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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1장

 

               무참한 여인들 (2)

 

 

 

“당신... 당신이 어떻게 이런 짓을...”

누군가 만화선자를 굶주린 짐승들에게 던져준 천외천궁주에게 악을 썼다.

지후(地后).

바로 천외천궁주의 부인인 그녀였다.

“이게 다 부인의 헛된 망상이 초래한 결과라는 걸 아직도 모르겠소?”

천외천궁주는 음산하게 웃으며 지후에게 다가갔다.

“그런... 그런 말도 안되는...!”

지후는 딸 단목자혜와 함께 서서 치를 떨었다.

“부인! 고집부리지 말고 날 따라 궁으로 돌아가는 게 어떻겠소?”

천외천궁주가 짐짓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

“닥쳐요! 다른 사람은 속일지언정 난 못 속여요!”

지후는 부르르 몸을 떨며 소리쳤다.

“자진해서 못가겠다면 억지로라도 데려가는 수밖에 없겠구료.”

천외천궁주는 미끄러지듯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때였다.

“멈춰라-------”

휘르르르...

두 부부 앞으로 한 청년이 내려섰다.

봉두난발에서 풍기는 술냄새.

바로 대천제군이었다.

“지후! 걱정마십시오! 제가 왔습니다!”

그는 사뭇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지후와 단목자혜의 눈에는 실망의 기색이 어렸다.

어떻게 보아도 대천제군은 술주정뱅이였기 때문이다.

대천제군을 본 천외천궁주는 냉소를 금치 못했다.

“네놈이 대천제군이라는 얼간이이더냐?”

“무엇이!”

대천제군은 발끈하여 소리쳤다.

“에잇! 죽어라-----”

위----- 잉!

일순 대천제군의 몸은 성스러운 불광(佛光) 속에 휩싸였다.

“허어! 무아(無我)일맥의 패엽불강(貝葉佛罡)인가?”

천외천궁주는 코웃음치며 즉시 우수를 내밀었다.

콰------ 앙!

강맹한 일장이 그대로 불광을 깨뜨리며 들어가 대천제군을 후려쳤다.

“크------- 윽!”

대천제군은 피를 토하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겨우 멈춰서는 대천제군을 향해 천외천궁주는 조소를 흘렸다.

“흐흐흐 네놈이 천황성수를 무림에서 몰아내 주어 본궁주의 수고를 덜어준 댓가로 단번에 죽여주마!”

대천제군은 천황성수라는 이름이 나오자 더욱 길길이 뛰었다.

“어림없다! 풍운개벽대정신강(風雲開闢大霆神罡)-------”

콰르릉-----

풍운이 변색하는 듯한 극강한 강기가 천외천궁주를 쓸어갔다.

하지만

“삼정(三鼎)의 무공으로는 어림없다!”

냉소하는 천외천궁주의 몸이 서기로운 광휘를 일으켰다.

콰------ 앙!

대천제군이 천외천궁주를 내쳤다싶은 순간,

“크------ 악!”

사방에서 피보라가 날렸다.

대천제군은 박살이 나 너덜너덜해진 가슴을 부여안고 부르짖었다.

“크..... 내가 이렇게 약하진 않았는... 데!”

쿵-----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뒹군 대천제군의 몸은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절명한 것이다.

과실을 범했다 치더라도 어쨌든 그는 이검엽 이전에는 무림 제일의 후기지수였다.

그런 그가 너무나도 허무하게 죽고 만 것이었다.

“으... 으...”

지후는 실망과 낙담이 어우러져 비칠거렸다.

천외천궁주는 의도적으로 다정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부축했다.

“부인, 이제 그만 궁으로 들어 갑시다!”

“에익!”

지후는 그의 손길을 뿌리치며 천허존신강기를 일으켰다.

콰르릉------!

그야말로 사력을 다한 공격이었다.

스스스...!

하지만 그녀가 발휘한 천허존신강기는 천외천궁주의 몸에 닿자 눈 녹듯 스러졌다.

사력을 다했다한들 그녀의 성취는 천외천궁주의 그것에 일할에도 채 못 미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흐윽.....!”

직후 지후는 교구를 휘청하며 쓰러졌다.

소리없는 지력이 혼혈을 찍은 것이다.

“으우하하하핫-----!”

천외천궁주는 앙천광소하며 무너지는 지후의 몸을 받아 안았다.

“어머니!”

단목자혜의 비명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X X X

 

“흐흐... 부인! 왜 이러시오!”

야밤의 침실,

탄탄한 사내의 동체가 강압적으로 여인을 찍어 눌렀다.

“비켜랏! 네놈이 감히... 아악!”

여인의 발버둥은 너무도 무기력했다.

그녀는 사내의 완력에 간단히 제압당하고 말았다.

후------- 욱!

사내는 입으로 등잔을 불어 껐다.

불빛이 스러진 방안,

창으로 스미는 월광(月光)은 오히려 포근한 빛으로 그들을 비춰 주었다.

“흐흐... 부인!”

사내의 입술이 거칠게 여인을 훑어갔다.

“안... 안돼...!”

여인은 필사적으로 반항했다.

하지만 꿈틀거리는 본능(本能),

의지와는 무관하게도 그녀는 달아오르고 있었다.

“허억!”

사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여인의 나신 위에 올랐다.

“아...!”

여인의 팔은 어느새 사내의 목을 휘감아 갔다.

뒤엉켜진 남녀,

“아학!”

마침내 악문 여인의 이빨 사이로 자지러드는 듯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합일(合一),

드디어 그들은 본격적인 행위를 시작한 것이다.

사내는 지칠 줄 모르는 듯 거듭거듭 숨가쁘게 율동했다.

“아... 아... 학...!”

여인은 허우적거렸다.

그녀의 교수는 사내의 등을 마구 쥐어뜯었다.

사내는 마치 굶주린 야수와 같이 끝없이 여체를 탐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제발... 그만...!”

여인은 어느덧 지쳐 가고 있었다.

그러나 사내는 막무가내였다.

행위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듯, 그자는 지칠 줄 모르고 여체를 농락했다.

 

다시 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달이 기울고 있었다.

“으헉... 헉...!”

사내의 거친 숨소리는 여전했다.

“으... 음...!”

여인은 거의 실신지경이 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그 사이에 새벽의 여명(黎明)이 방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러자 방안의 광경이 훤히 드러났다.

알몸으로 뒤엉킨 채 몸부림치는 남녀...

한데 일순,

“아------ 악!”

사내에게 깔려있던 여인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지나친 쾌락으로 혼미해져있던 그녀의 눈에 너무도 끔찍한 얼굴이 들어온 것이다.

자신의 몸 위에서 헐떡이고 있는 사내는 너무도 뜻밖의 인물이었다.

“안돼!”

여인은 단말마같은 비명과 함께 사내를 확 밀어내었다.

“억!”

방심하고 있던 사내는 여인에게서 밀려나 나뒹굴었다.

와장창-------!

사내를 밀쳐낸 여인은 창문을 부수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발가벗은 채 미친 듯 뛰어나온 여인,

놀랍게도 그녀는 지후(地后)가 아닌가?

사내에게 시달린 흔적이 역력한 그녀의 나신,

그녀는 처절히 부르짖었다.

“설... 설마... 당신일 줄이야!”

한편 방안에서는 밤새 지후를 유린했던 사내가 황급히 의복을 걸치고 있었다.

“실수했군. 역용이 풀린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당황한 사내,

그자는 패도적인 분위기의 중년 사내였다.

바로 천주산에서 형인 백의인을 모살한 청의인이었다.

지후는 남편을 해친 원수에게 짓밟혔던 것이다.

실로 가혹한 운명이었다.

“호호호홋-------”

지후는 발가벗은 채 미친 듯이 웅장한 전각들 사이로 달려가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과 몸을 섞은 지후는 미쳐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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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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