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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다시 뇌가장. 조용하다.

불이 켜진 건물은 뇌공량의 거처뿐이고.

불이 켜진 실내. 혼자 탁자를 앞에 두고 앉아서 술을 마시는 뇌공량. 술을 좀 많이 마신 모습이다. 창문은 열려 있고

뇌공량; (이래 저래 긴 밤이 되겠구나.) 술 마시며 한숨 쉬고

뇌공량; (이십이 년만에 돌아온 집...)

뇌공량; (마지막으로 여길 들렸을 때... 그 여자가 저 앞에 있었지!) 앞을 보고

스으! 뇌공량의 앞쪽에 유령처럼 서리는 여자의 형상

뇌공량;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 여자의 형상을 보며 생각하는데

화악! 완전히 형상을 드러내는 여자. 바로 냉상영이다.

[...] 말없이 냉상영을 보며 술을 마시는 뇌공량

냉상영; [공량... 당신은 이십이 년 전과 달라진 게 없군요.] 요염하게 웃으며 말하고

뇌공량; [그렇지 않소.] 우울한 표정으로 술을 마시며

뇌공량; [가슴은 식었고 열정은 재가 된지 오래요.] [그대가 보고 있는 것은 그저 지난 시절의 잔영일 뿐이오.]

냉상영; [그래서 지금 저를 잊었다 말하고 싶으신 건가요?] 눈 흘기며 뇌공량에게 다가가고. 요염한 자태로

냉상영; [당신은 날 잊었고 마음은 차갑게 식었다고 하지만...] ! 뇌공량의 무릎에 걸터앉는 냉상영. 밀어내지 않고 술만 마시는 뇌공량

냉상영; [지난 세월 신첩은 단 한시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답니다.] 뇌공량의 품에 안겨 뜨거운 입김을 토해내며 할딱이고

냉상영; [여자가 자신의 첫 남자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뇌공량; [그만하시오.] 우울하게

뇌공량; [그때의 그일도 내가 원했던 게 아니라는 걸 당신이 잘 알고 있지 않소?]

냉상영; [정말 그럴까요?]

냉상영; [그날 밤 이곳에서 날 거의 죽일 뻔 하셨던 게 누구셨더라?] 뇌공량의 목을 두 팔로 끌어안으며 눈을 흘기고

뇌공량; [당신은 내가 제왕성의 대공자라는 걸 알고 목적을 갖고 접근했었소!]

뇌공량; [방심하고 있던 난 당신이 푼 미약에 중독되어 이성을 잃었었고...]

뇌공량; [내 의지로 벌인 일이 아니었으니 내게 책임을 물을 생각을 하진 마시오.]

냉상영; [설마 내가 이십이 년이나 지난 일의 책임을 물게 하려고 찾아왔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눈 흘기고

뇌공량; [그럼 왜 갑자기 날 찾아온 거요?]

냉상영; [오늘 밤 당신이 간절하게 필요해서랍니다.]

뇌공량; [당신이... 아니 우리가 이러면 안된다는 건 누구보다 당신 자신이 잘 알고 있지 않소?]

냉상영; [제가 사제의 마누라라서요?]

뇌공량; [사제에게 죄를 지을 바에는 죽는 쪽을 택하겠소!]

냉상영; [죽을 때 죽더라도...] ! 한손을 뇌공량의 가슴 섶으로 집어넣고

냉상영; [제발 저부터 죽여준 후 죽으세요!] [오늘밤 저는 사내 없이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몸이 되었으니까요.] 할딱이며 뇌공량의 가슴을 만지며 뇌공량의 얼굴에 뜨거운 숨을 불어넣고. 굳어진 뇌공량의 얼굴

 

#190>

[!] 눈이 치떠지는 위진천

건물 밖. 열린 창문을 통해 실내를 보고 있는 위진천.

뇌공량을 유혹하는 냉상영의 모습이 보이고

우둑!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어 소리를 내는 위진천

 

#191>

다시 실내

뇌공량; [떨어지시오.] 단호하게

뇌공량; [더 이상 죄 많은 짓을 하면 내 손으로 당신을 죽이고 말겠소!]

냉상영; [그럼 날 죽여야할 거예요.] 할딱이며 손을 뇌공량의 아랫도리로 향하게 하고

냉상영; [오늘밤 난 기어코 당신과 죄를 지을 작정으로 찾아왔으니까요.] ! 뇌공량의 사타구니를 만지려 하고.

뇌공량; [그만!] ! 냉상영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후려치고

냉상영; [!] ! 가슴을 맞고 뒤로 날아가는 냉상영

냉상영; [정말 이럴 거예요?] 휘릭! 내려서고.

냉상영;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달려온 날 이렇게 막 대해도 되는 거냐구요?] 가슴 섶이 흩어져 젖가슴이 일부 드러난 모습으로 이를 갈고.

뇌공량; [당장 나가시오.] 벌떡 일어나고

뇌공량; [아니면 오늘 이곳에서 당신과 나 둘 중 하나는 죽게 될 테니...]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고

냉상영; [그따위 협박으로 날 쫓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 [!] 말하다가 눈 부릅뜨고. 빠각! 무언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 뇌공량도 무언가 느끼고

반사적으로 창문을 돌아보는 냉상영과 뇌공량, 동시에

스스스! 사람 형상 같은 것이 흩어지며 사라진다.

냉상영; (... 설마!) ! 저고리 섶을 가리며 급히 창 밖으로 날아가고

휘이! 멀리 사라지는 사람의 형상

냉상영; (진천... 진천이가 내 뒤를 밟아왔단 말인가?) 달달 떨고

냉상영; (안돼!) ! 날아오르고

냉상영; (진천이가 여기서 본 걸 제 아버지에게 일러바치면 모든 게 끝장이야!) 휘익! 날아가고

냉상영; (어떻게든 진천이의 입을 막아야만 해!) 사색이 되어 날아간다.

창가에 서서 그걸 보는 뇌공량

뇌공량; (번뇌...)

뇌공량; (냉상영! 그대는 너무도 부끄럽고도 영원히 지워버릴 수 내 번뇌인 거요.) 우울한 한숨

 

#192>

. 강변. 휘청거리며 걷고 있는 위진천

위진천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냉상영이 뇌공량의 무릎에 앉아 교태를 부리며 유혹하던 장면

위진천; (내가... 내가 무얼 보고 들은 건가?)

위진천;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들은 게 꿈이 아니고 현실이란 말인가?)

위진천; (어머니가 포악하고 냉혹한 것은 천성이니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해왔다.)

위진천; (하지만... 하지만 부정(不淨)하기까지 할 줄은...) 이를 악물고

위진천; (그저... 일편단심인 아버지가 가엾을 따름이다.) 허탈하게 웃고. 그때

[여기 계셨군요 교주님!] 휘익! 날아 내리는 불로왜선

불로왜선; [강소지부까지 갔다가 루주님과 교주님이 항주쪽으로 갔다는 말을 듣고 달려오던 중이었사옵니다.]

위진천; [무슨...] 한숨

위진천; [당신은 또 무슨 번뇌를 내게 가져온 거요?]

불로왜선; (교주님의 상태가 심상치가 않네.) + [파병희란 년과 관련된 일이옵니다.] 눈치 보면서

위진천; [진상파가 왜?]

불로왜선; [루주님의 손속에 당해서 탕녀가 될 위기에 처했사옵니다.] 위진천의 눈치를 보며 말하고

위진천; [탕녀?] 찡그리고

 

#193>

여전히 밤. 청풍과 진상파가 들어간 사당이 멀리 보이는 강변. 절벽 위의 강변이다. 평평한 바위가 하나 있고. 그 바위 위에 누군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있다. 넓적한 바위는 1미터 정도 높이

크로즈 업. 패소정. 눈을 감고 앉아있다. 부처같고

패소정; (사방 십리 내에 인기척은 없다.) 눈 감은 채 생각하고

패소정; (훼방꾼이 없는 건 다행이다만...) 얼굴 좀 붉어지고

사당을 크로즈 업. 안에서 야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고

패소정; (벌써 한 시진 가까이 고문 아닌 고문을 당하다 보니 심적으로 지친다.) 쓴웃음

패소정; (보초 서는 나를 위해서라도 빨리 좀 마무리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 [!] 오싹! 생각하다가 소름이 돋아 전율하고

패소정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한 쌍의 눈. 바로 위진천의 눈이다.

패소정; (... 누가 바로 앞에 있다!) 경악하며 눈 부릅

! 패소정의 바로 앞에 위진천이 뒷짐을 짚고 서서 패소정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다. 패소정은 1미터쯤 높이의 바위 위에 앉아있어서 얼굴이 위진천보다 약간 위쪽에 위치해 있다.

패소정; (언제...) 지익! 경악하며 방어막을 일으키려 하지만

피핏! 이미 패소정의 가슴을 몇 군데 찍고 있는 위진천의 손가락

패소정; (... 안돼!) 일어나려는 자세로 눈에서 촛점이 사라지고

털썩! 뒤로 넘어지며 기절하는 패소정. 책상다리를 하고 있다가 한쪽 다리를 바위 아래로 늘어트린 자세로.

불로왜선; [제왕성의 사신장중 현무철후 패소정이라는 년이옵니다.] 스윽! 위진천의 뒤로 내려서고

불로왜선; [내공이 심후하고 실전경험도 풍부해서 상대하기 까다로운 년이었는데...] 기절한 패소정을 내려다보며

불로왜선; [교주님에게 걸리니 시정잡배와 다를 바가 없네요.] 아부. 하지만

위진천; [...] 위진천은 불로왜선의 말은 듣지 않고 사당 쪽을 보고 있다. 그제서야 불로왜선도 흠칫! 사당을 보고

불로왜선; (저 사당...) 흠칫! 하며 사당을 보고

사당 크로즈 업. 사당에서 야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고.

불로왜선; (... 이런...) 얼굴 발개지고

[...] ! 찡그리며 사당 쪽으로 가는 위진천

불로왜선; (년놈이 육욕을 불태우는 소리...) (그렇다는 건...) 휘익! 급히 위진천을 따라가고. 얼굴 발개진 채

불로왜선; (실수했다! 백야마검사들을 보내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진가년을 따라붙었어야 했는데...) 사당 쪽으로 흐르듯 가는 위진천의 뒤를 따라가며 입술 깨물고

곧 사당 앞에 도착하는 위진천과 불로왜선. 사당의 문이 보이는 30미터쯤

[!] 눈 치뜨며 멈추는 불로왜선

사당의 어둠 속 두 개의 몸뚱이가 뒤엉킨 채 몸부림치는 게 실루엣으로 보이고

<이청풍!> 여자를 올라탄 사내의 실루엣. 물론 청풍이다. 그 배경으로 불로왜선의 생각 나레이션

불로왜선; (현무철후 패소정이 번을 서고 있어서 혹시나 했는데...) 입술 깨물고

불로왜선; (인초 이무외의 아들놈이 먼저 진가년을 해치웠구나.) 소리없이 한숨 쉬면서 얼굴 발개져서

! 돌아서는 위진천

불로왜선; <그냥 가시게요?> 돌아보며 전음으로 묻고

위진천; <그냥 가지 않으면...?> 전음으로 대답하며 허탈한 표정. 걸어간다

불로왜선; <저 년놈을 제압하면 여러 모로 쓰임새가 있을 텐데...>

위진천; <나보고 어머니가 쌓은 죄에 자식인 나의 죄까지 더하라는 거요?>

불로왜선; <... 죄송해요.> 눈치 보고

위진천; (차라리 잘된 결말이다.) 우울하게 미소

위진천; (저 둘만큼 잘 어울리는 한 쌍도 없으니...)

<어머니가 저지른 죄가 좋은 결과를 맺은 거의 유일한 경우겠지.> 멀어지는 위진천과 불로왜선 배경으로 위진천의 생각 나레이션

 

#194>

<-마교 강소지부> 깊은 밤

강소지부 깊은 곳. 절벽을 등진 곳에 자리한 사당 건물. 문은 열려 있고. 불은 켜져 있지 않다.

사당 안. 수많은 위패들이 몇 단의 제단에 모셔져 있고. 맨 아랫단에 작은 단상이 있고 그 단상에 무애검조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위패 앞에는 향로. 향로 앞에는 위극겸이 무릎을 꿇고 있다.

위극겸; (마음이 어지럽다.) 우울 한숨

위극겸; (그 사람에게 모질게 대한 때문인가?) 자신이 냉상영의 뺨을 때리던 장면을 떠올리고

위극겸; (그럴 수도 있지만... 오늘 밤 무슨 일인가 벌어진 것같은 기분이 든다.) 미간 찡그리고

위극겸; (아무쪼록 그 사람이나 진천이에게 불길한 일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한숨 쉬고. 그때

냉상영; [나 왔어요!] 휘익! 사당 앞에 내려서는 냉상영. 좀 미친 년 같은 분위기고

냉상영; [진천이... 우리 아들 진천이는 돌아왔나요?] 좀 광기 서린 표정으로 사당으로 들어서고

위극겸; [영령들을 모신 곳이오. 자중하시오.] 한숨 쉬는데

냉상영; [영령 같은 소리 그만 하고...] ! 향로를 걷어차고

찡그리는 위극겸

콰당탕! 구석까지 날아가 나뒹구는 향로. 향로에 들어있던 재와 타고 있던 향도 흩어지고

냉상영; [진천이가 돌아왔느냐고 물었잖아요! 빨리 대답해요.] 초조한 표정으로 이를 갈며 윽박지르고

위극겸; (참자!) + [당신을 따라가라고 했는데 못 만났소?]

냉상영; (나보다 먼저 제 아비를 만나지는 않았구나.) + [만났어요!] 안도하며

냉상영; [하지만 주제 넘는 소리를 하기에 모진 소리를 했더니 화를 내고 떠났었어요.] 짐짓 코웃음 치며

위극겸; [얼마나 심한 소릴 했기에 부처 반 토막 같은 그 아이가 화를 낸 거요?]

냉상영; [심하긴 뭐가 심해요? 어미가 자식새끼한테 좀 험한 소리를 할 수도 있지...] 안도하며 샐쭉거리고

한숨 쉬는 위극겸

냉상영; [먼저 돌아온 줄 알았는데 욘석이 딴 데로 샌 모양이네요.] ! 위극겸의 옆에 붙어 앉고.

냉상영; [홧김에 갈보를 찾아간 거나 아닌지 몰라.] 몸을 위극겸에게 기대고

위극겸; [여러 영령들을 모신 사당이오.] [제발 여기에서만이라도 경건하도록 노력하시오.] 기대오는 냉상영을 밀쳐 내려 하지만

냉상영; [싫어요!] 와락 위극겸의 목을 끌어안고

냉상영; [난 지금 당신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다구요!] 위극겸을 쓰러트리려 하고

위극겸; [이게 무슨 짓이오?] 당황하며 냉상영을 밀쳐내려 하고

냉상영; [쫓아내고 싶으면 쫓아내 봐요! 사당을 나가는 대로 혀를 칵 물어버릴 테니까요.] ! 위극겸을 강제로 눕히며 올라타고

체념하며 바닥에 눕는 위극겸

냉상영; [맹세해요!] [나 하나 만을, 오직 나 하나만을 영원히,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랑하겠다고 맹세해요!] 위극겸을 올라탄 채 위극겸의 양쪽 어깨를 양손으로 찍어누른 채 내려다보며 광기 서린 표정으로 윽박지르고

위극겸; [설령 동심고가 아니더라도 내 인생에서 여자는 오직 당신뿐이라고 맹세하지 않았소?] 바닥에 누운 채 한숨 쉬고

냉상영; [지금 그 말 잊으면 안돼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날 버리지 않겠다는 맹세, 지켜야만 해요!] 위극겸을 와락 끌어안고 몸 부림친다

위극겸; (세상에서 가장 가엾은 여자다.) 한숨 쉬고

위극겸; (죄에 죄를 더해서 단 한순간도 불안하지 않은 때가 없는...) ! 손을 들어 냉상영을 끌어안고

<나마저 등을 돌리면 세상이 지옥일 이 여자를 어떻게 버린단 말인가?> 키스 하는 두 사람의 모습 배경으로 위극겸의 생각 나레이션.

 

#195>

사당의 벽에 등을 기대고 서있는 위진천

위진천; (어찌 해야 하나?) 우울하게 한숨 쉬며 하늘 보고. 사당에서는 냉상영의 야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위진천; (어머니를 위해서는 뇌사백의 일은 영원히 가슴에 묻어둬야만 하는데...)

위진천; (그러면 아버지가 너무 불쌍해지지 않겠는가?)

<나 위진천에게는 지금의 세상이 지옥이나 다름없구나.> 사당의 모습 배경으로 위진천의 생각 나레이션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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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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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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