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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역시 밤의 황금전장. 불이 다 꺼져 있고.

손에 손에 무기를 들고 황금전장을 에워싼 권씨세가의 무사들. 눈에 핏발들이 서있다

담장 안쪽에서는 황금전장의 호장무사들이 기웃거리며 동태를 살피고 있다. 불안한 표정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건물. 공자무의 거실이다. 공대벽이 공자무와 진군소에게 보고중이다.

공대벽; [이제 저와 당한이가 나서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

공대벽; [철궁의 십이사께서 도착하실 때까지 지키면서 시간을 끄는 게 현재로서는 유일한 타개책인 듯합니다.]

공자무; [알았다. 그리하자!]

공자무; [어쨌거나 너희들이 무사히 돌아왔으니 다행이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우선 돌아가서 쉬도록 해라!]

공대벽; [예 아버님!] 고개 숙이고

나간다

진군소; [십년감수했어요!] 가슴을 쓸고

진군소; [도검과 화살에는 눈이 없는데.... 괜히 쓸데없는 짓을 시켜서 애들을 위험에 빠트렸잖아요!] 눈 흘기고

공자무; [큰애는 나보다도 복이 많은 아이요.] [어떤 경우라도 놀랄지언정 화를 입는 일은 없을 텐데 무슨 걱정이오?]

진군소; [물론 큰애의 복이 많은 줄은 저도 알아요!] 한숨

진군소; [하지만 아비의 마음과 어미의 마음은 같지가 않군요.] 남편을 흘겨보고

진군소; [더 이상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어요.] [이제 그만 우리 집안의 비밀을 큰애에게 말해 줘야하지 않을까요?]

공자무; [큰애의 나이 올해로 스물다섯이오.] [나이는 충분하지만 그래도 집안의 비밀을 알 자격은 아직 갖추지 못했소!]

진군소; [물론 배필을 구하는 게 먼저인지는 알고 있어요!] 한숨

진군소; [하지만 우리 집안 장손의 배필을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누구보다도 당신이 잘 아시잖아요!]

진군소; [천하를 다 뒤져야만 하는데.... 자칫하다가는 오년 십년이 걸릴 수도 있어요!]

공자무; [그런 면에서 나는 운이 좋았소. 바로 지척에 당신이 있었으니...!] 진군소의 손을 다독이고

진군소; [마음에도 없는 말씀 마세요!] 코웃음을 치며 샐쭉하지만. 그러면서도 얼굴이 발그레해진다.

진군소; [제가 배필감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허전한 마음에 일년 넘게 온갖 계집들 얼굴 보고 다닌 게 누군데....!]

공자무; [철없던 젊은 시절의 그 과오로 인해 평생 당신에게 쥐어 살았지 않소?] [이제 그만 용서해주시구려!]

진군소; [용서야 애저녁에 했죠.] [다만 잊지 못할 뿐....!]

진군소; [특히 만마천(萬魔天)의 구령(瞿玲), 그 불여우를 생각하면 지금도 제 가슴 속에 불이 치솟는군요.] 이를 바득 갈고

공자무; [할 말이 없소!] 한숨

공자무; [하지만 부부가 된 후 나 공자무의 마음은 단 한시도 당신을 떠난 적이 없음을 알아주시오.] 부인 앞에 한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는 공자무

진군소; [누가 풍류한량 아니랄까봐!] 샐쭉하면서도 얼굴에 홍조가 감돌고

진군소; [당신을 원망한 적은 없으니 그만 일어나세요.] 남편 손에서 손을 뽑고

진군소; [아무리 부부사이라고는 해도 왕중의 왕, <제왕(帝王)>의 과례는 부담스럽군요.] 남편에게 손을 모아 포권하며 고개를 숙인다

 

자기 방에서 글을 쓰고 있는 공당한. 아주 심각한 표정

공대벽; [아직 안 자고 있었구나!] 들어오고

공당한; [형님!] 일어나고

공대벽; [무얼 쓰고 있었느냐?] 맞은 편 의자에 앉고

공당한; [날이 밝는 대로 권씨세가에 보내려고 글을 닦는 중입니다.] 종이를 집어들고

공대벽; [글로 화해를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 읽어 보거라!]

공당한; [예 형님!] 험험! 종이를 두 손으로 들며 목청을 돋우고

공당한; [...(중략)... 우리의 어린 형제가 비록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사죄와 배상함에 잇어 예를 다했거늘 귀 문중은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마땅한 도리를 모르는 것이 아닌가?] 낭랑하게 읽고

머리가 아파서 이마를 짚는 공대벽

공당한; [여기까지 썼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시는 대로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공대벽; [화해가 아니라 선전(宣戰)을 위한 글 같구나.] 한숨 쉬며 일어나고

공당한; [군자는 비록 꺽어질 지언정 굽히면 안되는 줄로 압니다.]

공대벽; [글과 말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난 듯하다.] [피곤할 테니 그만 자도록 해라.] 나간다.

공당한; [형님도 편히 쉬십시오.] 실망한 표정으로 포권하고,

손을 들어 보이며 나가는 공대벽.

공대벽이 밖으로 나가니 무사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건물 주위를 지키고 있다.

공대벽; [혹시 침입자가 발생하면 맞서지 말고 셋째를 안전하게 피신시키는데 주력하라!]

[분부 받들겠습니다 대공자님!] 포권하는 무사들

무사들을 지나치며 밤하늘을 보는 공대벽

공대벽; (이번 사단의 원인제공자이긴 해도 막내 녀석이 그리워지는군!) 하늘 보며 한숨. 개구쟁이처럼 웃는 청풍을 떠올리고

공대벽; (그 녀석이라면 뭔가 그럴 듯한 해결방안을 내놓았을 텐데....!)

 

#28>

귀부. 귀신의 얼굴이 새겨진 입구 부분.

육각형의 광장. 조용하다.

그 중 무고의 문이 열려있다.

무고 안은 드넓은 광장. 광장 안에 수많은 책꽂이가 늘어서 있고 책꽂이마다 책과 두루마리들이 가득 꽂혀있다.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데 책뿐만 아니라 온갖 병기들이 진열된 시렁들도 무수히 많다.

광장 중앙에 놓인 튼튼해 보이는 원형의 돌 탁자 앞에 앉아서 두루마리를 읽고 있는 청풍. 의자는 중국식의 동그란 도자기 의자다. 등받힘이 없고. 그가 읽고 있는 두루마리에 적힌 제목은 生死一步

또 두루마리를 쥔 청풍의 왼손에는 특이한 팔찌가 끼워져 있다. 둥글게 원형으로 다듬은 검은 색의 고리에 각기 색이 다른 다섯 개의 반지가 끼워져 있는 형태. 반지들은 팔찌에서 빼내어 손가락에 끼울 수도 있다. 팔찌를 살짝 틀면 틈이 벌어져서 그곳으로 빼낼 수 있다.

청풍; [생사일보(生死一步)...!] [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갸웃 갸웃

청풍; [뭐 이런 뜬 구름 잡는 글이 다 있다냐?] 두루마리를 내려놓고

청풍; [내 속으로 어떻게 걸어 들어가고 적의 길을 밟는다는 건 또 뭔 소리래?]

청풍; [아무리 읽고 곱 씹어봐도 도저히 무공구결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손가락으로 두루마리를 톡톡 치고

청풍; [혹시 누군가 개똥철학을 대충 써갈겨 놓은 걸 무공비급으로 오인해서 여기 가져다 놓은 게 아닐까?] 깍지 낀 두 손을 목 뒤에 몸을 뒤로 젖히며 생각하다가.

청풍; [아우! 머리 아파!] 허공으로 폴짝 뛰어오른다.

공중에서 제비돌기를 하고

! 탁자 위에 거꾸로 물구나무를 선다. 손이 아니라 정수리로 탁자에 떨어지고 두 팔은 팔짱을 끼고 두 다리는 책상다리를 한 자세. 책상다리를 한 상태로 거꾸로 선 모습. 마치 오뚜기 같다. 청풍은 생각이 막히면 이런 자세를 취한다

청풍; [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내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 ! ! 물구나무를 선채로 탁자 위에서 통통 튀어다니며 중얼거린다. 마치 공이 튀는 것같다

청풍; [전체 구결 중 이 한마디에 비밀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짱구를 굴려 봐도 느낌이 오질 않는다는 게 문제야!]

청풍; [어떻게 해야 자기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정말로 자기 몸 속으로 들어가라는 의미는 아닌데...!]

청풍; [아우! 미치겠네! 난 한번 시작한 건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청풍; [이러다가 나도 독고노인처럼 미쳐버리는 거 아닌지 몰라!]

청풍;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생사일보 따위엔 관심을 두지 않는 건데....!] 한숨

이어 청풍의 뇌리로 떠오르는 무영동부에서의 일. 생사일보에 대해 염제도와 이야기를 나누눈 장면. 주변에 다른 노인들도 있다. 이하 회상

 

염제도; [생사일보는 말 그대로 한 걸음이면 죽을 곳에서 살아날 수 있고, 또 한 걸음이면 산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전설적인 보법이다.]

염제도; [보법이면서도 그 자체가 독보적인 공격수단이라 무림일절(武林一絶) 생사일보(生死一步)라고도 불리지.]

청풍; [만든 사람은 누구죠?]

염제도; [모른다!] 고개 젓고

염제도; [오래전부터 그런 무공이 있다는 소문은 돌았지만 직접 본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가 귀부에 들어와 보니 무고에 생사일보의 비급이 있더구나.]

청풍; [그래서 연마했어요?] 침 꼴깍

염제도; [생사일보는 연마가 불가능한 무공이다.] 고개 젓고

염제도; [노부도 아직 기력이 있을 때는 오기가 나서 연마를 시도해봤다만 영 뜬 구름 잡는 것 같아서 포기했다.]

표대추; [부주뿐만이 아니다.] 끼어들고

표대추; [역대 무영동부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생사일보에 관심을 보였으나 깨우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청풍; [정말 단 한사람도 연마해낸 적이 없어요?]

황희설; [혹시 저분이라면 익혔는지도 모르지.] 독고사룡을 가리키며 웃고

독고사룡은 뭔 영문인지도 모르고 히죽 웃는다.

청풍; [그럼 독고노인이 백치가 된 게...!] 흠칫하고

황희설; [생사일보 때문이다!] 끄덕

청풍; [허어!] 놀라고

염제도; [독고는 원래 저러지 않았다.] [여기 있는 우리들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지.] 한숨 쉬고

다시 염제도를 돌아보는 청풍

염제도; [아니, 역대 신투들 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힐지도 모르겠다.] [귀부에 들어온 최연소자이면서 가져온 보물의 양과 질에서도 단연 발군이었으니까.]

청풍; [그랬어요?] 새삼 독고사룡을 보고

헤벌레 웃는 독고사룡

청풍; (막내인 황노인보다 서열이 높으면서 나이는 오히려 적은 게 그런 이유에서였군!) 생각할 때

염제도; [독고는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생사일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심한 열병을 앓고 난 후 저 모양이 되어버렸다.]

청풍; [외부와 단절된 이곳에 열병이 돌리는 없고... 원인이 생사일보 때문일 수도 있겠군요.] 눈 반짝

염제도; [가능성은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백치가 되어버린 탓에 독고하고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회상 끝

 

청풍; [독고사룡이 미친 게 정말 생사일보 때문이라면 좀 오싹한 걸!] 팔짱 낀 자세로 물구나무 선 채 어깨를 움츠리고

청풍; [잘못 하면 나도 미쳐버릴 수 있다는 얘긴데.... 그만 포기할까?]

청풍; [그럴 순 없지!] 휘릭! 공중제비 돌고

청풍; [중도에 포기하는 건 최강의 해결사집단인 철궁의 궁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 못해!] 똑 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고

청풍; [그나마 내가 자랑할 수 있는 건 집중력과 근성!] [어디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 생사일보!] 눈감고 양손을 결을 지어 무릎 위에 올려놓고

청풍; [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눈 감은 채 중얼 중얼

그런 청풍의 모습을 무고 밖에 숨어서 보는 어떤 그림자. 물론 독고사룡이지만 보여주지는 말고

[....!] 무언가 생각하는 독고사룡

조용히 무고 앞을 떠나려고 하고.

독고사룡; [!]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무고 안을 들여다보다가 눈 부릅

탁자 위에 앉아서 중얼중얼 거리는 청풍의 몸 주위로 아지랑이같은 것이 무럭 무럭 피어오르고 있다.

독고사룡; (... 설마!) 경악하고

독고사룡; (바로 생사일보의 비밀에 접근했다는 건가? 내가 십년동안 고생하여 겨우 다다랐던 그 경지에....?)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주먹 부르르

 

#29>

-장강(長江) 바다같이 넓은 강. 여전히 밤. 흐릿한 반달이 떠있고. 강 위로는 밤 안개가 흐른다.

끼익! 끼익! 안개 속에서 노 젓는 소리가 들리더니

안개를 뚫고 조각배 한척이 나타난다. 한 명의 예리한 인상을 지닌 오십살 가량 된 중년인이 팔짱을 낀 채 서있고. 그 뒤에는 건장한 체격의 청년이 묵묵히 노를 젓고 있다. 이 중년인은 십대세가중 사마세가의 가주인 사마이극. 권씨세가 가주 권일해에 필적하는 고수다

안개 속으로 들어가는 조각배.

긴장하며 노를 젓는 청년. 직후

사마이극; [멈춰라!] 낮게 외치고

흠칫하며 젓던 노를 멈추는 청년. 직후

화악! 미끄러져 나가는 조각배가 두터운 안개를 뚫고 나간다

! 직후 조각배 앞에 거대한 벽이 나타난다.

(!) 놀라서 올려다보는 청년

! 조각배 앞에 떠있는 거대한 배. 까마득히 높은 돛대가 세 개 달린 서양식의 범선인데 거의 항공모함 수준으로 크다. 선체에 줄을 지어 난 창문이 모두 3층이다. 갑판 위에도 3층으로 이루어진 선실이 있다. 돛과 닻은 내린 상태.

쉬익! 쉬익! 뱃전에 설치된 수십개의 거대한 환풍기같은 장치에서 안개가 높이 뿜어지고. 그 안개들이 사방으로 퍼져서 배를 에워싸고 있다.

갑판에는 투구와 강철갑옷을 입은 전사들이 철침 돋은 방패와 낭아곤을 들고 일정한 보폭으로 서로를 교차하며 순시를 하고 있었다. 철컥! 철컥! 움직일 때마다 철갑이 부딪히는 소리가 박자를 맞춘 듯 규칙적으로 이어진다. 전사들은 조각배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으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순찰만 돈다.

청년; (... 이 거대한 배가 바로 원수함(元帥艦)!) 침 꿀꺽 긴장하며 올려다보고

안개를 만들어내는 환풍기들을 크로즈 업

청년; (저 제무기(製霧氣)들이 뿜어내는 안개가 원수함을 가리고 있었구나!) 놀랄 때

사마이극; [저곳으로 대라!] 손을 들어 앞을 가리키고

사마이극이 가리키는 곳. 범선의 선체 하단에 화살 과녁같은 그림이 새겨져 있다.

! ! 노를 움직여서 그 과녁같은 곳으로 조각배를 움직이는 청년

조각배 끝이 과녁이 새겨진 범선의 선체에 부딪히며 낮으막한 소리가 들린다. 직후

끼이이이! 선체의 벽 일부가 안으로 젖혀지며 동굴처럼 벌어진다. 조각배가 들어가기에 충분한 공간.

노를 저어서 입구를 드러낸 범선 안쪽으로 들어가는 조각배. 안쪽은 큰 배 안에 있는 작은 항구 같은 곳.

청년; (배 내부에 산척장이 마련되어있다니...!) 다시 놀라고

! ! 어둠 속에서 날아드는 갈고리

! ! 조각배의 앞부분에 걸리는 갈고리들

청년은 흠칫하면서 노젓기를 멈춘다.

조각배는 갈고리에 의해 앞으로 끌려가고 뒤에서는 그들이 들어온 입구가 끼이이이 하는 소리를 내며 닫히고 있다.

어둑한 내부. 닫히는 문의 양옆에는 쇠줄이 감긴 도르래와 손으로 돌리는 풍차 같은 모양의 기관이 있으며, 두 마리의 나귀가 연자방아를 돌리듯 움직이며 문을 닫고 있는 중이다. 그들이 들어온 곳에는 이미 십여 척의 작은 배들이 가지런히 붙어서 물이 흔들릴 때마다 끼익! 끼익 소리를 내고 있다.

화악! 아주 밝은 빛이 갑자기 조각배를 비춘다.

눈을 찡그리는 사마이극. 팔로 눈을 가리는 청년

그러다가 흠칫하는 청년.

완전히 드러나는 내부의 모습. 범선 내부의 선착장에는 수십명의 철갑으로 무장한 무사들이 강력해보이는 큰 활을 들어 조각배 위의 두 사람을 겨누고 있다. 몇 명은 조각배에 건 갈고리를 밧줄로 끌어당겨 부두로 접안시키고 있고

노를 내려놓고 긴장하는 청년

그때 궁사들 사이로 나서는 40살 가량된 중년인. 모든 게 네모반듯한 인물인데 철갑을 둘렀고 얼굴에도 투구를 써서 눈과 입만 드러냈다. 아주 강직한 인상. 등에는 공작깃털처럼 화살이 펼쳐진 채 채워진 화살통을 짊어졌고 허리춤에는 강력해 보이는 활과 칼을 좌우에 찼다. 이 인물의 이름은 부도신궁 양홍경. 원수함의 총관. 이하 부도신궁으로 표기

부도신궁; [어디서 왔소?]

사마이극; [복성세가(複姓世家)!]

부도신궁; [몇 분을 만나보셨소?]

사마이극; [복성(復姓) 네 분! 단성(單性) 두 분! 총 여섯 분이군.]

부도신궁; [사마세가(司馬世家)의 이십칠 대 가주이신 칠절검(七絶劒) 사마이극(司馬耳極)님께서 도착하셨다.] [예를 갖춰라!] 주변의 궁사들에게 명령하고

궁수들이 활을 내리며 절도 있게 포권을 취한다.

사마이극; [사마세가의 사마이극이 원수함에 승선을 정중히 요청하오!] 포권하고

부도신궁; [사마가주님의 승선을 허가합니다.] 마주 포권하고

사마이극; [고맙소 양총관(楊總管)!] ! 한 걸음에 부두로 내려서고

부도신궁; [어서 오십시오 사마가주님! 환영합니다!] 포권하며 허리 숙이고

사마이극; [부도신궁(不倒神弓)! 오래만이군!] 위엄있게 끄덕이고. 말투가 갑자기 하대로 변하고

부도신궁; [지난번 회의 때 뵙고 처음이니 십년만입니다.]

사마이극; [세월 참 빠르지!] 끄덕

부도신궁; [보안을 철저히 하라는 원수(元帥)님의 분부가 있어 무례를 범했습니다.] [번거로우셨더라도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안쪽으로 안내하며 고개 숙이고. 궁수들은 그들 좌우에서 군례를 취한다

사마이극; [원수께서 양총관 덕분에 마음을 놓고 지내신다는 말이 헛게 아니었군.] 따라가며 웃고. 청년은 좌우의 궁사들을 보며 긴장하고

부도신궁; [과찬이십니다.]

 

잠시후.

사마이극; [내가 마지막인가?] 부도신궁을 따라 복도로 들어서며

부도신궁; [그렇습니다.] [다른 가주님들께서는 이미 도착하셔서 혼원실(混元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앞쪽의 문을 가리킨다. 막다른 곳에 크고 육중한 철문이 있고. 문 위에는 混元室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부도신궁; [사마가주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문에 대고 포권하며 외치고

<안으로 모시게!> 문 안쪽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리고. 이어

그그긍! 철문이 안쪽으로 열리고. 밝은 빛이 흘러나오는 그 문 안쪽에 여러 명의 사람들이 원탁에 둘러앉아있는 것이 실루엣으로 보인다.

부도신궁; [드시지요 사마가주님!] 안으로 들어가기를 청하고

사마이극; [신세를 졌네!] 끄덕이며 제자와 함께 안으로 들어간다.

그그긍! 사마이극과 제자가 들어가자 철문은 다시 닫히고

철문을 등지고 돌아서는 부도신옹. 손목에 걸고 있던 작은 호각을 꺼내 입에 물고

삐익! 힘차게 호각을 불고. 그러자

철컹! 철컹! 도처의 복도에 천장에서 철벽이 떨어져서 각각의 구획을 차단한다. 배 안의 선원과 전사들 흠칫하지만 동요하지는 않고 자기 할 일들 하고

철문 앞에 버티고 선 부도신옹은 입에서 호각을 떼고

이어 칼 손잡이에 손을 얹고 눈을 부릅뜬 채 철문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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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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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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