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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四 章

 

           夫婦의 情

 

 

 

“우------- 우------!”

우렁찬 장소성이 천중산을 뒤흔들었다.

동시에,

쐐------- 액!

한 줄기 찬연한 검광이 충천한 가운데,

빛살처럼 단애 밑으로부터 일직선으로 곧장 치솟는 것이 있었다.

창룡(蒼龍)이 비상하는가?

그것은 한 명의 젊은 청년이었다.

휘르르르...

드디어 그는 옷자락을 휘날리며 단애 위로 우뚝 올라섰다.

남루한 의복에 꾀죄죄한 형색.

더구나 허리에는 고철덩이같은 묵검 한 자루가 덜렁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초탈한 외모와 범접키 어려운 기품을 지녀 청년은 마치 신선(神仙)과도 같았다.

그의 시선은 줄곧 단애 밑을 향하고 있었다.

문득 맑은 그의 두 눈에 뿌연 감회가 어렸다.

“드디어 세상으로 나왔다.”

그는 탄식하듯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청년은 바로 이검엽이었다.

이곳에 발을 디딘지가 어언 석달.

드디어 그는 이곳을 떠나려는 것이었다.

그는 시선을 움직여 주위를 돌아보았다.

성하(盛夏)임을 알려주듯 짙푸른 녹음을 본 그는 다시 중얼거렸다.

“벌써 한 계절이 지났군.”

이어 그는 갑자기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삐------ 익!”

그리고는 무엇인가를 기대하듯 꼼짝않고 서 있었다.

하지만 일각이 지나도록 주위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흑풍... 이 녀석이 나를 기다리지 않을 리 없는데...!”

애마(愛馬) 흑풍(黑風).

그는 흑풍을 부른 것이었다.

“흑풍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

그는 초조했으나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아마 혼자 집으로 갔을 게다. 영리한 녀석이니...!”

문득 그는 자신의 집이 있는 북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환하게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자운(紫雲)...!”

그의 얼굴엔 은은한 미소가 스르르 번졌다.

“자운이 무척 걱정했겠군, 돌아가면 내 자운에게 큰 낭패를 당하리라.”

이어 그는 호통한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핫...! 자운, 조금만 기다리시오. 바람처럼 달려가리라!”

번------- 쩍!

다시 찬란한 검광이 일었다.

쐐----- 액!

검인(劍人), 일체(一體).

그의 신형은 즉시 흐르듯 날아가고 있었다.

 

X X X

 

보국승상부(保國丞相府)의 정문을 향해 한 명의 백포서생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를 본 정문의 호원무사들이 화들짝 놀랐다.

“소... 소부주님이시다!”

“장팔(張八)! 빨리 안으로 알려드리게!”

“알았네.”

한 장한이 나는 듯 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머지 호원무사들은 백포서생을 향해 일제히 허리를 굽혔다.

“소부주님! 어디 계시다가 이제야 돌아오셨습니까?”

백포서생은 보국승상의 소부주인 이검엽이었다.

이검엽은 가볍게 미소했다.

“이삼(李三). 수고가 많네. 아버님, 어머님께서는 무고하시겠지?”

“예. 하오나 두 분께선 걱정이 크셨습니다.”

이검엽은 침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셨겠지. 수고하게.”

그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지나가던 하인들과 시녀들이 그를 보며 급히 허리를 숙였다.

이검엽은 그들을 지나 웅장한 대전 앞에 이르렀다.

대전 앞에 한명의 미소부(美少婦)가 두 명의 시비를 거느리고 서 있었다.

창백하고 초조한 안색으로...

이검엽은 한눈에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다.

“자운(紫雲)!”

그가 부르자 자운은 망연히 그를 보았다.

“상... 상공!”

그녀의 눈이 금세 촉촉히 젖어 들었다.

그녀는 눈에 뛸만큼 수척해져 있었다.

이검엽은 그녀의 그런 모습에 몹시 마음이 저려왔다.

“자운. 미안하오.”

그는 자운의 작은 손을 꼬옥 쥐었다.

“상... 공!”

자운은 고개를 푹 떨구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맞잡은 두 사람의 손등을 적셨다.

그녀는 내심 이렇게 뇌이고 있었다.

(되었습니다. 이처럼 건강하게 돌아오셨는데 소첩이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어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그녀는 나직이 말했다.

“안으로 드시옵소서. 아버님 어머님이 심려하심이 무척 크셨사옵니다.”

“알겠소. 자! 함께 들어갑시다.”

이검엽은 자운의 가냘픈 어깨를 이끌어 함께 대전으로 들어섰다.

 

대전 안.

입구 전면의 태사의(太師椅)에 승상부부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용서하십시오. 소자 이제야 돌아왔습니다.”

이검엽은 우선 부모님들에게 문안을 올렸다.

“엽아...!”

그의 모친은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맞았다.

그러나 승상은 노한 표정으로 호령했다.

“어찌된 일이냐? 석달 가량이나 아무 연락도 없이 집을 비우다니! 애비와 네 어머니가 걱정하는 것을 잊고 있었더냐?”

이검엽은 난감한 기색이 되었다.

“소자가 어찌... 다만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인적이 닿지 못하는 곳에서 석달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승상 이성진(李聖眞).

지위의 고하(高下)와 무관한 것이 부정(父情)이런가?

그는 아들의 난색에 표정이 금세 누그러들고 있었다.

“음. 어찌 되었던 무사히 돌아왔으니 다행이다.”

이어 그는 다시 엄격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황망스럽게도 황상께옵서 내 안위를 염려하시어 수 차례 애비에게 하문(下問)이 계셨다.”

“황상께옵서,...”

이검엽은 할 말을 지은 듯 말끝을 흐렸다.

승상은 다시 나무라기를 멈추지 않았다.

“황상께서 너를 유달리 총애함을 모르지는 않질 않느냐? 의관을 정제하고 입궐하여 문안을 여쭙도록 해라.”

“예.”

이검엽은 고개를 조아린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소자, 물러가 준비하겠습니다.”

“오냐. 어서 가보도록 해라.”

이검엽은 부친의 말이 떨어지자 곧 자운을 데리고 대전을 나섰다.

 

이검엽과 자운.

두 사람은 나란히 후원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이검엽은 걸으면서 자운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삼단같이 틀어올린 그녀의 머리결은 탐스러웠다.

그의 눈길을 의식한 탓인지 우유빛 긴 목이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자운... 걱정 많이 했겠구료.”

그는 은근한 음성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녀의 작고 여린 옥수(玉手)를 꼭 쥐었다.

자운의 촉촉히 젖은 새초롬한 두눈이 이검엽을 응시했다.

반짝이는 그녀의 동공이 그에게 많은 말을 하는 듯 했다.

그러나 막상 그녀는 담담히 한 마디 입을 열었다.

“소첩보다도... 아버님 어머님께서 끼니마저 잊으시며 상공의 안위를 걱정하셨사옵니다.”

이검엽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

“자운 고맙소.”

그는 그녀의 귓가에 나직이 속삭였다.

“그나마 자운이 곁에 있었기에 아버님, 어머님의 심려도 많이 덜어졌을 것이오.”

“상... 상공...!”

그녀는 당황한 듯 그의 팔을 풀려했다.

하지만 그때 이검엽의 얼굴에는 장난스런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주며 끌어안았다.

“자운에게 감사하는 의미요.”

“어머머... 시녀들이 보옵니다!”

그녀의 만류를 뿌리치며 그는 대뜸 그녀의 입술을 찍어 눌렀다.

달콤한 숨결,

팔딱이는 심장의 고동이 그의 가슴으로 전해왔다.

이렇게 되자.

민망한 것은 그들을 뒤따르던 시녀들이었다.

시녀들은 저마다 황망히 고개를 돌리며 물러가고 있었다.

“아이 참...!”

이윽고 입술이 풀리자 자운은 부끄러운 듯 총총히 달아나 버렸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이검엽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핫...!”

이어 그 역시 걸음을 옮겨 자운의 뒤를 따랐다.

 

***

 

달밤(月夜).

승상부의 후원,

가산 위 정자에는 푸른 달빛이 그득했다.

그 아래로 널찍한 연못,

우아한 백련(白蓮)이 가득하고 계류(溪流)가 조약돌을 간지르고 있었다.

띵! 띠딩!

청아한 비파성이 정자로부터 흘러나와 연못 위로 퍼졌다.

정자 안의 일남일녀(一男一女),

이검엽과 자운이었다.

이검엽은 폭신한 포단에 비스듬히 기대누워 자운을 바라보았다.

자운은 그림같이 고운 자태로 비타줄을 당기고 있었다.

구름같이 틀어올린 머리,

연어(연漁)의 속살같이 뽀얀 피부,

게다가 살포시 내리 감은 긴 속눈썹.

오똑한 콧날.

촉촉히 젖어 발갛게 윤기 흐르는 입술.

그녀는 정말 너무도 아름다왔다.

더구나 길고 우아한 목아래로 나사(羅紗)에 살짝 숨겨진 단려한 동체.

이검엽의 눈길은 차츰 뜨거워졌다.

띵! 띠디딩!

그는 섬세한 비파의 선율과 함께 넋이 나간 듯 자운의 미태를 감상하고 있었다.

실로 아름다운 정경(情景)이었다.

한데 어느 한순간-------

띠------ 잉!

비파음이 뚝 끊기고 말았다.

자운은 비파를 매만지며 고개를 떨구었다.

“오랫만에 잡아본지라 소첩이 그만 실수를 했사옵니다.”

이검엽은 미소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아주 훌륭했소.”

이어 그는 나직히 청했다.

“자운, 한곡 더 들려주지 않겠소?”

“예.”

자운은 다시 비파를 뜯었다.

애잔한 비파음이 낮게 흐르는 가운데 자운은 단아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美人捲珠簾

深坐嚬蛾眉

但見淚痕濕

不知心恨誰

 

주렴을 걷고 그린 듯이 앉은 가인,

곱게 모아 흐린 아미,

옥같은 볼에 이슬이 적시니,

누구를 원망함인가?

 

노래를 마치자 자운은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바로 이백(李白)의 미인(美人)이 아닌가?

이검엽은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 이백의 시(詩)이나 자운의 모습을 말하는 것 같소.”

“부끄럽사옵니다.”

그녀의 머리는 더욱 숙여져 버렸다.

“...!”

이검엽은 입을 다물었다.

분명 해야할 말이 있었으나 하지 못함은 무엇 때문인가?

잠시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윽고 어렵게나마 먼저 입을 연 것은 자운이었다.

“다시... 떠나셔야 하옵는지요...?”

이검엽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자운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앞서는구료.”

그는 따스함이 깃든 시선으로 자운을 바라보았다.

자운은 미태가 자르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애끓는 내심을 보여주듯 그것은 처연한 아름다움이었다.

이검엽은 시선을 돌려 그녀를 외면한 채 말을 이었다.

“이번 강남행에서... 원치를 않았으나 한 가지 은원을 짊어지게 되었소.”

그가 짊어진 은원,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바로 검황종의 일이었다.

“황상께서는 나를 곁에 두시고자 하셨으나 나는 경륜의 부족함을 들어 일 년(一年)의 말미를 구하였소.”

그는 다시 자운을 응시하였다.

이어 가녀린 그녀의 손목을 잡아 당겼다.

“일년... 일 년이면 되오. 모든 은원을 그안에 마무리 짓고 돌아와 자운과 조용히 지낼 것이오.”

“...!”

“황상께선 어사(御使)의 직분을 일년 더 위임시켜 주시었소. 일 년만 더 강호에 나갔다가 돌아올 것이오.”

그말에 자운의 고운 아미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녀의 서늘하고 맑은 두 눈에는 염려의 기색이 어렸다.

“소... 소첩은 안심이 되지를 않사옵니다. 강호라 하면... 항시 위험이 뒤따르는 곳이라 들었아온데...”

그녀는 차마 뒷말을 잊지 못한 채 바르르 교구를 떨었다.

“자운! 이것을 보시오.”

이검엽은 웃으며 우수(右手)를 쳐들었다.

그 순간,

쩌------- 엉!

기이한 음향을 울리며 그의 우수는 삽시에 새파란 강기(靑色강氣)로 물들었다.

위------- 잉!

파팍!

이어 섬전같은 강기가 날아 십 장(十丈) 밖의 거대한 바위에 작렬했다.

푸스슥...!

그러자 모래성이 허물어지듯 바윗덩어리는 그 순간 가루가 되고 말았다.

“어머낫! 어떻게 저럴 수가...!”

도저히 믿기지 않은 광경!

평소 지나치리만큼 침착한 그녀였으나 이 순간만은 달랐다.

엄청난 경악이 그만 그녀의 자제력을 무너뜨린 것인가?

그녀는 안색이 핼쓱해진 채 가슴을 쓸어 내렸다.

“정말 놀랍군요...!”

이검엽은 이러한 그녀의 모습에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자신있게 말했다.

“보시오. 내 한몸 지킬 능력은 충분하지 않소?”

“예...”

“여유가 있으면 몇달 내로 들를 것이오. 한데 그 때는...”

이검엽은 자운의 아랫배에 손을 가져갔다.

“기쁜 소식이 있기를 바라오.”

“...!”

자운은 귓볼까지 새빨개져 어쩔줄을 몰라했다.

하지만 이검엽의 손길은 그때 이미 그녀의 깊은 곳을 더듬고 있었다.

자운은 거부하지 않았다.

다만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인 채 그의 손에 몸을 내맡겼다.

이윽고 이검엽은 자운을 부드럽게 안아 자신이 깔고 있던 포단 위에 뉘였다.

물씬 짙은 육향이 코에 스미는 것을 느끼며 그는 자운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사르륵...

그녀를 감쌌던 꺼풀들이 한겹한겹 벗겨져 내렸다.

이검엽의 숨소리는 차츰 고조되었다.

그는 더욱 숨결과 함께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자운... 내가 홀로 강호에 떠돌며 자운을 얼마나 그리워 했는지 아시오?”

“상공...!”

자운은 신음하듯 뇌이며 그를 껴안았다.

드디어 이검엽은 탄탄한 육체를 그녀 위에 실었다.

여인(女人)으로서의 은밀한 즐거움을 아는 자운,

“아... 아...!”

닥쳐올 희열에 대한 기대로 그녀는 몸부림 쳤다.

“자운...!”

은밀한 이검엽의 애무...!

그의 입술이 지닌 뜨거운 열기는 자운의 온몸을 불태우고 있었다.

자운의 매끈한 팔 다리가 스스럼없이 그를 휘감았다.

그리고 그들은 쾌락의 심연(深淵)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살(肉)과 살(肉)이 부딪히며 무수히 불꽃을 튕겨내었다.

이미 서로의 몸을 알고 있어 익숙한 몸짓들...!

뜨겁고 달콤한 부부지정(夫婦之情)이 밤을 밝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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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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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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