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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1.25 [황금전장] 제 3장 족보는 본전, 입술은 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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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한 낮의 금릉

-권씨세가(權氏世家) 숲이 우거진 산을 등지고 서있는 웅장한 장원. 금릉의 외곽이다. 웅장한 정문에는 權家莊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칼을 찬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고

권씨세가 정문이 보이는 절.

그 절의 탑. 탑의 맨 꼭대기 층 창가에 숨듯이 서서 밖을 보고 있는 인물. 황금전장의 집사인 병수재다. 탑 안에는 청풍이 간이침대에 누워 빈둥거리고 있다.

병수재; [도룡신도 권일해는 항산파(恒山派)와 형의문(形意門)간의 영역분쟁을 조정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상태입니다.] 창문가에 숨어 권씨세가 쪽을 보며

병수재; [오늘 떠난다고 하는데... 두 문파가 자리한 산서성(山西省)까지 다녀오려면 보름 넘게 걸릴 것입니다.]

청풍; [때 맞춰 집을 비워주는군!] 늘어지게 하품

병수재; [권일해는 셋째 제자 한검호(韓劍虎)를 가장 총애하여 출타 시에 늘 데리고 다닙니다.]

병수재; [이번 여행에도 한검호를 데리고 갈게 분명합니다.]

청풍; [검호.... 이름은 그럴 듯하구만!] 피식

병수재; [잘 생기기도 해서 권일해가 자신의 외동딸 권완(勸完)과 짝 지어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얘기도 돌고 있습니다.]

청풍; [흐흐흐 복도 많은 놈인 걸!] [하지만 그 복도 오늘로 쫑 나는 거야!]

청풍; [권씨세가를 말아먹은 원흉으로 지목당할 테니까!] 낄낄

병수재;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심보 한 번...!) 소리 없이 혀를 차고

청풍; [그런데 권일해의 외동딸이 그렇게 예쁘다며?]

병수재; [예쁜 것보다는 똑똑한 걸로 더 잘 알려진 소저입니다.]

병수재; [세살 때 이미 사서삼경을 다 떼었으며 열 살 때는 스스로 무공까지 창안하였다고 합니다.]

청풍; [열살짜리가 만든 무공이 어련할려고...!] 피식

병수재; [그렇긴 합니다만... 권완소저에 대해서는 이상한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청풍; [무슨 소문?]

병수재; [권씨세가는 몇년전부터 돈을 마구 풀어 무공비급을 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병수재; [그들이 본장의 돈을 쓰기 시작한 것도 희귀한 무공비급을 사들이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청풍; [권완이 무공을 연구하는데 필요해서 무공비급을 사 모으는 중이다?]

병수재; [권씨세가는 한 때 천하제일가(天下第一家)로도 불렸던 무림의 명문입니다.]

병수재; [권완은 사들인 비급들을 참고해서 실전된 가전무공을 복구하는 중인 게 틀림없습니다.]

청풍; [나보다 한 살 어린 걸로 아는데 나름대로 기특한 계집이로군!] 웃고

그때 창밖을 보며 흠칫하는 병수재

권씨세가의 정문으로 두 명의 인물이 나선다. 앞선 인물은 눈이 부리부리하고 강직한 인상을 지녀서 그야말로 대협의 풍모를 풍기는 건장한 중년인. 등에는 작두만한 칼을 짊어지고 있다. 이 인물이 도룡신도 권일해. 권일해의 뒤에는 아주 잘 생긴 20세 가량된 청년이 따른다. 권일해의 셋째 제자인 한검호

병수재; [도련님! 권일해가 집을 나섰습니다!] 급히 물러서며 말하고

청풍; [그래?] 벌떡! 퉁겨지듯 일어나고

이어 소리없이 창가로 가서 밖을 본다

경비 무사들과 뭐라 이야기를 나누는 권일해. 한검호는 그 뒤에 서서 대기하고

한검호의 얼굴 크로즈 업. 잘 생겼다.

청풍; [흐흐흐! 확실히 멀끔하게 생기긴 했군!] 웃고

정문을 지키던 수하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권일해

이어 뒷짐 쥔 채 빠른 걸음걸이로 집앞을 떠난다. 한검호는 달리듯이 사부를 뒤따라가고. 그 뒤를 향해 포권하는 권씨세가의 수하들

청풍; [흐흐흐! 편히 다녀오시오 권가주! 일 보고 돌아와보면 난리가 나 있을 테니까!] 키득거리고

멀리 사라지는 권일해와 한검호

청풍; [일 벌릴 조건은 다 갖춰졌군!] 돌아서고

청풍; [그럼 나도 슬슬 준비를 해볼까?] 바닥에 앉아서 품에서 작은 거울을 하나 꺼낸다

이어 한손으로 얼굴을 주물럭거리면서 그걸 거울로 보는 청풍. 콧노래를 부르고

병수재; (저럴 수가!) 보고 있다가 놀라고

! 거울을 보며 얼굴을 주무르는 청풍의 모습이 한검호로 변하고 있다.

병수재; (얼굴을 주물러서 한검호와 똑같이 만들고 있다.)

병수재; (저것이 철궁에서 배워온 역용술이로구나!) 만족스럽게 거울을 들여다보는 청풍(한검호)의 모습 보며 감탄

 

#10>

권씨세가의 정문. 무사들이 지키고 서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휘익! 갑자기 정문 앞으로 날아내리는 한검호. 물론 청풍이 변장한 모습. 이하 한검호(청풍)으로 표기

무사들; [삼공자! 무슨 일입니까?] [왜 다시 돌아오신 겁니까?]

한검호(청풍); [비켜라! 사부님의 급한 분부다!] 외치며 그들에게 달려가고

[가주께서?] [대체 무슨 일이신데....!] 당황하면서도 급히 비켜주는 무사들

한검호(청풍)은 그들을 지나쳐 정문 안쪽으로 뛰어들어가고.

[삼공자님!] [가주님을 모시고 북쪽으로 가신 게 아니었습니까?] 집안을 오가던 사람들이 놀라서 묻고

한검호(청풍); [급한 일이다! 방해하지 말고 물러서!] 외치며 일직선으로 달려가고. 사람들 급히 비켜주는데

한검호(청풍)이 달려가는 앞쪽에 높은 담장이 있고 월동문이 뚫려있다

사람들 어리둥절하며 보는데

한검호(청풍); [사매! 어디 있느냐 사매!] 외치며 월동문 안으로 달려 들어가고

월동문 안쪽은 잘 가꿔진 정원. 정원 한쪽에 웅장하고 화려한 전각이 한 채 있고 시녀들이 전각 근처를 오가다가 놀라서 돌아본다.

한검호(청풍); [사매! 안에 있느냐? 빨리 나와 봐라!] 외치며 전각으로 달려가고

삐걱! 전각의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소녀가 나온다. 16살 정도. 아직 소녀티가 나지만 절세미녀다. 여주인공인 권완이다.

권완; [한사형!] 이마 살짝 모으며 전각으로 달려오는 한검호(청풍)을 보고

한검호(청풍); [다행이다! 마침 자리에 있었구나!] 헐떡이며 문 앞으로 뛰어올라오고

권완; [대체 무슨 일인가요?] [아버지는 어찌하고 사형만 돌아오셨나요?]

한검호(청풍); [길게 이야기할 시간 없다! 빨리 안으로 들어가자!] 권완의 손목을 덥썩 잡고 전각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권완 당황하면서도 전각으로 끌려들어가고. 시녀들 어리둥절

전각 안은 서재. 수많은 책들이 사방에 빼곡이 꽂혀있고 중앙에는 넓은 탁자. 탁자위에는 각가지 비급이 쌓여있고 또 문방사우가 널려있다. 권완이 무언가 글을 쓰던 중이다.

한검호(청풍);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없어! 족보(族譜)는 어디 있느냐?] 권완을 끌고 들어오며 두리번거리고

권완; [평소의 사형답지 않군요.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주셔야 대비를 하더라도 하지요.] 한검호(청풍)의 손을 뿌리치고

한검호(청풍); [... 미안하다! 워낙 상황이 급박해서 그만......] 헉헉

권완; [저는 괜찮으니 차근차근 말해보세요.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요?]

한검호(청풍); [그놈.... 그놈 아직 안 왔지?] 초조하게 두리번

권완; [안 왔다니요? 누구를 말씀 하시는 건가요?] [그리고 <그놈>같은 거친 말은 쓰지 마세요.]

한검호(청풍); [... 조심하마!] + (젠장! <그놈> 정도가 거친 말이라면 평상시 내가 업무상(?) 쓰는 말들은 모두 뭐라는 거야?)

한검호(청풍); [황금전장의 제천대성(齊天大聖)이란 놈 아직 안 온 거지?]

권완; [... 제천대성!] 깜짝 놀라고

권완; [살아있는 채무자의 금이빨까지도 뽑아간다는 그 악랄한 해결사 제... 제천대성이 본가에 쳐들어온다는 건가요?] 비틀거리고

한검호(청풍); (남의 이빨 뽑은 적은 없다 요것아!) +[나루터로 가던 중에 황금전장의 집사를 만났다.]

한검호(청풍); [헌데 그자가 말하길 제천대성이란 놈이 오늘 단단히 준비를 해서 빚을 받으러 온다지 뭐냐?] 초조하게 손을 비비고

한검호(청풍); [돈을 못 갚으면 족보라도 뻬앗아가겠다던데...!] 두리번

권완; [... 족보는 안돼요!] 비명을 지르고

한검호(청풍); [물론 족보를 빼앗길 수는 없지!] [그래서 사부님이 날 급히 돌려보내신 것이다.]

한검호(청풍); [급전(急錢)을 마련해오실 동안 어떻게든 족보는 지키라는 게 사부님의 분부시다.]

권완; [... 당연히 그래야지요!] 서둘러 한쪽 서가로 가고

그리고는 책꽂이를 민다.

그러자 책꽂이가 돌아가며 안쪽에서 비밀 금고가 나타난다.

떨리는 손으로 비밀 금고를 여는 권완

한검호(청풍); (옳거니! 저런 곳에 숨겨두었었구나!) 눈 반짝

열린 금고 안에는 아주 크고 두툼한 책이 한권 들어있다. 책 두께가 장난이 아닌데. 제목은 權氏世譜

권완; [... 여기 있어요!] 두 손으로 두꺼운 족보를 한검호(청풍)에게 내밀고

권완; [아버지가 돈을 구해오실 때까지... 한사형께서 이걸 어디든 깊이 숨겨두고 간직해주세요.] 족보를 한검호(청풍)에게 건네주고

한검호(청풍); [... 그렇게 하마!] + (흐흐흐! 계획대로 손에 넣었다!) 족보를 받고

한검호(청풍); (전통과 체면을 무엇보다 중요시 여기는 명문가의 인간들은 족보를 되찾기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해서든지 돈을 마련하는 법이지!) 만족해서 족보를 보며 웃고

권완; [이 족보는 우리 권씨세가를 중흥시킬 수 있는 중요한 것이니 보관에 만전을 기하셔야.....] 말하다가 눈 부릅 권완

족보를 두 손에 들고 보며 야비하게 웃는 한검호(청풍).

권완; [안돼요!] 비명 지르며 달려들어 족보를 낚아채려 하고

한검호(청풍); [어림없지!] 웃으며 손을 번쩍 들어 족보를 높이 쳐들고

권완; [당신은 한사형이 아니군요!] [족보를 내놔요!] 다시 달려들고

한검호(청풍); [흐흐흐! 아는 게 너무 늦었어!] 슬쩍 몸을 돌려서 피하고

[!] 그 바람에 앞으로 나뒹구는 권완

한검호(청풍); [내가 바로 아가씨가 악귀나찰처럼 생각하는 그 제천대성이야!] 한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고.

! 원래 얼굴로 돌아간다. 이하 청풍으로 표기

권완; [흐윽!] 쓰러진 채 올려다보고

청풍; [빚을 갚을 때까지 이 족보는 내가 보관해 둘 테니 그리 알라구!] 족보를 흔들며 돌아서려 하고. 순간

권완; [제발!] 비명 지르며 두 팔로 청풍의 다리 하나를 와락 끌어안는다

나가려다가 다리가 잡혀 흠칫 돌아보는 청풍

권완; [빚은 꼭 갚을께요! 제발 족보만은 돌려주세요!] 울부짖으며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청풍; [어허! 이 아가씨가!] 다리를 뽑으려 하지만

권완; [못 가요! 족보를 돌려주지 않으면 절대 보낼 수 없어요!] 허벅지를 끌어안고 몸부림친다. 올려다보면서. 순간

! 허리를 숙여서 권완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대는 청풍.

[!] 눈이 찢어져라 부릅떠지는 권완의 얼굴

한손으로 권완의 턱을 바쳐들고 입술을 쪽쪽 빠는 청풍

입술이 빨리며 바르르 떨리는 권완의 몸

청풍의 다리를 부둥켜 안은 권완의 팔에서 힘이 빠지더니

스르르! 털썩! 충격으로 넋이 나가서 무너지듯 쓰러지는 권완

청풍;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할 때 포기했어야지!] 입맛을 다시며 권완에게서 떨어지고

청풍; [뽀뽀 한 번으로 그동안 밀린 이자 갚았다고 생각하라구!]

청풍; [가능한 빨리 돈 마련해서 족보 찾으러 와주길 바래!] 낄낄 대며 나간다

전각 밖에 시녀들이 둘러 서있다가 깜짝 놀라고

청풍; [뭔 구경났어? 가서 일들 봐!] 족보를 흔들어 시녀들을 쫒고. 주춤 주춤 물러서는 시녀들.

우왕! 뒤에서 권완의 울음소리가 터지고

청풍; [으하하하!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 [돈 마련하는 게 너무 늦으면 족보를 팔아 치워서라도 채권을 회수할 테니까!] 휘익! 몸을 날려 날아간다.

 

#11>

황금전장.

공자무; [이게 뭐냐?] 탁자 앞에 앉아서 시큰둥하게 탁자 위에 놓인 크고 두꺼운 권씨세보를 보고

청풍; [권씨세가의 족보(族譜)입니다.] 탁자 앞에 뒷짐을 짚고 서서 대답한다. 좀 긴장한 모습이다.

공자무; [돈 대신 족보를 받아왔다?]

청풍; [한 때 천하제일가로도 불렸던 명문 중의 명문 권씨세가의 족보입니다.] [근본이 천한 졸부들에게 팔면 빌려줬던 돈의 몇 배를 건질 수도 있습니다.]

공자무; [그걸 모르는 게 아니다!] 찡그리고

공자무; [도룡신도 권일해는 뻔뻔하기 그지없는 채무자인데 어떻게 족보를 가져올 수 있었느냐?]

청풍; [별로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으쓱

청풍; [권일해가 제자를 데리고 외출하는 것을 확인한 후에 그 제자로 변장하여 권씨세가로 허둥지둥 돌아갔습니다.]

공자무; [권일해가 보냈다고 뚱 쳐서 족보를 빼냈군.] 피식

청풍; [악랄하기 이를 데 없는 황금전장의 제천대성이 들이닥칠 거라고 겁을 줬더니 권일해의 딸도 감쪽같이 속아서 냉큼 내놓더군요.]

공자무; [권일해의 딸이 그렇게 어리숙했던가?] 갸웃

공자무; [이봐! 권일해에게는 딸이 하나뿐이지?] 벽을 향해서 묻고

<그렇습니다 주군!> 벽속에서 누군가 대답하고

청풍; (아무도 정체를 모른다는 아버지의 비밀 호위로군!) 침 꼴깍

공자무; [그 외동딸이 똑똑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천재소녀 권완(勸完) 맞지?]

<권완은 당금무림의 이대재녀(二大才女) 중 하나이며, 권일해가 목숨보다 더 아끼는 무남독녀입니다.>

공자무; [그렇게 똑똑한 아이가 제 집안의 족보 하나 못 지켰다?] 찡그리고

청풍; [눈치가 빠르긴 했습니다.]

청풍; [족보를 넘긴 직후 제가 자기 사형이 아니란 걸 알아차리고는 다리에 매달리며 애원을 하더군요.]

공자무; [그래서 여자를 상대로 완력이라도 쓴 거냐?] 불쾌한 표정

청풍; [완력은 쓰지 않았습니다.] [대신 입을 썼지요.] 히죽

공자무; [완력 대신 입을 써?] 어리둥절

청풍; [필사적으로 매달리길래 입술에다가 제 입을 한번 쪽! 맞춰주었습니다] 히죽

[!] 눈 부릅 공자무

청풍; [그랬더니 뿅 갔는지 얼이 빠져 버리더군요.] [그 사이에 후다닥 빠져나와 버렸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데

공자무; [이 망할 놈!] 벌떡 일어나면서 그대로 청풍의 뺨을 후려친다

청풍; [!] 얼굴이 팽 돌아가

털썩! 바닥에 나뒹굴고

청풍; [... 아버지!] 시뻘겋게 부푼 뺨을 만지며 엉금 엉금 기어 일어나고

청풍; [왜 갑자기 때려요? 제가 뭘 잘못 했다고...!] 억울한 표정

공자무; [닥쳐라! 네놈이 정말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단 말이냐?] 고함을 치며 권씨세보를 집어들고

공자무; [처녀의 입술을 빼앗은 건 정조를 유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걸 왜 몰라?] ! 두꺼운 족보를 벼락같이 던져서 겨우 일어서던 청풍의 면상을 다시 날려버리고. 꾸엑! 뒤로 벌러덩 나자빠지는 청풍

청풍; (아구구 나 죽네! 나 죽어!) 코피 터진 코를 부여잡고 벌벌 기어 일어나고. 털썩! 족보는 옆에 떨어지고

공자무; [돈 받아오랬지 누가 파락호 짓 하라고 했느냐?] 분을 참지 못하고 옆에 놓인 벼루를 콱 움켜쥔다. 조각이 정교한 비싸 보이는 벼루다.

공자무; [네놈이 정녕 우리 황금전장의 이름에 똥칠을 하는구나!] 벼루를 번쩍 쳐들어 던지려 하고.

청풍; [... 벼루는 안돼요!] 비명 지르며 옆에 떨어진 족보를 집어들고

청풍; [그 벼루는 천금 가치를 지닌 단계연(端溪硯)이잖아요!] 족보로 앞을 가리며 외치고

벼루를 던지려다가 멈칫하는 공자무

공자무; [맞다.] [네깟 놈 혼내려고 명품을 훼손할 수야 없지!] 벼루를 내려놓고

청풍; (아효! 꼰대의 구두쇠 기질 덕분에 살았다!) 안도하며 얼굴 가렸던 족보를 내리는데

! 대나무로 만든 붓통이 이마를 강타한다. 꾸엑! 고개가 뒤로 홱 젖혀지는 청풍. 이리저리 튀는 각가지 크기의 붓들

공자무; [당장 내 눈 앞에서 꺼져라!] [다시 눈에 띠면 모가지를 뎅강 잘라버릴 테다 이 망할 놈아!] 탁자에 놓인 다른 대나무 붓통을 쳐들고

청풍; [히익!] 벌벌 기어서 달아난다. 손에는 족보를 들었고

쏜살같이 사라지는 청풍

공자무 붓통을 쳐들고 그런 청풍을 노려보고

공자무; [어리석은 놈!] ! 붓통을 내려놓으며 씩씩 대고

공자무;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그렇지 시집 안간 처녀를 농락해?] 다시 털썩 의자에 주저앉고

공자무; [해결사 노릇을 곧 잘 하길래 두고 보면서도 불안 불안했는데... 저 망할 놈이 기어코 일을 저질러버렸어.] 몸을 뒤로 젖히며 천장을 보고

공자무; [문제야 문제! 장차 이 일을 어찌 수습한다?] 손으로 이마를 싸안고

공자무; [족보를 뺏긴 건 빚 때문이라 쳐도 딸이 희롱까지 당했다는 사실을 알면 참을 권일해가 아닌데....!]

<권일해 뿐만이 아닙니다. 가문이 모욕을 당했다고 여긴 권씨세가의 원로들까지 모두 뛰쳐나와 사생결단을 내려고 할 겁니다.>

<더구나 천하제일의 재녀 소리를 듣는 권완이 원한을 풀기 위해 직접 그들을 지휘한다면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것입니다.> 벽속에서 비밀 호위가 말하고

공자무; [에효! 어쩌다가 우리 집안에 저런 망종이 태어났을꼬?]

<넷째 도련님이야말로 젊었을 적의 주인님을 빼닮으셨습니다만....!> 벽속에서 들리는 소리에 움찔하는 공자무

! 벽을 후려치는 대나무 붓통

공자무; [아무리 진실이라도 말해선 안될 때가 있다는 거 모르나?] 붓통을 던진 자세로 궁시렁 대고

<죄송합니다 주군!> 벽속에서 사과하고

공자무; [에라 모르겠다!] 벌떡 일어나고

공자무; [제 놈이 저지른 일이니 제 놈이 뒷감당하라지 뭐!] 나간다

공자무; [권씨세가에서 치도곤을 놓겠다고 들고 일어나면 청풍이 놈을 보내버려!] [한번쯤 된통 혼이 나봐야 정신을 차릴 게야!]

<그리하겠습니다!>

공자무; [역시 아들은 셋으로 충분했어!] [마누라가 저놈을 딸로 낳지 못하면서 문제가 생긴 거야!] 궁시렁 대며 멀어지고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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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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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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