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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六 章

 

        太極神后 危機 (2)

 

 

 

 

방심했군. 저자의 혈응비천보(血應飛天步)가 무림일절임을 잊다니...”

이검엽은 혀를 찼다.

그때였다.

스스스...!

무엇인가가 이검엽의 손으로 날아왔다.

번쩍이는 편린이 혈응신수를 격상시키고 신기하게도 되날아온 것이었다.

용린!

바로 천지곤룡의 비늘이었다.

일만(一萬) 년에 겨우 하나씩 생기는 천하에서 가장 단단한 물체.

이검엽은 그 용린을 어심극검(御心剋劍)의 수법으로 던져낸 것이었다.

되날아온 용린을 회수한 이검엽은 태극신후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런...)

직후 그의 얼굴은 화끈 달아올랐다.

너무도 아름다운 태극신후의 몸매에 절로 가슴이 떨렸던 것이다.

태극신후는 부끄러움으로 인해 얼굴은 물론 긴 목까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 이공자님이신가요?”

그녀는 두 눈을 꼭 같은 채 더듬더듬 물었다.

이검엽은 급히 시선을 허공으로 돌리며 대답했다.

... 그렇습니다. 한데... 어디를 제압당하셨습니까?”

... 마혈을...”

------- !

이검엽은 일지(一指)를 튕기고는 돌아섰다.

혈도가 풀린 태극신후는 급히 일어나 의복을 걸쳤다.

그리고는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검엽에게 물었다.

청아와 홍아는 어찌 되었나요?”

이검엽은 태극신후를 향해 몸을 돌리며 싱긋 웃었다.

무사합니다.”

그 직후였다.

두두두!

절벽 위에 백운이 모습을 드러냈다.

설미조가 백운의 등에 앉아있는데 앞쪽에 청아와 홍아를 앉히고 있었다.

청아와 홍아, 위경을 넘긴지 반각도 안되었건만 두 소녀는 다시 장난기 가득한 말괄량이로 돌아와 있었다.

어머! 사부님 옥안에 꽃이 피어잖아!”

당연하지! 저 아저씨하고 같이 있잖아!”

제자들의 짓궂은 장난에 태극신후는 홍시같이 얼굴을 붉히며 이검엽에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어찌 감사해야할지...”

이검엽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외다. 마침 문주를 찾아뵈려다 우연히 만난 것뿐입니다.”

천녀를 만나려 발걸음 하셨습니까?”

, 한 가지 부탁이 있어서외다.”

부탁이라니요?”

두 사람의 대화가 오가는 중에 말썽꾸러기 두 소녀가 끼어들었다.

어머! 사부님은 언제까지 아저씨를 혼자 독차지할 거예요?”

정말! 청아와 홍아는 이미 사부님 신랑감으로 결정했지만 벌써부터 너무했다!”

저 애들이 정말...”

제자들의 쫑알거림에 태극신후는 질겁했다.

그녀는 확확 얼굴이 달아올라 어쩔 줄을 몰랐다.

헤헤...!”

호호...!”

청아와 홍아는 입술을 삐쭉 내밀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검엽 역시 멋쩍게 웃었다.

허참! 이거야 원...”

그는 태극신후를 보며 말했다.

우선 올라가십시다. 이곳에 더 있다간 두 말괄량이들의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지요.”

휘르르르...!

휘익!

두 남녀는 몸을 날려 절벽 위로 올라갔다.

그 즉시 청아와 홍아는 백운의 등에서 뛰어내려 이검엽에게 달려왔다.

아저씨! 아저씨!”

보고 싶었어요!”

하하... 나도 보고 싶었다.”

이검엽은 달려드는 두 소녀를 끌어안았다.

! 다 큰 아가씨들이라 꽤 무거운 걸?”

홍아가 먼저 이검엽에게 어리광을 부렸다.

아저씨. 홍아가 아저씨를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글쎄 얼마만큼이나 보고 싶었을까?”

이검엽은 짐짓 관심있는 척 물었다.

홍아는 팔을 크게 벌려 원을 그려 보았다.

이마만큼!”

그러자 청아와 입술을 삐쭉거렸다.

! 청아는 저 하늘만큼 보고 싶었는 걸?”

홍아가 그 말을 받아 다시 삐쭉!

피이! 네가 아무리 그래도 사부님만큼 보고 싶지는 않았을 걸?”

덕분에 태극신후가 쩔쩔 매였다.

청아, 홍아! 너희들 정말 이럴 테냐?”

그녀는 입장이 난처해 땀을 뺐다.

, 장난꾸러기 아가씨들. 이리로 앉자.”

이검엽은 흐뭇하게 웃으녀 두 소녀를 풀밭에 앉혔다.

그리고는 설미조를 태극신후에게 소개했다.

문주께선 아마 미조를 아실 것입니다.”

그의 말을 들은 태극신후는 설미조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이내 그녀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혹시... 흑룡방의 꼬마 아가씨가 아니야?”

설미조도 마주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맞아요. 칠년 전, 언니께서 아버지를 뵈러 오셨을 때 저도 언니를 뵌 기억이 나요.”

태극신후는 설미조의 손을 꼭 쥐었다.

정말 몰라보게 자랐구나. 그후 영친과는 여러 가지 일들로 수차 만났지만 동생은 처음이구나.”

그녀는 감개가 무량한 듯 설미조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다가 태극신후는 궁금한 듯 물었다.

한데... 미조 동생은 어떻게 이공자님과 동행하게 되었지?”

이검엽이 대신 대답했다.

이중에는 좋지 않은 사연이 있소이다.”

이어 그는 설미조의 부친인 흑룡방주 흑룡왕(黑龍王)이 뒤바뀐 사실을 간략하게 얘기했다.

태극신후는 경악하여 부르짖었다.

... 어떻게 그런... 일이...!”

이검엽은 침중하게 말을 이었다.

그래서 소생이 미조를 돌보아 주기로 했으나 여러 가지로 다망하여... 잠시 미조를 문주께서 데리고 계셔 주셨으면... 하는 것입니다.”

태극신후는 선뜻 대답했다.

기꺼이 그렇게 하지요.”

그녀는 말과 함께 설미조의 두 손을 꼭 쥐었다.

“...!”

설미조는 고개를 떨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검엽은 다시 입을 열었다.

소생은 미조와 의남매의 인연을 맺었소이다. 소생 손으로 흑룡방을 미조에게 도로 찾아 주려하는 데 그동안만 문주께 폐를 끼치려 하는 것이외다.”

그의 눈에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태극신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세요. 미조는 언제까지든 친동생같이 돌보겠어요.”

감사합니다.”

친남매간인 양 이검엽은 설미조를 대신해 깊이 머리 숙였다.

사부님. 이 언니가 그럼 우리하고 살 거야?”

그렇단다.”

태극신후가 대답하자 청아와 홍아 두 소녀는 손뼉을 쳤다.

와아! 좋아라! 언니 잘 부탁해요.”

우리도 이제 언니가 생겼다. 그치?”

두 소녀의 호들갑에 설미조의 표정도 환해졌다.

그래. 미조도 잘 부탁한다.”

이검엽과 태극신후.

두 사람은 설미조를 포함한 세 소녀가 하는 양에 미소를 교환했다.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좋아하며 어울리나 봐요.”

하핫... 그런 것 같습니다.”

이어 태극신후는 정중하게 청했다.

이제 그만 산을 내려가시지요. 폐문이 멀지않은 곳에 있사오니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고 싶군요.”

폐를 끼치도록 하겠습니다.”

이검엽은 대답하고는 백운의 등에 설미조를 태웠다.

그리고 그녀의 앞뒤로 청아와 홍아를 앉혔다.

백운. 난폭하게 굴면 안된다.”

그가 등을 두드려주자 백운은 알았다는 듯 울어댔다.

히히힝...

! 신난다. 백운 달려라! 달리라구!”

홍아는 백운의 등에서 마구 펄쩍펄쩍 뛰어 올랐다.

그 바람에 백운은 지면을 박차며 내닥기 시작했다.

! -------

두두두두...

------- !”

소녀들의 환성은 산이 떠나갈 듯 메아리쳤다.

백운은 산길을 평지 달리듯 신나게 달려 내려갔다.

태극신후는 조용히 웃어 보였다.

신마(神馬)로군요.”

이검엽은 마주 미소했다.

그렇습니다. 백리신구의 혈통을 지닌 순종입니다.”

곧 이어 이들 두 남녀도 백운의 뒤를 따랐다.

하하! 백운 같이 가자!”

스스슥...

이들은 마치 행운유수처럼 지면을 스치며 날았다.

청아와 홍아는 뒤돌아보며 소리쳤다.

호호홋! 아저씨 사부님! 빨리 와요. 빨리요.”

하하핫... 그러마.”

호호...”

이검엽을 비롯한 그들 일행은 웃음을 여운으로 남기며 멀리 사라져 갔다.

한데, 바로 그 직후였다.

스스스...

절벽 아래로부터 가냘픈 왜영이 날아올랐다.

그 왜영은 한 명의 자의여인이었다.

절벽 위에 핀 한 송이 꽃이런가?

꽃이라면 사천초목이 일시에 넋을 잃고 말리라.

그만큼 그 여인은 절세의 미인이었다.

바로 고금제일미인 단목자혜였다.

보름달을 연상시키듯 자태!

너무도 완벽한 미를 갖춘 여인.

그러나 지금 단목자혜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어른거렸다.

그녀는 우수에 찬 시선으로 이검엽이 사라진 곳을 응시했다.

...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겠구나.”

깊은 탄식이 그녀의 입으로부터 새어나왔다.

그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제키 어려운 듯 두 손으로 가슴을 감쌌다.

처음에는 단지 그가 파천대업에만 동행하면 그 뿐이라 생각했거늘... 저 평범한 서생이 어느덧 나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린 게 아닐까?”

사실 이검엽은 어리석을 정도로 단목자혜에게 몰두해 있었다.

때문에 대의(大義)와 그녀의 말을 혼동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녀를 향한 이검엽의 마음은 거센 폭풍과도 같았다.

반면 단목자혜는 달랐다.

지나치도록 현명하고 영악한 여인이었기에 그녀는 쉽게 이검엽을 조종해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분명 애를 태우는 쪽은 이검엽보다 단목자혜였다.

절세미남은 아닐지언정, 이검엽에게는 은은한 기품으로써 상대방을 압도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역시 단목자혜 그것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문득 단목자혜는 강하게 도리질을 했다.

자혜야 자혜! 정신 차려라. 네게는 선대(先代)에 정해진 혼약자가 있지 않느냐?”

그녀는 자책을 함이 분명했다.

못난 계집. 외간 남자에 방심이 흔들리다니...”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는 어쩔 수 없는 갈등이 스쳤다.

휴우...”

저절로 나오느니 깊은 한숨 뿐.

그녀는 한참동안이나 못 박힌 듯 그 자리에 머물렀다.

------ !

을씨년스러운 새벽 바람이 그녀의 옷깃을 날렸다.

그녀는 한없이 고적함을 느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 !

이윽고 단목자혜는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멀리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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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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