희설; [공자무를 비롯한 역대 공가의 가주들이 복이 많은 건 부귀영화를 탐하지 않고 분수를 지키며 쉬지 않고 선행을 베풀기 때문일 거요.]

표대추; [공가의 가주들이 천하제일의 부자면서도 사치를 한다는 소문은 들어본 적이 없긴 하다!] 끄덕

반치우; [어디 그뿐이오?] [매년 수천만냥의 거금을 풀어서 과부와 고아와 병자들을 보살피고 있소!]

반치우; [우리같은 도둑들은 감히 상상도 못할 선행이지!]

청풍; (어라! 그런 일이 있었나?)

청풍; (아버지가 검소한 건 알고 있지만 자식인 나도 모르게 막대한 재물을 풀어 선행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 새삼 놀라고

황희설; [각박한 세상이 그래도 이만큼 살만한 건 공씨일족이 남 몰래 큰 역할을 해온 덕분일 거요!]

염제도; [하늘이 보시기에도 가상하겠지.] 끄덕

염제도; [공씨일족은 우리처럼 남의 재물에서 눈을 못 떼는 소인배들과는 질이 다르니....] 탄식

청풍; [거 참! 영문도 모르고 공치사를 들으니 쑥스럽구만!] 머리 긁적

청풍; [헌데 노인장들은 왜 우리집 지하에 들어와 둥지를 틀게 되었소?]

황희설; [왜긴 왜냐? 모두 너희 음흉한 공가의 인간들 때문이지!] 궁시렁

청풍; [설마 우리집에 고용된 호장무사들한테 붙잡혀 왔단 말을 하는 건 아니겠지요?]

황희설; [호장무사?] [!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것들이 무슨....]

황희설; [설령 우연히 우릴 봤더라도 못 본 척하는 게 그놈들의 역활인데 붙잡긴 누굴 붙잡아?]

청풍; [그럼 스스로 여기에 들어왔다가 안 나갔다는 말씀?] 눈 반짝

황희설; [요 총명한 놈 같으니!] 청풍의 볼을 꼬집고 + 청풍; [아야야!] 비명

표대추; [너도 봤겠지만 이 안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황금과 보석이 있다.] 한숨

표대추; [아무리 많이 들고 간다고 한들 한 사람이 가져갈 수 있는 양은 한계가 있어서 전체의 만분지 일도 되지 못한다.]

청풍; [오호라! 신투, 대도 소리를 듣는다면 싹쓸이가 전문일 텐데 그 많은 황금과 보석을 남겨두고는 발이 떨어지지 않았겠구만!]

반치우; [네 말 대로다!] 한숨

반치우; [어이없게도 우리가 좋아하는 황금과 보석이 우리의 발을 묶어버렸다.]

표대추; [세상 어디에 이곳만큼 황금과 보석이 많겠느냐?] [설령 빠져나간다고 해도 여기에 쌓여있는 황금과 보석이 그리워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청풍; [낄낄! 영낙없이 끈끈이에 붙어버린 파리 신세로구만!] 배꼽 잡고 웃고

황희설; [버르장머리 없는 놈!] ! 청풍의 뒷통수에 꿀밤을 때린다

청풍; [아야!]

청풍; [아이씨! 왜 때려요?] [꼰대하고 큰형 외에는 맞아본 적이 없는 난데...!] 뒷통수 만지며 눈물 찔끔

황희설; [비유를 해도 파리 뭐냐 파리가?] 눈 흘기고

표대추; [너도 들어오면서 비석에 적힌 글을 봤을 것이다.]

표대추; [이곳 귀부야말로 신투와 대도들의 발걸음이 멈출 수밖에 없는 곳이다.]

청풍; [그렇긴 한데....!]

청풍; [여기선 뭘 먹고 살아요?] [아무리 대도, 신투들이라 해도 황금과 보석을 먹고 살 수는 없잖아요.]

반치우; [그게 역대 공가 가주들의 교활한 점이다.]

반치우; [너도 만만찮다만 네 조상들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어.]

표대추; [당연히 금이나 보석을 먹지야 못한다.]

표대추; [우린 모두 네 아비를 비롯한 역대 가주들이 보내주는 음식으로 살고 있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겠지.]

청풍; [? 그건 또 무슨 얘기에요?] [역대 가주들이 재산 털러 들어온 도둑들을 먹여 살리다니?] 놀라고.

염제도; [그건 노부가 설명해주마!]

돌아보는 청풍

이하 염제도의 회상

 

<노부가 귀부에 들어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칠십오년전이다.> 좀 젊은 시절의 염제도가 귀신 머리 모양의 조각 앞에 서있다. 손에는 장보도를 들고 있고. 그때 나이는 40대 중반. 체구는 작지만 날렵하고 영악한 인상

<당시 내 나이 마흔다섯살이었는데 우연히 손에 넣은 장보도를 따라 귀부에 들어와보니 네 명의 전설적인 선배 신투들이 살고 있었다!> 지금 이 정자에서 네 명의 노인들에게 포권하는 젊은 시절의 염제도

<처음 한동안은 엄청난 보물을 보면서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 먼저 들어와 살고 있던 선배 신투들은 그런 나를 한심하다는 듯이 보았지만 내가 무얼 하든 말리지는 않았다.> 황금고에서 수많은 황금들을 보며 좋아 죽으려는 젊은 시절의 염제도. 열린 문 밖에서는 네 명의 노인들이 혀를 차고 고개를 젓는다

<매일 매일을 이곳의 보물들을 몽땅 훔쳐갈 야심찬 계획을 세우면서 기쁨으로 보냈다. 하지만 황금전장의 주인에게 들키지 않고 이 많은 황금과 보물을 빼내갈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황금 의자에 앉아서 두 손으로 골을 싸매며 고민하는 젊은 시절의 염제도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무영동부로 돌아와보니 선배 신투들이 한쪽 벽에 설치된 네모난 작은 방에서 황금과 보석들을 꺼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작은 방은 아래 위로 움직이도록 장치가 되어있는데 너희 집안에서는 매달 벌어들인 이익금을 황금과 보석으로 바꾸어 내려보내곤 했던 것이다.> 커다란 엘리베이터 같은 방에서 금괴들과 상자에 든 보석들을 꺼내 끌차에 싣고 있는 노인들. 놀라서 보는 젊은 시절의 염제도

<황금과 보석을 다 꺼내자 작은 방은 위로 올라갔다가 잠시후 다시 내려왔는데 이번에는 보물대신 진수성찬이 차려진 상이 하나 들어있었다.> 작은 방 안에 수십가지 산해진미가 차려진 커다란 상이 놓여있다.

<나는 신기해하면서도 선배 신투들과 둘러앉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가 비로소 이 상차림이 사인분(四人分)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선배 신투들의 배려로 함께 나누어 먹긴 했으나 사실 내 몫의 음식은 없었던 것이다.> 정자에서 음식을 먹다가 흠칫 놀라서 본다. 큰 상이 사등분 되어 같은 음식이 네곳에 마련되어 있다.

 

염제도; [음식이 어째서 사인분 밖에 안됩니까?] 밥상을 앞에 두고 선배 신투들에게 묻고

노인1; [그걸 알아차리다니...] [이제 자네도 밥값을 낼 때가 된 모양이군.] 탄식.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인다.

염제도; [밥값을 내야한다구요?] 어이없고

노인2; [그럼 마냥 손님 대접 해줄 줄 알았나?] 눈 흘기고

노인3; [우리도 이걸 아주 비싼 값에 사먹는 건데 계속 그냥 달라고 하면 안되지.]

염제도; [값이 얼마든지 간에 다 쳐주겠소. 말만하시오.] 가슴을 주먹으로 치지만

노인4; [이곳에 있는 황금과 보석으로?] 피식

노인2; [그건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릴세.] [진짜 내 소유인 재물이 아니면 이런 진수성찬은 고사하고 만두 한 쪽도 살 수가 없어.]

염제도; [그럼 선배들은 무엇으로, 누구한테서 이 음식들을 사 먹는 거요?]

노인들이 일제히 젓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킨다.

염제도가 고개를 들어봤지만 그곳에는 천장과 수정기둥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염제도; [대체 무슨...!] + [!] 눈 부릅 깨닫고

염제도; [설마...... 설마 황금전장의 공가들한테서 밥을 사먹는다는......!]

네 명의 선배 신투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염제도; [... 그런 말도 안되는....!] 어이없고

노인1; [드디어 자네도 여기서 빠져나갈 수 없는 신세라는 걸 깨달은 것 같으니 이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알려줌세!]

노인1; [자네가 그동안 도둑질해서 모아둔 보물들이 숨겨진 곳의 지도를 그려서 위로 올려보내게.]

노인1; [그게 앞으로 자네가 죽을 때까지 먹고 살 밥값이야!]

염제도; [... 이런 개같은 경우가 어디 있소?] [도둑이 모은 보물을 등쳐서 밥장사를 하다니...!] 분개하지만

노인1; [억울할 것도 없어.]

노인1; [오히려 자네가 아끼던 보물들을 언제든지 볼 수 있으니 오히려 행복할 걸세!] 이미심장

 

다시 현실의 정자.

청풍; [이야! 우리 조상님들 머리 좋은데 그래!] 낄낄

청풍; [그러니까 이 안에 있는 보물들의 태반이 지난 오백년동안 숱한 대도와 신투들이 모아들인 거라 이거구만!]

황희설; [똑똑한 조상 둬서 좋겠다 이놈아!] 다시 청풍의 뒷통수에 꿀밤을 주고. 이번에는 맞으면서도 좋아 죽으려는 청풍

반치우; [우린 귀부의 주인이면서 동시에 노예라고 할 수 있다.] 한숨

반치우; [너희 집안이 작은 방을 통해서 내려 보내는 보물들을 관리해야할 뿐 아니라 반대로 어떤 물건이나 재물을 올려 보내라는 쪽지가 전해지면 그대로 따라야만 하기 때문이다.]

청풍; (옳거니! 귀부가 본장의 금고이면서 정작 금고지기는 한 명도 없는 게 이런 이유에서였구나!) 꿀밤 맞은 뒷통수 어루만지고

염제도; [노예지만 행복한 노예지!]

염제도; [무수한 황금과 보석이 있고 날마다 미주와 진수성찬을 맛볼 수 있다.]

염제도; [다만 미인이 없긴 하지만 이미 여자를 그리워할 나이들은 아니니까 큰 문제는 못 된다.]

염제도; [, 자신들이 귀하게 여기고 아끼던 보물들도 빠짐없이 이 안에 들어와 있다.] [가끔 그것들을 꺼내보는 재미도 솔솔잖지!]

청풍; (듣고 보니 일리가 있네!) 끄덕이고

표대추; [너는 이곳 무영동부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누군지 아느냐?]

청풍; [신투 아니면 대도겠죠.] 시큰둥

표대추; [실은 우리는 모두 출신 문파가 같다.] 고개 저으며

표대추; [, 여기 들어오는 자는 너를 제외하고는 모두 동문이라는 얘기야.]

청풍;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죠?]

표대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 그렇게 될 수밖에.]

반치우; [네 조상들은 귀부의 장보도를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의 비급과 함께 십오 년마다 한 번씩 세상에 내보내고는 시치미를 뚝 떼곤 했다.]

반치우; [그래서 세상에는 계속 신투가 등장하고, 그 신투들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이곳이 되는 거야.]

반치우; [그러나 그들은 이곳에 들어오는 순간까지 죽었다 깨어나도 너희 공가들의 음모를 알 수 없지.]

청풍; [여기서 나갈 수는 없어요?]

황희설; [어딜? 우리가 어딜 가냐?]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이 세상에 어디 있다고?]

황희설; [너는 황금과 보석보다 더 많은 상상을 하게 해주는 것이 있는 줄 아느냐?]

황희설; [그것들이면 불가능한 게 없어. 일국을 사는 것도 가능하지. 으하하하하하! 황제가 되어 수천 명의 계집을 거느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거야.]

염제도; [힘이 강하면 그 힘을 쓸 필요가 없고 돈이 많으면 쓰지 않아도 배부른 것과 같은 이치다.]

염제도; [슬프긴 하지만 우리는 이곳에서 하루하루를 최고의 행복 속에서 보내고 있다.]

표대추; [평생 도둑질만 한 우리에게 과분한 행복이지. 죽이겠다고 쫓아다니는 원수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반치우; [이제 머잖아 또 한 놈이 들어올 때가 되었지, 아마?]

황희설; [너도 우리와 함께 여기서 살지 않겠느냐?]

청풍; [난 싫어요.] 급히 부인

청풍; [아직 장가도 안 갔고...... 하여간 싫어요.]

황희설; (젠장! 졸병이 한 놈 생길까 했더니만...!) + [있기 싫으면 나가라. 안 붙잡는다.] 삐지고

청풍; [때 되면 붙잡아도 나갈 테니까 걱정 마세요.] [그 보다 이 안에서 제일 귀중한 게 뭔지 알 수 있을까요?] 염제도를 보며 눈 반짝

염제도; [? 아비에게 복수하려고?] 피식

청풍; [날 홀대한 걸 어떻게든 후회하게 만들어 주고 싶어요.]

염제도; [공자무가 네 녀석 때문에 고생 꽤나 하겠구나.] 혀를 차고

염제도; [어쨌거나 아비한테 복수를 하고 싶다면 도와주마.] [비록 금고지기 노릇을 하고는 있지만 너희 공씨와 썩 좋은 감정은 아니니까.]

청풍; [헤헤! 감사합니다.] 포권하며 굽신거리고

염제도; [여기 무영동부는 우리 늙은이들의 거처고 투도지묘는 역대 신투들의 무덤이니 관계없고...!] 청풍의 허리춤을 보고

염제도; [황금고에서 가장 중요한 건 네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그 곤오용봉채(昆烏龍鳳釵)니까 다시 가볼 필요없다.] 곤오용봉채를 가리키고

청풍; [히히히! 내가 물건 보는 눈은 좀 있죠!] 으쓱

황희설; [누가 돈벌레 황금전장 자식 아니랄까봐...!] 코웃음

염제도; [기진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령석(神靈石)으로 만든 팔찌다.]

청풍; [신령석? 그런 돌이 있어요?] 놀라고

염제도; [유래는 노부도 모른다.] [다만 그걸 지니고 있으면 주인의 위험을 알려준다고 하더구나.]

청풍; [오호! 그건 좀 쓸모가 있겠군요.]

염제도; [뿐만 아니라 신령석에는 적화(赤火), 벽수(碧水), 청목(靑木), 흑금(黑金), 황토(黃土)라는 이름을 지닌 다섯 개의 반지가 끼워져 있다.]

이하 반지들을 소개

염제도; [그 중 적화는 불길을 막아주는 피화주(避火珠)를 가공하여 만든 것이고, 벽수는 피수주(避水珠)로 만든 것이라 물과 함께 추위도 물리칠 수 있지.]

염제도; [청목은 아무리 심하게 다친 경우에도 생기가 끊어지지 않게 해주는 보물이고, 흑금은 공력을 주입할 경우 얇은 보검이 되어 무엇이든지 벨 수 있다.]

염제도; [마지막으로 황토는 만독이 침입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몸 속의 독소마저 제거하여 피로를 풀어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효용이 있다.]

청풍; (바로 이거야!) 주먹 불끈

청풍; (신령석과 오신환(五神環) 정도면 아버지와 큰형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아까워 할 게 틀림없어!)

염제도; [마지막으로 무고에는 생사일보(生死一步)라는 보법을 적은 비급이 있는데.....]

청풍; [왜요? 무슨 문제 있어요?]

염제도; [! 생사일보는 워낙 난해해서 지금껏 아무도 연마해낸 적이 없다.]

염제도; [그 때문에 비록 귀한 거긴 하지만 그게 없어진다고 해도 네 아비가 그다지 애통해하진 않을 게다.]

청풍; [그런가?] 갸웃하고

염제도; [생사일보는 잊어버리고 그냥 어장검(漁藏劒)이나 챙겨가라.]

청풍; [그럴 수도 있겠군요.] 끄덕. 헌데

[!] 지금까지 바보같은 표정을 하고 있던 독고사룡의 눈이 음산하게 번득인다. 입술도 히죽 웃고.

 

#25>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